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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준] 27

작성자수다쟁이|작성시간20.11.30|조회수179 목록 댓글 0

[허준] 27

 

 

 

 

 

 


 

S#1. 의원 마당(밤)

 

다급하게 마당으로 온...예진... 

 

예진 스승님...예진입니다. 스승님...

 

방에 불이 켜 있는데 아무런 대꾸도 없자...

예진이 마루로 올라간다.

 

예진 스승님...병자가 눈을 떴습니다.

허의원이...병자를 눈을 치유했습니다.

 

역시 아무런 대꾸도 없는데...

 

S#2. 유의태의 방

 

예진이 방문을 열고 방안으로 들어오고...

방안을 보면... 방안 한쪽에...

유의태가 입을 막고 쿨럭이는데...

입에서 피를 토하고 있다...

손에 옷에 피벅벅이 되어 있는 의태의 모습...

그 모습을 본...예진 경악하고...

 

예진 ...스승님...

 

놀라는 예진의 얼굴

예진...황급히 달려들어 보면...

유의태...수건을 입에 틀어막은채...

계속...피를 토해낸다...

 

예진 (너 놀라고 당혹스러운)스승님...

의태 (힘겹게)...삼적...삼적을 불러라... 

 

예진 자리에서 일어나 방밖으로 나간다.

 

S#3. 의원 일각

 

예진과 삼적이 급한 걸음으로 

의태의 방으로 가고 있다.

 

S#4. 의태의 방

 

삼적과 예진이 방으로 들어오는데...

삼적도 의태의 모습을 보고 놀란다.

 

삼적 ...이게 무슨 일인가.

 

삼적...의태 옆으로 가서 앉고...

의태의 상태를 살핀다.

(시간경과)

의태가 누워 있고...의태를 진맥하는 삼적.

삼적의 표정이 굳어지는데...

초조한 얼굴로 그런 

삼적과 의태를 보는 예진의 시선.

(시간경과)

웃옷을 풀어헤친 채 누워있는 의태...

삼적...의태의 명치 부위를 눌러본다...

표정 심각하고..의태...자리에서 일어나...

옷을 챙겨입는다...

 

의태 어떤가...?

 

잔뜩 굳은 얼굴의 삼적...아무말도 않고...

예진...그런 삼적이 불안한데... 

 

삼적 언제부턴가?

의태 (담담하게)한 두해쯤 됐지...

삼적 ...

의태 ...반위인가? (반위: 위암이라는 자막이 나갈것)

삼적 ...(부정할수 없는 표정)...

 

순간...경악하는 예진...

 

예진 반위라 하심은?

의태 ...(담담한)위에 딱딱한 혹이 자라고...오장이 마르다가...

종국에는 병자의 목숨을 앗아가지...

발병하면...십중 팔구는 소생하기 어려운 병이다.

삼적 ...(간절하게).누워보게...

오진일수도 있으니...다시 한번 보겠네.

의태 ...됐어...부질없는 짓이야...

삼적 (화를 낸다)...어찌 이리 무심했던가!

의원이란 자가...제 몸이 이지경이 되도록...두고만 있었단 

게야. 다른이의 생사엔...그리도 끔찍한 사람이...

어쩌자고 제 목숨은...이리 함부로 내던진게야...

의태 ...(입가에 씁쓸한 미소를 띠는데)...

예진 (눈물이 글썽해지고)...

스승님...

의태 ...(삼적을 보고)자네 보기엔 이제 남은 여명이 얼마나 

되겠나?

삼적 (여전히 화를 낸다)못난 소리 하지 말게...

의원이란 사람이 어찌 죽을 생각부터 하는겐가?

의태 (미소를 띠면서)...

의원이니 하는 소리지...

명치 끝에 뭉쳐있는 죽은 살점을 자네도 만져보지 않았는가?

삼적 ...(착잡하고)...

예진 (안타까운 얼굴로)반위로 하더라도...병증을 초기에만 

알아낸다면 치유할 방도가 있다고 들었습니다.

의태 (담담한 얼굴로 고개를 젓는다)...

토혈이 시작되었으면...늦은게지...

 

삼적과 예진 

안타까운 얼굴로 의태를 보는데...

 

S#5. 사랑채

 

돌쇠와 오근이 지켜보는 가운데...

허준이 돌쇠모에게 다시 눈가리개를 감고 있다.

 

돌쇠 (걱정스러운 얼굴로)...

의원님...왜 다시 눈을 가리는 겁니까?

우리 엄니...눈이 다 나은게 아닙니까요?

허준 ...오랫동안...빛을 보지 못했으니...

갑자기...눈을 뜨면...병자에게 안좋네...

차츰...빛에 적응을 해야될걸세.

돌쇠 ...다...다시 눈이 멀거나 하는건 아니지요?

허준 (입가에 미소를 띠고 돌쇠를 본다)...

 

돌쇠...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허준에게 넙죽 절을 하는 돌쇠...

 

돌쇠 고맙습니다요...고맙습니다요.

소인...이 은혜는 죽어도...안잊을 것이구만요.

오근 이젠...다 나은겐가?

허준 ...수삼일 경과를 지켜봐야겠지만...

별 탈은 없을 듯 합니다.

오근 내 자네가 스승님 말씀을 거역하고 침을 들땐...

영락없이 잘못될 줄 알았는데...자네 정말 대단허이...

허준 저는 스승님께 병자의 경과를 말씀드리겠습니다. 

 

허준이 방밖으로 나가면...

 

오근 그거참...세상소문대로 스승님 의술이 허준이한테 

못미치는겐가?

 

S#6. 유의태의 방

 

침울하고...

무거운 분위기가 감도는 의태의 방

예진...눈물이 그렁하고...

 

삼적 이대로 포기해선 안되네...

의태 (고개를 젓는다)...

반위는...병자의 뱃속을 갈라보기 전엔 알 수가 없는 

병이야... 지난 세월...약방을 찾아온 숱한 병자들을 보면서...

내 이놈을 살펴봤지만...

발병의 원인도...합당한 처방도...알아내지 못했네.

극심한 통증이나 덜 할 수 있으면 

다행인게지.

삼적 ...

예진 ...

의태 (담담한 시선으로 두사람을 보면서)...

허준이한텐 내 발병을 함구해주게...

그 아인 지금 할 일이 많아...

나로인해...상심하거나 흔들려선...아니 될 것이네...

(예진을 보고)너도...유념하거라...

예진 (눈물 참는)...예...

 

의태...눈물을 참는 예진을 안쓰럽게 보는데...

그때 밖에서 허준의 목소리가 들린다.

 

허준 (소리)스승님...허준입니다...

의태 ...들어오너라...

 

잠시후 방문이 열리고 

허준이...방안으로 들어와...

의태의 앞에...앉는데...

방안의 분위기가...무겁다는 것을 직감한다...

허준...예진을 보면...예진...

눈물이 글썽한 얼굴을...황급히 돌리고...

 

의태 무슨 일이냐.

허준 병자가...눈을 떴습니다...

의태 ...

허준 소인...스승님의 가르침을 거역하고...병자에게...뜸대신...침을 

썼습니다.

용서해 주십시오...

의태 (냉랭한) 처음부터...네가 맡은 병자다...네 소신껏...병자를 

고쳤으면 그만이지...

나에게 용서를 구할 까닭이 어딨느냐?

허준 ...

의태 그만 물러가보거라...

 

허준, 의태의 냉담함에 당혹스러운데...

삼적과 예진이 눈치를 살피고...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간다.

 

S#7. 의원 마당

 

의태의 방에서 나온 허준.

아무래도 이상한 느낌을 떨쳐 버릴수 없고.

마당 한켠에 서서 상념에 잠기는데...

 

S#8. 허준의 집 외경(밤)

 

S#9. 손씨의 방(밤)

 

방안에 술상이 차려져 있고..

허준과 양태 구일서...그리고

손씨와 다희가 있는데... 화기애한 분위기...

구일서...술한잔을 들이키고...

 

구일서 야...난 또...그렇게 흥분되긴 처음일세...

벼락 맞은거 처럼...온몸이 짜릿 짜릿하더구만.

야...양태야...못본 형수님을 위해 니가 한번 해봐라.

(허준의 흉내를 내면서)자...내가...눈가리개를 푼다.

 

구일서...양태의 눈에서 

눈가리개를 푸는 시늉을 하면.

양태...눈을 허옇게 뒤집어 뜨고...

돌쇠모의 흉내를 내면서...보인다...보인다... 

구일서를 부둥켜 안고 돌쇠야...돌쇠야를 외치는데...

그런 양태와 구일서를 보는 

손씨와 다희의 입에도...웃음이 돌고...

 

허준 (미소를 띠고)됐다...그만 하거라.

손씨 (자랑스럽고)애썼다...

허준 소자는 그저...스승님이 하라시는 대로 시술했을 뿐입니다.

일서 에헤...우리 모두 지켜봤는데 당치않은 소리마슈...

손씨 그래...구서방 말이 맞다.

유의원이 뜸을 뜨란걸 ...니가 소신대로 침을 놓지 않았더냐.

약방사람들도...이젠 니 의술이 한 수 위라도 칭찬하더라.

허준 ...

양태 형님이 고집을 부리지 않았으면...

그 병자한테도 큰일날뻔 했습니다요.

 

허준...말없이 술잔을 비우는데...

그런 허준을 보는 다희.

 

S#10. 허준의 방(밤) 

 

다희가 이불을 펴는데...

허준은 한쪽 자리에 앉은채 

상념에 잠겨 있다.

다희 이불을 펴다말고...그런 허준을 보고...

 

다희 무슨 생각을 그리 하십니까?

허준 ...스승님의 의중을 알길없어 답답하오.

다희 ...?

허준 침과 뜸을 함께 쓰지 않는다는 것은 의가의 법칙이요.

다희 ...

허준 모르는 사람들은 스승님의 가르침을 거역하고 침을 쓴 내가 

스승님의 의술을 뛰어 넘었다고 하지만...

그건...말도 안되는 소리요.

의술은 재주가 아니요...

오랜 경험과 연륜이 없이 의술의 깊이를 가늠할순 없어...

스승님을 따라 가기엔 내 의술은 너무도 일천한데

왜 내게 그런 가르침을 주셨는지 모르겠소.

다희 서방님의 소신을 시험해보고자 그리 하신게 아니겠습니까?

허준 ...?

다희 일부러 그릇된 지시를 내리고...서방님께서 그 명을 어기길 

기다리고 계셨는지도 모를일입니다.

허준 ...

다희 서방님이 처방한 약을 먹고 병자가 눈이 멀었다는 소문은...

금새...온 고을에 퍼졌습니다.

공명심에 사로잡혀...병자를 빨리 낫게 할려고 독한 약을 

썼다고도 했습니다.

그런 소문들이...일순간에 사라진건 유의원님께서...

그런 지시를 내렸기때문입니다.

당신의 명성엔 누가 되더라도...서방님을 위해 그리 

하셨을것입니다.

 

허준이 . 다희의 말을 듣고 

상념에 잠기는데...

 

S#11. 유의태의 방(밤)

 

촛불아래 유의태가...혼자 앉아있다.

착잡한 얼굴로...상념에 잠겨있는 유의태...

순간...통증이 오는지...배를 움켜잡고...

고통스런 표정을 짓는데...

통증을 이겨낼려고 애쓰는 유의태의 모습.

 

S#12. 산음고을 일각(이른아침)

 

나무를 한 짐진...돌쇠가...

허준의 집으로 가고 있다.

 

S#13. 허준의 방

 

허준과 다희가 잠들어 있는데...

이때 밖에서 쿵쿵하는 소리가 들린다.

다희가 잠에서 깨어나고...

허준도 그 소리를 들은듯...잠에서 깨어나는데...

 

허준 이게 무슨 소리요?

다희 (의아한 얼굴)...

 

S#14. 허준의 집 마당

 

마당 한켠에서 돌쇠가 도끼로 나무를 패고 있다.

허준의 방문이 열리고...허준과 다희가 나오고...

그런 돌쇠를 보고 의아한 표정인데...

손씨의 방문이 열리고 손씨도 마당으로 나온다...

 

허준 자네...지금 뭐하는겐가?

돌쇠 (허준과 손씨에게 꾸벅 인사를 하고)...

지가 말씀드렸잖아요.

의원님 은혜는 죽어도 잊지 않겠다구요.

앞으로...의원님댁 허드렛일은 소인이 할것이구만요.

허준 됐네...됐으니...어서 약방으로 가...

어머님 모시고...진천갈 채비나 하게.

돌쇠 ...지는 안돌아갑니다요.

 

허준...돌쇠의 말에 놀라고.

 

허준 안가다니?

돌쇠 예서 평생 은혜를 갚으면서 살겠습니다요.

허준 (난감한데)...그건 아니될 말이네.

돌쇠 (허준앞에 무릎을 꿇고)의원님...

허준 자네 맘은 고맙지만...그럴 수 없네...

난...내 식솔들...호구도...책임 못지는

무능한 사람이야...자넬...거둘...형편이 못되네.

돌쇠 굶겨도 좋으니...옆에만 있게 해주세유.

 

허준...다희 손씨 억지를 부리는 

돌쇠를 보며...난감한데.

 

허준 (단호하게)...일어나게.

돌쇠 (울먹이면서)의원님...

소인...진천으로 가 봤자...똥구녕 찢어지게...가난한건 

마찬가지구만요. 제발...의원님을 모시게해주세요.

손씨 (안스러운 얼굴로)애비야...저리 사정하는데...그리하게하거라.

허준 안될 말입니다.

자네가 뭐라해도 내 맘은 변하지 않을것이니... 

어머니 모시고...그만 돌아가게.

 

허준...방안으로 들어가면...

 

돌쇠 의원님...

 

S#15. 의원 앞

 

봇짐을 든...돌쇠와 돌쇠모가 있고...

허준과 오근이 있는데...

돌쇠는 여전히 가고 싶지 않은 

기색이 역력하고...

 

돌쇠 ...(다시 한번 사정한다)...의원님...

지발...의원님을 모시게 해주세요.

돌쇠모 (돌쇠의 등짝을 후려치면서)이놈아...어거지 부릴게 

따로있지... 우리가 여기 머물면 의원님껜 짐만 되는겨.

(허준에게)의원님 지기 델고 갈것이니 걱정마세요.

허준 (손에 들고 있는 보약을 주면서)

어머니의 기력을 채워줄 보약이네.

가면 다려 드시도록 하게.

돌쇠 의원님.

허준 (돌쇠모에게)그럼 살펴가십시오.

 

돌쇠모...허준과 오근에게 인사를 하고...

돌쇠는 끝내 울먹이며 

제 어미에게 끌려가다시피 가는데. 

떠나가는 모자를 보고 미소를 띠는 허준...

오근은 혀를 끌끌차면서...

 

오근 내...살다 살다...저리...단순 무지한 놈은 처음일세...

 

S#16. 의원 마당

 

허준과 오근이...마당으로 들어오면...

꺽쇠와 영달이...서책을 가슴에 안고...

안채쪽으로 가는데...

 

오근 자네들 뭐하는겐가?

꺽쇠 의원님께서...의원님방에 있는 서책을 도지 도련님 방으로 

옮겨 놓으라 하셨습니다요.

오근 (의아한 얼굴인데)...

 

이때 한쪽에서 예진이 오고...

 

예진 허의원님...

허준 (보면)...

예진 스승님께서 찾으십니다.

 

허준...예진을 따라 가는데...

 

S#17. 도지의 방

 

의태가 도지 방에 서 있고...

꺽쇠와 영달이...서책을 들고 들어오면...

 

의태 예...놓고...나가보거라.

 

꺽쇠와 영달이 방밖으로 나가면... 

예진과 허준이 들어온다...

 

허준 부르셨습니까?

의태 ...앞으론...이방을 네 서재로 쓰거라.

 

의태의 말에 허준과...

예진이 놀라서 의태를 본다...

 

의태 침술에 있어...네 재주는 쓸만 하다만...

그것만으로 의원의 자질을 다 갖추었다 할 순 없다.

의서를 통해...체계적인 지식을 쌓는 것이 중요할 것이니...

정진하거라.

허준 (감격하고)...스승님...

의태 네 학문의 정도를 가늠해 볼것이니.

그리 알거라.

 

의태의 배려에 감동하는 허준.

의태...담담한 얼구롤 방밖으로 나가면.

감격한 허준의 눈에 눈물이 글썽해지고...

예진, 역시 의태의 세심한 배려에 

감동받은 표정인데...

 

S#18. 내의원 전경

 

S#19. 내의원 일각

 

도지를 비롯한 입격생들이 있고..

.다른 한쪽엔 김응택과 송학규...

정작과 이공기 등이 있다.

양예수가 입격생들에게 가르침을 주는데...

 

양예수 심병(審病)이라 함은...병자를 보고...그 병의 깊이를 파악하는 

것이다. 나는 이 심병의 술을 신, 성 , 공, 교 네가지로 

나눈다. 그 첫째가 신(神)의 경지... 

병을 짚는데 바라보기만 하여 아는 경지로...바라본다 함은

그 병자의 오색...코 눈 이마 뺨 피부색을 보아 절로 아는 

것을 말한다. 

둘째는 성(聲)의 경지로 오음을 듣고 숨은 병을 분별하는 

재주며...셋째 공(工)은 일일이 병자의 용태와 괴로운 것을 

물어서 아는 경지요. 마지막 교(巧)는 맥을 짚고...미심쩍은 

곳을 만져보아 병을 찾아내는 경지다.

내의원에 입격을 한 실력이면...교와 공의 경지는 될 것이다.

허나...너희들 중에 장차...상감마마의 옥체를 돌볼 어의가 

되고자 한다면... 성과 신의 경지까지 체득하여야 할것이다.

 

양예수의 가르침을 받는 

도지의 비장한 표정...

그런 도지의 얼굴위로...

옛날 산음에서 유의태에게

가르침을 받던 장면이 떠오른다...

 

S#20. 유의태의 방(회상)

 

유의태 앞에 도지가 앉아있고...

 

의태 신,성, 공, 교...심병의 지식은 연륜과 훈련을 거치면 누구나 

도달할 수 있으나...그것들을 차례로 거치고 이르렀다 해서...

정작 병자의 아픈데를 함께 아파하는 마음이 없다면...

그건 흔하디 흔한 의원일 뿐이다.

병자를 진정 긍휼히 여기는 심의가 되지 못한다면...

의원이라 할 수도 없다. 

 

S#21. 내의원 일각

 

의태의 말을 떠올리는 

도지의 표정이 자못 심각하고.

 

도지 (마음의 소리)심의가 되면 무얼합니까?

향촌에 박혀 미천한 자들의 병세만 살피는 의원이라면...

저는 의원의 길을 가지 않았을것입니다.

소자...필히...상감마마의 환후를 돌보는 어의가

될것이니 두고보십시오.

 

이때...한쪽에서 김응택과 송학규가 지나가고...

그들을 본 도지가 다가간다...

 

도지 나으리...

학규 무슨 일인가?

도지 ...그동안 나으리의 배려에 보답코자...

소인이...조촐한 연회를 준비했으니...부디 참석해주십시오.

 

S#22. 도지의 집 마당

 

집사와 유월...침모 그리고 한 두명의 아낙이 

음식 준비에 여념이 없고...

오씨가 그들에게 지시를 하고 있다.

 

S#23. 도지의 방

 

방에 술상이 차려져 있고...

김응택과 송학규...이공기 그리고...

한두명의 내의원 입격생과 

도지가 자리를 하고 있다...

술잔이 돌아가고...화기애한 분위기.

 

김응택 내...이번에 입격한 의원들을 초대하여 자리를 마련할려 

했더니... 자네가 먼저 신경을 썼구만...

어쨌거나...고맙네...

송학규 유의생은...의술도 뛰어나지만...

사내답게 그릇도 큰 듯 싶습니다.

도지 과찬의 말씀...몸둘바를 모르겠습니다.

응택 자...들게. 

 

응택이 도지와 입격생들에게 술을 따라주는데.

이때...방으로 들어오는 오씨와 유월.

유월은 쟁반에 술병과 음식을 들고 있는데...

 

오씨 ...귀한...분들을 모셨는데...상이 변변치 못해...송구스럽습니다.

뭐 부족한건 없으십니까?

김응택 이리 융숭한 대접을 받는데 변변치 않다니요.

당치 않으십니다.

 

오씨 흐뭇하고.

 

응택 ...마침...자당님께서도 오셨으니...

내 유의생 혼담 얘기나 꺼내야 겠구만.

 

김응택의 말에 

도지와 오씨가 약간은 놀란 얼굴로...

김응택을 보면...

 

응택 이번 입격생 중에...혼인을 안한 사람은 유의생 자네 뿐이 

아닌가. 내가 보기에 혼기가 지난 듯 싶은데...

내가 중매를 설테니 장가를 들게...

도지 ...(당혹스럽고)...

응택 ...역관으로는... 최고의 반열에 오르신...권혁수 영감댁이네.

그댁 외동따님인데...미모에...재기까지 겸비했다하니...

더 할 나위 없는 자릴세.

학규 (입가에 미소를 띠고)...자네...권혁수 영감이...얼마나 부잔줄 

아나?

중국을 오가면서...귀한 물품을 거래하여...막대한 치부를 

했다네...자네가...그댁에...장가를 들면.종국에는 그 부도 자네 

차질세.

도지 ...

 

오씨는 입이 딱 벌어지는데... 

 

S#24. 도지의 집 외경(밤)

 

S#25. 도지의 방(밤)

 

도지가 혼자 상념에 잠겨 있다.

그런 도지의 얼굴위로...예진의 모습이 스쳐가는데...

예진의 모습을 떠올린 도지의 착잡한 얼굴.

이때...밖에서 들린는 오씨의 음성...

 

오씨 (소리)에미다.

 

방문이 열리고 오씨가 들어오면 

도지 자리에서 일어나 오씨를 맞는다.

도지와 오씨, 자리에 앉고...

 

오씨 직장나으리가 말한 혼담을 어찌 생각하느냐?

도지 ...

오씨 내 보기엔...둘도 없는 자리다.

지체 할거 없이...혼사를 치르자꾸나.

도지 ...

오씨 (도지의 얼굴을 보고)...아직도...예진이에 대한 미련을 

떨치지 못한것이냐?

도지 ...아닙니다...

오씨 그게 아니면...망설일게 뭐 있어.

도지 ...혼사를 치르자면 산음에 계신 아버지께 

기별을 해야 할것이 아닙니까?

오씨 (순간 얼굴이 굳어지면서)...부자지간에 연을 끊겠다는 

양반한테... 기별을 한들...무슨 소용이겠느냐?

아마...눈하나 깜짝 안하실게다.

도지 설령 아버지께서 그러 하시다 해도 제 도리는 다 

하겠습니다.

오씨 (잠시 생각하더니)...니 뜻이 그렇다면...

한상일 보내...기별을 하자꾸나.

 

S#26. 도지의 집 대문 앞

 

봇짐을 지고 산음으로 

떠날 채비를 한 한상이 있고...

오씨와 도지가 서 있다.

 

오씨 한시가 급하니...지체하지 말고 속히 다녀오게.

한상 예 마님.

오씨 그럼 어서 떠나게.

 

한상이 오씨와 도지에게 

인사를 하고 대문밖으로 나가면.

도지가 한상이를 따라 나간다.

 

S#27. 대문 밖 일각

 

한상이가 걸어가는데...

이때 뒤에서 도지가 한상이를 부른다...

 

도지 한상이...

한상 (걸음을 멈추고 돌아보면)...

도지 (다가와서 대문쪽을 한번 의식하고는 서찰을 한상에게 

건넨다). 자네 산음가는 길에...함안 안점산에 들려 예진에게 

이 서찰을 전하게.

한상 ...?

도지 안점산 삼적사로 가면...거기 예진이가 있을것이네.

이 서찰을 전해주고...답신이 있으면 받아오게.

한상 알겠습니다요.

 

한상...서찰을 챙겨넣고...떠나면...

그런 한상을 보는 도지의 시선.

 

S#28. 의원 일각

 

꺽쇠와 영달이 건약재를 정리하고 있고...

그 앞에 일서와 양태 그리고 

오근이 서서 노닥거리고 있다...

 

일서 이러다...우리 준이 형님이 유의원님의 양자로 들어앉는거 

아니유...?

 

오근...뜨악한 얼굴로 일서를 보면...

 

양태 도지도령이 쓰던 방까지 서재로 내주신걸 보면...

전혀 가망이 없는 일도 아니지...

일서 그럼 이제...이 약방은 우리 형님 차지네.

양태 그렇지요.

오근 이것들이...대낮부터 몰려와서...뭔 헛소리를 하는거야!

누가그래? 이 약방이 허준이 차지라고...누가그래?

 

일서와 양태...오근이 반응에...찔끔하는데... 

 

일서 (양태에게 눈치를 주고)가자.

 

양태와 일서...얼른 의원을 빠져 나간다...

 

오근 저런 후레자식들 같으니라고.

십수년 뼈빠지게 일한 내가 있는데...감히 누가...이 약방을 

차지해. 어림도 없다...(괜히 영달과 꺽쇠에게 신경질을 

내는데)... 그것가지고 하루 종일 쪼물락 거릴셈이야...빨리 

빨리 못해!!

 

오근...화난 얼굴로...

한쪽으로 가면...영달과 꺽쇠 떨떠름...

 

S#29. 약재창고

 

예진이 환약을 만들기위한 약을 조제하고 있다...

약재함에서 이 약재 저 약재를 꺼내서... 

종이에 함량을 조절하고 있는데...

예진...약재들을 절구에 넣고...빻는다.

이때 약재창고로 들어오는 허준...

예진은 그런 허준을 의식못하고...

허준...예진의 뒤로 다가와서...

예진이 조제하는 약을 보는데...

 

허준 웅황에 붕사 백초상...유향을 쓰는걸 보니...신선탈명단을

만들고 계십니까?

예진 ...(당혹스러운데)...

허준 ...신선탈명단은 극심한 통증을 다스리는 약인데...

내가 알기론...지금 병사에 이만한 통증을 다스려야할 병자는 

없습니다...누가 들 환약입니까?

예진 (착잡한 얼굴로 아무 말도 못하는데)...

허준 (그런 예진이 의아하고)...아씨...

예진 ...(고개를 돌리는데...눈물이 글썽해지고)...

 

S#30. 의원 일각

 

함안댁이 씩씩거리면서...의원으로 들어선다...

 

함안댁 이놈에 화상...어디 처박혀 있는거야...

겸이 에비가 의원이지 지가 의원이야?

왜 지가 허구헌날 약방에 처박혀...노닥거리는거야...

잡히면 그냥두나 봐라...

 

함안댁...약재창고 앞으로 가는데...

 

S#31. 약재창고

 

예진이 고개를 돌려서 눈물을 짓자...

허준 당혹스런 얼굴로...

 

허준 아씨...무슨 일입니까?

예진 ...(말을 못하고 눈물만 짓는데)...

 

이때 창고문을 열고...들어오는 함안댁.

눈물을 짓고 있는 예진과 

그 앞에서 당혹스런 표정을 짓고 있는

허준을 보고...어쩔줄을 모른다...

 

함안댁 아이고...죄...죄송합니다요...

쉔네는 우리 언년이 애빌 찾으러...

 

함안댁 얼른 창고밖으로 나간다...

 

S#32. 창고 밖

 

얼른 창고 밖으로 나오는 함안댁...

무안한 얼굴인데...그러다 

문득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슬그머니.창문 혹은 열린 문틈으로 

창고안을 살핀다.

 

S#33. 창고 안

 

창고안에선 허준과 예진...

 

허준 지금 생각하니...요사이...아씨의 안색이 어두웠습니다.

대체 무슨 일입니까?

예진 ...(말 못한채 눈물만 흘리고)...

 

예진...눈물을 훔치면서 창고밖으로 나간다.

 

S#34. 창고 앞

 

창고안을 살피던 함안댁이...

예진이 버럭 창고문을 열고 나오자...

화들짝 놀라고... 예진...한쪽으로 사라지면...

의아한 얼굴로 머리를 굴리는데...

 

S#35. 창고 안

 

허준...예진이 조제하던 약재를 보면서...

상념에 잠긴다.

 

S#36. 구일서의 방

 

일서는 누워서 언년이를 얼르고 있는데...

함안댁은 실눈을 뜨고 머리를 굴리고 있다.

 

함안댁 ...(가슴을 탁 탁 치면서)나 이거 미치겠네...

일서 (그런 함안댁을 보고)...왜 그래?

뭔일인데...아까부터 안절부절 못하고 그래.

함안댁 당신 있잖아...

일서 ...

함안댁 저기...(무언가 말을 할 듯 하다가)아니야...

일서 뭔대 그래?

함안댁 저기...(또 말을 할 듯 하다가)아니야...

일서 (버럭 화를 내면서)이게 누굴 놀리나.

뭔지 빨리 말안해!!

함안댁 (찔끔하고)...저...유의원님 약방에...예진아씨 말이야...

일서 예진아씨가 왜?

함안댁 아무래도...겸이애비하고...정분이 난거같아.

일서 (놀라고)뭐?

함안댁 둘이 눈이 맞았다고...

일서 (빈정거린다)이런 제기...눈만 맞고...배는 안맞았냐?

함안댁 ...틀림없다니까?

일서 쓸데없는 소리말아...

당신...그 주둥이...또 함부로 놀려서...멀쩡한 집구석...분란 

일으킬 생각말아...

(언년이를 보고)언년아...니 에민 왜 저러냐.

언제 철이 들지...에비가 걱정이 태산같아요.

 

그런 일서를 보고 군시렁거리는 함안댁. 

 

S#37. 허준의 집

 

다희...마당에 앉아 칡뿌리를 다듬는데

함안댁이 들어온다...

 

다희 오셨어요...

 

함안댁...은근히...

다희의 눈치를 보며...그 옆에 가 앉는데...

 

함안댁 (칡뿌리 보며)...서방이 의원으로 출셀해두...

이 집 살림은 아직 그모양인가 보네.

겸이 할민 저자거리 떡장수 나갔수?

다희 예...

함안댁 ...하기사 ...뭐 처자식이 맘에 없는데...

악착같이...벌어야겠다는...생각이 들 리가 있겠어.

다희 ...?

함안댁 요사이 겸이 애빈 어때?

다희 ...약방에서 의술에 전념하시느라 못들어 오시는 날이 

많습니다.

함안댁 하면...독수공방을 한단 말이야?

 

혀를 끌끌차는 함안댁.

 

함안댁 저기 있잖아.

다희 ...?

 

함안댁 더는 못참겠다는 듯... 

주위를 두리번 거리고는...

다희 옆으로 바싹 달라붙어서 

귓속말로 무언가 전한다.

함안댁의 말을 듣는 다희의 얼굴에 

희미한 미소가 번지는데...

 

함안댁 왜 웃는겨?

글쎄 틀림없다니까.

다희 (대꾸없이 미소만 띠는데)...

함안댁 저렇게...맥놓고 있으니...서방이 딴생각을 하지.

겸이 애비라고 별 다를줄 알아.

사내는 다 똑같애...똑같아.

 

S#38. 허준의 집 외경(밤)...

 

S#39. 허준의 방(밤)

 

다희가 혼자...바느질을 하고 있다.

바느질을 하다가 문득 고개를 들고...

상념에 잠기는데...

그런 다희의 얼굴위로...

 

함안댁 (소리) 겸이 애비라고 별 다를줄 알아.

사내는 다 똑같애...똑같아.

 

그런 함안댁의 말을 떠올린 다희의 얼굴위로.

약재창고에서...허준과 예진이 

함께 있던 모습이 떠오른다.

그런 모습을 떠오린 다희...

그러나 그런 생각을 떠올린 자신의 쑥스러운지...

입가에 쓸쓸한 미소를 띠고 고개를 젓는다.

 

S#40. 도지의 방(밤)

 

허준이 촛불아래 의서를 보고 있다.

열중하는 허준.

이때...밖에서 들리는 꺽쇠의 목소리...

 

꺽쇠 (소리)허의원...병사에서 스승님께서 찾으시네.

허준 곧 가겠습니다.

 

S#41. 병사 일각

 

의태와 예진이 있고... 의태 앞에 누운...

사십대 중반의 사내를 진맥하고 있다...

의태의 표정이 어둡고...웃옷을 벗게 하여...

병자의 명치를 만져보는 의태.

의태의 표정엔...일순...

병자에 대한 연민이 스쳐가는 듯 한데...

이때 병사로 들어오는...허준.

의태에게 예를 갖추고 옆에 앉으면...

 

의태 병자를 보거라.

 

허준...병자를 진맥한다.

세심한 표정으로 병자를 진맥하는 허준.

 

의태 병자의 명치를 만져 보거라.

 

허준이...병자의 배를 만져보는데...

 

허준 어혈이 진듯...딱딱한 살점이 만져집니다.

의태 어혈이 아니라...죽은 살점이다.

 

의태의 말에 놀라는 예진...

허준도 의태를 보고...

 

허준 하면...반위란 말씀입니까?

의태 ...반위에 걸린 병자를 본 적이 있더냐?

허준 처음입니다.

의태 다시 한번 살펴 보거라.

 

허준이 다시 한번 병자를 진맥하고...

병자의 복부를 촉진하는데...

한쪽 옆에서...그런 

의태와 허준을 보는 병자의 부인이...

 

부인 ...반위가 뭡니까요?

의태 (부인의 물음을 무시하고)...

어찌 처방하겠느냐?

허준 ...반위로 인한 토혈엔 비파가 효험이 있고...

삼칠근도...효험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의태 틀렸다.

 

의태의 단정적인 말에...

허준과 예진이 놀라서 보는데...

 

의태 이 병자는 백약이 무효하다.

 

병자의 부인이 기겁을 하고...

 

병자 그...그게 무슨 말씀입니까요?

하면...이대로 죽는다는 말씀입니까?

의태 그만 병자를 데리고 돌아가시오...

부인 의원님.

의태 내가 해 줄수 있는건 병자의 고통을 덜어줄뿐...

약방에서 할 수 있는 것은 그뿐이요.

(예진에게)

웅황, 붕사, 백초상...유향을 써...신선탈명단을 조제하여 

주거라...

예진 예...

 

허준이 놀란 눈으로 예진과 의태를 보는데...

 

부인 (절박한)의원님...살려주십시오. 이대로 갈 수 없습니다...

침이라도 한 대 놔 주십시오...

살려주십시요... 

 

의태...착잡한 얼굴로...병사밖으로 나간다.

그런 의태를 보는 예진의 눈에 

눈물이 언뜻 비치고...

 

S#42. 병사 밖

 

병사밖으로 나온 의태가...

마당 한켠에 서서 상념에 잠기는데...

 

S#43. 병사 안

 

병자의 부인이...허준에게...매달린다...

 

허준 약을 조제하여...드릴 것이니...하루 세 번씩 들게 하시오.

부인 ...그 약을 먹으면 살수 있습니까?

허준 ...

부인 먹고 살 약을 지어 주십시오.

나을 수 없는 약이면 필요없습니다.

제발 살 방도를 일러 주십시오.

허준 (괴롭고)...

부인 의원님...

허준 반드시 낫는다 보장은 할 수 없으나...

전혀 가망이 없는 것은 아니니...처방한 약을 들게 하시오.

부인 ...고맙습니다...고맙습니다...

 

허준의 말에...예진이 

놀란 얼굴로 허준을 보는데...

 

S#44. 병사 밖

 

의태가 있는데...허준이 병사밖으로 나오면...

 

의태 괜한 짓을 했다.

저 병자는 곧 숨을 거둘게다.

네가 헛된 기대를 심었어.

허준 ...허나...고칠 수 있는 지...없는지...시술해보지도 않고...

그대로 주저앉아...죽음만 기다리게 둘 수는 없지 않습니까.

 

의태... 잠시 말이 없다가...

 

의태 날이 밝거든 짐을 챙겨서 날 따라 나서거라.

허준 ...?

 

의태 말없이 자기 방쪽으로 가면...

허준이 그런 의태를 보는데...

 

S#45. 의원 앞(낮)

 

봇짐을 진 허준과 의태가...의원을 나선다.

그런 두사람을 배웅하는 예진.

 

S#46. 산길

 

의태와 허준이 어디론가 가고 있다.

 

S#47. 화전마을 초가 앞

 

산중일각에 있는 허름한 초가로 

의태와 허준이 다가온다.

초가 앞으로 가는 의태와 허준. 

 

허준 (의아한 얼굴로)여긴 어딥니까?

의태 ...삼적과 함께...길을 가다...찾은 집이다.

삼대가 화전을 일구며 사는데...

지금 이집안엔...반위에 걸린 병자가 둘이나 있다.

...곧 죽을 것이니...

니가...그 병자들의 임종을 지키거라.

허준 ...(의아한 얼굴로)스승님... 

의태 ...세상엔...의원이 고칠수 없는 병이 더 많다.

그런 병앞에서...고뇌와 좌절을 겪다보면 너도 느끼는 바가

있을 것이다...

의원은 병앞에서 나약히 물러나서도 안되지만...

섣부른 교만으로 모든 병을 낫겠다...자신해서도 아니된다.

어서 들어가보거라.

허준 (그제서야 의태의 뜻을 알고 고개 숙여 예를 표한다)...

 

허준, 초가 안으로 들어가면...

그런 허준을 보고 돌아서서 가는 의태.

 

S#48. 초가방 안

 

허준이 초가방문을 열고 방안을 보면...

아주 허름한 방안 한구석에...

육십이 다되 어 보이는 노인과...

사십 초반의 사내가 병색이 완연한 얼굴로 누워 있고.

그 옆에는 그들의 아들인 듯 

싶은 십대 후반의 계집아이가...

놀란 얼굴로 허준을 본다.

처연한 얼굴로 병자들을 보는 허준의 시선...

 

의태 (소리)지금 이집안엔...반위에 걸린 병자가 둘이나 있다.

...곧 죽을 것이니...

니가...그 병자들의 임종을 지키거라.

...세상엔...의원이 고칠수 없는 병이 더 많다.

그런 병앞에서...고뇌와 좌절을 겪다보면 너도 느끼는 바가

있을 것이다...

의원은 병앞에서 나약히 물러나서도 안되지만...

섣부른 교만으로 모든 병을 낫겠다...자신해서도 아니된다.

 

그런 의태의 말을 떠올린 허준...

 

허준 ...스승님... 

 

S#49. 산길

 

의태가 혼자 산길을 걸어간다.

 

S#50. 의원 일각

 

유의태...의원안으로 들어오는데...

오근이 화급하게 의태를 맞는다...

 

오근 (매우 겁먹은 듯한) 스승님...병사에 위급한 병자가 와 

있습니다...

 

S#51. 병사 일각

 

의태...황급히 병사쪽으로 오는데...

보면...삼적과 예진이 병자를 진맥하고 있다...

한쪽엔 병자의 보호자인 듯 

한 사내가...초조하게 서있고...

 

의태 용태가 어떤가?

삼적 나도 지금 막 당도했네...

 

의태...병자를 보는데...

온몸을 사시나무 떨 듯 하며...

고열과 숨이 넘어갈 듯한 

기침으로 고통스러워한다...

병자를 진맥하는 의태...표정이...심각하고...

의태...황급히 병자의 윗도리를 벗기면...

가슴에 반진이 번져있다

 

삼적 ...이건...

의태 ...습역일세...( 습역(濕疫):겨울철에 발생하는 전염성 열병이란 

자막).

 

의태의 말에...놀라는 예진...곁에 섰던 오근이...

소스라치게 놀라며...움찔 물러서는데...

 

의태 (다급한) 지금 당장...병사의 병자들을 모두 안채로 옮겨라.

 

S#52. 마당 일각

 

병자들을 업고...부축하여..

다른 쪽 병사로 격리시키는 

오근과 영달...꺽쇄등...

모두들 잔뜩 겁을 먹은 얼굴인데...

 

영달 ...형님...습역이라면...돌림병 아닙니까요...?

오근 (겁난다)한번...옮으면...사흘도 못가...죽는 병이네.

 

S#53. 병사

 

고통스럽게 기침을 하던 병자...

이젠...심하게 구역질을 하는데...

의태...침을 들어...병자에게 놓는다...

 

의태 (예진에게)노군신명산(老君神明散)을 준비해라.

예진 예.

 

예진...일어서는데...

그때...병자...갑자기 숨이 막혀오는 듯...

온몸을 뒤틀다가...끝내...

심한 경련을 일으키며...고개를 떨구는데...

놀라는 의태와 삼적...예진...

이때 병자를 데리고 온 보호자가...

 

사내 형님...!

 

의태...황급히 병자를 진맥하는데...

숨을 거두었다...

굳어지는 의태와...삼적의 얼굴.

 

의태 (사내에게)마을에 이런 병자가 몇이나 더 있는가?

사내 (오열하는...)...어제까지만...십수명이였습니다요.

 

사내의 말에...의태등...모두 충격을 받는데...

 

삼적 헌데 왜 이제서야 약방을 찾은겐가!

사내 ...무당말이...역신이 들어...그런 것이니...부적을 쓰면 

된다고...해서

의태 망자에겐 안된 일이나...병이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선 

시신을 화장해야 하네.

사내 (더욱 서럽게 오열하는...)형님.

의태 (오근에게)망자를 화장하고.

옷과 병자를 닦았던 수건과 이불을 모두 태워버려라.

 

의태의 지시에...

오근...겁이 나...우물쭈물하는데...

 

의태 어서 서둘지 않고 뭣하는게야!!

 

...덜덜...떨리는 몸으로...시체에게 다가가는 오근...

...겁이나서...도저히 손도 못대겠는데.

 

S#54. 약재창고

 

오근...창고로 뛰어들어와...

덜덜 떨리는 손으로...창고안을 뒤진다...

부적을 찾아내는 오근...

그걸 꼭 접어 허리춤에 집어 넣는데.

 

S#55. 의원 일각

 

꺽쇠가 병자가 쓰던 

이불과 수건을 불태우고 있다.

 

S#56. 유의태의 방

 

영달...초조하게 있는 가운데...

의태...황급하게 서찰을 적어내려가고 있다.

다 쓴 서찰을 영달에게 건네는 의태

 

의태 이 서찰을 사또께 전하거라.

영달 예 스승님.

 

S#57. 동헌 사또처소

 

의태가 보낸 서찰을 

읽어내려가는 사또,...사색이 되는데... 

이방을 비롯한...아전과 관원들...

모두 모여있고...

 

사또 다들 듣거라. 지금 두시골에 역병이 번지고 있다.

 

사또의 말에 웅성거리는 아전과 관원들...

 

사또 습역은 한번 번지면 시작하면 수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목숨을 앗아가는 돌림병이다...

아직까지 두시골을 제외한 다른 고을에선 발병사실이 

알려지지 않았으니

병이 인근 마을로 번지지 않도록 두시골로 들어가는

모든 길목을 철저하게 차단해야 된다.

이방과 형방은 나를 따라 두시골로 향하고 나머지 관원은

오시골, 양지골, 천수골에서 두시골로 가는 길목을 경계하라...

아전들 예 나으리.

사또 부민들이 동요하지 않도록 다들 신중을 기하라...

 

S#58. 의원 일각

 

봇짐을 짊어지고 마당으로 내셔서는 의태.

삼적과 예진...의태를 따라나서려 하는데...

 

의태 자네는 있게...나혼자 다녀오겠네.

삼적 그게 무슨 말인가...

의태 두시골은 작은 마을이야...나 하나로 족하네...

삼적 ...자네가 염려되어서가 아니야...

나 또한 의원일세...

 

신뢰와...애정이 담긴 눈으로 

서로를 바라보는 의태와 삼적...

 

예진 저도 가겠습니다 스승님. 

삼적 넌 약방을 지켜거라...

예진 대사님...

의태 삼적의 말대로 하거라...

혹 준이가 돌아오거든...내 명이니...절대로 두시골로 와서는 

아니된다고 이르거라.

예진 ...?

의태 (삼적에게)가세...

 

의태와 삼적...황급히 나가는데...

 

S#59. 두시골 어귀

 

십수명의 관원들이 사람들의 출입을 엄금하고...

경계를 강화하는 가운데...

긴장된 얼굴로...이들을 진두지휘하는 

사또의 모습이 보이는데...

삼적과 의태가 당도한다...

 

사또 유의원.

의태 마을의 상황은 어떠합니까...?

사또 ...벌써 십수명이 죽은 듯 하오.

삼적 ...(심난한)...

병자들을 나르고...사기가 침범한 가옥들을 불태우자면

젊은 장정의 힘이 필요할 것입니다...

사또 그건...마을 안에서 해결해야 될것이요.

역병이 도는 마을안으로 누가 들어가겠소.

의태 ...사또 말이 맞네.

일단 들어가보지.

사또 유의원 

(한쪽의 중갓 쓴 사내를 가리키며)저기 저 자는 

한천골의원이요 협력하여...부디 병이 번지지 않도록 

애써주시오.

 

의태와 삼적이 사내를 보면...

사내 겁먹은 얼굴로...

사또 앞으로 와서 무릎을 꿇는다.

 

사내 나으리...소인은.두시골로는 들어갈수가 없습니다요.

사또 뭐야?

사내 소인을 살려주십시요...나으리...

사또 네 이놈...

니놈이 그러고도 의원이라 하겠느냐?

내 네놈을 목을 당장 베어버리겠다.

 

사또 칼을 뽑아들면...

 

사내 나으리...살려주십시오.

의태 (사또를 보고)나으리...저자를 보내 주십시오.

사또 유의원...

의태 ...저희면 됐으니...보내주십시오.

사또 (사내를 보고)괘씸한 놈...

썩 물러가거라.

 

사내...벌떡 일어나 줄행랑을 치는데...

그런 사내를 보는 의태와 삼적...

 

의태 가세...

 

의태와 삼적이 마을로 들어간다.

 

S#60. 두시골 일각

 

마을안으로 들어서는 의태와 삼적...

마을 전체가...병에 감염된 듯...

초가마다 통곡과 신음이 베어나오고 있다...

불길한 시선을 교환하는 의태와 삼적.

어린아이의 자지러지는 울음소리가 들리는 

초가로 들어서면마당에...아이의 어미인 듯한 

여자가 쓰러져 있고...얼굴 가득 반진이 퍼진 아이가...

숨이 넘어갈 듯...울어대고 있다

의태와 삼적...안으로 뛰어들어 간다.

삼적...여자를 진맥하는데...

 

삼적 이미...숨을 거두웠네...

 

의태가 방안에서 우는 아이를 안고 나온다.

의태 안스러운 눈빛으로 울고 있는 아이를 보는데...

 

S#61. 마을 일각

 

입에다 두건을 하고 있는 의태와 삼적.

역시 입에 두건을 하고 횃불을 든 

마을 사내 몇 명을 데리고 

 

의태 죽은 자들의 시신을 한곳에 모아서 화장을 하고...

사람이 없는 집들은 모두 불태워 버리시오.

 

S#62. 마을 다른 일각

 

마을 사내들이 거적에 싼 시신들을 옮긴다.

한쪽에선...장작을 쌓아놓은 곳에...

시신들이 불태워지고...그 뒤론 두어 

채의 초가가 불태워지고 있다. 

한쪽으로 병자들이 서로를 부축해가며...

이동하는데...신음과 통곡이 화염과 연기에 휩싸여

아비규환을 방불케 하는 광경이다...

 

S#63. 초가방 안

 

초가의 문을 열어 제끼는 의태.

보면...한 사내와 두명의 아이들이

고열로 신음하며 누워있는데...

부인이 방안에 부적을 붙이고 있다...

안으로 들어와 부적을 뜯어내는 의태.

 

의태 이런다고 병이 낫는게 아니요.

(같이 온 사내들에게)어서 병자를 옮기게.

사내 예...

 

S#64. 마을 일각, 다른 초가 안

 

의태가 누워있는 병자들을 진맥하고 있다.

방안에 들어선 환자만도...예닐곱명이고.

 

S#65. 초가 마당

 

초가마당으로 속속 들어오는 병자들...

마당 멍석에 누워있는 

병자들을 돌보고 있는 삼적.

의태가 방에서 나오면...

 

삼적 병자들의 땀을 발산시키고 설사를 시켜야겠네...

의태 그 일은 내가 맡을테니 자넨 노군신명산과 

태창공벽온단(太倉公酸瘟丹)을 준비해주게. 

삼적 알았네.

 

S#66. 산음마을 일각

 

관원들이 마을일각에 역병이 퍼졌으니 

경계하라는 내용이 방을 붙이고...

이를 본 사람들...모두 술렁이는데...

이를 보느 함안댁이 놀라고...

 

S#67. 구일서의 방

 

일서...방안에서 언년이를 얼르고 있는데...

함안댁...사색이 되어...방안으로 뛰어들어온다.

 

함안댁 여보 여보...큰일났어. 

일서 왜그래...?

함안댁 두시골에...역병이 돈데...

일서 뭐? !

함안댁 자...빨리 당신 허리에 차 

 

함안댁...허리춤에서 

천에 쌓여진 뭉치 세 개를 꺼낸다.

그 중 하나를...

언년이의 강보속에 집어 넣는 함안댁.

 

일서 뭐야 그게...?

함안댁 귀신 쫓는 약이래...아 뭐해. 얼른 허리춤에 하나 쑤셔넣어!

 

S#68. 허준의 집

 

다희...싸릿문을 단속한다.

 

S#69. 손씨의 방

 

손씨...겸이를 품에 꼭 안고 있는데...

이때 다희가 들어오면...

 

손씨 (걱정스런 얼굴로)애비 소식은 있소?

다희 없습니다.

손씨 ...의원이라고...역병이 도는 마을로 들어간건 아닌지...

 

손씨와 다희의 걱정스런 얼굴.

 

S#70. 화전마을 초가방

 

허준이...방안에 누워있는 

병자들 돌보고 있다.

 

S#71. 두시골 일각

 

초가마당에서 정신없이 병자를 보는 의태와 삼적.

마당으로 병자들을 데리고 오는 마을 사내들.

 

S#72. 화전마을 초가방

 

허준이 임종을 지키던 병자들이 죽었는지.

병자의 얼굴위로...이불을 덮는다.

그 옆에서 설게 우는 딸아이...

안스러운 눈빛으로 그런 딸아이를 보는 허준.

 

S#73. 산속 일각

 

허준이 무덤앞에...딸아이와 함께 서 있다.

무덤앞에 서서 예를 표하는 허준.

 

S#74. 두시골 일각

 

병자들을 보는 의태...

몹시 피곤하고 초췌한 몰골인데...

어지러운지...잠시...병자들을 보던 손을 멈추면...

그런 의태를 의식하는 삼적...의태에게 다가가서...

 

삼적 자넨 좀 쉬어야겠네...

의태 됐어...

삼적 고집 피우지 말고...쉬어야해.

이러다 자네가 먼저 가고 말아.

의태 ...내 걱정말고...어서 병자들이나 보게.

 

의태...다시 병자를 보기 시작하고...

착잡한 얼굴로 그런 의태를 보는 삼적...

 

S#75. 길가 일각

 

산음마을로 들어서는 허준...

길가엔...사람의 모습을 찾을 수가 없는데...

허준...의아하다...

 

S#76. 의원 일각

 

의원안으로 들어서는 허준..

.마당에도 아무도 보이지 않는다.

허준...병사로 가보는데...병사마져 텅비어 있고...

탕약을 들고...지나가던 예진...허준을 발견한다.

 

예진 허의원님...

 

허준...예진을 보고...

 

S#77. 의원, 사랑채

 

허준...예진과 함께...

사랑채로로 옮겨진 병자들을 보고있는데...

 

허준 허면...지금 스승님과 대사님께선...두시골에 가 계신단 

말씀입니까...? 

예진 예...

 

허준...옆에 놓여진 봇짐을 다시 짊어진다.

 

허준 저도 두시골로 가봐야겠습니다...

예진 아니되십니다...

허준 ...?

예진 스승님께선...허의원이...두시골로 와서는...안된다고고 

하셨습니다...

허준 (이해할 수 없다)정말 스승님께서 그리 말씀하셨습니까...?

예진 아마...약방의 병자들을 돌보라는 의중이신 듯 합니다...

허준 허나 지금 약방엔...촌각을 다투는 위급한 병자가 없지 

않습니까... 습역은 전염성이 강해...빨리 손을 쓰지 

않으면...많은 이들이 목숨을 잃게 될 것입니다... 

그곳엔...한사람의 의원이라도 더 필요할 것이니...가겠습니다...

 

허준이 사랑채를 나가면 예진...난처한데.

 

S#78. 두시골어귀

 

한상이가 지나쳐가려 하면...

관원들이 이를 제지한다.

 

관원 어딜 가는겐가?

한상 산음으로 갑니다...

관원 지금 이곳을 지날 수 없으니 돌아가게...

한상 ...무슨 일이요? 

관원 두시골에...역병이 도네...

한상 예...?

관원 웬만하면...산음으로 안들어가는게 좋을 것이네.

바로 붙었으니...역병이 번지는건...시간문제지...

 

그말에...한상...바짝 긴장하는데...

 

S#79. 두시골 입구

 

허준...다급하게 걸어오면...

관원이 허준을 막는다

 

관원 뭣하는 놈이냐? 

허준 마을 안으로 들어가게 해주시오. 난 허준이란 의원이요.

 

관원들...초라한 허준의 행색을 보고...

믿을 수가 없는데...

 

관원 자네가 정말 허준인가?

허준 그렇소...

관원 (길을 비켜주면서)어서 가보게.

 

허준이 두시골로 달려가는데...

그런 허준의 모습에서 

 

END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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