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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란한 유산] 23

작성자수다쟁이|작성시간12.08.17|조회수805 목록 댓글 0

[찬란한 유산] 23

 

 

 

 

 

 

 

 

 

 

S#1. 영석 방 (밤)

 

22회와 연결해서...

 

환 : (잡아 일으키며) 가자, 어? 피아노 치면, 너 맛있는 거 사주께.

은우 : 쪼코우유가 맛있는 거야.

환 : (손잡아 일으키며) 그래, 쪼코우유! 쪼코우유 사러 가자.

은우 : (끌려 일어서는)

환 : (은우 등 떠밀며) 자- 가자! (핸드폰 울린다) 잠깐? (보면 ‘엄마’ 떠있다. 받는) 엄마 왜? 나 바쁜데.

영란(휠) : (울며) 환아, 클났어! 할머니 쓰러지셨어.

환 : (놀라) 뭐?

 

 

S#2. 수술실 앞 (밤)

 

수술대에 실려서 수술실로 들어가는 할머니.

 

 

S#3. 영석 바 (밤)

 

테이블에 앉아있는 은성과 점장, 수재 앞에 맥주병 놓아주는 영석.

 

영석 : 환이 직장 동료를 다 보다니, 신기해 죽겠어요.

점장 : 나도 내가 선우환씨 동료가 될 줄은 꿈에도 몰랐어요.

수재 : (농담처럼) 이런 걸 기적이라고 하는 거죠.

은성 : 자폐 아이 돌보기 힘들죠? 더구나 사촌동생인데, 대단하세요.

영석 : (찔려서 멈칫하는) 아 예, 복지관 데리고 갔다 왔다, 정신없어요.

은성 : 네... (기다려지는, 방 쪽 쳐다보는데)

영석 : (얼른 피하듯 돌아서며)

환 : (사색된 얼굴로 방 쪽에서 달려 나오는)

은성 : (어? 보는데)

환 : (급하게 다가와서) 점장님, 먼저 가봐야겠어요, 할머니가 쓰러지셨대요.

점장 : 사장님이?

은성 : (놀라) 할머니가 쓰러지시다뇨? 그게 무슨 말이에요?

환 : (은성 보자 울컥하는) 갑자기 쓰러지셨는데, 뇌출혈로 지금 수술 중이시래.

은성 : 수술이요?

환 : (충격에 정신없다, 정신없는) 우선 병원에 가봐야 되니까 나중에...

점장 : 얼른 가 봐요.

환 : (급하게 나가는)

은성 : (벌떡 일어서며) 점장님, 저도 가 볼께요, 죄송해요. (정신없이 환 따라 뛰어 나가는)

수재 : (걱정에 울상) 점장님, 이게 무슨 일이에요?

점장 : (걱정에) 아... 별일 없으셔야 되는데, 우리 사장님...

은우 : (나오는) 스파이는 이뻐... (둘러보면 막 계단 올라가는 은성 다리 정도 보이는 순간 사라지고. 피아노에 앉는)

영석 : 임마, 너 왜 나왔어?

은우 : 스파이가 피아노 좋아해... 쳐야 되는 거야. (피아노 치고)

 

 

S#4. 수술실 앞 (밤)

 

대기 의자에 어쩔 줄 몰라서 서로 손 붙잡고 앉아있는 영란과 정.

표집사, 초조한 듯 수술실 앞 왔다 갔다 하고 있다.

뛰어오는 환. 은성, 한걸음 뒤에서 달려온다.

 

정 : 엄마, 오빠 왔어. (일어서고)

영란 : (일어서며 울먹) 환아-

환 : (가쁜 숨 쉬며) 어떻게 된 거야? 무슨 수술을 한다는 거야?

영란 : 뇌경막하 출혈이래나, 지난번에 머리 다쳤던 데가 급성으로 터지셨대.

환 : 지난번에? (은성 돌아보면)

은성 : (놀라 다가와) 그때 씨티 찍었을 때는 이상 없었어요.

영란 : (은성 보고 놀라) 어머 근데 얘가 여긴 왜 왔어? 어떻게 알고 왔어?

정 : (황당한) 오빠랑 같이 온 거야?

환 : 회식하다가 연락 받고 같이 왔어.

박변 : (소식 듣고 급하게 다가오는) 어떻게 됐습니까?

영란 : (박변 보는) 아직 수술 중이에요.

박변 : (은성 보는, 놀라 굳어지고)

은성 : (목례로 인사하는데)

박변 : (싹 무시하고 영란에게) 사장님 더 충격 받으면 어쩔려고 이런 아이를 병원까지 오게 합니까?

환 : (당황해서 은성 보는데)

영란 : 안 그래도 지금 보내려는 참이에요.

박변 : (매몰찬) 가거라.

은성 : (눈물 어려) 할머니 수술 경과만 보고 갈께요...

박변 : (괘씸하다는) 어허!

정 : 니가 뭔데 우리 할머니 수술 경과를 봐!

영란 : 나까지 혈압 올려 쓰러트릴 작정 아니면, 얼른 가!

표집사 : (얼른 다가와서) 지금은 가는 게 좋겠어요.

은성 : (참아도 서러움에 눈물 비어져 나오는, 꾹 참고 고개 숙여 인사하고 돌아서 가는)

환 : (그런 은성 맘에 걸려 보는데)

박변 : 수술은 언제 끝난답니까?

환 : (퍼뜩 할머니 상황으로 돌아오는) 수술만 하면 괜찮은 거래?

 

 

S#5. 병원 뜰 (밤)

 

나오는 은성, 충격과 걱정과 설움에 눈물 왈칵 나온다.

 

 

S#6. 수술실 앞 (밤)

 

수술 마치고 나오는 의사. 영란, 박변, 환, 정, 표집사, 의사에게 우르르 몰려간다.

 

영란 : 박사님, 어떻게 됐어요?

의사 : 수술로 혈종 제거는 잘 됐습니다, 마취 깨면 나오실 거에요.

환 : (안도하는) 그럼 이제 우리 할머니 괜찮은 거에요?

의사 : 나이가 있으시니까 경과는 지켜봐야죠, 그보다는... (하다) 일단 진료실로 가시죠.

환 : (뭐가 또 있나? 덜컥해서 의사 보는)

 

 

S#7. 진료실 (밤)

 

의사 앞에 앉아있는 영란과 박변. 환과 정, 표집사, 뒤에 서서 얘기 듣고 있다.

 

의사 : 아까는 수술이 급해서 말씀을 못 드렸는데, 환자분 MRI 검사 결과에서 알츠하이머 초기 증후를 발견했어요.

모두 : (놀라는)

환 : (말도 안 된다는) 알츠하이머라뇨, 박사님?

영란 : (기겁해서) 우리 어머니가 치매라는 말씀이세요?

의사 : 모르고 계셨나보군요.

정 : (황당한) 말도 안돼요, 우리 할머니가 얼마나 똑똑한데요?

의사 : 아직 초기라 증상이 경미하지만, 알츠하이머성 치매 맞습니다.

박변 : 아무리 그렇다고 어떻게 아무도 모를 수가 있습니까?

의사 : 환자 분이 치료를 받고 계셨다면, 노인성 건망증 정도로 보였을 수 있어요.

환 : (충격이지만, 믿기지 않는) 치매... 라구요? (억장 무너지는)

표집사 : (드디어 알게 됐구나... 굳어지는)

환 : (눈물 어려) 그럴 리가 없어요... 검사가 잘못 된 걸 거에요. 혈종 때문에, 뭔가 잘못됐어요.

      (말도 안 된다는) 우리 할머니가 치매라니, (확인하고 싶은 심정에 표집사 돌아보며) 아저씨 그치? 우리 할머니가 치매라니,

      (하다 표집사 표정에 놀라) 아저씨 알고 있었어?

 

 

S#8. 병원 일각 혹은 병원 뜰 (밤)

 

가지 못하고 초조한 얼굴로 서성이던 은성, 멈칫 선다. 화난 얼굴로 앞서 나오는 환. 표집사, 뒤이어 나온다.

 

은성 : (약간 밝아지는, 경과 물어보려고 얼른 한걸음 다가가는데)

환 : (확 돌아서며 화난) 아저씨 왜 말 안했어? 알고 있었으면서 왜 말 안했어!

표집사 : (감정 누른 채 담담한) 어르신이 절대 말하지 말라고 하셨다.

은성 : (심상치 않은 분위기에 놀라 멈칫 서는)

환 : (충격과 배신감에 거의 꼭지 돌았다) 아저씨 그걸 말이라고 해? 아저씨 애야? 아무리 할머니가 말하지 말랬다고,

      (버럭) 알츠하이머라는데!

은성 : (깜짝 놀라는)

표집사 : (안타까움과 가슴 아픔 겹쳐서 환에게 화내는) 난 어르신이 시키는 그대로 하는 사람이니까!

환 : (처음 보는 화에 멈칫해서 보면)

표집사 : 난 어르신 덕에 죽다가 산 사람이야! 한번 죽었던 목숨이 뭘 못해?

            절대로 너나 정이, 며느님한테도, 그 누구에게도 말하지 말라셨다! (더 화내듯) 그래서 안했어!

환 : (표집사 절절함 보다 속상함이 더 큰) 아저씨 지금 잘했다는 거야?

표집사 : 왜 말하지 말라셨는지 모르겠냐? 아무도 어르신한테 관심 없었으니까! (떨리는) 돌아다 봐! 너나, 어머니나 정이나!

            어르신한테 어떻게 했는지!... 자기한테 손톱만큼도 관심 없는 사람한테 아프단 말하고 싶은 사람이 어딨어!

환 : (아프게 찔린다. 눈물 어려 표집사 보는) 그래서... 말하지 말랬던 거야?

표집사 : 마지막 희망으로 너 잡아보고 싶어 하셨다. 그래서 귀국 시켜서 회사 일 배우게 하셨던 거야.

환 : (그랬구나... 새삼 충격으로 표집사 보는데)

은성 : (놀라 다가오는 떨리는) 그게... 무슨 말이에요? 할머니가 알츠하이머라니...

환 : (보는) 넌 왜 말 안했어? 할머니 다쳤을 때 씨티 찍었다면서!

은성 : (눈물 어려) 몰랐어요... 할머니 모시고 간 병원 의사가 뇌출혈은 없고 외상만 있다고 했지, 그런 얘기까진 안 해줬어요.

환 : (미치겠는) 이제 말 좀 해봐!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은성 : (난처한) 할머니가 아무 말 말라고 하셨는데...

환 : (버럭) 그때 다친 상처가 원인이래!

은성 : (헉 놀라는)

환 : (버럭) 말 해! 할머니 어디서 뭐하다가 만났어?

은성 : (상황에 할 수 없이) 종로에서... 만두 팔다가요.

환 : (황당한) 만두?

은성 : 만두 팔고 집에 오는데... 할머니가 계단 밑에 쓰러져 계셨어요.

표집사 : 그 곳이, 어르신이 서울 처음 올라와서 떡 팔던 곳이라고 들었다.

환 : (표집사 보면)

표집사 : 늘 말씀하셨던 국밥집 있던 자리.

환 : (의아한) 거길 왜 간 건데?

표집사 : 뭔가 필생의 결단이 필요하실 때면, 그 곳에 가셔서 초심으로 돌아가서 마음 결정하곤 하셨다.

            회사 상장할 때도 그러셨고, 제 2공장 준공 때도 그러셨고. 거기서... (은성 보며) 은성 양 만나신거다.

환 : 이번엔 왜 가신 건데? 무슨 일 때문에 가신 건데?

표집사 : 더 이상은 말할 수 없다.

환 : (답답함에) 왜!

표집사 : 어르신한테 직접 들어야 하니까! (눈 빨개져서) 돌아가신 것도 아닌데... 여기까지 말한 것도 반칙이란 말이다...

환 : (기막힌) 도대체 할머니는, 너무한 거 아냐? 두 사람은 남이고 난 할머니 손잔데! (눈물 어려) 아무리 내가 그렇다구,

      아무리 내가 그랬다구... (너무 기막혀 억장 무너지는) 내가... 그 정도였어?...

표집사 : (맘 안 좋지만) 그 때 할머니한테 필요한 건... (회사에 대한) 믿음이었다.

환 : (믿음을 주지 못하는 자신이었다. 자책으로 표집사 쳐다보는)

표집사 : (감정 누르고) 들어가자, 할머니 기다려야지.

은성 : (궁금해 미치겠다, 표집사에게) 할머닌요... 수술은... 잘 됐어요?

표집사 : 수술은 잘됐답니다.

은성 : (일단 안도하는 휴... 하고)

환 : (들어가 봐야 한다, 은성에게) 깨나시면 연락 줄 테니까 가봐. (안으로 들어가는)

표집사 : 그렇게 해요...

은성 : 네... (꾸벅하며) 들어가세요.

표집사 : 그럼... (맘 안 좋게 보는)

환 : (들어가다가 돌아보는, 혼자 서있는 은성이 맘 안 좋고)

 

 

S#9. 승미집 거실 (밤)

 

놀란 얼굴로 핸드폰 통화하고 있는 백성희, 박변과 통화 중이다.

 

백성희 : 박 이사님, 지금 뭐라셨어요? 환이 할머니가, 알츠하이머요? (생각도 못한 소식에 입 벌어지는)

 

 

S#10. 병실 (밤)

 

병원 특실 정도 설정으로...

병실에는 병상과 병상 옆에 간이 의자와 3인용 소파 정도 놓여있고, 문 밖으로 보호자 휴게 공간 분리 돼 있다.

마취에서 깨나 병상에 막 옮겨진 할머니. 간호사, 링거 줄 등 손 보고 있고 환, 영란, 정, 표집사, 박변, 둘러보고 있다.

할머니 눈에 흐릿하게 그런 가족들 얼굴 보인다.

 

영란 : 어머니, 저희 보이세요?

할머니 : (작게 끄덕이는)

정 : (울먹) 할머니...

환 : (가슴 미어지는) 할머니...

박변 : (한걸음 뒤에 빠져서 뭔가 다른 기색 없나? 탐색하듯 보는)

할머니 : (환 보며, 말 또렷치 않은) 성공... 했다면서... 입찰...

영란 : 이게 무슨 소리야?

환 : (원망처럼 맘 아파) 할머니, 할 말이 그거 밖에 없어?

할머니 : (미소로, 힘겹게) 철들었네... 우리 환이...

환 : (울컥하는) 할머니 때문에 내가 진짜, (메여서) 그게 그렇게 좋아?

할머니 : (눈으로 그렇다고 하고)

박변 : (깨나자마자 입찰 성공 얘기부터 하는 할머니 보는, 확 굳어지고)

환 : (얼른) 됐어, 힘드니까 말하지 마. 더 말하지 말고 자요.

 

 

S#11. 병원 뜰 (밤)

 

낮은 화단 턱 정도에 쭈그리고 앉아있는 은성, 고개 숙이고 있다.

안도감에 나와서 후- 하던 환, 은성 보고 어? 놀란다.

 

환 : (못가고 있었구나... 은성에게 다가가는)

은성 : (앞에 와서 멈추는 다리 보고 고개 들면)

환 : (안된 마음에 타박처럼) 가는 척 하더니 안 갔냐? 밤 샐래?

은성 : 할머닌요?

환 : 깨나셨어.

은성 : (반색하는, 벌떡 일어서며) 깨나셨어요? 그럼 괜찮으신 거에요?

환 : 어.

은성 : (울컥해서) 다행이다... (시큰해져서 눈물 참으며 웃는)

환 : (찡하다) 오늘은... (가족들 다 있으니까) 가고, 나중에 보러 와.

은성 : (끄덕이며) 그럴께요, 할머니 깨나신 거 알았으니까 됐어요.

환 : (다짐받듯) 진짜 가야된다?

은성 : 갈 거에요...

환 : 택시 타고 가, 너무 늦었어.

은성 : (시계 보며) 버스 막차 아직 안 끊겼어요. 갈께요. (돌아서는)

환 : (맘 안 좋아 보고 섰는) ...

 

 

S#12. 부암동 방 (밤)

 

들어오는 은성. 혜리, 자고 있다. 혜리 모습에서 <4회 **씬에서 누워있는 할머니 모습> 오버랩 된다. 그 위로...

 

환(E) : 아저씨 왜 말 안했어? (버럭) 알츠하이머라는데!

은성 : (기막히고 가슴 아픈, 망연히 앉아있고)

 

 

S#13. 승미 아파트 외경 (다음날)

 

 

S#14. 승미방

 

새벽 5시 30분 가리키는 시계. 승미, 잠자면서도 편치 않은 듯 찌푸리고 힘들게 자고 있다.

 

백성희 : (급하게 들어오는) 승미야, (하다 딸 표정 보는, 멈칫 본다. 딸 심리상태 느껴지는,

            맘 안 좋은 눈으로 보다가 작게 흔드는) 승미야, 승미야!

승미 : (퍼뜩 놀라 눈 뜨는)

백성희 : 일어나.

승미 : 지금 몇 신데...

백성희 : 환이 할머니 병원에 계시니까 출근 전에 병원에 들렀다 가.

승미 : (놀라 벌떡 일어서는) 할머니가 왜?

백성희 : 뇌경막하 출혈이래나, 뇌출혈 같은 건데 수술 받으셨어.

승미 : 엄만 그 얘길 왜 이제 해?

백성희 : 어제 너 일찍 쉬는 거 같아서 말 안했어. (나가며) 빨리 씻고 나와.

승미 : (급하게 침대에서 내려서는)

 

 

S#15. 주방

 

쇼핑백에 죽 담긴 보온병과 차 보온병, 찬합 도시락, 과일 도시락 등 차곡차곡 넣으면서 얘기하고 있는 백성희.

 

백성희 : 하나는 죽이고 하나는 메밀차야. 다들 밤새고 입 껄끄러울 거니까 죽하고 과일이 밥 보다 나을 거야.

승미 : (안 믿기는) 정말 할머니가 치매래?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

백성희 : (여유) 그러니까 그런 말도 안 되는 유언장을 작성했지.

승미 : (걱정에) 회사에서도 항상 멀쩡하셨는데... 할머니 어떡해...

백성희 : 할머니 걱정은 그 집 식구들이 하니까, 넌 환이 걱정이나 해. (내밀며) 환이 어지간히 놀랐나 보드라.

승미 : (받아드는)

백성희 : 퇴근하자마자 와. 니 옷하고 저녁 싸놓을 테니까, 병원에서 밤새고 출근해.

승미 : (자조적인) 오빠가 그러라고 할까?...

백성희 : 환이한테 할머니는 보호자 이상이야. 그동안 할머니라는 버팀목 붙잡고 맘 놓고 뻗대고 건방떨며 살았는데,

            그 버팀목이 휘청휘청해, 지가 넘어지게 생겼는데 옆에 뭐 있는지 가려가며 붙잡을 거 같니?

승미 : 근데 할머니 치매면... 회사는 어떻게 되는 거야?

백성희 : (딸 보는, 의미 있는) 어떻게 될지야 두고 봐야겠지만, 치매 노인이 사장하는 회사는 없지 않겠어?

 

 

S#16. 보호자 실

 

탁자 위에 깔끔한 반찬들 담긴 찬합과 보온병과 과일 도시락들 펼쳐져있고 승미, 보온병에서 죽 따르고 있다.

감격해서 보고 있는 영란.

자기도 모르게 승미 모녀 배려가 부담스러운 기분으로 승미 보는 환.

정, 하품하며 보고 있고.

 

승미 : (영란에게 내미는) 드세요.

영란 : 어쩜 어제 12시도 넘은 시간에 느이 엄마가 안하던 전화 왔길래, 병원이란 얘기 했는데 이런 건 언제 다 했대? 밤 샜겠다.

승미 : 엄마 손 빠르잖아요. (또 따르고)

환 : (부담스러운) 병원에서 식사 다 나오는데.

승미 : 놀랐다가 밥 잘못 먹으면 얹힌다구, 입도 껄끄럽구, (환에게 주며) 오빠도 좀 먹어.

환 : 나중에, 지금은 생각 없어.

승미 : 수술 잘됐으니까 좋아지실 거야. 오빠가 이러면 할머니 속상하시지.

환 : (명확히 의식은 못하지만 승미에 대한 의혹 생기고 있는 터라 뭔가 걸리는 눈으로 승미 보는)

승미 : (자기도 모르게 찔려서 시선 피하는)

환 : (승미에게) 출근해라. 정이도 출근 해. 오늘까진 내가 여기 있을 거니까.

영란 : 그래, 할머니 깨나셨는데 넷이서 다 지킬 필요는 없지.

 

 

S#17. 준세 레스토랑

 

손님 없는 뜰. 시무룩한 얼굴로 출근하는 정.

혜리, 테이블들 닦고 있다가 정 본다. 혜리, 은성에게 얘기 들은 터라 맘 안 좋은 얼굴로 다가간다.

 

혜리 : 선우정, 너 할머니 수술 받으셨다면서 출근을 했어?

정 : (멈칫 보면)

혜리 : (안된) 야, 사장님이 모르는 사람도 아니고, 사정 얘기하고 하루 이틀 쉬지.

정 : (뜻밖인) 너 지금 내 걱정해주는 거니?

혜리 : 약 올리는 걸로 보이니?

정 : (머쓱한) 누가 그렇대? 고은성 친구가 내 걱정하는 게 이상해서 그러지.

혜리 : 넌 인지상정도 모르냐? 은성이도 밤새 울었는데 친손녀인 넌 오죽할까 싶어 그랬다.

정 : (뜻밖인) 지가 왜 밤새 울어? 왜? 우리 할머니한테 지은 죄가 막 후회된대?

혜리 : 야 내가 진짜 은성이가 증거 찾기 전에는 변명도 하지 말래서 암말 안할라 그랬는데, 은성이 지은 죄 없다.

정 : 걔가 왜 지은 죄가 없어?

혜리 : 죄 없어. 보여줄 증거가 없어서 때를 기다릴 뿐이다.

정 : (영문 몰라)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준세 : (안에서 나오는, 역시 얘기 들었다) 정아!

정 : (돌아보는, 준세 보자 왈칵 눈물 나는) 오빠...

준세 : (다가오는) 많이 놀랬지? 할머닌 어떠셔?

정 : (울먹) 오빠, 나 솔직히, 할머니가 전 재산 은성이한테 다 준다면서 우리한테 돈 딱 끊었을 땐,

      할머니 빨리 돌아가셨으면 좋겠다 한 적도 있었어. 근데 할머니 누워있는 거 보니까, 아냐...

      이렇게 몇 년은 그지 꼴로 살아도 할머니 안 죽었음 좋겠어...

준세 : (정 안아주는, 다독이며) 다행히 수술 잘 되셨다니까 그럴 일 없을 거야...

혜리 : (보다가 한숨처럼) 저렇게 따뜻하니까 선우양이 미련을 못 버리지... 다정도 병이라는데...

 

 

S#18. 사장실

 

비어있는 할머니 책상. 박변과 이사 네 명, 회의 테이블에서 회의하고 있다.

(오이사를 제외하고는 다들 할머니 경영방침에 불만인 이사들입니다)

 

박변 : (어쩔 수 없다는 듯) 그럼 오이사님 외에는 다들 저보고 맡으시라니,

          사장님 퇴원하실 때까지 제가 대표이사 직무 대행을 하겠습니다.

오이사 : (떨떠름한) 수술 잘됐다면서 병원 가서 결재 맡아도 될 거 같은데 굳이 이럴 필요가 있을까 싶을 뿐입니다.

이사1 : 퇴원하시면 뭐해요? 치매시라면서 회사 일을 어떻게 보십니까?

박변 : (얼른 수습하는 척) 김이사님, 치매라도 아주 초기라서 판단력이 없으신 건 아닙니다.

이사2 : 본인이 그 지경이면 진작 경영에서 손 떼고 물러나셨어야지.

박변 : 지금 중요한 건, 사장님 상황이 밖으로 새나가지 않게 하는 겁니다.

이사3 : 그보다는 대책이 먼저 아닙니까?

박변 : (달래는 척) 며칠이라도 사장님 경과를 지켜보고 얘기하시죠.

 

 

S#19. 병실

 

할머니 병상 지키고 앉아있는 환. 영란, 뒤쪽에 놓인 소파에 기대서 자고 있다.

병상 옆 의자에 팔짱 끼고 앉아서 잠시 졸다가 퍼뜩 눈뜨는 환, 할머니 본다.

의식 잃어가면서 눈 흐릿해지는 할머니.

 

환 : (뭔가 이상한, 조심스레) 할머니... (덜컥해서 할머니 손잡으며) 할머니...

할머니 : (반응 없는)

환 : (놀라) 할머니!

영란 : (소리에 놀라 눈뜨는)

 

 

S#20. 검사실

 

의식 잃고 누운 채 검사 받는 할머니.

 

 

S#21. 병실

 

의식 없이 호흡기 끼고 누워있는 할머니. 환과 영란, 초조한 얼굴로 의사 말 듣고 있다.

 

의사 : 검사 결과 뇌에 재 출혈은 없는데, 흡입성 폐렴이 온 거 같습니다.

환 : (놀라) 폐렴이요?

의사 : 급성 출혈 상황에서 수술할 때 나타날 수 있는 합병증이에요.

환 : 그럼 언제쯤 의식이 돌아오시나요?

의사 : 그건... 뭐라고 장담할 수 없어요.

영란 : (더럭 겁나는) 그 그럼... 이대로 돌아가실 수도 있다는 말씀이세요?

의사 : (그럴 수도 있다는) 치료 하면서 환자 상태 지켜봅시다.

환 : (쿵... 해서 할머니 돌아보는)

영란 : (겁나서 울먹) 어머니, 안돼요. 이대로 가시면 안돼요... 저한테 겨우 밥 한 끼 얻어 드시고, 두 끼도 세 끼도 아니고

         겨우 한 끼 얻어 드시고 안돼요...

환 : (충격에 어쩔 줄 모르는)

 

 

S#22. 박변 이사실

 

전화 받고 있는 박변.

 

박변 : 제수씨, 사장님이 혼수상태에 빠졌다구요?... (심각한 얼굴로 듣는) 예, 예...

 

 

S#23. 일식집 혹은 까페

 

마주 앉아있는 박변과 백성희.

 

백성희 : (뭔가 생각하며) 그럼 혼수상태에서 그대로 사망할 수도 있다는 거네요...

박변 : (심각한) 그렇게 되면 우리 계획에 걸림돌이 생겨요. 사장님이 이대로 돌아가시면,

         유언장 때문에 그 아이 앞으로 경영권이 가게 되거든요.

백성희 : (바로, 절대 아니라는) 그게 왜 걸림돌이에요?

박변 : 예?

백성희 : 오히려 그 유언장을 내세우면 박 이사님 일 진행하기가 더 수월해지죠.

            알츠하이머 진단 받은 후에 그런 유언장까지 작성했어요, 이보다 더 회사 운영 자격 없다는 확실한 증거가 어딨어요?

박변 : 네?... (잠시 생각하고 백성희 보는) 혼수상태인 장사장 상대로 계속 가자는 말이군요.

백성희 : (냉철하게 풀어내는) 어차피 우리가 가기로 했던 길로... 가면 된다구요. 장사장이 회복하고 안 하고가 뭐가 중요해요?

            회복되면, 치매로 발목 잡으면 되고, 이대로 떠나시면... 가족들이 유언장 무효 소송으로 은성이 발목 잡으면 되죠.

박변 : (예상 뛰어넘는 추진에 놀라 백성희 보는)

백성희 : 왜 그렇게 보세요?

박변 : 여태 어떻게 그러고 살았어요?

백성희 : 네?

박변 : 성희씨, 처음부터 길을 잘못 잡았어요. 자기 사업하지 그랬어요? 장사장 못지않은 사업가 기질 있는데.

백성희 : (씁쓸한) 그래요?... (자조적인) 다시 태어나면... 그럴려구요.

 

 

S#24. 매장

 

테이블 닦고 정리하고 있는 은성, 무거운 마음 때문에 일손 무겁게 일하는데... 준세, 들어온다.

기운 없이 일하는 은성 물끄러미 보는 준세. 은성, 일하다 무심코 준세 돌아본다.

 

준세 : (다가와서 맘 안 좋은) 다 죽어갈 줄 알았는데, 일할 기운 남아있어?

은성 : (기운 없는) 오빠...

준세 : (복잡한 심정으로 은성 보는)

 

 

S#25. 옥상

 

음료수 들고 와서 앉는 둘.

 

준세 : 괜찮아? (하다) 멍청한 질문이다, 괜찮지 않을 거 뻔히 알면서.

은성 : (자책) 내가 너무 할머니 시키는 대로 했나 봐요.

준세 : 무슨 말이야?

은성 : 그때 할머니가 기억 잃었던 거라도 얘기했으면, 가족들이 할머니 병원 모시고 가서 정밀 검사 했을 텐데...

준세 : 자책하지 마. 할머니가 말하지 말라시는데 은성이 니가 말할 수 있는 사람이야?

         더구나 할머니... 당신이 알츠하이머라는 걸 감추시려고 너한테 말하지 말라고 하신 거 같은데.

은성 : (가슴 아픈) 누구 보다 가족들이 알아야 할 일을 왜 감추셨을까, 할머닌... 혼자 얼마나 겁나셨을까...

준세 : 근데 넌... 여긴 왜 출근한 거야?

은성 : (준세 보면)

준세 : 여기서 니가 할 일은 다 끝났잖아. 할머니 쓰러지시지 않았으면, 인사 드리고 떠나기로 한 거 아니었어?

은성 : 그랬는데... 갈 데가 없었어요.

준세 : (? 보면)

은성 : 원래는 오늘 회사로 할머니 찾아뵙고, 인사드리고... 내 누명 벗을 증거 갖고 찾아뵐 때까지 (울컥하는) 건강하시라고...

         그럴려고 그랬는데...

준세 : 나도 할머니 문병 가야 하니까 같이 병원 가자.

은성 : (멈칫 보면)

준세 : 어제 할머니 뵙지도 못하고 왔다면서? 의식 찾으셨다니까, 인사 드려도 될 거야. (은성을 빨리 정리시키고 싶은)

         긴 얘긴 못 드려도, 떠난다는 인사 정돈 할 수 있잖아.

은성 : (할머니 상황에 대한 충격으로 마음 준비 안 된 상태다. 갈등으로 보면)

준세 : (설득하는 마음으로) 그래야... 너도 니 인생 새로 시작하지...

 

 

S#26 승미 집 주방

 

저녁 도시락 준비하면서 통화하는 백성희.

 

백성희 : (맘 안 좋은 척) 맘 같아선 나도 당장 찾아가고 싶은데, 환이 할머니 혼수 상태신데 문병 보다,

             니들 끼니라도 챙겨주는 게 낫겠다 싶어 관뒀어... (잠시) 표집사는 표집사고 난 또 니 친구 아니니...

승미 : (퇴근 차림으로 들어오는) 다녀왔어요.

백성희 : 영란아, 우리 승미 왔다. 승미 금방 갈 거니까, 승미한테 맡기고 넌 들어가 쉬어?

 

 

S#27. 승미 방

 

들어오는 승미. 백성희, 뒤따라 들어온다.

 

백성희 : 편하게 입고 가, 내일 출근할 옷 따로 챙기고.

승미 : (옷장 문 열어 갈아입을 옷 꺼내며) 어...

백성희 : (맘 안 좋은) 너무 기죽지 마. (계획 있는지라) 오래 걸리진 않을 거야.

승미 : (돌아보며) 그게 무슨 말이야?

백성희 : (잠깐 보는, 말 돌리는) 환이 할머니, 혼수상태야. 합병증으로 폐렴 왔대.

승미 : (놀라는) 혼수상태?

백성희 : 어쩌면... 하늘이 우리 숨통 틔워주는 건지도 모르겠다. 만약 이대로 장사장 잘못되면... 모든 게 해결 돼.

승미 : (덜컥해서 보면)

백성희 : 환이네 집은 할머니 안계시면 허수아비야. 장사장만 없으면, 은성이하고 환이네 인연은 끝이야.

            오히려 그 유언장 때문에 은성이 원수 되지.

승미 : (걱정에) 할머니, 그 정도로 위험하신 거래?

백성희 : 용케 깨어나도 치매 증상 악화될 확률 많아. 무슨 말인지 알지?

승미 : (기막힌, 자조적인) 좋아해야 하는 거야? 오빠한테 힘든 일인데...

백성희 : (차게) 넌 환이를 원하는 거지, 환이가 아냐! 니 입장에서 좀 생각해!

승미 : 알아, 아는데... (서글픈) 엄마 아니면 내가 누구한테 내 기분을 얘기해...

         (눈물 어려) 은성이한테도 오빠한테도 철면피로 대하는데...

백성희 : (멈칫하는)

 

 

S#28. 병실 안 보호자 룸 (저녁)

 

소파에 앉아서 얘기하고 있는 영란과 정.

 

정 : 그럼 만약 할머니 이대로 돌아가시면, 할머니 유언장대로 은성이가 전 재산 받는 거야?

영란 : (펄쩍) 할머니가 왜 돌아가셔!

정 : (찔끔해서) 그러니까 만약이라고 했잖아.

영란 : (사실은 겁나는) 만약 돌아가시면... 박이사 아저씨 말이 2호 점 매출 20프로 매출 달성했기 때문에 유언장대로 해야 된대...

정 : (기막혀) 말도 안 돼! 할머니도 지금은 고은성한테 줄 생각 아니시잖아.

영란 : (속상한) 그러니까 진작 유언장 찢기라도 하시라니까, 왜 어머니 걱정만으로도 힘든데 이 걱정까지 하게 만드셔?

준세 : (노크에 이어 문 여는)

정 : (보고 반색하는) 오빠? (일어서는)

준세 : (들어와서) 안녕하셨어요? 할머니 좀 뵈러 왔어요.

영란 : 어 준세야, 어서 와.

준세 : 근데 저... 은성이하고 같이 왔어요. (뒤돌아보며) 들어와.

은성 : (조심스럽게 들어오는, 꾸벅 인사하는)

영란 : (기막힌) 어머, 세상에... (하다 벌떡 일어나며 버럭) 너 나가!

 

 

S#29. 병실

 

할머니 병상 옆에 앉아서 할머니 손잡고 있는 환, 밖에서 나는 소리에 문 돌아본다.

 

정 : (밖에서) 엄마, 조용해!

환 : (문 보다가 뒷소리 안 들리자 다시 할머니 보는)

 

 

S#30. 병실 앞

 

영란에게 떠밀려서 쫓겨나오는 은성. 뒤따라 나오는 준세와 정.

 

영란 : (떠밀며) 당장 가! 니가 여길 왜 와?

준세 : (뒤따라 나오며 당황해) 왜 이러세요?

영란 : (준세 말 안 들린다. 해대는) 너 확인하러 왔니? 우리 어머니 언제 돌아가시나 확인하러 왔어?

은성 : (상황 모르고 기막혀) 아니에요, 잠깐 인사만 드리러 왔어요.

영란 : 인사? 무슨 인사? (다 안다는) 언제쯤 유산 받게 되나 궁금해서 왔지!

준세 : (속상한)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은성이, 할머니 걱정돼서 온 거에요.

영란 : (화난) 준세야, 너 그러지 마! 이건 니가 나설 일이 아냐.

준세 : (멈칫하면)

정 : (얼른) 오빠, 우리 할머니 혼수상태야.

준세 : (놀라) 뭐?

은성 : (더 놀라 정에게) 혼수상태라니, 수술 잘되고 새벽에 깨나셨다면서?

준세 : 정아, 수술이 잘못 되신 거야?

정 : (울먹이며) 건 아니구, 합병증 와서 위독하시단 말야...

은성 : (덜컥해서) 저 할머니 좀 뵙게 해주세요... 할머니 얼굴 한번만 보게 해 주세요.

영란 : (기막힌) 우리 어머니 죽기 바라는 애한테 누가 얼굴을 보여줘!

준세 : (화나는) 어머니, 은성이 그런 애 아니에요!

영란 : (역성에 더 화나는) 니 눈에나 그런 애 아니지! (서운한) 준세 너 그러는 거 아냐. 아무리 여자한테 눈이 멀었다구

         여기가 어디라구 얘를 끌고 와! 우리 어머니 속이고 우리 가족 싹 속여먹은 애야!

은성 : (눈물 어려) 아니에요, 저 그러지 않았어요!

영란 : 시끄러! 한 대 더 맞기 전에 썩 사라져!

준세 : (맞았어? 놀라서 은성 보는)

정 : (준세 의식돼서 엄마하고 맞장구는 못치고) 오빠, 얘 데리고 빨리 가. 우리 지금 할머니 때문에 다 죽을 맛이란 말야.

준세 : (더 있어 봤자다) 가자, 은성아.

은성 : (역시 더 버틸 분위기 아니다. 고개 숙여 인사하는)

준세 : (은성 어깨 쪽 감싸고 가는)

영란 : (들으라는 듯) 정아! 소금 좀 뿌려라!

준세 : (가다가 멈칫 서는데)

은성 : (얼른) 가요, 나 괜찮아요... (준세 팔 잡아끌고 가는)

환 : (안에서 나오며) 무슨 일이야?

정 : 은성이 찾아와서 엄마가 쫓아냈어. 병실까지 소리 들렸어?

환 : 고은성이? (하다 은성과 준세 뒷모습 보고 멈칫하는, 준세 팔 잡고 가는 은성이다. 굳어지고)

 

 

S#31. 병원 뜰 (저녁)

 

속상한 얼굴로 나오는 준세 뒤따라 나오는 은성, 눈물 어려 나오고 있다.

 

준세 : (안타깝고 속상한 눈으로 은성 보는)

은성 : (가슴 아픈) 오빠, 할머니 어떡해요... (회한에 메여서) 이럴 줄 알았으면 아니라고,

         승미네가 다 거짓말 한 거라고 말씀이라도 드릴걸...

준세 : 가자, 가면서 얘기 해.

은성 : 오빠 먼저 가요.

준세 : 넌? (하다 달래듯) 여기 있어봤자 할머니 못 봬. 아버지한테 할머니 상태 여쭤보고 알려줄 테니까 집에 가 있어.

은성 : (고개 젓는) 아뇨, 나 못 가요... (메여서) 할머니 저러고 계신데 어떻게 가요?

준세 : (속상한) 니가 여기 있어봤자 할 게 없잖아. 할머니 의식 돌아오시면 그때 찾아뵈면 되지.

은성 : 그냥 먼저 가줘요...

준세 : 여기 있다 또 가족들 눈에 띄면 어쩔려구, (하다 속상해서 화나는) 저런 오해 받고 모욕 받으면서 뭐 하러 있을려고 해?

은성 : 날 모욕한 건, 아줌마가 아니에요. 정이도 아니고, 누구도 아니에요. 승미하고 승미 엄마죠.

준세 : (멈칫하면)

은성 : 내가 할머니 얼굴도 알고 있었고, 정이 오빠 얼굴도 알고 있었던 걸로 아는데, 어떻게 오해를 안 해요?

준세 : (기막힌) 그래서 오해 받고 뺨까지 맞고, 저런 대우까지 받아도 괜찮아?

은성 : 오해 받아도 가슴 아픈 사람들은 아니니까, 아줌마하고 정이는.

준세 : (환이는 빠졌다. 은성 마음 느낀지라 환이라고는 못 묻고) 할머니가... 너한테 그 정도 분이시니?

은성 : (눈물 어려) 날 알아주고, 믿어주고 마음을 준 분이에요. 아무것도 아닌 나라는 사람한테 할머니 인생을 물려주신 분이에요.

         그런 할머니가 저렇게 되셨는데... 이대론 나 아무 것도 못해요...

준세 : 할머니 계속 저러고 계시면 어떡할 건데? 아무 것도 못하고, 기다릴 거야?

은성 : 지금은 아무 생각 못하겠어요... 그냥 좀... 여기 있을래요.

준세 : (난감하게 보다가) 그래, 알았다... 그럼 먼저 갈게.

은성 : (복합적인, 무심코 튀어나오는) 미안해요.

준세 : 뭐가?

은성 : (멈칫했다가) ...그냥... 이것저것... 미안해요.

준세 : (느낌에 쿵... 하지만) 싱겁긴, 간다. (돌아서는데 표정 불안해지는)

은성 : (참았던 눈물 쏟아진다. 두 손에 얼굴 묻으며) 할머니...

승미 : (저만치서 도시락 쇼핑백과 출근 옷 등 든 쇼핑백 들고 들어가는)

 

 

S#32. 보호자 휴게룸 (밤)

 

착잡한 얼굴로 소파에 앉아서 승미 보고 있는 환. 영란, 집에 가려고 가방 등 챙기고 있다.

 

영란 : 그럼 승미 너 믿고 옷 챙기러 가는 김에 내일 와야겠다.

승미 : 네. 저 있으니까 걱정 마시고, 하루 푹 주무시고 나오세요.

환 : (부담스러운) 너까지 여기서 밤샐 필요 없어. 나 혼자 있어도 돼.

영란 : 혼자서 어떻게 밤을 새? 승미라도 있어야 우리가 안심하고 자지.

승미 : (일부러) 전에 할머니 맹장 수술 받으셨을 때도 오빠랑 병원에 있었고,

         오빠 겨울에 스키 타다 손목 깁스했을 때도 내가 밤 샜어.

환 : (난감하고) ...

 

 

S#33. 병원 뜰 (밤)

 

할머니 병실 쪽 쳐다보고 있는 은성.

 

 

S#34. 병실 (밤)

 

할머니 병상 옆에 앉아서 복잡한 표정으로 할머니 바라보고 있는 환.

밤 12시 가리키는 시계. 승미, 들어온다.

 

승미 : (다가온다) 오빠 교대해.

환 : 됐어... 여기서 자면 돼.

승미 : 나가서 좀 자고 네 시쯤 교대해 줘. 잠깐 자고 출근하면 돼. (환 걱정스런) 할머니 이 상태, 길어지실 수도 있다는데...

         매일 밤새다 오빠 쓰러져. (환 어깨에 손 얹으며) 얼른...

환 : (어깨 멈칫하며 굳는)

승미 : (그 느낌 느끼고 멈칫하는데)

환 : (승미 손피하려고 뒤 돌아보는, 자연스럽게 승미 손 떨어지고)

승미 : (떨어진 손 무안한, 마주 잡는, 애써 웃으며) 그럼 여기서 같이 밤샐까? (다른 의자 하나 끌어당기는데)

환 : (단호한) 아니, 나가서 자.

승미 : (멈칫하는)

환 : (승미가 할머닐 속였다는 심증 어느 정도 생긴 상태다. 말하기 힘들지만, 의미 있는) 그래야 할머니가 편하실 거야.

승미 : 할머니 의식도 없으신데... 나 있는 걸 어떻게 아셔?

환 : (자기만의 이중적 의미) 겉으로는 의식 없어도... 다 느끼고 있을 거 같애, 우리 할머닌.

승미 : (뭔가 서늘해져서 보면)

환 : (다시 할머니 보며) ...내가 지금은 할머니 때문에 너무 힘들고 여유가 없어...

      그래서 너하고 하고 싶은 얘기가 있어도 할 수가 없다.

승미 : (덜컥해서 보면)

환 : 집에 가서 자. 어차피 교대 안 할 건데 뭐 하러 여기서 밤을 새? 피곤하게.

승미 : (완전히 느껴지는 거리감에 굳어지는)

 

 

S#35. 영란 방 (밤)

 

침대에 누워 잠든 듯 누워있는 영란, 어둠 속에서 슬며시 눈뜬다.

 

영란 : (낭패스런) 아- 나 잠든 거 아니네... (일어나 앉는, 안되겠다. 베개 들고 나가고)

 

 

S#36. 거실 (밤)

 

영란, 베개 들고 나오는데 정, 막 2층에서 베개 들고 내려와서 영란 방 쪽으로 돌아선다.

어둠 속에서 큼직한 베개 든 서로의 형체에 놀라서 동시에 ‘꺅-’ 비명 지르고

이어서 동시에 정은 ‘엄마야!’ 영란은 ‘정아!-’ 소리 지르며 방방 뛰고 난리치는 둘.

주방 쪽에서 잠자리 차림으로 번개처럼 뛰어나오는 표집사.

 

표집사 : (불 켜면)

둘 : (서로 발견하고 어? 놀라는)

표집사 : (다가오며) 무슨 일입니까?

정 : 엄마였어? 귀신인 줄 알았잖아?

영란 : (버럭) 야! 난 도둑이 보따리 들고 내려오는 줄 알았잖아!

정 : (그제야 베개보며) 이거? 엄마랑 잘려구, 오빠도 없고 2층 무서워.

영란 : 나두 무서워서 니 방에서 잘려고 했는데.

표집사 : (황당한) 아니 하루 이틀 산 집도 아닌데 뭐가 무섭다고 그러세요?

영란 : 표집사, 어머니 안 계시니까 집이 왜 이래? 텅 빈 집 같애.

정 : 나두. 내 방이 막 허공에 떠있는 거 같애.

표집사 : (어떤 마음인지 알겠다. 다독이듯) 제가 있으니까 걱정 말고 들어가 주무세요. 정아, 어머니 방에서 같이 자.

정 : (울먹) 아저씨, 소파에서 자면 안 돼?

영란 : (자기도 그랬으면 좋겠다는 듯 끄덕이는, 어느새 표집사 의지하게 된)

표집사 : (짠한 듯 모녀 번갈아 보는)

 

 

S#37. 영란 방 (밤)

 

서로 끌어안고 자는 영란과 정. 모녀, 측은한 분위기다.

 

 

S#38. 거실 (밤)

 

소파에서 얇은 이불 덮고 누워있는 표집사.

 

표집사 : (소리는 못 내고 울먹울먹하고 있다, 작게) 어르신... (징징 우는)

 

 

S#39. 몽타주

 

-신문사. 울리는 전화벨. 전화 받으며 ‘네, 유한일보 박서우 기잡니다’ 하는 기자.

-공중전화. ‘제보 드릴게 있어서 전화 드렸어요’ 하는 백성희.

-병실. 의식 없이 누워있는 할머니. 근심 가득한 얼굴로 바라보는 환과 영란, 정.

-병원 뜰 (밤). 할머니 병실 창문 정도 바라보며 서성이는 은성.

-인터넷 경제면 기사 목록에... ‘진성식품 사장 위독’ ‘치매 상태에서 황당한 유언장 작성한 장숙자 사장’

‘진성 식품 주가 큰 폭 하락’ 등 기사 떠있다.

-박변 이사실. 이사 2,3과 수근 대고 있는 박변.

-일식집. 박변과 함께 뭔가 얘기하고 있는 백성희.

 

 

S#40. 병실

 

탁자에 노트북 놓여있고 인터넷으로 신문 기사 보고 있는 환과 영란, 정.

 

정 : (기막혀 읽는) 치매 상태에서 작성한 장숙자 사장의 유언장으로 인해 30년 넘는 진성식품이 위기를 맞고 있대.

영란 : (속상해) 그러니까 환이 너는 왜 2호 점 매출은 달성시켜 가지구 은성이 좋은 일만 시켰어?

환 : (굳어서 화난) 할머니 쓰러지신지 이제 일주일인데, 대체 누가 이런 걸 기자한테 흘린 거야!

영란 : 이사들에 그 비서들에, 회사에 은근 슬쩍 소문 다 났대.

정 : (걱정에) 오빠, 이러다 우리 회사 망하면 어떡해?

환 : 내가 박이사 아저씨 만나서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건지 알아보고 올게.

영란 : 아저씨 일루 오신다고 했어.

 

 

S#41. 준세 레스토랑

 

막 자리에 앉는 박변. 준세, 아버지와 사이 안 좋은 터라 갑자기 찾아온 아버지 약간 의외인 듯 자리에 앉는다.

 

준세 : 연락도 없이 웬일이세요?

박변 : 회사 일 때문에 정신없어서 연락할 생각도 못하고 왔다.

준세 : 기사 봤어요, 회사는 어때요?

박변 : 안 그래도 그거 땜에 너 찾아왔어. 준세 너 요새 주식 거래 안하지?

준세 : 아시잖아요, 저 그런데 취미도 관심도 없는 거요.

박변 : (틈 안 주고) 그럼 너 대학 졸업 기념으로 내가 거래 터준 신신증권 명의 좀 쓰자. (준세 속이기 위해 미리 털어놓는 척)

         우리 회사 주식 좀 살려고 그래.

준세 : (의아한) 진성식품 주식을 사시는데 왜 제 명의가 필요하세요? 아버지 명의는요?

박변 : 이사회에서 주가 부양 차원에서, 차명으로 우리 회사 주식을 자금 여력 되는대로 사기로 했어.

준세 : 차명으로요?

박변 : 이사들 명의로 사봤자, 이 회사 사람인거 증권가에서 다 알아서 소용 없잖냐. (하소연하듯) 지금 회사 분위기가

         말이 아니야.. 우리 회사 주식 조금씩 갖고 있는 직원들 꽤 있는데, 주가 떨어지면서 다들 사기도 떨어지고,

         그러니 매출도 줄고, 부재료 업체들 결재 독촉도 시작되고, (힘든 듯 고개 저으며) 기사 나면서부터 정신없다...

준세 : (심각하게 듣다가 확인하는) 만약 할머니가 이대로 돌아가시면, 유언장대로 되는 건데, 이사들 반응은 어때요?

박변 : (아들 속여 넘기려고 솔직하게 말하는 척) 당장 이사회 열어 장사장 해임 시키자고 난리들이지 않겠냐?

         어떡하든 사장님 회복 더 기다려보자고 설득 하고 있어. 이 상황에서 그건 아니잖냐.

준세 : (맞다는 듯 끄덕이는)

박변 : 제수씨하고 환이 기다리고 있어서 병원 가봐야 돼. (일어서며 대수롭지 않은 일인 척) 증권카드 지금 있으면 주고,

         없으면 내일 회사로 갖고 와.

 

 

S#42. 2호 점 점장실

 

점장 책상에서 컴퓨터로 기사 보고 있는 은성. ‘친손자 손녀 제외시키고 제 3자에게 유증하기로 한 장사장 유언장 파문’

기사 읽다가 점점 굳어지는 은성.

 

 

S#43. 병원

 

보호자 룸 둘러앉아서 얘기하고 있는 박변과 환, 영란, 정.

 

영란 : 유언장 무효 소송이요?

박변 : (임시 주총 통해 대표이사 해임 계획 진행하는 상황이라 가족들 관심은 유산으로 돌리고, 유언장 소송을 이슈화 시켜서

         대표이사 해임에 유리하게 작용시키려는 계산) 지금 회사나 제수씨 환이 정이를 위해서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에요.

         사장님이 정상적인 정신 상태에서 만드신 유언장이 아니라는 소송을 하면, 무효화 시킬 가능성이 있어요.

환 : (발끈해서) 정상적인 정신 상태가 아니라니요?

박변 : 할머니가 유언장을 작성하시기 전에 이미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았으니까,

환 : (화나는) 아저씨, 그 때 우리 할머니 멀쩡 하셨어요.

은성 : (급하게 온 듯 막 문 열다가 소리 듣고 멈칫하는)

박변 : (냉정하게) 니들하고 회사를 위해 미리 방법을 알려주는 거야. 만약 할머니가 이대로 돌아가시면,

         할머니 전 재산이 고은성 앞으로 넘어가게 돼, 그래도 괜찮냐?

영란 : (펄쩍) 말도 안돼요!

정 : 절대 안돼죠!

환 : (멈칫하는)

은성 : (자기 얘기하고 있다. 기막혀 입 벌어지는)

박변 : 그 때 가서 유류분 소송하는 시간도 줄일 수 있고, 무효 소송을 한다는 기사라도 나면 회사 이미지도 안정 돼.

영란 : 그래 환아, 우리 하자. 아저씨 말 틀린 거 하나 없어.

환 : (단호한) 안 돼. 할머니 살아 계신 동안은, 아저씨 그런 거 못해요.

박변 : (예상 밖 반응에 놀라) 환아! (하는데)

은성 : (들어서며) 저 유산 안 받을 거에요!

모두 : (놀라 은성 돌아보는)

은성 : (기막힌, 다가와) 아직 할머니 돌아가시지도 않았는데, 그런 걸 왜 하세요? (눈물 어려) 하지 마세요, 저 유산 안 받아요,

         할머니하고도 약속했어요.

정 : (황당한) 유산을 안 받는다구?

박변 : (정색하고 노기로) 너 여기가 어디라고 멋대로 찾아와!

영란 : (벌떡 일어나서) 너 진짜 웃기는 애로구나? 누가 너한테 준대?

정 : 고은성, 너 우리 이럴 줄 알고 쇼하러 왔니?

환 : (낄 틈 없이 해대는 가족들 당황해서 보는데)

박변 : (벌떡 일어서며) 당장 돌아 가!

은성 : (울먹이며) 제가 어떡하면 돼요? 각서 쓰면 돼요? 안 받는다구요! 할머니한테 약속 했어요.

영란 : (믿을 수 없는 말이다) 얘! 나 혈압 올라 쓰러질 거 같애. 너 할머니 이어서 나까지 쓰러뜨려 죽일려고 이러니?

환 : (벌떡 일어서는, 버럭) 그만들 해요!

모두 : (멈칫하면)

환 : (은성 팔 잡아끌며) 나와!

 

 

S#44. 병원 일각

 

은성 팔 잡아끌고 나오는 환.

 

환 : (확 놓고) 너 바보야? 왜 이런 바보 같은 짓을 해? 이 상황에 니 말을 누가 믿는다고,

      (안타까운) 왜 번번이 이런 수모 당하면서 와?

은성 : 그럼 어떡해요? 미칠 거 같은데!

환 : (멈칫하면)

은성 : 난 아닌데, 할머니한테 아니라는 말 한마디 못해보고, 할머니 이대로 가버리시면 어떡해요?

환 : (버럭) 말조심 해! 누가 가버리셔? (울음 참느라 눈 빨개져서) 우리 할머니가 어떤 사람인데 이 정도로 가!

은성 : (울먹이는) 그러실 거 같으니까 다들 저러는 거잖아요...

환 : (사실이다... 굳어서 은성 보면)

은성 : 할머닌 나한테 마음을 주셨는데... 그 대가가 너무 혹독하잖아요... 난 아닌데, 아니라는 건 알고 가셔야죠...

         (눈물 툭 흘리는)

환 : (은성 진심 느껴진다. 하지만 상황에 뭘 어쩔 수 없는) 지금 너나, 내가 할 수 있는 건 아무 것도 없어...

      할머니가 일어나시든... (떨리는) 떠나시든... 우리 할머니한테 달려있어.

은성 : (맞는 말이다, 쿵... 해서 보면)

환 : 그러니까... 오지 마. 할머니만으로도 힘든데... (아픈) 내가... 널 위해서 해줄 게 아무 것도 없는 놈이라는 거 까지...

      느끼게 하지 마...

은성 : (절망과 아픔으로 흔들려서 환 보는)

 

 

S#45. 박변 이사실

 

들어오는 박변, 윗도리 벗으며 멈춰 선다.

 

박변 : 환이 이 자식... (상상 못했던 모습에) 제법 변했네...

비서 : (결재 서류 몇 개 들고 들어오는) 이사님, 안 계신 동안에 두고 간 결재 서류 들입니다.

박변 : (앉으며 받는) 뭐가 이렇게 많아?

비서 : 정부장님 말씀이 양곡 쪽 물품 대금은 내일 오전까지 결재 해 주셔야 한답니다.

박변 : (의미 있는 눈빛으로 보는) 영진 최사장하고 약속은 잡았나?

비서 : 예, 내일 저녁 7시로 잡았습니다. (역시 조심스런) 장소는 말씀하신 곳으로 예약했습니다.

박변 : (끄덕이며) 알았어, 나가 보게. (의미심장하게 생각에 잠기는)

 

 

S#46. 병실

 

할머니 옆에서 아픈 눈으로 할머니 보고 있는 환. 영란, 옆에 서있다.

 

영란 : (맘 아픈) 할머니 얼굴 닳겠다. 그만 보고 얼른 집에 가, 한번을 집에 안 가고,

         (꼭 보내려는) 이러다 너까지 쓰러지면 엄마 정말 못 견뎌.

환 : ...알았어...

 

 

S#47. 환 집 거실

 

들어오는 환, 휑하고 썰렁한 거실 둘러본다... 2층으로 가려다 할머니 방으로 들어가는 환.

 

 

S#48. 할머니 방

 

들어오는 환, 텅 비어있는 할머니 자리 쳐다본다. 할머니 자리로 가서 앉는 환, 좌 탁 쓸어본다.

 

<2회 9씬에서>

할머니 : (욱했다가 참고) 그런 이 회사... 니가 지켜줘야 하지 않겠냐?

환 : 할머니가 있는데 내가 뭘 지켜? 설렁탕을 지켜?

할머니 : 할미 늙었다... 저승사자가 밤마다 찾아와 기웃대는 나이야.

환 : 할머니 엄살떨지 마. 할머니가 누군데 벌써 저승사자가 찾아와? 찾아와봤자 몇 대 쥐어터지고 내뺄걸?

 

환 : (현재, 후회와 회한으로 가슴 아픈, 눈물 어려 허공 쳐다보다가 뚝 멈추는, 더럭 불안해진다. 얼른 일어서는)

 

 

S#49. 환 집 주방 (저녁)

 

저녁 차리는 표집사. 환, 급하게 주방으로 들어온다.

 

표집사 : 앉아, 다 됐다.

환 : 아냐, 아저씨. 나 병원 가야겠어.

표집사 : (덜컥해서) 왜? 어르신한테 무슨 일 생겼냐?

환 : 아니 그건 아니고, 불안해서 안 되겠어. 나 없을 때 할머니 무슨 일 생기면 어떡해? (나가며) 가요.

표집사 : 밥이라도, (하다 멈추는, 그런 환이 고마운) 그래, 가라...

 

 

S#50. 준세 레스토랑 (저녁)

 

혜리와 얘기하고 있는 준세.

 

준세 : (기막힌) 은성이가 또 병원에 갔어요?

혜리 : (속상한) 요새 애가 통 먹지도 못하길래 밖에서 저녁 먹자고 전화했더니, 병원이래잖아요,

         또 갔냐구 뭐라 그랬더니 기사 보구요, 해명하러, 아니 수습해 볼려구 갔대요.

준세 : (놀라) 수습을 하다니, 은성이가 그걸 어떻게 수습을 해요?

혜리 : 할머니 돌아가셔도 유산 안 받는다고 한다구요.

준세 : (답답한) 그 말을 누가 믿어요? 가서 곤욕만 치를 텐데...

혜리 : (안타까운) 제 말이요, 은성이 걔 정말 아직도 세상이 지 맘 같은 줄 안다니까요?

준세 : (후... 숨 내쉬는)

혜리 : (미안한 듯) 준세씨가 가서 은성이 좀 데려와요. 이 기집애 병원 귀신 될려나 맨날 병원 어슬렁거리고 돌아다니는 게

         일이라니까요?

 

 

S#51. 병원 뜰 (밤)

 

사람 없는 벤치에 멍하니 앉아있는 은성.

승미, 걸어오다가 은성 본다. 잠시... 망설이다가 다가가는 승미.

 

승미 : 할머니 뵈러 왔어?

은성 : (소리에 돌아보는, 원망으로 노려보는)

승미 : 못 뵀구나... 가 있어, 은성아. 할머니 상태 어떠신지 들어가서 보고 전화해 줄게.

         (일부러) 아니다, 나 병실에서 밤샐 거니까, 경과보고 아침에 전화해 줄게.

은성 : (지친) 니가 뭔데 나한테 가라마라니...

승미 : 여기 이러고 있으면, 너 고생스럽고 사람들 맘 불편하잖아. 너 때문에 회사도 엉망이고, 가족들도 편치 않아 하는데

         뭐 하러 자꾸 와?

은성 : (눈물 어려) 아니... 난 할머니 보고 싶을 뿐이야. 할머니 얼굴 한번이라도... 보고 싶을 뿐이야.

환 : (들어오다가 은성과 승미 보는, 멈칫 서고, 멀어서 말소리는 안 들리고 분위기만 느껴지는)

승미 : 너 아무리 이래도, 사람들한테는 할머니 돌아가시기 기다리는 사람으로 밖에 안 보여, 은성아.

은성 : (의미 있는) 모든 사람이 다 그렇게 생각하는 건 아냐, 날 믿는 사람도 있어.

승미 : (못 알아듣고, 이해 안 되는) 니가 할머니하고 알면 얼마나 아는 사이라고 이래?

은성 : 오래 안다고 정이 깊어지는 거 아냐, 너하고 니 엄마가 증거잖아.

승미 : (멈칫) 그만하자, 들어갈게. (피하듯 가고)

은성 : (힘들다. 뒤로 고개 젖히며 후- 하는)

환 : (그런 은성 맘 아프게 보는)

 

 

S#52. 보호자 휴게룸 (밤)

 

할머니 병상 보이게 병실 문 열어놓고 티비 보고 있는 영란. 승미, 노크에 이어 조심스레 문 연다.

 

영란 : 어 승미야? 환이 없는데 왜 왔어?

승미 : (들어오다 멈칫) 오빠 없어요?

영란 : 어, 환이 집에서 자라고 보냈어. 전화하고 오지.

승미 : (얼른 와서 앉으며) 저 오빠 때문에 오는 거 아니에요. 신문 기사 보고 엄마가 아줌마 걱정된다고

         어떠신가 가보라고 해서 왔어요.

영란 : (속상한) 미리 유언장 무효 소송하면 된다는데, 환이가 안된댄다.

승미 : (놀라) 오빠가, 왜요?

영란 : (눈물 어려) 솔직히 이제는 할머니 보낼 마음 준비해야 할 거 같은데...

환 : (들어온다, 승미 보고 멈칫 서는) 왔어?

승미 : (그래도 반가운) 오빠?

영란 : (얼른 눈물 닦으며) 환아? 너 왜 또 왔어?

환 : 오늘 밤은 내가 있을 테니까 엄마 들어가.

영란 : 니가 또 있는다구?

환 : 승미도 엄마하고 가. (단호한) 할머니하고 둘이만 있고 싶어서 그래...

승미 : (쿵... 해서 환 보는)

 

 

S#53. 병원 건물 앞 (밤)

 

택시에 타는 영란과 승미. 환, 서있다.

 

환 : 엄마, 승미 내려주고 가. (승미 보며) 가... (뒷좌석 문 탁 닫는)

승미 : (택시 안에서 서운한 눈으로 환 보는)

택시 : (출발하면)

환 : (바로 돌아서 간다)

 

 

S#54. 병원 뜰 (밤)

 

벤치에 혼자 앉아있는 은성. 환, 다가온다.

 

은성 : (환 보는, 이크, 얼른 몸 돌리는데)

환 : 일어 나.

은성 : (보는, 또 가라는 줄 알고 미리) 이 병원이 그쪽 거에요?

환 : 들어가, 할머니 만나.

은성 : (놀라 벌떡 일어서는)

 

 

S#55. 병실 (밤)

 

들어오는 은성, 할머니에게 조심스럽게 다가간다. 의식 없이 호흡기 쓰고 누워있는 할머니 보자 왈칵 눈물 나는 은성.

 

은성 : (메여서) 할머니... 은성이에요... 꼭 드릴 말씀이 있어서 왔어요... 저요, 할머니가 알고 계시는 그런 애 아니에요.

         저 할머니 얼굴 그 전에 몰랐어요. 환이 오빠 환이 오빠하는 건 여러 번 들었는데, 성도 몰랐구요,

         뭐하는 집인지도 몰랐어요. 승미하고 저... 그렇게 친하지 못했거든요.

할머니 : (의식 없이 누워있고)

은성 : (울컥해서 떨리는) 할머니... 이대로 가시면 안 되지만... 혹시 가시더라도, 절 그런 애로 알고 가시면 안돼요...

         그러면... 할머니 너무 가슴 아프잖아요... (할머니 손잡으며 앉는) 할머니 만나서... 정말 좋았어요... 너무 외로웠는데...

         할머니가 저 품어주셔서... 덜 외롭고 덜 아팠어요... (엎드려 우는)

 

 

S#56. 보호자 휴게 룸 (밤)

 

눈물 닦으며 나오는 은성. 환, 팔짱 끼고 왔다 갔다 하고 있다가 은성 본다.

 

은성 : (보고, 잠긴) 고마워요.

환 : 진작 할머니 만날 기회 못 만들어 줘 미안하다. 내가 너무 여유가 없었어.

은성 : 아뇨, 지금이라도... 고마워요... 할머니께 드릴 말씀 다 드리게 해줬어요.

환 : 할머니 들으셨을 거야.

은성 : (망설이다가) 그쪽 얘기도 듣고 싶으실 거에요.

환 : (멈칫, 굳어지는)

은성 : 할머니한테 드릴 말씀 있잖아요, 더 늦기 전에... 해요.

환 : (흔들려서 은성 보는)

 

 

S#57. 병실 (밤)

 

할머니 병상 앞에 서있는 환. 아무리 할머니가 의식 없이 누워 있어도 쉽게 할수 있는 얘기 아니다.

 

환 : 할머니... (타박하듯) 언제까지 이러고 있을 거야? 왜 눈을 안 떠? 할머니 강한 사람이잖아!...

      (하다가 메여서) 미안해요... 혼자 아프게 해서... 나 정말, 할머니가 돌아가실 수도 있다는 생각,

      정말이지 한 번도 안 해봤어... 할머니 무쇠 같잖아. 할머니가 스스로 돌아봐, 얼마나 센데?

할머니 : (의식 없이 누워있는)

환 : (정말 떠날 수도 있다는 느낌에 핏발 서며 할머니 보다가) 할머니... 할머니가 그렇게 사랑하는 할머니 아들, 우리 아빠...

      내가 죽였어.

 

 

S#58. 국도 + 민석 차 안 (회상, 밤)

 

깜깜한 지방도. 불빛 하나 없이 어두운 길 헤드라이트에 의지해 천천히 운전하는 아빠

뒷좌석에 앉아있는 환, 있는 대로 풀죽어서 열린 차창으로 모형 배 내밀고 창밖 바람에 흩날리는 천 돗 바라보고 있다.

 

민석 : (백미러로 보며 미안한) 미안하다 환아, 다음 주에 꼭 다시 오자.

환 : (너무 화나서 풀죽은) 아빠는 거짓말쟁이야...

민석 : (안타까운) 공장장 아저씨 아버님이 돌아가셔서 꼭 가야 돼.

환 : 맨날 설렁탕만 만들러 가고! 낚시 캠핑도 두 번이나 어기고!

민석 : (사이드 밀러 보며) 위험하니까 손 내밀지 마. (커브길 도는데)

환 : (일부러 더 길게 내밀다가 배 떨어뜨린다) 어?

민석 : 왜?

환 : (놀라) 아빠! 내 배 떨어졌어!

 

얼른 한쪽에 차 세우는 민석. 세우자마자 차문 열고 튀듯 내려서 뒤쪽으로 배 찾아서 뛰어가는 환.

 

민석 : (놀라 얼른 차 문 열며) 환아!

환 : (귀에 안 들린다. 아끼는 배다. 뛰어가면서 보면 저만치서 희미한 흰 배 보인다)

민석 : (내려서 뛰어오며) 환아! 아빠가 찾아줄께!

환 : (배집어 드는, 불쑥 뭔가 생각난 듯 민석 반대편으로 더 뛰는)

민석 : (어둠 속이라 잘 안 보이는) 환아!

환 : (더 뛰어가며) 난 안가!

민석 : 환아! 얼른 이리 와!

환 : (딱 멈추고 아빠 쪽 향해 돌아서는) 아빠는 거짓말쟁이야!

 

저만치 환 뒤쪽 커브길 하늘 쪽으로 트럭 헤드라이트 불빛 보인다.

 

민석 : (놀라) 환아! 위험해! (달려오는)

환 : (뒤쪽이고 어린 나이라 의식 못하는) 안 간다니까!... (하는데 갑자기 나타난 불빛에 앞에서 달려오고 있는 아빠 보인다.

      어? 돌아보는데)

 

막 커브길 돌아 달려오고 있는 덤프트럭 헤드라이트에 불빛 확 눈에 들어온다.

눈부신 듯 눈 감는 환. 동시에 환에게 달려와서 환 밀치는 민석. 그 위로 들리는 빵- 무서운 경적소리.

 

 

S#59. 병실 (밤)

 

미안함과 아픔으로 눈물 철철 흘리며 고백하고 있는 환.

 

환 : 지금까지 말 못해서 미안해요... 겁나서 말할 수가 없었어, 내 입으로 어떻게 말해... 할머니한테 아버지가 얼마나

      소중한 사람인줄 아는데, 그런 아버지가 나 때문에 죽었다고, 내가 죽였다고 어떻게 말해... (고개 숙이고 꺽꺽 우는)

할머니 : (미동도 없는데 표정 표 안날 정도로 약간 편해지고)

환 : (울음 터졌다) 그래도 할머니, 내가 직접 말하는 거 듣고 가야지, 이렇게 가버리면 나 어떡해? 어떻게 살아?...

      미안해요, 할머니.... 진작 말 못해서 정말 미안해...

은성 : (열린 문 밖에 서서 가슴 아프게 환 보고 있고)

 

 

S#60. 병원 뜰 (밤)

 

벤치에 혼자 앉아서 감정 다스리고 있는 환. 은성, 다가와서 앉는다.

 

은성 : (뭔가 위로해주고 싶지만 말 꺼낼 분위기 아니라 같이 고개 숙이고) ...

환 : 처음엔 충격이 너무 커서 말을 잃었어. 그 뒤에는... 눈앞에서 아빠 죽는 거 보고, 실어증까지 걸렸다고

      나만 보면 가엾어서 눈물짓고 쓰다듬는 할머니, 엄마한테 차마 말할 수가 없었어.

은성 : (조심스런) ...나라도 그랬을 거에요...

환 : 그러면서 사랑받는 나는 나쁜 놈이라고 생각했어, 나는 나쁜 놈이다, 아빠를 죽여 놓고 도리어 할머니, 엄마를 속이면서

      사랑 받는 나쁜 놈이다... 그래도 중학교 때까지는 할머니한테 잘하려고 했는데... 어느 날부턴가 할머니가 나를 보는데,

      날 보는 게 아니라 나를 통해서 아버지를 봐...

은성 : (아... 어떤 느낌인지 알거 같은, 환 돌아보면)

환 : (자책하는) 할머니 말대로 못난 놈이라... 견디질 못하겠어서... 나쁜 놈으로 살았어.

       아빠 장례식 장에서... 3일 내내 맡았던 설렁탕 냄새가 너무 싫었어.

은성 : (눈물 어려) 못난 사람 아니라니까?

환 : (은성 보는, 눈물 어리고)

은성 : (가슴 아픈, 일어나서 환 앞으로 가서 한발 무릎 세우듯 꿇고 앉아서 환 안아주며)

         못난 사람도 아니고, 못된 사람도 아니라고 했잖아요...

환 : (은성 어깨에 얼굴 기대듯 안기고)

은성 : (안아준 채) 진작 할머니한테 말하지... 왜 그렇게 고통스럽게 살았어요...

 

저만치 막 차에서 내려서 병원 건물로 가던 준세, 멈칫 선다.

확 돌아보는 준세, 무릎 꿇고 환 안아주고 있는 은성 본다. 은성 마음 확인하고 충격으로 굳어지는 준세.

 

 

S#61. 승미 방 (밤)

 

쫓겨나듯 밀려나서 침울하게 들어오는 승미, 침대에 앉는데 핸드폰 울린다. 보면 ‘인영’ 떠있다.

 

 

S#62. 까페 (밤)

 

앉아있는 인영. 승미, 급하게 들어온다.

 

인영 : (손드는)

승미 : (다가와 앉으며, 급한) 자세히 좀 말해 봐.

인영 : 숨넘어가겠다, 뭐라도 좀 시키고, (하는데)

승미 : 얘기하고 시켜. 은성이가 소송을 한다니? 그게 무슨 말이야?

인영 : 형진 선배가 그러는데, 은성이가 준세씨랑 변호사 사무실을 가드래. 그래서 무슨 일이냐고 혜리한테 물어봤더니,

         고은성 무죄증명 프로젝트 진행 중이라 그러드래.

승미 : (덜컥해서) 무죄증명?

인영 : 변호사에 무죄증명이면 뻔하잖아.

승미 : (사색되는)

인영 : 은성이, 지네 아빠 생명보험금 그거, 지가 착각한 게 아니라고 굳게 믿나 봐. 니네 엄마 차용증까지 있다는데,

         걔 정말 왜 그러니?

승미 : (인영 말 귀에 안 들린다. 아득해지는)

 

 

S#63. 거리 (밤)

 

은성도 환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눈앞에서 확인하고 충격으로 걷는 준세, 차를 가지고 온 사실도 잊어버리고 정처 없이 걷는다.

 

 

S#64. 공사장 일각 (밤)

 

고평중 포함한 인부들 서너 명, 한쪽에 모여 있다. 형진, 핸드폰 받고 있다.

 

형진 : (뜻밖인) 소주 한잔 하자고? (난처한) 아- 우리 지금 막 회식 할라 그러는데, (하다) 형이 이쪽으로 와.

 

 

S#65. 술집 (밤)

 

허름한 고기 집 정도. 테이블에 앉아서 고기 먹고 있는 고평중과 형진 일행.

준세, 침울한 얼굴로 들어온다.

 

형진 : (손 번쩍 들며) 형, 여기!

준세 : (다가오는)

고평중 : (반가워서 일어서며) 박사장.

준세 : (어둡지만 미소로 인사하며) 아저씨 다시 오셨단 얘기 들었어요.

고평중 : 예, 떠난다고 해놓고 이렇게 됐어요.

형진 : 형, 우선 (다른 테이블 가리키며) 여기서 아저씨랑 한잔 하고 있어. 30분 만 있으면 끝나.

 

<시간 경과>

다른 테이블에서 소주 마시는 준세와 고평중. 준세, 소주잔 훌쩍 들이킨다.

 

고평중 : (따라주며) 속이 꽉 막힌 얼굴인데, 말상대 필요하면 얘기해요. 나야 들어도 어디 말할 데도 없는 사람이니까.

준세 : (정말 답답했던 터라) 그럴까요?

고평중 : 털어놔도 해결은 안 되겠지만... 속은 좀 후련해지니까.

준세 : (끄덕이고) 아저씨 제가요... 좋아하는 여자가 있어요.

고평중 : (보는)

준세 : (아련한) 참 반듯하고, 착하고, 정 많고, 그러면서도 당찬 데도 있고... 이쁘고, 그래요.

고평중 : (허허 웃으며) 완벽한 아가씨네, 꽉 잡아요. (마시는)

준세 : (아픈) 그러고 싶은데... 안 잡히네요.

고평중 : (마시다 보면)

준세 : 저는요... 제가 쿨 한 놈이라고 생각했어요. 세상에 억지로 되는 일은 없다고, 일도 사랑도...

         매 순간, 내 마음이 할 수 있는 만큼 최선 다했고, 결과 에 크게 미련 가져본 적도 없는데... 제가 너무 건방졌나 봐요.

고평중 : (맘 안 좋은) 박사장 같은 사람을 싫다는 여자도 있소?

준세 : (글썽해서) 제가 싫은 게 아니라... 다른 사람을 마음에 담았어요, 그 아이가... (눈물 어려) 마음이 찢어지는 거 같애요.

고평중 : (준세 아픔에 놀라) 아이구...

준세 : 제가 이럴 줄 몰랐는데... 눌러질 거 같지가 않아요. (눈물 젖어 아프게 웃으며) 아저씬 저보다 오래 사셨으니까,

         이럴 땐 어떻게 해야 돼요?

고평중 : (용기 주는) 해보는 데까지 해 봐야지! 그래야 후회도 없지.

준세 : (위로 되는)

고평중 : (한탄처럼) 우리 둘 다 여자 때문에 고민이네...

준세 : (뜻밖인 듯) 아저씨도 좋아하는 여자 있으세요?

고평중 : (마음 에이는) 좋아한다는 말로 표현이 될까... 내가 지금 이렇게라도 버티며 사는 이유니까.. (눈물 어리는) 내 딸아이요.

준세 : (뭉클해지는) 아저씨...

고평중 : 사내는 그래요. 박사장처럼 젊어서는 여자 때문에 살고, 애비가 되면... 자식 때문에 산다오.

준세 : (조심스런) 근데 따님 때문에는... 왜 고민이세요?

고평중 : (보다가) 사실은... 박사장한테 도움을 청해볼까... 했는데, 다음에 합시다.

준세 : 저 괜찮으니까 말씀하세요.

 

 

S#66. 병원 복도 (밤)

 

불안 초조한 얼굴로 걸어오는 승미.

 

<프래쉬 컷>

-23회 50씬에서 ‘날 믿는 사람도 있어’ 하던 은성.

환 : 승미도 엄마하고 가. (단호한) 할머니하고 둘이만 있고 싶어서 그래...

 

승미 : (현재, 엄습하는 불안감에, E) 오빠 설마... 설마...

 

 

S#67. 병실 (밤)

 

할머니 병상 앞에 나란히 앉아있는 환과 은성.

 

환 : 만약... 할머니가 이대로 가시더라도... 널 오해하고 가시는 건 아냐.

은성 : (? 보면)

환 : 할머닌... 널 믿었어.

은성 : (생각도 못했다가 울컥) ...정말요?...

환 : 여기서 일주일 동안 할머니 지켜보면서... 할머니 생각만 했어, 그러다 느꼈어, 할머닌... 너 믿었어.

은성 : (순식간에 눈물 어리는)

승미 : (막 문 열다가 멈칫하는, 시선으로...)

은성, 환 : (서로 쳐다보고 있는)

승미 : (헉! 놀라는)

 

 

S#68. 복도 (밤)

 

나오는 승미, 충격으로 문에 기대선다. 열패감과 충격에 어쩔 줄 모르는 승미, 걷잡을 수 없이 흔들리고...

 

 

S#69. 병실 (새벽)

 

할머니 병상에 엎드려서 나란히 엎드려 자고 있는 환과 은성.

환, 어느 순간 창으로 들어오는 아침 햇살에 퍼뜩 눈뜬다. 환 기척에 거의 동시에 몸 일으키는 은성.

서로 쳐다보는 둘, 머쓱해서 고개 돌리며 할머니 보다가 깜짝 놀란다.

의식 깨나서 맑은 눈으로 둘 보고 있는 할머니에서 엔딩.

 

<23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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