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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 프린세스] 05

작성자수다쟁이|작성시간22.11.27|조회수284 목록 댓글 0

[마이 프린세스] 05

 

 

 

 

 

 

 

 

 

 

1. 궁 전경. 아침.

 

궁궐의 아름다운 자태.

위엄 넘치는 경비병들, 절도있는 동작으로 인사하고

궁궐문 열면, 아... 두 손으로 입 가리고 놀라는 이설. 말문 막혀 눈만 깜빡이는...

 

동재 : 마음에 드십니까.

이설 : (겨우 손 내리고) 너무... 아름다워요. 우리나라에 이런 궁궐이 있는 줄... 정말 몰랐어요.

동재 : 이곳은 오직 공주마마만을 위해 지어진 궁궐입니다.

이설 : !!

동재 : 오랜 세월 동안, 세상 아무도 모르게 숨겨놓고 황실의 새주인을 기다렸습니다.

이설 : 그럼,

동재 : 드디어 마마께서 입궁하시어 어긋난 황실의 역사를 바로 세우실 것을 생각하니

          이 늙은 역신(逆臣), 지금 죽어도 여한이 없습니다.

 

놀라 말 잇지 못하는 이설, 고개 들어 다시 궁 바라보는데....

그때, 신화 속 한 장면 처럼 화려한 빛깔의 나비 하나, 하늘하늘 날아온다.

꽃잎처럼 이설의 어깨 위로 내려앉는 나비....

세상이 다 멈추고 오직 나비만 움직이는 거 같다.

동재와 모두들, 숨죽이고 바라보는데....

이설 조심스레 손 뻗자, 나비, 깃털처럼 날아 궁쪽으로 사라진다.

이설, 아쉬워 손 뻗는데,

 

동재 : 참으로 상서로운 징좁니다.

이설 : (동재 보면)

동재 : 이토록 매서운 바람이 부는데 나비라니요. 선왕마마께서 공주마마를 오래 기다리셨나 봅니다.

 

감격에 겨워 목 메이는 동재....

이설, 홀린 듯 나비 날아간 곳 보는....

궐문 안으로 아름다운 정원, 마치 다른 세계로 통하는 문 인듯 하고....

 

 

2. 궁 정원. 낮.

 

* 장대하게 펼쳐진 정원.

너른 잔디밭과 우거진 수목들, 아침 이슬 맺힌 고운 꽃들...

* 시야 탁 트인 커다란 연못, 유리처럼 맑은 물, 나무 그림자 아름답게 드리운.

그 위로 이설 얼굴 비치면. 그 위로 퐁퐁- 경쾌하게 물방울 튀어오르는.

* 쏴아- 시원하게 솟아오르는 분수줄기.

와-!! 놀라 보는 이설...

* 회랑 따라 걷는 이설. 점점 걸음 빨라지더니 회랑 끝에서 정원 내려다보는.

한눈에 들어오는 중정. 아름다운 풍경에 놀란 이설...

* 그런 이설 모습 보며 동재 뿌듯한데...

 

 

3. 궁/복도. 낮.

 

은은하고 따뜻한 조명과 고풍스런 가구 가득한 1층.

동재와 나란히 걷는 이설... 조금 차분해진...

 

동재 : 둘러보시니 어떠십니까.

이설 : 다리가 무지 아픈데요.

동재 : (미소 짓는) 혼자 지내시기엔 좀 넓습니다. 하지만 장래에는 혼인하시고 황가(皇家)를 이루실 테니까요.

이설 : 황가요?

동재 : 아직 먼 이야기입니다. 당분간은 그저 이곳에서 편히 쉬도록 하십시오.

          일주일 뒤, 기자회견을 열어 공주마마의 정식입궁을 공표할 겁니다.

이설 : (마음 안 좋은) 그 전에 온 국민이 다 알게 될 거에요...제가 황실 출신 사깃꾼의 딸이라구요.

동재 : 마마 어찌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이설 : 솔직히 아직까지 전 공주니, 황실이니... 그런 거 잘 모르겠어요.

동재 : (이해하는... 허나 아쉽고 가슴 아픈 것도 사실이고...)

이설 : 근데, 우리 아빠 억울하게 욕 먹는 거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서, 그래서 왔어요.

           (눈물 그렁한) 그거 막아줄 수 있는 사람, 아무리 생각해도 회장님밖에 없어서요. 도와주세요.

동재 : ... 눈물부터 닦으시지요. 어머님 놀라시겠습니다.

이설 : 엄마요?

 

하고 보면, 어느새 응접실 입구에 와 선 이설과 동재.

문 앞에 서 있던 기택 문 열어주며,

 

기택 : 기다리고 계십니다.

 

 

4. 궁/응접실. 낮.

 

넓은 응접실, 화려한 조명 아래 오도카니 혼자 서 있는 엄마.

엄마, 설이 보고 벌써 표정 무너지려는데,

이설, 곧장 달려와 안기는.

 

이설 : 엄마!!

엄마 : (놀란. 한 발 뒤로 주춤 하는)

이설 : (놀란) 엄마...

엄마 : (더듬) 마마... 공주마마.

이설 : 어? 엄마 왜 그래?

엄마 : (목소리 떨리는) 아유.... 어떡해.... 공주님이신줄도 모르고...

          그냥... 내 속으로 낳은 자식이다 키우는 게 최곤 줄만 알구...

이설 : (왈칵 눈물, 와락 끌어안는) 무슨 소리하는 거야 엄마,

엄마 : (안긴 채 손 어쩔 줄 모르다) 안아 봐도... 되나요?

 

동재, 괜찮다는 눈짓하면 엄마, 와락 끌어안는.

꼭 안고 엉엉 우는 두 모녀.

담담하게 바라보는 동재와 기택...

 

동재 : (시선 앞에 꽂은 채) 해영이는 어쩌구 있어.

 

 

5. 외교통상부 복도. 낮.

 

복도 끝 보며 수군대는 직원들.

해영, 직원들 시선 개의치 않고 걸어오는.

김원, 경보걸음으로 해영에게 따라와 계속 말 거는.

 

김원 : (해영 기색 느끼고) 연락 못 받았어? (벽 보라고 턱짓)

해영 : (시선 따라 벽 보면 공고 붙은, 대기발령 맞고...)

김원 : 아침에 급히 결정났대. 오늘 니 사진 찍겠다고 외교부 출입 가능한 기잔 다 몰려왔거든.

           헤드라인이 “공주를 사랑한 재벌 3세” 혹은 “정경유착의 신대륙 발견”이라지?

 

하는데 찰칵-! 플래시 터지는.

해영, 인상 쓰고 맞은 편 보면,

목에 카메라 건 기광이다. 해영 보더니 싱긋 눈인사 하고 다가오는.

 

기광 : 좋은 아침입니다. 박사무관님 출근 하셨네요?

해영 : (이게 미쳤나 싶고 원이에게) 요새 외교통상부 문턱이 아주 겸손해졌네요.

          삼류 소설가한테까지 출입증을 끊어주게.

기광 : 그리고 자꾸 날 모함하시는데 난 추측성 보도같은 건 안 합니다.

          반드시 정보원에게 확인된 것만 쓰거든.

해영 : (매섭게 쏘아보는데... )

 

 

6. 펜션. 낮.

 

마루에 띠꺼운 얼굴로 서 있는 이단.

윤주 보고 있는...

윤주, 펜션 여기저기 둘러보고 있는. 이런 데서 살았구나... 싶은....

 

윤주 : 이설씨 언니라고 했죠.

이단 : 네.

윤주 : 공주가 살던 집이란 게 노출됐으니 기자들이 많이 몰릴 거에요.

           당분간 영업은 힘들겠지만, 경호원 배치했으니까 안전 문젠 걱정 마세요.

이단 : 경호원이 몇명인데요?

윤주 : (보면)

이단 : 여긴 오픈된 장소라 서너 명 있는 건 있으나 마나에요.

          그리고 언제까지 해줄 건데요? 끝까지 도와줄 거 아님 관두세요.

          뭐든 줬다 뺏는 거처럼 기분 별로인 거 없거든요.

윤주 : (얘 봐라...) 이단씨라고 했죠. (명함 건네는) 불편한 점 있으면 언제든 연락 줘요.

이단 : (명함 받는. 해영박물관장 직함 보고 다시 보는...)

 

 

7. 펜션. 낮.

 

서랍 속에 명함 고이고이 넣는 이단. 그러다 뭔가 안에서 꺼내는.

작은 보자기, 조심스럽게 풀면 향낭 보이는....

 

 

8. 궁/응접실. 낮.

 

팽-!! 코 푸는 이설. 번갈아 푸는 엄마.

눈 벌건 모녀와 마주 앉은 동재.

테이블에 찻잔 놓여있고....

 

동재 : (얘기 쭉 이어온) 사고 이후 이십년간 공주마마를 찾아 헤맸습니다.

          부디 살아만 계시라고 빌고 또 빌었지요.

엄마 : (눈물 콕콕 찍으며) 세상에... 그런 역사가 있었군요.

          실은 제가 키우면서도 친부모님이 어떤 분이셨을까, 참 궁금하긴 했어요.

          애가 워낙 남다른 데가 있었거든요.

이설 : (차 마시다 좀 놀라) 엄만, 내가 또 뭘 그렇게 남달랐다구.

엄마 : 어릴 적부터 위엄이랄까, 카리스마랄까, 그런 게 넘쳐 흘렀어요.

          또 뭐냐 우리 설이는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아이였어요.

          그리고 공부는 또 얼마나 잘했던지 제가 공부하라 소리 한 번 해본 적도 없었어요.

동재 : (흐뭇한) 그러셨습니까.

이설 : 그, 글쎄요? 살짝 그랬던 거 같기도 하고....

엄마 : 이런 딸이 세상에 또 어딨나, 난 참 복도 많다 했는데... 제 딸이 공주님이셨네요. (눈가 촉촉해지는)

 

 

9. 궁 1층 출입구. 낮.

 

짙게 선팅된 차 세워져 있고, 문 열고 대기하고 있는 수행원.

엄마와 이설 나오는.

동재, 기택, 직원들 서서 배웅하고.

엄마, 설이 꼭 안고 얼굴 만져주며

 

엄마 : 엄마 또 올게. 울지 말고 잘하고 있어. 우리 공주님.

 

이설. 끄덕이는...

엄마 차에 오르는. 문 닫히고....

자동차, 궁에서 빠져나가는...

이설, 저도 모르게 한 발 내딛어 따라가는... 그 자리 서서 보는...

 

동재 : (그런 이설 마음에 걸리고) 돌아가고 싶으십니까.

이설 : ... 가는 차 안에서... 엄마 혼자 많이 울 거에요.

동재 : ...

이설 : 저... 여기 너무 갑자기 왔잖아요. 챙겨올 짐도 있고 하니까, (용기 내서) 집에 좀 다녀와도 될까요?

동재 : 다시... 이곳으로 돌아올 자신이 있으십니까.

이설 : !!

동재 : 아버님의 명예를 되찾고 싶다, 하셨지요. 송구하오나 그것은 오직 황실의 권위로만 가능한 일입니다.

이설 : (숙연해지는...)

동재 : 그리고 그 권위를 세울 수 있는 것은 오롯이 공주마마 뿐이십니다.

이설 : ...

동재 : 하지만 마마께서 원치 않으신다면 어쩔 수 없는 일이겠지요.

           정식 입궁 전까지 이곳에 남을 지, 떠나실 지, 결정을 내리셔야 합니다.

 

가슴 아픈 이설... 너무나 자신의 맘 꿰뚫어보는 동재....

먹먹하게 바라만 보는데...

 

 

10. 동재 저택/동재서재/ 밤.

 

기택 : 공주마마께선 피곤하다며 일찍 자리에 드셨습니다.

윤주 : (들어오며) 저 왔습니다 회장님.

동재 : (가까이 오라 손짓 하는) ... 들었을 게다만, 마마께서 궁에 입궁하셨다.

          예정보다 황실 재단설립을 서둘러야겠다.

윤주 : ....네?

기택 : 거의 완성 단곕니다.

동재 : (기특하게 보다가) 그래. 윤주 넌 뭘 갖고 싶으냐.

윤주 : (놀라) 네? 무슨... 말씀이신지.

동재 : 너희 부녀, 대한그룹을 위해 얼마나 애써 왔는 지 내가 잘 안다.

기택 : (지난 세월 떠오르는...)

동재 : 내 재산 다 내놓기 전에 너한테 뭐라도 하나 해주고 싶구나.

윤주 : ... 전 평생 회장님 뜻 받들며, 일하면서 살 수 있으면 족합니다.

동재 : 너한테 해영박물관을 주고도 싶었다... 허나 그건,

윤주 : 아닙니다 회장님. 그런 뜻이 아닙니다.

동재 : 뭘 주랴.

윤주 : ... 황실 재단을 맡겨주시겠습니까.

기택 : (!!) 윤주야.

윤주 : 제가 재단 맡아서 회장님 뜻대로 꾸려나간다면 해영오빠도 공주마마께 함부로 못 할 겁니다.

동재 : (감격한) 고맙다... 참으로 고맙다...

 

 

11. 기택 방. 밤.

 

기택 : 왜 그랬어. 재단 이사장이라니. 네가 그걸 왜 해. 무슨 맘이면 그걸 맡겠대.

윤주 : ... 회장님께서 기뻐하시는 일이니까요.

기택 : 날 밝는 대로 다시 말씀드려. 못하겠다고.

윤주 : 싫어요.

기택 : (!!) 대체 너 왜 이래. 네가 욕심낼 자리가 아니야.

윤주 : ... 어릴 땐, 아버지가 세상에서 제일 커보였어요.

          세상 사람 다 아버지한테 머리 숙이는 모습이 참 근사했어요.

기택 : ...

윤주 : 아버진 너무 바빠서 내가 몇 살인지, 누굴 닮아가며 크는 지 관심도 없으셨지만 상관 없었죠.

          아버지 덕에 공주처럼 자랐으니까.

기택 : (안쓰럽게 보는)

윤주 : 근데... 아버지만큼 키가 자란 후에 알았어요.

           사람들은 아버지가 아니라 회장님을 보고 머릴 숙였다는 걸,

           제가 누린 모든 건 해영 오빠 걸 나눠가진 것 뿐이라는 걸요.

기택 : 내가 부족한 애비였다는 거 안다. 하지만 그땐 내가 너에게 해줄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했어.

윤주 : 저도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려구요. 저 말리지 마세요.

          적어도 아빠 딸 자리까지 버리고 싶진 않으니까요.

 

슬프게 서로 바라보는 윤주와 기택....

차갑게 식어가는 찻잔...

 

 

12. 궁/공주방. 밤.

 

두 상궁에게 안내 받아 방에 들어서는 이설.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크고 예쁘다.

이설, 방 가운데 서서 둘러보는데.

 

홍상궁 : 정식으로 소개 드리겠습니다. 앞으로 마마의 궁중생활을 보필할 홍인애 상궁실장입니다.

신미소 : 신미소 상궁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이설 : 네. 언제까지가 될 진 모르겠지만, 당분간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상궁들 : (좀 놀란)

이설 : 저 너무 피곤해서 혼자 좀 쉬고 싶은데요.

 

(시간경과)

침대 끝에 혼자 앉아있는. 쉽게 잠들 수 없는 밤이고... 그러다 일어나 방 돌아다니는.

 

 

13. 드레스 룸. 밤.

 

옷장 열어보고 놀라는 이설. 드레스 빤히 보는.

(시간경과)

드레스 자락 아래 맨발 보이는.

이설, 거울 앞에서 자신 비춰보는. 뭔가 어색한.

구두 꺼내 신어보는데 너무 커서 발 삐끗. 치맛자락에 풀썩 넘어지는.

 

이설 : 아얏! (주저앉은. 구두 들고 보면) 이쁘다.... (발에 끼워보면 크다) 안 맞네.

 

맨발로 쪼그려 앉아 생각에 잠기는 이설... 그렇게 궁에서의 첫날 밤이 지나가는...

멀리 창밖으로 동 터오는데....

 

 

14. 서림대 전경. 다음날 낮.

 

 

15. 조교실. 낮.

 

조교, 선아, 얼굴 맞대고 뚫어져라 핸드폰 보고 있는.

선아 폰 화면에 “미투” 뜨는. “낯선 곳에서의 첫날밤, 몸도 마음도 39.5도”

 

선아 : 낯선 곳에서의 첫날밤. 몸도 마음도 39.5도? 헐, 설이 아픈가?

          조교님. 39.5도면 사람 죽는 거 아녜요?

조교 : (커피 홀짝이며) 에이, 의외로 인간이 쉽게 안 죽는다?

정우 : (들어오는) 좋은 아침.

선아 : (동시에) 안녕하세요 교수님.

조교 : (동시에) 안녕하세요 교수님. 소식 들으셨어요? 설이 입궁했대요.

정우 : 입궁? 설이가?

선아 : 아 조교님 진짜. (정우 보고 곤란한) 새로 지은 궁으로 들어갔대요.

정우 : (!!) 다른 얘긴 없고?

선아 : 미투 뜬 거 봐선 아픈 거 같기도 하고, 잘 모르겠어요.

조교 : (선아 말하는 사이 뒤에서 통화하는) 네. 네... 알겠습니다. (끊는) 교수님 총장실로 좀 오시라는데요?

 

 

16. 서림대학교 총장실. 낮.

 

그림 액자 양손에 들고 눈앞에 댔다, 뗐다 하며 싱글벙글인 총장.

옆 소파에 앉은 윤주, 만족스런 미소 띤.

 

윤주 : 마음에 드신다니 다행이에요 총장님.

총장 : 아유, 뭘 이런 걸 갖구 오구 그래. 이거 보통 귀한 그림이 아닌데.

윤주 : 박물관 바쁘단 핑계루 자주 찾아뵙지도 못하구, 죄송해요.

총장 : 바쁘면 고맙지. 밥벌이 하는 거니까, 난 그런 제자들이 젤 고마워.

윤주 : (씁쓸하게 웃는)

총장 : 근데 공주가 우리학교 학생이라니, 나 아주 깜짝 놀랐어. 것두 남교수 제자라며?

윤주 : 그래서 남정우 교수, 이번에 저희 황실 재단에 이사로 추천했어요.

          근데 총장님도 아시다시피 남교수가 욕심이 없잖아요.

총장 : 자리가 욕심을 만드는 거야.

정우 : (똑똑 노크. 들어오는. 윤주 보고 잠시 놀라는) 부르셨습니까.

총장 : 어여 들어와 앉어. (윤주 보며) 둘이 오랜만이지.

윤주 : (반갑단 듯) 잘 지냈어요?

정우 : (담담하게 그런 윤주 보는...)

 

 

17. 서림대 교정 일각. 낮.

 

강의실 건물 근처, 가로수 길. 간간이 오고가는 학생들 보이고...

그 사이 나란히 걸어내려오는 윤주와 정우.

고미술과 남학생 너덧, 저만치서 보고는 괜히 옆으로 지나가며

 

남학생들 : 안녕하세요 교수님-!!

정우 : (고개 끄덕하고 인사 받아주는. 지나치는데)

남학생들 : (휘파람 불고, 윤주 쳐다보고 난리난) 데이트하시나 봐요/부럽다-와-

                  (뒷걸음질로 가는 학생도 있고) 이뻐요-오 아름다우세요/아 외롭다!!

정우 : (이 녀석들이! 발길 멈추고 돌아보면)

남학생들 : (에에에- 하며 막 도망가는)

윤주 : 귀여운데 그냥 두지 왜.

정우 : 오윤주도 나이 먹나 보네. 너그러워진 거 보니.

윤주 : (귀엽게 흘기더니) 정우씨도 만만치 않아. 나이 먹더니 뒤끝 생겼네?

정우 : (씁쓸하게 보면)

윤주 : 알아. 우리 냉전 중인 거. 어물쩍 넘어가잔 수작 아니니까 너무 그러지 마.

           그냥 잠깐... 옛날 생각 나구 좋아서.

정우 : 난 옛날 같지 않은데.

윤주 : (보면)

정우 : 예전엔 봄, 여름, 가을, 겨울... 언제 어디서든 너랑 걸으면 그 길이 참 짧게 느껴졌어.

          근데 지금은 우리학교가 이렇게 넓었나 싶다.

윤주 : ... 황실 재단 이사면 꽤 괜찮은 커리어야. 신중하게 고려해 줘.

정우 : (담담한) 지금 남정우도 꽤 괜찮아.

윤주 : (보면)

정우 : 빽 없고 돈 없는 놈이 서른둘에 조교수면 그야말로 기적이거든.

윤주 : 빽이 왜 없어. 나 있잖아.

정우 : (빤히 보다) 그래? 그럼 니 빽으로 궁 위치나 알려줘라. 공주 좀 보고 오게.

윤주 : (좀 놀란... 기분 별로고) 정우씨가 걜 무슨 이유로?

정우 : (아무렇지 않게) 가정방문.

윤주 : !!

 

딩동딩동-!! 벨 소리 울리면.

 

해영E : 누구세요.

 

 

18. 해영맨션. 복도. 낮.

 

현관문 열리고 해영 나와보더니 헉! 놀란.

복도에 검은 정장 입은 사내들 가득한.

 

해영 : 당신들 뭐야.

 

 

19. 해영 맨션 거실. 낮.

 

검은 정장 입은 젊은 사내들 서넛 주르르 서 있고.

해영, 인상 구긴 채 거만한 자세로 소파에 앉아 보는.

 

해영 : 비서실 소속이라구요. 뭐 몇몇은 낯이 익네. 근데 여긴 왜?

정장1 : 재산환원 목록 정리중입니다. (계약서 내미는) 이 집 명의가 회장님 앞이거든요.

해영 : (헛웃음 나는) 알았으니까 그만들 가봐요.

정장1 : 시작들 하지.

정장들 : (집달관들처럼 딱지 붙여가며 가구, 집기들 목록 척척 정리하는)

해영 : 동작 그만! 내가 무슨 빚쟁이야? 딱진 왜 붙여!

정장1 : 보기 좀 안 좋죠. 그래도 이래야 일한 티가 나거든요.

해영 : (헉!!) 뭐요? 아니,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가서 묻는 건데, 집은 그렇다 칩시다.

          근데 나머진 다 내 돈 주고 산 겁니다. 대체 왜 이러는데?

정장1 : 도련님 신용카드 결제계좌가 상속예정에서 환원예정으로 바꼈거든요.

해영 (헉!!) 그럼,

정장1 : 해외에서 현금결제하신 의류 몇가지 빼곤 전부 내놓으셔야겠는데요?

해영 : 허! 이 영감님이 진짜, 후... (냉장고에서 맥주 꺼내는. 칙-! 따고 마시려는데)

정장1 : (쏙 뺏는) 이천 원 내고 드셔야 되는데요.

해영 : 허-!

정장1 : (방에서 수트케이스 꺼내나오는 다른 정장에게) 그냥 드려. 한 겨울에 집 빼는 게 얼마나 서러운데.

             (수트케이스에 쥐어주며) 조심히 가세요.

해영 : (기막혀 제 손에 들린 가방 보면)

정장1 : 문 잠글 건데 안 나가세요? 에이, 저희 힘 써야 돼요?

해영 : 아오-!!

 

 

20. 대한호텔 로비. 낮.

 

수트케이스 질질 끌고 들어오는 해영.

로비에서 해영 기다리던 윤주, 놀란 얼굴로 일어나 맞는.

 

윤주 : 어떻게 된 거에요 오빠?

해영 : 비서실에서 사람보냈더라구. 집에서 나가라고 가방까지 알아서 싸주던데?

윤주 : (가방 보고 기막힌) 나가란다고 그냥 나오셨단 말에요?

해영 : 그럼 어떡해. 시커먼 애들 우르르 몰려와서 나가라는데, 몸싸움 할 수도 없잖아.

윤주 : (분한.... 하지만 최대한 누르고) 어떻게... 어떻게 회장님이... 오빠한테 그러실 수 있어요?

          아무리 그래도 이건 아니죠.

해영 : 그러게. 예상보다 세게 나오시네. 재산환원 목록 알아봐 달란 건 어떻게 됐어?

윤주 : (빽에서 서류봉투 꺼내 내미는) 여기요. 부동산이랑 유가증권, 현금 위주로 정리한 거에요.

해영 : (좀 놀란) 이렇게 두꺼워?

윤주 : 당장 오늘부턴 어디서 지내실 건데요. 호텔에 계속 계실 거에요?

해영 : (서류 넘기며) 평창동 집 비어있잖아. 거기 가 있지 뭐, (하다가 서류 넘기던 손 멈칫) 잠깐, 이것두 환원한다구?

          (동의 구하듯 윤주 보며) 허, 그 집 내 거야. 재산세도 내가 내.

          (다시 서류 보는) 청담동 아파트 단지, 김포 별장, 제주도 리조트, 와, 이건 진짜 아니지.

          제주도 리조트 이거 나 8살 생일선물이라구!

윤주 : 오빠 아버님께서 선물하셨던 거죠.

해영 : !!

윤주 : 근데 아버님 명의로 되어있었거든요. 얼마전에 회장님 앞으로 변경됐어요.

해영 : 본인 동의도 없이?

윤주 : (끄덕)

해영 : 허! 이 영감님이 진짜. 아니, 대한그룹 회장이면 이래두 돼?

          우리 아버지가 준 걸 당신이 무슨 권리로 뺏어? (전화 오는) 네. 박해영입니다. 네?

 

 

21. 청와대 안뜰. 낮.

 

아늑한 뜰. 대통령과 걷고 있는 해영.

 

대통령 : 대기 발령 소식 들었네.

해영 : (!!) 대통령께서 지시하신 일입니까.

대통령 : 아냐. 보고 받고서야 알았지. 희한하게 자네 동향은 보고하는 라인이 많아.

              어쨌든 이래저래 요즘 맘이 복잡하겠어.

해영 : ... 대통령께선 왜 황실 재건을 찬성하시는 겁니까.

대통령 : 온 국민들께 말씀드렸네. 민족의 구심점을 삼아 역사를 바로 세우겠다고.

해영 : 가난한 여대생을 세워두고 말씀입니까.

대통령 : 왕후장상의 씨는 뭐가 달라도 다른 법이지.

해영 : 직접 보시면 생각이 달라지실 겁니다. 그런 앨 공주로 내세우다니 제 할아버님께서 무책임하셨습니다.

           황실은 재건 초기에는 제법 관심을 끌지 몰라도 결국 처치곤란한 존재가 될 겁니다.

대통령 : ... 내 생각도 같네.

해영 : (!!)

대통령 : 하지만 금자당과의 알력 때문에라도 이제와 국민투푤 취소할 순 없네.

              자네 조부님 때문에는 더더욱 취소할 수 없어. 자네 생각엔 이 문젤 어떻게 했음 좋겠나.

 

묘한 미소 짓는 대통령.

해영, 기회다!란 느낌 강하게 오는...

 

 

22. 헌혈의 집. 낮.

 

나란히 누워 미소 띤 채 헌혈하고 있는 소순우와 대통령.

사진작가, 찰칵찰칵- 사진 찍고 있는.

 

소순우 : 포토양반, 나 오늘 메이컵 못 하구 왔는데 뽀샵 좀 부탁합시다.

              그리고 채혈사 양반, 여기 바늘 좀 뽑아줘요. 어우, 핑 돌아. 나 빈혈 빈혈.

채혈사 : (와서 바늘 뽑아주는)

대통령 : (한심하고. 낮은 목소리) 그래도 이왕 꽂은 거 할당량은 채우시죠.

소순우 : (초코파이 까먹으며) 아유, 담부턴 이런 건 좀 대통령 혼자 하세요.

              요새 황손 뉴스 땜에 지지율 떨어져서 급하신 건 아는데, 참나.

              솔직히 우리가 친합니까? 나란히 누울 사이 아니잖아요 우리.

대통령 : 뵙고 드릴 말씀이 있어서요. 시간도 아끼고 제 덕에 이미지도 좋아지시고 좋잖습니까.

소순우 : 무슨 말씀을 하시려고 이러십니까?

대통령 : 황실 계속 반대하실 겁니까?

소순우 : 거참, 기분 좋게 피 뽑아놓고 그 얘긴 또 뭐하러 꺼내세요?

대통령 : 공주가 새로 지은 궁궐에 입궁했습니다.

소순우 : 예? 아니 황실이 무슨 국횝니까? 이런 식의 날치기 입궁, 전 용납 못합니다?

대통령 : 언론이 벌떼처럼 달려드는데 공줄 어디 숨길 수도 업고 달리 방법이 없잖습니까.

              맘에 안 드시면 공주스캔들 터트리지 마셨어야죠.

소순우 : (놀라 눈 커지는데)

대통령 : 최후의 선택은 국민이 하는 게 옳습니다. 더 이상 공주를 괴롭히지 마시죠.

 

 

23. 궁/계단. 낮.

 

예쁜 원피스 입고 마구 뛰어내려오는 이설, 뒤로 찻쟁반 든 신상궁 따라 뛰어내려오는.

 

신상궁 : 마마! 천천히요! 편찮으신 분이 그렇게 뛰심 안 돼죠. 넘어지면 다치세요!

이설 : (뛰어내려가다 확 멈추더니 신상궁 코 앞으로 뛰어오는) 언니 나 어때요?

신상궁 : (헉!) 네? 아.... 갑자기 그런 걸 물으시면....

이설 : 아뇨. 나 오늘 이쁘냐구요.

신상궁 : (헉!!)

 

 

24. 궁/응접실. 낮.

 

이설, 문 앞에서 손바닥에 호호 입김 불더니 머리 막 매만지는.

문 열리면, 뒤돌아 있다 돌아서는 남자, 정우다.

미소 짓는 정우....

이설, 막상 보자 먹먹해지는. 도도도- 달려가 코 앞에 딱 서는.

 

이설 : 교수니임-.

정우 : (싱긋, 웃어주는)

 

(시간경과)

이설, 정우와 마주앉아있고, 홍, 신상궁.

예쁜 찻잔과 티포트, 티푸드, 등등 세팅하고 있는.

 

정우 : 아프다더니. 괜찮은 거야?

이설 : (눈에 하트 뿅뿅!!) 아프긴요. 저 지금 천국에 있어요.

 

찻물 따르고, 티 푸드 세팅, 등등하던 두 상궁, 손발 오그라들어 우뚝 멈추는.

이설, 정우 온 것만 그저 좋아 배시시...

정우, 웃음 나는.

상궁들, 당혹스러워하며 뒤로 물러나 저만치서 대기하는.

 

정우 : 여전하네.

이설 : (아차.....) 제가 원래 쫌 한결같고, 지조 있고, 그렇잖아요.

          그런데 여긴 어떻게 오셨어요?

정우 : 너 보고 싶어서.

상궁들 : (헉!! 자기들끼리 눈짓 주고 받는)

이설 : (!!) 진심이세요? 앗... 잠깐만 대답하지 말아보세요. 갑자기 이러시니까 제가 좀... 감당하기 어려워서요.

정우 : 어차피 앞으로 니 인생은 감당하기 어려운 일 투성일 거야. 게다가 외롭기까지 하겠지.

          동서고금 막론하고 왕의 운명이란 게 그렇거든.

이설 : !!

정우 : 넌 공주지만, 뭐 비슷하지 않겠어?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뭐 그런 거 하고 싶어지면

           대나무숲 가지 말고 나한테 해. 너 가뜩이나 목소리도 큰데 소문나면 어떡해.

이설 : 교수님... (감동 받은... 근데 띠리- 핸드폰 울리는. 해영이다. 어떡하지?)

정우 : 받아.

이설 : 죄송해요 잠시만요. (받는) 여보세요?

해영F : 어디야.

이설 : 왜 전화 했어요. 우리 이제 이럼 안 되잖아.

해영F : 전화하는 거야 내 맘이고, 지금 어딘데.

이설 : 나 궁에 들어오면서 그쪽 다 잊기로 결심했어요. 그러니까 이제 전화하지 마요.

정우/상궁 : (헉!! 뭐지?)

해영F : 허! 궁? 진짜 거길 갔어? 내가 진짜 기가 막혀서. 그러니까 거기가 어딘데.

이설 : 설마 나 보러 여기 오게요? 아... 왜 그래요 진짜. 이제 나 좀 그만 놔줘요.

해영F : 빨리 말 안하면 나 그냥 사고 친다?

이설 : 우리가 더 칠 사고가 남아있기나 해요?

해영F : 당연하지. 남자, 여자가 칠 수 있는 사곤 생각보다 다양해. 나 너랑 결혼하려구.

이설 : (헉!!) 에? 결혼? (헉! 놀라 핸드폰 끊는) 미쳤나봐...어떡해...

          교수님. 죄송한데 진짜 잠시만요. (밖으로 허둥지둥 나가는)

 

 

25. 편의점. 낮.

 

신문 고르며 통화중이던 해영, 전화 끊긴.

 

해영 : 이게 죽을라고 전활 끊어? 참나,

 

하며 고르던 신문, 잡지, 죄다 집어 카운터에 턱 내려놓는. 계산하려는데 헤드라인 보이는.

“황실 재건, 이대로 괜찮은가”,“이한, 비운의 황태자인가, 시대의 망나니인가”

해영, 어깨에 핸드폰 끼고, 지갑 열어 계산하는. 십만원 짜리 수표 내는.

잔돈 기다리며 신문 들춰보는. 그러다 인상 팍 쓰는.

해영이 든 신문 보면, 설이 공주 알바할 때 찍은 사진이다.

환하게 미소 짓고 있는 이설의 어깨 위에 해영이 올라탄 합성 사진이다.

해영, 기막혀 말도 안 나오는데, 순간 거스름돈 거슬러 주는 알바생과 눈 마주친.

알바생, 차마 물어보지도 못하고, 사진과 해영 번갈아 쳐다보는.

쿡쿡- 웃는 건지, 우는 건지, 참는 건지 알 수 없는 이상한 표정이고.

 

해영 : (짜증 폭발직전인데 폰 울리는. 받는데 상대가 먼저)

이설F : 왜 빨리 안 받아요! 지금 어딘데!

해영 : 기자회견 준비중이야. 너랑 결혼한다고 발표하려구!

이설F : 아니 나랑 결혼을 왜 하는데!

해영 : 니가 이 문젤 이해할 지는 모르겠는데 암튼 너랑 나랑 스캔들이 자꾸 커져야 나한테 유리하거든.

           왜, 발표하지 말까? 싫어? 그럼 일단 궁에서 나올래?

 

전화 끊는 해영, 흐흠, 사악한 미소 짓고, 신문 안고 나가는.

 

 

26. 궁/응접실. 낮.

 

이설, 치맛자락 걷고 마구 뛰어들어오는.

 

이설 : 교수니임-!! (정우 팔 잡고 끌고 나가는) 아 급해요 빨리! 고고!!

상궁들 : (놀란) 공주마마?

이설 : 아 빨리요 빨리!! 대나무밭 가자구요!!

 

 

27. 궁/복도. 낮.

 

이설, 문 밖으로 얼굴만 내밀고 홍, 신상궁에게 당부하는.

 

이설 : 저 지금부터 우리 교수님이랑 둘이만 있을 거거든요?

          무슨 소리가 나도 문 열지 마시구요, 아무 소리 안나도 절대 열지 마세요? (쾅 문 닫는)

홍상궁 : 세상에... 대체 무슨 짓을 하려구 저러는 거야? 아까 통화하는 거 들었지?

              통화한 것두 남자 맞지?

신상궁 : 어우, 홍상궁님 좀 그르타. 뭘 남의 전화내용을 듣고 그래요? 흥.

 

하고 가버리는.

홍상궁, 허! 하고 쫓아가는.

 

 

28. 궁/공주방. 낮.

 

방 한가운데 서 있는 정우.

이설, 문 쾅 닫더니 힝힝- 대며 달려와 정우 팔 잡고 매달리는.

 

이설 : 교수님-!!

정우 : 무슨 일인데 그래. 누군데.

이설 : 도와주세요. 박해영이 저랑 결혼발표 한대요.

정우 : !!

 

 

29. 궁/공주방. 앞. 낮.

 

조용히 문 여는 정우. 상궁들 지나가는.

얼른 문 닫았다가 다시 여는. 복도 양끝 살피더니

안쪽 향해 나오라고 손짓하는.

이설, 정우 어깨 아래 고개 쏙 나오면,

정우, 자연스럽게 앞장 서는. 이설 종종 거리며 따라 내려가는.

 

 

30. 궁/계단. 낮.

 

이설, 정우 꽁무니 따라 계단 내려오다 발 헛디딘.

 

이설 : 으앗! (소리 내놓고 헉! 하는데)

 

복도 지나가던 상궁, 계단 쪽에서 소리 듣고.

의아해 계단 쪽 내려다보면 아무도 없다. 그냥 가는데.

화면 돌리면 정우, 이설 입 틀어막고 안은 채 조각상 뒤에 쪼그려 숨어있다.

이설, 잔뜩 굳어 있는.

 

정우 : (아무도 없는 거 확인하고 이설 손 잡고 당기며) 가자. (후다닥 뛰어가는)

 

 

31. 주차장. 낮.

 

식료품 트럭 옆에 세워져 있는 정우 차.

건이, 트럭에서 감자박스 꺼내 옆문으로 들어가는.

정우, 이설 손 잡고 뛰어와 차문 열고 타고는 얼른 시동 걸고 가버리는.

건이, 다시 옆문에서 나오다 커브 틀어 나가는 정우 차 본다.

 

건이 : 어? 공주누나다!

 

하는데, 헉!! 창문 안으로 이설 머리에 담요 씌우는 정우 본다.

순식간에 빠져나가는 정우 차보고 순간, 놀라 굳은 건이.

 

건이 : 저, 저거 뭐야! 납치? 어어-?

 

건이, 순간 잽싸게 스쿠터에 시동 거는. 날 추워 잘 안 걸리는. 이씨!!

발로 막 차면, 시동 콰릉~ 걸리고, 그대로 쫓아 달려나가는!!

 

 

32. 궁 근처 도로 + 정우 차 안. 낮.

 

궁문 차창 뒤로 점점 멀어지는.

 

정우 : 이제 나와도 돼.

이설 : (보조석 시트 아래서 담요 쓰고 나오는) 아... 살았다... 감사합니다. 교수님.

정우 : 근데 가서 뭘 어쩌려구. 차라리 황실 사람들한테 제대로 도움을 청하는 게,

 

하는데 빵빵-!! 빵빵-!! 오토바이 경적소리 요란한!!

놀라 백미러 보면, 뒤로 바짝 따라오는 오토바이 보인다.

 

이설 : 어? (시트 뒤로 몸 돌려 보면 건이다!!) 횟집소년이다!

정우 : 누군데?

 

하는데 건이, 속도 올려 정우 차 옆으로 붙더니 누나-!! 누나-!! 소리 치는!!

 

건이 : (다급하게) 누나 괜찮아요?!!

이설 : (건이 위험해 보이고) 위험해요!! 비켜요!!

건이 : (헉!! 위험해? 오해한) 누나! 내가 구해줄게요!! (오토바이 더 바짝 붙이는)

이설 : 네? (더 바짝 오자) 아 위험하다니까요-!

정우 : (이설 어깨 확 잡아 당겨 앉히는) 위험해 앉아. 창문 올리구.

이설 : (시트에 턱 묻히는) 어-!

건이 : (헉-!! 더 오해해서 막 부르짖는) 누나아-!!! 공주니임-!!

정우 : 쟤 왜 저래?

이설 : 그게, 저도 잘, (하고 고개 돌리다 전방에 공사표지판 발견한!!) 어어-! 교수님!

 

이설, 어어- 비명에 순간 정신차리고 보는 정우.

표지판 피하면 옆에 건이 칠 지도 모르는 상황, 순간적으로 끼익-!! 급 정차!!

 

건이E : 공주님-!!

 

 

33. 작은 병원 전경. 낮.

 

끼이익-!!! 급하게 들어와 서는 해영 차.

 

 

34. 병원 복도. 낮.

 

해영, 화난 얼굴로 통화하며 뛰어들어오는.

 

해영 : 몇호실입니까. 얼마나 다친 건데!

 

 

35. 입원실. 낮.

 

침대에 누워 있는 이설. 이마에 핏자국 묻은 반창고 붙어있는.

중년 배불뚝이 의사, 차트 들고, 옆에 간호사, 링거 바늘 꽂고 있는.

아야야... 이설 죽어나는.

 

의사 : (시큰둥) 에.... 부러진 데 없고요.

이설 : 그래두 피났잖아요.

의사 : (시큰둥) 그러니까 반창고 붙였죠. 에... 뭐 교통사고란 게 원래 바로바로 알 수가 없다고 이게.

          어디 특별하게 아픈 데... 없죠?

해영 : (문 콰당!! 들어오는. 구성원 보니 어이없고, 의사한테) 어떻게 된 겁니까.

의사 : (정우, 해영 보더니) 아, 난 보호자 많은 환자 진짜 싫드라. 꼭 따로 따로 와.

          암튼, 입원하실 거면 보호자가 가서 접수하세요. (나가는)

해영 : 뭐 저런, 병원을 골라두 뭐 이런 델 와? (이설 보고 버럭) 어떻게 된 거냐니까!

이설 : 아... 그래도 전화 하자 마자 오셨네요? 기자회견 안 했죠? 그죠?

해영 : 그거 못하게 하려구 일부러 사고 냈냐? 가해자 누군데?

정우 : 나가서 얘기합시다.

해영 : 대충 들었는데 그쪽 차 탔다가 사고났다며. (이설 더러) 그러니까 내가 이 인간 차 타지 말랬지.

이설 : 교수님한테 왜 그래요. 그쪽이 당장 오라고 난리치니까 도와주신 건데.

해영 : 허, 이 와중에 편 드는 거 보니까 멀쩡하네. 나와. (이설 팔 잡아당기는데)

이설 : 아-!!

정우 : 왜 이럽니까! 다친 애한테!

해영 : (멈칫. 팔 놓는) 아파?

이설 : (아파 죽겠다고 엄살 부리고 난리나는) 아, 아, 팔... 팔 빠졌나 봐.

정우 : 괜찮아? 많이 아파? (어깨 만져주며 해영 노려보면)

해영 : 야, 힘 안 줬거든? 그냥 살짝 잡기만 했다고.

정우 : 나갑시다. 환자 앞에서 이게 무슨 짓이에요. (이설에게) 쉬고 있어. 접수하고 올게.

 

 

36. 원무과. 낮.

 

두 남자, 인상 쓰며 설명 듣고 있는.

 

직원 : (종이 내밀며) 접수증 작성하시구요. 수납하시면 돼요.

해영 : (얼른 종이 낚아채 볼펜 들고 쓰려는데 안 나오는) 펜 없어요?

정우 : (자기 펜 딱 꺼내며 종이 뺏는) 됐습니다. 내가 쓸게요.

해영 : (피식) 나 만나러 오다 사고 났다는데 내가 낼게요. 줘요.

정우 : (!!) 됐다구요

해영 : 되긴 자꾸 뭐가 돼. 조교수 월급 얼마나 한다고 이리줘요.

정우 : (성질나는. 종이 확 뺏는) 아끼는 제자, 하룻밤 입원비 감당할 정돈 되죠.

          그쪽은 무슨 자격으로 내겠다는 건데? 관계란에 적을 말은 있나?

해영 : 나? 약혼자.

정우 : !!

해영 : 부탁 하나 합시다. 내가 저 친구랑 오늘 꼭 매듭질 일이 있어요. 그러니까 그만 자리 좀 비켜주시죠.

           그쪽이 나 믿고 그래주면 내가 이 빌어먹을 약혼자 노릇 오늘부로 끝낼 수 있을 거 같거든.

정우 : !!

 

 

37. 입원실. 낮.

 

건이, 문 열고 뒷걸음질로 바깥 살피며 얼른 들어오는.

 

이설 : (누워있다가 고개만 빼꼼 들고) 뭐래요? 막 싸워?

건이 : (심각) 누나 방금 온 아저씨, 진짜 누나 약혼자에요?

이설 : 아, 그런 거 아니라니까. 아, 내가 오늘 끝장 낸다 진짜.

건이 : 네? (하다 설이 식은 땀 나는 거 보고 놀라) 누나, 진짜 괜찮아요? 안색이 너무 안 좋아요.

이설 :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니구요, 일단 횟집 소년 이름이 뭐에요?

건이 : (망설이다) 그냥 건이라고 부르심 돼요. 말씀 편하게 하시구요.

이설 : 그럴까? 그럼 건아. 누나가 부탁할 게 있는데, 들어줄 거야?

 

눈 깜빡깜빡 귀여운 척 하는 이설.

침 꿀꺽 삼키는 건이고.

 

 

38. 궁/공주방. 밤.

 

침대 발치에 이설 벗어놓은 원피스 널부러져 있는.

신상궁, 옷걸이에 원피스 걸어 놓고, 누운 신발, 등등 챙기며 수다 떠는.

 

신상궁 : 교수님, 되게 멋있으시던데요? 사실 이건 비밀인데, 궁 여직원들이,

              공주마마 찾아온 분 누구냐고 난리났어요.

 

하다 대꾸 없자 응? 하고 보면,

침대에 이불 뒤집어쓴 덩어리, 파자마 입은 건이다.

건이, 이불 속에서 긴장 돼 죽겠는. 나가라고 손으로 훠이훠이-

 

신상궁 : (응?) 아... 기분이 별루신가 보다. 저 나갈까요 마마?

건이 : (끙끙 앓는 소리 변조) 네.

신상궁 : 어머! 마마! 목이 확 가셨어요. 어떡하면 좋아. 저 좀 보세요.

 

신상궁 다가오면. 헉!! 이불 속 건이, 미칠 거 같다!!

머리까지 이불 뒤집어 쓴 채, 격렬하게 고개는 도리도리!! 다리 격하게 동동 구르는,

손만 내밀어 나가라고 훠이훠이 하는!!

 

신상궁 : (깜짝) 어머! 마마! 알겠습니다. 나갈게요. 쉬세요.

 

신상궁 나가면, 살짝 보고는 이불 뒤집어 쓴 채 미친 듯이 뛰어가 문 잠그는.

확실히 잠기면, 휴... 그제야 이불 내리는 건이,

터질 듯한 이설 핑크 파자마 입은 자신, 내려다 보는. 한숨 나오고...

 

건이 : (한숨) 참자. 이게 다 황실의 안녕을 위하는 일이야. (사이) 맞겠지?

 

 

39. 입원실. 밤.

 

한방울 씩 똑똑 떨어지는 수액.

이설, 링거 맞으며 잠들어 있다.

해영, 심각한 얼굴로 이설 들여다보고 있는. 힘든지 끙끙 앓는...

해영, 좀 놀라 미간 좁히는...

이설, 뭔가 나지막하게 읊조리는...괴로운 얼굴이고...

해영, 마음 안 좋다... 무슨 말인지 들어보려고 얼굴 가까이 대는. 잘 안 들리고....

입술 닿을 듯 뺨 가까이 갖다 대는데.

 

이설 : (다 죽어가는 목소리로...) 아... (배고)... 파...

해영 : (뭐라는 거지?)

이설 : (흐느끼는 듯) 아... 파.... 아... 빠....

해영 : 아... 빠? (좀 짠해 보는데....)

이설 : (소리 조금 커진. 흐... 흐... 흐느끼다) 아, 배고파...

해영 : (!! 이런) 야-!!

이설 : (화들짝 놀라 깨는) 엇-! (놀라 숨 몰아쉬는) 왜 그래요? 무슨 일 있어요?

해영 : (기막힌) 넌 무슨 잠꼬대를 그따위로 하냐?

이설 : (잠결이라 왠지 서러운) 환자한테 왜 소릴 지르구 그래요? 내가 무슨, (하다 기침 콜록콜록, 심하게 하는)

해영 : (침 튄다! 몸 피하는데)

이설 : 나, 켁켁, 물, 물 좀,

해영 : 야 그러다 토하겠다. (어쩔 수 없이 물 따라주는) 자.

이설 : (누운 채 고개만 살짝 빼고는 입 벌리며) 아.

해영 : (헉!!) 너 미쳤냐? 궁에서 며칠 자드니 못된 거 배웠다 아주?

이설 : 그게 아니라... 진짜 꼼짝을 못하겠어서 그래요. 부딪힐 때 어깰 다쳤는지 팔도 못 들겠단 말에요.

해영 : (쯧, 일으켜 세워서 물 먹이는)

이설 : (꼴깍꼴깍 잘 받아마시더니) 아... 살 거 같애. (왼손으로 입에 묻은 물 슥 닦는)

해영 : 야! 너 팔 못 들겠다며!

이설 : (깜짝! 얼른 내리며) 아니... 아픈 건 오른 손인데... 왼손으로 컵을 못 잡으니까...

해영 : (기막힌) 너, 아프다는 거 뻥이지?

이설 : (도로 눕더니 좀 새침해서) 뻥이라고 생각하고 싶음 그렇게 생각해요. (콜록콜록)

해영 : 자꾸 쇼 해?

이설 : (심하게 기침하는. 얼굴 벌개지도록...)

해영 : (좀 놀란) 야, 알았어 알았어. 그만그만.

이설 : (기침 너무 해서 힘든) 아... 머리야....

 

하는데, 으앙으앙- 애 우는 소리 들리는.

뭐지? 싶은 이설과 해영.

똑똑- 거친 노크 소리, 문 열리는.

 

간호사 : 죄송해요. 잠시만요. (옆에 보며) 보세요. 진짜 베드가 없다구요. (문 닫는)

애엄마E : (우는 애 안고) 아유... 어떡해... 그나마 여기가 제일 가까운 병원인데,

간호사E : 저희 병원 입원실 몇 개 없는 거 아시잖아요. 입원시킬 거면 다른 병원 응급실 가세요.

이설 : 지금 병실 없어서 저러는 거죠?

해영 : 그런 거 같은데?

이설 : (벌떡 일어나 나가는)

해영 : (!!) 야!

 

 

40. 병원 복도. 밤.

 

애 엄마, 간호사 여전히 문 앞에서 실랑이 하고 있는데.

 

이설 : (뛰어나오며) 제가 나갈게요.

엄마/간호 : !!

이설 : 제가 퇴원할게요. 저 하나도 안 아파요!

 

해영, 뒤따라나와 보고 있는.

꾸벅꾸벅 인사하는 애엄마와 환하게 웃는 이설,

해영, 묘한 기분으로 벽에 기대 서서 보고 있는...

 

 

41. 병원 주차장. 밤.

 

퇴원수속하고 나오는 해영과 이설.

해영, 차 리모컨 뽁뽁 - 하고 시동 걸리면 운전석으로 타려는데,

이설 차 옆에 우두커니 서서 있는.

 

해영 : (차창 내리고) 타. 뭐 해.

이설 : (머리 짚는. 식은 땀 나는데)

해영 : 설마 지금 문 열어달라는 건 아니지?

이설 : (차문 손잡이 잡고 당기려다 휘청)

해영 : (!!) 야, 너 왜 그래. (내리는데)

이설 : (그대로 주저앉는)

해영 : (잡아보면 열 펄펄 나는) 너 안 되겠다. 다시 들어가자.

이설 : 하지마요. 베드 없다잖아요.

해영 : (!! 입술 말아무는. 이설 부축해 차에 태우는)

 

 

42. 도로 + 해영 차 안. 밤.

 

전속력으로 운전하고 있는 해영.

이설, 식은 땀 흘리며 깊이 잠든.

 

 

43. 해영 맨션. 밤.

 

삑삑-, 도어락 문 열리면, 달칵, 현관에 조명 들어온다.

해영, 이설 안은 채 거실로 들어선다.

이설, 신발 벗겨 던져놓고, 곧장 침실로 향해 들어가는.

 

 

44. 해영맨션/해영방. 밤.

 

해영, 침대에 이설 누이고 재킷 벗는. 셔츠 팔 걷고, 타이 풀어헤치는.

서랍 뒤져 체온계 꺼내 체온 재는.

보고 놀란다. 40도가 다 되어간다...

해영, 물수건 적셔와 이설 얼굴, 손 닦아주는.

그러다 안 되겠는지 나이트가운 가져와 이설 엎어놓고 커다란 가운으로 훅- 덮어 씌운다.

씌워놓고 잠시 망설이다 표정 지우고, 고개 살짝 돌리고 손 넣어 옷 벗겨낸다.

눕혀놓은 채 그대로 안듯이 가운 입히는...

(시간경과)

가운 입은 채 신음하는 이설,

해영, 조심스레 가운 입은 팔 걷어 미지근한 물수건으로 닦는.

얼굴이며, 목덜미도 조심조심 닦아주는.

중간중간 체온 재보는...

그러다 팔목이며, 어깨, 잔뜩 멍든 모습 보는...

진짜 아팠구나...미안한데...

(시간경과)

침대에 살짝 기대 잠들어 있는 해영. 그러다 깬.

퍼뜩 놀라 다시 체온 재보는...

체온계 들고 확인하는 해영. 36.9도다.

조금 초췌한 해영... 안심하는 미소...

 

기택E : 공주마마 소재파악 됐습니다.

 

 

45. 동재 저택/동재 방. 다음날 아침.

 

동재, 기택에게 보고 받고 있는.

 

기택 : 지금 해영이 맨션에 함께 계십니다. 바로 모셔올까요.

동재 : (굳은 얼굴로 듣고 있다가) 내가 직접 가야겠다.

 

 

46. 해영맨션/해영방. 아침.

 

커튼 밖으로 어슴푸레 날 밝아오는.

이설, 식은 땀 나는. 눈 뜨는. 여기가 어디지...

맛있는 냄새 난다. 목 마르다... 겨우 몸 일으키는데...

어딘지 모르겠어... 방문 열어보는...

 

 

47. 해영맨션/거실. 아침.

 

이설, 조심스레... 발 딛어 나와보는.

훈훈한 온기... 맛있는 냄새나고... 주방으로 가보는데.

 

 

48. 해영맨션/주방. 아침.

 

가스렌지 불 끄는 해영, 인기척에 돌아보면,

벽 모서리에 기대 해영 보고 있는 이설.

 

해영 : (아무렇지 않은) 깼으면 앉아.

 

(시간경과)

흰 천 깔린 식탁 테이블.

가지런히 놓인 죽 그릇. 물컵, 수저 세트 얌전히 놓인.

이설, 뻘줌하게 앉아있는.

해영, 먹으라고 눈짓하는.

(시간경과)

오른손 쓰기 힘든 지 영 불편하게 죽 먹고 있는 이설... 그래도 맛있다...

해영, 맞은 편에 앉아 묵묵히 보고 있다가 숟갈 뺏는.

이설, 좀 놀라 보면, 죽 그릇 당겨 한 숟갈 떠서 내민다.

이설 당황하는.

 

이설 : 됐어요.

해영 : (가만 수저 들고 있는)

이설 : 왜 안하던 짓 하고 그래요. 이리 줘요.

해영 : 아프잖아.

이설 : (수선떨기도 그렇고... 어쩔 줄 몰라 있는데)

해영 : 뭘 어떻게 부딪혔길래 멍이 그렇게 들어.

이설 : (아... 가운 내려 손목 덮는)

해영 : 어깨구 팔목이구 난리던데.

이설 : (!!) 어떻게... 봤어요? (하다 그제야 정신 든. 가운 입고 있고) 어? 어?

          (앞 섶 가리는) 내가, 이거 갈아입었어요?

해영 : 여기 어떻게 온 줄 기억도 못하는 게 그거 갈아입을 정신은 있었겠냐?

이설 : (!!) 그럼, 이씨...

해영 : 안 봤어.

이설 : 지, 진짜? (양팔 들고 가능한가? 순간 혼란스러운)

해영 : 볼 것두 없드만.

이설 : (헉!!) 봤네 봤어. (하는데 숟가락 입에 쑥 들어오는) 웁!

해영 : 식기 전에 좀 먹어.

이설 : (꿀꺽 삼키는... 아무래도 이상한...) 수상해.

해영 : 뭐가.

이설 : 나한테 뭐 바라는 거 있죠. 그것두 무지 쎈 거.

          그렇지 않구서야 박해영씨가 나 밥 못 먹여서 안달낼 리가 없잖아요.

해영 : 밥 굶기는 사람 못 믿는다며.

이설 : (생각 못한 말이라 좀 놀란)

해영 : 근데 난, 니가 나 믿었으면 좋겠거든.

이설 : (대답 못하고 쳐다만 보다가) 이 봐. 뭐, 뭐요. 내가 뭘 믿었으면 하는 건데요.

해영 : (이설 보는)

이설 : (마주 보는...)

해영 : .... 내 사과.

이설 : !!

해영 : 받아주진 않아도 믿어줬음 좋겠어서. ... 너희 아버지 얘기, 그렇게 하면 안 되는 거였는데.

이설 : (가슴 쿵- 내려앉는)

해영 : 미안하다.

이설 : (먹먹한...)

해영 : (그런 이설 가만 바라보고 있는데...)

 

이설 먹먹한...

해영, 그런 이설 가만 바라보고 있는...

서로 말없이 바라보는 두 사람이고...

 

 

49. 해영맨션/거실. 아침.

 

이설, 고개 푹 숙이고 거실로 나오는.

화장실 들어가려다 어? 하고 돌아보는. 집안 여기저기 스티커 붙어있는.

 

이설 : 이거... 왜 이래요? 이거 압류 딱지 아니에요?

해영 : (주방에서 나오며) 왜 놀래. 니가 한 거 야 그거.

이설 : 내가요? (멍하다 무슨 의민지 알아들은!!) 설마... 재산환원 얘기하는 거에요?

해영 : (소파에 앉는. 리모컨으로 뉴스 틀며) 너 들어가서 좀 씻어. 씻고 얘기 좀 하자.

이설 : 무슨 얘기요.

해영 : 니 병수발 하는 바람에 정작 할 얘긴 하나도 못했잖아.

           (스티커들 보며) 아무렴 내가 이꼴을 해가지고, 너 황실 그대로 들여보낼 생각이겠어?

이설 : !!

해영 : 씻구 나와.

 

 

50. 해영맨션/해영 방. 아침.

 

옷 갈아입고 거울 보는 이설. 머리 빗으며 이제 어떡하나... 고민되는데...

그러다 거울 옆에 뭔가 발견하고 멈칫,

침대 옆 원목 잡지꽂이에 신문, 잡지 수북하게 엉켜있는.

멈칫... 이설, 신문 펼쳐보면, 전부 황실에 관한 기사들 가득이다...

하나씩 꺼내는. 손길 점점 빨라지는. 무슨 생각으로 이걸 모아놨을까...

그러다 신문 틈에 서류 봉투 하나 발견하는.

멈칫... 망설이다 봉투 연다.

안에.... 이설이 갖고 있는 것과 똑같은 이한의 사진.

뭐지? 싶은. 서류 더 꺼내보면.... 이한에 관한 기사 원고문이다!!

이설, 놀라보면, 지난 번 기광의 리포팅과 토씨 하나 다르지 않다.

뒷장 펼쳐 보고 눈 커지는 이설!!

이설, 방문 여는데, 거실에서 뉴스 소리 들린다.

 

기자E : 계속되는 소식 전해드리겠습니다. 이영 왕자의 외아들 ‘이한’씨의 불미스러운 과거가 연이어 밝혀지고 있습니다.

             과거 ‘이한’씨가 80년대 성행했던 가짜 골동품 판매조직의 일원이었다는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이에 따라 황실 재건에 관한 국민투표를 재고해야 한다는 여론이 득세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한그룹은 ‘황실재단’의 설립과 발족을 강행할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예상되고 있습니다.

 

이설, 놀라 서류봉투 든 손 부들부들 떨리는데...

 

 

51. 해영맨션/거실. 아침.

 

심각한 얼굴로 뉴스 보고 있는 해영.

이설, 나오자 리모컨으로 뉴스 끄는.

 

해영 : 씻는 거 아니었어?

이설 : (서류 봉투 내미는) 이거... 뭐에요.

해영 : !!

이설 : 똑같아.

해영 : !!

이설 : 다 읽어봤는데... 우리 횟집에서 들었던 뉴스랑, 마침표까지 똑같아.

          금방 나온 것도... 똑같이... 여기 다 있어.

해영 : ... 너희 아버지 뉴스, 내가 꾸민 일이라고 생각하는 건가?

이설 : (서류 봉투 던지는) 다음번엔 어떻게 나올 지도 있네?

          이딴 짓까지 하면서 황실 재건 못하게 만들어야 될 사람, 당신밖에 더 있어?

해영 : 더 있어. 많아. 나 하나 그만둔다고 니가 속편하게 공주할 수 있는 거 아냐.

           그러니까, 황실 포기해.

이설 : ... 전부 거짓말이었어요? 나 공주 못하게 하려구?

해영 : 니가 아팠을 때 걱정한 건 진심이야. 너희 아버지에 대한 사과도 진심이야.

이설 : !!

해영 : 근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가장 큰 진심은 니가 공줄 포기했음 하는 거야.

이설 : (가슴 무너지는... 부들부들 떨리는... 눈물 그렁그렁한.... 뛰쳐나가는데!!)

해영 : (우두커니 서 있는. 열린 현관문 보는... 그러다 재킷 들고 따라 나가는)

 

 

52. 해영맨션 앞. 아침.

 

해영, 뛰쳐내려오는. 그러다 놀라 멈추는.

앞에 우두커니 서 있는 이설, 마주보고 있는 동재.

그 뒤로 동재 차와 수행원들 서 있다.

 

이설 : 회장님... (너무 힘든...) 죄송해요. 여기 온 건,

동재 : 마마. 함께 가시죠. 대통령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이설 : (!!) 대통령이요? 저를요?

 

이설, 잠시 서 있다 결심 굳힌 듯 차에 오른다.

동재, 이설 차 타기를 기다렸다 함께 오르는데, 해영 바라보는.

해영, 그런 동재 바라보고 있고...

팽팽하게 얽히는 두 사람의 시선...

동재의 차 떠나는...

혼자 남은 해영.... 스산한 얼굴이고... 이설 간 쪽 오래오래 보는...

 

 

53. 청와대 일각. 낮.

 

넓고 텅빈 공간. 이설과 대통령 독대하고 있는.

이설, 단정하게 앉아 있는.

 

대통령 : (온화한 미소) 하루라도 빨리 뵙고 싶었는데 영 기회가 나질 않더군요.

이설 : (긴장해 보다 용기내) 실은 저도 한 번 뵙고 싶었어요.

          (귀엽게 손바닥 좍 펴 보이며) 저도... 기호5번 뽑았거든요.

대통령 : (웃는) 감사합니다. 미모만 뛰어나신 줄 알았더니 정치적 안목도 탁월하시네요.

이설 : (자리 어렵고... 그저 어색하게 웃는데)

대통령 : 그간 많은 일들을 겪으셨다고 들었습니다. 고생 많으셨습니다.

이설 : 아... 네.

대통령 : 입궁하시면 국민투표 통과와 황실 재건을 위해 정부가 체계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그 지원만큼 책임이 따른다는 걸 명심해 주십시오.

이설 : (두렵고.... 숙연한.... 허나 흔들림없이 대통령 시선 받아내는...)

 

 

54. 청와대 안뜰. 낮.

 

동재, 대통령과 독대한 이설 나오길 기다리고 있다.

이설 드디어 나오는...

 

동재 : 마마. 이제 돌아가시겠습니까.

이설 : (바라보는)

동재 : 어느 곳으로 돌아가실 지 이제 마마의 대답을 들을 차례입니다.

이설 : (담담하게 바라보는)

 

 

55. 궁문. 낮

 

동재네 차량 행렬 도착하는.

차 문 열리고 동재와 수행원들 내리는.

마지막으로, 이설 내린다.

 

 

56. 궁 1층. 낮

 

직원들 도열해 있는. 인사하는.

이설, 예전과 달리 차분한 시선과 걸음으로 걸어 들어가는.

 

 

57. 궁/공주방. 밤 + 다음날 아침.

 

달빛 청아한...

푹 쓰러지듯 눕는 이설... 베개에 얼굴 묻고 가만 있는....

누군가 이마 짚어본다. 올려다보면, 해영의 환상이다. (맨션에서와 같은 옷)

걱정스레 한참동안 이설 이마 짚어보는 해영, 손등으로 볼도 짚어 보는...

서로 오래오래 바라보는 두 사람...

스르륵 눈 감는 이설... 조금씩 날 밝아오는...

(시간경과)

어디선가 새소리 들리고.... 싱그러운 음악 깔리는...

이설, 눈 뜨는데, 누군가 앞에 서 있다.

수트 입은 남자의 모습... 해영 같다...

다시 눈 깜빡이는 이설... 또 환상이구나....

다시 뜬다... 아직도 있다... 점점 선명한 해영.

해영, 한발짝 성큼 다가서는. 훅- 실재감 느껴지는.

 

해영 : 안녕하십니까. 공주님. 외교통상부 박해영 사무관 인사드립니다.

이설 : !!

 

화들짝 놀라 몸 세우는 이설, 이불 당겨 몸 감싸 안는.

차가운 얼굴로 서 있는 해영!!

경악하는 이설의 얼굴에서 엔딩!!!

- 5회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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