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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내사랑] 06

작성자수다쟁이|작성시간21.10.12|조회수284 목록 댓글 0

[안녕 내사랑] 06

 

 

 

 

 

 




S# 1 오피스텔 건물 앞 거리 (밤) 

멀어지는 택시를 보고있는 민수. 
돌아서는 희정. 
민수, 희정의 모습을 보지 못하고 경쾌하게 오피스텔로 들어간다. 

S# 2 오피스텔 (밤) 

들어온 민수, 문득 둘이 앉았던 탁자를 바라본다. 
연주가 마시다 남기고 간 주스잔. 
연주가 앉았던 의자. 
민수 지나다가 무심히 늘어뜨린 손으로 의자의 팔걸이를 만져본다. 미소를 짓는 민수. 

S# 3 달리는 택시 안 (밤) 

뒷좌석의 연주 창 밖으로 스치는 야경을 보고 있다. 

민 수 (E) 난 뭐 주말용 남잔가? 

한숨을 푹 쉬는 연주. 걱정스런 표정. 

S# 4 희정 방 (밤) 

희정 들어와 스탠드를 켠다. 
우울한 기분으로 서랍을 여는 희정. 서랍 안에서 민수의 군번줄을 꺼낸다. 
보면서 생각에 빠지는 희정. 

S# 5 인써트 

오피스텔 앞에서 민수와 헤어지던 연주의 얼굴. 

S# 6 희정방 (밤) 

스치는 기억을 더듬어 맞추는 희정의 표정. 

S# 7 인써트 

대학가 카페에서 소영의 소개로 인사를 했던 연주의 얼굴. 

S# 8 희정방 (밤) 

속상해서 군번줄을 책상에 집어던지는 희정. (F.O) 

S# 9 공장, 사무실 (아침) 

들어와 송과장 앞으로 오는 연주. 

연 주 안녕하세요. 
송과장 어, 연주구나? 
연 주 (은밀한 눈짓) 저기... 어떻게 됐어요? 사무직 결정 났어요? 
송과장 아, 그거? 인사부에 넘겼으니까 그쪽에서 검토해서 이사님께 올릴 거야. 
연 주 네에... (안 가고 서있자)
송과장 왜 무슨 볼일 있니? 
연 주 저기... 내일 생휴(생리휴가) 좀 쓸까해서요. 
송과장 그래? 웬만하면 그냥 나오지 그러니? 성수긴데. 
연 주 꼭 좀 써야되는데... 
송과장 (인사카드에 기록하며) 내일 뭐 좋은 일 있냐? 
연 주 아니요, 그냥 좀 쉴려구요. 
송과장 (장부 덮고) 그래 그럼 잘 숴라. 

인사하고 돌아서는 연주. 

S# 10 공장, 생산과 (아침) 

지게차에서 박스를 내려 옮겨놓는 동식. 우울하고 무뚝뚝하게 굳어있는 표정. 
작업 준비를 하고 있던 여공들 동식을 반긴다. 

여 공1 어머, 동식오빠 왔네? 
여 공2 오빠 이번주 일요일에 우리 산에 가는데 같이 갈래요? 
정 애 (눈치보며, 미소) 안녕하세요... 

동식 반응 없이 박스만 내려놓는데, 이때 연주 들어온다. 

연 주 (미안한 듯 힐끔 보며) 안녕하세요...

동식 애써 쳐다보지 않고 싸늘하게 서둘러 가버린다. 
연주 무안해서 박스를 여는데, 

여 공1 어머, 동식오빠 요즘 왜 저러니? 

여공2 속상하다는 듯 연주와 동식을 돌아본다. 
지게차에 올라타는 동식. 문득 돌아본다. 
일을 하고 있는 연주의 모습이 보인다. 
다시 쓸쓸하게 고개 돌리는 동식. 지게차를 몰고 간다. 

S# 11 대학, 인문대학 건물 전경 (낮) 

S# 12 동 강의실 밖 복도 (낮) 

강의실에서 나오는 학생들을 유심히 보고 있는 희정. 
소영이 나오자, 얼른 다가서며 인사한다. 

희 정 (반갑게) 안녕하세요! 
소 영 (뜻밖의) 안녕하세요... 
희 정 잠깐 어디 가서 얘기 좀 하고 싶은데요. 
소 영 (의아해서) 나하구요? 
희 정 네. 
소 영 지금은 좀 곤란한데... 4시까지 내리 연속강의가 있거든요. 
희 정 그래요? 그럼 수업 끝나고 그때 그 카페로 좀 나와주실래요? 
소 영 무슨 일인데요? 
희 정 아니, 뭐 별일은 아니에요. (인사하며) 그럼 있다가 뵈요! 

돌아서서 가는 희정. 이상하다는 듯 보며 갸웃하는 소영. 

S# 13 기태부 사무실 (낮) 

기태부와 윤변호사 심각하게 이야기를 하고 있다. 

기태부 그럼 기존에 있던 세력이 아니고 새로 이권을 차지하려는 놈들이란 말이지? 
윤 네. 경영권이 우리한테 넘어온 걸 알고 발빠르게 전화를 한 것 같습니다. 지금 임대 중인 부대시설을 다 호텔직영으로 
돌리려하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는 것 같구요... 

이때 기태와 민수가 들어오자, 돌아보며 말 끊긴다. 

기 태 부르셨어요? (앉으며, 분위기가 심상치 않자, 심각하게) 무슨 일이세요? 
민 수 (기태부에게) 안녕하셨어요. (윤에게도 고개 인사) 
기태부 좀 앉아봐라. 

민수도 조심스럽게 앉는다. 

윤 (기태에게) 제주도에서 호텔을 둘러싸고 이권다툼 움직임이 보입니다. 사전에 불거지면 우리 이미지도 안 좋고, 
인수작업을 하는 동안 정리를 해두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기태부 이번엔 전화만 왔다만, 아마 곧 서로들 우리하고 먼저 직접 접촉을 하려고 들거야. 
기 태 그렇다고 그 사람들을 우리가 직접 만날 필요는 없잖아요. 
윤 아직은 어느 쪽도 함부로 만나서는 안되구요, 빨리 사람을 보내서 사전조사를 하는 게 좋을 듯 싶습니다. 그쪽 
세계에서는 영업권을 하나 잃고 얻는 게 사활이 달린 문제니까 목숨을 걸고 달려들려고 할겁니다. 
기태부 그래서 말인데, 어차피 객실 보수공사도 해야하고, 민수 네가 좀 내려가서 그 일을 맡아줘야겠다. 할 수 있겠니? 
민 수 (갑작스러워서, 기태를 힐끔보며) 네? 제가요...? 
기태부 그래. 일단 기획실장 자격으로 들어가서 동향 파악만 좀 확실하게 해오너라. 어렵겠니? 
민 수 (기획실장이라는 말에 놀라며) 아닙니다. 하겠습니다. 

민수를 보는 기태와 시선이 힐끗 스치는 민수. 

S# 14 기태부 사무실 앞 복도 (낮) 

기태부 사무실에서 나오는 기태와 민수.

민 수 (좋으면서도 의아해서) 아버님이 왜 나를 내려보내시지? 
기 태 아무리 생각해도 너만 한 사람이 없어서 내가 추천했어.
민 수 그랬니? (다소 들뜨는 기분) 그럼 언제쯤 가게 될까? 
기 태 그렇게 서두를 필욘 없고, 다음주쯤이 되지 않겠냐? 
민 수 (놀라며) 그렇게 빨리? 
기 태 왜? 싫으냐? 
민 수 아니... (좋기도 하고, 연주 때문에 걸리기도 하는) 가면 얼마나 있게 될까? 인수할 때까지 계속 있어야 되나?
기 태 이번에는 임시로 가서 사전조사만 하는 거고, 인사문제는 인수가 끝나는 대로 정식으로 다시 조정을 해야 되지 않겠어? 
민 수 (좋으면서 다소 찝찝한) 그래...? 

기태를 따라가는 민수. 애매하게 웃지만, 그래도 기분이 좋다. 

S# 15 관리 사무실 (낮) 

들어와 기태방으로 향하는 기태와 민수. 

미스오 (민수에게) 저기, 송대호라는 친구분한테 전화왔었는데요. 
민 수 (기태 눈치 보며) 뭐래? 
미스오 전화해 달래요. 

기태는 자기 방으로 들어가고, 민수는 전화를 건다. 

민 수 (신호 기다리다가) 대호니? 나 민순데, 전화했었다며? 
대 호 (E. 급한 상황) 민수야, 잠깐 좀 와줘야겠다. 
민 수 왜? 어딘데? 
대 호 (E) 엄마가 쓰러지셔서 여기 그때 그 병원이야. 
민 수 또? 알았어. 

민수 전화를 끊고는 잠시 기태방을 쳐다봤다가 들어간다. 

S# 16 기태 사무실 (낮) 

들어온 민수, 기태의 눈치를 본다.

민 수 기태야. 
기 태 왜? 
민 수 나 좀 나갔다와야 될 거 같은데...
기 태 어딜? 
민 수 대호한테. 
기 태 그 친구는 왜 전화해서 나오라 그러냐? 낮에 일하는 사람을? 
민 수 아니, 뭐 좀 급한 일이 생겨서...
기 태 그래? (지갑에서 카드를 주며) 그럼, 나간 김에 오페라 티켓 좀 예매해서 5시까지 들어와라. 오늘 윤경이 만나러 가야 되거든. 
민 수 그래. (받아서 돌아서는데) 
기 태 S석으로. 알지? 
민 수 알았어. 

민수 서둘러 나간다. 

S# 17 공장 잔디밭 (낮) 

연주와 정애 과자를 먹고 있다. 

연 주 (신나는 것이 아닌) 나 실은 어제 민수씨 사는 데 가봤다. 
들어가는 입구부터 손잡이 하나까지 참 좋더라. 
정 애 그 봐. 내말 듣고 말 안 하길 잘했지? 기집애. 아! 나도 제주도에서 스포츠카 타고 돌아다니던 생각난다. 또 가고 싶어! 
연 주 (힐끔 보더니, 착잡하게) 근데, 그렇게 좋은 데서 그 사람 웬지 좀 불안해 보이더라. 
정 애 니 앞에서 떨리나보지 뭐. 아직도 안절부절이니? 
연 주 아니야, 그게 아니라, 내 생각엔... (연민) 오랫동안 부모 없이 혼자 있어서 그런가봐. 돈이 아무리 많으면 뭐하니. 뭔가 
허전하고 불안해 보이는데... 
정 애 그래. 불안한 남자니까, 확실하게 니 껄로 만들어. 
연 주 (걱정스레) 근데 그 사람, 내가 사는 데도 한번 와보고 싶대. 어떡하니...? 
정 애 조금만 더 버텨. 조금만 버티면 돼. 기태씨도 날 사랑하는 거 같으니까, 이제 거의 다 되가. 
연 주 뭐가 다 되가? 
정 애 일단 더 확실하게 잡기나 해. (꿈에 부풀며) 미래는 꿈꾸는 자만이 얻을 수 있다! 우리 둘 다 잘될 거야. 

하지만 연주는 걱정이 되는 표정이다. 

S# 18 허름한 병원, 응급실 앞 (낮) 

달려오는 민수. 
쪼그리고 앉아 담배를 피우던 대호, 민수를 보고는 담배를 끄고 일어선다. 

민 수 어떻게 됐냐? 
대 호 당뇨 때문에 합병증이래. 이번엔 심해서 며칠 입원을 하래는데...
민 수 왜? 입원비 때문에? 
대 호 (착잡하게) 집으로 모시고 가야지. 

민수 잠시 혼자 고심하다가, 

민 수 입원해라. 입원시켜. 

대호, 민수를 본다. 

민 수 걱정 마. 나한테 돈 있어. (다른 곳 본다.) 

S# 19 대학가 카페 (낮) 

희정 커피를 앞에 놓고 앉아서 고심을 한다. 

희 정 뭐라고 물어보지...? 아, 모르겠다. 

이때 들어온 소영을 발견하고, 희정 일어나 손짓하고 앉는다. 

희 정 여기요! (가까이 오자) 미안해요. 번거롭게 해드려서. 
소 영 (앉으며) 아니에요. 무슨 일인데요? 
희 정 별일은 아니구요... 그냥 얘길 좀 하고 싶어서요. 제가 같이 얘기할 사람이 없다 그랬잖아요. 
소 영 (의아한) 네에...

이때 직원이 와서 메뉴를 놓으면,

희 정 시키세요. 
소 영 (메뉴 보지 않고 주며) 레몬에이드 주세요. (직원 가고) 
희 정 좀 놀랬죠? 
소 영 조금요. 
희 정 (괜히 친근하게) 저기, 박선배! 우리 편하게 지내요. 
소 영 (점점 더 의아한) 그래요. 
희 정 처음 볼 때부터 박선배 인상이 참 좋았어요. 나 재수했거든요. 우리 그냥 친구하면 어때요? 말도 놓고. 
소 영 (참 당돌하다는 기분이 들지만) 차차 그렇게 해요. 
희 정 실은 나도 좋아하는 사람 있다 그랬잖아요. 근데 참 속상해요.
소 영 (여전히 의아하지만) 왜요? 
희 정 아무리 생각해봐도 좋아할만한 이유가 하나도 없는 남자거든요. 주변에 나 좋다는 사람도 많은데, 내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어요. 미치겠는 거 있죠. 
소 영 원래 도무지 이해가 안되는 게 사람 마음이잖아요. 
희 정 그렇죠? 근데 난 이런 얘기할만한 여자친구가 없어요. 
박선밴 여자친구 많죠? (갑자기 생각났다는 듯) 참, 그때 잠깐 봤던 그 친구도 참 괜찮던데... 
소 영 연주요? 
희 정 네. 두 분이 친하세요? 
소 영 (뭐가 뭔지 정신이 없는) 네, 그런데요...?

S# 20 달리는 차안 (E) 

민수, 운전을 하고 있고, 기태 옆자리에 있다.

민 수 (카드랑 영수증, 오페라티켓을 내밀며) S석은 한 장에 15만원이나 하든데? 
기 태 (받아서 넣으며) 그렇게 할거야. (골치 아프다는 듯) 아이, 씨, 근데 앞으로 어떡하냐? 오페라를 좋아한다는데?
민 수 왜? 비싸서? 
기 태 아니. 난 오페라는 오바이트잖냐. 공짜 표가 생겨도 안 가는데. (하품하며) 아, 미치겠다. 
민 수 그럼 윤경씨랑 결혼 할 거야? 
기 태 잘 되면. 어차피 결혼은 해야하잖아. 
민 수 마음에는 들어? 
기 태 그만하면 결혼 상대자로는 괜찮아. 엄마도 맘에 들어하시고 하니까. 
민 수 그래도 니가 좋아야지. 평생 같이 살 사람인데?
기 태 결혼이야 누구랑 하든 상관없는 거 아니냐? 그렇다고 내가 
뭐 내 인생 즐길 거 포기하는 것도 아니고.
민 수 그래도 결혼하면 정리를 해야 되는 거 아니야? 

이때 기태의 핸드폰이 울린다. 

기 태 정리를 왜 하냐? 자식... (받는) 여보세요? 

S# 21 공장, 락커룸 앞 (E) 

정 애 (퇴근 복장의, 핸드폰) 오빠야? 나 정애. 오빠 오늘 뭐해? 

S# 22 달리는 차안 (E) 

기 태 (친근하게) 오빠가 오늘은 좀 바쁜데? 왜 보고 싶어서 전화했니? 
정 애 (E) 응. 그럼 언제 시간 나? 
기 태 내일이나 모레쯤? 모레가 좋겠다. 괜찮지? 

S# 23 공장, 락커룸 앞 (E) 

정 애 응. 낼모레 어디서? 응... 알았어. 오빠 그럼 그때 봐. 

S# 24 달리는 차안 (E) 

기 태 그래. (전화 끊으면서) 여자애들은 왜 조금만 지나면 전화질을 해대는지 모르겠어? 귀찮게. 
민 수 (웃을 뿐) ..... 
기 태 난 왜 이럴까? 금방 또 실증이 난다. 넌 어떠냐? 
민 수 나...? 
기 태 연주 걔 안 질려? 이제 슬슬 바꿀 때가 됐잖아. 
민 수 (얼버무리는) 글쎄...
기 태 넌 아직 안 물린 모양이구나. 

민수 앞만 보며 말이 없다. 

S# 25 닭갈비집 (밤) 

소영은 사이다를 앞에 놓고, 희정은 소주를 마시고 있다. 

소 영 연주 걔는 아버지만 안 돌아가셨어도 괜찮았을 거예요. 
어렸을 때 아버지가 간암으로 돌아가시는 바람에 가계가 기울어서 대학도 제대로 못 갔거든요. 그래도 얼마나 야무지고, 당찬데요. 
희 정 (다소 놀래며) 어머, 그럼 그 친군 고등학교만 나왔어요? 꼭 학생처럼 보이든데...?
소 영 그렇죠? 걔 내 친구지만 다른 애들하곤 달라요. 책도 많이 읽고, 자존심도 세고, 공장에 다녀도 구김살이 하나도 없어요. 
희 정 (더 놀래며) 공장에 다녀요? 무슨 공장이요? 
소 영 화장품회사예요. 나도 걔가 만드는 화장품 쓰는데 괜찮아요. 
희 정 (약간의 충격과 다행스러운 기분, 끄덕이며) 아, 그래요...
소 영 근데 왜 그렇게 관심이 많아요? 
희 정 (당황, 얼른 둘러대며) 아, 언제 기회 있으면 내 영화에 캐스팅 한번 해볼려고요. 느낌이 좋아서. 
소 영 (흥미를 보이며) 그래요? 연주 걔 잘할 거예요. 영리해서.

소영을 보고 웃다가 혼자 소주를 마시는 희정. 
고개를 갸웃거리며 모를 일이라는 눈빛. 

S# 26 연주집 (밤) 

정애, 라면을 먹고있고, 연주 그 옆에서 책을 보다가 투덜댄다. 

연 주 밖에 나가서 먹으라니까. 
정 애 왜 여기서 먹고 싶다는데? 
연 주 (책을 덮으며) 아이, 씨. 배고파. (침을 꿀꺽 삼키며) 맛있냐? 
정 애 (먹던 젓가락 내밀며) 자, 그럼 한입 먹든가. 
연 주 (다시 책 펴며) 아니야. 아무 것도 먹지 말고 빈속으로 오랬어. (갑자기 생각난) 으, 무서워. 건강진단 받으면 피도 
뽑고 그러겠지? 난 주사바늘은 딱 질색인데... 
정 애 (비아냥) 어떡하냐, 잘난 친구 둬서 그런 걸? 
연 주 너 자꾸 그럴래? 
정 애 그러니까 너 민수씨랑 잘돼야돼! 니가 번듯하게 살아봐라 걔가 그런 부탁하는지. 다 니가 만만하니까 그런 거 아니야? 
연 주 넌 참 성격 이상하다? 왜 남의 친구 가지고 그러니? 
정 애 관두자, 관둬. 

연주 되레 기가 막혀 보다가, 입맛 다시면서 책을 향한다. 

S# 27 예술의 전당 주차장, 차안 (밤) 

멀리 건물의 외곽에 조명이 밝혀진 극장 건물이 보이고, 
차 안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는 민수. 
이때 사이드미러로 보면, 윤경과 함께 나타나는 기태. 
민수 얼른 서둘러 담배 끄고 밖으로 나간다. 

기 태 많이 기다렸지? 저녁은? 
민 수 먹었어. 
기 태 인사해라. 윤경씨고, 민수. 
민 수 (문 열어주며, 윤경에게) 처음 뵙겠습니다. 
윤 경 (인사하며) 말씀 많이 들었어요. (뒷좌석으로 들어간다.) 

기태도 뒷좌석으로 들어가고, 민수 문을 닫아주고 운전석으로 향한다. 
출발하는 차. 

S# 28 달리는 차안 (밤) 

운전을 하고 있는 민수, 뒷좌석의 기태와 윤경을 힐끔 본다. 

민 수 어디로 갈까? 
기 태 윤경씨 댁으로. 구기동. 

민수 앞을 보는데, 

윤 경 친구분이라면서요? 앞으로 잘 부탁드려요. 
민 수 (약간 돌아보며 고개까지 굽히는) 아이, 뭘요. 제가 잘 부탁드려야죠. 

다시 앞을 향하는 민수. 

S# 29 닭갈비집 앞 (밤) 

닭갈비집에서 나와 헤어지는 희정과 소영. 희정은 다소 취해있다. 

희 정 오늘 즐거웠어요. 
소 영 나두요. 
희 정 말 놓으라니까요. 선배가 먼저 말을 놔야 나도 놓죠. 
소 영 그래요. 다음에 만나면요. 
희 정 앞으로 자주 봐요. 언제 기회 있을 때 그 친구도 한번 만나게 해주세요. 다음 영화에 꼭 출연시키고 싶거든요. 
소 영 (친해진 느낌) 그래요. 한번 연락할게요. 
희 정 참, 두분 결혼식 때는 제가 비디오 찍어드릴게요. 
소 영 고마워요. 잘 가요!

소영 가고, 희정 돌아선다. 생각이 복잡한 표정이다. 

S# 30 희정 방 (밤) 

기태모, 세탁한 옷을 들고 들어와 책상 위에 놓고 옷장문을 연다. 
문득 옷을 넣으려다가 책상 위에 놓여있는 군번줄 본다. 
군번줄을 들고 보는 기태모. 
군번줄에는 한글과 영문으로 장민수라는 이름이 보인다. 

기태모 (읽는) 장... 민... 수? 

싱상치 않게 얼굴을 드는 기태모. 이때 희정 들어온다. 

기태모 너 어디 있다 이제 오니? 
희 정 친구랑 술 한잔했어. 
기태모 친구 누구? 
희 정 그냥 친구. 왜 또 그래? 
기태모 너 혹시 민수 만나니? 
희 정 아니! 
기태모 (군번줄 보이며) 근데 왜 이런 게 네 방에 있어? 
희 정 (다소 찔끔, 이내 둘러대며) 아, 그거. 민수오빠 꺼야. 
멋있어서 내가 뺏어왔어. 
기태모 뺏어와? 너 걔 오피스텔에 들락거리니? 
희 정 (펄쩍 뛰며) 아니. 내가 거길 왜 가? 
기태모 그럼 이걸 어디서 뺏어와? 
희 정 (뺏으며) 아이, 인줘. 별 것도 아닌 걸 갖고 그래. 그만 나가. 나 피곤해. 

기태모 못마땅하다는 듯 보고는 나가고, 
희정 군번줄을 만지작거리다 생각에 빠진다. 
우습기도 하고 뭔가 계획하는 심각한 표정. 

S# 31 기태집 앞, 차안 (밤) 

차 와서 멎고, 
차안, 민수 시동을 끄며 기태를 힐끔 본다. 뭔가 할말이 있다. 

기 태 (벨트 풀며) 윤경이도 나 괜찮아 하는 거 같지? 
민 수 (눈치 살피는 차키를 주는) 어... 
기 태 (받아들고 나가며) 빠르면 약혼부터 해야 할지도 몰라. 
민 수 (내리며) 그래... 
기 태 오늘 수고했다. 조심해서 가. (대문으로 향하는데) 
민 수 (머뭇거리다가) 저기, 기태야...
기 태 (돌아서며) 응? 
민 수 (입이 안 떨어지는) 나... 돈 좀 빌려줄 수 있니? 
기 태 돈? 얼마나? 
민 수 한 이백만원만. 급히 필요해서... 
기 태 어디다 쓸 건데? 
민 수 (머뭇거리며) 으응... 저기...
기 태 (흔쾌히) 아이, 됐어. 니가 어디다 쓰든 뭐 중요하냐. 내가 내일 신과장한테 얘기해놓을 테니까 달라 그래. 
민 수 고맙다. 
기 태 너 왜 그런 얘기하면서 어려워하냐. 
민 수 (멋쩍어하며) 어... 들어가. 갈게. 

기태 돌아서고, 민수 걸어내려 온다. 
찜찜하면서도 해결돼서 기분이 좋은 민수. 

S# 32 병원, 화장실 앞 ~ 소변 검사실 앞 (낮) 

검사복을 입은 연주와 소영, 소변 샘플을 들고 화장실에서 나온다. 

소 영 연주야, 너 누가 영화출연 시켜준다 그러면 할래? 
연 주 영화? 영화배우 말이야? 
소 영 응. 학생들이 찍는 영환데, 너 저번에 나 만나러 왔다가 잠깐 본 신방과 여자애 생각나니? 
연 주 (한심하다는) 아, 그 경철씨한테 리포튼가 뭔가 써달라고 했다는 애? 
소 영 응. 걔가 단편영화 찍는대거든. 근데 너한테 관심 있나보더라. 
연 주 나한테? 
소 영 필(feel) 이 온데. 
연 주 필? 됐다, 야. 영화는 무슨 영화냐? 먹고살기도 바빠 죽겠는데. 

연주 먼저 검사실로 들어가면 소영 뚱하니 따라 들어간다. 

S# 33 병원, X-ray실 밖 복도 (낮) 

차트를 들고 의자에 앉아서 기다리고 있는 연주와 소영. 

소 영 너 만난다는 사람은 어떤 남자야? 
연 주 (쑥스러워하며) 으...응. 대학도 나오고, 괜찮은 사람이야. 
소 영 (놀라는 투) 그래? 어디서 만났어? 누가 소개해줬니? 
연 주 아니... (말할까 말까 하다가) 니네 학교 갔다가 만났어. 
소 영 어떻게? 그럼 우리 학교 사람이야? 
연 주 (자존심 때문에 말을 안하는) 그런 건 아니고... 어떻게 만나게 됐어. 
소 영 (궁금한) 어떻게 만났는데? 
연 주 다음에 얘기해 줄게. (문득 생각난) 참, 넌 엑스레이 찍으면 안되지 않니? 
소 영 왜? 
연 주 얘 대학생 맞아? (소근거리며) 방사선은 태아에 안 좋잖아. 
소 영 맞아, 그렇지... 야, 몰래 도망가야겠다. 밖에서 기다릴게. 
(차트 들고 얼른 간다.) 

이때 간호사 나와서 박소영을 호명하면, 
연주 태연스럽게 딴 생각하며 앉아있고, 소영 놀래서 돌아본다. 
재차 호명하는 간호사. 소영 얼른 연주에게 들어가라는 손짓. 
연주 그제야 생각난 듯 얼른 대답하며 들어간다. 

S# 34 다른 병원, 건물 앞 (낮) 

병원에서 나오는 민수와 대호.

민 수 그래도 그만하신 게 어디냐. 너무 걱정하지마라. 
대 호 그래. 
민 수 (수표 꺼내 주머니에 찔러주며) 이거 병원비에 보태라. 
대 호 (다시 꺼내주며) 야, 이러지 마. 니가 돈이 어딨다고 그래. 김계장한테 가불 좀 하기로 했어. 
민 수 됐어. 나중에 나 장가갈 때 냉장고나 하나 해와라. (양쪽 손 여는 시늉) 문짝 양쪽에서 여는 걸루. 여자들은 그거 
감동한댄다. 
대 호 (진한 감동) 고맙다, 민수야. 
민 수 시끄러, 임마. (다른 곳 보며) 나 곧 제주도 내려갈 거 같애. 
대 호 (좋아하며) 그래? 잘 되가는구나? 
민 수 잘될 거 같애. 쉽진 않겠지만. 
대 호 (부러운) 넌 참 잘 풀린다. 여자문제도 그렇고, 일도 그렇고...
민 수 자식. 간다! 잘해드려. 
대 호 그래. 고맙다! 

민수 홀가분한 기분으로 걸어나오고, 오랫동안 민수를 보다가 들어가는 대호. 

S# 35 공장, 식당 (낮) 

밥을 먹던 동식 보면, 건너 테이블에서 정애 혼자 밥 먹고 있다.
다 먹은 식판을 들고 일어서는 동식, 그냥 나가려다가 정애 앞에 앉는다.

정 애 왜요...? 
동 식 (착잡한 기분, 그래도 궁금한) 오늘 연주... 왜 안나왔니? 
정 애 어디 갈 데가 있어서 휴가 냈어요. 
동 식 그래... 먹어라. (일어서서 나간다.) 

정애 동식의 뒷모습을 안됐다는 듯 힐끔 쳐다본다. 

S# 36 공장, 식당 밖 옆길 (낮) 

식당에서 나오는 정애. 동식이 혼자 담배 피우고 있다. 
정애 그냥 가려다가 안됐다는 듯 동식을 보며, 

정 애 (미소지어 보이며) 많이 드셨어요? 
동 식 어... (담배 끄다가 보며) 왜? 뭐 할 말있니? 
정 애 아니요. 그냥요...

동식 마저 담배를 꼼꼼하게 끄는데, 정애 동식을 힐끔 보고는, 

정 애 (위로하듯) 동식오빠 참 좋은 사람인데... 
동 식 (힐끔 볼 뿐)....
정 애 연주만 아니었으면 괜찮았을 텐데... 왜 하필 연주한테 그러세요. 다른 여자애들한테는 인기도 캡인데...? 
동 식 (힐끔 보고는) 됐어. 위로할 필요 없다. (가려다가 문득 돌아서며) 정애야. 
정 애 네? 
동 식 (망설이다가) 연주가 만난다는 놈. 정말 괜찮은 놈이냐? 
정 애 (동식을 물끄러미 보다가 시선 피하며 끄덕이는) 네. 연주가 바라던 사람이에요. 대학도 나오고, 돈도 좀 있고...
동 식 (열등감 느끼며 말 자르는) 됐다. 

무표정한 얼굴로 가는 동식. 정애 동식을 물끄러미 본다. 

S# 37 병원, 탈의실 (낮) 

자기 옷으로 갈아입은 연주와 소영. 

연 주 기집애, 내가 너 땜에 별 꼴을 다 본다, 엉? 아버지 돌아가신 다음부터 병원 냄샌 딱 질색인데. 병원 근처에도 가기 
싫어하는 사람이야, 내가. 배고파 죽겠네. 
소 영 (애교) 미안해. 대신 내가 맛있는 거 사줄게. 
연 주 됐어. 나 약속 있어. 
소 영 그 남자야? 
연 주 그래! 
소 영 기집애. 너 아주 좋은 모양이다? 

연주 대답은 않고 혼자 히죽 웃으며 나간다. 
소영 의외라는 표정 지으며 따라 나간다. 

S# 38 빌딩, 1층 레스토랑 (낮) 

창가 자리에 앉아 기다리는 민수. 
시계를 보더니 손마디를 꺾으며 즐거운 기분으로 창 밖을 본다. 
이때 창 밖으로 나타나 허둥지둥 달려오는 연주. 
민수 웃으며 바라본다. 
연주 출입문으로 들어와 두리번거린다. 
민수 웃으며 반갑게 손을 흔든다. 
연주 밖에서와는 달리 새침하게 다가와 앉는다. 

연 주 많이 기다렸어? 
민 수 아니. 기다림조차 행복했어. 
연 주 치, 더 미안하게 그래? 근데 나 배고파. 급하게 오느라고 
밥도 못 먹은 거 있지. 
민 수 그래? 그럼 안되지. (카운터를 향해 손) 여기요! 

(시간경과) 민수와 연주 식사를 하고 있다. 
허겁지겁 열심히 먹는 연주를 보는 웃는 민수. 

민 수 내 것도 좀 줄까? 
연 주 (그제야) 아니, 됐어. 

연주 쑥스러워 창 밖을 향하고 오물오물 씹는다. 
민수도 물을 마시며 연주를 보다가 창 밖을 향한다. 
이때 창 밖, 거리에서 연장을 들고 가는 용역복장의 청년과 
식당 에이프런을 두른 아가씨가 만나서 장난을 친다. 
보면서 웃는 연주와 민수. 

민 수 이제 막 좋아하기 시작했을 거야. 
연 주 어떻게 알아? 
민 수 남자의 표정을 보면 알 수 있어.
연 주 (삐죽거리며 다시 보는) 그래...? 

창 밖의 남녀 웃으며 헤어진다. 가던 아가씨, 청년을 돌아보고는 서둘러 걸어간다. 

연 주 어머, 여자도 좋아하는 거 같애. 

민수와 연주 다시 마주보고 웃는다. 
연주 다시 먹는데, 민수 물끄러미 연주를 본다. 

민 수 (농담처럼) 만약에 말이야... 내가 저 남자처럼 아무 것도 가진 게 없고, 직업도 변변치 않다면 어떨 거 같애? 
연 주 무슨 소리야? 
민 수 아니, 세상에 그런 사람도 많잖아. 그런 사람도 누군가를 좋아할 테고, 또 그 사람을 사랑하는 사람도 있을 거고. 내가 
그렇다면... 나 좋아해 줄 수 있어? 
연 주 (괜히 자격지심이 들어, 심각해지며) 글쎄... 갑자기 그런 생각은 왜 했어...? 
민 수 (시선 피하며) 아니야, 그냥 조크였어. 

썰렁하게, 그러나 각자 무겁게 웃는 연주와 민수. 

민 수 (분위기 바꾸려고) 아! 참 좋다! 
연 주 뭐가? 
민 수 낮에 만나니까. 시간도 많고 얼마나 좋아.
연 주 (좀 무색해지며 물 마시고 입을 닦는다.) 
민 수 오늘 우리 뭐 할까? 
연 주 글쎄...
민 수 영화도 보고, 동물원에도 가고, 포켓볼도 한번 더 치자. 
연 주 그렇게나 많이? 다 할 수 있을까? 
민 수 가만있어봐라... 일단 그 전에 해야 될 일이 있어. 
연 주 뭔데? 

S# 39 백화점, 여성의류 매장 (낮) 

에스컬레이터에서 올라와 매장으로 들어서는 민수와 연주. 

민 수 누구 선물을 사야 되는데, 좀 골라 줘. 
연 주 누구? 여자야? 
민 수 응. 
연 주 여자 옷은 함부로 선물하는 거 아니야. 잘못 사면 못 입어. 
민 수 그러니까 너한테 골라달라는 거지. 잘 좀 봐봐. 
연 주 (옷을 보며) 그 여자 나이는? 
민 수 20대 중반쯤? 
연 주 체형은? 
민 수 중키에 마른 편.
연 주 (새침하게, 질투) 누군데? 혹시 나 말고 딴 여자 만나? 
민 수 아니. 다 고르고 나면 얘기해 줄게. 
연 주 (다시 옷을 보며) 그럼 그 여자 취향은? 
민 수 취향? 글쎄... 좀 까다로운 편이고 성질이 드러워. 나를 이만저만 괴롭히는 게 아니야. 
연 주 그래? 그럼 지금 줘도 못 입게 두꺼운 겨울옷이나 사주지 그래? 
민 수 (의외여서 생각해보다) 뭐... 그것도 괜찮겠네. 좋은 생각이야. 
연 주 (매장 안쪽으로 들어가며) 저깄다. 마침 세일하네. 

민수 따라 들어간다. 

연 주 (옷과 가격표를 보며) 예산은 어느 정도 잡았는데? 
민 수 (고르는 연주를 유심히 보며) 상관없어. 어차피 사주기로 한 거니까. 
연 주 (옷을 걸린 채로 보여주며) 그럼 이거 어때? 가격도 그렇고 적당한 거 같은데? 
민 수 난 잘 모르겠는데. 괜찮아? 
연 주 (옷을 보며) 음. 괜찮을 거 같애. 무난하고.
민 수 한번 입어봐줄래? 보게. 
연 주 내가? 
민 수 응. 

연주 겨울 코트를 꺼내 거울 앞에서 입어본다. 
연주와 민수 거울 속으로 옷을 본다. 

연 주 (어색해서) 이제 됐지? (벗으려 하는데) 
민 수 (뒤에서 코트와 함께 감싸며) 이 옷 입고 겨울에 나랑 놀러가야 돼?

연주 거울 속으로 물끄러미 민수를 본다. 
더럭 겁이 나면서도 행복한 미소가 떠오른다. 

S# 40 기태집 안방 (밤) 

퇴근해서 돌아온 기태부, 자켓을 벗어서 주면, 
기태모가 받아서 건다. 기태모 잔뜩 신경을 쓴 얼굴이다. 

기태부 당신 어디 아파? 
기태모 (딴 생각) 네? 아니요. 
기태부 근데 왜 인상은 있는 대로 쓰고 그래? 
기태모 (말을 안하려다가) 여보, 아무래도 희정이가 마음에 걸려요. 
기태부 희정이가 또 뭘? 
기태모 민수가 가까이 있는 게 영 좋지가 않아요. 걔들 둘이 밖에서 만나는 거 같아요.
기태부 그걸 당신이 어떻게 알아? 
기태모 딸인데 에미가 왜 몰라요? 민술 직접 불러서 얘길 하는 것도 우수운 것 같고... 당신이 주의를 좀 줘요. 
기태부 그 문제는 신경쓰지 마. 민수 며칠 안으로 제주도 내려가. 그러면 자연스럽게 떨어져 있으니까 걱정 말어. 
기태모 (마음이 놓이지는 않는) 그래요...? 

S# 41 거리 (밤) 

영화촬영이 끝난 분위기. 동아리 회원들이 기자재를 정리하고 있다. 
이거 버리는 거야? 그걸 왜 버려. 챙겨. 등등. 희정의 차에 기자재를 싣고 있다. 
희정도 조명전선 감고 있다가 문득 생각에 빠진다. 

남 자2 (후배) 주세요. 제가 할 게요. 

희정 전선을 넘겨주고, 문득 핸드폰을 꺼내본다. 

S# 42 야외 식당 (밤) 

쌈을 싸먹는 종류의 음식을 먹고 있는 연주와 민수. 한쪽에 의류 쇼핑백이 보인다. 

민 수 (시범을 보이며) 봐봐. 이건 이렇게 싸는 거야. 이걸 찍어서 이렇게 넣고, 그런 다음 이것도 좀 얹고, 자 봐. 이렇게. 
(연주 입에 가져가며) 아 해봐. 
연 주 아이, 됐어. 너무 커. 
민 수 괜찮아. 다 들어가게 돼 있어. 아 빨리 해봐. 

연주 걱정스럽게 보면서 입을 벌리면, 먹여주는 민수. 

민 수 맛있지? 내가 싸준 게 훨씬 맛있지? 

연주 하나 가득 씹으며 말시키지 말라는 손짓한다. 
민수 낄낄대며 보고 웃는데, 이때 핸드폰이 울린다. 

민 수 (받으며) 여보세요? 

S# 43 거리 (밤) 

희 정 나야, 오빠. 할 얘기가 있어. 지금 좀 만나자.

S# 44 야외 식당 (밤) 

민 수 (연주 눈치 보며) 나 지금 바뻐. 
희 정 (E) 그럼 내가 오빠 있는 데로 갈게. 어디야? 
민 수 오긴 어딜 오냐? 

S# 45 거리 (밤) 

희 정 (비꼬듯) 혹시 그 여자 만나는 거야? 

S# 46 야외 식당 (밤) 

민 수 아무튼 끊어. 지금 통화 오래 못해.

끊어버리는 민수. 

연 주 (삼키고, 입을 닦으며) 누군데? 왜 전화를 그렇게 받아? 
민 수 어, 아무도 아니야. 
연 주 여자야? 
민 수 (얼버무리며) 어... 사무실에 있는 앤데, 좀 잘해줬더니 오핼 하나봐. 그렇다고 못해줄 수도 없고... 참 곤란해. 

이상하다는 듯 민수를 보는 연주. 

민 수 이상하게 생각하지 마. 내가 다음에 보면 확실하게 얘기할게. 
난 임자있는 놈이라고! (말 돌리며) 내가 싸준 거 맛있었지? 

그제야 미소지으며 끄덕이는 연주. 민수도 웃는다. 

S# 47 나무가 있는 골목 (밤) 

연주와 민수 걸어온다. 민수는 쇼핑백을 들고있다. 

민 수 나 어쩌면 제주도에 내려갈지도 몰라. 
연 주 왜? 
민 수 기태가 호텔 인수하는데 도와달라 그래서. 인수하는 과정에서 일이 많은가봐. 어차피 나도 그런 일 한번 
경험해보면 나중에 도움이 될 거 같아서. 
연 주 그래...? 가면 얼마나 있는데? 
민 수 나 자주 못 보게 될까봐 걱정되지? 
연 주 (얼른) 아니. 시원해. 
민 수 자주 올라올 거야. 매일 전화도 하고. (쇼핑백을 주며) 자! 이거 잘 보관해야 돼. 그때까지. 
연 주 (끄덕이고는) 고마워. 
민 수 근데 정말 집 앞까지 가면 안돼? 언제까지 이럴 거야? 
연 주 (당황 어물어물) 저기, 다음에... 
민 수 됐어. 그래, 원할 때. 강요하진 않겠어. 갈게! 

돌아서서 가는 민수. 댕그러니 서서 보는 연주. 

S# 48 달리는 마을버스 (밤) 

앉아있는 연주. 무릎 위의 쇼핑백을 살짝 벌리고 들여다본다. 
분명 행복하지만, 걱정이 지워지지 않는, 짤막짤막 끊기는 미소. 

S# 49 연주집 (밤) 

쇼핑백을 들고 들어오는 연주. 
정애는 얼굴에 오이를 붙이고 있다가 돌아본다. 

정 애 왔니? (쇼핑백을 보고 일어나며) 어머, 그게 뭐야? 
연 주 (내려놓으며, 심란한) 민수씨가 사줬어.
정 애 (끌어당겨 보며) 어머, 정말? 옷인가 봐? 민수씨 근사하다! 
(꺼내보고, 의아한) 근데 웬 겨울 코트야? 가을에? 
연 주 겨울에 그거 입고 놀러 가재. 
정 애 (감동) 어머, 얘, 이건 확실하다! 됐어, 드디어 된 거야! 
(그러다가 문득) 그럼 니가 더 진도가 빠르네? 안되겠어. 
나도 내일 만나면 확실하게 해둬야지. 

정애 신이 나서 자기 몸에 대고 거울을 본다. 
연주 심난하게 시선 돌린다. 

S# 50 오피스텔 엘리베이터 (밤) 

민수 기분 좋은 표정으로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간다. 

S# 51 오피스텔, 복도 (밤) 

엘리베이터에서 나온 민수, 열쇠를 흔들며 기분 좋게 걸어오는데, 집 앞에 희정이 서있다. 

희 정 그 여자 만나고 오는 길이야? 
민 수 왜 아무 때나 전화질이냐? 
희 정 미안해. 내가 분위기 깼나보지? 
민 수 (무시하고 문 여는) 무슨 일이냐? 
희 정 오빠하고 얘길 좀 하고싶어서. 

민수 뚱하니 문 열고 들어가면, 희정도 따라 들어간다. 

S# 52 오피스텔 (밤) 

민수 들어와 키 놓고 냉장고로 가 생수 꺼낸다. 
희정은 자존심이 상해있다. (민수가 연주에 대해 다 알면서 사귄다고 생각하는 것)

민 수 뭔데? 빨리 얘기하고 가라. 나 피곤해. 
희 정 (한심하다는 듯) 오빤 서연준가 하는 그 여자가 그렇게 좋아? 
민 수 (어이없어) 이름은 또 어떻게 알았냐? 기태한테 들었냐? (병 째 물을 마신다.) 
희 정 (연주가 앉았던 자리에 앉으며, 실망스러운) 참 내, 자존심 상해서. 내가 오빠한테 그 정도 밖에 안돼? 나 같은 여잘 
두고 어떻게 그런 여잘 만나? 어디, 그 여자 얼마나 좋아하는데? 한번 얘기나 좀 들어보자. 
민 수 (물병 놓으며) 관심 끊어라.
희 정 어떤 여잔지 나한테 얘기하기 챙피해서 그래? 
민 수 창피할 게 뭐 있냐? (의자 돌려 비스듬히 삐딱하게 앉는다.)
희 정 하긴, 챙피한 건 사랑이 아니지. 나도 오빠 챙피하다고 생각해본 적 없으니까. 그럼 한번 말해봐. 그 여자 뭐 하는 
여잔데? 
민 수 뭐하긴 뭐하냐? 학교 다니지. 
희 정 (잘못 들었나 싶어서) 뭐? 학교?
민 수 (희정의 태도가 맘에 안들어서 기분이 나쁜) 그래. 니네 학교 사회학과 다닌다, 왜? 내가 그런 여자 만나는 게 그렇게 
티껍냐? 
희 정 (의아해서 말이 안나오다가) 집은? 집은 어때? 아버지는 계셔? 
민 수 너 웃긴다. 나한테 따로 어울리는 여자라도 있다는 식인데, 기분 나쁘겠지만, 걔네 집 빵빵해. 걔네 아버지 케이블 TV 
소유주야. 내가 아버지 없다고, 만나는 여자도 아버지 없어야 되냐? 
희 정 (놀라며) 세상에 기가 막혀... 케이블 TV? 

희정 놀라고 어이가 없어 민수를 물끄러미 본다. 

민 수 (기분이 상한) 너랑 얘기하고 싶지 않으니까. 가라. 

태연한 민수를 보다가, 갑자기 웃음이 나오기 시작하는 희정. 

희 정 (웃으며 중간, 중간)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가 있지? 
(웃다가) 참, 별 웃기는 일도 다 있군. 웃겨도 한참 웃겨? 
(문득 민수를 보며) 걔가 그래? 지네 집 케이블 TV 하고, 자기는 사회학과 다닌다고? 
민 수 (상대를 않겠다는 듯) 그래, 마음대로 생각해라... 
희 정 (신기하다는 듯) 걔도 상당히 문제가 있지만, 오빠도 보면 참 멍청하다. 어쩜 이렇게 순진하니? 서연주 걔 공장 다녀. 
몰랐어? 
민 수 (뭔 헛소리냐는 식) 뭐? 너 왜 이렇게 유치하게 구냐? 그렇게 안 봤는데, 너 참 상식 밖이다? 
희 정 (어처구니없고 답답한) 미치겠다. 걔 우리학교 안 다녀. 무슨 화장품 공장 다니는 애래. 
민 수 (믿지 않으며) 야, 꾸며 댈려거든 좀 그럴 듯하게나 하든가. 니가 그런다고 될 거 같으냐? 
희 정 그래. 오빤 믿고 싶지 않겠지. 나 걔 친구 만났어. 우리학교 사회학과 다니는 선배. 저번에 오빠도 한번 봤지? 그 선배가 
서연주 친구야. 
민 수 (기분이 확 상하며) 니가 어디서 뭘 잘못 줏어 듣고 온 모양인데, 가서 발 딲고 잠이나 자라. 
희 정 (일어서며) 그래, 둘이 잘 어울리고 딱 좋네 뭐. 난 또... 내가 그깟 공장 다니는 애보다도 못하다고. 됐어! 이만 갈게. (나간다.) 

민수 뚱하니 닫히는 문을 돌아본다. 
좋지 않은 기분으로 담배를 물고 불을 붙인다. 
문득 석연치 않은 표정을 짓더니 심각해지는 민수. 

민 수 (혼잣말) 가만 있어봐... 

민수의 머리속으로 스쳐 지나가는 생각들.
인써트 화면들 파노라마처럼 빠르게 스쳐간다. 

S# 53 인써트 (대학 건물 앞)

민 수 (손수건을 건내주며) 저기, 이 학교 다니시나보죠? 
연 주 네?... 

순간 봤다가 시선을 피하는 연주의 얼굴.

S# 54 인써트 (축구장) 

민 수 그러고 보니까 연주씨하고 동문이네? 
연 주 (문득 다시 심란해지며) 어? 으응... 맞아, 그러네... 

무거워지는 연주의 표정

S# 55 오피스텔 (밤) 

민 수 (피식 웃으며, 혼잣말) 아니야, 그럴 리가 없어... 

그러다 다시 심각해지는 민수의 표정. 

S# 56 인써트 (디스코텍 룸) 

민 수 (은근히 궁금한) 집에선 뭘 하시는데요? 
연 주 (당황) 음.... 언론사요. 
민 수 언론사요? 그럼 지방신문사 같은 거요? 
연 주 아니요... 지역 민방이요. 케이블 TV...

S# 57 인써트 (고급레스토랑) 

민 수 그럼 졸업하고 집에 내려가서 민방사업 배워야겠네요? 
연 주 (약간 당황) 글쎄요. 아직 관심이 없어서요...

S# 58 오피스텔 (밤) 

심상치 않게 변하는 민수의 표정. 

S# 59 인써트 (디스코텍 룸) 

민 수 (연주에게) 차 가져오셨어요? 
연 주 (일어나며) 아니요... (얼른 덧붙이며) 나오는데 갑자기 시동이 안 걸려서요.

S# 60 인써트 (카페 주차장)

연 주 저도 요즘 차를 잘 안타는 버릇이 생겼는데, 그게 더 좋아요. 
일부러 다이어트 할 필요 없고, 주차 신경 안 써도 되고. 

S# 61 오피스텔 (밤) 

당혹스러운 민수의 표정. 

S# 62 인써트 (달리는 차안) 

민 수 집을 학교 근처에다 얻지, 왜 이렇게 먼데다 얻었어요? 
정 애 저기, 그게요... 
연 주 (얼른 나서며) 집에서 사둔 빌라가 있어서요. 그냥 거기서 사는 거예요. 

S# 63 인써트 (동네 큰길. 차안)

민 수 (둘러보며) 암만 봐도 집 앞이 아닌 거 같은데? 아직도 나 경계하지? 
연 주 아니야. 다 왔어. 

S# 64 오피스텔 (밤) 

멍한 민수의 얼굴. 

연 주 (E) 아줌마 너무 비싸다. 이런 거 남대문에서 500원하는데... 
민 수 (E) 이제 좀 가르쳐줘도 되지 않아? 휴대폰 번호. 
연 주 (E) 나 그런 거 없어. 안 가지고 다녀. 
연 주 (E) 주중엔 곤란해. 

혼란스러운 민수의 표정. 타 들어가는 긴 담배재가 뚝 떨어진다. 

민 수 (혼잣말) 아니야, 아닐 거야... 

S# 65 연주집 (밤) 

잠자리에 누워있는 연주. 
벽에 걸린 겨울코트를 보며, 착잡하게 한숨을 쉰다. (F.O)

S# 66 공장, 생산과 (아침) 

일을 하고있는 연주와 정애. 

연 주 넌 오늘 연장근무 안해? 
정 애 나 오늘 기태씨 만나기로 했잖아. 
연 주 아 참, 그렇지. 그럼 나 혼자 심심하게 됐잖아. 

이때 정애의 핸드폰이 울린다. 

정 애 (핸드폰 꺼내며) 누구지? 기태씬가? 
송과장 (지나가다가) 임정애. 너 인기 많다? 어떻게 전화가 나보다 더 많이 오니? 
정 애 (눈치보며 얼른 어깨에 끼고 일하면서 받는) 여보세요? 어머, 민수씨. 

연주 정애를 보고, 옆 라인에 있는 송과장을 힐끔 본다.

정 애 웬일세요? 

S# 67 오피스텔 (아침) 

민 수 (전화하고 있는) 집으로 전화했더니 안 받길래요. 지금 어디예요? 

S# 68 공장, 생산과 (아침) 

정 애 (옆 다른 여공들 눈치보며) 학교죠. 지금 수업중인데...
민 수 (E) 연주도 같이 있죠? 잠깐만 바꿔줄래요? 
정 애 네. 잠시만요... (연주 귀에 꽂아주며) 받어. 
연 주 (역시 일하면서) 여보세요? 

여공들 힐끔힐끔 보며 수근거린다. 

S# 69 오피스텔 (아침) 

민 수 미안해. 수업 중에. 무슨 수업이야? 

S# 70 공장, 생산과 (아침) 

연 주 어... 저기, 사회학. 빨리 끊어야 돼. 

S# 71 오피스텔 (아침) 

민 수 수업 끝나고 좀 만나자. 내가 학교로 데릴러 갈게. 

S# 72 공장, 생산과 (아침) 

연 주 안돼. 오늘은 늦게 끝나. 
민 수 (E) 몇 시에 끝나는데? 
연 주 저기, 약속도 있고... 오늘은 좀 곤란해. 

S# 73 오피스텔 (아침) 

민 수 아무리 늦어도 꼭 좀 보자. 할 얘기가 있어서 그래. 약속 몇 시에 끝나는데? 
연 주 (E) 9시쯤...
민 수 그래, 그럼 9시 반까지 올리버로 나와라. 
연 주 (E. 다급하게) 저기 민수씨! 
민 수 (무시하며, 계속) 있다 보자! (끊는다.) 

수화기를 내려놓는 민수. 표정이 좋지 않다. 

S# 74 공장, 생산과 (아침) 

연 주 (핸드폰을 정애에게 돌려주며) 어떡하지? 야근 못한다고 해야겠네...
정 애 갑자기 왜 보재? 
연 주 할 얘기가 있대. 
정 애 (화들짝 좋아하며) 야, 혹시...!
연 주 아이, 아니야. 
정 애 얜? 어젠 옷까지 사보내고, 오늘 할 얘기가 뭐겠니? 기집애. 좋겠다. 나도 오늘 기태씨한테 확실하게 해야지. 

연주 심란한 표정으로 일을 한다. 

S# 75 빌딩, 헬스클럽 (낮) 

운동을 하다말고 생각에 빠져있던 민수, 기태에게 다가간다. 

민 수 기태야. 
기 태 (열심히 운동하며) 어? 
민 수 (넌즈시) 정애씨 말이야, 뭐 이상한 거 없었냐? 
기 태 (별로 관심 없는) 뭐가 이상한 거? 
민 수 아니, 뭐랄까... 학생 같지 않다거나 그런 거 없었어? 
기 태 글쎄... 학생이 아니면 어떠냐? (일어나 수건으로 닦으며 스포츠 음료 마신다.) 
민 수 하긴 뭐 그렇지만... 정애씨 집은 뭐한데?
기 태 몰라. (다른 운동기구로 옮긴다.)
민 수 말 안해? 
기 태 안 물어봤어. 
민 수 그래...? 
기 태 왜 너 연주 걔 조건보고 만나냐? 걔들 집이 뭐하건 그게 뭐 대수야? 
민 수 아니, 뭐 그렇지... 
기 태 오늘 너도 만나기로 했냐?
민 수 응. 
기 태 그럼 오늘 한번 뭉치자. 이제 둘만 있는 것도 지겹지 않니? 슬슬 파트너도 바꿀 겸 조인트하지 뭐. 
민 수 (얼버무리며) 만나서 얘기해보고.... 
기 태 자식. 

민수 시선을 돌리며 심상치 않은 표정이 된다. 

S# 76 카페 (밤) 

민수 착잡한 기분으로 카페 문을 들어서면, 멀리 연주가 앉아있다. 
민수 문득 멈짓하더니 걸음을 멈추고 잠시 망설인다.
이내 내키지 않는 심정으로 들어가는 민수. 연주 앞으로 가 앉는다. 

연 주 어제 봤는데, 무슨 일이야?
민 수 (이내 부드럽게) 아니야, 그냥. 아침에 눈을 떴는데 무척 보고 싶더라. 그래서.
연 주 보고 싶다고 어떻게 맨날 봐? 
민 수 제주도 가면 자주 못 보잖아. 그래서 더 그런가봐. 

연주 그제야 살풋 웃는다. 
이때 아가씨 와서 메뉴를 내놓는다. 

아가씨 (아는 척을 하며) 두분 또 오셨네요?
연 주 네...
민 수 (메뉴 보지 않고) 난 커피. 
연 주 저두요. 

아가씨 가고 나면, 

민 수 그 동안 내가 너무 서민적으로 데리고 다닌 게 좀 걸린다. 속으로 많이 실망했었지? (반응을 유심히 관찰하는) 
연 주 무슨 그런 소릴 해? 
민 수 오늘은 내가 우리 수준에 맞게 한번 잘 해볼게. 
연 주 (이상하다는 듯) 난 괜찮아. 근데, 정 마음에 걸리면... 그렇게 해. 

민수 연주를 유심히 보며 미소짓고, 연주 그런 시선 부담스러워 피한다. 

S# 77 락카페 (밤) 

리듬에 몸을 맡기고 나란히 앉아 맥주를 마시는 정애와 기태. 

기 태 (윤경과의 딱딱한 데이트 생각하며) 아, 이런 데가 편하고 좋은데 말이야. 
정 애 오빠...
기 태 응? 
정 애 연주는... 민수씨가 옷도 사줬다더라. 겨울에 입고 놀러가자고. 
기 태 (코웃음) 그래? 민수 이것 봐라...?
정 애 (실망스런 표정으로 기태를 물끄러미 본다.)
기 태 그래서 부러웠어? 
정 애 응... 
기 태 괜찮아. 나도 사주지 뭐. 뭐 갖고 싶은데? 말해봐. 
정 애 (화들짝 좋아하더니) .... 오빠! 난 오빠면 돼. 
기 태 아이구, 고것 참, 말하는 거 하고. (어깨를 감사 안았다 놓는다.) 
정 애 오빠 나 사랑하지? 
기 태 (건성으로) 응. 사랑해. 

정애 수줍게 웃고, 기태 혼자 술을 마신다. 

S# 78 고급 호텔 바 (밤) 

바를 죽 따라가면 위스키잔 옆에 반지를 낀 민수의 손이 보인다. 
고심을 하고 있는 손. 이내 위스키잔을 들어 마시는 민수. 

연 주 (걱정이 되는) 웬 술을 그렇게 마셔? 
민 수 기분 좋아서. 웬지 속이 시원하다. (술을 따른다.) 

연주 걱정되는 표정으로 보는데, 
민수, 술병 놓다가 연주의 책과 노트를 보고는, 

민 수 (손 뻗어 집는) 어디 책 좀 한번 보자. 공부 열심히 하나.
연 주 (당황, 얼른 뺏으며) 안돼. 
민 수 그럼 노트나 한번 보자. 노트정리는 잘 하니? 
연 주 (한쪽으로 치우며) 챙피하게 왜 그래...
민 수 왜 안 보여줘? 글씨 잘 쓰나 좀 보자는데. 
연 주 싫어. 보긴 뭘 봐... 
민 수 그래, 보여주기 싫다 이거지... (술 마신다.) 

연주 안절부절 민수를 힐끔 본다. 

민 수 참, 케이블 TV가 아직 적자가 많이 난다고 하든데, 아버진 괜찮으시냐. 
연 주 (당황) 음? 난... 잘 몰라. 말했잖아. 별로 관심 없다고. 
민 수 참 그랬지. 그래도 아버지 하시는 일이니까 잘 되야 될텐데, 그지? 
연 주 으응... 잘 되겠지 뭐. 
민 수 참, 차는 고쳤냐? 시동은 잘 걸려? 
연 주 응? (까맣게 잊고 있다가 생각난) 아, 그때... 카센타 가서 고쳤어. 
민 수 그 카센타 애들 여자한테는 바가지 씌운다고 하든데. 얼마 줬어? 
연 주 몰라. 잊어버렸네? 
민 수 밧데리도 새로 갈라고 하디? 
연 주 (이마에 맺힌 땀을 닦으며) 대충 했어. 난 그런 거 신경 안써. 
민 수 그래...? (그러다 얼굴 자세히 보며) 넌 볼 때마다 예쁘다? 
연 주 왜 그래? 
민 수 아니야. 정말 예뻐. 
연 주 그럼 많이 봐둬. 
민 수 (웃고는, 실험하듯 얼굴 빼꼼히 보며) 너 나한테 뭐 할말없냐? 
연 주 무슨 말? 
민 수 (얼굴 더 가까이 보며) 너 나 좋아하니? 
연 주 갑자기 왜 그래... 
민 수 (더 가까이) 나 좋아 안 해? 
연 주 (밀어내며) 어머머? 
민 수 이제 보니까 너 좀 얌체 같다. 
연 주 (눈 흘기고는) 실은... 가끔 그런 소리 들어. 나보고 깐포도래. 
민 수 (놀랍다는 듯) 어, 그래! 깐포도! 누가 그래? 깐포도라고? 
연 주 (멋쩍어하며) 애들이. 
민 수 아! 같은 과 애들이? 
연 주 (이상하다는 듯 보며) 으응...
민 수 니네과 애들 별명 참 잘 붙인다! 딱이네. 
연 주 자꾸 그럴거야? 
민 수 (마지막 기회를 주듯, 마음이 아픈 듯) 너 진짜 나한테 할말없니? 

대답 없이 민수를 쳐다보다 어색해서 시선 피하는 연주. 

연 주 오늘 정말 왜 그래...? 
민 수 (실망한 듯 시선 거두며) 아니야. 

민수 술을 입 속에 털어 넣는다. 

S# 79 나무가 있는 골목 (밤) 

민수와 연주 나무 밑으로 걸어온다. 민수는 더 취해있다. 

민 수 여기서 어디루 가? 집이 어디야? 
연 주 취했는데 빨리 가. 
민 수 아니야, 오늘은 집 앞까지 가자. 꼭 바래다주고 싶어. 
연 주 취해 가지고 어딜 가? 그만 가. 
민 수 아직 날 그 정도로 밖에 생각 안하는구나? 

그 말에 괴로운 표정으로 민수를 보는 연주. 

민 수 알았어. (돌아서는데) 
연 주 (순간 망설이다가 얼른) 저기, 민수씨!

민수, 한 가닥 기대를 가지고 연주를 돌아본다. 
슬픈 눈길로 서로를 바라보는 민수와 연주. 연주는 망설이고 있다. 

민 수 (이윽고) 왜? 
연 주 (결국 말을 못하는) 조심해서 가라구...
민 수 (실망) 그래...

돌아서는 민수. 쓸쓸하게 걸어온다. 표정이 일그러지며 괴롭다. 
멀리 민수를 바라보며 서있는 연주가 보인다. 
민수 골목 밖으로 사라지고 나자, 연주 천천히 걸어나온다. 

S# 80 연립주택 계단 (밤) 

연주, 터덕터덕 힘들게 계단을 걸어 올라온다. 

S# 81 연립주택 옥상 (밤) 

올라온 연주, 평상에 앉는다. 앉자마자 휴 한숨을 쉬는 연주. 
멍하니 야경을 바라본다. 마음이 좋지 않다. 
잠시 후, 계단을 뛰어올라오는 정애. 
연주 말없이 야경만 보고 있다. 

정 애 (연주를 보더니) 너 이 기집애. 너 때문에 힘들어 죽겠어. 
처음에 가까운데다 내려달라 그랬어야지, 이게 뭐냐? 지겨워 죽겠어. 
연 주 (멍하니) 이제 얼마 안 남은 거 같애. (고개 숙이며) 다 됐어. 
정 애 (심각하게) 왜 무슨 일 있었니? 표정이 왜 그래? 
연 주 이렇게 만나는 거 난 너무 싫어. 못할 짓이야. 
정 애 (안심하며, 옆에 앉는) 아이, 난 또 깜짝 놀랬잖아. (기대에 
부풀어) 맞아, 거의 다 되가. 조금만 있으면 돼. 기태씨도 나 사랑한댔어! 
연 주 (화가 나서) 그게 사랑이니? (버럭 소리지르는) 그게 진짜 사랑이야? 
정 애 (뚱하니) 얘가 왜 소리는 지르고 이래...? 
연 주 (퍼붓는) 사람도 가짜고, 하는 얘기도 다 가짜고. 가짜 희망만 주는데, 이게 사랑이야! (들어가 버린다.) 

뚱하니 쳐다보는 정애. 정애의 마음도 좋지는 않다. 

S# 82 동네 수퍼 앞 파라솔 (밤) 

수퍼 앞, 파라솔 아래에서 소주 마시고 있는 민수. 

민 수 (혼잣말) 기회를 그렇게 줬건만... 나쁜 기집애. 

소주 들이키고, 술을 따르는 민수. 

민 수 (자조하는 코웃음) 내가 그렇지. 내가 하는 일이 그렇지. 

그대로 멈추는 민수의 얼굴. 문득 명료해지는 눈빛. 

연 주 (E) 세상에... 아무리 빌딩이 있으면 뭘 해요? 잘 먹어야죠. 
민 수 (E. 농담처럼) 만약에 말이야, 내가 저 남자처럼 아무 것도 가진 게 없고, 직업도 변변치 않다면 어떨 거 같애? 

S# 83 인써트 

1층 레스토랑. 창가에 앉아있는 두 사람. 

연 주 무슨 소리야? 
민 수 아니, 세상에 그런 사람도 많잖아. 그런 사람도 누군가를 좋아할 테고, 또 그 사람을 사랑하는 사람도 있을 거고. 내가 그렇다면, 나 좋아해 줄 수 있어? 
연 주 (심각해지는) 글쎄... 갑자기 그런 생각은 왜 했어...? 

S# 84 동네 수퍼 앞 파라솔 (밤) 

민수, 화가 나는 듯 거칠게 술을 따른다. 넘치는 술. 

민 수 다 거짓말이었다 이거지? 겨우 니깟 게 날 갖고 놀았어? 
민 수 (E) 무릎이라도 끓고 빌까요? 
연 주 (E) 네. 꿇어봐요. 
민 수 나도 미친 놈이지. 미친놈! 

술을 마신다. 마시고 빈잔 내려놓으며, 

민 수 (갑자기 화가 나는) 그래도 난 너보다는 나, 이년아! 

혼자 피식거리던 민수, 
이내 멍하니 생각에 빠지면서 괴로운 표정이 된다. 

S# 85 인써트 (나무가 있는 골목)

술에 취해 찾아가 연주에게 쓸쓸히 되묻던 민수. 

민 수 나 너 좋아해도 되니? 좋아해도 되지? 

S# 86 동네 수퍼 앞 파라솔 (밤) 

괴로운 듯 눈을 감는 민수. 
E. 빗소리가 가득 들려오고, 

S# 87 인써트 (나무가 있는 골목) 

비가 내리고, 우산 속에서 연주에게 키스하고 있는 민수. 

S# 88 동네 수퍼 앞 파라솔 (밤) 

눈을 뜨는 민수. 슬픈 표정으로 술을 마신다. 
비틀비틀 일어서는 민수. 

S# 89 연주집 (밤) 

옷을 갈아입은 연주, 쌀을 씻고 있다. 
이때 전화벨이 울리고, 화장실에서 나오던 정애가 전화를 받는다. 

정 애 여보세요? 
민 수 (E) 연주니? 
정 애 저, 정앤데요. 잠깐만요. 바꿔드릴게요. (수화기 갖다주며) 민수씨. 
연 주 여보세요...

S# 90 동네 골목, 다른 곳 (밤) 

민 수 (핸드폰) 나야. 나, 가는 길에 다시 보고싶어서 왔어. 

S# 91 연주집 (밤) 

연 주 많이 취한 거 같은데, 그냥 집으로 가. 
민 수 (E) 잠깐만 나와라. (숨과 함께 토해내는) 만나고 싶어. 
연 주 (괴로운) 너무 늦었잖아. 그냥 가. 
민 수 (E. 슬픈 듯) 나보고 가라 그러지 마. 넌 왜 자꾸 가라고만 하니... 

그 말에 멈짓하는 연주. 

S# 92 동네 골목, 다른 곳 (밤) 

민 수 (계속, 슬픈 듯) 믿지 않겠지만 내가 누굴 이렇게 좋아해본 건 처음이다. 그냥 아무 말 말고 나와 줘. 이번 한번만. 
다시는 이러지 않을게. 

S# 93 동네 골목, 다른 곳 (밤) 

연 주 (말없이 있다가, 할 수 없이) 알았어. (전화 끊고, 얼른 지갑 챙기며) 미안해. 밥 좀 대신 해줄래? 
정 애 그래. 너 잘되면 나도 좋지 뭐. 

연주 서둘러 밖으로 튀어나간다. 

S# 94 연립주택 계단 (밤) 

허겁지겁 계단을 뛰어 내려가는 연주. 

S# 95 연립주택 앞 골목 (밤) 

연립주택에서 튀어나와 골목으로 달려 내려가는 연주. 
문득 어둠 속에서 인기척을 느끼며 멈칫 멈춰 선다. 
가로등 밑으로 나타나는 민수. 
놀라는 연주. 

민 수 (연립주택 올려다보며) 여기였냐? 니네 집이? 

놀란 연주와 눈이 마주치는 민수. 
알 듯 모를 듯 복잡한 미소로 연주를 보는 민수. 



- 6부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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