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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 프린세스] 03

작성자수다쟁이|작성시간22.11.27|조회수216 목록 댓글 0

[마이 프린세스] 03

 

 

 

 

 

 

 

 

 

 

1. 해영 맨션 게스트 룸./ 해영 맨션 거실. 밤.

 

온 몸 비비꼬고 있는 이설.

부들부들 떨며 문자 보내는.

화면분할 되면서 해영과 이설 둘 사이 문자 마구 날라 다니는.

이설 “나 죽어요. 살려주세요”

해영 “참아.”

이설 “나가서 분위기 잡으면 되잖아요.”

해영 “갑자기 나가자고 하면 이상하잖아.”

이설 “좋아요, 1분 내로 상황 정리 안하면 나 혼자 알아서 할테니까 맘대로 해요.

참고로 이 방에 명품백이 참 많네요. 어디 빽을 가장 선호하실래나요?”

 

해영 : (헉-! 핸드폰 놓치는 해영.)

 

 

2. 해영 맨션 거실. 밤.

 

해영 : (다시 문자 보는)

윤주 : (화난...) 오빠 오늘 컨디션이 안 좋은가 봐요. 내일 만나서 다시 얘기해요.

해영 : 아, 그럴래? 그럼 늦었는데 그러자. (현관으로 먼저 가는)

윤주 : (안 잡아? 기분 상한...표정 관리하며) 저녁 다 식어서 어떡해요?

           (하다 표정 굳는. 현관 보면 이설의 운동화다)

해영 : (현관문 삐비빅- 열어주다) 왜? (하고 윤주 시선 따라가 보면 이런!!

           현관 손잡이 놓치는. 삐리릭- 현관 다시 닫히는. 후... 말 없이 윤주 보는데)

이설 : (우당탕 하며) 아! 배야!

 

이설 뛰어나와 뒤도 안 돌아보고 화장실로 들어가는!!

윤주 너무 놀라 말도 안 나오고,

해영 하얗게 사색되는!!

그때 화장실에서 들리는 이설 목소리.

 

이설E : 죄송해요. 너무 급해서요. 오관장님 갔어요?

윤주 : (표정 관리 하려 애쓰며 해영 보면)

이설 : (화장실에서 나오며) 아우, 쌀 뻔 했, 악- (현관 앞에 선 윤주 본!!) 왜 거깄...지? 분명히 삐리릭.... 했는데?

해영 : 넌 좀 들어가 있어.

윤주 : (주눅 들어 돌아서는 이설에게 애써 담담히..) 또 뵙네요.

이설 : (멈칫.. 돌아보며) 안녕하세요.. 놀라셨죠.

해영 : 오해 안 했음 좋겠는데.

윤주 : 안해요. 안하는데... 이런 면도 있었어요? (쿡- 웃고) 오빠 되게 귀엽네요. 갈게요. 나오지 마세요.

           (해영 보고) 나 여기까지가 딱 멋있을 거 같애. (가는)

해영 : (후... 문 닫는)

이설 : (후다닥- 방으로 들어가 빼꼼 눈만 내놓고 보는) 저 정말 최선을 다한거에요.

          근데 관장님 되게 쿨하다. 완전 멋있어요.

해영 : (쓸쓸하게 윤주 앉았던 자리 보다가) 여자들은 저런게 멋있냐?

이설 : (응?) 뭐야. 사랑하는 사이라면서요. 왜르케 시큰둥하대?

해영 : 사랑하는 사이? 우린 그냥 결혼할 사이야.

이설 : (!!)

 

 

3. 해영의 맨션 주차장.

 

또각또각 흐트러짐 없이 걸어가는 윤주.

그러다 차 앞에 천천히 멈추어 서더니 분 참지 못하고 들고 있던 빽으로 차 마구 내려치는.

 

 

4. 정우의 오피스텔. 밤.

 

정우, 침대에 잠들어 있다. 책 보던 중인 듯 손끝에 책 걸려 있고...

그때, 도어락 열리는 소리 나는.

정우, 잠결에 누구지? 놀라 부스스 일어나면,

 

윤주 : (정우 품 파고들며) 나 기분 너무 꽝이야. 위로가 필요해. 나 좀 위로해줘.

정우 : (늘상 그랬던 듯... 그 일이 누구 때문인지도 알지만...

          쓸쓸한 눈빛으로 팔 벌려 윤주의 머리 받쳐 안으며 머리카락 쓸어 넘겨주고 어깨 토닥토닥 해주는...)

 

(시간경과 - 다음날 아침)

윤주의 자켓 주머니에서 요란하게 울리는 핸드폰.

샤워 마치고 나온 정우 재킷 뒤져 핸드폰 꺼내 들면

 

윤주 : 내가 받을게. (시트로 몸 둘둘 말고 다가와 핸드폰 건네받아 받는) 여보세요.

           (사이. 눈 커지는) 뭐? 그게 사실이야?

정우 : (무슨 일이지?!)

 

 

5. 외교부 주차장. 낮.

 

해영 뛰어 나와 두리번거리면,

끼익- 하고 해영의 앞에 와 멈추는 윤주의 차.

 

윤주 : (문 벌컥 열고 내리며) 큰일 났어요!

해영 : 무슨 일이야.

윤주 : 회장님 말릴 사람 오빠밖에 없어요. 무슨 수를 쓰든 회장님 말려야 돼요.

           회장님 지금 전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시겠다고 기자회견 중이세요.

해영 : 뭐, 뭐? 환원? 누가. 할아버지가? 이 영감님이 진짜!

 

 

6. 기자회견장. 낮.

 

플래시 물결 흐르는 기자회견장.

동재, 꼿꼿이 앉아 또박또박 연설하고 있다.

 

동재 : 국민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대한그룹의 박동재입니다.

           대한그룹은 한민족 한겨레의 얼을 되살리고 국가의 구심점이 될 조선 황실의 재건을 지지합니다.

           아울러, 국민투표 결과 황실 재건이 공표되는 그날,

           저의 모든 사유 재산을 사회에 환원할 것을 밝히는 바입니다.

 

 

7. 도로 + 차 안. 낮.

 

운전중인 해영. 계속 핸드폰 걸고 있는..통화연결음만 계속 이어지고.

 

해영 : (음성 남기는) 전화 받아라.

 

해영 차 뒤쫓는 몇몇 차들 보이고....

 

 

8. 학교 라운지. 낮.

 

이설, 친구들과 점심 먹던 중, 입 떡 벌린 채 라운지 내 설치된 텔레비전 화면 보는.

대형 텔레비전 화면 속 뉴스 앵커 속보 전하고 있다.

 

앵커 : 대한그룹 박동재 회장이 황실재건안에 적극 지지를 표명하고 나섰습니다.

           박회장은 또한 황실이 재건될 경우 자신의 전 재산을 사회에 환원할 것이라고 밝혀 파란이 예고되는 가운데....

이설 : (그럼!! 저 분이 했던 말이 다 사실이었던 거야?!!!)

학생들 : 진짜 환원할까?/에이./뭔가 언론 플레이같지 않냐?/황실재건하면 대한그룹에 이득 되는 게 있나?

               /설마 진짜 전재산이겠냐. 어쨌든 살아생전에 재벌 해체되는 걸 보겠구나

               /내일 투표 꼭 하자/환원 안 하면 어떡하지?/대국민고발하지/울아빠 대한 다니는데 괜히 불똥 튀는 거 아냐?

 

학생들 웅성거리는데,

이설 여전히 놀란 얼굴로 화면 보고만 있는.

손에 쥔 핸드폰 계속 윙~ 하고 울리는데 느끼지도 못하는.

그런 이설의 어깨 너머로 핸드폰 걸며 라운지 들어오는 해영 보인다.

해영, 두리번거리다 텔레비전 보고 있는 이설 발견하고 저벅저벅 걸어가 확 일으켜 세우는.

 

이설 : 악- (놀라 보는)

해영 : 전화 폼으로 들고 다녀? 왜 전화 안 받아.

학생들 : (뭐지? 일제히 해영과 이설 보는)

이설 : 전화요? 아... 미안해요. (하다) 뉴스 봤어요? 방금 텔레비전에서,

해영 : (이설 손목 잡으며) 나와.

 

해영, 이설 데리고 나가려는데 라운지로 들어오는 한무리의 기자들.

헉!! 해영, 어떡하지? 하는데

“어! 저깄다” 하며 카메라 들이대며 달려오는 기자들.

 

기자1 : 박해영씨! 박회장님의 유일한 후계자로서 재산환원에 대해 한말씀 해주시죠.

기자2 : 운영진과는 협의된 사항입니까!

기자3 : 환원 규모에 대해 알고 있습니까?

 

이설 놀라 어쩔 줄 모르는. 그 순간, 플래시 터지며 찰칵 소리 요란한!!!

해영 본능적으로 이설 팔 훅 끌어당겨 이설의 얼굴 노출되지 않도록 품에 안는!!

 

이설 : (겨우 눈만 빼꼼 내밀며) 이 사람들 뭐에요?

해영 : (꼭 안고 귓가에) 얌전히 있어. 지금 찍히면 니 인생 제대로 꼬인다.

          (선글라스 꺼내 이설 얼굴에 끼는) 이거 껴. 너 좋자고 하는 거니까 군말 마. 뛰자.

이설 : 에?

 

하는 순간, 해영 이설 손목 꼭 잡고 반대쪽으로 뛰어간다!!

엄마얏-!! 반항할 새도 없이 따라 뛰는 이설!!

기자들 두 사람 따라 뛰는데!!

마주보고 들어오던 정우, 순식간에 스쳐 지난 두 사람 보고 놀란. 저벅저벅 따라가는데...

 

 

9. 학교 일각1. 낮.

 

화창한 캠퍼스.

학생들 사이 비집고 마치 영화 속 한 장면처럼 달리는 이설과 해영.

 

 

10. 학교 일각2. 낮.

 

테이크아웃 커피 손 마다 들고 수다 떨며 걸어오는 한 무리의 여학생들.

그중 끼어있던 선아, 맞은편에 달려오는 이설 보고 “어? 설이?” 알아보는데

해영, 이설 달려오는 기세에 여학생들, 어어어-! 커피 쏟을까 좍 피하는데

 

선아 : (이설 따라 고개 돌아가며) 야 썰! 너 어디가! 수업 안들어?

이설 : (뛰며 고개 돌아보는) 몰라 나두! 니가 나 대출 좀 해줘!! 꼭!

선아 : 한겨울에 선글라슨 왜 꼈대? (동기한테) 옆에 남자 봤어?

동기1 : 남자였어? 조각상 아니구? 설마 설이 남친 아니지?

 

수선들인데 그때 한 무리의 기자들 고함치며 뛰어오는.

꺅- 커피 쏟을까 또 피하는 여학생들이고

 

선아 : 왜들 저래? 이설 뭔 사고 쳤냐?

이설E : 아얏-! 나한테 왜 이래요!

 

 

11. 학교 주차장. 낮.

 

이설 팔 쥔 채 차 문 여는 해영, 이설 어깨, 다리 마구 밀어 넣고 겨우 문 쾅 닫고 나면

이미 기자들로 포위된.

차 등지고 서서 미간 좁히며 기자들 보면, 플래시 연속 터지는데.

 

기자들 : 재산환원에 관한 입장을 들려주시죠./서림대엔 갑자기 왜 오신 겁니까/

              방금 여자분은 누구죠?/정확한 재산환원 시기는 언젭니까!

해영 : (가쁜 숨 고르더니 빙긋 웃는)

기자들 : (응? 소란 좀 잦아드는데)

해영 : 제가 집안문제로 평소에 카메라랑 친합니다.

          기자분들께 이왕 찍는 거 베스트샷 찍으시라고 포즈 인심도 후하구요.

기자1 : (눈치 없이) 오른쪽 잠깐 봐주세요!

해영 : 근데 오늘은 찍을 만큼 찍은 거 같네요. 그만들 돌아가시죠.

기자1 : 지금 심경이 어떠십니까!

해영 : 그걸 말이라고 묻냐? 더 이상 열 받게 하지 말지? 라고 (공손) 얼굴에 안 써 있나요? 제가 워낙 속이 좁아서요.

기광E : 외신담당 사무관이 아직도 기자 다루는 스킬이 부족하네요.

해영 : (!! 소리나는 곳 보면)

기광 : (한발짝 다가서는) 오랜만입니다 박해영 사무관.

해영 : (가소로운) 유기광 기자님? 벌써 출소하신 줄은 몰랐네요.

기광 : 바쁘신 분이 그런 것까지 기억하시기 힘들죠.

          대한그룹 덕에 유치장 들락거리는 기자가 한둘도 아닌데.

해영 : 그걸 잘 아시면서 겁도 없이 또 내 앞에 나타나셨어요?

기광 : !!

이설 : (창으로 슬쩍 머리 올라오는. 귀 대고 들어보려고 하는데)

해영 : 그 때 쓰신 악랄한 기사 덕에 우리 회장님 충격 받아 돌아가실 뻔 했는데

          이렇게 또 마주치면 제 기분이 영 별로잖아요.

기광 : (기 안 죽는. 슬쩍 차 안 보며) 우리끼리 재밌는 얘긴 날잡아 따로 하구요.

          서로 바쁜데 경제적으로 묻죠. (다 들으라고) 차 안에 여자분, 공주 맞습니까?

해영 : !!

기자들 : 공주? 무슨 공주?/황실 재건한다더니 왕자가 아니라 공주였어?/

              안에 계신 분이 정말 공줍니까/대체 박해영씨와 무슨 관곕니까?!!

 

 

12. 해영 차 안. 낮.

 

선글라스 끼고 창에 귀 대봤다 뗐다 안절부절하는 이설.

 

이설 : 아니 대체 왜들 저러는 거야. (핸드폰 와 받는) 선아? 너 수업 안 들어갔어? 나 대출 좀 해주라니까.

선아F : 지금 수업이 문제냐. 애들 난리났어. 다 니 얘기만 해.

             너 좀 전에 그 남자 누구야? 둘이 라운지에서 완전 영화 찍었다메?

이설 : 헐, 영활 찍긴 찍었는데 뭐랄까. 납치물? 나 영문도 모르고 끌려와서 차에 갇혔다 지금?

선아F : 너 나 몰래 남친 생겼냐?

이설 : 너 나 몰라? 오매불망 초지일관 일편단심 남정우!

           잠깐, 설마 너 교수님 앞에서 통화하는 건 아니지?

선아F : 아직 수업 안 들어오셨어. 아까 너 뛰어간 쪽으로 따라가시던데?

이설 : 진짜? 왜? 나 걱정돼서 구해줄라고 그러셨나? (하다) 야! 근데 그걸 이제 말함 어떡해! 끊어 봐.

          (창밖 보는) 어디 계신 거야?

 

 

13. 학교 주차장 일각. 낮.

 

이설 눈 가늘게 뜨고 정우 찾는데.

 

해영 : (문을 열어? 죽을라구! 다시 올리라고 팔꿈치로 툭툭 치는)

이설 : (맞은. 소리 죽여) 아얏! 이 야만인. 문 좀 열었다구 여자 얼굴을 팔꿈치로, 아우.

          (룸미러로 얼굴 보는데 기자들 목소리!!)

기자들 : 정말 공줍니까?/말씀해주시죠!/국민들에겐 알 권리가 있습니다!

이설 : (놀라 창문 올리는데!!)

기자들 : 대한그룹과 황실, 대체 무슨 사입니까/여자분 좀 내려 보시죠!!/해명 부탁드립니다.

해영 : (창문 닫힌 거 보고) 제 여잡니다!

정우 : !!

기자들 : (헉!! 일순 정적)

해영 : 근데 평범한 학생입니다. 제가 누군지, 자기가 왜 숨어야 하는 지도 모르는 순진한 사람입니다.

           그러니 더 이상의 사생활 침해는 사양합니다. 그녀가 많이 놀래서요. (차에 타는)

기자들 : (헉! 차에 달라붙는) 결혼하시는 겁니까/첫만남은 언젭니까/첫키스는 언젠가요?/집안반대는요

              /1면 비우라고 해!/여자친구분은 재산환원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해영 차 무서운 속도로 쌩하니 달려가면, 기자들 서둘러 차로 뛰어가는.

그 와중에 남은 기자들 바닥에 노트북 놓고 기사 작성하느라 아수라장 된다.

남겨진 정우, 대체 무슨 일인가 싶은데...

 

 

14. 도로 + 스포츠카 안. 낮.

 

해영 : 문은 왜 열어 겁두 없이.

이설 : 설마 공주 얘기 공표한 건 아니죠?

해영 : 벨트 매.

이설 : 나 아니라니까? 빨리 기자들한테 오해라고 해요.

해영 : 내 품에 안겼음 공준 아니어도 신데렐란 되지 않겠냐? (핸들 잡으며) 꽉 잡아. 마법 풀릴 시간이니까.

이설E : 까야아!! 속도 좀 줄여요! 공무원이 도로교통법을 준수해야죠!

 

 

15. 대한호텔 정문. 낮.

 

끼익- 해영 차, 굉음과 함께 멎는.

도어맨 달려나오고, 이설 기진맥진한데

 

도어맨 : (차문 열며 정중하게 인사하는) 오셨습니까 이사님.

해영 : (내리며) 기자들 따라오니까 문 좀 막아요. (이설 쪽 문 열고) 뭐 해 안 내리구.

이설 : (호텔 보고 헉!) 저희 집 가훈이 경쟁업소 출입금진데요.

해영 : (끌어내며) 하늘이 두쪽 난대두 너네집이랑 우리집이랑 경쟁할 일 없어.

          감히 어따 들이대. 나와. (끌고 가는)

이설 : (끌려가며) 우리집이요?

 

도어맨, 무전 보내면 검은 정장 사내들 뛰어나와 호텔 정문 잠가버린다.

이내 줄줄이 기자들 차량 들어오면

기광 제일 먼저 차에서 뛰어내리는데 도어맨들 출입문 앞 막아서는.

 

도어맨 : 잠시 점검중입니다. 대단히 죄송합니다.

기광 : (!!) 박해영씨 지십니까?

 

기광, 막힌 호텔 문 보며 짜증난 얼굴이고...

 

 

16. 대한호텔 복도. 낮.

 

해영, 이설 끌고 복도 계속 걸어가는.

이설 질질 끌려가며.

 

해영 : (스위트룸 문 열고) 서서할 얘기 아니니까 들어가.

이설 : 어머. (룸 보곤 가슴에 양 손 포개는. 해영, 룸 번갈아보는)

해영 : 너 그 표정 뭐냐? 얘가 눈빛으로 사람 명예 훼손하네?

이설 : 명예훼손은 그쪽이 먼저 하셨거든요.

해영 : 까불지 말고 들어와. (이설 목덜미 확 잡아 끄는데)

이설 : 어머! 어딜 만져요! (팔 내젓다 뭔가에 턱! 부딪힌)

해영 : 악! (입술 제대로 맞은)

 

 

17. 스위트 룸. 거실 + 침실. 낮.

 

해영. 거울에 입술 비추면 벌겋게 피 묻어나오는.

이설, 미안해서 옆에 앉아 보고 있는.

 

이설 : 많이... 아파요?

해영 : (침대 앉아 입에 댔던 손수건 보면 핏자국. 이설 노려보면)

이설 : (꾸벅) 미안... 해요. 당황해서 그랬어요.

해영 : 니가 태권브이야 마징가 제트야. 어떻게 당황하면 주먹이 나가.

이설 : 제가 원래 치한만 보면 본능적으로 주먹이 확- (주먹 확 치켜드는데)

해영 : (순간 움찔!! 이런... 창피한)

이설 : 풉- . 의외로 귀여운 구석도 있네요. 뭐 이런 거에 쫄구 그래요.

해영 : 반사신경이 뛰어난 거야.

이설 : 하긴 아까 진짜 빠르긴 했어요.

해영 : (보면)

이설 : 기자들 앞에서요. 눈앞이 번쩍하더니 내가 그 품에 쏙 안겼더라구요.

          (입 삐죽) 많이 해봤나 봐요? 확 땡기는 거.

해영 : ... 아깐 그거 말곤 너 지킬 방법이 생각이 안났어.

이설 : !

해영 : 넌 안 겪어봐서 모르겠지만 내 얼굴이 찍혀서, 내 사생활이랑 같이 돌아다니는 거 상당히 불쾌하고 때론 끔찍해.

이설 : 패리스 힐튼처럼?

해영 : (질색) 감히 어따 들이대. 집안으로 보나, 인품으로 보나 나랑 비교가 되냐?

          걘 호텔집 손녀고 난 호텔 포함 대한그룹 유일한 상속잔데.

이설 : 사촌 형제도 없어요?

해영 : 아버지도 없어. 20년 동안 감감무소식이야.

이설 : !!

해영 : 노인네만 돌아가시면 열두살 꼬맹이가 대한그룹을 통째로 물려받을 판인데 얼마나 드라마틱해.

           덕분에 어릴 때 부터 달라붙는 기자도 많고, 유괴범도 많고,

           가디언이 돼주겠다며 접근하는 악의 무리는 더 많고.

           근데 이제와서 한푼도 못 주신다니 내가 화가 나, 안나?

이설 : (해영 머리 손가락 끝 모아 톡톡)

해영 : (!!)

이설 : 고생 많았다구요. 나 열두살 땐 엄마가 언니 밥숟갈에 소세지 한 개만 더 얹어줘도 세상이 무너지는 거 같았는데.

해영 : (피식)

이설 : (씩 따라 웃는) 그땐 학교 갔다 집에 왔는데 문만 잠겨있어도 얼마나 서럽던지...

          내가 그래서 인생을 쫌 알죠.

해영 : (시계 보더니) 자, 그럼 이제 이설의 첫 방송 출연을 감상해 볼까?

이설 : 네?

해영 : 아까 찍은 거. 지금쯤 속보로 나올 거거든. 화면빨 잘 받나 보자.

 

리모컨으로 티비 켜는데, 헉!! 눈 커지는 이설.

화면 속 호텔 배경으로 기광 서 있는!!

 

 

18. 대한호텔 앞. 낮.

 

초조한 얼굴의 경비원들 등지고 리포팅 중인 기광.

 

기광 : 이 곳은 대한호텔 앞입니다. 대한 그룹 박동재 회장의 재산환원 결정에 따라

           후계자인 박해영 씨의 심정을 듣기 위해 와 있습니다.

 

 

19. 스위트 룸. 침실. 낮.

 

이설 : 세상에, 저렇게 방송해도 돼요?

해영 : 저 인간 끝까지 여기서 개길 줄 알았다 내가. 딴에는 한칼 뽑았다고 시위하는 건데 그래봤자지.

기광 : (화면속) 박씨는 현재 약혼녀와 이 호텔에 투숙해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설 : 야, 약혼녀?

해영 : (!!) 조용히 해봐. (볼륨 높이면)

 

티비 화면 속, 자료화면들 쭉 나오는데, ‘제 여잡니다!’ 외치는 해영.

 

이설 : 제 여자아? (도끼눈 뜨고 해영 보면)

해영 : (이마 싸쥐는... 하필 저게) ... 이건 예상 밖이네.

이설 : 해명 안 해요?

해영 : (티비 띡 끄고) 저거 나 아냐. 아니지 그럼. 딱 봐도 합성이네.

이설 : 쿡- 뉴스보고 합성이랜다. 암만 급해두 뭐 저런 무리수를 뒀어요?

해영 : 웃음이 나?

이설 : (얄밉게) 난 얼굴 안 나왔잖아요. (하다 헉!!) 잠깐. 컴퓨터 있어요? 인터넷 되죠?

 

 

20. 스위트룸. 거실. 낮.

 

인터넷 검색하고 있는 이설. 옆에서 보고 있는 해영.

 

이설 : 인기 검색어 1위 포옹녀?

해영 : 그게 뭔데.

이설 : 동영상 실시간 검색 1위도 포옹녀! 어떡해요. 아까 나 덮친 거 동영상 도나 봐요.

해영 : 덮친 게 아니라 너 구해준 거라고.

이설 : 실검 2위. 황실 재건. 3위 재산환원. 라운지 직찍이면 나 누군지 알아보는 사람도 있겠어요.

           (핸드폰 내밀며) 얼른 전화해요 빨리.

해영 : 어딜.

이설 : 포털 사이트요. 전화해서 빨랑 내리라고 해요. 재벌들은 그런 거 쫌 되잖아요.

해영 : 그게 됐음 진작 내 프로필부터 내렸지.

이설 : 실망이야 진짜. 무슨 재벌이 그래요?

해영 : 나 재벌 아냐. 재벌 손자지.

이설 : 그럼 할아버지한테 해달라고 해요.

해영 : 우리 할아버지가 어떤 사람인데 조건 없이 들어줄 거 같아?

이설 : 무슨 조건이요?

해영 : 니가 순순히 공주 한다 그럼 해주겠지.

이설 : !!

해영 : 할 거야?

이설 : 해야죠.

해영 : (이런!!)

이설 : 일단 사이트 마다 우리 사진, 검색어 싹 내린 다음에 그 담에 공주 취소하면 되죠.

           그럼 설마 일단 내린 걸 도루 올리시진 않을 거잖아요.

해영 : 사람이 신용이 있어야지 그렇게 뒤집으면 되냐?

이설 : 그럼 내가 공주 했음 좋겠어요? 그쪽 재산 다 날라가게?

해영 : (!!) 너 첨부터 이 사태에 대해서 완벽하게 이해하고 있었던 거야?

이설 : 얘기하다 보니까 정리 된 거죠. 가장 중요한 건, 난 공주 아니라구요.

해영 : 이유는?

이설 : 우리 아빠가, ... 금방 돌아올 거거든요.

해영 : !!

이설 : 나 좀 많이 피곤한데 이제 그만 집에 가면 안 돼요?

해영 : ... 기자들이 니 옷 다 알아볼 걸.

이설 : 그럼 나 저쪽방에서 좀만 쉴게요. 무슨 일 생김 바로말해 줘요. (방으로 가는)

해영 : (가슴 먹먹해지는. 이 아일 어째야 하나... 힘든데... )

 

 

21. 스위트룸. 침실. 낮.

 

커튼 밖으로 살짝 바깥 내다 보는 이설. 아직도 기자들 한가득이고...

커튼 닫고 침대 아래 쭈그려 앉는.

내가 정말 공주인 걸까... 아빠는... 정말 돌아가신 걸까...무릎에 고개 묻는데...

 

 

22. 동재 저택 전경. 낮

 

 

23. 동재 저택 거실. 낮.

 

휠체어에 앉아 링거 꽂은 동재, 리모컨 내던지는.

묵묵히 서 있는 기택과 윤주.

 

동재 : 약혼자라니 이게 뭔 해괴한 소리야!

기택 : 해영이가 공주님 신상을 숨기려고 임기응변으로 한 소린가 봅니다.

동재 : 대체 뉴스 하나 못 막고 뭐 했어! 국민들이 바보야?

          대한그룹 손자란 놈이 저 사단을 냈는데 환원이다 뭐다 다 쇼라 할 거 아니냐고!

기택 : 죄송합니다. 바로 중지시켰습니다.

동재 : 다 본 놈에 뉴쓸 이제 중지시켜 뭘 해! 이런 거 안 보태도 오늘 낼 오늘 낼 하는 숨통이야.

          하루라도 빨리 내 제삿날 받고 싶어서들 이래?

윤주 : 회장님. 정말 전재산을 환원하실 생각이세요?

기택 : 윤주야.

윤주 : 크신 뜻은 알겠습니다. 하지만 너무 성급하게 발표를 하신 게 아닌지...

동재 : 어떻게 된 거야. 이게.

기택 : (당황) 재산 환원 발표하시기 전까지 윤주도 몰랐습니다.

동재 : 어이구 저 놈의 입. 해영이 놈이야 그렇다 쳐도 윤주는 알아야 일을 시키지.

           해영이 짝 될 사람인데 믿고 맡길 식구가 얘밖에 더 있어?

윤주 : (불안하게 보면)

동재 : 내 오래된 꿈이다. 죽기 전에 이루고 싶었던.

윤주 : !!

동재 : 너도 알다시피 나와 니 아버진 대한그룹에 평생을 바쳤다.

           그 덕분에 대한그룹은 대한민국의 경제사에 수많은 신화를 남겼고 이젠 세계로 나아가고 있다.

           그래서 드디어 모든 걸 내려놔도 될 순간이 왔다. 공주님을 찾았으니...

윤주 : ...

동재 : 네 아버지 도움이 컸다. 십년 전부터 차곡차곡 준빌 했거든.

윤주 : (굳은 얼굴로 기택 보는데)

동재 : 오늘부터 윤주 니가 좀 바빠야겠다. 느 아버지 도와서 국민들 설득 좀 시켜. 꼬시라구.

          황실이 재건되면 대한민국이 어떻게 발전할 지, 대대적으로 홍보해.

          다들 황실이란 말만 들어도 기분 째지게 만들어. 그리고 지금 당장 호텔가서 이 놈 잡아와!

윤주 : ...네.

 

 

24. 기택 방. 낮.

 

기택 들어오면, 서서 기다리던 윤주, 어쩔 줄 몰라 부들부들 떠는.

 

윤주 : 공주가 누군데요.

기택 : ...

윤주 : 황실 그따위 게 뭔데 우리가 이런 일을 당해야 돼요!

           어떻게 이런 얘길 저한테까지 숨기세요. 남 좋은 일 시키려구 평생 그 고생 하셨어요?

기택 : 목소리 낮춰라.

윤주 : 참 한결 같으세요.

기택 : (아프게 윤주 보는데)

윤주 : 엄마 돌아가시던 날도 딱 이러셨어요. 혼자 엄마의 임종을 지킨 딸한테

           무서워서 바들바들 떨며 우는 어린 딸한테 그러셨죠.

           목소리 낮춰라... 회장님 더 이상 힘들어하시면 쓰러지신다.

기택 : ...

윤주 : 그래서 엄마 돌아가신 이후로 조용히, 죽은 듯이 살았어요.

           언젠간 좋은 날이 오겠지. 언젠간 보상 받는 날이 오겠지...

           헌데.... 그 결과가 겨우 이거라구요. 십년 전에 결정된 일이면 그때 나갔어야죠.

           그때라도 다 버렸어야죠!

기택 : 진정해. 너라도 중심을 잡고 해영일 이해시켜야지.

윤주 : 이해요? 이게 누군가를 이해해서 납득할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하세요?

           전 더 이상 아빠처럼은 못 살아요. (뛰쳐나가는)

기택 : (잡지도 못하고 침대에 걸터앉는... 윤주 나간 문 하염없이 보는...)

 

 

25. 도로. 윤주 차 안. 낮.

 

무섭게 질주하는 윤주. 핸즈프리로 통화하며.

 

윤주 : 오윤주예요. 지금 당장 좀 뵐 수 있을까요.

 

 

26. 카페. 낮.

 

윤주와 기광 마주 앉아있는.

기광 뚫어져라 보며 우아하게 커피잔 드는 윤주...

 

윤주 : 오랜만이에요. 출소하신 거 축하해요.

기광 : 덕분에 무사히 나왔습니다. 감사합니다.

 

 

27. 청와대. 낮.

 

뚱한 얼굴로 반찬 깨작거리고 있는 소순우,

맞은 편 보면 대통령 식사중이다.

둥근 테이블에 대통령과 야당 지도부들 둘러앉아 오찬 들고 있는.

미소 띠며 의원들에게 말 걸려는 대통령, 시선 얽히는 곳 없어 흠... 하다가

 

대통령 : 소순우 대표님과 오찬은 참 오랜만이네요. 건강 좋으시죠?

소순우 : 실은 요 근래에 좀 나빠졌습니다.

대통령 : 안색은 좋아보이시는데요. 살도 좀 붙으신 거 같구.

소순우 : 부은 겁니다. 잠을 못 자서. 대통령께서 황실 재건이니 뭐니 자꾸 기함할 일을 벌이시니까

              심장도 안 좋고, 혈압도 비정상이고, 주름도 늘고 뭐 그렇습니다.

대통령 : 하하. 그래서 요새 인터뷰 때 마다 메이크업이 뜨셨나 보네요.

소순우 : (저 인간이!)

대통령 : 요새 손에 잡히는 신문이며, 잡지마다 안나오시는 데가 없더라구요.

              황실 재건이 그렇게 싫으세요?

소순우 : 국민의 대다수가 싫어합니다. 자료 보시겠습니까?

대통령 : 리서치 회사 바꾸세요. 그렇게 정보력이 떨어지는 곳이랑 거랠 하시니까

              금자당이 지난 대선, 총선 줄줄이 패배한 겁니다.

의원들 : !!

 

 

28. 스위트 룸. 거실. 낮.

 

해영, 심각한 얼굴로 컴퓨터 보고 있는데 문 열리는.

해영 놀라 보면 윤주 들어선다.

 

해영 : 윤주? 어떻게 알고 왔어.

윤주 : 대한민국 국민이 다 알죠 오빠 여기 계신 거. (하는데 문 열리는 소리에 보면)

이설 : (졸음 가득해 수퍼맨처럼 담요 어깨 둘러매고 나오는) 하암. 몇시에요?

윤주 : (!!) 은별씨?

이설 : 어? 관장님...

해영 : 넌 또 이불은 왜 뒤집어 쓰고 나와?

이설 : 자다 깼더니 좀 추워서요.

윤주 : (허-) 밖은 난린데 태평하게 여기서... 자고 있었다구요?

해영 : 한데서 좀 뛰었다고 피곤했나 봐. 깼으면 이불이나 개.

윤주 : (!!) 호텔에 같이 온 게... 은별씨였어요?

이설 :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네요. 그동안 안녕하셨어요?

윤주 : 은별씨 참 해맑네요. 나 같음 이 상황에서 안녕하냐 소린 안 나올 거 같은데.

           (해영더러) 듣는 귀 없는 데서 얘기 좀 해요. (방으로 들어가는)

해영 : (어깨 으쓱. 따라 들어가는)

이설 : 나 땜에 화났나? 화는 지금 내가 나야되는구만. (문에 가서 엿듣는)

 

 

29. 스위트룸. 침실. 낮.

 

흐트러진 침대 위 이설 코트 널부러진.

윤주 입술 깨물곤 테이블 의자에 단정하게 앉는.

해영 문 옆에 기대 선.

 

해영 : 오핸 하지 말구.

윤주 : (감정 없이 보는) 앉으세요.

해영 : (그대로 서서) 화 많이 났구나.

윤주 : 입술은 왜 그래요? 피난 거 같은데.

해영 : 쟤 끌고 오다 맞았어.

윤주 : (기막혀) 허... 잘됐네요. 고소하다.

해영 : (첨 보는 윤주 반응에 놀라 보는데) 뭐?

윤주 : 저 지금 오빠 너무 밉거든요.

해영 : ....

윤주 : 공주 찾아간 줄 알았어요. 어떻게 그렇게 빨리 찾았나 했죠.

           근데... 은별씨였어요? 어떻게 약혼녀 얘길 방송으로 듣게 하세요?

           우리 대단한 연애한 건 아니지만 결혼할 사이 아니었어요?

           나 지금 자존심 상하고 창피하고 맘이 너무... 아파요.

해영 : (윤주 히 보는...)

윤주 : (마주 보면)

해영 : 미안하다. 다 설명할게.

 

 

30. 스위트룸 거실. 낮.

 

이설, 문에 바짝 서서 엿듣고 있는데 콰당! 문 열려 정통으로 박은!!

해영, 문 손잡이잡고 이설 보면 아파 죽으려고 하는데.

 

이설 : 노크도 없이 문 열면 어떡해요! 무슨 외교관이 기본 에티켓이 없냐?

해영 : 노크는 원래 밖에 있는 사람이 하는 거거든?

이설 : 아.. 맞다. 우씨, 근데 일부러 그랬죠?

해영 : 어. 엿듣는 거 괘씸해서.

이설 : 웃긴다 난 그냥 두 분이... 혹시... 내 욕 하시나 싶어서 그랬죠.

해영 : (소파로 가 앉는) 우리가 함께 갈 길이 얼마나 험난한데 니 욕을 왜 해.

          정신 차렸음 앉아. 윤주 너도.

윤주 : (불편한 얼굴로 앉으면)

해영 : (종이, 펜 이설 앞에 밀어주면서) 소개 다시 할게. 이쪽은 나랑 결혼할 사이인 해영박물관 오윤주 관장.

이설 : (무안한) 하하... 저번엔 제가 좀 오버했죠? 전 첫사랑 아직 못 잊으신 줄 알고.

윤주 : 네?

해영 : (째려보면)

이설 : 아뇨. 두분 예쁜 사랑 하시라구요.

해영 : 그리고 이쪽은 할아버지가 전재산 털어서 팍팍 밀고 계신 이설 공주.

윤주 : (!!) 이설공주요? 정말이에요?

해영 : 일이 그렇게 됐어. 나도 긴가민가 해서 미리 말 못했고.

이설 : (정색하며) 몇번을 말해요. 나 공주 아니라고 했죠.

해영 : 니가 아니라고 한다고 아닐 수 있는 상황이 아니야 지금.

          근데 자꾸 아버지 핑계 대면서 니 출생의 비밀 자체를 부정하는덴

          뭔가 세게 바라는 게 있단 뜻이겠고. 그지?

이설 : !!

윤주 : 아버지 핑계라뇨?

이설 : 쓸데없는 소리 할 거 없구요. 저 할말 없으니까 그만 갈게요. (일어나려는데)

해영 : 앉아.

이설 : (홱 노려보면)

해영 : 앉아서 여기 적어 봐. 한국에서 뜨는 대신 니가 나한테 뭘 뜯어내고 싶은지.

이설 : (기막혀 보면)

해영 : 너 유학 가고 싶다며. 보내줄게. 그게 싫으면 어디 휴양지 가서 실컷 놀다 와도 좋구.

          이 정권 끝날 때까지 한 삼년이면될 거 같다.

          가 있는 동안 니네 가족도 돌봐줄게. 돌아오면 취직도 시켜주고.

윤주 : ... 저도 도울게요. 원하는 거 있음 말씀해보세요.

이설 : (윤주 앞이라 더 비참한...) 허. 정말 달라는 대로 다 주실 거에요?

해영 : 되도록이면.

이설 : 좋아요. 그럼 그쪽 전재산 주세요. 그럼 유학 갈게요.

해영 : (!!) 나 지금 농담할 기분 아닌데.

이설 : 농담 아니거든요.

해영 : 나 화 나게 말지. 화 나면 나 많이 나빠질 수 있는 남잔데.

이설 : !!

윤주 : (아웅대는 둘 심란하게 보는데 전화오는) 네. 저에요. 같이 있어요. (해영 주며) 받아보세요.

해영 : 네. 지금요? (이설 보는)

이설 : (난 또 왜 봐? 심술 나서 입 내밀고 보는데)

 

 

31. 동재 저택 주차장. 낮.

 

비서들 부축받아 자동차에 오르는 동재. 보면서 통화중인 기택.

 

기택 : 널 믿고 부탁하는 거야. 공주님을 모시고 와야겠다.

 

 

32. 스위트룸. 거실. 낮.

 

전화 끊고 윤주에게 주는 해영. 심란하게 보는데...

 

윤주 : 아빠 뭐라세요?

해영 : ... 일단 윤주 넌 먼저 돌아가야겠다. 얘랑 급히 갈 데가 생겼어.

이설 : 됐네요. 전 집에 갈 겁니다. 안 보내주면 경찰 부를 거구요.

해영 : 너... 니네 아빠 보러 오래.

이설/윤주 : !!

해영 : 만나게 해줄게. 그래야 우리 얘기 끝날 거 같다.

이설 : (설렘과 두려움 교차하는... 아무 말도 못하는데...)

 

 

33. 호텔/옥상. 낮.

 

출입문 열고 이설, 해영 들어서면 미친 듯이 바람 부는.

이설 놀라보는데.

두두두- 요란한 프로펠러 소리!! 착륙지점으로 서서히 하강하는 헬리콥터.

해영, 복잡한 심경으로 보고 있고,

옆에 선 이설 헬기 보며 심장 쿵쾅댄다.

 

이설 : 와. 진짜 스케일 남다르다. 기자들 따돌리려구 헬리콥털 불러요?

해영 : (앞섶 헤쳐진 것 보고 툭툭 여며주는) 가자.

이설 : (심장 쿵... 어쩐지 발 안 떨어지는데...) 진짜... 우리 아빠한테 가는 거 맞죠?

해영 : (죄책감 느껴지는... 대답없이 이설 보는데.....)

 

이설, 헬리콥터 보는데 기분이 이상하다.

어느새 현실의 프로펠러 소리 점점 잦아들고....

오래전 어느날.... 어느 공사장을 흔들던 프로펠러 소리... 인부들의 고함...

먼 곳에서 설아....

이설 헬리콥터 올려다 보는... 하늘 눈부신데...

 

 

34. (과거회상. 1991년.) 어느 공사장. 낮.

 

쨍한 하늘.

바라보는 어린 이설... 저멀리 헬리콥터 한 대 점처럼 날아가는.

이한, 벽돌 가득 담긴 지게 지고 끙- 일어나면,

어린 이설(5) 벽돌 두 장 맨손으로 들고 이한 따라 나서는. 딸기 방울로 머리 묶은...

 

이한 : (반장 눈치 보며) 설아, 그거 놓고 쩌 가 있어. 얼른. 다쳐.

이설 : 안 다쳐. 내가 도와줄게 아빠. 봐. 나 힘쎄지?

반장 : 이 새끼가 진짜! 사람 말이 말 같지 않아? 내가 현장에 애새끼 끌고 나오지 말라고 몇 번을 말해! 어?

           한 번 더 내 눈에 띄면 칵 디진다고 했지?

이설 : (눈물 그렁해 뒤로 숨는) 아빠....

이한 : 미안합니다 반장님. 앞으론 절대 안 데려올게요. 한번만 봐주세요.

 

하며 이한 싹싹 빌고 반장 지랄지랄 하는데,

그때, 두두두- 헬리콥터 착륙 하는.

인부들, 먼지 소용돌이 피해 사방으로 흩어지는데,

헬리콥터에서 내리는 동재(69)와 기택. 이한쪽으로 급히 달려오는....

요란한 프로펠러 소리... 점점 커지고....

눈물 젖은 동재의 얼굴.... 흔들리는데....

 

 

35. 호텔 옥상. 낮.

 

주룩- 눈물 한 줄기 흘리는 이설.

해영 놀라 보는데.

 

해영 : 너 왜 그래.

이설 : ... 아. 나 왜 이러지.

해영 : 괜찮아?

이설 : 그냥 좋아서요. 거 봐요. 우리 아빠 살아있다고 했잖아요. 타면 돼요?

해영 : (슬픈 눈으로 보는. 손 내미는)

이설 : (해영 손 잡고 헬리콥터에 오르는.)

 

 

36. 호텔 전경. 낮.

 

눈부신 하늘, 두두두- 요란한 소리 나며 호텔 옥상에서 헬리콥터 이륙한다.

호텔 주변에 진치고 있던 기자들, 놀라 넋 놓고 보다 사진 찍느라 이리저리 뛰고 난린데......

기광, 분한 얼굴로 하늘 보는데...

 

 

37. 스위트룸. 낮.

 

멀리 날아가는 헬리콥터 보던 윤주. 건조한 얼굴로 나가려는데,

툭. 발 끝에 뭔가 걸린다. 주워들고 보면 이설의 립글로스...

불안한 얼굴로 창밖 내다 보는 윤주고...

 

 

38. 헬리콥터 + 푸른 상공. 낮.

 

헤드셋 끼고 넋 놓고 창밖 보는 이설. 와....

하늘에서 보는 풍경 근사하고...

그때 마침 헬기 출렁이는!!

으아! 해영 팔에 얼굴 묻는.

해영 아무렇지 않게 가만 있는...

이설, 금세 훅 떼는.... 그대로 팔은 꼭 붙잡고 있고...

프로펠러 소리 멀어지는.

 

 

39. 어느 야산 일각. 낮.

 

눈 쌓인 산길.

동재, 기택 부축 받으며 서 있는.

해영, 파리한 얼굴 이설 데리고 할아버지 앞에가 서는데.

 

동재 : (절하려는) 공주마마.... 오셨습니까.

이설 : (말리며) 아.. 그러지 마세요....

동재 : 오늘 하루 얼마나 고초가 크셨습니까. 송구하옵니다.

해영 : (할아버지 보기 힘들고...)

이설 : 아니에요. 헬리콥터 탄 덕분에 저... 그 날 생각났거든요.

해영 : (!!)

이설 : 딱 이맘때였던 거 같아요. 너무너무 추운 날이었는데....

          날아갈 것처럼 바람이 마구 불더니 공사장에 헬기가 내려왔었는데....

          회장님이 우리 아빠 만나러 오셨어요... 맞죠?

동재 : (기쁘나 마음 아프고...) 맞습니다... 맞습니다 마마....

이설 : (눈가 촉촉해지는) 지금 어디 계세요?

 

 

40. 무덤 앞. 낮.

 

가느다란 연기 피어오르는 향....

엄숙한 자세로 절 올리는 동재.... 뒤에선 기택.

잔뜩 굳어 선 이설.

해영, 멀리서 씁쓸하게 보고 있는...

동재, 무덤 앞에 주저앉는....

 

동재 : 저하.... 보이십니까... 이제야 공주마마를.. 뫼시고 왔습니다.

          불충한 이 늙은이를 용서하지 마십시오 저하....

이설 : (저하라니... 설마!! 무덤 보고 기택 보면)

기택 : 네. 이 곳은 공주님의 부친 되시는... 황세손 이한 저하의,

해영 : (이설에게 너무 잔인하다 싶은...)

이설 : (입술 새파래지더니) 거짓말... 그럴 리 없어요.

          (해영에게 뛰어가) 지금 뭐하는 거에요? 우리 아빠 만나게 해준댔잖아요.

해영 : (대꾸 없는)

이설 : (해영 팔 잡아당기며) 우리 아빠 만나게 해준다며! 죽은 사람 우리 아빠 아니라고 내가 말했잖아!

          우리 아빠 어딨는데! (눈물 터지는)

동재 : 죽여주시옵소서 마마....

이설 : (울며 내려가려는데)

동재 : 마마!!

해영 : (이설 팔목 잡아 확 돌려 세우며) 그냥 가면 어떡해.

이설 : 뭔가 잘못됐어요. 아니라구요! 놔요. 더 이상 알고 싶지 않아요.

해영 : 난 알고 싶어.

이설 : !!

해영 : 누군지도 모르고 이 무덤에 20년 동안 절 올렸어. 왜 그랬어야 하는지

          너 아님 말해주실 생각도 없으신 모양이니까 나 속 좀 시원해지게 들어. 대체 사실이 뭔지.

이설 : 무슨 사실! 우리 아빠가 나 버렸다는 사실? 것두 모자라 혼자 속 편하게 죽어버렸단 사실?

동재 : 저하를 돌아가시게 한 건... 바로, 접니다!

이설/해영 : !!

동재 : (통곡하며 머리 조아리는... 흐린 눈으로 정면 보는데....)

 

 

41. (과거회상. 1991년.) 어느 호텔 온돌 룸. 밤.

 

한쪽에서 곤히 잠든 어린 이설.

동재 무릎 꿇은 채 이한과 마주 앉아 있다.

두 사람 사이에 놓인 무언가.. 명성황후의 향낭이다.

이한, 담담히 향낭 보는데...

 

동재 : 황세손 저하의 증조모이신 명성황후마마의 향낭이옵니다.

          이제야 돌려드리는 이 죄 많은 늙은이를... 죽여주시옵소서...

이한 : ....참... 신기합니다. 이름을 버리고 죽은 듯 살아도 어찌들 알고 찾아오시는지...

           날 황세손이라 부르는 사람들에게 끌려 장터에서 약도 팔아 봤고, 투전판 협잡꾼들의 방패막이로도 살았습니다.

동재 : (흐느끼는) 죽여주시옵소서 저하...

이한 : 하지만 지금은 1991년입니다. 제 조부님과 회장님 사이 무슨 악연이 있었든,

           그건 모두 지난 일입니다. 전 이제 그만.. 잊혀지고 싶습니다..

동재 : 안됩니다. 역사가 기록하지 못한 것들이 있지 않습니까.

           순종황제께선... 단 한 순간도 조선을 포기하지 않으셨습니다.

           지금이라도 바로 잡고자 이러는 것이옵니다.

           제 남은 생을 다 바쳐서라도 저하와 공주마마를 창덕궁으로 뫼실 것이옵니다.

이한 : (진심일까... 회한 섞인 눈으로 동재 보며...) ...알겠습니다... 오늘은.. 우리 설이도 저도 퍽 고단합니다.

          헌데, 이런 좋은 방은 외려 불편하여...

동재 : (세상에...) 저하...

이한 : 부탁이니.. 저희 부녀와 함께 계셔주시겠습니까.

동재 : (가슴 미어지는..) 마, 망극하옵니다 저하... (숨죽여 통곡하는...)

 

이한, 그런 동재 물끄러미 보는데....

 

(시간경과)

캄캄한 방 안... 동재 잠들어 있다.

그런 동재의 머리맡에 벗어놓은 재킷에서 지갑 꺼내는 손, 이한이다.

 

이한 : (동재의 지갑과 향낭 넝마 같은 가방에 쑤셔 넣고 조용히 이설 깨우는..)

이설 : (잠 덜깬) 우웅.... 아빠 왜....

이한 : 쉬잇. 얼른 일어나. 도망가야 돼. 안 그럼 아빠 또 나쁜 사람들한테 끌려갈지도 몰라.

           (얼른 업으며) 쉿! 아빠 업어.

이설 : 어.. 내 방울.. 딸기 방울..

 

설이가 베고 자던 베개 맡에 머리 묶었던 딸기 방울만 쓸쓸히 놓여있고...

 

 

42. (과거 회상. 1991년.) 어느 골목길 일각. 밤.

 

동재와 기택 미친 듯이 “저하! 저하!” 부르며 달리는...

동재 손에 딸기 방울 들린...

동재, 뛰다가 심장 움켜쥐며 헉헉.. 괴로워하는. “자넨 저 쪽으로...”

동재, 기택과 반대편으로 이한 찾아 뛰어가는데

저만치 달려가고 있는 이한.

 

동재 : (미친 듯이) 저하! 잠시만 멈추세요! 이리 가시면 안됩니다! 제 말씀 좀 들어보세요 저하!

 

이한, 가방도 이설도 없이 홀몸으로 대로변 향해 뛰어 나가고 있다.

 

 

43. (과거 회상. 1991년.) 다른 골목의 일각. 밤.

 

쓰레기통 뚜껑 열고 나오는 이설. 옆에 쭈그려 앉는.

제 머리 만져보면 아무 것도 없고...

 

이설 : 어? 내 방울.... 아빠..... 아빠....

 

그때, 끼이익-!!! 쿵!! 요란한 타이어 파열음.

놀란 이설 무서워 으앙- 울어버리는.

 

 

44. (과거 회상. 1991년) 어느 골목길 일각. 밤.

 

피투성이 된 채 쓰러진 이한.

동재, 이한 시신 끌어안고 목 놓아 우는....

 

 

45. 이한 무덤 앞. 낮.

 

이설, 넋 나간 듯 바닥에 앉아있는.

조아린 동재...

차마 보기 힘든 해영, 기택....

이설 천천히 일어나고...

해영 그런 이설 보는데...

 

이설 : 말하고 싶은 사람, 듣고 싶은 사람 다 해결됐네요. 가보겠습니다. (일어서는)

동재 : (이설 잡는) 마마... 절이라도 한 번 올리고 가십시오.

          오랜 세월 저하께서 얼마나 외로우셨겠습니까. 절 용서치 않으셔도 좋으니 저하께 인사라도,

이설 : (싸늘한) 네. 전... 회장님 용서 못 할 거 같습니다.

모두 : !!

이설 : 평생 무슨 일이 있어도 회장님 기쁘게 하는 일은.. 절대 하지 않겠습니다.

           그게 설사... 제 아버지 무덤에 인사드리는 일이라두요.

동재 : 마마...

 

눈물 뚝뚝 흘리며 돌아서 가는 이설.

심장 부여잡고 마음으로 통곡하는 동재고...

차마 잡지 못하는 해영...

힘든 기색 감추며 동재 부축하는 기택이고....

 

 

46. 고속버스 터미널. 낮.

 

이설, 버스 창문에 머리 기댄 채 눈 감고 가는.

얼마나 한참 갔을까....

이설, 목말라 눈 뜨는... 창에 기댄 채 가방에서 물병 꺼내는데 빈병이다.

그때, 옆 좌석의 누군가 건네는 생수병.

고개 돌리면 해영이다!

이설, 허-!! 말 섞기도 싫단 듯 창문 쪽으로 온 힘을 다해 기댄다.

해영, 물병 들이대는.

 

해영 : (놈?!! 일단 참는) 마셔. 탈수증 와.

이설 : 생각하는 척 마요. 내가 울 아빠처럼 콱 죽어버리면 공주도 안 하고 좋지 않나?

해영 : 마이크 갖다 줘? 대고 떠들래?

이설 : 못할까 봐요? 나 앞으로 그 집 사람들이 싫단 짓만 골라서 할 거예요.

해영 : 할아버지가 싫어하는 일이면 너한테 해로운 일일 텐데 그게 뭐야.

          의미도 없고, 통쾌하지도 않고, 결정적으로 돌아가신 니네 아버지가 슬퍼하실텐데.

이설 : (아버지란 말만 들어도 가슴 아픈....) 하지 마요...

해영 : ... 할아버지한테 복수하고 싶어?

이설 : (보면)

해영 : 할아버지한테 진짜 복수하는 방법, 딱 하나야. (사이) 황실을 무너뜨리는 것.

이설 : ... 참 나쁘다.

해영 : (보면)

이설 : 지금 그거 나 위해서 하는 말 아니잖아요. 본인 재산 지키자고 하는 소리잖아요.

해영 : 윈윈 하자는 거지.

이설 : (속상한 눈으로 보더니) 좋아요.

해영 : !!

이설 : 갈게요. 대신 꼭 받아야 할 게 있어요.

해영 : !!

 

 

47. 동재집 전경. 다음날 낮.

 

 

48. 동재 저택 기택 방. 낮.

 

책상 위 쟁반 놓고 간소한 식사 중인 기택.

해영 노크하고 들어오다 멈추는.

 

기택 : (손수건으로 입 닦으며 일어서는) 들어와.

해영 : (들어오는... 마음 불편하고...) 왜 여기서 식살 하세요. 제대로 챙겨 드셔야죠.

기택 : 회장님도 편찮으신데 무슨. 이게 편해.

해영 : 윤주 보면 속상하겠어요.

기택 : 어제 공주님 모셔다 드렸다며. 고맙다.

해영 : ... 친 아버지 사진 달래요. 걔가.

기택 : !!

해영 : 제가 전해주려구요. 주세요.

기택 : 공주님께서 너한테 그걸 달랬다고? 아버님 얼굴을 기억 못하실 텐데.

해영 : 그러니 더 갖고 싶죠.

기택 : (해영父 이야기구나 싶고...) 알았다 준비해두마.

          재산환원 때문에 맘 상했을 텐데... 미리 말 못 해줘서 미안하구나.

해영 : 할아버지 고집이신 걸요. 실장님이 저한테 미안하실게 뭐 있어요.

기택 : 괜찮은 거야?

해영 : 아뇨. 안 괜찮아요. 근데 어차피 죽었다 깨나도 실장님은 제 편 안 돼주실 거잖아요.

기택 : ...

해영 : (쓸쓸한) 할아버진 참... 좋으시겠어요.

 

 

49. 서림대 일각. 낮.

 

오고가는 학생들 가득한 캠퍼스.

이설, 가방 메고, mp3 들으며 등교한다.

그러나 누군가 시선 느껴져 돌아보면, 얼른 눈길 피하고 가는 몇몇.

이설, 왜 저래... 하고 가는데 뒤에서 수군대는 학생들이고...

 

 

50. 서림대 조교실. 낮.

 

이설, 후- 심호흡하고 문 열고 들어오면,

조교와 모니터 보던 선아 어머! 반색하는.

 

이설 : 안녕하세요

조교 : 안녕치 못하네요. 배가 아파서.

이설 : (기운 없이) 화장실 가세요.

선아 : 기집애. 우리 사이에 시침 뚝 뗄래? (조교 등뒤로 숨기며 남자 목소리) “제 여잡니다!”!!

          다 봤거든? 크... 잘생겼더라.

이설 : (한숨) 저 휴학 신청 하려구요.

조교 : 어머, 너 결혼하니? 청첩장 나왔어? 재벌들은 축의금 사양하고 그러지?

선아 : 결혼식 어딘데? 하와이? 괌? 암튼 나 초대할 거지?

이설 : (한숨. 선아에게) 너 가서 빨리 휴학신청서 좀 갖구 와. 얼른 쓰고 가게.

조교 : 어머, 얘 거만해진 거 봐.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더니 적응 잘하겠는데?

이설 : 저 결혼 하는 거 아니에요.

조교 : 왜, 혹시 그집에서 너 외국 나가래니?

이설 : (좀 놀라 보면) 어떻게 ... 아셨어요?

선아 : 진짜? 왠일이야. 돈봉투도 던졌어? 물두 막 붓고?

조교 : 잠깐. 설마 너? 그 돈봉투 받은 거야? 받았지? 받았네 받았어.

선아 : 바보 멍충아. 넌 드라마도 안 보냐. “절 뭘루 보시는 거에요!” 이렇게 받아쳐야 결혼을 하지!

이설 : (피식-) 뭔소린가 했네. 나도 그정돈 알거든? 돈봉툴 왜 받아. 백지수표면 모를까.

윤주E : 그거면 돼요?

일동 : (놀라 돌아보면)

윤주 : (상큼하게 웃으며 들어서는) 심플하고 좋은데요. 나가서 차 한잔 해요 우리.

이설 : (한숨... ) 따라오세요. (윤주와 나가는)

조교 : 어머, 주러 왔네 왔어.

선아 : 뭘요?

조교 : 뭐긴 뭐야 돈봉투지.

 

 

51. .서림대 안 카페. 낮.

 

테이블에 두툼한 서류봉투 놓이는. 대한그룹 로고 찍혀있는.

이설, 이게 뭔데? 하고 쳐다보면

윤주, 이설 앞으로 밀어주는.

 

윤주 : 유학 관련 서류들이에요. 미리 참고하시라구요.

이설 : 와, 빠르네요. 하룻밤 새 이걸 준비하셨어요?

윤주 : 어제 오빠가 말이 좀 과했죠.

이설 : (보면)

윤주 : 미안해요. 내가 대신 사과할게요. 앞으론 불편하게 오빠 얼굴 안 봐도 돼요.

           (명함 주며) 필요한 거 생기면 저한테 연락하세요.

이설 : ... 성의는 감사한데요. 이건 박해영씨랑 저랑 해결해야 될 문젠 거 같네요.

윤주 : 저 오빠랑 결혼할 사이잖아요. 당사자나 마찬가지죠.

이설 : 결혼할 사이가 참 많으신가 봐요.

윤주 : (!!) 무슨 뜻이죠?

이설 : 남정우 교수님이랑도 결혼할 사이셨잖아요.

윤주 : (!!) 정우씨가 그런 소릴 해요? 제자한테?

이설 : 저희과 애들 다 알아요.

윤주 : 아, 소문? 제가 원래 그런 루머를 좀 몰구 다녀요.

이설 : 박해영씨도 나랑 같이 들었는데.

윤주 : !!

이설 : 근데 박해영씨는 전혀 안 믿더라구요. 그러니까 저 땜에 괜히 불안해하실 필요 없어요.

           뭐 물론 그렇게 잘난 남자랑 만나면 매사에 의심가고 신경쓰이는 거 당연하겠지만.

윤주 : (피식- 웃는) 뭔가 오해한 것 같아요.

이설 : (보면)

윤주 : 사람들이 잘 모르는데 오빠가 보기보다 여려요. 이설씨 문제 처리하면서 많이 동정하고 힘들어할 거 뻔한데...

          내가 대신 하고 싶어서요.

이설 : (윤주 의도 혼란스럽고...)

윤주 : (미소짓는데...)

 

 

52. 서림대. 강의실 근처 커피 자판기. 낮.

 

윤주E : 내가... 그 사람 많이 좋아하거든요.

 

동전 넣고 커피 버튼 누르는 이설. 커피 기다리며 멍하니 서 있고...

윤주의 말, 어디까지가 진심일까... 혼란스러운데...

 

정우E : 커피 식겠다.

이설 : (놀라 고개 들면 커피잔 내미는 정우. 받아들며) 어, 교수님?

정우 : (저도 커피 뽑는) 참 방송 봤다.

이설 : (후룩- 하다 앗 뜨거!) 네?

정우 : (커피 꺼내며) 한 지붕 밑에 살게 될 사이랑 뉴스 출연했잖아. 카메라 잘 받던데?

이설 : 조교님이 다 소문냈죠?

정우 : 현장에서 봤어. 고생 많았던데? 근데 알아보는 사람 많지 않아?

이설 : ... 휴학 신청 하려구요.

정우 : 김조교가 그러든데 집안에서 반대가 심하다며?

이설 : 아 그런 거 아니라니까 진짜. 근데요. 교수님 보기에도 제 스펙이 많이 빠져요?

정우 : 어?

이설 : 잘 알지두 못하면서 왜 자꾸 반대한대?

정우 : 아냐?

이설 : 제가 미쳤어요? 제가 그 인간이랑 결혼을 왜 해요. 좋아하는 사람 따로 있는데.

정우 : 알지.

이설 : (응?)

정우 : 보자. 결혼할 사이도 아닌데 뉴스에서 그런 일을 벌였다. 것두 외교관이.

          그럼 너 정말 공주구나?

이설 : 어, 어떻게 아셨어요?

정우 : 진짜야?

이설 : 네?

정우 : 떠본 건데.

이설 : (!! 자기 입 콩콩 때리는. 어쩌나 울상이다가) 비밀 지켜주실 거죠?

정우 : 밝혀지면 잡혀가나? 어차피 국민투표 전에 발표하는 거 아냐?

이설 : 저두 잘 모르겠어요. 근데 교수님 수업 안 들어가세요?

정우 : 1학년 종강했거든. 넌. 집에 안 가?

이설 : 왜요? 태워다 주시게요?

정우 : 내 차로 가자. 보여줄 것도 있고.

이설 : 뭔데요? (기대에 차 팔랑대며 따라가는)

 

 

53. 이설 오피스텔 앞. 낮.

 

골목에 서는 정우 차.

정우 운전석에서 내려 매너있게 이설 차 문 열어주는.

문 열리면, 이설, 지 등치만한 책 들고 낑낑대며 내리는.

 

이설 : (무거워서 힘든) 하... 태워다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거, 향낭 관련 책도... 감사하구요. 하하...

정우 : 비싼 거야. 침 묻히지 말구.

이설 : 교수님-

정우 : 학교 가까워서 좋네. 이런 덴 비싼가?

이설 : 이사 오시게요? 이 동네 은근 텃세 있어서 계약할 때 제가 봐드려야 하는데.

정우 : 부동산이랑 친해?

이설 : 이동네서 저랑 안 친한 사람 딱 둘이에요. 앞 집 모델 언니랑 울 언니요.

정우 : 모델 살아? 이사 와야겠다.

이설 : 교수님! (하는데 뒤에서 빵빵!! 경적 소리, 돌아보면)

해영 : (정우 차 뒤에 차 세우고 내리는) 하루 종일 서 있을 겁니까? 차 좀 빼죠?

이설 : 허, 여긴 또 왜 오셨어요?

해영 : 너네 교수님이야 말로 왜 여기 계시냐?

이설 : (은근 자랑) 저 태워다 주셨어요.

해영 : 그러니까 남자교수가 여학생을 왜 태워다주냐고 이 훤한 대낮에.

정우 : 그쪽은 여잘 밤에만 태우나 봅니다.

해영 : 뭐요? 교육자가 말이 뭐 그 따위십니까?

정우 : 신경 끄시죠. 본인 문제만도 머리 복잡할 텐데.

해영 : 당신이 나에 대해서 뭘 안다 그래?

정우 : 대한그룹 후계자가 재산환원 땜에 속 타는 거 온 국민이 다 알지 않나?

해영 : !!

정우 : 둘이 결혼할 사이도 아니라면서요. 이친군 다른 사람 좋아한다는데.

해영 : (인상 확 쓰고 언덕 끝 보는)

이설 : (자기 째려보는 줄 알고) 왜요. 왜 째려보는데요.

해영 : (차 문 열고 잡아 태우며) 타.

이설 : (버티는) 어머 왜 이래요.

정우 : 뭐 하는 짓입니까.

해영 : (언덕 끝 턱짓하며) 저기 니네 언니 아냐? 지금 안 타면 욕 좀 먹겠는데.

이설 : (골목 끝 보면 카메라맨과 이단 보이고 헉!! 얼른 타며) 빨리 타요 빨리! 교수님도 빨리 피하세요!

정우 : (이설 보며) 왜 이러는데?

해영 : 나 못 잡아먹어서 안달난 인간이 또 하나 나타나서요. 먼저 갑니다.

 

급하게 반대편으로 가버리는 해영 차.

남겨진 정우 황당한데 저만치 언덕 끝에 카메라맨 눈에 띈다. 설마...

정우 차에 올라 기광 쪽으로 가는.

지나치며 보면 기광과 카메라맨, 이단 실랑이 중이다.

그대로 지나치는 정우...

무시하고 가려는 이단과 그런 이단 붙잡고 뭔가 이야기하는 기광이고....

이단, 기광 명함 쥐고 이야기 듣다 놀라는데.

 

이단 : 그러니까 포옹녀가... 대한그룹 손자.... 박해영 약혼녀가... 이설이라구요?

기광 : 전혀 모르셨다고 하실 건 아니죠?

이단 : (믿을 수 없어 굳어있는)

기광 : 박해영씨와 동생분 결혼은 언제하실 예정인가요? 설마 국민투표 전에 하시는 건 아니겠죠.

이단 : (!! 표정 싸늘해지는) 동생이라뇨?

기광 : (답답하고) 자꾸 부정하시는데 그럴 수록 추측성 기사만 남발되고 결국 가족들만 상처 받아요.

          차라리 정확한 사실을 밝히는 게 낫죠.

이단 : (싸늘한) 쓰세요 추측성 기사. 나랑 상관없으니까.

기광 : !!

이단 : 아까부터 말했잖아요. 나 걔랑 가족 아니라구. 그만 가봐도 되죠?

 

 

54. 이설 펜션 앞. 낮.

 

해영 차 멈추면 이설 조심스레 주변 살피며 내리는.

해영 운전석에서 차창 내리고

 

이설 : 여긴 기자 없는 거 같네요. 아, 근데 진짜 우리집 어떻게 알았지? 울언니한테 내 얘기 했을까요?

해영 : (황당) 니네 언니가 뭔 얘길 했을까 걱정해야 되는 거 아냐?

이설 : 울 언니야 나 모르는 척 하는 거 워낙 확실하니까 걱정 안 하는데, 기자가 걱정이죠.

          울 언니 사생활 건드리면 완전 폭발한단 말에요.

해영 : 좀 배워. 아까도 니네 언닌 집에 혼자 오드만 넌 왜 남자 찰 타고 와?

           요즘이 어떤 세상인데. 원래 그렇게 생긴 놈들이 음흉하다고!

엄마 : (불쑥 고개 들이밀며) 내 보기엔 자네도 꽤 음흉해 보이는데.

이설 : (돌아보고 헉!) 엄마! 왜 나왔어?

엄마 : 차 소리 나길래 손님 왔나 했지. 손님이 오긴 왔네. 누구냐?

이설 : 아.... 그게... 엄마. 근데 혹시 최근에 뉴스 봤어?

엄마 : 너 나 몰라? 일일 연속극 끝나면 바로 티비 끄는 거?

이설 : 그지? 아.. 이 분은 그니까, 아! 지나가는 아저씨야.

          근처에 마트나 편의점 있냐고 물어보셔서 가르쳐 드리던 중인데?

엄마 : 차에서 내리는 거 다 봤거든? 딱 봐도 데이트 하고 데려다주는 삘인데 촌스럽게 뭘 그런 걸 숨겨?

이설 : 내리긴 누가, 엄마가 뭘 잘못 봤지. (해영 차 툭 치며, 빨리 가요, 눈짓하는)

해영 : (우물쭈물 하다 차창 징- 하고 올리는데)

엄마 : (손 넣어 탁 잡는)

해영 : (헉! 하고 보는)

엄마 : 딱 보니까 거짓말 못하는 타입이구만. 근데 어른 세워 놓고 내리지두 않는다?

해영 : (마지못해 내리며) 처음 뵙겠,

엄마 : (듣지도 않고 차 슥 보는) ‘허’자는 아니구 자네 찬가? 리스?

해영 : (맘에 안 들고) 아뇨. 제 찹니다. (반응 변화 없자) 현금 일시불 구맵니다.

엄마 : 그래애? 아유, 서서 이럴게 아니라 앞장 서게.

해영/이설 : (헉!)/엄마!

 

 

55. 이설 펜션 거실. 낮.

 

거실에 옹기종기 앉은 엄마, 이설.

해영 바닥에 무릎 꿇고 앉은.

 

엄마 : 손님으로 펜션 왔다가 우리 설이가 맘에 들었나?

해영 : (끙....) 방값이 너무 비싸서 통째로 사버리는 게 낫겠더라구요.

엄마 : 시세 잘 모르는구나. 일박 5만원이면 국내 최저가야.

해영 : 1박 15만원에 텐텐 붙이고 온수도 5천원 추가던데요. 백반은 삼만원, 정식은 오만원이구요.

엄마 : 아유 우리 이쁜이가 오빠한테 말 붙이고 싶어서 장난쳤구나?

이설 : 그게.... 얘기하자면 길거든? 암튼 결론은,

엄마 : (이설 말 자르며) 그래, 춘부장께선 뭐 하시나? 사업하셔?

해영 : (한숨) 예. (티비, 냉장고 가리키며) 뭐 저런 거, 이런거 만들어 파십니다.

엄마 : 아 부품공장하시는구나? 대한그룹 하청? 아유 힘들었겠네.

          대한그룹이 하청업체 쥐어짜는 거 유명하잖어.

해영 : 대한그룹 그런 회사 아닙니다.

엄마 : 에유 내가 뭐 일를까 봐? 우리끼린데 뭐 어때. 암튼 뭐 우린 졸부보다 자수성가한 집안 선호해.

이설 : 엄마 잘못 짚었어. 자수성가 아냐.

엄마 : 아냐? 어머 그럼 땅 있구나? 어쩐지 차가 좋드라. 토지 명의는 자네 앞인가?

해영 : (한숨) .... 제 명의는 아니구 할아버님 앞으로,

엄마 : 할아버님 거면 자네 거지.

해영 : 흠흠. 그 부분은 저랑 생각이 통하시네요.

엄마 : 통한 김에 뭐~ 쫌 더 깊이 들어가 볼까? 그래 자넨 집안 일 돕나?

이설 : 안 도와. 공무원이야 그냥.

엄마 : 공무원이야? 아유 백점 만점에 삼백점이네. 사업 그거 도와 뭐 해. 까딱하면 한 방에 훅 간다?

           어디, 구청? 시청?

이설 : 으아, 엄마 제발 쫌!

엄마 : 알았다 알았어. 아유 기집애, 지 남자 호구조사 좀 했다고 되게 뭐라 그러네.

           저녁 안 먹었지? 내 솜씨 좀 부려볼라니까 들어가 놀고 있게.

이설 : 들어가긴 어딜 들어가. 간만에 예약 다 찼다메.

엄마 : 니 방 있잖아.

이설 : 저 쫍은델 왜.

엄마 : (팔로 쿡) 원래 신혼 땐 집이 좁을수록 좋댔어. 들어가 어여.

           나 신경쓰지 말구 편하게, 편하게들 해 응?

 

 

56. 이설 방. 낮.

 

떠밀려 들어오는 둘.

엄마 문고리 잡고 환하게 웃으며.

 

엄마 : 내 집처럼 편하게, 릴렉스, 오케이? (문 닫으려는)

이설 : (헉!! 문 잡고) 문은 왜 닫어.

엄마 : (이설 손 찰싹) 찬 바람 들까 봐. 여잔 그저 몸이 따뜻해야지.

이설 : 엄마!

엄마 : 나 똑똑~ 노크할 줄 아는 사람이네~. 안심하고 쉬게? (닫고 나가는)

해영 : (피식) 너 엄마 닮았구나? 유전자 검사 해 봐. 친딸 맞는 거 같은데.

이설 : 공주 안 시킬라구 별 소릴 다하시네. 정신 사나우니까 앉아요.

해영 : (책꽂이에서 앨범 꺼내는) 앉을 데도 없구만 뭘 앉으래.

이설 : (달려들어 뺏으려는) 어? 안돼요! 남의 앨범을 왜 봐요!

해영 : (피하고) 원래 약혼녀 집에 오면 돌 사진부터 확인하는 거 아냐?

이설 : (폴짝 뛰면서 뺏으려는) 나 그딴 거 없거든요? 보기만 해요 아주!

해영 : 가족 사진 보면 답 나온다고. 내가 친딸인지 아닌지 봐준다니까?

이설 : (폴짝 폴짝 뛰며) 말로 할 때 주죠? (하다) 악!

 

해영 턱에 박치기한 이설. 악! 하며 부딪힌 둘 포개 넘어지는데

순간 콰당! 문 열린!

 

해영/이설 : (포개져 있다 헉! 후다닥 떨어지는)

이설 : 노크한다메!

엄마 : 말이 그렇다는 거지 넌 문두 안 잠그고, 나이가 적어? 이그. (나가는)

해영 : 니네 엄마 맞다니까?

이설 : 그러게 왜 앨범은 꺼내갖구 이 난리를 피워요.

해영 : (재킷에서 사진 꺼내주는) 이거 끼워주려고 그랬지.

이설 : (받아보면 이한 사진.... 가슴 쿵 내려앉는)

해영 : 하나밖에 없는 원본이래. 잘 간직해.

이설 : (받는. 먹먹한...) 이거 주러 일부러 온 거에요? 하루라도 일찍 가라구?

해영 : 넘겨짚지 마. 하루라도 일찍 보라구. 아버지 얼굴.

이설 : ... 나... 언제 떠나면 되죠?

해영 : (빤히 보다) 빠르면 빠를수록 좋겠지.

 

 

57. 이설 오피스텔. 낮.

 

침대에 엎드려 엄마에게 편지 쓰는 이설. 편지 쓰다 코 팽-! 푸는.

 

몽타주

- 편지 읽는 이설의 목소리 깔리는...

* 여행 가방에 정성스레 옷 개어넣는 이설. 옆에 세면도구, 모자, 책, 아버지 사진 놓여있는...

* 어린 시절 앨범 펼쳐보는. 넘겨 보다 제일 잘 나온 가족 사진 찾는...

* 해영박물관 순종 친서 먹먹히 바라보고 서 있는.

아빠 사진 안고 순종 친서와 함께 찰칵!!

* 예쁜 앞치마 입고 계란말이 만드는. 식탁에 밥 차려놓고 케찹으로 글씨 “사시합격!!”

 

이설NA : 설이 모친 전상서. 엄마. 나 설이. 일단 부엌으로 가.

                냉장고에서 물 한잔 꺼내놓으시고, 싱크대 손잡이 떨어진 서랍 열면 우황청심환이 있어.

                일단 그거 드셔. 드셨어? 그럼 이제 맘을 좀 가라앉히시고 계속 읽어줘.

                엄마가 이 편질 읽을 때쯤엔 난 이집트행 비행기 안 일 거야.

                사실은 오래전부터 꼭 가고 싶었는데 엄마 가슴 아플까 봐 말 못했거든.

                근데 정말 말도 안 되는 기회가 온 거야....

                엄마... 놀라지 마요? 나.. 로또 됐어. 삼년 계획인데 엄마 반대하실까 봐 일단 떠나요.

                정말 미안. 도착하면 전화할게. 알라븅.

 

 

58. 공항 일각 + 출국 게이트 앞. 다른 날 낮.

 

여행 가방 세워놓고 의자에 앉아 뭔가 열심히 적고 있는 이설.

해영 와 옆에 앉는.

 

해영 : (노트 들여다보며) 뭐냐.

이설 : (깜짝, 노트 손으로 덮으며) 암것두 아녜요. 언제 왔어요?

해영 : (벌써 뺏어 보는) 비키니, 주름방지 아이크림, 운전용 선글라스, 효도 신발?

이설 : (노트 확 뺏는) 면세점에서 사면 좀 싸다 그래서... 울 엄마 사줄라구요.

해영 : 엄마한테 비키니를?

이설 : 건... 언니 거구요.

해영 : 이리 내. 지금 들어가서 이거 다 살 시간도 없어.

           대한백화점에서 제일 좋은 걸로 사줄게. 펜션으로 보내면 돼?

이설 : (망설이다 메모 주며) 그럼, 오관장님 부모님한테 사드린단 맘으로 골라야 돼요??

해영 : 그래 알았으니까 가자. (걸으며) 밥은.

이설 : (따라 걸으며) 기내식 먹으면 되죠. 폭설 내리면 비행기 못 뜬다던데 괜찮겠죠?

해영 : (라인 밖에서) 가기 싫어서 그래?

이설 : 엄마한테 암말도 못하고 온 게 좀 걸리는데... 아니에요. 여기까지 왔는데 안 가긴 뭘 안 가요. 가야죠.

직원 : (이설에게) 티켓, 여권 주세요.

이설 : (묵묵히 서서 직원 보는. 그러다 결심한 듯 다가가 건네는) 여기요.

직원 : (여권 보더니 옆에 직원에게 뭔가 확인하고) 라인 밖으로 나와주시겠습니까.

이설 : 왜요?

직원 : 이설씨 출국금지 되셨습니다. 여권은 압수하겠습니다.

 

어느새 빙 둘러싼 사람들,

한가운데 갇힌 해영과 이설의 당혹스런 얼굴에서 엔딩!

3부 엔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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