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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준] 16

작성자수다쟁이|작성시간20.11.28|조회수138 목록 댓글 0

[허준] 16

 

 

 

 

 

 



 

S#1. 밤길.

 

밤길을 가는 허준..핏발선 눈으로 어둔 밤길을 간다.

 

S#2. 창령마을일각(새벽)..

 

여명이 트기 시작하는 새벽에..창령 마을에 당도한 허준..

성대감의 집앞으로 간다.

 

S#3. 성대감집 앞(아침)

 

성대감의 집 앞에 선 허준이 대문을 두드린다.

 

허준 계시오..계시오..

 

잠시후 문이 열리고 성대감집 집사가 나오는데..

집사..허준을 보고 놀란다..

 

집사 허의원 아니요?

이른 시간에 어쩐일이요?

 

S#4. 성대감집 마당.

 

집사와 허준이 마당을 걸어와..방앞에 서면..

 

집사 나으리..산음서..허의원이 왔습니다.

 

방문이 열리고 성대감이 큰아들이 나온다.

아들..허준을 보고 반색하며..

마당까지 내려서는데..

 

아들 (반가운)허의원..!

 

허준..아들에게 인사를 한다..

 

허준 그간 무고 하셨습니까?

아들 무고 하고 말고.

어머님 병세도...많이 좋아지셨네..

다 허의원 덕일세.

자..예서 이러지 말고..들어가세..

(집사에게)조반상을 준비하라..

집사 예..

 

S#5. 방안.

 

아들과 허준이 방안으로 들어와서..앉으면..

 

아들 정말 반갑네..

허준 ...

아들 그래..유의원은 뭐라던가.?

자네처럼...출중한 문도를 뒀으니..유의원 그 사람도..복받은 

사람일세.. 두고보게.. 우리 문중은 물론이고..

이 일대에...사대부들이 자네를 찾을걸세.

허준 ...대감마님은 어디 계십니까?

소인 대감마님께 문안을 여쭈어야 겠습니다.

아들 ...아버님을 뵈러 왔던가?

아버님은 지금 창령에 안 계시네.

허준 (놀라고)....?

아들 자네가 창령을 떠난 그 다음날.. 조정의 부름을 받고..

한양으로 올라 가셨어.

허준 (얼굴이 굳어지고)...하면..지금 한양으로 가면.. 뵐 수 

있습니까?

아들 (고개를 젓고)소용없을 것이네.

벌써 명나라로 동지사를 명받아 떠나셨을것이야. 

허준 (절망적인)..

아들 헌데 무슨 일인가?

무슨 일로 아버님을 만날려는가?

 

허준의 얼굴이 절망적으로 굳어지는데...

 

S#6. 강가일각

 

허망한 표정으로...강가일각을 걷고 있는 허준...

(시간 경과)

강가에 앉아서 하염없이 강물을 바라보는 허준..

그런 허준의 얼굴위로 지난 세월이 주마등처럼 스쳐간다.

산음에와 처음 유의태를 만나던 모습.

유의태로 부터 물벼락을 맞는 모습..

물지게에 허드렛일을 하던 모습들..

안광익으로 부터 도인술을 전수받던 모습.

그리고 약재창고지기로..인정받던 모습.

성대감의 부인을 고치고...일어나십시오를 외치던 모습.

그리고..냉정하게 자신을 내치던 유의태..

 

의태 너와의 인연은 끝났다.나가거라.

 

그 모습을 떠올린 허준의 눈에 눈물이 흘러 내리고..

복받치는 설움을 어쩌지 못하는데..

 

S#7. 개울가.

 

개울가에 다희가 빨래를 하고 있다.

얼음이 얼어있는 개울에서 손을 불어가면서 빨래를 하는

다희의 모습.. 몹시 힘겨운데.. 

 

S#8. 양반집 마당(낮)

 

잔치를 하는지..음식준비에 여념이 없는 십수명의 아낙들

광주리를 이고 분주하게 움직이고..한쪽에선 전을 굽고하는데..

빨래 광주리를 이고 오는 다희.

침모와 부딪히면..

 

다희 하라는 빨래는 다했습니다.

침모 하면..전 부치는거 좀 거들고 잔치상 준비를 하게..

 

침모 분주하게 한쪽으로 가고.(시간경과)

다희, 무거운 물건들을 나르고..

전을 굽고 하면서 몹시 힘겹게 일하는 모습.

 

S#9. 허준의 집 마당

 

다희가 광주리를 이고..잔치집에서 음식을 얻어오는지 손에..

음식 보따리를 들고..마당으로 들어서는데 어딘지 

을S#년 스러운 분위기가 감돌고..

방안에서는 아들 겸이가 숨이 넘어갈듯이 울고 있다.

다희.얼른 광주리를 내려놓고..방으로 들어간다.

 

S#10. 손씨의 방

 

다희가 방으로 들어오면 방 한쪽에 병색이 완연한.

손씨가 누워있고..그 옆에..겸이가 숨이 넘어갈듯이 울고 있다.

다희가 들어와서 겸이를 보면..

 

손씨 젖부터 물려야겠소.

허기가 졌는지...아무리 다독거려도 그치질 않아..

 

다희..얼른 겸이에게 젖을 울리는데..

손씨..힘겹게 자리에서 일어난다..

다희..손에 들고 온.. 보따리를 손씨 앞으로 밀어놓고.

 

다희 어머님도 시장하실텐데 드십시오.

손씨 웬거요?

다희 두시골 김진사댁 잔치에 가 허드렛일 거들고..

보리쌀 두어됏박에..음식 좀 얻어왔습니다.

 

다희..한손으로 보따리를 풀면.. 보따리 안에..

전과 떡 조각이 있는데..

 

다희 드세요.

손씨 ..(음식을 보다가 전하나를 손에 들고..입으로 가져 갈려다가

왈칵 울음을 터트린다)...

다희 (안스러운 얼굴로...그런 손씨를 보는데)..어머니...

손씨 ..애비는..오늘도 주막거리에 있는게요?

다희 (어두운 얼굴이고)..

 

다희.고개를 돌리는데..그런 다희의 

눈에도 눈물이 글썽하고..

 

손씨 (한숨을 내쉰다)...

 

S#11. 주막 일각

 

허준...초췌한 몰골로 주막 평상에 앉아 술을 마시고 있는데...

이미 취한듯 한데 촛점을 잃은 눈에 허망함이 가득하고..

허준...술을 따라 거푸 마시는데....

술병을 들어..잔에 따르는 허준...술이 다 떨어졌다.

 

허준 주모. 주모오....여기 술 좀 더 주오.

 

다른 손님들에게 탁배기를 올리던 주모...

허준이 부르는 소리에 얼굴이 구겨지고...

 

허준 술! 술 좀 더 달라니까!!

 

허준..술병을 상위로 격하게 내리치고...

그런 허준의 주정에..사람들 인상을 찌푸리는데....

주모..신경질적으로 다가온다...

 

주모 아니, 이 인간이 나하고 무슨 웬수가 져서 이 난리야!! 

돈 없인 술 더 못 준다고 몇 번을 말해! 

허준 한잔... 한잔만 더 주오.

주모 (허준을 끌어내려는)내가 흙퍼 장사하는줄 아남? 

술 더 처먹을 요량이면 돈을 내던가, 아님 나가.

아 얼른...

 

주모..허준을 떠미는데..

 

허준 ...돈.....? (허탈하게 피식 웃고).....돈... 

내 돈 가져 올테니...술상이나 봐 두오.

 

허준..약간 비틀거리면서..일어나고..주막 안쪽으로 간다.

 

주모 저..저 인간이 어딜 가?

 

S#12. 주막봉노방

 

너댓명의 험상궂은 사내들이 투전판을 벌리고 있다.

다들 신중하게 패를 쪼이는데..

이때..벌컥 봉노방 문이 열리고..술에 취한 허준이

방안을 들여다 본다.

사내들 험악한 얼굴로..허준을 보는데..

입가에 희미한 웃음을 흘리면서..사내들을 본다.

 

S#13. 구일서의 집 마당

 

양태가 구일서의 집 마당에 서서 일서를 부른다.

 

양태 형님. 저 양탭니다.

 

문이 열리고...일서가 빼곰이 고개를 내밀고...

그 뒤로 함안댁의 모습이 나타나는데....

 

일서 웬일이야?

양태 (미안한)..돈..좀..꿔주시오.

일서 ..또야..?

 

양태..대답하지 못하고..머리만 긁적이고....

구일서..얼굴에 귀찮다는 표정이 역력한데....

 

일서 좀 만 기다려.

 

일서 방문을 닦으면..

방안에서 앙칼진 함안댁의 목소리가 들려오고...

 

함안댁(소리) 데체 언제까지 그놈에 집구석 뒤치닥거릴 할꺼야!!

하루 이틀도 아니고 허구헌날..뭐하는 짓이냐고!!

 

양태..민망한데..

 

S#14. 방안.

 

구일서 어쩔줄 모르고..

방안에는 밥상에 차려져 있는데..

 

일서 듣겠다..듣겠어.. 

함안댁 들으라면 들으라지..내가 뭐가 겁나..할소리 못하고 살아.

일서 그러지말고 한냥만 내놔.

함안댁 없어. 먹고 죽을래도 고린전 한푼없어.

허이구...염치도 없지.

벌써 보리쌀 꿔간게 얼만데..이젠 돈까지 내놓으래.

 

함안댁..밥상앞으로 앉고..

 

함안댁 쓸데없는 소리말고 빨리 밥이나 먹어.

(함안댁 숟가락을 들고..밥을 뜨는데) 

 

이때 헛구역질을 하는 함안댁.

 

구일서 (혀를 끌끌차면서)거 봐라....심보가 고 따위로 꼬였으니..

밥이 제대로 넘어갈리가 있나.

 

함안댁..고개를 돌려..입에 손을 대고..구역질을 하는사이..

구일서..방안..문갑에서..엽전 몇냥을 얼른 집어넣는다.

 

함안댁 뭐하는거야!!

 

구일서 후다닥..방밖으로 뛰쳐나가는데..

 

함안댁 저..저 화상!! 

 

S#15. 마당앞

 

구일서 잽싸게 뛰쳐 나오는데..

짚신을 손에 들고.

 

일서 튀어..

 

일서와 앙태..사립문밖으로 내뺀다.

함안댁..뛰쳐나오고..

 

함안댁 야이 빌어먹을 종자야!! 거기 안서.

 

일서와 양태..뒤도 안돌아보고 도망을 치고..

 

함안댁 저 웬수를 서방이라고 믿고 살아야되니..

(가슴을 치면서)어이구 내 팔자야..

 

이때 함안댁..다시 구역질을 한다. 한참 구역질을 하고 나서..

내가 왜 이러나 싶은 표정을 짓는데..

 

S#16. 주막 마당

 

봉놋방의 문이 벌컥 제쳐지며....허준, 마당으로 나동그라진다.

이어..투전을 하던 건장한 사내 네댓명이 씩씩대며 안에서 

나오는데...마당에 쓰러진 허준..술에 잔뜩 취해..제대로 일어나지도 못하고..

사내가 그런 허준을 한 대 후려차고..

다시 나가 떨어지는 허준..

 

사내 이런 시러배 아들놈이 있나..

밑천도 없는 주제에 끼긴 어딜 껴.

이 호로자식 때문에 한참 오르는 끗발 다 조졌잖아..

 

다른 사내들..그런 사내를 만류하면서..자자..그만 들어가세..

사내를 달래서 방안으로 들어갈려는데..

비틀대면서 일어난 허준..

방안으로 들어갈려는 사내를 향해 돌진하고..

사내와 함께 뒹군다.

 

사내 이런..개자식이..

 

사내 다시 허준에게 주먹질을 하고..

다른 사내들도 쓰러진 허준에게 뭇매를 놓는데..

이때 막 주막으로 들어서는 양태와 일서..

그...모습을 보고 놀란다.

 

양태 형님..

 

양태와 일서..두드려맞는 허준쪽으로 달려가고..

허준에게 뭇매를 놓는 사내들을 말린다.

 

양태 왜...왜들이러시우..

그만하시오..

사내 이건 또 뭐야?

(양태의 멱살을 잡는데)..

양태 어...이거 안놔?

사내 이 자식이..

 

일서..사내를 떼어놓으면서..

 

일서 어헤..형씨..형씨들이 좀 봐주셔..

(허준을 가리키며)저 양반 저거..제 정신이 아냐..

실성한 사람 패봐야 뭐하나.

양태 (열받고)형님..

일서 넌..가만 있어.

형씨들...나 알잖아..내 면을 봐서라도..좀 봐줘.

 

사내들..쓰러져 있는 허준을 한번 보고..

재주없다는 듯 침을 한번 탁 뱉고..

봉노방으로 들어간다.

 

양태 ..(열받고)저..망할자식들..

 

양태..사내들에게 덤빌려고 하면..일서 얼른 그런 양태를 

막아서고..

 

일서 (소곤거린다)너 미쳤냐?

저 치들 잘못 건들면 뼈도 못추려..죽는다구..

양태 ..어휴...

 

양태..분을 삭이고..바닥에 쓰러져 있는 허준을 본다.

 

양태 형님...

 

양태..허준을 일으켜세우는데..허준의 입술이 터져서 

피가 흐르고..

일서와 양태..허준을 부축해서..주막 평상에 앉힌다.

 

양태 형님..데체 왜 이러시오.

허준 (허탈하고..씁쓸하게 피식 웃고)...술이나 한잔 하자.

양태 (버럭)그놈에 술 지겹지도 않소.

자..그만 갑시다..집으로 갑시다.

허준 (양태가 자신의 팔을 잡자 거칠게 뿌리치고)놔라..

양태 (다시 잡고)형님..

허준 (격하게 뿌리친다)놓으라니까!!

주모.... 술상 좀 봐주오.

일서 우리 집사람 말 들으니..그 집 형수가.. 상가집 잔치집 가리지 

않고.. 허드렛일해주고.. 남은 음식 구걸해서 산답디다.

제발 정신 좀 차리슈.

허준 ..(씁쓸하게 웃는데)..

일서 ..유의원댁에서..배운 재주 그냥 썩힐거요?

게서 쫒겨났다고..배운 재주야 없어지는거 아니잖수..

나 같으면..오기가 나서라도..그 집 문전에다..의원하나 내겠수.

자...(돈 한냥을 내밀면서)이 걸로다.

보리쌀 한됏박이라도 팔아서..집으로 들어가슈.

허준 됐네.

일서 어허 받으라니까..

허준 (일서의 손을 치고)됐다니까!!

산 입에 거미줄 쳐도 내 사정이야! 

굶어죽어도..내 식솔들 일이야!

너희들이 뭔데 간섭이야!!

일서 (섭섭하고)거..말이 좀 심하네..

양태 (열받고)좋소...형님 맘대로 하슈.

형수님 가슴에 피멍이나 새기고..

술타령이나 하다..죽던지 말던지..내 상관 안하겠수..

(일서를 보고)갑시다..

 

양태와 일서..화난 얼굴로 주막을 빠져 나간다..

혼자..남은 허준..마치 실성한 사람처럼 실없고 공허한

웃음만 흘리는데...

 

S#17. 마을길가.

 

투전판 건달패들 한테 맞아서..피멍들고 터진 입술에..

옷 꼴은 엉망인채..술 취한 걸음으로..마을길을 가는..

허준.. 이때..한쪽에서..등짐을 진 두어명의 노복과..

역시 봇짐을 진 오근 그리고..말을 타고 있는 도지가

오는 모습을 보는데...순간 술이 확 깬 느낌이고..

허준..얼른 한쪽으로 몸을 숨긴다.

허준..몸을 숨긴채.. 도지 일행이 지나가는 것을 보는 허준.

시야에서 도지 일행이 사라질때까지 바라보다가.

담벼락으로 허물어 지듯 등을 기대는데..

망연한 얼굴로 상념에 잠겨 있다..

이때 한쪽에서 들리는 삼적대사의 목소리..

 

삼적 못난놈..

 

허준 고개를 돌려보면 삼적대사가 자신을 보고 있다..

 

삼적 의원이 될 줄 알았더니..니놈 본색은 개망나니 였구나.

허준 (분노에 찬 눈빛으로 삼적을 쏘아본다).. 

삼적 유의태 문하에서 왜 쫒겨났는지..니놈 꼴을 보니 알겠다.

허준 ...당신같은 땡초가 뭘 안다고..이죽대는거요?.

삼적 (입가에 냉소를 띠고 허준을 보는데) 억울하냐?

허준 난 혼신을 다했소.

삼년을 하루같이..병사에 잡다한 허드렛일을 도맡고

정성을 다해 의술을 익혔어.

내 힘으로...죽어가는 병자를 살리고.

운신도 못하는 풍병환자를 일으켜세웠어.

난...난..그 공을 스승께 돌렸는데..

내 스승은..나를 내치더이다.

날 천거하는 서찰 한 장 받았다고..날 내쫒더이다.

내가 뭘 잘못했소?

대체 뭘 잘못해서 의원의 자격이 없다 하는것이요?

삼적 (말없이 허준을 바라보다가)...

의원이 병자를 살리면..

병자도 의원을 살린다.

허준 .....?

삼적 한사람 병자를 구할때마다..헛된 욕심과 사악한 마음에서 

자신을 구하지..

헌데..니놈은 병자만 살릴 줄만 알았지..

너 자신은 구하지 못하였구나.

내 말뜻을 알면..니 스승이 왜 널 내쳤는지 알게다..

허준 ......?

 

삼적...한쪽으로 가는데...

허준, 멍한 얼굴로...멀어져가는 삼적을 바라본다.

 

S#18. 의원안채 일각

 

유월이가..마당쪽으로 뛰어오면서..

 

유월이 마님..마님..도지 도련님 오셨습니다.

 

방문이 열리고..오씨가 급하게 나온다..

 

오씨 어디? 어디 있느냐?

 

오씨..급하게 신을 신고...의원마당쪽으로 나간다.

 

S#19. 의원마당

 

오씨가..유월이와 함께 오면..

마당에...도지와 오근..등짐을 진 노복들이 서 있다.

한쪽엔 꺽쇠 장쇠 영달 일행과 집사 침모가 있다.

 

오씨 도지야..

도지 (오씨에게 인사를 하고)..

오씨 어찌 됐느냐?

간 일은 어찌됐어?

도지 ..(입가에 미소를 띠고 자신감 있는 목소리로)..

소자..별탈없이 진료를 마쳤습니다.

오씨 애썼다...애썼어..

황달이 심해 오늘 내일 한다길래 난 얼마나 노심초사 

했던지..

오근 이걸 보십시요...그댁 영감마님이...사례로 내놓은 것입니다요

오씨 (노복들이 메고 있는 등짐을 흐뭇한 얼굴로 보는데).. 

(영달..꺽쇠 장쇠들에게)뭣들 하는가?

어서 짐을 받지 않고..

 

꺽쇠와 장쇠..영달 부산하게 움직이고..

 

S#20. 오씨의 방

 

오씨와 도지가 대면하고 있다. 

 

오씨 고생많았다. 이조참판까지 지낸 영감의 병을 고쳤으니.

이제 니 명성을 듣고 권문세도가의 가마들이 늘어설 

것이야.

도지 (입가에 미소를 띠고)..

오씨 네가 거창에 있는 동안에도 창녕 성대감댁에서 들었다며

그쪽 문중에서 사람을 보내왔었다. 

도지 (얼굴 굳어지는)하면..허준이를 찾은게 아닙니까?

오씨 그...그야 그렇지만..

그놈이야 의원에서 내쳤으니.. 응당 니가 갈 자리가 

아니더냐..

도지 ....

오씨 내의원에 등과 할려면..공부만큼이나..

권문세도가와 친분을 쌓는게 중요해..

니가 천거를 받는다면...양예수 영감도 무시하진 못할게다..

도지 ...(조금 착잡한 기분인데)...

 

S#21. 약재창고

 

창고 한쪽에 예진이 병부를 기록하고 있고..

창고에선...꺽쇠 영달..장쇠가 약재를 썰고 있다.

이때 오근이 창고로 들어오고..

 

오근 그간 별거 없었나?

꺽쇠 예..

영달 별일이 없긴 왜 없어.

그동안 두어차례...지체높은 사대부가에서..허준이를 

찾아왔습니다요.

오근 그래서?

장쇠 그래서는 뭘 그래서요.

마님이 시킨대로..허준이 그놈은 산음땅을 아주 떴다고 

말했지. 그 자리엔..도지 도련님이 가기로 했습니다요.

 

이때...한쪽에서 병부를 정리하던 예진의 얼굴.

 

오근 ...허준이는 어찌 지낸다던가?

영달 말마시오.

요전에..주막거리에서 봤는데..그 자식 몰골이 말이 아닙디다..

술에 쩔어..몸도 못가누고..폐인 다 됐습니다요.

오근 ....

꺽쇠 소문엔 모친이..몸져 누웠고..

처자식은 끼니도 굶는답디다요.

허준이만 억울하게 됐지..

장쇠 아..억울할게 뭐 있어.. 지 무덤 지가 판건데..

 

한쪽에서 얘기를 듣는 예진의 착잡한 얼굴.

 

S#22. 예진의 방

 

예진이 혼자 앉아서 상념에 잠겨 있는데..

이때 방문이 열리고 침모가 들어온다.

 

침모 ..아씨..부르셨습니까요?

예진 좀 앉아보시오..

 

침모가 자리에 앉으면..

예진 침모 앞으로...은비녀하나와 노리개 하나를 꺼내 놓는다..

 

예진 ..이것 좀 처분할 방도가 있겠소..?

침모 아니..이건...아씨..어머니 유품이라고..아씨께서 제일 아끼시던 

물건이..아닙니까?

갑자기 이걸 왜?

예진 이유는 묻지 말고 처분해주오.

침모 .....?

 

S#23. 허준의 방(밤)

 

다희가 등잔불 아래서..바느질을 하고 있다.

한쪽엔 아들 겸이가 누워서 잠들어있고.

이때 밖에서 기척이 들리더니..문이 열리고..

허준이 들어온다.

다희, 자리에서 일어나고...

허준..말없이..한쪽으로 가...벽에 기대어 앉는다.

다희..방한쪽에 준비해둔 저녁상을 허준앞으로 가져와서

놓고...상을 덮고 있는 보자기를 거두는데..

 

다희 드십시오..

 

허준..상을 보면...죽 한그릇과 전..그리고 떡 몇조각이 있는데..

그것을 바라보는 허준의 얼굴위로..일서가 한 말이 떠오른다.

 

일서 (소리)우리 집사람 말 들으니..그 집 형수가.. 

상가집 잔치집 가리지 않고..

허드렛일해주고.. 남은 음식 구걸해서 산답디다.

 

일서의 말을 떠올린..허준..

 

허준 생각없소.

다희 ..서방님..

허준 아무 말 하고 싶지 않소.

다희 언제까지 이리 사실 작정이십니까?

서방님의 고충이 얼마나 깊을지 짐작이 가지만..

제발..어머님과 겸이 생각도 해주십시오.

허준 ..

다희 지금이라도..스승님을 찾아가 용서를 비십시오.

허준 그만두시오..

누가 스승이요? 내게 스승따윈 없어.

다희 (안타까운)서방님..

 

허준..다희의 시선을 외면하고..아무런 대꾸도 없는데..

 

S#24. 밤길

 

장옷을 여민 예진과 지게에 쌀가마니를 진 사내 하나가

밤길을 걸어간다..

조금 뒤떨어진 곳에..침모가..조심스럽게 그런 예진을 따라가는데..

 

S#25. 허준의 집 앞

 

허준의 집 앞으로 당도한 예진.

 

예진 (사내에게)..사립문안에 쌀가마니를 내려놓으시오.

기척 내지말고..조심하시오..

사내 예..

 

사내가..조심스럽게..허준의 사립문안으로 들어가

지게를 내려놓고..마당 한켠에 쌀가마니를 놓는다.

한쪽에 서서 그 모습을 보는 예진.

조금 떨어진 곳에 몸을 숨긴채..그런 예진을 보는 침모.

 

S#26. 오씨의 방(아침)

 

오씨와 침모가 마주 앉아있다.

 

오씨 (놀란 얼굴로)그게 정말이냐?

침모 예, 마님..

은비녀하고 노리개를 처분해 달라기에..무슨 영문인가 싶어..

따라가 봤더니..허준이..그놈집에다..쌀가마니를 부리고 

왔습니다요.

오씨 이런 망측한 일이있나.

대관절 지 년이 뭐라고 그따위 짓을 한단말이냐.

 

S#27. 의원마당

 

의원마당으로 오씨가..오는데..이때 약재창고 쪽에서..

예진이 쟁반에 탕약을 받쳐들고 오다가..

오씨와 마주친다..예진 오씨에게 인사를 하면..

오씨..쌀쌀맞은 표정으로 예진을 보는데..

 

오씨 니가 허준이 그놈집에..쌀가마니를 부리고 왔다는게 

사실이냐?

예진 (당황하는데)..

오씨 안색을 보니..틀린말은 아닌게로구나..

예진 ..

오씨 그놈한테 그런 호의를 베푼 이유가 뭐냐?

예진 ...

오씨 내 이제야 니가 숱한 혼처를 마다한 이유를 알겠다.

그새..그놈하고..정분이라도 난게야..

예진 (놀라서 오씨를 본다)..

오씨 왜? 내말이 틀렸냐?

그게 아니면...어찌 그따위 요상한 짓을 한단말이냐!!

예진 (착잡한데)...

 

이때 병사쪽에서 오는 의태와 도지..

그 모습을 보고..

 

의태 무슨 일이요?

오씨 ...(예진에게)무슨 일인지..니 입으로 말씀드리거라..

 

의태..예진을 보면..

 

예진 (괴로운 얼굴로 말을 못하는데)..

오씨 이 아이가...해괴망측한 짓을 했습니다.

 

의태와 도지..무슨 일인가 싶고..

 

오씨 당신이 내쫒은 허준이 그놈 집에다..

쌀가마니를 부려주고 왔답니다.

 

순간..놀라는 도지의 표정.

의태는 표정변화 없이 예진을 보는데..

 

오씨 혼사를 앞둔 과년한 처녀가..

처자식까지 딸린..사내놈한테 그런 관심을 보인 이유가 뭐야?

의태 그만하시오.

오씨 그냥 덮고 넘어갈 일이 아닙니다.

남에 눈에 띄여 소문이라도 났으면 어쩔뻔 했습니까?.

의태 그만하라지않소!!

오씨 (찔끔)...

의태 물러가시오.

 

오씨..잔뜩 불만스러운 얼굴로 예진을 노려보고..

안채쪽으로 간다.

오씨가 가고 나면..의태 말없이 착잡한 표정으로 있는

예진을 보다가..

 

의태 ..(담담하게)쓸데없는 짓을 했다..

예진 ...허의원을 용서해 주십시오..

그렇게 버리기엔 아까운 사람입니다. 

 

의태..말이 없다가..자신의 방쪽으로 간다.

 

예진 (안타까운 얼굴로)스승님..

 

의태..돌아보지 않고 가고..

굳은 얼굴로 남아있는 도지.

예진과 시선이 마주치는데..

 

도지 그 자한테 그토록 집착하는 이유를 모르겠구나..

데체 그놈 어디가..그렇게 마음에 끌리는것이냐?

예진 ...그분은 혼신을 다해 의술에 정진해 왔습니다.

의원이 되지 못하고....의지가 꺽이는 것이 안타까울뿐..

다른 뜻은 없습니다.

도지 (어이없다는 듯 냉소를 띠고)..

다른 뜻이 없어?

넌 그자가..의원에 처음 들어왔을때부터..

각별한 관심을 보였어.

그동안 그자한테 도움을 준것이...아무 뜻도 없이 한 일이란 

말이냐?

예진 ...

도지 쓸데없이 니 감정을 허비하지 마라.

이제 그놈은 끝났어!!

 

도지..화난 얼굴로 한쪽으로 가면..

예진, 착잡한데...

 

S#28. 구일서의 방

 

구일서가 방안 한쪽에서..사냥도구와 덫을 손질하고 있는데..

함안댁이 들어온다.

구일서..함안댁을 무시하고 계속 손질을 하고 있으면..

함안댁 한쪽에 앉아서..그런 구일서의 눈치를 살피다가..

 

함안댁 여보..

일서 ..(함안댁은 보지도 않고)왜?

함안댁 히잉.....여보..

일서 (고개를 들어 함안댁을 보고)왜 또 말우는 소릴 내고 그래.

시퍼런 대낮이다..대낮이야.

함안댁 (밉지 않게 흘겨보고 일서의 옆구리에 매달린다.)

이이는 무슨 생각하는거야.

일서 (의아한 얼굴로)..왜...왜 이래?

함안댁 저기..나 있잖아..

일서 ...뜸들이지 말고..빨리 말해.

함안댁 나 있잖아..아무래도...애가 섰나봐.

일서 뭐? 뭐가 서?

함안댁 (자신의 배를..쓰다듬으면서)...애..

일서 (경악할 정도고)뭐? 그..그게 정말이야?

함안댁 (괜히 수줍은 듯 배배시 웃으면서..고개를 끄덕끄덕)..

일서 (어쩔줄을 모르고)우와 나 이거 환장하겠네..

정말..정말이지

 

S#29. 마을일각.

 

구일서가 뛰듯이 가고..그 뒤에..오근이 허겁지겁 따라간다.

한참을 달려가던 구일서가 뒤를 돌아보고..

 

일서 거 참 빨리 좀 오쇼..

오근 야 이놈아..내가 너같은 줄 알아..

니놈이야..지리산 골골이 다니며..웅담에..거시기만 쳐먹잖아.

일서 에헤..형님은..의원에서 좋다는 보약은 다 챙겨드시잖수.

오근 ..세월이 웬순데..약이 무슨 소용이냐.

일서 ..빨리 빨리 좀 갑시다.

 

S#30. 일서의 방

 

오근이...함안댁을 진맥하고 있는데..

일서는 초조한 얼굴로 그런 오근과 함안댁을 보고 있다.

오근..괜히 고개를 갸우뚱..해보기도 하고..

 

일서 답답해 죽겠네..

무슨 진맥을 그리 오래하는거유?

형님..진짜 볼 줄은 아는거요?

오근 입닥치고..있어..

 

오근..계속 진맥을 하더니..

 

오근 (일서를 본다)..

일서 (바짝 긴장을 하고)...애...애서 선거요?

오근 ..임신일세..

 

순간..구일서와 함안댁 서로를 쳐다보는데..

 

일서 여보...

함안댁 (눈물이 그렁해지고)..여보.

 

오근.흐뭇한 얼굴로 일서와 함안댁을 보는데..

 

일서 (순간 표정 바꾸어서.오근을 보고)근데 아들이야 딸이야?

오근 .내가 삼신 할미도 아닌데 그걸 어찌 알아.

일서 ..에헤..나도 약재팔러 의원 드나든지..십수년이요.

용한 의원은..척보면 아들인지..딸인지..안답디다.

오근 용한의원...?

 

S#31. 구일서의 집 마당

 

오근과 일서..함안댁이 서 있는데..

 

오근 (사방을 두리번 거리고)가만있자..남쪽이 어딘가..

일서 저기.저기지..

오근 (함안댁을 보고)..자네...저쪽으로 천천히 걸어봐..

 

함안댁...오근의 말에 따라 문쪽을 향해 천천히 걷는데...

오근...잔뜩 긴장하고 서있는 일서에게.

불러보라는 눈짓, 손짓을 한다.....

 

일서 (알았다는 듯)여보 마누라.

 

그러자 함안댁...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려 보는데....

구일서..얼른 오근을 본다..

오근..고개를 설레설래 저으며..

 

오근 딸일세.

일서 (실망하는)딸이라니?

오근 임신한 여잘 남쪽으로 걷게해서 불렀을때..왼쪽을 돌아보면 

아들이고 오른쪽으로 머릴 돌리면 딸이야. 

일서 (못믿겠다는듯이)다른 방법은 없수?

오근 임신하여..달이 찰때..왼쪽 젖에 멍울이 지면 사내고..

오른쪽 젖에..멍울이..지면 계집이지..

일서 (함안댁을 보고)어디야?

 

함안댁.민망한 얼굴로 돌아서서..자신의 젖가슴을 만져본다..

그런 함안댁을 보는 구일서와 오근..

함안댁 만져보고 돌아서는데..

 

일서 뭐야?

함안댁 ..오른쪽..

일서 (실망하고)..젠장..하면 딸 아냐?.

 

S#32. 허준의 집 마당.

 

마당 한켠에 있는 쌀가마니 앞에..손씨와 다희가 서 있다.

 

손씨 ...잘됐소. 우리 처지를 알고..하늘이 돕나보지.

내 이 쌀로 떡을 쪄 저자거리에 행상이라도 나서야겠소.

다희 ...주인도 모르는 쌀을 먹을 순 없습니다.

손씨 딱하시오.

우리 형편에...그런 사정 따지게 됐소.

다희 저희 생계는 무슨 일이 있어도..제가..끌어가겠습니다.

어머닌..아직 몸이 불편하시니..먼저 기운을 차리십시오.

손씨 (한숨을 쉬며)내가 무슨 염치로 누워만 있겠소..

 

손씨 착잡한 얼굴로 방쪽으로 가면..

예진 의아한 얼굴로 쌀가마니를 본다.

 

S#33. 구일서의 마당(밤)..

 

마당 한켠에서 구일서가..벼루에다..도끼를 갈고 있다.

비장한 얼굴로 정성스럽게 도끼 날을 세우는 구일서..

도끼를 들고..달빛에 비쳐보며...얼마나 날이 섰나를 보는데..

구일서..도끼를 들고 방을 보면..

함안댁은 자는지..방에 불이 꺼져있다.

구일서..비장한 얼굴로 도끼를 손에 들고 방쪽으로 가는데.

 

S#34. 구일서의 방

 

불이 꺼진 방....함안댁이 잠들어 있는데.....

방안의 문이 슬며시 열리고 구일서가 들어온다.

구일서..함안댁 옆으로 가서..함안댁이 잠든 것을 확인하고

도끼를 드는데.. 도끼를 들어 함안댁의 머리쪽으로 가져가려는

순간 이때..눈을 뜨는 함안댁..놀라서 기겁을 하고..

 

함안댁 까아악!!

 

함안댁의 비명에 구일서도 소스라치게 놀라고..

함안댁..머리맡에 있는..방망이를 들어..구일서를 구려친다.

 

구일서 악...

 

함안댁..뒤로 벌렁 자빠지는데..

 

S#35. 구일서의 집 전경(밤)

 

구일서의 방에 불이 켜 있다.

 

S#36. 구일서의 방.

 

불이 켜져 있고..함안댁과 구일서가 앉아있다.

구일서는 방망이에 맞아서 눈이 시퍼렇게 멍이 들어있는데..

두사람 사이에 시퍼렇게 날선 도끼가 있고..

 

함안댁 (안스러운 얼굴로)어디 좀 봐..

괜찮아..

일서 세상 천지에 서방 패는 기집이 어딨냐.

함안댁 나는 도둑인지 알았지.

아 그러게 누가 이런짓을 하래...

일서 애밴 여자가 잠잘 때 .몰래 도끼를 넣어두면...딸이 아들로 

바뀐다는데.. 주책맞게 눈을 뜨는 바람에 다 틀렸잖아.

함안댁 다시 하면 되잖아.

일서 (버럭)몰래 해야한다니까.

 

함안댁..우울하고..일서도 착잡하다.

두사람 잠시 말이 없다가..

 

함안댁 당신..그렇게 아들이 갖고 싶어?

일서 내 맘이 왜 이리 간사한지 나도 모르겠다.

당신 애를 못가질땐...아들이고 딸이고...자식새끼 하나만.

있었으면 좋겠다 싶었는데..

애가 서니...아들 생각이 간절하네.

함안댁 저기....우리 친정 올캐말이..

함안에 아들 낳는 비방을 알려주는 용한 의원이 있다는데...

일서 정말이야?

 

구일서..귀가 솔깃하고....

 

S#37. 함안마을 일각(낮)

 

구일서와 함안댁이...의원집으로 찾아간다.

 

S#38. 의원.

 

일서와 함안댁....작은 집 앞에 서는데....

 

일서 여기가 맞아?

함안댁 (자신없는)그렇다는데....

일서 무슨 의원 꼬라지가 이모양이야.?

 

그때....안에서....임산부가 어머니인 듯 한 여자의 부축을 받으며

밖으로 나오는 모습이 보이는데......한사내가 그들의 뒤에 나오자..

임산부와 여자...고개를 조아리며 돌아선다..

함안댁과 일서...서로 눈짓을 하고.

 

일서 (사내에게)저....여기가 의원 맞수?

사내 (주위를 살피며)..그런데 뭔일이슈?

일서 여기서..아들낳는 비방을 일러준다해서...

사내 따라오슈...

 

S#39. 의원방 안

 

요란한 부적과....각종 약재가 잔뜩 매달려 있는 방안.

방한켠에는 의서로 보이는 서책들이 몇권있고.. 

중갓을 쓰고....뭔가를 적고 있는 의원의 모습.

고개를 숙이고 있어...얼굴은 보이지 않는데...

 

사내 (소리)의원님...손님입니다요...

부산포 들라해라.

 

문을 열고...안으로 들어오는 일서와 함안댁.

쭈볏거리면서 의원앞에 앉는데..

의원은 고개를 숙이고 있어..얼굴을 보지 못하고.

 

의원 (고개를 들면서)어디 사는 뉜가?.

 

의원고개를 드는 순간..구일서와 시선이 마주치면..

구일서 경악하는데..

의원이라고 앉아있는 자가 부산포다.

부산포 역시 구일서를 보고 놀라고 당황하는데...

 

일서 (입이 딱 벌어지는)아, 아니.....이게 누구야.

부산포형님 아냐?

 

부산포 당혹스럽다.

 

일서 (기가 막힌 듯이 킬킬거리면서)형님이 의원행세 한거요?

부산포 (난처하고)..밖에...칠복이 있느냐?

 

사내가 문을 열고.. 

 

사내 예, 의원님..

부산포 오늘은 손님을 더 받지 않을것이니.. 문을 닫아 걸거라..

사내 예..

 

(시간경과)

방안에 부산포와 일서..함안댁이 앉아있는데....

 

일서 의원에서 쫓겨나 어디로 갔나 했더니 코앞에서 살고 있었네.

부산포 쫓겨나긴 누가 쫓겨나. 제발로 걸어나온 거지.

일서 어찌됐건...형님이 무슨 수로..의원행세를 하는거요?

부산포 나도 의원밥 먹은 세월이 칠년이야..

일서 (빈정거리고)하긴..서당개도 삼년이 되면 풍월은 

읊는다는구만.. (방을 둘러보고)그럴싸하네...우리 준이형님도 

쫓겨난 김에 의원이나 차릴 일이지.

부산포 (놀라고)허준이가 쫒겨났나?

일서 아직 몰랐수?

 

일서의 말에...부산포...의미심장한 표정을 짓는데.

 

일서 젠장 용하다는 말만 믿고 왔는데 괜히 다리품만 팔았네.

(함안댁에게)일어나. 집에 가게...

 

함안댁..우물쭈물 일어서려는데.

 

부산포 아들 낳고 싶어 온거 아니야?

일서 (코웃음치며)...귀신은 속여도..난 못속이지...

형님..실력이야 내가 뻔히 아는데...

누구한테 공갈을 칠 셈이유?

부산포 (입가에 냉소를 띠고)..

 

한쪽에 있는 두루마리를 들어 구일서 앞에 내놓는다..

 

부산포 자네 이게 뭔줄 아나?

 

구일서..의아한 얼굴로 부산포가 내놓은 두루마리를 보는데..

 

S#40. 허준의 집 마당.

 

겸이를 업고 있는 다희..그리고 손씨가 마당에서

초조한 얼굴로 서성거리고 있다.

 

손씨 대체 어디갔는데 안들어오는게야..

다희 ...

손씨 ..안되겠소..내가 주막거리에 다녀와야겠소.

 

손씨가..나설려는데..이때 허준이..걸어들어온다.

 

다희 서방님..

 

허준이 다희와 손씨를 보는데..

 

손씨 애비야. 어서 안으로 들어가 봐라..

의원에서 사람이 나와 있다..

허준 (놀라고)..

다희 어서 들어가 보십시오.

손씨 의원에서 사람까지 보낸걸 보면..유의원님이 널 용서하신 

모양이야..

 

허준..심란한데...

잠시 망설이다가..방쪽으로 간다..

 

S#41. 방안..

 

방문을 열고 들어오는 허준..

방안 한쪽에...말끔하게 차려입은 부산포가 앉아있다.

허준..부산포를 보는 순간..놀라고..

부산포..입가에 미소를 띠고 허준을 본다..

 

부산포 오랜만일세..

허준 ..여긴 어쩐일이요?

부산포 ..내 자네한테 긴히 할말이 있어 왔네.

좀 앉게..

 

허준..혹시나 하는 기대가 꺽여선지..착잡한 얼굴로

부산포 앞에 앉는다.

 

부산포 구일서한테...자네 소식은 들었네..

허준 ...

부산포 교활한 늙은이. 자네도 뼈골 빠지게..고생만 하다.내 처질줄 

알았네.

허준 난 더 할 말이 없으니 그만 돌아가시오.

부산포 자네나 나나 같은 처지가 아닌가..

우리 지난 일은 그만 잊어버리세.

허준 ...

부산포 의원에서 쫒겨난 뒤 자네가 어찌 사는지 아네.

대체 누구 좋으라고..술에 쩔어 자학이나 하고 사는가?

허준 ...

부산포 ...기왕지사 이렇게 된거..우리 손잡고..돈이나 벌어보세..

허준 (부산포를 보면)..

 

부산포 가슴에 품고 있던 두루마리를 꺼내서 허준앞에 

내놓는다..

 

부산포 보게..

 

허준이..의아한 얼굴로 두루마리를 펼쳐 보는데..

 

부산포 ..득효방에 나와 있는 전녀위남법일세..

말그대로 배안에 있는 계집아이를 사내로 바꾸는 법이지..

(허준이 보면)..

(자신도 같이 보면서)임신 석달째를 시태라 이르는데..

혈맥이 흐르지 않고..형체를 이루는데 이때엔 아직 남녀 

성별이 미정한 고로 복약과 방술로서 사내를 만들어 낳을수 

있다..

허준 ...

부산포 (두루마리를 넘기면서)이건..의학입문..

(또 넘기며)이건..의감.. 이건..맥경에 적힌

임산부와 관련있는 대목들이네.

허준 ...

부산포 세상엔..돈은 많은데..아들 못낳아서..애 태우는 집안이 

천지지.. 자네의 의술하고..내 요령이 합치면

우린..남부럽지 않게 살수가 있어.

허준 ....

부산포 ...자네 자당님은...한눈에도 병색이 있더구만..

그게 다 못먹어서 생긴 병이네..

자네..이리 살다..처자식 굶길셈인가?

허준 ...

부산포 자네가 이리 괴로워 한다고...그 교활한 노인네가..

눈하나 깜짝 할 줄 알아?

그 노인네가..얼마나..차가운 인간인진 자네도 잘 알지 

않던가?

허준 ..(단호하게).난 관심 없으니 그만 돌아가시오..

부산포 난 자넬 도와주러 온거야..

잘 판단해서..생각이 있으면 언제든지 날 찾아오게..

허준 ...

부산포 난 이만 가보겠네..

 

부산포..자리에서 일어나 방밖으로 나가는데..

 

S#42. 방밖..

 

다희와 손씨가 초조한 얼굴로 있다가 

부산포가 나오면..보는데..

 

부산포 (손씨에게 인사를 하고)그럼..

 

부산포..사립문밖으로 나간다..

부산포를 배웅하는 손씨와 다희..

 

S#43. 방안.

 

허준이 착잡한 얼굴로 상념에 잠겨 있으면..

손씨와 다희가 방안으로 들어온다..

 

손씨 애비야..어찌 됐느냐?

다희 유의원님께서 용서를 하셨습니까?

허준 ..저잔..유의원댁 사람이 아니요!

손씨 그..그게 무슨 소리냐..

유의원집에서..약초를 캐던 사람이 아니더냐?

허준 이미..쫒겨난 사람입니다..

 

순간..다희와 손씨의 얼굴이 어두워 지는데..

 

허준 더는 기대를 마십시오.

다시 의원으로 돌아가는 일은 없습니다.

 

허준..방밖으로 나가고..

남은 손씨와 다희..허탈하고 허망한 얼굴인데...

 

S#44. 유의원마당.

 

병자들이 있고...의원 마루엔...유의태와 유도지가 병자를 보고 있다..

그 옆엔..예진과 오근이 있고..

도지..앞에 누워있는 병자의 상태를 살피는데... 

다리에서 피가 흐르고 있다

 

도지 어찌 된 상천가?

병자 개에 물렸습니다요..

도지 개에 물리면..물린 윗부분을 동여매고..독을 짜 주어야 하네.

상처부위엔. 진교뿌리를 찧어 바르던가..

개살구씨를 다려..그 즙을 바르면 되네..

오근 그리 처방 하겠습니다.

도지 다음..

 

다른 병자가 도지 앞으로 오면..

 

도지 어디 사는 뉜가?

병자 ...두시골사는 한천이라 합니다..

도지 어디가 아픈겐가?

병자 (배를 쓸면서)벌써..열흘째..변을 못보고 있습니다요.

도지 (누워보게)..

병자가..누우면..병자의 맥을 집고..

배를 눌러보는데..

 

도지 다른 특별한 병이 있는게 아니라..변비일세..

변비엔..나팔꽃씨 가루를 쓰거나..

황경피나무껍질이나 대황을 쓰면..뒤를 무르게 해서..

변을 볼 수 있을것이네.

 

도지.가 말하면..병부를 적는 예진..

도지가 의태를 보면..옆에서 지켜보던 의태가 고개를 

끄덕이고..

 

의태 병사로 가자..

 

의태와 도지..병사쪽으로 가면...

 

오근 허...일취월장이라더니...

도지도련님...의술이...나날이..깊어지는구만.

(예진을 보고)안그렇소?

예진 ..

오근 ...허준이 대신...대갓집 양반들을 고치고 오더니..

자신감도 붙었어.

저만하면...내의원에 들어가는건 시간문제야..

 

오근..의태와 도지가 병사쪽으로 따라가고..

예진..병부를 적다가..문득 고개를 들어 상념에 잠긴다.

 

S#45. 강가.

 

강가 일각에 혼자 낚시대를 드리우고..

흐르는 강물을 바라보고 상념에 빠져 있는 허준..

그런 허준의 얼굴위로..

 

삼적 의원이 병자를 살리면..

병자도 의원을 살린다.

허준 .....?

삼적 한사람 병자를 구할때마다..헛된 욕심과 사악한 마음에서 

자신을 구하지..

헌데..니놈은 병자만 살릴 줄만 알았지..

너 자신은 구하지 못하였구나.

내 말뜻을 알면..니 스승이 왜 널 내쳤는지 알게다..

 

그런 삼적의 말을 떠올리고..상념에 잠기는데..

 

S#46. 산기슭 일각

 

다희가 산기슭에서 혼자..곡괭이와 호미로 칡뿌리를 캐고 있다..

몹시 힘겨운 얼굴로..땅을 파고...칡뿌리를 캐내는데..

 

S#47. 허준의 집 마당일각.

 

겸이를 등에 업고 마당을 가던 손씨.

마당..한구석에 있는 쌀가마니에 눈길이 가고..

손씨..잠시 생각한다..그리고는 무언가 결심을 한 듯이..

부엌쪽으로 가는데...

 

S#48. 저자거리.

 

장이 서는지..장사치들과 행인들로 붐비는 저자거리..

그런 저자거리 일각에...다희가 앞에 칡뿌리가 담긴..

광주리를 놓고..장사를 하고 있다.

아낙들이 지나가면..

 

다희 칡뿌리 사세요.

 

아무도..관심을 주지 않고...지나가고..몹시 추운지..

손을 호호불어기면서...장사를 하는데...

이때 한쪽에서..광주리를 머리에 이고..

떡사시오를 외치고 다니는 손씨..

손씨..힘겨운 표정으로..다니다가..

다희와 마주친다..

두사람..잠시..말없이 서로를 바라보는데..

 

다희 (눈물이 글썽해져셔)..어머니...

손씨 ..(말을 못하고..눈물만 글썽해지는데)...

 

S#49. 저자거리 일각..

 

술에 취한 허준이 약간 비틀거리면서..

저자거리를 가는데...

이때 허준의 시야에 저자거리 일각에서..

나란히..칡뿌리와 떡을 팔고 있는 손씨와 다희를 본다..

두사람 모두..지나는 사람들을 향해 호객을 하지만..

사람들 무심히 지나치고..

몹시 추운 날씨라 두사라 모두..파랗게 질린 얼굴로..

장사에 여념이 없는데..

한곳에 서서 멍하니 그 모습을 바라보는 허준..

그런 허준의 눈에서..걷잡을 수 없이 눈물이 흘러 내린다.

허준..한쪽으로 도망을 치듯이 비틀거리면서 가는데..

 

S#50. 들녁일각

 

허준이..비탄에 잠긴 얼굴로..통곡을 한다.

자학을 하듯이..소리를 지르면서 절규를 하는 허준. 

(시간경과)...

들녁에 앉아서..상념에 잠긴 허준. 

부산포를 떠올리는데..

 

부산포 ...자네 자당님은...한눈에도 병색이 있더구만..

그게 다 못먹어서 생긴 병이네..

자네..이리 살다..처자식 굶길셈인가?

허준 ...

부산포 자네가 이리 괴로워 한다고...그 교활한 노인네가..

눈하나 깜짝 할 줄 알아?

그 노인네가..얼마나..차가운 인간인진 자네도 잘 알지 

않던가?

 

그런 부산포를 떠올린..허준..결심을 했는지..

자리에서 일어나...어디론가 급하게 간다.

 

S#51. 함안 부산포의 의원마당..

 

의원마당으로 들어서는 허준.

 

허준 계시오..계시오..

 

잠시후..안에서..부산포가 나온다..

부산포..허준을 보는 순간..올 줄 알았다는 듯

입가에 미소를 띠는데..

 

S#52. 기와집앞.

 

허준과 부산포가 꽤 규모가 있어보이는 기와집 앞에 서있다..

 

부산포 이집일세....

허준 (보는)

부산포 함안 사람치고 이 집 땅 안밟고는 못살지.

오대째 독자인데..

이 집 며느리가 설흔이 넘도록 애가 없다가..

얼마전에 임신을 했다 들었네..

잘만하면..평생 먹고 살돈을 움켜 쥘수도 있어.

 

허준, 긴장된 얼굴로 대문을 바라본다.

 

부산포 자..들어가세..

 

허준과 부산포..대문으로 들어가는데..

허준의 긴장된 얼굴에서 스톱모션

 

END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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