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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18

작성자수다쟁이|작성시간13.02.21|조회수1,446 목록 댓글 0

[신의] 18

 

 

 

 

 

 

 

 

 

 

#1. 편전

 

모두 돌아본다.

거기 들어오고 있는 은수. 궁녀 둘이 은수를 양쪽에서 부축하듯이 데려 올라가고 최상궁과는 떨어진다.

애타서 최상궁을 돌아보는 은수.

덕흥군의 옆에 세워지는 은수.

 

덕흥 : (부드럽게) 놀라셨지요.

 

은수가 사람들을 둘러본다. 모두가 자기에게 깊이 허리 굽혀 절을 하고 있다.

기철도 절을 하며 흐믓해서 본다.

 

덕흥 : 보제사까지는 그리 멀지 않습니다. 우리 중신들과 함께 가을바람을 느끼며 걸어봅시다.

 

은수.. 점점 공포에 젖으며 돌아본다.

거기 최상궁이 안타까워 본다.

고승 하나가 목탁을 두들기고.. 앞장을 선다.

덕흥이 먼저 단을 내려가 돌아본다.

은수.. 막막한 마음으로 보다가 따라 내려선다. 덕흥군과 나란히 선다.

그러다 보면. 거기 최영이 다른 우달치들과 들어서고 있다. 똑바로 은수를 보더니 직진하여 다가온다.

중간에 기철이 나서서 막는다. 막힌 채로 최영이 은수에게 묻는다.

 

최영 : 거기서 뭐하십니까.

은수 : (울컥하는)

기철 : 이 경사스러운 날에 난동을 부릴 셈인가.

 

최영이 뒤를 돌아본다.

어느새 밀고 들어온 금군들. 그들과 대치하고 있는 돌배를 비롯한 우달치 몇 명.

중신들이 놀라 양쪽으로 물러서고 있다.

최영이 아랑곳없이 앞으로 나서려는데.

기철이 최영의 어깨를 짚는다. 언젠가와 거의 같은 포즈.

최영이 그 손목을 잡는다.

여유있는 표정의 기철이 손에 빙공을 일으키며 최영을 밀어내려는데.

순간. 분노한 최영이 순간 뇌공을 일으키며 그 손을 밀어 떼버린다.

비틀 한걸음 물러난 기철이 놀라 돌아보는데.

그대로 은수의 앞에 가 서는 최영. 그때까지 덕흥은 한번 제대로 쳐다보지도 않았다.

 

은수 : 현고촌이 습격 당한대요.

최영 : 압니다. 그래서 시간이 없습니다.

은수 : 어서 가봐요.

최영 : (내려다보는)

은수 : (보는)

최영 : 달리 방법이 생각나지 않아서요.

 

하더니. 은수를 안아 잡아 입맞춘다. 처음엔 다급함으로 그리고 오랜 갈급함으로.

// 문득 떨어진 최영. 저도 모르게 한걸음 물러나 은수를 살핀다.

눈을 뜬 은수는 다행히 피하지 않고 최영을 본다.

그제서야 최영이 간신이 떨리려는 목소리 겨우 눌러서 말한다.

 

최영 : 그래서 (옆의 스님을 돌아보며) 이 혼례는 불가합니다.

 

최영이 다시 은수를 본다.

그 뒤에서 스님 둘이 수군거리고. 우달치며 기철 등 모두가 거의 정지상태에서 어색하게 풀리고 있다.

은수는 아까 그대로 정지되어있다. 최영이 걱정되기 시작하는데.

은수가 이윽고 떨리는 미소를 지어 보인다.

최영, 그제야 안심이 돼서 덕흥을 향해 선다. 들어와서 처음으로 덕흥을 본다.

덕흥이 그를 보고 있다. 냉냉한 얼굴로.

 

덕흥 : 이 자가 왕족의 여인을 능멸하였다. 즉시 잡아 가두라.

 

뒤에서 금군들이 들어서려 하지만 우달치들이 막아섰다.

돌배의 창이 큰 원을 그리며 더 이상 들어오지 못하게 한다.

최영, 다시 은수를 보더니 뒤쪽으로 걸어간다. 돌배의 어깨를 쳐서 비키게 하고는 나간다.

금군들이 우루루 그를 둘러싼다. 허나 최영은 밀고 가려는 금군을 쳐서 버틴 채 한번 더 은수를 돌아본다.

은수의 앞으로 덕흥이 와서 선다.

은수는 최영만 보고 있다. 지금은 세상에서 최영만 보이는 마음.

덕흥이 어쩔 수 없는 분노로 입을 열려는데. 은수의 옆에 와 막듯이 서는 기철.

 

기철 : 일단 오늘은 여기서 접는 게 어떻겠습니까. 더 흉한 소문이 번지기 전에.

 

덕흥이 은수를 차갑게 보다가 몸을 돌려 가버린다. 평소와는 달리 웃지 않는다.

그 모습을 보고야 최영이 금군들에 저항하지 않고 나간다.

아직도 은수는 최영을 보고 있다.

 

 

#2. 현고촌 근처 길

 

달려 지나가는 발들. 도적떼의 옷으로 위장한 기철의 사병들이다.

그들 뒤로 천음자와 화수인이 모습을 드러낸다.

그들은 멈춘 채로 달려가는 사병들을 보고 있는 중.

 

 

#3. 현고촌 앞 1

 

저 앞에 보이는 현고촌 입구.

달려오는 위장사병들. 먼저 도착한 이들이 멈춰 기다린다.

속속 도착하는 사병들. 훈련받은 이들답게 착착 알아서 위치를 잡아 대기한다.

 

 

#4. 현고촌 다른 방향 앞 2

 

위장사병의 다른 부대가 도착하고 있다.

이들은 줄을 지어 위치를 잡아 앉더니 일제히 활과 화살을 꺼내어 장착한다.

 

 

#5. 현고촌 또다른 입구 앞 3

 

위장사병들이 자리잡고 있다. 그 중 하나가 호각을 입에 대더니 삐이익 분다.

 

 

#6. 현고촌 2

 

궁수들이 일제히 활을 쏜다. 현고촌 안마당을 향해 까맣게 날아가는 화살들.

 

 

#7. 현고촌 1

 

위장사병들이 일제히 무기를 빼들며 입구를 향해 달려들어간다.

 

 

#8. 현고촌 3

 

사병들이 역시 공격해 들어간다.

 

 

#9. 현고촌 내부 1

 

와하.. 달려들어오는 사병들.. 그러나 우루루 멈춰선다.

 

 

#10. 현고촌내부 2

 

역시 달려 들어오던 사병들이 멈춘다. 내부는 텅 비어있다.

 

 

#11. 현고촌 원탁 홀

 

원탁만 그대로 있을 뿐 아무도 없이 텅 비어있다.

천음자와 화수인이 급히 들어와본다. 천음자가 귀를 기울여본다. 화수인이 탁자 쪽으로 간다.

탁자 위에는 차를 마신 다기들이 그대로 놓여져 있다.

화수인이 그 찻주전자를 들어 남아있는 온기를 가늠해보며 옆을 본다. 

거기 급히 도주하며 팽개쳐진 듯한 꽃바구니.

 

화수인 : 급히 도망친 거 같은데. 기껏해야 한두식경.

천음자 : 이 안쪽으로는 아무도 없어.

화수인 : 대체 어디로 튄거지.

천음자 : 궁으로 가는 길. 국경으로 가는 길.

화수인 : 병사를 둘로 나눠야겠네.

천음자 : 셋. 산길로 갔을 수도 있고.

 

화수인이 급히 달려 나간다. 천음자가 그 뒤를 따른다.

 

 

#12. 산길

 

공민 부부가 탄 마차가 달리고 있다.

그 마차를 에워싸고 함께 달리고 있는 충석과 우달치들.

 

 

#13. 마차안

 

공민이 걱정이 되어 창문 밖을 내다보고 있다가 돌아본다. 노국이 그를 보고 있다가 웃어준다.

공민도 그제야 얼굴을 풀더니 한손을 내민다. 노국이 자연스레 잡는다.

공민이 다시 창밖을 내다본다. 흔들리는 마차.

 

 

#14. 감옥내부

 

최영이 서있다. 마음이 많이 초조하다. (공민에게 달려갔어야 하는데 이렇게 갇혀 있는 것)

서성이다 기대 앉는데. 다가오는 소리.

감옥 앞을 지키던 금군들이 한쪽을 향해 절을 한다.

 

안재소리 : 수고한다.

 

문이 열리더니 들어오는 안재. 최영을 보더니 허 웃고 앞에 앉는다.

 

안재 : 사고 한번 엄청시리 쳤다면서.

최영 : 자네 밑에 쓸만한 놈들. 무조건 따라 뛸 놈들 몇이나 되냐.

안재 : 왜. 니놈 탈옥이라도 시켜달라고?

최영 : 전하께서 위험하시다.

안재 : (자세를 바로하는)

최영 : 상대는 부원군 사병들. 도적으로 위장했을 가능성이 높고. 정보로는 삼백에서 사백명.

안재 : 지금 어디 계신데.

최영 : 도주 중이실거다. 지키는 나의 아이들. 수가 너무 적어.

안재 : ..

최영 : 왜 대답이 없어.

안재 : 아무리 내 직속애들이라도 상관의 명령없이 움직일 수 없는 거 알잖나.

최영 : 뇌물 쳐먹고 반역죄를 저지른 자네 상관 말이냐?

안재 : 그래.

최영 : 자넨 가서 전하를 모셔와. 그럼 난 여기서 자네 상관을 처리해놓을 거니까.

안재 : (망설임이 남아 보는)

최영 : 시간이 없다니까.

안재 : 어디로 오시냐.

최영 : 무슨 일이 있으면 재마루쪽으로 넘어오시라 했다.

         ... 그리고 전하께선 너의 호군 임명장을 갖고 계실 거다. 그러니 늦지 마라.

안재 : 망할 놈. (하며 일어선다)

 

안재가 나간다. 닫히는 감옥문.

최영이 문을 보며 기다린다. 잠시 후 문이 삐이꺽 열린다.

최영 일어선다.

 

 

#15. 오솔길

 

달리던 마차의 바퀴 하나가 빠져버리며 마차가 급격히 기운다.

 

 

#16. 마차 내부

 

기울어지는 마차 안에서 공민이 반사적으로 노국을 안아 보호하려한다.

전하.. 외치며 밖에서 충석 등이 기울어진 마차 문을 열어 제친다.

 

 

#17. 오솔길

 

충석 등이 마차에서 공민과 노국을 구해낸 직후. 뒤쪽에서 대만이 달려온다.

 

대만 : 도적놈들이 옵니다. 개울 앞까지 따라붙었습니다.

충석 : 수는 얼마나 되냐.

대만 : 많습니다. 보이는 놈들만 오십명?

충석 : (초조해서 공민을 돌아보는)

공민 : 도적떼라고 하였는가.

충석 : 이렇게 다수로 몰려다니는 도적떼는 없습니다. 위장한 놈들인 듯 합니다.

공민 : 계속 도망칠 수 있겠는가.

 

충석이 노국과 그 옆에 무각시 몇 명을 본다. 앞으로 이어진 길을 보고 아무래도 안되겠다.

 

충석 : 이대로 도망치다 길에서 협공을 당하면 대책이 없습니다. 방어진을 만들어 버텨 보겠습니다.

 

마침 옆 비탈에서 덕만이 달려 내려온다.

 

덕만 : 위쪽에 사냥꾼집(물레방아간)이 있습니다.

충석 : 주석아.

주석 : 예.

충석 : 열명 밖에 못 준다.

주석 : 어서 가십시오. 갑조오.

 

갑조 들이 달려와 주석의 옆으로 모인다.

충석 도치 등이 공민과 노국을 모시고 옆의 비탈길로 올라간다.

올라가며 공민이 뒤를 돌아본다. 주석을 비롯하여 남은 이들이 공민을 향해 고개 숙여 인사를 하고 있다.

공민이 멈칫 서려는데. 옆에서 노국이 공민의 팔을 잡아당긴다.

 

 

#18. 편전

 

덕흥이 옥좌에 앉는다. 허리를 펴고 앞을 본다. 중신들이 있어야 할 자리는 텅 비어있다.

팔걸이를 쓰다듬어 보는데.

 

기철소리 : 의선을 내주십시오.

 

기철이 들어서고 있다. 덕흥의 앞에 와 서며.

 

기철 : 모셔가야겠습니다.

덕흥 : (물끄러미 보는)

기철 : 하늘문이 언제 열릴지 모릅니다. 의선을 모시고 바로 그 문 앞에 가서 기다려야겠습니다.

덕흥 : 최영 그 자는 계산을 했던 것이지. 저는 잡혀 들어가도 우리가 의선은 건드리지 못한다.

기철 : 건드려서도 안되고 저렇게 가둬놓으셔도 안됩니다.

         나의 천문원정대가 매일 의선께 배우는 것이 얼마나 많은지 아십니까.

덕흥 : 주상은?

기철 : (한숨)

덕흥 : 의선을 내주는 것은 주상의 국상이 치러진 뒤라고 하지 않았는가.

기철 : 내 병사 사백명이 쫓고 있습니다. 최영 그 자는 저리 갇혀 있고. 또 뭘 바라십니까?

덕흥 : .. (미소) 내가 바라는 게 좀 많았는가.

기철 : (가까이 다가오더니) 제가 바라는 건 딱 하나였지요. 의선. 

        마마께서 그분을 모셔왔기에 이제껏 참아준 거고.

        그러니 너무 응석을 부리지 마십시오. 점점 참아주기 싫어지고 있으니까.

덕흥 : (아직은 미소짓고 있다)

기철 : 의선.. 모셔가겠습니다. 내일 당장.

 

 

#19. 은수의 방 앞 회랑

 

복도에 줄줄이 서있는 금군들. 그 중에 둘이 창을 엇갈려 통로를 막고 있다.

그렇게 막혀 있는 통로 이쪽에서 최상궁이 불안해 보고 있다.

그 너머에 덕흥이 은수의 처소로 들어가고 있다.

 

 

#20. 은수의 방

 

은수가 돌아본다. 덕흥이 들어선다.

은수가 경계하며 물러선다. 덕흥이 더 가까이 다가선다.

 

은수 : 할말 있으면 거기서 하죠. 뭐 친하다구 자꾸 ..

 

그러나 은수는 벽까지 몰리고 바로 앞까지 와서 서는 덕흥.

 

덕흥 : 이해가 안되서. 대체 뭐가 맘에 안 들었지? 

        우리 둘이 손만 잘 잡으면 한 나라를 가질 수 있었는데.

은수 : 말했잖아요. 댁은 왕이 될 수가 없다구.

덕흥 : 왜. 자네의 점괘가 그리 나와서?

은수 : (너무 가깝다 옆으로 슬그머니 피하려는)

덕흥 : (벽에 손을 짚어 가두며) 이렇게 하지. 지난번 혼례식 날 난입했던 미친놈은 처결을 하고.

 

은수의 한 손이 내려가더니 접어올린 다리의 발목 쪽을 스친다.

 

덕흥 : 가엾은 일을 당한 나의 정혼자는 다시 안정을 되찾았으니 혼례식도 다시..

 

은수가 비어있는 다른 옆으로 나간다.

덕흥이 손을 내밀어 은수를 잡으려는 순간 그 손을 잡아당기는 은수.

예전에 최영에게 배운 그대로 덕흥의 손을 잡아 당겨 돌리더니 뒤에서 잡아 그 목에 칼을 댄다.

 

은수 : 칼 쓰는 법을 내가 좀 잘 배웠거든. 근데. 

        (그렇게 해놓고 사실 난감하다) 여기까지는 배웠는데 그 다음은 안 배워서..

 

덕흥을 밀어낸다. 은수가 저만치 물러나며 단검을 까딱이며.

 

은수 : 가까이 오지 말라구. 싫으니까.

덕흥 : (웃고 목을 만져보며) 맞아. 들은 기억이 있네. 자네가 칼을 쓴다는 것. 

        (하더니 의자를 당겨 앉는다. 피곤한 듯)

은수 : 할 말 끝났으면 나가보지.

덕흥 : 도무지 풀리지 않는 게 있었거든. 최영 그자. 어째서 순순히 잡혀 간 걸까. 그 자 성격에.

은수 : 그럼 내가 나갈까.

덕흥 : 그 자 탈옥했네. 금군 중에 내통한 자가 있고.

은수 : (배시시) 그럴 줄 알았어.

덕흥 : 이보시게.

은수 : 왜요.

덕흥 : 나 좀 살려주게.

은수 : (보다 웃는다) 미치겠다 진짜.

덕흥 : 부원군은 자꾸 자네를 달라는데. 자네를 보내고 나면 내겐 남는 패가 없어.

은수 : 그래서 어쩌라구.

덕흥 : 자네가 도망을 좀 가주겠나.

은수 : (? 보는)

덕흥 : 그 최영이란 자한테 도망을 가시게. 고려에서 그자만큼 자네를 잘 지킬 자가 또 있겠는가.

은수 : (의자를 당겨 앉는) 계속해봐요.

덕흥 : 자네도 부원군에게서 도망칠 생각이었지 않은가. 하늘문이니 하늘세상이니 협잡이 탄로 나기 전에.

은수 : 음.. 그렇죠.

덕흥 : 길어야 열흘 정도만 숨어있으면 되네. 

        그때면 원에서 칙서가 올 것이야. 그럼 난 고려왕이 될 것이고.

은수 : 그러시든지.. (일어서는데)

덕흥 : (은수의 왼팔목 중간을 잡는)

은수 : 아. ! (통증에 놀라 내려다보면)

덕흥 : 이건 간단한 담보.

 

은수가 팔을 뿌리치고 소매를 걷어 올려본다. 왼팔목 안쪽 중간에 빨간 피가 맺혀 있다.

덕흥이 손 안의 독침을 찔렀다는 설정.

 

은수 : 무슨 짓을 한 거야.

덕흥 : 아주 좋은 독이야. 증세같은 거 없으니 별 신경 안 써도 된다네.

         다만.. 내가 부를 땐 바로 와줘야겠어. 그래야 살 수 있거든.

 

 

#21. 궁의 일각

 

최영이 걸어가고 있다. 기다리던 돌배와 점오 등이 옆으로 붙는다.

 

최상궁소리 : 명단의 놈들에게 가짜 전통을 보냈다. 덕흥군이 보냈다 하고.

 

 

#22. 별각 가는 길

 

최영네가 오고 있다. 지키고 있던 금군 보초들이 최영네를 보더니 길을 막아서는데.

최영을 포함한 우달치 다섯명이 제압한다. 칼로 베지는 않고. 창대나 검집. 그리고 주먹으로.

 

최상궁소리 : 뭐 또 집어주나 해서 기어들 왔을 것이야.

 

호군 이하 합이 열한명이다.

앞에 가서 구경하던 무각시들이 뒤쪽에서 달려오는 금군 둘을 가볍게 제압한다. 이동한다.

 

 

#23. 별각 앞

 

최영이 문으로 가며.

 

최영 : 돌배 따라오고. 나머진 지켜라. 드는 놈. 나는 놈. 하나 없게 해.

우달치들 : 예.

 

돌배가 먼저 문으로 가서 발로 차서 연다.

 

 

#24. 별각 내부

 

이리저리 모여있던 금군의 지휘부 열한명이 놀라 돌아본다.

들어서는 최영. 돌배가 문을 타앙 닫는다.

 

최영 : 교지.

돌배 : (얼른 품의 교지를 꺼내 건네준다)

최영 : (펼쳐 대충 읽는) 지난번 조일신의 난에 가담한 자들.. 호군 이석영. 중랑장..

        (읽다가 귀찮아졌다. 대충 앞에 던져주며) 나머지 이름은 알아서 확인들 하시고.

호군 : 너 우달치 최영.

최영 : 어명입니다. 주상전하의 군사를 함부로 사용, 전하를 공격한 대역죄로 니놈들을 체포하겠습니다.

호군 : 허허. 느이 둘이 우릴 상대하겠다고?

최영 : 불응하면 즉살입니다.

 

호군이 맹렬하게 검을 휘둘러 최영을 공격해온다. 최영이 바로 반격하여 무릎을 꿇린다.

제각각 무기를 빼드는 금군들. 돌배가 창으로 공격해 들어간다.

(상대는 적어도 중령급 이상들이라 무술이 병사들보다는 허접하지 않다고 설정하고요.

그 중에 장군급 하나는 상당히 잘한다.. 는 설정이 들어갑니다. 죽이는 것보다는 제압하는 쪽으로)

후반부 들어 금군 하나가 눈치를 보더니 입구로 도망친다.

최영이 슬쩍 보지만 냅둔다.

도망치던 금군이 문을 활짝 여는 순간. 

문 밖에서 대기하던 점오가 단칼에 베어 넘기더니 다시 문을 닫아준다.

최영이 마지막 장군의 칼을 떨어뜨리고 칼을 목에 대더니.

 

최영 : 무릎 꿇거나. 반항하면 즉살. 어느 쪽입니까.

장군 : (버티는데)

최영 : 내가 지금 마음이 급해서 그러는데 빨리빨리 좀 대답하지.

장군 : ...

최영 : (칼을 휙 쳐드는데)

장군 : (무릎을 꿇는다)

 

 

#25. 오솔길

 

기울어진 채 버려진 마차가 그대로 길 위에 남아있다.

우루루 도적떼 차림의 사병들이 달려온다. 지휘자가 손을 들어 멈추게 하고 마차 안을 살펴본다.

지휘자의 수신호에 따라 몇몇이 길 위에 남은 발자국 등을 살핀다.

그 중에 하나가 언덕길을 가리킨다. 공민 등이 이동해간 방향이다.

지휘자가 수신호하여 그쪽으로 움직이려는데.

숨어있던 주석네가 튀어나오며 공격한다. 절대적으로 밀리는 수. 일대 삼 일대 사로 싸운다.

버티고 있는 우달치들 사이로 뛰어드는 그림자. 천음자다.

천음자가 우달치 하나를 베어버린다. 또 다른 우달치를 상대한다.

주석이 천음자를 향해 덤벼든다. 옆에서 화수인이 그런 주석의 허벅지를 베어버린다.

한 무릎이 꿇려지는 주석.

천음자와 화수인이 대신 떠맡으면서 사병들은 우달치를 지나 언덕으로 올라간다.

천음자도 지나쳐 가려는데. 주석이 악착같이 막으며 공격한다.

그러나 그런 주석의 등 뒤에서. 

화수인이 옆의 우달치 검을 빼앗더니 그것으로 주석의 등 뒤에 깊이 찔러넣는다.

 

 

#26. 사냥꾼 움막 앞

 

공민과 노국을 안으로 모시는 우달치들.

우달치들의 일부는 밖에서 흩어지며 집을 둘러서고 나머지는 집 안으로.

문 앞을 막아서는 덕만.

 

 

#27. 움막 안

 

다른 우달치들은 각자 창문 앞 등에 자리를 잡고.

충석 등이 공민 노국을 가운데로 모신다. 도치와 무각시들도.

공민이 문 쪽을 보며.

 

공민 : 아까 그 자들은. 무사하겠는가.

충석 : ... 모르겠습니다.

공민 : 갑조라고 했나. 남은 이들.

충석 : 그렇습니다.

공민 : 갑조의 조장 이름..주석 아닌가.

충석 : 맞습니다.

공민 : 내가 그 자는 기억한다. (실내의 곳곳에 자리하고 밖을 경계하는 우달치들을 둘러보며) 

        이들도.. 기억해. 그동안 밤낮으로 함께 지냈는데 어찌 기억을 못해.

 

옆의 노국이 공민의 마음을 헤아렸다. 공민의 팔에 손을 얹으며.

 

노국 : 괜찮을 것입니다. 워낙에 용맹한 우달치들 아닙니까.

공민 : 최영이 그토록 아끼는 이들인데.. 상하기라도 하면 몹시 가슴아파할 것인데..

 

문이 열리며 대만이 튀어든다.

 

대만 : 뚫렸습니다. 불쟁이하고 피리쟁이도 같이 옵니다.

 

충석이 공민을 향해 돌아서더니.

 

충석 : 우리 우달치, 최후의 작전을 쓸 때인 것 같습니다.

공민 : 최후의?

충석 : 전하. 왕비마마. 겉옷을 좀 벗어주십시오.

공민 : 이보게. 부장.

충석 : 대장의 명이 그러했습니다. 최후의 작전을 쓰는 것을 허락한다. 

        전하를 궁까지만 모셔오라. 궁을 청소하고 기다리겠다.

 

공민과 노국이 놀라서 서로 마주 보는데.

 

충석 : 을조.

 

우달치들이 대답하며 앞으로 나선다.

 

충석 : (울 듯한 마음 억누르며) 열명 밖에 못 준다.

우달치들 : 예.

충석 : 정도야. 준비해라.

 

공민과 비슷한 체격의 우달치 한명이 공민의 앞에 서더니 고개를 숙여 보인다.

무각시 중의 한명이 노국의 앞으로 와 선다. 고개를 숙여 보인다.

 

충석 : 겉옷을 벗어주십시오.

노국 : 뭐라는 것이냐. 이자들로 우리를 대신해 죽게 하겠다는 거냐?

공민 : 허락할 수 없다. (입구 쪽으로 가며) 내가 나가서 놈들의 수괴를 만나겠다.

         나는 왕이니 설득을 해도 내가 하고. 목숨을 걸어도 내가 걸겠다.

충석 : 그러시면 두분을 강제로 끌어 가야합니다. 제가 그렇게 할 겁니다.

 

공민이 충격으로 충석을 돌아본다.

충석은 외면하더니 우달치들에게 빠르게 다음 명을 내린다.

 

충석 : 을조는 이곳을 지킨다. 일각이라도 더 버텨줘야겠다.

을조 : 예.

충석 : 나머지는 전하와 왕비님을 모시고 재마루 쪽으로 간다. 들키지 않는 게 최우선이다.

 

공민이 그렇게 명을 내리고 받는 우달치들을 무력감과 울분으로 보고 있다.

도치가 조심스레 공민의 겉옷을 벗긴다. 무각시도 노국의 겉옷을 벗기고 있다.

노국은 걱정스러워 공민을 보고 있다.

 

 

#28. 별각 앞

 

금군들이 달려온다. 그 중에 앞장을 선 낭장 몇 명.

 

 

#29. 별각 내부

 

낭장들. 금군들이 몰려 들어오다 보면.

거기 최영과 돌배 등의 우달치들이 주룩 서있고. 

그들 뒤에는 호군 등이 포박을 당해 주루루 앉혀져 있다.

낭장들이 먼저 검을 빼든다. 다른 금군들도 일제히 뽑아든다.

최영은 중앙에 못마땅한 얼굴로 서있다가.

 

최영 : 뭐가 이렇게 늦어. 돌배.

돌배 : 예. (하며 품에서 교서들을 주섬주섬 꺼내는)

낭장 : 우달치 최영. 니놈이 미쳤나. 그 뒤 분들 당장 풀어주고..

최영 : 시끄럽고. (교서 하나 들어 이름을 보며) 오석재 누구야.


낭장 중에 하나가 어이없어 보다가. 앞으로 나선다.

 

최영 : 전하께서 보내신 영진 교서다. 낭장 오석재. 중낭장으로 승급한다. 받을 거냐?

 

낭장이 멍해서 보다가 주위를 둘러본다. 무기를 빼들었던 이들이 다 얼벙해져있다.

 

최영 : 이 뒤에 있는 느들 상관들은 주상전하께 대적하였던 반역도들이다.

        함께 계속 반역할 놈들은 덤비고. 승진해서 주상께 충성할 자들은 교서를 받고. 

        어느 쪽이야. 오석재.

석재 : (머뭇거리는데)

최영 : 아 좀 빨리 대답 못하나?

석재 : 주상전하께 충성을 바치는 것이..

 

최영, 그 얼굴에 교서를 던져버린다. 놀라 받는 석재.

최영 이미 다음 교서를 읽고 있다.

 

최영 : 다음 이동배.. (돌배를 보며 초조해서) 몇 개나 남았냐.

 

동배가 후다닥 앞으로 나선다.

 

 

#30. 산길

 

공민와 일행이 이동하고 있다.

충석을 비롯한 우달치들에 둘러싸여 이동을 하던 공민이 뒤를 돌아본다. 참고 있는 울분과 울음.

 

 

#31. 움막 외부

 

이하는 몽따쥬 느낌으로.

도적으로 위장한 사병들이 공격해오고. 

입구를 지키는 우달치들이 필사적으로 저항하다가 하나씩 베어져 넘어진다.

 

 

#32. 움막 내부

 

들어서는 사병 무리들. 내부에서 기다리다 저항하는 우달치들.

내부의 가운데에는 공민과 노국의 겉옷을 입고 앉아있는 우달치와 무각시.

하나씩 쓰러지는 우달치들.

그리고 위장 부부들은 저항하지 않고 꼿꼿이 앉은 채 죽음을 맞는다.

 

 

#33. 오솔길

 

쓰러져 있는 마차. 그 옆의 언덕길에 쓰러져 있는 주검들. 우달치 뿐 아니라 적도.

그 중에 눈을 감지 못하고 죽은 주석도 있다.

 

 

#34. 산 길

 

충석이 손을 들어 멈추게 하더니 바로 공민 등의 앞으로 나선다.

다른 우달치들도 공민부부를 에워싼다.

저쪽에서 들려오는 발자국 소리. 이윽고 들리는 소리.

 

안재소리 : 혹시 현고촌에서 오셨습니까?

 

충석 등 긴장한 채 소리내지 않고 있는데.

모습을 드러내는 안재와 금군들. 

금군의 복장을 보자마자 이쪽의 우달치들 일제히 무기를 빼든다. 결사항전할 각오인데.

안재, 우달치들에 둘러싸인 공민을 보았다. 몇걸음 다가오는가 싶더니 한무릎을 꿇는다.

 

안재 : 응양군 중랑장 안재. 주상전하를 뵈옵니다.

 

다른 금군들도 우루루 무릎을 꿇는다.

 

안재 : 우달치 최영이 신을 보냈습니다. 전하를 궁까지 모셔오라 했습니다. 뫼시겠습니다.

 

충석을 비롯한 우달치들.. 안도의 숨을 쉰다.

노국도 안도하여 옆의 공민을 돌아보는데. 공민은 어둡고 아픈 얼굴 그대로다.

 

 

#35. 궁 내 일각 / 밤

 

최영과 금군들, 우달치 몇이 모여서 얘기 중이다가 돌아본다.

거기 점오가 달려오고 있다. 헉헉 달려온 점오가 최영에게 뭔가를 얘기한다.

최영이 놀라서 한 곳을 본다.

 

 

#36. 궁 내 길 / 밤

 

최영이 빠르게 걷고 있다. 점점 빨리 걷다가 달리기 시작한다.

 

 

#37. 성루 오르는 계단

 

최영이 미친 듯이 달려 올라간다.

 

 

#38. 성루 / 밤

 

달려온 최영이 멈췄다. 가쁜 숨을 쉬며 보는 곳.

거기 은수가 서 있다가 돌아서 최영을 본다.

서로 정지한 듯 보다가 은수가 먼저 미소짓는다.

그 미소에 그만 최영이 성큼성큼 다가가 그대로 끌어안는다. 믿어지지 않아서 더 깊이.

은수, 놀랐다가 마주 안는다.

잠시 후 문득 최영이 떨어져 서더니 은수를 자세히 들여다본다.

 

최영 : 괜찮으신 겁니까.

은수 : (끄덕이는)

최영 : 어떻게 된 겁니까. 그놈이 왜 갑자기 내보내줘요.

        (말하다보니 울컥) 또 무슨 거래를 한 겁니까? 대체 무슨 짓을 했길래...

은수 : 보내 달라구 막 울었어요.

최영 : 울었어요?

은수 : 응.

최영 : 그래서 보내줬다고? 울어서?

은수 : (웃는다)

최영 : 임자.

은수 : 같이 있을라고 왔는데.. 그냥 잘 왔다 그럼 되지, 보자마자 따지구.. 화내구..

최영 : (그제야 좀 풀어지며) 하루종일 정신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너무 걱정되서.

은수 : .. 가봐야 되죠?

최영 : 예?

은수 : 임금님 무사히 오신다면서요. 마중 가야죠.

최영 : 아.. 예. (웃는) 무사하시답니다. .. 전의시에 계실 겁니까?

은수 : (끄덕끄덕)

최영 : 찾아가겠습니다.

은수 : 가요. 얘기는 나중에 하고.

최영 : 예. (하면서 그저 보고 있다)

은수 : 잠깐 얼굴만 보러 왔어요.

최영 : 예. (그저 본다)

은수 : (웃는)

 

최영이 겨우 몸을 돌려 간다. 가다가 멈추더니 다시 돌아본다. 마치 다시 달려오고 싶은 얼굴로.

은수가 웃어주자 머뭇거리다가 그제야 몸을 돌려 간다. 그 모습이 사라진다.

웃던 은수의 얼굴이 아련해진다. 그의 마음을 알아갈수록 마음이 많이 아프다.

 

 

#39. 기철 서재

 

기철이 돌아본다.

 

기철 : 아니었어? 죽은 것이 왕이 아니야?

 

거기 화수인과 천음자.

 

화수인 : 아니었어요. 왕과 왕비의 옷은 입혀놨는데.

           그 죽은 시신들. 손을 만져봤더니 검 깨나 만진 무사들의 손이더라고. 왕비도 마찬가지.

기철 : 그럼 진짜 왕은 어디로 갔을까. 아니다 귀찮다.

양사 : 허나 우리 사병들이 습격했다는 것이 알려지면 아무래도..

기철 : 그건 알려지면 그 때 생각하도록 하고. 그보다는 내일 아침 일찍 궁에서 의선을 모셔올 것이야. 

        접대에 소홀함이 없도록.

양사 : 알겠습니다.

천음자 : 정말 가실거요. 하늘세상?

기철 : 사제는 아닌가? 가고 싶은 생각이 없어? 

        어찌 그렇지? 하늘 세상이란 게 실재한다는데 어찌 그리 아무렇지도 않아.

 

천음자가 고개를 젓더니 슬그머니 방 밖으로 나간다. 화수인도 슬그머니 따라나간다.

요즘 기철의 이런 집착증에 넌더리를 내던 중이다.

그러거나말거나 기철은 바쁘다.

 

기철 : 양사. 아무래도 원정대 열둘은 너무 적은 듯 해. 스물네명으로 하지.

양사 : 헌데 그것이 선뜻 내가 가겠다..는 자들을 구하기가 어려워서..

기철 : 어째서! 하늘을 나는 마차들이 떠다니는 세상인 게야. 죽기 전에 한번이라도 보고 싶지 않단 말인가.

        자네도 그래? 어찌 그럴 수가 있지?

 

 

#40. 공민 집무실

 

겉으로는 아무도 보이지 않는다.

공민의 책상 저쪽으로 돌아가보면. 책상 아래서 덕흥이 마루 바닥을 뜯어내고 있다.

그 옆에는 기철네서 가져온 상자가 열린 채로 놓여져 있다.

덕흥이 수술도구 상자와 보자기에 쌓인 3유물 상자를 꺼내간다.

공민의 책상 아래, 마루 바닥 아래 넣어놓는다는 설정.

얼핏 보이는 빈 상자. 거기 종이 한 장이 따로 떨어져 놓여있는데.

덕흥은 그대로 뚜껑을 닫아버린다.

마루바닥을 제대로 닫고 그 위에 양탄자를 올려놓고.

덕흥이 일어선다. 빈 상자를 들어 대충 서가 구석에 넣어놓고. 또 뭐 흘린 게 없는지 둘러본다.

 

 

#41. 집무실 밖 회랑

 

나오는 덕흥. 그 앞에서 대기하던 정배와 금군들이 덕흥을 호위하여 걷는다.

정배가 옆을 따라 붙으며.

 

정배 : 아무래도 주상께서는 살아계신 듯 합니다.

덕흥 : 들었네.

정배 : 응양군 쪽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합니다.

덕흥 : 그럴 거야.

정배 : 뭔가 조치를 취해야 하지 않을지요.

덕흥 : 도망갈 거네.

정배 : 예?

덕흥 : 부원군 집으로 가지.

 

그러다 덕흥이 멈춘다. 문득 주위를 찬찬이 둘러본다. 궁이다.

 

덕흥 : 곧 다시 돌아와야지.

 

하며 다시 걷다가 멈춘다. 그 앞에 최영과 돌배 점오가 나란히 서있다.

덕흥과 최영이 서로 노려본다. 피차 감정이 아주 안좋다.

 

덕흥 : 우달치 최영.

 

덕흥을 호위하던 금군들이 요란하게 무기들을 뽑는다.

그 때 최영의 뒤로도 금군들이 우루루 들어온다.

 

덕흥 : (차갑게) 탈옥한 죄인이다. 절대 놓치지 마라.

 

덕흥의 말에 최영의 뒤에 도착한 금군들도 무기들을 뽑는다. 

겉으로 보기에는 최영이 앞뒤로 포위당한 상황인데.

 

최영 : 역모. 수뢰. 또.. (기억하기 귀찮은) 이러저러한 이유로 

       주상전하께서는 덕흥군에 대한 친국을 하실 것이다. 포박 감금해서 대기시키라는 어명이시다.

 

덕흥. 잠깐 당황하는데. 

최영의 뒤에 있던 금군의 장교 하나가 외친다.

 

장교 : 응양군 십삼반. 어명을 받듭니다.

 

최영의 뒤에 있던 금군들이 최영을 지나 우루루 덕흥군에게로 달려간다.

덕흥의 주위에 있던 자들도 일제히 무기의 방향을 바꿔 덕흥을 향한다.

덕흥이 최영을 본다. 물끄러미 보고 있는 최영.

덕흥이 웃는다.

 

 

#42. 궁 마당

 

금군들이 양쪽으로 주욱 갈라지더니 일제히 한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인다.

그들 사이를 걸어가는 공민과 노국. 

(임금 부부의 의상은 망토 차림. 도피 과정에 입던 것이고, 겉옷은 그나마 벗어준 뒤)

그를 호위하는 충석과 도치. 우달치들. 그리고. 안재와 금군들.

 

 

#43. 궁 내부 회랑

 

최영과 돌배. 몇 안되는 우달치들이 빠르게 나와서 고개 숙여 절을 하고는 양 옆으로 비켜선다.

공민과 노국이 들어오고 있다.

최상궁과 무각시 궁녀들이 우루루 달려나와 노국을 따로 맞아 들인다.

다른 쪽에서는 내관들이 우루루 나온다.

가는 노국을 보며 서있는 공민. 모두 공민이 움직이기를 기다리는데.

 

공민 : 대장.

최영 : 예 전하.

공민 : 미안해요.

 

하더니 최영을 보지도 않고 공민은 강안전 쪽으로 이동한다.

도치를 비롯한 환관들이 수행한다.

최영이 충석을 돌아본다.

 

충석 : 우달치 갑조 열명. 을조 열명. 전원. 그 외 네명. 도합 스물네명. 사망했습니다.

 

최영이 말없이 충석을 보다가 그 뒤의 우달치들을 둘러본다. 

차마 시선을 마주치지 못하고 피하는 우달치들.. 덕만도. 대만도.

최영의 옆에서 돌배가 울컥 눈물이 솟는다.

 

최영 : (잠시 정지해있다가 끄덕이더니) 수고했다.

 

최영이 혼자 간다. 아무도 따라가지 못하고 본다.

 

 

#44. 전의시 / 밤

 

장빈이 은수의 팔목을 보고 있다. 옆에서 더기도 걱정되서 본다.

붉은 발진이 생겨있다. 크기는 작은 콩알 정도.

 

장빈 : 발진 모양으로 봐서는 한가지 짐작가는 게 있긴 한데.

은수 : 있어요?

장빈 : 일본국에 서식하는 비충이 있습니다. 그 독이 아닌가 싶습니다.

은수 : 비충이면 진드기같은 건가. 그럼 항생제를 쓰면 될 거 같은데..

장빈 : 항생제....

은수 : 내가 사는 세상 가면 구하기 쉬워요. 독성테스트 하면 어떤 독인지도 바로 나올 거고.

장빈 : 처음에는 이렇게 발진이 나타나는 정도고 별 증세가 없을 겁니다.

         그런데 한번 발열이 시작되면 사망까지는 기껏해야 일곱날.

은수 : 발열까지는요.

장빈 : 비충의 발작 잠복기는 한달로 알고 있습니다.

은수 : 그 놈이 해독제 갖고 싶으면 오라던데.

장빈 : 전 원래 독 쓰는 자의 말은 안 믿습니다.

은수 : 그럼 어뜩해요.

장빈 : 해독제를 만들어봐야죠.

은수 : 만들 수는 있는 거에요?

장빈 : 해보는 겁니다. 해보지 않고는 모르니까.

은수 : (팔목의 흉을 내려다보는데)

장빈 : 대장에겐 말 안합니까?

은수 : 지금은 말 못하죠. 안그래도 기분 바닥일텐데.

장빈 : (끄덕이고 일어서 가는)

은수 : (바깥쪽을 돌아보는) 온다더니.. 늦네.

 

 

#45. 우달치 숙소 병영 / 밤

 

아무도 없이 비어있다.

계단 한 곳에 마련되어져 있는 소박한 제단.

하얀 국화꽃이 가득 꽂혀있는 항아리 하나. 향로 두 개.

그리고 그 가운데에는 우달치들이 쓰던 물건들이 쌓여져 있다. 두건이나 단검이나 검이나..

이만치에 선 공민이 제단을 보고 있다. 뒤에는 도치가 혼자 따르는 중.

공민이 최영의 방이 있는 쪽을 돌아본다.

 

 

#46. 최영의 방 / 밤

 

최영이 혼자 앉아있다. 끝없이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러다 문득 돌아본다. 들어서고 있는 공민.

최영이 얼른 일어선다.

 

최영 : 전하.

공민 : 저녁 내내 기다렸습니다. 여기서 뭐하고 있습니까?

최영 : 앉아 있었습니다.

공민 : (어쩐지 화난) 그대가 그리 아끼는 아이들. 목숨을 하나씩 던져가며 내가 돌아왔는데.

         돌아온 값을 해야지요. 가십시다. (돌아서려는데)

최영 : 제 탓이었습니다.

공민 : (울컥) 누구 탓인지 제대로 따져볼까요?

최영 : 제 탓이었습니다.

공민 : (보는)

최영 : (진지하다)

공민 : 이봐요 대장.

최영 : 제가 있어야할 자리에 있지 못했습니다. 지난번에도 그랬습니다. 

        조일신의 행적에 대해 알고 있었으면서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습니다.

       이번에도.. 반나절이나 옥에 갇혀서 필요한 때를 놓쳤습니다.

       그래서.. 전하는 궁을 나서셔야 했고. 내 아이들은 죽었습니다.

공민 : (보다가 근처에 걸터 앉는다)

최영 : 언젠가 하문하셨습니다. 순서가 어찌 되느냐고.

공민 : 그래요. 내가 물었어요.

최영 : 언제나.. 그분이 먼저였습니다. 이 나라 고려에 대한 충절같은 건.. 잘 모르겠습니다. 전하.

공민 : ... 그래서.

최영 : 이런 생각을 하기 시작한 자를 전하의 우달치대장으로 두면 위험하십니다.

공민 : 그래서.

최영 : 놓아주시길 청합니다.

공민 : (일어선다) 내일 도당회의에 나오세요. 덕흥군과 부원군에 대한 결정을 하려고 합니다. 

        일단 거기까지는.

 

공민이 나간다. 절을 하여 보내면서 최영, 어둡다.

 

 

#47. 전의시 은수의 거처 / 밤

 

은수가 탁자 앞에서 뭔가를 그리고 있다. 한지에 그려넣는 현대식 달력이다.

15에서 30, 다시 1부터 15의 칸과 숫자가 그려진 종이에 붓으로 첫날부터 엑스자를 그려넣고 있다.

(음력 보름부터 다음달 보름까지의 날짜입니다)

엑스자는 22에서 멈춘다. 붓을 놓고 종이를 들어 본다. 그러다 본다.

입구 쪽에 최영이 우두커니 서서 보고 있다가 어색하게 자세를 바꾼다.

 

은수 : (웃는) 들어와요.

최영 : 그럼..

 

하더니 들어와 탁자 옆에 선다. 은수가 들고 있는 달력종이의 숫자들을 본다.

은수가 얼른 그 종이를 옆으로 치우며.

 

은수 : 맥주 한잔 하실래요? 이러고 싶지만 없고. 차 한잔?

최영 : (그냥 서 있다)

은수 : 앉아요. 좀.

최영 : (건너편 의자에 앉더니 새삼 자세를 바로 하여) 덕흥군 그 자는 지금 하옥되어있습니다.

은수 : 아..

최영 : (시선은 은수를 보지 못한 채) 하루이틀만 더 시간이 있었으면 이렇게 할 수 있었기 때문에

        임자 혼인 얘기 놓아두고 있었던 겁니다. 

        그렇게 급작스레 진행할 줄은 몰랐습니다. 그래서.. (결국 보면)

은수 : (보고 있던 시선 피하다가 종이에 뭔가 쓰기 시작한다)

최영 : (이제 맘놓고 은수를 보는)

은수 : 덕흥군 그 사람이 말했어요. 늦어도 열흘이면 원에서 뭐가 올 거래요. 그럼 자긴 왕이 된다구.

최영 : 열흘...

은수 : 나보구 그때까지 숨어있으랬어요. 부원군한테 들키지 말래요.

최영 : 그래서 숨은 데가 여깁니까?

은수 : 들키면 지켜주면 되지. 누가.. (고개 들어 보는) 우달치 부하들 얘기 들었어요.

최영 : (시선을 피하며) 예.

은수 : 속상하고 마음 아파서, 어디 박혀서 밥도 안먹고 혼자 그러고 있다가 왔죠?

최영 : .. (좀 웃는)

은수 : 이거 어떤 영화에 나왔던 건데.. (하더니 적은 종이 몇장을 한꺼번에 들어 보여준다)

최영 : (보는)

은수 : 이 하늘글자는 무슨 말인가 하면. 괜찮아요.

 

맨 앞장의 종이에는 ‘괜찮아요‘. 라고 적혀있다.

은수가 종이 하나를 떨궈 다음 종이를 보이며 (러브액츄어리 버전)

 

은수 : 이건.. (종이에는 ‘옆에 있을게요’) 걱정 말아요.

        (다음 종이를 넘긴다. 드러나는 종이에는 ‘그날까지’) 다 잘될 거에요.

        또. 이건.. (머뭇거리다가 마지막 장을 남긴다. 보여지는 마지막 종이에는 ‘그래도 돼요?’)

최영 : (보고 있다. 은수가 말이 없자 은수를 보는)

은수 : 그렇죠?

최영 : (웃더니 끄덕인다) 예.

은수 : (웃는)

 

최영이 일어선다. 입구 쪽으로 가서 나가기 전에 서더니.

 

최영 : 부원군은 하늘문이 열리는 날이 언제라고 알고 있습니까?

은수 : 두달쯤 후라고 말했는데 안 믿어요. 

        날 보는대로 데리고 갈 생각일 거에요. 그 앞에서 기다리겠다고.

최영 : 그럼 먼저 그 자의 발을 묶어야겠습니다. 몇가지 처리하는 동안만 기다려주십시오.

        그동안은 제가 이곳에 있으면서 지켜드리겠습니다. 

        그리고 늦지 않게.. 제가 모시고 가겠습니다. 거기 하늘문.

 

은수 대답을 못하고 본다. 최영이 은수를 잠시 더 보다가 몸을 돌려 나간다.

탁자에 주루루 놓여진 종이에 주욱 쓰여진 글자. 세장. 옆에 있을게요. 그날까지. 그래도 돼요?

 

 

#48. 옥 내부

 

덕흥이 벽에 기대어 앉아있다가 고개를 돌린다.

옥문이 열리고 있다. 그리고 들어서는 기철. 상당히 화가 나있다.

성큼성큼 덕흥에게 다가오는데 그 한손에 빙공이 모이고 있다.

 

기철 : 어디 계십니까.

덕흥 : 누구.

기철 : (냉기에 싸인 손이 덕흥의 목에 다가가며) 나의 의선. 어디 계십니까.

덕흥 : 얼마 남지 않았다 하던데. 그 하늘문이 열리는 날짜.

 

덕흥을 노려본다. 부들부들 떨리는 손이 거의 덕흥의 목에 닿았다.

덕흥 그 찬기운에 저도 모르게 뒤로 밀리는데.

기철이 손을 홱 거두더니.

 

기철 : 원나라에서 오는 칙서가 곧 도착할 겁니다.

덕흥 : 곧이면 언제.

기철 : 어제 국경마을을 넘었다 했으니 늦어도 이틀. 사흘.

덕흥 : 그 전에 나, 여기서 나가고 싶은데. 여긴 책도 없고, 바둑판도 없고.

기철 : (버럭) 대체 내가 드렸던 그 많은 돈. 전답문서. 다 엇다 쓰신 겁니까.

         군을 손에 넣겠다 했으면 제대로 넣으셨어야지. 어찌 그리 순식간에 다 뺏겨요.

덕흥 : 안그래도 반성하고 있다네. 다음에는 좀 더 효과적으로 매수를 해야겠다고.

 

기철이 한 대 패고 싶은 심정으로 보다가 나가고 옥문이 닫힌다.

 

 

#49. 궁 내부 회랑

 

노국이 걸어오고 있다. 옆을 따르는 최상궁과 몇 무각시들.

 

노국 : 어제밤도 한잠 못 주무셨다. 차라리 이 궁에 돌아오는 것이 아니었다.

 

저쪽에서 시녀 하나가 총총 달려오더니 최상궁에게 보고.

 

최상궁 : 마마. 전하께선 편전에 계시답니다.

노국 : (멈추더니 홱 돌아서 시녀가 달려온 방향으로 가며) 

        현고촌에서는 그리 달게 주무셨는데. 나는 이 궁이 싫다.

 

 

#50. 편전 / 밤

 

빠르게 들어오던 노국이 멈춘다. 옥좌 앞에 서있던 공민이 돌아본다.

노국이 빠르게 공민의 앞으로 가더니 노국의 뒤를 따르던 최상궁 등이 조용히 뒤로 물러나간다.

 

노국 : 모시러 왔습니다. 침소로 드십시오.

공민 : 아직 생각이 남아서 그래요.

노국 : 그 생각. 저에게 주시고 부디..

공민 : 겁을 내는 중입니다. 저는 지금.

노국 : ?

공민 : 내일 나는 큰소리를 칠 것입니다. 그런데 그 뒤에 난 그 댓가를 치러야 합니다.

         내 백성들이 나 때문에 또 피를 흘리게 될지 몰라요. 이번에 죽어간 우달치들처럼.

노국 : 원나라와 싸우려 하시는군요.

공민 : 왕비의 나라입니다.

노국 : 저의 나라였습니다.

공민 : .. 이제는 이 고려가 왕비의 나라라는 뜻입니까?

노국 : 용서하십시오. 제게 나라 이름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습니다.

         저는 제 지아비가 밤마다 편히 잠들 수 있는 곳이면 그것으로 족합니다.

공민 : (보다 웃더니) 우달치 최영과 비슷한 말씀을 하시는군요. 

        그 자도 그리 말했어요. 마음이 가는대로 가겠다.

 

 

#51. 궁 내부 회랑 / 낮

 

기철이 양사와 함께 걸어오다가 뭔가 이상하다. 금군과 우달치군이 함께 회랑을 지키고 있다.

다른 쪽 길에서 오던 최영과 돌배를 본다.

최영이 슬쩍 고개를 숙여 인사는 하는데 눈빛이 좋지 않다. 기철의 부하들에게 자신의 부하를 잃은 직후다.

기철이 스윽 지나쳐 간다. 가는 기철을 보면서.

 

최영 : 수리방에 다시 한번 다짐해놔. 절대 놓치지 말라고. 

        원 황제의 칙서를 들고 오는 사신이야. 개경까지 들이면 곤란해.

돌배 : 찾게 되면.

최영 : 살려두지 말라고. 화적으로 위장하는 거 잊지 말고.

 

 

#52. 도당회의실

 

공민이 들어선다. 기다리던 중신들이 일제히 일어선다.

기철도 이미 자리하고 있다가 일어선다.

공민이 제 자리에 앉고 다 앉고.

 

공민 : 시작하겠습니다.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문들이 열리며 우루루 들어오는 우달치들. 

그 뒤로 금군들. 방의 벽을 둘러 주욱 에워싼다.

기철이 이게 뭔가 해서 본다.

최영과 충석이 들어오더니 공민의 양 옆에 버티어 선다.

 

공민 : 그 첫 번째는 응양군과 용호군. 양군의 재정비입니다.

         반역한 자들에 대한 처벌. 공석에 대한 재배치가 이미 끝났습니다.

         두 번째. 현재 천명서원에 대한 수색을 하는 중입니다.

 

기철이 놀라서 본다.

 

공민 : (기철을 똑바로 보며) 덕성부원군.

기철 : 예 전하.

공민 : 부원군의 청으로 궁 내에 설치했던 게 천명서원이지요?

 

 

#53. 천명서원 내부

 

금군들이 뒤지고 있고. 거기 있던 학자풍의 사람들을 연행해가고 있다.

 

공민소리 : 원래 국가로 들어와야 할 조세의 상당 부분이 

             그 천명서원을 통해서 부원군 집으로 들어가고 있다. 이런 제보가 있어서요.

 

 

#54. 도당회의실

 

도치와 다른 환관이 탁자 위에 장부들을 잔뜩 쌓아놓는다.

 

공민 : 궁의 조세장부들입니다. 여기 계신 중신들께서 검토를 해주세요. 이게 조작되고 있다니까.

익재 : 받들겠습니다.

공민 : 셋째. 과인이 현고촌에서 환궁을 하는 도중에 도적떼들의 습격을 받았습니다.

 

문이 열리면서 안재와 몇 명의 금군들이 들어와 공민에게 절을 한다.

 

공민 : 그 도적떼들 잡았습니까?

안재 : 상호군의 협조를 얻어 추적한 결과 이십여명의 도당을 잡을 수 있었습니다.

기철 : (무표정으로 보고 있는)

안재 : 덕성부원군 댁의 사병이라는 자백을 받아냈습니다.

 

최영과 충석이 양쪽으로 탁자를 돌아오더니 기철의 양쪽에 붙어선다.

 

공민 : 덕성부원군. 할 말 없습니까?

기철 : 저의 집.. 사병들이 도적질을 하고 다녔다.. 금시초문입니다. 만 바로 집에 가서 발본색원.

         행여 그런 짓을 한 놈을 찾아내게 되면 죄다 포박해서 언부에 넘겨드리겠습니다.

최영 : 수고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현재 부원군 댁으로 가는 모든 길목을 막고 귀가하는 사병들을 색출하는 중입니다.

기철 : (이런.. 웃음만 나오는)

공민 : 이 모든 조사가 끝날 때까지 덕성부원군에게 중도부처의 형을 내리겠습니다. 

        장소는 가택으로 한정하겠어요.

- 자막 중도부처中途付處 관료에게 어느 곳을 지정하여 머물러 있게 하던 형벌

기철 : (진짜 놀랐다) 저를 집에 가두신다구요?

공민 : 그럼 옥에 들어가시겠습니까?

기철 : 곤란합니다. 제가 지금 반드시 가야할 곳이 있는데 이러시면 안되지요. 이건..

 

기철이 분노게이지가 오르려는데. 그 어깨에 손을 얹는 최영.

공민을 비롯한 모두가 그들을 주시한다.

기철이 주위를 둘러본다. 

무기를 가진 자들은 언제라도 무기를 뺄 수 있게 준비하고 기철을 노려보고 있다.

별로 상황이 좋지 않다. 기철이 분노와 내공을 가라앉힌다.

 

 

#55. 약초원 은수의 거처

 

은수가 햇살 아래 앉아서 예전에 받은 다이어리의 속지들을 한 장씩 들어 햇살에 비춰보고 있다.

혹시 숨겨진 글자라도 있을까 해서.

옆에 촛불 위를 종이로 스윽 그을려보기도 한다. 이것도 아니다. 머리를 쥐어뜯는다.

완전 열중하고 있어서 또 머리칼이 이리저리 뻗치고 난리다.

이번에는 종이가 혹시 두장이 겹쳐져서 갈라질까 하고 열중한다.

다시 햇볕에 비춰보느라고 점점 뒤로 기울다가 헉.. 의자가 뒤로 넘어갈 뻔 한다.

그 뒤에서 잡아 다시 앉혀주는 최영.

 

은수 : (최영을 보고) 어.

최영 : 계속하십쇼.

 

은수 옆의 의자를 하나 잡아 질질 끌어가더니 입구 쪽에 놓고 앉는다.

대충 근처에 발을 올려놓고 가져온 책을 펼치는데.

은수가 으아.. 달려오더니 최영의 발을 잡아채어 던진다.

최영이 의자에서 떨어질 뻔 해서 보면.

은수는 최영이 발을 올려놓았던 창틀?에 주리리 놓인 얕은 접시들을 애지중지 보고는 돌아선다.

(얕고 작은 접시들이 십여개 놓여있고. 각 접시는 뚜껑이 덮혀 있습니다. 병원균을 배양 중입니다)

그러다가 최영의 손에 들린 책을 내려다본다.

 

은수 : 책도 읽을 줄 알아요?

최영 : .. 읽을 줄 압니다.

은수 : 근데 여기서 뭐하세요?

최영 : 지키는 중입니다. 덕성부원군이 지금 심기가 아주 불편해서요. 

        여길 알게 되면 무슨 짓을 할지 모르겠습니다.

은수 : 내가 질질 끌려갈까봐? 그럼 또 구하러 와주면 되지.

 

최영이 한심해서 보는데.

은수의 머리칼 한쪽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머리장신구. 금방 떨어질 거 같아서 손이 올라가 잡으려는데.

은수가 배양기 쪽으로 이동해 가리키면서.

 

은수 : 내가 지금 무슨 짓을 하고 있냐 하면요. 장빈선생하고 내기를 했어요. 해독제를 누가 먼저 만드냐.

        지금 요것들은 (배양기들 가리키며) 병원균을 배양하는 중이거든요.

 

최영은 은수의 머리에서 떨어지려고 하는 머리 장신구에 자꾸 신경이 쓰이고 있다.

 

은수 : 요거를 가지고 말하자면 한방 항생제를 만들 건데요.

        상처에서 빼낸 고름에다가 노봉방. 인동덩굴. 섬수 이딴 거 하나씩 넣어가지고..

 

말을 하다가 멈췄다. 최영이 결국 못 참고 손을 뻗어 장신구를 잡아 내었다.

최영이 일어서더니 은수를 밀어서 화장대 앞에 앉게 한다. 거기 빗을 들더니 은수에게 주면서.

 

최영 : 제발 그 머리 좀 어떻게..

 

은수가 떫은 얼굴로 앞의 동경을 본다. 일그러져서 잘 모르겠다.

 

은수 : 내 머리 뭐.

 

하면서 머리를 빗기 시작한다.

최영 그 뒤에서 장신구를 만지작거리며 구경하고 있다가 멈춘다.

머리를 빗느라고 올려진 은수의 손에서 소매자락이 흘러내리며 팔목의 상처에 댄 붕대가 드러났다.

최영이 그대로 은수의 팔을 나꿔채서 소매를 걷고 보더니.

 

최영 : 이거 왜 이래요.

은수 : (팔을 빼려 하면서) 아.. 이거 그냥..

 

최영이 은수의 눈을 본다. 은수가 시선을 피한다.

최영이 그대로 붕대를 떼버린다. 이제 상처는 동전보다 좀 더 큰 크기로 붉게 짓물러져 있다.

(아픈 건 아닙니다. 입술 허옇게 바르지 말아주세요)

 

최영 : 이거 뭡니까.

은수 : 그니까 이게..

최영 : (자세히 보더니) 이거 왜적들이 쓰는 독에 상처하구 비슷한데.

        (! 해서 배양기 쪽을 가리키며) 지금 이 해독제를 만들고 있는 겁니까?

은수 : .. (끄덕끄덕)

최영 : 누굽니까. ! 덕흥 그놈이에요? 이 짓을 해놓고 임자를 풀어 준거야?

은수 : 그게 너무 얼결에 당해서..

최영 : 도대체 (울컥) 왜 말을 안했습니까.

은수 : 이 독이 당장 별일 있는 것도 아니구요. 지금 해독제 만들고 있으니까 두고 보면 되구..

최영 : 아직도 그렇게 멉니까?

은수 : ...

최영 : 이런 일을 당해도 알려줄 필요도 없을만큼.. 내가 아직 그렇게 멀어요?

은수 : 그렇게 화를 내니까.

최영 : 내가 왜 화내는지 모릅니까? 그것도 모르는 겁니까?

은수 : (사정하듯) 알려주면 또 달려가서 또 무슨 소릴 듣게 하려구. 

        저번에는 옥새 훔치게 했다면서요. 이번에는 또 무슨 짓을 시킬 건데. 

        당신 그동안 나 때문에 몇 번이나 고개 숙이고 잡혀가구 그랬는지 알아요? 

        당신은 그래선 안되는 사람이라구.

최영 : .. 그래서 그렇게.. 멀리 있는 겁니까?

 

은수가 왈칵 눈물이 솟구쳐서 본다.

최영이 상처입은 얼굴로 보고 있다가 몸을 돌리더니 입구 쪽으로 간다.

은수가 본다. 최영이 문을 벌컥 여는데.

 

은수 : 잠깐만.

 

최영이 멈칫 선다.

은수가 달려가 최영의 등 뒤 옷자락을 양손으로 부여잡아 돌아보지 못하게 하고.

 

은수 : 돌아보지 마요. 그냥 듣기만 해요. 하나만 물어볼게요. ... 나.. 가지 마요? 남아도 되요?

최영 : (놀랐다. 돌아보려는데)

은수 : (더 가까이 붙어 돌아보지 못하게 하고) 안되요?

최영 : (아픔으로) 그렇게 독을 당하고.. 그런 말이 나옵니까.

은수 : 그럼 이렇게 물어볼게. 남은 날. 하루하루. 내 맘대로 좋아할 거니까. 

        당신. 나중에 다 잊어줄 수 있어요?

최영 : ...

은수 : 절대 막 살거나. 막 자거나 그러지 말고. 다 잊을 수 있어요?

최영 : ... 잊으라구요?

은수 : (이마를 최영의 등에 댄다) 그런다구 약속해요.

 

최영은 아직 대답을 안 한다.

은수가 최영의 등에 고개를 묻은 채 양손으로 허리를 둘러 안는다. 그 자세. 그대로.

 

 

#56. 거리

 

길 가에 검은 휘장으로 둘러쳐진 마차가 세워져 있다. 주변에는 아무도 없다.

지호와 시울이 이만치에서 그 마차를 보고 있다.

시울이 등에서 화살을 꺼내 활에 재우며 고개를 끄덕여 보인다.

지호가 창을 휘둘러 잡고는 마차로 다가선다. 주위를 다시 살피고는 마차에 가까이.

귀를 기울여 안의 소리를 엿들어본다. 그리고 슬그머니 마차의 창문 쪽으로 손을 뻗친다.

슬며시 창문을 열려는 순간. 안에서 튀어나온 손이 지호의 목을 움켜잡는다.

지호가 캑캑대면서 반항을 하려고 하나 워낙 무서운 힘이라 금방 숨이 넘어가는데.

시울이 급해서 쏘아댄 화살이 창문을 향해 날아오는데. 그 손이 화살을 딱 움켜 잡는다.

그 덕분에 풀려난 지호가 숨이 넘어가며 땅바닥을 구른다.

달려온 시울이 지호를 부축하여 도망친다. 도망치면서 돌아본 마차.

다시 창문이 턱 닫히더니 조용하다.

 

 

#57. 기철의 서재

 

양사가 부지런히 들어오면서.

 

양사 : 금군들이 저택을 둘러싸고 있습니다. 우리쪽 사병은 지금 얼마 되지가 않는데.. 

        (하다가 얼른 구석으로 피한다)

기철 : (너무나 화가 나서 어쩔 줄 모르고 헤메 다니면서 걸리는 것들은 차고 던지면서)

       내가 잠시 하늘에 눈이 멀어 있는 사이. 이게 뭐가 어떻게 된 거야. 사제. 사매

 

문이 슬쩍 열리면서 천음자가 들여다본다.

 

기철 : 덕흥군 그 자를 데리고 와.

양사 : 그건 곤란합니다. 이렇게 눈에 띄는 자들을 보내서 나라의 죄인을 탈옥을 시키시다니요. 

        안그래도 지금 역모죄로..

 

양사가 납작 엎드린다. 거의 동시에 양사가 있던 자리의 벽에 날아와서 냅다 부서지는 도자기.

 

기철 : 나를 역모죄로 몰아도 좋고. 내 돈줄 다 끊어도 좋고. 맘대로 해. 

        근데 내 발목은 잡으면 안되지. 사제.

천음자 : 덕흥군만 데려 오면 되우.

기철 : 반드시 살려서 데리고 와. 죽이는 건 내가 할 거니까.

 

 

#58. 전법옥

 

지키던 금군들이 놀라서 돌아보는 곳.

최영이 급히 들어오고 있다. 금군들이 미처 뭐라 하기도 전에 감옥으로 달려간다.

그러나 감옥 문은 열려 있고. 안에는 아무도 없다.

 

최영 : 이 안에 있던 자. 어디 갔나.

금군 : 불려나갔습니다. 전하께서 부르신다 하셨는데.

 

최영, 다시 달려 나간다.

 

 

#59. 공민 집무실

 

문이 열리며 금군 둘이 덕흥을 데리고 들어온다.

탁자 쪽에 공민과 그 뒤에는 충석 도치 등이 지키고.

공민이 덕흥을 빤히 보고 있다. 덕흥이 가운데로 나온다.

 

덕흥 : 잘 다녀오셨습니까. 전하.

공민 : (웃지 않고 보고 있다)

덕흥 : 계시지 않는 동안 미력하나마 최선을 다했습니다. (슬렁슬렁 탁자 쪽으로 올라오는)

충석 : (앞으로 나서며 길을 막는)

덕흥 : 허나 너무 짧았습니다. 이곳에서의 시간이.

공민 : (손을 들어 충석에게 물러서게 하고) 어려서부터 들어 알고 있습니다. 

        숙부는 수십년에 한번 나올 총명한 분이시라지요.

덕흥 : (웃는다) 민망합니다. 전하.

공민 : 서역 말에 일본국 말까지 다 능통하고 병법과 술수에도 능하다 들었습니다. 

        그리 훌륭한 분이시니 한가지 묻겠습니다.

덕흥 : 그 대답이 마음에 드시면 왕의 자리라도 내어주실 겁니까?

공민 : 그럴 수도 있습니다.

덕흥 : (웃는) 하문해주십시오. 전하.

공민 : 숙부께는 이 나라보다 중한 게 있습니까?

덕흥 : ... 물건입니까?

공민 : 사람일 수도 있구요. 이 나라 또한 그 하나를 위해 있는 것이다. 그만큼 중한 것이요.

덕흥 : .. 있습니다.

공민 : 무엇입니까?

덕흥 : (웃더니) 나 자신입니다.

 

덕흥이 장난이라도 쳤다는 듯이 웃는데. 공민이 미소 짓는다.

 

공민 : 다행입니다.

덕흥 : 대답이 마음에 드십니까.

공민 : 마음에 듭니다. 아무래도 숙부보다는 제가 더 나은 왕이 될 거 같아서요.

         (탁자로 가 앉으며) 덕흥군을 궁 밖으로 보내드리게.

 

금군 두명이 덕흥에게 온다.

 

덕흥 : 내보내 주는 겁니까.

공민 : 가보세요.

 

금군이 덕흥을 양쪽으로 호위해 나가려는데

문이 열리며 들어서는 최영. 덕흥을 노려보고 공민에 절을 하며 바로.

 

최영 : 전하. 제가 이 자를 좀 취조해도 되겠습니까.

공민 : 안됩니다.

최영 : 전하. 이 자가 의선에게 또 독을 썼습니다.

공민 : (놀라서 덕흥에게) 그랬습니까.

덕흥 : 부인하겠습니다.

최영 : (울컥 다가서려는데)

공민 : 대장.

최영 : (원망스레 공민을 보는데)

공민 : 나에게 이유가 있어서 그럽니다. 그러니..

 

최영 간신이 참는다.

덕흥이 공민에게 고개 숙여 절을 하더니 금군들을 따라 나간다.

최영이 불끈해서 공민에게 간다.

 

최영 : 이유.. 여쭤도 되겠습니까.

공민 : 왕비의 원나라 사람이 전갈을 보내왔습니다. 지금 개경에 원나라 황제의 단사관이 들어와 있고.

         그자는 덕흥군을 고려왕으로 봉한다는 칙서를 갖고 있답니다.

최영 : .. (보는)

공민 : 이 때에 덕흥군이 해를 입으면 분명한 전쟁의 빌미가 될 거에요. 그러니 .. (하다 보면)

최영 : (쓸쓸한 눈이다)

공민 : (덜컹하는 마음으로) 대장.

최영 : 알겠습니다.

 

고개 숙여 보이더니 나간다.

공민이 더 잡지 못하고 본다.

 

 

#60. 길

 

검은 휘장의 마차가 천천히 이동해 가고 있다. 마차 앞에는 검은 삿갓을 쓴 마부가 말을 몰고 있다.

이만치 뒤에서 그 마차를 쫓고 있는 거사. 걸음을 빨리 해서 마차의 옆으로 붙는다.

마부는 마치 아무 것도 모른다는 듯이 천천히 말만 몰고 있을 뿐이다.

거사가 슬그머니 마차 쪽으로 움직이려는 순간 

마차의 창문이 열리더니 안에서부터 젓가락 하나가 쏘아져 나온다.

거사가 허리를 뒤로 꺽어 간신이 젓가락을 피한다.

마차는 멈춤없이 계속 이동해 가고.

바닥에 넘어질 뻔해서 겨우 중심을 잡은 거사 옆으로 지호와 시울이 붙는다.

 

지호 : 안에 못 봤지?

거사 : (고개를 젓는다) 전혀.

시울 : 어쩌지. 대장한테 알려? 일단 수상하잖아.

지호 : 근데 찾으라는 건 원의 사신 아니었어? 그럼 수십명쯤 같이 움직이는 거 아냐?

시울 : 그래도 기분 나쁘잖아. 저거.

 

지호가 머리를 긁으며 가는 마차를 본다.

 

 

#61. 궁의 입구

 

안재가 부하들과 함께 달려 나온다. 거기 천음자와 화수인을 막으며 금군들이 버티고 있다.

 

안재 : 뭐야 이것들은.

부하 : 잠입하려는 것들을 잡았습니다.

화수인 : 글쎄 잠깐만 들어갔다 나오겠다고. 평소에는 잘 넣어 주더니 오늘 왜 이렇게들 빡빡해.

안재 : 느이들 부원군 떨거지들 아냐?

 

천음자가 피리를 들어 입에 대려다가 안 쪽을 보았다. 저 안쪽.

// 안쪽에서 금군 둘의 호위를 받으며 나오던 덕흥이 천음자네를 보았다. 

피하고 싶다. 슬그머니 옆에 도망갈 곳을 찾는다.

// 천음자가 음공을 포기하고 칼을 빼든다. 앞의 금군들을 공격하기 시작한다.

화수인도 단검을 뽑아들더니 길을 뚫는다.

// 덕흥이 급한대로 옆으로 새어서 도망친다. 뒤를 보아가며 도망치다가 헛 놀라 선다.

앞에 검은 옷차림에 검은 삿갓의 마부가 서있다. 검은 마차를 몰던 마부다.

// 천음자가 안재와 싸우다가 옆을 본다. 덕흥이 보이지 않는다.

 

천음 : 어디 갔어 그놈.

 

화수인도 냉큼 뒤로 물러나며 둘러본다. 덕흥이 보이지 않는다.

 

 

#62. 길

 

검은 마차가 느릿느릿 움직이고 있다. 검은 삿갓의 마부가 마차를 몬다.

 

 

#63. 전의시

 

들어서는 최영. 들어가려다가 우뚝 선다. 머리가 복잡하다. 진짜 우달치를 때려치울까 생각중이다.

안에서 나오던 장빈이 보고.

 

장빈 : 해독제는..

최영 : 말도 못 붙여 봤습니다.

장빈 : 잘하셨습니다.

최영 : (성질 안 좋은 상태) 뭘 잘합니까.

장빈 : 덕흥이라는 자가 내주는 해독제. 그거 믿을 수 있겠습니까?

 

최영. 불끈해서 뭔가 말하려다가 멈춘다. 뒤쪽의 인기척을 느꼈다. 조용히 발검 자세.

장빈은 아직 상대를 느끼진 못했으나 최영을 보고 주위를 둘러본다.

최영이 순간 검을 빼며 한쪽을 공격해 들어간다.

그 구석에 있던 검은 삿갓의 마부가 두 손을 들어보인다.

최영의 검이 어느새 삿갓의 목을 겨누고 있었다.

 

 

#64. 약초원 은수의 거처

 

배양액을 검사하고 있던 은수가 돌아본다. 거기 들어서는 최영.

은수가 활짝 웃어보이는데.

 

최영 : 어떤 놈이 편지를 가져왔습니다.

은수 : 편지요?

최영 : (봉서를 들어 보이며) 수상한 놈이라 밖에 놔두고 왔는데.

은수 : (웃는) 나 한자 완전 약한 거 알면서. 읽어주세요.

최영 : .. (봉서를 뜯어 안의 편지를 꺼낸다)

은수 : 그거 연애편지면 답장도 대신 써줘야 되는데.

 

은수가 웃으면서 말하는데 편지를 읽는 최영의 표정이 점점 굳어간다.

 

은수 : 뭔데 그래요.

최영 : (은수를 보는) 임자.

은수 : 왜요.

최영 : 우리 아무래도 도망가야 될 거 같습니다.

은수 : ?

최영 : 원나라 사신이 의선을 원한답니다. 데려가고 싶답니다. 원나라로.

 

은수가 아직 이해가 안되서 보고 있고.

최영은 그런 은수를 무뚝뚝하게 보고 있다.

 

 

 

 

 

 

 

 

 

 

 

 

 

 

 

첨부파일 신의18.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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