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준] 06
S#1. 허준의 집 외경(밤)
S#2. 허준의 방
허준이 촛불앞에 앉아서 상념에 잠겨 있다...
방 한쪽엔 손씨가...바느질을 하고 있는데...
상념에 잠겨 있는 허준의 얼굴위로...
5화 마지막 씬이 회상된다.
의태 ...(도지를 본다)...정히 한양으로 떠날 참이냐?
도지 ...예...
의태 (담담하게)그럼 가거라...
도지 ...(뜻밖이라는 듯 의태를 보는데).
의태 먼길이니 수행할 사람이 필요할터...
(부산포 일행들을 훑어본다)...
다들 자신의 이름이
호명되기를 바라는 눈친데...
의태 (도지를 보고)허준이를 데려가거라.
뜻밖의 호명에 놀라는 허준의 얼굴...
그 상황을 떠올린 허준...
손씨를 보고...
허준 어머님...
손씨 (보면)...
허준 저 조만간...한양에 올라 갑니다.
손씨 (놀라고)한양?
허준 의원댁 도련님이 취재시험 보는데...모시고 가야 됩니다...
손씨 넌 그럴 형편이 못되지 않느냐?
호패가 없어 그토록 고생을 했는데...그 먼길을 어찌 간단 말이냐?
이제 겨우 산음땅에 뿌리 내릴 방도를 찾았는데...
왜 위험을 자초해. 그만두거라...
허준 ...호패를 마련할 방도를 찾아 볼것이니...너무 심려 마십시오...
손씨 ...아직도 그 아일 못잊고 있는게냐?
그 아이에 대한 미련이 남아...한양으로 가겠다는게야?
허준 ...
손씨 아서라...
만날수도 없겠지만...혹 만난다 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
이젠 딴 세상 사람이야...
허준 ...
손씨 준아...
허준 ...저 역시...다른 기대는 하지 않습니다...
그저...먼발치라도...한번만 볼 수 있다면...
한번만 보고 나면...제 가슴에 쌓인 회한 털어 낼 거 같습니다.
손씨 부질없는 짓이야.
허준 이번 기회를 놓치면...평생 한이 될 듯 합니다...다녀오겠습니다.
손씨 준아...
허준, 착잡한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간다.
손씨 (안타까운 얼굴로 그런 허준을 본다)...
S#3. 구일서의 방
구일서가 방 한쪽에 누워있고...
한쪽 구성엔 함안댁이...
작은 절구통을 놓고...
절구질을 해서 무언가 빻고 있다.
구일서 (그런 함안댁을 보고)오밤중에 웬 절구질이야?
안잘꺼야?
함안댁...대꾸없이
절구질을 하고...절구통을 들어...
내용물을 사발에다 털어서...
구일서쪽으로 가져온다.
함안댁 자...이거 입에 탁 털어넣고... 물 한사발 쭉 마셔.
구일서 (사발을 보고)뭐야...
(내용물을 만져본다)...이건...돌가루아냐?
이게 미쳤나? 멀쩡한 사람한테 돌가루 먹이게...
함안댁 이게 보통 돌가룬 줄 알아? 당신 쌍봉산에...절 있는거 알지...
그 절 돌부처 콧잔등이를 쪼아서 가져 온거야...
구일서 ...?
함안댁 ...아들 낳는덴...효험이 그만이래.
구일서 ...그짓까지 해야 되냐?
함안댁 ...아들만...낳을수 있음... 부처님 속곳이라도 벗겨올꺼야...
자...빨리...털어 넣어...
구일서 함안댁이 주는 돌가루를
입에 털어넣는다...
구일서가 얼른 물 한사발을 마시고...
구일서 (저고리를 벗으면서)...
자...약발 받을려면 빨리 자야지...
함안댁 (교태스런 눈웃음을 흘리면서)...
이 양반이...성질도 급하기는...
구일서...역시...끈적한
웃음을 흘리면서...함안댁을 안을려고
하는데...이때 밖에서 들리는 허준의 목소리...
허준 (소리)일서 있나? 두사람 화들짝 놀라서 떨어지고...
일서 누...누구쇼?
허준 (소리)나...허준일세...
일서 자...잠깐만 기다리쇼...
일서 얼른 벗은 저고리를
걸치면서 방밖으로 나가는데...
함안댁...김샌 얼굴...
S#4. 마당(밤)
허준이 마당 한켠에 있으면...
구일서가 허준쪽으로 오고...
구일서 ...웬일이요?
허준 자네한테 할 말이 있네...
구일서 ...?
허준 ...내 호패는 어찌 됐나?
구일서 (순간 난처한)...
허준 ...지난번에 자네가 구해 준다고 약조하지 않았나...
구일서 (떨떠름)...그게...글쎄... 만만치가 않다니까...
그 대신...내가 지금 거처를 마련해 줬지 않수...
(짐짓 화를 내면서)그걸로 사람 계속 귀찮게 할 작정이면...
당장 집을 비우쇼. 내...그때 받은 돈은...무슨 수를 써서라도 돌려
주리다...
허준 ...지난 일로 자넬 번거롭게 하자는게 아닐세...
조만간 한양에 갈 일이 생겼는데 호패가 없인 갈 수가 없어...
구일서 ...
허준 자넨 산음 관아에 아전들을 형님처럼 모신다고 하지 않았나?
말 한마디면...새호패를 발급 받을수 있다고...
구일서 ...(난처한)...그...그거야...
그땐 속이자고 작정하고 한말이지...생각해보슈?
호패 만들기가 쉽겠수?조용히 살다 때되면 발급받는게...제일이요...
괜히...무리수 쓰다가...피차 낭패보지 맙시다.
허준 ...어려운 줄 알지만...자네밖엔 달리 사정 할 사람이 없어.
부탁하네...
구일서 (난감하고)...
허준 ...난 꼭 한양엘 가야되네.도와주게...
구일서 ...(잠시 생각하다가)...알아는 보겠지만 큰기대는 마슈...
구일서 자기 방쪽으로 가고...
허준 상념에 잠기는데
그런 허준의 얼굴위로...
다희의 모습이 떠오르는데...
S#5. 유의원집 전경(낮)
S#6. 유의태의 방
유의태와 오씨가 앉아있고...
도지가 두사람에게 절을 하고 있다...
도지가 절을 하고 앉는다.
도지 다녀오겠습니다...
의태 ...
오씨 (그런 의태를 불만 스럽게 보고)...
자식이 먼길 떠나는데...뭐라고 말 좀 하슈.
의태 ...의원으로 자처하는 허구많은 부류중에...
내가 의원으로 인정하는건...심의 뿐이다...
도지 ...
의태 마음심자 심의...
병자를 대하여...진실로 긍휼히 여기는 마음가짐이
있어야 심의다. 허명만 ㅉ지말고...세상이 진실로 기다리고 바라는
의원은...오직...심의뿐이라는 사실을 명심해라...그만 나가 보거라.
도지 ...(착잡하고)...
불만스런 얼굴로
의태를 보는 오씨의 시선...
S#7. 유의태의 방 앞...
도지와 오씨가 방에서 나오는데...
오씨 ...(의태가 들으란 듯 방쪽을 향해서)
혼자 명의란 소문이 난들 뭐가 자랑스러워?
천년 만년 사는것도 아니고...죽을 때 그 재주
가지고 가는것도 아닌데...
하나뿐인 아들 의원취재 간다는데...도움 될 말은 못해줄 망정...
기 죽이는 말만 늘어놓으니...사람이 어쩜 저리 매정하누...
도지 ...
오씨 ...애비말 신경쓰지말고...무슨 일이 있어도...
취재에 합격해야된다...
합격해서...에미 가슴에 응어리진 한을 풀어다오...
도지 ...
오씨와 도지...마당으로 나오면...
마당엔...임오근과 부산포
꺽쇠 장쇠 영달등이 있다.
오씨 (오근에게)...도지 한양길에 수발들 아이는 누군가?
오근 ...허준입니다...
오씨 빈틈없이...준비시키게...
오근 예...
오씨와 도지가 안채쪽으로 가면...
오근 (부산포 일행을 보고)...허준이는 어딨나?
영달 아까부터 대문밖에서 서성대고 있습니다요.
오근 ...?
S#8. 대문 앞
등짐을 진 허준이
대문앞에서 서성거리고 있다.
구일서를 기다리는 듯...
초조한 얼굴로 연신
사방을 보면서 기다리는데...
이때 오근이 나오고...
오근 자네 예서 뭐하는겐가?
허준 ...
오근 어서 떠날 채비하게...
허준 ...(잠시 망설이다가)...저는...못갈 듯 합니다.
오근 (놀라서)...그게 무슨 소린가?
못가다니? 왜?
허준 ...(선뜻 말하지 못하고 망설이는데)...
이때 한쪽에서...
구일서가 허겁지겁 달려온다...
구일서 형님...형님...
허준이 보면...구일서가 오고...
구일서 ...(오근의 눈치를 보면서 슬쩍...호패를 건넨다) 여깃수...
허준 고맙네...
구일서 젠장...그거 때문에 웅담...한 돈은 날라 간줄이나 아슈...
허준 이 노고는 평생 잊지 않겠네.
오근 ...(한쪽에 서 있다가)...자네...
못가겠단 이유가 뭐야?
허준 아닙니다...지금 채비하겠습니다.
허준, 얼른 대문안으로 들어간다...
오근 (어리둥절해서)저 사람이...누굴 놀리나...
(구일서를 보고)어이...저치한테 뭘 전해 준거야?
일서 별거 아닙니다요.
형님은 한양 안가십니까?서당개도 삼년만에 풍월을 읊는다는데...
의원밥 먹은 지 십년이면...의원취재를 봐야 되는거 아닙니까?
오근 (인상 험악해지고)이 자식이...누구 염장 지르는거야 ?
썩 꺼져!!
일서...싱긋이 웃고...한쪽으로 가는데...
오근 저...망할자식...
S#9. 의원 별당 일각
도지와 예진이 마주보고 있다.
예진 뜻하시는 데로 이뤄지길 빌겠습니다.
도지 ...고맙다.
내 떠나기 전에 네게 꼭 할말이 있다...
예진 ...
도지 ...내가 그동안...취재준비에 정진한 것은...
나 혼자 입신양명하자는게 아니였다.
예진 ...
도지 어려운 서책을 넘기면서 의술에 정진했던건
너 때문이였어...이날까지 날 이끈건...너야...
예진 ...
도지 ...이번 취재에...급제하면...
아버님 어머님께...내 이런...심정을 말씀드릴 참이다.
예진 ...(예진...도지의 느닷없는 감정 표현이 당혹스러운 느낌인데)...
도지 ...
이때...허준이 두사람에게 오는데...
허준...두사람의 묘한 분위기를 느끼고...
잠시 망설이다가...
허준 ...도련님...준비 다 됐습니다...
도지 알았네...
도지...돌아서서...허준과 함께 나가면...
그런 도지를 보는 예진의 시선...
심란하고 착잡한데...
S#10. 대문 앞
도지와 허준이 있고...
오씨 오근 부산포 일행들이 있다...
도지 오씨에게 인사를 하고...
한쪽에...세워 둔 말에 오른다.
허준도 일행들에게 인사를 하고...
말을 끌고 떠난다...
그런 도지와 허준을 보는...일행들...
이때 대문 한켠에서 도지와
허준을 바라보는 예진의 시선.
S#11. 산길(낮)
허준과 도지가 한양으로 향하는데...
S#12. 들길...
도지가 말을 타고 있고...
허준이 말을 끌고 가면서...
허준 ...의원취재에 응할려면 어떤 공부를 해야 합니까?
도지 ...
허준 ...취재과목이 무엇인지요?
도지 (퉁명스럽게)자네가 그걸 알아 뭘해?
해지기 전에 주막거리에 당도해야하니...
쓸데없는데 신경두지 말고 길이나 잘 살피게...
허준 ...(씁쓸)...예...
S#13. 주막 앞(저물녁)...
주막거리에...당도하는 허준과 도지.
도지...말에서 내리면...주막에 있는 종노미가...
한쪽으로 말을 끌고 가고...
허준과 도지는 주막안으로 들어간다.
S#14. 주막 마당
주막으로 들어서는 허준과...
도지...주막 평상엔...
꽤 많은 손님들로 북적거리고...
주모와 종노미들이...
분주하게 술상과 밥상을 나르고 있다...
허준 (주모를 보고)...왜 이리 붐비는거요?
무슨 일 있소?
주모 ...내 달 초에...한양서 과거가 있답디다...
댁들도 과거보러 가는길이 아니유?
허준 ...(힐끔...도지를 의식하고)...그렇소...방은 있소?
주모 ...딱 하나 남았수...따라 오시오...
허준과 도지가 주모를 따라가는데...
S#15. 방 안
도지는 한쪽에...상을 놓고...
서책을 읽고 있는데...
허준은 한쪽에서 새끼줄로...짚신을 엮고 있다.
허준...짚신을 엮다가 문득 도지를 보면...
책에 열중하고 있는 도지의 모습...
허준...잠시 그런 도지가 부러운 듯 바라보는데...
도지...눈이 피로한지...눈을 부비고...
기지개를 켜고...일어난다.
허준 어디...가십니까?
도지 ...바람 좀 쐬야겠네.
도지가 방밖으로 나가면...
허준이 슬며시...
상쪽으로 가서...도지가 보던...책을
훑어본다...책상을 넘겨서
책을 읽어보는 허준.
S#16. 주막 마당(저물녁)
어둑 어둑해지는데...도지가
마당 한켠에서.서성거리면서
혼잣말로...약이름을 외고 있다.
이때 마당으로 나온
허준이 그런 도지를 보는데...
도지 간을 보하는 약에는 스물두가지가 있으니...
초룡담...공청, 황련,세신, 결명자...차전자...제자...복분자...
청상자...산조인...산수유...사삼...창이자...
이때 주막안으로 대갓을
쓴 사대부 서너명이 들어온다.
과거를 보러 가는 길인지 등짐을 지고 있는데...
사대부1 주모...방있소?
주모 ...한발 늦었습니다요...
벌써 다 나갔는뎁쇼.
사대부1 하면...여기 말고...하룻밤 묶을 주막이 또 있소?
주모 :...저기...재 너머 가야 됩니다요...
사대부1 이런 낭패가 있나.
이때...도지가 방쪽으로 가고
방으로 들어갈려는데...
그런 도지를 보는...사대부들의 시선...
사대부2 우린 과거보러 가는 길일세...
쓸데없이 방 차지하고 있는 쌍것들 밀쳐내고...
어서 방 하나 마련해 놓게...
주모 ...다들...과거보러...가는 분들입니다요.
사대부2 과거라니?
저기 저자는 행색을 보니...사대부같지 않은데...
사대부도 아니면서 무슨 수로 대과를 봐!
어디 잡과나 보는 모양이군...
이때 유도지의 얼굴이 굳어지고...
허준...그런 도지의 얼굴을 의식한다.
주모 ...(어쩔줄 모르고)...
사대부2 뭐하는겐가?
아랫것은 구들에 재우고... 사대부를 찬서리 맞출 셈인가?
어서 방을 내놓으라고 이르게!
눈치를 보다가...
유도지에게 다가간다...
주모 저...과거보러 가는길이 아니였수?
도지 ...
주모 ...그럼...방을 내놓으셔야겠수...
보다시피...양반님네 성화가 보통이 아니유.
허준 먼저 숙박한 사람을 내ㅉ다니.이게 무슨 경우요?
그리 못하오.
사대부들 험한 표정되는데...
사대부2 아니...저놈이 지금 무슨 소릴 지껄이는거야?
사대부1 (사대부2를 막으며)...가만...가만 있어보시게.
(주모를 보고)주모. 찬서리 맞으며 밤을 지샐 순 없으니...
방을 같이 좀 쓰자고 이르게.
주모 도지에게 가서...
주모 ...양반님네들이 저리 순하게 나오시는데...
방 좀 같이 쓰셔야겠수...
도지 (굳은 얼굴로 말이 없다가)...그리하오.
도지 불쾌한 얼굴로 방안으로 들어가는데...
그런 도지를 보는 허준의 시선...
S#17. 방 안
방안 한쪽에...도지가
상을 놓고 서책을 읽고 있다...
그 옆으론...허준이...짚신을 꼬고 있는데...
다른 한쪽엔...사대부 세명이 술상을 앞에 놓고
술을 마시고 있다.
사대부2 (큰 목소리로)...게 아무도 없느냐?
여기 술 좀 더 내오너라.
방문이 열리고...주모가 술병을 드밀면서.
주모 여기 있습니다요...
사대부2 닭두어마리 잡고...안주 좀 푸지게 내오게...
주모 예.
주모가 나가고 나면...
사대부2 (한쪽에서 책을 보고 있는 도지를 보고)...
거 보아하니...잡과에 응하는 의원인가 본데...
여기와 술 한잔 받게.
도지 ...(자존심 상한 얼굴로 대꾸없는다)...
사대부1 과거도 아니고...그 까짓거 의원취재보는데...
뭘 그리...볼게 많은가?
사대부2 아둔한가보지...
자기들끼리 낄낄거리는데...
도지 (참지 못하고)...
사람 목숨 다루는 일이 만만 한 줄 아십니까?
의원취재도...엄연히...나라에서 시행하는 과거입니다.
장차...내의원에 들어가 상감마마의 옥체를 돌보는
어의가 되는 관문이란 말입니다.
사대부2 (냉소를 띠고)그래봤자...의원나부랭이가 아니냐...
너희들 하는 일을 의학이 아니라 의술이라고 하는 이유를
모르겠더냐?
도지 (분노가 치미나 어쩔수 없고)...
사대부2 의원 나부랭이들이 어찌 학문을 알겠느냐?
어찌...사대부의 풍류를 알아?
도지 ...
사대부2 반손시원무겸미하여...준주가빈지구배하니...
긍여인옹상대음하여 격리호취진여배라...
(盤 市遠無兼味 樽酒家貧只舊 肯與隣翁相對飮 隔籬呼取盡餘杯)
...촌구석이라...아무 음식이 없어...
그저 집에 있는 술을 대접한다...
담 너머로 이웃 사람도 불러...같이 마심이 어떤가?
이 시를 아느냐?
도지 ...
사대부2 학문을 한다면...이백의 시한구절은 알아야 할 것 아니냐?
도지 ...(착잡하고)...
사대부2 자...내 너한테 사대부의 풍류을 가르칠것이니...
이리와서 한잔 받으라...
도지 ...(굴욕감에 어쩔줄 모르는데)...
사대부2 뭐하느냐? 한잔 받으라니까!!
이때 한쪽에 있던...
허준이...눈에 힘을 주고...
허준 싫다는 사람에게 억지로 잔을 권하는건 사대부의
법도가 아닌 줄 압니다.
사대부들이 허준에게 시선을 향하면.
허준 (사대부들을 노려보고)그리고 좀전의 그 시는
이백 아니라 두보의 십니다.
사대부2 뭐야? 너 이놈...쌍것 주제에...감히 어딜 나서느냐!!
허준 그건 두보가...난리를 피하여...사천성 성도 완화초당에 머물며
열자의 고사를 인용하여 쓴 십니다.
사대부2 (파랗게 질리는데)...저...저놈이...
허준 사남사북개춘수니...단견군구일일래라...화경부중연객소니
봉문금시위군개라...
(舍南舍北皆春水 但見群鷗日日來 花徑不曾緣客掃 蓬門今始爲君開)
집의 앞뒤가 다 물이라...갈매기는 떼지어 날마다 와서 논다
꽃이 길을 묻어도 쓴 적이 없었더니. 오늘 뜻밖에도
그대가 오시었다...이게 그 시의 초장입니다.
술이나 먹자는 풍류를 읊은게 아니라...
전란에 고통을 잊을려는 두보의 시름과 탄식이 담긴 십니다.
사대부2 ...
허준 제 말이 의심되면...당시편을 찾아보소서.
사대부들...허준의 공세에
아무런 대꾸도 못하는데...
사대부2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면서)에이...
사대부2가 방문밖으로 나가면...
나머지 둘도...밖으로 나간다.
사대부들이 나가고 나면...잠시 정적이 흐르고...
허준 ...(도지에게)...감히 제가 나설 자리가 아닌데...
결례를 했습니다...용서하십시오...
도지 ...
도지, 자존심이 상한 듯 말이 없다가...
도지 (허준을 보고)...글 공부를 한 적 있던가?
허준 ...소시적에...어깨너머로 잠시 한적이 있습니다.
도지 ...잠시 한것치곤 대단하이...
허준 ...
도지 한양에 당도할 때 까지 나를 좀 도와주겠나?
허준 ...제가 어찌하면 됩니까?
도지 의원취재는 일 이차에 걸쳐 치른다네...
일차는...시관이...약방문의 약재이름을 두서 없이
부르면 한자로 받아쓰는 걸세...
이차는.내경...외형...잡병...탕액 침구...다섯과목에 지식을 묻는데...
일차를 통과 못하면...이차는 볼 기회도 없지.
허준 ...
도지 (자신이 보던 책을 허준에게 내밀면서)...
이 책을 보고...
내게 약재 이름을 불러주게...
내가 받아 써 볼터이니...
허준 예...
허준이 책을 보는데...
도지가 붓을 들고...한지에 쓸 준비를 한다...
도지가 준비하고 허준을 보면...
허준 ...호마...
도지 (종이에 한자로 쓰고)...
허준 백유마... 안방..., 해마... 도핵인...
허준이 부르면...도지가 열심히 쓰는데...
S#18. 취재 시험장...
시험장에...취재에
응시한 의원들이 앉아있고...
다들...앞에 펼쳐진...한지에...
시관이 부르는 약재 이름을
정신없이 쓰고 있다...
시관 행핵인...고채... 시호...맥문동...인동...당귀...구기자...
지골피...
시험장 한쪽에...도지가 앉아있고...
도지, 시관이 부르는데로 열심히 쓰고 있다.
S#19. 취재 시험장 앞...
허준이...시험장앞 한쪽에서 서성거리고 있다...
허준 주위론...허준처럼...상전을 수발들기 위해...
따라온 듯 보이는 하인 몇 명이...허준처럼...
상전을 기다리고 있는데...
잠시후...시험장쪽에서...시험을 마친 의원들이...
쏟아져 나온다...
허준...의원들을 주시하는데...그들중 도지가
보이면...얼른 도지앞으로 간다...
허준 도련님...
도지 ...
허준 ...어찌 되셨습니까?
도지 (자신감에 넘친 얼굴로)...통과 했네...
허준 ...축하드립니다.
도지 ...이제 시작일 뿐인데...축하는 무슨...
자네 도움이 컸네...
허준 ...덕분에 약재 이름을 두루 알게 됐습니다.
도지 ...산음에 가면...아버님께 말씀드려...자넬...약초꾼으로...쓸 생각이네.
허준 ...물지게 진지...두어달 밖엔 안됩니다. 아직...멀었습니다.
도지 자네같은 사람이 물지게나 지면서 허송할거 없네.
도지, 앞장서 가면...허준...
도지에게서 인정받아...
다소 상기된 얼굴이고...
S#20. 여인숙 외경(밤)
주막보단 깨끗한 기와집으로된 여인숙 외경...
S#21. 방 안
허름한 주막방보다...
말끔하게 꾸며진 방에서...
도지가...책을 보고 있다.
한쪽에 허준이 앉아서...
도지의 의관을 정리하는데
도지...시선을 책에 두고
열중하다 문득 고개를 들어...
허준을 본다...
도지 자네...그만 물러가 쉬게...
허준 아닙니다. 저는 개의치 마십시오...
도지 물러가 쉬라니까...
허준 ...(어쩔수 없다는 듯 도지에게 눈인사를 하고
방에서 나간다...
S#22. 여인숙 마당(밤)
기와집 마당으로 나오는 허준...
마당을 서성거리면서 상념에 잠기는데...
그런 허준의 얼굴위로...민자헌의 집앞에서...
가마를 타고 떠나던 다희의 모습이 떠오르고...
허준...착잡한데...
이때 마당 한켠으로 여인숙 종노미가 지나가면...
허준 말씀 좀 물읍시다...
종노미 ...(보면)...
허준 혹...병조참판을 지내신...이정찬 대감댁이 어딘 줄 아시오?
종노미 글쎄...모르겠는데...
허준 알 방도가 없겠습니까?
종노미 그리 높은 양반이면...도성안에 있는...안국동쪽으로
가보시오...
중노미 한쪽으로 사라지고...
허준 착잡한 얼굴로 상념에 잠긴다.
S#23. 취재시험장(낮)
엄숙하고 긴장된 분위기가 감도는 시험장.
취재에 응한 의원들이 좌정한채 앉아있고...
그 속에 조금은 긴장한 듯한
도지의 모습이 보이는데...
그때, 한쪽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양예수와 김응탁, 정작.그리고
송학규, 이공기 등의 내의원
의원과...내의원 부제조겸 동부승지
이태성이...시험장으로 나온다.
양예수를 비롯한 내의원 의원들이 자리에 앉고...
양예수의 위엄이 좌중을 압도하는데.
양예수, 근엄한 눈빛으로 시험장을 ㅎ어본다...
양예수 (김응탁에게 눈짓을 하고) 시작하게.
김응탁 (머리 조아리며) 예.
(좌중을 향해 나오고)
신미년(선조사년) 시월 보름 사시에 내의원 취재를 시행한다.
(옆의 사령에게) 시제를 펼쳐라.
좌중, 숨을 죽인 가운데
사령 둘, 시제가 적힌 두루마리를 펼친다.
펼쳐지는 다섯 개의 시제.
시제가 발표되자 시험장은 일순 술렁이는데...
김응탁 내경, 외형, 잡병, 탕액, 침구에 해당하는 다섯시제를
신시 정각까지 풀어 제출해야 할것이며
부정한 행위가 적발될 시에는 응시자격을 발탈함은 물론
그 죄를 엄중히 물을 것이니 그리알라.
응시자들, 시제를 바라보거나
혹은 붓을 들어 쓰기 시작하는 모습
보이는 가운데...시제를
바라보는 도지의 얼굴.
도 지 (혼자 되뇌이며) 점혈의 부위를 적고 각 침의 효용에 의한
천심과 보사를 기재하라...
도지,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붓을 든다.
양예수가 옆에 앉은 동부승지
이태성과 무언가 얘기를 나누는
모습이 보이는데... 도지, 일필휘지로 써내려간다...
응시생들 사이를...돌아다니면서
부정행위를 감시하는 이공기와
송학규등의 모습...
S#24. 도성 성문 앞...
성문앞에...도성을 출입하는
양민들을 지키는 사령들이 있고...
사령들...출입하는
사람들의 호패를 검사하는데...
허준이 다소 긴장된
얼굴로 호패를 제시하고...
성문안으로 들어간다.
S#25. 성문 안 거리...
성문안 거리를 걸어가는 허준의 모습...
허준이 지나는 사람에게 무언가 물어보는데...
S#26. 이정찬의 집 앞
허준이...커다란 기와집 앞으로 다가온다...
대문에서 멀찍히 떨어진 곳에 서서...대문쪽을 바라보는
허준... 초조한 얼굴로...대문을 응시하는데...
(시간경과)...
대문이 열리고...대문안에서...
장옷으로 얼굴을 여민...
사대부의 규수 한명과
그녀의 몸종으로 보이는
여자가 나온다... 그 모습을 보는 순간...
긴장하는...허준. 장옷으로 여민
규수의 얼굴은 보지 못한듯.
규수와 몸종이 한쪽으로 가면...
허준이...급히 규수가 걸어간 쪽으로 간다...
그들을 앞질러가서...한쪽에
몸을 숨긴채...규수와 몸종을 보는
허준...잔뜩 긴장한 얼굴인데...
이때...장옷으로 얼굴을 여민
규수가 몸종에게 무언가 말을
할려고 하면...장옷으로 가린 얼굴이 들어나고...
허준이 기대했던 다희가 아니다...
실망하는 허준.
S#27. 대문 앞
다시 대문앞 한쪽에 서는 허준...
이때 대문에서 삼십중반에 하인 한명이...나온다...
허준...잠시 망설이다가 하인에게 다가간다...
허준 말 좀 물읍시다...
하인 ...
허준 ...여기가...병조참판을 지내셨던 이정찬대감댁 아니요?
하인 ...한땐 그랬으나...지금은...내의원 어의이신 양예수어른 댁이요.
허준 ...하면...먼저 살던 식솔들은 어디로 갔소?
이정찬대감에겐 다희라는 여식이 있었소.
하인 ...유배지에서 돌아와 신원이 회복된 뒤...
가문을 정리해 한양을 떴다고 들었소.
허준 어디로 갔는지 모르시오?
하인 모르겠소.
하인 심드렁하게
대꾸하고 한쪽으로 사라지는데...
암담한 허준의 얼굴...
S#28. 내의원 일각
도지를 비롯한 십여명의
응시자들이 면접을 기다리고 있는데
문앞에는 이공기가 서 있다...
문이 열리고 먼저 들어갔던
응시자 한명이 나오면...
이공기 다음...
도지가 긴장된 얼굴로
내의원 건물안으로 들어간다.
S#29. 내의원 건물 안
양예수와 김응탁, 정작등 그리고
몇 명의 내의원 의원들이
앉아있고...한쪽엔 송학규가 서 있다...
도지가 들어와서...양예수 앞에 서면...
송학규 산음사는 유도집니다...
정작과 김응탁은 유도지를
살펴보고 유도지의 얼굴엔
긴장감이 감도는데
말없이 도지의 시험지를
넘겨보고 있는 양예수,
정 작 탕액과 침구에서 빼어난 실력을 보인 잡니다.
양예수 시험지를 보고 고개를 끄덕이는데...
양예수 ...출중하구만...
양예수...고개를 들어...도지를 본다...
도지 바짝 긴장하는데...
양예수 의업은 몇 대인가?
유도지 소인이 사대째이옵니다...
양예수 허면...부친의 가업을 물려받았단말인가?
유도지 예...(자랑스럽게)아버님이...경상도 땅에선...
제법 명성이 높으십니다.
김응탁 네 이놈...감히 뉘앞이라고...
명성 운운하더냐?
유도지 (아차싶고 쩔쩔매면서)...소인...무례를 용서하옵소서...
양예수 (입가에 미소를 띠고)됐네...
그래...명성 높은 부친 함자가 어찌 되나?
도지 ...의자 태자 이옵니다...
응탁 (놀라면서)유의태?
응탁이 순간...양예수를 보면...
양예수의 얼굴도 굳어있는데...
정작도 놀란 얼굴이다.
김응탁 산음땅의 유의태가 부친이란 말이더냐?
도지 그러하옵니다.
도지의 말에 양예수의
표정이 약간 일그러지고...
그런 양예수를 의식하는
김응탁과 정작의 시선...
응탁 (황급히)됐다...그만 나가보거라...유도지네...
도지, 뒷걸음질 쳐 문을 열고 나가면
송학규 밖을 향해...
학규 다음 들라 하시오...
이때 굳은 얼굴로 앉아있던
양예수가 자리에서 일어난다...
정작과 응탁을 비롯한
다른 의원들도 얼른 자리에서 일어나는데...
예수 ...난 이만 들어갈 볼터이니...자네들이 알아서 보시게...
양예수가 한쪽문으로 나가면...
다들 양예수를 향해 인사를 하는데...
양예수가 나가고 나면...
심각한 표정이 되는 김응탁의 얼굴...
S#30. 내의원 일각
시관들이 시험지를 쌓아놓고
최종점검을 하고 있다.
정작과 송학규, 이공기 등이 있는데...
이때 문을 열고 들어오는 김응탁...
김응탁...송학규에게...
김응탁 최종 급제 할 자는 몇이나 나왔는가?.
송학규 모두 아홉입니다...
지금 막 첩지를 내리라 할 참이였습니다.
김응탁 보세...
김응탁이 시험지를
뒤적거리다가...시험지 한 장을 뺀다...
김응탁 등원자는 아홉이 아니라 여덟일세... 그리 아시게.
송학규 (의아한 얼굴)...?
정작 그게 무슨 말이요?
응탁 몰라서 물으시오?
정작 ...또다시 사사로운 감정 때문에 공사를 그르칠 작정입니까?
김응탁 허허 참...나는 정판관이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모르겠소.
내의원 의원이 취재성적만으로 되는거요?
장차 이나라 왕실의 생사를 책임질 사람인데
근본도 따져야 될게 아니겠소...
정판관이야 말로...공사를 그르쳐 불미스런 소문이
돌지 않게 각별히 주의하시오...
정작 ...양예수 영감께서 이리하라 명하셨소?
응탁 ...(잠시 말이 없다가)영감께선 모르시는 일이오...
하지만...우리가 알아서 그분의 뜻을 모셔야 되는 것 아니겠소.
정작 ...
응탁 (다른 의원들을 보고)다들 입조심들 하렸다...
응탁...내의원밖으로 나가는데...
정작의 침울한 얼굴...
S#31. 여인숙 마당(밤)
허준이 도지를 기다리는지...
마당을 서성이고 있다...
이때 마당으로 들어오는 도지...
허준 ...도련님...
도지 ...(자신만만한 얼굴로)...
자네...나와같이 기방이라도 가세.
허준 ...취재는...어찌되셨습니까?
도지 자네...양예수영감이 어떤 분인줄 아나?
허준 ...?
도지 선대왕때부터...지금껏...내의원의 실세를 장악하고 계신
어의일세...그분이...내 답안을 보고...출중하다 말씀하셨네...
그거면 다 끝난 것 아닌가?이젠...자네 축하를 받아도 될
듯 싶네...
허준 ...축하드립니다...
도지 (웃으면서)자...가세... 오늘 한번 죽도록 마셔보세...
도지 마당밖으로 나가면...
허준은 착잡한 얼굴로 도지를 따라 나간다.
S#32. 궁궐 담벼락
방을 계시하는 담벼락 앞에...
사람들이 웅성거리면서 모여있고...
그들 가운데...도지와 허준이 있다...
사람들 초조한 얼굴로 기다리는데...
이때...궁궐 문이 열리고...
한쪽에서 사랑들이 방을 들고
나타난다...사람들...사령들을 주시하고...
사령들...방을 붙이는데... 모여든 사람들 서로 밀쳐가면서...
방에 붙은 이름을 확인한다...
도지와 허준도...사람들을
헤치고 나아가서 방을 보는데...
그러나 도지의 이름이 보이지 않고...
확신에 차 있던 도지의 얼굴 일그러지고
허준...안스러운 얼굴로 도지를 보는데...
도지 멍한 얼굴로 서서 뚫어지게 방을 보다가...
도지 ...이...이럴 리가 없어...뭔가 잘못된거야...
도지 갑자기...
사령들이 나온 궁궐쪽으로 간다...
허준 그런 도지를 따라가는데...
S#33. 궁궐 앞...
궁궐앞을 지키는 사령들과 실갱이를 벌이는 도지...
핏발선 눈으로 시관을 만나야 된다고 우기는데...
도지 시관을 만나게 해주시오...실수가 있었던게 분명하오.
시관을 만나게 해주시오...
사령 (그런 도지를 막으면서)
이리 날뛴다고 떨어진 사람을 붙여줄 성 싶소?
다음 취재도 있으니 그때나 알아보슈.
도지 혹 시관이 답안을 분실했을 수도 있지 않겠소.
직접 확인을 해야겠으니 만나게 해주시오...
사령 (신경질적으로)나원...
실력이 모자라 떨어진 걸 생떼를 쓴다고 될 일이 아니잖아.
당장 물러 가지 않으면...하옥시키겠다.
허준 (도지를 잡으면서)도련님...
도지 (뿌리치고)놔라...(다시 사정한다)...
내답안은 어의이신 양예수영감께서도...칭찬하셨소.
이건 뭔가 잘못된거요!
이때 대문으로 나오던
정작이 이 모습을 보고
정작웬 소란인가?
사령, 놀라 정작을 향해 절을 하고
사령 별 일 아니옵니다.
취재에 낙방한 자가 채점이 잘못되었다고 난동을
피우는 터라 혼쭐을 내 보내려던 참입니다요...
정작 유도지를 보는데...
정작 유도지라고 했던가?
도지 그러하옵니다...
나으리...제가...낙방한 이유가 뭡니까?
어의께서도 칭찬하신 제 답안이 떨어진 이유를 알아야겠습니다.
정작 (말없이 도지를 보다가)...따라오게...
정작...궁궐밖으로 걸어가는데...
도지 나으리 어디로 가십니까?
답안을 볼려면...내의원으로 가야하지 않습니까?
정작 ...(돌아보고)...따라오게...
도지와 허준이 정작을 따라간다.
S#34. 주막
정작이 도지와 허준을 이끌고 주막으로 들어와
평상에 앉는다.
정작 ...(주모에게)여기 술상 좀 봐 오너라...
도지...허준 의아한 얼굴로 정작을 보면...
정작 앉게...
(시간경과)
술상이 차려져 있고...
정작...도지에게 술을 따른다...
정작 들게...
도지 (답답한 얼굴로)나으리...
정작 (자신의 잔을 들어 단숨에 비운후)...
지금부터 십여년 전에도 이와같은 일이 있었네...
도지 ...
정작 자네 부친 유의태가...내의원을 찾아와...
자신이 낙방한 까닭을 대라고 따졌었네...
도지 (놀라고)...네?
저. 저는 아버님이...의원취재를 보았다는 소린...금시 초문입니다.
정작 틀림없이...의원취재를 치뤘네...
그리곤...내의원 역사에 길이 회자될 만큼 뛰어난 답안을
내었지...
도지 헌데...왜 낙방 하셨습니까?
정작 그때...항간에는...내의원 어의이신...양예수나으리가...
자신의 주소임인 침술분야에서...경쟁자가 될 만한 인물은...
낙방시킨다는 소문이 있었지.
도지 그것이 사실입니까?
정작 ...(말이 없다)...그건...양예수 나으리만이 알지...
어쨌든 자네 부친도...그 소문을 듣고 격노하여...
양예수 나으리를 찾아갔네.
도지와 허준이 정작의 말을 주의깊게 듣는다...
S#35. 기방 앞(밤) 회상
눈에 핏발을 세운 젊은 날의
유의태가 기방쪽으로 가고 있다...
유의태가 기방앞에 당도하면
기방에서 들리는 가야금소리...
기생들의 웃음소리가 들리는데...
S#36. 기방 안(회상)
양예수를 비롯한 내의원 의원들이 모여...
술판을 벌이고 있다...
김응탁과 송학규...그리고 정작의 모습도
보이는데...
김응탁 태독으로 눕지도 않지도 못하시던
왕세손 마마의 환부를 그리 깨끗이 낫게 하신건...
나으리가 아니시면...그 누구도 못했을 것입니다...
송학규 소인은 나으리께서 왕세손마마의 환부에 칼을 대실 때
가슴을 조렸습니다요...왕세손의 몸에 칼을 대고 병을
치유하지 못한다면 필시 죽음을 각오해야 할터인데...
그런 놀라운 결단을 나으리가 아니시면 어느 누가
하겠습니까.
응탁 필시...화타가 환생을 하신 것이네...
양예수...자신을
치켜세우는 것이 싫지 않은 듯...
입가에 희미한 미소만 머금은 채...
술잔을 비우는데...
응탁 이제 세손까지 살리셨으니 주상전하의 총애가 더
지극하실 것입니다...
좌중의 분위기, 무척이나 화기애애한데...
그때 밖에서 들리는 소란스러운 소리
남자집사 (소리)여기가 어디라고 소란이야, 냉큼 돌아가지 못할까
유의태 (소리)양예수나으리를 만나야 겠소.
만나서 여쭐 것이 있다 하지 않았소.
양예수의 이름이 들리자...
좌중의 분위기 갑자기 가라앉는데...
유의태(소리) 무슨 연유로 나를 낙방시켰는지
그 이유을 알아야 겠소.
유의태의 목소리에
양예수의 얼굴이 굳어지는데
김응탁 재빨리 분위기를 간파하고
김응탁 (자리에서 일어나며) 대체 어느 발칙한 놈이
소란을 피우는게냐!
응탁, 자리에서 일어나
기방문을 열어 젖히면...
마당에...유의태가
두명의 사내에게 붙들려 있다.
김응탁 네 이놈...니놈이 죽을려고 환장을 했느냐?
뉘 안전이라고 이리 소란을 피우느냐?
뭣들 하느냐!어서 관아에 연락하지 않고
유의태를 잡고 있던
사내들, 머리를 조아리는데...
유의태 나는 양예수나으리를 뵙고자 왔소.
그 분을 뵙기 전엔 한발짝도 움직일 수 없소이다.
김응탁 (화가 치미는) 아니, 저놈이
이때 양예수가...
예수 가까이 들라하라...
송학규 나으리...미친놈이옵니다...당장 내쳐야 하옵니다.
예수 ...들라하라...
유의태가...자신을 잡고 있던
사내들을 뿌리치고...마루로 올라와...
방앞 마루에 앉는다...
유의태...양예수를 노려보고...
양예수도 유의태를 노려보는데...
두사람 사이에 불꽃튀는 시선이 교차하고...
예수 내가 양예수다......네 이름이 무엇이냐?
유의태 유의태요.
유의태라는 말에...양예수의
표정이 가늘에 흔들리는데...
양예수 이리 소란을 피우는 이유가 뭐냐?
유의태 몰라서 물으십니까?
이번 취재에 내가 낙방한 이유를 모르겠소이다.
예수 (입가에 냉소를 띠는데)...
유의태 내가 작성한 답안은 보여주시오...
이번에 등원한 자와 내 답안을 같이 보여준다면...
깨끗하게 물러가겠습니다.
응탁 이런 발칙한놈...
너 따위...촌구석 의원놈이 의술을 알면 어디까지 알기에...
감히 어의나으리께...망발을 늘어놓는게냐!
유의태 취재가 공정했다면 답안을 못보여줄 까닭이 없지않소...
내 의술이 어느 정도인지는 답안을 보았으면 알터...
학규 답안을 공개하는 것은 국법으로 금하고 있단 사실을 모르더냐!
니놈 정도의 재주는 삼태기로 건질 만큼 많거늘...
감히 어디서...시건방을 떠느냐!
유의태 ...(순간...입가에 야릇한 냉소를 띠고 양예수와 의원들을 본후)...
국법을 핑계로...답안을 보여주지 않을 셈이면...
긴말 할거없지...(양예수를 노려보면서)...좋소...하면...
나으리께서...침술의 대가라 하니...
우리 두사람이 구침지희로 상하수를 겨루길 원하오이다...
예수 ...(순간 흠짓한다)...니놈이 구침지희를 아느냐?
의태 (입가에 냉소를 띤채 예수를 노려본다)
양예수 주위에 의원들은
경악하는 얼굴로 의태를 보는데...
S#37. 주막
평상에 앉아있는 정작과 도지 허준...
도지 구침지희라니...그게 무엇입니까?
정작 구침지희는 후한 시대의 명의 화타에게서 비롯된 것이네...
의원으로선...목숨을 건 내기에 해당하는 무서운 재주겨루기지...
허준 ...
정작 살아있는 닭의 몸안에 아홉 개의 각종 침을
침머리가 보이지 않도록 찔러넣되 닭이 아파하거나 죽어서는
아니되네...
허준 살아있는 닭에게 아홉 개의 침을 박아넣다니
그게 가능한 일입니까?
정작 그건...닭의 내장과 근육을 거울 들여다 보듯 하지 않고는
불가능한 경지지...하여 다섯침까지를 범의, 여섯침을 교의,
일곱침이 명의로 화타는 이경지가 되어야 제자들로 하여금
병자를 보게 했어...여덟번째 침은 대의...
그리고...마지막 아홉침을 다 쓸 수 있으면...
침 하나로 모든 병을 볼 수 있는 태의라 하네
도지 정말 그 대결이 이루어졌단 말씀이십니까?
정작 (고개를 끄덕인다)...
S#38. 기방
유의태는 마루에 있고...양예수는 방안에 있다.
그런 두사람을 지켜는
내의원 관원들과 기생들... 노복들...
두사람 사이에...닭 두 마리가 다리를 묵인채
요란하게 날개를 퍼덕이고 있는데...
예수 닭을 먼저 골라라...
의태가 자신앞에 있는 닭을 잡는다...
양예수 내기에 지면 네가 내놓는 것이 무엇이냐?
유의태 내 눈 하나를 파내주리라
양예수 (입가에 냉소를 띠고)
그까짓 술안주거리도 못 되는 눈을 뽑아서 어디다
쓰라는게냐, 허나...네가 걸어온 싸움이니 마다하지는 않겠다.
유으태 대신
양예수 (본다)
유의태 내가 이기면 나도 원할 게 있소
양예수 그럴테지
유의태 내 버선코에 이마를 조아리고 조선제일의 명의는 유의태라고
세 번 외치고...술 한상 차려내주시오...
응탁 아니 저놈이...
예수 물러나 있거라... (껄걸 웃으면서)좋고말고...
(순간 양예수의 표정이 엄숙해지면서)방에 불을 더 밝혀라...
순간...주위에 있던 관원이...
얼른 촛불 몇 개를 더 밝힌다.
예수가 화려한 문양으로
장식된 침통을 꺼내놓고...
의태는 허름한 침통을 앞에 놓는데...
예수 시작하거라...
의태 (신중하게 침을 들어)참침이요...
의태, 첫침을 닭의 가슴팍에 찔러넣는다...
그런 의태를 예의 주시하는 양예수의 시선...
의태...참침을 능숙하게 닭의 가슴팍에 깊숙하게
찔러 넣는데 긴장된 얼굴로 그 모습을 보는...
양예수와 주위 의원들의 시선...
의태 시침을 끝내고...고개를 들어...
양예수를 보는데.
그런 의태의 모습에서
END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