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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 프린세스] 07

작성자수다쟁이|작성시간22.11.27|조회수177 목록 댓글 0

[마이 프린세스] 07

 

 

 

 

 

 

 

 

 

 

1. 쇼룸. 낮.

 

윤주 : 네 발로 나가든, 우리가 끌어내리든, 조만간 궁에서 나가야 되지 않겠어요?

이설 : !!

윤주 : 너 꼴 보기 싫은 사람은 많구, 회장님 언제 쓰러지실지 모르고, 궁 안에 니 편은 하나도 없는데....

           나같음 뒷일 생각해서 적당한 때 조용히 사라질 거야.

           국민투표 떨어지고 나면, 혹은 국민투표 못하게 되면, 그 뒤가 걱정되지 않아?

이설 : !!

 

그때 드레스 잔뜩 걸린 행거 밀고 오는 직원들.

할머니 디자이너 가볍게 손짓하면, 스탭들 착착 다가와 설이 데리고 가는.

설이 얼결에 끌려가고.

윤주 마뜩찮은 표정으로 그 모습 지켜본다.

디자이너, 이것저것 지시하면,

목에 줄자 잔뜩 건 젊은 디자이너 다가와 설이 치수 재고 드레스 고르고...

이설, 드레스 하나씩 갈아입어보면 옆에서 사진 기록 남기는.

라렌느 팀들, 이설이 고르고 있는 동안 화려하게 꾸며주는.

 

 

2. 회의실. 낮.

 

빈 회의실, 해영, 긴 테이블에 혼자 앉아있는.

노크소리 들리고 사람들 들어온다.

넓고 기다란 회의실. 스탭들, 자리 차지하고 앉는다.

그때, 디자이너, 이설 안내해 데리고 들어오면,

순간 숨 멎는 듯한 해영.

이설, 너무 아름답고...

뒤따라 나오는 윤주... 해영 보고 안색 안 좋은...

 

디자이너 : 우리 공주님 너무 아름다우시죠.

                  일단 이런 이미지가 있단 걸 보고, 컨셉 회의부터 시작합시다.

 

디자이너, 이설에게 상석 권하면,

그때 조명 딱- 꺼지고, 롤스크린에 좀 전에 드레스 입은 이설 모습 보이는.

이설 스크린 속 자신 모습에 놀라 그대로 서 있는.

윤주를 중심으로 직원들, 거침없이 한 장씩 넘어가는 사진보며 토론하기 시작하는.

한쪽에서 그 모습 지켜보는 해영.

 

윤주 : 너무 식상한데요.

직원1 : 공주님도 자신만의 캐릭터가 있어야 하는데.

직원2 : 사이즈가 비슷하니까 오드리햅번 어때요?

윤주 : 차별화 된 이미지가 필요해요.

직원3 : 서민적 이미지를 부각시키는 건요? 거부감 없게.

윤주 : 고아에 입양아 이미지를 떠올릴 수 있는 컨셉은 피해주세요.

직원1 : 차라리 전통의상을 접목시킬까요? 개량한복이나.

직원2 : 전에 고궁에서 공주 사진 찍는 장당 오천원 알바 하셨다면서요.

윤주 : 이미지 실추 요인이 될 수 있는 건 다 빼세요.

직원2 : 참 걸리는 거 많아. 매끈하지 못하게.

 

왁자지껄한 분위기. 화면 속 이설 컷컷 넘어가고,

어둠 속 이설, 마치 인형놀이의 인형이 된 듯 기분 묘하다.

윤주말 신경 쓰이는. 윤주 보면.

 

윤주 : 불 켜주세요. (불 탁 켜지고)

일동 : (윤주에게 주목하는)

윤주 : 이번 기자회견은 황실과 황궁의 모습을 대중에게 처음 선보이는 자립니다.

           무엇보다 황실 이미지를 대표하는 공주의 컨셉을 어떻게 잡느냐가 관건이죠.

           기품과 범접할 수 없는 화려함. 최대한 여러분들이 그 이미지를 창조해내야 합니다.

           결국 우린 국민투표 때 국민들이 뽑아줄 이미지를 마케팅하는 겁니다.

           아마 왕자라면 더 쉬웠겠죠. 하지만 우리 현실은 공주예요.

           여성유권자와 일반 서민에게 어설프게 보이면 끝이죠.

           무조건 상상 그 이상으로 화려하게 꾸며주세요.

 

인형 보듯, 감정 없는 눈으로 이설 바라보는 해영...

불편하게 서 있는 이설이고...

왁자한 스탭들 목소리 점점 멀어지는...

이설... 점점 표정 사라지는...

화려하고 당당한 윤주의 모습이고...

 

 

3. 궁 메인홀. 밤.

 

이설, 해영 들어오는. 직원들 인사하고.

 

해영 : 공주님.

이설 : (지친 기색) 내일 수업 안 늦어요. 됐죠. (가려는)

해영 : (직원들 없다) 이설.

이설 : (돌아보면)

해영 : 궁은 천국인데 기분은 지옥이지.

이설 : 네?

해영 : 오늘은 애교야. 앞으론 더 많은 사람들, 어쩜 온 국민이 널 공격할 거야.

          오늘이 그리울 만큼 앞으론 더 많이 더 자주 아플 거라구.

          그리고 궁 안에서도, 밖에서도 아무도 너 안 지켜줘.

이설 : ...

해영 : 가르쳐 주는 거야. 선생님으로서.

이설 : ... 아무도 나 안 지켜주는 거... 익숙해요 나.

해영 : !!

이설 : 고아잖아요. (쓰게 웃고 돌아서 가는)

 

 

4. 궁/ 해영방. 밤.

 

해영, 자켓 벗고 타이 푸는데 이설 굳어있던 얼굴 자꾸 떠오른다.

(시간경과)

침대에 기대 책 읽다 확 덮고 눕는. 천장 본다. 눈 감는데.

노크 소리.

 

해영 : (문 열며) 뭡니까.

신상궁 : (하얗게 질린) 공주님이 사라지셨어요.

해영 : !!

 

 

5. 궁 일각. 밤.

 

해영 여기저기 확인하면서 빠르게 가면 신상궁 종종걸음으로 뒤따른다.

 

신상궁 : 아까 분명 방에 계셨거든요. 잠 안오신다 그래서, 따뜻한 우유 챙겨 드리려고 갔는데.

해영 : ... 핸드폰 해봤어요?

신상궁 : 놓고 나가셨어요. 옷도 가볍게 입고 나가셨구요.

해영 : 일단 아무한테도 알리지 말고 기다리세요.

 

 

6. 궁 일각. 밤.

 

해영 여기저기 찾아다니는. 점점 더 어두워지는데 아무도 없다.

플래시 켜고 여기저기 찾는. 전화 걸어보면 안 받고...

 

 

7. 비밀 방. 밤.

 

해영 문 열고 들어서는.

클래식카와 각종 유물 가득한 방안에 울려 퍼지는

위엄 넘치는.... 어딘가 익숙한 목소리.... “넛 때문이다”

어? 뭐지?

핸드폰 화면 가득 ‘선덕여왕’의 미실의 얼굴, “넛 때문이다” 반복재생 되는.

차 안에 앉아있는 이설, 뚫어져라 화면 보며 열심히 따라해보는.

 

이설 : (세게 했다, 은밀하게 했다, 여러가지 버전) 넛! 때문이다! 넛- 때문이다!

          박해영, 너 때문이다! 오윤주, 너 때문이다아아아-!!

 

이설, 삿대질까지 하며 부르짖는데 어? 눈앞에 해영이다.

해영, 이설 옆에 턱 타더니 팔짱끼고 오만한 자세로 시트에 기대는.

 

해영 : (담백하게) 죽을래?

이설 : (창쪽으로 몸 피하는. 핸드폰 끌어안는) 아뇨. 여긴...왜 왔어요?

해영 : (몸 틀어 이설 보며) 몰라 물어? 그야말로 너 때문이다! (핸드폰 훅 뺏는)

이설 : (엄마.... 어깨에 손 닿고)

해영 : 지금 궁이 너 땜에 발칵 뒤집혔는데 넌 한가하게 여기서 드라말 봐?

이설 : (얼른 폰 도로 뺏는... 가슴 두근두근하는) 고, 공부하는 중이니까 방해 마요.

해영 : 공부?

이설 : 자기주도 학습이랄까? 내 인생의 롤모델을 미실로 정했거든요.

해영 : (어이없는) 왜, 정적 암살 법이라도 배우게?

이설 : (살짝 진지) ... 이 궁에서 살아남으려면 배워야겠어요. 사방이 온통 적이거든요.

해영 : 그 적 중에 제일 잘생긴 적이 나겠네.

이설 : 아, 진짜. 하지 마요?

해영 : (진지) 그 적 중에 제일 미운 적도 나겠고.

이설 : (심장 쿵....)

해영 : 그 적 중에 널 제일 힘들게 하는 적도 나겠지.

이설 : (빤히 보다가) 그 중 하난 틀렸어요.

해영 : (이설 보는....) 뭐가 틀렸는데.

이설 : 졸리다. 갈래요. (내리려고 문 열려는)

해영 : (인상 쓰고 고개만 돌려 보는데)

이설 : (헉!! 문 안 열린다... 달칵 달칵... 흔들어 보는) 어...이게 왜 이러지?

해영 : 야 야, 무식하게 힘으로 하지 마. 이거 백 년된 찬데 망가지면 니가 책임질 거야?

이설 : 아 어떡해. 고장 났나 봐. 그쪽은 열려요?

해영 : (열어보면 잘 열리고. 탁 다시 닫는)

이설 : 에이, 내려 봐요. 그쪽으로 내리게.

해영 : (건조하게) 싫은데?

이설 : 거참, 원만하게 합의 하죠.

해영 : (툭 내뱉듯) 싫어.

이설 : 아... 진짜.... (돌변) 무엄하도다! 어서 비키지 못할까!

해영 : (피식 웃고) 잘 생긴 적, 미운 적, 힘들게 하는 적.

이설 : (보면)

해영 : 셋 중 뭐가 아닌데?

이설 : !!

해영 : 말하면 비켜줄게.

이설 : 아... 나한테 진짜 관심 많아.

해영 : 내가 제일 잘생긴 적인 건 너무 당연하고.

이설 : 아... 짜증나.... 그냥 문 열죠?

해영 : 여기서 밤 새고 싶냐? 대답 안 해?

이설 : 이씨! (잠긴 문 다시 열심히 흔들어보는... 꼼짝 않는 울상이고)

해영 : 제일 미운 적과 제일 힘들게 하는 적, 둘 중에 하난 틀렸단 건데.

이설 : (어쩔 줄 몰라 한참 보다가....) 다 맞아요. 안 틀렸어. 됐죠?

해영 : (팔짱 끼고 눈 감고 시트에 누으며) 굿 나잇.

이설 : 그게 왜 그렇게 알고 싶어요? 어차피 다 같은 적인데.

해영 : 대답 못 들음 잠이 안 올 거 같아서.

이설 : !!

해영 : (몸 세우며) 너 땜에 오늘 잠은 다 잤다. 간다.

 

해영, 문 열고 확 내리더니 가버리는.

이설, 말도 못 하고 혼자 앉아있는데...

 

 

8. 공주 방. 밤

 

안절부절 기다리는 신상궁.

이설 들어온다.

 

신상궁 : 공주님!! 어딜 가셨던 거에요?

이설 : (머쓱) 아...아. 운전 좀 배우느라..

신상궁 : 네? 운전이요? 이 밤에, 궁안에서요?

 

둘러대던 이설, 갑자기 무엇인가 생각난 듯 밖으로 나간다.

 

 

9. 궁/해영집무실. 밤.

 

해영, 노크 소리에 문 열어보면, 이설 우유컵 들고 서 있다.

 

해영 : 뭐.

이설 : 대한민국의 공주님께서 하사하는 따끈한 우유니라.

해영 : (픽 웃으며 재미있다는 눈빛으로 보는)

이설 : 잠이 오지 않는다 하여 내 특별히 준비하였네.

해영 : 너 사극 그만 봐.

이설 : 원샷하지 않겠는가.

해영 : 이게 정적을 제거하는 방법이냐? 뭐 탔는데.

이설 : 무엄하도다! 공주님의 하해와.. 같은 성은.. 아씨, 아 잠 안 온다면서요.

해영 : (냄새 킁킁 맡아보고) 은수저 가져와봐.

이설 : 이씨! 안 해 안 해. (가려는 포즈 취하면)

해영 : (쟁반 위 컵 냉큼 들고 보면 시럽으로 스마일 그린) 고맙다.

이설 : (!!) 치이... 잘 자요.

 

후다닥 가버리는.

이설 뒷모습 보며 귀여워 피식 웃는 해영이고...

 

 

10. 궁 전경. 낮.

 

 

11. 청와대. 접견실. 다음날 낮

 

해영, 대통령 마주 앉아있는.

 

대통령 : 궁 생활은 어때.

해영 : 지낼만 합니다.

대통령 : 자네 말구 공주.

해영 : 기를 쓰고 씩씩하게 지냅니다.

대통령 : 그래? 가짜 선생 노릇을 너무 열심히 하고 있는 거 아닌가?

              그러다 재산 다 넘어가면 어쩌려구. 왜 이렇게 태평해.

해영 : 기자회견 때까지만 지켜보시면 될 듯 싶습니다.

대통령 : 기대해도 될까?

 

담담하게 대통령 보는 해영이고...

 

 

12. 비밀방. 낮.

 

윤주 또각또각 걸어 들어오는. 직원들 좍 도열한 채 인사하는.

 

윤주 : 황실 재단 이사장으로 정식 취임한 오윤줍니다.

           앞으로 궁의 제반사항은 모두 제 책임 하에 있음을 명심해주시길 바랍니다.

           황실 재단 발족식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최선을 다해 주시기 바랍니다.

 

 

13. 비밀방. 낮.

 

새로 꾸며진 방, 둘러보는 윤주. 꽤나 마음에 든다.

책상 위에 놓인 ‘이사장 오윤주’ 명패 지그시 바라보는데,

윤주 핸드폰 딩동- 울려 보면 홍상궁 문자다.

“일일보고 - 어젯밤, 공주님 무단외출. 박사무관님과 자정 넘어 화분 들고 동반복귀”

무심한 목소리로.

 

윤주 : (인터폰) 공주님 외출 준비 좀 부탁해요.

이설E : 악!!!

 

 

14. 스파. 낮.

 

마사지사, 이설 등 밟고 양팔 뒤로 당기는.

꺅꺅- 죽겠다고 비명 지르는 이설,

옆에 놓인 소파에서 태연하게 잡지 보며 허브티 마시는 윤주.

 

이설 : 아프다고요! 나 안 해! 아악-!! (눈물 찔끔 나는) 오관장님!!

윤주 : (잡지 넘기며) 이젠 관장 아니구 재단 이사장이요.

이설 : 아아악-!! 뭐든간 이거 좀 멈춰 봐요!!

윤주 : 엄살이 심하시네요.

이설 : 치사하게 이런 식으로 괴롭히기에요? 아악-!!

윤주 : (살짝 웃는)

이설 : 어머, 지금 웃었죠? 어떻게 남의 고통을 면전에서 비웃어요? 악!

윤주 : 기자회견 때 트러블 난 얼굴로 사진 찍힘 속상하겠다 싶어서 일부러 모셔왔어요.

이설 : 이사장님이 제 피부 걱정을 하셨다구요?

윤주 : 같은 여자니까.

이설 : 아.... 근데 피부관리하는데 왜 팔을 꺾어요?

윤주 : 원래 아름다움엔 고통이 뒤따르는 법이죠.

이설 : 혹시 이거 복수는 아니죠?

윤주 : 복수?

이설 : 저기.. 혹시 어제 뭐 보셨어요?

윤주 : (뭔가 안다는 눈빛이고)

이설 : 뭘 봤든 오해에요 백프로.

윤주 : (피식) 걱정마세요. 공주님한테 아무 것도 안해요. 오해든 이해든.

이설 : (안심하며 해맑게) 아, 다행이다.

 

하다 살짝 눈치 보고 배시시 웃는 이설...

 

 

15. 미용실. 낮.

 

넋 나간 표정의 이설, 윤주 헤어스타일과 똑같은 가발 쓰고 있다.

윤주, 만족스런 표정으로 보고 있는.

 

윤주 : (진지한) 기품 있어 보이네요. 격이 달라요.

이설 : (고개 도리도리) 싫어요. 저 오관장님 코프스레 나가는 거 아니잖아요.

윤주 : (무시. 화보 넘기며) 근데 쫌 무슨 머릴 해도 맹해 보이는 건 있네.

미용사 : 마스크가 워낙 여성스러워서요.

윤주 : 여성스러운 거랑 무슨 상관이야. 난 뭐 남성스러워서 똑똑해 보여?

이설 : (이씨!) 그만하죠? (일어나는) 지금 나 갖구 무슨 인형놀이 해요?

          내일이 기자회견이라면서요. 근데 왜 자꾸 옷 맞추고, 머리하고, 이런 것만 해요?

윤주 : (직원들에게) 잠깐 자리좀 비켜줄래요?

직원들 : (나가면)

윤주 : (싸늘하게) 그럼 뭘 하고 싶은데. 기자들 불러서 입 맞춰주겠대두 싫다며.

          그럼 적어도 공주 옷 입고 “나 예쁘니까 잘 봐주세요”라도 해야 될 거 아냐.

이설 : ... 무섭다 진짜. 듣는 사람 없다고 어쩜 이렇게 순식간에 돌변해요?

윤주 : 나한테 마마 소리 듣고 싶니?

이설 : (무섭다...)

윤주 : 그나마 생각해줘서 이정돈데, 앞으론 일관성있게 사람들 앞에서도 막대해줄까?

이설 : 이사장님이 나 싫어하는 건 아는데요. 이럴 거면 황실 재단 이사장 왜 맡았는데요?

윤주 : 황실 재단에는 황실 재건보다 더 앞서는 목적이 있지.

           박동재 회장님의 죄책감 씻기 프로젝트. 회장님이 하고 싶으시다니까 억지로 하는 거야.

           바꿔 말하면 당장 내일이라도 회장님 돌아가시면 이 모든 건 없던 일 되는 거라구.

이설 : !!

윤주 : 왜 상상도 못했단 표정 짓는 건데? 그렇게 순진해? 멍청한가?

          아님 그런 척 하는 게 너한테 유리할 거 같니?

이설 : (지지 않고) 두 남자 사이 오갈 때부터 용감하신 줄은 알았는데요.

          나한테 이런 말 하고도 괜찮겠어요?

윤주 : 왜. 회장님께 고해바치고 싶어? 해.

          등 뒤로 다 적이란 거 알면 회장님 참 오래오래 사시겠다?

이설 : 어떻게... 자기랑 결혼할 사람 할아버지한테... 그런 말을 해요?

윤주 : 못 들으시잖아. 니가 전하지 않는 이상.

이설 : !!

윤주 : 인형 놀이 재미없다. 나와.

 

윤주 나가는.

이설, 사색 돼 어쩔 줄 모르고 서 있는...

 

 

16. 미용실 안. 낮.

 

윤주, 걸어가고 있는.

이설 그 뒤 따라가더니.

 

이설 : 저기요.

윤주 : (딱 째려보면)

이설 : 무서우니까... 짧게 할게요.

윤주 : (기막혀 웃는) 해 봐.

이설 : 나 이제 궁에서 잘 먹구 잘 자구 잘 살 거에요.

윤주 : 뭐?

이설 : 솔직히 그동안은 박해영씨한테 디게 미안했거든요. 둘이 세트니까 이사장님한테두 좀 그랬어요.

           난 알바비 십만원만 떼여도 하늘이 노란데, 나 땜에 전재산을 환원한다니까,

           내가 진짜 밉겠다. 나같아도 유학 보내고 싶고, 확 없애버리고 싶겠다,

윤주 : 짧게 한다며.

이설 : (이씨!) 나 공주 할 거라구요. 전혀 미안해 하지 않고.

 

팽팽하게 서로 노려보는 두 여자...

 

 

17. 궁/공주방. 낮.

 

문 벌컥-! 열고 들어오는 이설.

테이블에 얌전히 앉아있던 엄마, 이단이고.

 

이설 : 엄마!!

 

cut to:

백화점에서 샀던 엄마, 단이 선물 침대에 와락 풀어놓고 구경하는.

엄마, 선글라스 껴 보고, 미스트, 화장품 냄새 맡아 보고, 신난.

단이, 드레스룸 보고 있는.

이설, 해맑게 드레스 꺼내 대주며

 

이설 : 이봐 이봐. 역시 이런 건 기럭지가 좀 따라줘야된다니까.

           보는 순간 딱 언니거다 싶었어.

이단 : (드레스에 살짝 홀린)

이설 : (안겨 주며) 언니, 빨리 입어 봐. (엄마한테 가는) 엄마! 선글라스 맘에 들어?

엄마 : (우아한 표정 지으며) 쫌 공주 엄마 같애?

이설 : 같은 게 아니라 진짜 공주 엄마지. 봄에 꽃구경 갈 때 쓰셔.

           아, 글구 선글라스 벗어 봐. 이거 뿌려드릴게.

엄마 : (선글라스 위로 올리고) 좋은 거야?

이설 : (칙칙- 뿌려주는. 자기 얼굴에도 칙-!) 얼굴 촉촉해져. 좋지?

엄마 : 촉촉? (좋아하다 이설 머리 넘겨주는. 코끝 시큰한) 좋아. 좋지.

이설 : 왜 그래 갑자기.

엄마 : 그냥... 그 인간 생각나서.

이설 : 아빠?

엄마 : 니 아빠... 너 공준 거 봤음 얼마나 좋아했을까 싶어서.

이설 : (짠한) 지금도 하늘나라에서 좋아하시겠지. 아빠들끼리 만나서 술 한 잔 하고 계실 걸?

엄마 : 아유, 전하께 술주정하면 어쩌니. 그러구두 남을 인간인데.

이설 : (웃다가) 근데 엄마, 어떻게 연락두 없이 왔어?

엄마 : 너 기자회견 있다며. 박서방, 아니지. 박사무관님이 기자회견 전에 꼭 좀 보자드라?

이설 : !!

 

 

18. 궁/응접실. 낮.

 

테이블에 놓여진 이동구 사건 기록과 당시 기사들...

세 모녀, 창백한 얼굴로 보고 있는.

해영, 담담한 표정으로 말 꺼내는.

 

해영 : 공주님의 양아버지셨던 이동구씨의 사건 기록입니다.

           이동구씨는 가짜 순종 친서를 진품으로 속여 판매했다가 발각되어 구속되셨습니다. 맞습니까.

엄마 : (당황한) 그, 그게... 갑자기 그건 왜 물으세요.

이설 : (놀라 보다 해영 째려보며) 엄마, 신경 쓸 거 없어요. 일어나세요. 내 방으로 가요. (엄마 끌면)

해영 : 공주님. 기자회견이 내일입니다. 예전 가족분들께도 미리 말씀해주시는 게 낫습니다.

이설 : 말을 해도 꼭!

이단 : 말씀해주세요. 무슨 일로 이러시는 건데요.

해영 : (이설 바라보는... )

이설 : (말하지 마....)

엄마 : 그거... 우리 애 아빠 기록 맞아요.

이단 : !!

엄마 : 설이 물건이었는데... 혹시 친부모 찾을 때 필요할 지도 모르니까...

           팔면 안 된다고 내가 그렇게 말렸는데... 그 인간이... (설이한테) 미안하다...

이설 : (마음 아픈... 해영 노려보는데)

해영 : 미리 말씀 드려야 할 것 같아서요.

          기자회견 때 이설공주의 양부였던 이동구씨의 전과경력을 공개해야 될 거 같습니다.

엄마 : 네?!! 그게 무슨....

이단 : (그대로 뛰쳐나가는!!)

이설 : 언니!!

 

이설 따라 뛰어나가는.

 

 

19. 궁/일각. 낮.

 

이설 죽어라 뛰어 이단 찾는. 구석진 곳까지 찾아보는데.

 

이설 : 언니! 언니!! (이단 발견하고 뛰어가 어깨 잡는데) 내 얘기 좀 들어,

이단 : 놔.

이설 : (움찔) 언니, 놀랬지? 내가 설마 아빠 얘길,

이단 : 나쁜 년.

이설 : !!

이단 : 이러려고 궁에 불러들여서 선물 쥐어준 거야?

이설 : ... 언니...

이단 : 우리 아빠 전과자다! 그거 팔아서 너네 친 아빠 누명 벗길라고,

           그래도 좀 미안하긴 하니까 저딴 거나 먹고 떨어져라 이거 아냐!!

이설 : ... 언니, 그런 거 아냐. 오해하지 말고, (하다 놀라 뒤로 물러서는)

이단 : 나 사법고시 봐야하잖아. 넌 이제 공주고, 우리 가족도 아니잖아. 나 하나밖에 없다구.

           근데 이 일 터지면 나 면접에서 떨어질 거야. 법조계도 다 인맥이라는데, 내가 인맥이 어딨어.

           인맥은 없다 쳐도 범죄자 딸이라고 소문나면 그걸 누가 뽑아주겠어.

 

가슴 아파 어쩔 줄 모르는 이설이고....

 

 

20. 궁/일각. 낮.

 

엄마, 이단 멀리 가는.

이설 입술 쭉 빼물고 당장 울음 터질 거 같고,

해영, 무심하게 서서 가는 차 보다 돌아서는데 이설 막아서는.

 

이설 : 어떻게 이래요? 한 마디 얘기도 없이 우리 가족한테 어떻게 이럴 수가 있냐구.

           나 갖고 놀아요? 이럴 거면 왜 잘해준 건데.

해영 : 지금도 잘해주고 있어. 너 공주 되는 기자회견 도와주고 있는 거잖아.

           이한 황세손 불명예 깨끗하게 벗겨드리려구.

이설 : 이런 방식으론 싫어요. 내 가족들 울리면서까지 어떻게 그래.

해영 : 너 진짜 욕심 많다. 난 너 때문에 모든 걸 다 잃게 생겼는데 넌 하나도 잃기 싫어?

이설 : 네. 싫어요. 난 우리 가족 상처주는 일 절대 싫어. 무슨 일이 있어도 내가 지킬 거야.

           그러니까 기자회견 때 내가 무슨 얘길 어떻게 하든 상관하지 마요.

 

분한 얼굴로 가는 이설... 씁쓸하게 보는 해영이고...

 

 

21. 궁 정원. 다음날 아침.

 

설이 멍하니 앉아서 방울토마토 보는.

 

건이 : (바구니 들고 옆에 앉으며) 누나 굿모닝-!

이설 : 아, 건이구나.

건이 : 아침부터 여기서 뭐하세요?

이설 : 어, 아니 그냥 좀 답답해서. (입술 말아무는... 애꿎은 토마토만 보는...)

건이 : 에이, 누나 방울토마토 드시고 싶으셨구나? 저한테 갖다 달라고 말씀하시지.

           (하나 따서 슥슥- 닦더니) 이거 유기농이라 그냥 먹어도 괜찮아요. 아-!

이설 : 아-. (받아 먹는)

건이 : 맛있죠?

이설 : (끄덕끄덕)

건이 : 좋아하시면 제가 아침마다 갖다드릴게요. 토마토가 피부에 진짜 좋거든요.

           제가 얘 때문에 이렇게 얼짱에 인기가 많잖아요.

이설 : (한숨) 아... 우리 건이 왕자병 있구나. 팔잔가 봐. 내 주변은 하나같이 다 왜 이러니.

건이 : (걱정) 누나 무슨 걱정있어요? (제 어깨 툭툭 치더니) 답답한 일 있을 땐 저한테 털어놓으세요.

           언제든 제 어깨 빌려드릴게요.

이설 : 아 진짜 털어놓을까? (핸드폰 꺼내 삑삑) 여보세요. 교수님?

 

 

22. 궁/테라스. 낮.

 

차 마시는 정우와 이설.

 

이설 : 제 친아버지를 아는 분이면 누구든 좋아요. 아빠가 절대 나쁜 짓 하실 분 아니란 거 알지만,

          세상 사람들한테 해명하려면 증인이 있어야 되잖아요.

          근데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될까, 아무리 생각해봐도 도와주실 분 교수님밖에 없어서요.

정우 : 그래 알았어. 내 힘 닿는데 까지 알아볼게.

           아, 그리고 혹시 저번에 명성황후 향낭 관련 자료 책들은 다 봤어?

이설 : 아뇨... 아직... (배시시)

정우 : 혹시 너, 정말 향낭 갖고 있는 건 아니구?

이설 : 어우 아뇨. 그럼, 벌써 말씀 드렸게요. 어렴풋이 어릴 때 갖고 있던 기억은 있는데...

          잃어버린 건지, 어떻게 된 건지 하나도 생각이 안나요.

정우 : 향낭도, 기억도, 아버지에 관한 진실도 꼭 되찾을 거야.

          너무 걱정말고 천천히 마음 편하게 있어.

이설 : (든든하고) 고맙습니다 교수님. 그럼 하나만 더 부탁드려도 돼요?

정우 : 뭔데?

이설 : 궁 밥이 진짜 맛있긴 한데요. 저 혼자 먹는 거 좀 지겹거든요.

           저랑 같이 식사 안 하실래요?

 

 

23. 식당. 낮.

 

스테이크 먹고 있는 윤주와 해영.

해영, 딴생각에 잠긴 듯 먹는 둥 마는 둥 한다. 물잔만 건성으로 만지고 있는...

 

윤주 : 입맛 없어요? 다른 걸로 준비해 달라고 할까요?

해영 : (차분한) 아냐. 됐어. (다시 먹으려는데)

윤주 : (해영 떠보는) 어젯밤에 집무실로 전화했었는데, 안 받으시더라고요.

해영 : (설이랑 있을 때구나... 아무렇지 않은 척) 그랬어? 깊이 잠들었었나보다.

 

하는데 해영, 표정 살짝 찌푸리는.

이설, 정우와 나란히 들어선다.

해영과 윤주도 두 사람 본다.

윤주, 놀라 정우 보는.

정우, 예상했었단 듯 담담한 얼굴이고...

이설, 입 삐죽하고 정우 팔 당겨 나가려는.

 

이설 : 교수님. 그냥 제방 가서 먹어요. 여기서 먹다간 체하겠어요.

해영 : 공주방에 자꾸 외간남자가 들락거림 안 되죠.

정우 : 그래. 여기서 먹자.

이설 : (해영 째려보는. 마지못해 앉다 윤주 접시 보고 헉!!) 어! 스테이크다!!

          교수님 우리도 스테이크 먹어요!!

 

(시간경과)

정우, 윤주 서로 시선 오가는.

해영, 이설 접시만 뚫어져라 보는.

이설, 스테이크 콩알만큼씩 썰어 우아하게 입에 넣고 있는.

 

해영 : 공주님? 지금 뭐 하시는 겁니까?

이설 : (우아하게) 뭐가요?

해영 : 스테이크를 왜 회를 치세요? 오늘은 구원 안 받으시나 봅니다?

이설 : (정우 눈치 보며) 어머, 스테이크를 이렇게 먹지 어떻게 먹어요.

정우 : (이설 접시 당겨서) 내 건 괜찮은데 질겨? 왜 그렇게 못 썰어. (썰어주는)

윤주 : 남교수님 되게 다정한 성격이신가 봐요. 보통 남자들은 연인사이에도 그런 거 쑥스러워 하지 않아요?

정우 : 그래서 제가 인기가 많죠. (하는데 뜨악하게 해영 보는)

해영 : (자기 접시 쑥 밀어주는) 아니, 유달리 고기 써는데 노하우가 느껴지네.

          조교수라 역시 남다른가 봅니다? 각도가 정직해. 제 것도 좀 썰어주시죠?

이설 : (접시 쑥 도로 밀며) 뭐 하는 짓이에요.

          거봐요. 교수님. 이럴까 봐 제가 방에 가서 둘이 오붓하게 먹자고 했잖아요.

해영 : 그럼요. 공주님은 고기 드실 때 화장실 가까운 데서 드셔야죠.

이설 : 어머, 식사 중에 어떻게 화장실 얘길 해요? 이게 무슨 똥매너야. (헉!! 입 막는...)

해영 : 아, 지금 디테일로 들어가자는 말씀이신가요?

          제가 이 얘기까진 안 할라 그랬는데 그날 저희집 화장실 막혔거든요.

이설 : 어머! 교수님 거짓말이에요 거짓말! 그럴까 봐 내가 두 번이나 확인했는데 무슨.

          맞다! 오관장님도 그날 같이 계셨잖아요. 시원하게 물내려가는 소리 들으셨죠?

윤주 : (기막힌) 공주님. 식사예절부터 다시 배우셔야겠네요.

          이 자리가 귀빈앞이라고 생각하면 아찔해서요.

정우 : 여기 공주님보다 더한 귀빈이 있습니까?, 이사장님 말씀이 전 더 아찔하네요.

해영 : 그러시겠죠. 이집트도 포기하고 궁으로 들어오게 한 공준데.

          보기보다 꽤 권력지향적이신가 봐요?

이설 : 우리 교수님 그런 분 아니거든요? 제가 공주 아니었을 때도, 공주 되고 나서도 한결같은 유일한 분이세요.

          오늘도 제가 부탁 드릴 일 있어서 오시라고 한 거니까 예의 갖춰주세요.

해영 : 스테이크 대접하면서 사정할 일이 뭡니까.

이설 : 우리 아빠 지인들 찾아보려구요. 저희 교수님이 순종친서도 오래 연구하셨단 말에요.

정우 : 걱정마. 찾아볼게. 기자회견 전까진 좀 어려울 지도 모르겠지만 기다려 봐.

해영 : 신문에 광고까지 내도 못 찾는 걸 일개 교수가 어떻게 찾습니까.

이설 : 거 참!

해영 : 아니, 전화로 해도 될 얘길 왜 여기까지 외부 사람을 끌어들이시냐구요.

정우 : 설이가 불러서 온 거 아닙니다. 저도 그만 일어나야겠네요.

          약속시간이 이제 다 돼서요.

이설 : 약속이요?

정우 : 박동재 회장님을 뵈러 왔거든.

일동 : !!

 

 

24. 궁/응접실. 낮.

 

동재와 정우, 함께 둘러앉은.

 

동재 : 공주마마는 뭐라시던가.

정우 : 향낭을 어렴풋이 본 적이 있다, 기억이 나지 않는다...

           현재로선 그 정도가 기억의 전부인 것 같습니다.

동재 : 그랬군.

정우 : 왜 직접 묻지 않고 제게 부탁하신 겁니까.

동재 : 공주마마의 대답을 믿을 수 없어서였네.

정우 : (좀 놀라 보면)

동재 : 바꿔 말하면, 공주마마께서 이 늙은일 신뢰하지 않으시지.

          향낭이 없다고 하셔도 날 못 믿어 하시는 말씀이신지, 그저 기억을 못하시는 건지, 정말 잃어버리신 건지....

          그럼 지금 누구한테 있는 건지 알아야 했네.

정우 : 명성황후의 향낭은 제가 꼭 찾고 싶습니다.

동재 : 황실 재단에 들어와 찾아주게. 언젠가 공주님께서 향낭을 갖고 있지 않다는 게 문제가 될 것만 같아.

정우 : (표정)

동재 : 하나 더, 지금 나와 만나 나눈 모든 얘기는 비밀에 부쳐주게.

정우 : 그럼... 외람되지만 저 역시 부탁 하나 드려도 되겠습니까.

동재 : (끄덕이면)

정우 : 저 또한 저와 회장님과의 만남, 오늘 향낭에 대해 나눈 이야기들을

          다른 사람에게 알리고 싶지 않습니다. 특히... 오윤주 관장에게는 알리지 말아주십시오.

동재 : ... 그러도록 하지.

 

눈빛 형형한 동재와 정우고...

 

 

25. 궁 일각. 낮.

 

정우, 동재 만나고 나오면.

이설, 정우 기다리고 서 있다가 신나서 달려오는.

정우, 이설 같이 걷는데.

 

이설 : 교수님, 회장님이랑 무슨 얘기 하셨어요?

정우 : 회장님은 내가 여기 가끔 들리는 게 싫으신가 봐.

이설 : 진짜요?

정우 : 어.

이설 : 아... 괜히 저 땜에 곤란해지신 거에요? 죄송해요...

정우 : 그러게. 진짜 곤란해졌어. 앞으로 매일매일 너 보러 오라셔.

이설 : (무슨 소린가 싶고) 네?

정우 : 황실 재단 이사 맡기로 했거든. 매일 출근해야 된대.

이설 : (눈 깜빡이다....) 우와!! 진짜요? 그럼 우리 맨날맨날 보겠네요?

          기자회견날도 무조건 출근하실 거구요 그죠?

 

정우, 이설 웃으면서 걷다가 코너 돌면.

해영, 맞은편에 딱 서 있고.

이설, 뭐야? 싶어 피해가려는데

해영이 앞 가로막고.

다시 옆으로 가면 또 가로 막는다.

 

해영 : (정우 보며) 아직도 안 갔습니까? 차 빼달라고 난리던데.

정우 : 차요?

해영 : 그래요, 차. 하여간에 저번부터 주차하는 거 진짜 마음에 안 들어.

이설 : 궁이 무슨 백화점 주차장도 아니고 빼긴 뭘 빼요?

해영 : (정우 노려보면서) 공주님께선 이쪽으로 오시죠. 수업해야 되니까.

 

이설, 반항할 새도 없이 해영에게 잡혀 끌려가는데.

정우, 둘 뒷모습 보고 있다가 뒤돌면.

바로 앞에 윤주다!

정우, 윤주 바라보다가 윤주 쪽으로 걸어가고.

윤주도 흔들림 없이 정우 바라보며 또각또각 걸어오는데.

정우, 윤주 만나는 지점에서 정우, 윤주를 그냥 지나치고.

윤주, 놀라 멈춰서는데.

 

윤주 : 정우씨. 잠깐 얘기 좀 해.

정우 : (숨 고르고 돌아서더니 편하게 미소 짓는) 나 너랑 할 얘기 없는데.

윤주 : (원망스레 보면)

정우 : 나 요즘 편해. 너도 그랬음 좋겠어.

 

정우, 뒤돌아 다시 걸어가고.

윤주, 정우의 등이 마냥 차가워보이기만 하는데.

 

 

26. 궁/비밀방. 밤.

 

차안에 어제처럼 앉아있는 이설. 심란한 얼굴로 양아버지 자료 보고 있다....

그러다 핸드폰 꺼내 통화하는...

 

이설 : 엄마. 뭐 해. (사이) 밥이야 먹었지. 스테이크 먹었어. 여기 맨날 고기 나와.

           엄만 뭐 먹었어? 왜. 언니랑 같이 맛있는 거 먹지.... 언닌 괜찮아?

           (사이) 어, 손님 왔어? 이제 다시 장사해? 알았어 엄마. 바쁜데 끊어.

 

하는데 누군가 들어온다. 어! 하는데 윤주다.

저도 모르게 차 아래로 숨는 이설....

해영과 윤주 같이 들어온다...

이설 심장 두근대는데...

 

해영 : 새로 둥지 튼 기분 어때.

윤주 : 좋아요. 오빠랑 있으니까 든든하기도 하구요.

해영 : 피곤해 보인다.

윤주 : 신경 쓰이는 일이 있어서요.

해영 : 왜.

윤주 : 저 차요. 어제 누가 들어갔나 봐요. 유물은 조심스레 다뤄야 하는데, 문이 고장났어요.

이설 : (불안불안한...)

해영 : 미안하다. 내가 그랬어.

윤주 : 오빠가요?

해영 : 어. 신기해서 열어봤거든.

윤주 : .... 난 혹시 이설인가 했어요.

해영 : 걔가 왜.

윤주 : 하는 짓 뻔하잖아요. 궁에서 말썽부릴 사람 걔 밖에더 있어요.

해영 : 그런 거라도 해야 견디지.

윤주 : !!

해영 : 아마 그 애 지금 기분은 어릴 때 너랑 나 같을 걸.

윤주 : !!

해영 : 너희 어머니 돌아가시고, 그 큰집에 맨날 너랑 나랑 둘이었잖아.

           근데 걘 이 궁에 혼자야.

윤주 : 연민도 가질 사람한테 가져야죠. 제가 그 애면 오빠 얼굴 못 봐요. 미안해서.

           근데 그 애가 저한테 뭐라고 했는 줄 아세요? 앞으로 잘 먹구 잘 자구 잘 살겠대요. 이 궁에서.

           미안해하지 않고 꼭 공주 되겠대요.

해영 : ... 그래? 잘됐다. 그럼 나도 이제 좀 덜 미안해도 되겠네....

 

해영, 씁쓸한 표정이고...

윤주 불안한 시선으로 보는데...

 

 

27. 궁 정원 일각. 밤

 

해영, 들어가다 어른거리는 불빛 보고 좀 놀라 다가가는. 이설이다.

해영, 가만 뒤에서 보는데...

이설, 서류봉투에서 해영이가 준 양아버지 자료 꺼낸다...

이설, 불쏘시개 삼아 불 피우기 시작한다. 한장 한장 다 태우는.

먹먹하게 보는 이설.... 종이 하나씩 다 구기는...

 

 

28. 궁 정원 일각. 밤

 

해영. 돌아서서 가는..

 

 

29. 궁 정원 일각. 밤

 

불 활활 타오르는..

가슴 아픈 이설.

 

 

30. 펜션. 다음날 아침.

 

엄마, 이단에게 보자기 들려준다.

 

엄마 : 어제 밤에 설이 문자 왔드라. 기자회견 때 아빠 얘기안 할 테니까 걱정말라구....

이단 : 당연히 그래야죠.

엄마 : 기자회견 준비하는 것만도 힘들 텐데... 이거 설이 좋아하는 떡인데 넉넉하게 했어.

          니가 좀 갖다 줘. 거기 일하시는 분들이랑 같이 먹으라구.

이단 : 네.

 

이단, 보자기 들고 펜션 나선다.

엄마, 펜션 입구에서 단이 가는 모습 지켜보고.

 

 

31. 정류장 어귀. 낮.

 

물끄러미 손에 들린 보자기 보는 이단.

멀리서 버스 오는데.

이단, 버스 가까이 오자 쓰레기통에 보자기채 버린다.

후련한 마음으로 버스 오르는 이단.

 

 

32. 궁/응접실. 낮.

 

이단, 커다란 응접실에 혼자 덩그러니 앉아있는.

 

윤주 : 공주님은 기자회견 의상 피팅 중이라서요.

           지내는데 불편한 데는 없나봐요? 명함, 드렸는데 연락 없는 거 보니까.

이단 : 아, 명함. 그쪽한테 별로 큰 기대가 없어서요. 연락 안 했어요.

윤주 : ... 참 한결같이 건방지네요?

이단 : !!

윤주 : 이제 호적정리도 끝났고, 공주랑 뭣도 아닌 사인데 뭐 믿고 그래요?

이단 : !!

윤주 : 앞으로 특별한 사유 없이 궁에 들락거리는 일 없었으면 해요. 그만 돌아가 줄래요?

이단 : ... 특별한 사유가 있으면요?

윤주 : (보면)

이단 : 박물관장이랬죠. 혹시 명성황후 향낭에 대해 아세요?

 

윤주, 흥미진진한 얼굴로 보는...

이단, 윤주 빤히 보는...

팽팽한 둘의 눈빛이고...

 

 

33. 궁/공주방. 낮.

 

하늘하늘한 드레스자락, 가봉상태의 옷 입고 있는 이설.

신상궁 감탄하며 보고 있는.

젊은 디자이너 품 조정해주고 있는.

 

디자이너 : 며칠 새 살이 좀 빠지신 거 같아요.

이설 : 궁에 저 말려죽이려는 사람이 많거든요.

디자이너 : (농담인줄 알고) 고맙죠 뭐. 기자회견 때 사진 잘 받으시겠어요.

신상궁 : 아... 전요. 공주님이 우리 공주님이란 게 진짜 좋아요. 어쩜 드레스가 이렇게 잘 어울리세요.

 

이단, 열린 문 틈으로 그런 이설 모습 보고 있는.... 싸늘한 눈으로 돌아서는....

 

 

34. 궁/일각. 낮

 

해영, 걸어가다 핸드폰 받는다. 그러다 의아한 얼굴로 멈추며,

 

해영 : 황세손을 아신다구요. (사이!!) 네? 여러 번 통화를 하셨단 말씀입니까?

 

 

35. 궁/해영집무실. 낮.

 

침통한 표정으로 앉아있는 기택,

맞은 편의 해영, 의혹 가득한 얼굴이고.

 

해영 : 이한 황세손 아는 사람... 연락 왔었다면서요. 근데 왜 숨기셨어요.

기택 : 네가 몰랐으면 했다.

해영 : 왜요.

기택 : 황세손 전하 지인을 찾으면..... 넌 네 아버질 잃게 될테니까.

해영 : (!!)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기택 : 너한텐 더 없이 다정한 아버지였지. 근데 누군간 네 아버지 때문에 평생 두려움에 떨어야했어.

해영 : !!

 

 

36. 고급 레스토랑. 과거. 이십년 전 어느날 낮

 

넓은 레스토랑 안. 경호원들 굳게 지키고 서 있는.

가장 큰 테이블에 음식 차려져 있고,

어린 설이 음식은 안 먹고, 손에 든 딸기 방울만 만지막거리고 있는.

맞은 편에 해영부 앉아있는.

 

해영부 : 맘에 들어? 딸기 좋아해? 딸기?

이설 : (눈치 보며 고개 끄덕끄덕)

해영부 : 왜 안 먹어. 고기 안 좋아해?

이설 : ... 아빠 오면 같이 먹을라구요. 근데 우리아빠 친구 맞아요?

해영부 : 어 맞어. 나이 비슷하면 친구지 뭐.

이한E : 설아!! 우리 설이 어딨어요! 설아!!

이설 : 아빠! (의자에서 내려 방울 흔들며) 아빠 이거 봐!! 아빠 친구가 사줬어!!

이한 : (설이 손 꼭 잡아 몸 뒤로 숨기며 시선은 해영부 보며) 그래... 설이 좋겠네?

해영부 : 오랜만이야? .... 근데 내가 또 보지 말쟀던 거 같은데....

이한 : (설이 놀랄까 낮고 단호한 목소리) 애는 건드리지 말랬지.

해영부 : (다가가며) 그렇게 이쁜 딸래미 걱정됐음 섬에 처박혀있지 뭣하러 기어나와.

              (설이 확 당겨 머리 쓰다듬으며) 설이 참 이쁘다.

              (설이 귀 막고 이한 보며) 한 번 더 내 눈에 띄면 그때 넌 죽어.

              근데 우리 아버지 눈에 띄면 그땐, (속삭이듯) 니 새끼도 죽어.

이한 : (사색되는!!)

어린해영E : 아빠!!

해영부 : (!! 설이 밀치며) 가. (목소리 다정하게 확 바뀌며) 어 우리 박해영!

이한 : (그대로 설이 안고 뒤돌아 뛰어나가는)

어린해영 : (뛰어들어오다 이한 보고 어? 순간 설이와 눈 마주치는)

이설 : (아빠에게 안겨 나가며 해영 보는...)

어린해영 : (해영부에게 다가가) 아빠 누구야?

해영부 : (서서 보다가) 으음... 공주님. 근데 너 누구랑 왔어?

어린해영 : 오실장님이 아빠 여깄다구 가 보래서. 밖에 계셔.

해영부 : 허, 이 냥반 이젠 머리도 쓰시네.

 

 

37. 궁/해영집무실. 낮

 

해영, 믿을 수 없단 얼굴이고....

기택.... 두부자의 역사에 가슴 아픈....

 

해영 : (믿을 수 없어 화 마저 나는) 그걸 지금 저 보고 믿으라구요?

기택 : 니가 회장님 뜻을 따라줬으면 해서 하는 말이다.

해영 : (눈물까지 나려하다 버럭!!) 그래서 그걸 지금 저 보고 믿으라구요!!

기택 : 황세손은 그렇게... 네 아버지를 피해 짧은 평생을 떠도셨다...

해영 : (눈 질끈 감았다 뜨는, 하- 깊은 숨 토하는데) 거짓말하지 마세요!

          그깟 기집애 공주 하나 만들자고 제 아버지까지 이렇게 만드시는 거에요?!!

기택 : 혹시 니가 기억할 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해영 : 기억 안나요! 기억 안난다구요!! 나가세요!!

 

기택, 쓸쓸히 나가고,

해영 폭발하는!! 책상 위 물건들 다 내던지고 쓸어버리는!!

와장창- !! 부서지는 물건들,

바닥에 떨어진 아버지 사진액자...깨진 유리 사이로 웃고 있는 아버지...

비참한 해영이고....

 

 

38. 궁/일각. 낮.

 

자신에게 일어난 믿어지지 않는 해영. 마음 힘들어 난간 짚고 선.

그때, 발소리 들리는.

고개 돌려보면, 이설 뛰어오고 있는.

이설의 맑은 얼굴 보자 마음 힘들고...

 

이설 : 진짜에요? 진짜 우리 아빠 아는 사람 찾았어요?

해영 : ... 어.

이설 : 누군데요? 어디 있대요? 당장 만날 수 있어요?

해영 : (후....) 당장? ... 좀 멀어. 그래도 갈래?

이설 : 만나게 해줘요. 당장.

 

 

39. 도로 차 안. 낮.

 

차가운 얼굴로 운전하고 있는 해영,

불안감과 희망 교차하는 이설이고...

 

 

40. 섬마을 어느 일각. 낮.

 

해영, 차 들어서는.

이설, 차창 내리고 알아볼 수 있는 곳 있을까 싶어... 하염없이 바깥 바라보는.

전형적인 바닷가 풍경 보이고...

무슨 무슨 바닷가 어느 집들, 횟집 늘어서 있고...

차에서 내리는 해영과 이설....

이설 유심히 보는...

 

해영 : 좀 기억이 나?

이설 : (고개 도리도리)

해영 : (주소 적힌 종이 보는) 가자 일단.

 

 

41. 바닷가 어느 집. 낮.

 

마당으로 들어서는 해영과 이설...

이설 두리번 두리번 하며 기억 떠올리려 하는데

수돗가 보는 이설...

수돗가에 세숫대야, 비누곽 보이고...

양동이에 뜨거운 물 담아 세숫대야에 붓고 있는 한 남자.

돌아서면 아빠다.

설, 헉 하며 입 막는.

 

 

42. 회상. 동 바닷가 어느 집. 낮.

 

어린 이설, 흙장난 했는 지 시커먼 손으로 뛰어들어오는.

 

어린이설 : 아빠-!!

 

뛰어들어와 와락 안기면 아빠 무릎에 겨우 오는 이설이고....

아빠, 쭈그리고 앉아 꽁꽁 언 이설, 얼굴이며 손이며 감싸 녹여주며

 

아빠 : 손이 꽁꽁 얼었네. 씻자.

 

뜨거운 물 세숫대야에 붓는.

아빠, 설이 앉혀서 수건 둘러주고 씻기기 시작하는.

 

아빠 : 흥 해.

이설 : (입으로만) 흥.

아빠 : 입으로만 흥 하지 말고 진짜 흥 해.

이설 : (킁!)

아빠 : 아이구 나왔다 나왔어. 아 이제 깨끗하다.

 

수건으로 어린 이설 얼굴 닦아주는 아빠, 말개진 설이 얼굴.

아빠, 이설 머리 쓰담쓰담 해주는.

따뜻하게 웃는 둘이고...

 

 

43. 바닷가 어느 집. 낮.

 

옛날 아빠의 모습 보고 있는 이설... 가슴 먹먹한....

눈가 촉촉한채 예쁘게 웃고 있는.

아빠 물 버리고 일어나면 주름진 중년 사내다.

이설 꿈에서 깨어난 듯 바라보면,

 

주인 : 누구세요?

해영 : 연락받고 궁에서 나왔습니다. 박창만씨 되시죠?

주인 : (!!) 예 맞심니다 (놀라 이설 보고) 혹시... 설이가?

이설 : 네... (어색하게 끄덕이는... 기억 못한다... 한참 보고는 해영 보는)

주인 : 아이고 날 추분데 안으로 들어온나.

 

하는데 안에서 주인아주머니 뛰어나오는.

 

주인아줌마 : (놀라 보다) 설이 아이가? 참말로 설이가? (뛰어나와 붙잡고) 이기 얼마만이고?

                     (얼굴도 만지고 눈물도 훔치고) 많이 컸다. 아니 다 컸네. 추운데 들어가자. 들어가.

 

눈물 그렁그렁한 주인내외,

설이... 고맙기도 하고, 어색하기도 하고...

해영, 짠하게 보는데...

 

 

44. 바닷가 어느 집 방 안. 낮.

 

차 내오는 주인아줌마. 아저씨 서랍장 뒤지는.

 

아저씨 : (사진첩 넘기며) 외지 사람이 와가지고 참 고생이 많았어.

아줌마 : 아이고 홀애비가 아를 업고 와 가 날은 추분데 바닷가에서 계속 아를 업고 새벽까지 왔다 갔다 해.

              내가 들어오라 캤지. 그기 인연이 됐지.

아저씨 : 같이 배 타 봤는데 사람이 말도 없고 괜찮았어. 참 착했어.

이설 : (애써 눈물 참는. 겨우 미소 지으며 끄덕이는) 우리 아빠는 여기서 뭐하고 지내셨어요?

아저씨 : 내하고 고기 잡았지. 몸은 약한데 부지런했어. 사진 여 딱 있네.

 

이설 안은 아빠 사진.....

이설... 조심스럽게 사진 만져 보는...

 

 

45. 바닷가 일각. 낮.

 

이설, 손 호호 불어가며 신나서 계속 걷는. 여기저기 두리번 대면서 계속 걷는.

해영, 뒤따라가는데

 

해영 : 밥 먹으러 가자니까 왜 자꾸 길을 뺑뺑 도는데.

이설 : (해영 앞에 딱 와 서더니 웃는)

해영 : 왜 또 음흉하게 웃냐?

이설 : 나, 기억나는 거 같아요.

해영 : 뭐가.

이설 : 아빠가 눈사람 만들어줬던 곳이 여기였어요. 밤새 업어줬던 곳도 여기구.

           그리고 오는 길에 초등학교 봤죠? 그 옆에 구멍가게두있구...

           아, 나 그거 다 아는 거 같애.

해영 : 나야 그런 초등학교 안 다녀봤다만, 대한민국 초등학교의 구십퍼센튼 옆에 구멍가게 다 있지 않나?

이설 : 에이참, 디테일이 다르죠. 확실히, 살던 동네 오니까 막 기억이 샘솟는 거 같아요.

           나 여기 한 일주일만 살면 어릴 때 기억 다 날거 같아요.

           혹시 기자회견 좀만 미룰 순 없어요?

해영 : 기자회견이 무슨 점심 약속이냐?

이설 : (시무룩.... 손 호호 불며) 아빠 기억 좀만 더 찾으면 기자 회견 잘 할 수 있을 거 같으니까 그러죠.

해영 : (추워하는 이설 보고) 따라와.

 

해영, 휘적휘적 가면, 이설 따라가는.

 

 

46. 바닷가 횟집 . 밤.

 

테이블에 앉아있는 해영과 이설.

해영 주문하는.

 

해영 : 해물탕, (하다 이설 보고) ‘대짜’ 하나 주세요.

이설 : 그걸 누가 다 먹어요.

해영 : ‘소짜’ 시킴 너 혼자 다 먹을 거잖아.

주인 : 해물탕 대짜 하나 시키셨고, 술은? 안하셔?

이설 : (반사적으로) 소주 한 병 주세요.

해영 : 됐습니다. (찌릿 쳐다보면)

이설 : 한 병인데요 뭘. 그까짓 거 먹어봐야 티도 안나요.

          간만에 궁밖에 나왔는데 이럴 때 목 좀 축여놔야죠. 그래야 내일 기자회견 때 안 떨구 말두 술술 나오지.

해영 : (어이없고)

 

cut to:

소주 한 모금 넘기고 크으- 하는 이설, 해물탕 국물 한 숟갈 떠먹고....

이설, 살짝 취해 있다. 신나서 빈 소주잔에 또 술 따르려는데,

해영, 술잔 뺏는.

 

이설 : 아 왜요. 간만에 기분 좋구만.

해영 : 너 취하면 나더러 업으라고 할 거지.

이설 : 내가 왜? 나 술 쎄요. 우리 과 남녀 합쳐서 과 탑이에요.

해영 : 탑 할 게 따로 있지.

이설 : 암 것두 없는 것 보단 낫잖아요?

해영 : 나 진짜 너 공주 되면 창피해서 어떻게 사냐? 해외 공관 발령 나면 나 외교관 때려칠까 봐.

이설 : 내가 공주 되는 게 그렇게 싫어요?

해영 : 설마 좋겠냐?

이설 : 그냥 잠깐만 상상해 봐요. 재산환원 안해두... 내가 공주 되는 게 그렇게 창피하고 싫으냐구요.

해영 : 길에서 춤이나 추고, 첨본 남자한테 영수증이나 달라 그러구,

           자나깨나 밥타령, 고기 타령에, 미실 흉내나 내는 니가 공주 되는 게 좋겠어 그럼?

           위엄, 기품, 카리스마, 죄다 실종인데 널 어떻게 공주로 세워.

이설 : 뭘 모르시네..

해영 : 그만 마셔!

이설 : 지금 나 구속하는 거에요? 무슨 권리로. 선생이면 다야?

          넌 선생이고! 난 공주야! 우린 안 돼.

해영 : 그래, 너 더 이상 안되겠다. 나가자. (이설 일으켜 나가려는데)

이설 : (휘청) 어! 어떡해요?

해영 : 왜.

이설 : 아이씨... 헤헤... 나 왜 이러지? 과탑의 위엄이 이렇게 무너지나. (또 휘청이는)

해영 : (이런!! 붙잡는)

 

 

47. 바닷가 일각. 밤.

 

해진 바닷가, 모래 사장 위에 설, 노래 부르며 비틀대면서 걸어가고.

한 걸음 쯤 떨어져 해영, 그런 설, 아련하게 바라보며 따라온다.

자꾸 비틀거리는 설, 기어코 넘어지고.

해영, 미처 부축 못한.

넘어진 설, 꺄르르 웃어대고.

 

이설 : 하하. 진짜 막 지구가 자전해요. 막 이렇게 휙휙 돌아서어~

          난 똑바로 걷는데에~ 막막.. 알죠. 하하하.

해영 : (일으키려는데)

이설 : (배잡고 웃는) 지구가 술 취했나봐...

 

해영, 곤란하고... 일으키는데 설 자꾸 쓰러지자,

자신의 어깨 뒤로 설의 팔 둘러 업으려는.

 

이설 : (벌써 업힌 채) 어? 이건 나를 업으려는 시추에이션? 하하하.

해영 : (업고 걷는) 등에 토하면 바다로 던진다.

이설 : 우리 박해영이 참 던지는 거 좋아해. 분수에도 막 던지더만.

해영 : 조용히 좀 해라. 진짜 던진다.

이설 : (어깨 꼭 잡고) 꼭 붙어있어야지. 히히히. (양검지로 어깨 요기죠기 찔러보며) 와 옥장판을 깔았나. 왜 따뜻하지.

           (그러다 얼굴까지 가 눈가 만지는) 우리 박해영이~

해영 : 야, 하지 마. 안 보여.

이설 : (아양) 박해영 속눈썹 짱 좋아. 짱 길구,

해영 : 야, 하지마.

이설 : (해영 얼굴에 자기 얼굴 들이대며) 속눈썹 나 주면 안돼?

해영 : (무심하게) 니것두 이뻐.

이설 : (까르르 넘어가는) 진짜? 진짜진짜? 웬일루 착하게 말하냐? 평소에 쫌 그르지.

해영 : 움직이지 마. 힘들어.

이설 : 어허! 무엄하도다. 감히 어느 안전이라고 힘들다 지껄이느냐! 성은이 망극하냐?

해영 : (한숨 쉬는.... 이 어린앨 어쩌나...)

 

 

48. 골목. 밤.

 

낮은 담벼락, 조악한 골목길, 가로등 서있고.

이설 업고 올라오는 해영. 힘들어 보이고.

 

이설 : (노래 부르다가) 어어~ 신발끈. 여봐라! 신발끈이 풀리셨도다! 신발끈을 묶어라! 게 아무도 없느냐!

해영 : 너 사극 그만 보랬지.

이설 : 신발끈~ 신발끈을 묶어라-

 

해영, 어쩔 수 없이 가로등 아래 건물 계단에 이설 내려놓고, 쳐다본다.

 

이설 : (아이처럼 양 다리 흔들며) 빨리이.

 

해영, 한숨 푹 쉬며 한쪽 무릎만 세우고 바닥에 앉아 이설 신발끈 묶어주며,

 

해영 : 너 진짜 왜 이렇게 겁이 없냐? 낯선 섬에 와가지구 뭘 믿구 술은 먹구 취하긴 왜 또 취해.

이설 : (해맑은) 에이, 내가 또 믿는 구석이 있으니까 그렇지.

           내 책임자가 여깄는데, 내가, 뭐, 무서울 게 뭐 있어.

해영 : (빤히 보는... 조금 화난 듯도한)

이설 : (왜? 이쁘게.... 빤히 미소 짓는데)

해영 : 내가 진짜 너 때문에... 미치겠다....

이설 : (응? 이해 안 가 눈 깜빡깜빡...)

해영 : 널 어쩜 좋냐. 상대가 되야 미워하지...

이설 : (잠시 멍...하다가... ) 나둔데.

해영 : (아프게 보는)

이설 : 제일 미운 적.... 아니에요. (갑작스럽게 해영 얼굴 양손으로 감싸 입에 쪽 입맞춰주는)

해영 : !!

이설 : (술취해 눈 게슴츠레 깜박깜박이다 해맑은 미소짓는)

 

해영, 여전히 얼어붙은. 허나 이설 보는 눈빛, 흔들린다.

내일 이 아이에게 다시 한 번 상처주어야 한다는 생각에 마음 안 좋고...

하지만 예쁘게 웃고 있는 설, 너무 예쁘고. 눈빛 흔들리고.

 

해영 : (슬프게 보다가 덤덤하고 담백하게) 지금 이건.. 잊어. (하곤 이설 당겨 입 맞추는)

이설 : (좀 놀란)

 

오래도록 입술만 맞대고 있는 둘.

골목 가득 주황빛 가로등 불빛 가득하고...

7부 엔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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