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내사랑] 12
# 1 민수 오피스텔 (아침)
민수 가방에 자기 양말과 속옷, 수건을 넣고,최승자 시집 여러 권과 새 핸드폰 박스 등을 챙긴다.
가방을 들고 나가는 민수.
S# 2 옥탑방 (아침)
정애 내복과 CD들, 워크맨을 챙겨 쇼핑백에 넣고, 동식이 이불을 싸고있다.
동 식 (허둥대며) 연주가 그럼 언제부터 그렇게 아팠던 거니?
정 애 저도 잘 모르겠어요.
동 식 난 그것도 모르고... 그 동안 혼자 얼마나 힘들었을까...
동식 잠시 눈물을 글썽인다.
정 애 오빠... 연주 앞에선 그러면 안돼요.
동 식 (얼른 수숩하며, 일어서는) 그래... 치료하면 가능성은 있는거지?
정 애 그럼요. 연주 당차잖아요. 잘 해낼 거예요.
짐을 챙겨 나가는 두 사람.
S# 3 기태집 거실 (아침)
희정 모닝 커피를 가지고 식당에서 나오고, 기태모 희정을 따라오며 얘기하고 있다.
2층에서 기태가 내려온다.
기태모 유학도 션찮은 판국에 그 녀석이랑 같이 간다니, 그게 말이 되는 소리니? 남들 알까봐 챙피해서, 내가.
희 정 내 인생이지 엄마 인생이야? 난 내가 하고 싶은 거 다 할 거야.
기태모 혼자 간다 그래도 유학은 절대 안 보낼 거니까, 그렇게 알아!
기 태 걱정하지 마세요. 민수 결혼할 여자 있어요.
기태모 그래?
희정 기태를 뚱하니 본다. 어이없어하며 웃는다.
기 태 너도 집어쳐. 걔 곧 결혼한댄다. 넌 그런 거 알고나 있었냐?
희 정 날 그런 식으로 포기하게 할려구?
기 태 너 내 동생이지만 너무 멍청하다. 차라리 잘 된 거니까,조신하게 지내.
희정 현관으로 향하는 기태를 본다.
기태모 (따라가며) 진짜 결혼한대?
기 태 네.
기태모 어떤 여자래니? 내가 호텔 앞에서 한번 봤던 그 얜가...?
기 태 공장 다니는 앤데, 둘이는 그럴 듯하게 잘 맞겠더라구요.
아무튼 이제 걱정하지 마세요.
희정 문득 시선을 돌려 생각에 빠진다.
S# 4 병원 진찰실 (낮)
황박사와 마주 앉아있는 민수.
민 수 그럼 그 동안 상태가 그렇게 나빠진 건 아니군요?
황박사 일단 백혈구 수치는 높아지거나 하진 않았습니다. 일단은 희망적이라고 봐야지요. 앞으로 항암제를 본격적으로
투약하기 시작하면 혈소판이 감소하는 게 문젤 텐데... 그건 수혈을 해가면서 하면 되니까, 큰 어려움은 없을 거예요.
민 수 선생님, 연주한테 필요한 건 뭐든지 다 해주세요. 돈은 아무리 들어도 상관없어요. 제가 책임지고 병원비 끝까지 댈테니까, 비싼 약 상관 말고 다 써주세요.
황박사 너무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아요. 경과를 보면서 투약해야 하니까, 시간이 좀 걸립니다. 본인 의지도 강하고 하니까,
크게 염려하지 않아도 될 거 같네요.
민 수 네에...
모처럼 미소를 짓는 민수.
S# 5 병실 (낮)
앉아있는 연주. 연주의 팔에는 닝겔이 꽂혀있다.
민수, 침대에 걸터앉아 연주에게 가져온 짐들을 꺼내 준다.
민 수 희소식이야. 그 동안 그렇게 나빠지지 않았대.
연 주 정말?
민 수 응. 말씀 안 해주셨어?
연 주 그냥 내일은 MRI 찍을 거라는 말만 들었어. 뇌 같은 데로 퍼져있는지 머리 속을 보려고 한 대. 아프진 않대. 어머,
시집이잖아? 이걸 읽을 수나 있을까?
민 수 내가 읽어주면 되지. (박스에서 핸드폰 꺼내주며) 자, 이거 켜봐.
연 주 이런 거 병원 안에서 쓰면 안된댔어. 그건 상식인데? 큰일나.
민 수 일단 켜봐.
연주 받아서 켜면, 액정판에 불이 들어오면서 글자가 보인다.
< 고마워. 하트가 그려져 있다.>
연주 미소지으며 민수를 본다.
연 주 고맙긴, 내가 고맙지...
민 수 이리 줘봐. 사용법 가르쳐 줄게. (버튼 누르며) 자, 먼저 음성 메시지부터 녹음해보자. 준비됐지? 자 해봐. (버튼 누르고
입에 대준다.)
연 주 뭐라구 해?
민 수 에이, 지금은 전화를 받을 수 없으니까, 메모 남겨라, 뭐 그렇게 하면 되지. 자 준비. 다시 한다. (버튼을 여러 번
누른다.)
연주와 민수 고개를 맞대고 핸드폰을 들여다보고 있다.
S# 6 병실 앞 복도 (낮)
동식과 정애 짐을 들고 걸어온다.
지나가는 다른 환자들을 보는 동식의 표정.
안명석 정도도 이때 테니스 공 튕기며 지나가면 좋겠다. 동식 감정이 격해진다.
동 식 정애야, 난 도저히 못 들어 갈 거 같애.
정 애 왜요?
동 식 차마 연주 그러고 있는 거 못 보겠다.
정 애 오빠가 이러면 어떡해요?
동 식 이런 상태로 들어가면 연주한테 더 안 좋을 거야. 먼저 들어가라. (울쌍이 되며, 짐을 넘겨준다.)
정 애 (받아들고) 그럼 좀 있다가 들어와요.
정애 들어가고, 혼자 마음을 진정시키는 동식.
S# 7 병실 (낮)
정애 들어오면, 연주와 민수 핸드폰에 녹음을 하면서 키득대다가 돌아본다.
머슥하게 얼른 치우며 떨어져 앉는 연주와 민수.
정 애 (들어서며) 잘 잤니?
연 주 어머, 일찍 왔네?
정 애 역시 민수씨랑 있으니까 기분이 좋은가봐?
민 수 (얼른 치우며) 왔어요?
정 애 참, 밖에 동식오빠 와있어.
연 주 그래? 왜 들어 오라 그러지? (민수에게) 공장에서 같이 일하는 오빠. 나한테 굉장히 잘해줬어.
민 수 그래? 내가 나가볼게요. (나간다.)
연주와 정애 마주본다.
S# 8 병실 앞 복도 (낮)
민수 나오면, 서있던 동식과 눈이 마주친다.
민 수 연주 보러 오셨어요?
동 식 (난데없는 어색함) 아, 예.
민 수 그럼 들어오시지 왜 여기 계세요? 연주가 굉장히 좋아하는 오빠라고 하던대요. 장민수라고 합니다. 들어가세요.
동식, 민수를 따라 병실로 들어간다.
S# 9 병실 (낮)
동식과 민수가 들어오자, 네 사람 어색한 분위기가 된다.
동식, 연주를 보면서 쭈삣거리는데,
연 주 왜 들 서있어. 동식오빠, 앉아요.
정 애 (생각난 듯 음료 꺼내며) 그래요. 이거 하나씩 들고...
정애 캔음료를 하나씩 나눠주는데, 모두 그냥 들고만 있거나 다시 근처에 놓는다.
동 식 많이 아프니?
연 주 아니요, 나 괜찮아. 오빠, 이리 와, 앉아요.
민 수 (의자 권하며) 앉으세요.
동 식 (앉으며) 어서 빨리 나아야 될텐데...
연 주 걱정 말아요. 나 끄떡없다니까. 다시 출근도 하게 될 거야.
그 회사 내가 안 나가면 쓰러지잖아.
동 식 그래... (하면서 민수를 보면)
연 주 저기, 나 사귀는 사람이에요. 내가 전에 얘기했었지?
동식, 다시 민수에게 가벼운 목례하는데,
연 주 (민수에게) 동식오빠 참 좋은 사람이야. 우리한테 되게 잘해줘요. 친동생처럼.
민수도 동식을 향해 미소 짓는다. 모두 서먹하다.
정 애 참 CD 몇 장 골라 왔는데, 음악 좀 틀을까?
연 주 그래...
정애 CD를 고르고 있는데, 동식은 감정이 자꾸만 복받치는지 일어선다.
동 식 (목이 잠기며) 얼굴 봤으니까 그만 갈게.
민 수 아니 왜 벌써 가세요.
동 식 (민수에게) 나중에 또 뵈요. (정애에게) 먼저 간다. (서둘러 나간다.)
민 수 (연주에게) 나 잠깐 같이 나가서 담배 좀 피우고 올게.
연주와 정애 민수를 보고, 얼른 나가는 민수.
S# 10 병원 앞 벤치 (낮)
민수와 동식 나란히 벤치 앞으로 걸어온다.
민 수 (담배를 권하며) 그 회사에 같이 오래 근무했나봐요?
동 식 네, 5년이요. 전 됐습니다. 안 피워요.
민 수 (담배 다시 집어넣으며) 그럼 좀 앉죠.
동 식 네.
두 남자 나란히 벤치에 앉는다.
동 식 빨리 병이 나아서 잘 되야 할 텐데요...
민 수 의학이 많이 발달했다니까 잘 되겠지요. 연주, 회사에서도 보통이 아니지요?
동 식 예, 좀 깐깐한 편인데, 전 연주 그런 성격이 좋더라구요.
민 수 예, 저도 그래서 지금 여기 있는 겁니다.
둘 서먹하니 말이 끊긴다.
동 식 올 때 백합이라도 사온다고 하고선 잊어버렸네요. 어젯밤엔 생각을 했는데, 막상 오다보니 정신이 없어서...
민 수 백합꽃이요?
동 식 네. 회사 뜰에 해마다 백합이 피는데, 연주가 아주
좋아하거든요.
민 수 그래요...
동 식 병원 밥은 금방 질린다고 하던데... 다음에 올 땐 순대하고 아이스크림도 좀 사와야겠어요. 먹는 건 아무거나
상관없지요?
민 수 그럼요. 연주가 순대도 좋아하나보죠?
동 식 예. 아이스크림에 순대를 얹어서 먹는 걸 좋아해요.
민 수 아이스크림에 순대를 얹어 먹어요?
동 식 예. 앉은자리에서 그렇게 2인분도 먹어치울 정도예요. 원래 식성도 좋고 한 앤데, 왜 저런 병에 걸렸는지 모르겠네요...
민 수 그러게요...
둘 또 서먹하니 말이 끊긴다.
동 식 실은 연주한테 이상형이라는 얘길 듣고 어떤 분인지 궁금했어요.
민 수 연주가 저보고 이상형이라고 했다구요?
동 식 네. 지금 보니까 맞는 거 같네요. 연주한테 잘해주세요. 잘 부탁합니다. 잘 돼서 두 분이 잘 살았으면 좋겠네요.
민 수 네...
동 식 (일어서며) 저 그만 가볼게요. 다음에 또 뵙죠.
민 수 (일어서며) 그러실래요? 만나서 반가웠어요.
멍하니 동식 가고, 민수 동식을 보다가 벤치에 앉아 물끄러미 생각에 잠긴다.
생각하며 혼자 머쓱한 미소를 짓는 민수.
S# 11 빌딩 전경 (낮)
S# 12 로비 (낮)
기태부와 기태, 윤변호사, 가방을 든 수행비서가 나온다.
기 태 무슨 세미나를 그렇게 오래해요? 하루면 되지?
윤 PATA가 주관하고 호텔업계에서는 대단히 큰 행삽니다.
아태지역 70여개국에서 마케팅 매니저들은 다 올 겁니다.
기태부 그래, 볼만하겠지.
기 태 일정 내내 계속 경주에만 계시는 거예요?
밖으로 나가는 일행.
S# 13 건물 입구 (낮)
대기된 차로 향하는 일행. 비서 가방을 싣고, 문을 열어주면,
기태부 (타려다말고, 윤에게) 참, 내가 얘기한 거 있지? 민수 건 말이야.
윤 예.
기태부 그거 며칠 안으로 처리해줘.
윤 예.
기태부 수행비소와 함께 차안으로 들어가고, 기태와 윤변호가가 꾸뻑 인사를 한다.
기 태 잠깐 올라가서 저하고 차나 한잔하시죠.
윤 그럴까요?
S# 14 기태사무실 (낮)
차를 마시고 있는 기태와 윤변호사.
기 태 힘드시죠? 호텔인수 때문에 서너달은 잠도 제대로 못 주무셨을 텐데... 언제 저랑 식사라도 한번 하시죠.
윤 별 말씀을 요. 그래도 일이 순조롭게 잘 진행돼서 피곤한 줄도 몰랐습니다.
기 태 참, 아까 아버지가 말씀하신 민수 얘기는 뭐예요?
윤 얼마 전에 장실장이 급히 큰돈이 필요하다고 해서요. 작은 액수는 아닌데, 주시기로 한 모양이에요.
기 태 그래요...?
생각을 하는 기태의 표정.
기 태 얼마나요?
S# 15 병원 로비 (밤)
민수와 정애가 걸어나온다. 민수는 정애를 배웅하러 나온 것이다.
정 애 제가 있어도 되는데... 민수씨 일도 많을 텐데, 피곤하지 않겠어요?
민 수 괜찮아요. 내가 하고 싶어서 그래요. 연주하고 나 그 동안 맨날 티격태격 싸우기만 해서, 이렇게 편안하게 같이 있어본
적이 없어요. 내가 좋아서 이러는 거니까 너무 염려하지 말아요. 내일부터 다시 출근한다면서요?
정 애 네. 출근 안하면 연주가 가만히 안 둘 거예요.
민 수 난 사실 여자들 우정 우습게 생각했어요. 그런데 부럽네요.
정 애 그만 들어 가세요. 연주 혼자 있잖아요.
민 수 나 정애씨한테도 잘해야 되요. 연주가 그러라고 했어요.
정 애 민수씬 기태 그 사람하고 다르다는 거 많이 느꼈어요.
고마워요. 연주랑 두 사람 같이 있는 거 보면서, 나도 정말 사랑을 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구요. 정말로 나를 아껴줄 수
있는 사람하구요. 갈게요.
민 수 조심해서 가요.
정애 가고, 돌아서는 민수.
S# 16 병실 복도 & 병실 안 (밤)
걸어오던 민수, 열린 문 사이로 병실 안의 연주를 보며 멈춰 선다.
민수가 보는 병실 안. 주사 맞으며 간호사와 농담하는 연주가 보인다.
연 주 또 아프게 놀 거죠?
간호사 움직이지 마세요. 혈관 주사예요. 기분은 좋아요?
연 주 혈관주사를 맞는데 기분이 좋겠어요?
간호사 따끔할 겁니다.
연 주 겁부터 주시네. 욱! (찡그린다. 주사 놓고 있는 동안) 3교대 근무면 8시간 씩 돌아가면서 일하세요?
간호사 네.
연 주 여기도 힘들겠다.
간호사 그러니까 말 잘 들어요. (웃으며) 됐어요.
그 모습을 아련하게 보고 있는 민수.
간호사 나오고 나면, 홀로 남은 연주의 표정에 문득 외로움이 스친다.
보다가 들어가는 민수.
S# 17 병실 안 (밤)
연 주 (들어오는 민수를 보며 활짝 웃는) 정앤? 잘 갔어?
민 수 (끄덕이며) 음.
연 주 방금 나간 못생긴 간호사 봤어?
민 수 음. 왜?
연 주 나한테 이따만한 주사를 놓고 간 거 있지.
웃는 민수.
연 주 밖에 추워?
민 수 왜 나가고 싶어?
끄덕이는 연주.
S# 18 병원 야외 일각 (밤)
휠체어를 밀고 산책을 하는 민수.
휠체어의 연주 무릎엔 모포가 덮여있다.
민 수 오늘 낮에 왔던 그 사람.
연 주 동식오빠?
민 수 응. 그 사람에 비해 난 너에 대해 아는 게 없더라.
연 주 무슨 그런 소릴 해?
민 수 아니, 진짜야. 우린 참 이상하게 여기까지 흘러온 것 같다.
처음에는 거짓말만 했다가 깨지고, 다시 찾아왔을 땐 병을 숨기고 있었고, 너나 나나 그대로 가만 놔뒀으면 안됐을
거야. 우리 둘 이렇게 붙들어 놓을려고, 너 그렇게 됐나보다.
말없이 듣고 있는 연주.
민 수 우리가 만난 지가 언젠데 이제야 정상적인 사람들처럼 데이트를 하는 거냐. 시간이 걸려도 너무 오래 걸렸다.
이제부터라도 우리 처음부터 해보자. 부족한 거 하나하나 채워가면서. 그러니까 우린 좀 바쁘게 됐어.
남들 1년에 한 거 빨리빨리 다 해야 되니까.
연 주 그럼 지금 당장 해야될 게 있어.
민 수 뭔데?
연 주 키스.
민 수 여기서?
연 주 응.
민수 그대로 고개만 숙여 연주의 머리에 입맞춘다.
연 주 안돼. 그건 반칙이야. 다시 해.
민수, 연주 앞으로 와 낮게 숙여 연주에게 키스한다.
연주, 민수를 두 팔로 꼭 감싸 안는다.
S# 19 병실 (밤)
침대에 누워있는 연주. 그 아래 보조 침대에 누워있는 민수.
어둠 속에 눈을 뜨고 있는 두 사람.
연 주 자?
민 수 아니.
연 주 왜 안자?
민 수 너무 좋아서.
연 주 내가 병 걸린 거?
민 수 아니. 우리 같이 있는 거.
연 주 나 궁금한 거 한가지 있어.
민 수 뭔데?
연 주 언제 처음 나한테 반했어?
민 수 음... 축구공에 맞고 나한테 따질 때. 그때부터.
연 주 거짓말.
민 수 진짜야. 넌?
연 주 내 앞에서 무릎 꿇었을 때. 그때 이 남자구나 하고 생각했어.
민수 말없이 손을 내밀어 더듬으면, 연주 민수의 손을 잡는다.
그대로 손을 잡고 누워있는 연주와 민수.
연 주 (잠시 후) 민수씨.
민 수 응?
연 주 이리 올라와.
민 수 안돼. 좁아서.
연 주 괜찮아. 어서.
민수 연주의 침대로 올라간다.
둘 꼭 안고 잠이 든다. (F.O)
S# 20 민수 사무실 (낮)
민수 들어와 서류를 챙기고 전화하려하는데,
기태가 들어온다. 민수 전화를 하려다 내려놓는다.
기 태 너 제주도 일은 잘 하고 있는 거냐?
민 수 내가 알아서 하고 있다.
기 태 지배인 말로는 니가 디스코텍 이권을 다른 조직한테 내줄려고 한다는데, 사실이냐?
민 수 그 지배인 문제 있다. 그 사람 말 가려서 듣는 게 좋아.
기 태 왜 일을 더 복잡하게 만드냐? 어차피 누가 됐든 그만한 이권은 똑같이 내줘야 되는데, 왜 굳이 나서서 조직패들 문제까지 손을 대냐? 너 무슨 딴생각이 있는 거 아니냐?
민 수 그 지배인 곽영근이한테 매수된 사람이야. 부실 운영도 둘이 나눠먹어서 그렇게 된 거고. 사실 둘을 다 쳐야 되는데,
지금은 한쪽을 먼저 쳐서 힘의 균형을 깨뜨려야 돼.
기 태 누가 너보고 진단 내리라 그랬냐? 나한테도 다 구상이 있어.
니가 나설 문제가 아니야. 지금은 내 허락 없이 아무 일도
벌이지 마라.
민 수 지금 손을 대지 않으면, 나중에 일이 더 커져. 지배인 못 갈아치울 수도 있어! 걔네들 그렇게 만만하게 보지 마라.
그리고 우리가 경영권 넘겨받고 난 후에 그런 문제 터지면 호텔에 엄청 안 좋다. 차라리 지금 어수선할 때 손을 써서
깨끗하게 하는 게 좋아.
기 태 어쨌든 이건 디스코텍 하나만의 문제가 아니야. 호텔 전체에 관련된 거지. 하지 말라면, 하지 마! 내가 하지 말라는데,
니가 왜 나서서 신경을 쓰니?
민 수 아버님은 그 문제까지를 나한테 맡기신 거야. 내가 일하는 스타일이 있으니까, 더 이상 내 문제에 깊이 관여하거나 간섭할 생각 마라.
기 태 뭐? 이제 아주 호텔을 통째로 쥐고 흔들려고 하는구나? 너 일전에 아버지한테 돈까지 달라 그랬다며? 한두 푼도
아니고, 그렇게 많은 돈을 어디다 쓸려고 그러냐?
민 수 그것 역시 내 문제니까, 니가 사사건건 알 필요 없다.
기 태 어, 이제 이렇게 나온다 이거지? 너 내가 아주 우스운 모양인데, 니 뜻대로는 안될 거다. 두고 봐.
기태 나가버린다. 골치 아픈 표정의 민수.
S# 21 방사선 검사실 앞 복도 (낮)
트렁크 차림의 검사복을 입고 앉아서 순서를 기다리는 연주.
맞은 편에 앉아있는 10대 중반쯤의 소년(안명석)을 노려보고 있다.
이미 몇차례 공으로 장난을 한 상황이다.
테니스공을 튀기며 놀고 있는 명석. 한눈에도 시한부 환자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명석도 공을 퉁기며 연주의 맨발과 다리를 보고 있다.
공을 연주의 의자 밑으로 툭 던져 넣는 명석.
연주 예민하게 노려보면,
명석 와서 공을 줍는 척하며 연주 다리를 스치듯 만진다.
연주, 공을 꺼내가는 명석의 손목을 잡아채며,
연 주 야! 너 왜 자꾸 이래? 쪼끄만 게 까져 가지고.
명석 슥 돌려 손목을 뺀다.
이때 안명석을 호명하면 대답을 하고 들어가 버리는 소년.
연 주 (간호사에게, 신경질) 전 언제쯤 해요? 한참 기다렸는데?
간호사 순서가 되야지 하죠. 기다리세요. (들어가 버린다.)
불만스럽게 입이 나오며, 앉아서 기다리는 연주.
S# 22 공장 일각 (낮)
동식과 정애, 나란히 앉아 이야기를 하고 있다.
동식 옆에는 비닐 봉지에 담긴 파란 사과가 놓여있다.
동 식 연주는 좀 어떠니?
정 애 아무래도 힘들죠. 그 병동에 다른 환자들 보니까 항암치료하면 머리도 빠지고, 우울증도 생기고 그런가봐요.
걱정이에요.
동 식 공장에서 돈을 좀 걷어야 되는 거 아니냐?
정 애 그건 걱정 안 해도 되요. 저도 보태고, 민수씨가 알아서 하고 있으니까.
동 식 그래도 어떻게 그 사람한테만 그러니... 그리고 골수 필요하면 말해. 검사 나도 할게. 내가 연주랑 혈액형이 같잖니.
정 애 고마워요, 오빠. 근데 골수는 그런 거랑은 다른가봐요.
(그러다 문득 보며) 오빠, 연주 참 좋아했지? 주택청약도 연주 때문에 들었잖아. 오빤 참 대단해.
동 식 아니야, 니가 더 대단하지. 공장 관두고 그런 일까지 하려고 했잖아. 미안하다. 그런 얘기 꺼내서.
정 애 괜찮아요...
동 식 민수라는 사람 참 괜찮더라. 나보다 나은 거 같애.
정 애 그런 말이 어딨어요? 사람이 누가 누구보다 나은 게 어딨어.
오빠두 참.
동 식 오늘도 보러 갈 거지?
정 애 네.
동 식 의사 선생님한테 연주 개소주 먹어도 되는지 알아봐 줄래?
그리고 이거 고향집에서 따보낸 햇사과다. 갖다 줘.
정 애 나는 먹지 말아요?
동 식 집에 몇 개 내놓고.
정 애 알았어요.
웃는 정애와 동식.
S# 23 민수 차안 (낮)
운전을 하고 있는 민수. 핸드폰이 울리고 받는다.
민 수 여보세요.
희 정 (E. 무거운) 나야, 오빠.
민 수 그래, 그렇잖아도 너 좀 만나고 싶었다.
S# 24 카페 (낮)
희정과 마주 앉아있는 민수.
민 수 결정했다. 나 못 가. 더 일찍 얘기 못해서 미안하다.
희 정 너무 성급하게 결론 내릴려고 하지 마. 아직 시간 있으니까.
민 수 아니, 그런 게 아니고.
희 정 (알면서도) 이유 같은 거 듣고 싶지 않아.
민 수 아니, 말할게. 말하고 싶다.
희 정 결혼한다는 얘기? 그 여자 계속 만나고 있었다는 얘기?
하지마. 듣고 싶지 않아.
민 수 희정아, 나 사랑하는 사람 있고, 그 사람은 내가 필요해.
희 정 그건 나도 마찬가지야. 나도 오빠가 필요해.
민 수 니가 생각하는 거 하고 다르다.
희 정 뭐가 다른데? 정말 그 여자 사랑해? 내가 내미는 카드 버릴 수 있을 만큼?
민 수 그래.
희 정 오빠 그 사랑 어떤 건지 모르겠지만, 내가 하는 것도 모자라지 않아. 우린 특별히 연애를 한 적은 없지만,
그건 우리가 처한 어쩔 수 없는 상황 때문이라고 생각해왔어. 난 너무나 당연하게 믿어왔어. 오빤 나 밖에 없다고.
갑자기 어떤 여자가 나타나긴 했지만, 나 그렇게 신경 쓰지 않아.
오빠 나 싫은 거 아니잖아.
민 수 그래. 니가 기태 동생만 아니었어도, 우린 지금처럼 이렇진 않았을 거다. 인연이 없는 걸로 생각해라.
희 정 그럴 수 없어. 오빤 그 여자, 날 아는 것만큼 잘 알아? 그 여잔 나만큼 오빠 살아온 인생 이해해? 전폭적으로 오빠
밀어줄 수 있어? 안돼. 불순한 동기가 있어도 좋아. 나 선택해. 길고 긴 인생 살아가면서 후회하지 않을 거야.
시간을 더 줄게. 좀 더 신중히 생각해봐. (일어서는데)
민 수 그 여자가 많이 아파. 죽을지도 모른다. 내가 살려줘야 돼.
그 여자한텐 나 밖에 없어.
희 정 (다시 앉으며) 뭐라구...?
민 수 난 그 여자 떠날 수가 없다. 우린 지금 이대로 행복해.
사랑할 시간이 부족할 뿐이야.
놀라서 멍한 희정의 표정.
침착하고 명료한 민수의 얼굴.
S# 25 병실 (밤)
문이 열리고 백합을 사들고 들어오는 민수.
연주는 잠들어 있다. 민수 조심스럽게 문을 닫고 들어와 꽃을 화병에 꽂는다.
달그닥거리는 소리에 눈을 뜨는 연주.
연 주 (낮에 검사로 인해 좀 기운이 없는) 어? 언제 왔어?
민수 돌아서며 꽃을 꽂은 화병을 보여 준다.
연 주 어머, 내가 백합 좋아하는지 어떻게 알았어?
꽃을 보며 웃는 연주의 얼굴.
S# 26 병원 몽타주 - 병실, 병실내 화장실, 복도, 세면실 등 (낮,밤)
26-1. 병실. (낮) 밥을 먹고 있는 연주.
민수, 어떻게 하면 생선을 기술적으로 바를 수 있는지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생선가시를 발라 밥 위에 놓아준다.
그런 민수를 유심히 보면서 밥을 먹는 연주.
26-2. 병실. (밤) 연주에게 시집을 읽어주는 민수.
민수 시집을 읽다가 보면, 연주 잠들어있다.
조용히 시집을 덮고 이불을 덮어주는 민수.
26-3. 병실내 화장실. (낮) 세면대에서 연주의 머리를 감겨주는 민수.
흐르는 땀을 닦으면, 이마에 삼푸가 묻는 민수의 얼굴.
26-4. 병실. (밤) 한밤중에 깨어 눈을 뜨는 연주.
민수가 앉아서 꾸벅꾸벅 졸고 있다.
안쓰럽게 보는 연주.
26-5. 병실. (낮) 머리를 빗는 연주. 빗에 묻어 나오는 머리카락뭉치.
연주 놀라며 빠진 머리칼을 만져본다.
이때 민수 들어오면, 얼른 감추는 연주.
26-6. 진찰실. (낮) 골수 검사를 받는 민수.
26-7. 병실. (밤) 민수 한밤 중에 깨어서 보면, 연주의 침대가 비어있다.
놀라서 화장실을 노크하고 열어보는 민수.
연주가 없는지 민수, 병실 밖으로 달려나간다.
26-8. 복도. (밤) 아무도 없는 텅빈 복도를 두리번거리며 달려나가는 민수.
불안하고 긴장되는 느낌. 멀리 세면실에서 들려오는 물소리.
민수 긴장하며 달려가 본다. 문이 열려있고, 불이 켜진 세면실.
26-9. 세면실 안. (밤) 연주가 민수의 양말을 빨고 있다.
26-10. 병실. (아침) 창가에 널어놓은 민수의 양말.
그 양말을 걷어 신는 민수. 잠을 자고 있는 연주를 본다.
S# 27 병실 (밤)
빗소리 들리고, 비가 내린다.
누워있는 연주의 품에 얼굴을 묻고 있는 민수.
연 주 (창 쪽을 보며) 난 비오는 날이 좋아. 빗소리도 좋고.
민 수 왜?
연 주 몰라. 그냥. 마음이 차분해지고 좋아.
연주 민수의 머리칼을 쓸어 넘긴다.
연 주 생각해보니까, 우린 원래 서로 원하던 이상형이 아니었는데...
민 수 아니. 넌 내가 원하던 여자였어.
연 주 정말?
민 수 그럼.
연 주 실은 민수씨도 내 이상형이야.
민 수 알아.
연 주 어떻게?
민 수 동식씨가 그랬어.
삐죽거리는 연주.
민 수 (고개를 들고 몸을 세우며) 연주야.
연 주 음?
민 수 (손을 잡으며) 나 내일 다시 제주도 내려가야 되는데...
연 주 맞아. 나 때문에 거기 일 많이 밀렸지?
민 수 나 없어도 혼자 잘 할 수 있지?
연 주 그럼. 잘 할 수 있어.
민 수 난 능력 있는 남자니까, 가서 바로 처리하고 며칠 내로 또 올라올게.
연 주 아니야, 일 여유 있게 해. 괜히 나 때문에 실수라도 하면 어떡해?
민 수 너 정말 나 없더라도 치료 잘 받고 씩씩하게 해야 된다?
연 주 알았어. 걱정 마.
민 수 그래...
민수 다시 연주에게로 엎드리고, 연주 민수를 안아준다.
S# 28 희정방 (밤)
빗소리 들리고, 영화연출 서적을 펼쳐놓고, 생각에 빠져있는 희정.
책을 덮어 던져놓고 벌떡 일어나 서성거리는 희정. 고민이 된다.
S# 29 기태집 거실 (밤)
빗소리 들리고, 기태모와 기태 과일을 먹으며 얘기하고 있다.
기태모 (시계 보며) 오늘 아버지 올라오시는데 좀 늦으시나보다... 너
참, 윤경이랑은 어떻게 할거야? 그 집에서는 그러고 나서 전화 한 통 없는데, 둘이 만나고는 있니?
기 태 걱정 마세요. 제가 내일이라도 윤경이 만나서 매듭을 지을게요.
기태모 섣불리 성질대로 하지 말고. 너도 정말 생각이 있는 거야?
기 태 그럼요.
기태모 뭐 책잡히고 그런 건 아니겠지?
기 태 제가 어디가 어때서요? 여자들은 한번씩 그러잖아요, 괜히.받아줘야죠, 뭐.
기태모 그런 거만 아니면 다행이구. 아무래도 아버지 올라오시는
대로 저쪽 집에 전화한번 넣어서, 어른들끼리 식사라도 한끼 해야겠다. 약혼식 미루고 내버려두면 파혼 당하는 거야.
파혼이라도 당해봐라 그게 무슨 망신이니?
기태 다소 불편해서 시선 피하는데, 이때 전화벨이 울린다. 기태 받는다.
기태모 이 밤중에 무슨 전화니...
기 태 청담동입니다.
남 자1 (다급한) 여기 백제병원 응급실인데요, 최현수씨 댁이죠?
기 태 (놀라며) 네, 그런데요?
남 자1 교통사곱니다. 최현수씨께서 많이 위독하세요.
기 태 네?
놀라는 기태를 빤히 보는 기태모.
S# 30 다른 병원, 중환자실 밖 복도 (밤)
줄줄이 호스들을 매달고, 중환자실로 실려 들어가는 기태부.
침대를 따라오던 기태모와 기태, 희정, 중환자실 문이 닫히면, 그 앞에 멈춰선다.
곧 이어 의사 서넛이 달려온다.
기 태 (의사를 따라가며) 지금 상태는 어떻게 됐습니까?
의 사 기다려 봅시다. 워낙 처음에 실려오셨을 때 부상이
심하셔서요. 최선은 다 해보겠습니다. (황급히 중환자실로 들어간다.)
기태 가족들과 윤변호사 멍하니 중화자실을 봤다가 시선을 돌린다.
기태모 (울기 시작하며) 이게 무슨 일이니, 마른하늘에 날벼락이지,이게 무슨 일이니...
희정 말없이 기태모를 데리고 나간다.
혼자 남은 기태. 불안하고 긴장된 표정이다.
잠시 후 윤변호사가 나타난다.
윤 맞은 편에서 달려오던 트럭이 중앙선을 침범했답니다.
무표정한 기태의 얼굴.
S# 31 연주 병실 (새벽)
연주 침대에서 자고있고, 민수 그 아래 보조 침대에서 자고 있다.
탁자 위에 놓여있는 핸드폰이 점등하면서 울린다.
연주와 민수 동시에 깨고, 얼른 일어나 받는 민수.
민 수 여보세요?
윤 (E. 침울한) 장실장, 나 윤변호사예요.
민 수 무슨 일이세요? 이 시각에?
윤 급히 좀 와줘야겠어요. 회장님이 위독하세요. 교통사골 당하셨습니다.
민 수 네?
놀라는 민수의 표정.
민 수 알았습니다...
전화를 끊고도 한동안 멍하니 서있는 민수.
연 주 무슨 일이야?
민 수 기태 아버님이 위독하시대... 가봐야겠어...
연 주 그래? 그럼 빨리 가봐. 뭐하고 있어...
민수 그제야 서둘러 옷을 갈아입는다.
S# 32 영안실 (새벽)
급하게 들어오는 민수.
이미 상복들을 입고 있는 기태 가족이 보이고, 그 너머로 기태부의 영정이 보인다.
들어선 민수를 보는 기태.
민수 기태와 마주친 시선 피하며 옆의 윤변호사를 본다.
민 수 (윤에게) 어떻게 된 거예요...?
윤 새벽 1시 반에 운명하셨습니다. (눈물을 훔친다.)
민수 멍하니 영정 앞으로 향한다.
희정과 기태모와 기태를 지나 영정 앞으로 가 향을 피우는 민수.
민수 절을 하고, 기태부의 사진을 보다가 돌아선다.
기태와 맞절을 하는 민수.
민 수 갑자기 이런 일을 당해서 어떡하니...
기 태 와줘서 고맙다.
둘의 시선이 부딪친다.
민수 일어서서 나오며, 기태모에게, 희정에게도 목례를 한다.
기태모, 민수를 쳐다보지도 않는다.
희정과는 한동안 쳐다보다가 시선 돌리는 두 사람.
허탈하게 나오는 민수.
S# 33 연주병실 (아침)
막 간호사가 연주의 닝겔을 조정하고 나가는데,
전화벨이 울린다. 전화를 받는 연주.
연 주 여보세요. 민수씨? 어떻게 됐어?
민 수 (E) 운명하셨어.
연 주 세상에...
S# 34 영안실 일각 (아침)
핸드폰으로 통화를 하고있는 민수.
민 수 나한텐 아버지나 다름없는 분이셨는데... (울컥 처음으로 운다. 곧 진정하며) 여기서 3일장 끝날 때까진 움직이기가
힘들 거 같은데... 어떻게 괜찮겠어?
연 주 (E) 그럼. 정애가 있으니까 여긴 염려하지 마.
민 수 연주야. 불안해하지 마. 그래도 달라지는 거 없으니까 넌 불안하게 생각하지 마. 알았지?
S# 35 연주 병실 (아침)
연 주 (이상한 기분) 알았어. 어서 그쪽 일 봐.
웬지 불안한 느낌으로 전화를 끊는 연주.
S# 36 묘지 (낮)
기태부의 장례식이 거행되고 있다. 불교식 정도.
기태 가족들 너머로, 민수가 조용히 울고 있다.
이성을 잃지 않는 기태의 모습과 대조된다.
윤변호사와 윤경의 모습도 보인다.
기태모와 희정의 울음이 터지고,
기태, 눈물을 보이는 민수를 날카롭게 돌아본다.
S# 37 빌딩 전경 (낮)
S# 38 민수 사무실 (낮)
앉아있는 민수. 고민이 된다. 잠시 후 나간다.
S# 39 기태 사무실 (낮)
민수 들어오면, 시름에 차있던 기태가 고개를 들고 본다.
민 수 장례 치르느라 그 동안 힘들었지? 갑작스럽게 그렇게 되셔서 나도 뭐라고 해야 좋을지 모르겠다. 잘 이겨내라. 나는 오늘 제주도 내려갈려구.
기 태 내려갈 필요 없어.
민수, 기태를 본다.
민 수 (약간 당황) 기태야. 그건 아버님이 나한테 맡기신 일이야.
기 태 그래. 그건 아버지 생각이었지. 난 내 방식대로 사업구도를 다시 짜야겠다.
민 수 이건 너무 심하지 않냐?
기 태 그 동안 니가 나한테 어떻게 했는지는 잘 생각이 안 나는 모양이구나. 이제 아버진 없어. 그걸 빨리 깨닫길 바란다.
민수 기태를 보더니, 그냥 나간다.
닫히는 문을 보는 기태.
S# 40 호텔 커피숍 (낮)
민수와 윤변호사가 마주 앉아있다.
민 수 아직 나이트클럽이 제 앞으로 안돼있다구요? 그럴 리가 없는데요?
윤 그날 경주로 떠나시면서 이전할 서류를 좀 미루라고
하셨답니다. (이제 윤변호사도 기태 편이 된 것.)
민 수 (얼른 생각이 드는) 최이사가 그렇게 했군요?
윤 그렇게 됐다고 하더군요.
민 수 그럼... 아버님이 저한테 주시기로 약속한 돈은 어떻게 됐습니까? 그건 꼭 돼야 되는데요.
윤 그게... 이제 최이사가 결정권을 쥐고있는 터라... 저도 어쩔수가 없네요.
민수 정신이 아득해진다.
S# 41 진찰실 (낮)
민수, 황박사 앞에 앉는다.
민 수 (놀라는) 정체상태라니요?
황박사 약물요법을 하고 있는데도, 백혈구 수치가 좀처럼 떨어지지 않네요. 항암제를 바꿔보거나 몇 가지 방법을 써보긴 했는데,
현재로서는 암세포가 약물에 전혀 반응을 하지 않아요.
민 수 그럼 백혈구 수치가 떨어졌다가 다시 올라갔단 말인가요?
황박사 그런 셈이지요. 그래서 새로 개발된 신약을 한번 써보는 건 어떨지 신중하게 의논을 하고 있는 중입니다. 그럴 경우
부작용이 나타날 수도 있고, 어려움이 따르는데, 신약투약 동의서에 서약할 건지 미리 생각을 해두시라구요.
민 수 본인한테 물어보겠어요. 저, 선생님! 무슨 수를 써서라도 그 수치 떨어지게 해주세요. 무슨 수를 써서라도요...
S# 42 복도 (낮)
무거운 표정으로 복도를 걸어오는 민수.
문 앞까지 와서는 멈춰서서,
얼굴 표정을 밝게 미소를 연습해보고는 들어가는 민수.
S# 43 병실 (낮)
들어오는 민수.
민 수 나왔어.
연 주 장례는 잘 치렀어?
민 수 음. 잘 끝났어.
연 주 아버지 같으신 분이랬지? 어떡하냐...
민 수 괜찮아.
연 주 이렇게 될 줄 알았으면 돌아가시기 전에 내가 인사라도 한번 갔어야 옳았는데...
민 수 아니, 아니야. 넌 그런 거 마음에 두고 신경 쓰지마. (화제 돌리는) 참, 방금 황박사 만나 뵙고 오는 길이야.
연 주 검사결과는 어떻대?
민 수 좋아지고 있대.
연 주 그래? 백혈구 수치는? 얼마나 떨어졌대?
민 수 조금씩 떨어지고 있대.
연 주 혈소판은?
민 수 그것도 좋아지고 있대.
연 주 (미소) 그래. 어때? 이 정도면 나도 혈액내과에 빠삭해졌지?
민 수 연주야. 좋아지고 있으니까 더 열심히 노력해야 돼. 알았지?
끄덕이는 연주.
민 수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그리고 참, 오늘 들은 얘긴데... 새로 개발된 신약이 있는데, 그걸 쓰면 치료효과를 더 기대해 볼
수도 있을 거래. 근데 부작용이 있을 수도 있다는데...
어떡할까? 해볼래...?
물끄러미 연주를 보는 민수.
연 주 민수씨 생각은 어때?
민 수 글쎄... 며칠 더 신중하게 생각해 볼까...?
연 주 (끄덕인다.)
민 수 그래, 그게 좋겠다. (애써 웃고는) 나 잠깐 나갔다 올게. 누굴 꼭 만날 일이 있어서.
연 주 그래.
민 수 오래 안 걸릴 거야. 금방 올게.
나가는 민수를 보는 연주.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 정도.
S# 44 기태 차안 (밤)
운전을 하고 가는 기태. 핸드폰이 울리자 받는다.
기 태 여보세요.
민 수 (E) 기태니?
기 태 무슨 일이냐? 니가 나한테 전활 다하고?
민 수 (E) 지금 어디니? 나 좀 보자.
미소가 감도는 기태의 표정.
S# 45 하바나 술집 (밤)
기태를 보며 말없이 술을 따라주는 민수.
기태 역시 말없이 민수를 보며 술을 따라준다.
술잔을 놓고 한동안 볼뿐 말이 없는 두 사람. 긴장감이 흐른다.
민수 먼저 술을 마신다.
기 태 왜 보자 그랬냐?
민 수 니가 나한테 이러는 거 좋다. 다 좋아. 제주도 일도 그렇고...
기 태 (말 가로채며) 그일 너한테 못 맡기겠다고 한 건, 니가 호텔에 관련된 주변상황을 나와 정 반대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너와 다른 판단을 내리는 사람은 누가 봐도
곤란하지 않겠니?
민 수 그래. 그렇지. 그건 니 사업이니까, 니가 결정한
대로해야겠지. 제주도 일 없었던 걸로 하는 것도 좋고, 다른 건 다 좋아. 다 포기할 테니까, 대신 아버님이 주시기로 했던
돈은 꼭 해줬으면 좋겠다. 그 것만큼은 아버님이 결정하신 거니까, 너도 그렇게 해줬으면 좋겠어.
기 태 아버님 결정? 난 아버지하고 틀려. 내가 왜 아버지 약속을 지켜야 되니?
민수가 기태를 보다가 술을 연거퍼 마신다.
민 수 연주가 심각한 병에 걸렸다. 많이 안 좋아. 그 돈 거기에 쓰려고 하는 거야. 넌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나한텐
중요한 여자다. 꼭 살려내고 싶다.
기 태 언제 그렇게까지 됐냐? 일회용인줄 알았는데, 놀랍긴 놀랍다.
민 수 넌 이런 내 마음 이해할른지 모르겠다만, 나 그 여자 죽어 가는 거 그냥 볼 수 없어서 그래. 넌 나보다 가진 것도 많고,
안 좋을 것도 없는데, 내 간절한 부탁 한번만 들어주라.
기 태 너 지금 동정에 호소하냐?
민 수 그냥 달라는 게 아니야. 빌려달라는 거다. 꼭 갚을게.
기 태 어떻게 갚을 건데? 평생 트럭 몰아서 갚을 수 있겠냐?
민 수 어떻게든 내가 꼭 갚는다. 이후로 다시 너한테 어떤 부탁도 하지 않을게. 이번만은 꼭 들어줬으면 좋겠다. 그 정도는 니가 충분히 해줄 수 있는 거잖아.
기 태 그래도 갚을려면 시간이 꽤 오래 걸릴 텐데?
술을 마시는 민수.
민 수 내가 너한테 어떻게 했으면 좋겠니? 그 동안 우리 같이 지내온 우정정도로 생각하면 안되겠니?
기 태 우정? 글쎄... 오랜 친구인 니가 최근엔 날 어떻게 대했는지
잊었구나. 그 전하고 같다고 생각하니?
다시 술을 마시는 민수. 연거퍼 또 술을 들이킨다.
민 수 (기태를 똑바로 보며) 그래. 니 밑으로 들어갈게. 그러면 되겠니?
기태, 민수를 본다. 바로 그 대답을 듣고 싶었던 것.
민수, 기태의 시선을 피하며 술을 마신다.
S# 46 하바나 밖 거리 (밤)
분노에 차서 걸어가는 민수.
S# 47 포장마차 (밤)
혼자서 술을 마시는 민수. 이미 비운 소주병이 보이고,
연달아 술을 들이키는 민수. 취해간다.
S# 48 병실 (밤)
연주와 정애, 시계를 보며 민수를 기다리고 있다.
정 애 민수씨 어떻게 된 거니? 정말 잠깐 나갔다 온다 그랬어?
연 주 응. 이상하네, 정말... 안되겠다. 너 그냥 들어가라. 오겠지 뭐.
정 애 괜찮아. 너 혼자 걱정하면서 기다릴 거 아니야.
연 주 아니야. 온다 그랬으니까 오긴 올거야. 너 전철 끊기겠다.
어서 들어가. 너 너무 늦게 보내도 내가 불안해서 안돼.
정 애 (한숨) 그래, 그럼 들어갈게. 민수씨한테 전화 해봐. 괜히 밤 홀딱 새면서 마냥 기다리지 말고.
연 주 알았어. 조심해서 가!
정 애 그래, 내일 보자.
정애 나가고 나면, 혼자 불안한 표정이 되는 연주.
S# 49 남산 - 연주와 만났던 곳 - (밤)
소주병 병나발을 불며 비틀비틀 걸어가는 민수.
마시던 술병을 던져버린다.
다시 비틀비틀 가던 민수, 발길에 걸리는 것들은 차버리고,
그러다 세워져있는 매점 입간판을 주먹으로 친다.
피가 흐르는 손. 민수 고통도 못 느끼는지, 멍하니 서있다.
이때 울리는 핸드폰.
민 수 (받는) 여보세요... 어, 연주니? 연주구나...
S# 56 병실 (밤)
핸드폰으로 전화를 하고 있는 연주.
연 주 민수씨, 술 마셨어?
민 수 (E) 음. 마셨어.
연 주 많이 취한 거 같은데? 어디야? 무슨 일이야?
민 수 (E) 아니야, 아무 일도 아니야. 그냥 기분 좋게 마셨어.
오랜만에. 그러고 보니까 술 참 오랜만에 마셨다.
S# 57 남산 (밤)
민 수 너한테 가봐야 되는데... 나 기다리고 있었을 텐데... 가서 널 안아줘야지. 금방 갈게.
S# 58 병실 (밤)
연 주 너무 취했으니까 오늘은 가서 숴. 안 와도 돼.
민 수 (E) 연주야...
연 주 응?
S# 59 남산 (밤)
민 수 사랑한다, 연주야... 사랑한다. 사랑해... 내 평생 누굴
사랑하게 될 줄은 몰랐다. 그게 너일 줄도 몰랐고... 사랑은 미친놈들만 하는 줄 알았는데... 미치도록 니가 좋다...
S# 60 병실 (밤)
민 수 연주야,
연 주 (E) 응?
민 수 우리 오래오래 같이 살자. 오래오래...
전화 끊는 연주.
S# 61 남산 (밤)
피 묻은 주먹을 꼬옥 쥐는 민수.
하늘을 올려다보며, 비틀비틀 서있다. (F.O)
S# 62 오피스텔 전경 (아침)
S# 63 오피스텔 (아침)
손에 상처가 난 채 자고 있는 민수. 굳지 않은 피가 엉겨붙어있다.
전화벨이 울리면, 숙취로 인해 아파하면서 받는 민수.
민 수 여보세요...
기 태 (E) 잘 잤냐?
민수 순간 표정이 굳어지며 정신이 확 깬다.
기 태 (E) 나 지금 약속이 생겨서 가봐야 되는데, 니가 와줘야겠다.
대답 없이 수화기만 내려놓는 민수.
S# 64 관리 사무실 (낮)
출근을 한 민수. 손에는 붕대를 감고 있다.
민수 기태방으로 가 문을 열면, 깨끗하게 치워져 있는 기태 사무실.
보다가 돌아서는데,
미스오 오늘 아침에 옮기셨어요. 위로.
민 수 그래. (가려는데)
미스호 참, 키... 받아놓으라고 하셨는대요.
차키를 꺼내 미스오에게 주고 돌아서는 민수.
S# 65 기태부 사무실 (낮)
민수 들어서면, 기태부 자리에 앉아있는 기태.
반갑다는 듯 일어나 소파로 온다.
기 태 앉아라. (둘러보며) 맨날 들락날락 했던 곳인데, 내가 와있으니까 어째 좀 이상하다. 사람들이 사무실 바꾸라
그래서 올라오긴 왔는데, 어째 아닌 것 같다. 니가 봐도 그렇지?
민 수 아니야, 잘 어울린다.
기 태 그래? 참, 차는 이제 내차 같이 쓰면 되니까 필요 없을 거고.
사무실은 그대로 써라. 니가 여기 같이 와 있을 수 없고 하니까.
민수 말없이 기태를 보다가 시선 돌린다.
S# 66 달리는 차안 (낮)
운전하는 민수. 옆자리의 기태.
기 태 손은 왜 그랬니? 싸웠니?
민 수 아니. 그냥 좀 다쳤어. 통유리 문에 끼어서...
기 태 어떡하다 그랬니? 괜찮아? 운전은 할 수 있겠니?
민 수 괜찮아.
둘 잠시 말이 없다.
민수 착잡한 표정, 기태는 모처럼 여유를 되찾았다.
기 태 얼마 만이냐, 이게.
민 수 ....
기 태 니가 나하고 같이 어딘가에 갈 때가 난 아주 좋다. 든든하고.
너도 오랜만에 참 좋지 않냐?
민 수 음. 좋다.
각자 따로따로 시선을 돌리는 기태와 민수.
S# 67 레스토랑 (낮)
기태와 윤경, 민수 셋이서 식사를 하고 있다.
윤 경 (민수에게) 식사 한번 같이 하기가 이렇게 어렵네요.
민 수 (미소만 지을 뿐) ....
기 태 아무래도 윤경씨가 나보다 너한테 더 관심이 많은 거 같다.
니 인상이 하도 좋아서 믿음이 간다 그러더라. 난 사사건건
못 믿으면서.
윤 경 전 사실 첫인상을 믿는 편이거든요. 처음 봤을 때부터
편하고 좋더라구요.
민 수 별 말씀을 요.
기 태 아참, 너 오늘 만나 김에 한가지 해명 좀 해줘야겠다.
민 수 (기태를 보는데) ?
기 태 저번에 너 제주도 내려가고 없었을 때 임정래라는 여자가 나 찾아온 거 말이야. 니 연락처 물으러 온 건데, 윤경씨는 자꾸
나랑 관련된 여자라고 오해를 해 가지고 아주 혼났다. 이번 기회에 니가 얘기 좀 잘 해줘라. 어차피 그 일은 니
일이니까, 니가 속 시원하게 풀어줘야지. 안 그러냐?
윤 경 이 사람 말이 정말 맞아요?
민 수 (얼른 말이 없자)
기 태 아직도 의심하네? 여자는 얘가 줄줄 따르지, 난 없다니까.
니가 빨리 얘기 좀 해줘. 오해해서 아주 죽겠다. 약혼까지 미루자 그러고. 내 말은 아무리 해도 믿어주질 않는다니까.
인상 좋은 민수한테 한번 물어봐.
윤 경 지난번엔 제가 정말 오해한 거예요?
민 수 네.
윤 경 혹시 다 짜고 나오신 거 아니에요?
민 수 아니에요. 기태는 여자문제 깨끗해요. 그때 정애씨는 나 찾아온 사람 맞아요. 내 여자친구의 친군데, 그때 잠깐 꼬인
일이 생겨서 내 연락처 물어보러 온 거예요.
기 태 내가 언제 윤경씨말고 다른 여자 만나는 거 봤냐? 그런 것도 얘기 좀 해줘라.
민 수 절대 그런 일 없어요. 믿으셔도 돼요.
기 태 사실 윤경이 만나기 전에도 나 클리어했잖아.
민 수 너무 깨끗해서 문제죠.
기 태 이제 오해 풀 꺼지? 아직도 내가 바람둥이 같애?
윤 경 알았어요. (민수에게) 참, 제주도엔 왜 안 내려가셨어요?
민 수 이제 안갑니다.
윤 경 왜요? 일 맡으셨다는 얘기 들었는데...?
기 태 (얼른) 여자친구가 아파서 병간호하느라고.
윤 경 어머, 여자친구 병간호하느라 일까지 미루셨어요?
대단하시네요. 어디가 얼마나 안 좋으신데요?
민 수 그냥... 입원해 있는 상태예요.
기 태 병원비가 많이 들어가서 내가 좀 도와주기로 했어.
민 수 (순간 멈칫하며 기태를 의식하는데)
윤 경 어머, 그래요... (하면서 기태를 흐뭇하게 본다.)
셋 말없이 식사를 한다.
민 수 (일어나며) 잠깐만이요.
기 태 왜? 어디 가게?
민 수 화장실.
일어나는 민수. 기태 민수를 본다.
S# 68 레스토랑 일각 (낮)
전화를 거는 민수.
민 수 연주니? 잠깐 나갔다온다 그러고선 계속 못 가봐서 미안해.
그 동안 밀린 일이 바쁘게 진행되는 바람에....
S# 69 병실 (낮)
핸드폰을 받고있는 연주. 연주는 약간 기운을 잃고 탈진한 상태다.
연 주 내 걱정 말고 일 열심히 해. 나 잘하고 있어. 내가 오늘도
얼마나 씩씩했는지 나중에 다 말해 줄게. 나 여기서도 벌써 인기 캡이다?
S# 70 레스토랑 일각 (낮)
민 수 (짧은 미소) 그래. 오늘 오후엔 어떻게든 시간 내서 꼭 가볼게. 보고 싶다.
연 주 (E) 나두...
핸드폰을 끊는 민수.
S# 71 어느 빌딩 앞, 기태 차안 (낮)
기태의 차 와서 멎으면,
기 태 (내리며) 먼저 들어가 있을 게. 차 대고 와라.
민 수 기태야.
기 태 음?
민 수 여기서 시간 얼마나 걸릴 거 같니?
기 태 왜?
민 수 나 병원에 좀 가봐야 되는데, 오늘은 여기서 그냥 들어가면 안되겠냐?
기 태 아, 참, 너 병원에 가봐야지. 연주는 괜찮냐?
민 수 음.
기 태 걱정 많이 되겠다. 무슨 병원이냐. 내가 웬만한 병원에는
아는 사람들이 좀 있는데. 특별히 신경 좀 써달라고
부탁해줄까?
민 수 됐다. 지금 병원도 잘하고 있어.
기 태 아니, 그래도 말 좀 해놓으면 확실히 다르다. 관심도 써주고.
기다리게 하지도 않고.
민 수 어떻게 할까? 난 좀 가봤으면 좋겠는데.
기 태 그럼 가봐라. 가봐야지. 진작 얘길 하지 그랬니?
민 수 그래, 그럼 차 대놓고 갈게.
민수 운전을 하고 사라지고, 사라지는 차를 보다가 돌아서는 기태의 시선.
S# 72 병실 앞 (낮)
무거운 걸음걸이로 걸어오는 민수. 힘든 표정.
병실 앞까지 와서는 멈춰 서서 큰 호흡을 하며 잠시 생각한다.
이윽고 문을 열고 들어가는 민수.
S# 73 병실 안 (낮)
민수 들어오며 살픗 미소를 지어 보인다.
그런데 병실안 아무도 없다.
민수 놀라서 다급하게 나가려는데,
이때 화장실에서 물 내리는 소리가 난다.
민수 그제야 안심하며 혼자 짧은 안도의 미소. 안쪽으로 들어와 서성거린다.
잠시 후 연주 닝겔을 매단 봉을 밀며 화장실에서 나온다.
민수, 말없이 연주를 안쓰럽게 보고 있다.
연 주 (민수를 발견하고) 어? 언제 왔어?
민 수 방금.
연 주 손은 왜 그래? 누구랑 싸웠어?
민 수 아니. 어제 술 먹고 넘어졌어.
연 주 조심하지 않구.
이때 민수 가서 연주를 덥석 안는다.
연 주 왜 그래...
민수의 표정 순간 일그러졌다 애써 진정하려 노력한다.
연 주 왜 그래... 간호사라도 들어오면 어쩔려구.
민 수 (더 꼭 안으며) 연주야. 너 무슨 일이 있어도 꼭 살아야 된다. 꼭. 꼭...
그대로 안고있는 두 사람.
민수의 볼에서 조용히 뜨거운 눈물이 흘러내린다.
- 12부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