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한다 말해줘] 12
S#1. 지하철 역 (밤)
영채, 한대 얻어맞은 듯 멍-한 얼굴로 벤치에 앉아있다. 의혹이 가득한 영채의 얼굴 위에
밴드2 : (E) 아 그 형이 결혼 하면 조이나씨랑 하지 누구랑 해요? 조이나씨 아니에요? (11회)
영채 : ....
전동차 지나간다.
S#2. 달리는 자동차 안 (4회 회상)
인천으로 가는 희수의 자동차 안
희수 : 몸두 부실해 감기 한번 들면 반드시 폐렴까지 가야 직성이 풀리는 주제에....
영채 : (본다) ...누구요?
희수 : 누군 누구야, 그 망할 조이나지!
영채 : ....
희수 : 아프기만 해봐 아주....
S#3. 거리 (밤)
희수의 차가 와서 선다. 희수, 이나를 보면서 내린다.
취한 이나, 버스 정류장 벤치에 통째로 올라앉아 머리를 무릎에 파 묻고 있다.
희수, 그런 이나를 보면서 한숨을 훅 쉰다. 이나, 힘겹게 고개들어 희수를 본다.
이나, 눈물로 번들거리는 얼굴이다.
희수 : 얼마나 마신거야? 혼자 마신거야?
이나 : 희수씨... 아무래두 내 인생이 무지 어렵게 풀릴 모양이야...
S#4. 하숙집 앞 (밤)
성곽으로 다가서는 병수. 성곽 윗길에서 아랫길의 하숙집 지붕 보이고, 반야가 컹컹 짖고.
병수, 성곽에서 하숙집을 내려다보고 있다. 그런 병수를, 성곽길을 올라오던 석관이 보고 멈춘다.
병수란 걸 확인하자 "뱅수야!" 소리치려던 석관, 문득 병수를 딱하게 보며 한숨을 훅 쉰다.
병수의 시선이 머무는 것을 일별하는 석관.
꼼짝없이 서서 하숙집을 내려다 보고 있는 병수에게 다가서는 석관.
병수의 어깨를 툭! 치는 석관
병수, 놀라 바라보면
석관 : 가자! 니가 임마 술복이 있네, 으이? (병수의 어깨를 턱 껴안고 간다)
병수 : (딸려가며) 니 술 마시러 가나? 누구랑 마시는데?
석관 : 가 보믄 안다, 이 행님만 따라오그라.
병수 : ??
석관 : (데려간다)
병수 : (딸려간다)
S#5. 소주방 (밤)
문 열고 들어서는 석관과 병수.
석관 : 쪼매 늦었십니데이!
아줌마 : (철판에 치익치익 김나는 요리를 하면서 제대로 보지도 않고) 첫날부터 이러기야? 바빠 죽는 줄 알았네
(하다가 문득 얼굴을 보고) 히익-얼굴이 왜 그래! (하며 두 멍든 애들을 보는데)
병수 : (아줌마한테 꾸벅 인사하고)
석관 : (애교스럽게) 매상 올릴라꼬 데불고 올라카는데 임마가 안온다캐서 쪼매 손 쫌 봤심데이, 바 주이소~
아줌마 : 그 얼굴 보구서 손님들 다 떨어지겠다...(궁시렁 궁시렁)
석관, 병수의 손을 잡고 손님들 틈을 헤집고 들어가 구석자리의 테이블에 철퍽 앉힌다.
병수 앞에 영채가 앉아있다! 놀라는 두 아이.
석관 : 내 알바 첫날이라꼬 영채 한테 와서 매상 쫌 올리라캤드이 이래 만나니 잘 댔네! 여 있그라. 느그들 많이 마시라,
내 다음학기 등록금이 여서 나올끼다. 알긋제?
석관, 팔 걷어부치고 일하러 간다.
서로 잠깐 봤다가 괜히 분주히 움직이는 석관을 보는 두아이.
병수는 이나의 거짓말을 안고 있고, 영채는 희수에 대한 의혹을 안고 있는 상태.
어쩔수 없이 다시 눈길이 마주치는 두 아이.
여기저기서 손님들이 술달라 안주달라 하면 석관이 씩씩하게 예 예 하며 쟁반을 나르고.
어떤 손님이 "소주 왜 안줘 소주!" 하고 소리치면,
병수 , 지가 벌떡 일어나 "예, 소주 갑니다"하고 소주병 집어다 손님에게 준다.
영채, 그런 병수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다.
석관, 그런 병수를 슬몃 보고, 속 상해지고,
술 쟁반 가지고 병수가 서빙하는 테이블 쪽으로 가서 병수의 손을 끌고 영채에게 다시 데려다 놓는다.
석관 : (쟁반위의 술과 오이등을 놓아주며 병수에게) 내 밥그륵에 손 대지 마래이! (하고 간다)
다시 마주 앉은 두 아이.
병수, 석관이 대충 놓고 간 술잔과 젓가락 등을 영채 앞에 놓아준다.
그러는 병수에게
영채 : 병수야.
병수 : 응... 영채야.
영채 : 잠깐만... 나가자...(먼저 일어선다)
병수 : (본다)
S#6. 소주방 앞 (밤)
영채, 먼저 나와서 서고, 병수, 따라나온다.
병수 : 무슨일 있어?
영채 : 조대표.... 조이나씨는 .. 어떤 사람이야?
병수 : ...(불안한) 왜?
영채 : 그냥... 어떤 사람이야 대체?
병수 : ... 혹시 ....
영채 : ....
병수 : 오상무님..... 만났어?
영채 : ... 오상무님?
병수 : (안도) 아니, 됐어... 아니면...
영채 : 조이나씨가 어떤 사람이냐니까 왜 말을 돌리니? 말하기 싫어?
병수 : 왜 그러는 지... 먼저 말해.
영채 : ... 김병수, 만약에...
병수 : 응....
영채 : ....(차마 말을 못하고) 아니다... 너한테 물을 일이 아니네....
병수 : ??
영채 : 술은, 너 혼자 마셔라. 석관이한텐 다음에 많이 마셔주겠다구 전해주라.
영채 간다.
병수 걱정스런 얼굴로 보고 있고, 무슨 일인가 슬쩍 나와서 보는 석관.
S#7. 희수의 작업실 (새벽)
희수, 문 열면, 영채가 복도에 서 있다. 희수의 얼굴이 잠깐 난감해 하고 있다.
영채, 들어온다.
희수 : 전화두 없이, 무슨 일이야?
영채 : 혼자 궁금해하구 추리하구 그러는 거 보다 차라리 물어보는게 속 시원하겠다 싶어서요. (하며 앉는다)
희수 : (그런 영채를 잠시 난감하게 보다가) 나가서 얘기하자. (하며 옷을 챙기는데)
영채 : 조이나씨랑 어떤 관계죠?
희수 : ....
영채 : 얼만큼 친한 친구에요?
희수 : ... 왜.... 그러는데?
영채 : 박희수라는 사람이 결혼이라는 걸 했다면, 그 상대가 틀림없이 조이나씨 일거라구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희수 : ... 누가? ... 오선밸... 만났어?
영채 : 왜, 오상무님이라구 생각하는데요?
희수 : .... 아냐...
영채 : 누가는 안 중요하잖아요.
희수 : ....
영채 : 남들은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랑 같은거, 결혼 같은 거 아저씨한테는 별루 중요하지 않다두 했었어요.
그 여자두 그런 줄 알았다구. 근데 그 여자가 갑자기 사랑에 빠졌다구 했어요. 그래서 어디다 마음 둘 데 없던 차에,
어디다 마움 둘 데 없는 나를 만났다구요. 그쵸...
희수 : ....그래... 그런데 꼬맹아.
영채 : 잠깐만요, 내 얘기 마저 하구요.
희수 : ....
영채 : 그 여자가... 조이나씨 맞아요? 그여자가 사랑에 빠졌다는 그 남잔... 김병수구요?
희수 : ....
영채 : 맞아요?
희수 : ....
영채 : .... 맞구나...
희수 : 꼬맹아,
영채 : 잠깐만요! 잠깐만요! 나 좀 생각 좀 해 보고요! 잠깐만요!
희수 : ....
영채 : 그러니까... 아저씨랑 조이나씬 남들이 결혼을 생각할 만큼 깊은 관계였는데, 그런 조이나씨가 김병수를 사랑하게 되구..
조이나씨한테 버림받은 박희수가... 김병수한테 버림 받은 서영채를...
그러니까... 자기가 사랑하던 여자가 사랑하게 된 남자가 사랑하던 여자란 걸 알면서...
희수 : 꼬맹아, 내 말 좀 들어봐,
영채 : 잠깐만요! 잠깐만요오오오!! 나 헷갈린단 말예요! 가만히 좀 있어보란 말예요!!! 그러니까 나는, 병수의 아내가 된 여자의
남자친구랑 결혼이란 걸 한 거예요? 그렇다면 우리는 무지 이상한 관계가 아닌가요? 너무너무 이상하지 않아요?
희수 : (그런 영채를 잡으며) 내 말 좀 들어보란 말야! 다 지난 일이야! 아무 문제 아니라구. 넌 지금 나한테만 충실하구,
나두 지금 너 한테만 충실 하구...(하는데)
꾸에엑- 화장실에서 이상한 소리 난다.
희수, 낭패한 듯, 눈을 감고, 영채, 씩씩대다 화장실 쪽을 보는데,
화장실 문이 우당탕 열리며 이나가 쓰러지듯 나온다.
영채 : ....
희수 : ....
이나 : (두사람을 보고)...
영채 : 다 지난 일이 아닐뿐더러 우리는...
희수 : ....
이나 : ....
영채 : 확실히, 이상한 사람들이로군요....(가방 들고 나간다)
S#8. 작업실 앞 거리 (새벽)
희수 "꼬맹아" 목이 타게 외치면서 영채를 쫓아나오지만,
영채, 이미 택시에 올라타고 희수 앞을 쌩 지나쳐 가 버린다.
택시기사가 크게 틀어놓은 음악 소리가 쩡쩡 울리다 멀어져 간다.
희수, 돌부리 같은 걸 발로 팍 찬다. 아프다.
S#9. 희수 작업실 안 (새벽)
소파에 축 늘어져 있는 이나를 난감한 듯, 딱한 듯 바라보고 있는 희수.
희수 : 데려다줄께.. 일어나.
이나 : (서서히 술에서 깨고 있는 상태) 좀 전에 내가 본 여자애가 영채 맞아?
희수 : 맞아.
이나 : 꿈인 줄 알았네...
희수 : 일어나.
이나 : ....(화들짝 놀라 일어나) 내가 여기 왜 있는 거야?
희수 : ....(어이없음)
S#10. 달리는 택시 안 (새벽)
얼굴이 하얘져서 앉아있는 영채. 젊은 택시 기사가 시끄러운 음악을 크게 틀어놨다.
영채 : (견디다 못 참고) 좀 줄여주세요.
기사 : (안들린다)
영채 : (꽥!) 좀 줄여 달라구요!!!
기사 : (힐긋 보고 못 마땅한 듯 볼륨 줄이면)
영채 : ... 세워주세요. 멀미할 것 같아요.
S#11. 거리 (새벽)
택시가 영채를 내려놓고 다시 음악을 쩡쩡 울리며 가버린다.
영채, 가로수 기둥을 붙들고 숨을 쌕쌕 거린다.
S#12. 이나네 집 앞 (새벽)
희수의 차가 와서 선다.
희수, 내려서 이나쪽 문을 열어주면, 이나, 내리다가 휘청하며 쓰러진다.
희수, 얼른 잡아준다.
S#13. 이나네 거실 (새벽)
희수, 이나를 부축해 들어와 익숙하게 스위치를 더듬어 켜고 소파에 이나를 앉혀준다.
희수, 한바퀴 휘 둘러보는데, 벽에 걸린 이나네 결혼 사진.
희수, 사진에서 시선을 거두고 이나에게
희수 : (빈정대듯) 아무생각 없이 들어오구 보니 여긴 이제 내가 들어올 집이 아니네.
당신 영감이 들어오면 난 갑자기 어떻게 되는 건가? 술 깨면 나중에 다시 얘기 하자... (하고 가려는데)
이나 : 희수씨.. 병수는, 곰 같다?
희수 : (서서, 이나를 본다)
이나 : 하늘이 무너져두 거짓말을 해서는 안되는 무시무시하구 성질나쁘구 고집불통인 영감 같아...
희수 : 쌤통이다.
이나 : 나 어떡하면 되는 거지? 어떡해야 되지?
희수 : 꼬맹이네 엄마... 그러니까 내 장모님 생신 때문에 울진에 갔다왔어.
이나 : 이렇게 뜻대루 안되는일은 난생처음이야. 어려운 수학문제라면 목숨걸구 풀면 풀리기나하지, 앤, 어렵지두않아, 너무 말개.
뒤틀린데두 없구 겉과 속이 달라 안쪽이 안보이는 것두 아냐. 다 보여. 다 보이는 데 꿈쩍 안해. 돌아버릴 거 같다구.
희수 : 내가 두번 연속 젓가락을 댄 반찬은, 그 담에 숟가락 질 할때 곧장 내 밥그릇 가까이루 와 있어라구.
이나 : 뭘 그렇게 중얼거리는 거야. 가만히 좀 있어봐 희수씨!
희수 : 너무 멀리 있어서 젓가락이 닿지 않았던 반찬을, 어느새 내 밥 위에 올려놓으셨더라구.
이나 : (짜증) 희수씨이-!
희수 : 병수는 그런 집에서 자랐어.
이나 : 뭐????
희수 : 맛있는 건 숟가락 가까이 놔 주는 잡안에서, 밥 한톨 반찬 한 젓가락 남기구 버리면 안 된다구, 어른을 보면 예의 바르게
인사해야 한다구, 정직하게 살아야한다구, 거짓말하면 안된다구, 뭐 그런걸 배우구 익히며 착하구 슬기롭게 자랐을 거라구.
이나 : ....
희수 : 당신이나 나 같은 사람이 코웃음치며 간단히 내버릴 수 있는 그런 것들이...
병수나 영채한테는 진리구 진실이구 그랬을 꺼라구...
이나 : 도덕시간이니?
희수 : 걸려두... 단단히 걸렸어. 당신이나 나는. 흐흐흐... (재미있다는 듯 소리 내어 웃는다) 나는 그렇게 자란 영채랑 살구,
당신은 그렇게 자란 병수랑 사는 거란 말야... 하하하하... 잘 걸렸다! 우리 둘다 쌤통이다!
이나 : (꽥) 뭐 하자는 거야 지금! (벌떡 일어서서) 이럴 거면 우리 지금 뭐하러 상대하구 있니?
희수 : (저도 뺵 소리 지른다) 그러니까 당신두 정직하게 살면 되잖아!
이나 : (너무너무 화가 나는) 뭐라구?
희수 : 괜히 잔머리 쓰다 순식간에 바닥 드러나 천하에 형편없는 여자가 되구 싶지 않다면... 정직하게 하라구.
이나 : (부들부들)
희수 : 또 어떤 거짓말루 만회해볼까 머리 굴리지 말란 말야. 정직하게 무릎 꿇구, 정직한 눈물 흘리며, 정직하게 잘못했다 빌어봐.
거짓말두 할 줄 모르구, 설마 누군가가 자기를 거짓말루 속여 먹을 수 있다는 걸 꿈에서두 생각 못하는
그 정직한 놈의 마음을 움직이려면 말야.
이나 : 내가 당신한테 두들겨 맞자구 왔어? 안그래두 병수한테 죽도록 얻어터지구 서러워 죽겠는데,
내가 당신한테까지 야단 맞아야 해?
희수 : 꼬맹이가.. 알았어.
이나 : ...?
희수 : 아까 꼬맹이가 와서... 당신과 내 관곌 묻더군.
이나 : ... 꼬맹이가 그걸 어떻게 알아?
희수 : 글쎄... 나두 누구한테 그런 소릴 들었는지 묻는 다는게 오선밸 흘려버렸거든? 꼬맹이가 오선밸 찾아가 묻기전에,
난 내가 먼저 꼬맹이가 알구 싶어하는 걸 몽땅 다 말해줄 생각이야.
이나 : 미쳤어 당신?
희수 : 그러니 당신두 회개하구 천당 가.
이나 : 희수씨!!!
희수 : 당신하구 나의 오랜 우정에서 나온 따뜻한 충고야... 이제야말루 우정일 수 밖에 없잖아?
이나 : 박희수!!
S#14. 소주방 (새벽)
소주방 안이 취객들로 가득하다. 손님들이 계속 뭘 갖다달라고 아우성이고,
석관과 병수, 열심히 대답하며 음식을 나른다.
그런 두 아이를 보던 아줌마 "돈은 한사람 밖에 못 준다."
S#15. 소주방 앞 (아침)
석관과 병수, 소주방 셔터를 내리고 손을 탁탁 턴자.
아주머니, 보고 있다가
아주머니 : 저기 근데 총각들, 깡패 아니지?
석관*병수 : 예?
아주머니 : 얼굴들이 그래서 손님들이 다 도망가면 어쩌나 했는데, 암튼 고마워, 오늘 밤에 봐.
석관*병수 : (꾸벅 인사하고)
석관 : (병수의 얼굴을 본다)
병수 : (석관의 얼굴을 본다)
석관*병수 : (씨익 웃는데)
석관 : (품속에서 소주병이 든 비닐봉지를 쓱 꺼낸다)
병수 : ... 너!!
석관 : 일당에서 까믄 댈거 아이가! 가자가자! 성수러분 노동 후의 찬 쌔주 한잔 ! 캬~!
석관과 병수 의기투합한 듯 비닐봉지를 달랑거리며 공원쪽으로 가는데
그 모습을 멀리서 보고 있는 영채
S#16. 하숙집 현관 안
능옥이 현관 문 열어주면 병수가 석관을 들쳐업고 비틀비틀 들어오는데
능옥이 놀라서 그런 두 아이를 보고 있다.
병수 : (배시시 웃어보이며 그 와중에도 꾸벅 절하고) 이모 안녕하셨어요?
능옥 : 귀신이여?
병수 : 석관이 일 끝나는 거 기다렸다가 한 잔 했어요 이모. 조금 밖에 안마셨는데 석관이가 술이 너무 많이 취해서요.
능옥... 보다가... 말없이 석관의 방 쪽으로 가 석관의 방문을 열어준다.
병수, 석관을 업고 들어가는데
능옥 : 얼굴이 왜 석관이랑 똑 같은 겨? 둘이 쌈박질 한겨?
병수 : 아니에요.. 이모.
S#17. 석관의 방
병수, 석관을 자리에 눕히는데
능옥 : (하기 힘든 얘기를 겨우한다) 오랜만에 왔는데, 밥두 못멕여 보내겄네..영채 저거(영채 저거-영채의 신랑)가 이층에 있잖남.
병수 : 네.......
S#18. 이층 복도
을채, 병수의 목소리가 들리자 후다닥 아래층으로 내려간다.
S#19. 이층 신혼방
희수, 방 안 아무데나 옷도 안 벗고 널부러져 있는데
아래층으로 쿵쿵쿵쿵 달려나가는 을채의 발자국 소리가 들린다.
S#20. 하숙집 마당
을채가 현관에서 튀어나온다.
병수가 쭈그리고 앉아 반야의 목덜미를 긁어주고 있다.
을채, 눈을 비비고 다시 본다. 틀림없이 병수다.
을채, "오빠야" 소리치지도 못하고 병수 뒤에 가서 병수처럼 쭈그리고 앉는다.
을채 : 내가 꿈을 꾸나 지금...
병수, 돌아앉아서 본다.
을채, 병수를 때린다, 퐁,퐁,퐁,퍽!
병수, 윽! 주저앉는 시늉 하고는, 을채의 머리를 쓰다듬어준다.
을채 눈에서 눈물이 찍 흐른다.
병수 : 울지마...
을채 : 꿈 아이네.
병수 : 울지마...
을채 : (눈물 닦고) 드가자. 밥묵자.
병수 : 가야 해...
을채 : 밥 안묵고?
병수 : 가야지...
을채 : ... 오짜, 니 잠깐만 기다리그래이.
병수 : ?
을채 : (안으로 후다닥 튀어들어가고)
그런 모습을 이층 베란다에서 보고 있는 희수......
S#21. 이층 복도
희수, 베란다에서 복도로 들어서서 방으로 가려는데
을채가 쿵쿵 거리며 올라와 자기방으로 쏙 들어가 문을 쾅 닫는다.
희수 : ....
S#22. 성곽길
병수, 손바닥만한 납작한 물건을 포장한 것을 보며 내려오고 있다.
을채 : (E) 오빠야, 암도 없을때, 오빠야 혼자 있을때 풀어보그래이. 꼬옥!
병수가 포장한 것을 바지 뒷 주머니에 넣고 가는데
영채가 병수와 마주보며 올라오고 있다가 멈춘다.
영채, 병수 가까이로 올라온다.
병수, 영채 가까이로 내려간다. 마주 선 두사람.
병수 : (걱정이 가득해서) 무슨 일이야... 이 시간에... 왜... 어젯밤에 그렇게 하구 가서.. 지금 오는거야?
영채 : 공원에 좀 앉아있었어.
병수 : 무슨 일.... 있지?
영채 : 너야말루 왜, 여기 있어?
병수 : 석관이가 취해서...
영채 : (힘없이 웃는) 그렇게 열심히 대답할 필요 없잖아.
병수 : ... 영채야, 무슨 일이 있는 거지?
영채 : 그냥 궁금할 뿐이야..
병수 : ....
영채 : 아까 공원에 앉아서 열심히 생각했는데, 그게 젤 궁금하더라. 왜 넌 아까 나한테, 오상무님을 만난거냐구 물었어?
병수 : (당황) 응?
영채 : (당황한 병수의 얼굴을 가만히 들여다보더니) 확실히 키워드는 오상무님인가보다. (또 힘 없이 웃는다)
병수 : (놀라서) 영채야.
영채 : 혹시 내가 아는 걸 너두 아는 거니?
병수 : (숨이 막히는 듯한) ... 니가.... 뭘... 아는데?
영채 : 너는........ 뭘 아는데?
병수 : ......
영채 : ... 나는 일단, 잠이 좀 들어가야겠다... 잘 가....
영채, 들어간다.
병수, 잡지도 못하고 영채가 들어가는 걸 보고 있다.
S#23. 하숙집 거실
영채 들어와서 이층으로 올라가는데 희수가 기다리고 있다가 내려온다.
희수 : 얘기........ 하자.
영채 : 잠 좀 자구요... 너무나 피곤해요.
영채, 희수를 밀치듯 지나쳐 올라간다.
희수 : .....
S#24. 카페
이나와 오상무, 앉아있다.
이나 : 부탁해요, 선배.
오상무 : 혹시 서영채가 와서 댁들 관계를 묻더라두 전혀 오해라구 시치밀 떼달라 이거지? 그놈의 부탁부탁부탁.
왜 다들 나한텐 부탁만 하지? 왜 나는 무슨 부탁이든 거절을 못하지? 난 이번엔 거절이야.
댁들의 그 복잡한 인간관계 땜에 나 아주 얼마나 우스워졌는지 알아? 단호히 거절이야., 암 거절이구 말구.
이나 : 미안해요, 미안하지만 또 부탁해요...
오상무 : 아 씨... 그 놈의 부탁!!!!
이나 : ... 미안해요, 들어가세요. 새롬이 기다려요...(이건 얄미운 이나)
오상무 : (씰룩거리면서 일어서는데)
이나 : 선배..
오상무 : 아 왜 또오!!!!!!!!! (하고 앉으면서 보면)
이나 : (눈물이 한가득 고여있다)(얄미운 이나)
오상무 : 이...이봐 조이나! 왜그래! 울려구? (하며 주위를 둘러본다)
이나 : 나 너무 바닥이죠? (정직한 이나)
오상무 : (안절부절 못하며) 아 누가 조이나를 바닥이래? 조이나가 바닥이면 대한민국 인간들 다 지하 땅굴이다!
이나 : (주르륵) 근데요, 선배... 나 이것두 제법 나쁘지 않은 거 같아요...
오상무 : (허둥지둥 티슈 찾아서 빼주며) 어어 울지말구 말해.. 이사람아....
이나 : 이 상황이 너무 힘들지만.... 그렇다구 전처럼 아무두 사랑하지 않던 때루는 돌아가구 싶지 않아요...
오상무 : ....
이나 : 힘들어두... 이렇게 바닥에서 견디는 게 나아요. 난 이런 내가 예전의 나보다 훨씬 더 사람답게 느껴져요.
오상무 : ....
이나 : 선배 말대루...... 바닥이다 못해 지하땅굴까지 떨어지더라두, 예전처럼 모래사막 같은 데선...... 안살거예요....
(여기까지는 정직한 이나)
오상무 : 그럼! 아 그러라구! 그래야지 그럼!
이나 : 도와... 줄껴죠? (이건 다시 얄미운 이나)
오상무 : 아 그럼 당연히 내가 돕지 누가 돕나?
이나 : ...고마워요...(일어선다)
오상무 : (일어서는 이나를 본다)
S#25. 도로
달리는 이나의 차
S#26. 달리는 이나의 차 안
운전하는 이나.
까칠하고 푸석한 얼굴을 룸미러를 통해 보는 이나. 다시 정면을 보며
이나 : (쓸쓸하게) 어떡하겠어.. 정말 바닥이 어딘지 곤두박질 쳐 보는 수밖에...(하며 주르륵 운다)
S#27. 아파트 엘리베이터 앞
오상무, 엘리베이터 눌러놓고 기다리면서 갸웃-한다. 이나가 간 쪽을 보며 갸웃-하는
오상무 : 저게 단수가 보통이 아니란 말야..
하는데 땡! 하고 엘리베이터 도착한다.
오상무, 타려는데, 병수가 그 안에 들어있다.
오상무, 허걱 놀란다.
S#28. 놀이터
오상무와 병수가 벤치에 앉아있다.
오상무 : 웨... 웬일이야... 여기까지
병수 : 오상무님 일루두 걱정이 많으실텐데 제가 또 부탁을 드리게 돼 죄송해요.. 오상무님.
오상무 : 무... 무슨 부탁인데 그래! (긴장)
병수 : 그 얘기... 영채한테 하지 말아주세요.
오상무 : ??
병수 : 영채가 뭔가 궁금해 하구 있구, 오상무님이 키워드라구 생각하구 있어요... 아마 오상무님을 만나구 싶어할 지도 몰라요.
오상무 : (펄쩍) 뭐라구? 아니... 이 사람들이 정말!!! 내가 대체 뭘 어쨌길래 나한테 이러는 거야, 들????
병수 : 죄송해요. 오상무님두 힘드실텐데.. 이런 부탁을 드려서... 영채한테는 비밀루 해 주세요.. 오상무님.
오상무 : 아 나 원 참. 걱정마... 조이나두 방금 똑같은 부탁을 하구 갔어.
병수 : ... (임신 얘긴 줄 알고) 그랬군요...
오상무 : 아무리 내가 술이 취해서 한번 실수를 했다 해두, 내가 그런 얘기 까지 또 여기저기 발설을 하겠나, 응?
내가 가정 파괴범이야? 어차피 각자 짝을 지었는데, 새삼스레 조이나랑 박희수 옛날 관계 들먹여서
가정불화 만들 사람으루 보이냐구우.
병수 : ...예?
오상무 : 아 그렇잖아! 내가 한두살 먹은 어린애야? 과거는 과거구, 현재는 현재지. 안그래두 서영채가 어디서 무슨 얘길 들은 건지
박희수한테 따지더래요. 조이나랑 박희수랑 무슨관계냐구. 제발 입다물어 달라구 조이나가 와서 신신당부하구 갔다니까?
그러니까 김병수까지 나한테 이럴 거 없어, 다 알아들었다구.
병수 : ....... 관계.......요? ..... 과거...요?
오상무, 그런 병수를 빤히 보다가 실수한 걸 깨닫는다.
오상무 얼굴 일그러졌다가, 차차 백지장처럼 얼굴 하얘지고, 오상무, 스르르 일어나 괜히 정글짐쪽을 본다.
병수 : 오상무님?
오상무 : 얘... 얘들아, 너무 높이까진 올라가지 마아!! (하며 일어서는데)
병수 : (소리 지르지는 말고, 압도하는 목소리로) 오상무님......
오상무 : (압도되어 스르르 주저앉으며 동시에 자기 머리통을 마구 후벼파는) 내가 미쳐!! 내가 미쳐 돌아가시겠다구!!!!!!
병수 : .......
S#29. 올인원 회의실
병수와 영채와 오상무가 빠진 채 회의를 주재하고 있는
이나 : 마지막으루, 나실장님?
경림 : 저는 방송 삼사 영화 정보 프로그램 작가들과 동행취재가 있습니다. 같이 가시겠어요?
이나 : 별일 없음 그렇게 하죠.
경림 : 예.
이나 : 크랭크업이 두달정도 남은 것 같습니다. 모두 기운내서 열심히 합시다.
모두 : 예! (하고 해산 하는데)
이나의 전화벨 울린다. 이나, 전화 꺼내서 받는다.
이나 : 예 오선배.
오선배 : (F) 조이나! 조이나! 조이나아아아아아아!!!!!!!!!!!!!!!!!!!
이나 : ?????
S#30. 놀이터
오상무 : (핸드폰) 아 대체 김병수는 뭘 알구 뭘 모르는 거야? 알면 어디까지 알구 모르면 어디까지 모르는 거냐구?
알아야 하는 건 뭐구 몰라야 하는 건 뭐냐구!!!
S#31. 올인원 안
이나 : (핸드폰 접어서 내리고)......
S#31. 하숙집 외경
인서트
S#32. 신혼방
희수, 문간에 서 있고,
영채, 눈을 감고 문간에서 등을 보이며 앉아있는데, 막 이부자리에서 일어나 앉은 폼이다.
희수 : 잘 잤니?
영채 : ....
희수 : 얘기하자, 우리.
영채 : ....
희수 : 이제 나한테 변명이라구 할 시간... 줄거지?
영채 : 솔직하게 얘기 해 준다면요.
희수 : 솔직하게... 말 할게.
영채 : 나가서 얘기하죠.
희수 : .....
영채 : (그제서야 눈뜨고) 여긴 식구들이 많아요...
희수 : (끄덕, 하는데)
희수 전화벨.
S#33. 이층 복도
전화받는
희수 : 여보세요?
병수 : (F) 김병숩니다...
S#34. 성곽길
병수, 하숙집을 내려다보며 전화하고 있다.
병수 : (핸드폰) 시간 좀... 내 주세요...
S#35. 이층 복도
희수 : ?........
영채, 을채 방에서 나와 아래층으로 씻으러 내려가는데
희수 : 알았어요. 기다려요. (하고는) 꼬맹아... 얘긴 좀 이따 해야겠다...........
영채 : ?
희수 : 급한 일이.... 생겼어...
영채 : ...
S#36. 성곽 꼭대기 공터
희수와 병수 마주 서 있다.
병수 : 물어볼 게 있어서 왔습니다.
희수 : ...그런거.... 같네...
병수 : 솔직하게 대답해 주셨으면 합니다.
희수 : 왜 그래야 하는 지는 모르지만... 가능하면.. 그래보죠.
병수 : 조대표랑 오랫동안,
희수 : 과거의 어느 한때에 조대표랑 연인들처럼... 부부처럼 지낸 적 있어요. 그게 알구 싶어서 온건가?
과거의 어느 한때구. 지금은 아니구. 설마 그게 문제가 되는 건 아니겠지?
병수 : 이나씨가 한 거짓말두 ... 첨부터.. 알구... 있었나요?
희수 : ...
병수 : 알구.... 있었군요.
희수 : 그랬어요.
병수 : 다 보구 있었군요...
희수 : 그랬어. 질리게, 지긋지긋하게 지켜볼 수 밖에... 없었지. 그런데... 그게 어떻다구?
병수 : 왜... 말리지 않았습니까... 왜요... 말렸어야 하는 거 아닌가요? 말렸어야 하잖아요?
희수 : ...... 웃기네. 나 왜 일일이 이렇게 대답을 해 주구 있다지?
병수 : 왜 말리지 않았냐구요!
희수 : 허. 완전히 재판장 앞에 서 있는 피의자네. 대답하기 싫습니다 재판장님 (하는데)
빡! 병수, 희수를 쳤다.
희수, 나가떨어졌다.
병수 : 왜 안말렸냐구요! 대답해요!
희수 : (화났다, 벌떡 일어나서) 안말린게 아니라 못 말렸다, 왜?
병수 : 왜요! 왜요!!!
희수 : (저도 버럭버럭) 그 여자가 난생처음으루 사랑이란 걸 하게 됐다는데, 사랑을 얻으려구 피투성이가 돼 가는게 가여웠다 왜!!
차마 깨뜨릴 수 없었다 왜!! 깨뜨리면 그 여자가 죽을 거 같았다 왜!! 어떻게 죽게 하냐! 어떻게 그 여잘 죽게하냐구!
병수 : .....
희수 : .....
병수 : 그러니까... 당신은...
희수 : ....
병수 : ... 조이나씰... 사랑한 거군요.
희수 : .... 뭐?
병수 : 아니에요? 얼마나 사랑하면... 그 사람이 내가 아니라 다른 남자한테 난생 처음 느꼈다는 사랑까지 지켜주구 싶었을까요?
희수 : 이... 이... 건방진.... 자식!!
하며 빡 하고 병수에게 주먹을 날리고 집을 향해 팍팍 걸어가는 희수.
병수, 벌떡 일어나 희수에게 달려가 앞을 가로막는다.
병수 : 어디가요! 난 아직 물어볼 게 많다구요!!
희수 : 놔 이거. 비켜 이 자식아!
병수 : 근데 왜 영채야?
희수 : 안비켜?
병수 : (엉겨붙으며) 사랑하는 건 그 여잔데 왜 영채하구 결혼 했냐구! 대답해! 대답하란 말이야!!!
희수 : 좋아, 들을래? 듣구 기절 안 할 자신 있냐 너?
병수 : 말해! 말 하라구!
희수 : 조이나가 날 영채한테 보냈다 왜!!!!!!!
병수 : ....... 뭐라구요?
희수 : 그여자가! 그 정신 나간 여자가 너란 놈한테 확 돌아서, 나한테! 영채를 유혹하라구 했다구! 얼어? 알아서 속 시원하냐?
병수 : .... 뭐...야... 당신들...
희수 : .... 너는 뭔데...
병수 : 당신들 대체 뭐냐구!!!! 대체 사람을 뭘루 보고!!! 대체 관계를 뭘루 보고!!! 대체 사랑을 뭘루 알구!!! 대체 영채를 뭘루 알구!!
영채를...... 영채를..... 영채를 어떻게 해???
희수 : 너같은 자식한테 해 주구 싶은 얘긴 전혀 아니지만, 후린적 없어. 유혹한 적 없어. 이나가 영채를 나한테 보냈을때
단호하게 막지 못했다는게 벌 받을 일이라면, 너한테가 아니구 영채한테... 달게 벌 받아주지. 너한텐 아냐...
희수, 간다.
병수, 휘청한다.
S#37. 하숙집 앞
병수, 비틀비틀 그 앞을 지나간다.
S#38. 하숙집 마당
희수, 병수가 지나가는 걸 본다. 그 위에
병수 : (E) 그러니까 당신은... 조이나씰... 사랑한 거군요...
희수 : ....
S#39. 하숙집 거실
희수, 상처난 얼굴을 감추며 이층으로 가려고 한다.
능옥, 거실에서 다림질을 하고 있다가
능옥 : 정지!
희수 서고, 능옥 온다.
희수, 얼굴 돌리고, 능옥 따라가서 본다. 희수, 얼굴이 들통난다.
능옥 : 댁두 석관이랑 쌈박질을 한겨?
희수 : 네 이모? (하는데)
방에서 석관이 나온다.
가관인 두 남자. 서로 보는데.
S#40. 폐가 시트장
박감독을 둘러싸고 방송 작가들이 뭘 묻고 찍고 박감독은 대답하고...경림이 그들을 돕고 있고
이나, 멀거니 작가들이 취재하는 모습을 보고 있다. 이나의 전화벨이 울린다.
이나 : (보고, 받는다. 힘 없다, 지친 목소리) 응... 희수씨... 뭐라구?
S#41. 하숙집 신방
희수, 거울 앞에서 상처를 들여다보며 휴대폰을 귀에 대고 있다.
희수 :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느물느물한듯 까지도 보이게) 야, 그놈 참 이상한 놈이더라. 역시 정직한 놈이 또박또박 물어오니까
나두 정직하게 따박따박 대답할 수 밖에 없던 걸?
이나 : (F) 병수.... 지금 어디있어?
희수 : 글쎄 그걸 낸들 아나? 그 기세루 봐선 꼬맹일 만나지 않았겠어? 당신하구 내가 이렇게 뽀르르 상황을 주구받는데,
걔들이라구..그러지 말란 법 없잖아. 어때 당신, 여전히 회개하구 천당 갈 생각은 없는거야?
S#42. 세트장
취재팀하고 좀 떨어져서 이나, 희수와 통화중이다.
이나, 지칠대로 지쳐있다.
이나 : (말은 느른하게, 뜻은 독하게) 천당 가구 싶은 생각 전혀 없어... 나는 조이나야. 희수씨, 아직두 머릿속엔
정직하게 용서받자 보다는 병수를 잡아둘 갖가지 아이디어들이 반짝반짝한데... 이를 어쩌면 좋지?
S#43. 하숙집 신방
거울앞의
희수 : (전화)... 뭐라구?
이나 : (F) 더 놀랄 일두 없잖아. 더 바닥일 것두 없구... 당신두 잘해. 나두 잘 할거야...(끊는)
희수 : ....(쓸쓸해지는)
밖에서 (E) 한준의 노래소리 들린다.
S#44. 하숙집 마당
희수 나온다. 한준의 노랫소리 들린다. 이별의 노래다.
(오랫동안 사귀었던 정든 내 친구여... 같은 ... 이별의 노래라고 누구나 알 수 있는 그런 곡)
희수, 그런 한준을 올려다본다.
S#45. 하숙집 앞
한준 옆에 캐리어가 놓여있다.
희수, 계단을 올라와 대문을 밀치고 나온다.
희수가 나오거나 말거나, 한준, 영채의 방 창을 향해 애처롭게 노래 부르고
희수, 한준 옆에 나란히 서서 함께 영채의 창을 보며 서 있다.
한준의 노래에 맞추어 휘파람까지 부는 희수.
한준, 노래 부르면서 희수를 고깝게 본다.
희수, 씩- 쓸쓸하게 웃고, 휘파람을 계속 분다.
노래 한곡이 끝나면, 희수, 박수를 친다.
한준, 그런 희수를 아래위로 훑어본다.
희수 : 이민 간다며?
한준 : ???
희수 : 아깝다.
한준 : ???
희수 : 그정도 감성이면 가수 못잖은데... 이민 안가면 내가 키워줄 수두 있는데.
한준 : ....
희수 : 쓸쓸한 사람끼리... 뭉쳐지내면 좋잖아. 안그래?
한준 : ....
희수 : 피곤하고, 쓸쓸하다...(어깨 툭 치며) 너두 그렇지?
희수, 윙크하고 자기차로 간다.
한준, 그런 희수를 보고 서 있다.
S#46. 세트장
이나, 전화 접고서 가만히 서 있는데, 경림, 다가와서 이나를 건드린다.
이나, 보면 경림, 조기요... 하고 저쪽을 가리키고,
이나, 그쪽을 보면, 영채가 서 있다.
S#47. 어느 세트 앞
이나, 영채를 데리고 와 선다.
영채 : 물어볼 게 있어요.
이나 : 생각보다 빨리 알았네...
영채 : ...?
이나 : 생각보다 빨리 알았다구. 너희들 늘 그렇게 만나구 있니?
영채 : ... 뭐라구요?
이나 : 그래서, 그게 뭐가 어떻다는 건데?
영채 : ?
이나 : 임신이라는건 말야. 확률이야. 남자랑 여자랑 안으면 따라오는 오십퍼센트의 결과일 뿐이라구. 사실은 아니지만 사실일
수두 있는 오십퍼센트에 목숨을 걸구 거짓말을 했거든? 그게 뭐 어떻다는 건데? 내가 살아있는 생명을 죽였어? 아님 내가
임신 해 놓구 몰래 떼버렸니? 생명을 갖구 장난쳤다구? 나... 장난 안쳤어. 난 그냥 너무나 절박해서 거짓말을 했을 뿐이야.
영채 : ... 뭐라... 구요? (멍하다)
이나 : 영채야...
영채 : (멍하다) 첨부터... 다시...
이나 : 첨부터 다시? 지금까지온거 다 뭉개구 첨부터 다시시작하자구? 그러자구 그럼, 다시시작될수 있는거니? 결혼이 장난이야?
영채 : 첨부터 다시... 한번만 말씀 해 보세요.
이나 : .. 말했지.. 이미 너무 깊숙이 들어섰다구... 그리구 지금은.. 그때보다 더 깊구... 더 복잡해... 넌 니앞에 난 길로,
난 내 앞에 난 길로 가는 수밖에... 없잖니? 니가 길을 바꾸려 들면... 난 또 악수(惡手)를 두게 될 지두 몰라... 알겠니?
이나, 돌아서서 간다.
영채, 멍하다.
S#48. 거리
멍하게 걷고 있는 영채
S#49. 다른 거리
병수 걷고 있다.
병수, 나무를 걷어 찬다.
S#50. 이나네 집 거실
이나, 구겨놓았던 봄날 포스터를 펼쳐서 보고 있다.
병수와 영채의 미소가 구김살을 따라 구겨져 있다.
이나, 포스터 아무데나 던져두고 욕실 쪽으로 가려는데 이나의 전화벨 울린다.
이나, 가방 열고 휴대폰 꺼낸다. "서영채" 뜬다.
이나 : ....
계속 울어대는 전화벨.
이나 : (받는) 여보세요.
영채 : (F) 만나죠, 우리.
이나 : 나 죽도록 피곤해, 영채야... 나중에 얘기 하자.
영채 : (F) 지금... 지금 하죠...
이나 : ... 그래? 난 지금 때려죽인대두 못 나가겠는데, 어때..? 내 집에 올 수 있어?
S#51. 이나네 집 앞
영채, 통화중이다.
영채 : 근처에 있어요. 나와주세요.
이나 : (F) 할 말 있으면... 니가 들어와.
영채 : ....
S#52. 이나네 거실
이나 : (전화) 근처까진 왔는데.... 들어오진 못하겠니?
영채 : (F) ....
이나 : ....
영채 : (F) 좋아요.... 들어가죠...
이나 : ??? (설마 들어오겠다고는 안할 줄 알았다)
S#53. 이나네 집 앞
영채 : (전화) 문... 열어요.
S#54. 이나네 거실
이나, 거실에 걸린 결혼 액자 비뚤어진 걸 고쳐잡고 있다. 초인종 울린다.
이나, 현관으로 가서 문 열어준다.
S#55. 이나네 거실
영채 앞에 찻잔을 놓아주고 영채 앞에 앉는 이나.
이나 : 더 알아야 할 일이 있니? 혹시, 희수씨랑 내관계가 궁금해? 과거에두 아무관계 아니었구, 현재는 더더욱 아무관계 아니니까
묻구 싶은 게 있으면 희수씨한테 물어.
영채 : 병수가... 알아요?
이나 : 뭘?
영채 : 병수두 ... 아냐구요... 임신두 유산두 모두 가짜였다는 걸요.
이나 : (다리 꼬고 소파에 깊숙하게 파 묻히듯 앉으며) 것두... 우리 부부 문제야. 그걸 왜 니가 알아야 하니?
영채 : 아직 병수가 모르구 있다면... 계속 모르게 해요.
이나 : ... 뭐?
영채 : 알면... 고통스러울 거예요. 모르게 해요.
이나 : ... (어이없고... 다치는 기분)... 병술... 걱정하는 거니?
영채 : 모르게 해요.
이나 : 이제 병수 걱정은 니가 하면 안 돼. 그건 내 일이야. 걱정하구 배려하는 건 내 몫이라구. 안그러니?
영채 : 조이나씨.
이나 : 조이나... 씨?
영채 : 병수가 왜 잠자리가 바뀌면 우는 지 알아요?
이나 : 서영채!
영채 : 닥치구 들어.
이나 : ....(경악)
영채 : ....
이나 : ....
영채 : 병수 아부진 어부였는데 배 타구 나갔다 배가 뒤집혀 돌아가셨어. 병수 네살때였구, 병수 엄만 일년만에 탈상하구 먼데루
재가하셨어. 병수가 잠들어있을때... 병드신 할아버지 겉에다 병술 뉘어놓구 사라지셨대.
이나 : .... 서영채.
영채 : 자기가 자구 있는 동안 또다시 엄마가 없어지는 꿈을 꾸면서 우는 거야. 생각해봐, 아기들한테 엄마는 세상 전체구 우준데..
갑자기 우주가 사라져 버린 거라구.
이나 : 당장... 그만 하지 못 하겠니?
영채 : 늙구 병드신 할아버지가 정성으루 병술 키워주셨어. 나중에 너무 많이 편찮으셔서...
병수한테 더 이상 밥두 못해주시구 옛날 얘기두 못 해주시다가 ... 그냥 눈을 감으셨어.. 돌아가신 거였는데...
병수는 할아버지가 낮에두 밤에두 주무시기만 하는 거라구 생각했어...
이나 : ....
영채 : 절집 스님들이 병술 데려오셨는데, 잠자리가 바뀌니까 병수가 자면서 또 울었어. 어떤날은 절집 지붕위로 올라가
할아버지 할아버지 부르며 울었어. 조금 더 커서 우리집으루 왔을때두.... 한동안 자면서 울었어. 지붕 위에두 올라가구,
나무 위에두 올라가구, 높은 데만 있으면 어디든 기어올라가, 할아버질 불렀다구... 보다 못해서 우리 모두 병술 데리구
할아버지안테 데려 갔어. 할아버지 무덤에.
이나 : ... 그만! 그만 하란 말야! 나두 다 안다구 이 기지배야!!
영채 : 조대표님...
이나 : ...
영채 : 어떤 녀석이 이 세상에 태어나... 또 자기처럼 크면 안되지 않느냐구.. 병수가 그랬어요...
엄마두 없이, 아빠두 없이 버려져서 크면 안되지 않냐구...
이나 : ...
영채 : 나는... 병수란 놈이 어떤 놈인지 너무나 잘 알았기 때문에... 심장이 미어터지도록 억울하구 또 억울해두..
병수를... 보낼 수 밖에 없었어요...
이나 : (떤다. 부들부들)
영채 : 그런데... 그게 거짓말 이었다는 걸 알면... 속았다는 억울함 때문이 아니라... 한 생명을 앞에 두구 그토록 두려움 없이
거짓말을 했다는 걸... 받아들이지 못할거예요. 또... 잠들었을때 버려지는 꿈에 시달리느라.. 날마다 고통 받을 거예요...
이나 : ....
영채 : (일어나서) 부탁합니다. 병수가 모르게 하세요. (현관 쪽으로 간다)
이나 : (부들부들 떨다 벌떡 일어나) 서영채!!!
영채 : (그냥 가는데)...
이나 : 너 뭐야! 니들 뭐야! 니들 대체 뭐야!
영채 : (서서... 본다)
이나 : 차라리 내 뺨을 후려치구 나쁜년이라구 욕을 해봐! 니 친구들 처럼 너두 나한테 도둑년이라구 해 보라구! 나 너 한테서
병수 훔쳤어! 니가 병술 예쁘게 봤듯이 나두 병수가 예뻤다구! 누구한테나 사랑 받는 병수를 나두 사랑하게 됬다구!
나두 모르게 그렇게 돼 버렷다구! 무슨 짓을 해서라두 나 그아이한테 사랑 받구 싶었어! 욕심났어! 갖구 싶었어!
정신이 돌아버릴 지경으루!!!
영채 : ... 잘 하셨어요...
이나 : ... 뭐?
영채 : 다... 잘하셨어요... 그럼요.. 누구라두 그 아일 사랑하지 않군 못 배기는 걸요. 이해해요...
이나 : 이.. 나쁜... 나쁜 기지배...
영채 : 정신이 돌아버릴 지경으루 사랑하게 됐다니..부러워요..난 그저 병수가 내 귀나 내 코나 내 손가락이나..
내 몸 어느 한 부분일 거라구 생각했었어요. 자기 귀나 자기 코에 정신이 돌아버리는 사람은... 없잖아요.
이나 : (부들부들)
영채 : 언제나 나한테 붙어있을 거라구 생각했지, 떨어져 나갈 거라군 생각 못했죠.. 용케 잘... 떼어내셨어요..
조대표님이 이기셨어요... 그러니...
이나 : ...
영채 : 다시한번 부탁 드립니다. 병순 모르게 하세요. 병수가 아프면.. 내 귀나 내 코가 아프거든요.
이나 : 알아.
영채 : 알아주셔서 고마워요.... 그럼.....(가는데)
이나 : 병수가 안다구. 이미 안다구.
영채 : (휙 보는)
이나 : 이미 알아버렸구, 니 말대루라면 지금 한껏 고통 받구 있겠구나. 어디선가 울거나 높은 대로 기어 올라가 있겠구나.
영채 : 왜... 왜 말해버렸는데요?
이나 : 왜? 또 니 귀가 아프니?
영채 : ... (굳는)
이나 : 니 코가 아파?
영채 : ...(굳어있는)
이나 : 나두... 아파...
영채 : ...
이나 : 나두 그 녀석을 사랑하느라구 온통 다 너덜너덜 해졌어. 그 녀석이 나한테 온다는 시간을 기다리느라 날마다 피가 말랐어.
누굴 사랑해 본 적 없어. 누구한테 사랑 받구 싶어 본 적두 없어. 병수 때문에 나이 서른 넘어 가슴이 뛰었어.
난 시간이 없었구, 난 일분이 하루 같았구, 내가 조이난지 김병순지 모를 때까지 김병수만 생각했어.
나두...열심히... 사랑한 거란 말이야.. 서영채...
영채 : ....
이나 : ....
영채 : 잘 했어요... 잘 했다구요...
이나 : (모욕, 치욕으로 범벅 되어) ...
영채 : 아주 잘... 자알...
영채, 나간다.
이나, 부들부들 떨다가 영채가 현관 밖으로 나가면 나간 그 문에 대고 손에 잡히는 대로 아무거나 집어던진다.
S#56. 소주방 (밤)
석관, 심난스런 얼굴로 어딘가를 자꾸 보며 서빙을 하는데, 출입문이 쾅 열리고 영채가 나타난다.
석관 : 영채야!
영채 : (석관에게로 와서) 술 좀 주라! (테이블에 앉는데)
석관 : ... 느그들, 약속한기가? 여서 만나기로?
영채 : ?
석관이 보는 쪽을 보는 영채. 테이블에 엎어져 있는 병수.
영채, 일어나서 병수 쪽으로 간다. 병수, 꼼짝 없이 엎어져 있다.
영채, 병수 앞자리의 의자를 확 빼서 앉는다.
우당탕 소리가 나도 병수, 꼼짝 없다.
영채, 병수 머리통에 바짝 대고 말 한다.
영채 : 김 병수...
병수 : (꼼짝 없다)
영채 : 병수야...
병수 : (꼼짝 없다)
영채 : 김병팔-
여전히 꼼짝없는 병수.
영채, 그런 병수를 물끄러미 보다가, 병수의 머리통으로 손을 가져간다. 그 머리통에 손을 대는 영채. 문지르는 영채.
병수의 머리가 움찔하더니, 천천히 고개를 드는 병수.
영채, 머리통에 댔던 손을 거두고 병수를 본다.
병수 : ..... 영채야...
서로보는 두 아이에서 (엔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