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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 프린세스] 09

작성자수다쟁이|작성시간22.11.27|조회수477 목록 댓글 0

[마이 프린세스] 09

 

 

 

 

 

 

 

 

 

 

1. 궁/식당. 밤.

 

동재 : 해영이랑 윤주 결혼하거라.

해영 : 네, 하겠습니다.

이설 : !!

해영 : 근데 황실 때문이 아니라, 할아버지 뜻이 아니라, 제 의지로 윤주와 결혼하겠습니다.

이설 : (해영 보는.... )

정우 : (그제야 윤주 보는....)

윤주 : (조용히 고개 들고 동재 보며) 아니요.

일동 : (주목하는)

윤주 : 회장님. 저는 오빠와 결혼하지 않겠습니다.

 

 

2. 궁/테라스. 밤.

 

이설, 너무 놀라 하얗게 질린 얼굴로 딸꾹질 하고 있는.

그때 정우, 물컵 들고 나와 내미는.

 

정우 : 마셔. 많이 놀랐나 보다.

이설 : (꾸벅, 동시에 물 받아 마시고 심호흡 애써 미소) 아, 아뇨. 숨을 잘못 셨나 봐요.

          저 정말 괜찮아요. 둘이 결혼을 하든 말든 제가 왜 놀라겠어요.

정우 : 나보다 낫구나. 난 많이 놀랐는데.

이설 : 네? (또 딸꾹!! 손으로 입 막고 보면)

 

 

3. 궁/응접실 밤.

 

해영과 윤주 나란히 앉은.

맞은 편 동재 심란한 얼굴로 앉아있는.

 

동재 : 어째서냐.

해영/윤주 : (말 없는)

동재 : 해영이놈이 하겠단 결혼을 윤주 니가 못하겠다 했을 때는 사정이 있었겠지.

윤주 : (눈 깔고 테이블만 보는)

동재 : 저 놈이 너한테 서운하게 하더냐.

윤주 : ... 아닙니다. 아깐 저 떄문에 당황스러우셨죠. 죄송합니다. 회장님.

해영 : 그냥 저희 둘이 알아서 할게요. 그만 가세요.

동재 : 내가 니 놈한테 물었어? 윤주 니가 말해 봐. 대체 왜 결혼 못하겠다는 게야.

윤주 : (눈물 그렁해지는... ) 회장님.

동재 : 말 해.

윤주 : 저희 아버지, 그리고 저. 살면서 단 한 번도 회장님 말씀 거역한 적 없습니다.

          그래서 결혼하라 하시면... 결혼해야 한다고도 생각했습니다.

          근데... 저도 여잡니다. (눈물 그렁해지는)

해영/동재 : !!

윤주 : 그래서 결혼만큼은 명령이 아닌 다른 여자들처럼 예쁘게 청혼 받아서 하고 싶었습니다. (눈물 툭 떨어지는)

해영 : (미간 좁히고 보는... )

동재 : (당황스럽고...) 미안하구나. 늙은이가 구식이라 네 맘도 모르고 일을 그르쳤구나.

윤주 : (눈물 얼른 훔치는) 죄송합니다...

해영 : 나가보겠습니다. 나와.

 

해영, 윤주 손목 잡아 데리고 나오는.

한숨 쉬는 동재고...

 

 

4. 궁/일각. 밤.

 

해영 윤주 잡고 와 잡은 손목 놓아주며.

 

해영 : 너 왜 이래. 할아버지 앞에서 뭐하는 거야. 너 정말 나랑 결혼하겠다는 거야?

윤주 : 오빠가 먼저 시작했죠. 그러는 오빤 왜 그랬는데요?

           아까 왜 나랑 결혼하겠다고 한 거에요? 빈털터리 되면 나랑 결혼 안 한다며.

           그런데 왜 갑자기 맘이 바뀐 건데요.

해영 : 마음 바뀌지 않았어. 다만 아깐 그래야 했어.

윤주 : 왜요. 그 애한테 너 위해서 결혼한다 보여주고 싶었어요?

해영 : 오윤주의 연인이 보고 있었으니까.

윤주 : !!

해영 : 차여도 내가 차여야 한다고 생각했어. 이미 우리 사이 다 아는 남교수 앞에서

          너 거절하는 꼴 보이긴 싫었어.

윤주 : (하얗게 굳은... 덜덜 떨리는 목소리) 알고.. 있었어요? 알고... 있었던 거야?

          근데 지금까지 말 안 한 거였어요?

해영 : 널 이해했으니까.

윤주 : !!

해영 : 날 놓지 못하는 너도, 나 때문에 외로운 너도 다 이해했으니까.

           근데, 내가 그애한테 흔들리고 나서야... 내가 너한테 얼마나 나빴는 지 알았어.

윤주 : !!

해영 : 미안하다.

윤주 : 오빠 정말 무서운 사람이네요. 자기랑 결혼할 여자가 다른 남잘 만났다는 걸 알았으면서,

           미안하다구요? 이해한다구요?

해영 : 진심이니까. 나 너 안 미워. 대신, 이젠 너 못 돌아와 윤주야.

윤주 : !!

해영 : 근데 이건 너한테 남자가 있어서도, 니가 날 사랑하지 않아서도, 니가 대한그룹을 탐내서도 아니야.

           이제 나한테 그런 건 하나도 안 중요해.

윤주 : !!!

해영 : 니가 나한테 돌아올 수 없는 이유는 오직, 내가 그앨.. 지켜줄거기 때문이야.

 

참담한 얼굴의 윤주고....

해영, 그런 윤주 아프게 보는데...

 

 

5. 궁/식당. 밤.

 

우유컵 놓인 조리대.

이설 시럽으로 눈물표시 그리고 있는.

그러다 먹먹히 멈춰서 서 있는.

 

(회상)

* 초코시럽으로 스마일 그려진 우유 받고 ‘고맙다’ 하던 해영

* 입 맞추며 “지금 이건... 잊어” 하던 모습...

* “제 의지로 윤주와 결혼하겠습니다.”...

 

머리 흔들어 기억 지우려는 이설. 속상한데...

스마일 표시에 시럽마구 뿌려 망치는.

 

이설 : 나쁜 놈! 내가 드럽고 치사해서 잊는다.

          니가 잊으래서 잊는 거 절대 아니구, ‘제 의지로’ 꼭 다 잊을 거다 나쁜 놈아!

 

하는데 옆에 손 쑥 들어와 유리잔 집는.

꺅-! 놀라는 이설. 보면 해영이고.

 

이설 : 뭐, 뭐에요. 발소리두 없이.

해영 : (대꾸도 않고 냉장고 뒤져 얼음 꺼내 잔에 넣는)

이설 : 혹시 들었어요? (사이) 들었냐구요.

해영 : (양주 따르는) 뭘.

이설 : 아 나쁜 놈아요!

해영 : (확 째려보는)

이설 : 못 들었음 됐는데, 들었네. 들었어. (사이) 근데 왜 화두 안 내요?

해영 : ... 귀찮아. 오늘은 너한테 화 낼 기운 같은 거 없어.

이설 : ... 이사장님이 결혼 안 한단 게 그렇게 화 나요?

해영 : (조리대에 기대 서서 술 마시는. 이설 빤히 보는)

이설 : (궁시렁) 나쁜 놈. (사이) 또 들렸어요? 미안해요. 앞으론 속으로 할게요.

해영 : (툴툴대는 이설... 안쓰럽고 귀여운)

이설 : 하긴 나래두 글케 공개적으로 뻥! 차임 창피해서 술 아니라 더한 것두 먹을 거야.

해영 : (잔 턱 소리 나게 내려놓는)

이설 : (움찔) 또 들렸어요? 이번 건 마음의 소리였는데.

           (주춤하면서 입은 계속 꽁알꽁알) 뭘 또 인상까지 쓰고 그래요. 살다보면 찰때두 있구, 차일 때두 있구 그런 거지.

           (술잔 보고) 맛있어요? 나도 한 입 줘보든가.

해영 : 안 가? 여기서 밤 샐 거야?

이설 : 우유랑 바꿔먹을래요?

해영 : 도대체 이 넓은 궁에서 왜 가는데 마다 니가 있냐.

이설 : 한 집 사는데 기분까지 똑같으니까 그렇죠.

해영 : (보면)

이설 : 나도 오늘 차였거든요. 비공개적으로.

해영 : !!

이설 : 술이 별로면 우유도 괜찮죠. 차인 사람들끼리 같이 한잔 하고 잊어요.

          내일부턴.... 다 잊구 좀 편해져요.

해영 : ... 너 안 차였어.

이설 : (!!) 무슨 말이에요?

해영 : 안 차였다고.

이설 : !!!

해영 : 그러니까 핑계 김에 술 먹을 생각 말고 일찍 자.

           내일부터 너에 대해서 속속들이 알아볼 거니까. 너 재산 공개해야 돼.

이설 : (헉!) 뭐, 뭘 공개해요?

해영 : 한 인간의 역사와 계급에 관해 가장 객관적으로 보여주는 수치거든. 아침에 서재로 와. (가는)

이설 : (따라가며) 아, 내 재산을 왜 공개 하는데! 내가 무슨 정치인이야?

 

 

6. 궁/서재. 다음날 낮.

 

테이블 마주 하고 앉은 이설과 해영.

서류철 속에 든 문서 보다 얼른 덮고 기막힌 얼굴로 으아아아-!!!

 

이설 : 미쳤나 봐! 속속들이 알게 따로 있지 뭐 이딴 걸 알라 그래요. 완전 변태!!

해영 : 청문회 본 적 없어? 원래 공인 되면 다 하는 거야.

이설 : 나 아직 아니잖아요. 나중에 공주 되면 합시다 네?

해영 : 국회의원 투표할 때 집으로 후보 경력 오는 거 봤지?

           물론 이번 국민투표가 공주 투표도 아니고, 황실 재건에 관한 거긴 하지만

           국민들도 너에 대해서 뭘 좀 알아야 투표를 하든지 말든지 할 거 아냐.

이설 : (사색되는 비장한) 알았어요. 그럼 시간을 좀 줘요. 재산정리 좀 해보게.

해영 : 정리씩이나 할 게 있어?

이설 : (식은 땀 나는) 저기... 일단 제 개인자산 관리사랑 상의 좀 할게요.

 

 

7. 은행. 낮.

 

이설, 선글라스 쓰고 창구에 서 있는. 직원에게.

 

이설 : 이 통장에 있는 돈, 다 찾아주세요. 이 계좌는 쥐도 새도 모르게 해지해주시구요.

 

(시간경과)

이설, 선글라스 머리에 올리고 돈 세고 있는. 한장씩 소중하게 세고 있는.

해영, 옆에 슥 와 서는.

 

해영 : 진짜 이게 전재산이야?

이설 : 악!

해영 : 설마설마 했는데.... 사람이 그럴 수도 있구나. 아... 사채 안 쓴 걸 감사하게 생각해야 되나?

이설 : 오랜 생각 끝에 결심했어요. 전재산 사회에 환원하겠습니다.

해영 : 삼십 만원을?

이설 : 일석이조죠. 일단 자본주의 사회에서 재산이 한 푼도 없다는 게 얼마나 신비로워요.

           거기다 좋은 일도 하구 나 진짜 천잰가봐.

           국정보고 하세요. 공주는 전재산을 사회환원한다구.

해영 : (얠 어쩌나....빤히 보는... )

이설 : (입 손등으로 슥 닦으며) 뭐 묻었어요?

해영 : (한팔만 뻗어 이설 머리에 선글라스 내려주는)

          공주님의 전재산 사회환원에 관한 일련의 과정은 눈감아 드리죠. 창피하니까.

          그만 궁으로 돌아가실까요.

 

돌아서서 가는 해영이고,

이설, 팔랑이며 따라오는.

 

 

8. 은행. 낮.

 

티격태격하며 은행에서 나오는 해영과 이설.

그 앞에 딱 멈추는 스포츠카. 근사한 남자 내리다 이설 보고 알은체 하는.

 

현우 : 설아!!

이설 : (!! 걸어가다) 어! 현우 오빠? 우왕, 오빠 한국 들어온 거에요? 몇년만이야!!

현우 : (걸어오며) 기사 보고 설마 했는데 너 진짜 공주였어?

이설 : 오빠아-!!

 

이설, 달려가 양손 잡으려는데 딱- 걸리는.

해영, 몸으로 확 막으며 둘 손 못 잡게 하는.

 

해영 : (현우 손 잡아 팽개치는) 공주님? 정체가 불분명한 외부인과 사전논의 없이 막무가내로 접촉하시면 곤란합니다.

현우 : (좀 곤두서서) 누구야?

이설 : 그냥 보디가드 정도랄까?

해영 : (확 그냥... 명함 주며) 외교통상부 박해영입니다. 쉽게 말해 공주님 책임잡니다. 여러가지 방면에서.

이설 : 여러 가지 방면에서? 라고 하면 뉘앙스가 이상하잖아요! 오빠 그게,

해영 : 시끄럽구요, 그만 궁으로 돌아가실 시간입니다. (현우보며) 넌 왜 서 있어. 가, 그만.

이설 : (헉!!) 박사무관님!

 

 

9. 궁/서재. 낮.

 

이설 끌고 들어와 의자에 턱 놓는 해영.

이설, 으응? 하고 보면 밥상만한 흰 종이 들고와 척 펼쳐놓는 해영.

 

이설 : (보고) 뭐에요? 대자보 쓰게요?

해영 : (펜 던져주며) 온라인만 문제가 아니었어. 오프라인도 정릴 해야지.

이설 : 무슨 정리요?

해영 : 무슨 여자가 이렇게 과거가 복잡해?

이설 : 내가 무슨 과거가 복잡해요? 아까 현우 오빠랑은 우린 그저...

           어린 시절, 아주 풋풋하고 따사로운 그런 추억일 뿐이라구요.

해영 : 그러니까 적으시라구요. 풋풋하고 따사로운 추억들! 첫사랑 언제야.

이설 : 뭐요?

해영 : 첫사랑 언제였냐고! 남자가 많아서 기억이 안나?

이설 : 와- 내 별명이 ‘일편단심 민들레 N 모씨’거든요?

해영 : (!!) N모씨가 누군데. 이니셜 안돼!!

이설 : 아 그런 게 어딨어요.

해영 : 남정우냐?

이설 : 그럼 어쩔건데요.

해영 : 눈은 낮아가지고. 마지막 키스는 언젠데.

이설 : !!

해영 : 말 안 해?

이설 : 아... 글쎄... 한 3년 됐나?

해영 : 뽀뽀와 키스는 구분해야지! 3년 아닐 텐데?

이설 : (하다) 아 진짜 유치하게!! 이딴 거 왜 물어 보는데요!! 나도 물어볼 거야 나도!!

해영 : 나야 떳떳하지. 순결하게 고고하게 살아온 31년이야 내가.

이설 : 진짜 자신 있어요?

해영 : 살면서 단 한 번도 자신 없었던 적이 없다. 딱 어느 날 밤만 빼고.

이설 : (!!!) 그 밤이 어느 밤인데요?

해영 : (이설 보다 예쁘게 웃으며) 알면서 뭘 물어.

이설 : (!!! 해영 보는데...)

신상궁 : 마마님! 회의실로 오시래요!

해영 : 네. 가요. 안 일어나?

이설 : (대체 진심이 뭘까.. 해영 보는데...)

 

 

10. 회의실. 낮.

 

해영, 윤주, 정우, 이설, 발족식 관련해서 회의하는. 직원들 몇 있고.

 

윤주 : 한 번 준비했던 행산데, 사실상 회의가 필요할까 싶네요.

           (직원1에게) 같은 행사, 진행비 더블로 드는 것만 예산에서 체크해주세요.

           행사 당일, 공주님만 제 시간에 참석해주신다면 아무 문제없을 것 같은데.

정우 : 지난 기자회견 때 (해영보며) 공주님이 제 시간에 참석 못한 숨은 이유는,

          다들 모른 척하기로 했나 봅니다?

해영 : 고고학자셔서 그런지 지나간 일 들추는 데 노하우가 있으신 모양이네요?

윤주 : 공주님께서 공식적으로 사과까지 한 일인데, 자꾸 들추지 말죠. 공주님 무안하시겠어요.

이설 : 저 안 무안해요. (해영 째려보며) 짚을 건 짚어야죠.

해영 : 그런 쓸데없는데 쏟을 에너지를 연설문 준비에 쏟으시는 건 어떨까요.

이설 : 그러실까봐 연설문 썼거든요? (노트 펼쳐 보이면)

윤주 : (가로채 보는)

정우 : 연설문 없이도 잘하시잖아요. 높은 데도 잘 올라가시고.

이설 : 제가 좀 무대 체질이긴 하죠. 조명 있으면 더 잘해요.

 

하는데, 윤주 픽 웃는 소리 들리고.

일동 침묵.

 

윤주 : 인상적인 구절이 있네요. ‘전 단지 여러분이 차려놓은 황실이라는 밥상에 숟가락만 올려놨을 뿐입니다’

상궁들 : (쿡.. 웃고)

이설 : (이씨.. 좀 창피한데...)

해영 : 좀 보죠. (하며 윤주 손에 들린 연설문 빼앗아 보고)

윤주 : 원래 그렇게 남의 것이 좋아 보이면, 뭐든 잘 뺏나 봐요?

해영 : 나쁘지 않은데 왜.

윤주 : (!!) 눈높이 교육도 좋지만 꼭 그렇게 공주님과 눈높이를 맞출 필요가 있을까요?

해영 : 이 자리에서 나보다 언론 상대 많이 해본 사람 있습니까.

          단어들이 직설적이라 그렇지 내용도 좋고 맥락도 잘 짚었네요.

          조금만 더 손 보면 되겠어요. 그리고 그건 내 몫이고.

정우 : 그건 동감.

이설 : (정우 보며 예쁘게 웃는..)

해영 : (그런 이설 못 마땅하고..) 남의 발언에 숟가락 얹지 말죠? 그만 끝내죠.

 

윤주, 분한 마음 억지로 숨기는데...

 

 

11. 궁/윤주 집무실. 낮.

 

윤주, 굳은 얼굴로 집무실로 들어오는. 회의 참석했던 직원들 따라 들어오는.

 

윤주 : 이번 발족식은 제대로 준비할 겁니다. 언론, 게스트, 모두 엄선해서 초대장 발송하세요.

직원1 : 엄선..이요?

윤주 : 엄선이 무슨 뜻인지 몰라요? 아님, 내 말이 무슨 뜻인지 모르나?

직원들 : (다들 긴장하는데..)

 

 

12. 궁/공주방. 낮.

 

심란한 이설, 방에 들어가는데, 이단 들어와 있는.

 

이설 : 언니! (반가움에 달려와 확 안고) 언니.. 왜 전화도 안 받구.. 엄마도 많이 화났지..

이단 : 내 몸에 손대지마. 소름 돋아.

이설 : (당황해 몸 떼는) ..언니. 기자 회견은,

이단 : (말 자르며) 난 내가 꽤 영악한 줄 알았거든? 이제 너한테 한 수 배워야겠어.

이설 : 무슨 말이야 그게...

이단 : 꼭두각시 내세워서 연극은 연극대로 해놓고, 넌 울고불고 불쌍한 척 비련의 여주인공 됐더라?

이설 : (헉!) 언니, 오해야, 내가 다 설명할게.. 그런 거 아니야. (발 동동 구르는)

이단 : 좋았겠어.

이설 : (보면)

이단 : 입 떡 벌어지는 궁에서 좋은 옷 입고 좋은 거 먹고, 사람들이 공주님 공주님 하니까 무서운 게 없니?

이설 : (고개 젓는) 아니, 언니.. 나 사실.. 무서워. 매일매일이 겁나.. 도망치고 싶어.

이단 : 무서워? 겁나? 그럼 도망쳐! 근데 너 그거 못하잖아! 가족 팔아먹고 된 공주잖아!

           (소리 지르며 옷장에서 옷이고 구두며 죄다 끌어내 마구 집어던지는)

           분이 안 풀려! 분이. 도저히 분이 안 풀린다구!!

 

이단, 옷 마구 집어던지는데, 그 손 턱 잡는. 보면, 해영이고.

이단, 이설, 놀라는.

해영, 바닥에 널린 옷가지들 천천히 살펴보는.

세 사람 사이의 침묵, 길어지고..

 

해영 : 형제가 있다는 건 이런 건가 봐요?

 

한풀 꺾인 이단, 씩씩거리며 해영 쳐다보고.

 

해영 : 우리 공주님 이걸 못해서 그동안 심심하셨나봐요. (이단에게) 자주 오세요. 옷은 많으니까.

이단 : (해영과 이설 번갈아 노려보다 분에 못 이겨 나가는)

이설 : (이단 따라 나가려는데)

해영 : (이설 탁 잡아 세우는)

이설 : (해영 쏘아보며) 만족해요? 그 쪽이 바라던 일 아니었나?

해영 : 바라던 일이었는데, ... 더 못 봐주겠다. 여기 있어. (돌아서 나가는)

이설 : (뒷모습 원망스럽게 보고..)

 

 

13. 궁/일각. 낮.

 

이단 걸어가고 있는. 해영 뒤따라가는.

 

해영E : 궁에 왜 왔어요?

이단 : (멈춰 돌아보는) 동생 보러요.

해영 : 그게 다에요?

이단 : 언니가 동생 보러 오는데 이유가 따로 필요한가요?

해영 : 그 이유가 아까 내가 본 그거라면 오지말아요.

이단 : !!

해영 : 그리고 혹시 펜션으로 가는 거면, 거기도 가지 말아요. 내가 볼 일이 좀 있거든.

이단 : 무슨 볼일이요.

해영 : 거야 알 거 없고. (가버리는)

이단 : (그런 해영 분하게 보는데)

 

 

14. 펜션 안. 낮.

 

엄마, 어두운 표정으로 해영 앞에 차 내려놓는다.

 

엄마 : 설이 아빠가 또 문제 되는 일이 있나요.

해영 : ..오해하실 것 같아 왔습니다.

엄마 : (체념조) 무슨.. 오해요?

해영 : ...공주님에 대한 오해 말입니다.

엄마 : 무슨 뜻이에요.

해영 : 공주님 양아버님에 대한 기자회견, 제가 한 겁니다.

엄마 : !!

해영 : 제가 일부러, 공주님을 회견장으로 모시지 않았습니다.

           꼭 밝혀야 하는 일이었고, 공주님은 어떠한 선택도 할 수 없으셨을 테니까요.

엄마 : 하.. ..용서 안 해주는 인색한 엄마도 모자라서, 딸래미 하나 못 믿는 나쁜 엄마까지 됐네요..

해영 : ...오해는 푸시되, 공주님 앞에 나타나지는 말아 주십시오.

          공주님은 지금, 기댈 곳이 있으면 더 약해지실 겁니다.

엄마 : !!!

 

하는데, 문 두드리는 소리 들리고,

엄마와 해영 동시에 문 쪽으로 돌아보는.

 

이설E : 엄마! 설이 왔어. 엄마! (문 두드리는)

 

가슴 덜컥하는 엄마... 안절부절 못해 해영 쳐다보면,

문 열지 말라고 고개 젓는 해영.

 

 

15. 펜션 현관. 낮.

 

이설 : 듣고 있지, 엄마? (문 두드리는 거 그치는) ..나 엄마가 문 열어줄 때까지 올 거야.

           와서 이렇게 무슨 얘기든 할 거야, 엄마랑 항상 그랬으니까.

 

문, 열리지 않자 주저앉아 얘기하는 설.

 

이설 : 그리고 울지도 않을 거야. 나 이제 안 울기로 했어. 내가 울면, 고소하다 웃는 사람이 꽤 있거든.

          근데 있잖아 엄마. 웃긴 게 뭔지 알아?

          내가 힘들면 힘들수록 즐거워하는 그 사람들 중에 한명이... 좋아졌어.

          웃기지. 나 완전 등신 같지. 근데 그럴 만한 게, 사람을 되게 헷갈리게 한다?

 

 

16. 펜션 안. 낮.

 

듣고 있는 해영과 엄마.

 

이설E : 사사건건 내 뒤통수치면서 날 막 버리고 가고 그러다가도 어느 순간엔 아빠처럼 다정해.

             그래서 그 사람 앞에 있으면 막, 가슴이 널 뛰어.

해영 : !!!...

엄마 : (해영 보는..)

이설E : 달리기도 안 했는데 숨이 차... 근데 엄마. 그 사람이 딴 여자랑 결혼하겠대.

             그래서 완전 미운데, 근데도.. 안 싫어... 안 싫어져..나 어떡해 엄마?

해영 : (!!!.. 가슴 아픈...)

이설E : 근데 엄마 진짜 나 안 볼 거야? 화 좀 풀어줘.. 엄마 너무 보고 싶단 말이야...

엄마 : (가슴 무너지는..)

이설E : 오늘은 그만 가요. 궁에서 나 없어진 거 알면 또 난리나. 엄마 또 올게요.

엄마 : (일어나려고 하면)

해영 : (잡는.. 안 된다는 눈빛...)

엄마 : ....

해영 : 죄송합니다.

엄마 : 자넨가? 우리 딸.. 울리는 웃기는 놈이 자네야?

해영 : .....

 

 

17. 도로. 낮.

 

이설 태우고 가는 차.

상석에 앉은 이설, 심란한데...

운전석과 보조석에 앉은 경호들. 백미러와 룸미러로 뒤차 살피는.

목소리 낮춰 자기들끼리 대화하는.

 

봉재 : (백미러 보고) 저거.. 박사무관님 차 아니야?

이설 : !! (뒤로 돌아보는)

경호원 : 응, 맞아. 아까 공주님 펜션 도착하셨을 때부터 주차돼있었어.

이설 : (!!!) 뭐라구요?! 진짜요? (돌아보면 저 멀리 해영 차 보이고) 박해영씨 맞아요?

          어떡해 어떡해! 드.. 들었나? 들었을까요?

봉재 : 뭘 말입니까?

이설 : (미치겠고..) 들었나봐.. 어떡해.. 어떡해야 되지? 일단 차 세워요. 얼른요!

봉재 : 어쩌시려고요, 공주님.

이설 : 물타기 해야죠! 빨리 세워요!

 

 

18. 도로 위. 낮.

 

이설, 차에서 내려 먼저 가라는 시늉.

설이 탔던 차 출발 하면, 저만치 뒤에 오는 해영 차 의식하며 걷는.

해영 차 오는 소리 들리는데, 살짝 멈춰 보면,

이설 앞을 쌩 지나가는 해영 차.

이설 머리 바람에 나부끼고 혼자 돌아선 꼴이 되는데...

 

이설 : (헐... 돌아서서 점점 멀어지는 해영 차에다가 마구 삿대질, 소리 지르고)

           미친 거 아니야? 영화 안 봤니? 어떻게 그냥 가? 장난해? 나 어떡하라고!!

 

하는데, 배추 트럭 오는.

이설, 급한 마음에 트럭 잡는. 트럭 서면,

 

이설 : 아저씨. 저 좀 태워주셔야 돼요! 반드시!

 

 

19. 차 안. 낮.

 

조수석에 앉은 이설, 차 문 닫자마자,

 

이설 : 저 차! 저 차, 따라가 주세요!!

아저씨 : 아니, 이 아가씨가.. 택시 탔어요?

이설 : 아저씨, 제발요. 놓치겠어요, 이러다!

아저씨 : 내가 왜 저 차를 따라가요?!

이설 : 공무수행 중이에요, 아저씨. 혹시 저.. 모르시겠어요? 저.. 공주예요.

아저씨 : 참나.. 아가씨가 공주면 내가 니 애비다.

이설 : (아씨..) 어허, 무엄하도답니다, 아저씨! 이러시면 아니 되신다니까요?

           제발 부탁드려요. (비는) 이 공주, 간곡히 부탁드리나이다.

아저씨 : 혹시.. (헤드 빙빙? 제스처 하는) 이거?

이설 : (눈치 보다 미친년 되기로 하는. 표정 밝게, 두 손 모아) 맞아요, 아저씨! 저 그거 맞아요..

          (손가락 빙글빙글 돌리다가.. 이 악물고) 이럴 때 총이 있어야 하는데..

           (하다가 재킷 안으로 손가락 감췄다가 총 모양 만들어 꺼내 아저씨 머리 근처에 겨누며)

           안 따라가면 쏜다! 쏜다! 빨리!

아저씨 : (섬뜩하고.. 차 출발 시키는) 멀쩡하게 생겨 가지고...

 

트럭, 점점 해영의 차와 가까워지고.

 

이설 : 아저씨 빨리요! (하다 마이크 발견하고) 어! 아저씨, 이거 켜주세요 이거.

아저씨 : (손가락 총 의식하며 마이크 주면)

이설 : (받아들고) 아아. 4886! 4886! 지금 멈추면 책임을 묻지 않겠다.

           4886! 오해하지 마라. 펜션에서 뭘 들었든 그건 잘못들은 거다.

           그건 아닌 거다, 절대! 어? 듣고 있냐? 똥줄이 타노라. 당장 차를 세우지 못할까!

           어허! 어느 안전이라고 계속 가는 게냐!

아저씨 : (완전히 미친 아이구나.. 쯧쯧...)

 

해영, 창피해 죽겠고.. 차 세우는. 잔뜩 화난 표정.

 

이설 : 어! 아저씨. 세워주세요! (세우면) 고맙습니다. 아저씨. 대대로 축복이 가득하실 거예요! (내리는)

아저씨 : (안도의 한숨 쉬고)

 

이설, 내려 달려오면,

 

해영 : 야! 너 미쳤어?! 창피하게 이게 무슨 짓이야!

이설 : 이런 짓을 해서라도 오해는 풀어야겠어서요.

           펜션 안에서 다 들었죠? 그건 근데 절대 오해하면 안돼요.

해영 : 어떻게 그걸 오해해. 누가 들어도 딱 난데.

이설 : 어머. 이거 봐, 내 이럴 줄 알았어. 그거.. 박해영씨 아니에요. P씨에요, P씨!

해영 : (픽 웃는) 니 가슴 널뛰게 하면서 딴 여자랑 결혼하겠다는 남자가 또 있어?

이설 : 아우, 진짜 오해라니까요? 제가 이러실까봐 배추트럭타고 총까지 겨누면서 따라온 거예요.

해영 : 그래. P씨라 치자.

이설 : 치는 게 아니라 진짜라니까! 이 싸람이! 왜 자기라고 생각해? 완전 자뻑 끝내준다.

          그렇게 자기 자신한테 자신 있나봐요?

해영 : 자신이 아니라 확신이 있으니까.

이설 : 아니라니까!

해영 : 알았으니까, 타. 별로 춥지도 않은데 귀까지 빨개졌다, 너.

이설 : 치. 됐어요. 내일 발족식인데 또 나 어디 버리러 가는 거죠?

해영 : 그럼 속아주는 셈 치고 타.

이설 : (삐쭉거리며 밉지 않게 해영 보는)

 

 

20. 궁/공주방. 다음날 아침.

 

이설, 연설문 종이 들고 외우고 있고, 직원들 붙어 메이크업, 헤어해주는.

신상궁, 의상과 꽃다발 들고 들어오는.

 

신상궁 : 마마. 어머니께서 보내셨어요.

이설 : 엄마가요?

 

놀라 보면, 꽃송이 송이에, 글자 써져 있는.

“꽃보다 공주님, 꽃보다 이설, 꽃보다.. 우리딸.” 적힌. 감동이고..

 

신상궁 : 시간 다됐어요, 공주님. 잘 하실 수 ..있죠?

이설 : 네. (거울 통해 신상궁 보며 고개 끄덕이는)

 

 

21. 궁/ 복도. 낮.

 

멋지게 차려 입은 이설. 위엄 있어 보이고..

걸어오는 이설 뒤로 상궁들 2열종대로 따라오는. 공주다운 모습이고..

 

윤주E : 이설 공주님 입장하십니다.

 

 

22. 궁/메인홀. 낮.

 

이설, 단상에 서 있다. 당황한 표정 역역하고..

보면, 텅 빈 홀. 의자 반의 반도 안 차있고.

기자들 대여섯, 조촐하게 앉아 있고.

재단 임원진들, VIP석도 다 비어 있고.

뒤늦게 들어오던 해영도 놀라 장내 눈으로 훑는..

 

동재 : (역시 당황한.. 윤주에게) 어떻게 된 거냐. 대한민국 황실 재단 발족식이야!

          무슨 준비를 어떻게 했길래 규모가 이 모양이야.

윤주 : (태연하게..) 뭔가 잘못된 것 같습니다. 알아보겠습니다.

 

하고 일어서는데, 뒷줄에 서 있던 해영, 먼저 메인 홀 빠져 나간다.

 

 

23. 궁/일각. 낮.

 

해영, 봉재 불러 진상파악하고 있는.

 

봉재 : 아예 주차장에서 출입 자체를 통제 당하고 있습니다.

          프레스카드 없는 언론은 무조건 출입금지랍니다.

해영 : 혹시, 오윤주이사장 지시인가?

봉재 : 그런 듯합니다..

해영 : (!!.. 씁쓸하고..)

 

 

24. 궁/메인홀. 낮.

 

당황했지만 꿋꿋하게 연설하는 이설.

 

이설 : (밝게 웃으며) 안녕하세요, 대한민국의 공주, 이설입니다.

동재 : (얼굴을 들지 못하겠고...)

이설 :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황실 재단 발족식을 축하하기 위해 먼 걸음 해주신

           기자님들, 귀빈 분들, 모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윤주 : (제법 버티네.. 하는 얼굴이고..)

 

 

25. 궁/일각. 낮.

 

해영, 이 일을 어떻게 해야 할까.. 잠시 망설이다 급히 지갑 꺼내 뒤지는.

봉재, 왜 저래? 하는 얼굴로 보면,

해영, 영수증 하나 꺼내 영수증뒷면에 무언가 메모하며,

 

해영 : 책임지고 이 메모 공주님께 전해야 해. 알았어?

봉재 : 네.

 

 

26. 궁/메인홀. 낮.

 

연설하고 있는 이설,

 

이설 : 따라서 우리 황실재단은 대한민국 역사의 주체로서 삐뚤어진 역사를 바로잡고,

 

순간 단상 옆으로 다가와 메모 전해주는 봉재.

 

이설 : (눈으로는 메모 보며 연설은 계속하며) 삐뚤어진 역사를 바로잡고,

           (메모지 보면, “기자회견장을 주차장에서 하는 건 어때, 공주님.” 감오는..)

           대한민국의 훌륭한 전통과 우수한 민족성을 세계에 알리는 의미에서,

           나머지 연설은 주차장에서 진행하겠습니다.

일동 : (엥? 뭔 소리야?)

이설 : 그럼 출발 할까요? (하더니 단상에서 내려가 뛰어가는)

윤주 : !!!

 

 

27. 주차장 일각. 낮.

 

뛰어가는 이설. 뒤로 경호원들 포진해 이설 가는 길, 경호하고.

상궁들 쫓아가며, “공주님 어디가세요!”

 

 

28. 주차장2. 낮.

 

기자들, 바리게이트 밖으로 여전히 북새통이고.. 따지고, 여전히아수라장인데,

이설 멈춰 기자들 보는.

기자들, 이설 발견하고. “공주다!”, “저기이설 공주!” 소리치면,

기자들 플래시 멋지게 팟팟 터지고.

각종 방송국 카메라, 모두 이설에게 집중 되고.

이설, 그 모습 보며 잠시 멍하다.

이내 기자들 질문 쏟아지고.

“언론을 통제한 이유가 뭡니까.” “여기까지 오신 이유가 뭡니까.”

“언론 선별 기준이 뭡니까.” “벌써부터 황실이 정치색을 띄는 겁니까.”

질문 속에서 담담히 서있는 이설, 주위 두리번거리다가 근처에 있던 조악한 의자 하나 들고 온다.

모두들 심중 궁금해 쳐다보는데,

이설 의자 밟고 올라가는.

놀란 기자들, 플래시 마구 터뜨리고.

 

이설 : 안녕하십니까, 여러분. 대한민국 공주, 이설입니다.

기자들 : (술렁이고)

이설 : 지금부터 대한민국 황실재단 발족식을 여기서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누추한 자리에 모시게 되어 죄송합니다.

 

동재, 기택, 윤주 달려와 이설 보는데.

 

동재 : 기자들이 왜 다 여기 있어! 이게 어떻게 된 거냐!

윤주 : 뭔가 착오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회장님.

 

의자 위의 이설, 연설 계속 하고 있고...

 

이설 : 처음으로 인사드리는 자리라 멋지게 하고 싶었는데...여기도 나쁘진 않네요. 넓고 상쾌합니다!

 

“공주님, 안 들립니다! 더 크게 말씀해주세요!” 누군가 말하자,

이설, 경호원이 쥐고 있던 빨간 확성기 빼앗아 드는. 아. 아.

기자들, 자기들끼리 “확성기 든 공주네?”, “1면은 나왔다” 훈훈하게 보고. 플래시 마구 터지고.

 

이설 : 이제 잘 들리시죠? 근데 어쩌죠? 저 여기 급하게 뛰어오느라 연설문 종이도 놓고 왔어요.

           거기 무지 좋은 말들 많이 적혀 있었거든요. 대한민국의 전통, 역사의 구심점.. 또 뭐가 있었더라.

           근데, 어려운 말이 너무 많아서 사실 저도 이해가 잘 안 가더라고요.

           그러니까 저 그냥, 제가 하고 싶은 말 할게요.

 

여기저기서 이설 지켜보는 동재, 윤주, 정우, 신상궁 등.. 모습 비춰지고.

당당하고 멋진 설이의 모습.

먼발치에서 나타난 해영. 그런 설이 지켜보고...

 

이설 : 다들 아시겠지만, 전 고아였고, 입양 돼서 컸어요.

           경복궁에서 공주 아르바이트만 해봤지 제가 공주일 거라고는 상상도 안 해봤어요.

           그런 제가 공주래요. 어제까지 전공 레포트 쓰고, 경복궁에서 알바하던 평범한 대학생이던 제가요.

           그래서 왕실의 기품이나 위엄 기대하셨던 분들, 저 눈에 안 차시죠?

           지금 이렇게 의자 위에서 확성기 들고 말하는 것도 너무 교양 없고, 수준 미달이죠.

           죄송합니다. 여러분들의 기대에 맞지 않는 공주여서 미안해요.

 

일순간 조용해지고..

 

동재 : (혼잣말처럼) 마마...

이설 : 연설문에 그렇게 써있었어요. 대한민국의 전통을 계승하고, 올바른 역사의 구심점이 되는 왕실,

           그리고 이설 공주가 되겠다고요. 네, 저도 그렇게 되고 싶어요.

           근데, 국민 여러분. 저는 아직 제가 어떡해야 역사의 구심점이 되고 대한민국의 전통을 계승하는지 잘 모릅니다.

           그러니까, 가르쳐주세요. 저 이설에게 알려주세요.

           제가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어떤 일을 해줬으면 하시는지.

           저는 똑똑한 편이 아니지만, 궁에서 저를 도와주시는 많은 분들은 무지 똑똑하십니다.

           그분들과 함께 열심히 생각해보겠습니다.

 

분위기 좋은 기자석.

기자들 농담조로, 어떻게 알려드립니까, 질문 나오는. 기자들 웃고.

 

이설 : 그냥 하는 말 같죠? 받아 적으세요. 프린세스L 골뱅이 킹메일 쩜 넷! 입니다!

           미투로도 보내주세요. 어디든 환영입니다. 어떤 이야기도, 감사히 듣겠습니다.

           열심히 듣겠습니다. 날도 추운데 끝까지 들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와- 함성과 박수... 기자들 셔터 열심히 누르고,

그런 설이의 모습 보며 설핏.. 미소 짓는 해영이고...

 

 

29. 궁/일각. 낮.

 

신상궁과 함께 들어오는 이설.

 

이설 : 저 어땠어요? 너무 떨려서 내가 뭐라고 떠들었는지 하나도 기억이 안나요.

신상궁 : 완전 감동이었어요 마마. 어쩜 그런 생각을 하셨어요?

이설 : 영수증이 절 도와줬거든요. (하고 봉재에게) 아까 그메모요, 누가 준 거에요? 혹시 박해영씨에요?

봉재 : 아, 아닙니다.

이설 : 진짜 아니에요? 혹시 말하지 말래요?

봉재 : 혹시가 아니고 절대 말하지 말라고. (하다 헉!! 미치겠네..)

신상궁 : (헐..)

이설 : (풋-)

 

 

30. 궁/분수대. 밤.

 

조명 거의 꺼진 분수대에 쓸쓸히 앉아 있는 이설.. ‘영수증 메모’보는.. 좋은..

그러다 메모 주머니에 넣고 구두 벗는.

보면, 아까 맨발로 뛴 탓에 발바닥 새까맣고 상처도 났다.

 

이설 : 으.. 뭐야.. 아, 까졌네. 어쩐지 따갑더라. (하는데)

 

누군가의 발소리. 고개 들면 계단 내려오는 해영이고.

앗! 새까만 발바닥 들킬 새라 얼른 구두 신고 아무렇지 않은 척 보면,

 

해영 : 뭐하냐?

이설 : 그냥... 사색 중이랄까.

해영 : (몸 낮춰 앉으며) 발은 왜.

이설 : (헉!! 발 감추며) 발이 왜요?

해영 : 좀 전에 보고 있길래.

이설 : 발이 아픈거 같아서 잠깐 본거에요.

해영 : 왜. (하며 말릴 틈도 없이 발목 잡고 구두 확 벗기면)

이설 : (으악!!) 아, 남의 발을 왜 봐요! (하며 나머지 구두도벗고 두 발 다 분수 속으로 퐁! 담그는)

해영 : (황당) 너 뭐 하냐?

이설 : (발바닥 마주 비벼서 마구 씻으며) 발이 감기가 들었나. 열이 심하네.

해영 : 땟국물 나오는 건 어떡할 건데.

이설 : 네? (보면 물 시커먼.. 악- 창피하고) 지구의 심각한 수질오염을 위해 공주가 할 일은 뭘까요...

해영 : 어디서 오리발이야.

이설 : (발 들어 보이며) 오리발이라니요? 개구리 발가락 비스무리하단 얘긴 종종 들었지만.

해영 : 시끄럽고 구두 들어.

이설 : 네?

해영 : (구두 손에 쥐어주며) 구두 들으라고.

이설 : (얼결에 받아 드는데)

해영 : 오늘 기자회견 잘해서 스승님이 주는 상입니다 마마.

이설 : 뭐가요? (하는데)

해영 : (이설 안아드는)

이설 : (엇! 놀라 보면)

해영 : 발 얼겠다. 들어가서 따뜻한 물에 발 담궈. 약도 바르고.

이설 : 내려놔요. 누가 보면 어떡해요.

해영 : 당연히 보겠지. 여기 눈이 몇 갠데.

이설 : 봐도 괜찮아요?

해영 : 어떻게 괜찮아. 난리 날 텐데.

이설 : !!!

해영 : 목에 팔 감아. 왜 이렇게 무거워. 통뼈야?

이설 : 아니, 내가 뭐가 무거워요?

 

 

31. 궁/일각. 밤.

 

윤주, 어느 일각에서 그런 두 사람 지켜보다 굳은 얼굴로 돌아서는..

막상 해영의 마음 직접 눈으로 확인하니 씁쓸하고.. 뚜벅뚜벅.. 걷는데,

맞은편에서 궁녀 둘 오며 인사하고 분수대쪽으로 가려하자 손으로 막는.

궁녀들 의아한 얼굴로 보면

 

윤주 : 2분만 여기 서 있다 가요. 누가, 못 볼 꼴을 보이네요. (가는)

궁녀들 : (뭐지? 가지도 못하고 서 있는데..)

 

 

32. 궁 전경. 다음날 낮.

 

 

33. 궁/공주방. 낮.

 

이설 : 네? 아이돌이요?

신상궁 : 예에. 이설공주, 빨간확성기, 맨발의공주, 주차장기자회견 등이 실시간 검색어 10위권을 쌍그리 점령했으며

              각종 팬카페, 안티카페 개설되자마자 초당 몇백명씩 회원이 늘고 있습니다.

이설 : 아... 다행.. (하다) 안티카페두 있어요?

신상궁 : 빛이 있음 그림자가 있는법. 저도 등업 마쳤습니다.

              몇몇 악질들 아이디 다 파악했어요. 조만간 현피 떠서 확 발라버릴 계획입니다.

이설 : 파이팅! 근데요, 그 악질들 아이디 중에 박서방은 없던가요..?

신상궁 : 찾아보겠습니다. 암튼, 공주님 인기 진짜 짱이에요.

 

 

34. 궁/일각. 낮.

 

미투 올리고 있는 쓸쓸한 얼굴의 건이.

“그녀가 빛나는 별이 되었다. 자꾸 멀어져간다....”

 

건이 : 누나아-! 축하해요... 흑...

 

 

35. 금자당. 낮.

 

기광, 소순우 마주 앉은.

 

소순우 : 아니, 요즘 왜 뜸해. 나 요즘 피부관리좀 받았는데 유기자가 날 팽 놓더라.

기광 : 공주님 인기에 바빠서요.

소순우 : 공주가 예뻐서 바쁘구만? 큼... 계속 그럴건 아니지.

               황실 공주 일타쌍피로 확 날려버릴 뭐... 없어? 몇 개 쥐고 뭐부터 깨볼까 굴리고 있지. 같이 좀 알자.

기광 : 전 사실만 공명정대하게 보도합니다. 그런게 있을 리가 있나요.

소순우 : 진짜 이러기야? 우리가 같이 먹은 밥이 얼만데.

기광 : 그밥. 제가 다 샀습니다.

소순우 : 사람 참... 쓸데없는 거 기억 잘해.

보좌관 : (기광에게) 그럼 기자님, 공주 인터뷰도 하셨겠네요. 저도 싸인 한 장만,

소순우 : 왜 공주 보좌하는 내시로 취직하지. 뭐하자는 짓들인지.

              꼭두각시 인형 하나 만들어놓고 개떼같이 달려들어 비벼볼까 난리야.

              뭐 얼마 가겠어. 난 뭐 한때 인기 없었나. 거품이야.

보좌관 : 근데요 의원님. 사라질 때 사라지더라도 일단 좀 묻어가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은데요.

소순우 : 그런가? 공주랑 자리좀 마련해봐봐.

 

 

36. 청와대 일각. 낮.

 

대통령 해영과 뜰 거닐며 대화중인.

 

대통령 : 황실을 반대하는 자네 입장을 내가 충분히 활용해서 궁에 들여보냈는데

              위장치곤 결과가 너무 형편없어. 공주 인기만 쑥쑥 늘려놓고.

해영 : ....죄송합니다.

대통령 : 죄송할 거 없어. 전화위복이랄까?

해영 : 무슨...

대통령 : 내가 이 자리까지 온 비책이 뭔줄 아나.

해영 : 박동재 회장님 아닙니까.

대통령 : 허허, 참 서슴없이 쿡 찔러. 그게 자네 매력이지만.

해영 : ...

대통령 : 한쪽이 조금이라도 흔들리면 다른쪽으로 지체없이 몸을 기울이는 균형감각.

              그래서 말인데 내 천부적 균형감각이 낳은 말 바꾸기 실력 한번 발휘해볼까 해.

해영 : (?!! 보면)

대통령 : 박회장님 평생 소원이라 어쩔 수 없이 지지했다만 황실 그거 거추장스럽고 귀찮았는데 생각을 바꿨어.

              공주 말 한마디 파급력이 대통령인 나보다 낫던데. 내가 좀 업혀 가려고.

해영 : !!

대통령 : 잘 교육시켜봐. 공주 목청도 좋으니 앵무새처럼 말 옮기는 거야 아주 이쁘게 잘할 거야.

              국민들한테 잘 먹히는 청와대 스피커로 만들란 말이야, 공주를.

해영 : (!!!)

 

 

37. 궁/해영 집무실. 밤.

 

해영, 기자회견 준비할 때 이설이 녹화했던 테잎 보는.

웃는 이설 얼굴 계속 돌려보며 마음 무거운..

대통령의 말을 어떻게 해야 하나... 괴로운 얼굴의 해영인데...

 

 

38. 궁/비밀의 방. 다음날 낮.

 

이설 차 안에서 핸드폰 보고 있는.

 

이설 : 회원수 12988명? 이눔의 인기는... 음하하하. (미실 버전) “이제 이 설이의 시대이옵니다.”

 

하다 보면, 전처럼 해영 그런 이설 보고 있는.

 

해영 : (미실 버전) 하늘의 뜻은 조금 안 필요하고?

이설 : 이봐 이봐. 다운받아 봤구만. 몇 부까지 봤어요?

해영 : (물끄러미 보는)

이설 : 표정이 왜 그래요? 무슨 일 있어요?

해영 : 나 외출할거야.

이설 : 누가 물어봤나 뭐?

해영 : 나 없으면 너 또 나 찾을거잖아. 괜히 주방 어슬렁거리고.

이설 : 와- 웃긴다. 찾긴 누가 찾아요? 자기가 쫓아다니면서?

          확실히 해둘게 있어요. 여기 열시부터 한 시간은 내가 쓸게요.

          나머지 시간에 그쪽이 오든말든 해요. 불필요한 부딪힘은 삼갑시다 서로.

해영 : 싫은데. 난 열시부터 열한시에 딱 여기 있고 싶어.

이설 : 왜요!

해영 : 내 맘이 그래.

이설 : 그럼 내가 아홉시부터 열시로 하죠.

해영 : 그러고는 아홉시부터 열한시까지 여기 있을라고? 오라고 알려주는 거지?

이설 : 아, 진짜! 아니거든요?

해영 : 간다.

이설 : 어.. (분위기 왜 저러지?) 어, 어디 가는데요?

해영 : 사과하러.

이설 : 누구한테요?

해영 : 알거 없어. (가는)

이설 : (뭐지? 왜 저러지? 해영 뒷모습 보는데...)

 

 

39. 이설아버지 무덤. 낮.

 

해영 무덤 앞에 국화 한 다발 놓는.

 

해영 : (오래오래 무덤 바라보다가.. 낮게)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오래도록 자리 떠나지 못하는 해영이고...

 

 

40. 궁/서재. 낮.

 

정우와 이설 마주 앉아 차 마시고 있는.

 

정우 : (찻잔 내려놓으며 놀란 눈으로) 고아원?

이설 : 네. 제 기억 속에 분명 향낭이 있거든요. 그래서 제가 입양되기 전에 있었던 고아원부터 시작해 보려구요.

           역사적으로도 그 향낭은 중요한 거잖아요. 그래서 꼭 찾고 싶어요. 같이 가주시면 안 될까요?

정우 : 안 되는데?

이설 : 네? 왜요?

정우 : 내가 먼저 찾을 거거든.

이설 : 에이. 뭐예요, 교수님.

정우 : 가보자. 대신, 향낭 찾으면 역사책에 나란히 이름 올려주기다? 공주님?

이설 : (웃는) 물론이죠!

 

 

41. 수녀원 고아원 원장실. 다른 날 낮.

 

원장수녀, 오래된 서류 꺼내 보면, 어린 이설 자료고..

그 자료 먹먹히 보는데, 노크소리 들리는.

 

원장수녀 : 설이니? (반갑게 문쪽 보면 문 열리고 들어서는 여자, 윤주다. 의아한..) 어떻게 오셨죠?

 

(시간경과)

윤주와 마주 앉아 있는 원장수녀님.

 

원장 : 설인 너무 사랑스러운 아이였어요. 어릴 때랑 똑같아서 한눈에 알아보겠더군요.

           원에 들어온 지 일 년도 안돼서 입양부모를 만났어요.

           사실 우린 은별이를 추천했는데 부모가 굳이 설이를 고집하셨어요.

윤주 : 은별... 고은별 말씀이신가요?

원장 : 네. 동갑내기 원생이었어요. 이설. 고은별.

          입양한 양부모가 마침 이씨 성이라 나중에 은별이만 개명한 걸로 알아요. 이단으로요.

윤주 : 네... 근데 왜 부모가 원하는 아일 반대하고 다른 아일 추천하셨죠?

원장 : 설이는 그때 실어증상태였거든요.

윤주 : !!!

원장 : 자신의 이름은 물론, 살던 곳도, 어떻게 부모와 떨어졌는지도 전혀 기억 못했어요.

          다행히 양부모님이 두 아이를 모두 입양하셨죠.

윤주 : 혹시.. (향낭 사진 보여주며) 이설씨가 원에 들어올 때 이런 걸 가지고 있었나요?

원장 : (사진 보다가) 아.. 기억나요.

윤주 : !!! (하는데)

 

똑똑, 노크소리 들리고 문 열려서 보면, 정우와 이설이다.

윤주가 먼저 와있는 거 보고 놀라는 이설과 정우.

이설 뭔가 불안한 느낌으로 윤주 보는데,

원장수녀님 설이에게 다가가 손 꼭 잡으며,

 

원장 : 세상에... 우리 설이가 이렇게 컸군요. 티비로 봤어요.

이설 : 저.. 기억하세요?

원장 : 하다마다요. 우리 울보공주님. (흐뭇하고) 앉아요. 앉아서 차분히 얘기해요.

이설 : 네.. (앉는..) 저 기억하신다니까 아시겠지만 제가 여기 오기 전 기억이 없어요.

           뜨문뜨문 몇 몇 장면.. 정도..? 근데, 제가 꼭 찾아야 되는 게 있어서요.

           여기가 실마리인 것 같아서 왔어요. (향낭 사진 꺼내 내밀며) 혹시 이거 보신 적 있으세요?

원장 : (뒤집어져 있던 윤주가 준 사진 들어 보이며) 이분도 이거 때문에 오셨다던데.

정우 : (윤주가..?)

이설 : (!!! 윤주보면)

윤주 : 아까 기억나신다고 하셨죠. 말씀을 더 들을 수 있을까요?

이설 : (!! 수녀님 보면)

원장 : 물론 기억나요. 이게 향낭이었군요. 전 그냥 복주머니 같은 건 줄 알았어요.

           이 향낭은 설이 것이 아나라 은별이거였을 거예요.

이설 : 네?!

원장 : 지금은 이름이 단이지? 같이 입양된.

정우 : (!!!) 확실하신 겁니까?

원장 : 제 기억엔 그래요.

윤주 : (이단 거라고?)

이설 : 그럴 리가.. 없는데... 분명히 향낭이 기억에 있어요.

원장 : 기억날만하지. 그거 때문에 울기도 많이 울고 했으니까.

이설 : ?!!!

원장 : 은별이 친부모가 다녀간 후였던 거 같아요. 엄마가 준거라면서 은별이가 엄청 자랑을 했어요.

           원이 발칵 뒤집혔죠. 모두들 엄마에 대한 그리움에 사무친 아이들인데 선물까지 받았으니

           은별이가 얼마나 부러웠겠어요. 서로 갖겠다고 얼마나들 싸웠는지..

정우 : ...

윤주 : (뭐야.. 일이 쉽게 풀려가네? 하는 얼굴이고..)

이설 : 그, 그럼 제 가방은요? 아빠 가방을 제가 갖고 있지 않았나요?

원장 : 갖고 있었어. 몇날며칠 그것만 끌어안고 있었는걸.

           그래서 씻기지도 못하고 먹이지도 못하고 얼마나 애가 탔었는데.

          그런 널 돌봐준 게 은별이였어.

이설 : !!!

원장 : 착각한 거 아닐까? 오래된 기억은 퇴색하기도 하고 예쁘게 포장되기도 하니까.

이설 : (혼란스럽고) 아닌데... 정말 아닌데...

 

 

42. 고아원 일각. 낮.

 

윤주, 흡족한 얼굴로 앞서 나오고

그 뒤로 좀 떨어져서 이설,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정우와 나란히 나오는.

 

정우 : (멀어지는 윤주 확인하고 설이 살짝 잡아세우며) 이단이면.. 언니 아니야? 언니부터 만나봐야 할 거 같은데.

이설 : (두려운 얼굴로) 그게 정말 언니 거였으면 어쩌죠? 제가 정말 착각한 거면 어떻게 되는 거에요?

정우 : 그럼 그게 가짜겠지.

이설 : 만약.. 진짜면요?

정우 : 만약 진짜면 케잌 사서 축하해야지. 역사책에 누구 이름 올릴까 가위바위보도 하고.

이설 : 저 지금 정말 걱정된단 말이에요.

정우 : 일어나지도 않은 일 미리 끌어와 걱정하는 게 제일 멍청한 짓이야.

           의외로 심플한 문제일수도 있어. 언니의 기억이 잘못 됐거나, 언니가 거짓말을 하거나.

이설 : 언니가.. 거짓말을 한다구요? (하는데)

윤주 : (이설 옆으로 차 멈추고 내리는)

정우 : (보면)

윤주 : 볼일은 다 끝나셨나요? 타세요. 제가 모시고 가죠.

이설 : 이사장님이 왜요? 저 태워다 어디다 확 버리시게요?

윤주 : 우리나라 주입식 교육의 폐핸가. 매번 상상력이 너무 궁핍하시네요?

정우 : 제가 모시고 왔으니까 그냥 제가 모시고 가죠.

윤주 : 공주님 스킬이 좀 느셨네요? 지가 할 말 다른 분한테 시킬 줄도 알고.

정우 : (윤주 성질나게) 하나를 가르치면 열 하나를 깨우치니원.

윤주 : (허-) 타시죠 얼른. 아무리 사제지간이라곤 해도 남녀사이 아닌가?

          퍼포먼스까지 해서 잡아놓은 민심인데, 조심하셔야죠.

이설 : 좋아요. 교수님, 저 그냥 이사장님이랑 갈게요. 이렇게 뵌 김에 할 얘기두 있구요.

정우 : 그래 그럼. (하고 윤주에게) 혹시라도 무슨 일 생기면 연락주세요.

이설 : (?!!) 저요? 저요, 교수님?

윤주 : (!!) 무슨.. 뜻이에요?

정우 : 내 제자가 좀 거칠거든요. (하고 설이에게) 윤주 잘 부탁한다. (하고 가는)

윤주 : (윤주.. !!!)

이설 : 뭐하세요? 안 가세요?

윤주 : (표정관리하고 돌아서서) 차 한 잔 하자. 밖에서. 궁은 너무 답답하고 지겹잖아.

이설 : 아뇨. 술 한 잔 하죠. 우리 둘이 오붓하게.

윤주 : (이것봐라..? 싶은데)

 

 

43. 술집. 밤.

 

이설 : (너 한번 죽어봐라 하는 표정으로 윤주의 잔에 가득 소주 따르는)

윤주 : (원샷하고 잔 내려놓더니 이설 잔에 가득 소주 따르는)

이설 : (해보자 이거지? 원샷하고 탁 내려놓는)

윤주 : 술 잘하나 봐요?

이설 : 네. 내가 주량으로 우리 과 과탑이에요.

윤주 : 저도 왕년엔 과탑이었죠. 주량으로든 성적으로든.

이설 : 으씨.. 재수없어.

윤주 : 뭐라구요?

이설 : 재수없다구요!

윤주 : (기막혀..) 취했어요?

이설 : 당연하죠. 그럼 우리가 지금 보약 마시는 줄 알았어요?

           (또 원샷하고 탁 내려놓으며) 근데 왜 나한테 존댓말 해요?

윤주 : 우리 둘만 있는 거 아니잖아요?

이설 : 와- 진짜 무섭다.

윤주 : (썩소 날리고 혼자 잔에 따라 술 마시는데)

이설 : 스탑스탑스탑! 지금 뭐하시는 거예요?

윤주 : 술 마시는 거잖아요.

이설 : 아아니. 자작하면 앞에 사람 삼년동안 애인 안 생긴다는 거 몰라요?

윤주 : (따른 술 마시고, 한잔 더 따라서 마시는) 육년이네요?

이설 : 허! 기막혀! 좋아요. 딱 하나만 물어요.

윤주 : 물어요. 대답해줄거란 기대는 말구.

이설 : P군, 아니 박해영씨랑 우리 교수님이랑 둘 중에 누가 더 좋아요?

윤주 : !!!

이설 : 누가 더 좋냐구요. 우리 교수님이랑 이사장님이랑 서로 첫사랑인 거 내가 다 알그든요?

          근데 어떻게 양다리를 걸쳐요?

윤주 : 누가 그래요? 남정우교수랑 내가 첫사랑이라고?

이설 : 우리과에 소문 다 났거든요?

윤주 : 헛소문이에요.

이설 : 웃기지 마요. 둘이 첫사랑 맞잖아요. 책도 같이쓰구.

윤주 : 내 첫사랑은 해영 오빠에요.

이설 : (!!!) 네?!

윤주 : (보는)

이설 : 박해영..씨라구요?

윤주 : 누굴 더 좋아했냐구요? 둘 다 좋아했어요.

이설 : !!!

윤주 : 근데 지금 이 순간 보고 싶은 사람은, 남교수에요.

이설 : (!!) 왜요?

윤주 : ...더 사랑받았거든요. 남교수한테.

이설 : 되게 이기적이네요.

윤주 : 알아요.

이설 : 알면서 왜 그래요? 와 사람 열 받게! 내가 누구한테 더 사랑받았냐고 물었어요?

           이사장님이 누굴 더 좋아했냐구 물었지? 대답해요 얼른.

윤주 : 왜, 내가 대답하면 편하게 박해영 좋아할라고?

이설 : !!!

윤주 : 그렇겐 안 될 거야. 난 두 남자 다 안 놔 줄 거거든.

이설 : !!!

윤주 : (핸드폰 꺼내 들며) 확인시켜 줘?

이설 : ?!!

 

 

44. 궁/일각. 밤.

 

정우, 공주방 앞에서 신상궁 만나는.

 

신상궁 : 공주님, 아직 안 오셨는데요. 이사님이랑 같이 나가신거 아니셨어요?

정우 : 그건 그런데, 아직 안 돌아오셨단 말이죠..?

신상궁 : 어머! 우리 공주님 또 무슨 큰 일 나신 거 아니야? 어떡해 어떡해!

해영E : 무슨 일입니까?

 

정우와 신상궁 돌아보면, 해영 다가오는.

 

신상궁 : (놀라) 아, 그게 별건 아니구요... 공주님이 외출 나가셨다 아직 안 돌아오셔서....

해영 : 알았으니까 가보세요. (하고 정우 보며) 남교수님과 함께 나갔다는 보고 받았는데요. 어떻게 된 겁니까.

정우 : 올 겁니다.

해영 : 온다는 말은 누가 못해요. 당신 시계 없어? 열 한 시야. 설이 지금 어딨냐고.

정우 : 박해영씨와 결혼할 사람과 같이 있어요.

해영 : (!!) 윤주랑 같이 있단 말입니까?

 

하는데 두 남자한테 문자오는.

해영, 핸드폰 꺼내보면 윤주의 문자고. ‘오빠. 지금 좀 데리러 와줘. 운전을 못 하겠어.”

정우, 핸드폰 꺼내보면 윤주의 문자고. ‘정우씨.. 지금 좀 데리러 와줘. 운전을 못 하겠어’

정우, 복잡한 표정으로 문자 보는데,

 

해영 : (상황 알겠고..) 윤주죠.

정우 : (당황해서 보면)

해영 : ...갑시다.

정우 : (!!) 같이 가잔 말입니까? 그쪽이 왜.

해영 : ...내가 올까 안 올까 마음 졸이며 날 기다리는 사람이 있으니까.

정우 : !!

 

 

45. 술집 앞. 밤.

 

설이와 윤주 술집 계단에 앉아 있는.

 

이설 : 그만 가죠. 두 사람 다 안 올 것 같은데.

윤주 : 올 거야.

이설 : 올 거면 벌써왔죠.

윤주 : 박해영이 나타날까봐 겁나는구나.

이설 : !!!

윤주 : 해영오빠가 나 데리러 안 왔으면 좋겠어?

이설 : ..네. 안 왔으면 좋겠어요.

윤주 : 근데 어쩌나. 저기 왔는데.

이설 : (!!! 놀라 보면)

 

해영, 저만치서 저벅저벅 걸어오고 있는.

이설, 왠지 모를 배신감과 원망으로 해영 밉게 보는..

해영, 그런 이설과 윤주 향해 저벅저벅 걸어오는.

윤주, 그런 해영 향해 예쁘게 웃는..

이설, 나쁜 놈... 나쁜 놈...

그런 이설의 원망스런 눈빛과 윤주의 웃음,

그리고 해영의 표정 없는 얼굴에서

9부 엔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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