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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란한 유산] 19

작성자수다쟁이|작성시간12.08.17|조회수881 목록 댓글 0

[찬란한 유산] 19

 

 

 

 

 

 

 

 

 

 

S#1. 생명 보험 회사 사무실

 

담당자 앞에서 긴장한 얼굴로 앉아있는 은성. 담당자, 컴퓨터 조회하고 있다.

 

담당자 : 고평중씨 생명보험 가입하셨던 거 맞으시구요, 전액 지급 된 걸로 나오네요.

은성 : (놀라) 지급 됐다구요?

담당자 : 네, 백성희씨 통장으로 입금 됐는데요?

은성 : (안 믿기는) 누구... 방금 누구라고 하셨어요?

담당자 : 백성희씨요. 상속인 고은성씨 고은우씨 대리인으로 필요한 서류 갖춰 오셔서 전액 그 분 통장으로 입금해 드렸어요.

은성 : (경악하는)

담당자 : (은성 기색 이상한 듯 보면)

은성 : (퍼뜩 정신 차리고) 대리인 서류라는 게... 어떤 건데요?

담당자 : 고은우씨는 미성년자라서 후견인 서류 하구요, 고은성씨 인감증명 첨부된 위임장이요.

은성 : (놀라) 제 위임장이요? (멈칫하는)

 

 

S#2. 은성 옛집 은성 방 (회상)

 

아빠 장례 치르고 돌아온 듯 상복 그대로 침대에 누워있는 은성, 거의 실신 직전 상태다.

평상복으로 옷 갈아입고 들어오는 백성희, 자기가 손으로 쓴 인감증명 발급용 위임장 한 장 들고 들어온다.

 

백성희 : 옷이라도 갈아입고 누워있지 그러니?

은성 : (눈물만 하염없이 흘리고 있고)

백성희 : (침대에 앉으며 한숨 내쉬고) 잠깐 일어나서, 이거 써주고 다시 쉬든가 해. (별거 아닌 듯 툭 내밀며) 위임장이야.

            이것저것 니 아빠 사망 뒤처리 할려면 니 인감증명 필요하드라.

은성 : (귀에 안 들리는 듯 멍하니 있는)

백성희 : 장례식장에 빚쟁이들 몰려온 거 못 봤니? 당장 오늘 낼 집으로 몰려들 오면 니 아빠 사고 보상금이라도 받아서

            줘야 할 거 아냐!

은성 : (돌아보면)

백성희 : (답답하다는 듯 소리치는) 니가 다니면서 처리할 자신 없음 이거 쓰라구!

은성 : (힘없이 일어나 앉는)

백성희 : (위임인 고은성, 수임인 백성희와 날짜 등과 ‘인감 증명 발급을 위임함’ 이라고 자기가 쓴 위임장 내밀며) 이대로 쓰면 돼.

            (책상 위에서 은성 노트 집어서 펼쳐 내미는)

은성 : (보는, 백성희가 쓴 대로 빈종이 맨 위에 ‘위임장’ 쓴다)

 

 

S#3. 사무실 앞

 

경악한 얼굴로 나오는 은성, 멍하니 멈춰 선다.

 

<2회 22씬에서>

백성희 : 더 뒤져 찾아낼 거 있을 거 같음 그냥 가시고, 아니면 지금 이 자리에서 차용증 비율대로 빚잔치 하자구요.

 

담당(E) : 위임장에 적힌 핸드폰으로 고은성씨 본인하고 통화 확인까지 한 걸로 나옵니다.

은성 : (현재, 보험금 때문에 그렇게까지 했구나... 너무 큰 충격에 속 뒤집어지는, 한쪽으로 가서 헛구역질 해댄다)

 

 

S#4. 교회 앞

 

벧엘 교회 정도의 큰 교회 앞에 제안서 담긴 서류봉투 들고 서 있는 환, 5시 17분 가리키는 시계 본다.

 

환 : (화보다 궁금한) 얘 왜 안 와... (양쪽 번갈아보는)

 

 

S#5. 2 호점 매장 입구 (회상)

 

18회 58씬 이후 상황으로...

사복으로 갈아입고 제안서 등 들어있는 가방 든 환, 탈의실 쪽 바라보며 은성 기다리고 서있다.

창백한 얼굴로 나오는 은성.

 

환 : (타박하듯) 오늘 몇 군데 돌아야 되는 줄 알아?

은성 : 미안한데요, 나 어디 좀 갔다 올 데가 있어요.

환 : (기색 이상한) 어딜? 아까 그 아저씬 누구냐?

은성 : 교회 담당자 5시에 만나기로 했죠? 4시 50분에 교회 앞에서 만나요.

환 : (심상치 않은 기색에 더 묻지 못하고 보는)

 

 

S#6. 교회 앞

 

대체 무슨 일이지? 갸웃하는 환, 시계 보고 교회 안으로 들어간다.

들어가다가 다시 한 번 뒤돌아보고 들어가는 환.

 

 

S#7. 거리

 

충격에 정처 없이 걷는 은성, 분노 보다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기막힌 충격으로 휘청휘청 걷는다.

 

 

S#8. 승미방 (저녁)

 

두려움 담긴 얼굴로 비어있는 방 문 열고 들여다보는 백성희.

 

 

S#9. 승미 집 거실 (저녁)

 

딸에게 은우 문제까지 들킨 두려움과 참담함으로 비척대며 승미방 쪽에서 소파로 걸어오는 백성희, 그 위로...

 

실장(휠) : 따님이 이것저것 물어봐서 다 말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백성희 : (주저앉을 듯 떨며 앉는다, 절대 딸에게는 들키지 말았어야 할 비밀을 들킨 참담함으로 눈물 어리는,

            핸드폰 집어 들어 통화목록에서 ‘승미’ 찾지만 누지 못한다. 핸드폰 탁 닫으며 기어이 얼굴 가리고 울고 마는) 어떡해...

 

 

S#10. 천사들의 집 마당 (밤)

 

불안 초조로 원장부인 쳐다보고 서있는 승미.

 

부인 : 얼마 전에 누나가 왔다 허탕치고 갔는데 은우 누나가 또 있어예?

승미 : (헉! 더 놀라는)

 

 

S#11. 천사들의 집 앞 (밤)

 

충격 받은 얼굴로 나오는 승미.

 

실장(휠) : 고은우란 아이가 친구 조카라면서, 대구 천사들의 집에 있다고 했어요.

승미 : (휘청하며 벽 짚고 섰다가 몇 걸음 걷는데 못 걷겠다. 그대로 쪼그리고 앉는)

 

<3회 21 씬에서>

승미 : (이상한) 나 세시 넘어 잔거 같은데, 언제 들어왔다 어딜 또 나갔다 와?

백성희 : 환이한테 새 번호 알려줘, 니꺼 해지했으니까.

승미 : 엄마 번호까지 바꿨어?

 

승미 : (현재, 눈물 섞인 웃음 나는, 웅크린 채 고개 파묻고)

 

 

S#12. 환 방 (밤)

 

책상에 앉아서 영업에 관한 책 읽고 있던 환, 10시 35분 가리키는 시계 본다.

 

환 : (문 쪽 쳐다보며) 왜 이렇게 안와? 왔나? (하다) 이게 약속도 어겨놓고 미안 하단 말도 안하고 있어. (일어서는)

 

 

S#13. 주방 (밤)

 

표집사, 막 주방 불 끄는데 환, 들어온다.

 

표집사 : (다시 불 켜며) 왜 환아.

환 : 어... 커피 한잔 마실려구.

표집사 : (이상한) 웬일로 전화 안하고 직접 내려왔어?

환 : 들어올 사람 다 들어왔지?

표집사 : (멈칫했다가) 한사람 안 들어왔다.

환 : (자기도 모르게) 누구, 고은성?

표집사 : (짐짓 모르는 척) 어떻게 알았냐?

환 : (이상한) 여태 안 들어왔어?

 

 

S#14. 환 집 뜰 (밤)

 

불안한 얼굴로 대문 쪽 바라보며 서성이고 있는 환, 12시 05분 가리키는 시계 본다.

 

환 : 얘가 진짜... (하다 멈칫하는)

 

<18회 55씬에서 은성과 얘기하던 강만호>

 

환 : 인상도 안 좋게 생겼던데... (더럭 불길한) 얘 무슨 일 생긴 거 아냐?

 

 

S#15. 준세 레스토랑 앞 / 환 집 뜰 (밤)

 

가게 마무리하고 나오는 준세와 혜리. 준세 차로 가면서 얘기하는 둘.

 

준세 : 괜히 창고정리 시작했다가 늦게까지 고생했어요, 혜리씨.

혜리 : 뭘요? 시간 외 수당 주신다면서요?

준세 : 집까지 데려다주는 건 보너스, 타요. (핸드폰 울린다. 보면 ‘선우환’ 떠있다. 환이 전화를? 갸웃하며 받는, 내심 긴장해서)

         환아, 웬일이냐?

혜리 : (환이란 말에 관심 갖고 쳐다보는)

환 : (다짜고짜) 형 지금 고은성하고 있어?

준세 : (멈칫, 정색하고) 그건 왜 물어? (니가)

환 : (걱정에 버럭) 만났어, 안 만났어? (하다) 만났음 바로 끊고, 안 만났음 말해 빨리!

준세 : (기색 심상치 않은) 같이 안 있는데, (하다) 무슨 일이야?

환 : (더 덜컥해서) 고은성 핸드폰 번호 뭐야?

준세 : (점점 이상한) 은성이 핸드폰 번홀 왜 나한테 물어? 이 시간에.

환 : 뭐냐구! 2시에 나가서 나랑 약속도 안 지키고 여태 안 들어왔단 말야!

준세 : (놀라) 지금까지?

 

 

S#16. 거리 일각 혹은 공원 (밤)

 

건물 휴게 턱이나 공원 벤치 정도에 두 다리 올려 감싸 안고 있는 은성,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주위 의식도 못하고 골똘히 생각에 잠겨있다.

가방 속에서 핸드폰 진동으로 울리지만 듣지 못하는 은성.

 

 

S#17. 부암동 방 (밤)

 

캄캄한 방. 문 열고 들어오며 불 켜는 혜리와 준세, 텅 빈 방 본다.

 

혜리 : 은성이 여기 안 왔어요. 아침에 저 나갈 때 그대로에요. (핸드폰 다시 해보는)

준세 : (덜컥해서) 그럼 어디 가 있는 거지?

혜리 : (핸드폰 댄 채) 안 받아요.

준세 : (걱정에) 낮에 어떤 아저씨하고 얘기하고 나서 사색돼서 나갔다는데, 누구 짐작 가는 사람 없어요?

혜리 : (갸웃하는) 없어요, 그렇게 나이 많은 아저씨 안단 말도 못 들어봤어요.

준세 : 쉬어요, 내가 찾아볼께요.

혜리 : 어딜요?

준세 : 어디든. (나가는)

혜리 : 찾으면 전화해 줘요!

 

 

S#18. 거리 + 준세 차 안 (밤)

 

운전하면서 통화하는 준세.

 

 

S#19. 준세 집 / 준세 차 안 (밤)

 

침대에서 황당한 얼굴로 핸드폰 받고 있는 형진.

 

형진 : 정인영한테 전화를 해보라구? 형! 지금 한시야?

준세 : 그러니까 너한테 부탁하지! 빨리 해봐, 은성이 만났는지.

         (끊고 다시 은성 단축 버튼 누르면 꺼있다는 안내 나온다. 덜컥 놀라는)

 

 

S#20. 환 동네 버스 정류장 (밤)

 

팔짱 끼고 딱 버티고 서서 오는 버스 바라보고 있는 환, 버스 한 대 오자 얼른 팔 풀고 다가가는데 버스 선다.

내리는 사람 아무도 없고 환도 타지 않자 그냥 가는 버스.

환, 뒤로 물러선다. 다시 1시 45분 가리키는 시계 보는 환, 미치겠다.

 

환 : 택시 타고 집에 들어갔나... (집 쪽으로 몇 걸음 가려는데 못 가겠다. 다시 정류장으로 오는, 핸드폰 해보는데 꺼있다. 더 놀라)

      어? 아- 얘 진짜 무슨 일 생긴 거 아냐? (머리 막 흩트리는데)

버스 : (한 대 다가온다)

환 : (얼른 다가가서 보면, 버스 안에 내리려고 서있는 은성 보인다. 반가움에 눈 커지는데)

은성 : (기진해서 막 내리는데)

환 : (은성 보자 안도의 숨 하... 내쉬는)

은성 : (환 의식도 못하고 막 걸음 내딛는데, 그 위로)

환 : (소리, 버럭) 야!

은성 : (소리에 깜짝 놀라서 보면)

환 : (안도감에 있는 대로 성질내는) 너 뭐하는 애야!

은성 : (놀라 멈칫하면)

환 : (버럭버럭) 왜 이렇게 사람을 걱정시켜! 지금 시간이 몇 신 줄 알어? 어디서 뭐하다 지금 와!

은성 : (벙해서 보는데)

환 : 나랑 약속했던 거 잊었냐? 핸드폰은 왜 안 받아! 왜 꺼놨어! (제일 세게 화내는) 너, 내 속 뒤집을려고 태어났지!

은성 : (벙해서 듣다가 뒷말 느낌에 놀라 환 보면)

환 : (뒤늦게 정신 차리고 말 멈추는)

은성 : (환이 쏟아내는 말들 이해 안 되는 표정으로 환 보면)

환 : (안도와 원망으로 타박하듯) 이렇게 멀쩡하게 올 거면서...

은성 : (뭔가 느낌 오지만 의아한) 여기서 나 기다린 거에요?

환 : 그러니까 왜 약속을 안 지키냐구!

은성 : 약속 못 지킨 건 미안한데요... (이상하다는) 그쪽이 왜 내 걱정을 해요?

환 : (더 둘러댈 수 없다) 난 너 걱정하면 왜 안 되는데!

은성 : (환 마음 느끼고 설마?... 놀라 눈 커지는)

환 : (피하지도 둘러대지도 않고 은성 보는)

 

 

S#21. 거리+준세 차 안 (밤)

 

막 버스 정류장 지나치던 준세, 언뜻 옆으로 스치며 마주 서있는 은성과 환 본다.

어? 속도 줄여서 차 세우는 준세, 백미러로 보면 분명 환과 은성이다.

놀라서 몸 돌려 뒤돌아보는 준세.

 

 

S#22. 환 동네 길 + 준세 차 안 (밤)

 

얼 만큼 사이 두고 걸어가는 은성과 환. 앞서지도 않고 은성과 보폭 유지하며 걷는 환.

은성, 쉽게 믿기지 않는 듯 환 한번 본다. 환, 은성 시선에 돌아보면 은성, 얼른 도로 시선 앞으로 하고...

미리 와서 시동 끄고 서있는 차 안의 준세, 스쳐 지나서 걸어가는 둘 본다.

생각보다 큰 환 마음 확인했고 둘의 미묘함도 느껴진다. 착잡하게 보는 준세...

 

 

S#23. 은성 방 (밤)

 

또 다른 충격으로 얼떨떨한 얼굴로 들어오는 은성, 방문 돌아본다.

 

환(E) : 너, 내 속 뒤집을려고 태어났지!

환(E) : 난 너 걱정하면 왜 안 되는데!

 

<15회 37씬에서 ‘버스 안에서 확 끌어당겨 보호해주던 환’>

<12회 47씬에서 ‘미안하다’ 하던 환’>

 

은성 : (환 마음 확인하고 놀라는, 침대에 무너지듯 앉는)

 

 

S#24. 환 방 (밤)

 

본의 아니게 마음 드러내고 낭패스런 얼굴로 왔다 갔다 하는 환.

 

환(E) : 난 너 걱정하면 왜 안 되는데!

환 : 내가 미쳤지... (하다 뚝 멈춘다) 몰라! 됐어! (침대에 벌렁 눕는)

 

 

S#25. 승미 집 거실 (밤)

 

혹시나 기다리고 있을지 모르는 백성희와의 만남에 긴장해서 들어오는 승미. 벽시계 새벽 두시 35분 가리키고 있다.

어두운 거실에 스탠드만 켜있고 아무도 없다.

 

 

S#26. 백성희 방 (밤)

 

조용히 문 열고 들여다보는 승미. 백성희, 승미 쪽으로 얼굴 향한 채 곤히 잠든 듯 보인다.

복잡한 표정으로 보던 승미, 문 닫고 사라지면 떨리는 백성희 눈꺼풀... 차마 눈도 못 뜨는 백성희다.

 

 

S#27. 승미 방 (밤)

 

새벽 4시 가리키는 시계. 백성희, 잠든 승미 내려다보고 있다.

참담하고 두려운 눈으로 딸 내려다보다가 돌아서면 조용히 눈뜨는 승미, 엄마 원망스러운 듯 입술 깨문다.

 

 

S#28. 승미 집 외경 (다음날 아침)

 

 

S#29. 주방

 

조마조마한 기분으로 아침 차리고 있는 백성희, 들켰다고 해서 절대 먼저 아는 척 할 수 없는 일이다.

 

승미 : (창백한 얼굴로 다가오는)

백성희 : (딸 기척에 싱크대에서 국 푸다가 뚝 긴장하는, 눈 감는데)

승미 : (아무 일 없었던 듯) 엄마 화났지?

백성희 : (눈뜨면)

승미 : 어제 우리 팀 회식 있었거든. 영화 보면서 핸드폰 꺼놓구는, 깜빡했어요. (웃으며) 이 팀장님 생일이라 무도장까지 갔었어.

백성희 : (딸 의중 확실히 알겠다) 어, 그랬구나...

승미 : 끝나고 해장국까지 먹고 왔드니, 아침은 못 먹겠어요.

백성희 : (돌아보는,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 하지만 어색한) 국 괜히 끓였네...

승미 : (막상 얼굴 대하자 어색하다. 얼른 돌아서며) 회의 있어서... 일찍 나가야 돼요... (방으로 가는)

백성희 : (안도할 수도, 따라갈 수도 없다. 절반 담긴 국 다시 냄비에 붓는) ...

 

 

S#30. 환 집 주방

 

식사하고 있는 할머니, 영란, 정. 들어오는 환, 멈칫 선다. 은성이 없다.

 

영란 : 빨리 내려오라니까? 국 다 식었겠다.

환 : (앉으며) 한자리 비었네.

표집사 : 아침 생각 없다고 좀 전에 나갔다.

환 : (멈칫하는)

할머니 : (슬쩍 보고 모른 척 다시 먹는)

 

 

S#31. 대리점

 

테이블에 꽃바구니 놓여있고 백성희, 해쓱한 얼굴로 카드 읽고 있다.

 

박변(E) : 혼자 지낼 때 아프면 제일 서럽답니다... 빨리 추스르세요. 박태수.

백성희 : (박변 마음 느껴진다. 씁쓸하게 카드 한쪽에 놓는데 핸드폰 울린다. 박변이려니, 집어 들고 보면 ‘은성’ 떠있다.

            뚝 굳어지는, 잠시 핸드폰 보다 가 받는, 천연덕) 그래, 은성아.

은성(휠) : (담담한) 2시 30분에 시간 좀 내주세요.

백성희 : (다짜고짜 약속 잡는 은성 의아한) 두시 30분?

은성(휠) : (여전히 담담한) 아빠 문제로 드릴 말씀이 있어요.

백성희 : (아빠란 말에 헉! 놀라는)

 

 

S#32. 2호 점 옥상

 

통화하고 있는 은성.

 

은성 : 네, 그럼 거기서 뵐께요. (끊는, 후- 하고 돌아서는데 핸드폰 울린다. 보면 ‘혜리’ 떠있다)

 

 

S#33. 준세 레스토랑 앞 / 옥상

 

나와서 통화하고 있는 혜리. 준세, 레스토랑에서 나온다.

 

혜리 : (준세 쪽에 등 돌린 자세) 너 빨리 불어, 이번엔 무슨 일이야?

은성 : 나중에 얘기한다고 문자 보냈잖아.

준세 : (은성 만날 생각으로 나오다가 혜리 보고 멈칫하는)

혜리 : 은성아, 너 승미네하고 또 무슨 일 생긴 거지? 승미 엄마 아니면 니가 그 밤에 방황하고 다닐 일이 뭐가 있어?

준세 : (승미 엄마란 말에 놀라는)

은성 : 일하러 내려 가 봐야 돼, 혜리야 나중에 전화할게. (끊는)

혜리 : 야 고은성! (핸드폰 보며) 얘 뭔 일 또 터졌어, 터졌어. (하며 돌아서다 준세 보고 깜짝 놀라는)

준세 : (의아한) 혜리씨 방금 전에 말했던 승미가, 내가 아는 사람이에요?

혜리 : (당황해) 어 라라라라... 그게요,

준세 : (정색하고 여지 안 주는) 알아보면 금방이에요.

 

 

S#34. 준세 레스토랑

 

기막힌 얼굴로 혜리 바라보고 있는 준세. 혜리, 난처한 얼굴이다.

 

준세 : 그러니까 승미씨 어머니가, 은성이 새 어머니란 거죠?

혜리 : 네...

준세 : (이해 안 되는) 근데 은성인 왜 여태 아무한테도 그 말을 안했대요?

혜리 : 승미 때문에요. 승미 엄마가 할머니 손자하고 승미가 결혼할 사이라면서 자기네 관계 말하지 말아 달라고 사정했어요.

준세 : (화나는) 아니 자기하고 은우를 그렇게 냉혹하게 내쫓은 사람인데, 말하지 말아 달라고 그 말을 들어줘요?

혜리 : 잘못은 다 승미 엄마가 한 거지 승미는 아니거든요. 엄마 죄로 승미 인생 파토 내는 걸 어떻게 해요? 은성이 성격에.

준세 : (속상한) 나한테라도 진작 좀 말해 주지... 얼마나 속을 끓였을까... (하다 멈칫하는)

 

<11회 60씬에서 ‘은우 옷 감싸고 분노로 떨던 은성’>

<12회 4씬에서 봤던 백성희 뒷모습>

 

준세 : (일어서며) 은성이 좀 만나고 올께요. (급하게 나가는)

혜리 : (어? 일어서는)

 

 

S#35. 2호 점 매장

 

점심 타임 끝나고 한산한 매장.

한쪽 테이블에 직원 식사 차려져있고 점장과 수재, 식사하고 있고 은성, 가방 들고 인사하고 나간다.

 

환 : (외출복 차림으로 테이블로 오는, 나가는 은성 못 보고)

수재 : 배고파 먼저 시작했어요.

환 : (막 앉으며) 고은성, (하다) 고주임님은?

점장 : 은성씨 일 있다고 나갔어요.

환 : (놀라) 언제요?

수재 : 10초 전에요.

환 : 점심도 안 먹구요? (하다 벌떡 일어나 나가는)

 

 

S#36. 계단

 

은성, 계단 중간 정도 내려가는데 환, 급하게 뒤따라 나온다.

 

은성 : (뛰어내려오는 소리에 막 돌아보는데)

환 : (은성 앞에 와서 탁 서며) 밥 먹고 가!

은성 : (멈칫 보는)

환 : (타박조로) 아침도 안 먹고 나왔잖아!

은성 : (감정 드러내는 환 마음 아픈, 미안한 눈으로 보다가) 나한테 잘해주지 마요.

환 : (멈칫했다가) 밥 먹으라는 게 잘해 주는 거냐?

은성 : (백성희로 인해 완전히 멀어져야 하는 사람이다) 미안해하지도 마요. 이젠 그 쪽 때문에 은우 잃어버렸다고 생각 안 해요.

         앞으론 일도 각자 해요.

환 : (이상한) 일도 각자하자구? 갑자기 왜 그래, 너!

은성 : (진심) 그쪽한테 더 미안해지기 싫어서 그래요.

환 : 뭐가 미안한데?

은성 : (말 못하는)

환 : 뭐가 미안하냐구! (하다 멈칫하는)

승미(E) : 은성이가 말하지 말아달라고 부탁했어.

승미(E) : 모르는 사이로 살자고... 그랬어, 은성이가.

환 : 너 뭐 나한테 거짓말 한 거 있어?

은성 : (환 뜻 모르고) 그쪽한테 미안한 건 있지만, 거짓말한 건 없어요.

환 : 그럼 더 미안해지기 싫다는 건 뭐야?

은성 : (멈칫 보다가) 결혼 할 여자한테나 잘해주라구요. 남이야 밥을 먹든 말든 상관 말구. (돌아서는데)

환 : (놀라) 결혼? (결혼이란 말은 거론된 적도 없는데? 은성 팔 탁 잡으며) 그거 어디서 들은 말이야? 누구한테 들었어?

은성 : 누구한테 들은 게 뭐가 중요해요? 유승미, 결혼할 사람 맞잖아요! (탁 빼고 가버리는)

환 : (황당한) 승미가... 결혼할 사람? (당혹스럽게 내려가는 은성 보는)

 

 

S#37. 매장

 

찜찜한 얼굴로 들어오는 환. 점장과 수재, 식사하고 있다가 들어오는 환 본다.

심란한 얼굴로 테이블에 와서 앉는 환, 앉기는 했지만 입맛 없다.

 

환 : (수저 들 생각 없이 심란하게 보는데)

점장 : (슬쩍 보면서) 입맛 없어요?

수재 : 근데 언제부터 형님이 고주임님 쫓아다니면서 밥 먹이는 사이가 됐어요?

환 : (탁 보는) 한수재, 씨.

수재 : (능청) 옛말 틀린 거 하나 없어요, 점장님? 싸우면서 정든대잖아요.

점장 : (피식 웃는) 좋을 땝니다.

환 : (일어서며) 드세요 들. (입구로 나가는데)

준세 : (들어오는)

환 : (멈칫하는)

준세 : 환아, 은성이 좀 만나러 왔는데.

환 : 나갔어.

준세 : 점심시간인데 벌써 나갔어? 어딜?

환 : (탁 보며) 걸 왜 나한테 물어?

 

 

S#38. 옥상

 

올라오는 환. 준세, 따라온다.

 

환 : (돌아서며) 할 말이 뭐야?

준세 : (보다가) 어제 고생했다. 은성이 혼자 위험하게 밤길 걷지 않게 해줘서 고마웠어.

환 : (봤구나, 빈정 상하는) 형한테 고맙단 말 들을 일은 아닌 거 같은데?

준세 : 근데... (똑바로 보며) 앞으론 하지 마라.

환 : (기분 나쁘다) 하지 말라니, 뭘? 고은성 데리러 나가는 거?

준세 : (단호한) 그것도 하지 말고, 은성이 걱정도 하지 말고... 좋아하지도 마.

환 : (뚝 굳어져 준세 보면)

준세 : 마음 접으라구.

환 : (더 기분 나쁘다. 도전적인) 왜, 난 고은성 좋아하면 안 돼?

준세 : (바로) 안 돼.

환 : (울컥해서) 왜 안 돼!

준세 : 넌 은성이한테 상처가 되는 사람이니까.

환 : (멈칫) 상처?

준세 : (승미와의 관계는 말 못하고) 환아, 난... 은성이가 더는 마음고생 안했으면 좋겠고, 안하게 할 거야.

환 : (자존심 상해) 난 고은성 마음 고생시킬 놈이란 거야?

준세 : 너 지금도 은성이가 받기로 한 회사, 다시 뺏겠다고 여기 와 있잖아.

환 : (멈칫하는)

준세 : 그러니까 헷갈리지 마. 거기다 은성이, 형이 좋아하는 사람이야.

환 : (굳어져 준세 보는)

 

 

S#39. 까페 야외 테이블

 

미리 와서 기다리고 있는 백성희, 은성 말의 의미 몰라서 곤두서있다.

 

백(E) : (긴장하고 예민한) 지 아빠 문제라는 게 뭐야? 설마... 만난거야? (거의 불안의 극이다. 마른 침 삼키며 불안 누르는, E)

           아냐, 그랬음 당장 부녀가 쫓아왔지... (하다가 은성 본다)

은성 : (백성희 보면서 담담히 걸어오는)

백성희 : (그 표정에 더 불안해지고)

 

<시간 경과>

마주 앉아있는 백성희와 은성 앞에 찻잔 놓아주고 가는 종업원.

은성, 담담히 백성희 바라보고 있다.

 

백성희 : (무슨 일인지 몰라 먼저 말 꺼내기 힘들다. 탐색하듯 은성 보면)

은성 : 아빠 일이라니까, 두말없이 나오시네요?

백성희 : (테이블 아래 쥔 손에 땀 밴다. 버티며) 용건 말해.

은성 : (또박또박) 왜 그러셨는지, 어떻게 그럴 수 있었는지, 그런 말은 하지도 묻지도 않을 거에요.

         돈 때문이라는 건 이미 알고 있고, 은우까지 버릴 수 있는 분한테 이 정도 일쯤은... 아무 것도 아닐 테니까.

백성희 : (초조함에 짜증내듯) 용건 말하라구!

은성 : 아빠가 저하고 은우, 어머닐 위해... (가방에서 보험금 지급 관련 서류와 은성 명의의 위임장, 인감증명 등 본사본들

         꺼내 놓으며... 은성 위임장은 타이핑 된 위임장에 인감도장 찍혀있는) 준비했던 생명보험이 있드라구요.

백성희 : (보고 헉, 놀라는)

은성 : 근데 저한테는 한마디 말도 없이 어머니가 다 수령해 가셨어요. 제 위임장까지 위조해서요.

         저도 모르는 위임장에, 핸드폰 번호에, 제가 아닌 누군가가 위임장 본인 확인까지 했던데요?

백성희 : (고평중을 만난 게 아니다. 일순 안도의 숨 내쉬는)

은성 : (그런 백성희 반응 의아한 듯 보는데)

백(E) : (은성 보며) 얘가 이걸 어떻게 알았지?...

은성 : (쏘아보며) 이제 제가 알게 됐는데, 어떡하실 건지 궁금해서 만나자 그랬어요.

백성희 : (다시 서류들 보는, 짧은 순간 빠르게 눈동자 흔들리며 생각 정리하는)

은성 : 이제 어떡하실래요?

백성희 : (은성 탁 보는, 차분히) ...보험금 얘기였니?

은성 : (예상과 다른 반응에 멈칫 하면)

백성희 : 니 아빠 문제라는 게, 생명 보험금 얘기였냐구.

은성 : (울컥해서) 그래요! 아빠가 부도 앞두고, 자살 생각까지 하면서 우리 위해 남기고 싶었던 돈이요!

백성희 : 그래, 그 보험금 받아서 니 아빠 빚 다 갚았잖아? (몰랐니? 보는)

은성 : (뚝 굳어지는) 뭐라구요?

백성희 : 빚잔치까지 했는데 기억 안나?

은성 : (안 속는다는) 아빠 보험금 어머니 혼자 차지하려고 빚잔치하신 거죠!

백성희 : (기막힌 듯) 넌 우기는데 뭐 있구나?

은성 : (화나는) 저 바보 취급하지 마세요.

백성희 : 너, 니 손으로 위임장 써줬어.

은성 : 아빠 사고 보상금 처리하는데 인감증명 필요하다고 해서 써드린 거에요.

백성희 : (냉정하게) 아니? 니 아빠 사망 뒤처리에 필요하다고 했다, 분명히. 그리고 니 아빠가 남긴 건... 뭐든 다!

            빚 갚는데 들어갔어. (매섭게) 지 아빠 뒤처리는 나한테 다 맡기고는, 지 몸도 못 가누고 넋 나가 쓰러져 있던 애가

            뭘 다 아는 척하면서 따지고 들어!

은성 : (너무 기막혀 웃음 나는)

백성희 : (뚝 굳어지는)

은성 : (웃음에 눈물 섞여) 어머닌 정말... 대단하시네요. 아무리 그래도, 제가 알고 찾아오면 미안하단 말 정돈 하실 줄 알았는데...

         (서류 집어 들며) 증거가 너무 완벽해서 이번에도 제가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시는 거죠?

백성희 : 빚쟁이들 다 불러다줄까?

은성 : (표정 정색하고) 아뇨, 그러실 필요 없어요.

백성희 : (멈칫하면)

은성 : 아빠 보험금, 그 돈... 어머니 가지세요.

백성희 : (얘가 왜 이래? 보면)

은성 : (조소) 어머니 덕에 제가 할머니 유산을 받게 됐는데, 그 정돈 드려야죠.

백성희 : 뭐?

은성 : (우습다는) 은우랑 저, 전세방 하나만 얻어주셨으면 제가 할머니 만날 일도 없었을 텐데.

백성희 : (뚝 굳어지는)

은성 : (백성희 속 뒤집으려는) 그럼 방 값 벌려고 웨이터 일 안했을 거고, 은우도 안 잃어버렸겠죠.

         은우 잃어버리지 않았으면 거리에서 만두 장사 안했을 거고, 만두 장사 안했음 할머니도 안 만났을 테고...

         (미소로) 할머니 안 만났음, 할머니 유산이 저한테 올 일도 없었잖아요.

백성희 : (조롱에 올라오는) 너 지금 뭐하는 거야!

은성 : 그러니까 결국 어머니가 저한테 할머니 유산 받게 만드신 거라구요. 나중에 할머니 돌아가시고 제가 진성식품 사장 되면,

         어머니 덕이에요.

백성희 : (맞는 말에 더 못 견디고 발끈해서) 계속 까불래?

은성 : (딱 정색하고) 그러니 그 정도 돈은 가지셔야죠.

백성희 : (더 말리면 안 된다) 그래, 너 편한 대로 생각하고, 할머니 회사 받아.

은성 : 아... 유류분이 있었구나? 유류분만 청구해서 받아도 엄청난 돈 생기니까, 선우환 절대 포기할 순 없겠네요.

         어머니 목적은 오직 돈이니까!

백성희 : (발끈해서) 승미가 환이 사랑하니까 결혼시키고 싶은 거야!

은성 : (홧김에) 그럼 어떡하든 결혼도 못하게 해야겠네요!

백성희 : 뭐?

은성 : (계획은 아닌) 승미, 선우환하고 결혼도 못하게 하면 어쩔 거에요?

백성희 : (뚝 굳어지는)

 

<18회 9씬에서>

승미 : (눈물 흘리며, 억장 무너지는) 환이 오빠가... 은성이 좋아한다구요...

 

백성희 : (쿵... 해서 은성 보는)

은성 : (서류 쳐다보며) 설마 이 지경까지 당하고도, 제가 승미 생각해서 입 다물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죠?

백성희 : (사색돼서 은성 보는)

은성 : (눈물 어려) 승미가 그 사람하고 결혼 못하면, 어머니 탓이에요.

백성희 : (이 악물고) 승미 건들면... 가만 안 둬, 너.

은성 : (눈물 어려) 네, 그렇게 하루하루... 불안해하면서 사세요. (일어나서 가는)

백성희 : (어쩔 수 없는 불안으로 은성 뒷모습 보는)

 

 

S#40. 공사장 앞

 

나란히 앉아서 배달 도시락 까먹고 있는 형진과 인영.

 

형진 : 아- 이 집 도시락 요새 왜 이러냐? 먹을 수가 없네. (먹다가 탁 놓는)

인영 : 선배 오늘 현장 세군데 뛰어야 돼요? 배 채워두지?

형진 : 이 놈의 월급쟁이 일 많아야 사장만 좋은 일이지. (하다) 아- 그때 은성이만 잘 잡고 있었음 완전 팔자 피는 건데,

         준세 형만 좋은 일 시켰다니까?

인영 : 그러게 준세씨는 뭐 하러 공항에 데려가요? 원래 자기보다 잘난 친구는 절대 데이트 자리에 데려가면 안 되는 거에요.

형진 : 어쨌거나 정인영, 넌 좋겠다. 은성이한테 잘 보여라.

인영 : (멈칫했다가) 뭐 하러 잘 보여요? 승미 남자친구가 다시 회사 뺏을 건데.

형진 : (솔깃해서) 그게 무슨 말이야?

인영 : 둘이 같이 2호 점 다니잖아요? 할머니가 손자한테 뭔가 약속한 거 아님, 그 남자가 뭐 하러 은성이랑 붙어 다녀요?

         죽여도 시원찮을 판에.

형진 : 정인영, 너 그래서 은성이 버리고 그쪽에 붙은 거야?

인영 : (펄쩍) 내가 박쥐에요? 난, 공정하게 승미하고 은성이 두 사람 중에서 더 억울한 사람 편 들어주는 거에요.

형진 : (핸드폰 울린다. 받는) 네, 이 형진입니다... (잠시, 뜻밖인) 어? 아저씨?

 

 

S#41. 공사장 앞

 

초췌한 몰골로 서있는 고평중. 형진, 다가온다.

 

형진 : 아저씨, 서울 떠난다고 말끔하게 차리고 가시더니 (훑어보며) 꼴이 왜 이래 졌어요?

고평중 : 서울에 있어야 할 사정이 생겼어요. 그래서 염치불구하고 다시 왔어요.

형진 : 아저씨 현장 노가다 출신 아니고 건설업 하셨었죠?

고평중 : (흠칫 놀라 보면)

형진 : 하자 잘 잡아내시던데요?

고평중 : 서당개 삼년이년 풍월 읊는다 하잖아요.

형진 : 암튼 아저씨 눈썰미 믿고 다시 일 드릴 테니까, 일하시면서 여기저기 좀 봐주고 하세요?

고평중 : 예, 고마워요.

 

 

S#42. 교회 로비

 

행사 관계자와 얘기하고 있는 환.

 

관계자 : 아무래도 이번에는 뷔페로 하자는 의견이 많아서 안 되겠다니까요.

환 : 이번 행사 음식에 저희 설렁탕 받아주시면, 저희 매장에서 운영하는 무료 급식을 이 교회하고 연계해서 할께요.

관계자 : (멈칫 보면)

환 : 저희는 매장 마다 한 달에 한두 번 무료 급식 운영하고 있거든요.

관계자 : (솔깃해서 보는)

 

 

S#43. 교회 앞

 

나오는 환.

승미, 저만치 서서 나오는 환 본다. 더위에 뛰어다니느라 지친 듯 손수건으로 땀 닦는 환 맘 아프게 보는데...

 

환 : (막 걷다가 승미 보는, 놀라 멈추고) 어?

승미 : (애잔한 미소로 다가가는)

환 : 여기 어떻게 알고 왔어?

승미 : 아까 전화했을 때 여기 온다 그랬잖아... 혼자 다니는 거야? (조심스런) 영업은 같이 다닌다면서.

환 : 그랬는데, 그렇게 됐어.

승미 : 오빠 덥지? 우선 시원한 거부터 마시고, 맛있는 거 먹자.

환 : 밥은 집에 가 먹자, (머쓱한) 돈 다 떨어졌어.

승미 : 내가 사면 돼지.

환 : 내가 오빤데 임마, 맨날 얻어 먹냐?

승미 : (거리감에 멈칫하는)

 

 

S#44. 카페

 

카운터에서 주문하는 둘.

 

환 : 넌 딸기 좋아하지?

승미 : 응.

환 : 오렌지 하나 딸기 하나요. (지갑 꺼내는, 달랑 한 장 들어있는 만 원짜리 꺼내 내민다)

승미 : (빈 환 지갑 보는, 맘 안 좋고)

 

<시간 경과>

자리에 앉아서 음료수 마시면서 얘기하는 환과 승미.

 

승미 : 오빠 지금도, 오빠가 2호 점 매출 20프로 달성하는데 공 세우면 할머니가 유언 취소하실 거라고 믿어?

환 : (보다가) 아니, 그렇진 않아. 처음엔 그렇게 확신했는데... 지금은 잘 모르겠다.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

승미 : (흠칫 놀라) 그럼 왜 거기서 일해?

환 : 시작한 일이니까. 하라고 한 사람 아무도 없는 일을, 내가 뭔가 해 보이겠 다고 시작했으니까, 끝까지 해야지.

승미 : 오빠 그렇게 불확실한 거면, 다시 미국 가서 유학 마치는 건 어때?

환 : 유학?

승미 : 이제는 오빠 달라진 모습 할머니도 인정하실 거야. 유학 마치고 오겠다고 하면 보내주시지 않을까?

환 : (어처구니없다는 듯) 임마, 좀 전에 내가 말할 때 어디 갔다 왔어? 난생 처음 내 스스로 시작한 일이야,

      어떡하든 20프로 달성까진 한다잖아.

승미 : 오빠 그렇게 노력했는데도 은성이한테 회사 가는 걸로 확정되면? 그럼 그땐 뭐할 거야?

환 : 글쎄... (하다가 궁금했던 말 툭 물어보는) 참 너 전에 그랬지? 고은성이 먼저 너하고 관계 말하지 말아 달래서

      다행이다 싶었다구.

승미 : (기억 떠올리는)

 

<15회 5씬 중에서>

승미 : 은성이가 먼저 말하지 말아 달래잖아. (자조적인, 눈물 어려) 도리어 참 다행이다 했어.

 

승미 : (덜컥해서 환 보면) 어...

환 : (그동안 은성에 대해 본능적인 믿음 생긴 지라 의혹) 그럼... 고은성만 그런 게 아니라, 너도 고은성하고 관계

      말할 생각 없었던 게 아닌가, 그런 생각 들어서.

승미 : (당황해서 환 보는) ...

 

 

S#45. 환 집 거실

 

소파에 옷 빨래 더미 쌓아놓고 부어서 개고 있는 영란, 개는 것도 서툴러서 어설프게 개는데...

 

표집사 : (마른 수건 한 아름 들고 와서 탁자에 탁 놓는다)

영란 : (보는, 이크... 표집사 보면)

표집사 : 왜 수건들은 안개고 숨겨 두십니까?

영란 : 숨겨둔 게 아니라, 하두 많아서 나중에 갤려구... 아니, 우리 식구들 무슨 수건을 그렇게 많이 써?

표집사 : (빨래 개놓은 것 보고 답답한) 그렇게 개면 접힌 부분 다 구겨집니다! (티셔츠 집어서 의류매장 진열품 형식으로

            다시 개며) 이렇게 삼분의 일 접고, 이 쪽 삼분의 일 접고, 소매 부분 안 구겨지게 손으로 이렇게 잘 만져서 접고,

            몸통 부분 이렇게 접고, (보여주며) 이렇게 하시라니까요.

영란 : 보면 쉬운데 내가 하면 왜 안 되지? (더 시키려고 슬쩍 밀어주며) 다시 해봐 봐.

표집사 : (다시 해보이며) 제가 다 개킬 거라고 기대하지 마십시오.

영란 : 어머, 귀신 귀신! 내가 그 생각하는 줄 어떻게 알았어?

표집사 : 여사님은, 속이 훤히 보이십니다.

영란 : 내가? (하다) 표집사 사람 아니고 혹시 귀신 아냐?

표집사 : (더 정색하고) 여태 절 사람으로 보셨습니까?

영란 : (벙해서) 뭐?

표집사 : (탁 보며) 아직도 제가, 표집사로 보이십니까?

영란 : (기겁해 놀라 눈 질끈 감으며) 어머 어머! 왜 그래? 무섭게!

표집사 : (그런 영란 귀엽다. 자기도 모르게 푸 하하하 웃는)

영란 : (웃음소리에 눈 뜨는) 어머 어머 지금 웃어? (마주 보고 웃는데)

정 : (들어오다 둘 보는, 멈칫) 엄마랑 아저씨 뭐해?

영란 : (놀라 돌아보며) 어? 어, 빨래 개.

정 : (다가와서) 빨래 개는데 뭐가 그렇게 재밌어서 웃고 그래? 아참, 엄마 다녀 왔어. 아저씨, 다녀왔어.

표집사 : (일어서며 피하듯) 그래. 마저 확실하게 다 개십시오. (주방으로)

영란 : 정아, 너 마침 잘 들어왔다. 여기서, 니 옷 골라서 개켜.

정 : (눈 커져) 내가? 싫어! (쪼르르 2층으로)

영란 : (저게? 쳐다보는)

 

 

S#46. 정 방

 

정, 막 옷 갈아입고 돌아서는데 영란, 정 빨래감 안고 들어온다.

 

영란 : 앞으로 니 빨래는 니가 개! (침대에 와르르 쏟아놓는)

정 : (황당한) 내가 저걸 어떻게 해?

영란 : 손으로 해. 청소에 빨래에 설거지에 상 차리고, 엄마 얼마나 힘든지 알어?

정 : 난 돈 벌러 다니잖아!

영란 : 그 돈 벌어 니가 엄마 주니?

정 : (속상해) 아우 진짜... 엄마, 할머니 돌아가시면 우리 돈 생기는데, 왜 지금 이렇게 일해야 돼?

영란 : 할머니 아직 안 돌아가셨으니까.

정 : 엄마 엄마, 우리 할머니한테 우리 그거 다 안다고 미리 좀 쓰게 해 달라 그러까? 회사는 할머니 뜻대로 은성이 주라 그러구.

영란 : (솔깃해서 정 보는)

 

 

S#47. 환 집 거실 (저녁)

 

과일 먹고 있는 할머니. 영란, 과일 깎으면서 눈치 보고 있고 정, 먹으면서 힐끔힐끔 할머니 눈치 본다.

 

정 : 할머니, 나 뭐 물어볼 거 있어. 근데 화내면 안 돼?

할머니 : 화낼 거 알면 물어보지 마.

정 : (그래도 해야겠는, 얼른) 할머니 전 재산, 고은성한테 다 가는 거 아니드라.

할머니 : (정 탁 쳐다보면)

정 : 할머니가 아무리 그렇게 유언장 썼어도 우리 거 반이든데 뭐.

할머니 : (정색하고) 그래서.

환 : (막 들어오는데)

영란 : (슬쩍) 어머니, 진작 그렇게 말씀 해 주셨으면, 저희도 반은 덜 서운했죠.

할머니 : 그 법도 잘못 된 거야! 왜 돈 번 사람 마음 무시하고 죽고 나면 자손들이 돈 찾아갈 권리를 줘?

            피 섞인 게 그렇게 대단한 거야?

정 : 할머니...

환 : (멈칫, 할머니 보는)

할머니 : 니들 그 필리핀 고려장 뉴스 못 봤어? 부모 재산은 다 뺏고, (괘씸한) 그 낯선 나라에 부모 버린 아들 놈!

            (기막힌) 그런 것들도 자식이라고 부모 돈 받을 자격 있냐?

정 : (울상) 우린 그 정도 아니잖아.

할머니 : (보다가 누그러지는) 그래, 설마 내 새끼들이 그런 파렴치한이겠어?

영란 : 그럼요? 저희가 철이 좀 안 들어서 그렇지, 그런 인간 말종은 아니에요.

정 : 나두.

할머니 : 유류분 얘길 왜 안 했냐구? 그 전에 니들이 먼저 이 할미 뜻 알아주길 바래서 그랬어.

            회사는 남한테 맡기지만, 니들 몫 50프로 있으니까 할미 미워하지 마라? (서글픈) 왜 부모가 자식한테 그런 사정해야 해?

환 : (서글픈 할머니 표정 심각하게 보는)

영란 : 아니 사정을 하시라는 게 아니라요... 미리 말씀하셨으면,

할머니 : (말 자르며) 내가 미리 내 뜻 전했으면, 니들이 쉽게 받아줬겠어?

영란, 정 : (그건 아니다, 서로 쳐다보는)

할머니 :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유류분은 법이지 내 뜻 아니다. (정 탁 보며) 그러니까 할미 죽을 때까지 공 돈 얻어 쓸 생각은

            꿈에도 하지 마.

정 : (찔끔해서) 그럼 우리는 계속... 이렇게 살아?

할머니 : 할미 죽을 때까진 그렇게 살아... 남들처럼 니들 능력만큼 일해서 돈 벌고, 그 돈 갖고 살아가는 재미 느끼게 될 게야.

            (일어서다 환 보는)

환 : (머쓱한) 다녀왔어.

할머니 : 그래, 오늘 하루도 애썼다. (방으로)

 

 

S#48. 은성 방 (밤)

 

상 펴놓고 인터넷에서 크루즈 내 한식 탕 종류 입찰 공고 보는 은성, 설렁탕과 꼬리곰탕, 사골국 등 단품 업체 입찰 공고다.

솔깃해서 내용 자세히 읽다가 다이어리에 메모하는 은성.

 

 

S#49. 환 방 (밤)

 

책상에 앉아서 은성 매뉴얼 노트 펼치는 환, 은성의 덕담 종이 끼워있다.

 

은성(E) : 못됐지만 못난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환 : (물끄러미 들여다보는)

준세(E) : 넌 은성이한테 상처가 되는 사람이니까.

 

<18회 18씬 중에서>

은성 : (진짜 열 받은) 진짜 뭐 저런 인간이 다 있냐?... 아니 지 발에 걸렸으면 사과를 해야지, 엇다대고 수표질이야!

 

환 : (혼자 말) 편도 들어줬구만... 내가 고은성 상처라구?... (생각에 잠기는)

 

 

S#50 승미집 안방 (밤)

 

화장대 앞에 앉아서 석고상처럼 굳은 얼굴로 눈 내리깔고 고민하고 있는 백성희, 모든 생각 정리 끝난 듯 고개 든다.

 

 

S#51. 승미 방 (밤)

 

책상에 앉아서 생각에 잠겨있는 승미.

 

환(E) : 너도 고은성하고 관계 말할 생각 없었던 게 아닌가, 그런 생각 들어서.

승미 : (환이 의심하기 시작했다... 책상에 푹 엎드리는데)

백성희 : (들어오는) 왜 그러고 있어?

승미 : (얼른 고개 드는) 그냥 머리가 좀 아파서...

백성희 : 얘기 좀 하자. (어렵게) 은성이 문제로... 너랑 상의할 게 있어.

승미 : (일어서며 예민한) 내가 왜 엄마하고 은성이 문제를 상의해야 돼? (침대로 가며) 엄마랑 그런 얘기하기 싫어!

백성희 : (팔 탁 잡으며, 단호한) 해야 돼!

승미 : (흠칫해서 백성희 돌아보면)

백성희 : (결단 내린 뒤라 똑바로 보며) 나와. (문 열고 나가는)

 

 

S#52. 승미 집 거실 (밤)

 

경악한 얼굴로 백성희 보는 승미.

 

승미 : 엄마...

백성희 : (꼭) 그렇게... 해야 돼. 그래야 너 환이랑 결혼할 수 있어.

승미 : (두려운, 눈물 어려 보면)

백성희 : (독하게) 너, 무슨 일이 있어도, 환이하고 결혼해야 돼! 진작에 관뒀으면 모를까, 여기까지 와서, 이제 와서 그냥 물러 서?

승미 : (그럴 순 없지만 겁나는, 두 손에 얼굴 묻으며 고개 숙이는)

백성희 : (맘먹었다. 흔들림 없이 그런 딸 보는)

 

 

S#53. 환 집 외경 (다음날, 아침)

 

 

S#54. 할머니 방

 

출근복 차림으로 가방 든 할머니, 서랍에서 할머니 차 키 꺼내들다가 멈칫한다.

환 차 키 찾아 서랍 뒤적이던 할머니, 화난 얼굴로 거실로 나간다.

 

 

S#55. 거실

 

화난 얼굴로 가방 들고 방에서 나오는 할머니.

 

할머니 : 에미야! 환이 이 놈 어디 갔냐?

영란 : (주방에서 나오며) 어머니, 환이 방금 나갔잖아요?

할머니 : 당장 가서 불러 와! 이 녀석이 내 허락 없이 또 차 키 꺼내갔어!

표집사 : (주방에서 얼른 나오는)

영란 : 차 키요? (하다) 어머니, 어머니 차 키 은성이 주셨잖아요.

할머니 : (멈칫) 뭐? 내가 언제?

표집사 : (당황함 감추고 웃으며) 어르신 깜빡 하셨습니다. 영업 다닐 때만 쓰라고 주셨어요.

할머니 : (아차, 얼른 수습하는) 아... 그랬지...

영란 : (황당한) 아니 어머니 같은 분도 건망증 생기세요?

할머니 : (얼른) 그러게, 나이는 못 속이나 보다... (얼른 방으로 들어가려는데)

영란 : 출근 안 하세요?

할머니 : (멈칫, 아찔하다. 들어가며) 내 키 두고 나왔어. (손에 든 차키 감추고 방으로 들어가는)

 

 

S#56. 점장실

 

회의하는 넷.

 

점장 : (웃으며) 고주임 아이디어가 주효했어요. 예상보다 배달 주문 늘어나는 속도가 아주 빨라요.

수재 : 어제는 저까지 배달 뛰었잖아요.

은성 : (좋아서 웃는) 정말 다행이에요.

환 : (웃는 은성 힐긋 보는데)

점장 : 선우환씨가 제안한 어린이 메뉴도 반응 좋아요. 아이들 동반 고객이 늘고 있어요.

환 : (뿌듯하지만 티 안내고) 예.

점장 : 2호 점 자체 매장 고객도 늘고 있고, 한 달도 안돼서 이 정도 실적이면 아주 훌륭해요.

수재 : 두 분이 하늘 교회 행사만 따내면 꿈의 20프로 달성이 한발 성큼!이에요.

점장 : 근데 두 사람, 하늘 교회 목회자 행사 영업 왜 같이 안 다녀요?

환 : (은성 보면)

은성 : 아 그게요, 그건 선우환씨가 담당하고 저는 구청이랑 학교 쪽 맡아서,

점장 : (말 자르며 야단치는) 고주임, 정신 있어요? 지금이 얼마나 중요한 땐데! 교회 청소도 하고 시식품평회도 할거라면서,

         선우환씨 혼자 그 일을 어떻 게 합니까? 1000명 행사 음식 따내는 일이에요!

은성 : 네, 아는데요...

점장 : (여지없이) 두 사람 사이에 무슨 사연 있는지 난 관심 없어요. 하지만, 개인감정 가지고 이번 일 망치는 건 절대 안 됩니다.

수재 : 그러니까요, 두 분, 제발 좀 공사구분 해요!

은성 : (난감하게 환 보는)

 

 

S#57. 사장실

 

책상에 앉아있는 할머니 앞에 결재서류 내미는 박변.

 

박변 : 지난 주 이사회에서 결정한 남부지역 제 3 공장부지 매입 건입니다.

할머니 : (받아들며) 그래, 대한민국 대표 설렁탕 만드는 게 내 꿈이니... 죽기 전에 남부까지 확장해야지.

박변 : (안도감 감추고 씁쓸한 미소로) 후계자를 정하시더니 결정을 하시는군요.

할머니 : (미안한 듯) 마음 앓이 좀 끝났나?

박변 : 속상하긴 하지만 사장님 뜻이 그런데 어쩌겠습니까?

할머니 : (끄덕이며) 자넨 내 마음 이해해 줄줄 알았어. (서류 보는)

박변 : (너무 속보이지 않으려고) 하지만 그 아이... 관심 갖고 지켜 볼 겁니다.

할머니 : (서류 보다가 박변 보면)

박변 : 사장님 말씀대로 이 회사는, 사장님이나 가족들 것이 아닌 천 이백 여명 직원 회사고, 저도 그 중 하나니까요.

할머니 : 내 말이 그 말이야.

박변 : ...사장님 떠나신 후, 제대로 회사를 운영할 능력이 있는 아이인지 관찰 할 자격 있다고 생각합니다.

할머니 : 아무렴, 이 회사 기반 다지는데 자네 공이 누구보다 크니까... 땅값이 좀 올랐네?

박변 : (안타깝다는 듯) 그래서 일단 매입 해두자고 말씀 드렸잖아요. 개발 예정지 아닙니까?

할머니 : (싸인 해서 주며) 계약 추진 해.

 

 

S#58. 교회 안 몽타주

 

-커다란 교회 안 대걸레로 닦는 은성과 환.

은성, 환 모른 척 일만 하고 환, 힐끔힐끔 은성 쳐다보고.

-유리창에 세정제 뿌리고 닦는 은성, 손 안 닿는 곳 닦으려고 뒤에 뒀던 사다리 의자 들어다 놓으려면

환, 와서 은성 툭 밀치고 자기가 닦고.

-예배 의자 닦는 은성과 환. 관계자, 들어와서 보고.

-일 다 마친 듯 다 수북하게 쌓인 더러워진 수건들 비닐봉지 정도에 챙기던 은성, 둘러보면 환 안 보인다.

 

 

S#59. 교회 앞

 

수건과 세정제 등 든 청소 용구 들고 지쳐서 나오던 은성, 멈칫 선다.

교회 앞 벤치나 계단 정도에 앉아서 호일에 쌓인 천 원짜리 김밥 먹고 있는 환.

 

은성 : (황당한 듯 보고 섰는데)

환 : (힐긋 보고) 다 끝났냐?

은성 : (황당한 듯 다가오며) 지금 뭐하는 거에요?

환 : 배고파서.

은성 : (기막힌) 누군 배 안 고픈가? 일은 같이하고 밥은 혼자 먹냐?

환 : (내밀며) 좀 줄까?

은성 : (열 받는) 됐어요! (가려는데)

환 : 이거 먹고 가야지!

은성 : (홱 돌아보며) 됐으니까 혼자 먹어요! (하다 어? 하는)

환 : (모듬 김밥 담긴 1회용 도시락 꺼내 뚜껑 열어 내미는) 자.

은성 : (뜻밖인 듯 보면)

환 : 안 먹어?

은성 : (머쓱해서) 먹는 거 갖구 치사하게 놀려요? 진짜 못됐다.

환 : (보며) 내가 좀 못됐지?

은성 : 그걸 이제 알았어요?

환 : 못됐어도 못나진 않았다며?

은성 : (깜짝 놀라는)

환 : 니가 그렇게 썼잖아.

은성 : (자기도 모르게) 내가 쓴 거 어떻게 알았어요?

환 : (맞구나, 씩 웃는, 대답 대신 김밥 집어먹고)

은성 : (환 김밥과 자기 김밥 번갈아 보는, 찡해서 환 보면)

환 : (생수병도 탁 놓아주는)

 

 

S#60. 동네 길 + 백성희 차 안

 

차에서 내리는 은성과 환. 은성, 청소용구 담긴 쇼핑백 들고 내리면 환, 와서 탁 받아들고 대문으로 간다.

저만치 세워진 차 안에서 은성과 환 보고 있는 백성희. 승미, 차창에 머리 기대고 눈 감고 있다.

 

 

S#61. 환 집 거실 (저녁)

 

주방 쪽에서 2층으로 올라가는 은성과 환 보고 서있는 영란.

 

영란 : 아니 환이 쟤는 속도 좋아? 맨날 붙어 다녀. (핸드폰 울린다. 앞치마 주머 니에서 꺼내서 보고 받는) 어, 성희야.

백(휠) : 저녁 먹었니?

영란 : 그럼?

백(휠) : (차분한) 느이 시어머니 들어오셨지?

영란 : 그럼? (하다 웃으며) 근데 너 웃긴다? 갑자기 그런 건 꼬치꼬치 물어?... (잠시, 놀라) 우리 집엘 온다구?...

         (잠시, 더 놀라) 지금?

 

 

S#62. 환 집 앞 (저녁)

 

차에서 내리는 백성희와 승미. 백성희, 승미 쳐다보면 승미, 시선 마주치지 않고 대문으로 간다.

 

 

S#63. 환 집 거실 (저녁)

 

들어오는 백성희와 승미. 영란, 맞이하고 섰다.

 

영란 : (영문 몰라) 아니 이 시간에 무슨 일이야? 더구나 우리 어머니한테까지 드릴 말씀이라는 게 뭐야?

할머니 : (방에서 나오는, 역시 영문 모르는 얼굴이고)

백성희 : (예의바르게 인사하는) 미리 허락도 안 받고 찾아와 죄송합니다.

승미 : (인사하는) 안녕하셨어요...

할머니 : (영문 모르겠는) 그래, 나까지 앉혀놓고 할 얘기가 있다고 했다면서?

 

 

S#64. 환 집 거실 (저녁)

 

할머니와 영란 앞에 앉아있는 백성희와 승미. 표집사, 주방 쪽에서 내다보고 있다.

 

백성희 : 우선... 제가 하는 말씀... 다 드릴 때까지 들어주시기 바래요.

할머니 : (뭔가 이상하지만) 그래, 말해 보시게.

백성희 : 제가 그동안... 말씀 못 드린 게 있어요. 저... (말하기도 무참한 듯) 재혼한 남편하고... 몇 달 전에 사별했습니다.

할머니, 영란 : (깜짝 놀라는)

영란 : 사별? 남편이 죽었단 말야?

할머니 : 말 끝날 때까지 기다려 달라고 했잖아.

영란 : (그래도 벌어진 입 다물어지지 않는)

정 : (2층에서 내려오다 둘 보는, 어? 하고 멈춰 서는)

백성희 : 진작에 이런 말씀 못 드린 건... 첫째는, 남편이 갑자기 사고를 당해서 죽었기 때문이고,

            둘째는... (맘 안 좋은 듯 승미 보며) 못난 제 딸 때문입니다.

승미 : (고개 숙이는, 이후 계속 고개 숙이고 얘기에 끼어들지 않는)

영란 : 얘, 빨리 말해, 답답해 죽겠다.

백성희 : 재혼한 남편이, 뉴스에서 보셨는지 모르겠지만, 인천 상가 가스 폭발 사고로 세상을 떴습니다.

할머니, 영란 : (깜짝 놀라는)

백성희 : (메여서) 너무 갑자기, 그것도 너무 흉한 사고로 남편을 잃어서... 누구한테 연락할 정신이 없었어요.

            부도로 빚쟁이들 들이닥치고... 아무한테도 연락 못하고 장례 치렀습니다.

영란 : 어머 어머 세상에...

백성희 : 그러다 보니 말씀드릴 때를 놓쳤어요... (눈물 젖은 눈으로 할머니 보는) 그 죽은 남편 딸아이가... 은성입니다.

할머니, 영란 : (기겁해서 놀라는)

정 : (서서 듣다가 너무 놀라서 계단에 풀썩 주저앉는)

영란 : 서, 성희야, 너 방금 뭐랬니?

백성희 : 미안해, 영란아.

할머니 : (역시 믿기지 않는) 자네 전 남편 딸이 은성이, 우리 집에 있는 고은성이란 말인가?

백성희 : (사죄하듯 고개 숙이며) 네...

영란 : (이해 안 되는) 아니 너, 왜 진작 말 안했어?

백성희 : (대답 대신) 정아, 은성이 있으면 좀 불러다 줄래?

정 : (눈 커져 얼어붙은 채로) 네? 네. (얼른 우당탕 2층으로 올라가는)

승미 : (드디어... 긴장에 스커트 꼭 쥐는)

 

 

S#65. 은성 방 (저녁)

 

은성, 샤워한 듯 젖은 머리 감싼 수건 푸는데...

 

정 : (문 벌컥 열고) 야! 너 당장 내려와!

은성 : 왜?

정 : 너, (하다 일부러 말 안하고) 암튼 너 클났으니까 빨리 내려 와! (문 쾅 닫고 사라지고)

은성 : (영문 몰라 보는, 얼른 머리 털고)

 

 

S#66. 환 방 (밤)

 

침대에 앉아서 영업 관련 책 읽고 있는 환.

 

정 : (문 벌컥 열고 숨넘어가는) 오빠! 빨리 내려 와! 빨리 빨리 빨리! 해, 핵폭탄 터졌어!

환 : 무슨 일인데?

정 : 은성이가 승미 새 아빠 딸이래!

환 : (깜짝 놀라) 너 그거 어떻게 알았어?

정 : 승미랑 승미 엄마 왔어. 지금 얘기하고 있어. 나 빨리 얘기 마저 들어야 되니까, 오빠도 빨리 내려 와. (문 쾅 닫고 사라지는)

환 : (놀라 굳어지고)

 

 

S#67. 환 집 거실 (저녁)

 

얘기 계속하고 있는 백성희. 할머니와 영란, 굳어서 듣고 있다. 정, 엄마 옆에 앉아서 눈 커져 듣고 있고.

 

백성희 : 그렇게 집 나가 버리고 이젠 정말 인연 끊어지나보다 그러고 있다가,

            승미가 사장님 회사 입사해서 은성이 다시 만났어요.

환 : (급한 걸음으로 먼저 내려오는, 상황 보고 멈춰 서는)

백성희 : 진작 말씀드리지 못해 정말 죄송합니다. 그래도 7년 간 같이 산 전 남편 자식이라...

            그동안 환이네 몰래 은성이 타이르고 또 타이르다 여기까지 왔습니다.

할머니 : (놀란 상태다) 타이르다니, 우리 몰래 뭘 타일렀단 말인가?

은성 : (급하게 머리 대강 말리느라고 한발 늦게 내려오다가 백성희와 승미 보고 기겁해서 환 옆에서 멈춰서는)

환 : (은성 돌아보는)

백성희 : (은성 보는)

할머니, 영란 : (백성희 시선 따라 은성 보고)

승미 : (막 고개 들어 은성 보다가 옆에 서서 은성 보고 있는 환 보는, 흔들리고)

은성 : (이게 어떻게 된 일인가? 사색돼서 보는데)

백성희 : (안됐다는) 너 계속 이러면 나도 이럴 수밖에 없다고 했잖니.

은성 :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백성희 : (다시 할머니 보며, 죄송한 척) 은성이가 장사장님을 언제 어디서 어떻게 만났는지는 모르지만...

            은성이... 환이 할머니 처음 만났을 때, 누구신지 알고 있었어요.

은성 : (기겁해서 놀라는)

환 : (역시 기겁해서 놀라는)

할머니 : (놀라) 그게 무슨 말이야? 날 알고 있었다니?

백성희 : (가방에서 3년 전 잡지 꺼내 펼치면, ‘설렁탕은 내 인생’ 큰 제목 밑에 ‘대한민국 대표 설렁탕을 꿈꾸는 진성 식품

            장숙자 사장’ 소제목으로 할머니 큰 사진과 함께 인터뷰 실려 있다. 내밀며) 이거 기억나시죠?

            은성이 방학에 귀국했을 때마다 몇 번은 봤을 거에요.

할머니 : (충격에 은성 쳐다보면)

은성 : (놀라 한발 다가서며) 아니에요? 저 그거 본 적 없어요.

승미 : (처음으로 입 떼는) 설렁탕으로 재벌도 되냐면서 그랬잖아... 할머니 멋있게 생기셨다고... 그랬잖아...

은성 : (화나서) 내가 언제 그랬어!

백성희 : (바로) 환이 얼굴도 알고 있었구요.

환 : (놀라 은성 확 보는)

은성 : (더 놀라 백성희 보는)

정 : 우리 오빠도 알고 있었어요?

백성희 : 승미가 얼마나 환이를 입에 달고 살았는데 환이를 모르고 할머닐 모를 수가 있어요?

            승미 책상에서 앨범에서 환이 사진, 닳도록 봤죠.

할머니 : (들을수록 기막힌 말에 굳어서 은성 보는)

승미 : (눈물 떨구며) 죄송합니다... 오빠 미안해...

영란 : 어머 세상에 세상에, 그러니까 은성이 얘가 처음부터 우리 집안 속속히 알고 있었던 거네?

은성 : (덜덜 떨며) 아, 아니에요...

영란 : (매섭게) 너 입 다물고 가만있어!

할머니 : (무겁지만 강한) 다들, 승미 엄마 얘기 다 끝날 때까지 조용히 있어!

은성 : (너무 기막혀 눈물 나는, 손으로 입 막고)

백성희 : (말 계속하는) 제가 사별한 얘길 말씀 못 드린 죄가 있어서, 환이네 모르게 해결하려고 이 집서 나오라고 설득했는데,

            환이 할머니 유산 욕심에 얘가 말을 들어야죠.

정 : 맞어, 얘 친구한테 재벌 됐다고 자랑 자랑했는지 막 밥 사라고 그랬어.

은성 : (눈물 어려) 아니에요, 우리 아빠 보험금 때문에 거짓말하는 거에요!

백성희 : 네, 은성아빠, 생명 보험금 있었어요. 사고 보상금도 있었고, 집도 있었고, 땅도 있었죠.

            부동산은 이미 부도나면서 날렸고, 사망 보험금하고 생명보험금 받아 빚 갚아야 한다고 했더니...

            (가방에서 은성이 자필로 쓴 위임장 내밀며) 알아서 처리해 달라고 직접 써준 거에요. (은성 돌아보며) 니가 쓴거 맞지?

은성 : (떨리는) 그건, 그래서가 아니잖아요...

백성희 : 경황없는 상황이라 인감증명 뗄 때는 위임장 필요 없다는 생각도 못하고 주길래 받아뒀던 건데...

            어제 밤새 온 집안 다 뒤져 찾아냈어요.

모두 : (위임장 보고 은성 보는)

은성 : (그 시선에 어쩔 줄 모르는데)

백성희 : 도저히 더 못 기다리겠어서, 우리 승미 죽을죄인 되더라도 다 털어 놓겠다고 했더니...

            지 아빠 생명 보험금을 제가 가로챈 걸로 말씀드리겠다고 절 협박하길래요.

환 : (너무 충격이라 멍하니 있는)

백성희 : (정말 미안한 듯 은성 보며) 미안하다, 결국 이렇게 돼서. 나나 승미가 어쩔 수 없었다는 거, 너도 이해해 주길 바래.

은성 : (완전히 당했다. 달달 떨리지만 말 못하는)

할머니 : (너무 명확한 증거 앞에 혼란스러운, 기막혀 은성 보는)

백성희 : (눈물 어려) 정말 죄송합니다, 저로 인해서... 너무 큰일을 겪으시게 했어요... 미안하다, 영란아.

영란 : 아우 어지러... (휘청 기대는)

정 : 엄마! (얼른 와서 엄마 잡는)

백성희 : (마지막으로 환 보며) 미안하다, 환아. 그럼... 가보겠습니다. (일어서며 은성에게) 우리 얘긴 나중에 하자.

승미 : (일어서며 고개 깊게 숙이는, 떨리는) ...죄송합니다...

모두 : (충격에 배웅도 못하고 은성 쳐다보는)

백성희, 승미 : (현관으로 나가고)

은성 : (멍하니 있다가 할머니 쳐다보면)

할머니 : (충격으로 굳어있는)

영란 : (벌떡 일어나 은성에게 다가와 은성 뺨 후려치는) 이 깜찍한 것!

환 : (놀라) 엄마!

할머니 : (동시에) 에미야!

은성 : (졸지에 맞고 눈물 어려 영란 보면)

영란 : (바들바들 떨며) 니가 감히 우릴 다 속였어?

은성 : (할머니 보면)

할머니 : (증거가 명백한 상황이라 편들어 줄 입장 아니다. 굳은 얼굴로 앉아있고)

영란 : 너 찐드기처럼 우리 집에 붙어있을 때 수상하다 했어!

은성 : (변명할 상황도 기력도 없다. 돌아서 계단 올라가는)

환 : (혼란의 극으로 은성 보는)

 

 

S#68. 은성 방 (밤)

 

완전히 넉 아웃 된 기분으로 가방에 짐 싸는 은성, 눈물 후두둑 떨어진다.

울지 않으려고 이 악물고 짐 싸는 은성.

 

 

S#69. 환 집 거실 (밤)

 

충격으로 손으로 이마 짚고 앉아있는 할머니. 환, 굳은 얼굴로 계단에 앉아있고 영란과 정 흥분해 있다.

 

영란 : 그러니까 어머니가 쟤한테 완전히 속으신 거라구요!

정 : 아 무서워. 쟤 너무 무서운 애야.

영란 : 어머니 이제 어쩌실 거에요? 우리 이 꼴이 다 뭐에요?

할머니 : (충격과 혼란으로 그대로 있는)

표집사 : (우황청심환과 물 컵 갖고 와서 할머니 주는) 우황청심환입니다, 어르신. (영란에게) 진정 좀 하십시요!

영란 : 내가 지금 진정하게 됐어? (하는데)

은성 : (짐 가방 들고 내려오는)

환 : (계단 내려오는 기척에 돌아보는, 벌떡 일어서는, 은성 본다.

      상황은 승미 쪽 말이 명백하지만 마음으로 믿기지 않아 혼란스런)

정 : 어머머 너 드디어 나가는 거니?

할머니 : (고개 들고 은성 보는)

은성 : (아무도 믿어주지 않는 상황에서 눈물 보이고 싶지 않은, 이 악물고 참고 할머니 본다. 제일 죄송한 사람이다.

         아니라는 듯 할머니 보는)

할머니 : (걷잡을 수 없는 혼란으로 물기 어려 은성 보는)

은성 : (적당한 위치에 서서 꾸벅하는) 안녕히... 계세요...

정 : (황당한) 야! 너 뭐라고 말을 하고 나가야지?

은성 : (돌아서는)

 

 

S#70. 환 집 앞 (밤)

 

할머니 집에 들어갈 때 짐 가방 그대로 들고 대문 나오는 처연한 은성에게서 엔딩.

 

<19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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