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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여자] 15

작성자수다쟁이|작성시간12.08.27|조회수525 목록 댓글 0

[그 여자] 15

 

 

 

 

 

 

 

 

S#1   세정집 침실 (밤)
14회와 연결해서...
도연    (세정이 직감으로 느끼는구나, 맘 아픈) 미안하다...
세정    (그 말에 눈감은채 멈칫하는데)
도연    (힘들지만 결심했다, 어쩔수없이) 그래, 나... 그 사람... 지수씨 사랑해.
세정    (예상과 전혀 다른 말 듣고 놀라서 눈 번쩍 뜨는, 내가 지금 무슨 말을
        들은거지? 순간 머리 굴리고)
도연    미안하다.
세정    (아!... 뒤늦게 충격에 도연 안은 손 달달 떨리는) 자기 지금...(손에 힘들어
        간다) 뭐라 그랬어? (확 떨어지며 도연 보는)
도연    (알고 있는줄 알았는데 반응 이상한) 알고 있던거, (하는데)
세정    (말 자르며, 기막힌) 지금 사랑이라고 했어? 사랑이란 말을 썼어?
        누굴, 윤지수를 사랑한다구?
도연    (맘 정리했다. 끄덕이고)
세정    (다시 확인하고 새삼 충격에 한걸음 물러서는, 멍해서 도연 보는)
도연    (미안한) 놀랐겠지만 내 말 더 들어줘.
세정    (기막혀) 어쩜 그렇게... 쉽게 넘어가니?
도연    (황당한) 넘어가다니?
세정    (화나고 흥분한) 동정하구 사랑도 구분 못해, 자기? 윤지수를 사랑해?
        불쌍하게 이혼하구 애 하나 데리고 사는 여자! 축 처진 어깨에 처량한
        눈빛으로 자기 근처 맴돌았겠지. 나 좀 봐달라구, 나 너무 힘들구
        아프다구, 어?
도연    (어쨌든 미안하고 괴롭다. 안타깝게 보는)
세정    (그 눈빛에 멈칫해서 보면)
도연    (거친 숨 몰아쉬는 세정 잡아 침대에 앉히려는) 앉아, 앉아서 얘기하자.
세정    (퍼뜩 생각난, 뿌리치며) 그럼 그 여자는, 그 여자도 자기 사랑한대?
도연    (지수 마음 모른다) 아니... 그렇지 않을거야.
세정    (뚝 굳어지는) 그럼 자기 혼자 그런단 말야? (열난다) 자기 혼자 그 여잘
        사랑한다구? 지금 그 얘기야?
도연    그래.
세정    (너무 황당해서 보다가) 혼자 사랑한다면서... 나한테 왜 말해요?
        말하는 이유가 뭐야?
도연    멈출 수가... 없어서. 이런 내 마음, 멈출 자신이 없어서...
        그래서 말하는거야. 아니 말할 수밖에 없어서.
세정    (충격에) 그게... 무슨 뜻이야? 멈출수가 없다니, 뭘? (고조되는) 뭘! 뭘!
도연    나, 니 남편이잖아. 근데 윤지수라는 여잘 사랑해. 너한테 참 미안한
        일이잖아. 근데 그 미안한 일을 내가 계속할거 같애서,
세정    (울컥해서 말 자르는) 자기 지금 나한테 통고하는거야? 너 나랑 결혼하자고
        매달리면서 마음은 자유라구, 마음은 구속하지 않겠다구 오세정 니 입으루
        약속했지? 그러니까 앞으로 나 간섭하지 마, 이거야?
도연    (안타까운) 그래서 얘기하는거 아냐. 우리 얘길하기 위해서, 그래서 내 감정
        털어놓은거야.
세정    우리 얘기라니?
도연    (어렵지만) 어쩌면 나... 너랑 결혼했을때부터 알고 있었는지도 몰라.
        노력해도 되지 않을거... 니가 원하는 사랑 줄수 없는거, 알았는지도 몰라.
세정    (쿵해서 보는) !
도연    (맘아픈) 그래서 너한테 너무 미안하고... 맘 아퍼. 아무리 어머니 마지막
        소원이었어도, 아무리 니가 부담 없이 살아보자고 했어도... 내가 그러지
        말았어야했어.
세정    (예상보다 큰 얘기에 달달 떨리기 시작하고)
도연    결혼이라는거... 그냥 남자 여자 둘이 만나 사는게 아니었는데, 꼭 서로여야
        하는 확신이 필요한건데, 우린 그게 없었어... 너무 경솔했어.
세정    (둘 얘기에 더 서늘해지는) 여보...
도연    (정말 맘 아프고, 미안하지만 솔직한) 아니 내가 더 경솔했어.
        널 위해서라도 그러지말았어야 했어. 세정이 너, 똑똑하고 매력 있고
        능력 있고 자신감 있고... 내가 아니라 다른 남자 만났으면 훨씬 더
        당당하게 사랑받고 행복했을거야.
세정    그만해!
도연    (멈칫해서 보면)
세정    (떨리는) 자기 지금 무슨 말을 하는거야? (눈물 어리는) 그 말... 나하구
        결혼한거 후회한다... 그거야?
도연    (맘 아프게 보는) 미안하다, 널 사랑하지 못해서... 미안해.
세정    (눈물 차오른다) 자기... 나한테 구도연 당신이 어떤 존잰지 알면서...
        (원망스런) 어떻게 이렇게 아프게 해?
도연    (가슴 아픈) 더 아프게 하지 않기 위해서 말하는거야.
세정    (기막힌) 그래서 뭘 어쩌라구?
도연    이제라도 생각해보자. 널 위해서... 날 위해서, 우리가 어떻게 하는게
        좋은지 생각해보자, 어?
세정    (화나는) 뭘! 뭘 생각하자는거야? 윤지수 사랑하니까 그 여자한테
        가겠다는거야? 그래서 이혼이라두 하자는거야?
도연    지수씨에 대한 내 감정 이전에, 우리가 함께 있어서 행복할수 있는
        사람들인지, 생각해봐 세정아.
세정    (복받치는) 대체 그 여자가 어떻게 했길래, (터지듯) 자기 속았어! 속은거야!
도연    (안타까운) 그런 식으로 얘기하지말구! 어? 그사람 나한테 아무 것도
        안했어! 아무것두!...
세정    (절절한 도연 눈빛에 혼란스런) 아냐... 아냐... (고개 천천히 흔드는)
        그럴 리가 없어. (맥없이 침대에 무너지듯 걸터앉는)

S#2   지수 가게 (밤)
문 닫은 가게 안. 스탠드만 켜놓고 탁자에서 빠진게 없나 품목 리스트에 체크하면서 아이들용 네임텍, 물잔, 그릇등 바구니에 챙기고 있는 지수.
한쪽에 이것저것 사용해봤던 식탁보와 다른 식기들 의자에 쌓여있다.

민수    (들어온다) 언니 1시 넘었어, 낼 피곤해서 어쩔려구 그래?
지수    예쁘게 잘 해야 돼, 내가 우겨서 잡은 컨셉이야.
민수    (물끄러미 보다가 의자에 앉으며) 언니 더 잘하고 싶지?
지수    (멈칫했다가) 어, 아주 잘하고 싶어. (분노로) 그 여자 공작인줄도 모르고
        스카웃 됐다구 떠나줄 결심했던 내가 너무 웃겨. (자괴감) 겨우 방송 한번
        나가놓고 그 전문 잡지사에서 날 스카웃한다는데, 멋도 모르고 휘둘린게
        너무 화가 나. (일손 놓고 민수 보며) 나 왜 이렇게 등신 같니?
민수    (짠한) 마음이 급해서 그랬지.
지수    (무슨 뜻인가? 보면)
민수    그렇게 앞뒤 안재고 도망치고 싶을만큼 힘들었잖아. 그래서 그런거잖아.
지수    (맥없이 의자에 앉는)
민수    (열나는) 불러내서 한대 후려쳐! 까불지 말라구! 봐주는줄도 모르고
        그 기집앤 왜 그렇게 가만있는 언닐 쑤시니? 지 무덤 지가 파요, 아주.
지수    (허무하게 웃는) 불러내서 한대 후려치면, 맘이 풀릴까?
민수    (걱정스런) 도로 구피디 옆에서 일해야 하는데... 괜찮겠어?
지수    안괜찮으면 뭐 별수 있어? 나두 모르겠어 이젠. 내가 어떻게 해야하는
        건지... 그냥 내 일 열심히 하면서 버티다보면... 이번 프로 끝나니까,
        눈 딱 감구 그때까지 버틸려구. 그냥 내버려둘려구... 그럼 순리대로 가지
        않을까?
민수    (보다가) 언니 사실 방송국 일 그만두기 싫었지?
지수    (멈칫해서 보다가 솔직히) 날 처음으로 인정해준 사람이야. 나한테 맞는 일
        하면서 인정받구... 누가 그만두고 싶겠어?
민수    (맘 아픈) 왜 언니는... 항상 남을 위한 인생을 살까?
지수    무슨 말이야?
민수    아버지 떠났을 때... 언니 그때 중학교 3학년이었는데... 얼마나 파릇파릇할
        때야... 그때부터  언니 정말... (시큰하는) 자기 인생 한번 못살아봤드라.
        (울먹이는) 맘 못잡는 엄마 다독여가며 살림하구 나 키우구... 그러다 엄마
        생활 돕겠다구 대학 다니면선 하숙치구, 연애 한번 못해보구 말야.
지수    (시큰해지는) 너 왜 그래?
민수    결국 하숙하던 정교수 아버지 눈에 들어 정교수하구 결혼하구.
        결혼해선 또 남편, 시댁 위해 살구... 언니 인생 돌아보는데... (눈물나는)
        왜 이렇게 눈물이 나니? 가슴 아퍼 죽겠어.
지수    (서글퍼지는, 메여서) 내 팔자가 그런가부지...
민수    처음으로 언니 맘가는 사람 나타났는데... (눈물 주르르) 왜 하필 그 여자
        남편이냐구...
지수    (흠칫해서 그만하라는) 민수야.
민수    얼마나 찢어지게 아프겠어? 그 맘 누르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구,
        (원망처럼) 왜 맨날 언닌 그렇게 참구 또 참구... 그러구 살아야 되냐구!
지수    (자기도 울컥 솟는다. 얼른 참고 일어나서 떨리는 손으로 다시 일하고)

S#3  세정집 서재 (밤)
이부자리 한쪽에 깔려있는 서재. 도연, 책상에 앉아있다.
한고비를 넘었다... 미안하기도 하고 후련하기도 하다. 후... 한숨 내쉬고.

S#4  동 침실 (밤)
침대에 힘없이 누워있는 세정, 충격에 멍한 표정이다.

지수(소리) 내가 어떤 심정이었는지 경험해 봐요. 똑같이 해줄테니까.
세정    (벌떡 일어나 앉는, 열패감에 떨린다. 시트 꽉 쥐며) 윤지수...

S#5  세정집 거실
가방 들고 서재에서 내려오는 도연. 세정, 앞치마 차림으로 주방에서 나온다.

세정    (아무렇지 않은) 여보, 아침 먹자.
도연    (뜻밖의 반응에 멈칫)
세정    대신 밥 아니구 빵이야. (돌아서 들어가며) 알람 맞추는걸 깜빡했어요.
도연    (당황스럽게 보고 섰는)
세정    (들어갔다 다시 나와서) 들어와요, 할 얘기 있어.

S#6  동 주방
토스트에 야채 샐러드와 오렌지 주스 놓여있는 식탁에 마주 앉아있는 둘.
도연, 먹을 기분 아니다. 주스만 마시고. 세정, 천연덕스럽게 빵에 잼 바르고 있다.

세정    (바르며) 자기 나한테 시간 준다 그랬죠?
도연    (보는, 미안한 눈이고)
세정    그래, 시간 필요할거 같애. 왜냐면 자기는 앞으로... 자기 마음 변하지
        않을거랬지만 난 믿을수 없거든.
도연    세정아.
세정    (약간 예민하게) 그래서 시간 준댔던거 아냐?
도연    그래, 알았다. (일어서는데)
세정    됐어요, 그럼 그 시간동안... 우린 달라진거 없어야 돼.
도연    (난감하게 보면)
세정    (따라 일어서며) 나가요, 배웅하께.
도연    (그런 세정이 안쓰럽다. 말리지 못하고 나가는)

S#7  동 거실
나가는 도연 배웅하며 ‘촬영 잘해요’ 하는 세정.
도연, 한번 돌아보고 문 닫고 사라지면 그대로 서있는 세정, 훅 한꺼번에 울음
한꺼번에 올라온다. 선채로 고개 떨구고 우는 세정.

S#8  지수 아파트 앞
외출복 차림으로 바구니 들고 아파트 현관에서 막 나오는 지수, 핸드폰 울리자
꺼내서 본다. ‘오세정’ 보고 안 받고 다시 넣는다.
이후로 계속 핸드폰 벨 끊어지면 또 울리고.
지수, 자기 차 쪽으로 가는데 앞에 세워둔 차에서 클락션 울리고 얼른 내리는 재민.

지수    (보면)
재민    방송국 가는거지?
지수    (엄마가 알려줬구나, 집 쪽 돌아보면)
재민    짐 이리줘. (받으려면)
지수    (피하며) 당신 지금 뭐하는거야?
재민    차 고장 났다며, 방송국까지 태워다줄께. 가면서 할 얘기두 있구.
지수    차 수리했구 (자기 차로 가며) 당신하고 할 얘기 없어.
재민    내가 있어, (하다가 계속 울리는 벨소리에) 핸드폰 안 받어?
지수    (대답 없이 차문 열면)
재민    (차문 잡는) 얘기 좀 하자구, 얘기! 중요한 일이야, 어?
지수    (답답하다는) 다인아빠, 우리 둘 사이에 중요한 일은 있을수가 없어, 다인이
        빼구. 다인이 얘기야? 아니잖아, 그럼 나 좀 가게 해줘요. 늦겠어.
재민    (늦었다는 말에 더 못잡고) 몇시에 끝나?
지수    (못 들은척 바구니 넣고 차에 타는)

S#9  세정 사장실
외출복 차림으로 ‘윤지수’ ‘윤지수’ 액정 가득하게 떠있는 지수 이름 보고 있는 세정,
잔뜩 약 올랐다. 핸드폰 플립 탁 닫았다가 다시 열어 다른 번호 찾아 누른다.

S#10  정선집 거실
세정과 얘기하고 있는 정선.

세정    (약간 짜증스런) 왜 여태 안 물어봤어? 지난번에 알아봐달라구 했잖아.
정선    (정색하며) 너 지금 나한테 짜증내니? 아침부터 불러내서,
세정    (얼른) 미안해, 언니. 그게 아니라, 급해서 그래.
정선    (어처구니 없는) 강사장 바빠 얼굴 보기 힘들었어! (하다가)
        근데 너 왜 그렇게 급해졌는데? 다인엄마 집 주소, 전화번호, 왜 급한데?
세정    (다 말하기 자존심 상하지만 변명거리 생각 안난다. 차 마시며) 그냥...
정선    어머, 다인엄마 화나서 도연씨한테 얘기했니? 한거야?
세정    아우 아냐. (지수에게 화나는) 그 여자 말 안한다니까?
정선    그럼 왜 갑자기, (하다가 혹시) 도연씨 눈치가 심상치 않구나?
세정    (할수없이) 윤지수... 곰인줄 알았더니 여우야.
정선    (놀라는) 어머 어머, 어머!
세정    (자존심 상해 시선 돌리며) 그여자, 내 전화 받지두 않아. 그러니까 집
        주소나 집 전화번호 좀 알아봐줘 언니... 부탁해.
정선    (기막힌 듯 보다가) 그게 지금 윤지수 만난다고 해결될 일이니?
        도연씨 성격에 다인엄마 좋아하면, 그거 진심 아냐?
세정    (버럭) 아냐! 절대 아냐!
정선    너 도연씨하구 결혼할 때 그랬지? 도연씨 가슴에 묻어둔 여자 있다구.
        들국화 여인인지 뭔지. 그 여자 대신할만큼 다인엄마한테 끌린거 아냐?
세정    그러니까 아니라구! 그 여자만큼 다른 여자 절대 사랑 못한다 그랬어!
정선    (안됐다는듯) 넌 여태 뭐하구 살았니? 어? 그 도연씨 일생의 그 여자두
        아닌 다인엄마한테두 밀리니? 거기다 다인엄마가 니 얘기 털어놔봐.
세정    (더럭 불안해지는) 내가 진심이라는거, 도연씨한테는 진심이라는거
        알면... 용서할거야.
정선    그럴까?
세정    (자기에게 다짐하듯) 실망은 하겠지만... 헤어지진 않을거야. (웃으며)
        그래두 부분데, 우리 부부잖아.
정선    (걱정스레 보고)
세정    (계속 혼잣말처럼) 그 여자가 어떻게 했는지 알어, 나. 도연씨... 약한 사람
        한테 더 약하고, 강한 사람한텐 더 강한 사람이야. (정선 보며) 언니 남자들
        이 왜 과부나 이혼녀한테 잘 넘어가는줄 알어? 남자들 그런거 있거든,
        저 여자 나 아니면 안되겠다, 그런거... 그거 이용한거야. (다시 혼잣말처럼)
        그래서 도연씨 냅두는거야. 내가 뻗대면... 더 멀어질거니까.
정선    (진심으로) 너 설마... 아직도 뭐든 니 맘대로 된다고 생각하니?
세정    (얼른 정신 차리고) 두고봐, 그 여자한테 안져. (억지로 웃으며)
        내 걱정말구, (미안한듯) 언니 싫어두 윤지수 주소만 알아봐줘, 어?
정선    알아내는데 한며칠 걸릴지 몰라. 강사장 요새 워낙 늦어.
세정    그래?... (초조하고)

S#11  세정 회사 앞
회사 건물로 들어가던 세정, 멈춘다.

정선(소리) 알아내는데 한며칠 걸릴지 몰라.
세정    (잠시 망설이는데 못 참겠다. 시계 보며 다시 차로 가서 타는)

S#12  방송국 주차장
차에서 내려서 건물 향해 가던 도연, 차에서 짐 내리는 지수 보고 멈칫선다.
저 여자에 대한 마음을 아내에게 털어놨다... 물끄러미 보는데

지수    (시선 느끼고 돌아본다. 도연 보고 멈칫)
도연    (그대로 보고)
지수    (뭔가 달라진 느낌과 계속되는 시선에 의아한데)
도연    (다가간다) 잘 지냈어요?
지수    네... (알았나? 긴장해서 살피는데)
도연    (장난기로 인상 쓰며) 그 얼굴!
지수    (지레 놀라 보면)
도연    (씩 웃으며) 혹시 나 걱정하는 얼굴이예요?
지수    (내심 안도하는, 얼른 돌아서며) 제가 왜 구감독님 걱정을 해요?
도연    (따라가며) 어디 아픈가? 걱정했잖아요.
지수    아니예요. (피하듯 가고)
도연    (싱긋 웃고 따라가며) 준비 잘 해왔어요? 제대로 안했으면 한소리해요, 나.
지수    (괴롭다. 빠르게 그냥 가고)
도연    (왜 또 저러지? 갸웃해서 가는)

S#13  방송국 스튜디오
한쪽에 식탁보며 식기 등 꺼내놓고 있는 지수. 도연, 저만치서 녹화 준비 상황 둘러
보다 다가온다.

도연    (준비물들 둘러보며) 이쁘네? (식기 들어보며) 애들건 이런거 쓰는거예요?
지수    네. (식탁보와 다리미 들고 저만치 가버리는)
도연    (갸웃했다가) 윤지수씨!
지수    (돌아보면)
도연    (씩 웃으며, 분위기 풀려는) 돌아보네?
지수    (무슨 말인가? 보면)
도연    (다가오며) 2년 전엔 자기 이름 불러도 못 알아들었는데 지수씨.
        (끄덕이며 농담처럼) 많이 컸어요.
지수    (뭉클하지만, 쌀쌀맞게) 언제적 얘길하세요? (다시 간다)
도연    (또다시 느껴지는 거리감에 웃음기 사라지며 멈칫하는데)
종배    형! 일루 좀 와봐요.
도연    어, 그래. (지수 돌아보고 가고)
지수    (스팀다리미 꽂다가) 아 물... (다시 빼고 다리미 들고 나가는)

S#14  화장실
스팀다리미에 물 받는 지수.

S#15  로비
스튜디오 쪽 기웃하며 핸드폰 꺼내드는 세정, 통화목록에서 ‘윤지수’ 찾아 버튼
누른다. 빨리 지수를 만나야 한다는 생각에 초조한데 벨소리 들리면서 화장실
쪽에서 다리미 든 지수 온다. 확 눈 커져서 지수 보는 세정.

지수    (주머니에서 핸드폰 꺼내다가 시선 느끼고 돌아보면)
세정    (핸드폰 탁 내리며 다가오며) 목소리 듣기 참 힘드네요, 윤지수씨.
지수    (굳어져서 본다) 웬일이예요?
세정    내 전화... 왜 안 받아요?
지수    (웃긴다는) 내가 왜 아무 전화나 받아요?
세정    (굳어지는) 할말 있어서 전화했어요.
지수    (조소) 할말? 오세정씨가 나한테 할말이 뭐가 있을까? (확 보며) 뒤에서
        나 다른 곳으로 빼돌리려던 해명이라도 할려구요?
세정    (뭐라고 할까 망설이는데)
지수    (미리) 자존심으로 똘똘 뭉친 오세정씨라면 자기가 한 일
        안했다고는 안할거 같은데.
세정    (할수없이) 그래요, 내가 했어요. 그쪽한테도 나쁜 기회 아니라고 생각해서,
지수    (말 자르며) 낙하산으로, 나 필요하지도 않은 곳에서 눈칫밥 먹는게 좋은
        기회예요?
세정    (밀리는, 주춤했다 마음 급한) 그 얘기하기 온거 아니예요. 잠깐 나가죠,
        나가서 얘기해요.
지수    (괘씸한, 무시하고 스튜디오 쪽으로 가고)
세정    (따라가며) 얘기 좀 하자구요!
지수    (힐긋 보며) 그럼 따라와요, 바쁘니까 일하면서 듣죠.
세정    (못 들어갈거 알면서, 확 굳어지고)
지수    (무시하고 간다)
세정    (멈춰선다. 약 올라서 쳐다보고)

S#16  주조실
녹화 지시하는 도연.

S#17  스튜디오
고구마 케익 만들고 있는 한선생과 진행자.

한선생  (생크림에 설탕 넣고 거품기로 저으며) 이렇게 생크림에 설탕만 넣고
        저어서 크림 만든 다음에, (옆에 놓인 고구마 으깬 그릇에 크림 넣는다)
        으깬 고구마에 섞어주시면 돼요.
진행자  정말 간단하네요, 선생님.
<이하 방송 화면에 사용해주세요>
한선생  그 다음에... (1인용 카스테라 슬라이스 한 사이에 고구마 크림 넣으며)
        이렇게 사이에 넣고, 카스테라 위에도 바르면... (미리 마련된 1인용 케익
        접시 보이며) 이런 고구마 케익이 됩니다. 거기에 (카스테라 가루 뿌리며)
        이 카스테라 가루를 뿌려만 주시면 끝이예요.

S#18  방송국 주차장
차 안에서 시계 보며 지수 기다리고 있는 세정.

S#19  스튜디오
지수가 세팅한 테이블 설명하고 있는 진행자.

진행자  캐주얼한 이미지의 원색 체크 테이블 클로스에 플라스틱 포터블 도마를
        1인 매트로 놓고, 센터피스로 아이들이 직접 만든 고구마 케익을 놨는데요,
        꽃보다 더 예쁘죠? 아! (네임텍 집어들며) 이렇게 이름표를 각각의 자리에
        놓아주면 아이들이 굉장히 즐거워합니다.
 <이하 방송 화면으로>
진행    주부님들 아이들 생일 파티 너무 부담 갖지 마시구요, 이렇게 간단한
        음식을 직접 만들면서 파티를 즐길수 있게 하시면, 엄마두 편하구 아이들
        기억에도 오래 남는 파티가 될 수 있습니다.
<시간경과>
녹화 끝나고 빈 스튜디오. 지수, 종배 선경과 함께 테이블 치우고 있다.
선경, 고구마 케익 먹고 있고 종배, 주먹밥 집어먹고 있다.
지수, 세정에 대한 마음 때문에 표정 어두운데...

선경    이거 너무 맛있다?
종배    그만 좀 먹어라, 또 위 탈나고 싶냐?
도연    (다가오는, 지수에게) 오늘 어땠어요?
지수    뭐가요?
도연    안 떨었어요?
지수    뭐... 별루요.
도연    두 번째라 여유 생겼어요? 위에서 보니까 세팅도 뚝딱 금방 하대요.
지수    네... (선경과 종배가 마지막으로 비운 접시 넵킨으로 닦아 넣고)
도연    정감있는 색으로 따뜻하게 잘 맞췄어요. 아이들이 만드는 고구마 케익
        아이디어도 참 좋았어요.
지수    (고맙다) 감사합니다. (한쪽에 뒀던 가방 집어드는데)
도연    참 내일 구정 특집 아이템 회의때 나와줘야 돼요.
지수    낼 모레요?
도연    그때 헌팅 갔을때 우리 둘이 다녔잖아요.
지수    네... 그럼 회의시간 정해지면 선경씨 통해서 전화 주세요.  (예의바르게
        인사하며) 가보겠습니다. (가는)
도연    (또 왜 저러지? 심각하게 돌아본다)

S#20   방송국 주차장
기다리던 세정, 수레 끌고 자기 차로 오는 지수 본다.
혹시 도연이나 누구 뒤에 오는 사람 없나? 보고 다시 지수 보고 내리려는데
지수에게 다가오는 재민 본다. 어? 하고 멈칫하는 세정.
차로 가던 지수, 다가오는 재민 황당한 듯 보는데

재민    일하는 데가 어떤가 궁금하기두 하구, 아까 그랬잖아. 꼭 할 얘기있다구.
지수    (화나는) 그렇다구 이렇게,
재민    당신이 상대 안해주니까 이러지. 얘기 좀 하자, 어?
세정    (둘 보며, 혼잣말) 뭐야, 여기까지 데리러 온거야?
        그럼 잘 되가나부네... (약간 안도하며 앞 보다가 헉! 놀란다)
도연    (현관에서 지수 찾으러 나오는, 지수와 재민 보고 멈칫 서고)
세정    (얼른 몸 숙이고 도연 보는데)
도연    (어떻게 된 영문인지 몰라 둘 번갈아보고)
세정    (지수 따라 나왔구나! 서서히 굳어지는)
재민    (지수 바구니 뺏어들며) 일부러 나 차 안가져왔어. 당신이 시간 안내주면
        가면서 얘기할려구. (지수 차로 가고)
지수    (따라가며 뺏는) 당신하구 같이 차 안타!
재민    그럼 요앞 까페루 가구.
지수    (한번은 거쳐야겠다, 차에 짐 실으며) 알았어, 까페루 가요.

차문 닫고 돌아서다가 저만치서 보고 섰는 도연 보고 흠칫 놀란다. 놀란 지수 시선
따라가다 도연 보고 뚝 굳어지는 재민. 도연, 분노와 질투로 둘 번갈아 보고.
세정, 그런 도연 보며 미칠 것 같은데
지수, 얼른 표정 수습하며 앞서 가고 재민, 도연 한번 밉게 돌아보고 따라간다.
불안한 눈으로 가는 둘 보고섰는 도연.
그런 도연 보며 심상치 않은 불안감에 어쩔줄 모르는 세정.

S#21  까페
황당한 얼굴로 재민 보고있는 지수.

지수    뭐? 방송국 일을 그만두라구?
재민    당신 황당할거 아는데,
지수    (화난다) 할 얘기, 중요한 얘기라는게 이거야? 정말 기막히다, 당신이 뭔데
        나한테 일을 관두라 마라야!
재민    (내막은 말 못하고, 안타까운) 당신 그 일 하면 안돼.
지수    왜 안돼!
재민    힘들어 안돼, 글쎄. 힘들게 된다구.
지수    (뭔가 느껴진다. 멈칫해서 보면)
재민    (마음 급한) 내가 다인이 양육비 더 줄께, 아니 내 월급 다 써도 돼.
지수    (버럭) 내가 왜 당신 월급을 써! 내가 왜 남의 돈을 써!... (하다가 기막힌)
        그리구, 왜 내가 돈 땜에 이일하는거라구 생각해?
재민    돈 땜에 아니면 뭐하러 그 고생을 해?
지수    단순히 돈땜에 하는거 아니구, 이 일 그만두지도 않을거야.
        다신 나 찾아와서 이딴 웃기지두 않은 말하지 말아요.
재민    (미치겠는) 당신 생각해서 이러는거야! 당신 상처받는다구!
지수    (속으로) 오세정 남편이랑 일해서? (일어서며, 의미있는) 받을수 있는
        상처란 상처, 벌써 다 받았어, 나. 나라는 여자가 더 받을 상처가
        이 세상에 또 있을까 모르겠다. (나가고)
재민    (따라 나가며) 다인엄마! 지수야!

S#22  까페 앞
나오는 재민. 지수, 벌써 신호 바뀐 횡단보도 뛰어서 건너고 있다.
쫓아갈까 하다 멈추는 재민.

재민    (혼잣말) 구도연이 누군줄 알면 뒤집어질텐데... 이거 알기 전에 관둬야
        되는데... (답답한 숨 내쉬고)

S#23  방송국 편집실
편집하고 있던 도연, 멈춘다.
<프래쉬컷- 함께 걸어가던 지수와 재민>
대체 뭐가 어떻게 되가는건지... 걱정과 불안으로 혼란스런 도연, 머리 흩트리고.

S#24  마실
스탠드에서 시집 읽고 있는 선녀. 서운, 손님 나간 테이블 치운 쟁반 들고 온다.

선녀    (받으며) 아유 이런거 안해도 된다니까 그러시네, 다인 할머니.
서운    근데 꼭 그렇게 다인 할머니, 다인할머니 해야겄어요?
선녀    아니 다인 할머니한테 다인 할머니라 그러지 뭐라 그래요?
서운    재결합 시키기로 합의를 했으믄, 사돈으로 다시 불르셔야지.
선녀    (샐쭉해지는) 그건 좀 곤란하죠.
서운    아니 왜요?
선녀    제가 우리 지수를 끌고 물가로 데려갈수는 있어도 물을 먹일수는 없는
        거거든요.
서운    (벙해서) 뭐래요, 그 말씀이?
선녀    무슨 말씀이냐 하면요, 다인아빠하구 재결합은 적극 권장하겠지만요,
        억지로 (손 마주하며) 살게할 수는 없단 말씀이죠.
서운    그거야 그렇지만도, 그럼 그때까지 이렇게 남 헷갈리게 서로 다인 할머니,
        다인할머니 하자구요?
선녀    그게 영 싫으시면 성함 불러드리죠. 성함이... 뭐였드라? 이 뭐였는데?
서운    이 서운이요!
선녀    아! 이 서운! (생각난 듯 막 웃는) 이제 생각나네요.
서운    (뿌해서) 왜 그렇게 웃으신대요?
선녀    서운씨, 딸 많은 집 막내 따님이시죠?
서운    (눈동그래지는) 어떻게 알았대요?
선녀    아들 기다리고 또 기다렸는데 또 딸이어서 너무 서운해서 서운, 아니예요?
서운    (서운한) 참말로 서운이 서운하게 허시네.
선녀    어머, 서운하셨어요?
서운    남의 이름 갖고 놀릴 기운 있으면, 빨리 에미나 채근허시요! (홱 나가고)
선녀    (놀라) 어머, 서운씨!

S#25   바 (저녁)
초조하게 앉아서 술 마시고 있는 재민. 석주, 들어와서 재민 보고 다가온다.

재민    (보고, 마음 급한) 왔냐? 너한테 상의할게 있어서 보자고 했어.
석주    (술 따르며) 상의는 둘째치고 임마, 너 왜 말 안했어?
재민    뭘?
석주    (이제 알겠다는) 너 그날 그래서 그런거지? 제수씨하고 재결합 암것두
        아니라구 폼잡구 허세부린거 말야! 도연이가 세정이 남편이라 그런거지!
재민    (뚝 굳어지는) 어떻게 알았냐? (훌쩍 마시고)
석주    그날 가시 돋친 니 눈치하구, 파출소 왔다 도망친 세정이 보구 때려잡았다.
재민    (보는) 왔었냐?
석주    불렀거든 내가. 도연이 파출소에 있다구. (다시 열나는) 야 근데 너 어떻게
        그러냐? 진작에 말했음 도연이 말렸을거 아냐.
재민    내가 알았냐? 걔하구 결혼할지.
석주    야 세정이가 너 이정도로 만든 애였으면 정말 도연이하구 엮이면
        안되는거란 말야! 내가 요새 고민이다, 이 얘길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재민    (씁쓸한) 냅둬라, 세정이 그렇게 좋다는데.
석주    그럼 도연인? 지 마누라가 어떤 종잔지도 모르고 속고 살아야 되냐?
재민    (아! 생각난) 야, 지금 그 자식 걱정할 때가 아냐! 다인엄마가 더 걱정이지.
석주    제수씨가 왜? 무슨 일 있어?
재민    어떻게 이런 일이 다 있냐? 다인엄마, 그 자식이랑 일하드라구.
석주    (놀라는) 뭐?
재민    방송국에서 푸드 코디네이턴지 뭐 그런 일하는데, 거기 피디가 구도연 그
        자식이야. 만약 그게 세정이 남편인거 알아봐, 지수 분해서 숨 넘어가.
석주    (더 놀라는) 가만 가만. 뭐가 뭐라구?

S#26   정선집 침실 (밤)
지수 주소 적인 쪽지 들고 벙해서 석주 쳐다보고 있는 정선.

석주    (나름대로 긴박한 상황이라) 그러니까 외삼촌한테 딱 한번만 아쉬운
        소리 해. 이거 이대로 놔뒀다간 죄없는 제수씨 두 번 죽게 생겼어.
정선    (당황해 말 더듬는) 그, 그러니까... 저기 다인엄말 우리 외삼촌 잡지사,
석주    당신 외삼촌 그 잡지 말야, 잡지! 글루 제수씨 좀 빼내라구.
정선    (속으로) 오 마이 갓.
석주    (왔다갔다하며) 일하다 세정이 지 남편 방송국이라구 잘난척하구 나타났다
        제수씨 눈에 띄어봐! 제수씨 속터져 쓰러지구, 도연인 지 마누라 본색 알구
        쓰러지구! (확 정선 보며 협박조) 세정이두 어떻게 될지 몰라!
정선    (이미 끝난 일인데, 말도 못하고 미치겠고, 쪽지 보면)
석주    (혼자 열났다. 다시 왔다갔다하며) 갑자기 나타나서 소개해준다 어쩌구
        하면 제수씨 이상할테니까 글루 한번 미리 찾아가보구. 알았어? (나가고)
정선    (얼결에) 어, 알긴 알았는데... (쪽지 보며) 아우 오세정!

S#27   세정집 거실 (밤)
초조하게 서성이며 현관 바라보고 있는 세정, 12시 반 가리키는 시계 본다.
불안감에 손톱 깨무는데 비밀번호 누르는 소리 들린다.
얼른 소파로 달려가서 잡지 펴드는 세정.

도연    (들어오면)
세정    (아무렇지 않은 듯 책 내리며) 왔어?
도연    (다가오며) 안잤니?
세정    자기 안 오는데 먼저 자? (일어서며) 왜 이렇게 늦었어?
도연    (너무 아무렇지 않은 세정이 불편한) 어, 편집 좀 하느라구. 늦었는데
        자야지. (서재 쪽으로 가고)
세정    (보다가 굳어진다. 참지만 울화 오르고)

S#28   동 침실 (밤)
침대에 올라앉아 탁상 달력 보고있는 세정. 내일 날짜에 동그라미 쳐있고 ‘첫 결혼기념일’ 써있다. 뚫어지게 보면서 뭔가 궁리하다가 문쪽 보는 세정.

S#29  서재 (밤)
잠옷 차림으로 막 이불 펴고 있는 도연. 세정, 노크에 이어 들어온다.

도연    (약간 긴장해서 보는) 왜?
세정    (웃으며) 여보, 우리 낼 일박 이일로 여행 가자. 자기 퇴근해서 출발하구
        모레 토요일이잖아.
도연    (왜 말하는지 아는, 안된다는) 세정아.
세정    (모르는구나. 시무룩하게 앉으며) 내일... 우리 첫 결혼기념일이야.
도연    (맘 아프지만) 그래서 그전에 말한거야.
세정    (뚝 굳어지는)
도연    내가 너한테 얼마나 잘못했는지, 새삼 느끼고 또 느껴.
세정    (참고) 자기 나한테 생각할 시간 준다 그랬잖아. 그리구 난, 그 시간 동안
        우리 달라진거 없어야한다구 얘기했구!
도연    처음부터 잘못된 우리 결혼 되돌아보자는 얘기였잖아. 이런 상황에서...
        그럴순 없어. 그럴수 없는거잖아.
세정    (확 퍼부으려다 참는, 간신히 누르고) 난... 그냥 못 넘어가. 평생 후회할게
        뻔한데... 그냥 못 넘어가. (일어서며) 낼 다시 얘기해. (온몸이 떨리는 것
        참고 나가는)
도연    (후... 한숨 내쉬고)

S#30   지수집 거실 (다음날)
외출복 차림으로 방에서 나오는 지수. 민수, 탁자에서 다인이 공부 봐주고 있다.

지수    (웃으며) 아침부터 웬일로 공부야?
다인    (장난스럽게 민수 가리키며) 이모한테 딱 걸렸어.
민수    개학이 코앞인데 방학 숙제 밀렸드라구, 일기두 밀리구.
다인    (미리) 원래 방학숙젠 닥쳐서 하는거야.
지수    (장난으로 쥐어박을듯) 말이나 못하면.
민수    오늘 일찍 나가네?
지수    어, 요새 가게 정릴 너무 못해서. 있다가 방송국도 가야하구.
민수    언니 회의 다섯시라 그랬지? 어떡하냐? 나 오늘 약속있는데.
지수    알어, 그냥 일찍 문 닫고 방송국 갈거니까 신경쓰지 마.
민수    미안해, 언니.
지수    됐다니까! 다인이 점심이나 잘 챙겨줘. (나가고)
민수    (따라 나가며) 잘 갔다와.
다인    (같이 현관으로 따라 나가며) 엄마 고생해요!

S#31   세정 사장실
고민하고 앉아있던 세정, 수첩에서 전화번호 찾아서 보고 전화한다.

세정    (잠시) 여보세요? 예약 좀 부탁드릴려구요... (잠시) 오늘 저녁 여섯시, 두
        사람이구요... (잠시) 오, 세, 정이요. 그 창가 자리 있죠? 그 자리로
        해주세요. 그리구 샴페인하구, 케익두요. 아! 결혼기념일 축하 연주도
        준비해 주세요... (잠시) 네... (끊는데 핸드폰 울린다)
       
S#32   까페
헐레벌떡 들어오는 세정. 정선, 차 마시며 앉아있다 손 든다.

세정    (급하게 와서 앉는) 주소 전화로 불러달라니까 나오라 그래.
정선    전화로 주소만 불러줄 상황이 아니라서 나왔어. 볼일두 있구.
세정    왜 언니, 무슨 일인데?
정선    (주소 쪽지 탁 내밀며) 너 빨리 다인엄마 만나 빌구 해결을 하든 해.
        정교수에 강사장까지 다 알구 있드라! 도연씨하구 윤지수 같이 일하는거.
세정    (놀라) 그래?
정선    내 참 기가 막혀서, 우리 외삼촌 잡지사! 글루 빨리 다인엄마 빼돌리래.
        도연씨 니 남편인거 알면 분해서 쓰러진다구. 벌써 파토 난줄도 모르고
        뭐니, 이게? (흘기며) 그거 안해주면 가만 안 있어, 강사장.
        그러니까 니 선에서 빨리 해결해.
세정    (낭패스럽게 보다가 쪽지 보는) 다인이네? (정선 보며) 이게 무슨 주소야?
정선    다인엄마 가게래.
세정    가게두 했어?
정선    살림만 하다가 그 나이에 이혼한 여자가 장사하지 뭐하겠니?
        장사하면서 그쪽 공부했다나봐, 아직 가게두 한대.
세정    (주소 보며) 어? 여기... (정선 보며) 여기 정교수 사는 동넨데?
정선    정교수가 윤지수네 동네루 이사했거든. 다인엄마랑 잘해볼려구.
세정    (놀라는) 둘이 같은 동네 산단 말야? (하다 뚝 굳어지는)
<프래쉬컷- 13회 12씬에서 지수 가게 건물 앞에서 내리던 도연>
세정    (자기도 모르게) 윤지수 만나러 간거였어?
정선    무슨 소리야?
세정    (떨리는) 도연씨 정교수랑 싸운 날, 이 동네 갔었다 그랬잖아.
정선    (놀라는) 어머, 그게 그 얘기였어? 그 정도면 도연씨 심각하다, 얘.
세정    (충격에) ...윤지수를 만나러 간거였어?... 언니...
정선    이제라도 싹싹 빌구 다인엄마 용서 받는게 최선이겠다.
세정    (울컥하는) 이제와서 내가 왜 용설 빌어? 자기두 신나게 갚구 있는데.
정선    너 그러다 윤지수한테 남편 뺏기면 어떡할래?
세정    언니!
정선    (진심으로) 너, 부부가... 호적에 이름 나란히 올려놓구, 한집에서 한이불
        덮구 잔다고 다 부부 아냐, 그렇다고 가정도 아니고.
세정    (파르르해서) 무슨 뜻이야?
정선    (자조적인) 법으로 사는게 결혼이 아니라구. 끈이 있어야지, 그게 아이든
        조건이든 사랑이든 신뢰든... 넌 그중에 뭐가 있니?
세정    (덜컥 가슴에 와 닿는다. 심각하게 정선 보다 고개 돌리고)

S#33   까페 앞
손 흔들고 차 몰고 가는 정선 멍하니 보고 섰는 세정,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도연(소리) 그래, 나... 그 사람... 지수씨 사랑해.
세정    (속으로, 불안한) 그럼 그 마음이... 정말인거야? (떨리는, 속으로) 정말
        사랑하는거야, 윤지술?

S#34   공사장 앞
차에서 문자 찍고 있는 정선. ‘점심 시간 되면 나와요, 앞이예요’ 문자 보내고
무릎에 놨던 모자 집어드는 정선, 설레는 표정으로 음악 튼다.

S#35   공사장
각목 자르는 전자톱 소리 등 시끄러운 현장소음 때문에 문자알림음 못 듣고
여기저기 살피느라 바쁜 명진.

S#36   공사장 앞
기다리기 심심해서 명진 모자 눌러쓰고 백밀러 내려서 이리저리 보던 정선, 문득 시계 본다. 12시 15분이다.

정선    (갸웃하는) 왜 안나와? 오늘 노는 날인가? (모자 벗고 옆좌석에 놔둔
        챙넓은 모자 쓰고 선글라스 끼고 내리는)

S#37   공사장 일각
조심조심 오는 정선, 식사 앞에 두고 둘러앉은 인부들 보고 멈칫해서 몸 숨긴다.
살짝 내다보는데 쪼그리고 앉아 명진 비빔밥 비비며 다가오는 명진 보며 샐샐 웃는
여자. 정선, 어머... 보는데 이어서 수저도 벗겨준다. 명진, 뭐라고 하면서 웃고.
정선, 자기도 모르는 질투 확 솟아서 보는데

명진    (난처해서 웃으며 여자에게) 이걸 왜 막 비벼요?
인부    명숙씨 너무 차반장만 챙기는거 아냐?
명진    아 왜 그러세요? 오씨 아저씨. (하다가 정선 보는, 어? 반갑게 웃는)
정선    (심통 나서 째려보다가 눈 마주치자 흥! 돌아선다)
명진    (웃다가 얼른 동료들 눈치 보고 다시 보면 정선 없다)

S#38   공사장 앞
뿔나서 차로 걸어가는 정선. 명진, 헐레벌떡 뛰어온다.

명진    (주위 의식해서, 작게) 저기요! 사모님!
정선    (모른척 뻗대고 가다가 뾰족구두 비틀하며 앞으로 고꾸라지는)
명진    (순간 얼른 손 앞으로 해서 받아주는)
정선    (명진 팔에 허리 걸려 앞으로 휘청하고)
명진    (얼른 몸 세워주며) 괜찮아요?
정선    (챙피하다. 명진 손에 모자 탁 쥐어주고 쌩하니 가는)
명진    (모자 보고 정선 보는, 왜 저러지? 다시 쫓아가고)
정선    (차로 가는데)
명진    (따라가 잡는) 왜 그래요?
정선    (안본채) 내가 뭘요?
명진    아니 쳐다도 안보고 그냥 가요?
정선    (기막힌 듯 힐긋 째리고) 모자 주러왔지 내가 얼굴 보러 왔나?
명진    (황당해서 보다가, 작게) 차 빵구낸거 들켰어요? 그래서 혼났어요?
정선    (속 몰라주는 명진 더 얄미운) 가서 비빔밥이나 먹어요!
명진    에?
정선    (힐긋 뒤돌아보고) 아직두 비비구 있나부네? 그 아가씨 손목 아프겠다,
        얼른 가서 먹어줘.
명진    (퍼뜩 느껴지는) 그거 땜에 화났어요?... (핸드폰 울린다. 꺼내면서)
        잠깐만요,
정선    (흥! 차로 가고)
명진    (핸드폰에 문자 와있는거 본다. 받기 전에 문자 먼저 확인하는) 어? (정선
        문자 그제야 보고 핸드폰 받는, 잠시) 예, 금방 가요. (끊고 정선에게 가고)
정선    (막 시동 걸고 가려는데)
명진    (차문 확 연다)
정선    깜짝이야! (보면)
명진    아- 문자 온거 몰랐어요. 진짜 몰랐어요.
정선    (뿌해서 앞 쳐다보면)
명진    그리구 (공사장 쪽 가리키며) 저기 저 아가씨, 그냥 밥집 아가씨예요.
        나랑 아무 사이 아니예요.
정선    (약간 풀리지만) 누가 뭐래나?
명진    내려요. 점심 먹구 가요.
정선    비빔밥은? 돈 벌써 냈을거 아냐?
명진    (정선 손 덥썩 잡아 끌어내리며) 대신 멀리 못가요.

S#39   포장마차
우동에 김밥 놓고 먹고 있는 정선과 명진. 허름한 포장마차와 어울리지 않는 쫙
빼입은 정선 힐끔거리는 인부들. 정선, 먹다가 신경쓰여 보는데

명진    (정선 챙 모자 탁 벗기며) 이런거 쓰고 있으니까 보는거예요.
정선    (얼른 도로 쓰며) 누가 알아보면 어떡해요?
명진    여기 우리 공사장 사람들 낮에 안와요. (하다가 모자 벗기고 자기 털모자
        팍 씌우며) 이럼 되겠다.
정선    어머! (모자 만지면)
명진    정선씬 이런 귀여운 스타일이 어울려요.
정선    (웃으며) 그래요? 귀여운 스타일이 어울려? (하다가) 좀전에...
명진    정선씨라 그랬어요. 왜요, 계속 사모님 소리 듣고 싶어요?
정선    (얼른) 아니 뭐... 꼭 그런건 아니구... (얼른 국수 먹다가 씩 웃고)

S#40   교수실
고민하고 앉아있는 재민, 결심한 듯 핸드폰 한다.

S#41   세정 회의실
직원들과 회의하고 있는 세정. 회의는 하고 있지만 불안해서 집중 못하고 있다.

세정    이번 파티는 비딩 들어간 파티야. 아이디어 좀 튀겨 보자구.
박실장  3,40대 젊은 사장단이라고 하니까 좀 격이 있게 가야겠네요.
혜진    완구팬시 쪽이니까 그걸 살릴수 있는 스타일링으로 가죠.
박실장  독일계니까 너무 화려한건 피해야 돼.
세정    (끄덕이며) 또? (하는데 핸드폰 울린다) 잠깐, (모르는 번호다. 예의바르게
        받는) 네, 오세정입니다... (잠시, 헉 놀라는)

S#42   까페
긴장해서 들어오는 세정, 둘러보면 창가에 앉아 세정 보고있는 재민.
무슨 일인지 짐작 못해서 떨리지만 표정 다지고 다가가는 세정.

재민    (보다가 자기 꼴 참 우습다. 시선 돌리고)
세정    (목례하고 앉는, 차분하려 애쓰는) 잘 지내셨어요? (궁금한 눈길로 보고)
재민    (씁쓸하게 세정 보는)
<시간경과>
둘 앞에 찻잔 놓아주고 가는 종업원.

재민    (왔지만 말 꺼내기 쉽지 않다. 차 마시고)
세정    (못 참겠는) 저기, 무슨 일로 보자고 하셨는지...
재민    ...행복한가?
세정    (당혹스런) 글쎄요, 무슨 대답을 원하시는지,
재민    (씁쓸하게 웃으며) 쓸데없는 인사치레군. 니가 행복한지 아닌지 그런거
        물으러 온게 아닌데.
세정    그럼 무슨,
재민    (본론 사무적으로) 다인엄마가 니 남편하구 일하고 있어.
        어떡하든, 당장 낼이라도 그만두게 해.
세정    (그 얘기였구나! 보면)
재민    (자기 식으로 해석하고) 너두 참, 코 아래 시한폭탄 있는것두 모르구
        속편하게 살았구나. 니 남편, 구도연이 하는 프로에 다인엄마가 일한다구.
        자기 피디가 니 남편인거 알면 그 사람 쓰러져. 그런 충격 또 받게
        못하니까 니가 처리해. 니 걱정할건 아니지만, 너두 무사하지 못해.
        애 엄마가 니 존재 알면, 가만있겠니?
세정    (얘기 들으며 빠르게 생각 정리하는) 알고 있어요.
재민    (무슨 뜻인지 아직 모르겠는, 보면)
세정    (재민이 아쉬워서 찾아왔다. 여유 잃지 않으려는) 윤지수씨...
        알구 있다구요. 내 남편이 구도연인거.
재민    (놀라는) 알구 있다구?
세정    알고 일하는거예요, 계속.
재민    (순간 다 파악 안되는, 버럭) 그럼 여태 넌 뭐했어! 니 남편 옆에서 스텝
        하나 떼내는거 못하니? 대단한 오세정이?
세정    정교수님은 여태 뭐했어요?
재민    뭐?
세정    정교수님이 재결합했으면 자연스럽게 해결될 일이잖아요.
재민    (딱 굳어지는) 건방지게, 지금 내탓을 해?
세정    (얼른 누르고) 제가 왜 그만두게 못했을거 같으세요? 정교수님 말씀처럼
        누구보다 제가 위험한데, 왜 이대로 있는거 같으세요? 그리구 윤지수씨는
        내 남편이 구도연인거 알면서 왜 여태 말 안하고 있는거 같으세요?
재민    무슨 말이야?
세정    나한테 복수할려구 도연씨 유혹하고 있으니까요.
재민    (놀라는) 뭐? 다인엄마가 뭘하구 있다구?
세정    복수요. 나한테서 도연씨 뺏겠다구, 똑같이 갚아주겠다구요.
재민    (믿기지 않아 보면)
세정    (본론) 나한테 화가 나있다는건 정교수님한테도 아직 화나 있다는거구
        그건... 아직 감정정리가 다 안되서 그런거 아닐까요? (재민에게 공 넘기고
        어쩌나 보는)

S#43   방송국 편집실
도연과 얘기하고 있는 종배.

도연    종가집 음식 리스트?
종배    어, 회의 때 프린트 해서 다 같이 봐야지.
도연    그거 윤지수씨가 적었는데?
종배    윤선생님이? 그럼 두고 오실지 모르니까 꼭 좀 가져오시라고 해야겠다.
도연    그래, 알았어. (다시 편집하며) 이거만 하구 내가 전화할께.

S#44   카메라 전문점
조금 마음의 여유 찾은 세정, 카메라 이것 저것 둘러보고 있다.

세정    (종업원에게) 사진작가들이 쓰는 최신형이 뭐예요?
종업원  사진작가요?
세정    아, 남편 선물할건데, 거의 사진작가 수준이거든요.
종업원  그러세요? 근데 그 정도 수준이면... 꽤 고간데요?
세정    상관없으니까 보여줘요.
종업원  (카메라 꺼내고)

S#45   지수 가게
지수, 방송국 갈려고 가방 들고 나서는데 재민, 다급하게 들어온다.

지수    (또 왔네?) 왜 이래 정말?
재민    당신이야말로 왜 이래? 기막혀 말이 안나온다, 정말.
지수    (황당한) 무슨 소리야?
재민    (안타까움에) 당신답지 않게 그게 무슨 짓이야? 복수라니? 복수라니!
지수    (멈칫하고) 오세정 만났어?
재민    그래! 내가 당신 그 자식하구 일하는거 알구,
지수    (말자르는) 당신하구 오세정, 두사람 참 웃긴다. 이제 그 여자 가정
        깨질까봐 걱정해주니? (웃긴다는) 복수 아니니까, 안심하라구 해.
재민    세정이 걱정해서 이러는거 아냐. (안믿는) 그럼 뭐야? 그 일 왜
        계속한거야? 왜 안 그만둔거야?
지수    내 일이니까.
재민    말이 되니?
지수    뭐 어때서?
재민    세정이 남편이잖아. 세정이 남편인데, 어떻게 그 밑에서 일을 해, 당신이?
        당신처럼 여린 사람이.
지수    나 여린 사람 아니구, 내가 어디서 누구랑 일하든 당신이 상관할바도 아냐.
        (지수 핸드폰 울리지만 받지 못한다)
재민    그러지마... 나 땜에 남은 상처 내가 치료해줘야지, 엉뚱한데서 그런다고
        그 상처가 치료 돼?
지수    나, 당신한테 치료받을 상처 없어! 당신이란 사람을 비웠거든. (가려는데)
재민    당신이 무슨 남잘 유혹을 해? 차라리 날 때려! 화풀릴때까지 때리라구!
지수    (미치겠다) 다인아빠, 나 정말 당신 아니거든? 그러니까 제발 그만해줘, 어?
재민    지수야! (지수 팔 잡는)
지수    (확 뿌리치며) 내 몸에 손대지 마. (지수 핸드폰 또 울리고)
재민    당신 이러는게 미련인거야! 화 안풀리는게 미련인거라구!
지수    (기막혀 입 딱 벌어지는데)
재민    지수야! (덥썩 끌어안는)
지수    (불에 덴 듯이 놀라 밀어내는) 놔! (확 밀쳐내면)
재민    (더 깊게 꽉 끌어안는) 우리 이제 그만하자, 어? 내가 다 풀어주께, 어?
지수    (재민과의 접촉이 끔찍하다. 홱 돈다, 악쓰는, 미친 듯이 몸부림치며) 놔!
        내 몸에 손대지 마! 손대지마! 놔! 놔!
재민    (너무 강한 기세에 멈칫하는데)
지수    손대지마! (그 순간 재민 확 밀쳐내고 반등으로 물건들 위로 확 엎어지는,
        유리 그릇들 와장창 깨지고)
재민    (밀쳐지면서 휘청했다 보고 놀라 달려오는) 여보! (지수 일으키려면)
지수    (한손 짚은채 한손으로 확 거부하는) 건드리지마!
재민    (놀라 주춤하면)
지수    (돌아보는, 극도의 분노와 울분으로) 가! 가! 나가!... (숨찬) 나가요, 제발...
재민    (무서운 저항에 더 다가가지 못하고) 당신 다쳤어, 다쳤단 말야.
지수    (마지막으로 울음 섞인 비명처럼) 나가라구! (몸 떨고)
재민    (충격에 보고)

S#46   미용실
머리 세팅하고 있는 세정, 내 식대로 한다. 마음 다지며 거울 보고.

S#47   방송국 편집실
갸웃하며 핸드폰 들여다보고 있는 도연.

도연    왜 전활 안받지? (다시 핸드폰하는)

S#48   지수 가게 / 편집실
엉망된 가게 바닥에 쪼그리고 앉아 울음 참으며 깨진 그릇들 치우고 있는 지수.
한손에 유리 박혀서 피도 나고 빨긋빨긋한다. 뒤늦게 보고 가방에서 손수건 꺼내는데 핸드폰 딸려 나온다. 그 순간 울리는 핸드폰. 보면 ‘구도연’ 떠있다.

지수    (망설이다 전화 받는) 여보세요?
도연(휠) 왜 이렇게 전활 안 받아요?
지수    (도연 목소리에 울컥 울음 올라온다. 손으로 입 막고)
도연(휠) 지난번 종가집 취재한 노트 땜에 전화했어요.
지수    (겨우) 네...
<이하 화면 반으로>
도연    그 노트 꼭 좀 가져와달라구 전화했는데, (하다가 이상한) 지수씨.
지수    (울먹이는) 가져갈께요.
도연    (걱정스런) 어디 아퍼요? 아직 출발 안한거예요?
지수    (그 목소리에 훅 울음 터진다. 손으로 입 막고 울고)
도연    지수씨! 지수씨! (굳어지는) 울어요? 지금 울죠!
지수    (대답 못하고 울고)
도연    (미치겠는) 왜 울어요? 아파서 울어요? 아파요? (안되겠다) 나 지금 가요,
        지금 어디예요? 가게에요?
지수    (아니라고 말 못한다. 도연이 그립다. 끄덕이고)
도연    (마치 알아들은듯) 지금 갈테니까 거기 있어요. (바로 일어나서 나가고)

S#49   방송국 로비
세정, 내려오고 있는 엘리베이터 앞으로 가는데
엘리베이터 1층에 서면서 문 열리면 도연, 총알처럼 달려나온다.
세정, 어? 하고 ‘여보’ 하는데 세정 못보고 다급하고 절박한 얼굴로 세정 스쳐서
뛰어가버리는 도연. 놀란 세정, 얼른 뒤돌아 따라 뛰며 ‘도연씨!’ 부르지만
도연, 못 듣고 나가버린다.

S#50   방송국 주차장
달려나오는 세정. 도연 차, 저만치에서 급가속으로 출발하고 있다.
몇걸음 뛰어가다 멈춰서는 세정, 영문 모르겠고.

S#51   방송국 사무실
난처한 얼굴로 세정 보고있는 종배.

세정    급한 일이라구요?
종배    네, 갑자기 급한 일 생겼다구 회의 미루자고 전화루 한마디만...
세정    회의까지 미뤘다구요? (뭐지? 돌아서다가 멈춘다. 설마?... 했다가
        확 나가는)

S#52   지수 가게
한쪽에 펼쳐놓은 신문지에 깨진 그릇들 올려놓고 우두커니 의자에 앉아있는 지수.
도연, 헐레벌떡 달려들어온다. 도연 보는 지수, 어쨌든 반갑다.

도연    무슨 일이예요? (깨진 그릇들 보고 한손으로 받치고 있는 지수 손 보는)
지수    (얼른 감추며, 걱정에) 위험하게, 왜 이렇게 빨리 왔어요...
도연    (지수 손 끌어다보는, 걱정으로 지수 보고)
지수    (피하며) 그냥 좀... 일이 있었어요.
도연    (일으키며) 일어나요, 병원부터 가요.

S#53   지수 가게 건물 앞
와서 서는 세정 차. 세정, 혹시나? 주위 살피다가 건물 앞에 서있는 도연 차 본다.
직감 확인하고 쿵!... 하는데 건물 안에서 나오는 지수와 도연.
지수 감싸 안고 차에 태우는 도연 보는 세정, 분노보다 도연 마음 확인한 충격에
눈물 차오른다. 떨리는 손으로 입 막고 보는 세정, 나서지도 못하고 가는 도연 차 본다. 옆좌석에 선물로 산 카메라 예쁘게 포장한채 놓여있다.

S#54   병원 약제실 앞
손에 붕대 감은 지수 데리고 의자로 오는 도연, 앉히고 자기도 앉는다.

도연    큰일날뻔 했어요. 유리 그렇게 박힌 손으로 걸 다 치웠어요?
지수    (고개 떨구고)
도연    (힘들어서 그런줄 아는) 조금만 참아요, 약만 타면 얼른 데려다줄께요.
지수    (떨군채) 도연씨...
도연    말해요.
지수    (안타까움으로) 어떻게... 왜... 결혼하게 됐어요?
도연    (멈칫해서 보는)
지수    (아차 싶다) 아니예요, 괜한거 물었어요.
도연    (앞 보며) 여러 가지... 사정이 있었는데... 나중에... 얘기할께요.
지수    아뇨, 안 듣는게 좋겠어요... (다시 고개 떨구고)
도연    (지수 애잔하게 보고)

S#55  세정집 거실 (밤)
들어오는 도연. 세정, 소파에 팔짱 끼고 앉아서 도연 보고 있다.

세정    좋았어?
도연    무슨 소리야?
세정    (꼬는) 나한테 말하구 나니까 아주 홀가분한가봐? 회의도 팽개치고
        그 여자 가게까지 달려가구? 내놓고 데이트하기로 했어?
도연    (굳어지는) 너... 내 뒤밟았니?
세정    (옆에 놓인 카메라 포장 확 집어던지며) 우리 결혼기념일인데!
        (벌떡 일어서며) 자기 어떻게, 우리 결혼기념일에 그 여잘 만날수가 있어?
도연    (좋게) 못한다 그랬잖아.
세정    (확 다가오며, 질투와 열패감과 배신감에 반쯤 이성 잃었다) 난 한다
        그랬잖아! 한다 그랬잖아! (원망에 도연 가슴팍 팍 밀며) 자기 어떻게,
        그 여잔 아니라며? 자기 혼자 그 여자 사랑하는거라며! 근데 자기
        불러내니? (하다가) 그 여자 알고 불러냈지? 내 결혼기념일인거 알구
        불러냈지?
도연    (퍼부어대는 세정 놀라 보다가) 세정아! (세정 양 팔 잡고)
세정    (악쓰는) 당신들 둘! 뭐하는거야, 어? 내 결혼기념일 날 뭐하는
        거냐구! 어디 갔었어! 어디서 뭐했어!
도연    (양팔에 힘주며, 버럭) 이렇게 너 힘들잖아!
세정    (그 말에 멈칫해서 보면)
도연    (가슴 아프고 미안한, 눈물 어리는) 그 약속, 가능하지 않잖아... 그런 약속
        한 너나, 그런 약속 믿고 결혼한 나나... 너무 어리석었어, 우리.
세정    (눈물 차오르는) 자기 진짜였구나... (떨리는) 그 여자... 윤지수... 정말
        사랑하는구나. 어?
도연    미안하다, 세정아...
세정    (마지막 확인하고 아득해지는)

S#56  지수집 지수방 (밤)
잠들어있는 다인 옆에서 붕대 감은 손 내려다보며 앉아있는 지수, 자기 마음 확인
하고 혼란스럽다. 긴 숨 내쉬다 푹 엎드리는 지수.

S#57  지수 가게 (다음날)
박스에서 새 물건들 꺼내고 있는 민수. 지수, 옆에서 보고 섰다.

민수    (속상한) 내가 있었어야 되는데, 내가. 하필 약속 있어가지구.
지수    벌어질 일이니까 벌어진거야. 니 탓 아냐. (유리 그릇 집어 드는데)
민수    (말리는) 어우 언니 만지지 말구 앉아있어. 말루만 시켜.
지수    (앉으며) 그래 알았어.
민수    정교수나 그 기집애나 나한테 걸리기만 해봐.
세정    (들어오는)
지수    (무심코 돌아보다 놀라 굳어지고)
민수    (돌아보고 웃으며) 어서오세요? 
세정    (민수 힐긋 보고 지수 보며) 잠깐 나가시죠.
민수    (어? 뭐지? 했다가 아! 굳어지는)
지수    여기 어떻게 알았어요?
세정    할 얘기 있어서 왔어요.
민수    (확 나서는) 언니 얘야? (세정 확 보며) 너니?
세정    (무서운 민수 기세에 멈칫해서 보면)
지수    (얼른 일어나며 민수 가로막고) 2층에 찻집 있어요.
민수    언니 비켜봐! (지수 밀치며 나서는) 야!
지수    (민수 잡는) 민수야. (세정에게) 안나가요?
세정    (얼른 돌아 나가고)
민수    (열나는) 쟬 왜 그냥 보내? (지수 제치고 나가려면)
지수    (잡는) 가만있어, 좀! (왜 왔지? 문 쪽 보고)

S#58  까페
찻잔 놓고 마주앉아있는 지수와 세정. 지수의 눈 코 입술과 목덜미... 흔들리는 눈빛
으로 샅샅이 보는 세정, 도연이 사랑하는 여자다. 그 전과 모든게 달라 보이는데...

지수(소리) 뭐해요, 지금?
세정    (시선 거두고 지수 보면)
지수    (뭐야? 이상하다는 표정으로 보고 있다) 할 얘기 있다면서요.
세정    네... (말 꺼내기 쉽지 않다. 시선 내리다 찻잔 쥔 지수의 붕대 감긴 손
        본다. 저거였구나? 도연이 달려간 이유가, 열패감에 다시 지수 본다)
지수    해요.
세정    (자존심 꿀꺽 삼키고) 내가 빌면... 용서해줄건가요?
지수    (예상 못했던, 흠칫해서 보는데서 엔딩)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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