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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내사랑] 02

작성자수다쟁이|작성시간21.10.11|조회수687 목록 댓글 0

[안녕 내사랑] 02

 

 

 

 

 

 

 




S#1. 디스코 텍 (밤)


정애, 기태네 테이블을 힐끔힐끔 보면서 연주에게 소근거린다. 

정애 : 어머, 쳐다본다, 얘. 우리한테 관심 있나봐.
연주 : 자꾸 보지 마. 
정애 : 둘 다 괜찮게 생겼어. 좀 있어 보이고. 
연주 : 싫다, 정말. 신경 쓰지 말고 우리끼리 놀아. 

이때 민수 일어나 이쪽으로 걸어온다. 

연주 : 어머 온다, 이쪽으로 와. (얼른 다소곳하게 모르는 척 한다.)
민수 : (정애를 향해) 안녕하세요.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잠시 합석해도 되겠습니까? 

처음엔 다른 곳만 보다가 민수를 올려다보는 연주. 민수와 눈이 마주치며 놀란다. 

민수 : (반가운 느낌) 아니! 
연주 : (설마 해서 자세히 보며) 어?...
정애 : (둘을 번갈아 보며) 둘이... 아는 사이야...? 
민수 : 그 축구공...! 맞죠? 미안했는데, 괜찮았어요? 
연주 : (일부러) 아니요.
민수 : (웃고는) 근데 여긴 웬일이에요? 누구 만나기로 하셨어요? 
연주 : (새침하게) 그냥 놀러 왔어요, 친구랑. 
민수 : (정애와 고개 인사하면서 은근 슬쩍 앉으며) 그래요? 잘됐네요. 
         저도 친구하고 왔는데, 같이 한잔할래요? 그날 일도 사과할 겸 제가 살게요. 

정애, 기태를 힐끔 보며 좋아하는 기색. 
연주는 어떻게 할까 정애를 보는데, 

민수 : 친구분도 괜찮으시죠? 
정애 : (연주를 보며) 그럼요... 

 


S#2. 동 디스코 텍 룸 (밤) 

 

약간 어색하게 건배를 하는 네 사람. 

기태 : (잔을 들며) 반갑습니다. (연주를 보며) 반가워요. 

기태는 연주를, 정애는 기태와 민수를, 
연주와 민수는 서로를 힐끔 보며 시선이 교차한다. 
마시고 잔을 내려놓는 네 사람. 

기태 : 그럼 이 친구랑은 학교에서 한번 만나셨군요? 
연주 : 만난 건 아니구요, 제가 치명타를 맞은 거죠. 
기태 : (웃으며 갸웃) 원래는 이 친구가 공을 좀 차는데? 
연주 : (민수에게) 좀 차는 게 그 정도세요? 
민수 : 공이라는 게요, 달라는 애한테는 아무리 줄려고 그래도, 꼭 예쁜 애한테만 가더라구요. 

         (연주에게) 그날 화가 많이 나셨나봐요? 
정애 : (끼여들며) 에이, 아니에요. 그냥 말이 그런 거지. 

웃는 세 사람. 연주는 새침하다. 

정애 : (은근히 궁금한) 저기... 두 분은 학생은 아닌 것 같은데, 무슨 일 하세요? 
기태 : 이 친군 임대사업 해요. 이 빌딩도 이 친구가 관리하는 거고,
         전 뭐... 제주도에, 대단하진 않은데, 호텔을 하나 인수하고 있어요. 물론 아버지가 하시는 거지만.
정애 : (조심스러운 관심) 그럼 곧 물려받겠네요? 
기태 : 아직 멀었어요. 노인네가 몸에 좋다는 건 다 먹고, 운동은 또 어찌나 열심히 하는지... 

웃는 정애. 연주는 새침하다. 

연주 : (민수에게) 참, 그때 그 여자분은 어떻게 됐어요? 설마 어디 감금돼있는 건 아니죠? 
민수 : 어휴, 동생을 감금하는 사람이 어딨어요. 
연주 : 어떤... 동생이요? 
민수 : 네? 어떤 동생이라니요...? 
연주 : 동생도 왜 종류가 많잖아요. 잘 아는 동생, 아끼는 동생, 가끔 만나는 동생 등등. 안 그래요? 
기태 : (웃더니) 제 동생이에요. 제 친동생. 
연주 : 이상하네? 그럼 그쪽 동생을 왜 이쪽에서 긴급 체포해요? 
기태 : 걔가 좀 문제가 있는 앤데, 내 말은 통 들어먹지도 않고, 얘기하자면 길어요. 근데 상당히 의심이 많으시네? 
정애 : (술잔을 내밀며) 얘가 원래 좀 그래요. 

기태와 정애 잔을 부딪치고 마신다. 

민수 : 그럼 두 분다 그 학교 다니세요? 

순간 연주와 정애 당황하는데, 

정애 : (얼른 천연덕스럽게) 네. 
연주 : (정애를 쳐다볼 뿐) ...
기태 : (연주에게) 연주씨라 그랬나? 무슨 과에요? 
연주 : (당황하지만 얼른 둘러대는) ... 사회학과요. 
정애 : (얼른) 저도 같은 과예요. 
민수 : (연주에게) 두 분이 친하신 가봐요? 
연주 : (안절부절) 네... 
정애 : 학교에서도 늘 붙어 다녀요. 수업시간표도 똑같고... 

연주 불편해서 정애를 보는데, 

기태 : 그럼 서로 대출 부탁하기는 편하겠네요. 
정애 : 대출이요...? 학생이 그러면 안되죠. (순발력으로 넘어가는) 대출 같은 건 은행에 가서 부탁해야지. 

기태와 민수 농담으로 받아들이며 웃는다. 

연주 : (불편해서, 얼른) 저기, 여기 화장실이 어디에요? 
민수 : 나가셔서 왼쪽으로 가면 있어요. 
연주 : (눈치 주며) 정애야, 같이 안 갈래? 
정애 : (일어서며) 그러자. 잠시만요. 

연주와 정애 나가고 나면, 

기태 : 센스도 있고, 오늘 되는 분위긴데? 

 


S#3. 동 디스코 텍 화장실 (밤) 

연주 : (들어오자마자) 너 미쳤어? 갑자기 무슨 학생이야? 
정애 : 야, 그럼 이런 데 와서 여공... (안에서 나오는 여자 때문에 주춤하며) 이라 그래? 
연주 : 어떡하려고 그래? 
정애 : 어떡하긴 뭘 어떡해? 그냥 밀어붙여야지. (히죽 웃으며) 너도 순발력 있더라? 사회학과는 또 뭐야? 
연주 : 소영이가 사회학과잖아. 
정애 : 아! 그렇지. 잘됐다. 걔한테 다 맞추면 되겠네? 
연주 : 어머머? 제정신이 아니야. 

 


S#4. 동 디스코 텍 룸 (밤) 

기태 : 연주라는 애 말이야, 괜찮다. 넌 어떠니? 
민수 : (기분을 숨기며) 뭐, 그렇지 뭐. 
기태 : 정애라 그랬나? 걔도 귀여워. 
민수 : 그래, 귀엽더라. 
기태 : 둘 다 세트로 괜찮기가 드문데 말이야... 어떻게 할까? 
민수 : 뭐가? 
기태 : 세삼스럽게 왜 그래? 슬슬 짝을 정해야지. 
민수 : 마음대로 해. 난 상관없으니까. 
기태 : 그래? (생각하며) 아니야... 오늘은 좀 빠르지? 
민수 : (얼른 맞장구) 빠르지. 

 


S#5. 동 디스코 텍 화장실 (밤) 

정애 : (화장 고치며) 이건 보통 인연이 아니라고 봐! 호텔과 빌딩이라...! 어쨌든 잘됐잖아? 넌 술값 굳었고. 
연주 : (정말 찝찝한 표정, 손 씻으며) 아무튼 좀 있다 빨리 가자. 
정애 : (무슨 소리냐는) 왜 빨리 가~? (콤팩트 닫으며) 이 빌딩 싯가로 얼마나 할까?
연주 : 얘 좀 봐? 
정애 : (고심하며) 서울에 있는 빌딩이 나을까? 아니면 제주도에 있는 호텔이 나을까?
         호텔도 어떤 호텔이냐가 문젠데 말이야... 아무튼 둘 다 기본은 하겠지? 
연주 : (기가 차서) 넌 어떻게 금방 그렇게 까먹을 수가 있니? 여태 울고불고 해서 여기까지 온 거 아니야? 
정애 : 어차피 주유소 2갠 날라간 거 아니니. 그리고 주유소보다야 호텔이 훨 낫지. 폼도 나고. 안 그래? 
연주 : (종이 타월로 닦으며) 아후, 머리야. 난 못 들어가. 우리 그냥 여기서 가는 게 어때? 
정애 : 얘가? 이 좋은 쾌를 버려? 괜히 파토내지 말고, 넌 내가 하는 대로만 따라와. (끌고 가며) 가자!

찡그리며 끌려나가는 연주. 

 


S#6. 동 디스코텍 룸 (밤) 

 

히죽 웃으며 들어오는 정애. 
연주도 애매하게 웃으며 앉는다. 

기태 : 술은 우리만 마시나봐? 
민수 : 그러게. (정애와 연주에게 권하며) 좀 드세요. 드시죠? 
정애 : (잔 들며) 네. (연주에게) 들어! 

연주, 조금씩 마시다가, 갑자기 에이 모르겠다는 심정으로 죽 다 마셔버리고 빈 잔을 딱 내려놓는다. 
남자들 놀랜다. 

막상 연주가 다 마셔버리자, 정애도 괜히 걱정이 된다. 

정애 : (작게) 야, 너 그러다 취할라. 
연주 : 에이 뭘, 이 정도 가지고. 
민수 : (연주 잔에 따라주며) 어휴, 진작 권해드릴 걸. 술 잘 하시나 봐요? 
연주 : (금방 취기가 올라오며 용기가 생기는) 그냥 좀 하는 편이죠. (침을 꼴딱 삼키고는) 우리 과에서 제일 잘 마셔요! 
정애 : (불편해서, 연주에게) 야, 너 갑자기 왜 그래... 우리 춤추러 나갈까? 
연주 : (일어서며) 그러자. (남자들에게) 앉아서 노가리만 까지 말고, 나가죠! 
기태 : (올려다보며) 어이쿠, 상당히 터프하시네. 
민수 : (따라 나가며) 봤잖아. (술 마시는 동작) 한 터프 하신 거. 

 


S#7. 동 디스코텍 무대 (밤) 


마주보며 춤을 추는 네 사람. 몸이 닿기도 하면서 조금씩 친해진다. 
연주는 걱정이 되는 듯 불안해 보이고, 

정애는 기태와 춤동작을 맞추면서 즐거워한다. 
춤을 추면서 정애는 기태를 보고, 기태는 연주를 본다. 

연주와 민수도 서로를 힐끔 본다. 
부르스 음악으로 바뀌자, 기태는 연주에게 추자고 하는데, 무대를 빠져나가는 연주. 
민수, 정애와 기태에게 둘이 추라고 권하고 빠진다. 

부르스를 추는 기태와 정애. 

 


S#8. 동 디스코 텍 룸 (밤) 


연주와 민수는 마주앉아 있다. 

민수 : 그날 많이 아팠죠? 사실 축구공에 맞으면 장난이 아닌데. 
연주 : 아픈 거는 둘째치고 챙피했죠. 여자한테 공을 날리시는 분이 어딨어요? 
민수 : 죄송해요. 저도 두고두고 미안하더라구요. (잔을 내밀며) 그만 용서해 줄 거죠? 
연주 : (잔 부딪치며) 그래야죠, 뭐. 제가 뭘 어떡하겠어요? 
민수 : 아직도 화가 안 풀리신 거 같은데?
연주 : 아니에요. 그만 미안해하세요. 
민수 : (옷차림을 보며) 근데, 어디, 집에서 나오셨나봐요? 
연주 : (그제야 옷차림 보며) 아, 예... 집에 있는데 저 친구가 들어와서 갑자기 나가자고 하는 바람에요...
민수 : (혹시나) 두 분이 같이 사세요? 
연주 : 네. 같이 자취해요. 집이 지방이거든요. 
민수 : 네에... 지방 어딘데요? 
연주 : 저 친군 공주구요, 전 강릉이에요. 
민수 : 그럼 고등학교까진 강릉에서 나오신 거에요? 
연주 : 네. 거기서 태어났어요. 
민수 : 강릉엔 좀 가봤는데. 경포대도 있고, 설악산도 가깝고 참 좋겠어요. 
연주 : 거기 살면 그렇게 자주 안 가요. 
민수 : 아, 그렇겠네요. 저도 남산 타워나 한강 유람선 타본 적 없거든요. 

조금씩 취하며 가볍게 웃는 두 사람. 

민수 : 서울로 유학 보낼려면 생활비도 많이 들고 부모님이 좀 힘드시겠어요? 
연주 : (또 긴장하며, 애매하게) 뭐, 그냥 그렇죠... 
민수 : (괜히 궁금한) 별로 어렵게 사는 건 아닌가봐요? 
연주 : (별로 말하고 싶지 않은 다른데 보며) 네에...
민수 : (은근히 궁금한) 집에선 뭘 하시는데요? 
연주 : (당황) 음... 언론사요. 
민수 : 언론사요? 그럼 지방신문사 같은 거요? 
연주 : 아니요... 지역 민방이요. 케이블 TV...
민수 : (관심이 확 생기며) 어후! 그래요? 그 정도면 상당한 건데?! 
연주 : 뭐 상당한 건 아니구요... 그 지역에서는 파워가 좀 있죠... 

민수 혼자 끄덕이는데, 

연주 : (안절부절, 무대를 돌아보며) 쟨 뭐하는 거야? 가야 되는데? 

 


S#9. 동 디스코 텍 무대 (밤) 


이야기를 하면서 부르스를 추고 있는 정애와 기태. 
조금 더 포즈가 밀착되어 있고, 간간이 눈을 맞추며 웃는다. 

 


S#10. 동 디스코 텍 룸 (밤) 

민수 : (관심이 있는) 혹시 사귀는 남자친구 있어요? 
연주 : 그런 건 왜 물어요? 
민수 : 궁금하니까요. 
연주 : 그럼 그 쪽은요? 
민수 : 없어요. 
연주 : (다른 곳 보며 피식 웃자) ...
민수 : 어? 안 믿네? 진짜예요. 
연주 : 네, 누가 뭐래요? 

둘 웃는데, 이때 정애와 기태가 들어온다. 
웃다가 돌아보는 두 사람. 

정애 : (신이 나서, 괜히 놀리는) 어머, 둘이 여기서 뭐해? 춤도 안 추고? 
연주 : 가자. 그만 가야지. 
정애 : (시계를 보며) 아직 11시 밖에 안됐는데?
연주 : (정애 핸드백 챙기며) 내일 일찍 일어나야 되잖아. 
정애 : (기태를 보면서) 아참, 그렇지. 
기태 : (정애에게) 가야 되요? 
정애 : (아쉬운 애교) 네. 
기태 : (민수에게) 그럼 우리도 같이 나가자. 
민수 : 그래. (연주에게) 차 가져오셨어요? 
연주 : (일어나며) 아니요... (얼른 덧붙이며) 나오는데 갑자기 시동이 안 걸려서요.

놀라서 연주를 보는 정애. 이내 나오려는 웃음을 참는다. 

기태 : (나가면서) 그럼 우리가 바래다 드리지, 뭐. 

 


S#11. 달리는 차안 (밤) 


민수와 기태 앞자리에 있고, 연주와 정애가 뒷자리에 있다. 

기태 : 오늘은 너무 늦게 만났고, 다음 번엔 좀 일찍 만나죠? 
정애 : (히죽거리며) 네. 
연주 : (얼른 정애를 툭 치며) 이번 사거리에서 우회전이요. 
민수 : 집을 학교 근처에다 얻지, 왜 이렇게 먼데다 얻었어요? 
정애 : 저기, 그게요... 
연주 : (얼른 나서며) 집에서 사둔 빌라가 있어서요. 그냥 거기서 사는 거예요. 

정애 연주를 돌아보며 감탄하는 기색. 

민수 : 네에...
기태 : (민수에게 눈짓하며) 여자들끼리 사는 것도 재미있을 거야? 그지? 
민수 : (기태의 눈짓을 알아차리고) 오늘 잠깐 구경시켜 주시면 안돼요? 차 한잔만 주시고. 
정애 : (연주를 보며) 남자들 들락거리면, 혼나는데...? 
기태 : (얼른) 너, 그건 여성분들한테 실례지. 
민수 : (둘이 죽이 척척 맞는) 아이, 요즘 그런 게 어딨어. (백미러로 연주를 보며) 괜찮죠? 
연주 : 요기서 세워주세요! 
민수 : 아니 왜, 집 앞까지 가시지? 
기태 : 니가 괜히 그런 말 해 가지고 사리시잖아. (연주를 돌아보며) 안 들어갈게요. 집 앞까지 가세요. 
연주 : 아니에요. 다 와서 그래요. 세워 주세요. 

 


S#12. 정류장 근처 거리 (밤)


민수 차를 세우면, 

연주 : (정애를 밀어내며) 야, 내려! 
정애 : (섭섭한 듯, 내리며) 알았어. 

연주 내리는데, 정애는 벌써 밖에서 기태에게 명함을 받고 있다. 

기태 : 연락할거죠? 
정애 : 네. 

기태 연주에게도 명함을 주려고 돌아보는데, 

민수 : (뒷좌석 너머로 내밀며) 제 명함도 한 장 받으세요. 

연주 뒷문을 닫으려다가 새침하게 명함을 받는다. 

민수 : 또 봐요! 연락 안 주시면 학교로 찾아갈 겁니다! 

연주 문을 닫는데, 민수 윙크를 한다. 
기태 명함을 도로 넣는다. 
기태와 민수의 차가 떠나고 멀어지자, 

정애 : 야, 이렇게 먼데서 내려달라 그러면 어떡해? 더 가서 내려달라 그래야지?
연주 : (정애를 째려보며) 아휴, 가슴이야. 조마조마해서 혼났네. 
정애 : 왜 나보고 그래? 너야말로 프로드라? 
연주 : (소리를 꽥 지르는) 다 너 땜에 이렇게 된 거지! 
정애 : (발뺌하는) 뭐가~? (마을버스가 오자) 야, 막찬가부다. 뛰어! 

막 정류장에 서는 마을버스를 향해 뛰어가는 연주와 정애. 

 


S#13. 달리는 차안 (밤) 

기태 : 웬일이냐? 명함을 다 주고? 걔가 맘에 드나보지? 
민수 : 아니, 그냥. 저번에도 한번보고 했으니까. 예의지, 뭐. 
기태 : 예의? 너한테도 그런 게 있었냐? 
민수 : 왜 그래~? 아, 맘에 들면 니가 해! 
기태 : 그래도 돼? 
민수 : (마음은 그렇지 않은데) 자식, 항상 그래놓고, 뭘 묻냐? 난 상관없어. 
기태 : 누굴하지? 예의상 둘 다 가질 순 없고, 갈등 생기네. 
민수 : 그래봤자 3, 4주 갈 거 아니야? 
기태 : 하긴 그렇긴 하지만. 

 


S#14. 달리는 마을버스 안 (밤) 


나란히 앉아있는 정애와 연주. 

정애 : (들떠서) 짜릿한 하루였어. 끝내주는 애들도 만나고. (흥분이 가라앉지 않는) 
         기태씨 말이야, 매너 있더라. 그런 데 오는 남자애들이랑 틀린 거 같애. 
연주 : 언제 봤다고 벌써 기태씨냐? 
정애 : (찔끔하며) 아무튼. (다시 히죽 웃으며) 역시 호텔이라 급수가 다른가봐. VIP급만 만나서 그런가?

         민수씨도 얘, 그 정도면 괜찮지 않아? 
연주 : 기가 막혀서. (이해가 안된다는) 넌 아무렇지도 않니? 
정애 : 뭐가? 
연주 : 관두자.
정애 : 참 내, 거짓말은 니가 더 잘하더라, 뭐. 뭐? 빌라? 시동이 안 걸려? (히죽 웃는다.)
연주 : 퍽이나 재미있겠다. 
정애 : (혼자 고심) 근데 다음엔 뭐라 그러지? 또 시동이 안 걸렸다 그러나? 이거 중고차라도 한 대 사야되는 거 아니야?

        에이, 모르겠다. 어떻게 되겠지 뭐. 

정애는 혼자 히죽거리고, 연주는 영 찝찝한 표정이 된다. 

 


S#15. 연립주택 골목 (밤)


깔깔대면서 걸어오는 정애와, 자꾸만 정애를 밀치는 연주. 

정애 : (연립주택을 향해 양팔을 번쩍 들며) 아! 우리의 빌라가 보이는 구나!

멀리 보이는 연립주택을 향해 걸어 올라가는 두 사람. 

 


S#16. 오피스텔 (밤)


여러 권의 호텔 관련 서적들이 놓여있고, 
그 너머로 런닝셔츠 차림의 민수가 푸쉬업을 하고 있다. 
거칠어지는 숨소리. 민수의 얼굴에서 뚝 떨어지는 땀방울. 
민수 그대로 멈추며 숨만 몰아쉰다. 
혼자 웃는 민수. 

 


S#17. 인써트 (밤)

연주 : 뭐 상당한 건 아니구요... 그 지역에서는 파워가 좀 있죠... 

 


S#18. 오피스텔 (밤)


웃던 얼굴이 굳어지며 다시 푸쉬업을 하는 민수. 

 


S#19. 연립주택 옥상 (밤) 


콧노래를 부르며 집안으로 들어가는 정애. 불이 켜지고, 콧노래 소리가 흘러나온다. 
심란한 기분으로 평상에 걸터앉는 연주. 

 


S#20. 인써트 (밤)

민수 : 또 봐요! 연락 안 주시면 학교로 찾아갈 겁니다! 

 


S#21. 연립주택 옥상 (밤) 


얼굴이 구겨지며, 걱정이 되는 연주. 콧노래 소리가 흘러나오는 현관을 향해 눈을 흘긴다.

 


S#22. 오피스텔 (밤)


침대에 누워서 호텔 관련 책을 보고 있는 민수. 런닝셔츠 차림이다. 

민수 : (엎드려 밑줄을 그으며) Table Turnover Rate. 객석 회전율. 

이때 초인종소리가 난다. 

민수 : 누구세요? (서둘러 책들을 침대 밑에 숨기고 나가며) 이상하네. 누구세요! 

민수 문을 열면, 희정이 비디오카메라 가방을 들고 씩 웃는다. 

희정 : (들어오며) 오빠! (두리번거리며) 왜 그래? 누구 있어? 
민수 : 여긴 왜 왔냐? 
희정 : 너무 한다. 정말. 

희정 가방 내려놓고, 냉장고에서 캔맥주를 꺼낸다. 

민수 : (맥주를 뺏고 쥬스를 꺼내주며) 이거 마셔. 
희정 : (받지 않고) 오빤 내가 아직도 열세 살 인줄 아나봐? (침대에 벌렁 누우며) 기분 나뻐. 
민수 : (남방을 입는) 야, 일어나. 뭐 하는 짓이냐? 남자 방에 와서. 
희정 : (일어나며) 자고 갈 건 아니니까 걱정 마. 
민수 : (카메라 가방 보며) 못 보던 거다?
희정 : 오빤 역시! (가방을 열며) 실은 이것 땜에 왔어. (카메라를 꺼내 민수에게 들이대며 찍는) 볼래? 새로 산 건데, 끝내준다.

         에이, 단추도 풀르구 좀 섹시하게 해봐. 
민수 : 야야, 저리 치워. 
희정 : (삐죽거리며 카메라 다시 집어넣으며) 이것 좀 여기다 숨겨 줘. 
민수 : 안돼. 가지고 가. 
희정 : 아이, 참. 좀 숨겨 줘! 이게 부피가 나가냐? 밥을 달래냐? (둘러보다가) 가만있자, 침대 밑이 좋겠다. 
민수 : 야 야, 거기!...

침대 밑에 가방을 밀어넣던 희정, 민수가 숨긴 책을 발견하고 꺼내본다. 
희정 민수를 보더니 책을 툭 침대 위에 던져 놓으며, 

희정 : 이딴 거 다 필요 없어. 나를 꼬시래니까. 
민수 : (잠시 뜨끔했다가) 알았으니까, 그거 두고 빨리 가. 
희정 : 바보. 부자 아들 친구보다 부자 사위가 되는 게 더 확실한 거 아니야?
민수 : 기집애, 너 한번만 더 그딴 식으로 까불면 가만 안 둔다. 
희정 : (나가는) 나중에 후회할 걸? 

문을 닫고 돌아서는 민수. 영 찝찝한 표정이 된다. 

 


S#23. 제주 공항 (낮) 


마중 나온 매도인 측의 안내를 받으며 나오는 기태부와 기태, 윤변호사, 민변호사 일행. 
그 뒤에 민수가 카트를 밀고 따라 나온다. 

 


S#24. 해안 도로 (낮)


줄지어 달려오는 고급 승용차 서너 대. 

윤 : (E) 이번엔 그냥 형식적인 인사 말씀만 하시는 게 좋을 거 같은데요. 

 


S#25. 달리는 차안 (낮)


민수 운전을 하면서 사람들의 대화를 듣고 있다.
민수 옆자리에 윤변호사가 있고, 기태부와 기태는 뒷좌석에 있다. 

윤 : (계속) 지금 단계에서는 말이 조금만 잘못 오가도 저희들이 협상을 하기가 더 힘들어지거든요. 
기태부 : 그건 내가 알아서 할게. 어차피 내려왔으니까 얼굴은 보고 가야지. 
기태 : 엊그제 본 그쪽에서 제시한 회계 서류들 말이에요. 
윤 : 네. 
기태 : 저쪽에서 값을 더 올리려고 수익을 부풀렸을 텐데요? 
윤 : 그런 건 신경 쓸 필요 없어요. 어차피 우리가 안 사면 그쪽은 경매에 넘어가니까, 우리 조건을 받아들이게 돼있거든요. 
기태 : (아버지에게) 참, 지금 있는 총 지배인은 어떻게 하실 거예요? 인수 조건에는 고용승계를 전제로 하고 있던데. 
기태부 : 어차피 인수하고 나서 몇 달 있다가 경영 책임을 물어서 교체해야지. 

           그 때까진 우리 쪽에서 믿을만한 사람을 기획실장으로 심어놓고, 그 사람을 잘 구슬려야 돼. 

           호텔의 전권을 쥐고있는 사람이니까 함부로 하면 큰일난다. 

민수, 백미러로 기태와 눈이 마주치자 민수 시선을 돌린다. 

 


S#26. 인수할 호텔 앞 (낮)


승용차들이 들어와 멎고, 나오는 기태부 일행. 
인솔해왔던 직원이 마중 나온 총지배인을 소개하고, 일행들 인사를 나누고 호텔로 들어간다.

직원 : 저희 총지배인이십니다. 
기태부 : 수고가 많습니다. 
지배인 : 먼길 오시느라 힘드셨지요? 들어가시죠. 

뒤늦게 운전석에서 나온 민수, 기대에 찬 표정으로 호텔을 올려다본다. 
우뚝 서있는 근사한 호텔의 모습. 

 


S#27. 동 호텔 로비 (낮) 


들어서는 기태부 일행. 일행을 맞으며 인사를 하는 직원들. 
일행들 지나가면, 저희들끼리 소근거리며 분위기가 술렁술렁하다. 

지배인 : 지은 지는 좀 오래됐는데, 경관으로 보나 위치로 보나 제주도에서 여기보다 더 좋은 데는 없을 겁니다. 

           (카페로 안내하며) 이쪽으로 오시죠. 

유심히 둘러보는 민수. 만족스러운 듯 눈빛이 환해진다. 
일행을 따라 얼른 카페로 향한다. 

 


S#28. 동 호텔, 카페 (낮)


일행 안내를 받으며 들어서자, 기다리고 있다가 일어서는 호텔 사장과 매도인측 변호사와 회계사. 
변호사와 회계사들은 이미 만난 적이 있어 익숙하게 웃으며 눈인사를 나눈다. 

지배인 : 저희 사장님이십니다. 
기태부 : 반갑습니다. 진작 찾아뵀어야 하는데, 이거. 
사장 : 아이구, 별 말씀을... 이렇게 어려운 걸음을 하시고. 앉으세요. 

(시간경과) 
둘러앉은 사람들 앞에 음료가 놓여있고, 
주로 사장과 기태부, 지배인이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이야기를 하고있다. 
구석의 민수, 기태 옆에 앉아있다. 

사장 : 웬만하면 이 호텔만은 매각대상에서 뺄려고 했는데, 참 아쉽습니다. 
기태부 : 그러실 거예요. 10년도 넘게 그림까지 다 직접 골라서 걸으셨다고 들었는데, 곳곳에 정이 많이 들으셨을 겁니다. 
기태 : (끼여들며) 부대시설은 거의 임대를 해준 모양이에요? 
지배인 : (누구지? 하는 표정으로) 네? 아, 저희가 직영을 하면 호텔 이미지도 관리하기 쉽고 좋은데, 

           자금 사정이 급하게 되는 바람에 임대를 내준 상탭니다. 
기태 : 네에...
기태부 : 제 자식놈입니다. 
지배인 : (기태에게 다시 정중히 인사하며) 아, 네. 그렀습니까. 

이때 옆에 있던 민수와도 눈이 마주치는 지배인. 

민수도 얼른 점잖게 고개인사 한다. 마치 자기도 아들인 것처럼. 

사장 : 그럼 한번 둘러 보셔야죠? 
기태부 : 그럼시다. 

모두 일어서서 나가는데, 

민수 : (일어서며, 지배인에게) 여기 객석 회전율은 얼마나 됩니까? 
지배인 : (마치 기태를 대하듯 정중하게) 아, 그게요. 주말엔 한 70% 가까이 되는데, 평일엔 아무래도 좀 낮습니다. 

기태, 민수를 민감하게 보고 간다. 
민수 기태를 힐끔 본다. 

 


S#29. 공장 생산과 (낮) 


이어폰을 하나씩 끼고 일을 하고있는 연주와 정애. 

정애 : (팔꿈치로 툭 치며, 은근히 궁금한) 야, 넌 누가 더 괜찮아...? 
연주 : 응? 뭐가? 
정애 : 난 빌딩보단 호텔이 낫던데. 
연주 : 어련하시겠냐. 
정애 : 야~아, 빨리 말해봐. (유도심문) 빌딩 싫어? 빌딩은 너 맘에 있는 거 같더라? 
연주 : (멋쩍어서) 절루 가. 
정애 : 너 혹시... 호텔한테 마음 있어서 그러는 건 아니지? 
연주 : 어렵쇼?
정애 : 호텔은 내 꺼다. 건드리지 마. (다짐이라도 받듯) 확실히 해야돼, 너. 넌 빌딩이야! 
연주 : 너 다 가져. 난 그 사람들 딴 데서라도 만날까봐 겁나! 
정애 : 아이, 기집애. 내가 어떻게 다 갖니? 솔직히 말해봐. 민수씨 괜찮긴 하지? 

그제야 연주도 싫지는 않은지, 어이없는 웃음 웃는다. 

 


S#30. 공장 잔디밭 (낮) 


정애와 연주, 종이커피를 마시고 있다. 

정애 : 전화 언제 할까? 너무 빨리 하는 것도 좀 그렇지? 
연주 : (지겹다는) 아무 때나 해. 
정애 : 니가 할래? 내가 할까? 둘 다 하는 것도 우습잖아. 
연주 : 아이, 됐어! 너나 해! 난 또 만날 생각 없어. 
정애 : 왜? 
연주 : 어차피 다시 안볼 거니까 거짓말한 거 아니야? 
정애 : (천연덕스럽게) 난 아닌데? 

이때 어느새 왔는지 뒤에서 나타난 동식. 
빤히 서로를 보고 있는 연주와 정애 사이로 고개를 들이밀고, 

동식 : 연주야! 
연주 : 엄마야, 깜짝이야. 
정애 : 안녕하세요? 
동식 : 놀래긴. (연주에게만, 왜 아무 반응이 없냐는 식) 앙케이트 다됐다. 어떡할래? 
연주 : 뭘요? 
동식 : (눈치를 주며) 정애야, 넌 안 바쁘냐? 
정애 : (일어나는) 먼저 들어갈게. (자리를 피해준다.) 
동식 : 연주 니가 커피 한잔 산다며. 니 입으로 그랬잖아. 
연주 : 저기, 오늘은 좀 그렇구요... 다음주에 사드릴게요. 
동식 : 믿어도 돼지? 
연주 : 그럼요. 
동식 : (기대를 품고) 그럼 퇴근할 때 찾으러 와라. 간다!

동식이 가고 나자, 연주 눈을 흘긴다. 

 


S#31. 제주도, 호텔 야외 (낮)


혼자 어슬렁거리며 담배를 피우고 있는 민수. 
멀리 1층 호텔 안 창가에서 기태부와 기태 일행의 모습이 보인다. 
매도인측 사람들과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하고 있다. 
기태쪽을 바라보던 민수, 담배를 신경질적으로 허공에 털어서 끄고 건물로 들어간다. 

 


S#32. 동 호텔, 후미진 용역 시설 부 근처 (낮)


민수 어슬렁거리며 주방이나, 창고, 세탁실 등 용역시설 곳곳을 들여다보며 지나간다. 
이때 한 곳에서 흘러나오는 대화소리. 
민수 조심스럽게 다가간다. 

직원1 : (E) 조직패들이 지배인하고 같이 다 말아먹고 있는데, 손해가 안 날 수 있냐.

 


S#33. 민수 시점의 창고 안 (낮)


대걸레질을 하는 직원1과 물품 정리를 하는 직원2의 모습이 보인다. 

직원2 : 새 주인한테 넘어가면 다 직영으로 돌린다는 소문이 있던데? 
직원1 : 영근이 형님이 영업권을 포기하려고 하겠어? 
직원2 : (인기척을 느끼고 나오는) 거 누구요? 
민수 : 아, 아닙니다. (돌아서려다가 명함을 주며) 참, 언제 술 한잔 합시다. 

명함을 받자 직원들 꾸뻑 인사한다. 

민수 : 고용 승계는 인수조건에 있는 거니까, 여러분들은 동요할 필요 없어요. 그럼. 

나오는 민수 뒤로, 다시 꾸뻑 인사를 하는 직원들이 보인다. 

 


S#34. 대학 캠퍼스 (낮)


게시판 앞을 지나가던 경철 붙어있는 전단 하나를 유심히 본다. 
나풀거리는 연락처부분을 쭉 뜯어가는 경철. 
경철 걸어가면서 연락처를 보면서 핸드폰으로 전화를 건다. 
조금 떨어진 곳, 나무기둥에 똑같은 전단을 붙이다가 핸드폰을 받는 희정이 보인다. 

희정 : 여보세요? 
경철 : 저 리포트 대행 아르바이트 광고 보고 전화 드렸는데요...
희정 : (반갑게) 아 네, 그러세요. 

두 사람 서로를 보지 못한 채 점점 멀어지며 통화한다. 

 


S#35. 버스 정류장 근처 거리 (석양)


앙케이트 설문지를 들고 걸어오는 연주와 정애. 

정애 : (고심하며) 근데, 전화해서 뭐라고 하지? 
연주 : 주중엔 수업 있으니까 주말에 보자고 하든지... 
정애 : (히죽 웃으며) 너도 같이 갈 거지? 
연주 : 뻥을 치는 것도 한도가 있지, 더 하다간 뽀롱나! 
정애 : (계속 조르는) 그래도 혼자보단 둘이 낫잖아. 어떻게 나 혼자 가냐? 같이 가자, 응?
연주 : 아이, 됐어! 너나 가! 

이때 마을버스 서고, 연주는 설문지를 들고 버스를 탄다. 

정애 : 어후, 야아!

버스 떠나고, 머리를 굴리며 고심하는 정애. 

 


S#36. 대학가 카페 (석양)


음료가 놓여있고, 경철과 소영이 나란히 앉아있다. 

소영 : (희정의 연락처를 찢은 쪽지를 보다가 주며) 꼭 이렇게 까지 해야돼? 교수가 될 사람이? 
경철 : 무슨 소리야? 돈 되는 건 다 해야지. 이런 건 자료방에 들어가서 한 30분이면 쓰는 거야. 수입 치곤 괜찮지, 뭘. 

소영 그래도 뭔가 맘에 들지 않는다는 표정.
이때 설문지를 들고 온 연주. 

연주 : (경철에게) 안녕하세요? (소영에게) 많이 기다렸지? (설문지를 넘겨주며) 여기요.
경철 : (받으며) 고마워요, 연주씨. 
소영 : 우리가 갈 걸. 미안해서 어떡하니? 
연주 : (땀을 닦으며) 괜찮아. 
소영 : 수고했다. 생각보다 힘들었지? 
연주 : 아니, 금방 끝냈어. 나 회사에서 인기 많잖아. 
소영 : 고마워. 경철씨 박사논문 통과되면 다 네 덕인 줄 알께. 참, 뭐 좀 마셔야지? (경철을 툭 건드리면) 
경철 : (카운터를 향해) 여기요! 주문 좀 받으세요.

이때 안내방송이 나온다. 

방송 : (소리) 손님 중에 이경철씨 계시면 카운터로 나와주세요. 
경철 : 벌써 왔나보네? (연주에게) 잠깐만요. (카운터를 향해 가며) 전데요? 

카운터로 향하는 경철. 
이때 여급이 오고, 연주는 콜라요, 주문을 한다. 
이때 한 테이블에서 경철을 부르는 희정. 

희정 : (손짓하며) 여기예요! 
경철 : (그쪽으로 가 앉으며) 안녕하세요! 

희정 일어나 경철과 인사하고 다시 앉는다. 
희정 쪽을 보다가 마주보는 소영과 연주. 

연주 : (보다가) 누구야? 여잔데? 
소영 : 어, 경철씨 아르바이트한다고 만나는 거야. 
연주 : (끄덕이며 다시 희정을 보는) 으응... (갸웃하며) 어디서 본 것 같은데? 어디서 봤지? 
소영 : (다시 돌아보며) 왜? 아는 애야? 
연주 : 아니야. 

희정 가방에서 신방과 서적들과 리포트 제목을 적은 종이를 경철에게 건네준다. 

희정 : 제가 영화써클을 하거든요. 영화 찍느라고 수업을 많이 빠져서, 과제물이 있는 줄 몰랐어요. 

        좀 급한데, 낼모레까지 될까요? 
경철 : (자료와 종이 훑어보다가) 그럼요. 근데 선불로 좀 주시면 안될까요? 
희정 : 그러세요. (지갑 꺼내며) 나중에 성적이 잘 나오면 사례는 다시 할게요. 

소영, 연주에게 백화점상품권을 내민다. 

소영 : 받어. 경철씨가 너 주라 그런 거야. 
연주 : 어머, 얘, 싫어. 경철씨가 주는 것도 아니면서 뭘. 
소영 : (한번 흘기고는) 부담 갖지 마. 주말에 집에 내려갔다가 공짜로 생긴 거야. 자! 
연주 : (받으며) 근데 갑자기 집엔 왜 갔어? 
소영 : 아버지가 하시는 지역민방 있잖아. 케이블 TV... 졸업하면 내려와서 그일 하라고 하셔서. 

         난 실은 경철씨 얘기 좀 꺼내볼려고 갔는데, 되레 선보라는 얘기만 듣고 왔다, 야.

웃는 연주. 

소영 : 참, 니네 엄마. 너한테 연락 하셨디? 
연주 : (표정이 굳어지며 고개 저을 뿐)...
소영 : 우리 엄마한테 한번 전화하셨나봐. 그쪽 그... 아저씨 말이야. 일이 잘 안돼서 상황이 영 어려운가봐. 
연주 : 됐어. 그 얘기 듣고 싶지 않아. 
소영 : 그래도, 연락 한번 해봐. 

이때 희정과 경철 일어나서 이쪽으로 오며 인사를 하며 헤어진다. 

희정 : 그럼 잘 부탁드려요, 선배님. 
경철 : 걱정하지 마세요. 
희정 : 다음에 만나면 말씀 놓으세요. 

경철, 소영 옆에서 멈춰서고, 

희정, 연주를 얼핏보고 지나친다. 

희정 : (고개를 갸웃하며) 누구더라? (그냥 나간다.)

경철 앉으면, 

소영 : (심각했던 분위기 얼른 바꾸며, 경철에게) 얘기 잘됐어? 
경철 : 우리 어디 가서 밥이나 먹죠? 제가 대접할게요. 
연주 : (기분이 좋지 않은) 아니에요, 됐어요. 
경철 : 일어나세요. 수고하셨는데...

연주 내키지는 않지만 일어난다. 

 


S#37. 제주도, 달리는 차 안 (석양)


민수 운전을 하면서 대화를 듣고 있다. 
옆에 윤변호사는 없고, 기태와 기태부만 뒷좌석에 앉아있다. 

기태 : 지금 저쪽에선 발등에 불이 떨어졌으니까, 자기네가 다 알아서 처리하겠다고 하지만, 
        임대해서 들어와 있는 애들이 순순히 나가려고 하겠어요? 권리금 포기해가면서? 
기태부 : 그렇지, 직영으로 돌리려면 골치는 좀 아플 거야. 그래도 일단은 그쪽에서 깨끗이 정리한 상태로 

           우리한테 넘기도록 확실하게 못을 박아야지. 
민수 : (눈치를 보며 끼어드는) 저기, 제가 잠깐 들은 얘긴 데요... 
기태부 : 응. 
민수 : 임대를 조직패들한테 내준 모양이에요. 
기태부 : 그럴 가능성도 충분히 있지. 
민수 : 수익이 제일 많이 나는 곳을 걔들이 다 차지하고 있어서 손해가 안 날 수가 없다고 하더라구요. 

백미러 속. 민감하게 반응하는 기태와 민수의 시선이 교차한다.
민수 시선 피하고 운전만 한다. 

기태부 : (소리) 그래, 그럴 거야. 그렇지 않고서야 저런 규모의 호텔이 이렇게까지 됐을 리가 없지. 

껄끄럽게 민수의 뒤통수를 보는 기태. 

 


S#38. 제주공항, 탑승출구 앞 (석양)


기태부 일행을 배웅하는 기태와 민수. 

기태 : (기태부에게) 저희가 남아서 자세한 사항은 좀 더 알아볼게요. 
기태부 : 그래. 나서지는 말고 조심해서 이것저것 꼼꼼히 살펴봐. 
민수 : (윤과 민에게 가방을 주고, 기태부에게 인사) 그럼 조심해서 올라가세요. 
기태 : (민, 윤에게) 수고하셨어요. 올라가서 뵙죠. 

기태부 일행 출구로 나가고, 
돌아서는 기태. 민수 옆을 싸늘하게 빠져나간다. 
민수, 기태의 표정을 살피며 따라간다. 

 


S#39. 제주도, 달리는 차 안


운전을 하고 있는 민수. 기태 말이 없자, 

민수 : (눈치보며) 어디로 갈까? 그냥 호텔로 가? 
기태 : (대답은 없고, 나직이) 아까 그런 얘긴 어디서 들었어? 
민수 : (너슬레 떨며) 어어, 우연히 지나다가, 직원들끼리 하는 얘기 들은 거야. 
기태 : 그럼 먼저 나한테 얘길 했어야지. 
민수 : (어색해져서) 아니, 뭐 중요한 건 아니다 싶어서... 
기태 : 어쨌든. 
민수 : 미안하다. 다음부턴 너한테 먼저 얘기할게. 

잠시 어색한 분위기. 
민수, 기태의 눈치를 살피는데, 

기태 : (다른 곳 보며) 아니 얘네들이 바쁜가? 뭐 하느라고 전활 안 하지? 
민수 : (얼른) 그러게. 이것들이 튕기네?

기태는 창 밖을 보고, 민수는 다시 시선 돌리며 운전만 한다. 

 


S#40. 레스토랑 앞 (밤)


레스토랑에서 나오는 소영, 경철과 연주. 
경철은 설문지는 빼놓고 희정의 자료만 들고 나온다. 

연주 : (경철에게) 잘 먹었어요. 
경철 : 에이, 뭘요. 연주씨가 수고하신 거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죠. 
소영 : 어머, 경철씨. 설문지!
경철 : (얼른 레스토랑으로 뛰어들어가며) 내 정신 좀 봐. 
소영 : (귀엽다는 듯 보며) 저렇다니까. 저 사람 내가 없으면 안돼. 
연주 : (부러운) 그렇게 좋으니? 
소영 : 그럼. 
연주 : (보기는 좋아 웃으며) 난 솔직히 이해는 안돼. 
소영 : 뭐가? 
연주 : 너 정도면, 경철씨보다 더 조건 좋은 남자 얼마든지 만날 수 있잖아. 
소영 : (행복한) 너도 사랑에 빠져봐. 조건 같은 건 중요하지 않아. 

이때 경철이 설문지를 들고 나오고, 
소영, 경철의 입가를 손으로 털어준다. 
마주보고 웃는 경철과 소영을 부러운 듯 물끄러미 바라보는 연주. 

연주 : 그럼 그만 가볼게요. 
경철 : 그러실래요?
소영 : 다음에 또 보자. 
연주 : 그래. 

연주 돌아서고, 소영과 경철도 돌아선다. 
연주 다시 돌아본다. 
다정하게 가는 소영과 경철의 뒷모습. 
보다가 쓸쓸하게 돌아서는 연주. 

 


S#41. 달리는 마을버스 안 (밤)

 

밤바람을 맞으며 물끄러미 창 밖을 보는 연주. 
연주 문득 핸드백에서 민수의 명함을 꺼내 본다. 
잠시 보다가 이내 다시 집어넣는 연주. 쓸쓸해 보인다. 

 


S#42. 기태집 거실 (밤) 


기태부 들어오고, 대문으로 마중 나갔던 기태모와 희정 따라 들어온다. 

희정 : 그럼 오빤 언제 올라와요? 
기태부 : 하루 이틀 더 있다가 올 거다. 
희정 : (민수에게 부탁할 일을 생각하며) 으음... 아빠, 그럼 편히 쉬세요. (2층으로 간다.)
기태부 : 그래. (옷을 벗으며 안방으로 가는, 기태모에게) 참, 김실장 다녀갔지? 

 


S#43. 동 안방 (밤)


기태부 옷을 벗으며 들어오고, 기태모 따라 들어와 옷을 받아 건다. 

기태모 : 네, (가방 가리키며) 거기 놔뒀어요. 
기태부 : 참, 이 사람. 여기 이렇게 놔두면 어떡해? (가방을 연다.)
기태모 : 당신이 보고 넣어야죠. 

열린 가방 속엔 채권이 가득 들어있다. 

기태모 : (못마땅하게) 민수 걘 뭐하러 데리고 갔어요? 
기태부 : (금고를 열고 안에 넣는) 아니야, 민수 그놈이 눈썰미가 있어서 쓸만하겠어.
기태모 : 여보. 걔 자꾸 우리 집 일에 관여시키지 말아요. 난 아주 불안해죽겠어. 희정이도 그렇고. 

           오피스텔도 빼버리고 어디 멀리 내쫓든지 해요. 
기태부 : 당신 왜 그래? 사람 하나 내 사람 만들어 놓으면 두고두고 쓸 일이 있는데. 생판 모르는 놈하고 같아? 
기태모 : 내 사람이 어딨어요? 다 도둑놈이지. 난 아주 걔 눈빛이 싫어. 
기태부 : 걱정하지마. 내가 사람은 잘 알아. 여태까지 걔가 무슨 문제 일으킨 적 있어? 
기태모 : 그래두요. 

맘에 안 든다는 듯 쳐다보다가 나가는 기태모. 
금고 문을 닫는 기태부. 

 


S#44. 제주도, 락카페 일각 당구대 (밤)


민수와 기태 맥주를 마시며 당구를 치고 있다. 

민수 : 그 호텔에 가서 놀 걸 그랬나? 
기태 : 왜? 
민수 : 말단 직원들도 좀 만나보고, 소주라도 한잔하면서 동향 파악 좀 하게.
기태 : 됐어. 내가 내일 지배인 밖에서 따로 만나기로 했어. 괜히 뒷조사하다가 소문만 나빠지면 더 안 좋아. 
민수 : 그래도 내 생각엔, 지배인하고 말이 틀릴 수도 있잖아. 
기태 : 넌 신경쓰지 마. 내가 다 알아서 하니까. 
민수 : (약간 멋쩍은 기분) ...
기태 : (갑자기 화제 바꾸는) 걔들 웃기네? 왜 여태 연락이 없지? 기분이 조금씩 나빠지려고 그래. 
민수 : 넌 기다리지 마. 전환 나한테 올거야. 
기태 : 어쭈? 내 전화가 먼저 울린다는데 만원 걸겠어. 
민수 : (핸드폰을 보이며) 이게 먼저 울리다, 이게. 만원 받고 만원 더. 
기태 : 좋아, 그럼 나도 레이스! 삼만원 된 거다. 두고보자구. 
민수 : 그래, 두고 보자고. 
기태 : 연주라는 애한테 명함 줬지? 걘 절대 전화 안 해요. 
민수 : 왜? 
기태 : 딱 봐라. 걔가 좀 깐깐하게 생겼어? 
민수 : 그건 염려마. 그래서 내가 그날 정성을 좀 쏟았지. 
기태 : 그게 아니지. 정애 같은 애는 그렇게 해도 돼. 한두 번 감동적으로 해주면 꺼뻑 죽는 애니까. 
민수 : 응. 
기태 : 근데 연주 걔는 사소한 일에 절대 감동 받고 그럴 스타일이 아니야. 
민수 : 그럼 어떻게 해? 
기태 : 넌 아직도 그 정도를 요리하는데 구울 건지, 튀길 건지, 감이 안 오냐? 
민수 : 빨리 말해봐. 
기태 : 연주 개 같은 스타일은 말이야, 처음에 기선을 잡아야 돼. 걔가 좀 맘에 있어하는 것 같다 그러면

         바로 확실하게 해놓는 거지. 일단 확 휘어 잡히면 그 땐 꼼짝 못하는 스타일이거든. 

민수 긴가민가 싶어 혼자 생각하는 표정. 

이때 기태의 핸드폰이 울리자, 

기태 : (핸드폰 꺼내며, 민수에게 돈 달라고 손 내미는) 기집애들, 벌써 왔지 않니. 내놔 봐라? 

        (전화 받는) 여보세요. (사이) 네? (떨떠름) 잘못 걸었습니다. (끊는다.)

기태는 무안하게 핸드폰 접고, 민수는 웃는다. 

 


S#45. 연주집 (밤)


연주 들어오면, 정애 전화기를 들고 가방을 다 쏟고 명함을 찾고 있다. 

정애 : (울쌍) 아니, 씨. 어쨌지? 이럴 줄 알았으면 핸드폰에 미리 찍어놓는 건데...
연주 : 뭐 찾아? 
정애 : 명함. 내가 분명히 전화를 걸려다가 말고 다시 너놨는데...? 
연주 : (물을 따라 마시며) 하늘의 뜻이다. 전화하지 말라는. 
정애 : 할 수 없네? 니 꺼 좀 빌려줘. 
연주 : (핸드백 집으며) 싫어. 
정애 : (와서 핸드백 줄을 잡아당기며) 치사하게. 한번만 빌려줘! 
연주 : (고개를 젓자)...
정애 : (애교) 그럼 한번만 보여줘. 응?
연주 : 안돼!

 


S#46. 제주도, 달리는 차 안 (밤)

민수 : (운전하며) 그래도 그 호텔로 가야 되는 거 아니야? 
기태 : 너 신경 많이 쓴다? 
민수 : 아니, 객실에 묶어보면서 분위기 파악도 좀 하고 그래야 되는 거 아닌가 해서. 
기태 : 됐어. 여기까지 와서 후진데서 자냐? 

민수 약간 실망한 표정. 
이때 민수의 핸드폰이 울린다. 

민수 : 아하! 마침 딱 오네. 
기태 : 일단 받아봐. 받고 나서 얘기해. 
민수 : (스피커폰으로 받으면서) 여보세요? 

 


S#47. 연주집 (밤)


연주 화장실에서 나오는데, 열린 연주의 핸드백이 보이고, 
정애, 명함을 들고 전화하고 있다. 

정애 : (명함을 들고 전화하는) 민수씨세요? 
연주 : 야, 너어? 

연주 달려들어 무선전화기를 뺏으려하면 정애 도망하면서 전화한다. 

 


S#48. 제주도, 달리는 차 안 (밤) 

정애 : (E. 스피커폰으로 들리는) 저 정앤데요. 
민수 : 아 예, 정애씨! (기태에게, 입모양과 손짓으로만) 내놔, 내놔. (전화하는) 왜 이제 전화했어요? 얼마나 기다렸는데. 
정애 : (E) 사정이 좀 있었어요. 
기태 : (만원권 3장을 꺼내 주려다가) 아니지, 이건 정애씨가 전화한 거니까 내 전화 아니야? 

 


S#49. 연주집 (밤)

정애 : (도망하며 전화하는) 어머, 전화가 왜 이래요? 
연주 : (따라 다니며) 너 내 얘긴 하지 마!

 


S#50. 제주도, 달리는 차 안 (밤) 

기태 : 정애씨 나에요, 기태. 우리 차안에 있어요. 
정애 : (E. 반갑게) 어머, 같이 계셨어요? 
기태 : 지금 나한테 전화한 거지요? 민수한테 한 게 아니라. 

 


S#51. 연주집 (밤)

정애 : 그럼요. 안 그래도 명함을 잃어버려서 기태씨 연락처 물어볼려구 전화한 건데, 잘됐네요. 

포기한 듯 서서 노려보는 연주. 

 


S#52. 제주도, 달리는 차안 (밤) 


민수 쓰린 심정으로 3만원을 기태의 손에 넘겨준다. 

기태 : 그랬어요? 그럼 다 내 잘못이네. 명함을 여러 장 드릴 걸. 우리 언제 볼까요? 

 


S#53. 연주집 (밤)

정애 : 글쎄요... 주중에는 수업 때문에 좀 그런데... 

 


S#54. 제주도, 달리는 차안 (밤) 

기태 : 우리도 지금 호텔 때문에 제주도에 내려와 있거든요. 
정애 : (E) 어머, 그러세요? 
기태 : 이번 주말 어때요? 

 


S#55. 연주집 (밤)

정애 : 토요일이요? 좋아요. 오후 5시... (사이) 어디요? 아, 네, 알아요. 

 


S#56. 제주도, 달리는 차 안 (밤) 

기태 : 그럼 그날 거기서 보죠. 
민수 : 참, 연주씨도 같이 나올 거죠? 

 


S#57. 연주집 (밤)

정애 : 그럼요. (연주를 힐끔 보고) 민수씨 보러 가야죠. 
연주 : (갑자기 달려들며) 야, 너? 
정애 : (도망다니며) 네, 그럼 그때 뵈요. (전화 끊는다.) 

연주 정애를 째려보면, 

정애 : (황홀한 표정) 민수씨가 무척 보고 싶다고 전해달래! 

째려보던 연주, 그러나 이내 싫지 않은 듯 웃고 만다.

 


S#58. 제주도, 달리는 차 안 (밤) 

기태 : (폼 잡으며 지갑에 돈 넣으며) 어영부영 파트너가 정해졌네? 맘에 드냐? 
민수 : (건성인 척) 상관없어, 난. 아무나. 
기태 : (웃으며 고개 돌리는) 자식. 

하지만 이내 미소가 스치는 민수의 표정. (F.O)

 


S#59. 서점 (낮. 몽타주 시작) 


시집과 수필, 각종 문화, 역사, 과학 학술 만화책을 한아름 안고 계산대로 가는 연주. 

정애 : 이걸 다 사? 
연주 : 뭔가 지적인 얘길 해야할 거 아니야. 

정애 히죽 웃으며 엄지손가락을 펴 보인다. 앞서가는 연주도 혼자 씩 웃는다. 

 


S#60. 헬쓰 클럽 (낮) 


신바람이 나서 열심히 기구 운동을 하는 민수와 기태. 숨을 몰아쉬며 마주보고 웃는다. 

 


S#61. 공장 생산과 (낮) 


일을 하면서 같이 노래를 흥얼거리며 즐거워하는 연주와 정애. 
지게차를 몰고 가다 보고 웃는 동식. 
이때 뒤에서 나타난 송과장, 둘의 머리를 박치기시킨다. 

 


S#62. 오피스텔 (낮) 


옷장 안, 근사하게 세팅된 코너에서 자기 옷을 골라 민수에게 대보는 기태. 

 


S#63. 남대문 시장 (밤) 


핫도그를 먹으며, 옷을 고르는 연주와 정애. 

 


S#64. 공장뜰 (낮) 


나무 그늘에 앉아 독서 삼매경에 빠진 연주와 정애. 
커피를 마시는 여공1, 2 코웃음을 치고 간다. 
나란히 들고있는 책제목을 보면, 정애의 책은 '부자와 결혼하는 법'이다. 

 


S#65. 사우나 (낮) 


민수와 기태가 서로의 몸을 만져보며 감탄한다. 

 


S#66. 동네 목욕탕 앞 (낮)


발그레하게 상기된 얼굴로 나오는 연주와 정애. 
시계를 보더니 목욕 바구니를 들고 뛰어가는 두 사람. 
목욕바구니에서 떨어진 속옷을 주워들고 깔깔대며 달려간다. 

 


S#67. 사우나 락커룸 (낮) 


기태의 옷을 입은 민수. 돌아서서 지갑에 돈이 있는지 확인해보는데, 

기태 : (신용카드를 내밀며) 넣어둬. 너도 계산해야지. 

씩 웃으며 카드를 받는 민수. 

 


S#68. 마을버스 (낮)


나란히 앉아 상쾌한 듯 바람을 맞는 연주와 정애. 

 


S#69. 꽃집 앞 (낮)


달리던 차를 멈추고 문득 후진하는 민수. 
차가 멎으면 길가에 꽃집이 보인다. 

민수 : (꽃집을 보며) 오바지? 
기태 : 오바지. 

이내 쌩하고 다시 출발하는 차. 

 


S#70. 카페 (낮)


2층으로 올라가는 민수와 기태. 

기태 : (잡으며) 야, 그럼 오늘은 무조건 일찍 찢어지는 거다! 
민수 : 당연하지! 당근, 당근. 

계단을 올라가는 두 사람. 

 


S#71. 카페 앞 거리 (낮) 


달려오는 정애와 연주. 
카페 옆 주차장엔 민수의 차가 보인다. 

정애 : 어머, 벌써 왔나보다. 
연주 : (잡아 세우며) 야, 무슨 일이 있어도 같이 있어야 돼? 화장실도 같이 가고? 
정애 : 알았어. (정색을 하고) 야, 너 명심해? 호텔은 내 꺼야? 
연주 : (질렸다는 듯) 그래, 니 꺼야. 

들어가는 정애와 연주. 

 


S#72. 카페 (낮)


2층으로 올라오는 정애와 연주. 기태와 민수를 발견하고 간다. 
일어서서 맞이하는 기태와 민수. 

기태 : 어서 오세요! 
정애 : 어머, 저희가 좀 늦었죠? 
기태 : 아니에요. 앉으시죠. 

정애와 기태가 말을 하는 사이, 
연주와 민수는 말없이 서로를 힐끔 본다. 
정애는 냉큼 기태 옆에 앉고, 연주는 민수 옆에 앉게 된다. 
네 사람 정 사각으로 마주보고 둘러앉는 것. 

정애 : (앉자마자 관심 있게) 참, 제주도에 가신 일은 잘 되셨어요? 
기태 : 예. (주문하려고) 여기요! 

(시간경과) 
네 사람 앞에는 반쯤 마신 음료가 놓여있는데, 
기태가 먼저 다 마셔버린다. 

정애 : (기태를 보고) 어머, 성격 되게 급한가봐요. 벌써 다 마셨네? 
민수 : (끼여들며) 이건 급한 게 아니라 화끈하다고 하는 거예요. 
정애 : (웃으며) 아, 그래요? 
연주 : 저기, 아까부터 궁금한 게 있는데요... 
민수 : 뭔데요? 
연주 : 남자들끼리 왜 똑같은 반지를 끼고 다녀요? 
정애 : 어머 정말. 
기태 : 아, 이거요? 우정의 상징이죠. 
연주 : 혹시 무슨 훼밀리 계통에 몸담고 있는 분들은 아니죠? 
정애 : (팔꿈치로 찌르며) 얜? 
민수 : (주먹을 줘보며) 그러고 보니까 이게 그렇게 보일 수도 있겠다? 귀걸이나 뭐 다른 걸로 바꿀까? 
기태 : 안돼지. 이게 몇 년 동안 낀 건데... 촌스러워요? 
정애 : 아니요. 특이해요. 재밌고. (연주에게) 우리도 하나씩 사서 낄까? 

연주 대답 없이 그냥 웃는다. 

기태 : (기지개켜며) 여기 좀 답답하지 않아요? (정애에게) 우리 나갈래요? 
정애 : (냉큼) 좋아요. 

순간 정애를 쳐다보는 연주. 
기태와 정애 일어난다. 

기태 : (차키를 집어들고, 계산서 뽑아가며) 여긴 내가 계산하고 갈게. 
민수 : (집어가는 차키에만 시선이 쏠리며) 그래... 
정애 : (들떠서 쪼르르 따라가며) 재밌게 놀다 와. 있다 보자. 
연주 : 야, 정애야...! 

이때 민수와 눈이 마주치자 연주 당황해서 음료를 팔대로 소리나게 다 마신다. 

민수 : 하나 더 시켜드려요? 
연주 : (얼른 내려놓는) 아니요. 
민수 : 어디 불편하세요? 
연주 : 제가요? 아뇨. 

민수는 혼자 웃고, 연주는 잠시 어색한데, 

연주 : (핸드백에서 깨끗이 다린 민수의 손수건을 꺼내며) 참, 지난번에 이거... 돌려드릴게요. 잘 썼어요. 
민수 : (매우 좋아하며) 아니, 이걸 아직도 갖고 있었어요? (혼자 기분 좋게 웃는다.) 
연주 : 왜요? 
민수 : 아니요, 그냥 좋아서요. (손수건을 집어넣고는) 우리도 여기서 이럴 게 아니라 나가죠? 
연주 : 네. 

둘 웃으며 일어선다. 

 


S#73. 카페 주차장 (낮)


민수와 연주 주차장을 두리번거리는데, 

민수 : (연주의 눈치 슬쩍보며) 아이, 자식. 어쩐지 계산한다 그러더니, 차를 쌔벼갔네. 아까 탁자 위에 키를 놔두는 게 아닌데. 
연주 : 기태씬 왜 자기 차를 안 가져오고 남의 차를 가져가요? 
민수 : (당황, 얼른) 네? 아아, 지난주에 공업사에 보냈는데, 시간이 좀 걸린다 그랬대요. 
연주 : (끄덕이며) 음... 그럼 고민하지 말아요. 걸어다니지요, 뭐. 저도 요즘 차를 잘 안타는 버릇이 생겼는데, 그게 더 좋아요. 
        일부러 다이어트 할 필요 없고, 주차 신경 안 써도 되고. 
민수 : 하긴 차가 더 불편할 때가 많죠. 하하. (허둥지둥) 이쪽으로 갈까요? 아, 그쪽으로 갈까요? 

연주 웃는다. 
둘 좀 떨어져서 나란히 걷기 시작한다. 

 


S#74. 황학동 만물시장 (낮)


걸으며 이야기를 하는 연주와 민수. 

민수 : 어떻게 걷다보니까 이상한 데로 왔네? 
연주 : 괜찮아요. (둘러보며) 이런 데 정말 오랜만에 와본다. 
민수 : 저두요. 재미있다? 옛날 물건도 많고. 
연주 : (포장마차를 보며) 우리 핫도그 한 개씩 먹을래요? 
민수 : 배고파요? 
연주 : 아니요. 재밌잖아요. 
민수 : 이런 데서 파는 게 괜찮을까...? 
연주 : 전 이런 데서 사먹는 게 더 맛있더라구요. 
민수 : 맞아요. 호텔 스낵바 같은 데선 이런 맛이 안나오지. (장수에게) 두 개만 주세요. 얼마예요? 
장수 : 2000원이요. 
연주 : 어머? 그럼 하나에 천 원씩이에요? 아줌마 너무 비싸다. 이런 거 남대문에서 500원하는데... (말해놓고 뜨끔하다.)
민수 : (돈을 내며, 연주에게) 됐어요. (장수에게) 많이 파세요. 

핫도그를 하나씩 물고 돌아서는 민수와 연주. 

민수 : 근데 어떻게 그렇게 잘 알아요? 남대문에선 500원 하는지? 
연주 : (약간 당황, 얼른 수습) 음... 제가... 핫도그 시세에 대해서는 전국적으로 환하거든요. 
민수 : 핫도그 좋아하나봐요? 
연주 : 네. 근데 저 아줌마 너무 폭리를 취한다... 
민수 : 그래도 하루에 기껏 팔아봐야 몇 개나 팔겠어요. 보나마나 자식도 있고, 학교도 보내야 할텐데. 
연주 : (기특하다는 듯 보며) 어머, 그런 생각도 할 줄 알아요? 
민수 : 그럼요. 

둘 같이 씩 웃는다. 

민수 : (자기만 놓겠다는 식) 내가 나이도 많은 거 같은데 그냥 말 놓을게. 
연주 : (당돌하게) 그래. 그러지 뭐. 

민수 벙 쪄서 연주를 보고, 이내 졌다는 듯 웃는다. 
연주도 만만치 않게 새침한 표정으로 혼자 살픗 웃는다. 

 


S#75. 호텔 칵테일 바 (밤)


바에 나란히 앉은 민수와 연주. 

연주 : (둘러보며) 어쩜, 아까 거기랑 여긴 이렇게 천지차일까? 
민수 : 난 그래도, 아까 그런 데가 남아있어야 된다고 보는데? 다양한 게 많은 사회일수록... 뭐라 그러나... 

         전통과 미래가 함께 공존한다는 증거거든. (쑥스럽다는 듯) 뭐, 사회학과니까 나보다 더 잘 알겠지만. 
연주 : 물론 저도... (얼른 반말로 고치며) 나도 그렇게 생각해. 
바텐더 : (민수에게) 오랜만에 오셨네요? 
민수 : 아, 예. 
바텐더 : 뭘로 만들어 드릴까요? 
민수 : 저는 늘 마시던 거 주시구요... (연주를 보면)
연주 : (당황함을 감추며) 음... 전... 저한테 어울리는 걸로 한번 추천해 보실래요? 
바텐더 : 산뜻하고 부드러운 맛을 내는 블랜디 사우어나 진 라임 소오다를 권해드리고 싶은데요. 
연주 : (이제 정말 선택해야 하는) 그럼, 블랜디... 아니 아니, 하나씩 다 마셔봐도 될까요? 
바텐더 : 그러세요. 

연주 몰래 한숨을 쉬며 고비를 넘긴다. 

민수 : 난 가끔 오는 덴데, 편하고 좋아. 
연주 : (일어서며) 저, 잠깐만. 

 


S#76. 동 호텔 화장실 (밤)


들어서자마자 휴지를 뜯어 땀을 닦는 연주. 갑자기 거울을 보더니 한숨을 내쉰다. 
손을 닦기 시작하는 연주. 

 


S#77. 동 호텔 칵테일 바 (밤)


혼자 망설이며 고심을 하고 있는 민수. 

민수 : (시계를 보며, 혼잣말) 아, 어떻게 한다...? 

이때 핸드폰이 울리고, 받는 민수. 

민수 : 여보세요? 

 


S#78. 다른 호텔, 꽃가게 근처 (밤) 

 

정애는 없고, 기태 혼자다. 아직 꽃가게 배경은 보여 주지 않는다. 

기태 : 어디냐? 뭐하고 있어?

 


S#79. 동 호텔 칵테일 바 (밤)

민수 : 칵테일 마시고 있어. 잠깐 화장실에 갔어. 

 


S#80. 다른 호텔, 꽃가게 근처 (밤) 

기태 : 아직 거기란 말이야? 

 


S#81. 동 호텔 칵테일 바 (밤)

민수 : 에이, 왜 그래? 

 


S#82. 다른 호텔, 꽃가게 근처 (밤) 

기태 : 내 말 들어. 스타일이 다를 때는 공약방법도 다른 거야. 연주 걘 절대 감동 받고 그러는 스타일이 아니다. 

        명심해. 초반에 제압해서 기를 꺽어야 된다구. 그런 애는 받아주다 보면 끝이 없어요. 

 


S#83. 동 호텔 칵테일 바 (밤)

민수 : 됐어. 됐고, 넌 어디야? 

 


S#84. 다른 호텔, 꽃가게 앞 (밤) 

 

정애가 오자, 

기태 : 야, 끊어야 돼. 끊자. 잘해봐라. 

정애 오면, 기태 꽃가게를 향해 돌아서며, 

기태 : (꽃장수에게) 꽃 하나만 주세요! 

황홀한 정애의 표정. 

 


S#85. 동 호텔 칵테일 바 (밤)


전화를 끊고 고심하는 민수, 조용히 손짓으로 계산대의 직원을 부른다. 
직원 다가오면, 

민수 : (카드를 내놓으며) 객실 하나만 예약해 줄래요? 

직원 카드를 받아 간다. 

 


S#86. 동 호텔 화장실 (밤)


종이 타월을 버리고 혼자 중얼거리는 연주. 

연주 : (중얼거리는) 서연주. 쫄지 마. 쫄 거 없어. 

이내 거울 속으로 살풋 미소를 지어 보이는 연주. 밖으로 나간다. 

 


S#87. 동 호텔 칵테일 바 (밤)


연주와 민수 앞에는 다 마신 칵테일 잔이 놓여있고, 

둘은 조금 취했다. 

연주 : (시계를 보며) 어머,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됐네? 
민수 : 그만 일어나지. 

계산대로 향해 나가는 두 사람. 
민수가 계산서를 받고있는 동안 출구에서 기다리는 연주. 

직원 : (영수증과 함께 객실 키를 넘겨주며, 나직이) 607호실입니다. 
민수 : 고마워요. 

아무 것도 모르는 연주는 미소를 지으며, 민수를 따라 엘리베이터로 향한다. 

 


S#88. 동 호텔 엘리베이터 (밤)


사람들이 타있는 엘리베이터 안. 
6층 버튼을 누르는 민수. 뒷춤에 객실키를 들고 있다. 

연주 : (쿡쿡 웃으며) 어머, 취했나봐? 잘못 눌렀어. 
민수 : (슬쩍 키를 보여주며) 그냥 갈려구? 
연주 : 뭐? 

하지만 연주, 사람들 때문에 어쩌지 못하고 황당해하고 있는데, 
이때 벨소리가 나고 6층에서 멎는 엘리베이터. 

문이 열린다. 민수 먼저 내린다.
민수의 뒷모습을 빤히 쳐다보고 있는 연주. 

민수 : (돌아보며) 안 내려? 
연주 : (어이없어하다가 잠시 후, 당돌하게) 좋아! 

이때 엘리베이터 문이 닫힌다. 
닫히는 문을 손으로 막아 열고 나오는 연주. 스톱 모션. 
END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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