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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대본

[허준] 01

작성자수다쟁이|작성시간11.02.11|조회수681 목록 댓글 0

[허준] 01






 





S#1. 강나루 일각 (새벽)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새벽, 

외딴 강나루 일각에 밀무역하는 배 한척이 정박해 있고...

백사장에는 밀무역꾼으로 보이는 대여섯 명의 사내들과 

이십 중반의 허준, 그리고 허준을 따라 다니는 왈패인 양태와 길상등이 서로 대치하고 있다.

한쪽에 밀무역 할 물건을 쌓아놓고 있는데

허준과 밀무역선의 선장인듯한 사내가 마주보고 있다.

길상과 선원 한명이 횃불을 들고 있다.


허준 : 관둡시다...우린 못하겠소.

선장 : (피식 냉소를 띠고)...그럼 아쉬운건 그쪽일텐데...(허준 옆에 있는 양태를 보고) 안그런가?

양태 : ...(당황해서)...형님...빨리 거래를 끝내고 여길 떠야 됩니다.

허준 : (나지막하지만 단호하게) 입 닥치고 있어...(선장을 보고) 다시 말하지만...그런 조건으론 거래를 할 수 없소.

선장 : (점점 밝아오는 하늘을 보고 여유있게) 이게 곧 기찰포교들 순시할 때가 된 거 같은데...시간 끌면 그쪽만 손해야.

        (옆에 있는 선원에게 무어라 귓속말을 주고 받고)...


허준과 선장...서로 팽팽한 시선을 교차하는데...

허준의 옆에선 양태와 길상등은 허준의 눈치를 살피면서 몹시 초조한 얼굴이고...

이때 허준이 갑자기 한쪽으로 가서 쌓아놓은 짐더미를 풀어헤친다...

밀무역꾼들과...양태, 길상 어리둥절한 표정인데...

허준이 풀어헤친 짐더미에 삼베로 짠 옷감들과 화문석 그리고...인삼등이 있다.

허준, 옷감들을 풀어헤지고...


허준 : 길상아...불을 당겨라...

길상 : ...(횃불 하나를 들고 있는채로 어쩔줄을 모른다) 형님...

허준 : 빨리...

길상 : ...(머뭇거리면)


길상이 들고 있는 횃불을 거칠게 낚아채서 짐에다...불을 지핀다...

풀어헤쳐진 옷감에 불이 붙기 시작하는데...

선장과 선원들 당황해서 웅성거리고...


양태 : (만류하면서) 형님...왜 이러십니까?

허준 : (거칠게 밀어젖히면서)...넌 저리 비켜나 있어...

양태 : 형님...


허준은 타들어가는 옷감들을 바라보는데...

이때 선장이 허준에게 다가와서...


선장 : ...당신...미쳤소?. (선원들에게) 뭣들 하느냐...빨리 불을 꺼.


선원들 달려들어서 미친듯이 타들어는 불을 끄는데...


선장 : (허준에게)...얼마면 되겠소?

허준 : ...

선장 : 비단 백필에...은자 스무냥을 더 쳐주겠소.

허준 : ...(선장의 말을 무시한 듯 시선을 다른 곳에 두고 있다)

선장 : ...(다급하게) 서른냥이면 되겠소?

허준 : (그제서야 선장을 본다)

선장 : (전대에서 은 서른냥이 든 주머니를 허준에게 건네면)...

허준 : (주머니를 받아들고...양태에게 던져서 건넨다)

양태 : (확인을 하고)...

선장 : (허준을 보고)... 내 조선땅을 넘나들며 숱한 사람과 밀무역를 했지만...당신같은 사람은 처음이요.

        앞으로도 밀거래를 할 사이니...이름이나 압시다.

허준 : ...허준이라 하오. (돌아서서 양태와 길상패거리들에게 활기차게)...뭣들 하느냐, 빨리 서둘러라.

선장 : (그런 허준을 바라보는 시선에서)...


 

S#2. 주막 봉노방 (낮)


너댓명의 건장하고 험상궂은 사내들과 허준, 양태가...둘러 앉아서 투전판을 벌리고 있다.

양태는 허준이 옆쪽에서 뒤로 물러나 투전판의 분위기를 살피고 있는데...

패를 보는 허준...

사내들 각자의 패를 쪼이면서 서로의 눈치를 보는데...

사내들...앞에 있는 엽전을 중앙에 던져 놓으면서 돈을 걸고 허준 역시 돈을 건다...

사내들 하나 둘씩...패를 내려놓으면

사내들의 패를 살피면서 허준이 자기 패를 내려놓고...

돈을 가져갈려고 하는 순간...사내하나가...


사내 : 어허...성질도 급하슈... (패를 내보이며) 자...


사내...입가에 흡족한 미소를 띠고 엽전을 쓸어간다.

그 모습을 보고. 뜨악해지는 허준의 표정...

그 순간 한쪽에 있는 양태와 시선이 마주치면...허준 양태에게 무언가 눈짓을 보내고...

양태 알았다는 눈짓을 보낸후...밖으로 나간다. 


 

S#3. 고을 거리


투전판에 있던 너댓명의 사내들이...걸어간다.

사내들 여유있고...들뜬 얼굴인데...


사내 : (허리춤에 찬 전대를 철렁이면서) 오랜만에... 허리춤이 묵직하네...

        자네들 봤지. 막판에 그 호구자식 쌍판이 누렇게 뜨더구만...


사내들 낄낄거리면서 가는데...

이때 사내들 앞으로 허준과 양태 길상이 나타난다.

사내들, 자신들의 앞을 가로막은 허준 일행들을 보고 다소 긴장된 얼굴로...


사내 : 뭐야?


양태...앞으로 건들 건들 나서면서...


양태 : 허리춤에 찬거 풀러...

사내 : (기가 막힌 듯 피식웃고) 이놈 이거...죽은 자식 부랄이나 만질 놈이네. 투전판에서 날린 돈을 누구더러 내 놓으래.

양태 : 니놈들 수작 부린거 다 알아. 니들 우리 형님이 누군지나 알고 허튼 수작들 했냐?

사내 : (실실 웃으면서 빈정거린다)...알지...용천고을 사또 나으리 자제 허준이...

사내2 : ...야 이사람아...사또 자제라고...다 양반인가...나으리가 어느 기집에 배를 빌렸냐도 따져봐야지...


한쪽에서 듣고 있는 허준의 눈에 분노가 치미는데...입가에는 야릇한 냉소가 떠오르고.


양태 : (멱살을 거머주고) 이 자식이...어디서 주둥일 함부로 놀려!

사내 : (순간 양태의 면상을 머리로 박으면서)...니놈 아가리나 닥쳐!


양태... 비명과 함께 뒤로 나가 자빠지고...

사내들 그런 양태에게 발길질로 몰매를 놓는 순간

허준이 사내 하나에게 발길질을 날려서 쓰러뜨린다.

사내들 허준에게 공격을 가하면...

허준. 사내들에게 주먹과 발길질을 날리는데...

허준이 사내들의 급소를 치는지 한 대씩 맞고...사내들...고통스런 얼굴로 바닥에 나뒹군다...

길거리를 오가는 사람들이 그 모습을 보고 몰려들고...

그들 사이에...관아 이방도 있다.

이방 못마땅한 얼굴로 허준을 보다가 한쪽으로 가고 

싸우던 사내들이...허준의 발길질에 다 쓰러지는데.

허준...쓰러져 있는 한 사내에게 다가서면...

사내 겁먹은 얼굴로 뒤로 주섬주섬 물러나면서...


사내 : (전대 꾸러미를 건네면서) 여...여깃소...


사내가 전대를 바닥에 놓고...도망치듯 가는데...다른 사내들도...가고 나면...

양태가...전대 꾸러미를 집어든다.

코피가 흐른 양태의 옷에는 피가 묻어있고...

천조각으로 조금 부어오른 한쪽 콧구멍을 틀어막고 있는 모습이지만 의기 양양하다...


양태 : (모여있는 사람들에게 호기있게) 뭘봐 구경났어!! 꺼져...꺼져!


사람들 떨떠름한 얼굴로 웅성거리면서 사라지면...


허준 : 사위포 기방이나 가자.

양태 : (신나서) 사위포면 옥화란년이 있는데가 아니요?

길상 : 옥화? 옥화가 누군데?

양태 : 평양감사 수청까지 들었다는 퇴기년이다. (실실 웃으면서) 고년 고거...허벅진 속살에다...분내가...그만이지...

       요사이 형님이 고년한테 푹 빠졌다...

허준 : (피식 웃고)...


이때 허준을 부르는 목소리...


장의원 : 이보게...준이...


허준이 돌아보면...사십초반에 중갓을 쓴 중인 복장의 의원 한명이 서 있다.


양태 : 장의원님 아니오. 어쩐 일이시요?

장의원 : (허준에게)...긴히 할말이 있는데...(주변을 의식하면서) 예서는 좀 그렇고...잠시 집으로 가겠나?

허준 : ...그럽시다...길상인 사위포에 가 있고...양태 넌 따라오너라.


장의원이 앞장서서 가면...허준과 양태가 장의원을 따라간다.


 

S#4. 장의원집 마당


대문이 열리고...장의원과 허준, 양태가...마당으로 들어서면...

마당 한켠 평상에...오십중반의 사내가 누워있고...

그 옆에 장옷으로 얼굴을 여민...다희가 있다.

평상에 누운 다희의 부친은...병색이 완연한 얼굴인데...

들어오던 장의원과 허준 양태가 그모습을 보면...

의원집 하인인...사내 하나가 의원에게 인사를 한다.


의원 : 뭐냐?

하인 : 의원님을 뵙겠다고...아침나절부터 기다리고 있습니다요.

의원 : (힐끔보고 대수롭지 않게)...긴히 할 일이 있으니...좀 더 기다리라. 일러라...


의원과 허준 일행...방쪽으로 갈려고 하는데...

다희가 나서면서...


다희 : 이보시오.


의원과 허준, 다희를 본다.

허준 다희의 얼굴을 보는데...

다희...조금은 성나고 간절한 얼굴로...


다희 : 의원이...환자 보는 일보다...더 긴한 일이 뭐란 말이요. 아버님 병세가 위중하니...빨리 좀 봐주시오.

의원 : (불쾌한 얼굴로 환자를 한번보고 떨떠름하게)...이 고을 사는 양반은 아닌듯한테 어디서 왔소?

다희 : (조금 당황한 기색이나 내색않고.)...어디서 왔던 그것이 무슨 상관이요?

허준 : (그런 다희를 보고 의원에게 나지막히)...병자부터 보시오.

의원 : ...신경쓸거 없네...누군지...근본도 모르는 사람을 막 볼 순 없지. (다희에게) 맥이나 짚고 갈려면 군소리말고 기다리시요.


의원, 냉정하게 한쪽으로 가면...

다희, 야속한 얼굴로 그런 의원을 보는데...

힐끔 그런 다희를 보는 허준의 시선.



S#5. 약재 창고


천장에 약재들이 주렁주렁 걸려있는 창고 안으로 허준과 양태 의원이 들어온다...


양태 : (코를 킁킁거리면서) 캬...냄새 한번 지독하다...


의원...밖을 한번 의식하고...


의원 : 한시가 급하니...서둘러주게. (한쪽에서...종이 봉투하나를 꺼내서 허준에게 주면서)...여기...필요한 약재 품목을 적은걸세.

허준 : (의원이 건네주는 것을 무시하고 약재 창고안을 두리번거리면서)...이건...맥문동이고...이건...생지황... 이건...무소뿔인 서각...

        양태야...너 이게 뭔줄 아느냐?

양태 : 제가 뭘 압니까요?

허준 : ...이게...올눌제라고 물개 음경이다. (의원을 보고) 안그렇소?

의원 : (허준의 수작이...뜨악한데 어색하게 웃으면서)...자네...밀거래를 하더니 반의원이 다됐구만...

        왜들 이러나? 나한테 못마땅한거라도 있는겐가?

허준 : ...(약재 하나를 뜯어서 입으로 질겅질겅 씹으면서)...요사이...우리가 밀거래한 약재로...재미본다는 소문이 자자 합디다.

       중국약재 구할려는 상인들이 팔도에서 몰려와 줄을 선다던데...

의원 : ...

양태 : 우린...기찰포교 피해서 목숨걸고 덤비는데...혼자 재미보면 안되지...


양태...의원의 눈치를 보면서 허준이 들고 있던 올눌제(물개음경) 한쪽을 뜯어서 얼른 입에 집어넣는다.


의원 : ...(허준과 양태의 눈치를 보다가)......조...좋네...거래 끝나면...자네들 공은 섭섭찮게 보상하겠네...

허준 : ...(씩 웃고) 양태야...다음 배가 언제 들어오냐?

양태 : (캑 캑 거리면서) 그...그믐껩니다요 형님.

의원 : (그런 양태를 보고)...자네 뭘 먹은겐가?

양태 : ...저...저기...물개...그거...

의원 : 이런 한심한...그건 올눌제가 아니라...독사를 건조한거야...독성이 있어...잘못 먹으면 죽을지도 모르네...

양태 : (사색이 되어)...예? 아이고...나죽네...


양태...한쪽에다 머리를 쳐박고...웩웩거리면서 토악질을 한다.

그런 양태를 보고 허준은 씩 웃고...


양태 : (토악질을 마치고) 형님 의원행세 하는 통에 죽을뻔했수...

허준 : 미련한놈... 가자...


허준과 양태...물품을 적은 종이를 챙겨서 창고를 나가는데

의원의 표정이 일그러지면서...


의원 : 망할자식... 


 

S#6. 의원집 마당


양태와 허준이 마당을 가로질러 나가는데...

허준...마당 한켠에 서 있는 다희를 본다...

다희와 시선이 마주치는 순간...다시 시선을 돌리는데...

허준...그런 다희의 옆모습을 보면서...대문밖으로 나가고...


 

S#7. 의원의 방


방한쪽에 다희의 부친이 누워있고...장의원이 다희 부친을 진맥하고 있다...

다희...초조한 얼굴로 진맥을 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는데...

맥을 잡고 환자의 복부도 눌러본후... 장의원의 표정이 어딘지...떨떠름한데...


다희 : 어떠십니까?

장의원 : 간이 상해 황달에 소갈까지 온듯한데...

다희 : 좋은 처방이 없겠습니까?

장의원 : (고개를 저으면서)...너무 늦었소...

다희 : 의원님 명성을 듣고 먼길을 왔습니다...제발...아버님을 살려주소서...

장의원 : 간을 실하게 하는데는 여러 방도가 있으나...지금 상태론 다 부질없는 짓이고... 한가지...

다희 : 무엇입니까?

의원 : 중국땅이라면 모를까...예서는 구할 수 없소. 

다희 : 가르쳐주소서. 아버님이 나으실수만 있다면 무엇이든지 하겠습니다.

장의원 : (고개를 젓는데)...

다희 : (간절한 얼굴로 장의원을 본다)...


 

S#8. 강나루 혹은 해안가 (밤)


해안가 혹은 강나루 곳곳에 군졸들이 지키고 있다...

한쪽에 숨어서 그 모습을 지켜보는 양태...

양태 다른 곳으로 신속하게 이동해서 간다.


 

S#9. 강나루 혹은 해안가 일각 (밤)


다른곳...양태가...군졸들의 동태를 파악하고 있는데...

그곳 역시...군졸들이...지키고 있다.


 

S#10. 강나루 일각


강나루가 내려다 보이는 언덕 숲속에 허준과 길상 장쇠...그리고 두어명의 사내들이 있다...

허준, 강나루쪽을 바라보면..곳곳에 군졸들이 지키고 있다.

이때 한쪽에서 기척이 들리면...

허준...긴장한 얼굴로 돌아보는데...


양태 : ...양탭니다요.


양태...가쁜 숨을 몰아쉬면서 허준쪽으로 온다...


허준 : 어찌 됐느냐?

양태 : 오도곶 나루도...여운포쪽도...기찰포교에 군졸들이 쫙 깔렸습니다.

허준 : ...

양태 : 제가 알아본 봐로는...의주진영에 새 병마도의가 왔답니다요.

       평양감영에서 내려온 잔데...군졸들을 지독하게 닥달해서...해안은 물론이고 강나루까지 쥐새끼 한 마리도 어림없답니다.

허준 : ...

양태 : 어젠...술처먹고 경계를 서던 군졸하나가...목이 달아나고...사위포 기방에 출입하던 군관은...

허준 : (말자르며) 됐다...


양태, 말을 마치고 허준을 보면...길상과 다른 사내들도 허준을 보는데...

허준 말없이...산아래 강나루쪽을 지키고 있는 군졸들을 바라보다가...


허준 : 오늘 거래는 포기하고...다른 방도를 찾아야 겠다. 그만 가자...


허준이 한쪽으로 가면...양태와 길상 그리고 사내들이...등짐을 지고 이동을 시작한다.

이때...나루쪽에서 들리는 군졸들의 목소리.


군졸 : (소리) 웬놈이냐?


숲길을 내려가던 허준 일행이 걸음을 멈추고...나루쪽을 보면...

경계를 서던 군졸들이 부산하게 움직이고...어디론가 달려간다.

허준의 시선으로 보면...두명의 군졸들이 달려가는 쪽으로 사내 하나가 도망을 치는데...


군졸 : 게 섰거라...


군졸들 따라가고...사내는 도망을 치는데...

얼마 못가서 사내가 군졸들에게 잡히고 만다.

숲속에 숨어서 그 모습을 지켜보는 허준 일행.


양태 : 형님...빨리 떠야겠습니다요.

허준 : (말없이...군졸들에게 잡혀가는 사내를 바라보다가 양태와 길상을 보고)...양태와 길상이는 등짐을 풀고 날 따라오너라...

양태 : (놀라서) 어딜 말입니까?

허준 : 군졸한테 잡혀가는 저놈을 구해야겠다.

양태 : 예?...형님...저놈이 누군줄 알고...구해준단 말입니까? 잘못되면 우리까지 당합니다요.

허준 : 둔한놈...

양태 : ...?

허준 : 이 시각에 여길 얼찐 거리는 저놈의 정체가 뭐겠느냐?

양태 : ...

허준 : 필시...밀무역 하는 자의 수하에 있는 놈 일게다. 

        용천땅에서 우리 몰래...밀무역을 하겠다고 나선 놈들의 정체가 궁금하지도 않느냐? 잔말 말고 따르거라.


허준이 민첩하게 한쪽으로 가면...

양태...길상...조금은 겁먹고 찜찜한 얼굴로 허준을 따라간다.


 

S#11. 강이 보이는 숲길


군졸 두명이 창으로 포박을 당한 사내를 위협해서 끌고 간다.

패랭이 갓을 쓰고 상민 복장을 하고 있는 사내의 얼굴은 화면에 잡히지 않는데...

이때 숲속에서 들리는 발소리.

군졸, 인기척을 느끼고 주춤하는데... 

뒤에서 나타난 허준 사정없이 군졸을 후려친다.

양태와 길상도...들고 있는 막대기로...군졸을 후려치고 군졸들이...바닥에 널부러지면...


허준 : 빨리 끌고 가자...


허준이 앞장을 서고...양태와 길상이...사내를 끌고 간다... 


 

S#12. 산중 일각


앞장서온 허준이..산중일각에서 등짐을 풀고 기다리던 장쇠와 사내들쪽으로 오면...

뒤따라...길상과 양태가...사내를 끌고 온다.


양태 : (허준앞으로 사내를 데려와서 사내의 옆구리를 후려치면서) 꿇어...자식아.


사내...헉하는 비명과 함께 맥없이 허준앞에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인다.


허준 : ...어디 사는 뭐하는 놈이냐?

사내 : ...(고개를 숙인채 말이없는데)...

허준 : 니놈도 밀무역을 하고자 이곳에 나타났을터...누구의 명을 받았는지...대라.

사내 : ...

허준 : (사내가 말이 없자...장쇠가 들고 있는 칼집에서 칼을 빼들고)...목이 달아나기에 빨리 대라...(사내의 목에 칼을 대면)...

사내 : ...(고개를 드는데)...


고개를 든 사내는 다희다...

다희와...시선이 마주친 허준...다희의 얼굴을 골똘히 보고...다소 놀라고 당황한 얼굴인데...


양태 : ...(역시 다희의 얼굴을 보고)...혀...형님...이놈은...장의원 집에서 본...계...계집입니다요.

허준 : ...

다희 : ...

허준 : ...포박을 풀어라.


양태가...다희의 포박을 푼다...

다희, 허준과 시선이 마주치면 치욕스런 얼굴로 고개를 돌리는데...


허준 : 어찌 된 일이요?

다희 : ...

허준 : 여긴...군졸에 기찰포교들의...경계가 삼엄한 곳이요...잡히는 날엔...죽을 각오를 해야하는 곳인데...

        이 시각에 변복까지 하고 나타난 이유가 뭐요? 

다희 : ...여기 오면...밀무역을 하는 상인들을 만날 수 있다고 들었습니다.

허준 : ...

다희 : 아버님의 병세가 위중하여...의원을 찾았더니...마지막 남은 유일한 처방이...중국약재를 써보는 것이라 하더이다.

        예서...약재를 구하지 못하면...상인들에게 간청하여...중국땅까지...들어갈 작정이였소.

허준 : ...(기가 막힌 표정인데)...

양태 : ...제 정신이 아니구만...

허준 : 거기가 어디라고 아녀자 몸으로 들어간단 말이요? 밀무역하는 장사치가...보통 놈인줄 아시오?

        세상 천지에 흉악 무도한 놈들은 죄다 모여 득실대는곳이요.

다희 : (눈물이 그렁해져서)...아버님을 살릴수만 있으면...어디든...무엇이든 할 수 있습니다...

        제발...저에게 방도를 일러주십시오.

허준 : ...딱한 사정은 짐작이 가나...달리 방도가 없소...

다희 : ...

허준 : ...(안스러운 얼굴로 그런 다희를 보다가) 곧 군졸들이 닥칠것이니...그만 돌아가시오. (양태 일행에게) 가자...


허준...한쪽으로 걸어가면...양태와 길상일행...등짐을 지고...허준을 따른다...

다희는 암담한 얼굴에 맥이 빠지는지...땅바닥에...무릎을 꿇고...허물어져...눈물이 그렁하고.


 

S#13. 기방 (밤)


허준, 양태 길상이 기생을 끼고 술을 마시고 있다.

허준의 옆에는 기생 옥화가 있는데...

양태와 길상이 희덕거리지만...

허준의 어딘지 무거운 얼굴로 거푸 술잔만 비운다.


옥화 : ...무슨 화나는 일이라도 있으셔요? 왜 말도 없이 술만 드십니까?

허준 : (술잔을 들고) 따라라...

옥화 : (허준에게 달라붙어서)...소녀가 무슨 잘못이라도 했습니까? 기분 푸시어요.

허준 : (옥화를 뿌리치면서) 술이나 따르래도...

양태 : ...(희죽 웃으며)...형님...그 계집 생각하시우?

허준 : ...(술잔을 비우면)...

옥화 : 계집이라뇨? 소녀말고...또 다른 여자가 있사옵니까?

양태 : (낄낄대면서) 그래...정신나간 계집 하나가...우리 형님...혼을 빼갔나보다.

        (허준을 보고) 그 계집...생긴 꼴이 삼삼하던데...수작이나 붙여볼걸 그랬습니다요. 

허준 : (버럭 화를 내면서) 닥치고 술이나 마셔!

양태 : (찔끔)...


허준...다시 술을 마시면...양태와 길상...그런 허준의 눈치를 살피는데...


 

S#14. 관가 전경 (새벽)


관가 정문에 불을 밝히는 불이 피워져 있고...군졸이 정문을 지키고 서 있는데

이때 한쪽에서 허준이 관가쪽으로 걸어온다. 술에 취한 듯 걸음이 약간 비틀거리는데...

정문을 지키고 서 있는 군졸들 앞으로 오는 허준.


허준 : 애들 쓰시는구려.

군졸 : 취했구만.

허준 : 사위포 퇴기년집 술맛이...그만이거든...(실실 웃으며 취한 목소리로) 술맛보다 더 좋은건...그년 허벅진...속살이고... 

       홍사령도...언제 한번 갑시다. 내 한잔 사리다...

군졸 : (허준의 주사에 얼굴을 찌프리고)...사또 나으리 보시면 경을 칠 터이니... 주사 부리지 말고...어서 들어가게...


허준...실실웃으면서...관가 안으로 들어간다.


 

S#15. 관가 마당 (새벽)


정문을 통과해서 막 마당으로 비틀거리면서 들어서는데...

그런 허준의 등뒤로 군졸들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군졸 : (소리) 지 에민 사또나으리 수청드는 기생년들 속곳까지 빨면서... 허덕거리며 사는데...

        자식놈은 허구헌날 술타령이야...애시당초 사람구실하긴 글렀지.


허준...멍한 얼굴로 있다가...씁쓸하고 자조적인 미소를 띠고...마당을 가로 질러간다.


 

S#16. 마당 일각 (아침)


허준이 마당을 걸어가는데... 

이때 사랑채앞에 서 있는 허준의 모친인 손씨와 사또 수청드는 젊은 기생이 마주 보고 있는 것을 본다.

기생의 손에는 보따리가 들려 있고 손씨는 백자 항아리 하나를 들고 있는데.


기생 : (따지듯이) 지금 나한테 유감 있는거유?

손씨 : (쩔쩔매면서) 그...그게 웬 말인가? 내가 자네한테 무슨 유감이 있겠나?

기생 : 그게 아니면...왜 이러는거유? 저고리 한벌 지어달라고 믿고 맡겼으면 제대로 할 일이지...

        바늘질한 꼴이 이게 뭐유? 얼마나 어렵사리 구한 비단인데...정말 속상해 죽겠네...

손씨 : ...자네 맘에 안들면...다시 손 보겠네.

기생 : 허이구...믿을 사람을 믿어야지...나으리 퇴청하실 때 됐으니...그만 물러가봐요.


기생 찬바람을 일으키며 돌아서는데...


손씨 : ...이보게...

기생 : (돌아보면)...

손씨 : ...나으리...해소병은 좀 어떠신가? (손에 들고있던 항아리를 내밀면서)...이건...해소에 좋다해서...

        배즙에다...꿀을 탔으니...조석으로 한술씩 들게 하시게...

기생 : ...정말...왜 이러는거유? 나으리 병이야...의원이 알아서하고...내가 돌보는데...거기가 나서긴 왜 나서나 모르겠네.

손씨 : ...(착잡한데)...

기생 : ...그렇게 할 일 없으면 사랑채 이불 호청 빨아서 풀이나 좀 먹이든가...

손씨 : ...알았네...


기생이 돌아서서 사랑채로 가면...손씨...착잡한 얼굴로 그 자리에 섣는데...

한쪽에서 그런 손씨를 바라보는 허준의 시선...안스러운 얼굴에...눈물이 글썽해지는데...

손씨...돌아서서 마당을 걸어오다가...한쪽에 서 있는 허준을 본다...


손씨 : ...준아...

허준 : ...

손씨 : 늦었구나...저녁은 먹고 다닌게야?

허준 : ...

손씨 : 간밤엔 들어오지도 않았더구나...

허준 : ...

손씨 : 너 이러도 다니는거 나으리께서 아실까 두렵다......왜 이리...사는게냐? 왜 이리 마음을 못 잡는게야?

        우리 모자한테 베푸시는 나으리의 성의와 은혤 생각해서라도...이리 살면 안된다.

허준 : 무엇이 성의고 무엇이 은혭니까?

손씨 : 준아...

허준 : 사또 수청드는 기생년 뒷바라지 하는게 성의고 은혭니까?

손씨 : 그리 말하지 마라...그 또한 나으리를 모시는 일이야. 

허준 : 어머니께선 사또 나으리를 대면하신게 언젭니까? 저는 나으리 뵌지가 언젠지 기억조차 가물합니다

        나으리 심중엔 어머님과 제가 없는데...왜 우리만 나으리를 받들어야 합니까?

        저더러 왜 이리 사느냐고 하셨습니까? 이리 살지 않으면...제가 무엇을 합니까? 대체 뭘 할 수 있습니까?

손씨 : ...준아...

허준 : ...(눈에 핏발이 서고) 가서 나으리를 뵈야 겠습니다.

        왜 어머님께서 기생년들 뒷바라질 하며 사셔야 되는지...저는 뭘 하며 살아야 하는지 여쭈어야 겠습니다. 

손씨 : 준아...제발...제발 이러지마라...내가 무얼하든 나으리를 모실수만 있다면 난 괜찮다. 난 아무렇지도 않아. 제발 ...준아...


손씨가 허준을 잡고 매달리자.

허준 그 자리에 선채. 눈물 그렁해진 손씨를 보는데...


 

S#17. 허준의 방


일렁이는 촛불 아래...허준이 상념에 잠겨서 앉아있다.


 

S#18. 관아뒤채 일각 (낮)


뒤채 마당에서 손씨가 허드레 일을 하고 있다...

우물가에서 빨래를 하거나...빨래를 줄에 널고 있는 손씨.

이때...한쪽에서 관아의 이방이 손씨에게로 다가온다.


이방 : ...허준이...있는가?

손씨 : ...준이는 왜 찾으시오?

이방 : 나으리께서 보자시네.

손씨 : (순간...놀라고 걱정스런 얼굴로)...무슨 일이요? 대관절 무슨 일인데...준이를 보자시는거요?

이방 : (퉁명스럽게) 내가 어찌 알겠는가? 어서 전하시게...


이방 한쪽으로 가면...

손씨 잠시 안절부절 하다가...한쪽으로 급히 간다.



S#19. 허준의 방


허준이 방 한쪽에 앉아서...글을 쓰고 있다. 붓놀림이 꽤나 공부를 한 듯 싶은데...

글씨를 쓰다가 문득 고개를 들고 상념에 잠기면...

다희의 절망적인 표정으로 눈물이 그렁해지던 다희의 얼굴이 잠시 떠오른다...

이때 밖에서 다급하게 들리는 손씨의 목소리...


손씨 : (E) 준아...준아...


허준이 문쪽을 보면 문이 열리고 손씨가 들어온다.


손씨 : ...나으리께서...널 찾으신다. 어서 채비 하거라.

허준 : ...(순간...표정이 굳어지고)...무슨 일입니까?

손씨 : ...나도 모르겠구나.

허준 : (잠시 생각하다 자리에서 일어나서...도포를 입을려고 하면)...

손씨 : ...가만...가만...


손씨...얼른 방밖으로 나간다...

허준...영문을 몰라서 그런 손씨를 보는데...

손씨...금방...허준의 방으로 들어오는데...대갓과 새 도포를 들고 들어온다...


손씨 : 이걸...입거라.

허준 : 웬겁니까?

손씨 : 언제고...필요할거 같아서...준비했다.

허준 : ...(괜히 심란한 얼굴인데)...됐습니다.

손씨 : ...준아...

허준 : 제 처지에 큰갓에 도포가 가당키나 합니까? 소자가 지금껏 ...큰갓에 도포입고 다닌건 객기일뿐입니다.

        나으리 앞에서까지...그따위 객기 부릴 필요가 없지 않습니까?

손씨 : ...나으리께서 널 보자시는게 예사로운 일이냐? 의관이라도 정제하는게 도리야. 에밀 생각해서라도 입고 가거라...

허준 : ...(착잡한 시선으로 손씨가 들고 있는 대갓과 도포를 본다)...



S#20. 동헌마루 앞


새 갓에 도포를 입은 허준이...동헌으로 걸어간다...

허준, 심사가 복잡한지...몹시 심란한 얼굴인데...

동헌앞에는 이방이 서 있고 허준이 다가오면...


이방 : (방쪽을 향해)...나으리...허준이 왔습니다.

사또 : (E) 들라 이르라...

이방 : (허준을 보고) 어서 들게... 


허준, 다소 긴장된 얼굴로 허륜의 방을 본다.


 

S#21. 허륜의 방


방문이 열리고 허준이 방으로 들어와...허륜을 보면...

허륜이... 상의 한쪽 어깨쪽을 벗은채로...정좌하고 있다.

기골이 장대하고...한눈에 무인처럼 보이는 모습인데...

허륜의 옆에는 장의원이 앉아있고...

허준이 허륜에게 큰절을 올린다.


허륜 : 앉거라...


허준이 자리에 앉으면...


의원 : 나으리...상처부위가 심히 곪았나이다...고름을 짜내야 할 듯 싶습니다.

허륜 : ...그리하라...

의원 : ...생살을 도려내는 일아라...통증이 심할 듯 하온데...

허륜 : ...게의치말고 하라...

의원 : ...그...그럼...하겠습니다...


의원이...들고온...보자기에서 작은 칼을 집어들고...어깨죽지 상처부위를 칼로...가른다...

허륜의 얼굴에 가벼운...경련이 일지만...허륜...표정변화 없는데...

의원이...손으로 고름을 짜내는 듯 싶고...허륜...애써 통증을 참는다...

오히려 허륜의 고름을 짜는 장의원의 이마에 땀이 흘러내리는데...

허준은 그런 허륜을 바라보고 있다...


허륜 : ...이 상처가...언제 생긴것인지 아느냐?

허준 : ...모르옵니다.

허륜 : ...내가 니 나이에...혜산진 군관으로 있을때...오랑캐의 화살을 맞고 생긴 것이다...

허준 : ...

허륜 : ...내 평생...변방의 말단 군관으로 떠돌다...지금은 용천군수밖에 못된 처지지만...

        무반의 도리와 가문의 명예를 지키고자 애썼다. 헌데...니놈 사는 꼴은 무어냐?

허준 : ...

허륜 : 저자거리 왈패들과 어울려...싸움질이나 하고 퇴기년 치마폭에 휘둘려 술에 취해 산다고 들었다. 내 말이 틀렸느냐?

허준 : ...

허륜 : ...한심한놈...갓쓰고 도포 걸친다고...국법에 매인 신분이 가려진다더냐?

허준 : ...(참담한데)...

허륜 : 되먹지 않게 양반행세 하려들지 말고...처신 똑바로 해. 

       또 다시...저자거리 왈패들과 어울린다는 추문이 들리면...그땐 내 직접 니놈을 문책할 것이니...그리 알라.


허준...금방이라도...자신의 심정을 토로할 것 같으나...말없이 울분을 삼키는데...

이때 밖에서 들리는 이방의 목소리.


이방 : (E) 나으리...의주진영에 병마도의가 왔사옵니다.


 

S#22. 동헌


동헌 마루 앞에 이방과 아전 몇 명이 서 있고...

마당엔...건장한 군졸 두어명과 병마도의가 서 있다.

이때 안채 쪽에서...허륜과 허준, 그리고 장의원이 나오는데...

허륜은 의관을 차려입고 있다...

허준과 장의원은 마루 한쪽으로 비켜서고...

허륜이...동헌마루에 서면...병마도의와 군졸이 허륜에게 인사를 올린다...


군관 : 의주진영 병마도의 배천수라 합니다.

허륜 : 무슨 일이요?

군관 : 평양감영에 하명을 받자와 유배지를 이탈한 대역죄인을 쫓고 있사온데...사또의 도움을 청하고자 왔습니다.

허륜 : 대역죄인이라니...그게 누구요?

군관 : 병조참판으로로 있다 북청에 유배온 이정찬과 그의 여식입니다.

허륜 : ...이정찬?

군관 : ...예, 역모를 꾀한 자들의 여죄를 추궁하던중 죄인 이정찬의 증언을 시급히 요한다는 하명이 있어...

        한시바삐 한양으로 압송하여야 할터인데 이정찬은 그의 여식과 적소를 이탈하였다 합니다.


군관의 말을 듣는 허준의 표정...

한쪽에 서 있는 장의원도...무언가 짐작이 가는듯한 표정인데...


 

S#23. 마을 일각


관아의 사령들이 담벼락에 방을 붙이고 있다...

대역죄인 이정찬과 그의 여식를 잡는다는 내용의 방을 붙이고...몇명의 행인들이 그 방을 보고 있는데...

조금 떨어진곳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는 허준...

(시간경과)...

방앞에선 허준...주변을 의식하고...인적이 없자...담벼락에 붙은 방을 뜯어서...접은후...옷에 넣는다.

허준...급하게 한쪽으로 가는데...

이때 한쪽에서 오는 병마도의와 군졸들과 보는 허준...

허준, 걸음을 멈추고...병마도의 일행을 보는데...

일행들...지나가는 행인을 잡고...탐문을 하는중...

멀찍히 떨어진 곳에서...그 모습을 보는 허준의 시선...


 

S#24. 성벽 일각


외딴 강나루 일각에...허준이 있고...

허준 말없이 눈앞에 펼쳐진 마을을 내려다보고 있다.

이때 한쪽에서 양태가 허겁지겁 온다...


양태 : 형님...찾았습니다.

허준 : 어디냐?

양태 : 한전골 도공들이 사는 마을에...외딴 폐가가 있는데 그곳에 거처하고 있습니다.

허준 : 가자. 


두사람 급한 걸음으로 한쪽으로 사라지는데...


 

S#25. 외딴 초가


산골에 외딴 곳에 담벼락이 허물어진 초가 한채가 있고...

조금 떨어진 곳에 허준과 양태가 초가를 바라보고 있다.


양태 : 저기...저집입니다요...

허준 : ...인적이 없지 않느냐?

양태 : 광명천지 얼굴 못들고 다니는 대역죄인인데...사람사는 흔적을 내겠습니까요?

허준 : ...(말없이 초가를 보고 안으로 들어가려는데)...


이때 양태가...초가로 오는 다희를 본다.

다희...장옷으로 얼굴을 여미고...주변을 의식하면서...초가쪽으로 오는데...


양태 : 형님...

허준 : (양태가 가리키는 곳을 본다)...


외딴 초가로 오는 다희를 보는 허준의 시선...


 

S#26. 초가 앞


다희가 조심스럽게 초가 허물어진 담벼락으로 오면...

이때 한쪽에서 허준과 양태가 나타난다...

두사람을 보고 흠짓 놀라는 다희...


다희 : ...뉘시오니까?

양태 : ...정말 우리가 누군질 모르고 묻는 말이요?

다희 : ...(허준과 양태를 보고 차갑게)...소녀는 남정네 희롱이나 상대할 경황이 없습니다. 그만 비켜나소서. 

양태 : (눈을 부라리며 성을 내고) 희롱이라니? 거 말뽄새 한번 맹랑하네...

        이분이 어떤 분이라고 막말을 하오...이분은 용천고을 사또나으리 자제시우...

허준 : 닥치고 물러나 있거라.


양태 찔끔해서 뒤로 물러나면...


허준 : ...아버님 병환은 어떠시오?

다희 : ...(의외라는 듯 허준을 본다)...

허준 : 주제넘은 일인줄 알지만...난 ...낭자가 곤경에 처한 듯 하길래 마음에 걸려서...

다희 : ...(차갑게) 소녀의 사정이니...그만 돌아가주소서...


다희...허준을 비켜서 초가로 갈려고 하면...

허준 가슴에서 방을 꺼내서...다희에게 준다.


허준 : 보시오...

다희 : (잠시 허준의 얼굴을 보고...방을 펴보는데)...


방을 읽는 다희의 얼굴이 굳어지는데...


허준 : 관아의 사령들과 의주진영의 군졸들이 찾고 있으니...한시바삐 적소로 돌아가던가...이곳을 피해야 할것이요.

다희 : ...(잠시 암담한 얼굴로 말이 없다가 한풀 꺽인 목소리로)...개이치 말고 돌아가소서.


다희...허준의 옆을 지나서 초가안으로 들어간다...

그런 다희를 보는 허준의 시선...다희가 초가안으로 들어가자...


양태 : 제기랄...적반하장도 유분수지...꼴에 양반이라고 허세는 남았구만...

허준 : 그만 가자...

양태 : 대역죄인 주제에 감히 누굴 치한으로 보는거야!


허준이 돌아서 가면 양태 군시렁거리면서 따라가려는데...

이때 초가쪽에서 들리는 다희의 다급한 목소리.


다희 : (E) 아버님...아버님...


허준과 양태...놀라서 돌아보고...무슨 영문인지 싶어...서로 시선을 마주치는데... 


양태 : 병자 어쩌고 하더니 숨을 떨군게 아니요?

허준 : (말없이 초가집 마당으로 들어선다)


이때 초가 방문이 열리고...다희가 경황없이 뛰쳐나오면서 절규한다...


다희 : 살려주소서...아버님을 살려주소서...


허준이...방안으로 뛰쳐들어가면 다희도 따라 들어가는데...

양태는 어리둥절한 얼굴로 그런 두사람을 보고...


 

S#27. 방 안


방안으로 뛰쳐들어온 허준이..

허름한 방안에 누워있는 노인을 잡고...저고리를 헤치고...귀를 갖다댄다...

허준...맥을 잡아 보려는지 환자의 손목을 잡아보고...


허준 : (다급한 목소리로) 양태있느냐...양태야!


양태가 방안으로 고개를 드밀고


양태 : 예...형님

허준 : 의원을 불러라...

양태 : 예?

허준 : 장의원을 불러라. 어서!

양태 : 예...(사라지고)

다희 : (아버지를 부여잡고 울부짖으며)아버지...눈을 뜨소서...아버님.

허준 : ...(어찌 할바를 몰라서 안절부절 하다가 자기 손가락을 물어 뜯어서...이정찬의 입에 피를 흘려 넣는다)...

다희 : ...아버님...


통증을 참으면서 단지한 손을 이정찬의 입에 물리고 있는 허준의 표정...


 

S#28. 산길


허겁지겁 산길을 달려가는 양태...


 

S#29. 방 안


장의원이 누워있는 이정찬을 맥을 집고 있다...

이정찬의 입가엔 허준이 단지해서 흘린 피 자욱이 있고...


장의원 : (고개를 젓고)...숨떨어진지...오랠세...

허준 : 아직 온기가 계시오...다시 한번 봐주시오...

의원 : (마지못해서...죽은 이의 눈꺼플을 뒤집어보고...가슴 밑을 더듬는다)...

        이건 병자의 신체에 남은 온기가 아니라...군불에 익은 훈기야...

허준 : 달리 방법이 없겠소? 온 김에 침이라도 놔 보란말이요?

다희 : (울부짓으면서) 살려주소서...아버님을 살려주소서...

의원 : (허준을 보고 퉁명스럽게)...야 이사람아...몸에 기운이 있어야 침을 놓든지 하지...숨떨어진 송장인데 무슨 재주로 살려!


의원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간다...


다희 : (아버지를 부여잡고) 아버님...아버님...


허준, 안스럽고 허망한 얼굴로 울부짖고 있는 다희와...죽은 이정찬을 바라본다...


 

S#30. 초가마당


마당으로 나온 의원이...떨떠름한 얼굴로...칵 하고 가래침을 뱉는데...


양태 : 어찌 됐수?

의원 : 저승길 절반은 갔을거네.

양태 : ...젠장할...


이때...허준이 방에서 나온다...

의원...방에서 나온...허준을 잡아끌고 한쪽으로가면서...


의원 : 자네 나 좀 보세...

허준 : ...

의원 : ...죽은 자가...관아에서 찾는 대역죄인아닌가?

허준 : ...

의원 : 내 말이 맞지?

허준 : ...

의원 : 자네 정신 나갔는가? 어쩌자고 저런 자들을...

허준 : (말자르면서)...내 정신은 내가 챙길터이니 개이치마오.

의원 : ...(못마땅한 얼굴로 허준을 보고)...약재는 어찌됐나?

양태 : 나루마다 경계가 삼엄해서...못했다하지 않았소...

의원 : 그건 자네들 사정이고...사방 팔방에서 몰려온 장사치들 상대하는 내 신용은 뭐가 되나!

허준 : ...

의원 : 약조한 날짜를 지키지 못하면 나도 생각이 있으니 그리알게...

양태 : (흥분해서) 지금 우릴 협박하는거요?

허준 : 양태야...! (양태 의원에게 대들려다가 그치고 의원에게) 약속은 지킬 터이니...장의원도...여기 일은 함구해주시오.

의원 : (단지를 해서 피가 묻어있는 허준 새끼 손가락을 보고 빈정거리듯이)

        ...대역죄인을 위해 단지까지 한 정성을 보니...보통 관계가 아닌 듯 하이...

허준 : ...

의원 : 내 입막음을 할려면...기일 내에 물건을 대령해야 할것이네... 


의원...초가를 나가고 나면...


양태 : 저...구렁이 같은놈... 

허준 : ...

양태 : (다소 흥분해서) 형님...대체 왜이러시오...오다가다 마주친 생판 남 때문에 우리가 왜 이 고생을 한단 말이요?

허준 : ...


 

S#31. 방 안


다희가 울부짖음도 멈추고...죽어있는 아버지를 바라보면서 하염없이 눈물만 삼키고 있는데...

이때 밖에서 들리는 허준의 목소리...


허준 : (소리) 장쇠하고 길상이를 불러...장례 치를 준비를 해라...

양태 : (소리)...형님...

허준 : (소리) 죽은 이를 쌀 벳가지와 관을 준비해라.

양태 : (소리) 대역죄인에 장사까지 지내준걸 알면...우리까지 한패거리로 몰릴거요. 그만둡시다.

허준 : (소리) 시키는 대로 해...준비하는 김에 초도 몇자루 마련해야겠다...

        저승길 떠나는데 촛불하나 못 밝히면 빈소가 너무 초라하지...


다희...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면서...


다희 : (입안에서 읖조리듯)...아...버...님...


 

S#32. 초가마당


허준이 혼자...초가 마당에 서 있고...상념에 잠겨있다.


 

S#33. 들길


들길에...허준과 다희...양태...길상...장쇠가 간다...

길상은 지게에 관을 지고...소복을 입은 다희가 울면서...그 뒤를 따르는데...

이때 들길 맞은편에서 배천수가 군졸 대여섯명을 이끌고 다가온다. 

군관 일행을 본 양태가 긴장을 하고...양태...허준의 눈치를 살핀다.


허준 : 겁먹을거 없다...다들 침착해.


배천수 일행들 점점 다가오고...허준 일행의 곁을 스쳐가는데...

배천수 걸음을 멈추고...


배천수 : 잠깐...


허준 일행...긴장된 얼굴로...걸음을 멈춘다.

배천수 허준 일행쪽으로 다가오고.


배천수 : 누구의 장례냐?


양태 : (얼른) 당산골...김초시 어른이십니다요. 

배천수 : 뭐야? 아무리 곤궁히 살았어도 저승길 가는데 꽃상여도 없이...반가의 장례가 어찌 이리도 허술하냐?

허준 : 망자를 검시한 의원말이...역병의 조짐이 있으니...한시바삐...장례를 치르라 하였습니다.

배천수 : 역병? (순간 찜찜한 얼굴로 길상이 지고 있는 관을 보는데)...서둘러라.


배천수...군졸들을 이끌고 한쪽으로 간다.

말없이 눈물을 흘리고 있는 다희...


허준 : (길상에게) 가자...


허준 일행 들길을 걸어간다.


 

S#34. 산소


봉분이 만들어져 있고...소복을 입은 다희가...무덤앞에 엎드려 울고 있다...

그 뒤로...허준 양태 길상 장쇠가 서 있고...

허준, 양태쪽을 보고...


허준 : 애들 썼다. (엽전 한꾸러미를 양태에게 건네면서) 너희들 먼저 내려가거라.


양태와...길상일행...허준에게 눈인사를 하고...산소에서내려간다.

양태가 내려가면...허준 착잡한 얼굴로 울고 있는 다희를 바라본다.


 

S#35. 강나루일각 (저물녁)


서산으로 저녁 노을이 타고 있는 저물녁...

인적없는 강가에...허준과 다희가 서 있다.

두사람 말없이 흐르는 강물을 바라보는데...


다희 : (허준의 얼굴은 보지 못하고)...경황중이라 예도 못갖추었습니다...

        소녀 집안의 성씨는 이씨이고...소녀의 이름은 다희라 합니다.

허준 : ...

다희 : (허준을 보고) 제게 베풀어주신 은혜를 죽는 날까지 잊지 않도록...성함이라도 일러주소서...

허준 : 미력이나마 도움이 되었다면 족하오. 난...천한 태생으로 남에게 알릴 만한 이름도 아니 가졌소.

다희 : ...소녀, 용천군수 자제시라고 들었습니다.

허준 : ...(씁쓸한 미소를 띠고)...민망한 소리요...아버님이 용천군수임은 부정치않으나...난 정실자식이 아니요...

다희 : ...

허준 : 용천바닥에서 망나니에 파락호로 소문난 놈이요.

다희 : 태생은 유별한지 모르나 생면부지로 곤경에 처한 이를 돕는다 함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지요...

        소녀 마음에 새기도록... 일러 주소서...

허준 : ...(잠시 망설이다가) 허준이라 하오.

다희 : ...


두사람 잠시 침묵하다가...


허준 : 이제 어찌 할 참이요?

다희 : ...

허준 : 관아의 추적을 받는 처지니...아버님 산소에 시묘도 못할 것이고...

다희 : 소녀 운명이 그러하니...모든걸 하늘의 뜻에 맡겨야지요. 관아로 찾아가 적소를 이탈한 죄를 받을까 합니다.

허준 : 아니되오.

다희 : (허준을 본다)...

허준 : 그건 아니되오. 지금 관아를 찾아가면 참형을 면치 못할것이요...

다희 : ...

허준 : 내 낭자를 피신시킬것이니 쉽게 포기마시오.

다희 : ...생면부지의 남인데...그동안...끼친 폐만으로도 송구스럽습니다. 더 이상 소녀 때문에 심상하지 마십시오.

허준 : (언성을 조금 높여서)...낭자를 처음 본 순간부터 난 한시도 남이라 생각하지 않았소... 

다희 : ...


허준 역시...자신이 엉겹결에 내뱉은 말이 조금은 무안한 표정인데...잠시 침묵하다가...


허준 : (목소리를 낮추어서)...예서...이십여리 가면...부용산이 있는데 거기 미륵사란 절이 있소...

        산세가 험해...관아의 경계가 미치지 못하는 곳이니...일단은 그곳에 피신하도록 합시다.

다희 : ...(착잡한 얼굴인데)...


그런 다희의 얼굴 위로.


양태 : (소리) 미쳤소?


 

S#36. 성벽 밑 (낮)


인적없는 일각에 허준과 양태, 길상...장쇠가 있는데...


양태 : 나루마다...경계가 삼엄한데...무슨 수로 밀거래를 한단 말이요?

허준 : 장의원을 몰라서 그러느냐? 약조를 지키지 않으면 이번 일을 발설하고 말것이야...

양태 : 밀거래를 하느니 차라리...그 교활한 영감을 없애는 편이...수월할거요.

허준 : 난...돈이 필요하다.

양태 : ...(느닷없는 말에 놀란 얼굴인데)...

허준 : 그 때문이라도 해야해... 

양태 : ...(허준을 보고)...그 계집때문이요? 그 계집을 구할려고 돈이 필요한거요?

허준 : (양태를 후려치고) 닥쳐라.


양태...바닥에 쓰러지고...잠시 침묵이 흐르는데...

양태가 터진 입술에 피를 훔치며 일어나면...


허준 : (차분하게) 이번 일이 성사되어 한 밑천 잡으면 난 용천땅을 뜰 것이다.

양태 : 뜨다뇨? 어딜간단 말이요?

허준 : ...어디든...국법에 매인 내 미천한 태생이 가려질수 있는 곳이면 어디든 갈것이야...

양태 : (답답한듯)...답답도 하시오. 형님이나 저나 여길 뜬다고 미천한 태생이 사라진답디까?

        장례원에 있는 천적을 불살라 없애기전엔 호패법으로 묶인 우리 신분은 천지가 개벽 하기전엔 지워질 수 없는 것이요.

허준 : (단호하게) 나는 갈것이다. 이 땅이 허락치 않으면 월강을 해서 오랑캐땅이라도 갈것이야.

양태 : ... 

허준 : 니놈들이...정히 두렵다면...나 혼자서라도 하겠다...어쩌겠느냐?


양태와 길상...장쇠 무거운 얼굴로 말이 없는데...잠시 침묵이 흐르다가...


허준 : (길상을 보고)...길상아...

길상 : (잠시 생각하다)...형님 뜻대로 따르겠습니다.

허준 : (장쇠를 보면)...

장쇠 : 소인도 마찬가집니다요.

양태 : (길상과 장쇠를 보고 노려보고) 미친 자식들...


양태...성난 얼굴로...고개를 돌리는데...

허준...잠시 있다가...양태 옆으로 가서.


허준 : 양태야...

양태 : ...

허준 : ...

양태 : (퉁명스럽게) 형님 뜻이 그렇다면 죽더라도 해야지요.


허준, 그제서야 마음을 놓는 표정이고...


 

S#37. 어느 숲길 삼거리 또는 강나루일각 (밤)


허준과 양태...장쇠...길상과 두어명의 사내들이 등짐을 지고 어둠속을 걸어간다.

허준이 걸음을 멈추고...


허준 : 양태 넌...다희 아가씨를 모시고 오도곶 나루로 오너라...거래가 끝나면...미륵사로 피신 시킬것이다.

양태 : 알았수.


양태...지고온 등짐을 길상에게 넘기고...어둠속으로 사라진다.

그런 양태를 보고 길을 가는 허준일행...


 

S#38. 오도곶나루 일각 (밤)


나루 한쪽에 허준 일행이 밀무역선을 기다리고 있다.


 

S#39. 산길 (밤)


양태와 다희가 산길을 걸어서 나루쪽으로 가고 있다.


 

S#40. 오도곶 나루 일각 (밤)


밀무역선을 기다리는 허준...초조한 얼굴로 어둠속을 본다...

이때...나루 한쪽에서...군졸들이 몰려온다...손에는 횃불을 든 수십명의 군졸들이...사방에서 몰려오는데...


길상 : ...혀...형님...

허준 : (몰려오는 군졸들을 보고 절망적인 표정인데)...피해라...


허준 일행들이 사방으로 흩어진다.

어둠속으로 도망을 가는 허준.


 

S#41. 오도곶 나루 입구 (밤)


양태와 다희가 고개를 넘어 나루쪽으로 오는데...

나루쪽으로 향하는 순간...나루 한쪽에 횃불이 타고 있는 것을 본다.

수십명의 군졸들이...허준 일행을 포위하고 있는 모습이 보이는데


양태 : (놀라서)...형님...


다희 역시 그 모습을 보고 놀라는 얼굴인데...

군졸들에게 포위가 된채 절망적인 허준의 얼굴에서 END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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