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창사기념 특별기획 드라마
허 준(64부) -최종회-
1바닷가 전경
드넓은 수평선이 펼쳐진 인적 없는 바닷가...
거친 세상사를 비웃듯...잔잔한 파도가 무심하게 밀려와
모래를 쓸어가고 있는데...
부딪히는 파도 소리가 오히려 외딴 바닷가의
적막감을 더해주는 듯 하다..
2유배지 초가 마당.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은 허름한 초가앞.
보면 고을 현감과 아전 사령들이 있고..
허준이 있다.
현감 ..죄인은 들으시오..
허준 ......
현감 ...죄인은 관아의 내락을 받지 못한
외지인과는 일체의 접촉도 할 수 없소.
인근 고을을 오갈 수도 없으며..
만약 임의로 유배지를 이탈할 시에는 중형에 처해질 것이요.
허준 .......
현감 죄인은 자신의 죄를 참회하고..
매사 자중하며 행실을 바로 하시오..
허준 ..
현감 (아전과 아전과 사령들에게)가자.
현감이 아전과 사령들을 이끌고 나가면.
허준 공손하게 인사를 하고...
3초가 밖
현감과 이방이 사령들과 함께 나온다
현감 (이방과 사령들에게)..수시로 드나들며...
죄인의 동태를 살피도록 하라!.
이방 예 사또
4초가 마당..
허준이 초가들 둘러 본다..
허술하기 짝이 없는..초가 모습이 비춰지고..
5초가. 허준의 방
세간 살이 하나 없는 초라한 허준의 방에는
낡은 이부자리와 베게 하나가 고작이다.
허준..방안을 둘러보는데..
6바닷가..
바닷가에 나와...상념에 잠겨있는 허준...
마음의 상심으로 그 모습..무척이나 초췌한데..
그런 허준의 위로...자신을 눈물로 떠나보내던
다희와 손씨의 모습이 떠오른다..
가슴이 아픈 허준..
.
7허준의 방
몸져 누운 손씨...심하게 앓고 있는지...가는 신음을 흘리고 있고
곁에선 다희가 수건에 물을 적셔 손씨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아내고 있는데....
그런 다희의 눈가에도 눈물이 그렁하게 맺혀있다..
8유배지 산중일각. 낮
허준이 지게에 나무짐을 싣고 산길을 헤쳐내려오고 있다
비탈길을 내려오는 허준..
힘겨워 보이고..
산을 내려오던 허준의 눈에...약초가 눈에 띤 듯..
허준..지게를 내려놓고..
조심스럽게 약초를 캔다.
캐낸 약초를 보는 허준..
허준...더이상 의술을 시행할 수
없는 자신의 처지를 절감하듯...씁쓸한 심정으로.
쓸쓸한 미소를 띠는데..
9초가 밖
노모를 업은 한 사내와 여자가...초가 안을 조심스럽게
기웃거리며 살피고 있는데...
그때 한쪽에서 나무짐을 진 허준이 온다..
이들을 보고 의아한 허준...
허준 ..무슨 일이시요.
허준를 보고 놀라는 사람들..
10초가마당
마당 한켠 작은 평상에는 노모가 눕혀져 있고..
사내와 아낙의 이야기를 듣는 허준..당혹스러운데...
사내 의원님께서 한양서 어의를 지내신 분이란 걸 압니다요..
제발..우리 엄니 좀 살려주십시오..
허준 .....!
아낙 (애절하다)앓아 누운지 벌써 달포 짼데....
돈이 없어 약 한첩 제대로 못 써 봤습니다요..
사내 제발 사정 좀 봐주십시오..의원님...
허준...억지를 부리는 이들을 보며..난감한데..
안된다는 걸 알면서도 시선은..걱정스럼게 평상에 누워있는
병자에게로 가는 허준....
사내와 아낙을 보고..
허준 ..난 유배를 온 죄인이요
병자를 볼 순 없소...
사내 의원님!
허준 (착잡하고)그만 돌아가시오..
허준..이들을 물리치려 하자..사내..땅바닥에 엎드려
통사정을 하는데...
사내 의원님 제발 좀 봐주십시오...
제발 우리 엄니 좀 살려주십시오..
허준 .......
사내 의원 손길 한번 닿지 못하고 황천길 가시면
내 이 가슴에 포한이 질것같습니다요.
제발 제발 한번만 봐주십시오.
허준..착잡한 얼굴로 망설이는데..
잠시 고민을 하다가 어쩔수 없는 듯..
평상에 누운 노모쪽으로 간다.
허준...노모를 진맥하고
곁에서는 사내와 아낙이 걱정과 기대가 섞인 눈으로
그런 허준을 지켜보는데....
허준..노모의 팔다리를 만져보고...
허준 ..파밑동과 피마자 기름을 구할수 있소?
사내 ....그..그거야 구할수 있습지요.
허준 그럼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을 잘 듣고..
그대로 해야하오.
사내 ..예..의원님..
허준 ..병자는 상한이라는 병이요..
상한은 몸이 한기에 상해 생긴 병인데..
다행히 여름철에 생기는 상한은 치유만 빠르면 목숨엔 지장
이 없소.
사내 .........
허준 우선 어머님을 집으로 모시고 가
뜨거운 죽에 파밑동을 넣어 드시게 한 후
온몸이 축축해질 때까지 땀을 내게 해야 하오..
너무 오래 땀을 내면 도리어 병자의 기가
허해지니 반드시 한 식경을 넘겨선 아니되오.
사내 알겠습니다요.
허준이 다시..노모의 상태를 살피는데..
허준이 노모의 얼굴에서 손씨의 모습이라도 느끼는 듯..
10-1궐 전경.
10-2 광해군의 처소
광해군이..착잡한 얼굴로 상념에 잠겨 있다.
이때 밖에서 들리는 상궁의 목소리..
상궁 (소리)..전하..어의 영감 입시이옵니다.
광해군 들라하라.
방문이 열리고..도지가 방안으로 들어와서..
광해군에게 예를 갖추고..
자리에 앉는다..
광해군 앉으시오..
도지 예..전하.
광해군 영감, 허준대감의 식솔들이 어찌 지내는지 아시오?
도지 ....
광해군 ..노모와 안사람..그리고..관직에 있는 아들이 있다 들었소.
도지 노모는...대감이 유배를 떠난후 몸져 누웠고..
아들인 허겸이는..지금..진천현감으로 있다 합니다.
광해군 ..몸져 누웠다?.. 위중하오?
도지 ..그것까진 소신이 모르옵니다.
광해군 ..하면..어의가..직접 가서 허준대감의 노모를 살펴주시오..
도지 (광해군의 말에 조금 놀란듯)...전하..
광해군 과인은...대감을 유배지로 보낸것이..애통하오..
지금이라도..당장...유배지에서 불러 올리고 싶소만.
왕실의 권위와 조정의 기강을 앞세우는 대신들의 반대가 극
심하니 과인도 어쩔수가 없소..
어의가..과인을 살피듯...상질의 약재를 가지고 가..
성심을 다해 대감의 노모를 살펴주시오.
도지 ...소신..전하의 분부를 받들겠사옵니다..
11허준의 집 마당...
많이 수척해진 다희가 마당 한쪽에서 탕약을
다리고 있다.
12손씨의 방
겨우 숨을 몰아쉬고 있는 손씨...위중한 상태다.
그런 손씨를 도지가 진맥하고 있는데..
그 곁에는 오근이가 걱정스런 얼굴로 앉아있는데..
그때..방문이 열리며 다희가 탕약을 들고 안으로 들어온다
오근 ..이리 주십시요...
오근, 다희에게서 탕약을 받아..내려놓는다.
다희 ..좀..어떠십니까....
도지 ..그렇지 않아도 쇠약하신 터에...대감의 일로..충격을 크게
받으신 것 같습니다..
다희 ........
도지의 말에 금새 눈물이 그렁해지는 다희
도지..착잡하고..오근도 속상한 지 한숨을 내쉬는데..
그때...밖에서 대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린다
다희..얼른 눈물을 훔치며 일어서려는데...오근이 말린다
오근 ..제가 나가보겠습니다..
13허준의 집 마당
밖에서 누군가가 요란하게 대문을 두드리고 있다.
오근...마당을 가로질러 대문쪽으로 간다.
오근 나간다니까....
오근..대문을 열면...양태와 일서..함안댁이 안으로 들어온
일서 .형님이 여긴 웬일이슈?
오근 ..어의 영감 모시고 마님 병세를 살피러 왔네.
일서 어의라니?
도지서방님 말이요?
오근 (괜히 은밀하게)주상전하께서..친히..어의영감을 보내셨다네..
함안댁 (흥분해서)아니..유배를 보낼때는 언제고..이제와서
어의를 보내나 그래.
병주고 약주나!!
오근 어허..불경스럽게끔..
함안댁 (찔끔하고)..
오근 자네들은 웬일들인가..
양태 (들고 온 약재를 보이며)..마님께서 기력을 못차리신다기에..
보약 좀 지어 오는 길이유..
오근 ..잘했네.
일서 그나저나..준이 형님한테 소식은 좀 있수..?
오근 ..유배간 사람 소식을 무슨 수로 알겠나...
나도 알길이 없네..
오근의 말에..착잡한 이들...
오근 ...아씨한텐 잘 계실거라 말씀드렸으니..
행여 딴소리들 말게...
일서 (함안댁에게)당신 들었지..?
함안댁 ..내가 뭘.....?
일서 입조심하란 말이야..
함안댁 알았어..
이때 마당 한켠에서 얘기를 듣고 있는 다희..
뒤안으로 가는데..
다희...쏟아져 나오려는 울음을 틀어막으며..오열한다
허준에 대한..염려와 그동안 눌러왓던 감정이
일시에 복받치는 듯...다희..서럽게 어깨를 들썩이는데...
14허준의 초가전경(아침)
15허준의 방
잠들어있는 허준...몸을 뒤척이는데..
이마에는 식은땀이 흐르고 있다.
허준..잠에서 깨어나면..악몽을 꾼듯..잠시 허멍한 얼굴로
있는데.. 이때 마당에서..쿵쿵하는 소리가 들린다..
의아한 허준....자리에서 일어난다
16허준의 집 마당
일전의 사내가 마당 한켠에 장작을 패고 있다.
사내..땀을 뻘뻘 흘리며 일을 한다,
그때..방문을 열고 안에서 나오는 허준..
사내를 보고 놀라는데..
허준 ..뭐하는게요?.
사내 (허준보고 넙죽 인사하며)...인제 기침하셨습니까요?
허준 (당혹스러운)...지금 뭐하는거요?
사내 의원님 말씀대로 했더니..
우리 엄니가 금새 자릴 털고 일어났습니다요..
지가 인두껍을 쓰고 어찌 그 은혜를 몰라라 하겠습니까요.
허준 이러지마시오.
하는데...부엌 쪽에서 아낙이 밥상을 들고 나온다
아낙 (조심스런)아침 진지 다 됐는데....
허준...아낙를 보고 놀란다..
사내 .아 뭐해..그럼 빨리 내오지 않고..
아낙 ..예...
허준.. 당혹스러운데..아낙이 상을 들고 나와서..
평상에다 놓는다.
사내 어서 드십시오..
허준 ..이러는걸..관아에서 알면..경을 칩니다.
그만 돌아가시오.
사내 지들을 걱정말고 어서 드십시오.
까짓거 한번 죽지 두 번 죽습니까?
아낙 차린건 없지만 어서 드세요.
허준..어쩔수 없다는 듯 ...
사내 저어 근데 지들 말고 여기 누구 찾아온 사람 없었습니까요?
허준 ....?
사내 (다행이다 싶고)아이고 없었나 보네..
허준 ..그게 무슨 말이요?
사내 실은 저 망할놈의 여편네가 동네방네 입방정을 떨고 다녔습
니다요.
허준 .....
17허준의 집 근처.
사령 두명이 허준의 초가쪽으로 오는데..
두사람 먼시선으로 허준의 집을 보면..
집앞에 십수명의 사람들이 모여있다.
사령 저게 뭔 일이야?
사령들 놀라서..급하게 허준의 초가쪽으로 가는데..
18허준의 초가 마당
십여명의 사람들이 초가 안에서 웅성거리고 있고..
허준..이들을 설득하느라 진땀을 빼고 있는데...
허준 .제발 돌아가십시오...이러시면 안됩니다..
노인 ..의원님 제발 지들 병도 좀 봐주십시오.
절대로 소문이 안나게할 것이니 제발 한번만 봐주십시오..
노인의 말에...저마다 봐달라고 사정하는 사람들..
허준..난감한데...
그때..안으로 사령들이 들이닥친다.
사령1 ..지금 뭣들 하는거요!!
사령들의 등장에 놀라는 사람들..허준..당혹스럽고.
19초가밖일각.
허준의 집밖 한켠에서 노인이 사령을 설득하고 있다.
사령1 아무리 그래도..이 사실이 사또 나으리 귀에 들어가는 날엔..
우린 목아지가 날아갑니다요..
노인 야 이놈아 우리가 입 다물고 니놈이 입을 다무는데
사또 나으리가 뭔재주로 알아....
노인의 말에 사령들 ..어찌할 바를 모르겠는데..
노인 ..막동이 니놈 마누라도 애 낳고 앓아 누운지가 벌써 이태째
가 아니야..
사령1 .그야 그렇지만...
노인 저 의원님은 우리 같은 불쌍한 것들 살려주라고..
하늘이 보낸 은인이야....
그러니 눈 딱감고 내말들어..
노인의 말에 사령들 갈등이 이는 얼굴로 서로를 보는데..
20허준의 초가 마당
사령 한사람이 주위를 살피며 경계를 서고 있는 가운데..
허준...초가마당에서 병자들을 진료하고 있다..
허준..사람들을 진맥하고 그들에게 처방을 내려주고 있다.
허준 (병자에게)..설사가 오래되고 멈추지 않을때는..
도토리를 먹는게 좋소..
도토리 껍질을 벗겨 볶은 다음 가루 낸 것을 더운물에 타서
하루에 세번 끼니뒤에 먹도록 하시오...
한쪽에서는 사내가 사람들을 순서대로 정리하고
있는 모습이 보이는데....
그때 마당 안으로 사령 한명이 부인을 부축해 들어온다.
사령이나 사람들 모두 순박한 모습들이고..
21한양. 궐 전경
22내의원 협실
도지와 명원, 만경, 태은이 모여..의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뭔가 잘 풀리지 않는지 심각한 얼굴들이다
명원 기경팔맥은 혈자리가 배속되어 있지 않지만..
임맥과 독맥은 모두 혈자리가 배속되있소..
그러니 경맥은 임맥과 독맥을 포함하여
모두 십사경맥으로 정리해야 하오..
태은 ..십사경맥이라니..당치 않소.
경락의 범주에 속하는 것이 십이경맥이라는 것은..
촌구석의 의원들도 다 아는 사실이잖소.
만경 ...임맥과 독맥은 기경팔맥에 속하니..
십이경맥과는 차이가 있네..
이판관의 주장엔 무리가 많아..
명원 ..하지만 어의께서도 임맥과 독맥을 십이경맥과
같이 정리하는 것을 검토하고 계셨습니다..
태은 ..어의께서라니...
아니 언제 어의께서 그런 말씀을 하셨단 말이오?
명원 (순간..당황하는)...의서찬집을 맡으셨던
허준 대감께서 그리 말씀하셨소이다..
명원의 말에..일순...가라앉는 분위기..
태은, 도지의 눈치를 보는데..
도지의 표정..굳어지지만 불쾌함이 아닌..일이 제대로 풀리지
않는 것이 마음에 걸리는 얼굴이다.
태은 ..어찌 하시겠습니까...영감...
도지..쉽게 결정을 내릴 수 없어 망설이는데...
그때..안으로 학도가 황급히 들어온다
학도 .영감.. 잠시 나가보셔야겠습니다.
도지 학도를 보는데....
23탕약방 일각
상화를 비롯한 여러 의관들, 종약서원등이 약초의 효능에 대해
연구하고 있는 탕약방안...
다들...말려진 약재를 놓고 어쩔 줄 모르는 얼굴로 서있는데..
그때 안으로 도지와 학도가 들어온다
도지 ..무슨 일인가?.
상화 ..폭건(자막: 햇볕에 널어 말리는것)해야 할 약재와
음건(자막: 그늘에 널어 말리는것)해야 할 약재를 구분하지
못해..
문제가 생겼습니다...
오근 .약재를 말리는데 굳이 그같은 구분을 둬야 할
까닭이 없지 않습니까.
학도 그래서 효능을 연구해 보자는게 아니였소.
헌데 임의로 그걸 바꾸면 어쩌겠다는게요!!.
오근 (당혹스럽고)..
도지 그 지시는 허준 대감께서 하셨던가?
학도 (당황한..)..예에 영감...
도지...착잡한 심정으로 말려진 약재들을 보는데...
24내의원 집무실
연구내용이 쓰여진 종이더미가 서탁위에 가득 쌓여있고..
수십권의 의서들이 펼쳐져 있는 집무실 안.
의서와..연구한 내용들을 넘겨보던 도지..
문득 그 자리에서 밤이 늦도록 의서 편찬에 열중하던 허준의
모습을 떠올리는데.....
착잡한 도지...
도지...뭔가를 결심하고 집무실 밖으로 나간다...
25도제조 집무실
도지가 신임 도제조인 최명걸에게 뭔가를 이야기하고 있다
그러나 최명걸의 얼굴..단호한데...
명걸 .아니될 말이네.
도지 대감....
명걸 유배를 간 중죄인한테 어찌 의서 편찬의 책무를 맡기잔 말인
가?.
어찌 그런 자에게 의서 편찬의 책무를 맡기란 말인가.
도지 이 번 의서는 허준 대감이 십년이 넘게
편찬작업을 총괄해왔습니다.
헌데 지금 대감의 손길이 미치지 않아
모든 진행이 난관에 부딪히고 있습니다...
명걸 ..하면 편찬을 중지하게.
도지 대감...!!!
명걸 허준이는 이제 의관이 아니라 죄인이야..
그런 자가 조정의 일을 수행하도록 용납할 순 없네.
그 의서는 어의 손에서 마무리 짓던가
여의치 않거든 중단하게.
도지 ....
26궐안 일각
착잡한 심정으로 궐안을 걸어가는 도지..
27내의원 집무실
도지, 만경과 명원 학도 상화, 태은등과 숙의하고 있다
모두들 도지의 제안에 놀라는 얼굴인데...
태은 ..(놀란얼굴로)영감....
무슨 수로 허준 대감께 편찬작업을 맡긴단 말입니까..
도지 ..대감이 계신 유배지로..
의서와 내의원의 연구자료들을 보내드릴 생각이네.
도지의 말에 충격받는 의관들.
만경 ...영감의 말씀대로 유배지의 대감과
접촉을 하면 자칫 큰 문제가 생길 수도 있습니다..
사실이 발각되면 죄인과 내통했다는 혐의로
어의께서도 추궁을 받으실테고.
대감께도 화가 미칠지 모릅니다..
도지 이 의서는 허준 대감이 평생을 걸고 시작한 거요.
그러니 마무리도 대감이 지어야 하오.
의관들 ...
도지 또한 우리 모두의 노고가 담긴 만큼 제대로 만들어야 할것이
요.
그러자면 대감의 힘이 필요하오...
다들 무거운 얼굴들인데..
도지 이 일은 은밀하게 진행되어야 할 것이니 다들 입 조심들 하
시오..
28허준의 집. 마당
오근이가 다희에게 허준을 찾아간다는 소식을 전하는데..
다희..놀란다.
다희 ..그게 정말이십니까...
오근 ..예...
한 식경 뒤에 의관나리들과 짐을 지고 떠나라는
하명을 받았습니다...
다희 ....
오근 대감께 전하실 게 있으시면 저한테 주십시요..
다희 ...
29허준의 방
다희..허준의 방으로 황급히 들어온다.
갑작스럽고 기쁜 마음에 뭐부터 챙겨야 할지..당황하는 다희...
작은 서랍장을 열고..허준의 옷가지를 챙기기 시작한다.
그러다 문득..허준의 옷을 보고..울컥..감정이 치받쳐오르는데..
다희...허준이 생각나는듯...눈물이 그렁해진다.
그러나 약해지는 마음을 다잡는 다희...
옷가지들을 보자기에 챙겨 담는다.
30허준의 집 밖
다희..오근에게 보자기에 싼 것을 건네준다.
다희 ..어머님이 병환중이라는 말씀은..전하지 않는게..
나을 듯 합니다....
오근 ..예...
다희 (떨리는 목소리)..식솔들은 모두 무사하니..
아무 심려마시라고 전해주십시요...
오근 ..알겠습니다...
그럼 좋은 소식 갖고 돌아오겠습니다...
오근 다희에게 인사하고 돌아서는데...
멀어지는 오근을 보는 다희...
자신은 같이 갈 수 없음이 한스럽고..
31들 일각
의서와 자료를 한아름 지고...들길을 가고 있는
만경과 오근...상화의 모습..
무거운 짐을 지고 가지만...힘든 기색 없이..
굳은 결의가 가득한 모습들이다.
32허준의 초가 마당
제법 많은 병자로 북적거리는 허준의 초가.
일전의 사내가 사람들을 정리하고 있고..
전번의 그 사령1은 아예 병부잡이로 나선 듯..
병자를 진맥하는 허준의 곁에서 허준이 지시하는 바를
받아 적고 그 화제를 병자에게 건네주고 있다.
33바닷가 일각
모래 둔덕위에 짐을 풀은 만경과 오근...
초조한 듯 서성이고 있는데...
그때 한쪽에서 상화가 다가온다.
만경 ..어찌 됐는가..
상화 사령들이 경계를 서고 있어 안으로 들어가지 못했습니다..
만경 (낭패다).큰일이로구만...
상화 ..헌데 이상한 일이 있습니다.
만경과 오근이 상화를 보면...
상화 ..대감의 처소로 병자들이 들고 나는 것이
대감께서 진료하고 계신 듯 했습니다...
상화의 말에..놀라는 만경과 오근
34초가 밖
사령2가 초가에서 경계를 서고 있는데...
그때 오근이 한쪽에서 온다 오근 치통을 앓기라도 하는 듯.
턱과 뺨에 수건을 두르고 있다
오근..긴장된 얼굴로 초가에 다가가고..
근처에 가면..몹시 아픈 표정을 짓는다...
사령이 그런 오근을 제지하면서.
사령2 ..못보던 사람인데...
오근 .....(긴장하고)...
사령2 이 동리사람이 아닌거 같은데..어서 왔소?
오근 (아퍼서 말을 못하겠다)..소무드고..아래도네에서 와으...
사령2 ..뭐라고..?
오근 ..소무드고...아래..도네서...
오근..계속 아픈척을 하며..못 알아들을 말만 하고..
사령 짜증난다..이때 사내가 나오고.
사내 뭡니까?
사령2 우리 고을 사람이 아닌거 같은데..
통 말을 알아 들을수 있어야지..
사내 (오근을 보고 사령2에게)아파서..온 사람 같으니 들여보내주시
오.
사령2 들어가 보시오.
오근...아주 능청스럽게 절을 꾸벅하고 안으로 들어선다.
35허준의 방
허준, 사내와 어린아이를 진맥하고 있다.
옆에선 관원이 허준의 지시한 바를 적어내려간다.
허준 ..고뿔로 가래가 끓기 시작할 때는..
도라지를 달여 그 물을 하루에 세번 끼니 뒤에 달여 먹는게
좋소..
그리고 이 아이가 어지럽고 자꾸 토기를 느끼는 것은
더위를 먹었기 때문이요...
집에 가서 콩죽을 쑤어 밤이슬을 맞힌 다음..하루 세번 먹이
거나 그도 여의치 않다면 갈근을 즙을 내어 빈속에 마시게
하시오.
병자 예 어르신
허준의 말대로 적어 내려간 사령1, 병자에게 화제를 주고
사령1 꼭 시키신대로 하시오.
(문을 향해)..다음..!
병자가 아이를 데리고 나가고..이어 턱을 감싸쥔
오근이 안으로 들어오는데.
허준은 붓으로 무언가 기록을 하고 있다.
그런 허준을 보는 오근..왈칵 눈물이라도 날 것 같은데.
허준은 오근을 의식 못하다가 고개를 들면서
허준 어디가 아파서 왔습니까?
들어오는 사람이 오근임을 알고 놀란다.
허준..오근을 보고..크게 당혹해하고...
오근 그런 허준을 보며..눈을 찔끔거리는데...
허준..겨우 마음을 가라앉히고..
허준 (사령1에게)..미안하네만...밖에 병자가 몇이나
남았나 알아봐 주겠나.
사령1 예..
사령1이 밖으로 나가자마자...허준밖을 의식하면서
허준 .대체 이게 어찌 된 일입니까.
오근 (눈물이 글썽한)..대..감...
지금 상황을 믿을 수 없는 허준..
어안이 벙벙한 채로 오근을 보는데....
36바닷가 일각
초조하게 서성이고 있는 만경과 상화..
오근이 간 쪽을 자꾸만 보는데...
저쪽에서 허준과 오근이 오는 모습이 보인다.
상화 (가슴이 벅차다)..저기 오십니다..
만경 ..
만경과 상화...허준쪽으로 다가가는데....
오근과 함께 온 허준...만경과 상화를 보며...
차마..말을 하지 못한다.
만경 ..대감....!
허준 .!
상화 ..그간 강령하셨습니까.....
허준 ..........
허준..눈시울이 붉어진 채로 두사람의 손을 잡을 뿐..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그런 허준을 보는 만경과 상화의 눈에도 눈물이 맺힌다.
옆에서 이를 보는 오근도 눈물이 글썽해지는데.
(시간경과)
어느덧...일몰이 지기 시작하는 바닷가..
만경으로 부터 이야기를 전해들은 허준...
심각한 얼굴로..그들이 짊어지고 온...의서와 자료들을 본다.
만경 ..어의께서는..의서편찬을...
대감께서 끝내야 한다고..하셨습니다..
그리고. 다른 의관들 모두..그리 생각하고 있습니다..
허준 ........
한동안..아무말 없이..짐들을 내려다 보던 허준..
허준 ..나로 인해..모두가...고초를 겪을 수도 있소..
상화 ..그건..이미..각오한 일입니다 .
허준..잠시 상념에 잠기는데..
그때...오근이가 허준에게 다희가 준 짐을 건넨다
오근 ..댁에서..보내오셨습니다..
보따리를 건네받는 허준..뭉클하다
허준 ..어머니와...안사람은.....어찌 지내고 있습니까..
오근 .다..들..강령하십니다...
주상전하께서..친히 어의영감을 보내시어..
마님을 살펴보라 하셨습니다..
허준 (놀란다)...
만경 어의영감 말이..주상전하께옵서는...
대감을 유배지로 보낸 것을 애통해 하신다 합니다.
대소신료들의 반대로 대감을 유배보내셨지만..
주상전하의 심중에 대감이 있으니..
머지않아..유배도 풀릴거라..사료됩니다.
허준 .....
37허준의 방(밤)
만경등이 들고 왔던 짐이 풀어져 있고...
허준..의서와 정리된 자료들을 꺼낸다..
만감이 교차하는 듯한...허준의 심경..
허준...이내...결의를 다지는 듯한 얼굴...
서탁 위에...한지를 펼쳐놓고...뭔가를 써내려가기 시작한다.
그 위로...허준의 소리
허준 (소리)...사람 머리가 둥근 것은 하늘의 둥긂을
사람 발이 각진 것은 땅의 각짐을 볻받는다.
하늘에 사계절이 있는 사람에겐 사지가 있으며
하늘에 오행이 있으니 사람에겐 오장이 있으며
하늘에 여섯 극점이 있으니 사람에겐 육부가 있다.
38내의원 집무실.
도지..만경. 상화, 오근등이 짐을 싸고 있다.
오근...다 싸든 짐을 둘러메고...
만경과 상화등도...막..짐을 꾸리고 있는데...
도지 ..서두르게...
도지..초조한 모습으로 이들을 보는데...
39몽타쥬
만경과 상화....오근이 등짐을 지고...가고 있는 광경
바닷가 일각에서 허준...만경등을 만나는 광경이 비춰지고...
새벽이 밝아오도록 의서를 집필하고 있는 허준...
피곤도 잊은 채..열중하고 있는 모습인데.
39-1궐안 광해군 처소.
광해군이 있고..그 앞에 성인철과 정작..최명걸이 있다.
최명걸 전하..아직도 영창대군을 따르는 무리들이..있다합니다.
교동에 위리 안치된 영창대군이 살아있는 한..
언제 다시 역모를 꾀할지 모르는 일이옵니다.
광해군 (착잡한 얼굴)...
영창의 외조부 김제남을 사사한지가 언젠데....
이젠..영창마저 죽이자는게요?
최명걸 전하...왕실과 조정의 안위를 살피고자 함이옵니다.
광해군 ..대행대왕께서는 동기간의 우애를 돈독히 하라는
유교를 내리셨소.
최명걸 전하..지금은 전하의 치세이옵니다.
대행대왕께서 내리신 유교에 집착하시기보다는
전하의 왕도를 여시는 일이 시급한 때이옵니다.
통촉하여 주시옵소서.
광해군 (단호하게)그문젠..과인 앞에서 다신 거론 마시오..
성인철과 최명걸의 착잡한 얼굴..
광해군 영상..
인철 예..전하..
광해군 ..과인은 유배지에 있는 허준대감을 불러..
과인과 왕실의 안위를 맡기고 싶소.
명걸 전하..아니될 말씀이옵니다.
광해군 ..대체 언제까지 안된단 말만 할것이요.
허준대감은 과인에게는 각별한 사람이요.
이제 그만..과인의 뜻을 따라주시오.
명걸 전하...소신 전하의 뜻을 모르는 바는 아니오나..
허준을 사면하심은..조정의 기강을 어지럽지는 일이옵니다.
광해군 ..그만하면 왕실의 체통과 조정의 기강을
세운 것이 아니요.
명걸 전하..통촉하여 주시옵소서.
광해군 (화를 낸다)듣기 싫소!! 물러들 가오!!
성인철과 명걸..정작이 물러나는데...
광해군..착잡한 얼굴이다..
40유배지 관아 동헌마당.
현감이 아전의 말을 듣고 있는데..
현감 ...수상한 자들이 죄인을 만나고 있다니..
그게 무슨 소린가..
아전 ..소인이 알아본 바로는..
한양서 내려온 사람들인 듯 싶습니다.
현감 (바짝 긴장하고)한양.....?
현감...뭔가..생각을 하는 얼굴인데..
이방..그런 현감의 안색을 살피고...
현감 죄인의 동태를 더 상세히 살펴보게.
아전 예 사또
41도제조 집무실
최명걸 성인철..정작이 잇고..최명걸이
허준의 유배지 현감이 보낸 서찰을 읽고 있다..
최명걸이 얼굴이 굳어지고..
명걸 (성인철과 허준을 보고)..유배를 간 허준이가..
내의원과 내통하고 있다 합니다.
주상전하께 아뢰야겠습니다.
성인철과 정작 근심스러운 얼굴
42광해군의 방
광해군 앞에 최명걸이 있고..
명걸 전하 허준이는 죄인의 신분으로 내의원 의관들과 내통하여..
국사에 관여를 하고 있사옵니다.
이는 조정의 기강을 흔들고 전하의 성총을 흐리는 일이니
참형으로 다스려야 할것이옵니다.
광해군 ....
명걸 ...전하 통촉하여 주시옵소서..
광해군 ..정황만 있을뿐 정확한 진상은 밝혀진 게 없질 않소.
내 진상을 파악한 후에 조치를 취할 것이니 그리 아시오.
43들녁..
의금부 도사와 나졸들로 보이는 서너 명의 사내들이..
말을 타고 급하게 가고 있다.
44유배지..허준의 초가 방안.
의서를 정리하고 있는 허준..
정갈하게 정리가 되어있는 책자의 가장 앞부분의.. 서문을 적어내
려가고 있는 허준..
다 쓴 글을 다시 한번 읽어본 후.. 만족스런 얼굴로.. 책자를 고이
덮고.. 책장에 동의보감이라고 적는다..
한쪽엔 작업을 끝낸 책들이 쌓여있는데..
허준..그책을 보면서..지난 십 수년간의 회한이 밀려오는 듯 하고..
45초가마당.
마당으로 나온...허준이.. 초가 앞에서..
한양방향으로...큰절을 두 번 올린다.
허준 (마음의 소리)전하 이제야 의서 편찬을 끝냈습니다
조선이 후미진 동방에 위치하고 있으나.
선대로부터 의학의 도는 끊이지 않았으니
이 의서는 중국의 북의, 남의에 견주어 하등 뒤처짐이
없고 길흉과 경중이 밝은 거울처럼 자손만대로 빛날것이기에
그 표제를 동의보감이라 하였습니다.
소신 이 의서를 주상전하와 이 땅에서 나고 살아갈 만백성에
게 바치고자 하옵니다.
허준..감격스러운지 눈에 눈물이 핑도는데..
이때 허준의 초가로...의금부도사와..나졸들이 들이닥친다.
도사 ..뒤져라..
나졸들..허준의 집을 뒤지고.. 허준..놀란다..
허준 ..왜...왜들이러시오?
도사 몰라 물으시오? 유배온 중죄인이 내의원과 내통하여
국사를 논하려 하지 않았소.
주상전하께서 진상을 파악하라 어명을 내리셨소.
도사와 나졸들..거침없이 허준의 방으로 들어가고..
46방안..
방안으로 들어온 도사와 나졸들..
방안에 있는 의서들을
거친 손놀림으로...내간다..
허준..그 모습을 보고...경악하는데..
허준 이..이게 무슨 짓이요
허준..동의보감을 정신없이 챙길려는데..
나졸들 그런 허준을 밀친다..
허준 아니된다.. 이건 아니된다!
허준..경악한다.
47궐전경
48광해군의 방
광해군앞에...허준에게서 가져온 의서들이 쌓여있고..
광해군이 그 표제와 서문을 읽는다..
광해군의 감격스러운 얼굴.
광해군..의서 한권을 들고..방밖으로 나가는데..
49대신집무실.
중신 집무실에..성인철과 정작..최명걸..그리고 도지 등의
중신들이 있는데..이때 밖에서 들리는 목소리..
지밀상궁 주상전하 납시오..
다들 놀라서..자리에서 일어나면...광해군이..집무실로 들어온다.
광해군 득의 만면하고.. 손에 들고 있는 의서를 탁자 앞에
놓는다..
광해군 ..영상..이 서책이 무엇인줄 아시오?
인철 ....
광해군 (최명걸을 보고)도제조는 무엇인줄 아시오?
명걸 ....
광해군 동의보감이라는 의서요.
허준대감과 내의원 의관들이 각고의 노력을 기울인 끝에
완성한 의서란 말이요.
도지 감격하고 다른 대신들 놀란다..
광해군 외딴 오지에 부처가 되고서도..
자손만대로 길이 빛날 의술의 체계를 완성했소.
명걸 전하 허준이는 그럴 자격이 없사옵니다..
광해군 (단호하게)들으시오!!
과인은 십 수년간 각고의 노력 끝에 의서 편찬을 완성한
내의원 의관들의 공덕을 치하하고자 하니 지금 즉시
유배지에 있는 허준 대감을 한양으로 불러 올리시오!
도지 (감격하고)성은이 망극하옵니다.
명걸과 대신들의 무거운 얼굴.
50궐안전경.
51광해군의 방.
광해군이..서책을 보고 있는데..이때 밖에서 들리는 한상궁의
목소리..
상궁 전하....허준대감 입시이옵니다.
광해군 (반색하고)들라하라.
문이 열리고..허준이 방으로 들어온다.
허준 광해군에게..예를 갖추는데..
자신에게 절을 하는 노쇠한 허준의 모습에..
광해군..가슴이 뭉클하다..
광해군 ..앉으시오..
광해군의 앞에 자리하는 허준...
광해군..잠시 아무말 없이..허준을 바라보는데...
광해군 (가슴아픈)..많이 수척해졌소...
유배지에서..고초가..컸던가보오...
용서하오...
과인이 부덕해 어의를 지켜주지 못했소...
허준 전..하...
광해군 어의와 이렇게 마주하니..
이제야 가슴에 쌓인 회한이..사라지는 듯 하오..
다시는...과인의 곁을 떠나지 말고
왕실과 과인의 안위를 지켜주시오..
어의는...과인보다..더 오래 사셔야 해요.
광해군..밝게 미소짓는데..
그런 광해군을 보는 허준의 표정...어둡다..
허준 ..전하..소신...한가지..청이 있사옵니다.
광해군 ..말해보시오..
어의의 청이라면 무엇이든 들어주겠소..
허준 불충한 소신을..불러주신 전하의 성은.. 하해와 같사오나...
소신..이제 그만 의관의 책무를 접고..낙향하고자 하옵니다...
광해군 ..!!!
낙향이라니요....?
허준 ..소신..스승님의 고향인 산음현으로 내려가..
남은 여생을...그곳의 병자들을 돌보며..살고자 하옵니다..
부디...윤허하여 주시옵소서..
광해군 (단호한)어의를 보내고..애통해하다.
이제야 겨우 불러들였소. 그럴수는 없습니다.
그럴수는 없습니다..
허준 ..전하...
내의원에는 소신보다 뛰어난 재주를 지닌 젊은 의관들이 많
사옵니다..
소신..저들이 왕실과 전하의 안위를 지킬..
의술을 지녔다고 사려되옵니다..
광해군 ..내가 어의를 믿고 의지하는 건..
의술 때문만이 아닙니다...
이날껏...과인에게 있어 어의
는..스승이자..벗이였소.
과인에게 무슨 근심이 있는지..
그 근심을 어찌 풀어야 하는지..알고 있는 유일한 사람이였소.
난..아직도 똑똑히 기억합니다..
어마마마께서 돌아가시기전..어의한테..나와 형님을 부탁한다
하셨지요.
어의는 그리 하겠다 약조하지 않으셨소!.
허준 (괴롭고)전하..
광해군 .내 유배지에 있는 어의를 부르지 못해 애를 태운 것은..
어찌보면..어의를 위해서가 아니라..
과인을 위해서였소..
과인에겐 어의가 필요합니다..부디..그 청을 거두어주시오...
허준...간절한 광해군을 보며..가슴이 아프지만..
결심은 흔들리지 않는다.
허준 아뢰옵기 황공하오나 전하..
소신...스승님의 무덤 앞에서.. 어떠한 일이 있어도
가난한 병자들을 외면하지 않겠다 다짐했사옵니다..
평생 그 다짐을 지키고자 애써왔으나..
..오랫동안 미처 깨닫지 못한 것이 있었사옵니다..
광해군 ...
허준 그것은 ...가난한 병자들이..
소신을 찾아오길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소신이 저들을 찾아나서고..
소신이 저들과 삶을 같이 해야한다는 것 이였사옵니다 .
광해군 .....
허준 전하..소신에게..스승님과의 약속은..
목숨보다 소중한 것이옵니다...
소신...어리석게도 여생이 얼마 남지 않은 지금에서야..
그 약속을 지키는 방도를 찾았습니다.
전하...부디 소신의 불충을 용서하시고..
낙향할 수 있도록..윤허하여 주시오소서...
광해군..허준의 애절한 말을 착잡한 얼굴로 듣는다
광해군 ..정녕..다른 길은 없겠소..
과인의 곁에서..스승과의 약속을 지킬..방도는 없는 거요
허준 ...전하..
허준의 눈빛 절실하고..광해군..더이상 잡을 수 없다
두사람 사이에 잠시 침묵이 흐르고..
광해군 (한숨)...과인이 더 고집을 세우면...
어의에겐 상심만 될테지요..
허준 ...전하..
광해군 과인 또한..어의와 약조을 했다면..
무슨 일이 있더라도..그것을 지키고자 노력했을 것이요..
그러니..나도..어의가..스승과의 약속을 지킬 수 있도록..
도와줘야겠지요.
허준 .....(감격하고)전하..
광해군 ...(눈물이 핑돌고)허나 과인이 보고 싶을 때는 어의는 항상
내 곁에 달려와야 하오. 그것만은 약조를 해 주시오.
허준 ....전...하..
광해군 약조를 못 해 주겠소?
허준 전하! 신은 전하의 신하이옵니다. 어찌 감히 전하의 명을 거
역하겠나이까?
광해군 좋소 어의의 뜻대로 하시오
허준 전하 성은이 하해와 같사옵니다.
광해군 (안타까움과 미소)
허준 또한 눈시울이 붉어지는데..
52허준의 집 마당.
마당 한켠에서 일을 하고 있는 다희.
평상에 앉아서..나물을 다듬고 있는데..
이때 마당으로 들어오는 허준..
다희 허준을 의식못하고 계속 나물을 다듬는데..
많이 늙은 느낌이다.
허준 그런 다희를 애뜻한 시선으로 바라보는데..
허준 ....부인
다희 돌아보고 문앞에 서서 자신을 바라보는 허준을 보는데..
놀라는 다희..
다희 ...대감...
허준 ...부인..
허준..다희에게 다가서고...허준을 바라보는 다희..
참았던 눈물이 흘러 내리는데..
허준..다희에게 가까이 다가서고...두사람..포옹을 한다..
허준의 품에 안겨서 눈물을 흘리는 다희..
허준 ..어머니께..문안 여쭈어야겠소.
어머니께선 강령하시오?
다희 ...대감..
다희...오열을 하는데..
순간 허준의 불길한 느낌..
허준..방안으로 간다..
53방안.
허준이 방문을 열고 들어오면..
방안 한쪽에 손씨의 젯상이 차려져 있고..
향불이 피워져 있다..
그 모습을 본 허준..경악하고..
허준 ..어머니...
허준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린다.
54 손씨의 묘소.
무덤앞에서 절을 올리는 허준..
그 옆으로 다희와 양태가 그런 허준을 지켜본다..
절을 올린 허준이 무덤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 오열을 한다
허준 ..어머니 소자의 불효를 용서하십시요..
착잡한 얼굴로 그런 허준을 바라보는 양태와 다희..
55일서의 집 마당.
일서와 함안댁 언년이 그리고 양태와 유월이가 있는데..
일서 (놀란 얼굴로)뭐? 그게 무슨 소리냐?
함안댁 ..산음이라니? 갑자기 산음엔 왜 내려가?
양태 ..준이 형님이 산음으로 내려가신답니다.
해서 오근이 형님하고 나도 산음으로 가기로 했습니다.
함안댁 미쳤다..미쳤어.
아니 주상전하를 모시는 어의까지 했겠다..
여기 한양에서 번듯한 약방 하나 차리면
떼부자가 될텐데 그 촌구석엔 뭐 뜯어먹을게 있다고
내려간데.
(순간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일서를 보고)여보 여보..
내가 생각해 보니까 겸이네가 돈이 없나보네..
한양서 약방차릴 돈이 없어..
우리가 뒷돈 대주고 동업하자 그래.
언년이 어머니!
일서 이 여편네가 돈에 환장했나 말끝마다 돈 돈이야..
준이 성님이 어디 돈 타령하는 양반이야.
함안댁 (머쓱하고)...
일서 우리도 가자.
함안댁 (놀라고)가긴 어딜가!
일서 .당신 한양 지겹지도 않냐.
돈은 벌만큼 벌었으니 약재창고 정리하고 산음으로 가자..
지리산 자락에다 번듯한 기와집 한 채 지어놓고..
슬슬...사냥이나 하면서 살면 좋잖아.
함안댁 .(기가 막히고).사냥 좋아하네 갈려면 당신 혼자가.
난..죽으면 죽었지..거긴 못내려가.
일서 (떨떠름)...
56허준의 집 마당
허준과 다희가..간단한..등짐을 지고..
집을 나서는데..일서와 함안댁이 언년이와 함께 배웅을 한다.
다희와 함안댁 언년이 마당 한쪽에서 뭐라 얘기를 주고
받는동안 일서는 허준과 얘기를 한다.
일서 (아쉽고).같이 가면 좋겠는데..
저놈에 여편네가..당최 말을 들어먹어야지..
형님 먼저 내려가 계시우..
언젠간 나도 내려가리다.
허준 유배가 있는 동안 어머니와 안사람 살펴준 은혜는.
두고 두고 잊지 않겠네.
일서 별 말씀을 다하시우.
이때 다희와 함안댁이 오면서
함안댁 그냥 한양서 의원 내면 좀 좋아 그래.
다희 (입가에 미소를 띠고)그럼 강령하십시오.
함안댁 ..나야 저 양반이 내 속 뒤집지만 않으면..
천년 만년도 살지.
허준(다희에게) 그만 갑시다..
다희 예..
일서 먼길 가는데...몸 조심하시우..
57허준의 집 앞.
허준과 다희가 떠나고..일서와 함안댁 언년이 아쉬운 얼굴로..
그런 두사람을 바라본다.
58산음일각.
먼 여정에 지친 허준과 다희가..산음으로 들어서고..
두사람 모두..만감이 교차한 얼굴로..
산음을 둘러본다.
59약방.
유의태의 약방 마당에 오근이 있고..
오근 사내들에게 지시를 하고 있다.
오근 거 빨리 빨리 좀 치우게.
그리 꾸물거려서 뭔 일을 하겠나.
이때 병사 쪽에서 홍춘이 오고..
오근 병사하고 약재창고는 어찌됐소?
홍춘 정리가 다 됐습니다.
오근 .(약방을 둘러보면서 흐뭇한 얼굴로)
허의원이 당도하면 감회가 새로울거요.
이때 약방으로 양태가..허겁지겁 들어오고..
양태 ..형님 형님 준이 형님 오십니다.
허준과 다희가 약방으로 들어선다.
오근 어서 오시오..
홍춘 ..(허준과 다희에게 인사를 하고)먼길 오시는데 무고 하셨습니
까?
허준 예.
오근 어떻습니까?
이만하면 옛날 그대로가 아닙니까?
허준..감회어른 눈빛으로 약방을 둘러본다.
60병사앞..
병사를 보는 허준..옆에 오근과 양태 유월 홍춘이 있고..
오근 병사는..뒷채에다..한칸 더 지었습니다.
양태 벌써...형님..내려오신다는 소문이 돌아서..
산음은 물론이고..인근..고을 병자들까지 몰리고 있습니다요.
61약재창고앞..
약재창고 앞으로 오는 허준 일행..
허준..약재창고 안을 보는데..
홍춘 당장 써야될 약재는 준비해 뒀습니다.
허준 애쓰셨습니다.
오근 (한쪽에 있는 사내들에게)어이..자네들 이리와 봐..
사내 너댓명이...오고...
오근 어서 허의원님께 인사 여쭙게..
사내들 허준에게 인사를 한다..
오근 약초꾼으로 쓸 자들입니다. 꺽쇠는 어딨나?
이때 한쪽에서 다급하게 오는 꺽쇠 꺽쇠 허준을 보고 감격한다..
꺽쇠 ..허의원님.
허준 ..오랜만입니다 형님
꺽쇠 ..(눈물까지 글썽해지고)..허의원님.
허준이 입가에 미소를 띠고..꺽쇠를 보는데..
62약방마당.
허준과 오근이 마당으로 나오면서..
오근 방으로 들어가 보십시오.
스승님께서 쓰시던 유품을 그대로 뒀습니다.
허준 ...(말없이 유의태가 쓰던 방을 본다)..
허준 마루로 올라가서 방으로 들어가는데..
63방안.
허준이 방으로 들어온다..방을 둘러보는 허준.
감회에 젖는다. 그런 허준의 얼굴위로..
반위에 걸린 유의태가...자신을 진맥해보라고 말하던..모습이
떠오르고..
의태 ..가까이 다가와...나를 진맥하거라.
허준 ...(불안한 얼굴로)스승님..
의태 ...어서 진맥하거라..
허준이...의태 앞으로 다가가서..의태를 진맥한다.
의태를 진맥하는 허준의 얼굴이 굳어지고..
의태 ..(스스로 옷을 벗고...자리에 눕는다)..
명치께를 만져 보아라..
허준..떨리는 손으로..의태의 명치부위를...만지는데...
순간..하늘이 무너지는듯한 충격
허준 ...(떨리는 목소리)스승님...
한쪽에서 이 모습을 보는 예진의 눈에 눈물이 맺히고..
의태 ...그리 놀랄 것 없다.
허준 ...
의태 네가 느끼고 본 대로 반위다.
허준 ...(말도 못하고 눈물이 맺히는데)...스승님...
의태 치유하기엔 늦었어..
허준.....눈물이 흘러내리고...
의태 놀랄것도..애통할것도 없다..
사람이..명을 다해 죽는 것은 세상의 이치다..
나는 그저 순리대로 가는 것 뿐이니..
나로 인해..심상하거나...흔들려서는 아니된다.
.
그런 유의태를 떠올린 허준..
자리에 앉아서..유의태가 쓰던...유품을 쓰다듬으면서
허준 (마음의 소리)스승님 소인 돌아왔습니다.
소인..스승님께서 평생을 지키셨던 이 자리에서...
스승님의 유지를 받들겠습니다.
죽는 그날까지 심의가 되는 길을 게을리 하지 않겠습니다.
부디 지켜봐 주십시오.
64산음전경(낮)
65약방앞.
십수명의 병자들이 진을 치고 순번을 기다리고 있다.
양태 병자들에게 순번 패찰을 나눠주고 있다.
66마당.
병자들이 득실대는 마당 마당 평상에도 땅바닥에도..
병자들이 있고..
마루에서 병자들을 보고 있는 허준 그 옆에 오근이 병부를
적고 있고 홍춘이 허준을 수발들고 있다.
꺽쇠를 포함한 약초꾼 사내들이 병자들을 돌보고 있고..
67안채 일각.
마당 한켠에서 다희와 유월이가 피고름 묻은 수건을 빨고 있다.
힘겹지만 밝은 얼굴인데...
68지리산 자락.
허준이 꺽쇠를 포함한 약초꾼들을 인솔하고..
산자락을 누비면서..약초를 캐는 모습등이 몽탸쥬로 비춰지고..
69병사앞..
허준과 오근 홍춘이 병사에서 나와서..
마당쪽으로 오는데...
이때 대문밖에서 다소 소란 스러운 소리가 들린다.
무슨 일인가 싶은 허준..
70대문앞..
양태와 병자들이 실갱이를 하고 있다..
양태 나참..답답한 사람들이네.
병자 한번 만 봐주십시오.
허준 무슨 일이냐?
양태 ..허구헌날 빈손으로 와서 약을 달라 사정을 합니다..
병자 (허준을 보고)의원님..
사정 좀 봐주십시오. 정말 돈이 없습니다요..
양태 야 이사람아..내가 돈을 달랬나? 돈이 없으면 보리쌀 한 됫박
이라도..
가져와야지 도리가 아뇨?
사람들이 어찌 그리 염치가 없어..
병자 ...벌써 수 년째 기근이 들어..초근목피로 연명하는 처집니다.
소인들도 낯짝이 있는데 집안에 양식을 싸놓고 어찌 그리하
게습니까.
제발 좀 봐주십시오.
병자2 두시골 오시골 할것없이..굶어죽는 사람 천집니다요.
제발 사정 좀 봐주십시오.
허준 (양태에게)..병자들을 들이고 필요한 약을 주거라..
허준이 대문안으로 들어가면..
양태가 그런 허준을 따라가고..
71마당.
양태..허준에게..
양태 형님..이러다가는 더 이상 약방을 유지 할 수가 없습니다.
저희들도 쌀뒤주가 바닥을 보이고 있습니다.
약초꾼들한테 새경은 고사하고..
하루에 삼시 세끼도 못먹일 형편입니다.
허준 초근목피로 연명을 하고 굶어죽는 사람이 천지라는데..
어찌 우리만 끼니를 챙겨먹겠느냐?
병자들이 굶으면 우리도 굶어야 할 것이다.
병자들 속사정도 못 헤아리면서 무슨 병을 고쳐!!
양태 (찔끔)...
허준 (오근에게)오시골 두시골로 진료를 나갈것이니 채비해 주십시
오..
오근 예..
72산음일각.
허준과 오근 홍춘이 진료를 가고 있다.
73오시골 일각.
마을로 들어서는 허준 일행..
이때 맞은편에서 사내 하나가 지게에 거적을 씌우고..
걸어오고..부인으로 보이는 아낙은..울면서 따라온다.
사내가 가까이 온 것을 보면..
사내가 진 지게에 거적 밑으로..어린 아이..발이..보인다..
놀라는 오근과..홍춘..
허준 ..무슨 병으로..죽었습니까?
사내 (퉁명스럽게)병은 무슨 병이요.
굶어죽었소.
허준 ..난 의원이요..어디 한번 살펴봐도 되겠습니까.
사내 보시오..
허준이 거적을 들치고..죽어있는 아이를 살펴본다.
허준이 이상한 느낌을 받는데..
이때..가까운 곳에서 곡소리가 들리고..
사내 하루 이틀 멀다하고.. 들리는건 곡소리 밖에 없습니다.
사내와 아낙이..죽은 아이를 지고 가면..
허준과..오근..홍춘이..곡소리가 들리는..초가마당으로 들어간다..
74방안..
방안에..아낙이 울고 있다..
예닐곱살 된 계집아이가 죽어있고..아이를 부여잡고 우는데..
사내는 침통한 얼굴로 눈물을 훔치고 있다.
아낙 용순아...이것아..제발 눈 좀 떠봐..
눈좀 떠보란 말이야.
이때 방문이 열리고...허준이..방안을 본다..
허준 .난. 의원이요. 좀 살펴봐도 되겠소.
사내 벌써..죽었습니다요.
허준이..방안으로 들어오고..
허준이 죽은 아이의 상태를 살피고..
상태를 살피는 허준의 얼굴이 굳어지는데..
75마당.
오근 홍춘이 마당에 있는데..허준이 나오고..
홍춘 어찌된 연유옵니까?
허준 .굶어죽은게 아니요.
홍춘 그럼 뭡니까? 무슨 연유로... 처참하게 죽어갑니까?
허준 ..역병인 듯 싶습니다.
오근과 홍춘 놀라고..
허준 (오근을 보고)병자들을 격리해야 겠으니..
어서 가서...양태와 약초꾼들을 불러 오십시오..
오근 알았소..
오근이 허겁지겁 마당을 빠져 나가고..
허준 (홍춘에게)다른 집을 살려봐야 겠습니다.
허준과...홍춘이 급하게 다른 집으로 간다.
76마을일각.
꺽쇠와...약초꾼들..양태가...병자들을 업고..나르고 있고..
다른 한쪽에서는...초가를 불태우고 있다.
77초가마당.
마당에 병자들이 누워있고..허준이 병자들을 살피는데..
어린 아이만 있는 것이 아니고..남녀 노소를 가리지 않고 있다.
다들 못먹어서..피폐한 얼굴들인데..
병자들을 살피던 허준이..오근과 홍춘이 쪽으로 온다..
허준 다들...굶은터라..기력이..약해..병이 급속하게 번지고 있습니다.
사물탕을 써 쇠한 기력부터 보해야겠습니다.
홍춘 알겠습니다.
허준이..마당밖으로 급하게 나갈려고 하면..
오근 어딜 가십니까?
허준 관아에 다녀와야겠습니다.
오근 ....?
78관아 동헌.
허준이 급하게 동헌 마당으로 들어서면..
한쪽에 있던 아전이 다가온다..
아전 무슨 일이요?
허준 난 산음현 의원인데..사또를 뵈야겠소.
아전 무슨 일이냐고 묻지 않소?
허준 긴히..전할 말이 있으니..어서 전하시오!!
허준이 다급하게 말하면..아전..찔끔하고..얼른 한쪽으로
사라진다. 허준이 초조한 얼굴로 서성거리는데..
이때 한쪽에서 사또가..아전 두어명과 동헌 마당으로
나타난다.
사또 무슨 일이요?
허준 오시골과..두시골에 역병이 번지고 있습니다.
사또 (놀라고)그게 정말이요?
허준 ..현민들 모두가 오랜 기근으로 굶주려
쇠약해진 기력때문에..병이 급속하게 번지고 있습니다.
사또께서는 환곡으로 현민들의 기력부터..회복해야 할것입니
다.
어서 관아의 곳간을 열어...현민들에게..곡식을 나눠주십시오.
사또 ..관아의 곳간을 열라니?
이 자가 감히..어디서..
허준 환곡이라 함은 이럴때를 대비해 만든 제도가 아니요.
곳간에 곡식을 쌓아놓고..현민들을 굶겨죽일 셈이요!!
사또 (성난 얼굴로)환곡을 푸는것은..내가 결정할 문제요.
당신은 관여말고..병자들이나 보시오!!
허준 ...(그런 사또를 노려보다가 성난 얼굴로 돌아서서 나간다)..
사또 그런 허준을 보고..
사또 저..저런 시건방진..자가 있나.!!
(옆에 서 있는 아전에게)여봐라..
저 자가 산음현 의원이라 했느냐?
아전 ..사또..저...사람은....허준이라는 의원입니다.
사또 (놀라고)뭐야?
하....하면....어의를 지낸...의원이란 말이냐!
아전 예..사또..
사또 이런 낭패가 있나..
왜 진작에 말하지 않았더냐!!
아전 ...미처 말씀드릴 틈이 없었사옵니다.
사또..안절부절 하는데...
79방안.
허준이...서찰을 적고 있다.
80대신 집무실.
성인철이...업무를 보고 있는데..이때 도지가..집무실로 들어온다.
도지 (손에 서찰을 들고 있고)대감..
산음으로 내려간..허준대감이 보내온 서찰입니다.
인철이..서찰을 읽는데...
인철 (도지를 보고)어서..주상전하께 아뢰야겠소.
81광해군의 방.
광해군이...허준이 보낸 서찰을 읽고 있다.
서찰을 읽는 광해군의 얼굴이 굳어지는데..
광해군 ..경상도로 보낼 구황경차관으로 최명걸 대감을
명하시오..
인철 예, 전하..
광해군 (도지를 보고)어의는 내의원 의관을 파송하여 역병을 수습하
도록하시오.
도지 예..전하.
82내의원 집무실.
내의원 의관들이 모여있고..도지가 앞에 있다..
도지 ..허준대감이 내려간 산음 거창..밀양..진주일대에
역병이 돌고 있다 하오..
의관을 파송하여..역병을 수습하란 어명이오.
다들 긴장하는데..
상화 제가 가겠습니다.
만경 ...저도 가겠습니다..영감.
학도 저도 보내주십시오. 영감.
명원 제가 인솔해서 다녀 오겠습니다.
도지 좋습니다.
의관들 서로들 보내 달라고 하는데...
83마당(밤)
곳곳에 횃불이 켜져 있고...병자들이 누워있다..
오근과 홍춘이 병자들을 돌보고 있다..
병자들에게 탕약을 먹이고 있는 오근과 홍춘..
허준이 나오고..허준고..마당에 있는 병자들을 돌볼려는데..
허준.. 어지럼증을 느끼는지..비틀한다(허준의 역병 감염)
오근이..보고..놀라고..
오근 허의원..
허준 ..괜찮습니다.
허준..병자들을 보는데...오근..그런 허준이 걱정스럽고..
이때 마당으로..양태와 다희가 들어온다..
두사람..소쿠리에...주먹밥을 가져오고..
양태 (오근에게 주먹밥을 주고)형님..드십시오.
다희 (홍춘에게)좀 들고 하십시오.
오근과 홍춘이..주먹밥을 먹는다...양태...한쪽에서 병자를 보고있는
허준에게 다가가서...
양태 형님..좀 들고 하십시오.
양태..허준에게 주먹밥을 주는데..
허준이..주먹밥을 먹을려는 순간..빤히 자신을 보고 있는..
어린 아이를 본다..아이..침을 삼키는데..
허준 (아이게게 주먹밥을 주고)..먹거라..
아이..얼른 다가와서..낚아채듯이..주먹밥을 가져가서..
걸신이라도 들린 듯이 먹는다..그 모습을 보고 가슴이 아픈 허준.
양태 ..형님..이러다 형님 마저 쓰러지십니다.
벌써 몇끼를 굶었습니까?
허준 ...난 됐다.
굶주림에 찌들어 마른버짐이 핀 저 얼굴을 보거라..
가난에 지쳐...죽어 가는 저들 앞에서..
내가 무슨 염치로 내 속을 채우겠느냐
양태 굶주림이 어디 형님 탓입니까?
가난은 나랏님도..구제못한다 했습니다.
허준 .(쓸쓸하게 미소띠면서)
그래...나랏님도 구제 못하는 가난을 내가 어쩔순 없다..
허나..저들의 고통이라도..나누어져야지 .
그게 의원의 도리다.
허준..다시 병자들을 보기 시작하고..그런 허준을 안스러운
눈빛으로 보는 다희.
84오시골 초가방안(밤)
병자들이 누워있고..허준이 병자들을 돌보고 있다.
허준..몹시 초췌하고 피곤한 기색.
허준 진땀이 나고 오한을 느끼는 듯 한데..
입술이 바짝 타 있다..허준..어지럼증을 느끼는지.
바라보는 병자들이 흐릇해 보이고..
허준..정신을 차릴려고 애쓴다.
85초가마당(밤).
마당으로..나온..허준이..한쪽에서 병자를 보고 있는
홍춘에게로 간다..
허준 태창공벽온단이 있으면..좀 주시겠소.
홍춘 ..방안에 있는 병자들은 제가 이미 다 먹였습니다.
허준 ..따로 쓸데가 있습니다.
홍춘...한쪽에서...환약을 가져다가 주는데..
허준이 환약을 받아들고..한쪽으로 간다.
잠시 그런 허준을 보는 홍춘..
85-1초가뒤안.
사람들이 없는 초가 뒤안으로 온 허준.
홍춘에게서 받은 약을 먹는다.
다시..어지러운지..한쪽에 기대어 앉는 허준.
오한을 느끼는 듯 한데..
86오싯골일각
김만경과..상화..장학도와 이명원 그리고 몇 명의 도약사령과..
세희 채령..옥정 장덕등 의녀들이..오싯골에 나타나는데.
87초가마당.
밤을 샌듯..피곤한 얼굴로 병자를 보고 있는 허준과 오근..
홍춘..이때 만경과 의녀 일행이...마당으로 들어서는데.
만경 대감..
상화와 학도..명원도..허준을 부르고..허준..그들을 보고..
놀란다.
허준 ..이판관 김직장 장주부..
세희와 의녀들..홍춘을 보고..반색을 하면서..
세희 어의녀님..
홍춘 .채령아..옥정아..장덕아
홍춘이 반가와서 눈물이 글썽해지는데..
(시간경과)
상화..명원 학도..등도..병자들을 돌보기 시작하고..
홍춘과 의녀들도..의관들의 수발을 든다..
한쪽에 선 허준과 만경..
만경 ..구황 경차관으로 최명걸대감이 오셨습니다.
저희와 같이 파송된 정판관과..윤주부는...거창으로..
이직장과..한참봉은. 밀양으로 가서.병자들을 돌보고 있을것입
니다.
허준 ..이제야 한시름 덜겠소..
만경 (허준의 안색을 보고)대감..안색이 안좋으십니다.
좀 쉬셔야 될 듯 싶습니다.
허준 ..(입가에 미소를 띠고)난 괜찮으니 심려마시오.
허준이...의관들쪽으로 가서..무언가 지시를 내리는데..
근심스런 얼굴로 그런 허준을 보는 만경의 시선.
88관아 동헌.
최명걸이 있고..그 앞에 바짝 긴장한 사또와 아전들이 있다..
명걸 현민들이 그토록 굶주려 있는데 현감이란 자가..
어찌 그리 무심할수 있는가!!
사또 ..대감 소신은 관찰사의 하명를 받아..
명걸 닥치시오!!.
그것이 그릇된 하명인줄 판단할 능력도 없단 말인가!!
사또 ....
명걸 (아전들에게).어서 .곳간을 열어 현민들에게 양식을 나눠 주도
록 하라!!.
아전들 예...
89관아앞
백성들이 줄지어 서 있고..
90-1초가마당.
의관들이 분주하게 병자들을 보고 있다.
의녀들...병자들에게..환약 혹은 탕약을 먹이고 있고..
한쪽에서..그런 모습을 보는 허준..
이마에 흐르는 진땀을 수건으로 닦는다.
허준..초가뒤안쪽으로 가는데..
90-2초가뒤안.
허준이..사람들을 의식하고 뒤안으로 온후..
허리춤에 찬..주머니에서...환약을 꺼내서 먹을려고 하는데.
이때...만경이..허준을 찾는다..
만경 대감...대감..어디 계십니까?
허준이..돌아보면..만경이 두리번 거리면서...다가온다..
허준 ..무슨 일이요?
만경 대감..큰일났습니다.
당장..병자들에게..줄 약이 떨어졌습니다.
허준 (난감한데)...
허준... 마당쪽으로 나간다.
90-3마당.
마당으로 나온..허준..
마당 한켠에 열두어살 된 사내 아이 두어명이...
심한 오한에 떨며 고통스러워 하고 잇다.
허준..그런 아이를 보고 잠시 망설이다가..
그 중 가장어린 아이에게 허리춤에 찬 주머니에서
약을 꺼내서 아이에게 환약을 먹인다.
이때 만경이 지나가자
허준 (주머니를 만경에게 건네면서)우선 이 아이들한테 이 약을 먹
이고..
김창봉과..도약사령들한테..어서 약을 조제하라 이르시오.
만경 (안도하고)예..대감..
만경이..주머니에서 환약을 꺼내서 심한 오한과 발열로
괴로워하는 아이들에게 약을 먹인다.
그 모습을 보는 허준..자신도..오한이 오기 시작하고..
허준..얼른 초가 뒤안쪽으로 간다..
90-4초가뒤안.
초가 뒤안 쪽으로 온 허준..온몸이 부들 부들 떨리는 오한이
견딜수 없이 괴로운데..마치..약을 못먹은 아편환자처럼..
힘겹다..진땀이 흐르는 허준..
90-5약방 약재창고..
오근과 한양에서 온 도약사령 두어명..그리고..
꺽쇠가 있다. 절구에다..약재를 빻고 있는 사령들..
오근 약재가 떨어져서 난리니 어서 서두르게..
먹어야 할 때를 놓치면 병자들한텐 치명적이라네..
그땐 약을 먹어도 소용이 없어..
90-6초가 뒤안.
허준이 혼자 있고...허준...많이 힘든 얼굴이다.
온몸이 부들 부들 떨리고..
90-7 관아동헌..
최명걸이 데리고 온 관원들이..백성들에게..쌀을 나눠주고 있다..
한쪽에서 이를 지켜보는 최명걸의 시선.
91 초가마당.
의관들이 병자들을 살피고 있는데..이때 최명걸과..
관원들이 나타난다.
의관들...최명걸을 보고 예를 갖추는데..
최명걸 허준대감은 어딨는가?
만경 병자들을 보고 계십니다.
이때 뒤안에서 나오는 허준.. 명걸을 보고 예를 갖춘다.
최명걸 병자들은 어찌됐소?
허준 제때 약을 먹지 못한 병자들을 제외하고는
오한과 발열에 시달리던 병자들이...기력을 찾고 있습니다.
이제 역병은 수습된 듯 싶습니다..
최명걸 밀양..거창..진주쪽도.병세가 잡혔다는 기별이 왔소..
노고가 많았소.
(관원들에게)그간 수고한..의관들과...굶주림과 병마와 싸우느
라..
고생한 부민들을 위해..잔치를 열것이니..준비하도록 하라..
관원들 예..대감..
최명걸.흐뭇한 얼굴로...병자들을 둘러 보는데.
허준의 몰골은 더욱...초췌해져 있다.
허준..슬며시..초가 마당을 빠져 나가고..
91-1마을일각.
사람들이 없는 마을 외곽으로 나온 허준.
인적없는..곳에 이르러..
갑자기 토악질을 한다...심한 발열로...구토증세를 느끼는 듯..
허준...다시..부들 부들 떨고..괴로운데..
그런 힘겨운 허준의 얼굴위로..멀리 풍물패의 울림이 들리고.
92산음일각.
풍물패가..신명나게 놀고...한쪽엔...음식상이 차려진 가운데..
의관들과..백성들이..모여서..신명을 펼치고 있다..
풍물패에 맞춰서..춤을 추는 백성들..
만경과 명원..학도등도..박수를 치면서 흐뭇한 모습인데..
한쪽에 오근과 홍춘..의녀들도 있다.
93약방마당.
병색이 완연한 몰골의 허준이 있는데..
양태와 다희가 있고 양태가..허준에게
양태 형님 안색이 왜 그러시오 병자의 모습니오
다희 대감
허준 아니오 한동안 과로를 했더니 많이 피곤해서 그런 모양이오,
나중에 푹 쉬면 괜찮을거요
상화 (다가와서) 대감! 구황경차관이신 최명걸 대감께서..
의원님을 모셔오라 하십니다.
양태 형님..잔치를 하느라 온 고을이 떠들썩 합니다요.
어서 가십시다.
허준 ..난..긴히 살펴야 할 병자가 있으니.. 먼저 가거라.
(다희를 보고)..당신도..가보구려.
다희 (허준을 보고 걱정스런 얼굴로)..대감! 아니 되겠습니다.
그만 쉬어야 되겠습니다.안으로 드십시오.
허준 (입가에 미소를 띠고)괜찮으니 심려 마시오.
다희 (걱정스런 얼굴)
94산음일각.
잔치가 계속되고...양태..오근 홍춘..의관들의 즐거운 얼굴들..
그들중에 다희도 있는데..
95방안.
방안에 두어명의 병자들이 누어있고.
허준이 병자에게 시침을 하고 있다.
허준..오한을 느끼는지 손이 떨리는데..
진땀이 나고...
96산음일각.
계속되는 잔치...덩실 덩실 춤을 추는...오근..양태..만경등..
다희도..그 모습을 보고 입가에 미소를 띠고..박수를 치고 본다.
97방안.
병자를 보고있는 허준..시야가 흐릇해지고..
정신이 가물가물 한 듯 한데...
98산음일각.
흥겨운 잔치 분위기가 이어지고.
다희가 두리번 거리면서..허준을 찾는다..
허준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순간 다희 웬지 불길한 느낌..
다희..약방쪽으로 간다..
99약방마당..
약방마당으로 들어온 다희...이곳 저곳을 살피면서..
허준을 찾는데..
텅빈 약방...다희..마루에 올라 방으로 들어간다..
100방안..
다희가 방문을 열면...병자들 두명이 누운채 잠들어 있고..
허준이...앉은채...고개를 숙이고 있다..
손에는 침을 들고 있는 허준..
다희..그런 허준을 보고..
다희 (웬지 불길한 느낌 떨리는 목소리)...서방님..
허준 ....
다희 서방님..
다희가..허준 곁으로 다가오고..
다희...허준의 어깨를 손으로 잡으면서
다희 서방님..
그 순간..고개를 숙인채 앉아있던 그 허준이 맥없이..
옆으로 푹 꼬꾸라진다.. 그런 허준을 보고 경악하는
다희..
다희 서방님!!!
허준..눈을 감은채 죽어있다..
다희..미친듯이..허준을 흔들면서..
다희 서방님..정신차리십시오..서방님..
허준 (깨어날지 모르고)..
다희(그런 허준을 부여잡고 오열한다)서방님..서방님...
편안한 얼굴로..죽어있는 허준의 모습..
그 얼굴위로.. 곡소리가 울리고..
101들녁길.
허준의 상여가 나가고 있다.
상열를 따르는..오근..양태..구일서 함안댁 내의원 의관들..
그리고..다희와 홍춘..의녀들...오근과 양태..서럽게 울면서..
상여를 따르는데..
처연한 얼굴로..상복을 입은채 상여를 따르는 다희의 눈에..
눈물이 흘러 내리고..
구슬픈..곡소리가..울리는 가운데...상여가 나간다.
멀어져 가는 상여에서..화면이 닫히고..
102지리산 자락 허준의 무덤...
다시 화면이 열리면..지리산 전경이 펼쳐진다.
산등성이에..허준의 무덤이 있고..
그 앞에..예진이 있다..예진..눈물이 그렁한 눈으로..
무덤을 바라보고..무덤을 쓰다듬는데..
허준과의 오랜 인연이 스쳐지나가는 듯..
회한에 찬 얼굴로...눈물을 흘린다..
무덤 옆에는 열댓살 된 계집 아이가 똘망똘망한 시선으로
그런 예진을 바라보고 있다.
103산길..
산등성이에 난..산길을 걸어가는 예진과 계집아이의 뒷모습..
꾸불 꾸불 한 산길을 걸어가는 모습이 원경으로 잡히고..
아이 내의녀님..
예진 ....
아이 내의녀님..
예진 왜 그러느냐..
아이 ..누구의 무덤입니까?
예진 ..내가..평생을 가슴에 두고 존경한 분이란다..
아이 뭐하셨던 분입니까?
예진 ...의원이셨다...
아이 ...
예진 그분은...
그분은.....땅속을 흐르는 물같은 분이셨지..
아이 ....
예진 ..태양 아래서...이름을 빛내며 살기는 쉬운 법이란다.
어려운것은....아무도 모르게..땅속을 흐르며.
목마른 사람의 가슴을 적시는거지..
그분은....그런 분이셨다.
진심으로.....진정으로 병자를 사랑한..심의셨어.
한참을 말없이 걷다가..
아이 ..내의녀님..
예진 ...
아이 내의녀님..
예진 왜 그러느냐?
아이 ..그분은 내의녀님을 사랑하셨습니까?
예진 .....
아이 ...
예진 ...그건..나도 모르겠구나..
아이 ....
예진 내가 죽어...땅속에 묻히고...
흐르는 물이 되어 만난다면..
그땐......
그땐..꼭 여쭈어봐야겠다...
끝없이...이어진 산등성이 길을 걸어가는 예진과 계집아이..
그 앞으로...불게 타는 노을...
멀어져 가는 예진의 뒷모습에서 스톱모션.
(엔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