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나는 도다] 02
#1. 해변 + 해변 일각 + 바닷가 - 낮
윌리엄과 박규의 기쁨에 넘친 얼굴과 달려가는 두 남자가 계속 교차 편집되고.
박규가 요강에 근접한 순간...윌리엄도 요강에 근접해 가는데...
윌리엄은 누군가에게 태클이 걸려 바위 뒤로 꽈당하고 넘어진다. 윌리엄, 고개를 돌려 자신을 잡은 사람을 보면, 할아방이다.
할아방, 손가락을 들어 입술에 갖다 댄다. 쉿!
박규, 미친 듯이 달려가 요강을 번쩍 집어 든다.
박규 : (기쁨에 겨워) 으아아아악~~~!!!
윌리엄이 박규를 쫓아가려 하지만, 할아방이 윌리엄의 입을 막고 데려간다.
박규, 누가 볼 새라 요강을 들고 자리를 뜨고...
#2. 버진이네 돗통 - 밤
흡족한 표정의 박규. 요강 속 내용물들을 돗통에 버리자 굶주린 돼지들 순식간에 달겨든다.
박규 : (고개 끄덕이며 흐뭇하게) 그래~그래~! 맛이 어떠냐? 사대부의 것 이니라! 흠~!
#3. 박규 방 - 밤
요강을 들고 방으로 들어오는 박규, 소쿠리를 들어 그 안에 요강을 넣고는 안보이게 잘 감추고 돌아서는데
진상패를 던져두었던 항아리에 시선이 간다. 항아리 속에서 진상패를 꺼내 드는 박규.
박규 : 예를 갖췄으면 내 진작에 주었을 것을... 흥, 자업자득이다!
진상패를 다시 항아리 속으로 던져 넣는다.
#4. 동굴 - 밤
얼굴을 무릎에 묻고 슬퍼하는 윌리엄. 옆에서 윌리엄을 톡톡 치자 돌아보는 윌리엄. 쓰윽하고 가면 쓴 얼굴을 들이미는 할아방.
헉, 요상하게 생긴 얼굴에서 ‘으어어어어어헝’ 무서운 소리가 흘러나오고...
윌리엄은 너무 놀라 벽에 딱 붙어 무서워 벌벌 떠는데,
가면을 휙 들어 올리는 할아방. 공포에 질렸던 윌리엄의 얼굴이 한순간에 맥이 풀려버린다.
할아방 : (진지한) 목숨 아까운 걸 알면 조심하게.
윌리엄 : (못 알아 듣고) ......
할아방 : 자네에겐 안됐지만 지금까지 조선에 들어온 이양인을 살려 보낸 적은 단 한 번도 없어.
윌리엄 : ........
할아방, 말이 안 통하니 별 수 없단 얼굴로 혀만 쯧쯧 차고는, 동굴 안을 돌아보는데... 짚 위에 놓인 금발가발이 눈에 띈다.
할아방 : 호! 이거 무엇에 쓰는 물건인가?
윌리엄 : (고개 들어 보면)
할아방 가발을 머리에 쓰고 난 후 자신의 가면을 윌리엄에게 건넨다.
할아방 : 자넨 그걸 갖게. 난 이걸 갖겠네. 아주 공평한 거래야.
윌리엄 : (가면을 만져보며) ....?
할아방 : 왕의 가면이네. 사람들은 누구나 왕이 되고 싶어하지... 제 아비를 죽이고, 제 형제들를 죽여서라도...
할아방, 만족한 듯 가발을 쓴 채 흥얼흥얼 타령을 부르며 떠나간다.
윌리엄, 갸우뚱거리며 할아방의 뒷모습을 쳐다보다 손에 든 가면을 벗어서 본다. 마음에 든다.
희미하게 미소가 얼굴에 퍼지는 윌리엄.
#5. 마구간 - 밤
세상 떠나가라 코를 골아대며 완전 잠에 취해있는 양순아방. 옆에 물병이 있다.
그들 앞을 조심스레 지나가는 그림자가 여럿 보이고... 조용하던 마구간이 갑자기 소란스러워진다.
워워...조랑말들을 먹이로 유인하며 조용하게 만드는 어둠 속의 사람들. 조심스레 고삐를 풀고 말들을 꺼내간다.
#6. 버진이네 - 오후
커다란 함지박. 밥이며, 온갖 해초, 나물들이 마구잡이로 들어간다. 그리고 쓱쓱 비비는 손.
금세 비벼진 밥에 숟가락이 착!착!착! 세 개 꽂힌다. 평상에 앉아 그 밥을 퍼서 각자의 입으로 밀어 넣는 최잠녀, 원빈, 버설.
툇마루에 앉아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박규는 우웩! 더럽고 혐오스러워 몸서리가 쳐질 것 같다.
박규 : (중얼) 저것이 진정 인간이 먹는 밥이란 말이더냐? (이건 아니다 싶어 머릴 흔들며) 돼지 여물과 무엇이 달라...
박규, 그들 앞으로 지나가려다 최잠녀와 눈이 마주친다.
최잠녀 : 먹고 싶나?
박규 : (어이없다)
최잠녀 : (박규 말을 끊으며) 먹고 싶으면 일 해야 돼! 이곳에선 손이 놀면 입도 같이 논다네. 아라드럼서?
박규 : 무엄하게 감히 누구더러 일을 하라 마라냐?
박규, 혀를 끌끌 차면서 집밖으로 휑하니 나가버린다.
최잠녀 : 저 놈이 아직 배가 덜 고팠어라...
원빈 : 왠지 불쌍헌게. 여기 온 후론 아직 아무 것도 먹지 않은 것 같은데...
최잠녀 : 불쌍허기는... 귀양다리 한두 번 겪어봤나? (버럭) 저리 목 뻣뻣한 놈들은 초장에 확 굶겨놔야
성게 속 모냥 나긋나긋허능거라!
최잠녀의 기세에 움찔하는 원빈. 그러자 최잠녀, 풀 죽은 원빈의 숟가락 위에 생선살 한점을 쓱 올려준다.
바로 감동 받은 원빈이 잠녀의 손을 꼭 잡고, 필 받은 최잠녀와 원빈, 버설의 눈치를 살짝 보는데.
버설, 숟가락을 툭 내려놓으며.
버설 : 나가 비켜줄테니 계속 일 봅서.
버설, 표정 하나 안 바꾸고 닭꼬리펜만 챙겨들고 집밖으로 총총총 나선다.
불타오르는 최잠녀와 원빈의 눈빛.
#7. 마을 길 - 낮
마을길을 걸어가던 박규. 앞에서 포박한 양순아방을 데리고 다가오는 억관포졸과 김포졸.
양순어멍이 포졸 뒤를 계속 따라오며 사정사정하고 있다. 박규 옆을 지나며,
양순어멍 : 하루만 더 줍서! 그러믄 우리가 꼭 그 말을 찾아내겠수다.
억관포졸 : 지들도 어쩔 수 없수다. 이방나리가 당장 잡아오라고 난리신디.
김포졸 : 곤장 오늘 마즈나 내일 마즈나 마찬가지나네. 조꼼만 참읍서.
양순어멍 : 무신 말을 그리 야박하게 함수꽈? 꼭 오늘 곤장을 쳐야겠수꽈? 잠 한숨 몬자고 진상말을 지켰수다.
그것도 모자라 곤장을 꼭 쳐야 겠수꽈~!
김포졸 : 진상 올릴 거 도독 맞은 거시 얼마나 큰 죈지 몰라 그럽수과?
양순어멍 : 하루만 더 줍서! 하루만 더 줍서~!
김포졸 : 에이~! 갑서..!
박규, 그들을 바라본다. 박규의 의미심장한 눈길.
#7-1. 제주 대정현 관아 -밤
횃불이 밝혀진 관아마당. 묶인 채 엎드려있는 양순아방을 근엄한 얼굴로 바라보고 있는 현감과 이방.
현감 : 저 놈의 죄를 엄히 다스려라! (이방에게 눈짓하면) 이방 뭣들 하고 있느냐!
포졸 한명이 양순아방에게 물 한바가지 뿌리면, 포졸들 곧바로 곤장을 내리치는데,
찰싹소리와 동시에 자지러지는 양순아방의 비명.
#7-2. 제주 대정현 관아밖 -밤
양순아방의 비명소리는 관아 담장을 넘고 관아밖에선 그 소리에 통곡하고 있는 양순어멍.
옆에서 종달모와 강진댁 함께 슬퍼하며 위로중이다.
먼 발치에서 이들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는 박규. 의지를 세우며 돌아서는데..
#8. 박규 방 - 밤
카메라 위로 종이가 펼쳐지면 바로 제주도 지도이다.
지도를 유심히 살펴보는 박규. 지도 한 곳에 ‘馬’라는 한자를 적어 놓는다.
#9. 마구간 근처 오름 - 낮
제주지도를 펴는 박규. ‘馬’라는 표시를 한 곳과 주변을 돌아본다.
#10. 마구간 - 낮
산 중턱에 자리 잡은 마구간. 마굿간을 살펴보기 위해 다가온 박규. 마구간에는 작고 볼품없는 조랑말 몇 마리만 있다.
갸웃하며 살피는데 마구간을 지키던 목장지기가 몽둥이를 들고 박규에게 달려간다.
목장지기 : 누구꽈?! (의관정제한 박규를 아래위로 살피며) 관청에서 나왔수과?
박규 : (당황) 아..아니오. 나는 저기 아래 산방골에 유배 온 선비로, 그저 말이나 구경하러 왔소.
목장지기 : 귀양살이 팔자가 좋쿠다.
박규 : 여기가 임금께 진상할 말들이 있는 곳이라 들었는데, 어째 말들이 쫌....
목장지기 : 그러게 마심. 진상할 말들만 다 털려부럿수다.
박규 : 도둑을 맞았단 말이오?
목장지기 : 예. 최고급 말들만 쥐도새도 모르게 다 앗아가구난. 저 이패닌 저패닌 목장지기들이 족족 관아에 끌려 감수다.
(한숨) 아이고 나도 오늘 밤잠 안자고 잘 지켜야 할텐디...
박규, 목장지기가 나가자, 무릎을 굽히고 바닥의 말발굽 흔적을 찾는다.
한 방향으로 향하던 자국들이 점점 여러 갈래로 흩어진데다 심지어 흐리기까지 하다. 사방으로 나있는 말발굽 자국들...
고심하던 박규, 그 중 가장 선명한 자국을 찾아 따라가기 시작한다.
#11. 우물가 - 낮
물 허벅을 매고 걸어오던 버진, 한쪽에 앉아있는 끝분, 종순, 종달이를 발견하곤 얼굴이 확 피어선 서둘러 다가간다.
물을 기르며 이야기를 나누던 그들, 버진이 다가오자 다들 흥, 콧방귀를 뀐다.
버진 : 야들아~! 무신 말덜을 그렇게 하고 있으메?
끝분 : (비꼬며) 누군 누구 딸이라서 조쿠라.
종달 : (덥썩) 니, 내일 난바르 간다며?
버진 : (멍한) 나가 왜? 누가 그라니?
종달 : 니네 어멍. 톨파리 주제에 그런디도 가고, 아주 출세했싱게~
버진 : (놀란) 엥? 말가튼 말을 해.
종순 : (부러운) 물질 잘허는 끝분이를 제껴불고, 버진이가 우리 하군 중에서 젤로 먼저 중군 달겠으메.
버진 : (말 끝나기 무섭게 다다다 달려나가고)
분함을 겨우 참고 있던 끝분이 종순의 말에 열 받아 두레박을 우물에 팽개친다.
#12. 버진네 집 - 낮
마당에 앉아 돌에 빗창을 정성스레 갈고있는 최잠녀...난바르원정 준비중이다.
집으로 들어온 버진이 최잠녀 앞에 물허벅 내려놓고 징징거린다.
버진 : (땡깡 피우듯) 어멍, 나 진짜 난바르 가? 나가 거기 왜 감수꽈? 어멍도 나 물질 실력 알잖아. 상군들도 심부치는 난바르를
나가 어떻게 감수꽈? 나 거기가면 죽어마씸. 그니까...
때 마침, 고바순이 손에 접시를 하나 들고 버진이네로 쑥 들어온다.
고바순 : (끼어들며) 누가 그걸 몰라 널 데려가냐? 가서 정신 차리라 허능 거지.
내일랑 보믄 알지... 아마 바다에서 산송장 하나 건지지 싶메.
최잠녀 : (바순 노려보며) 쓰잘데기 없는 소리! 가서 내일 헐거나 차리심.
원빈이 부엌에서 나오면, 고바순, 살랑살랑 원빈에게 다가가 접시를 건넨다.
고바순 : 오라방. 저 낼 난바르 갔다오겠수다.
원빈 : (샤방하게 웃으며) 잘 댕겨오심.
고바순 : (호호호) 역시 내 걱정 해주는 사람은 오라방뿐이라.
최잠녀 : (째려보며) 재게 안 간?
고바순 : (깨갱거리며 나가고)...
버진 : (다시 한 번 졸라보려고) 어머엉~
최잠녀, 버진의 뒤에서 물허벅을 들어보곤 눈을 부라리자. 그제사 빈 허벅임을 알아챈 버진 허겁지겁 다시 달려 나간다.
원빈, 최잠녀에게 다가와 받아든 접시에서 부침개를 꺼내 바로 최잠녀의 입에 넣어준다.
깨가 쏟아지는 최잠녀와 원빈. 완전 러브러브. 멀리서 지켜보던 고바순. 열받고.
고바순 : (소리질러) 오라방~~!!
놀란 원빈과 최잠녀. 허둥지둥 자리를 피하고...
#13. 바닷가 - 낮
해변가의 새떼가 우렁찬 기합소리와 함께 푸드덕 하늘로 날아오른다.
잠녀들은 테우를 들고 함성과 함께 바다로 뛰어간다. 테우를 바다위에 띄우고 재빨리 올라타는 잠녀들.
낑낑대며 못 올라타는 버진을 잡아끌어 태우는 최잠녀. 난바르를 떠나는 잠녀들.
바위에 숨어 지켜보고 있던 끝분, 이를 악물고 일어나 바라본다. 눈물 글썽.
뒤이어 옆에서 퐁퐁 나타나 고개를 빼고 바라보는 종달과 종순. 부럽다.
종달 : 버진이 좋겠다~
끝분, 자신의 빗창을 움켜쥐며 질투에 부르르 떠는데....
#14. 버진이네 마당 - 아침
박규, 문을 쓱 열고 밖을 내다본다. 마당에 아무도 없다. 조용하다.
박규, 흡족한 얼굴로 방을 나서는데, 마루 옆에 떠놓은 물이 보인다.
박규 : 아침에 마실 물을 떠놓는 것은 기본 중 에 기본. 이제야 예를 갖추기로 한 모양이군. (흐뭇)
박규는 물을 들어, 꿀꺽 마시는데....시원하다!
그때, 누군가의 시선이 느껴진다. 돌아보면...버설이 서 있다.
버설 : (한심하게 보며) ....그 물이 무신 물인지 암수꽈?
박규 : 켁! ...혹시...구정물이냐?
버설 : 그 물은 설문대할망헌티 물질 나간 잠녀들을 잘 살펴줍세 허며 떠다논 정화수라.
박규 : (안도하며) 그럼 깨끗한 물이겠구나! (꿀꺽꿀꺽 단숨에 다 비우는데)
버설 : (단호하게) 선비님 허는 생각이 어찌 그것밖에 안됨수꽈?
박규 : (찔끔) 그 무슨 소리냐?
버설, 그 특유의 포커페이스로 박규를 빤히 쳐다보고, 박규, 찔려서 고개를 돌리려는데,
순간 들려오는 원빈의 기침소리. ‘콜록콜록’ 언제 나왔는지 원빈이 나와 있다.
원빈 : 설문 대할망이 노허믄.... (눈물글썽) .... 나가.... 나가 물을 떠와야 허는디...
박규 : (뭔소린지 싶고) ...?
버설 : 아방, 나가 강 떠오겠스메.
버설이 물 허벅을 지는데, 물 허벅이 자기 키만하다. 물 허벅이 바닥에 질질 끌리고,
보다 못한 박규가 버설이 등에 맨 물 허벅을 뺏으면서,
박규 : (버럭) 됐다! 내가 떠오겠다!
#15. 우물가 - 낮
우물가에 도착한 박규.
우르르 몰려 있는 팔, 다리 다 드러나는 간소한 옷차림의 비바리들, 일제히 박규를 보며 속닥거린다.
박규를 향해 군침과 음흉한 미소를 날리는 여인네들.
박규 앞에서 물 허벅을 들어올리려다 힘에 부쳐서 쓰러지는 아낙1. 물 허벅을 들어올리려 애를 쓰는데...
그 모습을 보던 박규, 고민하다 자신이 진 물 허벅을 내려놓는다.
박규 : (여인에게) .....이리 주시오.
가녀린 아낙네의 물허벅을 대신 짊어지고 가는데, 그 모습을 본 종달과 종순 박규의 멋진 모습에 넋을 잃고....
(점프)
여자들이 우물가에 쭉 대기 중이고, 박규는 물 허벅을 지고 또 지고...
한양간지 박규의 옷차림이고, 머리고, 몸의 각이고...점점 허물어져 간다.
(점프)
풀어헤쳐진 옷섬. 삐질삐질 흘리는 땀. 헉헉대며 우물로 돌아오는 박규...
그 앞에 또 홀연히 나타난 꽃단장한 끝분, 박규를 향해 도도한 미소를 날린다.
끝분 : (유혹의 눈길로) 힘드지 양?
박규 : (이건 또 뭐야?) ........
끝분 : (박규의 가슴팍에 눈길을 꽂으며 은밀하게) 우리 어디 오소록헌디 가서 감귤차라도 한 잔 허까?
박규 : (어이없는) ?
끝분 : (귀여워하며) 부끄러워하기는... (다독이듯) 처음사 다 그런거야아~
박규 : (기막히다) 허!
박규, 돌아서려는데 끝분이 박규를 잡아 채 품에 안기려 할 때,
이방(E) : (호통) 네 이놈!
이방이 박규를 향해 노한 표정으로 걸어온다.
끝분 일행, 황급히 자리를 뜨고 박규의 얼굴에 짜증이 스친다.
이방 : 내 그리 자숙하라 일렀거늘...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린게냐?
네 어찌 아녀자들이 많은 자리에 의관도 제대로 갖추지 않고 돌아다니는가?
박규 : 말씀 삼가하시오!
이방 : 그럼 부녀자를 희롱하는 것도 사대부의 덕목이더냐!
박규 : 마을일이나 잘 돌보시오! 백성들이 하루종일 일에 매달려있는데도 살림살이 꼴이 이게 무엇이오?
이게 다 마을을 다스리는 관리들의 부덕함 때문 아니오?
이방 : (부르르 떨며) 무엄하다! 유배 온 처지에 어찌 입을 그리 함부로 놀리는가!
박규 : 나는 하던 일이 있어서 그만... 흐음!
물러서지 않고 노려보는 박규와 이방. 우물가 여인들이 그새 모두 사라졌다.
박규, 무시하고 허벅을 메고 간다.
#16. 태역섬 바다 - 낮
바다 위, 테우에서 뛰어내려, 바다 속으로 들어가는 잠녀들.
바다 안, 대왕 조개 앞에 줄을 내려놓고, 잠녀 둘은 빗창으로 조개를 떼고, 한 명은 조개에 줄을 연결한다.
한 팀이 바다 위로 올라오면, 다음 팀의 잠녀 셋이 바다 속으로 내려간다. (바톤 터치하듯,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일사불란)
버진과 최잠녀도 물 아래로 내려간다. 버진이 줄을 묶기 시작하고, 최잠녀와 다른 잠녀는 빗창으로 조개를 돌에서 떼어내고 있다.
그러나 버진, 숨이 딸려서 제대로 줄을 못 묶자,
보다 못한 최잠녀가 버진에게 위로 올라가라는 신호를 보내고, 최잠녀가 대신 줄을 묶기 시작한다.
바다 위로 올라와 테우에 머리를 기대는 버진은 완전 기진맥진해있다.
(점프)
최잠녀의 신호를 받은 네 명의 잠녀들이 동시에 바다 안으로 뛰어 들어간다.
잠녀들이 대왕조개에 묶은 네 개의 줄을 가지고, 동서남북으로 흩어져 물위로 올라온다.
잠녀들이 구령에 맞춰 줄을 당기자, 대왕 조개가 서서히 수면 위로 올라온다.
잠녀들이 힘을 모아 대왕조개를 끌어 올리고 있다. 버진은 그들 사이에서 기가 죽어 앉아 있고
드디어 바다 위로 떠오르는 대왕조개. 기뻐하는 잠녀부대들...
#17. 바닷가 - 낮
한동안 버진이 찾지 않아 배고픔에 지친 윌리엄.
창살을 들고 나와 얕은 바다에서 창살로 물고기를 잡으려고 애써보지만 생각만큼 쉽사리 고기가 잡히지 않는다.
#18. 바닷가 근처 숲 - 낮
윌리엄, 조심스레 숲 사이를 헤맨다. 열매가 보이면 무조건 따고 본다. 뭔지도 모르면서 일단 먹고 보는 윌리엄.
사방을 살피며 옷자락 앞에 열매를 따서 담기도 하는데, 뚝! 나뭇가지 부러지는 소리에 멈칫하는 윌리엄.
귀 기울이며 조심스럽게 움직이려는데 수풀에 누군가(박규)의 발이 보인다.
놀란 윌리엄, 숲 안으로 허겁지겁 도망가고. 박규, 윌리엄이 있던 자리로 와 두리번거리며 주변을 살펴본다.
#19. 동굴 - 오후
허겁지겁 들어오는 윌리엄. 불안한 마음에 화롯돌에 켜져 있는 불을 끄고 벽에 탁 붙어
버진이가 준 빗창을 꺼내들고 방어 태세를 취해본다. 숨을 몰아쉬는 윌리엄.
#20. 태역섬 - 낮
한차례 물질을 끝낸 잠녀들이 태역섬 해변가에 자리를 잡고 앉아 돌을 쌓아서 불을 피우고 몸을 녹이고 있다.
버진이 낑낑대며 장작을 한아름 가지고 와 쏟아 놓으며, 완전 뻗어 송장처럼 눕다시피 털썩 주저 앉는다.
고바순 : (혀를 차며) 이제 니도 알았제? 니는 젭시바당에서 메역따위나 건질 좀녀라는 걸.
따라 올 띠가 따로 있제, 어딜 난바르까지 오구 그러니?
버진 : (내가 오고싶어 왔나...그러나 아무 말도 못하고)
순간, 최잠녀 불쑥 나타나며,
최잠녀 : 입 놀리는 거 보니, 다들 힘덜이 아적 많이 남았싱게. 낼낭 대왕조개잡이 하루만 더 허고가민 좋겠는디, 어떡허여? 엉?
고바순 : (삐죽) 메께라, 젤로 모턴 누구 딸은 내비두구. 괜히, 애먼 우리헌 티만 시비랑게~
다른 잠녀들, 슬슬 일어나 다른 곳으로 피한다. 버진, 여전히 말없이 앉아 있고.
최잠녀 : 요년 생긴거허고는. 물질도 엉터리로 허는 년이. 낼 집에 가믄 곳물질 이라도 허여 벌충헐 생각이나 해!
버진 : (울컥) 어멍 나 힘든 것도 안보여? 그리 부려머글 자식이 필요했음 차라리 소로 낳지 그랬수꽈?
최잠녀 : 뭐 어떵? 요 터진 입이라구! 하군 중에서 젤로 처음 난바르 왔으믄
자랑스런 맘으로 남보다 더 몸이 부서지라 보지란이 물질해야지!
버진 : (눈물 터지고) 난 그런 거 하나도 안 좋아라! 누가 잠녀 따위 되고 싶다나!!
최잠녀 : 탐라에서 태어나믄 좀녀가 되는 게 당연헝건줄 몰랐심냐?
버진 : 거니까 날 왜 낳았냐고라??!
버진, 일어나 다다다 뛰어간다.
최잠녀, 저저...못마땅하고도, 조금은 슬픈 얼굴로 버진의 뒷모습을 바라본다.
#21. 태역섬 한 구석 - 노을
바다를 앞에 두고, 바위틈에 앉아 훌쩍이고 있는 버진. 버진의 발등으로 뚝 떨어지는 눈물 한 방울.
#22. 박규의 방 - 밤
방 안을 밝히는 촛불...서책을 보고 있던 박규.
석공(E) : 도둑이야! 도둑 자브라!!
놀라는 박규.
#23. 산방골 마을 너른 터- 밤
박규, 횃불을 든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인 곳으로 다가간다. 횃불을 든 채 심상찮은 얼굴로 두런두런 얘기를 나누는 사람들.
장원빈, 한쩍벌도 속속 달려온다.
석공 : (호들갑) 빨리들 와 봅서. 도둑이 들었수다! 어서들 와 봅서!
원빈 : 진정혀~! 무신 일이꽈?
석공 : 자고있는디 이상한 소리가 들려서라. 글해서 슬그메니 나가보거들랑
거시기 시커먼 그림자가 정지 배곁디로 막 도롬질 치며 가잖수꽈?
쩍벌 : 혹시 멧돼지 봔? 그거 아니우꽈?
석공 : 아니, 아니라. 돈돈이 뵈려봤는디 사람이라. 데멩생이가 쪼간헌게... 게나제나간에 요상했는디...
원빈 : 그러믄 우리 산방골 사람은 아니라네?
종달부 : 왜 자꾸 이런 일덜이 생긴다나? 무서워 어디 살겠어라?
이방(E) : 야심한 밤이다!
흠, 헛기침 소리와 함께 이방이 등장을 한다. 제대로 갖춰 입고 등장한 이방.
이방 : 무슨 소란인가?
석구부 : (이방의 등장에 놀라며) 아이구, 이방나으리 아니꽈? ...이 밤에 무신 일로...
이방 : (자르며) 무슨 소란이냐 물었어!
박규 : (보고)....
석공 : 아 예...우리 집에 도둑이 들어왔수다.
이방 : (심각) 도둑이라 했나? 또 진상품이 사라진게야?
석공 : 아니우다. 말려놔둔 전복이 좀 없어지긴 했수다마는 진상 올릴 건 아니었고. 정지에서 쓰는 칼허고
내가 먹을라고 삶아 뒀던 계란까지 싹 가져 갔수다!
종달부 : 우리 지비도 제사 올릴려고 놋사발에 놔둔 수수밥이 없어졌수다!
이방 : 어리석다! 그런 좀도둑은 관으로 와 조용히 알릴 것이지, 민심 흉흉해지게 이 무슨 소란이란 말이야!
어서 돌아들 가게! 어서!!!
이방의 훈계에 바짝 쫄아버린 주민들.
이를 지켜보고 있던 박규, 이방의 말이 과하다 싶어 한 마디 하려고 하는데,
제사장(E) : 선비님!
박규 돌아보면, 제사장이 온화한 표정으로 고개를 젓는다. 그 뒤에 섰는 향돌.
제사장 : 선비님 마음은 알겠으나 나서지 마오. 마을을 다스려야하는 저 이의 입장도 헤아려줘야만 맞슴.
단호한 이방의 지휘 아래 뿔뿔이 흩어지는 사람들.
박규, 이방을 다시 바라보면, 이방 못마땅한 시선으로 박규를 응시하고 있다.
#24. 테우 위 - 낮
피곤에 절은 잠녀들, 녹초가 되어 테우에 다들 늘어져있다.
버진은 무릎을 세우고 앉아 머리를 묻고 고개를 들지 않고, 버진과 멀찌감치 앉은 최잠녀는 버진이 신경쓰여 계속 힐끔거린다.
버진, 최잠녀의 시선을 차갑게 외면한다. 착찹한 최잠녀.
#25. 동네에 있는 포구 - 낮
원빈과 마을 남자들이 모두 나와서 기다리고 있다. 서서히 포구로 들어오는 잠녀부대의 배.
뗏목의 밧줄을 포구에 메어 놓고, 잠녀들은 차례로 배에서 내린다.
고바순, 장원빈을 발견하고 좋아라 하며 뛰어가고 버진, 제일 먼저 내리며 다다다 어디론가로 뛰어간다.
최잠녀 : (버진을 보며) 저..저년이...지가 뭘 잘헛다고...쯧!
고바순을 반갑게 맞아주는 한쩍벌에게는 짐만 떠안기고 원빈 옆으로 잽싸게 뛰어가는 고바순.
고바순 : (원빈 옆에 수줍게 서며) 오라방 잘 있었어라?
장원빈 : (어장관리 차원에서 또 샤방하게) 수고하셨수다.
고바순 : 오라방... (감격도 잠시, 최잠녀에게 목덜미가 잡힌다)
최잠녀 : (고바순 목덜미를 잡고 팽개치고 원빈에게 간다) 뭐 하러 왔어라?
장원빈 : 고생헌 당신 마중 나왔지. (최잠녀에게 다가가서 짐을 받는데, 무겁다. 휘청하고) 많이 피곤허지?
최잠녀 : (은근 다정) 피곤이고 자시고간데, 마중 나오지 말래두. 집에서 도새 기 관리나 잘혀라 안했나.
(다른 남자들에게) 얘기 들었지덜? 진상허는 날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모두덜 돈돈히 집단속허여덜!
사람들 : 알았수다~!
#26. 동굴 - 낮
윌리엄, 걱정스런 얼굴로 할아방 가면을 만지작거리고 있다.
그때 갑자기 튀어 들어오는 버진.
윌리엄 : (반가운) 버진!
버진 : (심드렁하게 앉아 세운 무릎에 얼굴을 묻는다)..
윌리엄 : (갸웃/Eng) ......? 버진 괜찮아?
버진 : (윌리엄 보며) 일리암, 너 여기 떠날 거지?
윌리엄 : ...?
버진 : 그때 나 이저뿔지말고 꼭 데려가야하메.
윌리엄 : (멍하게 쳐다보는)
버진, 윌리엄의 손을 가져다 새끼손가락에 자신의 새끼손가락을 건다.
윌리엄, 어리벙벙한 얼굴로 버진이 하는 모습을 그저 지켜만 본다.
버진 : 약속! 혼자 안 간다고. 나 꼭 데려간다고! 이제 일리암은 혼자 못 가메.
이렇게 손가락 건 약속을 어기믄 영등할망이 파도 속으로 데려가 버린다고. 알았지?
윌리엄 : ?? (그러나 버진의 간절함이 느껴져 무조건 고개 끄덕끄덕)
버진 : 난 참말이지 여기 떠나고 싶어라. 니 같은 모냥을 헌 사람도 있고, 세상은 무장 넓고 다른데,
난 왜 무신팔자라고 평생 탐라섬에만 갇혀 살아야 혀!!
윌리엄 : (버진 열심히 바라보는, 이해하려 애쓰는 표정)
윌리엄, 버진의 손을 잡고 따뜻하게 웃어준다.
버진 : (윌리엄 보다 얼굴에 문득 미소) 휴, 아무것도 아라먹지 못허는 너헌티 이렇게 막 떠들고 나니 마음이 조꼼 풀리니게.
고마워. 일리암.
버진, 윌리엄 손에 들린 할아방의 가면에 잠시 고개를 갸우뚱하고.
버진 : 어? 왜 이게 여깄지? (윌리엄 보며)...?
윌리엄 : (웃으며/Eng) Do you like it? /이거 좋아? 봐봐! (써보며, 할아방 흉내) 어흥!
버진 : (썰렁한 웃음) 후후....
#27. 버진의 집 - 밤
버진, 살금살금 집으로 들어온다. 최잠녀의 방에는 이미 불이 꺼져있다.
버진, 안도하며 자기 방으로 슬그머니 향하다, 고팡 쪽을 쳐다본다.
버진, 괜스레 허공을 향해 주먹질을 날리고 돌아서는데, 뒤에 와 서있는 박규.
버진, 흠칫 놀랐지만 전혀 아닌 척, 흥! 콧방귀를 뀐다.
박규 : (나즈막이) 쯔쯔... 덩치는 망아지만한 계집이 어둠 무서운 줄도 모르고 싸돌아다니긴...
버진 : 그리 어둠 무서운 걸 잘 아는 귀양다리는 어딜 싸댕기다 이제사 드러완?
박규 : (단호히 말 끊으며) 허어!
박규의 호통이 어이없는 버진, 박규를 마구 쏘아보는데, 박규 옆에 들린 요강이 눈에 들어온다.
순간 버진의 시선에 당혹스러워 요강을 뒤로 숨기는 박규.
버진 : ...그거 뒤에 숨긴 거 뭐라?
박규 : (민망해 일단 감추고)...
버진 : (수상하다) 너...혹시...진상패냐? (다가서고)
박규 : (당황, 뜨끔/손으로 버진 머리 막으며) 어허! 이거 놓지 못할까!!!
버진, 요강을 빼앗으려 하고...박규 계속 돌아서며 버진에게 들키지 않으려고 애를 쓴다.
끝까지 보겠다는 버진의 고집과 끝까지 숨기겠다는 박규의 일념. 야심한 밤, 본의 아니게 둘은 마당을 뱅글뱅글 돌게 된다.
순간, 벌컥 열리는 최잠녀의 방문...그대로 딱 멈추는 둘의 움직임. 그 서슬 퍼런 눈빛에 놀라 후다닥 들어가 버리는 버진.
최잠녀, 박규를 향해 찌릿 강력한 포스를 한번 쏘아주곤 문을 휙 닫는다.
낮은 한숨 쉬고 방으로 들어가던 박규. 갑자기 열리는 버진의 방문에 화들짝.
버진 : (박규를 흘겨보며) 도둑넘~!
다시 문을 닫아버리는 버진.
박규의 시선이 버진의 방에 잠시 머문다.
#28. 마을이 내려다보이는 언덕 - 밤
언덕 위에 서서 마을을 내려다 보는 윌리엄, 입이 절로 딱 벌어진다.
윌리엄 : Beautiful~!
모든 집과 길이 돌담으로 되어있고, 작고 조그만 제주의 집들이 너무 귀엽다.
#29. 박규 방 - 밤
박규 의관을 정제하고 나갈 채비를 마친 뒤 방 안에 켜져 있던 촛불을 끈다. 조용히 방문을 열고 슬그머니 나서는데...
#30. 마을 어귀 - 밤
어둠이 내려 조용한 마을.
쓰윽! 할아방의 가면을 쓴 윌리엄이 나타난다. 각양각색의 돌하르방이 서있는 길.
윌리엄, 제주 특유의 마을 모습에 긴장감과 기대감이 교차하는데...
돌하르방들을 신기한 듯 보며 사방을 살피며 조심스레 마을로 들어서려는 찰라, 석공이 술병을 손에 들고 마시며 다가오고 있다.
윌리엄, 허겁지겁 마을 어귀에 서있는 돌하르방 뒤에 엉거주춤 숨는다.
돌하르방 보다 키가 커서 하르방 위로 가면을 쓴 얼굴이 나와있다.
술에 취해 이리 비틀 저리 비틀거리던 석공이 윌리엄이 숨은 돌하르방 앞에서 볼일을 보며,
석공 : (거나하게 술 취한) 너무 나무래지 맙서. 나가 술을 많이 먹어서리~
소변을 보던 석공 부르르 떠는데.
석공 : (돌하르방을 보며) 어머! 이것들은 내게 만든 거인데, (가면 쓴 윌리엄을 보며) 이건 뭐라?
순간 돌하르방 위에 나온 윌리엄의 가면을 만져보더니 가면을 벗겨본다. 윌리엄 저도 모르게 뒤로 움찔한다.
순간 깜짝 놀란 석공, 놀라기는 윌리엄도 마찬가지. 눈을 껌뻑이는데.
고개를 흔들고는 다시 윌리엄의 얼굴을 본다. 살아있는 노랑머리이다.
석공, 화들짝 놀라 술병을 떨어트리며 걸음아 나 살려라 줄행랑을 친다.
석공 : (눈이 휘둥그레지며) 후에에엑~~ 도깨비라~! 도깨비~~~!!
윌리엄, 석공이 사라진 후에야 돌하르방 사이에서 나온다.
윌리엄 : (술병을 주워드는) Oh, white porcelain! 헉! 백자다!!
백자를 품에 꼭 안고 자리를 뜨는 윌리엄.
#31. 산방골 마을. 너른터 - 밤
윌리엄, 술병을 안은 채 밖에서 집들을 살펴보면서
돌담(올레)의 모습과 막대기로 대어놓은 대문(정낭), 집집마다 내놓은 물 허벅을 도자기인양 신기한 듯 보고 있다.
그때 쓰윽, 윌리엄 뒤에 나타나 단검으로 윌리엄의 목을 겨누는 박규.
박규 : 누구냐?
윌리엄 : (날카로운 칼 보고 흠칫) ..Hugh!
박규 : 넌 누구냐고 물었다. 요상한 탈을 벗어라.
윌리엄은 그저 재빨리 이곳을 빠져나가고 싶은데, 박규가 호락호락하게 놔줄 리가 없다. 서로 팽팽하게 시선을 나누는데...
멈칫하던 윌리엄, 단검을 든 박규의 손을 걷어내고. 박규의 일격에 훅 나가떨어지면서 윌리엄의 가면이 벗겨지고.
마주 보게 된 두 사람... 그 순간 구름에 가려졌던 달빛이 환하게 비춰지고, 윌리엄과 박규의 얼굴이 드러나는데...
박규 : (놀란) 이...이양인??
윌리엄 : (넌 내 요강을 가져간 놈??) ..???
서로를 알아보는 두 사람의 놀란 얼굴. 잠시 정적이 흐르며 서로를 주시한다.
윌리엄은 들고 있던 백자를 던지며 박규의 시선을 흐트러뜨리고 이 틈을 타 잽싸게 몸을 돌려 도망친다.
아차! 싶은 박규, 윌리엄을 뒤쫓는다.
한밤, 산방골 마을에서 쫓고 쫓기는 추격전이 펼쳐진다. 빠른 발의 윌리엄을 쫓기엔 역부족인 박규, 점차 거리차가 커진다.
마을의 코너를 돌고 돌아간 윌리엄.
박규는 뒤쫓지만 윌리엄은 이미 보이지 않는다. 그래도 도망갔음직한 곳을 향해 달려가는데...
#32. 동굴 - 밤
허겁지겁 동굴 안으로 뛰어 들어오는 윌리엄. 빗창을 손에 꼭 쥐고 한쪽 구석에 쭈그리고 앉아 놀란 가슴을 쓸어내린다.
#33. 버진네 집 마당 - 아침
커다란 함지박 안 물에 담긴 미역을 쭈욱 꺼내 그릇으로 옮기는 최잠녀.
고바순이 팔에 한 아름 싸리나무를 들고 뒤뚱거리며 들어온다.
바순 : (이리저리 둘러보다 작은 목소리로) 오라방은 어디 나간 거?
최잠녀 : 양순 아방 데리러 관아에 갔어.
바순 : (안타까운) 하이고... 우리 집 진상도 갔는디..
최잠녀 : 딴 것도 아니고, 나랏님 말을 잃어버렸신디 얼마나 심하게 맞았겠나? 종달네서 달구지 빌려 가지고 갔저.
바순 : (걱정스러운) 죄진 건 도독놈들인데 관아에서는 애먼 소나이들만 닥달이라. 닥달이.
최잠녀 : 물질 쌔빠지게 해도 입에 겨우 풀칠이나 하고 사는디, 뭔놈의 진상품은 그리 많이 올리라네.
바순 : (깐죽) 글해도 이 집은 좋것네. 귀양다리라도 허우대 멀쩡한 장정이 하나 들어 와씽게.
최잠녀 : (박규 방을 보며) 그렇지! 오늘은 어디 보리걷이나 좀 시켜볼까나?
최잠녀, 힘차게 박규의 방을 확 열어젖히는데...이미 비어버린 박규의 방.
최잠녀 : (열 받은) 이놈의 귀양다리! 그새 못 참아 또 도망쳐버렸어~ 대맹생이를 팍~
#34. 마을일각 - 낮
돌담어귀 한 귀퉁이에 떨어져있는 윌리엄의 가면.
돌담들이 주욱 늘어선 마을길을 골똘히 생각에 잠겨 지나는 박규. 떨어져 있는 가면을 발견하지 못하고 지나친다.
#35. 불턱 - 낮
이미 물질을 끝내고 나와 앉아 쉬고 있는 하군 잠녀들. 상군잠녀들을 위해 한쪽에선 몸국을 끓이고 있다.
망사리를 불턱 곁에 내려놓는 바순. 자신의 망사리를 보고 뿌듯한 표정을 짓는다.
그러나 옆에 내려놓는 최잠녀의 커다란 망사리를 보곤 금새 움찔.
몸국을 끓여놓은 하군잠녀(버진 등등)들이 최잠녀, 바순 등 상군 잠녀들에게 떠주고 그 후에야 본인들의 국을 뜬다.
버진이도 달려와 그릇을 내밀지만 자신들것만 떠가고 버진을 따돌리는 끝분, 종달, 종순.
불턱에 둘러앉아 호호 불어 몸국을 먹으며 몸을 녹이는 잠녀들.
고바순 : (한 입 뜨며) 게나제나 불턱에서 먹는 몸국이 최고라.
종달모 : (바순을 보곤 멀리 보며) 저어기, 버진 아방 아니나?
고바순 : (벌떡 일어나 팔을 마구 휘저으며 달려간다) 오라방~~
다들 바순이 보는 쪽을 쳐다보면, 멀리 수레를 끌고 가는 원빈 일행이 보인다.
잠녀들 우르르 서둘러 달려간다.
#36. 길- 낮
양순아방을 수레에 태우고 오는 그들. 버진과 끝분, 고바순, 최잠녀 등 잠녀들이 원빈 일행에게 다가온다.
원빈이 수레를 끌고, 한쩍벌과 억관포졸이 수레를 뒤에서 밀고 있다. 수레 옆에 양순어멍도 울며 따라온다.
최잠녀 : (양순 아방 다독이며) 아이고, 욕봤수다. 이게 무신 일이꽈.
양순어멍 : (울먹이며) 버진어멍...
수레에 뻗어 있는 양순아방. 피딱지가 앉은 얼굴, 옷에 묻은 핏자국 등등 관아에서 겪은 고초가 여실히 느껴진다.
버진도 양순아방 몰골에 놀라 입이 안 다물어진다. 눈물이 글썽.
모여든 잠녀들 혀를 차고, 양순아방과 양순어멍을 위로하는 잠녀들.
최잠녀는 눈물로 범벅이 된 양순어멍을 다독이고 있는데... 그들 앞에 불쑥 석공이 뛰어나온다.
석공 : (흥분한) 봤어라. 나가 봐버렸심.
원빈 : 무신 일인감. 자네?
석공 : 그 노므 자식이 가져간 게 맞수다. 그 노미 진상품을 다 가지고 가 분거라.
고바순 : 뭐싱겨? 진상품을 다 가져가?
양순어멍 : (격앙되며) 대체 누구꽈? 어서 잡아들여야제.
동시에 석공을 바라보며, 모두 긴장감 있게 보는데, 마침내 석공이 입을 연다.
석공 : 내 눈으로 돈돈이 봐버렸지. 돌하르방 뒤에 숨어있다 홱 튀어나왔서라.
일동 : (긴장해서 보면)
석공 : 눈은 희푸르딩딩 통방울 만허고, 백척 장신에 머리에는 물갈귀 모냥으로 휘날리던 게.... 분명,
일동 : (침 꿀꺽 삼키며 다음에 나올 말만 기다리고 있는데)
석공 : 도깨비라!!
일동 : (허탈한/ 허무한/ 화난/ 격앙된/ 어이없는/ 분한) 뭐시라?
최잠녀 : (화락) 어서 장난질이라.
고바순 : 매께라~~
최잠녀, 석공을 길 한쪽으로 확 밀어버린다. 일행들 괜히 시간 끌었다 싶어서, 수레를 끌고 갈 길 가는데...
이때, 숲속의 나무들이 풀썩거리며 움직인다. 놀라는 석공. 주시하는데 아무도 없다.
#37. 진상품 집합장 일각 - 낮
허공에 대롱대롱 매달려 공포에 질려있는 두 남자.
서린(E) : 내가 오갈곳 없는 너희들을 어찌 거두웠는데 나를 이리 기만하고 배신할 수 있느냐?!
그러고도 살아남기를 바란단 말이냐?!
다리에는 큰 돌이 매달려있으며, 허공아래는 강물이다.
놀람과 두려움에 휩싸인 모여든 상단사람들의 얼굴.
남자1 : 다시는, 정말 다시는 상단의 물건에 손을 대지 않겠습니다.
남자2 :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요. 대행수님. 한번만 한번만 용서해주십시오.
머리에 쓴 얼굴 가리개를 벗으며 돌아서서 상단사람들을 본다. 바람에 흩날리는 머리, 상단의 수장, 서린이다.
그녀 뒤에 서있는 전치용과 한 발치 뒤에 서있는 하명.
서린 : (무섭고 매서운 기운으로) 앞으로 너희들은 조선이라는 이름보다 서린상단이라는 이름으로 세상을 맞이해야 할 것이다.
보아라, 하찮은 욕심 따위로 상단의 이름에 해를 끼치는 놈들의 최후를! (하명에게 신호를 보내면)
하명은 소년에게 신호를 준다. 상단사람들, 마른침을 삼키는데
밧줄을 끊어낼 도끼를 들고 있는 소년은 부들부들 떨며 어쩔 줄 모르는데 결국 눈을 질끈 감고 도끼를 내리치는 소년.
허나, 도끼는 밧줄을 잘라내지 않고 쿵! 바닥에 박힌다.
소년 : (그대로 주저앉아 오줌을 지리고 흐느끼며) 아부지... 아부지...
순간, 허리춤에 찬 전치용의 칼을 빼들고 다가가 밧줄을 끊어내는 서린.
비명소리와 함께 퐁당! 물에 수장되어버리는 남자들.
서린은 단칼에 소년을 베어버린다. 그대로 고꾸라지는 소년.
몇몇 상단사람들의 짧은 외마디 비명. 놀란 전치용, 칼을 돌려받으며.
전치용 : 저 아이는... 아끼시던 아이가 아닙니까..
서린 : 복수의 싹은 자라기 전에 잘라내야 뒤탈이 없을 겁니다.
지켜보고 있던 상단사람들, 서린의 서늘한 표정에 모두 고개를 조아리는데.
전치용 : 뭣들 하고 있느냐, 모두들 자기 자리로 돌아가 일들 하지 않고!
모여있던 사람들 모두 서둘러 흩어지자, 그 뒤로 드러나는 어마어마하게 펼쳐져있는 진상품 집합소의 많은 물건들.
#38. 진상품 집합장 다른일각 - 낮
상단사람들은 각자 분주하게 일하고 있다.
물건들을 하나씩 살펴보며 걷는 서린 옆으로, 재무 회계를 맡고 있는 척사 하나가 장부를 보며 품목과 수량 등을 설명하고 있다.
서린 : (하나씩 살펴보다) 어찌하여 물건마다 표시 방법이 이리 다른가?
척사 : 그게.. 지방마다 도량이 달라서.. 자와 추, 통의 크기와 무게도 다르거니와 비밀장부다 보니 그도 저마다 독특한지라..
서린 : (돌아보는) 상단으로 들어온 물건들은 품목마다 일정한 규격을 다시 정하고, 그에 따른 값을 새로 매기 거라.
물건이 나갈 때도 마찬가지다.
척사 : 예. 명심하겠습니다.
서린, 한쪽에 놓여있는 단지 안에서 물건하나를 꺼내 보는데
척사 : 제주에서 오늘 올라온 건복입니다. 제주잠녀들이 잡은 가장 크고 좋은 생복을
제주의 바닷바람과 햇볕에 잘 말린 최상품입죠.
한쪽에선 말을 이동시키고 있다. 문득 말들을 보는 서린. 하명은 이동하는 말을 세운다.
서린 다가가 말을 쓰다듬는데.
척사 : 이것들 역시 제주에서 올라온 말들입니다. 왜인들과 청인들이 선주문을 할 만큼 찾는 이가 많습니다만,
최근 관의 감시가 매우 심해져서 수급이 좀 어려운 상황입니다.
서린 : (뒤에 서있는 전치용을 한번 본다)
전치용 : (고개를 조아리는데)...
#38-1. 서린의 집무실 전경 - 밤
#39. 서린의 집무실 - 밤
집합장에서와는 다른 매혹적인 여인의 느낌으로 앉아있는 서린.
호기심 가득 찬 눈빛으로 지구의(혹은 세계전도)를 들여다보며 미소를 짓는다.
들어와 서는 전치용.
서린, 쳐다보지도 않고 지구의에만 시선 두고.
서린 : 지금 제주에선 진상품 도둑을 잡겠다며 경비가 삼엄하다지요?
전치용 : (보며)...
서린 : 일간 오라버니께서 제주에 다녀오셔야 할 것 같습니다.
전치용 : (보며) 제주엘 말입니까?
서린 : 오라버니, 장사꾼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아십니까? 그것은 얼마나 좋은 물건을 가지고 있느냐 입니다.
전치용 : (보며)...
서린 : (지구의를 보며) 가시에 찔리지 않고서는 찔레꽃을 모을 수 없는 것이 이치인가 봅니다.
전치용 : (알아들었다는 듯) 준비하겠습니다. (목례하고 나가는데)
서린 : 그분이 제주에 계신다 하셨지요?
전치용 : (돌아보면)
서린, 그저 지구의에 그려진 조선의 모습을 본다. 카메라, 지도에 그려진 제주로 서서히 다가가면...
#40. 바닷가 숲 - 낮
숲속에서 산토끼를 발견한 버진과 윌리엄. 조심스레 토끼에게 다가가는데, 펄쩍 도망간다.
산토끼를 따라 가던 버진, 바위 구석에서 뭔가 반짝이는 것을 발견한다.
바위 한 틈에 놋그릇을 포함해 이런저런 물건들과 음식들이 숨겨져 있다.
그 중 처음 보는 물건을 집는 버진. 이상한 글자가 쓰여진 물건이다. 이게 뭔가 싶어 버진, 고개를 갸우뚱하는데...
이때, 뒤에서 누군가가 덮치며 버진의 입을 틀어막는다. 버진, ‘악!’ 벗어나려고 아등바등 대지만 결국 힘에 밀려 질질 끌려간다.
다른 쪽에서 무뎌진 작살로 어린 죽순을 파내고 있던 윌리엄. 버진의 비명소리 비슷한 이상한 소리에
버진이 있는 쪽으로 달려간다.
남자가 쫓아오는 사람을 확인하려고 고개를 돌리는 사이,
버진 그 새를 놓칠세라 팔꿈치로 남자의 턱을 확 올려 찍고는 남자의 손을 꽉 물어버린다.
버진, 남자의 고통에 찬 신음소리를 들으며, 후다닥 그의 품에서 빠져 나온다.
발소리가 들린 곳으로 달려가 수풀들을 막 파헤치면, 윌리엄이 모습이 나타난다.
버진 : 일리암!
윌리엄 : (갑자기 튀어나온 버진에 놀라/Eng) Virgean! Are you alright? 버진! 무슨 일이야?
버진 : (윌리엄을 잡아끌며/ 다급한) 일리암 이쪽이야. 누가 닐 잡으러 왔으메. (달리기 시작하며)
영문을 모르는 윌리엄, 버진의 급박한 표정을 보고 그저 열심히 따라 뛴다.
#41. 깊은 숲 속 - 낮
윌리엄과 버진, 열심히 수풀을 헤치며 도망을 가다가 바위에 가려진 구덩이가 보이자
냉큼 구덩이에 숨어 둘이 조심스럽게 숨을 고른다.
조심스레 뒤쫓아 온 남자가 사방을 두리번거리며 둘을 찾는다.
윌리엄 나뭇가지들 사이로 그 남자를 본다. 헉, 커지는 윌리엄의 눈동자. 윌리엄,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다.
버진이 윌리엄을 다시 앉히려고 마구 잡아끈다.
버진 : (놀라서) 일리암. 위험해! 위험하다구!
윌리엄 : (얼굴이 점점 환하게 핀다. 밖으로 나가려는)
버진 : (나가려는 윌리엄을 잡으며) 일리암. (답답한) 니 잡으러 왔단 말이다! 어서 숙여. (억지로 잡아 앉히려고 하지만) 일리암!!
윌리엄 : (소리내 부르는/Eng) Yann?
숲에서 윌리엄의 부름에 고개를 휙 돌리는 남자. 얀이다. 완전 상거지꼴을 하고 나타난 얀.
#42. 계곡
윌리엄은 얀이 반가운데, 얀은 의아스럽게 윌리엄을 본다.
윌리엄 : (Eng/혼자 들떠서) You know, I can't believe you're sitting here with me. I thought I was the only one fell
overboard. 얀, 니가 이곳에 나와 함께 있다는 게 진짜 믿기질 않아. 나 혼자 배에서 떨어졌다고 생각했었는데...
얀 : (Eng/불편한 얼굴로) Who' s that girl? 그 여자앤 누구야?
윌리엄 : (Eng) Well, where shall I start... She has saved me, sheltered me, and fed me... I assure you she could be
trusted.I would have been completely lost and clueless here without her. 글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날 구해주었고, 잠잘 곳도 마련해주고, 음식도 갖다줘. 얀, 그 아이가 없었다면 정말 내가 어떻게 됐었을런지...
얀 : (Eng/주변을 살피며) We are still lost and clueless. It could be quite dangerous.
여기가 어딘지도 모르는데 위험할 수도 있어.
윌리엄 : ...
#43. 숲 속 - 낮
박규, 어제 윌리엄을 놓친 곳에서 천천히 주변을 살펴본다. 발자국, 혹은 꺾인 나뭇가지들을 조사하는 박규.
박규 : (둘러보며) 이 험한 길을 그리 쉽게 도망치다니... 분명 초행길은 아니다... (갸웃하며) 이양인이 어떻게...
이때, 우거진 나무숲에서 불쑥 들리는 할아방의 목소리.
할아방(E) : 범상치가 않구나~
박규 : (화들짝 놀라 보면)
할아방 : (나무 그루터기에 앉으며) 이거 영~ 범상치가 않구나.
‘미친 노인네군’ 하며 가슴을 쓸어내리는 박규, 무시하고 돌아서는데,
할아방 : 자네..., 유배되어 오기엔 너무 젊구먼.
박규 : (돌아보면)...
할아방 : 이곳 산방골의 해안이 천해절경이긴 하나, 젊은 선비가 자연을 벗 삼아 눌러죽기엔 너무 이른 것 같지 않나?
박규 : 말씨를 듣자하니... 이곳사람은 아닌 듯 하오만.
할아방 : 자네 이름이 뭔가?
박규 : 박... (미친사람과 말상대를 하다니/도리도리, 그대로 가려는데)
할아방 : 네 이놈옴!
박규 : (한숨 / 돌아서서) 내 이름은 박규라 하오.
할아방 : (조용히 검지를 입에 가져간다) ...쉬입!
박규 : ?
할아방, 그루터기에서 일어나 그 뒤로 자신의 몸을 숨긴다.
박규, 노인네가 왜 저러나 싶은데, 오른편에서 수풀 헤쳐지는 소리가 들린다. 박규도 재빨리 몸을 바짝 낮춰 수풀 사이에 숨는다.
박규의 시선으로 보이는 땅 바닥. 저 멀리 짚으로 만든 말편자가 보인다.
헉, 박규의 눈이 휘둥그레지는데, 그것을 줍는 누군가의 손.
박규, 조심스레 고개를 들어, 손의 주인이 누군가 살피는데...이방이다.
이방은 말편자를 주운 뒤 주위를 휘휘 둘러보고는 바삐 사라진다.
갸웃하던 박규, 할아방이 숨었던 쪽을 바라보는데, 할아방은 이미 없다.
#44. 동굴 안 - 낮
얀이 바다 속에서 건진 상자 안의 물건을 하나씩 꺼낸다. 나이프, 나침반, 모래시계, 항해일지 등.
윌리엄 : (ENG) 어떻게 이 많은 물건들을 혼자 건져올렸어?
얀은 상자 안에서 VOC 단검을 찾아낸다. 물건을 바라보는 얀의 얼굴에 만족한 빛이 떠오르고...
그 옆에서 나오는 물건들을 하나하나 열심히 살피기에 바쁜 윌리엄. 즐겁다.
자신이 신을 만한 구두를 꺼내 신어보고. 상자 안에서 꺼내어진 모래시계를 발견하고 즐거워 한다.
#45. 해안가 - 밤
윌리엄이 마른 나뭇가지를 찾아와 얀에게 준다. 얀이 조개껍질에 구멍을 내 하늘을 보고 있다가, 나뭇가지로 하늘을 본다.
윌리엄 : (하늘을 향해 손가락을 뻗으며/Eng) North Star is over there! 북극성 저기 있다!
얀 : (나뭇가지로 별의 위치를 살피며/Eng) Latitude... 33 degrees north... It's too far south to be Chosun.
북위 33도쯤이라...조선이라고 하기엔 좀 낮은데...
윌리엄 : (Eng) Uhm? So? Where are we now? 응? 뭐라고? 여기가 어디라고?
얀 : (생각하다,,,문득 떠오르는) Tamra Island! Of course! 탐라도다!!
인서트) 당시 세계 지도 속의 퀠파트(탐라) 섬이 보인다.
윌리엄 : (Eng) Ta... what? 타...뭐?
얀 : (Eng) Tamra Island. In Europe they call it Quelpart. It's an island in the southern end of Chosun. 탐라도.
유럽에선 퀠파트라 부르지. 조선의 맨 아래 있는 섬이야.
윌리엄 : ...타암라? ...초오선? (신기한/Eng) Fantastic! The ocean is full of exotic lands.
역시 바다 너머엔 내가 모르는 세계가 가득하다니까.
얀 : (Eng) We'd better leave soon. This country is much more clammed up than Japan.
You never know what to expect if the local people find us. 우린 어서 떠나야 해. 여긴 일본보다 훨씬 폐쇄적인 지역이야.
사람들과 함부로 접촉했다가 무슨 일을 겪게 될 지 알 수 없어!
윌리엄 : (강하게/Eng) No! I can't just leave now. Not like this! I mean, uhm... not before I get my precious treasures back.
안돼! 지금 이대로는 절대 못 가. 나의 소중한 보물을 다시 되찾기 전까지는 절대 떠날 수 없어.
얀 : (단호/Eng) There's nothing more important than getting out of here in one piece. We have to go to Nagasaki before
the Holandia II leaves. 지금 우리에겐 이곳을 무사히 벗어나는 것 이상으로 중요한 일은 아무 것도 없어.
홀란디아 2호가 떠나버리기 전에 나가사키로 반드시 가야해!
윌리엄 : (망설이는 눈빛/Eng) Yes, yes... but, still... 하지만...
#46. 버진네 집 마당 - 이른 아침
텅 빈 마당. 한쪽에선 먹이를 찾아다니고 있는 닭들의 사뿐한 걸음걸이. 새가 노래하는 평화로운 아침이다.
이때, 정지에서 마당으로 빠금히 얼굴을 내미는 버진. 쓰윽, 고개를 돌려 최잠녀의 방을 살피고는 아무런 기척이 없자
보따리를 가슴에 꼭 안은 채 한 발 한 발 내딛으며 마당으로 나온다.
살금살금 대문 쪽으로 다가가는데, 갑자기 박규가 벌컥 방문을 열고 밖으로 나온다.
화들짝 놀라 보따리를 떨어트리는 버진. 보따리에서 툭 굴러 나오는 주먹밥 하나.
버진 : (목소리를 죽이며/주먹밥에 묻은 흙 털어내며) 오매, 깜짝이야! 오믄 온다고 기척을 해야지라!
박규 : (어이없는) 저, 저 방약무인한 태도하고는... 네 그리 놀라는 것을 보니 그새 또 뭔 죄를 저질렀구나!
버진 : (급 당황. 잠녀 방을 힐끗 쳐다보며) 죄는 무신...
박규 : 됐다. (평상에 앉으며) 물이나 한잔 떠오너라.
버진 : (조신하게) 예예. 나가 떠다 바치겠수다.
박규 : (버진의 변모된 태도에 놀라려는데)
버진 : 그런데.. 다음에~ (메롱)
박규 : (빠직. 한 마디 하려는데...) 저저..흠..
벌컥, 최잠녀의 방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고, 버진, 잽싸게 밖으로 튀어나간다.
박규는 내달려가는 버진을 향해 혀를 차는데...
방에서 나온 최잠녀, 박규를 소 닭 보듯 하곤 정지로 향한다.
박규 : 이보시오, 대상군.
최잠녀 : (쳐다보는) ...?
박규 : 혹... 바닷가에서 낯선 이를 본 적은 없소?
최잠녀 : (뭔소린가 싶고) ...?
박규 : 뭐...이를테면 코가 고깔마냥 위로 솟았다거나...혹은...뭐랄까... 그래, 낯빛이 허여멀건 하다거나...
최잠녀 : (혀 차며) 쯧쯧, 한심스럽기는... 심심허면 초신이나 보지란이 짜라! 장날이 얼마 안 남시나. (정지로 획 들어가는데)
박규 : 끙... (마당엔 이미 혼자다. 끙!)
뻘쭘한 박규. 갑자기 정지에서 나오며 버럭 소리치는 최잠녀.
최잠녀(E) : (버럭) 니.. 밥을 얼마나 처머거신대 솥에 이거뿐이꽈.
#47. 동굴 안 - 아침
쑥! 버진의 얼굴이 들어온다. 큰 눈을 끔뻑끔뻑.
버진 : 일리암! 이제 고만 일나라! 나가 왔다.
잠들어있는 윌리엄을 흔들어 깨우는 버진. 윌리엄의 눈이 조금씩 떠진다.
윌리엄의 눈에 점점 또렷해지는 미소 띤 버진의 얼굴.
윌리엄 : (가만히 응시하며...중얼/Eng) 버진...?
버진 : (윌리엄 일으키며) 어서 일나! 아침 멕어야지.
버진, 윌리엄이 주섬주섬 일어나는 사이, 자신이 싸온 꾸러미를 푼다.
어느새 동굴로 들어와 버진이 뒤에 서있는 얀.
버진 : 자팡하지? 이거 머거. (윌리엄의 시선에 뒤를 돌아보면) 게나제나간에, 머글 복이 있다. (부르며) 얀도 일루옵서.
윌리엄, 꾸러미 안을 보면, 주먹밥 2개가 들어있다. 얀은 들은척 만척 저만치에 가서 앉는다.
버진 : (일어나며) 난 가야헌다. 니들 자팡할까봐 일찍 나온거라. 요담엔 더 많이 가져 오게.
윌리엄 : (가려는 버진의 손목을 부여잡는다 /한국말) 지..다려...봐!
버진 : (조선말에 깜짝 놀라고) 매께라! 니 무신말 한거라?
윌리엄, 품에서 자신의 머리를 엮어 만든 금줄을 단 빗창을 꺼내 버진에게 건넨다. 버진, 빗창을 받아들곤 눈이 휘둥그레진다.
버진 : (빗창에 달린 윌리엄의 머리 만지며) 이거 니 금머리 아니니? (빗창 보며) 영 곱다...
윌리엄 : (고개를 끄덕)
버진 : (자신을 가리키며) 이거 나 가지라 하능거?
윌리엄 : (고개 끄덕/한국말) 나... 괜..차나...
얀 : (윌리엄을 쳐다본다. 윌리엄의 언어취득 능력에 어이없고. 쳇!)
버진 : (감동) 와! 이제꼬지 나하는 말 듣고 배웠구나.
윌리엄 : (버진의 감동 어린 표정에 기분이 좋아 미소가 한가득)
버진 : (가만 생각하다가) 맞아! 잠깐 나가 여 말 쪼꼼 아르쳐 주고 가야겠어라. 밥 무것수꽈? 같이 혀 봐~ 밥 무것수꽈~
윌리엄 : (눈치 때렸다) 바압...무...엇수...과?
버진 : (신났다) 잘헌다! 일리암! 밥 무거수꽈, 일리암?
일리암 : 밥 무것수과, 버진?
버진 : 무것수다. (얀을 보며) 얀도 밥 머것수꽈?
얀 : 흥. (하고는 동굴 밖으로 휙 나가버린다)
흥이 나서 정신없이 주거니 받거니 하는 버진과 윌리엄. 다정하니 즐거운 모습이다.
#48. 불턱 - 낮
이미 물질을 끝내고 나와 앉아 쉬고 있는 하군 잠녀들. 상군잠녀들을 위해 한쪽에선 몸국을 끓이고 있다.
버진, 물에서 나와 하군 잠녀들이 쉬고 있는 해안으로 달려가며,
버진 : (제법 커다란 전복을 번쩍 들며) 요 생복보라~ 나가 땄다! 잘도 크지 않나?
끝분, 조금 한심하단 표정으로 버진을 쳐다보는데, 버진 빗창에 달린 금줄이 햇빛에 반짝이며 끝분의 눈길을 끈다.
끝분, 잽싸게 버진의 빗창을 낚아채 살펴본다.
끝분 : 이건 뭐라? 금이라?
버진 : (놀라서) 야 내놔! 나 꺼라.
버진, 끝분에게 달려들어 빗창을 도로 찾으려 한다. 계속 요리조리 피하는 끝분.
그러나 버진, 포기하지 않고 빗창을 잡는데 성공한다. 하지만 끝분 역시 놓지 않으려 하고...
빗창을 사이에 두고 둘의 실랑이가 이어진다.
버진, 기어코 끝분의 손에서 빗창을 빼낸다. 끝분 뿐만 아니라 종달, 종순도 버진의 평소답지 않은 야무진 행동에 놀라는데,
끝분 : (빈정 상한) 보면 닳나? 이기 그리 대단한거라?
버진 : (당황) 그건 아니주마는....나 다시 물에 드러가야 돼서라.
끝분 : (수상한) 너 그거 어디서 났나? 쪼꼼 조아 보이는데?
버진 : (헉) ... !
모두들 궁금해서 버진을 보는데, 버진은 아이들 시선에 당황하고...
종달 : 저런 게 이 섬에 어디 있으메? 니네덜은 본 적 있나?
아이들 : (일제히 고개 가로로 젓고)
버진 : (긴장되는... 혹시 윌리엄을 보았나 싶은...)
종달 : 그거... (자신만만) 니네 집 귀양다리가 준거지?
버진 : (에라이~ 휘청)
종달 : (그 모습 보곤) 나 말 맞지? 저런 건 한양이나 있는 거라고~
종순 : (놀란) 버진아, 참 말 맞나?
버진 : .....저...거세기.. 그냥... 뭐...
끝분 : (질투로 달아올라 확인하는) 빨랑 말하라~ 참 말? 진짜 귀양다리가 준 게 맞나?
에라 모르겠다 싶은 버진, 아이들이 계속 보채자, 결국 고개를 끄덕이고 만다.
끝분의 얼굴, 확 굳어버리고. 종달, 종순의 흥, 그렇구나 하는 표정.
끝분 자신의 망사리를 들고 몸국 끓이는 잠녀들 쪽으로 가버린다.
버진 : (이해불가) 그딴 귀양다리 놈이 뭐가 좋다고 저러난...
#49. 저잣거리 - 낮
제주의 특색이 잘 드러나는 점포와 좌판들. 그 사이를 오가는 사람들.
사람들 사이로 이방의 뒷모습이 보였다 안보였다 한다. 그 뒤에 자꾸 걸리는 한 여자의 뒷모습.
그 뒤에서 계속해서 이방의 뒤를 밟고 있는 박규.
그때, 이방에게 다가오는 포졸1과. 귓속말로 서로 뭔가를 주고받는데,
이방을 조심스레 살피며 따라가던 박규 앞에 가던 여자가 휙 돌아선다. 돌아서니 끝분이다. 끝분, 박규 앞을 막아선다.
박규, 끝분을 비켜 이방을 쫓아가려고 하는데, 끝분이 계속 길을 막는다.
끝분 : (도도하게 코웃음) 왜 자꾸 졸졸 쫓아옴서?
박규 : (어이없다. 무슨 소리? 끝분을 피하며 빨리 가려고 하는데)
끝분 : (끝분 트레이드마크인 허리 손하고) 버진이혼티 금줄 줬담서?
박규 : (무슨 소리인줄 모르겠고/이방쪽을 고개 빼고 보고) ?
끝분 : 그거 왜 준거라? 빗창에 달린거. 참말로 버진이네한테 잘 보이려고 그런거라?
박규 : 쳇.
박규, 끝분은 그냥 무시하고, 이방을 따라 가려는데 그때 뒤돌아보는 이방. 놀란 박규도 돌아서는데,
힐끔 보니 박규가 따라오는 것을 본 듯 다시 다가온다.
끝분 : (눈치 없이) 나 껀 없수꽈? 설마 한양에서 달랑 하나만...
다급한 박규, 서둘러 끝분의 입을 막으며 옆에 보이는 객주 처마에 걸린 발 뒤로 데리고 들어간다.
밖의 모습을 살피는 박규. 이방이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모습이 발 사이로 보인다.
박규의 손에 입이 막혀 박규와 꼭 밀착되어 있는 끝분, 가슴이 사정없이 뛴다.
끝분의 시선으로 보이는 박규의 날렵한 턱선. 곧은 어깨, 느껴지는 팔 근육 등등.
박규, 이방이 시야 밖에서 사라지자, 끝분을 놓고 밖으로 서둘러 나온다.
홀로 남겨진 끝분, 볼이 빨갛게 달아올라 할 말을 잃고, 자신의 볼만 만지는데.
박규, 이방이 사라진 방향을 살피나 결국 놓쳐버렸다. 아쉬움에 탄식하는데.
#50. 대정현 관아 전경 - 밤
#51. 현감 집무실 - 밤
호롱불을 사이에 두고 현감과 이방, 마주 앉았다. 은밀한 분위기가 마구 풍기고...
현감에게 숲에서 주운 말편자를 쓱 내미는 이방.
현감 : (놀라서) 이건...? (살피며) 어디서 찾았나?
이방 : 사미골로 가는 숲길이었습니다.
현감 : 그래? 다른 곳도 찾아보았나?
이방 : 샅샅이 뒤졌으나 아무것도 찾지 못했습니다.
현감 : 음... 사미골이라...
이방 : 일단은 증거가 될 만한 것들은 모두 처리하였습니다.
현감 : 그래. 수고하였네.
이방 : 앞으론, 주의를 좀 더 기울여야겠습니다.
현감 : (고개 끄덕) 어찌됐건 진상품 숫자는 확실히 채워 넣게. 아무리 힘들다해도 쥐어짜면 다 나오기 마련이니.
이방 : 예. 분부 받잡지요.
현감 : (불편한 얼굴로 서찰을 하나 꺼내 이방에게 건네준다)
이방 : ??
현감 : 한양에서 온 서찰이네. (낮게 한숨 쉬며) 감찰어사를 내려 보낼 테니 협조를 하라는군.
이방 : ...! (끙!) 은밀히 일을 처리하려 했는데...난처하게 되었군요.
고개를 끄덕이며 곤혹스런 눈빛을 교환하는 현감과 이방.
#52. 나루터 - 해질녘
나룻배를 비롯한 작은 어선들과 테우들이 한곳에 모여 있다.
나룻터에 당도하는 배 위에 서있는 삿갓남, 전치용. 뒤에 수하가 둘 정도 달려있다.
살피며 기다리던 이방이 전치용에게 다가가면, 전치용 소매 춤에서 사헌부에서 내린 붕서(임명장)을 슬쩍 꺼내 보였다가 넣는다.
받아보려다 멈칫하는 이방. 전치용은 그대로 무시한 채 가버리고, 바로 뒤따르는 이방.
이방 : 오신다는 통보를 받았습니다만.
전치용 : (주변을 살피곤) 진상품 도적들에게 감찰어사가 왔다고 소문이라도 낼 작정인가?
이방 : (살피며) 벌써 중앙에까지 본 사안이 알려진 건지요?
전치용 : (멈칫 노려보곤) 그러기전에 내가 수습하러 온 것이 아닌가? 도대체 일을 어찌 처리하고 있는 겐가?
이방 : (머리 조아리고)
전치용 : 제주에선 나의 존재를 숨겨야 할 것이네. 또한 관아는 앞으로 내 명에 따라 움직여야 할 것이다.
(수하들에게 가자는 눈짓)
수하들과 서둘러 사라지는 전치용. 이방, 의미있게 바라보는데.
#53. 마을 일각 - 아침
바닥에 뭔가가 떨어져있다. 그리로 다가가는 버진. 헉, 윌리엄의 가면이다. 잽싸게 줍는 버진.
버진 : (중얼) 매께라... (두리번) ...일리암!
박규, 돌담 너머에서 버진이 뭔가를 줍는 것을 보고, 버진에게 다가가 막아선다.
박규, 버진이 꼭 안고 있는 가면을 훽 빼았아 드는데.
버진에게서 뭔가 수상한 기운을 느끼는 박규. 허리춤에 찬 버진의 금머리 빗창도 보이는데.
박규 : (버진의 손에서 가면을 낚아챈다. 살피며) 신기하게 생긴 탈이로다. (버진이 살피듯 보며) 본디 탈이라 함은
얼굴을 감추기 위해 쓰는 물건인데, 이 마을에 얼굴을 감추고 살아야 하는 사람이라도 있다는 말인가?
(수상히 보며) 이 마을에 그런 사람이 있느냐?
버진 : (당황) 모..몰라! 내놔! 그건 나꺼라!
박규, 가면을 높이 들어 살펴본다. 버진, 팔을 뻗어 폴짝 뛰며, 가면을 잡으려 하지만 어림도 없고.
박규는 여유를 부리며 버진 허리춤에 있던 빗창을 빼내는 박규.
버진 : !!
박규 : (빗창에 달린 윌리엄 머리카락 만져보며) 호오~ 해괴한 것을 많이도 가지고 다니는군. 어디서 난 것이냐?
버진 : (당황) 이놈의 귀양다리 도둑질까지!! (박규의 손에서 빗창을 획 낚아챈다)
박규 : 거기 달려있는 것이 무엇이더냐? 혹... 사람의 머리가 아니더냐? (힐끔 버진을 보곤) 마치 이양인의 머리 같은데...
버진 : (당황, 그러나 모르는 척) 이...이양인? 그게 무신거? 아! 맞다! 나 지금 과원에 일하러 감수다.
(배시시) 귀양다리, 나 먼저 가겠수다. 어멍한테 걸리면 또 농땡이 부린다고 혼나겠수다. (휘리릭 가버리는 버진)
버진, 그대로 박규를 지나쳐 다다다 달려간다.
박규, 버진의 뒷모습을 날카롭게 바라보다 움직이는데.
#54. 동굴 안 - 낮
칡나무줄기로 열심히 뭔가를 만들고 있는 윌리엄.
얀은 항해일지를 보고 있다 땀을 흘리며 칡나무줄기를 엮고 나뭇잎을 붙이고 있는 윌리엄을 보며 미간을 찌푸린다.
이때, 밖에 설치해 놓았던 칡나무줄기에 달린 돌멩이들과 나무들이 서로 요란한 소리를 댄다.
순간, 긴장하는 윌리엄과 얀. 당황하여 허둥대며 작살을 찾는 윌리엄을 손바닥을 세우며 조용시키는 얀.
작살을 손에 쥔 윌리엄에게 벽에 붙으라는 눈신호를 주고, 얀과 윌리엄, 어둠으로 몸을 숨기는데...
옷에 묻은 흙을 계속 털며 동굴 안으로 들어오는 버진.
버진 : 누가 멧도새기를 잡으려고 올가미를 놨나? (동굴을 보니 없다) 일리암?
이내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어둠속에서 나오는 윌리엄과 얀.
윌리엄은 얼른 버진에게 다가가고, 얀은 귀찮은 얼굴로 다시 항해일지를 손에 든다.
윌리엄 : (씨익) ...괜.차.나?
버진 : (가면을 내밀며) 일리암, 우리 마을 왔었나?
윌리엄 : (당황하고/얀의 눈치를 슬쩍본다)...
버진 : (윌리엄의 시선을 잡은 후 팔로 X를 그리며) 일리암, 우리 마을에 내려오믄 안 돼라. (크게 액션하며) 걸리면 클나!
아멘해도 안 되겠어. 이러다간 더 위험해지게. (일리엄과 함께 철푸덕 앉으며/보며) 날 잘 보라.
(팔로 X자 그리며) 안돼! 위험해!
윌리엄 : (따라서 X자 글며) 안돼. 이험해.
버진 : (씨익)... (팔로 O 그리며) 안 위험해. 좋아. 괜차나.
윌리엄 : (안다는 듯 끄덕끄덕) 갠차나. (팔로 O 그리며) 갠차나.
버진 : (동굴 밖 마을쪽을 가리키곤, 팔로 세모 그리며) 마을. 산방골.
윌리엄 : (따라하며) 마을... 상방고르.
얀은 바보 같은 이들의 행동을 차마 참고 볼 수 없어서 밖으로 휙 나가버린다.
윌리엄은 버진 앞에서 율동하듯 복습을 하고 있다.
윌리엄 : (벌떡 일어나 벽에 붙는다)...!
버진 : (놀라며) 왜 그래, 일리암. (일리암의 시선 따라 돌아보면)...!
박규다! 바람에 날리는 도포자락 덕으로 포스가 제법 그럴싸하다.
윌리엄, 다시 아까 벽 옆에 내려놓은 작살을 집어 든다.
박규 : (말없이 천천히 다가선다)
윌리엄 : (뒤로 주춤)
버진 : 귀..귀양다리... 너가 어뜨케...
박규, 천천히 동굴 안을 살펴본다. 여기저기 널린 짚들에 나무 상자, 몇 가지 자질구레해 보이는 물건들...별로 특별한 건 없다.
상자 위 나침반 정도가 눈길을 끈다.
박규 : (윌리엄을 보며)... 표류자인가?
윌리엄 : You... My treasure...
박규 : (윌리엄의 말에) ?!
순간 움직이는 윌리엄의 눈동자.
박규, 뒤를 휙 돌아보면, 얀이 박규를 덮치려 하고 있다.
재빠르게 몸을 피하는 박규. 다시 달려드는 얀. 몇 번의 합을 나누고, 급기야 얀이 나이프를 꺼내들고 박규에게 달려들려는 순간,
버진 : (버럭) 안돼, 그만덜 해!!
버진의 목소리에 동작을 멈추는 박규와 얀.
버진, 박규와 윌리엄, 얀 사이에 팔을 벌리고 선다. 사이에 낀 버진 때문에 박규와 얀, 어쩌지 못하고 그냥 서있는데...
버진, 윌리엄을 바라본다.
버진 : (안심시키듯) 일리암 괜찮아. (O) 괜차나. (손으로 박규 가리키며) 나쁜 사름 (X) 아니라. 나가 아는 사람이라.
괜찮아 일리암.
윌리엄 : (도리도리/Eng) he's the one who took away my treasure. 저 사람이 내 보물을 가져갔어.
얀 : (윌리엄을 한번 보고) ? (여전히 경계를 풀지 않는 미심쩍은 눈길) !
박규 : 부엌에서 몰래 음식을 빼가질 않나, 혼자 오밤중까지 쏘다니질 않나... 해괴한 물건들까지... 내 이상타 여겼는데...
이양인을 숨겨주는 것이 얼마나 큰 죄가 되는지 아느냐?! 네가 이자들에 대해서 이실직고 하지 않는다면,
나는 이 즉시 관아로 찾아갈 수밖에 없다.
버진 : (박규 향해) 일리암, 좋은 사람이라. 관아에 고하면 안되메. 나, 일리암 죽는거 싫어. 푸른눈 소나이는 나쁜 사람이 아니야.
박규 : 말도 안 통하는 네가 뭘 안단 말이냐?
버진 : 아라! 구지 말 아녀도 다 알지매! 니처럼 죄짓고 귀양 온 것도 아니고, 그냥 허다보니, 바다에 떠밀려 온 거 뿐이라!!
(뒤로 윌리엄을 감싸 안으며/절박하다) 나가 그날 바다에서 자이 건져올려서, 다 안단 말이라!
박규 : (눈썹 빠직. 왠지 기분 나쁘다)
윌리엄 : (ENG) I want my treasure back! Now!
얀 : (말리며) William!!!
박규 : (뭔소린지 못 알아듣고) ?
버진은 윌리엄의 어깨를 토닥이며 안심 시키며 경계의 눈빛을 누그러트리려 애쓰는데,
박규에게 윌리엄과 얀을 소개 시키는 버진.
버진 : 이기 푸른눈 소나이는 일리암이라. 일리암.
윌리엄 : (보면) !
박규 : (보는) !
버진 : (얀을 가리키며) 이짝은... 음... ? (생각이 안나서 윌리엄을 보면)
윌리엄 : Yann. From Nagasaki.
버진 : 아. 그래, 얀. 얀이라.
박규 : 낭가삭기? (미간 찌푸리며) 그럼 왜놈이란 말인가?
버진 : (놀라며) 얀, 왜놈이었수꽈?
얀 : (얼굴에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버진 : (윌리엄을 향해 박규를 가리키며) 귀양다리 이름은 박규메. 박규.
윌리엄 : (갸웃하며) Faack You?
버진 : 마자. 박규.
윌리엄 : (믿기지 않는) Really? 이름... 'Faack You'?
버진 : (고개 끄덕끄덕) 응. 마자. 박규.
박규 : (윌리엄의 반응이 심히 언짢다. 버럭) 어디서 감히 나의 이름을 함부로 부르는 것이냐?
얀 : (참지 못해 웃음이 입술 사이로 새어나오는) 푸우...
윌리엄 : (얀을 보며 어이없다는 듯) Faack You? That's... awfully good!!
순간, 깔깔대며 박장대소를 하는 윌리엄과 얀.
버진은 어리둥절해하다가 아무것도 모르면서 그냥 따라 웃는다. 어쨌든 즐겁다.
박규, 웃음보가 터진 그들을 의미심장하게 바라보곤 동굴 밖으로 휙 뛰쳐나간다.
버진, 박규 나가자 웃음을 멈추고, 박규를 따라 나간다.
윌리엄도 따라 나가려는데 얀이 잡고는 안 된다며 고개를 흔드는데.
#55. 해안가 - 낮
성큼성큼 걸어가는 박규. 버진, 바삐 걸어가는 박규를 따라잡기가 너무 힘들다.
버진 : 쪼콤! 지다려! (달려가 박규의 도포자락을 붙잡는) 귀양다리!
버진, 박규의 도포자락을 붙들고 계속 총총거리며 따라 걷는다.
버진 : 지발 비밀로 해줌서. 일리암, 푸른 눈 소나이는 불쌍헌 사람이라. 배가 폭풍을 만나서 부셔졌다고 했수다.
그리고 할아방이 그랬수다. 한양 가믄 푸른 눈 소나이 죽는다고.
박규 : 그 손 안 놓으면 당장 관아에 가 알리겠다!
버진 : 지발 비밀로 해줍서! 그럼 니가 시키는 거 머시든지 다 하겠수다.
박규 : !! (발걸음을 멈추고 버진을 돌아보는)
버진 : (슈렉 고양이처럼 불쌍한 눈빛으로 박규를 쳐다보는데)
박규 : (회심에 찬 썩소 작렬) 방금 니 입으로 말했다. 뭐든지 시키는 대로 다하겠다고.
버진 : (고개 끄덕끄덕)
버진, 그제야 화들짝 놀라며 도포자락에서 손을 뗀다.
박규 : 내 너 하는 양을 보고 처신할 테니 그리 알아라. (다시 걷는)
버진 : 아라서. (다행이다 한숨)
박규 : (멈추고 휙 돌아보며) 허허! 어디서 말이 반토막이냐?
버진 : (마지못해) 알았수다!
버진, 박규 뒤통수를 내내 노려보며 박규 뒤를 졸졸 따라간다.
#56. 버진이네 마당 평상 - 낮 (컷은 wipe off나 페이지 넘어가는 식으로 전환)
- 고고한 자태로 마을 정자에 앉아 있는 박규에게 떡과 감주를 주는 버진.
먹고 싶어 하는 버진은 무시하고, 혼자만 맛나게 먹는 박규.
-평상에 앉아 부채질을 하고 있는 박규. 버진, 박규 방이 거울이 되도록 아주 열심히 걸레질을 한다.
-산들산들 부채질을 하며 앞에서 걷고 있는 박규. 등에는 짚과 나무, 양팔엔 물 허벅을 들고 비틀비틀 따라오는 버진.
버진은 그물을 짜고 있고, 박규는 그 옆에서 소리를 내며 책을 읽고 있다.
버진 : (그물 놓으며) 아, 심들다. 오널 더 이상 못하컸다....
그 말에 박규, 바로 책을 덮으며 일어난다.
박규 : 그러냐? 그럼 나는 관아로 가야겠구나.
버진 : (당황) 아니, 아녀! 봐! 나, 지금 허케매!
버진, 다시 빛의 속도로 그물을 짜기 시작한다. 낑낑, 아이고 힘들어 죽겠다!
박규 : (정좌를 풀며) 이제 밭으로 가자.
버진 : (죽겠다) 이씨!!!
#57. 감나무 밭 - 낮
감나무밭, 박규 옆에 앉아 감나무밭의 풍경을 그리고 있는 버설.
풍경과 버설의 그림을 번갈아 보며 감탄에 마진 표정을 하는 박규. 우아한 부채질을 하고 있는데.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치마에 감을 가득 담아와 차곡차곡 쌓고 있는 버진.
박규 : (버설에게) 이 감들도 진상품으로 올리느냐?
버설 : 이 감들은 진상품으로 쓰이는 것은 아니우다. 글허도 관아에 최상품들을 모아 보내야 함수다.
관아 잔치에도 쓰곡, 제사에도 올리곡, 뭐 그렇게 하우다.
박규 : (혼잣말 하듯) 관이라는 게 고작. 쯧쯧. 근데..., 대정현의 이방 말이다.
버설과의 대화에 끼어드는 버진.
버진 : (올려다보며) 이방?
박규 : (끼어든 버진 못마땅하나, 쩝!) 그래, 그 사람은 여기 사람이 아닌듯 하던데...?
버진 : (기억하려 애쓰며) 언제라드라... 게나제나 여기 사람들 밖으로 못 나가게 헐 때, 뭍에서 왔제. 글해서 그런지 모르쿠만은
사람이 완전 야박하우다. 인정머리라고는 요만콤도 없어라. (박규보며 입 삐쭉삐쭉) 누구처럼...
박규 : 흠... (생각하듯) 출국금지령 때 비변사에서 내려 보낸 관리중에 한 명인가 보군.
버진 : (혼잣말에 귀 쫑긋) 뭐? 비변? 변?
박규 : 됐다.
#58. 감나무 밭두렁 - 낮
지나가던 끝분, 돌담너머 감나무 밭 안에 있는 버진과 박규를 발견하곤 눈에서 불꽃 레이저를 뿜는다.
끝분의 시선에 의해 뒤늦게 발견한 종달과 종순. 알랑거리듯.
종달 : 버진이 자, 진짜 웃기네! 귀양다리 싫다고 입으로만 그르고, 보믄 맨날 부터 댕겨라! 여시같이...
종순 : 그러게 말이여~ 귀양다리 때문에 진상패 이저브렀다고 그 난리를 부리더만..
끝분 : (속이 탄다) 우이씨!
종달과 종순은 끝분의 행동에 뚱한 미소로 서로를 보는데.
#59. 동굴근처 해안가 - 밤
윌리엄이 병에 반딧불이를 담아 들어온다. 윌리엄, 반딧불이병을 옆에 두고 앉자,
마침 잘됐다는 듯, 항해 일지에 나온 지도를 윌리엄에게 보여주는 얀.
얀 : (Eng) We must not delay. It is quite close. We can sail across on a small boat.
서둘러야 해. 이 정도 거리면 작은 배로도 충분히 갈 수 있어.
윌리엄 : (미적거리는/Eng) Do we really have to hurry like this? I haven’t retrieved my....
꼭 이렇게 서둘러야해? 내 도자기도 못 찾았는데.
얀 : (Eng) Forget it! (단호히) One guy saw us. It won't be long before they find us.
그만 잊어! 정체가 드러난 마당이니 사람들이 우리 존재를 알게 되는 건 시간문제라구!
윌리엄 : (Eng/한숨) 휴...
모래에 누워 밤하늘을 보는 윌리엄.
윌리엄 : ...밥무거수꽈? ...살펴갑서r~!
들고 있던 가면을 얼굴에 덮으며. 하늘 위 반짝이는 별빛들.
#60. 마을(버진/고바순네집앞 길) - 낮
포졸들이 이집 저집 지나다니며 종소리를 울린다. 집집마다 진상품을 준비하느라 바쁘다.
#61. 마을 공동터 (너른 터) - 낮
온 마을 사람들이 진상품들을 가지고 모여 평상 위에 진상품들을 차례대로 올려놓는다.
버진은 물론 고바순, 종달모, 양순어멍, 끝분, 종달, 등등 마을사람 모두 모였다.
박규는 멀찍이 떨어진 곳에서 보고 있다.
마을사람들 앞으로 이방 나서며,
이방 : (장부를 보면서) 먼저, 진상품 창고 지키는 순서에 대해 말해주겠다. 오늘부터 그믐날까지는 대상군네에서
책임지도록 하고, 나머지는 닷 새씩 산방골 최씨, 서못골 이씨, 후먹골 신씨네가 돌아가면서 지키도록 하게.
요즘 도적들이 날뛰고 있으니 각별히 주의해야 될게야. (눈빛 작렬) 또 도적질을 당하게되면 그때는 각오들을 해야할게다.
일동 : (쫄아서) 알겠수다게.
이방 : 그럼 진상할 물건들을 살펴보도록 하겠다.
이방, 마을 너른 터 앞에 있는 전복 단지들와 약지에 싼 녹포, 미역 등을 본다. 장부에다 진상품들을 하나하나 꼼꼼히 체크한다.
약지에 싼 녹포를 꺼내서 보면서 상태를 확인하면 뒤에 억관이가 다시 녹포를 곱게 싼다.
비자의 상태도 확인 한 뒤 전복을 세는데 한 단지가 빈다.
이방 : (마을사람에게) 이 어찌 된게야. 전복단지가 비질 않느냐?
고바순 : (나서서) 요번 달엔 저희 좀녀들이 생복을 많이 잡지 못했수다게. 그동안 모아논 진상패로 전복 한 접을 까기로 했수다.
순간 버진의 얼굴은 사색이 되어가고...
이방 : 진상패들을 벌써 다 모은게냐?
고바순 : (자신의 주머니에서 진상패들을 꺼내 세어본뒤, 버진을 보며) 버진아 니 뭐햄시냐?
제게 이방나으리한테 지난번 제사때 받은 그 진상패 드리지 않고.
일단 자신이 들고 있던 진상품 4개를 이방에게 건네주는 고바순.
버진 : (얼굴이 완전 사색이 되어 움직이지 못한다)
끝분 : 니 뭐하난? (갑자기 생각난 듯) 맞다. 니 접때 이저브린 진상패 여적 못 찾은 거?
박규 : (뜨끔하고)
고바순 : (놀라고) 뭐싱거? 진상패를 이저브려?
고바순과 끝분의 말에 너른 터에 모인 사람들은 웅성거리며 버진을 본다.
종달모 : 그게 무신 말이라?
버진 : (당황해서) 그게아니라... 거시기...
고바순 : (말 가로채며) 글허니까, 버진이 이 년이 진상패를 이저브러서...
마을 사람들의 웅성거림이 점점 더 커지고, 버진은 어떻게 해야할지 당황스럽고,
박규는 멀리서 그 모습을 보면서 차마 나서지 못하고 움찔하는데,
이방 : (버진을 보며) 네 정녕 진상패를 잃어버린 것이냐?
버진 : (마지못해 울먹이며 대답하면) 네.
종달모 : 등이 꺽어지게 일을 해도 진상품을 맞추기가 힘든데, 진상패를 잃어버려?
고바순 : (기세 등등, 버진의 머리를 쥐어박으며) 어떡할거나?
버진 : (눈물이 차오르고) ...죄송하우다.
고바순 : 뭐라. 이게 지금 죄송하다고 될 일이라? 니 한 두 번도 아니고 지난 번 난바르때도 니 때문에 물질 다 망치지 않았시냐?
멀리서 지켜보는 박규도 그저 난감하기만 한데...
점점 버진을 둘러싸며 무서운 분위기를 조성하는 사람들.
버진 : (눈물 쪼르르 흘리며) 아즈망들.
종달모 : (몰아붙이며) 우릴 불러서 뭐할시냥. 사고는 니가 치고.
고바순 : (깐죽거리며) 입이 있걸랑 말 해보랑. 이제 어찌 할 꺼?
카메라는 울기만 하는 버진을 멀리서 바라보는 박규쪽으로 점점 다가가고.
박규의 얼굴은 미안함과 안타까움으로 가득한데....
- 2부 엔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