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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란한 유산] 15

작성자수다쟁이|작성시간12.08.17|조회수714 목록 댓글 0

[찬란한 유산] 15

 

 

 

 

 

 

 

 

 

 

S#1. 거리

 

14회와 연결해서...

 

환 : (난생 처음 길거리에서 싸구려 물건 샀다. 들여다보는) 멀쩡하네... (핸드폰 고리 보다가 승미 가방 보는,

      환, 근처 적당히 앉을 곳에 앉아 승미 가방 꺼내든다. 열어서 안에다 핸드폰 고리 넣으려는데

      은우 음악 노트와 함께 어지럽게 흩어진 사진 몇 장 보인다) 무슨 사진이야...

 

무심코 사진 한 장 꺼내 드는데 다섯 식구의 재혼 기념사진이다.

무심코 보다가 사진 보던 환, 사진 속에서 여고생 은성과 승미 발견하고 깜짝 놀란다.

잘못 봤나? 다시 사진 자세히 들여다보는 환, 역시 은성과 승미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영문 모르겠는 환, 뚫어지게 사진 속 은성 들여다본다.

 

 

S#2. 준세 레스토랑 뜰

 

자전거 끌고 들어오는 은성, 서빙 하던 혜리, 은성 보고 입모양으로 ‘왔어?’ 웃고

적당히 자전거 세우면서 그런 혜리에게 손들어 보이고 뜰 둘러보는데 준세 안 보 인다.

준세 찾아 두리번거리면 2층 쪽 가리키는 혜리.

은성, 올려다보면 준세, 찻잔 든 채 은성 물끄러미 내려다보고 있다.

 

은성 : (평소와 다른 준세 느낌에 어? 하고 웃으며 손 흔드는)

준세 : (미소로 손들어 답례만 하는)

은성 : (뭔가 이상한 듯 보고 자리로 가는데)

혜리 : (서빙하고 다가오는) 준세씨 만나기로 했어?

은성 : 너한테 이거 줄려구. (앉으며 봉투 꺼내 내밀며) 우유 배달비 받았거든.

혜리 : (괜히 미안한) 완전 사채업자 된 기분이다.

은성 : 이자도 안 받고 원금도 분할로 받아주는 사채업자가 어딨어? 참, 왕재수한테 받은 20만원 추가했어.

         (웃으며) 점점 빚이 줄어가니까 기분 좋다.

혜리 : 겨우 20만 원 갚디?

은성 : 아냐, 더 줬는데 내가 이번 달에는 20만원만 받겠다 그랬어.

혜리 : 왜?

은성 : 물 쓰듯 돈 쓰든 사람이 차비만 갖고 어떻게 한 달을 살아?

혜리 : 야 그걸 왜 니가 걱정 해?

은성 : 할머니 손자잖아, 좀 미안하기도 하구.

혜리 : 미안해? (하다) 니가 그 사람 대신 유산 받게 돼서?

은성 : (말 돌리는) 근데 준세 오빤 며칠 동안 연락도 없더니 나 봤는데 내려오지도 않네?

혜리 : 준세씨 요새 무슨 일 있나봐. 며칠 동안 인상 멋있게 쓰고, 분위기 끝내주게 잡고 무슨 고민하는 거 같드니,

         어제는 아버지하고 된통 싸웠다?

은성 : (놀라) 아버지하고 싸워? 오빠가? (아버지하고 싸울 사람이 아닌데?)

혜리 : 준세씨 아버지는 막 화내고, 준세씨는 딱 정색하고 뭐라 뭐라 하고, 분위기 장난 아니었어. 준세씨 그런 모습 처음이야.

은성 : 아버지하고 그럴 일이 뭐가 있지...

혜리 : 아 참, 너 (작게) 니네 새엄마하고 무슨 일 있냐고도 묻드라.

은성 : (놀라) 그래서 말했어?

혜리 : 당연히 안했지. 궁금하면 너한테 직접 물어보라 그랬어.

은성 : (갸웃 하며 2층 쪽 쳐다보는)

 

 

S#3. 거리

 

충격 받아 굳은 얼굴로 서있는 환. 승미, 영화 티켓 두 장 들고 웃으며 다가온다.

 

승미 : 오빠-

환 : (돌아보는)

승미 : (티켓 보이며) 늦어서 미안, 미리 영화 티켓 사갖고 오느라구. 저녁 먹고 보면 시간 딱 맞아.

환 : (당혹스럽게 보는)

승미 : (지레) 오빠 길에서 기다리게 해서 화났어?

환 : 너, (하다) 따라 와. (앞서 걷는)

승미 : (왜 저러지? 놀라서 보고)

 

 

S#4. 레스토랑 2층

 

팔짱 끼고 앉아있는 준세. 은성, 조심스레 다가온다.

준세, 아버지와 대치되는 은성과의 사이에서 입장 정리는 했지만 마음 복잡한 상태다.

 

준세 : (은성 다가오는 것 알지만 여전히 앞만 쳐다보고 있고)

은성 : (기웃하며 장난처럼) 요새 기분 별로시라는 첩보가 들리든데, 진짜 기분 안 좋나?

준세 : 어.

은성 : (멈칫하는) 아무하고도 말할 기분 아니면 조용히 사라져 주구요.

준세 : 앉아.

은성 : (앉는, 기웃 보며) 아버지하고 다퉜다면서요?

준세 : 어.

은성 : 무슨 일 있어요?

준세 : (끄덕이는)

은성 : 어? 오빠 정말 기분 안 좋은가 부다.

준세 : (그제야 보는) 니가 좀 풀어줄래?

은성 : 내가요? (웃으며) 그럼? 오빠가 풀어 달라면 반드시 풀어줘야지, 근데 어떡 하면 풀리는데요?

준세 : (일어서며) 나가자!

은성 : (어? 쳐다보는)

 

 

S#5. 공원 일각

 

걸어오는 환. 승미, 영문 모르는 얼굴로 따라온다.

 

승미 : 오빠 왜 그래? 무슨 일이야?

환 : (돌아서는, 돌려 말할 줄 모른다. 대뜸) 너, 왜 말 안했어?

승미 : 말 안하다니, 뭘?

환 : 고은성하고 니 관계, 왜 말 안했냐구? (사진 내밀며) 이거.

승미 : (보는 헉, 놀라는)

환 : 너랑 고은성 맞지?

승미 : (당황해) 오빠 이 사진 어디서 났어? 은성이가 보여줬어?

환 : (더 기막힌, 은성씨가 아니라) 은성이가?

승미 : 어디서 났냐구?

환 : (가방 가리키며) 그 가방 속에서.

승미 : 이 가방? (어떻게 된 거지? 정신없는데)

환 : 말해 봐. 고은성이 그러니까... 니네 그 팥쥐였던 거였어?

승미 : (일생일대의 위기다. 피하듯 벤치에 가서 앉는, 순간 눈 질끈 감으며 생각 정리하는, 손 달달 떨리고)

환 : 왜 대답을 안 해? (확인하는. 와서 앉으며) 고은성이가, 니 새 아버지 딸이었던 거냐구!

승미 : (감았던 눈뜨며) 어, 맞아.

환 : (기막힌) 맞아?

승미 : (담담히) 맞아.

환 : (도저히 이해 안 되는) 근데 왜 여태 말 안했어?

승미 : (가만히 앞 보는)

환 : (답답하다) 왜 말 안했냐잖아!

승미 : (차분히) 오빠... 그냥 모른 척 해주지.

환 : (이건 또 무슨 소리야?) 뭐?

승미 : 내가 말 안하면, 말 못할 사정이 있었구나... (쳐다보며) 그래주지 그랬어?

환 : (황당하면서도 예사롭지 않은 승미 반응에 멈칫하면)

승미 : (다시 앞 보며 담담한) 은성이가 말하지 말아달라고 부탁했어.

환 : 고은성이? 뭘? 뭘 말하지 말아 달래?

승미 : 부모 없이 오갈 데 없는 애라고 할머니 알고 계시는데, 우리 관계 알려지는 거 곤란하다구, 어차피 아버지 돌아가시면서

         끝난 인연이니까, 모르는 사이로 살자고... 그랬어, 은성이가.

환 : (놀라는) 모르는 사이로 해 달라고 했다구?

승미 : (마치 연습이라도 했었던 것처럼 설명하는) 우리 새아버지, 그러니까 은성이 아빠...

         사고로 돌아가셨어, 갑자기. 아주 갑자기.

환 : (놀라서 보고)

승미 : 엄마도 모르게 회사는 부도나고 빚까지 엄청 남기고 돌아가셨어. 장례식장에 빚쟁이들 몰려오고,

         장례식 끝나고는 집까지 쳐들어오고, 차압 딱지 붙고 난리도 아니었어.

환 : 그런 일이 있었어?

승미 : (환 쳐다보는) 그거 보고 은성이가 먼저... 은우 데리고 집 나가버렸어.

환 : (멈칫하는)

승미 : 엄마가 방 얻을 돈 줬는데, 그 돈 잃어버리고 은우도 잃어버리고 그러다가 할머니 만났나봐.

 

<3회 17씬에서>

환 : 내 가방을 엇다 뒀길래 찾아다 줘?

은성 : (무심코) 집 나오면서 두고 나왔으니까, (하다 아차, 뚝 멈추면)

 

환 : (현재, 승미 말과 맞아 떨어진다. 충격이다) !

승미 : (이젠 줄줄 나온다) 은성이 오빠네 있는 거 알고, 다행히 내가 친아빠 유산 받아서 안정된 뒤라 엄마가 방 얻어준다고

         오빠네서 나오라고 여러 번 설득했는데... 소용없었어.

환 : (그런 애가 아니라고 믿었던, 기막힌) 그러니까... 걔가 거짓말을 했다구...

승미 : (미안한 듯) 오빤 은성이에 대해 잘 모를 거야.

환 : (불쑥) 넌?

승미 : (흠칫해서 보면)

환 : (나무라듯) 그 전에, 넌 왜 말 안했어? 고은성 아버지 돌아가신 거면, 너한테는 새아버진데 왜 말 안했어!

승미 : (자존심 상한 듯 도리어 강하게) 엄마 때문에!

환 : (멈칫해서 보면)

승미 : 엄마 때문에 말 못했고, 나 때문에 말 못했어! (눈물 어려 환 보며, 아픔 토로하듯, 그 당시의 진심이다)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이나 과부 된 팔자라고 엄마가 힘들어 했고 숨기고 싶어 했어. 그런 여자 딸 누가 좋아하겠냐는

         엄마 말처럼... (눈물 툭 떨구며) 나도 그런 여자 딸로 오빠한테 보이기 싫었어...

환 : (승미 감정에 말려든다) 그렇다고 그 큰일을 말 안하고 숨겨?

승미 : 오빤 몰라.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 초라해지는 게 어떤 기분인지.

환 : (멈칫해서 보면)

승미 : (떨리는) 오빠 처음 만났을 때 그 초라한 모습... 또 보이기 싫었어.

 

<3회 30씬에서>

남1 : (승미 머리통 확 후려치며) 니가 아빠가 어딨냐?

승미 : (내려치며 숙인 채 그대로, 모멸감에 바닥 짚은 팔 바들바들 떨리는)

 

<3회 31씬에서>

승미 : (걱정해주는 말에 서러운 눈물 터지는, 뜨거운 눈물 흘리며) 아빠...

 

환 : (아빠에 대한 승미 콤플렉스 알고 있다. 멈칫해서 보면)

승미 : 회사 입사해서 은성이 다시 만났을 때, 가슴이 덜컥했어. 은성이가 말해 버리면 어떡하나... 그런데...

         (얼마나 다행이냐는 듯) 은성이가 먼저 말하지 말아 달래잖아. (자조적인, 눈물 어려) 도리어 참 다행이다 했어.

환 : (혼란스럽게 승미 보는)

 

 

S#6. 호수 공원 정도

 

자전거 달리기 시합하고 있는 은성과 준세, 둘 다 있는 힘껏 페달 밟아 달린다.

이미 앞서 가는 준세 따라잡기 위해 이 악물고 페달 밟는 은성.

준세, 은성이 따라 붙을 즈음에 다시 속도 내서 앞서 가면... 은성, 또 기를 쓰고 따라 붙는다.

그런 은성 보고 웃음 나는 준세, 적당히 속도 줄이며 티 안내게 은성 보내준다.

저만치 둘이 약속한 지점에 아슬아슬하게 먼저 도착하는 은성.

 

은성 : (이겼다) 아싸! (하며 한 바퀴 돌아 속도 줄이고 자전거 세우는)

준세 : (뒤따라 자전거 세우며, 성질나는 척) 너 여자 맞아? 굵기만 새 다리지, 다리 안에 철심 박은 사이보그 아냐?

은성 : (안장에서 내리며 미안한 척) 에고, 오빠 기분 풀어준다고 왔는데, 여자한테 져서 기분도 못 풀었겠네?

준세 : (내리는) 내 기분 못 풀어줘서 전혀 미안한 얼굴이 아닌데?

은성 : 피- 일부러 져준 거 다 알아요.

준세 : 동등한 조건에서 레이스해서 이겨야 기분 좋은 거지. 너한테 자전거 이겨 서 뭐하게?

은성 : 아 씨- 다시 해야겠네? 다시 해요, 다시 해! (다시 올라탈 시늉하고)

준세 : (어처구니없는 듯 웃고)

 

 

S#7. 공원 일각

 

자전거 세워놓고 음료수 마시는 은성과 준세.

 

준세 : 집에선 요새 어때?

은성 : (? 보면)

준세 : 아줌마하고 정이 때문에 소동 있었다며?

은성 : 눈치는 보이는데, 식사시간 피하고 되도록 안 마주칠려고 노력해요.

준세 : (기막힌 듯 보다가) 환이 하고는.

은성 : 그 사람은... 좀 애매하고 복잡해요...

준세 : 복잡하다니?

은성 : 은우 생각하면 밉지만, 유언장 생각하면 내가 미안하고... 그건 그 사람도 그런 거 같애요.

         할머니 유언장 생각하면 내가 미운데, 자기 때문에 은우 잃어버린 건 미안하고.

         (생각해 보니 웃긴 듯) 그러고 보니까 우리 둘은 서 로 미워하면서 미안한 사이네?

준세 : (뜻밖인) 환이가 너한테 미안해 한다구?

은성 : 처음에 나한테 함부로 한 것도 가방 때문에 오해해서 그랬다구 변명도 하든데요?

준세 : (더 뜻밖인) 변명까지?

은성 : 핸드폰 망가뜨려서 미안하다고도 하고, 아주 양심까지 나쁜 놈은 아닌 거 같애요.

준세 : (당연하다는) 나쁜 놈은 아니지, 환이. 할머니 손잔데.

은성 : (준세 보면)

준세 : 그 전까진 그냥 보통 아이였는데, 아버지 사고 본 후부터 달라졌어.

은성 : 아버지 사고를 보다뇨?

준세 : 환이 아버님이 환이 일곱 살 땐가 뺑소니 교통사고로 돌아가셨거든, 환이랑 둘이 어디 다녀오다가.

은성 : (놀라 말 문 막히는)

준세 : 환이만 그 사고를 본거 같은데, 실어증에 걸려서 3개월 이상 말을 못했어. 그 후에는 아무 기억이 안 난다 그랬대.

         그래서 지금까지 아무도 사고 내 막을 몰라.

은성 : (생각만 해도 끔찍한) 아버지 돌아가시는 걸 직접 본 거에요?

준세 : 아버지 따라서 장례식장 갔다가 본 환이 모습이 아직도 기억나. 누군가를 (갸웃하며) 원망? 증오하는 표정이랄까?

         (끄덕이며) 구석에 그러고 웅크리고 앉아 있던...

은성 : (안된) 세상이 다 원망스러웠겠다...

 

 

S#8. 한강 둔치 일각

 

은성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된 사실에 충격 받고 멍한 환.

환 마음 모르는 승미, 그런 환 반응을 자기의 거짓말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승미 : 가자, 오빠...

환 : (승미 보는)

승미 : 부끄럽고 창피하고... 미안해서... 오빠 얼굴 더 못 보겠어.

환 : (낮은) 저녁 먹고 가.

승미 : 아냐, 갈래. 오빠 계속 그렇게 나 거짓말쟁이로 보는 눈빛... 힘들어.

환 : 그렇게 본거 아냐.

승미 : 오늘 영화 못 보겠다... (영화 표 찢는데 손 떨린다)

환 : (그런 승미 손, 보는데)

승미 : 집에다는 말하지 말아 줘. (떨리는) 아니 누구한테도 말하지 말아 줘, 오빠.

환 : (혼란스럽게 승미 보면)

승미 : (눈물 어려) 우리 엄마... 마지막 자존심이야. 언젠가... 우리가 직접 말할 수 있게 해줘...

 

 

S#9. 음식점 (저녁)

 

마주 앉아있는 백성희와 박변. 박변에게 포장 선물 상자 내미는 백성희.

 

백성희 : 박 이사님 덕분에 매장 오픈도 했는데, 그냥 넘어가기엔 너무 염치없고 해서요.

박변 : (뜻밖인) 아니 저녁 사시면 됐지 뭘 이런 거까지 준빌 하셨어요? (하면서도 기분 좋은, 웃으며) 지금 풀어 봐도 됩니까?

백성희 : (기겁해서 손 사레 치며) 아우 여기서 보지 마세요! 집에 가서 보세요.

박변 : (멈칫해서 보면)

백성희 : (난처한 듯) 옷이거든요...

박변 : (뜻밖인) 옷이요?

백성희 : (민망한 듯) 남자 혼자 지내면 옷 사는 게 제일 힘들 거 같아서 실례일 수 있다는 거 알면서 샀어요.

박변 : (자상한 배려에 뭉클해지는)

백성희 : 남자들 옷 사러 다니는 거 안 좋아하잖아요.

박변 : 네, 저도 그래서 한꺼번에 가서 확 다 사버립니다.

백성희 : 그럼 안 입고 버리게 되는 옷 생기잖아요. 혹시 옷 살 일 있으시면 저 부르세요.

            솔직히 남자 혼자 가서 옷 고르는 거, 처량해 보여요.

박변 : (반색하는) 그래도 되겠어요?

백성희 : 그럼요? (슬쩍) 친구 필요하실 때 부르셔도 되는데요? 술친구는 못해 드려도 말동무는 얼마든지 해드릴 수 있어요.

박변 : (더 반가운) 술친구는 널렸습니다.

백성희 : (슬쩍) 요새 회사에서 정신없으시죠?

박변 : 네?

백성희 : 영란이한테 들었어요. 장사장님이 말도 안 되는 일을 벌이셨드라구요.

            (어처구니 없는 듯) 아니 환이가 회사에 뜻이 없으면, 박이사님 계시잖아요.

박변 : (자기 편들어 주는 백성희 뜻밖인 듯 보고)

백성희 : (자기 관심사로 말 돌리는) 회사가 애들 장난도 아니고, 더구나 전 재산을,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요?

박변 : (기막힌 듯) 그러게나 말입니다.

백성희 : 그럼 영란이네는 어떻게 되는 거에요? 장사장님이 마음 바꾸지 않으면, 그냥 속수무책으로 빈털터리 되는 거에요?

박변 :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우리나라가 얼마나 핏줄 의식이 강한 나란데요.

백성희 : (약간 솔깃해서) 그럼...

박변 : 당사자가 아무리 자식들한테 한 푼도 안 남기려고 해도, 법이 인정해주는 핏줄들의 권리가 있습니다.

백성희 : (솔깃해서 박변 보는) 그게 뭔데요?

 

 

S#10. 환 집 뜰 (밤)

 

계단 턱이나 적당한 곳에 걸터앉아 생각에 잠겨있는 환.

 

승미(E) : 은성이가 먼저... 은우 데리고 집 나가버렸어.

승미(E) : 아버지 돌아가시면서 끝난 인연이니까, 모르는 사이로 살자고... 그랬어, 은성이가.

 

<14회 31씬에서 ‘승미 모른 척 안녕하세요? 하던 은성>

 

승미(E) : 엄마가 방 얻어준다고 오빠네서 나오라고 여러 번 설득했는데... 소용없었어.

 

<8회 64씬에서>

은성 : (좋게 거절하는) 그냥 안 뵙는 게 서로 좋을 거 같아서요.

은성 : 승미 생각해서도 그렇구요.

 

환 : (혼란스러운, 머리 막 흩트리는데)

은성 : (들어오다 그런 환 본다. 멈칫 서면)

환 : (흩트리다 은성 보는, 뚝 굳어지고)

은성 : (좀 전에 준세한테 들은 얘기도 있고, 마주쳤으니까 뭔가 말이라도 해야지) 왜 그러고 있어요?

환 : (은성 쏘아보는, 넌 도대체 어떤 애야?)

은성 : (눈길에 멈칫하는데)

환 : (벌떡 일어나서 집 향해 가버린다)

은성 : (벙해서) 왜 저래? 공사구분 하기로 해놓고... (하다 생각난 듯) 집에서는 원수처럼 살자 이거야?

 

 

S#11. 환 방 (밤)

 

들어와서 침대에 앉는 환, 그 위로...

 

환(E) : 고등학교 졸업식을 왜 안가?

승미(E) : 엄마가 아버지랑 걔 졸업식에 가야 해서... 학교에선 우리 사이 모르잖아.

승미(E) : (자조적인) 난 아무리 노력해도 새아버지 딸이 될 수 없어.

 

<13회 4씬에서 ‘돈 준다는데 싫다는 사람 있어요?’ 하던 은성>

 

환 : (머리 복잡하다. 샤워하려고 장에서 따로 쓰는 수건과 속옷 등 챙겨드는)

 

 

S#12. 환 집 2층 거실 (밤)

 

샤워하려고 옷가지 챙겨들고 방에서 나오던 환, 역시 욕실 가려고 옷가지와 목욕가방 들고 3층에서 내려오던 은성 본다.

동시에 서로의 물건들 보는 둘.

 

은성 : (멈칫하는데)

환 : (말없이 도로 방으로 들어가 버린다)

은성 : 진짜 갑자기 왜 저래... (환 방 쳐다보는)

 

 

S#13. 승미 방 (저녁)

 

쇼핑백 들고 꼿꼿하게 들어오는 승미, 침대에 앉으면서 긴장 풀리고 무너진다.

수습은 했지만 환에게 치부를 드러낸 느낌에 눈 감았다 뜨는 승미, 쇼핑백에서 가방 꺼내서 열어본다.

사진들 꺼내들다 환이 사서 넣은 핸드폰 고리 보고 멈칫하는 승미, 꺼내든다.

환이 자신을 위해 길거리에서 처음 산 소박한 선물에 뭉클한 승미, 고리 꺼내서 핸드폰에 끼려는데 손 떨려서 잘 안 된다.

 

 

S#14. 승미 집 거실 (밤)

 

망연히 앉아있는 승미. 백성희, 한결 가벼워진 얼굴로 들어온다.

 

백성희 : 안 잤구나? (와서 앉으며) 한시름 놨어, 은성이한테 다 뺏기는건 아니랜다.

승미 : (보는)

백성희 : 할머니 돌아가시면 소송으로 찾을 수 있는 부분이 있다구. 다행히 환이 알거지 되진 않겠드라.

승미 : 엄마가 내 가방에 사진 넣어놨어?

백성희 : 어? (했다가 생각난, 야단치듯) 안 그래도 그 얘기하려고 했는데, 너 왜 그런 쓸데없는 걸 갖고 있어!

승미 : 오빠가 봤어.

백성희 : 뭐?

승미 : 오빠가 사진 봤다구요.

백성희 : (기겁해서) 사진이라니? 환이가 설마, 그 사진을 봤다구?

승미 : (천천히 끄덕이며) 그래서,

백성희 : (마음 급한, 말 자르며) 그래서 환이가 알았어? 은성이랑 니 관계, 알았어?

승미 : (자조적인) 우리 다섯 식구 사진 봤는데 그럼, 당연히 알지.

백성희 : (사색되는, 다급한) 그래서 너 뭐랬어? 뭐라 그랬어?

승미 : (엄마랑 그런 얘기 길게 하고 싶지 않다. 다 해결했다는) 가족들한테 말하지 말아 달라고 했어.

백성희 : 그전에 뭐라 그랬냐구? 왜 얘기 안했냐고 환이가 그랬을 거 아냐!

승미 : 알아서 얘기 했어요.

백성희 : 알아서 뭐라고 했는데?

승미 : (뻔하지 않냐는) 엄마라면 뭐라고 했겠어? (괴로운) 내가 엄마랑 얼굴 맞대고 그런 얘기까지 해야겠어?

백성희 : (멈칫하는, 승미 마음 알겠는) 환이가 말 안할 건 확실해?

승미 : (확신하는) 안 할 거야.

백성희 : (더 캐묻고 싶지만 자신이 시작한 일에 끌려든 딸이라 더 못하는)

승미 : (엄마 마음 알겠는) 환이 오빠 말 안해, 그건 내가 알아요.

백성희 : 그렇게 환이 잘 아는 애가, 대체 환이랑 언제까지 그렇게 지낼 거야?

승미 : (엄마 보면)

백성희 : 입으로만 백날 환이 환이 죽고 못 살면 뭐해? 장사장 자꾸 환이랑 은성이 붙여 놓는 거 신경도 안 쓰이니?

승미 : 그건 걱정 마요. 은성이 사귀는 사람 있어.

백성희 : (뜻밖인) 사귀는 사람이 있어? 누구?

승미 : 우리 회사 박 이사님 아들.

백성희 : (놀라) 그 레스토랑 하는?

승미 : 어.

백성희 : 은성이가 박이사 아들하고 사귄다구?.... (하다 생각난) 근데 그 박이사 아들은 정이가 좋아하는 사람 아니니?

 

 

S#15. 안방 (밤)

 

화장대 앞에 앉아 생각에 잠겨있는 백성희.

 

승미(E) : 은성이 사귀는 사람 있어. 우리 회사 박이사님 아들.

박변(E) : 자식들한테 한 푼도 주기 싫어도, 법이 인정해주는 핏줄들의 권리가 있습니다.

은성(E) : 할머니 재산은 절대로 선우환한테 안 갈 거에요.

백성희 : (혼잣말) 니가 살면 내가 죽고, 니가 죽어야 내가 사는 거구나...

 

 

S#16. 환 집 외경

 

 

S#17. 환방

 

새벽 6시 가리키는 시계. 환, 침대에 누워있지만 잠에서 깬 듯 꿈틀 대고 있다.

살며시 눈뜨고 6시 가리키는 시계 보는 환, ‘에이...’ 하고 다시 자려는데 이미 잠 깨버렸다...

몇 번 뒤척이다 일어나 앉는 환, 일어나자마자 머리 복잡한 듯 잠시 앉았다가 밖으로 나간다.

 

 

S#18. 뜰

 

팔과 허리 운동 정도 스트레칭하고 있는 할머니. 환, 나오다가 할머니 보고 멈칫 선다.

 

할머니 : (몸 돌리다가 환 보는, 너무 일찍 일어난 환이 놀랍고)

환 : (거리감 때문에 어색하다) 할머니 일찍 일어나셨네?

할머니 : 할민 평생 5시가 기상이야. 오늘 해가 서쪽에서 떴나, 왜 이렇게 일찍 일어났어?

환 : 그냥 깨졌어.

할머니 : 하이구 별일이네. (다시 스트레칭하고) 뭐 하러 나왔어?

환 : 뒷산 산책이나 할까 하고.

할머니 : (뜻밖인 듯 보면)

환 : 할머니, 걔 말야, 고은성.

할머니 : 은성이 뭐?

환 : (은성에 대해 확인하고 싶은) 걔가 할머니 목숨을 대체 어떻게 구해준건데?

할머니 : 참 일찍도 물어본다.

환 : (머쓱해서) 다쳐서 쓰러졌을 때 도와줬다는 건 알아.

할머니 : 뭐가 궁금한 건데?

환 : 할머니 자꾸 걔를 생명의 은인이라고 하는데, 다쳐서 쓰러진 할머니 병원 모시고 간 거 갖고 생명의 은인이라고 하는 건

      좀 오바 아냐?

할머니 : (별일 아닌 것처럼) 다쳐서 넘어진 게 아니고, 의식 잃었었어.

환 : (놀라는) 의식을 잃었다구?

할머니 : 그 뿐인 줄 아냐? 정신 줄 놓기 전에... 지나가는 사람들한테 도와달라고, 살려달라고 했는데,

            세 놈인가 네 놈인가 다들 모른 척 내빼드라.

환 : (기막혀 입 벌어지는)

할머니 : (그때 생각하며) 어떤 젊은 놈은, 내 돈 주머니까지 끌러갔어.

환 : 돈주머니? 지갑 말야?

할머니 : 병원 가서 깨보니까 은성이가 내 옆에 있드라, 그 때 얼굴 처음 봤어.

환 : (정말 대단한 일을 해준 은성이다) ...

할머니 : 의사 말이, 계속 의식 잃은 채 쓰러져 있었으면 큰일 치렀을 거라던데, 여기서 말하는 큰 일이 뭔지는 알지?

환 : (기막혀) 아니 할머닌 그 얘길 왜 이제 해!

할머니 : (일부러 냉정하게) 그 때 할미 저세상 가게 놔두지, 왜 구해서 니 유산 뺏냐고 은성이 또 닦달은 하지 마.

환 : (화나는) 할머니! (서운한) 어떻게 그런 말을 해?

할머니 : 은성이가 니들 재산 뺏는다고 세모자가 눈에 불 켜고 있으니까.

환 : (욱해서) 아무리 그렇다구 할머니, (눈물 날 듯) 진짜 너무 하네 할머니. (확 뒤쪽으로 가는)

할머니 : (보다가 혼잣말) 죽든 살든 상관없는 건 아닌가 부네...

 

 

S#19. 점장실

 

회의 테이블에 앉아 회의하는 넷. 옆에 전단지 놓여있다.

 

점장 : 이번 주 일요일에 2호 점 30주년 기념행사로 치르고 배달 서비스 시작하기로 했으니까,

         오늘부터 고주임하고 수재씨, 구역 나눠서 각 아파트 노인정 부녀회에 홍보 시작해요.

은성, 수재 : (네, 하는데)

환 : (황당한) 이런 건 언제, 누가 결정했어요?

점장 : 고주임하고 내가 결정했다.

환 : (은성과 경쟁심 있는지라) 아니 왜 난 빼놓고 결정합니까?

점장 : (아직 환 풀어주지 않는다) 자넬 왜 껴서 결정해야 되는데?

환 : (멈칫하면)

수재 : 에이 우린 2호 점 특별팀 브레인이 아니잖아요? 우린, 행동대원 행동대원.

환 : (맞는 말이지만 자존심 상하는, 인상 쓰는데)

은성 : (얼른) 선우환씨 제안도 채택했어요. 아이들 위한 놀이방 설치하고, 어린이 메뉴 추가하기로 했어요.

환 : (어? 뜻밖인 듯 보는)

점장 : (인정할 건 인정해 주는) 양 작은 아이들이 어른용 한 그릇 시키고 남기는 거, 좋은 지적이었다.

환 : (약간 뿌듯해지지만 칭찬에 익숙하지 않은, 흠... 하며 괜히 딴 데 보고)

점장 : 그리고 홍보할 때 30주년을 맞아 재 개업하는 마음으로 그날 판매 수익금은 전액 독거노인을 위해 기부한다는 안내도

         빼놓지 마세요.

수재 : (신난) 부모님을 모시고 오는 분들은 무료라는 안내두요.

환 : (황당한) 아니 매출 올려도 시원찮을 판에 죄다 무료로 하는 게 어딨어요?

점장 : 나눔은 우리 진성의 기본 뿌리야, 잔말 말고 시행해.

환 : (더 말 못하고 으유... 하다 생각난) 그럼 난 뭐합니까?

점장 : 자넨 고주임 따라 다녀.

환 : (은성 피하고 싶은) 에?

은성 : 저기요 점장님, 이건 꼭 둘이 안 다녀도 될 거 같은데요.

점장 : 압니다.

환 : 근데 왜 같이 다니래요?

점장 : (냉정하게 여지 안 주고) 자넬 뭘 믿고 혼자 보내? 홍보할 때 불친절하면 진성설렁탕 이미지 손상에 치명적이야.

         하루 이틀 고주임 따라다니면서 홍보 자세 배우고, 고주임이 합격시키면 혼자 돌아.

환 : (죽을 맛이다) ...

 

 

S#20. 주차장 일각

 

영문 모르는 얼굴로 환 따라 나오는 은성.

 

은성 : 왜요?

환 : 내가 전단지 붙일 테니까, 노인정하고 부녀회 관리 사무소 홍보는 니가 다녀.

은성 : (기분 나쁘지만) 나도 그러고 싶은데요, 점장님,

환 : (말 자르며) 따로 다니고 같이 다닌 걸로 하면 되잖아.

은성 : (기막혀) 내가 왜 그래야 되는데요? (하다) 벌써 꾀가 나는 거에요?

환 : (자존심 팍 상하는) 이게 사람을 뭘루 보구,

은성 : 그럼 왜 따로 다니자는 건데요?

환 : (속마음 말할 수는 없고) 됐어! 가면 될 거 아냐! (앞서 가는)

은성 : 아우 진짜...

 

 

S#21. 노인정

 

모여 있는 노인 서너 명 앞에서 생글생글 웃으면서 얘기하고 있는 은성. 환, 문 쪽에 지켜보고 서있다.

 

은성 : 그러니까요 일요일 날 꼭 오세요?

할머니 : 참말로 돈 안 받는다고?

은성 : 네, 절대 절대 절대! 안 받아요. (애교스럽게) 두 그릇 드셔도 안 받아요.

노인들 : (좋아서 은성 손잡고 웃고)

은성 : 그러니까 할머니 할아버지 다 같이 손잡고 꼭 오세요?

환 : (친근하고 애교스럽게 진심으로 노인들 대하는 은성 보는)

 

 

S#22. 관리 사무소

 

쭈뼛거리는 환 앞에서 시범 보이는 은성.

 

은성 : (돌아보며) 문 열고, 웃으면서 안녕하세요- 까지만 해요, 다음은 내가 할 테니까.

환 : (기분 나쁜) 니 눈엔 내가 쪼다로 보이냐?

은성 : (멈칫하면)

환 : (전단지 한 장 팍 채듯 들고 쓱 들어가는)

은성 : (어? 따라 들어가는)

 

 

S#23. 관리 사무소

 

관리소 직원들 앞에서 전단지 주면서 설명하는 환. 어색하지만 나름 열심히 설명한다.

은성, 뒤에서 지켜보고 있고.

 

환 : 그래서 이걸 엘리베이터하고 아파트 입구에 좀 붙일까 해서요.

소장 : (받아서 보며) 어르신들 무료에 취지가 좋네? 그렇게 해요.

환 : (꾸벅하며) 예, 감사합니다.

은성 : (제법이네? 눈 커져서 보는데)

환 : (돌아서면서 은성 보는, 미소 싹 거두고 은성 무시하고 나가는)

은성 : (어? 직원들에게) 감사합니다- (하고 얼른 따라 나가는)

 

 

S#24. 환 집 거실

 

소파에 앉아 있는 백성희 앞에 찻잔 놓아주는 영란, 앞치마 차림이다.

 

백성희 : 니가 직접 차도 나르고, 오래 살고 볼일이다.

영란 : (풀죽어) 약 올리지 마, 난 살림이면 청소 빨래만 하면 되는 줄 알았는데

         환이 방에 물 떠다 주는 거까지 내가 다 해야 되는 거 있지?

백성희 : (안됐다는) 그래, 살림 쉬운 거 아냐.

영란 : 넌 어떻게 살림하고 살았니? 니 집 가서 보니까 넌 진짜 살림꾼이든데, 니 남편들은 되게 좋았겠드라.

백성희 : (남편들이란 말에 딱 굳어지는)

영란 : (눈치 못 채고) 참 성희야, 너 혹시 또 이혼했니?

백성희 : (덜컥해서 영란 보면)

영란 : 아니 집에 남자 물건이 하나도 없길래.

백성희 : (얼른 웃으며) 진짜 살림 모르는 티 난다. 주인 없는 물건, 한 달만 안 써도 먼지가 얼마나 쌓이는데? 다 치워놨지.

영란 : 그랬구나...

백성희 : (얼른 말 돌리며 본론으로) 빨리 무슨 방법을 찾아야지, 느이 모녀 언제까지 이 고생을 할 거야?

영란 : 고생을 하고 싶어 하냐며.

백성희 : 너는 어쩔 수 없다 쳐도, 정이까지 왜 그 고생을 시켜?

영란 : (속 터지는) 너 자꾸 왜 그러니? 빠져나갈 구멍 없는 거 뻔히 알면서!

백성희 : 왜 빠져나갈 구멍이 없어? 결혼시키면 되지.

영란 : 결혼?

백성희 : 승미한테 언뜻 들었는데, 정이가 그 준세라는 청년 좋아한다며?

영란 : 아 준세? 근데 준세는 워낙 자기 계획이 투철한 애라 좀 기다려야 돼.

백성희 : 그러다 그 청년 딴 데로 새면 어쩔려구?

영란 : 딴 데로 새다니?

백성희 : 넌 대학 졸업 전에 결혼할 생각 있어서 민석씨랑 결혼했어?

영란 : 어? (웃으며) 진짜 내가 놀러간 날이 니네 사장 생일 아니었음, 난 민석씨 얼굴도 구경 못했어, 그치?

백성희 : (그때 생각나는, 표정 싸늘하게 굳어져 영란 보는)

영란 : (그때 떠올리며 아련한) 첫눈에 반해 보긴 처음이었어... (하다 백성희 보면)

백성희 : (얼른 표정 풀며) 그러니까 정이도 서두르라구. 혹시 아니? 그 때 너 땜에 돌아서서 혼자 운 여자 있을지.

 

 

S#25. 준세 레스토랑

 

테이블에 찻잔 놓아주고 ‘맛있게 드세요’ 하고 입구 쪽으로 오는 정.

준세, 다른 테이블에서 단골인 듯한 손님들과 미소로 담소 나누고 있다.

 

정 : 아 다리 아퍼... (인상 쓰고 쪼그리고 앉다가 멈칫하는)

할(E) : 니가 준세를 잡고 싶으면, 너도 준세 같은 여자가 돼야 해.

정 : (얼른 일어나서 준세 살피는데)

혜리 : (다가오는) 잘하면 사장님 얼굴 뚫어지겠다?

정 : 니가 상관할 일 아니거든? 그리고 너, 나한테 아는 척하지 마! 난 고은성 관련 인물은 다 싫으니까.

혜리 : 고은성 관련 인물은 다 싫어?

정 : 너 고은성 친구라며?

혜리 : 그래, 것도 아주 절친이다!

정 : (투덜대는) 어쩜 고은성 걔는 내 주변에 지 친구까지 기생을 시키니?

혜리 : 뭐? 기생?

정 : 그리고 너, 준세 오빠 요상하게 쳐다보지 마, 재수없어?

혜리 : 내가 사장님을 요상하게 쳐다봐?

정 : 너 지난번에 그러구 있었잖아!

혜리 : 야, 난 이 지구상에, 남자라는 종자는 다 핵폭발로 사라지고 박준세 한 사람만 남아도, 그 사람은 안 쳐다봐.

정 : (영문 몰라) 왜?

혜리 : (기도하듯이 두 손 모아 깍지 끼고) 남의 물건을 탐내지 말지어다- (하고 쌩 가버리는)

정 : 뭐? 남의 물건을 탐내지 마? 야! 그게 무슨 말이야!

 

 

S#26. 아파트 앞

 

앞 쪽에 서서 지도 보고 있는 은성. 환, 옆에서 쳐다보고 있다.

 

은성 : (지도 보며) 다음은 동아 아파트로 가면 되나...

환 : (툭 던지듯) 여기서 찢어져!

은성 : (? 보면)

환 : 나 제대로 하는 거 봤으니까, 각자 나눠서 하자구.

은성 : (기막혀) 나랑 다니는 게 그렇게 싫어요?

환 : (정말 싫어야 한다는 기분으로) 싫어!

은성 : (기막혀 하- 하고) 진짜 치사하네.

환 : (치사하다는 말에 욱해서) 너랑 다니기 싫으면 치사한 거냐?

은성 : 공사구분 한다면서요?

환 : (말문 막히는)

은성 : 내가 진짜 말 안하고 넘어갈라 그랬는데, 어제부터 왜 또 그래요? 나한테 뭐 또 새로운 불만 생겼나?

환 : (아니라고도 못하고 그렇다고도 못하고 보는데)

은성 : 정정당당 해보자면서요? 내가 자기 재산 뺏는 게 아닌 거 인정한다면서요?

         (환이 통고할 때 무의식적으로 느꼈던 마음 얘기하는) 치사하게 뒤통수치는 건 싫다고 꽤나 멋있는 척 통고는 왜 했어요?

환 : 또 말문 터졌지!

은성 : 우리 지금 일하러 다니는 거에요. 난 뭐 그쪽하고 다니는 게 좋아서 이러구 다니는 거 같애요?

환 : 당연히 싫겠지! 니 원순데!

은성 : 날 원수처럼 대하는 건 그쪽이에요!

환 : (불쑥, 너 때문에 혼란스러워) 화가 나 그래!

은성 : 왜 갑자기 다시 화가 나는데요?

승미(E) : 누구한테도 말하지 말아 줘.

환 : (못 참고) 넌 대체 얼굴이 몇 개냐? 착한 척, 성실한 척, 진실한 척! 그거 말고 몇 개나 더 있어? 진짜 얼굴이 뭐야!

은성 : (벙해서) 그게 무슨 말이에요?

환 : (더 말할 수 없다)

은성 : (너무 기막히다) 뭐, 착하고 성실하고 또 뭐? 진실한 척? 니 눈에 내가 그렇게 보였니?

환 : (멈칫하는)

은성 : (빈정대듯) 나 안 착해! 그러니까 니네 할머니 유산 받는다 그랬지!

환 : (의외의 반응에 도리어 당황스러운데)

은성 : 그래, 첨부터 니가 그런 인간이지! 쫌 아닐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내가 등신이지! (탁 가버리는)

환 : (뭔가 낭패스러운 기분이고)

 

 

S#27. 매장 앞

 

은성, 화난 얼굴로 걸어오는데 입구에 서 있다가 웃으며 손들던 인영, 뒤에서 걸어오던 환 본다.

둘이 같이 오네? 은성과 환 유심히 살피는 인영.

 

 

S#28. 옥상

 

인영 앞에 커피 놓아주고 앉는 은성.

 

인영 : (마음 급한) 너 여기 진성 할머니 전 재산 물려받기로 했다며?

은성 : (놀라) 어디서 들었어?

인영 : 그런 세상에 이런 일이에 나올 빅뉴스가 소문 안돌겠어? 근데 너, 그거 진짜 받을 거야?

은성 : (멈칫) 진짜 받을 거냐니?

인영 : (은성의 행운이 질투 나서 승미 편에 서는 심정) 아니 난, 그럼 승미는 어떻게 되는 건가 해서.

은성 : (멈칫하는)

인영 : 승미 남자친구가 원래 진성 후계자잖아. 근데 그 재산 니가 다 뺏는 건데, 승미 안 걸려?

은성 : (의미 있는) 승미는... 걸려.

인영 : 근데 왜 너 답지 않게 그런 욕심을 부리는 건데?

은성 : 욕심? (욕심이란 말이 어쨌든 걸리지만 인영 마음 의심 못한다) 너 같으면 안 받을 거야?

인영 : (얼른) 그럼? 더구나 다른 사람도 아니고 승미가 니 걱정 얼마나 했는데?

은성 : 승미가 그 사람 정말 사랑하는 거면, 돈 없어도 상관없을 거야.

인영 : 너 진심이니?

은성 : (사정 얘기할 수는 없고 둘러대는) 어... 난 돈 때문에 맺힌 한이 많아서, 주신다니까 받을려구.

인영 : (얘 좀 봐? 쳐다보고)

 

 

S#29. 환 집 거실

 

소파에 앉아서 발 주무르다 막 외출에서 돌아온 듯 외출복 입은 영란 놀란 얼굴로 쳐다보는 정.

 

정 : 엄마 진짜 박이사 아저씨가 나 좋다 그랬어?

영란 : 아저씨 만나고 지금 막 들어오는 길이야. 안 믿기면 꼬집어 보시든가?

정 : (얼른 엄마 볼 꼬집어보는)

영란 : 아야! (했다가 질겁해서) 어머어머 너 발 만진 손으로 뭐하는 짓이야? (볼 만지며) 아우 드러! 냄새 나!

정 : (혼자 좋아서) 안 그래도 승미 말 듣고 불안했었는데.

영란 : 승미가 뭐랬는데?

정 : 준세 오빠처럼 멋있는 남자, 여자들이 가만 두겠냐구.

영란 : 어쩜 지 엄마랑 똑같은 말을 하네?

정 : 그럼 이제 어떻게 할 거야?

영란 : 낼 너 쉬는 날이니까 엄마가 낼 가서 준세 만날 거야. 너 없을 때 얘기하는 게 편하잖아.

정 : 근데 할머니한테는 얘기했어?

영란 : 할머니 들어오셔야 하지. (하는데)

할머니 : (들어오는)

영란 : (벌떡 일어서며) 어머니! 어머니! 저 드릴 말씀 있어요.

할머니 : (영문 몰라 쳐다보는)

 

 

S#30. 할머니 방

 

할머니 앞에 앉아서 얘기하고 있는 영란.

 

영란 : 성희 말 듣다 보니까 갑자기 덜컥 하잖아요. 준세 일 욕심만 믿고 눈치만 보다가

         정말 성희 말처럼 덥썩 여자 생기면 어떡해요?

할머니 : 그래서 당장 준세하고 정이 결혼을 추진하자구?

영란 : 어머니도 준세 어려서부터 손주 사위 삼았으면 좋겠다고 하셨잖아요.

할머니 : (욕심은 난다) 우리만 탐내면 뭐하냐? 박이사도 우리 정이 며느리 삼고 싶어야지. 그 전에 준세 뜻도 알아야 하고.

영란 : 박이사하곤 벌써 얘기했어요.

할머니 : (반색하는) 박이사도 좋대?

영란 : (슬쩍) 뭐 정이만 보고 좋다 그랬겠어요? 어머니 손녀니까 오케이죠.

할머니 : 진작에 정이 좀 가르칠 걸... 아직 부실한데 시집 가 어떻게 살꼬...

영란 : 부실한 거야 가르치면 되죠? 그래도 어머니 계실 때 정이 결혼시켜야 돼요.

         (뿌해서) 어머니 떠나시면, 정이 끈 떨어진 뒤웅박이에요.

할머니 : 그래 준세라면, 내가 눈 감을 때 정이 걱정은 안할 수 있지.

영란 : (얼른) 어머니 그럼, 저 돈 좀 빌려주세요.

할머니 : (바로 딱 정색하고) 무슨 돈!

영란 : 아니 청혼을 할려면 환이 빼줄 때 쓴 준세 돈부터 갚아야 하는데, 창피하게 어떻게 분할해서 갚는다 그래요?

할머니 : (그건 그렇다) 이번 달 월급에서 뺄 거야.

영란 : (삐죽) 당연히 그러시겠죠.

 

 

S#31. 영석 바 (저녁)

 

피아노 앞에 앉아서 큐빅 맞추고 있는 은우. 영석, 한쪽에서 전화하고 있다.

 

영석 : 아 누나! 가족등록부로 무슨 사기를 쳐?... (잠시) 꼭 보내줘야 돼? 아참, 영재가 올해 열여섯이야, 일곱이야?

         (잠시) 땡큐! 누나! (끊고 환 보는)

환 : (달랑 맥주 한 병 놓고 앉아서 생각에 잠겨있다)

영석 : (다가오는) 야... 천하에 선우환이 맥주 한 병 놓고 고사를 지내는 구나.

환 : (한술 더 떠서) 원가만 받아, 자식아.

영석 : (황당한) 뭐?

환 : 너 나한테 술 얻어먹고, 너 일하던 바에 가서 내가 팔아준 돈으로 이 가게 차린 거나 마찬가지잖아!

영석 : (그렇긴 하지만) 야- 사람이 주머니가 비니까 본전 생각하는 구나.

환 : 나중에 내가 다시 원위치 되면, 너 국물도 없을 줄 알아.

영석 : (얼른) 맥주 한 병 더 주까?

환 : 외상 안 먹어.

영석 : (갸웃 보며) 근데 한 시간을 왜 그러고 있냐?

환 : (잠시 망설이다가) 넌 승미가 어떤 애로 보이냐?

영석 : 이쁘고 참하고, 오매불망 너만 바라보고. 21세기 외모에 19세기 순정을 가지고 있는 드문 처자?

환 : (자기 스스로 그동안 봐왔던 승미 재확인하는, 혼잣말처럼) 자존심 강하고, 그래서 허튼 짓도, 허튼 말도... 안하는 애지.

영석 : (당연하다는) 넌 거의 10년을 겪어보고 모르냐?

환 : 근데 또 한 사람도 거짓말 할 사람은 아닌 거 같단 말야.

영석 : 뭔 소리야?

환 : 아 헷갈려... 이런 거 딱 질색인데. (시선 돌리다가 은우 본다) 니 사촌 쟤 뭐하는 거냐? 좀 이상해 보인다?

영석 : 어, 쟤 발달 장애야, 자폐.

환 : 자폐?

영석 : (지레 둘러대는) 저러니까 우리 누나가 못 데리고 다니고 맡긴 거야. 더구나 피아노 못 치면 생병이 나는 애거든.

         피아노 천재야.

표(E) : 자폐면서 피아노 천재였다고 하드라.

환 : (은성 동생과 같은 상황이라 관심 가는) 무슨 자폐에 피아노 잘 치는 애가 이렇게 많아? (쓱 일어나서 다가가는)

은우 : (큐빅에 정신 팔려있고)

환 : 너 이름이 뭐야?

은우 : (관심 없다)

환 : 너 피아노 잘 친다며, 쳐봐.

은우 : (여전히 큐빅만)

환 : 자식 무슨 피아노 천재가 피아노는 안치고, (하면서 건반 몇 개 누르는데)

은우 : (갑자기 소리 지르며) 아- 내꺼야- (환 손 밀쳐내는)

환 : (기겁해 뒤로 물러서고)

영석 : (당황해 얼른 달려와) 얘 피아노 앞에 있을 때 건드리면 안 돼.

환 : (황당한 듯) 자식 성질 꼭 누구 같네, 욱하는 게.

 

 

S#32. 환 집 2층 거실 (밤)

 

미리 와서 앉아있는 영란. 정, 막 들어오는 환 손 잡아끌고 소파에 앉힌다.

 

환 : (앉으며) 무슨 좋은 일이 길래 신났어?

정 : 오빠 오빠, 나 시집간다.

환 : 시집?

영란 : 아이구 미리 말한 내가 방정이지.

정 : 엄마가 나하고 준세 오빠 중매 서준대. 낼 청혼하러 간대.

환 : (뜻밖인, 영란 보며) 정말이야?

영란 : 어, 할머니하고 박이사 아저씨하고는 얘기 끝냈어.

 

<12회 36씬에서 ‘준세 차에 함께 타고 가던 은성’>

 

환 : (아니라고 생각하면서도 설마 하는 마음으로) 준세 형 여자는 없대?

정 : 박이사 아저씨가 없다고 장담했어.

환 : 자식 사생활을 부모가 어떻게 아냐?

정 : 오빠나 그렇지! 준세 오빠가 있으면서 없달 사람이야?

환 : (그건 그렇다, 괜히 안심되는) 잘해 봐라.

영란 : 아 참 그리고 환아, 박이사가 그러는데, 유류분이라는 게 있대.

정 : (냉큼 받아서) 할머니 돌아가시면, 우리가 재판 걸어서 우리 몫을, (하는데)

환 : 알아.

정 : (눈 커져) 오빠 알고 있었어?

영란 : 아니 어떻게 알았어? 아니 알면서 왜 말 안했어?

환 : 그게 뭐가 중요해? 할머니 회사는 뺏기는데!

정 : 근데 (강조하는) 회사는, 뺏긴다는 게 무슨 말이야?

영란 : (설명하는) 나중에 우리가 소송하면 법에서 우리 몫을 주라고 해. 그럼 은성이가 물려받은 이 집이며 땅들하고

         회사 주식에서 얼마 넘겨줘도,

환 : 제 1 주주 자리 지킬 지분은 남아.

정 : 경영권? (하다) 회사 뺏기면 어때? 어차피 오빠, 할머니 회사 할 생각도 없었잖아?

환 : 하기 싫어 내가 안하는 거 하고, 뺏겨서 못하는 거 하고 같냐?

정 : 오빠 그건 또 무슨 오기야? 난 그거 보다, 할머니 돌아가실 때까지 우리 다 꼼짝 못하고 이렇게 푼돈 벌어서 써야 한다는 게

      더 끔찍해!

영란 : 아니 그럼 환이 넌, 회사 뺏기는 게 싫어서 2호 점 나가는 거야?

환 : 말했잖아, (다시 각오 다지듯) 걔한테 회사는 절대 안 뺏겨.

 

 

S#33. 피시방 (밤)

 

메일 읽고 있는 고평중.

 

은성(E) : 아빠, 지금 사는 곳엔 따로 전화가 없어요. 그리고... 아빠는 아빠 때문에 불안해하지 말라고 하지만...

              전 아빠한테 메일을 받는 것 조차 불안해요. 살아 계시다는 게 알려지면... 저하고 은우한테 닥칠 일이 너무 두려워요.

고평중 : (내가 이런 존재구나... 억장 무너져서 눈물 어리고)

 

 

S#34. 승미방 (밤)

 

‘고은성’ 으로 로그인 되어있는 모니터 앞에 앉아있는 승미, 떠있는 회원 정보란에서 회원 탈퇴 버튼 누른다.

탈퇴 확인 문구 나온다. ‘네’ 누르는 승미, 이제는 눈물도 없이 담담한 표정이다.

 

 

S#35. 욕실 앞 (밤)

 

환, 샤워하고 트레이닝 바지만 입고 상반신은 벗고(혹은 런닝만 입던가) 수건으로 머리 털며 나오는데

막 욕실 문 열려던 은성과 마주친다.

 

환 : (기겁해서) 야! (하며 수건으로 상반신 가리는데)

은성 : (전혀 이성으로 의식 안 되는 듯 멀뚱하게 쳐다본다)

환 : 뭘 봐! 안 돌아서?

 

<10회 58씬 중에서>

환 : 꼴이 그게 뭐냐?

환 : 짧게 입으면 다 여잔 줄 알지.

 

은성 : (현재, 복수하는, 웃긴다는 듯) 볼 것도 없구만!

환 : (한방 먹고 벙해서 보면)

은성 : (웃긴다는 듯 혼잣말처럼) 별 신경을 다 써. (욕실로 들어가 버리는)

환 : (자기 상반신 보고 욕실 문 보는, 전혀 신경도 안 쓰는 은성 도리어 기분 나쁜)

 

 

S#36. 버스 정류장 (다음날, 아침)

 

먼저 와서 서있는 은성. 환, 다가온다.

환 먼저 본 은성, 어제 일로 환 보기 싫다. 쌩 외면하는데 버스 온다.

은성 힐긋 보고 버스에 타는 환.

은성, 흥... 외면하고 서 있다가 뒤늦게 버스 본다. 어? 얼른 뛰어가 뒤따라 타고.

 

 

S#37. 버스 안

 

사람 많은 버스 안. 환은 의자와 버스 창 사이 빈 공간 쪽에 서있고 은성은 중간에 사람들 틈에 끼어있다.

사람들에게 밀리던 은성, 안간힘을 써도 어느새 젊은 남자 가슴팍에 안겨있는 꼴로 변한다.

힐긋 은성 쪽 돌아보던 환, 그런 은성 모습 보고 어? 한다.

손잡이 잡고 버틴 채 남자에게 안긴 꼴로 불편해 어쩔 줄 모르는 은성.

고개 돌려 창 밖 보는 환, 후... 도저히 그 꼴 못 보겠다.

갑자기 몸 돌리는 환, 은성 팔 확 잡아서 끌어당긴다. 어... 졸지에 끌려오는 은성.

환, 인상은 있는 대로 쓰고 은성 의자와 뒷문 지지대 사이로 집어넣고 막아선다.

생각도 못한 환 배려에 어리둥절한 은성, 환 올려다보는데 사람들 밀리면서 환 몸 은성에게 쏠린다.

환, 있는 힘껏 버티지만 거의 환과 붙어있게 되는 은성.

은성, 이 사람이 이런 배려를? 뜻밖인 듯 환 보면 환, 은성은 쳐다보지도 않고 창밖만 보고 있다.

약간의 틈만 두고 가까이에 있는 환에게서 묘한 느낌 받는 은성, 가슴 콩콩 뛴다.

환, 애써 무시하고 서있지만 은성이 내 가슴에 안기듯 있다... 쿵쿵, 심장 뛰고.

 

 

S#38. 버스 정류장

 

버스에서 내리는 은성, 뒤이어 내리는 환에게 고맙다는 말하려고 돌아본다.

 

환 : (뒤이어 내리는)

은성 : 고마, (워요, 하려는데)

환 : (은성 무시하고 휙 앞서 가버린다)

은성 : (말하다 멈칫하는, 기막힌) 고마운 짓을 하질 말든가! (따라가고)

 

 

S#39. 준세 레스토랑

 

놀란 얼굴로 영란 바라보고 있는 준세. 영란, 한껏 차려입었다.

 

준세 : 아줌마, 웬일이세요? 오늘 정이도 쉬는 날인데.

영란 : 알아, 너한테 볼일 있어서 왔어.

준세 : 저한테요?

영란 : (살짝 손으로 입 가리고) 꾼 돈 갚으러.

준세 : (웃으며) 그거 때문에 여기까지 나오셨어요? 내일 정이 편에 보내시죠.

영란 : 그건 아니지? 그 새벽에 경찰서까지 달려가서 환이 빼준 것도 어딘데.

준세 : 암튼 여기까지 오셨으니까, 점심은 드셨어요?

영란 : 어? 어... 근데 어디 조용한 데 없니?

준세 : (멈칫 보는)

 

 

S#40. 환 집 주방

 

식탁에 앉아서 요리 관련 잡지 읽고 있는 표집사.

정, 앞치마에 머리 수건까지 쓰고 신나서 ‘아저씨-’ 하며 들어온다.

 

표집사 : (돌아보다 차림새에 놀라) 정아, 그게 다 뭐냐?

정 : 엄마 대신 내가 하기로 했어. 아저씨 나 뭐 뭐 해야 돼?

표집사 : 니가 엄마 대신 뭘 하기로 했다구?

정 : 아저씨가 시키는 거? 빨리 말해 봐, 엄마 오기 전에 다 하기로 했으니까.

표집사 : (난감하지만 책임은 책임이다) 어머니가 세탁기는 돌렸으니까, 청소기 돌리고 바닥 걸레로 닦고, 빨래 널고.

정 : 흠! 별거 아니네. (밖으로 나가는)

표집사 : 아이구...

 

 

S#41. 준세 레스토랑 실내 혹은 뜰

 

구석자리 찻잔 놓고 마주 앉아있는 영란과 준세.

 

준세 : (별 생각 없이) 저한테 뭐 부탁하실 거 있으시다면서요?

영란 : 어 그게... (정감 있는) 준세야, 우리 정이 좀 치워주라?

준세 : (무슨 소린지 몰라) 네?

영란 : 우리 정이 좀 데리고 가라구.

준세 : (긴가민가하면서)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영란 : 할머니가, 너한테 정이 맡기면 안심하고 눈 감을 수 있으시겠대.

준세 : (알아듣고 당황해) 아줌마, 정이는 동생이에요.

영란 : 오빠 오빠 하다가 여보 되는 게 남녀 사이 기본 공식인데 뭐? 이제부터 여자로 보면 되지.

준세 : (당혹스러운) 죄송해요, 그럴 수 없어요.

영란 : 아니 왜?

준세 : (예의바르지만 단호한) 죄송합니다, 저는... 좋아하는 사람이 있어요.

영란 : (놀라 눈 커지는) 뭐?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구?

준세 : 네, 제가 많이 좋아하는 여자가 있어요.

영란 : (입 딱 벌어지는)

 

 

S#42. 환 집 거실

 

풀 죽어서 들어오던 영란, 멈칫 선다. 엉덩이 쳐들고 거실 바닥 걸레로 밀고 다니고 있는 정의 뒷모습.

 

영란 : (한눈에 딸 기분 보인다. 낭패스런) 어머머 어뜩해...

정 : (끝까지 밀고 방향 바꾸다가 엄마 보는) 엄마!

영란 : (지레 한걸음 뒤로 물러서는)

정 : (걸레 들고 후다닥 달려오며) 엄마 엄마 어떻게 됐어? (잔뜩 기대하는) 오빠가 뭐래?

영란 : (차마 말 못하겠는) 정아...

 

 

S#43. 박변 이사실/환 집 거실

 

놀란 얼굴로 전화 받고 있는 박변.

 

영란 : (속상한 듯) 준세 좋아하는 여자 있다는데, 왜 얘길 안 해 주셨어요?

박변 : (영문 몰라, 말도 안 된다는) 제수씨 그게 무슨 말씀이에요?

영란 : (원망처럼) 준세요! 좋아하는 여자 있대요!

박변 : (놀라) 예?

 

 

S#44. 정 방

 

황당한 얼굴로 침대에 앉아있는 정. 영란, 난처한 얼굴로 들어온다.

 

영란 : 정아...

정 : (안 믿기는) 아저씬 뭐래?

영란 : 아저씨 전혀 모르고 있었대.

정 : 거봐! 아저씨도 모르고, 나도 모르는 여자가 어떻게 있어? 오빠 빨리 결혼 안 할려구 수 쓰는 거라니까?

영란 : (그렇지는 않다 싶은) 준세 표정이 거짓말하는 거 같지 않았다니까?

정 : 준세오빠한테 직접 확인해 봐야겠어! (벌떡 일어나서 침대에서 내려서는)

 

 

S#45. 준세 레스토랑 앞

 

형진, 레스토랑으로 오는데 준세, 막 차문 열고 있다.

 

형진 : (놀라) 형! (달려오는)

준세 : (돌아보면)

형진 : (황당한 듯 다가와서) 같이 저녁 먹자고 오래놓고 어딜 가?

준세 : 내가 언제 너랑 저녁 먹는댔어?

형진 : 레스토랑 와서 저녁 먹으라며?

준세 : 말해 놨으니까 들어가서 저녁 먹고, 9시까지는 집에 들어오지 마.

형진 : (벙해서) 9시까지 집에 들어오지 말라구? 왜?

준세 : (절대 오지 말라는 어조로) 9시까지야. (차타고 시동 걸고 출발하는)

형진 : (갸웃하다 느낌 오는) 여자?

정 : (택시 타고 와서 멈추는, 급하게 내리는)

형진 : 정아!

정 : (맘 급한) 준세 오빠 안에 있지?

형진 : 형 방금 집에 갔는데?

정 : (놀라) 집? 이 시간에?

 

 

S#46. 매장 앞

 

퇴근하고 나오던 환, 막 준세가 열어주는 옆자리에 타는 은성과 준세 본다.

뚝 굳어서 보는 환, 뭔가 모를 불길한 느낌에 그대로 선 채 떠나가는 준세 차 본다.

 

 

S#47. 준세 집 앞 주차 구역 + 준세 차 안

 

와서 서는 준세 차. 은성, 여기가 어디야? 밖 쳐다보고 있다.

 

은성 : (준세 보며) 여기가 어디에요?

준세 : 마이 홈.

은성 : (놀라) 오빠 집이에요?

준세 : 어. (차에서 내리며) 내려.

은성 : (영문 몰라 내리며) 저녁 먹자드니 집에 뭐 두고 왔어요?

준세 : 아니?

은성 : 그럼 여긴 왜 왔어요?

준세 : 니가 해주는 밥 먹을려구.

은성 : (놀라 눈 커지는) 에?

준세 : 너 지난번에 환이네 식구들만 밥 해줬잖아. 스테이크 비빔밥, 그거 나두 해 달라구.

은성 : 집에서요?

준세 : (당연하다는 듯 끄덕이고)

은성 : (당황하는) 오빠 왜 그래요?

준세 : 뭐가?

은성 : 그래두 집은 좀... (어색해서 괜히 하하 웃고)

준세 : 나 오빠라며? 오빤데 뭘 그렇게 겁내?

은성 : (당황해) 아니 그런 게 아니라,

준세 : (탐색하듯 놀리는) 고은성 너? 너 나 오빠로 생각 안 하는구나?

은성 : (늘 밀린다) 어우 진짜 왜 자꾸 그래요?

준세 : (장난기 거두고, 진지한) 나, 새로운 음식 만나면 뭐든 해보고 먹어 보는 게 일인 사람이야.

         스테이크 비빔밥, 메뉴에 넣어볼까 하고 재료 사다 놨는데, 맘 심란해서 못했어.

은성 : 그랬어요?

준세 : 이왕이면 너한테 배우면서, 니 요리 실력도 보고 싶은데, 집이라 그러면 너 이럴까봐.

         (스스럼없이) 현관 문 열고 요리하면 되지?

은성 : (늘 자연스럽게 밀어붙이는 준세는 못 당한다, 웃고)

정 : (저만치 택시 안에서 놀라서 둘 보고 있는)

 

 

S#48. 준세 집

 

밖에서 문 열어주는 준세. 은성, 남자 집이라 기웃하며 한걸음 들어온다.

 

준세 : (문 더 활짝 열며) 자 문 열어둔다?

은성 : (둘러보며) 됐으니까, 그만해요.

준세 : (들어오며) 아침에 청소했다, 깨끗하지?

은성 : (둘러보며) 그러네?

준세 : (은성 불편하지 않게 하려고) 가방 놓고 손만 씻고 와, 재료 꺼내 놓을게. (냉장고로 가고)

 

<시간 경과>

식탁에 밥 담긴 비빔밥 그릇 놓여있고 은성, 휴대용 버너에 올린 후라이팬에 얇게 슬라이스 된 스테이크 굽고 있다.

(적당한 때 불 끄고, 나물과 스테이크 올리면서 얘기 계속하는 걸로)

준세, 옆에서 해초 샐러드에 넣을 들깨 소스 만들고 있다.

 

은성 : (냄새에 돌아보며) 들깨에 뭐 뭐 넣어요?

준세 : 설탕 식초 레몬즙 겨자 등등에 청양고추.

은성 : 들깨 소스에 청양고추 들어가는 건 첨 알았네?

준세 : 넌, 이 스테이크 비빔밥은 어떻게 생각해낸 거야?

은성 : 뉴욕에 있을 때 C.I.A 친구들 초대해 놓고 뭐 먹일까 그러다 개발한 거에요.

준세 : 장아찌 고추장으로 비빈 걸 외국 애들이 먹디?

은성 : 반응 끝내 줬어요? 애들이 코리안 핫소스 최고라고, 그래서 내가 딱 그랬죠.

         (으쓱해서, 건방지게) 니들이 된장 고추장을 알아?

준세 : (웃으며) 그랬더니?

은성 : (웃으며) 당연히 못 알아듣죠? 한국말로 했으니까.

준세 : 뭐? (웃고)

은성 : 우리나라 된장 고추장이 얼마나 대단한 식품인데요?

준세 : 서양 애들한테 고추장 비빔밥 먹일 생각을 어떻게 했을까?

은성 : (신났다) 그게 내가 하고 싶은 거잖아요.

준세 : 한국 음식의 세계화?

은성 : (끄덕이며) 우리나라 재료로, 이를테면 두부가 메인이고 소스를 세계인 입 맛에 맞게 접목 시키는 거죠.

         고추장 된장 이용해서요.

준세 : 고추장에 된장까지?

은성 : 고추장은 좀 쉬운데, 된장이 냄새 땜에 문제긴 해요. 비율을 잘 조절하면 된장 냄새 속일 수 있을 것도 같은데..

준세 : (신나서 꿈 얘기하는 은성 뿌듯하게 보는)

 

 

S#49. 환 집 거실 (저녁)

 

들어오는 환. 정, 소파에서 엉엉 울고 있고 영란, 어쩔 줄 몰라 달래고 있다.

 

환 : (다가오며) 무슨 일 있어?

영란 : 환아, 이 일을 어쩌면 좋니? 은성이가 아주 우리 집안 아작을 낸다.

환 : 그게 무슨 말이야? (하는데)

할머니 : (들어오는)

영란 : (할머니 못 보고) 글쎄 준세가 은성일 좋아한대!

환 : (기겁해서 놀라는) 엄마 뭐라구?

할머니 : (역시 듣고 믿기지 않는 듯) 에미야, 너 방금 뭐라 그랬냐?

영란 : (할머니 보는, 원망과 속상함 같이 담아) 어머니! 준세가 은성이 좋아한대요! 은성이 때문에 우리 정이 싫대요!

         은성이가 준세 집까지 드나드는 사이래요!

할머니 : (충격이다) 뭐라구?

표집사 : (내다보다, 아뿔싸... 큰일 났네, 걱정으로 보는)

환 : (그 누구 보다 충격이다. 굳어있고)

 

 

S#50. 준세 집 (저녁)

 

식탁에 비빔밥과 샐러드 놓고 식사하는 둘.

 

준세 : (다 비빈 비빔밥 떠먹는)

은성 : (긴장되는 듯) 할머니네 식구들 먹을 때 보다 더 긴장되네? 전문가라.

준세 : 음... 와- 환상의 맛이다.

은성 : (삐죽하며) 오빤 항상 칭찬해주는 사람이라 못 믿겠는데?

준세 : 음식에 대해선 무작정 후할 수 없지? 전문간데.

은성 : 그럼 정말 맛있는 거에요?

준세 : 맛있어, 우리 레스토랑 메뉴에 추가해도 충분하겠어.

은성 : (으쓱해서) 요리한 보람이 있다.

준세 : 오랜 만에 요리했지?

은성 : (끄덕이며) 월급날에도 그랬구 오늘도 그렇구, 요리하니까 너무 좋은 거 있죠?

 

 

S#51. 환 집 뜰 일각 (밤)

 

준세 마음 확인하고 질투로 부글거리는 환, 뜰 왔다 갔다 하고 있다.

 

영란(E) : 준세가 은성일 좋아한대!

영란(E) ; 은성이가 준세 집까지 드나드는 사이래요!

 

<15회 46씬에서 ‘매장 앞에서 은성 차에 태우던 준세’>

 

환 : (감정 못 누르겠다. 눈 질끈 감았다 뜨는)

 

 

S#52. 공원 (밤)

 

테이크아웃 커피 한잔씩 들고 걷는 은성과 준세.

 

준세 : 맛있는 밥 먹고 커피 들고 산책하고, 오랜 만이지?

은성 : (아련한) 백만 년 전에 해본 거 같애요, 뉴욕에선 일상이었는데.

준세 : 누리고 있을 땐 모르는 게 일상의 소중함이라드라.

은성 : 그 때 알았더라면... 더 감사하면서 즐겼을 텐데. 커피 한 잔, 따끈한 밥 한 그릇, 영화 보기, 친구와 수다 떨기...

         아빠의 하하 하는 웃음, 은우의 피아노 소리... 더 소중하게 생각했을 텐데.

준세 : (딱 적당한 타임이다) 지금도 늦지 않았어.

은성 : (보면)

준세 : 오늘 너 요리하면서 참 즐겁고 행복해 보였어.

은성 : (아직 준세 의중 모르고 끄덕이며) 눈물 날만큼 그랬어요.

준세 : 난 니가 오늘처럼... 내가 너 처음 보던 날, 니 꿈 얘기하면서 반짝반짝했던 은성이로 돌아왔으면 좋겠어.

은성 : (뭔가 다른 때와 다른 준세 느끼는, 멈추고 준세 보면)

준세 : (멈추는, 은성 돌아보며) 은성아 우리... (강조하는) 오늘처럼, 우리가 좋아하는 요리도 하고 멋진 요리 개발하면서...

         그냥 그렇게 소박하게 살자.

은성 : (뜻밖의 말에 놀라는) 오빠 그게... 무슨 말이에요?

준세 : 나 이제... 너한테 오빠 말고, 남자하고 싶다.

은성 : (벙해서 듣다가 쿵 놀라는데서 엔딩)

 

<15회 끝>

 

 

 

 

 

 

 

 

 

 

 

 

 

 

 

 

 

 

 

 

 

 

 

 

 

 

 

 

 

 

 

첨부파일 찬란한유산15.tx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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