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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란한 유산] 18

작성자수다쟁이|작성시간12.08.17|조회수865 목록 댓글 0

[찬란한 유산] 18

 

 

 

 

 

 

 

 

 

 

S#1. 버스 안 (저녁)

 

생각에 잠겨 있는 은성, 차창 밖으로 소리치며 달려오는 고평중 보인다. 전혀 모르고 앉아있는 은성.

 

 

S#2. 거리 (저녁)

 

은성아! 목 터지게 버스 쫓아서 달려가던 고평중, 멀어지는 버스 보며 멈춰 선다.

믿을 수 없는 광경에 충격 받는 고평중.

 

고평중 : 우리 은성이가... 서울에 있어?

 

<6회 3씬에서 ‘은성이, 은우 데리고 미국 갔어’ 하던 백성희>

 

은성(E) : 아빠, 뉴욕에 도착하자마자 메일 써요.

고평중 :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멍하니 서있고)

 

 

S#3. 센트럴시티 매표소 (저녁)

 

고속버스 표 끊고 있는 백성희. (나주행 시간 인터넷 검색할 것)

 

백성희 : (지갑 열며) 나주 한 장이요. 8시 반 이후에 제일 빠른 걸로 주세요.

직원 : 나주행은 여섯시가 마지막이구요, 광주에서 나주로 가셔야 돼요.

백성희 : (멈칫했다가 돈 내밀며) 그럼 광주... 우등으로 한 장 주세요.

 

 

S#4. 고속 터미널 인근 주차장 + 백성희 차 안 (저녁)

 

고속터미널 건물 보이는 야외 주차장.

차 안에 앉아있는 백성희. 현금 100만원 담긴 봉투와 과수원 세 군데 주소 적힌 메모지와 고속버스 표 든

왼 손에 찬 손목시계 들여다본다. 8시 20분 가리키는 시계.

 

백성희 : (초조한) 왜 이렇게 안 와... 맘 변한 거 아냐? (차창 열고 내다보려는데 사이드 밀러로 걸어오는 고평중 보인다)

고평중 : (급한 마음으로 두리번거리며 백성희 차 찾는데)

백성희 : (차에서 내리는) 왜 이제 와요? (들고 있던 것들 주며) 돈하고 주소하고, (하다) 우선 타, 버스 9시니까 가면서 얘기 해.

            (다시 타려는데)

고평중 : (단호한) 나 안 내려가.

백성희 : (놀라 홱 돌아보는) 안 내려가다니?

고평중 : (은성 걱정에 흥분한) 아니 못 내려가. 은성이, 미국에 있는 거 아냐, 한국 에 있어. 여기 서울에 있어!

백성희 : (쿵... 놀라) 뭐? (사색으로) 은성이가 서울에 있다니, 그게 무슨 말이야?

고평중 : 여기 오는 버스 기다리다가, 버스에 타고 있는 은성이 봤어.

백성희 : (일순 안도하고) 잘못 봤겠지! 미국에 있는 애가, (하는데)

고평중 : (말 자르며, 강한 확신) 은성이 맞아!

백성희 : (멈칫하면)

고평중 : 내 자식 얼굴 못 알아보는 애비가 어딨어! 분명히 은성이였고, (하다 애타는) 그 자식 무슨 일 생긴 거야.

            나한테 말 못 할 무슨 일 있는 거라구. 나, 은성이 찾아야겠어.

백성희 : (기겁해서) 은성일 찾는다구? 어디서, 어떻게?

고평중 : 서울 시내 샅샅이 뒤져서라도 찾아야지.

백성희 : (기막혀서 보면) 뭐라구?

고평중 : (백성희 심정 아는지라, 미리) 누군가 나 아는 사람 만나면, 나 아니라고 할게.

             내 정체 드러나서 당신 돈 뺏기는 일 없게 한다구.

백성희 : (화나는) 그게 말처럼 쉬워? (하다 얼른) 은성이가 정말 서울에 있는 거면 더 찾지 말아야지!

            (매정하게) 서울에 있으면서 미국인 척, 아빠 부담스럽다는 메일 보내고 연락 끊어버린 애야!

고평중 : (멈칫하는)

백성희 : (답답하다는) 은성이 마음을 그렇게 모르겠어?

고평중 : (안 흔들린다) 은성이 만나서 직접 확인할거야. 은성이 입으로 직접 내가 사라졌으면 좋겠다고 하면,

            그때는 정말 영원히 숨어줄 거야.

백성희 : (버럭) 당신 정말 왜 이래? 그럼 난! 당신 딸만 생각하고, 당신 믿고 살다 이런 꼴 당한 내 생각은 안 해?

고평중 : 당신한텐 미안해. 고생 안 시킨단 약속 못 지키고, 이런 꼴로 불안하게 살게 만들어 미안한데,

            (단호한) 나... 애들 애비야. 은성이 은우한테 무슨 일이 있는지도 모르면서, 과수원에 숨어 살순 없어!

백성희 : (단호한 고평중 보는, 미치겠고)

 

 

S#5. 준세 레스토랑 (저녁)

 

놀란 얼굴로 박변 바라보고 있는 준세.

 

준세 : (믿을 수 없다는 듯) 아버지 지금 뭐라고 하셨어요?

박변 : (별일 아닌 것처럼) 제수씨한테 듣자니까 사귀는 사이도 아니고 니가 고은성이란 아이 좋아하는 거라면서?

         근데 뭐가 문제야?

준세 : (굳은) 아버지 지금 저한테, 은성이 만나지 말라고 하셨어요.

박변 : 그 아이는 이미 너하고 길이 엇갈린 아이야. 애비 길을 정면으로 막고 선 아이하고 어울려 뭐해?

준세 : (화난) 아버지 길을 막은 게 아니라, 할머니 뜻을 받은 거에요!

박변 : (자기만의 의미 있는) 그 아이, 절대 회사 못 받는다.

준세 : (멈칫해서) 무슨 근거로 그런 말씀을 하세요?

박변 : (둘러대는) 2호 점 매출 20프로 증가가 쉬운 줄 아냐? 그 아이 절대 못 해 내. 거긴 맛에서 밀린 게 아니라

         입지 조건에서 밀린 곳이야. (우습다는) 듣자니 뭐 배달 서비스? 매출 20프로 올릴려면 한 달에 설렁탕 몇 천 그릇을

         더 팔아야 하는지 알아? 2호 점 매출규모가 재작년까지 3위였어.

준세 : 은성이가 못해낼 거라면서, 왜 저한테 은성일 만나지 말라고 하세요?

박변 : 그 정체 모를 아이,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나 민석이 아들 딸에 제수씨까지 곤욕에 처하게 한 그 아이, 회사든 집이든,

         어디서도 보고 싶지 않다.

준세 : (기막혀) 아버지!

박변 : 니가 그 아이하고 계속 만나면, 넌 나한테 아들이 아니라 사내가 되는 거야... (냉정한 눈으로) 내 앞길을 막는.

준세 : (뭔가 느껴지는, 보다가) 아버지 사실은... 은성이가 해낼까봐 두려우신 거죠? 그래서 저한테 이러시는 거죠?

박변 : (속 안 들키려는) 넘겨짚지 마.

준세 : (난감하게 아버지 보는)

 

 

S#6. 환 방 (저녁)

 

책상에 앉아서 인터넷 보고 있는 환. 인터넷 화면 2호 점 동네 지역 정보 떠있고 회사, 교회, 병원 홈피 여러 개 열려있다.

옆에 다이어리 놓여있고 회사 이름과 주소, 전화번호 등 적혀있다.

회사 홈피에서 직원 숫자나 조직도 등 확인하고 있던 환, 문득 멈춘다.

 

<17회 61씬에서 ‘웃으면서 얘기 나누던 은성과 준세’>

 

환 : (자기도 모르게) 사귀는 사이도 아니라면서, 맨날 만나기는... (하다 기분 나빠지는) 내 인생에 도움이 안 되는 애야!

      (다시 인터넷 보는데 눈에 안 들어온다)

 

 

S#7. 환 집 2층 거실 (밤)

 

심란한 표정으로 올라오던 은성, 멈춰 서서 환 방 쳐다본다.

 

승미(E) : 오빠한테 오해 받으면서도 비밀 지켜준 거, 정말 고마워...

은성 : (자기도 모르게 방 바라보고 섰는데)

환 : (불쑥 방에서 나오는)

은성 : (방 쳐다보고 서있다 놀라고 당황해 꾸벅) 안녕하세요?

환 : (황당한) 뭐?

은성 : 아... 그냥 인사요. (얼른 3층으로 올라가는)

환 : (영문 몰라) 왜 저래... (보다가 뒤늦게 생각난 듯) 왜 여기 (내 방문 앞에) 서있었지?

 

 

S#8. 승미 방 (밤)

 

모니터 화면에 ‘여행하면서 봉사하기’ 까페 자유게시판에 승미가 쓴 글 떠있다.

‘회원 여러분, 이 아이를 봐 주세요’ 제목 밑에 ‘저한테 동생 같은 아이를 찾고 있어요. 나이는 열일곱이고 자폐를 갖고 있습니다.

여행길이나 봉사하시는 곳에서 피아노를 아주 좋아하고 잘 치는 이 아이가 있는지 살펴봐 주세요’

본문 써있고 승미, 핸드폰으로 찍은 피아노 옆에 서있는 은우 사진 USB로 노트북에 연결해서 사진 올리는데...

 

백성희 : (심각한 얼굴로 들어온다)

승미 : (작업에 열중해서 백성희 들어오는 기척 모르고 작업하는데)

백성희 : (모니터 화면에 뜬 은우 사진보고 기겁하는) 너 뭐하는 거야?

승미 : (소리에 놀라 돌아보는) 엄마...

백성희 : 은우 사진을, 인터넷에 올리는 거야?

승미 : 은성이한테 은우라도 찾아줄려구... 그럼 좀 덜 미안하잖아.

백성희 : (고평중 상황 당하고 온지라 더 기겁해서) 얘가 정말? 당장 지워! 이거 어떻게 하는 거야? 어떻게 없애는 거야!

승미 : (이해 안 되는) 엄마 왜 그래? 은우 찾아주는 게 뭐 어때서?

백성희 : (멈칫했다가 둘러대는) 은성 아빠가 보면 어쩔려구 이래!

승미 : 과수원에서 인터넷 볼일이 뭐가 있으셔? (하다) 잘 내려가셨어?... 여비 좀 넉넉히 드리지 그랬어.

백성희 : (짜증 폭발하는) 그 사람 안 내려갔어! 오늘 서울에서 은성이 봤댄다! 그래서 안 내려가고, 은성이 찾아다니겠대!

승미 : (헉 놀라는)

백성희 : 그러니까 이런 쓸데없는 짓 좀 하지 마! 그 사람은 둘째 치고 환이라도 보면 어쩔려구 이래?

승미 : (두려운) 아버지가 은성일 봤다구요?... 그럼... 어떡해?

백성희 : (자기도 점점 견뎌내기 힘들다. 속 터진다는) 그러니까! 그러니까 이렇게 오락 가락 하지 말고 정신 좀 차려!

            너 지난번에도 사진 갖고 있다 무슨 꼴 당했는지 벌써 잊었어? 지금 상황이 어떤 상황인지, 제대로 보란 말야!

승미 : (쿵... 해서 백성희 보는)

 

 

S#9. 승미 집 주방 (밤)

 

백성희, 식탁에서 물 따라 갈증 나는 듯 물 벌컥벌컥 마시는데

승미, 미칠듯한 기분으로 나와서 원망 가득한 눈으로 엄마 본다.

 

백성희 : (힐긋 승미 느끼고) 그래, 내 탓 맞아...

승미 : (멈칫하는)

백성희 : (승미 돌아보며) 엄마 때문에 니가 이게 무슨 꼴이냐고 원망하고 싶음 해.

승미 : (차마 그 말은 못하고 보다가) 왜 쓸데없는 짓 하냐구요?... (메이는) 은성이한테 잘 보이고 싶어서 그랬어!

백성희 : (영문 몰라) 은성이한테 잘 보이고 싶다니?

승미 : 은성이가 오빠 마음 알기 전에, 은우라도 찾아주면, 아니 찾는 노력이라도 보여주면 은성인 착하니까,

         혹시라도 오빠가 좋아져도 참아줄 거 같아서, 우리 관계도 말하지 않을 거 같아서!...

백성희 : 너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승미 : (터지는) 오빠가 은성이 좋아한단 말야!

백성희 : (충격 받는) 뭐?

승미 : (눈물 흘리며, 억장 무너지는) 환이 오빠가... 은성이 좋아한다구요...

백성희 : (기겁해 다가와서) 아니 환이가 은성일 좋아하다니? 그걸 어떻게 알았어? 환이가 그래?

승미 : 내가 그냥 알았어! 내 눈에 보였어! (울며) 단 한 번도 그럴 리가 없다고 생각했는데...

         은성이가 싫어서 신경 쓴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어.

백성희 : (서늘해지는) 환이가... 은성일 좋아해? (기막힌) 하!...

승미 : (눈물 후두둑 떨어지는) 엄마... 나 이제 어뜩해?...

백성희 : (화나는) 이 등신! 그러게 내가 뭐랬어? 진작 이상하다고 했지!

            (기막힌) 넌 여태 뭐 했니? 그 긴 세월동안 환이 하나 못 잡고 뭐 했어! 이제 어쩔거야!

 

 

S#10. 환 집 외경 (다음날)

 

 

S#11. 은성 방

 

좌탁에 노트북 놓고 인터넷 보면서 다이어리에 메모하고 있는 은성, 피곤한 하품하는데 밖에서 쾅쾅 문 두드리는 소리 들린다.

 

은성 : (누구지? 일어서며) 네- (문 열면)

환 : (문 밖에 서 있다가) 내려와, 회의하게. (좌탁 풍경 힐긋 보고 돌아서고)

은성 : (벙해서 시계 보는) 이제 7시구만.

 

 

S#12. 환 집 뜰 혹은 2층 거실

 

다이어리 들고 앉아있는 환. 은성, 역시 다이어리 들고 다가온다.

 

환 : 조사하기는 했냐?

은성 : (앉는, 승미 의식되는, 사무적으로) 밤에 생각해 봤는데, 그 웨딩홀 한식당은 포기하는 게 좋겠어요.

환 : (황당한) 그걸 왜 포기해?

은성 : 그 웨딩홀 한식당은 이미 갈비탕 하고 있는데, 만약 우리 설렁탕으로 바꾸면 거기 납품하던 갈비탕 업체는 어떡해요?

환 : 그게 우리하고 무슨 상관있어? (기막힌) 너 조금이라도 경영 공부했던 애 맞냐? 사업은 경쟁이야!

      너 2 호점 매출 20프로 올리려면 한 달에 설렁탕 몇 천 그릇을 더 팔아야 되는지 알아?

은성 : 알아요.

환 : 매장 홍보 효과로 늘어봤자 5프로에 배달 뛰어봤자 5프로야.

은성 : 할머니 회사 운영 방침에서 어긋나는 거 같아서 그래요.

환 : (멈칫하는)

은성 : 다른 사람 밟고 우리 매출만 올리는 거요.

환 : (마음에 와 닿기는 하지만) 꼭 그 웨딩홀이 아니더라도 제일 손쉬운 게 웨딩홀 한식당 공략이야.

은성 : 기존 업주들한테 피해 안 주는, 새로운 곳을 개척하면 되잖아요.

환 : 개척? 어디?

은성 : 이를테면 회사나 공장, 관공서 직원 식당 같은 곳은, 특별 식으로 일주일에 한번 정도 설렁탕이 들어가도

         피해보는 사람이 없잖아요.

환 : (멈칫해서 은성 보는, 반은 꺾였지만) 일주일에 한번 몇 십 명에서 기껏 2,3백 명? 규모가 작잖아.

정 : (방에서 문 살짝 열고 둘이 뭐하는 거야? 보고 있고)

은성 : 교회나 관공서, 학교 행사들도 꽤 있어요. 그런 행사 몇 곳만 따내도 양이 꽤 돼요.

환 : (2/3 꺾였다) 그 관계자들이 다 우리 설렁탕으로 행사 음식 차려준대?

은성 : 그러도록 우리가 영업 뛰고 다녀야죠.

환 : 좀 전에 니가 말한 것들, 내가 다 말해준 거다? 내 아이디어야!

은성 : (당연한 얘길 왜 하냐는) 그래서 그걸로 조사하기로 했잖아요.

환 : (생각하다가) 대신 너, 다른 데 수주 못 따내면 니 책임인줄 알어!

은성 : (동의에 안도의 웃음 짓는)

 

 

S#13. 환 집 주방

 

찻잔 놓고 얘기하고 있는 할머니와 영란.

표집사, 아일랜드 조리대에서 나물 무치고 있다.

 

영란 : 이번엔 제사 장을 저보고 보라구요?

할머니 : 살림 시작했으니까 이제 니 남편 제사상 니 손으로 차려 봐.

표집사 : (하나씩 정리 시작하는 할머니 맘 안좋아 보는)

영란 : 아니 민석씨 기일 장은 항상 어머니가 손수 보셨잖아요. 전 따라다니기만 해서 물건 못 골라요.

할머니 : 표집사가 나보다 선수야... 올해는 민석이가 제사밥 먹으러 뛰어오겠다, (찡한) 몇 년 만에 아들 놈 보는 거야?

영란 : 그러게요, 환이 유학 가고 나서는 항상 학기 중이라서 지 아빠 제사 한번 도 못 모셨잖아요...

할머니 : 미국에선들 지 애비 기일에 애비 생각 안 했겠냐만...

영란 : 참, 환이 까먹고 있을지도 몰라요, 미리 말해줘야겠다.

할머니 : 아들이 지 애비 기일 모를까봐 말해줘야 해?

정 : (뛰어 들어오며) 엄마 엄마, (하다 할머니 보고) 할머니 할머니!

둘 : (놀라서 정 보면)

정 : (퍼뜩 생각난 듯) 엄마, 할머니, 아저씨, 잘 잤지? (바로) 글쎄 오빠 미쳤나 봐! 은성이랑 회의를 한다?

영란 : 회의라니?

정 : 무슨 영업 어쩌구 저쩌구 하면서 둘이 회의를 해? 저게 말이 돼?

할머니 : (뜻밖인) 둘이서?

정 : 어! (황당한) 적과의 동침도 아니고 오빠 뭐하는 거래? (무심코) 은성이거 다시 뺏는다면서?

      (하다 할머니 보고 헉 손으로 입 막는)

할머니 : (둘 관계에 희망 생기는, 희미한, 보일듯 말듯 미소 짓는)

 

 

S#14. 몽타주

 

(며칠 시간 경과의 느낌으로 의상 몇 번 바꿔주세요)

-점장실. A4 용지로 뽑은 ‘진성 설렁탕 납품 제안서’ 쌓아놓고 호치키스로 찍고 있는 환.

은성, 옆에서 받아서 차곡차곡 쌓고 있고.

-회사 구내식당. 제안서 펼쳐놓고 영양사에게 설명하고 있는 환.

-박변 이사실. 이사 몇 명과 둘러앉아서 심각하게 회의하는 박변.

-구청. 제안서 들고 들어가는 은성.

-우체통 앞. 회사와 공장 주소 적힌 편지들 10여 개 우체통에 넣는 환.

-환 방. 책상에 앉아서 다이어리 달력에 21일에 동그라미 쳐진 아버지 기일 보는 환, 어두워지고.

-공장 식당. 두 번 째 방문인 듯 웃으며 샘플용 설렁탕 건네는 은성.

-버스 정류장. 은성 만났던 정류장에 서서 은성이 탔던 번호 버스 안 뚫어져라 살피는 고평중.

 

 

S#15. 점장실

 

점장과 카운터에서 얘기하고 있는 은성.

환, 끼지는 못하고 근처에서 어정대며 상황 궁금해서 기웃 듣고 있다.

 

은성 : (웃으며) 배달이 제법 들어와서 다행이다. 전 첨엔 배달 직원 인건비도 안 나오면 어떡하나, 걱정했어요.

점장 : 아파트 단지하고 상가 변, 몫 좋은 곳에 경쟁업체가 들어와서 손님들 뺏긴 거지, 맛으로는 우리 따라올 데 없어요.

은성 : 이제 저희만 납품 따내면 되는 거네요?

준세 : (들어오는) 점장님! (인사하고)

점장 : (웃으며) 오셨어요?

환 : (왜 또 왔어? 탁 보는, 상대하기 싫어 등 돌리고 다른 일하는 척 하고)

은성 : 오빠? 식사하러 온 거에요, 나 만나러 온 거에요?

준세 : 점장님, 고주임하고 옥상에서 차 한잔 해도 되겠어요?

점장 : 올라갔다 와요, 고주임.

은성 : 곧 점심시간이라 바빠지는데?

준세 : 점심 타임 끝나면 바로 외근 뛰러 나가잖아. 10분만 면담하자. (은성 데리고 나가고)

은성 : (영문 몰라 따라 나가는)

환 : (혼잣말) 면담은 무슨... (밉게 돌아보는데)

 

환과 비슷한 외모와 키, 명품 옷으로 빼입은 젊은 남자, 친구와 둘이 들어온다.

 

환 : (얼른 정중히 인사하며) 어서 오세요-

남자1 : (건방지게 둘러보는) 아- 비린내, 넌 뭐 이런 델 오자 그러냐?

남자2 : 난 감기 걸리면 설렁탕 먹어줘야 돼.

환 : (떨떠름함 감추고) 이리 오십시오. (자리로 안내하는)

 

 

S#16. 옥상

 

음료수 하나씩 들고 의자에 앉는 은성과 준세.

 

준세 : 영업은 어때? 성과 좀 있어?

은성 : (엄지 검지로) 조금... 작년 상반기까지 매출이 워낙 좋아서 평균 대비 20프로 올리는 게 만만하진 않아요.

준세 : 두 달 안에 가능하겠어?

은성 : 가능하도록... 아니 가능하게 해야죠. 열심히 미팅도 하고 제안서도 보내고 있어요.

준세 : (본론) 그럼 내가 납품할만한 곳 몇 군데 소개해 줄까?

은성 : (뜻밖인 듯 보다가) 아니에요.

준세 : 합치면 일주일에 최소 6,7백 그릇은 될거 같은데. (반은 예상했다) 싫어?

은성 : 우리 둘 힘으로 해야죠.

준세 : (멈칫) 우리 둘? (뜻밖인) 환이?

은성 : (환 감정 모르는지라 끄덕이며) 2호 점 살리기 특별 영업팀이잖아요.

준세 : (환이와 거리감 좁혀진 은성 처음 느끼는)

은성 : 할머닌 제가 제 능력으로 해내길 바라실 거에요.

준세 : 두 달 안에 해내는 게 쉬운 건 아니라면서?

은성 : 그래도 씨를 막 뿌리고 있으니까, 곧 싹이 날 거에요. 벌써 재고해 보겠다고 하는데도 생겼어요.

준세 : (환이랑) 일하는 게 재밌어 보인다. 굉장히 불편할 줄 알았는데.

은성 : 아, 정이 오빠요? (멈칫하는) ...음... 뭐 일이니까. 경쟁심도 생기고, 도움 되기도 하고 그래요.

준세 : (아직 은성 감정 눈치는 못 채고) 참 묘한 경쟁관계구나, 두 사람.

은성 : (웃으며) 저 사람이 그렇게 하자고 했다니까요? 선의의 경쟁.

 

 

S#17. 매장

 

점심시간이라 사람 많은 매장.

테이블에 앉아있는 남자1, 2. 남2, 설렁탕 거의 먹고 있고 남1, 반 정도 먹은 듯 숟가락 담겨있고 안 먹고 있다.

환, 여자 둘과 앉아있는 아이 테이블 치우고 있다.

막 들어오는 은성, 손님 빈 테이블 그릇들 치우려고 다가가서 치운다.

 

꼬마 : 잘 먹었습니다, 아저씨.

환 : (멈칫하는, 피식 웃으며) 아저씨 아니라 오빱니다.

은성 : (웬일이야? 돌아보는데)

꼬마 : 잘 먹었습니다, 오빠-

환 : 맛있게 먹어줘서 고마워요. (쟁반 들고 돌아오는데)

남1 : (통로 쪽으로 삐딱하게 앉은 채 막 발 꼴려고 발 탁 내민다)

환 : (쟁반에 가려 못보고 지나가다가 그 발에 걸려 꽈당 넘어지는,

      그릇들 쏟아 지면서 바지와 셔츠에 설렁탕 국물과 김치 국물들 튄다)

은성 : (헉 놀라는데)

환 : (이게 뭐야? 확 돌아보는데)

남1 : (별일 아닌 듯 자기 구두와 옷에 뭐 튄 거 없나 살펴보고 있다)

손님들 : (소리에 쳐다보고)

환 : (창피해서 얼른 일어서는, 열 받아서 남1 보면)

남1 : (짜증난다는) 아- 왜 그때 지나 가냐?

환 : (더 기막혀 보는데)

남2 : 니가 실수 했잖아. 저 친구 옷 봐라.

환 : (으... 참고 쪼그리고 앉아 떨어진 그릇들 다시 담는)

은성 : (얼른 뛰어가려는데)

점장 : 그냥 있어요.

수재 : (대걸레 들고 와서) 바닥은 내가 치우께요.

환 : (다 담은 쟁반 들고 일어서는데)

남자 : (지갑 탁 꺼내서 10만원 수표 꺼내 내미는)

환 : (이 자식이? 인내심 거의 한계에 다다랐다. 쟁반 든 손 떨리는데)

다른 직원 : (와서 쟁반 받아들고 간다)

남자 : 세탁비든 약값이든.

환 : (모멸감에 못 참고 한발 나서다가 멈칫)

은성 : (자기도 모르게 화나서 주먹 쥐고 한걸음 확 나가려는데)

점장 : 고주임.

은성 : (멈칫하는)

환 : (이 악물고 참는) 됐습니다, 손님. (고개까지 간단히 숙이고 돌아서는)

점장 : (그런 환 유심히 보고 있고)

환 : (굳은 얼굴로 밖으로 나가는)

은성 : (환의 변화 대단하다. 감동으로 보고)

 

 

S#18. 옥상

 

있는 대로 열 받아 올라오는 환, 으아- 하며 분 토해낸다.

그래도 모멸감과 분 안 풀려 옥상 난간 양손으로 짚고 후... 감정 다스리는데...

 

은성 : (물수건 들고 올라온다. 분 다스리고 있는 환 짠하게 보는데)

환 : (마지막 감정 털어버리듯 기합 주는) 하! (하고 돌아서다 은성 보는)

은성 : (정신 차리고 다가오며 물수건 내미는) 자요. 냄새 더 배기 전에 닦아요.

환 : (은성에게 그런 꼴 보인 게 쪽팔려 죽겠다) 됐어!

은성 : (소매 쓱 닦으며) 바지에도 설렁탕에 김치 국물 다 튀었어요.

환 : (머쓱한, 물수건 채며) 줘. (돌아서서 소매도 닦고 젖은 바지 정강이도 닦는)

은성 : (진짜 열 받은) 진짜 뭐 저런 인간이 다 있냐?... 아니 지 발에 걸렸으면 사과를 해야지, 엇다대고 수표질이야!

환 : (닦다가 멈칫하는)

은성 : 진짜 내가, 손님은 왕이다- 이러고 살지만, 가끔 저런 이상한 인간들 보면, (혼자 열났다) 손님도 손님 교육

         받아야 된다니까? 아니, 인간이 덜된 것들 은, 식당에 오질 말아야 돼! 아니 밥을 먹이질 말아야 돼!

환 : 너 지금 나보고 하는 소리지?

은성 : 네?

환 : (지레) 기회 잘 잡았지, 너? 고소해 죽겠냐? 똑같이 당해서 꼴좋다 이거지?

은성 : (벙해서) 그게 무슨 말이에요? (하다 멈칫하는)

 

<2회 64씬에서 ‘나이트클럽에서 은성 발 걸어 넘어뜨리던 환’>

 

<11회 17씬에서>

환 : (어떡하냐는 소리에 수습하려는, 불쑥) 여기 세탁비 드립니다.

손님 : 이 자식이 죄송하다는 말 한마디 없이, 세탁비 주면 다야?

환 : (오르는) 세탁비 준다잖아요!

 

은성 : (현재, 기억나는, 피식 웃음 나는)

환 : 웃어?

은성 : 자기가 그랬던 걸 쫌 알긴 아는구나?

환 : 야!

은성 : (정색하고) 그런 거 아니에요. 나 그렇게 뒤끝 안 길어요. (흘기며) 곱게 좀 생각하지?

환 : 근데 왜 팔팔 거려! 니가 내 편 들어 줄 리도 없고, (하다 멈칫, 편들어 준건가? 은성 보는)

은성 : (자기도 모르게 편들었다. 멈칫하는, 뭐라 말할 틈 놓쳤다)

환 : (왜 나를 위해 그 정도 열을 냈지? 의의하게 은성 보는)

은성 : (뒤늦게 수습하려는) 아 그게... 파트너니까!

환 : 파트너? (하는데)

수재 : (다가와서) 점장님이 빨리 오래요!

 

 

S#19. 점장실

 

뒷짐 지고 서서 기다리고 있는 점장. 은성, 환, 수재, 들어온다.

 

수재 : (야단맞을 분위기로 생각) 점장님, 두 분 모셔왔는데요....

점장 : (싹 돌아서는)

환, 은성 : (심상치 않은 분위기에 긴장하는데)

점장 : (환 앞에 한발 다가서며, 정색하고) 선우환씨.

환 : (벙해서) 예?

점장 : (다가와 환 옷에서 크라잉 뱃지 떼며) 생각보다 빨랐어요.

         (스마일 뱃지 달아주며) 그때로 봐서는 평생 내가 존대 써 줄 일은, 없을 줄 알았는데.

환 : (뭔가 탁 떠오른다)

 

<8회 5씬에서>

점장 : 니가 손님 앞에서 웃는 얼굴 할 수 있게 되면, 직원으로 존중해 준다.

 

환 : (현재, 기억 떠올리고 점장 보는데)

점장 : 여러분, 우리 진성의 새로운 직원, 선우환씨를 소개합니다.

수재 : 와- 눈물 날라 그래요! (박수 치는)

은성 : (자기도 모르게 뿌듯하다는 미소로 환 보며 진심으로 열심히 박수치는)

환 : (은성 박수 소리에 돌아보는)

은성 : (환 시선에 머쓱해지는, 박수 줄어들고)

환 : (드디어 점장에게 인정받았다. 찡해지는, 꾸벅하며) 감사합니다.

점장 : 앞으로 잘 해 봅시다. 그리고 또 하나 좋은 소식이 있어요. 신인동 공장에서 납품 의뢰가 왔어요.

은성 : 신인동이요?

점장 : 공장 직원 350명 하루 두 끼 식사 제공하는 식당이 있답니다. 내일 모레 점심 때 와달라니까,

         담당자들 시식용 포장해서 가도록 해요.

은성 : (너무 좋은, 손뼉 치며 웃고)

환 : 거기 내가 우편으로 제안서 보낸 곳인데? (좋아서 웃는)

 

 

S#20. 매장 앞 계단

 

나오는 환, 가슴에 달린 스마일 뱃지 집어서 들여다본다. 자기도 모르게 웃음 나는 환, 혼자 웃다가 뚝 멈춘다.

 

환 : (어처구니없는 듯) 별 것도 아닌 게 사람 기분 좋게 만드네...

      (뱃지 놓다가 다시 집어 들어 보는, 아버지 생각에 표정 복잡해지고)

 

 

S#21. 환 집 주방

 

아일랜드 식탁 위에 제사 음식 만들 각종 원재료들 올려져 있다.

 

영란 : 아후... 이걸 언제 다 다듬고 씻고 해?...

표집사 : (남편 기일 배려하는) 다듬는 건 제가 해드릴 테니까, 씻는 것만 하십시오.

영란 : 진짜? 아니 왜?...

표집사 : (표정 없이) 그냥요.

영란 : 그냥? 어머 그러는 게 어딨어? 표집사가 그냥이 어딨어?

표집사 : (답답한 듯) 오늘은 그냥 날이 아니라... 돌아가신 부군 기일이잖습니까!

영란 : 어?... (했다가) 아- 우리 애들 아빠 제사라 나 봐주는 거야?

표집사 : 기일 지나시면 꼭 한번씩 호되게 앓으시니까요.

영란 : (놀라) 내가 그랬어?

표집사 : 한해도 안 빼놓고 일주일 안에 한번은 몸살 치르셨습니다, 십 삼년간요.

영란 : 어머머 표집사, 우리 집 온지 십 삼년이나 됐어?

표집사 : 예.

영란 : 진짜 오래됐다?... 근데 표집사 진짜 기억력 좋다? 그런걸 어떻게 기억해?

표집사 : 콩나물이나 씻으십시오. 시간 없습니다. (장거리 뒤적여 콩나물 꺼내주는)

영란 : 콩나물 씻어서는 왜 안 파나 몰라... (받아들고 싱크대로)

표집사 : (짠하게 보는)

 

 

S#22. 환 집 거실

 

들어오던 환과 은성, 집안에서 나는 음식 냄새에 멈칫한다.

 

은성 : 오늘 무슨 날인가... (주방 쪽으로 가며) 다녀왔습니다-

환 : (그대로 멈춰 서있는데)

영란 : (앞치마 입고 나오며) 어머, 진짜 일찍 들어왔네? 전화할라 그랬는데.

은성 : 오늘 무슨 날이에요?

영란 : (은성 무시하고) 환아 오늘 아버지 제산거 알지?

환 : 어.

은성 : (아버지 제사? 놀라서 환 보는)

영란 : 역시 할머니 말씀이 맞았네. 내가 미리 말해줄까 했는데, 할머니가 그러시드라. 환이가 지 애비 기일도 모르겠냐구.

환 : 있다가 내려올게. (올라가는)

영란 : 어 그래... (심란하게 보는)

은성 : 저... 제가 좀 도와드려도 돼요?

영란 : (싫지 않은) 니가?

 

 

S#23. 환 집 주방 (저녁)

 

표집사는 싱크대 쪽에서 산적 재고 있고 할머니, 제사 나물 무치고 있다.

은성, 영란과 식탁 한쪽에 앉아 전부치고 있다.

과거가 생각나는 기일이라 다들 말없이 각자 일만 하는 분위기.

 

은성 : (일하다 할머니 보는)

준세(E) : 환이 아버님이 환이 일곱 살 땐가 뺑소니 교통사고로 돌아가셨거든.

 

<12회 19씬에서>

할머니 : 이미 터진 심장을 칼로 또 난도질당하는 게 자식 잃은 부모 마음이야.

 

은성 : (짠하게 할머니 보는)

할머니 : (표정에 감정 드러내지 않으려 애쓰며 나물 무치는)

 

 

S#24. 환 방 (밤)

 

거울 앞에서 굳은 얼굴로 검정 양복 입고 있는 환, 단추 채우는데 손 떨린다.

 

 

S#25. 환 집 거실 (밤)

 

제사 지내고 있는 가족들. 할머니, 한쪽 소파에 앉아있고 영란과 정은 한쪽에 서서 눈물짓고 있다.

막 술 따르고 있는 환, 손 떨린다.

2층 계단 쪽에서 기웃 내려다보고 있는 은성. 위치 상 은성 시선으로만 환의 표정과 몸짓 보이는 설정.

아버지 죽음의 원인이 자신인데 그 사실을 숨기고 제사 지내는 게 고통스러운 환, 제사상에 술잔 올리려는데 손에 경련 일어난다.

안 보이게 할려고 얼른 힘 꽉 주었다 펴고 술잔 잡는데도 손과 턱 떨린다.

내려다보다가 그런 환 손과 표정보고 놀라는 은성. 뒤쪽에 있는 가족들은 그런 환 보지 못한다.

 

준세(E) : 환이 아버님이 환이 일곱 살 땐가 뺑소니 교통사고로 돌아가셨거든,

준세(E) : 지금까지 아무도 사고 내막을 몰라.

은성 : (환에게 뭔가 있구나... 느껴지는)

환 : (눈물 보이지 않고 절하는, 바닥 짚은 손 떨리고)

할머니 : (그리운 아들이다. 눈물 어려 있고)

 

 

S#26. 환 집 주방 (밤)

 

제기들 설거지하고 있는 은성, 옆에 쌓인 제기들 아일랜드 식탁에 갖다 놓다가 거실 기웃 내다본다.

표집사, 제기들 정리하다가 은성 보고.

 

 

S#27. 환 집 거실 (밤)

 

제사 마치고 찻상 앞에 둘러앉아 있는 가족들. 환, 어두운 얼굴로 말없이 앉아있다.

 

정 : 오빠, 몇 년 만에 아빠 제사 모신 기분이 어때?

환 : (멈칫해서 정 보다가 할머니 시선 느끼고 보면)

할머니 : (환 물끄러미 보는, 환을 보는 게 아니라 환을 통해 아들을 본다)

환 : (그런 할머니 시선 느끼는, 제일 고통스런 시선이다. 외면하고)

영란 : (이해 안 되는) 아니 도대체, 그이는 왜 그 밤길에 차를 세워놓고, 환이는 차 안에 두고 (강조) 왜, 길을 건넜을까?...

환 : (고개 약간 떨구는)

정 : 오빠, 뭐라도 떠올려 봐?

할머니 : (불쑥) 기억나는 거 없냐?

환 : (그렇게 묻는 게 처음이다. 놀라서 할머니 보면)

영란 : (얼른 말리는) 어머니?

할머니 : 환이 이제 애 아니다, 곧 장가 갈 나이야... 환아.

환 : (할머니 보는, 죄책감에 흔들리는)

할머니 : 할미는... 내 아들이 어떻게 떠난건지는 알고 눈감고 싶어. 언제든, 혹시라도 기억나면,

            할미... (의미 있는) 정신 있을 때 말해 다오.

환 : (어쩔 수 없이 작게 끄덕이는)

은성 : (그런 환 보고 있는, 맘 안 좋고)

 

 

S#28. 할머니 방 (밤)

 

아들 사진 보면서 눈물 흘리고 있는 할머니.

 

 

S#29. 환 집 뜰 (밤)

 

뜰 한쪽 벤치에 앉아서 눈물 참고 있는 환, 울 자격도 없다는 듯 목구멍까지 차오른 울음 꾹꾹 누르지만

기어이 올라오는 울음이다.

턱이 떨리도록 참다가 기어기 고개 떨구고 들썩이며 소리 없이 우는 환.

발코니에서 그런 환 내려다보고 있는 은성, 마음 아프다.

 

 

S#30. 환 집 외경 (다른 날, 아침)

 

 

S#31. 환 집 거실

 

소파에 앉아있는 할머니. 은성, 할머니가 사준 정장 차림으로 앞에 앉아있다.

 

할머니 : (은성에게 차키 내미는) 차 가져 가.

은성 : 차요?

할머니 : 외진데 있는 공장 간다며?

은성 : 점장님 차 빌려서 가기로 했어요.

할머니 : 집에 놀고 있는 차 있는데 뭐하러 점장 차를 빌려?

환 : (역시 정장 차림으로 내려오다 멈칫하는)

할머니 : 차 키 갖고 있다가, 앞으로 일보러 다닐 때 써.

은성 : (환 차다. 머뭇거리는데)

할머니 : 어서 받어?

은성 : (어쩔 수 없이 받는, 환 눈치 보면)

환 : (아무렇지 않은 척) 다녀와요. (나가는)

 

 

S#32. 2호 점 매장

 

주방 쪽에서 설렁탕과 김치 등 든 아이스박스 들고 나오는 수재와 환.

은성, 점장과 얘기하고 있다.

 

점장 : 준비물 다 챙겼어요?

은성 : 네. 다른 건 다 차에 실어놨고 이거만 가져가면 돼요.

점장 : 그럼 빨리 출발해요. 직원들 식사 끝나고 1시에 간부들이 시식한다니까. 수고해요, 선우환씨.

환 : (멈칫했다가) 다녀오겠습니다. (아이스박스 혼자 들고 나가며) 갑시다.

수재 : 잘하고 오세요.

은성 : 다녀오겠습니다. (나가는)

 

 

S#33. 2 호점 주차장

 

트렁크에 아이스박스 싣는 환. 은성, 차키 들고 기다리고 있다.

 

환 : (트렁크 닫으면)

은성 : (차 키 주며) 운전해요.

환 : 니가 해.

은성 : 여기 올 때도 내가 했잖아요? 원래 자기 찬데 왜 그래요?

환 : 할머니가 차 키 너한테 줬잖아.

은성 : 영업 나갈 때 쓰라고 주신 거에요, 나한테 주신 게 아니라.

환 : 어쨌든.

은성 : 그럼 갈 때는 그쪽이 하고, 올 때는 내가 하고, 번갈아 해요.

환 : (멈칫 보는)

 

 

S#34. 준세 레스토랑

 

한쪽에서 통화하고 있는 준세. 형진, 들어온다.

 

혜리 : 어서, (하다 형진 보고 흥, 돌아서는)

정 : (다른 쪽 서빙하고 있다)

형진 : 아- 진짜 눈치 보여 여기도 못 오겠네. (준세 옆으로 가는)

준세 : 예, 선배님. 잘 부탁해요, 아, 그리고 내가 연결해 줬다는 말은 절대 하시면 안 됩니다!... (끊는데)

형진 : (들었다. 탁 앉으며) 이번엔 또 누구 부탁을 어디에 하시나?

준세 : (보는) 웬일이야?

형진 : (황당한) 형 요새 진짜 정신은 팔아 먹었구나? 아침에 내가 분명히 점심 먹으러 올 거라고 했잖아?

준세 : 그랬나?

형진 : 현장 근처라 당분간 자주 올 거라고도 했는데? (서운한 듯) 아주 재벌녀하고 연애를 하시드니,

         별거 없는 후배는 뵈지도 않는구나.

준세 : (기억난다. 한 대 콱 쥐어박으며) 주문이나 해. (혜리 쪽 보는데)

형진 : (얼른 잡으며) 아니 아니 나 쟤 말구, 정이한테 주문할게. (정 쪽 관심으로 보는)

준세 : (돌아보고) 정이 일하고 있잖아. (일어나서) 혜리씨! 주문 좀 받아줘요. (실내 쪽으로 가고)

형진 : (눈 감으며) 으...

혜리 : (떨떠름한 얼굴로 다가오는) 주문, 하시죠?

형진 : (눈뜨고) 메뉴판을 줘야지.

혜리 : 지? 난 그쪽 동생도 친구도 아니니까 말꼬리 자르지 말라고 했는데? 지난 번에?

형진 : 됐어! 너한테 주문 안해! 정아-

정 : (오는) 형진 오빠 왔네?

형진 : 정아, 니가 내 주문 좀 받아주라. 서빙도 니가 해줘?

정 : 싫어! 오빠 돈 안내고 먹는 손님이잖아. (홱 가는)

형진 : (벙한데)

혜리 : (빈정대는 미소로) 어떡하실래요? 직접 주방에 가서 주문하시고 받아다 드실래요?

형진 : (고개 젓는) 아니요? 그냥 아무거나 주세요.

 

 

S#35. 공장 앞

 

관내 외곽지역의 제법 큰 규모의 공장.

환 차 와서 선다. 차에서 내리는 은성과 환, 공장 둘러본다.

 

은성 : 크다?...

환 : 여기, 내가 제안서 보냈다?

은성 : 한번만 더 말하면 열 번 채우겠네. 빨리 짐이나 내려요.

 

 

S#36. 공장 식당

 

테이블에 앉아서 설렁탕 시식하고 있는 관계자 네 명, 거의 먹고 있다.

옆에 휴대용 가스버너에 작은 육수 용기 올려져있다.

긴장해서 보고 있는 은성과 환.

 

공장장 : 진국이면서도 깔끔하네. (다 먹은 듯 수저 놓는)

직원1 : 전 이 집 가끔 가서 먹어요, 공장장님.

은성 : (얼른 물컵 내미는)

공장장 : 고마워요.

환 : (사골 뼈 품질 보증서 내밀며) 30개월 미만의 허벅지 뒷뼈만 사용합니다. 양지도 최상급이구요.

공장장 : (들여다보는) 단가표도 봅시다.

은성 : 여기 있습니다. (내밀며) 저희 매장에서 직접 만든 수정과도 식후 서비스로 제공해 드릴 거에요.

공장장 : (끄덕이며 살펴보는)

환, 은성 : (긴장해서 서로 쳐다보는)

 

 

S#37. 공장 앞

 

아이스박스 든 환과 육수 통에 식기들 든 짐 양손에 든 은성, 신나는 얼굴로 안에서 나온다.

차로 가면서 얘기하는 둘.

 

은성 : 일주일에 380명씩 4주면 몇 그릇이에요?

환 : (안에서 계산 끝났다) 산수도 못하냐? 1520 그릇.

은성 : 너무 좋아서 머리가 멍한 거거든요?

환 : 암튼 그 1520 그릇 매출은 내가 올린거다?

은성 : 진짜 오늘 백번 채우겠네.

사장 : (30대 중반, 차타고 들어오는)

환 : (차 앞에서 짐 놓고 차키 꺼내 트렁크 열고 차키 주며) 갈 땐 니가 해.

은성 : (짐 놓고 받으며) 그러기로 하고 왔거든요?

환 : (트렁크 뚜껑 열며) 한마디도 안지지.

은성 : 짐이나 실어요.

둘 : (나란히 짐들 트렁크에 넣는 동안)

사장 : (차에서 내려서 안쪽으로 가는데)

직원 : (연락 받고 나온듯 사장에게 다가가며) 늦으셨네요, 사장님.

둘 : (짐 넣다가 사장님 소리에 서로 쳐다보는)

은성 : 인사하고 가야겠다. (그 쪽으로 돌아서는)

환 : (같이 그쪽으로 막 가려는데)

사장 : 내 후배 소개로 온 진성 직원들은 갔어?

은성, 환 : (어? 서로 쳐다보는)

직원 : (둘 보는) 저기 있네요.

은성, 환 : (일단 인사하는) 안녕하세요?

사장 : 아, 이 친구들이었구만. (하면서 둘 번갈아 보는)

환 : (의아한 얼굴로 사장 보는)

 

 

S#38. 지방도 + 환 차 안

 

운전하는 은성. 옆 좌석에 앉은 환, 자존심에 상처입고 치솟은 질투, 화로 은성과 다투고 있다.

 

환 : 박준세가 소개했는데 니가 모르고 왔다는 게 말이 돼?

은성 : 정말 몰랐다니까요?

환 : 며칠 전에 준세 형이 너 만나러 온 날, 이 공장 연락 받았어!

은성 : 준세 오빠가 나한테 대놓고 소개해 줄 사람이에요?

환 : (울컥해서) 박준세 엄청 인정하네. 준세 형이 그렇게 대단하냐?

은성 : (황당한 듯 돌아보면)

환 : (얼른 속 감추며) 여기 납품 취소해!

은성 : (기막힌) 어떻게 취소를 해요? 이미 계약서 쓰고 왔는데 우리 쪽에서 안 한다 그럼, 회사 이미지가 뭐가 돼요?

환 : 우리 회사 보고 해준 게 아니잖아! 준세 형 보고 해준 거지!

은성 : 아까 사장님이 한말 못 들었어요? 진성에서 온 우편물 먼저 보고 설렁탕 넣어볼까 했는데,

         마침 준세 오빠 연락 받았다잖아요!

환 : 어쨌든 박준세가 낀 거잖아! 왜 하필 준세 형이야? 왜!

은성 : 대체 준세 오빨 왜 그렇게 싫어해요?

환 : (멈칫하는)

은성 : 정이 때문에 그래요?

환 : 됐어! 납품 취소하면 그만이야.

은성 : 회사 이름으로 도장 찍은 거라 취소 못해요!

환 : (어깃장 놓는) 너 준세 형 도움 받아서라도 그렇게 매출 달성하고 싶냐?

은성 : (화나는) 뭐라구요?

환 : 그렇게 수단방법 안 가리고 할머니 유산 받고 싶냐구! 할려면 정정당당하게 해!

은성 : (도저히 못 참겠다. 갑자기 옆으로 차 확 세우는, 저만치 앞에 커브길 있다)

환 : (놀라서 은성 보면)

은성 : (안전벨트 탁 풀며) 운전하고 가요, 난 버스 타고 갈 테니까!

환 : (놀라는데)

은성 : (차에서 내린다. 화나서 벌써 저만치 앞으로 씩씩 걸어가는)

환 : (차에서 내리며) 야!

은성 : (들은 척도 안하고 빠르게 가버린다)

환 : (뛰어가 잡을 순 없다. 운전석으로 가서 타는, 차 몰고 은성 옆쪽으로 간다. 차창 내리고) 타!

은성 : (더 빠르게 가는)

환 : (다시 은성 옆으로 가서) 타라구!

은성 : (멈칫 서는)

환 : (차 세우는데)

은성 : (갑자기 환 차 앞으로 가로질러 차 길 건너는)

환 : (놀라 차에서 내리며) 어디 가!

은성 : (차 길 중간에서 홱 돌아서 환 보며) 나도 정정당당하게 하고 싶어! 준세 오빠한테 부탁한 거 아니라잖아!

환 : (덜컥해서 차 문 열며) 위험하잖아! (내리는데)

은성 : (해대는) 내가 그렇게 철면핀 줄 알아요? 그쪽한테 순간 순간 미안해요, 나두!

 

은성 뒤쪽 커브 길에서 막 커브 돌아 나오는 트럭 앞부분 보인다.

순간 시야 하얗게 변하는 환.

 

 

S#39. 국도 + 민석 차 안 (밤)

 

깜깜한 지방도. 불빛 하나 없이 어두운 길 헤드라이트에 의지해 천천히 운전하는 아빠

뒷좌석에 앉아있는 환, 있는 대로 풀죽어서 열린 차창으로 모형 배 내밀고 창밖 바람에 흩날리는 천 돗 바라보고 있다.

 

민석 : (백밀러로 보며 미안한) 미안하다 환아, 다음 주에 꼭 다시 오자.

환 : (너무 화나서 풀죽은) 아빠는 거짓말쟁이야...

민석 : (안타까운) 공장장 아저씨 아버님이 돌아가셔서 꼭 가야 돼.

환 : 맨날 설렁탕만 만들러 가고! 낚시 캠핑도 두 번이나 어기고!

민석 : (사이드 밀러 보며) 위험하니까 손 내밀지 마. (커브길 도는데)

환 : (일부러 더 길게 내밀다가 배 떨어뜨린다) 어?

민석 : 왜?

환 : (놀라) 아빠! 내 배 떨어졌어!

 

얼른 한쪽에 차 세우는 민석.

세우자마자 차문 열고 튀듯 내려서 뒤쪽으로 배 찾아서 뛰어가는 환.

 

민석 : (놀라 얼른 차 문 열며) 환아!

환 : (귀에 안 들린다. 아끼는 배다. 뛰어가면서 보면 저만치서 희미한 흰 배 보인다)

민석 : (내려서 뛰어오며) 환아! 아빠가 찾아줄께!

환 : (배집어 드는, 불쑥 뭔가 생각난 듯 민석 반대편으로 더 뛰는)

민석 : (어둠 속이라 잘 안 보이는) 환아!

환 : (더 뛰어가며) 난 안가!

민석 : 환아! 얼른 이리 와!

환 : (딱 멈추고 아빠 쪽 향해 돌아서는) 아빠는 거짓말쟁이야!

 

저만치 환 뒤쪽 커브길 하늘 쪽으로 트럭 헤드라이트 불빛 보인다.

 

민석 : (놀라) 환아! 위험해! (달려오는)

환 : (뒤쪽이고 어린 나이라 의식 못하는) 안 간다니까!... (하는데 갑자기 나타난 불빛에 앞에서 달려오고 있는 아빠 보인다.

      어? 돌아보는데)

 

막 커브길 돌아 달려오고 있는 덤프트럭 헤드라이트에 불빛 확 눈에 들어온다.

눈부신 듯 눈 감는 환. 동시에 환에게 달려와서 환 밀치는 민석.

그 위로 들리는 빵- 무서운 경적소리.

 

 

S#40. 국도 (현재, 회상 끝나고)

 

회상에 이어서 은성 뒤에서 달려오며 빵- 경적 울리는 트럭.

동시에 ‘은성아!’ 하며 은성 향해 뛰는 환. 동시에 경적 소리에 뒤돌아보는 은성.

트럭, 은성 보고 브레이크 밟지만 이미 덮칠 듯 다가온다.

달려드는 트럭 보지만 너무 놀라 눈 질끈 감는 은성.

순간, 달려와서 은성 팔 확 잡아채는 환, 은성 얼싸안듯이 안고 돌듯이 비틀대며 몇 걸음 물러선다.

화난 듯 빵- 경적 한번 더 울리고 지나가는 트럭.

너무 놀란 은성, 얼결에 환에게 안긴 채 눈 감고 있는데...

격하게 뛰는 환 심장소리와 거친 숨소리 느끼는 순간 은성 확 밀쳐내는 환.

 

은성 : (놀라서 환 쳐다보면)

환 : (있는 대로 소리 지르는) 야 이 기집애야! 너 미쳤어? 너 뭐야! (눈물까지 어려) 니가 뭔데! 내 눈 앞에서 또,

      나 도는 거 보고 싶어!

은성 : (벙해서 그런 환 보는) 미안해요, 뒤에 차오는 줄 몰랐어요.

환 : (숨 헐떡대며 눈물 어린 눈으로 보는) 너...

은성 : (너무 심한 반응에 놀라 보다가 멈칫, 뭔가 느껴지는)

 

<18회 27씬에서 ‘내 아들이 어떻게 떠난 건지는 알고 눈감고 싶어’ 하던 할머니>

<18회 25씬에서 ‘술잔 올릴 때 경련 일던 환의 손과 표정’>

 

은성 : (자기도 모르게) 아버지 사고... (하는데)

환 : (뚝 굳어지는)

은성 : (그렇구나, 눈물어려) 미안해요...

환 : (은성에게 들켜버렸다. 확 뒤돌아 갓길로 가는, 쉽게 가라앉지 않아 등 돌린채 숨 진정시키는데)

 

주춤 주춤 다가가는 은성, 맘 아프다. 자기도 모르게 위로해주려고 환 어깨에 손대려고 다가가다 멈춘다.

머뭇거리다 손 내리는 은성.

 

 

S#41. 도로

 

운전하면서 환 보는 은성. 환, 눈감고 입 꾹 다물고 있다.

 

 

S#42. 매장 주차장

 

서있는 환 차, 트렁크 열려있다. 짐 꺼내들고 은성 쳐다도 안 보고 들어가 버리는 환.

은성, 착잡하게 보다가 남은 짐 꺼내든다.

 

 

S#43. 점장실

 

점장과 수재 앞에 시무룩하게 서있는 은성과 환.

 

점장 : 축하해요, 첫 계약.

수재 : 저두요.

은성 : 감사합니다...

환 : (입 꾹 다물고 서있는)

점장 : 두 사람 무슨 일 있었어요?

환 : 나가봐도 됩니까?

수재 : 혹시 사랑싸움?

환 : (수재 무섭게 일갈하는)

수재 : (헉, 입 다무는)

점장 : (뭔가 심상치 않은 듯) 뭐, 점심 타임 지나면 두 사람 자유영업이니까 알아서들 해요.

환 : (꾸벅) 낼 뵙겠습니다. (휙 나가는)

은성 : (맘에 걸려서 돌아보는)

 

 

S#44. 매장 앞

 

화난 얼굴로 나오는 환.

뒤따라 나오는 은성, 뭔가 말이라도 하려고 한걸음 다가가가 멈칫 서는데 핸드폰 울린다. 보면 ‘인영’ 떠있다.

 

 

S#45. 준세 레스토랑 일각

 

들어오는 은성. 준세, 은성 보고 뜻밖인 듯 다가온다.

실내에서 나오다가 둘 보고 멈칫 서는 정.

 

준세 : 혜리씨도 쉬는 날인데, 웬일이야?

은성 : 인영이가 여기서 만나자 그래서요. (하다 정 보는, 이크 하는)

정 : (흥, 보고 가버리는)

준세 : (보고) 혜리씨 쉬는 날이라 몇 시간만 더 하기로 했어. 근데 표정이 왜 이래? 뭐... 일이 잘 안됐어?

은성 : (멋쩍게 웃으며) 오빠, 왜 그랬어요?

준세 : (멈칫하는)

 

<시간 경과>

테이블에 마주 앉아있는 은성과 준세.

 

준세 : (관심은 환이다) 그래서 환이가 많이 화났어?

은성 : (당연하다는) 자기가 먼저 접촉했던 곳이니까, 미안했어요.

준세 : (미안했다는 말에 멈칫, 은성 보면)

은성 : 왜 오빠가 소개하는 거라고 얘기 안했어요?

준세 : 얘기했으면 안 갔을 테니까.

은성 : (뭐라고는 못하고) 내 힘으로 해보고 싶다고 했잖아요...

준세 : 사업이나 영업은, 혼자 힘으로 하는 게 아니야. 동업자든 친구든, 선후배든, 다 서로 도움 받고, 내가 줄 수 있는 도움 주고,

         그러면서 하는 거야. 그것도 사업능력 중에 하난 거야.

은성 : 할머니가 나한테 원한 건 혼자 힘으로 해내라는 거라고 생각했어요.

준세 : 그렇진 않으실 거야. 할머니도 주고받을 줄 아시는 분이니까.

은성 : 또 그러진 마요?

준세 : 대신 필요하면 얘기 해.

은성 : (미소로) 마음만 고맙게 받을께요.

인영 : (들어오는) 은성아-

은성 : (보는, 미소로 손들어 보이면)

준세 : (일어서며) 친구 왔네, 나중에 보자. (인영에게 미소로 목례하고 가는)

인영 : (웃으며 인사하고 은성 자리로 오는) 아주 여기서 사는구나?

은성 : 혜리 집에서 보자니까, 혜리 기다리는데.

인영 : 혜리 나 싫어하는데 무슨 집까지 놀러가니?

정 : (은성 자리라 뿌해서 다가오는, 메뉴판 내밀며) 주문하세요.

인영 : 우리 이 집서 제일 맛있는 거 주세요. 재벌 친구, 니가 살 거지?

정 : (확 굳어지는)

은성 : (놀라) 인영아! (정에게) 미안해, 조금 있다 주문할게.

정 : 기가 막혀서... (화나서 가버리는)

인영 : 너 아는 애니?

은성 : (약간 화내는) 인영아, 너 왜 이래?

인영 : (황당한 듯) 내가 뭘? 야, 너 이정도 됐으면 니가 사는 게 당연한 거 아니니?

은성 : (정색하는) 나 재벌 아니고, 이럴려고 할머니 유산 받겠다고 한 것도 아냐.

인영 : (확 기분 나쁜) 이럴려고? (기막힌) 너 나한테 밥 한 끼 사는 게 그렇게 아깝니?

은성 : 그런 게 아니라, 아직 받은 것도 아니고... (하다) 나, 내 맘대로 돈쓰고 싶어서 유산 받겠다고 한 거 아냐.

인영 : 고은성, 좀 솔직해져라. 너 진짜 진성 할머니 그 거창한 뜻 받들고 싶어서 유산 받겠다 그런거야? 아니잖아.

은성 : 그게 무슨 말이야?

인영 : 솔직하게, 그냥 돈이 좋아서 받는 거라고 해. 왜 아닌 척 내숭을 떠니?

은성 : (화나는) 잘 모르면서 그렇게 말하지 마!

인영 : 니가 평소부터 자선사업에 뜻이 있었던 애도 아니고, 멀쩡한 그 집 손자 손녀 돈 뺏는 거면서, 사람들 다 붙잡고 물어봐?

         돈 욕심 없이 남의 눈에 피눈물 내는 게 쉽니?

은성 : (기막혀 보는)

 

 

S#46. 환 집 동네 길

 

혼자 천천히 걸어서 집으로 향하는 환, 자기만의 비밀 들키고 착잡한데 핸드폰 울린다. 보면 ‘영석’ 떠있다.

 

환 : (받을까 말까하다 받는) 왜.

영석(휠) : 환아, 나 좀 도와주라!

환 : 뭐?

영석(휠) : 아니 살려주라, 어?

 

 

S#47. 영석 바 앞

 

기분 별로인 얼굴로 다가오던 환, 멈칫 선다. 은우 데리고 나와 있는 영석.

 

환 : (영문 몰라) 얜 왜 데리고 나와 있어?

영석 : 갑자기 위생 검사 나온다는데, 청소는 해야겠는데, 얘 데리고 대청소를 어떻게 하냐?

환 : (설마) 뭐?

영석 : 두 시간만 데리고 나가서 놀아주라.

환 : (기겁해서) 얘를 데리고 어딜 가라구!

영석 : (급히 2만 원 꺼내주며) 이것 저것 좀 사 먹이고, 밥도 사먹고 하다 들어와. 영재야, 형 말 잘 들어라? (돌아서는)

환 : 야! 진영석!

영석 : (돌아보며) 올 때는 피아노 치러 집에 가자! 이러면 돼. (안으로)

환 : (화나는) 저 자식이? (따라 들어가려는데)

은우 : (환 팔 붙잡는)

환 : (멈칫 돌아보면)

은우 : (해맑게 웃으며) 라면 형아...

환 : 라면? 너 나 기억하냐?

 

 

S#48. 웨스턴 돔 혹은 거리

 

양 옆으로 화려한 상가들 보고 좋아서 어쩔 줄 모르는 은우.

환, 왔다 갔다하는 은우 쫓아다니느라 정신없다.

 

환 : (팔 잡고) 임마! 나 누구 쫓아다니는 거 진짜 취미 없거든?

은우 : (다른 가게 가리키며) 이뻐!... (또 가려면)

환 : (안되겠다) 어이 피아노!

은우 : (피아노 소리에 돌아보면)

환 : 우리 뭐 먹자, 어? 너 뭐 먹고 싶어?

은우 : (카폐 앞으로 달려가는, 입간판 보고 뭔가 가르키며) 맛있는 거 먹으러 가자.

환 : 휴... (하고 보는)

 

 

S#49. 카폐

 

맛있게 먹고 있는 은우. 환, 음료수 마시고 있다.

 

환 : (그런 은우 보다가) 자식 맛있게도 먹네... 피아노!

은우 : (먹다가 보면)

환 : 나 아는 사람도 너 같은 동생 있어. 걔도 피아노 좋아 한다드라.

은우 : 피아노... 좋아.

환 : 넌 피아노만 좋냐? 여자 좋아해 본적은 없어?

은우 : 피아노가 좋은 거야.

환 : 좋겠다, 피아노 좋아해서. 피아노는 널 싫어하진 않지?

은우 : (다시 먹는)

환 : 너, 너를 싫어하는 사람 좋아하는 기분 모르지?

은우 : (먹다가 보는)

환 : (은성 얘기하고 싶은) 내가 아는 여자 중에 스파이라고 있거든?

은우 : (스파이라는 말이 재밌다. 웃으며) 스파이- 스파이, (어감이 이쁘다는) 이뻐.

환 : 자식, 보지도 않고서 이쁜 건 어떻게 알았냐?

은우 : 스파이... (다시 먹고)

환 : 그래, 스파이처럼 정체 모를 여잔데... 문제는, 같이 있다 보면 그걸 자꾸 잊어버린다는 거지...

은우 : (탁자 위 그림 정도에 관심 쏠려있고)

환 : (그런 은우 보며) 말했드니 속이 다 시원하네.

은우 : 스파이... (해맑게 웃는)

 

 

S#50. 부암동 방 (저녁)

 

열 받아서 은성 바라보는 혜리.

 

혜리 : 인영이 이거 나한테 한번 맞아야겠네.

은성 : 혜리야, 나... 할머니 유산 받는 거 그만 둘까봐.

혜리 : (말도 안 된다는) 인영이 말이 그렇게 걸려? 신경 쓰지 마. 걔 샘나서 그러는 거야, 배 아파서.

은성 : 인영이 말도 걸리고, 그 사람한테도 점점 미안해져.

혜리 : 뭘 미안해져? 할머닌 원래 손자한테 물려줄 거 아니었다면서? 그리고 좀 미안하면, 그 인간이 너한테 한 짓을 생각해.

은성 : 그러니까 더 그래.

혜리 : 뭔 말이야?

은성 : 그랬던 사람이... 사람이 저렇게 변할 수도 있구나, 그렇게 변했어. 막 애쓰 는 거 보면, 안됐기도 하고

         어쩔 땐 뿌듯하기도 하고, 그러다 미안해지고... 자꾸 마음에 걸려.

혜리 : 마음에 걸려? (갸웃하는) 어라? 너 좀 이상하다?

은성 : (보면)

혜리 : 너 지금 말하는 내용으로 보면, 꼭 좋아하는 사람 때문에 괴로워하는 건데, 니가 그 사람을 좋아할 리도 없고!...

         (하다가 은성 탁 보는) 없고는 아니네? 야 고은성?

은성 : (말도 안 된다는) 야 아냐? 그 사람 승미랑 사귀는 사람이야. 말도 안 되는 소리하구 있어.

혜리 : 승미가 좋아하는 사람 아니라, 그 누가 좋아하는 사람이라도, 좋아질 수는 있는 거야.

은성 : (멈칫 보다가 강한 부정) 절대 아냐!

혜리 : 너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 인간이라면 이 갈았어. 근데 마음에 걸려?

은성 : 싫은 게 없어진 거지, 그런 건 아냐!... 아닐 거야...

 

 

S#51. 승미 집 거실 / 환이 있는 곳 (저녁)

 

환과 통화하고 있는 승미.

 

승미 : 영석씨 사촌 동생을 봐주고 있다구? 오빠가? (하는데)

백성희 : (아픈 듯 거의 쓰러질 듯 들어온다)

승미 : (돌아보는, 엄마 기색보고 얼른) 오빠, 엄마 들어오셨거든? 있다 다시 전화할게. (끊는데)

백성희 : (소파로 와서 앉으며) 승미야, 약 좀 갖다 줘.

승미 : 엄마 어디 아퍼?

백성희 : 몸살인가... 춥고 열나고 그러네.

승미 : (놀라) 병원 가야 되는 거 아니에요?

백성희 : 그 정돈 아냐, 몸살이야.

승미 : 그럼 방으로 들어가 누워요, 내가 약 갖고 갈게.

 

 

S#52. 승미 집 안방 (저녁)

 

침대에 앉아서 약 먹는 백성희. 승미, 옆에 앉아있다.

 

백성희 : (물 컵 건네는)

승미 : (받아서 협탁에 놓고) 얼른 누워, 엄마. (부축해 눕히면)

백성희 : (끙... 눕는, 눈 감고)

승미 : (맘 안 좋은) 내가 괜히 얘기했나봐, 엄마한테.

백성희 : (눈 뜨는) ...

승미 : 환이 오빠가 은성이 좋아한단 말 듣고부터 엄마 힘들어했잖아. 아버지 일만으로도, (하는데)

백성희 : (아픈 와중에도 버럭) 그 아버지 소리!

승미 : 알았어요, 안 할게. 미안해요...

백성희 : (그간의 일들로 지친 상태지만) 엄마 괜찮아... 괜찮을 거야. 가서 쉬어. (눈감는)

승미 : (맘 안 좋아 보는)

 

 

S#53. 거실

 

안방에서 나오는 승미. 소파에 두고 간 백성희 가방 안에서 핸드폰 진동으로 울린다.

 

승미 : (와서 가방에서 핸드폰 꺼내드는, 보면 ‘실장’ 떠있다. 대리점 실장으로 알고 일단 받는) 예, 실장님.

남(휠) : 죄송합니다, 여사님.

승미 : (멈칫하는)

남(휠) : 대구부터 부산까지 다 뒤졌는데 고은우 못 찾았습니다.

승미 : (고은우? 놀라 눈 커지는)

 

 

S#54. 안방 (밤)

 

약기운에 취해 잠들어 있는 백성희, 식은땀도 맺혀있다.

어둠 속에서 그런 엄마 보고 서있는 승미, 석고상처럼 굳은 얼굴이다.

 

 

S#55. 2호 점 (다음 날)

 

남자 동행 한명과 마주 앉아서 설렁탕 먹고 있는 강만호.

은성, 다른 테이블에 서빙하고 있다. ‘맛있게 드세요-’ 하고 돌아서는 은성.

강사장 동행, 김치 더 먹으려고 김치통 여는데 거의 없다.

 

남자 : (은성 쪽 향해) 여기 김치 좀 더 줘요!

은성 : (얼른 다가오는, 열린 김치통 보고 놀라) 죄송합니다, 손님. 점심시간이라 손님이 밀려서 김치통 확인을 미처 못했어요.

         (꾸벅하며) 죄송합니다.

강만호 : (먹다가 무심히 은성 보는, 다시 먹다가 멈칫)

은성 : (빈 김치통 꺼내며) 금방 갖다 드릴께요. (돌아서는데)

강만호 : 잠깐만.

은성 : (돌아서며) 네?

강만호 : 혹시... (하다 은성 명찰 보는, 확인하고 은성 보며) 너... 고평중이 딸이지?

은성 : (보는, 잘 모르겠는데)

강만호 : 나, 니 아버지 친구, 만호 아저씨다. 너 중 3땐가 봤는데, 기억 안 나지?

은성 : (기억나는, 꾸벅) 안녕하셨어요?

강만호 : 근데 너, (이해 안 되는) 여기서 일하는 거냐?

은성 : 네...

환 : (빈 그릇들 들고 오다 보는, 누구야? 보고)

 

 

S#56. 옥상

 

마주 앉아있는 은성과 강만호. 은성, 잘 아는 사람 아니어서 어색하고 자세한 속사정 얘기까진 할수 없는 분위기.

 

강만호 : 그럼 아버지 죽자마자 새엄마랑 헤어진 거야?

은성 : 네...

강만호 : (기막힌) 난 평중이 죽었다는 연락도 못 받아서 장례식도 못가고, 나중에 알아봤더니 벌써 이사 가고 없잖아.

은성 : 예...

강만호 : 사고 보상금에 생명보험금까지 그 많은 돈이 빚 갚는데 다 들어간 거야?

은성 : (영문 몰라) 생명 보험금이요?

강만호 : 니 아버지 생명 보험 들어 놓은 거 말야.

은성 : 아빠... 그런 거 없었어요.

강만호 : 그래?... (갸웃하며) 평중이가 분명히 보험금 얘길 했었는데?...

 

 

S#57. 회상 (1회 28씬 사장실)

 

고평중 : (눈물 어려) 나... 어제 30년 거래 은행에서 거절당하고 죽을 생각했다.

강사장 : (놀라) 야 고평중!

고평중 : 나 죽으면 나올 보험금 생각나드라구. 나만 쳐다보는 마누라에 새끼들... 그 돈이면 비참하겐 안 살겠다 싶은데...

            (메이는) 자살은 보험금도 안 나오잖냐.

 

 

S#58. 옥상

 

놀란 얼굴로 강만호 보고 있는 은성, 아빠 가슴 아픈 얘기에 눈물 어려 있다.

 

은성 : (가슴 아픈) 아빠가... 그런 말씀을 하셨어요?... (눈물 툭) 우리 때문에 자살 생각까지 하셨대요?

강만호 : 그래, 그러면서 분명히 보험금 얘길 했어. 니 새어머니도 모르시디?

은성 : (눈물 어려 보며) 네, 그런 말씀 없으셨어요.

강만호 : 아- 그럼 이 친구, 집에다 얘길 안했나? (하다) 그럼, 한번 알아봐.

은성 : (? 보는)

강만호 : 금융감독원이나 생명보험협회에 알아보면 확인할 수 있어.

 

 

S#59. 승미집 거실

 

겨우 일어난 듯 잠옷 차림으로 주방에서 커피 잔 들고 오는 백성희, 소파에 앉는다.

차 마시면서 생각에 잠기는 백성희, 생각난 듯 가방에서 핸드폰 꺼내든다.

 

백성희 : (핸드폰 통화목록 죽 확인해 보는, 부재 통화 두 통화에 ‘실장’은 없다) 이 사람 왜 연락이 없어...

            (단축 버튼 누르면 ‘실장’ 뜬다. 잠시) 이봐요, 왜 중간 연락을 안 해줘?... (잠시) 했다니? 뭐라구요?...

            (잠시, 기겁해서) 우리 딸한테 얘길했다구?

 

 

S#60. 진성 식품 건물 창가

 

자판기 커피 잔 든 채 멍하니 창밖 바라보고 있는 승미.

 

 

S#61. 금융감독원 외경 (혹은 생명보험협회)

 

 

S#62. 금감원 민원실

 

조회 시스템 앞에서 조회하고 있는 은성, 의심과 설마... 반반으로 잔뜩 긴장해있는데

조회 화면에 고평중 명의의 생명보험 가입 사실 나타난다. 사실 확인하고 놀라는 은성.

 

 

S#63. 생명 보험 회사 사무실

 

담당자 앞에서 긴장한 얼굴로 앉아있는 은성. 담당자, 컴퓨터 조회하고 있다.

 

담당자 : 고평중씨 생명보험 가입하셨던 거 맞으시구요, 전액 지급 된 걸로 나오네요.

은성 : (놀라) 지급 됐다구요?

담당자 : 네, 백성희씨 통장으로 입금 됐는데요?

은성 : (안 믿기는) 누구... 방금 누구라고 하셨어요?

담장자 : 백성희씨요. 상속인 고은성씨 고은우씨 대리인으로 필요한 서류 갖춰 오셔서 전액 그 분 통장으로 입금해 드렸어요.

은성 : (경악하는데서 엔딩)

 

<18회 엔딩>

 

 

 

 

 

 

 

 

 

 

 

 

 

 

 

 

 

 

 

 

 

 

 

 

 

 

 

 

 

 

 

첨부파일 찬란한유산18.tx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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