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SBS대본

[찬란한 유산] 07

작성자수다쟁이|작성시간12.08.17|조회수1,144 목록 댓글 0

[찬란한 유산] 07

 

 

 

 

 

 

 

 

 

 

S#1. 환 집 거실

 

6회와 연결해서...

 

할머니 : 오늘, 지금 이 시간부터... 느이들한테 해줬던 모든 지원은 끝이야. 자립 해!

모두 : (벙해서 보는)

환 : 할머니 그게 무슨 말이야?

할머니 : 그리고!... (표정 한결 더 차가워지며) 회사에 내 모든 지분을 포함, 내 전 재산을 은성이, 고은성에게 상속한다!

셋 : (이게 무슨 말이야? 벙해서 서로 쳐다보는)

할머니 : 이 장숙자... 느이들한테 유산 많이 남겨줄려고 회사 차린거 아니다. 귀에 딱지 않게 들었겠지만,

            예전에 나처럼 팔자 박복해 살아내기 고단한 사람들하고 나눌려고 차렸어.

영란 : (퍼뜩 정신 차리고) 잠깐 잠깐 잠깐만요 어머니! (눈 커져) 어머니 방금 전에 뭐라셨어요?

환 : (뒤이어 안 믿기는) 재산을 누구한테 준다구?

정 : 할머니 방금 말 잘못했지? (말도 안 된다는) 할머니 방금 전에, 은성이한테 재산 준다 그랬어어-

할머니 : 내가 잘못 말한 것도 아니고, 니들이 잘못 들은 것도 아냐! 내 전 재산, 분명히 은성이한테 준다고 했다.

셋 : (경악하는)

정 : 할머니 재산을 왜 은성이를 줘?

환 : (믿을 수 없는 말에 누구 보다 충격 받고 할머니 보는)

할머니 : (말은 했지만 가슴아픈, 떨리는) 나 죽은 뒤에도 이 회사 지키고 싶어서. 그래야 하고, (눈물 어려) 그래야 하기 때문이다.

            니들 중에는 이 할미 뜻 이어줄 사람 없으니... 내 뜻 잘 이어줄 사람한테 맡길 수 밖에.

영란 : (설마) 그게 은성이란 말씀이세요?

할머니 : (단호한) 그래.

셋 : (동시에, 어머니! 할머니! 할머니!)

영란 : (이어서 바로, 어처구니없는) 어머니 말두 안돼요!

정 : (거의 동시에) 할머니 어디 아퍼?

환 : (발끈해서) 회사를 준다구? 그 기집애한테? 할머니 그게 말이 돼?

할머니 : (다시 냉정한) 왜 말이 안 돼? 꼭 자손한테만 재산 물려줘야 한다는 법 있냐?

            니들한테 유산 안 주면 누가 나 감옥이라도 보낸대?

환 : (순간 말문 막혀 멈칫하는)

영란 : (정말인가? 덜컥해서) 어머니 아까 그래서 미안하다 그러신 거에요? 은성이한테 유산 줄려구요?

할머니 : 아니다.

정 : (원망스런) 그럼 뭐가 미안한데!

할머니 : 니들을 이렇게 만들어 미안하단 뜻이야. 이렇게 내 유산만 바라보고 허송세월 보내는 무능하고 철없는 인간으로 키워

            정말 미안하다. (자책하는) 내 죄가 커.

영란 : (아직도 헷갈리는) 아우 어머니 정말, 미안하다면서 피 한 방울 안 섞인 애한테 재산 준단 말씀은 또 뭐에요?

할머니 : (분위기 제압하는) 그래서!... (셋 냉정하게 훑어보며) 내 잘못이 있기 때문에, 이제라도 니들 스스로 벌어먹고 살

            기회를 준다. (여지주지 않고) 세 사람 모두 내일부터 회사 일 하고 그 월급 받아 생활하도록 해.

정 : (놀라 눈 커져) 일을 하라구?

환 : (지레짐작) 할머니 결국 이거였어? 나 또 회사에 끌어들일려구!

영란 : 저두요? 아니 왜 저까지 끼워 넣으세요?

할머니 : (설명할 생각 없다. 계속하는) 자고로, 일하지 않는 자 먹지도 말라고 했어!

환 : (성질나는) 할머니가 그렇게 키웠다면서!

할머니 : (버럭) 그러니까 먹여주고 재워는 준다잖아!

환 : (멈칫하면)

할머니 : (차갑게) 나는 니들 부양할 의무 없어! 여기 미성년자 있냐? 내 죄가 있으니까 먹여주고 재워는 주겠다는 거야!

            대신, 아까 말했듯이 오늘부로, 내 돈은 한 푼도 못 써!

환 : (기막혀 할머니 보는)

영란 : (울상) 어머니 잘 주무시고 일어나 사람 헷갈리게 왜 이러세요?

할머니 : (기막힌) 헷갈려? 여태 내가 하는 말 코로 들었어?

정 : (의심스런) 은성이도 알아? 걔한테 전 재산 준다고 얘기했어?

할머니 : 차차 알게 될 거야.

정 : (겁 감추고) 할머니 속보여! 차라리 우리한테 화내에, 겁주지 말구!

할머니 : (표정 싸해지며) 니들이 은성이한테 말해주면 더 좋고!

환 : (진심인가? 충격으로 할머니 보는)

할머니 : (마지막으로 쐐기 박는) 내일부터, 일 안하는 사람은 이 집에서 못 살아!

 

 

S#2. 환 집 뜰

 

출근 차림으로 나오는 할머니. 영란과 정, 허겁지겁 쫓아 나온다.

 

영란 : 어머니! 어머니! (옆에 와서 잡으며) 정말 왜 이러세요?

정 : (다급한) 할머니 그거 다 진짜 아니지?

할머니 : (돌아보며) 회사 나가서 니들 끼워 넣을 빈자리 찾아 볼테니 그리 알아. (가려는데)

영란 : (더 잡으며) 갑자기 이러시는 게 어딨어요?

할머니 : 일 안할거면 이 집 나가 독립해, 안 말린다.

영란 : (한방 더 먹고 벙해서 보는)

 

 

S#3. 거실

 

충격과 혼란으로 굳어서 앉아있는 환. 영란과 정, 당황해서 호들갑 떨며 들어온다.

환, 기분은 나쁘지만 할머니 말 쉽게 믿지 못하는 상황.

 

정 : 엄마 엄마, 우리 어떡해? 할머니 진짠가 봐?

영란 : 아우 몰라, 몰라! (얼른 소파로 달려오는) 환아, 이 일을 어쩌면 좋니?

환 : (불안 감추고 일어서며) 할머니 뭐래?

정 : (짜증나 퉁퉁 걸어오며) 낼부터 일 안할거면 진짜 이 집에서 나가래!

환 : 대체 왜 그러는 건데, 할머니! 실컷 계획서 내래서 냈는데!

영란 : (퍼뜩 생각나는) 어머 정말 그거 때문 아냐? 너 계획서에 골프연습장 한다구 해서어!

         기어이 회사 일 안 배우고 니 고집 피워서, 어?

정 : (울상) 이번엔 이상하게 괜히 오빠 겁주는 거 아닌 거 같단 말야. 고은성한테 전 재산 다 준다잖아!

환 : (불안함으로 버럭) 걔가 뭔데 내 재산을 줘!

정 : (같이 해대는) 왜 나한테 그래? 내가 준대? 할머니가 준다잖아!

영란 : 아우 왜 니들끼리 싸우고 그래? 안 그래도 심장 벌렁거리고 머리 터지겠는데!

환 : 진짜 할머니... (으유... 고개 돌리고)

정 : 엄마, 할머니 진짜 은성이한테 우리 재산 다 주면 어떡해?

환 : (덜컥 불안해서 영란 보는)

영란 : (펄쩍 뛰는) 그럼 안 되지! (하다) 가만있어봐. 지금 이러고 있을 때가 아냐. (방으로 가는)

정 : 엄마 어떡하게? (얼른 따라 들어가는)

환 : (뭐가 뭔지 모르겠는, 화와 불안 섞여 혼란스럽고)

 

 

S#4. 환 방

 

기막히고 열 받아 들어오는 환, 돌아서며 문 쾅 발로 찬다.

 

 

S#5. 이사실

 

얘기 다 듣고 뜻밖이라는 얼굴로 영란 보고 있는 박변.

 

박변 : 그러니까 재산은 고은성이한테 주고, 환이 정이는 당장 내일부터 일을 하라고 하셨다구요?

영란 : (자기 가슴 치며) 저두요! 저도 일하라고 하셨다니까요?

박변 : (갸웃 생각에 잠기는)

영란 : 제가 정말 자다가 벼락을 맞았어도 이거보단 안 놀라겠어요. 이게 말이 돼요? 은성이 걔가 뭔데 전 재산을 물려주냐구요!

박변 : (안 믿는) 환이, 민석이가 남긴 유일한 아들이에요. 환이 두고 남한테 유산 준다는 게 말이 됩니까?

영란 : 그렇죠? 이사님 생각도 그렇죠? 그럼 대체 왜 그러신대요?

박변 : (확신에 가까운 추측) 환이 놓고 마지막 시도 해보시는 거 아니겠어요? 환이 회사로 끌어들일려구요.

영란 : 근데 왜 저하고 정이까지 밖으로 내모시냐구요?

박변 : 웬만해서 환이가 잡히질 않잖습니까. 환이 그 고집이 누굴 닮았겠어요?

영란 : 그러엄 환이만 설득해서 내보낼까요?

박변 : 그러지 마시고 제수씨, 우선은 사장님이 시키는 대로 하세요. 사장님이 이 정도로 판을 벌이셨는데,

         춤추는 시늉이라도 해야죠. 나이 들면 노여움만 점점 심해진다고 하잖습니까.

영란 : (솔깃해서 듣고)

 

 

S#6. 환 방

 

외출복 차림 그대로 소파에 앉아 환 설득하고 있는 영란. 정도 있다.

 

영란 : (표집사 들을까 문 쪽 쳐다보고) 그러니까 아저씨 말대로 일단 내일부터 출근하자, 어?

환 : (약간 여유 찾은) 난 정말 할머니 회사 싫다니까! 할머니 하고 싶은 대로 평생 사셨음 됐지 왜 싫다는 나 못 잡아먹어 난리야?

정 : 오빠 자꾸 이럴래? 오빠 땜에 엄마랑 나까지 쌩고생하게 생겼는데!

환 : 넌 입 다물어라?

영란 : 이번엔 아마 본사 업무 배우라고 하실 거야. 그럼 무조건 네, 해?

환 : 생각해 보께.

영란 : 생각해 보고 말고 할 때가 아냐. 너 할머니가 이렇게까지 하시는거 무시했다가 정말 돈 끊으면 어쩔려구 그래?

정 : (냉큼) 끊고도 남지, 지난번에 오빠 카드 정지시킨 거 봐!

      오빠 할머니이, 예전에 오빠라면 흐믈흐믈 꺼뻑 죽던 할머니 아니다?

환 : (맞는 말이라서 더 성질나는) 생각해 본다구!

정 : 조용히 말해 오빠아! 아저씨가 듣고 할머니한테 말하면 우리 다 끝장이야.

환 : (본능적으로 문 쪽 쳐다보는)

영란 : 그리고 니들, 은성이한테는 유산이니 재산이니 절대 말하지 마. 걔 멋도 모르고 헛바람 들어 달라붙음 어떡하니?

정 : 으유 진짜! 은성이 걔만 없었음 할머니가 이렇게 우리 협박도 못했는데!

 

<프래쉬 컷- 6회 6씬 중에서>

은성 : (욱하지만 누르고) 그쪽이 아무리 나 싫어해도 나 이 집 못나가요.

 

환 : (할머니하고 뭔가 있다! 굳어지는)

 

 

S#7. 본점 매장

 

노인 둘 앉아있는 테이블에서 김치 잘라주고 있는 은성.

 

은성 : (다 자르고) 김치 다 드시면 저 또 부르세요.

         (돌아서 가다 뭔가 생각난 듯 앞치마 주머니에서 작은 수첩 꺼내 뭔가 메모하는)

 

 

S#8. 사장실

 

할머니와 마주 앉아있는 박변.

 

할머니 : 자네 아예 우리 집 들어와 살지 그래?

박변 : 제수씨가 얼마나 놀랬으면 저한테 달려왔겠어요?

할머니 : (느껴지는, 씁쓸한) 마른하늘에 날 벼락이겠지.

박변 : 뜻대로 안되시면 어쩌실려고 이런 강수를 두셨어요?

할머니 : (보는)

박변 : 짐승도 물가까지 끌고 갈수는 있어도 물을 마시게는 못한다지 않습니까?

할머니 : 무슨 소리야?

박변 : (본심) 회사 경영에 아예 뜻 없는 환이 이렇게 우격다짐으로 끌지 마시고, 저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하시는 게 어떠세요?

할머니 : (무슨 뜻인지 아는) 사람이 이래서 신기한 동물이야. 다들 지 각각 지들 입장에서 생각하거든.

박변 :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할머니 : 때가 되면 알게 될 테니 묻지 마. (일어서며) 나... (책상으로 가며) 아직 정신 줄 놓고 저승사자 기다리는

            뒷방 늙은이 아닐세.

박변 : (? 영문 몰라 보는)

 

 

S#9. 환 집 거실 (저녁)

 

퇴근하고 지친 걸음으로 들어오는 은성. 거실에 아무도 없다.

 

은성 : (크게) 다녀왔습니다- (걸어 들어가는데 조용하다. 갸웃하며 가는데)

영란 : (방에서 나오며) 넌 눈치가 없는 거니, 예의가 없는 거니? 쉬다 말고 뛰어나와 너 맞이하라고 고함치니?

정 : (뒤이어 나왔다가) 교양이 없는 거지- (꼬아 보는)

은성 : (머쓱해서) 내일부턴 조심하겠습니다...

영란, 정 : (싸하게 쳐다보고 들어가는)

은성 : (냉랭한 분위기에 어리둥절하고)

 

 

S#10. 2층 거실 (저녁)

 

지친 걸음으로 올라오던 은성, 막 1층으로 내려오려던 환과 마주친다.

멈칫하는 은성, 가볍게 목례하고 가려는데 환, 순간 불끈해 그 앞 막아선다.

은성, 한걸음 옆으로 비켜서 가려면 다시 그 앞 막는 환.

 

은성 : (왜 이래? 탁 보며) 뭐하는 거에요?

환 : 그러는 넌?

은성 : (영문 몰라 보면)

환 : 너 우리 집에서 못 나가는 이유 있다 그랬지? 뭐냐?

은성 : (왜 또 시비야? 보다가 참고) 그쪽하고 상관없는 일이에요.

환 : (윽박지르는) 뭐냐구! 말 안해?

은성 : (황당한) 내가 왜 그쪽한테 그런걸 말해야 돼요?

환 : (욱해서) 뭐?

은성 : 성격 참 이상하네요. (황당하다는) 그걸 왜 물어봐요? 그쪽이 물어보면 내가 대답할 거 같애요?

환 : (나름 확신하고 넘겨짚는) 너 할머니하고 짰지? 얼마 받았냐?

은성 : (영문 몰라) 뭐라구요?

환 : 얼마 받고 우리 집에서 살기로 했냐구!

은성 : (어처구니없다) 궁금하면 할머니한테 물어봐요.

환 : (약 올라) 이게 지 아빠 사진보고 불쌍해 봐줬더니, 꼭대기까지 기어올라?

은성 : (멈칫) 뭘 봤다구요? 우리 아빠 사진? (확 굳어져) 남의 사진을 왜 봐요? (하다 화내는) 내 가방 뒤졌어요?

환 : 가방 뒤지게 만든 게 누군데!

은성 : (열났다) 그리고 뭐 내가 불쌍해? 내가 왜 불쌍해요? 그쪽이 뭔데! (하다) 나 불쌍해하지 마요! 그쪽이 더 불쌍하니까!

환 : 뭐? (기막혀, 버럭) 내가 왜 불쌍해, 이 기집애야!

은성 : 자기가 왜 불쌍한지 모르니까 불쌍하죠! (밀치듯 지나쳐 올라가는)

환 : (열 받아) 저게 끝까지 바락바락, 아우 진짜 팰수도 없구...

 

 

S#11. 자전거 대리점 (저녁)

 

자전거 둘러보며 젊은 주인과 얘기하고 있는 준세.

 

주인 : 여자 분이 타실 거면, 가벼운 게 좋겠죠?

준세 : 그럼요, 무조건 가볍고 오래 달려도 다리 덜 아픈 게 어떤 거에요? 참, 브레이크도 잘 잡히는 걸루요.

         아! 디자인도 예뻐야 되는데.

주인 : (알겠다는) 여자 친구 되게 좋아하나 봐요.

준세 : 네?

주인 : (웃으며) 무조건 좋은 거 찾는 거 보니까 그러네 뭐.

준세 : (멋쩍은) 그런 건 아니구요...

주인 : (자전거 두 개 가리키며) 골라 봐요, 두 개 다 좋은 거예요.

준세 : (바로 하나 가리키며) 이거 이쁘네.

주인 : (피식 웃으며) 거봐, 이거 고를 줄 알았어요.

준세 : (웃고 자전거 이리 저리 둘러보는)

 

 

S#12. 준세 집 (밤)

 

새 자전거 끌고 들어오는 준세. 형진, 주방에서 라면 봉지 들고 내다본다.

 

형진 : 웬 자전거야?

준세 : 어... (옆에 세워 놓으며) 라면 끓일거면 하나 더 끓여. 배고파 죽겠다.

형진 : 저녁 안 먹었어?

준세 : (욕실로 가며) 바빠서 먹을 틈이 없었어. (들어가고)

형진 : (후다닥 와서 자전거 훑어보는) 여자 자전거네?

 

E 손 씻는 물소리.

 

형진 : (약간 열린 문에 대고) 은성이가 자전거라도 사달래?

준세 : (나오며 손에 물기 형진에게 확 튀기며) 뭐 눈엔 뭐만 보이지! (싱크대로)

형진 : 아 차거거! (손으로 물기 닦는, 따라가며) 은성이게 맞긴 맞네!

준세 : (냄비에 생수 더 붓는)

형진 : (뚝 멈추며) 저녁 타임 그 바쁜 시간에 밥은 포기하고 자전거를 사러갔어? 뭐지? 이 끼니를 뛰어넘는 정성은?

준세 : (화제 돌리는) 넌 야근이라드니 야식도 안 먹고 왔냐?

형진 : 낼 새벽에 인력시장 가야 돼서, 진짜 요새 젊은 애들은 왜 그러냐? 속도 좀 내라고 잔소리 쪼끔 했드니 우르르 가버린다?

준세 : 꽤나 쪼끔 했겠다. (하다 퍼뜩 생각난) 그럼 현장에 인부 필요 하겠다?

형진 : (알겠다는) 이번엔 또 어떤 사연 아저씨야?

준세 : 사연은 모르겠고... (돌아보며) 그냥 마음이 좀 쓰이는 아저씨야.

형진 : (기막힌 듯) 불쌍한, 가엾은, 처지가 너무 어려운, 등등에서 이젠 마음이 쓰여? 사연도 모르면서?

준세 : 그러게, (라면 넣으며) 마음이 쓰여, 아저씨가...

 

 

S#13. 대리점 앞 (다음날 새벽)

 

대리점에서 우유 담긴 카트 밀고 나오던 은성, 멈칫 선다. 색 고운 헬륨 풍선 몇 개 매달린 자전거 세워져 있다.

뭐야?... 호기심에 다가가는데 풍선 하나에 ‘축 고은성 취직!’ 써있는 리본 매달려 있다.

 

은성 : (놀라) 어머!

준세 : (뒤에서) 너만 고집 있는 줄 알았지?

은성 : (돌아보는, 놀라) 오빠!... (하다 손가락으로 자전거 가리키며) 이거,

준세 : (엄지손가락으로 자기 가리키며 웃는)

은성 : (타박) 오빠!

준세 : (미리) 지금 정신이 있어요, 없어요? 빨리 방값 모아 독립할 생각을 해야지, 이렇게 쓸데없이 돈쓰면 어떡해요!

         형편도 안 좋은 주제에!

은성 : (벙해서 듣다가) 기막혀.

준세 : 맞지?

은성 : 틀렸어요. 난 절대 다른 사람한테 니 주제에! 그런 말은 안 써요.

준세 : 사람 성의 너무 막아도 기분 나쁘긴 마찬가지야.

은성 : (놀라) 기분 나빴어요? 그럴 생각은 없었는데...

준세 : (씩 웃으며) 그럼 됐네, 자 타봐. 근데 너 자전거 탈 줄은 아냐?

은성 : (말려드는) 사람 뭘루 보구? 이래 뵈도 여섯 살 때부터 두발 자전거 핸들 잡은 몸이에요.

준세 : 그러니까 한번 보자니까?

은성 : 봐요? (자전거에 올라타서 한 바퀴 휘 도는)

준세 : (크게) 이제 그거 중고라서 환불도 안 된다!

은성 : (와서 서며) 거절할 생각도 없었는데요?

준세 : (뜻밖인) 그랬어?

은성 : 새벽에 걸어서 두 시간 배달하고 매장 나가 종일 서서 일하면 쫌 힘들었거든요. (자전거에서 내리는)

준세 : 고맙다, 좋게 받아줘서.

은성 : (우유 하나 집어 내밀며) 자요. 지금은 고맙단 답례로 줄게 이거 밖에 없네.

준세 : (받아들며) 우유 최고지! 근데 여기다 하나만 더 해줄래?

은성 : 뭐요?

준세 : 이번 일요일에 쉬지? 그날 저녁에 우리 가게로 좀 와줘.

은성 : 신메뉴 시식?

준세 : 그건 아니고... 너한테 꼭 해줘야 할 얘기가 있어서.

은성 : (? 보는)

 

 

S#14. 동네 일각

 

풍선 매달린 채로 자전거 타고 편하게 배달하는 은성.

멀리서 지켜보던 준세, 안심된 듯 미소 짓고 돌아서 간다.

 

 

S#15. 환 집 거실

 

소파에 꼿꼿이 앉아있는 할머니.

영란, 평소 습관대로 화려한 외출복 차림으로 앉아있다.

그런 영란 차림새 한심하다는 듯 보는 할머니.

 

영란 : (궁금한) 어머니 저는 무슨 부서로 출근해요?

할머니 : 왜들 안 내려와?

정 : (화려한 공주 옷차림으로 성장하고 차키 손가락에 걸고 내려오는)

환 : (역시 슈트로 차려입고 뒤이어 내려오는, 굳어있고)

할머니 : (일어서다 둘 차림새 한심한 듯 보고)

정 : (후다닥 다가와서) 할머니 출근 준비 다 했어. 우리 어디로 가?

할머니 : 환이는 본점!

환 : (헉 놀라) 본점? 할머니 지금 본점이라 그랬어? (어처구니없는) 어떻게 나한테 본점을 가래!

      나 거기서 무슨 일 있었는지 몰라?

할머니 : (환 반응 이미 예상했다. 무시하고) 에미는 서울 공장, 정이는 2호점.

영란 : (놀라) 공장이요?

정 : (인상 팍 쓰며) 2호점? 또 매장으로 가라구?

환 : (화나서 버럭) 할머니!

할머니 : (확 환 보는)

환 : (따지는) 할머니 나 약 올라 죽는 거 보고 싶어 이래? 왜 또 본점이냐구! 나보고 그 점장 자식을 또 보라구?

할머니 : (냉정하게) 너 뭐 착각하는 모양인데, 나 니들한테 상의하고 허락 받아 일 보내는 거 아니다?

            어제 내가 한 말 얼루 들었어? 오늘부터 놀고먹는 사람은 내 집에서 못산다고 분명히 말했지!

환 : (버티는) 본점 가느니 차라리 집 나가고 말아!

할머니 : (o.l) 그럼 나가!

환 : (멈칫하는)

할머니 : (모질게) 내가 주는 일자리 싫으면 당장 이 집서 나가면 돼!

영란, 정 : (둘 기색에 찔끔해서 더 항의도 못하고 보고 있고)

환 : (충격으로 굳어서 할머니 보는데)

할머니 : (모른 척) 다들 차 키 내놔.

영란 : 어머니 차 키는 왜요?

할머니 : 어제 내가 말할 때 니들 유체이탈하고 왔냐? 눈 뜨고 졸았어? 모든 지원 끝이라고 했잖아! 환이! (손 내미는)

환 : (너무 서운한) 할머니!... 어떻게 이럴 수 있어? 나 할머니 손자야!

할머니 : 차 키 내놓고 본점 출근이나 해!

환 : (이 악물고) 아니, 안 해! 죽어도 본점엔 안가! (주머니에서 차키 꺼내 할머니 손에 탁 놓고 휙 나가는)

영란, 정 : (놀라, 환아! 오빠! 부르며 몇 걸음 쫓아나가는)

할머니 : (차 키 놓인 손바닥 들여다보는, 기어이 나가는 환 충격이다. 손 떨리고)

영란 : (돌아보며) 어머니, 어떡해요? 환이 어떡해요?

할머니 : (추스리고) 니들은 어떡할 거야? 일 나갈 거야, 환이 따라 집 나갈 거야?

정 : (할머니 분위기에 눌려) 출근할거야!

영란 : 저두요!

할머니 : 그럼 지갑들 내놔봐.

정 : 할머니 지갑은 왜?

할머니 : 인내. 에미도.

정 : (영문 모르는 얼굴로 지갑 꺼내 내미는)

영란 : (지갑 꺼내며 눈치 보는) 카드 빼내시게요?...

할머니 : (각각의 지갑 열어 카드들과 남아있는 돈 싹 다 꺼내는)

영란, 정 : (놀라 눈 커지는데)

할머니 : (각각의 지갑 위에 만원 한 장씩 얹어주며) 자, 첫 월급 받을 때까지 하루 경비 만원씩 가불해주는 거야.

영란 : (기막혀) 가불이요?

정 : 하루 만원?

할머니 : 매장에서 끼니 해결하고 차비 밖에 쓸 일 없는데 만원이 작냐?

영란, 정 : (기함해 입 벌어지는)

 

 

S#16. 집 앞

 

있는 대로 화나서 나오는 환, 본능적으로 자기 차로 가며 습관처럼 키 찾아 주머니에 손 넣다가 멈춘다.

이 악물고 더 화난 걸음으로 성큼성큼 가면서 핸드폰 꺼내 콜 번호 찾는데 저만치서 풍선 매달린 자전거 타고 오는 은성 보인다.

 

환 : (은성 보고 뚝 멈추는)

은성 : (환 본다, 혼잣말) 웬일이야? 저 사람이 이 시간에 눈도 뜨고 다니네?

환 : (죽일 듯 밉다. 인상 쓰고 노려보며 다가오는)

은성 : (다른 때 보다 무서운 눈초리 느끼는, 시선 피하며 옆으로 피하는데)

환 : (은성 쪽으로 다가온다)

은성 : (난감한, 중얼거리는) 왜 또오!... (다시 옆으로 피하는데)

환 : (확 막아서려다 멈칫하는, 그런 자신 치졸하다. 쏘아보고 가는)

은성 : (얼른 패달 밟아 빠르게 스쳐 지나가고)

 

 

S#17. 환 집 뜰

 

울상으로 나오는 영란과 정. 막 자전거 끌고 오는 은성.

 

정 : (사색된) 엄마 할머니 완전 작정 하셨나봐. 어쩜 무섭게 저래?

영란 : 만원이 뭐니, 만원이?

정 : (풍선 달린 자전거와 은성 보는) 엄마 쟤 좀 봐.

영란 : (보는, 딱 굳어지고)

은성 : (보는, 저 모녀도 이 아침에? 영문 몰라 꾸벅하며) 어디 나가세요?

정 : (빈정대듯) 출근하신다!

은성 : (벙해서) 출근이라니?

정 : (다가와서) 너 참 팔자 좋다? 이 자전거도 할머니가 사줬니? (해대는) 우린 꾸정물에 처박혔는데 넌 살판났구나!

은성 : (기막혀) 이거 할머니가 사주신거 아냐.

정 : 아니긴 뭐가 아냐! (리본 확 잡아보며) 고은성 취직 축하? 아주 파티를 하지 그러니? 우리 너 땜에, (하는데)

영란 : (얼른 팔 잡으며) 말 섞지 말라니까! (정 끌고 가는)

은성 : (모멸감에 굳어지는, 돌아보며) 진짜 오늘 왜 다들 저러지? 내가 뭐 실수했나? (현관 쪽으로 풀죽어 가는)

 

 

S#18. 영석 방

 

침대와 티비, 옷장 등 놓인 작은 방. 바닥에 먹다 둔 라면 냄비와 음료수 병, 빵 봉지 등으로 어지럽다.

들어오던 환, 방 꼴 보고 멈칫 선다. (영석 바에 딸린 방으로 설정 가능하면 바 안으로, 안 된다면 바 건물 옥탑 방으로 설정)

 

영석 : (뒤따라 들어오며, 영문 몰라) 환아, 이 아침에 웬일이야?

환 : (턱으로 방 가리키며) 치워! (침대로 가서 벌렁 눕는)

영석 : (기색 심상치 않다. 주섬주섬 치우며, 힐긋 보는) 니가 내 방엘 다 들어오 고, 분위기가 꼭 가출한 분위기다?

         (하다 멈칫, 진짠가? 보는)

환 : (등 돌리고 눕는데 냄새난다. 인상 쓰며 일어나 앉는) 이거 시트 언제 갈았냐?

영석 : 맞다! 너 오늘부터 출근 한다 그러지 않았어?

환 : 시트 갈어.

영석 : (맞구나, 환 깔끔 떠는 성격 아는) 혼자 사는 남자가 여분 시트가 어딨냐...

         (얼른 일어나 벽에 걸린 티셔츠와 후줄근한 트레이닝 바지 집어주며) 이거 입어, 니 옷에 냄새는 안 밸 거야.

환 : (받아서 보는, 가까이 대는데 또 냄새난다. 확 던져버리는)

 

<시간경과>

시트 없고 이불 뒤집어 깔린 침대에서 셔츠 차림으로 팔베개하고 눈감고 있는 환.

영석, 걷어버린 침대 시트 덮고 바닥에서 쪼그리고 자고 있다.

 

 

S#19. 공장 앞

 

택시 와서 서고 내리는 영란, 기막힌 듯 공장 쳐다본다.

 

 

S#20. 공장 안

 

공장 작업복 차림으로 짜증난 표정으로 팔짱끼고 공장장 앞에 서있는 영란. 차림새 불편하고 뻘쭘하고 죽을 맛이다.

직원들 호기심 어린 눈으로 보고 있다.

 

공장장 : (이미 지시 받았지만 불편한) 김치 버무려 보셨어요?

영란 : (기막힌 듯) 해봤겠어요?

공장장 : 청소도 안 해봤고, 김치도 안 해봤고, 하실 줄 아는게 없으니 무나 써시죠.

영란 : 무를 썰라구요?

공장장 : 어이 강주임, 오영란씨 석박지 써는 법 좀 가르쳐 드려.

현실 : 네! (다가와) 이리 오세요.

영란 : 오영란씨? 이봐요 공장장! 나 누군지 몰라요?

공장장 : (난처한) 어쩝니까? 사장님께서 직원, 직원, 또 직원, 이렇게 삼세번 꼭 직원으로 대하라고 하셨는데요...

영란 : (아후... 하고 현실에게) 가요, 무 썰러.

현실 : (바로 옆쪽에 있는 작업대로 가는, 무 집어 들고 반으로 자르며) 이렇게 반으로 자른 다음에요,

         (적당한 크기로 탁탁 자르며) 이렇게 자르시면 돼요.

영란 : (보다가) 쉽네.

현실 : 해보세요.

영란 : (칼 집어 무 반으로 자르려는데 낑낑 잘 안 된다)

인성 : (옆에서 하다가 자기가 칼 들고 흉내 내며) 이렇게 하면 되는데...

영란 : (겨우 자르는데 삐뚤게 잘렸다) 아휴... 아니 무슨 무가 이렇게 쎄?

현실 : (난감한) 그렇게 자르면 안되는데... 담거 해보세요.

영란 : (이건 쉽겠다. 자르는데 그것도 힘들다. 낑낑대며 써는)

현실 : 옆에 인성씨 하는거 보면서 하세요.

영란 : 이거 몇 개 하면 돼?

현실 : (무 가득 담긴 바구니들 가리키며) 저거 다요.

영란 : (눈 커져) 저걸 다? 하루에? (기겁하고)

 

 

S#21. 직영 2호점 매장

 

하이힐 신고 또각또각 들어오는 정. 카운터에 있는 점장(40대, 여) 보고 다가간다.

 

정 : (툭 던지듯) 부점장 아줌마, 오랜만이야.

점장 : (보는) 부점장 아니라 점장입니다, 선우정씨.

정 : (명찰 보는) 승진했구나? 아줌마.

점장 : (정색하고) 선우정씨, 존댓말 사용 원칙 모릅니까? 더구나 점장한테.

정 : (피- 하며) 내가 관둬서 승진했으면서?

점장 : (한마디 하려다가 참고) 그래도 한 달간 점장 경험 있으니까 매장 돌아가는 건 알 테고,

         빨리 탈의실 가서 옷 갈아입고 나와요.

정 : (뿌해서 빈정대듯) 네 점장님!

점장 (신발 보며) 다른 신발 안 가지고 왔어요? 그거 신고 일 할 수 있겠어요?

정 : 뭐 어때요? 카운터에 앉아 있을 건데.

점장 : 누구 맘대로 카운터에 있어요? 점심시간에 홀이 바빠서 파트타임 채용 한 건데.

정 : (벙해서 보는)

 

 

S#22. 공장

 

낑낑거리며 힘주어 무 썰고 있는 영란, 팔 아픈 듯 손 턴다.

 

인성 : (옆에서 썰다가 영란이 썰어놓은 무 보는) 잘 좀 하세요. 그렇게 삐뚤빼뚤 써시면 다 퇴짜에요, 있다가.

영란 : 무슨 깍두기 패션쇼 해?

인성 : 깍두기 아니고 석박지구요, 우리 석박지는 우리 진성만의 한결같은 모양과 맛이 있거든요. 제가 다시 가르쳐드릴 테니까,

영란 : 아우 못해, 못해. (손사래 치며 돌아서는)

 

 

S#23. 매장

 

하이힐 신고 손님 테이블에 설렁탕 그릇 놓아주고 있는 정, 발 아파 인상 찡그린 채 인사도 없이 돌아선다.

기분 나쁜 듯 그런 정 쳐다보는 손님들.

발 아파 카트에 상반신 의지하느라 엉덩이 쭉 빼고 주방 쪽으로 절룩 절룩 간다.

 

점장 : (다가오는) 선우정씨, 당장 탈의실 가서 운동화로 갈아 신고 나와요.

정 : (찡그린 채) 나 남이 신던 신발 못 신는다니까요!

점장 : 손님들이 불쾌해 하잖아요. 더구나 이제 곧 점심 손님들 들이닥치면 뛰듯이 다녀야 되는데,

         (단호한) 당장 가서 신발 갈아 신어요.

정 : (짜증으로 터질듯 점장 보는)

 

 

S#24. 환 집 거실

 

절룩거리며 들어오는 정.

 

정 : (소파로 가며) 엄마- (하다) 아- 엄마 없지... 아저씨-

표집사 : (주방 쪽에서 나오는, 놀라) 정아?

정 : (울듯) 아저씨, 나 얼음 찜찔 좀 해줘. 발 아파 죽을 거 같애. (소파에 기듯이 가서 눕는)

표집사 : (시계 보는, 일단) 알았다. (돌아서 주방 쪽으로 가는데)

영란 : (에구구구... 하며 한손으로 팔목 잡고 기진해서 들어오는)

표집사 : (놀라) 여사님.

영란 : (울상) 표집사, 나 뜨건 찜질 좀 해야겠어. 팔목 시큰거려, (하다가 정 보는) 어머 정아? 너 왜 이렇게 일찍 왔어?

         (소파로 가는)

정 : (울먹) 엄마 내 발 좀 봐. (맨발 내밀며) 발이 욱신욱신, 타들어가는거 같애.

영란 : (같이 울먹) 얘 난 팔목이 쇠사슬로 쪼이는 거 같애.

정 : 갈 때 택시 타서, 올 때 버스 타고 오느라구 더 죽을 뻔 했어.

영란 : 나두.

정 : (짜증, 응석) 엄마 왜 자꾸 나 따라해- 엄만 공장에서 서서 일하지? 난 매장에서 왔다갔다, 엄마 보다 백배는 더 힘들어!

영란 : 차라리 왔다갔다가 낳아. 서서 그 딴딴한 무 썰어봐, 다리는 뻣뻣해지고 팔은 또 얼마나 아픈데?

표집사 : (주방 입구에서 영란 짠하게 보고 섰는)

 

 

S#25. 가라오케 (밤)

 

탁자에 양주 두병과 맥주병들 놓여있고 영석을 포함한 1회의 친구들, 널브러져 취해있다.

적당히 취해서 혼자서 노래 부르는 환, 현재 답답한 감정 노래에 실어 폭발하듯 부른다.

그 열창에 놀라서 눈뜨는 영석과 친구들.

 

 

S#26. 환 집 거실 (밤)

 

나란히 앉은 영란과 정 야단치고 있는 할머니.

 

할머니 : (기막힌) 에미는 무 스무 개 썰고, 정이는 신발 갈아 신으러 가서 그 길로 도망쳤다구? 첫날부터 일하다 말고 도망을 쳐?

정 : 발이 너무 아파서,

영란 : (동시에) 팔목이 너무 시큰거려서요...

할머니 : 니들은 일손 딸려 투입된 파트타임이야! 무책임하게 나와 버리면 니들이 할 일은 누가 해!

영란 : (울컥해서) 어머닌 저희 보다 다른 사람이 중요하세요?

정 : (징징대는) 나 진짜 힘들어서 못하겠어, 할머니...

할머니 : 못하겠냐? 그럼 오늘 일당... 시간당 육천원씩 에미는 두 시간 반, 정이는 두 시간 했다니까

            에미 만오천원, 정이 만이천원. 이 돈 받아 나가든가.

영란 : (기막혀) 만, 오천원이요?

정 : (울먹) 할머니 정말 너무해...

할머니 : 처음 일하는 거라서 그나마 하루 여섯 시간 파트타임으로 넣어준 건데 그것도 못하겠으면,

            니들이 직접 나가 일자리 찾아.

영란, 정 : (울상으로 할머니 보는)

 

 

S#27. 가라오케 로비 (밤)

 

나오는 환과 친구들. 친구들, 환이가 계산할 줄 알고 쳐다보는데.

 

환 : (툭 던지듯) 니들이 해.

친구1 : (예상 밖) 우리가?

영석 : (환 상황 눈치는 있는지라) 야야 그래, 이번엔 우리가 내자. (친1에게) 너 얼마 있냐? (지갑 꺼내며) 내가 30만원 내께.

친1 : (지갑 꺼내며 떨떠름한) 술값이 130인데 30만 내면 어떡해? 40은 내야지.

친2 : 난 환이가 불러서 지갑도 안 갖고 나왔는데... (환 힐긋 보며) 환이네 무슨 일 있냐?

환 : (확 자존심 상하는)

영석 : (친1에게) 그럼 니가 카드 긁어, 나중에 부쳐주께.

친1 : (빼는) 니 카드로 긁어?

환 : (못 참고) 됐어, 자식들아! (지갑 꺼내 카드 빼들다가 멈칫)

정(E) : 엄마랑 나랑 카드에 돈까지 다 뺏겼어, 할머니한테.

환 : (카드 집어넣고 지갑 안 수표들 다 꺼내드는, 백만원 한 장과 십 만원권 세장 영석에게 건네면

       십 만원 세 장과 만 원짜리 열장 남아있다)

 

 

S#28. 가라오케 앞 (밤)

 

멀어지는 친구1,2. 환과 영석, 남겨져 서있다. 분위기 썰렁하다.

 

영석 : 우리도 가야지?

환 : (보는)

영석 : (약간 멈칫거리며) 근데 내 방.. 밤 되면 냄새 더 나는데 괜찮겠냐?

환 : (한번 쏘아보고 성큼 앞으로 가는)

 

 

S#29. 호텔 로비 (밤)

 

데스크 앞에 서있는 환.

 

직원 : 슈페리어룸으로 일박, 31만원입니다.

환 : (지갑 꺼내 남은 수표 석장과 만원 꺼내 내미는, 만원권들만 남아있고) 며칠 있을 거야.

직원 : (받으며) 네, 알겠습니다.

 

 

S#30. 승미집 거실/영란 방 (밤)

 

놀란 얼굴로 전화 받고 있는 백성희. 승미, 옆에서 통화내용 들은 듯 놀라서 보고 있다.

 

백성희 : (놀라) 은성이한테 전 재산을 주신다구? 정말 그러셨단 말야?

영란 : (침대에 누워있는, 약간 짜증내는) 얜 몇 번을 물어?

백성희 : (얼른) 어 미안 미안해, 하두 놀래서.

영란 : (자기 하소연) 거기에 돈도 싹 끊고는 일 안할려면 집에서도 나가라고 하셨다니까?

백성희 : (자기가 언성 높아지는) 그런 법이 어딨어? 느이 시어머니 정신 나갔구나! 아니 왜 환이 돈을 은성이한테 줘?

승미 : (불안한 얼굴로 백성희 보는)

영란 : 내 말이! 암튼 그런 상황이니까 낼 아침에 승미 좀 우리 집에 보내줘.

백성희 : 승미를?

영란 : 우리 환이, 이틀은 같은 옷 못 입거든. 나한테 갖다 달래는데 나 지금 나갈 차비도 없고, 낼은 또 공장 나가야 하거든.

백성희 : 어 그래, 알았어... (잠시) 그래, 걱정 마. 아침 일찍 너 나가기 전에 보내께... 그래, 얼른 푹 쉬어... (끊는)

승미 : (놀라) 엄마 은성이한테 전 재산을 주다니, 그게 무슨 말이야?

백성희 : 너 오늘 환이하고 통화 안했어?

승미 : 낮에 전화했는데 오빠 안 받드라구. 어떻게 된 거야? 자세히 말 좀 해봐.

백성희 : 가만! 가만 있어봐... (심각한 표정으로 생각에 집중하는) 전 재산은 은성이 주고,

            환이한테는 이제부터 니가 벌어먹고 살아라 하셨다?

승미 : (애타는, 우선 환이 관심이다) 환이 오빠 지금 어디에 있대요?

백성희 : (갑자기 흥! 코웃음 치며 웃는) 이제 알겠네, 환이 할머니가 왜 은성일 집에 들였는지 이제 알겠어.

승미 : 엄마 지금 웃음이 나와?

백성희 : (자기 생각 재확인하고 여유 찾는) 걱정하지 마, 너한테 잘된 일이야.

승미 : (기막혀) 나한테 잘된 일이라구요?

백성희 : (느긋한) 잘된 일이지? 이번 일로 환이 철들면 너한테 좋은 일이지. (화색 도는) 생각을 해봐, 은성이한테 회사

            물려주겠다면 환이도 긴장되지 않겠니? 환이 정신차리게 하실려고 사람 여럿 잡으신다.

승미 : 할머니가 은성일 이용하는 거라구요? (갸웃하며) 그렇게 허튼 분 아닌데...

백성희 : 그럼 정말로 은성이한테 재산을 물려 준다구? (하! 웃으며) 피가 왜 물보다 진하다 그러는데?

            환이는 길거리에 팽개치고 오다가다 만난 은성이한테 재 산을 줘? 사람, 맨 정신으로 자기 생살 못 찢어낸다.

승미 : (정말인가? 보는)

백성희 : 이번 기회에 환이나 잘 잡아. 걔 배신감에 방황할 때 옆에 있어주고 달래 주란 말야.

            남자, 자기 처지 초라할 때 옆 지켜준 여자 쉽게 못 떠나.

승미 : (작게 끄덕이는) ...

 

 

S#31. 환 집 외경 (다음날, 아침)

 

 

S#32. 환 집 주방

 

아침 먹는 할머니, 영란, 은성, 정. 영란과 정, 다 죽어가는 얼굴로 끙끙 앓는 소리 내며 먹고 있다.

분위기 때문에 죽을 맛인 은성, 고개 숙이고 겨우 밥 먹고 있고.

 

할머니 : (힐긋 봤다가) 은성아, 너 오늘 쉬는 날이지?

은성 : 네.

정 : 할머니, 일요일인데 우린 안 쉬어?

할머니 : 하루 일하고 쉬냐?

정 : 누군 좋겠다, 일요일에 쉬고.

할머니 : 입사 해 처음 쉬는 은성이가 좋겠으면, 여태 집에서 놀기만 한 니들은 벌써 좋아 디졌겄다.

정 : (뿌해서) 할머니!

할머니 : (은성 보며) 푹 쉬면서 그동안 쌓인 피로 풀어. 잠도 늘어지게 자고.

은성 : 오늘 밖에서 볼일이 좀 많아요, 저녁에 약속도 있구요.

 

 

S#33. 환 집 거실

 

소파에 앉아있는 할머니. 현관에서 승미 데리고 들어오는 영란.

 

영란 : 어머니- 승미 왔어요.

할머니 : (돌아보는)

승미 : (다가와서 인사하며) 안녕하셨어요?

할머니 : 어 그래, 경영팀에서 야무지게 일 잘 배우고 있다면서?

승미 : 네.

할머니 : 근데 일요일 아침부터 어쩐 일이야? 환이도 없는데.

영란 : 제가 불렀어요, 환이한테 옷 좀 챙겨 보낼려구요.

할머니 : 옷?

영란 : (사태 심각성 주지시키려는) 환이가 정말 안 들어올 모양이에요. 글쎄 이 녀석이 무슨 맘을 어찌나 단단히 먹었는지

         제 말은 씨도 안 먹혀요.

승미 : (꾸벅하며) 죄송해요, 할머니.

할머니 : 니가 왜 죄송해? (천연덕) 근데 에미야, 차라리 트럭을 부르지 그랬냐?

영란 : (영문 몰라) 트럭이요?

할머니 : 환이 옷이 좀 많어? 그 짐 다 싸서 보내야 할 텐데 승미 저 팔뚝으로 가방 하나 밖에 더 들고 가겠어?

영란 : (뻥! 해서 보는)

승미 : (역시 당황해서 영란 보는)

은성 : (2층에서 외출 차림으로 전단지 뭉치 들고 내려오다 승미 보는, 놀라 헉 멈춰 서는데)

정 : (뒤이어 출근 차림으로 내려오다 은성에게 막히는, 짜증) 내 출근 길 좀 비켜 줄래?

승미 : (정 소리에 고개 돌리는, 은성 보고 흠칫 놀라는)

은성 : (옆으로 비켜서며 승미 보는, 당황스럽고)

 

<프래쉬 컷- 6회 41씬 중에서 ‘너나 나 우연히 라도 만나면 모른 척 잘해’ 하던 자신>

 

은성 : (작게 목례하는) 안녕하세요...

할머니 : (교육 같이 받은 사이지만 집에서 마주친 둘 위해 은성에게) 환이 친구고,

            (승미 보며) 환이한테 들었지? 우리 집 새 가족 생겼다구.

승미 : (은성 보다 더 당황해 꾸벅하며) 처음 뵙겠습니다.

은성 : (놀라, E) 승미야, 그거 아냐!

할머니 : (황당한 듯) 뭘 처음 봐? 니들 회사에서 같이 교육 받았잖아.

승미 : (아차! 헉, 당황하는)

은성 : (얼른) 저도 첨 본줄 알았어요. 그러고 보니까 자기 소개할 때 본거 같애요.

승미 : 아 그러네요...

은성 : (자리 피하려는, 꾸벅하며) 다녀오겠습니다. (걱정스럽게 승미 보며 나가는)

 

 

S#34. 천사의 집

 

한쪽에 무릎 꿇은 자세로 몸 숙이고 작곡 음표 그리고 있는 은우. 한쪽에서 수북하게 쌓인 빨래 개고 있는 원장.

 

부인 : (뒤에 어린이 장난감 피아노 들고 다가간다) 아야 동우야, 니 뭐 하노?

은우 : (혼자만의 세계에 빠져있다. 빠른 속도로 음계 그리다 그 음계 피아노 치듯 바닥에 손가락으로 쳐보는)

원장 : (웃으며) 와 또 건드리나? 한참 창작 중이시다.

부인 : 보소, 쟈가 참말로 피아노 작곡하는 거 아인교?

원장 : (말도 안 된다는) 치아뿌라. 쟈가 무신 작곡을 하노?

부인 : (다가가서) 동우야, 엄마가 피아노 가져왔대이.

은우 : (피아노란 말에 고개 홱 돌리는)

부인 : (뒤에 숨기고 있던 어린이 장난감 피아노 내미는)

은우 : (건반 보고 얼른 받아드는) 피아노... (놓고 건반 두드리는, 능숙하고)

부인 : (밝아져) 보소! 야가 피아노 친다 아입니꺼?

은우 : (치다가 멈추는) 피아노... 미워...

부인 : 와? 피아노가 맘에 안 드나?

은우 : (소리 맘에 안 드는, 건반 툭툭 두드리며) 안 이뻐... 이쁜 소리 피아노는 집에 있는 거야. (시무룩해지며) 누.. 나...

 

 

S#35. 성당 앞 (혹은 교회)

 

야외 성모상 앞에서 무릎 꿇고 눈감고 기도하고 있는 은성, 목걸이 손에 쥐고 있다.

 

은성 : 기다리겠습니다. 이유가 있다고, 은우와 저를 헤어지게 만드신 이유가 있다고 믿어요.

         그래서 꼭 다시 만나게도 해주실 거라고 믿고 있어요. 그 때까지... (메어서) 기다리겠습니다. (눈뜨고 간절하게 바라보며)

         그동안 우리 은우, (눈물 어려) 다치지 말고, 아프지 말고... 마음에 상처 받지 않고, (눈물 툭) 외롭지 않게 해주세요...

 

 

S#36. 호텔 로비

 

여행용 캐리어 들고 서있는 승미. 환, 다가온다.

 

승미 : (걱정 반, 반가움 반) 오빠- (다가가는) 왜 이렇게 걱정을 시켜?

환 : (허세) 무슨 이 정도 일로 걱정이야?

승미 : 밥은 먹었어? 오빠 초밥 좋아하지? 오다 보니까 일식집 있드라.

환 : 초밥은 (호텔 위층 쪽 가리키며) 여기가 서울 최고야.

 

 

S#37. 호텔 일식당

 

메뉴판 보고 있는 환과 승미. 옆에 여행용 트렁크 놓여있다.

 

승미 : 정말 오늘도 안 들어갈 거야?

환 : 지금 들어가면, 할머니 돌아가실 때까지 시키는 대로 잡혀 살아야 돼.

승미 : (걱정에) 아까 뵀드니 할머니 이번엔 쉽게 꺾으실거 같지 않든데...

환 : 우리 할머니 내가 알지 니가 더 잘 아냐?

승미 : (보다가 가방에서 카드 꺼내 내미는)

환 : 뭐야?

승미 : 내 카드야, (돌려서 말하는) 갖고 있어.

환 : (굳어지는) 넣어.

승미 : (얼른) 그런 게 아니라... 오빠 오늘도 안 들어간다고 하니까. 이젠 아줌마랑 정이 도움도 못 받는다며.

환 : (자존심에) 너 이 선우 환을 뭘로 보고, 내가 여자한테, 얼른 넣어라?

승미 : (난감하게 보는)

환 : (큰소리치는) 전화하면 달려올 놈 줄 섰어! 걱정 마!

 

 

S#38. 준세 레스토랑 주방

 

긴장한 얼굴로 쉐프와 얘기하고 있는 준세.

 

준세 : 특별 손님이니까 특, 특으로 신경 써주셔야 돼요?

쉐프 : (웃으며) 걱정 마세요.

직원 : (들어오며) 사장님, 손님 오셨어요.

준세 : 벌써? (4시 45분 가리키는 시계 보며) 약속 여섯신데? (후다닥 나가는)

 

 

S#39. 준세 레스토랑

 

은성인줄 알고 긴장 섞인 웃음 지으며 나오던 준세, 멈칫 선다. 울상으로 ‘오빠’ 하며 다가오는 정.

 

<시간 경과>

한 쪽 테이블에 앉아서 찻잔 놓고 얘기하고 있는 준세와 정.

준세, 그간의 얘기 듣고 놀라서 정 바라보고 있다.

 

준세 : 그래서 지금 아줌마하고 넌 일하러 다니고 환인 집 나간거야?

정 : 어, 할머니하고 선우환하고 마지막 혈투 벌이는 거지.

준세 : (걱정에) 그럼 그 애는... 집에서 입장이 난처해졌겠네?

정 : 아우 걘 아무 것도 모르지? 고은성은 그냥 오빠 잡아 앉힐려는 할머니 미끼야.

준세 : (의아한 듯 갸웃하는데)

정 :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 오빠, 그래서 나 여기서 일한다고 할라구.

준세 : 여기라니?

정 : 여기이, 오빠 레스토랑. 어디서든 일만 하면 집에서 쫓아내진 않는다니까 오빠 나 여기서 일할래.

준세 : (약간 정색하고) 여기 전문 레스토랑이야. 직원들 다 전공했거나 실무 경험 있는 사람들이야.

정 : 나 진짜 매장 일은 못하겠단 말야. 오늘 4시까지 버티는데 죽는 줄 알았어.

준세 : 매장에서 열시부터 네 시까지 일한다며? 그 여섯 시간 못 버티면 여기서도 일 못해.

         (하다 생각난 듯 시계 보면 5시 25분이다)

정 : 거긴 점심 때 사람들 얼마나 몰려오는지 알아?

준세 : (마음 급해지는) 정아, 내가 중요한 약속이 있어 나가봐야 돼서 더 얘기 못하겠다.

정 : (낙심해서 보는)

 

 

S#40. 레스토랑 뜰

 

나오는 준세와 정.

 

정 : 그럼 오빠 나 택시비 줘. 오빠한테 데려다 달랠려고 했는데.

준세 : (멈칫 서는, 정 돌아보며) 미안한데 못 주겠다, 택시비.

은성 : (막 들어오는, 둘 보고 놀라서 서는)

준세 : (정 보느라 은성 못 보고) 너 자립시키려는 할머니 뜻 어길 순 없잖아.

은성 : (할머니? 눈 커지는)

준세 : 버스 타고 가. (돌아서다 은성 보는, 헉 놀라고)

정 : (따라 돌아서며, 원망으로) 오빠! (하다 은성 보는) 어머!

준세 : (순간 너무 당황해 어쩔 줄 모르는데)

정 : (기막힌 듯) 너 진짜 팔자 폈구나? 이런데 밥도 먹으러 다니구.

은성 : (놀란 얼굴로 준세 보고 다시 정 보면)

정 : (준세 팔짱 탁 끼며) 우리 아빠 친구 아들이야, 여기 사장.

은성 : 사장?

준세 : (그제야) 은성아.

정 : (놀라) 오빠 얘 알아?

은성 : (하!... 모든 상황 파악 된다. 그대로 돌아서 나가버리는)

 

 

S#41. 거리

 

화나서 빠르게 걸어가는 은성. 준세, 뒤에서 달려와서 ‘은성아!’ 하며 잡는다.

 

은성 : (잡힌 채 탁 보는, 준세가 하려고 했던 말 하는) 미리 말 못해 미안하다, 말할 기회를 놓쳤다, 동정은 아니었다! 맞죠?

준세 : (하려고 했던 말들이다. 당황하는)

은성 : 가도 되죠? (팔 빼려는데)

준세 : (정신 차리고, 다시 잡으며) 내가 직접 하는 말 듣고 가. 너 내 입에서 나올 말은 알지만 내 마음은 모르고 있잖아!

은성 : 이형진씨한테 오빠네 형편 아주 어렵다고 들었어요. 그래서 이형진씨 집에 얹혀살고, 그 사람 레스토랑에서 일하는

         매니저로 알았어요.

준세 : (어쩔수 없는 변명) 형진이가 했던 거짓말이잖아.

은성 : (화내는) 사람이 마음 여는 게 어떤 건줄 알아요?

준세 : (멈칫하는)

은성 : 오빠도 어려운 형편이라서 그 동질감 때문에 나한테 잘해주는 걸로 믿었어요. 그런데 사실은 레스토랑 매니저가 아니라

          사장이고, 선우환 남매랑 아는 사이에다 할머니가 진성식품 사장인거까지 알고 있었던 거죠?

준세 : 오늘 얘기 할려고 너 오라고 했던 거야.

은성 : (들리지 않는다) 내가 그 집 들어가 살게 됐는데도 나한테 말 안했잖아요! (원망) 어쩜 그렇게 천연덕스러워요?

준세 : (멈칫하는)

은성 : 거짓말은 이형진씨가 시작했지만, (배신감에) 오빤 손바닥 위에 나 올려놓고 구경했어요.

준세 : (그제야 은성 화가 배신감인 걸 느끼는, 덜컥해서 보고)

 

 

S#42. 혜리 집

 

얘기하고 있는 은성과 혜리. 은성, 우울한 얼굴이다.

 

혜리 : (일부러 풀어주려는) 고은성 완전 서프라이즈의 연속이다. 서프라이즈!

은성 : 정말 믿을 사람 없지? 난 정말 순수한 사람인줄 알았는데.

혜리 : (모른 척 계속하는) 길거리 할머니는 회사 사장님, 가난한줄 알았던 키다리 오빠는 재력 겸비 알짜배기! 완전 부럽다는.

은성 : 나 지금 니 농담 들을 기분 아니야.

혜리 : 야 은성, 너 사람이 자기 꼴 초라해지면 제일 먼저 생기는게 뭔줄 알어? 자, 격, 지, 심!

은성 : 지금 나한테 하는 말이야?

혜리 : 박준세씨, 순수한 사람 맞아.

은성 : (발끈해서) 뭐가 순수해? 여태 나한테 거짓말 했는데.

혜리 : 너, 준세씨가 널 속였든 말을 못했든 간에, 그 사람이 지금까지 너한테 했던 모든 걸 부정할 자신 있어?

은성 : (멈칫해서 보는)

혜리 : 한번 생각해봐, 니 느낌으로.

은성 : (생각에 잠기는)

 

 

S#43. 호텔 방 / 영란 방(밤)

 

침대에 비스듬히 누워서 디비디 보던 환, 핸드폰 집어 들어 본다. 부재통화 없다.

예상과 다른 상황에 기막힌듯 하! 하는데 핸드폰 울린다. ‘엄마’ 보고 얼른 받는 환.

 

환 : (받으며 여유) 왜.

영란(휠) : 환아 너 빨리 들어와.

환 : (표정 밝아지며 말투는 퉁명스런) 할머니한테 직접 하라 그래!

영란 : (문 쪽 신경 쓰며 통화 중이다) 얘, 할머니 니 얘기 한마디도 안 물으셔!

환 : (말도 안 돼) 내 얘길 안 묻는다구?

영란 : 그러니까 들어오라는 거야. 아무래도 너 이번 작전은 실패야! 니 짐 트럭에 다 실어다 주라신다!

환 : (충격에 굳어지는)

영란 : 그러니까 환아, 얼른 들어와 어?

환 : (배신감에 욱해서) 내가 왜 들어가! (탁 끊는, 벌떡 일어서는, 서운한) 한 마디도 안 물어?

      (이 악물고 일어서는, 냉장고에서 미니어처 양주 하나 꺼내 따서 훅 털어 넣는, 또 꺼내 따서 마시는)

 

<시간경과>

탁자 위에 빈 미니어처 양주병 대 여섯개 뒹굴고 있고

환, 큰 고급 양주병 들고 소파로 온다. 털썩 앉아서 병 따는 환.

 

 

S#44. 서울 시내 전경 (다음날, 아침)

 

 

S#45. PC방

 

제일 구석 자리에 앉아서 떨리는 손으로 메일 패스워드 치고 있는 고평중.

 

백(E) : 은성이한테 연락 오면 당신 메일로 알려줄게.

고평중 : (떨리는 손으로 메일 클릭하는, 받은 편지함 열어보지만 온갖 스팸 메일만 잔뜩 있고 은성 관련 메일은 없다. 낙심하는)

백(E) : 일주일에 한번쯤 메일 열어봐, 아무 것도 없으면 은성이 연락 없는 거야.

고평중(E) : (애타는) 은성아 이 자식아... 아예 새엄마하곤 연락을 끊을 생각이냐...

 

 

S#46. 까페

 

찻잔 놓고 마주 앉아있는 백성희와 박변. 백성희, 흙침대 카다록 보고 있다.

 

박변 : 친구가 하는 사업이라 어느 정도는 안전하다 싶어 추천해 드리는 겁니다.

백성희 : 꽤 고가네요...

박변 : (걱정 말라는) 어떤 불경기도 비껴가는 상위 5프로가 있으니까요.

백성희 : (관심 가는) 그래요?

박변 : 사장 놈한테 일단 제일 유망 지역 자리는 비워놓으라고 했으니까, 충분히 시장 조사 해 보시고 판단하시면 됩니다.

백성희 : (찡한 듯) 이렇게 알아봐 주실 거라곤 생각도 못했는데... 정말 감사합니다.

박변 : 결정하신 것도 아닌데 감사는요?

백성희 : 아뇨 정말... (말 못 잇고 갑자기 고개 숙이는)

박변 : (놀라) 왜 그러세요?

백성희 : 아뇨, 아니에요... (눈물 찍어내는 시늉하며) 잘 버틸 수 있다 생각했었는데...

            (고개 들고 미소 지으며) 막막했었나 봐요, 저.

박변 : (짠하게 보는)

백성희 : 제가 남편 복은 없어도 인복은 있나 봐요. 영란이도 그렇고, 이사님도 그렇고... (또 눈물 어려 보는)

박변 : (흔들리는 눈빛으로 백성희 보는)

 

 

S#47. 무료 급식 장소

 

다른 때에 비해서 우울한 얼굴로 설렁탕 퍼주고 있는 준세. 고평중, 앞사람 가면 준세 앞으로 온다.

 

준세 : (설렁탕 퍼주며) 맛있게 드세요.

고평중 : (받으며) 어디 아퍼요?

준세 : (보는, 반가운) 아저씨?

고평중 : 오늘은 젊은이가 몸살인가 왜 그리 기운이 없어요?

준세 : (웃으며) 아니에요. 안 그래도 약속했는데 안 오시나 했어요.

 

<시간경과>

나란히 앉아서 설렁탕 먹는 준세와 고평중.

 

준세 : (조심스레) 아저씨 잠은 주로 어디서 주무세요?

고평중 : (허한 미소로) 알잖소, 나 같은 사람들 어디서 자는지.

준세 : 혹시 일하실 생각 있으시면, 제가 소개 좀 해드릴까요?

고평중 : 일이요?...

준세 : (미안한 듯) 번듯한 건 아니구요, 인력 시장 나가신다길래요.

고평중 : (뜻밖인 듯 보다가 자조적인) 마음은 정말 감사한데, 난... 고정직 일 못해요.

준세 : 어디 몸이 많이 안 좋으세요?

고평중 : (고개 숙이며) 이름을... 말할 수 없는 사람이라오.

준세 : (? 영문 몰라 보는)

 

 

S#48. 호텔 방

 

잠에서 막 깨서 부스스한 머리에 흐트러진 셔츠 차림으로 문 열고 서서 남자 직원과 얘기하고 있는 환.

 

직원 : (예의 바르게) 죄송합니다, 손님. 체크아웃 시간이 너무 지나서 계속 전화를 드렸는데 안 받으셔서요.

환 : (숙취에 머리 아파 한쪽 머리 지압하듯 누르며) 며칠 있을 거라고 했는데!

직원 : 그럼... 어제 객실료를 지불해 주셔야 하는데요.

환 : (뚝 멈추는)

 

 

S#49. 호텔 로비

 

트렁크 옆에 놓고 핸드폰 여는 환. 호텔 직원들, 지켜보고 있다.

등 돌리고 핸드폰 전화번호부 뒤지고 있는 환. ‘엄마, 승미, 정’ 주르르 거쳐 ‘영석’에서 멈칫했다가

다시 친구들 이름 몇 개 통과, ‘박준세’에서 멈칫한다.

통화버튼 누를까 망설이던 환, 자존심에 도저히 할 수 없다.

도로 위로 올라가 ‘엄마’ 버튼 누르는 환.

 

환 : (잠시) 엄마, 돈 좀 갖고 와.

 

 

S#50. 공장 앞

 

환과 핸드폰 통화하고 있는 영란.

 

영란 : (황당한) 내가 돈이 어딨어? 하루 만원 받는다니까!... (잠시) 호텔비? (기막 혀) 아니 넌 할머니한테 돈두 안 뺏겼는데

         벌써 돈을 다 썼어? (했다가 잠시, 기겁해) 뭐? 경찰서?

 

 

S#51. 사장실/공장 앞

 

굳은 얼굴로 핸드폰 받고 있는 할머니.

 

할머니 : (기막힌) 호텔비? 호텔에서 잤단 말이냐?

영란 : 어머니 야단은 나중에 치시구요, 우선 환이한테 돈부터 보내주세요. 환이 지금 호텔에 잡혀있대요.

할머니 : (놀라) 뭐라구?

영란 : (마음 급한) 호텔비하고 미니바 양주 값하고 해서, 육십 몇 만원 이래나 칠십 몇 만원 이래나, 암튼 80만원 안돼요 어머니.

할머니 : (표정 다지고) 환이가 나한테 돈 맡겨 놨대냐?

영란 : 아우 어머니 지금 이 상황에 그렇게 말씀 하시면 안되죠! 잘못하다 환이 경찰서 가게 생겼단 말에요!

할머니 : (경찰서란 말에 놀라는, 어쩔 수 없이 흔들리는, 잠시 갈등하는) ...

영란 : (해주겠지) 어머니! 그럼 환이한테 기다리라고 할께요?

할머니 : (더 다지며 냉정한) 아니, 기다리지 말라고 해!

 

 

S#52. 경찰서 안

 

형사 책상 앞에 앉아있는 환, 충격에 기막힌 얼굴이다.

 

형사 : 이름! 이름 뭐냐구!

환 : (충격에 딴 생각에 빠져있는)

영란(E) : 환아, 어뜩하니? 할머니 너 경찰서 가든 말든 돈 안 해주신대!

환 : (기막힌 웃음 나는) 하!

형사 : (확 오르는, 책상 탁 치면)

환 : (흠칫 놀라 보는)

형사 : (괘씸하다. 고급 차림새 훑어보며) 명품으로 휘감고 특급 호텔 투숙에 양주 다 털어 마신 놈이,

         카드는 정지 됐고 지갑에 돈은 없고, 이름은 말 못하고! 너 기소 중지 된 사기꾼이지?

환 : (꿈틀하는) 뭐요?

형사 : 아니면 이름 대!

환 : (할 수 없이) 선우환. (부글거린다. 앙다물며 고개 돌리는)

형사 : (쓰며) 선 우환? (비아냥) 집안에 참 우환 많겠다.

환 : (화나는) 선우, 환!

형사 : (재수 없는 듯 보다가) 엎어치나 메치나 자식아! 느이 부모님 속 꽤나 썩겠다.

환 : 야! (열 받아 벌떡 일어나 달려들어 형사 멱살 잡아채는)

 

 

S#53. 환 집 주방 (저녁)

 

식탁에 앉아있는 할머니, 은성, 영란, 정. 표집사, 싱크대 쪽에서 근심 어린 표정으로 지켜보고 있다.

속으로 끓는 괴로움 누르고 천연덕 밥 먹는 척하고 있는 할머니앞에 앉아서 사정하고 있는 영란.

할머니 지시로 앉아는 있는 은성, 젓가락 들고 있지만 계속 밥알만 건드릴 뿐 먹지 못하고 있고

정은 허기 못 참고 눈치 보며 살짝 살짝 먹고 있다.

 

영란 : 어머니 정말 환이 내버려두실 거에요?

할머니 : 저 알아서 살겠다고 지 발로 나간 놈이야.

영란 : 어머니 환이에요, 환이! 어머니 손자 환이라구요! 어쩜 하루 아침에 이렇게 사랑이 식으세요?

할머니 : (먹다가 보는, 의미 있는) 돈 안준다고 사랑하지 않는 건 아니다.

영란 : (애걸하는) 그럼 환이 빼내주세요, 이번 한번만 빼내주시면 제가 환이 잘 타이르께요.

할머니 : 환이가 네 살이야, 다섯 살이야? 뭘 타일러! 너 돈 없이 호텔에서 자고 양주 퍼마시면 안 되는 거다, 타이를래?

            무전 취식으로 경찰서 끌려간 주제에 형사님 멱살 잡으면 안 되는 거다, 타이를 거야?

은성 : (아예 젓가락도 놓고 고개 숙이고 앉아있고)

영란 : 그런게 아니라요, (하다 서운함에 부아 나는) 정말 너무하세요! 어머니 안해 주실 거면서 가만이나 계시지

         박이사 단도리는 왜 하세요?

할머니 : (수저 탁 놓으며) 박이사 내 사람이야! 내 집서 나가놓고 왜 내 측근 신세를 져? (일어서는, 찬바람 쌩 나가는)

영란 : (놀라 일어서는) 어머니이-

 

 

S#54. 경찰서 내 유치장 (밤)

 

웅얼거리며 잠든 취객과 범법자 등 대 여섯명 있는 유치장.

환, 그들 틈에 끼기도 싫은 듯 창살 앞에 서있다. 난생 처음 겪는 수모와 모멸에 어쩔 줄 모르는 환, 그 위로...

 

영란(E) : 환아 어뜩하니? 할머니가 절대 너 안 빼내주신대.

환 : (서운함과 배신감에 입술 깨무는, 눈 빨개지고)

 

 

S#55. 할머니 방 (밤)

 

누워있는 할머니, 잠 못 들고 이리 뒤척 저리 뒤척하고 있다.

 

영란(E) : 환이 경찰서 끌려갔어요, 어머니.

할머니 : (일어나 앉는, 경찰서에 있을 환이 마음 아파 울컥 눈물 난다. 가슴 부여잡으며 눈물 참는)

 

 

S#56. 영란 방 (밤)

 

침대에 누운 채 눈 말똥 말똥거리던 영란, 뭔가 생각난 듯 벌떡 일어나 앉는다.

 

 

S#57. 준세 집 (밤)

 

곤히 잠들어 있는 준세, 협탁에 놓인 핸드폰 울린다. 꿈틀했다가 깨나면서 핸드폰 집어 드는 준세.

 

 

S#58. 경찰서 유치장 (새벽)

 

벽에 기대 졸고 앉아있는 환, 끄덕거리는데 준세, 다가온다.

 

준세 : (환 모습 기막힌 듯 보다가) 환아.

환 : (소리에 눈뜨는, 피곤한 눈으로 보면 준세다. 어? 놀라는데)

준세 : 가자.

환 : (자존심 상하는, 버럭) 누가 형 보냈어?

 

 

S#59. 경찰서 앞 (새벽)

 

앞서 나오는 준세. 환, 있는 대로 자존심 상한 얼굴로 뒤따라 나온다.

 

준세 : (돌아보며) 밥 못 먹었지? 해장국 한 그릇 먹고 가자.

환 : (자존심 내세우는) 됐어! (확 가버리는)

 

 

S#60. 해장국 집 (새벽)

 

해장국 먹는 환과 준세.

 

준세 : 옛말에 어른 말씀 들으면 자다가도 떡이 생긴다드라.

환 : (먹다가 홱 쳐다보면)

준세 : (좋게) 할머니 시키는 대로 해. 너한테 해되는 일 시킬 분 아니잖아.

환 : (확 빈정 상하는) 나 떡 싫어하거든? 형도 떡 싫어하잖아.

준세 : (? 보면)

환 : 형은 왜 아저씨가 시키는 대로 판검사 변호사 안하고 장사해!

준세 : (어처구니없어 웃으며) 임마 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거야.

환 : (더 발끈해서) 난, 내가 하기 싫은 일을 안 하는 거야!

준세 : (졌다는 듯 보는)

환 : 오늘 이거, 내가 빚진 거 아냐? 난 형한테 와달란 적 없다.

준세 : (자존심 세워주려고 좋게) 알아, 넌 나 안 불렀어. 아줌마가 부탁하셨어.

환 : (더 성질나는, 수저 탁 놓고 일어서는)

 

 

S#61. 환 집 앞 (아침)

 

누군가에게 끌려오듯 안 떨어지는 걸음으로 걸어오는 환, 대문 앞에 멈춰 선다.

집 바라보는 환, 도저히 들어갈 엄두가 안 난다. 다시 휙 돌아서다가 멈칫한다.

 

 

S#62. 환 집 거실

 

초췌하고 추레한 몰골로 들어오는 환. 영란, 감격스런 얼굴로 맞이하고 있다.

 

할머니 : (막 방에서 나오는)

영란 : (와서 덥썩 안으며) 환아, 고생 많았지? (등 다독이는)

환 : (뻘쭘하다 물러서며) 엄만 왜 하필 준세 형이야! (할머니 보는, 굳어지는)

영란 : (기세에 돌아보는, 으쓱해서) 제가 환이 빼냈어요!

정 : (2층에서 내려오는)

할머니 : (한심하다는) 장하다! 준세 돈 갚을려면 허리 휘겠다, 에미.

영란 : (헉! 하는)

환 : (매정해진 할머니 재확인하고 참담해지는, 외면하고)

할머니 : (환 보며) 먹여주고 재워는 준다고 내 입으로 약속했으니까 들어온 거 받아 는 준다만,

            (강조하는) 일 안하는 사람은 이 집에 있을 수 없다고 했다.

환 : (할머니 보는, 긍정의 침묵으로 다시 고개 돌리는)

할머니 : 출근 할거야, 말거야?

환 : (외면한 채) 알았다구!

정 : 기세 등등 나갔다가 피투성이 돼서 돌아온 오빠, 컴백 홈 축하해!

환 : (확 잡아먹을 듯 보는)

은성 : (아침 배달 마치고 현관 들어오다 일행 본다. 돌아온 환 보고) 어?

할머니 : 어 은성이 마침 들어오네. 은성아, 너 있다가 출근할 때 환이랑 같이 나가거라.

은성 : (놀라) 네?

할머니 : (모른 척) 환이 오늘부터 본점에서 일하기로 했으니까 데리고 가.

은성 : (끔찍한 상황에 자기도 모르게 기겁하듯) 같이요?

환 : (획 2층으로 가는)

정 : 야! 싫으면 우리 오빠가 더 싫지, 왜 니가 펄쩍이야? 기분 나쁘게.

은성 : (아차, 고개 숙이지만 난감하고) ...

 

 

S#63. 현관 앞

 

다른 슈트로 갈아입고 현관에서 앞서 나오는 환. 은성, 떨떠름한 얼굴로 나온다.

 

환 : (가면서 핸드폰 단축 버튼 누르는, 잠시) 택시 하나 보내줘.

은성 : (어? 얼른 다가가 말리는) 여기서 바로 한 번에 가는 버스 있어요!

환 : (힐긋 돌아보는, 싸하게 보고 성큼 가며) 여기 주소?

은성 : (기막혀) 만원 받아서 택시를 타? 정신 못 차렸네... (한심하게 뒷모습 보는)

 

 

S#64. 거리+모범 택시 안

 

출근 길 교통 체증으로 꽉 막힌 도로.

모범택시 안에 앉아있는 환, 막히는 도로 짜증나는 듯 내다본다. 미터기 7천원 대에서 8천원 대로 올라가고...

 

 

S#65. 매장

 

아직 한산한 매장. 은성, 좌식 바닥 걸레로 꼼꼼히 닦고 있는데.

 

수재 : (다가온다) 은성씨, 애인이 빨리 나오래요.

은성 : (놀라) 애인이요? (황당한) 저 애인 없는데요?

수재 : (놀리는) 에이 없기는? 남자가 (흉내 내는) 고은성이 빨리 나오라고 해! 매장 앞이야! 하든데요?

은성 : 남자가요? (하다 멈칫, 준센가? 일단 일어서며 혼잣말) 고은성이 빨리 나오라구? 그렇게 말할 리가 없는데... (갸웃하는)

 

 

S#66. 매장 앞

 

모범택시 세워져 있고 환, 팔짱 끼고 서있다.

은성, 나와서 둘러보다 환 본다.

 

은성 : (멈칫하는)

환 : (불러는 냈지만 말 꺼내기 싫다. 으유... 하는)

은성 : (다시 주위 보지만 환 밖에 없다. 영문 몰라 다가가며) 그쪽이 나 나오라고 했어요?

         출근 시간 지났는데 왔으면 들어오지 왜 날 불러내요?

환 : 들어가서 만원, 아니 오천원만 갖고 나와.

은성 : (영문 몰라) 오천원은 왜요? (하다 택시 보는, 기막혀) 택시비 모자라요?

환 : 빨리 갖고 나와! 기다리잖아!

은성 : (기막혀 보다가 일단 주머니에서 오천원권 꺼내 내미는) 자요. (돌아서는데)

환 : (채듯이 받아서 차창 안으로 기사에게 건네는) 나머지 아저씨 가져.

은성 : (그 말에 놀라는, 기막혀 돌아보는)

기사 : (안에서 받는) 고맙습니다- (사이로 만천 몇백원에 멈춰있는 미터기 보이고)

환 : (돌아서는데)

은성 : 왜 잔돈을 안 받아요? 아무리 차 막혔어도, 택시비 얼마 모자랐는데요?

환 : 니가 무슨 상관이야?

은성 : 나한테 빌린 거잖아요! (기막혀) 버스로 20분이면 오는데, 만원 받아서 어떻게 택시를, 것두 모범택시를 탈수가 있어요?

환 : (확 올라) 그깟 오천원 주고 이게? 준다잖아!

은성 : 나한테 줄 돈이 오천원만 있어요? 술값하고 핸드폰 값도 있어요! 그건 언제 줄건데요?

환 : (까맣게 잊었다. 멈칫하는)

은성 : 집에 갈 버스비는 있어요?

환 : (또 멈칫하는, 그 계산도 못했다)

은성 : (기가 차다) 어떻게 주머니에 버스비 천원도 없는 사람이 남은 돈을 줘버려요? 있다가 집엔 어떻게 갈 거에요?

         나한테 또 달랠 거에요?

환 : (완전 참담한 꼴 들키고 더 욱하는) 누가 너한테 달래!

은성 : 그럼 지금은 왜 나한테 달랬어요? (한심함에 속 터지는) 어제 경찰서 갔다가 오늘 아침에 들어온 사람이,

         어떻게 경찰서까지 갔다 와서도 그렇게 정신을 못 차려요?

환 : (확 굳어지는) 이 기집애가, 너 지금 나 가르치냐?

은성 : 속 터져서 그래요! 할머니 아줌마 보기 민망해서.

환 : 니가 뭔데 우리 할머니 엄마를 걱정해!

은성 : (안타까움에) 사고는 그쪽이 치고 아줌마가 여기 애걸하고 저기 사정하고, 자기 엄마 그렇게 만들고 싶어요?

환 : (올라서) 니가 무슨 상관이야! 이게 우리 집에 얹혀사는 주제에 재수 없게, 입 닥치고 들어가!

은성 : (확 굳어지는) 주제에? (울컥 오른다) 이봐요, 누구도 다른 사람한테 주제에! 그따위 말하면 안 되는 거야!

         당신 주제 파악이나 먼저 해!

환 : 뭐?

은성 : 당신 꼴부터 돌아보라구! 할머니 아님 쥐뿔도 없으면서 잘난 척 하기는.

환 : (한걸음 다가서며) 너 죽을래? (하다 멈칫)

 

<프래쉬 컷- 7회 10씬에서 ‘자기가 왜 불쌍한지 모르니까 불쌍하죠!’ 하던 은성>

 

환 : (굳어지는)

은성 : 있다가 나한테 차비 빌려 달래도 안 줄거니까 그렇게 알아요. (돌아서는데)

환 : (뒤돌아서 가는 은성 팔 확 잡아채서 당기는)

은성 : (무방비 상태에서 휙 끌려 그대로 환에게 당겨지는, 놀라는데)

환 : 너 아는구나? 그래서 이렇게 까부는 거지? 그거 믿구!

은성 : (상황에 놀라) 왜 이래요?

환 : (팔목 더 잡아당기며 잡아먹을 듯) 너 할머니가 너한테 유산 준다니까 그거 믿고 까부나 분데, 까불지 마!

은성 : (벙해서) 할머니가 나한테 유산을 준다구요? (놀라 눈 커지는데서 엔딩)

 

<7회 끝>

 

 

 

 

 

 

 

 

 

 

 

 

 

 

 

 

 

 

 

 

 

 

 

 

 

 

 

 

 

 

 

 

 

 

 

 

첨부파일 찬란한유산7.txt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댓글

댓글 리스트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