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내사랑] 14
S# 1 병실 (낮)
연주는 침대에 희정은 의자에 마주 앉아있다.
희 정 실은 어떤 사람인지 궁금해서 왔어요. 민수오빨 그렇게
만들만한 힘이 어디서 나올까, 무척 궁금해서요. 처음엔
오빠가 연주씰 동정하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아니 그러길
바란 거죠. 그런데 아니라는 걸 알아요. 이런 말 해도 되는지
모르지만, 솔직히 지금 내가 제일 부러운 사람은 연주씨예요.
미안해요. 이런 말.
연 주 아니에요.
희 정 그런데 하고 싶네요. 정말 부러워요. 내가 연주씨처럼 똑같이
돼있다면, 민수오빠도 지금처럼 이럴까... 친구 같지도 않은
친구 밑에 들어가서 수모 당하면서, 나를 위해 치료비
댈려고 애쓸까... 아닐 거예요.
의아한 표정이 되는 연주.
희 정 물론 아버지만 돌아가시지 않았어도, 민수오빠 이렇게
힘들진 안았을 텐데... 우리 오빠가 나쁜 사람이에요.
아버지가 살아계실 때 주신 거 다 뺏고, 연주씨 목숨
왔다갔다하는 병원비 빌미로 민수오빠 이용하고 있으니까요.
인간 같지도 않은 사람이죠.
복잡하게 생각이 스치는 연주.
희 정 내가 대신 사과할게요. 민수오빠 걱정은 너무하지 마세요.
아버지가 주시려고 했던 만큼은 안되겠지만, 제가 대신
보상할게요. 내 친오빠가 그렇게 했으니까 저라도 해줘야
된다고 생각해요. 그건 당연히 민수오빠 몫이고, 그 동안
아버지로부터 받은 사랑의 댓가니까, 제가 주는 것도 아니죠.
잠시 고개 숙이고 머뭇거리는 희정.
희 정 나 실은 여기 들어오기 전에, 밖에서 연주씨 보면서,
혹시라도 저 여자가 잘못되면 하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지금은 아니에요. 꼭 살아서 민수오빠 행복하게 해주세요.
태어나서 단 한번도 행복이 뭔지 느껴보지 못한 사람이에요.
꼭 그렇게 해주세요. 약속해 줄 수 있죠?
끄덕이는 연주.
희 정 오늘 나 만나줘서 고마웠어요. 난 곧 유학가게 될 거예요.
그러니까 나중에 아주 오랜 시간 지나고 우리 또 만나요.
일어서는 희정. 연주를 한번 더 보고는 그대로 나간다.
희정의 뒷모습을 보는 연주.
S# 2 제주 공항 대합실 (낮)
윤경이 양손에 선물상자를 들고 나오면,
기 태 여기야!
윤 경 네.
민 수 (어느 새 달려가) 주세요. 오느라고 힘드셨죠?
윤 경 안녕하세요.
기 태 뭘 이렇게 들고 왔어?
윤 경 다 들 일하는데, 그냥 오기도 뭐하고 그래서요. 호텔 직원들 하나씩 나눠주세요.
앞서 걸어나가는 기태와 윤경.
기 태 전시는 잘 끝났어?
윤 경 네, 어제 쫑파티까지 잘 끝났어요...
뒤에서 상자를 들고 가는 민수.
S# 3 공항 입구 (낮)
차 트렁크에 짐을 싣고는 차문을 열어주는 민수.
윤 경 민수씨가 수고가 많네요. 괜히 저까지 내려와서.
민 수 아니에요.
윤경과 기태 차에 오르면,
문을 닫아주고 운전석으로 가는 분주한 민수.
출발하는 차.
S# 4 제주 해안도로, 달리는 차안 (낮)
민수 운전을 하고 있고, 뒷좌석에 앉아있는 기태와 윤경.
윤 경 참, 민수씬 여기 왜 내려와 있어요? 여자친구 간호하느라고
제주도 일 미뤘다고 하지 않았어요?
민 수 아, 예...
기 태 나 좀 도와줄 일이 있어서.
윤 경 그럼 병실엔 누가 있어요?
민 수 낮엔 혼자 있고, 밤엔 친구가 와있어요.
윤 경 네에... (생각하는 기분.) 그럼 걱정되시겠네요. 전화라도 자주
해주세요. 아픈 사람도 혼자 있는 거 힘들테구...
기 태 전화를 얼마나 자주 하는데, 틈 나면 전화하지, 너?
민 수 음...
창 밖으로 혼자 시선을 던지는 윤경.
S# 5 호텔 앞 (낮)
호텔 앞에 와서 멎는 차.
민수 튀어나와서 문 열어주면, 내리는 기태와 윤경.
기 태 (민수에게) 호텔 구경시켜주고 나올 테니까 기다리고 있어.
(윤경에게) 가지.
기태와 윤경은 호텔로 들어가고,
민수는 다시 운전석으로 들어간다.
차를 몰고 주차장으로 가는 민수.
S# 6 주차장 (낮)
차 밖에 서성이며 전화를 걸고 기다리는 민수.
민 수 연주니? 좀 어때?
연 주 (E. 안쓰러운) 좋아. 민수씨는 괜찮아?
민 수 그럼. 나 오늘 올라간다. 너 보러.
S# 7 병실 (낮)
누워서 전화통화하고 있는 연주.
연 주 혹시 괜히 무리해서 올라오는 건 아니지?
민 수 (E) 아니야. 내일은 내가 여기 없어도 돼. 내부 공사 다
지시해 놨고, 새로 뽑을 사람들도 대충 심사 끝내놨어.
S# 8 주차장 (낮)
민 수 근데 이번엔 오래 있진 못해. 내일 바로 다시 내려와야 돼.
도의원들하고 저녁을 먹어야 될 일이 있는데, 그게 내일로
잡히는 바람에...
S# 9 병실 (낮)
민수의 이야기를 듣고 있기가 힘이 드는 연주.
민 수 (E) 아무래도 내가 직접 만나야 일 처리가 빠를 거 같애서. 이해해 줄 수 있지?
연 주 그럼...
민 수 (E) 나 잘 하고 있으니까, 너도 잘 해야 된다?
연 주 응... 민수씨.
민 주 (E) 음?
연 주 고마워. 고마워...
S# 10 주차장 (낮)
민 주 뭐가...
연 주 (E) 사랑해, 민수씨. 사랑해...
민 수 그래. 나두.
S# 11 병실 (낮)
연 주 나 어떻게든 꼭 살 거야. 살아서 민수씨한테 잘할게.
두고두고 정말 잘해줄게...
민 수 (E) 그래. 그래... 내가 빨리 올라가서 너 많이 안아줄게. 아주 많이...
울음소리를 감추려고 수화기를 막고 우는 연주.
S# 12 호텔 일각 - 정애와 걷던 곳 (낮)
윤경과 기태, 거닐며 이야기를 나눈다.
기 태 한번 취소됐다가 다시 한다니까 약혼식도 스릴 있고
괜찮은데? 결혼식도 스릴 넘치게 할 건 아니지?
윤 경 자꾸 놀릴 거예요?
기 태 다시는 그러지 말라고 하는 얘기야. 결혼식은 가능한 빨리 올리자.
윤 경 너무 서둘지 말아요.
기 태 왜? 내가 미심쩍어?
윤 경 어머? 무슨 그런 소릴 해요?
기 태 나 괜찮은 남자야. 윤경이한테만 충실할 거고. 이 호텔
지금은 아무 것도 아니지만, 내 손으로 근사하게 만들어낼 거야.
윤 경 믿으니까 그런 말 자꾸 안해도 돼요.
기 태 안 믿으니까 자꾸 하는 거야.
윤 경 ....
기 태 참, 아버님 이번에 또 출마하신다고 들었는데?
윤 경 네. 재선되면 좋구요.
기 태 사업도 하시면서 정치도 하시고. 어떻게 두 가지를 다
하시는지 신기해. 여기 일 자리 잡히는 대로 나도 아버님
도와드리도록 할게. 이제 아버지도 안 계시고, 나한테는
윤경이 아버님이 친아버지 이상이야. 자주 찾아뵙고 자문도
구하고 그래야겠어.
윤 경 그래요. 아마 적극 도와주실 거예요.
웃는 윤경과 기태.
S# 13 병원 휴게실 (낮)
연주 혼자 커피를 뽑아 앉으면, 조금 옆에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는 명석.
명석 프라스틱 스푼을 떨어뜨린다. 연주 발 밑에 떨어지는 스푼.
명석 와서 주우려고 하면,
연 주 (주워 주며) 버려. 새로 하나 달라 그래.
명 석 (그 말에 대꾸 않고) 되게 예쁘다. 무지하게 예쁘네.
연 주 너 607호에 있지?
명 석 어? 어떻게 알아요? (하면서 옆에 앉는다. 스푼을 환자복에
슥슥 닦고는 다시 퍼먹는다.)
연 주 (슥슥 닦고 먹는 거 보면서) 몇 번 봤어. 너 찬 거 먹으면 안되지 않니?
명 석 연주씨도 커피 마시면 안되지 않아요?
연 주 뭐? 연주씨? 너 웃긴다? 쪼그만 게? 함부로 까불지 마.
명 석 나한테도 함부로 까불지 마요. 난 뇌종양 말기예요.
연 주 그래, 난 백혈병 3기다. 됐냐? (그러다가 보며) 넌 입원한지
오래 됐다며? 죽 여기서만 있었어?
명 석 (끄덕인다.)
연 주 난 솔직히 내가 죽을 거 같진 않아. 이상해. 꼭 그런 느낌이 들어.
명 석 나도 그래요. 근데, 그러다 한번씩 아파 봐요. 그럼 차라리
죽는 게 낫죠... (그러면서 잠시 목이 잠긴다. 씩씩한 듯
목청을 돋구고는) 누나 되게 예쁘더라. 왔다갔다하면서
봤어요.
연 주 너 내 병실 가끔 훔쳐보지?
명 석 .....
연 주 괜찮아. 봐도 돼.
명 석 그 남잔 누구예요? 애인?
연 주 응.
명 석 별루야. 차버려요.
연 주 뭐가 별룬 데?
명 석 그냥 맘에 안 들어요.
웃는 연주. 이때 연주를 찾던 정애가 와서 친다.
정 애 연주야, 회사에서 송과장님 오셨어.
연 주 어머, 그래? (하면서 일어나 급히 정애와 가버린다. 순간
명석을 잊어버린 것.)
명석 섭섭한 듯이 보다가 삐죽거리며 고개 돌린다.
먹던 아이스크림을 쓰레기통에 넣는다.
S# 14 병실 (낮)
연주와 정애 급하게 들어오면, 앉아 있다가 일어서는 송과장과 동식.
연 주 어떻게 여기까지 오셨어요?
송과장 세상에, 이게 웬 일이니, 연주야? 그 팔팔하던 니가.
연 주 저 괜찮아요. 앉으세요.
송과장 그래. 빨리 나아서 다시 와라. 니가 없으니까, 라인이 텅 빈
거 같애. 정애도 짝 잃은 외기러기 같고.
연 주 네.
동 식 저기, 과장님.
송과장 어, 참. (품에서 봉투 두 개 꺼내며) 이거 얼마 안 되는데,
회사에서 모금한 거다. 이건 이사님이 보내신 거고.
연 주 (동식을 보며) 이런 거 뭐 하러 해왔어요? 나 그냥 좋은
남자 만나서 시집 간 걸로 해달라니까...
동 식 별로 도움이 안될 텐데, 넣어 둬.
연 주 난 이런 거 모금할 때 꼬박꼬박 참여하지도 않았는데...
고맙다고 전해주세요.
송과장 그래. 마음 굳게 먹고. 회사 꼭 나와야 된다.
연 주 네...
S# 15 호텔 레스토랑 (저녁)
윤경, 기태, 민수가 저녁 식사를 하고 있다.
윤 경 민수씬 여기서 무슨 일 하고 계신 거예요?
민 수 네? 기태 일정도 봐주고, 비서 겸 기사죠. 왜요?
윤 경 그 정도는 다른 사람이 해도 되는 거 아니에요?
기 태 윤경인 남자들 일에 관심이 많네?
윤 경 아니요, 민수씬 서울에 가있어야 되는 거 아닌가 해서요.
걱정도 되고.
기 태 안 그래도 오늘 올라갈 거야. 계속 있는 거 아니고
왔다갔다해.
윤 경 그래도 낮에 혼자 있다잖아요.
기 태 언제까지 계속 간호만 할 순 없잖아. 돈을 벌어야 병원비도
대지. 안 그래?
윤 경 병원비는 기태씨가 주고 있다고 하지 않았어요?
기 태 그게 그거지.
윤 경 두분 친구라면서 최근에 좀 이상해요.
기 태 뭐가?
민 수 (얼른) 이상할 거 없어요, 윤경씨. 이제 기태가 최고대표가
됐잖아요. 그래서 내가 특별히 신경 써서 해주는 거예요.
사람들 이목도 있고 하니까.
윤 경 그래도 그렇죠. 좀 지나치세요.
기 태 윤경이가 신경 쓰일 정도면 너무 그래도 이상하니까, 니가
조절을 해라. 내가 할 순 없잖니.
민 수 그래.
다시 말없이 밥을 먹는 기태와 민수.
두 사람을 이상하다는 듯 보는 윤경.
S# 16 호텔 로비 (밤)
윤경은 없고, 기태와 민수만 걸어 나온다.
민수 간단한 상경 짐을 챙겨 나오는 것.
기 태 (돈봉투 내밀며) 저번보다 좀 더 넣었다.
민 수 (받으며) 고맙다.
기 태 내일 내려 올 거지?
민 수 음.
기 태 일찍 와라. 가능하면.
민 수 .... 알았다.
기 태 갈 때 윤경이한테 말조심하고. 눈치가 보통 비상한 여자가 아니다.
민 수 뭘 그런 걱정을 하냐.
기 태 하긴 니 눈치도 프로 4단은 되니까.
둘 호텔 밖으로 나간다.
S# 17 호텔 앞 (밤)
호텔에서 나온 기태와 민수, 윤경이 타고 있는 차로 향한다.
민수 간단한 짐을 트렁크에 싣고 운전석으로 들어가고,
기태가 오자, 뒷좌석의 윤경이 차창을 내린다.
기 태 공항까지 못나가서 미안해.
윤 경 뭘요, 지역사람들하고 모임있다면서요. 여기서 사업할려면 참석해야죠.
기 태 약혼식 전에 한번 올라가게.
윤 경 네. 전화할게요.
기 태 (민수에게) 윤경씨 서울 집까지 잘 모셔다 드려라.
민 수 걱정 마.
출발하는 차. 기태 손을 흔들고, 보다가 돌아선다.
S# 18 병실 (밤)
정애 과일을 깎고, 연주 물끄러미 보고 있다.
연 주 내가 죽으면 그 사람 그 여자한테 갈까?
정 애 미쳤나봐. 니가 죽긴 왜 죽어?
연 주 아니, 그냥... 하루종일 참 별별 생각이 다 들더라. 그 여잔
무슨 생각으로 왔을까... 내가 봐도 참 괜찮은 여자든데...
민수씬 왜 그 여자 마다했을까?
정 애 기태 그 자식 동생이면 똑같겠지, 뭐.
연 주 아니야. 그렇지 않더라. (한숨)
정 애 민수씬 그럼, 왜 그 동안 말도 안한 거야?
연 주 나 땜에 그랬겠지. 걱정할까봐.
정 애 안되겠다. 나 적금 깰게. 그 동안 민수씨가 하도 안 받겠다
그래서 그냥 있었는데, 보탤 테니까 그런 줄 알아.
연 주 너 시집갈 때 써야지 무슨 소리니? 말도 안돼. 하지마.
정 애 너 아프다고 봐주니까 자꾸 니 맘대로 하는데, 뭐라고
하지마. 어떻게 민수씨한테만 맡겨두니? 난 뭐 아무것두 아니니?
연 주 (한숨) 이게 뭐니? 너랑 민수씨랑. 이럴 줄 알았으면
보험이라도 들어두는 건데... 작년에 시집간 반장 언니
찾아와서 하나 들어달랠 때 넌 들었지? 난 왜 그때 그 언니
무슨 돈이라도 뜯으러 온 사람처럼 대했을까? 그때 보험
들어왔으면 지금...
정 애 됐어. 다 지난 일인데 뭘 자꾸 얘기해. 우리 다 괜찮아. 너나
아무 생각 말고 잘해. (그러다 보며) 너 혹시 쓸 데 없는
생각하는 거 아니지? 지금 그러면 이제까지 잘 해온 거 다
수포로 돌아간다. 민수씬 너 살리지도 못하고 지금까지
고생하며 댄 거 헛 거로 돌아가고. 내말 무슨 말인지 알지?
연 주 알아. 그래서 이러고 있잖아... (속상해서 일그러지는 얼굴.)
정 애 얘가. 민수씨 금방 올텐데, 좋은 얼굴로 대해야지.
연 주 (금방 진정하며) 그래. 맞아. 정애야, 나 치료는 받을 테니까,
병실만이라도 옮기자고 해. 그렇게 해야 돼. 이방이 하루에 얼만데.
정 애 그래. 그건 그렇게 하자. (휴지 뽑아 손거울 준다.)
손거울 보며, 눈가를 닦는 연주.
S# 19 희정방 (밤)
생각에 빠져있는 희정.
기태모 과일을 들고 들어오면, 희정 얼른 생각에서 깨어난다.
기태모 너 아직도 민수 생각하고 있니? 아버지도 안 계신데 너까지
내 속 자꾸 썩힐 거야?
희 정 아니. 아니야, 엄마. 그렇지 않아. (기태모를 잠시 봤다가) 나
실은... 민수오빠 결혼할 여자 봤어. 우연히. 둘이 잘
어울리더라. 생각해보니 민수오빠하고 나하고는 안 어울리는
거 같애... 내가 왜 그런 생각을 했는지 모르겠어... 엄마 그
동안 나 땜에 속 많이 상했지? 미안해. 나 민수오빠 생각 안
하니까, 엄마도 민수오빠 너무 미워할 필요 없어. 자꾸
엄마가 민수오빠한테 나쁘게 하니까 그 동안 내가
반발심으로 더 그런 거 같애. 그러니까 너무 심하게는 하지
말아요. 알았지?
기태모 니가 그렇다면 나야 뭐... (안심이 되는 표정.) 그리고 너
진짜 유학 갈 거야? 식구도 많지 않고, 너까지 외국 나가면
니 오빠랑 나랑 달랑 둘인데, 난 어떡하라고 그러니? 다행이
윤경이가 우리집에 들어오면 집안 분위기가 좀
나아지겠지만, 난 그래도 너 안 갔으면 좋겠다.
희 정 생각해볼게요. 나도 요즘 여러 가지로 머리가 복잡해.
(그러면서 눈치 살핀다.)
기태모 그래... 그리고 너무 니 오빠 속 긁지 마라. 니 오빠도 갑자기
아버지가 하시던 사업 맡아서 저러고 다니는데, 얼마나 힘에
부치겠니. 난 너 졸업하고 여기서 오빠 일 도왔으면 좋겠어.
희 정 그건 좀 그렇고... 엄마 나 유학 안가고 여기서 그냥
영화기획일 해보고 싶기도 해. 그건 영화 찍으러 다니는
거랑은 달라. 여자들도 많이 하고. 엄마도 알지?
기태모 알지.
희 정 그래서, 경험 좀 쌓게 일단 사무실 하나만 차려주면 안돼?
나머진 내가 발로 뛰어서 어떻게 해볼게.
기태모 빌딩에 니 오빠 쓰던 사무실 써라.
희 정 아이, 그건... 민수오빠 방하고도 너무 가깝고, 싫어. 단독주택
같은 거 사서 개조하면 좋을 거 같은데. 마당도 있고.
그렇게들 많이 하거든요. 나 그냥 해달라는 거 아니고,
시집가면 나한테 주려고 했던 거 미리 좀 당겨주면 안돼요?
만약에 다 까먹으면 또 달라고 안 할게. 외국 나가는 거
보담은 그게 좋을 거 같기도 하고... 어때요?
기태모 그래, 그렇게 해라. 오빠한테 내가 얘기해보마.
희 정 아이, 그 정도는 오빠한테 말할 거 없이 엄마가 따로 해줄 수도 있잖아.
기태모 그래도. 얘긴 해야지. (일어난다.)
희 정 엄마, 빨리 해줘야 돼? 내가 봐둔 집이 있거든. 빨리요?
기태모 나가면, 생각에 빠지는 희정.
S# 20 김포공항 주차장 (밤)
걸어온 민수와 윤경, 윤경의 차 앞에서 선다.
윤 경 됐다니까요. 그만 가세요.
민 수 키 주세요. 운전해드려야죠.
윤 경 아니, 얼른 병원에나 가보세요.
민 수 괜찮아요. 피곤하실 텐데, 모셔다 드릴게요.
윤 경 (차문 열고 들어가며) 집 앞까지 간 걸로 할게요. 연자친구분
기다리겠어요, 얼른 가세요.
민 수 (웃으며) 그럼. 다음에 또 뵈요.
돌아서서 걸어오는 민수.
차안의 윤경 문득 민수의 뒷모습을 보더니, 크락션 울린다.
민수 돌아보면, 윤경 차를 출발해 민수 옆에 대며,
윤 경 타세요. 제가 가는 길에 병원 앞에 내려드릴게요.
민 수 아닙니다. 됐어요.
윤 경 어때요, 타세요. 그 병원 제 친구도 있고, 저도 가끔 가요.
민 수 아니에요. 그냥 택시 타고 가면 되요.
윤 경 가는 길인데요, 뭐. 타시라니까요? 어서요.
할 수 없이 타는 민수.
출발하는 차.
S# 21 병실 (밤)
정 애 (주스를 따라주며) 과일 깎았는데 하나도 먹지도 않고, 그럼 이거라도 마셔. 자.
연주 기운없이 주스잔을 받다가 시트에 엎지른다.
연 주 어머, 어떡하니?
얼른 휴지통 당겨, 닦는 정애와 연주.
정 애 안되겠다, 축축해서. 내려와 봐. 새로 갈아야겠다.
S# 22 병원 근처, 차안 (밤)
윤경이 운전을 하고, 민수가 옆에 타있다.
민 수 다 왔네. 요기서 내릴게요. 고마워요.
윤 경 들어가야죠. 어떻게 여기서 내려드려요.
민 수 그냥 여기서 세워주시면 되는데... (이미 차가 들어가고 있는 것.)
민수 머슥하게 윤경을 보며 웃는다.
병원 앞으로 들어가는 윤경의 차.
S# 23 병실 복도 (밤)
시트를 들고 간호사 데스크로 오는 정애.
정 애 이거 뭘 좀 쏟아서 새로 갈려고 하는데요, 어디 가서 받아요?
바쁜 간호사 불친절하게 얘기하면,
정 애 네? 뭐라구요?
S# 24 병원 입구 (밤)
차에서 내리는 민수.
민 수 이거 어떻게 거꾸로 됐네요. 조심해서 가세요.
윤 경 (차에서 나오며) 온 김에 저도 잠깐 올라가서 인사하고 갈게요.
민 수 아니, 그러실 필요 없어요. 피곤하실 텐데 그냥 댁으로
들어가세요.
윤 경 피곤하긴요. 여기까지 와서 어떻게 그냥 가요.
민 수 그럼 다른 날 기태랑 같이 오세요. 그게 좋을 거 같은데?
윤 경 그 사람 이상하게 여기 가잔 소린 안 하든데요? 제가 그냥
잠깐 들르죠, 뭐. 민수씨 결혼할 분인데, 인사는 해야죠. 안 그래요?
먼저 앞장서서 들어가는 윤경.
난감해하며 얼른 따라가는 민수.
S# 25 병원 복도 (밤)
낡은 시트를 들고 간호사를 쫓아 비품실로 들어가는 정애.
정 애 (불만) 시트 하나 가는데, 이리 가라, 저리 가라, 뭐가 이렇게 복잡해요?
정애 들어가고 나면, 복도에서 걸어오는 윤경과 민수.
윤경 드링크제 박스를 들고 있다.
S# 26 병실 (밤)
들어서는 민수와 윤경.
연 주 (돌아보며) 민수씨! (뒤따라 들어오는 윤경을 보고 의아한 표정.)
윤 경 (들어서며) 안녕하세요.
연 주 (엉거주춤 민수를 본다.)
민 수 기태하고 약혼하실 분이야. 윤경씨라고... 인사해.
연 주 (선뜻 반가워는 못하는) 네, 그러세요.
윤 경 말씀 많이 들었어요. 빨리 나으셔야 할 텐데요.
연 주 그렇게 되겠죠. 앉으세요.
민수는 초조해서 보는데,
윤 경 (앉으며) 금방 가야죠. (휙 둘러보다 기태가 보낸 화분도 보고) 혼자 계세요?
연 주 친구가 와있는데, 잠깐 나갔어요.
괜히 문쪽을 돌아보는 민수.
S# 27 복도 일각 (밤)
비품실에서 새 시트를 받아들고 나오는 정애.
S# 28 병실 (밤)
윤 경 (일어나며) 이만 가볼게요. 두분 말씀 나누셔야죠.
연 주 어머, 왜 벌써 가세요.
민 수 (연주에게) 나갔다 올게.
윤 경 (나가며) 나오지 마세요.
민수 문밖으로 따라나간다.
S# 29 병실 앞 복도 (밤)
민 수 (따라 나오며) 요 앞까지만 나갈게요.
윤 경 혼자 있는데, 그냥 계세요. 오랜만에 만났는데, 제가 괜히
방해만 했잖아요. 들어가세요.
윤경 민수를 만류하고, 혼자 걸어나간다.
민수, 윤경을 보다가 병실로 들어간다.
걸어나오는 윤경.
정애가 새 시트를 들고 온다.
서로 보게 되는 윤경과 정애. 정애 그냥 지나치려는데,
윤 경 안녕하세요. 우리 한번 봤지요? 기태씨 사무실에서.
윤경을 돌아보는 정애.
S# 30 옥상 휴게실 (밤)
캔음료를 놓고 마주 앉아있는 윤경과 정애.
윤경은 자존심도 있고 매우 조심스러운 태도이고, 정애는 감은 잡았지만 기분이 나쁘다.
윤 경 연주씨 친구라고 얘길 들었어요.
정 애 네. 임정애라고 해요. 그런데 저는 왜요?
윤 경 전 강윤경이에요. 기태씨하고 약혼할 사람이에요.
정 애 그런데 무슨 일로 그러세요?
윤 경 저, 뭔가 한가지 확인을 하고 싶어서요.
정 애 저한테요?
윤 경 네. 전 원래 직감을 믿는 편인데, 뭔가 계속 맘에 걸려서요.
우리 그날 잠깐 스쳤을 때 저는 웬지 그냥 연주씨 친구분은
아닌 것 같은 이상한 기분이 들었거든요.
정 애 무슨 말씀이세요? 그럼 제가 기태씨란 분하고 무슨 관계라도
있단 말씀인가요?
윤 경 (직감이 틀렸나? 하는 기분도 들면서) 그런 건 아니구요...
기분 나쁘게 할 생각은 없어요. 그냥 몇 가지 확인을 하고
싶은 것뿐이데요...
정 애 이미 불쾌해졌네요. 댁의 놀라운 직감 때문에 내가 왜 여기 있어야 하죠?
윤 경 솔직히 말씀 드릴게요. 전 지금 정애씨를 의심하면서 그
남자에 대한 소유권 같은 거 주장할려고 하는 게 아니에요.
그런 유치한 짓 할만큼 그 남자한테 눈이 멀진 않았어요.
제가 약혼을 앞두고 마음이 복잡한 건지도 모르지만, 전
단지 그 남자가 어떤 사람인지를 정확하게 알고 싶어요.
제겐 중요한 문젭니다. 알아야 할 것이 있다면 꼭 알고
싶어요. 정확한 선택이 나머지 노력보다 훨씬 더
중요하니까요.
정애 다소 혼란스러워 진다.
정 애 그래서 뭘 알고 싶으신가요? 본인의 직감대로 상상하기 싫은
일이라도 있었다면 파혼이라도 하실 건가요?
윤 경 당연하죠. 만약에 그렇다면... 전 그 남자를 선택할 이유가
없어요. 난 나 자신을 매우 사랑하는데, 하찮은 데다 나를
던진 순 없으니까요.
정 애 (망설이는) .... 같은 여자로서 절 찾아오신 거라면....
윤 경 그런 거예요. 우린 우리끼리 도와야 한다고 생각해요.
정 애 좋아요. 내가 댁이라면 그 남자 선택하지 않겠어요. 아주
비열하고 나쁜 자식이니까. 나한텐 최악의 예의를 보여줬죠.
난 아주 많은 걸 배웠어요. 어떻게 보면 자업자득인데,
돈으로 살 수 없는 걸 알게 됐죠.
씁쓸한 미소로 그러나 힘있게 윤경을 보는 정애.
S# 31 병실 (밤)
시트를 들고 들어오는 정애. 정애는 기분이 좋지 않다.
연 주 왜 이렇게 한참 걸렸어?
정 애 오셨어요? 이거 하나 주는데, 뭐가 이렇게 복잡하냐. 나 그만 가볼게.
민 수 왜 저만 보면 그냥 가세요?
정 애 그런 거 아니에요. 둘이 있으라고 비켜드리는 거예요. 얘기 많이 해.
서둘러 나가는 정애를 보는 두 사람.
민 수 정애씨 무슨 일 있나?
연 주 아니.
그러면서 둘 마주보게 되고 그대로 쳐다보고 있다.
민수, 기다렸다는 듯이 연주를 끌어안는다.
민 수 보고 싶었다. 되게 보고 싶었어.
연 주 나두. 나두 민수씨.
둘 서로를 꼭 안고 오랫동안 그렇게 있다.
연 주 힘들텐데, 고마워.
민 수 내가 뭐가 힘드니. 니가 힘들지.
연 주 나 하나도 안 힘들어. 하나도...
더 꼭 안으며 서로에게 얼굴을 묻는 두 사람.
S# 32 제주도 호텔 전경 (낮)
S# 33 호텔방 (낮)
자고있는 기태. 전화벨이 울리면 시계를 보며 전화를 받는다.
기 태 여보세요... 웬일이세요? 집에 무슨 일 있어요?
기태모 (E) 윤경이네 집에서 파혼을 하잰다.
기 태 네? 파혼이요? 아니 어제 멀쩡하게 왔다 갔는데, 갑자기 왜요?
기태모 (E) 니가 알지 내가 아니? 당장 올라와!
철컥 끊기는 전화.
의아한 표정의 기태. 피곤하다는 듯 수화기 내려놓는다.
S# 34 진찰실 (낮)
민수와 황박사가 마주 앉아있다.
민 수 지금 상태는 어떤가요?
황박사 기대 이상으로 좋아지고 있어요. 좀 있으면 골수이식도
기대해볼 수 있을 거 같아요.
민 수 그럼 곧 큰돈이 들어가겠네요?
황박사 그래서 보자고 했어요. 골수 이식을 받기 전에 강력한
면역억제요법을 실시해야 되니까, 지금부터 비용이 많이 들
거예요. 어렵겠지만 지금 시기가 아주 중요해요.
민 수 (힘든 표정, 생각하는) 네....
황박사 치료라는 게 복싱하고 비슷해요. 1, 2라운드에서 병균을
KO를 시켜야지 시기를 놓치면 힘겹게 마지막 라운드까지
뛰어야 되는 것과 같아요.
민 수 잘 알겠습니다. 염려 마세요. 며칠 내로 더 준비하겠습니다.
복잡한 표정으로 일어서는 민수.
S# 35 기태집 거실 (낮)
기태와 기태모 소파에 앉아있다.
기태모 너 도대체 어떻게 된 거냐? (메모지에 써놓은 것보고)
임...정애라는 여자애가 누구야?
기 태 예? 누구요...? (순간 생각을 헤아리는 듯 복잡해진다.)
기태모 (메모지 치며) 도대체 얘가 누구냐니까? 빨리 말 못해?
기 태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요?
기태모 니가 모르면 누가 아니? 윤경이가 이 애를 만나서 다 확인을
했다는데, 대체 너 이 기집애하고 무슨 일이 있었던 거고,
윤경이가 뭘 확인을 했다는 거야? 너 도대체 밖에서 뭐하고
다니는 거냐? 어?
기 태 엄만 도대체 누구 말을 믿는 거예요? 윤경이 그 기집애
안되겠네? 나랑 결혼하기 싫으면 그냥 싫다 그러지, 왜
알지도 못하는 여자애는 끌어들여서 사람 드럽게
몰아붙여요?
기태모 뭐? 그럼 윤경이가 얘, 임정애라는 애를 만들어내서 이런
다는 거니, 지금?
기 태 아니, 그렇지 않구요. 우리 집을 얕보고 이러는 거 같은데,
나도 기분 나빠서 더 이상 이 결혼 못하겠어요. 거기랑 결혼
안 하면 그만이지 뭐가 아쉽다고 그러세요? 파혼하면 여자
쪽이 흉되지 우리가 손해날 게 뭐가 있다구요?
기태모 너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하니? 그 집이 앞으로 너 일하는데
얼마나 큰 힘이 될텐데, 그게 말이나 되는 소리야? 너
윤경이한테 가서 빌어라. 손이 발이 되게 빌어서라도 윤경이
마음 바꿔 놔!
기 태 그럴 거 없다니까요. 우리도 꿀릴 거 없어요. 내가 나중에 그
집 보다 더 괜찮은 집이랑 혼인하면 되지, 지까진 게 뭐라구
우리 집을 통째로 들었다 놨다 하냔 말이에요. 안 그래요?
기태모 아버지도 돌아가신 마당에 그 집보다 더 좋은 혼처가 어디서
나오겠니...
기 태 걱정하지 마세요... 차라리 잘 되 거니까...
생각에 빠지며 굳어지는 기태의 얼굴.
S# 36 기태방 (낮)
손아귀를 꾹꾹 눌러 뼈소리를 내는 기태.
분을 삭히지 못해 끓어오른다. 자켓을 들고 나가는 기태.
S# 37 병실 (낮)
민수 다시 내려가려고 준비하고 있고, 연주 섭섭하고 미안한 마음으로 보고 있다.
민 수 왔다가 금방 내려가서 어떡하냐?
연 주 난 괜찮다니까. 제발 미안해하지 말아. 미안한 사람은 난데...
시계를 보면서 다시 연주 앞으로 앉는 민수.
연주의 손을 잡고 물끄러미 보며 미소 짓는다.
민 수 이렇게 왔다가도 니가 잘해내서 얼마나 기쁜지 몰라.
연 주 걱정 마... 더 잘할게...
민 수 (대견한) 그래. 골수 말이야, 내 걸 줄 수 있으면 제일 좋을텐데...
연 주 .... (젖어드는 목소리) 뭐든지 나 다 주고, 어쩔려구 그래...
민 수 넌 이 다음에 우리 애기를 나한테 선물로 주면 되지.
연 주 이렇게 독한 치료받고도 애기 낳을 수 있을까?
민 수 내가 책에서 봤는데, 가만 있어봐 읽어줄게. (침대 밑에서
책을 꺼내 펴는) 접어놨지. 읽어줄려고. (보여주며,
손가락으로 짚어가며 읽는) 젊은 여자 중에는 약물요법
도중에 임신을 하여 정상적인 출산을 한 예도 있고,
현재까지는 항암제가 태아에 미치는 큰 부작용이 보고되지
않고 있다. 어때?
(서음출판사. 암백과. 245페이지 중간부분.)
괜히 마주보고 기뻐하는 두 사람.
연 주 알았어. 몇 명을 원해?
민 수 너무 많이는 말고.
연주 순간 눈물을 보이며 웃는다.
민 수 (손으로 닦아주며) 바보같이. 그러니까 힘들어도 참아?
연 주 (얼른 씩씩한 척) 민수씨가 힘들지, 난 하나도 안 힘들어.
정말이야...
이내 안쓰러운 표정으로 민수를 바라보는 연주.
민수 연주의 손을 꼭 잡는다.
연 주 그만 일어나야 되는 거 아니야?
민 수 (잡은 손 그대로 돌려 시계 보며) 아니야, 택시 안에서 좀 뛰면 돼.
연주 웃지도 않고 민수를 보고 있다.
S# 38 병원 로비 (낮)
분노의 표정으로 들어서는 기태. 원무과 창구로 향한다.
S# 39 복도 (낮)
병실을 찾아 들어오는 기태. 무섭게 화가 나있다.
S# 40 병실 (낮)
거칠게 병실문을 열어 재끼고 들어서는 기태.
연주와 민수 놀란다.
민 수 니가 여긴 웬일이냐?
연 주 (엉거주춤 인사하는데)
기 태 보기 좋다? 아주 감동적이다.
민 수 왜 그래, 기태야?
기 태 내가 이렇게 당할 줄은 몰랐다. 병원비까지 대줘가며 그렇게
해줬는데, 니가 내 뒤통수를 쳐?
민 수 무슨 일이야? 일단 나가자.
기 태 내가 왜 나가냐? 내 돈으로 치료받는 여자 좀 더 보자.
민 수 (끌어내려 하며) 야, 임마!
기 태 나 그렇게 해놓고 너 잘될 거 같애?
민 수 가자. 나가서 얘기해. (끌어내며) 나가!
불안하게 바라보는 연주.
기 태 (나가면서 연주를 보며) 너 저 여자 살릴 수 있을 거 같애? 어림도 없지.
S# 41 계단 (낮)
기태를 데리고 오는 민수.
기 태 놔, 임마. 놔!
민 수 (놓고는, 역시 화가 난) 무슨 소리냐? 난데없이 찾아와서 왜 이래?
기 태 결국은 니가 내 뒤통수에 치는구나.
민 수 뭔데 그래? 말을 해야 알 거 아니야?
기 태 어디 언제부터 계획한 거냐? 내 밑으로 들어온다 그랬을 때,
그때부터 작정한 거냐?
민 수 이 자식이 정말.
기 태 내가 디스코텍 뺏었을 때, 그때 계획한 거였냐?
민 수 뭐? 또 뭘 가지고 이러냐?
기 태 너 의도적으로 윤경이 병원 데리고 온 거 아니야! 정애도
니가 만나게 했지? 야, 무섭다. 내 앞에선 안심을 시키고
뒤에서 칼을 꽂아?
민 수 나 그런 적 없다. 윤경씨가 어제 병원에 잠깐 들른 건
사실이지만, 정애씬 만나지 않았어. (그리고는 문득 생각이
스치며 당혹스런 표정.)
기 태 그걸 내가 믿을 거 같냐?
민 수 (생각이 복잡한) 너 뭔가 잘못 생각하는 거다. 내가 어제
윤경씰 끝까지 따돌리지 못한 건 실수였지만...
기 태 됐다. 변명하려고 애쓰지 마라. 나 파혼 그거 당해봤자 아무
피해 없어. 머리를 쓸려면 좀 잘 써라.
민 수 (난감한) 기태야. .... (더 이상 말이 안나와 입을 꽉 다무는)
기 태 윤변호사 보낼테니까, 여태까지 가져간 거 당장 다 토해 내.
(가려는데)
민 수 (막으며) 정말 왜 이러니. 그러지 마라. 내가 다시 확인해서
잘 해명해줄게.
기 태 끝까지 이 자식이! 그래. 트럭 몰아서 어디 니 여자 살려 봐!
가버리는 기태.
민 수 기태야, 기태야!
착잡한 민수.
S# 42 병실 (낮)
걱정이 돼서 침대 옆에 내려와 서있는 연주.
이때 민수 들어오면,
연 주 어떻게 됐어? 저 사람 왜 저래?
민수, 연주부터 침대에 앉히는데,
연 주 며칠 전에 희정씨 왔다갔어.
민 수 (보고는, 마주 앉으며) 그래 사실대로 다 말할게.
연 주 민수씨, 이렇게까지 할 필요 없어. 너무 힘들게 그러지 마!
나 그렇게까지 해서 살고싶지 않아... (얼굴이 일그러진다.)
민 수 무슨 소리야? 여기까지 와서 널 포기하라구? 안돼, 연주야.
기태 돈 그거, 내가 나중에 일해서 갚는 거야. 지금 뭔가
오해가 생겨서 잠깐 힘들어지는 건데, 곧 또 괜찮아질 거야.
연 주 제발 그렇게는 하지마! 왜 그 사람한테 쩔쩔매? 왜 설설
기냐구!
민 수 그럼 너 죽어가는데 내버려두고 내 자존심 찾니? 나 이보다
더 비참하게 산적도 많아. 너 살리는데 이 정도는 아무 것도
아니야. 너 그만큼 나한테 중요한 사람이고. 나 이보다 더
비참해도 꼭 한다. 너 꼭 살릴 거야.
연 주 이건 싫어. 난 못해. 민수씨 너무 어렵게 하는 거잖아. 나 안할래. 싫어!
민 수 (붙잡고 흔들며) 너 왜 이래!
잠시 말이 없는 두 사람.
민 수 그래, 너 이거 싫으면 다른 방법을 찾아볼게. 내가 뭘 한들
너 하나 못 살리겠니? 걱정 마. 니가 정 마음에 걸리면, 내가
다른 걸 해서라도 너 완치시킬 거야. 우리 젊은데 이 위기
어떻게든 넘기면 돼. 너 쓸데없는 생각하지 마라. 지금 나
실망시키면, 너 내 인생 모두 빼앗는 거야. 나 믿고, 내가
하라는 대로해. 약해지지 마. 나만 믿어.
민수 우는 연주를 안고 다독거린다. 민수의 표정 심각하게 굳어있다.
S# 43 기태집 전경 (밤)
S# 44 기태방 (밤)
기태, 혼자 양주를 마시고 있다.
희정이 들어오자 바라보는 두 사람.
희 정 볼만하군. 왜 이러고 있어? 오빠가 잘못해서 깨졌다며?
기 태 나가.
희 정 엄마나 오빠나 어쩜 그렇게 똑같냐? 신기해. 그 집하고
혼인해서 뭘 그렇게 덕볼 생각이었어? 그게 뭐가 그렇게
대단하다고, 이 난리야? 술 그만 마시고 가서 엄마나 모셔와.
기 태 엄마가 어디 가셨는데?
희 정 이 밤중에 굿하러 산에 가셨어. 점쟁이하고 같이. 집안이
이게 뭐야? 오빠가 이 집안의 기둥이야? 나 정말 오빠 믿고
살아야 돼? 오빠가 도대체 인간이야? 여자들을 대체 뭘로
아는 거야? 타인에 대해서 예의라는 게 있기나 해? 챙피해 정말.
기 태 나가! 못 나가니?
희 정 가만히 있으면 어떡해? 오빠가 벌려놓은 일 오빠가
책임져야지! 엄마 모시러 안갈 거야?
기 태 좀 조용히 좀 해. 술이나 깨야 갈 거 아니야?
희 정 왜? 민수오빠라도 불러다가 앞장 세워 가시지? 자랑스럽게?
기 태 이 기집애가 정말.
이때 전화벨이 울리자, 기태 가만히 있고,
얼른 달려가 받는 희정.
희 정 여보세요? (사이) 엄마야?
S# 45 기태집 앞 (밤)
민수 핸드폰을 듣 채 망설이고 있다.
희 정 여보세요, 누구세요?
민 수 나 민순데, 기태 있으면 좀 바꿔주라.
S# 46 기태방 (밤)
희정, 말없이 기태에게 수화기를 내민다.
기 태 여보세요.
희정 지켜보고 서있다.
S# 47 기태집 앞 (밤)
민 수 여기 집 앞인데 잠깐만 나와라. 보고 얘기하자.
S# 48 기태방 (밤)
기 태 됐다. 일없어. (그냥 끊어버린다.)
희 정 왜 민수오빠 전활 그렇게 끊어?
기 태 앞으로 그 새끼 얘기 내 앞에서 하지마.
희 정 둘이 무슨 일 있었어?
기 태 말하지 말랬지?
희정 그냥 밖으로 나간다. 뭔가 심각하다는 느낌.
S# 49 기태집앞 (밤)
기태 집 쪽을 바라보며, 담배를 피우고 있는 민수.
잠시 후 담배를 끄더니 결심한 듯 인터폰을 누른다.
S# 50 기태집 거실 (밤)
인터폰을 받는 희정.
희 정 (화상으로 민수임을 알고) 이 시각에 웬일이야?
민 수 기태 좀 만나볼려고.
희 정 좀 전에 통화하지 않았어?
민 수 직접 만나서 할 얘기가 있어서.
버튼을 눌러주는 희정.
S# 51 기태집 앞 (밤)
자동문이 열리면 들어가는 민수.
S# 52 기태집 거실 (밤)
민수 들어서면, 희정이 맞는다.
희 정 무슨 일이야. 왜 그래?
민 수 별일 아니다.
민수, 안방 쪽을 보고는, 2층으로 올라간다.
희정, 올라가는 민수의 뒷모습을 보고 있다.
S# 53 기태방 (밤)
민수 들어오면, 기태 쳐다보지도 않는다.
민 수 기태야, 이건 오해다. 니가 잘못 생각하는 거야.
기 태 됐다. 더 이상 보고싶지 않다. 가라.
민 수 그럼 내 실수라고 치자. 절대로 나쁜 계획이 있었던 건
아니야.
기 태 ....
민 수 내말 믿지 않아도 좋다. 그럼 한가지만 부탁하자.
기 태 그 부탁 뭔지 아는데, 가라. 너 더 볼 이유 없다.
민 수 나 사실 연주 입원비 때문에 왔다. 그 일과 이 일은 제발
결부시키지 말아줬으면 한다. 그게 내 부탁이다. 지금 치료
중단하면 안돼.
기 태 ....
민 수 차라리 내가 다른 걸로 보상하면 안되겠냐?
기 태 ....
민 수 어떤 일이라도 할게.
기 태 ....
민 수 두고두고 긴 인생에서 니가 나 필요한 일 한번 없겠냐?
기 태 됐다. 필요 없어. 여태까지도 내가 너 뭐 필요해서 데리고
있었는 줄 아냐?
민 수 ....
기 태 그만 됐고, 나가라. 나 숴야겠어.
민 수 기태야, 이대로 놔두면 죽어. 끝이다.
냉정하게 시선 돌리는 기태.
말없이 기태를 보고 있는 민수. 그대로 침묵이 흐른다.
기 태 가. 가라는데 뭐 하니?
말없이 그대로 있는 민수.
기태 일어나 재떨이 가져오고 담배 피운다.
그 움직임 보는 민수.
민 수 한번만 살려 주라!
기 태 우리 어머니 희망 무참히 깨뜨리고, 앞으로 우리 집 출입 할
수 있을 거 같애?! 말도 안 되는 소리 그만하고 가라, 당장.
민 수 치료 지금 중단하면 안돼. 연주한테는 마지막 희망이다. 이거
놓치면 끝이야.
기 태 나한테 그런 얘기하지 마라. 지금까지 도와준 것도 다 갚아,
자식아.
민 수 (꾹 참으면서) 그럼 이번 한번만 해주라. 다음에 더는
얘기하지 않을게. 이번 한번만! 급해서 그래.
기 태 내가 널 봐줄 이유가 없다. 피곤하게 이러지 마라.
민 수 (냉정해져 가는) 그럼, 나에 대한 감정은 접어두고, 그냥 한
사람 생명 구한다고 생각하면 안되겠니?
기 태 다른 사람한테나 가봐라.
말없이 기태를 보고 있는 민수. 시선이 명료해진다.
기태 시선 돌리고 다른 곳 향하고 있다.
민 수 내가 이렇게까지 했는데, 정말 안되겠니?
기 태 ....
민 수 그럼 내가 너 구해준 일을 생각해서라도 안되겠니?
기 태 이 자식이, 언제 적 일을 가지고. 너 나가, 자식아. 나가!
민수 표정 굳어져서 그대로 있다.
기 태 자식이 보자보자 하니까.
민 수 너 나 이렇게 내치지 못해.
기 태 뭐?
민 수 내가 알고 있는 게 너무 많지 않니?
기 태 뭐 임마?
민 수 뒷일은 생각 안 할래?
기 태 지금 나 협박하는 거냐?
민 수 거래를 하자는 거다.
기 태 나 너랑 할 거래 없다.
민 수 정말이니?
기 태 그래.
민 수 그렇지 않을 텐데?
신경질적으로 민수를 보는 기태.
그대로 바라보고 있는 두 사람.
민 수 좋아. 그렇다면 나도 다 생각이 있다!
돌아서는 민수.
순간 민수를 보는 기태의 눈빛. 두려운 표정이 스친다.
S# 54 기태집 집 앞 (밤)
분노에 차서 걸어 내려오는 민수.
S# 55 택시 안 (밤)
굳은 표정의 민수.
S# 56 거리 (밤)
거리에 혼자서 전화를 하고 있는 민수.
민 수 대호야, 너 나 좀 도와줘야겠다. 나 해야 될 일이 있어.
S# 57 남산 - 연주와 왔던 곳 (밤)
자초지종을 다 들은 대호의 굳은 표정.
대 호 저 대신 유치장에 쳐 넣은 것도 모자라서, 이제 사람목숨을
쥐고 들었다 놨다해? 나쁜 자식!
민 수 시간이 없다. 대호야. 나 좀 도와줄 수 있겠니? 지금 기회
놓치면 희망이 없어. 끝이다.
대 호 그게 니가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이냐?
민 수 더 이상은 시간이 없어. 그 방법밖엔. 병원비 하루가
급박하게 들어간다. 숨이 턱턱 막힐 정도다. 그래도 그만두지
않을 거야. 여기서 중단하면 우린 내일이 없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이제 그 방법 밖에 없어. 나 지금 다른 건 아무
것도 생각하지 않는다. 나 한번 만 도와주라.
대 호 그래, 너 그 자식 용서하지 마라.
민수 주먹을 꿈틀거리며 손가락 사이 반지를 본다.
민 수 고맙다. 넌 그냥 차만 가져오면 돼. 나머진 내가 다 알아서 할게.
S# 58 병실 (밤)
연주 잠을 못 이루고 어둠 속에 혼자 앉아있다.
민수 들어오면, 쳐다보는 연주.
민수 가까이 와 선다. 어둠 속에서 마주 보는 두 사람.
(시간경과)
어둠 속. 연주 누워있고, 민수 침대 앞에 앉아있다.
민 수 기태가 아니어도 방법은 있어. 어떻게든 방법은 또 있어.
내일부터 다른 걸 찾아볼테니까 넌 걱정할 필요 없어.
연 주 나 괜찮대두. 나 행복해. 나 민수씨 만나서 더 없이 좋았어.
이보다 어떻게 더 좋아. 이제 그만 둬. 그만 해도 돼.
민 수 그런 소리 집어치워. 난 너 포기하지 않을 거야. 여기서 그만
둔다는 생각은 버려. 나한테 다 생각이 있어. 그러니까 너 나
따라주면 돼.
연 주 그러지 마. 제발 그러지 마... 내가 어쩌다 민수씨 몸에
빨대를 꽂았을까. 더는 나올 것도 없는 사람한테... 그 빨대
이제 뽑아버려. 제발...
민수 연주의 입을 손으로 막는다.
민 수 난 너 죽는다는 생각하면, 속이 타들어 간다. 넌 무조건
치료받고 나랑 같이 사는 거야! 다른 건 생각할 필요가 없어.
나도 그 생각만 한다. 너도 그 생각만 하면 돼!
어둠 속에 고개를 돌리는 연주. 다른 생각을 하고 있다.
역시 고개를 돌리는 민수. 굳어지는 표정.
S# 59 기태방 (밤)
들어오는 희정. 취한 기태, 누워있다가 본다.
희 정 할 얘기가 있어.
기 태 뭐야...?
희 정 아버지가 남기신 거에서, 내 몫 줘.
기 태 (어이가 없는) 뭐?
희 정 일단 제주도 호텔은 오빠 거라고 치고, 대치동 빌딩 정도는 나한테 줘.
기 태 왜? 인제 그 자식이 너한테까지 뭐라 그러디?
희 정 난 지금 유산 얘기를 하고 있는 거야.
기 태 그렇게 좋다고 치마까지 벗어던지고 날뛰더니, 이제 니
몫으로 받은 현물을 눈앞에 갖다바치면 널 받아주기라도 하겠다든?
희 정 내가 필요해서 그래. 민수오빠와 상관없어. 내 몫 따로 떼
줘? 난 지금 받아야겠어.
기 태 그걸 니가 뭐하게? 병원에 기부라도 할려고?
희 정 어떻게 알았어? 난 적어도 죽어가는 사람 담보로 치사하게
발동동 구르게 하진 않아.
기 태 오! 고상한 휴머니즘! 아주 감동적이다. 빌딩 팔아서 그놈
여자 고쳐주면, 여자만 살려놓고 빈깡통 같은 몸이라도
너한테 온다고 하든?
희 정 안주면 재판으로 갈 거야.
기 태 그래? 어디 가봐라. 재판 몇 년 걸리는 줄 아니? 하고 싶으면 해봐.
희 정 그 사이 대출이라도 받아서 주고, 재판에서 승소하면 갚을
거야. 나 우습게 보지마. 어려워도 한다면 해.
기 태 놀랍다. 대안까지 다 있고. 한번 해봐라. 구경 좀 하게.
일어나서 나가는 희정.
S# 60 진찰실 (낮)
곤란한 표정으로 민수를 보는 황박사.
황박사 진료비 중간 결산이 안돼서 내 입장이 난처해졌어요.
원무과에서 퇴원시키라고 압박이 들어오는데, 어떻게 할건가 해서요.
민 수 퇴원이라니요. 치료 계속 할겁니다. 곧 준비돼요. 좀 늦어지는 것뿐입니다.
황박사 지금 시기를 놓치면 곤란합니다. 관해상태에서 치료
중단하면 걷잡을 수 없어져요. 그리고, 지금 상태에서 빨리
환자 본인의 골수를 뽑아서 암세포를 제거하고 냉동시켜놔야
됩니다. 만에 하나 맞는 골수를 못 찾을 시에 자가
골수이식이라도 할려면 그렇게 해야 되요. 하루가 급해요.
민 수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하루만이요. 내일이면 됩니다. 그리고,
저 선생님. 제가 한동안 어딜 가게 될 겁니다. 저 대신 다른
친구가 올 텐데, 제가 병원비 만큼은 철저하게 책임질
거니까, 무슨 일이 있어도 연주 여기서 내보내면 안됩니다.
꼭 이요.
힘이 들어가는 민수의 굳은 표정. 뭔가 걱정이 되는 황박사.
S# 61 병실 (낮)
민수와 대호 들어오면, 일어나 앉는 연주.
민 수 전에 말했지? 같이 트럭 몰던 친구야.
대 호 인사가 늦었습니다. 송대호라고 합니다.
연 주 말씀 많이 들었어요.
대 호 민수가 이렇게 좋아하는 사람은 처음 봅니다. 꼭 건강하게 되셔야 되요.
연 주 네...
민 수 오늘 일 새로 구했어. 다시 트럭 몰기로 했어. 이 친구하고.
연 주 잘 됐다.
민 수 은행에서 대출도 받기로 했어. 회사에 김계장이라고 아는
형님 계신데, 다시 일한다는 조건으로 보증 서주는 거야.
앞으로 일해서 갚는 거고. 괜찮지?
연 주 (시선 피하며) 음.
대 호 이 친구 잘 해낼 겁니다. 앞으로 평생 믿으셔도 되요.
셋 잠시 말이 없다.
연주는 고개 숙이고, 대호는 민수를 보고, 민수는 연주를 본다.
민 수 오늘부터 바로 일 시작해. 이 친구랑 같이 일주일 정도
지방현장에 내려가야 될 거 같애. 지금.
불안하게 쳐다보는 연주.
민 수 일주일 정도면 되니까 걱정 말고 있어. 박사님이 하자는 대로 잘 하고.
연 주 (시선 피하며) 음.
민 수 (일어서며) 갔다 올게.
대 호 올라와서 뵙겠습니다.
연주 다급하게 민수를 보면서도 대호에게 고개인사 한다.
연 주 민수씨!
민 수 (돌아보면)
연 주 .... 잘 다녀 와.
민수, 미소만 스칠 뿐 그대로 돌아선다.
마치 마지막인 듯, 한 자락의 여운이라도 잡으려는 듯, 안타깝게 바라보는 연주.
병실 문을 나서는 민수와 대호.
- 14부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