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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내사랑] 04

작성자수다쟁이|작성시간21.10.11|조회수416 목록 댓글 0

[안녕 내사랑] 04

 

 

 

 

 




S#1.포장마차(밤)
포장마차 바닥에 꿇어앉아 있는 민수.
꾹 참는 듯 눈을 한 번 같았다 뜨더니.
이야기를 시작한다.

민수 난 연주씰 이대로 놓치고 싶지 않아요. 
다시는 연주씨 허락 없이는 엉뚱한 생각이나 행동, 
하지 않겠다고 약속할게요. 우리 다시 시작합시다. 네? 

이때 민수를 내려다보는 연주.
둘 눈이 마주친다.
이내 차갑게 고개 돌리는 연주.
민수 혼자서 참 기분 더럽다는 표정짓는다.

연주 (다른 곳 보며, 여전히 풀리지 않은 투로) 됐어요. 그만 일어나요. 
민수 (일어나려고 움찔하다가, 고집스럽게) 아직 다시 시작하자는 말 안했잖아요. 
연주 (난감해서 머리를 짚었다가, 쳐다보지 않고, 지갑 꺼내며) 잠깐 나갔다 올게요. 일어나세요. 

핸드백 그냥 두고 지갑만 들고 나가는 연주.
혼자 남은 민수, 내가 왜 이렇게 됐나, 한숨쉬며 어이가 없다.
쳐다보고 수근대며 키득거리는 사람들.

민수 (사람들에게 신경질) 뭘 봐요! 

S#2.공중전화부스(밤)

연주 (전화를 하고 있는) 야, 너 왜 쓸데없는 짓을 해서 사람 이렇게 골탕먹이니? 

S#3.락카페(밤)
기태와 술을 마시며 핸드폰 통화를 하고 있는 정애

정애 아니 니가 왜 골탕을 먹어? 민수씨가 먹어야지? 

S#4.공중전화부스(밤) 

연주 (찔끔해서 잘난 척) 당연하지... 
그 잘난 빌딩도 일개 여공 앞에서 무릎이야... 꿇었다. 너 일찍 들어와? 전화 꺼놓지 말고! 

S#5.락카페(밤)

정애 알았어. (전화 끊는다.) 
기태 역시 민수 그 자식...! 연주씨가 밀리고 있대지? 
정애 (어리벙한 표정) 모르겠어요. 어떻게 된 건지. 

둘 곧 히죽 웃으며 즐겁게 맥주병을 부딪치고 마신다. 

S#6.포장마차(밤)
포장마차 밖. 
연주 심호흡을 하고 포장 걷고 들어서면, 
포장마차 안, 아직도 무릎을 끓고 있는 민수.순간 놀라는 연주.

연주 (그러나 이내 표정 바꾸고 쌀쌀맞게) 지금 뭐 하는 거예요? 이런다고 되요? 
민수 다시 시작한다는 말 듣기 전에는 절대 못 일어납니다. 

연주, 힐끔거리는 사람들을 의식하며 그냥 자리에 앉는다.
그 사이 안주가 나와있다. 
연주 착잡한 표정으로 민수를 보다가 시선 돌린다. 
소주를 마시는 연주. 
(시간경과) 
흔들리는 백열등 전구. 
그 아래 묵묵히 앉아있는 민수. 
흐르는 땀을 손으로 닦는다. 
소주잔만 만지작거리는 연주.

연주 (잠시 후 입술에 힘을 한번 주더니) 됐어요. 알았으니까 그렇게 해요. 
민수 다시 시작하자는 뜻인가요? 
연주 (마지못해 그렇다는) 네. 제발 그만 일어나요. 

민수 다리가 저린 듯 힘들게 일어나 의자에 앉는다. 
연주, 미안한 듯 민수를 보지만, 시선 마주치자 얼른 돌린다. 

민수 (웃으며) 고마워요. 

연주도 어이가 없는지 웃고 만다. 이내 차갑게 웃음 지우는 연주.

S#7.거리(밤)
연주와 민수 좀 떨어져 나란히 걷고 있다.
서로를 힐끔힐끔 의식하며 말이 없다.

연주E (속마음) 니 노력이 가상해서 내가 한번 봐준 거야, 이놈아. 다 됐다고 생각하면 오산이야. 
민수E (속마음) 솔직히 내가 여자한테 이렇게까지 해본 건 처음이다. 
케이블방송국만 아니었어도 그렇게까진 안했다. (찡그리며) 아효, 다리야... 

다리가 뻐근한지 걷다가 번갈아 다리를 터는 민수.

연주 (무뚝뚝하게) 왜요? 다리 아파요? 
민수 (얼른) 아니요. (그러다 쑥스럽게 웃으며) 근데 참 이상하네요. 
연주 뭐가요? 
민수 난 왜 매번 다리가 수난을 겪는지 모르겠어요? 
지난번엔 시원하고 허전하더니, 오늘은 뻑뻑하고 힘이 없네? 
(개발 딛고 양다리를 휘청휘청 쓰러질 듯 걸어가 보이며) 
완전히 이거예요, 이거. 

연주 웃지 않고 싸늘하게 시선 돌린다. 
민수 머쓱해서 그만두고는, 다가와 연주의 얼굴을 가까이 들여다본다. 

민수 나 그렇게 나쁜 사람 아니에요. 미워하지 말아요? 
연주 항상 이런 식인가봐요? 
민수 어떤 식이요? 
연주 정면돌파. 그 다음엔 은근슬쩍. 
민수 은근슬쩍이라니요? 지금 분위기 좋~게 해볼려고 얼마나 애쓰고 있는데요. 

어이없는 연주.

민수 배고프죠? 속도 쓰리고. 우리 어디 가서 밥 먹어요. 

S#8.고급레스토랑(밤)
연주와 민수, 아까 그 레스토랑의 그 자리에 앉아서 스테이크를 썰고있다.

민수 아! 이제야 원래 계획대로 돌아왔네. 
우린 왜 매번 거꾸로 하죠? 남들은 밥 먹고 술 마시는데? 호텔도 제일 먼저 가고, 아무튼 미친놈이야. 
연주 (비아냥거리듯) 잘 아시네요. 
민수 (무시하고, 능청맞게 웃고는) 생각해보니까, 연주씨 말대로 우린 아는 게 별로 없네요. 그죠?
       집에서는 몇 째예요? 고집이 센 걸 보면, 분명히 맏이 아니면 막낸데?
연주 (뚱하니) 나 혼자예요. 
민수 그 봐요. 내 말이 맞지. 맏이면서 막내네. 나도 외동인데... 
(갑자기 생각난) 아니 그럼 졸업하고 집에 내려가서 민방사업 배워야겠네요? 
연주 (약간 당황) 글쎄요. 아직 관심이 없어서요...
민수 그래도 부모님들은 물려받길 바랄걸요? 
기태도 그렇고 다른 친구들을 봐도, 대부분 나중엔 어쩔 수 없이 하게 되더라구요. 
연주 (얘기 피하며) 언젠가 때가 되면 하겠죠. 지금은 별로 생각이 없어요. 
민수 (왠지 실망) 그래요... 그래도 미리미리 조금씩 관심을 가져두는 게 좋아요. 
내 경우는... 갑자기 한꺼번에 부모님이 돌아가시는 바람에, 도와주시는 분들은 있었지만, 
일을 엄청 힘들게 배웠거든요.
연주 (문득 놀라며) 어머, 부모님이 안 계세요? 
민수 네. 
연주 (조심스럽게) 언제 그렇게 되셨어요? 
민수 고 1때요. (잠시 멈짓했다가) 외국에 나가셨다가 항공기 사고로...
연주 세상에... 두 분이 한꺼번에 다요...? 
민수 네. (분위기 바꾸며, 거짓말) 어휴, 그때 유산이라도 좀 남겨놓고 가셔서 다행이었지, 안 그랬으면 불량 청소년 되고 큰일 날 뻔했어요. 
연주 (측은하게 보며) 많이 외로웠겠어요... 
민수 그러니까 이제부터 연주씨가 잘해줘야 돼요. 나 외롭지 않게. 

연주 측은하게 바라보던 시선 얼른 거둔다.
민수 연주를 힐끔보며 혼자 미소짓는다.

S#9.거리(밤)
민수와 연주 택시를 잡으려고 서 있다.

민수 아, 기태 그 자식. 한번 차키를 가져가더니, 통 내놓을 생각을 안해서요. 
걘 뭐든지, 자기 거보다 내 걸 더 좋아한다니까요. 친군데, 할 수 없죠, 뭐. 
(이때 택시 서자, 문을 열며) 타세요. 바래다줄게요. 
연주 (타며) 됐어요. 그냥 갈게요. 
민수 아니, 그래도 어떻게 여기서 헤어져요. 미안하게...
연주 (문 닫으려 하며) 괜찮아요. 혼자 갈 수 있어요. 
민수 (문 잡고서) 그럼, 우리 빠른 시간 내에 또 봐요! (문 닫는다.) 

이내 떠나는 택시.
민수 손가락 두개로 경례 때리고 바라본다.

S#10.달리는 택시안(밤)
앉아있는 연주뒤로, 멀리서 있는 민수의 모습이 사라진다.

연주 (지갑 꺼내며 툴툴거리는) 웃겨. 택시를 잡아줄려면 택시비까지 줘야지.
      (운전수에게) 아저씨! 조 앞 전철역에서 세워주세요. 

S#11.달리는 차안(밤)

정애 (장미꽃 세 송이를 바라보며) 전요, 여름엔 추운 곳으로, 겨울엔 따뜻한 곳으로 피서 다니면서 살고 싶어요. 
기태 그게 뭐 그렇게 어렵냐? 
정애 (찔끔하며) 그래도... 돈만 있다고 다 되나요? 뜻을 야무지게 가져야죠. 
그리고 꿈이 같은 사람을 만나야 가능해요. 
기태 하긴 그렇지. 
정애 오빤 어때요? 
기태 나도 좋다고 생각해. 참 너 이번 토요일에 시간 있냐? 
정애 왜요? 
기태 제주도 내려가는데, 시간 있으면 같이 가자구.
정애 (좋지만 망설이듯) 오빠하고 저하고 둘이서요?
기태 왜? 싫어? 
정애 아니요... (잠깐 생각해보다) 이번 주는 괜찮아요. (엉겁결에 딸려 나오는) 격주로 쉬니까. 
기태 학교가 무슨 회사냐? 격주로 쉬게? 
정애 아, 네. 수업이 격주로 있거든요.(얼른 말 돌리며) 참, 연주 걔 민수씨랑 잘 됐을래나...? 

기태 아무런 반응이 없자, 정애 기태의 눈치를 살피며 혼자 히죽 웃는다. 

S#12.오피스텔(밤)
즐거운 표정으로 힘차게 푸쉬업을 하고 있는 민수. 
지쳐서 바닥으로 푹 꺼지며 엎어지는 민수. 
잠시 후 등이 들썩거리기 시작하더니 커다란 웃음소리 시작된다. 
돌아눕는 민수. 
이내 진지한 표정이 되면서 회심의 미소 짓는다.

민수 니가 이긴 거 같지? 내가 이긴 거야. 

S#13.연주집(밤)
수건으로 머리를 털며 욕실에서 나오는 연주. 
문득 생각이 스치며,혼자 재미있다는 듯 웃는다.

S#14.인써트

민수 (개발 딛고 양다리를 휘청휘청 쓰러질 듯 걸어가 보이며) 완전히 이거예요, 이거. 

S#15.연주집(밤)
연주 얼른 고개 저으며 나오는 웃음을 지운다.

연주 (혼잣말) 지가 별 수 있어? 내가 누군데? 어림도 없지. 

이때 장미꽃 세 송이를 들고 들어오는 정애. 조금 들떠있다.

정애 (보자마자) 야, 너 어떻게 됐어? 
연주 어떻게 되긴 뭘... 
정애 (표정 들여다보며) 잘 됐구나? 기집애. 
연주 내가 코를 납짝하게 뭉개놨다. 
정애 그래? 어떻게? 

S#16.기태방(밤)
침대에 누워 전화를 하고 있는기태.

기태 어떻게 했는데, 얘기 좀 해봐라. 

S#17.오피스텔(밤)

민수 (호텔 서적 보다가 전화하고 있는) 뭘 그런 걸 말을 하냐? 아무튼 덕분에 잘된 거니까, 한턱 낼게. 

S#18.기태방(밤)

기태 한턱은 무슨. 됐다. 저기, 나 이번 주말에 정애 데리고 제주도 놀러가거든.
     아버지한테는 일 때문에 간다고 했으니까, 그렇게 알고 있어라. 

S#19.오피스텔(밤) 

민수 (히죽 웃으며) 그래? 자식, 드디어 본궤도에 진입하는구나. 좋겠다. 알았어. 

전화를 끊고 생각에 빠지는 민수.
이내히 죽 웃더니, 전화를 건다.

S#20.연주집(밤)
어둠 속에 누워서 소근 거리며 깔깔대는 연주와 정애

정애 어머머머, 세상에, 포장마차 맨바닥에서? 
연주 음. 하도 울고불고 하길래, 불쌍해서 내가 한번 봐준거야. 
정애 세상에...! 난 감동 먹을라그래. 그 남자 너 되게 좋아하나부다. 

연주 혼자 히죽웃는다.
이때 전화벨이 울리면, 
정애 조명을 켜고, 연주 전화 받는다.

연주 여보세요? 

S#21.오피스텔(밤)

민수 잘 들어갔어요? 

S#22.연주방(N)

연주 (쌀쌀맞게) 네. 

S#23.오피스텔(밤)

민수 그럼 전화를 좀 해주지 그랬어요. 걱정하고 있었는데. 
연주E (새침하게) 미안해요. 
민수 됐어요, 잘 들어갔다니까. 저기, 이번 주말에 만날 수 있어요? 

S#24.연주집(밤)

연주 글쎄요... 시간이 날지 모르겠네... 
민수E 어쨌든 일단 만나는 걸로 하고 시간 비워봐요. 
연주 (망설이다 얼른) 저기, 그때 가봐야 알 거 같애요.

S#25.오피스텔(밤)

민수 아무튼 그날 다시 전화할게요. 잠깐이라두 만납시다.(부드럽게) 그럼 잘 자요. 

전화기를 내려놓으며 힘주어 미소를 짓는 민수.

S#26.연주집(밤)
전화기 내려놓고, 조명끄고 눕는 연주.

정애 또 만나재? (마구 때리며) 어휴, 지지배 이거, 응큼한 지지배... 

연주도 혼자 히죽 웃는다.

정애 야! 헤어지구 그새 또 전화까지? 민수씨 야! 아주 몸이 달은 모양이다.
연주 몸이 달긴 무슨...
정애 잘됐지 뭐, 잘해봐라. 그래야 내맘두 편하지.
연주 (눈만 말똥거린다)

S#27.인써트

민수 그러니까 이제부터 연주씨가 잘해줘야 돼요. 나 외롭지 않게. 

S#28.연주집(밤)
연주,눈을 감는다.(F.O)

S#29.달리는 차안,김포가도(아침)
기태와 정애 뒤좌석에 앉아있고,운전을 하는 민수.

정애 바쁘실 텐데, 어떻게 민수씨가 나왔어요? 
민수 (뜨끔해서) 
덕분에 연주씨도 다시 만났잖아요. 이 정도는 기본이죠, 뭐. 
정애 (기태에게) 민수씨 참 좋은 친구다. 둘이 언제부터 친했어요? 
기태 중 1 때부터. 같은 반이었거든. 
정애 둘이 짝이었구나? 
기태 아니, 짝은 아니고... 실은 나 민수 덕에 살았어. 
학교 앞에서 유괴범들한테 끌려갈 뻔했는데, 민수가 구해줬거든. 
정애 어머나, 어떻게요? 
기태 험악하게 생긴 아저씨들한테 
붙잡혀서 차로 끌려가고 있는데, 갑자기 민수가 나타나서 몸으로 막아준 거야.
그때 쟤는 놈들한테 칼 맞아서 입원까지 했었어. 
정애 어머, 끔찍해라. 민수씬 어땠어요? 
민수 전 좋았지요. 
한 3준가, 학교 안가고 병원에서 맛있는 거만 먹고, 만화책 실컷 보고. 
나중에 학교 갔더니 용감한 학생 상장도 주더라구요. 
정애 어머, 그럼 민수씨가 생명의 은인이네요! 
기태 그럼. 난 쟤 없으면 안돼. 
사실 내가 민수한테 뭘 해줘도, 이 녀석이 나한테 해준 거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지. 

운전하면서 기태의 말을 듣고 있는 민수.

기태E (계속) 
연주씨 마음 돌린 거 잘 한 거야. 이 놈 진짜 좋은 놈이거든. 

S#30.공항 주차장(아침)
민수, 차 트렁크를 닫고 꺼낸 가방을 든다.

기태 됐어. 우리끼리 들어갈게. 
민수 (가방 주며) 몇 시 비행기로 오는지 미리 알려주라.
기태 그래, 전화할게. 들어가. 
정애 (이상하다는 듯) 어머, 올 때도 마중 나오실려구요? 
민수 (농담) 아이, 아예 따라가서 현지운전도 해드릴 수 있어요. 같이 갈까요? 
기태 야, 야. 됐다. (정애에게) 가자. 늦겠다. 
민수 잘 갔다와라. 재미있게 놀다와요! 

정애 웃으며 인사하고, 기태를 따라간다. 
민수, 정애와 기태의 뒷모습을 보며 웃는다. 
그러다 갑자기 생각났는지 전화를 거는 민수.

민수 (기다렸다가) 연주씨? 민수예요. 지금 뭐해요? 

S#31.연주집(아침)
연주 빨간 고무장갑을 끼고 집게로 삶는 빨래를 건져내며 전화기를 받고있다.

연주 지금이요? (거짓말) 책 봐요. 음악 들으면서. 

연주 빨래집게 놓고, 얼른 가서 카세트의 음악을 튼다.

S#32.공항주차장(아침) 

민수 (차 안으로 들어가며) 오늘 만나기로 한 거 기억하죠? 

S#33.연주집(아침)

연주 글쎄요... 낮에 약속이 있는데요... 

S#34.공항주차장,차안(아침)

민수 (출발하며) 저도 누구 좀 만나서 어디 데려다 주고, 2시쯤 시간이 날 거예요. 약속 어디에서 있어요? 

S#35.연주집(아침)

연주 그냥 정하세요. 제가 갈게요. (들으며) 네, 그럼 거기서 봐요. 

연주 수화기를 내려놓고,
장갑을 벗는다.
옷장을 열어보는 연주.
옷들을 꺼내보다가 심란한 표정 빈 옷걸이가 여럿보인다.

연주 기집애, 하루 있다 온다더니 옷은 죄 싸갔나봐? 

S#36.대학,캠퍼스(낮)
한적한 곳에 나란히 앉아있는 경철과 소영.
소영은 근심이 가득하다

경철 (심각하게) 확실해? 
소영 (끄덕끄덕) 병원에 갔다왔어. 
경철 (나무라는 투가 섞인) 아이, 참... 그때 괜찮다고 그랬잖아. 
소영 (섭섭한) 그럼 내 탓이란 말이야? 
경철 (달래다가) 아니... (이내 짜증 섞인) 그러길래 여행은 왜 가자고 졸랐냐? 
소영 (울먹이는 눈망울) 정말 이런 식으로 나올 거야? 
경철 (팔 둘러 안아주며) 미안해, 미안해... (잠시 후, 착잡하게) 어떡할래? 
소영 (섭섭한) 그걸 나한테 물으면 어떡해.
경철 (착잡한) 지금 결혼하면 너 고생해. 박사 따도 돈 없고 빽 없는 놈들은 똑같단 말이야, 
      취직도 안되고. 
소영 (울 듯이) 그럼 난 어떡하라구...
경철 여기다 새끼까지 까면, 참 볼만하겠다. 
소영 (팩 토라지며) 우리가 병아리야? 새낄 까게? 
경철 그래, 알았어. 결혼하지 뭐. 
소영 정말...? 
경철 응. 날짜 잡어. (시계 보며, 미안한) 근데 어떡하지? 
나 그만 가봐야 될 거 같은데? 학과장님 모시고 학술세미나 가야 되거든. 
(리포트와 희정에게 받은 자료서적을 주며) 리포트는 니가 대신 나가서 좀 전해줘라.
그때 그 카페 알지? 나중에 보자. (착잡하게 간다.) 
소영 (얼른 들고 따라가려다가 책이 떨어지자 멈추며) 
이런 얘길 하다 그냥 가는 사람이 어딨어? 경철씨! 
경철 전화할게! (달려간다.) 

속상한 소영의 표정.
이내 웃음기가 돈다.

S#37.대학가 까페(낮)
마주앉아 주스를 마시고있는 연주와 소영.

연주 결혼하재? 잘됐네. 그 봐, 내가 얘기하랬지? 
소영 (빙긋이 웃고는, 또 근심) 근데, 집에 어떻게 말하지? 아버지 아시면 경철씨 맞아죽어.
      나도 이번엔 무사하지 못할 거야. 
연주 아직 티 안 나잖아. 아무 말 말고, 그냥 결혼한다고 밀고 들어가. 
소영 순순히 시켜주겠니? 작년엔 경철씨 땜에 학교 관두래서 휴학까지 했는데? 
연주 그럼 그냥 확 살림부터 차려. 
소영 안돼. 돈이 없잖아. 집에서 사놓은 아파트도 받고 생활비도 보조를 받아야 돼. 
연주 (기가 차서) 참 내, 그 남잔 야, 봉 잡았다! 
소영 (뽀로통해지며) 자꾸 그럴래? 경철씨 갖고 그렇게 말하는 거 싫어. 
연주 알았어. 

이때 희정이 두리번 거리며 지나간다.

소영 (긴가민가 보다가 일어서며) 저, 최희정씨세요? 
희정 네. 그런데요? 
소영 저기, 잠깐 앉으세요. 문경철씨 만나러 왔지요? 
희정 (그제야 기억하며) 아, 네. 선배님하고 같은 과 후배시죠? (앉으며, 연주와 목례 주고받는다.)
소영 (책과 리포트 건네주며) 경철씨가 급하게 학과장님 모시고 학술회의에 참석하게 되서요, 
제가 대신 나왔어요. 
희정 네... (연주를 자꾸 보다가) 근데 이분은? 꼭 어디서 본 거 같은데, 혹시 저 모르세요? 
연주 글쎄요... 저도 낯이 익는데... (고개 젓는다.) 
소영 제 친구 서연주구고, 이쪽은 신방과 최희정씨. 
희정 네에... (웃으며) 안녕하세요.
연주 (역시 웃으며) 안녕하세요. (시계 보며, 소영에게) 저, 난 그만 가볼게.
소영 금방 끝나는데, 같이 가. 
희정 저 땜에 가시는 거예요? 
연주 (일어나며) 아니에요. (소영에게) 나온 김에 뭐 좀 살게 있어. 약속도 있고. (희정에게) 그럼.
소영 (따라 나가며) 무슨 약속인데, 그래...
연주 그냥 약속. 
소영 기집애, 나중에 연락할께.

희정보고 있던 리포트를 덮는다.

희정 (봉투를 내밀며) 참, 이건 프러스 알파구요, 저번에 먼저 써주신 건 A뿔 나왔다고 전해주세요. 
소영 (받으며) 네에... 
희정 (미소 짓으며) 두분 그냥 선후배 아니죠? 
소영 네? 
희정 C.C 맞죠? 학교에서 같이 다니는 거 많이 봤어요.
소영 (쑥스럽게) 네에... 
희정 어떻게 사궜어요? 
소영 그냥 입학해서 인문학 세미나 하다가요. 
희정 (끄덕이며) 아... (부러운) 좋겠다. 
실은 나도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데 그게 잘 안되요. 
소영 그러세요...? 
희정 그 사람은 날 좋아하는 거 같기도 하고,아닌 거 같기도 한데...
     (가벼운 한숨) 문제는 그게 아니라...내가 그 남자를 왜 좋아하는지 모르겠다는거예요. 
     암만 생각해도. 
소영 사랑이 다 그런 거죠. 이유가 있나요? 
희정 그래요? 웃기죠? 처음 만나서 이런 얘길 하고. 
소영 아니요, 괜찮아요. 
희정 실은 전 남자친군 엄청 많거든요. 근데 여자친구가 없어요. 
그래서 별로 얘기할만 한 사람도 없구.... (친근하게 덮썩) 언제 술이나 같이할래요? 
소영 (재밌다는 듯) 그래요. 

이때 들어와 두리번 거리다 희정을 발견하고 오는 민수.

희정 (민수를 보고) 오빠! 여기요, 금방 찾았나보네? (옆 테이블 가리키며) 거기 잠깐 앉아있어. 
소영 (민수를 보며) 아니에요. 제가 일어날게요. 두분 말씀 나누세요. 
희정 그러실래요? 그럼 나중에 같이 한번 만나요. 오늘 수고 하셨는데, 제가 맛있는 거 대접할게요. 
소영 아니에요, 됐어요. 
(민수를 힐끔 보면서 혼자 웃고 나간다.)
민수 (나가는 소영을 힐끔 보며, 앉는) 누구야? 
희정 으응, 사회학과 선배. 
민수 (소영을 다시 한번 보며) 
그래? 사회학과야...? 
희정 관심 끊어. 애인 있는 여자야. 
민수 야, 까불지 좀 마. (일어나며) 일어나. 가자. 나 바뻐. 
희정 (삐죽거리며 챙기는) 차라도 마시고 가지...

민수 나가고, 희정 얼른 따라나간다.

S#38.제주도,해안도로(낮)
음악과 함께, 스포츠카 한 대가 달려온다. 
차창 밖으로 나온 정애의 팔이 바람을 가르며 달려온다.
정애의 환호성 들린다.

S#39.해안도로,차안(낮)
기태,운전을 하고 있고, 
옆자리의 정애 차창 밖으로 손을 치켜 올리고 황홀경에 빠져있다.

정애 우! 우! 
기태 그렇게 좋아? 
정애 그럼요. 음! 짠 냄새! 너무 좋다. 바다 색도 다른 거 같애요. 
기태 제주도 처음 와봤어? 
정애 (얼른 둘러대며) 아니요. 오랜만에 와서 그렇죠. 나처럼 해봐요. 
손가락 사이로 바람이 막 지나가. 얼마나 신나는데요. 빨리요! 
기태 조심해. 다쳐.
정애 차도 안 오는데 뭘. 해보라니까요? 얼른. 

기태도 창 밖으로 
팔을 내민다. 이내 신이 나는지 즐거운 표정이 되는 기태. 
이내 둘 다 환호성 지르며 신바람이 난다. 도로. 
차 양쪽으로 튀어나온 두 사람의 팔이 리듬에 맞춰 흔들거리면서 죽 멀어져 가는 스포츠카. 

S#40.제주도,호테앞(낮)
정애 혼자 감동 어린 표정으로 호텔을 바라보고 있다. 
호텔을 구경하던 정애, 멀리 호텔 1층 카페 안을 바라본다. 
1층 카페 창가에는, 기태가 한 남자와 이야기를 하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S#41.동 호텔1층 카페(낮)
기태와 정장 차림의 남자가 마주앉아있고, 테이블 위엔 이력서가 보인다. 
멀리 창 밖에서 이쪽을 흐뭇하게 
보고있던 정애가 구경을 하며 사라지는 것이 보인다. 

기태 연락은 다음주 정도에 갈 겁니다. 
남자 잘 부탁 드립니다. 
기태 진우가 소개도 했고, 특급호텔에서만 이 정도 경력이 있다고 하니까,
뭐 문제될게 없겠네요.
남자 그래두 원하시는 만큼 할 수 있을지는 두고 봐야죠.
기태 (이력서를 챙겨 넣으며) 어쨋거나 좋은분을 만나게 되서 다행입니다.
남자 별말씀을요.

S#42.제주도,호텔뒤 야외(낮)
호텔경관과 정원을 구경하며 감동에 젖어있는 정애.
이때 핸드폰 울린다.

정애 (얼른 받으며) 여보세요? 
연주E 정애니? 잘 도착했어? 
정애 (흥분한) 연주구나. (벅찬 기분) 나 지금 너무 황홀한 거 있지! 여기가 어딘 줄 알아? 

S#43. 거리,공중전화부스(낮)

연주 어딘데? 
정애E 호텔! 그 사람이 인수한다는 호텔에 와있다! 너~무 근사한 거 있지. 

S#44.제주도,호텔 뒷편 야외(낮)

정애 야, 여긴 외국 같애! 
외국 영화에서 나오는 데 있지, 완전 그 거야. 

S#45.거리,공중전화부스(낮)

연주 아이구, 좋기도 하겠다. 괜히 속보이게 굴지 말고 처신이나 잘해. 

S#46.제주도,호텔뒷편야외(낮)

정애 (삐죽거리고는) 
참, 아침에 민수씨가 우리 공항까지 태워다줬다?

S#47.거리,공중전화부스(낮)

연주 그래? 민수씨가 왜? 
정애E 저번에 우리가 너 만나게 해줘서 고맙다고 서비스한 거래. 
민수씨 참 좋더라, 얘. 의리도 있고. 

내심 좋아하는 연주의 표정.

S#48.제주도,호텔뒷편 야외(낮)
이때 호텔 쪽에서 나타나는 기태.

정애 어머.

S#49.운수회사(낮)
트럭들 서있고,희정이 대호에게 선뜻 악수를 청한다.

희정 민수오빠한테 말씀 많이 들었어요. 
대호 (좋아서 헤벌쭉 손잡으며) 저두요. 영화... 찍으신다구요? 
희정 네. 16mm 단편 영화예요. 
대호 그런 거라면 제가 당연히 도와드려야죠. 그럼 저도 영화에 출현하는 겁니까? 
희정 (웃으며) 네, 그럼요. 트럭운전수로요. 
대호 (좋아하며) 그래요? 
민수 야, 너무 좋아하지 마. 출연료는 없어. (시계를 본다.)
대호 지금 출연료가 문제냐? 
희정 대신 오늘 점심은 제가 대접할게요. 
대호 어휴! 좋죠... 
희정 (민수에게) 오빠 단골 있다 그랬지? 거기 가자. 
민수 (시계 보며) 난 가봐야 돼. 일 있어. 
희정 (섭섭한) 점심만 먹고 가. 어떻게 나만 두고 쏙 가냐? 
민수 소개만 시켜주면 된다며. (대호에게) 잘 좀 해 줘라. 

희정 삐죽거리며 트럭들을 살펴보고, 
민수 무선 시동 걸며 밖으로 나가면, 대호 따라나간다. 
미스한이 떨떠름한 시선으로 희정을 보다가 들어가는 것이 보인다. 

대호 (들떠서) 바쁘냐? 어디 가는데? 
민수 약속 있어. 나중에 전화할게. 
대호 (씩 웃으며) 그 여자 만나러 가니? 민방? 
민수 (차로 들어가며) 자식. 일이 잘풀릴 모양이구나. 다시 만나는 거 보면, 그 여자도 너 괜찮게 생각하나보다? 
민수 모르겠어. 간다!

민수의 차 떠나고, 보고
서있던 대호, 히죽 웃더니 희정에게로 달려간다.

S#50.서울, 호텔커피솝(낮)
오렌지 주스가 놓여있고, 연주 혼자서 시집을 읽고있다.
(최승자의 '즐거운 일기'라는 시집)
민수가 와서 앉는다.

민수 (앉으며) 내가 좀 늦었나요? 
연주 (시집 덮으며) 아니요, 제가 좀 일찍 도착했어요. 
민수 (따라온 종업원에게) 같은 걸로 주세요. 

종업원 가고 나자,

민수 (시집을 보면서) 시도 읽어요? 
연주 시도 읽다니요? 시는 누구나 읽으면 좋아요. 
민수 하긴 그렇죠. 좀 봐도 돼요? 
연주 (시집을 건네준다.) 
(겉장을 보고, 펴서 죽 넘기다가 아무 데나 읽으며) 
그러나... 원하신다면, 당신이 원하는 그 깊이로 고이 추락하리라. 아! 감동적인데요! 
연주 (내심 반기면서도) 그래요? 
민수 내가 꼭 연주씨한테 하고 싶은 말을 먼저 해버렸네? 
나도 연주씨가 원하는 그 깊이로 고이 추락하고 싶거든요. 
연주 (새침하게 시선 돌릴 뿐) ...
민수 (시집 표지를 보며) 나도 한 권 사서 읽어봐야겠네. (돌려준다.)
연주 (받으며) 이 시인 시집들이 다 좋아요. 
민수 (끄덕이며) 아, 그래요? 그럼 몽땅 사서 볼게요. 

연주 괜히 기분이 좋아진다.
이때 주스를 놓고 가는 종업원.

민수 (주스 마시고는) 날씨도 좋은데, 오늘은 우리 시원하게 야외로 나갈까요? 
연주 (잠깐 뜸들이다) 좋아요. 

S#51.동 호텔 밖(낮)
호텔에서 나오는 민수와 연주.
이때 막 들어온 승용차에서 나오는 기태모.호텔로 향한다.
기태모와 민수 마주친다.

민수 (당황, 인사하며) 안녕하세요, 어머니. 여긴 웬일이세요? 
기태모 (옆의 연주를 보며) 넌 어쩐 일이니? 
민수 (안절부절) 저기... 약속이 있어서요. (연주에게) 인사...드려요. 
기태 어머님이세요. 제 친굽니다.
연주 안녕하세요. 
기태모 그래요? (민수에게) 
민수 (쑥스러워) 네.

연주,여자친구라는 말에 멋쩍어서 시선 피하는데

기태모 (연주에게) 그럼 다음에 또 봐요. (민수에게) 가봐라. 
민수 (정중하게 인사) 네. 살려가세요.

민수와 연주, 
기태모에게 인사를 하고 돌아서고, 기태모도 호텔로 향한다. 
이때 기태의 외제차를 몰고와 두 사람 앞에 대고 나오는 호텔직원. 
문을 열어준다. 
이때 호텔로 들어가던 기태모 언뜻 다시 돌아보면, 
민수와 연주가 직원의 서비스를 받으며 기태의 외제차에 타는 것이 보인다. 

기태모 (못마땅한) 아니, 쟤가? 기가 막혀서. 

민수와 연주를 태운 차 호텔을 빠져나간다.

S#52.차안(낮)
호텔을 빠져나가며, 민수 손으로 이마의 땀을 닦는다.

연주 (이상하다는 듯) 왜 그렇게 어려워해요? 
친구 엄만데? 
민수 원래 좀 엄한 편이셔서요. 우리가 워낙 못된 짓을 많이 하기도 했고... 사내놈들이 그렇잖아요. 
연주 네... 참, 아침에 공항까지 태워다줬다면서요? 
정애랑 통화했어요. 
민수 (당황의 연속, 얼른 둘러대는) 아, 기태 그 자식이, 
차를 받을려면 그렇게 하라고 개기는 통에 어쩔 수 없이 나갔어요. 
연주씨도 다시 만나게 해주고 그래서 요즘 좀 봐줬더니 안되겠어요. 
연주 둘이 참 친한 거 같애요. 
민수 친하죠. 오래 됐으니까. 나한테 도움도 많이 주고,나도 많이 도와줘요. 
(연주의 표정을 힐끔 살피고는) 참, 정애씨는 재미있데요? 
연주 네, 그런가봐요....
민수 그럼 우리두 질수 없지. 나는 더 재미있게 해줄게요.
연주 (힐끔보고 웃고)

민수, 연주와 눈이 마주치자 얼른 웃는다.

S#53.곱창집(낮)
앉아서 정감 어린 시선으로 실내를 둘러보는 희정.
대호는 희정을 관심있게 본다.

희정 여기가 민수오빠가 자주 오는 데예요? 
대호 (물을 따라주며) 네. 
아줌마 (국밥을 내오며) 웬일이야? 아가씨를 다 데려오고? 
대호 (반찬을 놓으며) 이쁘죠? 근데요, 저랑 아무 상관없어요. 
아줌마 허허허, 그래? 
아니 젊은 남녀야 상관없다가도 있고, 있다가도 없는 거지, 뭘 그래? 
희정 어머, 아줌마 멋지시다. 
대호 원래 멋진 분이세요. 
아줌마 (주방으로 들어가며) 아이구, 알았어. 내가 써비스 좀 팍팍 줄게. 

웃고는 순대국밥을 먹기 시작하는 희정.

대호 오빠하고는 많이 다른 거 같애요? 털털하시고. 
희정 저희 오빠 아세요? 
대호 잠깐 봤어요. 
희정 네... 저랑은 앙숙이에요. 
사실 전 민수오빠가 더 좋아요. 민수오빤 뭐든지 있는대로 받아들이고 도와주는 편이거든요. 
     우리오빤 앞뒤가 꽉 막혔어요. 정말 지루해. 

대호 웃는다.

희정 옛날에 민수오빠랑 어땠어요? 같이 일할 때? 
대호 재밌었어요. 일은 고됐지만 끝나면 술도 엄청 마시고, 좋았어요. 
민수도 그때를 좋아하는 거 같더라구요. 
희정 저도 민수오빠 그때가 제일 보기 좋았던 거 같애요.
사람이 편안해 보이고, 나한테도 부담 없이 대하고 그랬는데... (아쉬운 표정) 
지금은 좀 변했어요. 자기는 아니라고 하겠지만...참 민수오빠 고등학교 때는 어땠는지 잘 모르시죠? 
대호 네. 전 군대에서 만났어요. 
희정 민수오빠 그때 참 멋있었어요. 내 친구들도 민수오빠 얼마나 좋아했는데요. 
민수오빠가 우리들 보디가드 해주면서 여름야영도 데리고 다
니고 그랬거든요. 한번은요, 에이... 아니에요. 
대호 왜요? 얘기해봐요.
희정 아니에요...

대호,혼자 아련하게 웃는 희정의 표정을 이상하다는 듯이 본다.

S#54.춘천가도,차안(낮)
강을 따라 시원하게 달려오는 외제차.차안.민수와 연주 즐거운 표정으로 강물을 바라본다.

S#55.호수변 카페전경(석양)
카페옆 주차장으로 차가 들어온다.
연주와 민수, 내리고 카페로 향한다.

연주 (둘러보며) 참 좋다. 
민수 밤엔 야외가 더 괜찮은데, 들어가죠. 지금은 안이 더 시원하니까. 
연주 네. 

카페안으로 들어가는 민수와 연주

S#56.카페안(석양)
테이블 위에 음료가 놓여있고, 이야기하고 있는 민수와 연주

연주 그럼 오피스텔에서 혼자 살아요? 
민수 네. 가끔 기태가 와서 자고 갈 때가 있어요. 
연주 난 혼자 밥 먹는 거 참 싫어하는데, 괜찮아요? 
민수 그런 건 상관없는데, 아무래도 귀찮으니까 컵라면을 많이 먹게 되요. 
연주 (안됐다는 듯 웃으며) 세상에... 아무리 빌딩이 있으면 뭘 해요? 잘 먹어야죠. 
민수 (말꼬리 흐리며) 그러게 말이에요...

이때 창 밖 주차장에 승합차가 들어오고,
여공1,2,4,5와 송과장, 동식, 남공1, 2가 내리고, 서로 장난치고, 
깔깔대며 즐겁게 야외 테이블로 가 자리를 잡는 모습이 보인다.
연주는 보지 못하고 민수와 즐겁게 이야기한다. 

연주 컵라면 그건 아주 안좋다는대. 환경호르몬을 그냥 엑기스로 마시는 거래요. 
민수 5분 안에 먹으면 괜찮대요. 그거 몰랐을 땐 나도 물 부어놓고 딴짓하다가 30분씩 있다가 먹기도 하고, 30분이 뭐야?
국물 같은 건 남겨놨다 잘 때 또 마시고 그랬거든요. 
연주 (찡그리면서도 웃는) 어머... 정말이요? 
민수 네. 나중에 텔레비젼에서 환경호르몬에 대해서 막 나오는 거 보니까, 
아주 미치겠더라구요. 나의 올챙이들이 무사해야 할텐데... 
아, 이거 또 내가 오바했나? 
연주 (쿡쿡 웃는다.) 

S#57.카페야외 테이블(석양)
여공2,동식 옆에 앉아있고.
둘러 앉아있는 일행 너머로,민수와 연주의 즐겁게 모습이 보인다.

여공1 참, 과장님. 이번에 은영이 자리에 누가 되요? 
송과장 글쎄... 무지 궁금한가부지? 
여공2 그럼요. 과장님은 누구 추천하셨어요? 
송과장 아직 추천 안 했어. 왜? 너도 너를 추천하고 싶니? 
여공2 아니요... 
동식 (웃으며) 자길 추천하는 맹랑한 애도 있나보죠? 
송과장 얼마 전에 누가 와서 자길 적극 추천하더라구. 
여공2 어머 누가요? 
여공1 누군 누구겠니? 그렇게 뻔뻔스런 애라면 깐포도 밖에 더 있겠어? 맞죠. 
과장님. 깐포도죠? 
송과장 깐포도가 누군데? 
여공1 서연주요. 연주 걔가 깐포도였어?(껄껄대고 웃는다.) 
여공2 과장님이 모르셔서 그렇지, 걔가 얼마나 여우 짓을 하는데요. 
동식 경미 너, 없는데서 사람 씹고 그러지 마라. 그거 아주 안 좋은 버릇이야. 

여공2뚱해서 일어난다.

동식 어디 가니? 오빠가 얘기하는데? 
여공2 화장실이요! 

여공2 빠져나가면, 
이때 카페 안, 연주 웃다가 문득 이쪽을 본다. 
여공일행을 발견하고 놀라는 연주. 

S#58.카페안(석양)
야외테이블의 일행을 보고 놀란 연주. 
얼른 고개 돌린다. 
창을 다소 등지는 방향으로 고쳐 앉는 연주. 
신경이 쓰이고, 안절부절 한다. 

민수 (웃고 나서) 연주씨, 우리 다시 말 놓는 게 어때요? 
난 좀 불편한 거 같은데...
연주 (힐끔힐끔 창 밖을 신경 쓰며)난 말 높이라고 한 적 없어요. 
민수 그럼 우리 말 놔요. 
연주 그래요... 
민수 또 같이 놓을려고 그러죠. 
연주 당연하죠. 왜 나만 손해를 봐요? 
민수 (찝찝한 표정 짓더니) 그래, 그럼 같이 놓자. 
연주 좋아. 

연주 창 밖을 보며 초긴장 상태로,
빨대로 음료를 쭉 다 마시고는

연주 저기, 그만 일어날까? 여기 좀 답답한 거 같애. 나갔으면 좋겠어. 
민수 그래? 그러지, 뭐. 

민수 반잔이나 남은 음료를 그대로 두고 일어선다. 
연주 걱정스런 표정으로 나간다. 
초긴장 상태. 

S#59.까페 밖,차안(석양)
카페에서 나온 민수와 연주, 주차장으로 향한다. 
연주 고개 완전히 돌리고 다른 곳 보는 척하며 민수를 따라간다. 
나오는 두 사람 뒤편으로 깔깔대는 여공 일행이 보인다.
차 문을 열어주고 운전석으로 가는 민수. 
연주 무사히 들어가 차 문을 닫으려 한다. 
이때 차문 너머로 
화장실에 갔다오던 여공2가 연주를 빤히 보고 있다. 
연주 얼른 문 닫고 고개 민수 쪽으로 돌리며 웃는다. 
출발하는 차. 여공2 의아하고 놀란 표정으로 외제차를 죽 돌아본다.
차안의 연주. 
카페를 벗어나자, 조용히 안도의 한숨을 쉰다. 

S#60.제주도,호텔바(밤)
정애와 기태 나란히 앉아 술을 마신다. 

정애 오빤 나 어디가 좋아요? 
기태 너. 섹시하잖아! 
정애 (약간 찡그리면서도 좋아하는)그리구요? 
기태 발랄하고 귀엽고. 잘 웃어서 같이 있으면 기분 좋고. 
참, 너 혹시 가슴 성형한 거 아니지? 
정애 (펄쩍 뛰며) 아니요. 
기태 난 가짜 가슴은 딱 질색이다. 가짜라도 근사하게 만들려는 
노력을 더 치는 애들도 있지만, 난 싫어. 징그럽고. 
정애 저도 그래요. 생긴 대로 살아야죠. 박세리도 그랬어요. 
생긴 대로 산다고. (조심스럽게) 그리고 또 없어요? 
기태 또? 뽀뽀 한번 해봐라. 그럼 내가 가르쳐 줄게.
정애 (수줍은 듯 빼며) 남들이 보잖아요. 
기태 괜찮아. 해봐. 
정애 (못이기는 척 볼에 뽀뽀하고는) 뭔데요...? 
기태 내 말 잘 듣잖아. 이쁘게. 
정애 (툭 때리며 삐지는) 그건!... 오빨 좋아하니까 그렇죠. 다른 사람한테는 안 그래요. 
기태 (웃으며) 그래? (마시고는) 
정애 (마시고)

S#61.달리는 차안, 서울(밤)

민수 이제 좀 가르쳐줘도 되지 않아? 휴대폰 번호. 
연주 (이제 조금 당황, 천연덕스럽게) 나 그런 거... 없어.안 가지고 다녀. 
민수 에이, 또 그런다. 
연주 정말이야. 아무 때나 전화 오면 짜증나고 방해돼서... 없애버렸어. 잃어버리면 골치도 아프고. 
민수 (큰일이라는 듯) 그래? 아, 이거 앞으로 우리 연애에 상당한 애로사항이 발견됐네? 다음에 만날 때 내가 선물로 하나 사
주면 안될까? 
연주 (고개 젓는) 그래도 안 들고 다닐걸. 
민수 (고심하는) 그래? 이거 큰일 났네. 
텔레파시로는 전파가 약한데... 밥 먹다가 갑자기 보고 싶어지면 어떡하지? 

연주 나오는 웃음 얼른 참으며,
새침하게 창 밖으로 시선 돌린다.

S#62.정류장 근처 큰길,차안(밤)
외제차가 와서 멎는다.

민수 (둘러보며) 암만 봐도 집 앞이 아닌 거 같은데? 아직도 나 경계하지? 
연주 아니야. 다 왔어. 
민수 그때 내가 기분 나쁘게 해서 먼저 내려달라고 한 거 아니야. 
에이, 집 앞까지 가. 
연주 (얼른 문고리 당겨 열고, 과일가게 보며) 아니야. 
여기서 과일 좀 사가지고 갈려고 그래. (내린다.) 
민수 그래? (차 문을 열고 나오며,무선으로 시동 끄고 과일가게로 향하는) 좋아. 
아줌마! 과일 좀 주세요! 수박하고, 참외하고, 복숭아도 좀 주시구요. 포도두요. 
연주 (쫓아와서) 어머, 됐어. 과일은 그렇게 많이 사는 거 아니야. 
민수 왜? 많이 사야 집까지 들어다주지. 내가. 
연주 (주인에게) 수박은 됐구요, 참외도 됐어요. 복숭아만 좀 주세요. (지갑 꺼내는데) 
민수 (만원권을 두 장 내밀며) 아줌마, 많이 주세요. 많이. 
연주 (민수 돈 말리며) 어머, 내가 낼래. 
민수 아이, 뭘 이 정도 갖고 그래. 생각 같아선 몽창 다 들고 가고 싶은데. 

연주 웃지않고 난처한 표정.

S#63.동네큰길,골목입구(밤)
큰길에서 골목으로 꼬부라져 들어오는 연주와 민수.
민수는 양손에 과일을 들고있다.

연주 (멈추며) 됐어. 이제 그만 가. 
민수 정말 다 온 거야? 
연주 (끄덕끄덕) 
민수 (장난, 온 길을 돌아보며) 혹시 저쪽 아니야? 저쪽? 조쪽인가?
괜히 이상한데로 유인한 거 같애. 헷갈리라고. 
연주 아니야. 빨랑 가. 차 거기다 그냥 세워두면 안돼. 
민수 (마지못해 과일봉지 넘겨주며) 오늘 난 즐거웠는데, 괜찮았어? 
영주 (대답은 않고, 새침하게) 운전이나 조심해.
민수 (웃고는) 우리 언제 또 만날까? 내일 또 볼까? 
연주 안돼! 바빠. 할 일도 많고. 
민수 그럼, 언제? 월요일? 수요일? 
연주 주중엔 곤란해. 
민수 (한두발씩 뒷걸음치며) 그럼... 토요일 12시 정각에 학교 앞으로 데릴러 갈게! 
(돌아서서 달려가며, 소리 지르는) 토요일! 12시! 학교정문 앞! 
연주 (난감하게 부르는) 안돼, 민수씨! 잠깐만! 

이때 달려가던 민수의 뒷모습. 
그 자리에 멈춰 서더니, 뒷모습인 채 두 팔로 사랑해요
(하트)를 만들어 보이고는 빠이빠이 하며 멀어져간다.
 연주 어이없어 웃고 만다. 
난감하게 양손에 과일봉지 들고 다시 골목으로 터덜터덜 들어가는 연주. 

연주 (혼잣말) 12시는 안되는데....? 

이내 다시 나와 빼꼼히 내다본다. 
큰길 저 멀리 라이트를 켠 민수의 차가 보인다. 
다시 숨는 연주. 
잠시 후 민수의 차가 지나가면,골목에서 나오는 연주. 

연주 (정류장으로 뛰어가며) 아이, 씨... 무거워 죽겠네...

S#64.연주집(밤)
과일봉지를 식탁에 놓으며 앉는 연주. 
지쳤는지 턱을 고이고 한숨 쉰다. 
이때 식탁 위, 정애의 장미꽃들이 눈에 들어온다. 
연주 불현 듯 생각이 났는지, 전화기 찾아 전화를 걸기 시작한다.

연주 (기다리면서) 또 꺼논 거 아니야? (받는지) 정애니? 너 지금 어딨어? 같이 있니? 

S#65.제주도,호텔객식(밤)
샤워소리 들리고 정애 혼자 핸드폰을 받고 있다. 

정애 (펄쩍 뛰며) 아니. 나 혼자야. 
연주E (E) 진짜지? 
정애 그럼. 너 날 어떻게 보고 그러니? 

S#66.연주집(밤)

연주 아무래도 내가 실수한 거 같애. 너 못 가게 하는 건데 잘못했어. 

S#67.제주도,호텔객실(밤)
이때 샤워 물소리 그친다.

정애 걱정마. 나도 다 알아서 하니까. (욕실 쪽을 살피며) 
야, 이거 밧데리 얼마 안 남았거든. 끊자. 
나중에 올라가서 얘기해. 잘 자! (끊는다.) 

이때 욕실에서 타올 가운을 입고 나오는 기태

기태 아, 개운하다. 

정애 욕실로 들어간다.

S#68.오피스텔(밤)
들어와 침대에 벌렁 누우며 천장을 보는 민수. 
혼자 히죽거리며 웃더니, 빙긋이 미소를 짓는다. 

S#69.인써트 

민수 (과일봉지 넘겨주며) 오늘 난 즐거웠는데, 괜찮았어? 
연주 (대답은 않고, 새침하게) 운전이나 조심해.

S#70.오피스텔(밤)
웃는 민수. 손을 뻗어 불을 끈다.

S#71.연주집방(밤)
엎드려서 문득 시집을 덮더니 오물오물 씹는 걸 멈추며 생각에 빠지는 연주. 

S#72.인써트인써트
달려가던 민수의 뒷모습. 
그 자리에 멈춰 서더니, 뒷모습인 채 두 팔로 사랑해요
(하트)를 만들어 보이고는 빠이빠이 하며 멀어져간다. 

S#73.연주집 옥상(밤)
복숭아를 배어 물며 혼자 빙긋이 웃는 연주. (F.O) 

S#74.기태집 전경(아침)

S#75. 기태집거실(아침)
기태모 과일을 깎고있고, 기태부 골프채널을 보며 차를 마시고 있다. 

기태모 그쪽에서 택일을 해서 보내겠다고 하는 걸 보면, 우리한테 관심이 있는 거예요. 
기태부 선을 보는데, 무슨 날을 잡아? 그냥 아무 날이나 편한 날 보면 되지. 
기태모 선도 좋은 날을 받아야 잘 된데요.

이때 희정 외출하는 차림으로
2층에서 내려와 과일을 집어먹는다.

기태모 일요일인데 어딜 나가니? 
희정 친구 만나러. (실은 모자에 영화 촬영하러 가는 편한 복장이다.)
기태모 (기태부에게) 참, 여보. 어제요, 글쎄 호텔에서 민수를 만났는데, 
글쎄, 버젓히 기태차를 몰고 다니더라구요. 지 차인양. 
기태부 기태 제주도 가고 없는데 좀 쓰면 어때. 사람이 꼭... 
기태모 그 차에 여자까지 태우고 다니니까 그렇죠. 
희정 (문득 심각하게) 여자요? 
기태모 그래. 여자애까지 태우고서 지가 뭐라도 되는 양 행세를 하더라니까. 기분 나쁘잖아. 
기태부 그런 걸로 뭐라 그러지 마. 젊은 혈기에 여자 만나면 폼도 재고 그럴 수도 있지, 뭘. 

희정,표정 굳어지며 과일 놓고는.
뚱하니 가방 매고 일어선다.
이때 초인종이 울린다.
희정 나가려다 인터폰 받으러 간다.

기태모 누구지? 누구 올 사람 있어요? 
기태부 민술 거야. 내가 김실장 대신 심부름 좀 시켰어. 

희정 인터폰 들었다가 말없이 스위치만 신경질적으로 툭 눌러 주고는 현관으로 향한다.

기태모 아니 왜, 걔한테 그런 심부름을 시키고 그래요? 당신? 
기태부 (안방으로 들어가며) 그런 심부름을 시켜봐야, 자길 믿어주는구나 생각하고 우리 사람이 되는 거야. 이리 들여보내. 

희정 뚱한 표정으로 
현관 밖으로 나가는데, 
민수 들어온다. 검은 서류가방을 들고있다. 

민수 어디 가니? 

희정 쳐다도 보지 않고 대꾸없이 차갑게 나간다. 
민수 이상하다는 듯 보고는, 기태모에게 인사하는데, 

기태모 들어가봐라. 

S#76.동안방(낮)
기태부, 열려있는 금고 앞에서 서류를 들여다보고 있고,
민수 들어온다. 얼른 서류를 넣고 금고 문 닫는 기태부.
 민수, 짧은 순간 열려있는 금고 안을 보게 된다. 

민수 저 왔습니다. 
기태부 그래. 잘 받아왔니? 
민수 가방 조심스럽게 놓아주며) 네. 
기태부 (가방 열어보며) 앉아라. 

민수 앉으며 보면, 열린 가방에는 고액의 채권 다발이 가득하다.

기태부 (대충 보고 닫고는 한쪽으로 치우며) 그래. 수고했다. 너 뭐 어려운 건 없니? 
민수 네? 괜찮습니다. 
기태부 오피스텔에서도 지낼만하고? 
민수 예. 
기태부 필요한 거 있으면 얘길 해. 주저하지 말고. 
민수 예. 아버님.
기태부 기태랑 같이 지낸지도 꽤 되고 했는데, 너도 정식으로 일자리를 하나 가져야지. 니 생각은 어떠냐. 우리 집 사업이야 어떤 건지 뻔히 알 테고.
민수 저야 뭐... 
기태부 어려워하지 말고 얘길 해봐. 
민수 아무 일이나 주시면 다 하겠습니다. 
기태부 그래도 니가 하고 싶은게 있을 거 아니냐. 
민수 ...호텔 쪽 일도 괜찮고요...서울 쪽... 일도 좋습니다. 
기태부 그래, 내 네 문제는 늘 염두에 두고 있으니까 허투로 다니지 말구 매사 눈여겨 봐 둬라 나가봐라.
민수 (일어서며) 네. 그럼 쉬세요. 
기태부 그래. 

돌아서는 민수.
기대가 스치는 표정.

S#77.기태집앞(낮)
나오는 민수. 담배를 하나 물어 피우며, 기분 좋게 연기를 훅 내뿜는다. 
경쾌한 발걸음으로 차로 향하는 민수. 

S#78.연주집(낮~밤)
이미 다려놓은 한 개의 작업복이 보이고, TV에서는 일요일 낮의 오락프로가 켜있다. 
연주 땀을 찔찔 흘리며 열심히 작업복을 다림질하고 있다.
다 다린 작업복을 들고 일어나 옷걸이에 거는 연주. 
문득 어지러움 증세를 느낀다. 

연주 (벽을 짚으며 눈이 파르르 감기는) 어? 어...... 

연주, 그대로 주르륵 쪼그리고 앉았다가 
잠시 후 눈을 뜬다. (처음 있는 증세. 
강한 암시가 되지 않도록 TV소리 효과는 그대로 둔다.) 
눈을 몇 번인가 깜빡거리다가 천천히 일어나 TV 앞으로 가 앉는 연주. 

연주 더위 먹었나봐. 

부채질을 하며 편안하게 앉는다. 
TV에 시선이 간다. (시간경과) 
TV에선 광고가 흐른다. 
TV 앞에서 비스듬히 누워 땀을 삐질삐질 흘리면서 
꾸벅꾸벅 졸고 있는 연주. 
손에서 부채가 뚝 떨어진다. 
아예 누워 깊은 잠에 빠지는 연주. 
(시간경과) 
실내 어두워져 있고, TV에서는 막 밤 9시 뉴스가 시작된다. 
문 두드리는 소리가 요란하게 난다. 
자고 있던 연주, 부시시 일어난다. 

연주 어머, 하루 왼 종일 잤네? (문 두드리는 소리에 불을 켜고 나가며, 눈이 부신)정애니? 잠깐만! 
정애 (들어오며) 뭐해? 왜 이렇게 문을 안 열어? 
연주 잤어. 재미있었니? 
정애 응. 환상적이었어. 오기 싫은 데 억지로 왔다, 야. 어휴, 더워. 
거기 있다 여기 오니까 완전 지옥이네. 
연주 (TV 끄고, 정색하며) 너 그 사람이랑 정말 아무 일도 없었지? 
정애 그럼. (가방 풀며, 얼른 말 돌리는) 야, 내가 너 줄려고 선물 사왔다. (포장된 상자 내밀며) 자! 
연주 이게 뭐야? 
정애 (빨랫감 꺼내며) 풀러봐. 
연주 (뜯어서 보며) 밀감향수? 
정애 응. 귤로 만든 거래. 줘봐. (연주 손목에 부려주며) 민수씨 만날 때 뿌리고 나가. 어때? 
연주 (향기 맡아보며) 음! 은은하고 좋다. 고마워! 
정애 아휴, 좀 씻어야 겠다. (빨래감 들고 욕실로 들어가며) 씻고 나서 다 얘기해줄게. 
(빨래감 보며, 혼잣말) 근데, 돌아다니다 보니까 나만 후줄근한 거 있지.
다음에 만날 땐 뭐 입고 가냐...? (닫히는 욕실문.)
연주 (향수 내음을 맡다가 문득 가서 옷장문 열어보며) 정말, 나두...

S#79.백화점 의류매장(낮)
음악과 함께 몽타주 시작된다. 
마네킹에 세팅된 옷들을 구경하는 연주와 정애. 

정애 갑자기 웬 상품권이야? 어디서 났어? 
연주 으응... 저번에 소영이가 준 거. 
정애 (떨떠름한) 그래...? 

이때 동시에 같은 옷 앞에서 걸음이 멈추는 두 사람. 
동시에 가격표로 손이 가고, 보면서 동시에 입이 벌어진다. 
옷이 산더미처럼 쌓인 세일 코너. 
사람들 속에 섞여, 서로에게 대보기도 하고 좋아하는 연주와 정애.

S#80.관리사무실(낮)
민수 라이터를 켰다 꼈다 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 
문득 시집을 꺼내 펼치는 미스오가 보인다. 
민수 문득 본다. 
혼자 히죽 웃는다. 기태 나오면 얼른 일어나 따라 나간다. 

민수 (괜히 미스오 툭 치고 가며) 너도 시 읽냐? 자식. 

S#81.수퍼(E)
식용류와 밀가루를 골라 계산대로 오는 연주. 
컵라면을 먹고 있다가 물건을 싸주는 주인. 
연주 물끄러미 놓여있는 컵라면을 내려다본다. 문득 생각난 듯 혼자 웃는 연주.

S#82.공장,생산과 회의실(아침)
칠판에 금요일 정도의 날짜가 적혀있고, 
작업회의를 하고 있는 여공들.

반장 오늘부터 성수기 시스템으로 돌입하는 거 알지. 작업에 로스(loss) 안 나게, 
각자 자기 위치들 좀 잘 확인해 줘. 
여공2 그때 그 사람 누구니? 사귀는 남자야? 
연주 (깜짝놀라) 뭐? 누구?
여공2 기집애. 저번에 양평에서,
연주 몰라두돼, 그리구. 너 아무한테두 얘기하지마. 알았지
여공2 (흥)

연주 대답이 없자,
무색하게 고개 돌리는 여공2. 
연주, 잠시 후 혼자 미소가 떠오른다. 

S#83.나이트클럽홀(낮)
나이트 클럽 황사장과 민수, 존이 나오고 있다.

민수 앞으로 자주 찾아오지 않게 좀 해주세요.
황사장 (능구렁이 같은) 알았다니까 그러네. 
그러나 저러나 그날 여기서 만난 아가씨들 괜찮았지? 
글쎄, 우리 집이 물이 좋다니까. 
민수 아유 사장님두. 자 그럼 다음에 또...(하고 혼자 걸어나온다)

그러다 웃는 민수.

S#84.연주집(밤)
문득 식탁을 닦다가 보면, 
들어온 정애가 꽂아놓고 사라지는 장미꽃 다섯 송이. 
연주 밀감향수를 열고, 향기를 맡아본다. 

S#85.오피스텔(밤)
민수 냉장고에서 생수를 꺼내 병째 마시다가 문득 벽에 걸려있는 나팔바지를 보며 웃다가 물에 채한다. 
기침을 연신 해대는 민수. 

S#86.공장,사무실(낮)
송과장에게 말하는 연주.

연주 저기 오늘 급한 일이 있어서요. 
송과장 조퇴하겠다구? 
연주 네...
송과장 처음이니까 봐주는 거야! 
연주 감사합니다. 

꾸뻑 인사를 하고 돌아서는 연주.

S#87.수영장(낮)
옷을 입는 민수,
풀 속의 기태에게 이야기를 하고 있다.

민수 윤변호사하고는 3시에 약속 잡아놨어. 
기태 3시. 알았어. 
민수 저기... 나 먼저 가봐야 될 거 같은데? 
기태 어? 무슨 일있냐?
민수 알면서... 자식은
기태 (웃으며) 그래, 가봐라

기분좋게 걸어나오는 민수.

S#88.대학교 정문 근처(낮)
비가 내리는 대학교 정문 앞. 
우산을 쓴 연주 나무 뒤에 숨어 주변을 힐끔거리며 서성거리면,
잠시 후 우산을 쓴 민수가 나타난다. 
연주 나무 뒤에서 나오고, 마주보고 웃는 연주와 민수

민수 오늘은 그냥 왔어. 걸어다니고 싶어서. 괜찮지?
연주 (끄덕이며) 음. 나도 우산 쓰고 걷는 거 좋아해. 

두 개의 우산을 쓰고 나란히 걸어나가는 연주와 민수.
좀 떨어져 어색하게 가면서 서로를 번갈아 바라보는 두 사람.

민수 (크게 말하는) 배고프지? 
연주 (그래도 안들리는) 뭐라구? 

민수 갑자기 얼른 자기 우산을 접고 연주 우산 속으로 들어간다. 

연주 앗 차거! 

이때 둘의 팔이 닿는다. 
연주 얼른 움츠리고, 민수도 조금 떨어지며 우산을 받아든다. 
민수의 손과 연주의 손이 겹쳐지고, 
연주 우산에서 손을 뺀다

민수 (혼자 미소 짓고는) 뭐 먹으러 가자구... 
연주 으응...

S#89.패스트푸드점(낮)
여러 사람들과 함께 비좁게 나란히 창가 바에 앉아서 햄버거와 콜라를 먹는 민수와 연주.
둘 동시에 먹으면서 연주의 왼팔과 민수의 오른팔이 부딪친다.
둘 동시에 보며, 가볍게 웃는다.

민수 왼손잡이야? 
연주 (얼른 손 바꾸며) 아니. 양손 다 써.
민수 그럼 머리가 좋다는데? 
연주 실제로...도 그런 편이야! 

둘 다시 동시에 먹는다. 
연주 무의식적으로 다시 왼손을 쓴다. 
또 팔이 스치고 이번엔 아무 말도 없는 연주와 민수.
 연주 또 슬쩍 오른 손으로 바꾼다. 

연주 나 땜에 불편하지. 
민수 아니. (분위기 바꾸려고, 음성 가다듬고) 
저기, 그럼 왼손으로 뭐뭐 해? 
연주 밥 먹고, 칫솔질도 하고, 글씨도 조금 써. 
맞다, 볼링 쳤을 때가 압권이었어. 
민수 대단한데? 그럼 포켓볼도 쳐봤어? 
연주 아니. 그건 안 해봤어. 

S#90.포켓볼장(낮)

연주 왼손. 왼손으로 치기야. 
민수 좋아, 왼손 당구 내기! 
연주 근데 나 가르쳐줘야 돼. 한번도 안쳐봤어.
민수 그래도 나보다 니가 유리해. 

연주에게 설명하며 
포켓볼을 가르쳐주는 민수. 
왼손으로 하니 민수도 헷갈린다. 
말로 가르치다가 연주의 폼을 
잡아주기 시작해, 거의 뒤에서 
안다시피 하게 되는 민수. 
몸이 서로 닿자 
이상한 기분을 느끼는 연주. 

민수 (떨어지며) 해봐. 

연주 어색하게 말없이 타구폼을 잡는다. 
민수 다시 연주의 손이나 팔을 잡고 교정해준다. 
문득 눈이 마주치고 얼른 시선 떼면서 
민수도 묘한 감정을 느낀다. 
치는 연주를 보는 민수. 
공이 들어간다. 즐거워하는 연주를 
보는 민수, 이상한 감정이 
가시지 않는 느낌. 연주 민수의 
표정 때문에 웃음 멈춘다. 
서로 어색하다. 다시 다른 공을 보며 
그 앞으로 가는 민수. 열심히 설명하는 
민수를 보는 연주. 민수 설명하다가 
문득 연주를 보면, 연주 얼른 공을 본다. 
다시 설명을 시작하는 민수.

S#91.택시안(밤)
나란히 뒷좌석에 앉아있는 연주와 민수.

민수 오늘 즐거웠어. 
연주 ... 나두. 

그리고는 말이 없는 둘. 
연주 창 밖으로 시선 던지며, 
자기 손끼리 맞잡고 손가락만 매만지고, 
민수 그런 연주의 손 물끄러미 내려다본다. 

아저씨E (이때 들려오는) 어디서 세워 드릴까요? 
연주 (딴 생각에 빠졌다가) 네? 네... 저 앞이요. 

S#92.동네큰길,골목입구(밤)
골목입구에 민수와 연주를 내려놓고 사라지는 택시.
우산을 쓰고 골목길을 걸어 들어가는 연주와 민수.
말없이 걸어간다.

연주 됐어. 그만 가. 
민수 조금만 더 가. 저기 저 집 나무 아래까지만. 

둘 말없이 걸어간다.어색하다.

민수 왜 자꾸 떨어져. 그러니까 비 다 맞지. 
(어깨에 팔 두르며) 다 젖었잖아. 

연주 어깨를 감싸는 민수의 손을 의식하지만 말없이 그대로 둔다.

연주 그만 가. 
민수 다 왔어. 

걸어가는 두 사람.
커다란 나무가 있는 집담까지 와서는 말없이 멈춰선다.

민수 다 왔네... 

하면서 연주를 보면,연주와 마주치는 시선.
 둘다 아쉬움이 느껴진다.민수 
야릇한 감정을 느끼며 연주를 보는데, 
연주도 비슷한 기분. 
시선 피했다가 다시 민수를 보며, 

연주 그만 가. 

이때 민수 연주에게 키스한다.
연주 잠시 당황, 
민수를 밀어내려하다 그대로 둔다. 
빗방울이 부딪치는 우산면. 
무수히 비를 맞는 나뭇잎들의 소리만 화면 가득 들려온다. 

END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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