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내사랑] 07
S#1.연립주택앞 골목(밤)
민수를 보며 놀라는연주.
민수 (연립주택 올려다보며) 여기였냐? 니네 집이?
민수,연주를 보며 복잡한 미소를 지으며 다가온다.
민수 뭘 놀래니?
연주 (불길한 직감, 웃으려고 노력하며) 여긴... 어떻게 왔어...
민수 너 참 뻔뻔하다. 재주도 좋아.
어떻게 그렇게 감쪽같이 속일수가 있니? 너 공장에 다닌다며?
연주 (순간 놀라며 예민하게 보지만, 꾹 참고) 미안해.
일부러 속이려고 한건 아니었어...
민수 어, 그렇겠지. 그동안 재미 있었겠다.얼마나 통쾌했을까?
그래서 어디까지 갈 셈이었니?
연주 (당황, 급하게) 얘기하려고 했어. 그런데... (말을 못 잇는다)
민수 그런데?
연주 안 믿어도 할 수 없지만... 나도 괴로웠어...
민수 (비아냥) 괴로워? 됐다, 됐어.
연주 미안해...
민수 미안해 할 거 없어. 어차피 나두 마찬가지니까.
연주 ?
민수 나두 다 뻥친거야. 나두 가짜였다구. 참, 둘이 기막히게 만난 거였지 뭐.
나 빌딩 같은거 없어. 아무것도 아니야. 가진것도 없고 직업
도 없고 대학은 근처에도 못가봤어.기태 옆에서 부자 행세 좀 해봤다.
연주 (더 놀라며, 멍하니) 뭐...?
민수 왜 실망스럽냐? 계획대로 안되서?
연주 (멍하니 보더니) 그럼... 날 좋아한다는 건, 그건 뭐였어?
민수 내가 약 먹었냐? 널 진짜로 좋아하게? (소리 지르는)
내가 너 같은걸 만날거 같애!
민수, 스스로도 괴롭다.
충격을 받은 연주, 멍한 표정이 된다.
민수,연주를 물끄러미 바라보다 갑자기 마음이 아픈 듯 안는다.
연주 (저항하지 않으며, 굳어서) 놔!
민수,거칠게 키스하려하자
연주 (밀어내며 빠져나가는) 왜 이래! 놔! 이거!
사람들,힐끔힐끔 보며 지나간다.
민수 뭘 빼냐? 별거도 아니면서.
연주 (순간 보면)
민수 알 거 다 아는데 비싸게 굴 필요 없잖아?
왜? 나같은건 아니라는 눈빛인데? 그런거냐? 빌어먹을...!
(거칠게 팔을 움켜잡고 얼굴 닿을 듯 노려보는)
너 어떻게 나한테 이럴수가 있어! 어? 왜 하필이면 나야!
(놔 버리며) 재수없어! 정말, 너! 인생이 불쌍해서 봐준다, 이
년아. 혹시 길거리에서 봐도 아는척 하지 마.
그대로 가버리는민수.
그 자리에 멍하니 혼자 남는 연주, 부르르 떨린다.
S#2.연립주택계단(밤)
힘들게 계단을 올라가는 연주.
문득 현기증을 느낀다.
난간을 잡고 쪼그리고 앉는다.
고개를 들어 보면, 흐릿하게 야경이 보인다.
잠시 후 다시 일어서는 연주.
계단을 올라간다.
S#3.연주집(밤)
연주 들어오면,
이부자리를 펴고있던정애가 돌아본다.
정애 왜 벌써 왔어?
연주 (파르르 떨리는, 이상한 고요) 다 끝났어.
정애 뭐? 너 설마...?
연주 미안하다,정애야.
정애 이 미련한 게, 너 결국 다 불었구나. 내가 그렇게 얘기 했건만...
연주 (O.L) 그 사람, 다 알고 왔더라. 근데 민수씨도 다 거짓말이었대. 빌딩 같은거 없대.
정애 뭐?
연주 (엷은 웃음 흘리며) 대학도 안나왔대.
정애 뭐라구?
연주 날 좋아한 적도 없대... (굳어지는 얼굴)
정애 (문득 다급해지며) 그럼,기태씨는?기태씨는 어떻게 된거구?
(혼자 생각) 아니야, 난 제주도 가서 다 봤는데... 아닐거야...
연주 너도 정신 차려, 다 끝난거야.
정애 (그러다연주를 노려보더니
베개를 던지며) 이 병신 같은게! 내가 그렇게 조심하라 그랬지.
애초부터 너랑 같이 만난게 잘못이었어.
(연주에게 퍼부으며) 난 몰라.
그럼 기태씨도 다 알거 아니야! (울쌍) 큰일 났네? 어떡하지?
정애, 전화를 들었다가 놓고
이내 또 연주를 노려본다.
연주,정애까지 그러니
아주 죽을 맛이다.
하지만 뭐라고 대응할 심정은 아닌 것.
연주 (멍하니 방바닥 보며, 부르르 떠는) 나쁜 새끼...
S#4.오피스텔(밤)
돌아온 민수.허탈한 듯 자켓을
벗어 던진다.문득 벽에 걸린
나팔바지를 보더니 뜯어서 대형 쓰레기 봉투에 넣는다.
그래도 분이 풀리지 않는 듯 쓰레기 봉투를 걷어차는 민수.
민수 나쁜 년... (F.O)
S#5.공장생산과(낮)
서로 뚱하니 화가 나 일을 하고 있는 연주와정애.
작업종료 벨이 울리자 연주,머리수건을 벗으며 먼저 나가버린다.정애도 핸드폰 꺼내들고 나간다.
서로 쳐다보지도 않는연주와 정애를 이상하다는 듯 보며 수근거리는 여공들.
S#6.공장생산과 앞로비(낮)
연주 나오는데 지나가던 송과장과
만난다.연주, 조용히 고개 인사하고 가려는데
송과장 연주야!
연주 (관심없이) 네...?
송과장 아니 그냥, 내가 추천한거 잘 될거 같다고.
연주 (의례적인 미소) 네에... 감사합니다.(고개 인사하고 자판기 쪽으로 간다)
S#7.공장건물 후미진 옆길(낮)
연주, 혼자 자판기 커피를 마시며 서있다.
이때 담배에 불을 붙이며
창고에서 나오는 동식.
순간 연주와 동식
서로를 보게 되자,
연주 시선 피하고
다른 곳으로 가려고 한다.
동식 (얼른 담배 끄며 부르는)연주야!
연주,가려다대답 없이 돌아본다.
동식,연주를 물끄러미 본다
연주 (착잡하게) 왜요?
동식 (뭔가 말 하려다 말고) 아니다.
연주,고개 인사하고 가려는데
동식 그 남자랑은... 잘 되니?
연주 문득 표정 굳어지며 말이 없다.
연주 (잠시 후 나직이) 잘 돼요.
동식 그래, 잘 돼야지... 잘 되길 바란다.
연주 (화가 나는지, 대뜸) 오빠가 신경 쓸거 없잖아요?
연주, 종이컵 구기며 건물 안으로 들어가 버린다.
참혹한 표정이다.
동식, 우울하게 연주를 바라보다 다시 담배를 문다.
S#8.헬스클럽(낮)
민수, 땀을 흘리며 거칠게 기구운동을 하고 있다
화가 나있는 표정.
기태 (음료 마시며) 좀 쉈다 하지 그러냐?
민수,잠시 기태를 보지만 그대로 계속한다.
힘들어 보인다
기태 넌 뭐 파트너 바꿀 마음이 없는 모양이지?
어제 왜 전화 안했냐? 만나보고 전화 한다며?
민수 (별로 말하고 싶지 않은) 그냥, 그렇게 됐어.
기태 뭐야, 너?연주 걔한테 많이 빠졌냐?
민수 빠지긴 무슨.
기태 (씩 은밀한 웃음) 자식, 옷까지 사줬다며?
민수 (발뺌하는) 아, 그거. 자꾸 사달라고 졸라서 할 수 없이 그런거지.
기태 그래도 맘에 있으니까 사줬겠지.
민수 (멈추고 일어나는) 아니야. 걔 사달라는 것도 많고 피곤해서
어제 정리했다.
기태 (의외라는) 그래?아니, 왜 말도 없이 갑자기 그랬어?
민수 (말 안하려다) 걔네들... 알아보니까, 거짓말 투성이에다가
공장 다니더라구. (씁쓸함)
기태 공장? 고것들 그럼 여태 우릴 속인거냐?내 참 어이가 없어서.
민수 인생 최대의 오점을 남겼다. (참혹한, 수건으로 얼굴 닦는다)
기태 (오히려민수에게 놀라며) 근데 니가 더 이상하다?언제는 우
리가 그런걸로 신경 썼냐?
민수 아니, 뭐 꼭 그런건 아니지만, 어쨋든 용서가 안되잖냐.
기태 난 귀여운데? 거짓말 좀 할 수도 있고 그런거지 뭘. (혼잣말)
어쩐지...
좀 색다르다 했지. 하하하. 그럼정애 얘도 오늘 속 좀 타겠
네? 나 만나고 싶어서 아주 안달이 났겠는데?
이때기태의 핸드폰이 울린다.
기태 딱 온다, 야. (받으며) 여보세요? (무척 친절하게) 어,정애니?
S#9.공장 식당 밖 뒷길(낮)
후미진 곳에서 정애가 핸드폰 전화를하고 있다.
정애 오빠, 저기... 오늘 시간 있어요?
기태E 왜 그러는데?
정애 만나서 할 얘기가 있어서요.
S#10.헬스클럽(낮)
기태 (부드럽게) 무슨 얘긴데 그러니?
정애E 저기... 혹시민수씨한테 무슨 얘기 못들었어요?
기태 민수가? 아니, 아무말도 안하든데? 왜?
기태를 못마땅하다는 듯 쳐다보는 민수.
S#11.공장식당 밖뒷길(낮)
정애 (휴, 일단 안심하며) 아니에요. 그럼 일단 만나서 말씀 드릴께요.
S#12.헬스클럽(낮)
기태 그래, 그래라.
어디에서 볼까? 알았다. (끊고는) 아주 애가 탔구만.
오늘 노는 꼴 좀 한번 봐야겠다. 이 기집애가 뭐라고 나올지
궁금하지 않냐?
민수,기태의 태도 때문에 짜증이 난다.
민수 (문득 일어서며, 말 돌리는) 난 슬슬 출발할께.
오늘 대치동 빌딩하고, 임대료 입금 안된데, 몇군데 돌고 5시
까지 들어올께.
더러운 표정으로 나오는 민수.
뚱하니 돌아보며 빙긋이 웃는 기태.
S#13.헬스클럽 샤워실(낮)
민수, 거칠게 샤워를 한다.
괴롭고 더러운 표정.
그러다 문득 멈추면 땀이 뚝뚝 떨어지는 민수의 얼굴.
허탈하고 쓸쓸하다.
이내 기억을 지워버리려는 듯 나가는 민수.
S#14.공장 생산과 (낮)
정애 들어오면 점심시간이라 라인이 텅 비어있다.
연주 혼자 거칠게
빈 박스들을 치우고 새 박스를 뜯어 작업준비를 한다.
정애 밥도 안 먹고, 얘가 왜 혼자 쉬는 시간에티를 내고 이래?
연주 (그만 두며 착잡한 마음, 말이 없다)
정애 (무뚝뚝) 아직민수씨가 얘기는 안한 모양이야.
그 사람 생각보다 쫌스럽진 않다, 얘.
연주 (굳어서) 그 자식 얘긴 내 앞에서 하지 마.
정애 (이내 고심) 아, 근데 뭐라고 하지? 미치겠네. 너 때문에 내가 정말!
연주 그게 왜 나 때문이야?
정애 니가 잘만 했어도, 이렇게까진 안됐잖아!
연주와정애 노려보는데
이때 작업 시작 벨 울리고
우르르 몰려 들어오는 여공들.
연주, 기분 잡치고 워크맨 해드폰을 양 귀에 꽂는다.
정애도 좋지 않은 기분으로 자기 작업 준비한다.
이내 돌아가는 컨베이어벨트.
S#15.넓은 사무실의 일각(낮)
소파에 털썩 앉는 민수.
난처한 여직원과 수근대는 몇몇
직원들이 보인다.
민수 (꼬운 기분으로) 아이, 씨, 임대료를 제 날짜에
딱딱 입금시켜야지. 이거 매달 습관적으로 이러는 거 아닙니
까.
습관적으로! 며칠씩 연락도 없이 늦고 말이야. 사람 왔다갔다
하게 만들고.
가뜩이나 짜증나 죽겠는데...
직원1 (앉아있다 일어나며) 아니, 이 사람이 정말! 당신이 뭔데, 남
의 일하는 사무실에 와서 행패야? (나서는데, 다른 직원들 말린다)
민수 행패? 지금 미안하다고 사죄를 해도 시원찮을 판국에 이런
식으로 나오면 곤란하지.
부장 (회의실에서 달려나와)아니, 왜 이러십니까. 지금 거래처 손님
들도 와 계신데...
민수 그러니까 난 수금만 해주면 간다 이거예요. 뭐가 잘못됐어요?
부장 잠깐 저랑 내려가서 차나 한잔하시죠.
민수 차 필요없고, 나도 오늘 수금 못해 가면 짤려요. 원칙대로 합시다, 원칙대로.
버티는 민수.
난감한 부장.
S#16. 대치동 빌딩 앞(E) +기태부 사무실(기태부쪽도 필요)
(1층에 자동차 매장이 있는 빌딩과 같은 빌딩임.
터덜터덜 걸어나오는민수.
이때 핸드폰이 울린다.
민수 (힘없이 받는) 여보세요...
기태부E 민수냐?
민수 (긴장하며) 네, 아버님. 웬일이세요?
기태부E 별일은 아니고, 내려가기 전에 같이 밥이나 한끼 하려구 오늘
어떠냐? 시간 되니?
민수 네, 그럼요 네 이따가 찾아뵙겠습니다.
민수 전화를 끊으며 모처럼
얼굴에 미소가 돈다. 다소 힘을 내는 발걸음
S#17.카페(밤)
정애 어렵게 고백을 하고 있고,
기태 실실 쪼개며 맥주를 마시고 있다
정애 처음에 오빠가 그 학교 다니냐고 해서...
그냥 아무 생각 없이 그렇다고 한 게 이렇게 됐어요...
기태 내가 그렇게 물어봤었냐?
정애 네...
기태 그럼 나한테도 책임이 있네.
정애 아니에요, 다 제 잘못이죠. 여태 말못한 거 죄송해요. 많이 실
망하셨죠?
기태 괜찮아. 그런 게 뭐 중요하냐. 난 상관없어.
정애 (너무나 뜻밖이다)
기태 직업에 귀천이 있는 것도 아니고, 너 즐겁게 일하고
잘 살고 있는데, 뭐가 어떠냐?괜찮아.
정애 정말이예요?
기태 그럼. 난 그런거 신경안쓴다.
정애 (감동하며) 오빠, 고마워요. 이해해줘서 정말 고마워요.
기태 (뜨끔하며) 야, 그거 김 다 빠졌겠다. 마시고 얼른 한잔 받아라.
정애 몸둘 바를 몰라 맥주를 쭉 마시고 잔을 내민다.
기태 보면서 웃는다.
술을 따라주는기태
정애 (맥주를 받으며, 조심스럽게) 근데...민수씬 빌딩도 없고
대학도 안나왔는데, 그게 무슨 소리예요?
기태 아, 걔! 내 밑에서 일해. 그 빌딩 실은 우리 아버지 꺼야.
정애 어머, 그래요?
기태 연주씨가 운이 없다. 야, 처음부터 나를 만났어야 되는데.
정애 어머, 오빤 무슨 그런 소릴 하세요?
기태 아니, 그냥 그렇다는 소리지.마셔.
정애와기태 맥주를 마신다.
S#18.기태집 거실(밤)
식탁을 치우는 아줌마가 보이고,
부엌에서 과일 안주를 내오는기태모.
기태부와 민수가 거실에서 양주를 들고 있다.
민수 (기태모에게) 저녁 잘 먹었습니다.
기태모 (못마땅한) 그랬니? (안주 놓으며 기태부를 보고는 안방으로 들어간다)
기태부 기태는 어딜 간거냐? 이런날 같이 들어오지 않구.
민수 네. 친구들 모임이 있어서요. 좀 늦을겁니다.
기태부 자, 들어라. 니가 크긴 컸나보다. 나하고 같이 술을 다 하고.
민수 네. (조심스럽게 마신다)
기태부 내려가면 몸조심하고.
민수 예.
기태부 호텔은 어차피기태가 맡겠지만 그녀석이야 한곳에
오래 붙어있을 놈두 아니구 서울에 일두 있구하니까 거기 남
아 있을 사람은 너 아니냐. 무슨 말인지 알겠니?
민수 네.
기태부 내가 항상 널 자식처럼 생각하고 있으니까, 좀 어려운 일이
있더라도 마음 변하고 그러지 마라.
민수 걱정마세요.
기태부 널 보면 특별히 정이 간다. 내가 꼭 너처럼 자라서 그래.
잘 알고 있지?
민수 예. 잘 알고 있습니다.
희정 (이때 들어오며) 다녀왔습니다. 어머,민수오빠 왔구나?
기태부 일찍일찍 다니지 않구. 저녁은 먹구 다니는거냐?
희정 그럼요, 마침 잘됐다. 오빠, 얘기 다 끝나면 내방에
오디오 스피커 좀 연결해 주고 가. 알았지?
기태부 이녀석아 뭘 그런건 부탁하구 그래.
희정 그런거야 남자가 해야되는데 오빠가 뭐 자상하게 그런거 해주겠어요?
민수 (어려워서 머뭇거리는) 저기...
희정 (기태부에게) 그럼 말씀 나누세요. (2층으로 뛰어 올라간다)
어려워서 기태부를 힐끔 보는민수.
S#19. 희정방(밤)
노크하고 들어오는민수.
민수 어딨어? 오디오.
희정 됐어, 오디오는 무슨. 앉아.
민수 (힐끔 보고는 말없이 그냥 나가려고 하는데)
희정 (끌어다 앉히며) 앉아봐.(궁금한, 조심스럽게) 어떻게 됐어?
그 여자가 뭐래?
민수 (껄끄러워 시선 피하며)뭐라긴...뭐라냐?
희정 그 봐, 내 말이 맞지?
민수 (떨떠름하게 반응이 없다)
희정 (별로 묻고 싶진 않지만) 계속 만나?
민수 그래, 만난다! 왜!
희정 (히죽 웃더니) 찢어졌구나? (표정 살피다가 위로하듯) 잘했
어. 오빤 나한테 고마운 줄 알아.바보 같이 그게 뭐냐?
겨우 그런 여자애한테 홀리기나 하고.
민수 말조심해. 홀리긴 누가 홀리냐?
희정 아님 다행이구.
민수 말이 없고,희정은 빼꼽히 민수를 보다가
희정 곧 제주도 간다며?
민수 (어색하고 불편한) 그래.
희정 내가 거기라고 못 갈 거 같애?
민수 문득 희정을 본다.
뭔가 망설이면서 흔들리는 기분.
희정 (뭔가 궁금해서, 기대하며) 왜에...?
민수 (시선 불안정하게)니가 지금 나한테 이러는 게 정말 좋아해서 그러는 거냐?
희정 다 알면서 뭘 물어?
민수 한동안 희정을 본다.
희정 씩 웃는다.
민수 (무뚝뚝하게) 고칠 거 없으면 갈게. (일어난다)
돌아서서 나가는 민수.
혼자서 씩 웃는 희정.
S#19-1. 희정방앞(밤)
민수 나와서 복잡한 기분이다.
S#20.호텔,술집바(밤)
취한 정애와 기태 술을 마시고있다.
정애 (시계를 보며) 어머,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됐네?
기태 왜, 오늘 꼭 들어가야 돼?
정애 (문득 놀라 보며) 응?
기태 너 오늘 나랑 같이 있자.
정애 (수줍게) 그러고 싶어?
기태 그럼 항상 너랑 같이있구 싶지. 들어가지 마라.
정애 오빠...나 정말 사랑해.
기태 그럼.
정애 믿어두 돼.
기태 왜? 아닌거 같애?
정애 아니 그게 아니구...
기태 사랑하니까 오늘밤은 나하구 같이 있자.
끄떡이는 정애.
S#21.연주집(밤)
방을 닦다가 문득 벽에 걸린 겨울 코트를 보는연주.
연주 갑자기 코트를 내려 둘둘 말아 쇼핑백에 넣고는 옷장 깊속이 넣고 닫는다.
한동안 옷장만 앞에 그대로 서 있는연주.
S#22.오피스텔 앞(밤)
슬픈 가락의 휘파람을 불며 걸어오는민수.
민수 문득 멈춰 서더니 혼자 비웃는다.
다시 느린 휘파람을 불며 쓸쓸히 오피스텔로 돌아가는민수.
S#23.연주집(밤)
혼자 누워 뒤척거리다가 갑자기 불을 켜고
벌떡 일어나는연주.
시계를 보면, 새벽 3시가 넘었다.
연주 (혼잣말) 얘가 이거 어떻게 된 거야...? (F.O)
S#24.연립주택 옥탑방 전경(아침)
S#25.연주집(아침)
출근 복장으로 수화기를
들고 있다가 거칠게 내려놓는연주.
연주 이놈의 지지배, 정신이 있는 거야? 없는 거야?
시계보며,얼른 서둘러 가방 챙겨들고 나간다.
S#26.공장,생산과 회의실(아침)
작업회의를 하고 있는연주와 여공들.
정애는 보이지 않는다.
연주 계속 초조하게 시계를 보고 있다.
반장 잘 알겠지만, 오늘부터 주문량이 늘어서 생산략을 올려야 되거든.
각 라인마다 타임이 2초씩 빨라질 거야. 딴 짓 할 새가 없다.
참, 누가 하나 빠졌다? 누구지?
연주 (눈치보며) 저기,정애.정애가 아직 안 왔네?
반장 (신경질) 그걸 이제 말하면 어떡해?걘 왜 사전에 연락도 없이 결근을 하니?
연주 (기분이 나쁜) 아니 결근은 아니고, 약간 늦나봐...
이때 숨이 차게 뛰어들어오는정애
정애 (머리 수건을 하면서 반장에게) 죄송합니다. (다가와 앉으며)
미안해. 좀 늦었지?
연주 (화가 나서, 나직이)너 잠깐 나 좀 봐. (나간다)
정애 사람들을 보며,
애매하게 웃는다.
S#27.공장,뒷길(아침)
화가 나있는 연주 기다리면,정애 나온다.
정애 왜 그래? 금방 작업 시작할텐데?
연주 너 뭐야? 왜 전화도 없이 이래?
정애 (씩 웃는) 미안해. 나중에 얘기할게.
연주 사람 뜬눈으로 기다리는 건 생각도 안 하니?
정애 (되려 뚱하니) 미안하다 그랬잖아. 기집애야, 내가 너 때문에
이제 얼마나 곤욕을 치렀는 줄 알기나 해?
연주 너 웃긴다. 그게 왜 나 때문이니?
정애 알았어, 알았어. 다 내 잘못이야. 그러니까 됐지? 들어가자.
연주 (화는 안 풀린, 그러나 궁금한) 어떻게 됐어?
정애 (히죽 웃으며) 잘 됐어,기태씬 그런 거 상관 안 한 대. 날 정말 사랑하나봐.
연주의 표정 문득 씁쓸해진다.
정애 (놀라운 사실을 알았다는 듯) 너 이렇게 된 게 다행이지, 큰
일날 뻔했어.
민수 그 사람은기태씨 밑에서 일하는 거고, 그 빌딩도기태씨
꺼랜다.
(황홀해서) 호텔도 오빠네 거고, 빌딩도 오빠네 거야, 아! 흥분돼!
(연주에게 얼른) 넌 걱정마. 내가 나중에 다 생각해줄게.
이제 우리 고생 끝! 행복 시작이야, 가자!
쓸쓸하게 따라 들어가는연주.
S#28.기태 사무실(낮)
민수 신문을 보고 있으며,
기태 들어와 자켓을 벗는다.
민수 이제 오니? 좀 늦었네?
기태 집에 들렀다 옷 좀 갈아입고 나오느라고.
민수 (별로 맘에 안 드는) 어제 외박했니?
기태 그건 그렇고, 너 어제 집에 왔었다며? 왜 나한테 얘기 안 했니?
민수 어, 밖에 있는데 전활 하셨더라구.
기태 나도 없는데 둘이 술 마셨다며? 무슨 말씀 하시디?
민수 별 말씀은 어니고, 제주도 내려가기 전에 그냥 보내기 좀 뭐
해서 부르신 거 같애.
기태 그래...?
민수 참,기태야.
기태 응?
민수 오늘 나 아버지한테 좀 다녀와야 될 거 같애. 기일도 가까워지고 해서.
기태 그래, 다녀와라. 가봐야지.
S#29.공장,식당(낮)
식판을 들고 줄을 서 있는연주와 정애.
정애는 다소 즐거워진 표정이고,연주는 찜찜하다.
여공1 (달려와연주를 툭툭 건드리며) 서연주! 너 누가 면회 왔대.
연주 누가?
여공1 (사라지며) 몰라, 정문 앞에 있대.
정애 (별로 달가워하지 않는) 혹시민수씬가?
연주 (식판을 넘기며) 그런 소린 하지도 마!
정애 (찔끔)
연주 심란한 표정으로 달려나간다.
S#30.공장 건물 밖길~수위길 앞길(낮)
달려나오는연주. 이런 저런 복잡한
표정이다. 건물 모퉁이를 돌아
수위실을 향하던 연주.
문득 보고 멈춰선다. 실망하는 표정.
수위실 근처에 연주모가 서성거리고 있다가
연주를 보고 반가워 달려온다.못마땅해서
시선 피하고, 천천히 걸어가는연주.
연주모 (달려와서) 세상에, 이게 얼마만이니.
연주 (대뜸 신경질) 챙피하게 어딜 찾아와?
연주모 얼굴 한번 보려고 왔어.
연주 (얼른 나가며) 저쪽으로 가.
S#31.수위실 밖,공장 담길(낮)
연주 벽에 기대어 서있고, 연주모 그 앞에 있다.
연주모 꿈속에 자꾸 니가 보여서 왔어.
연주 다음부턴 무턱대고 찾아오지 마.
연주모는 연주를 들여다보고,
연주는 시선 피한다.
연주모 이제 시집두 가야될텐데. 사귀는 남자는 있니?
연주 (안 좋은 기분 스치며) 없어.
연주모 슬슬 남자도 만나보고 그래. 난 니 나이 때 결혼해서 너 낳았어...
연주 (말 돌리며) 그 아저씬 어때? 하시는 일은 잘 돼?
연주모 (주춤하며) 그냥 그래. 우리 집 팔고 이사했어. 분식집 새로 내느라고.
연주 (한심하다는 듯) 분식집?
연주모 전화번호는 그대로야. 한번 놀러와라. 저기, 큰애는 군대가서 집이 조용해.
여자애는 고3이라 대학 간다고 그러는데, 모르겠다. 어떻게 될지...
연주 나 관심 없어. 그런 얘기 나한테 하지마.
둘 말이 끊긴다.연주 다른 곳으로 시선 돌린다.
연주모 (마음이 안 좋은) 그러나저러나 내가 널 좀 도와줘야 되는 데...
연주 내 걱정하지 말구 엄마나 잘 살어. 공연히 소영이네 전화나
하구 그러지 말구.
연주모 왜? 무슨 얘기 하든?
연주 무슨 얘길 하던 안하던 거긴 뭐하러 전화하구 그래. 창피하게...
연주모 알았다.
연주 그리구 나 곧 사무직으로 옮길거야.
그러면 대학도 갈거고... 거기서 남잔 얼마든지 만날수 있어.
그러니까 제발 엄마나 잘 살어.
연주모 (섭섭한) 그래... (문득 눈물을 찍어내며 계면쩍어 웃는다)
연주 (그런 감정 피하며) 됐어요. 나 그만 들어가 봐야 돼. 가요.
그냥 달려와 버리는 연주.
섭섭해서 보는 연주모.
S#32.공장,건물 모퉁이(낮)
달려와 모퉁이를 도는연주.
문득 멈춰서고, 코를 두어 번 훌쩍거리는 연주.
다시 살며시 돌아가 모퉁이 너머로 수위실 앞길을 본다.
멀리 돌아가는연주모가 보인다.
입술을 앙 다물고
착잡한 표정이 되는연주.
S#33.모지(해질녘)
멀리 트럭이 보이고,민수와 대호가 무덤 앞에 있다.
소주를 입으로 따서 놓는민수.
대호 이번엔 왜 벌써 왔어? 아직 멀었잖아.
민수 제주도에 내려가면 못 올 거 같아서.
대호 아, 그렇지. 지난번엔 고마웠다.
민수 고맙긴 임마.
대호 내가 정말 돈 들어가는 병은 이제 지긋지긋하다.
민수 살아 계실 때 잘해. 후회하지 말구.
대호 연주씬 잘 있냐?
민수 (굳어진다)
대호 왜? 벌써 내뺐냐?
민수 몰라, 임마. (소주를 묘에 뿌리고 병나발 분다.)
대호 너 사랑한다는 말을 빼먹었지?
민수 아이, 자식, 거 되게 말 많네.
대호 사랑한다는 말을 멋지게 해야 된다니까.
민수 됐어. 그만 해라.
대호 (열 받으며) 기집년 아주 드럽네, 그거? 내가 대학 다닌다 그럴 때부터 알아봤다.
민수 걔 대학 안 다녀.
대호 뭐?
민수 원래부터 공장 다니는 애래.
대호 그래? (잠시 얼떨떨) 그럼 뭐야... 걔도 널 속인 거냐?
민수 됐어. 그만 두자. 빨리 제주도나 내려가고 싶다.
대호 자식 많이 좋아했나보네? (그러다가 문득)
아니, 그럼 잘 된 거 아니냐? 어차피 같이 속인 건데,
너 여자 덕보면서 살려고 그랬냐? 다시 만나라?
민수 됐어, 임마.
그러나 착잡하게 들판을 보는민수.
S#34.병원,진찰실(해질녁)
의사와 소영이 마주 앉아있다.
소영 (놀라며) 네? 왜 검사를 다시 해요?
의사 아니, 다 다시 하자는 건 아니구요. (자료를 보여주며)
혈액검사에서 몇가지 수치가 정상인하고 좀 달라서요...
빈혈 같은 것일 수도 있는데, 정밀 검사를 받아보는게
좋을 거 같아요. 온 김에 지금 다시 해보죠.
소영 (당황, 곤란한)
아니, 저....지금은 곤란하구요. 다시 연락하고 시간을 잡으면 안될까요?
의사 가급적 빨리 해보는 게 좋은데요?
소영 내일이나 모래쯤 다시 올게요.
의사 그래요, 그럼.
휴,안도를 하면서도 의아한 표정으로 일어서는 소영.
S#35.공장,락커품(E)
퇴근 복장으로 갈아입은 연주와정애.여공1이 여공들에게 돈을 모금하며 다닌다.
여공1 (발견하고 다가온)현숙이네 아버지 수술비 걷거든. 2만원씩 내.
연주 현숙이네 아버지?(정애에게 )무슨 수술?
정애 (지갑 꺼내며) 췌장암이래.오래 전부터 누워 계셔서
걔가 동생들 뒷바라지 다하고 그랬잖아.
연주 (가방 꺼내며) 그랬어...?
여공1 넌 어쩜 남들한테 전혀 관심이 없니?
연주 걔가 말을 안 하는데 내가 어떻게 아니? (가방 뒤적이며)
병 수발 그거 해봤자 밑빠진 독에 물 붓긴데...
정애 (돈 내며, 얼른 쿡 찌르며) 무슨 말을 그렇게 해...
여공1 (받아 기록하며) 내기 싫으면 그냥 내기 싫다 그래라.
연주 누가 내기 싫댔니?
(여기저기 뒤지며 궁시렁거리는) 두고 봐. 내 말이 맞지.
우리 아버지도 그러다 돈만 잡아먹고 결국 돌아가셨어. 어머,
어떡하지? 지갑을 안 가져 왔네...?
여공1 참 내, 그럼정애한테 꿔서 내.
연주 좀 꿔 줘.
정애 (돈을 더 내며) 갚아야 돼?
연주 알았어.
정애의 돈을 받아가지고 툴툴거리며가는 여공1.
연주 허공을 보며 후 한숨쉰다.
정애 겨우 2만원가지고 뭐 그래.
연주 아니야... 사는 게 지겨워서 그래. (나간다)
이때정애 핸드폰이 울린다
정애 (나가면서 받는) 여보세요?
S#36.락터품안(E)
연주 나오고 정애 나오면서전화를 받고 있다
정애 (떨떠름한) 잠깐만요.(연주에게 주며) 받어. 니 전화야.
연주 (가면서) 여보세요?
S#37.병원주차장,차안(E)
차안에서 핸드폰으로 전화를 하고 있는 소영.
소영 연주니? 지금 뭐해? 나 잠깐 볼 수 있을까?
S#38.락터룸 안 복도(E)
연주 퇴근하는 길인데, 나 오늘 너무 피곤해.
S#39.병원 주차장, 차안(E)
소영 그럼, 내가 니네 집 근처로 갈게.
S#40.락터룸앞복도(E)
연주 그럴래? 그래 그럼. 와서 술이나 한잔 사라. 그 포장마차 알지? 거기로 와.
끊고 핸드폰정애에게 준다.
정애 (좀 미안한) 내가 술 한잔 사줄려고 그랬는데...
연주 됐어.
정애 나만 잘돼서 좀 미안해서 그러지.
연주 위로할 거 없어. 어차피 빌딩도 가자라는데 뭘. 남자가 그놈 하나냐?
막말로 그 놈 한테 걸렸으면 큰일 날 뻔했지, 뭘 그러냐?
정애 맞아. 차라리 잘 된 거야. 잊어버려.
민수씨도 제주도 내려간댄다.
연주 잊지 말고 할 것도 없어.
앞서 가는연주.
하지만 연주의 표정 이내 시무룩해진다.
S#41.동네 포장마차(밤)
연주 들어오면,소영이 어색하게 앉아 있다가 반긴다.
소영 어서 와.
연주 (앉으며, 시큰둥한 기분) 왔으면 뭘 좀 시키지
그냥 앉아있냐? 아저씨, 여기 소주하구요, 뭐 먹을래?
소영 너 좋아하는 걸로 시켜.
연주 (소주와 잔들 받으며)닭똥집 구워주세요. 무슨 일이야? 경철씨랑 싸웠니?
소영 (멎쩍어서 웃고는, 조심스러운) 아니, 그냥 너 보고 싶어서.
연주 그래, 잘 왔다. 안 그래도 술 생각이 나던 참인데...(소주 따라
주다가 자기 잔으로 하고) 참 아저씨, 얜 콜라 한 병 주세요.
(마저 따르고 마신다)
소영 왜 무슨 안 좋은 일 있니?
연주 안 좋은 일은 무슨. (콜라 받아서 따라주며)
넌 왜 갑자기 내가 보고 싶은데? 또 무슨 부탁인지 빨리 말해.
소영 (웃고는, 조심스럽게) 그때 한 건강진단 말이야...
검사가 잘못돼서 다시 해야된대.
연주 (찡그리며) 뭐? 난 못해.야, 내가 한번 해줬으면 됐지,휴가를 또 내냐?
소영 아니, 휴가까진 낼 필요 없고, 검사도 다 다시 하는 게 아니라,
잠깐 들러서 피검사만 하면 된대.
연주 싫어. 못해. 왜 하필 또 주사 바늘이야?아이, 끔찍해.
소영 연주야... 한번만 다시 해주라. 응?
연주 뭐가 잘못됐다는 거야?샘플이라도 분실했대?
소영 나도 몰라.
연주 무슨 그런 병원이 다 있냐? 정말.
소영 해줄 거지?
연주 알았어. 아무튼 너 이제부터 다시는 나한테 무슨 부탁 같은 거하지 마.
별로 빛도 안나면서 아주 징그러워 죽겠어. (소주 마신다)
소영 기집애. 되게 섭섭하게 그러네. 알았어. (안주 나오면 받아 놓
으며) 참, 너 만난다는 사람은 잘 되가?
연주 끝났으니까 묻지마.
소영 왜 끝났어?
연주 왜 끝났는지도 묻지 말고, 아무 것도 묻지 마.기분 드러우니까.
소영 (눈치보며) 알았어...
이내 소주를 마시는연주.
S#42.기태방(밤)
기태모와기태 과일을 먹고 있다.
기태모 윤경이네선 바로 약혼식이라도 했으면 하는 눈친데,
날짜를 잡는 게 어떠니?
기태 호텔 인수나 끝나면 하지요.
기태모 혼사는 말 나온 김에 해야 해.괜히 김빠지고 그러면 서로간에 오해만 생긴다.
이때 핸드폰이 울린다.
기태 (받는) 여보세요?
S#43.연주집(밤)
정애 (방석 끌어안고 전화하는) 오빠? 나야. 생각나서 전화했어. 지금 뭐해?
S#44.기태방(밤)
기태 (기태모 눈치 보며) 지금 좀 바쁜데. 나중에 전화해라. (끊는다)
기태모 무슨 전환데? 받지 그랬어.
기태 (발가락 만지며) 별 전화 아니에요.
기태모 (은밀하게) 윤경이랑 니들끼리는 어떠니? 좋아?
기태 뭐 그런 걸 물어보세요.
이내 다시 핸드폰 울린다.
기태모 (웃으며) 모자지간에 얘기도 못하겠다.
기태 (긴장해서 받는) 여보세요?
S#45.연주집(밤)
정애 (섭섭해서, 애교) 아무리 바빠도 그렇지 전화를 그렇게 끊는
사람이 어딨어요?
S#46.기태방(밤)
기태 (골치 아픈) 내가 나중에 전화할게. 끊자. (끊어버린다)
기태모 왜 무슨 일 있니? 누군데 그래?
기태 (얼른 웃으며) 아니에요.친구녀석인데 이 시간에 술 먹자고 그래서요.
기태모 그래...(웃으며) 그럼 그쪽에다 약혼식 날짜 잡으라고 한다?
기태 (웃으며) 네. 그러세요.
기태모 웃으며 나가자.
기태 (핸드폰 던져 놓으며) 또 피곤하게 구네.
S#47.연주집(밤)
정애 (무선 수화기를 든 채 찜찜한) 왜 이러지...? (한숨 쉰다)
이때 취한 연주가 들어서자, 정애 무심히
들고 있던 수화기를 얼른 올려놓는다.
연주 왜? 괜찮아. 전화해.
정애 아니야. 했어.
연주 근데 왜 표정이 그러냐?
정애 아니야!
정애 기분이 좋지 않아,
돌아앉아 이불을 까는데,
연주, 갑자기 옷장 서랍을 열어
옷들을 바닥에 펴내 놓는다.
정애 (안 그래도 열 받는데) 야, 갑자기 왜 이래? 잠 안 잘 거야?
연주 (퍼질러 앉아 옷 정리하며)너나 자.
정애 너 그 사람 생각나서 그러냐?
연주 (괜히 화를 내며) 웃기고 있네. 가을 됐으니까 여름 옷 집어
넣어야 될 거 아니야!
정애 삐죽거리며
모르는 척 돌아눕고,
연주 화가 나는지 옷을 연속 쓰레기통에 넣는다.
S#48.오피스텔(밤)
가방에 짐을 싸는민수.
문득 연주가 줬던 손수건이 잡히자
바라보다 그냥 다시 서랍에 넣는다.
가방을 힘주어 닫는민수.
S#49.김포공항(낮)
맑은 하늘에 이륙하는 비행기.
S#50.제주공항(낮)
청사 밖으로 가방을 들고
걸어나오는 민수.
모처럼 환하게 미소를 지어본다.
S#51.제주,호텔전경(낮)
S#52.동호텔,관리부서 사무실(낮)
민수를 악수로 맞이하는 지배인.
지배인 내려오실 거라고 연락은 받았습니다.
민수 본격적인 사업 인수팀은 다음에 올 거구요.
제가 먼저 왔습니다. 잘 부탁합니다.
지배인의 소개에 따라 죽
악수를 하는민수
지배인 인사들 하세요. 총무과 김영민씨구요,
경리부에 조남준씨, 인사과 박호석씨, 조리부 이인수씨,
시설부에 안병호씨...
민수 반갑습니다, 잘해봅시다...
뭐처럼 으슥한 기분이 되는민수.
S#53.동호텔,야외정원(낮)
지배인과 걸어나오며 이야기를나누는 민수
지배인 호텔 주인이 바뀔 때는 그런 일이 비일비재합니다.
호텔을 둘러싸고 기존에 영업권을 갖고 있는 세력과 새 주인
을 등에 업고 영업권을 따내려는 애들이 서로 다투는 거죠.
민수 네. 근데 상황이 어느정돕니까? 심각한 정돈가요?
지배인 별로 신경 쓸 필요는 없을 겁니다.
기존에 있는 애들을 잘 이용해서 정리하면 될겁니다.
민수 (예리하게 지배인의 표정을 살피며) 아, 그래요...
둘다 가볍게 웃는다.
그러나 민수를 보는 지배인의 표정도 껄끄럽다.
S#54.공장잔디밭(낮)
연주 머릿 수건을 접었다 풀었다하고 있고,
정애 전화통화를 하고 있다.
정애 (핸드폰) 토요일에도 바빠?오빠 그럼 일요일은 어때요?
연주 (안 듣고 있는 것 같다가도)야, 바쁘다는데 뭘 자꾸 그러냐?
정애 (연주를 째려보다가, 실망)알았어요...네. (끊고는)
너 옆에서 자꾸 왜 그러냐?
연주 벌써 몇 번 째 바쁘다고만 하고 이상하잖아.
정애 뭐가?호텔 문제로 요즘 정신이 하나도 없어서 그런 건데?
연주 아무리 바빠도 그렇지.한 30분 얼굴 볼 시간도 없어?
정애 얘가 초치고 있어. 걱정 마!내가 너 같은 줄 아니?
오빠가 날 얼마나 좋아하는 데 그래? (혼잣말처럼 흐뭇하게)
그러니까 내가 이런 데 다니는 거 알고도 아무 문제
안 삼는 거지. 아! 보고 싶어 미치겠다!
연주 (찝찝한) 그래, 잘 해봐라.난 잘 모르겠다.
정애 (연주 표정보며 좀 미안한지) 기집애, 그러니까 처음에 기태오빨 찍지...
연주 (어이가 없어 보면)
정애 넌 걱정 마. 내가 오빠한테 말해서, 오빠 대학동창으루다가
괜찮은 친구 하나 소개 시켜 주라고 할게.
오빠도 너 그만하면 괜찮댔어.
연주 (일어나며) 됐다. 난 일 없어.
먼저 걸어오는연주.
심란하게 한숨 쉰다.
정애 (얼른 따라와 팔짱 끼며)연주야, 오늘 월급 타는데,
내가 한턱 낼게. 우리 포켓볼 치러갈까?
연주 (생각이 나는지) 포켓볼은 싫어.
정애 그럼, 오랜만에 오락실에 가서 신나게 게임이나 하자. 응?
연주 (시들하게 웃으며) 그래...
S#55.제주도, 바닷가 횟집방(밤)
민수시설부 직원1,2와 함께 술자리를 하고 있다.
민수 (건배 청하며) 좀 놀라셨죠?갑자기 이런 데로 나오시라고 해서.
직원1 아이, 아닙니다.저희가 먼저 연락을 드렸어야 하는데...
모두 잔을 부딪치고 마신다.
민수 (잔을 내려놓으며)
우리 호텔에 영업권을 갖고 있는 곽영근인가 하는 사람 말이
에요. 지배인은 그냥 그대로 두는 게 나을 거라고 하든데요...
직원1 그거야 자기가 편하니까 그런 거죠.
직원2 (직원 1을 쿡 찌르며) 야.
민수 (직원 2에게) 걱정 마세요.
제가 두 분 입장에 대해서는 충분히 보장해 드리겠습니다.
직원1 사실 아는 사람들은 다 아는 얘긴데,
곽영근이가 지배인을 매수한지 오래됐어요. 그 동안 매달 천
씩 떼어준 단소리도 있고, 호텔 넘어간단 얘기 나오고부터 지
배인도 뒤가 구려서 똥줄이 탈 겁니다.
민수 네에... 좀 드세요. 너무 어려워하시지 마시고.
조심스럽게 젓가락을 드는직원1,2.
민수 술을 마시며 생각의 가닥을 잡는 표정.
S#56.전자오락실(밤)
대형 멀티 화면으로 게임장면이 흐르고,
신종 댄스시뮬레이션 게임인 DDR
(Dance Dance Revoiution)
게임 스위치를 스텝으로 밟아가며
게임을 즐기고 있는연주와정애.
마치 신나게 댄스를 추는 듯이 보인다.연주 잠시 모든 걸 잊은 듯
즐거워 보인다. 자기편이 죽자 비명을 지르면서도 즐거워하는연주.
게임이 끝나자 섭섭하게 내려오면서 문득 생각이 스치는지 어두운 표정이 되는연주.
아직 계속하는 정애를 보며 빙긋이 웃는다. 이후 여러 날의 몽타주가 시작된다.
S#57.제주도,호텔객실(밤)
열쇠를 흔들며 만족스럽게
들어온 민수. 문득 열쇠를 놓으며,
연주 생각이 스치는지 쓸쓸한 표정이 된다.
이내 생각을 털어내려는 듯
침대 위에 몸을 던져 눕는민수.
S#58.연주집(밤)
누워있는 연주. 잠을 못 이룬다.
정애는 잠들어 있다. 고개를 흔들며
돌아눕는 연주. 애써 눈을 감는다.
S#59.제주도,호텔야외카페(낮)
지배인이 곽영근을 소개하고,
악수를 하고 앉는민수.
곽영근 (명함 내미는) 곽영근이라고 합니다. 어려운 일이 있으시면 언제라도 말씀하십시요.
S#60.제주도,룸싸롱(밤)
지배인과 곽영근과 함께 술을 마시는 민수.
건장한 사내들이 보인다.
S#61.병원혈액검사실(낮)
검사복을 입은 연주, 팔을 내밀며 찡그린다.
혈액검사를 준비하는 간호사가 보인다.
S#62.다른곳 밀실(낮)
다른 신흥 조직의 건장한 사내들과 둘러앉아 이야기를 듣는민수.
사내1 (중간보스 정도) 이쪽 동향에 대해서
잘 모르실 텐데요, 영근이쪽 애들은 이제 한물 갔습니다.
저희를 믿으시는 게 안전할 겁니다.
S#63.병원혈액 검사실(낮)
주사기로 피를 뽑고 있는 간호사.
고개를 돌리고 질색인 표정의연주.
S#64.제주도,호텔객실(밤)
푸쉬업을 하고 있는민수.
등뒤로 런닝셔츠에 반쯤 가린 흉터가 보인다.
문득 푸쉬업 멈추고 바닥에 앉는 민수.
허탈하고 쓸슬한 표정.
민수 잊어버리려는 듯 캔맥주를 들어 벌컥벌컥 들이킨다.
S#65.옥상(낮)
걸려있는 빨래들 아래로 화분에 물을 주고 있는연주.
몽타주 끝나면서...
정애 (쟁반에 컵라면을 들고 나오며) 이리 와. 먹자.
쪼르르 평상으로가 정애와 함께막 젓가락을 드는연주.
연주 (먹으려다 문득 생각이 나며) 됐어. 난 생각없다.
정애 진작 얘길하지 기집애.
S#66.제주도,호텔 스카이라운지(밤)
민수 혼자 술을 마시고 있다.
이때 핸드폰이 울린다.
민수 (받으며) 여보세요?
S#67.기태방(밤)
기태 (전화하는)민수니? 난데, 어떻게 지내니?
S#68.제주도,호텔스카이라운지(밤)
민수 나야 뭐 잘 있지. 넌 어때?
기태E 니가 없으니까 아주 죽을 맛이다.
민수 왜...?
S#69.기태방(밤)
기태 그래서 말인데, 내일 좀 올라와야겠다.
S#70.제주도,호텔스카이라운지(밤)
민수 내일? 나 아직 여기 할 일이 많이 남았는데?
S#71.기태방(밤)
기태 잠깐 왔다가 다시 내려가면 되잖아. 니가 꼭 좀
와줘야 될일이 있어서... 5시까지 올라올 수 있지?
S#72.제주도,호텔스카이라운지(밤)
민수 모레 올라가면 안되겠냐?
기태E 아이, 자식. 빨리 와, 임마.
민수 그래, 알았어.
핸드폰을 끊고 술을 마저
확 털어넣는민수.
일어난다.
S#73.기포공항입구(낮)
입구에서 나오는민수.
S#74.서울,빌딩앞(낮)
택시에서 내려 빌딩으로 들어가는민수.
S#75.관리사무실(낮)
들어오는민수.
미스오 (반기며) 어머, 올라오셨어요?
민수 아니야. 금방 다시 갈 거야. 안에 있니?
미스오 네. 계세요.
기태방으로 들어가는민수.
S#76.기태사무실(낮)
들어오는 민수
기태 (반갑게 일어서 소파로 오며) 어서 와라. 며칠 안 됐는데.
너 없으니까 되게 허전하더라, 야.
민수 (앉으며) 무슨 일인데 갑자기 사람을 오라그래?
기태 정애 말이야. 자꾸 피곤하게 굴어서, 니가 좀 해결해줘야겠다.
민수 (한심하다는) 그 일이냐? 날 여기까지 오라고 한 게?
기태 아이, 자식. 그럴 수도 있지.
민수 니가 이런 식으로 하면 나 일 제대로 못해.
기태 (민감하게) 뭐?
민수 생각해봐라. 아버님은 나 거기서 일하고 있는 줄 아실 텐데.
이게 뭐냐?
기태 그건 걱정 마. 내가 말 안 하면 그만이지. 오늘 5시에 만나기로 했거든. 니가 좀 나가라.
민수 찝찝한 표정.
한동안 말이 없다가.
민수 난 못해.그런 일로정애씨 만나고 싶지 않다.
기태 너연주 걔 때문에 그러냐?
민수 아니, 그런게 아니구... 아무래두 니가 직접 얘길 하는게 날거 같애서.
기태 얘가 말을 해도, 해도 못 알아들어요. 넌 그런 거 간단하게 잘하잖냐.
민수 (정애만은 피하고 싶은)기태야, 정말... 왜 그러냐...
기태 (갑자기 달라지며) 너야말로 왜 그러냐? 늘 상 하던 대로하면 되지. 너 변했구나?
민수 변하긴...
기태 이젠 못하겠다 이거냐?
민수 (마지못해) 알았어.
기태 자식. 일부러 내가 사람이 많은 장소로 약속해 놨다.
시끄럽게 굴지도 못 할 거고 울면서 매달리지도 못 할 테니까. 잘 될 거야.
민수 뭐 씹은 표정이다.
S#77.정류장앞(낮)
연주와 정애 걸어온다.
정애는 다소 들떠있고,연주는 차분다.
정애 (기대에 부풀어)기태씨가 오늘 꼭 나오라고 한 걸 보면,
분명히 뭔가 있을 거야.
정애 얼른연주 표정을 보고,
입 가리며 자중한다. 둘 말없이
걸어가는데, 갑자기 흥분하는정애.
정애 생각할수록 분하네?민수 그 자식 웃긴다. (혼자 열 받는)
야, 솔직히 공장다니는거하구 건달하고 누가 더 낫냐?
우린 그래도 일해서 먹고살지 않니?
연주 그만 해. 이젠 정말 잊고 싶어. 끔찍해.
정애 나중에라도 만나면 가만 안 둘 거야. 내가 다 갚아줄게.
S#78.카페앞(낮)
향하다 보면, 카페 안
창가에 앉아있는정애가 보인다.
희희낙낙 즐겁게 기다리는
정애의 표정. 내키지 않는 심정으로
억지로 카페문을 열고 들어가는민수.
S#79.카페(밤)
민수,정애를 보며 다가간다.
정애,민수를 보고는 약간 놀라지만,
그리 반겨하지는 않는다.
정애 웬일이세요?제주도 가셨다고 들었는데.
민수 잠깐 올라왔어요.
정애 여긴 무슨 약속 있으셔서 오신 거예요?
민수 (고역인) 아니요.
기태가 좀 늦을 거 같다 그래서요. 제다 대신 나왔어요.
정애 그러세요. (외면)
민수 (앉는다)
정애 (말에 가시가 있는) 그 동안 잘 지내셨나봐요?
민수 네.
정애 (시계를 보며) 언제쯤 온데요?기태씬?
민수 글쎄요...
둘 서로 말이 없다.
민수 죽을 맛이다.
민수 (미안한) 저기,연주는 잘 있지요?
정애 네. 잘 지내요.
민수 나 많이 원망하죠?
정애 솔직히 말씀 드릴까요?
민수 네...?
정애 차라리 잘됐대요. 까딱 잘못했으면민수씨 같은
날건달한테 걸릴 뻔했는데, 정말 다행이래요.
시종일관 미안하고
곤욕스러워하던 민수의 표정이 변한다.
정애 (계속) 어떻게 그러실 수가 있어요?
민수씨도 똑같이 속인 거면서 (비웃음)민수씬 기태씨 밑에서
일한다면서요?
민수 (열을 받은) 그래. 나기태 밑에서 일한다.내가 어떻게 일하는
지 한번 보여줄까?
정애 뭐라구요?
민수 내가 오늘 여기 무슨 일하러 나왔는 줄 아니? 너 워크아웃이
뭔 줄이나 알아?기태 약혼 해.그래서 워크아웃 들어갔어. 잘난 척 하지마.
이년아, 넌 퇴출 대상이야.
정애 무슨 소리예요?기태씨 언제 와요?
민수 참, 말 못 알아듣네.기태 오늘 안 와. 이제 너 같은 거 안 만나.
그 동안 색다른 맛이었는데 이제 물렸댄다.
정애 (믿기지 않는) 웃겨.민수씨가 다 지어낸 얘기죠?
민수 내가 그렇게 할 일이 없어 보이냐? 제주도에서 여기까지 날
아와서 소설이나 쓰고 있게?
정애 (좀 심각, 다급해지며) 아니야, 말도 안돼.기태씨가 제주도까지 데려갔는데?
민수 꼴갑하고 있네.기태 곧 약혼해. 더 얘기해 줄까?
미국에서 공부하고 온 여자야. 너하고는 비교도 안돼.
정애 (눈물이 차 오르며) 뭐라구요?그럼 난 뭐야? 여태까지 뭐였어?
민수 너 같은 건 애초부터 마음에도 없었어.
하도 신기해서 한번 데리고 논거야. 알아들어?
정애, 눈물이 그렁그렁하면서 부르르 떤다.
천천히 일어나는
정애.민수를 내려다본다.
민수 시선피하고 다른 곳을 본다.
정애 (민수에게 물을 뿌리며)나쁜 새끼!(나가버린다)
물을 뒤집어쓰고,
그대로 굳어있는 민수.
한숨을 쉬며,
손으로 얼굴을 훔친다.
참혹하고 괴로운 기분이다.
S#80.달리는 마을버스(밤)
하염없이 울면서 앉아있는정애.
S#81.포장마차(밤)
혼자서 소주를 마시는 민수.
핸드폰이 울린다.
민수 (받는) 여보세요.
기태E (가벼운 목소리) 어떻게 됐니?잘됐어?
순간 감정이 치밀어 오르며
핸드폰을 집어던져 버리는민수.
S#82.기태방(밤)
기태 술을 마시고 있던 중이다.
기태 (핸드폰을 들고) 여보세요?민수야! 여보세요?(핸드폰 끄며) 허, 이자식이...
S#83.연주집(밤)
연주 설거지를 하고 있는데..
정애 들어선다. 얼굴어 벌겋고 눈물로 범벅이 되어있다
연주 어머, 너 왜 그래?
정애 주저 앉으며 그제야 엉엉 울음이 터진다.
연주 왜 그래?기태씨랑 헤어졌니?
정애 (울면서, 울먹울먹 말이 끊기는) 그 새끼... 그 새끼, 약혼한대.
연주 뭐? 그럼 넌? (다급하게) 넌 어떻게 되는 건데?
(속상해서 버럭 소리지르는) 야, 이 기집애야, 사랑한다 그랬다며!
연주,정애를 쳐다보며 울쌍이된다.
S#48.오피스텔(밤)
취한민수 들어와 불도 켜지않고 침대에 눕는다.
민수 스발... 드러워서. 드러워서...
S#86.공장,생산과(낮)
연주 일을 하고 있고,
정애는 보이지 않는다.
작업 종료 벨이 울리자,
연주 머리 수건을 벗으며
서둘러 달려나간다. 걱정되는 표정.
S#86.연주집(낮)
연주 들어와 보면,
앓아 누워있는정애, 땀에 흠뻑 젖어 전화기를 붙들고 있다.
정애 (전화하며) 오빠 약혼하는 거 맞아요?
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요?
연주 정애에게 질리기도하고,
속상하기도해서 약봉투내놓으며 앉아서 본다.
기태E 너 왜 그러냐. 이제 싫다는데.
정애 내가 왜 싫어? 엊그제까지 사랑한다고 그랬잖아요.
기태E 내가 언제 그랬니.
정애 나 사랑한다고 그랬잖아요!
S#87.기태사무실(낮)
기태 (짜증나는) 자꾸 피피곤하게 할래?
좋은 말로 할 때 전화하지 마라. (끊고는, 신결질)
민수 이거, 어떻게 했길래 전화가 계속 오는 거야?
S#87.연주집(낮)
정애 (수화기 든채) 여보세요! 여보세요... (다시 버튼 누르는데)
연주 말없이 수화기 뺏어
멀리 치우고는 물잔과 약 내민다.
정애 이리 내놔!
연주 (속상한) 빨리 일어나. 약이나 먹어!
정애 (갑자기 일어나다 비틀거리며) 안되겠어.
만나러 가야겠어. 그 사람 말을 직접 들어 봐야겠어.
연주 (붙들고) 무슨 소리야? 어젠 그럼 누구 말을 들었다는 거야?
정애 (다시 일어나려 하며, 거의 제정신이 아닌) 그 사람을 만나야
돼.
연주 어떻게 된 거야? 그럼기태씬 나오지도 않았니?
정애 (다시 힘없이 눕고 우는)민수씨가 나왔어.
연주 뭐? 그럼기태씬 나오지도 않고, 그 자식을 내보냈단 말이야?
정애 (울면서) 응... 억울해...
연주 그 자식이 뭐랬는데? 나한테 한 거처럼 너한테도 그랬니? 그
랬어?
너 왜 이지경이 됐어? 도대체 그 자식이 널 어떻게 해논 거
야?
연주 가슴을 들썩거리며 분해서
울 듯하다.핸드백을 뒤져
명함을 꺼내는연주.
연주 (명함보며) 나쁜 새끼들. 가만히 안 두겠어.
이내 가방 들고달려나가는연주.
S#89.빌딩입구(E)
택시에서 내려
빌딩으로 들어가는연주.
S#90.돌 빌딩복도(E)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두리번거리며
호수를 찾아 관리사무실로 향하는연주.
S#91.관리사무실(E)
들어오는연주.
다른 사람들은 보이지 않고
미스오 혼자다.
미스오 누구세요?
연주 (비웃음 섞인 미소) 최기태씨 계신가요?
미스오 네, 저쪽인데요? 어떻게 오셨어요?
연주 미스오가 가리키는
기태방으로 직행한다.
미스오 (따라가며) 이보세요!
이때 전화벨이 울리고,
미스오 전화를 받으러 간다.
기태방으로 들어가는연주.
S#92.기태사무실(E)
연주 (들어서며) 야, 이 새끼야!
기태 (마침 전화 통화중인,연주를 보고 서둘러 끊는) 그건 윤경이
가 알아서 해.
미안해.다음에 전화할게.
연주 (다가오며, 계속) 니가 사람 새끼냐? 니가 인간이야?
기태 (어이없는 웃음) 야, 너 왜 이러냐?
연주 (명패며, 집기들기태에게 집어던지며) 어떻게 이럴 수가 있
어?
니 눈엔 뵈는 게 없니?돈 좀 있다고 사람이 그렇게 우스워?
기태 (연주 팔을 붙잡고) 이거 왜 이래.
연주 놔 이거 못놔? (빠져 나오려고 바둥대면서도 노려보는)
니 계획대로 될 거 같니?약혼식 할 수 있을 거 같애? 놔! 이
거 못놔? (손을 물어보린다)
기태 (비명지르며 놓는)아!직행한다.
미스오달려와서 놀랜다.
어머나 이사님!왜이러세요?
나가세요!!등등.문간에서 발만
동동거리다 어떻게 하지 못하고
다시 달려나가는 미스오
연주 (계속, 주먹으로기태의 얼굴을 후려치며) 나쁜 새끼!
내가 너 가만 둘 줄 아니?가만 안둬.
끝까지 따라가서 망칠 거야. (집기들 마저 집어던지며)
남의 눈에 피눈물 나게 하고 넌 행복 할 거 같애?
개만도 못한 새끼. 죽어! 죽어!
집기들 피하느라
넘어져 뒹구는기태.
퍼붓고는 그 자리에 한동안 서 있는연주.
기태 일어서며연주를 본다.
씩씩대다가 핸드백 집어들고
나가는연주.
S#93.관리사무실(E)
기태방에서 나와
밖으로 나가는연주.
이때 황급히 들어서던민수와 부딪친다.
미스오 (한발 늦게 달려 들어오며) 아, 이 여자예요...
민수와연주 굳어서 서로를
보고 있다. 미스오 영문을 몰라 안으로
달려들어가고....
연주 (핸드백 채로 후려치며) 더티한 새끼! 너도 그렇게 살지마!
민수를 비껴가 버리는연주
END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