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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대본

[개인의 취향] 09

작성자수다쟁이|작성시간22.11.27|조회수127 목록 댓글 0

개인의 취향 제9회
9회 ㅣ 2010-04-28 


- 완벽한 여자보다 완벽한 남자가 되기.
 
1. 응급실. (저녁) - 8부 연결 상황.

 -침대에 누워있는 개인. 침대 옆에 서서 개인에게 얼굴 가까이 다가가고 있는 창렬.
  진호, 그 모습 보고 차마 우뚝 서 버리는.  
  다정해 보이는 창렬과 개인. 
진호E 괜찮아요? 
 -동시에 돌아보는 창렬과 개인. 개인 이마에 반창고
개인 (놀라서 일어나 앉으며) 진호씨? 
창렬 (일어서며) 네가 여길 어떻게? 
진호 (개인에게 다가서며 이마 짚으며) 얼마나 다친 겁니까? 
개인 많이 다치진 않았어요.
창렬 (맹렬한 기세로 진호 멱살 잡으며) 너 지금 뭐하는 거야?
 (비웃는 투로) 사내 자식도 아닌 주제에, 네가 우리 사이에 왜 끼어들어?
진호 (창렬의 손 털어내며) 사내면 되는 거냐?
 -창렬, 개인, 멍한 표정으로 보는.
진호 (개인에게) 내려올 수 있어요?
개인 네? 
진호 (개인의 손 잡고) 내려와요.
개인 (진호에게 이끌리듯 침대 밑으로 내려서는) 
창렬  (앞을 가로막으며 개인의 손을 낚아채려고 하면서)
 이 자식, 경고 했다. 
진호 (창렬을 밀쳐내고 개인을 보면서)
 나 이 여자하고 남자로 시작하려고 하니까,끼어들지 마라. 
개인 (눈물이 글썽해지는)
진호 (개인의 손을 잡고 용감하게 걸어 나가는)  

2. 응급실 앞.(저녁)
 -진호, 개인의 손을 잡고 걸어 나오는데, 사라지는 개인의 모습.
진호 (자신의 빈 손을 멍하니 내려다보는)  
 (앞 씬의 괜찮아요, 부터는 진호의 상상이다) 
진호 (씁쓸한 느낌으로) 
 복수하라고 트레이닝까지 시켜놓고 왜 방해를 하고 싶은 건데? 전진호? 
 
3. 응급실. (저녁)

 -반창고 붙인 개인의 이마를 호~해주는 창렬.

개인 (귀찮은 듯 떼어내며) 됐다니까.
창렬 (멈칫하는) 
개인 이깟 상처 아무것도 아니니까, 창렬씨가 준 상처에 비하면.
 그러니까 걱정하는 척 하지 마.
창렬 나 너 정말 걱정돼.
개인 안 믿어져.
창렬 다시 시작하자며? 이러면서 어떻게 다시 시작해?
개인 용서한단 말 안했어. 믿겠다는 말도 안 했구.
창렬 그럼 옆에만 두겠다는 거야? 사람 마음 불편하게 하면서?
개인 화내고, 때리고, 비웃으라며. 함부로 대하라며?
 그러면서 이 정도도 못 참아?
창렬 ......

4. 병원 데스크. (저녁)

진호 응급실 박개인 환자 상태를 알고 싶어서요.
간호사 보호자세요?
진호 (멈칫하다가) 네. 
간호사 (기록 훑으며) CT촬영 결과 괜찮습니다. 간단한 찰과상 정도네요.
진호 (안심 되는)

5. 병원 주차장.(저녁)
 -진호, 차에 올라타는.
진호 (허전한 느낌으로) 네가 할 수 있는 건 이게 전부인 거야.
 
6. 병원 앞. (저녁)

 -걸어 나오는 개인, 뒤따라오는 창렬.

창렬 (개인 잡으며) 그 몸으로 어딜 간다구?
개인 (떨치고 가는)
창렬 네가 나 쉽게 용서할 거란 기대는 하지 않았어.
개인 (보면)
창렬 화내고 비웃고 무시하는 거, 다 이해하고 기다릴 인내심도 있어.
 하지만, 너 걱정하는 것까지 못하게 하지는 마.
 그거라도 안하면 나, 네 옆에서 뭐 해야 하니?  
개인 (보다가) 차 어디 있어?
창렬 (화들짝 밝아지며) 여기 가만있어, 내가 가서 차 빼올게.  

7. 진호사무실. (저녁)

상준 (전화기 내려놓으며) 보스 전화 안 받는다. 퇴근들 하자.
남직원 소장님 무슨 일이시래요?
여직원 회의까지 빠트리시고?
상준 낸들 아냐. 이 자식 이거, 생전 이런 일 없던 놈인데. 
남직원 그러게요. 무슨 일이 있으면 꼭 연락 주셨는데.
상준 (걱정 돼서) 정말 무슨 일 생긴 거 아냐?
  갑자기 뛰어나가더니 감감 무소식이고. 하긴, 낮부터 좀 이상했어.
  뜬금없이 웃긴 얘길 해보라 그러질 않나.
태훈 담예술원 일도 해결 됐는데 뭔 일 있을 게 뭐 있어요. 
 여자문제라면 모를까.
상준 여자 문제? 
태훈 정황상 그렇다는 거죠. 
 진호형 같이 시간표대로 움직이는 사람이 오늘처럼 안하던 짓 할 때는
 그것 밖에 더 있겠어요?
상준 (일어서며) 어, 인희씨?
인희 (인사하는) 
상준 오늘 진호 없는데. 
인희 사무실에 계실 줄 알고 왔는데 헛걸음했나 보네요.
상준 다른 때 같으면 당연히 사무실에 있을 시간인데.
 오늘은 어디 간다고 말도 없이 나가선 지금까지네요. 
 뭐, 어쨌든 이리 오셨으니 차나 한잔 하시죠. 
인희 네, 그럼.
태훈 (상준 쿡 찌르며) 요즘 진호형 여자 관계 장난 아니게 복잡하죠?  
 찾아오는 여자들도 많고. 
상준 임마.  저 분은 우리의 희망이시다.

8. 도로. 달리는 창렬차. (저녁)

 -운전하며 통화하는 창렬, 조수석에 개인.

창렬 회의 보고서는 김비서 편에 올렸는데요. 그게, 개인이가 아파서요.
개인 (창렬 힐끗 보고, 진호에게 문자 보내는)
창렬 사고가 좀 있었어요. 병원에 있다가 지금 같이 올라가는 길이에요. 
        네, 그럼 올라가서 뵐게요. (전화 끊는)
개인 (떠보는 어조) 아버지가 날 아셔? 
창렬 (멈칫하며 얼버무리듯) 어? 어... 결혼식 날 보셨잖아. 
한회장E 내가 미스박이 박철한 교수님의 귀한 따님이라는 것만 진작 알았어도
 일이 그 지경이 되게 내버려두지는 않았을 텐데.
개인 (괘씸해서 이 악무는)
창렬 조금 있으면 휴게실인데 들렀다 가자. 약 먹으려면 뭐든 먹어야 하잖아. 

 듣지 않는 개인, 창밖 보다 핸드폰으로 답장 왔나 확인하고 실망하는...
 
9. 만남의 광장. 진호차. (저녁)

 -진호, 주유소에서 주유하는. 차창 밖으로 휴게실이 보인다.
        문자 알림음. 개인 문자 보며 답장을 할까 말까 망설이는 진호.
 씁쓸한 표정, 핸드폰 폴더 덮고 출발한다.
 휴게소로 들어오는 창렬의 차와 어긋나며 멀어지는 진호의 차.
 개인과 스쳐지나가는 진호.

10. 고기집. (밤)

 -상준과 인희, 고기에다 술 먹는.
 상준, 이미 흥건하게 취해 있다.

상준 (술 한잔 마시고 머리 위에 털며) 아름다운 밤입니다. 인희씨?
인희 (상준에게 술 따라 주며) 많이 드세요. 모처럼 맘에 맞는 술친구 만난 거 같아서 
        너무 좋은 거 있죠?
 (술잔 들며) 자, 건배.
상준  (건배하고 술 마시려다) 그런데 인희씬 안 드세요?
인희 안 먹긴요. (살짝 술잔에 입술대곤 상준 술 마시는 거 지켜보다 떠보듯) 
 그런데 뭐 하나 물어봐도 돼요?
상준 헤헤.... 아프지 않게 살짝 물어 주신다면야....
인희 (웃는) 진호씨 혹시 만나는 분이 계신가요?
상준 진호요? 아니요, 그런 거 없어요. 
 일하고 씨름하느라 다른 데 신경 쓸 겨를이 없는 놈이거든요. 
 (하다가) 왜요, 인희씨, 우리 진호한테 관심 있어요?
인희 (묘하게 미소 지으며) 그러면 안 되나요?
상준 안될 거야 없겠죠. 
 남녀 사이에 안 되는 일이 뭐가 있겠어요?
인희 근데 진호씨, 여자한테 관심 없는 거 같던데. 
상준 에이, 여자 안 좋아하는 남자가 어디 있어요?
 함부로 틈을 안 보여서 그렇지 사내 중에 사냅니다 우리 진호. 
  일이 웬수지. 일이. 불쌍하게 이상한 오해나 받고.  
인희 (그럼 그렇지 하면서, 한번 더 확인하는 느낌으로)
 그런데 어쩌다 창렬씨 앞에서 커밍 아웃까지.....
상준 (자르며, 톤 높여서)
 아, 그거야 일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그렇게 된 거구요.
 어쩔 수 없이 떠밀려가는 그 놈 심정 (흑하면서) 저 말고는
 아무도 모를 겁니다. 
인희 그럼 여자를 사랑할 수 있는 남자라는 거네요? 진호씨?
상준 (탁자 탁 내려치면서) 그럼요. 
 우리 진호, 완전무결한 남자라는 거 내가 증명 할 수 있다니까요.  
인희 (묘한 미소 지으며 술 따라주는) 
 우리 오늘 밤 할 얘기 참 많을 거 같네요. 

11. 상고재 앞. (밤)

 -개인, 안으로 들어가려는 창렬 말리는.

개인 (기겁해 막으며) 어딜 들어가겠단 거야?
창렬 아플 때 혼자 있고 그러면 얼마나 서러운데. 들어가서 잠자리라도 봐줄게.
 (들어가려면)
개인 안돼. 
창렬 (보는)
개인 (계면쩍어서) 단계 껑충 껑충 건너뛰려고 하지 마.
 처음 창렬씨 사귈 때도 나 창렬씨 집에 들이는데, 반년이나 걸렸어.
창렬 그 단계 다시 밟아야 하는 거야?
개인 이번엔 더 오래 걸릴 수도 있겠지.
창렬 조바심은 나지만, 참아야지 뭐. 지은 죄가 많은 놈이니까. 
 그런데 정말 궁금하다. 
개인 (보면)
창렬 그 짧은 시간 동안, 어떻게 이렇게 많이 변할 수 있는지.
개인 창렬씨한테 그 꼴 당하고 나서 깨달았어.
 난 내 자신을 너무 사랑하지 않았다는 거.
 이제부턴 내 자신을 더 많이 사랑하자, 마음먹고 나니까 저절로 변하게 되더라.
 들어갈게. (계단을 올라가려면)
창렬 나도 달라질게. 
 난 너무 내 자신만 많이 사랑한 놈이었으니까.
 이제부턴 나보다 널 더 많이 사랑하는 놈이 될 거야. 
영선E 개인아?

 -돌아보면, 영선 서 있다.

창렬 아, 안녕하세요. 영선씨.
영선 아니, 댁이 무슨 일루다 여길 얼쩡거리신대요?
창렬 전 그만 가 볼게요. 나중에 정식으로 자리 만들겠습니다. (가는)
영선 정식으로 자릴 만들겠다니? 그게 무슨 말이야?

12. 진호 사무실. 진호방. (밤)

 -컴컴한 내부. 진호 들어오며 불 켜는.
 가방 내려놓고 자리에 털썩 주저앉는.

 /후레쉬 백
 병원, 창렬과 다정하던 개인.

 핸드폰 벨소리, 진호의 상념을 깬다.
 발신자 보면, 개인이다.

진호 네.

13. 상고재 거실/진호 사무실. 진호방/ 교차로. (밤)

개인 진호씨, 왜 이렇게 전화가 안돼요?
진호 (냉담하게) 무슨 일입니까?
개인 아까 통화하다 놀랐죠? 사고가 났지 뭐예요.
 막 나무들이 쏟아져서 그 밑에 깔렸어요. 잠시 기절했었는데...
진호 (걱정 되지만 말 자르고) 그래서요?
개인 (서운하고) 많이 다친 건 아니지만......
진호 그럼 됐네요. 
개인 (섭섭한) 진호씨 뭐 안 좋은 일 있어요? 목소리가 좀 이상한 거 같은데.
진호 그런 일 없습니다.
개인 언제 들어와요? 
진호 오늘 사무실에서 밤 샐 테니까 기다리지 말고 자요. (전화 끊는)
개인 (끊어진 전화 보며 뭐지? 갸웃하는)

14. 상고재 주방. (밤)

 -밥 먹는 개인. 영선 맞은편에서.

영선 뭐래?
개인 어... 오늘 밤샌다구....
영선 좀 그렇다. 난 니 전화 받구 얼마나 놀랬는 줄 알아?
 다쳤다는데 걱정도 안 되나....
개인 걱정을 왜 안 해. 미안하대지. 일이 너무 많대.
영선 하긴... 니가 중요하겠냐, 일이 중요하겠지.
영선 너니까 버텼지. 딴 사람 같으면 머리 부서졌다.
 밥 더 주랴? 그거 먹고 기운 차리겠냐?
개인 (수저 놓고, 우아하게 입 닦으며) 이제부터 소식하려구.
영선 (개인 이마 짚어보며) 니가 머릴 다치긴 했구나.
개인 이제부터 정말 여자다운 여자가 되기로 결심했어.
 그러니까 너도 나의 우아한 생활에 동참해 줘.
영선 너 왜 그래? 진짜 아픈 거야?
개인 남자를 애태우는여자가 될 거야. 절대로 차버릴 수 없는.
영선 설마, 한창렬 그 인간 다시 만나려고? 
 그래서 여자다워지겠다는 거야?
개인 응, 만날 거야.
영선 미쳤어, 미쳤어. 또 무슨 꼴을 당하려고. 원래 배신도 해본 놈이 
        두 번 세 번 계속 하는 거 몰라?
개인 걱정하지 마. 난 이제 예전의 박개인이 아니니까.
 그리고... 그거라도 안 하면 못 견딜 거 같아.
영선 (의아하게 보는) 그거라도 안 하면 못 견딜 거 같다니? 뭘 못 견디는데? 
개인 (시선 피하는)

15. 진호 사무실. 진호방 (밤) 
 
 -진호, 일에 열중하는데 핸드폰 울리는.

진호 (귀찮은 듯 전화 받는) 여보세요.
인희E (울먹이는 목소리로) 진호씨, 나 어떡해요....
진호 (놀라는) 왜 그래요? 인희씨.

16. 인희 아파트. 거실. (밤)

 -거실 가운데 서서,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전화하는 인희.

인희 (떨리는) 도둑이 들었는데... 연락할 사람이 진호씨 밖에 없어서... 
        (울컥) 도저히 혼자 있을 자신이 없어서...

 
 잠시 후, 전화 끊고 돌아서는 인희의 회심어린 표정.
 무심한 표정으로 장식장 위를 손으로 쓸어버리는 인희.
 와장창 깨지는 소품들. 


17. 상고재. 마당. (밤)

 -영선, 갈 채비하고, 배웅하는 개인.

영선 진호씬 아무리 바빠도 잠은 집에서 자지. 너 혼자 괜찮겠어?
개인 그럼.
영선 우리 준혁이만 아니어도 자고 가는 건데.
개인 아냐. 가.
영선 그럼 간다. 문단속 잘하고. 
개인 응...
 
 -영선, 나가면. 개인 쓸쓸한 표정으로 상고재 둘러보는.

개인 아무리 일이 많아도 그렇지 사람이 다쳤다는데, 들어오지도 않냐?
 친구면서..... 

18. 인희 아파트. 거실. (밤)

 -진호, 들어와서 난장판이 된 거실 보고 놀라는
 인희, 눈물지으며 진호 보고.

진호 많이 놀랐겠네요. 괜찮아요?
인희 (울며 끄덕이는) 와 줘서 고마워요. 진호씨... (진호 품에 안기는)
 얼마나 무서웠는지 몰라요, 집에 와보니 이렇게 엉망이 되있고. 
진호 (당황스럽지만 그 인희 밀어내지 못하고)진정해요. 
 
19. 인희 아파트. 주방. (밤)

 -진호, 인희, 집안을 정리하고 있는.
인희 내가 하면 되는데. 
진호 (일만 하는)
인희 미안해요, 불러서 이런 일까지 하게 만들고. 
 진호씨 온다는 말 듣고 어떻게든 정신을 차려서 치우려고 했는데
 덜덜 떨리기만 해서 아무 것도 할 수가 없었어요. 
 (일만 하는 진호를 바라보는) 

20. 인희 아파트. 거실. (밤)

 -거의 정리된 거실.
 진호, 인희, 차를 마시고 있는. 
인희 창렬씨한테 연락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개인이한테 연락하기도 염치없고,
 떠오르는 게 진호씨 밖에 없었어요. 
진호 (찻잔 내려놓으며) 그럼 전 이만 가보죠. (윗도리며 가방 챙기는)
인희 오늘 여기 있어주면 안될까요? 
진호 (보다가) 처리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인희 아까도 말했지만, 혼자 있을 자신이 없어서 그래요. 
 혼자는 도저히 무서워서.... 
진호 죄송합니다. 여자 혼자 있는 집에서 남자가 밤을 보낸다는 게
 서로 불편할 거 같군요. 
 (돌아서려면)
인희 진호씬 그게 문제 될 게 없는 사람 아닌가요? 
진호 (아, 그 면이 있었구나 싶은) .....
인희 그리고 개인이랑은 항상 같이 있잖아요?
진호 (난감하고)
인희 개인인 되고, 전 안 된다는 건가요?
진호 .....
인희 (불쌍한 표정 지으며) 부탁해요, 진호씨, 정말 너무 무서워서 그래요. 
진호 (답답하다) 

21. 상고재. 개인방. (밤)

 -침대에 누워 천장 쳐다보며 눈을 껌뻑이는 개인.

개인 양 오백 스물 일곱 마리, 오백 스물 여덟 마리, 양 오백....
 (벌떡 일어나는, 지노 보며) 도대체 진호씬 뭐 때문에 그런다니? 
 넌 아니 지노? 

22. 인희 아파트 거실. (밤) 

 -소파에 앉아 잠이 든 진호, 테이블 위에 노트북 놓여있고,
 인희 잠옷 차림으로, 방에서 담요를 들고 나오는.
인희 (잠든 진호를 지켜보다가, 담요를 조심스럽게 덮어주는)
진호 (눈 뜨고)
인희 (미소를 짓고) 편하게 누워서 자요. 손님방에서 주무시라니까.
진호 (일어나는)
인희 (보면)
진호 (식당 쪽으로 가서 물을 꺼내 마시는)
인희 (따라와 옆에 서며) 내가 많이 불편한가 봐요?
진호 (보는)
인희 나와 있는 게 불편하다는 건, 나한텐 희망적인데요. 
진호 가야겠습니다.
인희 (잡는) 오늘 밤은 같이 있어주겠다고 한 거 아닌가요? 
진호 (인희 손 정중하게 뿌리치며) 곧 날이 밝을 겁니다.

차갑게 나가는 진호.

   23. 상고재 (아침)

 일어나는 개인 진호 방문 앞에서 귀 대보는
 인기척 없는 거 보고 문 열고 보면, 깨끗한 잠자리.
 휑하게 느껴지는 진호의 방안. 서운한 표정의 개인.
 한숨 푹! 고개 떨구고 돌아서다가 뭔가 떠오른 표정, 다시 진호 방으로 
 들어가는 개인.

 24. 진호 방 (아침)
 서랍장 앞에 서 있는 개인, 결연한 표정으로 서랍 문을 연다.
 정갈히 개져있는 속옷들.
 후다닥 닫는 개인.

개인 못해. 날 진짜 이상한 여자루 볼지 몰라.
 아니지. 친구사이에 뭐 어때.
 (다시 결심하고 문 여는, 손끝으로 팬티 하나 꺼내는 그러다 배시시 웃는)
 진호씬 이런 거 입는구나. 

25. 진호 사무실. 진호방 (아침)

 -진호, 컴퓨터 앞에서 일하고 있는데.
 -상준 헐레벌떡 들어오는.

상준 아, 미안. 정말 미안하다.
진호 왜 또? 오늘도 슈퍼 샷시가 잠겨서 따고 오느라 늦었어?
상준 그게 아니라, 어제 퇴근 무렵에 인희씨가 찾아 왔잖냐. 
 너도 없고 해서 내가 접대 좀 했지. 술상무 자격으루다가.
진호 인희씨가?
상준 도도한 줄만 알았더니 의외로 털털한 면이 있더라. 딱 내 스타일인데.
진호 무슨 얘기 했어?
상준 뭐 이런저런 얘기... 니 얘기도 했던 거 같고.
진호 내 얘기 뭐?
상준 글쎄, 무슨 얘기였더라.
진호 (뭔가 찜찜하고) 
상준 그런데 너, 집에 안 들어갔냐?
 어제하고 옷이 똑같다.
진호 (당황하는) 어, 그렇게 됐어.
상준 어제 갑자기 뛰어나가서 연락도 없더니. 수상해 너...
진호 수상하긴 뭐가 수상해. 일하느라 그랬지.
상준 (모니터 보는) 뭐 좀 건졌냐? 너 상고재 들어갔지 꽤 됐잖아.
진호 ......
상준 창렬이네도 이대로 두고만 보진 않을 텐데 말야......
 (떠 보듯) 너 혹시 설계도 못 봤냐?
 설계도라도 있음 그 고생 안해도 되는데 말야.
진호 ......
상준 사진은 좀 건졌어.
진호 못 찍게 해.
상준 못 찍게 한다고 안 찍어?
 정 힘들면 니가 하루 개인씨 데리고 나가, 내가 몰래 상고재 들어가서 찍어 올테니까...
진호 그렇게 까지 해야 해?
상준 이 지경까지 온 마당에... 무슨 짓을 못해?
 이런 식으로 가다간 마감 날짜두 못 맞추게 생겼어.
 왜 개인씨 때문이냐? 어차피 상고재 나오면 다시 만날 일 없잖...
진호 (흔들리는 눈빛)
상준 뭐야, 너... 아닌 거야? 너 혹시 개인씨한테 딴 마음 있어?
 에이... 아니지?
진호 있다고 하면...

 상준, 복잡한 표정으로 진호 보는데

 -태훈, 문 열고.
태훈 손님 오셨는데요. 
 -뒤에서 나타나는 개인. 종이봉투 들고. 
상준 아니, 개인씨. 어서 오세요? 
 아침부터 어쩐 일이세요? 

26.   진호의 회사 베란다.(아침)
 -진호, 개인 서있는. 
개인 (종이봉투 내밀면서) 속옷하고 양말 좀 챙겨왔어요.
 깔끔한 성격에 어제 입던 옷 입기 괴로울 거 같아서.
진호 (순간 당황) 그럼, 내 서랍을 뒤졌단 말입니까?
개인 에이, 친구끼린데... 뭐 그런 걸 부끄러워하고...
진호 (미안한 느낌이지만, 내색하지 않으면서 받는)
 이럴 필요까지 없는데 괜한 일 했네요.
개인 (입 삐죽이며) 고맙습니다.
진호 (보면)

 -플래식 백. 
 병원에서 창렬과 같이 있던 개인의 모습.

개인 이럴 때는 그냥 고맙습니다, 라고 하는 거예요.
진호 (건성으로) 고맙습니다.
개인 (얼굴 다가들며) 찔리죠?  
진호 (조금 물러서며) 뭐가요?
개인 다쳤다는데도 집에도 안 들어오고 일에만 미쳐있는 친구한테
 속옷에다 아침까지 챙겨다주는 갸륵한 마음, 찔리지 않아요?
진호 그런 거 없습니다. 
개인 (반창고 붙인 이마 보여주면서)
 나 까딱 잘못했으면 영영 못 볼 뻔 했는데.
진호 박개인씨처럼 정신없는 사람은 오히려 쉽게 죽지 않습니다.
개인 그냥 걱정은 됐는데, 일 때문에 못 들어온 거다, 그래주면 안돼요?
진호 내 걱정이 왜 필요한데요?
개인 (보면)
진호 박개인씨, 지금 관심은 온통 창렬이 자식 복수에만 집중 돼있는 거 아닙니까? 
개인 복수는 복수고, 우정은 우정이죠.
진호 목표를 정했으면, 다른 데 신경 쓰지 말고, 그거에만 집중해요.
 나 일해야 하니까 가 봐요.
개인 진호씨는 일로 성공하는 거 외에 다른 덴 관심 전혀 없죠? 
진호 (흔들리지만) 네, 없습니다. 
개인 갈게요. 일만 열심히 하세요. (나가는)
진호 (복잡한 느낌으로)
     
27. 담미술관. 어린이 휴게실. (낮)

 -이미 만들어진 조그만 아크릴 상자 널려있고. 
        똑같은 모양의 아크릴 상자를 만드는 개인.

개인 많이 아프냐고 물어주면 어디가 덧나? 
 어떻게 사람이 그렇게 매정하냐? 

 -개인,  일에 열중하느라, 최관장이 들어서는지도 모르는.

최관장 (입으로) 똑똑!
개인 (그제야 고개 드는) 최관장님!
최관장 이마는 왜 그래요?
개인 어제 좀 다쳐서요. 별거 아니니까 신경 쓰지 마세요.
최관장 뭘 만드는 건가요? 똑같은 걸 이렇게나 많이.
개인 파티션이에요.
최관장 파티션? 
개인 이 안에 여러 가지 색깔의 물감을 채운 뒤에 연결해 벽을 만드는 거죠. 
최관장 알록달록해서 아이들이 좋아하겠군요. 
개인 다양한 색깔이 아이들 뇌를 자극한다고 해서요. 미술관 컨셉에도 딱인 거 같고.
최관장 좋은 아이디어군요.
개인 (꾸벅) 감사합니다. 
최관장 (보는)
개인 진호씨 일 해결해주셔서. 그리고 떠나지 않아 주셔서요.
최관장 저야말로 고맙습니다. 개인씨 파이팅 소리가 큰 힘이 됐거든요.
개인 모닝커피 한잔 어떠세요? 제가 쏘고 싶은데.
최관장 공짜 커피 좋습니다.

28. 담미술관. 장소. (낮) 

 -자판기 커피 마시고 있는 개인과 최관장.

최관장 짝사랑이 좋은 게 뭔지 압니까?
개인 일단 돈이 안 들죠. 연인들끼리는 이것저것 사주느라 돈 들 일이 많잖아요.
최관장 구속받지 않아서 자유롭고.
개인 일일이 챙겨주지 않아도 되니까 귀찮은 일도 없고.
최관장 바라는 게 없으니까 보고만 있어도 행복해지고.
개인 언제나 내가 원할 때 끝낼 수가 있죠. 나 혼자만 아파하면 되니까. (쓸쓸해지는)
최관장 (보다가) 짝사랑은 저보다 개인씨가 한 수 위인 거 같군요.
개인 제 특기거든요.
최관장 지금도 하고 있나요, 짝사랑?
개인 이게 사랑인지는 잘 모르겠어요.
 그냥, 자꾸 신경이 쓰이긴 하는데, 그런 것조차 그 사람한테는
 부담이 될 테니까 안 그러려고 노력 중이예요.
최관장 쉬운 일이 아닐 텐데요.
개인 그래서 다른 데 마음을 붙여 보려구요. 
 전 머리가 나빠서 그런지 한꺼번에 두 가지 일은 못하거든요.
최관장 나도 그래야겠죠?
개인 짝사랑하세요?
최관장 아마도.
개인 (진호구나, 짐작하는) 아무리 그래도 짝사랑이 좋다고 하는 건, 
        결국 같이 사랑할 용기가 없어서 그런 걸 거예요.
최관장 (보는)
개인 최관장님이 짝사랑한다는 그 사람, 정말 최관장님이 싫은 게 아닐 수도 있어요. 
        일로만 인정받고 싶은 자존심일 수도 있고, 행여 누가 되지 않으려는 
        배려일 수도 있고. 제가 알기로는 그런 사람이에요. 그 사람.
최관장 포기하지 말라는 뜻인가요?
개인 포기는 배추 셀 때나 쓰는 말 아닌가요?
최관장 (미소 지며) 고맙습니다. 짝사랑 선배님.
개인 (활짝 웃으며) 파이팅입니다. 후배님.
 
29. 공원. (낮)

 -영선과 상준, 바닥에 돗자리 깔아놓고 앉아있는.

영선 (도시락 풀며) 점심 먹읍시다.
상준 여기서? 사람들이 이상하게 볼 텐데.
영선 뭘 이상하게 봐?
상준 혹시 불륜 뭐 이런 걸로 보지 않을까 해서. 그래도 내가 명색이 총각인데.
영선 총각? 상준씨 같은 사람도 그런 거 걱정하고 그래?
상준 (화들짝) 아냐, 아냐. 걱정 안 해. 그런데 왜 또 불러낸 거유?
영선 뭐 하나만 더 물어보려구.
 혹시 돈 한 푼 안 들이고 바람 피는 남자도 있나?
상준 그야, 상당한 외모를 갖추거나, 나처럼 말발이 세거나.
 아니면 마성의 매력이 있다거나. 근데 그건 왜?
영선 그럼 아닌데...
상준 뭐가 아닌데?
영선 난 우리 남편이 바람난 줄 알았거든.
 근데, 쥐뿔 다 아니거든. 돈도 몽창 내가 관리하고.
상준 남편이 이상해?
영선 아냐, 아냐. 그나저나 야근했다더니 얼굴이 푹 주저앉았네. 
 내가 준 비타민이랑 화장품 바르고 있는 거야?
상준 누가 야근했대? 아닌데. 
영선 진호씨 야근한다고 어제 집에 안 들어 왔는데?
상준 무슨 소리. 진호, 어제 조퇴했는데.
영선 그래? 그럼 누구랑 있었던 거야? 설마... 최관장님하구?
상준 (뜨악해서 영선 보는)
  
30. 담 미술관 복도.(낮)

 -진호, 걸어오면, 마주 걸어오는 인희. 

인희 관장님과 약속 있으신가 봐요?
진호 네. 
 -걸어오는 개인, 두 사람 보고 멈춰서는. 인희와 진호는 개인을 보지 못하는 각도로. 
인희 피곤하지 않으세요?
진호 (보면)
인희 우리 집에서 잠 잘 못 주무셨는데?
개인 (굳어지는)
인희 하루 종일 걱정이 됐어요. 일에 지장 있는 거 아닐까 해서.
진호 괜찮습니다. 
인희 그럼 다행이구요, 가세요. 관장님 미팅 끝나고 스케줄 있으세요? 
  
 -진호와 인희, 걸어가는.
개인 ......

31. 담 미술관 휴게실.(낮)
 -개인, 아크릴판 들고 앉아있는. 그 위로. 
인희E 우리 집에서 잠 잘 못 주무셨는데?
개인 (화가 나고 어이없는 느낌으로)

32. 한회장 사무실. (낮)

 -한회장, 창렬 소파에 앉아 있는.

한회장 그래, 상고재 아가씬 언제 데리고 올 거냐?
창렬 아직 그럴 시기가 아닙니다.
한회장 시기? 담예술원 기일도 얼마 남지 않았는데
 언제까지 세월아 내월아 하고 있을 거야?
창렬 사람 마음이라는 게 재촉해서 되는 게 아니잖아요?
한회장 아프다고 병간호까지 했다면서?
 그럴 때 선물공세도 팍팍하고, 듣기 좋은 말도 적당히 해주면 안 넘어갈 여자가 
        어디 있냐?
창렬 개인이 그렇게 단순한 여자 아닙니다. 
한회장 한심한 놈, 사업만 모르는 줄 알았더니, 여자도 모르는구나.
 여자란 게 다 거기서 거기지. 
 에비가 여자들 어떻게 다루는지 그렇게 보고도 모르겠냐? 
창렬 저까지 아버지처럼 살길 원하세요?
한회장 (찔끔해서) 고연 놈. 여자한테 휘둘리지 말라는 거야.
 넌 물러터진 게 제일 문제야. 
 창렬 개인이 아직까지 마음이 많이 상해있습니다.
 그래서 더 신중해야 해요.
한회장 시간이 없다는 데두. 허, 그 아가씨.
 내가 그렇게까지 알아듣게 말했건만 못 알아들었구먼. 
창렬 (놀라서 일어나며) 개인이 만나셨어요?
한회장 그래. 뭐가 잘못 됐냐?
창렬 (약간 흥분하며) 뭐라고 하셨는데요? 네? 
 개인이한테 뭐라고 하셨어요?
한회장 박철한 교수 따님이라는 거 알았으면 일이 이지경이 되지는 않게
 했을 텐데, 안타깝다고 했다. 왜? 
창렬 (화가 나서 강경하게) 
 아버지? 제발 제 인생까지 휘두르려고 좀 하지 마세요. 

33. 최관장실.(낮)

 -최관장, 진호 앉아있는.
최관장 (서류 내놓고)
진호 (보는)
최관장 내가 마음에 들어 한 미술관을 설계한 건축가들의 인터뷰 자룝니다.
 도움이 될까 해서요.
진호 .....
최관장 내가 따로 신경을 쓰는 게, 공정한 경쟁이 아닌 거 같아서, 싫은가요?
진호 네. 
최관장 불리한 싸움을 해야 하는 친구에 대한 배련데, 이 자료들이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도 아니고.
진호 마음은 감사하지만, 받지 않겠습니다. 
 불리한 싸움이라도 스스로의 힘으로 이겨나가고 싶습니다.
최관장 (미소 지으며) 내가 오버했군요. 
 거절할지도 모른다는 예상을 하면서도 보자고 한 건, 
 (씩 웃으며) 심심해서예요. 
진호 네?
최관장 관장이란 자리에 앉아있으니까 누가 우스개 소리 한마디 던져주는
 사람도 없고, 왕따 아닌 왕따가 돼가는 거 있죠?
진호 (어이없어서, 미소를 짓는)
최관장 싱거운 친구가 싱거운 짓 했다고 생각해줘요.
진호 그러겠습니다.
최관장 앞으로도 심심하면 싱거운 짓 좀 해도 되죠? 
진호 하셔도 되는데, 웬만하시면 간을 좀 쳐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최관장 (큰 소리로 웃고)오늘부터 무조건 소금 팍팍 쳐서 먹어볼게요.
진호 (미소 짓는데)
최관장 이렇게 우리 서로를 조금씩 알아가는 거겠죠?
진호 (순간, 난감해지고)
최관장 짝사랑은 같이 사랑할 용기가 없어서 하는 거라고 하더군요.
 박개인씨가. 오늘 이 싱거운 짓, 나 나름으론 대단한 용기를 낸 겁니다.
진호 (답답한 느낌으로 보는) 
 
34. 담미술관 복도. (낮)

 -개인, 어린이 휴게실 안에서 나오면.
 앞으로 내밀어지는 장미 꽃다발. 

창렬 (장미 내미는)
개인 (당황해서 보고)
개인 뭐야. 창렬씨.
창렬 (쑥스럽게 웃고) 생각해보니까 너한테 꽃 선물 한 적이 한 번도 없어서. 
개인 ......
창렬 다시 시작하려면 처음부터 제대로 해야 할 거 같아서. 

 -함께 걸어오다 이를 보는 인희와 진호.표정 굳는 둘.
창렬 안 받을 거야?  
개인 (난감하게 보다가 꽃을 받는.)
인희E 축하한다, 개인아.

 -인희, 다가오고, 뒤에 서있는 진호. 
진호 (굳은 표정으로 보는)
개인 (진호를 바라보는)
창렬 (아, 또 왜 끼어드나 하는 느낌으로 인희와 진호를 번갈아 보는)
인희 (개인에게) 정말 축하해. 예전부터 니가 꿈꾸던 장면이잖아? 
 내가 빠져주니까 드디어 이렇게 되는구나.
 창렬씨, 나 때문에 한참 헤매고 살 줄 알았는데, 빨리 제자리 찾아가서
 안심이 되네. 그럼 좋은 시간들 보내. 
 (돌아서서 진호에게 가고)
인희 두 사람 방해하지 말고, 우린 빨리 사라져주죠. 
진호 (개인을 잠시 보다가, 돌아서서 인희와 걸어가는)
 
35. 일식당. (밤)
 
 -진호와 인희, 식사하고 있는. 

인희 그래도 다행이에요. 개인이가 창렬씨 다시 만나게 돼서.
진호 (씁쓸하게) 그래도 결혼식까지 올렸던 사인데, 아무렇지도 않습니까? 
인희 원래 창렬씬 개인이 몫이었으니까요. 
 내 몫이 아닌 걸 가지려다 결국 그렇게 됐으니 감당해야겠죠.
진호 ......
인희 개인이 많이 예뻐졌죠?
 역시 여잔 사랑을 받으면 예뻐진다더니.
진호 ......

 -플래시 백. 
 창렬에게 꽃을 받고 있던 개인의 모습. 

인희 저희 회사 근처에서 제일 잘하는 집인데,어떻게 입에 맞아요?
진호 ......
인희 진호씨?
진호 아, 네?
인희 맛있냐구요?
진호 네, 먹을만 합니다.
인희 어제 도와주신 감사 턱 치곤 너무 약소하죠?
 대신 저희 집에서 술 한 잔 대접할게요.마침 좋은 술이 있거든요.
진호 곤란하겠네요.
인희 잠깐만이요. (가방에서 약 꺼내 먹는)
진호 어디 안 좋으세요? 
인희 네, 어제 너무 놀라 그런지 계속 진정이 되지 않아서 병원에서 처방을 받았어요. 
진호 (조금 안된 느낌이 들고) 
인희 (진호의 표정 놓치지 않고) 오늘도 집에 들어가는 게
 너무 무서워요. 현관문을 어떻게 열어야할지도 자신이 없어요.
 안에 또 무슨 일이 벌어져 있는 건 아닐까 두렵고.
 오늘 하루만 더 같이 있어 주시면 안 될까요?
진호 현관문은 제가 열어드리도록 하죠.

36. 인희의 아파트 앞.(밤)

 -인희, 번호키를 누르고, 물러서면. 진호 앞으로 나서서 현관문을 열어주는. 
인희 진호씨? 
진호 (돌아보는데)
인희 (갑자기 다가들며, 진호의 입에 입을 맞추는)
진호 (굳어졌다가, 확 인희를 밀어내는)
인희 무안하네요.
진호 왜 이러는 거죠?
인희 여자라서 싫은 건가요? 아니면 나라서 싫은 건가요?
진호 전 인희씨가 이러는 이유를 모르겠군요.
인희 정말 모르세요? 
진호 네, 모르겠습니다.
인희 선전포고라고 생각해주세요.
 저 앞으로 진호씨 인생에 뛰어들 거 같은데, 제가 시작 했다는
 걸 알려드려야 예읜 거 같아서요.
진호 그럴 일은 없을 겁니다.
인희 한번은 실수 했지만,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는 않을 거예요.
진호 그럼 사람을 잘못 고르셨군요.
인희 아니요, 이번만은 제대로 골랐다는 확신이 들어요.
 그래서 집요하게 매달릴 생각이구요.
진호 선택을 잘못 하신 거 같군요. 가보겠습니다. 
 (냉정하게 돌아서서 걸어가는) 
인희 (톤 높여서) 내가 진호씨와 같은 인간이라는 걸 알게 될 거예요.
진호 (멈칫)
인희 원하는 건 어떻게든 얻고야 마는. 
진호 (걸어가는)

37. 진호 사무실 

 사무실 안을 서성이며 골몰하고 있는 상준.

상준 불안해, 영 불안해.
태훈 퇴근 안해? 어지럽게 왜 그러고 있어?
상준 너 나랑 상고재 좀 가자.
태훈 이시간에? 왜, 진호형이 오래?
상준 아니? 너 오늘 바람잡이 좀 해라.
태훈 (의아한 표정으로 보는)

38. 진호 사무실 앞

 택시에서 내리는 혜미, 거스름돈 기다리는데
 건물에서 나오는 상준과 태훈 본다.
 혜미, 반가운 마음에 손 번쩍 들지만
 보지 못하는 두 사람, 싫다는 태훈을 억지로 조수석에 밀어 넣는 상준.
 태훈, 싫다고 나오면, 억지부리고, 애원하기도 하는 상준 모습 보이고 

혜미  둘이 왜 저러는 거야, 상준 오빠 진짜 남자 좋아하는 거야?
기사 거스름돈요.

 출발하는 태훈의 차 보는,

혜미 (다시 차에 타는) 아저씨, 저 차 쫓아가 주세요.

 혜미를 태운 택시, 태훈의 차를 뒤쫓는다. 

39. 상고재 앞.(밤)
 -창렬의 차 와서 멈추는.
창렬 그렇게 피곤해? 밥도 못 먹을 정도로? 
개인 응.
창렬 어제 너무 놀라서 그런 거 아냐? 
 보약이라도 먹어야겠다. 내일 내가 한약 지어올게. 
개인 그럴 거 없어. 들어갈게. 
 -차에서 내리는 개인, 따라 내리는 창렬.  
창렬 우리 아버지 만났다며?
개인 (보는)
창렬 오해야, 개인아. 나 아버지 때문에 너한테 돌아온 거 아냐. 믿어줘.
개인 (싸늘하게) 내가 그걸 왜 믿어줘야 하지? 
창렬 개인아, 나 그렇게 나쁜 놈 아니란 거 알잖아? 
 네가 박철한 교수님 딸이라서 다시 찾아온 거면 예전에 버리지도 않았을 거 아냐? 
개인 우리 아버지가 창렬씨 회사 일에 갑자기 필요해진 건 아니구? 
창렬 개인아, 그건 우리 아버지 생각이고 난 아니야. 정말 아니라구. 
개인 믿어지지 않는데 억지로 믿어줄 순 없는 거 아냐? 
창렬 (답답해서) 좋아. 구차하게 변명 안 할게.
 믿을 수 없으면 안 믿어도 돼.
개인 나중에 얘기해, 창렬씨.
 나 기운 없으니까 먼저 들어갈게.
창렬 개인아.
개인 (돌아보면)
창렬 나....너한테 돌아와서 참 좋다.
 어딘가를 많이 헤매다 돌아온 느낌이야.
 난 우리가 하루라도 빨리 예전으로 돌아갔으면 좋겠어.
 늘 편안하게 날 감싸줬던 네가 그리워.
개인 그런 거 기대하지마. 창렬씨하고 헤어지고 난 뒤에 난 너무 많이 변했으니까. 
        (들어가는)
창렬 (안타깝게 보다가 차에 타는데)  
 
 - 옆자리에 놓여있는 꽃다발.
 멍한 표정으로 개인이 들어간 상고재를 보는 창렬.
창렬 뭐가 널 그렇게 변하게 만든 거냐? 개인아? 

상고재 앞을 떠나는 창렬의 차. 잠시 후, 상고재 앞에 도착하는 상준과 태훈, 차에서 내린다. 
조금 떨어지 곳 택시에서 내리는 혜미

태훈 형 미친 거 아냐?
상준 미쳤지 미치지 않고 내가 이런 짓을 상상이나 했겠냐?
태훈 하지 말자 형, 뒷 수습을 어뜩할라구 그래?
상준 너두 알지? 이번 일이 우리한테 얼마나 중요한지.
 우리 회사 사활이 걸린 문제야.
 그러니까 뒷수습은 하늘의 뜻에 맡기구...
 서두르자 진호 오기 전에 해치워야 하니까.
태훈 난 못해. 진호형도 그렇고 형도 그렇고...
 다들 한 여자 바보 만드는 게 그렇게 재밌어?
상준 사진 좀 찍는다구 개인씨가 바보되냐?
태훈 그럼 진호형 오면 진호형이랑 해. 여기 사는 사람은 진호형이잖아.
혜미O.S 여기였어?

 놀라 돌아보는 상준과 태훈.

혜미 진호오빠 산다는 데가...
상준 너, 너 어떻게? (태훈 보는)
태훈 나 아니야. 입도 벙긋 한 적 없어?!!
혜미 (척 앞으로 나서며) 뭐해? 안들어가고?
상준 (혜미 잡으며) 어딜 들어간다구?!!

상준, 태훈, 혜미 잡고 인근에 세워둔 태훈 차에 밀어넣는다.

40.  태훈의 차 안

혜미 둘 다 왜 이래? 나한테 뭐 숨기는 거 있어?
태훈 (쩔쩔 매며) 혜미야, 그게 말이지?
        (하는데, 집에서 쓰레기봉투 들고 나오는 개인)
혜미 (눈 커지고) 저....저 여자....
태훈 (아, 저 여잔 왜 또 나오냐, 하는 표정으로 울상이 되는)
혜미 뭐야? 파티장에서 봤던 그 여자잖아?
 설마 진호 오빠가 저 여자랑 동거?
 
 -개인, 쓰레기 봉투 내려놓고 집으로 들어가는.

혜미 (차에서 뛰어내리는)
태준 (급하게 뛰어내리며, 혜미를 잡는)
 이성을 찾아, 혜미야. 이성을.
혜미 진호 오빠가 여자랑 살고 있는데, 내가 지금 어떻게 이성을 찾아.
상준 (혜미 말리며) 그런 거 아니야. 저 여자랑 진호 그런 사이 아니라니까.
혜미 그걸 오빠가 어떻게 알아? 파티까지 데려왔었잖아? 
태훈 하긴 그렇다. 나도 그게 좀 이상하긴 해. 왜 파티까지 데려왔을까? 
상준 (어이없어 태훈 보는) 
혜미 (화가 나서 태훈의 얼굴에 주먹을 날리는)

41. 상고재 거실

 들어오는 상준을 맞는 개인.

상준 (괜히 너스레 떠는) 아, 이 자식이 급한 자료를 놓고 가서는...
 미안해서 어쩌죠? 이렇게 늦은 시간에....
개인 할 수 없죠 뭐... 진호씨 방에서 기다리시겠어요?
상준 아뇨. 괜찮으면 상고재 구경 좀 해도 되요?
개인 (떨떠름한) 네?
상준 사실 제 꿈이 이런 집에서 사는 겁니다.
 자식 한 넷 쯤 낳아서 여우같은 마누라랑 토끼같은 새끼들 데리고...
개인 (이상하다는 듯 보는) 상준이 꿈이요?
상준 (아차 싶은) 그게 그러니까... 사실은 우리 어머니 꿈이죠.
 (감정 잡고) 비록 이젠 영원히 이뤄드릴 수 없는 꿈이지만...
개인 (안쓰러운) 많이 힘들죠? 진호씨만 힘들 줄 알았지..
 상준씨 힘든 건 생각 못했네요. 미안해요.
상준 개인씨가 미안해 할 필욘 없죠.
 (내친 김에 개인 어깨에 기대 우는 척...)
 뜨거운 차라도 한잔 마시면 마음이 좀 진정 될 거 같은데...
개인 아이구 내 정신 좀 봐. 내가 이렇다니까요.

 개인, 얼른 일어나 주방으로 향하면
 눈빛 바뀌는 상준, 개인보더니 가방에서 카메라 꺼내 들고 슬그머니 일어선다.

 잠시 후, 안으로 들어오는 진호, 거실 바닥에 놓인 상준 가방과
 서류 보고 의아한 듯...
 차 들고 나오는 개인, 어색한 듯 시선 마주치는 두 사람.

개/진 (동시에) 상준씨 왔어요./누구 왔어요?
진호 (눈빛 바뀌는) 어딨어요? 상준이 형.
개인 아까까지 여깄었는데...

 상준, 찾는 진호.
 상고재 일각
 번쩍! 후레쉬 불빛.

진호 뭐하는 거야. 지금.
상준 보면 모르냐? 일하고 있지, 일.
진호 (카메라 들이대는 상준 팔 내리며) 하지 마.
상준 왜? 왜 하지 말라는 건데?
 니가 여기 들어온 목적을 생각해?!
 너 정말 개인씨한테 딴 마음 품은 거야?
 공과 사도 구분 못할 정도가 되 버린 거냐구?!
진호 그래, 나 공이고 사고 다 모르겠어. 그냥 다 고백하고 그만두고 싶어.
상준 이진호, 정신차려!! 이 일 어떤 일인지 누구보다 니가 더 잘 알잖아.
진호 잘 알지. 너무 잘 아니까 이러는 거야.
 나 혼자 잘 되자고 왜 다른 사람을 아프게 만들어야 하는데?
상준 아프긴 누가 아프다 그래?
진호 몰라서 그래? 지금 내가 하고 있는짓 박개인씰 두 번 죽이는 짓이라는 거?
상준 니 감정... 정말... 그 지경까지 된 거야?
 여자 때문에 니 일... 포기할 수 있냐구?
진호 (혼란스러운 표정, 대답하려고 입 여는데)
개인E 진호씨, 어딨어요?

 후다닥 카메라 들고 몸을 숨기는 상준.
 개인, 모습 드러낸다.

개인 여기서 뭐해요?
진호 그게....
개인 (주변 둘러보며) 상준씬요? 금방 목소리 들은 거 같은데?
 (진호 기색 살피며) 둘이... 싸웠어요?
진호 네.
개인 왜요?
진호 나.... 개인씨한테 할 말 있어요.

/숨어있는 상준, 긴장해서 보는

개인 (어젯밤 얘기하려나 싶은) 그 얘기라면 듣고 싶지 않아요. (돌아서면)
진호 (개인 팔 잡는) 내가 무슨 얘길 할 줄 알고 이래요?
 듣기 싫어도 들어요. 오늘 아니면 영영 못할 거 같으니까.
 나...내가 상고재에 온 건....
상준E 이야아아아옹! 야옹, 야옹!!
개인 (놀라 돌아보는)
상준 나비야, 나비야... (나비 부르며 모습 드러내는)
 (개인 보고 놀란 척) 어, 개인씨도 왔네.고양이 키우나 봐요?
개인 네? 고양이 봤어요?
상준 에, 새끼 고양이가 한 마릴 봤는데 어찌나 이쁘든지.꼭 개인씨 같더라구요.
개인 도둑 고양인가?
상준 에이, 목에 이쁜 리본두 하구 있던데, 며칠 굶어 보이든데
 집을 잃어 버렸나?
개인 불쌍해서 어째? 어디서 봤어요?
상준 저쪽으로 가든데...
개인 (상준이 있는 쪽으로 얼른 가는)
진호 (못마땅한 표정으로 상준 보는)
상준 너, 절대 하지마. 암말도 하지 마.
진호 형!!
상준 글쎄... 암말도 하지 말라고...
 너 한마디라도 하면... 나 그냥 이 자리서 혀 깨물고 콱 죽어버린다.
개인 (오며) 고양이 안 보이는데요?
상준 지 집에 갔나 부다.
 (개인 보이지 않게 진호에게 위협적으로 콱 혀깨무는 시늉하는)
진호 (복잡한 표정으로 상준과 개인 보는)

42. 진호의 아파트.(밤)
 -혜미, 울며불며 뛰어 들어오는. 태훈, 따라 들어오고. 
태훈 혜미야, 이성적으로, 이성적으로. 
진호모 (놀라서) 혜미야? 왜 그래?
혜미 어머니, 진호 오빠가 여자랑....
태훈 (혜미 입 틀어막으며) 아니에요, 어머니.
혜미 (뿌리치며) 진호오빠가 동거해요, 여자랑.
진호모 (놀라서) 뭐?
태훈 (갑자기 무릎 꿇고 앉으며) 어머니. 진호형, 정말 불쌍해요.
 -진호모, 혜미, 태훈을 보는.
태훈 (울먹이며) 성공하고 싶어서, 그 깔끔한 사람이 여자랑 한 집에 사는
 못할 짓까지 하고 있어요. 
진호모 (놀라고, 의아해서) 성공하고 여자랑 같이 사는 거하고 무슨 상관이야?
태훈 그게요, 어머니.
혜미 속이려고 하지 마. 성공이고 뭐고, 우리 진호 오빠 하고 싶지 않은
 일은 죽어도 못하는 사람이야. 내가 왜 그 집에 사는지 밝혀내고 말 거야.   
 
43. 상고재. 마루. (밤)

 -상준 배웅하고 들어오는 진호. 물컵 들고 부엌 쪽에서 나오는 개인.
 서로 어색한 시선 교환하는. 진호 고개만 까딱하고 자기 방으로 들어가려하면

 /후레쉬 백되는 
인희 우리 집에서 불편하게 밤을 보내서?

개인 (울컥해서) 진짜 바쁜가봐요. 집에까지 일을 들고 오고....
 아님, 바쁜 척을 하는 건가? 

 /후레쉬 백되는
 창렬에게 꽃 다발 받는 개인.

진호 축하합니다. 남자한테 꽃까지 받는 여자로 발전 하신 거.
 잘 말려서 길이길이 보전해요. 
개인 왜 그렇게 비아냥거려요. 
 내가 무슨 마음으로 시작했다는 거 잘 알면서? 
진호 진심으로 축하하는 마음으로 말한 건데, 전달이 잘 안됐나 보네요.
 그런데 쉽게 끝낼 수 있겠어요? 꽃다발 받는 표정이 심상치 않던데. 
개인 진호씨가 게임 오버라고 하면 바로 끝낼 거예요.
진호 이건 내 문제가 아닙니다.
 끝내고 안 끝내고는 박개인씨가 선택해요.
 (방으로 들어가는)

44. 진호의 방.(밤)
 -진호, 들어와서 문을 닫는. 
진호 (개인에게 퉁명스러운 자신에게 짜증이 나는)
 왜 이렇게 치졸하냐? 전진호.
 
 -울리는 핸드폰. 보면, 김인희라는 이름. 
진호 (밧데리 빼버리는)

45. 상고재 거실./ 인희의 아파트 거실.(밤)
 -진호, 욕실로 들어가는. 작업실에서 작업하고 있는 개인. 울리는 핸드폰.
개인 (핸드폰 보면, ‘내친구 인희‘라고 이름 뜨는, 잠시 보다가 받는)
 무슨 일이야? 
인희 (와인잔 들고 전화 중) 집이니?
개인 그럼 이 시간에 어디겠어? 
인희 창렬씨하고 데이트 중일까 봐. 
개인 대체 왜 전화 한 거니?
인희 너한테 전화 한 거 아냐. 진호씨 집에 있니?
개인 (확 구겨지는) 그런데 왜? 
인희 진호씨 전화가 꺼져있어서, 좀 바꿔줄래? 
개인 ......
인희 부탁이야. 
개인 (망설이다가) 기다려.

46. 욕실./인희의 아파트 거실.(밤)

 -세수하고 있는 진호, 노크 소리.

진호 (고개 드는) 왜요?
개인E 문 열어도 되요?
진호 (수건으로 얼굴 닦으며, 문 여는)
개인 (핸드폰 내주면서) 인희 전화에요, 급한 일인가 봐요.
진호 (날카롭게 보는)
개인 (핸드폰 더 내미는)
진호 (하는 수 없이 받고) 네? 
인희 (와인 마시면서, 취해 있다) 미안해요, 진호씨.
진호 왜 이래요? 인희씨. 
 -개인, 욕실 앞에서 비켜나는.
인희 어떻게든 견디려고 술까지 마시는데도 너무 무서워서요.
 진호씨 내 전화 피하는 거 아는데, 이렇게 막무가내인 여자 싫어할 거란 것도 아는데. 
 혼자라는 걸 참을 수 없어요.
 그냥 전화라도 하면, 목소리라도 들으면 괜찮을 거 같아서.....
진호 끊겠습니다. (끊어버리는)

47. 상고재 거실.(밤)
 -진호, 욕실에서 나오는, 서있는 개인. 
진호 (핸드폰 내미는)
개인 (핸드폰 받아서 돌아서려고 하면)
진호 그렇게 눈치가 없어요? 
 받고 싶지 않아서 안 받는 전화라는 것도 모르겠냐구요? 
개인 (홱 돌아서며, 화가 치밀어서)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요? 
진호 몰라도 그렇지, 이런 전화 심부름까지 하고 싶어요? 
 김인희씨한테 그렇게 배신당했으면서, 이런 심부름을 왜 하냐구요?
개인 그건 나하고 인희 문제니까요. 
 인희하고 진호씨 사이는 내가 모르는 거잖아요?
 인희 집에서 같이 밤도 보내고 그러는 사인데.....
 (자신도 모르게 터져 나온 말에 울상이 되고)
진호 어, 어떻게 알았어요? 그건?
개인 아까....우연히 들었어요.진호씨하고 인희 말 하는 거.
 나하고 진호씨가 친구인 것처럼, 인희와도 그런 사이가 되지 말란 법은 없잖아요?
 인희는 담미술관에서 중요한 사람이고, 진호씨 일에도 도움이 될 텐데, 
        그럼 나보다 더 귀중한 친구가 될 수 있는데
 내가 어떻게 그 전화를 무시해요. 
 (확, 작업실로 들어가는)
진호 (멍하니 서있는)

48. 작업실.(밤)

 -개인, 화가 나서 망치질하는. 진호, 들어와서 개인의 팔을 잡는.
진호 또 다치려고 그래요?
개인 진호씨가 무슨 상관이에요? 
진호 (톤 높여서)  인희씨 집에 도둑이 들었다고 해서 간 거예요.
개인 (멍해지고)
진호 개인씨 전화 받았을 때는 사무실에서 일하고 있던 중이었어요. 
 아, 내가 왜 이런 것까지 설명하는지 모르겠네.
개인 (누그러지면서) 도...도둑하고 맞닥뜨렸대요? 다치고 그랬어요? 
진호 (보다가, 어이없어서) 그게 걱정 되요? 정말 당신이라는 여자는.....
개인 그럼 그냥 그렇다고 말을 해주지. 
진호 뭐 자랑 할 일이라고 떠벌려요? 
개인 진호씨가 보통 남자로 여자와 밤을 보낼 사람이 아니란 건 알지만....
진호 알지만요?
개인 그 애기 듣는 순간, 마음이 쏴했어요.
 세상에서 제일 좋은 친구마저.....또 인희한테 뺐기는 구나 싶어서.
진호 그런 일 없을 거예요. 
개인 (안심이 되서 미소 짓는)정말이죠?
진호 (끄덕이는데, 울리는 개인의 핸드폰)
개인 (보고, 난감한 느낌으로 전화 받는)왜? 창렬씨?
진호 (서늘해지고)
개인 술 마셨어? 
진호 (나가는)
개인 (그런 진호한테 신경이 쓰여, 눈은 계속 진호를 쫓으면서)취했으면, 자. 

49. 술집./ 작업실.(밤)
창렬 (전화 중) 너, 내가 준 꽃다발, 차에 두고 내린 것도 모르지?   
개인 (그제야, 그랬나 싶은) 깜빡했어. 
창렬 내가 처음으로 준 꽃다발을 깜빡 할 수 있게 됐구나, 우리 개인이.
 내가 준 열쇠고리를 신주단지처럼 모시던 우리 개인이가 이젠 그렇게 됐구나.
개인 나중에 술 깨고 전화 해.
창렬 그래도 괜찮아, 개인아.
 그게 속상해서 술은 마시지만, 내가 그렇게 만든 거니까 나 다 참을 수 있어.
개인 끊을게. (전화 끊는)

50. 상고재 거실.(밤)
 -개인, 작업실에서 나와, 진호의 방 쪽을 보는. 
 뭔가 말하고 싶은 게 있지만, 참고 자기 방으로 들어가는.

51. 진호의 방.(밤)
 -진호, 어두운 표정으로 책상 앞에 앉아 있다가, 노트북 켜는. 

52. 개인의 방.(밤)
 -개인, 사자 인형 들고 침대에 쪼그리고 앉아있는.

53. 진호의 방.(밤)
 -진호, 일에 집중이 안 되자, 침대에 누워버리는.

54. 개인의 방.(밤)
 -개인, 사자 인형을 툭툭 건드리며 침대에서 이리 뒤척 저리 뒤척하는.
 -한 화면에, 각자의 방에서 불면으로 지새우는 두 사람의 모습. 
   -f.o

55. 담 미술관 휴게실.(낮)

 -개인, 전화 중.
개인 네, 아저씨 나무 배달 잘 받았어요.
 좀 더 많이 필요할 테니까 물량 확보 좀 넉넉하게 해주세요.
 머리요? 이젠 다 나았어요. 
주인E 그런데, 누가 진짜 애인이야?
개인 네? 
주인E 먼저 온 그 청년이야? 나중에 전화해서 어느 병원으로 갔냐고 숨어넘어갈 것처럼 묻던 청년이야? 
개인 나중에....누구한테 전화가 왔었어요?
주인E 못 만났어? 병원 알려줬는데, 누구냐니까, 친구라고 하던데. 
 말이 친구지, 목소리는 애인 걱정 되서 죽겠는 거던데 뭐. 인기 많아, 미스 박. 
개인 (진호가 왔었구나, 깨닫는)
 
56. 진호의 사무실.(낮)

 -상준, 태훈, 직원들 일하고 있는데, 들어오는 인희.
상준 (일어서며) 인희씨? 
인희 (미소 지으며) 자주 오죠? 
상준 저희야, 언제든 환영이죠.

57. 진호의 방.(낮)
 -진호, 일하고 있으면, 상준, 인희 들어오는.
상준 인희씨 오셨다.
진호 (고개 드는)
인희 저 전소장님과 할 얘기가 있는데, 자리 좀 비켜주시겠어요.
상준 극비 정보라도 있으신가보죠? 그런 거라면 저하고도 공유하셔야 하는데.
 진호와 전 서로 비밀을 만들지 말자는 주의라서.
인희 개인적인 일인데요.
진호 나가 있어, 형.
상준 어, 그래. 그럼 중요한 얘기 두 분이서만 나누십쇼. (나가는)
인희 치대는 여자, 남자들한테 매력 없다는 거 잘 알아요.
 단 한 번도 그런 적 없었는데, 진호씨가 절 그렇게 만드네요.
 일하다가도 달려오게 만들고.
진호 제 정체성에 대해서 아시지 않습니까?
인희 저같이 귀찮게 하는 여자보단, 그 쪽이 나으시겠어요?
진호 절 남자로 보는 게 부담스럽습니다.
인희 만약.....정말 진호씨가 여자를 사랑할 수 없는 사람이라도....
 전 남자로 진호씨를 사랑할거예요.
진호 우리가 사랑이라는 말이 오갈 정도의 관계는 아닌 거 같은데요.
인희 창렬씨와 헤어지면서 이젠 내가 존경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나자 다짐 했어요.
 한회장님 앞에서 맨주먹으로 싸워달라고 말하는 진호씨를 보는 
 순간, 아, 저 사람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구요.
 사랑은 주고받는 건 줄만 알았는데, 받을 수 없더라도
 사랑하고 싶은 사람을 사랑하고 싶어요. 
 그 말하러 왔던 거예요. (나가는)
진호 ......(울리는 핸드폰, 받고) 네.
개인E 시간 있나, 친구? 

58. 공원 일각 (늦은 오후)
 짜잔.. 진호 앞에 김밥 도시락 펼쳐놓는 개인.

개인 어때요, 근사하죠. 나 남자친구랑 이런 거 꼭 해 보고 싶었는데...
진호 그럼, 창렬이랑 했어야 하는 거 아닙니까?
개인 에이, 왜 이러실까. 뻔히 알면서....
진호 모르겠는데요.
개인 나 진호씨 기쁘게 해줄라고 정말 성심성의껏..
진호 이걸 직접 다 쌌단 말입니까? 
개인 싸고 싶었으나.... 능력부족으로....(얼른 김밥 하나 집어 진호 주며)
 먹어봐요. 이 집 김밥 바로 둘이 먹다 하나가 죽어도 모른다는 김밥이거든요.
진호 김밥이 다 거기서 거기지....
개인 (버럭)아 진짜.. 속고만 살아왔나... 얼른 아 해요.
진호 (얼결에 개인이 주는 김밥 받아 먹는다.)
개인 맛있죠, 죽이죠. 그게 다 이 박개인표 감사라는 특제 소스가 들어가서 그런 거라구요.
진호 (무슨 소린가 싶어 보면)
개인 병원까지 왔었다면서요? 
개인 왔으면 왔다고 해야 알지. 내가 점쟁이도 아니고....
진호 (계면쩍고) 복수 방해할 일 있습니까?
개인 (곱게 흘겨보며) 내가 어느 목재소에 있는지도 몰랐잖아요?
진호 진성, 진명, 진경 목재, 전화에서 들었던 비슷한 이름은 114에  다 물어봤습니다.
개인 그런 말 진작 해줬으면 감동의 물결이었을 거 아니에요?
진호 그냥 놀라서 달려간 거니까 확대 해석하지 말아요.
개인 (무심코) 난 확대해석 하고 싶은데...
진호 (물끄러미 보는)
개인 (진호 시선에 무안한 듯 말 바꾸는) 아니... 친구니까... 걱정되면 그럴 수 있잖아요.
 (물끄러미 진호보다) 만약 말이죠...내가 남자였으면 어땠을까요?
 다른 감정이 들었을까요?
진호 (애틋하게 개인 보다가 무뚝뚝하게) 도저히 상상이 안됩니다.
개인 상상 안되나?

김밥 김 풀더니 김으로 구렛나루 만들어 보이는 개인, 진호보고 히죽..
주위 사람들 보고 웃으며 지나가는

진호 뭐 하는 겁니까?
개인 내친 김에 오늘 하루 남자친구하지 뭐.나 어때요, 그럴 듯 하죠?

 

 

59 . 몽타주 - 스티커 방

 /남자 가발에 콧수염까지 붙이고 진호와 사진 찍는 개인.
 다양한 모습으로 찍히는 두 사람의 모습.
 /스티커 방 주인에게 돈 주고 
 남자 가발과 콧수염 붙인 채 스티커 방을 나서는 개인,
 진호 팔짱 끼면
 화들짝 놀래며 팔 빼는 진호.

진호 (난감한) 정말 이러고 돌아다닐 겁니까?
개인 한번쯤 이래보고 싶었어요. 어때요? 나 정말 남자 같죠?
진호 맛간 여자 같거든요.
개인 (주먹으로 진호 어깨 때리는)
진호 아. 
개인 주먹은 남자 못지않죠? 작업으로 단련된 팔뚝 힘이라고 할까. 
 
 -지나가는 사람들, 개인을 힐끔거리고, 쿡쿡 웃는 사람도 있고. 

개인 우리 어디 갈까요?
진호 혼자 가죠. 난 창피해서  같이 못 다니겠는데.
개인 (확 진호의 목에 팔 두르면서)
 친구가 작정하고 제공하는 이벤트를 거절하겠다는 건가? 친구?  

60. 창렬의 사무실. (낮)

 -창렬, 남자(흥신소 직원) 앉아있는.

남자 어린 시절 기록부터 주변 탐문까지 다 해 봤습니다만,
 전진호씨가 그런 성향을 가졌다는 증거는 없습니다.
창렬 그럼, 게이가 아니란 말입니까?
남자 네, 확실합니다. 
창렬 (표정 험악해지는)

61  미래 건설 복도.(낮)
 -창렬, 핸드폰 하면서 걸어오는. 

62. 오락실.(낮)
 -진호, 개인, 들어서는데. 개인, 핸드폰 울리는, 보면 창렬의 전화다.
진호 (보면)
개인 (꺼버리고) 우리 어떤 것부터 할까요? 

63  미래 건설 복도.(낮)

창렬 (받지 않는 핸드폰 들고, 답답해하며 걸어가는) 

64. 오락실.(낮) 

 -진호, 개인, 총을 들고 열심히 게임에 열중하는.
개인 엄호, 엄호. 
진호 나도 죽을 지경이라구요.
 댁은 댁이 알아서 좀 살아봐요.
개인 동지애도 없나? 친구?
진호 동지애도 나 살고 나서 있는 걸세, 친구.
 -옆에 있는 남녀, 한심하게 진호와 개인을 보는.
남 요즘은 여자가 저러고 다니는 게 유행이냐?
여 저렇게 생긴 남자가 왜 저런 여자랑 다니지?
개인 (그 말에 홱 돌아보는)
진호 아, 거 어디다 대고 쏘는 거예요? 
개인 (다시 정신 차리고 총 쏘는데)
남      (질투심에) 저렇게 생긴 게 어떤 건데?
여 사정없이 잘 생겼잖아!!
남 (질투심에 불타서) 저게 잘생긴 거냐? 기생 오래비도 아니구.
진호 (홱 돌아보는)
개인 어. 날 쏘면 어떡해요? 

65. 길. (낮)

 -개인, 장난스럽게, 남자 친구들끼리 그러는 것처럼 진호 툭툭 치며.
개인 자식, 기생오래비라는 말에 확 열 받는 거 볼만 하더라.
진호 자식? 
개인 남자들끼린 다 그러는 거잖냐? 자식, 알면서? 
진호 재미도 없는 이벤트 계속 할 겁니까? 
개인 다음엔 진호씨가 여장해 줘요.이거 해보니까 진짜 재미있어요. 
진호 뭐요?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합니까?
개인 우정의 이름으로 그 정도도 못해줘요?
진호 우정으로 차라리 죽어달라고 해요.
개인 (윽 가슴 부여잡고)
 또 다시 밀려오는 감동의 물결. 
 날 위해 죽어주겠다는 친구가 있으니, 난 지금 죽어도 여한이 없구만. 
 -지나가는 아줌마1,2  머리에 동그라미 그려 보이며.
아1 아이고, 젊은 나이에 안됐네.
진호 아, 정말 창피해서.....(앞서 급하게 걸어가는)
개인 어디 가나? 친구? (마구 따라가는)  

 개인의 시선에 들어오는 진호의 넓은 등.
 쓸쓸해 보이는 진호의 뒷모습, 달려가 와락 안아주고 싶은 표정의 개인 얼굴 위로

개인N 박개인 내일의 일기예보. 한참을 고민했습니다. 
 고마운 당신을 위해 무얼 할 수 있을까.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그럴 용기가 없어서 차라리 남자가 되기로 합니다.
 내가 당신에게 그런 것처럼 나로 인해 떨리는 당신을 보고 싶습니다.
 점점 더 내일 날씨를 모르게 된 박개인의 일기 예보였습니다. 
 
66. 상고재 앞.(밤)

 -창렬, 대문 두드리고 있는. 
창렬 개인아? 개인아? (더욱 답답해지고, 핸드폰 꺼내 누르는)

67. 인희의 아파트 거실./ 상고재 앞.(밤)
 -인희, 샤워하고 나오는데, 테이블 위에서 울리는 핸드폰.
인희 (보고, 웬일이지 하는 느낌으로 받는)
 창렬씨가 나한테 전화 할 일이 뭐가 있어?
창렬 (계단 아래 서서) 진호 자식하고 같이 있냐? 
인희 그걸 왜 물어? 창렬씨는 개인이만 신경 쓰면 되는 거 아냐? 
창렬 너 진호 자식이랑 같이 안 있지? 
인희 도대체 왜 그래? 
창렬 게이인척 하면서 순진한 개인이가 내 뺨까지 때리게 만든 그 자식.
 지금도 개인이랑 있을까봐 그런다 왜?
인희 (놀라서) 지, 지금 어디야? 창렬씨? 나 좀 만나, 당장. 
창렬 내가 널 왜 만나? 오늘 개인이 만나서 그 자식이 어떤 놈인지 다 밝히고 말거야. 
        (전화 끊는)
 
68. 길. (밤)

 -운전하는 진호, 그 옆에 개인.
개인 친구, 술 한 잔 하고 들어갈까나?
진호 일 없네, 친구. 
개인 에이, 그러지 말고. 
 남자들끼리 술 한 잔 하면서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좀 나눠보자구.
 남자들의 영원한 안주거리, 군대 얘기 어떤가?
진호 아, 그만 좀 해요. (개인의 머리에서 가발 확 벗겨버리는)
개인 아, 왜 그래요? 
진호 수염도 좀.....(개인의 얼굴에 수염 떼버리고)
개인 아, 아. 
진호 아파요? 
개인 그럼 아프지 안 아파요?
진호 그러니까 왜 이렇게 쓸데없는 짓을 해요? 
개인 (창 밖 보면서, 툭)나 다음에 태어나면 남자로 태어날까 봐요. 
진호 (보면)
개인 진호씬, 지금하고 똑같이 태어나요. 그래서 우리 딱 한번만 다시 만나요. 
진호 (흔들리며 보는) 
개인 (보고, 진호에게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일부러 밝은 척)
 나 이런 말까지 하는 거 보면, 진호씨 진정한 친구 맞는 거죠? 
진호 (어색하게 미소 짓고) 다음엔 오늘 같은 이벤트 하지 말아요.
 난 있는 그대로의 박개인, 내 친구가 좋습니다. 
 (앞만 보고 운전하는)
 
69. 상고재 앞. (밤)

 -창렬, 화가 나서 서성이고 있는데, 뛰어오는 인희. 
 
인희 창렬씨?
창렬 (돌아보는)
인희 나랑 얘기 좀 해. 
창렬 내가 너랑 무슨 얘길 해?
인희 개인이 진호씨가 게이라서 같이 살고 있는 거야.
창렬 뭐? 진호가 여기 산단 말이야? 개인이랑 같이?
인희 어디 가서 우리 얘기 좀 하자. 개인이랑 진호씨 오기 전에.....

 -이때, 다가와 멈추는 진호의 차. 진호와 개인, 웃으며 얘기하면서
 차에서 내리는데.

창렬 너 이 자식! (진호에게 주먹을 날리는)
진호 (기습에 휘청하고, 고개 돌려 창렬 노려보는)
창렬 너 왜 이러는 거야? 왜 내 인생에 사사건건 간섭인건데?
진호 내가 뭘 어쨌다는 거냐? 
창렬 네가 왜 이 집에 살아? 
 개인이한테 무슨 짓하고 있는 거야? 이 나쁜 자식아. 
진호 나 개인씨한테 아무 짓도 한 거 없다. 
창렬 내 여자하고 같이 살고 있으면서 아무 짓도 한 게 없어? 
개인 진호씨 나한테 아무 짓도 한 거 없어. 
창렬 (개인을 보고) 
진호 (개인을 보는)
창렬 어떻게 네가 이 자식하고 같이 살아? 
개인 그럴만한 사정이 있었어.
창렬 그럴만한 사정 뭐? 
개인 ......
창렬 (말 못하는 개인을 보자, 다시 화가 치솟고) 
 너 내 여자 옆에서 당장 사라져. 알아들어?
진호 한창렬, 내가 왜 네 말을 따라야 하냐?
 내가 개인씨 옆에 있는 게 그렇게 신경 쓰이냐? 그렇게 자신이 없어? 
창렬 이 자식이! (하며 주먹 다시 날리려면)
진호 (창렬의 팔 잡는)
창렬 놓치 못해?
진호 칠 줄 몰라서 안 치는 거 아니다. (그 팔 놓는)
창렬 (그 틈을 이용해 다시 주먹 날리고)
진호 (휘청하고)
개인 (진호 잡아 주려면)
인희 (개인보다 먼저 진호 앞 막아서며) 한창렬! 자꾸 한심하게 이럴 거야?
 진호씨가 뭘 잘못했는데!
창렬 여자들이 다 네 편이니까, 세상이 네 것 같지? 
진호 한심한 자식. (돌아서려는데) 
창렬 (다시 주먹을 날리려 달려들고) 
진호 (피하면서 주먹을 날리는) 
창렬 (퍽! 쓰러지고, 코피가 터지고)
개인 (놀라서 창렬에게 다가가며)
 창렬씨, 괜찮아? 
진호 (창렬을 잡아주는 개인을 보는)
개인 (창렬의 얼굴 만져주는)
 -그런 네 사람의 모습에서. 엔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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