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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의 취향] 10

작성자수다쟁이|작성시간22.11.27|조회수146 목록 댓글 0

개인의 취향 제10회


10회 ㅣ 2010-04-29 

 

1. 상고재 외경(저녁) -9회 연결 상황에서.   

창렬 (퍽! 쓰러지고, 코피가 터지고)
개인 (놀라서 창렬에게 다가가며) 창렬씨, 괜찮아? 
진호 (창렬을 잡아주는 개인을 보는)
개인 (창렬의 얼굴 만져주는) 코피 나.
창렬 (코 쓱 문지르면, 피가 묻어나고, 화가 치밀어 일어서서 진호에게 달려들려고) 
        그래, 오늘 아주 끝장을 내자. 
인희  (진호 앞을 가로막고 나서며) 그만해 창렬씨!
 질투심 때문에 정신이 어떻게 된 모양인데, 정신 차려.
 진호씨가 이 집에 사는 게 대체 뭐가 문제야?
창렬 뭐? 몰라서 물어? 저 자식.....
인희 우리가 개인이한테 한 짓을 생각해봐.
개인 (인희를 보는)
진호 (인희를 보는)
인희 그런 개인일 지금 옆에서 위로해주는 사람이 진호씨야.
 그럼, 우리 둘 다 고마워해야 하는 거 아냐? 
개인 (인희 입에서 저런 말이 나온다는 게 믿기지 않는 표정으로)
창렬 너야 말로 제정신이냐? 
 진호, 이 자식이 저 집에서 개인이한테 무슨 짓을 할지도.....
인희 (자르며) 무슨 짓을 한다는 거야? 
 진호씨가 어떤 사람인지 우리 다 알잖아? 
창렬 김인희? 너 지금 무슨 헛소리야? 이 자식 게이.... 
인희 (창렬 앞으로 다가들며, 창렬의 가슴을 밀치면서)
 그런 말이 진호씨한테 얼마나 상처가 되는지 몰라? 개인아? 
개인 (보면)
인희 진호씨랑 들어가. 이 두 사람 마주서 있어봤자, 더 험한 꼴만
 생길테니까. 들어가요, 진호씨.
 (진호와 개인 보면서) 제발, 들어가. 
개인 (인희의 간절한 표정 보고, 계단을 올라가면) 
창렬 개인아? 개인아? 
개인 (돌아서서) 오늘은 그만 가줘. 오늘은 감정이 모두 너무 격해 있어.
 진정 된 다음에 얘기해. 들어가요, 진호씨. 
 (대문 안으로 들어가면, 진호 따라들어가는)
창렬 너 어딜 들어가? 너 이리 못나와. (따라 들어가려고 하면)
인희 (창렬 팔 잡으면서, 험악한 표정으로)한창렬, 바보니?
창렬 뭐? 
 
2. 상고재, 마당(밤) 

 -개인, 진호 마루쪽으로 걸어가는.
개인 (머뭇거리다가) 얼굴은 괜찮아요? 
진호 (화난 투로) 솜 가지고 나가서 코피난 애인 코나 틀어막아주시죠. 
개인    애인이요?
진호 코피 터지니까 달려들던 폼이 딱 애인이던데요 뭐.
개인 그렇게 해야 하는 거잖아요?진호씨가 그렇게 가르쳤잖아요? 
 밀고 당기는 걸 잘해야 진짜 여자가 될 수 있다구.
진호 그게 밀고 당기는 거였단 말입니까?
개인 진호씨 주먹 한방에 나가떨어진 약자였잖아요? 창렬씨?
 그럴 땐 안타까운 척, 걱정해주는 척 해야 나한테 고마워할 거구,
 그래야 나중에 매달리면서 이젠 너 아니면 안돼, 그럴 거잖아요? 
진호 연기였다는 겁니까? 
개인 (단호하게) 네.
진호 (믿기지 않는 표정으로) 박개인씨 그렇게 출중한 연기력 없는 사람이라는 거 
        내가 잘 알거든요.
개인 그럼 앞으로 기대하세요. 더 놀라운 연기력을 보여줄테니까. 
 (진호 얼굴 들여다보며) 얼굴, 얼얼하죠? 
 여기 앉아있어요, 얼음 주머니 해올테니까. 

 - 개인 얼른 거실로 들어가려는데, 진호 개인의 팔목 붙잡고.
개인 (당황하고 놀란)!
진호 (손에 힘 들어가고) 
개인 (두근거리는 마음에 시선 돌리며 팔 빼내려하면서) 아파요.
진호  (내가 왜 이러나 싶어 손 놔주고 감정 누르며) 정말... 할 수 있겠어요?
개인  네? 
진호 내가 게임오버 하면 정말 창렬이 자식 걷어찰 수 있겠냐구요? 
개인 (단호한 표정으로) 할 수 있어요. 
진호 (개인의 팔을 놓아주는)
개인 그러는 진호씨는 그 약속 지킬 수 있겠어요? 
진호 (보면)
개인 진호씨한테 세상에서 제일 좋은 친구는 나일 거라고 했던 약속? 
 인희한테 그 자리 내주는 일은 없을 거라고 했던 거? 
진호 그럴거라고 했잖아요?
개인 진호씨 앞을 가로막고 나서는 인희를 보면서, 불안해져서 그래요. 
 아니면 됐어요. (마루 위로 올라서는데)
진호 그 약속 깨는 일은 없을 겁니다.
개인 사람 마음은 변하는 거잖아요? 
 그래서 사람 마음이라는 게 무서운 거구.
 인희는 뭐든 원하면 얻는 아이예요.
 진호씨를 친구로 원하면 결국 그렇게 만들고 말 거예요. 
진호 내 마음은 내가 챙길테니까 박개인씨는 자기 마음이나 잘 단속해요.

3.   커피숍. (밤)
 -인희, 창렬 앉아있는.
창렬 하자는 얘기가 뭐야?
인희 개인이한테 진호씨 게이가 아니란 사실을 밝혀서 우리한테 이득 될 게 뭐야?
창렬 (멍해져서) 무슨 말이야?
인희 개인인 진호씨가 게이라고 믿기 때문에 친구로 지내는 거야.
 그런데 사실이 밝혀지면, 개인이가 진호씨를 어떤 눈으로 볼 거 같아?
창렬 (눈빛 흔들리고)
인희 창렬씨는 개인이를 한번 배신했던 사람이야.
 하지만, 진호씨는 좋은 친구로 개인일 감싸줬어.
 그럼 창렬씨한테 불리한 싸움이 된다는 것 정도는 예상 할 수 있는 거 아냐? 
창렬 지금 내가 그 자식한테 밀릴 거란 거야?
인희 그래서 질투심에 눈이 뒤집혔던 거 아냐? 
 우린 이제 같은 배를 탄 사람들이야. 그럼 솔직해져야지.
창렬 같은 배를 탔다니? 
인희 나, 진호씨, 사랑하기 시작했어. 
창렬 (벙한 표정)
인희 난 진호씨를, 창렬씨는 개인이를 갖고 싶잖아? 
 그럼 그 두 사람이 친구인 채로 남겨둬야 하는 거 아닐까?
창렬 (양미간 모으면서 생각을 집중하는)

4.  상고재 욕실.(밤)
 -진호, 세수하고 있는. 
 플래시백. 코피 나는 창렬에게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달려들던 개인의 모습.
진호 (거울을 보면서)
 그게 연기였다는 말이지? 
 당신이란 여자, 그렇게 머리 굴릴 수 있는 사람이 못돼. 
 (암담한 느낌으로 거울을 보는)

5.   상고재 거실.(밤)

 -진호, 욕실에서 나오는데, 개인, 부엌 쪽에서 얼음 주머니 가지고 나오는. 
개인 (얼음 주머니 내밀며) 얼굴에 대고 있어요. 
진호 필요 없습니다. 
개인 아침에 얼굴 부으면 어쩌려고 그래요?
진호 창렬이 자식 주먹이 그 정도는 아닙니다. 
 -하는데, 대문 열리고. 
진호 대문 또 안잠궜어요? 
 -들어서는 인희. 진호와 개인 굳어지고. 
 인희, 편의점 봉투 들고 들어오는. 
개인 네가 또 여길 왜 와? 
인희 두 사람 기분 꿀꿀할 거 같아서. 
 (봉투 마루에 내려놓으며) 맥주 좀 사왔어. 마시고 기분 풀고 자라구.
 나도 같이 마시고 싶지만, 개인이 너 나하고 마주 앉아서 술 마시고 싶지 않을테니까
        그냥 갈게. 개인아?
개인 뭐? 
인희 우리 진호씨 옆에 너라도 있어서 다행이야.   
 진호씨, 우리 얘긴 나중에 따로 만나서 해요. 그럼 잘 자요.
 (개인에게) 갈게. (돌아서서 나가는)
개인 (화가 나서 방으로 들어가는)
진호 (그런 개인을 보고)

6.   개인의 방/상고재 앞 길.(밤)
 -개인, 들어오는.
개인 우리 진호씨.....(기가 막히는데, 울리는 핸드폰. 받고)
 왜? 창렬씨?
창렬 집 앞이야. 잠깐만 나와, 개인아.
개인 오늘은 얘기하고 싶지 않아. 그냥 가.
창렬 기다릴게. (전화 끊는)

7.   상고재 거실.(밤)

 -개인, 방에서 나오면, 진호, 소파에 앉아 책을 보고 있는. 
개인 (진호를 보고, 무시하고 마루를 내려서서 나가는)
진호 (그런 개인을 보는)

8.   상고재 앞. (밤)
 -창렬, 계단 밑에 서있는. 개인 나오는.
개인 얘기해.
창렬 진호 자식이 아무리 게이라도 나 그 자식 너랑 같이 지내는 거 싫어.
개인 내 사생활에 간섭하지마.아직 창렬씨한테 그런 자격 준 적 없어.
창렬 싫지만, 이해하려고 노력할게.
개인 (보는)
창렬 네가 저 자식하고 친구로 지내는 게 위안이 된다면 그렇게 해.
 이제부턴 내가 원하는 것보단 네가 원하는 쪽으로 뭐든 해주고 싶으니까. 
 하지만 내 마음이 진심이라는 걸 알게 되는 날엔, 저 자식 집에서 내보내줘. 
        그래줄 수 있니? 
개인 (보다가) 생각해볼게.
창렬 그렇게라도 말해줘서 고맙다. 들어가. 
개인 가.
창렬 너 들어가는 거 보고 갈게. 
개인 (들어가는) 
창렬 (자조적으로) 내가 그런 말 어떤 심정으로 하는지 넌 모를 거다.
 그만큼 이젠 네가 간절하다, 개인아.

9.  상고재 거실.(밤)

 -개인, 마루에 그대로 놓여있는 맥주 봉투 보고.
개인 (봉투 들고, 진호의 방 앞으로 가서 노크 하는)
 -진호, 방문 여는. 
개인 (봉투 내밀면서) 친구가 생각하고 사온 건데, 마시고 자요.
진호 그걸 내가 왜 마십니까?
개인 우리 진호씨 걱정해서 인희가 사온 건데, 그럼 누가 마셔요?
진호 난 마시고 싶지 않으니까 버리든 말든 맘대로 해요. 
개인 나 때문에 일부러 그럴 거 없어요. 
 인희하고 친구하고 싶으면 그래도 된다구요.
진호 진심입니까?
개인 (서운한 느낌으로 보고, 억지로 감정 누르면서)
 내가 제일 좋은 친구하자고, 진호씨 일에 일일이 간섭할 순 없잖아요? 
진호 그러니까 나도 박개인씨 일에 일일이 간섭하지 말라 그겁니까?
개인 내가 언제 그런 말 했어요?
진호 창렬이가 불러서 나갔다 온 거 아니예요?
개인 (멈칫)
진호 내가 게임 오버라고 하면 언제든 끝내겠다면서, 이젠 나가서 어떻게 하고 올까요, 
        하는 것도 안묻는군요. 
개인 그 정도는 이제 내가 알아서 해야, 진호씨가 덜 귀찮아할테니까 그런 거예요.
진호 그럼 이제 혼자 다 알아서 해요. (문 닫는)
개인 (닫힌 문 앞에서, 화가 나 이를 악무는)

10.   개인의 방.(밤)

 -개인, 방으로 들어오는. 사자 인형, 슬프게 보면서.
개인 결혼식장에서 인희가 창렬씨 옆에 서있던 모습을 봤을 때보다,
 인희가 우리 진호씨라고 하는 말을 듣는 순간이.....더 겁났단 말이예요.
 (침대에 쪼그리고 앉아 얼굴을 묻는)

11.   진호의 사무실.(낮)
 -진호, 핸드폰을 들고 앉아서. 
진호 우리가 왜 싸우는지 모르겠어요.
 내가 옹졸했다면 미안합니다. 
 (그러나 차마 걸지 못하고 핸드폰 내려놓는) 

12.   담 미술관 휴게실.(낮)
 -개인, 핸드폰을 들고 서서.
개인 나 다 관둘까요? 복수 같은 거 안 하겠다고 하면, 우리 싸우는 일 없을까요? 
        (고개 저으며 핸드폰 내리는) 

13.   진호의 사무실.(낮)
 -진호, 가방 챙기고 있는. 상준, 들어오는.
상준 야, 토요일인데 오랜만에 회식이나 할래?
진호 다음에 하자.
상준 왜? 최관장하고 약속 있어?
진호 피곤해, 일찍 들어가서 쉬어야겠어.
상준 (다가서며) 자기, 어디 안좋아? 
진호 (노려보는) 그것 좀 하지 말랬지? (나가버리는)
상준 자기가 싫다면 하지 말아야죠. 
 당신이 원하시는 일은 뭐든 못하겠어요. 
 어머, 나 이거에 너무 맛들였나봐. 

14.   마트.(낮)
 -반찬거리 카트에 담고 있는 진호. 
진호 왜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전진호.

15. 상고재 앞길(낮)
 
 - 진호 차 들어오는데 툭툭 비 내리기 시작하고.

16. 상고재 안(낮)

 - 진호 들어오면 마루 앞에 신발이 없다.
진호 (개인 방을 향해) 박개인씨? (대답 없고)아직 안 들어 왔나? 
 (마당 보면 비 내리고 있다. 진호 나갈까 말까 망설이는)

17. 거리 버스정류장(낮)

 - 개인, 버스에서 자료책들 한아름 안고 내리는데 비가 쏟아지고.
 책, 벤치에 내려놓고 정류장 지붕밑에 서서 난감한 듯 주위를 둘러보는. 
 하는 수 없다는 듯 가방 툭툭 친 후 머리위에 뒤집어 쓰고, 
 우산 쓴 사람들 사이로 씩씩하게 뛰어가는.
 개인 뛰어가고 나면 그 자리에 우산 쓰고 나타나는 진호.
 진호, 마침 도착하는 버스 살펴보는.

18. 가로수 거리(낮)

개인 (뛰어가다가 뭔가 생각난 듯 우뚝 걸음 멈추는) 아, 맞다, 책!
 (다시 돌아서는데 눈 앞에 불쑥 내밀어지는 책) ?
 (올려다보면 진호가 우산 씌워주고 있는) 
진호 박개인 씨 꺼 맞죠? 
개인 진호씨? 
진호 박개인씨는 일기예보 듣고 우산 챙길 사람이 절대 아니니까요.
개인 (감동한 듯 보다가 어제 일이 생각나 새침한 표정으로 앞서가며) 
 됐어요, 나 원래 비 맞고 다니는 거 좋아해요.
진호 (쫓아가 우산 씌워주면서도 냉랭하게) 그러니까 비 맞은 강아지 소리를 듣는 겁니다.
개인 (째려보며) 길에서 또 한판 붙자는 거예요? 
진호  (개인 옆에 우산 쓰고 나란히 가며) 
 사람이 어떻게 준비성도 없고 그렇게 칠칠맞습니까?  
개인 퇴근하는 길이예요? 버스 타고 왔어요? 차는 어디 두구?  
진호 집에 들어갔다가, 나온 겁니다.
개인 (감동해서) 나 마중 나온 거예요? 
진호 왜 싸웠는지는 모르겠지만, 하여간 서로 기분은 꿀꿀할테니,
 화해의 의미로 마중 나온 겁니다.
개인 (진호 젖은 어깨 털어주며) 그럼 우산이라도 두 개 가지고 나오지. 
 어깨 다 젖잖아요. 
진호 (멋쩍은 듯) 아, 그러니까 바싹 붙으면 될 거 아니에요.
개인 (냉큼 진호 팔짱 끼고) 
진호 (놀라 바라보고)
개인 (희미하게 웃으며) 나요, 학교 앞에서 우산 들고 기다려주는 엄마들이 
        그렇게 부러웠어요. 역시 진호씨는 우리 엄마가 보내준 사람 맞나봐요.
 나 진호씨랑 있으면 절대 비맞은 강아지는 안 될 것 같아요.
진호 금방 그 말 했다고 째려보더니 자기 입으로 그 말을 합니까?
개인 내가 속이 없잖아요? 
진호 다른 건 있습니까?
개인 어라, 이 양반이 또 잠자는 사자의 코털을 건드리네. 
 (주먹 휘휘 날리는 시늉하면서)
진호 (개인 어깨 잡아끌며) 비 맞아요. 

 -다정하게 걸어가는 두 사람. 태훈의 차 안에서 그 모습 보고 있는
 태훈과 혜미.
혜미 저....저게 일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같이 사는 거야? 
태훈 그러게, 분위기가 좀 묘하다.
혜미 (노려보면)
태훈 (혜미 눈치 살피고 얼른) 우산이 한 개 밖에 없잖아? 
 그래서 저런 묘한 포즈가 나오는 걸 거야. 
 근데 우리 언제까지 스토커 짓 해야 하는 거니?
혜미 저 여자가 우리 진호 오빠한테 아무 것도 아니란 확신이 들 때까지.

19. 상고재 앞(저녁)

 - 진호 우산 접고 있으면, 
 개인 가방 뒤적여 진호 앞에 불쑥 무언가를 내밀고. 진호 의아해 보면.
개인 내 사과를 받아줘요.
진호 (황당해 받아보면 사과 반쪽 자른 모양의 의자 미니어처다)   
개인 어제 인희 때문에 옹졸하게 군 거 사과하는 거예요. 
진호 옹졸하게 군 건 압니까?
개인 그러는 진호씨도 만만치 않았거든요. 이걸로 우리 화해한 거예요?
진호 (피식 웃는)
개인 이런 사과의 선물까지 준비한 내가 마음이 더 넓은 거란 건 인정하죠? 
진호 난 먹는 거면 사죽을 못 쓰는 친구 먹이려고 장까지 봐왔거든요.
 누구 마음이 넓은 거 같아요?
개인 (와락 껴안으며) 진호씨 마음 대따 넓어요, 태평양 저리 가라예요.
진호 (멈칫해서 개인 밀어내며)
 먹는 얘기만 나오면, 좋아라 달려들지. 

20.  네일숍 정도의 장소.(저녁)

 - 둘이 나란히 앉아 손톱 말리고 있는.
상준 (감격해서) 지금 그 말 정말이야? 나 좀 꼬집어 줘봐봐... 
영선 (상준 볼을 잡아 흔들며) 아유, 모델이라고 굉장한 건 아니고... 
 그냥 우리 쇼핑몰에 올릴 사진 몇 장 찍는 거야. 
상준 그거 모르지, 언니? 내 꿈이 원래 모델이었거든. 
 지금도 얼굴은 그런대로 되는데 몸매가 쪼금 부족해서...
영선  잘 됐네. 그럼 앞으로 나 자주 좀 도와줘.  
 (상준 손톱보며) 색깔 진짜 예쁘다.
상준 (손톱 보며 애교스럽게) 예뻐? 나도 내 손톱이 이렇게 예쁜 줄 몰랐어. 
영선 (시계보며) 우리 준혁이 올 시간 다됐다. 
 (일어서며 바닥에 늘어놓은 쇼핑몰 짐 들려고 하는데) 
상준 (얼른 영선의 짐 들어주며) 언닌? 이런 건 나한테 맡겨야지. 
 힘 좋은 친구 뒀다 언제 쓰려고? 
영선 됐어. 나 아줌마야. 이 정도쯤은 혼자 거뜬해.
상준 어머, 언니! 아줌마도 여자야. 
 헬스도 좋고, 맛사지도 좋지만 여자는 여자라는 사실을 잊는 순간 매력을 잃는 거라고.
        신랑 앞에서도 괜히 힘 좋다고 자랑하지 말구.   
영선  (뭔가 생각하다가 감격한 듯) 모르지? 
 나 요즘 상준씨 같은 친구가 있어서 얼마나 좋은지?
상준 언닌, 뭘 이런 거 가지고 감격하구 그래. 
  
21. 상고재 거실(밤)

 - 진호 소파에 앉아 다소곳이 사과를 깎고 있으면, 
 개인 턱 괴고 앉아 신기한 듯 보는. 
개인 진호씨는 사과도 참 잘 깎네요.
 청소 잘해, 요리 잘해, 사과까지 잘 깎아. 도대체 못하는 게 뭐예요?
진호 (당연하다는 듯) 없습니다.
개인 그런 말 하면서 조금도 안 민망해요?
진호 사실인데 왜요?
개인 그러고보니 진호씨가 못하는 게 딱하나 있네요. 겸.손.
 - 진호, 찌릿 째려보며 사과 다 깎아 칼 내려놓으면. 
 개인, 진호가 내려놓은 칼 들어 껍질 있는 사과 횡으로 뚝 자르는.
진호 (어이없다는 듯 설래설래 고개 젓는) 사과도 참 독특하게 드십니다. 
개인 (반쪽 사과 와삭 베어먹고) 색달라서 좋잖아요. 
 근데 내일 일요일인데 우리 뭐 할까요?
진호 청소하고 밀린 잠 잘 겁니다. 
개인  그러지 말고, 꽃놀이 가요.
진호 노인네처럼 꽃놀이는...  
개인 여자 만들기 프로젝트. 총정리 시간 한번 갖자는 거죠.
 벚꽃 나무 밑에서, 분위기 죽이지 않겠어요?
진호 일요일마다 나 부려먹기로 작정했죠? 
 - 개인 진호 핸드폰 동시에 울리는. 진호, 개인 받는.
진호 어, 형! 
개인 뭐, 또 반사판?
 
22. 공원 (낮)

 - 진호, 개인 나란히 반사판 들고 서있으면.
 영선 열심히 사진 찍고 있는. 
 상준, 부담스러울 정도의 정장을 빼입고 영선 앞에 포즈 취하고 있다. 
 상준 손에는 화장품 하나 쥐어 있는. 
영선 (계속 셔터누르며) 오케이, 좋아! 눈 좀 더 섹시하게 내리깔고! 
        손은 턱에 살짝 가져다 댄다... 키스를 부를듯이 입술 내밀고... 
상준 (영선이 시키는대로 하지만 매우 거북한 포즈)
영선 (카메라 내리고 주위 둘러보다가 진호 보고) 저기요,진호씨!
 - 진호 무슨 일인가 해서 보는. 
 
23. 공원 (낮)
 - 진호 어색하게 화장품 들고 폼 잡고 있으면. 
영선 (계속 사진 찍으며) 자, 진호씨! 타는 듯한 눈길로 화장품 바라본다. 
 입꼬리 살짝 올리고 미소! 오케이, 좋아!    
 - 진호 영선이 시키는 대로 어색하게 이리저리 포즈취하는.
상준 (진호대신 반사판 든 채로 다가와)언니 난 저것보다 더 잘 할 수 있는데...
영선 (촬영에 심취해 상준 밀어내며) 됐고, 잠깐만 비켜봐.  
상준 피부는 내가 더 낫다니까.
영선 (상준 잠깐 쳐다보더니 외면하는) 진호씨 우리 앞 단추 하나만 더 풀죠?
진호 (뜨악해서 영선 쳐다보면)   
상준 (아쉬운 듯) 난 앞 단추 다 풀 수도 있는데... 
영선  (상준 달래며) 있다가 다시 촬영할거니까 상준씬 잠깐 쉬어. 알았지?
개인 (영선에게 귓속말) 근데 상준씨 정말 화장품 모델 맞아?       
영선 (상준 눈치보며 개인에게 소근) 상준씨는 비포, 진호씨는 에프터.
개인 그건 사기다, 야~ 

24. 공원 (낮)

 - 촬영 끝나서 개인 영선의 짐 정리도와 주는데 전화오고.
 진호, 상준, 조금 떨어진 곳에서 짐 정리하고 있으면.

개인 (핸드폰 보더니 망설이다 받고) 어, 창렬씨.
영선  (전화받는 개인을 보고) 창렬씨?
개인 (냉랭하게) 오늘? 오늘은 안 되겠는데? 영선이 쇼핑몰 사진 찍는거 도와주고 있어. 
        아니, 데리러 올 필요 없어. 나중에 시간나면 전화할게.(전화 끊고)
영선 야, 박개인. 너 정말 어쩌려구 그래? 
개인 이에는 이, 눈에는 눈이야. 당한만큼 돌려주고 끝낼거야.
 날 이제부터 복수의 화신이라고 불러줘.
영선 복수는 개뿔... 넌 그런거 죽었다 깨어나도 못해. 차라리 아예 만나지를  마.
 - 개인 다시 창렬로부터 전화오는.
개인 (귀찮은듯 전화 받고) 글쎄 나중에 전화한다니까... 
 (하는데 진호 다가오자, 힐끔 보는) 알았어. 그럼  내일 만나. 
 (전화 끊고 발랄하게 진호에게 다가가서) 스승님, 지금 한창렬한테 전화가 왔는데요.
진호 (서늘해지는) 그래서요?
개인  한창렬과 데이트를 앞둔 시점에서 다시 트레이닝이 필요하지 않을까 해서요.
영선 (기가 막혀 혼자 중얼대듯) 트레이닝? 하다하다 이젠 별짓을 다하네.
개인 영선아, 상준씨, 먼저 가요. 우린 중요한 일이 있어서 어디 좀 갔다 갈게요. 
상준 중요한 일 뭐요? 
진호 (개인에게 끌려가면서) 먼저 가, 형.  
  
 - 영선 그런 진호 개인 보며 황당하다는 표정.
 그러다 팔짱끼고 가는 두 사람 뒷모습 보는데 문득 이상한 기분이 든다.
 두 사람의 모습 다정한 연인처럼 보이는. 
상준 언니, 짐정리 다했어?
영선 (멀어지는 진호와 개인 보며) 저기 내 눈이 이상한건가...?
상준  뭐가?
영선 저 두 사람... (그럴 리 없다는 듯 고개 젓는) 아니야, 그럴 리 없지. 
상준 (진호와 개인 보며 혀를 차는)참, 잘 어울리는 한쌍인데... 
영선 응?
상준  (급히 말 돌리며) 아우, 경치도 좋은데 나도 헌팅이나 할까보다.
영선 (진호와 개인을 보면서) 위험해, 위험해.   

25. 거리 (낮)

 - 개인과 진호 벚꽃 한창인 길을 걷고 있다.
진호 그래서 그 복수는 언제 끝낼 겁니까?
개인 글쎄요. 프로포즈 받는 날까지? 반지를 꺼내 개인아 나랑 결혼해줘. 
 그 순간 그 반지를 바닥에 던지고 발로 밟아버리는 거예요. 
 아니면 결혼식장에 아예 안 나타나는 것도 좋겠고요. 
 아, 그것도 있겠다! 결혼식장에서 한창렬이 보는 앞에서 
        진호씨가 나를 데리고 도망쳐 주는 거. 
 와, 마지막이 제일 맘에 든다.
진호 내가 왜 그런 짓을 합니까?
개인  (씁쓸하게)그쵸? 진호씨가 왜... 
진호 알았어요. 그 정돈 해줄게요.
개인  (보면)
진호 만일 그렇게 된다면 데리고 도망치는 거까진 해준다고요. 친구니까... 
개인 ....

 -그 모습, 멀리서 숨어 보고 있는 태훈과 혜미.
혜미 여자의 예감이라는 게 있어.
태훈 뭐? 
혜미 저건 일 때문이 아닌 거야. (이를 막무는) 

26.   상고재 앞.(낮)

 -진호의 차에서 내리는 진호와 개인. 
개인 (진호 손 잡는)
진호 (보고)
개인 결혼식장에서 내 손 이렇게 잡아끌고 나와주는 거예요? 약속 했어요?
진호 하여간 약속 좋아해요.
진호모E 진호야? 
 -진호, 개인 고개 들면, 대문 앞에 서있는, 진호모와 혜미, 태훈.
 세 사람 모두, 진호와 개인 손 잡고 있는 모습 보고.
진호모 네가 어떻게.....(피그르르 쓰러지려면)
태훈 어머니? 
혜미 어머니? 
진호 (뛰어올라가면서) 어머니? 
개인 (어머니란 소리에 놀라 보는)

27.   진호의 방.(낮)
 -침대에 진호에게 안겨있는 진호모. 진호, 진호모에게 물을 마시게 하는. 
 혜미. 침대에 걸터 앉아있고. 태훈 그 침대 옆에 서있고.
 개인,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서있는.
개인 청심환이라도 사올까요? 
혜미 (개인 노려보면서) 이렇게 만든 사람이 누군데, 병 주고 약줘요? 
개인 제가 뭘? 
진호 (진호모에게) 정신 좀 드세요? 
진호모 네가 어떻게 이럴 수 있어? 
 난 그래도 태훈이 말을 믿었어.
 네가 일 때문에 하는 수 없이 여기 사는 거라고 해서, 
        난 우리 아들이 너무 불쌍하다고 생각했지.
 엄마 몰래, 여자랑 동거까지 할 줄은.
개인 어머니, 그건 아니예요.
혜미 (벌떡 일어서며) 어머니라니? 당신이 왜 우리 어머니한테 어머니라고 하는데? 
진호 혜미 넌 가만 좀 있어?
혜미 내가 어떻게 가만 있어? 오빠 약혼자인 내가 어떻게 가만 있냐구?
개인 (놀라서) 약혼자? 
혜미 그래, 내가 진호 오빠 약혼자야. 
개인 진호씨?
진호 (난감하고)
진호모 난 네가 이럴 줄은 몰랐다, 진호야.  네가 어떻게 엄마를 속이고.
진호 그런 거 아니예요. 
개인 진호씨, 잠깐만....
진호 (개인을 보는)
개인 나랑 밖에서 얘기 좀....
혜미 (질투에 눈이 뒤집히는 느낌으로)당신하고 우리 오빠가 따로 할 얘기가 뭐가 있어? 
진호 (일어서는) 나가죠.
 -개인, 진호 나가는. 
혜미 어머니? 어머니? 저 보세요. 어머니랑 제 앞에서까지 당당한 거 보시라구요. 
        (주저 앉으며 우는)
진호모 (머리를 감싸쥐는)
혜미 (태훈에게 버럭) 뭐해?무슨 얘기하는지 가서 들어보지 않고? 

28.   개인의 방.(낮)
 -개인, 진호 서있는. 
진호 무슨 얘깁니까?
개인 차라리 사실대로 말씀을 드리는 게 어때요? 
진호 사실대로라뇨?
개인 저 아가씨도 너무 불쌍해요.
 진호씨가 그런 사람인 줄도 모르고 약혼자라고 우기는 게 가엽지 않아요?   
 어머님이 심장이 약하신 거 같던데, 그래서 지금까지
 숨기고 산 거 같은데, 매도 빨리 맞는 게 좋대잖아요.
 사실대로 말씀드리면 어머님도 이해하실 거예요.
진호 지금 그런 얘기 할 때 아닙니다. (돌아서는데)
개인 (진호를 잡으며, 애원하듯)어머님들은 다 자식 편이잖아요?
 충격은 크시겠지만, 이해해주실 거예요.
진호 지금 나더러 게이라고 말씀 드리라는 겁니까? 제 정신이예요? 

 -문 벌컥 열리는.
태훈 (기절할 것같은 표정으로) 형 게이예요? 
 혀....형이....게이였단 말이예요? 
 아니, 세상에 어떻게 이런 일이.....어떻게 형이....

 -진호의 방문 벌컥 열리고 뛰쳐나오는 진호모, 혜미.
진호모 (비틀거리며) 진....진호야. 
 -진호, 개인, 개인의 방에서 뛰쳐나가는. 
진호 (얼른 다가가서 진호모를 부축하는)
혜미 오빠가....뭐? 게이? 
 그럼....예전에 나 남자 좋아하는 거 몰랐냐는 말이....그럼....
진호모 (비틀) 진호야? 네가....네가....
진호 (답답해서 소리 지르는) 아니예요. 저 게이 아니예요, 어머니.
개인 (놀라서 진호를 보는)
진호 이리 와요, 개인씨?
개인 네?
진호 (버럭) 이리 오라구요. 
개인 (놀라서 진호 앞으로 다가가는)
진호 어머니? 
진호모 응?
진호 서 계실 수 있죠? 
진호모 (어렵게 끄덕이는)
진호 (개인의 어깨 감싸는) 저 이 여자 사랑해요.
혜미 (버럭) 오빠?  
개인 (눈 커지고)
진호 이 여자와 결혼하고 싶어요. 
진호모 진호야? 
진호 정식으로 인사 올려요, 개인씨? 
개인 (어리둥절해 있는)
진호 (단호하게) 뭐해요? 인사 안하고? 
개인 (보다가, 멍한 상태로 고개 숙이고)박개인입니다.
혜미 (앙 울면서 뛰쳐나가는) 
태훈 (쫓아나가며) 혜미야?
진호모 (진호에게) 게....게이는....아닌 거지? 너?
진호 아니라니까요.
개인 (저러면 안되는데, 하는 표정으로 진호를 보는)
진호모 이....이름이 뭐라구요?
개인 박개인인데요.
진호모 우....우리....진호....사랑해요? 
개인 (진호, 진호모 번갈아보는) 
진호 (긴장해서 개인을 보는)
개인 사....사랑합니다, 진호씨.
진호모 (개인을 살펴보다가) 그런데 진호야?
진호 네, 어머니?
진호모 나, 오늘은 너무 정신이 없어.
 다른 날 정신 좀 차리고 개인씨 다시 만나면 안될까?

29.   진호의 아파트.(밤)

 -소파에 앉아있는, 진호모와 진호.
진호모 정말 사랑하는 거야? 그 아가씨?
진호 네.
진호모 결혼 하고 싶어?
진호 네.
진호모 그럼 혜미는 어떡해? 
진호 저 혜미한테 아무 것도 약속 한 적 없어요.
 저 혼자 좋다고 난리였던 거잖아요?
 그걸 제가 책임질 수는 없는거 아니예요?
진호모 그래도 혜미 가여워서 어쩐다니.
진호 개인씨가 마음에 안드세요?
진호모 정신이 없어서 뭐 제대로 보기나 했나.
 어떻게 만났어? 사귄지는 얼마나 된 거야?
 아무리 결혼하고 싶어도 그렇지 동거부터 시작하면 어떡해?

30.   상고재  거실.(밤)

 -개인, 물 벌컥벌컥 마시며 서있는.
 플레시 백. 
 진호, 저 이 여자 사랑해요, 저 이 여자와 결혼하고 싶어요.
개인 아무리 급해도 그렇지, 어떻게 그런 거짓말을.
 그것도 어머니한테. 뒷감당을 어떻게 하려구. 
 -영선, 들어오는.
영선 나 왔다.
개인 (건성으로) 어, 왔어.
영선 내가 집에 가서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너무 위험하다 싶어서 달려왔어.
개인 뭐가 위험해? 
영선 뭐긴 뭐야? 너랑 진호씨지? 
 너희 둘, 이건 누가 봐도 애인사이지, 친구 사이가 아니야.
개인 나랑 진호씨가 어떻게 애인이 돼? 
영선 내 말이! 한창렬 전화 오니까 트레이닝이니 뭐니하며 둘이 쿵짝 맞추는데.... 
개인 (건성으로, 여전히 조금 전에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태로
 영선의 말에 의미 없이 대꾸하는 중이다)
 그거야, 창렬씨한테 복수하려고 연습하는 거지.
영선 (개인 심각하게 보다가 어깨에 손 올리며) 근데 개인아, 내 눈엔 니가 한창렬 
        그 인간을 복수하기 위해 만나는 게 아닌 것처럼 보여. 
개인  (귀찮은 듯) 내가 그 인간이 좋아서 다시 만난다는 거야?   
영선 아니, 진호씨랑 트레이닝인지 뭔지 그걸 하기 위해 한창렬이랑 만나는 것처럼 보였어. 
 한창렬은 그냥 구실일 뿐인거지. 
개인  (그제서야 정곡을 찔린 듯 움찔하고)
영선 (혀 차며) 정신차려 박개인, 진호씨는... 아니야. 너도 알지?
 진호씨 앞에 아무리 골키퍼가 없어도 너는 골을 넣을 수 없는 사람이란 거.
개인 (풀 죽어서)알아....
영선 진호씨랑 너 시작해선 안될 사랑이라구...
        혹시라도 마음이 갔다면 일찌감치 접어 이것아. 
개인 (버럭 소리치는) 그런데 일이 더 커졌어.
영선 뭐야? 너 벌써 사랑하게 된 거지? 그지? 이 일을 어째, 이 일을.
개인 진호씨가 나랑 결혼하겠대.
영선 (띵)

31.   진호의 아파트 앞.(밤)
 -진호, 지친 표정으로 걸어나오는데, 핸드폰 울리고.
진호 (보고 받는, 신경질적으로) 왜? 
태훈E 형, 큰 일 났어요.

32.   한강변.(밤)
 -혜미, 뛰어들겠다고 난동을 부리고, 태훈 힘겹게 잡고 있는.
 뛰어오는 진호.

태훈 형, 혜미 좀 말려봐요. 
혜미 놔. 죽을 거야, 내가 살아서 뭐해?
 살아서 진호 오빠가 다른 여자랑 결혼하는 걸 보느니  죽는 게 나아.
태훈 혜미야, 혜미야. 형, 얘 좀 잡아요, 힘이 아주 장사예요. 
진호 (다가서서 혜미의 어깨를 힘껏 잡는) 잘 들어, 혜미야.
혜미 (울면서 진호를 보는)
진호 나 너 사랑한 적 없어, 너도 알잖아?
혜미 내가 사랑하면 되잖아? 
진호 사랑은 혼자 하는 게 아니야.
혜미 난 할 수 있어.
진호 (태훈 팔 잡아 끌어당기는) 널 사랑하는 사람은 태훈이 이 자식이야.
태훈 형?
진호 네가 날 짝사랑하면서 마음 아픈 것처럼, 태훈이 이 자식도 그래.
 너 때문에 너무 많이 마음 아파하는 놈이라구.
혜미 난 얘 사랑 안해.
진호 그럼 널 사랑하지도 않는 나 때문에 죽을래? 
혜미 (울먹해서 보는)
진호 그럼 그렇게 해.
태훈 (화가 나서 덤벼들며)형, 그런 잔인한 말이 어디 있어요? 
 (혜미 얼굴 두 손으로 감싸 쥐며)듣지마, 혜미야. 저런 말 듣지마. 
혜미 (그런 태훈을 멍하니 보는)
진호 이제부턴 날 보지 말고, 이 자식을 봐. 그럼 사랑하게 될테니까.
 (돌아서서 걸어가는)
혜미 (주저 앉아 울음 터트리는)
태훈 (주저 앉아, 혜미 감싸안으며) 실컷 울어, 혜미야. 나 때리고 싶으면 막 때리면서 울어.

33.   상고재 거실.(밤)

 -영선, 정신 수습하려고 물 마시고 있는.
개인 (그 앞에 멍한 느낌으로 앉아있는)
영선 아니, 진호씨는 아무리 겁나도 그렇지 어떻게 널 이용한다니?
개인 어머니를 너무 사랑하는 사람이야.
영선 이 일을 어떻게 수습할거냐구? 
 진호씨 어머니가 결혼이라도 하라고 하면 어쩔 거냔 말이야.
개인 나....
영선 (보고)
개인 하면 안될까?
영선 (버럭) 뭐? 미쳤지? 너 미친 거지?
개인 도저히 어머니 앞에서 진실을 말할 용기가 없어서 그런 거잖아? 
 내가 그 사람....평생....바람막이가 되주면 안될까?
영선 (마구 때리면서) 미쳐도 곱게 미쳐 이것아.
 지금 네가 하겠다는 게 뭔지나 알아?
 널 여자로 안아줄 수도 없는 사람 바람막이 하겠다고  인생 망치려는 거야. 
개인 친구로 살면 되잖아?
영선 우정으로 해줄 수 있는 일이 있고, 해줄 수 없는 일이 있어.이 등신아.
개인 그 사람 어머니한테는 죽어도 진실을 밝힐 수 없어서 그런 건데. 
 어머니한테만은 평범한 아들로 살고 싶어하는 건데. 
 나 내가 해줄 수 있는 일이면.....
영선 (톤 높여서) 너 친구라는 거 핑계잖아?
개인 (보면)
영선 그렇게라도 진호씨 옆에 있고 싶은 거 아냐? 아니면 아니라고 대답해? 
개인 (시선 피하는)
영선 (개인 와락 끌어안고 울음 터트리며)
 널 어떡하면 좋니? 미안하다. 미안해, 개인아.
 진호씨한테 방 세주라고 너 부추기는 게 아니었는데.
 내가 너한테 무슨 짓을 한 거라니.
개인 (이를 악물고 울음을 참지만 눈물이 흐르는)
  
34.   상고재 앞.(밤)
 -영선, 울면서 걸어나오는.
영선 (상고재 보면서)
 내가 저지른 일이니까 내가 마무리 할게, 개인아.(눈물 닦으면서 걸어가는)

35.   상고재 마당.(밤)
 -마루 끝에 쪼그리고 앉아 생각에 잠겨 있는 개인. 들어오는 진호.
개인 이제 와요?
진호 (내려다 보고)
개인 어머님은 좀 괜찮으세요?
진호 (옆에 앉고)
개인 (배시시 웃으며) 어머니, 참 미인이시드라. 진호씨가 어머님 닮았나봐요.
진호 놀라게 해서 미안합니다. 아까 그 상황에선.....
개인 알아요.진호씨 어머니 많이 사랑하는 사람이니까.
진호 진정이 되시고, 시간이 좀 지나면.....
개인 진호씨?
진호 (보면)
개인 만약에.....
진호 .....
개인 만약에 정 용기가 없으면.....
 어머님께 사실대로 말씀 드릴 용기가 도저히 안나면.....
 그래서 여자와 결혼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으면.....내가 해줄게요.
진호 (굳어져서 보는)
개인 나라는 방패막이가 있으면 진호씨.....세상 사람들한테 손가락질
 안받고 살아갈 수 있잖아요.
 진호씬 만나고 싶은 사람 만나면서.....
진호 (벌떡 일어서는)도대체 당신이라는 여자는 어떻게 되먹은 여자야?
개인 (놀라서 올려다보는)
진호 지금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개인 (일어나서 진호의 손을 잡으며)그래도 내가 해줄 수 있는 일이잖아요?
진호 (거칠게 개인의 어깨를 잡으면서)
 제발 자기 자신을 더 많이 사랑하라고 얼마나 말해야 알아듣겠어?
 결혼은 사랑하는 사람과 하는 거란 상식도 없어? 
개인 진호씨는 그럴 수 없는 사람이잖아요? 
진호 (멍하니 보는)
개인 날 여자로 사랑해줄 수 없는 사람이라도 진호씨라면 
 평생 함께 갈 수 있을 것 같은데, 그걸론 안되는 거예요? 
진호 이러니까 매일 당하고만 사는 거야?
 게이친구하고 결혼하겠다는 멍청한 생각이나 하니까.
개인 그런 나.....이런 나라도 진호씬 좋아해주잖아요?
 날 세상에서 제일 좋은 친구로 생각해주는 사람을 위해 
 뭐든 해주고 싶은 걸 어떡해요?
진호 (포기하는 느낌으로) 우리 친구 그만하자, 박개인.
개인 .....
진호 당신같은 멍청한 친구, 질려서 그만해야겠어. (들어가버리는)
개인 (눈물을 흘리며 서있는) 

36.   진호의 방.(밤)
 -진호, 들어와서 서는. 
진호 날 여자로 사랑할 수는 없냐고 물었어야지, 이 멍청한 여자야.

37.   개인의 방.(밤)
 -개인, 들어와서 침대에 걸터 앉는, 사자 인형을 끌어안으며.
개인 나 친구도 못하면, 이제 어떡하니? 

38.   최관장실.(낮)

 - 최관장, 일어서면, 들어오는 영선.

영선 (인사하는) 저 기억하시겠어요? 
최관장 그럼요, 박개인씨 집에서 만났던 친구 분이시잖아요? 
영선 개인이 친구라고 하면 안만나주시는 거 아닐까 걱정 했는데.
최관장 그럴 리가 있습니까?
 박개인씨하고 저도 이젠 친구 사인 걸요.
영선 (혼잣말로) 친구 엮는데 맛들였구나, 박개인.
최관장 네?
영선 아, 아니예요.
최관장 앉으시죠.
 -영선, 최관장 앉고.
최관장 그런데 무슨 일로?
영선 제가 찾아 뵙고 고맙다는 인사를 드린다는 게 이렇게 늦었어요.
최관장 고맙다는 인사라니?
영선 우리 개인이가 얼마나 좋아하는지 몰라요.
 어린이 휴게실 일을 맡게 됐다구. 
 이런 범국가적인 취업난 속에서 일자리도 주시고, 그 어리버리한
 애랑 높으신 분께서 친구까지 먹어주시니, 제가 정말 너무 눈물나게 고맙고.
최관장 (재밌는 사람이군 하는 표정으로 보는)손수건 빌려드릴까요?
영선 네? 
최관장 눈물 나게 고마우시다면서요? 우실 거 아닌가요? 
영선 (이건 뭐지, 어색하게 미소 지으며) 유머 코드가 참 독특하신가봐요? 
최관장 친구는 끼리 끼리 만난다고 하지 않습니까?
 저도 박개인씨 못지 않게 어리버리한 편이라서.
영선 아, 네. 제가 오늘 찾아뵌 건 다름이 아니고. 
 눈물겹게 고마운 마음을 어떻게든 표현하고 싶어서예요.
최관장 (의아하게 보면)
영선 오늘 저녁에 시간 있으세요? 

39.   창렬의 사무실/담 미술관 휴게실 교차로.(낮)
창렬 (전화중) 오늘 어디서 만날까? 아니다, 그럴 거 없이, 내가
 미술관으로 데리러 갈게.
개인 미안해, 창렬씨, 오늘은 안되겠어.
창렬 왜 또? 어젠 일요일인데도 못만났잖아? 우리?
개인 오늘은 창렬씨 만나고 싶은 기분이 아니야..
창렬 왜 어디가 안좋아? 

 -들어오는 김비서.
김비서 회장님께서 부르십니다.
창렬 저번에 다친데가 계속 안좋은 거 아냐? 
개인 그런 거 아니야.
창렬 그럼 만나자, 개인아, 내가 기분 풀어줄게. 
개인 미안해, 창렬씨, 나중에 만나.(전화 끊고)
창렬 개인아? 개인아? 
김비서 회장님께서....
창렬 (버럭) 알았다니까. 

40.   한회장실.(낮)
 -한회장, 전화중. 창렬 들어오는.  
한회장 (전화중) 박교수님? 
창렬 (보면)
한회장 제가 우리 아들 놈과 따님의 결혼 문제로 박교수님을 좀 찾아뵜으면 해서 
        전화 드렸습니다.
창렬 (놀라서) 아버지?
한회장 학기 중이시라 당장 나오시기 힘드실 거같으니 제가 직접 영국으로 찾아뵜으면 
        하는데 어떠십니까?
창렬 아버지, 왜 이러세요?
한회장 아, 네 곧 나오신다구요? 
 하지만 제가 급히 상의 드릴 일도 있고 해서 조속한 시일 내에 뵜으면 싶은데. 
        아, 네, 할 수 없죠. 그럼 빠른 시일내에 귀국 하시길 기다리겠습니다.
 (전화 끊는)
창렬 아버지? 정말 왜 그러세요? 개인이하고 제 문제는 제가 알아서 한다니까요.
한회장 시간이 없어, 시간이.
 MS 최회장이 담 예술원에 대한 전권을 최관장한테 넘겼어. 
 이제 칼자루는 최관장이 쥐었단 말이다. 
 최관장이 진호놈을 염두에 두고 참가 자격까지 바꾼 걸 보면
 이미 심중엔 진호 놈을 낙점 했다는 뜻이야.
창렬 우리가 더 훌륭한 설계를 제출하면 되는 일이잖아요?
한회장 왜 쉬운 길을 두고 돌아가려고 그래?
 최관장이 아직도 박철한 교수에게 설계를 맡기고 싶어한다는 정보가 있어.
 박교수만 우리 쪽으로 끌어들이면, 되는 일인데.
창렬 제가 알아서 한다구요, 제가.
한회장 박교수 딸 마음은 확실히 잡을 수 있는 거야?
창렬 ......
 
41.   담미술관 휴게실.(낮)
 -일하고 있는 개인, 다가오는 창렬.
개인 (창렬을 보고) 오늘은 만나고 싶지 않다고  했잖아.
창렬 할 말 있어서 온 거야.
개인 나중에 하면 안될까? 나 이거 빨리 정리해야 해.
창렬 진호 자식 언제까지 상고재에 있게 할 거야? 
개인 그 말 하려고 온 거야? 이해하겠다면서? 기다리겠다면서? 
창렬 친구로 지내도 좋아. 하지만 같이 사는 건 너무 심한 거잖아? 
 너같이 순수한 애가 진호 자식처럼 비열한 놈하고 같이 지낸다는 게....
개인 진호씨에 대해서 나쁘게 말 할 거면 하지마. 
창렬 개인아?
개인 내가 그 순간을 어떻게 견뎠는 줄 알아? 
창렬 (보면)
개인 창렬씨가 찾아와서 넌 나한테 전부 건 게 아니어서 널 버렸다고 했던 날.
 진호씨와 술을 마시면서 다 말했어.
 난 전부 걸었는데, 그걸로는 안됐대요.
 난 여자가 아니었대요, 그냥 소녀였을 뿐이래요.
 그 말들을 모두 들어준 사람이 진호씨야.
창렬 (애잔하게 보고) 
개인 창렬씨는 다시 시작하자고 했지만, 그때 받은 상처가 너무 커서
 난 아직 마음을 열 준비가 안됐어.
 지금 나한텐 창렬씨보다, 친구인 진호씨가 더 소중해.
 내 소중한 친구를 나쁘게 말할 거면 우리 그만둬.
창렬 개인아? 
개인 지금 나한테 창렬씨와 진호씨 두 사람 중에 한 사람을 선택하라고 한다면, 
        난 진호씨를 선택할 거야.
창렬 그.....그렇게 대단한 거냐? 진호 자식이? 
개인 지금 나한테는 그래. 
창렬 (힘없이) 알았다, 일 해, (돌아서서 걸어가는)

42.   담 미술관 복도.(낮)

 -힘이 하나도 없는 표정으로 걸어오는 창렬. 맞은편에서 걸어오는 인희. 
창렬 김인희? 
인희 (보고)
창렬 (다가서는) 너, 자신 있는 거지?
인희 무슨 말이야?
창렬 진호 자식, 네 남자로 만들 자신 있는 거냐고 묻는 거야.
인희 자신 있어. 
창렬 꼭 그렇게 해라. 
인희 왜 그래?
창렬 그래서 하루라도 빨리 개인이 옆에서 그 자식 좀 치워주라.
인희 개인이가 뭐라고 그래?
창렬 너하고 헤어지는 건 참을 수 있었지만,개인이를 다시 놓치는 건 견딜 수 없을 거 같다.
인희 내가 의심한 그대론 거지?  개인이 진호씨 다른 눈으로 보는 거?
창렬 부탁한다, 네가 진호 자식을 잡아주면, 평생 고마워할게. (걸어가는)
인희 (혼잣말로)한창렬. 처음으로 네가 근사해보인다.

43.   진호의 사무실.(낮)
 -상준 들어오면.
진호 (상준에게 단말기 주며) 담예술원 스케치랑 자료들 여기 다 담아 놨으니까, 한번 봐줘.
상준 (단말기 받아 보면서) 자식, 난 이럴 때마다 너 존경한다니까. 
 - 진호 그런 상준 보는데 핸드폰 울리는.
진호 (받고)네, 영선씨?
상준 (억) 아니, 우리 언니가 왜 너한테 전화를 하냐? 
영선E 아르바이트로 부려먹고 알바비도 못드려서, 
        제가 저녁 한번 거하게 차려드리고 싶거든요. 
진호 알겠습니다. 퇴근하고 바로 들어가죠. 
 (전화 끊는) 
상준 영선씨가 왜 전화 한 거냐? 
진호 저녁 차려줄테니까 빨리 들어오라구.
상준 어, 그럼 나도 같이 가야지.
진호 오늘 아버님 생신이라 가족들 모임 있다고 안했어? 
상준 아, 맞다. 왜 하필이면 언니는 오늘 저녁을 차려준다냐? 
 (핸드폰 꺼내며) 내일로 미루자고 언니한테 전화 해야지. 
 -문 여는, 여직원. 
여직원 소장님? 미래 건설 한창렬 이사라는 분 전환데요.
상준 (기겁하는 느낌으로) 누구? 
진호 (그 인간이 왜 나한테 하는 느낌으로)

44.  한강변 정도의 야외 장소. (낮)
 -창렬, 서있고, 진호 다가오는.
진호 네가 왠일이냐? 날 이런 데서 다 보자고 하구? 
창렬 (보고)
진호 ....
창렬 난 한번도 개인이를 기다려본 적이 없다.
진호 (의아하게 보는)
창렬 약속시간 보다 항상 먼저 나와서 기다렸던 건 개인이었고, 
        나는 조금 늦어도 미안한 것조차 몰랐어.     
진호 그런 얘길 왜 나한테 하냐? 
창렬 아무리 늦어도 마냥 기다리고 있는 개인이가 바보 같아 보였구. 만만하고 그랬다.
진호 (노려보며) 나쁜 자식.
창렬 (씁쓸하게 웃는) 그런데 이제는 알 거 같다.
 날 기다리던 개인이의 마음이 어땠는지.
 마음을 열지 않는 개인이를 보면서, 기다리는 게 이런 거구나, 싶어졌다.
진호 도대체 날 불러낸 이유가 뭐냐? 
창렬 네가 게이가 아니란 거 알아.
진호 (굳어지는)
창렬 아무래도 네가 게이라는 게 믿기지 않아서
 네 뒷조사 좀 했다. 최관장님께 너한테 속고 있는 거라고, 알려주려고.
 근데 일이 이상하게 꼬였다.
진호  (긴장해서 창렬 보는)
창렬 네가 게이 행세까지 하면서 최관장을 이용하는 나쁜 놈이라고
        개인이한테 말해야 하는데. 
 그럼 개인이가 널 상고재에 그냥 두지는 않을텐데. 
 말을 할 수가 없어.
 지금은 나보다 친구인 네가 더 소중하고 말하더라, 개인이. 
진호 (괴로운 심정으로 눈을 감고)
창렬 철썩같이 친구라고 믿었던 놈이 시커먼 속셈을 갖고 있었다는 걸 알면 
        상처받을 테니까. 나 이제 개인이 울리는 짓 안하기로 했거든.
 그러니까 전진호!
진호 (보면)
창렬 (보고) 그 집에서 당장 나와라. 친구인 채로 개인이 곁에서 떠나달라는 거다.  
진호 (괴로운 심정으로 시선 돌려 먼 곳을 바라보는)  

45.   상고제 안(저녁)

 - 영선, 요리하고 있고, 개인, 그 옆에서.
개인 뭘 이렇게 거창하게 차려? 
영선 차려야하니까 차리겠지.
개인 진호씨도 오늘 늦을 거 같은데.
영선 그걸 어떻게 알아?
개인 어제 좀 싸웠거든. 
영선 싸워?
개인 결혼 해줄 수도 있다고 했다가, 멍청한 여자라고 막 소리지르고 그랬어.
영선 다행이다, 진호씨라도 제정신이니.

46. 한강변.(저녁) 

 - 진호, 강물을 바라보며 서있는.
진호 그래 전진호, 이제 다 끝내는 거야. 
    
47. 상고재 거실(저녁) 

 - 거실 탁자에 촛불 켜져 있고, 주변은 꽃들로 장식된 로맨틱한 분위기. 
 마치 신혼룸 테이블 같다. 
개인 이건 다 뭐야? 
영선 언니가 산뜻하게 마무리 지어주려고 혼신의 힘을 다하고 있으니까 넌 가만히나 있어. 
 
 - 딩동 벨 울리는.
영선 왔나보다! (뛰어나가고)
개인 (왜 저러나 싶어 의아하고) 
    
48. 상고재 마당(저녁) 

 - 영선 문 열면 최관장 커다란 꽃바구니 들고 서있다. 
영선 어머, 안녕하세요. (꽃바구니 보며) 뭐 이런 걸 다... 
최관장 초대를 받았는데, 빈 손으로 올 수가 없어서요. 
 장례식장에 갔다가 하나 집어왔습니다.
영선 (벙한 표정)
최관장 많이 썰렁한가요?
영선 (어색하게 웃으며) 네, 뭐 좀. 들어오세요. 
 -최관장 들어서고, 영선과 마루 쪽으로 걸어가는데.
  진호 마당으로  들어서는.   
 최관장보자 무척 당혹스런 표정으로 굳어지는 진호. 
 어색하게 마주보고 서있는 진호, 최관장.

49.   상고재 부엌.(저녁)
 -로멘틱한 분위기의 식탁. 영선, 진호, 최관장, 들어오고.
 개인, 일어서는. 
개인 (최관장 보고 놀라는) 관장님?
최관장 초대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영선 (설레발 치며 꽃다발 들어보이는)
 이런 것까지 가져오셨지 뭐니. 자, 자, 앉으세요. 
 -최관장, 미소 지으며 앉고, 진호, 굳은 표정으로 마지 못해 앉는.
 개인, 영선 노려보면서 앉는.
 -앞에 차려지는 음식.
영선 있는 솜씨 없는 솜씨 다 발휘해서 장만한 거니, 맛있게 들어주세요.
 -영선의 핸드폰 울리는. 
영선 응, 여보? 뭐? 준혁이가 집에 없어?  
 알았어. 내가 지금 바로 갈게. 
개인 (놀라 일어서면서) 준혁이가 집에 없다니?
영선 몰라, 가봐야겠다. 
 개인아, 나 다리가 후들거려. 나 도저히 혼자 못가겠다. 
개인 알았어, 같이 가. 
최관장 (일어서며) 제가 차로....
진호 (일어서고) 아닙니다, 제가.
영선 아니예요. 집 근처 어디 있을 거예요. 너무 걱정 마시고. 
 식사나 하세요. 가자, 개인아. 
 (개인 끌고 급하게 나가는)    
  
50. 상고재 앞(저녁) 

 -영선 개인, 급하게 나오는데. 
개인 준혁이 친구들 집부터 전화해봐야 하는 거 아냐? 
영선 준혁이 집에 있어.
개인 뭐? 
영선 너 진호씨한테 마음 접으려면 이게 최선이야.
개인 이영선?
영선 진호씨가 최관장님에 대한 마음이 확실해지고, 어머니 앞에서까지
 당당하게 밝힐 수 있으면 너도 마음 정리 될 거 아냐. 
개인 .....
영선 이제 활시위를 떠난 화살이야. 그냥 두 사람한테 모든 걸 맡겨.
          
51. 상고재 식당.(저녁) 

 -최관장 진호의 굳어진 표정보며 분위기 파악한 듯.
최관장 왠지 잘못 온 것 같은 기분이 드는군요.
진호 죄송합니다. 솔직히 전 최관장님께서 오시는 줄 몰랐습니다. 
최관장 좋은 친구분들을 두셨군요.
 두 분 연기가 어째 좀 어색하다 싶더라니. 
 (일어서는)
진호 (일어서고)
최관장 오늘은 그냥 가는 게 좋겠습니다.
진호 오셨는데 식사는 하시고 가시죠.
최관장 아닙니다. 제가 이래뵈도 꽤 예민한 편이거든요.
 전진호씨 인상 심상치 않은데 눈치 없이 마주 앉아 밥을 먹을만큼 강심장이 못되서요. 
진호 죄송합니다, 어이 없는 상황이라 표정 관리가 안되서요.
최관장 전진호씨의 그런 솔직한 면을 좋아하니까 너무 마음 쓰지 말아요.가겠습니다. 

52. 상고재 마당(밤) 
 - 진호, 마당에 서있는. 들어오는 개인. 
 
개인 (미안해서 배시시 웃으며) 
 준혁이 찾았어요.  옆집 친구 집에 있더라구요. 
진호 결혼까지 해줄 수 있다고 했는데, 겁이 나긴 했나보죠.
 이러다 인생 아주 우스워질 수도 있겠구나 싶던가요? 
개인 진호씨?
진호 최관장님한테 밀어버리면 간단해질텐데, 싶었어요?
개인 그런 거 아니란 거 알잖아요?
진호 어쨌든 다행입니다. 멍청한 줄 알았는데, 이런 머리까지 쓸 수 있는 사람이라서. 
개인 꼭 그런 식으로 밖에 말 못해요. 
진호 이번 주말에 짐 옮길 겁니다. 
개인 (쿵하는 느낌으로 멍하게 보는) 지금 뭐라고 했어요?
진호 전세금은 세입자 구하면 그때 돌려줘요.
개인  (당황스러워서 말이 안나오는) 지... 진호씨...?
진호 (나가려는)
개인 (잡으면서) 어디 가요?
진호 나가는 겁니다.
개인 지....지금요? 지금 당장? 
진호 네. (나가버리는)
개인 (울먹해서 보는)
 -시간 경과. 마루 끝에 앉아있는 개인.

개인E 박개인의 일기 예보.
 훈훈한 봄바람과 함께 찾아왔던 친구가 떠나버린 밤입니다.
 이제 곧 여름이 올텐데. 그 여름에도 추위를 탈 것같아 저절로 어깨가 움추려듭니다.   
53.   진호의 사무실.(낮)
 -진호, 일하고 있는, 상준 들어오는.
상준 점심 먹으러 가자.
진호 생각 없으니까 갔다 와.
상준 어제 오늘, 계속 사무실에서 새우 잠 자면서 먹지도 않고 너 왜 그래?
진호 (싸늘하게) 다녀오라구.
상준 자식, 찬바람이 쌩 쌩 불어서 말도 못붙이겠네. (나가는)
진호 (일에 열중 하려 하지만. 집중이 되지 않자, 일어서서 창 앞에 서는)
창렬E 그 집에서 당장 나와라. 친구인채로 개인이 곁에서 떠나달라는 거다.
진호 (자조적으로) 만족하냐? 친구도 아닌 채로 떠나줘서.   
 -문 열리는 소리.
진호 다녀오라니까, 난 밥 생각 없다구.
인희E 왜? 밥 생각도 없으세요? 
진호 (돌아보는)
인희 (서있는)
진호 왠일이십니까?
인희 관장님이 뮤지컬 표를 주셨는데 같이 갈 사람이 없어서요.
진호 .....
인희 같이 가주시면 안될까요?
진호 싫습니다.
인희 개인이도 관장님께 오늘 표를 받던데.
진호 (보는)
인희 창렬씨 매일 미술관으로 찾아와서 개인이 마음을 돌려보려고 무진 애를 쓰고 있어요. 
 오늘도 뮤지컬 같이 보러 가려고 벌써부터 와서 기다리고 있던데.
진호 저하곤 상관 없는 일입니다.
인희 아니죠. 
진호 (보면)
인희 개인이 마음을 조금은 흔들어 놓으신 거 같은데. 제가 잘못 봤나요?
진호 (흔들리고)
인희 개인이 이제 제 자리 찾아가려는 중인데, 친구로 완전하게 제 자리를
 찾아가도록 도와주실 생각은 없으세요? 
 네가 없어도 나한테는 김인희라는 친구가 있다.
 그럼 개인이 진호씨 친구 노릇 그만 두고, 창렬씨 연인 역할에만 집중하지 않을까요?
진호 .....

54.   공연장 로비.(밤)

 -창렬, 개인 성장 차림으로. 
창렬 (개인의 귀에 대고) 오늘 네가 여기 온 여자 중에 제일 예쁜 거 같아.
개인 (그닥 기쁘지 않은) 
 -진호, 인희, 성장 차림으로 팔짱 끼고 걸어오는.
개인 (굳어지고) 
 -인희, 창렬 묘한 눈빛 주고 받는. 서로 이미 약속이 되있었다는 느낌으로.
진호 (냉정한 눈길로 개인을 보는)
개인 (진호의 차가운 눈빛에 시선을 돌리는)
진호 (순간, 그런 개인이 마음 아픈)

55.   공연장 내.(밤)

 -창렬, 개인,인희, 진호, 나란히 앉아 공연을 관람하고 있는. 
인희 (웃으며 진호의 귀에 대고 뭔가를 속삭이는)
진호 (끄덕이는)
개인 (그 모습 보면서 점점 어두워지는)
창렬 (개인의 귀에 대고 뭐라고 말하는데)
개인 (들리지 않는 느낌이다) 
인희 (뭐라고 말하면서 진호의 손 위에 자신의 손을 얹는)
진호 (참고 있는)
개인 (진호의 손을 잡고 있는 인희의 손을 보자, 순간 울컥 해지는, 일어서서 나가는)
창렬 (놀라서) 개인아?
개인 (울음을 참으며 좌석에 앉아있는 사람들에게 죄송하다고 고개 숙이며 걸어가나가는)
진호 (순간, 몸을 일으키는)
인희 (진호의 팔을 잡으며) 진호씨?

56.   공연장 로비.(밤)
 -개인, 억지로 울음을 참으며 뛰어나오는, 창렬 쫓아나오는. 
창렬 (개인 팔 잡으면서) 왜 이래? 
개인 (울먹해서 보는)
창렬 왜 이러는 거야? 
개인 나 못하겠어. 
 -뒤에서 나오는 진호, 인희 쫓아나오고. 
창렬 뭘 못하겠다는 거야?
개인 나 창렬씨한테 복수하려고 만난 거야.
창렬 .....
개인 창렬씨가 날 버린 것처럼 나도 창렬씨한테 똑같이 해주려고.

 -진호, 인희, 굳어져서 보는.창렬과 개인은 진호와 인희가 나온 거 보지 못하는. 
개인 그런데 못하겠어. 하기 싫어.
창렬 나한테 미안해서 그런 거면 괜찮아, 개인아.
 그런 마음으로 시작했더라도 난 괜찮다구.
 내가 네 마음 바꿔 놓을게. 나 그럴 수 있어.
개인 아니, 창렬씬 내 마음 바꿔놓지 못해. 
창렬 개인아? 
개인 내 마음이 어떤지 창렬씬 몰라.

 -진호, 개인에게 다가서서, 개인의 팔을 잡고 돌려세우는.  
진호 게임 오법니다. 
개인 (멍하니 보는데)
진호 (개인에게 입을 맞추는)

 -굳어지는 창렬과 인희, 
개인 (눈 커져 있는)
 -입을 맞춘 진호와 개인. 엔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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