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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여자] 08

작성자수다쟁이|작성시간12.08.27|조회수393 목록 댓글 0

[그 여자] 08

 

 

 

 

 

 

 

 

 

 

S#1  거리 + 도연 차안
갑자기 휙 핸들 꺾어 차 길가에 대는 도연.

지수    (놀라서 도연 보면)
도연    (핸들 잡은채 앞 보며) 도대체 당신 속을 모르겠어!
지수    (영문 몰라) 그게 무슨...
도연    (터지는) 그때 왜 그랬어요? 정말 왜 그랬어, 나한테!
        (분노와 의혹으로 지수 보는)
지수    (황당하고 기분 상하는) 왜 이러세요?
도연    난 당신이... (기막히고 서글픈 웃음) 당신한테 끔찍하게 소중한 그 가정,
        그거 지키고 싶어서 내 감정 이용한줄 알았어. 근데 이건... (메이는)
        이건 더 해. 훨씬 더 끔찍해요.
지수    (당황해) 무슨...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요. (과거 얘기하기 챙피한) 그리구
        이제와서... (하다가 맘 다스리고) 다 지난 일이잖아요, 왜 이제와서,
도연    (버럭) 이혼했다면서요!
지수    (허걱 놀라는, 어떻게 알았지?)
도연    것두 2년 전에!
지수    (순간 당황하지만 어쩔수 없다) 그래요, 그랬어요. 2년 전에... 이혼했어요.
도연    (지수 입으로 확인하고 다시 쿵하는, 새삼 기막힌 듯 지수 보는)
        이혼할 결심해놓고... (의혹에 가득한 눈으로 지수 보는)
<프래쉬백- 5회 41씬 중에서>
도연    (쿵... 했다가 확인하는, 떨리는) 남편하고 살기 위해서 내가 필요했어요?
        당신 배신한 남편한테... 똑같이 갚아주고 싶었어요?
지수    (인정하듯) ...미안해요.
도연(현재) 왜 그랬는지 얘기해요.
지수    (난감하고 당혹스럽다. 그렇다고 얘기할수도 없다) 말하고 싶지 않아요.
도연    (화나는) 말하고 싶지 않다구요?
지수    2년전에, 그때 미안했다고 얘기했구... (당혹스러워 미치겠다)
        도대체 이제와 왜 이래요? 다 지난 일인데.
도연    (아프게 터트리는) 그때 당신이 한짓이 얼마나 잔인한 짓인지 알아?
지수    (멈칫해서 보면)
도연    내가 먼저 사랑한 여자, 당신이 처음이었어.
지수    (놀라서 눈 커지고)
도연    (과거 얘기로 하지만 숨어있던 본심이다. 자기도 모르게 현재의 진심처럼
        토로하는) 남편한테 상처받고 힘들어하는 당신 보면 가슴 찢어질 듯
        아팠어요. 당신이 행복하길 바랬어요. 내가 할 수 있는 한, 뭐든 해주고
        싶었어요.
지수    (도연 감정이 이 정도였던줄 정말 몰랐던, 충격 받고)
도연    (그때 아픈 마음 그대로) 당신이 얼마나 괜찮은 여잔지, 당신 남편한테
        가서 말이라도 해주고 싶었어! 정신 차리라고! 이 여자 힘들게 하지
        말라고! 너 같은 자식 땜에 눈물 흘릴 여자 아니라구!... (강조) 나한테는.
지수    (뭉클해지는) 미안해요... 그렇게, 그렇게 심각하게 생각 못했어요...
도연    (퍼뜩 정신차리는, 감정 배제하고 단호한)
        남편한테 당한만큼 갚아주고 싶은거 아니었으면... 대체 뭐였어요?
지수    (도저히 그때 심정 말할수 없다)
도연    말해요! 왜 내 진심, 날 갖고 놀았는지... 말해요!
지수    (혼란에 괴롭다) 미안해요, 상처 줘서 정말 미안한데...
도연    (말자르며 냉정한) 이제와 미안하단 말 필요 없어요, 난.
지수    (도연에게 쫓겨 터지듯) 이제와서 그때 얘기하고 싶지 않아요, 난!
        내가 말해야할 의무 있어요? (기막힌듯) 우리가 지금 왜 이런 얘길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어요.
도연    (그 말에 더 화나는) 그래요?
지수    그래요! 우리 일 때문에 다시 만났어요. 일 얘기 외에 어떤 얘기도
        할 생각 없어요!
도연    (모멸감에 떨리는) 당신... 그때하고 똑같애.
지수    (더 못견디겠다, 순간 가방 들고 확 내리는)
도연    (지수 기세에 흠칫 놀라 보면)
지수    (얼른 뒷문 열고 바구니 꺼내드는)
도연    (굳어진다. 그대로 앉아있는데)
지수    (오는 택시 세운다. 도망치듯 타고 바로 떠나고)
도연    (스쳐서 가는 택시 본다. 분노 보다 원망의 눈으로 지수 보고)

S#2  석주 사장실
들어오는 석주. 세정, 소파에 앉아 차 마시고 있다가 일어선다.

석주    어이구, 오세정씨! (와서 앉으며) 창업준비로 눈코뜰새 없다며.
세정    (앉으며) 사무실 구하러 나왔다가요. (석주 표정 살피고)
석주    그래 구했어?
세정    네, (마음 급한) 점심하고 오시는 거예요?
석주    어, 점심 먹었어?
여비서  (찻잔 들고와 석주 앞에 놓아주고 나가고)
세정    그럼요... (무심한척) 참, 오늘 정교수님하고 점심하신다 그랬죠?
        건강은 괜찮대요?
석주    한번씩 본 사이라고 서로 안부 묻네.
세정    (뜨끔) 제.. 안부를 물었어요?
석주    (찻잔 들며) 어, 그래서 내가 처제 창업식때 같이 가자 그랬지.
세정    (허걱, 석주가 못느낄 정도의 흔들림) 그랬더니요?
석주    (차 마시고) 싫달 이유 있어?
세정    (쿵!... 하얗게 질리고) !
석주    참, 처제랑 도연이랑 결혼했단 얘기 듣더니 되게 놀라대?
세정    (아뿔사) 제가 도연씨하고 결혼했다고 하셨어요?
세정    (놀라지만 누르고) ...그래요?... (진땀난다)

S#3   석주 회사 앞
당혹스런 얼굴로 나오는 세정, 천천히 걸어서 주차장으로 간다.

석주(소리)  나도 아는 여자래는데 자식, 누군지 영 말은 안해.
세정    (기분 찝찝하고 은근히 불안하다. 차 앞에 멈춰서고)
석주(소리) 재결합에 목숨 건 모양이야. 이제 철든거지.
세정    재결합... (그럼 다행인데... 하지만 맘놓이진 않는다)

S#4   좌석 버스 안
앉아서 창밖 보고 있는 재민.

<프래쉬컷- 5회 55씬 중에서>
세정    사랑했었어요. (똑바로 보는) 그래요, 분명히 당신 사랑했었어... 하지만
        지금은 아냐.
세정    (잔인해지는) 근데, 갑자기 지겨워졌어, 당신 모든게! 지루하고 지겨워!
석주(소리) 세정이가 미국까지 도연이 쫓아가서 결혼했어, 야.
재민    (현재. 씁쓸한 혼잣말) 등신, 쪼다 같은 놈... (새삼 분노 치미는, 입술
        깨물고)

S#5    지수 가게
식기 바구니 옆에 놓고 소파에 등기대고 앉아있는 지수.
<프래쉬컷>
-무섭게 분노하던 도연의 얼굴.
-4회 15씬 중에서
도연    (부축하며) 그러게요, 왜 자꾸 걸리적거려요? 맘 아프게.
도연    (기척 느끼고) 그런 자식 뻥 차버리고 나한테 와요!... 그러고 싶어요.
-4회 34씬 중에서
도연    (버럭) 사랑 한번도 안해봤어요? 사랑하면 말하고 싶잖아요!
지수    (현재, 진심이었구나... 혼란에 이마 문지르는데 요령소리 들린다.
        보다가 굳어지는)
재민    (웃으며) 오늘은 한가하네.
지수    (열난다. 벌떡 일어서며) 여기, 이렇게 불쑥, 이렇게 아무 때나 정재민씨
        찾아와도 되는데 아니거든?
재민    (넉살좋게) 미리 전화해서 만나자 그럼, 당신이 나 만나줬겠어?
지수    내가 당신을 왜 만나!
재민    나가자. 가게는... (둘러보며) 얘기하기 좀 그렇잖아.
지수    (넉살좋은 재민에게 더 화나는) 나 당신하고 할 얘기없어. 왜, 다인이
        얘기라구? 그럼 다인이한테 직접해!
재민    여보, (하다가 얼른) 다인엄마.
지수    (탁자 밑에서 재민이 줬던 쇼핑백 꺼내는, 다가와 턱 밀어붙이며)
        다인이 앞이라 받는 척 했어! 다신 나타나지마, 당신 얼굴 지겨워.
재민    (씨도 안먹히는 지수 반응에 멈칫했다가 갑자기 무릎 꿇는) 당신한테
        사죄하고 싶어.
지수    (황당한) 뭐해, 지금?
재민    나, 제주도에서 망친 몸 추스리느라 1년 반이나 있었던거 아냐.
        주저앉아 일어날수가 없었어.
지수    (비웃는) 당신 실연 스토리 들을 생각 없거든?
재민    (계속하는, 절박하게) 당신이나 주위 사람들 보기에도 내 꼴 우스웠겠지만,
        난 오죽했겠어? 나를 돌아보고 또 돌아보고, 내가 뭘한건가... (하다가 지수
        냉정한 표정에 멈칫해서 보면)
지수    (팔짱 끼며) 사죄하는건 당신 맘이고, 안받아주는건 내 맘이지?
재민    (애절하게) 지수야...
지수    (미치겠다) 사죄 받아주면, 다신 내 앞에 안나타난다구 약속해요.
        그럼 받아주께.
재민    (메여서) 여보, 나 한번만 봐주라.
지수    (경악해서 입 벌어지는) 뭐, 봐달라구?
재민    (일어서며) 당신 그때 그랬잖아. 나 미쳤다구, 돌았다구. 그래, 맞어.
        나 그때 제정신 아니었어, 잠깐 돌았던거야 미쳤던거야. 그러니까, (간절한)
        우리 다시 시작하자.
지수    (떨리는) 당신 정말 염치없구나... 어떻게 다시 시작하잔 말을 해?
        당신이 한짓 잊었어? (말과 함께 끔찍했던 기억 떠오르는)
        내 집, 내 침대까지 그 여자 끌어들인 사람이야, 당신! 아직도 그 여자
        얼굴이... (눈물 어리는) 내 눈동자에, 가슴에! 심장에 그대로 박혀있어!
        그 여자 목소리가... 아직도 내귀에서 윙윙거려! 그런 파렴치한 짓을
        해놓구, 봐달라구?
재민    나두 당한거야.
지수    (그 말에 더 못참는, 입 딱벌어졌다가) 나가... 당장 나가!
재민    여보!
지수    (여보 소리에 홱 돈다. 재민 때리듯 떠밀며) 너 같으면, 너같은 짐승이랑
        또 살겠니?
재민    (모든 반응 각오했다. 맞으며 떠밀리며 울먹이는) 미안하다, 미안해.
        잘못했다, 정말 잘못했다 지수야.
지수    (계속하는 재민이 미치겠다. 옆에서 빗자루 집어들어 재민 다리며 등이며
        때리듯 나가라고 밀고 휘젓는) 나가! 나가! 나가! 나가!...

S#6   지수 가게 앞
무섭게 분노한 지수 기세에 쇼핑백 든채 쫓겨나오는 재민.
힐끔거리며 가는 행인. 옷차림 추스르며 가게 보는 재민.
힘 빠진 듯 등보이고 쪼그리고 앉아있는 지수 보인다.

S#7  가게 안
쪼그리고 앉아서 어깨 들먹이며 우는 지수, 모든 상황이 힘들기만 하다.

S#8 재민집 거실 (저녁)
지수가 돌려준 쇼핑백과 무릎 더러워진 바지 그대로 들어오는 재민.
서운, 주방에서 막 저녁상 차리다가 돌아본다.

재민    청국장 냄새 좋네요.
서운    (재민 쇼핑백 보는, 내껀가?) 석주 만나 점심만 먹고 온다더니,
        (기대) 뭘 사들고 왔냐? (다가오다 재민 무릎 보는)
재민    (당황해) 아니예요. (슬며시 숨기고 방으로 가려는데)
서운    (이상한) 너 어서 오냐?
재민    예?
서운    (무섭게 노려보며) 바른대로 대라, 이?
재민    (그 기세에) 다인엄마한테 들렀다 왔어요.
서운    (한방에 상황 파악하는, 차분히) 그려서, 무릎 꿇고 빌었냐? 빌었어?
재민    (놀라) 어떻게 알았어요?
서운    아이구 이눔아! (등짝 탁 때리며) 사내자석이 여자한테 무릎을 꿇어!
        무릎 꿇고 빌 짓을 하덜 말던가! 했으면 나 잘났다고 독야청청을 하든가!
재민    에이 엄마, 독야청청은 나 같은 놈한테 쓰는 말이 아니예요.
서운    (뚝 멈추고) 아녀?
재민    에이 아니예요. 독야청청은, (설명하려는데)
서운    아이구 잘났다 그래! (쇼핑백 팍 채서 상자 꺼내며) 그리 잘나서
        무르팍 뚫어지게 꿇고 앉았다 오냐? (뜯어보려는데)
재민    그거 어머니꺼 아니예요. (뺏으려는데)
서운    알어 이눔아! (홱 돌아서 얼른 포장 북 뜯어 상자 열면 야한 여자 속옷
        세트와 야한 슬립 나온다. 기막힌 듯 재민 보면)
재민    (민망한)
서운    (재민 또 때리며) 아이구 멍청헌 놈. 지랄을 헌다, 지랄을 혀!
재민    (아픈 듯 문지르며) 아 왜 자꾸 때려요?
서운    (속옷 눈 앞에 흔들며) 독야청청만 알면 다냐? 이딴거 디밀면 이눔아,
        다인에미 눈만 더 뒤집어지지 이눔아! 차라리 니 장모를 갖다줘라 이눔아!
재민    이게 어때서요?
서운    아이구 속없는 놈. 다인에미가 이런 야시시한거 걸치는거 봤냐?
        니가 뭣땀시 그 낭창낭창한 젊은 년한티 넘어갔는지, 뭐냐, 확인사살
        시킬일 있어!
재민    그런 거예요?... (하다가 무안한) 아니 근데 엄만, 아 나 뭐 그딴거 땜에
        그랬던거 아니예요.
서운    (한심스럽다는 듯 보며) 와 밥이나 쳐 먹어. (주방으로 가고)
재민    (널브러진 속옷들 치우다 들어보는, 생각에 잠기고)

S#9   세정집 거실 (저녁)
비밀번호로 문열고 들어오는 도연, 신발 벗다가 음식 냄새에 쳐다보면
앞치마 두른 세정, 주방에서 쪼르르 달려나온다.

세정    (웃으며 애교스런) 벨을 눌러야지?
도연    (멈칫) 일찍 들어왔네.
세정    (다정하게 팔짱끼며) 자기랑 집에서 저녁 먹을려구.
도연    (우울하지만 티내지 않으려는, 미소) 근데 웬 앞치마야? (도연, 세정
        앞에서는 미소. 지수 앞에서는 환한 웃음입니다)
세정    (가장된 즐거운 감정, 으쓱하며) 왜 이러셔? 오늘 저녁 반찬은 내가 다
        했어요.
도연    (왠일이야? 보고)

S#10  세정집 주방 (저녁)
간단한 밑반찬 몇가지와 생선 조림 놓여있는 식탁. 도연, 앉아있고

세정    (된장찌개 뚝배기 들고오며) 백프로 한식이야, 자기 좋아하는 된장찌개까지.
        (놓고 앉는)
도연    (무심히) 고마워, 잘 먹을께. (먹고)
세정    (먹으며 밝은) 나 사무실 구했다? 비어있는 사무실이라 집기 들여놓고
        집기만 들이면 창업준비 거의 끝나.
도연    (끄덕이며) 잘됐네.
세정    (먹다가 도연 본다. 도연 감정에 자신 없음과 서운함이 솟구친다)
도연    (말없이 먹고)
세정    (오바하던 감정 접고) 여보.
도연    (보는)
세정    자기는 왜 나한테 궁금한게 없어?... (약간 오르는) 창업식은 언제 할건지,
        스텝 구성은 끝났는지, 앞으로 계획은 뭔지... 안 궁금해?
도연    알아서 잘 하니까.
세정    (서운했던 감정 나오는) 자기 나 대학 때 동아리 활동 뭐했는지 알어?
도연    (멈칫해서 보는, 모른다) ?
세정    내 첫사랑이 누구였는지는 알어? 내가 지금까지 연애 몇 번 했는지 알어?
도연    (웃으며) 많이 했다며.
세정    (터지듯) 자기 만나기 전까지 내 삶에 대해서 아는게 뭐 있어?
도연    (뭔가 이상한) 왜 그래? 아는거 많지.
세정    내가 먼저 얘기한거 말구 자기가 물어서 알게된거 있냐구!
도연    (놀라) 무슨 일 있었니? 아니, 나한테 서운한거 있어?
세정    (불쑥 본심) 자기는 다른 사람 말을 믿겠어, 내 말을 믿겠어?
도연    (영문 몰라) 잠깐만, 세정아.
세정    무슨 일이 있으면 말야... 만약 내가 어떤 오핼 받는다면.
도연    (무심히) 싱겁게. (밥 먹으며) 사람으로 기본은 지키고 살았을거 아냐.
세정    기본?
도연    다른 사람 피해 안주고, 상처 안주고. 그럼 오해받을 일이 뭐 있어?
세정    (그 말에 더 불안해지는, 얼른 감추려 밥 먹으며 무심한척)
        그런 기본 안지켰으면 와이프래두 내 편 안들어주겠다는거야?
도연    어떻게 무조건 편을 들어?
세정    (그 말에 쿵해서 도연 보는, 순간 터진다) 구도연 당신 뭐가 그렇게 잘났어!
도연    (황당한) 너 왜 그래?
세정    (자존심 상하고 불안하고 복잡하다, 떨리는) 왜 사람을 초라하고 작게
        만들어? 무조건 내 말부터 믿고 편들어줘야 되는거 아냐? 그게 부부 아냐?
        당신 아직도 나 안사랑하지? 언제까지 그럴건데! (해대다 벌떡 일어나
        나가버리는)
도연    (벙해서 보다가 일어선다)

S#11  동 침실 (저녁)
자기 감정에 복받쳐 들어오는 세정, 문 닫는 순간 아... 후회스럽다.

세정    (스스로 나무라는) 오세정! (머리 쥐어박다 머리 흐트러트리는데)
도연    (밖에서) 세정아.
세정    (잠깐 망설이다 순간 표정 수습하고 문 여는)
도연    (들어오는) 얘기 좀 하자.
세정    (별일 아닌척 입술 쑥 내밀며) 얘기는 무슨!... 실컷 네시부터 들어와
        차렸는데 어쩜 맛있단 말 한마디 안하구 먹냐?
도연    (어처구니없어 보는) 그래서 화난거야?
세정    (멋쩍게 웃으며 도연 허리 감싸안고)
도연    (세정의 서운함처럼 별 관심 없다. 늘 그냥 넘어가주는 습성대로)
        조금만 더 기다리지, 막 맛있다고 말할려고 했는데.
세정    그랬어?
도연    (됐다) 나와, 마저 먹자. (먼저 나가고)
세정    (그런 도연에게 똑같은 서운함 느끼고 보는데 현관벨 울린다)

S#12 세정집 거실 (저녁)
서재방으로 서재 가구들 들이고 있는 인부들. 고급 맞춤형 서재 가구들이다.
영문 몰라서 쳐다보고 있는 도연.

세정    (새 가구에 기분 풀렸다. 서재문 입구에서) 책상은 두개 나란히 붙여서
        놔주세요.
도연    (의아) 책상이 왜 두개야?
세정    자기랑 나랑, 당연히 두개지.
도연    미국에서 내 짐 올거 아냐. 내가 쓰던 책상이랑 책꽂이 올텐데
        책상을 왜 샀어?
세정    (무슨 뜻인지 모른다) 그게 이 집에 어울리기나 해? (서재로 들어가고)
도연    (무슨 말인가? 영문 몰라 보는)

S#13  서재 (저녁)
책장 몇 개와 책상 두개 적당히 놓여있는 서재.
한쪽에 티테이블까지 미리 사이즈 재서 맞춘 듯 방에 꽉 차있다.
방 둘러보고 있는 세정, 어쨌든 맘에 들고 뿌듯한데 도연, 들어온다.

도연    (아직 영문 모르겠는) 그게 무슨 말이야? 이 집에 어울리지 않다니,
        미국서 쓰던 내 짐들, 니가 정리해서 보낸다고 했잖아.
세정    정리해서 버릴거 싹 다 버렸어.
도연    (깜짝 놀라는) 버리다니?
세정    가져올거 자기 책밖에 없어서 그거만 부쳤어. 벼룩시장에서 산 책상에
        의자에, (하는데)
도연    그럼 내가 쓰던걸 전부 버렸어? (설마) 내 책꽂이는, 그것도 버렸어?
세정    (당연하다는) 젤 먼저 버렸지. 얼마나 삐거덕거리던지, (하는데)
도연    (기막히고 화나는) 너 그게 어떤건지 몰라? 어머니가 해주신거라고 했잖아!
세정    (황당한듯) 가구점 하시는데 가구 해주시는거 당연하지. 천년만년 써야 돼?
도연    (화나서 미치겠다) 서울로 고등학교 올때, 어머니가 직접 디자인해서
        짜주신 선물이야! 책장에 내 이름 까지 새겨서! 누가 니 맘대로 버리래!
세정    (아차 싶지만 너무 화내는 도연이 황당한) 어머니가 해주신거면 죽을때까지
        써야 돼? 대신 훨씬 더 좋은 가구 사줬잖아!
도연    (있는대로 터지는) 이깟게 뭔데!
세정    (기세에 놀라 멈칫해서 도연 보는데)
도연    (너무 속상해 눈물 날듯) 내 추억이 서린 물건이야... 어머니 손길 같은
        물건이야. 돌아가신 어머니 마음이 담긴거라구.
세정    (뒤늦게 아차, 수습하는) ...자기가 그렇게까지 생각하는줄 몰랐어.
도연    (여전히 화난) 나한테 한마디 물어보지도 않고 내 물건을, 넌 무조건
        비싸고 고급이면 좋을지 몰라도 난 아냐. 내 맘도 중요하지만 다른 사람
        맘도 중요하고, 뭐든 새거보다, 내 손때 묻은것들이 더 소중하고 좋아.
        내 물건들 하나 하나에 내 추억이 들어있는데... 묻지도 않고 다 버려?
세정    (이해는 안되지만, 처음 보는 도연의 큰 화다. 할수없이) 미안해요...
도연    (절망스런) 우리... 달라도 왜 이렇게 다르니?
세정    (그말에 쿵해서 도연 보는)
도연    (더 말하고 싶지도 않은, 고개 젓고 나가는)
세정    (보는데 열난다. 확 따라 나가고)

S#14  동 주방 (저녁)
도연, 식탁에서 물 따라 마시는데 다가오는 세정.

세정    추억이 그렇게 소중해?
도연    (마시다가 멈칫하는)
세정    (시비조) 그렇게 추억 소중하고 손때 묻은게 소중한 사람이... 2년 전엔
        어떻게 다 버리고 미국으로 떴어?
도연    (돌아보는)
세정    그 여자가 그렇게 대단했어? 당신 짝사랑, 그 들국화 여인인지 뭔지 말야.
도연    (확 굳어지는) 오세정.
세정    (이미 올랐다) 물건 하나도 그렇게 소중한 구도연씨, 여기 생활 다 버리고
        미국으로 떠나게 만든 그 여자 말야! 내가 버린 물건 중에 그 여자
        담아둔거 있어? 그래서 그렇게 화가 나?
도연    (무섭게 굳어지는, 물잔 탁 내려놓는, 낮게) 그 얘길 왜 꺼내니?
세정    (멈칫했다가 같이) 가슴에, 당신 그 가슴에 꼭꼭 담아놨을거 아냐!
도연    (차고, 싸늘한, 여태까지 한번도 보인적 없는) 하지 말랬잖아! 절대로!
        (어처구니없는) 니가 먼저 했던 약속, 잊었니?
세정    (밀리고 싶지 않은) 아니, 안잊었어!
도연    그럼 하지 마! (실망스런 듯 힐긋 보고 나가는)
세정    (낭패스럽게 섰고)

S#15  지수집 주방 (저녁)
식탁에 앉아 콩나물 꼬리 따고 있는 선녀. 지수, 싱크대 앞에 서서 무 썰고 있다.
탁탁탁 썰던 소리가 점점 느려진다. 힐긋 돌아보는 선녀.
지수, 딴생각에 빠져 천천히 칼질하고 있다.

도연(소리) 말해요! 왜 내 진심, 날 갖고 놀았는지... 말해요!
지수    (칼질 멈추는, 도연 심정 알겠는, 한숨 휴- 내쉬는데)
선녀    얘! 윤지수!
지수    (흠칫 놀라 돌아보는)
선녀    너 내가 모처럼 저녁준비 도와주니까 꾀나니? 무를 써는거야, 오리는거야!
지수    다 됐어요. (다시 빠르게 칼질하며) 엄마.
선녀    (투덜대는) 해물탕 한냄비에 콩나물이 산더미야.
지수    (멈추고 돌아보는) 사람 마음 무시하는거, 죄지?
선녀    (당연하다는) 그럼 죄지. 아주 큰 죄지... (과거 생각나는) 마음이 무슨 죄가
        있어, 마음이. (서운한듯) 지 뜻대로 그냥 돌아다니는게 마음인데. (자기
        상황에서 약간 격앙되는) 아유 암튼 그냥, 사람 진심 무시하고 막 대하는
        것들은 다 사형시켜 버려야 돼!
도연(소리) 말해요! 왜 내 진심, 날 갖고 놀았는지... 말해요!
지수    (끓고 있는 냄비에 무 넣다가 다시 생각에 잠기고)

S#16  정선집 침실 (다음날, 이른 아침)
실랑이하고 있는 석주와 정선.

석주    얼마나 난리를 쳤으면 돈을 갖고 오나? 것두 백만원을. 이 바닥에서 현장
        인부 관리가 얼마나 중요한지 당신 알어? 소문 쫙 돌아!
정선    (발끈하는) 아니 그렇다고 꼭 내가 돈 돌려주러 가야돼요?
석주    (낮지만 강한) 가야 돼.
정선    (열나서 코앞으로 다가오는) 왜요?
석주    (표정 차가워지는, 비아냥섞인) 당신, 우신석재 강석주 사장 와이프 아냐?
정선    (꼬는) 누가 아니래요? 대단한 우신석재 강석주 사장.
석주    (싸늘한) 그럼 사장 사모님으로서 할일을 해야지... (씹듯) 안그래?
정선    (석주의 그런 표정이 어떤 의민지 알지만... 노려보는)
석주    (낮게) 옷 입지.
정선    (더 못버틴다. 돌아서 파우더룸으로 가며) 꼭 이 꼭두새벽에 가는건 뭐야!
석주    (쓱 풀어주는) 10시에 회의 있잖아. 자, 얼른 코트만 걸치고 나와. (나가고)
정선    (자괴감과 모멸감으로 원망스럽게 석주 뒷모습 본다)

S#17  정선집 공사현장
드럼통에 불 지핀 공사 현장. 인부 두엇, 불 쬐고 있고
명진과 석주, 얘기하고 있다. 정선, 내키지 않는 얼굴로 석주 옆에 서있고.

석주    자네 왜 그렇게 쓸데없는 짓을 해? (안주머니에서 봉투 내밀며, 좋게)
        새신발, 새옷이라면 자다가도 일어나는게 여자야. 호들갑 몇마디에
        무슨 짓이야?
정선    (어머... 기막혀 석주 보는데)
명진    (사양하는) 아닙니다, 사장님. 저희가 큰 실수 했어요.
석주    자네 이러면 (엄지로 정선 가리키며) 이 사람이 민망해 못살아. 세탁하면
        되는걸 기어이 가져왔다고 말야, 이 사람이 미안해 난리다. (힐긋 보면)
정선    (얼른 미소 띄고 상냥한) 그땐 정말 미안해요, 내가 너무 당황해서.
명진    (그 미소에 잠시 멈칫) 그럼 세탁비라도 드려야... (하는데)
석주    어 이 친구 말 안듣네. 자네 나한테 한대 맞아볼래?

장난으로 한대 때릴 듯이 폼으로 팔 크게 휘두르다가 비틀하는 석주, 옆에 쌓인
자재 건드린다. 그 바람에 쓰러지는 자재들. 놀라는 셋.
정선, 어? 하는 순간 확 몸 날려 피하는 석주.
정선 시선으로... 동시에 자기 향해 몸 날리는 명진, 자신 감싸 안는 명진의 얼굴,
명진에게 안긴채 옆으로 몸 날려지면서 쓰러져 내리는 자재들 컷컷으로 보여진다.
정선, 눈 질끈 감는데 명진 어깨죽지로 쓰러져 내리는 자재들.
정선, ‘아!’ 하는 명진 소리에 눈뜬다. 어떻게 된건가? 명진에게 안긴채 꼼짝 못한채 상황 파악 위해 옆 보면 납작 엎드려있는 석주 보인다.
동시에 우르르 달려오는 인부들, 명진 일으킨다. 막 일어나 옷 터는 석주.

명진    (한쪽 어깨 아픈, 고통 참으며 찡그리고 일어나며) 괜찮으세요?
        (그 와중에도 한손 내밀고)
정선    (멋진 기사도에 맘 확 풀린, 스르르 한손 내미는데)
석주    (정선 손 잡아 벌떡 일으키며) 당신 괜찮아?
정선    (얼결에 일어서는, 석주 손 탁 뿌리치며 명진에게) 괜찮아요?
명진    (찌푸린 얼굴로 웃는) 다행이세요.
정선    (찡해지는) 많이 다쳤어요? (허둥대는) 병원 가요.
석주    (그제야) 그래, 병원! 병원 가야지. (둘러보는데)
정선    (인부1에게) 부축 좀 해줘요. (석주에게) 당신 택시 타고 가.
        (서둘러 차로 가며 재촉하는) 빨리 데리고 와요.
석주    (벙해서 보고 섰고)

S#18  정형외과 외경

S#19  엑스레이실
들어오는 명진. 엑스레이 기사, 명진에게 가운 준다.

기사    윗옷 벗고 갈아입고 계세요. (나가고)

S#20  엑스레이실 앞
의자에 앉은 정선, 걱정스런 얼굴로 엑스레이실 보고 있는데 문 살짝 열리면서
명진 얼굴 나타난다.

정선    (일어서며) 벌써 다 찍었어요?
명진    아뇨, 아직... (얼굴만 내놓고 누군가 찾듯 둘러보고)
정선    (영문 몰라) 왜 그래요? (다가가면)
명진    (기겁해서) 안돼요!
정선    (놀라 멈칫하는, 지레짐작) 어디 크게 안좋대요? (더 다가가면)
명진    (무의식중에 한팔 내밀며) 오지 말라니까요! (하는데 맨팔이다)

S#21  엑스레이실
얼굴 빨개져서 어쩔줄 모르는 명진, 어찌어찌해서 티에서 한팔만 빼고 다친
어깨 쪽은 벗지 못하고 등 돌리고 있다. 명진 앞에 서있는 정선.

정선    (나머지 옷 벗겨주려는데)
명진    (긴장한, 자꾸 다친 어깨 쪽에 힘을 더 준다)
정선    (그런 명진 웃기는) 어깨 힘 빼고 팔을 좀 들어야죠.
명진    (겨우 팔 드는, 정선과 시선 마주치자 얼른 딴데보고)
정선    (수줍어하는 명진이 의외면서 귀엽다. 티 올리려는데)
명진    잠깐요!
정선    (멈추며) 아퍼요?
명진    (멋쩍게) 저기, 제 뒤, 뒤로 가서 도와주세요.
정선    (웃겨서 피식 웃음 나는, 뒤로 가면서 명진 얼굴 보는)
명진    (멋쩍게 씩 웃는데 웃음이 맑다)
정선    (그 웃음에 덜컥하는 느낌)

S#22   세정집 거실
거실에서 사진집 펼쳐놓고 카메라 손질하고 있는 도연.
세정, 외출복 차림으로 침실에서 나온다. 자기가 잘못했지만 도연에게 서운함도
크다.

세정    안나가?
도연    조금 있다 나갈거야.
세정    (보다가 약간 냉랭한) 서재에서 하지 그래?
도연    (안본채, 무심히) 여기가 편해.
세정    (약간 오르는) 자기 일부러 서재 안쓰는거지!
도연    (평상시처럼, 그렇지만 화나있다) 책 보는거 아니잖아.
세정    (보다가...) 내가 잘못했어요, 미안해. (와서 옆에 앉아 도연 팔
        잡으며 애교) 풀자, 어? 풀어 자기가.
도연    (어처구니없는 듯 보는) 그냥 좀 내버려둘래?
세정    언제까지? 나 자기랑 이렇게 못 지내! 미치겠단 말야...
도연    (기막힌 듯 보면)
세정    (시무룩해지는) 내가 어떡하면 풀건데? 다시 미국 가서 내가 버린 당신
        물건들 다 찾아와?
도연    (다시 카메라 손질하며) 없어진거 다시 찾아도 풀리지 않아.
세정    (굳어지고)
도연    (세정 보는, 표정은 좋게) 니가 어떻게 해서 풀어질수 있는게 아니잖아.
        나한테 상천데... 내 속에서 풀어야지.
세정    (울컥하는) 그때까지 나 아는척 안하겠다구? 쳐다도 안보고, 웃지도 않구?
        그게 언젠데!
도연    하루밤 지났어. 그냥 며칠이래두 내버려두면 안되니?
세정    (속상한 듯 보다가 일어나서 현관으로 가고)

S#23  지수 가게
소파에 앉아서 테이블 세팅 관련 책자 보며 구상하고 있는 지수,
센터피스 관련 포트폴리오도 뒤적이며 노트에 뭔가 적다가 멈춘다.

도연(소리) (아프게 터트리는) 그때 당신이 한짓이 얼마나 잔인한 짓인지 알아?
선녀(소리) 그럼 죄지. 아주 큰 죄지...
지수    (노트 닫는, 생각에 잠기고)

S#24  방송국 회의실
선경과 마주앉아 대본 검토하고 있는 도연.

도연    오프닝 멘트가 너무 짧다. 두세줄 더 있었으면 좋겠어.
선경    (끄덕이며) 네.
도연    (핸드폰 울린다. 꺼내서 보는, ‘윤지수’ 보고 멈칫... 굳어서 보는)

S#25  까페
찻잔 놓고 마주앉아있는 지수와 도연.

도연    (굳어서) 그만둔다구요?
지수    같이 일할 상황이 아닌거 같애요. 후임 구하세요, 그때까지만 일 할께요.
        그리고, (본론 얘기하려는데)
도연    (욱하는) 자존심 앞세울 상황이예요? 먹고 살아야하지 않아요? 이깟 일로
        관둬요?
지수    (이제 도연이 왜 이렇게 화를 내는지 알겠다. 미안한 눈으로 보고)
도연    (멈칫하는, 그 눈빛이 의아한데)
지수    (차분히 시작하는) 그때, 2년 전에... 꿈에도 상상 못할 일을 당했어요.
도연    (무슨 소린가? 보는)
지수    (멋쩍게 웃으며) 정말 이런 얘기까진 안하고 싶었어요. 근데 해야할거
        같애요. 빨리, 간단히 말할께요... (하는데 벌써 눈에 물기 어린다)
도연    (그 반응에 놀라고)
지수    너무 끔찍하고, 아니 끔찍한게 아니라...
<프래쉬컷- 5회 1씬에서 현관 앞에서 마주친 지수와 세정>
<프래쉬컷- 5회 6씬중에서 세정 머리카락 집어들던 지수>
지수    (자기도 모르게 눈감았다 뜨는) 날 죽이고 싶었어요.
도연    (충격) !
지수    (떨리는) 12년을 헛살아온 자괴감이 너무 커서... 날 죽이고
        싶을만큼 내 자신이 미웠어요. 날 짓밟고 싶었어요.
도연    (충격) 도대체 무슨 일인데...
지수    그래서 그랬어요. 죽는 대신... 그랬어요.
도연    (어떤 기분인지 알겠는, 가슴 콱 막히는) 그 정도로... 힘들었어요?
지수    도연씨 감정... 그렇게 큰줄 몰랐어요. (서글프게 웃으며) 생각해보세요.
        나 같이 나이도 많고 애도 있는 아줌마를... 그렇다고 이쁜것도 아닌데,
        보잘 것도 없는데... 그저 여행지에서 우연히 만나 재밌는 해프닝 겪고,
        이상한 인연으로 또 만나고 그러다보니까... 그런거 있잖아요. 불행 겪는
        여자한테 생긴 연민에서 조금, 아주 조금 더 간거라고 생각했어요.
도연    (안타까운) 왜... 그렇게 생각했어요?
지수    그땐 도연씨 마음 생각할 여유가... 없었어요. 항상 미안하게 생각했어요.
        그리고 이젠... 다 잊어주세요.
도연    (혼란스런 눈으로 지수 보는)
지수    (고개 숙이는) 정말 미안했습니다.
도연    말해봐요, 대체 무슨 일이었어요?
지수    가볼께요. (일어서는데)
도연    (지수 팔 탁 잡는) 누가 당신을 그렇게 만들었어요?
지수    (흠칫 놀랐다가 팔 빼며) 다 지난 일이예요. 도연씨가 알 일도 아니구요.
도연    (벌떡 일어서며, 속상하고 안타까운) 2년 동안 바윗덩이를
        가슴 속에 넣고 살았어요.
지수    (멈칫해서 보면)
도연    (그동안 힘들었던 마음 터지는) 당신이란 여자, 짧은 시간이었지만 어떤
        사람인지 알아요, 나. 사람 진심 아무렇게나 무시할 사람도 아니었고,
        충동으로 자기를 던질 여잔 더더욱 아니었어. 그랬던 사람이 그랬어요.
        왜 그랬을까, 왜 그랬을까, 왜 그랬을까... 아무리 생각하고 또 생각해도
        이유가 생각이 안났어요.
지수    (그렇게 힘들었나? 당황해서 보는)
도연    (간절하게) 알고 싶어요. 도대체 어떤 일이, 누가 지수씰 그렇게
        만들었는지... 말해줘요.

S#26  맛사지 숍
엎드린 채 등 마사지 받고 있는 정선과 세정.

정선    그 사람 땜에 살긴 살았는데, 갑자기 넘어졌더니 삭신이 다 쑤셔.
세정    (자기 생각에 빠져 건성으로 듣는) 흑기사네.
정선    백기사지. 허여멀건한게, 그 바닥 사람 아냐, 얘.
세정    (딴생각에) 그럼 어떤 바닥인데...
정선    생긴게 그렇다구. 하는 짓두 그렇구. (하다가 힐긋 보는, 눈치 9단이다)
        사과해, 니가 잘못했잖아. 아끼는걸 왜 버려?
세정    사과는 무슨... 구질구질한걸 좋아하나 몰라.
정선    너하구 도연씨, 어쩜 그렇게 다르니?
도연(소리) 우리... 달라도 왜 이렇게 다르니?
세정    (예민해지지만 속마음 숨기고) 달라야 잘 살아. (자존심) 도연씨 화,
        오래 가지두 않구. (자랑하듯) 내가 얘기 안했나? 화 안내구 너그럽다구.
정선    무관심 아니구?
세정    (더 누르지 못한다) 언니!
정선    (얼른) 아유 걱정돼서 그래. (말돌리는) 그나저나 창업식 어디서 하니?
        분위길 알아야 옷을 맞추지.
세정    창업식? (갑자기 심란해지는)

S#27  까페 앞
나와서 총총히 가는 지수. 도연, 뒤이어 나온다.
지수 뒷모습 짠하게 보는 도연, 기막히고 안타까운 맘으로 보고 섰다.
가는 지수, 마음의 짐을 던 듯 홀가분하기도 하고 아쉽기도 하다.

S#28   마실 (밤)
손님 없는 찻집, 문 닫을 시간이다. 지난번 가게 보다 널찍하다.
음악 틀어놓고 콧노래 부르며 바닥 대걸레질하고 있는 선녀, 흔들흔들 몸도 장단에 맞춰 예쁘게 흔들고 있다. 어느 순간 리듬에 맞춰 한바퀴 휙 도는데
막 들어오는 재민, 꽃바구니와 쇼핑백 들고있다.

선녀    (사람 기척에 깜짝 놀라는) 엄마야!... (했다가 재민 보고 더 놀라는)
재민    (꾸벅 인사하며) 그간 안녕하셨어요, 장모님.
선녀    장모님? (황당한) 누구신데 나한테 장모라 그러신대?
재민    한동네 사는데 인사는 드리는게 도릴거 같아서 왔어요.
선녀    (발끈하는) 도리? 자네 지금 도리,라고 했나?
재민    (허허 웃는) 그러게요, 말씀드려놓고 보니 제가 웃긴 놈이네요.
선녀    (이 사람이 왜 이래? 보는데)
재민    (꽃바구니 내밀며) 꽃 좋아하셨죠?
선녀    (의외인 듯 꽃바구니 보다가 정신 차리고) 뭐야 이 꽃의 의미가? (해대는)
        자네 나 꽃 좋아하는거 알고 있었구만! 근데 사위 장모 시절엔 호박꽃
        한송이 안 들고 왔나?
재민    그러게요... 제가 참 무심한 사위였죠?
선녀    (멈칫했다가 계속 해대는) 무심만 했어? 물장사에 과부 아닌 과부 장모라고
        무시도 했지! 언제 한번 나한테 살갑게 장모님, 불러준적이 있나,
        안부 전화 한번 한적이 있나!
재민    (끄덕끄덕하며) 그러게요, 그러게 말입니다.
선녀    (뚝 멈추는, 이상한듯) 자네 살아돌아온게 아니라 미쳐서 돌아왔나?
        왜 안하던 짓을 하고 이래?
재민    (전혀 기분 나쁜 기색 없이 좋게 웃으며) 홍역 크게 앓고 이제 제정신
        돌아왔나봐요. (고개 숙이며) 정말 죽을 죄를 졌습니다, 장모님.
선녀    (너무 다른 서글서글한 태도에 황당해서 보면)
재민    (얼른 선녀 손에서 대걸레 뺏어드는) 이리주세요. (꽃바구니 한쪽에 놓고
        그제야 생각난 듯 쇼핑백 내밀며) 참 이것두 가실 때 가져가세요.
선녀    (선물? 말은 타박으로) 그건 또 뭔데!
재민    입으시라구요. (대걸레로 싹싹 밀고 다닌다)
선녀    (달라진 재민 벙해서 보다가 재민 의중 느껴지는) 이제 와 걸레질
        빡빡한다구 자네 죄가 씻길까봐?
재민    (넉살좋게) 말두 안되죠, 장모님. 제 죄가 보통 죈가요? (계속 하고)
선녀    (보다가 타박) 적당히 하다가 정신 차리지!
        얼마나 징그러웠으면 다인이 빼고 다 버렸네, 우리 지수. 오죽하면 타던
        차까지 팔고 타박타박 걸어다니겠나!
재민    (그 정도로? 멈칫해서 보는, 새삼 충격이다)

S#29  지수집 거실 (밤)
가게 문 닫고 들어온 듯 외출복 차림으로 서있는 선녀.
지수, 다인 공부방에서 나온다.

선녀    다인이 아직 안자고 공부하니? 
지수    아까부터 자지. 다인이 책상 정리 좀 하느라구요.
선녀    (지수 잡아 끌고 작게) 얘, 오늘 다인아빠 왔었어. 나한테 인사왔드라?
지수    (울컥하는) 인사요?
선녀    아주 반성만 하고 또 하다 왔는지, 사람이 달라졌어.
지수    (상대하고 싶지 않은) 새벽에 꽃시장 가야 되요. (들어가려는)
선녀    (잡으며) 니 생각은 어떤데?
지수    (돌아보는, 단호한) 엄마 생각하고 정 반대!
선녀    내 생각하고 정반대? (황당한) 아니 니가 내 생각을 어떻게 알어?
지수    엄마 딸이니까! 근데 난 엄마랑 다르거든?
        그러니까 엄마 다인아빠한테 처신 잘 해줘요. (다시 들어가려는데)
선녀    (얼른) 다인이는!
지수    (멈칫해서 돌아보면)
선녀    다인이도 니 맘 같겠니? 너를 봐, 이것아. 에미 버리고 간 아버지...
        넌 안미워하잖아.
지수    (생각 못했던 사실이고)

S#30 다인 공부방 (밤)
책상 두개 맞은 편에 각각 놓여있고 각각의 책꽂이 놓인 민수와 다인 공부방.
지수, 들어온다. 책상 위에 추려놓았던 물감 등 학용품 집어넣으려고 서랍 열다가
어? 본다. 재민이 사준 신발 곱게 놓여있다.
뜻밖인 듯 신발 집어서 보는 지수, 다인이 마음 느끼고 착잡해지고.

S#31  포장마차 (밤)
혼자 술 마시는 도연, 앞에 반쯤 빈 소주병 놓였다.
허탈하고 씁쓸하고 안타깝기도 하고... 기분 묘하다.

지수(소리) 그때, 2년 전에... 꿈에도 상상 못할 일을 당했어요.
도연    (현재. 도대체 무슨 일이길래... 생각에 골몰하고)
<프래쉬컷- 눈감았다 뜨며 ‘날 죽이고 싶었어요’ 하던 지수.
         - ‘그래서 그랬어요. 죽는 대신... 그랬어요’ 하던 지수>

잔에 소주 따라 훌쩍 마시고 잔 내려놓는 도연, 그 자세 그대로 고개 숙인채
멈춘다. 2년간 묻어뒀던 원망의 감정에서 벗어난 대신 안타까움이 밀려올라온다.
잔 잡은 손에 힘 들어간다.

S#32  세정집 욕실 (밤)
샤워하고 있는 세정.

석주(소리) 재결합에 목숨 건 모양이야. 이제 철든거지.
세정    (샤워하면서 마음속 소리) 그래 오세정... 아무 일 없을거야. 그리구 뭐,
        정선언니네가 알게 되면... 언니네 부부한테 망신당하면 그뿐이야.
        설마 도연씨한테 말하겠어?

S#33  세정집 침실 (밤)
샤워하고 화려한 나이트 가운 입고 나오는 세정. 도연, 눈감고 누워있다.
침대 가로 가서 의미있는 눈으로 도연 보며 가운 벗고 슬립 차림으로 침대에
오르는 세정.

세정    (도연 얼굴에 대고 킁킁 냄새 맡으며) 얼마나 마셨어?
도연    (감은채) 반병.
세정    (웃으며) 냄새가 그럴줄 알았어. (도연 안으며) 난 자기 이 적당한
        술냄새 참 좋드라. (은근 슬쩍 넘어가려고 파고드는데)
도연    (말없이 돌아눕는)
세정    (거절당하고 서운한) 계속 화낼거야?
도연    잘 자라.
세정    (낭패스럽게 보다가 팔짱끼고 생각에 잠기고)

S#34  정선집 침실 (밤)
잠옷 입고 침대로 오며 얘기하는 석주. 정선, 침대에 걸터앉아있다.

석주    뼈에 이상 없고 타박상이면 별거 아니네.
정선    일주일은 통원치료 받아야 된대요.
석주    일주일이나? 그럼 공사관리에 문제 생기는데.
정선    (꼬는) 그럼 당신이 나 좀 구하지? 혼자 납짝 엎드리지 말구.
석주    거야 생존 본능이지. (하다가) 언제 내가 납짝 엎드렸어?
정선    (일어서며) 꼭 개구리 같든데? (나가고)
석주    (황당한) 뭐, 개구리?

S#35  고속버스 터미널 꽃시장 (다음날, 새벽)
여러종류의 꽃들 여러 다발 양손에 나눠들고 통로 걸어오고 있는 지수, 어깨에
멘 가방이 자꾸 흘러내린다. 멈춰서 꽃 한다발 한쪽에 세워놓고 가방 끈
잘 메는데 누군가 세워놓은 꽃다발 덥썩 집어든다.

지수    (놀라) 이거 내꺼예요! (하고 보는데)
도연    (환하게 웃으며 예전처럼) 갖고 도망 안가요!
지수    (놀라) 여기... 웬일이예요?
도연    (다른 꽃다발도 뺏어들고) 짐꾼하러 왔어요. (앞서 가고)
지수    (황당해서 멍하니 섰다. 어떤 느낌 오는, 얼른 따라가며) 구감독님!

S#36  세정집 침실 
7시 가리키는 시계 알람 소리에 잠에서 깨는 세정, 졸린 눈으로 알람 끈다.
혹시 도연이 깼나? 옆 돌아보는데 도연 없다. 어? 놀라는 세정.

S#37  꽃상가 앞
나오는 도연. 지수, 쫓아 나온다.

도연    (돌아보며) 세팅 바구니 어디다 맡겨놨어요?
지수    네?
도연    여기까지 낑낑 들고 왔을거 아녜요.
지수    (정색하고) 지금 저 동정해요?
도연    오해 말아요, 스텝 일 돕는거 뿐이니까... (핸드폰 울린다)

S#38  세정집 주방
정갈한 반찬 몇가지와 수저 놓인 식탁.
끓고있는 북어국 앞에서 핸드폰하고 있는 세정.

세정    (수저로 떠먹어보며) 자기 지금 어디야? 
도연(휠) 좀 일찍 나왔어. 준비할게 많아서.
세정    (황당한) 벌써 나간거야, 그럼? (속상한) 이런 법이 어딨어! 난 자기
        아침 다 차려놨단 말야!... (잠시, 짜증) 새벽 운동 간줄 알았지!

S#39  꽃시장 앞
핸드폰하고 있는 도연. 지수, 얼만큼 떨어져 서있지만 통화 기척은 느껴진다.

도연    그러니까 뭐하러 안하던 아침을 차려.
지수    (와이프 전화구나, 괜히 미안해지는)
세정(휠) (화내는) 무슨 일인데 말두 없이 꼭두새벽에 나가!
도연    (난처하게 지수 힐긋 보고) 더 자. 나중에 통화하자. (끊는)
지수    (얼른 시선 내리는데)
도연    (오며) 해장부터 합시다!
지수    구감독님.
도연    춥고 배고파요. 우선 밥부터 먹읍시다. (식당 향해 가며) 밥! 다 밥 먹고
        살자고 이 고생하는거잖아요.
지수    (또 다시 예전 모습으로 돌아온 도연 뒷모습 불안하게 보고)
도연    (돌아보는, 웃으며) 아 얼른 와요!

S#40  세정집 주방
끓고있는 북어국 냄비와 식탁 번갈아보는 세정, 예상대로 되지 않는 상황이
짜증난다. 북어국 냄비 들어 개수대에 확 부어버리는 세정.

S#41  식당
해장국 먹는 지수와 도연. 지수, 불편한 상황이라 고개 숙인채 국물 떠먹고 있는데

도연    (소리) 힘들수록 잘 먹어야돼요.
지수    (고개 숙인채 멈칫)
<프래쉬컷- 4회 33씬에서>
도연    (맘아픈 눈으로 보는) 뭐든 힘든거 이겨낼려면 잘먹어야 돼요.
지수    (현재. 또 날 걱정하는구나...) 뜨거워서요. (얼른 푹푹 먹는)
도연    (보다가) 그때 얘기해주지 그랬어요.
지수    (먹다가 보면)
도연    (맘 아픈) 왜 2년 동안 당신 오해하고 미워하게 해요...
지수    (그 눈빛에 찡해지는) 저 미워했어요? (했다가 얼른 정신 차리고 아무렇지
        않은 듯 웃으며) 뭐 어때요? 오래 살겠네요. (다시 먹고)
도연    (그저 안타깝다. 보는데)
지수    (일부러, 궁금하기도 하고) 도연씨 아내... (보며) 어떤 사람이예요?
도연    (말하기 편치 않은, 먹으며) ...지수씨하고 많이 달라요.
지수    (웃긴다는) 나하구 당연히 다르겠죠.
도연    (끄덕이며) 자기 주장 강하고, 고집도 세요. 자기 일 욕심도 많구...
지수    (일부러 좋게 호응해주는) 매력 있다. 나두 그렇게 살걸 싶어요.
        구감독님 정말 결혼 잘했네요. (씩 웃고 먹는)
도연    (짠해서 보면)
지수    (먹으며, 속으로) 어떤 여잔지... 부럽네요. 참 좋겠어요, 도연씨 아내는.

S#42   세정집 거실
파티 관련 잡지와 포트폴리오 등 바닥에 널려있다.
탁자에 커피와 노트북 올려놓고 다른 파티 회사 싸이트 열어보고 있는 세정.
보면서 메모하다가 일이 손에 안잡히는 듯 멈춘다. 커피잔 들어마시려다가
에이, 하는 기분으로 내려놓는 세정, 일어선다.

S#43  정선집 거실
소파에 앉아서 차 마시는 세정과 정선. 정선, 가운 차림이다.

정선    이 아침부터 쇼핑 가자구 온거야?
세정    (이상한듯) 지금까지 잔거야?
정선    (얼른 자기 상황 피하는, 세정 습관 잘 안다) 너 심란하구나? 싸웠니?
세정    싸움은 무슨.
정선    어제 너, 밤 열두시 넘어 해장국 어떻게 끓이냐고 전화했잖아.
        술마시고 온 남편한테 오세정이가 해장국까지 끓여다 바쳤다.
        도연씨 성격에 감격의 포옹까진 아니래도 살인미소 정돈 날려줬을텐데?
        근데 왜 꼭 싸우고 온 사람처럼 우거지상일까?
세정    싸운거 아니라니까. (뿌해서) 아침 운동 간줄알고 싹 다 차려놨더니 
        벌써 일있어서 나갔다잖아. 김새서 그래.
정선    그 새벽에? 아니 무슨 일인데?
세정    몰라, 일 있대.
정선    비밀이 생기기 시작했다... (갸웃하며) 그거 좋은거 아닌데.
세정    (말도 안된다는) 언니 나 놀려? 일 있어 나간게 무슨 비밀이야? 
정선    일있다면서 무슨 일인지 말안하는게 비밀의 시작이야.
        시작부터 거창한줄 아니?
세정    (사실 기분 나쁘지만) 언니 그럴때 보면 사회생활 안한 티나.
        촌스럽게, 부부간이라고 바깥 일 시시콜콜 다 말하는줄 알어?
정선    (속 뻔히 보는) 어유 오세정, 제법 도연씨 맘 잡았나부다? 잡았니?
세정    (자존심 상하는) 무슨 대답을 원해?
정선    (여유) 아니... 자신 있다며, 일년 안에 너 사랑하게 만들 자신, 있다며?
세정    (그랬지만 기분 나쁜, 갚아주는) 기한 좀 늘려주라. 언니가 12년 동안
        못한걸 내가 1년 안에 하겠어?
정선    (무슨 말인가? 했다가 알아채는, 약간 굳어지는)
세정    전엔 몰랐는데 나 결혼하니까 알겠어. (안된듯) 언니 외롭고 공허해보여.
        중매로 결혼해서 그런가?
정선    (확 자존심 상하지만 아무렇지 않은 듯 웃으며) 아유 아는척 하기는,
        12년 살아봐. (부드럽게 걱정처럼) 너야말루, 난 정말 너, 너 사랑하지
        않는 남자하고 결혼할줄 몰랐지... (걱정처럼) 괜찮니?
세정    (자존심 상하지만) 괜찮아 내꺼잖아. 구도연의 유일한 아내, 오세정.
정선    (의미있는) 결혼했으면 니꺼야?
세정    난 정말 전엔 몰랐거든. 사람들 연애만하지 왜 저렇게 결혼에 목매나.
        근데... (끄덕이며) 완전히 내 사람 만들고 싶은거, 그게 결혼이드라구.
정선    (진심) 결혼했다고 완전히 내 사람되는건 아냐.
세정    그 정돌 모를까봐?
정선    진짜 완전히 니 사람 만들고 싶으면.. 잘해... (본심) 니 말처럼, 넌 나랑
        경우 다르잖아.
세정    (맘이 계속 힘든 상태다. 그 말에 기 꺾이는, 농담처럼) 어떡해야
        잘하는건데?

S#44  스튜디오 일각
텅빈 스튜디오 일각에 지수가 새로 구상한 테이블 세팅되어있다.
테이블 옆에 세 개 정도의 화병이나 센터피스 준비되어있다.
둘러서 보는 도연, 종배, 선경. 종배와 선경, 도연 반응 보는 분위기.

지수    (긴장해서 보다가 조심스레) 화병을 다른걸 올려볼까요?
도연    (멋쩍어 헛기침하고) 지난번게 더 낫네요.
지수    네?
종배    (황당한) 형 생리하냐? 조울증이야?
도연    자식이. (쿵 쥐어박고, 지수에게 미안한) 저기 그냥... 지난번걸로 하죠.
지수    (그때 심정 아는지라 미소) 알겠습니다.
선경    윤선생님, 그럼 지난번 테이블 코디 회의 좀 해요. 저 대본 쓰게요.
지수    그래요. (테이블 정리하는데)
종배    형, 우린 ‘그 집’ 마무리 결정, (하는데)
도연    좀 있다하자, 잠깐 나갔다 올께.
종배    어딜 또요?
도연    있어. (나가고)

S#45  백화점 남성복 매장
돌아다니며 도연 옷 보고 다니는 세정.

정선(소리) 표현할 기회 있을때 많이 표현해. 사랑할 기회 있을때 많이
         사랑하란 말야.
세정    (캐주얼한 자켓류 등 옷 들어보고)

S#46  정선집 거실 (회상)
진심으로 세정에게 얘기하고 있는 정선.

정선    너 사랑 받는데 익숙해서 진짜 남자 속 몰라.
        여자만 사랑받고 선물 받는데 약한줄 아니? 남잔 더 해.
        남자가 먼저 사랑할땐 한없이 퍼주는게 남자지만...
        자기한테 잘하는 여자 쉽게 못놓는게 또 남자다?
세정    (솔깃하지만, 타박처럼 웃으며) 언니 지금 내 앞에서 남자 아는척 해?
        연애 한번 안해보고 중매결혼 해놓구.
정선    (과거 숨긴채 쓸쓸한 미소)

S#47   백화점 남성복 매장 일각
거울 앞에서 도연에게 어울릴듯한 옷 대보는 세정, 만족한 웃음 씩 웃는다.

S#48  대형 마트
지수 그릇 바구니 싣고 끌수있는 바퀴달린 수레 보고 다니는 도연.
적당한 크기 찾아 들어보고 살피는데 핸드폰 울린다.

도연    (보고 받는) 어.
세정(휠) 아침에 나 헛고생시켰으니까 점심 사줘요.
도연    점심? (잠깐 망설이는데)
세정(휠) (애교스런 협박) 방송국으로 간다?
도연    아냐, 몇시에 어디서 만날래?

S#49  회의실
회의 다 끝난 듯 노트와 다이어리 챙겨 일어서는 지수.

지수    선경씨, (그릇 바구니 가리키며) 나 이거 좀 잠깐 여기 맡겨도 되죠?
선경    그럼요, 어디 다녀오시게요?
지수    어, 더블플레이트 접시 하나 깨먹었거든.
        나온 김에 요앞 백화점 가서 똑같은거 살려구요.
선경    아 그러세요. 다녀오세요. 저 여기 계속 있을거예요.

S#50  회의실 앞
지수, 막 나오는데 수레 들고 헐레벌떡 오는 도연.

도연    지금 가요?
지수    (뭔가? 보고) 아뇨, 깨진 접시 좀 사러요.
도연    그럼 (내밀며) 있다가 여기다 바구니 싣고 가요.
지수    (놀라서 수레 보면)
도연    (편하게 나무라듯) 왜 그렇게 머리가 안돌아가요? 남자 팔뚝 되고 싶어요?
지수    (이 사람이 왜 또 이러나?... 보고)
도연    회의실에 둘 테니까 있다가 갈 때 갖고 가요. (들어가려는데)
지수    (잠깐 망설이다가) 구감독님.
도연    (돌아보는) 네.
지수    결혼하셨죠?
도연    (어두워지지만) 알면서 물어요?
지수    (또박또박) 그럼 다른 여자한테 신경 쓰지 말아요. 동정도 하지 말고...
        그 여자가 어떻게 살건, 잘살건 못살건, 고생을 하건 말건...
        아무 관심도 갖지 말아요. 그런 마음... 다 도연씨 아내한테 주세요.
도연    (잠시 아프게 보다가, 씩 웃으며) 스텝한테 이정도 선물도 못해요?
        (회의실로 쓱 들어가고)
지수    (난감하게 본다)

S#51  백화점(몽타주)
-엘리베이터 타고 올라오는 지수. 몇사람 아래로 쇼핑백 잔뜩 들고 서있는 세정.
-그릇 매장. 깨진 흰색과 똑같은 접시 찾아 골라드는 지수.

S#52  백화점 속옷 매장
쇼핑백 들고 속옷 매장들 나란히 있는 통로 걸어오던 지수, 뭔가 생각난 듯 멈춘다.
남자 속옷 몇 개 골라들고 카운터로 가는 세정.

선녀(소리)  난 크리스마스 선물로 팬티쪼가리 하나 사주는 딸 없드라.
지수    (한 코너로 가서 선녀 속옷 고르는, 혼잣말) 엄마 취향이...
        (젊은 감각 쪽 둘러보는데)
종업원(소리) 남편 분 취향이 세련되셨나봐요.
세정(소리) (웃으며) 남편 취향은 아내가 만드는거예요.
지수    (귀에 익은 음성에 멈칫, 갸웃하다 돌아보는데 세정 뒷모습만 보인다)
세정    (큰쇼핑백 몇 개 들고 카드 내밀고)
지수    (떨리면서도 확인하고 싶은, 옆쪽으로 가는데)
종업원  (쇼핑백에 보이는 남자옷들 보며) 다 남편분 옷만 사셨나봐요?
세정    (기분 좋은 어조) 오늘은 남편거만 다 살려구 나왔거든요.
지수    (옆모습으로 세정 확인하는 순간 자기도 모르게 확 몸 돌린다. 굳어서
        꼼짝도 못하다가 어느 순간 도망치듯 지나쳐서 빠르게 간다)
세정    (막 스쳐지나가는 지수 힐긋 보지만 모르고)

S#53   백화점 엘리베이터 앞
아득한 기분으로 서있는 지수. 저만치 뒤에서 세정 걸어오고 있다.
엘리베이터 문 열리자 타는 지수.

S#54   엘리베이터 안
두사람 정도 있는 엘리베이터. 지수, 구석에 가서 선다.
끔찍한 기분에 눈 감았다 뜨는데 막 닫히는 엘리베이터 문 열고 타는 세정.
막 눈뜨면서 보이는 세정 얼굴에 기겁하는 지수.
세정, 자기 보고 놀라는 지수 보고 왜 저러지? 무심히 문 앞에 선다.
잠시... 퍼뜩 떠오르는 느낌에 돌아보는 세정.
동시에 사색돼서 시선 돌리는 지수.

세정    (당황하는, 고개 돌리려다 멈추는)
석주(소리) 재결합에 목숨 건 모양이야.
세정    (표정 수습하고 다시 지수 본다. 차분히) 안녕하세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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