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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여자] 17

작성자수다쟁이|작성시간12.08.27|조회수383 목록 댓글 0

[그 여자] 17

 

 

 

 

 

 

 

 

 

 

S#1  세정집 서재 (밤)
16회와 연결해서...

세정    (사진 뒷면 본다. 2003년 12월 9일이라고 써있다) 2003년 12월? (놀라서
        다른 사진들 본다. 남애항에서의 지수 모습 찍힌 사진들 보다 어느
        순간 뚝 굳어지는, 손이 떨린다) 윤... 지수였어? (다시 보고 확인하는, 경악
        해서 비명처럼) 들국화 여인이... 윤지수였어? (충격에 눈 커지는)

<프래쉬컷- 방송 3회 중에서 뮤지컬장에서 ‘도연이 뒤따라 나가던 지수의 뒷모습’>
세정    (현재, 아!... 그렇구나! 확인하고 멍해지는)
<프래쉬백- 방송 4회 로비 휴게실 중에서>
세정    (궁금했던것, 넘겨짚는) 애인하고는 화해했어요?
도연    (영문 몰라) 애인?... (하다가 허탈하게 웃고)
세정    애인 아니예요? 애인 아닌데 물불 안가리고 따라나간다, 그럼 짝사랑?
도연    (말 돌리는) 다른 공연 다시 보러 갈래요?
세정    프로포즈했다가 딱지 맞았어요? 아님,
도연    (굳어지는) 그만합시다.
세정    (꿈에도 상상 못한 사실이 믿기지 않는 듯 수북한 2년 전의 지수 사진들
        넘겨보며, 떨리는, 눈물 차오른다) 말두 안돼, 말두 안돼, (보던 사진들 홱
        동댕이치며) 말두 안돼!...

그러다 지수가 찍어준 수목원에서의 도연 사진 본다. 순간 얼어붙는 세정.
사진 찍어주는 지수를 보고 있는 도연의 눈... 떨리는 손으로 사진 집어드는 세정, 갑자기 사진 북 찢는다. 그걸 시발로 폭발하는 세정, 사진들 집어서 마구 찢는다.
가슴이 찢기는 아픔으로 울음덩이 참고 꺽꺽대며 사진들 찢는 세정.

S#2  거리 + 택시 안 (밤)
뒷좌석에 앉아서 창밖 바라보고 있는 지수, 절제하던 마음 도연뿐 아니라 스스로도 더 이상 숨길수 없는 감정 확인하고 착잡하다.

S#3  병원 뜰 (회상, 밤)
벤치 양끝에 앉아있는 지수와 도연.
지수, 마음 들키고 난감하지만 마지막 저항하듯 얘기하고 있다.

지수    나 서른 여덟이예요. 2년 후면 마흔이라구요. 내 감정에 충실하긴 겁나는
        나이예요.
도연    누구나 서른여덟이 와요. 누구나 마흔도 오구요. 당신이 나보다 몇 년 빨리
        마흔을 맞을 뿐이예요.
지수    (뭉클해서 보면)
도연    그리구 죽을 때까지 감정에서 벗어나 살순 없어요, 누구도.
지수    (두렵게 보는) 자기 감정만 앞세워 사는건 옳지 않아요.
도연    지수씨 내가 당신 전남편하구 뭐가 다르냐고 했죠?
지수    (보고) ...
도연    난... 당신이 날 안받아줘도... (지수 보며) 아내한테 돌아가지 않아요.
        그게 정교수와 내 차이예요.
지수    (멈칫, 무슨 말인가? 도연 보면)
도연    내가 헤어지려는거... 전적으로 당신한테 가기 위해서가 아니라는 말이예요.
지수    (의아) ...무슨 뜻이예요?
도연    느끼고 있겠지만 우리 부부 결혼... 첫단추부터 잘못 꼈어요.
        자세히 말할순 없어요. 그건... 세정이한테 미안한 일이니까.
지수    (당황해) 알았어요, 말하지 말아요. 안해도 돼요.
도연    그러니까 자기 탓이라고 자책하지 말아요. 나, 지수씨 마음이 어떤지
        모르고 결정했어요.
지수    (그건 그렇지만, 혼란스럽게 보고) ...
도연    그치만 당신이... 날 기다려줬으면 좋겠어요.
지수    (그 말에 쿵, 하는, 떨리는 듯 두손 부여잡고)

S#4  택시 안 (밤)
흔들리는 눈빛으로 회상하던 지수, 이젠 어쩔수 없다... 마음 다지며 눈감고.

S#5  지수집 거실 (밤)
들어오는 지수. 선녀, 화장실에서 나오다 지수 보고 깜짝 놀란다.

선녀    누, 누구,
지수    (당황해 얼른) 엄마 나예요.
선녀    (가슴 쓸어내리며) 너 왜 밖에서 들어와? (시계 보며) 지금 새벽 세신데.
지수    그냥요. 주무세요. (얼른 방으로 들어가고)
선녀    (영문 몰라 돌아보고)

S#6  세정집 거실 (밤)
보조등만 켜있는 거실. 도연, 조용히 들어온다.
침실 쪽 쳐다보는 도연, 당연히 자려니... 조심 조심 2층으로 올라간다.

S#7  동 서재 (밤)
들어오던 도연, 놀라서 멈칫 선다. 책상에 등 기대고 멍하니 앉아있는 세정.
놀라서 ‘세정아!’ 하며 들어서다 멈칫하는 도연.
세정이 도연을 위해 꾸며놨던 화분들이며 사진 액자 등 온통 다 바닥에 떨어져
깨져있고, 찢긴 지수와 도연 사진들까지... 아수라장 된 방안.

세정    (분한 듯 도연 보는)
도연    이게 어떻게, (하다 찢긴 사진들 보고 멈칫, 서랍 보면 열려있고)
세정    (도전적인) 윤지수였어?
도연    (세정 보는, 기막힌) 너...
세정    (벌떡 일어나 다가오는) 윤지수였냐구! 자기 그 들국화 여인이 윤지수였어?
        자기가 미국으로 떠난 이유, 윤지수 때문이었냐구!
도연    (화났다. 입 꾹 다물고 가서 찢어진 사진들 주워 모으는)
세정    (그런 도연 보는, 확 눈 뒤집힌다. 달려들어 뺏어서 더 찢는)
도연    (세정 잡으며) 뭐하는거야! !
세정    (확 뿌리치고 대강 찢은 사진들 주워 더 찢으며) 이래놓구, 이랬으면서!
도연    (세정 양팔 잡아 자기 쪽으로 돌리며, 정신 차리라는) 너 왜 이래?
세정    (같이 도연 양팔 확 잡으며) 자기 왜 날 속였어? 왜 말 안했어!
        윤지수가 그 여자라구 왜 말 안했어! 왜 속였어!
도연    (화났다) 너한테 말할 이유 없잖아!
세정    이유가 없어? (기막힌) 그 여자 때문에 이혼하자면서 이유가 없어?
        (미친 듯이 소리 지르는) 2년 전부터 그런 사이여놓구! 어떻게 된거야!
        어떻게 된건지 얘기해! 말해, 빨리!
도연    (강하게) 아냐!
세정    저렇게 사진이 증거로 있는데 아냐?
도연    (기막힌) 아니라구! 그때 지수씬, 지옥에 있었어!
세정    (멈칫하면)
도연    (팔 내리며) 내가 먼저 사랑했구, 나 혼자 사랑했어, (강조하는) 나 혼자서.
        너도 들었잖아, 강선배네하고 저녁 먹을때.
        정교수가 만났던 어떤 여자 때문에, 그 부부 처참하게 헤어졌다구.
세정    (자기 얘기 나오자 흔들리는, 손 스르르 놓고)
도연    내가 지수씨 알게 됐을때, 그런 상황이었어. 지옥 한가운데 있었다구.
        내가 손을 내밀어도, 나 같은건 눈에 들어올 여유없는 상황이었어.
        그러니까 제발... 그런 식으로 지수씨 이상하게 몰지마.
세정    (그렇게 엮였어? 되돌아온 화살 콱 맞고 충격, 울렁이는 듯 가슴 짚는)
도연    내가 미국으로 나 따라온 너한테 얘기했었지? 사랑하는 여자가 있다고,
        그런 느낌 처음이라구, 그 여자가 원하는게 가정이어서 포기했다고.
        그래, 그래서 떠났어. 너무 힘들어서, 옆에 있기도 힘들어서! 세월이 약이라
        는데, 눈에서 안보이면 맘도 멀어진다는데, 그 사람... 그렇게 가정이 소중
        하다는데, 남편 때문에 그 고통을 겪으면서도 지켜야겠다는데...
        난 아니라는데... 묻자, 묻고 살자.
세정    (억장 무너지는, 눈물 어려) 그게... 윤지수란 말이지...
도연    귀국해서 그 사람을 다시 만났어. 그리고 알았어... 안 묻혔구나, 하나두.
세정    (목 매이는) 그게... 윤지수라구? (확 보며) 윤지수란 말이지!
도연    (미안한 가슴 아픈) 이런 맘으루,
세정    (버럭) 그만! 그만해! (하다 울컥 욕지기 느낀다)
도연    (멈칫하는데)
세정    (벌떡 일어서는, 비틀하는, 확 나가고)
도연    (일어나며) 세정아! (따라 나가려다 멈칫)

S#8  동 욕실 (밤)
세면대에서 헛구역질하던 세정, 물로 입가 헹군다. 그러다 고개 떨군채 어깨 들먹이며 울고.

S#9  동 서재 (밤)
엉망된 방 치우는 도연, 찢어진 사진들부터 집어서 박스에 다시 넣는다.

S#10 동 침실 (밤)
침대에 등기대고 스르르 주저앉듯 앉는 세정, 충격에 멍하다.

S#11  세정집 침실 (다음날, 아침)
빈 침실. 노크에 이어 문 여는 도연, 한걸음 들어서다 빈 침대 보고 어? 놀라고.
벌써 나갔나? 돌아서다 멈칫하는 도연, 다시 돌아보면 협탁에 핸드폰 놓여있다.

S#12  한강변
한적한 강가에 차 대놓고 서서 생각에 잠겨있는 세정. 밤새 못자 초췌한 얼굴로
뭔가 골똘히 생각에 잠겨있다. 이윽고 차분해지는 얼굴, 뭔가 단단히 맘먹었다.

S#13  세정집 거실
들어오는 세정. 소파에 앉아서 고개 떨구며 생각에 잠겼다가 퍼뜩 고개 드는 도연.
어떤 흔들림도 없는 예전의 여유 있고 당당했던 모습으로 들어오는 세정.

도연    (일어서며, 걱정담긴) 새벽부터 어디 나갔던거야?
세정    (차분한) 걱정했어요? 나 없어져서 못 나간거야?
도연    (예상 밖 세정 모습에 멈칫)
세정    (앞에 와서 앉으며) 앉아요, 할 얘기 있어.
도연    (앉는, 보고)
세정    잘 들어, 도연씨. 나, 자기하고 안 헤어져.
도연    (뜻밖의 말에 놀라는데)
세정    (이어서 차분히) 나... 그동안 참 힘들었어. 자기가 누군데, 아무리 애정없이
        결혼했어두 자기 입에서 다른 여자 사랑한다고 이혼소리 나올줄 꿈에도
        생각 못했었거든. (씁쓸한 미소) 설마 들국화 여인이 다시 등장한 줄도
        모르고 말야. (끄덕이며) 이제 알겠어요, 왜 그랬는지.
도연    (당황해) 세정아.
세정    (선언하듯) 그 약속, 취소야. 당신이 날 사랑하게 될거라고 믿어서 했던
        약속이었어. 앞으룬 당신 맘도 내꺼야. 그러니까 맘 접어요, 자기 절대...
        윤지수한테 못가.
도연    (예상 못한 말에 충격 받는)
세정    (미리) 왜냐구요? (오기) 그 여자니까. 당신 가슴 속에 가득 차서 내가 들어
        갈 틈 없게 만든 여자니까. 그래서 날 그렇게 외롭게 만든 여자니까.
도연    (설득하려는) 그러지 마, 세정아. 꼭 그거 때문 아니라고 했잖아.
세정    나 지금 바쁘거든? (일어서며, 의미있는) 오늘 할일 너무 많아.
        자기 얘긴 저녁에 듣자. (침실로 가고)
도연    (왜 저러지? 당혹스럽게 보며 일어서고)

S#14  정선집 주방
식탁에 빵과 우유 등 놓여있고 정선, 청바지에 귀여운 티셔츠 차림으로 커피 메이커에서 커피 따르고 있다. 눈 비비며 들어오던 석주, 정선 뒷모습만 보고 자기집
아닌가? 잠결에 뒤한번 돌아보고 다시 정선 본다.

정선    (커피잔 들고 돌아서다 석주 보는) 왜 그러구 섰어요?
석주    (황당한) 당신 옷스타일이 그게 뭐야?
정선    (커피잔 각각 놓으며) 어때서? (앉는)
석주    (앉으며, 꼬는) 사모님 답게 입어라?
정선    상관 말아요? 각자 알아서 살자며? 그리구 이 집에서 내가 사모님이야?
        붙박이 장이지. (커피 마시고)
석주    팔자 늘어져 심심하니까 하다 하다 별짓을 다하는구나, 어?
정선    (여유) 걱정 말아요? 강사장님 기업인 조찬모임이나 파티 때는, 럭셔리하게
        강석주 사모님으로 차리고 나갈줄거니까. (빵 먹고)
석주    (이상한 듯 갸웃하는, 커피 마시며 예리하게 보고)
정선    참, 요새 도연씬 어떻게 지낸대?
석주    어떻게 지내긴, 속고 살겠지. (하다가 탁 보며) 근데 그걸 왜 나한테 묻냐?
        당신 맨날 세정이 만난다고 나다녔잖아.
정선    어? (얼른) 내가 세정이 만나지 도연씨 만나요?
석주    (뭔가 이상한 듯 갸웃하고)

S#15  동 안방
화장대 앞에서 넥타이 매던 석주, 한쪽에 있는 정선 핸드폰 본다.
슬쩍 집어서 통화목록 보는 석주. ‘세정, 세정, 엄마, 강사장’ 죽 떠있다.

석주    (웃긴다는) 강사장? 나 말야? (별거 없네, 툭 다시 놓고)

S#16  동 거실
커피잔 든채 나가는 석주 지켜보던 정선, 석주 나가면 후다닥 소파로 간다.
소파 밑에서 명진 전용 핸드폰 꺼내드는 정선, 액정 보면 부재통화 1통화와
새 문자 메시지 표시 떠있다.

정선    (웃으며) 빨리두 했네. (문자 메시지 확인하면)
명진(소리) 잘 잤어요?
정선    (씩 웃으며 끄덕끄덕, 혼잣말) 아주 잘 잤어요. (생각난 듯 메뉴 누르면
        벨소리 무음 설정 돼있다. 다시 벨로 바꾸고 통화버튼 누르려는데
        다시 문자 알림음 들린다. 확인하면)
명진(소리) 오늘 저녁에 시간 있어요?
정선    (신나서 혼잣말, 노래하듯) 오늘 저녁? 있지, 있지. 있는건 시간밖에 없는데
        요? (갸웃하며) 근데 왜 그러지? (통화 버튼 누르고)

S#17  공사장
시끄러운 소리 피해 한쪽으로 오며 통화하고 있는 명진.

명진    (웃으며) 아 글쎄요, 뭐할거냐구 묻지 말구. 시간 돼요, 안돼요?
정선(휠) (궁금한) 아니 왜 꼭 오늘 저녁에 시간을 내라는건데?
명진    바빠요? 아님 싫어요? 뭐 싫음 할수 없구.

S#18  정선집 거실
소파에 앉아서 느긋하게 통화하던 정선, 얼른 몸 일으킨다.

정선    아니 아니 아니, 누가 싫대요?
명진(휠) 됐어요! 오늘 좀 일찍 끝나니까 끝날때쯤 다시 전화할께요.
정선    (미소) 알았어요. (끊는, 벌떡 일어나며) 뭐 입지? 어디 갈건지 알아야 옷을
        맞춰입지? (침실로 쪼르르 가고)

S#19   재민집 재민방
꿀물 대접 놓은 쟁반 가지고 들어오는 서운. 재민, 이불 속에 묻혀있다.

서운    (놓고 앉으며) 애비야, 일나 이것 좀 마셔. 션한 꿀물이다.
재민    됐어요...
서운    (답답한) 너 왜 그러냐, 대체? 이? 에미 속터져 죽는꼴 보고잡냐?
        왜 날마다 또 술이여? 또 위 빵구나고 싶어!
재민    (부시시 일어나 앉는) 죄송해요...
서운    (대접 들어 내밀며) 자! 얼른 마셔!
재민    (받아 마시는)
서운    그때는 그 여시 겉은 년한테 채이구 쪽팔리구 쪽팔려서 술독에 빠졌다
        치자. 이번엔 왜 또그랴? 이? (놀리듯) 에미가 어디 딴데 시집이라도 간댜?
재민    (내려놓다 그 말에 멍해지는)
서운    (꿈에도 그런 일 있을리 없다, 짠한) 조급증 내지 말고 천천히 혀, 이눔아.
재민    어머니...
서운    (정신 차리라고) 왜 이눔아!
재민    (퍼뜩 정신 차리며) 어머니, 저 해장국 좀 주세요. 먹구 정신 차려야지
        이럴때가 아니예요, 제가. (일어서고)
서운    (왜 저래? 보고)

S#20  지수 가게 앞
걸어오는 지수, 가게 열쇠 꺼내드는데 핸드폰 울린다. ‘오세정’ 보고 잠시 멈칫하는 지수, 핸드폰 받는다.

지수    (마음 다지고) 여보세요?
세정(휠) 이젠 전화 받네요, 윤지수씨.
지수    얘기해요.
세정(휠) 가게로 갈까 하다 전화했어요. 할 얘기 있는데, 우리 둘의 까페루 올래요?
지수    (입모양으로) 우리 둘? (느낌 서늘해지는)
세정(휠) 한시간 후, 괜찮아요?
지수    (잠시 망설이다) 지금 가죠. (핸드폰 천천히 내리는)

S#21  까페 앞
약간 고개 숙이고 걸어오는 지수, 세정과의 대면이 마음 편치 않은 상황이다.
마음 다지고 까페 쪽 쳐다보는데 반대편에서 오던 세정과 딱 눈 마주친다.

지수    (멈칫하는데)
세정    (멈칫하는, 여유있고 당당한 표정으로) 들어가시죠.
지수    (의외의 모습에 멈칫하는데)
세정    (들어가자는 고개 짓하고 앞서 들어가는)
지수    (그 여유에 서늘해지는, 표정 다지고 들어가고)

S#22  까페
찻잔 놓고 마주앉아있는 지수와 세정. 지수, 마치 2년 전의 세정처럼 여유있어
보이는 세정의 의중이 뭔가 내심 불안하지만 이미 나름대로 마음 결정했다.

세정    (당신이었어? 끓는 눈으로 지수 본다)
지수    (그 시선 불편한) 언제까지 이러구 있어요?
세정    (싹 정색하며) 도연씨가 이혼하자고 했다는 말, 들었죠?
지수    들었어요.
세정    기분이 어때요? 당신 계획대로 다 되가는데. 남편한테 다른 여자
        사랑한다는 말에, 이혼하자는 말까지. 아, 또 있네요. 내가 윤지수씨한테
        했던 말들까지... 지난번에 고스란히 돌려받았죠, 내가.
지수    하고 싶은 말... 해요.
세정    당신 당한대로 나한테 다 갚았어요. 기분 어때요?
지수    (차분히) 그거 궁금해서 온거 아니잖아요.
세정    (불쑥) 그때 나... 어떻게 가만뒀어요? 찢어죽이고 싶었을텐데.
지수    (세정의 분노 느껴지는, 흠칫했다가) 지금 오세정씨가 못 그러는거하고
        똑같았겠죠. 그걸로 인해서 일을 더 그르칠까봐 두렵고, 남편한테 마지막
        밑바닥까지 보여주기 싫었구. (그렇죠? 보고)
세정    (씁쓸한 미소로) 이런 기분이었군요? 그때 윤지수씨 기분이 어땠을지...
        알겠어요, 이제.
지수    (멈칫하는데)
세정    이제 남은건 내가 이혼하면 윤지수씨가 도연씨 버리는것만 남았나요?
지수    지난번에 얘기했어요. 그런 계획 없었다구.
세정    (안믿는) 그 마지막 계획은 뜻대로 안될거란 말 해주러 왔어요. 나, 도연씨
        하고 절대 이혼 안해요. (본론, 맘 단단히 먹었다. 예전처럼 당당하게)
        도연씨가 사랑한단 여자가 다른 여자였다면... 아니 그렇다면 이런 일도
        없었겠지만, 상대가 당신이어서 안해.
지수    (무슨 말인가? 보면)
세정    2년 전의... (굴욕감에 떨리는) 그 여자니까.
지수    (어떻게 알았지? 놀라는)
세정    (화 오르기 시작) 당신이 왜 도연씨한테 우리 악연에 대해 말 안했는지
        알겠어요. 말할 필요가 없었죠? 괜히 말해 한번에 깨지면 당신 말처럼
        너무 쉽고, 재미없으니까. 내 남편 감정 믿고 그렇게 당당한 줄도 모르고...
        (자괴감과 모멸감에) 나 혼자 북치고 장구치고 다했어요, 그동안.
지수    (도연이 말했구나...) 자기 입장에서 생각하는건 여전하군요.
세정    (던지듯) 당신은 자기 자존심 때문에 이혼했어요!
        남편, 가정보다 당신 자존심이 더 중요했죠.
지수    (기막힌) 뭐라구요?
세정    (조소하듯) 내 집, 내 침대에서 뒹굴어봐요, 윤지수씨. 내가 이혼하나.
지수    (끔찍한 말에 놀라서 입 벌어지는)
세정    왜 내 머리채 한번 못잡았어요? 나 간통으로 못 넣은거 보면, 당신 정재민
        진짜 사랑한거, 필요했던거 아냐.
지수    (말하려다 참는, 세정 보고)
세정    (다시 차분히) 당장 방송국 일부터 그만둬요. 나, 당신 가족들 앞에서 당신
        머리채 잡을수 있어. 간통으로 넣을수도 있어. 더한 짓도 할수 있어요.
        내 남편 마음 가져간 걸루, 이제 됐어요. 당신한테 더 당할거 없어, 안
        당해. 그러니까 이제 내 남편 갖구 그만 장난쳐요.
지수    (보다가) ...그런거 아니예요. 정말 아니예요.
세정    (오르는) 자꾸 아니라고 하는데, 그럼 뭐예요! 이제 그만하기라도
        하겠다는 거예요?
지수    (망설이며 보는)
세정    (못참고) 뭐냐구요!
지수    도연씨... 사랑해요.
세정    (생각도 못한 말에 뒤통수 쾅! 맞고) 뭐라구요?
지수    (맘 다지고) 도연씨 사랑해요, 나.
세정    (충격에 입 벌어지는)
지수    (막상 말하려니 떨린다) 도연씨 아내가... 나하구 아무 상관없었던 여자가
        아니어서 다행이예요. 오세정씨가 아니었다면... 이런 욕심 못냈어요.
세정    (당황해) 그게... 무슨 뜻이예요?
지수    도연씨 그사람한테 오라고 하진 않아요. 그치만 온다면... 말리지 않겠어요.
세정    (한방 제대로 맞고) 당신... (기막혀) 하! 사랑한다구? (부들부들 떨린다)
지수    (자기도 모르게) 미안해요.
세정    (확 오르는) 미안해요? (한대 때릴 듯 주먹 확 쥐어지고)
지수    미안하지 않을줄 알았는데... 미안하네요.
세정    (정신이 하나도 없다. 상황 파악하느라 지수 보는)
지수    (시선 피하며 찻잔 들어 마시는데 떨린다. 두손으로 잡고 마시는)
세정    (달달 떨리는) 지금...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정확히 알고 말해요?
지수    (찻잔 내려놓고 고개 들어 세정 똑바로 보는) 예전에 오세정씨 당신은
        정재민이 필요 없었지만... 난... 그 사람이 필요해요.
세정    (충격! 사태 파악했다) 그랬군요... 복수니 뭐니 하면서, 그랬어요?
지수    ...미안해요, 그렇게 됐어요.
세정    (이 악물고) 미안해요? 뭐가 미안해요?
지수    (보면)
세정    (독하게) 꿈깨요!
지수    (멈칫해서 보면)
세정    (조소) 마치 다 끝난것처럼 말하는데, 좀전에 내가 했던 말들 뭘로
        들었어요? 나, 이젠 정말 당신한테 빚 없구, 그러니까 거리낄것두 없어.
        (표정 정색하며) 뭐든 할거야. (독하게 보며)도연씨... 절대 당신한테 안보내.
지수    (섬뜩하지만 흔들리지 않고 보는)

S#23  까페 앞
나오는 지수와 세정. 지수, 그냥 가야하나... 돌아보면

세정    (여유) 또 봐요. (당당하게 차로 간다)
지수    (불안한 느낌으로 멈칫해서 보고)

S#24  지수 가게 건물 앞
심란한 마음으로 걸어오는 지수. 재민, 기다리고 섰다.

재민    어디 갔다 오니?
지수    (미리) 당신하고 할말 없어. (키 꺼내는데)
재민    (버럭) 있어, 난!
지수    (확 돌아보면)
재민    (주위 둘러보며) 들어가, 들어가서 얘기하자.

S#25  지수 가게
방송국 가기 위해 포트폴리오와 자료 파일들 챙기고 있는 지수.
재민, 뒤에서 지수에게 해대고 있다.

재민    도대체 믿어지지가 않아서 그래. 어떻게, 어떻게 당신이 그럴수가 있냐?
        어? 당신 정말이야? (버럭) 그 자식 좋아하는거냐구!
지수    (대꾸 없이 챙기고)
재민    (지수 팔 확 잡아 몸 돌리며) 말 좀 해봐!
지수    (뿌리치며 동시에) 난 누구 좋아하면 왜 안되는데!
        (힘들다) 나두 피 있구 심장두 있어. 당신만 그런거 있는거 아냐.
재민    (기막혀 보다가) 그래, 그럴수 있다 쳐! 왜 하필 그 자식이냐구!
        거기다 그 자식이 이혼한대잖아! 그 자식 이혼하고 오면 당신 어쩔건데?
지수    (더 말 안하고 입 닫는, 돌아서 가방 들고)
재민    (미치겠는) 더구나 세정이 남편이야! 말이 되니?
지수    (포트폴리오 들며) 그만 가요, 나가봐야 돼.
재민    (포트폴리오 보며) 방송국 가? (기막힌듯) 그 자식 얼굴 보러 가?
지수    (재민 탁 보면)
재민    그래서 그렇게 방송국 기를 쓰고 다녔어? 그 자식 있어서?
        당신, 내가 알던 윤지수 맞냐?
지수    아니, 당신이 알던 윤지수 아냐. 당신이 알던 윤지수, 당신이 죽였잖아.
        (나가며) 문 잠궈야 돼, 나와요.
재민    (따라나가며, 애타는) 다인엄마!

S#26  심부름 센터 사무실
직원과 마주앉은 세정, 탁자에 지수 주소 적힌 쪽지 내민다.

세정    그거 근거로, 집주소, 가족관계, 가족들 직업... 다 알아다 주세요.
직원    (보며) 가게 주소네요?
세정    사진두요. 빠를수록 좋아요, 아니 빨라야 돼요.

S#27  방송국 회의실
회의하고 있는 지수, 도연, 한선생. 종배와 선경은 없다.

도연    스테이크에 새우 버터 구이, 샐러드와 와인... 너무 전형적인 양식
        아닌가요, 한선생님?
한선생  (웃으며) 아유 그건 감독님이 남자라 그래요? 여자들은 분위기 잡는 날,
        (써는 시늉하며) 이 나이크하고 포크가 좋지 수저하구 젓가락 싫어해요.
지수    (메뉴 리스트와 레시피 파일 보고 있고, 약간 어둡다)
도연    (지수 보며) 정말 그래요, 지수씨?
지수    부부 둘만 보내는 결혼기념일엔 그렇죠. 대신 남편들 위해서 야채스프를
        국으로 바꾸면 어떨까 싶어요. 된장국이나 조개국 같은걸루요.
한선생  아유 무슨 결혼기념일까지 남편을 봐줘? 암튼 윤선생 그 본능적인 배려,
        쫌 병이야. 여자가 너무 알아서 봐주면 남자들 버릇만 나빠져요.
지수    (씁쓸히 웃으며) 그런가요?
한선생  아니, 그게 나쁘단게 아니라 남자들이란 종자가 원래 그렇거든.
        잘해줄수록 양양이예요.
도연    그래두 국 땡기는데요, 한선생님?
한선생  (웃으며) 알았어요, 알았어. 근데 종배씨랑 선경씨 없으니까 너무 썰렁하다.
도연    다음 회의땐 보실수 있어요, 낼 모레 퇴원해요.
<시간경과>
한선생 없고 지수와 도연, 책상 정리하고 있다.

지수    오늘 회의 자료, 제가 종배씨하구 선경씨한테 전해줄께요.
도연    병원 갈려구요?
지수    네... (멋쩍은) 어제... 너무 경황이 없어서...
도연    (미리 놀리듯) 종배 얼굴로 제대로 못 들여다봤죠?
지수    (그런 도연 걱정스레 보는)
도연    왜요, 할말 있어요?
지수    (말할까 하다가) 아니예요.
도연    달라진거 없어요, 지수씬 그냥 지금처럼 자기 일하면 돼요.
지수    (앞으로 벌어질 일에 대한 걱정으로 말없이 짐 챙기고)
도연    같이 가요.
지수    혼자 가도 돼요, 혼자 갈께요.
도연    누가 지수씨랑 같이 가고 싶어 이래요? 나두 물리치료 받으러 가야 돼요.
지수    (놀라) 어머 그래야돼요?
도연    (웃으며) 그럼요, 어깨랑 목이랑 죽겠어요. 가요. (나가고)
지수    (보다가 따라 나가는)

S#28   병원 2인용 병실
옆 병상에 나란히 자리하고 앉은 종배와 촬영감독, 선경과 얘기하고 있다.
머리에 붕대감고 있는 종배. 한다리 깁스한 촬영감독.

촬영    선경인 진짜 종배 덕에 무사한거라니까?
선경    무슨 오빠 덕이예요? 저랑 감독님이랑 운이 좋았죠.
종배    야, 너 인간이 그렇게 오리발 내밀면 안된다? 내가 말야, 차가 이렇게 고랑
        으로 팍 쳐박히는 순간에 말야, 그 순간에! 나한테 밀려오는 니 그 온몸을
        이 양팔로 감싸안고 버티다가 이렇게 뒤통수 터진거 아냐!
도연    (음료수와 과일 등 든 비닐봉지 들고 들어오고)
촬영    맞어? 내가 정신차리고 니들 봤더니 너 아주 종배 품에 푹 박혀있드라.
선경    (민망해서) 어머 어머 무슨 박혀있어요? 이 오빠 얼마나 말랐는데.
도연    (다가오며) 선경씨 종배 못깨나고 죽을까봐 울고불고 해놓고 오리발이야?
종배    어, 형... (하다 어?)
지수    (들어오는, 어제 일이 있어서 민망한) 좀 어때요, 종배씨? (촬영감독
        돌아보며) 감독님 어떠세요?
촬영    (어제 지수 못봤다) 윤선생님 안가시기 천만다행이예요. 이거 보세요, 저.
지수    그래두 크게 안다쳐서 정말 다행이예요.
종배    (어제 일 선경에게 들은 듯 선경 쳐다보고)
선경    (얼른 눈짓하고) 선생님, 회의 자료 주러 오셨죠?
지수    어... (파일 건네며) 뒤에 오늘 회의 내용 적어놨어.
선경    고맙습니다... (지수 보기 어색하고)
지수    그럼 난... 가봐야겠다.
도연    (분위기 느끼고) 그러세요, 전 물리치료 받고 갈께요.
지수    그러세요. 그럼 몸조리 잘하세요. (인사하고)
촬영    뭐 벌써 가세요?...
종배, 선경 (적당히 인사하고)
지수    (나가면)
도연    (뒤따라 나간다)
촬영    (이상한) 분위기가 왜 이래? 야 뭔일 있었냐?

S#29  백화점 (몽타주)
-캐주얼 코너. 피팅룸에서 나오는 정선, 지금까지와는 다른 캐주얼한 스타일의
 옷 입고 거울 본다. 모자도 써보고.
-기분 좋게 내려오던 정선, ‘남성복’ 매장 표지 본다.
-남성복 코너. 고급 베이지색 가죽 자켓 골라드는 정선, 이미 골라서 행거 위에
 펼쳐놓은 바지와 니트 위에 대본다. 맘에 드는 듯 종업원에게 자켓 건네고.
 종업원, 이미 정선이 골라놓은 바지며 니트까지 들고 계산대로 가고.

S#30  정선집 앞
주차 시킨 차안에 앉아서 몇진 차 기다리고 있는 정선, 백화점에서 산 옷으로
갈아입고 있다. 저만치서 명진 차 오면 얼른 명진 옷 든 쇼핑백 들고 차에서
내린다. 와서 서는 명진 차. 주위 살피고 후다닥 차에 타는 정선.
(명진 차에 타는 정선 사진으로 찍어두세요)

명진    무슨 짐이 그렇게 많아요? 쇼핑했어요?
정선    심심해서. (궁금해서 반짝이며 보는) 근데 우리 어디 가요?

S#31  명진 옥탑방 앞 (저녁)
한쪽에 역기 운동기구 놓여있는 옥탑방 앞.
어리둥절한 얼굴로 명진 따라 올라오는 정선, 헥헥대며 멈춘다.

명진    (돌아보며) 힘들어요? 운동 좀 해야겠다, 정선씨.
정선    (헉헉대며) 이제 말해줘요, 여기가 어디야?
명진    (씩 웃으며 엄지로 자기 가리키는) 내 집요.
정선    (놀라) 명진씨 집?
명진    놀랐죠?
정선    (지레 기겁해서) 여길 왜 데려왔어요?
명진    같이 밥 먹을려구요.
정선    (황당한) 밥?
명진    (멋쩍어 긁적이며) 실은 오늘 내 생일이예요.
정선    (놀라) 생일이예요?
명진    일단 들어와요, 춥다. (문 열쇠로 열면)
정선    (그래도 이상한) 생일이라구 밥을 집에서 먹어요?
명진    (느낌 알아채고 돌아보는) 어제 동생이 와서 생일이라구 반찬 해놓고
        갔어요. 아침에 꼭 먹기로 했는데 새벽에 공사장서 사고 생겨서 못먹고
        나갔어요.
정선    동생 있었어요?
명진    (멈추고) 나, 들어가서 정말 밥만 먹을 거거든요?
정선    (그제야) 어머 어머, 아냐. 들어가요. (들어간다. 쇼핑백 들고 들어가는 모습
        카메라로 찍히고)

S#32  명진 방
한쪽에 침대 매트리스, 작은 옷장과 서랍장. 벽면에 벽돌 위에 두꺼운 나무 합판 얹어 만든 앉은뱅이 책상 놓여있다. 책상 위에 각종 설계 관련 책자들과 설계에 필요한 기구들, 말아놓은 설계도면 꽂힌 통 놓여있고 설계 하다만 설계도면 펼쳐져 있다. 방 둘러보고 있던 정선, 예상 밖 책상 모습이 뜻밖이다.
책상으로 가서 책 하나 꺼내보면 많이 본 듯 손때 묻어있다. 문쪽 돌아보는데
명진, 돼지갈비찜과 잡채, 전과 샐러드에 미역국 놓인 밥상 들고 들어온다.

명진    (놓으며) 지금 부산에서 초등학교 선생님인데, 오늘이 개학날이래요. 안와도
        되는데, (웃으며) 생일 미역국은 꼭 끓여줄라 그래요, 꼬맹이가.
정선    (앉으며) 여동생이 선생님이라면서 꼬맹이래?
명진    (앉는) 나보다 여섯 살이나 어리거든요. 지금 스물 넷이예요.
정선    근데 여동생은 대학 어떻게 다녔어? 외삼촌이 자기네 재산 다 써버렸다며.
명진    (당연하다는) 내가 가르켰죠.
정선    (놀라) 명진씨가?
명진    그럼요? 내가 오빤데.
정선    (이해 안되는) 아니 공사장서 일했다믄서 어떻게 대학공불 시켜요?
명진    왜 못시켜요? 걔 대학들어갈때까지 몇 년을 모았는데요.
정선    (감동, 뭉클) 어머... (상 보며) 그래서 동생이 이렇게 지극정성이구나.
명진    생일 축하 안해줘요?
정선    어머 내 정신 좀 봐, 잠깐만요? (문 옆에 놨던 쇼핑백 집어들며) 이건 정말
        텔레파시 통한거야. (내밀며) 자요.
명진    (놀라) 이게 뭐예요?
정선    생일선물. (혼자 신나서 가죽 자켓 꺼내는, 자기한테 대보며) 이쁘죠?
        (바지, 니트 꺼내며) 바지랑 니트두 있어요. 진짜 잘 어울릴걸?
명진    (굳는) 도로 넣어요.
정선    (멈칫해서 보는) 왜요? 맘에 안들어요?
명진    (황당한, 화난) 정선씨 정신 있어요? 이런걸 왜 샀어요? 심심해서 백화점
        갔다가 뵈는대로 내꺼까지 막 샀어요?
정선    (서운한듯) 누가 뵈는대로 사요? 얼마나 고르고 골라서 산건데? 이거 진짜
        비싸고 좋은거야!
명진    그러니까!
정선    (멋쩍게 웃으며) 지난번에 산 신발이랑 잘 어울릴거 고른건데...
명진    (버럭) 신발에 맞춰서 옷을 사요? 이거 다 필요없으니까 낼 가서 환불해요.
정선    (화나는) 아니 대체 왜 그러는데?
명진    (자존심 상하지만) 강사장 돈으로 산거잖아요.
정선    (뚝 굳어지는)
명진    우리 만나는건 솔직히 강사장한테 별루 안 미안해요. 그 사람이 정선씨
        제대로 사람대접 안하는거 아니까. 근데 어쨌든, 어쨌든 그렇잖아요.
        근데 그 사람이 벌어다 준 돈 나한테 쓰는거... 그건 아니예요.
정선    (자존심 상해 파르르) 나 그 돈 쓸 권리 있어요!
명진    (단호한) 나한텐 없어요. 그때 신발은, 내꺼 버린줄 알고 샀던거라 받았구,
        그땐 우리 지금 같지 않았잖아요...
정선    (무안해서 눈물나는, 옷 도로 팍팍 개며) 진짜 너무한다, 명진씨... 그럼 뭐
        난 앞으루 명진씨한테 일원두 씀 안되겠네.
명진    당연하죠.
정선    (그렁한 눈으로 쳐다보며) 뭐라구요? (하는 순간 눈물 후두둑 떨어진다)
명진    (놀라) 울어요? 아 울릴라 그런거 아닌데! (얼른 정선에게 와서 손으로 눈물
        닦아주며, 농담) 내 선물 사주고 싶으면 아르바이트 하던가.
정선    (황당한) 아르바이트?

S#33 정선집 거실 (밤)
명진 옷 든 쇼핑백 들고 들어오던 정선, 소파에 앉아있는 석주 보고 놀란다.

정선    어머.
석주    하여사 원래 이렇게 늦게 다니냐?
정선    늦게는? 당신이 너무 일찍 들어온거 아냐? 11시 밖에 안됐는데.
석주    (차림새 훑어보며) 기막혀 말두 안나온다. 아주 스타일 바꾸기로 작정했냐?
        (쇼핑백 보며 일어서는) 이리 줘봐!
정선    (명진 옷이다, 기겁해서 뒤로 감추며) 왜 남의걸 보재?
석주    내가 그따위것들 사라구 카드 몇 개씩 내준줄 알어? 얼른 봐!
정선    (당황해 둘러대는) 이거 내꺼 아냐! 당신꺼야!
석주    내꺼?
정선    그래요! 당신 스타일 좀 바꿔줄라구.

S#34  정선집 침실 (밤)
명진 옷으로 샀던 얄진 스타일의 바지와 니트에 베이지 가죽 자켓까지 입고
서서 거울 보고 있는 석주. 정선, 조마조마하게 보고있고.

석주    (신기한) 야... 이거 내가 이런 스타일이 다 어울리네?
정선    (어머, 황당해서 보다) 근데 쫌 짝다...
석주    짝기는 뭐가 짝아? 몸에 쫙 붙는게 딱 내옷이구만. 자기 옷 사다 사다
        살거 없어 내꺼 샀냐?
정선    그거 정말... 입을거예요?
석주    입으라구 산거 아냐?
정선    아니 그건 그런데...
석주    (으쓱해서 다시 거울 보고)
정선    (싫지만 어쩔수 없는, 황당해서 보고)

S#35  세정집 거실 (밤)
들어오는 도연. 세정, 현관 바로 앞에 팔짱 끼고 서있다.

도연    (들어오다 놀라 멈칫하면)
세정    어디서 와? 윤지수하고 있다 와?
도연    (변함없이) 아냐.
세정    (먼저 소파로 성큼 가며) 그래? 난 오늘 당신이 사랑하는 그여자 만났는데.
도연    (놀라 멈칫) 뭐?
세정    (소파에 앉으며) 말 안했구나? 윤지수씨.
도연    (놀라서 다가오며) 지수씰 만났다구?
세정    (천연덕) 어. (보며) 자기 혼자 감정이라며? 아니든데?
        안 만났으면 큰일날뻔 했어.
도연    (지수가 말했구나... 당혹스럽게 보다가 앉는) 세정아.
세정    (차게, 미리) 자기한테 한 얘기 똑같이 하고 왔어. 우리 이혼 없다구.
        그 여자 불륜녀로 망신시키고 싶지 않으면 자기가 맘 접어.
        그 여자한테도 그렇게 말했어.
도연    (안타까운) 왜 이렇게... 너답지 않게 자꾸 그래? 왜 자꾸 지수씨 문제로만
        몰아가니? 그게 아니라고 말했는데.
세정    그 여자가 원인이잖아. 그 여자 아님, 자기 입에서 이혼말 나왔겠어?
도연    나왔을거야.
세정    (울컥해서 보면)
도연    그래, 지수씨가 원인인건 분명해. 그치만 그게 다가 아니라 그랬잖아.
        지수씨가 아니더라도... 우리 평생 같이 행복할수 없어. 미국에서, 생각
        안나니? 넌 크루즈 타는 화려한 여행이나 라스베가스 최고급 호텔에
        묵으면서 카지노 즐기다 호텔 수영장에서 수영하구, 화려한 쇼핑하는거
        즐겨. 난 걸으면서 길가 들꽃 한송이, 멀리서 보이는 저녁 짓는 연기 올라
        오는 굴뚝 보이는 시골 풍경 보는거 좋아해. 여행 때마다 다퉜잖아.
        우리... 너무 다르잖아.
세정    (웃긴다는) 여행 취향 다르다구 이혼해? 자기 정말 결혼 너무 우습게
        생각했구나. 결혼, 약속이야.
도연    결혼 약속인거 알아. 그래서 너한테 이렇게 미안해. (세정 채근할 생각없다,
        진심으로) 내 선택에 책임지지 못해서 미안해.
세정    (화내지 않는 도연에게 화내는, 오른다) 당신들 둘다 정말 웃긴다?
        왜 번갈아 미안하대? 당신 둘이 나한테 미안하대면 다 끝나? 아니 안끝나!
        안끝낸다고 했잖아! 윤지수라서 안된다구! 그여자한테 절대 안보낸다구! 
도연    (계속 좋게 얘기하는) 결혼이라는게, 서로 보완되고 마음 채워주면서
        행복하게, 반려자로 사는게 결혼인데... 우린 그렇게 못살아.
세정    (더 약 오르는) 상관없어! 당신 절대 그 여자랑 못살아!
도연    (답답한듯) 너 평생 외로울거야! 나두 그럴거야!
세정    (기세에 멈칫해서 보면)
도연    (절박하게) 나는 세정아, 그런 사람인거 같애. 마치 거위처럼, 거위가 처음
        본걸 엄마로 알고 따르는 것처럼... 그런 사랑을 하는거 같애.
        그 사람한테 밖에 안돼. 같이 살든 안살든, 그 사람을 계속 보든 못보든
        평생 담아둘거야. 묻어두는게 아니라, 가슴으로 계속 사랑할거 같은데...
        너 견딜수 있겠니?
세정    (가슴 찢기는 통증 온다. 기막혀 도연 보는, 이 악물고) 어. 그러니까
        재촉하지마! 아니 (소리 지르는) 내 앞에서 다신 이혼 말 꺼내지 마!
        자기 껍데기라두 옆에 두고 살거야! (일어나서 침실로 가버리고)
도연    (점점 예상 밖인 세정이 당혹스러운, 일어나서 2층으로)

S#36  동 서재 (밤)
도연, 책상 위에 가방 올려놓고 막 의자에 앉는데 세정, 문 벌컥 열고 들어온다.

도연    (돌아보면)
세정    자기가 왜 나쁜줄 알어? (눈물 어리는) 나한테 나쁜 짓할거면, 나쁘게
        할거면 나쁜 남자여야지. 부담없이 살아보다 아니면 언제라도 헤어지자
        그랬는데... (떨리는) 왜 그 말은 안하니? 그거 빌미로 왜 나 안졸라?
도연    (맘아픈) 그랬으면... 좋겠니?
세정    (눈물 가득해지는) 자기가 이러는데... 내가 어떻게 자길 놔?
도연    너 힘들거 알아... 기다릴께, 니가 마음 정리할때까지 기다릴께.
세정    (고개 젓는) 정리 안되면?
도연    정리 될거야. 그래두 내가 믿고 있고 알고 있는 니가 있는데.
세정    (그 말에 더 아득해지는)
도연    (낮지만 단호한) 근데... 지수씨한텐 그러지 마. 찾아가지 마.
        우리 문제야, 나하고 해결해.
세정    (다시 울컥하는, 원망스럽게 보다가 천천히 돌아선다. 오기 가득하고)

S#37  세정 사무실 (다음날)
출근 차림으로 ‘좋은 아침’ 하며 들어오는 세정.

혜진    사장님, 손님 기다리고 계세요.
세정    손님? 이 시간에?
혜진    잘 아시는 분이라구, 급한 일이라구 하셔서.
세정    누군데?
혜진    (와서 명함 주며) 여기, 정재민 교수님이시래요.
세정    (멈칫하고)

S#38  세정 사장실
찻잔 놓고 마주앉아있는 세정과 재민. 세정, 놀란 얼굴로 재민 보고 있다.

세정    지금 뭐라 그러셨어요?
재민    (단호한) 더 이상 니 사정 봐줄수 없다구. 니 남편, 구도연한테 말하는
        수 밖에 없어. 그래야 두 사람 끝나.
세정    (웃긴다는) 정교수님.
재민    니 문제는... 니가 빌어서 해결해. 어차피 과거지사야, 니 자존심 하나
        지키자고 과거 일 쉬쉬해서 일을 이 지경으로 만드나!
세정    (씁쓸한) 정교수님하구 나... 우리 둘 꼴이 왜 이렇게 됐죠?
재민    (모멸감에 쏘아보며) 니 남편 만나기 전에 알려는 줘야할거 같애서 왔어.
세정    우리 과거 알면, 도연씨 더 거칠거 없어져요.
재민    그건 니 입장 지키고 싶은 니 변명이야. 그게 가능하니?
세정    (일부러 더 냉정하게) 도연씨한테는 가능할걸요? 그 두사람...
        이미 2년 전부터 시작된 관계니까.
재민    (놀라) 뭐?
세정    (조소하듯) 그냥 촬영 땜에 얼굴 봤던 사이가 아니라... 훨씬 더 깊은 사연
        있었다구요. 모르셨죠?
재민    (놀라서 뚝 굳어지고)

S#39  지수 동네 일각
선물 가게 찾아 두리번거리며 오는 도연, 쇼윈도에 쪼그리고 앉아서 햄스터 보고
있는 다인 본다. 지나치다가 다시 오는 도연, 나이 가늠하며 보다가 다가간다.
 
도연    (옆에 같이 쪼그리고 앉으며) 햄스터 좋아하니?
다인    (놀라 돌아보면)
도연    아니 아저씨가 니 또래 여자아이 선물을 사려는데 잘 모르겠어서 말야.
        너 이거 계속 보고 있길래, 이런거 좋아하나 싶어서.
다인    몇 살인데요?
도연    음... 5학년.
다인    에이 그럼 이런거 안좋아해요. 저두 여기서 구경하는거 좋아하지 키우는건
        별루예요.
도연    그래? 그럼 선물로 뭐 받으면 좋아할까?
다인    (거침없이) 엠피쓰리요.
도연    엠피쓰리?
다인    저두 그렇구요, 우리 반 애들 다 갖고 싶어해요.
도연    그래? (일어서며) 고맙다, 덕분에 큰 고민 덜었네.
다인    (일어서며) 네. 안녕히 가세요. (가고)
도연    잘가라! (고민 해결했다. 어디서 파나... 두리번거리고)

S#40  지수 가게
탁자에 앉아서 지수와 얘기하고 있는 다인.

지수    방학 때 너무 늦게 자 버릇해서 그래. 개학 첫날부터 지각할뻔 했잖아.
다인    그래서 오늘은 낮잠 안자구 버틸려구.
지수    (웃으며) 그래. (찻잔 담긴 비닐봉지 주며) 이거 있다 학원 가는 길에
        할머니한테 전해드려.
다인    (받고 일어서며) 할머니 또 깨먹었대?
지수    손님이 떨어뜨렸대.
도연    실례합니다. (쇼핑백 들고 들어오는)
지수    (등 돌리고 앉은, 목소리에 어? 돌아보려는데)
다인    (놀라) 아저씨!
도연    (다인 보고 놀라) 어? 꼬마 아가씨네.
지수    (돌아보면)
도연    (그제야, 우연에 황당한듯) 니가... 지수씨 딸이구나?
다인    (일어서며) 우리 엄마 아세요?
지수    (놀라 일어서며) 어쩐 일이세요? 다인아, 어떻게 된거야?
다인    어, 쫌전에 오다가 만났던 아저씨야.
지수    (영문 몰라) 오다가?
도연    (감개무량한, 다가와서 찬찬히 보는) 지수씨 딸이었구나... 엄마 닮았네.
        (이쁜 듯 다인 머리 쓸어주고)
지수    (얼른) 다인아, 엄마 방송국 피디 아저씨야.
다인    아... (꾸벅 인사하는) 안녕하세요?
도연    그래, 또 한번 반갑다. (쇼핑백 쓱 내밀며) 자.
지수    (놀라) 뭐예요?
도연    오다가 생각나서 샀어요.
지수    (당황해) 아니 뭐하러 이런걸 사왔어요? (하다) 뭔데요?
도연    요 또래 아가씨들이 제일 갖고 싶어하는거요. 그치? (주고)
다인    (쑥스럽게 받으며) 내가 갖고 싶은거 말했네?
도연    그러게.
다인    (신나서) 감사합니다! 엄마 나 갈께. (나가고)
지수    연락도 없이 웬일이예요?
도연    (시계 보며) 점심 때 맞춰 온다고 왔는데, 점심 아직 안 먹었죠?

S#41  식당
물 잔 앞에 놓고 앉아있는 둘.

도연    (수저 놓아주며, 미안한듯) 뭐하러 솔직했어요?
지수    (받다가 멈칫해서 보면)
도연    ...생각도 못했어요, 지수씨 만날거라구.
지수    (찔리고 미안하다) 그래서... 왔어요?
도연    미안해요. 지수씨하고 별개로 나 혼자 시작한 일이었는데,
        난처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는데 그렇게 됐어요.
지수    (자기 상황에서) 아뇨, 내가 더 미안해요.
도연    (보면) 뭐가요?
지수    언젠가... 나중에... 내가 항상 미안했었다고... 기억해줘요.
도연    (영문 몰라) 무슨 말이예요? 지수씨가 나한테 미안할게 뭐가 있어요?
        다 나 때문이예요.
지수    (더 말 못하고 고개 숙이고)

S#42  마실
선녀에게 엠피쓰리 보여주며 자랑하고 있는 다인.

선녀    (영문 몰라) 엠피쓰리가 뭐라구?
다인    (신나서) 컴퓨터에서 노래 다운 받아서 듣는거야.
선녀    (손사래) 아유 모르겠구, 그걸 누가 줬다구?
재민    (들어오는)
다인    엄마 방송국 피디 아저씨.
재민    (멈칫하는)
선녀    피디 아저씨가 이걸 사줬어?
다인    어 근데, 디게 잘 생겼드라?
선녀    아이구 꼬맹이 눈도 눈이라구, (놀리듯) 잘 생겼어?
다인    어, 진짜 잘 생겼어, 친절하구.
재민    (성큼 다가오며) 다인아, 그걸 누가 사줬다구?
다인    (돌아보며) 아빠?
재민    (화난, 자기도 모르게) 그 자식을 어디서 만났는데? 엄마랑 같이 만났니?
선녀    (이게 무슨 소리야? 보고)
다인    아니? 엄마 가게루 왔든데?
재민    (끓는) 엄마 가게루?
다인    어.
선녀    (이상한) 자네 왜 그러나?
재민    (뒤늦게) 아, 아닙니다. (마음 급한) 장모님, 저 나중에 다시 올께요.
        (휙 나가는)
선녀    저 사람이 왜 저래? (불안한 듯 보다가 아무래도 심상치않은, 일어선다)

S#43  지수 가게
핸드폰 받고 있는 지수.

지수    우먼 월드요?... (잠시) 테이블 세팅을요?... (하다 혹시? 싶어) 그런데
        정말 제 방송 보고 전화하신거 맞나요? 다른 사람 소개나 그런거
        아닌가요... (잠시, 풀어지며) 아 그래요? 우선 이번 달 한번만요?
        (밝아지며) 그럼 할수 있어요... (잠시) 네, 알겠습니다. 그럼 그날 가서
        뵙겠습니다. (끊는, 다른 일이 들어왔다, 좋아서 웃는데)
재민    (문 벌컥 열고 들어온다)
지수    (놀라 돌아보면)
재민    (화난) 당신 뭐하는 사람이야! 그 자식이 뭔데 다인이 선물을 사줘!
        그 자식이 뭔데 내 딸 선물을 사와! 지가 뭔데!
지수    (일어서며) 소리 낮춰요, 여기 가게야.
재민    (이미 터졌다) 뭐야, 이제 아주 내놓고 둘이 만나는거야?
지수    (외면하며) 당신이 상관할 일 아냐.
재민    (바싹 다가와서) 상관할 일이 아냐? 2년 전부터였다며? 나 미쳐날뛸때
        당신 그 자식 만났다며!
지수    이상하게 갖다 붙이지 말아요! 그런거 아냐!
선녀    (밖에서 기웃해서 보다가 문 빼꼼히 여는)
재민    다인이한테 부끄럽지 않냐?
지수    뭐?
재민    다인이한테 안 챙피하냐구! 나한테 안 챙피해? 나 그렇게 쥐잡듯이
        잡아놓구, 당신은 뭐가 달라! 그 자식 유부남이야! 아무리 세정이
        남편이래두! 내가 아주 미치겠다! (울고싶은) 다른 사람두 아니구 당신이!
        어? 어떻게 당신 같은 여자가 그럴수가 있어!
선녀    (듣다가 기겁하고)
지수    (오르는) 당신이 뭘 알아서 그렇게 말해? 암것두 모르면서 그렇게 말하지
        마. 세상 사람 모두한테 챙피하구 부끄러워두, 당신한텐 안 챙피해!
재민    (더 화나는) 그래서, 그 자식 이혼하구 오면 받아줄거야!
지수    그래요! 받아줄거야!
재민    (기막혀) 윤지수!
선녀    (들어서며) 이게 무슨 말이야?
둘      (놀라서 돌아보고)

S#44  지수집 거실
지수 끌고 들어오는 선녀. 지수 앉히고 앞에 앉는다.

선녀    말해봐, 너 이게 어떻게 된거야? 다인아빠 말이 무슨 말이야, 어?
지수    (난감한) 엄마...
선녀    너 땜에 누가 이혼을 해? (지수 등짝 팍 때리며) 너 미쳤니? 미쳤어!
        니가 뭣땜에 이혼했는지 잊었어? 어떻게 똑같은 짓을 해, 니가!
민수    (놀라서 방에서 나오는)
지수    (그대로 맞고)
선녀    (계속 때리며) 대단한 일 한답시고 방송국 나가더니, 기껏 한게 유부남하구
        연애질이야! 얼른 말 안해?
민수    (달려와 선녀 말리는) 그만해요!
선녀    너 비켜! 너 요새 은글슬쩍 밤에 나다닌게 그 놈 때문이었어?
민수    (지수 감싸며) 엄마 모르면서 너무 그러지 마! 언니가 사정없이 그럴
        사람이야?
선녀    뭐야, 너두 알구 있었어? (더 화나는) 아니 이것들이?
지수    (확 일어나서 방으로 들어가고)

S#45  동 지수방
눈물 흘리며 앉아있는 지수. 민수, 심란하게 지수 보고있다.

민수    언니 어떻게 된거야?
지수    (울며) 도저히 더 못 누르겠어, 민수야... 평생 처음이야, 날 인정해주고
        그렇게 따뜻하게 해주는 사람... 못 놓겠어, 이제.
민수    그랬구나... 언니 그렇게 됐구나 결국.
지수    ...욕심이 나. 그 사람 받아들이고 싶어.
민수    (보다가 차분히) 언니 어떤 맘인지 알겠어. 한편으룬 눈 딱감구 언니 사랑
        찾으라고도 말해주고 싶어.
지수    (눈물 젖은 눈으로 보면)
민수    (짠한) 근데 참 그러네... 그 여자 남편이니까 괜찮아, 하고 싶은데...
        그래서 더 걱정이 돼, 그 여자 남편이라서.
지수    (쿵해서 보는)

S#46  다인 학교 앞 (다음날)
친구들과 나오는 다인. 노란 튤립 뒤로 들고 서서 다인 사진 보고 있던
세정, 다인 앞으로 다가간다.

세정    니가 다인이니?
다인    (서는, 누군가? 보면)
세정    (웃으며) 정다인, 맞지?
다인    (영문 몰라) 네... 근데 누구세요?
세정    엄마 친구.
다인    엄마 친구요? (본적도 없고 너무 젊다. 갸웃하는데)
세정    (미소로) 친구 같은 사람이야. (기다리는 다인 친구들 보고 꽃다발 내밀며)
        엄마한테 이거 좀 전해줄래? 엄마 가게에 갔었는데, 안계시드라.
다인    (가게 얘기에 받긴 받는데 이상하다) 핸드폰 안해보셨어요?
세정    가면서 할께.
다인    엄마한테 누구시라구 전해요?
세정    (의미 있는) 너 한번 보고 싶어서 왔다고 하면 아실거야. 그럼 부탁한다.
        (차로 가고)
다인    (영문 몰라 보고 섰다가 가고)

S#47  지수 가게
꽃다발 들고 놀라서 다인 보고있는 지수. 민수, 영문 모르는 얼굴로 보고있다.

지수    (놀라) 어떻게 생겼다구?
다인    키 크구, 날씬하구 이뻐. 되게 멋쟁이야.
지수    (쿵! 하는)
민수    (설마? 지수 보는) 언니...
지수    (꽃다발 본다. 손 떨리고)

S#48  세정 사장실
들어오는 세정, 지수 반응 떠올리며 흥, 하며 외투 벗어드는데
울컥 헛구역질 올라온다. 찡그리며 가슴 만지다가 멈칫하는 세정.

S#49  교수실
창가에 서서 생각에 잠겨있는 재민, 이윽고 결심한 듯 돌아선다.

S#50  산부인과
급하게 들어가는 세정.

S#51  방송국 사무실
책상에 앉아서 일하고 있는 도연.

동료    (저만치에서) 구감독! 전화!
도연    예! (수화기 들어 받는) 네, 구도연입니다.
재민(휠) 정재민이요.
도연    (굳어지는)

S#52  바 (저녁)
들어오는 도연. 재민, 기다리고 앉아있다가 도연 보고 일어선다.
도연, 굳은 얼굴로 다가가서 목례하고 고개 드는데

재민    (그런 도연 한대 후려친다)
도연    (비틀했다 보면)
재민    (도연 멱살 잡으며) 자격도 없으면서 날 경멸한 댓가야.
도연    (확 노려보면)
재민    너... 그래서 그날 그렇게 쌍심지 켰냐? 다인엄마가 니 여자라서?
도연    (같이 멱살 확 잡는데)
재민    (탁 풀어주며, 좋게) 앉아, 자네랑 또 싸우러 온거 아냐.
도연    (재민 기색에 멈칫해서 보는)
<시간경과>
재민    (말없이 술잔 들어 마시고)
도연    (말 기다리다) 이제 말씀하시죠?
재민    (씁쓸한) 이 자리였지? 내 말에 왜 자네가 그렇게 화냈는지...
        그땐 몰랐지만... 이젠 알겠어.
도연    (보면)
재민    (도연 보며, 진심) 그때 내가 했던 말들... 내 진심 아니었어.
        (자존심 버리고) 자네라서... 자네기 때문에 치기에 허세부렸어.
        이유는... 말 못해.
도연    (진심 느껴지는, 동시에 이상한) 그게 무슨 말입니까?
재민    (진심) 그래, 그렇게 잘했던 애엄마한테 상처 준 놈 맞아, 나. 가슴
        찢어지게 후회하고 또 후회했어. 이건 진심이네.
도연    이제와서 그런 말하는 이유가 뭐죠?
재민    이혼한다면서? 다인엄마 때문에.
도연    (멈칫했다) 정교수님하고 상관없는 일입니다.
재민    자네 이러면 지수 앞으로 모진 수모 겪을수 있어. 깨끗하고 맑은 여자야.
        자네 땜에 흙탕물에 뒹굴게 하고 싶나?
도연    (멈칫하고)
재민    (자존심 버리고 절박하게) 절대 자네 뜻대로 되지 않아. 지수 사랑한다면,
        그 사람 놔줘. 그거 부탁하러 왔네.
도연    (뜻밖인 듯 보다가) 정교수님 말이 다 사실이라고 해도... 이젠 늦었어요.
        제... 처를 위해서도,
재민    (다급한) 나도 그렇게 말했어, 그때. 그래놓고 다시 애엄마한테 돌아가기
        위해서 이렇게 몸부림치는 나야. (너라구 안그럴줄 알아? 보고)
도연    다른게 있습니다. 전... 지수씨한테 가기 위해서 아내를 떠나는게 아니예요.
        지수씨가 본인 의사로 정교수님 받아들인다 해도... 난 아내한테 돌아가지
        않아요.
재민    (생각도 못했던 도연 말에 놀라서 보고)

S#53  세정집 거실 (밤)
들어오는 도연. 세정, 소파에 옆으로 누워있다가 일어나 앉는다.
집착하는 세정에게 단호히 대할 생각인 도연, 보고 2층으로 간다.
기막힌 듯 그런 도연 보는 세정, 일어나 앉는다.

S#54  세정집 서재 (밤)
책상에 앉아서 사진집 보고 있는 도연. 세정, 뒷짐진채 들어온다.

도연    (안본채) 안자니?
세정    (대꾸없이 서재 둘러보고 도연 사진집 보는) 자기 사진 참 좋아하지...
        미국에서 자기 사진공부 더 하고 싶어했는데... 내가 우겼지, 귀국하자구.
도연    (왜 저러나? 보면)
세정    (다가가는) 여보, 우리 다시 미국 가자. 자기 사진 공부 더 해.
도연    (황당한) 제발 그러지 좀 마.
세정    그 수밖에 없어... 마음이 아무리 달려가도 몸이 못 따라갈려면.
도연    너 자꾸 이러면, 나 좋게 너 못대해, 세정아.
세정    자기... 참 운 나쁘다. (초음파 사진 내밀며) 나 임신했어.
도연    뭐? (놀라서 세정 보고 초음파 사진 보는, 충격에 다시 세정 보는데서
        엔딩)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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