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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대본

[개인의 취향] 16

작성자수다쟁이|작성시간22.11.27|조회수541 목록 댓글 0

16회 ㅣ 2010-05-20 
16부 오늘의 일기예보. 

1. 씬  상고재 앞(밤)

진호  제 눈엔 교수님의 죄책감을 따님에게 돌리신 것 같습니다.
박교수  (손을 들어 뺨을 때린다.)
박교수  건방진 놈. 니까짓 놈이 뭘 안다고 지껄여...(고함) 가. 
진호    담예술원 설계를 거절한 이유. 상고재가 실패작이기 때문이겠죠?
박교수   (쿵하는 느낌으로 진호 보는) 
개인   (놀라서) 진호씨?
진호   (대들 듯이) 아닙니까?
박교수   (험악한 표정으로 진호를 보는)
진호   (지지 않고 바라보는)
   상고재는 내 아내와 내 아이가 꿈을 꾸게 만들 작은 세계다. 
   교수님 논문에서 읽었습니다. 하지만 이곳에서 교수님은 아내를 
                사고로 잃고 아이까지 상처 입혔습니다. 
박교수   (진호의 뺨을 후려치는) 건방진놈! 네 깟게 감히 뭘 안다고 떠들어!   
진호   (꿈쩍 않고 눈 부릅뜨는) 하지만 정작 상고재를 실패작으로 만든 게 
                뭔지 아십니까? 당신의 아픔 때문에 당신 딸이 상처투성이가 되도록 
                방치한 교수님 자신이십니다.
개인   그만해요! 
   당신이 뭔데, 당신 따위가 뭔데 우리 가족에 대해 다 아는 것처럼 떠들어!
진호   언제까지 아버지 앞에서 기죽어 지낼 겁니까? 
   언제까지 어머니를 죽인 죄인으로 살건데요!
개인   내가 어떻게 지내든 무슨 상관인데? 
   날 이용해 먹으려 했었으면서, 나한테 마음 따위 없으면서 
                왜 내편 인척 하는 건데?
진호   (이 악물고 그런 개인 보는)
개인   (떠밀며) 가요! 가라구! 당신 같은 거 꼴도  보기 싫어!

  -개인 그렁한 눈으로 노려보다가 돌아서서 상고재 안으로 들어가는.   

진호  (멍한 표정으로 개인 보면)
박교수  (진호보며) 자네... 다시는 내 집 앞에 얼씬도 하지 말게. 
  (상고재 안으로 들어가는)  
  - 진호, 상고재 문 바라보다가 내가 왜 이렇게 화를 냈나 싶어지고. 
                벽에 기대 뒷머리 찧으며 후회하는.


2. 씬 담 미술관 휴게실(저녁)

  - 개인 작업하고 있으면, 영선 짐들 부지런히 정리해주는.
영선  근데 가구는 이게 다야?
개인  몇 가지 큰 가구들은 작업실에 있어. 마무리 작업해서 내일 옮기려 구. 
영선  너 혼자 옮기게?
개인  사람 부를거야. 정 안되면 힘 좋은 너도 있잖아?
영선   기집애야, 난 내일은 준혁이 예방접종 해야돼. 
상준  (간식들고 들어오는) 언니들! 출출하지? 이거 먹고 해. 
영선  잘됐다. 자기 내일 특별한 일 없지?
상준  응, 왜?
영선  내일 개인이 가구 좀 옮겨주라.
개인  얘는, 됐어.  
상준  (금방 표정 바뀌며 빼는)도와주면 좋은데 내가 워낙 귀하게 커가지고 
                무거운거 들고 그런 걸 잘 못하걸랑. 
  지금도 보약 안 먹으면 막 픽픽 쓰러지고 그러거든.
영선  에이그, 하여간 엄살은.
개인   됐어요. 신경 쓰지 마세요. 간식 잘 먹을게요.
상준  (개인 눈치보며)그러지 말고 진호를 부르지. 
  그 놈이 생긴 건 귀족적이래도 험한 일은 머슴 저리가라예요. 
영선  (같이 눈치보며) 그래, 그러면 되겠다...  
개인  (들은 척도 안하고 먹으면서 일하는)
  - 영선, 상준, 개인을 설득하기 힘들겠다는 듯 서로 눈 마주치며 
                고개를 설래설래 젓는. 

3. 씬 담미술관 일각(밤) 

  - 개인 페인트 통 들고 지나가는데. 영선과 상준 서서 얘기하는.
영선  참, 자기네 회사 발표 언제야?
상준  이삼일 남았어. 요즘은 걱정 돼서 잠도 안 와. 
  고소 합의금도 물어야하고, 파산 일보직전인데  
                진호녀석은 엉뚱한 설계도나 제출하고 말이야. 
영선  엉뚱한 설계도라니?
상준   그런게 있어. 이럴거면 박개인씨한테 죽일 놈 돼가면서 상고재에는 
                뭐하러 들어갔냐고. 이러다 파산하고 공모에도 떨어지면 전부 끝장인데. 
                그놈 건축사 자격도 박탈되는 거야.
영선   큰일이네...
상준  난 정말 그 놈을 알다가도 모르겠어. 박개인씨 때문에 괴로워 죽겠다는 
                얼굴을 하고 다니면서 무슨 고집으로 헤어지겠다는 건지. 
                이럴 때 개인씨라도 옆에 있으면 힘이 되고 좀 좋아.  
영선  회사 사정이 어려워지니까 개인이 더 안 만나려고 그러는 거 아닐까? 
  진호씨가 자존심이 좀 많이 세잖아. 
상준  그런 것도 뭐 없지는 않겠지. 여하튼 덕분에 옆에 있는 
                난 아주 숨막혀 죽을 지경이라구.
영선  누가 아니래. 옆에 있는 사람들까지 이게 뭔 짓인지. 
개인  (두 사람 보이지 않는 곳에서 듣고 있는) ...


4. 씬 담미술관 휴게실(밤) 

  -개인, 가구를 사포로 문지르고 망치질하는. 

5. 씬 담미술관 주차장, 진호 차안(밤)
 
  - 미술관 한쪽에 불켜져 있는 창. 개인의 어린이 휴게실이다.
  진호, 차 안에 앉아 불 켜져 있는 창문 애잔하게 바라보는.

6. 씬  담미술관 휴게실(밤)

  개인 작업하다가 가구에 엎드려 피곤한 듯 잠든 모습.    
  개인을 향해 다가오는 구둣발. 문득 멈추고. 
  아래에서 위로 훑어 올라가면 진호다. 
  가방과 함께 놓여있는 개인의 겉옷 들어 살며시 어깨에 덮어주는.
  깊이 잠든 개인을 안쓰러운 듯 바라보는 진호.
  조심스레 이마에 입 맞추려 얼굴 내려오는.
  진호 입술, 이마에 닿을 듯 하다가 차마 닿지 못하고 떨어지는.  
  뚜벅뚜벅 멀어지는 진호의 구둣발 소리.
개인  (여전히 깊이 잠든) ...
창렬E    개인아. 개인아? 
개인   (눈 뜨면 창렬이 보이고)  
  (무언가를 찾듯 주위를 둘러보는데)
창렬  왜? 뭐 찾아? 
개인  누구 왔다가지 않았어?
창렬  아니. 
개인   (실망한 표정) 근데 여긴 어쩐 일이야? 
창렬   근처 지나가는데 불이 켜져 있길래 들렀어. 아직도 할 일 많이 남았어? 
개인  이제 들어갈거야. 
  (일어서는데 툭 떨어지는 겉옷. 고개 갸웃하며 옷 집어드는) 
  이거 창렬씨가 그랬어? 
창렬  (개인의 가방과 짐 챙기느라 잘 못 듣고) 응?
개인  아니... 아무 것도 아니야. (뭔가 아쉬워 먼 곳 보는)
창렬  (그런 개인 바라보는)

7. 씬  담미술관 주차장(밤)

  - 개인 창렬 나란히 걸어가는. 창렬 자기 차 조수석 문 열어주고.
개인   됐어, 택시 타고 갈 거야. 
창렬  박개인. 여자 혼자 밤에 택시 타는 게 얼마나 위험한건데...
  (개인 차 안으로 떠밀며) 이럴 땐 그냥 못이기는 척 도움 좀 받아주라. 
개인  됐다니까.(실랑이 하다가 하는 수 없이 차에 올라타는)  

  - 개인, 창렬, 보이지 않는 곳에서, 차 안에 앉아 보고 있는 진호. 
  그대로 차 돌려 가버리는.

5. 씬. 담미술관. 최관장실. (낮) 

  -박교수, 차 마시고 있는.
  최관장 책상에서 설계도 들고 오며.

최관장  (설계도 내놓으면서) 조금 색다른 컨셉의 설계돈데 한번 봐주십쇼.
박교수  ( 안경 꺼내 끼고 설계도 살펴보는)
최관장  어떠십니까?
박교수  (흥미롭게 보다가) 누가 제출한 겁니까?
최관장   M건축 사무소, 전진호 소장입니다.
박교수  (최관장 보다 다시 설계도 유심히 보는)
최관장  조금 흥미가 생기십니까?
박교수  ......
최관장  오늘 점심을 아버지와 함께 하기로 했는데
  시간 괜찮으시면 함께 하시는 거 어떠십니까?
  나머지 얘긴 거기서 해도 괜찮을 듯 싶은데요.

7. 씬. 고급 한식당. (낮)

  -한회장, 최회장 마주 앉아 있는.

한회장  남의 설계도나 훔치는 그런 부도덕한 설계사가 제출한 설계도를
  본심사에 올린다는 게 말이나 되는 소립니까?
최회장  그 전이야 어떤 일이 있었던 지금의 설계도에는 하자가 없지 않습니까?
한회장  곧 파산할 지경에 처해 있는 건축사라도 말입니까?
최회장  그게 무슨 소립니까?
한회장  이전 공사에 문제가 있어서 인부가 고소를 한 상탭니다.
  그 일로 감당할 수 없는 합의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하더군요.
  은행권에서 대출도 불가한 상태구요.
최회장  그게 정말입니까?  

8. 씬  한식당 문 앞(낮)
  -살짝 열린 문 앞에 서 있는 박교수와 최관장.

최관장  (박교수에게)  아버님 말씀 끝나실 때까지 잠시 옆방에서 기다리시죠.

9. 씬. 고급 한식당. 옆 방 (낮)

  -박교수, 최관장 안으로 들어오는.
 
최관장  (앉으며 걱정스럽게) 저도 몰랐던 사실이군요.
  이렇게 되면 전소장의 설계가 본심사에 진출할 수 있을지도 불분명해질 텐데.
박교수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그렇게 돼야지요.
  최관장이 왜 이렇게까지 그 청년의 역성을 드는지 저로서는 이해할 수가 없군요.
최관장  전소장이 애초에 상고재를 모방하거나 훔칠 생각이었다면 
                그런 설계를 하지는 않았을 겁니다. 그리고 제가 아는 전진호씨, 
                절대 그런 일 할 사람도 아니고요.
박교수  그 친구를 그토록 신뢰하는 이유가 뭡니까?
최관장  (웃으며) 새로운 설계도를 준비하고 있었으면서 그 친구, 
                박교수님께 한마디도 변명하지 않았습니다. 
  그건 스스로가 떳떳하다는 걸 증명해 보이겠다는 생각 아니었을까요? 
박교수  저한테 뭘 바라시는 겁니까?
최관장  전진호 소장이 제출한 설계도를 편견 없이 봐주십쇼. 
박교수  ...... 
 
8. 씬 진호 사무실.(낮)

  - 진호 전화통화 하고 있는. 옆에 상준 서있고.
진호  아닙니다. 이런 부탁드린 제가 더 죄송합니다. 예, 그럼.
  (통화 끊고 어두운 표정) 
상준  (실망해서) 이번에도 거절이지?  
진호  아직 몇 군데 더 남았어.(전화기 들면)
상준  (진호 손 막으며) 됐어. 너같이 자존심 센 놈이 이정도면 할 만큼n한거야.
  너 지금 죽고 싶은 기분인거 말 안 해도 알아. 
진호  ...
상준  그러지 말고 눈 딱 감고 이번엔 그냥 태훈이 아버님께 손 좀 빌리자. 
  응, 그러자.
진호   (고민하는데 전화오는. 받고) 예, 최관장님.
 
9. 씬. 은행. (낮)

  -대출 접견실로 들어오는 진호와 최관장.

진호  여긴 무슨 일로?
최관장  아버지한테 불려와 한국에 들어온 이후로 
  정기적으로 통장에 월급이라는 게 들어오더군요.
  달리 쓸데가 없어 그냥 뒀으니 지금은 꽤나 큰돈이 됐을 겁니다.
진호  (보는)
최관장  회사사정 들었습니다. 도움이 되고 싶어요.
진호  이러실 필요 없습니다. (가려면)
최관장  친구라는 거, 필요할 때 도움도 청할 수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요?
  전진호씨, 너무 철저하게 모든 일을 혼자 해결하려고 한단 생각 안들어요?
진호  약자의 입장에서 도움만 받는 건 친구가 아닙니다. 
최관장  남의 설계도를 훔치는 비열한 짓까지 인정했으면서
  이 정도도 못 받아들인다니 이해가 되지 않는군요. 
진호  (보는)
최관장  그런 일을 겪고도 응모했을 때는 스스로가 떳떳하다는 걸 
                증명해 보이려는 것 아니었습니까? 
진호  이런 식으로 통과해 봤자 떳떳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마음만 감사히 받고 가겠습니다. (가는)
최관장  (억양 높아지는) 이런 식이라니요? 
  나는 이번 공모가 정정당당하게 이루지기를 누구보다 바라는 사람 입니다. 
  다만 전진호씨가 다른 문제들로 인해 그 능력을 펼칠 수 없게 되는 
                상황을 걱정하고 있는 겁니다. 
  이대로 가면 날 공정하지 못한 사람으로 치부하는 걸로 여기겠습니 다.
  그래도 괜찮겠습니까?
진호  (멈칫 서는)
최관장  이번 일까지 거절당한다면 더 이상은 참을 수 없을 것 같군요.
진호  (난처한듯 보는)......
최관장  (정색하며) 정말 내 도움은 받지 않을 겁니까?
진호  (망설이는데)...
최관장  예비 심사에 통과하고서도 건축사 자격이 박탈당해 본 심사 기회를 놓친다면 
                너무 아깝지 않을까요? 
진호  (의아해서 보는) 그게 무슨...?
최관장  (빙긋 웃으며 손 내미는) 축하합니다. 담예술원 예비 심사에 통과 했습니다. 
  발표는 이틀 후지만 내부적으론 오늘 결정이 났어요.
진호  (한시름 놓았다는 표정)정말 입니까? 
최관장  악수 안 해 줄겁니까? 손이 무안한데요.
진호  (최관장과 악수하며 환하게 웃는) 
최관장  설계도도 제출하고, 그동안 여러 가지로 머리가 복잡해서
  잠시 쉬고 싶은 마음이  있을 거 같은데, 저번에 왔던 내 별장  어때요?
진호  (보는)
최관장  같이 가자는 거 아니니까 너무 그렇게 긴장한 얼굴 할 거 없어요.
   
10. 씬 최관장실.(낮)

  -최관장, 인희 들어오는.
최관장  참 별장 관리하시는 분께  연락해서 청소 좀 깨끗해 해놓으라고 해줘요.
인희  내려가시나요? 
최관장  아니요. 전진호 소장이 잠시 사용할 겁니다.
인희  ....

11. 씬. 어린이 휴게실(아침)

  -갖가지 화환에 사람들로 북적한. 아이들 뛰어다니며 장난치고.
  개인에게 다가와 축하 인사 건네는 사람들.
  개인 누군가를 기다리는 듯 계속 두리번거리는.

상준  (다가오는) 축하합니다. 정말 근사한데요.
개인  고마워요. 이게 다 상준씨가 기쁨조를 해준 덕분이에요.
상준  (머쩍은 듯) 저기... 오늘같은 날은 진호도 같이 와서 축하해 줬으면 
                좋았을텐데..... 
개인  (쓸쓸한 표정으로 미소 짓는)   
인희  (다가와서) 수고했어요. 박개인씨. 생각했던 것보다 괜찮네요. 
개인  고마워.
  (하는데, 사람들 틈에서 나타나는 박교수)
개인  아버지...

12. 씬. 미술관 일각(낮)

  -벤치에 나란히 앉아 있는 박교수와 개인.

박교수  모질게 굴고 싶어서 그랬던 건 아니다.
  엄마도 없이 자라는 널 보는 게 괴로워서 외면했던 건지 모른다.
개인  전 저한테 화나신 줄로만 알았어요.
  엄마가 저 때문에 그렇게 된 걸 기억하진 못했지만
  무의식중에 아버지한테 괜히 미움 받지 않을까 눈치만 봤던 거 같아요.
  그래서 뭐든 잘해서 보여드리고 싶었는데 그럴수록 더 실수만 하고...
박교수  (한숨 쉬는) 내가 참 이기적이었나 보다.
  내 감정에만 치우쳐서 네 마음이 어떨지 제대로 생각해 본적이 없구나.
개인  이해해요. 엄마 많이 사랑하셨잖아요.
박교수  너두 네 엄마만큼 사랑했다. 
  네 엄마 사진을 치우고 지하실을 막았던 건 
                네가 아무것도 기억해 주지 않기를 바래서였다.  
개인  (흔들리는 눈으로 박교수 보는)
박교수  변명같겠지만... 네 엄마와 같은 일을 하는 널 보고 화를 냈던 것도 
                하루도 성할 날 없이 다치는 그 손이 가슴 아파서였다.
개인  아버지...
박교수  (개인 손 어루만지며) 작던 손이... 어느새 이렇게 컸구나.
개인  (그렁한 눈으로 박교수 보면)
박교수  수고했다. 
개인  아빠... (아버지의 목을 끌어안는)

  -다정한 부녀의 모습을 보고 있는 진호. 돌아서는데.
  개인, 문득 그런 진호의 뒷모습 보고. 
  관람객  그 사이로 지나가면. 
  진호, 사라지는.

개인  아빠, 잠시만요. (일어나 진호가 간 쪽으로 가는)
박교수  ......

13. 씬.  담미술관 일각(낮).

  -개인, 쫓아 나와 보지만, 진호 보이지 않는다.
  더 가려는데 다가오는 영선.

영선  (꽃 내밀며) 아, 미안미안. 준혁이 유치원에 데리러 갔다 오느라 고. 
                나 기다린 거야?
개인  너 혹시 들어오다 진호씨 못 봤어?
영선  진호씨? 진호씨 왔다 갔어?
개인  영선아, 너 들어가 있어. 나 잠깐 어디 갔다 올게.

14. 씬. 담 미술관 일각(낮).

  -걸어 나오는 개인. 두리번거리지만 진호 보이지 않는다.
  진호 개인이 보지 못하는 모퉁이에 기대 서 있고.
  개인, 핸드폰으로 전화 걸면, 울리는 진호의 핸드폰 소리.

개인  (진호 있는 쪽 보며) 거기 있는 거 알아요. 
진호  ......
개인  왜 내 주위에 숨어서 맴도는 건데요?
진호  맴 돈 적 없습니다.
개인  나 다 알고 있어요.
  일하다 잠든 나한테 겉옷 덮어주고 간 사람, 진호씨란 거. 
진호  ... 
개인  그런데 맴돈 적 없다구요? 거짓말쟁이. 
  내 앞에 처음 나타난 그 순간부터 지금까지 온통 거짓말뿐이야...
진호  그래요. 다 거짓말입니다. 그러니까 지금 내가 여기 있는 것도 거짓말이라 생각해요. 
개인  (보면)
진호  서로 부딪치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으니 개인씨 여기 있는 동안 
  짐 가져가도록 하겠습니다.
개인  ...
진호  이제 정말 볼일 없을 겁니다. 
  (걸어가는)  

  
15. 씬 상고재 진호방(낮)

  -진호, 캐리어에 자신의 짐을 챙겨 넣는.

16. 씬 상고재 개인방(낮)
  
  -진호,  천천히 개인의 방문 열어보는.
  개인과의 추억들 빠른 플래시백으로 지나가는.

17. 씬 상고재 개인공방(낮)

  -진호, 개인의 공방 열어보는. 
  공방에서 개인의 작업을 돕고 티격태격하던 모습 
  빠른 플래시백으로 지나가는.

18. 씬 상고재 대문안(낮)
 
  - 진호, 대문 열고 나가려다 아쉬운 듯 다시 한번 돌아보는. 
  쓸쓸하고도 아련한 미소 짓는.  
  진호 나가고 닫히는 대문.

   
19. 씬 최관장실 (낮)

  - 최관장, 개인 앉아있는.
최관장  축하합니다. 박개인씨.
  처음에 그렇게 우려하더니 결국 훌륭히 해냈군요.
개인  감사해요. 제 자신을 시험할 수 있는 기회를 주셔서.
  저도 이렇게 해내리라곤 생각 못했어요.
최관장   근데 전진호씨는 안 온겁니까? 
개인   (애써 웃으며) 헤어졌는데 온다는 것도 이상하잖아요.  
최관장  그러면서도 기다렸잖습니까? 
개인  ...
최관장  정말 이대로 헤어지기로 결심했다면 그렇게 해요.
  하지만 조금이라도 미련이 남았다면 내가 딱 한번은 도와 줄 수도 있는데.
  전진호씨 내 별장에 있을 겁니다. 
  머리도 식힐 겸 내려가 있으라고 했어요.
개인  저한테 그런 말씀 해주실 필요 없어요. 
최관장  실망이군요. 내가 전진호씨를 포기하면서도 위로가 됐던 건
  그 상대가 박개인씨였기 때문입니다. 
  나보단 더 사랑해 줄 수 있는 사람일거라는 생각에서 말이지요. 
  그런데 내가 사람을 잘못 본 것 같군요.
개인  그런 말씀 하셔도 어쩔 수 없어요. 
  그 사람한테 저는 이제 필요 없는 사람이니까.
최관장  전진호씨에 대한 믿음이 그 정도 밖에 안되는 거겠죠?
  그렇다면 나도 더 이상 두 사람의 일에 관여하지 않겠습니다.  


20. 씬. 상고재 거실. (낮)

  -앉아서 사과 먹고 있는 개인과 박교수.
  사과를 횡으로 썩둑 자르는 개인.

박교수  녀석이, 과일 먹는 버릇은 여전하구나.
개인  죄송해요. 전 이렇게 먹는게 더 편해서요.
박교수  어디 나도 하나 다오. (손 내밀면 개인 사과 반쪽 건네는)
박교수  (건네받은 과일을 한참 들여다보는) 이거...
개인  왜요? 깨끗이 씻은 건데.
박교수  그랬구나. 그랬어.  
  전진호, 그 청년의 설계도가 어쩐지 낯설지 않더라니... 
  이 사과였어.
개인  설계도 컨셉이 상고재가 아니라, 이 사과라고요?
박교수   처음에 상고재에 들어온 이유야 어찌됐건,
  그 친구가 널 보면서 새로운 계획을 세웠던 것 같다. 

  -개인.  손에 쥐어진 사과 반쪽을 보는.
   플래시 백. 진호와 사과 먹으며 이야기하던 모습.
  진호에게 사과모양의 미니어처를 선물하던 모습
  개인, 울컥해지는. 
개인  (벌떡 일어나는)
박교수  (보면)
개인  저, 좀 다녀올 데가 있어요.
박교수   이 늦은 시간에 어딜?
개인  (뛰어나가며) 늦을지도 몰라요. 기다리지 말고 주무세요! 

21. 씬 별장 낚시터(저녁)

  - 진호, 가만히 서서 호숫가를 바라보는.비 내리고.
  한참을 서있었던 듯 온몸이 흠뻑 젖어있다.  
  진호 뒤로 우산을 들고 다가오는 사람 보여지고. 
  진호, 비 맞은 채로 돌아서다 우산 든 사람보고 조금 놀란 얼굴.
인희  (어색하게 웃으며) 그대로 호수로 뛰어들면 어쩌나 걱정했어요.
진호  여긴 무슨 일이십니까?    
인희  별장에 필요한 물건들 좀 챙겨다 놓으려고요.
진호  신경 안 써주셔도 괜찮습니다.
인희  물론 그건 핑계거리고요.   
진호  (못들은 체 먼저 가버리는)
인희  (따라가며) 그래도 혼자 있는 것보단 낫지 않을까요? 
  진호씨가 나란 여자 싫어한다는 거 알지만 지독하게 외로운 것보단 
                조금은 낫지 않을까 싶어서. 
  (자조적으로 웃으며) 뭐... 그러다 진호씨 마음의 틈을 비집고 들어갈 수 있다면 
                좋은거고.   
진호  (그런 인희 조금 안쓰러운 듯 보는) 
인희  알아요. 진호씨 눈에 나, 자존심도 없어 보인다는 거.
  - 진호 걸어가면 인희 조심스레 진호에게 우산 씌워주는. 

22. 씬 길. (밤)

 - 개인 전화하며 택시 잡으려는.

  플래시 백.
최관장   전진호씨 내 별장에 있을 겁니다. 
  머리도 식힐 겸 내려가 있으라고 했어요.

개인  (전화로) 최관장님, 죄송하지만 그 별장 주소 좀 알려 주시겠어요?

23. 씬  거리 (밤)
  - 개인을 태운 택시 달려가는.
 
24. 씬  별장 안(밤)
 
  - 인희, 장봐온 물건들 식탁위에 꺼내놓고.
  진호, 타월로 젖은 머리 말리며 걸어가는데 사물이 흐릿하게 보인다. 
                진호, 정신 차리려 머리 흔드는데 주변이 빙그르르 돌고. 
  어지러워 휘청하는데 인희 잡아준다. 
인희  괜찮아요?
진호  예, 괜찮습니다.
인희  (진호 이마 만져보며) 열이 많이 나요. 
진호  (인희 손 정중하게 밀어내며) 좀 쉬면 나아질 겁니다. 늦었는데 가보세요.
인희   아픈 사람을 어떻게 두고 가요. 해열제도 없는데... 큰일이네.
진호  (피곤한 듯 소파에 주저앉는)
인희  (진호 옆에 앉으며) 아픈 것도 당연해요. 
  그동안 진호씨 여러 가지 일로 너무 무리했어요.    
진호  (탈진한 듯 말 없고) 
인희  (다시 진호 이마 만져보다가 안되겠다 싶어 소파에서 일어나며) 
  기다려봐요. 해열제가 있나 찾아볼게요.
진호  (나직하게) 김인희씨... 
인희  (멈칫하며 보면)
진호  돌아가주십쇼. 
  김인희씨가 앞에 있어도 난 김인희라는 사람을 볼 여유가 없습니다. 
인희  .....
진호  내가 지금 아픈 것도 어쩌면....다른 아무도 볼 수 없는 내 마음 때문일 거구요. 
  그러니까 그냥 돌아가요...
인희  당장 그 마음을 달라는 거 아니에요.
  1년이든 2년이든 계속 진호씨 옆에서 신경 쓰이게 하고 화내게 만들고 그러다보면
                미운정이 쌓일지도 모르고. 
  언젠간 옆에 없으면 허전한 존재가 될지도 모르는 거니까. 
진호  언젠가 우리가 똑같은 사람이라고 했었죠?
인희  (보면)
진호  그래요. 예전엔 그랬었는지 몰라요. 원하는 걸 얻기위해선 
                수단방법 가리지 않으려 했죠. 하지만 지금은 아닙니다. 
  사랑하는 걸 지키기 위해선 나를 포기할 수도 있게 됐으니까.   
인희  개인이를 위해서 개인이를 포기 했다는 건가요? 
  어떻게 그게 되죠? 사랑하는데 어떻게 포기가 된다는 거죠?

  - 진호 힘겹게 소파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가는.

인희  어딜가요?
진호  전 차에 가서 자겠습니다.

  - 인희, 나가는 진호 뒷모습 멍하게 바라보는.

25. 씬 최관장 별장 앞(밤)

  - 택시에서 내리는 개인. 여전히 비 내리고.
  개인, 비 맞은 채 별장 앞으로 뛰어들어 가는.
  별장 현관 문 열고 나오는 인희와 마주치는 개인. 
  개인, 인희, 멈칫하는.
  인희, 독기어린 얼굴로 개인 노려보고.
인희  진호씨 만나러 왔니?
개인  (창백한 얼굴로) 네가 왜 여기?
인희  왜라니? 네가 사라진 자리에 내가 있을 수도 있는 거잖아? 
개인  (망설이다가 별장 안으로 걸어 들어가는)
인희  (개인 홱 노려보며) 박개인,너 진호씨랑 헤어졌잖아?    
개인  김인희, 진호씨와 나 사이에 네가 들어설 자리는 없어. 
인희  맺고 끊는 거 분명하지 못한 박개인답다.
개인   그래, 네 말대로 나 진호씨 끊어내지 못했어. 됐니?  
인희         난 니가 정말 끔찍하게 싫어. 처음 볼 때부터 아주 재수 없었어. 
  고아인 나 데리고 살면서 혼자 착한 척은 다하고.....
  솔직히 말해봐. 
  넌 날 친구로 같이 산게 아니라, 불쌍한 애 거둔다는 심정으로,
  네 동정심을 세상에 증명하기 위해 날 이용한 거 아냐? 
개인  (뺨을 때리는)
  나한테 넌 가족이었어. 
  나랑 같이 사는 동안은 너도 그랬잖아? 
  창렬씨 때문에 우리 사이가 깨지기 전까진.
인희  아니, 난 너희 집에 얹혀살기 위해 가족인척 했던 것뿐이야.  
개인  나쁜 년...가족인 척 했다구? 
인희  (비웃는) 그래, 그랬어. 네가 얄미워 죽을 거 같았지만, 얹혀살려려면 할 수 없잖아? 
    아무것도 안하고 착한 척만 해도 결국 뭐든 다 갖게 되는 네가
  얼마나 꼴배기 싫었는지 넌 모르지? .
  옆에서 아등바등 노력하는 사람 바보로 만들어버리면서.
개인  (울먹이며) 가족인척 했다고?  
  아버지한테 혼날 때마다 옆에서 편들어주고, 우리 엄마사진 찾아주겠다고 
                온 집안이며 쓰레기통을 다 뒤지던 거... 그거 너였어.
  그게 정말 가족인척으로 되는 거였니?  
인희  (눈물 흐르려하지만 엇나가는)
  그래, 마음에도 없는 짓하는 거 정말 끔찍했어... 
개인  그렇게 마음에도 없는 말하는 건 안 끔찍해?
  김인희... 제발 널 더 미워하게 만들지마. 
인희  (소리지르는) 마음에도 없는 말 아니야. 
  난 네가 미워! 미워 죽을 거 같아! 
  난 아무 것도 가질 수 없잖아... 죽을만큼 갖고 싶어 죽겠는데도...
                근데 왜 넌 다 가질 수 있는 거야!
개인  가지려고 한 적 없어. 
인희  뭐?
개인  그냥 마음만 줬을 뿐이야. 그래서 내게 주어지면 감사해했을 뿐이고. 
                그것 때문에 네가 날 미워하는 거라면 그건 나도 어쩔 수 없는 거야.
인희  (멍하니 보는) 
  -개인 돌아서서 별장 쪽으로 움직이는.

26. 씬 별장안 (밤)

  - 개인, 진호를 찾지만 보이지 않는.

27. 씬 별장야외.(밤)

  - 비를 맞고 서있는 인희.
  - 개인, 허탈한 표정으로 별장 안에서 나오는.
개인  진호씨 여기 없니? 
인희  (망설이다가) 차 안에 있을거야. 지금 많이 아파.
개인  (다급하게 다가오며) 어디가? 얼마나?
인희  그건 네가 알아봐. 
개인  (차 있는 쪽으로 가려고 하면)
인희  그 사람 나랑 같이 있는 게 싫어서 차에서 자겠다드라.
개인  (보는)
인희  내가 앞에 있어도 안보인데. 
  다른 아무 것도 보이질 않아서....아프다고 하더라.
  네 진호씨가. (허탈하게 걸어가는)

28. 씬. 별장 앞 진호의 차.(밤)

  -잠이 들어있는 진호, 식은땀 흘리면서. 개인, 차 문을 여는.
개인  (진호를 조심스럽게 잡고) 진호씨? 진호씨?
진호  (힘없이 눈을 뜨는, 이 여자가 왜 여기 있나하는 표정으로)
개인  (울먹해져서) 걸을 수 있겠어요? 

29. 씬 야외장소(밤)

  - 인희 돌아서는.
인희  (자조적으로 웃는) 나도 당신 정말 사랑했나봐. 
  당신 위해서 포기할 수 있게 된 걸 보면.
 
30. 씬 별장 안(밤)

개인E  진호씨? 진호씨?

  - 진호, 침대에서 힘겹게 눈 떠보면 개인 얼굴 보인다. 
  인희와 비 맞고 싸우느라 젖은채다. 
개인  정신 들어요?
진호  (긴가민가한) 개인씨? 
개인  (눈시울 붉어지는) 
진호  (개인 젖은 머리 쓸어넘기며) 감기 들게 왜 이러고 다녀요.
개인  (진호 이마에 물수건 대주며 담담한척) 그러는 진호씨는요. 
  어떻게 사람이 이렇게 아플 때까지 몸을 방치할 수가 있어요? 
진호  나 같은 놈 걱정하지 말아요.  
개인  (감정 억누르는) 걱정은 누가요. 
진호  (등돌려 돌아누우며) 난 괜찮으니까 이제 가봐요.
개인  이 상황에서도 괜찮다는 말이 나와요? 
진호  아버님 걱정하세요. 그러니까 가요.   
개인   누가 여기 살겠대요. 잠깐 돌아누워 봐요. 물수건 좀 갈게.
진호  (여전히 등 돌린 채로 있는) 
개인  (그런 진호 뒷모습보자 마음이 상하는)
진호  (등 뒤의 개인을 차마 보지 못하고) 가요.
개인  그럴게요. 이젠 열도 내린 거 같으니까.(화가 나서 일어나는데) 
진호  (개인 손목 덥썩 잡는)
개인   (멈칫해서 보면)
진호  (일어나 앉으며 흔들리는 눈으로 개인 보는) 가지마요. 
개인  (떨리는 입술 앙다무는) 놔요...
진호  (개인을 잡은 손에 힘 들어가는) 
개인  (눈물 흐르는) 나 믿어볼래요. 백번, 천번 이용당한다고 해도 믿어 볼래요. 
  어리버리하지만 그게 박개인이 가진 장점이니까... 진호씨 마음도 믿을래. 
  다시 이용당하고 다시 슬퍼하게 되더라도 이대로 진호씨 버릴 수 없으니까... 
진호  (개인 팔 끌어당겨 와락 안으며 키스하는)
 
31. 씬 별장 안 (밤)

  -창밖에 비 그치고 달빛 스며드는.
  개인, 진호, 아스라한 달빛 아래 키스하는. 
  진호, 개인의 옷 단추를 풀려다 멈추는. 
진호  (고개 돌리면서) 가요. 
개인  (진호의 손을 잡아 자신의 가슴에 대는)
진호  (흔들리는 눈빛으로 보는)
개인  우리 헤어졌던 거.....게임 오법니다.
  (진호의 입술에 키스하는)
 
  -진호, 개인 입술에서 목덜미로 키스 이어지는.
  개인, 긴장해서 진호 어깨 힘주어 잡는.  
  진호, 개인을 조심스레 침대에 눕히는. 
  바닥에 떨어지는 두 사람 옷가지들. 
  진호, 뒷등보이고. 진호, 목덜미 끌어안은 떨리는 개인의 손.
  
32. 씬 별장 밖 (아침)

  - 별장 밖 전경.

33. 씬 별장 안 (아침)

  - 개인, 진호 품에 안긴 채 잠들어 있는. 
  두 사람 몸, 침대 시트에 덮여 있고.
  개인, 눈 뜨면 진호 잠든 얼굴 보이는.
  조심스레 손가락으로 진호 얼굴 만져보려 하는데.
  진호, 몸 뒤척이자 얼른 눈 감고 자는 척 하는 개인.
  진호, 눈 뜨면 개인 자는 얼굴 보고 피식 웃는.
  개인의 이마에 입 맞추는.   
개인  (몸 뒤척이며) 으음.  
진호  (개인 보며 희미하게 웃는) 안자는 거 다 티나요.
개인  (살그머니 실눈 뜨는)
진호  (그런 개인 사랑스럽게 보며) 내가 말했죠. 개인씨 연기 진짜 못한다고.
개인  (시트 뒤집어 쓰는) 몰라요.
진호  (시트 안으로 들어가며 장난치는) 어딜 도망가요.
 - 두 사람 침대 시트 속에 파묻혀 장난치는. 깔깔대는 웃음소리 들려오고.

34. 씬 별장안(아침)

 소파에 앉아있는 개인. 진호 그 앞에 앉아 개인의 발을 씻어주고 있는.
개인  너무 과한 이벤트다.
진호  (진호, 개인의 다리에 상처 어루만지는)
개인  (보는)
진호  이 상처 때문에, 늘 그날 일을 기억해야겠지만, 그래서 우는 날도
  있겠지만, 이제부턴 혼자 몰래 울고 그러지 말아요.
개인  ...
진호  나 소원 하나 있는데.....
개인  뭔데요?
진호  죽기 전에 타임머신이라는 거 꼭 발명 되라고.
개인  네? 무슨 그런 이상한 소원이 있어요?
진호  그럼 그거 타고 돌아가고 싶은 순간이 있거든요.
개인  언제요? 
진호  개인씨 다섯 살 때.
개인  .....
진호  그때로 돌아가서 다섯 살인 박개인 앞에 나타날 겁니다.
  그리고 꼭 안아주면서 말 할 거예요.
  너 때문이 아니야. 그건 그냥 사고였단다.
  그러니까 널 미워하는 바보 같은 생각은 하면 안돼.
개인  (눈물이 흐르는)
진호  아, 그 소원 진짜 이뤄졌으면 좋겠다.
개인  (꼭 끌어안는)
  타임머신 같은 거 없어도 돼요.
  이렇게 진호씰 만났으니까. 
  이렇게 만나서 그런 말 해주니까.

35. 씬 상고재 앞. (낮)

 -개인, 진호 끌어당기며 안으로 들어가자는.

개인  아버지 뵙고 제대로 오해 풀어드려야 할 거 아니에요?
진호  아직은 안 됩니다. 
  담예술원 발표 나고 떳떳해지면 그때 당당히 인사 올릴 겁니다.
 
박교수E  뭣들하는 게냐. 

    -엄한 표정으로 서 있는 박교수. (외출했다 돌아오는)
    개인, 박교수 보고 당황하고, 진호 어색하게 목례하는.

박교수  왔으면 들어가지 않고. (안으로 들어가는)

  -진호, 개인 서로 마주 보곤 따라 들어가는.

36. 씬 상고재 안. (낮)
  -마주 앉은 세 사람. 

박교수  자네가 해명을 하지 않았으니 내가 묻겠네. 
  내 설계도를 훔친게 자넨가?
개인  그게 왜 진호씨가 한거에요?
  진호씨 몰래 상준씨가 제출한거잖아요. 
박교수  자네 짓인가?
진호  저와 같이 일하는 사람이 했으니, 제가 한것과 마찬가집니다.
박교수  (킁) 상고재에 들어온 이유는 정말 내 딸을 이용할 생각이었나?
개인  ...
진호  상고재를 알아볼 목적으로 상고재에 들어온건 사실입니다. 
  회사가 위기에 처했고, 회사와 직원들을 지키기 위해 필요했습니다. 
                하지만 나중엔 개인씨에게 당당한 남자가 되고 싶어 그 일이 절실해졌습니다. 
박교수  그래서 새로운 설계도로 준비하게 됐다?
  내 딸에게 당당하기 위해서...
개인  (미소)
박교수  다행이 설계도가 예비 심사를 통과하게 됐더군.. 
개인  예비 심사에 통과했어요? 근데 왜 나한테 얘기 안했어요?
진호  괜히 기대할까봐요. 본심사에 당선되면 그때 말하려고 했어요.
개인  나 진호씨 그러는거 진짜 싫다고 했죠. 
  난 사소한 것 까지 다 얘기하는데.. 
진호  미안해요. 아직 그게 잘 안돼요. 
개인  미워...
박교수  (이 모습 귀엽게 보며) 내 딸애 어디가 좋은가?
진호  (난감)
박교수  왜 대답하기 힘든가?
진호  딱히 어디가 좋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습니다. 
  그냥 마음이 시키는대로 하다보니 그렇게 됐습니다. 
개인  (웃는)
진호  하지만 기회를 주신다면 계속 만나보면서 어디가 좋은지 생각해보겠습니다. 
박교수  각오는 돼있나?
진호  네?
박교수  나랑 밤새도록 술 마실 각오말이네. 
개인  아버지, 안돼요. 어제 진호씨 너무 아파서.. 
  오늘 진호씨 쉬어야 돼요. 
박교수  벌써부터 편드는 거냐?
개인  아니, 그게 아니라... 
진호  저, 당장가서 술 사오겠습니다. (나가는)
박교수  (보는)


37. 씬 진호사무실(낮)

 - 진호, 상준, 태훈, 개인 둘러앉아있는.

상준  회사 앞이긴 하지만 이렇게 야외에 나오니까 정말 좋네요. 
개인  그죠? 
  열심히 일하는 여러분들 힘내라고 간식 좀 준비해왔어요. 
  
  - 개인 빵과 디저트, 물 등을 꺼내 놓는다.

진호  이런 걸 언제 다 준비했어요?
개인  에이, 이 정도는 언제든지 해 줄 수 있어요. 
 
  - 빵과 커피 등을 먹고 있는 넷.
  - 이때, 도시락 가방 들고 다가오는 진호모.
    진호모와 개인, 시선 마주치고 어색해 지는.

진호  (당황해서) 장미씨...
개인  어머니...
진호모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는)

38. 씬 카페 (낮)
  -마주앉은 개인, 진호모

진호모  우리 진호가 가까스로 발등에 떨어진 불을 껐다지만, 
  나 아직 박개인씨 탐탁치 않아요. 
개인  네 알고 있습니다. 
진호모  우리 진호. 힘들어도 힘들다고 내색도 할줄 모르는 아이에요. 
  언제나 저 혼자 삭이고 감당하고, 
개인  (진호가 안쓰러운)
진호모  엄마지만 항상 진호한테 도움이 못돼서 항상 미안하구요. 
개인  진호씨가 어머니를 얼마나 사랑하는데요. 
  처음에 진호씨가 저희집에 들어왔을때 어머니랑 통화하는 
  모습 보고 정말 부러웠었어요. 
  모자 지간이 어떻게 저렇게 다정할 수 있을까?
  저도 엄마가 살아계셨으면... 
진호모  ...
개인  진호씨처럼 저도 어머니랑 그렇게 지내고 싶어요. 
진호모  (표정)
개인  그렇게 해주시면 안될까요?
진호모  집으로 한번 놀러와요. 우리 같이 밥이나 먹어요. 

39. 씬 씬 동 대회의장. (낮)
  - 설계도 발표하는 창렬, 이 모습을 지켜보는 진호.

창렬  보시다시피 외부의 모습은 우리나라 전통 한옥의 구성과 같이 
  집과 집으로 연결되어지고, 나뉘어집니다. 
  동과 동이 한 마을을 이루고, 각 건물들은 마을의 골목길과 같이 
  내부브릿지로 연결되어집니다. 

  -설계도 발표하는 진호. 

진호  숲 속 나무의 모습대로 설계한 주차공간.
  백두대간 산맥의 역동적인 지층을 본딴 예술동
  빛나는 사과를 본딴 창조적인 공간. 
  사과를 깍아 펼친듯한 내부의 모습에는 인공계곡 속에
  또 다른 자연이 간직되어있습니다. 
  우리는 이 곳에서 함께 즐기고, 예술을 노래하고, 어울리게 될 것입니다. 
 
  -심사위원석에 일어서서 말하는 박교수.

박교수          총 6편의 본심사 작품중에 미래건설의 하늘의 소리와 M건축 사무소의 애플담이 
               최종 심사에 올랐습니다. 미래건설의 하늘의 소리는 한국정인 정서인 뚫림과 
               비움을 적절히 조합해 예술적으로 승화했다는 점에서 담예술원이 추구하는 형상에 
               가장 적합하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밝아지는 창렬. 진호, 어두워지고.

박교수          M건축 사무소의 애플담은 하나의 독립된 공간이 아닌 자연과 화합하고 
               모든 사람들이 모여 즐길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의 의미를 잘 살린 건축물이라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습니다. 

40. 씬 동대회의실(낮)
 
심사의원         최종 당선작을 발표하겠습니다.
  -장내, 조용해지고. 모두 긴장한 표정으로.
심사의원         M건축 사무소의 애플담입니다.
  -모두 박수치고, 진호, 일어서서 인사하고, 어두운 표정의 창렬.
  한회장, 화가 나서 나가버리고. 
  진호와, 최관장 악수하는.

41. 씬 담미술관 대회의실 앞. (낮)

 -사람들 웅성이며 기다리고. 그 속에 개인도 서성이며 진호 기다리는. 
 창렬 나오는. 개인, 창렬 보자 어색하고.

창렬 (다가오는) 이번 공모 준비하면서 결심한 게 있었어.
 정정당당하게 승리하고 정정당당하게 포기하기루.
개인 (보는)
창렬 (손 내미는)
개인 (잡지 못하고)
창렬 포기의 의미니까 잡아도 괜찮아.
개인 창렬씨...
창렬 온갖 나쁜 짓을 다했지만 이번엔 전진호 승이다.
개인 (밝아지다 표정 수습하는)
창렬 웃어도 괜찮아.
개인 미안해... 
창렬 나 처음부터 알고 있었어. 널 대하는 진호 보면서
 그 자식이 정말 널 사랑하는구나.
 나 너 포기했다고 했으면서 사실은 그러지 못했나 봐.
 정말 그 녀석을 비열한 놈으로 믿고 싶었으니까.
 하지만, 이번에 정말 포기다.
 
 - 창렬, 개인에게 손 흔들고 돌아서면.
 진호, 개인에게 다가오며 창렬 뒷모습 보는.

개인  축하해요.
진호 고마워요. 알죠? 
 이번 작품은 그동안 박개인씨를 울린데 대한 내 사과란거. 
개인 좋아요. 진호씨 그 사과를 받아주죠.  

42. 씬 술집(밤)

 - 진호, 개인, 상준, 태훈, 혜미, 영선 
 테이블에 둘러앉아 각자 떠들고 있는.
상준 (일어나며) 자,자, 조용히들 하시고. 
 오늘 이 자리에 주인공인 전진호 소장님의 인사말씀...을 듣기전에 
        박개인씨의 노래부터 듣겠습니다.   
모두들  (환호하는) 
개인 (당황한) 아니, 이 사람들이...
태훈 노래를 못하겠으면 벌주 마셔요.
개인 차라리 벌주를 마실게요. (술잔 내밀면)
상준 (잔 채워 주는)자, 마셔요. 마셔.
 - 개인 홀짝 마시면, 다른 사람들 다시 잔 채워주는.
진호 (술마시는 개인이 걱정되는) 괜찮겠어요? 
개인 (마시는) 그럼요. 나 술 세거든요.
 오늘같은 날 안마시고 언제 마셔요? 

43. 씬 거리(밤)   

 - 모두들 인사하며 가고. 개인도 헤롱거리며 인사한다. 
진호 (개인 부축하며) 개인씨! 걸을 수 있겠어요?
개인 (취해서 귀엽게) 나 다리 아픈데, 업어주면 안되요? 
진호 이 여자가... 업히는데 맛들였죠?
개인 진호씨 등이 너무 따뜻해서요. 네? 네?

44. 씬 상고재 앞(밤) 

 - 박교수 개인 기다리며 서성이면. 진호, 잠든 개인 업고 올라온다.
 진호, 박교수 보자 인사하는.
박교수 (못마땅한) 많이 늦었구먼.
진호 죄송합니다.
박교수 (개인 업으려 등 내밀며) 업히게.
진호 괜찮습니다, 제가...
박교수 (완고하게) 업히래도!

 - 진호 하는 수 없이 개인 내려놓고 박교수 등에 업히는.
 박교수, 개인 업고 일어나려는데 잘 되지 않고. 무안한 듯 진호 힐끔보고.
진호 (박교수 모르게 고개 돌리고 웃는) 
박교수 (다시 다리에 힘주고 일어나려는데 중심 잃고 뒤로 넘어진다) 어이쿠! 
진호 (개인과 박교수 얼른 잡아주며) 괜찮으십니까?
박교수 (민망하지만) 괜찮네.
진호 (개인 안아들며) 제가 데리고 들어가겠습니다.
 - 진호, 개인 안고 성큼성큼 상고재 안으로 들어가는.
 박교수, 그런 진호 매섭게 노려보다가 피식 웃는. 
 뿌듯하다는 표정으로 진호 뒷모습 보는.

45. 씬 개인방(밤)

 - 진호, 침대에 누워 잠든 개인의 이불 덮어주는. 박교수 뒤에 서있고.
박교수 자네 나 좀 보세.

46. 씬 상고재 마당(밤)

 - 진호, 박교수 서있는.
박교수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었네.
진호 아닙니다.
박교수 30년전 담예술원의 설계를 의뢰받았을 때 난 그 일부분을 응용해 상고재를 지었네. 
        내 아내가 아이가 노는 걸 지켜보며 일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그런데 내 가족들이 어울려 함께 행복했으면 하던 바람은 내 실수로 순식간에 
        깨지고 말았네. 
 그래서 차마 더 개인이를 볼 수 없었던 건지도...
진호 개인씨 만큼 교수님도 힘드셨겠지요.
박교수  (보는) 이거 왠지 고해를 한 기분이 드는구먼. 
진호 죄송합니다.
박교수 내딸... 잘 부탁하네. 
진호 (보면)
박교수 난 영국에 돌아가 마무리 할 일이 남았네.   
 혹시라도 개인이 울리는 날엔 이 세계에서 매장될 각오하게!
 (쑥쓰러운듯 돌아서는) 
진호 (웃으며) 예, 개인씨는 제가 잘 지키겠습니다. 

47. 씬 공원 (낮)
 - 커플티입고 사진 찍는 두 사람. 
 - 산책하는 사람들. 쌍쌍의 연인들 데이트하고 아이들 자전거를 타고 있는.
 진호 개인, 산책하며 걷고 있는. 
 두 사람 앞을 지나가는 2인용 자전거를 탄 연인.
 개인, 두 연인들 부러운 듯 보는. 그런 개인 보는 진호.

진호 우리도 한번 타볼래요? 재미있겠는데.
개인 나 자전거 잘 못 타요.
진호 내가 잘 타니까 괜찮아요.
개인 진호씬 도대체 뭘 믿고 이렇게 자신감이 넘치는 건데요? 
진호  (씩 웃는)나 원래 잘 났잖아요? 
개인 그런 말 하면서 안 민망해요?
진호 (천연덕스런) 아뇨. 
 일단 날 믿고 타봐요. (개인 손 잡아끌고 가는)

 - 2인용 자전거를 타는 두 사람.
개인 넘어질 것 같단 말이에요.
진호 걱정말고 나만 믿고 페달 밟아요. 천천히요.
개인 이, 이렇게요?
진호 네, 잘하는데요.
개인 (자전거 움직이자 신기한) 어, 간다! 간다!
진호 (씨익 악동같은 미소 지으며) 자, 그럼 갑니다!(속력내고)
개인 (놀라 소리 지르며) 너무 빨라요! 무섭단 말이에요.
진호  (소리내 웃으며) 무서우면 눈 감아요.
개인 그럼 더 무섭다구요! 내려줘요!
진호 그럼 내 등만 보고 따라와요. 
개인 (진호 넓은 등 바라보는데 왠지 모르게 든든해서 미소 지어지는)

 - 두 사람을 태운 자전거 공원길을 달리는. 
 진호, 등 뒤의 개인 돌아보며 웃고, 개인 그런 진호 보며 웃는.

진호 거봐요. 안 무섭죠?
개인 (개인 눈 감는) 네, 진호씨 믿고 가니까 하나도 안무서워요.
진호 이렇게 평생 나 믿고 따라와 줄 수 있어요?
개인 (눈 동그랗게 뜨는) ?
진호 (자전거 세우는) 

 - 때를 맞춰 화르르 날아가는 알록달록한 수많은 풍선들. 
 개인, 풍선 넋나간 듯 보고.  
 진호, 자전거에서 내려 어딘가로 걸어가더니 풍선 하나 들고 온다. 
 자전거에 내려선 개인에게 풍선 건네는.
진호 나 지금 프로포즈하는 거예요.
개인 (놀란) ? 
 
 - 순간 개인 손에 들린 풍선 날아가는.
 개인, 진호, 어어... 하며 풍선 잡으러 쫓아가는.
 풍선 나뭇가지 위에 걸려 있는. 
 진호 꺼내려 펄쩍 뛰어보지만 손이 닿지 않고.
개인 (나무 위로 올라가려는 진호를 말리며) 괜찮으니까 그냥 가요.
진호 그냥 가긴요!
개인 아니, 왜 화를 내요... 화를 내긴...
진호 (개인 앞에 무릎 꿇고) 타요.
개인 에? 내가요?
진호 아, 빨리요!

48. 씬 나무앞 (낮)

 - 나무 위에 걸려있는 풍선. 
 개인, 진호의 목말을 타고 풍선 꺼내려는. 아슬아슬하게 손이 닿지 않는. 
개인 (손 휘적휘적대며) 조금만 더 오른쪽으로... 조금만 더요.

 - 진호, 오른쪽으로 움직이면. 개인, 겨우 풍선 실 끝을 잡는.
개인 잡았다! (하는데 끝에서 무언가 반짝이고)
 (가까이 보면 반지다) ...!

 - 개인, 진호의 목에서 내려오고.
진호 (개인, 마주보며) 나랑 결혼해줘요.
개인 진호씨...


49. 씬 담예술원 (낮)
 -최관장 진호, 앉아있는.
최관장  축하드립니다. 결혼 한다고요?
진호  감사합니다. 최관장님께 그동안 정말 많은 도움 받았습니다.   
최관장   아뇨, 내 안목이 틀리지 않았다는 확신을 갖게 해준 전소장에게 
                나 역시 고마워하고 있어요.
  그런데  두 사람 결혼하면 놀아줄 사람이 없어 무척 심심하겠군요.
진호  담예술원 일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쁘실텐요.
  그래도 생각나시면 연락 주십시오. 가끔 놀러오겠습니다.
최관장  전진호씨와 박개인씨를 만나고 나서 많은 걸 배웠습니다.
  세상에 맞서싸울 수 있는 용기 같은 거 말입니다.
 - 진호, 최관장, 악수하고. 
 진호 나가면 최관장, 쓸쓸히 그 뒷모습 바라보는.

50. 씬 야외장소 (낮)

 - 창렬, 진호 서있는. 
진호 중국으로 간다고?
창렬 응. 한 몇 년 지내다 오려고. 어쩌면 아주 안 돌아올지도 모르고.
진호 잘 다녀와라.
창렬 담예술원 우리한테 시공 맡겨준 거 고맙다. 
 이 말 진작하고 싶었는데 이제야 하네. 
진호 어차피 우리 사무소로 시공까지는 무리였어. 
창렬 그래도 다른 곳에 맡길 수도 있었잖아.
진호  (씁쓸한) 미래건설... 내 아버지가 평생을 바친 곳이니까. 
 그래서 내게 특별한 곳이기도 하고.  
창렬 (하늘보며) 기억나냐? 우리 어렸을 때 같이 캠핑갔었던 거. 
        너희 아버지,우리 아버지 온 집안 식구들 전부.
진호 기억나지. 그때 너 곤충학자 된다고 열심히 곤충채집하러 다녔었잖아.
창렬 그때 우리가 같이 채집한 곤충표본 아직도 가지고 있다.
진호 (보는)
창렬 (웃는) 아버지들이 그러지만 않았어도 우리, 좋은 친구가 될 수도 있었을텐데.
진호 중국에서 돌아오면 연락 한번 해라.
창렬 그러면 신혼 집으로 초대하는 거냐? 
진호 (심각하게) 그건... 좀 힘들 것 같다. 와이프 될 분 음식 솜씨에 문제가 있어서.      
창렬 (씩웃으며 진호 어깨 두드리는) 결혼 축하한다. 

51. 씬 산부인과 로비(낮)

 - 영선, 배가 불러 상준과 걷고 있는. 
 상준, 손에 초음파 사진 들고 앉아있다. 
상준 (초음파 사진 신기한듯 보며) 야, 쪼그만놈이 손가락 발가락 있을 거 다있네. 
         이놈 누구 닮은 거 같아? 
영선 이번엔 날 쏙 빼닮은 게 분명 딸이지 싶어. 
상준 (놀리듯 영선을 위아래로 살피며) 글쎄, 언니를 쏙 빼 닮은 딸이면 좀...
영선 (노려보며) 뭐! 나 닮은 딸이 어때서?
상준 하긴, 딸이 애교가 많고 더 좋다고 하더라. 나도 딸이면 좋겠다.   
영선 어머, 어머... 자기가 왜?

 -그때, 상준의 어깨를 툭툭 치는 손. 돌아보면 험상궂게 생긴 영선 남편. 
 상준, 무안해서 남편에게 꾸벅 인사. 남편, 상준을 째려보며 인사 받는.
영선 (오버해서 애교스럽게 매달리며) 자기~ 왜 이제 와!
 나 혼자 검사받고 그러는 거 무서워서 싫단말야.
상준 (웩 고개 돌리는)
남편 미안, 미안... 접수는 했어?
영선 (애교스럽게) 아니, 자기가 안 왔는데 어떻게 접수를 해. 
 알지? 난 자기 없으면 아무것도 못하는 거.

 - 남편, 못마땅한 듯 상준 째려보며 접수하러 가는.   
영선  (상준에게 소근) 봤지, 봤지? 우리 남편 상준씨 질투하는 거? 
 우리 둘째도 상준씨 덕분에 생긴 거라니까.  
상준 언니는 좋을지 몰라도 난 이럴 때마다 얻어맞을까봐 조마조마해 죽겠걸랑.
영선 상준씨를 게이라고 알고 있는데 설마 패기야 하겠어?
 그리고 고마워서 내가 소개팅도 시켜주고 그러잖아. 
상준 (시계보며) 참, 소개팅! 

52. 씬 핸드폰 매장. (낮)

 -태훈, 혜미 핸드폰 고르는.

태훈 혜미야, 저거 예쁘지 않아? 
혜미 니가 왜 내 핸드폰을 사줘?
태훈  좋아하니까 그러지. 
혜미 이런다고 내가 너 좋아할 것 같아?
태훈 상관없어. 내가 널 좋아하니까.

 혜미폰 등록하는.

태훈 모바일 카드 기능도 추가해 주세요.
혜미 그게 뭔데?
태훈 핸드폰 안에 카드. 사고 싶은 거 있으면 이걸로 다 사. 내가 책임질 테니까.
혜미 정말? 갑자기 너 팍팍 매력 있어 보인다.
태훈 몰랐어? 알고보면 나 되게 멋진 놈이야. 
혜미 좋아. 그럼 오늘 커피는 내가 쏠게. 모바일카드로, 그래도 돼지?   

53. 씬 커피숍(낮)

 - 상준 헐레벌떡 뛰어 들어오는데 창가에 앉은 인희 보이는. 
인희  (상준 보는)
상준 (반가워 다가가며) 아니, 김인희씨가 여긴 어떻게?
인희 (새침한) 누굴 좀 만나러 왔어요.
상준 저도 누굴 좀 만나러 왔는데... 

 - 인희, 맞선남(대머리)과 따분한 듯 앉아있고, 
 상준, 그 옆 테이블에 맞선녀와 앉아있는.
 인희, 고개 돌려 하품하다 상준과 눈 마주치자 민망한.

54. 씬 커피숍 주차장(낮)

 - 상준, 걸어가는데 앞서 걸어가는 인희와 만나는.  

상준 잘... 안 되셨나봐요?
인희 제가 어딜봐서 저런 남자랑 잘 되겠어요!

 - 상준, 인희 나란히 걸어가는데 뻘쭘한. 
상준 저기... 괜찮으시면 2차라도...?

55. 씬 술집(밤)

 - 상준, 인희 마주앉아 술 마시는.
인희 (술에 취해) 어떻게 나 같은 여자를 싫다고 할 수 있는 거죠? 
상준 (술 따라주는) 아니, 누가요? 김인희씨 같은 분이 제 이상형입니다.
인희  상준씨,
상준 네?
인희  (취해서 게슴츠레보는) 우리 연애할래요?
상준  (술뿜으며 뜨악) 네?


56. 씬 상고재 마루(밤)

 - 개인, 진호, 나란히 앉아 하늘보는.
개인 그거 알아요? 상고재라는 이름은 우리 엄마가 지은거래요.
 서로를 연모하는 곳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진호의 어깨에 머리 기대는)
 우리 앞으로 여기서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아요. 
진호  (개인 어깨 감싸고) 그럼요. 개인씨 부모님 몫까지 전부요.

개인N  박개인 내일의 일기예보.
 항상 맑은 날만 계속되는 삶은 아닐겁니다.
 하지만 캄캄한 어둠,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곳을 지나도
 이 남자와 함께라면 용기내어 걸어갈 수 있을 것만 같습니다. 

진호N 전진호 내일의 일기.
 쉬지않고 달려왔지만, 늘 그 자리를 맴돌던 꼬마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 여자를 만나 때론 멈춰서서 심호흡을 하는 것이 
 더 멀리갈 수 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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