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내사랑] 08
S#1.관리사무실(E)
민수와 연주 굳어서
서로를 보고 있다.
연주 (핸드백 채로 후려치며) 더티한 새끼!
너도 그렇게 살지 마!
민수를 비껴 가버리는 연주.
민수, 그 자리에
선 채 굳어있다.
미스오E (호들갑) 세상에! 이를 어쩌면 좋아요?
이사님, 괜찮으세요?
잠시 후
민수 천천히
기태방으로 향한다.
S#2.기태사무실(E)
민수, 문가에서 보면 난장판이 된 실내.
기태, 손등을 거머쥐고
씨부렁 거리다가
민수와 시선이 마주치자.
기태 (아파하다 화살이 민수에게 날아가며)
아이, 씨. 너 어떻게 했길래 여기까지 찾아오게 하냐?
치우던 미스오,
겁이 나서 슬그머니 눈치 보며 나간다.
민수, 한숨 쉬며 참는 기색.
발에 걸리는 물건을 들어올려 놓는데
기태 별 웃기지도 않는게 진짜. 살다보니 별 꼴을 다 당하네.
아이, 그 기집애 정말. (민수 보며)
너 사귀는 동안 힘 좀 들었겠다? (코웃음) 기집애 그거 성깔
있데? 니가 왜 좋아했는지 알겠다. 근데 왜 차버렸냐?
너하고는 정말 다 끝났냐?
민수 (억지로 참고 있는) 그만 해라.
기태 걔 어느 공장 다닌다 그랬지?
민수 ...
기태 참, 너 어제 전화 왜 그랬어? 요즘 나한테 뭐 불만 있냐?
나랑 통화하기가 그렇게 싫었니?
민수 (욱해서) 야, 너 내가 정애 만나서 그럴때 기분이 어땠는지
알아?
솔직히 내가 거기 왜 나가야 되냐?
여자 데리고 노는건 좋다 이거야! 근데 왜 내가 휴지 들고
있다가 니 뒤를 닦아줘야 돼!사람이 할 짓이 있고 못할 짓이
있는거야!
(주먹으로 책상을 쾅 내리친다)
기태 (놀라서 움찔하며 주눅드는, 얼른) 아, 자식. 그런다고 성질을
내고 그러냐...
더러운 기분으로
서있던 민수
그대로 나가버린다.
기태 (날카롭게 보며) 저 자식, 저거...?
S#3.마을버스(밤)
굳은 표정으로
앉아있는 연주.
아직도 어깨가
들썩거린다.
S#4.거리(밤)
빠른 걸음으로 걷다가 멈추고는 돌아서는
민수.손가락엔 담배가
들려있다.화도 나있고,
후회도 하는 표정.
돌아갈까 하다가
다시 빠르게 걸어가는 민수.
걸어가다 멈춰서고, 잠시 망설이다
가던 방향의 택시 잡아탄다.
S#5.연주집(밤)
연주 들어와 보면
정애 앓고 있다.
연주, 정애 머리맡에 앉는다.
허탈하다.
정애 (몸을 일으키며)뭐래...? 만나봤어?
연주 뭐래긴 뭘 뭐래! 꼴도 보기 싫어. 일어나. 일어나 약이나 먹
어. 약 먹고 엎어져 자. 다 잊어버려.
연주, 정애를
일으켜 앉히고
약 봉투를 찢으며
억척스럽게 중얼거린다.
연주 악몽이었다고 생각해. 아무일도 없었어.
아무일도 없었던거야. 그깟 것들 아무것도 아니야. 자, 약 먹
어.
약과 물을 받아넘기는 정애.
먹고는 멍하니 연주를 본다.
정애, 다시 훌쩍이며 이불을 쓰고
드러눕는다.
이내 들썩거리는 이불.
이불 밖으로 나온
손이 파르르 떨린다.
연주 울긴 왜 울어!바보 같은게 정말.
화가나서 시선 돌리는 연주.
이때 전화벨 울린다.
연주 얼른 받는다.
연주 여보세요...
S#6.연립주택 앞 골목(밤)
핸드폰 들고 머뭇거리는 민수
연주E 여보세요! 누구세요!
민수 (머뭇거리다) 나야, 잠깐만 나와줄래? 할 얘기가 있어.
S#7.연주집(밤)
연주 (다소 놀라지만) 좋아! 나가지. 나도 할 말 많아!
수화기를 내려놓고
돌아서는 연주.
S#8.연립주택앞(밤)
발끝을 보며 서성거리는 민수.
연주 나타나자
서로 바라본다.민수 미안하고
안타까운 심정이고,
연주는 아직 화가 나있다.
연주 왜 또 그 자식이 보냈나보지?
민수 (민감하게 보지만, 참고) 아니, 그런건 아니고...
연주 (비웃음) 참, 나 사는거 보고 싶댔지?
정애가 지금 어떻게 하고 있는지 한번 들어가서 볼래?
들어와, 어때? 들어가자.
민수 아니, 저... 미안하다. 정말 미안해.진심으로 사과할께.
그 말 하려고 왔어. 정애씨한테도 미안하다고 전해줘. 정말
그러고 싶지 않았는데...
연주 (뺨이라도 후려치나? 폭발하는) 쓰레기 같은 자식! 어떻게 그
럴수가 있어?이게 사과 갖고 되니?니들 둘 그런 식으로
사람 짓밟고 나서 사과하니?남의 인생은 어떻든 상관 없단거
야?
기생충, 버러지 같은 놈.(연민과 분노 섞여) 너 정말 그것밖에
안되니? 그거밖에 안돼?잠시나마 너같은걸 마음에 두고 있었
다는게 후회가 돼.
민수,연주를 보는데
연주 (계속 연이어) 가! 다시는 꼴도 보고 싶지 않아!
둘 다 한동안 말없이
시선 떨구며 서있다.
민수 (사죄하는 기분으로) 그래... 솔직히 나 나쁜 놈이야.
나쁜 놈인에... 너한테도 처음에는 나쁘게
시작했지만, 다 그런건 아니었어. 진심도 있었어.
널 알고 싶다고 했던거, 그건 진짜였어.
한순간 흔들리는 연주의 눈빛
민수 (계속) 부끄럽다. 아까 니가 그렇게 살지 말라고
했을 때 정말 부끄러웠다. 너 처음 봤을땐
아무것도 가진게 없어서, 뭐하나 번듯한게 없어서 쪽팔렸는
데, 지금은 너하고 정애씨한테... 못할 짓 한게 부끄럽다.
내가 왜 이런 말 너한테 와서 하고 있는지 잘 모르겠지만,
그냥 진심도 있었다는 거만 알아줘. 안그러면 내가 너무 비참
할거 같다.어차피 다 끝난거고, 나 다시는 보고 싶지도 않겠
지만...
그냥 알아줬으면 해. 그뿐이야. 정말 미안하다.
다시는 찾아오지 않을게. (가려다가 다시 한번 보며)
잘 살길 바란다. 진심이야.
민수, 고개 돌리고 간다.
연주, 가는 모습 보지 않고
그 자리에 서있다.
민수의 발자국 소리 멀어진다.
이윽고 원망하듯
슬픈 눈길로 천천히 쳐다보는 연주.
걸어 내려오는 민수, 괴로운 표정이다.
멀리 바라보고 서있는
연주의 모습이 보인다.
걸어 내려오던 민수 돌아보면
연주, 연립주택으로 뛰어 들어가 버린다.
그대로 다시 돌아서서 내려가는 민수.
S#9.옥상(밤)
계단을 뛰어 올라와서는
멍하니 서는 연주.
슬픈 표정. 이내 감정 수습하고
안으로 들어간다.
S#10.동네밖거리(밤)
걸어 내려오는 민수. 시계를 보며
어쩔까 하다가 핸드폰을 꺼내
플립 열고 잠시 망설이다가
전화를 건다.
민수 기태니? 나야, 민수. 술 한잔 할래?
S#11.룸싸롱(밤)
기태 술은 무슨 술? 나 지금 다른 사람하고 마시고 있는데?
친구 상현이 보인다.
S#12.동네 밖거리(밤)
민수 그럼 내가 그쪽으로 갈께. 어디니? ...그래.
착잡하게
핸드폰 끊고는
자켓 안주머니에서
항공 티켓 꺼내 보고 전화를 건다.
민수 여보세요? 저 제주행 9시 비행기 타기로 했던 사람인데요.
내일로 연기할까 해서요...
S#13.룸싸롱(밤)
친구 상현과 술을 마시고 있던 기태.
기태 (핸드폰 내려놓으며 혼잣말) 자식, 언제까지 가나
두고보려고 그랬더니, 지가 별 수 있어?
술을 마시는 기태.
S#14.연주집(밤)
죽을 끓이고 있는 연주.
끙끙 앓고 있는 정애.
연주, 화가 나는지 죽을 젓는 손동작
거칠어진다.
S#15.룸싸롱(밤)
민수 들어오면
상현은 아는 체를 하는데
기태는 싸늘하다.
눈이 풀리고
많이 취해있다.
상현 민수 너 오랜만이다.
민수 (껍껍한 기분) 오랜만이야. (기태를 보며 앉는다)
기태 (취해서 냉소) 제주도 안내려갔니? 여긴 왜 왔냐?
민수 으응... 내일 아침에 갈려구... (술잔 들며) 나도 한잔 주라.
기태, 껄끄러운
표정으로 따라준다.
술병을 든 손이
휘청거린다.
민수 아깐 미안하게 됐다. 내가 한 말 너무 마음에 두지 마라.
기태 미안할 짓을 왜 했냐, 너? 너 나한테 일부러 그런거지?
민수 기태야.
기태 제주도 가서 일 좀 되나 싶었더니 내가 오라 그래서 그런거
냐?
민수 (상현을 힐끔 보며) 그런거 아니야.
여러가지로 복잡한게 많이 꼬여서 그랬나봐. 마음 풀어라. 너
한테 불만 같은건 없어. 나 그냥 제주로 빨리 내려가고 싶다.
그냥 일만 하고 싶어.
기태 아, 니가 원한게 그거였냐? (민수 얼굴에 술 부어버리며)
나쁜 자식.
민수,순간보며 다시 욱하는데
상현 기태야, 왜 그래...
민수 (얼른 웃으며 얼굴 닦는) 아니, 괜찮아. 시원한데 뭘.
기태 (술잔 그대로 내던지며) 내가 여태까지 너한테 얼마나 잘 해
줬는데, 이런 식으로 빚을 갚아? (일어나며 상현에게)
아이, 술맛 떨어져. 다른데 가서 한잔 더 하자.
(나간다)
상현 (일어나며) 저 자식, 오늘 취했네.
민수, 기태의 자켓을
챙겨들고 따라나간다.
S#16.룸싸롱 앞 거리(밤)
기태 비틀거리며
차로 향하고,
민수 달려나와
기태를 잡는다.
민수 기태야. 그만 가자. 내가 바래다줄게.
기태 (밀어내며) 됐어. 너 필요 없어. (보란 듯이) 상현아 어디 가
서 근사하게 한잔 더하자. 타라.
기태, 운전석으로
타려하면, 민수 말린다.
민수 너 취했어. 그럼 내가 운전할게.
강현E 그래. 운전 민수보고 하라 그래.
기태 가 임마. 보기 싫어.
민수 그 말에
그만두고,
차안의 상현에게
기태 자켓만 넘겨준다.
기태 운전하고, 떠난다.
착잡하게 남는 민수.
S#17.연주집(밤)
정애 일어나 앉아
죽을 먹고 있고,
연주 정애의 땀을
닦아준다.
정애 (먹으려다 그냥 내려놓는) 못 먹겠어. 안 넘어가.
연주 그래도 몇 숟갈만 더 넘겨봐.
정애 멍하니 앉아있다.
연주 애초부터 잘못된 거야. 그렇게 생각해.
(한 술 떠서 입에 대주며) 자 한 숟갈만 더 먹어.
정애 구토가 올라오며
급히 화장실로 기어간다.
연주 숟가락 놓고는 안쓰럽게 본다.
S#18.공원앞(밤)
벤치에 앉아있는
민수.트럭이 달려와 멎고,
대호가 내린다.
벤치의 민수에게로
오는 대호.
대호 아니, 제주도에 있는 줄 알았는데, 갑자기 웬일이냐?
민수 오늘 잠깐 올라왔어.
대호 거기 일은 잘 되고?
민수 음, 실은 기태랑 좀 떨어져 있어서 좋았는데, 에이, 씨.
드러워서 못해먹겠다.
대호 왜 무슨 일인데? 기태하고 뭐 안좋은 일 있냐?
민수 생각해보면 별일도 아닌데...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르겠다.
대호 그 자식 까탈좀 부리게 생겼더라. 인상이 아주 드러워.
민수 실은 오늘 그 자식하고 한판 붙고 끝장낼 수도 있었는데...
그냥 그래 버렸으면 끝인데... 그렇게를 못하겠더라.
얼굴을 보는데, 그 순간 이상하게, 너도 참 불쌍하다,
그 생각이 들더라고. 아버님이 하신 말씀도 생각나고.
대호 그게 쉽겠냐.
민수 (자조하는 웃음) 그러게. 그 동안 같이 볼 꼴 못 볼 꼴
다 봤는데, 이에 씨.
대호 자식, 그럼 어디 가서 술 한잔해야겠네? 가자.
민수 (일어나며) 아니야. 그냥 널 보면 마음이 좀 나아질까 해서
보자고 한 거야.내일 아침 일찍 다시 내려가야 돼. 이번에 가
면 오래 안 올 생각이다. 뭐 내 맘대로 되는 건 아니지만,
대호 어차피 끝장 못 낼 거 같으면 그냥 다 봐줘라.
결혼했다고 쳐. 부부끼리도 그렇게 살지 않냐.
민수 자식, 결혼해본 사람 같다?
대호 그러냐? 가자, 그럼. 내가 집까지 태워다 줄게.
둘 트럭에 올라탄다. 떠나는 트럭.
S#19.연주집(밤)
연주 물수건을 짜서
정애의 이마 위에
올려놓는다.
정애 끙끙 앓고 있다.
연주 속이 상한다.
이때 전화벨이 울린다.
정애 기태씬가...?
연주 (눈 흘기고) 미친년, 여보세요... 어, 소영이니?
S#20.대학도서관 앞(밤)
소영 (핸드폰, 뭔가 이상이 있다는 것 아는)
연주야, 병원에서 검사결과 나왔는데, 내일 같이 보러 가자.
S#21.연주집(밤)
연주 내가 뭐 하러 가. 그리고 나 그런데 갈 상황도 못돼.
소영E 저기, 병원에서 같이 오래.
연주 어차피 나는 신 3개월이라고 나올텐데, 뭐 하러 가.
챙피하게.
S#22.대학 도서관 앞(밤)
소영 그래도 본인이 꼭 와야 된대. 이게 마지막이야. 연주야.
더는 없어.
S#23.연주집(밤)
연주 알았어 끊어.
전화 끊고 나면,
정애 앓는 소리한다.
연주 화가 나서
다시 물수건을 짜
번갈아 놓아준다.
연주 (정애의 손과 여기저기 만져보며) 이거 병원에 가야 되는 거
아니야? 야, 괜찮아? 병원에 갈래?
손을 내젓는 정애속이 상하는 연주.
S#24.오피스텔(밤)
들어온 민수,
캔맥주를 따가지고
소파로 간다.
마시는 민수.
S#25.달리는 외제차안,
후미진 도로(밤)늦은 밤.
상점들은 문을 닫았고,
밤거리를 질주하는 외제차.
커다란 음악.기태와 상현,
옆자리에 여자들을
태우고 신나게 질주한다.
기태가 운전을 하고 있다.
차가 지그재그로 움직일 때마다,
여자들 괴성을 지르며 즐거워하면서,
조심하라고 한다.
기태 재밌냐? 한번 더해? (민수 생각이 스치는) 지까진 게...
이때 불쑥 차 앞으로 나타나는
술취한 남자 행인.
기태 놀라며 피하려고 하지만,
이내 들이받고 튕겨져 솟았다가
나가떨어지는 행인.차 멈추고.
음악 끄다.차안의 사람들 모두
놀라 아무 말도 없고 조용하다.
기태 겁이 더럭 나며, 가만히 굳어서
밖의 상황을 휘둥그레 본다.
여자1 어떡해요?
상현 나가봐야 되지 않을까?
기태 조용히 해봐 좀!
상현 일단 내가 가서서 볼게. (겁에 질려 딱 붙어있는 여자2에게)
비켜봐! 좀!
밖으로 나간 상현을 보다가
여자1 일단 구급차를 불러야죠? (핸드폰 꺼내면)
기태 (손으로 잡으며) 가만 좀 있어봐. 생각 좀 하고.
여자1 그러다 죽으면 어떡해요?
기태 가만 좀 있어봐!
이윽고 조심스럽게 나가는 기태.
상현쪽으로 다가간다.
상현 (남자를 보며) 괜찮아요? 정신이 드세요?
기태야! 구급차 불러라. 많이 다친 거 같진 않아.
얼어붙어 그 자리에서 있는 기태
상현 (전화 걸며)
걱정마. 내가 쟤네들은 처리할게. (차로 가며) 119죠?
빨리 좀 와주셔야 겠는데요, 여기요...
S#26.오피스텔(밤)
구겨진 맥주캔 서너 개 보이고,
소파에 잠들어 있는 민수.
핸드폰이 울린다.
민수 (깨어나 받으며) 여보세요.
기태E (다급한) 민수니? 나야. 지금 좀 빨리 나와주라.
민수 왜? 무슨 일인데 그래?
기태E 빨리 와라. 어떡하면 좋냐. 어떻게 해야 될지 몰르겠다.
빨리 좀 와 줘!
민수 (심상치 않은 느낌. 그대로 전화하면서 튀어나가는) 왜 그래?
어딘데 그래?
S#27.거리(밤)
택시에서 내려 달려오는 민수.
둘러보면, 구급차가 와았고,
사람들 몇이 웅성웅성거리며
구경하고 있다.여자1,2는 없고,
막 남자를 싣는 구급차가 보이고,
상현이 구급차를 처리하고 있다.
그 옆에 떨리는 손으로
담배를 피우고 있는 기태.
상현 (기태 어깨에 손 얹으며) 너무 걱정 마라. (구급차 타고 떠난
다)
민수, 기태를
발견하고 달려오면,기태,
민수를 다급하게 쳐다본다.
기태 (억지로 웃으며) 어 왔니? 빨리 왔네?
민수 기태 손에
들린 떨리는 담배를 본다.
민수 무슨 일이야? 사고 냈니?
기태 (겁에 질려 벌벌 떨며) 민수야 나 좀 도와주라.
이때 싸이렌 울리며
경찰차가 도착한다.
기태 (더 벌벌 떨며, 다급하게) 나 좀 도와줘.
오늘 운전 니가 한 걸로 하면 안되겠니?
민수의 표정 굳어지는데,
경찰 내려서 사고현장
살펴보며 다가온다.
경찰1 (차량번호 적으며) 고급 찬데?
기태 민수야...! 난 그냥 옆에 탄 거다. 알았지?
민수, 기태를 본다, 벌벌
떨고 있는 기태. 담배를 버리고
발로 끊다.
경찰2 면허증 좀 봅시다.
애타는 눈길로 민수를 보고 있는
기태. 민수의 얼굴 위로
흘러가는 경찰차에서
쏘아대는 빨간 경광등 불빛.
민수 (면허증을 꺼내 내밀며) 여기요...
(시간경과)
경찰차 안으로 끌려 들어가는 민수.
출발하는 경찰차 안에서 본
기태의 모습.
기태 (밖에서) 걱정 마. 민수야. 내가 다 알아서 할게. 걱정 마!
기태를 남겨두고
시선을 돌리는 민수.
S#28.달리는 경찰 차 안(밤)
삐뽀삐뽀, 싸이렌이 울리며 돌아가는
경광등.그 아래 차안.
뒷자리에 앉아있는 민수.
운잔석 사이 철창망 너머로 보이는
민수의 얼굴.굳어있는
멍한 표정이다.오랫동안 길게,
차체와 함께 흔들리는 민수의 얼굴.
S#29.달리는 경찰차 안,경찰서 앞(밤)
멍하니 앉아있는 민수의 얼굴.
경찰서 안으로 들어가는 차.
건물앞에 멎는 경찰차.
문득 정신이 드는지 창 밖으로
경찰서 건물을 내다보는 민수.
경찰1 (박에서 문을 열며) 빨리 내려! 뭐해?
나가는 민수.
민수 차 밖으로 나와 둘러보며
이끌려 경찰서로 향한다.
S#30.경찰서 교통계(밤)
핸드폰과 라이터 등을 꺼내놓는 민수.
봉지에 담아 가져가는 여경찰.
경찰1 연락할 사람은?
민수 없습니다.
경찰1 가족이나 누구 신변 보증해 줄 사람도 없어?
민수 아까 그 친구요. 최기태.
경찰1 (조서를 꾸미는) 차량 소유자 말이야?
민수 네...
경찰1 (혼잣말 처럼) 그럼 그 사람이 여기까지 왔어야지,
왜 참고인 진술만 하고 가버렸어?
이때 계장급 경사 나타나더니.
계장 음주 검사는 했어?
경찰1 예.
계장 (경찰1에게)뭐해, 그럼? 외제차 아냐? 빨리 소변검사하고 약
물 검사부터 해봐. 혹시 필로폰이나 대마초 했는지.
민수 더욱 착찹하다.
경찰 민수를 일으켜 데리고 간다.
S#31.경찰서 유치장(밤)
경찰1 (유치장문 열며) 술먹고 남의 차는 뭐 하러 운전해 가지고.
그럽게 됐군.(귀찮다는 듯) 들어가.
유치장으로 들어가는 민수.
철컥 닫히는 유치장 문.
민수 사람들을 둘러본다.
취해서 주정을 하거나,
계속 같은 욕을 하며 중엉거리거나,
울고있는 남자, 골아 떨어져 있는
사람등. 지저분한 풍경,
민수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가 앉는다.
옆사람 민수를 힐끔 보더니
대소롭지 않게 자리 비켜준다.
움츠리고 앉는 민수.
철장 사이로 보이는
착찹한 민수의 얼굴.(FO)
S#32.연주집(아침)
연주 (정애 머리 만져보며 한숨) 나 갔다올게.
죽 좀 먹고, 약도 먹어. 옷도 좀 갈아입고.
땀에 다 절었다. 갔다온다?
정애 끄덕인다.
연주 한숨을 쉬더니 나간다.
S#33.생산과(아침)
여공들 사이 연주 혼자서
일을 하고 있고,여공3가
정애 자리에 와있다.
송과장 (지나가다) 정애는 많이 아프냐?
연주 네. 독감이래요.
송과장 하루 쉬면 내일은 나올 수 있지?
연주 그럼요...
송고하장 (여공3에게)현숙아, 너 이사님 방에 잠깐 올라가 봐라.
여공3 왜요?
송과장 (연주의 눈치를 보며) 가보면 알겠지. 얼른 가봐라.
연주, 나가는 여공3와
송과장을 힐끔 본다.
S#34.기태방(아침)
고민이 되는 기태.
왔다갔다 안절부절 연속 한숨만 쉰다.
노크 소리 들리자 놀라는 기태.
희정 (문 열고 고개만 들이밀고) 내려와. 밥 먹으래.
(이상해서) 뭐 하는 거야?
기태 아무 것도 안 했어.
희정 기태를 이상하다는 듯 보고 가고,
기태 다시 고심하는 표정으로 나간다.
S#35.기태집식당(아침)
식사를 하는 가족들.
기태 힐끔힐끔
기태부의 눈치를 보는데,
기태모 민수도 제주도 내려가고 없는데, 오피스텔 빼버리지 그래요?
기태부 (일말의 가치도 없다는 듯)사람이 거... (물먹고 일어선다)
기태 개태부를 보며 숟가락 놓고
일어서려는데,
기태모 (찔끔하고는 기태에게) 약혼식은 어디서 할까?
기태 (기태부 따라가며) 알아서 하세요.
S#36.기태집 거실(아침)
기태부를 따라나오는 기태
기태 저 아버지...
기태부 왜?
기태 드리리 말씀이 있는데요.
기태부 뭔데?
기태 저기... 민수가요...
기태부 민수가 뭐?
기태 민수가 어제...
기태부 (성질 급해서) 사내자식이 허우대는 멀쩡해 가지고,
왜 어물어물 거려? 민수가 뭐?
희정과 기태모 식당에서 돌아본다.
기태 저기, 어제 밤에 차 사고를 내서요...
지금 강남 경찰서에 있대요.
기태부 뭐? 제주도에 있는 놈이 어떻게 강남에 와 있어? 무슨 소리
야?
기태 저도 잘 모르겠어요.
어제 잠깐 올라왔던 모양인데... 차를 빌려달라 그래서
쓰라고 줬더니, 어제 밤늦게 전화가 왔더라구요.
기태부 (버럭 소리 지르는) 뭐? 이놈의 자식! 내 그렇게 일렀건만.
기태 (사정하듯) 아버지, 그래도 어떡하겠어요. 빼내 줘야지요...
기태부 (화가 머리끝까지 나서) 전화해서 윤변호사 빨리 출근하라 그
래!
기태는 전화를 거는데,
기태모와 희정
식당에서 나온다.
기태모 (펄쩍 뚜니느) 아니, 그 애 일로 왜 윤변호사를 불러요?
기태부 그럼 어떡해!(안방으로 들어가 버린다.)
희정 (기태에게) 오빤 그 얘길 왜 이제 해? 어젯밤에바로 서둘렀
어야지! 어떻게 밤 새 민수 오빨 그런 데다 놔둘 수가 있어?
기태모 (희정에게) 얘가? 왜 이래? 넌 올라가. 어서!
희정 2층으로 가고, 기태모
못마땅해서 본다.
기태모 미꾸라지 한 마리가 연못을 흐린다더니...
S#37.희정방(낮)
들어와서
일어났다 앉났다
안절부절하는 희정,
이내 가방 챙겨들고 서둘러 나간다.
S#38.생산과(낮)
연주 일하고 있는데,
여공3 얼굴에 가득
웃음이 만연해서
들어온다.
여공1 무슨 일이야? 너 이번에 연속근속 상장 받니?
연주도 궁금해서 힐끔본다.
여공3 아니, 그건 아니고... (벅차서 말이 안나온다)
여공2 뭐 좋은 일인가 보다?빨리 말해봐.
여공1 너 그럼 혹시...?
여공3 (부끄러운 듯) 응, 사무직으로 옮겨가게 됐어.
연주 놀라서 본다.
실망하는 표정
여공1 그럼 은영이 자리에 니가 된 거야?
여공3 응...!
다시 고개 돌리고
멍하니 있다가
얼른 흘러가는 제품들 조립한다.
점점 허둥대는 손길.
여공1E 축하한다.
여공2E 잘됐다. 그럼 월급도 오르겠네?
여공1E 월급이 문제니? 기집애. 좋겠다.
연주 이때 화장품을 놓쳐 떨어뜨린다.
깨지는 소리.모두 돌아보는데,
몇 번인가 허둥대며 옆머리만 자꾸
모자 밑으로 쓸어넘기는 연주.
이때 작업 종료벨 울리고,
연주 그대로 뛰쳐나간다.
여공1E 쟤 요즘 왜 저러니?
여공2E 원래 남 잘되는 꼴을 못 보잖아.
S#39.생산과 앞 복도(낮)
달려 나오는 연주.
이때 송과장과 마주친다.
연주 고개 인사만하고 가려는데
송과장 연주야. 어떡하니.난 니가 될 줄 알았는데...
연주 (울 듯이 가버리며) 괜찮아요...
S#40.공장건물 뒤 후미진 곳(낮)
혼자 앉아있는 연주.
모자를 손아귀에 쥐고 꼼짝도 낳는다.
코를 몇 번인가 훌쩍 거릴뿐
그러나 결코 울지 않는다.
S#41.유치장(낮)
창살 안에 갇혀있는 민수.
하룻만에 수염이 까칠까칠 돋아있고,
덥수룩하다. 술이 깬 남자,
연신 수경에게 전화 한 통화만
하자고 하고,여전히 같은 욕을
반복하는 남자, 민수에게 기대어
졸고 있는 사내 등.
S#42.기태부 사무실(낮)
기태 서둘러 들어오면,
기태부 전화하고 있다.
윤변호사가 보인다.
기태부 (정중하게 전화하는) 아니요,
차는 저희 아들놈 차구요, 장민수라는 애는 제가 데리고 있는
놈입니다. 바쁘실 텐데, 이런 일로 전화를 드려서 면목이 없
습니다. 감사합니다. 나중에 꼭 한번 찾아 뵙겠습니다.예, 그
럼 들어가세요.
기태 (끊고는, 기태에게 못마땅하다는 투)얼마나 다쳤대?
다리 골절하구요,
윤 타박상인데, 다행히 많이 다치진 않았나봐요.
그럼 전 병원부터 가보겠습니다.
기태부 (윤변호사에게) 그래. 빨리 합의부터 봐.
달라는 대로 줘.실갱이 하지 말고.
윤 네.
기태부 미안하네. 이런 일을 시켜서.
윤 별 말씀을요. 다녀오겠습니다. (나간다)
기태부 (기태에게)넌 뭐하고 있어? 빨리 민수 신원보증해서
빼내와야 될거 아니야?
기태, 찔끔해서
나간다.
S#43.유치장(낮)
경찰 1, 들어와
유치장 문을 열면
일제히 쳐다보는 사람들.
경찰1 장민수, 나와. 면회 왔다.
민수,일어나 나온다.
S#44. 면회실(낮)
민수 들어가면 희정이 서있다.
민수 보는 순간 시선 돌리며
가까이 가서 선다.
(민수는 자존심도 상하고, 이런 모습 별로 보여주고 싶지 않은것)
민수 (쳐다보지 않고, 껍껍하게)뭐하러 왔냐?
유리창살 칸막이를
사이에 두고,
희정 속상해서 물끄러미
바라보고만 있다.
민수 여긴 왜 왔어?
희정 (안쓰럽게) 올때 면도기라도 사올걸...
민수 (꺼칠한 턱을 만지며) 됐어. (주춤거리며) 아버님도 아시니?
희정 (속상한 투) 그럼.
민수 표정 착잡해지는데
희정 오빤 원래 술 먹고 운전 안하잖아.아예 술을 안먹든가.
(의미심장하게) 어떻게 된거야?
민수 그냥 그렇게 됐어.
희정 (경관 때문에 나직이) 오빠가 한거 아니지?
민수 (예민하게 볼 뿐)... (힐끔 기록하는 경관을 의식하는데)
희정 오면서 생각해 봤어. 오빤 그런 사람 아니야.
민수 무슨 소리니?
희정 제주도에 있어야 할 오빠가 여기 와있다는 거부터가
이해가 안돼.
민수 (피하고 싶은 기분)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가라.
희정 내가 모를까봐? 난 두 사람을 10년도 넘게 봐왔어.
내가 우리 오빨 모를거 같애? 그만큼 민수오빠도 잘 알아.
민수 알면 됐다. 고맙다.
희정 이건 옳지 못해.왜 이렇게 바보처럼 그래? 그럼 대신 감옥에
라도 갈 작정이었어? 대신 지옥에라도 갈거야? 머저리. (눈물
핑 돈다)
민수 (한숨, 착잡한, 부드럽게) 얼굴 봤으니까 됐다.
그만 가봐, 난 괜찮으니까...
희정 뭐가 괜찮아? 여기서 나가면 우리 오빠랑 헤어져.
오빠한텐 좋을게 없는 인연이야.
민수 그런 소리 함부로 하는거 아니야.
희정 바보. 왜 그렇게 못벗어나?돈 때문에 그러는 것도 아니지? 난
알어. (눈물 찔끔 보인다. 얼른 닦는다)
민수 (어찌해야 좋을지 몰라 시선 피한다)
희정 내가 어떻게 해서든 오빠 구해줄께. 거기서 내가 건져내 줄
께. (그대로 얼굴 보지 않고 나가버린다)
민수, 희정이
사라진 곳 쳐다본다.
(복잡하게 흔들리는 기분 느끼는 것)
S#45.경찰서 앞(낮)
경찰서 건물에서 튀어나오는 희정.
감정이 격해있다.
주차장에서 걸어오던 기태,
희정과 마주친다.
희정, 기태를 못마땅하게 본다.
기태 아니, 니가 여긴 왜 왔어? 기집애가?
희정 내가 뭐 못올데 왔어? 정말 싫다. (가려는데)
기태 (잡으며) 뭐가?
희정 오빠 하나 살자고 민수오빨 그 지경으로 내몰아?
비겁해. 인간도 아니야. 어떻게 자기 친굴 그럴수가 있어?
기태 민수가 뭐라 그러디?
희정 민수오빠가 그런 얘기 할 사람이야? 순수한 우정을 어떻게
그런 식으로 이용해? 난 오빠 용서하지 않을거야.
기태 (얼른 태도 달라지며) 기집애 이거, 너 아주 이상하다?
나도 지금 민수 도와줄려고 물심양면으로 애쓰고 있는데,
왜 그러니? 너 걔하고 뭐야? 무슨 일 있었니?
희정 유치해, 정말. (가버린다)
기태,심상치 않게 희정을 바라보다
경찰서로 향한다.
S#46.재래시장(낮)
연주 아줌마, 전복 있어요?
아줌마 응, 있어. 줘?
연주 예, 얼마에요?
아줌마 5천원. (담아주며) 마지막으로 하나 남은건데,
운이 좋네. 아가씨가.
연주 (씁쓸하게) 운이 좋아요...?
아줌마 그럼.
연주 (씁쓸하게 웃으며) 찹쌀도 한봉지 주세요. 아니, 젤 작은 걸로
요.
아줌마 이건 4천원.
연주 (만원권 내밀며) 왜 이렇게 비싸요?
아줌마 올랐어.
연주 뭐가 매일 오르기만 해요? 신경질나 죽겠어.
연주,받아들고 터덜터덜 간다.
S#47.연주집(낮)
죽 먹은 그릇 보이고 정애,
약을 먹고는 다시 눕는다.
기운이 없고 무표정하다.
연주, 상을 들고 내가려다 말고
연주 (씁쓸하게) 니가 그랬나?
현숙이 걔 동생 다섯 학비 대면서 아버지 병원비 댄다고?
정애 걔가 왜?
연주 (허탈하게) 현숙이 걔 오늘 사무직 됐어.다른 애가 됐으면
배 아플뻔 했는데, 걔가 되서 약도 못 올랐다. (혼자 웃으며)
그것도 모르고 난 참... 나 실은 송과장 몇번 찾아갔었어.
부탁하려고. 오늘 얼굴 무지하게 후끈거리더라. (상 들고 나
가며) 그래봐야 다 끝난 일이지 뭐.
정애, 물끄러미 연주를 본다.
연주, 상 놓고 들어와 정애 내려다본다.
연주 너도 할 만큼 했으면 그만 일어나 지지배야.
현숙이 걔가 데이트는 커녕 어디 놀러가는 거 본적 있니?
(거울로 향하며) 꼴도 보기 싫어.
정애 (기운없이) 나 좀 냅둬... 아무 생각도 하고 싶지 않아.
(돌아눕는다)
연주 (핸드백 들고) 나 소영이 만나고 올테니까,
제발 좀 그놈의 이불 좀 치우구, 정신 좀 차려.
연주, 정애 못마땅하게 보고는
그냥 나간다.
정애, 허망하게 멍한 눈 감으며
다시 이불 둘러쓴다.
S#48.경찰서 면회실(낮)
기태와 민수,
칸막이 너머로 마주보고 서있다.
기태 (표정 살피며) 조금만 참아라.
윤변호사가 병원으로 갔으니까, 오늘 중으로 피해자 쪽하고
합의가 될거야. 아버지도 너 들어갔다 그러니까 여기저기 알
아보시고 애쓰시더라. 걱정 마. 오래 안걸려. 신원보증도 아버
지가 해주셨고, 약식기소로 해서 벌금 물면, 오늘 안으로 풀
려날거야. 나만 믿어.
민수 그래...
기태 (불안해서 혹시나) 어제 현장에서 내가
참고인 진술은 다 잘 했는데... 너도... 얘기 잘 했지?
민수 음.
기태 그래... 잘 했다. 아까 오다가 희정이 만났는데,
면회 왔다 간 모양이다?
민수 응, 잠깐.
기태 걔하고 무슨 얘기 했냐?
민수 별 얘기 안했어. 신경 쓰지마.
기태 그래... 그랬겠지. 그 기집애 만나자마자 나보고 널 여기 놔뒀
다고 길길이 날뛰길래... 아주 혼났다 야.그럼 들어가 볼께.
민수 그래, 걱정 말고 있어.
기태 내가 금방 꺼내줄께.
민수,기태를 놔두고 그냥 나오는데
기태 (경관 의식하며) 아이, 자식. 밤늦게 왜 그랬니. 조심하지 않
구...
S#49.병원복도(낮)
연주, 진찰실에서
나오며 소영에게
눈을 흘긴다.
연주 내가 미쳐. 챙피해서 혼났네.
너 빨리 결혼이나 서둘러.
그 사이에 벌써 4개월 됐댄다. 야, 들어가 봐.
소영, 일어나 연주가 나온
진찰실로 들어간다.
연주, 앉아서 기다린다.
이때 복도 가운데로 비치볼이 굴러오고
꼬마아이가 볼을 잡으러 온다.
연주, 비치볼을 잡는다.
꼬마를 향해 웃는 연주.
S#50.병원진찰실(낮)
의사 앞에 앉아있는 소영.
의사, 차트를 보다가 소영을 본다.
의사 왜 혼자 왔어요? 부모님이나 누굴 모시고 오라니까.
소영 왜요?
의사 어떻게 얘기를 해야 좋을지 모르겠는데, 최근에 빈혈 증세나
멍이 잘 든다거나, 이를 닦다가 출혈이 잦다거나
그런 적 없었어요?
소영 네? 무슨 문젠데요?
이때 간호사 밖으로 나간다.
S#51.병원 복도 진찰실앞(낮)
진찰실에서 나오는 간호사.
복도 한가운데서 꼬마와 비치볼을
가지고 놀던 연주, 길을 비켜준다.
간호사가 나오면서 문이 덜 닫겨
문틈으로 의사와
소영의 이야기 소리가 들린다.
의사E (조심스럽게) 혈액검사 결과 백혈구 수치가
상당히 높게 나왔어요. 골수세포 검사를 한번 해보는게 어떨
까요?
소영E 그게 무슨 말이죠?
의사E 속단하긴 어렵지만,현재로선 혈액암 소견이 나와요.
소영E 혈액암이요...?
의사E 백혈병이라고들 그러죠.
소영E (놀라서) 네? 백혈병이요?
그 소리에 놀라 돌아보는 연주.
문틈 사이로 보이는 병실 안.
놀라는 연주의 얼굴.
소영E 말도 안돼요. 실수겠죠.
의사E 혈액검사를 2번이나 했어요. 진단엔 하자가 없을 겁니다.
일단 입원을 하시죠.
소영E (놀라며) 저기... 사실은요... 제가 아니거든요.
의사E 네? 무슨 말씀이세요?
소영E 좀전에 나간 그 친구요.사실은 그 친구랑 이름만 바꿔서 검사
를 받았거든요. 그러니까 이건 그 친구 꺼예요...
연주, 손아귀에 들린
비치볼이 떨어지고, 굴러간다.
S#52.병원진찰실(낮)
문틈으로 보이는 연주의 놀란얼굴
소영 (당황해서) 어떻게 해야 되요?
의사 얘길 해줘야지요. 들어오라고 하세요.
이때 문을 박차고 들어오는 연주.
연주 (놀라서) 뭐라구요?
소영 (놀라서) 연주야...
연주 방금 뭐라 그랬어요? 내가 백혈병이라구요?
의사 (침착하게 대응하려고) 잠깐 이쪽으로 앉으시죠.
연주 (앉지 않으며) 백혈병이면 곧 죽는다는 뜻인가요?
의사 (일어서서) 그렇지 않아요.요즘은 백혈병도 생존율이
높아져서 일찍 치료만 받으면 살 수 있어요.
연주 (믿기지 않는다는 듯) 말도 안돼. 이건 뭔가 잘못 된거야.
봐요, 난 이렇게 아무렇지도 않은데요?
아프지도 않아요. 멀쩡하잖아요. 내가 죽는다는게 말이나 돼
요? (심각하게) 솔직히 말해봐요. 내 혈액이 어떻다구요?
의사 (심각하게) 백혈구 수치가 높아요. 빨리 입원해서 정밀검사를
받아보는게 좋아요.
그대로 뛰쳐나가는연주.
소영과 의사 놀라서
서둘러 달려나간다.
S#53.병원복도(낮)
달려나오는 연주.
충격을 받아 정신이 없는 듯
달려나간다.멀리 뒤늦게
연주를 부르며 쫓아오는
소영과 의사. 연주, 허둥대다가
화장실로 들어간다.
소영, 계속 연주를 찾아 달려나가고,
의사 멈춰섰다가 돌아선다.
S#54.병원화장실(낮)
화장실로 달려들어온 연주.
격한 숨을 토해내며 멍하니 서있다.
문득 거울 속으로
자기 얼굴을 보는 연주.
연주E (중얼거리듯) 아니야, 아닐거야.
돌팔이들. 괜히 돈 벌려고 검사 더 하라는 걸거야.
요즘 문 닫는 병원도 많고 그런다잖아.
아닐거야... 아닐거야...
멍하니 세면대 물을 틀고 거울을 바라본다.
천천히 세수를 하는 연주.
얼굴에 물을 연거퍼 축인다.
고개를 들면 물이
뚝뚝 떨어지는 얼굴.
S#55.병원로비(낮)
물이 뚝뚝 떨어지는 얼굴로 걸어나가는
연주. 건물 밖으로 나간다.
S#56.병원앞 거리(낮)
건물 밖으로 나오자
마자 쏟아지는 햇살.
연주, 어지러워하며 눈을 감는다.
잠시 후 햇살을 손으로 가리며
눈을 뜨는 연주.
거리로 걸어나간다.
S#57.서울의 거리 풍경들(낮~석양,몽타쥬)
음악 시작되면서 거리를 걷는
연주의 몽타주 시작된다.
사람들 속에 섞여
거리를 걷고있는 연주.
빌딩 숲과 지하도를 지나 한강 다리를
건너 죽 걷는 연주.
거리와 거리를 끝없이 걸어가는
연주의 모습.
점프 컷으로 이어진다.번화가.
사람들 속에 서서
문득 사람들의 모습을 보는 연주.
사거리 길을 건너는 사람들.
가판대에서 신문을
사는 남자.거리를 걸으며
연주의 시선으로 보는 사람들의 모습.
삶의 일상들 이어진다.식당 앞.
인상을 찌푸리고
배추를 다듬고 있는 아줌마.
멈춰서서 보던 연주, 다시 발길을
옮겨 놓는다. 유치원생들,
저희들끼리 장난감 보며 킬킬거리며
지나간다. 신축 공사장의 인부들.
거리를 걷는 연주. 시장통.장사를 하느라
여념이 없는 사람들.떼를 쓰는 아이를
무식하게 야단치면서 데리고 가는 아줌마.
연주, 걸어나간다. 사람들 속으로.
다른 거리.빌딩 사이로 떨어지는 뿌연 해.
싫다는 여자를 따라가며
내 말 좀 들어보라며 계속 설득하는 남자.
지친 연주, 건물 옆 계단에 앉는다.
오가는 사람들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다.
오랫동안 그 자리에 앉아있는 연주.
오가는 사람들 사이로 묻힌다.
S#58.경찰서 앞(석양)
기태와 함게 나오는 민수.
민수 밖으로 걸어나와 담뱃불부터
붙여 물고 허탈하게 서있는데,
기태 경찰에게 너스레를 떨며 헤어진다.
기태 애쓰셨습니다. 언제 나중에 식사라도 한번
대접하겠습니다.
기태, 기분 좋게
민수에게로 온다.
기태 (어깨 툭 치며) 수고했다. 민수야. 고마워.
그리고 말이야, 너 아버지한테는 절대로 비밀이다.
민수 (착잡한) 알았어.
기태 그래, 가자.
차로 향하는 기태.
민수 따라간다.
기태 (차 문 열어주며) 타라. 오늘은 내가 운전할게.
민수 담배끄고 들어간다.
기태 운전을 하고
경찰서 밖으로
빠져나가는 차.
S#59.기태부 사무실 밖 복도(E)
민수 기태를
따라 들어온다.
걱정스러운 표정이다.
기태 걱정 마. 아버지가 뭐라 그러실지는 뻔한 거고, 금방 끝날 테
니까, 잠깐만 참어라.
S#60.기태부 사무실(E)
노크 소리 나고 들어오는
기태와민수.
기태 아버지, 민수 왔어요.
민수 (고개인사하며) 죄송합니다, 아버님.
기태부 (불같이 화가 난) 이놈의 자식. 정신 못 차리고.
너 믿을 만한 놈인 줄 알았는데, 술이나 쳐 먹고, 사고나 치
고. 뭐하는 거야? 왜 제주도에 있어야 할 놈이 서울에서 일을
내!
민수 죄송합니다.
기태부 그래가지고 어떻게 일을 맡기겠냐. 어?
너 제주도 내려갈 필요 없다! 그런 정신 상태로 뭘 할겠어!
고개를 못 들고있는 민수.
기태 말없이 가만히 있다.
기태부 나가! 꼴도 보기 싫어!
민수 인사하고 기태와 함께 나간다.
S#61.빌딩로비(E)
최악의 상태인 민수 걸어나온다.
기태, 연신 민수를
따라나오며
떠버리고 있다.
기태 고맙다, 민수야.
저기, 아버진 화가 풀리실 때까지 좀 기다려야 될 거야.
원래 성질머리 알잖냐. 니 문젠 걱정마라.
내가 다 해결해줄게. 어차피 호텔은 너랑나랑 둘이
같이 평생하게 될 텐데 뭘 그러냐.
가자. 어디 가서 기분이나 풀자. 내가 화끈하게 살게.
민수 아니야, 됐다. 그냥 들어갈게. 씻고 쉬어야겠어. 쉬고싶다.
기태 그럴래? 그래 그럼.내일도 시간 많은데 뭐. 들어가라.
민수 나오고,기태 찝찝한
미소로 보다가 들어간다.
민수 나오자마자
다시 담배를 물고 불을 붙인다.
가는 민수.
S#62.옥상(밤)
기운이 다 빠져, 천천히 힘들게
계단을 올라온 연주.
옥탑방을 바라보지만, 의자로 가 앉는다.
멍하니 그대로 앉아 있는 연주.
한동안 앉아있던 연주.
일어나 옥탑방으로 들어간다.
S#63.연주집(밤)
연주 들어와 보면, 정애 여전히
누워있다.연주 보는 순간
뛰어들어와 이불을 걷어버린다.
연주 지겨워 정말. 너 언제까지 이럴거야.
이러다 죽을 작정이니? 너도 살아야 할 거 아니야!
정애 (힘없이 중얼거리는) 다 나았어. 다 나았는데..
마음이 아파서 그래...
연주 마음이 왜 아파!뭘 어쨌다고 마음이 아파!
정애 (일어나 앉으며) 나 좀 내버려 둬. 그냥 좀 놔둬! 혼자 있고
싶단 말이야. 세상이 끝난 거 같단 말이야.. 내가 거기다 얼마
나 목숨 걸었는지 알아? 내 모든 거, 있는힘 몽땅 다 쏟았어.
그런데 나 지금 텅 빈 거 같다구...
정애 눈물이 고이며
다시 이불 뒤집어쓰고 눕는다.
연주 (이불 채로 쥐고 흔들며) 그럴려거든 나가
나가서 콱 죽어버려!
정애 (이불 확 걷고 나와) 그러지 좀 마!
안 그래도 죽고 싶단 말이야...
연주 잘됐다. 나도 살고 싶지 않은데 같이 콱 죽어버리자. 응?
같이 죽어!
연주와 정애,
각자 속상해 말이 없다.
정애 (잠시 후 쳐다보지도 않고)
소영이한테 여러 번 전화 왔었어.
연주 (문득 돌아보며) 혹시 걔가 뭐 이상한 얘기
안 했지?
정애 무슨 얘기? 설마, 너 걔한테 내 얘기 했니?
연주 (정말 피곤한, 싸우고 싶지도 않은)
아니, 니 얘길 걔한테 뭐 하러 해.
정애 근데 걔가 무슨 얘기했냐고왜 물어? 내 얘기 했지?
연주 아니라니까 왜 이러니? 나 너하고 실갱이하고 싶은
기력도 없어! 피곤해.
정애 (다시 누우며) 그렇겠지. 둘이 만나면 오죽 잘났겠냐.
연주 옷
갈아입으려다가
팽개치고 그대로 다시 나가버린다.
S#64.대포집(밤)
혼자 술 먹고있는 민수.
비행기 티켓 꺼내
보더니 내려놓는다.
연거퍼 소주를 들이키는 민수.
핸드폰으로 전화를 건다.
민수 대호니? 좀 나와라. 혼자 마시니까 술아 안 취한다.
S#65. 동네 수퍼 옆 공중 전화(밤)
연주 화가 난 듯
달려가다가 다시 돌아와
공중전화를 건다.
연주 (화가 난, 무뚝뚝한 투)
여보세요, 소영이니? 나 연준데, 아직 정확한 것도 아니고,
확실한 거 아니니까 아무한테도 말하지 마.
경철씨한테도 안되고, 특히 정애나 니네 엄마한테는
절대로 안돼. 우리 엄마 귀에 들어가지 않게
조심해 줘. (다시 힘주어) 아직 확실한 거도 아니잖아.
나 내일 다른 병원에 가서 검사 다시 할거야.
(입술을 움직거리다)
그러면 금방 아무것도 아니라는 걸 알게 될 텐데 뭘. 끊는다.
S#66.대포집(밤)
민수 앞에 앉는 대호
대호 (술 받으며) 아니, 제주도 간다더니?
꺼칠하니 얼굴이 그게 뭐냐? 외박했니?
민수 음, 외박은 외박이지. 한잔 받아라.
대호 말없이 술을 받는다.
민수 (괴로운) 아이 씨. 드러워서. 이렇게 살아야 되는지 모르겠다.
대호 왜 또 그래? 기태랑 문제가 잘 안 풀렸냐?
민수 아니, 풀었어. 아주 더럽게 풀었다.
나 어제 유치장에서 잤어. 기태 대신.
대호 뭐?
민수 새벽에 음주사고 내고 전화했더라구.
가봤더니 벌벌 떨고 있더라. 그 녀석 생각보다 겁이 많거든.
내가 잘 알지.
대호 (열 받아) 아휴, 그 자식을 그냥. 너도 그래.
그냥 눈 딱 감고 모르는 척 하지, 아휴, 뚜껑 열리라 그러네.
민수 그냥 모르는 척 하면 되는데, 그게 잘 안되더라구.
대호 야, 너 순진한 거냐? 아니면 그것도 거래냐? (사이)
거래냐? 그런 거야?그런 거면 그깟 호텔 일 때려 쳐!
민수 아니야. 어제 일로 제주도도 못 가게 됐어.
아이 씨, 이렇게 될 줄 알았다.
대호 뭐? 아이구, 미련한 놈. 근데 왜 그랬어
민수 (잠시 후)나 고1 때, 아버지 돌아가셨을때, 장례 치르고 사망
신고하고 뭐하고 났더니 아무도 없더라. 그때 그놈이 내 옆에
있어줬어. 그때 내가 제일 먼저 찾아가서 밥 얻어먹은 집도
걔네 집이었다. (말을 못 잇고 손아귀만 만지는)
대호 그때야 기태 그자식도 순수했던 거고.
지금은 상황이 달라진 거 아니냐.
민수 앞으로 어떻게 해야될지 모르겠다. 이렇게 계속 살아야 될지,
어쩔지.
대호 정 뭐하면 다 때려치우고 나와 임마.
나랑 다시 트럭 볼면 되지 뭐. (생각할수록 열 받는) 아이, 기
태 그 자식, 내 손에 걸리기만 해봐. 죽도록 패버리고 내가
깽값문다,
진짜. (술 마신다)
민수 그런 대호를 위안이 되는양
보며 씁쓸한 미소 짓는다.
민수 (눈 깜빡이며) 그만 일어나야겠다.
잠을 못 잤더니 피곤하네.
대호 그래. 오늘은 일단 다 잊어버리고 잠이나 자라.
민수 아줌마! 여기 얼마예요?
대호 (만원 권 두 장 상위에 놓으며) 야야 됐어. 가자.
아줌마 여기 놓고 가요!
민수와 대호 나란히 걸어나간다.
민수 들어가라.
대호 그래. 힘내라.
가는 민수를 보는
대호.
S#67.동네입구 포장마차(밤)
연주 앉아서 소주를 마시며
혼자 주정하듯
중얼거리고 있다.
연주 그래. 아닐 거야. 내가 이렇게 멀쩡한데...
여태까지 감기 한번 안 들고 출근도 꼬박 꼬박 했는데,
괜히 겁주고 있어. (소주 마신다)
아저씨 (써비스 안주 갖다놓으며) 누가 겁을 줬나봐지? 자 써비스야.
연주 겁준다고 제가 쪼나요?안 그래요, 아저씨?
아저씨 아이 그럼. 하하하.
연주 그래, 쫄지마, 쫄거 없어. (표정 점점 심각해지는) 쫄거 없어...
이내 연주 발안한 듯 얼른
소주를 들이킨다.
S#68.달리는 택시안(밤)
민수 착잡하게
앉아있다.
민수 (문득 기사에게) 아저씨, 방향 좀 돌려주세요. 홍제동이요...
S#69.연립주택 앞 골목(밤)
걸어 올라온 민수
연립주택을 올려다본다.
핸드폰을 꺼내들고
망설이면서 서성거리다가
전화를 건다.
신호음이 간다.
S#70.연주집(밤)
한참이나 울리는 전화벨.
정애 일어나 받는다.
정애 (힘없이) 여보세요.... 여보세요?
S#71.연립주택 앞 골목(밤)
민수 말을 못하고 가만히
들고만 있다.
정애E 여보세요!
민수 저, 민순데요, 연주 있어요?
S#72.연주집(밤)
정애 (부르르 떨며) 없어요. (끊어버린다) 나쁜자식.
S#73.연립주택 앞 골목(밤)
민수 착잡하게 플립 닫았다가
그냥 갈까 어쩔까 망설인다.
건물 올려다보며 다시 전화를 거는
민수.
S#74.연주집(밤)
울리는 전화벨.
정애 여보세요!
민수E 저기, 지난번엔 미안했어요. 있으면 좀 바꿔주세요.
정애 없다구요! 없으니까 안 바꿔주지요!
끊어버리는 정애
S#75.연립주택 앞 골목(밤)
민수 아쉽게 핸드폰 넣고 돌아선다.
골목을 내려가는 민수.
S#76.슈퍼앞(밤)
민수 내려가고 뒷모습 멀어지면,
잠시 후 연주가
화장실용 휴지꾸러미를
들고 수퍼에서 나와 올라간다.
연주 (취해서, 휴지 봉다리 가슴에 앉고)
내가 지금 이런 거 살 때냐.
심각해지며 올라가는 연주.
S#77.연주집(밤)
연주 들어와 휴지 내려놓으면,
정애 화가 나 연주 보지 않고
돌아눕는다. 연주 그러거나 말거나
이불 옆에 깔고, 불끄고 눕는다.
이리 저리 뒤척거리며 한숨을 쉬는 연주.
정애 민수 그 자식 전화 왔었어.
연주 문득 돌아보는데
정애 (계속) 뻔뻔스러운 놈. 내가 너 있는데도
안 바꿔 주는 줄 알더라.
연주 잠시후 일어나 밖으로 나간다.
S#78.옥상(밤)
연주 나와서 착잡하게
야경을 바라본다.
S#79.오피스텔(밤)
침대에 팔배게를 하고 누워있는 민수.
스탠드를 끈다.(FO)
S#80.연주집(아침)
연주 출근준비를 하고 정애는
이부자리에 앉아
죽을 먹고 있다.
연주 (나가며) 나 출근한다.
정애 (힘없이) 그래...
S#81.동네슈퍼 공중전화(아침)
공중전화를 걸고 있는 연주.
연주 송과장님, 저 오늘 출근 못할거 같은데요.
네, 정애두요. 죄송합니다.
S#82.다른 병원 로비, 접수창구(아침)
연주 저... 백혈병 검사할려면 무슨 과로 가야되나요?
아가씨 (쳐다보지 않고, 관심도 없는 투)핼액내과요.
연주 (돈 밀어 넣으며) 저기 특진으로 해주세요.제일 잘 보시는 분
으로.
아가씨 3층으로 가서 기다리세요.
S#83.오피스텔(아침)
민수 커피를 따라 마신다.
이때 전화벨이 울린다.
민수 (받는) 여보세요.
기태E 민수냐? 잘 잤냐?
민수 (별로 보고 싶지 않은) 어, 저기... 나 오늘 하루 쉬고 싶은데.
기태E 그래. 나도 너 오늘 너 하루 더 쉬라고 그럴려고 전화한 거
야. 아무 생각하지 말고 푹 숴라.
민수 그래.
전화 끊고 욕실로 가는 민수.
S#84.오피스텔 욕실(낮)
들어와 세면대 앞에 서 있는 민수.
수돗물을 틀고 손을 씻으려다가
반지를 뺀다. 반지 잘 빠지지 않는다.
반지를 빼서 세면대 위에 놓고
손을 씻는 민수.
S#85.혈액내과,진료실앞 복고(낟)
앉아서 기다리는 연주.
생각에 빠져있다.
간호사가 호명을 하자,
보고 들어간다.
S#86.진료실(낮)
조심스럽게 들어와 앉는 연주.
중년의 황박사가 앉아있다.
황박사 (챠트보고) 백혈병 검사하고 싶다구요...
어디서 혈액검사를 받아보고 온 거예요?
연주 (긴장된 미소) 아니요.혹시 유전인가 해서요.
아버지가 그런 비슷한 병으로 일찍 돌아가셨거든요.
황박사 (약간 웃으며) 백혈병은 유전은 아닌데, 정 의심되면 해봅시
다.
평소에 빈혈증상이나 출혈이 잘 안 멈춘다거나
생리량이 많아졌다거나 그런 적 있었어요?
연주 아니요.
황박사 (웃으며) 그럼 어쨌든 해봅시다. 일단...
연주 저기요. 좀 정밀하게 해주세요. 한꺼번에 다 정확하게요.
황박사 (웃으며) 그럽시다.
S#87.검사실(낮)
김간호사가 피를 뽑고 있다.
연주 그전 검사와는 달리
긴장된 시선으로
주사기를 바라본다.
연주 저기,
이 병원에도 백혈병 환자들 많아요?
간호사 그럼요. 백혈병동인데요. (웃으며) 왜요?
틀림없이 백혈병인 거 같으세요?
연주 아니, 뭐.그냥 해보는 거예요.
간호사 (주사바늘 빼며) 됐어요.
가끔 이런저런 병을 의심하셔서 오는 분들이 있는데,
백혈병이 아니라 그러면, 그럼 뇌종양이라면서
또 검사를 하더라구요. 그러진 마세요.
연주 어휴, 전 그정돈 아니에요.
살풋 웃지만,
돌아서서 긴장되는 연주의 표정
S#88.오피스텔(낮)
민수 청소기로 청소를 하고 있다.
문득 호텔 서적이
보이자 버릴까하다가 쇼핑봉투에 넣어
둘둘 말아 안 보이는 곳에 넣는다.
다시 청소기를 돌리는 민수.
S#89.진료실(낮)
다시 황박사와
마주 앉아있는 연주.
황박사 검사 결과는 내일 오후쯤 나올 거예요.
연주 (일어나려다, 긴장된 미소) 저기, 백혈병이면 대개 얼마나 살
아요?
간호사와 황박사 웃는다.
황박사 치료를 꾸준히 하면 4년 정도 생존율이 70% 가량 되지요.
연주 겨우 4년이요?
황박사 그건 세계적인 수준이에요.
연주 그래요...
황박사 너무 걱정 말아요.서연주씬 끄떡없을 거 같으니까.
연주 (씩 웃으며 인사) 그럼 내일 뵐게요.
돌아서 나오는 연주.
웃음기 사라지며,
긴장된다.
S#90.오피스텔(낮)
한쪽에 몰아놨던 그 동안 먹은
맥주캔과 술병 등을 쓰레기봉투에 넣는
민수 그러나 문득 쓰레기봉투에서
나팔바지를 꺼내는 민수,
펼쳐보며, 혼자 웃는다.
옷걸이에 걸어 옷장에 넣는 민수.
쓰레기봉투를 묶어 들고 나간다.
S#91.병원 정문 앞(낮)
병원을 나오는 연주.
연주 (시계를 보며, 혼잣말) 이제 어딜 가지? 뭘 하나...
어쩔까하다가
그냥 걸어나간다.
S#92.대학로 이곳저곳(낮)
문득문득 시계를 보며 돌아다니는 연주.
시간은아직 낮인데 갈곳이 없는 느낌을 주는 몽타주.
연극 포스터 들을 보다가 돌아서는 연주.
롤러브레이드를 타는 청소년들.
길거리 농구를 하는, 힙합 댄스를 추는 젊은이들.
연주 그다지 재미가 있어보이지 않는다.
S#93.빨래방(낮)
커다란 봉투에서 빨래를 옷들을 꺼내
세탁기에 집어넣는 민수.
동전을 넣고 스위치를 누른다.
돌아가는 세탁기.
S#94.대학로 공원(석양)
공원에 앉아 과자부스러기를
비둘기들에게 주는 연주.
그러다 생각에 빠진다.
문득 고개를 들어 둘러보는 연주.
일어나 멀리 공중전화로 향한다.
S#95.빨래방(석양)
민수 세탁기 위에 걸터 앉아
음료를 마시며 남성용 잡지를 본다.
S#96.대학로,전화부스(석양)
연주 카드를 넣고
수화기를 내려놓을까 망설이다가
이내 버튼을 누른다.
신호음 간다.긴장된 연주의 표정.
S#97.빨래방(석양)
핸드폰이 울리자, 또 짜증나는
표정 짓는 민수.어쩔 수 없다는 듯
잡지와 음료 내려놓고,
꺼내서 받는 민수.
민수 여보세요...
S#98.대학로,전화부스
(짧은 인써트로 연결.석양)
수화기를 들고
망설이고만 있는 연주.
S#99.빨래방(짧은 인서트,석양)
민수 여보세요!
S#100.대학로,전화부스
(짧은 인써트로 연결.석양)
수화기 내려놓는 연주.
그대로 손을 떼지 않은 채 굳어있다.
S#101.빨래방(석양)
민수 짜증내며 핸드폰 접어 넣는데,
이내 다시 울리는 전화벨
민수 (다시 받으며) 여보세요?
연주 (망설이는) 장민수. 나 서연준데...너...
지금 나 좀 만나줄 수 있니?
멍한 민수의 표정
S#102.대학로,전화부스(석양)
연주 (떨리면서 당돌하게)너... 나하고
시간 낭비하고 싶지 않댔지? 나도 그래!
S#103.빨래방(석양)
핸드폰을 든 채로
세탁기에서 내려서는 민수.
환하게 웃는다.
END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