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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준] 04

작성자수다쟁이|작성시간20.11.28|조회수174 목록 댓글 0

[허준] 04

 

 

 

 

 

 

 



 

S#1. 산음관아 일각

 

허준이 아전 두어명과 서 있다...

 

허준 전임사또라니?

그...그게 무슨 말씀이요?

이방 함자가...조상두라면...내가 모시던 전임사똔데...

허준 그럼...지금 이곳에는 안 계신단 말씀입니까?

이방 당연하지... 벼슬 그만둔 양반이...뭣하러 이 

촌구석에 있겠는가. 

허준 ...(놀라고 암담한데)...

 

이때 한쪽에서 구일서가 

호기심어린 얼굴로 와서...

이방과 허준의 대화를 엿든는데...

 

이방 헌데...전임사또와는 어떤 관곈가?

허준 ...꼭 만나야 될 분입니다...

그분을 만나러...용천땅에서 찾아왔습니다.

이방 용천? 게가 어딘데?

형방 가만있자...용천이면...의주밑에 용천말인가?

하면...천리...아니...이천리는 족히 되겠구만...

(형방 허준을 보고 혀를 차는데)그 먼길을...

이방 무슨 사정인지는 모르나...

안됐구만...그 양반을 만나야겠다면...한양으로 

가보시게.

허준 ...(암담하고)...

 

허준, 아전들에게 눈인사를 하고...돌아서는데...

금방이라도...무너질것만 같은 표정이다.

관아 밖으로 나가는 허준...

한쪽에서 그런 허준을 보는 구일서...

 

구일서 (이방에게)뭐하는 작자요?

이방 글쎄...전임사또가 몰래 싸질러논 첩자식인가...?

형방 야 이사람아...성이 허씨라고 하지 않던가. 허준이...

조씨 밑에 허씨가 어찌 나오나...

구일서 수천리를 마다않고 예까지 온게...수상쩍은데...

혹시...죄 짓고 도망치는 놈 아닌가 모르겠수. 

형방 자네...또 허튼 수작 부리면...가만 안둘거야.

구일서 (너스레떨면서)형님도...참...

제가 언제 허튼수작을 했습니까요...

(허리춤 주머니에서...말라 비틀어진 짐승의 쓸개 

하나를 꺼내서...형방에게 찔러준다)옛수...

지난번에 부탁한 웅담이유.

형방 (구일서가 준 쓸개를 보다가)

웅담 좋아하네...오소리 쓸갤 가지고 누굴 

속일려들어...

구일서 (실쭉이 웃으면서)아따 눈치하난 귀신이네...

오소리 쓸개도 보신엔 그만이오.

 

구일서 얼른 관가밖으로 나간다.

 

S#2. 산음고을 거리

 

허준이 참담한 얼굴로 거리를 걸어간다.

조금 떨어진 곳에서 그런 허준을 따라가는 구일서.

걸어가는 허준의 옆으로

이때...허준의 옆으로...

보따리를 이고...등에는 어린 아이를 업은 여자...

그리고 예닐곱살의 계집아이가 

걸어온다...모두 한 가족인 듯

싶은데 행색이 유민인 듯 거지꼴이나 다름없다.

예닐곱살의 계집아이가 배고프다고 칭얼거리면...

여자...거칠게 계집아이의 등짝을 후려치면서...

 

여자 이년아...내가 먹을게 있는데도 굶기냐.

있는데도 굶겨! 뚝 그치지 못해...

 

허준...안스러운 얼굴로 그들을 보다가...

여자에게...엽전 두어냥을 주면서...

 

허준 ...얘들...죽이라도 먹이시오...

 

사내와 여자...허준에게 

머리를 조아려 인사를 한다.

 

사내 고맙습니다...고맙습니다... 

허준 (일가의 행색을 보고)산음 사람이 아니요?

사내 흉년에...살길이 막막해서...처자식 끌고 산음땅에 

왔다...쫒겨 가는 길이요.

허준 왜요?

사내 왜긴 왜 겠수?

관아에서 우리같은 떠돌이는 모두 ㅉ아 낸다우.

산음 고을 사또가 보통 엄한 양반이 아니랍디다.

허준 ...(착잡한 시선으로 그들 일가를 보다가 돌아서서 

간다)

 

허준이 주막쪽으로 가는데...

구일서가 계속 허준을 

따라 어슬렁 어슬렁 가고... 

무언가 수작을 부릴 듯 싶은 눈친데...

 

S#3. 주막

 

주막 한켠에 손씨가 평상에 앉아있다.

이때 주막으로 들어오는 허준...

허준 손씨에게로 가면...

 

손씨 어찌 됐느냐?

사또는 만났느냐?

허준 ...(어두운 얼굴인데)...

손씨 (그런 허준의 표정을 의식하고)...뭐가...

잘못된게야?

허준 ...벼슬을 그만두고...한양으로 올라가셨다 합니다.

손씨 (놀라서)...그...그게.

 

손씨...너무나 기막힌지...

할 말을 잊는데...

 

손씨 ...불원천리...그 먼길을 마다않고 왔는데...

어찌...어찌 이럴수가 ...이럴수가...

허준 ...

손씨 어찌해야되느냐...

나으리께서 호구치책 하라고 마련해준 돈도 

잃어버리고... 연고하나 없는 낯선 땅에서...

이제 어찌 해야 되느냐.

허준 ...다시 돌아갈순 없으니...

죽기 살기로 버텨야지요.

산비탈에 움막을 파고...초근목피로 연명하더라도...

천첩의 자식이란 오명을 쓰고 사는것보단 

나을것입니다.

손씨 ...

허준 다만...이곳에서 살기로 작정한다면...호구지책이 

문제가 아니라...신분을 보장받는 것이 더 

시급한 일입니다.

필시 관원들이 심문과 추궁을 할 터인데...

소자는 호패도 없으니...

손씨 ...나으리께선...흉년에 살길을 찾아 헤매는 

유민이라고 하라셨다.

허준 그 생각도 했습니다.

하지만...산음 사또가 엄하여...흘러온 유민들을 

모두 쫒아보낸다 하더이다...

손씨 ...(낙심한 얼굴로)어쩌면 좋을꼬...어쩌면...좋을꼬...

 

이때 구일서가 허준에게로 간다...

 

구일서 ...형씨...

허준 (구일서를 보는데)...

구일서 호패 좀 봅시다.

 

허준과 손씨 경계하는 

눈빛으로 구일서를 보는데...

 

구일서 (건들 건들 하면서 씩 웃는데 )...

난...관원이 아니니...겁먹을거 없수.

나 좀 봅시다.

 

구일서...주막밖으로 나가면...

허준...잠시 망설이다가...

구일서를 따라 나가는데...

 

손씨 (걱정스런 얼굴로 )준아...

 

손씨, 허준을 따라 가려다가...

갑자기...복부에 통증을 

느끼는지 배를 잡고...인상을 쓴다.

걸음을 걷지 못하고...

다시...평상에 주저 앉는 손씨...

 

S#4. 주막 인근 일각

 

허준과 구일서가 마주 서 있다.

 

구일서 나...구일서라 하오...

허준 ...(긴장되고 의심스런 눈초리로 구일서를 

보다가)...허준이요...

구일서 나...말돌리지 않고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리다.

허준 ...

구일서 당신...호패 없으시지?

허준 ...

구일서 있다해도...양민의 것이 아닌 천민의 것이기 

쉽상이고...

허준 ...

구일서 ...요즘 당신같은 사람 천지지...

흉년 핑계로...타관에서 흘러와 어물쩡...팔자 

고칠려는 사람...

허준 (잔뜩 경계를 하면서)당신 원하는게 뭐야?

무슨 수작 부리는거야!

구일서 아아...그리 겁먹을거 없다니까...

이게 다 당신 돕자는거요.

허준 ...

구일서 ...내가...산음 관아 아전들은 이방에서 형방까지

죄다 형님으로 모시고 있수... 

말만 잘하면...새호패 하나 발급 받는건... 

식은 죽먹기다 이거요.

허준 난 당신을 모르는데 나한테 호의를 베풀려는 

이유가 뭐요?

구일서 (씩 웃으면서).그놈에 .호패라는게 뭐요?

양반놈들이 대대손손 우리같은 놈들 등골 

빼먹자고 만든거아뇨...

홀아비신세 과부가 안다고 우리끼리 도와야지... 

안그렇소?

허준 ...

구일서 아전 나으리들 모시고...

퇴기년 속살이나 주무르게...돈 좀 마련해 보슈...

잘만하면 당장이라도 호패 받는건 문제 없수.

허준 ...정말이요?

구일서 아따 속고만 살았나...

못믿겠으면 그만두고...

 

구일서 한쪽으로 갈려고 하면...

 

허준 (망설이는데...워낙 다급한 처지라 판단이 안서고)...

잠깐...잠깐만 

구일서 (걸음을 멈추고 돌아본다)...

허준 잠깐만 계시오...

 

그런 허준을 보는 구일서...

입가에 야릇한 냉소를 띠고...

 

S#5. 주막

 

주막으로 들어온 허준과 

구일서가 손씨에게로 간다.

손씨 속이 거북한지...

손으로 배를 문지르면서...

인상을 쓰고 있다.

이마에는 식은 땀이 흐르는데...

이때...허준이 그런 손씨를 보는데...

 

허준 (놀라서)어머니...

왜 이러십니까?

손씨 ...(말할 기운도 없는지 짧은 신음만 토해내는데)...

허준 어머니...

(주막 주방쪽을 보고)주모...주모...

 

주모가 나오는데...

 

주모 왜 그러슈?

허준 ...어머님이 편찮으시오...

여기 의원댁이 어디요?

주모 (손씨를 본다)...저런...배탈이 났나보네...

구일서 (허준을 보고)너무 걱정마시우.

여기 산음땅에선...제 명 다하는 이 아니고선...

유의원께서 다 고쳐주시니까...

허준 유의원?

구일서 예...유의태란 분이시오...

주모 그럼, 그럼...유의원님이 다 고쳐주시고 말고...

허준 어디요? 거기가 어디요?

주모 ...나가서...저쪽...개울 건너가시오.

구일서 자 빨리 갑시다...

 

허준 손씨를 들쳐업고...

구일서를 따라 나선다.

 

S#6. 마을길...

 

허준이 손씨를 업은채 

구일서를 따라.급하게 가고 있다...

 

S#7. 유의태의 집 앞

 

허준이 손씨를 들쳐 업고...

유의태의 집앞으로 오는데...

유의태의 집으론 환자들이 드나들고 있다.

허준, 구일서의 인도를 받아서..

유의태의 집안으로 들어간다.

 

S#8. 유의태의 집 마당

 

유의태의 집 마당으로 들어선 허준...

마당안을 보고 놀란다.

마당 곳곳에 수많은 환자들이

진을 치고 있고...방마다...환자들로 차 있다.

신음을 토하는 환자들을 보고... 

허준이 어찌 할바를 모르고 서 있으면...

 

구일서 여기...이쪽으로 모시고...

조금만 기다려보시오.

 

허준 구일서가 안내하는 

마당 멍석에 손씨를 내려놓는다.

허준이...놀란 얼굴로 마당과 

방에 있는 환자들을 둘러보는 사이...

구일서가...허준에게 와서...

나무패 하나를 준다.

 

허준 이건 뭐요?

구일서 순번을 기다리는 패요.

(마당 한켠에서 환자들을 정리하고 있는 

장쇠를 가리키면서)

저기 저 놈이...눈짓을 주면 앞으로 나가시오.

나랑 안면이 있는 놈이라 특별히 순번을 당겼수...

허준 고맙소.

(손씨를 보고)좀 어떠십니까?

손씨 (힘겹게)...한결 가라앉았다...

허준 환자들이 이처럼 몰려온걸 봐서 정말 용한 

의원인 듯 합니다.

조금만 참고 견디세요...

(구일서에게) 늘 이렇게 붐비는거요?

구일서 유의원께서 집에 안 계시기 때문이요.

허준 안계시다니? 의원이 환잘 안보고 어딜 간단말이요?

구일서 그거야...나도 알수 없죠...

좀 괴팍한 양반이라...한 두달씩 안계실때가 많다우...

그러니...아파두 그 양반이 집에 계실 때 아파야지...

 

허준 심란한 얼굴로 마당에 

진을 친 환자들을 보는데

(시간경과)장쇠와 영달등이...

환자들을 정리하는 사이...

어두워 지고...이때 한쪽에서...

유의태와 유도지...그리고 임오근과...

부산포 꺽쇠가 나타난다.

 

구일서 저기...저분이 유의원 이시오...

 

허준이 보면...꺽쇠가 손에 

팔뚝만한 촛불(혹은 등을) 들고 있고...

부산포는 수십개의 수건을 

담은 쟁반을 들고 있고...

임오근은 붓과 병부를 들고 있는데...

그들 뒤쪽으로 유의태와 유도지가 걸어온다.

 

허준 (놀라움)

구일서 유의원 옆에 있는 분은...도지라고...유의원 자제분이오...

저 양반도 유의원 못지않게 의술이 뛰어나다오.

 

허준이 유의태와 유도지를 주시하는데...

환자앞에 이르면...부산포가 얼른 쟁반을 내밀면...

유도지가 수건을 오른손에 감고 병자앞으로 다가선다.

유의태는 한쪽에 비켜서 그런 유도지를 보는데...

꺽쇠가 들고 있는 촛불로...환자의 눈과 안색을 비추면...

유도지가 환자의 눈을 까뒤집어 본다.

 

도지 어디 사는 뉜가?

환자 밤골 사는 진돌석입네다.

도지 황달일세...간이 상했어...

 

도지가 유의태를 보면 

유의태...고개를 끄덕이고...

임오근이 붓으로 병부에다 기록을 한다.

 

도지 혀 내보게...

 

환자가 혀를 내밀면...

 

도지 (혀를 보고 임오근에게)...초룡담. 공청. 황련으로 

처방하고...

(환자에게)...간이 급하면...단 것을 먹어 풀어주어야 

하네...감초를 쓰고...흰쌀밥에 소고기 대추도 좋지...

다음...

 

유의태 일행이 다음 환자로 이동하고...

허준은 그런 유의태를 주시하는데...

유도지가 다음 환자를 보는데...

발목을 삔 환자의 발목을 본다.

 

도지 (의태를 보고)호침을 쓰고...취할 곳은 신유와 

좌측 팔욥니다.

의태 (고개를 끄덕이면서)놓아라...

 

도지 침통을 열고...

침을 꺼내서 환자에게 침을 놓는다.

 

의태 (도지가 침을 놓는 것을 보다가 환자에게) 

신이 온전치 않군

환자2 ...시...신이라뇨?

의태 신도 모르는가? 사내면 다 차고 다니는게 신이지...

두쪽 매달린게 남들보다 반 쪽도 못되는걸 차고 있어...

환자2 (쑥쓰러운 얼굴로)...예...

의태 (임오근을 보고)팔미환 

임오근 (병부를 기록하면서)네...

의태 다음...

 

유의태와 유도지가 다음 환자로 가는데...

한쪽에 큰갓을 쓴 늙은 양반이 있다.

도지...환자의 맥을 짚어본다.

도지...잘 알지 못하는 듯 계속 맥을 짚더니...

어두운 얼굴로 고개를 저으면서 유의태를 본다.

그런 도지를 보고 유의태가 고개를 끄덕인다.

 

환자3 내겐 왜 말이 없는가?

의태 백약이 무효하니...돌아가 자손들에게 물려줄 

유언이니 꾸며주시오... 

다음...

 

병자 옆에 있던 큰갓쓴 

양반들이 벌떡 일어나서...

 

양반 아니 이자가 무슨 소릴 하는거야?

의태 (무표정하고 무뚝뚝하게)송장이 걸어들어왔어...

 

유의태가 다음쪽으로 갈려고 하면...

 

환자3 무어라? 송장이라니 누가?

(흥분해서)네 이놈...두 눈 시퍼렇게 뜬 날더러 

송장이라니...이놈...어서 병을 고쳐라...

다시 진맥을 해!

의태 여긴...살아날 사람에게 약을 지어주는 의원이지...

목숨까지 팔진 않소이다.

환자3 뭐야? 이 돌팔이 같은 놈...공연한 허명만 

요란해가지고...

어서 진맥하지 못하겠느냐?

의태 (냉정하게)객사하지 말고...서둘러 집에 가 편안히 

눕기나 하시오...

 

의태...한쪽으로 가면... 

임오근 일행도...따른다...

 

환자3 저...저놈이...관찰사의 병을 고쳤다더니...관찰사 

믿고 유세를 떠는구나.어서 내병도 고쳐라...

이놈...네 이놈...

 

환자 고래 고래 소리를 

지르지만.의태가 무시하고...

허준이 그런 상황을 보는데...

이때 장쇠가 허준에게 손짓을 한다.

허준이 얼른 손씨를 데리고 한쪽으로 가면...

유의태와 유도지 일행이...

허준과 손씨가 있는 쪽으로 온다.

유도지 손씨를 보고... 진맥을 한다.

 

도지 (잠시 진맥하더니 허준에게 )별거 아니니...

모시고 그만 돌아가게...

허준 별거 아니라니...그게 무슨 말씀이요...

진땀까지 흘리시는거 아니보이시오...

 

이때 한쪽에 가만이 있던 

유의태가...허준의 얼굴을 빤히 본다.

 

의태 (허준에게)이름이 뭔가?

허준 병자는 제가 아니라 어머님이십니다.

의태 이름이 뭔가?

허준 (자신을 노려보듯이 보고 묻는 의태의 시선에 

기가 질려서)...허준이라 하옵니다.

 

의태...손씨를 보는데...

말없이 보고 있다...

 

허준 (유의태의 침묵이...답답한듯)...왜 그러십니까?

말 못할 중증의 병이오니까?

의태 ...먼길 배멀미에 속이 뒤꼬인채 음식을 먹은 

탓일뿐 병도 아니야...

돌아가...뜨신 물에 발이나 서너 차례 씻으면 

편안해 질거야.

허준 (놀란 얼굴로)...배...배멀미라뇨?

의태 다음...

 

의태와 도지 일행 

한쪽으로 갈려고 하면...

 

허준 당신이 우리가 배를 타고 오는 것을 보았소?

우린 배를 탄 적이 없소!

 

의태가 입가에 야릇한 

냉소를 띠고 허준을 본다.

허준 역시 의태를 보는데...

 

임오근 대엿세전...장례를 치르고 온 상주의 몸에서

송장 냄새까지 맡으시는 분일세...

분명 배를 탔을 터이니...어거지 부리지 말고 돌아가

의원님이 시키는대로 하게...

허준 (경악한 얼굴로 유의태를 바라본다)...

 

S#9. 주막 일각(밤)

 

구일서가 주막한쪽에 있고...

이때 주막 봉노방쪽에서

허준이 온다.

 

허준 애쓰셨소...

구일서 뭐...별 말씀을... 

허준 (돈을 건네면서)여기 있소...

먼길 오느라...노잣돈 쓰고...이게 가진거 전부요...

구일서 (돈을 받아들고 약간은 떨떠름한데)...

이걸론...퇴기년 속살은 커녕...옷고름도 

못풀르겠는데...

허준 ...

구일서 ...좋시다...뭐 돈보고 나선게 아니니...

허준 성사된다면...그 은혜는 평생 잊지 않겠소. 

구일서 (씩 웃으면서 허준을 보는데)...

당장 호패를 마련해 줄터이니...내일 오시까지

마을어귀에 있는 당산나무로 나오시오...

그럼 내일 봅시다...

 

S#10. 주막방

 

손씨가...방에 있고...

나무로 만든...세숫대에 더운 물을 

담아서 발을 담그고 있다...

이때 허준이 방으로 들어온다.

 

허준 좀 어떠세요?

손씨 ...한결 좋아...다 나은 듯 싶다...

유의태이란 사람...정말 용하구나...

주모말을 들이니...그 사람...남이 흉내 못낼

기행이 많다더구나.

허준 ...

 

손씨의 말을 듣는 

허준의 얼굴위로. 잠시 

자신을 보던 유의태의 

모습이 인써트 되는데...

 

손씨 그나 저나...사또가 관직을 그만뒀으니...

이제 어쩌면 좋으냐?

허준 너무 심려마십시오.

소자가...새 호패를 발급 받아서 신분을 보장 

받을 수 있는 궁리를 해뒀습니다.

손씨 낯선 땅에서 무슨 수로 새 호패를 받아?

허준 소자가 알아서 할터이니...

염려마시고...몸조리 하십시오.

손씨 (그래도 근심스런 얼굴인데)...

 

S#11. 마을어귀(낮)

 

마을 어귀 당산나무 아래서...

허준이 구일서를 기다리고 있다...

한참을 기다려도 구일서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데...

(시간경과) 허준, 계속 구일서를 

기다리지만 나타나지 않자...

초조해진다.

 

S#12. 주막

 

주막으로 온 허준...

주막 한쪽에 있는 주모에게로 간다.

 

허준 주모...혹시 구일서란 자를 아시오?

주모 알다마다.

어제 어머님 모시고 의원댁에 간 사람아니유?

허준 뭐하는 사람이오?

주모 ...지리산 누비고 다니는 사냥꾼인데...

여기 산음땅에선 호가난 왈패에 파락호지...

그 작자 조심하슈...

요샌 외지에서 온 사람들 등쳐서...푼돈 

뜯어낸다는 소문이 있던데...

 

주모 한쪽으로 갈려고 하면...

허준, 주모를 쫒아가면서...

 

허준 그잘 어디 가면 만날 수 있소?

주모 글세...어디...봉노방에 틀어박혀...투전이나 

하고 있을래나...

 

주모가 한쪽으로 가면...

허준 잠시 무거운 

얼굴로 상념에 잠기는데...

그런 허준의 눈에 핏발이 서고...

주막밖으로 뛰쳐 나간다.

 

S#13. 봉노방

 

부산포와 꺽쇠등 너댓명의 

사내들이 모여 앉아서

투전판을 벌리고 있다.

투전판 한쪽에 구일서도 앉아있는데...

사내들이 패를 쪼이면...

구일서는 부산포의 뒤에 앉아서

부산포가 쪼이는 패를 볼려고 한다.

부산포가 자신의 패를 

볼려다가 그런 구일서를 의식하고...

 

부산포 (자신의 패를 내리면서)거참...

자꾸 신경쓰이게 할거야!

구일서 (옆구리에 찬 주머니에서...무언가 꺼내서 

내놓으면서)...

이거...사향인데...한냥만 쳐줘.

 

부산포, 구일서가 내놓은걸...

집고...냄새를 킁킁 맡는다.

 

부산포 (냄새를 맡은 사향을 구일서 앞에 팽개치면서)

야 이놈아...차라리 무뿌릴 가지고 산삼이라고 

우겨라...그게 사향이면...(옆에 있는 망태기에서 

풀 한뿌리를 꺼내서 던져놓고)이건 불노초야. 

꺽쇠 서당개 삼년에 풍월 읊는다는데

우리도...유의원댁 밥먹은지가 낼모래면 삼년이다.

허튼 수작말고 꺼져...

구일서 ...젠장...잃은 돈이 얼만데...

개평이라도 좀 줘야 될꺼 아니야...

부산포 ...추잡한놈...

(엽전 한입을 던져주면서)옛다...술이나 처먹어.

 

구일서...땅바닥에 

굴러떨어진 엽전 한입을 들고...

 

구일서 (부산포에게)내...산에 가면...진짜 사향을 

구해 올테니...니놈 마누라 갖다줘라.

부산포 ...?

구일서 산음땅에서 소문난 박색이니...사향냄새라도 맡아야...

살비비고 살 맛이 날게 아니냐...

 

구일서에 말에 다들 낄낄거리고...

구일서 얼른 방밖으로 나가는데...

 

부산포 (화를 내면서) 저 망할자식...

 

S#14. 봉노방 앞

 

방에서 나온...구일서...짚신을 신고...

마당으로 나서는데...

마당에다 침을 탁 뱉으면서...

 

구일서 제기랄...재수 옴붙었네. 

 

구일서가 마당을 나가서...

모퉁이를 돌아서는데...

이때 그 앞에...허준이 서 있다.

구일서 흠짓 놀라서...

뒤로 주춤 물러서는데...

허준, 구일서를 노려본다.

 

구일서 ...(당황한 얼굴로)여...여긴 웬일이슈?

허준 ...(분을 삭히면서 착 가라앉은 목소리로)호패는?

구일서 ...저...그게...(머리를 굴리는데)

허준 호패는?

구일서 ...그게 말이요. 내 뜻대로 안됐소.

(괜히 은밀한척)이번 일을 성사시킬려면...아무래도...

돈이 좀 더 들어가야 될 듯 싶은데...

어디 구할데가 없겠소?

노리개...비녀...가락지...돈이 될 만 한건 뭐든 좋소. 

허준 (그런 구일서를 노려보다가 구일서의 멱살을 잡는다)...

구일서 ...왜 왜 이러시오...

허준 (구일서를 한 대 후려친다)...

 

나가 떨어지는 구일서...

허준...쓰러진 구일서에게 다시 발길질을 하고...

다시 쓰러지는 구일서.

허준...구일서를 보면...

구일서 자리에서 일어나서...

옷소매로 피가 흐르는 입가를 쓱 훔치고...

입가에 야릇한 냉소를 띠고...

허준을 보는데

 

구일서 니놈이... 뭘 몰라도 한참 모르는데...

아직 산음땅에서 날 건들고 무사한 놈 없다.

 

허준...그런 구일서에게 

주먹을 날리면...구일서...

허준의 주먹을 피하면서...

허준에게 공격을 한다.

허준도 구일서에게 맞는데...

서로...주먹과 발길질이 오가는데...

산음땅에 파락호 답게 

만만치 않은 구일서의 반격...

그러나...허준의 공격에 

구일서 다시 궁지에 몰리고... 

발목에 차고 있던 단검을 

빼들고...허준에게 대든다.

허준...날렵하게 구일서가 

휘두르는 단검을 피하고...

일격을 가해서...구일서를 쓰러트린다...

단검을 뺏어들고...쓰러진 

구일서의 목에 칼을 들이대는 허준...

구일서...겁먹은 얼굴로...

 

구일서 사...살려주시오...

허준 ...오갈데 없어 막막한 유민들...등이나 쳐먹고 

사는 넌.. 죽어 마땅한 놈이다.

구일서 자...잘못했습니다요...

허준 (그런 구일서에게 칼을 겨눈 손이 부들부들 

떨릴 지경인데)...

 

허준...칼을 들어 

구일서를 찌를려고 하면...

 

구일서 (사색이 되어서 떨면서)사...살려주시오...제발...

허준 (찌를 듯 말듯...갈등하는데)...

구일서 저만 보고 사는 처자식이 있습니다요...

제발...살려주십시요...

 

허준, 갈등하다가 결국 

찌르지 못하고 칼을 내려놓는다.

 

구일서 (혼절할 듯 하다가...겨우 숨을 돌리는데)...

허준 ...가져간 돈을 내놔라.

구일서 ...

허준 어서!

구일서 그게...그게...지금 없습니다요...

허준 ...

구일서 ...투전판에서...날렸습니다.

허준 (기가 막히고...구일서를 노려보고 다시 한 대 

후려친다)

 

S#15. 마을거리 일각

 

허준에게 맞아서...눈두덩이에 피멍이 들어 있고...

입술이 터져있는 구일서가...앞장 서 가고...

그 뒤에 등짐에 보따리를 든...허준과 손씨가...

구일서를 따라간다.

구일서 난감한 얼굴로 허준의 눈치를 보면서...

걸어가는데...

 

손씨 ...(영문을 모른채)...어디로 가는게냐?

허준 ...당분간 어머님과 제가...의지할 거처를 

찾았습니다.

 

구일서...그런 허준과 

손씨를 보고...착잡한데...

 

S#16. 구일서의 집 앞

 

싸리나무 담장이 쳐진 허름한 초가로 허준과...

손씨를 데리고 온 구일서...

구일서...조금은 긴장한 얼굴로...싸릿문 안을

기웃거리면서 집안을 살핀다.

 

구일서 ...들어가십시다.

 

구일서 싸릿문을 열고 

마당으로 들어가는데...

 

S#17. 마당

 

마당안으로 들어온 구일서와 허준 손씨...

 

구일서 ...여보 마누라...

 

아무런 기척이 없고...

 

구일서 마누라...서방왔네.

 

이때 방안에서 들리는 

구일서 마누라의 목소리

 

함안댁 (소리)이집 서방이란 작자는 투전판에 미쳐 

뒤졌으니...밥 얻으러 온 거지새끼면 그만 돌아시오.

 

구일서...허준과...손씨의 눈치를 보고...

어색한 웃음을 흘리는데...

 

구일서 뒤지다니? 두눈 시퍼렇게 살아 있는데...

죽긴 왜 죽어?

함안댁 (소리)아직 안뒤졌으면 내손으로 쥑일 것이고...

 

순간 방문이 활짝 열리면서...

함안댁이...나오는데...

함안댁... 마당에 서 있는 손씨와 허준을 보고...

움찔 놀란다.

 

구일서 (한껏 호기를 부리면서)...어이 마누라...

저...뒷방 깨끗이 치우고...이분들 모시게.

함안댁 ...(무슨 소린가 싶어 멀뚱한 시선으로 구일서와 

허준 손씨를 보는데)...

 

S#18. 구일서집 일각

 

집 한쪽에...구일서와 

함안댁이 마주 보고 있다.

 

함안댁 미쳤어.미쳤어...

우리 식구 풀칠하기도 지랄같은데...누굴 거둬 멕여?

구일서 언제 거둬 먹이자고 했어?

살길이 막막해 뵈니...일단 발뻗고 누울 자리나 마련해

주자는거지...

뱀사골서 사냥하다 멧돼지한테 치받혀 죽을뻔 했는데...

그런 날 살려준 은인이야...

생명의 은인인데 그 정도는 도와줘야지...

함안댁 은인 좋아하네...

황천길 가게 처내버려두지 살리긴 왜 살려...

은인이 아니라 웬수다 웬수야...

 

함안댁 화난 얼굴로 한쪽으로 가면...구일서...

휴하고 안도한다.

 

S#19. 허준의 방

 

허름한 방안에...손씨와 

허준이 있다.이때...방으로...

이부 자리를 가져오는 구일서...

 

구일서 여기...이부자리요...

손씨 고맙소...이 은혜를 어떻게 갚아야 할지...

구일서 (힐끔 허준의 눈치를 보고)별 말씀을 다 

하십니다...제가...평생 형님으로 모시기로 했으니...

누추하더라도...편히 지내 십시오.

손씨 누추하다니...오갈데 없는 처지에...

이만하면 황송하지...

구일서 ...(허준을 보고)나 좀 봅시다.

 

구일서...방밖으로 나가면... 

허준도 구일서를 

따라 나간다.

 

S#20. 마당 일각(저물녁)

 

허준과 구일서가 서 있다.

 

구일서 (뚱한 얼굴로)이제 어쩌실거요?

나도 진 죄가 있어...거처는 마련했으나...

먹고 사는건...내 알 바 아니요.

허준 ...

구일서 ...지리산에 들어가 약초를 캐든가...

마연동 광산에 가서 품을 팔던가...

호구지책은 거기가 알아서 하슈, 

허준 약초꾼이 되면...채집한 약초는 어디다 파는가?

유의원댁인가?

구일서 ...그 댁에서 쓰는 약초는 마당쇠놈들이 철 따라 

캐오니까...남에 약초는 사지 않소...

허준 ...

구일서 왜? 약초 캐면 팔 데 없을까 걱정이슈?

허준 ...기왕 약초 캐는 일을 한다면...

유의태...그 사람 밑에 있고 싶네.

구일서 (놀란 얼굴로)뭐요?

(그리곤 기막히다는 듯 픽 웃는데). 

허준 ...할 수만 있다면 그 분 밑에서 의술을 배우고 싶어...

구일서 그 양반은 제자를 키우지 않소...

허준 병사에 있던 자들은 자제들이 아닌가?

구일서 명색만 제자일뿐...몇년씩 그 집에 붙어 있다가...

빈손으로 떠나오.

내가 알기로도...십년이나 버티다...

아무것도 못배우고.떠난 제자도 여러 사람 봤소...

허준 십년?

구일서 방안에서 촛불이나 병부를 들고 조석으로 가까이

붙어있는 자는 오년에서 칠년...

병사에서 피고름 묻은 빨래하며 온갖 심부름을 

다 하는 자도 삼 사년은 넘은 자들이요...

허준 (말없이 생각에 잡기는데)...

구일서 유의원님은...오라고 부르지도 않고...간다고 잡지도 않는

차가운 사람이요...

그런 사람 밑에서 약초캐고...군불 지피고 온갖 병자들

시중 들어도...제 입하나 건사해주는게 고작인데...

모시고 있는 어머님...생계는 어쩌실거요... 

괜히 헛고생말고 일찌감치 포기하슈...

허준 ...주선해주게...

구일서 (이해 할수 없다는 듯 허준을 본다)...

허준 나머진 내가 알아서 할테니...주선만 해주게.

구일서 ...

 

S#21. 유의태의 집 앞(낮)

 

허준이 대문 앞에서 초조한 얼굴로 기다리면 

대문안에서 나오는 구일서...

 

허준 어찌됐나?

구일서 나랑 약조한 사람은 자릴 비우고 없는데...

그래도 다 얘기가 됐으니...들어가보시오...

허준 고맙네.

구일서 고마운 일인지...아닌지는 두고 봐야 알거요.

난 말릴 만큼 말렸으니...

나중에 원망은 마시오.

 

구일서...한쪽으로 간다...

대문앞에 혼자 남은 허준...

잠시...긴장된 얼굴로...

마음을 가다듬고...

대문안으로 들어간다.

 

S#22. 의원 마당 일각

 

약재 창고 앞에서...

작두로 약재를 썰고 있는 부산포...

약재창고 앞으로 약재를 

나르면서 일을 하는 꺽쇠 장쇠.

영달은 마당을 쓸고 있는데...

이때 그들쪽으로 허준이 다가간다.

짐을 나르던 꺽쇠가 허준을 보고...

 

꺽쇠 웬일이요?

허준 ...유의원님 밑에서 의술을 배우고자 왔습니다.

 

허준의 말이 떨어지는 순간 

일을 하던 부산포 장쇠...영달의

시선이 허준에게 향한다.

허준을 본 그들...서로 시선을 교차하면서...

어이 없다는 듯 피식 냉소를 띠는데...

 

부산포 (유들유들하게 웃으면서 허준앞으로 나선다)...

의술? 그게 뭔 술이야?

술은 주막에서 찾을 일이지...여긴 왜와?

꺽쇠 (역시 건들대면서)이집에 제자로 들어올놈은...

의원님보다...우리한테 먼저 허락을 받아야돼.

장쇠 그럼...그래야지...

허준 유의원님을 뵙게 해주시오.

부산포 니가 뭔데 유의원님을.만나?

우리도 제가가 될지 말진데...어디서 건방지게 

나서는거야!

허준 당신들하고 싸우기 싫소.

유의원님 어디 계시오?

꺽쇠 (허준을 밀치면서)이 자식이...어디 빌어먹을 

데가 없어서 우리 밥 그릇을 뺏어먹으려들어!

장쇠 (허준을 거칠게 밀치며)꺼져... 꺼져 자식아!

 

허준...그들에게 떠밀리면서...

부산포 일행을 노려보는데...

 

부산포 (그런 허준의 시선을 보고 피식 웃으면서)...

보면 어쩔거야?

(주먹을 날리면서)보면 어쩔거야...이 자식아...

 

허준...그런 부산포의 주먹을 손으로 잡는다.

 

부산포 어? 어거 못놔?

 

한쪽에서 지켜보던 꺽쇠...

장쇠 영달이 나서면서...

 

꺽쇠 눈치없는 놈한테 말귀론 안되지... 족쳐!!

 

꺽쇠일행들...허준에게 공격을 할려하면...

허준...잡고 있는 부산포의 

팔을 거칠게 비틀어 떠밀고...

자신에게 달려드는 꺽쇠의 인중을 후려친다.

부산포와 꺽쇠가...나가떨어지고...

그 모습을 본...장쇠와 영달이...

장작개비와...쇠스랑을 들고...

허준에게 공격을 하는데...허준...

재빠르게 피한후...

발길질과 주먹질로...장쇠와 영달을 해치운다...

나가떨어지는 장쇠와 영달...

부산포와 꺽쇠가 다시 

허준에게 공격을 할려고 하면...

 

도지 뭣들하는 짓이냐?

 

이때 마당한쪽에 유의태와 

유도지 그리고 임오근이 나타나서

허준과 부산포 일행이 

싸우는 모습을 보고 있다.

부산포 일행 찔금하여...

유의태에게 고개를 숙이는데...

허준도 유의태와 유도지를 본다.

 

도지 병사에서 이게 무슨 소란이냐?

부산포 저놈이 갑자기 나타나서 행패를 부렸습니다요...

도지 (허준을 보고)병자를 데리고와 치료를 받고 돌아간 

자 같은데...당신은...그런식으로...은혜를 갚는가?

허준 ...(유의태와 유도지에게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려).

저는...허준이라 합니다...

의원님께...의술을 배우고자 왔습니다.

도지 닥쳐라.

여긴 니놈같은 건달패를 받아주는 곳이 아니니... 

썩 물러가거라!

허준 ...제가 분별없이 경거망동했습니다.

구일서란 자의 주선으로 찾아왔으니...

부디. 용서하시고 받아주십시오.

도지 구일서라니?

 

이때 도지의 옆에 있던 

임오근이 당황한 얼굴로...

 

오근 저...제가...구일서의 청을 받고 허락했으나...

저런 자인줄은 몰랐습니다.

도지 (허준을 보고)우린 필요없으니...그만 물러 가라.

허준 (도지와 유의태를 보고 간절하게) 허드렛일이라도 

좋습니다. 시키는 일은 무엇이든 열과 성을 

다하여 할것이니...받아주십시오.

 

도지...말없이 서 있는 유의태를 본다.

유의태 말없이 허준을 보다가...

 

의태 ...사람 몸에 급소는 제대로 알더구나...

 

도지와 임오근, 유의태가 

하는 말의 진의가 무엇인지...

어리둥절한데...

 

의태 ...옛날 중국땅에 장유라는 건달패가 있었다...

소시부터...싸움에 이골이나...사람몸에 급소를 

훤히 꿰더니...그 재주로...의술을 배워 천하에 

명의가 되었다. 저놈도 의원 만들지 않으면...

재주를 잘못 써 사람이나 죽이고 살겠구나...

 

의태...한마디 뱉어놓고는 

안채쪽으로 들어간다.

도지...잠시 생각하다가 허준을 보고...

 

도지 ...들어와서 일하라.

또 한번 오늘 같은 일이 있으면...그땐 용서치 

않을 것이니... 그리 알라.

허준 (감격해서)고맙습니다...고맙습니다.

 

한쪽에 서서 떨떠름한 얼굴로...

허준을 보는 부산포일행들...

 

S#23. 마을거리

 

허준이...흥분되고 

벅찬 표정으로 집으로 가고 있다.

 

S#24. 허준의 방

 

허름한 방에...손씨가...

앉아서 바느질을 하고 있다.

이때 방문이 열리고 허준이 들어온다.

 

허준 (손씨 앞에 앉으면서)...어머니...

소자...앞으로 살아갈 방도를 찾았습니다.

손씨 ...방도를 찾다니? 어떻게?

허준 ...유의태 의원 문하에 들어가...의술을 배우기로 

하였습니다.

손씨 ... 널 받아주시더냐?

허준 예. 제자로...허락하셨습니다.

손씨 (기뻐하면서)...잘됐구나...잘됐어.

 

S#25. 구일서의 집 일각

 

함안댁이 마당한쪽에서 

허드레 일을 하고 있는데...

이때 손씨가 손에 보따리를 들고...

함안댁쪽으로 간다.

 

손씨 이보게...

...내 자네한테 부탁이 있네.

함안댁 (어딘지 떨떠름한 얼굴로 보는데)...

손씨 ...닭 두어마리하고...술 좀 구해주겠나...

함안댁 ...(어이없고)...피죽도 못끓이는 처지에 닭하고...

술이라뇨?...

(돌아서면서 혼잣말로)사람이 염치가 있어야지...

손씨 이보게...

함안댁 글쎄...그럴 형편이 안된다니까요...

손씨 (보따리를 내밀면서).한번도 안입은 저고릴세...

이거면...그정돈 마련할걸세...

 

함안댁...보따리를 풀어서...본다...

금새 표정이 변하는 함안댁...

 

함안댁 ...이...이거...비단 아닙니까?

손씨 (고개를 끄덕인다)...

함안댁 세상에...어쩜 이렇게 보드랍지...

곱다...고와...

(비단 저고리를 만져보다가 손씨를 보고)...

제가 구해 보겠습니다요.

 

S#26. 허준의 방

 

허준과 손씨...구일서가 

앉아있는데... 함안댁이...

상을 들고 들어온다...

상에는 닭과...술병이...있는데...

 

구일서 이게 웬겁니까요?

손씨 우리 준이를 위해...애써 주었다는 소릴 들었네...

먼길 떠나와 아무 연고도 없는 타관에서... 

살길이 막막했는데...

자네 덕분에...살길을 찾았어.

이 은혜는 평생을 두고 갚을 작정이네만...

당장 노고에 보답하고 싶어서 마련한걸세.

어서 들게... 

 

구일서...허준의 눈치를 힐끔보는데...

어딘지 머쓱한 표정이고...

허준, 술병을 들고...

 

허준 자...

구일서 제가 먼저 따릅죠...

허준 아니...들게...

 

허준이 술을 따르면.구일서도...

허준에게 술을 따른다.

두사람 잔을 부딪고 술을 마시는데...

 

손씨 (허준을 보고)그 용한 분 문하에서 의술을 

배운다면...너도...세상에 뜻있는 일을 남길 수 

있을 터이니... 정진하거라...

허준 큰 기대는 갖지 마십시오...

제가 그 집에 몸 담을 경우...보장되는 건 저 

혼자의 입뿐입니다.

일 부지런히 한다해서...딸린 식구의 호구가 

보장되지 않고...봄 가을에 옷이나 한벌 해주는게 

고작이라니...잠시 의탁해 보다...이도 저도 아니다 

싶으면...다시 나와야지요.

손씨 당치 않은소리.

허준 ...

손씨 사람이 무언가 이루고자 할 때...애초 뜻이 굳세어도...

종단에는 이루지 못하는 일이 많은 법이다...

헌데 잠시 몸을 의탁한다는 정신으로...어찌 네 뜻을 

이룰 수 있겠느냐?

내 호구때문이라면...걱정말거라...

그건 에미가 무슨 짓을 해서라도 꾸려갈것이야

내 말 무슨 뜻인지 알겠느냐?

허준 ...예... 

 

S#27. 구일서의 집 마당(밤)

 

마당 한켠에 허준이 혼자 

앉아서 상념에 잠겨 있다.

그런 허준의 얼굴위로...

다희의 모습이 스쳐가고...

다희와 함께 했던 순간들이 회상된다.

허준...어둠속을 응시하면서...

무언의 결의를 다지는데...

 

S#28. 마을 일각(낮)

 

허준이 댕댕이 덩굴로 

엮은 망태기를 들고 약초꾼

복장을 갖추고. 호미를 

손에 든채 기대에 가득찬 

표정으로 의원댁으로 향한다.

 

S#29. 의원 마당

 

허준이 마당 한가운데 서 있고...

허준을 둘러싼...부산포...

꺽쇠 장쇠 영달...그런 허준을 보고

어이없고 기가 막힌데...실실 웃음밖에는 안나오고...

 

부산포 이놈 이거...김칫국을 동이로 퍼마실 놈일세...

어제...치닥거리하러 들어온 놈이...하룻밤새 

의원행새를 하려들어?

내친김에...병사에 올라...병자들을 보지 그러냐?

허준 ...(당황해서)그...그게 무슨 말씀이요?

꺽쇠 야 이놈아...누가 너같은 초짜한테 약초꾼 일을 

맡긴단말이야...여기 계신 장쇠 형님도...약초꾼 

되는데 무려 삼년이 걸렸어...

영달 난...사년이야...

장쇠 (웃으면서)난 물지게만 삼년을 졌는데...어디서 

니놈이... 약초꾼 자리를 노려!

허준 ...물지게라니...

부산포 (마당 한쪽을 가리키면서)

니놈 할 일은 물을 떠오는 일이야...

 

허준 마당 한쪽에 있는 

물통과 물지게를 보는데...

착잡한 얼굴이다...

 

장쇠 냉큼 지게 안지고 뭐해? 허벌나게 뛰어도...

뒤란 물동이 반이나 채울까 말깐데...

꺽쇠 냅두슈, 면상 구긴 꼬라지 보니...

주제에 물떠오는건 못하겠나 봅니다.

허준 아닙니다...하겠소...

 

허준 한쪽으로 가서 물지게를 진다...

하지만 지게진 품이 엉성하고...

그런 허준을 보고...다들 웃는데...

 

허준 ...어디 가 길러옵니까?

영달 왕산 골...

 

영달이 무언가 말을 할려고 하면...

부산포가 얼른 나서 말을 가로 막고...

 

부산포 니놈 할 일은 니가 알아서 해!

꺽쇠 한심한놈...널린게 물이고 깔린게 샘인데...그걸 물어?

자...우린 약초캐러 갑시다.

 

부산포 일행 낄낄거리면서...

마당밖으로 나가면...

허준...지게를 진채...

비장한 표정이 된다.

 

S#30. 마을 일각

 

샘터에서 물을 긷는 허준...

옆에는 빨래를 하거나...

물을 길으러온 동네 아낙들이 있는데...

허준...물을 길어서...지게를 지고...간다.

 

S#31. 마을 일각

 

땀을 삘삘 흘리면서 

지게를 지고 가는...허준...

 

S#32. 의원집 뒤란

 

십여개의 물동이가 늘어서 

있는 곳에...길어온 물을 붓는 허준...

 

S#33. 마을 일각...

 

샘터에서...물을 긷고 물을 

지고 가는 허준의 모습...

항아리를 채우는 모습등이 몽탸쥬...

 

S#34. 약재창고 안

 

부산포와...장쇠 꺽쇠등이 

임오근의 지시를 받아서...

약재 창고를 정리하고 있다...

임오근이 장부를 들고...

물품과 비교해가면서...

붓으로 정리를 하는데...

이때 창고안으로 들어오는...유도지...

 

도지 (부산포와 꺽쇠를 보고)자네들...

나루에 좀 나가야 겠네...

부산포 나루에요?

도지 삼적대사님과...예진이가...올것이니...

짐을 받아들고 오게...

부산포 (떨떠름)예...

 

도지...창고밖으로 나가면...

 

부산포 제기랄...쉴틈을 안주는 구만...

(임오근을 보고)다녀 오겠습니다요...

임오근 가보게...

 

부산포와 꺽쇠 창고밖으로 나간다.

 

S#35. 의원마당

 

꺽쇠와 부산포가 마당을 가로질러 가는데...

물지게를 들고 들어오는 허준... 

힘겨운 얼굴인데...

그런 허준을 본...부산포...

 

부산포 자네...그 물지게 내려놔...

허준 (허준이 지게를 내려놓으면)

부산포 지금 나루에 나가서...대사님과 예진 아씨를 

모시고 오게.

꺽쇠 이친군...누군지 모르잖아.

부산포 모르긴 왜 몰라...

거적같은 승복을 걸친 노인네하고...

곱게 생긴 아가씨야.

척보면 알테니...정중하게 모셔.

허준 알았소.

 

허준, 다시 물지게를 질려고 하면...

 

부산포 이건 내가 할테니...당장 갔다오라니까! 

 

허준, 대문밖으로 나간다.

 

부산포 우린 주막에 가...한잔 걸치고 오지...

꺽쇠 괜찮겠나?

부산포 제길...겁날게 뭐야?

뭐라는 놈 있으면 때려치면 그만이지... 가세...

 

부산포와 꺽쇠 대문밖으로 나간다.

 

S#36. 나루

 

허준이 나루쪽으로 걸어간다.

나루엔 배를 기다리는 

십수명의 사람들이 모여있고...

허준...사람들...가까이로 가서 배를 기다린다.

(시간경과)...배를 기다리는 

허준의 시선으로 보면...

강건너 편에서 배가 보이기 시작하고...

허준이 앞쪽으로 나갈려는데...

이때...사람들 사이에서...

아낙의 비명소리가 들린다...

 

아낙 만수야...만수야...

 

사람들...아낙주위로 모여들고...

허준도 무슨 일인가...

싶어서 사람들을 헤치고 본다...

아낙이 너댓살쯤 되는 

아이를 안고...울부짖는데...

아이가...금방이라도 숨이 

넘어갈 듯 경기를 하고 있다...

 

아낙 아이고...만수야...만수야...

(울면서)누가 우리 애 좀 살려줘요...

만수야...만수야...

 

사람들 웅성거리기만 할뿐...

어찌 할바를 모르는데...

허준 역시...당혹스런 

표정으로 볼 뿐이다...

 

아낙 (아이를 주무르면서)만수야...정신차려... 만수야...

 

어찌 할바를 모르고 서 있는 허준...

아낙 앞으로 나서면서...

 

허준 나...난...유의원댁에 있는 사람인데...

아낙 (얼른)...의원님이시요?

아이고 의원님 우리 얘 좀 살려주시오...

만수야...만수야...

허준 (당황해서)아니...난...

예서 이러지말고 유의원댁으로 갑시다.

자...업히시오...

구경꾼 금방 숨넘어 가는데 가긴 어딜가?

가는 동안 일치르겠네...

허준 (어쩔줄 모르고)...

아낙 만수야...만수야...

 

그사이...배가 나루에 닿고...

배에서 내리는 사람들...

그중에 삼적대사와...

예진이 있다...삼적대사와 예진...사람들이 모여서 

웅성거리는 것을 보고...

다가가는데...

예진...경기를 하고 있는 아이를 본다...

예진...사람들을 혜지고 가서...

 

예진 비켜보세요.

 

예진...허준과 아낙을 밀어내고...

경기를 하는 아이의 상태를 본후...

가슴에서 작은 침통을 꺼내서...

아이에게 침을 놓는다.

침착하게 폐경의 소상혈과 

비경의 운백혈에 침을 놓는 예진...

한쪽으로 비켜나서...

그런 예진을 보는 허준의 시선...

예진 진료가 끝나고... 경기를 하던 아이가...

진정이 되면...아낙에게...

 

예진 일단 응급으로 처치를 했으니...

곧 의원으로 가서...치료를 받도록하시오.

아낙 고맙습니다...고맙습니다...

 

예진 자신에게 고마워 

어쩔줄 모르는 아낙에게

눈인사를 하고... 한쪽으로 빠진다.

그런 예진을 신기한 듯 바라보는데

허준 역시...얼이 빠진 

시선으로 예진을 본다.

삼적대사 옆으로 간 예진...

허준의 시선으로 보면...

두사람 무언가 말을 주고 

받는데... 그런 허준의 시선위로...

 

부산포 (소리)모르긴 왜 몰라...

거적같은 승복을 걸친 노인네하고...

곱게 생긴 아가씨야.

척보면 알테니...정중하게 모셔.

 

허준 아차 싶고... 

얼른 예진과 삼적대사 앞으로 간다.

허준 삼적대사에게 꾸벅인사를 한다.

 

삼적대사 넌 누구냐?

허준 허준이라 합니다.

오늘부터...유의원님 문하에 제자로 들어갔습니다.

삼적대사 제자? (웃고)이놈봐라... 

허준 ...?

삼적대사 유의태 그사람은 제자를 키우지 않는데...

니 맘대로 제자냐?

허준 (당혹스럽고)...

소인 지금은 허드렛 일을 하고 있지만...언젠간 

꼭 의술을 배울 것입니다.

삼적대사 고약한 사람 밑에서...얼마나 버틸지... 두고보자.

아 뭐해 이놈아...마중을 나왔으면... 

냉큼 짐을 받지않고...

 

삼적대사 지고 있는 등짐을 

허준에게 던지듯이 준다.

허준 얼떨결에 짐을 받고...

한쪽에 선 예진을 보면 

두사람 잠시 시선을 마주치는데...

예진 허준을 무시한다.

 

S#37. 마을길

 

허준이 등짐을 지고 가고...

그 뒤를 삼적대사와 예진이 따른다.

 

삼적대사 시침한데가 어디냐?

예진 폐경의 소상혈과 비경의 운백혈입니다.

삼적대사 (고개를 끄덕이고 입가에 미소를 띤채)...

그만하면 됐다...

 

허준...등짐을 지고 가면서...

곁눈질로...예진을 

다시 한번본다.

예진...허준에겐 무관심한 듯...

조금은 차가운 얼굴로...

걸어가는데...

 

S#38. 유의원집 마당

 

등짐을 진... 허준과 

삼적대사 예진이 마당으로

접어들면...

마당 한쪽에 유의태와 

유도지 임오근이 있고...

그 앞으로 부산포...

꺽쇠 장쇠 영달들이 서 있다.

어딘지 살벌한 분위긴데...

 

유의태 (한껏 성난 얼굴로 앞에 있는 물통을 가리키며)

어느 놈이 퍼온 것이냐?

 

부산포와 영달...꺽쇠 장쇠...

무어라 말을 못하고...

한쪽에 서 있는 허준을 본다.

허준 당혹스럽고... 허준 얼른 등짐을 내려놓고

유의태 앞으로 나서면서...

 

허준 소인이 길러 온 것입니다...

 

유의태 허준을 쏘아보는데...

 

유의태 어디서 떠왔느냐?

허준 ...당산나무 아래...샘터에서 떠왔습니다.

유의태 ...고얀...

죽은 물은 술맛도 내지 못하는 법인데...

항차 약효를 내는데 쓰는 물을 더러운 

오수로 떠왔단말이냐?

허준 ...소인이...실수를 했습니다. 다시 길러 오겠습니다.

유의태 (더 노하고)네놈이 지금 실수라 했느냐?

살자고 의원에 온 사람들을...네 놈이 퍼온 썩은 

물로 죽이고...그때도 실수라 둘러대겠느냐?

허준 ...용서해주소서...소인...처음하는 일이라...어느 물이 

약에 쓰이는 것인지 미처 몰랐습니다.

 

순간...유의태가 물통을 들어서...

허준에게 물벼락을 

씌운다...놀라는 좌중...

물을 뒤집어 쓴채 놀란 

얼굴로 유의태를 보는 허준...

 

유의태 실수를 했느니...미처 몰랐느니...

사람죽이고...변명만 늘어놓을 놈이구나...

칼 든 무사보다...독을 품을 짐승보다...더 

무서운 것이 의원의 손이다. 단 한번의 실수도 

용서받을 수 없는 것이 의원의 손이다!

 

허준 참담하고...

 

유의태 내 너같은 놈들을 잘안다...

그 따위 안이한 생각으로...예서 몇 년 굴러먹다...

그저 의원이랍시고...병자의 생명을 미끼삼아...

돈푼이나 긁어보자는 수작이겠지...

생명의 귀함을 모를바엔 차라리 장사치가 되는게 

나을터. 무지한 장사치도...사람을 죽이지는 않는다.

니놈은 의원 될 자격이 없다...

사람 목숨을 다룰 자격이 없어!!

 

유의태...허준에게 쏘아붙인후...

성난 얼굴로 안채쪽으로 들어간다.

허준...물을 뒤집어 쓴채 참담하고 

괴로운 표정으로 있는데

그런 허준을 보는 부산포 

일행의 냉소어린 시선.

한쪽에 선 예진도 그런 허준을 본다.

 

S#39. 의원집 일각

 

허준이 참담한 심정으로 

혼자 상념에 잠겨 앉아있다.

이때 한쪽에서...의원집 종인 유월이가...

옷 한벌을 들고 온다.

 

유월이 자...이걸로 갈아입으시우...

허준 ...(무표정하게 있으면)...

 

유월이 허준 옆에 옷을 

놓고 한쪽으로 간다.

허준...잠시 생각에 잠기다가...

갑자기 어디론가 간다.

 

S#40. 약재창고...

 

약재창고에 부산포와 꺽쇠 

영달 장쇠 등이 일을 하고 있는데...

작두로 약재를 써는 부산포...낄낄대면서...

 

부산포 그놈...몰골을 봤나?

새파랗게 질려서 벌벌 떠는 꼴을 봤어?

꺽쇠 망할자식...시건방을 떨더니...

십년묵은 체증이 다 내려 간듯하네.

장쇠 그렇게 당했으니...이제...얼마 못 버틸거야.

 

일행들 희덕거리고 있는데 

이때 약재창고로 허준이 들어온다.

허준을 본 일행들의 

표정이 일순간 굳어지는데...

허준...부산포를 보고...

 

허준 대체 내가 무엇을 잘못한거요? 약재에 쓰는 

물은 어디에 있소? 

 

부산포 일행 냉담한 채... 말이 없는데...

 

허준 (간절하게)제발 가르쳐주시오.

부산포 의원이 될 각오라면...그쯤은 혼자서 찾아야지...

(다른 일행들을 보고)안그런가?

꺽쇠 그럼...

부산포 자...대충 끝냈으면...우린 가세...

 

부산포 일행...입가에 냉소를 띠고...

약재창고 밖으로 나간다...

혼자 남은 허준의 참담한 얼굴...

눈에 핏발이 서는데...

 

S#41. 유의태의 방

 

유의태와 삼적대사가 앉아있고... 

그앞에 예진이...

유의태에게 절을 올린다.

 

의태 애썼다...그만 물러가 쉬거라...

 

예진...의태에게 인사를 하고...

방밖으로 나간다...

예진이...나가고 나면...

 

삼적 자네가 저 아일 거둔지가...십수해는 됐지?

의태 ...(잠시 상념에 잠기는 듯 하더니)...벌써 

그렇게 됐군...

삼적 ...아까워...사내로 났으면 어의가 될 재목인데...

의태 (삼적대사를 보고)어떤가?

예진이가 도움이 되던가?

삼적대사 되다마다...

저 아이가 사내로 났으면 어의가 될 재목일세...

의태 (심드렁하게)의원이 병 잘 보면 그만이지...

어의가 대순가?

삼적대사 먼길 오느라 출출하니...떡 두어접시하고...곡차 

한사발 내 놓으시게...

의태 (삼적대사를 보고 희죽웃고)밖에 누구 있느냐?

임오근 (소리)예...소인 임오근입니다...

의태 여기...닭두어마리 잡고...술상 좀 내오라고 하게

임오근 예.

삼적대사 (의태의 말에...쩝쩝 입맛을 다시는데)...

 

S#42. 마을길(저물녁)

 

허준이 참담한 얼굴로...집으로 간다...

 

S#43. 구일서의 집 마당(저물녁)

 

허준이 마당으로 들어서면... 

마당 한켠에서 일을 하던 

손씨가...허준에게...

 

손씨 (물에 젖은 허준의 옷을 보고)몰골이 왜 이러냐?

.허준 별 일 아니니...심려 마십시요...

 

허준...방쪽으로 간다.

손씨...다소 걱정스런 

얼굴로 그런 허준을 본다.

 

S#44. 허준의 방(밤)

 

허준이 방에 혼자 앉아있는데...

일렁이는 촛불아래 여전히 상념에 잠겨 있다.

이때 밖에서 들리는 구일서의 목소리...

 

구일서 (소리)계시우?

 

허준이 방문쪽을 보면...

방문이 열리고...

구일서가 들어온다.

구일서 실실 웃으면서 

허준앞으로 앉는데...

 

구일서 유의원님한테 당한거...얘기 다 들었수...

그것보슈... 내 그 양반...성질이 개떡같다고 

하지 않았수...

허준 ...

구일서 ...지금이라도 때려치고...나랑같이 산에나 들어갑시다.

허준 ...

구일서 ...지리산 골골이...길목마다...덫만 쳐놓으면

오소리에...멧돼지가...심심찮게 걸린다우...

게다가 운이 좋으면. 사향노루에...곰까지...잡히지...

곰 한 마리 잡아 쓸개를 팔면...

한 두어달은 끼니 걱정 안해도 된다니까...

허준 이대로 물러날거면...애당초 들어가지도 않았어.

자넨 상관말고 그만나가보게.

구일서 (답답한 얼굴로)...젠장...오기가 밥먹여 준답디까?

구일서...방밖으로 나간다.

 

S#45. 구일서의 집 전경(밤)

 

산새소리...혹은 산짐승 

소리만이 적막한 밤하늘을 가르고 

 

S#46. 허준의 방(밤)

 

불이 꺼진 방 한쪽에 

손씨가 누워서 자고있고...

다른 한쪽엔 허준이 누워있는데 

허준...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착잡한 허준의 얼굴위로...

 

유의태 실수를 했느니...미처 몰랐느니...

사람죽이고...변명만 늘어놓을 놈이구나...

칼 든 무사보다...독을 품을 짐승보다...더 무서운 

것이 의원의 손이다. 단 한번의 실수도 용서받을 

수 없는 것이 의원의 손이다!

유의태 내 너같은 놈들을 잘안다...

그 따위 안이한 생각으로...예서 몇 년 굴러먹다...

그저 의원이랍시고...병자의 생명을 미끼삼아...

돈푼이나 긁어보자는 수작이겠지...

생명의 귀함을 모를바엔 차라리 장사치가 되는게 

나을터.

무지한 장사치도...사람을 죽이지는 않는다.

니놈은 의원 될 자격이 없다...

사람 목숨을 다룰 자격이 없어!!

 

자신을 질타하던 유의태의 모습이 떠오르고...

허준 괴로운 얼굴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다.

허준이 방밖으로 나가는데...

 

S#47. 구일서의 집 마당(새벽)...

 

아직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새벽...

허준이 집을 나선다...

 

S#48. 마을길

 

신새벽길을 바삐 걸어서 

유의원집으로 가는 허준...

얼굴엔 굳은 의지가 떠오르는데...

 

S#49. 유의원 마당

 

마당으로 들어선...허준...

마당을 가로질러 가는데...

이때 마당 한켠에서 예진이...

걸어오다가 허준과 마주친다.

예진...허준을 무시하고...

한쪽으로 비껴 갈려는데...

 

허준 잠깐 죄송합니다만...

예진 (걸음을 멈춘다)...

허준 이렇게 말을 건네는 것이 잘못인줄 아나...

제 사정이 절박하여...결례를 범하니 용서하십시오...

예진 ...

허준 내...물을 잘못 길러왔다고 의원님께 질타를 받았으나...

아직...내 잘못이 무엇인지 알수가 없습니다.

대체...약재에 쓰는 물은 무엇입니까?

그런 물이 따로 있는것입니까?

예진 ...(잠시 말없이 허준을 본다...

허준 (절실한 시선으로 예진을 본다.)

예진 (잠시 망설이다 시선은 허준과 비낀채로)

의원이 가리고 써야 하는 물의 가짓수는 서른 

세가지에...이릅니다.

허준 ...(서른 세가지란 말에 다소 놀라는데)...

예진 물을 그토록 자세히 나눈 것은 물이란 마셔서 

이로운 물과 마셔서 해로운 물이 있기 때문이고...

의원은 물의 질을 제대로 알고써야 약효를

기대 할 수 있습니다.

허준 ...좀 더 소상이 알 수 있겠습니가?

예진 ...물의 첫째는 정화수를 칩니다.

맛이 달고 독이 없기 때문이고...하루의 새벽을 

여는 기운이...

이슬이 되어 수면에 맺혔기 때문입니다.

하여...병자의 음을 보하는 약을 달일 때는...

이 물을 씁니다.

허준 ...(읊조린다)...정화수.

예진 둘째는 한천수로.여름에 차고...겨울에 온한 것으로

닭울음소리가 들리기 전의 것이 여야 합니다.

여기 의원에서 약재를 다릴 때 쓰는 물이지요...

허준 ...그 물을 어디가면...뜰수 있습니까?

예진 왕산골로 들어가면...막다른...골짜기에...샘이 있습니다.

그 물을 장복하면...반위를 다스린다 합니다.

 

예진의 말을 들은 

허준의 눈에 힘이 들어가는데...

 

S#50. 마을길(새벽)...

 

아직 어둠이 가시지 않은 

새벽길을 허준이 물지게를 

지고 물을 길러간다 

그런 허준의 모습위로...

 

예진 (소리)셋째가 국화수. 국영수로 불리는 이물은 

풍비를 다스리고 넷째가 엽설수, 간이 병들이도 

이 물이면 낫는다 합니다.

다음이 춘우수로 정월의 빗물이니...양기가 쇠한 

것을 북돋게하나 청명과 곡우때는 물맛이 변하니 

가려써야 할것입니다.

 

S#51. 계곡길(새벽)...

 

허준이 계곡길을 

따라서 물지게를 지고 간다.

 

허준 (읊조리면서 간다)

창독을 씻는데는 매우수.

허로를 낫게하는 감란수...

가려움증을 고치는 벽해수.

뼈마디와 근육 쑤시는데는 온천수.

편두통을 다스리는데는 냉천수...

 

S#52. 계곡샘가...

 

허준이 계곡 샘터에서 

물을 길어 물통에 담는다.

 

S#53. 유의원집 마당(아침)

 

마당에 유의태와 삼적대사 

그리고 유도지 임오근 부산포 꺽쇠 장쇠 

영달 일행이 있고 한쪽엔 예진이 있다.

유의태와 삼적대사가 외출을 하는지 

채비를 갖추고 있고 도지를 포함한

다른 일행은 유의태를 배웅하고 있다.

 

의태 병사에 중한 환자는 미리 손을 써뒀으니...

처방대로 하면 될 것이다.

도지 예.

오근 얼마나 출타 하실지?

삼적 정처도 없이 가는 길인데... 그걸 어찌알아?

가다 가다...지치면 돌아오는게지...

자... 가세...

 

의태와 삼적...대문쪽으로 돌아서는데...

이때...허준이 물지게를 지고 

대문안으로 들어선다.

허준...의태와 시선이 마주치면 

바짝 긴장하는데...

의태와 삼적...허준쪽으로 가면... 

허준...의태에게 인사를 한다.

 

의태 지게를 내려놓거라...

 

허준...물지게를 내려놓는다...

의태...물통안에 있는 

물바가지를 들어 물을 뜬다.

그런 유의태를 주시하는 시선들...

허준 역시 극도로 긴장된 얼굴로 유의태를 보는데...

물 맛을 본 유의태...말없이 허준을 본다...

허준...유의태의 입에서 무슨 말이 나올까...

긴장하는데...의태 무표정한 얼굴로 

아무 말없이 허준을 지나쳐간다.

순간... 긴장한... 허준의 얼굴에 안도의 빛이 떠오르고... 

그런 허준을 보는 부산포 일행의 의아한 시선

허준 ...순간...한쪽에 있는 예진에게 짧은 시선을 보내지만

예진 냉냉하고 무관심한 표정으로 다른쪽을 보고있다. 

감격에 겨워...기뻐하는 허준의 모습에서

 

END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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