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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란한 유산] 20

작성자수다쟁이|작성시간12.08.17|조회수1,026 목록 댓글 0

[찬란한 유산] 20

 

 

 

 

 

 

 

 

 

 

S#1. 환 집 앞 (밤)

 

할머니 집에 들어갈 때 짐 가방 그대로 들고 대문 나오는 처연한 은성, 대문 닫고 할머니 집 돌아본다...

울컥하며 참았던 눈물 솟구치는 은성, 다시 한 번 꾹 참고 돌아서 간다.

 

 

S#2. 환 집 거실 (밤)

 

한고비 넘기고 굳은 얼굴로 생각에 잠겨있는 할머니. 믿기지 않는 듯 멍하니 있는 환.

영란과 정, 둘이서 팔팔 거리고 있다. 표집사, 할머니 걱정스러운 듯 보고 서있다.

 

영란 : (흥분한) 아니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가 있어요? 협박이라니, 유산 받을 욕심에 협박을, 세상에 기가 막혀서...

정 : 할머니도 알고 있었고, 오빠도 알고 있었으면 완전히 계획적으로 접근한 거잖아!

영란 : (기막힌) 아니 어머닌 어떤 앤지 알아보지도 않으시고 저런 애한테 유산을 준다고 하셨던 거에요?

할머니 : (힘겹게 일어서는)

영란 : 어머니, 무슨 말씀 좀 해 보세요. 이제 어떡하실 거에요?

환 : (할머니 보는, 일어서며) 할머니 괜찮아?

표집사 : (얼른 다가와서) 내가 모시마. (할머니 부축하는)

영란 : 어머니, 괜찮으세요?

할머니 : (끄덕이며) 쉬어. (표집사 부축 받아 방으로 가는)

정 : (걱정에) 엄마, 할머니 많이 놀랐나봐.

환 : (할머니 보고 선 채 그대로 있는)

영란 : 그럼, 니들 보다 더 믿은 도끼에 발등 찍히셨는데.

정 : 암튼 다행이다, 사기꾼 정체 들통 나서. 오빠, 속 시원하지?

환 : (도저히 이대로 있을 수 없다. 갑자기 급하게 현관으로 가는)

 

 

S#3. 동네 길 (밤)

 

저만치 보이는 버스 정류장 향해 걸어가는 은성, 눈물 어려 있다.

뒤에서 뛰어오는 환, 은성 앞 막아선다.

 

환 : (화난) 너 왜 변명 안 해?

은성 : (흠칫 놀라 보면)

환 : (본능적으로 아닐 수도 있다는 느낌) 왜 아무 말 안하냐구! 뭐라고 해야 할 거 아냐! 정말 승미 말대로야?

      나 알고 있었어? 할머니 알고 있었어?

은성 : 아니라고 하면, 믿을 거에요?

환 : (멈칫하는)

은성 : (눈물 어리는, 믿지도 않을 거면서, 돌아서는)

환 : (더 화나는) 그래도 무슨 말을 해야지, 너 지금 어떤 사람 된 줄 알아? 이대로 가면 너, 다 인정하는 거야!

은성 : (확 돌아서며) 아니라고 하면 믿을 거냐구요! 어차피 안 믿을 거잖아.

환 : (멈칫하면)

은성 : (아프게 내뱉는) 징그러워.

환 : 뭐?

은성 : (지친) 돈... 징그럽고 무섭고... 다 싫어요, 그만하고 싶다구요.

환 : 그게 무슨 말이야?

은성 : (돌아서 가는)

환 : (보다가) 어디로 가?

은성 : (대답 없이 가는)

환 : (더 잡지 못하고 서있는, 혼란스럽고)

 

 

S#4. 버스 안 (밤)

 

분하고 억울함을 넘어 기막힌 심정으로 앉아있는 은성.

 

<19회 67씬에서>

백성희 : 승미가 얼마나 환이를 입에 달고 살았는데 환이를 모르고 할머닐 모를 수가 있어요?

            승미 책상에서 앨범에서 환이 사진, 닳도록 봤죠.

백성희 : 니가 쓴 거 맞지?

 

은성(E) : (울컥 올라오는 분노로 눈 감는) 아빠... 왜 저런 사람을 사랑했어요?

 

<19회 67씬에서 ‘설렁탕으로 재벌도 되냐면서 그랬잖아... 할머니 멋있게 생기셨다고... 그랬잖아...’ 하던 승미>

 

은성 : (현재, 배신감에 떨리는, 이 악물고)

 

 

S#5. 승미 집 거실 (밤)

 

들어오는 백성희와 승미. 마지막 결단 내린 뒤라 도리어 차분하고 냉정한 얼굴로 들어오는 백성희.

승미, 여전히 긴장 상태로 들어온다.

 

백성희 : (소파로 가서 가방 놓고 앉는데)

승미 : (엄마 보고 서있는)

백성희 : 앉든가, 들어가든가.

승미 : (와서 앉는, 몰랐었다) 엄마... 언제 은성이 자필 위임장까지 받아놨어?

백성희 : (왜 묻는지 안다. 아무렇지 않은 듯) 아까 말 했잖아.

승미 : (엄마가 너무 놀랍다. 떨리는) 인감증명 뗄 때 없어도 되는 위임장...

백성희 : (미리) 그래, 혹시나 이런 때가 올까봐, 언젠가 은성이가 알게 될까봐 받아 둔 거야. 됐니?

승미 : 엄마 정말 무섭다...

백성희 : (무시하고 표정 흔들림 없이 상황 정리해 주는) 이제 됐어, 은성이 환이네서 못 버틸 거야.

            할머니 유언도 취소 될 거니까, 뒷수습이나 잘 해. 환이하고 니 사이엔 세월이 있어...

승미 : (저질렀지만 괴로운, 고개 숙이고)

백성희 : (그런 딸 보며) 사람 힘으로 할 수 있는 건 다 했으니까, 나머진 운에 맡겨. 우연이 세 번이면 필연이라는데,

            설마 은성아빠가 은성이하고 또 마주 치겠니? (일어서며) 다음 주에 이사하면 별일 없을 거야. 쉬어. (방으로 가고)

승미 : (고개 숙인 채 그대로 있는)

 

 

S#6. 부암동 집 앞 (밤)

 

가방 들고 걸어오는 은성, 집 쳐다본다. 이렇게 다시 돌아왔다... 멍하니 보는 은성.

 

 

S#7. 부암동 방 (밤)

 

가방 들고 들어오는 은성. 티비 보다 은성 돌아보고 깜짝 놀라는 혜리.

 

혜리 : 은성아? (하다 가방 보는)

은성 : (친구 얼굴 보니 서러운 눈물 난다) 혜리야...

 

<시간 경과>

기막혀서 입 못 다물고 은성 보고 있는 혜리.

 

혜리 : (기막힌) 그럼 너, 완전 사기꾼으로 몰려서 그 집에서 나온 거야?

은성 : (기운 없어 벽에 기대 있다)

혜리 : (열 받아) 야! 당장 일어나! (벌떡 일어나서 은성 팔 잡으며) 내가 가서 다 말해 줄 테니까, 빨리 일어나!

은성 : (팔 뿌리치며) 소용없어...

혜리 : (앞에 앉으며) 없긴 왜 없어? 너 은우 데리고 나 찾아왔을 때 어떤 꼴이었는지 내가 다 아는데!

은성 : 너도 나한테 들은 말 뿐이잖아.

혜리 : (멈칫하면)

은성 : 할머니 사진 나온 잡지에, 그 사람 사진에, 위임장에... 니가 거기 없어서 그래. (서글픈) 누구도 내 말 믿어줄 수 없어.

혜리 : 그렇다고 이렇게 사기꾼에 협박범 돼서 나가 떨어져? 분하지도 않냐?

은성 : 무서웠어.

혜리 : 뭐?

은성 : (눈물 어려) 어머니랑 승미... 너무 무섭드라. 돈이 뭐 길래, 사람이 사람한테 이렇게까지 할 수 있는지, 소름 돋게 무서웠어.

혜리 : (안타까운) 아니 할머닌 널 그렇게 겪고도 그 말을 믿으시니?

은성 : (눈물 어려) 그게 제일 가슴 아파... 할머니하고 (자기도 모르게) 그 사람... (가슴 아픈) 날 얼마나 이상한 애로 생각할까...

 

 

S#8. 환 집 뜰 (밤)

 

혼자 망연히 앉아있는 환.

 

백(E) : 환이 얼굴도 알고 있었구요.

 

<1회 42씬에서 ‘제 가방 주세요’ 하던 은성>

 

환 : (현재, 자신을 알아본 느낌이 아니었다. 후- 생각에 잠기는)

 

 

S#9. 부암동 방 (밤)

 

지쳐서 입은 옷 그대로 누워 잠들어 있는 은성.

준세와 같이 들어오는 혜리. 혜리에게 상황 다 들은 준세다.

 

준세 : (맘 아프고 기막혀 은성 보는)

혜리 : 얼마나 기막히게 지능적으로 당했는지, 애가 완전히 진이 빠졌어요.

준세 : (적당한 거리 두고 앉는)

혜리 : (앉으며) 은성아.

준세 : 자게 둬요.

은성 : (말소리에 힘없이 눈뜨는, 준세 보인다. 어? 하는데)

준세 : (맘 아픈) 야 이 바보야.

은성 : (일어나 앉는) 오빠... (혜리 보면)

혜리 : 준세씨 사시 패스한 사람이잖아, 법적으로 방법을 찾아 봐야지.

준세 : (안타까운) 진작 말 좀 하지! 은우 버린 게 새 어머닌거 알았으면, 너 혼자 감당 못할 사람인 거 알았어야지.

은성 : ...그러게요...

혜리 : 다 승미 때문에 말 못했다니까요? 그러다 이렇게 당했으니 더 괘씸하죠.

준세 : 사람 자기 보호 본능이 얼마나 무서운 건데, 다 너 같은 줄 알아?

은성 : (말 못하고 눈물 어리는) ...

준세 : 오늘은 너 힘드니까 자세한 얘긴 내일하기로 하고, 보험사에서 받아온 서류들 줘봐.

은성 : (보면)

준세 : 맘 같아선 내일 당장 할머니 찾아뵙고, 너 귀국한 날부터, 니 사정 어떻게 된 건지 내가 다 안다고 말씀드리고 싶은데...

         얘기 들어보니까 그런 걸로 해결 될 문제가 아냐.

은성 : (거의 절망적인) 그러지 말아요, 오빠가 할머니 만나도 소용없어요...

 

 

S#10. 할머니 방 (밤)

 

굳은 얼굴로 앉아서 골똘히 생각에 잠겨있는 할머니, 백성희 말과 은성에 대한 생각 정리 중이다.

 

 

S#11. 환 방 (밤)

 

잠 못 자고 뒤척이는 환.

 

 

S#12. 환 집 외경 (다음날, 아침)

 

 

S#13. 환 집 주방

 

식탁에 앉아있는 영란과 정, 표집사.

 

환 : (들어오는) 할머닌?

영란 : 새벽 같이 나가셨댄다.

환 : (표집사 보며 할머니 걱정) 괜찮으셔? (앉는)

표집사 : (미리 말해 주는) 괜찮으셨고, 어제 일에 대해서는 아무 말씀 없으셨다.

정 : 할머니, 우리한테 챙피해서 일찍 나간 거 같애. 그런 앤 줄도 모르고, 할머니 그 때 그랬잖아? 은성이한테 돈을 물려주는 게

      아니라 뜻을 물려주는 거라구. 그랬는데 사실은 걔가 돈 노리고 접근한 애래, 얼마나 기막혀? (하는데)

환 : (듣기 싫은) 밥알 다 튀어, 입 다물고 밥 먹어.

정 : 응? 나 지금 입에 밥 없어, 오빠?

환 : (멈칫하는)

영란 : 다 관두고, 앞으로 우리 집에서 걔 안 보고 사는 것만 해도 살 거 같애.

정 : 참 엄마, 준세 오빤 은성이 정체 알까?

영란 : (당연히 모른다는) 아이구, 그 대단한 니 할머닐 감쪽같이 속여 넘긴 애야. 준세는 식은 죽 먹기지.

정 : (갑자기 눈 커져) 얘 혹시 갈 데 없다고 준세 오빠네 간 거 아냐?

환 : (괜히 덜컥해서 정 보는)

 

 

S#14. 부암동 방

 

밥상에 앉아 봉투에 ‘사직서’ 쓰는 은성. 혜리, 심란하게 보고 있다.

 

혜리 : (심란한) 괜히 사직서 내러 갔다가 할머니한테 얻어맞음 어떡하니?

은성 : (멈칫 보면)

혜리 : (걱정에) 그렇잖아, 할머니 배신감이 제일 클 거 아냐? 너 믿고 회사를 맡길 생각까지 하셨는데.

은성 : (걱정스럽지만) 그러니까 더 이렇게 해야지. 혼나더라도 죄송하다고 말씀드리고 그만 둬야지.

         언젠가 꼭 내가 거짓말 한 게 아니라는 증거 찾아갖고 오겠다고... 그래야지. (가방에 사직서 넣고 일어서는)

혜리 : (가방 들고 일어서는)

은성 : (거울 보며 머리 매만지다가 목 보는) 어? 내 목걸이!

혜리 : 목걸이 없어졌어?

은성 : (당황해) 이거 어디 갔지?... (방 둘러보는)

혜리 : 아까 청소할 때 없었어. 그 집에 두고 온 거 아냐?

은성 : 아냐, 샤워할 때도 안 풀고 하는데... (울상) 어떡해? 엄마가 주신 건데... 오다가 떨어뜨렸나 봐.

혜리 : 니 방에서 떨어뜨렸는지도 모르잖아? 전화해서 물어 봐.

은성 : (난감한) 그 집 식구 누구한테, 어떻게 전활 해... (속상해 눈물 어리는)

 

 

S#15. 승미 방

 

출근 옷 차려입고 거울 보는 승미, 물끄러미 자기 자신 얼굴 들여다보는데...

 

백성희 : (노크에 이어 문 연다)

승미 : (돌아보면)

백성희 : 정말 아침 안 먹을 거야?

승미 : (담담하려 애쓰는) 생각 없어요. (가방 집어 드는데)

백성희 : (본론은 그게 아니다) 환이 전화 올 거야.

승미 : (멈칫, 보면)

백성희 : 너 말고는 여자 별 관심 없던 애가 조금이라도 은성이 마음에 품었으면, 믿고 싶지 않을 거야.

승미 : (듣기 싫은) 알아요.

백성희 : 잘해. (문 닫고 사라지고)

승미 : (자신이 어떻게 해야할 지 안다. 표정 다지고)

 

 

S#16. 환 집 뜰 현관 앞

 

데크 내려가던 환, 은성 자전거 보고 멈칫 선다. 주인 없는 집에 혼자 남겨진 자전거 보고 서있는 환.

 

 

S#17. 2호 점 점장실

 

의아한 얼굴로 환 바라보고 있는 점장과 수재.

 

점장 : 고주임이 출근은 안 할 거 같은데, 왜 안 하는지는 몰라요?

환 : (굳어있는) 네.

수재 : 혹시 둘이 싸웠어요?

환 : (기분 안 좋은 눈으로 탁 보면)

수재 : (헉, 놀라 얼른) 아니 제 말은, (꾸벅) 죄송합니다.

점장 : 됐어요, 고주임이 연락 하겠죠. (환 기색 보는)

환 : (어두워지는)

 

 

S#18. 옥상

 

올라오는 환, 의자로 가다가 멈칫 선다.

 

<16회 57씬에서 ‘의자에 쪼그리고 자던 은성’>

 

그 의자로 가는 환, 앉는다... 이어서 눕는 환, 하늘 쳐다본다...

쨍한 햇빛에 눈 시린듯 깜빡이는데 햇빛 때문인지 아픔 때문인지 눈에 물기 어린다... 팔로 눈 가리고 눈 감는 환.

 

 

S#19. 사장실

 

창가에 서서 생각에 잠겨있는 할머니.

(자신이 겪었던 은성 심성에 대한 확신 있지만 너무 완벽한 백성희 모녀 증언과 보험 증거들 때문에

쉽게 가족들이나 이사진들에게 자신의 속내 드러낼 수 없는 상황,

이후 백성희와 은성에 대해 좀 더 알아보고 은성에 대한 믿음을 누구에게도 드러내지 않을 생각입니다)

 

E 사내 인터폰 울린다.

할머니 : (돌아서서 누르면)

비서(휠) : 사장님, 고은성씨가 찾아오셨는데요.

할머니 : (뚝 굳어지는) 고은성?

비서(휠) : 네.

할머니 : (표정 정색하며) 들어오라고 해. (잠깐 예리하게 생각하고 책상에 앉는데)

은성 : (기죽어서 조심스레 들어온다. 할머니 못 보고 깊게 인사하는)

할머니 : (담담한) 회사엔 어쩐 일이냐? (이후 모두 의도된 냉정함)

은성 : (가방에서 사직서 꺼내는) 이거... (다가오는, 떨리는 손으로 책상에 사직서 놓는)

할머니 : (탁 보며) 사직서?

은성 : (할머니 보는, 아픈 마음 누르고) 저는 아니지만... 할머니, 아니 사장님은 더 이상 절 믿기 어려우실 거라고 생각해요.

할머니 : (바로) 너 정말 제멋대로구나?

은성 : (흠칫 놀라 보며) 네? 죄송합니다...

할머니 : (야단치듯) 지금 너 때문에 내 꼴이 얼마나 우습게 됐는지 아냐? 늙은이 꼴 이렇게 우습게 만들어 놓고

            사직서 내고 내빼면 된다?

은성 : (당황해) 할머니 그게 아니라요,

할머니 : 내일부터 2 호점 일 계속 해!

은성 : 네?

할머니 : 니 도덕성은 둘째 치고, 최소한 회사 운영 능력은 있었다는 건 보여주란 말야!

            어떡하든 20프로 달성해서 니 능력 보여 줘.

은성 : (보다가 희망으로) 절... 믿으시는 거에요?

할머니 : (말도 안 된다는) 나도 내 자신을 백프로 모르겠는데 널 믿어? 사람 백프로 믿는 건 불가능이야.

은성 : (난감하게 할머니 보면)

할머니 : (의미 있는) 그렇지만... 날 속인 사람 봐주진 않아.

은성 : (도통 할머니 속을 모르겠는, 어떻게 해야 할 지 몰라보면)

할머니 : (괘씸하다는 듯) 승미 모녀 말 다 인정하고 도망치겠다는 거냐?

은성 : (얼른) 아뇨, 그건 아니에요.

할머니 : (사직서 찢으며) 됐어, 나가 봐.

은성 : (할머니 마음 긴가민가 모르겠지만, 보다가) 대신... 유언장 취소해 주세요.

할머니 : (멈칫 보면)

은성 : 그래주시면... 감사한 마음으로 2호 점 가서 열심히 일 할께요.

할머니 : (의미 있는) 생각하고 고민하고 판단은 내가 해!

은성 : (단호한) 아뇨, 이젠 할머니 유산... 주신다고 해도 안 받을래요.

할머니 : (멈칫해서 보면)

은성 : 할머닌 할머니 뜻이고 회사라고 하시지만... 사람들한테는 돈일 뿐이에요.

         전 그냥, 어느 날 갑자기 로또 보다 더 큰 돈벼락 맞은 사람이었어요.

할머니 : 그래서.

은성 : (솔직한) 저도 백 프로, 할머니 뜻만 이어받을려고 유산 받겠다고 한 거 아니에요. 제 욕심 있었어요.

할머니 : (거침없이) 당연하지, 니가 천사냐?

은성 : 네?

할머니 : 돈 싫으면 인간 아니지.

은성 : 그렇지만... 저한테 버거운 짐이었어요. 미움 받고 위협 받고 미안하고, 죄송하고... 그동안 힘들었어요.

         믿으시고 안 믿으시고 떠나서, 이번 일도 그렇구요...

할머니 : (심각하게 은성 보는)

 

 

S#20. 회사 엘리베이터 앞

 

사무실에서 나와서 한쪽에서 긴장한 얼굴로 환과 통화하고 있는 승미.

 

승미 : 그래, 오빠 만나... (잠시) 알았어, 글루 갈게... (끊는 돌아서는데)

은성 : (굳은 얼굴로 서있다)

승미 : (예상 못했다 만나자 뚝 굳어지는)

은성 : (다가오며 굳은) 얘기 좀 하자.

승미 : (표정 다지고) 할 얘기 있으면 전화하지 (안 피할 텐데) 여기까지 왔어?

은성 : (천연덕스러움에 기막혀서 보는)

 

 

S#21. 회사 옥상

 

휴게 의자 있는 옥상. 앞장서서 오는 승미. 은성, 뒤따라온다.

 

은성 : (기막혀서) 이젠 회사에서 나하고 돌아다니는 것도 아무렇지 않구나?

승미 : (돌아서며) 회사는... 무슨 일로 온 거야?

은성 : 사직서 내러.

승미 : (당연히 받을 걸로 생각, 확인하는) 할머니가 뭐라면서 받으셨어?

은성 : (내막 말 안하고) 어떠셨을 거 같애?

승미 : (고개 돌리며 안도하고) 앉자.

은성 : (배신감에) 어떻게 너까지 이럴 수 있어?

승미 : (멈칫 보는)

은성 : 난 그동안 너 때문에 아무 말 안했어. 우리 관계 말하지 말아 달라는 니 어머니 부탁, 너 때문에 들어줬어!

승미 : (대꾸 없이 보는)

은성 : (기막혀) 니 어머니 같은 사람도 설마, 이렇게까지 할 수 있다는 걸... 어제 당하면서 알았어.

         근데 어떻게 너까지, 너까지 그런 거짓말을 해?

승미 : (담담히) 내 기억엔 그랬는데?

은성 : (놀라) 뭐?

승미 : 내 기억엔 그랬다구.

은성 : (뚝 굳어져 화나는) 유승미!

승미 : 분명히 너한테 할머니 오빠 사진 보여줬고, 아버지 보험금은 빚 갚는데 다 들어갔어. 니가 보험금으로 우리 엄마 오해하고

         몰아붙이고, 오빠네 집에 그렇게 말해 버린다고 협박하니까, 나도 어쩔 수 없었어.

은성 : (너무 기막혀 눈물 어리는) 승미야.

승미 : (고개 돌리며 꼿꼿함 유지하며, 진심) 나를, 내 껄 지키고 싶었을 뿐이야.

은성 : 선우환?

승미 : (멈칫하는, 대답 안 하고) ...

은성 : 그렇구나... 니 엄마는 돈을 원하고, 넌 그 사람 원해서, 그래서 나한테 이렇게까지 했어.

승미 : 우리 더 이상은 할 얘기 없을 거 같다, 근무 중이라 들어갈게. (돌아서는데)

은성 : 그 사람이 나 좋아하면 어쩔 거야?

승미 : (확 돌아보는)

은성 : (자신 없지만 홧김에) 아니면, 그 사람은 나 믿으면 어떡할래?

승미 : (발끈해서) 환이 오빠, 바보 아냐. 너 같은 앨, (하는데)

은성 : (억울함에 화나는) 니가 만든 거짓말이지 내가 아냐! 난 그 사람 속인 적도, 누굴 협박한 적도 없어!

승미 : (보다가) 너... 그랬어.

은성 : (다가가서) 그럼 승미야, 기다려. 언젠가... 꼭 밝힐 테니까. (바로) 그리고 너, 그 사람하고 결혼 약속 한 건 맞니?

승미 : (뚝 굳어지는)

은성 : 간다. (휙 앞서 가는)

승미 : (홱 돌아보는, 불안으로 떨리고)

 

 

S#22. 박변 사무실

 

화색 돌아서 영란과 통화하고 있는 박변.

 

박변 : 사장님이야 된통 당하셨지만, 이제라도 그런 아인 게 밝혀져 다행입니다.

영란(휠) : 그러게요. 암튼 이렇게 됐으니까, 이사님 빨리 유언장 작성 취소하는 과정 좀 알아봐 주세요.

박변 : 예, 알겠어요... (잠시) 예, 연락드릴께요. (끊는, 갸웃하며) 성희씨가 사별을 했어?...

 

 

S#23. 환 집 거실/대리점

 

아이고... 하는 얼굴로 주방 앞에서 영란 쳐다보고 있는 표집사. 백성희와 통화하고 있는 영란.

 

영란 : (나무라듯) 얘! 넌 우리 집 발칵 뒤집어 놓고 전화 한통이 없니?

백성희 : (힐긋 직원 쪽 보고 기죽은 듯) 내가 무슨 염치로 너한테 먼저 전화를 해?...

            니가 이해해주고 이렇게 받아주길 바랄 뿐이었지.

영란 : 그래, 얘. 어제는 은성이 때문에 뒤로 넘어가느라고 정신없었는데, 너도 좀 심했어.

         아무리 전남편 딸이래두 어떻게 그 기막힌 일을 여태 숨길 수가 있어?

백성희 : 정말 미안해, 어제 말했듯이 나도 켕기는 게 있어서 조용히 처리할려고 하다보니까 그렇게 됐어.

영란 : 이제라도 말해줘서 다행이긴 한데, 그것두 그래! 어쩜 남편 베트남 갔다구 싹 그짓말을 하니?

표집사 : (다가와) 청소 안 하십니까?

영란 : 통화 중이잖아.

표집사 : (손으로 시계 가리키면)

영란 : (으유? 보고) 성희야, 암튼 어머니 유언장 정리하고 만나서 얘기하자, 끊어. 나 청소해야 돼.

백성희 : 어 그래... (핸드폰 내리는, 계산대로 됐구나... 후... 안도하는)

 

 

S#24. 2층 거실

 

청소기 돌리는 영란, 대강 대강 돌린다. 3층 계단 쪽으로 가다가 청소기 끈다.

 

영란 : (3층 계단 보며) 일거리 줄었네. (청소기 코드 뽑는)

 

 

S#25. 준세 레스토랑

 

준세에게 신나서 은성 얘기하고 있는 정.

 

정 : 오빠도 걔가 그런 앤 줄도 모르고 좋아했지? 완전 속았어, 오빠.

준세 : 정아, 은성이 그런 사람 아냐.

정 : 오빠, 그럼 승미랑 승미 엄마가 거짓말 한다는 거야? 은성이가 쓴 위임장에, 서류까지 다 봤다니까?

준세 : 보여지는 게 다 진실은 아냐.

정 : 그럼 뭐가 진실이야? (하다 삐죽) 또 마음?

준세 : (확인하는) 근데 할머니도 은성일 믿지 않으시니? 전혀?

정 : 믿고 싶어도 믿어줄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니까?

혜리 : (빈 쟁반 들고 지나가다 멈칫하는)

정 : 할머니 인터뷰 잡지는 둘째 치고, 승미 책상에 오빠 사진이 줄줄이 있었어! 은성이가 한 번도 못 봤다는 게 말이 돼?

준세 : (착잡해지는데)

정 : 고은성, 한마디도 못하고 있다가 도망쳐 나갔다니까?

혜리 : (열 받아) 야! 도망치긴 누가 도망을 쳐!

정 : (찔끔해서) 놀래라!

혜리 : 야, 그 승미 모녀한테 전해. 은우 찾기만 하면, 둘 다 끝장일 줄 알라구!

정 : 은우? 고은성 동생?

준세 : (말리는) 혜리씨.

은성 : (들어오는, 정 보고 멈칫하는)

정 : (확 한걸음 다가가려다 준세 보는, 흥! 얼른 다른 데로 가는)

은성 : (난감하게 서면)

혜리 : (맘 안 좋은) 야 야 신경 쓰지 마. 쟤 원래 저래.

준세 : 회사 들렀다 바로 온다더니 왜 이제 와?

혜리 : (걱정에) 여태 할머니한테 작살나다 온 거야?

은성 : 아냐... 승미 좀 만났어.

준세 : 승미씨?

혜리 : 뭐래, 뭐래디?

은성 : (다시 기막혀지는, 그 위로)

승미(E) : 오빠하고 약속 지킬려고 말한 거야.

 

 

S#26. 까페

 

마주 앉아서 얘기하고 있는 환과 승미. 환, 뭔가 개운치 않은 의혹으로 승미 얘기 듣고 있다.

 

승미 : 오빠가 그랬잖아, 직접 말할 때까지 기다려 준다구... 그동안 오빠한테 말 못 하면서 많이 괴로웠는데,

         엄마가 어떡하든 은성이 설득하고 싶어 했어.

환 : (표정에 반응 보이지 않고 찻잔 보며 듣는)

승미 : (환 반응 불안하게 살피며 계속하는) 엄마는... 끝까지 은성이랑 우리 관계, 오빠네 집에 알리고 싶어 하지 않았거든,

         나 때문에.

환 : (승미 보는)

승미 : 솔직히... 나두 그랬어. 새아버지 돌아가신 얘기 못했으니까... 그러다 이런 상황까지 오게 돼서, 정말 미안해.

환 : 고은성이 정말 그렇게 했어? (안 믿긴다는) 협박... 까지 했어?

승미 : (덜컥하는, 예민해지는) 오빠 지금... 우리 엄마 말이 거짓말이라는 거야?

환 : (심각한) 그런 말이 아니라, 서로 오해가 있었던 건 아닌가 해서.

승미 : 오해라니?

환 : 니가 내 사진 걔한테 보여줬어도, 고은성... 내 얼굴 몰랐어.

승미 : 모른 척 한 거야.

환 : 아니 몰랐어.

승미 : (당황해서) 오빠 다른 사람한테, 더구나 첨보는 사람한테 관심 없는 사람이잖아?

         은성이가 오빠 얼굴 몰랐다고 어떻게 확신 해?

환 : (보다가) 너, 내가 복잡한 거 딱 질색하는 거 알지? 그냥 쉽게 얘기할 테니까, 기분 나빠하지 말고 들어.

승미 : (서늘해지는) 어 얘기 해.

환 : 내가 다 믿겨지지 않는 건, 걔랑 보낸 시간들이 있어서야.

승미 : (쿵... 해서 보면)

환 : 내가 아무리 단순하고, 다른 사람한테 관심 없어도, 눈치도 느낌도 모르는 돌덩인 아니잖아.

      협박까지 할 애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승미 : (은성을 믿는 환이 기막혀 눈물 어리는) 오빠 나하고 8년 보냈어.

환 : (놀라) 임마, 니 말을 안 믿는 게 아니라, 그건 고은성이 오해했을 거란 말이야.

      아버지 돌아가셨는데, 걔가 무슨 정신이 있었겠어?

승미 : (기막힌 듯 눈물 툭 떨어뜨리며) 오빠 정말 너무한다...

환 : (당황해서 승미 보는)

 

 

S#27. 준세 레스토랑 일각

 

한쪽 조용한 테이블에 앉아서 얘기하고 있는 은성과 준세, 혜리.

테이블 위에 고평중 사망 보험금 관련 서류들 (은성 명의 동의서와 인감증명 첨부된 위임장, 백성희 명의 계좌 카피 등) 놓여있다.

 

준세 : 알아보니까, 이 서류도 그렇고 승미씨 어머니가 보험금을 수령하는 과정에서 법적인 하자는 없어.

은성 : (속상한) 알아요.

준세 : 인감증명 뗄려면 니 인감도장하고 신분증 필요했을 텐데, 니가 드렸니?

은성 : 아니에요, 뉴욕 가면서 인감도장은 아빠가 관리하고 있었고, 주민등록증도 책상 서랍에 두고 갔어요.

혜리 : 완전히 고양이 턱밑에 생선 접시 놔준 거네.

준세 : 핸드폰도 대포폰이었을 거야, 누군가 사람 사서 너인 것처럼 전화 받게 했을 거고.

은성 : 핸드폰 명의를 알아볼 방법 없을까요? 나 그때 핸드폰 없었어요.

준세 : 그런 걸 알아 볼려면, 새어머니 상대로 소송을 해야 돼.

혜리 : 소송? 재판이요?

준세 : 니가 받지 않은 보험금을 돌려달라는 소송인데, 지금으로선 니 억울함을 밝힐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야.

은성 : (솔깃하지만) 근데 그런 소송은 내가 할 수는 없죠? 변호사 필요하잖아요.

혜리 : 너 변호사비 때문에 그러지? 내가 너한테 받은 돈이랑, (준세 보면)

은성 : (펄쩍) 이혜리!

혜리 : (찔끔하는)

은성 : 소송이 크면 변호사비가 얼마나 비싼데?

혜리 : 기집애, 배운 티내고 있어. 내가 그런 걸 어떻게 아냐?

준세 : 보험금 돌려받으면 되니까, 내가 마련해 볼께. 법대 선배들 많으니까 좋은 변호사도 구해 줄 수 있어.

은성 : 아뇨, 나 절대, 내 능력으로 감당 못할 일은 안 할 거에요. 재판해도 백프로 이긴다는 보장은 없는 거잖아요.

혜리 : 왜 없어? 승미 엄마가 보험금으로 빚 안 갚은 거 밝혀지면 되는 건데?

은성 : 그 사람... 나한테 미리 위임장까지 받아놓은 사람이야.

준세 : 그래, 쉬운 상대는 아닐 거야. 그럼 어떡하고 싶어?

은성 : 우선은 한 달 남은 2호 점 일부터 하면서 생각 해 볼께요.

혜리 : 진짜 다시 일 할려구?

은성 : 할머니 말씀처럼, 능력이라도 보여드려야지. 나 때문에 곤란해 지셨는데도,

         2호 점 매출 달성하면 은우는 끝까지 찾아 주신 다잖아. (다짐하듯) 해야지.

 

 

S#28. 영석 바 (저녁)

 

피아노 치고 있는 은우. 환, 심란한 얼굴로 들어온다.

 

영석 : 승미씨 만나기로 했냐?

환 : 쟤 몇 시에 끝나냐? 9신가?

영석 : 나도 모른다. 치고 싶음 치고, 치기 싫으면 아무 때나 중단하신다. (하는데)

은우 : (마지막 부분 치고 옆에 뒀던 큐빅 집어 드는)

손님들 : (박수 치는)

영석 : (보며) 쉬실 모양이다.

환 : (마침 잘됐다. 얼른 일어나서 다가가는)

영석 : (황당한 듯 환 보는)

환 : (옆에 서서 팔짱 끼고) 어이, 한영재.

은우 : (큐빅만 하고)

환 : 어이, 피아노.

은우 : (환 보는, 씩 웃으며 손 내미는)

환 : 뭐, 악수하자구? (엉거주춤 손 내미는데)

은우 : (은성과 했던 손 인사 시도하는, 새끼손가락 걸고 도장 찍는)

환 : (벙해서) 뭐, 약속하자구? (도장 찍다가) 오라, 지난번에 내가 했던 말 아무 한테도 안했다 이거냐?

은우 : (웃으며) 스파이, 스파이...

환 : (내심 반가운) 어 자식 귀신이네? (옆에 앉으며) 그 얘기하고 싶은 거 어떻게 알았냐?

은우 : (다시 큐빅 하는)

환 : 넌 니 생각대로 사는 애지? 마음대로 사는 건가? 뭐 암튼... 형이 말이다, 생각하고 마음하고 따로 가는데, 뭘 따라가야 되냐?

      (정말 은우 알아듣게 하려는 듯 또박또박 말하는) 생각으로는 스파이가 나쁜 사람이래. 근데, 마음은 스파이가 좋은 사람?

      암튼 나쁜 사람은 아니라고 한다?

영석 : (황당한) 환이 저 자식 쟤한테 무슨 얘기하는 거야?

은우 : (갑자기 건반 높은 음 도 몇 번 누르는)

환 : 뭐, 높은 도? (자기 머리 가리키며) 생각을 따라 가라고? (높은 도 몇 번 누르며) 나쁜 사람이라구?

은우 : (재밌다, 솔 몇 번 누르는)

환 : 솔? 마음? (솔 몇 번 누르며) 마음대로 하라구?

은우 : 스파이 좋아, 스파이... (하며 어감에 맞는 건반 누르는, 현장에서 해주세요)

환 : 어 자식, 별거 다하네. 다시 해봐.

은우 : 스파이. (하며 다시 건반 누르는)

 

 

S#29. 할머니 방 (밤)

 

찻잔 놓고 얘기하고 있는 할머니와 표집사.

 

할머니 : 승미 그 아이가... 우리 환이 옆에서 오래 있었지?

표집사 : 환이 유일하게 너그럽게 대한 친구죠.

할머니 : (신기한 듯) 신기하게 그랬지? 이건 친군지, 동생인지, 연인인지...

표집사 : 그저 놔두면 저절로 해결된다는 게 어르신이신데, 이제 궁금해지셨어요?

할머니 : 왜 궁금한지 알면서 모른 척 하기는?

표집사 : 이번 일로 생각이 많으신가 봅니다.

할머니 : 내 70 평생에 참 셀 수도 없이 많은 인간들 겪고 살았어. 대부분 몇 번 만나면 속도 다 읽는다고 생각했는데...

            내 마지막 숙제를 하늘이 주셨어.

표집사 : (보면)

할머니 : 마지막으로 어려운 거 하나 더 풀고 오라 시는 거 같은데... 얼마나 걸릴려나... (흥 웃으며) 기대되고 재밌네.

 

 

S#30. 2 호점 앞 (다음 날)

 

걸어오는 은성, 멈춰 선다. 환 만날 일이 걱정되고 심란해서 후- 하며 2층 올려다 보는데 창가에 서있는 환 보인다.

창가에서 물끄러미 밖 내다보며 생각에 잠겨있는 환 모습 보는 순간 뭉클하고 반가운 은성, 자기도 모르게 환 보고 서있는...

 

 

S#31. 2 호점 매장 / 밖 (커트 백으로)

 

손님 없는 한가한 매장. 창가에 서서 팔짱 끼고 생각에 빠져있던 환, 문득 시선 돌리다가 밖에서 쳐다보고 있는 은성 본다.

은성이 여기 올 리가 없는데? 순간 잘못 봤나? 벙했다가 다시 보는데 은성과 시선 마주친다.

멍하니 보다가 환과 시선 마주치고 놀라는 은성, 당황해 얼른 고개 돌린다.

환, 쟤가 저기 왜 있지? 놀라서 유리 가까이 대고 보는데.

 

수재 : (뒤에서 탁 치며) 선우환 형님!

환 : (놀라서 돌아보면)

수재 : 점장님이 부르신다고요.

환 : 그래? 못 들었어. (창 돌아보고 카운터에 서 있는 점장에게 가는)

점장 : (월급봉투 내밀며) 선우환씨 월급입니다.

환 : 월급이요? 지난번엔 할머니가 주시던데요?

점장 : 이제 정식 파트타임 직원으로 인정했으니까 점장이 줍니다. 파트타임 직원은, 점장 소관이니까.

환 : (약간 억울한) 저 아직도 파트타임입니까?

점장 : 두 달 기한으로 왔으니까 앞으로 한 달 후 까지는, 파트타임입니다.

환 : 그럼 한 달 후에는 어떻게 되는 겁니까?

점장 : 그건 며느리도 모릅니다.

환 : (벙해서) 네?

점장 : 난 선우환씨가 2호 점에 왜 왔는지 몰라요. 그리고 선우환씨도 자기가 여기 왜 왔는지 모르는 거 같은데,

         한 달 후를 누가 압니까?

환 :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수재 : (쪼르르 와서) 그게 무슨 말이냐면요? 어제부터 오늘까지 형님이 외근도 안 나가고 계속 멍 때리고 계셨잖아요.

점장 : (놀리듯) 선우환씨는 누구 없으면 건전지 떨어진 로봇 같아 보입니다.

환 : 예?

은성 : (들어오는, 하루 결근에 조아리며) 죄송합니다-

수재 : 건전지 도착했네요.

환 : (은성 보고 깜짝 놀라는, 동시에 점장과 수재 말 뜻 알아듣는, 확 돌아보면)

점장 : 어제 사장님 심부름으로 하루 결근한단 얘기 들었어요.

환 : (어? 은성 보면)

은성 : (벙했다가) 아 네...

수재 : (달려와서) 주임님, 어제 하루 주임님 못 보니까 얼마나 허전했는지 몰라요.

은성 : (반겨주는 느낌에 찡한) 그랬어요...

환 : (어떻게 된 거야? 의아해서 보는데)

은성 : (환에게 다가와) 잠깐 봐요. (나가는)

 

 

S#32. 옥상

 

약간 긴장해서 앞서 오는 은성. 환, 반가움 감추고 무뚝뚝한 얼굴로 다가온다.

 

은성 : (완전히 무너진 이미지라 어쩔 수 없이 눈치 보이는) 그게요, 할머니가 약속했던 두 달 일은 하라고 하셔서 왔어요.

환 : (예상 밖 일이라) 할머니가?

은성 : (지레 찔끔해서) 유산은 안 받기로 했어요!

환 : (멈칫하는, 주눅 든 은성 마음에 걸린다)

은성 : 진짜에요, 이젠 할머니가 주신다고 해도 안 받을 거니까 맘 놔도 돼요.

환 : (말투는 계속 까칠한) 할머니한테 죄 값 치르겠다는 거냐?

은성 : (뚝 굳어지는, 욱해서) 죄 값은 아니구요.

환 : (변명해주기 바라는) 그럼 뭐야?

은성 : 2 호점 한참 자리 잡고 있는 중이니까,

환 : (말 자르며) 그거 말구.

은성 : (죄인 취급하는 환에게 서운해지는) 말구 뭐요?

환 : (궁금한) 할머니가 뭐라셔? 여기서 일하는 거 말고, 어떻게 하신대?

은성 : (자존심 상하는) 무슨 처벌 받기로 했나, 되게 궁금한가 본데, 난 말하고 싶지 않거든요?

환 : (은성 기분 느껴지는) 그래 됐어! 나도 별로 듣고 싶은 얘기 없어. (돌아서 가는데)

은성 : 잠깐만요!

환 : (무슨 말을 하려나? 얼른 돌아서면)

은성 : 혹시... 욕실에서 내 목걸이 못 봤어요?

환 : 목걸이? (하고 보면 목에 아무 것도 없다)

은성 : (얼른 손으로 목 가리며) 욕실에서요!

환 : (머쓱해져서) 못 봤어! 기집애가 칠칠맞게 목걸이나 흘리고 다니고, (돌아서 가는)

은성 : (자기 머리 쥐어박으며) 등신! 그런 걸 이 상황에 저 사람한테 물어보고 싶니? (하다 속상한) 아- 어디서 떨어졌지...

 

 

S#33. 매장

 

테이블에 서빙하고 있는 은성, 평소와 다름없이 열심히 일한다.

웃으며 상냥하게 ‘맛있게 드세요-’ 하는 은성이지만 돌아서면 웃음 사라지고 어두워진다.

일하다 그런 은성 신경 쓰여 보는 환.

 

 

S#34. 박변 이사실

 

이사 두 명 정도와 둘러앉아 얘기하고 있는 박변.

 

이사1 : 아니 그런 아일 다시 불러들이시다니, 사장님 점점 왜 그러신 답니까?

이사2 : 처음에 그냥 넘기는 게 아니었어요. 회사가 장난도 아니고 말야.

박변 : (한탄처럼 한숨 내쉬는)

이사1 : 박이사, 박 이사 말만 믿고 기다리다가 이게 뭡니까?

박변 : 죄송합니다, 제가 사장님을 더 설득했어야 하는데... (분위기 슬쩍 살피는)

 

 

S#35. 준세 레스토랑

 

핸드폰 통화하고 있는 준세.

 

준세 : (몇 번 얘기 들은) 크루즈면 서울 떠나 왔다 갔다 해야 하는 게 부담 돼서 그렇죠...

         (잠시) 어, 아니 분점 낼 생각은 있는데, 동해는 거리가... (잠시, 황당한) 내일 내려 오라구요?

 

 

S#36. 거리+공중전화

 

전화하고 있는 고평중.

 

고평중 : 예, 사람 찾는데 드는 비용을 알고 싶어서요... (잠시) 서울이요, 서울에 있습니다... (심각하게 듣는)

 

 

S#37. 버스 정류장

 

버스 기다리고 앉아있는 은성. 환, 다가온다.

 

은성 : (보면)

환 : (옆에 와서 앉는, 봉투 내미는) 20만 원이야.

은성 : (? 보다가) 아... 월급 받았구나...

환 : 달마다 20만원씩만 갚으라며? 20만원은... 다음 달에 갚을 거야.

은성 : (다음 달을 기약하는 환 마음 느껴진다. 찡해서 보는데)

환 : 오늘은 어디로 갈 거냐?

은성 : 교회 청소는 내일 가니까, 오늘은 (시계 보며) 회의 길어져 시간 늦었으니까 나 졸업한 학교 가려구요.

         교직원 연수나 체육대회 여름에 있거든요.

환 : 그거 말구, 밤에 어디로 가냐구.

은성 : (? 보면)

환 : 갈 데 있어?

은성 : 있어요, 할머니랑 살던 방.

환 : 할머니랑 살던 방?

은성 : 우리 은우 찾으면 살려구, 남겨둔 방 있어요.

환 : 우리 할머니, 어떻게 만났는데?

은성 : 그건 할머니한테 직접 물어봐요, 할머니가 말하지 말라고 하셨으니까.

환 : (뜻밖인) 할머니가 말하지 말랬어?

은성 : (그 시절 생각에 찡해지다가 문득 생각난 듯) 나한테 20만원 줬으면 월급 많이 남았겠네? 할머니 선물 사드리지 그래요?

         (무심코) 전에 싸구려 조끼 사드렸는데 안 버리고 갖고 계시든데.

환 : (할머니 옷까지? 뜻밖인 듯 보면)

은성 : (보며) 네 네, 할머니 부자신거 알았는데, 아닌 척 할려고 노점에서 샀어요!

환 : (황당한) 누가 뭐랬어?

은성 : 수상하게 쳐다봤잖아요.

환 : (은성 말 듣고 생각났지만) 할머니 선물 골라 달랠려고 봤어!

은성 : (뜻밖인) 나한테... 할머니 선물 골라 달라구요?

환 : 첫 월급은 가불에 니 빚 갚고, 여유가 없었잖아.

은성 : (날 믿어주는 구나... 뭉클해서 보는)

 

 

S#38. 거리

 

라페스타나 웨스턴돔처럼 양쪽에 가게들 즐비한 거리. 걸어오는 은성과 환.

이런 사적인 일로 함께 걷는 게 처음인 둘, 약간 떨어져서 머쓱하게 걷는다.

 

은성 : 지금까지 생신 때나 그럴 땐 뭐 사드렸어요?

환 : 백화점 가서 가방, 스카프, 가방, 상품권... 그런 거.

은성 : 첫 월급 타면 부모님 내복 사드리는 건데. (속옷 가게 찾아 두리번거리는)

환 : 됐어!

은성 : (? 보면)

환 : 니가 샀잖아! 김새게 또 사냐?

 

막 주얼리 숍 지나가다 목걸이 보는 환, 멈칫 서서 본다. 얇은 줄에 아주 작은 펜던 트 달린 목걸이 눈에 들어온다.

(나중에 은성이 십자 목걸이와 같이 해도 어울리는 디자인으로 골라 주세요)

옆에 진주 목걸이나 화려한 보석 목걸이들도 같이 진열되어 있다.

 

은성 : (힐긋 같이 보다가 화려한 목걸이들 보는 줄 알고) 택도 없어요!

환 : (멈칫 보면)

은성 : 그쪽 월급 갖고 꿈도 못 꾼다구요. (환이 살 목걸이 가리키며) 이런 건 할머니 격에 맞지도 않구.

         (하다) 꼭 비싼 거 안 사도 돼요. 월급 뻔한데 몇 십 만 원짜리 사드리면 할머니 부담스럽죠. 정성만 있으면 돼요, 선물은.

환 : 안 비싸고 좋은 게 뭐야, 대체.

은성 : 첫 월급엔 속옷이 딱이라니까... (하다) 모시 내의 사기 싫으면, 겨울용 빨간 내복 사든가.

환 : 빨간 내복?

 

 

S#39. 속옷 가게

 

종업원 앞에 서있는 은성과 환.

 

종업원 : 겨울 내복은 창고에 다 내려놨는데요.

환 : 갖다 줘요, 빨강 내복.

은성 : (황당한) 요새 누가 빨강 내복을 입어요?

환 : 첫 월급엔 빨강 내복이라며?

은성 : 무슨 말을 못하겠네, 핑크색 있죠? 디자인 별로 몇 개만 갖다 주시겠어요?

 

 

S#40. 꽃집

 

내복 두 개 든 쇼핑백 들고 들어오는 환과 은성.

 

환 : (황당한) 무슨 할머니한테 꽃이야?

은성 : 할머니도 여자에요? 일찍 혼자 되셨는데 남자한테 꽃 못 받아보셨을 거 아니에요.

환 : (그럴 수도 있겠구나... 은성 다시 보는)

은성 : 할머니 무슨 꽃 좋아하시는지... (하다 당연하다는) 모르죠?

환 : 장미, 여자들 저런 거 좋아하는 거 아냐?

은성 : 할머닌 들꽃 좋아하실 거 같은데, 옛날 생각나는 꽃이 좋아요.

         (소국류 쪽 들여다보며) 사람은 나이 먹으면 추억을 먹고 산다니까...

환 : 누가 그래?

은성 : (보며) 우리 외할머니요... (꽃들 보며 혼잣말처럼) 우리 집에 계실 때도 꽃 보고 싶으시다고

         주인집 꽃 다 꺾어 오시고 그랬어요.

환 : 할머니가?

은성 : (아차! 얼른 꽃봉오리 작은 소국류 가리키며) 이걸루 해요.

 

 

S#41. 꽃집 앞 (저녁)

 

어색하게 꽃다발과 내복 든 쇼핑백 들고 나오는 환과 은성.

 

은성 : (자기가 뿌듯한 웃으며) 할머니 되게 좋아하시겠다.

환 : (은성 고운 마음 느껴진다) 할머니 좋아하면 니가 골라줬다고 해주께.

은성 : (펄쩍 뛰는) 그러지 마요.

환 : (멈칫하면)

은성 : (얼른 둘러대는) 손자가 직접 골랐다고 해야 더 좋으시죠... 가요, 그럼.

환 : (여기서? 뭔가 아쉬운, 보면)

은성 : 난 길 건너서 버스 타면 돼요.

환 : 밥 먹고 가.

은성 : (멈칫 보면)

환 : 할머니 선물 골라줬으니까... 밥 사준다구.

은성 : (찡해지는, 보다가) 선물 드리고 할머니랑 먹어요, 난 집에 밥 많아요. 가요. (돌아서 가는)

환 : (잡을 순 없고) 누가 집에 밥 없을까봐 사준대나... (은성 뒷모습 보는)

은성 : (혼자 가는데 다시 그늘지는, 어깨 축 처져서 걸어가는)

환 : (마음 안 좋게 보는)

 

 

S#42. 환 집 거실 (저녁)

 

소파에 앉아서 얘기하고 있는 할머니와 영란, 정.

 

영란 : (항의하는) 아니 그런 애를 왜 계속 일을 하게 하세요?

할머니 : 니들한테 쪼다 소리 듣기 싫어 그래.

정 : 우리가 언제 할머니한테 쪼다라 그랬어?

할머니 : (둘 속 다 본다는 듯 번갈아 보며) 내가 저런 사기꾼 같은 애한테 속아서 전 재산을 주느니, 회사를 주느니,

            니들 수근댔어, 안 댔어?

영란 : 그거야 이 상황에 당연한 거죠, (하다) 근데 그거하고 은성이 다시 일시키는 거 하고 무슨 상관이에요?

할머니 : 은성이 정체가, 승미 엄마 말이 맞을 진 몰라도, 회사 운영 능력은 있었다는 건 보여줘야

            니들이나 이사들이 나한테 한심하다 소리 안 할 거 아냐.

영란 : 어머니 저희 그런 거 안 봐도 돼요?

할머니 : (일부러 더 핑계 대는) 더구나 지금 한참 2호 점 매출 오르고 있어.

정 : 아- 그러니까 할머니 걔가 괘씸해도 이용하는 거네? 사업적으로?

할머니 : 그런 걸 수도 있고.

영란 : 그럼요 어머니, 유언장 찢기라도 해주세요.

할머니 : 뭐?

영란 : 은성이 정체가 다 밝혀진 마당에 유언장 그냥 두실 이유가 없잖아요?

정 : 맞어! 그러다 할머니 무슨 일이라도 생겨 봐.

할머니 : 니들은 여전하구나? (기막힌) 은성이 아니면 니들한테 유산 줄까봐?

정 : 은성이 아니면 누구한테 줘, 그럼?

할머니 : 내 생전에 다 증여해 버리고 갈 수도 있어! 이것들아! 감히 니들이 뭐라고 내 유언장을 찢으라 마라야!

영란, 정 : (찔끔하면)

할머니 : 사람이 한번 피토하듯 말을 했으면, 마음에는 못 새겨도 귓구멍에는 새겨야지!

영란 : (겁에 질렸어도) 은성이한테 갈까봐 그런 거죠...

할머니 : 니들이 나 보다 회사를 더 걱정해? 받을 자격 없는 사람한테 절대로 물려 줄 회사 아니니까, 걱정 붙들어 매.

환 : (막 꽃다발과 쇼핑백 들고 어색하게 들어오는)

영란 : (분위기에 찔끔해 있다가 환 보는) 환아?

할머니 : (돌아보는, 뭐야? 보는데)

정 : (얼른 일어서며) 오빠, 고은성 퇴출 축하 꽃다발 사온 거야?

환 : (멈칫했다가) 아냐... (다가와서 할머니에게 쓱 내미는) 할머니.

할머니 : (놀라) 이게 뭐야?

환 : 오늘 월급 주길래.

할머니 : (믿기지 않는 눈으로 벙해서 환 보는)

영란 : (역시) 월급 탔다고 할머니 꽃을 사온 거야?

정 : 오빠 은성이 나간 게 그렇게 좋아?

환 : (듣기 싫은) 넌 좀 가만있어! (소파에 앉아 쇼핑백에서 하나 꺼내서 할머니 주며) 할머니 거.

      (다른 하나 꺼내 영란에게 주며) 엄마 거.

정 : 선물도 있어? 오빠 내거는?

환 : 넌 담달에 사주께.

영란 : (믿기지 않는) 어머 어머 어머...

할머니 : (믿기지 않는 상황에 감동하는, 눈물 핑 돌아 선물과 꽃 보는)

환 : 근데 할머니 꽃 좋아하긴 해?

할머니 : (눈물 보일까봐 참으며 끄덕이며) 처녀 때 나물 뜯으러 갔다가 쓸데없이 들꽃 꺾어왔다고...

            아부지한테 많이 쥐어 박혔지...

환 : (전혀 몰랐던 할머니 모습에 찡해서 보는)

 

 

S#43. 환 집 2층 거실 (저녁)

 

묘한 뿌듯함으로 기분 좋게 올라오던 환, 멈칫 선다.

 

은성(E) : 혹시... 욕실에서 내 목걸이 못 봤어요?

환 : (욕실로 들어가는)

 

 

S#44. 욕실 (저녁)

 

욕실 이쪽저쪽 들여다보는 환, 목걸이 안 보인다.

 

 

S#45. 2층 거실 (저녁)

 

욕실에서 나오는 환, 거실 이쪽저쪽 두리번거리며 목걸이 찾지만 보이지 않는다.

 

 

S#46. 환 집 주방 (저녁)

 

저녁 차리고 있는 영란. 표집사 싱크대 앞에 서있다.

 

환 : 엄마, 2층 욕실 청소하다가 뭐 떨어져 있는 거 못 봤어?

영란 : 뭐?

표집사 : (무심히 힐긋 보는)

환 : 뭐 아무 거나. 버릴 순 없는 거고 뭐 그런 거.

영란 : 그런 게 뭐야? 아까 청소했는데 아무 것도 없었는데?

환 : 어. (다시 나가는)

 

 

S#47. 주얼리 숍 앞 (밤)

 

직원, 퇴근 차림으로 막 셔터 내리려는데 급하게 뛰어오는 환.

 

환 : 스톱!

직원 : (돌아보는)

 

 

S#48. 할머니 방 (밤)

 

환이 사다 준 핑크색 겨울 내복 윗도리 입고 앉아서 더운 듯 부채질하며 꽃병에 꼽힌 꽃 보고 있는 할머니.

자리끼 들고 들어오던 표집사, 놀라 멈춰 선다.

 

표집사 : 어르신?

할머니 : (보는, 멋쩍은) 나 웃기지?

표집사 : (찡한, 앉으며) 에어컨 틀어드릴까요?

할머니 : 됐어, 좀 있다 갈아입고 잘 거야.

표집사 : (자리끼 놓아주며) 몇 달만 기다리시면 겨울 오는데요.

할머니 : 그때 돼서 까먹을까봐... (가슴팍이나 팔 쓸어내리며) 이게 환이 놈이... (메이는) 지가 돈 벌어서 처음 사준 건데...

표집사 : (울컥해서 보면)

할머니 : (웃으며) 이쁘지? (꽃 보며 신통한) 어떻게 꽃을 사올 생각을 했어...

 

 

S#49. 환 집 외경 (다음날, 아침)

 

 

S#50. 주방

 

새벽 6시 15분 가리키는 시계. 영란, 졸린 듯 하품하며 쌀 씻고 있고 표집사, 국 끓일려고 무 정도 썰고 있는데

외출복 차림으로 들어오던 환, 영란 본다. 표집사 한번 쳐다보고 현관 쪽으로 나가는 환.

환 사라지면 표집사 핸드폰 울린다.

 

영란 : (퍼뜩 정신 나는 듯 돌아보면)

표집사 : (영문 몰라) 이 새벽에 누구야? (보면 ‘환’ 떠있다. 의아해서 받는, 환, 하려다 뭔가 느낌에) 여보세요?

 

 

S#51. 환 집 뜰 / 주방

 

은성 자전거 옆에서 핸드폰하고 있는 환.

 

환 : 아저씨 환인데, 대답만 해.

표집사 : 어? (힐긋 영란 보고) 어...

환 : 아저씨, 고은성 집 어딘 줄 알지?

표집사 : 은, (하다가) 그럼.

영란 : (뭔가 이상한 듯 힐긋 돌아보는)

환 : 말해 봐, 어디야?

표집사 : (대답만 하래놓고선?) 어... 지금 말하기 곤란한데.

영란 : (여자야? 보는)

표집사 : 잠깐만, 잠깐만 끊지 말고 기다려, (라 하려다) 요. (후다닥 나가는)

영란 : 어머 어머 기막혀, 나이든 여자라드니 존대까지 써주네? (샘나는) 아침부터 전화해서 사랑해, 라도 해달라는 거야 뭐야?

         웃겨, 나이 든 여자, 주책이야. (쌀 박박 문지르며) 이름이 은, 뭐야? 은숙이? 은정이? 은근히 기분 나쁘네.

 

 

S#52. 환 동네 길

 

은성 자전거 끌고 가는 환, 끌고 가기 불편하다. 보다가 에라, 타고 가는 환.

 

 

S#53. 부암동 골목길

 

가파르고 좁은 골목길. 낑낑대며 자전거 끌고 올라오는 환, 이런 동네 처음인 듯 둘러본다.

 

환 : 이런 동네가 다 있어... (손에 든 주소보고 옆 대문에 붙여진 번지 정도 확인하는, 다시 끌고 가고)

 

 

S#54. 부암동 집 앞

 

대문 앞에서 주소 확인하는 환, 은성 방 확인한다. 기웃 보면 작고 초라한 집이다.

맘 안 좋아지는 환, 보다가 계단 내려와서 자전거 들고 올라간다.

 

 

S#55. 부암동 방

 

가방 싸고 있는 혜리. 은성, 옆에서 보고 있다.

 

혜리 : (아쉬운) 같이 가면 좋은데.

은성 : 준세 오빠 사업 일로 가는데 내가 왜 껴?

혜리 : 그래두 동핸데. 사장님에 실장님, 다 임자 있는 남자들이다.

은성 : 앞으로 한 달 동안은 더 죽었다, 하고 일만 할 거야... 다른 건 몰라도 2호 점은 멋지게 성공시키고 퇴장하고 싶어.

혜리 : 근데 그 할머닌 진짜 속을 모르겠다. 널 진짜 사기꾼으로 생각하시면 나 같으면 혼구녕을 내고 쫓아내실 거 같은데.

         혹시 너 믿으시는 거 아냐?

은성 : (씁쓸한) 믿으시기에는... 덫이 너무 크지...

 

 

S#56. 부암동 집 앞

 

짐 가방 들고 나오는 혜리와 은성.

은성 자전거 세워져 있다. 자전거 손잡이에 환이 산 목걸이 걸려있고, 메모 끼워져 있다.

 

혜리 : 준세씨 크루즈 레스토랑 맡으면, 내가 실장으로 갈수도 있다?

은성 : 너 가면 난 어떡하라구?

혜리 : 그러게, 그게 걸리네... (하다 자전거 보고 놀라는) 이게 뭐야?

은성 : (놀라) 이거 내 자전건데?

혜리 : 니꺼야? 니걸 누가 여기 갖다 놨어? (하다 목걸이 보는) 이건 또 뭐야? (목걸이 꺼내드는)

은성 : (목걸이 받아서 보는, 어제 본 목걸이 생각나 깜짝 놀라는데)

혜리 : (메모 집어 들며) 편지도 있는데? (은성에게 주면)

은성 : (벙해서 펼쳐 보는, 그 위로...)

환(E) : 목걸이 못 찾았다. 여자가 목걸이가 하나 밖에 없냐?

혜리 : (기웃 메모 같이 보는)

은성 : (환이다. 확인하고 멍한, 여기까지 자전거를 끌고 왔다. 다시 자전거 보는데 뭉클 눈물 어린다)

혜리 : (심각한) 이거 누구니? (하다 입 벌어져) 그 싸가지? (하다) 아니 이젠 싸가지 아니라 그랬지? 암튼 할머니 손자 선우군?

         (하다 은성 눈 본다)

은성 : (목걸이 보는데)

혜리 : (정색하는) 너랑 선우군, 뭐니? (하다 은성 팔 잡아 방으로 끌며) 너 일루 와 봐.

 

 

S#57. 부암동 방

 

정색하고 은성 앞에 앉아있는 혜리.

 

혜리 : 너 좀 수상하다 했는데, 너랑 선우군 어느 새 쌍방향 된 거야?

은성 : 그런 거 아냐.

혜리 : 아니면 그 남자는 왜 이 새벽에 니 자전거 끌어다 놔주고, 목걸이까지 걸어놓고, 넌 그거 보고 질질 짜고, 왜 그러는데?

은성 : 그 사람이 나 믿어주니까... 고마워서...

혜리 : 아무 관심 없는 남자가 믿어주고 알아줘서 눈물 나면, 서울 거리에 죄 울고 짜고 다니는 여자들로 넘치겠다.

은성 : (애써 자기 마음 부정하는) 내 상황이 그래서 그래. 할머니 식구들한테 오해 받는 게 너무 억울했는데,

         그랬다가 그 사람이 알아주니까, (하는데)

혜리 : 너한테는 준세씨 있다.

은성 : (멈칫해서 보면)

혜리 : 아무리 니가 준세씨하고 정식으로 사귀는 사이 아니라 그래두, 너 힘들 때 마다 니 옆 지켜준 건 준세씨야.

은성 : (찔리고 아프다. 웃으며) 알아...

혜리 : (정색하고) 그러니까 정신 차려.

은성 : (보면)

혜리 : (안타까운) 찝찝하게 승미가 목매는 남자한테 마음 줘서 뭐할라 그래? 니들 한때 자매로 살았던 사이야.

은성 : 그런 거 아니라니까?... 아닐 거야... (자기도 모르게 눈물 어리는) 아니야, 혜리야... 아니야.

혜리 : (걱정) 그래, 아니게 해. 승미가 아무리 괘씸해도, 니들 관계가 없던 게 되진 않아.

         사랑은, 단순한 게 좋은 거야. 편한 게 좋은 거야.

은성 : (끄덕이며) 알아... 알아...

 

 

S#58. 승미 회사 일각

 

인영과 통화하고 있는 승미.

 

승미 : 어, 인영아... 내가 뭘 좀 부탁할 게 있는데, 들어줄래?

 

 

S#59. 부암동 방

 

출근 차림으로 가방 옆에 놓고 앉아서 손바닥 위에 목걸이 놓고 보고 있던 은성, 다시 환의 메모 본다.

물끄러미 보다가 뭔가 생각난 듯 서랍에서 덕담 카드 꺼내드는 은성, 누군지 모를 세장 카드 중에서 환이 쓴 카드 꺼내든다.

펼쳐서 보면 ‘믿고 싶어지는 사람’ 써있다. 그 옆에 환의 메모지 펼쳐 놓는 은성, 같은 필체다.

 

<16회 43씬에서 ‘너 진짜 정체가 뭐냐?’ 하던 환>

<15회 26씬에서>

환 : (못 참고) 넌 대체 얼굴이 몇 개냐? 착한 척, 성실한 척, 진실한 척! 그거 말고 몇 개나 더 있어? 진짜 얼굴이 뭐야!

 

<15회 37씬에서 ‘버스 안에서 확 끌어당겨 보호해 주던 환’>

<20회 3씬에서 ‘너 왜 변명 안 해?’ 하던 환>

 

은성 : (현재, 다시 덕담 카드 보는, 그때부터 날 믿고 싶어 했다. 환 마음 확 다가 오면서 자기도 모르게 눈물 솟구치는, 펑펑 울고)

 

 

S#60. 점장실

 

미리 와서 앉아있는 환과 수재. 마음을 다 보이고 온 환, 은성 보는 게 긴장된다.

 

환 : (초조해서 손가락으로 테이블 토도톡 치고 있는데)

수재 : 형님답지 않게 똥 마련 강아지처럼 왜 그러세요?

은성 : (들어오는, 목걸이 안 했다) 좋은 아침입니다. (자리에 앉는)

환 : (목걸이 안한 은성 보는, 기분 나빠지는데)

점장 : (들어오며) 밤새 별일들 없었죠? (앉는)

셋 : (적당히 인사하고)

점장 : 좋은 소식부터 전하고 시작합시다. 하늘 교회에서 오늘은 청소하러 오지 말고, 계약하러 오랍니다.

은성 : (밝아지는) 정말요?

환 : (안도하는) 오늘은 화장실 청소해야 되나 했는데.

셋 : (환 보고 웃고)

은성 : (마주 보고 웃다가 뚝 멈추는)

점장 : 아 그리고 고주임, 본사에서 크루즈 납품 서류 준비 준비해서 보낸다니까, 제안서 준비해서 미팅 준비 하도록 해요.

         방문 접수하면서 미팅인거 알죠?

환 : 크루즈는 또 뭡니까?

은성 : (미안한) 거리가 있어서 확실한 게 아니라서 말 안했어요. 좀 있다 설명 할 께요.

환 : (문자 알림음 들린다. 확인하면)

승미(E) : 오빠, 저녁에 시간 좀 내줘.

 

 

S#61. 승미 회사 일각

 

환 문자 확인하고 있는 승미.

 

환(E) : 일 끝내고 전화할게.

승미 : (핸드폰 내리며 생각에 잠기는)

환(E) : 내가 다 믿겨지지 않는 건, 걔랑 보낸 시간들이 있어서야.

승미 : (불안감 누르며 마음 다지는)

 

 

S#62. 교회 사무실

 

계약서 쓰는 담당자 앞에 앉아있는 은성과 환.

 

담당자 : 더워서 뜨거운 탕 대신 뷔페를 할까 했는데, 목회자들 행사에 봉사까지 할 수 있는 취지가 좋아서

            설렁탕으로 결정했어요.

환 : (꾸벅하는) 감사합니다.

은성 : (꾸벅하며) 정말 감사합니다.

환 : 이번에 반응 좋으면, 계속 좋은 인연 부탁드립니다.

은성 : (이런 말까지? 새삼 다시 보는)

 

 

S#63. 교회 앞 (저녁)

 

나오는 은성과 환.

 

은성 : 축하해요.

환 : (머쓱한) 뭘?

은성 : 혼자서 미팅하고 설득하고, 그래서 따낸 거잖아요.

환 : 청소는 같이 했잖아.

은성 : (할 말 있는, 보다가) 가요, 첫 단독 계약 축하하러. 내가 살께요.

환 : (얘가 웬일이야? 보는)

 

 

S#64. 술집 (저녁)

 

바에 오뎅들 꽂혀있는 작은 술집.

앉아있는 둘. 은성, 자기 잔에 술 따르고 환 앞에 소주 병 놓아준다.

 

환 : (자기 잔에 따르며) 안주는 안 시키냐?

은성 : 안주는 여기! (어묵 하나 빼들며) 골라서 먹고 싶은 대로 다 먹어요.

환 : (타박) 짠순이가 산다더라. (하나 쓱 꺼내서 먹는)

은성 : 어허! 건배부터 해야죠. (잔 내미는)

환 : (안 보이던 모습 보이는 은성 이상한, 잔 내밀어 건배하고 마시는데)

은성 : (쭉 마시는)

환 : (마시다가 멈칫 보는) 술 잘 마신다?

은성 : 우리 아빠 딸이니까. (다시 한잔 따르고)

환 : (무심코) 우리 아버지도 술 잘 드셨는데. (하다 멈칫하는)

은성 : (환 보는, 짠하고)

환 : (얼른 시선 피하며 쭉 마시는데)

은성 : 할머니한테 말씀 드려요.

환 : (마시다 멈추는)

은성 : 아들을 구하려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건... 미안한 게 아니에요. 왜 그런 걸로 자기를 미워하고 화내며 살아요...

         할머니도 그렇게 하셨을 거에요.

환 : (그게 다가 아니다) 그만해라...

은성 : (해야 할 말 할 상황이라 맘 아픈) 정말 못되지도 못했으면서...

환 : (멈칫, 은성 보면)

은성 : ...그동안 미안했어요.

환 : (분위기에 머쓱한) 착한 척을 하고 그래? 성질 머리가.

은성 : 전에 그랬죠? 왜 나타나서 그쪽 인생 휘젓냐고... 휘저어서 미안했어요.

환 : (이상한) 왜 그래, 너.

은성 : 그래서 이제... 안 그럴려구요. (목걸이 꺼내 내미는) 이거요.

환 : (별거 아닌 듯) 할머니 선물 골라주고 그랬으니까, 목걸이도 잃어버리고. (하다) 이런 게 뭐라고 이걸 돌려줘?

은성 : 내 인생에 들어올 사람 아니니까...

환 : (뚝 굳어지는)

은성 : 돌려주는 거에요. (애써 단호하게) 말했잖아요, 나한테 잘해주지 말라구.

환 : (울컥 마음 찔린다) 그래?

은성 : 그래요... (고개 돌리는, 눈물 참고)

 

 

S#65. 레스토랑 (저녁)

 

뿌해서 승미 보고 있는 인영. 승미, 초조하게 문 쪽 보고 있다.

 

인영 : 야, 오는 거야, 안 오는 거야?

승미 : 올 거야, 일 끝나면 전화한다고 했는데, 일이 늦게 끝나나 봐.

인영 : 야 내가 큰맘 먹고 너 도와주러 나왔는데, 밥도 못 먹고 이게 뭐니?

승미 : 어? 어 그럼 우리 먼저 먹자.

인영 : 그 사람 원래 이렇게 약속 잘 안 지키니?

승미 : (정색하고) 아냐! 단 한번도, 나하고 약속 안 지킨 적 없어.

인영 : (약간 찔끔해서) 근데 왜 하필 오늘 늦어... 전화 해봐! 너 참 이상하다? 왜 빨리 안 오냐고 전화를 안 해?

승미 : (그러고 싶지 않은) 일하는 중인 게 확실하니까, 이런 일 한 번도 없었으니까.... (하면서도 핸드폰 보는)

 

 

S#66. 술집 (밤)

 

혼자서 소주 마시고 있는 환, 앞에 빈 술병 한 병 놓여있고 두병 째 반 정도 비어있다.

 

은성(E) : 내 인생에 들어올 사람 아니니까... 돌려주는 거에요.

환 : (은성이 두고 간 목걸이 집어 드는데 눈물 어린다)

 

 

S#67. 부암동 골목 길 (밤)

 

아무렇지 않은 듯 걷는 은성, 자꾸 눈물 비어져 나온다.

 

은성 : (알지만 세뇌하듯) 왜 이러지... (손으로 눈물 닦아내고 걷는)

 

 

S#68. 레스토랑 앞 (밤)

 

혼자 서서 환 기다리고 서있는 승미, 눈물 참으며 이쪽 저쪽 쳐다본다.

 

 

S#69. 부암동 방 (밤)

 

이부자리 펴고 앉아서 돌려주지 않은 환 메모지 보고 있는 은성, 더 이상 보지 않으려는 듯 구긴다.

일어나서 휴지통에 넣는 은성, 이부자리로 와서 누우려다 다시 일어난다.

휴지통에 가서 메모지 꺼내는 은성, 구겨진 메모지 펴서 다이어리에 잘 넣는데 밖에서 문 두드리는 소리 들린다.

 

은성 : (소리에 놀라서 돌아보면)

환(E) : 고은성!

은성 : (깜짝 놀라는)

 

 

S#70. 부암동 방 앞 (밤)

 

취해서 문 두드리고 있는 환, 손에 은성에게 줬던 목걸이 쥐고 있다.

 

환 : 야! 고은성! (쾅쾅 두드리는)

 

 

S#71. 부암동 방 (밤)

 

방 문 앞에서 놀란 얼굴로 망설이고 있는 은성.

 

은성 : (어쩔 줄 모르겠는데)

환 : (밖에서 악쓰듯) 고은성!-

은성 : (너무 큰 소리에 문 열며 버럭) 시끄럽게 뭐하는 거에요! (하는데)

환 : (문 두드리던 기세 때문에 문 열리면서 반동으로 방안으로 쏠려 들어오며 은성에게 안기는 꼴 되고)

은성 : (졸지에 환 안은 채 부축하게 되면서 하중에 밀려 뒤로 뒷걸음질 치며 넘어지는)

 

함께 넘어지는 둘에게서 엔딩.

 

<20회 끝>

 

 

 

 

 

 

 

 

 

 

 

 

 

 

 

 

 

 

 

 

 

 

 

 

 

 

 

 

 

 

 

 

 

 

 

 

 

첨부파일 찬란한유산20.tx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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