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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의 취향] 05

작성자수다쟁이|작성시간22.11.27|조회수189 목록 댓글 0

개인의 취향. (5부) 

1. 씬. 상고재 마당. (아침)

E  알람 소리. (1부에서 나왔던 것과 똑같은 소리)
 -아침 햇살이 따사로운 상고재 마당. 

2. 씬. 상고재 진호의 방.(아침)

E 알람 소리. 
 -진호의 손, 1부에서와 똑같이 정확하게 알람 버튼을 누르면. 
 개인의 손, 진호의 손을 더듬더듬하며 알람 버튼을 찾다가 놀란 듯 멈칫. 
 개인, 뭔가 이상한 느낌으로 눈 뜨면. 
 진호, 자신의 손 위에 올려진 개인의 손 때문에 이상한 느낌을 받으며
 번쩍 눈을 뜨면. 

개인, 진호 (허걱 놀라서 벌떡 일어나는) 
개인 아니, 왜 진호씨가 내 방에서.....
진호 여기 내 방이거든요. 
개인 (그제야 둘러보며) 아니, 왜 날 이 방에 끌어들여요?
진호 밀고 들어온 거 기억 안 납니까? 

3. 씬. 상고재 주방.(밤) -회상. 

개인 (슬픈 눈으로 진호를 물끄러미 보면서) 날.....좀 여자로 만들어줄래요? 
진호 (개인 멍하니 보다가 당황한 듯 일어서며) 그게 대체 무슨 뜻인 줄이나
 알고 하는 얘깁니까? 
개인 나도 진짜 여자 같은 여자가 되고 싶어요, 진호씨.
진호 여자가 남자한테 여자로 만들어달라는 게 무슨 뜻인 줄 알기나 해요? 
 아무리 정신줄 놓고 사는 여자라도 그렇지, 정말 왜 그렇게 대책이 없어요? 
 상대하고 있는 내가 멍청하지. (하면서 돌아서려는데)
개인 (술에 취해 미끄러지듯 의자에서 내려앉으며, 무릎 꿇고 진호의 다리를 잡 는) 나 정말 진지해요, 진호씨.
 나 두 번 다시는 넌, 여자가 아니었어, 라는 말 듣고 싶지 않다구요.
진호 (개인 한심한 듯 내려다보며) 지금 이 포즈가 진지함과 어울린다고 생각해 요?(자기 다리 빼내려고 하는데)
개인 (절박한 심정으로 더 힘껏 진호의 다리에 매달리면서, 울먹이며)
 남자로 태어나 남자로 살 수 없는 진호씨는 알 거 아니에요? 여자로 태 어나, 넌 여자가 아니야, 라는 말 듣는 내 심정. 
 그러니까 제발.....
진호 (딱하긴 하지만, 억지로 매정한 척) 댁 인생은 댁이 알아서 해요.  
 난, 남의 인생에 관여할 만큼 한가하지 않으니까.
 (다리 억지로 빼내고 걸어가는)
개인 (비틀거리며 일어나면서) 진호씨? 진호씨? 
 (그러다 술기운에 푹 고꾸라지고)
진호 (돌아보며, 한심하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하고, 복잡한 심정이지만
 모른 척 무시하고 돌아서버리는) 

4. 씬. 상고재 진호의 방.(밤)-회상. 

-진호, 방으로 들어와서. 
진호 창렬이 이 나쁜 자식, 난 그냥 너랑 안 맞았어, 한마디만 하면 될 걸.
 (하는데, 문 벌컥 열리면, 진호, 돌아보고)
개인 (한손에는 맥주 한 팩, 다른 한 속에는 소주와 안주거리 든 비닐봉지 들고, 울먹이는 표정으로) 제발 좀 도와줘요. 
 (하면서 방으로 들어오려는데, 문지방에 걸려 넘어지려는)
진호 (반사적으로 개인을 잡는) 아, 정말 왜 이럽니까? 
개인 나 정말 변하고 싶어요, 진호씨. 
 -시간 경과, 방에 소주병, 맥주캔 굴러다니는. 진호, 개인, 캔맥주 들고 앉 아서 병나발 분다.
 두 사람 다 많이 취한 상태로. 
진호 그게 무슨 뜻인 줄 정말 몰라요?
개인 (빤히 보면) 
진호 (답답해하다가, 하는 수 없이) 그건 네가 나랑 안자줬기 때문에
 널 찬 거다, 그 뜻이란 거 모르냐구요?
개인 (보다가, 고개 떨구며) 알아요.
진호 알면서? 
개인 .....
진호 그럼 나한테 여자로 만들어달라는 말이, 말이 안 된다는 것도 알겠네요?
개인 꼭 남자, 여자가 같이 자야 진짜 사랑인 건가요? 
진호 (멍하니 보는)그래서 대체 날더러 뭘 어떻게 도와달라는 겁니까?
개인 그런 거 없이도, 놓치기 싫은 여자가 되고 싶어요.
진호 .....
개인 남자한테 애가 타게 만드는 여자였으면.....같이 자든 말든 버리고 싶지
 않은 여자였으면.....
진호 (그런 개인을 깊은 시선으로 바라보다가 맥주 벌컥벌컥 마시는)

5. 씬. 상고재 진호의 방.(아침)
 -진호, 개인, 침대에 마주보고 앉아 있다가, 진호 침대에서 내려오는.
진호 언제까지 내 침대에 있을 겁니까?
개인 덕분에 오랜만에 푹 잤어요.
진호 (보는)
개인 어쩌면 진호씨, 우리 엄마가 보내준 친군가 봐요.
진호 .....
개인 인희한테 받은 상처 위로 받으라구.
진호 (조금 흔들리는 느낌, 내색하지 않으려고) 나가서 세수나 해요.
 남자 앞에서 눈꼽 낀 얼굴로 아무렇지도 않게 떠들어대니까 차이기나 
 하는 거 아닙니까?
개인 진호씬, 남자 아니잖아요? 
진호 (할 말이 없고) 
개인 (침대에서 내려와, 진호 앞에 서고) 
 어젯밤에 그러겠다고 한 거 기억하죠?
진호 필름이 끊겨서 뭘 하겠다고 했는지 기억에 없습니다.
개인 그럼 그것도 기억 안 나겠네요? 
 전세금 안돌려줘도 된다고, 한 거? 그냥 나가겠다고 한 거?
진호 아니, 이 여자가 내가 언제.....
개인 (씩 웃는) 
진호 (아차 싶고) 
개인 (진호 말투 흉내 내며) 이 집에 사는 동안, 어디 한번 해봅시다. 
 박개인, 여자 만들기 프로젝트.
진호 그거야, 박개인씨가 내 침대에까지 기어 올라와서 징징거리니까
 하는 수 없이.....
개인 거짓말은 못 참는다면서요? 진호씨?
진호 (보다가, 하는 수 없이) 아, 합시다, 해요.
 가능성은 전혀 없어 보이지만, 한번 해보자구요.
개인 (와락, 진호 끌어안으며)
 역시 진호씨는 엄마가 내게 보내준 선물 맞는 거 같아요.
진호 (순간, 어색해서 밀어내며)
 제발 그만 좀 떠들고 나가서 세수나 해요.
개인 (미소 지으며 방문 앞으로 가는, 그러다 돌아보며)
 그거 알아요? 진호씨 알람 소리가 내 알람이랑 똑같다는 거?
 아무래도 우린 친구의 운명으로 태어났나 봐요.
진호 (밀어내며) 알람 소리, 전부터 바꿀 생각이었습니다.

6. 씬. 신혼집 거실.(아침)
 -양복 차림으로 소파에 쪼그리고 잠든 창렬, 달칵 문 열리는 소리.
창렬 (문 열리는 소리에 부스스 눈을 뜨는)
-인희, 잠옷 차림으로 서서 그런 창렬을 한심한 듯 보는.
인희 언제 들어온 거야? 얘기 끝내자고 바로 들어오라는데, 왜 말 안 들어? 
창렬 (일어나서 냉장고 앞으로 가서 물통 꺼내 입대고 마시는)
인희 내 말 씹니?
창렬 (물통 식탁 위에 탁 소리나게 내려놓는)
인희 (순간 움찔하지만, 더 세게 나가는)나가줘. 
창렬 (매섭게 보는) 내가 왜?
인희 계속 치사하게 나올 거야? 나 통장에 8300원 남았어.
 창렬씨랑 결혼하려고 닥닥 긁어썼다구. 카드 서비스까지 받아서
 혼수 준비한 거 알잖아? 
 그런데도 내가 왜 소리가 나와?
창렬 내가 먼저 끝내자고 한 게 아니니까.
인희 끝내고 싶게 만든 건 창렬씨잖아?
창렬 개인이하고 끝내고 싶게 만든 건 너구? 
인희 네가 나쁜 년이니까 네가 다 감수해라, 그거야? 지금?
창렬 (화가 나서 보다가 욕실로 걸어가는)
인희 (막아서며) 왜 또 말하다가 말고 도망쳐?
창렬 새벽까지 술 퍼마셔서 머리 아파. 샤워 좀 해야겠어.
 (인희 어깨 잡고 옆으로 밀어내려고 하면)
인희 (더 다가서며) 제발 좀 끝내 달라구, 한창렬.
창렬 (버럭) 난 그럴 수 없다구. 싫다구. (하는데, 울리는 핸드폰, 소파 위에
 있던 핸드폰 보고, 다가가 핸드폰 들어 보는. 받고)
 어, 엄마? 아침부터 무슨 일이야? 어디 아파? 
인희 (한심하게 보는)
창렬 왜 무슨 일인데? 엄마? 왜 울어?

7. 씬. 상고재 마루.(아침)
 -진호, 욕실에서 씻고 나오는. 개인, 환하게 웃으며, 진호 앞에
커피잔 내미는. 
개인 모닝커피 대령이요. 
진호 인스턴트 안마십니다. 
개인 (입 삐쭉이며) 입이 참 고급이시네요. 
 교관님한테 아부 좀 하려고 한 건데, 성의를 봐서라도 좀 마셔주시지.
진호 군대에 입대 했습니까? 교관은? (지나가려고 하면)
개인 (졸졸 따라오면서) 오늘부터 시작하는 게 좋겠죠?
 마침 일요일이고 쇳불도 단김에 빼라는 고사성어도 있는데?
진호 그게 고사성업니까? 속담이지? 
 (개인 한심한 듯 보며) 그리고 그 추리닝 대체 며칠쨉니까? 
 내 기억엔 잠 잘 때, 실내에서, 심지어 외출할 때도 그 츄리닝 한 벌로  버티는 거 같던데. 
개인  (얼굴 돌리며 궁시렁) 어우, 또 잔소리... 
       여자로 만들어 달랬지 누가 잔소리 해달랬나...
진호   데이트할 때도 츄리닝에 슬리퍼 끌고 나갔다면서요? 
개인   (얼굴 굳어지고) ...
진호   세상 어떤 남자가 그런 여자를 여자로 보겠어요?
개인   옷 갈아 입는 일분일초가 너무 아까워서, 같이 조금이라도 오래있고 싶어서         그랬어요. 그게 그렇게 큰 잘못이에요? 차이는게 당연할만큼?
진호   (망설이다가 단호하게) 네.
개인  !
진호   남자들은 자존심 없는 여자한테 매력을 못 느끼니까요. 
       남잘 기다리게 만드는 것도 여자의 능력이고 매력이죠.      
개인   (생각하다가 들고 있던 커피 벌컥벌컥 마시고 탁 내려놓으며) 
 지금부터 시작하죠.

8. 씬. 상고재 마당.(낮)
 -개인, 츄리닝 입고 서서, 핫둘 핫둘 하면서 몸통 운동하고 있는.
개인 박개인, 새롭게 태어나는 거야. 
 -진호, 마루에서 세숫대야에 물 담아가지고 나오면서.
진호 (한심하게) 올림픽 출전합니까? 
개인 정신 무장하고 있는 거죠. 그런데 왜 세숫대야는 들고 나와요?
진호 (마루에 세수 대야 내려놓고, 마루에서 내려서는)
 박아요.
개인 (의아하게) 네?
진호 물에 머리 박으라구요.
개인 진호씨?
진호 박개인씨의 문제가 뭔지 압니까?
개인 .....
진호 남자한테 애를 태우게 만드는 여자가 되고 싶다고 했죠?
개인 (끄덕이는)
진호 근데 문제는 댁이 먼저 애가 탄다는 거죠. 
개인 저기.....알기 쉽게 좀 말씀을 해주시면....
진호 기다릴까봐, 애가 타서 츄리닝 바람이든 내복 바람이든.....
개인 (끼어들며) 내복 바람으론 뛰어나간 적 없는데.....
진호 (인상 쓰면)
개인 (주눅 들어서) 계속 말씀 하세요.
진호 여자들이 왜 약속 시간에 10분씩 늦는지 그것부터 깨달아야 
 진짜 여자가 될 수 있습니다.
개인 꼭 10분씩 늦어야 하나요?
진호 (인상 쓰면서) 말 좀 합시다.
개인 죄송합니다.
진호 애를 태우겠다는 거죠. 내가 늦어도 가지 않을 거란 자신감이 있는 거구.
개인 (그렇구나) 하. 
진호 지금 무슨 도 통했습니까? ‘하’는.
 박개인씨한테 가장 급선무는 인내심을 길러야 한다는 겁니다.
 부르면 쪼르르 달려 나가는 그 못된 습성부터 바꿔야 한다구요. 
개인 (끄덕이는) 일리 있는 말씀이세요, 교관님.
진호 알아들었으면, 박아요.(삭제)
개인 그래도 이건 꼭 물고문 같지 않나요?
진호 교관의 교육 프로그램에 반항을 하면 퇴소시킬 수밖에 없겠네요.
개인 (화들짝) 박으면 되잖아요.
 (심호흡하고, 대야에 얼굴 드미는)
진호 (마루에 앉아서 미소 지으며 바라보며, 핸드폰으로 타이머 누르는)
 -타이머 15초 되는데. 
개인 (머리 들려고 하는)
진호 (개인의 머리를 손으로 누르는)
개인 (발버둥치고, 손으로 허우적대고)
진호 (타이머 보면서 더 꽉 누르는)
개인 (미치기 일보직전의 느낌으로 난리를 치지만, 진호, 무심한 표정으로
 머리 누르고 있는. 40초 흐르고. 진호, 개인의 머리에서 손을 떼면)
개인 (머리 들고, 온몸으로 고통 표현하면서 마루 밑에 주저앉는)
진호 겨우 40초에. 그 난리를 칩니까?
개인 죽을 것 같단 말이에요. 내가 무슨 독립투사도 아니고, 왜 물고문을
 당해야 돼요.
진호 댁 같은 독립투사 있었으면 우리나라 광복(독립) 못했습니다.
   
9. 씬. 상고재 창고 앞. /안, 교차로.(낮)
 -진호, 문 닫힌 창고 앞에서 타이머 누르며.
진호 무슨 일이 있어도 1시간 동안 나오면 안 됩니다.
개인 1시간이요? 이 컴컴한데서 뭘 하라구요? 
진호 자기 최면을 거는 겁니다.
개인 네? 뭐라구요?
진호 지금 밖에서 남자가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난 1시간 동안은
 절대 나가지 않는다, 알았습니까?
개인 저기....
진호 뭐요?
개인 만화책이라도 좀 넣어주시면 안될까요?
진호 (버럭) 거기 놀러 들어갔습니까?

10. 씬. 몽타쥬.(낮)
 -진호, 창고 앞에 의자 가져다 놓고 앉아 미술관 컨셉 스케치 하며.
진호 (무심하게) 택배 왔는데요.
개인 (얼른 뛰쳐나오며) 어디서? 
진호 (개인 밀어 넣는)

 -진호, “일단 점심부터 먹고 하죠?” 개인, 반색하며 뛰쳐나오는.
진호 (개인 밀어 넣고) 

 -진호, 스케치하면서 “불이야” 하면, 개인 놀라서 뛰쳐나오는.
진호 (개인 밀어 넣으면)
개인 (들어가면서) 지금 똥개 훈련 시켜요?
진호 비 맞은 강아지보단 낫잖아요?

11. 씬. 몽타쥬.(낮)
 -진호, 마당에 기다란 금 긋고, 모델들 워킹하 듯 일자로 걷는 시범 보이 는. 개인, 박수치며. 
개인 (혼잣말로) 역시 걸음걸이부터 뭐가 달라도....
진호 (홱 노려보면)
개인 (따라 걷는. 하지만 일자 걸음이 안 된다)
진호 (버럭) 술 덜 깼습니까?

-시간 경과, 개인, 진호와 엇비슷한 걸음걸이가 되어 가는데.
진호, 개인의 양손에 책 들려주고. 겨우 균형 잡아 걷기 시작하면.
진호, 개인의 머리 위에 물잔 올려놓는. 
개인 어...어.... (힘겹게 걷다가 떨어져서 박살이 나는 물 컵)
진호 (매섭게 보면)
개인 (얼른 주저앉아 깨진 물컵 주우면서) 잘하겠습니다.
진호 (놀라서 앉으며, 개인 밀쳐내며)
 이러니까 하루도 손이 성할 날이 없는 거잖아요?
 가서 고무장갑이나 가져와요.
개인 (보는)
진호 뭐합니까? 고무장갑 가져오라는데.
개인 (날 걱정하는구나. 하는 표정) 
 우리 아주 오랫동안 친구해요, 진호씨.(일어서서 마루로 올라가는)
진호 (그 말에 뭔가 깊은 느낌으로 부엌으로 가는 개인의 뒷모습을 보는)

12. 씬. 상고재 마루.(낮)
 -불판 위에 지글지글 익는 삼겹살. 
 개인,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군침 삼키며 기대에 차서 보고 있는.
 진호, 정자세로 앉아 고기 굽고 있고.
 진호, 다 익은 고기를 개인 앞에 놓아주면, 쏜살같이 날아드는 개인 젓가락
 진호, 젓가락으로 얼른 저지하고.
개인 (버럭) 왜요?
진호 여자들이 왜 데이트하고 와서 양푼에 밥을 비벼 먹는 거 같습니까?
개인 데이트 하느라 기운을 빼서?
진호 (한심하게 보는) 남자 앞에서 게걸스럽게 먹는 여자, 매력 있을 거 같아요?
개인 저기요.
진호 뭡니까?
개인 제 생각은 그렇거든요.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 깨작거리고 먹는 건
 예의가 없는 거 아닌가요? 
 너랑 밥 먹는 거 밥맛없다, 그렇게 느낄 수도 있는 거잖아요?
진호  (고기 굽다 멈칫) 신선한 발상이군요.
개인 (젓가락 입에 물고 방긋) 그럼 이제 먹어도 되는거죠? 
진호 (다시 고기 굽고) 고기한테 애태우는 여자도 매력 없습니다.
개인 (쳇! 하며 진호 흘겨보는) 

13. 씬. 상고재 앞.(낮)
 - 상준 차에서 내리는.
영선  (걸어오다 상준 보고 반색)어머, 안녕하세요? 
상준 아, 그때 봤었던...?
영선 (다 안다는 듯 어깨로 툭치며) 주말이라고 진호씨 보러오셨구나? 
       같은 회사에 근무한다면서 하루라도 못 보면 애가 타시나 봐요.   
상준  (이 여자 왜 이러나싶은) 예? 

14. 씬. 상고재 마루.(낮)
 - 진호, 개인 마주 앉아 고기 굽고 있는. 개인 군침 흘리며 보고 있는데.
 - 영선, 상준 나란히 들어오는.
 - 개인,진호 의아하게 보는.
개인 (불판 앞에 앉는 영선 보며) 어쩐 일이야? 두 사람이 같이?
영선 (개인 젓가락 뺏어 들며) 준혁이, 지아빠랑 같이 목욕탕 가는 거 보고 도망          왔지. 
상준 (진호 젓가락 뺏어 들며) 너 이렇게 큰 프로젝트 맡고 회사에 안 나온 게          처음이라 무슨 일인가해서 와봤다.
진호 (인상 쓰며) 형 더럽게! 젓가락 갖다 줄게.
영선 (고기 먹으며) 에이 서로 다 아는 처지에 뭘 그렇게 쑥쓰러워 하세요. 두  분이 젓가락만 나눠 쓰시겠어요?
상준 (점점 더 뜻 모를 소리다)예?
진호 (이 여자도 정말 싫다)
영선 (개인과 눈 맞추며 의미심장하게 웃고) 그러지 말고 서로 쌈도 싸서 먹여주         고 그러세요. 저흰 다 이해한다니까요.
진호 (인상 쓰고)...
개인 (영선 쿡 찌르며 소근) 그만해. 진호씨 그런 말 싫어한단 말이야. 
영선 (개인에게 소근) 싫긴. 애인이랑 사이좋게 먹으라는데 뭐가 싫어.
진호 (인상 점점 더 험악해지고)...
개인 (진호 눈치보며) 이영선 증말!
상준 (계속 분위기 파악 안 돼 고개 갸웃) ?
영선 어차피 우리끼리 다 아는 사실인데 뭐... 
       (상준에게) 그쵸? 저랑 일하는 사람들 중에도 게이 친구들이 몇 있어서 전  다 이해하거든요. 
상준 그쵸, 게이... 네? 
개인 (버럭) 그만하라니까. 진호씨 게이라는 말 진짜 싫어한다고!    
상준   (들고 있던 고기 뚝 떨어지는)!
진호 (아연한 표정)

15. 씬. 상고재 진호방/ 마루.(낮)
상준 (심각하게) 그러니까 지금 저 여자들이 널 게이로 알고 있다 그거냐?
진호 나 뿐만 아니라 형까지.
상준 (고개 푹 숙이고)...
진호 미안해, 오해받게 해서.
상준 (진호 등 두드리며) 자식! 하긴 네가 여기서 안 쫓겨나고 버티려면 그길 밖         에 없지.
진호 형?
상준 (주먹 쥐고) 걱정마. 앞으로는 이 형이 적극적으로 도와줄게.
진호 (기가 막힌) 됐거든. 
 - 진호 문 열고 상준 쫓아내는. 
상준 (안 쫓겨나려 매달리며 콧소리) 아이, 자기야 조금만 더 있다 가믄 안될까?
진호 (질색하며 상준 발로 차고) 빨리 못나가!
 -개인과 영선 마루에서 두 사람 유심히 보고 있는.
상준 (개인과 영선 의식하며) 자기~ 너무 매정하다~ 
영선 (개인에게 소근) 사랑싸움도 너무 귀엽게 한다, 그치?
개인 (영선 밀어내며) 너도 가.
영선 나 준혁이 지 아빠한테 맡기고 맘 편히 놀려고 왔다니까.
개인 나, 진호씨한테 개인교습 받을 거 많단 말야!
영선 무슨 개인교습?
개인 가라, 좀 가!
 
16. 씬. 상고재 앞.(낮)
 -영선, 상준 상고재에서 나오는.
영선 일요일이라 데이트하러 오셨을 텐데 아쉬워서 어떡해요?
상준 (몸 묘하게 비틀며 콧소리까지 내면서)그러게요. 너무 아쉽네요. 우리 저인         아직도 사람들 앞에서 우리가 그런 사이라는 거 들키는 거 부끄러워해서...
       (손으로 얼굴 가리며 슬픈 표정)
영선 (안쓰럽게 보며) 아직은 우리 사회가 보수적이니까 이해해주셔야지 어쩌겠         어요?
상준 그렇죠. 그렇지만 가끔은 너무 서럽고...(흑하는 느낌)
영선 전 다 이해하니까 저한테 다 털어놓으세요.(상준의 어깨 툭툭치는)
상준 (묘한 눈길로)저기... 
영선 (보면)
상준 앞으로 언니라고 불러도 돼요?
영선 (고개 끄덕이며) 그러던지...
 - 두 사람 주거니 받거니 하며 정답게 길을 내려가는.

17. 씬. 휘트니스 클럽.(저녁)
 -최관장, 러닝머신 위를 열심히 달리고 있다.  
 저만치 옆에서 김비서, 창렬을 쿡쿡 찌르며 최관장 가리키고. 
김비서 여기 알아내느라 애 좀 썼습니다.
 그러니까 잘하셔야 합니다, 실장님.
창렬 (트레이닝복 툭툭 털며, 심호흡 하고 자신감 있는 표정으로 다가가는)
 -최관장 옆에 있는 러닝머신 위에서 뛰고 있는 남자. 김비서 다가가서.
김비서 (남자에게) 카운터에 전화 와 있습니다. 
남자 (의아해하며 러닝머신 위에서 내려서고)
김비서 (창렬에게 파이팅하는 표정으로 주먹 불끈 쥐어 보이고 남자 데리고 가면)
창렬 (러닝머신 위에 올라, 열심히 뛰며, 최관장 슬쩍 슬쩍 보고)
최관장 (이어폰 낀 채 달리는데, 상당한 속도다)
창렬 (지지 않으려고, 속도 높이면서 열심히 뛰는) 
 아니, 담 미술관 최관장님 아니십니까?
최관장 (이어폰 끼고 있어서 듣지 못하고)
창렬 (소리 높여서) 아니, 이게 누구십니까? 담 미술관 최관장님? 
최관장 (여전히 뛰기만 하고)
창렬 (목에 핏대까지 세우면서) 아니, 여기서 이렇게 뵙네요? 최관장님? 
최관장 (앞만 보고 뛰는)
창렬 (몇 번이나 소리 지르는)
 -최관장, 러닝머신 멈추고, 이어폰 빼고 내려서는.
창렬 (얼른 따라 내려서면서) 
 저, 담 미술관 최관장님 아니십니까? (그동안 너무 소리를 질러서 목이
 확 잠겨 있다. 거의 켁켁거리는 느낌으로)
최관장 (뭐야, 하는 느낌으로 보는)
창렬 (목소리 가다듬고) 안녕하십니까? 전 미래 건설 한창렬 이사입니다.
최관장 아, 네.
창렬 이런 데서 우연히 만나 뵙다니....반갑습니다.
최관장 네, 그럼.(가려는데)
창렬 (막아서듯) 인희한테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머리 긁적이며)
 결혼식 땐 약간의 오해가 있어....불미스럽게 됐지만, 원만하게
 해결 중에 있으니....
최관장 (무심하게) 그런 사생활 문제는 제가 관여할 일이 아니니
 말씀할 필요 없습니다. 
창렬 인희한테 무슨 말씀을 들으셨는지 모르겠지만....
최관장 아무 것도 들은 거 없습니다. 김인희씨는 내가 아끼는 사람이지만
 개인적인 일은 본인의 문제니까요.
창렬 소문은 들었지만, 정말 공과 사가 분명하신 거 같습니다.
 결혼식 문제로 저한테 안 좋은 인상을 가지셨을까봐 내심
 걱정이 됐는데, 마음이 놓입니다.
최관장 다만 사생활이 복잡한 사람은 일 맺음도 분명하지 못하더군요.
 한창렬 실장은 아니길 바랍니다. (가고)
 -김비서, 얼른 다가오는. 뒤에서 남자 소리치는.
남자 무슨 전화가 왔었다는 거냐구요?
김비서 제가 교환원입니까? 무슨 전환지 내가 어떻게 알아요? 
남자 (뭐야? 저 인간. 보는)
김비서 (창렬에게 기대에 차서) 잘 되셨어요? 좋은 인상 남기셨어요?
창렬 인간이 너무 차가워.
김비서 (울상이 되서) 잘 안되신 거예요?
 그럼 어떡해요? 얼마 전엔 전진호 소장하고 밥도 같이 먹고
 그랬다는데.
창렬 (보고)
김비서 그렇게 차가운 인간이 전진호하곤 밥도 먹고 그랬다면, 그쪽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거잖아요?
 전진호 도대체 어떻게 구워삶은 걸까요?
창렬 (버럭) 그걸 알아내라고, 그게 김비서 일이잖아?

18. 씬. 상고재 거실.(저녁)
-개인 무릎꿇고 앉아 두손 들고 벌서는. 진호 엄한 얼굴로 소파에 팔짱끼고 앉아 있다.
진호 내가 그 게이 소리 하지 말라고 몇 번을 당부했습니까?
개인 (진호 눈치보며 발가락 꼼지락대는) 미안해요. 
        근데 좀 쉬었다 하면 안 될까요? 
진호 (못들은 척 매정하게) 손 더 바짝 올려요!
개인 (투덜) 벌써 30분짼데...
진호 각서에 쓴 말 잊었습니까? 한 번만 더 내 개인적 취향에 대해 발설하면, 시         키는 것은 무엇이든 다 하겠습니다. 한거?
개인 정상참작이라는 것도 있잖아요. 우리끼린 모르는 사실도 아닌데 뭘...
진호 (쓰읍 노려보는)     
개인 (움찔하며 콧등에 침 바르는) 발 저려 죽겠네...
- 테이블 위의 핸드폰 문자 들어오는. 
개인 문자 왔는데. 중요한 걸지도 모르는데...
진호 (그런 개인보며 맘 약해진) 받아요. 정말 이번이 마지막인줄 알아요.
- 개인, 핸드폰 집어들고. 보다가 "아싸!"소리치는.   
진호 (보면)
개인 나 내일 면접 보러 오래요.
진호 (테이블 앞의 노트북 두드리며 건성으로) 축하합니다.
개인 (콧등에 연신 침발라가며 진호 앞으로 다가와 진호의 다리를 잡고) 
 왠지 진호씨가 도와주면 내일 면접은 꼭 붙을 거 같아요.
 도와줄 거죠? 뭘 입고 가면 좋을까요? 
진호 뭘 잘했다고 도와달래요?
개인 반성, 눈물 나게 반성합니다!
진호 (어이없어 옆으로 고개 돌리며 피식 웃는)
개인 (이때다 싶어 얼른 진호 얼굴에 손 대면서) 우리 교관님, 피부 장난 아니시         다. 요즘은 신입 사원 면접에 피부까지 본다던데. 
 자기 관리가 철저한 사람이 일도 잘 한다구.
진호 (개인 손 떨치면서) 그걸 아는 사람이, 얼굴을 그렇게 방치합니까?
개인 그래도 제가 기본이 되잖아요? 일주일 동안 세수 안하고 작업실에
 처박혀 있어도 얼굴에 뾰루지 하나 안 나거든요.
진호 진짜 드러워서.
개인 진호씨, 자주 쓰는 팩 같은 거 있어요? 나한테 좀 나눠주면 안돼요?
 나 내일 정말 잘해야 하거든요.
진호 반성문부터 써요. 그거 보고 생각해봅시다.
개인 팩부터 하는게...
진호 (노려보며) 거 참. 
개인 (얼른 종이 찾아와 반성문 쓰며) 반성문 잘 쓰면 팩 나눠주는 거예요.
진호 (노트북, 검색창에, 미용팩이라고 치고 있는)

19. 씬. 상고재 주방.(밤)
 -진호, 개인 나란히 서서 커다란 양푼에 팩을 만들고 있다.
진호 (손 내밀면. 마치 수술 장면과 흡사하게) 꿀.
개인 (꿀통 건네며) 여기요.
진호 (다시 손 내밀고) 우유.
개인 (우유통 주면서) 넵, 선생님. 
진호 (손 내밀고) 계란 노른자.
개인 네. (하면서 계란 탁 깨는데, 바닥으로 죽 흐르는 계란)
진호 (한심하게 보는) 
개인 (씩씩하게) 다시 하겠습니다, 선생님.
 -진호, 양푼에 채워진 재료들 섞으면, 개인 손가락으로 찍어먹는다.
개인 와, 맛 죽인다.
진호 그만 먹고 피부에 양보 좀 하죠? 
개인 점심에 삼겹살 한 점 밖에 안 먹었잖아요?
진호 그럼 그냥 먹어 치울래요?
개인 (입 빼죽이는) 
진호 다시마 간 거 넣어 봐요.
개인 (냉큼 다시마 간 거 양푼에 붓고) 근데 어디에 좋은 거래요? 
 미백? 노화방지? 
진호 다 좋답니다. 
개인 어떻게 남자가 이런 것까지 다 알고. 정말 진호씨는 나의 환상의 짝꿍이
 예요.

20. 씬. 상고재 거실/진호아파트. 교차로.(밤)
 -개인, 팩하고 마루에 누워있는. 그 위로.
진호E (불만스럽게) 도대체 왜 나까지.....
 -진호, 얼굴에 팩하고 개인과 나란히 누워있다.
개인 남은 재료 아깝잖아요? 먹지도 못하고. 
진호 아깐 잘만 먹던 게 누군데요. 
개인 쉿! 팩한 채로 말하면 주름 생긴대요. 
 이러면 진호씨 애인도 틀림없이 좋아할 거예요. 
 -울리는 진호의 핸드폰. 
진호 (주머니에서 핸드폰 꺼내 받고) 여보세요? 
진호모E 아들? 
진호 장미씨? 
개인 (홱 고개 옆으로 돌리는) 이 밤에 여자 전화? 
 -진호모, 혜미, 하얀 팩 하나씩 얼굴에 붙이고 나란히 누워있다.
진호모 어떻게 이럴 수 있어? 아들? 일요일인데도 집에 안 오고? 
진호 일이 너무 많아서 그랬어. 미안해요, 장미씨.
 (개인 옆에 얼굴 드밀고 전화 엿들으려고 하는)
진호 (발로 개인 옆으로 밀면서 통화하는)
개인 여자예요? 여자? 
진호모 옆에 누구 있어? 아들?
진호 아니에요, 옆집 개가 짖나 봐요.
진호모 무슨 개소리가 사람 소리 같이 그래? 
혜미 요즘 개들은요, 사람하고만 살아서 지가 사람인 줄 아는 개들도 있대요.
진호모 (혜미에게 고개 돌리고) 어머, 정말 신기하다.
 아들? 
진호 네. 
진호모 우리 번개 할까? 엄마, 우리 아들하고 번개하려고 지금 얼굴에 팩까지 했는 데.
진호 어떡하죠? 장미씨, 내가 지금 마무리 할 일이 있어서. 
개인 (작은 소리로) 그럼 안 되죠, 여자한테까지 친절하게 그러면? 
 그건 정말 나쁜 거예요. 
진호 (발로 개인 밀어내는)
개인 (그래도 밀쳐지지 않고, 전화기에 귀 가져다 대는)
진호모 엄마, 진짜 서운하다.
혜미 (전화기에 대고) 어머니하고 나 때 빼고 광내고 있는데, 정말 이럴 거야?  오빠? 1시간만 데이트 하자.
진호 장미씨, 나 지금 정말 바빠서 전화 오래 못하겠는데.....
진호모 알았어, 바쁘다니까 할 수 없지만, 엄마, 정말 서운해. 
진호 내가 오늘 서운하게 한 거 두고두고 갚아줄게요, 약속해. 
개인 아니, 그런 약속은 하면 안 되죠. 
진호모 옆집 개 너무 시끄럽다, 얘, 너 이사해야 하는 거 아니니?
 너 시끄러운 거 제일 싫어하잖아?
진호 내가 알아서 할게, 장미씨, 그럼 끊어요. (전화 끊는)

21. 씬. 상고재 거실 (밤) - 앞의 상황 연결

진호 (일어나 앉으며) 왜 그래요? 매너가 그렇게 없어요?
 남 전화하는데 옆에서 계속 떠들고?
개인 (따라 일어나며) 내가 괜히 그랬어요? 
 여자한테까지 그러면 어쩌자는 거예요?
 여자한테는 냉정하게 해야죠? 사랑하지도 못하면서? 
진호 사랑합니다.
개인 (띵) 설마....
진호 설마 뭐요?
개인 양성애?
진호 (질리고) 우리 어머니세요.
개인 (띵) 어머니한테 장미씨 그래요?
진호 난 그럽니다. 우리 어머니도 그걸 좋아하시구요.
개인 (고개 숙이는)
진호 왜 그래요? 
개인 좋겠어요, 진호씨는. 이름 불러드리면 좋아하는 어머니도 계시고.
진호 .....
개인 우리 엄마 살아계셨으면 나도 그래봤을 텐데, 우정씨? 
진호 어머님 성함이 우,자, 정, 자 세요? 
개인 (끄덕이고)
진호 언제 돌아가셨어요?
개인 다섯 살 때요. 근데 이상해요.
진호 뭐가요?
개인 다섯 살 때면, 그래도 기억나는 게 있어야 하는데, 아무 것도 기억
 나는 게 없어요.
 엄마, 얼굴도 사진으로만 겨우 알고.....
진호 머리가 나쁜가보죠. 
개인 (누우면서) 그런가 봐요. 
진호 (옆에 누우면서 애잔하게) 그건 그냥 해본 말이구요.
개인 아니에요. 머리 나쁜 거 맞아요. 그러니까 제대로 하는 것도 하나
 없는 거겠죠.
진호 엄마를 잃었다는 게 다섯 살 아이한테는 감당하기 힘드니까 차라리
 다 잊자 그랬는지도 몰라요. 그래야 자신을 보호할 수 있으니까.
개인 (진호 옆에 고개를 기대면서) 내가 이 말 한 적 없죠?
진호 ......
개인 우리 집에 온 거......환영해요.
진호 (그런 개인의 어깨를 감싸주려다가, 손을 내리는) 
  -f.o.

22. 씬. 상고재 마루.(아침)
 -개인, 자기 방에서 급하게 뛰어나오는. 마루로 올라서는 진호. 
 서로 보고 화들짝 놀라며 멈칫해서 뒤로 물러서는. 
진호 피부병 있어요?
개인 또 식중독이에요?

23. 씬. 상고재 욕실.(아침)
 -거울 앞에 나란히 선, 개인과 진호, 얼굴이 불긋불긋 볼만하다.
개인 피부에 좋다면서요?
진호 썩은 계란 넣은 거 아닙니까? 

24. 씬. 진호의 사무실 진호방(아침)
 -클래식 음악 흐르고. 태훈, 들어오는. 
태훈 일찍 나오셨네요? 왜 그래요? 형? 
 -진호, 얼굴에 하얀 타올 덮고 의자에 앉아, 뒤로 머리 기대고 있는. 
진호 넌 웬일로 이렇게 일찍 나왔냐?
태훈 형하고 얘기 좀 하려고 나왔는데, 그런데 정말 왜 그러고 있어요? 
 -상준, 들어오는. 
상준 태훈이 너까지 벌써 출근하고, 우리 회사가 담 예술원 프로젝트에
 사활을 걸긴 건 모양이다. (하다가 진호 보고) 너 뭐하냐? 
진호 머리 아파서 식히고 있는 중이야.
상준 그럼 진통제를 먹어야지 그런 걸로 되냐? 
태훈 참 상고재는 잘 있죠? 
진호 (벌떡 일어나면, 타올 바닥으로 떨어지고, 울긋불긋한 얼굴)
태훈 (놀라서) 형? 
상준 (놀라서 다가서며) 야, 너 나이가 몇인데 수두를 하냐?
 가려워도 절대 긁으면 안 된다. 
진호 그런 거 아냐. 것보다, 태훈이 너 그게 무슨 소리야?
태훈 (씩 웃으며) 에이, 서로 다 아는 처지에 왜 이러실까.
 뭐 형님들이 계속 절 따돌리신다면 저도 혜미한테 다 부는 수 밖에....
상준 (얼른 태훈 쪽으로 다가가) 자식, 너 무슨 아침부터 잠꼬대를 하고 그러냐?
태훈 저도 다 알고 있다구요. 진호 형이 상고재에 있다는 거.
 참, 근데 그 집에 박교수님 딸 혼자 있지 않나?
 아니, 어떻게 여자 혼자 있는 집에? 그럼 혜미는 어떻게 되는 거예요? 
 이러는 건, 아니죠, 형. 혜미를 놔두고. 
진호 그런 거 아니야.
태훈 아니긴요, 여자 혼자 있는 집에 들어가 살면서? 
 아무리 성공하고 싶어도 그렇죠? 
 박교수님 딸을 이용해보자 그러는 거면, 형. 정말 나빠요.
 그건 성공을 위해선 못할 일이 없다 그거잖아요? 
상준 너, 진호를 그렇게 모르냐? 
 진호가 그럴 놈이야? 
태훈 그렇지만 지금 같이 사는 건 맞잖아요? 
상준 (끌고 나가면서) 나가서 얘기하자. 나가서....
진호 (머리가 아프고) 

25. 씬. 진호사무실. 진호방 앞. (아침)
 -상준, 태훈 끌고 나오는. 
상준 니가 뭘 몰라서 그러나본데.
태훈 모르긴 뭘 몰라요?
상준 그 자식, 우리를 위해서 어쩔 수 없이 상고재에서 희생하고 있는 거거든.
태훈 그러니까요. 우리를 위해서 어쩔 수 없이 그 아가씨를 이용하고 있는 거잖         아요.
 -진호, 자기 방에서 나오는. 
태훈 사랑이라는 건 절대 이용당해선 안 되는 거라구요. 그건 사랑에 대한 모독이라구요.
상준 임마, 상고재 아가씨가 진호를 사랑하고, 진호는 아니고,
 그래야 이용하는 게 되는 거지.
진호 형, 애 데리고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마.(나가는) 
태훈 진호형 같은 남자를, 그것도 한 집에서 매일 붙어살면서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 있대요?
상준 (태훈 어깨 잡으며 심각한 표정으로) 지금 일이 우리가 상상할 수 없을 만 큼 커지고 있거든. 그러니까 넌 제발 가만히 있는 게 도와주는 거다.
태훈 뭔데 그래요?
상준 알려고 하지마라. 다친다. 

26. 씬. 진호의 사무실 건물 내 화장실.(낮)
 -진호, 세수를 하고 있는. 거울을 보면 많이 가라앉아서 불긋불긋한 게
 덜하다. 그 위로.
태훈E 사랑이라는 건 절대 이용당해선 안 되는 거라구요. 
       그건 사랑에 대한 모독이라구요.또 누가 아냐? 
 - 진호 멍한 표정으로 거울을 보고 있는데 상준 들어오고.
진호 형은 왜 애 데리고 쓸데없는...
상준   (말 자르며)내가 무슨 말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진짜 중요한 건 넌 이         제부터 남자가 아니라는 거야. 
진호 형!
상준 니가 상고재에서 안 쫒겨날려면 그 방법밖에 없잖냐.
       (콧소리 내며) 자기 내말 알아듣지~?   
진호 (한심하게 상준을 보는)

27. 씬. 상고재 앞 길./ 영선 사무실. 교차로.(낮) 
 -개인, 영선 통화중. 영선은 노트북으로 자신의 사이트에서 화장품 보다가  주문하기 버튼 클릭하는.
개인 아직도 얼굴이 화끈거려.
영선 다시마 팩? 그거 다시마 소금기는 뺐어?
개인 (화들짝) 그래야 하는 거야? 
영선 못살아, 다시마에  염분이 얼마나 많은데 그걸 그대로 얼굴에 쳐 발라? 
개인 어쩐지, 진호씨는 남은 다시마 박박 긁어서 해줬더니 아침에 나보다
 더 심하더라.
영선 또? 진호씨가 아직까지 붙어 있는 게 용하다, 용해.
 상고재에서 나가면 득도하겠다, 진호씨.
개인 이번 건 진호씨가 만든 거다 뭐.
영선 진호씨가 그런 것도 알아? 
개인 게이 남자는 진짜 모르는 게 없드라. 
 근데 다시마 염분 빼는 건 왜 모르지?
 그럼 지금까지 그렇게 했다는 건가? 그래도 얼굴이 멀쩡했었나? 
영선 네가 옆에서 수선 떠니까 깜빡한 거겠지 뭐.
 네가 좀 사람 정신을 빼놓니? 이 언니가 널 위해서 제대로 된 화장품 주문         했다. 
개인 고마워. 너 밖에 없어. 
영선 돈은 취직해서 갚아라. 그러니까 면접 잘 봐.
개인 이 얼굴로 괜찮을까. 아직도 불긋불긋한데. 
영선 니가 언제는 얼굴로 승부했니? 
개인 (버럭) 너 죽고 싶지?

28. 씬. MS 그룹 본사  건물 전경.(낮)
한회장E  이렇게 시간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29. 씬. MS 그룹 회장실.(낮)
 -포스가 느껴지는 최회장, 그 앞에 앉아있는 한회장.
한회장 이번 담 예술원으로 최회장님께서 문화 사업에 큰 공헌을 하실 거라는
 소문이 벌써부터 자자합니다.
 저도 기업하는 사람이지만, 최회장님처럼 하시기 정말 쉽지 않죠.
최회장 그런 칭찬은 담 예술원이 성공적으로 완성됐을 때 듣도록 하죠.
한회장 그래서 드리는 말씀입니다만....
최회장 (보고)
한회장 최회장님께서 그렇게 원대한 뜻을 가지고 추진하시는 일에 괜한 시간 
 낭비를 하시게 될까봐 걱정입니다.
최회장 괜한 시간 낭비라면?
한회장 설계 공모의 취지는 좋지만, 자격도 안 되는 어중이 떠중이들이
 못 먹는 감 찔러나 보자는 심산으로 몰려들까봐 걱정이 앞섭니다.
최회장 .....
한회장 프로와 아마츄어가 모두 경쟁을 한다면, 토너먼트 자체에 너무 많은
 시간이 소비 되지 않겠습니까? 
 담 예술원 같은 원대한 프로젝트엔 그에 알맞은 참가 자격이 
 있어야 하는 게 아닐까 하는 게 제 생각입니다. 
최회장 (깊은 시선으로 보는)
 생각을 해봐야 할 문제군요.
한회장 (의미 있는 미소 짓는)

30. 씬. 한회장 사무실.(낮)
 -한회장, 들어오면, 창렬 일어서는. 
창렬 MS 최회장님과 약속 있으셨다면서요?
한회장 (앉고)
창렬 (앉는) 담 예술원 프로젝트는 최관장에게 전적으로 일임하고 있는
 거 아니었어요? 그럼 최회장님은 뒷방 늙은이 역할이나 하실 텐데.
한회장 아들 위신을 세워주려고 모양새는 그렇게 만들어놨지만,
 아직도 MS의 실질적인 황제는 그 양반이야.
창렬 우리 편이 돼주겠다는 약속이라도 받으신 거예요?
한회장 그 양반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
창렬 그럼 뭐하러?
한회장 대회 규정을 바꿔야지. 상대하기 싫은 놈들은 아예 끼어들 틈조차 주지
 말아야 하는 거다.
창렬 무슨 말씀이세요?
한회장 차차 알게 될게다. 공모 준비는 잘 되고 있는 거냐?
창렬 (자신만만하게) 염려 마세요. 국제 건축 공모에 수상 경력이
 있는 직원들로 팀을 짜서 진행 중이니까, 아마 미래 건설, 아니
 대한민국 최고의 작품이 나올 겁니다.
한회장 큰 소리만 치지 말고, 제대로 해, 제대로.
창렬 아버지, 제발 좀 믿어주세요. 아버지가 그렇게 매일 의심을 하시니까
 제가 기를 못 펴고.
 (진동하는 핸드폰, 분당 엄마, 하는 이름 보고, 얼른 꺼버리는.)
한회장 새애기하곤 어떻게 돼가고 있냐? 
창렬 그냥 잘 지내고 있어요. 
한회장 그런데 어떻게 결혼하고 나서 시아버지한테 인사도 안와.
창렬 워낙 결혼식 때 시끄럽게 해서 저도 면목이 없어서 그렇죠 뭐.
 그리고 아직 저한테 화도 덜 풀렸고. 다 저 때문에 그렇게 된 건 
 사실이잖아요? 
한회장 (보면) 그깟 여자 하나 휘어잡지 못하고, 못난 놈.
창렬 그것도 믿어주세요. 잘 해결하고 곧 인사 올리러 갈게요.
한회장 나도 그런 애 며느리로 마뜩찮아. 
창렬 아버지, 왜 또 이러세요?
한회장 하지만 이대로 끝내면, 망신살만 더 뻗치는 거니까 참아주는 거다.
 우리 회사의 미래가 달려있는 담 예술원 프로젝트에 최관장 
 오른팔인 그 아이가 도움이 될 수도 있어서, 조용히 넘어가려는 거니까 똑         바로 처신해. 알아들어?
창렬 알아들어요. 

31. 씬. 한회장실 앞 복도.(낮)
 -창렬, 나오는, 김비서, 핸드폰 들고 있다가.
김비서 아, 나오시네요. 분당 어머님이세요.
창렬 응. 엄마. 아버지하고 얘기하고 있어서 못 받았어.
김비서 (혼잣말로) 그 많은 어머님들은 왜 우리 실장님을 이렇게 찾아대시는지.
창렬 다음주? 그렇게 빨리? (우울한 표정)
 알았어, 엄마, 그 전에 인희 데리고 꼭 갈게.
 응. 엄마, 꼭. (전화 끊고)
김비서 인희씨를 데리고 어딜 가신다는 거예요?
창렬 몰라도 돼.(걸어가면)
김비서 (따라가면서) 왜 이러세요? 실장님? 제가 실장님에 대해서
 모르는 게 있을 수 있어요? 
 전 실장님을 위해서 태어난 인간이라는 거 모르세요?
창렬 (버럭) 그런 말 징그럽다고 했지? 

32. 씬. 최관장실.(낮)
 -최관장, 서류 보고 있으면, 인희 들어오는. 
인희 영국에 계신 박철한 교수님 연결 됐습니다. 
 (수화기 들어서 주는)
최관장 (받고, 예의를 갖추듯 일어나서) 안녕하십니까? 지난 번 설계 의뢰 건으로
 영국으로 찾아뵜던 담 미술관의 최도빈라고 합니다. 
 아닙니다, 다시 그 일로 전화 드린 건 아니구요. 
 정 그러시다면, 심사만이라도 맡아주실 수는 없으실지 부탁을 드리러
 전화 올렸습니다.
인희 (듣고 있는)
최관장 귀국하실 필요 없이, 저희가 자료를 보내드리면.....
 (낙담하는 표정) 
 다시 한 번만 재고해 주십사, 간곡하게 부탁드리겠습니다. 
 생각이 바뀌시면 언제든 연락 주십쇼. (수화기 내려놓는)
인희 역시 거절이신가보죠? 
최관장 다른 방법을 찾아봐야죠. 

33. 씬. 시장, 떡볶이 집 앞.(낮)
 -개인 터덜터덜 걸어와 초등학교 꼬맹이들 사이로 들어가고.
개인 떡볶이 주세요. 오뎅도. 
주인 (담으며) 어째 오늘은 풀이 하나도 없네.
개인 (시무룩) 면접 보고 오는 길이거든요.
주인 (힘내라는 듯) 나 같으면 아가씨 같은 사람 얼씨구나 하고 쓸 텐데.
개인 (미소 지으며) 저 여기 취직 할까요?
주인 월급은 떡볶이하고 순댄데, 괜찮겠어?
개인 보너스로 튀김까지 주신다면 생각해볼게요.
주인 (웃으며) 자, 계란은 싸비스야.
개인 감사합니다, 이렇게 막 퍼주시면 남는 거 있으세요?
주인 신발, 아가씨 덕에 몇 년은 더 신게 생겼는걸. 
개인 (방긋) 앞으로도 그런 건 말씀만 하세요. 
 이 한 몸 바쳐 최선을 다해볼게요.
 -개인 옆에서 떡볶이 먹던 꼬마, 좌판이 높아 까치발을 들고 어렵게 먹는 다. 그래도 안 되자 좌판에 입 가져다 대고 먹는데, 입가에 죄다 묻히고.
개인 (꼬마 보며 중얼) 너나 나나 먹고 사는 게 참 힘들구나.
 자.(꼬마 안아서 의자 위에 올라서게 하는)

34. 씬. 상고재 골목길.(낮)
 -개인, 골목길 걸어 올라오는데 쓰레기 더미 사이에 버려진 의자들 보이고.
 개인 멈칫하며 유심히 의자 본다.

35. 씬. 상고재 마당.(낮)
개인 나무가 좋은 거라서 그냥 버려두기엔 아깝더라구.
 -주워온 낡은 의자에 페인트칠하고 있는 개인. 
 망가진 의자 리폼해서 색다른 모습으로 변해 있다. 
영선 (감탄한 듯 이리저리 보며) 그래도 니가 사이비는 아닌가보다.
 이렇게 만드니까 제법 작품같다 얘. (택배상자 뜯는) 
개인 그건 뭐야?
영선  아까 주문한 화장품.
개인 오늘 주문했는데 오늘 왔어?
영선 내 싸이트 좋다는 게 뭐가 있니? 
       근데 넌 면접 죽 쑤고 와서 이런 게 만들고 싶니?
개인 그럼 다리 뻗고 앉아서 대성통곡이라도 하리?
영선 하여간 성격 하난 뒈지게 좋아요. 친구한테 애인 뺏겼다고 싸고 눕길 하나,
 친구 놈이 집 잡혀먹고 도망갔다고 이 악물고 찾아 나서길 하나. 
 면접 죽 쑤고 왔다고 풀이 죽어있길 하나. 
 속이 없는 건지, 밸이 없는 건지.
개인 아니, 학벌을 따질 거면 서류에서 떨어뜨리던지.
 사람 불러다 놓고, 전공이 아니네, 유학을 안다녀왔네, 입상 경력이
 없네.왜 따지는 건데. 역시 난 조직 생활에 거부감이 있는 거 같아.
영선 조직이 널 거부하는 거겠지. 근데 진호씨 왜 아직 안오지? 
       화장품 선물까지 가지고 왔는데. 온 김에 눈요기라도 하고 가면 좀 좋아?
개인 하여간 있는 것들이 더 무서워요. 장대 같은 남편에, 눈에 넣어도 안 아픈
 아들까지 있는 게, 게이 남자까지 힐끔거리고.
영선 근데 진호씨하곤 많이 친해진 모양이다.
 나도 어제 눌러 붙어서 팩도 같이하고 그러는 건데. 
       기집애, 가라고 등은 왜 떠밀어!
 진호씨 옆에 누워 있는 기분 어떠냐? 아무리 게이라도 삼삼하긴 하지?
개인 그런 거 없어.
영선 쌩 까시네.
개인 그냥... 남자가 옆에 누워있는데도, 이렇게 편할 수 있구나, 신기하고 그 래.
영선 요즘은 까칠하게 안구냐? 말투는 좀 그렇잖아? 진호씨?
개인 그게, 이젠 적응이 됐나봐. 툴툴대는데, 이젠 슬며시 귀엽기까지 하다.
 그리고....
영선 그리고?
개인 아주 가끔이지만, 순간 순간....
영선 (묘하게 보면서) 순간, 순간 뭐?
개인 사람 마음을 먹먹하게 하는 말들을 툭툭 던져. 
 그래서 어젠 나도 모르게 우리 집에 온 거 환영해요, 그런 말까지 했어.
영선 (보다가, 개인 어깨 와락 잡는)
개인 (놀라서 보는) 왜?
영선 안 돼, 박개인. 
개인 뭐가?
영선 아무리 허해도, 게이 남자를 사랑해선 안 돼. 
 그건 그야말로 비극의 시작인 거야.
개인 (붓 영선의 얼굴에 확 들이대면서) 
 친구한테 목숨 잃는 비극부터 경험해 볼래?

36. 씬. 상고재 대문 앞./상고재 마당.(낮)
 -최관장, 의미 있는 눈길로 상고재 현판을 보고 있는. 벨 누르는.
개인E 누구세요? 
최관장 박철한 교수님 댁이죠? 
개인 (멈칫해서) 아빠....지금 안계신데요.
최관장 알고 있습니다. 따님과 잠시 얘기 좀 하고 싶어서요.
개인 (영선 보고) 어뜩해? 어뜩해? 아빠가 보낸 사람인가 봐.
영선 침착해, 침착해. 넌 어떻게 아빠 얘기만 나오면 이성을 잃냐?
개인 침착하게 생겼어? 집 저당 잡히고 사채 쓴 거 알면 난 바로 사망인데.
 거기다 남자한테 세까지 줬는데.
영선 네 아빠가 영국에서 그런 걸 다 어떻게 아시겠어?
개인 (그런가)
영선 제발 정신 좀 챙기고 살아라, 박개인. 가만 있어봐, 내가 한번
 떠볼 테니까. 
개인 (영선 팔 잡으며) 됐어, 내가 벌인 일이니 내가 책임질게. 
 (심호흡 하고 대문 향해 가는) 
최관장 (기다리다가 문 두드리려 손 올리는데. 삐끄덕 열리는 문)
 -열린 문 사이로 개인의 얼굴 쏙 나오고. 
개인 (반쯤 겁먹은 표정으로) 저......무슨 용건이신지?
최관장  (개인 보며, 놀란 표정) 어?
 -플레시백, 3부 66씬 개인이 이 사람....게이라구요, 외치는.

개인 무슨 일로? 
최관장 (빙그레 웃으며) 전진호씨, 친구 분 맞죠? 
개인 (놀라는)

37. 씬. 상고재 마루.(낮) 
 -최관장, 마루에 앉아 상고재 둘러보고. 마당에 개인이 페인트칠하던
 의자를 보는. 개인, 최관장 살피면서 앞에 앉아있는.
 영선, 음료수 가져다 최관장 앞에 놓아주는. 
최관장 고맙습니다. (음료수 잔 들고 한 모금 마시면서) 독특한 의자군요.
영선 얘가 망가진 의자 가져다 리폼한 거예요. 
 단골 떡볶이 가게에 선물 하겠다구. 
최관장 키 작은 꼬마들한텐 유용하겠군요.
개인 (반색하며) 어떻게 아셨어요? 그래서 만든 건데.
최관장 (씩 미소 짓는)
 -시간 경과, 마루에서 내려서는 개인, 최관장, 영선. 
개인 도움이 못 돼드려서 죄송해요. 아버지한테 저 별로 영향력 있는
 딸이 아니라서요.
최관장 박개인씨, 그때 봤을 땐 꽤 용감한 아가씨라고 생각했는데,
 아버님 일엔 자신이 없어 보이네요. 
개인 절 언제 보신 적이 있나요?
최관장 (웃고)
개인 (갸웃하다가) 아, 그리고 아까 전진호씨 친구라고 하셨는데, 그건 또
 어떻게 아세요?
최관장 우리 자주 만나야 할 거 같은데, 나중에 천천히 얘기하죠.
 그럼 오늘은 이만 가보겠습니다.
 (인사하고 나가는)
개인 안녕히 가세요. 
 무슨 말을 저렇게 아리송하게 하고 가냐? 

38. 씬. 상고재 앞 길.(낮)
 -최관장, 차에 올라타면서. 
최관장 (생각을 모으면서) 어디선가 또 본 것 같은데.....(생각이 떠오르지 않는) 

39. 씬. 진호의 사무실/ 진호방. (저녁)
 -진호, 상고재 스케치를 바라보고 있는. 상준 들어오는. 
상준 퇴근 안 해? 
진호 뭘까?
상준 (진호 보면)
진호 왜 MS 그룹에서 이 상고재를 담 예술원 기본 컨셉으로 잡은 걸까? 
상준 그렇지? 너도 모르겠지? 그러니 평범한 내가 모르는 건 당연한 거지?
진호 뭔가 있을 텐데. 그게 대체 뭘까?
상준 혹시 말이야.
진호 (보면)
상준 그런 얘기 있잖냐? 청와대 지붕이 열리면 로봇 태권V가 나온다는 말?
 너도 들어봤지?
진호 (맛 확 가고)
상준 혹시 상고재도 그런 거 아닐까? 
 지하에 마루치 아라치가 살고 있다거나 뭐 그런 거.
진호 그 지하에 마루치 아라치랑 같이 묻히고 싶냐? 
 -진호의 울리는 핸드폰. 

40. 씬. 상고재 주방./ 진호의 사무실과 교차로.(저녁)
 -개인, 주방 잔뜩 어질러놓고 있는. 요리책 한손에 들고 싱크대 앞에서
 통화중. 
개인 얼굴은 괜찮아졌어요? 
진호 네.
개인 다행이다, 나도 오후 되니까 가라앉더라구요. 그게 다시마 때문이래요.
 영선이가 그러는데, 다시마 염분 때문이라구. 
 진호씨도 실수 할 때 있나 봐요?
진호 (조금 미안하지만 안 그런 척) 면접은요? 
개인 죽 쒀드셨어요.
진호 그게 자랑입니까? 
개인 미안해요. 진호씨가 그렇게 도와줬는데....
진호 (더 미안하고) 나한테 미안할 거 없어요.
개인 오늘 일찍 들어와요? 
진호 왜요? 
개인 영선이가 반찬도 가져오고 해서, 저녁 같이 먹으려구요.

41. 씬. 진호의 사무실./ 진호방.(저녁)
진호 저녁요? 
 -상준, 진호의 옆에 귀 바싹 가져다대고 통화 내용 듣고 있다가 얼른
 들어가 보라는 듯 손짓하고.
진호 봐서요.(통화 끊고)
상준 (개인 말투 흉내 내며) 일찍 들어와요, 저녁 같이 먹게....
        캬~ 안타깝다. 누가 보면 신혼부부나 다름없는데. 
진호 신혼부부는 무슨. (그러면서도 퇴근준비 하는)
상준 그래, 빨리 들어가라. 가서 밥도 먹고, 둘이 정답게 목욕도 하고...
진호 (버럭) 미친거 아냐!

42. 씬. 진호의 차 안.(저녁) 
-길. 진호 운전하고 있는데, 울리는 핸드폰.
진호 (김인희라는 이름 보고, 이어폰 끼는) 네. 인희씨?

43. 씬. 레스토랑.(밤)
 -인희, 의자 빼주는 진호. 두 사람 마주 앉는. 
인희 (미소 지으며) 퇴근 후에 뭘 할까 생각하는데, 밥 사주신다는 약속이
 갑자기 생각나지 뭐예요. 바쁜데 불러낸 거 아니죠?
진호 바빠도 약속이면 지켜야죠. 
 -순간, “같이 저녁 먹자구요” 하는 개인의 목소리가 들려오고.
진호 (무시하며, 메뉴판 드는)

44. 씬. 상고재. 몽타쥬.(밤)
 -식탁에 올려져있는 된장찌개. 주위에 음식들 놓여있고. 
 개인, 반찬 담긴 그릇 내려놓으며, 뿌듯한 표정.
 -어느새 식어버려 김이 안 나는 된장찌개, 개인, 식탁 앞에 턱 괴고 
 앉아있는. 
 -개인, 상고재 앞길에서 목 길게 빼고 진호가 오나 보고, 
 -상고재 대문 앞에 서서 핸드폰 하는.

45. 씬.  레스토랑.(밤)
진호 (핸드폰 들고 있는) 난 지금 저녁 먹는 중인데, 혼자 먹어요.
개인E (서운한) 된장찌개까지 끓였는데. 알았어요, 그럼 저녁 맛있게 먹어요.
진호 (전화 끊고, 왠지 마음에 걸리는)
인희 개인이 전환가 봐요?
진호 네. (핸드폰 내려놓는)
인희 개인이 재밌는 애죠?
진호 (보고)
인희 한번 정을 주면 상대가 귀찮아하는지도 모르고 정신 못 차리게 만들죠. 
진호 그걸 귀찮아하면 박개인씨한테 정을 받을 자격이 없는 거겠죠.
인희 어느새 개인이한테 전염 되셨나 봐요?
진호 TV 로 영화를 보다가 무심하게 그러더군요. 인희야, 나 물.
인희 .....
진호 애인을 뺏아간 친군데, 참 속도 없는 여자다 싶더군요.
 애인을 뺏아간 것보다, 지금 같이 살고 있지 않는 게 더 쓸쓸하다는
 표정이었거든요.
인희 다 그러죠. 
진호 (보면)
인희 천사표가 따로 없다, 그래요, 개인이한테는.
 고등학교 3학년 때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오갈 데 없는 절 개인이가 자기 집으로 데려갔어요.
진호 .....
인희 마치 이 세상에서 절 보호해줄 사람은 자신 밖에 없다는 듯 굴었죠.
 학교에서도 집에서도 늘 졸졸 쫓아다니면서, 뭐 해줄까? 뭐 줄까?
진호 .....
인희 그런데 그거 아세요?
진호 ......
인희 너무 그러니까 밸이 꼴리는 심정. 
 공책도 연필도 지우개도, 참고서도 뭐든 저랑 똑같은 걸 사서 저한테
 나눠주는데, 그걸 얻어 쓰면서 비참해지는 거? 
진호 .....
인희 그걸 비참해하고 밸이 꼴리는 내 자신이 너무 한심하게 느껴져서
 외치고 싶었어요. 착한 척 좀 그만해.
진호 착한 척 한 게 아니라, 착한 거죠. 
인희 다들 그렇게 말하죠. 박개인은 착하고, 김인희는 나쁜 년이다.
 그래서.....꼭 떠밀려 가는 느낌이에요.
 난 나쁘니까, 쭉 이렇게 밖에 살 수 없다.
 너무 얻어 쓰다 보니, 한번쯤은 빼앗고 싶었는지도 몰라요. 
 어차피 나쁜 년이니까. 나눠 쓸 수 없는 네 걸 뺐는데도 쭉 착하게
 구는지 보자, 하는 심정도 작용 했던 거 같고.
진호 바보 같군요.
인희 (보면)
진호 그런 친구를 배신하고 한 선택이면 오기로라도 끝까지 행복해야죠.
인희 .....
진호 너무 금방 후회 하는 거 아닙니까? 어설프게 나쁜 짓을 했으니
 바보죠. 
인희 (서글프게 미소 지으며) 그러네요.
 어설프게 나쁜 년이었네요, 저. 
 근데, 그 말이 왠지 위로가 되네요.
 어설프니까 아주 나쁜 년은 아니야, 그러는 것처럼.
 저, 술 한 잔 해도 될까요? 
진호 .....
인희 오늘은 좀 마시고 싶어서요.

46. 씬. 길.(밤)
 -운전하는 진호, 그 옆에 앉아있는 인희. 약간 술기운이 있는.
인희 미안해요, 밥만 사겠다고 약속하셨는데, 술까지 사게 만들어서.
진호 후회라는 게 딱 하나 좋은 게 있는 거 같아요. 
인희 (보면)
진호 후회 할 일은 다시 하지 말자, 그렇게 만드니까.
인희 (깊은 시선으로 보는데) 
 -갑자기 앞으로 끼어드는 차. 진호 급브레이크 밟는.
진호 (반사적으로 인희 앞을 팔을 뻗어 막아주는)
인희 (멍하니 자신의 앞을 막아주는 진호의 팔을 내려다보는)
진호 무슨 운전을.....
인희 (시선 내린 채) 정말.....여자를 사랑하지 못해요?
진호 (그런 인희를 보는)
인희 (진호를 보면서)
 그런데 왜, 난 진호씨가 남자로 느껴지는 걸까요? 
진호 술이 좀 과하신 거 같군요. 
 (다시 운전하는)
인희 (그런 진호를 물끄러미 바라보는)
진호 (그런 인희의 시선이 어색하기만 하고)

47. 씬. 신혼집 앞 주차장.(밤)
 -창렬. 차에서 내리는데. 진호의 차 와서 멈추고. 진호, 인희
 차에서 내리는. 
 인희, 비틀하면, 진호 부축하고.
 인희, 인사하는, 차에 올라타는 진호. 그 모습 오래 보고 서있는 인희.

48. 씬. 신혼집.(밤)
 -인희 욕실 앞으로 걸어가고 있는. 창렬 문 열고 들어오는.
인희 (무시하고 지나가려고 하면)
창렬 어떻게 진호 자식이 여기까지 널 데려다줘?
인희 같이 저녁 먹었거든.
창렬 너 대체 무슨 생각이야? 내가 제풀에 물러나길 바라는 거야?
 그래서 진호 자식을 끌어들이는 거냐구?
 내가 눈이 뒤집혀서, 그래, 좋다, 너같이 헤픈 애, 나도 싫다
 그러면서 물러나주길 바래서 이러는 거냐구?
인희 헤픈 애? 
창렬 너 하고 다니는 짓이 그렇잖아?
인희 그래, 난 헤퍼. 창렬씨도 그런 내가 좋았던 거 아냐? 
 무슨 천연 기념물처럼 꽁꽁 싸매고 있는 개인이한테 질려서 헤픈
 나한테 넘어온 거 아니었냐구?
창렬 나 너 사랑했어. 
인희 (싸늘하게 웃으며) 
 사랑했어, 과거형이네.
창렬 (순간, 뜨끔한 느낌)
인희 나도 그래, 한창렬이란 남자, 나한테는 후회스러운 과거의 남자야.
 그래서 다시 시작해 보려구.
 날 후회하게 만들지 않을 미래를 위해서.
창렬 그게 전진호라는 거야? 지금?
인희 아직은 모르겠어. 하지만 저 남자한테 관심이 가.
 왠지 알아?
창렬 .....
인희 창렬씨하곤 다르니까. 난 그거 하나면 되거든.
창렬 (거칠게 인희의 어깨를 잡으면서) 
 이젠 더 더욱 너하고 못 끝낼 거 같다.
인희 왜? 그 상대가 전진호라서?
창렬 ....
인희 이래서 창렬씨는 안 된다는 거야. 
 질투심 때문에, 자기 인생을 시궁창에 처박고 싶어 하는 어리석은 남자니까.
창렬 (인희의 뺨을 갈기는)
인희 (얼굴 돌아갔다가, 보면서, 싸늘하게 미소 짓는)
 이걸로 위자료 하면 되겠다. 박개인한테 못할 짓 하게 만든 위자료? 그지? 
 (돌아서서 방으로 들어가는)
창렬 (집안에 있는 물건들 들어서 마구 부시는)

49. 씬. 신혼방.(밤)
 -인희, 문에 기대서 물건 부서지는 소리 암담하게 듣고 있는. 천천히 눈을
 감는.

50. 씬. 길.(밤)
 -진호, 차를 세우고, 제과점 안으로 들어가는.

51. 씬. 제과점.(밤)
 -토스트. 푸딩 등을 담고 있는 진호.

52. 씬. 상고재 앞.(밤)
 -진호, 차 멈추고, 옆 좌석에 놓인 제과점 봉투 보면서.
진호 (내가 왜 이러지 하는 느낌으로 피식 웃는)
 그 인간이 나 없다고 저녁도 안 먹었을까 봐?
 (하는데 개인, 의자 끌고 상고재에서 낑낑대며 나오고 있다)
 -진호, 차에서 내리는.
진호 뭐합니까? 
개인 (반색하며) 지금 와요? (하다가 바람 맞은 거 생각하고 뾰루퉁해서)
 애인이 둘이라 바쁜 건 알겠는데 예의상 전화라도 먼저 해주면 안돼요?
 밥 먹고 들어오겠다고? 
 밥 같이 먹으려고 된장찌개까지 끓여놨는데.
진호 무슨 맛인지는 모르겠지만, 먹은 걸로 칩시다.
개인 오늘은 먹을 만하게 끓였단 말이에요. 
진호 먹은 걸로 치자구요. (제과점 봉투 내밀면서) 설마 굶고 기다린 건 아니죠?
개인 (화들짝 다가들며) 이거 뭐예요? 뭔데요? 
진호 (개인 손 안 닿게 위로 들어올리고)
 인내심. 벌써 잊었어요?
 무슨 여자가 먹을 거만 보면 사죽을 못 쓰냐.
개인 제일 치사한 게 먹을 거 갖고 장난치는 인간인 거 알아요?
 됐어요, 안 먹어요. 
진호 정말요? 
개인 네.(하다가 진호가 방심한 틈을 타, 얼른 잡아채려 하면)
 -진호, 더 높이 들어 올리자, 개인 약 올라 소리치는.
개인 키 크다고 유세해요?
진호 키 작다고 발악해요?

53. 씬. 길.(밤)
 -운전하는 진호, 그 옆에 앉아 빵 아그작 아그작 먹고 있는 개인.
진호 저녁 안 먹었어요?
개인 먹었어요, 진호씨 몫까지 전부.
진호 그런데 또 그렇게 먹어대요?
개인 사온 사람 성의를 봐서 하는 수 없이 먹어주는 거죠.
진호 두 번만 성의 보였다간 나까지 뜯어먹겠네.
개인 (와락 다가들며) 그래 줄까요? 
진호 (팔로 밀치면서) 사고 나요, 저리 좀 가요. 

54. 씬. 시장 골목.(밤)
 -개인, 시장 둘러보며 만족스러운 표정.
 진호, 반대로 잔뜩 불만스러운 표정이다. 
 카메라 뒤로 빠지면 진호, 머슴마냥 의자를 어깨에 짊어지고 개인의
 뒤를 따르고. 
 개인 팔랑거리며 앞장서서 걷고 있다.
진호 무식하면 용감하다더니, 차도 못 들어오는 골목길에 이 의자를 혼자
 들고 올 생각이었단 말예요?
개인 그러게요, 진호씨 아니었으면 큰일 날 뻔 했어요.
진호 (기가 막힌) 말이나 못하면. 
개인 힘들면 내가 들까요?
진호 됐습니다, 아직도 멀었어요?
개인 (내비게이션 흉내 내며) 전방 10미터에서 우회전입니다.
진호 아주 신났어요.
개인 (냉큼 머리 숙이며) 튀어나온 간판 조심하세요.
진호 (간판에 이마 쿵하고 부딪치고)
개인 (웃음 참고) 다음 골목길에서 좌회전입니다.  
진호 (왼쪽으로 몸 돌리면 무언가 의자에 부딪쳐 부서지는 소리)

55. 씬. 상고재 마당.(밤)
 -개인, 진호 들어오는.
진호 (머리 만지는)
개인 아직도 아파요? 
 내가 호 해줄까요? (다가서는)
진호 제발 좀 덤비지 말아요. 왜 이렇게 틈만 나면 덤빕니까?
개인 (아양 떨면서) 진호씨가 너무 너무 편해서 그러잖아용.
진호 징그러워서 못살겠네. 
개인 (눈까지 묘하게 뜨면서) 여자의 무기는 애교 아니겠어요?
진호 독신으로 늙고 싶으면 그 애교 계속 해요.(방으로 들어가는)
개인 (진호 뒤를 향해 끝까지 애교모드) 빵도, 의자 배달도 너무 고마웠어용~
       (방으로 들어가는)

56. 씬. 상고재 진호방.(밤)
- 진호 책상 앞에서 초대장 들고 고민하는.
진호 (혼잣말로) 저 인간을 파트너로 데리고 가...?
- 플래시백) 
개인 이 남자 게이에요!(3부, 갈비집 씬)
개인 진호씨 게이라는 말 진짜 싫어한다고! (5부, 고기먹는 씬)
고개 설래설래 흔드는 진호.

57. 씬. 상고재 마루.(밤)
- 진호 방에서 나오는.
- 마당에 줄 그어놓고 워킹 연습하는 개인.
진호 달밤에 뭐합니까?
개인 복습하는 중이에요. 
       훌륭한 교관님께 하루라도 빨리 달라진 모습 보여드리려고요. 
진호 (잠시 흔들리는 느낌으로 보다가)이번 주 토요일에 시간 있어요?
개인 왜요?
진호 확실한 여자로 만들어 줄 테니까 시간 좀 내요.
개인 (무슨 말인가 하는 표정으로 보는)

58. 씬. 의상숍 안.(낮) 
 -진호, 무심하게 이 옷 저 옷 보고 서있는데. 
개인E 이상하죠? 
 -단정한 원피스 차림으로 서있는 개인.
진호 (이쁘다고 느끼지만, 무심한 척)
 선보러 갑니까?
개인 이상하구나.
진호 아, 그냥 그걸로 합시다. 
 -계산대 앞. 개인, 진호를 빤히 보는. 
진호 왜요?
개인 나 돈 없는데.....
진호 (기가 막혀서 보고) 이게 내 옷입니까?
개인 진호씨가 가자고 한 파티잖아요? 
진호 (버럭) 내가 댁 봉입니까?

59. 씬. 의상숍 앞.(낮)
 -진호, 개인 걸어 나오는. 
개인 진호씨도 돈 없어요? 그럼 진작 말을 하지. 
진호 .....(차 옆으로 걸어가는)
개인 그냥 있는 거 입죠 뭐. 제가 그래도 몸매는 좀 되니까 아무거나 
 입어도 때깔은 제대로 나거든요.
진호 아, 타기나 해요.

60. 씬. 의상숍 2.(낮)-디자이너 샾. 
 -진호, 개인 들어오는. 직원들에게 소리치고 있던 그레이스 박(남자.
 한눈에 보기에도 게이라는 게 확 드러나는)
박 내가 정말 니들 때문에 살 수가 없다. 어떻게 디피를 이런 식으로 하니?
 니들은 삘도 없니? 삘도? 
진호 그레이스 선생님?
박 (돌아보고, 호들갑스럽게 반색하며) 진호씨? 이게 얼마만이야?
진호 여기 리모델링 해드리고 처음이죠?
박 자기, 너무 했어, 그렇게 한번 들르라고 하는데, 어떻게 그렇게 쌀쌀맞니? 
진호 제가 좀 바빠서요.
박 (개인 보고) 누구?
진호 아, 제 친군데요. 선생님께 부탁이 있어서....
박 진짜 친구? 
진호 네, 단지 친구일 뿐입니다. 
개인 (진호 귀에 대고) 저 분도 애인?
진호 (인상 확 쓰고)
개인 그럼, 그냥 나 동생이라고 하지 그랬어요?
진호 배 다른 동생이라고 의심 받을 일 있습니까?
개인 (입 삐쭉이고)
박 근데 부탁이 뭐야?
 
61. 씬. 파티장 전경.(밤)
 -화려한 파티장. 최관장, 창렬, 인희, 상준, 김비서, 한회장, 등등.
한회장 (최관장 쫓아다니면서 호스테스 역할을 하고 있는 인희를 유심히 보면서
 옆에 있는 창렬에게) 
 둘이 잘 돼가고 있는 거지?
창렬 (힘없이) 네.
한회장 왜 대답이 그렇게 시원치 않아? 
창렬 (인희 보면서 답답하고)
한회장 (손님과 인사하면서 다른 쪽으로 걸어가고)
창렬 (최관장 잠시 손님과 얘기하고 있고, 인희 뒤로 물러서면, 인희를 향해
 걸음을 옮기는데, 인희의 표정 확 밝아진다. 그 시선 쫓아가면.
 입구로 들어서고 있는 진호. 창렬, 표정 굳어지고)
김비서 (창렬 굳어진 표정 보면서) 왜 그러세요? 
진호 (뒤로 돌아보면서) 빨리 좀 못 와요? 
개인E 하이힐 신고 걸어봤어요? 
진호 파트너가 옆에 서야죠. (하면서 옆으로 비켜서면)
 -개인, 화장에 머리까지 하고, 칵테일 드레스를 입은 달라진 모습.(긴 드레 스가 아닌 원피스형의 심플한 디자인으로.) 
 놀라는 창렬과 인희, 진호, 개인의 얼굴 한 화면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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