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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대본

[우리가 정말 사랑했을까] 17

작성자수다쟁이|작성시간11.02.21|조회수601 목록 댓글 0


    제17부   
 
3월 24일 수요일 밤 9시 55분  

$#1. 길진의 집 전경, 밤

$#2. 길진의 집 안

신형, 길진 테이블에 마주 앉아있다. 신형, 휴지로 눈물 닦으며 눈물 참으려 애쓰며
있는, 길진, 그런 신형 안보고 굳은 얼굴로 앉아 있다.

신형 (고개 숙이고, 길진 못보고 물기 밴 목소리로) 내가 이러는 게 형한테 얼마나 잘
못하는 일 인줄 나도 알아. 하지만, 내 의지 없이 마냥 형이 하잔 대로하면서, 끌려갈
순 없어. 난 지금 혼란스러워, 그래서 혼자 있고 싶은 거야. 나 혼자 있게 해줘. 부탁
이야.

길진 (고개 들어 신형 보며, 맘 아픈 화나지만 애써 참으며) 언제 까지.

신형 (길진 보고, 여전히 물기 밴, 단호하게 보는) 잘 몰라.

길진 내가 그렇게 못한다면, 혼자 둘 수 없다면.

신형 (눈가 그렁한 채, 단호하게) 형 안볼 거야.

길진 !?

$#3. 바깥에서 본 길진의 방

길진 창가에 서서 맘 아프게 그러나, 굳은 얼굴로 가는 신형을 보고 있다.

$#4. 현관

신형, 눈가 그렁한 채, 안 울려 애쓰며 길 쪽으로 걸어가는.

$#5. 길진의 집 안

길진, 커튼을 치고 와 주방 쪽으로 가서 양주 따라 마시고, 식탁에 굳은 얼굴로 앉는,
답답하다.

$#6. 시장 전경

재호의 차 한쪽으로 와 멈춰선다.

$#7. 재호의 차 안

재호, 굳은 얼굴로 안전벨트 풀고 있다.

현수 여길 왜 온거야?

재호 내가 일하는 곳보고 싶어했잖아. 내려. (하고 내리는)

현수 ?

$#8. 시장 경매 사무실 (한가하고 텅 빈 분위기)

재호 (작업복 차림), 현수, 사무실 한쪽에 앉아있다. 현수, 둘레를 보고 재호 보며

현수 여기서 구체적으로 하는 일이 뭐야?

재호 (현수 보고) 게 경매. 생산지에서 올라온 게를 우리가 사서 일반 도매업자들한테
넘기는거야.

현수 (잘 모르겠다) ?

재호 잘 모르겠지. 몰라두 돼. (옆에 두었던 모자를 쓴다.)

현수 그 모자는 뭐야?

재호 밥줄.

현수 밥줄?

재호 이걸 써야만 중개일을 할 수 있어.

현수 언제부터 이 일 했어?

재호 중개인 된건 일년 반? (안보고, 건성건성) 그 전엔 막일했어. 배추 트럭두 내리
구, 무 트럭두 내리구, 광어, 우럭, 그런것두 내리구.

현수 (안된 마음 든다) 니가 이런 일 안 했으면 좋겠다.

재호 (기분 안 좋다. 현수 안보며, 자조적인, 건성건성) 어차피 너 랑 결혼하면 안 해
두 되잖아. 너희 아버지 그룹회장인데 하나 뿐인 사위 지사장 자리 하나쯤은 주시겠지
안 그래?

현수 (맘에 안 드는) ?!

$#9. 신형의 방 안

신형, 전화 받고 있다.

신형 (담담한) 엄마? 어디 들르실 때 있다구 좀전에 나가셨어. 아 버진 오늘 출장 가
셨잖아. 근데 어디야?

현수E 여기 재호 일하는 사무실이야.

신형 (맘 안 좋다. 감추구) 그래... 언제 들어올거야. 키 안 가져갔 잖아?

$#10. 재호의 사무실 안

재호, 구두 벗고 신 신고 있다.

현수 오늘 못 들어갈거 같애.

재호 (굳은 얼굴로, 신 신다 현수 보는) ?!

현수 (재호 안보고) 말씀 좀 잘 드려줘. (사이) 그래. 낼 봐. (하고 전화 끊는다)

재호 집엘 왜 안 들어가? 경매장 구경하고, 들어가. 지금부터 일 시작하면 아침에나
끝날거야. (하고, 신 마저신는)

현수 (쳐지지 않게) 너랑 있고 싶어.

재호 (신 신다, 현수 보는) !?

$#11. 신형의 방 안

신형, 전화기 보며 가만히 앉아있다. 시선 트는데 맘 아픈 얼굴이다.

$#12. 애인처럼 안

진숙, 카운터에서 장부보고 있다. 그 때 문 벌컥 열리고 진숙, '어서 오세요' 하며 고
개 돌리면 혜자, 기분 안 좋은 얼굴로 서 있는. 진숙, 이게 무슨 일인가 싶다.

$#13. 애인처럼 전경

진숙E 지금 나 신문하는 거야?

$#14. 애인처럼 안

한쪽 테이블에 진숙, 혜자 앉아있다. 혜자, 진숙을 가소롭다는 듯 노려 보고 있 고 진
숙, 혜자를 만만치 않게 보고 있다.

혜자 (화나는 것 간신히 참으며 애써 웃으려 하며) 묻는 말에나 대 답해. 어디서 어디
까지 간거야?

진숙 내가 먼저 묻자. 언제부터 안거야?

혜자 언제부터 알았냐? 그러야 나도 모르지. 니들이 언제부터 만났 는지 모르니까.

진숙 니 들? 넌 니 남편을 그렇게 부르고 싶니? 이 실장님이 왜 밖으로 도는지 그 이
유를 알겠다. 집에 있는 여편네가 너처럼 내숭이나 떨구 야비하게 뒷조사나 하구 다니
구. 내가 남자라 도 밖으로 돈다.

혜자 (진숙이 그 말에 입술이 부르르 떨린다.) 나쁜 년.

진숙 (화나, 기분 상한) 다시 한번 말해 봐. 뭐라고?

혜자 말꼬리 잡고 늘어지지마. 너 내 남편이랑 잤어? 나 몰래 살림 차렸니?

진숙 (어이없게 혜자 보며) 너 무슨 상상을 하는거야? 넌 니 남편 을 그렇게 못 믿어?
우린 니 생각처럼 드럽게.. 그렇지 않어. 육체적으로는 털끝만큼도 섞이지 않은 순수
한 정신적인 관계 라구.

혜자 (부르르 떨며) 뭐 니 생각처럼 드럽게? 정신적인 관계? (하고 진숙의 뺨 때린
다.)

진숙 (맞고 혜자 본다)

혜자 (눈가 그렁해 입술 떨며, 큰소리) 정신적인 관계? 니들이 정 신적인 관계면 난
뭐야. 집에서 밥이나 해주구, 빨래나 해주 는 파출부야!

진숙 (혜자 보면)

혜자 (입술 여전히 바르르 떨며) 넌 내가 너무 과하다구 생각 하겠 지? 나이 오십 넘
어서 남자 바람 피는게 뭐 대수냐, 하지만 니가 내 입장 되면 그렇게 말하지 못 할거
야. 삼 십 년 동안 애 키우구 남편 뒷바라지 하느라 젊은 청춘 다 보내고...

진숙 (말꼬리 끊으며, 무섭게) 그게 내 잘못이야?

혜자 가뜩이나 외로운 사람한테 넌 날 더 외롭게 했어. 남편 바람 피운게 내 탓이라
구? 니가 내 대신 내 남편을 위로 한다구? 남편은 나한체 위로 받고싶어 해. 나 역시
남편하테 위로 받 고 싶어.

진숙 니 네 부부 얘기 듣구 싶지 않아, 너 말끝마다 바람 바람 하 는 데 우린 친구 사
이지 별 다른 사이 아냐. 확인이 필요해? 니 남편하구 삼자 대면해두 나 부끄러울거
없어.

혜자 날 보구 그걸 믿으라구?

진숙 안 믿으면 어쩔건데? 친구 사인거 못믿겠다? 그래, 넌 친구가 뭔지도 모르는 애
니까. 그런데 나이가 들면 갈수록 친구가 뭔 지 알아야 할거다. 니 남편이 친구가 아
닌 남편으로만 남아있 으면 넌 더 외로울거야.

혜자 니가 날 가르쳐? 술 집 마담 주제에? 평생 남의 남편 정부 노릇만 한 기집애가?

진숙 (화나는 것 식히고 혜자 보고) 한 번만 더 그렇게 말해. 뺨친 거 돌 려줄테니까.

$#15. 주차장 전경 새벽

재호의 차 세워져 있다. 현수, 조수석에 앉아 자고 있는 모습 보인다. 카메라 돌아가
면 재호, 샤워한 듯한 말끔한 모습으로 옷 갈아입고 작업복은 손에 들고와 차 뒤 트렁
크에 넣고, 자는 현수 잠깐 보고, 차에 기대 잠시 그대로 서서 담배 피워물고 생각하
는.

회상 - 인써트 (16부, 레스토랑 씬)

재호 (굳은) 그래서, 결혼하실겁니까?

신형 (재호의 눈 보며, 거짓말하는) 그래, 그럴꺼야.

재호, 속상한 그러다 다짐하는 눈빛으로 차에 올라탄다.

$#16. 차 안

재호, 시동 건다. 현수, 그 바람에 잠깨 재호 보는

현수 일 끝났어.

재호 (무시하고) 밥 먹으로 가자. (하고 차 몰아 가는)

$#17. 신형의 방

신형, 잠옷 바람으로 베란다 문 열어놓고 서있다. 생각이 많은 얼굴이다. 잠시 후 노
크소리 나고 문 열린다. 신형, 돌아보면 혜자 들어와,

혜자 (건조한) 아침 안먹어?

신형 (미안한) 밥 맛없어.

혜자 그럼 차 마시자, 내려와.

$#18. 안방

혜자, 앉아있다. 이불 그대로 깔려있는, 잠시 후 신형, 찻 쟁반 들고 방문 열고

신형 엄마, 거실로 나와. 차 마시자.

혜자 (신형 보고) 그거 가지고 들어와.

신형 거실에서 마시자.

혜자 엄마 힘들어. 여기서 마시고 싶어.

신형 (방으로 들어와 문 닫고 혜자 앞에 앉으며 찻 쟁반 방바닥에 내려놓고 혜자와 자
기 앞에 각각 차 한 잔씩 놓는다.)

혜자 (차 마시며) 현수는 아침에 전화 왔니?

신형 (거짓말이다) 어, 어. 삼촌네 집에서 학교로 곧바로 간다구. 밥 먹었대. 엄마한
테 미안 하다더라. 외박해서.

혜자 (심드렁하게) 나한테 미안할게 뭐 있어. 지 엄마두 아닌데.

신형 (혜자 이상하게 보며) 왜 말을 그렇게 해?

혜자 걔한테까지 신경 쓸 정신없어.

신형 엄마, 기분 안 좋아?

혜자 (신형 보며) 너 결혼해. 빠르면 빠를수록 좋아.

신형 !

혜자 생각해 본다 만다 소리하지마. 엄마, 너 빨리 시집 보내구 그 때부터 엄마 인생
살구 싶어. 니 아버지하구 너 상관없이 나 만 위해서 살구 싶다구.

신형 엄마...

혜자 다음 주에 길진이 부모님 만나자 그래라. 요일은 어떤 날이든 상관 없다구, 날
잡으라 그래. 엄마 피곤해서 누울래. 나가. (하고 자리에 눕는)

신형 (그런 혜자 보며) 엄마...

혜자 (자리에 눕다 신형 보며) 엄마 피곤 하다잖아! (하고 돌아누 워 버린다)

$#19. 신형의 집 거실

신형, 안방 문 닫고 나와 윗층 으로 올려가려다 계단에 앉는, 어찌 할 바를 모 르겠다.

$#20. 진숙의 방

인숙, 진숙(심란한), 신자, 커피 마시며 앉아있다.

신자 아이고, 이게 뭔 일이꼬.

인숙 (황당한 듯) 이런 내가 뻥친 거, 다 들통 나게 생겼네.

신자 (인숙 보며) 닌 지금 뻥 친거 들통나 는거 그게 대수가? 지 금 큰일은 (손으로
차 마시는 진숙 가르키며) 얘 쪽 팔린게 큰일이야. 우째, 그리 사람이 대소변을 못 가
려?

진숙 (그런 신자 어이없게 보며) 대소변이 뭐야. 대소변이. 대소사 지.

신자 내가 언제 대소변이라 캤나, 대소사라 캤지. 내가 그것도 모 를까봐.

진숙 그래, 그래, 그랬어. 그만해.

인숙 사람, 겉만 봐선 몰라. 그럼, 모라. 난 그 내외사이 좋은줄 알 았어. 인연두 별
라다, 별나. 어떻게 또 이렇게 만나니. (그러 다 생각난 듯 진숙 보며) 근데 혜자 언
니가 나 짜르면 어떡 하냐? 나 일 다녀야 되는데. 설마 그러진 않겠지? 만약에 그 러
면 어떻게?

진숙 설마 그러기야, 하겠니. 그리고 그럼 또 어때. 다른데 찾아보 면 되지.

인숙 다른데 찾아보기가 쉬워. 그리고 혜자 언니네가 일당이 쌔단 말이야. 일감두 적
구.

신자 (인숙 보며, 어이없는) 닌 나가라.

인숙 왜요?

신자 니 세상에 인간이 몇 종류가 있는지 아나? 세 종류가 있어, 여자, 남자, 니처럼
앞 뒤 가가리는 년. 사촌 언니래도 언닌 언닌데, 지 언니, 얼굴에 거름구덩 쓰고 속상
해 있는데, 기껏 한단 얘기가, 일자리? 진짜 애들 말로 왕따 시키고 싶은 년이 네, 이
거.

인숙 (신자 밉게 보고, 진숙 보며 미안하지만, 단호하게) 언니, 미 안하지만 이번일
난 모르는거로 하자. 혜자 언니네 일나가야 되는데, 아는 척 하군 좀 그렇잖아. 나두
먹구 살아야지. (미 안한) 그리고 정말 미안하데, 내가 언니 결혼해 잘산다 어쩐 다,
그런 뻥 친것두 다 언니가 시켜서 그랬다 그렇게.

진숙, 신자 (인숙 보며) !?

인숙 언닌, 혜자 언니 볼 일 별로 없잖아.

신자 (인숙 보며, 어이없는) 야, 니 뻥친걸 와 얘한테 뒤집어 씌우 노.

진숙 (신자 보며) 놔둬요, 인숙이 말이 맞어. (인숙 보며) 그렇게 해. 됐지, 이제 나
가.

인숙 (미안한) 고마워, 언니. 나, 가볼게. 너무 속상해 말어. (하고 나간다)

신자 (나가는 인숙 어이없게 보며) 웃긴다, 저거. 사람 속을 뒤집어 놓고, 속상해 말
라니. 양잿물 쳐묵고 죽지 말란 소리나 같지. 뭐 저런게 다 있노.

진숙 (넋 놓고 가만있다)

신자 우에 됐든, 니, 이실장 인지 병국 인지 만나지 마라.

진숙 그러구 싶지만 그럴수도 없어.

신자 와?

진숙 저번에 오 천 만원 그 사람한테 빌렸거든.

신자 뭐라!? (어이없는 한숨쉬고, 고개 절레절레 흔들며) 이것도 미친년이네, 이거.
이제 혜자가 니 머리 뜯어도 낸 못 말린다. 내가 할말은, 이 한마디. 니 숱적은 머리
나 조심해라. 진숙 (차 한 모금 마시고, 한숨 쉬고)

$#21. 안방

혜자, 누워있다. 기운이 하나도 없는 얼굴이다. 갑자기 벌떡 일어나 수화기 들고 전화
기 버튼 누른다.

$#22. 병국의 사무실

병국, 출근한 차림으로 웃옷 벗어 옷걸이에 걸고 있다. 그때, 전화벨 울린다. 병국,
자리로 가 앉으며 전화 받는다.

병국 네, 이병국 입니다.

진숙E 저, 정진숙 이예요.

$#23. 진숙의 방

진숙, 전화하고 있다.

진숙 (어렵게) 놀라셨죠?

$#24. 병국의 사무실

병국 (담담한, 사이) 차라리 잘 됐습니다. 너무 걱정 마십시오. 회 의가 있습니다. 다
시 전화 드리죠. (하고 전화 끊고, 담배 빼 서 무는데 전화벨 울린다. 전화 받는다)
여보세요.

혜자E 저예요.

병국 (답답한 얼굴이다) 당신이야?

혜자E 오늘 집에 빨리 들어오세요. 할 말 있어요.

병국 무슨... (하는데 전화 끊기고 부저음 울린다. 답답한 얼굴로 수화기 내려놓고)

$#25. 길진의 집 안

길진, 학교 갈 준비하고 전화하고 있다.

신형E (어렵게 말하는) 강의 오후에 있어.

길진 (굳은) 그래. 그럼 지금 잠깐 보자. 어디서 만날래. 어디든 너 편한데 말해. (사
이) 그럴래. 그래, 집으로 와라, 기다릴게. (하고, 전화 끊고, 다짐한 얼굴로 생각하
는)

$#26. 길진의 집, 전경

$#27. 길진의 집 안

길진, 신형 앉아있다.

신형 ?

길진 (단호한) 재호 한테 가.

신형 (속상한) 그 말이 아니잖아.

길진 그렇게 피하지 마.

신형 (속상한) 내 말뜻을 그렇게 모르겠어? 재호 한테 간다 만다 소리가 아니야. (눈
가 그렁해지며, 격앙된) 형이 가래도 나 걔 한테 못 가, 현수는 현수 래두, 우리 엄마,
아버지는 어쩌구. 이길 자신 없어. 우리 집 현수네처럼 잘 살아서 재호 욕심 채 워줄
수 있는것도 아니구.... 난 그냥 지금은 이대로 좀 놔둬 달란 얘기야. 놔 두라구!

길진 (굳은 얼굴로 신형 보며) 놔둬서 해결될 일이면 나두 놔두겠 다. 그래서, 니가
그 자리에 굳건하게 있으면 그러겠어. 넌 혼 자 있고 싶은게 아니야. 재호 한테 가고
싶은 거야. 다만 주 변 사람들 때문에 자신이 없는 거지. 그런 널 보고 있는 나는 어
떤 마음일지 생각해 봤니?

신형 (속상한, 외면하는) ....

길진 난 더는 비참해지기 싫다. 너, 재호한테 가. (맘 아프지만, 단 호한) 니가 나한
테 돌아올거라는 자신이 이젠 없다. 널 알아. 넌 결국 재호 한테 갈거야. 그렇다면,
빨 리가. 그래서 나도 널, 빨리 잊고 싶어. (하고, 가방 들고 나간다)

신형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 길진 나간 쪽 보다, 속상해 눈감는)

$#28. 길진의 현관문 밖

길진, 문 닫고 나와, 한 두 걸음 걸어가다, 고개 돌려 문 쪽 보고 다시 굳은 얼굴로
계단 쪽으로 걸어가는

$#29. 학교 주차장

재호의 차 멈추고 현수 내린다. 재호, 차에서 내려 현수 에게

재호 (굳은) 첫 교시 강의실 인문관 쪽이지?

현수 넌?

재호 상경관 이야. 오후에 보자.

현수 오후에 다시 만나 줄 꺼야?

재호 말했잖아. 노력 한다구.

현수 (기분 나쁜) 노력?

재호 나한테 그 말 이외에 다른 어떤 말도 기대 하지 마라. 그 말 이 지금 내가 너한
테 해줄 수 있는 말, 전부야.

현수 (쳐지지 않게) 잔인해, 알지? 간다. (하고 돌아서 간다)

재호 (그런 현수 보고, 돌아서는데 길진 서 있다.) ! (잠시 머뭇대 다 그냥 스쳐 가는
데)

길진 (가는 재호 부른다) 강재호.

재호 (보면)

길진 나 좀 보자. 수업 끝내고 내 방에 좀 와라. (가고)

재호 (그런 길진 보고) ?

$#30. 신형 교수실

신형, 책을 보고 있는.

$#31. 길진의 교수방

길진, 조교에게 프린트물 주며 설명하고 있다.

긴진 챕터 삼십 구는 스물 아홉 장, 사십은 스무장 만, 헷갈리지 말구.

조교 네. (하고 나간다)

그 때 재호 들어온다.

길진 (들어오는 재호 보고, 굳은) 왔어? 앉어. (하며 책상 위의 서 류 정리한다)

재호 (무시당하는 느낌 들어, 기분 나쁘다. 자리에 앉는다)

인써트 - 시간경과의 느낌, 담뱃재 떠는 길진의 손.

길진, 말을 어떻게 꺼낼까 고민하는 모습이다. 재호, 그런 길진 담담하게 보고 있다.

길진 (마음 다잡고 재호 보며) 내 말에 오해 없었으면 좋겠다. 너 한테 이래라 저래라
하는 게 아니야. 그냥 내 다짐을 말해야 된다고 생각했다. 신형이랑 헤어졌다.

재호 ?!

길진 (담배 한 모금 피우고 재호 보며) 말이 잘못됐지? 헤어진다 고 하는 말은 사랑하
는 사람끼리 쓰는 말이지. 신형 이는 날 사랑한 적이 없으니까 그 말은 잘못된 거야.
그래, 다시 말하 자. 내가 그냥 내 마음 접었다.

재호 (일어나려 한다)

길진 (보면)

재호 제가 들을 얘기가 아닌 것 같습니다.

길진 앉아.

재호 (다시 앉아, 길진 보며, 강하게) 이랬다저랬다하는 거, 이제 다들 그만하십시오.

길진 십년을 사랑했던 여자다. 니가 나였어도 고민했을 거다. 이랬 다 저랬다가 아내
야. 난 다만 심각하게 고민했던 거야.

재호 (만만찮게 길진 보는) 고민이요. 그럼 저는 아무런 고민 없이 여기 까지 왔다고
생각하십니까?! 첨엔 가난이 지겨워서 돈 많은 부잣집 딸이랑 어떻게 해보겠다 그런
생각 안 가진 거 아닙니다. 남들은 그런 저 비웃을지 몰라도, 열 살부터 눈칫 밥 먹고
일자리 구하러 뛰어다닌 저한텐 그게 꿈이었습니다. 그런 제가 그깟거다 싫고, 이 신
형 교수님 사랑한다고 했을 땐, 저 진심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때 두분 저한테 뭐라
고 하 셨습니까?

길진 (눈길 피하지 않고, 굳은 얼굴로 재호의 말 듣는)

재호 (무섭게 가라앉은) 십년을 사랑했던 여잘 보내는 게 쉬울 거 같냐구요. 쉬울 거
같지 않습니다. 그럼, 이 교수님 하나 때문 에 제가 살아오던 모든 방식을 다 버리겠
다고 했던 제 마음 은 쉬웠겠습니까.

길진 (끄덕도 않고 재호 보며) 그래, 쉽지 않았겠지. 쉽지 않은 게 사랑이니까, 그러
니까 이제 신형이 한테 가라.

재호 늦었습니다. (하고 일어나 나가 문 꽝 닫는)

길진 (눈 꾹 감고, 가만있는)

$#32. 신형의 강의실

신형, 칠판에 'Turner 증후군' 이라 쓴다. 그리고 책만 보며 설명한다.

신형 터너 증후군이란 보통의 XX대신에 하나의 X만을 지니고 태 어나는 염색체 이상
으로 사춘기에 성적으로 발달하지 못해, 모든게 정상이기는 하지만 산수와 시각적인
형태 지각과 공 간적 구성의 검사에서 열등한 증후군을 말합니다. 그렇다면 클리네펠
터 증후군이란 어떤 걸까요? 누가 설명할 수 있어 요? (하고 학생들 보면)

재호 (신형 보지 않고 손들고 있다)

신형 (그런 재호 마음 아프게 바라보다, 다시 책보며) 말해요.

재호 (신형 보지 않고) 클리네펠터 증후군은 XXY의 염색체를 가 지게 되는 염색체 이
상으로 신체적으로는 남자지만...

신형 (담담한 얼굴로 재호의 설명 듣고 있다. 그런 신형의 얼굴위 로 재호의 목소리
들린다)

재호E 뚜렷한 여성적 특징들을 나타내는 증후군을 말합니다.

신형 (재호 보다가 책 보며 가만있다. 그러다) 오늘은 여기 까집니 다. 다음 주에 봅
시다. (하고 책 들고 나간다)

재호 (그런 신형 본다, 잠시 생각하다 일어나 교탁 쪽으로 가 신형 이 두고 간 책 들
고 나간다)

현수 (그런 재호 쪽으로 눈길 따라가고)

그 때, 뒤에서 재호가 부르는 소리난다.

재호E 이 교수님

신형 (돌아본다)

재호 (담담하게) 책 두고 가셨습니다.

신형 (뭔가 기대했지만 그렇게 밖에 말하지 못하는 재호가 맘 아 프다. 재호 에게 손
내밀면)

재호 (신형에게 책 건네준다)

신형 (책 받고) 고마워. (하고 돌아서려면)

재호 이 교수님

신형 (다시 돌아서 재호 보면)

재호 (냉정하게) 저 때문에 이제 그만 신경 쓰십니오. 송길진 교수 님이 걱정 많이 하
십니다.

신형 (재호 보면)

재호 (돌아서 간다)

신형 (그런 재호 맘 아프게 본다, 돌아서 계단 내려오는데 눈가 그 렁해지는 걸 어쩔
수 없다. 눈물 참으며 계단 내려가고)

$#34. 텅빈 복도 일각

재호, 무표정하게 굳은 얼굴로 창가 보고 서 있다.

$#35. 신자의 방

신자, 전화 받고 있다.

신자 뭐라캐요?

공장장E (속상한) 아줌마 딸 고미선, 또 공장 안 나왔다구요.

신자 (속상한) 내 분명히 보냈는데, 우째 안 갔을까요?

공장장E 내가 그걸 어떻게 알아요?

신자 (사이, 굽신거리며) 네, 네, 어제처럼 꼭 찾아보낼테니 염려마 세요. 네네, 짜르
지만 마세요. 네, 끊습니다. (하고, 전화기 내 려놓고, 휴 한숨쉬고) 얘, 또 나 돌게
하네.

$#36. 석구의 방

미선, 석구 앉아있다.

미선 (무섭게) 나 피해서 집 나온거야?

석구 (한심한) 여기 어떻게 찾았냐?

미선 한 이틀 애들 풀었더니, 찾아내더군.

석구 (어이없는) 너 정말 조직일원이야?

미선 이젠 손 씻었지만, 아직은 애들 몇 거느리고 있지. 석구 (가소롭게 보며) 너 지
금 액션영화 찍냐, 지가 무슨 보스나 되는 줄 알고, 좋은 말 할 때 가. 니 네 엄마 데
려오기전에.

미선 울 엄마 데려와두 무섭지 않어. 꼭지까지 완전히 돌았는데 엄 마가 대수야?

석구 말버릇 봐라. 엄마가 대수야? 아이구. 너 같은 걸 딸이라구... 니네 엄마두 불쌍
하다. 너 났다고 니 엄마도 미역국 드시구 젖 먹이구 그랬을거 아냐. 얼굴도 보기 싫
어. 꺼져.

미선 한번만 더 물을게. 내가 정말 싫어.

미선 (일어난다) 십 분만 기다려. (하고 나간다)

석구 저게 또 무슨 짓을 저지르라구?

$#37. 약국 안

약사, 약 꺼내 미선주며,

약사 이 천원 이예요.

미선 (약봉지 받아보고, 심각하게) 이 약 쓰면 정말 쥐가 죽나요?

약사 (무심히) 죽죠.

미선 그럼 이 약을 사람한테 쓰면 어떻게 되나요?

$#38. 재호의 집 근처

석구, 얼굴에 끈끈이 쥐약 붙이고 기절한 듯한 미선을 업고 헐레벌떡 뛰어 가 고 있다.

석구 고미선! 고미선! 정신차려! 너 내 인생 조질려구 작정했냐, 기 집애야! 정신차
려! (하고 뛰어간다)

$#39. 신자의 방

신자, 빗자루 들고 씩씩대고 앉아있다. 카메라 돌면 미선, 얼굴에 끈끈이 내용물 붙이
고 끈끈이를 떼려다 그랬는지 머리는 조금 뜯긴 채 넋 놓고 앉아있다. 신자, 마음 아
픈 것 숨기고 이 앙다물고 가라앉은 목소리로 미선에게 말하다.

신자 옷 입어. 옷 입고 맞으면 맵집 쌔가, 맞을 거 같지도 않을끼 니까. 옷 벗어?

미선 (고개 숙이고 머리 긁고 있다.)

신자 옷 안 벗는다. 그래. 벗지마라. 니 때릴라면 내 덥고 땀나니 까. 내 벗지, 내 벗
어. (하고 웃옷 벗는다. 그리고 빗자루 방 바닥에 딱! 소리나게 친다)

미선 (놀라 뒤로 물러나고)

신자 (가라앉은 목소리로 천천히 힘주어 말하는) 니가 죽을라꼬 쥐 약을 처먹어? 와?
이와지사 쳐 먹는거 소화 잘 되는 물약으 로 쳐먹지 머리만 뜯기는 끈끈이를 쳐 먹었
나? 내 끈끈이의 용도를 말해주까? 쥐가 살금살금 댕기다가 그 거를 밟그든. 그럼 사
람이 보고 그 쥐를 패쥑이지. 그래 쥐가 죽는기야. 니 죽고싶지? 내 니 패주께. 맞으
면 죽는다 이사람이. (하고 빗 자루로 방바닥치며 속상해, 버럭) 니가 사람이야, 이년
아!

미선 (눈가 그렁해져 무서운 듯 신자 보며) 엄마...

신자 (속상한) 내 니 엄마 아니야. 니가 내를 엄마라 생각하면 이 랄 수는 없다. 내
니를 어째 났는데. 서른 둘에 니 애비한테 시집와서 십 년 동안 애 안 들어서가 이 약
도 먹어보고 저 약도 먹어보고...

미선 (눈물이 흥건해 신자 보며) 천지신명한테 빌어서 날 났어. 그 얘긴 백 번도 더
들었어.

신자 백 번들은 년이 그래 밖에 맘을 못내? 막말로 에미가 바람나 서 니한테 이런 짓
하며 니 에미 용서하겠나?

미선 누가 엄마를 좋아한다구 바람이나?

신자 (버럭) 말이 그렇단 말이지, 이년아!

미선 (버럭 소리지른다) 나두 속상하니까 그렇지!

신자 (화나 빗자루 들고, 때리며) 이년이 끝까지, 끝까지!

미선 (울부짖으며) 석구 오빠랑 결혼하게 해줘. 엄마도 좋지만 석 구 오빠도 좋단 말
이야. 엄마랑 나랑 석구 오빠랑 셋이 살면 되잖아. 나 석구오빠 없인 못 살어. 엄마
없어도 못 살어.

신자 (애처롭게 미선 보며 빗자루 던지고 속상해) 아이고, 이걸, 우 짜면 좋노, 참말
로!

$#40. 재호의 방

재영, 신자 앉아있다.

신자 (재영에게 부탁조로 말한다) 니가 포기해라. 바른 말로 니가 뭐가 아쉬워 석구랑
살라캐? 석구는 딱 미선이고 미선이는 딱 석구야. 또래 동친이라꼬 끼리끼리 만나야
잘 산다.

재영 (단호한) 싫어요.

신자 싫겠지. 그래도 그래라. 니가 암만 석구 사랑 한다캐도 목숨 하고 맞 바꿀수 있
나?

재영 (그런 신자 보며)

신자 미선이 저 년, 쥐약 먹었어.

재영 (속상해, 외면하는)

신자 쇼가 아니다, 쇼가 아니야. 진실 이라꼬. 쟤가 내한테 뭐라캤 는 줄 아나? 한 번
을 실패해도 두 번은 성공한단다. 엄만 잘 있어요. 나 먼저 갈게. 그라더라구. 미선이
살려도고. 누가 살 리겠나. 니 밖에.

재영 저 친구 만나러 가야돼요. 그만 일어날게요. (하고, 신자 미운 듯 보며 나가고)

신자 (속상한, 재영 나간 쪽 보고) 야, 니랑 내랑 삼각관계가 미선 이랑 니랑 삼각관
계지, 어데 으른을 그래봐. (속상해, 혀차고) 야, 참 내도 못할짓이네, 이거 황금갖고
니꺼네 내꺼네 하면 이해나 하지. 개똥갖고 니꺼네 내꺼네 하고. 성한 정신에 이 게
뭔 미친 짓이고.

$#41. 석구의 방

석구, 텔레비 보고 있던 모양이다. 재영, 문밖에 서서 석구 무섭게 보는. 석구, 찔끔
해 텔레비 끄고.

재영 아직도 일 안나가고 방구석에 있어? 정말 이렇게 내 속썩일 래?

석구 (미안한) 저, 그게.

재영 오빠가 성실하게 변하지 않는 이상, 내가 오빠 안 본단 말 거 짓말 아니었어. 우
리 오빠 뺨까지 때리면서 오빠 안 놓칠려구 나 애 참 많이 썼는데...

석구 (말꼬리 자르며) 나두 알어.

재영 (버럭) 알긴 뭘 알어!

석구 (놀라 재영 보면)

재영 (석구 보며) 일 하러 가. 밤에 와서 또 그렇게 방 구들 지구 누워있는 모습 보면
그땐, 정말 끝이야. (하고, 문 닫으려 하 면)

석구 (벌떡 일어나, 문 못 닫게 하고, 원망스레 속상한) 일 나갈거 야. 하지만, (속상
해, 큰소리) 너두 이러지마, 정말! 내가 이천 만원 전셋값을 무슨 수로 만든다구 그때
까지 날 안 본대! 우 리 시골집 못 사는거 알잖아! 칠십 먹은 노친네들, 나하나만 보
고 목매고 있는데, 매달 거기 생활비 주구, 내가 무슨 돈이 있어, 너한테 돈 가져오란
거 정말 미안하지만, 나도 사정이 있잖아!

재영 그러게, 돈 벌어서 왜 쓸데없이, 오락장에 가서 돈 잃고 그랬 어! 쓸데없이 술
마시고, 옷 사 입고, 오빤 그 주제에 츄리닝 두 메이커 아니면 안입지! 시골에 돈 보
내는 걸 뭐라는 게 아니야, 성실해지란 말야, 이 바보야! (하고, 나가고)

석구 (속상해, 주저 앉으며) 아우! (하고 한숨쉰다)

$#42. 길진의 집 전경, 밤

현수 (E, 화난, 쳐지지 않게) 지금 뭐라는 거야!

$#43. 길진의 집 안

길진과 현수 차 마시며 얘기하고 있다. 현수, 화난 얼굴이다. 길진, 그런 현수 안타깝
지만, 단호하게 보고 있다.

길진 신형이가 힘들어 해.

현수 (쳐지지 않게, 화나 소리치듯 말하듯) 신형언니만 힘들어? 난 편해서 말 안 하구
가만있는 줄 알어?

길진 현수야.

현수 신형이 언니 보내주고 싶으면 오빠나 보내 줘. 난 못 보내. 보내준다고 말하면
보내지는 게 사랑이니? 그게 사랑이었다 면 난 여기까지 오지도 않았어. 재호, 나한테
눈길도 한 번 안 줘. 난 매일 걔 앞에서 작아지구 초라해지구, 자존심 상하 는거 죽기
보다 싫어하는 애가 자존심 다 버리구, 눈길 한 번 받아볼려구, 그렇게 벌써 몇 달이
야. 이제 재호가 노력해 준 대. 나 봐준대. (모질게) 신형 언니, 아프겠지. 아프라 그
래. 상관없어. 솔직히 말할까? 나, 신형언니 싫어. 나랑 재호 만나 는 줄 처음부터 알
고 있었어. 그런데 왜 끼어 들었대? 나 정 말 묻고 싶었어. 오빠가 대신 말해줄래? 왜
그랬대?

길진 (현수 보며 단호하게) 냉정하게 말하자. 재호랑 너 사이에 신 형이가 끼어든게
아니야. 알고 보면 재호랑 신형이 사이에 니 가 끼어든거야. 너랑 나랑, 두 사람한테
못할 짓하고 있는 거 야. 현수야, 포기해.

현수 보내는 게 오빠가 사랑하는 방식이라면, 붙잡는 건 내 방식이 야. 재호, 포기 안
해.

$#44. 신형의 집, 거실

혜자, 소파에 팔장 끼고 골똘히 생각하며 앉아있다. 그 때 인숙, 퇴근 차림으로 주방
에서 나오며

인숙 (혜자의 눈치 보며) 언니, 나 집에 간다.

혜자 (인숙 보지않고) 잘 가.

인숙 잘 있어. 모레 또 올게. (혜자 눈치보며 현관으로 가는데 그 때 현관문 벌컥 열
리고 병국 들어온다. 그 바람에 인숙 놀라) 어머나!

병국 (놀라는 인숙 보며) 아이구 놀라셨습니까?

인숙 아니예요. (하고, 혜자 보면)

혜자 (병국 무시하고, 방으로 들어간다)

인숙 (혜자 보고, 병국에게, 작게) 아저씨, 혜자 언니 뿔 났어요, 진 숙 언니랑 아저
씨랑 만나는거 다 알았거든요. 내가 진숙이 언 니를 왜 아냐면요, 진숙이 언니가 제
사촌 언니거든요.

병국 (당황하며) !?

$#45. 안방

혜자, 굳은 얼굴로 앉아있고, 병국, 들어서며,

병국 왔냐 소리두 안해?

혜자 (병국 보며) 진숙이 만나구 왔어요?

병국 회사에서 곧장 온거야.

혜자 양치질이나 하구 거짓말 해. 내가 진숙이 얘기해도 놀라지 않 는거 보니까 벌써
둘이 입 맞췄나 보네.

병국 당신이 생각하는 그런 관계가 아니야.

혜자 내가 어떤 관계를 생각하느데?

병국 (달래듯) 여보.

혜자 (버럭) 여보라 그러지마!

병국 (그런 혜자 보면)

혜자 여보 당신 소리 듣는 것두 징그러. 진숙이가 그러드라. 저랑 당신은 정신적인 관
계라구, 차라리 육체적인 관계가 났지. 나, 걔가 우린 정신적인 관계다, 그렇게 말하
는데 정말 정신 안잡 구 있으면 돌겠더라. 더 말할 것두 없어. 다음 달 안으로 신 형
이 결혼 시키구 당신이랑 끝이야. 더는 쌍스러워서 못살겠 어. 난.

병국 (웃옷 벗어 집어던지고, 답답하게 혜자 보며) 쌍스러? 남편이 쌍스러? 좋다. 이
혼하자. 나도 더는 그런 소리 듣고 못산다. 내일 당장 이혼 서류 준비해!

혜자 !?

$#46. 애인처럼 안 (영업 안 하는, 미등만 켜진 어둔)

경희, 오징어 씹으며 전화하고 있다.

경희 (오징어 입으로 힘껏 뜯으며) 천? 천은 너무 많지 않어? 지 난번처럼 오 백, 오
백 이런 식으로 하면 안될까?

건달E 그래 가지구 언제 이 천을 모아? 트럭 한 대 살려면 이 천 정도는 있어야 된다
니까 그러네.

경희 (다시 오징어 씹으며) 알았어. 짱구 굴려 볼게. (오징어 씹으 며, 대수롭지 않
게) 사랑해.

그 때, 달건 '경희야' 하며 들어오고, 경희, 놀라 전화끊고.

$#47. 인숙의 방

인숙, 실밥 뜯고 있다. 희진, 공부하다가, 인수 보며 말거는.

희진 (당돌하게 말하는) 아줌마. 실밥 왜 뜯어?

인숙 (그런 희진 보고 웃으며) 희진이 과자 사줄려구 뜯지?

희진 아줌마, 파출부 왜 나가?

인숙 희진이 대학 보낼려구 나가지?

희진 아줌마 왜 내가 아줌마 미워하는데, 나 안 미워해? 아줌만 나 좋아서 결혼하게
아니라 아빠가 좋아서 결혼 한거잖아. 그럼 아빠만 좋아하면 되지, 난 왜 좋아해?

인숙 (뜯던 실밥 옆에 놓고 희진보며, 설명하듯) 아빠는 희진이구 희진이는 아빠야.
왜냐면 아빠가 희진이를 만들었거든, 그리 구 희진이는 아빠를 닮았거든.

희진 (인숙에게 약간 미안한 마음 든다, 푸하고 크게 한숨쉬고)

인숙 (그런 희진 보며) 왜그래?

희진 아줌마, 아빠 이상하다? 경희 언니두 이상해. 전에는 나랑 아 빠랑 경희 언니랑
셋이 꼭 같이 만나구 셋이 같이 놀았는데 이젠 나 따돌린다? 둘이만 만날려 그래. 오
늘두 둘이 만났어.

인숙 ?

$#48. 재호의 방

재호, 불꺼진 방에 혼자 앉아있다. 뭔가 생각하는 얼굴이다.

길진E 신형이랑 헤어졌다.

재호, 답답한 한숨 쉬고 벽에 머리 기대는데, 잠시 후, 진숙 퇴근차림으로 문 열어 본
다. 재호, 돌아보면,

진숙 있었니? 불이 꺼졌길래, 없는 줄 알았는데...

재호 (일어나, 불켜고 자리에 앉는다)

진숙 (들어와, 앞에 앉으며) 오늘은 일없어?

재호 네.

진숙 그래, 너두 하루 숴야지. (그러다, 머뭇대며) 너, 돈 가진 거 있니?

재호 ?

진숙 (고개 작게 저으며) 아니다.

재호 왜 그러세요?

진숙 아니 전번에 가게 때문에 내가 누구 돈을 썼는데... (말해 뭐 하나 싶다) 신경
쓰지마 내가 알아서 할게. 참 전번에 온 아 가씨하곤 정말 결혼할거니?

재호 (외면하며) 모르겠어요.

진숙 그 아가씨 말고, 누구 다른 여자 있어?

재호 ...

진숙 니 문제 니가 알아서 하겠지만, 애정 없는 결혼은 하는 거 아 냐. 너 아직 젊잖
아. 옛날에 보리 서말만 있어도 처가신센 안 진댔다. 자고로,

재호 (듣기 싫다. 말꼬리 끊으며) 제가 알아서 할게요.

진숙 그래, 언제 니가 생전가야 내말 듣냐. (하고, 일어나려다가, 눈치보며) 다른 아
가씨 있음, 그 아가씨 한 번 보자.

재호 (외면하는) ....

진숙 (말해 뭐하나 싶다, 일어나 나가고)

재호 (무표정하게, 신형 생각하는)

$#49. 신형의 집 전경, 아침

혜자E 오늘 저녁에 길진이 좀 오라 그래.

$#50. 신형의 집 주방

식탁에 혜자, 병국, 현수, 신형 밥 먹으며 앉아있다.

혜자 아니, 저녁까지 갈 필요도 없겠다. 오늘 토요일이니까, 다른 약속 없으면 점심
먹으면 되겠다.

신형 (혜자 보며) 왜?

혜자 니들 날 잡게. 길진이 부모님 시간두 한 번 알아보구. 상의 할게 많다.

현수 (신형 보면)

신형 (혜자 보며) 엄마, 제발 대책 없이 이러지 좀 마.

혜자 무슨 대책? 길진하고 결혼 안할거야, 너? 그럼 딴 애 있어? 좋아, 그럼 걔가 누
군지 걔라도 끌고 와. 누구라고 상관없으 니까, 너 데려갈 사람 있으면 아무라도 끌고
오라고.

현수 잘 먹었습니다. (하고 나간다)

병국 (현수 한테 미안한)

신형 (수저 놓으며) 갑자기 내 결혼이 왜 그렇게 중요해.

병국 (수저 놓으며) 니 엄마, 나랑 헤어지고 싶댄다. 너 결혼 시키 고 그 날로 가정
법원 가쟤. 소원 들어줘라. (하고 나간다)

신형 (병국보고, 혜자 보면) !?

$#51. 신형의 집 1층 야외 베란다

병국, 답답한 얼굴로 담배 피우고 서있다. 신형, 걱정스러운 얼굴로 나와 병국의 앞으
로 온다.

병국 (신형 보고) 왜 나왔냐?

신형 (어렵게, 걱정스럽게) 정말 엄마랑 이혼 하실거예요?

병국 (쓰게 웃으며) 하자면 하는데 (신형 보며. 웃음기 가신) 걱정 마라. 니 엄마가
나 없이 어떻게 사냐? 저 성격 누가 다 받아 주고 살어. 나니까 살았지. 걱정 마. 부
부가 살다보면 밥먹듯 하는 말이 이혼 말이야. 신경 쓰지마.

신형 (걱정스럽게, 더는 못 묻고) 담배 조금만 피우세요. (하고 돌 아서 나가려는데)

병국 (단호한) 너 니 엄마 말 듣고 길진이 말구 딴 놈하구 결혼할 생각 행여 하지두
마.

신형 (병국 보면)

병국 도대체 요즘 여자들은 왜 그런거냐? 어딜 임마, 여자가 사낼 갈아쳐. 길진이가
뭐가 모잘라서 너한테 채여? 딴 놈만 데리 구 와. 내 다리 몽둥이를 분질러 버릴테니
까!

신형 (속상한, 나간다)

$#52. 신형의 방

현수, 누워 있다. 신형, 청바지에 티셔츠 차림으로 가방 매고 나가다 현수 보며,

신형 현수야, 서점 갈건데 같이 안 갈래? 너 필요한 책 없어?

현수 ...

신형 자? (그대로 있는 현수보다, 더는 말 못 하고 문 열고 나간 다)

현수 (문 닫히는 소리 듣고 답답한 얼굴로 일어나 라디오 버튼 누 른다. 시끄러운 음
악 나오다.)

$#53. 이층 계단

신형, 내려가다 음악소리 듣고 방 쪽 본다.

$#54.몽타쥬. 1

서점, 서가. 신형, 전공서적 이것저것 뒤적여 본다. 그러다 어떤 한 책을 골라 펴는데,
그때, 누군가 그 책을 잡는다. 신형, 그 사람을 본다.

회상 10부 도서관에서 누군가 그 책을 잡느나. 보면, 재호다.

신형 (애서 무표정 하려하지만, 감정은 흔들리는) ?

재호 (웃으며, 농담조) 이거 내가 찾던 책인데....

현실

신형, 그 사람을 멍하게 보고 있다. 남자, '저, 그 책 보실 겁니까?' 하며, 신형, 조
금 어색하게 '아니요' 하고 그 책을 남자에게 주고 옆에 있는 다른 책을 펴든다. 그리
고, 넘기는데.

회상

12부 엔딩에서 재호의 눈물 닦아주는.

현실

신형, 재호 생각을 떨쳐버리려 책을 마구 뒤적인다.

회상

14부 엔딩. 재호와 안고 있던.

현실

신형, 다시 책의 한 페이지를 펴서 눈으로 읽는데,

회상

14부 엔딩. 재호와 키스하는.

현실

신형, 책을 들고 눈감고 있다가, 책 자리에 꼽고 보고 나가는.

$#55. 재호의 집 앞, 밤

재호, 평상복 차림으로 대문에서 나와 길가로 걸어가는.

$#56. 담뱃가게 안+밖

주인에게 '디스, 하나 주세요' 하고 돈주고, 주인 담배 주며, 재호 밖으로 나와 담배
피워 물고 걸어간다.

$#57. 재호의 집 앞

재호, 담배 피우며 걸어가다가 무심코 고개 드는데. 신형, 벽에 기대 고개 숙이고 있
는 게 보인다. 재호, 그런 신형 조금은 화난 듯 보고 있다. 그리고 돌아선다. 잠시후,
신형, 재호 집 쪽 보고서 있다 돌아서 간다.

$#58. 공중전화 앞 + 밖

재호, 전화기 들어, 동전 넣는.

$#59. 거리

신형, 주머니에서 삐삐가 울린다. 신형, 삐삐 꺼내 보고 둘레를 돌아본다. 그리곤, 공
중전화를 찾아, 동전 넣는다. 그리고, 버튼 누르고 잠시 기다리는.

$#60. 공중전화부스

재호, 전화 하는 모습

재호 (굳은 얼굴로) 왜 날 찾아왔어요. 날 찾아왔으면 왜 날 부르 지 못해. 당신은 뭐
가 그렇게 무서워. 바보처럼. 그렇게 흔들 리기만 하는 당신 모습, 정말 보기 싫어.
이제 당신이 그렇게 흔들리는 동안은, 날 만날 수 없을 거예요.

$#61. 다른 공중전화 안

신형, 메시지 듣고 있는. 맘 아픈 눈물 참으려 하는.

재호E 내가 만나주지 않을 테니까.

$#62. 공중전화 안

재호 날 사랑한다고 당당히 말할 수 있을 때 와요. 기다릴게.

$#63. 다른 공중전화

신형, 메시지 듣고 있는, 눈물나지만, 모질게 참는.

재호E 이게 마지막이 아니길 바랍니다. 사랑합니다.

신형, 전화기 끊고, 가만 그대로 정지된 듯 있는

$#64. 재호의 방 안

재호, 가만히 신형을 생각하고 있다.

$#65. 신형의 집 거실, 전경

혜자 집을 나간다구 이유가 뭐니? 저번에두 그러더니,

한 쪽에 이부자리 펴 있다. 혜자 누워있다 일어난 듯 하다.

현수, 혜자 앞에 고개 숙이고 앉아있다.

혜자 이번에도 또 그러는 이유가 뭐야?

현수 (혜자 보지 못하고 미안한 듯, 쳐지지 않게) 불편해요. 아저 씨, 아줌마께 신세
지는거 같아서 아버지한테도 말씀 드렸어 요. 허락하셨어요, (혜자 보며 미안한) 죄송
해요. 잘 해 주셨 는데, 서운하게 생각 안 하셨으면 좋겠어요. 벌써 길진 오빠 오피스
텔 쪽으로 집 계약했어요.

혜자 (황당하게 현수 보며) 벌써? 난 도대체 이유를 모르겠다. 내 가 너 들어온다 나
간다 소리를 하니, 이래라 저래라 소릴 하 니. 한 번만 더 묻자. 정말 나가구 싶어?

현수 네.

혜자 (체념한 듯) 이사는 언제 할래, 다음주 일요일?

현수 낼 갈게요.

혜자 (기막힌) 뭐, 다음주도 아니고, 낼?!

$#67. 신형의 방

현수, 큰 트렁크에 옷 챙기고 있다. 현수의 책 노끈으로 묶여져 한쪽에 놓여 있다.

신형, 그 옆에서 화난 속상한.

신형 정말 나갈거니?

현수 (신형 보지 않고 짐만 챙기며) 그래.

신형 (조금 화난 얼굴로 현수의 손잡으며, 강하게) 정말 나갈 거 야!

현수 (건조한 눈빛으로 신형 보며, 쳐지지 않게) 몇 번을 말해. 언 니 보기 싫어서 나
가, 됐어? (하고 짐 싸려는데)

신형 (현수가 짐 싸는 트렁크 들어 한 쪽으로 팽개친다.)

현수 (화난, 신형 보며) 뭐 하는 짓이야?

신형 (화난 얼굴로 현수 보며, 강하게) 다시 한번 물어, 나갈 거야? 여기서 너랑 나랑
모든 관계 끝낼거야?

현수 (화난, 가라앉은) 언니도 그러고 싶잖아. 나랑 한방 쓰고 싶 어?

신형 (현수 보며, 단호하게) 널 잃고 싶지 않어. 한 번 더 노력해볼 려구 그래.

현수 봐주는 척 하지마. 길진 오빠가 그러더라. 재호 포기하래. 언 니, 가서 힘들다고
울었다며?

신형 (답답한 마음에 현수 외면하면)

현수 피하지마.

신형 (현수 보면, 속상한) !

현수 나 언니, 정말 맘에 안 들어. 너그러운 척, 따뜻한 척 혼자 다 하구 이제서 흔들
리면 힘든 사람은 누군데. 너무 이기적이라 고 생각하지 않어?

신형 (화가 나 눈물이 다 나려는 것 같다) 내가 이기적 이라구? (격앙돼 조금 큰 소리
로) 너 말이면 다 하는 줄 알아? 넌 참 좋을거야. 언제나 당당하구, 매사가 분명하구,
좋으면 좋다, 싫으면 싫다. 가면 간다, 안가면 안간다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으니까.
니 맘대루, 언제나 정말 니 맘대루 그 누구도 상관 없이. 사람이 참는데도 한계가 있
어. 왜 이렇게 사람을 몰아 가. 오늘두 머리끝까지 참고 온 사람한테.

현수 오늘두, 참구와? 오늘두 재호 만났어? (비아냥) 재호 만나서 지금처럼 울었니?
나한테 가라면서, 울었어? 비련의 주인공처 럼?

신형 (눈가 그렁해, 마음 아프게 현수의 뺨 때린다)

현수 (보며, 강하게) 언니처럼 이중적인 사람 정말 싫어. 내 앞에선 다시 울지마. 가
증스러 보이니까.

신형 (속상한, 턱에 흘러내린 눈물 모질게 닦고, 현수 보며, 작심 한) 그래, 이제 니
앞에서 다신 울지 않을게. 가.

신형의 결심 어린 얼굴에서 엔딩.

(제 17 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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