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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12

작성자수다쟁이|작성시간13.02.21|조회수852 목록 댓글 0

[신의] 12

 

 

 

 

 

 

 

 

 

 

#1. 기철의 집 대문 앞 / 밤

 

닫혀있던 대문을 여는 보초들. 금군 하나가 말을 달려 들어서고 있다.

 

 

#2. 기철의 집 마당 / 밤

 

하인 몇이 기철의 야행 준비를 하고 있다.

하인이 말을 준비하고 있고, 수행원 격인 사병 몇이 대기하고 있고.

천음자가 자신의 말 고삐를 받으려다가 돌아보는 곳. 금군이 달려 들어오고 있다.

안에서 기철이 나온다.

천음자가 금군에게서 받은 쪽지를 기철에게 전한다.

기철이 쪽지를 펼친다. 내용을 읽다가 새 장난감이라도 받아든 양 좋아하는 얼굴이 된다.

천음자가 무슨 일인가해서 본다.

 

기철 : 그놈이 날 찾아올 모양이다.

천음자 : (누구? 해서 보는)

기철 : 주상과 의선이 바라보고 있는 그 놈. 우달치 대장.

천음자 : 이쪽으로 온답니까.

기철 : 그럴 거라 하네.

천음자 : 우달치 애들 데리고요?

기철 : 글쎄.

천음자 : (문득 고개를 기웃, 뭔가를 듣는 듯)

기철 : (흥미진진 생각해보는) 뭐지? 뭘까. 

        (손에 들린 쪽지를 다시 보며) 죽음을 각오하고 나를 찾아온다는데?

 

하는데. 천음자가 피리를 빼든다.

 

천음자 : 침입자가 있습니다.

 

말이 끝나기 전에 천음자가 빠르게 이동하기 시작한다.

 

 

#3. 기철의 집 일각 / 밤

 

기철의 사병들이 대여섯명 달리고 있다.

저 앞에 어둠 속을 달려 도망치는 그림자. 지호다.

달리는 사병들 뒤에서 달려온 천음자가 사병들을 앞지르며 달린다.

그러나 그들 바로 앞 땅으로 날아와 박히는 화살. 연달아 세대가 와서 박힌다.

천음자며 사병들이 주춤하여 멈춰선 사이 지호는 담까지 달렸다.

담 위에서 활을 쏜 시울이 재빨리 팔을 뻗어 지호를 끌어당긴다.

천음자가 피리를 입에 대었다가 멈칫. 주위를 둘러본다. 

거기 사병들이 지호네를 잡겠다고 담쪽으로 달리고 있다.

천음자가 피리를 다시 입에서 뗀다. 포기했다.

이미 담을 넘어 어둠 속으로 도망치는 지호네.

 

 

#4. 기철 집 마당

 

양사가 부지런히 달려 나온다.

양사의 뒤에서 양사를 앞지르며 빠르게 오는 화수인.

기다리고 있던 기철과 천음자.

 

화수인 : 더 이상의 침입자는 없는 거 같은데?

양사 : 일단 수비인원을 배로 늘렸습니다.

기철 : 정면으로 도전을 해온 것도 아니고. 기습, 암습을 하자는 것도 아니고..

         (뭔가를 생각하더니 갑자기 한곳으로 빠르게 걸음을 옮기며) 이놈이 도적질을 하려는 것이구나.

양사 : 나리? 나으리.. (하며 쫓는)

 

화수인이 가는 기철을 쫓으려다가 돌아본다.

거기 서있는 천음자. 귀를 기울여 뭔가를 듣고 있는 듯.

 

화수인 : 더 없지?

천음자 : (고개를 젓는)

화수인 : (문득 천음자를 향해 살랑살랑 걸어오며) 담 넘어 온 애들 중에..

천음자 : (보는)

화수인 : 그 애두 있었나? 눈이 이쁜 애.

 

천음자 기분이 상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본다.

화수인이 깔깔 웃으며 천음자의 품에 파고들어 허리를 둘러 잡아 이끌어간다.

 

화수인 : 가자. 사형 눈이 반짝반짝해지던데. 가서 구경해줘야지.

 

 

#5. 부유고

 

들어서는 기철. 그 뒤를 따르는 양사.

기철은 곧바로 벽장 쪽?(화타의 유물을 보관한 곳)으로 가더니 수술도구가 담긴 보자기를 꺼낸다.

 

기철 : 이 도구들을 찾으러 왔을까. 아니야..

 

그 옆의 상자를 연다. 수첩(뒷부분은 없는)을 꺼낸다.

 

기철 : 이거야. 이게 그렇게나 애타게 필요했나보군. (스륵 몇장을 들춰보는)

 

화수인과 천음자가 뒤늦게 들어서며.

 

화수인 : 어쩌실라우. 애들 풀어서 주변 더 뒤져봐요?

 

옆에 선 천음자는 다른 데 정신이 팔려있다. 방의 구석 쪽을 보고 있다.

기철이 수첩을 품에 넣는다.

 

양사 : 오늘 야행은 미루시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화수인 : 매달 같은 날 같은 시각에 움직여왔잖아요. 그러니 오늘의 야행, 놈들이 알고 있을지 몰라.

기철 : 알고 있겠지.

화수인 : 그럼 사형이 없는 틈을 타서 도적질하려는 거였나?

기철 : 가만 있어봐... (말을 막고 생각해보는) 그 놈은 머리를 쓸 줄 아는 놈이었어.

        단지 나 없는 틈을 타서 도적질을 하려던 것이었다? 너무 재미없잖나. 

        (갸웃 생각해보더니 손에 들린 수첩을 본다)

 

 

#6. 기철의 집 근처 길 / 밤

 

지호와 시울이 뒤를 살피며 뛰던 걸음의 속도를 늦추며

 

시울 : 이걸로 끝?

지호 : 그럴걸. 그냥 침입하는 척만 하랬으니까. 이 정도면 된 거잖아. 침입하는 척 하는 거.

시울 : 그럼.. 뭐가 어떻게 되는데.

지호 : (버럭) 아 씨. 몰라. 너두 나하구 똑같이 들었잖아. 근데 왜 내가 너보다 많이 알고 있어야 되는데.

 

 

#7. 부유고

 

기철 : (미소로) 그 아이. 날더러 수첩을 갖고 오라 하는구나. 수첩을 들고 조용히 만나자고 하는 게야.

화수인 : 뭔 소리유? 그럼 아까 그 도적놈들은..

기철 : 직접 갖고 오든가. 아니면 도둑맞을 각오를 해라. 

        (즐겁게 웃으며 수첩을 품에 넣으며) 당연히 직접 갖고 가줘야지.

 

 

#8. 길 / 밤

 

최영이 걸어오고 있다. 눈을 들어 본다.

저만치 앞. 나무에 기대 서서 기다리던 신비거사가 최영을 돌아보더니 반가와서 걸어온다.

답삭 최영의 어깨에 팔을 두르며

 

거사 : 여기?

최영 : 응. (익숙하게 그 팔을 거둬내며) 여기서 기다려.

거사 : 기다리기만 해? (몸을 붙여오며)

최영 : 꼼짝 말고. 무슨 일이 있어도 끼어들지 말고.

 

팔을 뻗어 거사의 어깨를 짚어 나무에 밀어 붙여 놓는다.

 

최영 : 여기 딱 붙어있어. 너라면 잘 할 수 있을 거야. 

        나한테 무슨 일이 생겨도 튀어나오지 않고 잘 숨어있는 거.

거사 : 그니까 왜.

최영 : 숨어 있다 보면 알게 될 거야.

거사 : 뭘.

최영 : 다 끝나는 순간. 그 때가 되면 찾아줘야 할 물건이 있어. 그 물건을 갖다 줘야 할 분도 있고.

 

 

#9. 길 / 밤

 

은수가 말을 달려 지나쳐 가고 있다.

은수가 둘렀던 두건이 풀어지며 바람에 날려 떨어진다. 은수의 머리가 흩어지며 날린다.

 

 

#10. 오솔길 / 밤

 

최영이 걸어오다가 선다. 주위를 둘러본다.

인적이 없는 호젓한 오솔길. 앞뒤로 길게 이어지고 너른 길.

여기를 싸우는 장소로 할 생각이다.

지형지물을 찬찬히 살피다가 굵은 나무에 시선이 간다.

그 나무를 보고.. 그리고 앞에 이어져 있는 길을 보고. 다시 나무를 보고. 눈을 감는다.

 

 

#11. 동장소 상상씬

 

최영이 아까 본 나무 뒤에 숨어있다. 단검을 빼서 한손에. 다른 한손은 검에 올리고.

그리고 다가닥 다가닥 멀리서부터 가까워져 오는 말발굽소리

// 기철이 말을 타고 오고 있다. 주위로는 사병들이 네명. 그리고 옆에는 말을 탄 천음자.

그들의 행렬이 나무 옆 쪽으로 다가온다.

// 슬로우로 최영이 나무 뒤에서 기습적으로 단검을 던진다.

단검이 기철을 향해 날라간다. 옆의 천음자가 피리를 뻗어내어 단검을 쳐낸다.

그러나 그 순간 어느 틈에 달려 나간 최영이 기철의 말 아래로 굴러 들어가며

아래에서부터 기철을 향해 두손으로 부여잡은 검을 찔러 올려 벤다.

그러나 기철이 말 위에서 교묘히 몸을 피해. 한치 간격으로 검을 피한다.

거의 동시에 등 뒤에서부터 천음자가 최영의 등으로 검을 찔러온다.

앞에서는 기철이 최영의 목을 향해 맨손을 뻗어온다.

등의 검과 기철의 맨손이 최영의 등과 목에 닿기 전. 스톱모션.

최종 스톱모션에서 보여지는 장면.

천음자의 검과 기철의 손은 다 최영에 닿기 직전이고 최영의 검은 기철에게서 많이 떨어져 있다.

(이 부분의 합은 더 좋은 아이디어로 짜주시되.

요점은. 최영의 기습이 천음자와 기철에 의해 막히고. 결국 양쪽으로 치명적인 공격을 당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걸 최영이 상상 속에서 시뮬레이션하는 것. 간결하게 요점이 살아나게, 슬로우로 볼 수 있게 부탁합니다.)

(음향 또한 정적 속에 칼의 움직임에 따른 효과만 증폭시켜 주었으면 합니다.

그리고 싸우는 자들의 호흡소리만. 음악 없을 것.)

 

 

#12. 동장소 현재

 

최영이 멈추었던 숨을 후우 내쉰다. 이마에 땀방울 약간.

이번에는 앞에 이어져 있는 길을 똑바로 본다. 칼을 뽑는 자세를 취한다.

 

 

#13. 동장소 상상씬

 

기철과 천음자는 나란히 서있다. 사병들이 달려 나오며 앞을 막는다.

이쪽에 버티고 섰던 최영이 칼을 뽑아든다.

천음자 역시 피리 속의 칼을 뽑아든다.

최영이 달리기 시작한다. 사병들이 달려 나온다. 

그렇게 공격하며 막으려는 사병들을 하나씩 제치며 계속 달린다.

사병이 찌르는 검날이 바로 최영의 얼굴 옆을 스치고 지나가기도 한다.

속도를 늦추지 않고 계속 달린다.

마지막으로 천음자가 칼을 휘둘러 막아오는 것을 최영은 마주 싸울 생각을 하지 않고.

뛰어넘거나. 옆으로 돌아 피해서 바로 기철에게 달려간다.

기철이 칼을 빼든다.

그 때 최영이 두손으로 잡고 있던 칼을 한손으로 잡으며 비스듬히 옆으로 뻗는다.

(뭔가 특정한 동작. 이따 이 동작을 시도한다는 것을 알 수 있게)

그리고 왼손을 스윽 허리춤으로. 단검을 뺄 준비.

최영이 기철에 공격해 들어간다. 기철이 최영의 검을 거둬내는 듯 하더니 그 검이 그대로 최영을 찔러온다.

기철의 검은 최영의 목 바로 앞에. 그리고 그 아래.

어느새 빼어든 최영의 단검이 기철의 배를 향해서. 둘 다 찌르기 직전에 스톱모션.

이번에는 기철의 검과 최영의 단검이 거의 비슷하게 상대를 찌르기 직전에 스톱되어있다.

혹은 합에 의해 최영이 기철에게 돌려 잡힌 순간. 자신의 배를 찔러 기철까지 찌르게 한다든가.

(위의 싸움 역시 더 좋게 만들어주시되 요점은 이렇습니다.

최영은 어차피 자기 목숨은 버릴 생각이라, 중간에 방해자들을 한 큐에 돌파해서 기철에게로 갑니다.

돌파하는 과정에서 등 뒤를 맞는 건 상관안할 생각입니다.

기철에게 도달, 단칼로 니가 나 죽이는 순간. 나도 널 죽이겠다하고 있습니다.

정상적으로 나를 살리려하면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음요. 요 요점만 살려주시면 됩니다.)

(이곳 역시 거친 최영의 호흡소리와. 칼의 흐름 효과음만.)

 

 

#14. 동장소 현재

 

아까와 같이 우뚝 길 가운데 서 있는 최영. 그 얼굴에 땀이 흥건하다. 그만큼 집중해서 시뮬을 했다.

무서웠다. 손바닥을 펴본다. 땀에 젖은 손바닥을 옷에 닦아내고. 소매자락으로 얼굴의 땀도 닦아내고.

최영이 길 옆으로 벗어나 나무에 기대 앉는다. 힘을 낭비하지 않고 기다릴 생각이다.

시선은 기철이 올 길을 바라보면서.

 

 

#15. 갈림길

 

말을 달려오는 은수. 워워 말을 멈춘다.

거기 갈림길 사이 구석에 웅크리고 앉아있는 대만. 은수를 빤히 보고 있다. 반은 울듯한 표정으로.

 

은수 : (숨이 차서) 어디 있어요. 당신네 대장. 지금 어디 있냐구.

대만 : (말해도 될지 모르겠다. 안절부절)

은수 : 맨날 같이 있었잖아. 근데 왜 혼자 그러구 있는데.

대만 : 따라오지 말라구. 그래서. 못 가요.

 

은수. 더 말을 않고 말에서 내린다. 대만이 달려와 돕는다.

은수. 대만은 놔두고 한쪽 방향으로 꺽어 가려는데 어느 틈에 앞을 가로 막는 대만.

손을 뻗어 다른 쪽을 가리킨다. 말은 안하고 손으로만.

은수가 그 방향으로 달린다. 달리다가 넘어진다. 아아.. 해서 억지로 몸을 일으키는데 울고 싶다.

 

 

#16. 오솔길

 

나무에 기대 앉아있던 최영이 고개를 든다. 멀리서 다가오는 말발굽 소리가 들린다.

최영이 천천히 일어선다. 길 가운데로 나가 우뚝 서서 기다린다.

저 앞에 말이 한필 오고 있다. 급하지 않게 다그닥다그닥. 의외로 기철이 혼자 말을 타고 오고 있다.

최영이 기철의 뒤와 주위를 살핀다. 다른 이들은 보이지 않는다.

생각했던 것과 달라 잠깐 당황한다.

기철이 말을 세우더니 내린다. 미소로 최영을 본다.

 

기철 : 오래 기다렸는가.

최영 : 혼자 오셨습니까.

기철 : 내가 혼자 힘으로 자네를 상대해주지 않는다면 죽어서도 승복을 못할 거 아닌가.

 

말을 하며 기철은 여유있게 말고삐를 옆의 가지에 맨다.

그것을 보고 있는 최영의 손이 검집 위에서 움찔거린다. 발끝도 움찔거리며 달려나갈 듯 말 듯.

지금 기습할까. 안될까. 망설이는 새 기철이 최영을 향해 돌아선다.

 

기철 : 자네가 목숨을 걸고 나를 찾아올 것이라 들었는데.

최영 : ... 아직 심어둔 첩자가 남아있습니까.

기철 : 어째서 나에게 오는데 목숨을 걸었는가.

최영 : (좀 웃더니) 내 목숨 정도는 걸어야 나리를 죽일 수 있을 거 같아 그랬습니다.

 

웃음기 어려 말을 하는데. 검집을 잡은 손에는 핏줄이 드러나게 긴장이 들어가 있다.

아직은 둘 사이가 가깝지 않다. 이따 칼을 빼어 달려갈 수 있을 정도의 거리.

 

기철 : 왜 그리 내가 죽이고 싶은데. (하며 두어걸음 다가온다)

최영 : (저도 모르게 한걸음 물러나서며) 살수집단이 개경에 들어왔다 들었습니다. 

        나리께서 부르신 게 아닌가 생각했습니다.

기철 : 맞아. 내가 불렀어.

최영 : 주상전하께 오는 사람들은 다 죽일 생각입니까?

기철 : 그래. 그럴 생각이야.

최영 : 수십명. 수백명이 되도 그러실 겁니까?

기철 : (소리내 웃더니) 자네 이제보니 상당히 감상적인 사내였구만. 응? 

        그런 나긋함으로 어찌 무사의 길을 걸어왔을꼬.

최영 : 그렇게 수백의 목숨을 거름으로 삼아 뭘 얻으시려는 겁니까.

기철 : 어디 한번 추측해보게.

최영 : 굳이 그렇게까지 해서 전하를 복종시키고 싶은 겁니까?

기철 : 뭐.. 그렇게 되면 좋고. 허나 그 뿐은 아닐세.

최영 : 역시 내 생각이 옳았습니다.

기철 : 무슨 생각이.

최영 : 나리만 죽이면 세상이 조금은 더 살기 좋아질 거 같단 말입니다.

기철 : (웃더니) 함정은 어디 있는가. 내가 이동하는 길목에서 목숨을 걸고 기다릴 정도면 

        함정 정도는 준비했을텐데.

최영 : 포기했습니다.

기철 : 어째서

최영 : 함정을 쓴다는 건. 어떻게든 살아보겠다는 미련. 

        (칼을 빼든다) 미련이 남아 있어 상대하기엔 나리가 너무 강한 분이라서요.

기철 : (한손을 뒷짐 진 채로 서서) 끝내 죽을 생각인가.

최영 : 마지막으로 여쭙지요.

기철 : 뭔가.

최영 : 가져오셨습니까? 의선의 서책.

기철 : (빙긋) 가져왔네.

최영 : 됐습니다.

 

하고 말하는 동시에 검을 세워 그대로 기철에게 달려든다.

그러나 기철은 거의 움직임이 없이 슬쩍 옆으로 돌며 그 검을 피한다.

그 와중에 언제 빼들었는지 기철의 단검이 최영의 팔을 스쳤다.

(기철은 장검이 아니라 단검, 혹은 중검을 사용했으면 합니다.

그래서 상대를 좀 더 가까이로 끌어들인 뒤에 빙공으로 얼리는 수법을 쓴다는 설정)

최영, 저만치 엇갈려 달려나간 자세로 다시 기철을 향해 자세를 잡는다.

그 팔에서 그어져 베어진 팔 옷자락 사이로 피가 주룩 배어나온다.

최영이 다시 공격해온다. 이번에는 기철이 두세걸음 물러날 정도의 공격이었으나.

그러나 역시 기철의 검에 막히고 어느새 기철의 검에 최영의 허벅지가 베인다.

최영, 가까스로 옆으로 굴러 피해 나와 일어서다가 다리 하나가 꺽일 뻔 했다가 겨우 선다.

그 허벅지가 베어져 피가 주룩 흘러내리고 있다.

(그리 깊이 베이지는 않는 걸로. 이후에 계속 활동할겁니다)

최영의 호흡이 거칠어지고 있다.

기철은 아직 여유있고 숨도 흐트러지지 않은 채 미소 지어 최영을 본다.

최영의 머리 속에 아까의 시뮬레이션이 스친다.

 

 

#17. 상상속

 

13씬에서 마지막으로 기철을 공격하던 모습(특정한 자세)이 찰나에 스친다.

최영이 두손으로 잡고 있던 칼을 한손으로 잡으며 비스듬히 옆으로 뻗는다.

그리고 왼손을 스윽 허리춤으로. 단검을 뺄 준비.

 

 

#18. 오솔길

 

최영이 상상속의 자세와 같이 검을 다시 잡는다. 왼손은 슬쩍 내려 단검 근처에 두고.

기철이 빙긋이 미소 지어 최영을 본다.

최영이 땅을 박차고 달려 나간다. 기철이 최영을 맞아 자신의 검을 휘두른다.

공방 와중에 기철의 검이 검을 쥔 최영의 팔목을 잘라내듯 그어온다.

간신이 손을 비틀어 피하지만 최영의 손목 대신에 매희의 두건끈이 휘릭 끊어져 날린다.

거의 동시에 최영의 왼손이 허리춤의 단검을 빼어 기철의 복부를 찌르는데.

그 손목을 턱 잡는 기철의 손. 그 상태로 기철이 최영을 보며 시익 웃는다.

최영, 오른손의 검은 기철의 단검에 막혀있다. 움직이려 하지만 움직일 수가 없다.

그런 상태에서 기철에게 잡힌 최영의 왼손이 퍼렇게 얼어간다.

최영, 왼손에 들고 있던 단검을 떨군다.

저도 모르게 신음이 나오며 무릎이 꺽일 뻔하다가 뇌공을 일으켜 간신이 손을 빼내고 뒤로 빠진다.

그러나 그 와중에 기철이 최영의 오른 손의 검을 걷어낸다.

하늘로 날아 올라 땅에 떨어지는 최영의 검.

최영이 간신이 몸을 굴려 피한다.

기철이 다음 공격이 이어지려다가 순간. 중심을 잃을 뻔하며 비켜선다.

갑자기 앞으로 달려든 이를 하마터면 벨 뻔 했다. 은수다.

놀라 물러선. 기철.

한 무릎을 꿇어 버티고 있던 최영. 그리고 은수가 삼각형을 이루며 대치한다.

은수는 어느새 최영의 단검을 주워들어 두 손으로 잡고 기철을 겨누고 있다. 

잔뜩 겁에 질려 있으면서 잠긴 목소리로.

 

은수 : 꼼짝마요.

 

기철이 어이없어 허.

최영이 놀라 은수 쪽으로 움직이려 하자 은수가 이번엔 최영을 겨눈다.

 

은수 : 당신두. 움직이지 마.

 

양쪽을 번갈아 겨누며.

 

은수 : 둘 다 여기까지. 이제.. 그만해요. 제발.

 

최영이 다급해서 기철을 본다. 기철은 웃고 있다.

 

기철 : (한손을 내밀며) 위험합니다. 그 칼. 이리..

 

하며 한걸음 내딛는데.

은수가 순간 단검을 돌려 잡더니 자기 목에 댄다.

최영이 움찔. 몸이 앞으로 나서려다 멈춘다.

기철도 어허.. 해서 멈췄다.

 

은수 : 나... (어쩔 수 없이 떨리는 목소리) 하늘에 의원이에요. 

        어딜 어떻게 베면.. 아프지 않게.. 금방 죽는지 잘 알아요.

기철 : .. 그래서 죽을 생각입니까.

은수 : 나. 죽일 생각이에요?

기철 : (이제 웃음기가 없다, 본다)

은수 : (그대로 버티는데 단검을 잡은 손이 덜덜 떨리고 있다)

최영 : (금방이라도 도약해 튀어나갈 자세로 은수와 기철을 보고 있다)

기철 : 그럼.. 대답해보겠습니까? 내가 언제 죽습니까.

은수 : (대답 못하는)

기철 : 적어도 내 질문에 답할 수는 있어야 내가 살려둘 이유가 되지 않겠습니까.

은수 : (마른 침을 겨우 삼키고) 사...사년. 오년..쯤 후에.

기철 : 내가 누구의 손에 죽는지요.

은수 : (얼었다)

 

최영이 슬그머니 일어섰다. 은수 쪽으로 다가서려는데.

기철이 차갑게 최영을 본다. 최영 멈춘다.

 

기철 : 내가 죽은 뒤에도 지금의 주상은 그 자리에 계십니까?

은수 : ... 그래요.

기철 : 그렇다면 나를 죽이는 건 주상이시겠군.

은수 : (대답 못하는)

기철 : (최영을 보는) 나더러 지금 무엇을 하느냐고 물었는가.

        지금 나는 이 여인이 말하는 하늘의 역사. 그것을 바꿀 수 있는지 시험해보는 중이라네.

        (은수를 보고) 만약에 내가 하늘에 기록된 역사를 바꿀 수 있다면. 

        그땐 우리 할 말이 좀 많게 될 겁니다. 그러니 그때까진 몸조심 하십시오.

 

기철이 돌아선다. 매어져 있는 말 쪽으로 간다.

은수는 그 자세 그대로 굳어서 서있다.

어느 틈에 그 옆으로 다가선 최영이 은수의 손에서 단검을 빼내려 하다가 멈춘다.

왼손이 얼어서 쓸 수 없는 상태. 오른손만으로 은수의 단검을 빼낸다.

그러다 보니 은수의 목에 가늘게 핏자국이 그어져 있다.

은수가 그만큼 바싹 날선 단검을 목에 대고 있었던 것이다.

그 핏자국에 최영이 울컥 성이 난다. 단검을 갈무리하며 일단 돌아본다.

말에 탄 기철이 떠나고 있다.

최영, 은수의 어깨를 퍽 잡아 자기를 보게 하더니.

 

최영 : (진짜 화가 나서) 뭐하는 짓입니까. 여기가 어디라구 중간에 뛰어들어.

         어딜 겁두 없이 지 목에 칼을 대! 죽을라고 환장했어요?

 

하는데 은수가 거칠게 최영의 손을 털어내며.

 

은수 : 죽을라고 환장한 건 당신이잖아. 이기지도 못한대매.

최영 : 이봐. 임자.

은수 : (더 화내며) 사람이 왜 그래요. 지 혼자 싸우다 죽으면 끝이야? 어떻게 그렇게 자기 밖에 몰라.

 

하다가 최영의 팔에 배어나온 피를 봤다. 속상해서 최영을 또 째려본다.

최영이 더 이상의 말싸움을 단념하고 걸어간다.

땅에 떨어진 자신의 검을 집어든다. 문득 멈춘다. 검의 손잡이 부분을 본다.

검손잡이에 묶어두었던 매희의 두건이 거의 대부분 동강이 나서 사라지고 끝에 조금만 남아있다.

문득 주위를 둘러보지만 이미 나머지를 찾을 수가 없다.

그때 들리는 은수의 소리.

 

은수 : 덕성부원군이라는 저 사람한테서.

최영 : (돌아본다)

은수 : 나, 도망칠 수 없었던 거죠? 그런데 나 혼자 가겠다고 나댔구. 

        당신더러 비키라구 하고. 필요없다 그러구. 그래서 당신 이렇게 밖에 할 수 없었던 거죠? 

        그니까.. 그러다 당신 죽어버리면.. 내가 죽인 거잖아.

 

최영 멈칫하는 기분으로 본다.

은수가 시선을 피하지 않고 마주보며 메마른 얼굴로.. (아직 울지 않습니다)

 

은수 : 남은 사람 심정이 어떤지.. 알면서.. 못됐어 증말.

 

 

#19. 다른 장소 야외

 

최영이 앉아있다.

은수가 그 앞에 앉아서 최영의 다친 팔을 묶어주고 있다. 단단히 묶고 손을 뗀다.

허벅지는 이미 끈으로 매어져 있고.

최영이 저도 모르게 오른손으로 얼어있는 왼손을 잡아 문지르려 하는데.

은수가 최영의 손을 떼낸다.

 

은수 : (어쩐지 잠겨있는 목소리) 하지 마요. 문지르면 안되요.

 

하며 은수가 손목을 잡아 보는 최영의 왼손은 퍼렇게 얼어있다.

최영이 반사적으로 은수에게 잡힌 손을 빼내려 하지만,

은수는 더 잡아당기더니 최영의 손목소매를 묶은 끈을 풀어주며.

 

은수 : 동상 걸릴 수 있으니까.. 혈액순환이 돌아올 때까지 손가락 움직이지 말구요. 

        따뜻한 물에 넣어주면 좋은데..

 

하다가 최영의 언 손을 자기의 두 손으로 아래위로 가만히 감싼다.

(문지르지 말 것. 양 손으로 위 아래로 감싸 지긋이 눌러 온도를 나눠주는 방식)

최영 어색한 마음에..

 

최영 : 알겠습니다.

 

최영, 잡힌 손을 빼내려다가 놀라서 멈칫.

은수가 고개를 숙여 호오 호오 따뜻한 입김을 최영의 얼어있는 손에 불어넣는다.

다시 고개를 조금 올리고. 두 손으로 감싸 가만가만 누르고 다시 고개를 숙여 호오..

최영이 그러는 은수를 불편해서 내려다본다. 그러다가 찌푸린다.

은수가 울고 있는 거 같다. 낮은 흐느낌이 들리는 듯 하더니 또 고개를 숙여 최영의 손에 입김을 분다.

최영이 기웃해 보지만 고개 숙인 은수의 머리칼이 드리워져 얼굴이 보이지 않는다.

저도 모르게 오른손을 들어 은수의 머리칼을 들어올리다 멈칫.

은수도 그 손길을 느껴서 멈칫.

그렇게 둘 다 잠시 정지해있다가.

최영이 은수의 머리칼을 마저 거둬 귀 뒤로 넘겨준다. 이제 은수의 옆얼굴이 보인다.

은수의 눈물이 보인다. 울고 있다.

최영 혼란스러움으로 그런 은수를 본다.

은수가 다시 고개를 숙이더니 호오.. 그래서 다시 머리칼로 가리워지는 얼굴.

최영이 말을 꺼내려다 멈췄다가 헛기침을 하고 어색하게 말한다.

 

최영 :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간단한 방법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일단 해보고. 안되면 할 수 없지.. 언제나 그리 생각하던 게 버릇이라..

 

슬쩍 눈치 보지만 고개를 숙인 채 자신의 손만 감싸고 있는 은수.

 

최영 : 그렇게 쉽게 목숨 거는 짓. 안하겠습니다. 다시는..

 

은수가 고개를 든다. 눈물 젖은 눈으로 최영을 본다.

 

최영 : 그러니..

은수 : (보는)

최영 : 울지 마요.

 

은수가 그렇게 말하는 최영을 잠시 보다가 눈물 어린 얼굴로 끄덕인다. 애써 미소 짓는다.

 

 

#20. 기철의 집 치료실

 

양사가 급히 욕탕에 한약재들을 집어넣고 있다. 이쪽에 가운만 입고 앉은 기철은 덜덜 떨고 있다.

(가둬두었던 냉기가 제동력을 잃고 장기까지 스며들었다는 설정)

 

양사 : 내공을 쓰시면 안된다고.. 쓰셔도 아주 잠깐씩만 쓰시라고.. 그렇게 말씀을 드렸는데.

기철 : (자기 생각에 잠겨서)

기원 : 형님 실력이라면 내공 따윈 쓰지 않아두 우달치 무사놈 쯤은 충분히 상대할 수 있지 않습니까?

양사 : 설마 그 놈이 그리 셌던 겁니까? 이렇게 단전에 비축하셨던 진기까지 쓰실만큼요?

 

기철, 다 안 들린다. 생각 중이다.

 

 

#21. 회상 5부 #1

 

은수가 기철의 앞에서 떠들고 있다.

 

은수 : 어차피 지금 이 원나라, 얼마 못 가 망해요.

 

 

#22. 기철 치료실

 

기철이 일어서려는데 비틀한다. 옆에서 기원이 얼른 부축한다.

덜덜 떨며 욕탕 쪽으로 움직이며.

 

 

#23. 회상 5부 #1

 

은수 : 그니까 이 다음이 명나라네. 좀만 있음 원나라는 망하고 명나라가 들어선다구요.

         그래 맞아. 기철씨. 댁이 어떻게 죽는지도 기억났어요.

기철 : (굳는)

은수 : 근데.. 가르쳐주지 않겠어. 왜냐. 재수 없으니까.

 

 

#24. 치료실 욕탕

 

안에 들어앉은 기철. 아직 떨고 있다.

옆에서 양사가 부지런히 더운 물을 끼얹어준다. (여자 설정은 없는 게 어떨른지요)

 

기철 : 사년. 오년이라고 했다.

양사 : 예?

기철 : 명이란 것은 어찌 정해지는 것이지? 누가? 어떻게?

양사 : 명.. 수명 말입니까?

기철 : (혼자 말하는 중이다) 정해진 것은 바꿀 수가 없는가? 어째서.

        지금의 왕이 나를 죽이는 것이라면. 왕을 바꾸고. 

        지금의 나라가 나를 해하는 것이라면 나라를 바꾸겠다.

 

기원과 양사가 서로 마주본다. 뭐라는 건지 모르겠다.

 

기철 : 하늘이 정한 것이라면 그 하늘도.. 내가 바꿀 것이야.

 

기철. 드디어 스스로의 결정에 만족했다.

양사가 기철을 부축하여 탕으로 데려간다. 탕으로 들어가며 기철이 계속 떠든다.

 

 

#25. 마을길 / 새벽

 

아침이 밝아오는 길을 은수와 최영이 나란히 걸어오고 있다. 

은수가 열심히 말하는 중.

 

은수 : 좋아요. 결정했어요. 나. 이제 더 이상 도망가지 않기루 했어요.

최영 : 잘 생각하셨습니다.

 

최영이 뒷짐 지었던 손 하나를 풀어 뒤를 향해 가라고 손짓한다.

저 뒤에 따라오던 신비거사가 그 손짓에 웃더니 옆으로 빠지며 간다.

은수가 걷다가 멈춘다. 최영이 옆에 서서 기다려준다.

은수가 혼자 생각하고 혼자 결정하더니.

 

은수 : 도망을 안가면 그럼 어떻게 하나. 별수 없죠. 맞서 싸워야지. 안 그래요?

최영 : 도망이든. 싸움이든. 그런 거 안하고 그냥 계시면 안되겠습니까.

은수 : 그게 안되요. 숨만 쉬고 사는 거. 내가 그런 건 절대 못한다구. 그래서 말인데요. 최영씨.

최영 : 예.

은수 : 우리 파트너하지 않을래요?

 

 

#26. 궁 입구

 

나란히 들어서는 최영과 은수.

 

은수 : 지금 내 목표는 기철이란 자가 갖고 있는 내 수첩. 그걸 찾는 거구.

         최영씨 목표는 기철이란 자에게서 임금님을 지키는 거. 맞죠.

최영 : 일단은 그렇습니다.

은수 : 그런데 그 인간이 내 수첩 그냥 내주진 않을 거구.

        그러니까 댁에 임금님이 힘이 쎄져서 의선의 수첩을 내줘라. 이럴 수 있으면 되는 거잖아요.

        그러니까 우린 목표가 같은 거라구. 별 수 없네. 이제부터 우리 파트너 해야겠다.

 

은수가 떠드는 사이 최영이 저만치를 향해 고개짓을 한다. 저리 가라고.

저만치서 최영을 보고 반가워 뛰어오려던 대만과 옆에 함께 오던 돌배.

돌배가 최영의 신호를 받고 대만을 얼른 잡아서 옆으로 피한다.

대만이 아직 영문을 모르고 왜.. 하며 끌려간다.

 

은수 : (계속 떠드는) 한번 따라해봐요. 파트너.

최영 : (무시)

은수 : 진짜 하늘말은 한마디도 안 배울 거에요? 파트너. 별로 발음하기 어렵지도 않구만.

최영 : 무슨 뜻입니까.

은수 : 하나의 목표를 가지고 함께 싸우는 한편? 대충 이런 뜻으로 하죠.

 

 

#27. 궁 안 회랑

 

나란히 걸어오는 최영과 은수.

최영이 걷다가 멈춘다. 내려다보면 은수가 최영의 옷자락을 잡아 멈추게 하고는.

 

은수 : (옆의 난간?을 가리키며) 여기 앉아봐요.

최영 : (한심한 기분)

은수 : 난 자기 목숨을 살려줬는데 이 정도도 못해주나.

최영 : (괴롭다. 할 수 없이 앉아 준다)

은수 : (자기는 그 앞에 서서) 근데 파트너가 되려면 몇가지 꼭 해야 되는 게 있어요.

        첫째. 서로 모든 걸 말해준다. 예를 들어. 지금처럼 사람 데리고 갈 때는 

        우리가 왜 어디루 가는지 말해준다.

최영 : .. 강안전으로 갑니다. 가서 임자를 왕비마마와 같은 보호 아래 두어달라 청할 겁니다.

은수 : 좋아요. 그렇게 하는 거에요. 그리고 두 번째. 파트너는 서로 지켜주는 거에요.

최영 : (좀 웃는. 어이가 없어서) 서로.. 입니까?

은수 : 말했잖아요. 함께 싸운다구. 그러기 위해선 되도록 가까이 같이 있어야 되요.

        혼자만 누구랑 싸우겠다고 말도 없이 가버리거나 그럼 안된다구요.

최영 : .. 그렇게 하겠습니다. 근데 그쪽도 마찬가지. 말없이 제멋대로 아무데나 좀 다니지 마십시오.

은수 : (만족했다) 좋아요. 그럼.. (손을 내민다) 악수해요.

최영 : (그 손을 내려다보는.. 별로 맘에 안들어서) 그 악수라는 거. 만날 때, 헤어질 때 하는 거 아닙니까?

은수 : 좋았어. 이제 같이 잘해보자. 그럴 때도 해요. 

        자요. 이렇게 서로 손잡고 아래 위로 힘차게 흔들면 되요.

 

최영, 슬쩍 옆을 본다. 다른 쪽도 본다. (아직 뭐가 보이는지는 안 보이는 상태)

 

최영 : 근데.. 서로 지켜주자고 했습니까?

은수 : 그렇죠. 그쪽이 날 지켜주고. 내가 그쪽을 지켜주고. 그게 파트너.

최영 : (좀 가까이..) 그럼 제 체면도 좀 지켜주겠습니까?

 

하며 최영이 슬쩍 옆 쪽을 고개짓으로 가리킨다.

은수가 그제야 옆을 돌아본다.

저만치 좀 먼 곳에 대만과 돌배가 흥미진진해서 그들을 보고 있다.

최영이 다른 쪽도 슬쩍 가리킨다.

은수가 그 쪽을 보니 거기 시녀들을 대동한 최상궁이 그들을 뻔히 보고 있다.

은수가 할 수 없이 내밀었던 손을 자기 옷자락에 닦으며 최상궁을 향해 웃는다.

최상궁이 고개를 숙여 절을 한다. 고마움을 담아서.

 

 

#28. 강안전 공민의 처소

 

공민과 노국이 나란히. 최상궁과 도치 등, 수행 중.

그 앞에 최영과 은수.

 

공민 : 혼자 떠나셨다 들었습니다만..

은수 : 가려고 했죠. 근데 가다가 (옆의 최영을 가리키며) 이 인간이 위험하단 소리를 듣고 다시 달려 왔죠.

        아이구 밤새 참 힘들었네..

최영 : (난감하고)

공민 :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

최영 : 별 일 아닙니다.

은수 : 별일 아니긴. 이 사람이요.. (이르려는데)

최영 : (은수의 옆으로 바싹 붙으며) 별일 .. 아닙니다.

은수 : 알았다구요.

최영 : 개경에 살수 집단이 들어왔다는 정보가 있습니다.

        그들을 처리할 때까지 의선을 왕비마마 곁에 두어 함께 지켜드릴 수 있기를 청하러 왔습니다.

공민 : (노국을 보는) 괜찮겠습니까.

노국 : 허락합니다. 최상궁과 무각시들이 늘 나와 함께 있고. 

        의선도 이제 나와 같은 보호를 받게 될 것입니다.

최영 : (고개를 숙여 보이는데)

공민 : 그런데 의선.

은수 : 네.

공민 : 전에 말씀하셨던 앞날에 대한 이야기. 더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조선이라고 했나요. 그건 무슨 뜻인지..

은수 : (공민을 보며 생각) 

최영 : (그런 은수를 돌아보며 불안)

은수 : 그런 나라가 있어요. 조선이라구 저어기.. (손을 들어 먼 데를 가리키며) 동남아 아래 쪽 어딘가.

        거기 이씨들이 많이 살고 있는데.. (하다가 정색을 하더니) 전하.

공민 : 예 의선.

은수 : 사실은 잘 모르겠어요. 제가 알고 있는 앞날의 이야기.

최영 : (자기 앞을 보며) 잘 모르는 건 하지 말지요.

은수 : (공민에게) 그게 제가 이곳에 오구 나서 그런 앞날이 생긴 건지. 

        아님 그 전의 앞날을 제가 알고 있는 건지.

최영 : 제 말 안 들립니까?

은수 : (최영에게) 내가 지금 뭘 안다고 하는 게 아니잖아요.

최영 : 어쨌든.

은수 : 내가 모른다는 이야기도 하면 안되요?

최영 : (결국 은수를 향해) 모르는 이야기를 왜 전하 앞에서 합니까.

은수 : 와아 이 사람 진짜. 파트너라는 게 그런 게 아니죠. 그렇게 일방적으로 명령하면서..

최영 : 하지 마세요.

은수 : 뭘 하지 말라고.

 

최영 불끈, 대꾸하려다가 멈칫. 옆을 본다.

공민과 노국이 뜨아해서 보고 있다.

은수도 옆을 본다. 최상궁과 다른 이들이 모두 버엉해서 보고 있다.

 

 

#29. 궁 내 방 (은수의 임시거처)

 

안내되어 들어서는 은수. 안내한 시녀가 절을 하고 물러나 문을 닫는다.

혼자 남은 은수가 주위를 둘러본다. 아직 입고 있는 자기의 남자 옷을 펄럭거려 보고.

그러다가 문득 돌아보는 곳. (아직 그게 뭔지는 보이지 않고)

은수가 그것을 정면으로 마주보더니.

 

은수 : 그래서. 내가 어째야 되는데. 어디 커다란 독 같은데 들어가서 죽은 듯이 숨어있을까?

         사람들 만나지도 말고. 말도 하지 말고. 다친 사람 봐두 모른 척 하고. 숨도 쉬지 마?

 

은수가 보고 있는 것은 고려청자다.

 

은수 : 역사. 미래. 그딴 거. ...개나 주라 그래. 내가 뭘 어떻게 해야 되는 건지. 

        아니면 아무 것도 하지 말아야 되는 건지 모르겠는데. 모르겠으니까 그냥 살래. .. 살아야겠다구. 

        뭐.. 이런 내 결정에 불만 있어?

 

물론 청자는 대답이 없다.

내가 뭐하고 있나 싶다. 에이. 손사레를 치고 돌아선다. (지금 은수는 이런 대화를 할 상대가 달리 없다)

 

 

#30. 최영의 방

 

최영이 혼자 우뚝 서있다. 칼을 들어 내려다 보는 중이다.

검집의 손잡이에 아직 남아있는 매희의 두건. 조금.

결정하고는 그 두건을 마저 풀어낸다. 어찌할까 망설이다가.. 옆의 서랍을 열고 그 안에 넣고 닫는다.

절컥. 닫힌 서랍을 보다가 휙 돌아서 문으로.

 

 

#31. 병영 장교홀

 

우달치들이 우루루 모여서서 흥미진진 얘기를 듣고 있다.

가운데는 덕만이 완전 의기양양 얘기해주는 중.

 

덕만 : 손을 먼저 내민 것은 분명히 의선 쪽이었다는 거지. 이렇게. (한손을 내밀어 보이는)

         그러자 우리의 대장께서 그 손을 딱.. (옆의 돌배 손을 딱 잡아채며) 이렇게 잡아채서는

         (질질 끌어가는 시늉) 이렇게 기세좋게 끌고 오시는 거야.

돌배 : (징그러워 손을 뿌리치고) 우리 대장이.

덕만 : 그렇지.

돌배 : 의선의 손을 잡아서 끌었다고.

주석 : (덕만의 머리를 때리며) 이 눔의 자식이 지밖에 본 사람이 없다고 아주 구라를 가마니로 쌓네. 응?

덕만 : 아 진짜라니까요.

돌배 : 솔직히 우리 대장이 여자의 손을.. 그것도 의선의 손을.. 에이. 그건 좀 아니다.

덕만 : 아 내가 똑똑히 봤대니까아.

 

하다가 문을 들어서는 대만을 보더니 재빨리 채어오면서.

 

덕만 : 너두 봤지? 우리 대장이 의선 손을 막 잡아서 땡기고 그러는 거.

대만 : 난 못 봤는데.

 

여기저기서 덕만을 팬다. 그거 봐라. 이눔아. 이 자식 허풍은 진짜..

대만은 상관없다는 듯 돌아서다가 아 참 해서.

 

대만 : 내가 그건 봤다.

주석 : 보긴 또 뭘 봐.

대만 : 우리 의선님이 우리 대장을 살릴 때.

 

모두. 쳐다본다.

대만 혼자 생각하고 혼자 흐흐흐 웃더니 갈려고 한다.

돌배가 잡아채서.

 

돌배 : 살릴 때 뭐. 이눔의 자식이 말을 하다 말고.

대만 : 의선님이 자기 입으로 우리 대장 입에 대고 숨을 불어넣었지. 그것도 한번 두 번도 아니고 아주 많이.

         그래서 우리 대장이 숨이 돌아왔지. 내가 그건 봤지.

 

하더니 말 다했다는 듯이 가던 길을 간다.

나머지 모두가 굳어있다. 누군가는 비틀했다.

 

 

#32. 궁 일각

 

최상궁과 최영.

최상궁은 언제나처럼 기대 서있고. 최영은 주위를 이리저리 둘러보며 엿듣는 이를 살피고.

 

최상궁 : 의선께서 어찌 알맞게 달려가셨던 모양이네. 니놈이 허튼 짓을 저지르기 전에.

         그래도 참 놀랐다. 니놈을 말릴 분이 이 세상에 있었다니.. 아니. 이 세상분이 아니셨지 참.

최영 : 그래서 골치 아프게 됐다구요. 기철 한놈만 처리하면 끝날 문제를 

        이제 하나하나 다 틀어막고 다니게 생겼으니.. 아..

 

말하다 최상궁에게 뒤통수를 얻어맞았다.

 

최상궁 : 같이 죽을 생각이었던 놈이. 그 생각이 자랑이냐? 이 망할..

최영 : (또 때리려는 거 피하며) 고만 쫌. 내가 지금 할 일이 태산이구만. 

        우선 서연장에 나올 분들. 피신시켜야 되고.

최상궁 : 필요하면 무각시들을 내주마.

최영 : 칠살놈들을 상대해야 되는데.

최상궁 : 문제는 그 살수 놈들. 어디 있는지 찾을 수가 없는 거겠지.

최영 : 그게 그놈들의 가장 큰 무기니까. 보이지 않는 거. 찾을 수가 없는 거. 

        지들 필요할 때만 나타나는 거.

최상궁 : 가만 있어봐. 우리 안에 간자가 있다 했냐?

최영 : 정확하게 알고 있드라고. 내가 목숨 걸고 덕성군을 찾아갈 거란 거. 

        그 말 어디서 새나간 거요.

최상궁 : (생각해보는) 내가 발설했다. 왕비마마 앞에서.

최영 : 거기 누가 있었는데.

최상궁 : (울컥) 내가 알아 처리하마.

최영 : 처리하지 말지.

최상궁 : 말라니.

최영 : 역이용.

최상궁 : 간자를 이용한다. 내가 맡으마.

최영 : 되겠어요?

최상궁 : 우선은 살수놈들을 끌어내면 되겠냐?

최영 : 내가 원하는 자리로 하나씩 끌어내주면 제일 좋고. 한꺼번에 상대하면. 나두 장담 못해..

최상궁 : 해보지. 그런데. 그래서.

최영 : 뭐요.

최상궁 : 그분이 뭐라 하며 말리시드냐. 니 놈 미친 짓.

최영 : ...

최상궁 : 하늘의 법도라도 설파하시드냐?

최영 : (다시 생각만 해도 가슴이 지끈한다) 목숨을..

최상궁 : 뭐?

최영 : 자기 목숨을 내어줍디다. (생각하니 또 화나서) 도대체가 겁이 없어도 너무 없고. 천지분간도 안되고.

        피냄새도 싫다면서 지 목에 칼을..

 

에이 울컥해서 먼저 가는 최영.

최상궁이 놀라서 보고 있다.

 

 

#33. 궁 안 방

 

은수에게 새 옷을 입히고 있는 시녀들. (왕비가 내어준 예쁜 옷입니다)

최상궁이 들어온다.

 

최상궁 : 내가 직접 하겠다. 다들 나가 있어.

 

시녀들이 주욱 빠진다.

 

은수 : 근데 이 옷이 좀 겹겹이 디게 복잡한데.. 이거 다 입어야 되요?

최상궁 : (바로 뒤에 붙어서 옷 입는 걸 도와주며 나직하게) 실은 의선께 부탁이 있습니다.

은수 : 말씀하세요.

최상궁 : 실은 영이 그놈은 영 내켜하질 않았습니다.

           의선께서는 하늘 분이라 거짓말을 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으실 거라고..

은수 : 그니까 내가 도와줄 일이 거짓말이다..

 

 

#34. 방 밖 복도

 

방문 밖을 지키는 시녀들. 무각시들.

그 중에 장희가 슬쩍 방안을 돌아보지만 방 안 소리는 들을 수가 없다.

 

 

#35. 방 안

 

최상궁 : 어려우시다면 다른 방법을 찾겠습니다.

은수 : (문득 고개를 기웃해서 최상궁의 얼굴을 살펴본다) 어머..

최상궁 : 예?

은수 : 잠깐 볼게요. (하더니 최상궁의 눈 옆이며 볼 등을 만져본다)

최상궁 : (긴장해서) 무슨 문제라두..

은수 : 스무살 때 얼굴 기억하세요?

최상궁 : 저의 스무살..

은수 : 요기 좀만 손보면 스무살 때 얼굴로 만들어 드릴 수 있는데. 

        요부분 주름살을 제거하고. 요기는 좀 땡기고.

최상궁 : 아니.. 손을 보다니 뭘..

은수 : 원하지 않으세요?

최상궁 : .. 스무살 때 얼굴을.. 만드신다구요? 저를..

은수 : 네. (멀쩡하고 진지한 얼굴) 싫으세요?

최상궁 : (저도 모르게 자기 얼굴을 만져보더니) 그게.. 가능합니까?

은수 : (보다가 헤에 웃더니) 속으셨죠? 제가 맨날 이 비슷한 일을 했어요. 저어기 하늘에서.

 

 

#36. 공민왕 서재

 

노국이 소매 끝을 잡고 먹을 간다.

그 옆에서 공민이 그림 그릴 종이를 펼쳐 자리를 잡으며.

 

공민 : 서연이 열리는 보름까지는 이제 사흘. 그래서 오늘 내일이 고비라 하더군요.

노국 : 모두가 동분서주. 대비를 하고 있으니 별일 없을 것입니다.

공민 : 그자는 참으로 내게 오려는 이들은 죄다 없앨 모양입니다.

노국 : 막을 것입니다.

공민 : 내 편이 아니면 없앤다. 어찌하면 사람 목숨이 그렇게 쉽지요. 내가 얼마나 대단하고 중하길래.

         나 하나를 위해 그 많은 목숨을 그리 쉽게..

 

붓에 먹을 찍어 종이 위에 얹으려다가 멈춘다.

그런 공민을 보는 노국. 망설이다가..

 

노국 : 같지 않습니다.

공민 : (보는)

노국 : 그런 자와 전하. 같지 않습니다.

공민 : 서연을 열겠다고 한 것은 납니다. 나 하나 증명하자고.. 많은 목숨 걸고 그리 말했습니다.

노국 : 그래도 다릅니다.

공민 : 어찌 다르지요?

노국 : 다른 것을 보여주시면 됩니다. 전하께서 전하를 믿지 않으시면, 

       전하를 위해 애쓰는 자들이 너무 불쌍해집니다.

 

 

#37. 우달치 병영 홀

 

우달치들이 위에 걸친 갑옷을 벗고 있다. 사복장을 하기 위해.

그들 위로 들리는 최영의 지시.

 

최영소리 : 절대로 사람들 눈에 띄지 않게. 은밀하게.

 

 

#38. 무각시들의 공간

 

무각시들이 일반 고려여인들의 옷으로 갈아입고 있다.

 

최상궁소리 : 당사자들이 저항할 수도 있는데.

 

 

#39. 궁의 입구

 

사복을 입은 우달치들이 소리없이 진행해서 나가고 있다.

 

최영소리 : 설득할 시간 같은 거 없다. 알아서. 잘. 해봐.

 

 

#40. 궁의 정원 (11회에서 노국과 최상궁이 이야기를 나누던 정원)

 

곳곳에 무각시들이 번을 서고 있고.

공민 노국이 나란히 앉아있고. 그 옆에 조일신.

그 앞에 은수. 뒤에 최상궁.

 

은수 : 익재 이제현 선생이라고 하셨어요?

최상궁 : 그렇습니다.

공민 : 잘못 모셨습니까.

은수 : 그 분이라면 뭐 .. 별로 신경 안 써도 되는 분인데요. 전하의 편이 아니거든요. 그 제자분들도 마찬가지.

         아마 말년에는 모두 원나라 가서 잘 먹구 잘 사셨든가..

 

은수가 말하는 동안 최상궁이 날카로운 눈으로 주위를 살펴본다.

주위에 번을 서는 무각시들. 더 너머에는 우달치들. 내관들.

그렇게 스윽 지나가는 시선 속에 장희가 있다.

 

 

#41. 기철의 서재

 

기철이 돌아본다. 거기 기원과 양사.

 

기철 : 의선이.. 입을 열기 시작했다.

기원 : 앞으로 주상의 오른팔 왼팔이 될 자들. 득이 될 자. 배신을 할 자. 

        하나씩 이름을 대주고 있다 합니다.

양사 : 그게 한꺼번에 내놓는 게 아니구요. 

        시와 때가 적절하게 맞아야 비로소 하나씩 이름이 나오는 모양입니다.

 

 

#42. 왕궁 회랑

 

은수가 맨 앞에서 걷고 있다. 그 옆에서 졸졸 따르는 조일신.

그 뒤에는 안도치가 서반에 필기 도구를 얹고 따르고.

일신은 붓을 들고 은수만 바라보며..

 

일신 : 그래서. 그 다음 이름이..

은수 : (진지하게 생각하는 척 하며) 권.. 권혁?

일신 : (얼른 쓰며) 이 자는 뭡니까.

은수 : 지키세요. 앞으로 전하께 크게 될 사람이니까.

 

하며 걸어 지나가는 은수. 슬쩍 자기 손바닥을 본다. 붓으로 적혀져 있는 이름들.

컨닝용 그렇게 걸어지나가는 은수의 뒤를 따르는 무각시들 중에 장희도 있다.

 

 

#43. 기철의 서재

 

문이 열리며 사병이 기원에게 종이를 내준다.

기철이 오락가락하며 생각하고 있다가 돌아본다.

기원이 종이를 펴보더니.

 

기원 : 다릅니다. 우리가 제거하라 지시했던 자들의 이름이 아니에요.

양사 : 어찌합니까. 살수들 .. 다시 불러들입니까?

기원 : 어.. 양문우.. 이 이름은 우리가 제거하라 시킨 자인데. 

        나중에 주상의 반대세력으로 이름을 날린다 합니다. 주상의 반대면 우리 편이 되는 겁니까?

 

기철.. 계속 생각중이다.

옆에서 보던 화수인. 어이구.. 골치가 아프다. 치마를 떨치고 나가버린다.

 

양사 : 어찌합니까. 살수들 불러요?

 

 

#44. 마을 길

 

비뚜러진 상투의 이색이 어슬렁어슬렁 주위를 구경하며 걸어오고 있는데

그 양옆으로 슬그머니 붙는 주석과 돌배. 둘 다 사복을 입고 있다.

순간. 양옆에서 이색을 끼어 잡는다.

이색이 뭐라 항변할 여지도 안 주고 답싹 잡아서 줄줄 끌고간다.

 

 

#45. 마을 이색의 집

 

마당의 이색 모친이 놀라서 보는데.

일반인의 복장을 한 무각시 둘이 양쪽에서 달랑 잡아서 대문 쪽으로 간다.

 

 

#46. 궁의 회랑

 

걸어가던 은수가 멈춘다. 뒤를 따르던 이들도 모두 멈춘다.

은수가 돌아서더니..

 

은수 : 아.. 이제 생각났어요.

일신 : 무엇입니까.

은수 : (눈을 감고 손을 하나 올려 마치 하늘의 소리라도 듣는 듯 폼을 잡는)

 

일신을 비롯한 모두가 긴장해서 은수를 주시한다. 장희도 그 중의 하나.

좀 떨어진 곳에서 최상궁이 은수의 주변에 있는 자들을 스윽 훑어 보고 있다.

 

은수 : (눈을 뜨더니 진지하게) 그 해. 주상께서는 인재를 모음에 있어 다음과 같이 하셨다.

 

일신 부지런히 받아 적는다.

 

은수 : 참으로 필요한 자들은 증인 보호프로그램에 따라 안가에 숨겨 보호하셨으니..

일신 : (뭔 말인가) 보호프??

은수 : 위트니스 프로텍션 프로그램. 에프비아이 같은 데서 하는 거죠. 

        (근엄하게) 다 적을 필요는 없습니다. 하늘말이니까.

일신 : 예 의선.

은수 : 아셔야 될 건 이겁니다. 전하께서는 중요한 분들을 따로 모아서 은밀한 곳에 보호를 하셨다.

         그들이 숨어있는 곳은 오직.. 한사람.

 

멈춘다. 망설이며 보는 곳.

사람들 뒤에서 최상궁이 끄덕여준다. 말하라고.

 

은수 : 오직 한사람만 알고 있었으니.. 그는.. 왕의 호위자였다.

일신 : 오오.. 알겠습니다. 전하께 바로 말씀드려 그리 조처하도록 하겠습니다.

 

은수가 휙 돌아서서 간다. 우루루 따라가는 이들.

최상궁은 남아서 보고 있다.

우루루 따라가는 자들 중에 장희가 슬쩍 옆으로 빠지더니 옆길로 간다.

최상궁이 가만히 본다.

 

 

#47. 마을 다른 길

 

살수 중에 두명이 오고 있다. 갈림길에서 둘이 헤어진다.

 

 

#48. 익재의 집

 

아무도 없는 마당.

어느 틈엔가 들어서는 살수 하나. 집의 내외를 살피고 방쪽으로 간다.

방문 앞에서 안의 기색을 살피더니 스윽 문을 연다. 방 안은 비어있다.

그 때 들리는 소리.

 

사내 : 거기 누구요.

 

입구 쪽에서 동네 사내가 살수를 보고 있다.

살수가 마당으로 내려선다.

 

사내 : 아니 왜 남의 집에서 기웃거리고 그러나. 이보시오.

 

채 말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그 사내 옆으로 다가선 살수. 짧은 단검이 휘릭 그어져 지나간다.

사내가 아직 서있는 동안 살수는 이미 저만치 갔다.

나중에 무너지는 사내. (점핑 컷의 느낌으로 움직이는 살수입니다)

 

 

#49. 기철의 서재

 

기철이 웃고 있다. 그런 기철의 눈치를 보는 양사와 기원.

 

기철 : 우리가 우왕좌왕하는 사이. 사람들이 없어졌다.

양사 : 예..

기철 : 우리가 알았던 명단. 새로 알게 된 명단. 이 사람들 중에 누가 적이고 아군인지 알 수가 없게 되었다.

기원 : 현재로선 그렇습니다.

기철 : 혹시 내가 죽인 자가 장차 나의 큰 힘이 될 수도 있다.

양사 : 의선이란 여인이 한 말이 사실이라면 그렇게 해석이..

기철 : 깜찍하구나. (웃는다)

기원 : 없어진 자들의 소재를 아는 자는 오직 하나라 하였는데...

기철 : 최영 그자겠지. 다른 데 기웃거리지 마라. 나한테 와라. 내가 상대해주겠다. 칠살. 다 내게 보내라.

천음자 : 내가 가겠습니다. 그 자. 내가 상대하지요. (일어서는데)

기철 : 아니야. 넌 달리 해줘야 할 게 있어. 사매와 함께 가서 모셔올 사람이 있다.

화수인 : (문가에서 들여다보며) 그래 가자. 이놈의 정치 놀음은 너무 골치 아퍼.

            어디로 가면 되오. 궁에서 좀 먼데로 가고 싶은데.

 

 

#50. 저자거리

 

익재 선생이 하인으로 보이는 자와 함께 걷고 있다.

그런데 뒤에 걷던 하인은 사복 차림의 대만과 덕만이 양쪽에 서며 더 오지 못하고.

익재의 옆에 다가서 나란히 걷는 최영.

 

최영 : 모시러 왔습니다.

 

익재가 뒤를 돌아보고 거기 하인과 함께 오는 우달치들을 보더니.

 

익재 : 상황이 그토록 험악한가.

최영 : 그럴 거 같습니다.

익재 : 다른 이들은?

최영 : 말씀해주신 분들은 다 소개시켜 모셨습니다.

 

익재 멈추더니 하늘을 본다.

 

익재 : 새로운 왕이 오신다 해서 생각했지. 아무 일 없이 무사하면 아무런 희망이 없다는 이야기.

         변화가 있다면 또한 피바람도 불 것.

최영 : 모시게 되는 곳이 급히 마련한 곳이라 그다지 쾌적하지는 않을 겁니다.

익재 : 이런 시대에. 자네같은 무사가 가엾구먼. 베이기 전까지는 계속 베어나가야만 하겠지.

 

최영, 가만 듣기만 하다가. 뒤를 향해 신호한다.

우달치들이 달려와 익재를 모셔간다.

절을 해서 보내고 잠시 그대로 보는 최영.

 

 

#51. 궁 안 교각

 

(앞으로 은수와 최영이 만나는 장소로 정할 곳입니다. 멀리 오는 사람이 보이는 장소. 이쁜 곳으로)

은수가 난간에 기대서 바람을 쐬고 있다. 후우.. 심호흡을 하며..

 

은수 : (혼잣말) 진짜 공기는 너무 좋다. 완전 무공해. 후우..

 

다시 숨을 마시고 내쉬고 돌아서다가 놀라서 넘어질 뻔.

거기 우뚝 서서 보고 있는 최영. 뭔가 못마땅한 얼굴.

 

은수 : 사람이.. 발소리두 없이.

최영 : (주위를 둘러보고) 여기서 혼자 뭐합니까. 지키는 무각시 왜 없어요.

은수 : 있어요. 저어기. (저 멀리 가리키며) 보이죠? 저어기.

 

저만치 멀리 보이는 무각시 두명.

 

은수 : 내가 혼자 좀 걷겠다고 했어요. 조기서 요까지 잠깐 걸어온 거네. 아주 잠깐..

최영 : 기어이 끼어들었다 들었습니다.

은수 : 끼어들다니.. 아. 하늘의 지식 날려드린 거? 어때요. 도움이 될 거 같아요?.

최영 : 말려도 계속 하실 거지요? 하고 싶은 건.

은수 : 사람이 어찌 그리 맨날 심각하고 진지하고 걱정. 근심. 

        (최영의 어깨를 툭 치더니) 병나요. 그러지 마요.

최영 : (후우.. 싶고. 이젠 맞는데 내성이 생겨서)

은수 : 아.. 내 옷 봐요. 왕비님이 주신 건데. 어때요. 고려 사람 같아요?

최영 : (슬쩍 은수의 옷을 보지만) 들어가시죠. (돌아서는데)

은수 : 여기 어때요.

최영 : 뭐가요.

은수 : 원래 우리 세상에서 파트너들은요. 하루 일이 끝나면 같이 술집 같은데 가서 한잔 하고 그러거든요.

         이 궁전 안에는 그런 술집이 없으니까 여기루 해요. 매일 이맘때 여기서 하루 한번 만나기.

최영 : 만나서 뭐하시게요.

은수 : 서로 무사한지 확인하고. 다음엔 뭐할지 얘기하고 서로 하는 일, 응원도 해주고.

최영 : 당분간 제가 좀 많이 바빠질 거 같습니다.

은수 : (명랑한 척 하던 거.. 가라앉으며) 알아요. 내가 그랬잖아요. 

        이 모든 거 아는 사람은 딱 하나. 왕의 호위자 뿐입니다.

최영 : (좀 웃는) 잘 하셨다 들었습니다. 거짓 연기. 아주 잘.

은수 : 그래서 또 혼자 다 맞아 싸울 거에요?

최영 : 찾아다니는 거 보다 기다리는 쪽이 승산이 있는 상대들이라서요.

은수 : 싸우면 이길 수 있어요?

최영 : (잠깐 미소) 제대로만 싸우면 지진 않을 거 같습니다.

은수 : (만족한 대답은 아니지만 끄덕끄덕)

 

최영, 갑자기 쭈그려 앉더니 자기 다리에 채워졌던 단검집을 푼다.

 

최영 : 치마 좀 들어봐요.

은수 : 뭐요? 엄마야.

 

최영이 은수 한쪽 다리의 치마를 조금 걷고는 거기 발목에 단검집을 채워준다.

은수가 자기 치마를 좀 걷어 올려주고. 중심을 잃을까봐 최영의 어깨에 손을 짚은 상태로.

 

은수 : 뭐하는 거에요? 아야..

최영 : 가만 좀 있어 보십쇼. (하며 무뚝뚝하게 묶는)

은수 : 그거 칼이잖아요.

최영 : 한번 빼봐요.

 

은수가 내려다 보다가 허리를 굽혀 단검을 빼낸다. 빼놓고는 으유.. 해서 멀찌거니 들고 보는.

 

은수 : 이거 뭐 어쩌라구요.

최영 : 위급할 때 사용하시라구요.

은수 : 이보세요. 나 의사에요. 나보구 사람을 찌르라구?

최영 : 일단 급하면 찌르세요. 그 담에 치료해주면 되잖습니까.

은수 : 아니..

최영 : 나한테도 그랬잖습니까.

은수 : (말이 막혔다가) 이런 거 쓸 줄도 모르면서 빼들지 말래매요.

최영 : 가르쳐 드리겠습니다. 매일 올 수는 없을 겁니다. 올 수 있게 되면. 여기서.

 

은수가 뭐라 할 말을 못 찾는데.

최영이 저 멀리 무각시들에게 손으로 신호를 보낸다. 무각시들이 이쪽으로 달려온다.

 

최영 : 떨어져 있지 마세요. 삼보 이상 떨어지면 저들도 보호하기가 힘듭니다.

 

무각시들이 달려와 은수의 옆에 붙는다.

최영이 은수를 한번 슬쩍 보는가 싶더니 휘적휘적 가버린다.

은수.. 어이없어 좀 웃고.. 그러면서 가는 최영을 보다가 큰 소리로 부른다.

 

은수 : 이봐요.

최영 : (돌아보는)

은수 : 다녀와요. (한 손을 들어 흔들어 보인다. 미소도)

 

최영, 불편한 얼굴로 보더니 좀 웃는가 싶더니 웃음이 안 보이게 돌아서 간다.

그러나 보는 은수는 미소가 거둬진다. 불안하다.

(이제 최영에게 은수는 미안함에 더하여 마음의 빚까지 지게 된 사람이 됩니다.

그래서 은수에 대한 불편한 마음이 앞서, 신경쓰임과 호감을 내색하기가 어렵습니다.)

 

 

#52. 마을 거리

 

최영이 걸어와 주막? 쯤에 걸터앉는다. 이미 와서 기다리던 만보와 마마.

 

만보 : 이제 놈들이 너만 노리는 건 확실하냐?

최영 : 그럴걸요.

마마 : 합해서 일곱놈이라 했지. 많다아.

만보 : 어쨌거나 그것들은 기습에 강한 것들이라 일대일로 맞짱 뜨면 최영이 니 놈이 유리하긴 할 것이다.

마마 : 문제는 일대일로 맞짱 뜨는데 옆에 놈이 기습을 하는 것이지.

만보 : 그래서 우리가 좀 도와주겠다는 거 아닌가. 한놈한놈씩만 너를 쫓아가게 하믄 되는 것이지?

마마 : 쪼오끔 도와주는 것만 할테니까. 그리 알어. 

        우리는 살수 같은 징그런 놈들하곤 엮이고 싶지가 않으니까.

 

둘이 떠들다 보면 최영이 웃으며 그들을 보고 있다.

 

만보 : 뭐가 좋다고 그리 쪼개고 있냐.

최영 : 그래도 두분. 도와줄 사람이 있으니까 좋지요?

마마 : 얘가 시방 뭐라고 씨부리는 거임?

최영 : 솔직히 말해봐요. 그동안 심심했죠? 돈을 벌면 뭐해. 뭣땜에 써야 할지도 모르면서.

만보 : 야가 낮술 했다. 살수들하고 싸우겠다는 놈이 쉰소리를 하네.

최영 : 뭘. 딱 보니 신나 보이구만. 내가 잘 끌어들인 거죠?

만보 : 갑자기 이놈 잡아다 젓갈통에 담그고 싶어졌네. 갑세.

 

만보가 일어나 간다. 마마도 일어서며.

 

마마 : 밥 한그릇 내주라 할테니 먹고 가. 밤새 싸우게 될텐데 밥심이 좀 있어야지.

 

그들 가고. 최영 혼자 웃고. 잠시 생각하다 일어선다.

이제 웃음기는 가시고 싸우는 모드에 돌입한다.

 

 

#53. 궁 안 정원

 

장빈와 은수가 마주 앉아서.

지금 은수가 장빈에게 맥 짚는 법을 배우는 중이다.

은수가 장빈의 양 팔맥을 짚고 있는 중.

 

장빈 : 맥의 형상에는 스물네가지가 있습니다. 속도에 대해선 알 것이고.

은수 : 우리가 재는 게 그거죠. 강도 속도.

장빈 : 맥이 떴냐. 가라앉았냐. 구슬이 굴러가는 느낌인가. 대나무로 긁는 느낌인가..

         강하다가 누르면 바로 가라앉는 맥도 있고. 처음엔 약해도 누를수록 세지는 맥도 있구요.

은수 : (눈까지 감고 맥을 느끼려 애쓰는)

장빈 : 뭐가 느껴집니까?

은수 : 으으음.. . (애를 쓰는데 잘 모르겠는)

 

그러는데 갑자기 후다닥후다닥 움직이는 소리.

눈을 뜨고 보면. 무각시들이 달려와 은수의 앞을 가로막는다.

그 앞에 기철이 은수를 미소지어 보고 있다.

장빈도 은수를 보호하듯 선다.

 

기철 : 그간 잘 지내셨습니까.

은수 : (천천히 일어선다. 이제 은수에게 기철은 살인마와 동급. 무섭다)

기철 : 목은 괜찮으십니까. 전날 보니 슬쩍 베이시는 거 같던데.

장빈 : 여긴 왕비마마께서 계시는 곤성전입니다. 어찌 들어오셨습니까.

기철 : 의선을 뵈러 왔지. 우리 의선께서

 

은수. 저도 모르게 슬그머니 장빈의 뒤로 반쯤 숨는다.

 

기철 : 하늘의 지식. 앞날에 대한 정보를 마구 알려 주신다 들었습니다.

은수 : (장빈 뒤로 좀 더 깊이 숨는)

기철 : 저는 그리 애를 써도 의선의 한마디 듣기가 어려웠는데.

은수 : ...

기철 : 융숭하게 대접을 해도 안되고. 겁을 드려도 안되고. 그럼 어찌해야 될까요.

은수 : (고개만 슬쩍 빼서 보며) 말했잖아요. 내 수첩 돌려달라고. 그럼 같이 얘기해보겠다고.

기철 : 과연 그 수 밖에는 없겠습니까.

 

하는데. 안에서부터 우루루 나오는 무리.

노국이 앞장을 서고 최상궁과 다른 나인. 무각시들이 호위하고 있다. 빠른 걸음.

 

노국 : 이게 무슨 소란인가.

기철 : (고개 숙여 절을 하며) 평강하시었습니까. 왕비마마. 신 기철이옵니다.

노국 : (주위를 둘러보며) 곤성전을 지킨다는 것들은 무엇을 하고 있었는가. 

        어찌하여 이리 무례한 출입이 가능한 것이야.

 

순간 기철의 뒤에서 와랑와랑 발소리가 나며 우달치들이 우루루 달려와 기철의 뒤를 감싼다.

모두는 일단 노국에게 절도있게 절을 하고.

 

충석 : 덕성부원군 나리.

기철 : (슥 돌아보는)

충석 : 주상전하께서 찾아계시옵니다. 강안전으로 드시지요.

기철 : (은수를 본다)

은수 : (노려본다)

기철 : 아무래도 의선과 저와는 첫만남부터 좀 어그러져 있었던 모양입니다.

         조만간 새로운 좋은 만남을 주선하겠습니다. 그럼..

 

기철이 노국에게 공손히 절을 하고 돌아선다. 우달치들의 감시를 받으며 자리를 뜬다.

은수가 급히 노국을 보며.

 

은수 : 저 사람. 왜 온 거에요.

노국 : 글쎄요. 워낙 뱀같은 자라.

은수 : (최상궁에게) 그 사람한테 무슨 일이 있는 건 아니죠? 

        그래서 저렇게 재수없게 웃으면서 온 건 아니겠죠?

 

 

#54. 강안전 공민 편전

 

보고 있는 공민. 좌우를 지키는 충석과. 우달치들.

그 앞의 기철.

 

공민 : 나의 궁이 아주 그대의 앞마당이구려.

기철 : 노여워 하지 마십시오. 전하.

공민 : 더 죽일 사람이 없나. 탐색이라도 하러 온겁니까? (기철에 대한 증오가 아직 잘 눌러지지가 않는다)

기철 : 잠깐 살피러 왔습니다. 저의 의선. 잘 계신지.

공민 : 언제쯤이면 납득하겠습니까. 내 주변엔 그대의 겁박 따위에 흔들리는 사람. 없습니다.

기철 : 자신 있으십니까.

공민 : (허 웃는)

기철 : 지금 전하의 옆에 보이지 않는 우달치 대장.

         아마 전하께서 아무 생각없이 큰소리 치신 거. 뒷수습하러 뛰어다니고 있겠지요?

         이런 식으로 몇 번 더 반복되면 아무리 그 자라도 싫증 나지 않을까요?

공민 : (솔직히 찔리는 문제다)

기철 : 의선. 영리한 분이시던데. 조만간 알아차리지 않겠습니까? 당신을 보호해줄 힘이 누구에게 있는지.

공민 : 이제 알았습니다. 오늘 그대는 이간질을 하러 왔구만.

기철 : 원나라 황후이신 제 누이가 전갈을 보내왔습니다.

         새로 등극하신 전하. 모실만 하냐고. 고려에는 더 나은 주상이 필요하진 않냐고.

 

공민 어쩔 수 없이 굳어서 기철을 본다.

 

 

#55. 공민의 서재

 

안도치가 책상을 치우고 있는데.

 

노국 : 내가 하겠다.

 

도치가 당황해서 본다.

노국이 책상 쪽으로 온다. 그 뒤에서 최상궁이 도치에게 고개짓. 그냥 가라고.

노국이 책상 위에 어지럽혀져 있는 (그리다가 구겨버린 종이 등의) 것들을 하나씩 치운다.

먹과 벼루도 반듯하게 놓고. 붓도 가지런히 건다. 그림 그릴 종이를 펴서 눌러놓고.

둘러선 최상궁이나 도치. 시녀들은 모두 불안해하면서 보고만 있다.

 

노국 : 최상궁.

최상궁 : 예 마마.

노국 : 보통 여인네들은 어찌 하는가.

최상궁 : 무엇을 말씀이십니까?

노국 : 지아비가 힘들거나 의기소침해 있을 때 무엇을 하는가.

최상궁 : 글쎄요. 제가 그런 쪽은 잘 모릅니다. (잘 모르겠다. 옆의 도치를 보며) 혼인하셨지요?

도치 : 아 예. 했습니다.

최상궁 : 힘들거나 의기소침해 있을 때 뭘 해줍디까?

노국 : (열심히 보는)

도치 : 그게.. 저의 내자같은 경우에는..

 

다른 시녀나 무각시들도 귀쫑긋해서 본다.

 

도치 : 술상을 봐줍니다.

최상궁 : (노국에게) 술상이랍니다.

노국 : 술.. 무슨 술.

최상궁 : 이화주라는 쌀로 만든 것도 있구요. 저어기 교역상들이 가져온 소주라는 것도 괜찮습니다.

노국 : (최상궁에게) 술상을 받으면 기분이 좋아지는가.

최상궁 : (말이 막혔다가 도치에게) 하문하시지 않습니까.

도치 : (진땀이 난다) 그게 단지 술상을 받아서가 아니구요. 

        그것이.. 피차간에 술을 마신 뒤에. 에.. 취기가 오른 후에..

 

대답하다가 보면. 열심히 보고 있는 노국. 역시 열심히 듣고 있는 최상궁. 다른 시녀들.

안도치가 그냥 노국 앞에 무릎을 꿇으며.

 

도치 : 더 이상의 하문을 견뎌낼 수가 없사옵니다. 부디 거두어 주십시오.

노국 : (뭐야? 해서 최상궁을 보는) 내가 무엇을 강요했다는 것인가.

최상궁 : 대체 무어 그리 대단한 것이라고 말씀드리니 못 드리니 마마의 심기까지 거스르는 겁니까.

          취기가 오른 후에 무엇입니까.

도치 : 마마..

노국 : 고하라.

도치 : ... 내자와 소신은 함께 잠자리에 드옵니다.

 

도치가 아이구우 해서 바닥에 고개를 박고.

노국이 굳어서 빤히 보고 있다.

최상궁도 굳어 보다가 수습이 안되는데.

문 밖에서 들리는 시녀의 목소리.

 

시녀 : 주상전하 드십니다.

 

노국이 굳은 채로 문을 본다. 문이 열리며 공민이 들어선다.

갑자기 실내에 있던 시녀들이 고개를 숙여 절을 하며 우왕좌왕.

공민이 이상해서 본다. 노국의 앞에는 바닥에 고개를 박고 엎드려 있는 도치.

 

공민 :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

 

노국이 갑자기 일어서더니 문 쪽으로 간다.

공민이 이상해서 보는데 바람처럼 그 옆을 지나가는 노국. 문 밖으로 나가버린다.

최상궁이 허겁지겁 공민에게 예를 취해가며 따른다.

공민. 어이없어 본다.

 

공민 : (걱정되고 노해서) 무슨 일이냐고 묻지 않는가. 고하라.

 

순간. 실내에 있던 모든 시녀 내관들이 일제히 바닥에 엎드려 고개를 박는다. 감히 대답을 할 수가 없어서.

 

 

#56. 시냇가 경치 좋은 곳

 

그 경치를 보며 비스듬히 기대 앉아있는 사내의 뒷모습. 책을 둘둘 말아 쥐고는 읽고 있는 듯.

(책을 반듯하게 서탁에 놓고 읽는 스타일은 아님)

승복을 입고는 있는데. 머리는 긴 것이 아직 스님은 아닌 행자인 듯.

이쪽에서 다가서는 천음자와 화수인.

 

화수인 : 덕흥군 나으리 되십니까?

덕흥 : (책을 읽느라 집중한 듯)

화수인 : 우린 덕성부원군 댁에서 보낸 사람들입니다. 미리 전갈을 드렸는데 받으셨습니까?

 

덕흥이 귀찮다는 듯. 주욱 기지개를 켜더니 그제서야 이쪽을 돌아본다.

삼십대 초반의 모습. 나른한 얼굴로 그들을 본다.

 

천음자 : 나으리를 모시고 오라는 분부를 받고 왔습니다.

화수인 : 말은 탈 줄 아십니까? 아니면 마차를 준비할까요?

 

덕흥이 막 읽던 책의 페이지를 다시 보더니 읽는다.

 

덕흥 : 산중수복. 의무로인데 유암화명. 우일촌이라.

 

화수인과 천음자가 서로 마주본다. 머래는거야.

덕흥이 그들을 빤히 보며 의미를 푼다.

 

덕흥 : 산이 첩첩하고 물이 겹겹이라. 길이 없을 성 싶어도 버드나무 흩날리고.

         꽃이 피어오르는 그곳에 또 다른 마을이 있다.. (하더니 장난스레 웃는다)

 

 

#57. 궁의 회랑

 

무각시들이 보고 있는 곳.

은수가 회랑의 끝까지 걸어갔다가 걸어온다. 혼자 불안해하고 있는 중이다.

무각시 둘이 서로 마주본다. 어쩌지.

순간 은수가 마음을 굳혔는지 빠르게 걸어간다. 무각시들이 급히 쫓는다.

(이 다음 부분.. 노랫말 있는 음악은 부디 절대 피해주십시오. 소리가 중요한 부분입니다. 끝까지.)

 

 

#58. 마을길

 

최영이 걸어가고 있다. 옆을 스쳐가는 마을 사람들.

최영이 점점 걸음이 느려진다. 멈춰서고 주위를 둘러본다. 지나는 사람들. 뿐.

최영이 슬그머니 옆길로 들어선다.

 

 

#59. 뒷골목

 

최영이 들어선다. 잔뜩 긴장하고 있다.

주위를 차근히 둘러보지만 누구의 그림자도 보이지 않는다.

칼을 빼드는 순간 후룩 나타난 그림자처럼. 살수가 최영을 공격한다.

최영 막고 반격하려는데. 다시 없어지는 살수의 모습.

최영 다시 긴장하여 사방을 둘러본다. 없다.

순간 다시 뒤에서 공격해 들어오는 살수. 간신히 피했다. 다시 살수는 없어졌다.

최영, 눈을 감는다. 이제 들리는 소리들.

골목에 놓여져 있는 광주리.. 불어 지나가는 바람에 흔들리는 짚. 그 소리.

골목에 있는 몇가지 물건들. 그것들이 내는 소리. (몇개만 잡아주세요. 충분히. 소리를 넣게)

순간. 어느 나무 바닥이 보여지고. 삐꺽. 밟히는 소리.

최영이 칼을 크게 휘두른다. 순간. 옆으로 천천히 쓰러지는 살수.

 

최영 : (그제야 눈을 뜨며) 하나.

 

최영이 칼을 뿌려 피를 떨구고 검집에 넣으며 골목을 나가려다가 멈춘다. 돌아본다.

거기 쓰러져 죽어있는 살수.

최영이 다시 돌아온다. 바로 눕히더니 눈을 감겨준다. (은수를 만난 뒤로 어쩐지 주검이 눈에 밟힌다)

옆에 떨어진 삿갓을 들어 얼굴 위에 덮어준다.

 

 

#60. 궁 안 교각

 

은수가 교각으로 올라온다. 사방을 둘러본다. 아직 오지 않는 최영.

은수가 교각 난간에 기대 선다. 심호흡을 한다.

 

은수 : 아.. 공기는 진짜.. 좋다.

 

 

#61. 다른 길

 

삿갓을 쓴 살수 둘이 따라가는 곳. 저 앞에 최영과 같은 옷을 입은 사내의 뒷 모습.

살수 중의 하나가 달리기 시작한다. 역시 점프컷의 느낌.

거의 사내에게 가까이 갔는데. 그 사내가 휙 돌아본다. 최영과 같은 옷을 입은 지호다.

살수가 순간. 나무 뒤로 숨는다.

지호가 뒤를 두리번거리더니 (살수를 보지 못했다는 설정) 다시 앞으로 간다.

나무 뒤에 숨었던 살수가 뒤를 돌아본다. 거기 다른 살수에게 고개를 저어 보인다. 아니라고.

 

 

#62. 다른 길

 

눈을 감은 최영이 달리고 있다. 달리며 검을 빼들고 달리며 옆으로 뻗는다.

또 하나의 살수가 쓰러진다. 그러면서 최영의 얼굴에 피가 일직선으로 튄다.

 

최영 : (멈추어 눈을 뜨며) 둘.

 

 

#63. 산길

 

나무에 기대 앉은 최영. 검날을 들어 보고 있다. 사람을 베면 날이 빠진다.

잠시 손이 멈췄다가.

 

최영 : 대충.. 여기서 끝내지. 어차피 돈을 벌자고 하는 살인. 죽으면 아무 소용없잖아.

 

주변의 나무들.. 대답 없음.

 

최영 : (검을 닦으며) 내가 아는 어떤 분이 있는데.

        그분은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게 (좀 웃더니) 사는 거야. 그것도 힘차게 사는 거.

        니들이나 나는 그걸 모르잖아. 우리한테 사는 건 죽지 않는 거. 그 뿐이지 않나.

        근데 그분은 달라. 그분은 진짜로 살고 있어. 힘차게.

 

말과 동시에 검을 두 손으로 깊이. 뒤로 꽂아 넣는다.

뒤에서 기습해오던 살수 하나가 옆으로 쓰러진다.

최영이 검을 힘있게 다시 빼낸다. 지친 얼굴.

 

최영 : 그래서 말이지. 그분을 보고 있으면 생각하게 돼. 가만 있어봐. 나 지금 뭐하고 있는 거지?

 

옆을 돌아본다. 죽어 쓰러져 있는 살수. 그의 눈을 감겨준다.

 

최영 : 넷.

 

 

#64. 교각 위

 

은수가 지쳐서 쭈그리고 앉아있다. 자기 팔목의 맥을 짚어보고 있는 중이다.

 

은수 : 구슬이 굴러가는 느낌... 대나무를 긁는 느낌.. (갸웃) 

        누르면 가라앉는 맥. 누를수록 세지는 맥...

 

그러다가 다시 길 쪽을 본다. 최영은 아직 안 온다.

 

 

#65. 시냇가

 

최영이 얼굴을 닦고 목을 닦고 피를 닦아내고 있다. 많이 지쳐있어서 가쁜 숨을 헉헉대고 있다.

그 와중에 공격해오는 다음 살수. 그 와중에 방어하고 살인하는 최영. (이번에는 단도를 사용해도)

(살수들과의 교전 중에 최영의 왼쪽 팔목이 베이는 장면 하나를 삽입해주세요. 13회와의 연결입니다)

 

 

#66. 교각 위

 

은수가 혼자 서서 가상의 단도를 두 손으로 잡고 이리 저리 찔러보는 흉내를 내고 있다. 얍.. 얍..

그러다 그것도 심심해서. 다시 교각에 기대 선다.

그러다 아.. 미소가 떠오른다.

뒤에 교각을 걸어오는 발자국 소리.. 이제 왔다!.. 해서 돌아선다. 그러다 굳는다.

거기 서있는 승복 차림의 덕흥군. 은수를 보더니.. 미소지어 묻는다.

 

덕흥 : 의선이십니까?

 

은수가 옆을 본다. 은수를 지키던 무각시 두명이 검에 손을 댄 채. 덕흥군을 노리고 있다.

 

은수 : 누구세요?

덕흥 : 남들은 저를 덕흥군이라 부릅니다. 지금 주상전하의 숙부 되는 사람이구요.

은수 : 숙부면.. 삼촌 되신다구요?

덕흥 : 하늘에서 오신 분이라 하던데.. 정말 그러십니까?


그 말에 은수가 방어적이 되면서 슬그머니 뒤로 빠지려는데.

덕흥군이 품에서 뭔가를 꺼낸다.

은수가 얼었다. 양피지로 쌓여있는 것. 본 적이 있다. 은수의 수첩이 그 안에 있었다.

 

덕흥 : 이 선물을 가져가면 .. 반겨주실 거라 하던데.. 맞습니까?

 

 

#67. 길

 

최영이 마지막 살수를 죽였다. 기운을 다했다.

살수가 쓰러지는 동시에 최영도 휘청해서 한무릎이 꿇리는 것. 칼로 땅을 짚어 겨우 버틴다. 헉헉대며.

 

최영 : 일곱.

 

간신이 몸을 일으켜 옆의 나무에 기대선다. 아직도 거친 호흡.

그러나 이제 안심이 된 얼굴로 한곳을 돌아본다. 궁이 있고. 은수가 있는 방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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