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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대본

[개인의 취향] 12

작성자수다쟁이|작성시간22.11.27|조회수315 목록 댓글 0

개취 12부 (비밀의 방)

  

1. 제주병원 전경. (낮)

  

2. 병실. (낮) 

- 창렬 병원 침대에 누워있는. 의식이 없는 상태다. 

의사 간호사, 창렬의 상태를 체크하고. 개인 그런 창렬을 걱정스럽게 보는.

  

개인(의사에게) 괜찮은 거죠, 선생님? 

의사(차트 보며) 가벼운 뇌진탕 같습니다만,

머리를 다쳤으니 깨어날 때까지 좀 더 지켜보기로 하죠.

- 개인울듯한 표정으로 창렬을 보는데 창렬의 얼굴에 흙 묻은 게 눈에 들어온다. 잠시 망설이다가 손으로 조심스럽게 창렬 얼굴의 흙을 닦아주는. 

  

3. 호텔 야외장소 (낮)

  

- 진호, 최관장, 마주앉아 있고.

  

최관장세미나는 도움이 좀 될 것 같습니까?

진호매번 세심한 배려에 감사드립니다. 

최관장부담 갖지 말아요. 

그저 재능 있는 젊은 인재에 대한 투자정도라고 생각해줘요.

대신 성공하면 모른 척 하기 없깁니다.

진호(심각한 표정으로) 

최관장내가 또 너무 썰렁했나요? 웃지도 않는 군요.

진호......

최관장(심상치 않은 진호의 표정 살피며) 근데 할 말이라는 게 뭐죠? 

진호(최관장 얼굴보자 선뜻 말이 안 나와 망설이는) 저... 

최관장(그런 진호 보자 말 돌리려는) 

참, 칸딘스키 좋아하죠? 전진호씨.

최근에 화집을 구했는데. 있다가 내 방에 들러서 가져가요.

진호죄송합니다만, 그럴 순 없습니다. 

최관장이건 담예술원 건에 대한 도움이 아니니까 그냥 받아줘요.

(순진한 표정으로) 그 정도는 해줄 수 있죠? 

진호(최관장 보며 미안하고 답답한)...

최관장 (실망해서) 기뻐하며 받아 줄 거란 생각은 안했지만, 

막상 그런 표정을 보니 조금 의기소침해지는걸요? 

(일어나며) 할 말이 뭔진 모르겠지만 전진호씨 표정을 보니 왠지 각오하고 들어야 할 것 같은데... 그 얘기, 다음 기회로 미루면 좋겠군요. 

진호최관장님...

최관장 (보면)

진호(일어서서 정중히 고개 숙이는) 죄송합니다.

최관장(당황해서) 뭐가 죄송하다는 겁니까? 

진호(결심을 다잡듯 주먹 굳게 움켜쥐고 최관장 응시하는)

죄송합니다! 저 박개인씨를 사랑합니다!

최관장(아연한 표정)!

  

4. 야외장소(낮) 

  

- 쓸쓸한 뒷모습으로 걸어가는 최관장을 안타깝게 보는 진호.

진호 한숨 쉬며 벤치에 주저앉는. 

  

5. 호텔 최관장 방 (낮)

- 최관장 쓸쓸하게 칸딘스키의 화집을 어루만지고. 

  

6. 병원 (낮)

- 개인 창렬 옆에서 지켜보는.

  

7. 호텔 복도(저녁)

  

- 진호 개인의 방 앞에서 벨 누르는.

몇 번을 눌러도 아무 대답 없고.

인희 지나가다가 그런 진호를 보고.

  

인희개인이 룸에 없을걸요.

진호(인희 보는)

인희 아까 창렬씨랑 같이 나가던데? 

진호(믿겨지지 않는다는 표정) 

인희(묘한 미소 지으며 걸어가는)

진호.....


8. 호텔 로비 / 병원 교차로 (저녁)

  

- 진호, 혹시 개인이 보이나 해서 두리번 거리며 핸드폰 하는. 

창렬의 침상 옆에 앉은 개인. 핸드폰 받는.

개인여보세요?

진호어딥니까?

개인(망설이다가) 저, 그게...

진호옆에 누구 있습니까?

개인그게 창렬씨가....

진호(개인의 말 끝나기도 전에 전화 끊는)

  

9. 술집 (밤)

  

- 상준과 영선, 주거니 받거니 하고 있다.

  

상준(혀 꼬여서) 언니, 우리 3차는 어디 갈까? 응?

영선(같이 취해) 늦었는데 그만 들어가야지. 

상준아니야, 아니야. 나 우리 언니랑 코가 삐뚤어질 때까지 마실 테야.

영선(깔깔거리며) 자기 그 인물에 코까지 삐뚤어지면 어쩌려고? 디게 웃기겠다.

상준내 인물이 어때서? 내가 진호자식이랑 다니니까 빛을 못 봐서 그렇지 인물이 훤해서 여자 꽤나 울릴 거란 소리를 쭈욱 듣고 자란 놈이라구.

영선상준씨가 그래서 아직까지 솔로 인거야. 도대체가 자기 주제파악이 안 되잖아~ 학교 다닐 때 국어공부 못했지? 

상준우와, 우리 언니 정말 족집게다! 

그나저나 나 오늘 우리 언니랑 화해해서 너무 좋다~ 언니... 언니잉...

  

10. 병실 (밤)

  

-개인 진호에게 전화 걸면 배터리가 없다는 메시지 뜨는.

  

개인(전화 끊고 한숨 푹 내쉬는) 얘길 끝까지 들어보지도 않고 툭 끊어버리냐.

(신경이 쓰이는데) 

창렬(부스스 눈뜨면 침상 옆에 있는 개인 보고)

개인(창렬과 눈 마주치면 반가워) 창렬씨!

창렬(벌떡 일어나며, 개인 이리 저리 살피며) 

너 괜찮아? 다치지 않았어? 

개인(자신을 먼저 걱정하는 창렬이 짠한 마음이 들고) 

난 다친 데 없어. 머리 아프지 않아? 

넘어지면서 땅에 머리를 부딪혔어. 

창렬(자르며) 난 괜찮아, 너만 다치지 않았으면 됐지 뭐. 

개인5시간 동안이나 의식이 없었는데 정말 괜찮아? 

창렬괜찮다니까. 5시간이나 옆에 있었어? 

개인그럼 나 때문에 다쳐서 의식 없는 사람을 두고 어딜 가겠어?

왜...그랬어? 

창렬뭘?

개인큰 일 날 뻔 했잖아?

창렬(씩 웃으며) 왜 사는지 모르는 놈, 개인이 널 위해서 이 한 목숨

장렬하게 전사할 수도 있었는데.

개인창렬씨?

창렬아냐, 아냐, 농담이야. 

개인(물끄러미 보면)

창렬부담 갖지 마, 개인아. 

사내 자식이 여자가 위험한데 달려드는 게 당연한 거지.

개인고마워. 

창렬(슬프게 보면서)

너한테 듣는 마지막 말이겠구나. 

안녕 이란 말보다.....덜 슬퍼서 다행이다. 

가자. 

(침대에서 내려오는)

개인(마음 아픈 느낌으로 바라보는)

  

11. 호텔 바(밤)

  

- 바에 앉아 술 마시고 있는 진호. 다가와 옆에 앉는 인희.

진호(귀찮은 표정으로 보고, 시선 앞으로 돌리고 술잔을 드는)

인희여기 이렇게 혼자 앉아서 술 마시는 거 보니, 개인이 아직 창렬씨와

같이 있는 거겠군요.

진호두 사람도 정리 할게 있는 거겠죠. 

인희관대하시네요. 

진호(들은 척 안하고 술만 마시는)

인희함께 한 시간만큼 헤어지는 데도 같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죠? 

진호가주시겠습니까? 

혼자 마시고 싶은데.

인희개인이랑 창렬씨 가만 보면 참 닮은 구석이 많은 사람들이에요.

둘 다 정이 많아서 맺고 끊는 게 확실하지 못한 점도 그렇구...

아마 서로의 같은 점에 끌렸던 건지도 몰라요.

진호김인희씨, 말귀 참 못 알아듣는 사람이군요, 혼자 있고 싶다고 했을텐데요.

인희(진호 보며) 그런 점에서 우린 또 닮은 점이 많지 않나요?

(진호가 마시는 술병 자신의 잔에 따르며) 원하는 건 가져야 직성이 풀리구... 또, 한번 아니다 싶으면 가차 없이 자르는 것도 그렇구. 

진호...

인희최관장님껜 다 말씀드린 건가요? 

관장님도 진호씨 만큼이나 어두운 표정으로 나가시던데. 

진호(표정 어두워지며 술잔 비우는)

인희(웃으며) 왜 그렇게 까지 해야 했죠? 

아무것도 원하지 않는 분께 좋은 친구로 남아있었어도 충분했을 텐데...

진호그건 속이는 거였으니까요.

인희글쎄요. 진호씨가 그렇게 순수한 사람이었을까요? 

누구도 속일 마음이 없었다면 애초부터 게이행세를 하지도 않았겠죠.

(술잔 바라보며 묘하게 웃는) 난 아직도 그게 의문이에요.

왜 게이 행세까지 하면서 진호씨가 상고재엘 들어갔을까? 

진호(표정 굳어지는) !

  

12. 야외. 바닷가가 내려다보이는 절벽.(밤)

  

- 하늘에 장난감 폭죽을 쏘아 올리는 아이들 보이고. 

최관장 하늘 보며 쓸쓸한 모습으로 혼자 앉아 있는.

  

13. 호텔 야외장소(낮) - 회상

  

진호 (앞에 죄인처럼 서 있는) 뭐라고 욕하셔도 달게 받겠습니다.

최관장 전진호씨...

진호작은 헤프닝에서 비롯된 일이지만 진작 바로 잡지 못하고 여기까지 오게 만들어서 죄송합니다.

담예술원 일에서 손 떼라고 하시면 그렇게 하겠습니다. 

하지만 더 이상 최관장님 진심을 욕보이고 싶지 않았습니다.


14. 야외. 바닷가가 내려다 보이는 절벽.(밤)

  

- 최관장 씁쓸한 표정으로 웃는. 

최관장(혼잣말) 미련한 친구. 

속이려고만 들었으면 얼마든지 속아줬을 텐데....

  

플래시백

진호와 낚시터에 앉아 있던 모습.

  

최관장 쓸쓸하게 돌아가려고 자리에서 일어나는.

  

15. 호텔 로비(밤)

  

- 개인, 창렬과 함께 들어오는. 

창렬(두통 때문에 머리 만지는데)

개인(걱정스럽게) 두통이 며칠 계속 되면 다시 정밀 검사 받아봐야 한대. 

창렬걱정하지마. 

너 진호 자식, 손 잡고 가는 거 보고도 안 죽었는데, 이깟 두통 때문에

죽겠냐?

개인(마음 아프게 보고)

창렬(씩 웃으며)

마지막 응석이라고 생각해.

오늘 아니면, 다시 너한테 응석 부릴 날도 없을 거 아냐? 

  

16. 호텔 엘리베이터 안 (밤)

  

-엘리베이터에 타고 있는 인희 진호. 서로 시선 다른 곳 보고 있다.

  

인희내가 맞춰볼까요? 진호씨가 왜 상고재에 들어갔을까? 

왜 이 시점에서 최관장님께 진실을 고백하는 무리수를 뒀을까? 

진호 (술 기운, 화가 치미는) 그만하죠, 김인희씨.

인희왜요? 내가 진호씨 아킬레스건이라도 건드린 건가요?

예민하게 구시네요. 

진호(고개를 돌려버리는) 

인희원래 담예술원 설계를 박교수님께 부탁드렸었다죠. 

그런데 진호씨가 박교수님의 사위라도 된다면 모든 게임은 끝나는 게 니겠어요? 

진호(인희를 벽으로 밀어 부치며) 말 조심해!

인희 (벽에 기댄 채 진호 보며) 내가 너무 정곡을 찔렀나보죠? 

- 순간 엘리베이터 문 열리는.

개인 창렬 그 앞에 서 있다. 

마치 키스라도 할 것처럼 보이는 진호와 인희 모습에 개인의 얼굴 굳어지는.

인희, 개인과 창렬 보고 싱긋 웃는.

진호 무슨 일인가 싶어 돌아보면 개인과 눈 마주치고.

당혹스런 진호의 표정.

네 사람 불꽃 튈 듯한 눈으로 서로를 보는.

진호 획 몸 돌려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밖으로 나간다. 

  

개인(쫓아가며) 진호씨! 진호씨!

인희(창렬에게) 개인이 포기했다더니 아닌가 보네? 그럼 우리 아직 한 배를

타고 있는 거겠네. 

창렬(인희 노려보며) 참 질리게 한다, 김인희. 

  

17. 호텔 야외(밤).

  

- 개인, 진호 쫓아오는.

개인(진호 팔 잡고) 사람 얘기 끝까지 들어보지도 않고 전화 끊더니

겨우 인희랑 술 마시고 있었던 거예요? 

진호그러는 박개인씨는 이 시간까지 창렬이 자식과 뭘 하고 있었던 겁니까?

술도 안 마신 거 같은데? 

개인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어요. 

진호개인씨한테 어쩔 수 있는 상황이란 게 있긴 한 겁니까?

왜 아직 그 자식한테서 벗어나지 못하는 겁니까?

박개인씨가 계속 그렇게 곁을 주니까 그 자식 아버지까지

집으로 찾아오고 그러는 거 아니냐구요? 

개인창렬씨한테 곁 내준 적 없어요.

진호허, 그런데 이 시간까지 같이 대체 뭘 한 겁니까? 

개인(톤 높여서) 오늘 제대로 끝내자고 얘기하려고 만났던 거란 말이에요.

진호(보는, 비웃듯)

끝내자는 얘기 참 길게도 했군요.

개인그런 식으로 말하지 말아요. 

애기 하고 돌아서는데, 창렬씨가 나 때문에 다쳤단 말이에요.

진호(굳어져서 보는)

개인나 때문에 다쳐서 깨어나지도 못하는 사람을 그냥 두고 올 수는 없는 거잖아요? 

진호두 사람 인연 참 질기군요. 

끝내려고 만나도 같이 있어야 하는 상황이 계속 만들어지는 거 보면.

개인왜 마음에 없는 소리를 하고 그래요?

진호아니요, 난 그만한 일도 이해 못하고, 화를 내는 치졸한 놈입니다. 

(가는)

개인(그런 진호 원망스럽게 보고 있는)

  

-창렬, 그 뒤에서 안타깝게 보지만 차마 다가오지 못하고.

  

18. 호텔 일각. (밤)

  

-진호, 화가 나서 서 있는데, 걸어오는 최관장.

  

최관장(진호보고 쓸쓸한 미소 짓는) 

진호(어색한 느낌으로 보는) 

최관장 나한테 솔직히 말한 거, 후회하지 않습니까?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됐을 텐데요.

진호솔직히 최관장님께 말씀드리지 말까하는 생각도 했습니다.

하지만, 절 진심으로 아끼시는 관장님에 대한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했고, 제가 사랑하는 여자에 대한 예의도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최관장천성은 어쩔 수 없나 봅니다.

나도 어렸을 때는 왜 나는 다른 사람과 같지 않을까, 고민 했었어요.

그러다 어느 순간 깨달았죠. 아 내 자신이 괴롭히지 않아도 난 충분히

괴롭게 살아갈 인간이다. 

그러니 나라도 날 가여워 해주자. 

진호죄송합니다. 저까지 상처를 드려서...

최관장아니요. 그날 한창렬씨 앞에서 게이라고 말하던 전진호씨 얼굴을 기억합니다. 날 가여워해서였겠죠.

진호.......

최관장그러니 이제 그동안의 헤프닝은 잊도록 하죠. 

날 위해 그런 거짓말까지 한 친구를 잃고 싶지는 않으니까요.

  

19. 호텔 로비.(낮)

  

-개인, 영선 걸어 나오는.

  

영선아까 어디 갔다 왔어?

개인어린이 테마 파크 좀 돌아보고 왔어.

영선진호씨랑? 

개인.....

영선화해하러 와서 왜들 그러는데?

개인창렬씨 때문에....

영선한창렬 그 자식 얘기가 왜 또 나와? 

개인어제 창렬씨가 나 때문에 사골 당했거든. 그래서 병원에 있었는데

내 얘긴 들어보지도 않고 화부터 내잖아.

영선그럼 여기까지 와서 한창렬이랑 있는데 나라도 화나겠다.

개인화 난 건 알겠는데 너무 몰아붙이니까 나도 욱해서.....

영선넌 그 놈의 욱이 문제야. 

그래도 진호씨가 널 정말 사랑하기는 하나 보다.

나도 연애초기에는 그랬거든. 

준혁아빠가 딴 여자랑 말만 섞어도 눈에 불을 켜고 헤어지네 마네.

넌 안 그러냐? 진호씨가 딴 여자랑 같이 있으면 기분 나쁘고 안 그래?

개인그야...

  

20. 세미나장 앞. (낮)

  

-세미나 끝나고 나오는 사람들. 그 틈에 진호, 상준 나온다.

  

상준이중기 교수님 논문 발표 죽이지 않았냐?

진호숙취 때문에 조는 줄 알았더니 듣긴 들었나 보네.

  

-진호의 앞으로 다가오는 창렬.

  

창렬전진호, 나 좀 보자.

진호......

  

21. 야외 일각. (낮)

  

창렬어제 개인이 나 때문에 병원에 있었다.

진호알아.

창렬나 정말 개인이한테 마음 접었어. 그 얘기 하다가 사고 난 거구.

진호들었어. 그 얘기 하려고 보자고 했냐?

창렬아버지가 개인이 집에 가셨다는 것도 개인이한테 듣고 어제야 알았어.

나하곤 전혀 상관없는 일이지만

그것 때문에 기분 나빴다면 미안하다.

진호(보는)

창렬너한테 굳이 이런 말 하는 기분 더럽지만

나 때문에 개인이가 맘 아파하는 거 더 이상 싫어서 말하는 거야.

진호그 여자 마음, 이제 네가 신경 쓰지 마라.

창렬(피식 웃으며) 자식.

진호(보면)

창렬너 지금 되게 웃겨.

진호뭐?

창렬일 때문에 번번이 부딪힐 때도 너 지금처럼 날카롭게 굴진 않았어.

그런데 개인이 때문에, 그것도 사고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같이

있었던 것도, 마음에 안 든다 그거지? 

진호더 할 말 없으면 간다. (돌아서려고 하면)

창렬근데, 많이 부럽다.

진호(보면)

창렬화내고 싸우고, 그러는 거. 

개인이와 난 그래본 적이 없거든.

늘 개인이가 참아줬으니까. 

진호(보다가) 다친 데는 괜찮냐?

창렬야, 네가 내 걱정을 다하는 거냐? 지금? 

사랑 때문에 독기까지 빠진 거야?

진호내 여자 때문에 다친 놈이니까.

고맙다. 

창렬하지만 사랑은 너한테 뺏겼지만, 일에서도 너한테 질 거라곤 생각하지마라.

이번엔 주먹에 짱돌 같은 거 숨기지 않고, 정정당당하게 겨뤄볼 생각이다. 

진호(보다가) 

처음으로 너와 제대로 붙겠구나. 기대하마. 

(걸어가는) 

  

22. 면세점. (낮)

  

-개인, 진호 어색한 느낌으로 둘러보며 걷고 있는.

  

개인(심드렁하게) 언제 이런 게 생겼대? 지난번에 왔을 땐 없었는데.

진호(역시 심드렁한) 뭐 사지도 않을 거면서 면세점은.

개인살 거거든요?

진호뭐요?

개인내가 왜 진호씨한테 그런 거 까지 말해야 하는데요?

진호그럼 여긴 뭐 하러 같이 오자고 했습니까? 

개인교통편을 몰라서 그랬어요. 왜요?

진호하여튼 말 갖다 붙이는 데는 선수십니다.

  

23. 면세점 일각. (낮)

  

-이벤트가 벌어지는 장소에 도착하는 개인, 진호.


개인이벤트? 우와, 상품 죽인다 죽여.

진호그래서 같이 해보자 이겁니까?

개인내가 왜 진호씨랑 저런 걸 같이 해요?

진호그럼 커플 이벤튼데 지나가는 아저씨하고 하게요?

개인아, 그냥 가요. 어차피 나 저런 거 못해요. (가려면) 

진호당연히 못 하겠지. 평소에도 머리 쓰는 건 딱 질색인 분이신데.

개인그럼 진호씬 할 수 있다 이거에요?

진호저쯤 못할까 봐요?

개인흥, 안 보니 알 수 있나?

진호(개인 손 척 잡으며) 그럼, 시험해 보면 될 거 아닙니까?

개인(손 잡은 채) 그래요. 그럼 그 머리 얼마나 좋은지 테스트 좀 해보죠.

  

24. 이벤트 장소. (낮)


-금고열기 이벤트 하고 있는 개인과 진호.

  

진호아니 그게 아니죠.

개인아, 그렇게 해도 안 되잖아요.

진호내 말이 맞다니까 거 참.

개인곧 죽어도 자기말만 옳죠?

  

-투닥투닥 하며 금고 열려고 용쓰는 개인과 진호. (상황에 맞게 대사 조정)

  

25. 야외장소. (낮)

  

-인희, 앉아서 기다리고 있으면, 창렬 오는

  

창렬무슨 일로 보자고 한 거야?

인희담예술원의 기본 컨셉이 뭔 줄 알아?

창렬기본 컨셉이라니? 복합 문화 공간 아냐? 

인희상고재였어. 

창렬상고재? 개인이네 집? 그게 왜? 

인희박철한 교수가 만든 상고재를 최회장님이 담예술원의 컨셉으로 점찍으셨대.

창렬니가 그걸 어떻게 알았어?

인희조금 전에 회장님 비서실장님과 얘기하다 알게 됐어.

아직, 관장님도 모르고 계시대. 

창렬그런데 그걸 비서실장이 어떻게 알아? 

인희회장님, 심중을 가장 정확하게 꿰뚫고 계신 분이야.

박철한 교수가 맡아줬으면 공모다 뭐다 번거로운 절차 없이도 됐을 텐데

하다가 무심히 말을 흘리신 거야. 

지금 내가 하는 말 알아들어? 

창렬(보는)

인희진호씨가 상고재에 갑자기 왜 들어갔을 거 같아?

우연히 세입자로 들어간 집이 상고재였을까? 

창렬지금 진호가 그걸 알고 의도적으로 상고재에 들어갔단 거야?

인희이제 좀 머리가 돌아가?

창렬(벌떡 일어나며) 그럼 개인이와 그렇게 된 것도 계획된 거였단 말이야?

인희(일어나며) 아니면, 이 기막힌 우연을 어떻게 설명할 건데? 

창렬(믿기지 않아서) 나도 몰랐던 걸 진호가 어떻게...

인희전진호, 창렬씨와 비교할 수도 없을 정도로 영리한 사람이야.

창렬(멍한)

인희진호씨 진심으로 개인이를 사랑하는 걸까? 

창렬(주먹 쥐며) 전진호, 이자식! 

  

26. 면세점 일각. (낮)

  

- 금고 열고 좋아서 서로 껴안고 팔짝팔짝 뛰는 개인과 진호.

그러다 어색해서 떨어지고.

  

사회자, 1등한 커플, 상품 주어지구요. 기념촬영을 위한 포즈 부탁드립니다.

  

개인과 진호, 기념 촬영을 위한 포즈 잡는.

어색하게 개인의 어깨를 감싸는 진호의 팔.

개인, 할 수 없이 진호의 허리에 팔을 두르고.

못마땅한 척 하다가 점점 밝아지는 둘 표정에서 찰칵! 

  

27. 몽타주. (낮)

  

-중문단지를 둘러보는 개인과 진호.

  

28. 제주 해안가. (낮)

  

-해안가를 달리는 개인과 진호를 실은 차. 

  

개인와, 진짜 좋다. 나 완전 행복한 거 있죠?

진호나 같이 근사한 남자랑 있어서 그런 겁니다.

개인부끄럽지도 않나? 어떻게 자기 입으로 그런 말을 한 대?

진호몰랐습니까? 나 잘난 거?

그래서 개인씨가 나 좋아하는 거잖아요.

개인누가 좋아한대요?

진호그럼 안 좋아한단 겁니까?

고새 맘이 변한 거예요?

개인(소리 지르는) 사랑한다. 전진호~!

진호(보고 웃는)

개인(아랑곳 않고 고래고래) 사랑한다. 하늘만큼 땅만큼 사랑한다.

진호(목 가다듬고) 사랑한다. 박개인~! 내가 더 사랑한다.

  

-개인, 진호 고래고래 소리 지르는. 

  

29. 야외 일각. (낮)

  

-창렬, 험악한 표정으로 차로 걸어가면 

창렬, 붙잡는 인희.

  

인희지금 당장 달려가서 어쩌겠다는 거야?

창렬진호 자식, 죽여 버리고 말 거야. 

인희그래서 뭐가 해결 되는데? 

창렬(보는)

인희죽일 수도 없겠지만, 네가 상고재에 왜 들어갔는지 안다고 떠들면, 진호씨가, 아, 알았냐, 미안하다, 내가 잘못했다, 그럴 거 같아?

창렬.....

인희제발 생각이라는 걸 좀 해, 한창렬.

감정대로 움직이지 말고.

창렬그럼 날더러 뭘 어쩌라는 거야? 

인희전진호가 얼마나 비열한 인간인지, 결정적인 순간에 개인이한테

알려야 한다는 생각 안 들어? 

창렬.....

인희개인이와 담예술원을 같이 얻을 수 있는 방법이 과연 뭘까? 

창렬.....

  

30. 상고재 앞(저녁)

  

-진호 차에서 여행가방 들고 내리는 영선, 개인, 진호. 

상고재 문 열고 들어가는 개인, 영선. 

진호, 그 뒤를 따라 들어가려하자 개인 멈칫하며 돌아서는. 

진호도 같이 멈칫하고.

개인들어올 거예요? 

진호네?

개인(완강히 머리젓는) 집에 가요. 

진호씨 오늘 세미나 끝나는 거 어머니가 알고 계시잖아요. 근데 여기로 바로 온 거 알면 서운해 하실 거예요.

진호... 

영선그렇게해요, 진호씨. 결혼하기 전부터 시어머니 되실 분한테 찍혀서 좋을게 뭐가 있겠어요. 

개인겨, 결혼은 누가... 앞서 가지마, 이영선.

영선(들은 척도 않고) 넌 가만 있어봐. 

이럴땐 그저 남자가 중간에서 처신을 잘 해야하는 거라구요.

진호(생각하다가 한숨쉬며) 그럼 들어가서 쉬어요. 

개인(애틋하게 보며) 피곤할텐데 운전 조심해요. 

영선(쯧쯧 고개젓는) 완전 로미오와 줄리엣이 따로 없네.

  

31. 진호 아파트(저녁)

  

진호 (현관으로 들어서는데) 

혜미(다가오며) 오빠! 제주도에 그 여자랑 같이 갔다며?

진호(인상 구겨지고)

혜미미술관에 갔더니 그 여자도 제주도에 갔다더라. 둘이 놀러 갔다온거 맞지? 

진호 니가 거긴 또 왜갔는데! 자꾸 시키지도 않은 짓 하고 다닐래? 

- 진호 화를 내며 거실로 가면 진호모와 마주치고. 

진호모 네가 어떻게 엄마를 이렇게 실망 시키니? 

엄마가 죽어도 싫다는 애랑 제주도엘 가? 

진호놀러간 거 아니예요. 둘 다 일 때문이었어요.

어머니가 왜 이러시는지 아는데 개인씨 일은 제발 절 좀 믿어주세요.

좋은 여자예요. 어머니도 분명 좋아하실거구요. 

진호모(완강히 고개젖는) 나 걔 절대 좋아할 수 없어.

창렬이네와 얽혔다는 거 생각만 해도 불쾌하고 싫어. 

(방으로 들어가는)

진호(쫓아가며)어머니!

- 쾅 하고 문 닫히는.

  

32. 진호 사무실 진호방(밤) 

  

- 진호 한쪽에 여행가방 놓아두고 괴로운 듯 의자에 기대앉는.

  

33. 한회장 사무실. (아침)

  

-한회장, 화가 나서 서류에 사인하는. 그 옆에 서있는 창렬. 

  

한회장(서류 던지면서) 인사발령 냈으니까 오늘 당장 중국으로 가. 

창렬못갑니다.

한회장(벌떡 일어나며) 뭐? 뭘 잘했다고 못간다는 소리가

나와? 

박교수 딸도 진호 놈한테 뺐긴 주제에? 

네 놈이 제대로 한 게 뭐가 있어? (주먹을 들면)

창렬(한회장 팔을 잡는) 아버지. 

한회장(손 잡힌 채) 이, 이 놈이...

창렬(강하게) 제가 그동안 힘이 없어서 아버지한테 맞은 줄 아세요?

(한회장 맞서서 보며) 저 명색이 미래건설 이사예요.

대여섯 살짜리 아들놈한테도 이렇게는 못하세요.

한회장네 놈이 잘했으면 내가 이래? 

창렬(톤 높여서) 앞으론 잘하겠다구요.

한회장(창렬의 기세에 팔을 내리며) 박교수 딸도 진호놈한테 뺏긴

마당에 잘하긴 뭘 잘해? 

창렬다시 찾을 겁니다. 개인이.

한회장(약간 기대를 가지고) 미스박이 너한테 돌아올 여지가 있긴 한 거야? 

창렬지켜봐주세요. 

그리고 지금껏 준비해 오던 프로젝트 전면적으로 수정할 계획입니다.

한회장뭐야? 이 녀석이.

창렬새로운 컨셉의 프로젝트를 진행해야 하니 인원을 더 확충해 주세요.

비밀 유지를 위해 사무실도 하나 따로 마련해 주시구요.

한회장뭔데 그러는 게야? 뭐가 있는 거냐?

창렬나중에 차차 말씀 드리죠. 대신 하나만 약속해 주세요.

한회장 뭘 말이야?

창렬앞으로 전진호와 저 사이의 일에 아버진 절대로 끼어들지 않겠다구요.

한회장(보는) ...

창렬그럼, 그렇게 믿고 가보겠습니다. (나가는)

  

34. 창렬 사무실. (아침)

  

-창렬, 결재 서류 검토하다가 

김비서, 자료 들고 들어오고.

  

김비서어제 지시하신 상고재 관련 자룝니다.

창렬왜 이것밖에 안 돼?

김비서박철한 교수님께서 공개를 엄격히 금하셔서 그런지

시중에 나온 자료는 이게 답니다. 

창렬(자료 넘겨보는) 

김비서혹시 제주도에서 뭐 좋은 아이디어라도 얻으셨어요?

그게 상고재랑도 관련되고 뭐 그런?

창렬(경고하듯) 함부로 입 놀리면 그 날로 해고야. 

김비서(움찔)

창렬1시간 뒤에 담예술원팀 회의할 거니까 준비시켜 줘. 

나가봐.

김비서(나가면) 

창렬(전화 들며) 아까 전화 드렸던 한창렬이라고 합니다.

결정 하셨습니까? 제가 제시한 조건이 마음에 들지 않으시면 조정도 가능합니다. 

  

35. 진호 사무실. 진호방. (아침)

  

- 진호, 일하고 있으면

상준, 허겁지겁 들어오는.

  

상준야, 큰일 났다. 큰일 났어.

진호무슨 일인데 그래?

상준건물주한테 연락이 왔는데, 이번 달 내로 사무실을 빼 달래.

진호뭐?

상준급히 건물을 팔았는데 새 건물주가 사용하겠다고 한대.

3년 동안 젊은 사람들이 열심히 일하는 거 보기 좋다고 세도 안올렸던

양반인데... 어떡하냐?

진호 (일어나서 겉옷 집으며) 내가 만나볼게. 

상준야, 다 소용없어.

사업이 안돼서 건물을 처분할 수밖에 없다는데 거기다 대고 뭐라 그래? 

진호(난감하고)

상준 야, 어쩌냐. 담예술원 때문에 정신없는 와중에

새사무실까지 알아보는 게 보통일은 아닐 텐데. 

여기 보증금으론 웬만한 오피스텔도 얻기 힘들텐데, 어쩌냐구? 

진호옮겨야지, 별 수 있어. 

그동안 우리 처지에 안맞게 너무 좋은 곳에서 지냈어. 

여기 보증금에 맞춰서 적당한 곳 찾아보자. 

  

36. 최관장실. (낮)

  

-최관장, 인희 들어오는. 

인희식당에 점심 준비하라고 하겠습니다.

최관장2인분 여기로 준비해달라고 해요.

인희(보면) 손님이 오시나요? 

최관장박개인씨와 같이 먹으려구요. 휴게실에 가서 박개인씨 좀 

보내줘요.

인희(싸늘해져서) 알겠습니다.

  

37. 담미술관 어린이 휴게실.(낮)

  

-개인, 작업하고 있으면, 다가오는 인희.

인희관장님실로 가봐, 같이 점심 하자시니까.

개인나랑? 

인희(입 묘하게 비틀며 미소 짓는) 참 재주 좋다.

늘 혼자 식사하시던 분한테 식사 초대까지 받고. 

개인이젠 별 걸 다 시비를 거는구나. 

(가려고 하면)

인희넌 노력해서 얻는 법이 없지?

개인(보면)

인희언제나 넌 너무나 운 좋게 뭐든 거저 얻어. 그치? 

나처럼 아주 작은 거 하나라도 얻으려면 이 악물고 덤벼야 하는 사람

맥빠지게 만든다는 거 알기는 하니? 

개인그게 얄미워서 그런 거니? 

창렬씨를 뺏은 것도?

인희(차갑게 미소 지으며) 어쩌면.

개인그래서 또 진호씨도 뺏고 싶은 거니? 

인희어머, 너 제주도에서 진호씨하고 나, 엘리베이터에서 그러고 있었던

거 신경 쓰이나보다.

개인아니, 신경 쓰이지 않아, 진호씨를 믿으니까.

그런 걸로 날 자극하고 싶어하는 네가 불쌍할 뿐이지.

인희지금 네가 날 동정하니?

개인네가 그렇게 행동하고 있잖아?

인희너무 자신감 충만이다, 박개인. 

진호씨가 널 사랑한다고 하니까 세상이라도 다 얻은 거 같은가보지? 

하지만 너무 자신 있어 하지마. 

창렬씨도 그렇게 믿다가 발등 찍혔잖니? 

개인진호씨는 창렬씨와 달라. 

인희그래, 한창렬보다 훨씬 머리 좋고, 야심도 큰 인물이지, 진호씨.

그런데 이상하지 않니? 

그런 사람이 왜 하필 너 같은 애를 사랑한다고 하는지? 

개인질투 때문에 비웃고 싶으면 마음껏 비웃어. 

그럴수록, 너 자신만 형편 없어질테니까. 

(걸어가는)

인희(혼잣말로) 넌 나만큼 전진호를 몰라. 

  

38. 최관장실. (낮)

  

-정갈하게 차려져 있는 식탁. 들어오는 개인. 

최관장(일어서며) 어서 와요. 

개인(인사하고)

최관장앉죠. 

개인(앉고) 

최관장고문 좀 하려고 불렀어요. 

개인(보는)

최관장전진호씨와 그런 관계가 될 거면서, 나한테 짝사랑 얘기까지 하게 만들고,

선배님이라고 부르게 만들고, 박개인씨 나한테 미안한 거 많죠?

개인관장님, 그건, 전 정말 진호씨가 절 사랑할 수 있는 남자라곤

생각하지 못했어요. 

최관장어쨌든, 난 좀 꽁해있으니까 같이 아주 어색하게 밥 먹으면서 

고문 좀 당해봐요.

개인저, 정말 죄송해요.

최관장(보다가 씩 웃으며) 축하합니다. 

짝사랑 클럽에서 탈퇴하게 된 거.

개인관장님.

최관장그 짝사랑의 대상, 전전호씨 맞죠?

개인(무안해서 보다가 끄덕이며) 네.

최관장나만큼 힘든 사랑을 하겠구나 했는데, 다행이예요.

개인고맙습니다. 너그럽게 이해해주셔서.

최관장많이 고마우면, 가끔 나랑 점심 먹는 고문 좀 받아줘요.

개인(미소 지으며)

그러믄요. 얼마든지요. 

  

39. 은행 앞. (낮)

  

-영선, 기다리고 있으면, 걸어오는 개인.

개인왜 은행 앞에서 만나재? 집으로 오면 되지? 

영선너 이제 진호씨하고 결혼도 하고 그래야 할 거 아냐.

결혼 전에 결혼비용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재테크는 어떻게 하는 게

합리적인지 대충이라도 알아야지. 

시어머니 될 양반이 가뜩이나 가재미 눈으로 보고 계신대, 빈 손으로

결혼 할래? 

개인내가 무슨 돈이 있다고 재태크 상담을 받아? 

영선 왜? 창렬씨한테 가구판 돈도 있고, 앞으로 미술관일 하면 들어올 돈도

있을 거 아냐?

개인그게 얼마나 된다구.

영선하여튼 앉아서 얘기나 들어 보자니까. 친정 어머니가 안계시니까 내가

이런 데까지 다 신경을 쓴다. 

  

40. 은행 안 (낮)

  

-개인 자리에 앉히는 영선.

직원무엇을 도와 드릴까요?

영선제 친군데, 결혼을 앞두고 자산관리상담 좀 받았으면 해서요.

개인(죽겠고) 

-상담 받는 개인과 영선.

영선(핸드폰 꺼내며) 상준씨도 온다고 했는데, 왜 안와. 

(버튼 누르면서)

개인상준씨도 오라고 했단 말야?

영선그 인간도 내가 안챙겨주면 누가 챙겨주냐? 

(전화하며) 왜 안와? 여기 못찾는 거야? 

(놀라면서) 뭐? 쫓겨나다니? 

  

41. 은행 앞.(낮)

  

-개인, 영선 시무룩해서 나오는.

영선니들 결혼하려면 시간 좀 걸리겠다.

가뜩이나 너도 무일푼인데, 진호씨도 얼마 안되는 보증금으로 사무실

이사도 가야하니. 

야, 한숨이 절로 나온다.

개인(걱정스러운) 그런 말 없었는데.

영선오늘 터진 일이라잖니? 

개인(울리는 전화 받는)

여보세요? 네, 제가 박개인인데요.

  

42. 사무실.(낮)

  

-중년의 남자와 마주 앉는 개인.

남자갑자기 연락 드려서 놀라셨죠?

개인네, 조금.

남자지난 번 가구 전시회 때 박개인씨의 가구를 눈여겨 봤는데, 내부적으로

결정이 되지 않아서 이제야 연락을 드리게 됐습니다.

개인(보면)

남자저희 회사에서 이번에 싱글을 위한 가구 브랜드를 출시할 예정이거든요.

그런데 박개인씨가 디자인 한 가구들이 저희가 원하는 이미지와 가장 부합된다는 결정이 내려졌습니다.

개인(화들짝) 저, 정말인가요? 

  

43. 건물 앞./ 진호의 사무실 교차로.(낮)

  

-개인, 신이 나서 뛰어나오는. 핸드폰 하는. 

개인진호씨? 어디예요? 

진호어디긴요, 사무실이지.

개인퇴근해서 집으로 좀 와요. 굿 뉴스가 있으니까.

  

44. 상고재 부엌.(밤)

  

-진호, 개인, 와인잔 부딪히는.

진호굿 뉴스라는 게 뭐예요?

개인팔리지도 않는 가구 만든다구 나 무시 했죠? 

진호(보면)

개인(브이자 해보이며) 짜자잔. 

가구 디자인 계에 혜성같이 나타난 디자이너 박개인. 도일 가구 알죠?

진호이름은 들어봤죠.

개인거기서 싱글을 위한 새로운 브랜드를 출시하는데, 내 디자인을

채택하기로 했대요.

진호정말입니까?

개인속아만 살았어요. 

진호그 큰 회사에서 어떻게 갑자기 개인씨처럼 이름 없는 디자이너를....

개인(노려보는)

진호아니, 너무 갑작스럽다 그거죠.

개인그동안 내부적으로 고민을 많이 했었대요. 

그런데 오늘 확실하게 결정이 난거구요.

계약서 쓰는 일만 남았다구요.

진호어쨌든 잘 됐네요.

개인계약서 쓰면 바로 돈 들어오는데, 빌려줄까요?

진호네?

개인내가 싼 이자로 빌려줄 수 있는데.

진호지금 애인한테 이자놀이 하겠다는 겁니까?

개인공과사는 분명해야죠. 그거 좋아하잖아요? 진호씨?

진호이자 놀이가 공과사 분명히 하는 겁니까? 

개인은행 이자보다 싸게 해 줄테니까 못이기는 척 하고 빌려써요.

진호돈 빌릴 일 없습니다.

개인그러지 말고, 빌려가요. 난 그렇게 큰 돈 쓸데도 없는데.

진호그 돈 받으면, 이 집 담보로 사채 쓴 것부터 갚아요. 

개인그거 갚고도 남는다니까요. 쓸데 없으면 나한테 빌려가서 은행에 넣어둬요.

은행 이자보다 싸게 빌려줄 거니까 이자 차액이라도 남을 거 아니예요? 

진호왜 그렇게 돈을 못 빌려줘서 안달이예요?

개인투자하는 거죠. 

담예술원 프로젝트 맡게 되면, 엄청 돈 많이 벌 거 아니예요? 

진호내가 된다는 보장도 없어요. 

개인난 될 거라고 믿거든요. 

그래서 확실한 투자처에 투자하겠다는 거라구요.

나 너무 영리하죠? 

진호축하주나 계속 마시죠. 

  

45. 상고재 마루.(밤) 

  

- 핸드폰 하고 있는 개인, 영선.

개인(반색하며) 안들어 온다고? 

준혁 아빠랑 화해 한 거야? 

그래, 그래, 잘 생각했어. 부부 싸움 길게 가봐야 피곤하기만 하지 뭐. 

내가 뭘 좋아날뛴다고 그래? 아냐, 아냐. 진호씨 없어. 

  

46. 상고재 진호방(밤).

  

- 진호 침대에 앉아 개인의 통화 듣고 있는.

진호저 아줌마가 드디어 오늘은 집에 들어간 모양이네.

개인E 저기 진호씨... 

진호...

개인E 늦었는데... 들어가 봐야 되는 거 아니에요? 

  

- 진호어떻게 할까 망설이다가 그대로 침대에 드러누워 버리는. 

개인 조심스레 방문 열고.

개인진호씨...?

  

- 깊이 잠든 듯 보이는 진호. 

개인(고개 갸웃) 벌써 잠들었나? (다시 문 닫고 나가는) 

- 개인 방문 닫자 눈 뜨는 진호.

진호(자조적으로) 전진호, 너 참 애쓴다. 손끝 하나 안대겠다고 했으면서. 

  

47. 상고재 개인방(밤)

  

개인 (사자인형 노려보며) 술을 얼마나 마셨다고 초저녁인데 벌써 곯아떨어지냐.

집에도 가야 하면서 좀 놀아주다가 가지. 

  

- 아쉬운 듯 침대에 벌렁 누워버리는. 

  

48. 상고재 진호방(밤)

- 잠이 안와 뒤척이는 진호.

  

49. 개인의 방.(밤)

-개인, 침대에서 뒤척이고 있는데, 진호의 방문 열리는 소리.

개인(벌떡 일어나는)

  

50. 상고재 거실.(밤)

  

-진호, 하품하면서 방에서 나오는. 개인 방에서 나오는. 

개인깼어요? 술 센 사람이 와인 몇 잔 마시고 그렇게 세상 모르고 자요? 

진호(냉장고 쪽으로 걸어가는)

개인(따라가서, 아쉬운 듯)

술 깼으면 집에 가야죠. 

어머니, 안들오면 여기 있는 줄 아실텐데.

진호오늘은 이상하게 술이 안깨네요. 

그냥 오늘은 여기서 자야 할까봐요.

개인(내심 좋으면서) 그 와인이 은근히 독한가. 

술 덜 깬 사람 등 떠밀어 보낼 수도 없고, 어쩌냐.

  

51. 상고재 마루.(밤)

-진호, 개인 앨범을 보고 있는.

진호(갸웃하며) 왜? 어머니 사진이 하나도 없어요?

개인(어두워지는 표정)

진호(보면)

개인어려서 집에 불이 났었다나봐요. 그때 다 타버려서....

진호(애잔하고, 개인의 어깨를 감싸 안는)

개인(진호의 어깨에 기대며)

엄마, 사진 한 장만 있어도, 좋았을텐데. 

(그러다 고개 들고) 진호씨, 어머니한테 너무 맞서지 말아요.

진호.....

개인난 아주 많이 기다려도 상관 없으니까, 서둘지 말라구요.

천천히 어머님 마음 풀리실 때까지 기다려요. 알았죠?

진호알았어요. 

개인(떨어지면서) 술 깼으면 이제 그만 가요.

어머니 기다리실텐데.

진호지금은 안돼요.

개인왜요?

진호요즘 음주 집중 단속 기간이거든요.

지금 나갔다가 단속 받으면 바로 걸릴 걸요.

개인그럼 안돼죠. 그럼 우리 뭐 할까요? 

  

52. 상고재 거실.(밤)

  

-개인, 진호 앉아서 홈쇼핑 채널 보고 있는. 

개인이럴 줄 알았으면 비디오라도 빌려놓는 건데.

술 안 깬다면서, 들어가 누워있지 그래요?

진호머리가 아파서 잠도 안오네요. 

아, 다른 것 좀 돌려보죠. 

(하면서, 리모콘 누르는데. 디스커버리 채널 정도. 동물이 교미하고 있는 장면.)

-개인, 진호, 화들짝 놀라는. 

진호(채널 얼른 돌리는데, 키스하고 있는 연인(좀 더 강도가 센 화면도 무방함)

아. 정말 볼 거 없네. (얼른 티브이 꺼버리고, 일어서며)

잠이나 자야겠네.

개인나도 갑자기 졸음이 밀려오네요. 

-두 사람, 어색한 표정으로 각자의 방으로 들어가는.

  

53. 진호의 방.(밤)

  

-진호, 침대에 누워 멍하니 천정을 보고 있는데,

플래시백. 개인과 욕실에서 렌즈 찾던 모습.

진호(머리 흔들며 일어나 앉는)

  

54. 개인의 방.(밤)

  

-개인, 침대에 누워 멍하니 천정을 보는데.

플래시백. 욕실에서 진호, 수건만 두르고 있던 모습.

개인(벌떡 일어나 앉으며, 손으로 부채질 하면서)

여름이 빨리 오려나, 왜 이렇게 더워. 

  

55. 상고재 거실.(밤)

  

-개인, 진호, 동시에 문 열고 나오는. 동시에 냉장고를 향해 가는.

두 사람 냉장고에서 물 꺼내 벌컥 벌컥 마시는. 

그러다 묘한 시선으로 서로를 보고. 

진호(고개 흔들면서) 술 깼네, 깼어. 가야겠다.

개인지금 가려구요? 

진호사무실에 가서 일이나 해야겠어요. (얼른 돌아서는)

개인나도 작업이나 하다 자야겠다.

  

56. 진호의 사무실.(밤)

  

-진호, 들어오는. 

진호(머쓱하게 미소 지으며) 

볼 거 안볼 거 다 봤으면서, 새삼스럽게 떨리는 건 뭔데? 

- 책상 위에 놓인 사과 미니어처 들여다보다가 3부에 받았던 미니어처 의자와 마주보게 놓는.

  

57. 진호의 사무실.(낮)

  

-진호, 사과 미니어처를 보면서 스케치를 하고 있는데, 뛰어들어오는 상준.

상준야, 진호야.(달려와 손 덥썩 잡는)

진호(놀라서) 왜 이래?

상준와, 복많은 놈. 박철한 교수 딸이라는 것만으로도 황송한데

그런 탁월한 능력까지 있는 분과 결혼을 하게 됐으니 너 앞길이

12차선 고속도로다.

진호뭘 가지고 또 이렇게 호들갑이야? 

상준금방 영선언니랑 통화 했잖냐.

진호언제까지 영선씨한테 언니, 언니 할 거야? 

상준지금 그게 대수냐? 개인씨 도일 가구에 런칭 하기로 했다면서. 

그 돈 받으면 좀 빌려쓰면 되잖냐? 

그럼 이보다 좋은 데로 이사 갈 수도 있고. 

진호형은. 말 같잖은 소리 좀 하지마.

상준주머니 돈이 쌈지돈이잖냐? 결혼하면 그 돈 안갚아도 되고. 

진호개인씨한테 돈 빌릴 일 없을 테니까 나가서 일이나 해.

상준얼마나 받게 될까?

진호거 좀.

상준(퍼뜩) 맞다. 

진호(보면)

상준우리 고종 사촌 형이 도일 가구 기획실에 있는데, 개인씨 

얼마나 받게 되는지 알아봐야겠다. (뛰어나가려고 하면)

진호(일어서며) 형? 형? 

  

-시간 경과, 진호 스케치를 하고 있는데, 멍한 표정으로 들어오는 상준.

상준돌아버리겠다, 정말.

진호(고개를 드는) 

상준(다가와 책상 앞에 서는) 이걸 어떻게 말 해야할지...

진호뭔데 그래? 

개인씨가 잘못 알고 있는 거야? 결정이 된 게 아니래?

상준그게 아니고. 그게....그게 말이야.

진호(미심쩍게 보면서) 더듬지 말고 말을 해.

상준미래 건설에서 투자하는 런칭이란다.

진호(일어서는) 뭐?

상준갑자기 투자 제의를 하면서 디자이너는 박개인씨여야 한다고 

했대.

진호....!

상준이거 창렬이 자식 짓 아니겠냐? 

그 자식, 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런 짓을 벌이고 있는 걸까?

진호.....

  

58. 야외 장소.(낮)

  

- 진호, 서있으면, 다가오는 창렬. 

창렬(차가운 시선으로) 왠일이냐? 네가 날 다 보자고 하고.

진호개인씨 포기하겠다고 한 거 진심 아니었냐?

창렬.....

진호제주도에서 했던 말들은 다 뭐였어? 

창렬......

진호아니면, 개인씨한테 미안한 마음으로 키다리 아저씨 노릇이라도 하고 싶어

진 거야? 

창렬비비 꽈서 말하지 말고, 단도직입적으로 말을 해.

진호도일 가구.

창렬하. 역시 전진호. 대단하다. 

정보력 하난, 놀라워. 그 놀라운 정보력으로 또 뭘 알아냈을까나.

진호대체 그런 일을 왜 하는 거야? 

창렬.....

진호뒤에서 그런 일을 벌이고 있는 이유가 대체 뭐냐구?

창렬지금 그런 일 걱정 할 때가 아니지 않나? 

사무실도 비워줘야 할 마당에, 이런 데 신경 쓸 시간 있냐?

진호(굳어져서 보는) 그, 그걸...네가 어떻게?

창렬그 건물 새 주인이 모르면 누가 알겠어? 

진호(다가서며) 

너! 정정당당하게 싸워보겠다고 했던 놈이잖아? 

창렬(비웃으며) 그건 너도 정정당당할 때의 얘기지.

진호내가 뭘 어쨌다는 거야?

창렬그건 네 양심에 물어야지, 나한테 물어보면 쓰겠냐? 

진호너 개인씨 포기 안한 거야? 

창렬개인일 너 같은 놈한테 줄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거든. 

진호치사한 자식.

네가 이런다고 개인씨와 내 사이가 달라질 거 같아?

창렬그건 두고 보면 알겠지? 

왜 개인이한테 쪼르르 달려가서 그게 다 창렬이 자식이 꾸민 일이니까

관두라고 할래? 

진호.....

창렬개인이가 처음으로 자기 브랜드를 갖게 됐는데? 

그걸 막겠다고? 네 쥐꼬리 만한 자존심 때문에? 

진호......

창렬(진호 어깨 , 먼지라도 털어내듯 툭툭 치면서)

내가 왜 개인이를 되찾겠다고 생각한 줄 알아?

넌 개인한테 아무 것도 해줄 수 없는 놈이지만, 난 아니거든.

진호(인상쓰며) 비겁한 자식!

창렬비겁? 누가 진짜 비겁한 놈인지, 네 자신이 더 잘 알텐데.

진호내가 대체 뭘 어쨌다는 거야!

창렬너 자신한테 물어보라니까. 여기서 조용히 네가 어떤 놈인지

생각 좀 해보던지. (돌아서서 걸어가는)

진호돈으로 개인씨의 환심을 사려고 한다면 오산이다.

네가 무슨 짓을 하든 개인씨 흔들리지 않을테니까. 

창렬(걸어가며 차갑게 미소 짓는. 혼잣말로) 

개인이는 안그렇겠지만, 넌 돈 때문에 개인이를 이용하는 놈이잖아. 

  

59. 담미술관 어린이 휴게실. (낮)

  

-개인, 핸드폰 하고 있는. 다가오는 진호. 

개인(손짓으로, 반가워하면서) 네, 다음주요?

그렇게나 빨리요? 아니요, 아니요. 전, 언제라도 상관 없죠.

네, 네, 그럼. 그때 뵙겠습니다. (전화 끊고)

어서 와요. 점심 먹었어요? 

오늘은 내가 근사하게 살게요. 큰 돈도 들어오게 생긴 마당에

팍팍 쓰죠 뭐.

진호기분 좋은 전화였나봐요?

개인네, 다음주에 계약 하자구요. 

나 정말 눈코 뜰새 없이 바빠지겠어요. 여기 일에, 도일 가구 디자인에.

나 너무 바빠서 자주 못만나줘도 삐치고 그러기 없기예요.

진호도일 가구 일 말예요...

개인네?

진호너무 서두르는 거 아닐까요? 

개인그쪽에서 다 결정하고 계약 하자고 하는 거잖아요?

진호그래도 좀 더 자세히 알아보고....

개인알아보고 말고 할 게 뭐가 있어요.

내 디자인이 좋아서 채택 했다는데?

진호(너무 좋아하는 개인을 보니, 차마 말이 나오지 않고) 

개인나, 그동안 아버지한테 뭐 하나 제대로 하는 모습 보여드린 적

없어요.

아버지 귀국 하시기 전에 이런 일이 생긴 게 얼마나 좋은지 몰라요.

진호(답답하고)

개인디자이너로 자기 이름의 브랜드를 가진다는 게, 어떤 의민지

진호씨, 알죠? 

그 일을 내가 해낸 거라구요.

태어나서 처음으로, 아버지한테 인정 받을 수 있는 일을 한거라구요.

진호(보다가) 일 해요.

개인가려구요? 같이 밥 먹자니까?

진호미술관에 알아볼 게 있어서 잠시 들렸던 거예요.

개인퇴근하고 집에 들릴래요? 

진호아니요. 바빠서 힘들 거예요.

개인하긴 어제도,아니 오늘 새벽이구나. 

새벽에 들어갔으니 오늘은 일찍 들어가서 어머니 비위 좀 맞춰드려요.

(주먹 불끈 쥐어 보이며)

진호씨가 중간에서 잘해야 한다는 거 알죠?

진호(어색하게 미소 짓고, 돌아서서 걸어가는)

개인(흐뭇한 느낌으로 바라보는)

  

60. 길.(낮)

  

-진호, 운전하는. 답답한 심정으로 차 멈추고. 차에서 내리는.

진호(심호흡을 해보지만, 답답하기만 하다)

  

61. 진호의 사무실.(낮)

  

-진호, 들어오는데, 상준, 소장( 1회에 나왔던 건설 현장 소장) 서있는.

소장전소장? 

가려던 참인데 마침 들어오네. 

진호어떻게 여기까지? 

상준고맙다고 꿀을 가지고 오셨지 뭐냐?

(테이블 위에 놓인 꿀 상자 들어보이며)

  

62. 진호의 사무실, 진호의 방.(낮)

  

-진호, 소장, 상준 들어오는.

진호들어오세요, 차라도 한잔 하시고 가세요.

상준양봉 아니고, 천연 꿀이란다.

고향에 가서 직접 구해 가지고 오신 거래.

소장비싼 건 아니지만, 내 마음이니까 받아줘. 

진호그냥 오셔도 되는데, 이 귀한 건 뭐하러...

소장지난번 사고 수습해준 것도 고맙고, 현장 인부들 인건비도 전소장 주머니에서 나왔단 얘기 들었어. 정말 고맙네.

상준우리 전소장이 생긴 게 이래 가지고, 피도 눈물도 없는 놈이란

오해도 받지만, 아시잖아요? 

현장 분들 생각은 누구보다 끔찍이 한다는 거.

소장암, 알고 말고. 전소장 같은 사람 없다는 거 알아. 

진호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한 것 뿐인데요. (앉으라고 권하며) 

사모님은 잘 계시죠? 이번에 막내가 대학 들어간다고 하지 않으셨어요?

소장(자리에 앉는) 다행히 한 번에 들어가긴 했지. 그래도 걱정이야.

요즘은 대학 나와도 일거리도 없다는데, 그래도 나보다 편하게 살면 그걸로 됐지 뭐.

그래, 전소장은 요즘 어때? 불경기라 힘들지?

진호(아니지만) 뭐 그럭저럭 견딜 만합니다. (커피 머신 앞으로 가는데)

소장(붙어있는 상고재 스케치 보고) 어, 이거 상고재 아냐?

진호(돌아보며) 상고재를 아세요?

상준아니, 소장님이 상고재를 어떻게 아세요?

소장상고재라면 잘 알지. 

상경 해서 이 바닥 생활 처음 시작할 때 맡은 공산 걸.

진호그러세요?

소장막내라 잔심부름만 도맡아 하긴 했어도, 내 인생 첫 번째로 지은 집을 어떻게 잊겠나.

상준그럼 상고재에 대해선 훤시겠네요? 

소장그렇다고 봐야지.

진호그럼 지을 당시에 어려웠다든가 특이한 점 같은 거, 혹시 기억나세요?

소장그게 하두 오래 돼서... (생각하다가) 그래. 한옥인데도 지하방이 있었어. 그거 파느라 엄청 고생했지.

진호(의아한) 지하방요? 

  

63. 상고재 마당.(낮)

  

-진호, 들어오는. 집을 바라보는. 

  

64. 상고재 부엌(낮)

  

- 진호 부엌의 벽을 손끝으로 천천히 쓰다듬어 본다. 

그러다 뭔가 이상한 느낌에 여기저기 손등으로 두들겨보는. 

다른 벽과 달리 텅텅 빈 듯한 소리가 나는 한 지점 발견하고.

칼을 들어 주저없이 벽지를 도려낸다. 

벽지가 뜯겨져 나간 곳에 문이 나타나고.

놀라는 진호. 

진호 문 주위의 벽지를 전부 뜯어내는.

  

65. 상고재 지하(낮)

  

-끼익 소리 들리고 문이 열리면 지하로 통하는 계단이 나타난다. 

진호, 망설이다가 계단을 내려가는.

툭 발끝에 채이는 나무 조각들. 

여기저기 거미줄과 함께 퀘퀘한 냄새에 코를 감싸쥐는 진호.

한쪽 벽에 가지런히 걸려있는 공구들 보이고. 

선반에 놓여있는 액자. 

진호, 액자 들어 자세히 보면 단란하게 찍은 모녀 사진이다. 

(5세정도의 어린 개인과 엄마)

  

66. 지하방. (낮)

  

-진호, 청소를 하고 있는. 

  

67. 상고재 마당.(낮)

  

-진호, 지하방을 청소하고 쓰레기 봉투 들고 마루로 나오는.

개인, 들어오는.

개인(놀라서) 진호씨?

진호지금 와요?

개인(화들짝 다가들며) 뭐예요? 

오늘 바쁠 거라더니?

놀래켜주려고 그런 거예요? 

(곱게 흘겨보며) 

청소까지 하고. 아, 이 이쁜 남자를 어떡하냐? 뽀뽀 해줄까요? 

진호나중에요. 

개인지금 해줄게요. (다가들려고 하면)

진호내가 뭘 찾아냈는지 알아요?

개인네?

진호개인씨 어머니 사진. 

개인엄마 사진이요? 

진호이 집에 지하실이 있는 거 몰랐죠? 

  

68. 상고재 지하실 문 앞(저녁)

  

진호여기가 박개인씨 어머니 작업실이었나봐요. 들어가 볼래요?

개인(기대에 찬 표정)

  

-진호, 개인의 손을 잡고 문을 여는.

개인, 흥분을 감추지 못한 표정으로 안을 들여다 보는. 

개인, 진호의 손을 잡고 한발한발 계단을 디디는.

진호(액자 보여주는) 

기억 나요? 엄마 얼굴? 

개인(액자를 들여다보면서, 눈물이 글썽해지는)

진호또 신기한 거 보여줄까요?

개인(보면)

진호(책상에 올라서서 천정을 뜯어내는) 

상고재 공사를 한 분이 저하고 같이 일하시던 현장 소장님이었지

뭐예요.

그분이 그러는데, 원래는 여기 커다란 유리가 있었대요.

개인(서서히 기억을 더듬는 느낌으로 천정을 바라보는)

진호(천정을 뜯어내고) 

날씨가 좋은 날엔 햇볕이 쏟아져 들어오게 설계된 집인 거예요.

개인(멍해져 있는)

진호이 방에서 어머니가 작업을 하시면서 위에서 놀고 있는

개인씨를 봤던 거죠. 

개인(천정을 올려다보는데. 과거의 어느 날로 이어지는.

환하게 빛이 쏟아져 들어오는) 

  

- 플래시백 빠른 속도로 지나가는. 

어린 여자아이 유리판 위에서 엄마를 내려다보고.

엄마 작업하고 있는.

여자 아이, 유리를 손으로 두드리는. 엄마가 망치로 의자를 만들고

있어서, 아이가 두드리는 소리를 듣지 못하는. 

여자 아이, 답답해서 뭔가를 찾는데. 화분 정도의 물건 들고 와서

유리를 탕탕 두드리는. 

그 소리에 고개를 드는 엄마.

순간 산산히 부서지는 유리. 

엄마. 입모양만....개인아, 하고 부르는. 

  

진호(개인 옆으로 다가오며) 그런데 왜 이 방을 없앤 거죠? 

한옥에선 특이한....

개인(발작하듯 귀를 틀어막으며 비명을 지르는) 아아악!

진호 (놀라서 개인을 잡으며) 개인씨!

개인(비명지르다가 풀썩 까무라치는)

진호(그런 개인 끌어안고) 개인아! 박개인!

  

-앤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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