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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나는 도다] 10

작성자수다쟁이|작성시간10.05.07|조회수539 목록 댓글 0

[탐나는 도다] 10

 

 

 

 

 

 

 

 

 

 

#1. 도공의 집 바로 근처 - 낮

 

도공의 집을 바라보는 삿갓 쓴 전치용의 매와 같이 날카로운 눈빛.

전치용의 손짓에 따라 도공의 집을 에워싸는 수하들. 마치 진을 짜듯 체계적으로 도공의 집을 둘러싼다.

만족스러운 미소를 짓는 전치용. 칼을 빼어 들고 호기롭게 도공의 집으로 다가간다.

동시에 약봉지를 든 이사평이 집 쪽으로 가까이 다가오는 모습 보이고.

 

 

#2. 도공 집 가는 길 수풀 - 낮

 

숨어서 지켜보는 버진과 얀은 안절부절 못하고.

 

버진 : 안에 참말로 귀양다리랑 일리암이 있을까?

얀 : (당혹스럽고) 그렇지 않으면 저들이 어찌 외딴집까지 찾아와 저렇게 둘러싸고 있겠느냐...

버진 : 그라믄 저들이 그 산적떼들로 위장했었다는 자들이나? 그람 일리암 하고 귀양다리가 클라는 거 아니멘?

얀 : (그저 당혹스런 얼굴이고)

버진 : (결심하는) 안 되겠나네. 나가 알려줘야지.

얀 : (놀란) 뭐??

 

자신을 잡고 있던 얀을 뿌리치고 밖으로 뛰쳐나가는 버진. 그런 버진을 다시 잡으려고 역시 수풀에서 나오는 얀.

 

 

#3. 도공의 집 바로 근처 - 낮

 

약을 들고 집으로 오던 이사평은 집앞에 몰려있는 전치용의 수하들을 보고 멈칫하며 숲에 숨는다. 긴장된 눈빛으로 보는데.

 

 

#4. 도공의 집 - 낮

 

칼을 빼어든 전치용. 스윽 집 안으로 들어서며 조심스레 둘러본다. 인적이 느껴지지 않은 고요한 집 안.

전치용이 손을 들어 손가락으로 신호를 보내자 몸을 숨기고 있던 곳곳에서 쓰윽하고 나타난다.

조용하고 신속하게 집 안을 뒤지기 시작하는데.

날카로운 시선으로 집 안을 둘러보다 방문(박규와 윌리엄이 있던)을 활짝 열어보는 전치용. 그러나 텅 빈 방이다.

그 옆 창고 비슷한 방도 확 열어젖히는데, 텅 빈 건 마찬가지다.

이상하다는 듯 미간을 찌푸리는 전치용. 전치용의 눈에 바람에 흔들거리는 가마터로 연결된 쪽문이 보이고..

그 쪽으로 몸을 움직이는 전치용. 그때, 갑자기 문이 화들짝 열린다. 이사평이다.

 

이사평 : (카리스마 작렬) 뉘시오! 남의 집에 함부로 들어와 이 무슨 행패인가!

 

수하들 손에 들린 칼과 심상치 않은 분위기에 이내 굴욕모드.

 

이사평 : (칼을 보고 흠칫 놀라) 어머나! (설레발치는) 아아, 관에서 순찰을 나오신다더니 벌써 오신겁니까?

수하들 : (관이라는 말에 순간 긴장)

이사평 : 곧 뒤따라오신다고 하여 서둘러 왔는데, 쥐새끼마냥 소리도 없이 참 빠르기도 하십니다요.

수하1 : (‘처치할까요?’ 전치용의 눈치를 살피는데)

전치용 : (표정으로 제지하고)

이사평 : 산속 외딴집이다보니 산적들이 잘도 들이닥칩니다. 신고할때마다 오신다 오신다 하여 놓고 안오시더니

            이번에는 신고하자마자 바로 이렇게 오시다니 (눈치껏 열린가마문을 닫으며) 근데 어찌 관졸행색이..

            (의심하듯 눈초리로 바라보는) 아니라? 그럼... 누구?

수하1 : (당황하면)

 

문득 바닥에 깨어진 도자기로 시선가는 이사평. 순간 눈에 불꽃이 일며

 

이사평 : (오바스럽게 깨어진 도자기를 주워들며) 나의 분신이... 이렇게 산산히 깨어져버리다니...

 

이사평, 핏발 선 눈으로 수하들 향해 고개 쳐들면 수하들, 이사평의 오바에 주눅들어 자기들이 안그랬다는 듯 절레절레.

 

이사평 : (분노 작렬) 내 당신들을 가만둘 것 같소! 이게 나한테 어떤 건데.

수하2 : (한쪽에서 나오며 아무도 없다며 눈짓)

전치용 : 돌아가자.

이사평 : (전치용의 바짓가랑이를 잡으며) 이거 값은 치루고 가셔야죠..

전치용 : (포스있게 돌아보자) !!

이사평 : (흠칫 놀라/베시시) 싸구려니까 그냥 가소.

 

사라지는 전치용과 수하 일당들. 안도의 한숨.

 

 

#5. 도공의 집 부근 - 낮

 

집 한쪽에 얀에게 입이 틀어 막힌 채로 잡혀있는 버진. 우르르 사라지는 전치용과 수하들.

버진과 얀은 그들의 뒷모습에 긴장을 세우는데.

 

 

#6. 가마 안 - 낮

 

땀을 뻘뻘 흘리고 있는 윌리엄과 박규.

 

 

#7. 도공의 집 - 낮

 

집 안팎을 살피곤 들어와, 가마에 대고는

 

이사평 : 이젠 나와도 되지.

 

불쑥 들어서는 버진.

 

이사평 : 아이쿠 깜짝이야!

버진 : (무작정 뛰어 들어와 찾으며)

이사평 : (버진을 잡아세우며) 넌 또 누구냐?

버진 : (아무도 없자/털썩 주저앉는다)

 

집 안으로 들어서는 얀. 이사평은 갑작스런 이들의 등장에 당황하는데

불쑥 가마 문이 벌컥 열리며, 땀범벅이의 탈진한 모습으로 튀어나오는 윌리엄.

윌리엄 뒤를 이어 부상당한 팔을 붙잡고 쓰러질 듯 나타나는 박규.

그렇게 극적으로 다시 만나는 네 사람의 모습!

 

버진 : 일리암...!

윌리엄 : 버진?!

 

바닥에 주저앉아있는 버진의 모습을 믿을 수 없는 눈으로 바라보던 박규,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쓰러진다.

 

버진 : (그대로 달려가는) 귀양다리!

 

 

#8. 도공의 방 안 - 낮

 

버진, 다친 박규를 보며 근심스러운 표정이 스치지만, 박규와 눈이 마주치자 자신도 모르게 어색해서 고개를 돌린다.

 

버진 : (박규에게 직접 말 못하고, 윌리엄에게) 다친 거라?

윌리엄 : 응, 산적 떼들한테 습격을 당해서... 며칠 푹 쉬면 괜찮아질거래.

버진 : (생각난) 맞다. 아까 일루 들어왔던 패거리들은 누게라? 그 사람덜은 산적 같아 보이진 않던디...

윌리엄 : (자신도 모르니 박규를 바라보고)

박규 : ...신경 쓰지 말거라. 어쨌건 일단은 피해간 거 같으니.

버진 : (윌리엄에게 시선 돌리며) 일리암, 니는 다친 데 없으멘?

윌리엄 : 응. 버진 만났으니 뭐든지 다 괜찮아...

버진 : 나도 일리암 얼굴 보니께, 멕힌 속이 쑤욱 뚫리는 것 같으메.

 

박규, 사이좋게 대화하는 버진과 윌리엄을 씁쓸하게 바라본다.

윌리엄, 버진이 너무도 반가워 버진의 손을 꼭 잡는다. 윌리엄의 행동에 버진은 박규를 의식하고, 박규도 움찔하는데.

미묘한 분위기 속에서 갑자기 문이 벌컥 열리며 도공이 약을 가지고 들어온다.

 

이사평 : (근엄하게) 허허허허허허.... (박규 보며) 어떤가? 나의 기지로 목숨도 보존하고 정인도 만나게 되었으니.

            아, 사례는 물론 필요 없소.

박규 : (발끈) 정인이라니...누가 정인이란 말이요?

이사평 : (갸우뚱) 아니면 말지. 왜 소리를 지르고 그러시나... (약사발 내밀며) 이거나 쭈욱 들이키시오.

            빨리 나아야지...정인이 걱정하겠네.

박규 : (발끈) 아니라지 않소!

이사평 : (토닥이며) 알았소. 알았소이다...자아 쭈욱... (버진과 윌리엄 보며) 그럼 그쪽 둘이 정인인가?

 

이사평의 말에 어색한 미소를 짓는 버진과 환히 웃어 보이는 윌리엄.

 

 

#9. 가마 앞 - 낮

 

가와무라 게이스케의 낙관이 찍힌 도자기를 유심히 보는 얀.

그때 그 뒤로 윌리엄이 다가와 얀의 어깨를 친다. 돌아보는 얀.

 

윌리엄 : 얀... 고마워. 혼자 떠났을거라 생각했는데... 버진도 데려오고...

얀 : 이제 네가 이곳을 떠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야. 나 역시 네게 주는 마지막 기회이고.

윌리엄 : (알았다는 듯 고개 끄덕)

얀 : (도자기를 말없이 살펴보고 있는데)

윌리엄 : (도자기의 낙관을 보며) 이 스탬프, 가와무라게이스케의 표시 맞지? 나가사키에 가야 볼 수 있는 건 줄 알았는데,

            여기에 비슷한 게 많이 있어... (진지한 표정으로) 저 도공이 혹시...

얀 : (도자기를 거칠게 내려놓으며) 전혀 비슷하지 않아. 완전히 다르다.

 

휙 자리를 뜨는 얀.

윌리엄, 그 모습에 잠시 고개를 갸우뚱하지만, 이내 얀이 내려놓고 간 도자기를 들어 흐뭇한 얼굴로 바라본다.

 

 

#10. 방 안 - 낮

 

이사평 : (버진 향해) 나는 볼일이 좀 있으니, 선비는 낭자가 살펴봐주시오.

 

버진이 대답할 새도 없이 이사평이 밖으로 나가면, 버진과 박규만 남은 뻘쭘한 방 안.

버진, 박규의 반대편 구석에 쭈그리고 앉아 있다. 어색한 공기가 흐르는데,

 

박규 : (조용히) 내가 그리도 모질게 말했는데... 기어코 따라왔구나.

버진 : ...나헌티 그리 말한 거 쪼꼼이라도...미안허...우꽈?

박규 : (그저 버진을 바라보기만 하면)

버진 : 나넌 괜찮으니께 멤 쓰지맙서.

박규 : ...그만 나가보거라.

 

박규가 힘들게 움직여 한편에 놓인 붕대로 손을 뻗는다.

박규, 힘들게 윗옷을 벗으려다 말고, 여전히 서있는 버진을 향해 눈으로 나가라, 말하는데...

망설이던 버진이 다가와 박규의 손에서 붕대를 빼앗아 든다.

 

박규 : (놀라) 뭐하는 짓이냐? 어서 나가래도!

버진 : 나더러 도와주라는 말 못 들었수꽈?

 

버진은 박규의 윗옷을 막무가내로 벗기며, 피가 배어나온 붕대를 떼고, 새 붕대를 갈아주려는데...

버진 손에서 붕대를 뺏는 박규. 그 붕대를 다시 확 가로채는 버진.

 

버진 : 혼자서 잘 허지도 못하믄서...고만히 있어봅서.

 

결국 박규도 포기해 버리고...버진이 박규의 붕대를 감아주는데 서로 어색하다.

 

박규 : 잠녀의 몸으로 바다를 건너다니...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옛말이 조금도 틀리지 않구나.

버진 : (말없이 붕대를 세게 꽉 묶는)

박규 : (아픈데 자존심상 비명은 못 지르고 얼굴만 찡그리고)

 

박규, 열심히 붕대를 감는 버진의 얼굴을 가만히 바라본다. 오랜만에 가까이서 보는 버진의 큰 눈, 오똑한 콧날. 입술.

 

박규 : ...나쁘지 않구나.

버진 : (쳐다도 안보고) 뭐라?

박규 : 망아지, 너... 다시는 못 볼 줄 알았는데... 이렇게 다시 보니... 나쁘지 않다는 말이다.

 

버진, 박규 말에 당황해서 얼굴을 들어 박규를 바라보는데...

방문이 벌컥 열리고, 윌리엄의 모습이 나타난다. 윗옷 벗은 박규와 그 옆의 버진을 번갈아 바라보는 윌리엄.

 

윌리엄 : 버진... 뭐하고 있어?

버진 : (당황하며) 어...? 머하긴...혼자 몸도 제대로 못가누고 영 불쌍해서 조꼼 도와주고 있었으메.

박규 : (서둘러 윗옷을 입고)

윌리엄 : (기분 별로 안 좋은데, 감추며) 버진... 나와 봐. 보여 줄 거 있어.

버진 : ?

 

 

#11. 가마 앞 - 낮

 

윌리엄이 가마에서 버진의 그림이 그려진 도자기를 꺼낸다. 버진의 입이 딱 벌어진다.

 

버진 : 이기 참말 나라? (수줍게 웃으며) 너무 예쁘다. 나넌 이렇게 예쁘지 않은디...

윌리엄 : (고개를 저으며) 왜 자꾸 버진이 안 예쁘다고 해? (장난스레 웃으며) 나한테 예쁘단 말 들으려고 일부러 그러는 거 같아..

버진 : (미소 지으며) 일리암도 참...글헌디...니가 만날 이쁘다 이쁘다 하니 께, 나도 이제 나가 쪼꼼 이쁜 거 같기도 하다이.

 

헤헤 웃는 버진. 그런 버진의 모습을 귀엽다는 듯 바라보는 윌리엄.

 

윌리엄 : ...나 버진 꼭 올 거라 믿었어. 박규는 버진 다신 볼 수 없다고 했지만...

            (버진의 손을 꽉 잡으며) 우리 앞으론 절대 떨어지지 마.

 

버진, 윌리엄의 의욕 충만한 모습에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12. 부서진 자기들을 모아두는 곳 - 낮

 

한편에서 닭들이 뛰어노는 도자기 터. 심란한 얼굴로 깨어진 도자기들을 바라보는 얀.

그 중에서 보이는 한 조각에 새겨진 조잡한 낙관. 얀, 그 낙관이 새겨진 조각을 집어 들며 바라본다.

 

 

#13. 일본, 아리타 가마터 - 밤 (얀의 회상)

 

정확한 가와무라 게이스케의 낙관이 찍힌 도자기로 오버랩 되며, 도자기를 살피던 얀, (예전 동인도회사 복장)

비웃으면서 도자기를 던져버린다.두 번째 도자기를 던지려는데, 얀의 손을 확 잡는 손길. (가와무라 케이스케)

 

얀 : (돌아보며, 놀란) 아버지... (하다 멈칫하는)

게이스케 : (얀 모습 살피곤) 넌 여전히 자리를 못 잡고 방황하고 있구나...

얀 : 조선인도 일본인도 아닌, 단지 상인으로서 이 세상을 살아가겠다는 제가 방황하는 거라면,

      조선인으로 태어나 일본인으로 살아가는 아버지 역시 방황 중인 건 마찬가지겠지요.

게이스케 : (곤혹스런) 윤아... 이름이 바뀌었다고 내가 일본인이 된 건 아니다.

얀 : (코웃음) 그렇게라도 자족하고 싶으시면 맘대로 하세요. 하지만 절 윤이라 부르지는 마십시오.

      전 이제 김윤도 가와무라 슌도 아닙니다.

게이스케 : (안타깝게 보며) 네가 어린 시절 이곳에서 받은 상처는 나도 다 안다. 허나 난 이곳을 떠날 수 없었어.

               이곳에서 내가 자기를 굽지 않으면 다른 조선 사람들이...

얀 : (말 끊으며) 차라리 솔직하게 말씀하세요. 이곳의 좋은 대접을 포기 하고 조선으로 돌아가 다시 천민으로 살기 싫었다고..

      김생연이 아니라 가와무라 게이스케로 살고 싶다고! (가버린다)

게이스케 : 윤아! (안타까이 돌아보는데)

얀 : (끝까지 돌아보지 않고 간다)

 

 

#14. 도자기 터 - 낮

 

다시 조잡한 낙관을 바라보는 얀의 현재 모습으로 오버랩 되고. 얀의 뒤에서 쓰윽 나타나는 이사평.

 

이사평 : (흐뭇하게 미소 지으며) 자네도 자기를 볼 줄 아는가?

            허...꽃밭에 나비가 날아들듯이 나의 자기로 자꾸 사람들이 꼬여드는군.

얀 : (말없이 이사평을 훑어 보다) 이곳에서 만들어진 자기들에 가와무라 게이스케의 낙관이 찍혀 있군.

      조선에 가와무라 게이스케의 자기가 가끔 나온다고 하더니...혹시...당신이 가와무라 게이스케요?

이사평 : (주변 둘레둘레 보며) 쉿! 자네 지금 한 말은 무덤까지 가지고 가게. 난 그저 조용히 살고 싶은 사람이네.

            바람처럼, 구름처럼.

얀 : (낙관이 찍힌 조각을 이사평의 눈에 바짝 들이대며) 가와무라 게이스케는 이렇게 점력이 약한 흙은 쓰지 않소.

      낙관 또한 이리 조잡하지 않지.

이사평 : (흠칫 놀라는데) !!

얀 : 보아하니 가와무라 게이스케의 작품을 실제로 본 일조차 없겠군. 사기를 치려거든 그럴 듯 하게 흉내라도 내보시오.

      그게 가와무라 게이스케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일테니.

 

이사평, 어안이 벙벙해 있는데... 얀, 조각을 바닥에 던지고 휙 가버린다.

 

 

#15. 창덕궁 전경 - 낮 (인서트)

 

 

#16. 빈청 앞 - 낮

 

여러 관료들이 빈청을 나서고 있다. 어느새 박철 옆에 싹 와 서는 홍구락. 박철의 표정은 많이 어두운데...

 

영의정 : (위로하듯) 예판, 너무 심려 마시오. 변고를 당했다면 이미 알려졌을 터. 필시 현금 한양으로 오고 있으나,

            사정이 있어 연통을 못하는 것일게요.

박철 : 저도 그리 믿고는 있습니다... (고개 끄덕이나 여전히 얼굴은 어두운)

홍구락 : 그래도 영민하기로 소문난 아드님이니 별일 없을 겁니다. 아닌 말로, 일이 잘못됐으면 현장에서 발견됐겠지요.

            산적놈들이 죽은 자를 끌고 갈 일은 없지 않겠습니까?

박철 : (홍구락 노려보며) 거 말씀이 지나치시오!

홍구락 : (당황해서) 곡해하지 마시오, 예판. 나는 그저 좋은 의미에서...

영의정 : (홍구락 한심하다는 듯 보고)

홍구락 : (말 돌리며 은밀히) 대감들..내가 요즘 선진문물을 연구하는 회합을 하나 주도하고 있는데..뜻을 같이 하지 않으시겠소?

영의정 : 선진이라니! 나는 조선 밖에서 들어오는 것을 선진이라 칭하는 것 자체가 불쾌하네.

            자네가 요즘 젊은 유생들과 어울려 다니며 사롱이라는 곳을 자주 드나든다 들었네.

홍구락 : (당황) 허허... 세상이 변하는데 우리도 발맞추어 나가야지요.

박철 : 세상의 변화를 무시하려는 건 아니지만,

         외국에서 들어오는 문물을 무조건 선진이라 받드는 것 역시 옳은 처사는 아니지요.

홍구락 : (찔끔) 허허...대쪽 같은 양반들. 그래도 시대가 시대니만큼, 다시 한 번 주도면밀히 생각해 보는 게...

영의정 : (말 끊으며) 병판대감! 과연 전하 앞에서도 그런 말을 입에 담을 수 있는 지 두고 봅시다.

 

영의정과 박철, 앞서 성큼성큼 가버린다. 홍구락, 못마땅한 표정으로 영의정을 보는데.

 

 

#17. 박철의 집, 안채 마당 - 낮

 

마당을 쓸고 있던 봉삼, 박철이 들어오자 달려가 인사를 올리는 봉삼.

 

봉삼 : 다녀오셨습니까요, 대감마님.

박철 : (안채를 보며) 여적 누워계시더냐?

봉삼 : 되련님 소식을 들은 직후부터 저렇게 사경을 헤매고 계십니다요.

박철 : (한심스러우면서도 조금은 걱정되는데)

 

 

#18. 박철의 집, 안채 - 낮

 

죽을 열심히 먹고 있는 엄씨부인.

 

엄씨부인 : 내가 이렇게라도 해야 대감께서 빨리 전하께 주청이라도 들일 것이 아니냐. 어서 특사라도 파견하여 우리 규를

               한양으로 안전하게 올라오게 하여야 할 텐데. 대감은 도대체 조정에 들어가 무엇을 하시는 겐지.

               (갑자기 흐느끼며) 우리 규가 산적을 다 만나다니... 어이구, 그런 흉한 일을 다 겪고...

               (죽사발을 싹싹 비우며) 내가 밥이 안넘어가 이리 죽을 먹는다. (사레들려 컥컥)

복년 : 마님, 그러다가 체 하십니다.

엄씨부인 : 그래그래, 나라도 옥체 보존해야 우리 규를 지킬 것이다. (국물김치를 열심히 떠먹는데)

봉삼(E) : 마님, 대감마님 드십니다요.

 

엄씨부인은 화들짝 놀라 누우며, 빨리 치우라며 손짓한다.

 

 

#19. 박철의 집, 안채 방문 앞 - 낮

 

들어서려는 박철, 안에서 들리는 엄씨부인의 끙끙거리는 소리.

 

엄씨부인(E) : 아이구, 규야... 우리 잘난 규... 어찌하면 좋으냐... 아이구..

 

상을 들고 나오는 복년. 불쑥 보는 박철.

 

복년 : 그제부터 한 끼도 안드시니 참으로 걱정입니다, 대감마님.

 

복년은 상을 물리고 가는데, 들어가다 말고 복년을 세운다.

복년, 당황하는데 박철은 상을 덮은 밥보를 젖혀본다. 깨끗이 비워져있는 죽그릇.

박철, 엷은 미소가 피는데. 이내 고개를 숙이곤 가는 복년. 고개 빼고 보던 봉삼도 흠칫 놀라 마당을 열심히 쓰는 척.

안에서는 계속되는 엄씨부인의 신음소리. 박철은 미소만 짓고는 돌아가 버린다.

 

엄씨부인(E) : 아이구, 규야. 전하께서 특사라도 파견하여주셔야 네가 안전하게 돌아올텐데... 아이구 규야...

 

 

#20. 가마 안 - 낮

 

가마에 나란히 앉아있는 박규, 버진, 윌리엄.

 

윌리엄 : 잉글랜드에는 뜨거운 돌이 있는 곳에 들어가서 치료하기도 해. 그러니까 여기는 박규 너에게도 좋을 거야.

박규 : (다소 맘에 안들고) !

버진 : (신기한 듯) 우와... 니네 나라엔 그런 것도 있으멘?

박규 : (빠직) 한양에도 있다.

버진 : (놀라 보며) 한양에도?

박규 : 땀을 내어 병을 치료하는 한증소를 일찍이 세종대왕께서 지으셨지.

버진 : 우와.. 한양엔 참말 별게 다 있으메. (머리 만지며) 근디 머리가 너미 뜨겁나네...

 

윌리엄, 흰 천으로 얼굴의 땀을 닦다 말고, 버진의 머리를 덮은 후 양 옆을 돌돌 말아준다. (수건 양머리모양이 된다)

그리곤 가마 안에 굴러다니는 다른 천으로 박규의 머리도 씌어주려 하는데.

 

박규 : 됐다. (못 마땅한 듯) 사대부의 머리엔 함부로 손을 대는 게 아니다.

윌리엄 : (그러자 어깨 으쓱하며 자기 머리에 두건처럼 쓴다)

버진 : 근디 일리암 저건 무신거멘? 닭알 아니나?

 

버진이 가리키는 쪽을 보면, 달걀 몇 개가 바구니에 들어있다.

 

윌리엄 : 여긴 큰 stove같으니까... 어쩌면 익을지도 몰라.

버진 : (놀라는) 일리암, 니 생각머리는 참말 대단하다이!

박규 : (혀를 차며) 대단하기는...여기서 알이 익기를 바라느니, 병아리가 나오기를 바라는 게 빠르지...

 

하는데, 버진이 박규의 머리에 달걀을 탁하고 친다.

박규, 버진 확 쳐다보면... 버진도 자신이 얼떨결에 한 행동에 놀라서 머뭇거리는데...

박규는 버진의 그런 표정에 차마 화도 못 내고, 꾸욱 참는다.

 

버진 : (조심스레 껍질 까며) 우아, 참말로 다 익었나네.

 

박규 할 말 없어 머쓱한데, 버진이 처음 깐 달걀을 박규에게 내민다.

 

버진 : 귀양다리, 아니 박규나리 아프니께 젤 먼저 먹으심.

 

박규, 멀거니 그 달걀을 받아들면, 버진이 이번엔 윌리엄의 머리에 달걀을 탁 친다.

윌리엄도 달걀을 하나 들어, 버진의 머리에 쳐서 껍질을 깨트리고 서로의 머리에 계란을 깨며 깔깔깔

알콩달콩한 둘의 모습을 지켜보는 박규의 표정은 점점 어두워진다.

 

 

#21. 저잣거리 - 낮

 

한 노점 앞에서 윌리엄에게 줄 삿갓을 둘러보고 있는 얀과 이사평. 얀이 삿갓을 하나 골라 값을 치른다.

옆에서 이사평은 계속 뭔가 얀에게 말을 하고 싶은 눈친데...

 

이사평 : 혹시 가와무라 게이스케랑 아는 사인가?

얀 : (못 들은 척 그냥 걷기만 하는)

이사평 : 내가 그 집안과 친분이 좀 있소. 아니, 친분뿐인가...

            사실 내가 만든 자기는 그가 만든 자기와 마찬가지라 할 수 있지, 아암. 자기에 담긴 우리의 혼은 영락없는 한 가지라네.

얀 : (말없이 도공 쓰윽 보면)

이사평 : (찔끔) 가와무라 게이스케가 조선인인건 아시오? 왜란 때 같이 끌려 간 그의 부친이 바로 내 스승님이셨소.

            게이스케...그러니까 그때는 김생연이었지. 내 옆에서 나와 함께 자기를 배웠다오.

            (감회가 새로 운) 허허... 그때 생연이가 나의 재주를 참 많이도 부러워했었는데...

얀 : (어처구니없는) 말을 바로 하시오. 자기를 배우지 않으면 날마다 땔 나무를 한 짐씩 졌어야 했어도,

      조선에선 자기가 지겨워 가마터 근처엔 얼씬도 하지 않았다는 거 다 알고 있소.

이사평 : (흠칫, 발걸음 멈추며) 그걸 어찌... (하다가, 깨달은) 혹...자네...?

 

이사평, 다시 얀을 서둘러 따라가는데, 얀은 다시 노점 앞에서 걸음을 멈춘다. 보면, 천을 염색하는 각종 염료를 팔고 있다.

 

이사평 : (얀의 얼굴 유심히 보며) 혹시 자네...생연의 아들인가? 그렇구먼...

             그러고 보니 뱁새와 같은 날카로운 눈매와 비웃는 듯한 입가의 미소... 영락없는 생연의 얼굴일세! 허허!!

 

혼자 떠드는 이사평을 염료장수는 웃긴다는 듯이 쳐다보고. 까만색 염료를 하나 집어 드는 얀. 뭔가 떠오른 표정인데...

 

 

#22. 도공의 집 근처 산 - 낮

 

천천히 도공 집 주변을 산책하는 박규. 버진과 윌리엄이 도자기들을 살펴보며 즐거워하는 모습이 멀리 보인다.

 

flash back) 10부. 윌리엄 “여기 있으면 버진을 볼 수 있잖아...”

flash back) 9부. 윌리엄 살려달라고 울던 버진의 모습.

flash back) 9부. 얀 “네 연심을 그렇게 가리려고 하지마라.”

flash back) 10부. 부상당한 자신을 태우고 말을 달리던 윌리엄 모습.

 

박규, 착잡한 얼굴로 다시 버진을 바라본다. 해맑은 버진의 미소가 박규의 눈으로 가득 들어오는데.

 

 

#23. 도공의 집 - 저녁

 

밖은 어둑해져있고, 박규 홀로 앉은 방에 얀이 들어와 앉는다.

 

얀 : 저 도공은 믿어도 되는 자인가?

박규 : 내 신분을 알고 있는데다, 칼 앞에서도 우리를 지켜준 자니 믿어도 될 것이다.

         (보며) 이양인을 조용히 데리고 갈 방도는 갖고, 쫓아온 것이냐?

얀 : 탐라야 워낙에 폐쇄적인 곳이라 문제였지만, 이곳에서라면 방도야 찾으면 얼마든지 있겠지.

박규 : (시선 돌리며) 산적들에게 습격을 당하고 난 의식을 잃은 것이다.

얀 : (보면) ?

박규 : 그 사이 이양인이 어떻게 사라졌는지 난 알지 못한다. 그가 누구와 어디로 사라진 건지도...

얀 : ......!!! (박규 심중 살피듯) 버진, 그 아이도 함께 떠날텐데... 그래도 괜찮은 건가?

박규 : (아무것도 못 들은 척 얀의 시선 외면한다. 쓸쓸한 눈빛)

얀 : 잘 생각했다. 그 아이를 멀리 보내는 게 너에게도 이로울 테니까.

박규 : (애써 혼잣말하듯) 내가 아니라... 그 아이를 위해 보내주는 것이다. (얀을 보며) 한시라도 빨리 떠나거라.

 

 

#24. 서린의 처소 - 낮

 

준비를 하고 있는 서린. 발 너머로 들어서는 하명.

 

하명 : 소현세자께서 출발하셨다고 합니다.

서린 : 그래? 드디어 새로운 하늘을 열 발판을 마련하게 되는구나. (얼굴에 분을 바르며) 박규라는 놈은 아직 못 찾은 게냐?

하명 : 큰 상처를 입어 그리 오래 숨어있지는 못 할거라고 합니다.

서린 : (멈춰 보며) 상처를 치료했다면 지금쯤은 벌써 다 나아서 도망치고도 남을 시간이 아니더냐.

하명 : (고개 조아리며) 서두르라 이르겠습니다.

서린 : 오라버니답지 않게 이번 일은 매듭이 늦는구나.

 

처소를 나서는 서린.

 

 

#25. 도공의 집 마당 - 낮

 

한 켠에서 윌리엄과 버진을 조용히 바라보는 얀.

평상에 앉아 까만 염료를 윌리엄의 머리에 조심스레 발라주고 있는 버진. 버진의 얼굴에 아쉬움이 가득하다.

 

버진 : 나넌 금머리가 훨씬 예쁘고 좋은디...

윌리엄 : (신난) 나는 버진처럼 검은 머리 되는 거 맘에 드는데...

버진 : 아니라마씸. (섭섭한) 이디 사람덜은 몬딱 검은 머리니께, 일리암은 금머리여야 일리암스러운 것이메.

윌리엄 : 버진...머리색을 바꿔도 난 일리암이니까 너무 서운해 하지 마.

버진 : 나도 알주게. 그냥 아쉬워서 해보는 말이라...

 

점점 검게 변해가는 윌리엄의 머리카락.

 

 

#26. 도공네 가마 앞 - 낮

 

이사평이 여전히 포스를 품어내며 자기를 바라보고 있다. 보면, 역시 윌리엄이 그림을 그린 자기다.

 

이사평 : (유심히 살피며, 중얼) 좋아...이양인 선비의 혼이 느껴지는구만...

 

하는데, 뒤에서 발걸음 소리가 들린다. 깜짝 놀라 돌아보는 이사평. 얀임을 확인하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다.

 

이사평 : 생연이 아들...가마엔 무슨 볼일인가? 자기를 향한 집안의 피가 자네를 이곳으로 불렀는가?

얀 : (어이없고) 그보다 부탁이 한 가지 있습니다.

이사평 : 역시...아버지의 벗임을 알게 되니, 말이 절로 높아지는군.

얀 : (허, 참!) ...일본으로 가는 배가 뜨는 포구를 알아봐주시오.

이사평 : 집에 가려는가보군. 그건 걱정 말게. 아무리 왜란 때 일본에서 무수히 많은 도공을 끌고 갔어도

            여전히 일본은 조선의 자기를 필요로 하지. 도자기 상단에 끼어서 일본으로 같이 가게나.

얀 : 도자기 상단?

이사평 : 자네 아버지와도 안면이 있는 자들이네. (안쓰러워하며) 자네 아버지도 조선에 오고 싶어 한다고 들었는데

            일이 그렇게 되어서..

얀 : (갸웃) ?

이사평 : 잠시만 기다리시게. 내 당장 알아가지고 오지.

 

이사평, 그 길로 가마를 박차고 나가면, 얀은 생각하는 얼굴이 되는데...

 

 

#27. 도공의 집 마당 - 낮

 

윌리엄의 머리에 감싸인 천을 풀어내며 머리를 탈탈 털면, 윌리엄의 까만 머리가 드러난다.

작게 환호성을 올리는 버진.

 

버진 : 우아, 일리암 참말 딴 사람 같으메.

윌리엄 : 참말, 나 조선 사람처럼 보여?

버진 : (절레절레, 머리를 손가락으로 빗겨주며) 그건 아니라마씸. 머리색이 우리랑 같아도 역시 이양인으로 보이나네.

 

그때 박규가 방에서 나오다, 둘의 모습을 본다. 윌리엄의 머리를 열심히 만져주는 버진의 모습에 박규의 마음은 쓰리고...

 

윌리엄 : 박규! 나 머리 어때?

버진 : 이기에 삿갓 쓰면 사람덜이 이양인인거 완전 모를테주?

박규 : 뭣 때문에 그리 한 것이냐? 어차피 떠날 것을...

 

즐거운 버진과 윌리엄. 박규는 다시 방으로 들어간다. 갸웃하는 윌리엄. 버진은 맘이 쓰이는데.

 

 

#28. 도공의 집 방 안 - 낮

 

박규, 문 앞에 기대서 잠시 눈을 감는다.

 

박규 : (마음을 다잡으며) 다 잊기로 하지 않았느냐?

 

그렇게 마음을 다잡고 있는데. 밖에서 버진의 기척이 들린다.

 

버진(E) : 박규나리.

 

서둘러 자리를 잡고 무심한 얼굴로 앉는 박규. 약초 그릇을 들고 들어오는 버진.

 

박규 : 거기 두고 나가거라. 내가 알아서 하겠다.

버진 : 혼자서 하기 심든 거 다 아니께, 허드렁한 소리 고만 허곡, 옷 벗주.

 

버진, 박규의 대답상관 없이, 옷을 벗기고 붕대를 푼다. 수건으로 조심스레 닦아 새 약초를 바르는 버진.

박규, 버진과 눈도 마주치지 못하고, 고개를 돌리는데...

 

버진 : (약 발라주며) 근디 아까 그기 무슨 소리라? 어차피 떠난다니?

박규 : 이양인과 같이 떠나려고 찾아온 것 아니더냐?

버진 : (주저하는) 그..그렇지라...

박규 : 말도 안 통하는 타국에서 살 자신은 있느냐?

버진 : (그런 생각 처음 해본다. 대답 못하는) ......

박규 : (버진 슬쩍 보며) 네가 이양인이 되어 살아갈 수 있겠냐 말이다.

버진 : ...잘 모르겠나네. ...허지만 일리암이랑 가치 가니께, 덜 무섭지 않겠으멘? ... 글고 지금 당장 가는 것도 아니고...

         (이제야 생각이 미치는) 글헌디...., 일리암, 풀어줄거멘?

박규 : (대답 않고, 옷 다시 걸치며) 됐으니 그만 나가보거라.

버진 : (밝아지며) 나으리... 일리암 참말로 풀어줄 생각이나네...

박규 : 그리 부르지 말라고 하지 않았느냐?

버진 : 고맙수...메...

 

박규, 서운하고 아쉬운 복잡한 눈으로 버진을 바라본다.

버진, 박규의 시선에 왠지 가슴이 뛰어 역시 멍하니 바라볼 뿐인데.

 

 

#29. 방 밖 - 낮

 

문 앞에서 둘의 얘기를 듣고 있는 윌리엄. 굳은 표정인데.

 

 

#30. 강진 마을 일각 - 낮

 

드문드문 집들이 늘어선 작은 마을이다.

희희낙락한 얼굴로 부지런히 발걸음을 옮기던 이사평이 문뜩 뭔가를 발견하곤 한옆 나무 뒤로 재빨리 숨는다.

마을 여기저리를 살피는 전치용과 그의 수하들이 보인다. 이사평 조심스런 몸짓으로 마을을 슬그머니 빠져나간다.

 

 

#31. 도공의 집 방 - 낮

 

이사평의 얘기를 박규가 진지한 얼굴로 듣고 있다.

 

이사평 : 여긴 이미 왔었으니 또 찾아올까 싶기도 하네만...혹시 모르니 관군들의 도움을 받는 건 어떻겠소?

박규 : 그건 절대 안 되오.

이사평 : 아! 그렇군. 이양인 선비가 있으니...

박규 : (문 밖으로 시선 주며) 지금은 할 수 있는 일이 아무 것도 없소. 저들이 무사히 빠져나가기 전에는...

이사평 : 어사 양반... 이양인을 위하는 마음이 대단하시군. (비장) 걱정마시오. 혹여 그놈들이 다시 온다 해도,

            나의 기지로 그 위기를 또 다시 넘 길 수 있을 거요. (으스대며) 지난번 보셨잖소.

 

박규, 이사평의 설레발 무시한 채 근심스런 얼굴로 돌아서는데.

 

 

#32. 서린 상단 안 - 낮

 

말을 탄 서린과 일행들이 상단 안으로 들어가고 있다. 상단 안 사람들 모두 머리를 조아리며 서린을 반기는데..

 

 

#33. 서린 상단 대장간 - 낮

 

대장장이들이 용로에 납을 넣은 다음 은광석을 위에 깔고 불을 피운다. 그 위로 소나무를 덮어 불을 일으킨다.

연은분리법을 시행하는 풍경이다.

서린이 들어서자 모두 일제히 작업을 멈추며 예를 갖추는데

 

서린 : 어찌 되어가고 있느냐?

무웅 : (뜨거운 열기에 땀 뻘뻘 흘리며) 아직 납과 은이 완벽하게 분리되지 않아 순도가 높지 않습니다.

         사용되는 은광석의 양도 만만치 않은데... 송구합니다.

서린 : 하찮은 상놈과 노비가 개발한 기술이라 천대한 조선의 무지함이 통탄스럽구나.

무웅 : 좀 더 시간이 필요할 듯 싶습니다.

서린 : 그래, 조선에 이 기술이 남아있지 않으니, 물론 쉽지 않겠지. 허나 이는 매우 가치 있는 일이니 반드시 성공해야하네.

 

서린 뒤로 하명이 다가온다.

 

하명 : 병조판서 홍구락 대감이 도착하셨습니다.

서린 : (미소를 지으며 발걸음을 옮긴다)

 

 

#34. 서린 상단 내실 - 낮

 

서린은 홍구락의 잔에 차를 따른다. 홍구락, 향기를 음미하며 차를 마시곤

 

홍구락 : (차를 음미하곤) 자네가 없으니까, 한양이 텅빈 것 같아서 허전했다네..

서린 : (눈웃음으로 답하곤 차를 음미하는데)...

홍구락 : .. (차를 마시며) 자네가 용골대에게 연통을 넣었다 들었네.

서린 : 소현세자가 제법 머리가 트여 상업의 가치도 알고, 서양 문물에 대한 관심도 지대하다고 하니,

         분명 우리 일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홍구란 : 헌데. 예판의 외아들 박규가 심양에 계신 세자저하하고 각별한 사이인 것은 알고 있나?

서린 : (의미심장한 눈빛) 세자 저하와 각별한 사이라 하셨습니까?

홍구락 : (끄덕이며) 둘이 동문수학한 사이일세. 저하께서 한양에 오시면 가장 먼저 찾을 게 바로 박규 그 자야.

서린 : (눈빛 반짝이는)

홍구락 : 아암, 박규야말로 세자저하의 수족이 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지.

서린 : (서두르며) 밖에 하명이 있느냐?

 

 

#35. 도공의 집 마당 평상 - 밤

 

평상에서 박규의 약초를 다리고 있는 버진과 윌리엄에게 얀이 다가온다.

 

얀 : 내일 아침 일찍 떠날 테니, 미리 준비 해둬.

버진 : (놀라는) 떠나? 내일? 어디로?

얀 : (고개 끄덕) 우선은 나가사키로 갈 거야.

버진 : 나가사키?

얀 : 넌 가기 싫으면 안 가도 돼.

윌리엄 : (버진 손잡으며) 그런 소리 마, 얀. 버진은 당연히 우리와 함께 가.

버진 : (주저하는) ... 글헌디 박규... 아직 아픈디, 우리끼리 먼저 가도 되난?

얀 : 걱정 마라. 박규와는 이미 얘기가 다 된거니까.

버진 : 아맹글해도...

 

버진의 시선이 박규의 방으로 향한다. 창호지 문에 비치는 박규의 꼿꼿한 그림자, 이내 방안의 불이 꺼지고.

 

 

#36. 방 안 - 밤

 

어둠 속에 앉아있는 박규의 착잡한 얼굴.

 

 

#37. 서린상단 높은 일각 - 밤

 

종이를 멘 전서응이 누각에서 날아가고 그것을 보고 있는 하명. 어둑한 하늘 멀리 동이 터오고...

 

 

#38. 도공의 부엌 - 새벽

 

약탕기에서 달인 약을 그릇에 쏟아놓곤 약을 정성스레 짜고 있는 버진. 한쪽엔 보따리가 놓여있다.

 

 

#39. 도공의 집 방 안 - 새벽

 

얀과 윌리엄이 짐을 챙겨들고 나갈 준비를 한다. 묵묵히 그 모습을 지켜보는 박규.

 

윌리엄 : (박규에게 손을 내밀며) 고마워, 박규. 나도...버진도...보내줘서.

박규 : (의아하게 윌리엄의 내민 손을 보면) ?

윌리엄 : (계속 손 내밀며) 잉글랜드 사대부 인사야.

박규 : (잠시 망설이다 손을 잡아준다) ...잘 가거라.

얀 : 너도 무사히 한양까지 가기를 빈다.

 

얀, 먼저 문을 열고 나가면, 잠시 머뭇거리던 윌리엄도 밖으로 나가는데,

 

박규 : (나직이/간절히) 저 아이를 부탁한다.

윌리엄 : (돌아보면) !

박규 : 제주에서만 살던 아이다. 너 하나만 믿고 가는 아이니, 부디 잘 보살펴주기 바란다.

윌리엄 : 걱정 마, 박규. 버진이 탐라에서 나 지켜준 것처럼, 나도 버진 끝까지 지켜줄거야.

 

윌리엄까지 밖으로 나가면 방에 홀로 남은 박규의 얼굴은 공허한데...

 

 

#40. 도공네 집 마당 - 새벽

 

얀과 윌리엄, 나와 서있으면, 버진이 약사발을 들고 방 앞으로 다가온다. 약사발을 앞마루에 놓으며 두리번거리는 버진.

 

버진 : 박규는? ...작별인사도 안 허멘?

윌리엄/얀 : (대답 못하고)

버진 : (방 앞으로 다가가) 나으... 귀양다리! 쪼꼼 나와보심.

 

 

#41. 도공의 방 안 - 새벽

 

방안에 앉아 버진의 목소리를 듣고 있는 박규. 그러나 꿈적도 안 한다.

방문 앞으로 버진의 실루엣이 어른거리고. 그저 바라만 보는 박규.

 

 

#42. 방문 앞 - 새벽

 

버진, 초조한 얼굴로 방문 앞에 서있다.

 

버진 : (방을 보며) 나와 보라, 귀양다리. 아맹글해도 인사는 허고 헤어져야 하지 않겠으멘?

 

옆에서 보고 있는 얀은 답답하기만 하고.

 

얀 : 그만 가지. 박규, 몸이 안 좋아서 못 일어나는 것 같던데...

 

얀이 먼저 집 밖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버진, 안타까운 얼굴로 계속 방문만 쳐다보는데, 윌리엄이 버진에게 손을 내민다.

 

윌리엄 : 버진, 우리 이만 가.

 

망설이던 버진, 평상에 둔 보따리를 들고 윌리엄 따라 가는 듯 싶더니, 다시 방 앞으로 다가간다. 그리고 문 앞에서 주저하다가,

 

버진 : 귀양다리, 나 가메... 몸 조심하곡... 아프로도 훌륭한 사람 되라. 탐나에서처럼 골패 같은디 가면 절대 안되메. 아란?

         (애써 다시 인사하며) 나 가메, 귀양다리. 진짜 가메.

 

반응없는 박규. 야속한 버진. 윌리엄이 내민 손을 잡으며, 아쉬운 얼굴로 발걸음을 돌리며.

 

버진 : (눈물 차오르고/나직이) 나 가메, 니도 잘 가라.

 

 

#43. 방 안 - 새벽

 

버진의 발걸음 소리가 멀어질수록, 박규의 가슴은 철렁 내려앉는 것만 같다.

자신도 모르게 차오르는 감정을 주체하려 입을 막으며 참는 박규. 눈물 차오르고.

 

 

#44. 도공 집 근처 - 새벽

 

얀이 앞서 걸어가고, 그 뒤를 따르는 버진과 윌리엄.

얀이 하늘을 올려다본다. 잔뜩 흐리다. 나뭇잎 뜯어 바람에 날려보며

 

얀 : (중얼) 파도가 높겠군...

 

윌리엄과 함께 걸어가는 버진이 자꾸 뒤를 돌아본다. 그런 버진의 손을 잡아끄는 윌리엄.

그렇게 도공의 집을 떠나가는 세 사람.

 

 

#45. 도공 집 마당 - 새벽

 

아무도 없는 조용한 마당.

박규, 짠한 마음으로 텅 빈 마당에 서서 버진이 내려간 쪽을 망연히 바라보는데, 허망한 표정으로 먼 곳을 바라보고선 박규.

어느새 다가온 이사평이 박규 마음을 다 안다는 듯 씨익 웃는다.

 

이사평 : 이별이란 원래 아무리 겪어도 적응이 되지 않는 것이라오. 옷깃만 닿아도 인연인 것을, 옷깃만 닿았나?

            마음이 닿고 육신이 닿은 사람과의 이별이 어찌 슬프지 않을 수 있겠소? 나도 지금은 비록 혼자지만...

박규 : (돌아보며) 도공, 내 부탁 하나 들어주시겠소?

이사평 : (박규 보고) ??

 

 

#46. 객주 안 - 오전

 

얀과 삿갓 쓴 윌리엄, 그리고 기운 없는 버진이 객주에 도착한다. 방 앞에 선 세 사람.

얀, 주변을 둘러본다. 이른아침이라 사람이 없다.

 

얀 : 상단에서 올 때까지 여기서 기다리면 된다.

윌리엄 : (고개 끄덕)

얀 : (버진 보고) 저자에서 살 것들이 좀 많으니 넌 나랑 같이 가자.

버진 : (풀 죽은 채로 얀을 보곤)

얀 : 윌리엄은 그동안 방에서 얌전히 기다려. 혹시 밖에서 무슨 소리가 들리거나 해도 절대 나와선 안된다.

윌리엄 : 걱정 마, 얀. (버진을 잡고보며) 버진, 지다리고 있을게. 다녀와.

버진 : (애써 미소/끄덕끄덕)

 

윌리엄이 보따리들을 받아들고 방 안으로 들어가자,

버진, 힘없이 밖으로 향하면, 얀, 짧은 한숨을 내쉬곤 버진 뒤를 따라 나선다.

 

 

#47. 저잣거리 - 오전

 

금방이라도 비가 올 것 같은 흐린 날씨의 저잣거리. 버진이 얀의 뒤를 따라 저잣거리를 걷고 있다.

기운 없는 버진을 힐끗 쳐다보는 얀.

 

얀 : 계속 그런 얼굴로 다닐 요량이냐?

버진 : 미안허메... 막상 멀리 가려니께... 멤이 쪼꼼 이상해서...

얀 : (썩소 날리고) 그만한 각오는 하고 탐나를 떠난 것으로 아는데?

버진 : (암말 못하고)...

 

얀은 가게 앞에서 멈춰서, 이것저것들을 사고 있고... 버진은 제주와는 다른 강진 거리를 멀거니 바라보고 있는데,

그때 버진의 눈에 띄는 사람들. 왠지 모습이 낯익은데... 갸웃거리는 버진.

 

flash back) 11부. 도공의 집으로 쳐들어가는 전치용과 수하들.

 

그제사 깜짝 놀라는 버진. 조심스레 다가가 모퉁이에 몸을 숨기고 전치용을 엿보는데.

 

전치용 : (박규 용모파기를 보여주며) 이 자를 저자에서 본 적이 있는가?

염료장수 : (대충 보며) 여기야 외지 사람이 많이 들고 나는디, 무슨 수로 그걸 다 기억하겠수?

전치용 : 잘 생각해 보거라. 이 자는 자상을 입었고, 특이하게 생긴 자와 같이 다니고 있을 것이다.

염료장수 : (갸우뚱) 특이한 놈? (생각난) 전날에 도공이 중 머리한 놈이랑 와서 염료를 사가기는 했는데...

전치용 : 염료?

염료장수 : (피식) 그 중머리가 글쎄, 시꺼먼 염료를 집어 들더니 머리에 발라도 되냐고 묻습니다. 별 미친...

전치용 : (두 눈 번뜩인다)

 

전치용이 어딘가로 급히 발걸음을 옮긴다.

버진은 어쩌지 싶은데 그때 버진의 손을 잡아채는 손길. 버진, 화들짝 놀라 돌아보면

 

얀 : 상단에서 올 시간이 되었다. 어서 돌아가자.

버진 : (다급하게) 큰일났으메.

얀 : (보면) ?

버진 : 지난번에 귀양다리 찾아 댕기던 나쁜 놈덜이 도공 집에 또 다시 갈 모양이나네.

얀 : 박균 자기 일신 정도는 지킬 수 있는 사람이니 걱정할 거 없어.

버진 : 지금은 다쳐서 지대로 움직이지도 못 허잖서? 어서 가서 도롬질치라 알려줘야 허메.

 

버진이 몸을 돌려 다급하게 가려하는데, 얀이 버진의 팔을 붙잡는다.

 

얀 : 지금 가면 윌리엄과 함께 떠날 수 없어.

버진 : ...!!! (주저하는) 글해도... 귀양다리는...

 

잠시 주저하는 버진,

 

얀 : 지금 박규에게 달려간다면, 넌 앞으로 두 번 다시 윌리엄을 보지 못 할지도 모른다. 그래도 꼭 가야겠느냐?

버진 : (망설이는 얼굴)

 

버진, 기어코 얀의 손을 뿌리치고 도공의 집으로 다다다 달려가기 시작한다.

얀은 뛰어가는 버진을 보며 눈살을 찌푸리지만, 이내 발걸음을 돌려 객주로 향한다.

 

 

#48. 길 일각 - 낮

 

헉헉거리며 정신없이 달려가고 있는 버진.

 

 

#49. 도공의 집 - 낮

 

산 아래쪽으로 쓸쓸한 시선에서 문득 고개를 돌리던 박규의 눈에 마루에 놓인 약사발이 보인다.

멈칫해서 발걸음을 멈추고 사발을 보는 박규. 버진이 끓여 놓고 간 사발을 보면서 가슴이 아린다.

 

박규 : ...차라리 잘 된 일이다... 이양인과 함께 하는 넓은 세상이 너에겐 더 좋을 테지... (말은 그렇게 하지만 마음은 아프다)

 

다시 방안으로 들어가는 박규. 마루에 덩그러니 남은 약사발.

 

 

#50. 객주 방 안 - 낮

 

얀이 산 물건들을 들고, 객주 방 안으로 들어온다. 방 안에 있던 윌리엄. 얀의 손에 든 물건을 받아주다가 뒤를 보면서.

 

윌리엄 : (두리번거리며) 버진은 어딨어?

얀 : ... 박규에게 돌아갔다.

윌리엄 : (받아들던 손을 아래로 떨어뜨려버리는)

얀 : 지금 박규에게 가면, 너와 함께 떠나지 못 할 거라 경고했는데도 불구하고 그 아인 뒤도 돌아보지 않고 가더군.

윌리엄 : 말도 안 돼... 버진 그럴 리 없잖아?

얀 : 그 아인, 너 대신 박규를 선택했어.

윌리엄 : (믿을 수 없다는 듯) 내 눈으로 확인해야겠어.

 

믿을 수 없는 윌리엄이 삿갓을 집어 들고 바깥으로 나가려는데, 얀이 막아선다.

 

얀 : (강하게 잡으며) 이번이 마지막이야. 네가 이곳을 떠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나도 더이상 널 데려가려 애쓰지 않을 거야.

윌리엄 : (보면)

얀 : (차가운) 이번 기회를 놓치면 넌 이 땅에서 낯선 이들에게 놀림감 취급을 받으며 평생 살아야 해.

      아니. 한양으로 가자마자 죽을 수도 있어.

윌리엄 : (잠시 주저하는데)

얀 : (부드럽게) 그 아이도, 이곳도... 시간이 지나면 다 잊혀질 거야.

윌리엄 : ...... (고개 저으며) 안 되겠어... 미안해... 얀.

 

잠깐 망설이던 기색을 보이던 윌리엄, 결국 얀을 뿌리치고 달려 나간다.

 

 

#51. 객주 밖 - 낮

 

삿갓을 쓰고 다급하게 달려 나온 윌리엄. 그대로 달려 나가려다, 객주 밖에 메여 있는 말을 본다.

재빨리 말 위에 올라타서, 고삐를 풀고 달려가는 윌리엄.

객주에서 밥을 먹고 있던 상인은 갑자기 자기 말을 타고 달려가는 윌리엄을 보고 달려 나온다.

 

상인 : (고래고래) 도둑놈이야! 저 놈 잡아라...

 

그러나 말을 탄 윌리엄은 이미 저 멀리 달려가고 있다.

문을 열고 나와 보는 얀.

 

 

#52. 산길 초입 - 낮

 

저 멀리서 벼락이 내려치고, 빗방울이 하나 둘씩 내리기 시작한다.

말을 타고 달려가고 있는 삿갓 쓴 윌리엄.

 

 

#53. 높은 누각 위 - 낮

 

한양전경이 보이는 높은 누각. 바람에 서린의 옷깃이 날린다. 의지를 세우고 있는데.

 

 

#54. 산길 일각 - 낮

 

이사평이 관군 대여섯을 이끌고 자신의 집으로 향하고 있다. 의기양양한 태도로 관군들을 돌아보는 이사평.

 

이사평 : 자네들, 위기에 빠진 어사님을 구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으니, 일 계급 승진은 다들 따 놓은 당상이구만... 허허...

 

 

#55. 도공의 집 근처 산 위 - 낮

 

도공의 집이 내려다보이는 곳. 누군가의 발이 나타난다. 전치용이다.

도공 집을 유심히 살피곤, 총을 꺼내들고 조준 준비를 시작하는 전치용.

 

 

#56. 도공의 방 안- 낮

 

박규, 상념에 빠진 얼굴로 빗소리를 듣고 있는데, 빗소리에 섞여 들리는 목소리.

 

버진(E) : (작게) 귀양다리...

박규 : (들려오는 버진 목소리에 어이없고)

버진(E) : 귀양다리! 귀양다리 어디 있으멘?

 

박규, 확실히 들려오는 버진 목소리에 놀라 문을 벌컥 연다.

 

 

#57. 산 위 - 낮

 

방에서 나오는 박규가 보인다.

전치용, 비장한 눈빛으로 총을 겨누고, 박규에게 조준을 하는데, 버진에게 가려버리는데.

버진을 피해 다시 조준하려는 총구.

 

 

#58. 도공의 집 - 낮

 

서둘러 박규가 마당으로 나오면, 숨이 차서 헉헉거리며 방 앞에서 선 버진.

 

박규 : (놀란) 망아지... 네가...

버진 : (헉헉 숨 몰아쉬며) 귀양다리... 어서 도롬질 쳐야 허메...

박규 : 이양인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겼느냐? 그래서 급히 돌아온 것이냐?

버진 : (고개 저으며) 지난번에 이곳꼬지 닐 쫓아왔던 사람덜이 곧 이리로 올꺼라. 글허니까 어서 도롬질 쳐야 허심.

 

버진은 다급한 마음에 박규의 손목을 냅다 잡고 산 뒤쪽으로 가려고 하는데,

 

 

#59. 산 위 - 낮

 

버진이 박규의 손을 잡아끌자, 박규가 전치용 앞에 무방비로 드러난다.

박규의 가슴에 정조준 하는 전치용. 이제 쏘기만 하면 된다.

전치용, 방아쇠를 당기려고 하는데. 하늘에서 들리는 매의 울음소리. 하늘을 올려다보는 전치용.

 

 

#60. 하늘 - 낮

 

하늘을 멤돌고 있는 전서응(#31씬의 매). 다급하게 울음소리를 뱉어내는데.

 

서린(E) : 그자를 죽이시면 아니됩니다, 오라버니.

 

 

#61. 도공의 집 - 낮

 

버진, 어리둥절해하는 박규를 마구 잡아끌며 산 뒤로 가려고 하는데.

하늘을 멤돌며 울고 있는 매의 울음소리에 하늘을 올려다보는 박규. 날을 세우는데

이때 가까워지는 말발굽 소리와 말울음 소리에 그만 멈칫해버린다.

 

버진 : (마음 급한) 벌써 이기꼬지 온 모양이나네...

 

집 안으로 뛰어 들어오는 한 필의 말.

박규가 서둘러 버진을 자신의 뒤로 감추는데 그 말에 탄 사람은 삿갓을 쓴 윌리엄이다.

설마 싶은 마음에 달려온 윌리엄.

박규 뒤로 몸을 숨긴 버진 고개를 빼고 보는데 충격 받은 얼굴로 말에서 내리며 삿갓을 벗는 윌리엄.

 

버진 : (안도의 미소) 일리암.

박규 : (둘을 보며) 너희들...

윌리엄 : 버진..., 참말 박규한테 왔구나... (조금 섭섭한) 여기로 다시 왔어, 나를 두고... 박규한테...

 

믿을 수 없다는 윌리엄의 표정. 하늘에서 비가 완연하게 내리고. 윌리엄의 머리 염색이 서서히 지워지며 흘러내리는데...

 

버진 : 일리암 그게 아니라. 이게 어떻게 된거냐 허믄.

 

갑자기 밖에서 요란한 발걸음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한다. 놀라 뒤돌아보는 세 사람.

선두에 선 이사평을 위시로 관군들이 집 안으로 들어선다. 이사평은 윌리엄을 발견하곤 순간 허걱하며 놀라고.

관군들은 느닷없는 이양인의 모습에 어리둥절해 하다, 윌리엄 주변을 포위하고 나선다.

뜻밖의 상황에 당황하는 박규와 버진.

 

 

#62. 산위 - 낮

 

도공의 집이 내려다보이는 곳에서 살펴보고 있던 전치용. 바라보던 관군들에게 둘러싸인 도공의 집을 등지고 가버린다.

 

 

#63. 도공의 집 마당 - 낮

 

머리에서 흘러내린 염료 때문에 검은 얼룩이 생긴 윌리엄의 얼굴.

흡사 괴물 같은 윌리엄의 몰골에 놀란 관군들은 긴장하며 공격 태세를 갖추는데.

버진, 안타까이 윌리엄을 바라보다 박규를 향해,

 

버진 : (간절히) 귀양다리...어떻게든 해 보라.

박규 : (의미심장하게) 이제 우리의 시간은 끝이 났다.

 

박규는 그저 당혹스러운 얼굴로 윌리엄을 지켜볼 뿐이다.

주저하던 관군들이 윌리엄이 포박하기 시작하고, 윌리엄에게 달려가려는 버진을 이사평이 잡아 말린다.

 

버진 : (울며) 일리암은 한양가면 죽는다마심. 일리암은 인글란드로 가야하메.

이사평 : 인간사 다 팔자소관이니, 너무 나쁘게만 생각하지 마라.

버진 : (흐르는 눈물 주체하지 못하며) 일리암...

일리암 : (우는 버진 보다가 박규를 본다)

박규 : (시선 외면한다)

 

관졸들은 박규 앞에 와서 예를 갖추고 의도치 않은 현 상황에 당황스럽기만 한 박규.

눈물을 글썽이며 윌리엄을 보는 버진. 초연한 듯 순순히 포박당하는 윌리엄의 얼굴.

 

 

#64. 배 위 - 낮

 

출렁이는 바다. 그 위에 떠있는 한 척의 배. 동인도회사 옷으로 갈아입은 얀. 조선에서 입었던 옷을 바다에 툭 던진다.

이제 모든 것을 다 떨쳤다는 표정으로 멀어져가는 조선을 바라보는데.

 

 

#65. 한양 저자 - 낮

 

활기찬 저잣거리를 날듯이 마구 활보하는 봉삼이.

 

봉삼 : (큰소리로) 우리 되련님이 시방 돌아오신다요!! 우리 되련님이!!

 

 

#66. 한양 성곽 앞 - 낮

 

성문이 보이고... 말을 타고 맨 앞에 선 박규, 그 뒤에 말을 탄 윌리엄이 관군들의 호위를 받으며 차례로 성문을 통과하고 있다.

관군들 행렬 맨 뒤로 보따리를 품에 안은 버진이 보인다. 긴장되고도 불안한 버진의 얼굴.

 

 

#67. 높은 누각 위 - 낮

 

한양으로 입성하는 박규 일행을 내려다보고 있는 서린과 그 뒤에 선 전치용.

 

전치용 : 저 자는 우리 상단에 위협이 될 수도 있는 인물입니다. 그런데 어찌 하여 제거하지 않으시려는 겁니까?

서린 : 저 자는 아직 우리에 대해 아무것도 모릅니다. 그가 제주에서 보낸 장계의 내용도 이미 확인해두었으니 염려놓으세요.

         게다 소현세자와 각별한 친분이 있다하니, 오히려 우리에게 요긴한 인물이 될 수도 있습니다.

전치용 : (서린 보면)

서린 : 물론 저 자의 움직임은 계속 예의주시해야지요.

         재미있지 않습니까? 우리에게 적이 될 수도, 혹은 힘이 될 수도 있는 인물이라니...

 

서린은 흥미롭다는 듯 얼굴에 가득 미소를 짓고, 다시 박규 일행을 내려다본다.

 

 

#68. 한양 성문 앞 - 낮

 

성문 안으로 들어온 박규 일행. 박규는 다시 돌아온 한양의 거리가 새롭고, 버진은 화려한 한양에 어리둥절한 표정이다.

윌리엄도 삿갓을 쓴 채 신기한 듯 보고 있으면.

 

봉삼(E) : (팔짝팔짝 뛰며) 되련님~~ 여기라... 여기 좀 보쇼. 되련님~~

 

호들갑을 떨며, 마중 나온 티를 팍팍 내며 앞으로 나서는 봉삼. 박규가 말을 몰아 그 쪽으로 향한다.

 

봉삼 : (따발총처럼) 되련님, 고생 많으셨지라? 이 얼굴 좀 봅소. 아주 반 쪽이 다 됐어라.

         그 천것들과 어울려 사시느라 얼마나 힘드셨겠어라... 어서 집으로 가죠. 마님이 아주 목을 빼고 기다리십니다.

박규 : (행렬 뒤에 선 버진을 가리키며) 나는 궁으로 가야하니, 너는 저 아이를 데리고 집으로 가 있거라.

봉삼 : 엥? (그제야 버진을 보고) 아니 저것은... 그 천것 무지랭이?

박규 : (따끔히) 허허! 내 나중에 어머니께 직접 다 말씀 드릴테니 그때까지 저 아이에 대해선 입조심 하거라. 알겠느냐?

봉삼 : (대답 안 하고) 잠녀를 여기까지 데리고 오시다니... 되련님 혹시...

박규 : (말 끊으며) 어허... 어서 데리구 가래두.

 

봉삼, 입을 쑥 내밀고, 버진에게 다가간다.

 

봉삼 : 뭐 혀냐? 어여 따라 오지 않고...

버진 : (박규를 바라보면)

박규 : (고개를 끄덕인다)

버진 : (박규 보다, 윌리엄에게 살짝 다가가) 일리암... (미안한 얼굴로 윌리엄 바라본다) 나 땜시...

윌리엄 : (삿갓을 살짝 들추고, 버진을 안심시키려 미소지으며 작게) 걱정하지 마. 나... 별일 없을거야.

버진 : (그래도 윌리엄 걱정에 발을 못 떼는데)

박규 : (보다 못해 답답해서 버진에게) 그만하고 집으로 가 있거라. 우린 어서 궁으로 가봐야한다.

 

박규가 일행을 끌고 다시 궁으로 향한다.

윌리엄, 말을 타고 가면서 버진을 계속 돌아본다. 마지막이 될 수도 있기에, 애절함을 가득 담은 윌리엄의 눈길.

버진 역시 윌리엄이 잘못될까 불안한 마음에 윌리엄을 계속 지켜보는데.

그런 모습을 코웃음 치며 보는 봉삼. (버진이 박규를 뚫어져라 본다고 오해)

 

봉삼 : 아따, 우리 되련님 뒤통수 닳겠네.

 

버진을 뒤에서 쿡쿡 찌르며 어여 따라오라는 재촉하는 봉삼.

봉삼의 뒤를 따라가는 버진은 계속 뒤돌아 윌리엄과 박규를 바라본다.

 

 

#69. 박규의 집 전경 - 낮

 

어마어마한 규모를 자랑하는 박규의 집. 집 앞에 도착한 봉삼과 버진.

버진은 박규의 집을 보고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데.

 

 

#70. 박규의 집 안 - 낮

 

봉삼의 뒤를 따라 들어오는 버진.

마당 곳곳에 전을 부치며 음식을 장만하는 사람들. 마당을 쓰는 사람들. 다들 바삐 움직인다.

마당을 쓸던 하인이 봉삼을 발견하고 서둘러 안채로 달려가.

 

하인(E) : 마님... 봉삼이 왔습니다요.

 

엄씨부인이 방문을 활짝 열어젖히며 호들갑스럽게 달려 나온다.

 

엄씨부인 : 규 왔느냐? 우리 잘난 아들 규가 드디어 돌아왔느냐?

 

버선발로 달려 나온 엄씨부인. 그러나 눈앞에 보이는 건 봉삼과 버진 뿐이다.

 

봉삼 : 되련님은 바로 궁으로 가셨어라.

엄씨부인 : (급실망한) 그래? (봉삼의 뒤에 있던 버진을 눈치 채고)

 

꾀죄죄하고 볼품없는 버진을 보고 눈살을 찌푸리는 엄씨부인. 봉삼을 보면, 봉삼은 눈을 돌려 엄씨 부인 시선을 피한다.

 

엄씨부인 : (버진을 위 아래로 훑어보며 거만하게) 너는... 누구니?

버진 : (엄씨 부인의 눈길에 위축되는데)

 

 

#71. 궁궐 안 - 낮

 

말에서 내려서 궁 안으로 들어가는 윌리엄과 박규. 윌리엄, 엄청난 궁궐의 위용에 눈이 절로 커진다.

절도 있는 금부도사들과 바쁘게 움직이는 무수리들. 화려한 궁 안.

두리번거리는 윌리엄. 박규가 윌리엄을 안으로 데리고 들어간다.

 

 

#72. 내실 - 낮

 

내실 안에 들어서는 윌리엄과 박규. 곧 내시가 들어온다.

윌리엄 잔뜩 굳어져 숨도 못 쉬고 내시를 보면.

 

내시부장 : (옷을 내려놓으며 박규 향해) 갈아입히시게.

박규 : 알겠소.

 

내시부장이 이양인을 한 번 쓰윽 보고 나가면, 윌리엄 숨을 토해낸다.

 

박규 : 이 옷으로 갈아 입거라.

 

윌리엄은 박규가 가리키는 옷을 보는데...

 

 

#73. 대전 앞 - 낮

 

옷을 갈아입은 윌리엄. 잔뜩 긴장해서 대전 앞에 서 있다. 칼을 찬 무사들과 내시들을 보며 굳은 윌리엄.

그런 윌리엄을 짠하게 보는 박규.

 

박규 : 너무 긴장하지 말거라. 전하께서 살펴주실 것이다.

윌리엄 : (그러나 긴장 풀리지 않는다)

박규 : (다독이며) 걱정하지 말거라. (내시에게) 고하거라.

윌리엄 : (그 말에) 박규...

박규 : 왜 그러느냐?

윌리엄 : (힘들게 말문을 열며) 만약에... 내가 죽는다면...

박규 : (보며, 단호하게) 그럴 일은 없을 것이다.

윌리엄 : 그래도... 아주 만약에 말이야... 내가 죽으면... 버진...

박규 : (버진이라는 소리에 고개 돌려 윌리엄을 보며, 뒷말을 기다리는데)

윌리엄 : (입을 열려는데)

내시(E) : 주상전하, 암행어사 박규와 이양인이 뵙기를 청합니다.

인조(E) : 들라 하라.

 

인조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문이 양 옆으로 쫘르륵 열린다.

화들짝 놀라는 윌리엄. 열린 문 사이로, 고개를 숙이고 좌우로 늘어선 신하들이 보이고...

가운데 옥좌에 앉은 왕의 얼굴이 멀리 보일락 말락 한다.

옆에 선 박규가 윌리엄에게 어서 안으로 들어가라는 눈짓을 보낸다.

대전 안으로 발을 내딛는, 두려움으로 잔뜩 긴장한 윌리엄의 얼굴에서...

 

- 10부 엔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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