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내사랑] 15
S# 1 어느 길목 (밤)
시동을 끊 채 서있는 트럭. 트럭 안 어둠 속의 민수와 대호.
대호는 운전석에, 민수는 조수석에 나란히 앉아있다.
대 호 확실한 거냐. 여기 맞아?
민 수 (소매 밀어 시계 보며) 지금 삼성동 일식집에 있으니까,
늦어도 30분 후에는 여길 지날 거다. 집으로 갈려면 이 길을 지나게 돼있어.
대 호 다른 데 들르지 않을까? 정말 혼자 오니?
민 수 내일 제주도에 내려갈 일이 있으니까, 오늘은 술 안 마셔.
대리기사도 없을 거고. 걘 누구보다 내가 잘 안다.
대호와 민수, 앞을 주시한다.
민 수 너 명심해. 분명히 말하지만 나서지 말고, 거기까지만 이다.
그 자식 눈에 띄면 안돼. 절대로. 이건 나 혼자 한 일이다.
S# 2 일식집 룸 안 (밤)
기태와 윤변호사, 중소기업 사장이 식사를 하고있다.
사 장 정말 왜 이러십니까. 코스닥 등록 차익만 해도 그게 어딘데 그러세요?
기 태 코스닥이 뭡니까, 지금? 나스닥에 상장한다고 도와달라는
데가 얼마나 많은데. 그 얘긴 자꾸 하지 맙시다. 피곤하게.
사 장 그럼 지분의 30%는 드릴테니까, 상황보증까지 요구하는 건
좀 고려해주세요. 이건 투자를 하시는 거지, 사채업 하던
식으로 이러시면 곤란합니다.
기 태 뭐요?
윤 아니, 저, 이번 일은 회장님 살아 계실 때부터 죽 거래를
해오신 데고, 새로 출자를 더 해주시기로 이미 약속하신
거니까, 그냥 그대로 하는 게 좋을 거 같은데요.
기 태 그건 아버지 사업 방식이고 전 다릅니다. 우린 투자 전망이
밝은 벤처산업 쪽으로 거래선을 바꿀 계획입니다.
사 장 그럼 이번 한번만 도와주세요. 지금 AT&T에 독점
수출계약도 맺었고 연말까지...
기 태 늦었는데, 그만 합시다. 한 얘기 또 하고 또 하고 그럴 필요 없어요.
물을 마시는 기태. 찝찝하게 서로를 보는 윤과 사장.
S# 3 어느 길목 (밤)
트럭 안의 민수와 대호, 어둠 속에서 이야기한다.
대 호 너 혼자 잘 할 수 있겠냐. 만약에 일이 잘못되기라도 하면...
민 수 그 자식은 내가 잘 알아. 나 혼자면 충분해.
대 호 시간 너무 오래 끌면 안돼.
민 수 내일 오전에 돈만 확실하게 처리되면 받는 즉시 떠난다.
대 호 몇 시 비행기냐?
민 수 1시. 그 전에 연락할게. 바로 안가고 홍콩에서 갈아 탈 거다.
대 호 공항까지 그 사이에 괜찮을까? 내가 있어야 되는 거 아니야?
민 수 염려마. 넌 돈 받는 대로 바로 병원비부터 처리해라.
연주한테는 당분간 연락 못할 거다. 어떻게든 같이 데려
가서 치료를 받게 하는게 제일 좋은데... 두고 가는 게
걸린다. 좀 지나서 내가 데릴러 온다고 해. 그것도 치료가 잘
되야 만나는 거니까, 니가 대신 각별히 신경 좀 써라.
대 호 그건 걱정 마라. 내가 너하고 다름없이 할게. 너나 조심해.
민 수 고맙다. 언제 다시 보게 될진 모르지만, 그때까지 건강해라.
대 호 너두.
서로 마주보는 두 사람.
S# 4 병원 (밤)
민수의 사진 액자를 집어드는 연주의 손.
사진을 보는 연주. 이미 외출복으로 옷을 갈아입은 상태다.
액자를 꾸려놓은 가방 속에 집어넣는 연주.
S# 5 일식집 앞 (밤)
떨떠름한 중소기업 사장을 보내고, 윤변호사가 기태에게로 온다.
기태 차를 기다리고 있다.
윤 왜 일 처리를 그렇게 하세요? 이 세계가 좁아서 그렇게
하시면 안 되는데.
기 태 아니, 지금 자금 끌어 모을려고 눈에 불을 켠 데가 얼마나
많은데, 그런 소릴 해요? 윤변호사님 지금 누구 일 하고
있는 거예요?
윤 아버님이 쌓아오신 게 단지 돈만이 아니지 않습니까.
기 태 나한테 다 생각이 있으니까 염려 마세요. 지금은 아버지
시대랑 달라요. 투자대상도 물색해 놓은 상태고,
장기적으로는 단순한 투자보다 고수익을 낼 수 있는
밴처기업들을 적극적으로 인수 합병하는 게 좋아요. 난
그렇게 할 생각입니다.
이때 횟집 기사가 차를 가져와 댄다.
기 태 (차를 타려다가) 참, 희정이가 돈 달라고 할 거예요. 절대 주지 마세요.
윤 저야 무슨 일인지 모르겠으나 그것도 그렇게 하면 좋지 않을
텐데요... 당장 사업을 찢어놓는 건 모양새가 안 좋으니까,
차라리 지분을 좀 놔눠 주는 게 좋지 않겠어요?
기 태 말도 안 되는 소리 좀 하지 마세요. (좀 심했는지, 참으며)
좀 시끄러워질 텐데, 어쨌든 지금은 한푼도 줄 수 없어요.
차를 타고 떠나는 기태.
맘에 안 든다는 듯 바라보다 자기 차로 향하는 윤변호사.
S# 6 달리는 차안 (밤)
음악이 흐르고, 운전을 하며 가는 기태.
S# 7 어느 길목 (밤)
민수, 핸드폰으로 윤변호사와 통화를 하고 있다.
민 수 좀 전에 헤어지셨다구요.
윤 (E) 바로 집으로 들어갔을 겁니다.
민 수 네, 잘 알았습니다.
윤 (E) 참, 오늘 왜 같이 안 나왔어요?
민 수 일이 좀 있어서요. 그럼 집으로 연락해보겠습니다.
핸드폰을 끊는 민수.
민 수 곧 온다.
장갑 끼는 민수와 대호.
민수, 한손에 장갑을 끼고 다른 손도 끼려다가 반지를 빼 창 밖으로 던져버린다.
마저 장갑을 끼는 민수. 대호가 꺼내드는 각목이 보인다.
S# 8 차 안 (밤)
음악이 흐르고, 기태 운전을 하고 있는데, 핸드폰이 울리자 받는다.
기 태 여보세요.
마 담 (E) 안녕하세요? 저 기억하세요?
기 태 누구시더라...?
마 담 (E) 한남동 구락부요.
기 태 아...아. 웬일이에요?
마 담 (E) 왜 요즘 통 안 들리시나 해서요? 오신지 너무 오래 됐다.
좋은 애들 많이 나왔는데, 언제 한번 오세요.
기 태 알았어. 조만간 한번 들리지.
마 담 (E) 꼭 오세요!
끊으며, 웃는 기태.
S# 9 어느 길목 (밤)
트럭이 서있는 앞길을 지나가는 기태의 차.
기태차 지나가면, 사잇길에서 라이트를 켜고 시동이 걸리는 트럭.
출발하며, 나온다. 기태차를 따라 간다.
S# 10 도로 (밤)
기태차를 따라가는 트럭. 점점 거리를 좁히며 가까워진다.
바짝 뒤쫓는 트럭.
기태차 안. 트럭이 무섭게 따라붙으며 쌍라이트를 뻔쩍댄다.
기 태 뭐야? 운전도 무식하게 하는 것들이... 그래, 그래. 똥이
드러워서 피하지 무서워서 피하냐. 가라, 가.
기태 차를 옆으로 빼 비켜주는데,
트럭 추월하면서 기태의 차 옆으로 나란히 달린다.
기태 옆으로 커다란 트럭 바퀴가 들어선다.
차도와 트럭 사이에서 비좁게 달리는 기태차.
트럭 죽 앞서더니 갑자기 기태차를 막아버리며 선다.
끽 멈춰서는 기태차.
신경질을 내며 내리는 기태.
기 태 (조수석을 향하며) 뭐야? 이거! 뭐 하는 짓이야!
이때 조수석에서 나오는 민수.
민수를 보고 놀라는 기태.
기 태 야, 너?
이때 뒤에서 각목으로 내리치는 대호.
기태, 맞고 순간 정신을 잃고 쓰러진다. 대호와 민수 얼른 잡는다.
기태차에서 새어나오는 음악 소리 계속 되고,
순간 움직임이 빨라지는 민수와 대호. 민수 기태차의 트렁크를 열고,
민수와 대호, 기태를 차 트렁크로 옮긴다.
트렁크를 닫는 민수. 주변을 둘러본다.
대 호 서둘러라.
대호, 각목을 길가에 멀리 던져버리고 트럭으로 올라타고,
민수는 기태의 차로 들어간다. 음악을 꺼버리고 출발하는 민수.
떠나는 기태차와 트럭.
S# 11 어느 창고 앞 (밤)
기태의 차와 트럭이 와서 멎고 시동과 라이트가 꺼진다.
차에서 나오는 민수와 대호. 대호는 렌턴과 밧줄을 들고 있다.
주변을 살피는 두 사람. 바람에 나뭇잎이 스치는 소리 뿐.
두 사람 트렁크를 열고, 뻗어있는 기태를 창고 안으로 옮긴다.
S# 12 어느 창고 안 (밤)
기태를 내려놓는 민수와 대호.
대호 밧줄과 렌턴도 놓고, 기태의 주머니에서 핸드폰과 지갑 등을 꺼낸다.
그 사이 민수 불을 찾아 켜면, 대호 렌턴을 끄고 밧줄을 집어든다.
대호, 기태의 손과 발을 묶으려하자,
민 수 됐어. 그냥 둬라.
대 호 곧 깨어날 거야. 묶어야 돼.
민 수 놔두고 가. 내가 할게. 넌 빨리 가라.
대호 그냥 두고 일어난다.
대 호 조심해라. 여기까지 와서 마음 약해지고 봐주면 안돼.
민 수 알았어.
민수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가 나가는 대호.
널브러진 기태를 내려다 보는 민수.
박스 위에 앉아 담배를 피운다.
S# 13 병원 앞 (밤)
인적이 드문 병원 앞.
고개를 푹 숙이고, 병원에서 나오는 연주. 가방을 들고 있다.
총총히 사라지는 연주의 뒷모습.
S# 14 창고 안 (밤)
박스에 앉아 있는 민수. 민수 옆에 밧줄이 보이고,
기태는 묶여있지 않다. 고통스럽게 머리를 만지며, 깨어나는 기태.
민수 보면,
둘러보다가, 민수를 보고 놀라는 기태.
기 태 (몸을 일으키며, 겁이 나는) 이거 뭐야? 여기가 어디냐? 너 왜 그래? 무슨 짓 하려고 이러냐?
민 수 시키는 대로만 하면 아무 일 없을 거다.
기태, 일어나 앉아가 멀리 한쪽에 치워놓은 자기 지갑과 휴대폰을 본다.
문 쪽을 살피고, 주변을 보며 앉는 기태.
원래 창고 안에서 사용하는 용구들이 보인다. 마치 범행도구로 보일 수 있는 것들.
기 태 지금쯤 집에서 날 찾고 있을 텐데, 너 무슨 생각으로 이러냐...?
민 수 못 들어간다고 전화 드렸으니까 식구들 걱정은 마라.
기태 생각이 복잡하다.
이때 기태의 휴대폰이 울리면, 동시에 쳐다보는 민수와 기태.
민수 일어나 가서 휴대폰을 꺼버리는데,
기태 순간 도망가려하면, 다리를 걸어 넘어뜨리는 민수.
나자빠지는 기태.
순식간에 기태를 제압하고 멱살을 끌어 잡는 민수.
민 수 도망갈 생각은 마라. 잘못하면 너 어떻게 해버릴 수도 있어.
기 태 (겁에 질려) 알았어. 아무 짓도 안 할게.
민수 안되겠는지, 밧줄을 집어 기태를 묶는다.
기 태 (더 겁이 나며) 민수야, 왜 이러니... 나 아무 짓도 안
한다니까. 민수야... 민수야...! 너 이러면 안돼. 그냥 우리
야영 왔다고 생각할 테니까. 이러지 마라.
밧줄을 힘있게 조여 묶고는 놓는 민수.
기태 절망적이다.
민수 일어나 자기도 경황이 없는지 몇 걸음 서성인다.
기 태 왜 이러냐. 말로 하자, 민수야. 내일 사무실로 와라. 내가 다
해줄게. 연주 병원비 땜에 이러지? 그거 내가 당장 다 해줄 수 있어!
민 수 (돌아서며 한 대 걷어차는) 이럴 걸 자식아, 그걸 한 큐에
안주고 찔끔찔끔 줘?! (참으며) 됐어. 긴 얘기할 거 없고.
민수, 고꾸라진 기태를 일으켜 세워, 손에 핸드폰을 쥐어준다.
민 수 전화해라. 윤변호사한테.
기 태 전화해서... 뭐라고 하냐...?
민 수 (종이를 주며) 내일 아침 일찍 여기 적힌 만큼 준비해
놓으라고 해. 나 시켜서 보내라고. 전화 어떻게 해야되는지 알지?
끄덕이는 기태.
민 수 딴 짓 하면 너 여기서 영원히 못나간다. 빨리 걸수록 너한테 유리해.
할 수 없이 눈치 보며 핸드폰 플립을 여는 기태.
S# 15 윤변호사 아파트 안방 (밤)
어둠 속에 울리는 전화벨.
스탠드가 켜지면 자다가 깨는 윤변호사와 아내.
윤변호사가 전화를 받고, 아내는 돌아눕는다.
윤 여보세요.
기 태 (E. 긴장된) 나예요.
윤 (일어나며 시계 보는, 3시가 넘은 시각.) 이 시각에 무슨 일이십니까?
S# 16 창고 안 (밤)
민 수 (나직이) 밤늦게 미안하다고 해.
기 태 (민수를 보며) 미안해요. 잠을 깨운 거 같은데...
윤 (E) 아, 아닙니다. 그런데 무슨 일이세요?
기 태 (메모지를 들고, 눈치만 보면) ...
민수, 턱짓하며, 메모지를 쳐다본다.
기태 종이 위로 시선이 간다.
윤 (E) 여보세요?
기 태 예, 저기, 급해서 그런데요, 내일 아침 일찍 민수 편에 돈을 좀 보내줘야겠어요.
S# 17 윤변호사 아파트 안방 (밤)
윤 얼마나요? 그렇게 많이요? 아까까지 아무 말씀
없으셨잖아요. 갑자기 왜 그러시는데요?
S# 18 창고 안 (밤)
민수 쳐다보고 있고, 기태 눈치를 살피고 있다.
기 태 이유는 묻지 마시구요. 급히 필요해서 그래요.
윤 어디로 보내면 되죠?
기 태 준비되는 대로 민수한테 전화를 주세요.
S# 19 윤변호사 아파트 안방 (밤)
윤 네, 그러죠...?
이상하다는 느낌으로 전화를 끊는 윤변호사.
S# 20 창고 안 (밤)
허리를 숙여 기태에게서 핸드폰을 받아 넣는 민수.
기 태 돈만 가져오면, 나 무사히 보내 줄 거지?
민수, 기태를 한번 볼 뿐 말이 없다. 그 눈빛 차갑다. 가서 박스에 앉는다.
기 태 설마... 날 어떻게 할려고 이러는 건 아니지? 민수야...!
민수, 정말 싫다는 눈빛. 이내 쳐다볼 가치도 없다는 듯 시선 돌린다.
기 태 제발 한번만 살려주라. 우리 친구잖냐. 옛정을 생각해서라도
너 나한테 몹쓸 짓은 하지 마라. 제발 부탁이다. 민수야...
민 수 (한숨) 일만 잘 끝나면 어떻게 할 생각 없다.
기 태 정말이냐...? 그 말 진짜지? 내가 더 가져오라고 할 수도
있으니까, 너 그 마음 바뀌면 안 된다.
민수, 기태를 본다.
기 태 고맙다. 민수야. 고마워... 맞아. 넌 날 어떻게 하지 못할 거야.
우리가 그 동안 어떻게 지내 왔는데... 안 그러냐?
민 수 넌 대체 어떤 인간이냐? 내 앞에서 이럴 놈이... (고개 돌리며
말을 안는다.)
기 태 어, 그땐 내가 순간적으로 화가 나서 그런 거지, 병원비 정말
끊을 생각 없었다. 너 내 성격 잘 알잖아. 니가 이렇게 안
해도 시간이 지나면 널 다시 불러서 사과할려고 했을 거야.
너 날 그렇게 모르냐... 이게 무슨 짓이니. 우리가 이게 무슨
꼴이야... 생각해봐라. 그 동안 우리 얼마나 좋았냐. 난 너
정말 좋아서 같이 있었던 거다. 어딜 가나 너랑 가면 일도
잘되고, 아버지도 믿어주시고, 너랑 다니면서 나 참 좋았다.
원래 너무 친한 사이는 투닥투닥 싸우면서 사는 거잖냐. 다
너 좋아서 그런 거였어. 너도 좋았잖니. 솔직히 트럭 모는 거
보다 너 나한테 와서 얼마나 좋았냐.
참고 있던 민수,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벌떡 일어나 기태에게 달려든다.
민 수 뭐, 이 자식아? 좋았어? 인간 같지도 않은 새끼. (기태를
정신없이 패며) 이 새끼 죽여버리겠어. 그래, 나도 좋았다.
좋았다 새끼야. 너 내가 돈만 받으면 참고 그냥
돌려보낼려고 했는데. 나한테 한 게 좋아서 그랬다구?
기 태 (그 사이 맞으면서, 동시에) 민수야, 왜 이러니? 왜 이래?
완전히 꼭지가 돌아버린 민수. 정신없이 팬다.
이리저리 널브러지는 기태.
마지막 순간 멱살을 집어올려 한 대 더 패려다가
축 쳐진 기태의 얼굴을 보고는 그냥 놔버리는 민수.
기태 나가떨어지고, 민수 돌아서서 숨을 헐떡이며 서있다.
그렇게 남아있는 두 사람.
S# 21 연립주택 골목 앞 (이른 아침)
출근을 하는 정애가 연립주택을 나와 골목을 내려간다.
숨어서 정애의 뒷모습을 보는 연주.
정애 사라지자, 나와서 멍하니 텅 빈 골목을 쳐다본다.
연립주택을 향해 돌아서는 연주.
S# 22 연립주택 옥상 (이른 아침)
옥상에 올라온 연주.
기르던 화초며, 널브러져있는 고무호스를 본다.
S# 23 옥상 인써트
물을 뿌리며 물장난을 치던 연주와 정애.
S# 24 옥상 (이른 아침)
연주 잠시 서울의 풍경을 내려다보며 의자에 앉는다.
햇살을 받으며 깊게 숨을 들이마시는 연주.
S# 25 옥탑방 안 (아침)
방에 들어서는 연주. 방을 둘러본다.
S# 26 옥탑방 인써트
화가 난 정애에게 간지럼을 태워 화해하는 연주.
정애의 허리를 주물러 주던 연주.
서로 밀쳐대며 싸우던 연주와 정애. 정애의 속을 썩혔던 기억.
정애의 품을 파고들며 잠이 드는 연주.
S# 27 옥탑방 안 (아침)
혼자 서서 둘러보던 연주, 옷장문을 열고 배게를 꺼내 냄새를 맡는다.
잠시 후 배게를 놓고는 겨울 코트를 꺼내는 연주.
가방에 챙겨 넣는다.
S# 28 창고 안 (아침)
윤변호사의 연락을 기다리고 있는 민수.
기태 묶인 채로 벽에 기대어 앉아있다. 탈진한 모습.
서로 말없이 각자 다른 곳을 보고있는 민수와 기태.
민수의 핸드폰이 울리자 동시에 쳐다본다.
민 수 (일어나며, 기태에게 등지며 받는) 여보세요.
윤 나 윤변호사예요.
민 수 아, 예. 알고 있습니다.
윤 지금 준비해서 사무실로 들어가는 중인데요.
민 수 그럼, 회사 말구요, 가시는 길에 호텔 커피숍에서 잠깐 뵙죠.
네, 거기요. 곧 가겠습니다.
민수 전화를 끊고, 기태 핸드폰과 지갑, 차키를 챙긴다.
민 수 이건 차에 넣어놓을게. 차는 내가 가져가야겠다. 어디에다
세워놓고 핸드폰에 남겨놓을게.
민수 급히 나가는데,
기 태 난 어떻게 하고 그냥 가니?
나가려다 돌아보는 민수. 다시 다가온다.
민 수 13년 전 유괴 당하는 널 그냥 놔두는 거였는데... 내 인생에서 널 알게된 건 악연이었다.
시선을 피하는 기태.
그대로 나가는 민수.
S# 29 호텔 커피숍 (아침)
윤변호사가 앉아있고, 민수가 들어선다.
민수 잠시 주변을 둘러보고, 다가가 인사하고 앉는다.
윤 아니, 왜 사무실로 안 오고, 여기로 나오라고 했어요?
민 수 (마치 무슨 사정이 있는 듯이, 그냥 웃고는) 저도 그렇고,
오늘 기태 회사출근 아마 못할 겁니다. (윤의 옆자리의
가방을 보며) 준비는 다 되셨어요?
윤 (가방 넘겨주며) 네. 그런데 무슨 일로 그러는지.
저한테만이라도 살짝 얘길 해주지 그래요.
민 수 집에도 좀 모르게 해달라고 하더라구요. 나중에
말씀드릴게요. 일단 먼저 일어나 보겠습니다.
윤 그래요.
민 수 나중에 뵙죠.
돈 가방을 가지고 나오는 민수.
S# 30 달리는 기태의 차안 (아침)
긴장된 표정으로 운전을 하고 있는 민수.
옆 좌석에 놓인 돈 가방을 본다.
S# 31 남산 (낮)
대호가 기다리고 있다.
와서 멎는 기태차. 차안의 민수 주변을 둘러보다가 돈가방을 들고 밖으로 나간다.
대호를 향해 가는 민수. 대호도 주변을 둘러본다.
민수 대호 옆에 앉아 돈가방을 발 밑에 내려놓는다.
대 호 차는 빨리 버려라.
민 수 그래야지. 미안하다. 나 때문에.
대 호 몸조심해. 연락하고.
민 수 연주한테는...
대 호 걱정 마라. 내가 알아서 할게.
민수와 대호 잠시 말없이 쳐다본다.
대 호 어서 가. (하면서 주변 살핀다.)
민 수 그래. (대호 손을 잡았다 놓고 일어서며) 나중에 보자.
민수, 허탈하게 시선 돌리고는 그대로 차로 향한다.
차를 타고 떠나는 민수.
대호도 돈 가방을 둘러매고 서둘러 사라진다.
S# 32 달리는 기태의 차안 (낮)
운전을 하는 민수의 얼굴.
입술이 파르르 떨리며 지난날의 기억들이 스친다.
S# 33 회상 인써트
강릉 병원 앞. 다시 만나 설득하다 와락 연주를 끌어안는 민수. (11부)
병실. 연주의 침상으로 올라가 나란히 눕는 민수. (12부)
남산. 전화로 사랑한다고 되뇌이던 민수. (12부)
병실. 여자들과 어울리고 들어와, 너 약해지면 우린 끝이라며 각자 괴로워하던
연주와 민수. (13부)
사무실. 우리 뽀뽀도 못할 거 같애. 하는 연주전화 받으며 웃던 민수.(13부)
병실. 너 싫으면 다른 방법을 찾아볼게... 연주를 안고 포기할 수 없다던 민수.
(14부)
S# 34 달리는 기태의 차안 (낮)
눈물을 흘리는 민수.
시야가 가려지자 자꾸만 눈물을 닦아내며 운전을 하고 있다.
S# 35 서울 고속버스터미널 (낮)
강릉행 승차장 출구로 나가는 연주.
담담한 표정으로 고속버스에 오른다.
S# 36 병원 전경 (낮)
S# 37 병원, 원무과 (낮)
입원비와 치료비 등을 정산하는 대호.
여러 장의 영수증을 받아 돌아선다.
S# 38 병원 복도 (낮)
병실을 향해 걸어 들어오는 대호.
연주의 병실에서 나오는 황박사와 간호사.
황박사 그럼 새벽에 나갔나? 당직 간호사도 못 봤단말이야?
간호사 네. 아침에 주사 놓으러 왔더니 없더래요. 병원비 정산도
하나도 안하고 갔는데, 어떡하죠? 원무과에서 난리가 날텐데...
대 호 (인사하며) 수고가 많으십니다. 보호자 친구되는 사람입니다.
황박사 마침 잘 왔네요. 어떻게 된 겁니까. 환자가 없어졌어요.
대 호 네?
대호 급히 병실 안을 보면, 연주가 없다.
다급해지는 대호의 표정. 급히 달려나간다.
간호사 (E) 이봐요! 이봐요!
S# 39 김포공항 국제청사 입구 (낮)
택시에서 내려는 민수. 간단한 가방을 들었다.
여권과 비행기 티켓을 꺼내 청사 안으로 들어가는데, 이때 핸드폰이 울린다.
민 수 여보세요.
대 호 (E) 민수야. 연주씬가 병원에서 없어졌다.
민 수 뭐?
놀라는 민수. 걱정이 앞서며, 순간 멈칫 손에 들린 티켓을 보지만,
이내 다급하게 돌아선다.
S# 40 다른 병원 특실 (낮)
누워있는 기태. 기태모와 윤변호사가 앉아있다.
기태모 아니, 그놈 시켜서 달랜다고, 확인도 안 해보고 덜컥 줘서 보내요?
윤 죄송합니다.
기태모 세상에... 이 지경으로 만들어놓고. 내 이럴 줄 알았다. 그
놈이 언젠가는 한번 일을 낼 줄 알았어. (윤변호사에게)
뭐하고 있어요? 빨리 경찰에 신고를 해야 잡을 거 아니에요?
윤 그건 좀 신중하게 생각하시는 게 좋을 거 같은데요.
기 태 뭘 신중하게 생각해요?
윤 지금 사업 벌리고 있는데, 안 좋지 않습니까. 어차피 누군지
다 아는데, 불러다 우리끼리 조용히 해결하는 게 좋을 거 같은데요.
기태모는 그 말에 어떻게 해야할지 기태를 보는데,
기 태 이게 조용히 해결할 문젭니까? 내가 어떻게 당했는지 보고도
그런 말이 나와요? 그 놈이 그런 거까지 다 계산해서 이랬을
텐데, 말도 안돼요. 기필코 잡아서 깜방에 쳐넣을 겁니다.
기태모 그래, 이번엔 가만 둬선 안된다. (윤변호사에게) 뭐하세요?
빨리 신고하지 않고?
할 수 없이 수화기를 드는 윤변호사.
S# 41 강릉, 바닷가 절벽 정도 (낮)
바다를 내려다보며 서있는 연주.
가방에서 겨울코트를 꺼내 만져본다.
S# 42 인써트
백화점. 뒤에서 코트와 함께 연주를 감싸던 민수.
민 수 이 옷 입고 겨울에 나랑 놀러가야 돼?
S# 43 강릉, 바닷가 절벽 (낮)
코트에 얼굴을 묻는 연주.
S# 44 강릉, 연주모 집 (낮)
연주 들어서면, 보고 놀라는 연주모.
연주모 아니, 니가 어쩐 일이니?
연 주 그냥... 엄마 보려고 내려왔어.
연주모 (걱정이 되어) 저번에 정애하고 너 사귀는 총각하고 같이
왔던데, 혹시 또 집 나왔니?
연 주 아니. 나 그 사람이랑 이번에 결혼해요. 그래서 회사 관두고
잠깐 짬이 나서 왔어.
연주모 그래? 잘됐구나. (눈치보며) 잠깐 들어갈래? 아무도 없어.
연 주 아니. 저기, 엄마. 나랑 나가서 데이트 좀 할래?
연주모 그래... 그럴까...? 그러자. 잠깐만.
연주모 들어가고, 연주 마당을 둘러본다.
S# 45 공장 일각 (낮)
정애와 동식, 종이커피를 한잔씩 뽑아 들고 나온다.
정 애 차라리 내가 아픈 게 낫지... 너무 보기가 안됐어요.
동 식 그러게 말이다. 얼굴이라도 한번 더 봐야 되는데, 난 자꾸
눈물이 날려 그래서 가고 싶어도 못 간다.
정 애 그러지 말고 오늘 나랑 같이 가요.
동 식 그래.
이때 정애 핸드폰이 울린다.
정 애 여보세요. 민수씨? 지방 내려가셨다면서요.
민 수 (E) 연주가 없어졌어요.
정 애 네? 어제 제가 보고 왔는데요?
민 수 (E) 오늘 새벽에 몰래 나갔대요.
정 애 네...?
아득해지는 정애의 표정.
S# 46 택시 안 (낮)
민 수 나는 지금 강릉으로 가볼려고 해요. 정애씬 소영씨나 다른 데 좀 알아봐 줄래요?
정 애 (E) 네. 알았어요...
민 수 무슨 소식 들으면 나한테 바로 전화해주세요.
끊고, 얼른 주머니 뒤져 수첩 보며 다시 전화를 거는 민수.
S# 47 강릉, 연주모 집 (낮)
마루에 놓여있는 전화벨이 울린다.
집에는 아무도 없다.
S# 48 바다가 보이는 식당 (낮)
해물탕 정도. 밥을 먹고 있는 연주와 연주모.
연주모 근데 너 얼굴이 왜 그러니? 핏기가 하나도 없다.
연 주 요즘... 결혼준비하고 음, 출국준비 하느라고 잠을 좀 못 자서 그래.
연주모 출국?
연 주 어, 저번에 왔던 그 남자랑 결혼해서 외국 가요.
연주모 그 사람 집에서 반대가 심했다는데, 나 때문에 그랬니?
연 주 음? 아니, 괜찮아졌어요. 그 사람이 얼마나 잘하는데, 다들
나한테 뭐라고 안해. 걱정 말아요.
연주모 (미안한) 그래... 결혼식은 언제니? 내가 가야지.
연 주 음... 저기, 여기서 안하고 거기 가서 할거야. 그래서 요번에
같이 내려오려고 했는데, 그 사람한테 갑자기 일이 생기는 바람에...
연주모 밤에 어두운데서 잠깐 봤지만 사람이 참 좋아보이더라.
남자답고.
연주 감정을 조절하느라 힘이 들고, 둘 잠시 말이 끊긴다.
연주모 (꽃게살을 발라 연주에게 놔주며) 먹어. 니가 어렸을 때 참
좋아하던 건데. 가면 이런 거 못 먹을 테니까, 많이 먹어.
엄마가 놔준 걸 보는 연주.
연 주 저기, 엄마... 나 이번에 가면 오래 못 올지도 모르는데, 오늘
나하고 같이 있을 수 있어요?
연주모 그래. 그래야지. 집에 전화하면 돼. 애들 다 커서 괜찮아.
시선을 피하며 미소를 짓는 연주와 연주를 바라보는 연주모.
S# 49 달리는 고속버스 안 (낮)
초조하게 앉아있는 민수. 걱정스럽다.
S# 50 기태 병실 (낮)
기태가 비스듬히 앉아있고, 형사가 적으며 사건진술을 듣고 있다.
뒤에 기태모와 윤변호사가 서있다.
기 태 그 녀석이 전에 운수회사를 다녔어요. 아, 거기 송대호라는
친구가 있는데,
형 사 (적으며) 송대호요.
기 태 네. 그놈이 도와줬을 겁니다. 트럭도 그놈 게 틀림없구요.
형 사 오피스텔을 좀 수색해도 되겠습니까. 단서가 더 나올지도
모르니까요.
기 태 좋도록 하세요. 그 녀석 그 병원에 꼭 나타날 겁니다. 그
병원부터 가보세요.
형 사 (적은 거 보며) 서연주라는 여자가 입원해 있다는 병원이요.
기 태 예. 이번 일도 여자 때문에 저지른 거거든요. 하여튼 꼭
잡아야 됩니다. 그 놈이 나를 죽일려고 했어요.
형 사 걱정 마십시오. 초범이니까, 이런 건 금방 잡히게 돼
있습니다. 그런데 신고를 좀 일찍 하시지 그러셨어요.
기 태 수사에 어려움이 있으면, 뭐든지 말씀하세요. (윤변호사에게)
저기, 적극 지원 좀 해드려요.
윤 네.
미소가 스치는 기태의 표정.
S# 51 강릉, 연주모 집 (밤)
남학생이 방에서 나오고, 민수가 마당에 서있다.
남학생 누구 찾으세요?
민 수 어머니 안 계세요?
남학생 엄마. 친척분 누가 내려오셔서 같이 주무시고 오신다고 전화왔었는데요...
민 수 그래요? 어디에서 주무신다고 하셨어요?
남학생 그냥 시내라고만 하시고, 그건 모르겠는데요.
민 수 그럼... (주머니를 뒤져 연락처 적어주며) 혹시 다시
연락오시면, 저한테 바로 전화 좀 주시라고 해줄래요?
꼭이요?
남학생 (민수를 이상하게 보며, 받는) 네...
돌아서서 급히 나오는 민수.
S# 52 강릉, 여관방 (밤)
연주와 연주모 들어와서 서로를 본다. 잠시 어색하다.
연주 손에는 소주병이 담긴 봉지가 들려있다.
시선 피하면서 가방 내려놓고 먼저 앉는 연주.
연 주 (이불 속으로 손을 넣어보며) 방은 따뜻하다.
연주모 (앉으며) 그러게...
연 주 우리 같은 방에서 자본 거 되게 오랜만이다. 그지?
연주모 그래... 너 어째 좀 이상하다. 아까부터. 진짜 그 사람네
집안에서 반대한다는 거 잘 해결 된 거야?
연 주 그럼. 그 사람은 괜히 이상한 얘길 해 가지고... (말 돌리며,
소주병 꺼내는) 우리 사가지고 온 거 마시자. (종이 소주잔에
소주 따라주며) 자. 받으세요. 나 엄마 닮은 거 한가지 있는데, 뭔 줄 알아?
연주모 원데?
연 주 나두 소주 좋아해.
연주모 (연주 따라주며) 그러니... 어디 한번 마셔봐라. 보게.
연주와 연주모 소주를 마시며 서로를 본다. 마주보고 웃는다.
연 주 엄마 요즘도 그 노래 잘해?
연주모 무슨 노래?
연 주 왜, 옛날에 잘 불렀던 노래 있잖아. 아버지 약 다리면서. 그
노래 좀 불러봐.
연주모 그 노래... (생각에 잠긴다.)
연 주 얼른.
연주모 그래, 불러보자.
심수봉의 그때 그 사람을 부르는 연주모. 연주도 따라 부른다.
연주모 눈물이 흐르며 웃는다.
노래를 부르며 생각에 빠지는 연주.
노래 중간에 사르르 사그러드는 연주의 입술.
연주의 멍한 표정으로 엄마의 노랫소리 들린다.
S# 53 여관들 몽타주 (밤)
여관 전경이 보이고, 민수의 목소리 들려온다.
민 수 (E) 투숙객 중에 혹시 여자 두 분이 같이 오신 방 없어요?
다른 여관 카운터. 민수, 주인에게 설명을 하고 있다.
민 수 사람을 찾는데요, 중년 아주머니하고 아가씨하고, 딸인데요,
같이 들어온 손님...
고개를 젓는 주인. 실망해서 돌아서는 민수.
여관이 붙어있는 거리.
한 여관에서 나와 옆의 다른 여관으로 들어가는 민수.
S# 54 여관방 (밤)
간간이 파도소리 들려 오고,
불을 끄고 나란히 누워있는 연주와 연주모.
연 주 나 실은 그 동안 엄마 많이 보고 싶었어. 내가 툭툭거린 거
그거 다 엄마 사랑해서 그런 거니까, 나한테 미안해하지
말아요. 나한테 못해준 거, 대학 못 보낸 거, 그런 거 다
잊어버려. 나 엄마 탓 안 해. 그리고 이제 그 사람이랑
행복하게 잘 살 거니까, 난 잊어버려. 그만 미안해해도 되요.
알았지?
말이 없는 연주모. 눈물을 찍어낸다.
연주, 연주모의 품에 안겨 눈을 감는다.
S# 55 어느 여관 앞 (밤)
다른 여관에서 나와 간판을 둘러보며 거리로 나서는 민수.
이때 맞은 편에서 걸어오던 순경이 한 남자를 검문한다.
민수 자기도 모르게 얼른 다른 골목으로 향하며 숨는다.
돌아보면, 검문했던 남자에게 경례 때리고 그냥 지나가는 순경.
민수, 다시 나와 사람들 속으로 총총히 걸어간다.
S# 56 기태 병실 (밤)
병실로 들어서는 희정. 기태와 기태모가 돌아본다.
희 정 (들어서며) 어떻게 된 거야? 민수오빠가 뭘 어떻게 했다구?
기태모 (희정에게) 너두 조심해. 정신차리고.
희 정 (찔끔하며, 기태에게) 괜찮아?
기 태 니 눈엔 괜찮아 보이냐?
희 정 .....
기태모 너 좀 있어라. 담요라도 하나 더 달라 그래야겠다.
기태모 나가고 나면, 희정 의자에 앉는다.
희정과 기태, 멀뚱멀뚱하다.
희 정 그래서 경찰에 신고까지 했다며?
기 태 너 내가 이렇게 될 걸 보고도 아직도 그놈 편을 드냐?
희 정 물론 이렇게까진 되지 말았어야지. 하지만 다 오빠가 자초한
일 아니야? 그런데 경찰에 신고까지 해?
기 태 너. 가라. 너 여기 있어봐야 머리만 복잡하고. 당장 들어가.
희 정 많지도 않은 돈 당연히 줄 거 줬다고 생각하고 그만둬.
기 태 시끄러! 내 앞에서 자꾸 그런 식으로 떠들면, 너 용서 못해!
난감하게 고개 돌리는 희정.
눈을 감는 기태.
S# 57 다른 여관 골목길 (밤)
늦은 밤. 간혹 취객과 은밀한 남녀 뿐. 인적이 드물다.
여관에서 나와 걸어오는 민수. 지치고 힘들어보인다.
답답한 심정. 괴로워하며 전봇대를 잡고 서 있다가 힘없이 걸어간다.
S# 58 강릉 아침 전경 (인써트)
S# 59 강릉 고속버스터미널 숭강장 (아침)
연주에게 고속버스 표를 건네주는 연주모.
연주모 언제 떠나는지 출국날짜 잡히면 꼭 전화해. 내가 한번 올라가마.
연 주 (끄덕이고는) 엄마. 건강해야 돼?
연주모 그럼. 너두?
끄덕이는 연주.
연주모 들어가라.
서울행 우등고속을 타는 연주.
버스 안의 연주, 창가에 앉아 연주모를 바라본다.
출발하는 고속버스. 연주 창 밖으로 손을 살짝 들어 보인다.
이내 연주의 모습 사라지고, 멀어지는 고속버스.
S# 60 연주모 집 (아침)
연주모 들어서면, 남학생 마당에서 세수를 하다가 본다.
연주모 아침은 먹었니?
남학생 응. 어젯밤에 어떤 사람이 찾아왔었어.
연주모 나를? 누가?
남학생 몰라. 꼭 좀 전화해 달래요. 전화기 옆에 적어논 거 놔뒀어.
연주모 전화기 옆의 메모를 들고, 이상하다는 표정.
연주모 얘, 이 사람이 언제 찾아왔다구?
남학생 (자기방으로) 몰라. 전화해서 물어보면 되잖아.
연주모 급히 메모 보며, 수화기를 든다.
S# 61 연주 아버지 무덤 (아침)
민수 무덤 옆에 앉아있다. 핸드폰이 울리면 급히 받는다.
민 수 여보세요? 아, 네. 어머니, 접니다. 지금 연주하고 같이 계세요?
연주모 (E) 아니요. 연주 방금 서올 올라갔는데요?
민 수 네? 몇 시 차로 갔나요?
S# 62 연주모 집 마루 (아침)
전화통화를 하고 있는 연주모.
연주모 9시 20분 우등고속 탔어요. 그런데 둘이 무슨 일 있어요? 왜
결혼한다는 사람들이 따로따로 내려와서 그래요?
S# 63 연주 아버지 무덤 (아침)
민 수 아닙니다. 무슨 일은요... (말을 해야 되나 말아야 되나 잠깐
망설이다) 제가 일이 있어서 뒤늦게 내려왔는데, 연주가 저
오는 걸 모르고 있었나 봅니다. 길이 좀 엇갈린 거 뿐이에요.
연주모 (E) 그래요...?
민 수 저기, 나중에 찾아뵙겠습니다. 급히 올라가야 될 것
같아서요.
민수, 전화를 끊고 급히 시계를 보며 달려간다.
S# 64 강릉 버스 터미널, 승강장 (낮)
급히 서울행 고속버스에 오르는 민수.
승강장의 시계가 10시 반을 가리키고 있다.
출발해서 나가는 고속버스.
S# 65 연주 버스 안 (낮)
무표정하게 앉아있다가 창 밖을 보며 생각에 빠지는 연주.
흘러가는 창밖의 햇살.
눈을 감는 연주. 편안한 얼굴.
S# 66 회상 인써트
포장마차. 연주 앞에서 무릎을 꿇었던 민수. (3부)
다른 동네 앞. 가면서 하트를 만들어 보이던 민수. (4부)
나무가 있는 골목길. 술 취해 찾아와, 나 너 좋아해도 되지? 라고 계속 되묻던
민수. (5부)
여관방. 잠든 민수 옆에 눈물을 흘리며 누워있던 연주. (9부)
병실. 너 무슨 일이 있어도 꼭 살아야 한다고 말하며 안아주던 민수. (12부)
S# 67 민수 버스 안 (낮)
창 밖으로 마주 달려오는 차가 휙휙 지나간다.
멍하니 생각에 빠져있는 민수.
S# 68 회상 인써트
나무가 잇는 골목. 빗속에서 첫 키스를 하던 두 사람. (4부)
사무실. 더티한 새끼! 너도 그렇게 살지마! 뺨을 후려치고 가던 연주. (7부)
남산. 술 먹고 싶은데 돈이 없다고 말하는 연주. (8부)
실내 포장마차. 나 많이 봐둬라. 진짜로 많이 봐두라며 술 주정하던 연주.
(8부)
공원. 9시 뉴스보고, 산책 나갈 수 있으면 되는 건데... 그렇지 않니? 라고 묻는
연주. (9부)
술집. 나중에? 나중에 언제...? 라고 묻던 연주의 얼굴. (9부)
여관방. 침대에서 달려와 와락 민수를 끌어안던 연주. (9부)
S# 69 민수 버스 안 (낮)
멍하니 생각에 잠겨 있던 민수, 초조하게 시계를 보더니,
갑자기 전화를 건다.
민 수 정애씨? 나 민수예요. 지금 어디예요? 내 메모 들었어요?
S# 70 옥탑방 (낮)
정 애 아니요. 어떻게 됐어요? 연주 만났어요?
S# 71 민수 버스 안 (낮)
민 수 못 만났어요. 지금 연주 서울로 올라가고 있어요.
S# 72 옥탑방 (낮)
정 애 그래요?
민 수 9시 20분 우등고속 탔다니까, 1시 20분쯤 도착할 거예요.
정 애 알았어요. 지금 서둘러서 가면 잡을 수 있겠네요.
핸드폰을 끊고, 서둘러 나가는 정애.
S# 73 동네 근처 큰길 (낮)
정애 달려나와 택시를 잡으려고 하고 있다.
잘 안 잡히는 택시. 시계를 보며,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이윽고 좀 떨어진 곳에 서면, 택시를 향해 달려가는 정애.
정애 달려가는데 다른 사람이 타고 떠난다.
다시 택시를 잡는 정애.
S# 74 민수 버스 안 (낮)
시계를 보고는 초조하게 밖을 내다보는 민수.
다른 손으로는 핸드폰을 귀에 대고 기다리고 있다.
민 수 만났어요?
S# 75 서울 고속버스터미널 앞 (낮)
터미널로 뛰어들어가며 전화통화를 하고 있는 정애.
정 애 아니요. 지금 들어가요. 다 왔어요.
S# 76 동 하차장 (낮)
우등고속에서 내려 걸어나가는 연주.
연주 지나가면, 달려오는 정애.
주변을 둘러보고, 버스에서 내리는 사람들을 살펴보는 정애.
S# 77 서울 고속버스터미널 앞 (낮)
터미널에서 나와 지하도로 들어가는 연주.
S# 78 기태 병실 ((낮)
기태 침상에 앉아 밥을 먹고 있고, 기태모와 희정이 앉아있다.
윤변호사가 들어오자, 희정 자리를 비켜준다.
기 태 어떻게 됐어요?
희 정 (일어나며) 앉으세요.
윤 알아봤더니, 병원에 있다던 그 여자친구 행방이 묘연합니다.
병원에서 몰래 나갔대요.
순간 쳐다보는 희정.
기 태 (수저를 놓으며) 언제요?
윤 그날 없어졌답니다.
생각이 복잡한 희정.
기 태 봐라. 그놈이 여자까지 다른 병원으로 빼돌렸다. 나한테 아주
작정을 하고 계획적으로 그런 거군.
기태모 그럼 다른 병원을 알아봐야죠.
기 태 그 여자가 갈 수 있는 병원은 뻔해요. 몇 개 안 될 겁니다.
어떻게든 찾아내서 경찰에 넘겨요.
윤 그래서 알아봤는데, 서연주라는 그런 환자는 못 찾았습니다.
기 태 지방에도 알아봐요.
윤 지방에도 큰 병원 다 수소문해봤습니다.
기 태 그럼 그 여자 집을 가봐야죠? 집이 어디 라더라... 그쪽
병원에 기록 남아있을 거 아니에요? 어떻게든 찾아서 그놈
집어넣어야 됩니다. 기필코 집어넣을 거예요!
희 정 정말 꼭 이렇게까지 해야 돼?!
속이 상해서 질러버리고 나가는 희정.
S# 79 서울 고속버스터미널 하차장 (낮)
정애 애가 타는 표정으로 속상해 하고 있다.
강릉발 버스가 들어오면 보면서 고개 숙이는 정애.
버스 문이 열리고 몇 사람 안되서 내리는 민수.
둘러보다 시선이 마주치는 정애와 민수.
고개를 젓는 정애의 표정을 보고 실망하는 민수.
민수 다가서면,
정 애 어떡하죠? 제가 한발 늦었나봐요.
민 수 가죠.
나란히 돌아서서 걸어나가는 민수와 정애.
이때 검문을 하는 순경이 보이자, 민수 불안한 듯 주춤한다.
민 수 (정애의 등에 손을 대며, 나직이) 저쪽으로 갑시다.
민수, 방향을 돌려 정애를 데리고 간다.
불안하게 걸음이 빨라지는 민수.
정애 이상하다는 듯 뒤를 돌아보고 다시 민수를 본다.
정애의 시선 피하며, 서둘러 빠져나가는 민수의 불안한 얼굴.
- 15부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