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SBS대본

[찬란한 유산] 14

작성자수다쟁이|작성시간12.08.17|조회수858 목록 댓글 0

[찬란한 유산] 14

 

 

 

 

 

 

 

 

 

 

S#1. 옥상

 

13회와 연결해서...

 

환 : (정색하고, 진지한) 난, 지금까지 특별히 하고 싶은 것도, 갖고 싶은 것도 없었어. 근데... 이제 하고 싶은 일이 생겼다.

은성 : (? 보면)

환 : 할머니 회사, 너한테는 절대로 안 뺏기는 거.

은성 : (뜻밖의 말에 놀라서 환 보는)

환 : (은성 똑바로 쳐다보며) 너한테만은 할머니 회사 안 뺏긴다구.

은성 : (기막힌) 아직도 내가 뺏는다고 생각해요?

환 : 한 얘기 또 하지 마. 친 손자 포기하게 만든 건 내 탓이라는 니 충고, 내 뼈에 새겼으니까!

은성 : (자기 입장 해명하는) 난 할머니가 날 믿고 내민 손을 잡았을 뿐이에요. 남의 걸 먼저 탐낸 적도, 달라 그런 적도 없어요.

환 : 알아, 너한테 뭐라는 거 아냐.

은성 : (?) 그럼 왜 갑자기 찾아와서 이러는 건데요?

환 : 통고하는 거다. 치사하게 뒤에서 뒤통수치는 건 싫으니까.

은성 : 할머니 마음을 돌리겠다는 거에요?

환 : 반드시.

은성 : (환 마음 이해한다. 보다가) 그래요, 그럼. 할머니 마음 돌려봐요.

환 : 자신 있다 이거냐?

은성 : 그런 게 아니라, 나한테 유산을 주시든 안 주시든, 처음부터 할머니 결정이 었으니까...

         할머니가 마음 바꾸시면 내가 뭐라고 할 일 아니라구요.

환 : (너무 선선히 말하는 은성 반응에 멈칫하는)

은성 : 아직 할머니 조건, 여기 2호점 매출 올린 것도 아니구요. 그러니까 나한테 이런 얘기할 필요 없어요.

환 : (무시당하는 기분이다) 그래? 두 달 후에 후회하지 마! (휙 돌아서 가는데)

은성 : 하지만!

환 : (멈칫하는)

은성 : 나 열심히 해볼 거에요.

환 : (돌아보는)

은성 : 말했죠? 나도 할머니 유산 받고 싶은 이유 생겼어요.

환 : (보는)

은성 : (안 피하고 보는)

환 : (보다가 각오 다지듯) ...그래, 해 보자! (탁 돌아서 가는)

은성 : (환 뒷모습 보다가 당혹스러운) 근데 어디서 뭘 해보자는 거지?... (갸웃하는)

 

 

S#2. 매장

 

카운터 앞에서 점장에게 얘기하고 있는 수재.

 

수재 : (눈 동그랗게 뜨고) 무슨 자기가 영화배운 줄 아나봐요? (은성 팔 잡아끄는 환 흉내 내며) 이리 와! 이러면서 되게 멋있게

         끌고 나갔다니까요?

점장 : (이미 할머니 통보 받은지라 혼잣말처럼) 재등장 한번 요란하게 하네...

수재 : 재등장이요? (하는데)

환 : (성큼 들어오는)

수재 : (보고) 어?

환 : (점장 보고 다가가는, 잠시 멈칫했다가 무뚝뚝) 2호점 발령 받았거든요.

점장 : 출근은 내일부터로 알고 있는데?

환 : (급한 마음에 오늘 달려왔다. 머쓱해지는)

점장 : 어쨌든 오늘 왔으니까, 따라 와. (점장실로 가는)

은성 : (어떻게 된 일이지? 영문 몰라 뒤따라 들어오는)

환 : (성큼 따라 간다)

은성 : (어리둥절해서 환 보고 수재 보면)

수재 : (얼른 다가와서 작게) 꼴통님 여기로 발령 받았대요?

은성 : (놀라) 여기로요?

 

 

S#3. 점장실

 

회의 테이블에 앉아있는 점장과 환.

 

점장 : (똑바로 보며) 본점에서처럼 불성실한 태도는 더 이상 용납 못한다. 단 한번이라도, 어긋난 행동을 하거나 지시를 어길 때는

         그 즉시 퇴사 조치한다.

환 : (듣고 있는)

점장 : 점장 말이 끝나면, 네 혹은 알겠습니다, 한다.

환 : (멈칫 했다가) 네.

점장 : (강조하는) 특히 손님 응대, 제대로 못하면 바로 집에 간다. 알겠나?

환 : 네.

점장 : 솔직히 난 너, 두 번 다시 안보기 바랬는데 다시 만나 심히 유감이다.

환 : (황당한) 이것도 네, 해야 됩니까?

점장 : (무시하고) 사장님이 널 왜 이리로 보내셨는지 모르겠지만, 두 달만 봐주라 하시니 받긴 받겠는데,

         언제든지 꺼리만 생기면 짜를 생각이다.

환 : (기분 상하는, 뭐야? 보면)

점장 : 너 나 맘에 안 들지? 그럼 나 자를 수 있는 위치로 올라가!

환 : (멈칫하는데)

 

<2회 18씬에서 ‘점장님 나 맘에 안 들지? 그럼 짤라! 하고 가버리던 자신’>

 

점장 : 왜, 할 말 있나?

환 : (그때 내가 그랬지... 씁쓸한, 자조적인 웃음 나는데)

점장 : (어라? 인상 팍 쓰는) 웃어?

환 : (얼른 정색하고) 아닙니다.

 

 

S#4. 승미 집 거실 + 주방 거실

 

탁자에 발 올려놓고 티비 보고 있는 정 보이고...

식탁에 음식들 차려져 있고 백성희, 싱크대에서 정신없이 음식 준비하고 있다.

 

영란 : (식탁에 있는 반찬 집어 먹으며) 음 맛있다? 어쩜 이렇게 솜씨가 좋니? 우리 표집사 만큼 맛있다.

백성희 : 환이하고 연락은 됐니?

영란 : 핸드폰 꺼있어서 문자랑 음성 넣어놨으니까 금방 연락 올거야.

정 : (거실에서) 아줌마, 나 승미 방에 가서 좀 누워 있으께요. 저녁 다 되면 불러주세요.

백성희 : 어, 그래... (하다 퍼뜩 걱정되는) 정아 잠깐만. (얼른 일손 놓고 돌아서며) 방 좀 치웠나 볼게. (후다닥 승미 방으로)

 

 

S#5. 승미 방

 

급하게 들어오는 백성희, 은성과 관련한 물건 없나 책상 위 훑어본다.

환과 찍은 사진 액자 들었다 놓고 서랍 열어보는 백성희.

 

백성희 : 다 치우라 그랬는데... (급하게 서랍 속 뒤적이다가 멈칫하는, ‘고은우’ 라고 적힌 음악 노트 꺼내든다.

            펼쳐보면 작곡 노트다. 확 올라) 내가 내가 얘 이럴 줄 알았어.

 

노트라 별거 아니라고 생각하고 어디다 숨길까 돌아서는데 안에서 사진 몇 장 떨어진다.

은성에게 앨범 주면서 떼어낸 사진들... 백성희와 은성, 승미, 고평중 등과 함께 찍은 사진들과

교복 입은 고2인 은성과 승미가 고평중과 백성희 뒤에 서있고

10살 된 은우가 후레쉬 터지는 순간 눈 질끈 감고 찍은 재혼 기념사진 등이다. (은우 큰 사진은 없어야 합니다)

 

백성희 : (기겁해서 사진들 주워드는, 문 쪽 쳐다보며) 못 살아... (하며 노트 위에 사진들 겹쳐 든 채 어디다 숨길까...

            둘러보다가 옷장 문 여는데)

정 : (밖에서) 아줌마-

백성희 : (허걱 하는, 얼른 가방들 중 ‘6회 22씬에서의’ 가방에 급하게 우르르 넣고 옷장 문 닫고 돌아서는데)

정 : (문 열며) 아줌마 승미 왔어요.

 

 

S#6. 작은방

 

놀란 얼굴로 백성희 보는 승미.

 

백성희 : 환이 누워서 잘 자리 만들어야 하니까 이것들 좀 어떻게 치워보자. (이후 주섬주섬 치우며 얘기하는)

승미 : 환이 오빠까지 우리 집에서 지낸다구?

백성희 : 영란이가 신세 좀 지자는데 별수 있어?

승미 : (뜻밖인) 아줌마가 그러자 그런 거야?

백성희 : 아무리 내가 먼저 우리 집 와서 있으라 그랬을까봐? (싫지는 않은) 널 완전히 며느리 감으로 생각하니까

            우리 집에 있을 생각도 하는 거지.

승미 : 할머니 아시면 어쩔려구? 인연 끊는다고 하고 나와서 우리 집 와 있는 거 아시면 서운할 텐데.

백성희 : 어쩌면 이 방법이 그 양반한테 통할수도 있어. 아무리 대단한 자선사업가라도 생떼 같은 혈육 셋 끊는 게 쉽겠니?

승미 : 오빠 핸드폰 꺼있던데 오빠도 그러기로 했어요?

백성희 : 환이하고 얘기 된 거 같든데? 환이는 아예 어제부터 가출 상태랜다.

승미 : (이상한) 어제 내가 오빠 집까지 운전해 줬는데?

백성희 : (일손 멈추고) 그래? 영란이 말로는 집에 안 들어왔다던데?

승미 : (의아한) 이상하네? 그럼 어디서 잤지?...

 

 

S#7. 환 집 동네 길

 

퇴근해서 돌아오는 둘. 서로 대치되는 현재의 상황처럼 길 양쪽으로 떨어져 걷는다.

전 날 밤 못잔 상태로 공장에 2호 점까지 들른 상태라 발걸음 무거운 환, 은성 보다 약간 뒤처져 걷는다.

 

은성 : (돌아보며) 근데요, 2호 점에는 왜 온 거에요?

환 : (멈칫 보는)

은성 : 그쪽이 2호 점에서 열심히 일할수록 나 도와주는 거거든요?

환 : 알아.

은성 : (알면서? 황당한) 2호 점 매출 20프로 달성하면, 내가 할머니 유산 받는 거에요.

환 : 그건, 그때 가서 할머니가 결정할 일이야.

은성 : (갸웃 생각하고) 그러니까... 뭐 선의의 경쟁을 하자 이거에요?

환 : (멈칫하는)

할(E) : 헛꿈 꾸지 마, 할미 결정 끝났어.

환 : (대답하기 난감한) 뭘 그렇게 따져 묻냐? 넌, 니 할 일이나 알아서 해. 내 일은, 내가 알아서 할 거니까.

      (성큼 성큼 앞서 가버리는)

은성 : (멈춰선 채 어리둥절한) 무슨 말을 하는 건지 모르겠네...

 

 

S#8. 환 집 거실 (저녁)

 

막 퇴근해 들어온 듯 외출복에 가방 든 채 표집사 얘기 듣고 있는 할머니.

 

표집사 : (민망해 어쩔줄 모르는) ...짐을 싸서... 나가셨습니다, 정하고 같이요.

할머니 : (반항은 예상했던) 그래, 몸부림이야 치겠지만... (한탄하듯) 돈 안주면 안 보겠다 이거지...

표집사 : (조아리며) 죄송합니다.

할머니 : (기막힌 듯) 하... (하는데)

환 : (들어온다. 서 있는 둘 보고 멈칫했다가) 다녀왔어요.

표집사 : (반가운) 환아, 너 새벽에 언제 들어왔다 나갔던 거냐? 차 키 돌아와 있던데.

할머니 : (환 보는)

은성 : (들어오는) 다녀왔습니다- (하다 서있는 일행 보고 멈칫하는) 할머니 지금 들어오셨어요?

할머니 : 은성아, 나 좀 보자. (방으로 들어가는)

은성 : 네. (따라 들어가고)

환 : (또 은성이만 부른다. 씁쓸하고)

 

 

S#9. 할머니 방 (저녁)

 

할머니 앞에 앉아있는 은성.

 

할머니 : 환이가 갑자기 2호점에 나타나서 놀랐지?

은성 : 네... (했다가 얼른) 처음엔 놀랐는데요, 점장님한테 얘기 들었어요.

할머니 : 다른 뜻 없으니까, 오해하지 마.

은성 : (그럼 환이 말은 무슨 뜻이지? 갸웃해서 보는)

할머니 : 못난 놈이라도 내 피붙이라... 무조건 2호 점에서 일하게 해달라고 아등바등 매달리는 거 못 넘기겠드라.

은성 : (아... 이해한다. 끄덕이며) 네.

할머니 : 나중에 자식 낳아보면 알겠지만 자손이라는 게... 내 살점 떼서 만든 거랑 똑같애. 그래서 피붙이 외면하기가 힘든 거야.

은성 : 저도 알아요, 할머니.

할머니 : (웃긴다는) 새끼도 안 낳아본 게 어떻게 알아?

은성 : 엄마 아빠 은우만 생각해도 가슴이 미어지고 저릿저릿 한데요... (미안한) 할머닌 오죽 하겠어요?

할머니 : (끄덕이고) 제대로 일해 보는거 환이한테 나쁠 것도 없다 싶고... 넌 환이 신경 쓰지 말고 2호 점 매출 올릴 생각이나 해.

은성 : 네...

 

 

S#10. 환 방 (저녁)

 

침대에 앉아서 전화 받고 있는 환. 돈 계산하고 있었던 듯 옆에 월급 받아쓰고 남은 만원권 49만원 놓여있다.

 

환 : 계속 밖에 있느라고 핸드폰 배터리 없었어. 근데 승미 집으로 오라는 건 무슨 소리야? (잠시, 놀라) 뭐?

 

 

S#11. 승미 집 거실 (저녁)

 

주방 쪽에 서서 통화하는 영란 내다보고 있는 백성희와 승미. 정, 앞에 앉아있다.

 

영란 : (낭패스런) 야 아들! 엄마랑 정이 집 나왔다니까?... 근데 너 혼자 집에 있겠 다면 어떡해?...

         (잠시) 2호 점? 2호 점에 나간다구? (듣고)

백성희, 승미 : (이게 무슨 소리야? 서로 쳐다보는)

영란 : (당황해) 환아아!... (하다 환 쪽에서 끊은 듯 핸드폰 내리는)

정 : (놀라) 엄마, 오빠 집에 들어갔대? 그리고 2호 점은 또 무슨 소리야?

영란 : 그러니까.

정 : 뭐가 그러니까야?

백성희 : (다급한) 그래서 환이는 지금 집이라는 거니?

영란 : 그렇대네...

백성희 : (타박조로) 넌 환이가 무슨 생각하는지도 모르고 덜컥 짐부터 싼 거였어?

영란 : 아니 난 얘가 어제 뛰쳐나가서 집에도 안 들어오고, 종일 핸드폰도 꺼 있길래 당연히 우리처럼 할 줄 알았지.

백성희 : (낭패스런, 후... 하며 돌아보면 식탁에 가득 차린 음식들 보인다)

 

 

S#12. 승미 방 (밤)

 

스탠드 불빛 아래 침대에 나란히 누워서 얘기하고 있는 승미와 정.

 

승미 : 침대 좁지? 내가 바닥으로 갈까?

정 : (얼른) 가지 마! 속이 막 불안하고 그래서 옆에 너 있는 게 좋아.

승미 : (안된) 내일 그냥 집에 들어 가...

정 : 기가 막혀서, 며칠 전까진 내가 그래도 준 재벌 상속녀였는데, 하루아침에 오갈 데 없는 성냥팔이 소녀된 거 같애.

승미 : 아직 할머니 돌아가신 것도 아니고, 언제든 할머니 마음 바뀔 수도 있잖아.

정 : (그새 지금 감정 잊어버리고 억울하다는) 바껴 봤자야! 할머니 지난 번 유언장도 보니까 회사는 오빠한테 주는 거든데 뭐.

승미 : 그랬어?

정 : (일어나 앉으며) 아우! 이럴 줄 알았으면 빨리 준세 오빠하고 결혼시켜 달랠걸.

승미 : (일어나 앉으며) 그러게, 왜 안 그랬어?

정 : 오빠가 레스토랑 자리 잡을 때까지 결혼 안한다고 아저씨한테 그랬다길래 기다렸지.

승미 : (슬쩍, 백성희 딸이다, 자연스러운) 그 사이에 준세씨 연애하면 어쩔려구?

정 : (자신 있는) 연애 안 해! 준세 오빠가 우리 오빠 같은 줄 아니? 그 오빤 한다면 하는 사람이야.

      자기가 맘먹은 거 할 때까진 딴 데 눈 안돌려!

승미 : (어?) 환이 오빠도 막 여자 만나고 그러는 사람 아냐?

정 : 응? 그 말이 아니라, 우리 오빠처럼 목표 없이 사는 남자 아니라구.

승미 : (환 편드는) 환이 오빤 어려서부터 당연히 할머니 회사 물려받을 줄 알았으니까 다른 계획을 안 세운거지.

정 : (기막힌 듯 웃으며) 어쩜 넌 우리 오빠한테 씌운 콩깍지가 오래도 간다.

승미 : (웃으며) 너도 준세씨한테 그렇잖아...

정 : 야 준세 오빠랑 우리 오빠랑 같니? 준세 오빠는 누구나 좋아할 수 밖에 없는 남자야?

      우리 할머니도 내 신랑감으로 찍어놨다니까?

승미 : (얼른) 그러니까. 그런 사람이면 더 잘 살펴봐야지. 믿고 있다가 다른 여자 있으면 큰일이잖아.

정 : (버럭) 야! 안 그래도 불안하고 초라해 죽겠는데 왜 겁주고 그래?

 

 

S#13. 안방 (밤)

 

침대에 누워있는 영란과 백성희. 영란, 코골고 깊게 잠들어 있고 백성희, 모로 누워서 잠 못 들고 있다.

안 그래도 불편한데 영란 코고는 소리 거슬리는 백성희, 일어나 앉는다.

심란하게 영란 쳐다보며 생각에 잠기는 백성희.

 

 

S#14. 새벽 길 (다음날 새벽)

 

파르스름한 새벽 길 조깅하는 환, 남자로서의 오기 다지듯 달린다.

 

 

S#15. 새벽 길

 

일각 달려오다 멈춰서 쉬며 숨 고르던 환, 이쪽 저쪽 쳐다본다.

아무도 오는 사람 없자 자세 잡고 흠흠 하고 꾸벅하며 ‘어서 오세요-’ 해보지만 어색하고 뻣뻣한 말투다.

에이, 하고 맘 잡고 미소까지 짓고 꾸벅하며 ‘어서 오세요-’ 하는데

조깅하던 여자, 달려오다 졸지에 환 인사 받고 어머! 하며 멈춰 선다.

헉! 하는 환, 창피해서 얼른 돌아서서 스트레칭 하고. 여자, 뒤늦게 풋 웃으며 다시 달려가면 환, 으... 미치겠고.

 

 

S#16. 승미 집 안방

 

아직도 잠에 취해서 몽롱하게 앉아있는 영란.

 

백성희 : (앞치마 차림으로 서있다) 잘 잤어?

영란 : 잘 자긴? 밤새 못 자고 설치다가 새벽에 겨우 잤어.

백성희 : (코까지 골고는? 황당해서 보면)

영란 : 평생 혼자 자다가 너랑 자니까 잠이 와야지...

백성희 : (기막힌 듯 보다가) 이제 어떡할래?

영란 : 응?

백성희 : 니가 우리 집에 있고 싶다면야 난 얼마든지 좋은데, 환이가 집에 들어갔는데 니네 모녀 이러는 게 효과 있겠니?

영란 : (풀죽어) 그렇긴 한데... 그렇다구 우리 발로 어떻게 들어가? 얼마나 큰소리 빵빵 치고 나왔는데.

백성희 : (욱했다가 누르고) 지금 니가 니 자존심 챙길 때야? 너랑 정이 안 들어가면, 그 집에 은성이랑 환이 둘만 있는 거 아냐?

영란 : 왜 둘만 있어? 어머니도 있고 표집사도 있는데.

백성희 : (짜증 누르고) 걔들만 2층 3층 쓴다며? (얼른 부드럽게) 다 큰 남녀 둘만 한 공간에 두는 거 그렇잖아?

영란 : 아우 얜 별 걱정을 다 한다! 우리 환이, 은성이 여자로 보지도 않아. 더구나 지 재산까지 뺏는 애? 잡아먹어도 시원찮을 걸?

백성희 : (그 말에 약간 위안되는) 그러면 다행이지만... 우선 씻고 와, 아침 차릴게. (나가는)

 

 

S#17. 주방

 

식탁에 정신없이 아침 차리는 백성희, 올라오는 짜증 누르고 있다.

 

승미 : (다가와서) 뭐 도와줄 거 없어요?

백성희 : (안 들리게 작게) 너 출근하자마자 환이랑 통활하든 만나든 해서 영란이랑 정이 데리고 가라고 해.

 

 

S#18. 환 방

 

슈트 입고 거울 보면서 미소 짓는 연습하는 환, 자연스런 미소 안 나오자 손으로 볼도 풀어보고 입도 으아도 해본다.

다시 미소 짓고 고개 숙여 ‘어서 오세요-’ 하고 거울 보는 환, 자기 옷차림 본다. 잠시... 슈트 윗도리 벗는 환.

 

 

S#19. 환 동네 버스 정류장

 

출근 차림으로 버스 기다리며 앉아있던 은성, 버스 오나 보려고 기웃하다 깜짝 놀라 눈 커진다.

슈트 차림 아닌 청바지에 셔츠, 운동화 차림으로 오고 있는 환.

 

은성 : (잘못 봤나? 더 기웃 보는데)

환 : (은성 눈길에 멈칫했다가 싹 무표정으로 바꾸고 다가오는, 주머니에서 반으로 접힌 돈 봉투 탁 내미는)

은성 : 뭐에요?

환 : 너한테 줄 돈. 나머진 이번 달 월급 받으면 바로 줄게.

은성 : (받는) 얼만데요?

환 : 니 눈으로 봐. (한 걸음 옆으로 딱 떨어져서 외면하고 섰는)

은성 : (되게 내 꼴 보기 싫은가보다... 봉투 집어넣고)

 

 

S#20. 점장실

 

점장 앞에 나란히 서있는 환, 은성, 수재.

 

점장 : 이번 주말에 아이디어 회의 있으니까 그동안 2호 점 매출 개선방안 많이들 연구합시다.

은성, 수재 : 네!

환 : (이번 주말? 점장 보는)

점장 : 자! 일들 시작 합시다! 오늘도 최선을!

은성, 수재 : (주먹 쥐고 파이팅 하듯 하며) 최선을!

환 : (미처 마음의 준비 못했다. 뒤늦게 해볼려고 어정쩡하게 손만 올리는데)

점장 : (그런 환 보고) 다시! 오늘도 최선을!

환 : (눈 질끈 감았다 뜨며) 최선을!

은성, 수재 : (같이 ‘최선을!’ 하며 환 쳐다보는)

환 : (은성에게 흔들리거나 쑥스러워 하는 모습 보이기 싫다. 앞 똑바로 보는)

점장 : (내심 신기한 듯 환 일갈하고) 좋아. 참, 고은성씨는 2호 발령받으면서 주임으로 승진했으니까,

         앞으로 깍듯하게 주임으로 대해라.

환 : (주임? 허걱 놀라 은성 보면)

은성 : (미안한 듯 주임 고은성 써있는 명찰 보여주는)

 

 

S#21. 매장

 

아직 한산한 매장. 환, 혼자만 크라잉 뱃지 달고 입구에 서있고

점장은 카운터에 은성과 수재는 수저통과 접시 등 탁자에 챙기고 있다.

손님 둘 들어온다.

 

환 : (눈 딱 감았다 뜨며 꾸벅 정상적으로 인사하는) 어서 오세요-

은성, 점장 : (처음 보는 모습에 놀라 환 돌아보는)

환 : (미소까지 띄고) 이리 오세요. (손님들 안내하고)

은성 : (어라? 신기한 듯 보는)

손님 둘 : (자리에 앉으며)

환 : (메뉴판 탁 내밀며) 뭘로 준비해 드릴까요?

손님1 : (메뉴판 안 보고) 설렁탕 둘이요.

환 : (메뉴판 자기 쪽으로 치우며) 설렁탕 둘, 준비해 드리겠습니다. (꾸벅 인사까지 하고 주문기계로 가서 누르는)

은성 : (우와- 입 벌어져 환 보는)

 

<시간 경과>

설렁탕 두 그릇 손님 앞에 정중하게 놓아주는 환.

 

환 : 맛있게 드십시오. (인사까지 완벽하게 하고 돌아서다 보면)

점장, 은성, 수재 : (신기한 동물 쳐다보듯 환 보고 있다)

환 : (하기는 했지만 쑥스러워 죽을 맛이다. 표정 딱 굳히고 화난 사람처럼 빠른 걸음으로 밖으로 나가는)

 

 

S#22. 옥상

 

후다닥 올라오는 환, 처음으로 제대로 한 인사지만 낯 뜨겁고 어색해 죽을 맛이다.

후- 손 부채질하며 식히는 환.

 

 

S#23. 준세 레스토랑

 

마주 앉아있는 준세와 혜리.

 

혜리 : 은성이 아버지 돌아가시고 어떻게 집 나오게 됐는진 아시잖아요.

준세 : 그건 아는데, 요새 그 새어머니하고 은성이 사이에 무슨 일이 있는건지 알고 싶어서요.

혜리 : 제가요, 지금까지 짧은 인생 고단하게 살면서 느낀 건데요, 괜찮은 친구, 쓸 만한 인간 만나는 거, 정말 힘든 일이드라구요.

준세 : (? 보면)

혜리 : 그래서요, 제가 인정한 인간이 저한테 믿고 한 얘기는 절대 안 해요.

준세 : 나한테두요?

혜리 : (미안한 듯) 은성이가 직접 말하는 거 아니면 말 못해요.

준세 : (걱정에) 무슨 일이 있긴 있는 거네...

혜리 : 사장님도 무슨 걱정 있어요? (살피듯 몸 앞으로 하며) 요 며칠 생각 많아 보여요...

정 : (무단결근하고 기죽어 들어오다 막 혜리 포즈 보는) 야!

혜리, 준세 : (놀라서 정 보는)

정 : (후다닥 다가오며) 너 지금 뭐하는 거야!

준세 : (황당한) 선우정! 너야말로 무단결근 이틀하고 나타나서 뭐하는 거야?

정 : (흥분해서) 아니 얘가 오빠한테, (하다가 얼른) 잘못했어요.

준세 : (멈칫하는)

정 : 연락 없이 무단 결근한건 진짜 잘못했는데 오빠 그래도 나 짜르면 안돼, 나 이제 진짜 돈 벌어야 된단 말야...

혜리 : (유산 얘기 아는지라 끼어들 상황 아니다. 돌아서 가고)

준세 : (정도 안됐긴 하다) 누가 짜른대?

정 : 오빠 내가 무슨 일 당했는지 알아? 아저씨가 말 했어?

준세 : (좋게) 알아.

정 : (서러움에) 우리 집 완전 초상집이야... (울먹이며) 뭐 그런 애가 다 있어?

준세 : (착잡하게 정 보는)

 

 

S#24. 승미 집 안방

 

어정대며 방 둘러보는 영란, 살짝 옷장 문 열어본다.

 

영란 : 옷도 많네... (다시 닫다가 멈칫, 다시 살짝 열어보고) 남자 옷이 없어? 몇 년 베트남 간다드니 싸그리 다 싸갔나...

         (화장대 보며) 남편 사진 하나가 없구. 얘 남편 베트남 간게 아니라 이혼한 거 아냐?

 

 

S#25. 주방

 

냉장고 열어보는 영란. 냉장고 안 빈틈없이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다.

 

영란 : (입 벌어지는) 아우 기집애 깔끔한 거 봐, 진짜 살림꾼이라니까...

 

 

S#26. 거실 / 환 집 거실

 

소파에 와서 앉는 영란.

 

영란 : 남의 집이라 더 심심한 가... 어쩜 어머닌 전화 한통도 없으시구, (하다 수화기 들어 버튼 누르는, 잠시)

표(휠) : 여보세요?

영란 : (얼른 입 틀어막는)

표집사 : (여보세요, 하려다 멈칫하는, 가만히 있고)

영란 : (? 왜 말이 없지? 갸웃하는데)

표집사 : (느낌 온다. 평상시 어조로) 나갈 때는 맘대로 나갔어도 들어올 때는 맘대로 못 들어옵니다, 여사님.

영란 : (기겁해서 얼른 수화기 내려놓는) 어머 어머, 난줄 어떻게 알았지? (다시 수화기 드는) 이거 분명히 승미네 전환데?

         아우 귀신 귀신.

 

 

S#27. 매장

 

직원 점심 식사 시간. 찌개 냄비 앞에 놓여있고 김치와 나물 등 반찬 너 댓개 놓여 있다.

은성, 점장, 수재 등 자리에 앉아있고 환, 막 자리에 와서 앉는다.

 

셋 : (천연덕스럽게 자리에 앉는 환도 뜻밖인 듯 보는데)

환 : (옆에 놓인 김치 접시 앞에 놓고 자기가 먹을 만큼 반찬들 뷔페식으로 김치 접시에 담는다)

수재 : (황당한) 지금 뭐하는 거에요?

환 : 보면 모르냐? (먹기 시작하는)

은성 : (혼잣말) 유난 떨기는...

환 : (힐긋 은성 보는데)

점장 : 선우환 운전 잘하지?

환 : 왜요?

점장 : 주차요원 점심 먹을 동안 교대해 줘.

은성 : (으... 그런 거 시키면 안할 텐데? 환 보는데)

환 : 밥은 다 먹고 해도 되죠?

은성 : (어라? 또 뜻밖이고)

 

 

S#28. 2호점 주차장

 

중년 여자 차 주차 구역에 능숙하게 대는 환. 40대 여자 둘, 기다리고 서있다.

은성, 나이 든 할아버지 부축하고 포장 쇼핑백 들고 내려온다.

 

은성 : (할아버지 손에 쇼핑백 들려주며) 할아버지 조심해 가세요-

할아버지 : (고맙다고 끄덕이고 가는)

환 : (차에서 내려서 다가와 차 키 내밀며) 여기요.

아줌1 : (받고 들고 있던 2천원 내미는) 자요, 팁.

환 : (벙해서 보면)

아줌2 : 총각 귀여워서 주는 거야.

환 : (욱 올라 왔다가 누르고) 됐습니다.

은성 : (들어가려다 환 쪽 보는)

아줌1 : (웃으며) 뭘 사양을 하고 그래? (환 주머니 정도에 찔러주는)

환 : 됐다니, (까요, 하려는데)

아줌2 : 감사합니다!

환 : (? 보면)

아줌2 : 손님이 팁 주면 감사합니다, 해야지! (환 귀엽다는 듯 엉덩이 툭 치고 가는)

환 : (헉! 욱해서 한걸음 내딛다가 멈칫하는, 눈 질끈 감고 참는)

은성 : (조마조마한 기분으로 보고 섰는, 애쓰는 환이 어쩐지 짠하다)

 

 

S#29. 준세 레스토랑

 

막 손님에게 서빙하고 돌아서는 혜리. 형진, 어슬렁 들어온다.

 

혜리 : 어서 오세요-

형진 : (보고) 뉴페이스네.

혜리 : (멈칫) 네?

형진 : 못 보던 얼굴이라구요, 새로 왔어요?

혜리 : (웃으며) 네, 단골이신가 봐요?

형진 : 아니 룸메이트. 형 어디 갔어요? 밥 좀 먹어야 되는데... (둘러보는)

혜리 : 룸메이트? (딱 감 온다) 아- 너였구나? 이형진!

형진 : (갑작스런 반말에 눈 커져) 저 아세요?

정 : (사복 차림 계속, 손님 테이블에 커피 잔 놓아주다가 쳐다보는)

혜리 : 알지, 아주 잘 알지! 인영이 만나러 간 고은성 조건보고 반한 척 메일로 작업했다가

         은성이네 망한 거 알고 바로 연락 딱 끊어버린 싸가지!

형진 : (당황해) 누, 누구세요?

혜리 : 나, 은성이 친구다!

형진 : (헉 놀라는데) 누구요?

정 : (은성이 친구? 헉 놀라는)

혜리 : 니가 안줘도 될 상처 준 고은성, 이제는 진성식품 상속녀 된 고은성 친구라고 이 자식아!

형진 : (놀라) 상속녀?

정 : (놀라 후다닥 다가오며) 야! (혜리 확 잡아 돌리며) 너 고은성 친구야?

 

 

S#30. 공사장 일각

 

저만치서 짐 나르고 있는 고평중 보이고 인영, 놀란 얼굴로 형진 보고 있다.

고평중, 작업 모자에 먼지 때문에 마스크 쓰고 있어서 얼굴 잘 보이지 않는다. (인영이 고평중 얼굴 보면 안되는 상황입니다)

 

인영 : 다시, 다시 말해 봐요, 선배.

형진 : (흥분한) 진성식품 할머니가, 은성이한테 전 재산을 주기로 했대.

인영 : (놀라) 정말, 진짜, 전 재산을 준다구요? (입 딱 벌어지는)

 

 

S#31. 2호 점 앞

 

퇴근해서 나오는 환과 은성. 승미, 기다리고 서있다.

 

승미 : (자연스럽게 웃으며) 오빠!

환 : (약속은 했지만 일찍 온 승미 보고 멈칫, 본능적으로 은성 돌아보는데)

은성 : (표정 변화 없이) 안녕하세요?

승미 : 네, 안녕하세요.

환 : (다가가며) 일찍 왔네...

승미 : 어.

은성 : (버스 타러 자기 길 가는, 굳어지고)

환 : (자기도 모르게 은성 돌아보는)

승미 : (아직 환 마음 전혀 모르는) 오빠 이렇게 불편하면서 왜 같이 일할려고 해?

환 : (퍼뜩 깨나서 승미 보는)

승미 : 할머니 마음 돌리는 건 꼭 2호 점 아니어도 되는 거잖아. 오빠 성질에 집에서 여기에서 하루 종일 고은성 보는 거 힘들텐데.

환 : (자조적인) 나 보다 쟤가 나 보는 거 더 힘들걸...

승미 : 그게 무슨 말이야?

환 : (자책, 그로 인해 아픈, 혼잣말처럼 시선 다른 곳 보며) 그런 게 있어, 나 때문에 나 때문에, 그런 거.

승미 : (다른 때와 다른 환 표정 의아하게 보는)

 

 

S#32. 승미집 거실

 

일찍 퇴근해서 들어오는 백성희, 멈칫 선다.

탁자 위에 DVD 몇 개 내용물과 커버들 따로따로 늘어져 있고 먹다 남은 과일 접시며 포크, 빈 과자 봉지에 음료수 병 등 어지럽다.

 

백성희 : (아이구 머리야... 기막힌 듯 보는데)

영란 : (옆에서 뻘쭘한) 속이 하두 시끄러워서 꼼짝을 못하겠드라.

백성희 : (얼른) 어? 어 그럼? 그랬겠지... (가방 놓고 치우려고 소매 정도 걷는데)

영란 : 정이한테 치우라 그랬는데...

백성희 : 됐어, 금방 치우면 돼.

영란 : 설거지도 못했어, 얘.

백성희 : (멈칫, 기막혀 돌아보는데 현관 벨 울린다)

영란 : 환인가부다. (보면 모니터에 승미와 환 얼굴 보인다) 환이네!

백성희 : (금방 표정 펴지며 돌아보는)

 

 

S#33. 승미방 (저녁)

 

승미 방 둘러보는 환. 승미, 설레고 부끄러운 마음으로 환 옆에 서있다.

책상 위에 둘이 찍은 액자 한 개, 환 독사진 한 개 놓여있다.

 

환 : (그 중에 하나 집어 들며) 이게 언제 찍은 거지?

승미 : 재작년 오빠 생일 날.

환 : (자기 독사진 가리키며) 이건?

승미 : 오빠 미국 가던 해, 친구들하고 송별 파티 했을 때 내가 몰래 찍은 거야.

환 : (쑥스럽다) 이렇게 내 사진 늘어놓고 아줌마한테 안 창피하냐?

승미 : (웃으며) 이번에 이사 와서 첨 내놓은 거야. 그 전엔 앨범에 넣어서 혼자만 봤어.

환 : (승미 마음 짠한 듯 승미 쳐다보는)

승미 : (애틋하게 마주 보고 웃는데)

정 : (불쑥 들어오며) 오빠, 나 옷 갈아입고 짐 싸게 나가.

환 : 어? 어 그래. (나가는)

승미 : (애틋했던 분위기 아쉽다. 액자들 다시 제자리에 잘 놓는데)

정 : 승미야, 거기 내 트렁크 좀 갖다 줘. (승미 옷장 열고 넣어뒀던 옷과 가방 등 꺼내며) 하루 자고 들어갈 줄 알았으면

      쪼끔만 싸올걸... (하다 승미 가방 보는)

승미 : (정 트렁크 갖다 옆에 놓아주는데)

정 : (승미 가방 꺼내들며) 어머 어머 이거 내가 찍어놓고 못 샀던 신상이네? (신나서 들고 일어나서 매보는)

승미 : (어? 하고 보는데)

정 : 승미야, 이거 나 주라.

승미 : (난처한) 그거 오빠가 사준 선물이야.

정 : 우리 오빠?

승미 : (안 된다는) 응, 취직 선물로 사준 거야.

정 : 너 우리 오빠한테 받은 가방 많잖아? 엄마랑 홍콩 쇼핑 갈려고 가방 다 버려서 가방 몇 개 밖에 안 남았어.

승미 : (난감하게 보는)

 

 

S#34. 승미 집 거실 (저녁)

 

짐 가방 들고 죽을 맛이라는 얼굴로 각각의 방에서 나오는 영란과 정.

정, 승미 가방 삐죽 나온 쇼핑백 들고 있다.

엄마 가방 받아 드는 환. 차로 데려다 줄려고 방에서 나오는 승미.

 

영란 : 승미 니가 데려다 줄거야?

백성희 : (방에서 나오며) 같이 가자.

정 : 아줌마두요? 그럼 우리 셋이 뒤에 낑겨 앉아야 되네?

승미 : 엄마 내가 갔다 올게.

백성희 : (생각 있는) 아냐, 영란이가 우리 집에서 가는데, 내가 데려다 줘야지.

승미 : (멈칫하는)

영란 : 고맙다, 성희야. 안 그래도 승미 앞에서 내 꼴이 이게 뭔가 했는데.

백성희 : 승미 쉬고 있어. 가자. (나가는)

 

 

S#35. 거리 + 백성희 차안 (밤)

 

운전하는 백성희. 영란과 정은 뒷좌석에 환이 옆 좌석에 타고 있다.

 

백성희 : (환에게 이것저것 묻고 싶어 나선 길이다) 그럼 2호 점은 환이 니가 나가겠다고 한 거였어?

환 : 네.

백성희 : 왜? 왜 나가겠다고 한 건데?

환 : (남한테 하고 싶은 말이 아니다, 난감한 듯 대답 못하는) ...

백성희 : 그럼 그 아이 보다 니가 더 잘하면 유산 얘긴 없던 걸로 해주신대?

환 : (남한테 하고 싶은 말이 아니다) 아뇨.

백성희 : (답답한) 너 뭔가 계획은 있는 거지?

영란 : 얘, 그만 물어! 너 왜 자꾸 우리 아들 속을 쑤셔?

백성희 : (얼른) 아니 속을 쑤시는 게 아니라 걱정 돼서.

정 : (툭) 아줌마 승미 땜에 그러지 뭐. 울 오빠 빈털터리 될까봐.

백성희 : 아우 정아! (말도 안 된다는) 니 엄마하고 아줌마, 30년 넘은 친구야?

영란 : (그 말에 서러운 듯) 거의 30년을 같이 산 내가 열 번 죽었다 깨나도 모르겠는 우리 어머니 속을 환이가 어떻게 알겠니...

백성희 : (더는 못하고) 어 그래, 그렇지... (작게 후...하는)

 

 

S#36. 환 집 앞 (밤)

 

대문 앞에 세워진 백성희 차. 차에서 내려서 가방 끌고 대문 앞으로 가는 일행.

 

환 : 조심해 가세요.

백성희 : 그래, 할머니 화 좀 나셨을 거니까 니가 애 좀 써야겠다.

영란 : (주눅 들어) 낼 전화할게.

정 : 아줌마 안녕히 가세요.

 

저만치서 오던 은성, 대문 앞에서 인사 나누고 있는 가족들과 백성희 보고 뚝 멈춰 서며 표정 굳어진다.

들어가는 넷 보고 속 터지는 듯 돌아서는 백성희, 차로 가서 차 돌리는데 헤드라이트 불빛에 서있는 은성 정면으로 보인다.

 

백성희 : (잠시 은성 보다가 천천히 차 몰고 가는)

은성 : (역시 표정 담담히 집 향해 오는데)

백성희 : (은성 옆으로 가서 차 세우는, 차창 내리고 천연덕) 이제 오니?

은성 : (담담히) 네.

백성희 : 이렇게 만났는데, 차 한잔 할래?

은성 : (망설임 없이) 네. (옆 좌석에 타는)

백성희 : (그런 은성 뜻밖인 듯 보고)

 

 

S#37. 환 집 거실 (밤)

 

환이 먼저 들어오고 기죽은 얼굴로 가방 끌고 뒤따라 들어오는 영란과 정.

할머니, 소파에 앉아있고 표집사, 곧 치를 일 걱정으로 현관 쪽에 나와 서있다.

 

환 : 할머니, 엄마하고 정이 왔네.

할머니 : (돌아보지도 않고) 누구하고 누가 와?

환 : (영문 몰라) 엄마하고 정이.

할머니 : 그 모녀가 여길 왜 와?

영란 : 어머니 죄송해요...

표집사 : (올게 왔구나... 눈 질끈 감는데)

할머니 : (벌떡 일어나서 다가오며 버럭) 유언장을 취소하지 않으면 평생 나 안 본다고 나간 것들이 여긴 왜 돌아와!

영란, 정 : (찔끔해서 둘이 달라붙는)

할머니 : (다가가서, 정말 화났다) 나도 니들 필요 없어! 당장 나가!

환 : (말리는) 할머니.

표집사 : (동시에) 저기 어르신.

할머니 : (표집사와 환 무섭게 쳐다보며) 입 닫아!

환, 표집사 : (할머니 기세에 찔끔하는)

할머니 : (무섭게 호령하며 밀어내는) 어서 못 나가!

영란, 정 : (어머니- 할머니- 하며 밀려나가는)

 

 

S#38. 환 집 뜰 (밤)

 

어머니, 할머니... 하며 밀려 나오는 영란과 정. 할머니, 밀면서 따라 나온다.

뒤이어 당황해서 따라 나오는 환과 표집사.

 

영란 : 어머니, 잘못 했어요...

할머니 : (나름대로 배신감에 있는 대로 화났다) 죽고 나서 돈 안준다니까 지금부터 인연 끊는다고 나간 것들이 왜 기어들어와!

            누구 맘대로 들어와!

정 : 할머니, 그건 우리가 너무 섭섭해서 한번 반항해 본 거야.

할머니 : (기막힌) 평생 날 안 봐? 인연을 끊어? (벼락치듯) 언제부터 부모가 돈 줘야 부모야! 재산 없는 부모 무시하고,

            심지어 내다 버린다드니 바로 우리 집이었어! 내가 능력 없는 할망구였으면, 니들 나 벌써 고려장 시켰겠어!

영란 : (울먹) 어머니 그건 정말 아니에요...

정 : (고개 젓는) 나두 아냐, 할머니.

할머니 : 그래! 땡전 한 푼 안남기고 남한테 전 재산 다 준다는데 서운하지 않으면 것두 정상 아니지!

영란 : 그러니까요...

할머니 : 아무리 그렇다구, 돈 안준다고 인연을 끊겠다구? (눈물 어려) 내 새끼들한테 안 물려줄 생각하면서 나는 괜찮은 줄 아냐?

환 : (멈칫, 할머니 보는)

할머니 : (눈물 어려 떨리는) 입에 넣든 것도 빼서 주고 싶은 게 부모 마음이야! 그 마음 누르는 나는 보통 결심한 거겠냐?

             그럼 니들도 한번쯤은, 한번쯤은 내 마음을 헤아려 줘야지!

환 : (뭔지 모르지만 할머니 아픔 전해진다. 심각하게 보고)

표집사 : (건강 걱정에) 어르신, 이러시면 위험합니다.

할머니 : (저절로 기운 빠진 듯) 설마 나 죽으면서 니들 비바람 피할 집 한 칸 안 해 줄까봐...

            왜 이렇게 하는지 그렇게 얘길 했는데... (절망스런) 니들한테는... 돈이 사랑이었구나...

영란 : (아직도 이해는 안 되는지라, 글썽해서) 꼭 그런 건 아니구요...

정 : (겁에 질려 엄마 팔만 붙잡고 있고)

할머니 : (다시 정색하고) 돈 안주면 시에미도 아니고 할미도 아니라는 그런 새끼들... 나도 필요 없어. (안으로 들어가 버리는)

영란 : (기세에 더는 못 붙잡고) 어머 우리 어떡해? 환아, 엄마 어떡해?

정 : 아저씨이...

표집사, 환 : (난감하게 서로 마주 보는)

 

 

S#39. 환 집 거실 (밤)

 

화나서 앉아있는 할머니. 표집사와 환, 앞에 앉아서 부탁하고 있다.

 

환 : 엄마랑 정이 계속 밖에 서있는데 할머니.

표집사 : (간곡한) 어르신, 진심이 아니었으니까 하루 만에 돌아온 겁니다.

할머니 : (끄떡도 안하고 멍하니 앉아있고)

환 : (어렵지만) 사람들 생각이... 다 할머니 같은 건 아니잖아.

할머니 : (환 보면)

환 : 우리 입장에서는 그래, 솔직히... 마른하늘에 날벼락이 이거다 싶어.

할머니 : (싸늘한) 마른하늘에 날벼락도 댓바람에 안 쳐. 다 예고 벼락 있어.

환 : (할머니 카리스마에 눌린다. 후... 난감하고)

 

 

S#40. 동네 벤치 혹은 까페 (밤)

 

마주 앉아있는 은성과 백성희.

 

백성희 : (좋게) 그게 그렇잖니? 너 하나만 생각하면 잘된 일이고 축하 할 일이지만, 이 집 가족들 입장에선 날벼락이잖아.

             하루아침에 전 재산을 잃게,

은성 : (o.l, 담담히) 어머니한테 날벼락이겠죠.

백성희 : (멈칫하는) 뭐?

은성 : 할머니 가족들이 안타까운 게 아니라, 어머니가 안타깝죠. (다 안다는) 장차 사위가 진성식품 사장님이 아니게 됐으니까요.

백성희 : (당연하다는) 물론 아쉽긴 하지? 나도 사람인데. 하지만 그보다,

은성 : (o.l) 왜 우리 은우를 버렸을까 생각해 봤어요!

백성희 : 너 자꾸,

은성 : (계속하는) 내 핸드폰에 연락이 안 됐으면 모른 척 파출소에 데려다 줄 수도 있었을 텐데

         어머닌 굳이 그 먼 대구까지 은우를 데려갔어요.

백성희 : (기막힌 듯) 또 시작이니? 제발 그만 좀 하자, 은성아.

은성 : 아마 뭐든 잘 외우는 은우가, 어머니 좋은 새 차를 봤던지 그 아파트를 봤던지... 은우를 통해서 내가 어머니에 대해

         뭔가 아는 게 싫었던 거에요.

백성희 : (굳어지는)

은성 : (똑바로 보며 또박또박 말하는) 정말 돈이 없어서 은우하고 나를 그렇게 비참하게 거리로 내 몬 게 아니니까.

백성희 : 얘, 은성아.

은성 : (눈물 어려) 결국... 돈이었어요. 승미를 할머니 손자하고 결혼시키고 싶어 하는 것도,

         (터지는) 은우를 버린 것도! 다 돈 때문이었어요!

백성희 : (화내는) 너 무슨 근거로 그런 막말하니? 승미가 얼마나 오래 전부터 환이 좋아했는지 몰라 이래?

은성 : 그럼 결혼 시키세요!

백성희 : 뭐?

은성 : 나 할머니한테 아무 말도 안할 거에요! (봇물 터지듯 해대는, 눈물 어려) 당신이 이미 3년 전에 승미 앞으로

         아파트 마련해 놓고도 은우랑 나 내쫓은 것도! 은우 버린 것도! 말 안 할테니까!

백성희 : (은성 기세에 놀라 쳐다보는)

은성 : 승미, 승미가 사랑하는 선우환하고 결혼 시켜요. 대신!... 할머니 재산은 절대로 선우환한테 안 갈 거에요.

백성희 : (확 굳어지는)

은성 : (눈물 어려 분노로 떨며) 어떡하든 내가 받을 거니까. 그래서 할머니 뜻대로 회사도 운영하고, 우리 은우도 찾고,

         은우 피아노 교육도 제대로 시키고 할 거니까!

백성희 : (이제야 은성 의중 알겠다. 사색돼서) 너 그래서...

은성 : (눈물 후두둑 떨어지며) 절대 그 돈... 못 갖게 될 거에요.

백성희 : (쿵!... 하는)

 

 

S#41. 환 집 거실 (밤)

 

겨우 허락 받고 들어와 할머니 앞에 기죽어 앉아있는 영란과 정. 2층 계단 밑에 짐들 놓여있고.

표집사와 환도 앉아있다.

 

할머니 : 다시 한번 이 집에서 나가는 순간, 다신 못 돌아온다.

영란, 정 : (동시에) 네...

할머니 : 에미는 낼 아침부터 살림하고,

영란 : (얼른) 네!

정 : (미리) 할머니 난 오늘부터 준세 오빠 가게 나갔어.

할머니 : 그럼 됐어! (일어나서) 올라들 가! (방으로)

넷 : (잔뜩 긴장해 있다가 후- 탈진하듯 긴장 푸는)

 

 

S#42. 2층 거실 (밤)

 

모여서 얘기하고 있는 영란, 환, 정. 영란과 정, 거의 기진한 상태다.

 

정 : 엄마, 우린 그럼 앞으로 어떻게 되는 거야? 알거지 받아 들여야 돼?

영란 : (피곤하다) 박이사 아저씨가 무슨 방법 알아내서 연락 줄 거야. (하다) 근데 박이산 왜 전화도 없어?

환 : 내가 할머니 마음 돌릴 거니까 기다려, 엄마랑 정이.

영란 : 니가?

정 : 오빠가 어떻게?

환 : 할머니가 아무리 그런 결정했어도, 내가 할머니 손자야. 달라진 모습 보이고 뭔가 해내면,

      (믿고 있다) 할머니 마음도 변할 거야.

정 : 오빠 그래서 2호 점 간다 그런 거야?

영란 : (감동하는) 어머, 환아...

환 : (할머니가 왜 은성일 택했는지 아직 정확한 이유 모르는, 자신이 회사를 운영할 생각도 능력도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

      내가 제대로 회사 맡을 능력 있다는 거... (은성에 대한 오기와 남자로서의 자존심) 어떡하든 보여줄 거니까.

정 : 오빠 진작 좀 그렇게 맘먹지!

영란 : 그러게.

환 : (후회) 울 할머니 저렇게 대단한 사람인줄 알았나... (일어서며) 이제 좀 쉬자, 피곤해 죽겠네.

      (일어서다 정 가방 보는) 너 그 가방 뭐야?

정 : 이거?

환 : 그거 승미 가방 아냐? 내가 사준 가방 같은데?

정 : 맞어, 내가 달래서 가져왔어.

환 : 넌, 이젠 뭐 사줄 수도 없는데 취직 선물로 사준 걸 뺏어 오냐? 이리 내!

정 : (뿌해서) 승미는 오빠가 비닐 봉다리만 사줘도 좋아할 걸 뭐!

 

 

S#43. 승미 집 거실 (밤)

 

지친 얼굴로 들어오는 백성희. 승미, 기다리고 있었던 듯 소파에서 일어난다.

 

백성희 : (승미에게 은성 얘기 할 수 없다. 곧장 방으로 가며) 엄마 좀 쉴게.

승미 : (지레 짐작) 엄마 원하는 답을 못 알아냈구나?

백성희 : (멈춰서는)

승미 : (그 뒤에 대고 씁쓸하게) 엄마 우리는... 속수무책이야.

백성희 : (돌아서 보면)

승미 : (불안함 누르고) 은성이가 아무 말 안 해 주고, 아버질 숨기고... 그러는 거 외엔 할 게 없어.

         차라리 은성이가 할머니 유산 받고 아무 말도 안하고, 아무 것도 몰랐으면 좋겠어요.

백성희 : (상황 기막히다, 헛웃음 나는) ...

 

 

S#44. 환 집 외경 (다음날 새벽)

 

 

S#45. 환 집 주방

 

새벽 6시 10분 가리키는 벽시계. 표집사, 식탁 위에 쌀 담긴 그릇 놓고 기다리고 섰다.

하품하며 들어오는 영란.

 

표집사 : 10분 늦으셨습니다.

영란 : (멈칫, 뿌해서) 겨우 10분 가지구, 어제 내가 그 치도곤을 맞고 이 시간에 일어나 나온게 기적이야.

표집사 : 그러게 제가 뭐랬습니까? 들어오실 땐 맘대로 못 들어온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영란 : (얄밉다) 그래, 또 잘났지! 아예 안 들어오기 바랬는데 들어와서 미안하네.

표집사 : (애타게 기다렸는데) 안 들어오시기 바란 적 없습니다.

영란 : 뭐? 방해꾼들 없어서 연애하기 더 좋았을 거 같은데.

표집사 : (갸웃하며) 도저히 뇌가 접수를 못하는 말씀을 하시네요. 연애라니요?

영란 : (이크, 실수다) 어? 아니, 아냐.

표집사 : (딱 정색하고 한 걸음 다가오며) 20초 전에 분명 연애라고 하셨잖아요!

영란 : 아니 나는 그냥, 표집사가 은성이 방에서 밤에 몇 번 내려 오길래,

표집사 : (너무 화나서 말 더듬는) 지 지, 지금 그걸 말씀이라고 하시는 겁니까?

영란 : 아니 난... (억지쓰듯) 남자들은 다- 젊은 여자 좋아하잖아!

표집사 : 전, 아닙니다.

영란 : 젊은 여잘 안 좋아한다구?

표집사 : 안 좋아합니다. 전 나이 든 여자 좋아합니다.

영란 : (황당한) 나이든 여자가 좋아? 왜?

표집사 : (절대 표현하면 안될 속을 약간 드러냈다, 화난듯) 왜가 어딨습니까? 왜가! 좋으니까 좋은거지.

영란 : 아니 맨날 장보는 거 말곤 집에 있으면서 언제 또 나이 든 여잔 만났대? 어디서 만났어? 뭐하는 여잔데?

표집사 : 있습니다! 나이 값 못하고 철딱서니 없는 여자!

영란 : (자긴 줄도 모르고 웃으며) 어머머 왜 그런 여잘 좋아해?

표집사 : 그러게나 말입니다. (확 돌아서며) 쌀 씻으세요!

 

 

S#46. 준세 레스토랑

 

굳은 얼굴로 준세와 마주 앉아있는 박변. 정, 저만치서 놀란 토끼눈 하고 둘 분위기 지켜보고 있다.

 

박변 : (화난) 그게 회사에 들어와 달라는 애비 간청에 대한 답이냐?

준세 : (맘 안 좋은, 좋게) 원래부터 제 대답은 정해져 있었는데, 아버지라서, 그 누구도 아니고 제 아버지라서,

         며칠 동안 생각하고, 또 생각해 봤어요.

박변 : 준세야!

준세 : 전 이렇게 사는 게 좋아요. 사람들이 내 가게에 와서 맛있는 음식 먹으면서 편안한 대화 즐기는 이 공간이, 너무 좋고,

         여기 있으면... 행복해요, 할아버지처럼요.

박변 : 또 할아버지 얘기냐?

준세 : 할아버지가 이 가게 저한테 물려주시면서 그러셨어요. 준세야, 니가 행복한 일을 하고 살아라.

박변 : 그래, 우리 아버지가 너한테 이 가게 물려주는 바람에 너 빠져나갔지.

준세 : 할아버지 덕분에 전 지금 행복한데, 아버진 제가 아들이라서 아버지로서 행복하지 않으시죠.

박변 : (화나는) 그런 거 아는 놈이 애비 간청을 묵살해?

준세 : 할머니 재산이니까, 할머니 뜻대로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할 뿐이에요.

박변 : 내가 지금 할머니 재산 갖고 이래? 회사잖아, 회사! 너도 법 공부한 놈이니까, 장사장이 왜 환이 정이 제수씨한테는 한 푼도

         안 남기고 전 재산을 그 아이한테 주는 건지 알지!

준세 : (안다) 네...

박변 : (분한) 당신 죽고 나서 환이네가 법정 소송 하더라도, 그 아이가 제 1주주 자리 지키게 하려는 거야!

준세 : (팽팽한) 그 정도로 확실한 게 할머니 뜻이잖아요!

박변 : (멈칫하는)

준세 : (설득하듯) 아버지 충분히 성공하셨어요.

박변 : 남자는, 쟁취할 게 없어지면 삶이 의미 없어지는 거야!

준세 : (안타까운) 삶을 누리고, 즐기시면 되잖아요.

박변 : (탁자 탁 치며) 말이 안 통해!

준세 : (정말 정중하고 진지하게 몸 바로하고) 아버지, 죄송합니다. (고개 숙이는)

 

 

S#47. 매장

 

카운터에 서서 뭔가 서류 보고 있는 점장. 문 앞에 대기하고 있는 환.

은성, 근처 테이블 닦고 있다.

 

점장 : (일부러 시키는) 선우환, 고주임 좀 오라고 해.

환 : (은성에게 다가가는)

점장 : (지켜보고 있고)

환 : (툭 치며) 야, 점장님이 부르신다.

은성 : (점장 쪽 쳐다보는데)

점장 : (다가오는) 이봐, 내가 고주임 불러 오랬지 야 불러 오랬나?

환 : (멈칫하는)

점장 : 주임은 평직원 상사야. 상사를 야, 라고 불러?

환 : (이 상황에서는 도저히 죄송합니다 등 할 수 없다. 고개 돌리고 긁적이는)

은성 : (어쩔 수 없이 편드는) 죄송합니다, 워낙 습관이 됐나 봐요.

점장 : (일부러 매섭게) 고칠 수 없는 습관은, 세상에 없습니다!

 

 

S#48. 옥상 혹은 매장

 

둘 다 내키지 않는 마음이라 터덜터덜 올라오는 은성과 환.

 

은성 : (자기도 심란한 상황이다. 후- 하고 돌아서며) 해봅시다.

환 : (죽을 맛이다. 고개 돌리는)

은성 : (심각한) 안 할 거에요?

환 : 안한단 말 하지도 않았는데 넘겨짚지 마!

은성 : 그럼 주임님 해봐요.

환 : (보는데 입 안 떨어진다)

은성 : (진심) 나라도 하기 어렵겠다.

환 : 할수 있어!

은성 : (어?) 할수 있어요?

환 : 있어.

은성 : 해봐요, 그럼. (쳐다보는)

환 : (똑바로 보고 하는, 주임과 주인의 중간 정도 발음으로) 주인님.

은성 : (발음에 멈칫하는, 피식 웃음 나올듯해 얼른 고개 돌리고) 다시, 주임, 님!

환 : (해버려야겠다 작정하고 크게) 주인님!

은성 : (못 참고 삐직 삐직 웃음 새 나오는)

환 : (호칭 때문에 웃는 거라고 생각, 나름 거리 두려는) 웃지 마!

은성 : 그게 아니라요,

환 : 너 주임이라며? 그래서 주인님 주인님 해드리는데 왜 웃어!

은성 : (대놓고 주인님 주인님 소리에 웃음 터지는, 배 잡고 웃어대는)

환 : (머쓱해서) 야!

은성 : (손으로 아니라고 막는데 웃음 안 멈춘다. 웃으며) 주인님이 아니라 주임님인데,

         (웃느라고 환에 대한 감정 싹 잊어버려서 해맑게 웃으며) 자꾸 주인님 주인님 하잖아요...

환 : (거의 처음 보는 감정 사라진 해맑은 모습에 끌려드는, 보는데 아프다)

은성 : (웃다가 그런 환 보고 멈칫하는)

환 : (뭐라고 말해야 하는데 말할 틈 놓쳤다, 그대로 보는)

은성 : (웃음 사라지는, 처음 보는 눈빛에 당황해 그대로 보는)

환 : (퍼뜩 정신 차리며 기분 나쁜 척) 실수했다고 웃냐?

은성 : 아- 미안해요.

환 : 진짜 왜 주임은 되가지고.

은성 : 어? 제대로 했네?

환 : (괜히 화난 것처럼) 아까도 제대로 했어! 니 귀가 이상한 거야.

은성 : (보다가 차분히) 우리 그냥 공사 구분해요.

환 : 뭐?

은성 : 매장 나와서는, 내가 그쪽 유산 뺏는 사람이란 걸 잊어버리라구요.

환 : 무슨 뜻이야?

은성 : (그동안 느낌 말하는) 나 꼴 보기 싫어 죽겠는 건 알겠는데, 그래서 나 모른 척하고 외면하고, 일할 때 서로 불편하잖아요.

환 : (그게 아닌데, 툭 던지듯) 너 생각해서 그런 거야.

은성 : 나 생각해서 그랬다구요?

환 : 나 때문에 동생 잃어버렸다며.

은성 : (멈칫하는)

환 : 내 꼴 보기 싫고, 나하고 말하기도 싫단 건 너다.

은성 : (멈칫하는)

 

<12회 43씬 중에서>

은성 : (터진다) 당신 꼴도 보기 싫으니까!

은성 : (눈물 젖어) 너만 보면 은우 생각나서 미치겠으니까, 나한테 말 걸지 마!

 

은성 : (현재, 그랬지만, 의외인) 나한테 말 안 걸고 모른척하고 그랬던 게, 그래서 라구요? 할머니 유산 때문이 아니라?

환 : (머쓱해져서) 할머니 유산은 내가 다시 찾는다니까!

은성 : (생각도 못했던 환의 다른 모습이다. 머쓱해서) 그럼 뭐... 공사구분 되겠네. (환 보며) 공사구분 합시다?

환 : 그래, 해.

은성 : 그럼... 주임님, 연습해 와요. 보니까 혼자 연습 잘하는 거 같든데. (돌아서 가는데 뭔지 느낌 다르다. 갸웃하며 가고)

환 : (냉정하게 가는 뒷모습으로 보인다. 보고 서있는)

 

 

S#49. 영석 방

 

한쪽에 놓인 상이나 좌식 책상에 앉아서 작곡하고 있는 은우.

영석, 쇼핑백 들고 들어온다.

 

영석 : 자식, 피아노하고 작곡 노트만 들려주면 밤도 새겠네. (앉아서 쇼핑백에서 도수 없는 검정 뿔테 안경, 모자, 퍼즐 박스,

         큐빅, 요요, 운동화 줄, 작은 공, 신발 한 짝 등 꺼내며) 이 형아가 너에 대해서 공부를 좀 했는데... 어이, 피아노!

은우 : (피아노 소리에 돌아보는)

영석 : (물건들 가리키며) 자 골라 봐, 넌 어떤 장르냐?

은우 : (보고 밝아지는, 얼른 퍼즐 박스와 큐빅 집어 드는)

영석 : 스톱! (하면서 얼른 은우가 집어든 것들 뺏어드는)

은우 : (당황해 달라고 손 내밀면)

영석 : (퍼즐과 큐빅 보여 주며) 이게 좋아?

은우 : (웃으며) 좋아, 해야 되는 거야.

영석 : 오케이! 이거 가지려면, (얼른 안경과 모자 집어 들어 씌우며) 이거하고 이거 써야 되는 거야.

은우 : (싫다는 듯 밀어내며) 아-

영석 : (다시 안경 들이대며) 이거 써야 피아노 치는 거야.

은우 : (뚝 멈추고 보는) 피아노...

영석 : 피아노도 치고, (퍼즐과 큐빅 주며) 이것도 주고.

은우 : (퍼즐과 큐빅 받으며) 누..나...

영석 : (못 알아듣고) 이런 걸, 상부상조라고 하는 거다? 넌 좋아하는 피아노 치고, 형은 돈 벌고.

 

 

S#50. 까페

 

마주 앉아 차 마시는 승미와 인영. 인영, 은성 소식에 완전 흥분한 상태다.

 

인영 : 그러니까 결국 은성이가 니 남자친구 재산을 뺏는 거잖아.

승미 : (진심 반, 인영 의식 반) 할머니가 주시는 거니까 은성이가 뺏는 건 아니지...

인영 : 그게 그거지? (은성에 대한 질투다) 난 은성이가 그렇게 욕심 많고 뻔뻔한 앤줄 몰랐어.

         어떻게 준다고 그 무시무시한 재산을 받니?

승미 : 글쎄, 예전에 은성일 생각하면... (하다) 모르겠어, 내가 은성일 잘 알았던 게 아니잖아.

인영 : (승미가 안돼 보인다) 그럼 너 이제 어떡하니? 니네 그 사람 완전 빈털터리 되는 거잖아.

승미 : 오빠 그런 거 보고 좋아한 거 아니니까 난 괜찮은데... 오빠네 식구들이 좀 힘들어 해.

인영 : 너두 힘들지? 은성이가 그래도 한때 가족으로 살았던 앤데.

승미 : (보다가) 너 은성이랑 친했는데 이런 말하긴 그렇지만... (그렇다는 듯 끄덕이며) 어, 좀 힘들어.

인영 : 은성이 얜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하다) 내가 좀 알아봐 주까?

승미 : (뜻밖인 듯) 니가?

 

 

S#51. 환 방 + 2층 거실 (밤)

 

침대에 앉아서 음악 듣고 있는 환.

 

<프래쉬 컷- 옥상에서 깔깔거리고 해맑게 웃던 은성 모습>

 

환 : (어느새 은성 생각하고 있는 자신 발견하고 황당한. 벌떡 일어서는데)

E 노크 소리 들린다.

환 : (일어선 김에 문으로 가며) 누구야! (문 벌컥 열면)

은성 : (돈 봉투 들고 있다가 놀라서 한 걸음 물러서는)

환 : (생각하고 있던 은성 눈앞에 나타나자 놀라) 뭐야!

은성 : (한걸음 거실로 물러서서 돈 봉투 내밀며) 이거요.

환 : (거실로 나가는) 뭔데?

은성 : 보니까 차비만 남기고 다 준거 같은데, 비상금 한푼 없으면 얼마나 답답한 줄 알아요?

환 : 그래서.

은성 : 이번 달에 20만원 만 받을께요.

환 : 됐어!

은성 : (고집은? 밉게 한번 보고 돈봉투 환 손에 탁 쥐어주듯 놓고 돌아서는)

환 : (돈봉투 보고 은성 보다가 불쑥) 너한테 난 원수지?

은성 : (멈칫해서 돌아보는)

환 : 아버지 마지막 얼굴도 못 보게 하고, 동생도 잃어버리게 했으니까... 그 정도면 원수 아니냐?

은성 : (보다가) 그러네요, 그냥 싫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러고 보니까 원수네, 그 정도면.

환 : (인정하는 말에 멈칫, 자기도 모르게 서운하다)

은성 : (뛰듯이 올라가 버리고)

환 : (하루 종일 은성을 피할 수 없다. 그런 상황 괴로운) 완전 고문이야... (3층 쪽 쳐다보는)

 

 

S#52. 피시방 (밤)

 

은성에게 메일 보내고 있는 고평중.

 

고(E) : 은성아, 아빠다. 잘 지내고 있는지, 니 목소리 한번 듣고 싶어서 편지 쓴다... 살고 있는 집이나 기숙사나 학교 전화번호 좀

           알려다오. 학교를 옮겼다는데 왜 나한테 그런 말을 안했는지도 궁금하다.

 

 

S#53. 승미방 (밤)

 

착잡한 얼굴로 고평중 메일 읽는 승미, 그 위로...

 

고(E) : 적어도 은성아, 너한테 짐이 되는 애비는 되지 않으마. 그러니까 아빠 걱정도 말고, 아빠 때문에 불안해하지도 마.

승미 : (눈물 어려 외면하듯 고개 돌리는)

 

 

S#54. 노숙인 쉼터 (밤)

 

잠들어 있는 노숙자들 틈에서 등 돌리고 웅크리고 앉아 그동안 번 돈 들어있는 구깃구깃한 돈 봉투

어디다 넣을까 망설이고 있는 고평중, 바지 주머니 속에 잘 넣고 넣은 쪽 바닥에 닿도록 모로 눕는다.

 

 

S#55. 승미 집 외경 (다음날 아침)

 

 

S#56. 승미 집 주방

 

아침 차리고 있는 백성희. 승미, 들어온다.

 

승미 : 엄마 돈 있지?

백성희 : 돈 필요해?

승미 : 아버지한테... 가게 같은 거 하나 차려줘요, 서울 말고 지방에.

백성희 : (멈칫해서 보면)

승미 : 서울 넓어도 모르는 거 아냐? 엄만 우연히 사람 만난 적 없어? 난 많아, 이상하게 많아.

백성희 : (딸 불안 느끼는) 생각해 볼게.

승미 : 당장 내년에 은성이 엄마 기일도 있어.

백성희 : (난감한) 어디 있는지 몰라.

승미 : 내가... 연락 오도록 해볼께요.

백성희 : (놀라 돌아보며) 너 은성 아빠 연락처 알아?

승미 : 몰라요.

백성희 : 모르는데 어떻게 연락을 해?

승미 : 연락을 하는 게 아니라... 연락이 오도록 해본다잖아. (방으로 가는)

백성희 : (달라진 딸 모습에) 쟤가... (뭔지 모를 걱정으로 승미 보는)

 

 

S#57. 환 방

 

씻고 들어오던 환, 소파에 놓은 승미 가방 본다. 생각난 듯 핸드폰 집어드는 환, 단축 버튼 누른다.

 

 

S#58. 승미 방

 

출근 차림으로 가방 들고 서서 환 전화 받는 승미.

 

승미 : 내 가방? 그거 정이 준건데... (잠시) 정이가 뭐라고 안해?... (그래도 좋다, 웃으며) 어 알았어 오빠. 그럼 있다 봐.

         (끊는, 핸드폰 액정 사진 보고 다시 웃고)

 

 

S#59. 점장실

 

아이디어 회의하고 있는 환, 은성, 점장, 수재.

 

점장 : 이제 매장에서 근무하면서 2호 점 매장 자체 분위기 파악은 했으니까 각자 개선방안 얘기해 봐요.

은성 : 매장 자체 문제점은 거의 없어요. 우리 회사가 직원 교육이나 매장 운영 시스템은 잘 돼 있어서요.

수재 : 위치가 좀 취약해요. 아파트 단지에서 좀 떨어져 있잖아요.

은성 : 그래서 배달 서비스를 해보면 어떨까 해요.

점장 : 배달 서비스?

환 : (보다가 툭 던지듯) 애들 위한 서비스는 좀 약하든데?

모두 : (의견 내는 환이 신기한 듯 탁 쳐다보면)

환 : (시선에 말투 때문인 줄 알고) 요.

모두 : (푸 하하 웃음 터지는)

 

 

S#60. 거리

 

승미 가방 든 쇼핑백 들고 걸어가던 환, ‘뽑았다!’ 소리에 힐긋 돌아보면 학생 둘, 인형 뽑기 기계에서 인형 뽑아 들고 신나서 간다.

뭐야? 기웃 들여다보는 환, 호기심 생긴다.

주위 둘러보고 가격 보고 주머니에서 동전 꺼내서 넣는 환, 안내문구 따라 작동하는데 실패다.

다시 동전 꺼내 넣고 재시도 하는 환, 갈고리에 작은 인형 달린 열쇠고리 걸린다.

 

환 : 어 어 어... (작동해서 성공 시키는, 신기한 듯 출구에 나온 열쇠고리 인형 집어 드는) 신기하네...

      (손바닥에 놓고 보다가 승미 가방 보는, 옆에 놓인 작은 의자에 앉아 승미 가방 꺼내든다.

      열어서 안에다 열쇠고리 인형 넣으려는데 은우 음악 노트와 함께 어지럽게 흩어진 사진 몇 장 보인다) 무슨 사진이야...

 

무심코 사진 한 장 꺼내 드는데 다섯 식구의 재혼 기념사진이다.

무심코 보다가 사진 보던 환, 사진 속에서 여고생 은성과 승미 발견하고 깜짝 놀라는데서 엔딩.

 

<14회 끝>

 

 

 

 

 

 

 

 

 

 

 

 

 

 

 

 

 

 

 

 

 

 

 

 

 

 

 

 

 

 

 

첨부파일 찬란한유산14.txt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댓글

댓글 리스트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