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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정말 사랑했을까] 10

작성자수다쟁이|작성시간11.02.21|조회수445 목록 댓글 0

제10부
                                    2월 24일 수요일 밤 9시 55분

       $#1. 재호 동네 공원, 밤

       벤치에 재호와 신형 앉아있다.
       신형은 담담하게 앉아있고 재호는 고개 숙이고 담배 피우고 있다.

       재호 (어색하게 신형 보고 웃으며) 내가 아까 한 말 때문에 기분 상했어 요?
       신형 아니. 담배냄새가 싫어서.
       재호 (웃으며 담배 끄고 꽁초 버리면)
       신형 (꽁초 줍는다)
       재호 (신형 보면)
       신형 이런 거 바닥에 함부로 버리면 안돼. (하고 백에서 휴지 꺼내 꽁초 싸서
       다시 백에 넣는다)
       재호 (그런 신형 본다. 마음이 푸근해지는 듯 하다. 입가에 작은 웃음 띄 우
면)
       신형 왜 웃어?
       재호 우리 엄마 참 많이 닮았어요.
       신형 (재호 보면)
       재호 (신형 보지 않고, 잔잔하게 웃으며) 엄마는 항상 규칙이 많은 사람
       이었어요.
       학교에서는 끝나자마자 집에 와야 했고, 오면 손을 먼저 닦아야 하 고, 숙제
       먼저 해야 하고, 친구들과 놀기 전에 동생이랑 먼저 한 시 간 놀아줘야 하고,
       밥을 먹고 나면 양치를 꼭 해야 하고, 자기 전에 는 반드시 일기를 써야 하고,
       (신형 보며) 쓰레기는 함부로 버리면 안되구요.
       신형 (재호 본다)
       재호 (쓰게 웃으며) 사람이 사람을 길들인다는 거 참 나쁜 거예요.
       언제나 내 일에 상관하던 엄마가 어느 날 집을 나가버리고 열 살 난 나랑 세

       난 동생이랑 우리 둘이 모든 일을 다 알아서 해야만 했을 때... 막막했었어요.
       (신형 보고 웃으며 자기 허리춤에 손 올리 고) 이 만한 남자애가 (손을 더
       아래로 내리고) 요만한 여자애가 지들끼리 알아서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었겠어요.
       신형 (안된 눈빛으로) 그래도 (재호 보고 애써 웃으며, 진심이다) 참,, 잘 컸
다.
       재호 (신형 보면)
       신형 (재호의 머리를 만져준다)
       재호 (사랑하는 눈빛으로 신형 본다)
       신형 (어색해) 일어나야 되겠다. (하고 일어나 걸어가고)
       재호 (그런 신형 보고)

       $#2. 버스 정류장, 밤

       재호, 신형 서있다.

       재호 택시 타고 가요.
       신형 한 번에 가는 버스 있는데 뭐.
       강재호군. 나 돈 얼마 못 벌어. 한 달 강의료 매일 택시 타고 다니 면 남는 것

       없다구.
       재호 (웃으며 버스 오는 쪽 보고)
       신형 (머뭇대며) 재호야.
       재호 (신형 보면)
       신형 현수가... 가진 게 많아서가 아니라... 현수 좋아하지?
       재호 (쓰게 웃는다. 그 때 버스 오고 버스 보며) 왔어요.
       신형 갈게. (하고 버스 탄다)
       재호 (가는 신형 보고)

       $#3. 버스 안

       신형, 뒤쪽 좌석에 앉는다.
       차 출발하고 뒤돌아보면 재호 서있다.
       신형, 재호의 모습보고 작게 웃고 담담히 고개 돌려 앞 보며, 마음이 아프다.

       $#4. 버스 정류장

       재호, 넋놓고 서있다.
       신형을 사랑하는 마음이다.
       신형의 버스 간 쪽 보고 집 쪽으로 돌아서서 걸어간다.
       1부부터 10부까지 있었던 신형과 재호의 장면들 중에서 신형의 모습만
       프레쉬 화면과 함께 사진처럼 지나간다.

       $#5. 재호의 방

       재호, 석구와 나란히 누워있다.
       석구는 잠들었다.
       재호, 뭔가 생각하다 한숨 쉬며 일어나 앉아 담배 피워 물고 연기 내뿜으며,

       재호 (혼잣말) 내가 지금 누구 생각을 하는 거야. 강재호 이러면 안돼.
       (머리 흔들고 한숨 쉬는데 그래도 신형이 생각나는)

       $#6. 학교 도서관 전경, 낮

       $#7. 도서관 안 열람실

       재호, 책을 고르고 있다. 그러다 그 중 한 권 꺼내 돌아서는데 누군가와
       부딪힌다.
       재호 보면 현수다.

       재호 (모르는 사람처럼) 미안합니다. (하며 고개로 인사하고 자기 자리로
       돌아간다)
       현수 (기분 좋지 않다. 재호 간 쪽으로 고개 돌리고)

       $#8. 학교 식당 안

       재호, 책보며 혼자서 밥 먹고 있다.
       카메라 돌면 현수, 진우와 웃으며 밥 먹고 있다.
       그러다 현수, 재호 쪽으로 눈길 가고.

       진우 뭘 봐?
       현수 (웃으며) 아니야. 밥 먹자.
       진우 니네 아버지 지사는 어디다 세우신다 그러니?
       현수 (밥 먹으며) 일단 서울하고 부산.
       진우 (관심 있는 얼굴이다)

       $#9. 자판기 앞

       현수, 진우 한 쪽에 서서 차 마시고 있다.
       그 때 재호, 자판기로 와 주머니에서 동전을 찾는데 없다.
       포기하고 돌아서려는데,

       진우 (재호에게 와) 동전 줄까?
       재호 필요없어. (하고 가려는데)
       진우 (재호의 등뒤에서) 자식, 자존심은 있어서. 준다 그럴 때 마시지.
       재호 (그 소리 듣고 화난 얼굴로 돌아서서, 진우 무시하고 현수에게 가 서는,
       가라앉은) 나 싫다더니 기껏 고른 놈이 (현수만 보며, 진우 손으로 가리키며)
       이런 놈이야? 머리 모잘라 돈주고 학교 들어온 놈?
       진우 (열받은)
       현수 (재호 건조하게 보는) 니네 아버지가 아시면 무척 좋아하시겠다.
       아주 좋아하시겠어. 너 사람 고르는 기준, 별 거 아니네. (하고 돌 아서 간다)
       진우 (가는 재호 보고) 저 자식이?
       현수 (재호 가는 거 보고, 이 앙 다무는 잠시 있다가, 커피잔 한쪽에 버 리고,
       재호 따라가고)
       진우 현수야!

       $#10. 학교 비상구 계단

       재호, 빠른 걸음으로 계단 내려가고 있다.
       화가 몹시 난 얼굴이다.
       현수, 어느새 쫓아와 계단 위쪽에서,

       현수 (큰소리로 부른다) 강재호!
       재호 (현수 올려다보고 무시하고 내려간다)

       $#11. 복도

       재호, 걸어가면 현수 어느새 재호의 앞쪽으로 와 서있다.

       현수 (재호 보며) 나랑 얘기 좀 해.
       재호 할 말 없어. (가고)
       현수 (자존심 상한 얼굴로 재호 보고)

       $#12. 학교 공원 벤치

       신형, 길진 커피 마시고 있다.

       길진 (신형 보며) 재시험 내일이지?
       신형 어.
       길진 지난 번에 내가 너한테 실수한 거 같애.
       신형 (길진 보면)
       길진 밤도 깊었구 바래다 줬어야 하는 건데.
       신형 (웃으며) 괜찮아. 누가 감히 나같이 큰 여자를 건드려. 간 큰 놈 아 니면.
       길진 (웃는다) 웃다 웃음 사라지고 신형 보며 며칠 전에 아버님 만났다.
       신형 누구 아버님?
       길진 니네 아버님.
       신형 만나서 뭐했어?
       길진 너랑 결혼하래.
       신형 (길진 보면) ?
       길진 너랑 결혼하고 싶어.

       $#13. 같은 공원 내, 일각

       재호, 나무에 기대 서있고 그 앞에서 현수, 재호 보고 서있다.
       두 사람 눈빛이 팽팽하다.

       재호 (작게 한숨 쉬고, 굳은 얼굴로 돌아선다)
       현수 (그런 재호 잡는다)
       재호 이거 놔, (뿌리치며 현수 보고) 너랑 할 얘기... 없어.
       현수 (화난) 너 왜 이렇게 바보 같니?
       재호 (현수 보면)
       현수 우리 아버지 재산이 탐나? 나를 이용해서 출세하고 싶어?
       언제부터 계획했어? 나 이 학교로 편입하고 나서부터?
       그래? 그럼 8개월이네.
       8개월이나 공들여 놓고, 이렇게 쉽게 포길 할려고... 너 그렇게 야심 이 없어.
       재호 ...
       현수 내가 너한테 니가 원하는 것 보다 더 많이 마음 준 거 알지?
       그럼 니가 포기하지 않으면 언젠간 내가 너한테 넘어간다는 것도 알 거야.
       니가 해달라는대로 다 해주면서. (눈가 붉어진다) 비참해?
       니가 말한 거짓이 밝혀져서 비참해?... 나는 어떤데. 어제 내내 전화 기다렸어.
       오늘 혹시 너를 볼까 해서 일부러 도서관에 간 거야.
       몰랐다고는 하지마. 내가 끊임없이 니 앞에서 얼쩡대는 거... 알았 지? (하고,
       스스로가 딱하다는 생각에 흐르는 눈물 닦는다, 속상하 다)
       재호 (그런 현수를 마음 아프게 보다 안아준다, 내가 얘한테 너무 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 가지면서)
       현수 (재호 뿌리치면서도 맘 아프다)

       $#14. 같은 공원 벤치

       길진, 앉아있다.
       신형, 일어난다.

       신형 (길진 보며, 내키지않는) 생각해 볼게.
       길진 생각해... 보는 거지? 거절, 아니지?
       신형 (길진 보고 서글프게 웃으며) 형이 나 얼마나 위하는지 알아. 생각 해
       볼게. 먼저 갈게. (하고 간다)
       길진 (가는 신형 보고, 마음 무거운)

       $#15. 같은 공원

       신형 걸어오다 발걸음 멈춰진다.
       카메라 돌아가면 안고 있는 재호와 현수 보인다.
       신형, 가슴이 무너지는 듯하다.
       신형 돌아서서 걸어가려다 다시 뒤돌아보는, 그런 세사람 한 화면에 잡히고.

       $#16. 냉동실 창고 안, 밤

       장고와 일행 한둘 자기네 게짝 정리하고 있고
       카메라 돌면
       석구, 달건 역시 게짝 정리하고 있다.

       석구 (장고에게) 어제 장사 공쳤다며?
       장구 (석구 보면)
       석구 어떡하냐? 불쌍해서. 나 어제 형이 불쌍해서 잠 한숨도 못 잤어. 우 리
       거래처 그렇게 뺏고 어했는데, 그 거래처들이 우리 아님 물건을 안 받겠다니,
       형한테는 정말 큰일이지 않겠수, 이게?
       장고 밑지는 장사하는 것도 장사냐?
       석구 밑지긴 누가 밑져? 어제는 거래처에서 제 값 주겠다고, 내 노력이
       가상하대나 뭐래나 그러더라고.
       달건 (석구 치며) 어지간히 부아 지르고 일이나 하자.
       석구 그럴까, 형? (하고 달건 따라 일하고)
       장고 (무서운 눈빛으로 석구 보고)

       $#17. 냉동실 밖

       석구의 트럭 세워져 있다.
       석구, 달건 나와 차에 올라탄다.

       $#18. 차 안

       석구 (달건에게, 기분 좋은) 형, 저 자식들 되게 열 받을 거야, 그지?
       달건 (웃으며) 말해 뭐하냐? 가자. (운전해 가고)

       $#19. 길거리, 냉동실 밖

       석구의 트럭 출발하면 장고, 트럭 가는 거 보고 있다가

       장고 (일행들에게 가라앉은) 게짝 내!
       일행들 (장고 보면) ?
       장고 (버럭 소리치는) 냉동실에 있는 재호네 게 싹 다 내다 버리란 말 야!,
       새끼들아!

       시간 경과.

       냉동실 앞에 버려지는 게짝들 (게 들어있는).
       일행들 게짝 날라다 버리고 있고
       장고, 성난 눈빛으로 담배 피운다.

       $#20. 달리는 석구의 트럭 안

       뽕짝 틀어놓고 (서울 시스터즈, 첫차) 신나서 노래 부르며 가는 석구와 달건.
       석구는 춤까지 추고 있다.

       $#21. 애인처럼

       병국, 술만 마시고 있고,
       진숙, 그런 병국 걱정스럽게 바라본다.

       진숙 (어렵게 병국에게) 속 많이 상하셨어요? 남자들은 참 이상해요.
       병국 (진숙 본다)
       진숙 바람 피셨었다면서요. 그리구 지금두 나 만나고.
       병국 진숙씨 만나는 게 어때서요?
       진숙 어떻다니요? 나 만나는 거 문제되려면 충분히 문제 될 수 있어요. 솔직히
       나 만나면서 연애감정 하나도 없어요?
       병국 (진숙 보면) ?
       진숙 솔직히 말하면, 난 이 실장님 만나면서 좀 설레고, 그 설레는 게 우 습긴
       하지만 싫지 않고 그래요.
       그리고 내가 그러면 이 실장님도 그렇겠지 그래요.
       우리야 당사자니까 순수하다 우기지만 남들 눈엔 충분히 불륜처럼 볼 수
       있다구요.
       난 여자구 남자가, 별 다르지 않다고 생각해요.
       사람들 흔히 그러죠.
       여자마음은 단칸방이구 남자마음은 여관방이라구.
       그 말인즉, 여잔 한 남자만 사랑하구 남자는 여러 여자를 사랑한다, 그 뜻인데
       그건 남자들이 자기들 좋자구 지어낸 말일 뿐이에요.
       백 여자 마다않는 게 남자면 백 남자 마다않는 게 여자예요.
       병국 (진숙 보면)
       진숙 물론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 부인이 말했다면서요. 손목도 안 잡았 다구.
       (어이없이 웃으며) 부인 누군지 보고싶어요. 어떻게 남자를 만나면서 손목도
       안 잡혀, 인색두 하지. 그런 부인 두신 거 하늘에 감사하세요.
       병국 (술 마신다)
       진숙 아직도 화났어요?
       병국 시간이 없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제 정년도 가깝고 인생도 정리할 때가 온 거 같구.
       여편네랑 딸내미하구도 좋은 시간 더 갖구 좋게 정리하구 싶은데 맘대로 안
       되네요.
       여편네는 틀어져서 돌아올 줄 모르고, 딸내미는 낼모레 결혼하면 훌쩍 떠날
       테고, 회사는 내가 정리하는 게 아니라 회사가 나를 정 리하려고 들고. (서글

       웃음 지으며) 쉰 다섯해. 참, 긴 시간이라면 긴 시간인데 그 시간을 다 어디다
       썼는지 후회가 되네요. 진숙 살 아오면서 후회되는 일없어요?
       진숙 (서글픈 웃음 지으며) 하루하루가 후회죠. 하지만 난 큰 기대를 갖 고
       살지 않기 때문에 후회가 크진 않아요. 사람들이 말하는 한 평 생이
       육십이라면 우린 이제 다 산 거예요. (서글프게 웃으며 병국 보며) 말은 이렇

       해도 그게 믿어져요? 우리가 끝났다는 게?

       $#22. 재호의 집 전경, 아침

       $#23. 진숙의 방 안

       진숙, 재호, 재영, 석구 밥 먹고 있다.

       석구 (나물 집어먹으며) 와, 맛있다, 이거 정말 맛있네. (진숙에게) 이모, 이

       취나물이지? 우리 시골 가면 이 거루 쌈 싸먹는데.
       그렇게 먹어두 맛있어요. 다음엔 그렇게 한 번 해보세요. (하며 밥 먹는데)
       재영 (그런 석구 밉게 본다)
       재호 (밥 먹으며 석구와 재영 보지 않고) 쌈 싸먹는 취는 이 취 아냐.
       여름 취로 쌈 싸먹지 누가 말린 취로 쌈 싸먹니? 여름에 그렇게 해줄게.
       재영 (석구 흘겨보며) 주는 대로 먹으면 되지 무슨 말이 많어?
       석구 무슨 말이 많어, 내가 취나물 얘기밖에 더했냐?
       재영 밥상에 앉자마자 맛있다, 맛있다 계속 안 그랬어? 그 맛있다 소리 에 난
       밥맛이 다 떨어진단 말야. 김칫국물은 추접스럽게 입에다 묻 히구.
       재호 (밥 먹다 재영이 하는 말에 고개 들어 재영 보며) 강재영.
       재영 (재호 보면)
       재호 (재영 보며) 너, 오빠 친구한테 말버릇이 그게 뭐야? 석구가 니 친 구야?
       너보다 일곱 살이나 많어, 임마.
       니 친구 대하듯이, 이랬어, 저랬어, 그러지 마. 그리고 왜 오빠 소리 안해.
       (사이) 조심해, 너. (하고 밥 먹는다)
       석구 (재호 보며) 너 오랜만에 바른 말한다. (하고 밥 먹고)
       재영 (여전히 석구 쏘아보고)
       진숙 (밥 먹다 재영 보며) 너 그러다 사팔 된다. 눈 바루 해. (그때 전화 벨
       울린다. 진숙 전화 받고) 여보세요? (사이) 경희구나. 왜? (사이, 안 좋은
       얼굴로) 뭐?

       재호, 재영, 석구 모두 진숙 본다.

       $#24. 재호의 집 수돗가

       신자, 밥상 보 덮은 밥상 가지고 방에서 나오는데 진숙, 옷 갈아입고 방에서
       나온다. 석구, 재호 따라나온다. 재영, 뒤따라 나오며,

       재영 무슨 일이야, 이모?
       진숙 니들이 상관할 일 아냐. 다들 들어가.
       석구 누가 또 가게 깽판 친대요?
       재호 (석구의 말 들으며 방으로 들어가고)
       진숙 (신발 신고 석구 보며) 상관할 일 아니랬지?
       신자 왜 아침부터 다들 서서 그래?
       재호 (방에서 웃옷 들고 나오며) 가요. (하고 신발 신고 밖으로 나간다)
       진숙 (나가는 재호 보다 심란한 얼굴로 재호 따라 나가고)
       신자 (석구와 재영 쪽 보며) 가게에서 쌈 났대?
       재영 (신자 밉게 보며) 쌈 났으면 구경 가실려구요?
       신자 (재영 보며) 이년 말뽄새 보래. 쌈 났으면 말리러 가야지 이년아, 구경을
       왜 가?
       미선 (여전히 목에 파스 붙인 채 출근복 차림으로 방에서 나오다가 재영 보고
       신자 보며) 엄마, 저 기집애가 엄마보고 뭐라 그래, 지금?
       신자 (미선 보며) 니는 끼지마. (하고 들고 있던 상 바닥에 내려놓고, 혼 잣
말)
       쌈이 크게 났나? (하고 나간다)
       미선 (신발 신으며 나가는 신자에게) 엄마, 잘 다녀와. 쌈 말리다 맞지 말구.
       (하며 나가려다 재영, 석구 돌아보며) 근데 두 사람은 왜 붙 어있어?
       석구, 재영 (그 소리에 미선 보며) ?
       미선 (버럭) 떨어져!
       석구 (놀라고)
       재영 (놀라 주저앉으며) 놀랬잖아, 기집애야!

       $#25. 애인처럼 안

       진숙은 허탈하게 앉아있고, 도도한 얼굴로 사장 처 앉아있고, 사장은 기죽은
       듯이 앉 아있다. 신자는 열 받은 듯 앉아있고, 재호는 몹시 화난 얼굴로 사장
       쏘아보고 앉아있다. 경희, 음료수 가지고 눈치 보며 나와 사람들 앞에 놓고
       진수에게,

       경희 사장님, 왜 그래? 무슨 일 났어?
       진숙 (경희 보며) 분위기 보면 몰라?
       경희 (눈치 보며 들어가고)
       사장 처 긴 말 안 하겠어요. 가게를 빼주시던가, 전세금을 내시던가. 둘 중 에
       하날 택하세요.
       신자 그기 사람 죽으라 소리야, 살라 소리야?
       사장 처 (신자 보며) 할머닌 누구세요?
       신자 (사장 처 보며) 니눈 나뻐? 니눈엔 내가 할마씨로 보여? 내 손자 없어.

       아줌마야. 내 이 집 사정 다는 몰라도 쪼매는 알어. (사자 가리키며) 여기 니
       남편, 다달이 와서 돈 가져갔어. 내 진숙이 성질 모르는 사람 아이다. 얘가
       거저는 날로 줘도 안 먹는 인사야. 니는 니 남편이 여길 날로 준 줄 알지만
       천만의 소리다, 그건. 임금님한테 상납을 해도 그리는 몬해. 가게 되나 안 되

       군소리 않고, 돈 내주고. 그런데, 가겔 빼? 차라리 혀를 빼라, 년놈아. 어데서
       그런 무식한 소릴 해싸. 지 껏도 아님서.
       사장 처 (신자 무시하고, 진숙 보며) 우리 이 양반 요즘 사업이 잘 안돼요.
       친구사인 건 좋은데 더는 봐드릴 수가 없어요. 권리금이구 뭐구 안 받을
       테니까 전세금만 내요. 이거 오천이면 거 저예요.
       진숙 (황당하게 사장 처 보고) 이 보래, 이 보래. 니 오천이 뉘집 똥개
       이름이야? 니는 만원짜리로 밑 닦나, 돈이 돈 같지 않어? 마른하늘에
       날벼락도 유분수지. 장사 잘 하고 있는데 가게를 빼라는 둥, 전세금을 내가는
       둥. 그리구 뭐? 권리금은 안 받어? 니가 여기 권리가 어딨어? 나이 쉰 넘게
       처먹은 년이 이 술 팔아 가지고 밥 벌어 먹겠다는 데 불쌍치도 않어?
       진숙 (답답하다, 신자에게) 가만 있어요.
       신자 야, 열딱지 나네. 이거, 승질 같아선 발개벗고 길길이 뛰고 싶네, 진짜.
       (진숙 보며) 같이 벗을래?
       사장 정 사장 미안해. 워낙 경기가 안 좋아서.
       진숙 (사장 보며) 경기가 안 좋아서 나한테 이런 얘기하는 거 이해는 하 는데
       식전부터 부인 대동하구 이건 좀 너무한 거 아냐? 혼자 오면 내가 약 쓸까봐,
       아니 이 코딱지만한 가게 안 준달까봐, 그래서 그 랬어요?
       사장 처 (벌떡 일어나며) 아니 이 여자가 누구를 훈계해? 내 가게 내가 달
       라는데 무슨 말이 많냐구?
       신자 (벌떡 일어나) 니가 일어나면 어쩔 거야? 내도 인났다. 니 내 칠 거야?
       진숙 (황당하게 사장 처 본다)
       재호 그만들 하세요. (사장 처 보며) 사모님 앉으세요. (신자 보며) 아주 머니

       앉으세요.
       사장 처 (신자 보며 황당한 표정으로 앉고)
       신자 (사장 처에게 주먹 쥐어 보이며 재호 가리키며) 니 얘만 아니었으 면
       죽었어. (하고 앉는다)
       재호 (사장에게) 이 가게 비워드리겠습니다. (신자, 진숙 놀라 재호 보고, 재
호,
       사장에게) 비워드릴 테니까 다신 여기 오지 마세요.
       시간 경과

       홀 안쪽에서 신자, 진숙 걱정스럽게 보고 진숙, 재호 (속상한) 어깨 치며
       열받아 얘기한다.

       진숙 (화난) 누가 너보고 그런 말하래? 이 가겔 왜 줘, 이 자식아! 이 가 겔
누구
       맘대로 내 줘? (버럭) 누가 너보고 내 일에 상관하래!
       신자 (재호 눈치 보며) 니 잘못했어. 이모한테 잘못했다 캐. 이 나이에 몸은
       줄망정, 밥줄은 못 주는 기야, 잘못했다캐.
       진숙 너만 살려구 노력해?! 내가 십년 넘게 가꾼 거야. 웃음 팔고 술 팔 아서
       만든 곳이야. (버럭) 니가 뭔데 내 가겔 주라 말해, 이 자식 아!
       재호 (진숙 마음 아프게 보며, 속상한) 그래요. 잘못했어요. 근데 난 정말 요,
       이모가 이런 대접받는 거 싫어요. 나두 이모가 여기 얼마나 공 들였는지
       알아요. 인테리어에서부터 작은 소품 하나까지 이모 손 안 간 데가 없어요.
       심야 영업한다구 서에서 경고 들어오면 이모, 서장한테 가서 무릎까지
       꿇어가면서 싹싹 빌었죠? 그래두 안 되서 가게문 닫히구 정지 먹으면 이모,
       영업 없는 데두 가게 나와있었어요. 속 상해두 이모, (바 가리키며) 저 자리에
       있었 구 기뻐두 저 자리에 있었어요. 나 그거 모르는 놈 아니예요.
       진숙 아는 놈이 그렇게 말해?
       재호 (버럭) 알기 때문에 그런 거예요! 이 가게가 이모 분신이다, 누가 그걸
       알아줘요? 이모를 사랑했다던 저 김사장도 몰라줘요. 여길 기껏
       오천만원짜리 술집 정도로밖에 안 본다구요. (버럭) 난 그게 화가 난단 말예요.
       알아요!
       진숙 (속상해, 재호 보고)
       신자 (재호 달래며 등 떠밀며) 니 맘 알어, 알어. 그라니 니 가라 가. 어 서
어서.
       재호 (화난 얼굴로 머리 쓸어 올리며 가고)
       신자 (진숙 끌며) 이리 와봐. (테이블로 진숙 데려가 앉히고) 재호가 저 러는

       서운해 마라. 저 자식 나이는 어려도 속이 깊어. 다 니 생 각해서 그러는 기야.
       알제?
       진숙 (속상해 한숨 쉬고) 몰라.
       신자 (진숙 눈치보며) 내 오백 있는데 니 빌려주까?
       진숙 됐어요.
       신자 이를 어쩌면 좋나. 니 오천만원은 없지?

       $#26. 재호의 방

       석구, 재영 앉아서 얘기하고 있다.

       재영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물을게. 미선이랑 뽀뽀했어? 목에다 키스마 크
       생길 정도로 뽀뽀했냐구.
       석구 (재영의 태도가 맘 아프지만 조금은 짜증스럽게) 했으면 어떻구 안
       했으면 어떠냐? 니가 상관할 게 아냐. 넌 내가 썩박이구 바보구 등 신이잖아.
       그런 놈한테 무슨 관심을 두냐?
       재영 그 말 다 취소할게. 오빠는 썩박두 아니구 병신두 아니구 등신두 아니야.
       그냥 오빠야.
       석구 너 나 정말 좋아하냐?
       재영 말하고 싶지 ㅇ낳어. 미선이랑 키스했는지 안 했는지 그것만 말해. 석구
       내가 너 안 만나는 거 재호 때문만은 아냐. 나 같은 놈 만나봤자야, 너.
       재영 오빠가 어때서?
       석구 (버럭) 어떻긴 뭐가 어때, 썩박이지! 솔직히 나 고등학교 나왔지만
       구구셈도 헷갈려. 학벌은 고졸이지만 실력은 국졸이란 말야. 폭력 전과 있는
       것두 알지? 빨간 줄 갔다 이 말이야.
       재영 오빠가 누굴 때려서 간 것두 아니잖아. 오빠는 그 싸움할 때 망만 봤다며.
       친구들이 도망가서 오빠만 잡혔 다며. 오빠가 무슨 죄야? 이 나라 법이 잘못된
       거지. 그게 쪽팔려?
       석구 쪽 팔려! 남자들 세계에서는 차라리 때리는 게 낫다니까. 망보다 잡혔다
       그러면 사람들이 더 우습게 본단 말야. 너두 나 그래서 우 습게 보는 거
       아니냐?!
       재영 미선이랑 뽀뽀했어?
       석구 (짜증내며 버럭) 했어!
       재영 (놀라 어이없는, 나간다)
       석구 (재영 나가는 거 보며) 저것두 들 떨어졌어. 지 같으면 미선이 같 은 애

       뽀뽀하구 싶어? 물을 걸 물어야지. 에이, 짜증 나. (하고 자기 머리 흐트리고)

       $#27. 인숙의 방

       달건 누워있고 희진, 숙제를 하는지 전과를 베끼고 있다. 인숙, 실밥 뜯다 희

       물끄러미 보며,

       인숙 희진아, 너 지금 숙제하는 거 아니니?
       희진 (여전히 베끼며) 네.
       인숙 숙제를 니 힘으로 해야지 전과를 왜 베껴?
       희진 내 맘이에요.
       인숙 (단호한 얼굴로 실밥 놓고 전과 뺏는다)
       희진 (그런 인숙 째려본다)
       인숙 (그런 희진 보며 단호하게) 너 엄말 무시해도 어떻게 이렇게 무시 하니?
       반장이면 모범을 보여야지 전과나 베끼고 이러면 안 되잖아.
       희진 (큰소리로) 아줌마가 상관할 일이 아니랬잖아요!
       달건 (일어나며) 왜 이렇게 시끄러워? (인숙 보며) 밤새 일하구 낮에 잠 한숨
       자는 거 몰라서 그래? 왜 애하구 다퉈?
       인숙 (달건 보며) 다툴만해서 다투는 거예요. 아니 다투는 게 아니라 야 단치

       있는 거예요.
       달건 희진이가 야단칠 게 뭐 있어?
       인숙 뭐 있냐구요? 많아요. 너무 많아서 셀 수가 없어요.
       달건 (인숙 보면)
       인숙 얘가 나 엄마로 생각하는 줄 알아요? 학교에서 엄마 오라고 해서 갔더니
       오경희라구 애인처럼에 있는 아가씨가 와 있더라구요. 당신, 그거 알았어요?
       달건 (희진 보면)
       희진 (달건에게) 그 언니가 학교 구경하구 싶다구 그래서 데려간 거야.
       인숙 (희진에게) 서희진! 엄마 말 잘 들어. 아빠랑 나랑 결혼했어. 내가 아무

       못나두 니 엄마야. 이제부터 나한테 아줌마라고 부르지 마! 한 번만 더 그렇게
       부르면 혼을 내줄 거야. (하고 나간다)
       희진 (콧방귀 뀌는) 치!
       달건 (희진 보며) 너, 엄마한테 잘 해. 엄마가 너 땜에 돈 버느라 얼마나 힘든
대.
       희진 (달건 보며) 아빤 내가 좋아, 아줌마가 좋아?
       달건 (희진보다 천장보며 한탄한다) 얘두 여잔 여자네. 벌써부터 바가지 긁구.
       (희진 보며) 아이고 고단하다.

       $#28. 애인처럼 밖

       인숙, 경희의 팔을 끌고 나온다.

       인숙 이리 와!
       경희 아우 아줌마, 왜 이래. (하며 끌려가고)

       $#29. 애인처럼 근처 막 다른 골목

       인숙, 경희 서서 얘기하고 있다.
       인숙 (경희를 같잖게 보며) 아가씨. 내 말 잘 들어. 우리 희진이한테 잘
       해주지마. 달건씨한테도 잘 해주지마. 처녀가 어디 할 일이 없어서 애 딸린
       유부남한테 눈길을 주냐?
       경희 아줌마가 봤어? 내가 눈길 주는 거?
       인숙 이게 어디서 반말이야, 야! 나두 너만한 동생이 있어.
       경희 (비웃음 지으며) 아줌마 동생, 아줌마한테 존댓말 하니? 언니 동생
       사이에 존댓말 하구 살어, 그 집안은? 그리구 난 아줌마 같은 언니 없어. 난

       마음이 가는 대로 할 거 야. 희진이가 이뻐서 잘 해주고 싶으면 잘 해줄 거구,
       달건이 아저 씨가 괜찮게 느껴져서 사귀고 싶으면 사귈 맘두 있구.
       인숙 너 내가 안 무섭니?
       경희 (인숙을 아래위로 훑어보며) 등치 보면 무서워. 그렇다구 내가 하고 싶은
       짓을 안 하고 싶진 않어.
       인숙 여러 말 안 할게. 너 나한테 깔리면 못 일어나. 그것만 알어. 니 얼 굴
       나처럼 만들기 전에, 조심하란 말이야, 기집애야. (하고 간다)
       경희 (가는 인숙 쏘아보며) 내 취미가 남의 집 분란 만드는 건데 그게 얼마나
       재밌는데 그걸 그만 둬? 그리구 날 깔아뭉갠다구 내 얼굴 을 지처럼 만들어.
       (웃다가, 심각하게) 등발 보니까 괜히 겁주는 건 아닌데, 겁을 줘도 어떻게
       저렇게 겁을 주냐, 겁나게?

       $#30. 시장, 몽타쥬성

       혜자, 길진 기분 좋게 장보고 있다.

       $#31. 생선 가게 앞

       혜자 (꽁치 들고) 꽁치 얼마예요?
       길진 (갈치 들고 혜자 얼굴 가까이에) 이건 어때요?
       혜자 어머, (하며 놀래도 싫지 않은)

       $#32. 과일가게 앞

       혜자 (사과 담은 봉지 받아들고 주인에게) 덤 하나만 더 주세요.
       주인 안 돼요.
       길진 (그런 혜자 보다) 어머니 그냥 가세요. (하고 헤자 끌고 간다)
       혜자 (길진에게 끌려가며) 아유, 이렇게 많이 살 땐 덤 하나 더 주는 거 야.
       받아와야 되는데...
       길진 (주위 둘러보며, 주머니에서 사과 하나 꺼내 혜자 보여주면)
       혜자 (놀래고)
       길진 제가 실은 도벽이 있어요. 슬쩍했어요.
       혜자 웬일이니. (하며, 길진의 어깨 치며 웃고)
       길진 (그런 혜자 보며 웃으며 혜자 어깨 두르고 가고)

       $#33. 시장 안 포장마차

       길진, 혜자 국수 먹고 있다.

       혜자 (길진에게 자기 국수 덜어주며) 괜찮지?
       길진 아뇨, 이왕 주실 거면 국물도 주셔야죠.
       혜자 (웃으며, 국물 덜어주고)
       길진 (맛나게 먹고)

       $#34. 주차장

       길진, 양손에 장 본 것 들고 트렁크에 싣고, 뒤쪽에서 그런 길진을 대견스레
       보고있는 혜자 보며

       길진 어머니, 타세요.
       혜자 (길진 흐뭇하게 보고 웃는다)
       길진 (혜자 보며) 왜 웃으세요?
       혜자 나랑 신형이 아빠랑 신혼 때 일요일마다 장보러 다녔거든, 그게 생
       각나서. (수줍은 듯 웃으며) 그 때 우리 참 행복했는데. (하며 조수 석에 탄
다)
       길진 (그런 혜자 보고 웃으며 운전석에 타고)

       $#35. 신형의 집, 주방

       혜자와 현수, 길진, 식탁에 앉아있다. 길진 물마시고 있다. 신형은 장 본 것
       냉장고에 넣고 있다.

       신형 (장 본 것 정리하며) 장 많이 봤네. 이게 며칠치야?
       혜자 떡 본 김에 제사 지낸다고 길진이 논다니까 내가 일 좀 시켰지. 일
       주일치야.
       현수 오늘 저녁엔 꽃게탕 먹을 수 있는 거예요?
       혜자 (현수 보며) 그래.
       신형 이게 냉동인데. 엄마, 이거 냉장고에 넣지 말고 조리대에 내 놀까?
       혜자 (신형보며) 그래라.
       현수 (길진에게) 오빠, 그렇게 앉아있으니까 꼭 이 집 사위 같다.
       길진 (웃고)
       혜자 그러게. 나는 신형이 시집 보낼 맘 없었는데 오늘 길진이랑 장 보 러
       다녀보니까 신형이 줘도 되겠더라.
       신형 (그 말에 냉장고 정리하다가 혜자 보고)

       $#36. 신형의 집 대문 앞

       길진, 대문에서 나오고 신형, 길진 뒤따라 나오며 길진을 배웅한다.

       신형 잘 가, 형.
       길진 그래. 춥다. 들어가라.
       신형 가는 거 보구.
       길진 뒷모습 보이기 싫어. 니가 먼저 들어 가.
       신형 우리 엄마, 요즘 좀 우울했는데 놀아줘서 고마워.
       길진 남처럼 무슨 인사냐?
       신형 (길진 보며) ?
       길진 왜 놀래? 우리 남이야?
       신형 (어색하게 웃는)
       길진 (그런 신형보고, 작게 웃으며) 넌 왜 이렇게 들키니? 그냥 넘어가 면
       안돼?
       신형 무슨... 말이야?
       길진 우린 아직 남이야, 형. 그러고 있잖아. (하고, 서글프게 웃으며 차로 가
       차에 탄다)
       신형 (그런 길진 보다가, 집으로 들어간다)
       길진 (운전석에서 백밀러로 집으로 들어가는 신형 보다가 출발한다)

       $#37. 신형의 집 안방

       혜자, 화장대 앞에서 화장 지우는데 신형, 안방 문 연다.

       혜자 (화장 지우며 신형 본다)
       신형 (들어와 혜자에게, 신경질적인) 엄마, 왜 그렇게 쓸데없는 소릴 해?
       혜자 내가 뭘?
       신형 길진이 형한테 날 가져가라느니, 준다느니 내가 무슨 물건이야? 정 교수
       될 때까진 나 결혼할 생각 눈꼽만치도 없단 말이야!
       혜자 (어이없다) 너 싫으면 말어. 왜 승질이야? 별스럽네 증말. 야, 너두 참
       이상하다. 결혼하지도 않을 남자를 뭐 하러 뻔질나게 집에 들락 거리게 하니,
       그럼? 엄만 너 결혼하든 안 하든 상관없어. 너만 행복하면 돼. 괜히 승질
       부리지 말고, 니 일 봐.
       신형 아버지한테도 그렇게 말해. 결혼 얘기하지 말라구 하란 말야!
       혜자 그거야 아버지 맘이지. 아버지가 아버지 집에서 하고 싶은 말도 못 하구
       사니? 이게 니 집이야, 웃겨, 얘가. 지 집이면 에미 애비 숨도 못 쉬게 하겠네,
       얘가.
       신형 더 말하기 싫어, 다신 엄마두 아버지두 결혼 얘기하지마, 알았어! (하고
       나간다)
       혜자 (그런 신형 보며) 쟤가 딴 남자가 있나 왜 저렇게 예민해서 그래. (하며
       화장 지우는)

       $#38. 신형의 방

       현수, 책상에 앉아 자기 손보고 있다. 재호, 생각하는 눈빛이다. 카메라 돌면
       신형은 침대에서 책보고 있다.

       현수 (의자 돌려 신형 보며) 언니.
       신형 (책보며) 왜?
       현수 (자기 손 펴 앞뒤로 신형에게 보이며) 내 손 이뻐?
       신형 (그런 현수 보고 고개 끄덕이며) 응. 근데 왜?
       현수 (여전히 자기 손보며) 재호가 어제 내 손이 자기 엄마 닮았다고 그
       러더라.
       신형 ! (순간 재호가 한 말 생각하는 신형의 얼굴 위로 재호의 목소리 들린다)
       재호E 이 교수님 참 우리 엄말 많이 닮았어요.
       신형 (순간 기분 나빠진다. 책 놓고 밖으로 나간다)

       $#39. 신형의 집, 일층 베란다.

       신형, 베란다 문 열고 들어와, 의자에 앉아 속상한 얼굴로 머리를 쓸어 올린다.
       도대체 자꾸 재호 얘기만 나올 때마다, 자신이 왜 예민해지는지 그 이유를
       모르겠다. 그때, 베란다 문 열고 현수 들어와 그 옆에 앉는다.
       신형 (모른 척 가만있다)
       현수 (신형 보며, 조금은 가라앉은) 왜 그래?
       신형 바람 좀 쐬고 싶어... (하다, 현수 보며 작심하고) 현수야.
       현수 왜?
       신형 재호 말이야.
       현수 재호, 뭐?
       신형 걔, 우리 갖고 노는 거 같지 않어?
       현수 ?
       신형 너한테 엄마 닮았다구... (어이없다는 듯 고개 돌려 웃다가, 현수 보 며)
       나한테두 엄마 닮았다드라. 그 말 듣는 순간,, 나 걔 불쌍했어. 우리 닮았어?
       아니잖아. 너랑 나한테, 그런 똑같은 말을 하는 의도가 뭐겠어?
       현수 언니한테두 그랬어? (웃으며, 신형 보며, 대수롭지 않게) 언닐 이용 해,
       나한테 오고 싶다, 그거겠지? 난 걔 그런 게 좋아. 사람을 잘 속이지만, 또 잘
       들키지. 거짓을 들킬 만큼, 걘 순수해, 그게 좋아. (웃으며, 하늘 보며) 이제
       바람이 덜 차자.
       신형 (현수 보다, 외면하며, 안 들릴 정도로 혼잣말) 날 이용해서, 너한 테...
       그래 그런 거겠지. 날 이용해서... 너한테... 그런 거야...

       $#40. 재호네 동네 번화한 길거리, 밤

       미선, 석구 얘기하며 걸어오고 있다.

       석구 너 왜 그렇게 뻥을 쳐? 내가 언제 너랑 입을 맞췄냐?
       미선 언젠간 맞출 거잖아.
       석구 얘 완전히 똥배짱이네. 내가 너랑 입을 왜 맞추냐?
       미선 옛날에는 돈 받고 자주는 여자하고도 입맞췄다며. 근데 나랑은 왜 못
       맞추냐?
       석구 그건 내가 맞춘 게 아니라 당한 거야.
       미선 나한테두 한번 당해볼래?
       석구 (순간 황당하다) 뭐 이런 게 다 있냐?
       미선 오빤 나한테 구박을 하면 할수록 더 크게 다치는 수가 있어. 떡볶 이나
       사줘. (하고 간다)
       석구 (답답하다) 완전 코뀄네 코뀄어.

       $#41. 포장마차 떡볶이 집 앞

       재영, 가다 출출한 지 포장마차 힐끗 보다 들어간다.

       $#42. 포장마차 안

       미선, 석구 떡볶이 먹고 있다. 그때 재영, 들어선다. 들어와 미선과 석구
       앉아있는 모습 본다.

       미선 (떡볶이 먹다 재영 보고 서둘러 떡볶이 먹고 재영에게) 앉아라. 석 구
       오빠 옆에 말고 내 옆에.
       재영 (그런 미선 보다 기분 나쁘게 나간다)
       석구 (나간 재영 쪽 보고)
       미선 우리가 입 맞췄다는 게 쟤한텐 큰 충격이었나 봐. 다음엔 잤다구 그럴까?
       석구 (그런 미선 보고) 너 입 조심해. (하고 재영 간 쪽 보면)
       미선 (그런 석구 보고) 보지마.
       석구 (미선 보면)
       미선 (떡볶이 먹으며) 두 사람이 아무리 그렇게 붙을려구 해봤자야. 내가
       오빠한테 엉겨붙은 이상 오빤 나한테서 못 떨어져. 내 별명 알지? 구로동
       끈끈이. 한번 붙으면 죽을 때까지 안 떨어진다. (주인에게) 오뎅 국물 좀 더
       주세요.
       석구 (그런 미선 보다 고개 돌리며) 돌겠네.

       $#43. 학교 전경, 낮

       $#44. 강의실 안

       신형, 건조한 얼굴로 시험지 세고 있다.

       신형 오늘 시험감독은 내가 직접 할 거예요. 커닝하다 들키면 학점은 없
       습니다. (하고 시험지 센 것 오른쪽 학생에게 주며) 한 장씩 돌려 가지세요.

       재호, 그런 신형 보는데
       신형, 재호 보지 않고 창가 쪽 본다.

       $#45. 복도

       복도 쪽 창으로 강의실 안 들여다보면 학생들 시험보고 있다. 신형, 손에 볼펜
       들고 학생들 책상 사이를 왔다갔다한다. 학생들 열심히 시험보고 있다.

       $#46. 강의실 안

       학생들 시험 보고있고 신형, 무표정한 얼굴로 재호 쪽으로 간다. 볼펜 든
       손으로 머리 쓸어 올리다 볼펜 떨어뜨린다. 재호가 집어주려 하면 신형이
       먼저 집고,

       신형 (볼펜 집으며 보지 않고 남대듯, 건조하게) 시험이나 잘 봐.
       재호 (그렇게 말하는 신형이 의아하다)
       신형 (재호 보지 않고 가고)
       재호 (시험지에 답 쓰다 신형 보고)

       시간 경과

       신형, 교탁 앞에 서있고 학생들 시험지 내고 한 사람씩 나간다.

       현수 (시험지 내면)
       신형 (작게 현수에게) 잘 봤니?
       현수 (작게) 물론. 저녁에 제이진에서 만나는 거 안 잊었지?
       신형 (현수 보고) 응.
       현수 (나가고)
       재호 (잠시 후 일어나 시험지 교탁 위에 내고 나간다)
       신형 (짐짓 재호 보지 않으려 애쓰는)
       민철 (시험지 내고 나가며) 수고하셨습니다. (하고 나가고)
       신형 (그런 민철 보며 작게 웃고)

       $#47. 복도

       현수, 재호 얘기하고 있다.

       현수 집에 무슨 일 있어?
       재호 (말하고 싶지 않다) 어...
       현수 무슨 일?
       재호 말하고 싶지 않아.
       현수 (서운한 마음 들지만, 참고, 애써 웃으며) 너 어쩔 땐 나보다 더 매 몰찬

       알어?
       재호 ?
       현수 잘 묻지도 않는 애가, 물을 땐... 상대에 대해 관심이 아주 많다는 얘기
야.
       (애써 밝게 웃으며) 말하고 싶을 때 말해. 내가 귀찮게 하 는 거 아니지?
       재호 (고개 젓는다)
       현수 정말 오늘 시간 없니? 너랑, 신형이 언니랑 길진이 오빠랑... (하다) 어,
       송길진 교수님, 신형 언니랑 친하거든. (재호 눈치보며) 같이 놀구 싶었는데.
       정말 안돼?
       재호 오늘은 좀 그렇다.
       현수 할 수 없지, 뭐. 다음에 보자. (하고 가고)
       재호 (가는 현수 보고)

       $#48. 강의실 안

       텅 빈 강의실에서 신형, 시험지 모두 챙겨 가방에 넣고 나가려는데, 그런 신형
       얼굴 위로.

       재호 이 교수님.
       신형 (돌아보면 재호 서있다. 냉랭한 목소리로) 안 가고 뭐해?
       재호 (신형 있는 쪽으로 와, 걸상에 걸터앉으며, 어렵게) 내가 뭐 잘못한 거
       있어요?
       신형 (건조한) ...
       재호 내 느낌인진 모르겠지만 나를 별로 안 보고 싶어하시는 거 같아서 요. 왜
       그런지 묻는 거예요.
       신형 (재호 보다) 강재호.
       재호 (신형 보는) ...
       신형 너 내가 많이 우스워?
       재호 (신형 보면) ?!
       신형 넌 여자 꼬실 때 누구한테나 엄마얘기 해? 우리 엄말 닮았어요. 그 런 말
       누구한테나 하니? 그런 말 하면 여자들이 쉽게 넘어오나 보 지?
       재호 무슨... 말이에요?
       신형 (조금 맘 아프게 웃으며) 나는 지금껏 니가 보여주는 대로 니가 말 한
       대로 그대로 믿었어.
       재호 (가라앉은 목소리로) 그런데요?
       신형 그런데? (사이) 이젠, 안 믿어.
       재호 (신형 보며,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 난, 내가 뭘 잘못했는지, 모르겠 어
요,
       모르겠어요.
       신형 니가 니 엄마얘기 할 때 나 마음이 아팠어. 날 닮았다고 말했을 때 무슨
       마음인진 잘 모르겠지만 마음이 아팠어. 니가 안쓰럽구, 잘 해 주고 싶었어.
       (애써 웃으며) 어제 현수가 그러더라. 언니, 내 손이 재호 엄마를 닮았대.
       재호 ...
       재호 ...
       신형 (속상한, 맘아픈) 나랑 현수, 견주고 있어? 감히 니가? 너 그렇게 잘 났
어?
       재호 (답답하게 보며) 난 그런 뜻으로 말한 거 아니에요.
       신형 니가 무슨 뜻으로 말했는지 그것까지 알고싶지 않아. 현수 좋아하 지?
       그럼 좋아해. 좋아하면 되잖아, 누가 말려? 현수도 니가 싫지 않은가 보더라.
       그럼 된 거지? (사이) 두 사람 사이에 나 끼지 마. 나 너한테 이용당할 만큼
       어리석지 않 아. (하고 돌아서 문 거칠게 여닫고 나가는)
       재호 (그런 신형 보고 속상하고)

       $#49. 복도

       신형, 속상해 이 앙 다물고 걸어가는.

       $#50. 카페 전경, 밤

       $#51. 카페 안

       신형, 현수 병맥주 마시고 있다.

       현수 (웃고)
       신형 (마음이 답답하다)
       현수 (술병 보며) 오늘 계획 완전 꽝됐다. 재호두 바쁘구 길진이 오빠두
       바쁘구. (신형보고) 사실 우리도 한가한 건 아닌데. 아니 솔직히 한 가해, 그
지?
       (하며 웃고)
       신형 (현수 보지않고 가만히 술 마신다)
       현수 (그런 신형 보다) 언니 이상하다. 몇시간 째 말한마디 안 하구? 신형 (현

       보며, 담담하려 애쓰며) 전에 재호랑 다툰 거 같더니, 화해했 어?
       현수 (씁쓸하게 웃으며) 화해가 아니라 일방적으로 내가 빌었지.
       신형 (현수 보면)
       현수 (씁쓸하게 웃으며 창가 보며) 조현수가 남자한테 빌 일이 다 있구.
       (신형보고 웃으며) 안 어울리게. 그지?
       신형 (혼잣말) 우리 이러면 안 되는데.
       현수 (술마시다, 신형보고 뭔가 싶은) ?
       신형 (맘 아프게 슬몃 웃고, 현수 보며) 현수야...
       현수 ?
       신형 (어렵게) 너... 내가 만약에 재호를 사랑하면... 어쩔래?
       현수 (그런 신형 보고) !


       그런 두 사람 한 화면에 잡히면서 엔딩.

       <제 10 회 끝>

 

 

 

첨부파일 우정사 - 10.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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