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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정말 사랑했을까] 41

작성자수다쟁이|작성시간11.02.21|조회수481 목록 댓글 0

    제41부   
  
6월 16일 수요일 밤 9시 55분  
$#1. 주방

혜자, 찬합에 갖은 반찬거리를 담고 있다. 신형, 그런 혜자를 돕고 있다.

신형 (도우며) 언제 이걸 다했어요?

혜자 (찬을 담으며, 신형 안보고) 내가 집에서 뭐 할 일 있어. 낮에 시장 가서 재호
생각 나길래, 이거저것 사서 했는데, 내 손맛 이 걔 입맛에 맞을지 모르겠다.

신형 (혜자 고맙게 보며) 엄마 음식 좋잖아. 좋아할 거예요.

혜자 그럼 다행이구... (하고, 반찬거리, 찬합에 넣다가, 신형 하는 양보며) 얘, 그건
거기다 넣으면 안되지.

신형 (보면) ?

혜자 마른건 마른 것 끼리, 젖은건 젖은 것끼리 넣고 그래야지, 그 렇게 마구 섞어 넣
을 거면 뭐한다구 찬합에 넣어. 비닐봉지에 그냥 담지, 다시 넣어.

신형 (민망한) 네...

그때, 밖에서 소리 들리는

병국E 여보, 뭐 마실 것 좀 안주나?

혜자 (깜박한 듯, 혼잣말) 어머... (밖에 대고, 소리치는) 곧 나가요! (하고, 신형에
게) 반찬은 엄마가 담을 테니까, 넌 냉장고에서 녹즙 꺼내 내가라.

$#2. 일층 베란다

병국, 재호 앉아있다.

병국 (문쪽 보며, 혼잣말처럼 투덜거리는) 뭐가 이렇게 더딘지, 목 타 죽겠네, 정말
(재호 보며) 너두 신형이랑 살면 속 좀 터질 거다. 우리 집안 여자들이 아주 더뎌요.

재호 (병국을 보며, 작게 웃는)

그때, 신형 녹즙 두잔 가지고 들어온다.

병국 (그런 신형 보며, 편하게) 이제 주냐?

신형 (녹즙을 두사람 앞에 놔주며, 미안한) 죄송해요. 깜박했어요.

병국 (신형이 녹즙 다 놔줄 때 쯤) 넌 나가있어라.

신형 ?

병국 재호랑 할 얘기 있으니까, 나가라고.

신형 (멋쩍게 재호 보고, 병국 보고) 네... (하고, 나간다)

병국 (신형 나가는 것 보고, 재호에게) 마셔라. 어머니가 너 준다 고, 부러 경동시장
까지 가서 미나리에 케일, 신선초까지 두루 두루 사서 만드신 거래. 입에 넣기 고약해
도, 약이다 생각하 고 마셔.

재호 아버님 먼저 드세요.

병국 그래, 그래. (하고 마시면)

재호 (잔 들어, 단숨에 꿀꺽꿀꺽 마시는)

병국 (마시던 잔 내려놓고, 재호 보는)

재호 (다 마시고 입가를 손으로 닦는다)

병국 (그런 재호 서글프게 보다가, 짐짓 밝게 말꺼내는) 이달 안에 식 올리자.

재호 (보면)

병국 넌 일체 다른건 신경쓰지 말고, 몸만 돌볼 생각해.

재호 (죄송한 마음에 고개 떨구는, 약한 모습 아니다)

병국 (그런 재호 보며, 맘 아프지만, 힘주어 말하는) 난 하느님을 믿지 않는다. 부처
님도 그렇고.

재호 (보면) ?

병국 사람을 믿지. 사람 마음 하나가... 이세상을 움직인다고 믿는 다. 니가 살고싶은
의지가 강하면 살 수 있는거야. 너, 나나 신형에미, 신형이 그간 속많이 썩였다. 알고
있지?

재호 (차마 말 못하는) ...

병국 이제부턴 속썩을 일 만들지마. 그리고, 장인, 장모도 부모다. 부모보다 먼저 가
는 불효는 더더욱 저지르지 마. 강해져야 한 다. 그게 남자야, 견딜 수 있지?

재호 (병국 고마운, 자신에게 다짐하는) 네.

병국 (깊게, 재호 보다가) 됐다.

$#3. 거실

병국, 신형, 재호 서 있다.

그때, 혜자, 부방에서 녹즙 든 병과 찬합 든 쇼핑백 들고 나와, 신형 주며

혜자 (신형에게) 가자마자 냉장고에 넣어. (재호 보며) 녹즙은 공복에 마셔. 이제부턴
마시는거 하나라 도 신경써. 절대로 인스턴트 먹지 말고, 콜라같은 건 입에도 대지마.

재호 (고맙고, 미안한) 네.

헤자 (재호 보며) 날을 빨리 잡아야겠다. 옆에서 챙겨주고 싶은데... 병국 (혜자 보
며) 곧 그렇게 될 걸 뭘. 늦었어, 빨리 애들 보내자 구. (신형 보며) 차 천천히 몰아
라.

신형 네.

재호 (혜자에게) 어머님 말씀 명심하겠습니다. 녹즙 잘 마실게요.

혜자 그래야지, 그럼.

신형 (재호에게) 가자. (하고, 나가고)

재호 (혜자, 병국에게) 또 오겠습니다. (하고, 인사하고)

혜자 그래, 어서 어서 가.

재호, 신형 나가고,

혜자, 둘을 배웅하러 현관까지 가는.

병국, 그렇게 나가는 그들을 보고, 안방으로 들어가고.

$#4. 안방

병국, 이불을 펴고 있다. (거의 다 편 상태다.)

그때, 혜자 들어온다.

병국 얘들 갔어?

헤자 (화장대에 앉으며, 손에 로션 바르며) 차 떠나는 거 보고 들 어왔어요. (하고,
작게 한숨 쉬고 말하는) 옛말 틀린거 하나 없다는데, 그것두 아니녜요.

병국 (이불 펴다 말고, 앉으며) 무슨 말이야?

헤자 (병국 보며) 사위가 백년손님이라는 말 있잖아요.

병국 ?

혜자 당신 그 말뜻이 뭔줄 알어?

병국 평생, 봐두봐두 남처럼 정 안드는 손님 같단 말 아니야.

혜자 그러게. 그런데 사위가 어떻게 남같은 손님이야. 자식이지. 오늘 시장보면서 느
낀건데, 사위도 자식이드라구요. 어떡하면 하나라도 재호 입맛에 맞출까, 신혼때 당신
상 차릴때처럼 설 레고, 맘 쓰이고. (서글프게 작게 웃으며) 재호가 이런 맘 알기나
할까 모르겠 어요?

병국 알지 왜 몰라.

헤자 (다시 로션 바르며, 혼잣말처럼) 알면 고맙구...

병국 (잠시 주저하다 어렵게 말꺼내는) 저, 여보...

혜자 (보면) ?

병국 나 회사 그만 둘까봐.

혜자 ?

병국 재호 형편도 그렇고, 어차피 애들 사람집은 우리가 차려줘야 할 것 같은데... 우
리 이집 팔아서, 작은 아파트로 옮기고, 애 들 방도 얻어주고... 퇴직금 타면 홍제동
에 우리회사 대리점이 하나 났거든. 나, 그거 좀 해볼까 싶어. 그게 월급쟁이보단 날
것 같애. 당신 생각은 어때?

헤자 (서운한) 그래서... 이 집... 팔자구요?

병국 신형이 나가구, 우리 둘이 살기엔 너무 집이 크잖어, 왜 서운 해?

혜자 (서운한, 병국 안보고) ...

병국 당신이 서운하면 말고, 뭐 집 안팔구두 이것저것 정리하면...

혜자 (여전히 병국 안보고) 아니예요.

병국 (혜자 보면)

혜자 그래요, 그렇게 해요. 신형이 나가구, 나두 여기 싫어요. (일어나며) 근데 집이
등치가 커서 작자가 빨리 나설까 모르 겠네. (하고, 나간다)

병국 (짠한 마음으로, 혜자 보고)

$#5. 재호의 아파트 전경

$#6. 재호의 집 안

재호, 쇼파에 앉아 신형을 보고 잇다. 신형, 냉장고에 반찬들을 넣으며 말하는

신형 반찬 꺼내먹기 귀찮겠지만, 엄마 정성 생각해서 꼭 챙겨먹어.

재호 네.

신형 (냉장고 문 닫으며, 재호 보고 작게 웃으며) 다 했다. (하고, 벽시계 보면 11시
가 넘어가고 있다) 너무 늦었네, 그만 가야겠다.

재호 조금만 앉았다 가요. (하고, 옆자리 조금 비켜주면)

신형 그럴까. (하고, 재호 옆에 와 앉는다)

재호 (신형을 따뜻하게 본다)

신형 (편하게) 고단하지?

재호 아뇨.

신형 (재호 보다, 어렵게 말 꺼내는)엄마랑... 무슨 약속했다는데, 무슨 약속했어?

재호 (신형 보며) 당신 곁에... 오래 있겠다고 했어요.

신형 (맘이 짠해진다, 재호 보고)

재호 (어렵게 말하는) 약속 지킬거예요.

신형 (잠시 고개 숙이고 있다가 재호 보고 애써 밝게 웃으려하며) 믿어.

재호 (신형 보다가, 손 올려 신형의 얼굴 만지고, 안고, 가라앉았지 만, 힘주어 말하
는) 사랑해요.

신형 (눈 감고) ...

재호 (품에서 신형 떼어내고, 보며) 사랑한단 말이, 이렇게 귀한건 줄 알았으면... 그
동안 아껴둘걸 그랬어요. 지금 생각하니까... 그 말을 너무 함부로 썼던 것 같아요.

신형 ...

재호 고마워요. 나한테 시간이 남았다는걸 알려줘서...

신형 (재호의 얼굴을 손으로 만지고, 울 듯 말 듯 작게 웃는)

$#7. 카페 안

길진과 현수 양주를 마시고 있다.

현수 (담담하게, 자기잔에 술을 따라 마신다.)

길진 (그런 현수를 안쓰럽게 보고 있다) 너무 많이 마시는거 아 냐?

현수 (잔 내려놓고, 길진 안보고) 나, 술 많이 늘었어. 괜찮아. (길진 보고, 작게 웃
으며) 오랜만에 밤늦게까지 밖에 나와있 으니까 좋다. 오늘 집에 들어가지 말고, 오빠
랑 여기서 밤새 술이나 마실까?

길진 계속 집에만 있었어?

현수 (작게 웃으며) 어.

길진 집에서 뭐했어. 답답하게, 밖에 나와서 바람도 쐬고 그러지.

현수 (안보고) 잠잤어.

길진 ?

현수 (안보고) 요즘 하루 열시간씩 자. 마치 무슨 졸음병에 걸린 애처럼 자두자두 졸
려.

길진 너두 그동안 사는게 고단했나보다.

현수 (서글픈 웃음, 안보고) 그랬나...

(자기 감정 떨쳐버리려 하며, 길진 보고, 애서 밝게) 정윤 언 니랑 잘돼?

길진 (멋쩍은 웃음) 그렇지, 뭐.

현수 무슨 말이 그래, 잘돼, 안돼?

길진 잘돼. 아주 좋은 사람이거든.

현수 (작게 편한 웃음 지으며) 축하해.

길진 (현수 보며, 어렵게) 아버지한텐 언제 가?

현수 (조금은 난감한) 글쎄.

길진 ...

현수 (안보고, 어렵게 말 꺼내는) 재호랑 신형언니 요즘 어떻게 지 내? 결혼한대?

길진 ...

현수 (안보고) 떠나려면 지금이라도 당장 떠날 수 있는데.... (길진 보고, 서글픈, 애
써 편하려하며) 아직도 난 재호 옆에 아무도 없는게 맘이 안놓여. 두사람이 같이 사는
거 보면... 아, 이제 내가 정말 떠나두 되겠구나. 그런 생각이 들 것 같 애. (길진 보
며, 서글프게 웃으며) 우습지?

길진 (어렵게) 두사람 곧 결혼 갈거 같다.

현수 (보면) ?!

길진 어머님두 아버님두 허락하시는 분위기야. 워낙 신형이 의지가 굳으니까... 마지
못해서이긴 하지만, 낮에 전화했었는데... 어머님 말씀이 재호 다녀갈거라고 하시드라.
곧 식 올리겠지.

현수 (서글픈) 그래... (창가로 시선 돌리며) 그럼... 나두 떠날 날이 멀지 않았네.

$#8. 작은 아버지댁의 현수의 방(어두운 방 안, 책상 위에 스탠드만 켜있는)

현수(담담하고, 서글픈) 책상앞 의자에 앉아, 사진첩에 껴있는 재호와 찍었던 약혼식
사진을 넘겨가며 보고 있다. 그러다가 사진첩을 덮고, 가만 그대로 있다가 끄고 F. O

$#9. 진숙의 집 전경, 아침

$#10. 수돗가

미선, 세수하는데 석구의 방에서 다투는 소리 들리는.

재영E 제발 그만 좀 해!

석구E 뭘 그만해!

미선, 세수하다 말고 걸어가 석구의 방쪽에 귀기울이는.

미선 (귀기울리고, 작게 혼잣말처럼) 이 인간들이 싸우나.

$#11. 석구의 방

석구(출근 준비한) 와 재영(학교갈 준비한), 다투고 있다.

석구 그럼 니가 지금 한 말이 옳단 얘기야?

재영 (시선 피하며) 아무튼, 진희한텐 오빠가 거짓말 시킨 거라고 할거야.

석구 너, 내가 그렇게 챙피해?

재영 누가 그렇대?

석구 (재영이 어깨를 잡아 돌려세워, 자기를 보게 하며) 진희한테 말해. 결혼했다구
말하라구.

재영 못해.

그때, 문 벌컥 열리고, 미선 들어와 앉으며

미선 왜 못하는데?

재영, 석구 (놀라, 미선 보는)

미선 내가 문밖에서 두사람 하는 얘기 들었는데, (재영 보며) 너 그럼 안돼, 강재영.

석구 (미선 보고) 너두 그렇게 생각하지.

미선 (석구 보고, 재영 보며) 야, 석구오빠 좋다고 나한테서 뺏어갈 땐 언제고, 이제
와서 남들한테 떳떳하게 말하지도 못하는 니 그 저의가 뭐냐?

재영 우리 부부일이야, 끼여들지마.

미선 나두 웬만하면 안끼고 싶어. 근데 니가 끼게 하잖아. 그리고 엄밀히 말하면, 난
낄만한 사람이야. 왜, 넌 분명히 석구오빠랑 결혼할 때, 나한테 약속했거든. 무슨 일
이 있어도 행복하겠다. 그런데, 그 약속을 어기고, 지 금 싸우잖어. 이건 약속 위반이

재영 부부란 원래 싸우면서 정드는거야.

미선 싸우면서 정들거면, 너랑 나랑도 벌써 정 들었어야 돼. 그런데 어떠냐? 난 너 예
전이나 지금이나 별로야. 싸움은 하 면 할수록, 성질만 더러워 질뿐, 사이 좋아지는덴
아무런 상 관도 없어. 그리고 너, 결혼했단 기집애가, 하도 다니는 꼴이 그게 뭐냐?
처녀도 아닌게 처녀처럼. 적어도 결혼했으면 말이야, 우리 엄마처럼 몸빼 정돈 입어줘
야지, 빽바지가 웬말이냐구.

석구 (황당한) 야, 고미선, 너 니방 건너가.

미선 오빠도 그래, 여편네가 처녀 흉내내면 단호히 대처해야지. 얘 밖에 나가봐, 누가
유부녀로 보겠어.

석구 나 재영이 유부녀로 보이는거 싫어. 이제 스물하난데, 유부녀 로 보인면, 내가
안덱고 살지.

미선 그말 후회하게 될걸. 이 사회가 왜 이렇게 됐는데, 각자의 위 치에서 모두 제역
활을 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이렇게 된거 야. (재영 보며) 아줌마, 아줌마답게 살어,
알았어? 처녀들 세상은 처녀인 내가 지킨다, 알겠지? (하고, 나간다)

재영 (미선 나간쪽 보며) 뭐 저런 얘가 다 있어.

석구 (재영 보며) 진희한테 결혼했다고 말할거지?

재영 (석구 보며, 마지못해) 알았어. 알았어, 알았어! (하고, 나가 고)

석구 (밝게 웃으며) 정말이지, 정말이지. 기분이다, 내가 학교 바래다 줄게, 같이 가
자. (하고, 나가고)

$#12. 신자의 방

신자, 실밥을 따고 있고, 미선, 밥상 앞에서 수저들고 심각하게 고민을 하고 있 다.

신자 (일만 하며) 밥먹고, 학원가지, 뭔 생각을 그리해.

미선 ...

신자 (미선 보며) 밥 안묵나?

미선 (신자 보며, 심각하게) 엄마, 석구오빠랑 재영이랑, 이혼할꺼 같드라.

신자 (믿기지 않는) 뭐?

미선 석구오빠 속을 재영이가 막 썩이나봐. 심각하거 같애.

신자 뭐라 카는데?

미선 재영이가 처녀 행세를 하고 다녔대. 이건 정말 심각한 일이지 않어?

신자 유부녀가 처녀 행세를 하고 다니면 안되지, 그런.

미선 (골똘히, 생각하며 말하는) 만약, 석구오빠랑 재영이가 이혼을 하고... 그래서
석구오빠가 나한테 다시 온다, (신자 보며) 엄 마, 그러면 어떡하지?

신자 (놀라, 큰소리) 그건 안되지, 년아.

미선 그지, 그건 안되지?

신자 암만, 세상에 상도란게 있는데, 거래를 그래 치우치게 하면 안되지.

미선 상돈 뭐고, 거랜 뭐야?

신자 처년 총각하고, 총각은 처녀하고 그래 서로서로 맞춰가 살아 야한다, 이말이다.
니, 석구랑 재영이랑 깨져도 절대로, 석구 랑 어쩌고저쩌고 그라면 안된다. 알겠나?

미선 (심각하게, 고개 끄덕이며) 알겠어. 내가 머리가 나빠도 셈은 하지, 난 처녀고
지는 아닌데.. (그러다, 신자 보며) 근데 엄마, 총각을 어떻게 구분하지? 야, 너 총각
이냐? 이렇게 물러볼 수도 없고, 내가 물어본다고 어 떤 띨띨한 놈이, 나 총각이야,
그렇게 말하고 찾아올 것 같지 도 않고.

신자 (뻐기듯) 총각인지, 아닌지 구분하는건 천하 쉽다.

미선 어떻게?

신자 둘이 가만 앉아을 때, 손을 덥석 잡아봐.

미선 (심각하게 듣는) 그런 다음에?

신자 손을 그래 잡았을 때, 손을 달달 떠는 놈은, 총각이고, 너을 버럭 안는 놈은...
(손사래 치며) 아이다.

미선 그건 아니다. 엄마. 나 처녀래도 누가 손 잡으면, 달달달 안떨 어.

신자 그람 닌 우짜는데?

미선 (건달처럼) 왜 내손을 잡는거야? 팔씨름 한번 붙잔 얘기야? (하고, 신자 보며)
이렇게 말해. 난 누가 날 건드리면 (주먹을 불끈쥐며) 전의가 불타거든.

신자 (미선 보며, 심란한) 니 가시나 맞나? 으이고. (하고 밖으로 나간다)

$#13. 진숙의 방

진숙, 전화를 받고 있다. 인숙, 달건 차를 마시며 진숙을 유심히 보는.

진숙 (무슨 소린지 모르겠다) 엄마를 모시고 오다니, 무슨 말이야?

신형E 가서 말씀 드릴게요.

진숙 (걱정스런) 신형아, 너 설마 재호랑, 정말 결혼 할려구 그러는 건 아니지?

$#14. 신형의 집 거실

신형, 전화받고 있다. 혜자, 그 옆에서서 전화받는 신형을 보고 있다.

신형 (공손한) 어머니, 아버지한테 허락받았어요.

진숙E (소리, 놀란) 얘 이게 무슨 말이야, (타이르듯) 신형아,

신형 (난감한)

진숙E 너 그러는 건 아냐. 부모님한테 무슨 불횰저지르려고, 얘가...

신형, 난감하고, 혜자 그런 신형 보다 말거는.

혜자 전화 엄마 줘봐.

신형 이모님, 잠깐만 기다리세요. (하고, 혜자에게 전화주는)

혜자 진숙이니, 나야. 우리 이렇게 전화로 그러지 말고 만나서 얘 기하자.

진숙E 오지마, 난 허락 못해.

혜자 집에 있는 거지, 가서 얘기해. (하고, 전화 끊고, 신형 보며) 나가자. (하고, 나
가고)

신형 (따라나가고)

$#15. 진숙의 방

진숙(난감하게 있는), 인숙, 달건 앉아있다.

인숙 기어이 온대?

달건 아이고, 그 신형이라는 아가씨도 대한하네. 아픈 사람하고 무 슨 결혼을 하겠다
고...

인숙 (진숙에게) 어떡할거야? 혜자언니도 내켜서 그러는건 아닐텐 데.. 신형이가 버텨
도 엔간히 버텼나보네. 언니, 재호, 어디 지방이라두 보내라, 아주 신형이 눈에 안띄
게 하면 되잖아.

달건 병원은 어떻게하고, 지방을 보내. 두사람 중에 한 사람이 떠 나야된다면, 당연히
신형이가 가야 옳지.

진숙 (가만 생각하고 있다가, 인숙에게) 재호한테 전화 좀 넣봐, 집 에 있나.

$#16. 재호의 집 안

전화기에서 전화벨 울리는. 카메라, 전화벨 울리는 것 보여주고, 옮겨 침대 쪽으로 가
면, 재호 땀에 흠뻑 젖은 힘든 얼굴로 일어나, 침대에 걸터 앉아 전화기 본다. 그러나
전화를 받으러 갈 힘이 없어 보인다. 재호, 이를 악물고, 전화기쪽으로 가려다가 넘어
져, 움직이지 않고.

$#17. 재호의 집, 전경

현수, 생각많은 얼굴로 걸어와 고개 들어, 재호의 집쪽을 본다. 그렇게 잠시 망설이다
가 맘 다잡고, 재호의 집쪽으로 걸어 들어가는.

$#18. 재호의 방 안

재호, 바닥에 앉아, 침대에 기대 담을 뻘뻘 흘리고 있다. 고통스럽지만, 참아보려는
얼굴이다. 그때, 초인종소리 나고, 재호, 문쪽을 보고, 다시 초인종 소리 나면, 재호,
힘들게 일어나 비틀비틀 걸어가 문을 열어준다. 현수, 들어와 재호 보고, 놀라.

현수 왜... 그래?

재호 (고통스럽지만, 애써 참으려 하며) 최선생 좀 불러줘. (하고, 뒤돌다, 다시 쓰러
지고)

현수 (넘어져있는, 재호를 보고, 무릎 꿇고 앉아 소리치는) 재호야!

$#19. 재호의 집 앞

정윤의 차(엠블런스 아님), 급하게 멈춰서고, 정윤, 진료가방 들고 서둘러 재호의 집
쪽으로 뛰어간다.

$#20. 재호의 방 안

재호, 침대에 앉아 작은 플라스틱 그릇에 '욱욱'하고 구토를 한 . 정윤, 재호의 등을
쓸어주며, 편하게.

정윤 토해요. 괜찮아요.

재호 이제 괜찮은 거 같아요.

정윤 (재호에게 옆에 있는, 수건 조며) 입닦아요.

재호 (수건 받아, 입 닦고) 저, 잠깐 누울게요. (하고, 눕는)

정윤 (이불을 덮어주고, 한쪽에 앉아 걱정스레 재호를 보고 있는, 현수에게) 괜찮아,
걱정하지마, 재호씨 자게 우린 잠깐 나가 있자.

$#21. 정윤의 차 안

정윤, 현수 창문 열어놓고 앉아있다.

정윤 (작게 웃으며, 편하게) 덥지? 에어컨 틀까? 아님, 어디가서 시원한 커피를 마시
던가.

현수 (정윤 안보고, 가라앉은) 괜찮아요. (정윤 보고) 재호, 왜 그런 거예요?

정윤 약물치료가 힘들어서 그래.

현수 (어렵게 묻는) 부작용은 아니... 죠?

정윤 (보며) 연락받고 올 때, 나도 혹시 그런게 아닌가 했어. 쇼크가 일어난 건 아닌
가, 다행히도 아니야. 걱정마. 치료과정 중에 흔하게 생기는 일이야.

현수 (안도하는)

정윤 (현수 안보고) 재호씨, 참 강한 사람이야. (현수 보고) 좋은 소식 하나 알려줄
까?

현수 (보면)

정윤 전이가 멈췄어.

현수 ?!

정윤 지난달하고 이번달 검사를 비교한 결과가 나왔는데, 좋아. 일시적인건 지, 아닌
지는 두고 봐야 알겠지만, 현재론 반가운 일이지.

현수 (조금은 안도하는) ...

정윤 (어렵게 묻는) 재호씨, 신형이랑 결혼한단 얘기 들었니?

현수 (못보고)

정윤 (안보고) 두사람이 결혼하는게 옳은 일인지, 아닌지 난 잘 모 르겠어. 난 요즘
걱정이 많다. 혹시라도 우리 기대와 다르게, 재호씨가 안좋아지면 어쩌나, 쓸데없이,
내가 나서서 두사람 을 다시 만나게 한 건 아닌가, 뭐, 그런 생각. 그런데 이젠 그 런
생각 안할려고 그래. (사이, 현수 보고) 현수야,

현수 (정윤 보면)

정윤 (보며) 난 두사람이 주변 사람들 생각안하고, 그냥 자기들만 좋아서 결혼한다고
생각하지 않아. 재호씨, 신형이... 두사람, 참 힘든 용기를 낸거야. 서로가 서 로를
위해서 해줄 수 있는 전부를 해주는 거지.

현수 (서글픈) ...

정윤 (시계 보고, 현수 보고) 재호씨한테 가봐야겠다. 들어갔다갈 래?

현수 (보며) 그냥 갈래요.

정윤 (보면)

현수 (문 열고 나가고)

$#22. 차 밖

현수, 차에서 나와 아파트 밖으로 가는. 정윤, 차안에서 가는 현수를 담담하게 룸밀러
로 보고 있다.

$#23. 여행사 전경

$#24. 여행사 안


현수(직원 안보고, 딴 생각하는), 직원과 얘기하고 있다. 직원 (컴퓨터로 자리 확인하
며) 19일, 오후 한시 비행기라... (자판치고) 좌석이, (사이) 있네요. (하고, 현수
보고) 편돕니 까, 왕복입니까?

현수 (직원 안보고, 멍한) ...

직원 손님?

현수 (그제야 보면)

직원 티켓 어떻게 끊을까요.

현수 편도로 끊어주세요.

직원 네, 알겠습니다. (하고, 화면 보고 자판치고)

현수 (직원 보다, 창가로 시신틀고, 막막한

$#25. 진숙의 방

진숙, 혜자(담담한), 신형(고개 숙인), 앉아있다.

진숙 (O.L) 허락할 수 없어.

신형,혜자 ...

진숙 (신형 보며, 맘 아픈, 설득조) 신형아, 이런 법은 어디에도 없 어, 너 느이 엄마
한테 무슨 죄를 지으려고 이래. 떼쓸 때가 있고, 안쓸 때가 있는거야. 이러지마. 재호
한테 너 말고도 걱정해줄 사람 많어. 이러는 건 아니야.

신형 (진숙 보며, 어렵게) 이모님...

진숙 허락할 수 없어.

혜자 (담담한) 진숙아, 그만해.

진숙 (혜자 보면)

혜자 얘 아버지랑 나랑 벌써 맘 정한 일이야. 니 마음 충분히 이해 하겠는데, 우리 애
들 혼인시키자.

진숙 혜자야...

혜자 지금 우리집 팔아서, 신형 아버지 대리점내고 애들 살림집 차 려줄거야. 니가 내
생각 해줄 양이면, 애들 살림집 우리집 근 처로 얻는거나 허락해줘라. 아침 저녁 안들
여다보면, 내가 맘이 편치않을 것 같아서 그 래. 여기 너 사는 집하고도 그닥 멀지 않
을거야. 대림동에 얻 을 거니까. 그건 허락해줄 수 있지?

진숙 (안타깝고, 속상한) 혜자야...

혜자 재호 봤는데, 얼굴도 좋고, 몸도 좋고.... 여러사람이 걱정해주고 돌봐주면, 지
금보다 더 좋아지지 말란 법 없잖아. 신형이가 굳이 한다니까, 자포자기 하는 맘으로
어쩔수 없이, 애아버지가 내가 승낙한거 아니야. 자식일에 포기가 어딧니? 희망이 있
으니까, 어떻게든 해보자는거야.

진숙 (안타까운) 그래두, 그럴 어떻게 허락해!

$#26. 신자의 방

인숙, 신자, 혜자 (담담한) 앉아있다.

인숙 (참외 깎아, 눈치 보며, 혜자 앞에 놔준다)

신자 (혜자 보며, 안쓰러운) 먹어봐라. 참외가 달다.

혜자 (포크들고, 참외 찍어, 한입먹고, 신자 보고, 작게 웃으며) 금 싸라긴가 보네,
향도 좋구, 다네요. 어릴적 생각나네. 언니네, 텃밭에 개구리참외 키웠는데, 애들이
밤마다 서리해서... 언니 잠두 못자구, 밭 지키구...

신자 (옛 생각나는지, 웃으며) 아이고, 그랬지, 헤혜 울아버지가 그 참외 키와가, 내
고등학교시켜준다꼬 그랬었는 데, 참외가 도무지 클 참이 있어야지, 전수 동네 애새끼
들이 주먹만해지면, 다 따 쳐묵고.

인숙 (신자 보며) 그래서 고등학교 못간거예요?

신자 뭐 그랬다꼬 할 수 있지, 그라고 내 머리도 쪼매 문제가 있 고, 무슨 대가리가
하나 외우면 하나 잊아뿔고, 하나 외우면 하나 잊어뿔고 울아버지가 돈이 있어가 고등
학교 보내줬어도, 이 누무 머리 땜시 짤릴 판이었다.

인숙 그러니까, 미선이가 할머닐 닮았구나.

신자 (앗차싶다, 자기 입을 손으로 가렸다떼며) 니 오늘 이 자리에 서 한 말, 절대로
미선이한테 하면 안된다. 내 미선이한텐 갸 머리가 지 에비 닮았다 캤거든.

인숙 돌아가신 양반을 그렇게 욕되게 하면 안되죠.

신자 그람, 우짜노. 에미에비 둘증에 하난 닮는게 자식인데, 내 닮았다곤 차마 말 을
몬하겠고, 주워왔다칼 수도 없고. 서방 팔아야지.

인숙 (어이없다는 듯 읏고, 혜자 보는데, 짠한) ...

혜자 (멍하니, 맛없이 참외를 우물거리는)

신자 (그런 혜자 보고, 맘 짠해서, 인숙에게 묻는) 신형인, 진숙이 랑 얘기가 기네.

인숙 (혜자 눈치 보며) 그러게요.

$#27. 진숙의 방

진숙, 신형의 손을 잡고 설득하고 있다.

진숙 신형아, 이러는건 아니야. 니가 우리 재홀 얼마나 위하는진 알겠지만, 부모님을
생각해. 어머니, 아버지, 자식이라곤 너 하나밖에 없는데... 이렇게 이기적으로 너 하
고싶은대로 하는 거 아니야.

신형 (맘 아프게, 진숙 보며, 힘주어 말하는) 이모님...

진숙 너 부모한텐 이렇게 모질면서, 어떻게 재호한테 단 한번도 모 질질 못하니. 사랑
하는 사람이야, 평생에 몇번은 있다. 그치만, 부모님은 하 늘아래 딱 두분이야. 재호
는 우리집 식구들이 돌볼게. 니가 맘 내준거 너무 고마운데, 결혼 하지말어. 신형아.

신형 (눈가 붉어졌지만, 강하게, 말꼬리 끊으며) 저 재호씨랑 살고 싶어요, 이모님.

진숙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

신형 행복하고 싶어요.

진숙 (보는) ...

신형 재호씨, 잘 견뎌낼 거예요. 재호씨 치료하는 의사선배가 그러 는데... 다른 사람
들보다 힘든 치료를 잘 견뎌내고 있대요. 의지가 강 한 사람이예요. 누구보다도 자기
인생을 사랑하는 사람이예 요. 이겨낼 거예요. 허락해주세요. 네?

진숙 (맘 아프고, 난감해, 신형 보는) ...

$#28. 수돗가

신형, 혜자, 진숙, 신자, 인숙 서있다.

혜자 (진숙에게) 들어가. 그리고, 식은 우리쪽에서 준비할테니까, 그리 알어. 자세한
얘긴 다시 만나 하자.

진숙 (답답한, 뭐라 말을 못하고 혜자 볻다, 신형 보며) 어머니, 조 심해서 모시고 가.

신형 네. (인사하고)

혜자 (신자에게) 언니 갈게요.

신자 그래라.

인숙 (혜자에게) 언니 잘가.

혜자, 신형 돌아서서 가면.

진숙, 신자, 인숙 가는 두사람 보며 막막하게 있다.

인숙 (걱정, 진숙에게) 어떻게 할거야?

진숙 난 재호 만나러 갈거야. 어디 나갈거면, 문단속 잘하고 나가. (하고, 방으로 들
어가는)

인숙 재호 만나서 뭐라 그럴건데? (하며, 따라 들어가고)

신자 (그런 진숙 보다, 걱정스럽게 고개 젖고)

$#29. 재호의 방 안

재호, 서서 정윤을 배웅하고 있다.

재호 죄송해요, 많이 놀라셨죠?

정윤 아니예요. 다음에도 힘들면 불러요.

재호 바쁘시잖아요?

정윤 의사가 환자 보는 일보다 바쁜 일이 어딧어요?

재호 (작게 웃고, 멋쩍게 묻는) 송교수님... 만나세요?

정윤 지금 만나러 갈려 그래요. 워낙 잘난 사람이라서, 찾아가지 않으면 볼 수가 없거
든요.

재호 (작게 웃고)

정윤 나오지 말아요. 갈게요. (하고, 나가 문닫고)

재호 (잠시 서 있다., 전화기로 가서 전화하는)

신호음 가다 떨어지면.

현수E 여보세요?

재호 현수니? 나야. 재호.

$#30. 고수부지

현수, 강가 보이는 계단에 앉아 전화하고 있다.

현수 (서글프게 작게 웃으며) 괜찮다니, 다행이다.

재호E 걱정 많이 했지?

현수 조금.

재호 (E, 어렵게) 저녁, 같이 먹을래?

현수 (서글픈) 아니, 약속있어.

(사이, 어렵게) 재호야, 나, 곧 떠날 것 같애. 신형언니랑 식 돌리는 거보고 갔으면
싶은데, 될지 모르겠다.

$#31. 재호의 방

재호, 현수에게 미안한.

재호 티켓은 끊었어?

현수E 어.

재호 (어렵게) 가기 전에 한 번 볼 수 있니?

현수 (서글픈) 그럼. (사이) 재호야. 나 만나기로 한 사람 왔거든. 다시 전화하자.
(하고, 끊고, 강가로 보는데, 서글픈다)

$#33. 재호의 방 안

재호, 컴퓨터 앞에 앉아있고, 진숙, 쇼파에 앉아 그런 재호 보며 말하는

진숙 (걱정스런, 그러나 힘주어 말하는) 재호야...

재호 잠시만 이것좀 끝내구요. (하고, 프린터기 켜고, 프린터 뽑고, 진숙의 앞에 앉는
다)

진숙 (걱정스레, 보는)

재호 그러잖아도, 오늘 저녁에 집에 가려고 했어요.

진숙 (걱정) 신형이랑, 신형이 엄마가 집에 왔었어.

재호 얘기 들으셨어요?

진숙 (맘 아프지만, 단호한) 욕심버려, 니 욕심 때문에 여러 사람, 다치게 하지마.

재호 (보는)...

진숙 나랑 같이 살자.

재호 ...

진숙 (맘 아프지만, 모질게 말하는) 니 마음 모르는거 아냐. 억울하 겠지. 하지만, 욕
심도 부릴때가 있고, 버릴때가 있는 거야. 건강하지 않은 몸으로, 이러는 건 아니다.
결호하고 싶어?

재호 (안보고, 담담하게) 네.

진숙 그럼 낫고 나서 해.

재호 (보면) ...

진숙 의사가 이제 다 낫습니다. 그렇게 말하면, 그땐 허락할게.

재호 (보면) ...

진숙 재호야, 내가 너한테 모질게 말하는 거 알어. 하지만, 우리 상황을 조금만 더 냉
정하게 생각하자. (눈가 붉어져 맘 아프지만, 모질게 말하는) 너 아프지? 가끔 은 니
몸도 가누기 힘들 정도로 아프지? 난 너 아퍼 뒤트는 거 보지 못했어. 아직도 니가 끔
직한 병에 걸렸다는게 믿기지 않어. 그런데두, 난 니 생각만하면 가슴이 찢어져. 솔직
히, 여기 매일 들여다 보고 싶어도, 용기나 안나서 못와. 널 볼 자신이 없어. 아침에
일어나 혹시 간밤에 얘가 어떻게 된 건 아닌가. 그러다 니 전화 받으면 아니구나. 다
행이다. 그 렇게 속이 탄다. 병원도 찾아가고 싶지만 무슨 말을 들을까, 겁이 나서 못
가, 세상 궂은 일, 겪을 만큼 겪은 나야. 그래도, 이렇게 맘이 약해지는데... 신형이
못 견딜거다. 너 불쌍한 마음에 지금은 산다고 하지 만,

재호 (말꼬리 끊으며, 못보고) 이모.

진숙 (보면)

재호 (담담하지만, 힘주어 말하는) 저, 어젯밤, 머리가 너무 아팠어 요.

진숙 ?

재호 (보며, 맘 아프지만, 힘주어 말하는) 오늘 다시 무릎에 심한 멍이 생겼구... 바
로, 이모 오기 전엔... 의사가 다녀갈 만큼 의식이 흐려졌었 어요.

진숙 (조금은 놀라고, 맘 아퍼, 눈가 붉어진) ?!...

재호 (안보고) 하지만, 이모, 난 이게 죽음으로 가는 길 같진 않아 요. 왜냐면, 버틸
자신이 있거든요. (보며) 이몬, 내가 이렇게 버티는게... 오기 같아요?

진숙 ...

재호 내가 체념하길 바래요? 이제 다 끝났다, 그러길 바라세요?

진숙 (맘 아퍼, 외면하는)

재호 (눈가 붉어져, 힘주어 말하는) 내가 신형이 그 사람한테 보여 주고 싶은 모슴은
전처럼 건강한 모습이 아니예요. 더두말구 덜두 말구, 지금 이 고통스런 순간에도 내
가 그 여자 때문 에... 버티려고 하는... 이런 모습이예요.

진숙 (맘 아픈) ?!

재호 이모.

진숙 (보면)

재호 (눈가 그렁해, 이 악물고 힘주어 말하는) 내가 그 여잘 사랑 하는건, 내 인생을
사랑하는거야. 그래서 난 포기할 수 없는 거구. 날 믿어요. 이모가 날 안 믿어주면,
누가 날 믿어주겠어 요. (하고, 맘 아퍼, 외면하는)

진숙 (그런 재호 보며, 뭐라 말 못하고 맘 아픈)

$#34. 거리

진숙, 걸어가다가, 공중전화 발견하고 맘 다잡고, 전하기 들고 버튼 누르고, 신 호음
가다 떨어지면

진숙 여보세요? (어렵게) 이병국씨 계신가요?

$#35. 도로에 있는, 공원 근처

병국, 걸어와 문득 멈춰서서 앞쪽을 보면 진숙, 생각 많은 얼굴로 벤치에 앉아있다가,
뭔가 느낌이 이샹해 고개 돌린다. 병국 보고 일어난다. 시간 경과.

병국, 진숙 나란히 앉아있다.

진숙 (안보고, 미안한, 가라앉은) 정말 뭐라고 말씀 드릴 면목이 없 네요. 전, 재호가
그렇게 당치않은 욕심을 낼 줄을 몰랐어요, 죄송합니다.

병국 (진숙 보고, 어색하게 웃으려하며) 진숙씨가 죄송할게 뭐있어 요?

진숙 (보면) ?

병국 (안보고) 처음에 신형이랑 재호랑 다시 만났단 말 듣고, 아프 다는 말듣고... 사
실, 저희 내외 많이 놀라고, 화나고 그랬습니 다.

진숙 (마안한) ...

병국 결혼말까지 나올 땐, 하늘이 노랗드라구요.

진숙 그런데, 어떻게 허락을 하셨어요?

병국 (보며) 재호를 믿어서였습니다.

진숙 ?

병국 그 놈 이렇게 힘들게 여기까지 와서, 허망하게... 끝낼 놈 아 니예요. 진숙씨,
우리 인생에 어떤 끝이 있다고 생각하지 맙 시다, 시작만 있다고 생각해요. 진, 신형
이가 결혼한 다음에, 재호가 아프면.... 혹여라도 그 놈 가면... 뭐 그런 시답잖은 생
각들, 지레짐작해서 안하기로 했습니다. 순간순간 그냥 오늘에 최선을 다하는 거죠.
누가 그랬죠? 지 구가 망해도 오늘 사과나무를 심는다고?

진숙 (보면)

병국 우리도 세상 살아봐서 알지만, 사람이 할 수 있는게 뭐 있습 니까? 그냥 하루하
루 최선을 다하는 것밖에, 걔들도 그럴 뿐 이예요. 두사람 무조건 행복할거라고 믿어
줍시다. 둘이 오래, 잘 살겁니다.

진숙 (뭐라 할 말 없는) ...

병국 진숙씨.

진숙 (난감하고, 어찌할바를 모르겠다) 네.

병국 두 놈, 결혼 시킵시다. 그리고, 지켜봅시다. 걔들이 어떻게 사 는지. 이제와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그것밖에 더는, 없 어요.

진숙 (보고) ...

병국 저, 이만 회사에 들어가봐야, 할 것 같습니다. (하고, 일어나 면)

진숙 (일어서면)

병국 또 뵙시다. (하고, 가는 마음 착잡한)

진숙 (가는 병국 보고, 생각하는)


그런 진숙의 얼굴위로, 재호의 말소리 들리는.

재호E 내가 신형이 그사람한테 보여 주고 싶은 모습은, 전처럼 건강 한 모습이 아니
예요. 더두 말구 덜두 말구, 지금 이 고통스런 순간에도 내가 그 여자 때문에.... 버
티려고 하는... 바로 이 모 습이예요. 날 믿어요. 이모. 이모가 날 안믿어주면 누가
날 믿어주겠어 요.

진숙 (맘 아픈)

$#36. 사무실 안

병국과 정과장 앉아 얘기하고 있다. 정과장 앞에 병국의 사표 놓여있다.

정과장 (O.L) 대리점을 하시겠다고요?

병국 (어색한 웃음 지으며) 홍제동 대리점하는 이사장이 거길 정리 하고 고향에 유기
농 사업을 한다고 간다드라구. 그래서 내가 그걸 인수하면 어떨가 싶어서...

정과장 (걱정) 쉽지 않을텐데요.

병국 정과장이 도와주면 어려운 일도 아니지. 정과장이, 대리점 마 진을 결정하잖아.
내가 하는 대리점엔 특별히 싼 값에 물건 납품시켜주면... 그래 줄거지?

정과장 (조금은, 황당한 웃음) 대리점 운영은 한 번도 안해보셨잖아 요?

병국 언제 영업은 해봤었나? 그래두 잘했잖어. 우리 회사 물건 좋 겠다. 또 나도 직원
들하고 같이 영업뛰면.... 월급쟁이보단 날 것 같애. 늙으니까 젊을때보다 더 돈이 필
요 하드라구. 딸 결혼두 시켜야할 것 같구. 돈 좀 악착같이 벌어 야겠어.

정과장 이팀장님이 영업뛰고 나서, 우리팀 실적이 좋았는데...

병국 (작게 웃으며) 이사님한텐 말씀드려서 사표는 요번주로 수리 되게 해주게. 그리
고, 나 도와줘.

$#37. 신형의 집 거실

신형(혜자에게 미안한), 혜자(담담한) 서 있고, 복덕방 주인과 손님(중년의 여자, 남
자)이 이층에서 거실로 내려오며 말하고 있다.

주인 (손님에게) 어떠세요?

여자 집은 맘에 드는데, 가격이 너무 비싸네요.

주인 (혜자에게) 좀 깍아주실, 의향이...

혜자 가격 가지곤 말씀하지 마세요. 저희도, 이 동네 시세 알아보 고 결정한 거예요.
다른데 찾아보시면 알겠지만, 이런 집 없 어요. 집장사가 지은 집이 아니라, 우리가
살려고 지은 집이 라 자재부터 신경 많이 썼거든요.

주인 (손님, 여자에게) 그건, 이 사모님 말씀이 맞습니다. 어디가도 이 가격이면 적당
한 겁니다.

남자 알겠습니다. 좀 더 생각해보죠.

혜자 그러세요.

주인 (혜자에게) 그럼, 곧 다시 연락 드리겠습니다.

주인과 손님들 나가고, 혜자, 힘든지 쇼파에 앉으면, 신형, 그 옆에 앉으며, 죄송한

신형 집, 꼭 안팔아두 되는데... 엄마, 집 팔지마.

혜자 (신형 보고, 애써 농담처럼) 싫어, 팔거야.

신형 엄마, 이 집 좋아하잖아요.

혜자 이 집 안팔면, 니들하고 멀리 떨어져 살아야 할텐데... 야, 난 그게 더 싫어.
(하고, 벽시계 보고) 이런 저녁 할 때 됐네. (하며, 주방으로 들어가고)

신형 (그런 혜자, 미안하게 본다)

$#38. 주방

혜자, 쌀씻으며 기운없이 혼잣말하는

혜자 이 집에서, 오래... 살고 싶었는데...

(하고, 물로 쌀 헹구고)

$#39. 재호의 방 안, 밤

재호, 진숙 앉아있다.

재호 (진숙을 본다) ...

진숙 (고개 숙이고, 뭐라 말 못하고 있는) ...

재호 (어렵게 묻는) 왜... 다시 오셨어요?

진숙 (고개 들어, 재호 보는데, 눈빛이 안쓰럽다) ... 재호야.

재호 말씀하세요.

진숙 (서글픈) 이모, 무섭다.

재호 (보면)

진숙 니가 신형이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어. 서로가 서로한테 얼마나 필요한 사람들인
줄도 알고.

재호 (맘 아프게, 보면) ...

진숙 (차마 못보고, 맘 아프게 말하는) 그런데도 내가 왜 반대를 했냐면, 이몬 니가
걱정이 됐어. 혹시라도, 어느 순간에 니가 이세상 훌훌 떨어버리고 가고 싶을 때, 신
형이가 걸려서... 지금보다 더 고통스러울까봐. 그 이쁜 앨두고 니가 얼마나 아 플까.
그게 무서웠어. (재호 보며) 근데, 이모 생각이 틀렸어. 넌 걜 두고 안갈 수도 있고,
또 지금 행복하잖아. 걔 때문에, 그지?

재호 네. 지금 전 행복해요. 신형씨두 내 옆에 있고, 이모도 있잖아 요.

진숙 (맘 아프지만, 애써 태연한척) 그래, 행복하면 됐다.

재호 (어렵게) 결혼 허락하시는 거예요?

진숙 (못보고, 고개 끄덕인다. 그리고 잠시 있다가, 재호 보며) 엄 마한테 말해야지.

재호 하지 마세요.

진숙 ?

재호 (못보고) 엄마, 불편하실거예요. 얼굴도 안좋은데, 아픈 모습 뵈드리기도 그렇구
요. 나중에 뵐게요. 결혼하고 나서 신형씨랑 같이 뵈도, 괜찮을 거 같아요. 지금 은
그냥 좋은 여자 만나서 결혼했구나, 그렇게 말씀만 전해주 세요. (보면, 어렵게) 그리
고, 식장엔 이모가 들어가 주세요.

진숙 ?

재호 (보며, 어렵게 말하는) 이모가 들어가 주셨으면 좋겠어요. 저한테 이모, 어머니
이상이예요. 아시죠?

진숙 (맘 아퍼, 재호 외면하며) 고맙다, 그렇게 생각해줘서....

재호 ...

진숙 (가만 있다가, 다시 재호 보며, 맘 짠해지고, 그래도 웃으려하 는) $#40. 진숙의
방 안

진숙, 인숙, 달건, 석구, 재영 앉아있다.

진숙 (못보고) 날은 이번주 토요일이야. 재호 결혼은 신형엄마랑 상의해서, 간소하게
할거야.

인숙 (맘 아픈) 정말, 신형이 엄마아버지가 큰 마음 냈네.

달건 (착찹한) 그러게.

진숙 (석구에게) 사횐 니가 봐라. 옛날에 그렇게 약속했다며?

석구 (못보고) 네.

진숙 (재영에게) 재영인 신형언니, 들러리 좀 서주구. 친구들이 다 시집가서 봐줄사람
도 없는 모양이더라.

재영 네.

진숙 (사람들 보고, 어렵지만 애써 담담하려하며 말하는) 신형이 부모님이 큰 마음 내
주신거, 고맙게 생각하자. 그리고, 재호가... 살려는 의지 보여주고, 그러는거 더욱
더 고 맙게 생각하고...

사람들 (모두 착찹한)

진숙 (외면하며) 다들 피곤할텐데, 가서 자라.

인숙외, 모두들 무거운 마음으로 일어나 나가고.

진숙 ...

$#41. 수돗가, 밤

신자, 화장실을 갔다오다 주방쪽의 불빛을 보고, 졸린 눈으로 '뭐한다꼬, 부엌 에 불
을 켜놨나'하며 부엌쪽으로 간다.

$#42. 부엌

신자, 들어서며

신자 혼자 뭐하노?

진숙 (신자 보며, 작게 웃으며) 술 냄새 맡고 와요?

신자 (앉으며) 낼 모레 식장 들어간단 여편네가 술은 와 마셔?

진숙 마시고 싶으니까. 언니도 한 잔 줘?

신자 됐다, 내는.

진숙 (자기잔에 술따라 마신다)

신자 뭐 안좋나?

진숙 아니, 좋아. (술 마시고, 신자 안보고) 언니, 재호가 나더러, 내가 지 에미보다,
더 좋다네.

신자 (측은하게 보며) 조카자식이래도 잘 키웠네. 그란 소리도 할 줄 날고, 암만, 우
애됐든 키운 정이 젤인데...

진숙 (신자 보며, 서글프게 웃으며) 이 정도면, 내 인생도 성공한거 지?

신자 그런 말 안들었어도, 니 인생은 벌써로 성공한기다.

진숙 ?

신자 혼자서, 조카자식 키우며 힘들게 살았어도, 악에 받쳐 모나지 않고, 사리분별 바
로하고 제대로 나이 먹었으니, 그럼 괘안은 인생이지.

진숙 정말이야, 내 인생 괜찮은 인생이야?

신자 내 인생보다야, 낫지.

이제 니 맘껏 니하고 잡은대로 살아도 되잖아. 낸 땅콩땜에, 내 맘대로 살기엔 안즉
멀었지만.

진숙 (안보고, 서글프게 웃으며) 나 늙었나봐, 40대때만해도 애들보 다 남자가 좋드
님 이젠 애가 좋아.

(신자보고) 신형이가 재호 닮은 애하나 낳면, 걔 내가 본다 그럴까?

신자 (진숙 보며, 안쓰러운 맘드는) 그래라, 그럼.

진숙 (서글프게 작게 웃으며) 애들 식도 안올렸는데, 벌써 조카손 자 볼 생각이나하고
앉았고, 나도 성질 급해. (하고, 술한잔 따르며) 재호 꼭 닮은 놈이 태어났으면 좋겠
는 데...

신자 (진숙 보고) ....

$#43. 병원 전경, 낮

$#44. 진료실

재호와 신형, 정윤 앉아있다.

정윤 (신형 보며) 낼이 결혼식인데, 바쁘겠다.

신형 엄마가 다 알아서 해주시는데, 뭐.

정윤 (재호 보며, 밝게) 컨디션 어때요?

재호 (작게 웃으며) 좋아요.

정윤 (농담) 무리하지 말아요.

신형 (민망한) 언닌....

재호 (멋적게 웃고)

그때, 간호사 들어와 말하는

간호사 강재호씨, 피검사 받으세요?

정윤 나가봐요.

재호 (신형에게) 나갔다올게요. (하고, 나가고)

정윤 (재호 나가는 것 보고, 신형 보는데, 머뭇대는 느낌이다)

신형 왜 표정이 그래?

정윤 (주저하며) 얘기하기가 좀 그런데... 재호씨 치료 받는 동안, 아기 가지면 안되
는 거.... 알지?

신형 (서글픈, 안보고) 어.

정윤 (어색한 표정짓고, 괜히 말꼬리 돌리는) 길진이가 빨리 왔음 좋겠다. 벌써부터
배고프다.

신형 (정윤 안보고, 아이 생각에 착찹하다)

$#45. 몽타쥬

1. 아파트 전경

(재호, 신형이 살).

2. 아파트 내부,

혜자와 진숙 업자와 아파트 내부를 구경하는 혜자 '이정도면 괜찮다' 진숙 '좋다' 하
는.

3. 재영과 석구,

옷가게에서 결혼식에 입고갈 옷 고르는. 결혼식장에서 이 옷이 낫다, 아니다, 저 옷이
낫다, 그렇게 말들 하면서.

3.병국,

새로 개업할 대리점에서 사람들(물건 가져온 인부들)과 물건 배치하는.

4.인숙과 달건,

전자대리점에서 냉장고 하나는 부주를 해야 할텐데하며 냉장고 구경하는

$#46. 레스토랑 안 전경, 밤

$#47. 레스토랑 안

재호, 신형, 길진, 정윤 식사를 하며 말하고 있다.

길진 (재호에게 편하게) 하는 일은 잘되지?

재호 (편하게) 네.

길진 하는 일이 부지설정이라고 들었는데, 그런 일이 너무 한계적 이지 않어? 자기 역
할을 좀 넓히는게 어때?

재호 그래서, 자제선정까지 하기로 했어요. 부지 선정에 따라, 자재를 선택해야하니까,
일을 한꺼번에 처 리하는 거죠.

길진 자개선정은 현장에 직접나가봐야 하지 않어?

재호 자주 나갈 필욘없어요. 기존에 나온 자재들은 제가 이미 다 알고, 새로 개발된
자재들은 연락오면 그때만 나가면 되니까 요.

정윤 (길진에게) 이제 일 얘긴 그만합시다. 머리 아퍼.

길.재,신 (정윤 보고, 작게 웃고)

정윤 (신형에게, 편하게 먹으며) 근데, 너 현수, 한번 만나 봐야 아 는 거 아니니?

신형 (먹다가, 정윤 보며) ?

길진, 재호 (조금은 긴장한 얼굴로 신형을 본다) ?!

신형 (편하게) 그러잖아도, 연락했는데... 식 올리고 나서 보자 그러드라구. 바쁘다고,
그래서 그러자 그랬어.

정윤 잘했어. (하고, 먹는다)

재호 (신형 보고, 미안한)

$#48. 재호의 집 앞, 신형의 차 안

$#49. 차 안

재호, 신형 앉아있다.

신형 (어렵게 말하는) 현수 만날 때, 같이 가.

재호 (신형 보고) ...

신형 (못보고) 결혼 준비하면서, 자꾸 현수가 맘에 걸려. (어렵게) 미안해.

재호 (안보고, 가라앉은) 당신이 왜 미안해요. 내가 미안하지.

신형 (보면) ...

재호 (안보고) 지나간 추억은 모두 아름답다 그랬는데.... 그렇지두 않은 것 같아요.
현수두 나두, 당신조차두, 우리 셋 이 있었던 기억, 잊었으면 좋겠네요. (하며 착찹한
마음에 창가쪽 보는)

신형 (그런 재호 보다가) ... (어렵게 말꺼내는) 재호야.

재호 (보면)

신형 우리... 정말 결혼해?

재호 (신형 보며) 난 내가 참 운이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근데 아니네요. 당신
같은 사람을 얻고.

신형 (가만 있다, 재호 보고, 짐짓 편하려하며) ... 낼 식장에서 봐 요.

재호 (신형 보고, 작게 웃는) 네.

$#50. 신형의 집, 전경

$#51. 안방

혜자, 신형 잠자리에 누워 담담하게 얘기하고 있다.

혜자 자?

신형 아뇨.

혜자 너희 살 집 보니까 어때, 괜찮디?

신형 교통도 좋고, 시장두 가깝구, 무엇보다 엄마랑 같은 단지에 있는 것두 그렇구,
좋아요.

혜자 평수가 너무 작지 않어?

신형 둘이 사는데, 적당하죠.

혜자 벽지 바르고, 장판 새로하면 지금 보다 휠 나을거야.

신형 (미안한) 안그래두 될 거 같은데, 번거롭잖아요.

혜자 번거로워도 할 건 해야지.

신형 (혜자 미안하게 보는)

혜자 (천장만 보며) 신형아.

신형 네.

혜자 (신형 보며, 머리 쓸어주며) 잘 살어야돼.

신형 ...

혜자 그리고, 강해져야 돼. 세상 사는 가장 큰 힘은, 돈두 권력두 명예두 아니구, 긍
정적인 생각이야. 무슨 일이 있어두 좋게 좋게 생각하는 버릇 길러.

신형 네.

혜자 (생각하듯) 그리고 또... (그러다 작게 웃는)

신형 왜 그러세요?

혜자 할말이 없네. 다른 엄마들은 딸 보낼 때 무슨 말들해서 보내 나... 엄마가 말주
변이 없어서 뭐라고 말을 해야할지 모르겠다.

신형 말씀 안하셔두 다 알아요. 지금까지 엄마 아버지랑 살면서 내 가 배운게 얼마나
많은데...

혜자 (고마운 마음드는) 우리가 너한테 뭘 갈치긴 갈쳤니...

신형 내가 세상에서 젤 존경하는 분은, 엄마 아버지예요. 힘든 일 있을때마다 두분이
어떻게 살아오셨나, 생각할게요.

혜자 (신형 머리 만지며, 서글픈) 신형아.

신형 (보면) ...

혜자 (서글픈) 넌 나중에 딸 낳지마라. 보내기 참 힘들다.

신형 (맘 아프게 혜자 보는)

혜자 (신형의 눈길 피하려는 마음이다) 손님한테 낼 이쁘게 보이려 면, 일찍 자야지,
어서 자. (하며, 돌아눕고)

신형 (그런 혜자 미안하게 보는)

$#52. 식장 전경, 낮

차분한 느낌의 웨딩마치 울리는. 카메라, 돌아가면 한쪽에 현수 식장 담담히 바라보고
있다가, 돌아서서 가는.

$#53. 식장 안

혜자(담담하게 있다가, 고개 돌려 진숙 보고 웃는) 와 진숙(혜자 보고, 고마운 듯 웃
는), 신자외 가족들, 길진, 정윤, 각각의 모습 보 여주고. 카메라 돌아가면, 입구쪽에
병국(떨려서, 굳은), 신형(담담한, 수줍은) 의 손을 잡고 입장을 하고 있다. 재호, 그
렇게 오는 두사람을 보고 있다. 재호, 앞으로 걸어가 병국에게가 신형의 손을 건내 받
는다.

병국 (재호에게 손 건재주며, 작게) 내 딸 행복하게 해줘.

재호 (눈 인사하고, 신형의 손잡아 주레 앞에 선다)

주례 (그런 두사람 보고)

재호, 신형,

주례에게 인사하고 바로 서는 모습에서 엔딩.

(제 41 회 끝)

 

첨부파일 우정사 - 41.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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