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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04

작성자수다쟁이|작성시간13.02.21|조회수781 목록 댓글 0

[신의] 04

 

 

 

 

 

 

 

 

 

 

#1. 병영 장교 홀

 

최영 어이없어 보고 있고.

다른 이들도 모두 놀라서 굳어 보는 앞에서 은수가 엉엉 울며 말하고 있다.

 

은수 : 꿈인 줄 알았는데 암만 자구 깨도 아니구. 그럼 내가 진짜 사람 찌른 건데….

         치료해주겠다는데. 건드리지두 못하게 하구. 나보구 어쩌라구.

         그래 내가 당신 찔렀어. 미안하다구. 미안하니까 제발 치료 좀 받으라구우….

 

하며 우는 은수.

그런 은수를 보던 최영이 갑자기 은수에게 성큼성큼 다가오더니 양 어깨를 잡아 민다.

어어 밀리다가 뒤의 기둥에 막혀 서는 은수. 울다가 겁에 질리는 은수.

그 은수를 보는 최영의 얼굴은 진짜로 울컥 성이 난 얼굴이다.

최영이 성난 눈으로 뒤를 돌아본다. 거기 버엉해서 구경하고 있는 부하들.

최영과 시선이 마주친 충석이 재빨리 부하들을 우루루 몰아낸다.

대만은 슬쩍 빠져서 원숭이처럼 기둥을 타고 이층으로 올라가 난간 뒤에 숨듯이 웅크려 앉는다.

문이 닫긴다.

그 사이 은수가 슬그머니 옆으로 빠져나가려 하지만 최영의 다른 손이 그 옆을 턱 짚어 가둔다.

 

최영 : 그러게 내가 뭐라 했습니까.

은수 : (아직 흐느낌이 남아서. 그러나) 뭐가 뭐요.

최영 : 하늘 문 옆. 임자가 내 검으로 날 찔렀던 그 자리. 거기 나 혼자 냅두고 가라 했지요.

은수 : 말이 되는 소릴 해요.

최영 : 도대체 왜 나를 살리겠다고 나댄 겁니까. 임자 때문에 내가 지금 또 무슨 덫에 걸린지 알기나 해요?

은수 : 그래서.. 죽을래요? 죽을 수 있어요. 환자분 지금 상태 보아하니 패혈증 걸려 가지구 얼마든지..

최영 : 그 입.

은수 : 내 입 뭐어.

최영 : 내가 죽을 병에 걸렸다고 또 한번만 떠들고 다니십시오. 그 입.. 내가 제대로 다물게 해줄 거니까..

 

은수, 듣다 보니 어이없다.

그러나 미처 따지기도 전에 최영은 훌쩍 자리를 뜨더니 홀 가운데 서며.

 

최영 : 궁 내에선 함부로 싸다니지 마시고. 사내들만 있는 이런 병영엔 절대 기어들지 마시고.

        밖에 애들이 전의시에 데려다 줄 거니까 거기 조신하게 박혀 기다리세요. 내 일이 끝날 때까지. 

        알아 들으셨습니까?

 

은수가 발끈해서 문 쪽으로 걸어간다.

최영의 옆을 지나치는데 최영이 은수의 어깨를 잡아 멈추게 하더니 은수의 다리를 내려다본다.

 

최영 : 하나 더. 그 아래는 좀 감추고 다니십시오. 하늘나라 의복은 어떤지 모르겠으나 이 땅에서는..

 

하는데. 재빨리 그 손을 덮어 얹는 은수의 손.

최영이 손을 빼는데 이미 은수가 그 손목을 잡고 있다. 열을 재는 것이다.

최영이 손을 한바퀴 돌려 은수의 손아귀에서 벗어난다.

은수는 최영의 열과 비교하려고 다른 손으로 자기 이마를 짚어본다.

 

은수 : 이거 38도 넘겠는데.

최영 : (허. 어이없다)

은수 : (가방을 주섬주섬 뒤지기 시작한다) 내 비상 아스피린 줄게요. 진통. 소염. 해열작용이 있으니까

        한번에 두알씩. 하루 세 번 먹으면 돼요. 큰 효과는 없겠지만 그래도..

 

그렇게 말하며 플라스틱 아스피린 약병을 찾아 내미는 은수.

고개를 숙이고 있어서 표정을 볼 수는 없는데 어째 목소리가 우는 거 같다.

최영. 찌푸려서 은수를 살피며 병은 받지 않는다.

은수가 팔을 뻗어 병을 더 내민다.

 

은수 : (중얼중얼) 죽지 마요.

최영 : (잘 안들려서) 뭐요?

 

그제야 고개를 드는 은수. 그 눈에 눈물이 가득해서 최영이 멈칫하는 기분.

 

은수 : 죽지 말라구. 댁이 또라이 사이코인건 아는데. 알지만..

         나 혼자 놔두고 죽어버리면 난 어뜩하라구. 그니까 제발.. 아 씨..

 

눈물이 주룩 흐른다.

최영 얼결에 손 내밀어 약병을 받는다. 둘의 손이 스친다.

이내 떨어진 은수의 손. 눈물을 들킨 게 짜증나서 거칠게 닦으며 돌아서 문 쪽으로 가는 은수.

이층 난간의 대만이 기웃해서 아래의 최영을 숨어 본다.

최영이 우뚝 서서 문으로 나가는 은수를 보고 있다.

문이 열리고 문 밖에서 우르르 몰려있던 부하들이 분분이 길을 비키고

그 사이로 은수가 나가고 문이 닫힐 때까지 최영 불편한 마음으로 보고 서 있다.

그러는데 손에 들고 있던 약병이 떨어진다. 손에 힘이 없었다.

허리를 굽혀 병을 집다가 순간 비틀. 땅을 짚어 중심을 잡는다.

후우. 참았던 열에 뜨거운 숨을 내쉰다. 열에 마른 입술. 가쁘게 몰아쉬어지는 숨을 참고 있었다.

그 위로 들리는 기철의 소리.

 

기철소리 : 최영.

 

 

#2. 기철의 서재

 

책상 가득 쌓여있는 서류, 두루마리들.

기철이 하나씩 내용을 보며 인장을 찍거나 붓글씨로 글을 첨삭하며 업무를 보는 와중에 옆에 선 양사와 얘기하고 있다.

양사는 기철이 업무를 볼 수 있게 하나씩 두루마리를 펼쳐주고 거둬가고 등..

 

기철 : 그 자를 유일하게 믿는다.

양사 : 우리가 심어놓은 내관이 직접 들었다 합니다.

         주상께서 친히 최영에게 말씀하시기를. 이 하늘 아래 내가 믿는 자는 오직 너 하나 뿐이다. 이렇게..

기철 : (글씨를 쓰며) 그 우달치의 아비가 누구라고?

양사 : 최원직입니다. 고려 개국공신인 최준옹의 직계이구요. 조부는 충렬왕 전하를 가르친 문한학사 최옹입니다.

기철 : 그런 명문거족의 자식이 무관이라?

양사 : 열여섯 나이에 아비가 죽고, 아예 무예의 길로 나섰다 합니다. 적월대의 최연소 부장이었다 하지요.

기철 : (글을 쓰던 손이 멈췄다) 적월대.

양사 : 내공을 쌓은 무공고수들을 모아 만들었다는 은밀한 별동대였습니다.

기철 : 알아.

양사 : 들으셨을 겁니다. 워낙에 귀신처럼 신출귀몰한 부대였어서 귀월대라고도 불리웠습지요.

         붉은 초승달을 그린 군기만 봐도 왜구들은 혼비백산, 도주하기 바빴다지요.

기철 : 그 적월대가 어찌 파해되었는지도 들었지.

 

기철 일어서더니 방안을 거닐기 시작하며.

 

기철 : 적월대. 그 적월대의 부장이었다? (문득 멈추더니) 이번 습격이 실패한 것도 그 자가 있어서였나.

양사 : 그리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새 임금께서는 말도 타지 못하는 허약체질이라 하니까요.

기철 : 내가 가져야겠다.

양사 : 최영. 그자를 말씀이십니까.

기철 : 이름만 들었던 적월대야. 내가 왜 진작 그 대원을 하나 가질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돈이고 관직이고 다 내어줘. 데려만 와.

 

 

#3. 최영의 꿈 / 호수

 

어두운 어스름녘. 세찬 바람. 외롭게 선 최영이 사방을 둘러본다. 아주 춥다.

앞은 얼어붙은 호수.

최영이 바람 속에서 간신이 호수의 한 곳을 본다.

거기 호수 가운데 얼음낚시를 하고 있는 사내의 뒷 모습이 보인다.

최영이 바람을 거슬러 억지로 그리 다가간다. 무지하게 춥다.

와들와들 떨며 다가서자 점차 뚜렷이 보이는 사내.

깊이 눌러쓴 털모자. 털외투. 낚시 의자에 앉아 구덩이 속에 낚싯줄을 드리우고 있다.

문득 그 자(최영의 부친)가 돌아본다.

 

최원직 : 아직 못 찾았느냐?

 

 

#4. 병영 최영 방

 

최영이 흠칫 잠이 깬다. 자기 숙소방. (병영 이층에 자리한?)

침상에 기대 바닥에 앉은 채 칼을 짚은 채 깜박 잠이 들었었다.

이마에는 진땀이 흘러내리고 열에 들떠 춥다. 와들와들 떨리고 있다.

 

충석소리 : 대장. 준비되었습니다.

최영 : (얼른 옷깃으로 땀을 닦아내며) 얼마나 되나.

 

문이 열리고 충석이 들여다보며.

 

충석 : 믿을만한 놈들만 모으자니 도합 백명이 채 안됩니다.

최영 : 무각시 쪽은?

 

 

#5. 곤성전 (노국공주 침전)

 

복도 빠른 걸음으로 이동해가는 시녀들.

허리에 장검들을 차고 있는 무술에 능한 최상궁 휘하의 무각시(武각시)들이다.

 

충석소리 : 왕비전은 최상궁께서 알아 하신답니다. 전하 계신 곳이나 제대로 지키시게..라 하시던데요.

 

각각 위치를 잡는다.

그런 시녀들을 날카롭게 살피며 빠르게 이동해가는 최상궁. 그 뒤에는 두명의 상급 시녀가 검에 손을 얹고 따른다.

최상궁은 손가락 끝으로 시녀들의 자리를 잡아주고 수정해가며 이동하고.

그에 따라 숙련된 솜씨로 소리 없이 빠르게 움직이는 무각시들.

 

 

#6. 강안전 (공민왕 침전)

 

내부 회랑 제대로 제복을 차려 입은 우달치 무사들이 역시 빠르게 이동하며 각각의 자리를 잡아간다.

최영이 충석과 대만을 양쪽에 거느리고 그 앞을 이동해간다.

 

 

#7. 공민왕 정원

 

최영이 사방을 살핀다. 처마 위도 살피고 적의 침입 경로를 살피는 중.

그 옆의 충석과 대만.

 

충석 : 그래도 설마 이곳은 왕궁이고. 저들은 신하의 몸인데 전하와 비마마를 감히 해코지하려 들겠습니까?

최영 : 나도 그리 생각하였어. 왕궁까지만 모시면 안전하시겠지하고. 

        어제 기철, 그 자를 직접 대하기 전까지는 그랬다고.

충석 : 대해보시니..

최영 : 엄청.. 무서웠다.

충석 : ..예?

최영 : 자네도 직접 봤잖아. 그 집 연회장에서 어명으로 그자의 무릎을 꿇리려 했을 때.

충석 : 아 그거. 분했습니다. 조금만 더 밀어붙였으면 그 자를..

최영 : 거기서 더 밀어붙였으면 그자는 나 대신 전하를 시살하였을 것이야.

충석 : (입이 벌어지는)

최영 : 왕을 죽이니 사니 하는 사태가 되면 제일 먼저 피 터지는 건 우리 우달치군이야. 그런 개죽음은 사양하고 싶다.

         (한쪽 지붕을 보며) 서쪽 지붕이 비었잖아. 궁수들을 더 배치해.

충석 : 아니 그런 천하에 패대기쳐 찢어죽일 역적놈을 그냥 놔둡니까? 대체 이 나라 중신이란 것들은..

최영 : 힘 빼지 마. (걸어가 벽에 기대서며) 언제까지 밤새야될지 모르니까. 아끼라구. 서쪽 지붕!

 

충석. 끄응해서 궁시렁거리며 간다.

그러나 대만은 빤히 최영을 보고 있다. 최영이 벽에 기댄 것은 비틀거리지 않으려 하는 것임을 눈치채고 있다.

 

대만 : 괜찮으신 거 아니지요? 아까 하늘 의원님 말씀이..

최영 : 입 닥쳐.

대만 : 대장.

최영 : 들었잖아. 믿을만한 놈. 고려 천지에 백명도 안된다. 그걸 지휘한다는 놈이 쓰러져 버리면 어찌되겠나.

         무엇보다.. 지금 주저앉아버리면 내 마지막 기회가 날아간다고.

 

 

#8. 약초원 안채

 

마루의 탁자에서 장빈이 약재를 고르고 있다.

옆의 병풍 뒤에서 은수가 옷 갈아입고 있다. 휙 날라나오는 옷 한가지.

장빈 움찔.

 

은수소리 : 만약에 이 그지같은 현실이 꿈이 아니라면 대체 이게 뭐냐구. 

             타임머신을 타구 왔다? 근데 내가 그 무슨 머신 같은 건 본 적이 없거든요.

 

하면서 병풍 뒤에서 나오는데. 고려 의원 옷의 속옷을 입고 있다. 펄럭펄럭하며 나와서 한바퀴 돌아 보인다.

 

은수 : 사이즈가 좀 큰 거 같지 않아요?

장빈 : (봤다가 얼른 시선을 피하고) 드린 옷들 다 어쩌시구.

은수 : 아 내가 레이어드 스타일을 별루 안 좋아해요. 겹겹이 치렁치렁 구질 구질한 거 싫어하거든.

장빈 : 그거 속옷입니다.

은수 : (자기 옷을 내려다본다)

장빈 : 속에 입는 옷. 남에게 보여선 안되는 옷.

 

은수, 펄럭펄럭 다시 병풍 뒤로 들어가며 아까 얘기 계속.

 

은수 : 아니면 무슨 스타게이트, 아니면.. 그 뭐더라. 웜홀. 맞아.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만 극복하면 웜홀을 통해서 시간여행을 할 수 있다. 그런 물리학 이론, 있거든요.

 

겉옷을 걸치며 나온다. 장빈을 보지만 장빈은 옷차림이 부실한 은수 쪽은 보지도 않고 있다.

 

은수 : (끈을 매는 법을 몰라서 헤메며) 내가 원래 에스에프. 판타지. 이런 거 딱 질색인데.

         근데 이거 다 어떻게 설명하냐고. 어떻게 지금이 고려냐고오. 엄마 깜짝이야.

 

돌아서는 은수 앞에 언제 왔는지 모르게 나타난 더기. 은수를 노려보며 가져온 약재들을 장빈의 앞에 떡 놓는다.

 

은수 : 누구..

장빈 : 더기입니다. 약초며 약재에 대해서라면 모르는 게 없죠. 전의시 약초원의 주인이기도 하구요.

 

더기가 장빈을 향해 우어어우어 이상한 소리로 빠르게 떠든다. 약재들을 설명중.

은수가 입이 벌어져서 보는데 그 말을 다 알아들은 장빈이 약재들을 하나하나 가리키며.

 

장빈 : 섬수하고 노봉방. 그럼 이게 담즙인가?

더기 : (끄덕끄덕)

은수 : 뭐요?

장빈 : 사람 몸 속의 독성을 제하는 약재들입니다. 우달치 대장에게 이런 것들이 필요하다 하셨지요?

은수 : (하나 들어보며) 이게 뭐라구요?

장빈 : 섬서.

은수 : (모른다)

장빈 : 두꺼비요.

은수 : (얼른 놓는다. 손을 옷에 닦는)

더기 : (떠든다)

장빈 : 그 중에서도 흑광섬서를 썼답니다. 그 미릉..

은수 : (무슨 말이야? 모른다)

장빈 : ... 눈썹 사이요.

은수 : 아..

장빈 : 그곳을 손으로 비틀어 유지를 받아 어두운 곳에서 하룻밤 놓아 말린 것입니다.

더기 : (떠든다)

장빈 : (동시통역하듯) 정창이나 나력 등을 치료할 때 쓰죠. 그런데..

- 자막 정창 (疔瘡) : 뿌리가 깊숙이 박힌 악성 종기.

- 자막 나력 (瘰癧) : 결핵균이 목의 임파선에 침입하여 생기는 만성 화농성 염증.

은수 : (멍...) ?

장빈 : 하늘에서는 이런 거 안 쓰십니까?

은수 : (고개를 젓는)

장빈 : 화타.. 의 제자분이라 들었습니다만.

은수 : 누구요?

장빈 : 화타. 신의라 일컬어지시는..

은수 : 아.. 화타. 그 화타?

장빈 : 제자 아니십니까?

은수 : 어.. 세상이 많이 변했죠. 우린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하는 쪽이라서.

장빈 : ?

은수 : (대충 한 손을 드는 시늉을 하고) 이제 의업에 종사할 허락을 받으매

        나의 생애를 인류봉사에 바칠 것을 엄숙히 서약하노라.

장빈 : 히..

은수 : 히포크라테스. 저어기 그리스에..

 

둘이 더 할 말을 잃고 멀뚱히 마주보는데..

 

안도치소리 : 의원님.

 

돌아보면 거기 들어서는 안도치.

 

안도치 : 하늘에 의원님. 찾아 계시옵니다.

 

 

#9. 궁내 일각

 

최영이 돌아본다. 거기 서있는 두명의 무각시.

 

무각시 : 부르시옵니다.

 

 

#10. 강안전 내 공민왕 집무실

 

안도치의 안내를 받아 들어서는 은수.

은수는 화려한 실내 장식을 구경하느라 정신이 없다.

아직 안에는 아무도 없고, 가운데 놓여진 탁자에 다기가 올려져 있다.

그 청자 자기에 눈길이 간다. 저도 모르게 발이 이끌려 그 앞에 서더니 조심스레 만져본다.

 

은수 : 혹시 이거.. 고려 청자? (홱 안도치를 돌아본다) 이거 얼마쯤 해요?

안도치 : 예?

은수 : 이런 게 아직은 골동품이 아니니까 그렇게 비싸지 않을 거잖아요. 이런 거 어디 가면 사요?

공민소리 : 마음에 드십니까.

 

돌아보면 공민이 조일신과 나오고 있다.

은수 간신이 체통을 차리고 선다. 제 딴엔 공손이 고개 숙여 절한다.

 

은수 : 안녕하세요. 저기.. 왕..이시라고 들었는데 제가 어떻게 절을 해야 되는지 그런 걸 잘 몰라서..

공민 : 저도 하늘나라 분은 처음 뵈서 어찌 예를 차려야 되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피차 편하게 하심이 어떨지..

은수 : 어머.. 그래요. 그런 게 좋아요. (하고 의자를 끌어 먼저 앉는다)

 

그래놓고 보니 뭔가 분위기가 이상하다.

조일신이 헛기침을 한다. 공민은 개의치 않고 그 앞에 앉는다.

 

공민 : 궁에 도착하자마자 심난한 일들이 이어져서 제대로 보살펴 드리질 못했습니다. 침소는 편하신지요.

은수 : 제가.. 불평하는 스타일은 아닌데요. 뭐 물어보시니까. 음식이 좀 너무 싱겁구요.

        김치가 없드라구요. 빨간 고춧가루 넣은 김치. 그리구 뜨거운 목욕을 하구 싶은데 그게.. (하다가 눈치를 본다)

 

굳어있는 조일신. 뒤를 돌아보니 안도치가 고개를 숙여.

 

안도치 : 조처하겠습니다.

공민 : 하늘에서 오신 분.

은수 : 아.. 저요.

공민 : 긴히 청할 것이 있습니다. 도와주시겠습니까?

 

 

#11. 곤성전 (노국공주 침전)

 

잔에 따라지는 차. 노국이 손수 잔에 차를 따르고 내밀어준다.

그 앞에 앉아 두 손으로 받는 최영. 무뚝뚝한 얼굴. 고개를 돌려 마신다. 다 마시고. 잔을 놓고.

그래도 말이 없던 노국, 불쑥.

 

노국 : 이 나라 백성들 전부 다인가?

최영 : 예?

노국 : 나와 전하가 죽기를 바라는 이가.. 전부 다이냐고 물었다.

최영 : (웃는) 아닙니다.

노국 : 그럼 일부인가?

최영 : 소신. 정치나 세상사는 모르는 무인입니다.

노국 : 내가 물었다.

 

최영 대답 대신, 주위를 둘러본다. 창문 쪽에 최상궁 혼자 서있다. 그 외에 방엔 아무도 없다.

 

최영 : 먼저 한가지 여쭤도 되겠습니까?

노국 : 듣고 있다.

최영 : 고려말은 언제 배우셨습니까?

노국 : (노려보는)

최영 : 원나라 공주님께서 전하와 혼례를 치룬 것은 이년 전. 이년만에 배우시기에는 너무 훌륭하신 우리 말이라서요.

노국 : 원나라 사람에게 고려의 일을 말하기, 꺼려진다는 의미인가?

최영 : (미소) 주제 넘었습니다. 질문 거두겠습니다.

노국 : .. 팔년이다.

최영 : 팔년..

노국 : 팔년 전, 한 사람을 보았다. 고려 사람이었다. 그에게 말을 건네 보려고 배우기 시작했다. 답이 되었는가?

최영 : (고개를 숙이는)

노국 : 그럼 이제 그대 차례. 나의 정직함에 그대의 정직함으로 답하라.

최영 : .. 고려 천지에 왕과 왕비의 목숨을 노릴 자는 하나 뿐입니다.

노국 : 기황후의 오래비. 그 자를 이름인가?

최영 : (싱긋 웃어지는, 의외인데..하는 느낌)

노국 : 그 자의 힘은 강대하여 폭풍과 같고, 우리의 힘은 그 앞에 촛불 같다던데.

최영 : 비슷합니다.

노국 : (빤히 보며) 그 자가 우리를 죽이고 왕이 되면 그대는 그 자를 위해 우달치가 되겠지?

최영 : ..

노국 : 그 자를 위해 밤을 지새워 번을 서고, 목숨을 내걸어 그 자의 적과 싸우겠지?

최영 : .. 그 전에 죽지 않는다면 그리 될 것입니다.

 

대답하다 흠칫. 노국이 손을 뻗어 최영의 이마를 짚었다. 그러느라 가까워진 둘 사이.

최영, 감히 몸을 빼지 못하며.

 

최영 : 마마.

노국 : 그래서 죽으려는 건가.

최영 : (뒤로 물러나려는데)

노국 : (최영의 이마를 짚은 손을 떼지 않게 더 가까이 하며) 이 왕이든 저 왕이든 

        원치 않는 자를 위해 목숨을 거는 것에 지쳐 지레 죽을 생각인가?

최영 : (감히 더 피하지 못하며) 손을..

노국 : 이처럼 불덩이같은데. 치료를 받지 않는다 들었다.

최영 : 거두어 주십시오.

노국 : 죽지 마라. 그대 왕비의 명이다.

 

최영 꼼짝 못하고 있다.

그들이 있는 방 구석 쪽에 최상궁. 착잡한 시선으로 그들을 보며.

 

 

#12. 강안전 내 공민왕 집무실

 

은수가 찡그리고 보는.

 

은수 : 의선이요?

공민 : 예. 이 나라의 의선이 되어주십사 부탁드리는 것입니다.

은수 : 그게.. 뭔데요.

공민 : (대답하려는데)

은수 : (손을 들어 막으며) 아니 그게 뭐든.. 저기요. 임금님. 저는 돌아가야 되거든요.

공민 : 압니다. 허나..

은수 : 제가요. 여기 납치되어 온 거. 납치된데다 또 납치 돼서 죽을 뻔 한 거. 다! 없던 일로 해줄게요.

        그냥 제가 갈 때 이런 청자, 네? 고려청자 이런 거. 또는 뭐 그림.. 그런 거나 몇점 가져가게 해주시면

        몽땅 다! 퉁친 걸로 할게요. 그러니까..

일신 : 어찌 돌아가시려구요.

은수 : 그야 올 때 온 문으로..

일신 : 그 문. 닫힌 거 못 보셨습니까?

은수 : 닫힌 문 같은 거면 다시 열면 되잖아요.

일신 : 그 길은 천년도 전. 화타가 하늘로 가버린 길이온데 그 길이 언제 다시 열릴지는 누구도 모릅니다.

은수 : 그럼 안되죠. 아니 무슨 말을 그렇게 막 하세요. 난 어쩌라구..

공민 : (손을 들어 둘을 저지하고는) 의선. 이 나라는 지난 수십년간 원의 간섭 하에 살고 있습니다.

은수 : 제가 역사는 잘 모르구요.

공민 : 백성들은 해마다 뼈와 피를 말려 원에 조공을 바치느라 사는 게 사는 것이 아니라 알고 있습니다.

         비단 원나라 뿐이겠습니까. 그 원의 세력에 빌붙은 간신배들이..

 

하다가 보면 은수가 난처한 듯 하아참.. 웃고 있다.

 

은수 : 저어.. 이런 말씀 드리긴 좀 그렇지만.. 원래 정치하시는 분들 말씀은 다 그렇게 하시잖아요.

         백성이 어떻구 국민이 어떻구.. 그래서 결국 내가 나서지 않으면 안되고..

일신 : (벌컥) 의선 하시는 말씀마다 도대체가...

은수 : 보세요. 백성이 뭐라 한마디 하면 이렇게 금방 발끈하면서..

일신 : (폭발 직전인데)

공민 : (일신에게) 경은 조용하시오.

일신 : (억울해서) 전하..

공민 : (은수에게) 원에 굴복한 이래 이 나라의 여섯 선대왕께서는 충자를 시호 앞에 붙여야만 했습니다.

은수 : 시호.. 충.. (뭔가 들어본 이야기다)

공민 : 특히 저의 바로 앞 선왕이신 경창군이나 그 전 충목왕이나..

은수 : 충목? 충..이면 고려 말기 쪽인데.

일신 : (어라?해서) 말기? 뭔 말기..

은수 : 그..임금님들 이름이 어뜩게 된다구요? 지금 말고 이 전에..

공민 : 시호 말씀이십니까?

일신 : 지금 유배 중이신 경창군 이전이 충목왕. 그 전이 충혜왕. 그리고..

은수 : (손을 들어 멈추게 하고) 충혜. 충목.. 내가 역사는 싫어해도 외우는 건 좀 했거든요. 고려왕실계보 그게..

        (콧노래로 반짝반짝 작은별.. 흥얼거려보다가 말을 붙여보는..자신없게) 태혜정광 경.... 성목..

 

공민과 일신이 벙해서 본다.

 

은수 : (기억이 살아나면서 좀 더 자신있어져서) 현덕정문 순선헌.

      (중간에 좀 잊어서 흥얼대다가..) 숙 예...응응 응.. 충.. 충.. 렬 선 숙 혜 목 정 공..

      (하아 외웠다.. 좋아하다 멈칫) 목정 공.. 충목. 충정. 그리고.. (공민을 본다) 그럼 공민왕이세요?

공민 : ... 하늘에서는 저를 공민왕이라 부르십니까?

은수 : 충목 다음다음이면 공민왕이시거든요. 역사가 그래요.

일신 : 오오... (흥분했다) 충이 없습니다. 전하. 원이 내리는 시호 충이 없습니다.

은수 : 그럼.. 저기 원나라 공주라는 분은. 노국 공주?

공민 : 노국.. (아직 죽기 전이라 둘 다 시호는 모른다)

은수 : 어머 진짜면 이거 대박이야. 공민왕하구 노국공주. 완전 대박. 두 분 엄청 유명하세요.

        (하다가 뭔가 생각났다) 임금님. 그림 잘 그리시지요?

공민 : (당황해서) 그림.. 좀..

은수 : 저 봤어요. 공민왕께서 그린 그림이요. 저기 마포구에 가면 공민왕 사당이 있거든요.

        거기 공민왕께서 그린 그림 있어요. 그 옆에 최영 사당도 있구요.

일신 : 최영이라면 우달치 대장 말입니까. 그 자가 어찌 하늘 사당에.

은수 : 대장이라니. 그럼.. 날 납치해온 그... 내가 찔러버린.. 그 사이코가.. (울상이 돼서) 누구라구요?

 

저 구석에 서있던 안도치. 입이 딱 벌어져 있다.

 

 

#13. 외전 일각

 

환관들이 모여서 숙덕거리고 있다. 그 가운데 안도치가 있다.

모두 우달치의 말에 흥분상태.

그 중에 환관 하나가 슬쩍 뒤로 빠진다.

 

 

#14. 내전 일각

 

시녀들이 흥분해서 숙덕거리고 있다.

무각시 둘이 지나가다 그들에게 끼어들어 듣는다.

 

 

#15. 성문 근처 일각

 

아까의 환관이 병사 하나와 수근대고 있다.

 

 

#16. 기철의 집 대문 앞

 

아까의 병사가 달려 들어가고 있다.

 

 

#17. 병영 마당

 

한쪽에 앉은 최영과 장빈.

최영이 장빈에게 선혜정에서 찾은 밀지를 건네주고 있다. 밀지의 겉에 묻어있는 피.

 

장빈 : 그러니까 이 밀지에 묻은 피가..

최영 : 독에 당해 죽어가는 자가 토해낸 피인지.. 멀쩡한 피인지 그걸 알 수 있겠습니까?

 

장빈이 밀지의 피를 햇볕에 비추어 보고 냄새를 맡아 본다. 그러는 사이.

최영이 옆을 본다. 저만치 몰려선 댓명의 수하들. 정신없이 수다를 떨고 있다.

병사 숙소인 이층에서도 이리저리 무리를 지어 쑥덕이는 대원들.

 

장빈 : 독성을 알아보는 것은 어렵지 않으나 좀.. 이상한데요.

최영 : 이상하다니.

장빈 : 먼저 이 피가 사람의 것인지 알아봐야 할 거 같습니다.

최영 : 사람의 피가 아닐 수도 있다?

장빈 : 잠시 가져가서 시험을 해봐도 되겠습니까.

최영 : 그야 물론..

 

하다가 다시 옆을 본다. 신경이 쓰인다.

마침 옆을 지나가는 주석에게.

 

최영 : 뭐냐.

주석 : 예?

최영 : 니들 떠들어대는 거.

주석 : 아 그게.. (망설이는)

최영 : 뭐야.

주석 : 아. 안 믿지 뭡니까.

최영 : 뭘.

주석 : 의선님이요.

최영 : 의선..

주석 : 대장님이 하늘에서 직접 모시구 왔다. 진짜다. 우리 두 눈으로 똑똑이 봤다.. 암만 말해줘도 이것들이,..

 

떠들다가 으엑. 최영이 후려친 발길이 주석의 무릎 뒤를 패고.

절로 무릎 꿇어진 주석의 머리통을 움켜잡아 땅에 박을 듯이 하며.

 

최영 : 느들. 입단속하라 했지. 누구야. 처음 떠들어 댄 놈.

주석 : 우리가 아닙니다. 내전입니다.

최영 : 뭐.

덕만 : 내전에 환관들이 쫙 나서서 떠들어댔다고요. 지금쯤이면 개경 변두리까지 다 퍼졌을 겁니다.

돌배 : 저자거리 시방 난리도 아닙니다. 하늘에서 의원님이 내려오셔서 하늘의 의술로 왕비님도 구하시고

        하늘의 지혜로 앞날도 다 보여주고.

 

최영 주위를 돌아본다. 보고 있는 다른 부하들. 얼른 끄덕거린다. 맞다고.

 

주석 : (계속 고개를 쳐박힌 채) 우린 그냥 묻는 말에 대답만 해줬습니다. 진짜냐? 그래서 진짜다..

최영 : 젠장..

 

하더니 주석을 밀쳐버리고 빠르게 이동하기 시작한다.

 

 

#18. 약초원 안채

 

좁은 마당이 시녀들로 북적거리고 있다.

활짝 열린 방안에서는 침상에 비단 이불을 차리고 비단 커튼을 달고.

마루에는 탁자에 청자 다기들이 올려지고. 여기저기 도자기며 그림이 장식되고 붙여지고.

그 가운데 선 은수는 헤벌레 너무 좋다. 여기저기 그림이며 도기 놓는 자리를 참견하느라 바쁘다.

시녀들의 지휘를 하던 최상궁이 은수에게 공손하게.

 

최상궁 : 의술을 하는 분이시니 약초원과 가까이 기거를 하시는 게 좋을 듯 하여 이곳에 침소를 차립니다만.

            원하시면 어떤 별궁이라도 내어주라 하셨습니다.

은수 : 별궁이요? 그건 또 어딘데요? 여기보다 평수가 더 큰가?

최상궁 : 친히 보시겠습니까?

은수 : 지금 .. 가볼까요? 저 집 보는 거 좋아하거든요.

 

완전 신나서 문 쪽으로 움직이려는데. 그 문이 벌컥 열리며 들어서는 최영.

은수, 최영을 보고 멈칫해서.

 

은수 : 아.. 안녕하세요.

 

그러나 성큼성큼 다가온 최영이 은수의 등을 밀어 그대로 밀고 나간다.

은수가 옆으로 빠지려 하지만 교묘히 등을 밀어 앞으로 이동한다.

최상궁이 혀를 차며 본다. 저..저..

 

 

#19. 약초원

 

은수를 밀고 들어서는 최영. 은수 밀려오면서도 묻는다.

 

은수 : 저기.. 혹시 이름이 최영이세요?

 

최영이 주위를 살피며 말한다. 아무도 듣는 이가 없는지.

 

최영 : 저는 당장 움직일 수가 없습니다. 대신 믿을만한 놈들을 붙여드리겠습니다.

은수 : 뭘 붙여요?

최영 : 달리 준비할 거 없으면 바로 떠나시지요. 여긴 이제 위험합니다. 노리는 자가 생길 겁니다.

은수 : 누가. 왜요.

최영 : (몸도 안 좋고 설명하기 무지 귀찮다) 그냥 내가 하란대로 하시면 됩니다.

은수 : 아니 잠깐만. (멈춘다) 내가 왜 댁이 하란대로 해야 되는데.

 

최영, 짜증이 나서 돌아보는.

 

은수 : 저기요. 나두 빽이 있는데요. 그게 누구냐 하면 (거만하게) 임금님이죠.

        임금님이 날 직접 불러서 의선이 되달라 간청했다는 거 아닙니까.

        그런 내가 왜 그러냐고 물으면 최영씨는 대답 정도는 해야 되지 않아요? 

        아직 장군도 아니라면서요. 계급이 뭐.. 대위쯤 되나? 기껏해야 소령?

 

최영 울화통이 터지는 거 겨우 참고.

 

최영 : 더기.

 

은수.. 뭔 소린가 싶다. 에?

최영은 은수의 뒤 쪽을 보고 있다.

 

최영 : 무슨 자루 같은 거 있나.

 

은수. 최영의 시선을 따라 뒤를 돌아보다가 흐엑 놀라 주저앉을 뻔.

바로 자기 뒤에 서 있는 음침한 표정의 더기.

 

최영 : 이 분 좀 둘둘 묶어서 들고 갈 수 있게 해주게. 대단히 시끄러운 분이니 입도 좀 막아드리고.

 

더기가 무표정하게 메고 있던 걸망을 내린다. 주섬주섬 그 안에서 진짜로 자루 같은 걸 꺼낸다.

은수. 기겁을 해서 안쪽으로 도망치려는데 더 움직여지지가 않는다. 더기가 은수의 등덜미를 잡고 있다.

 

은수 : 이봐요. 이거 좀 놔요. 엄마야..

장빈소리 : 곤란합니다.

 

돌아보니 장빈이 다가오고 있다.

은수, 살았다해서..

 

은수 : 아이구. 한의선생님. 나 좀..

장빈 : (최영에게 말하고 있다) 전하의 어명이셨습니다. 전의시에서 의선을 모시고 지켜라.

최영 : 조일신 그 자의 얍삽한 잔머리겠지.

장빈 : 그래도 어명이셨습니다.

 

최영, 울컥해서 장빈을 노려본다. 그러나 최영의 시각이 문득 흐려지며 장빈의 모습이 이그러진다.

혼절 직전. 순간 깜깜해진다. 그 어둠 속에 은수의 소리가 일렁이듯 들린다.

 

은수소리 : 여보세요. 최영씨.

 

최영이 고개를 흔든다. 은수가 잠시 잘 보였다가 다시 깜깜.

 

 

#20. 기철의 치료방

 

치료 침상에 누워있는 기철. 그 얼굴에 젖은 면을 덮고 있는 양사. (화주케어를 하는 과정)

 

양사 : 허! 하늘에서 의원을 모셔와요? 그 의원이 죽은 사람도 살려내고. 나라의 앞날도 봐요?

         그런 하늘 의원이 모시는 새임금이라.. 허어!

 

기철의 얼굴을 덮은 천 위에 화주를 조금씩 떨어뜨려 젖게 한다.

 

양사 : 아무리 백성들이 우매하다 해도 그 말이 먹히겠습니까?

 

나뭇가지에 화로 불을 붙여 기철의 얼굴에 가까이하는데. 휘릭 불어온 바람이 그 불을 꺼뜨린다.

 

화수인소리 : 뭐야.

 

돌아보면 화수인이 열린 문가에 서서 구경하고 있다.

 

양사 : 오시었습니까?

화수인 : 뭐하는 수작이냐고.

양사 : (참을성 있게 다시 화로의 불을 가지에 붙이며) 스물한가지 약재를 더한 화주에 불을 붙여

         화기를 피부 아래로 침투시키려 합니다.

화수인 : 사형. 알고 누워계신 거요?

기철 : 불장난이다. 직접 하고 싶은 거냐.

화수인 : (좋아서 손장갑을 빼며) 해도 되우?

양사 : 너무 뜨거워도 아니됩니다.

화수인 : 이 정도?

 

하며 옆의 화분에 화초로 손을 뻗어 댄다. 그 손끝에서 이글거리는 열기가 뻗어나오며 화초를 바로 태워버린다.

 

양사 : 아주 빠른 시간에 불을 내고 멈추셔야 합니다.

화수인 : 사형 얼굴을 태운다. 어머 어쩌지. 이거 아주 기쁜걸.

 

오른 손가락을 하늘거리며 다가선다. 오른손을 부드럽게 기철의 얼굴 위에 댄다.

애무하듯이 손가락이 지나가는 곳에 열기가 오르더니 화악 타오르는 불길.

화수인이 활짝 웃는다. 불이 좋다.

양사가 재빠르게 천을 조종해서 시술을 한다. (이건 한의사분이 직접 시연해주실 것임)

불이 사그러들고. 걷어내는 불붙었던 천.

그 아래 맑은 기철의 얼굴. 눈을 뜨더니.

 

기철 : 네가 전서구에 적어보낸 것. 천혈에서 나왔다는 자. 그게 의원이었나.

 

양사. 기철을 보고 화수인을 본다. 몰랐던 소식이다.

 

화수인 : 보탑실리 공주의 목을 잘라버렸는데. 그 하늘의원이 살려냈대요. 잘린 목을 도로 붙여 놓았대나..

 

기철이 일어나 앉고 양사가 재빨리 미용액을 붓으로 발라주려는데 손을 들어 물리치며.

 

기철 : 너의 눈으로 직접 본 것이 아니라 들은 이야기라.

화수인 : 내 눈으로 봤으면 벌써 주워왔지. 놔두고 왔겠수.

양사 : 가능한 이야기가 아닙니다. 있을 수가 없는..

기철 : 사실인지 아닌지는 중요치가 않아. 어리석은 것들이 그 말을 믿기 시작하면 귀찮아질 것이야.

화수인 : 지금 궁에 있다던데. 델구 올까요? 아님 그냥 태워버릴까?

기철 : (생각해보더니) 내일 조정 문을 열어야겠다. 중신들에게 일러. 내가. 왕을 뵈러 간다고. 허나 그 전에..

 

하고 화수인을 돌아본다.

화수인은 어느새 잔에 따른 화주를 마시며 기철의 시선을 받는다.

화수인은 모든 동작이 기본적으로 교태로울 것.

 

 

#21. 장빈 치료실

 

호롱불이 흔들린다. 깨어나는 최영의 눈에 비친 불빛이다.

최영 후딱 일어나려다 신음한다. 벗겨진 상체. 배의 상처에 약재가 붙어있다.

 

장빈 : 앉으실 수 있겠습니까.

최영 : (앉으며 기절했던 자신이 짜증스럽다) 내가 얼마나 잔 거요?

장빈 : (재빨리 붕대로 상처 위를 감으며) 혼절하신지 일각이 채 안됩니다.

최영 : 혼절이 아니고.

장빈 : 혼절한 듯이 주무신 거. 아무도 모릅니다. 더기하고 나. 그리고 저분 외에는.

 

최영이 반대쪽을 돌아본다.

거기 은수가 벽에 기대 선 채 팔짱을 끼고 못마땅한 얼굴로 보고 있다.

 

은수 : 수술한 곳에 염증이 생겨 있더라구요. 그 염증 때문에 열이 난 거구.

        근데 그 풀떼기 같은 거. 진짜 항생 작용 하는 거 맞아요?

장빈 : (휘릭 노려보는) 의선께선 포기하셨다면서요.

은수 : 약이 없대니까요. 내가 아는 약이 여기 한 개도 없다고.

장빈 : (최영에게) 약을 달여 놓은 게 있습니다. 잠시..

 

하며 나간다. 최영이 옆에 벗겨져 있는 옷을 향해 손을 뻗치다가 통증에 멈춘다.

은수가 내키지 않는 얼굴로 다가가서 옷을 든다.

최영이 받으려고 손을 내미는데.

은수는 최영의 벗은 상체를 자세히 보고 있다. 그 등에 서너군데 길고 짧게 상처의 흔적이 남아있다.

앞쪽으로 시선을 돌려 최영의 복부도 본다.

최영. 끄응 옷가지를 잡아채어 입는다. 그래도 여전히 자신의 가슴을 보고 있는 은수.

 

은수 : 역시 복부 근육이 좋네. 개복하면서 걱정 많이 했거든요. 다른 장기까지 손상을 입었을까봐.

         근데 간에만 데미지를 입었더라구요. 역시 발달된 복근 덕분이었어.

 

최영, 대답도 하기 싫다. 옷을 여미는데..

 

은수 : 최영. 맞죠? 이름.

최영 : ...

은수 : 지금 고려에 다른 최영은 또 없죠?

최영 : (대꾸할 생각없다)

은수 : 그럼 그쪽이요. 나중에 장군이 되요. 그래서 하는 일이 무지 많아요.

최영 : (이해 못해서 보는)

은수 : 그니까.. 지금 이게 내가 생각하는대로 타임 워프를 한 거면 말이죠.

        그래서 이 역사가 내가 아는 역사라면 그렇게 된다구요.

        암튼 최영 장군. 살아있어야 되요. 그래야 고려도 지키고. 전쟁도 하고. 역사에 이름도 남기고.

최영 : 사실입니까? 하늘에서 오신 분이 앞날을 본다는 게?

은수 : 내가 하늘에서 온 게 아니구요. 내 생각에 난 미래에서 온 거 같아요.

최영 : 미래? (개념이 안 잡힌다)

은수 : (열심히 설명) 근데 만약에 여기서 나 때문에 그쪽이 죽어버리면 뭔가 엄청나게 잘 못 될 거 같거든요.

        영화같은 거 보면 다 그래요. 역사가 완전 엉망이 된다거나..

 

하는데 순간 최영이 은수를 잡아채어 함께 엎드린다.

그 위를 아슬아슬하게 날아지나가는 불덩이 하나.

건너편 벽에 걸려있던 한방인체도 족자에 명중하며 터지며 불이 붙는다.

최영이 은수를 안은 채 침상을 뒤집어 그 뒤로 숨는 것과 동시에 침상으로 와서 명중하는 다른 불덩이.

은수를 안아 머리를 숙이게 하며 최영이 초조해서 보는 곳. 거기 최영의 칼이 저만치의 탁자에 얹혀져 있다.

은수를 숨겨놓고 칼 쪽으로 이동하려다가 급히 고개를 뒤로 뺀다. 바로 코 앞을 지나가는 불덩이.

최영, 순간 빠르게 고개를 들어 상대를 찾는다.

창문 쪽에 걸터 앉아있는 화수인. 눈이 마주쳤다. 생긋 웃으며 드는 손. 그 손에서 일어나는 불덩이.

순간 문이 벌컥 열리며 들어서는 장빈.

화수인이 손에 일으켰던 불길을 그리로 쏘아보낸다.

장빈이 반사적으로 문을 반쯤 도로 닫아 대신 맞게 한다. 불길이 문에 맞으며 터진다.

그 찰나의 순간에 최영이 몸을 날려 자신의 칼을 잡았다. 빼어드는데

화수인이 생글거리며 창문에서 빙글 몸을 날려 나간다.

쫓으려는데. 장빈이 최영을 잡는다.

 

장빈 : 진기를 일으키면 안됩니다. 내공은 쓰지 마세요.

최영 : 빌어먹을.

 

하며 그 창문으로 따라 뛰쳐나간다.

장빈이 옆을 보자. 거기 침상 뒤에서 빼꼼히 내다보고 있는 은수.

장빈을 돌아보는데 하아하아.. 숨을 급하게 쉬고 있다. 급성 호흡곤란 증세를 보이고 있다.

장빈이 급히 다가서며 침상을 발로 밀어 버리며.

 

장빈 : 괜찮습니까? 다친 데는..

 

하는데 은수가 장빈의 옷깃을 틀어쥐며 뭐라 말하려는데 하아하아 말이 잘 안 나온다.

 

은수 : 엑스맨.

장빈 : 예?

은수 : (한손을 뻗어 창문 쪽을 가르키며) 아까 그 여자. 엑스맨. 초능력...

 

하는데 벌컥 열리는 문. 은수 비명을 지르며 장빈의 가슴으로 파고든다.

기다란 장창을 든 더기가 들어서고 있다.

더기가 보기에. 은수는 장빈의 품에 틀어박혀 있고. 장빈이 두 손을 어찌해야 할지 몰라 어정쩡하니 서 있다.

 

 

#22. 궁내 일각

 

달리는 최영. 한손에는 검을. 다른 한손은 복부의 상처부위를 누르고 있다.

저 앞을 달려가고 있는 붉은 옷자락. 코너를 돈다.

쫓던 최영. 코너를 돌기 전에 멈춘다. 귀를 기울여 기척을 듣는다. 아무 발소리도 없이 조용하다.

// 코너 저쪽. 담장 위에 착지해있는 화수인. 탄주머니에서 또 하나의 구를 꺼낸다.

(화수인이 불을 쏘는 원리. 둥근 구처럼 생긴 자기병 안에 인화물질을 넣고. 심지를 박는다.

손에서 열을 내는 화수인이 그 심지에 불을 붙여 쏘듯이 던지면

그것이 터지면서 일종의 수류탄 더하기 화염병의 효과를 낸다. 이름은 화화탄)

삐져나와있는 심지에 다른 손을 얹는다. 이글거리는 열기. 순식간에 심지에 불이 붙는다.

불이 붙은 화화탄을 들고 기다리지만 최영이 나타나지 않는다. 잠시 혼란스럽다.

최영이 와야 할 길을 살피며 기웃하는 순간. 뒤에서 공격해 들어오는 칼날.

재빨리 화화탄을 뒤로 던지려는데. 칼은 그 손을 곧바로 찍어 들어온다.

손에서 놓치는 화화탄. 땅에 떨어지며 요란하게 터진다.

어느 틈에 담장 위로 올라온 최영이 뒤에서 공격하고 있다.

화수인이 간신이 공격을 피하며 땅으로 떨어져 내린다.

집요하게 쫓아내리며 공격을 멈추지 않는 최영.

화수인이 다른 구를 꺼내려 하지만, 최영의 칼날은 틈을 주지 않는다.

화수인의 화공은 원거리에 강하고 근거리에는 약하다.

계속 뒤로 피하던 화수인. 빙글 돌아 옆으로 피하며.

 

화수인 : 우달치 최영. 맞나요?

최영 : (공격을 멈추지 않으며) 포박 먼저 받고. 인사는 나중에.

화수인 : (피하며) 좋아요.

 

하며 펄쩍 뛰어 거리를 두더니 딱 멈추어 양팔을 벌려 보인다.

최영도 멈춘다. 무리하게 공격은 했으나 최영의 몸상태로 가쁜 숨을 겨우 들키지 않고 있다.

 

최영 : 꿇어.

화수인 : 무서워라. (뒷짐을 지고는 생글생글 웃으며 한걸음 다가선다)

최영 : 무릎 꿇라 했다.

화수인 : (한걸음 더) 드릴 말씀이 있어서요. 긴히. 남들이 못 듣게.

 

말하는 화수인의 뒷짐 진 손이 열기에 휩싸이고 있다. 근접해서 최영을 공격할 참이다.

그러나 순간 최영이 뻗어낸 칼끝이 화수인의 목을 겨냥한다.

어쩔 수 없이 멈추는 화수인.

 

최영 : 듣고 싶은 거 없으니까. 꿇어.

화수인 : 너무하셔.

최영 : 그럼 죽든가.

 

최영의 칼이 주욱 찔러온다.

간신히 몸을 뒤로 젖히고 땅을 굴러 피한 화수인. 재차 공격해오는 최영을 피해 옆의 담장으로 날아오른다.

최영. 따라 오르려고 진기를 모으다가 헉. 통증이 극심했다. 담을 짚으며 멈춘다.

동시에 길의 한쪽에서 달려오는 병사들. 화화탄이 터지는 소리를 듣고 달려온 이들이다.

담장 위의 화수인이 최영을 내려다보며 생긋 웃더니.

 

화수인 : 또 봐요. 곧 다시.

 

담장을 넘어 간다.

최영의 부하들이 대장을 외치며 뒤늦게 달려오고 있다. 뭡니까? 뭐야? 소란을 피며 한둘은 담을 넘으려 하는데.

 

최영 : 됐다. 니들 상대가 아니야.

주석 : 자객입니까?

최영 : 부장에게 전해. 전원, 내전으로 밀집, 전하를 지킨다.

부하들 : 예.

 

최영이 문득 하늘을 본다. 저녁, 어두워지는 하늘.

 

최영 : 난.. 전의시에 있겠다.

 

 

#23. 전의시 입구 / 밤

 

충석과 대만이 앞장을 서고. 그 뒤에는 우달치 군들이 겹겹이 에워싸서 보호를 하며 공민왕을 수행하고 있다.

공민왕의 옆에는 안도치가 호롱을 들어 왕의 발을 비추며 따르고 있다.

그 일행이 전의시의 입구로 들어선다.

 

 

#24. 장빈 치료실

 

들어서는 최영. 거기 불에 타다만 흔적과 싸운 흔적이 아직 남아있는 방.

공민이 방을 구경하다 최영을 돌아본다. 최영, 얼른 고개를 숙여 절을 한다.

 

공민 : 공격을 받았다는 이야기를 들었네. 의선을 노렸을까?

최영 : 덕성 부원군의 수하에 음공과 화공을 하는 이가 있다 들었습니다. 그 중의 하나인 것으로 보았습니다.

공민 : 의선은 무사하시고.

최영 : 성은으로 다행히..

공민 : (웃는) 그대마저 입에 발린 거짓말을 하는구려. 

        어찌 의선이 무사한 것이 내 덕분이요. 나 때문에 죽을 뻔한 의선을 구한 것은 그대인데.

 

최영, 웃음기 없이 공민을 본다. 공민도 웃음기가 가셨다.

 

 

#25. 장빈 치료실 앞 마당

 

은수가 쪼르르 달려오다 보면.

거기 치료실 앞을 삼엄하게 경계하고 있는 충석 등, 우달치 무리. 은수를 보더니 일제히 고개를 숙여 예를 올린다.

은수, 저도 모르게 뛰던 걸음이 느려지며, 한손을 들어 어색하게 그 인사들을 받아주며 입구 쪽으로 가는데.

앞을 가로막는 충석.

 

은수 : (아는 얼굴이다. 반가워서) 안녕하세요.

충석 : (묵묵히 보는)

은수 : 안에 임금님 계시다면서요. 제가 드릴 말씀이..

충석 : 아무도 들이지 말라 하셨습니다.

은수 : 그렇게 길게 시간 뺐지 않을 거에요. 잠깐 뭐 하나만 좀...

 

옆으로 비켜 들어가려는데. 어느 틈에 다른 부하들이 발걸음을 옮겨 벽처럼 가로막는다.

은수가 충석을 애처로운 눈으로 다시 본다.

그러나 충석. 은수의 눈길을 받지도 않는다.

 

 

#26. 장빈 치료실

 

대충 치운 탁자에 마주 앉은 공민과 최영.

최영이 한지를 내어주고 있다.

 

최영 : 이것은 선혜정에서 찾은 것입니다.

         그 안에서 독살 당해 죽어가던 누군가가 숨겨놓은 것처럼 돌판 아래 들어있었습니다.

 

공민이 펼쳐본다. 열 글자의 시.

 

최영 : 그 밀지에 묻은 피는 독을 입을 자가 토해낸 피처럼 보이구요.

 

공민이 밀지에 묻어있는 피를 본다.

 

최영 : 허나 장어의가 시험해본 결과 그것은 사람의 피가 아니라 합니다.

 

말을 하며 꺼내놓는 갑. 뚜껑을 열자 서너마리의 지네가 꿈틀대고 있다.

지네를 탁자에 놓여진 한지 위에 쏟아놓는다.

그러더니 어느새 꺼내든 단검. 자기 손바닥을 주욱 그어 피를 낸다.

놀라서 보는 공민.

한지 위에 뚜둑 떨어지는 핏방울. 그러나 별다른 움직임이 없이 꿈틀대고만 있는 지네.

 

최영 : 원래 지네는 사람 피에는 반응을 안합니다. 지네가 좋아하는 피는 따로 있다 합니다.

 

하더니 공민이 들고 있는 밀지를 받아 옆에 놓는다.

잠시 후 지네들이 꿈틀거리며 밀지에 묻어있는 피 쪽으로 움직이기 시작한다.

 

최영 : 닭피입니다.

공민 : (놀라) 그럼 이 밀지에 묻어있는 것은 닭피란 말이요.

최영 : 그것이 장어의가 알아낸 겁니다.

공민 : 그럼 이건 누군가가.. 선혜정의 중신들이 다 죽고 난 뒤에 심어놓은 것이란 얘기. .. 누가. 왜.

최영 : 그 밀지의 내용을 세상 사람이 보아주기를 바라는 자이겠지요.

공민 : 그럼 이것이 어찌 무엇의 증거가 되는거요.

최영 : 기다리시면 됩니다.

공민 : 기다리라..

최영 : 그 자가 제발로 걸어올 것입니다. 원래 그리하려고 만든 거짓 증거물이니까요.

공민 : 그럼 나는 (밀지에 모여든 지네들을 가리키며) 이것을 보여주며 거짓을 밝히면 됩니까.

최영 : 그리하시든가. 아니면 모른 척 넘어가시든가. 전하께서 정하실 문제입니다.

공민 : 거짓을 밝히면 내가 그자와 싸우겠다는 뜻. 모른 척 넘어가면 그자의 바람대로 알아서 복종하겠다는 뜻.

         내가 알아서 정해라.

최영 : 예.

공민 : 그래서 그 자가 제 발로 찾아오고 내가 나의 태도를 어찌 정하든,

         최영 그대는 맡은 임무를 끝내었으니 궁을 나가겠다.

최영 : 윤허하여 주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고개를 숙이는)

공민 : 기어이 나가겠다.

최영 : (고집스럽게 고개 숙인 채)

 

 

#27. 장빈 치료실 창문 앞

 

화수인과 최영이 싸우다 튀어나간 창문? 부서져 열려진 그 창문 옆 쪽.

빽빽한 울타리 나무 뒤로 은수가 다가선다. 저 창문을 알아보겠다.

반가워서 그리로 다가서려는데 안에서 들리는 소리.

 

공민소리 : 천혈에서 그대의 언약을 깨게 하고. 의선을 잡으라 명한 것. 그리 서운하였나요?

               내겐 믿을 수 있는 한 사람이 필요했고. 그대가 그 한사람인지 알아야 했어요.

 

은수. 이게 무슨 소린가. 찰싹 담에 붙어 귀를 기울인다.

 

 

#28. 장빈 치료실

 

공민 앞에 최영은 대답이 없다.

 

공민 : 그 의선을 세상에 내놓아 나의 입지를 구해보고자 한 것. 의선이 위험에 처할 것을 뻔히 알면서도 그리 한 것.

        그런 과인에게 그리 실망하였나요?

최영 : 신이 궁을 나가고자 소망한 것은 오래 된 일입니다.

공민 : 나를 설득해봐요.

최영 : 전하께선 아실 필요가 없는 쓰잘데없는 이야기입니다.

공민 : 왕에게 말하는 것이 싫으면 그대를 유일한 벗으로 여기는 나에게 말해줘요. 이리 간청하여도 안 되겠나요.

 

최영, 잠시 침묵하다가 입을 연다.

 

최영 : 소신. 적월대였습니다.

 

 

#29. 들판 / 밤

 

검은 바탕에 붉은 초승달이 그려진 적월대의 깃발이 펄럭인다. 그 위로 밤하늘에는 반달이 떠있다.

그 달빛 속을 적월대의 무리가 달리고 있다.

내공을 가진 자들이라 웬만한 장애물들은 가볍게 뛰어넘으며 무서운 속도로 달린다.

 

최영소리 : 대원 각자의 출신 성분과는 상관없이 단지 내공을 익힌 무술인이라는 것. 

             그리고 내 나라 고려를 지키겠다는 것. 그 하나로 모인 자들이었습니다. 

             아비를 잃고 떠돌던 저에겐 그들이 가족이었지요.

 

앞서 달리던 대장이 손을 든다.

소리 없이 일제히 멈추는 이들. 붉은 초승달이 수놓인 검은 두건들.

 

최영소리 : 대장은 저의 스승이자 두 번째 아비였으며

 

달빛 아래 그들의 얼굴이 하나씩 비춰지며..

 

최영소리 : 대원들은 내 형제. 내 누이였습니다.

 

그 중에는 여인들도 몇 보인다.

어린 모습의 최영도 거기 있다. 최영의 옆에는 여대원인 매희도 있다.

대장의 수신호에 따라 양쪽으로 나뉘어져 빠르게 출발해간다.

 

최영소리 : 우리는 주로 적의 선박을 찾아 불사르거나. 

             전장의 배후로 침투해 적장을 암살하는 임무를 수행했습니다.

 

 

#30. 적의 막사 외각 (왜적들입니다)

 

외각에서 보초를 서던 자가 뭔가 기척이 이상해서 뒤를 돌아본다.

어둠 뿐. 그 어둠 속에서 뭔가 움직이는 듯 하다. 갸웃해서 보는데.

어둠에서 순식간에 뻗쳐 나온 채찍이 그의 목을 감는다. 소리도 못 지르고 목이 감긴 채 질질 딸려 들어간다.

채찍을 쓰는 이는 매희다.

그 옆의 보초가 봤다. 놀라 소리를 지르려는데

어느 틈에 그의 뒤에 붙은 자가 조용히 목을 잡아 꺽어 버린다. 최영이다.

보초들이 처치되고 빈자리로 그림자처럼 재빠르게 잠입해가는 적월대.

 

 

#31. 막사 내부

 

입구가 열리며 무너져 들어오는 보초들. 이미 죽어있다.

안의 야전 침상에서 잠이 들었던 왜장이 놀라 잠이 깬다.

입구로 소리 없이 들어오는 대장과 최영. 매희.

왜장이 급히 옆의 칼을 빼어들며 자세를 취한다. 그런데 대장은 그를 무시하고 탁자 쪽으로 간다.

최영이 얼른 왜장의 앞을 가로막는다. 칼을 겨눈다.

왜장도 검도의 고수. 잠시 서로 겨눈 채. 상대의 틈을 언뜻 찾지 못하는데.

입구에서 들이닥치는 왜구 부하.

매희의 손에서 채찍이 뻗어나가며 부하의 목을 감는다.

그 사이 빠르게 적장을 향해 공격해 들어가는 최영.

왜장이 소리를 지르며 달려든다. 최영이 칼로 칼을 막는다. 서로 칼을 겨눠 버틴다.

그 사이 옆에서 대장은 재빨리 탁자의 작전도 같은 문서들을 쓸어담고 있다.

왜장이 용을 쓰며 최영을 밀어붙이려 하는데 최영의 입가에 슬쩍 미소가 지나가는가 싶더니

검을 쥔 최영의 손에서부터 시작되는 전류. 검을 타고 흐른다.

왜장의 얼굴에 순간 공포가 스친다. 최영이 하앗 진기를 쏟아내며 밀어붙인다.

왜장이 와락 뒤로 밀리며 칼을 놓친다. 최영이 칼을 휘둘러 벤다.

거의 동시에 밖에서 들리는 요란한 뿔나팔 소리. 들켰다.

 

 

#32. 숲 일각 / 밤

 

빠르게 달리는 최영의 적월대. 그러다 멈춘다.

앞에서부터 달려오는 적의 무리. 수가 많다.

앞서 달리던 대장이 재빨리 다른 방향을 가리키고 그쪽으로 뛴다.

 

최영소리 : 아무리 무공을 익힌 자들이라 해도 우리는 적고 적들은 많았습니다.

 

대원 중의 하나가 등에 메고 있던 깃대를 뽑아 휙 던진다. 그들이 도망치는 뒤의 땅에 박히는 적월대의 깃발.

 

최영소리 : 적월대의 이름을 공포로 만들어 적을 교란하는 것도 한계가 있었습니다.

 

쫓아오던 적들이 깃발을 보고 멈칫 선다. 그러나 적들의 수장으로 보이는 자가 소리를 지르며 계속 달린다.

적들이 우르르 달려가면서 휩쓸려 쓰러지는 깃발. 밟힌다.

 

 

#33. 숲 다른 일각 / 밤 / 비

 

어두운 숲 속을 도망치는 최영의 무리.

사방에서 들리는 뿔피리 소리. 어두운 공간을 가르며 날아오는 화살.

그 화살이 대원 중의 하나의 등을 꿰뚫는다. 최영이 재빨리 그를 부축한다.

사방에서 날아오는 화살. 대원들이 부상자를 부축한 최영을 둘러싸며 일제히 칼을 뽑아든다. 맞서 싸울 생각이다.

후두둑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34. 숲 다른 일각 / 밤 비

 

비가 내리는 숲 속을 이동하고 있는 적월대. 다들 지치고. 춥고. 크고 작은 부상을 당해 있다.

최영과 다른 대원이 부상당한 대원을 양쪽으로 부축하며 힘겹게 걷고 있다.

최영이 부축하던 동료가 스르르 땅으로 무너진다. 최영이 재빨리 그의 목에 맥을 짚어본다. 죽었다.

 

 

#35. 숲 다른 일각 / 밤

 

돌멩이 몇 개만 얹어놓은 임시 분묘.

대장이 그 위에 적월대 표시가 수놓인 두건을 얹고 돌로 눌러준다.

둘러선 대원들. 울지는 않으나 비통하고 지친 표정들.

매희는 울고 있다. 그 옆에 서있던 최영이 그녀의 어깨를 끌어안아 준다.

 

최영소리 : 밤의 부대인 우리에겐 보급도 없고. 지원군도 없었습니다.

               스물네명씩 삼조. 일흔명을 넘기던 대원들은 반 이하로 줄었습니다.

 

대원들이 돌아본다. 거기 전령이 말을 몰아 다가온다. 품에서 꺼낸 밀지를 대장에게 건넨다.

 

최영소리 : 우리에게 주어지는 것은 오직 다음 목표뿐이었습니다. 초반에는 그나마 믿을만한 정보였는데.

               적들이 간교해진 것인지 아군의 문제였는지.. 점차 함정이 많아졌습니다.

 

 

#36. 다른 적장의 막사

 

튀어 들어오는 대장과 최영. 매희 다른 대원 몇. 그러나 막사 안은 텅 비어있다.

아차 하는 순간, 막사의 사방이 일제히 찢어지며 적들이 포위하여 공격해 들어온다.

최영, 한꺼번에 몇 명을 상대하다가 위험에 처하는 매희를 구한다. 그러느라 등을 찔린다.

대장이 기합과 함께 칼을 뻗는다. 그 칼을 따라 흐르는 전기.

최영이 역시 전기를 일으키며 함께 맞선다.

그러나 상대가 너무 많고 포위망은 촘촘하다. 대원 중의 하나가 쓰러진다.

그 대원을 구하기 위해 대장이 막아서다가 팔을 잃는다.

땅에 쓰러진 대원의 초점 잃은 눈동자. 그 얼굴 위로 대장이 뿌린 피가 후드득 떨어진다.

 

 

#37. 고려 성문 앞

 

위용 있게 세워져 있는 커다란 성문. 그 앞에 주르르 서서 헤에.. 구경하고 있는 적월대 대원들.

안에서 금군들이 달려 나오더니 그들 앞에 이열로 도열해서 길을 내준다.

최영을 비롯한 대원들 서로 마주보고 해맑게 웃는다.

그들을 이끌고 있는 대장의 한쪽 팔소매는 비어있다.

 

최영소리 : 그 봄의 어느 날 성상께서 우리를 부르신다 했습니다. 적월대의 공을 친히 치하하신다구요.

           그저.. 꿈만 같았습니다.

 

 

#37. 회랑

 

대장을 선두로 해서 여섯명의 적월대들이 걸어오고 있다. 대장의 팔소매 하나는 비어서 헐렁이고 있다.

내관 하나가 앞을 막더니 기다리라 손짓을 한다.

대장 등이 멈추자 내관이 안으로 들어간다.

회랑 가운데 멈추어진 일행. 대장을 제외하고는 화려한 궁궐 내부를 구경하느라고 두리번거리고 있다.

거기 어린 최영과 그 옆에는 딱 붙어있는 매희가 있다.

대장은 어쩐지 우울한 얼굴인데.

천진한 얼굴의 어린 최영이 매희의 어깨에 팔을 두르고 대장의 뒤로 붙으며 괜히 대장 들으라는 듯.

(최영은 지금과는 달리 밝고 명랑한 성격, 좀 과장되어도 좋습니다)

 

최영 : 이야 그럼 이제 우리 사부님. 정승 벼슬이라도 받으시는 건가.

 

매희가 조용하라고 웃으며 최영의 옆구리를 친다.

 

최영 : 그렇잖아. 주상전하께서 뭐 그냥 얼굴만 보자구 부르시겠어. 

        벼슬 한자리. 그리구 우리 부대원들 숙소. 또 보자.. 뭐 달래지?

        사부님. 우리 말도 한필씩 어때요. 예? 우리도 싱싱하게 어린 말 좀 타구 다녀봅시다. 그리고...

 

하다가 입 다문다.

대장이 뒤돌아 대원들을 향해 섰다. 그러자 훈련 잘받은 대원들답게 모두 자세를 바로 하여 대장을 향해 선다.

 

대장 : 잘 듣고 기억해라. 이제 우리는 주상전하를 뵙게 될 거다. 

        우리의 목숨을 하나씩 내던져가며 지켜온 우리의 왕이시다.

        (잠시 머뭇거리는 듯 하더니) 느이들이 그려오던 주상과 다르실 수도 있다.

       그때는 성문 밖에서 기다리고 있는 우리 적월대원들을 생각해라.

       오늘 우리의 언행 하나하나가 그들을 대표하고 있는 것이야. 그러니 끝까지 경거망동은 삼갈 것.

 

최영 등. 왜 이런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지만 낮게 대답들 한다. 예.

대장. 끄덕이는데 여전히 불안함이 남아있는 얼굴이다.

 

 

#38. 대궐 내 후원

 

금군과 환관들의 안내로 들어서는 최영 무리.

저만치 보이는 하얀 천막. 한쪽에서는 여인들로 이루어진 악사들이 연주를 하고 있고.

최영이 어리둥절하여 눈만 움직여 내부를 두리번거리며 대장을 따라간다.

내부까지 안내되어 도열해 서는 최영의 무리. 잔뜩 긴장하여 똑바로 섰는데.

그제야 보이는 저 앞. 화려한 술상. 

대여섯 명의 여인들이 옷차림새가 흐트러진 채. 이리저리 눕고 기대어 까르르 웃어대고 있다.

그 가운데 왕(충혜왕)이 비단 침상에 드러 누워있다.

여인 하나가 미소를 띤 채 이 쪽을 본다. 최영과 시선이 마주친다.

여인은 최영을 보며 술주전자째 마신다. 술을 입에 머금은 채 왕에게 기운다. 입으로 술을 건네려는 듯.

최영, 화급히 시선을 피한다. 옆의 매희를 본다. 매희는 울 듯한 얼굴로 천정을 보고 있다.

사방을 둘러본다. 사방에 도열한 환관들도 금군들도 모두 무표정하게 자기 자리를 지키고 있다. 늘 해오던 일인 듯.

까르르 여인들의 웃음소리.

최영은 바닥을 본다.

 

충혜소리 : 이들이 누구라고?

 

흩어진 옷차림으로 취한 충혜(26세)가 휘청휘청 다가온다.

대장이 한걸음 앞으로 나서며 절도 있게 한 무릎을 꿇고 한 손을 가슴에 얹어 예를 올린다.

 

대장 : 신 적월대장 문치후. 부장들과 함께 주상전하를 뵈옵니다.

 

최영을 비롯 다른 부장들도 한 무릎을 꿇어 예를 올린다.

 

충혜 : 적월대.. 아아..

 

하며 대장의 두건에 수놓인 붉은 초승달을 툭툭 친다.

 

충혜 : 여기 있네. 적월. 하하하

 

대장의 이마를 툭툭 치는 것에 최영, 꿈틀하는 기분.

 

충혜 : 내가 들었네. 기억해. 그대들이 그리 용맹하다며. 일어서봐. 다들 일어서.

 

모두 일어선다.

 

충혜 : 이것인가. 귀신이 내려주었다는 대장의 검.

 

하며 대장의 허리에 찬 칼을 쑤욱 뺀다.

 

충혜 : 어디 보자. 이것으로 몇 명이나 죽였는가. (대장의 칼을 이리저리 위험하게 휘두르며) 열명? 백명? 이렇게? 응?

 

휙 휘두르는 칼이 매희를 벨 뻔한다. 매희 반사적으로 몸을 젖혀 칼을 피한다.

충혜가 어라.. 해서 매희를 본다.

 

충혜 : 여인이다. 여인이 있어.

대장 : 삼부장 단매희라 합니다.

매희 : (절도 있게 고개를 숙이는데)

충혜 : 이 여인도 무공을 하는가.

대장 : 어려서부터 무예를 닦은 아입니다. 특히 절편을 잘 씁니다.

충혜 : (옆의 환관에게) 난 무공하는 여인은 처음 보네. 신기해. (칼을 뻗어 매희의 고개를 들게 하고는 얼굴을 살펴본다)

         겉보기에는 여늬 여인과 다르지 않지 않은가. (매희의 주위를 돌며 구경하다가 불쑥) 벗어 보아라.

최영 : (놀라 돌아보는)

충혜 : 옷을 남김없이 벗어 보아. 그 안도 보고 싶다.

최영 : (대장을 본다)

대장 : (그저 자기 앞만 보고 있다)

매희 : (부들부들 떨며 그저 서 있는)

충혜 : 무엇하느냐. 벗어보라지 않는가. 어명이야. 어명.

 

매희 이를 악물더니 웃옷을 벗어 내린다. 속옷만 남는다.

다른 적월대 대원들이 질끈 눈을 감거나 외면한다.

최영은 그저 자기 앞을 노려보고 있다.

 

충혜 : 지루하다. 무공을 한다는 아이가 어찌 그리 손이 느려. 아직 많이 남지 않았는가.

 

그러나 매희 더 벗지 못한다. 충혜가 칼을 든다.

 

충혜 : 과인이 직접 손을 써야 되겠느냐. 참으로 불충한 신하로구나.

 

하며 매희의 옷 끈을 끊어내려 칼을 뻗는데.

옆에 섰던 대장의 손이 쑤욱 들어서더니 매희를 뒤로 밀쳐버린다.

매희가 뒤로 두어걸음 밀려난다.

충혜가 대장을 돌아보더니 오호.. 하는 얼굴로.

 

충혜 : 방금.. 니놈이 무슨 짓을 한 것이냐.

대장 : 전하. 신은 다만..

 

충혜가 칼을 함부로 휘두르며 이리저리 서성이며 다른 부하들에게 떠들어댄다.

 

충혜 : 보았느냐? 니들도 보았겠지? 저것들이 저리 방자하다. 백성들이 임금인 나보다 저들 적월대를 더 믿는다 들었다.

         그래서 너. (대장을 칼로 가리키며) 백성들이 왕보다 더 믿고 의지하는 적월대의 대장.

대장 : ..

충혜 : 대답을 해라.

대장 : 예 전하.

충혜 : 과연 그러한가? 백성을 지키는 것은 왕인 내가 아니라 적월대인가?

대장 : 그렇지 않습니다.

충혜 : 그래서 어명 따위는 함부로 거역해도 상관없느냐?

대장 : 거역.. 한 바 없습니다.

충혜 : 그렇다면

 

두 손으로 검을 잡더니 매희를 겨누며.

 

충혜 : 너. 가까이.

 

매희 다시 아까의 자리로 나온다.

최영의 손이 저도 모르게 검집 위로 올려진다.

 

충혜 : 나 왕이 명했다. 너. 여인. 속을 보이라.

 

매희 눈을 감는다. 죽을 각오다.

 

충혜 : 어명을 거역하는 반역도. 삼족을 멸할 죄.

 

충혜, 칼을 겨눈 채 매희에게 다가서더니 쑤욱 칼을 꼽는다.

그러나 찰나의 순간. 매희를 밀쳐내며 그 대신 들어서는 대장. 칼은 대장의 가슴을 정통으로 찌른다.

최영, 경악하여 본다.

충혜는 진짜 사람이 찔리자 검을 놓고 진저리를 치며 두어 걸음 물러난다.

 

충혜 : 이거 봐라. 진짜 사람 몸 안으로 들어가버렸다. 검이 참으로 날카로와.

         (환관에게 놀라고 신기하다는 듯) 단숨에 들어가 버렸어.

 

최영, 대장에게 달려들려는데.

대장이 남은 한 손으로 자기 가슴에 박힌 칼을 단숨에 뽑아내더니 그 칼을 휘두른다. 후드득 날리는 핏방울.

깜짝 놀라 뒤로 물러서는 충혜.

다른 대원들도 우욱, 검에 손이 얹힌다. 그러나 대장이 휘두른 칼은 최영과 충혜와의 사이를 막는다.

거의 동시에 사방을 지키던 금군들이 일제히 칼을 빼든다.

대장이 충혜를 향해.

 

대장 : 이들을 드리러 왔습니다. 전하. 이들을.. 옆에 두고 우달치로 쓰시면 일당백. 전하를 지킬..

 

피를 울컥 토하며 무릎이 꺽일 뻔 한다.

최영이 대장을 부축하여 간신이 버티게 한다.

최영, 미칠 것같은 심정으로 으르렁거리듯.

 

최영 : 대장.

대장 : 영아. 전하께 서약하거라. 앞으로 전하의 그림자가 되어. 고려 왕실의 수호자가 되겠노라고.

 

최영이 충혜를 노려본다.

충혜는 최영을 빤히 보고 있다. 재미있다는 듯.

최영이 주위를 둘러본다. 그들의 뒤에 바싹 붙어 일전을 벌일 각오를 하고 있는 적월의 부장들.

매희도 재빨리 겉옷을 추스르며 절편을 빼들고 있다.

그들을 둘러싸고 있는 금군들.

최영이 저도 모르게 검을 잡는다. 검이 검집에서 반쯤 빠져나오려는데.

대장이 마지막 힘을 다해 최영을 잡아채더니 낮게.

 

대장 : 그래야 적월대 우리 아이들이 산다.

최영 : (이를 악물었는데 후드득 눈물이 떨어진다)

대장 : 그렇게.. 우리 아이들을 네가 지켜줘야겠다.

최영 : (우는)

대장 : 대답해.

최영 : ... 예. (끄덕인다) 예 대장.

 

미소를 짓는가 싶더니 최영을 밀어낸다. 비틀거리며 충혜를 향해 마지막으로 절을 올린다.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여 땅에 박은 채, 그대로 숨을 거둔다.

최영, 핏발 어린 눈으로 충혜를 본다.

충혜는 고개를 갸웃이 하고 최영을 보고 있다.

최영, 떨리는 두 손으로 땅을 짚는다. 대장의 옆에서 대장이 그러했듯이 고개를 꺾어 숙인다.

그 위로 들리는 충혜의 웃음소리. 아하하하.

 

 

#41. 장빈 치료실

 

충혜의 웃음소리가 이어지다 사그러들고. 흔들리는 초롱불.

그 불빛 아래 앉아있는 굳은 표정의 공민.

그 앞에 최영. 오히려 담담한 얼굴. 

둘 다 더 말이 없다.

 

 

#42. 장빈 치료실 창문 앞

 

담에 붙어 안의 이야기를 엿들은 은수. 굳은 얼굴로 돌아서다 흠칫.

거기 대만이 웅크리고 앉아 은수를 보고 창문을 본다. 같이 들은 듯.

 

 

#43. 장빈 치료실

 

공민이 다관을 들어 차를 따르려는데 손이 떨리고 있다.

최영이 조용히 다관을 받아들어 차를 따라준다.

잔에 따라진 차를 내려다보던 공민.

 

공민 : 그렇게 왕을 지키는 우달치가 되었다.. 그리고 몇 년인가요?

최영 : 칠년입니다.

공민 : 궁에 얼마나 남았지요? 적월대의 사람들.

최영 : 더러 내보내고. 더러 죽고. 이제 신 혼자입니다.

공민 : 그래서.. 더 지킬 자가 없으니 떠나겠다.

최영 : 예.

공민 : 그대의 스승을 죽인 이는 충혜 선왕이겠지요? 바로.. 나의 형님.

최영 : 예.

공민 : 처음부터 내가 미웠겠구려. 내가 그 아우이니.

최영 : ..

공민 : 그래서 궁을 나가면.. 무엇을 하려고.

최영 : 우선은 의선을 모시고 천혈에 가려 합니다. 그분께 빚이 남아서요.

        하늘문이 열리길 기다리면서 어부가 되어볼까 하고 있습니다. 신이.. 낚시 솜씨가 괜찮습니다. (웃어 보이는데)

공민 : 그 빚을 갚으면? 그 다음엔.

최영 : .. 그것을 찾고 있습니다. 굳이 살아야 하는 명분.

공민 : (일어선다)

최영 : (따라 일어서는)

공민 : 그런데 아직.. 내가 주었던 그대의 임무, 마친 것이 아닙니다. 잘 기억해봐요.

최영 : 전하 그것은..

공민 : (손을 들어 최영의 말을 막고 문쪽으로 이동하며) 나오지 말아요. 그대 얼굴, 오래 볼 면목이 없으니까.

 

그 뒤에서 고개를 숙여 절을 하는 최영.

공민이 나간다. 문이 닫힌다.

최영이 휘청. 앞의 탁자를 짚는다. 탁자가 기울며(혹은 손길에 스친) 찻잔이 떨어져 깨진다.

 

 

#44. 장빈 치료실 창문 앞

 

엿듣던 은수가 그 소리를 들었다. 낑낑대며 창문 쪽으로 다가가 안을 들여다본다.

그러더니 바로 돌아서 달린다. 대만이 재빨리 그 뒤를 따른다.

 

 

#45. 장빈 치료실 앞 마당

 

충석 등이 호위하는 왕의 행렬이 떠나고 있다.

고개 숙여 배웅하던 장빈이 돌아본다. 저 뒤에 달려온 은수가 진료실 안으로 급히 뛰어 들어간다.

 

 

#46. 장빈 치료실

 

달려 들어온 은수. 거기 탁자 옆에 최영이 주저앉아 버티고 있다.

은수가 최영을 안아 바닥에 눕히며 맥을 체크한다. 최영은 눈을 감고 있는데 헐떡이고 있다.

(쇼크의 증세: 빠른 맥박과 빠른 호흡, 식은땀, 의식이 떨어지면서 헛소리를 한다거나 도와주려는데 반항한다든지,

정신착란이 일어나거나 경련발작, 혼수상태가 생길수도 있다)

뒤따라 대만과 장빈이 들어온다. 그 뒤로 들여다보는 더기.

 

은수 : 쇼크 증세를 보이구 있어요. 다리를 올려줘요.

         (최영의 조인 옷을 풀어헤쳐 주며) 뇌하구 심장에 혈액이 제대로 돌게 해줘야 되니까.

 

대만이 재빨리 뭔가를 가져와 최영의 다리를 올려준다.

 

은수 : 소금물이나 설탕물이 필요해요. 담요같은 거. 이불 갖다줘요. 몸을 따뜻하게.

 

장빈이 재빨리 옆의 서가에서 소금과 종지를 꺼내고. 더기는 밖으로 달려나간다.

그러는데 최영이 혼수상태에서 경련발작 증세를 보이기 시작한다. 투둑투둑 떤다.

 

대만 : (울상이 돼서) 대장 왜 이래요.

은수 : 발작이 시작되구 있어요. 산소공급이 필요해요. 승압제두 필요하구.

 

대만이 울상이 돼서 장빈이 가져온 종지의 물을 뺏어 먹이려 하자 은수가 손을 들어 막고는.

 

은수 : 잘못하면 흡인성 폐렴이 올 수 있어요. 이게 링거가 있어야 되는데..

 

은수가 최영의 상체를 들어 자기 가슴에 안는다. 종지를 받아 아주 조금씩 입가에 흘려 넣는다.

여전히 떨고 있는 최영. 장빈이 최영의 맥을 잡고 있다.

 

장빈 : 맥이 빠른데 아주 미약합니다.

대만 : 대자앙. 정신이 들어요?

은수 : 미치겠네. 있는 게 아무것두 없어.

 

그렇게 난리를 치는 와중에 은수에게 안긴 최영의 의식을 잃은 얼굴.

그 위로 들리는 부친, 최원직의 소리.

 

부친소리 : 아직도?

 

 

#47. 최영의 꿈 / 호수

 

얼어붙은 호수. 낚시 의자에 앉아있는 부친이 묻고 있다.

그 옆에 멍하니 서있는 최영.

 

부친 : 못 찾았느냐.

최영 : .. 아니요. 아직..

부친 : 어째서.

최영 : 아버지.

부친 : 너무 오랜 시간이 흐르지 않았느냐. 어찌하여 아직도 못 찾았어.

최영 : ...

 

 

#48. 최영의 꿈 / 산 속 / 밤

 

최영이 미친 듯이 달리고 있다.

 

 

#49. 산속 다른 일각 / 밤

 

높은 나뭇가지에 던져지는 채찍. 나무를 감고 돈다.

그 채찍을 당겨 나무 위로 올라서는 매희. 굳은 얼굴. 채찍의 다른 끝은 자기 목에 감는다. 매듭 지어 당겨 조인다.

아래를 내려다본다. 저 아래 보이는 땅.

매희가. 밤하늘을 본다. 몸을 날린다.

 

 

#50. 산속

 

최영이 달린다. 달리는데 앞으로 나아가질 않는다. 아래를 내려다본다. 발이 질척한 진창으로 빠져들고 있다.

으아아아 소리를 지르며 앞으로 나아가려 애를 쓴다.

 

 

#51. 최영의 꿈 / 호수

 

얼음 구멍.. 최영이 부친 옆에 우두커니 앉아있다.

부친은 이제 얼음 구멍의 낚싯대만 보고 있다.

 

최영 : 아버지.

최원직 : 오냐.

최영 : 저두 여기 있으면 안됩니까? 그냥. 여기..

 

 

#52. 장빈 치료실

 

최영이 침상에 누워있다. 사방에는 훈증을 하기 위한 수증기들이 피어오르고.

최영의 맥을 짚고 있던 장빈이 고개를 든다. 암울한 얼굴.

뒤에서 약을 준비해 들고 오는 약원.

 

약원 : 황련 해독탕입니다. 알맞게 식혔습니다만..

장빈 : 맥이 거의 잡히지가 않아.

약원 : (걱정돼서 최영을 보는)

장빈 : 이 사람. 돌아올 생각이 없는 건가.

 

평온한 얼굴로 누워있는 최영.

 

 

#53. 선인전(편전) 앞 / 아침

 

중신들이 하나둘씩 모여들고 있다. 자운의 모습도 보인다.

 

 

#54. 약초원 안채

 

은수의 옷을 들고 서있는 시녀들. 그 옆에 서서 보고 있는 최상궁.

구석에 찰싹 박혀서 버티고 있는 은수.

 

최상궁 : 그저 준비만 하고 계시라..는 분부셨습니다.

은수 : 그니까 내가 왜 그 준비라는 걸 해야 되냐고요.

최상궁 : 어명이 그러하십니다.

 

 

#55. 내궁 회랑

 

공민과 일신, 안도치를 비롯한 환관들이 걸어오고 있다.

그 주변으로 충석을 비롯한 우달치들이 지키며 이동하고 있다.

 

 

#56. 내궁 회랑

 

다른 곳 노국이 걸어오고 있다. 궁녀들이 에워싸고.

그 주위를 무장을 한 무각시들이 지키며 이동한다.

 

 

#57. 내궁 회랑 일각

 

공민과 노국의 행렬이 중간에서 만난다. 노국이 고개를 숙여 공민에게 예를 표한다.

함께 나란히 걸어오다가 공민이 걸음을 멈춘다. 그에 따라 모두가 멈춘다.

 

공민 : (앞을 보며 옆의 노국에게) 나는 아직 마음을 정하지 못하였소.

         그러나 어느 쪽을 정하여도 이제부터 왕비가 보게 될 과인의 모습은 그다지 보기 좋지는 못할 것이오.

노국 : (역시 앞을 본 채) 어느 쪽이라 하심은 어느 어느 쪽을 말씀하시는지요.

공민 : 하나, 그대의 왕이 호기를 부려 볼 것이나 그 이유로 옥좌를 빼앗길 수 있습니다. 

        그리되면 아마 목숨도 위험하겠지요.

        또 하나. 고개를 숙이고 비위를 맞추어 비웃음은 당할지언정 이 자리를 부지할 수 있습니다.

       왕비는 어느 쪽이 더 참을만하겠습니까?

노국 : 둘 다 참기 싫습니다.

공민 : 역시 그렇지요. (웃는데)

노국 : (문득 주위를 둘러보더니) 우달치 최대장은 어디 있는지요.

공민 : 칭병하여 나오지 못한답니다.

노국 : ... 칭병.. 입니까.

공민 : 우달치가 없으니 어쩔 수 없이 세 번째 방도를 취해야 할 듯 합니다. (비로소 노국을 돌아보며)

 

그 말에 노국이 공민의 옆에 있는 일신을 본다. 일신이 만족한 미소를 지으며 노국을 향해 고개를 숙인다.

 

노국 : 그 세 번째는 아마도 그 옆에 있는 모사꾼이 생각해낸 것이겠지요.

일신 : (울컥 굳어지는데)

공민 : (미소) 현재로서는 조참리가 나를 지키는 유일한 사람이에요.

노국 : .. 놀랐습니다. 이 모든 이야기, 제게 하시는 것.

공민 : (가만히 보며) 과인이 비웃음을 당해도 죽음을 당해도. 함께 당해야 할 사람이니까요.

 

그 위로 들리는.

 

안도치소리 : 주상전하 듭시오.


 

#58. 선인전 (편전)

 

중신들이 저마다 옥좌를 향하여 예를 올린다.

그 옥좌에 앉은 공민.

 

안도치 : 왕비마마 듭시오.

 

옥좌 옆의 공간에 다른 화려한 의자가 하나 놓여있다. 그 위로부터 발이 좌르르 내려온다.

그 발 뒤로 다가서는 노국. 의자에 앉는다.

중신들이 노국을 향해 예를 올린다.

 

자운 : 주상전하. 왕비마마. 두분의 강녕하신 옥체를 뵙게 되오니 참으로 하늘님의 보우하심에 감읍할 따름이옵니다.

 

신하들이 일제히 반례를 올린다.

공민이 그런 신하들을 주욱 둘러본다. 기철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공민, 몰래 심호흡을 한다. 각오를 하고. 활짝 미소를 짓더니.

 

공민 : 그래요. 그렇습니다.

 

자운 등이 올려다본다. 뭔 소린가..

 

공민 : 과인 또한 하늘의 보우하심에 감읍하고 있습니다. 소식을 들으셨는지 모르겠으나

        원에서 이곳 대전까지 오는 길이 참으로 험하였거든요. 

        왕비께서는 (노국 쪽을 가리키며) 한순간 목숨을 잃기도 하였구요.

 

신하들이 웅성웅성.

 

공민 : 무얼 그리 처음 듣는 소리인 듯 놀라십니까? (웃는) 다들 아시지 않습니까. 

        그 때에 화타의 천혈이 열리고, 하늘에서 의원을 보내어 왕비를 다시 살려내주신 것을.

 

그때 옥좌를 중심으로 노국이 있는 곳의 반대편에 발이 휘리릭 내려온다.

// 발 뒤의 모습. 최상궁에게 거의 밀리다시피 나서는 은수이다.

은수, 이 모든 것이 환장하겠다. 도로 돌아서 뒤로 도망치고 싶은데 그 뒤를 따악 지키는 최상궁.

은수가 뭐라 말하려 하자, 손가락을 입에 대어 쉬이..

// 신하들이 놀라서 발 뒤의 은수를 보려고 기웃거리기도 하고 웅성웅성.

 

공민 : 과인은 생각하고 또 생각해보았습니다. 이것은 무슨 뜻인가.

        어찌하여 하늘은 원도 아니고, 서역도 아니고, 하필이면 이 고려. 

        이 미흡한 왕에게 하늘의 의선을 보내주셨는가.

       ... (은수가 있는 쪽을 가리키며) 어찌 생각하십니까?

 

중신들을 둘러본다. 더러는 왕의 시선을 피하고. 더러는 놀라서 은수 쪽을 보고 있고..

 

공민 : 또한 의선께서는 말씀하셨습니다. 과인이 앞으로 해야 할 일을. 할 수 있는 일을.

         이 나라의 내일과 그 다음의 일까지. 하늘에는 죄다 적혀있다 합니다. 경들도.. 듣고 싶지 않습니까?

 

신하들 흥분하여 수런거리는데.

 

기철소리 : 이거 참으로 난감하고 또 난감하옵니다.

 

문으로 들어서는 기철. 좌우로 양사와 기원을 거느리고 있다. 양사와 기원은 입구 쪽에 머무르고.

기철은 똑바로 공민을 향해 걸어오며.

 

기철 : 주상전하. 덕성부원군 기철이라 하옵니다.

공민 : (어쩔 수 없이 긴장하여 보는)

기철 : 용안을 뵙고자 한달음에 달려오는 길이옵니다. 헌데.. 이게 무슨 괴이한 이야기옵니까.

         천혈. 하늘에 의원? 의선?

 

기철은 옥좌가 있는 단상 아래에서도 멈추지 않고 계속 걸어 계단을 오른다.

뒤쪽에 있던 충석이 움찔하여 나서려는데. 공민이 한 손을 내어 저지한다.

일신이 안절부절못하여 보고 있지만 나서지는 못한다.

 

기철 : 전하의 보령이 비록 어리시고, 궁을 떠나 타국에서 지낸 세월이 오래 여서 보고 들은 것이 어지러우시다 하나.

         대고려의 왕이십니다.

 

공민 움직이지 않는다.

기철이 어느새 옥좌가 있는 단까지 올라왔다. 한손을 옥좌의 등받이에 짚더니 중신들을 향해.

 

기철 : 대체 어느 놈이 감히 혹세무민의 헛된 소리를 전하께 속살거려 용심을 미혹하였단 말인가.

         (은수가 있는 발쪽을 손을 뻗어 가리키며) 거기 있는 요물인가.

 

동시에 은수의 앞에 드리워져 있던 발이 휘릭 떨어져 내리며 그 뒤에 서 있던 은수가 그대로 드러난다.

은수, 당황해서 어딜 봐야할지도 모르겠는데,

 

기철 : 너. 여인의 형상을 가진 자.

 

은수, 주위를 둘러보니 모두 자기를 보고 있다. 나? 해서 자기 가슴을 가리켜본다.

 

기철 : 대답하라.

 

공민, 똑바로 자기 앞만 바라보고 있다. 발 뒤의 노국이 굳어서 공민 쪽을 돌아본다.

 

 

#59. 장빈 치료실

 

침상 위의 최영은 죽은 듯 누워있다.

 

 

#60. 선인전 (편전)

 

은수가 거의 울 듯한 얼굴로 주위를 둘러본다. 도와줄 사람이 아무도 보이지 않는다.

 

 

 

 

 

 

 

 

 

 

 

 

 

 

 

 

 

 

 

 

 

 

 

 

첨부파일 신의4(完).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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