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SBS대본

[신의] 01

작성자수다쟁이|작성시간12.08.16|조회수4,055 목록 댓글 14

[신의] 01

 

 

 

 

 

 

 

 

 

 

#1. 애니메이션

 

동양화풍의 심플한 선으로 이루어지는 애니메이션.

화타가 뿅뿅뿅 걸어가면서 척척척 치료를 하고 있다.

노인. 부인. 아이 등등 환자들이 기어오거나 실려 오고

화타는 침을 척척 놓거나 약을 휘휙 날려주면서 치료를 한다.

 

나레 : 화타는 한말의 전설적인 명의였다.

         내상, 외상, 독상에 수십 년 묵은 고질병까지 그가 고치지 못하는 병은 없었다.

        

화타가 침상에 누운 환자를 치료하고 있는데. 수술 장면이다.

역시 심플하고 코믹한 동양화풍의 애니메이션.

 

나레 : 그러나 화타의 진정한 신기는 외과 수술이었다.

         마비산을 사용해 환자를 전신마취 시킨 뒤 몸을 가르고 내장을 꺼내 치료하였다.

 

수염을 휘날리는 조조가 말에 타고 앞장선다.

그 뒤는 깃발을 휘날리는 수많은 부하들이 역시 간략한 선으로 그려진다.

 

나레 : 같은 시대에 천하를 삼키려했던 조조가 있었다.

         그에게는 고질병이 있었는데 바로 극심한 두통이었다.

 

조조가 머리통을 부여잡고 고통스러워한다.

총총총 다가오는 화타. 조조의 머리에 뿅뿅 침을 놓는다.

벌떡 일어나 앉는 조조.

 

나레 : 화타는 그를 침 몇 방으로 간단하게 치료해버렸다.

         화타에 반해버린 조조는 그를 시의로 삼고자 했으나,

 

종종 도망치는 화타와 그 제자들.

 

나레 : 화타는 도망쳐버렸다.

 

만화 속의 화타가 카메라를 향해 말한다.

 

화타소리 : 조조 한사람만을 위한 의원 노릇은 하기 싫다고.

 

우르르 쫓기 시작하는 조조의 부하들.

 

나레 : 조조의 명을 받은 부하들이 화타를 쫓기 시작했다.

 

산을 넘고…. 강을 건너고. 아슬아슬 도망치는 화타의 무리. 그들을 쫓는 조조 부하들.

하나씩 둘씩 꼴까닥 죽어가는 화타의 일행.

 

 

#2. 천혈 앞 애니메이션

 

애니메이션 속 천혈 앞. 아직은 주변 풍경이 황량한 미개척지의 장소.

그곳으로 도망쳐오는 화타와 몇 명 남지 않은 제자들. 화타의 앞을 막다가 죽어간다. 역시 코믹한 느낌으로.

(그림 속의 풍광은 나중에 같은 장소라는 것을 알아보기 쉽게 특별한 포인트가 있게)

자막 서기 208년.

이제 혼자 남는 화타. 그를 포위하는 조조의 부하들.

그 중에 장수가 앞으로 나서며 화타에게 말한다.

 

장수 : 승상께로 돌아가자. 돌아가면 너의 남은 날들은 부귀영화뿐일 것이야.

화타 : 짖지도 못하는 개가 돼서 부귀영화를 누려본들 뭐가 기쁘겠냐.

장수 : 승상의 사람이 되면 세상은 너를 이렇게 부르게 될 거다.

         보라. 이 사람 화타는 천하를 가진 조조를 살린 자다.

화타 : 싫다면?

장수 : 승상을 거절하는 자. (칼을 빼어들며) 죽음 뿐.

화타 : (껄껄 웃더니) 이제 세상은 조조를 이렇게 기억하게 될 거야.

         보라. 조조 저 놈은 천하를 살릴 자, 화타를 죽인 놈이다.

 

장수가 분기탱천해서 마악 화타에게 달려들려는 순간.

화타가 이크해서 팔로 막으려는 순간.

모든 그림이 정지되면서. 하늘의 해가 보인다.

해가 빙글빙글 돌고 그 주위의 비죽비죽 화염이 끓기 시작한다.

휘몰아치는 바람. 병사들이나 화타의 옷자락과 머리칼이 마구 날린다.

 

나레 : 그때였다. 하늘의 해가 땅의 바람을 불러일으키더니 그것이 열렸다.

 

화타의 옆에 천혈이 열린다. 공간의 틈. 길쭉하게 사람 키만 하게 커진다.

화타가 장수를 향해 바이바이를 하더니 종종종 그 안으로 걸어 들어간다.

조조의 부하들이 모두 경악해서 입이 딱 벌어져 보고 있다.

장수가 화를 내며 칼을 휘두르며 그 뒤를 따라 달려 들어간다. 남은 부하들도 달려 들어간다.

마지막 하나 남은 부하. 쪼르르 따라 가다가 천혈 앞에서 멈칫 선다. 무섭다.

저도 모르게 한발 두발 도로 물러서다가 뒤로 넘어진다.

넘어져서 천혈 쪽을 보는 겁에 질린 얼굴. 그 모습이 실사로 바뀌면서.

 

 

#3. 천혈 앞

 

실제 병사가 보는 천혈이 실사로 보인다.

시공의 틈에서는 여전히 알 수 없는 묘한 기류가 새어 나오며

들여다볼 수 없는 내부는 어둠으로 들끓듯 몸부림치고 있다.

겁이 난 부하가 그만 기듯이 도망쳐버린다.

그가 떠난 자리. 남은 천혈. 그리고 특정 장소를 알 수 있는 포인트.

그 위의 하늘에는 태양이 이상한 붉은 기운으로 감싸져서 타오르고 있다.

 

 

#4. 국경 근처 산길

 

하늘의 태양. 그때와 마찬가지로 이상한 붉은 기운.

그 하늘 아래. 한무리의 행렬이 지나가고 있다.

마차 두 개를 에워싸듯 호위하고 있는 서른 명 남짓한 무리.

자막 서기 1351년.

고려와 원의 접경 지역 공민왕 부부를 호위하는 최영 장군과 그 부하들이다.

긴 여로를 자객이나 화적의 눈을 피해 이동하느라고

모두는 갑옷 위에 바람막이 검은 망토를 뒤집어써서 신분을 숨기고 있다.

맨 앞에는 최영과 배충석이 무리를 이끌고 있고,

마차의 주변에는 조일신을 비롯한 시종 몇 명이 힘겹게 말에 흔들리며 오고 있다.

두 마차의 가운데에는 어의인 장빈이 조용히 말을 몰고 있고.

맨 앞의 최영이 문득 귀를 기울인다.

나뭇잎을 스치는 바람소리. 문득 숲의 어느 만큼에서 새들이 후드득 날아오른다.

충석이 말을 몰아 최영의 옆으로 붙으며.

 

충석 : 따라 붙는 놈들이 있는데요.

최영 : (아직 보이지 않는 얼굴) 알어.

충석 : 움직임이 일반 녹림패가 아닌 듯 합니다.

최영 : 안다고. (고개를 들며 비로소 보이는 얼굴. 아아 귀찮아 하는 표정) 배는 어뜩게 됐어.

 

 

#5. 국경 강가 마을

 

강변에 형성된 제법 규모가 있는 마을.

그 마을 가운데 길을 질주하는 대만.

오가는 사람들은 국경마을답게 원나라의 복장. 고려의 복장, 등등이 뒤섞여 있다.

그 사람들 사이를 빠르게 달리는 대만.

 

 

#6. 국경 강가 마을 입구

 

대만이 달려가는. 저 앞에 마을로 들어서고 있는 최영의 행렬.

대만을 보고 최영이 손을 들어 일행을 멈추게 한다.

순식간에 거리를 좁혀 최영에게 다가선 대만, 숨도 급해지지 않은 상태로(경공의 달인).

 

대만 : 배가 없습니다.

충석 : 뭔 소리야. 포구마을에 배가 왜 없어.

대만 : 없댑니다. 뜰 수 있는 배가 하나도 없다는데 어째요. 내일 낮이나 돼야 두어 척 들어온답니다.

 

최영, 말을 돌려 앞의 마차 쪽으로 간다. 마차의 안을 향해.

 

최영 : 하루 밤 머물렀다 가야겠습니다.

 

마차의 옆에서 일신이 놀라 끼어든다.

 

일신 : 머무르다니. 여기서 왜. 아직 해가 중천인데.

         바로 강만 건너면 우리 고려가 아닌가. 도대체 왜..

 

최영이 손을 들어 일신의 입을 다물게 한다.

마차 안에서 들리는 소리.

 

공민왕소리 : (시큰둥한) 그러든지요.

최영 : 그리 준비시키겠습니다.

일신 : 이거 보시오. 우달치.. 도대체가..

 

하는데 최영은 완전 무시하고 말을 몰아 가버린다.

일신이 저.. 저.. 열받는데.

최영은 충석의 옆을 지나며 지시하고 있다.

 

최영 : 객잔 하나 접수하지.

 

 

#7. 객잔 앞

 

객잔 안에 있던 손님들이 최영의 부하에게 우르르 밀려 나오고 있다.

그 위로 들리는 주석의 소리.

 

주석소리 : 우리 소주인께서 혼인하신지가 얼마 안 되셨어. 근데 두 분 다 엄청 예민하시거든.

 

 

#8. 객잔 일층 홀

 

객잔의 주인과 점원, 요리사들이 최영의 부하들에게 우르르 밀려나오고 있다.

 

주석 : 그래서 시중은 우리가 알아서 들 거야.

         (주인에게 돈주머니를 던져주며) 묵직하지? 땡잡았다 생각하고. 가서 쉬라고. 어여 나가셔들.

 

맨 마지막으로 밀려나가던 점원이 슬쩍 돌아보는 곳.

거기 엄중한 호위 속에 이층 계단으로 올라가고 있는 행렬.

얼굴이 보이지 않는 귀공자와 그 부인.

도도하고 럭셔리한 분위기에 점원이 헤에… 구경하다가 얻어맞고 밀려 나간다.

그렇게 부산스러운 한쪽 편에서 최영이 어슬렁어슬렁 걸어가며 술동이 하나를 집어 들고 마시며,

탁자 옆의 의자들을 발로 실실 밀어서 나란히 모아 붙인다.

충석이 그 옆으로 다가서며.

 

충석 : 배를 빼돌린 것도 놈들 짓일까요?

최영 : (의자를 붙이는데 열중해서) 그러겠지?

충석 : 그럼 놈들은 우리가 이 객잔에서 하루밤 묵을 것도 예상했다는 겁니까?

최영 : 객잔이 이거 하나밖에 없대매. (길게 붙인 의자 위에 늘어져 앉아본다.)

충석 : 그런 줄 알면서 일루 들어온 겁니까?

최영 : 그럼 넓은 들판에서 깃발 꼽구 기다릴까.

 

의자 위에서 가장 편한 자세를 찾아 이리저리 뒤척인다.

 

충석 : (한심하지만) 방어는 어떻게 할까요.

최영 : 아주.. 열심히. 잘.

 

하더니 드디어 마음에 드는 자세를 찾아 늘어진다.

충석 그런 최영을 보다가 냅다 소리 지른다.

 

충석 : 갑조 외부 차단.

 

 

#9. 객잔의 지붕

 

주변 최영의 부하들인 고려무사들이 날쌔게 이동한다.

활을 꺼내 사방을 경계하며 이곳저곳에 자리 잡는다.

그 위로 이어지는 충석의 명.

 

충석소리 : 한자 간격. 놈들은 우리보다 먼저 도착했다. 한순간도 방심하지 마라.

 

한 부하가 문득 눈을 찌푸리며 하늘을 본다.

중천에 떠 있는 해. 그런데 뭔가 묘한 붉은 기운이 흐르는 느낌.

오로라 같은 느낌으로 하늘이 일그러져 보여서 눈을 비빈다.

난데없는 돌개바람이 지나가서 무사들이 눈을 가린다.

 

 

#10. 객잔 공민왕 방

 

조일신이 흥분해서 말하고 있다. 워낙에 수다스러운 성격. 빠르게 하염없이 말하는 스타일.

 

일신 : 고려에 도착하자마자 우달치 대장. 그놈부터 치셔야합니다.

         마마를 호위하랍시고 고려에서 우달치 일행을 보낸다 했을 때부터 신은 알았습니다. 이건 농간이구나.

 

일신이 열렬히 말하는 상대, 공민왕은 벽을 향해 앉아있어 등만 보이고 있다.

 

일신 : 십년. 예에. 십년 만에 우리 전하께서 고국으로 돌아가시는 길이란 말입니다.

         말이 좋아 강릉대군이었지, 어린 아기씨 때 끌려가 눈물과 통한의 볼모생활이 아니셨습니까?

 

일신이 떠들어대고 있는 앞의 공민왕의 뒷모습.

자세히 보면 부젓가락을 들어 화로의 재를 뒤적뒤적, 그리고는 그 부젓가락으로 눈앞의 벽에 그림을 그리고 있다.

말이 그려지고 말을 탄 무사도 그려지고 있다(공민왕이 그렸다는 천산대렵도의 화풍 참조).

 

일신 : 그 고난의 세월을 다아 극복하고 이제 (울려고 하며) 드디어. 전하가 되시어 돌아가시는 길에 

        이 무슨 행패란 말입니까. 황금 깃발을 휘날리며 천군만마의 호위를 받는 것도 부족하신데. 무어?

        어의도 입어선 안 된다. 얼굴도 보여선 안 된다. 그 누구도 소리 내어 전하라 부르지 마라.

        무엄하고도 고약하기 짝이 없는….

 

일신 혼자 부들부들 떠는데.

문이 벌컥 열리며 들어서는 최영. 자다 깬 것이 분명한 흐트러진 머리칼. 옷자락. 잠이 덜 깬 눈.

일신, 대뜸 최영을 손가락질하며 분에 못 이겨.

 

일신 : 이 이 방자한 놈….

최영 : (역시 일신은 무시하고 공민왕에게) 왕비마마를 이리 모시게 했습니다.

 

그제야 공민왕이 돌아본다.

 

일신 : 어디 감히 전하 처소의 문짝을 벌컥벌컥 열고….

최영 : (왕에게) 양쪽으로 나누어 지키려면 저희가 힘들어서요.

         뭐 두 분 사이 안 좋으신 건 알지만 양해해주십시오.

일신 : 이 노옴….

최영 : (그제야 일신을 보고) 칼 쓸 줄 압니까?

일신 : (멈칫. 읭?)

 

최영, 자기 허리에 매어두었던 작은 칼 하나를 뽑는다.

일신, 주춤 뒤로 물러서는데,

최영이 칼을 뒤집어 일신의 손에 쥐어주며 밀어 창문가에 자리 잡게 하며.

 

최영 : 이 창문을 맡으십시오.

 

돌아서 문 쪽으로 간다.

일신, 칼을 쥐고 우왕좌왕.

 

일신 : 맡으라니…. 창문을 맡으라니….

 

최영이 문을 연다. 그 문으로 들어서는 노국공주와 시녀 둘.

노국공주 싸늘한 얼굴로 들어서며 공민왕을 본다.

공민왕, 냉랭한 얼굴로 그 시선을 받더니 휙 소맷자락을 날리며 돌아앉는다. 벽을 향해.

 

 

#11. 객잔 공민왕 방 앞 복도

 

일정한 간격으로 늘어서 있는 고려 무사들.

 

 

#12. 객잔 일층 홀

 

역시 여기저기 지키고 선 무사들. 대부분 창문이나 입구 앞에서 밖을 지키고 있다.

충석이 닫힌 문틈으로 밖의 동정을 살핀다.

그 옆의 탁자 위에 웅크리고 앉아있는 대만.

(대만의 몸동작은 항상 동물에 가깝게. 어려서 산속에서 동물들과 자란 모글리 같은 느낌)

신발의 끈을 다잡아 매고 있다.

그 옆을 지나가는 장빈.

 

충석 : (돌아보며) 어디 가요. 우리 옆에 있어야 지켜드리지.

장빈 : 제 몸 하나는 제가 건사해야지요.

 

계단 쪽으로 올라가며 품에서 부채를 꺼낸다.

(장빈은 고수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의 무공은 한다. 점혈법이 전공. 부채가 그의 무기.

접으면 점혈을 찌르는 무기가 되고, 펴면 상대의 무기나 권을 막아내는 방패가 된다)

장빈이 올라간 계단의 옆…. 주방 쪽으로 이어지는 통로.

카메라 시선으로 조용히 따라가 본다.

통로의 입구를 지키는 부하의 옆을 지나 주방 쪽으로.

 

 

#13. 주방

 

아무도 없던 주방. 한쪽의 그릇장이 소리 없이 옆으로 움직이더니(혹은 아궁이에서?)

검은 옷차림의 자객이 조용히 빠져나온다. 하나…. 둘. 셋.

그 중의 하나가 품에서 벽력탄(벽력탄 - 수류탄 같은 기능을 가진 물건? 

화약을 넣은 쇠구슬로 심지가 달려있다고 가정)을 꺼낸다.

 

 

#14. 객잔 외부

 

보초를 서고 있는 최영의 무사들.

그들 뒤의 이만치. 누군가가 심지에 불을 붙인다. 심지에 불이 붙은 벽력탄이 도르르 굴러 나온다.

고려무사 중의 하나가 돌아보는 순간, 터진다.

 

 

#15. 객잔 지붕

 

지붕 위에서 지키던 고려 무사들. 탄이 터지는 소리와 함께 그쪽으로 방향을 바꾸며 일제히 활시위를 당긴다.

저 아래 튀어나오는 자객들을 향해 화살이 날아간다. 자객의 몇 명이 화살에 고꾸라지지만,

동시에 숨어 기다리고 있었던 듯, 활을 쏘는 고려 무사들의 등 뒤에서 공격해 들어가는 자객들.

 

 

#16. 객잔 일층 홀

 

밖의 소란스러움에 충석과 무사들이 일제히 창문과 문 쪽으로 달려들며 밖의 동정을 살피는데.

안쪽… 부엌 쪽에서 몰려나오는 자객들. 우르르 계단 쪽으로 달려간다.

뒤늦게 발견한 충석이 옆의 긴 탁자를 들더니 휘둘러 던진다.

 

충석 : 이놈의 쥐새끼들이 감히 어디를….

 

괴력으로 날아온 탁자에 자객들이 우르르 밀려나는 틈을 타서

고려무사들이 계단 앞으로 몰려 올라가는 길을 철통같이 방어한다.

그러나 자객들. 일제히 줄을 꺼내더니 휘릭 날린다.

이층 난간에 일제히 걸리는 줄. 그 줄을 타고 오르는 자객들.

순간, 대만이 계단 앞을 막은 고려무사들의 머리 위를 날아 넘더니

원숭이처럼 난간을 타고 올라 맨 앞의 난간에 걸린 줄을 끊어낸다.

다음 줄도 끊으려는 순간. 먼저 이층에 올라선 자객 중의 하나가 벽력탄을 던진다.

탄이 대만의 머리 위를 날아 넘어 계단으로 떨어진다.

 

대만 : 비켜.

 

소리 지르며 몸을 날리고. 다음 순간 터지는 벽력탄.

 

 

#17. 객잔 이층

 

이층 복도를 지키던 무사들이 자객을 맞아 싸운다. 

어떻게 해서든 적을 안으로 들이지 않기 위해 온 힘을 다하고 있다.

그러나 사나운 자객들의 기세에 조금씩 뒤로 밀린다.

 

 

#18. 객잔 공민왕 방

 

밖에서 싸우는 병장기 소리. 비명소리들이 어지럽게 들리는데.

공민왕이 긴장해서 최영을 본다.

문쪽에서 밖의 동정을 듣던 최영이 할 수 없다는 듯 공민의 앞으로 오며.

 

최영 : 한밤중에 기습할 줄 알았더니.. 놈들 수가 많은 모양입니다. 자신만만하게 대낮 습격이라..

       (상체를 기울여 공민의 얼굴에 가까이 하더니) 무섭더라도 제 뒤에서 도망치지 마십시오. 

        그럴 수 있으시겠습니까?

공민 : ... 도망치지 않겠소.

최영 : 그럼 지켜드릴 수 있습니다.

 

공민의 앞을 막아 돌아서며 칼을 스릉 뽑아든다.

공민왕의 다른 쪽으로 붙어서며 부채를 활짝 펴는 장빈.

다른 쪽 옆에는 서 있는 노국공주. 그 옆의 시녀 둘이 각자 칼을 빼어든다. 공주의 호위무사들이다.

공주는 무표정이다.

창문가의 조일신은 좌불안석. 어디로 도망가야할지를 몰라서 넋이 나가고 있는데.

문이 벌컥 열리며 밀려 뒷걸음질로 들어서는 고려무사들. 그들은 힘을 다해 자객들과 싸우며 밀리고 있다.

최영 꼼짝도 않고 서서 보고만 있다.

순간. 무사 중의 하나가 찔리기 직전 최영의 검이 자객의 칼을 거둬내며 연이어 공격해서 적을 벤다.

최영의 가담으로 고려 무사들이 간신이 숨을 돌리며 버틴다.

그러나 최영은 공민왕의 앞자리를 절대 벗어나지 않고 있다.

그렇게 하나. 둘. 셋. 자객의 공격을 하나씩 혹은 한꺼번에 막아내거나 반격한다.

옆쪽의 틈으로 공격하려던 자객 하나는 장빈이 편 부채에 막히고.

접은 부채의 끝에 손목의 점혈을 찔려 무기를 떨어뜨릴 뻔 한다.

그 틈에 날아온 최영의 칼이 그 자객을 벤다.

(최영의 칼솜씨는 무겁고 잔인하게. 많이 움직이지 않으면서 한번 벨때마다 잔인하게.

나중에 서울에서 사람을 벨 때도 그 느낌으로)

최영의 뒤에 앉아있던 공민왕이 옆을 돌아본다.

거기 꼿꼿하게 서서 싸움 구경을 하고 있는 노국공주.

시녀 둘이 노국공주 쪽으로 오는 자객들을 차단하고 있다.

시녀 하나가 궁지에 몰린다.

노국공주 발끝으로 바닥에 떨어져 있는 부젓가락(공민왕이 그림을 그리던)을 차올려 손에 잡더니

시녀를 공격해오는 자객을 향해 던진다.

그 자객이 간신이 뒤로 피하고, 그 바람에 시녀가 다시 제 자리를 잡는다.

노국공주 돌아보다가 문득 공민왕과 시선이 마주친다. 공민왕이 줄곧 자기를 보고 있었다.

순간 공민왕의 시선이 공주의 뒤쪽으로 시선이 가며 흠칫 놀란다.

공주도 뒤를 돌아본다. 노국 공주의 저편 창문에 어리는 그림자.

순간, 그 창문이 박살이 나면서 뛰어드는 자객.

그 옆에 있던 조일신은 아이구야… 옆으로 구르며 기며 도망가고,

자객은 곧장 공민왕 쪽으로 날아온다.

공주의 시녀 하나가 공주를 옆으로 밀치며 막아서지만 단칼에 베여 넘어진다.

고수, 자객들의 대장이다.

몇 명의 적에게 협공을 당하고 있던 최영이 다급해서 옆의 탁자를 걷어차 자객에게 날린다.

대장자객의 검이 순식간에 그 탁자를 베어 날린다.

장빈이 공민왕을 옆으로 달려 나오며 부채로 막으려 한다(혹은 거리에 따라 부채를 날린다).

그러나 자객대장의 검에 의해 순식간에 두 동강이 되어 날라 가는 부채.

맞서던 적을 일제히 밀어낸 최영이 달려온다. 공민왕을 잡아채어 자객의 검을 빗나가게 한다.

최영이 공민왕을 막아서며 자세를 취하는데. 

그런 최영을 보며 자객이 슬쩍 미소를 짓는 듯싶다.

다음 순간. 자객이 몸을 돌린다.

최영, 아차 싶어서 달려 나가는데 자객은 이미 옆의 벽에 물러서 있던 노국공주에게 검을 날린다.

공주가 급히 옆으로 몸을 돌리며 피한다.

최영이 달려들어 자객의 등에 검을 꼽는다.

그러나 동시에 자객의 검은 목표물인 노국공주를 베고 공주의 옆 목에서 피가 뿜어진다.

검에 찔린 자객을 발로 차 버리고 무너지는 노국 공주를 받아 안는 최영.

동시에 객실 문으로 튀어드는 충석과 부하들(남아 있는 자객들보다 훨씬 많은 수. 바로 제압해나가는).

최영이 안은 노국공주의 옆으로 달려드는 장빈.

그러나 이미 최영의 옆으로 흥건하게 흘러내려 바닥에 고이는 피.

장빈이 재빠르게 공주를 받아 안더니 옆의 침상으로 옮긴다.

그 뒤로는 아직 자객의 잔당들과 싸움이 이어지고 있지만. 아랑곳 않고.

공민왕이 놀라서 보고 있다.

침상에 누운 공주의 상세를 살피는 장빈.

공주는 귀 밑에서부터 목까지 한칼에 베인 상태

(경동맥이 끊긴 상태라서 울컥울컥 피가 솟구쳐 나오는 모양새를 보여줘도 좋을 듯),

낮게 소리 지른다.

 

장빈 : 약원.

 

옆의 약원(군의관)이 재빨리 등에 메었던 의료상자를 내리며 연다.

각종 의료기구들이(상세 내용 별첨) 가지런히 놓여 있는 의료상자.

그 안에 한 칸에 주르르 놓여있는 침 중에 하나를 꺼내들며.


장빈 : 대장.


마지막 한 놈을 베어 넘긴 최영이 돌아본다.

 

장빈 : 내공이 필요합니다.

 

성큼 다가서는 최영.

장빈이 공주의 손을 잡아 펼치게 하더니 소부 지점에 침을 꼽는다. 방향은 사법으로.

꼽혀진 침을 잡은 채 최영을 보고 고개를 끄덕여 신호를 준다.

최영. 후우… 심호흡을 하더니 내기를 모은다.

그렇게 손에 기를 모으더니 천천히 침 끝에 손바닥 가운데를 댄다. 침으로 전달되는 기운.

 

 

#19. CG

 

침으로 전달된 강한 기운이 수소음심경(별첨 그림), 혈관의 길을 따라 흐른다.

신문, 음극, 통리, 영도, 소해 청영 극천을 지나 심장에 이른다.

빠르게 펄떡이던 심장이 기운에 의해 점점 펄떡이는 속도가 줄어든다.

이윽고 반쯤으로 심박수가 낮아진다.

자막 少府穴 調心氣 - 소부혈의 기를 꺾어서 심장의 맥동을 줄인다

 

 

#20. 객잔 공민왕 방

 

장빈이 빠르고 노련한 솜씨로 또 다른 침을 빼든다.

이번에는 공주의 어깨를 살짝 올리더니 옷깃을 내린다. 천료 쪽에 침을 꼽는다.

최영이 다시 내기를 올려 손을 그 침에 얹는다. 침을 따라 흘러나가는 기운.

 

 

#21. CG

 

한쪽 팔의 손끝, 관충 지점에서부터 올라오는 혈관.

수소양삼초경의 길을 따라 관충. 액문…. 중저. 양지.

팔을 따라 펄떡펄떡 죽 올라오다가 견료를 지나 천료 지점에서 침의 기운과 만난다.

올라가는 기세가 현저히 꺾이며 완만해 진다. 그 위로 올라가는 혈관이 느려진다.

이어지는 곳에 칼에 베인 상처부분. 펄떡펄떡 솟구쳐 나오던 피가 점점 줄어든다.

완전히 막히는 것은 아니고 많이 느려진 상태.

자막 血爲氣配 - 기가 혈을 이끌기 때문에 기가 움직이면 혈도 따라 움직이고 기가 멈추면 혈도 따라 멈춘다

 

 

#22. 객잔 공민왕 방

 

장빈이 손을 뻗자 약원이 깨끗한 천을 내준다. 그 천을 공주의 상처 부위를 덮는 장빈. 돌아본다.

공민왕이 좀 떨어진 곳에 서서 보고 있다. 어떤지를 묻는 시선.

장빈이 대답 대신 약간 고개를 젓는다.

 

 

#23. 마을 일각

 

도망치는 자객. 뒤쫓는 고려무사 몇 명.

자객이 멈칫 선다.

앞에서부터 길을 막으며 달려오는 다른 고려무사들. 일제히 서더니 활을 당겨 겨눈다.

포위되는 자객. 다급하다.

저만치 뒤에서 충석이 헉헉 달려오며 소리 지른다.

 

충석 : 죽이지 마.

 

그러나 충석이 미처 도착하기 전에 자객이 주르르 무너져 내린다.

충석이 잡히는 대로 부하를 패며.

 

충석 : 죽이지 말랬지. 언놈이 보냈는지 배후세력을 알아내야 한다고 내가 그랬어. 안 그랬어.

 

쓰러진 자객을 살피던 다른 부하가.

 

부하 : 그게 아닙니다.

충석 : 아니긴 뭐가. 마지막 이놈 하나 딱 남았는데. (달려가 말을 한 부하를 발로 차려는데)

부하 : 이 독한 놈. 자결했습니다.

 

충석이 자객을 들여다본다.

자객의 입가로 누런 거품이 흘러내리고 있다. 극독인 듯 자객의 눈이 뒤집혀져 있다.

 

 

#24. 객잔 일층 홀

 

한바탕의 격전이 지나고 난 뒤의 모습.

벽력탄에 터진 벽이며 집기들. 부서진 계단.

무사들 몇이 임시로 계단 대용의 널빤지를 세우고 있다.

부상당해서 여기저기 쓰러진 무사들.

화로 위에 올려둔 단지. 그 안에서 끓고 있는 물.

나무집게로 그 안에서 바늘을 집어내는 약원.

그 옆에서는 장빈이 부상당한 무사의 상처를 꿰매는 시술을 하고 있다.

그때 이층에서 일신이 구르듯 달려 나온다.

 

일신 : 어의…. 어의.

 

불안정한 널빤지로 구르듯 기듯 내려오며.

 

일신 : 장 어의.

 

장빈이 돌아본다.

 

일신 : 당신 지금 지 정신이요. 시방 거기서 뭘 하구 있어.

장빈 : 보시는 것처럼 부상자들을..

일신 : 왕비마마를 살려내야지. 지금 이게 무슨 사태인지 알기나 하고 있는 게요?

         (다짜고짜 장빈을 끌고 가며) 우리가 다 죽게 생겼어.

 

 

#25. 객잔 공민왕 방

 

일신이 앞에서의 계속으로 떠들어대고 있다.

 

일신 : 우리 고려가 다 죽게 생겼단 말입니다. 왕비마마가 누구십니까?

 

일신의 앞에는 공민왕이 차가운 얼굴로 앉아있고. 일신의 뒤에는 장빈.

 

일신 : 원나라 위왕의 공주 되시는 분입니다. 그런 분을 길바닥에서 죽게 해요?

        안 그래도 우리 고려를 원나라에 복속시키자는 말이 오락가락하고 있는 이 판국에,

        그 공주님을 우리가 죽게 해봐요. 

        꼬투리도 이런 꼬투리가 없습니다. 원이 우리 고려를 냉큼 먹어치울 꼬투리.

공민 : (장빈에게) 영 가망이 없는가요.

장빈 : 목을 지나는 큰 혈맥이 반쯤 베어졌습니다.

         수소음심경, 수소양삼초경의 길을 느리게 하여 출혈을 지연시켜놓았습니다만 임시방편입니다.

일신 : 혈맥이 베어졌으면 붙여놓으면 되잖소.

장빈 : 간신히 심장의 박동수를 반으로 줄여놓았습니다. 

        자칫 건드려 기의 교란이 생기면 출혈이 걷잡을 수 없게 될 겁니다.

일신 : 안돼. 안 돼요. 살려야 돼.

장빈 : 신의가 아닌 이상. 불가능합니다.

일신 : 아니 신의가…. (하다가 뭔가 짚이는 얼굴)

공민 : 그 여인이 죽으면 우리나라가 죽는댑니다. 우달치 대장도 그리 생각하나요.

 

하며 돌아보는 곳. 저 구석에 대충 탁자에 기대 늘어져 있던 최영.

 

최영 : (무뚝뚝) 신은 일개 무관이라 정치 같은 건 모릅니다.

공민 : (쓰게 웃는) 왕이 되자마자 나라를 말아먹게 생겼군요. 참으로 대단한 왕입니다. 내가.

일신 : (갑자기 소리 질러) 있습니다. 전하. 신의가 있어요. 바로 이 근처입니다. 신이 압니다.

최영 : (끄응 일어나며) 어딥니까. 부하들에게 데려오라 하지요.

일신 : 그게 하늘에 계십니다. 그 하늘로 통하는 문을 제가 알아요. 바로 저기 있다구요.

 

최영, 어이가 없어서 일신을 돌아본다.

 

 

#26. 객잔 노국공주 방과 그 앞의 복도

 

방문이 열린다. 공민왕이 들어오지는 않고 문가에 선 채 안을 들여다본다.

안의 침대에 누운 노국공주. 그 옆을 지키는 시녀 하나(하나는 아까의 전투로 죽었다 하고).

장빈이 공주의 상세를 살피고 있다.

공민왕의 한걸음 뒤에는 최영이 묵묵히 지키고 있고.

옆에는 일신이 붙어 서서 집요하게. 그러나 누가 들을세라 은밀하게.

 

일신 : 장어의가 누굽니까. 고려 최고의 실력자라는 의원입니다. 

        그런 장어의가 못 살린다 하지 않습니까. 그러니 남는 건 하늘에 비는 수밖에요.

공민 : (쓰게) 하늘에 빌면 살려준댑니까?

일신 : (더 가까이 붙으며) 빈다는 것이 중요한 것이옵니다.

        우리 전하께서는 온 마음을 다해 하늘에 간구하셨다. 옆에서 보기에 참으로 비통하기 짝이 없더라.

        삼일밤낮 곡기도 끊고 비시더라. 이런 말이 원에 들어가게 하는 겁지요.

공민 : 그렇게 해서라도 원의 노여움을 풀어보자?

일신 : 고려를 위해섭니다. 전하.

공민 : (깊은 한숨) 가서 준비하세요.

일신 : 망극하옵니다.

 

하더니 쪼르르 달려간다.

최영이 묵묵히 공민왕의 옆을 지나 안을 향해 묻는다.

 

최영 : 왕비마마 이동 가능합니까?

장빈 : 불가합니다.

최영 : (공민에게) 부하들을 둘로 나누되 이쪽에 더 많이 남기겠습니다.

         보아하니 놈들이 원하는 건 왕비마마인 듯 하니까요. (돌아서는데)

공민 : 우달치.

 

최영 멈춰서 돌아본다.

공민왕이 열려있는 방의 문을 닫아 차단하더니.

 

공민 : 고려의 개경에서 원의 연경까지 참 먼 길이지요?

최영 : 멀지요.

공민 : 그 먼 길. 나를 데리러 오면서 무슨 생각을 했습니까?

최영 : (할 수 없이 공민왕을 향해 바로 선다) 생각같은 건 별로 안 하고 삽니다만.

공민 : 나라는 왕, 어찌 생각하느냐고 묻는 겁니다.

최영 : (무뚝뚝) 영명하시고 어지신 임금님을 맞이하여 만백성의 복이로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공민 : ...

최영 : (난처한 듯) 더 해야 합니까?

공민 : 날.. 싫어하지요?

최영 : ... 제가요?

공민 : 처음부터.. 만나기도 전부터 내가 싫었지요?

최영 : (웃는) 전하. 그러하다 대답드리면 신이 죽어야 됩니다.

공민 : 어째서 내가 싫은 겁니까? 그대의 왕인데.

최영 : (젠장..)

공민 : 마음에 있는 답을 하세요. 어명이라면 듣겠습니까?

최영 : (보는)

공민 : (마주보는)

최영 : …선왕이신 충정왕께선 열넷, 어린 나이셨습니다. 

        어려서 왕 노릇을 못한다고 원에서 폐위를 해버렸지요.

공민 : 알아요.

최영 : 전하께서는 스물 하나. 열넷이나 스물이나 어리긴 마찬가지. 라고 생각합니다.

        게다가 전하께서는 열 살에 원에 건너가 거기서 자라신 분. 뼛속 깊이 원나라 물이 들었을 것이다.

        그런 분을 모셔서 이 나라를 맡겨야 하다니, 우리 고려 백성들이 참 재수가 없구나. 

        라고도 생각합니다. 이상입니다.

 

공민이 말이 없다.

최영이 슬쩍 보니. 공민왕의 한 손이 옷자락을 세게 거머쥐고 있다. 그렇게 자제하는 듯 하더니.

 

공민 : 다들 그리 생각하겠지요? 고려의 백성들.

최영 : 십여 년 내에 벌써 다섯 번째 왕이시니까요. 백성들은 별로 관심도 없을 겁니다.

 

공민. 애써 도도한 얼굴을 유지하며 고개를 끄덕이더니.

 

공민 : 마음속의 말. 고맙소.

 

돌아선다. 저쪽으로 가는 공민.

보고 있던 최영이 부른다.

 

최영 : 전하.

공민 : (멈춰 돌아본다)

최영 : 그러니까 특별히 싫어하는 건 아닙니다.

 

잠시 최영을 보던 공민왕이 슬쩍 미소 짓는다. 최영도 싱긋 웃는다.

그런 각자의 얼굴 위에 자막.

자막 고려 31대 공민왕

자막 최영. 당시 우달치(근위대) 대장

 

 

#27. 천혈 / 저녁

 

앞의 화타 때에 나왔던 이 장소의 특징적인 포인트.

그리고 보이는 천혈 주변의 정경.

예전에는 황량한 곳이었으나 세월이 지나면서 화타를 기리는 사당 비슷한 곳이 되어있다.

곳곳에 조각상이며 향로 등으로 치장이 되어있다.

예전에 시공의 공간이 생겼던 부근에는 천혈(天穴)이라는 글자가 새겨진 비석과 함께 제단이 마련되어있다.

그 뒤에는 초라해 보이는 쪼끄만 틈새 하나(바닥에 구멍이나…).

그 곳이 갑자기 분주해진다.

고려의 무사들이 우르르 달려와 사방을 뒤지고 경계하며 자리를 잡는다.

여전히 검은 바람막이로 정체를 감춘 모습들.

일신이 시종들을 부리며 부리나케 제를 지낼 준비를 한다.

제단 아래 비단 자리를 깔고 향로에 향불을 올리고 바쁘다.

그 뒤에 최영과 충석의 호위를 받으며 들어서는 공민왕. 역시 정체를 가리는 옷차림.

최영이 사방을 살피는데 문득 불어오는 바람. 점점 세지고 있다.

눈을 찌푸리며 하늘을 본다. 거기 떠있는 해. 어쩐지 붉은 기운이 강한 햇살.

일신이 쪼르르 공민에게 달려와서.

 

일신 : 저 천혈로 말씀드리자면 일천년 전 화타께서 저리로 해서 하늘로 가셨다는 바로 그 문이올습니다.

         그 하늘나라에서 화타께서는 많은 제자들을 길러내셨고.

         삼백년에 한번씩 그 제자를 바로 저 하늘문을 통해 내려 보내신다…는 말도 있습지요.

공민 : 저 틈새에 대고 기도를 하란 말이요?

일신 : 그냥 틈이 아닙니다. 하늘로 통하는 하늘문이올습니다.

 

그러나 이미 공민은 제단을 향해 걸어간다.

최영 그 뒤를 따르며 주위를 살피다가 멈칫.

저쪽의 하늘에 몇 마리의 새가 날아오르는가 싶더니 후드득 떨어진다.

바람이 점점 거세어진다. 주변의 시종이며 무사들도 하늘을 보며 불안해지고 있다.

그러다 최영이 보는 곳. 저만치 제단 뒤의 틈새. 그곳에서 이상한 기운이 흘러나오고 있다.

최영, 재빨리 왕의 앞을 가로막으며.

 

최영 : 을조.

 

내부 경계 무사들 중에 반이 우르르 왕의 주변으로 몰려들어 원을 그려 왕을 가운데 감싸며 밖을 향한다.

일제히 활을 뽑아들어 화살을 먹일 준비를 한다.

연이어지는 최영의 명.

 

최영 : 갑조 외부 차단.

 

나머지 무리들이 재빨리 더 큰 원을 그리며 감싼다. 일제히 칼을 빼어든다.

일신이 히에엑 겁이 나서 가운데로 기어들며 파고든다.

바람이 더 거세진다. 최영이 틈새를 돌아본다. 틈새가 더 길어지고 커지고 있다.

일신 겁이 나서 웅크리고 있는데.

 

충석 : 뭐야. 저거.

 

충석의 다리 뒤에 웅크려 숨어있던 일신이 잉? 해서 충석의 다리 사이로 천혈 쪽을 본다.

거기 이제는 거의 사람 키만큼 커져 있는 틈. 공간.

그 공간 속에서 끓어오르는 듯한 맹렬한 기운.

그때 제단 앞에 깔았던 비단 자리가 바람에 휘리리 말려 올라가더니 틈새로 빨려든다.

순식간에 자취를 감추는 비단. 다른 몇 가지도 그 틈으로 빨려들고 있다.

일신 으어어… 해서 벌떡 일어나더니.

 

일신 : (아직 충석의 등 뒤에 숨어 호들갑을 떨며) 천혈.. 하늘문입니다. 하늘문이 열렸어요.

         전하. 저리 가면 하늘에 화타를 만날 수 있사옵니다. 전하아아.

 

충석. 어처구니가 없어서 일신을 돌아본다.

 

일신 : (더 자신만만하게) 다녀오라 시키십시오. 

        가서 화타든 화타의 제자든 신의를 모셔오라 명하십시오. 전하.

        빨리 하늘문이 닫히기 전에. 어서.

충석 : (불끈해서 일신을 밀어내며) 그리 잘 아는 분이 다녀오시든가.

 

일신 안 밀려나려고 버둥거리며.

 

일신 : 왕비마마를 살릴 수 있습니다. 전하. 하늘에 의원. 신의가 저기 있습니다요.

 

최영의 시선이 공민왕과 서로 마주친다.

공민왕이 간절해지는 마음으로 최영을 본다.

 

공민 : 저 말을 다 믿을 수는 없지만….

최영 : 명을 내리십시오.

공민 : 알아보기는 해야겠지요.

최영 : 다녀오겠습니다. (돌아서 가려는데)

충석 : (놀라 막으며) 대장.

최영 : 어명이래잖아.

 

충석의 어깨를 짚어 옆으로 밀어내고 최영이 성큼성큼 걸어간다.

다른 무사들이 다 긴장해서 본다.

거세지는 바람. 그 속에 걸어가는 최영. 잠깐 멈추는가 싶다.

 

대만 : (못 참고 달려가며) 대장.

 

최영이 옆으로 손을 뻗어 대만을 멈추게 하더니. 단걸음에 틈으로 들어간다.

공민왕과 모두가 숨을 죽여 보는데.

최영이 그 틈으로 빨려 들어간다.

바람이 휘몰아치며 눈을 뜨지 못하게 한다. 사방이 점점 어두워진다.

 

 

#28. 웜홀 내부

 

들어서는 최영의 시선으로 보이는 느낌. CG로 처리될 부분.

엄청난 속도로 빨려든다. 기나긴 터널을 웜홀을 지나는 기분으로 달려지나간다.

시간과 공간을 지나는 중.

그러다가 어느 막에 터엉 막힌다. 몸부림치다가 문득 옆을 보면 거기 가느다란 통로가 이어진다.

꿈틀 비틀어서 그 쪽으로 향한다.

다시 속도를 낸다. 달려간다. 저 끝에 원형의 구멍 끝이 보이는 거 같다.

 

 

#29. 봉은사 내부 일각 / 늦은 저녁

 

이곳에서도 같은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바람이 불고. 그렇게 휘몰아치는 바람 속에 한곳.

외진 판전(版殿)의 뒤편 어디쯤에 서서히 틈이 생겨나고 있다. 천혈에 생겼던 것보다는 적은 크기.

문득 그 틈 내부가 소용돌이치기 시작하더니 안에서부터 뭔가가 밀려나오고 있다.

밀리던 형체가 순간 튕겨져 나온다. 최영이다.

튕겨져 나온 최영이 굴러 떨어지며 잘 단련된 낙법을 이용해서 자세를 잡는다.

한손은 땅을 짚어 중심을 잡고 다른 손은 칼 손잡이를 잡아 

언제라도 발검할 자세를 취하고 긴장하여 주위를 둘러보는데.

순간 어디선가 찰칵 소리와 함께 터지는 빛.

최영, 더 생각할 것 없이 한 바퀴 굴러 옆의 은폐물 뒤로 날아 들어가 몸을 숨기고….

잠시 후 슬쩍 은폐물 이쪽의 동정을 살핀다.

거기 서 있는 이십대 초반의 남녀 데이트족.

여자가 손에 휴대폰을 들어 이쪽을 향하고 있다. 남자는 다른 쪽을 보는 중.

 

여자 : 봤어? 봤지?

남자 : 뭘.

여자 : 저기….

 

남자도 그쪽을 본다. 최영이 숨어 있는 곳.

 

여자 : 사람이 저 뒤로 날라갔다니깐. 진짜야. 샤삭.

남자 : 뻥이지?

 

최영, 마음을 다잡고 일어선다. 여전히 손은 검 손잡이에 얹은 채.

남녀 둘 다 놀라서 최영을 본다.

고려무사 차림. 방금 혈전을 치루고 노국공주를 안아 옮기느라 피가 묻은 갑옷. 바람에 흐트러지는 머리칼.

 

여자 : 우와.

남자 : 짱이다.

 

최영이 경계를 늦추지 않으며 한걸음 앞으로 나서는데.

순간 여자가 사진을 찍어댄다. 찰칵. 번쩍. 번쩍. 플래시가 터진다.

순간. 놀란 최영이 옆의 나무 그늘로 파박 피해서 사라진다.

데이트족 둘이 감탄해서 본다. 우와아….

 

 

#30. 봉은사 내부 다른 일각

 

최영이 나무 그늘 사이로 이동하고 있다. 완전 긴장 중이다.

알 수 없는 차림새의 사람들. 손에서 빛을 내는 무기.

나무 뒤에 숨어서 밖을 내다본다. 여전히 세찬 바람.

그런데 공중에 떠 있는 불빛들. 하늘나라로 착각할 만큼 신비한 분위기.

조심스레 가로등 아래로 가서 위를 올려다본다. 그러다가 그 너머를 본다.

거기 보이는 거대한 불상(봉은사 내의 미륵대불?).

오오…. 최영, 자기도 모르게 슬쩍 대불을 향해 합장을 하고는 다른 방향으로 다시 이동한다.

최영이 떠나고 난 자리의 가로등이 불안하게 지직거린다.

(현재 태양 흑점 폭발 시간대. 지자기 교란이 발생해서 통신기기며 전기 장비들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31. 봉은사 담장 내부

 

최영이 조용히 담장 쪽에 도착한다. 빽빽한 나무로 가려진 담장이다.

그 너머에서 뭔가 시끄러운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차가 지나는 소리).

최영 주위를 살피고는 날렵하게 담장을 넘는다.

 

 

#32. 봉은사 담장 밖 큰 거리

 

담장에서 떨어져 내린 최영. 순간 너무 놀라 정지한다.

사방에서 달려드는 요란한 쇠마차들.

최영이 반사적으로 뒤로 물러나 담장에 등을 댄다. 어느새 빼어든 검.

천지 사방에 쇠마차들.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최영의 앞을 지나간다.

어두워진 날씨 때문에 대부분이 헤드라이트를 켜고 있어서 더욱 공포스럽게 보인다.

고개를 들었더니 거기 끝도 없이 이어져 있는 높은 빌딩들….

그 위로 자막. 자막 2012년 서울

무사답지 못하게 입이 헤에 벌어진다.

그 때 한쪽에서 달려오는 요란한 오토바이.

최영, 후다닥 담장을 다시 넘고, 잔뜩 긴장해서 담 너머로 눈만 내놓고 살핀다.

앞을 지나친 오토바이가 저리로 달려가고 있다. 

정말 요란하다(헬멧에 붉은 유니폼까지 차려입은 퀵서비스 직원의 오토바이다).

이제야 좀 더 전체적으로 보이는 풍경. 넓은 강남의 대로. 가득 메우고 이쪽저쪽으로 달려가고 있는 차들.

이제야 보이는 길 건너의 사람들. 이상한 옷차림새.

최영의 시각에서 보면 전체적으로 무지하게 무서운 풍경이다.

순간 그 앞으로 다가오고 있는 엄청 큰 트럭.

최영, 후딱 고개를 담장 밑으로 내린다.

 

 

#33. 봉은사 내의 다른 일각

 

연등 등에 전기 불이 켜져 동동 떠있는 것처럼 보인다.

역시 불안하게 몇 번 껌벅거리고, 지나는 전깃줄 어딘가는 지직거린다.

그 아래를 지나는 몇몇 승려들.

그들을 숨어 보고 있는 최영. 그 모든 것이 역시 하늘나라다… 할 만큼 신비스럽게 보인다.

그 중의 한 승려는 핸드폰을 귀에 대고 뭔가를 얘기하며 껄껄 웃고 있다.

최영 조용히 숨어서 움직이며 그 승려의 뒤를 따른다.

둘만 대화할 수 있는 장소를 찾으려 함이다.

 

 

#34. 봉은사 내부 일각

 

핸드폰을 하던 스님이 걸어오고 있다. 흥얼흥얼 노래를 부르고 있다.

내안엔 내가 너무도 많아. 당신의 쉴 곳 없네. 가요를 경처럼 읊고 있는 느낌.

그러다 우뚝 멈춰 선다.

아무도 없던 길 앞에 막아선 최영. 스님이 우오… 해서 최영을 본다.

 

최영 : (합장하며) 스님.

스님 : (반사적으로 합장을 하면서도 최영의 차림새에 정신이 팔려있는)

최영 : 저는 땅의 세상에서 온 최영이라 합니다.

스님 : 땅… 이요?

최영 : 감히 와선 안 될 곳에 왔다는 거 압니다만. 도와주십시오.

 

스님. 문득 주위를 둘러본다. 이거 몰카 아닐까… 라고 생각 중.

 

스님 :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최영 : 신의를 찾고 있습니다.

스님 : 신의… 요.

최영 : 화타가 이곳으로 오셨다던데요.

스님 : 화타… 신의… 아아 의사요?

최영 : 예.

스님 : 의사라 해도 전공들이 다 틀리잖아요. 내과 외과 산부인과 치과… 어디에 문제가 있는데요?

최영 : (자기 얼굴 한쪽을 비스듬히 그어 보이며) 이쪽 부분이….

스님 : 이쪽이면…. 아 성형외과.

최영 : 어디 계신지 아십니까?

스님 : 성형외과 의사야 많죠. 여기가 강남인데.

최영 : 그냥 의사가 아닙니다. 신의를 찾습니다만….

스님 : 유명한 분을 찾으시는가보네. (하다가 뭔가 생각난 듯) 아… 아까 현수막을 봤어요.

         코엑스에서 성형외과 무슨 모임이 있다든데. 거기 가면 그쪽 유명한 의사들 많을 겁니다.

최영 : 코…

스님 : 코엑스요.

최영 : 그 방향이….

스님 : (한쪽을 가르켜 보이며) 이쪽이죠. 가면 보일 거예요. 현수막이 엄청 크던데.

최영 : (가르키는 곳을 보다가 난감해진다) 그쪽이면 좀 전에 가봤습니다. 

        그런데.. 거길 어찌 가면 되겠습니까?

스님 : (멀뚱히 보다가) 그냥 가면 되는데요.

최영 : (아…. 깨달은 얼굴이 돼서 스님을 보는) 그냥… 가면 된다. 과연…. 

        (고개를 숙여 보이며) 가르침 감사합니다.

 

휙 돌아서더니 빠르게 가버린다.

멍해서 보던 스님이 손에 들었던 스마트폰에 번호를 찍어 걸고는 귀에 댄다.

 

스님 : 혜정스님. 우리 경내에서 몰래카메라 찍나 봐요. 드라마 찍는 거면 내가 알았을 텐데. 스님도 몰랐지요?

         (하다가 전화가 끊겼는지) 여보세요…. 여보세… 아까부터 전화가 왜 이래.

 

 

#35. 봉은사 담장 내부

 

신발 끈을 조여 매고. 검집을 매단 허리끈을 조이는 최영의 손길.

결전에 나서기 직전, 갑옷 등을 단속하는 과정.

어깨를 다시 편다. 스님 덕분에 깨달음을 얻었다. 각오하고 담장을 넘는다.

 

 

#36. 건물 앞 큰 길

 

달리던 차들이 끼이익 위험스럽게 멈춘다.

차의 창문을 내리고 뭔가 욕을 하려던 사람이 헤에 해서 본다.

큰 길을 당당하게 걸어서 건너가고 있는 최영.

또 다른 차가 끼익 최영의 옆에 멈춘다.

최영, 움찔하지만 굳세게 걸어가며.

 

최영 : 그냥.. 간다.

 

// 큰길가 관심 없이 오가는 사람들.

최영을 구경하느라 기웃거리는 사람들. 그 중에는 휴대폰을 꺼내 열심히 찍어대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 사이를 최영이 묵묵히 걸어서 지나가고 있다. 한 손은 검집을 굳게 부여잡고. 사방을 두리번거리며.

// 최영이 지나간 곳. 옥상의 전광판에 뉴스가 진행되고 있다.

 

앵커 : 현재 태양 흑점 폭발에 따른 4단계 경보가 발령된 상태입니다.

 

// 그 옆의 쇼윈도? 대형 텔레비전 화면에 보이는 뉴스. 계속.

 

앵커 : 전파연구소에 따르면 오후 6시 현재 피해상황은 보고되지 않았지만

         국내 일부 항공기가 우주 폭풍의 영향을 많이 받는 북극 항로를 우회해 운항하고 있다 합니다.

 

앵커 뉴스의 밑그림으로 태양의 흑점이 폭발하는 자료영상이 보인다.


// 최영은 계속 길을 가고 있다.

여기저기서 찍어대는 휴대폰 카메라 세례에도 꿋꿋하게 걸어가던 최영이 문득 멈춘다.

한 곳을 본다. 입가에 얼핏 미소가 스친다. 찾았다.

최영이 보는 곳에 건물 앞에 커다랗게 펄럭이는 현수막.

[제30차 국제성형외과학회 제 10차 대한 성형외과의사회

第 三十次 國際成形外科醫學會 第제 十 次1大韓 成形外科醫師會

30th International Meeting of Aesthetic Plastic Surgery 10th Korean Assosiation of Plastic Surgeons]

최영의 눈에는 醫學 醫師 라는 한문 글자가 커다랗게 보인다.

 

 

#37. 코엑스 내부 의료기구 전시장 입구

 

컨퍼런스 홀 옆에 마련된 의료기기 전시장 입구.

옆에는 현수막과 같은 제목의 커다란 포스터가 붙여져 있고.

마련된 부스에서는 입장료 7000원이라는 팻말과 함께 표를 팔고 있다.

홀로 들어서는 입구에는 직원이 입장권을 내거나 목에 건 출입증을 확인해서 사람들을 들이고 있다.

표를 받던 여직원이 얼레 해서 보는 곳.

거기 사람들의 술렁임 속을 걸어오는 최영. 포스터의 글자를 확인하고는 입구 쪽으로 곧장 온다.

여직원 당황해서.

 

여직원 : 입장권 있어야 되는데요.

 

최영 멈춰서 본다. 뭔 소리지.

옆에 있던 관계자 관리가 다가오며.

 

관리 : 뭡니까? (복장을 아래위로 보다 허… 웃는다)

 

최영, 무조건 들어가려 하는데.

 

관리 : 어이. 이봐요.

 

하고 최영의 어깨를 잡으려 한다.

순간. 관리의 팔목을 잡아 막는 최영.

관리 어 어. 하는데 최영이 어떻게 했는지 관리의 몸이 빙글 돌려지고는 밀쳐진다.

아이쿠 해서 돌아보면 이미 최영은 안으로 들어가고 있다.

 

 

#38. 의료기구 전시장

 

각종 부스에서는 각각의 의료기들이 진열되어있고, 

직원이 직접 시연을 해보이거나 모니터를 통해서 홍보를 하고 있다.

그 안에 있던 사람들이 다들 돌아보는 곳.

최영이 빠른 걸음으로 지나가고 있다. 최영은 학회의 포스터들을 따라 이동하고 있다.

그러다가 보는 한 곳에 어느 세미나실의 문.

문에 붙여져 있는(혹은 옆에 세워져 있는) 안내문.

[성형수술 - 절개와 봉합 그리고 재생의 역사 成形手術 - 切開, 封合, 再生之歷史

Cosmetic Surgery - The history of incision, suture and rejuvenation]

최영의 눈에 크게 보이는 切開, 封合, 再生!!

최영 조심스럽게 세미나실의 문을 연다.

 

 

#39. 세미나실 내부

 

문을 열고 들어서던 최영 놀라 멈춘다. 저도 모르게 잔뜩 경계태세가 되면서.

정면의 벽 가득하게 보이는 화면. 거기 커다랗게 보이는 인간의 얼굴. 그 한쪽이 절개되고 있다.

그러면서 들리는 은수의 소리. 그 소리에 따라 이어지는 충격적인 화면의 내용.

 

은수소리 : 70년대에 주로 사용되었던 주름살 제거술의 원조. 서브큐테이니어 스 리프트(subcutaneous lift).

               흔히 말하는 안면거상술입니다. 이렇게 귀의 위쪽 두피부분에서 귀의 앞쪽까지를 절개한 다음,

               피하층으로부터 분리된 피부를 잡아당긴 뒤에, 여분의 피부를 제거하는 수술이죠.

 

최영, 보는 곳. 저 앞의 화면 옆에 웬 여자가 서서 말하고 있다.

그 여자가 손을 움직이면 벽의 화면도 따라서 바뀐다.

최영의 시선에는 엄청 경이롭게 보인다.

은수는 화면과 앞의 관객들을 번갈아 보며 미소까지 지어가며 말하고 있다.

화면은 귀 위쪽 두피 경계에서 피부를 분리하는 모습. 이어서 설명에 맞는 화면들. 적나라하게. 마술처럼.

 

은수 : 피부를 피하층으로부터 분리해내는 장면입니다.

        조심스럽게 작업하지 않으면 여기에 보이는 혈관을 건드릴 위험이 있어서요. 

        아주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부분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당겨서 봉합을 하게 되죠.

 

그 장면이 끔찍해서 최영 저도 모르게 찡그려진다.

 

은수 : (화면을 넘기게 하며) 이게 수술 후 10일째 되는 날 사진입니다. 보다시피 약간의 흉터가 남았죠.

       이 시술방법은 이런 흉터 말고도 단점이 좀 많았어요. 

         그 중에 제일 큰 문제가 효과가 오래 지속되지 않는다는 거예요. 이 수술을 받은 환자들은….

 

은수가 말하다 잠깐 할 말을 잃는다. 저 뒤쪽의 최영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고려 무사 복장을 한 커다란 사내가 자기를 뚫어져라 보고 있다.

당황함을 애써 감추고 계속.

 

은수 : 환자들은… 에… 적어도 이년만 기다리면 의사를 다시 찾아오게 돼 있었습니다. 

        한 번 더 당겨야 되거든요.

 

은수도 웃고 듣던 사람들도 앞의 몇몇이 웃는다.

뒤쪽 사람들은 최영 구경 중.

 

은수 : 다음에 소개해드릴 수술방법이 아큐리프트입니다.

         고주파로 얼굴에 불필요한 지방을 녹이고, 그 자릴 진피층의 콜라겐으로 채우는 방법이죠.

 

화면을 넘기면서 슬쩍 다시 그 사내를 본다. 여전히 우뚝 서 있는 최영.

이제 그 근처의 사람들은 은수의 발표가 아니라 그 사내를 구경하느라고 정신이 없다.

그 때 뒤의 문이 열리더니 관리가 경비와 들이닥친다.

사람들은 이제 전부다 뒤를 구경하고 있다.

관리가 최영을 지목하고 경비들이 최영을 데리고 나간다.

순순히 잡혀나가면서도 최영은 끝까지 은수를 보고 있다.

 

 

#40. 코엑스 내부 여자 화장실

 

핸드폰을 하며 들어서는 은수. 성질이 나있다.

 

은수 : 아 몰라. 완전 재수 없어. 무슨 엑스트라 같은 게 하나 발표장에 뛰어들어 가지구 깽판 치질 않나. 

        오늘 나 왜 이러니.

        (세면기 앞의 거울을 보며 휴대폰을 어깨와 귀에 끼고 백에서 아스피린 병과 생수병을 꺼낸다.)

       아침부터 머리통은 빠개지지. 오박사. 그 쪼잔한 영감탱이는 사내새끼 제자들만 끼구 돌지.

       나 진짜 드러워서 못해먹겠다. 

        (약을 먹으며) 두고 보라 그래. 앞으로 삼년이면 나두 강남에 개업할 거니까.

       그래서 말인데. 너 내 병원에 투자 안할래? 야 이 기집애야. 돈 많은 집에 시집갔잖아. 돈 좀 써.

 

소리 지르다가 머리가 아파서 관자놀이를 꾹꾹 누른다.

 

 

#41. 경비실

 

한쪽에는 CC-TV의 화면들이 여러 개 겹쳐져 보이는 경비실이다.

그 한쪽에 우뚝 서 있는 최영. 그 주위로 관리와 경비 두 명.

 

관리 : 어느 회사에서 홍보 나온 거예요?

 

최영, 벽에 가득한 화면들이 관심이 쏠려있다. 그 안에서 움직이는 수많은 사람들.

헤에…. 다시 입이 벌어지고 있다.

 

관리 : 이보세요. 소속이 어디냐고. 출입증 있어?

 

최영이 엇. 어느 화면에 집중한다. 그가 보는 모니터 안에서 은수가 걸어오고 있다.

은수가 멈춰서더니 가방 속에서 뭔가를 뒤진다.

최영이 성큼 모니터 앞에 다가서더니 조심스레 화면으로 손을 뻗는다. 유리로 막혀있다.

그 뒤에 있나 해서 모니터의 뒤쪽 아래쪽을 살펴본다.

 

관리 : (어이없어 보며) 어이. 사람 말 안 들려?

최영 : 이쪽으로 어떻게 하면 들어갈 수 있습니까.

관리 : 뭐요?

최영 : 이 안으로 들어가야겠습니다. 이거 좀 열어주십쇼. 

        (모니터를 밀어보며) 이 안에 있는 이 의사. 만나야겠으니까.

 

경비들이 웃는다. 관리는 화가 나고 있다.

 

관리 : (성큼 최영에게 다가서며) 당신 지금 장난해? 우리가 그렇게 한가해보여?

최영 : (미간이 찌푸려진다. 최영의 감각으로 이건 싸우자는 거다)

관리 : 이 꼬라지는 뭐고. (하며 최영의 갑옷 가슴을 쿡쿡 찌른다) 이건 뭐야? 케챱이야? (핏자국을 찌른다)

최영 : (참고 있다)

관리 : 아이구. 이거 봐라….

 

하면서 최영의 검을 잡으려는 순간. 최영이 그 손목을 잡아챈다. 어디 감히 무사의 검을 함부로….

 

관리 : (아파서) 아아. 이거 놔. 안 놔?

 

관리가 힘으로 최영을 떼어 내려 하지만 최영, 그대로 관리를 밀쳐버린다.

관리 뒤로 밀쳐지며 책상에 부딪히고 소란이 일어난다.

간신히 일어선 관리가 완전 열 받아서.

 

관리 : 당신 지금 나 폭행했어. 이거 벌써 두 번째야.

 

하더니 옆의 경비 허리에서 경봉을 빼어든다. 그러자 최영 반사적으로 검을 빼어든다.

경비들 어벙하게 보며.

 

경비1 : 뭐야 저거. 진짜야?

경비2 : 에 설마.

 

최영은 검을 그들에게 겨눈 채 다시 모니터를 돌아본다. 이제 은수가 모니터에서 벗어나고 있다.

놓칠 거 같아서 조급해진다.

 

관리 : 전화해. 경찰 불러. 미친놈 하나가 학회장에 난입. 경비 폭행. 기물 파손. 

        그리고 그거. 불법 무기 소지.

 

하며 경봉을 까딱거리고 다가서는데.

순간. 최영의 칼이 번쩍 휘둘러지더니 모두 얼어붙는다.

경봉이 순간 두 동강이 나서 반 토막이 땅에 떨어져 구른다.

잠시 정지되었던 그들. 관리가 손에 쥐고 있던 나머지 반 토막을 떨어뜨림과 동시에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으아아…. 일제히 밖으로 도망친다.

최영, 급히 모니터 쪽으로 가서 이리저리 살핀다. 이제 어디에도 은수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42. 의료기구 전시장

 

오가는 사람들. 각각의 부스에서 자사 제품을 홍보하느라 바쁜 영업사원들.

그 중에 한 부스. 영업사원 하나가 은수에게 루페를 보여주는 중이다.

 

영업 : 루뻬도 명품 쓰셔야 각이 살죠. 이 제품 한 번 보세요. 2.5배 배율은 기본이고요. 

        이게 초경량 합금재질로 테를 만들어서요. 

        을마나 가볍냐하면 우리 선생님들이 수술하고 나서 벗는 걸 잊어버리세요. 그냥 집에까지 쓰고 간다니까요.

        그리고 여기 가운데 보시면 이게 LED 램프… (하다가) 와아…. 요즘은 영업도 참 스페셜하게 하네.

 

은수가 보면 영업사원이 은수의 뒤쪽을 보고 있다. 

은수가 뒤를 돌아본다.

거기 최영이 우뚝 서서 사람들을 둘러보고 있다. 누군가를 찾는 듯.

주변의 사람들이 최영을 힐끗거리며 지나간다.

최영의 시선이 은수에게 멎는다.

 

영업 : 저거 분장한 거 봐라.

은수 : 저러구 영업하는 거예요? 무슨 엑스트란 줄 알았네. (더 관심 두고 싶지 않다. 다시 물건 살펴보는)

영업 : 어라…. 이쪽으로 오는데요.

 

은수 다시 돌아본다. 최영이 은수를 똑바로 보며 이쪽으로 걸어오고 있다.

은수는 혹시 자기 뒤에 누군가를 보는가 해서 주위를 둘러본다.

그런데 최영이 바로 은수의 앞에 선다.

 

최영 : 급한 환자가 있습니다.

은수 : …그런데요.

최영 : 우리 의원의 말로는 목의 혈맥이 끊어졌다 합니다. 살릴 수 있겠습니까?

은수 : 그걸 왜 저한테 물어요.

최영 : 살릴 수 있습니까?

 

은수가 옆을 본다. 영업사원이 헤에 해서 구경하고 있다.

 

은수 : 이분 좀 이상한 거 같지 않아요?

영업 : (헤실거리며) 작업 거시는 거 같은데요.

은수 : (최영을 무시하고 아까 보던 제품을 다시 들어보며) 이거 브로셔 좀 보내줄 수 있어요?

영업 : 아유 그러믄요. 병원 주소 알려주시면 제가 직접 달려가서….

 

하면서 힐끔거리고 최영을 본다.

최영은 뒤를 돌아보고 있다. 거기 관리가 아까의 경비들과 달려오고 있다.

그 옆에는 순찰하던 경찰이 둘 따라 오고 있다.

관리가 최영 쪽을 보며 뭐라 이르고 있다. 경찰이 최영을 본다.

최영 그들을 향해 돌아서더니 칼을 스릉 빼든다.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놀라서 최영을 본다.

 

관리 : (소리 질러) 저거요. 저거 진짜 칼이라니까요.

 

순간 최영이 칼을 크게 휘두른다. 바로 옆에 있던 부스가 단칼에 잘려나가며 무너져 내린다.

주위의 사람들이 기겁을 해서 도망친다.

경찰 하나는 무전기로 뭐라 떠들기 시작하고, 다른 하나는 엉거주춤 서서….

 

경찰 : 이봐요. 그거 내려놔요. 내려놓으시고.

 

최영이 잘려진 부스 테이블을 짚더니 뒤로 휙 밀어 보낸다.

그 뒤에서 도망치려던 은수의 앞을 밀려온 테이블이 턱 막는다.

같이 도망치려던 영업은 벌렁벌렁 테이블 뒤로 숨는다.

최영이 은수에게 또 묻는다.

 

최영 : 그 환자. 살릴 수 있겠습니까?

은수 : (입이 말라 말도 잘 안 나오며) 환자를… 봐야… 봐야 알죠. 어딜 얼마나 다쳤는지….

 

최영 알았다는 듯 끄덕이더니 뚜벅뚜벅 관리 쪽으로 가기 시작한다.

근처에서 구경하던 사람들은 놀라 더 뒤로 물러서고. 경찰도 물러설까 고민되는데….

관리가 갑자기 옆의 테이블에서 흉기가 될 만한 것을 집어 든다.

 

관리 : 오지 마. 절루 가. 가.

 

그래도 다가서는 최영. 겁에 질린 관리가 냅다 집어던진다.

그것을 칼로 쳐냄과 거의 동시에 한달음에 달려온 최영의 칼이 관리의 얼굴 옆을 스쳐지나간다.

다음 순간 무너지는 관리를 받아든다.

아직 영문을 모르는 관리. 그 귀에 대고.

 

최영 : 그러게 왜 자꾸 따라옵니까.

 

그리고는 관리를 어깨에 둘러멘다. 주르륵 최영의 어깨를 타고 흘러내리는 피.

누군가가 꺄아 비명을 지른다.

흘러내리는 핏자국을 내며 최영이 걸어간다. 

얼어있는 은수의 앞으로 뚜벅뚜벅 가서 그 앞에 관리를 내려놓는다.

은수 뒷걸음질 치다 엉덩방아.

 

은수 : 엄마…. (울음이 터지기 직전이다)

최영 : 딱 이런 모양으로 검에 베었습니다. 깊이도 이 정도였구요. 살릴 수 있겠습니까?

 

그들 뒤는 난리가 났다.

경찰 하나는 소리를 질러대며 사람들을 홀 밖으로 내보내고 있다. 나가요. 거기 얼른. 나가.

여자들의 비명소리가 섞이며 도망치느라 난리가 난 사람들.

홀이 순식간에 비워지고 있다.

은수가 자기 앞에 눕혀진 관리를 본다. 의사 본능에 저도 모르게 다가들어 상태를 살핀다. 

목에서 피가 꿀럭꿀럭 나오고 있다.

 

은수 : 앰뷸런스. 119 불러요 어서.

 

하며 뒤를 돌아보는데,

거기 우뚝 선 최영. 그의 칼이 똑바로 옆에 웅크리고 벌벌 떨고 있는 영업의 목을 향하고 있다.

 

최영 : 그 자를 살리지 못하면 이 자로 한 번 더 해보겠습니다.

영업 : 히에에….

은수 : 날더러… 살리라구요? 이 환자를 지금… 여기서?

최영 : 시간이 없어서요. 시작하십시오.

 

은수. 입이 딱 벌어진다. 다시 관리를 돌아본다.

가물가물 은수를 보는 관리. 제대로 나오지 않는 소리로….

 

관리 : 살려… 살려주….

 

하더니 기절해버린다.

 

 

#43. 건물 밖

 

경찰차들이 도착하고 있다.

 

 

#44. 의료기구 전시장

 

은수가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일어선다.

최영이 앞을 가로막는다.

 

은수 : 도구가… 있어야 되요.

 

하며 주위를 둘러본다.

 

은수 : 후크도 있어야 되고. 클램프하고… 또….

 

하다가 앞의 최영을 옆으로 밀친다. 최영 비켜준다.

은수가 최영의 뒤에 있던 테이블에서 아까 구경하던 루페 집어 들고 그 옆에서 봉합사 봉지를 몇 개 집어 든다.

후다닥 뛰어 다른 테이블에서 수술도구 세트 가방을 잡아챈다.

그렇게 달리며 두리번거리며 몇 개를 잡아채 안는다.

<혈관 겸자 artery clamp>, <니들 홀드 needle holder>, <포셉>, 밀봉되어져 있는 붕대.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 부스에서 항생제 병을 손에 잡히는 대로 집어 들고 다시 달려온다.

처음에는 네 병을 집었으나 달리면서 병 하나가 떨어져 구른다.

지나치는 길에 소독약 병을 집어 들고.

그러는 은수를 말없이 보고 있는 최영.

그 옆에서는 웅크린 영업이 나름대로 눈을 감고 미친 듯이 중얼중얼 기도를 올리고 있다.

 

 

#45. 주차장

 

경찰 특공대 차량이 도착한다. 뒷문이 열리며 우르르 내리는 특공대들.

 

 

#46. 의료기구 전시장

 

기절한 관리의 옆에 앉은 은수. 

어느새 마스크를 하고 루페를 머리에 쓰고 버튼을 조작한다. 루페의 램프가 켜진다.

지켜보던 최영이 움찔 놀란다. 이마에서 쏟아져 나오는 빛. 저도 모르게 입이 벌어진다.

은수가 소독약을 자기 손에 붓고 있다.

// 겸자를 집어 든다. 겸자에도 소독약을 붓는다.

// 겸자로 혈관의 양쪽을 집는다.

은수, 얼굴은 울상인데 손은 익숙하게 수술에 매달려 있다. 환자의 상태가 너무 다급하다.

(너무 호들갑은 아닐 것. 많이 해봤던 외과수술. 다만 수술 상황이 너무 안 좋아서 긴장하고 있다. 숙련된 솜씨)

그러다가 최영을 본다.

 

은수 : 이거 좀 잡아줘야….

 

최영이 영업을 발로 민다. 영업 거북이처럼 더 움츠려든다.

최영이 상체를 기울여 영업에게.

 

최영 : 저 사내가 죽으면 다음은 임자 차례라니까.

 

영업이 벌렁벌렁 은수에게 기어간다.

 

은수 : 마스크. (소독액을 턱으로 가리킨다) 소독.

 

영업이 반은 넋이 나간 상태로 마스크를 하고 소독액을 자기 손에 붓는다.

 

은수 : (상처를 살피며 스스로에게 정리하듯) 클램프로 혈관은 잡았어요. 펌핑은 막았는데.

        바로 혈관 봉합시술 들어가야 되거든요. 여기. 후크로 부위를 벌려주세요.

 

영업이 조심스레 은수가 쥐어주는 후크를 잡는다.

그러는 은수를 보던 최영. 문득 고개를 든다. 사방의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47. 건물 내부 일각

 

경찰 특공대가 이동하고 있다. 코너에 이르자 지휘자가 재빨리 일행을 둘로 나눠 진행하게 한다.

 

 

#48. 의료기구 전시장

 

은수가 수술에 집중하고 있다.

옆에서 도구들을 잡아주고 있는 영업. 이마에서 흐르는 땀. 

떨어지기 직전에 재빨리 뒤로 얼굴을 뺀다. 토할 거 같은 얼굴이다.

그들 옆에는 피를 찍어낸 붕대가 수북이 쌓여있다.

그때 들려오는 확성기 소리.

 

경위소리 : 강남 경찰서 오상섭 경위입니다. 안에 상황이 어떻습니까? 누구 대답해 주실 분 계십니까?

 

은수가 고개를 들다가 최영과 시선이 마주친다.

최영은 묵묵히 은수를 보고 있다. 한손에 쥔 칼은 여전히 한쪽으로 늘어뜨린 채.

 

경위소리 : 안에 전화 연결하겠습니다. 받아서 대화에 응해주시기 바랍니다. 전화 겁니다.

 

최영이 양쪽의 입구 쪽을 돌아본다. 닫혀져 있는 문.

그 밑의 틈새를 시력이 좋은 최영이 시선이 놓치지 않는다. 

그 밑으로 소리 없이 빠르게 지나가는 경찰의 군홧발들.

순간 울리는 전화벨.

최영이 긴장해서 두 손으로 검을 모아 잡으며 소리 나는 쪽을 본다.

거기 벽에 걸려 있는 내부 전화. 울리고 있다.

최영이 그쪽으로 몇 걸음 움직이는가 싶더니 후려쳐지는 칼.

전화기가 두 동강이 돼서 떨어진다. 조용해졌다.

최영이 은수를 돌아본다. 은수가 벙해서 보고 있다.

 

최영 : 뭐합니까?

 

은수가 놀라서 얼른 다시 환부를 내려다본다.

 

 

#49. 전시장 입구 밖 복도

 

입구의 이만치 특공대가 방패를 앞세우고 진열을 갖추고 있다.

 

 

#50. 경비실

 

모니터에 비춰지는 전시장 내부.

거기 웅크리고 있는 은수와 영업. 뭘 하는지는 멀어서 자세히 안 보인다.

지휘자인 오경위가 모니터를 보며 무전기에 대고 말하고 있다.

 

경위 : 인질은 여자 하나. 남자 하나. 보입니다.

         목격자에 따르면 여기 경비 중 하나가 범인 칼에 중상을 입은 상태라는데요.

 

모니터 속, 바로 앞을 지나가는 최영. 무사복을 입은 모습.

 

경위 : 아무래도 인질범이 정신이상자 같습니다. 협상 전문가 언제 도착합니까?

         부상자도 있구요. 시간 끌면 이거 아주 안 좋은데요.

 

 

#51. 의료기구 전시장

 

은수가 마지막 스티치를 끝내고 실을 당긴다.

 

은수 : 타이.. 컷.

 

영업이 재빨리 가위로 실을 끊어준다. 마지막 봉합이 끝났다.

은수 루페의 불을 끄고 빼며.

 

은수 : (낮게) 수고하셨네요.

영업 : (낮게) 끝난 겁니까?

 

은수, 대답하려는데 최영의 손이 스윽 들어오더니 환자의 환부 아닌 쪽 목의 맥을 짚어본다.

 

최영 : 이 사내. 살았군요.

은수 : 아직 경과를 더 봐야 되고, 항생제도 투여해야 되고….

영업 : 살았습니다. 보세요. 수술은 완전 성공이에요. 그쵸? 완전 성공..

 

최영이 옆 테이블의 테이블보를 확 빼더니 은수가 사용했던 의료기구들을 휘리릭 얹는다.

옆에 보이는 은수의 백도 얹는다. 그리고 길게 둘둘 만다.

그러면서 이어지는 대화.

 

최영 : 저와 함께 가주셔야겠습니다.

은수 : 제가요? 아우 왜요. (뒤로 슬그머니 물러서려는)

최영 : 살려야 될 분이 계셔서요.

은수 : (징징 울려고 하며) 저기요. 저는 이거 외과 쪽은 전공 놓은 지 오래 됐구요. 그리고

최영 : 모시는 길이 좀 험해질지 모르겠습니다. 

        (보를 등에 대각선으로 돌려 가슴에 매며) 제 뒤를 따라 오십시오.

은수 : 이보세요. 아저씨. 저는요.

최영 : 떨어지지 않게. 바짝.

 

최영 한쪽 입구 쪽으로 걸어간다. 몇 걸음 걷다 돌아보면 은수가 슬금슬금 뒷걸음질 치고 있다.

영업은 다른 쪽으로 도망치려다 최영을 보고 언다.

최영이 은수에게 다가가 은수의 등덜미를 잡아채어 밀며 걷는다.

 

최영 : 따라오십시오. 하면 좀 조신하게 따라와주면 피차 얼마나 편합니까.

은수 : (그 손에 밀려가며 징징) 이러구 어딜 가요. 밖에 경찰 쫙 깔렸을텐데. 어뜩게… 어디로 나갈라구요.

최영 : (은수를 돌아보더니 싱긋 웃고는) 정면 돌파.

 

하더니 한 손을 뻗어 옆의 냉장고(약들을 넣어둔 전시용)를 짚는다.

잠시 내공을 모은다. 그 손에 모이는 기운. 그러더니 파악 민다.

전깃줄이 빠지면서 냉장고가 엄청난 속도로 입구 쪽으로.

 

 

#52. 전시장 입구 밖 복도

 

전시장의 입구를 향해 겹겹이 포위망을 구축하고 있던 특공대.

순간 입구의 문이 벌컥 부서지듯 열리며 냉장고가 튕기듯 밀려 나온다.

앞에 막아섰던 특공대들이 방패를 이용, 막으려 하지만 냉장고의 기세가 워낙 세서 뒤로 옆으로 밀리고 넘어진다.

동시에 냉장고를 방패삼아 입구에서 튀어나오는 최영.

옆의 경찰이 들고 있던 방패를 빼앗더니 그것을 무기와 방패삼아 걸리는 이들을 튕기고 후려쳐서 길을 뚫는다.

특공대 중의 일부가 총을 겨누는데. 경찰 중에 누군가 소리 지른다.

 

지휘 : 인질 있잖아. 사격 중지. 중지.

 

최영은 은수를 잡은 채로. 포위망을 뚫고 있다.

은수의 손목을 잡아끌다가 잡아채서 허리를 감아 피하게 하기도 하면서.

그러다가 순식간에 복도 끝까지 이동하더니 코너를 돌아버린다.

 

 

#53. 건물 비상구

 

우르르 달려 내려오는 특공대들. 

그들 중의 누군가가 듣고 있는 무전기에서 다급하게 들려나오는 소리.

 

소리 : 범인은 동쪽 출입구 쪽으로 이동. 여성 인질이 잡혀있다. 반복한다. 범인은 동쪽 출입구 쪽으로….

 

 

#54. 경비실

 

수많은 모니터 앞에서 경위가 무전기로 명령을 내리고 있다.

 

경위 : 문 닫아. 잠가. 클로즈.

 

 

#55. 동쪽 출입구

 

이미 일반인들은 다 대피를 시켜 비어있는 로비. 앞에 대형 자동 유리문이 주르르 닫힌다.

절컥 잠기는 소리. 유리문 위의 표시등이 빨간색으로 반짝인다. 잠겼다는 표시?

로비의 양쪽 비상구며 다른 출입구 쪽에서 우르르 달려 나오는 특공대들.

그들이 일제히 멈추며 한곳을 향해 총을 겨눈다.

거기 로비 한가운데 나서던 최영이 우뚝 선다. 한 손에는 방패를 들고 있다. 경찰 Police라고 쓰인.

다른 손으로는 은수의 손목을 잡고 있다.

은수가 주위를 둘러본다. 내부의 여기저기 경찰들.

저기 유리문 밖으로 다른 경찰들이 움직이는 것도 보인다. 완전 포위되었다.

 

은수 : (다리 힘이 없어 주저앉으려 하며) 아저씨. 자수하세요. 예?

최영 : 잠시….

은수 : 자수해요오.

최영 : 실례하겠습니다.

은수 : 뭐가요.

 

최영, 은수를 그대로 어깨에 둘러멘다.

 

은수 : 엄마야.

 

최영 유리문으로 이동하며 손에 잡은 방패에 기를 모은다. 손에서 방패로 이어지는 기운. 방패를 감도는 기운.

최영의 손에서 일어난 전기가 지직 방패로 타고 흐른다.

유리문 밖의 경찰들. 설마하면서 보고 있다. 홀 내부 뒤쪽의 특공대도 설마해서 보고 있다.

최영, 그대로 입구로 다가서며 방패로 유리문을 터엉 때린다.

잠시 아무 일 없어 보이는 강화유리문. 다음 순간, 산산조각이 나며 부서져 내린다.

앞에 막아서있던 경찰들이 순간 당황하는데.

은수를 어깨에 멘 최영이 달린다. 앞을 막아서는 경찰들을 훌쩍 넘더니 그 뒤의 경찰차 지붕에 터엉 내린다.

그리고는 차의 지붕 위를 전속력으로 점프하며 이동해서… 사라진다.

 

 

#56. 봉은사 편전 뒤

 

바람이 휘몰아친다. 다른 곳보다 더 센 바람이 불고 있다.

포탈 구멍은 어둡게 어른거리고 있다. 

고려시대의 포탈보다 존재감이 덜하다. 자세히 봐야 보일 듯한 어른거림 정도?

거기 은수를 둘러멘 최영이 도착한다. 한손에는 여전히 들고 있는 경찰 방패.

가만히 은수를 내려놓는다.

은수, 눈물에 번진 눈으로 사방을 둘러본다. 어둡고 고즈넉한 분위기.

옆에는 뭔가 묘한 분위기에 어른거리는 구멍.

어엉…. 다시 울음이 솟구치려 한다.

최영이 한손을 뻗어 구멍을 가리킨다.

 

최영 : 이쪽으로 들어가시면 됩니다.

은수 : 살려주세요.

최영 : 안 죽입니다. 그분만 살려주시면 다시 돌려보내 줄거니까..

은수 : 거짓말. (질질 울며) 내가 아저씨 얼굴을 봤잖아요. 

        납치범이 얼굴을 보면 죽인다구… 영화에서 봤는데. 그래서 내가 다 아는데… 어엉….

 

최영이 눈을 찌푸려 주변을 살핀다. 바람이 몰아치고 있다.

최영이 은수에게 다가선다. 은수가 무서워서 뒤로 물러선다.

 

최영 : 난 고려 무사 최영이라 합니다.

 

최영이 더 다가선다. 은수가 비틀거리며 더 물러선다. 그렇게 물러서며 포탈에 다가가고 있다.

 

최영 : 무사의 이름으로. 내 목숨을 걸고 다시 돌아오게 해드리겠습니다. 약속합니다.

 

은수가 징징 울며 최영을 보는데. 최영이 성큼 다가온다.

은수가 뒤로 물러서려다 발이 엉클어지며 넘어지려 한다.

최영이 그런 은수를 잡아 안는다. 그리고 한걸음 더. 그렇게 그들이 포탈 안으로 빨려 들어간다.

 

 


================== 외전1. 은수 편 ===================

 

#1. 명리학 도사 집

 

차르르르 정리를 하는 대나무산가지. 50개. 피어오르는 향불의 연기. 

대나무를 훑어 내리는 도사의 손. 차락차락.

자막 서울, 오늘로부터 7일 전.

 

도사 : (서죽 50개 중에 하나를 뽑아 옆으로 뉘어 잡으며) 알고 싶으신 게?

 

그 앞에 진지한 얼굴로 마주 앉아있는 은수.

 

은수 : 남자요. 내 남자를 언제 어디서 만날 수 있나.

도사 : 사주가 ..

은수 : (얼른 자기 생년월일 적힌 종이를 내미는) 여기 제 사주. 이름하구. 

        근데 그냥 남자 말구요. 돈 많은 남자여야 되요.

도사 : (딱하다는 듯 보는)

은수 : 다음 주 로또 당첨 번호를 알려달라면 알려줄 수 있어요?

도사 : 못하죠.

은수 : 그러니까 돈 많은 남자를 언제 어디서 만날 수 있나. 그걸 묻는 거죠.

 

도사가 서죽 49개를 이마에 대고 정신 집중을 하더니.

 

도사 : 천하언재시리오. 지하언재시리니 고지즉응하시고 감이수통하소서.

은수 : (급히 첨언하는) 이왕이면 훈남이면 좋겠어요.

도사 : (째려보는)

은수 : (우물쭈물) 돈이 많다고 다 못 생기란 법은 없으니까.. 죄송..

도사 : (적혀진 종이를 보며) 유은수 경신생. 4월 5일.

        하늘과 천지신명께 고합니다. 원하는 사내 언제 어디서 만나겠나이까. 소원성취기원!

 

도사 완전 집중해서 서죽 49개를 오른손으로 촤악 두 묶음으로 가른다.

은수도 진지하게 본다.

도사가 왼손에 있는 것은 그대로 들고. 오른손에 있는 것은 바닥에 놓는다.

바닥에 있는 것 중에 하나를 따악 뽑더니 왼손 새끼와 검지 사이에 끼운다.

그러면서 뭔가 중얼중얼하면서 손에 남은 서죽의 숫자를 두 개 세 개씩 세어나간다.

 

은수 : 뭐래요? 어디 있대요?

 

그러나 도사는 다시 서죽을 모아 이마에 대며 중얼중얼.

앞에서 도사가 아까와 똑같은 동작을 다시 하는 사이, 은수 답답해서..

 

은수 : 되도록이면 좀 일찍 만날 수 있음 좋겠는데.. 제가요. 돈이 좀 급하게 필요해요.

         내가 무슨 명품 가방 이런 거 사겠다는 게 아니구요. 지금 연구하는 게 있거든요.

         줄기세포 추출기의 일종인데. 이거 프로토타입을 만들다가 연구비가 딱 떨어져 가지구..

도사 : (괘가 나온 모양) 호오..

은수 : (긴장해서 보는)

도사 : 천풍구 5효라..

은수 : 그게 뭔데요.

도사 : 이기포과에 함장. 유운자천. 어허어..

은수 : 왜요.

도사 : 하늘이 점지한 운명의 상대를 만나는도다.

은수 : 어머.. (좋아서) 하늘이래..

도사 : 헌데.

은수 : 헌데?

도사 : 이미 과거에 만났던 자라 하니.

은수 : 과거.

도사 : 지나간 남자분들 중에 잘 생각해보세요.

은수 : 예?

도사 : 그 중에 하늘에서 점지한 상대가 있었다.. 라고 풀어낼 수가 있겠습니다.

은수 : (생각해보다가) 설마.. (누군가를 생각하는)

 

 

#2. 병원 복도 일각

 

은수의 인턴 시절. 안경 쓰고 가운을 입고 뒤로 묶은 머리는 몇 군데 뻗치고

상당히 촌스러운 차림으로 촌스런 가방을 가슴에 안은 은수가 수줍어서 몰래 보고 있는 곳.

저만치 가운 차림의 잘생긴 선배 의사가 등을 보이며 간다.

은수가 좋아서 얼른 뒤뚱뒤뚱 쫓아간다. 촌스런 삼선 슬리퍼를 절컥거리면서. 그 위로

 

은수소리 : 학부 때부터 시작해서 인턴까지 장장 삼년 사개월. 사귀던 남자가 있긴 했죠.

               선배인 주제에 지 졸업고사 리포트까지 날더러 쓰게 했던 그 놈.

 

 

#3. 병원 비상계단

 

은수가 좋다고 선배를 밀어 들어오고 있다. 선배는 어어 하면서 힘센 은수에게 밀려들어왔다.

은수가 혼자 좋아 죽으면서 가방에서 뭔가를 꺼내는.

 

은수 : 선배 어제 밤 당직이었지? 아침도 아직 못 먹었을 거구.

         크크크 내가 도시락 싸왔다. 이거 내가 직접 만든 건데..

      

가방에서 꺼낸 플라스틱통을 열어 보여준다. 못생기고 크기가 각각 다른 주먹밥이 세 개 들어있다.

 

은수 : 이건.. 멸치볶음 넣었구.. (하면서 주먹밥을 손가락으로 찔러 안을 보며) 이건가? 

        아 이건 무말랭이 넣었다.

선배 : 은수야.

은수 : 어느 거?

선배 : 미안해.

은수 : 아침 먹었어?

선배 : 여자 생겼어.

은수 : ....?

선배 : 돈 많은 집 여자야. 나 병원 차려준대.

은수 : ... 돈이 얼마나 많은데..

선배 : 강남에 빌딩이 몇 개 있대.

은수 : 아...

선배 : 그 여자. 너보다 완전 못생겼어. 성질도 드럽구. 근데 어쩌겠냐. 빌딩에.. 병원인데.

은수 : (멍하니 보다가 끄덕끄덕)

선배 : 미안.

은수 : ..(끄덕끄덕하며 얼결에 손에 든 주먹밥을 먹는)

 

 

#4. 도사 집

 

도사가 은수 앞의 찻잔에 차를 따라준다.

 

은수 : 두 번째 그 놈은 진짜 날 좋아했던 거 같애요. 나만 보면 좋아 죽어요. 진짜.

 

 

#5. 성형외과 진료실

 

의사 티가 잡힌 은수가 볼펜을 손에 들고 카메라를 빤히 보면서 왼쪽 오른쪽. (환자 얼굴을 살펴보는 중이다) 

수성펜으로 얼굴(카메라)에 그리면서.

 

은수 : 요 부분하고 요기는 좀 채워주구요. 요쪽은 살짝 빼야겠네.

 

이제 보이는 환자 얼굴. 사내. 은수가 얼굴 여기저기 펜으로 그려놓은 동그라미들.

사내는 순하게 웃으며 은수를 보고 있다.

 

은수 : 수면 마취하구 할 거니까 통증은 없을 거에요.

         (컴퓨터를 향해 돌아앉으며) 어떻게.. 턱 쪽에 보톡스도 좀 해드려요? 브이라인을 원하시면..

사내 : 유선생님.

은수 : (빠르게 타자 치며) 네?

사내 : 은수씨.

 

은수 뭐야해서 돌아보다가 놀랐다.

사내는 반지를 두 손에 받쳐 들고 은수를 보고 있다. 얼굴에 여기저기 동그라미를 그린 채.

행복하고 긴장해서 어쩔 줄 모르는 얼굴로.

 

 

#6. 도사 집

 

마주 앉아 차를 마시는 은수와 도사. 아주 친하게 차 마시는 분위기.

둘이 찻잔을 부딪혀 건배까지 하고 마시며.

 

은수 : 석달쯤 사귀었나.

도사 : 그런데요.

은수 : 도저히 안되겠더라구요. 암만 돈이 많아도.

도사 : 돈 많은 남자가 필요하다면서요.

은수 : 그럼 그 남잔가. 하늘에서 ..

도사 : 점지해준 운명의 상대.

은수 : 솔직히.. 결혼까지는 생각없구요. 약혼 정도?

         그래서 돈을 빌려서 내 프로젝트를 성공시키기만 하면, 받아주겠다는 회사가 있거든요.

         그거 로열티만 받아두 이자 복리루 쳐서 갚구. 파혼해줄 수 있어요. 이거 완전 대박일건데..

도사 : 그건 곤란합니다.

은수 : 왜요.

도사 : 이 다음 괘.. (하며 앞에 있는 서죽을 가리킨다) 택뢰수 초효.

은수 : 그게 뭐요.

도사 : 앞으로 일년 정도? 먼길을 떠날 운명이랍니다.

은수 : 가긴 어딜 가요. 지금 병원 월급 의사 자리, 겨우 따낸 건데. 그거 어쩌구.

도사 : 관유유 정길. 출문교유공이라. 문 밖으로 나가야 만날 것이고 만나야 이룰 것이다.

은수 : 그니까 그 돈많은 남자를 어디가야 만날 수 있냐구요. 과거의 남자 말구 앞으로의 남자 중에.

도사 : 하늘에서 점지한 상대. 평생 한번도 못만나고 살다 죽는 이가 수두룩합니다.

은수 : 이 분이 진짜.. (김새서 보다가 일어서며 가방을 챙기며) 됐어요. 됐고.

도사 : 잘 기억해보세요. 과거에 만났던 이 중에..

은수 : 이 오피스텔에 타로 잘 치는 분도 있다던데. 몇호실인지 아세요?

도사 : (멀뚱히 보는)

은수 : 실례되는.. 질문이었나.. 그럼. 가볼게요.

         (문쪽으로 가며 궁시렁) 과거의 남자 누구. 게이 그놈? 아니면 그 올챙이 배?

 

도사가 허허 웃으며 보는데.

그 앞에 탁자 위. 향로의 향 연기가 스르르 피어올라 공중으로 맴돌다가, 

가는 은수의 뒤를 쫓아가듯이 공중을 날아간다.

 


 

================== 외전2. 최영 편 =================

 

#1. 병영 장교홀

 

앉아서 검의 손질을 하고 있는 충석. 그 좌우에 붙어 앉아 떠드는 주석과 돌배.

지금으로부터 칠년 전. 최영이 처음으로 우달치 부대에 부임하던 날.

덕만이나 대만은 아직 등장하지 않던 시절.

자막 고려. 오늘로부터 칠년 전.

 

주석 : 들으셨습니까? 오늘 새로 부임한다는 우리 우달치 대장. 나이가 으어..

         (답답하다는 듯 지 가슴을 치며) 나이가 글쎄 꼴랑 스물둘이랩니다.

돌배 : 그래도 적월대 부장이었대잖아요.

주석 : (버럭) 적월대 그게 뭐. 그것들 말만 요란했지 뭐. 솔직히 까놓구 말해서 한밤중에 몰래 샤삭 이동해서

         적의 뒤통수를 딱 까고 열라 도망치는 것들 아냐.

돌배 : 에이 고렇게 말할 순 없죠. 그 부대가 그렇게 뒤통수를 깐 적장이 수십 놈이 넘는데. 게다가..

주석 : (충석에게) 이대로 그 새파란 놈한테 대장 자리 넘기실 겁니까?

충석 : (칼을 들어 칼날을 가늠해 살펴보는)

주석 : 안그래도 금군 그 놈들이 우리 우달치를 무슨 바지만 주워입은 무각시들이다.

         이러구 갈구는 판에 그런 어린애가 우리 대장이 되봐요.

충석 : 어명으로 부임하시는 분이다.

돌배 : 그게 소문이요. 전하의 총애를 받아서 부임하는 게 아니고요.

         너 거기 가서 엿 먹어봐라. 이러구 보내신다는 소문이..

충석 : 입 조심.

주석 : 아 진짜. 부장은 그냥 가만 계슈. 내가 알아서 그 놈 오믄 군기를 딱 잡아 놓을 거니까.

 

하는데 문이 요란하게 열리며 들어서는 우달치들. 부상을 입은 두엇을 부축을 해서 들어서고 있다.

부상 입은 자들은 어디서 얻어 터졌는지 얼굴이 피투성이가 되어서 제대로 걷지도 못한다.

 

충석 : 뭐냐.

대원 : 용호군 놈들에게 당했답니다.

 

주석, 돌배 등이 부상입은 대원을 앉히는 것을 돕는데.

부상대원1은 팔이 부러진 듯. 비명을 지른다.

 

주석 : 이놈 이거 팔이 부러진 거 같은데요.

돌배 : 아이씨. 그런 놈을 그냥 델구 오면 어뜩해. 전의시라두 델구 가서..

주석 : (돌배를 패며) 우리가 귀족이냐. 왕족이냐. 어디 감히 전의시에 몸뚱이를 들이밀어.

충석 : (대원의 다친 팔을 살피며) 판대기 하나 갖구와. 묶을 거 하고.

대원 : 예. (달려가고)

충석 : 용호군. 응양군. 그놈들하구 시비 붙지 말라구 했지?

부상2 : 우리가 뭐 어쩐 게 아니구요.

 

 

#2. 궁내 일각

 

회랑? 걸어오는 부상대원1.2.

저쪽에 대여섯명의 금군이 몰려서거나 앉아서 우달치들을 가리키며 낄낄댄다.

(금군과 우달치 대원의 복장은 확실히 구별되게).

억지로 참으며 걷는 부상대원들과.. 놀리고 있는 금군들.. 그 위로.

 

부상2소리 : (계속) 그냥 걸어가는데 그것들이 자꾸 놀리잖아요.

                (리듬 붙여) 우달치 마달치. 무각시 치마폭에 아장아장 우루루 까꿍.

돌배소리 : 그래서 덤볐다.

 

 

#3. 장교 홀

 

부상2 : 아니 그냥.. 참을라고 했는데..

주석 : (부상2를 후려패며) 이기지도 못할 거 왜 덤벼. 왜. 왜.

 

씨근거리다가 고개 들어보면 모두가 문 쪽을 보고 있다. 주석도 돌아본다.

거기 문에 우뚝 서있는 최영. (지금보다 어린 모습. 머리는 매희와 함께 찍었을 때의 스타일)

아직 적월대의 의상을 입고 있다. 칼을 둘러메고 무심한 얼굴로 그들을 본다.

 

돌배 : (놀라서 저도 모르게) 적월대다.

충석 : (일어서 마주 버티고 서며) 신분을 먼저 밝혀주겠습니까.

 

최영은 그냥 실내를 주욱 둘러본다. (잘만한 곳을 찾고 있다)

주석이 냉큼 그 앞으로 가서 막아서며.

 

주석 : 우리 부장 말씀.. 못 들었소. 너 누구시냐고.

 

최영이 고개를 기웃해서 주석 뒤쪽의 충석을 본다.

 

주석 : 어쭈구리. 내 말을 씹어. 어이..

 

하고 최영의 옷깃을 잡으려는데. 최영이 한손으로 주석의 팔목을 휘어감아 휘릭 뿌리친다.

주석. 제 손이 어떻게 떨쳐졌는지 아직 모르겠는데 최영이 성큼성큼 걸어서 충석의 앞에 와 선다.

 

최영 : 여기서 제일 윗대가리?

충석 : 우달치 부장. 배충석이요.. 그대는..

 

최영이 얼굴을 스윽 충석에게 들이민다.

충석 저도 모르게 고개를 뒤로 빼는데 더 기울어져 오는 최영. 충석의 귓가에 대고.

 

최영 : 나 어디서 자면 되나.

충석 : 뭐?

최영 : 여기 오면 준다고 하던데. 내 침상.

 

 

#4. 이층 최영의 방

 

문이 빠끔 열리며 안을 들여다보는 돌배. 허.. 기가 막힌 얼굴이 된다.

문이 좀 더 열리며 옆에서 들여다보는 주석. 허..

방 안. 저쪽에 놓여진 최영의 침대. 거기 대각선으로 뻗어 자고 있는 최영.

머리는 침상 아래로 반쯤 떨어져 있고 입도 반쯤 벌리고 세상 모르고 자고 있다.

 

돌배 : 그저께 저녁부터 아닙니까?

 

 

#5. 장교 홀

 

충석이 훈련대에 꼽혀있는 훈련용 무기들을 살펴보고 있는데

그 옆을 주석과 돌배가 따르며.

 

돌배 : 이박삼일을 밥도 안 먹고 잡니다. 오줌도 안 쌉니다.

주석 : 죽은 거 아냐. 사람이 자다가 그냥.. 죽을 수 있거든.

돌배 : 내가 코에 손 대봤습니다. 숨은 쉽니다.

 

충석이 이층 최영 방 쪽을 올려다본다.

 

 

#6. 최영의 방

 

문을 열고 들어서는 충석. 자고 있는 최영을 보고 문을 소리나게 쾅 닫는다.

그러나 꿈쩍도 안하고 자는 최영.

충석이 침상 옆에 다가서서.

 

충석 : 그만 일어나시죠.

 

반응이 없다. 충석이 최영의 어깨를 흔든다.

 

충석 : 괜찮으신 겁니까?

 

최영이 끄응 옆으로 돌아누우며 다리를 처억 뻗고. 그냥 잔다.

충석이 잠시 보다가 침상의 요를 잡더니 냅다 잡아챈다.

그 바람에 최영이 침상 저편으로 요란하게 굴러 떨어진다.

잠시 후 최영이 끙끙거리며 일어나며 침상 위로 상체를 얹는데 아직 잠이 덜 깬 얼굴.

 

충석 : 그만 하시죠.

 

최영이 다시 침상 위로 기어 올라오려고 한다.

충석이 잽싸게 먼저 침상 위에 한 발을 올려 디뎌 막고는.

 

충석 : 안그래도 우리 애들. 용호 응양 이군의 횡포에 기가 죽어 있습니다.

         우달치로 부임하신 거, 그렇게까지 맘에 안 든다고 티내지는 말아주셨으면 합니다.

최영 : (부시시한 얼굴로 충석을 본다)

충석 : 여러가지 성가시게 하지는 않겠습니다. 

        우달치 대장으로서 가끔 이군의 수장들 만나서 말이나 건네주십시오.

        피차간에 괴롭히지 말고 잘 지내자고. 함께 궁을 지키는 자들인데 좋은 게 좋지 않겠나.. 그 정도만..

 

 

#7. 장교 홀

 

주석. 돌배. 다른 우달치 몇이 어어 해서 보는 곳.

최영이 이층에서 내려오고 있다. 여전히 잠이 덜 깬 얼굴. 자다 일어나서 부스스 난리법석인 머리칼.

칼을 어깨에 둘러메고 내려오더니 거기 대원들을 주욱 둘러보고는 돌배에게 다가온다. 자기 칼을 슥 내민다.

 

돌배 : (놀라서 받으며) 이거.. 뭐요.

 

최영은 그저 옆의 훈련용 목검을 슥 빼든다. 어깨에 둘러메고 나간다.

 

 

#8. 궁내 일각

 

회랑? 주석 돌배 충석 우달치 대원 몇이 달려온다. 헉헉 달려오다가 끼이익 브레이크 잡아 서서 보는 곳.

거기 즐비하게 여기저기 자빠져 있는 금군들. (되도록 많이~!)

어이구구.. 다리며 어깨를 잡고 신음소리들. 누군가는 복부를 맞았는지 엎드려서 토하고 있다.

저 끝에 마지막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데.

전투고 뭐고 없이 마지막 두어 명이 최영의 목검에 나가떨어지고 있다.

최영이 돌아서더니 걸어온다. 무덤덤한 얼굴. 

신음하는 자들 사이를 걸어온다. 

그 중에 정신이 있는 자는 최영이 다가오자 이상한 소리를 내며 옆으로 기어 도망친다.

최영이 경악해서 보고 있는 우달치들 앞으로 걸어온다. 여전히 잠이 덜 깬 얼굴.

찢어지게 하품을 하며 다가오더니 돌배에게 들고 있던 목검을 준다. 벙해서 받는 돌배.

돌배의 허리춤에서 자기 검을 스윽 빼서 어깨에 메고는 최영이 간다.

가는 최영을 보는 우달치들. 뭐라.. 할 말도 없다.

그렇게 가는 최영의 뒷모습. 그 옆 화단에 꽃이 피어있다. 

뒤에 은수와의 사건에서 나오는 바로 그 꽃.

(CG가 가능하다면 봉오리였던 그 꽃이 최영이 옆을 지나가자 삐리리.. 활짝 피어나는 모습으로)

바람이라도 불어 지나갔는지 꽃잎이 한들한들.. 떨린다.

 

 

 

 







 

 

 

첨부파일 신의1(完).hwp

 

첨부파일 신의 1-24.zip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댓글

댓글 리스트
  • 답댓글 작성자수다쟁이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3.02.21 안녕하세요. 알집은 인터넷에서 무료로 손쉽게 받을 수 있는 프로그램인데, 없으신가봐요.
    알집에서 파일 풀어서 올려놨어요~
  • 작성자1004amykim | 작성시간 13.02.22 감사합니다 !!!!! ^^
  • 작성자조성식 | 작성시간 13.02.25 1# 애니메이션은 어떤 장면인지? 드라마 보면서 1#장면은 본적이 없는데..
  • 답댓글 작성자수다쟁이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3.02.25 초반에 만화로 기본 이야기가 전개되었던 것 같은데. 정확히 기억은 안나지만요.
    실제 방송은 달랐을지도 모르겠네요.
  • 작성자ㅅㄹㅎㄷ_ | 작성시간 13.07.26 다운해가요ㅎㅎ감사합니다ㅜㅜ
댓글 전체보기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