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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의 취향] 07

작성자수다쟁이|작성시간22.11.27|조회수154 목록 댓글 0

개인의 취향 7부

  

1. 상고재 외경(아침) 

  

2. 진호의 방(아침) 

  

- 진호, 거울 앞에 서서 출근하기 위해 옷을 입고 있는. 

플래시 백. 전날 밤, 개인에게 입을 맞추고 있는 진호.

  

진호(순간, 복잡한 느낌으로, 아, 어떻게 얼굴을 보나 하는 표정으로

거울을 보는)

  

3. 개인의 방.(아침)

  

-개인, 침대에서 이불 뒤집어 쓰고 괴로워하는.

밤새 머리를 쥐어뜯어서 머리 부스스 하고, 얼굴 퀭하다. 

  

개인(머리 쥐어뜯으며) 뭐지? 뭐였을까? 정말 뭐였던 거지?

이제 여자한테도 관심이 생긴 건가. 다른 여자도 아닌 나를.....

(갑자기 눈 커지면서, 두 손으로 가슴을 누르며 진정 시키는) 

그런 건가? 나를....?

(하는데, 진호의 방문 열리는 소리. 개인 벌떡 일어나는)

  

4. 상고재 거실.(아침) 

  

-진호 방문 열리고 평상시와 똑같이 말끔한 복장으로 출근하는.

개인, 하품하는 시늉하며 자신의 방에서 나오는.


개인(설레는 느낌으로 눈치 보면서) 출근해요? 

진호 어젯밤엔... 

개인(굳어져서 바라보는)

진호제가 많이 취했던 것 같은데 무슨 실수를 하지는 않았는지...

개인 (순간 어깨가 푹 내려앉으며 실망감 감추면서) 아... 아무 기억도 안나요?

진호(포커페이스로 보는)...

개인 (혹시나 하는 기대감으로) 

저한테 돈 꿔간 것도요? 만원짜리 다섯장, 오만원...

진호 (지갑에서 돈 꺼내는)

개인 (그런 진호 보며 실망스런)됐어요. 그냥 장난이에요.

진호(손에 오만원 쥔 채 개인을 빤히 보고)... 

개인(어색하게 웃으며) 무슨 남자가 취해도 주정 한번 안하더라. 재미없게... 

(돌아서는데)

진호(그런 개인 뒷모습 보고) 내가 실수 한 게 있으면.....

개인(돌아선 채로 가슴에서 쿵하는 소리 들리고)

진호용서해요. 어제 너무 많이 마셔서.....

개인(자르며, 돌아선 채로) 그, 그럼요, 친구 사이가 달리 좋은 거겠어요. 

(얼른 방으로 들어가는) 

진호(그런 개인을 바라보는)

  

5. 상고재 개인방(아침) 


-개인, 방으로 들어와 문 닫고, 

문에 기대 서운한 느낌 떨치려는 듯 길게 한숨.

  

개인 (기억 털어내듯 고개 젓는) 그래, 날 애인으로 착각 했던 거야. 

(조금 억울한듯) 근데 아무리 취해도 그렇지. 어떻게 아무한테나 그러냐... 

  

6. 상고재 앞.(아침) 

  

-진호 걸어나오다 상고재를 돌아보는.

  

진호나쁜 놈... 

취해서 실수 했다 그러고, 따귀라도 때리게 만들어줬어야지.

(괴로운 심정으로 돌아서서 차 옆으로 걸어가는)

  

7. 진호 사무실(아침)

  

-진호, 전화중, 들어오는 상준.

진호짐은 많지 않습니다. 

상준(듣고) 

진호아니요, 포장 이사는 아니고, 그냥 차만 있으면 됩니다. 네. 

그럼 토요일에 와주십쇼. (전화 끊고) 

상준상고재에서 나오려구?

진호더 이상 있을 이유가 없잖아?

상준그래, 잘 생각했다, 상고재에 있어봤자 속만 상하지 뭐.

우리 툭툭 털어버리고 다른 일 시작하자. 

내가 여기 저기 전화 해볼게. 우리하고 일하겠다는데 많아. 

내가 있지. 거기도 뚫어볼까 하는데.

진호(보면)

상준우리 엄마가 청와대 식당에서 일하시는 아줌마하고 먼 친척이거든.

그 아줌마한테 잘 말해서 청와대 리모텔링 공사하라고 해볼까 싶은데.

진호(기가 막혀서 보고)

상준안웃냐? 

진호웃길 거 같아? 

상준(흑하면서) 자긴 너무 인간미가 없어. 

(뛰쳐나가는)

진호(어이 없이 보다가 억지로 일하려는 느낌으로 마우스 클릭하는)

  

8. 담미술관 / 인희의 사무실.(낮)

  

-다른 직원들도 일 하고 있고, 개인, 들어오는. 인희, 자리에 앉아서.

  

인희박개인씨? 

개인(인희를 보고, 약간은 꺼려지는 표정으로 다가가는)

인희(앉은 채로, 마치 부하 직원을 대하는 느낌으로 봉투 내미는)

개인(보는) 이게 뭐야?

인희(꾸짖듯 작은 목소리로) 직원들 있어. 존댓말 써야한다는 정도도 모르니?

(조금 큰 목소리로) 휴게실 디자인 착수금입니다. 

개인?

인희준비과정에 경비가 들어갈 거라고 관장님께서 지시하셔서. 

개인(받고 돌아서려는데)

인희(핸드폰 누르는) 진호씨?

개인(진호란 말에, 굳어져서 보는)

인희괜찮아요? 어제 그러고 가서 걱정 되서 전화했어요.

제가 술 한잔 사고 싶은데 오늘 오후에 시간 어떠세요? 

개인(무슨 소린가 하는 표정)

  

9. 인희 사무실, 진호 사무실 /교차로(낮) 

  

-진호, 인희 통화하는

  

진호죄송합니다. 오늘은.... 

인희그러지 말고, 시간 좀 내주세요. 

진호선약이 있습니다. 

  

10. 인희 사무실.(낮)

  

인희그럼 할 수 없죠. 어쨌든 힘내세요. 진호씨. (전화 끊고)

개인무슨 말이야? 어제 진호씨가 그러고 갔다는 게? 

인희(한심하단 표정으로) 몰랐니? 룸메이트라면서?

개인.....

인희어제 담 예술원 신축 공사에 참가자격을 둔다는 공지가 떴어.

진호씨가 지금까지 준비했던 모든 일이 허사가 됐단 얘기야.

개인.....

  

-플래시 백, 눈물을 흘리던 진호의 얼굴이 스치고.

  

개인(아, 그거였구나, 하는 표정)

인희넌 항상 그런 식이지. 착한 척은 혼자 다하지만 너 따지고 보면

진짜 이기적이야. 

넌 네가 보고 싶은 것만 보는 애잖아? 

개인난 진호씨한테 그런 일이 있는지도 몰랐어.

인희(비웃듯) 하긴 진호씨가 너한테 그런 말까지 했을리는 없지. 

(서류보며 다시 일하는) 

  


11. 담미술관 복도.(낮)

-인희의 사무실에서 나오는 개인. 

-순간, 플래시 백. 진호와 키스하던 장면. 

개인그래서 필름이 끊길 정도로 마신 거였구나.(마음이 아픈) 


12. 미술관 복도.(낮)

  

-개인, 걸어가며 진호에게 전화 거는.


13. 진호 사무실 / 진호방.(낮)

  

-진동 울리는 진호 핸드폰. 

진호 ‘여자동물’개인의 호칭 떠있는 핸드폰. 

-플래시 백. 개인과 키스하던 장면이 스치고. 

  

진호(괴로운 표정으로 보다가 울리는 핸드폰 받지 않고 물끄러미 바라보며)

거기서 나오면 다 끝나는 거야. 


14. 미술관 복도.(낮)

  

-개인, 진호가 전화 받지 않자 실망해서 끊고.

  

개인전화 받을 기분이 아닌가보네. 

그래도 날 믿어보게나, 친구. 

  

15. 길.(낮)

  

-개인, 반찬거리 한 아름 들고 걸어오는. 

길가 인형 가게 앞을 지나치다가 뭔가 눈에 들어오고.

걸음을 멈추고, 물끄러미 창 안을 들여다보는. 

사자 인형 하나가 인형들 틈에 놓여져 있는.


16. 상고재 거실.(낮)

  

-개인, 낑낑거리며 반찬거리 내려놓고 앉으며, 

옆구리에 끼고 있던 사자 인형을 꺼내드는. 

  

개인여기가 이제 네가 살 집이야. 너하고 꼭 닮은 어떤 형아가 사는.

너처럼 롱다리에, (사자가 들고 있는 장미 만져보면서) 자식, 센스 있게 장미꽃까지... 너의 이름은 이제부터 지노라고 명명하겠다. 


17. 상고재 부엌.(밤)

  

-개인, 잔뜩 어질러 놓고 음식을 만들고 있으나, 

무슨 음식인지 정체를 알 수 없는. 

  

개인(냄비에 끓고 있는 찌개 맛보고) 윽, 짜! (물 콱 붓고)

  

-물 붓고, 야채 집어넣고, 소금, 고춧가루 마구 집어넣고, 냄비가 넘쳐나고. 탕수육 비슷해 보이는 튀김을 하다가 아, 뜨거 뜨거, 난리가 나고.

펄쩍 펄쩍 뛰다가 밀가루 그릇 쏟고. 

  

18. 상고재 앞.(밤)

-차에서 내리는 진호, 상고재를 바라보면서.

  

진호토요일까지만이야. 전진호.

더 이상 있을 이유가 없잖아?

(그렇게 말하면서도 왠지, 떠나고 싶지 않은 마음에 서운한)

  

19. 상고재 부엌.(밤)

  

-개인, 부엌 엉망으로 만들어놓고, 정체불명의 음식 만들고 있는.

대문 열리는 소리.

  

개인(화들짝) 진호씨?


20. 상고재 거실.(밤)

  

-진호, 마당으로 들어서는데, 개인 부엌에서 반갑게 뛰어나오는. 

그러다 미끄러져서 넘어지고.

  

진호(놀라서 다가들며) 왜 멀쩡하게 걸어 다니 줄을 모릅니까?

개인(배시시 웃는데, 밀가루 뒤집어쓰고, 입가에 고추장 묻어있고, 얼굴이

볼만하다)

진호(흠칫해 뒤로 약간 물러서며) 대체 무슨 짓을 하다가 나온 겁니까?

개인진호씨 맛있는 저녁 해주려고 준비 중이죠.

진호화생방 훈련하다가 나온 거 아니구요?


21. 상고재 부엌.(밤)

  

-진호, 개인, 거한 식탁 앞에 놓고 마주 앉아있는. 

  

개인차린 건 없지만, 많이 드세요.

진호대체 이 음식의 정체가 뭡니까?

개인대구탕이요. 

진호(국자로 냄비 저어보는) 대구들은 다 어디로 잠적 했습니까?

개인(머쓱하게 머리 긁는) 그게요. 처음에 들어갈 땐, 

제 모습을 하고 있었거든요. 근데 얘들이 전부 어디로 숨었는지...

진호(버럭) 얼마나 휘저어댔으면 애들이 분신을 했겠어요?

개인사람은 마음이 중요한 거잖아요? 마음이.

진호앞으론 그냥 마음만 보여줘요.

개인(흐뭇하게 보며) 난 그렇더라구요. 

아무리 우울하고 슬픈 일이 있어도 잘 차려진 식탁 앞에 앉으면 

갑자기 그래, 잘 될 거야, 괜찮아, 먹고 힘내자.

그러면 진짜 막 힘이 솟는 거예요. 

진호그럼 먹고 힘내서 열심히 살아요.

개인그래야죠. 어서 먹어요. 

진호(눈 마주치지 않고 무덤덤하게) 제발 뛰어다니다 넘어지지 말고, 

상비약도 잘 챙겨놓고, 칼질하다가 비지 말고....

개인칼질은 진호씨가 대신해주면 되고, 뛰어다니다 넘어지면, 진호씨가

일으켜주면 되고, 약도 없으면 진호씨가 구해다주는데 무슨

걱정이예요. 

진호(개인 보며 목소리 약간 높아지는) 내가 언제까지 여기 살겠어요?

개인왜 그래요? 진호씨? 금방 나가기라도 할 것처럼.....

진호(흔들리는) 내가 영원히 이 상고재에 살 건 아니잖아요?

개인(수저 내려놓으며) 그러지 말아요. 겁난단 말이예요. 

진호(수저까지 내려놓고 풀이 죽은 개인을 보면서)

내일 당장 나갈 건 아니니까 어서 먹어요.

개인진호씨가 나갈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니까 입맛도 떨어졌어요.

진호그것도 고쳐요.

개인(보면)

진호사람한테 너무 쉽게 정붙이고, 그거에 연연해 하는 것도....

개인그렇게 생겨먹은 걸 어떡해요?

진호(안쓰럽고) 

개인오래 오래 여기 살겠다고 약속해요? 그럼 먹을게요.

진호어서 먹으라니까요.

개인(미소 지으며) 약속한 거예요? (수저 들고 밥 먹는)

진호(어떻게 해야 하나 답답한 심정으로 밥 먹는 개인을 물끄러미 보는)

  

22. 몽타주(밤) 

  

-설거지 하며 나란히 서있는 개인, 진호. 

개인, 그릇 휙 던지는 시늉하면, 놀라서 받으려고 하는 진호.

  

개인순진하기는. 

진호(흘겨보는)

개인(진호 옆구리 쿡쿡 찌르며) 웃으면 복이 온다네, 친구.

진호댁같은 친구 두면 웃다가도 절로 인상이 써진다네, 친구.

개인어, 어, 우리 진짜 친구 된 거네, 친구?

진호(피식) 내가 어쩌다 댁같은 친구를 두는 팔자가 됐는지 모르겠다네, 친구.

  

23. 진호의 방.(밤)

  

-진호, 상고재 나가려 짐 챙기는. 책상 위의 책들 챙기다가 망설이듯 멈칫하는데. 개인 방문 열고.

  

진호(보면)

개인일해요?

진호(얼버무리며)보면 모릅니까?

개인저 쓰레기 버리러 나가는데.

진호그런데요?

개인무거운데 같이 들고 나가주면 안될까 싶어서?

진호(보면, 달랑 작은 비닐 봉지 하나) 그게 지금 무겁다구요?

개인나갔다가 산책이라도 하고 오면 기분 전환도 되고 좋잖아요.진호(망설이다가 정 떼려는 듯 쌀쌀맞게) 전 일하는 게 기분 전환입니다.

개인(입 삐쭉이며 돌아서는, 혼잣말로) 당장 할 일도 없으면서.....

진호뭐라구요?

개인아, 아니에요.(돌아서려는데)

진호내일 시간 있어요?

개인(돌아보는) 내일? 왜요?

진호(일어서서 문 앞으로 다가오며)

내일 파이널 테스트 한번 하죠.

개인파이널 테스트? 

진호훈련의 성과가 어떤지 총정리 한번 해보자는 겁니다.

개인어떻게요?

진호내가 애인 역할을 해줄테니까, 남자와 정식으로 데이트 한다고

생각하고, 그동안 배운대로 해봐요. 

개인(화들짝) 정말요? 우리 데이트 하는 거예요?

진호파이널 테스트라니까요.

개인(쓰레기 봉투 든 손으로 달려들며) 어쨌든, 고마워요.

역시 내 생각해주는 사람은 진호씨 밖에 없어요. 

진호(떼어내며) 드럽게. 

개인근데, 내일 회사 안가도 되요? 

진호내일은 쉴겁니다.

개인(진호가 왜 쉰다고 하는지 이해하니까, 더 밝은 표정 과장해서)

내일 내가 제대로 기분 전환 시켜줄게요. 

쓰레기 버리고 와서 연습해야지. (팔랑거리며 뛰어나가는)

진호(그런 개인 짠한 표정으로 바라보는)

  

24. 상고재 앞(밤) 

  

- 개인, 쓰레기 봉투 들고 나오는데. 창렬, 술에 취해 계단에 앉아있는.

  

개인(놀라는) 창렬씨?

창렬(술에 취해서, 일어나려고 하면서 비틀거리는) 어, 개인아? 

개인창렬씨가 왜 또 여길 와?

창렬어, 아니야. 갈게. (휘청거리며 내려가려고 하면)

개인(톤 높여서) 왜 자꾸 여길 오냐구?

창렬(울상이 되면서)

그냥 와졌어. 다시는 너 찾아오면 안된다는 거 아는데도, 답답하고

괴로우니까. 그냥 와지는 거야.

누구하고 얘기라도 하고 싶은데 내 얘기 들어줄 사람도 없다. 개인아.

개인그러니까 왜 얘기할 사람도 없이 만들면서 살아? 

(쓰레기봉투 놓고 돌아서려고 하면)

창렬넌 언제나 내 얘길 들어줬는데, 내가 웃으면 같이 웃어주고,

내가 슬퍼하면 같이 슬퍼해주고.

개인죽는 날까지 그래줬을 거야. 창렬씨가 날 그렇게 버리지 않았으면.....

(들어가려고 하면) 

창렬(개인의 팔 잡는)

개인왜 이래?

창렬(울상이 되서) 엄마가....엄마가.....

개인(보고) 어떤 엄마? 돌아가셨어? 

  

-시간 경과. 개인, 창렬 나란히 앉아있는. 

  

창렬결혼하시는 분이 국제협력단인가 뭐 그런데 있대.

(감정에 복받쳐) 

엄마, 이번에 아프리카로 떠나시면 영영 다시 못 볼지도 몰라. 

개인 아프리카? 정말 멀리 가시네. 

창렬아버지 때문에 결혼식에도 못 오시고, 떠나기 전 아들 며느리 손수 밥 

한끼 지어 먹이는 게 소원이시라는데... 평생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데... 

개인인희한테 한번만 같이 가달라고 사정해봐.

창렬완전히 끝났어, 우리. 

개인(보는)

창렬인희는 니 환상속의 날 좋아했던거래. 

니가 날 세상에서 제일 멋진 놈처럼 말하니까 착각했던거래... 

(고개 숙이는) 박개인 앞에서만 제일 근사한 놈이었어, 나.

  

25. 상고재 거실.(밤)

  

-진호, 방에서 컵 들고 나오는. 부엌으로 가려다가 개인의 방 쪽을 보는.

  

진호박개인씨?

-개인의 방에서는 아무 대답 없고.

  

진호(노크하고 개인의 방문을 열어보는. 비어있는 방.)

혼자 산책 갔나.(대문 쪽을 보는.)

  

26. 상고재 앞.(밤)

  

-개인, 창렬 나란히 앉아있는. 

  

창렬(일어서며) 그냥 미친개가 짖었다고 생각해라.

그래, 말도 안되는 거야. 내가 미친 놈이지...

너한테 인희 노릇을 해달라는 게 사람이 할 짓이야? 

  

27. 상고재 마당.(밤)

  

-진호, 대문 앞에 서서 두 사람의 대화 듣고 있는.

  

진호(혼잣말로) 창렬이 저 미친.....

창렬E(울먹이는 느낌) 그런데 분당엄마, 아버지한테 골프채로 얻어맞을 때마다 

온몸으로 막아주신 분이야. 그러다 손등에 흉터까지 생기고... 

진호(인상 구겨지는데) 

창렬E개인아? 미친 짓이라는 거 아는데, 그래도 나 너 밖에 매달려볼

사람이 없다.

개인E 어떻게 나한테 이런 부탁을 할 수 있어? 

진호(안심이 되는)

창렬E분당 엄마.....실은.....나 낳아주신 친엄마야. 

개인E창렬씨. 

진호(어두운 표정으로 돌아서는)

  

28. 상고재 앞.(밤)

  

개인(창렬을 멍하니 보는) 친엄마는 돌아가셨다고 했잖아?

창렬아버지가 바람 피셔서 낳은 거니까.

그래서 돌아가신 엄마 호적에 올라있었어.

마지막이라는 엄마 소원, 어떻게라도 들어드리고 싶어.

개인.....

  

29. 상고재 부엌.(밤)

  

-진호, 화가 난 표정으로 물을 마시고 있는.

개인, 들어오는. 

개인(진호 보고, 호들갑스럽게) 우리 데이트요, 다음에 하면 안돼요?

진호(날카롭게 보는)

개인친구한테 전화가 왔는데, 애를 낳았대요.

진호......

개인(더듬거리며) 친정 엄마도 없고, 친척도 없는 애거든요.

그래서 내가 가서 돌봐줘야겠어요. 

진호(퉁명스럽게) 친구는 영선씨랑 인희씨만 있는 거 아니었습니까?

개인에이, 진호씨도. 저 인간관계 그렇게 삭막한 사람 아니예요. 

진호(돌아서려고 하면)

개인(진호 잡으며) 내일 데이트 못하게 되서 실망 한 거 아니죠?

진호내가 왜 실망을 합니까?

귀찮은 일 안하게 되서 차라리 잘됐네요.

개인무슨 말을 그렇게 해요? 데이트는 진호씨가 먼저 하자고 했으면서?

진호계속 여자 만들기 프로젝트 하자고 하면서 귀찮게 할테니까 

이참에 끝내버리자 하는 마음으로 그런 겁니다.

(방으로 들어가는)

개인꼭 그렇게 쌀쌀맞게 말을 해야 되요?

  

30. 진호의 방.(밤)

  

-진호, 화가 나서, 책상 앞에 앉는. 

  

31. 개인의 방.(밤)

  

-개인, 괴로운 심정으로 침대에 쪼그리고 앉는.

개인(사자 인형 들고) 알아. 일이 잘못 되서 그런다는 거.

화내고 싶은데, 화내는 방법도 모르는 거지? 

바보. 친군데, 솔직하게 다 털어놓으면 어때서. 

-진호의 방문 열리는 소리.

개인(고개 들고)

  

32. 상고재 거실.(밤)

  

-진호, 자신의 방에서 나오는. 개인,방에서 나오는. 

  

개인어디 가게요?

진호(퉁명스럽게) 알아서 뭐하게요? 

개인(다가서며) 미안해요. 

진호(보면)

개인먼저 약속 깬 건 난데, 먼저 화내서. 

(두 손 모으로, 배시시 웃으며) 잘못했어요, 용서해주세요. 네, 교관님.

파이널 테스트 할 기회 다음에 꼭 주세요, 네? 네? 

진호(조금은 누그러지는 느낌으로 보는데)

개인근데, 정말 어디 가요? 어디 가는데요? 나도 같이 가면 안돼요? 

  

33. 거리/진호 차안(밤)

  

-질주하는 진호 차안. 

- 개인, 차 창문 활짝 열어놓고 창밖으로 고개 내밀며 

“야!” 하고 악을 쓴다. 

  

진호(운전하는) 사고 나요, 고개 집어넣어요.

개인(진호 빤히 보며) 진호씨, 한번도 크게 고함질러 본 적 없죠? 

진호...

개인화가 나도 속으로 꾹 참고, 슬퍼도 꾹 참고...

진호(퉁명스럽게) 내가 무슨 캔딘 줄 압니까?

개인그러니까요. 캔디도 아닌데 왜 그렇게 외로워도 슬퍼도 참고 참는 건데요?

진호 외롭지도, 슬프지도 않습니다.

개인그러다 속병 생겨요.

진호...

개인(오디오 볼륨 크게 틀며) 자요, 이제 소리 질러도 안들리니까 한번 해봐요.

(시범보이 듯 창밖을 향해 소리치며)야~! 빨리요!

  

-시끄러운 음악소리에 정신없고 

  

진호(머뭇거리다가 창밖을 향해 건성으로) 야!

개인더 크게요! 야, 까불지마! 이렇게요!

진호댁이나 실컷 해요.

개인한번 해보라니까요. 그럼 속이 확 뚫려요.

(진호 옆구리 간지르며) 응, 응? 이 친구의 소원이네. 

진호하지 마. 사고 난다니까.

개인어. 말 놨다. 진호씨? 우리 그냥 말 트자? 응? 응?

진호싫습니다. 말 트면 뭘 더 트자고 할지 겁나서 못하겠습니다.

개인그럼 그건 나중에 따지고, 소리 한번만 질러보세요, 친구.

이 친구의 소원일세. 

야, 까불지마! 내가 그렇게 만만한 줄 알아? 니들 나중에 다 죽었어! 

진호(보다가 하는 수 없이 힘껏 소리 지르는) 야 아! 

개인 더 크게요!

진호야, 니들 다 까불지마! 

  

34. 한적한 국도변 버스정류장.(밤)

  

-개인, 자판기에서 커피 두잔 뽑는.

  

개인 (커피 내밀며) 받아요. 

원두커피 대신 특별히 오백원짜리 고급 커피로 뽑았어요. 

진호(받고)

개인소리 지르니까 그래도 속은 시원하죠? 

나같은 친구 없는 것보단 났죠?

진호내가 전생에 무슨 죄를 많이 지어서 댁같은 친구를 뒀나 싶습니다.

개인(째려보고) 

진호(커피 마시며 걸어가는)

개인(얼른 쫓아오며)

이왕 이렇게 나온 거 우리 오늘 파이널 테스트 할까요?

지금 데이트 한다 생각하고? 

진호그럴 기분 아닙니다.

개인그런 기분 아니니까, 기분 전환 하자는 거잖아요?

훈련의 성과가 어떤지 궁금하지 않아요? 

한번 시험해봐요. 나 몇 점인지.

진호(개인 위 아래로 훓으며) 의상부터 마이너습니다.

개인이건 너무 준비 없이 나와 그런 거니까 이해 좀 해주구요.

다른 거 시험해봐요. 다른 건 다 잘할 자신 있어요.

진호(진지하게 보다가) 우린 집안의 소개로 만나 사귄지 석달쯤 됐습니다.

개인맞선 같은 거겠죠? 그래서요?

진호내가 할 얘기가 있다고 해서 오늘 여기까지 오게 된 거구요. 

개인(끄덕이고) 와, 상황몰입 막 된다, 그래서요? 그래서요? 

진호나 사랑하는 여자가 있어요.

개인(띵하는 표정으로) 

진호그 여자와 결혼하고 싶습니다.

개인(당황해서) 어, 어떻게 해야 하는 거예요? 

진호그래서 부탁할게요. 개인씨가 집안 어른들께 다른 사람을 사랑하고 있다고

해줘요.

개인(어찌해야 할지 모르고)

진호그 여잔, 우리 부모님께서 반대하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하는 수 없이, 박개인씨를 만난 거구요.

개인(진지한 진호를 보면서 서서히 이 상황에 빠져들고)

나는 지금 진호씨를 사랑하고 있는 거죠? 

진호그건 알아서 해요. 

개인계속 해봐요.

진호난 우리 부모님과 맞설만큼 강한 놈이 못됩니다.

개인부모님을 많이 사랑하시는군요? 

진호그래서 부탁하는 겁니다. 박개인씨가 다른 사람이 있다고 해줘요.

그럼 당분간은 맞선 같은 거 보지 않아도 될테니까.

그렇게 시간을 끌면서 방법을 찾아볼 생각입니다.

도와줘요. 부탁합니다.

개인(애잔한 느낌으로 보다가) 그래볼게요. 

진호(기가 막혀서) 그게 전붑니까? 

개인난 진호씨를 사랑하니까.....진호씨가 해달라는 건 뭐든 해주고 싶으니까......

진호(개인의 어깨를 와락 잡으며)

박개인, 내가 가르친 게 고작 그거야? 

개인(그제서야 이 상황에서 깨어나며 당황해서 보는) 

진호이게 뭐가 달라진 거야? 

머저리처럼 당하며 산 예전하고 뭐가 틀려진 거냐구?

개인저...저절로 그렇게 됐어요. 진호씨가 너무 간절하게 부탁하는 거

같아서....

진호그런 거에 제발 말려들지 말라구.

언제까지 그렇게 사람들한테 휘둘리며 살 거야? 

개인진호씨?

진호(그제서야, 내가 왜 이러지 하는 느낌으로 개인의 어깨에서 손 내리고

물러서는)

개인내가 어떻게 했어야 하는 건데요?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가르쳐주지 않았잖아요? 

진호그냥 뺨을 갈기고 말았어야죠.

개인아, 그런 거구나. (자기 머리 쥐어박으며)

내가 암기 문제는 좀 자신 있는데, 응용 문제는 약해서요.

죄송합니다, 교관님.

전 아직 멀었나봅니다. 앞으로 많은 지도 편달 부탁드리겠습니다.

진호댁같이 진도 안나가는 제자 더 이상 가르치고 싶지 않네요.(앞서가는)

개인(따라가면서 애원하는 느낌으로) 

그래도 시작 했으니 끝은 보셔야죠. 

제대로 할 때까지 가르쳐주십쇼, 네? 교관님? 

진호(보고) 제발 강해져요.

개인(보는)

진호내가 가르칠 건 그게 전붑니다. 

개인알겠습니다, 이 악물고 노력하겠습니다.

진호E(보면서) 그럼 창렬이 자식 부탁은 들어주지 말았어야지. 

당신은 영원히 달라질 수 없을 거야. 

(착잡한 표정으로 돌아서서 걸어가는)

개인(따라가면서) 노력하겠다니까요, 두고 보세요. 

  

35. 상고재 앞.(밤)

  

-멈추는 진호의 차. 

  

진호들어가요. 

개인진호씨는요?

진호집에 좀 잠깐 다녀올게요. 

개인자고 올 거예요?

진호올 겁니다.

개인그럼 들어가서 열심히 복습하고 있겠습니다.

조심해서 다녀오십쇼, 교관님. 

(차에서 내리여 주먹 불끈 쥐어보이는)

진호(복잡한 심정으로 개인을 보다가, 차 출발 시키는)

  

36. 아파트 앞.(밤)

  

-진호모, 나오는. 진호, 기다리고 있는.

  

진호모(다가오며) 아들? 왜 안 올라오고, 나오라고 그래?

진호혜미 방해 안 받고, 우리 장미씨만 보고 가려구. 

진호모혜미 섭섭하게 왜 그래? 

진호(뒤에 감추고 있던 장미 꽃다발 내미는)

진호모(감동해서) 아들? (꽃다발 받고) 너무 이쁘다. 

진호장미씨 요즘 많이 서운하지? 

진호모(밉게 않게 흘겨보며) 서운한거보다 걱정 돼 죽겠어. 어디 가서 밥은 잘 먹나, 잠은 잘 자나... 그거 알아? 엄만 우리 아들한테 내 손으로 지은 밥 먹일 때가 제일 행복한거?

진호(진호모 감싸 안으며) 나 곧 돌아올 거야.

며칠만 기다려, 장미씨.

진호모(화들짝, 떨어지며) 정말? 정말이지? 

진호(씁쓸한 느낌으로 끄덕이는) 

  

37. 상고재 거실.(밤)

  

-진호, 장미 한 송이를 개인의 방 앞에 놓아주고 돌아서는. 

장미 송이에서 서서히 밝아오는 아침.

  

38. 상고재 거실.(아침)

  

-개인, 부스스한 얼굴로 방에서 나오는. 방문 앞에 놓여있는 장미 송이.

  

개인(멍하니 보다가, 장미 송이를 들어보는)

  

-욕실에서 세수하고 나오는 진호.

  

개인이거.....진호씨가?

진호잊지 말아요, 장미엔 가시가 있다는 거.

그걸 깨닫는 순간, 박개인씨는 하산해도 됩니다.

개인(달려들어 껴안으며) 역시 교관님이세요.

하나라도 더 가르치시겠다는 열정, 존경해요. 

진호(순간 굳어지는 표정)! 아, 아, 장미 가시.

개인 포옹하는 순간에, 주는 싸한 고통. 

이게 장미의 매력 아니겠어요? 

진호 (보다가 감정 흔들리며 외면하는)

  

39. 진호의 사무실/ 인희의 사무실.(아침)

  

-진호, 상준 들어오면서.

상준진성 고등학교 체육관 공사 의뢰 왔는데, 조건이 괜찮아. 

진호(보는데, 핸드폰 울리는 받고)

네? 김인희씨?

인희최관장님, 별장에 내려가신 거 같아요.

위치 문자로 찍어드릴테니까 한번 찾아보세요.

관장님, 본사에 들어가셔서 회장님과 심하게 싸우셨다는 얘기 회장님

비서실을 통해 들었어요.

그럼 아직 가능성은 있다는 거예요. 그러니까 포기 하지 마세요.

진호어쨌든 고맙습니다. 

(전화 끊는) 

상준이미 담 예술원 프로젝트 물건너갔는데 김인희씨 무슨 일로 전화를 해?

(그때 울리는 핸드폰, 이름 보더니 진호 눈치 한번 보고. 소리죽여 받고) 언니? 아침부터 웬일이야?

진호(어이없는) 언니?

  

  

  

40. 커피숍 앞.(낮)

-상준, 걸어가면서.

상준나도 이제 게이 흉내 끝이다. (의미심장하게)

영선씨, 저 퍼펙트한 남잡니다. (끄덕이며 걸어들어가는)

  

41. 커피숍 정도의 장소.(낮)

  

-상준, 영선 앉아있는. 

  

영선그때 말한 화장품하고 비타민. 이건 그냥 물에 타서 먹으면 돼.

피부는 한번 나빠지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가 없는 거다? 

상준(영선이 가져온 것들 보며 좋아라 웃고) 고마워, 언니. 

정말 언니밖에 없다.

영선 (그런 상준보며 망설이다) 저기... 근데 뭐 좀 물어볼게 있는데.

이건 정말... 개인이한테도 쪽팔려서 말 안 한건데...

상준뭐야 언니? 무슨 고민인데?

영선저기... 그쪽이 봤을 때... 그러니까 남자의 시선으로 봤을 때... 

여자로서 나 어때?

상준(조금 뜨악해서 보다가) 언니가 여자로 느껴지냐는 거야? 

영선그게 아니라! 상준씨 같은 사람들은 미적 감각도 탁월하다며, 

그래서 객관적인 시선으로 말해 줄 수 있을 거 같아서...

내가 여자로서 매력이 없어? 

상준 무슨 소리야. 내 눈엔 언니 상태 아주 베리 굿이야.

영선(안도하는) 그치? 아유, 역시 동생밖에 없어.

내가 피부 관리도 받고, 헬스도 얼마나 열심히 다니는데... 

상준근데 그건 왜 물어봐? 

영선아냐, 그런 게 있어. 여자로서 베리 굿. 좋아, 좋아. 

정말 상준씨 같은 친구가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

(일어서며) 나 화장실 좀. (걸어가는)

상준어머, 어머, 나 어떡해, 어느새 게이 노릇에 중독 됐나봐.

  

42. 상고재 마당 (낮)

- 진호 퇴근해서 들어오는데, 

개인, 머리 젖은 채로 빨래줄의 옷 걷으며 왔다갔다 외출준비가 분주하다.

방으로 들어가려다 다시 고개 쏙 내밀고 진호를 아는 척.

  

개인퇴근하는 거예요?

진호뭐가 그렇게 바빠요?

개인친구가 애 낳아서 가야 한다고 했잖아요.

진호그럼 일찍 갔어야 하는 거 아닙니까?

개인(얼버무리며) 그...그게, 다녀왔죠, 애기가 옷에 토를 해서 갈아입으려고

온 거예요. 

진호(서늘해지고) 잘 다녀와요.(방으로 들어가는)

개인개인이 너, 왜 이런 거짓말까지 해야 하는 건데. 

  

43. 상고재 / 개인방(낮) 

  

-방문 열려 있고, 개인, 드라이로 머리 말리고 있는. 

진호, 자기 방에서 나오는데.

개인(진호에게 신경 쓰다가, 드라이를 얼굴 쪽으로 대고 있는)

앗 뜨거. 

진호(보면)

개인(얼굴 만지면서 아, 아, 신음 하는)

진호(다가오는) 또 왜 그럽니까?

개인드라이로 얼굴을 뎄나봐요.

진호(한심하게 보며 들어서는) 대체 제대로 할 줄 아는 게 뭡니까? 

-위잉 드라이 소리와 함께 진호, 개인의 머리 말려주는.

진호(머리 말려주면서, 참으로 복잡하다)

애기 보러 가면서 머리까지 해요? 

개인(얼버무리며) 애기가 토한 게 머리에도 묻었나봐요. 

진호(그러다가 멈칫하는. 개인의 뒷목에 길게 나있는 흉터 보고)

-개인 눈치 챈 듯 목 움츠린다.

  

개인거기 흉터 있죠?

진호왜... 이런 거예요?

개인거기 말고도 몇 군데 더 있는데, 할머니 말로는 

깨진 유리창에 다친 거래요. 

진호기억에는 없어요?

개인너무 어렸을 때라서. 

그런데 지금도 깨진 유리조각들 보면 이유 없이 소름이 돋을 때가 있어요.

아마 그때 크게 다쳤었나 봐요. 

(일어나며) 됐어요. 빨리 다녀올게요. 

진호계속 돌봐줘야 하는 거 아니예요?

친정 엄마도 없고, 친척도 없어서 돌봐줘야 하는 친구라면서요?

개인그...그게요, 산후조리원에 있는데, 제가 없어도 되겠더라구요.

워낙 시설이 좋아서.

진호그럼 지금은 왜 또 갑니까? 다녀왔다면서?

개인그게....아, 친구가, 잣죽이 먹고 싶다는 거 있죠.

그거 사가지고 가야 해서....

진호(거짓말하고 있는 개인을 답답한 심정으로 보는)

개인다녀올게요. (나가려고 하면)

진호(잡는)

개인(보는)

진호그 꼴로 나갈 겁니까? 

개인(츄리닝 차림인 자신의 모습 내려다 보고)

아, 난 왜 이렇게 정신머리가 없냐. 

  

44. 분당엄마 집(밤)

  

- 한상 거하게 차려진 앞에 창렬과 개인 나란히 앉아 있고. 

그 앞에 분당엄마 흡족한 미소 짓고 있는.

  

개인(꾸역꾸역 먹기만 하는)

엄마(흐뭇하게 웃으며) 인희가 식성이 참 좋네. 

직업이 큐레이터라고 해서 까다롭지나 않을까 걱정했는데. 

창렬(먹기만 하는 개인이 보면서 어색하게)

인희가 원래 맛있는 거 보면 정신을 못차려요. 

엄마식성 좋은 사람 치고 성격 나쁜 사람 없댄다. 

근데, 인희는 참 말수가 적다.

들어서면서 안녕하세요, 한마디 하곤 통 말을 안하네.

개인(억지로 미소 짓고 또 꾸역 꾸역 먹고)

엄마(개인의 빈 밥그릇 들고) 좀 더 줄게. (일어서서 밥통 앞으로 가고)

창렬(개인에게 귓속말로) 말 좀 해라.

너무 먹기만 한다.

개인밥만 먹어달라며? 

창렬아니, 그건....

엄마(개인 앞에 밥 가져다 놓는) 인희가 맛있게 먹어주니까 너무 좋다.

개인(또 꾸역 꾸역 먹는)

엄마밥 먹고 나서 우리 얘기도 좀 많이 하고 그러자.

우리 창렬이랑 어떻게 만났는지, 어떻게 프로포즈 했는지

하나부터 열까지 너무 너무 궁금하다. 

창렬내가 얘기할게. 엄마. 우리 인흰 워낙 과묵해서 말 잘 안하는 편이야.

  

45. 분당 엄마집 욕실.(밤)

-개인, 손을 씻으며 거울을 보는.

개인여기서 뭐하고 있니? 한심하다, 박개인. 

  

46. 분당 엄마집 거실.(밤)

-개인, 욕실에서 나오는데, 창렬에게 과일 먹여주며 얘기하고 있는 엄마.

엄마진호하고 정면 승부 하게 될 거 같다고 했던 그 일은 어떻게 됐어?

그래서 통 시간 낼 수 없다고 했었잖아? 

창렬아, 그거. 난 그러고 싶었는데, 아버지가 또 나서셨지 뭐.

개인(굳어져서 듣고 있는)

엄마아버지가 어떻게 하셨는데?

창렬MS 최회장을 구워 삶으셔서 진호 자식 아예 판에도 끼지 못하게 만드셨지 뭐.

엄마그랬어? 에이, 그럼 잘됐네 뭐.

난 부모 대의 악연이 니들 대에까지 이어지는 거 같아서 은근히

걱정스러웠는데.

개인.....

엄마이젠 결혼도 했으니 진호한테 너무 신경 쓰지 말고, 인희하고

행복하게만 살아. 

(그러다 개인을 보고) 아니, 거기서 뭐하고 서있어? 

(얼른 다가와 개인이 손 끌며) 나 우리 인희한테 줄 거 있는데.

(마지 못해 끌려오는 개인 소파에 앉히고) 

개인......

엄마(작은 상자 하나 꺼내 내놓는)

개인(보면)

엄마창렬씨 아버지랑 결혼 할 때 받은 거야. 너한테 주고 싶어서....

개인아니에요.

엄마(상자 열면, 브로치가 들어있다, 꺼내서 개인의 가슴에 달아주면서)

어머, 어머, 너무 잘 어울린다. 

개인(난처하지만, 어색하게 미소 짓는)

  

47. 상고재 앞.(밤)

  

-창렬의 차에서 내리는 창렬, 개인.

  

창렬오늘 너무 고마웠어.

개인(가슴에 달린 브로치 빼서 창렬의 손에 쥐어주는)

창렬이걸 왜?

개인이걸 왜 내가 받아.

창렬엄마가 너한테 주신 거잖아?

개인인희한테 주신 거지.

창렬인희 받을 자격 없어.

개인난 받을 자격 있구? 

창렬(개인의 손에 쥐어주며) 

그래도 너한테 주신 거니까 네가 알아서 해.

개인그런 뒤처리까지 왜 내가 해야 해? 인희한테 주던지 버리던지 창렬씨가

알아서 해. (집으로 들어가 버리는)

창렬(서운해서 보고 있는)

  

48. 상고재 마당.(밤)

  

-마루로 올라오는 개인, 방에서 나오는 진호. 

  

진호지금 와요? 

개인(갑자기 입을 틀어막고 마루로 뛰어올라가는)

  

49. 상고재 욕실.(밤)

  

-개인, 뛰어 들어와서 변기 앞에 쪼그리고 앉아 구토하는. 

  

진호(문 앞에서) 왜 그래요? 체했어요?

개인(저리 가라고 손짓하는)

진호(한심하게 보면서 따라 들어와 개인의 등을 쳐주는) 애기 보러 가서 뭘

얼마나 먹어댔길래.....

개인(괴롭게 구역질을 하는)

진호(인상 구기면서 등을 쳐주는) 어지간히도 드셨나보네.

  

50. 상고재 거실.(밤)

  

-욕실에서 나오는 개인, 진호. 

  

개인(눈치 보면서) 친구가 잣죽 먹어서 미역국 안먹겠다고 하잖아요.

아까워서 다 먹었더니 체했나봐요.

진호들어가서 자요. 

개인(진호의 팔 잡으며) 나 손 좀 따줄래요? 

진호나 그런 거 할 줄 모릅니다.

개인내가 가르쳐줄게요. 

진호그럼 혼자 해요.

개인왜 또 그래요? 친구가 체했는데, 그만 일도 못해줘요? 

진호할 줄 모른다구요.

  

-진호, 바늘 들고, 개인의 실로 칭칭 동여맨 손 잡고 앉아있는.

개인(배시시 웃으며) 꼭 툴툴거리면서 해줄 건 다해주더라.

그냥 처음부터 해주면 고맙다는 소리 듣고, 좀 좋아요.

진호(바늘로 찌르는 거 겁나는 표정으로 보고만 있는)

개인그냥 콱 찌르면 되요. 

진호(보다가 눈 질근 감고 쿡 찌르는)

개인악. 아예 손가락을 뚫어버리자, 작정 했어요? 

진호(눈 뜨고)

개인(휴지로 피 닦으면서) 와, 진짜 된통 체했나보다. 피 시커먼거 봐.

진호됐죠? 그럼. (일어서려고 하면)

개인창렬씨 아버지와 진호씨 아버지 대 악연이 있다고 하던데?

진호(멍해져서 보는)

개인무슨 일이 있었던 거예요? 

진호(앉으며) 그건 어떻게 알았어요? 

개인예...예전에 창렬씨한테 들은 기억이 있는 거 같아서....

진호창렬이 자식, 별 얘길 다 했군.

개인자세한 얘긴 못들었는데, 무슨 일이 있었어요?

진호창렬이 아버지가 우리 아버지 회사 부하 직원이셨어요.

개인그런데요?

진호경쟁 업체와 손잡고, 아버지한테서 경영권을 뺐으셨어요. 

그 분을 못이기시고 결국 아버진 돌아가시고.....

개인(아, 하는 표정) 그래서.....그렇게 자신에게 가혹했던거군요?

잃어버린 걸 찾을 때까진 다른 생각하지 말자 하면서. 

진호(자조적으로) 가혹하기만 하면 뭐합니까? 

아무리 이 악물고 달려도 늘 제자리 걸음인 걸.

개인(진호 손 잡으며) 이번 일 꼭 포기해야 하는 거예요?

진호(보는)

개인다른 방법이 없는 거예요? 너무 억울하잖아요?

비겁하게 뒤에서 일 꾸미고 진호씨가 참가하는 것까지 막는 건? 

진호그건 또....어떻게 알았어요?

개인(멈칫하다가) 미, 미술관에서 사람들이 얘기 하는 거 들었어요.

창렬씨 아버지가 MS 그룹 회장님을 구워 삶아서 일이 이렇게 됐다구.

진호.....

개인정말 포기할 수 밖에 없는 건가요?

방법이 아주 없는 거예요? 

진호씨 머리 좋은 사람이잖아요? 제발 무슨 방법이라도 좀 생각해봐요.

당당하게 싸우다가 지는 건 할 수 없지만, 비겁한 방법을 동원한

사람들한테 지는 건 너무 억울하잖아요? 

진호.....

  

51. 진호의 방.(밤)

-진호, 책상 앞에 앉아 핸드폰 문자 들여다 보는. 

최관장 별장 위치가 찍혀 있는.

진호(깊은 시선으로 문자를 바라보다가 고개를 드는)


52. 최관장 별장 앞.(낮)

-서있는 진호, 산책하고 오는 최관장.

최관장전진호씨, 정보력이 대단하군요.

  

53. 호숫가(낮)

  

- 최관장 낚싯대 드리우고 앉아있는 모습 고독해 보이고.

진호 그 옆에 가만히 서서 최관장 뒷모습 보는. 

최관장 언제까지 그렇게 서 있기만 할 거죠?

진호(주위 둘러보며 능청스럽게) 주변경치를 감상중이니 전 신경쓰지 마십시오. 

최관장그럼 계속 감상해요.

  

- 시간경과. 진호 최관장 말없이 있는 모습. 

최관장 (신경 쓰이는 듯 진호 흘끗 보는) 낚싯대 갖고 옆에 앉아요.

진호(조금 반갑게 보는) 예?

최관장전소장이 그렇게 서슬퍼런 눈으로 노려보니 고기들이 다 도망가서요. 

진호아, 예. (낚싯대 어설프게 꺼내들고 옆에 앉는)

최관장 낚시 해봤어요?

진호아뇨.

최관장 (무언가를 건네주며) 받아요.

진호(의아한 표정으로 받아 열어보다가 움찔 놀라는, 꿈틀거리는 갯지렁이.)

최관장여기 물고기들이 제일 좋아하는 거예요.

- 진호 갯지렁이 꺼내려 손 뻗다가 차마 용기가 안 나서 인상 쓰는.

그런 진호 재미있어 하는 최관장.

최관장낚시바늘에 갯지렁이 끼워, 짓궂게 진호의 얼굴 쪽으로 내미는.

진호 질색하며 몸을 뒤로 젖혀 피하는.

최관장 의외네요, 전소장. 세상에 무서운 게 없는 사람 같았는데.

진호(체면 차리듯 정색하며) 지렁이만 빼곤 다 괜찮습니다. 

(하는데 툭 진호의 다리 위로 떨어지는 벌레, 엄마야! 질색하며 일어서는)

최관장(웃고) 

(호숫가 보며)왜 담예술원 얘기를 안 꺼내는 거죠? 그것 때문에 왔을텐데? 

진호 지금은 친구가 되어드리는 게 더 좋을 것 같아서요.

최관장 사랑고백 해본 적 있어요?

진호?

최관장(회상에 젖어) 난 대학 후배였어요. 그 애가 학교 도서관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덕분에 하루도 빼놓지 않고 도서관을 들락 거렸죠. 

그리고..... 그 애랑 사랑이라는 걸 했죠. 참 싱거운 얘기죠? 

진호(궁금한듯 보고)..헤어지셨습니까?

최관장그 애한테 내 사랑은 독이나 다름없었으니까요. 

내가 먼저 헤어지자 그랬죠.

진호.......

최관장(쓸쓸하게 미소 짓고) 저번에 빌려준 그 손수건. 

그 아이가 유일하게 남긴 선물입니다. 

진호그런 소중한 선물을 왜 제게 빌려주셨는지...? 

최관장이렇게 친구가 되려고 그랬나보죠. 

가끔 생각해요. 그때 고백하지 않았더라면 어땠을까?

그러면 그 아이도 계속 좋은 친구로 남아 있지 않았을까? 

진호하지만 사람 마음이라는 게 자기 마음대로 되는 건 아니잖습니까?

최관장(묘하게 미소 지으며) 자기 마음대로 되지 않는 마음이라....

진호안된다는 걸 알면서도 누구나 마음을 키우고 꿈을 꾸듯이 말입니다. 

하지만 아무리 작아도, 소수의 것이라도... 

모든 꿈은 다 고귀한 거라고 생각합니다.

최관장 담예술원을 향한 전소장의 꿈도 그런 거겠죠?

진호아직은 버리고 싶지 않은 꿈이라 이렇게 찾아왔습니다.

최관장(진호를 보다가, 시선 돌려 낚시대를 보면서 묘한 미소 짓는)

  

54. 상고재 마루.(밤)

-마루 끝에 앉아 밤하늘을 올려다보는 개인, 진호.

진호하는데까지 해봤으니 이제 아쉬움은 없습니다.

개인(보는)

진호상고재 마루에 앉아서 올려다본 밤하늘.....살면서 많이 그리울 거

같네요.

개인오래 오래 여기서 살면 되잖아요? 

진호(밤하늘만 올려다보는)

  

55. 진호사무실 외경(아침)

  

56. 진호사무실(아침)

  

- 태훈E “어, 형! 그 옷..!” 

태훈 상준 똑같은 옷 입고 마주보고 있는.

  

태훈그거 진호형 옷 아니에요?

상준진호가 안 입길래 얻어 입은 건데. 너도 똑같은 옷이 있었냐?

태훈(버럭) 진호형 따라서 똑같은 거 샀단 말이에요!

상준둘이 사귀냐? 

태훈(노려보며) 혜미가 좋아하니까 따라하려고 그런거죠! 

앞으로 진호형이 입는 거, 먹는 거 다 따라할 거라구요! 

  

-진호 사무실로 들어오는.

  

태훈(진호 쫓아가며) 형! 상준이 형한테 저 옷 주지 마요! 

너무 껴서 터질 거 같다구요. 

상준저게! 

진호(정색하며) 태훈이 너, 계속 공과 사 구분 못하고 떠들 거면 사표 써. 

(매정하게 방으로 들어가는) 

태훈진호형, 나한테 너무 쌀쌀맞은 거 아니예요?

상준그러니까 왜 진호랑 똑같은 옷을 입고 그러냐?

태훈그러는 형은요?

상준너하고 내가 같냐? 우리 사이엔 네가 모르는 비밀이 있단다 얘야. 


57. 진호사무실(아침)

  

-진호, 책상에 가방 내려놓고 의자에 주저앉으며 

3부에서 개인이 진호에게 선물해준 미니어처 손가락으로 톡톡 두드리는.

  

진호(혼잣말) 박개인...

-플래시 백. 개인과 키스하던 장면.

진호내가 정말 왜 그런 걸까? (혼란스러운 느낌에 빠지는)


58. 담미술관 어린이 휴게실 (낮)

  

- 개인, 인테리어 스케치하고 있는데 최관장 들어오는. 

개인 반가워 일어서고.


59. 담미술관 일각 (낮)

  

개인무슨 말씀이세요, 그게?

최관장내가 없더라도 박개인씨 일은 후임자에게 

잘 얘기해 놓을 테니 염려 말고 진행하라고요.

개인하지만 왜 갑자기... 혹시 담예술원인가 하는 그 문제 때문인가요? 

최관장네, 그 일로 전진호씨 걱정 많이 하고 있죠?

개인그런 거 같긴 한데, 워낙 표현이 없는 친구라서 더 신경이 쓰여요.

최관장전진호씨 만나면 전해줘요. 담예술원... 한번 싸워볼 생각이라구. 

잘 되면 남겠지만, 안 되면 떠날 각오로다. 

개인최관장님...

최관장그래서 박개인씨한테 얘기하러 온 겁니다.

(각오 다지듯) 어쩌면 인사도 못하고 바로 떠나야 할지도 몰라서

대신 인사나 전해달라고요. 

개인(보다가 잔뜩 비장하게) 꼭 이기셔야 되요. 파이팅!


60. 미술관 복도(낮)

  

-한회장, 창렬, 김비서 걸어오는.

  

한회장(창렬에게) 기초 컨셉 작업은 완벽하게 한 거지?

창렬그렇지만, 약속도 없이 들이닥쳐서 예술원 컨셉 브리핑 하겠다고 하면

좋아 하겠어요?

한회장시간 내달라고 하면 어서 옵쇼 할 사람이야? 

일이 되게 하려면 얼굴에 철판 깔고 무대포로 밀어붙여야 하는 거야.

  

- 하는데 개인, 저만치 오는 창렬 일행 못보고 급하게 뛰어가고. 

  

한회장(양미간 구겨지면서, 개인을 유심히 보는)

쟨....쟤... 네 결혼식 깽판 놨던 그 애 아니냐...?

창렬(개인이 왜 여기 있는지 놀라는 표정으로)

김비서역시 회장님께선 눈썰미가 남다르십니다, 한번 보고 딱 알아보시니.

근데, 박개인씨가 왜 여길...?

한회장(김비서에게) 가서 저 애가 왜 여기 있는지 알아봐. 

  

61. 최관장실 앞(낮)

  

-한회장, 창렬, 최관장과 문 앞에서 마주치는.

  

한회장아이고, 최관장님. 안녕하셨습니까? 

최관장(난감한 듯 보는) 무슨 일로?

한회장잠시 드릴 말씀이 좀 있어서...

최관장(창렬이 들고 있는 자료들 보며) 죄송합니다만 급히 본사에 들어 가봐야 해서요. 다음에 사전 약속을 하고 오시지요. 

한회장잠시면 됩니다.

최관장(말 끊고 정중히 인사) 그럼.

  

- 한회장, 최관장 뒷모습 보며 얼굴 일그러져 헛기침.

  

창렬거봐요. 제가 뭐랬어요. 약속 없이 찾아오고 그러는 거 안 통한다니까.

최관장(창렬 노려보는)

창렬(맞을까봐 미리 방어하는) 

김비서알아냈습니다! 

  

-한회장, 창렬, 김비서를 보면. 

  

김비서박개인씨가 박철한 교수님 따님이라, 최관장님이 어린이 휴게실

책임자로 특채를 하셨다는데요. 

한회장뭐? 누가 누구 딸? 

김비서박개인씨가 박철한 교수님의.....

한회장(창렬의 뒤통수를 내리치는)

창렬아버지...

한회장네가 박철한 교수 딸을 차고, 그 뭣같지도 않은 기집애랑

결혼을 하려고 했다는 거야? 네가 제 정신인 놈이야? 

창렬그게 왜요? 

한회장(버럭) 박철한이 누군지 몰라? 건축계의 전설이야, 전설.

그런 사람의 딸을 네가 물 먹여? 

창렬누가 누구의 딸인게 뭐가 중요한데요? 

한회장잔말 말고 다시 시작해. 

창렬네? 

한회장무릎 꿇고 빌든 어쩌든 박교수 딸 다시 만날 때까지는 들어올 생각도 말아! 

창렬아버지! 

  

62. 진호 사무실 일각(낮)

  

-태훈 상준 마주 서서 커피마시고 있는

  

태훈담예술원 정말 가망 없는 걸까요?

상준글쎄, 아까도 보니까 홈페이지가 다운됐더라. 

참가자들 반발이 만만치 않은 모양인데 며칠 더 기다려보면 확실해지겠지. 

태훈(물끄러미 상준 보다가) 그래도, 그 옷은 벗어요. 

그거 정말 형한테 안 어울리거든요.

상준아, 자식! 또 시작이네.

태훈 (상준 옷 벗기려하고) 벗어요! 벗으라구요. 형하고 커플룩 싫다구요! 

상준(실랑이하다 커피 쏟는)야, 커피 쏟았잖아!

태훈(상준 옷 벗기며) 그러니까 벗으면 되겠네.

  

-상준과 태훈 옷 벗기려 실랑이 하는데 개인 들어서는.

개인, 뛰어 들어오다가 두 사람 보고 멈칫 놀라고.

  

상준(개인보고) 안녕하세요... 

(하다가 반쯤 벗겨진 옷 깨닫고 화들짝)아, 그러니까 이건... 그런게 아니라...

개인(두 사람 번갈아보면 커플룩이다) 설마, 두 분...?

상준(주위 의식해 개인 끌고 진호 방으로 들어가며) 제가 다 설명할게요. 

그러니까 이 상황은 오해가 좀... 

개인(끌려들어가며) 상준씨, 사람이 어떻게 그럴 수 있어요? 

지금 진호씨가 얼마나 힘든 상황인데... 애인이란 사람이... 

상준(기겁해서 얼른 개인 입 틀어막고)! 

태훈(그런 두 사람 보며 뭐지하는 표정) 애인? 


63. 진호 사무실 /진호방(낮)

  

- 개인 상준에 의해 끌려 들어오며. 

  

개인 실망이에요. 난 두 분 사랑 축복해 주고 싶었다고요. 

진호(일하다가 보며) 무슨 일이야?

상준박개인씨가 태훈이랑 나랑 그렇고 그런 사인 줄 오해 한 거 같아서...

(얼른 진호 팔짱끼며 윙크) 알지? 나한텐 자기 밖에 없는 거?

진호(기겁하며 상준 뿌리치는)

개인(미심쩍게 상준 보고)

상준(개인 의식해서 오버하는) 아잉, 자기, 개인씨 앞이라고 수줍어하는 거양?

진호(부탁하듯) 태훈이랑 형... 제발 좀 사귀어라.

상준아잉, 자기 질투하는구나~

진호(상준 발로 걷어차듯 내보내는)

개인잘 생각했어요. 양다리 걸치는 인간들은 절대 봐주면 안돼요. 

진호사귄 적 없어요. 둘 다.

개인네?

진호처음부터 박개인씨가 오해한 거라구요.

개인오해라니요? 

진호(개인 보며 모든 사실 털어놓을까 망설이고)...

개인(왠지 기대에 차서) 그럼 둘 다... 진호씨 애인이 아니란 건가요?

진호나 사실은.....

개인조금 전에 최관장님 만났어요. 

담 예술원 일, 잘 해결 될지도 모르니까 힘내라구요.

그거 알려주고 싶어서 한달음에 달려 왔어요.

진호(순간, 표정 밝아지는)

개인떠날 각오로 싸워보시겠대요. 그런 각오로 싸우시면 이길 수 있는

거잖아요? 그러니까 너무 낙담해있지 말아요. 

진호그 얘기면 전화로 해도 되잖아요? 

개인진호씨가 좋아하는 모습 눈으로 보고 싶어서요.

진호(말간 얼굴로 웃는 개인 보며 미안한) ...


64. 담미술관 주차장(낮)

- 창렬의 차, 창렬, 전화중. 김비서 운전석에.

  

창렬개인이 지금 미술관에 없어요. 

알았어요, 기다렸다 만나고 갈게요. (전화 끊는데) 

  

-진호의 차 와서 멈추고. 진호의 차에서 내리는 진호와 개인.

  

창렬(굳어지고) 

김비서어, 박개인씨! 근데 전진호 소장 차에서 같이 내리는데요? 

둘이 무슨 관곈가... 

창렬나 때문에 그런거야. 

내가 그 자식이랑 앙숙인거 알고 개인이 딴엔 복수하겠다는 심정이겠지.

김비서그렇게 보이진 않는데요. 

-개인, 진호, 미술관 계단으로 올라가고. 

-창렬, 김비서 차에서 내리는. 

미술관 안으로 들어가는 진호와 개인, 의심가득한 눈으로 보는데.

- E :“어, 한창렬?” 

  

65. 담미술관 일각(낮)


- 창렬, 친구와 친구 약혼녀 같이 얘기 나누는. 김비서 옆에 서있고.

  

친구와, 이게 얼마만이냐? 

창렬귀국했다는 얘기는 들었어.

친구 넌 결혼했다며? 맞아, 여기 미술관 큐레이터라고 그랬던 거 같은데?

창렬어떻게 알았어?

친구여기 최관장하고 좀 아는 사이거든. 

(약혼녀 보며) 이 친구 개인전도 여기서 할까 해서 다녀가는 길이야.

창렬그래? 최관장이랑 안다고?

친구유학시절에 잠깐. 어차피 우리랑은 다른 사람이라 뭐 그다지 친한 건 아니었지만.

창렬다른 사람이라니 무슨 소리야 그게?

친구 (의미심장하게) 최관장... 좀 특별하거든.

창렬특별해?

친구(소근대는 느낌) 너 최관장이 좋아하는 게 뭔 줄 알아?

창렬(솔깃한 표정) 뭔데, 그게? 

  

66. 담미술관 최관장실(낮)

  

-진호, 최관장 마주 앉아 차 마시는.

진호, 테이블 위에 손수건 내려놓고.

  

진호 그런 의미 있는 손수건인 줄 알았으면 

좀 더 빨리 돌려드릴 걸... 죄송했습니다.

최관장이렇게 돌려받았으니 됐습니다.

진호박개인씨한테 얘기 들었습니다, 담예술원건.. 떠나실 각오로 싸워보시겠다고. 결과가 어떻든 감사하다는 말씀 드리고 싶어서 왔습니다.

최관장(웃고) 그거 알아요? 전소장하고 있으면 이상하게 기분이 좋아지는 거.

진호저도 최관장님 만나면 즐겁습니다. 

최관장 (차 마시며 툭 던지듯) 그럼 내가 전소장 좋아하는 것도 압니까?

진호저도 최관장님 좋아합니다.

최관장(놀라서 빤히 보며)정말... 입니까?

진호(해맑게)네, 최관장님... 매력 있는 분이시니까요.

최관장(깊은 시선으로 보며) 전진호 소장...

진호네?

  

67. 담미술관 일각(낮)

  

창렬(친구에게) 말해봐. 최관장이 좋아하는 거라니?

친구(망설이다가 손 내젓는)아니야, 아무것도.

창렬(다그치듯) 뭔데 그래? 그렇지 않아도 어떻게 최관장의 환심을 사나 고민 중인데 이 기회에 친구 덕 좀 보자.

친구마, 넌 죽었다 깨어나도 안 될걸?

(다시 망설이다 주변 돌아보고 목소리 낮춰)최관장이 좋아하는 건...

  

68. 담미술관 최관장실(낮)


-진호, 황당하고 멍한 표정 짓고 있는 위로.

친구E “남자야.”

  

진호죄송하지만... 지금 뭐라고...? 

최관장드림아트센터 PT 때부터 눈여겨보고 있었습니다. 

전소장의 정체성에 대해 듣는 순간 우린 특별한 인연이다 싶더군요.

진호설마 그럼...?

최관장다신 고백같은 거 안 할 생각이었는데

같은 아픔을 가진 전소장이라면 내 마음을 이해해 줄거라 믿어요. 

그래서 고백할 용기를 내기로 했고요.

진호(뭔가에 얻어맞은 듯한 표정으로 보는) ...

최관장지금 당장 뭘 어떻게 하자는 건 아닙니다.

차차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도 재미있을 테니까. 

진호(난감한 표정으로 최관장 보고)... 


69. 담미술관 일각(낮)


- 진호 얼빠진 듯한 얼굴로 걸어가는. 손으로 양미간 누르는. 

창렬 진호에게 다가오며

  

창렬아니 이게 누구야?

진호(상대하지 않고 가려고 하면) 

창렬담예술원에서 구멍가게들은 떨려난 줄 알았는데 

아직도 여기 들락거릴 일이 남아있었냐?

진호(나직하게 위협하듯) 상대해줄 기분 아니니까 가라.

창렬왜, 최관장한테 무슨 약속이라도 받았냐? 

너 밀어주겠다고 그래? 

진호(불꽃 튀는 눈으로 노려보고) 무슨 소리야? 

창렬(찔끔하지만 다시 빈정대고) 정정 당당하게 맨주먹으로 승부한다는 게 고작 그거냐? 게이인척까지 해가며 최관장 환심 사는 거냐고! 

  

- 진호주먹이 날아가고, 창렬 바닥에 널브러지는.

  

창렬(손등으로 얼굴 닦으며 일어나고)실망이다, 전진호.

그래도 난 네 놈이 룰은 아는 녀석이라고 생각했는데...

최관장이 게이란 것까지 이용할 정도로 비열한 놈일 줄 몰랐다. 

진호(주먹 부들부들 떨며) 최관장님 이용한 적 없어! 

창렬그럼, 설마... 네가 게이라도 된다는 거야?

진호뭐? 

  

- 하는데 언제부터인지 미술관 일각에서 지켜보고 있던 최관장.

눈 마주치자 표정 굳어지는 진호.

  

플래시백) 

그 애한테 내 사랑은 독이나 다름없었거든요.

다신 고백같은 거 안 할 생각이었는데

같은 아픔을 가진 전소장이라면 내 마음을 이해해 주겠죠. 

그래서 고백할 용기를 내기로 했어요.

  

-진호, 최관장과 창렬 번갈아 보는.

-자료 들고 모퉁이 돌아서던 개인. 두 사람을 보고 걸음을 멈추는데. 

  

창렬대답해 봐! 최관장 이용한거라구! 아님 너 진짜 게이야? 

진호(최관장 얼굴 보며 망설이다가 힘겹게) 그래...

개인(굳어지는 표정으로)

창렬(놀란) 뭐?

진호(눈 감으며) 나 게이야.

  

- 개인, 그 소리에 자료 떨어뜨리는. 

- 진호, 고개 돌리는데 뒤에 있는 개인과 눈 마주치고.

  

개인(조금 울먹이는 표정으로 웃고) 

진호(암담한 표정으로) -앤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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