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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19

작성자수다쟁이|작성시간13.02.21|조회수1,107 목록 댓글 0

[신의] 19

 

 

 

 

 

 

 

 

 

 

#1. 약초원 은수의 거처

 

최영이 탁자 위에 은수의 짐이 든 보자기를 말아 묶고 있다.

 

최영 : 의선이 나와 함께 있다는 거. 아는 자는 덕흥군 뿐입니다. 

        원나라 사신과 그 자가 한편인 거 같습니다. 무슨 옷을 그렇게 오래.. (하며 돌아보는 곳)

은수 : (병풍 뒤에서 나오고 있다. 간편복을 입고. 옷고름을 묶으며) 

        그니까 원나라 사신이 와서 델고 가야겠다. 그럼 내가 따라가야 되는 거에요? 내가 싫다 그래도?

최영 : (은수에게 다가서 보따리를 매어주며) 아직도 그렇게 이 세상 돌아가는 걸 모르겠습니까?

         이게 어명이 되기 전에 도망쳐야 되니까. 좀 빨리 움직이세요.

은수 : 그래서 나 도망치는데 같이 가겠다고? 우달치 대장이?

최영 : (은수를 밀어 입구로 가며) 먼저 가 계십시오. 전 전하께 인사드리고 따라 갈 거니까.

은수 : (공민 흉내) 지금 시국이 어느 땐데. 한가하게 휴가라니요. 허락할 수 없습니다.

 

 

#2. 은수 거처 문 앞

 

최영 : (멈춰서 보며) 허락을 구하러 가는 게 아닙니다.

은수 : 그럼 사표라도 낼라고? 나 땜에?

최영 : (은수를 들여다보며) 지금 의선은 전하의 보호 아래 있으니 사신은 전하께 청할 겁니다.

       전하께서 그런 결정을 하시게 만들고 싶지 않고. 일단 전하가 승낙을 하시면. 

       신하인 나는 내 손으로 의선을 잡아서 보내야 된다는 말입니다. 이해됩니까?

은수 : ..대충..

최영 : (보는)

은수 : 왜요.

최영 : 불안해서요. 떼놓을래니까.

은수 : 그니까 빨리 와요. 내가 사고치기 전에.

최영 : .. 대만아.

 

대만이가 제 딴엔 숨어 있다가 모습을 드러낸다.


대만 : 네.

최영 : 잘 모시고.

대만 : 네에.

 

 

#3. 궁 회랑

 

도치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빠르게 걸어간다. 두 손으로 봉서를 들고 있다.

 

 

#4. 공민 집무실

 

공민이 산더미같은 서류들 속에서 일을 하고 있는데 급히 들어오는 도치.

 

도치 : (봉서를 앞에 놓아주며) 원나라 사신으로부터 온 친서입니다.

공민 : 뭐라 하느냐.

도치 : (봉을 열어 편지를 꺼내는)

공민 : (다른 서류를 꺼내 읽다가 돌아보면)

도치 : (편지 내용을 보며 선뜻 읽지를 못하고 공민의 눈치를 보는)

공민 : 뭐라 쓰여있어?

도치 : (내키지 앉지만) 도당회의를 열었다 합니다.

공민 : 열다니.

도치 : (다시 읽어보며) 지금.. 주요중신들을 모아놓고 기다리니 와주십사고...

공민 : (어이가 없다) 내 중신들을 원나라 사신이 제멋대로 모아놓고. 

        왕인 나더러 나오라고? 내게 지시를 해?

도치 : (대답을 못해 쩔쩔매는)

 

 

#5. 궁 회랑

 

최영이 바쁜 걸음으로 오다가 멈추더니 옆으로 비켜선다.

노국이 최상궁 등과 걸어오고 있었다.

노국이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는 최영을 보더니 반가워 멈춘다.

 

노국 : 전하를 뵈러 가는가.

최영 : 그렇습니다.

노국 : 어제도 오늘도 내내 기다리셨네. 통 볼 수가 없다하시면서.

최영 : 송구스럽습니다.

노국 : (최영의 기색을 살피며) 우달치의 희생에 마음이 상해서 그러는가.

최영 : (그제서야 노국을 보는) 그렇지 않습니다.

노국 : 전하께서 몇 번이나 말씀하셨네. 

        최영이 그처럼 아끼는 부하들인데.. 최영의 마음이 많이 아플 것인데..

최영 : .. (미소) 그러셨을 겁니다.

노국 : 더 잡지 않겠네. 가서 만나뵙게.

최영 : (고개를 숙인다)

 

노국이 그를 스쳐서 지나간다. 최상궁이 수상쩍어서 최영을 돌아보며 간다.

최영이 고개를 깊이 숙인 채 잠시 더 그러고 있다.

 

 

#6. 도당회의실

 

들어서는 공민. 뒤를 따르는 도치.

덕만, 점오를 비롯한 우달치들이 가장자리에서 지키는 중.

착석해있던 중신들이 우루루 일어선다.

자신의 자리로 오며 공민이 보는 곳. 공민과 마주하는 자리. 뒤쪽에 등을 보이고 서있던 손유가 돌아선다.

모두 공민에 절을 한다. 손유도 공손히 절을 한다.

(손유 캐릭터 : 독일장교같은 느낌의 원칙주의자. 

사리사욕도 없고. 희노애락을 별로 드러내지 않는 성격.

원나라의 중신이지만 고려 백성을 위한다는 마음이 안에 있음. 

결과를 위해선 과정의 희생은 어쩔 수 없다는 냉정한 관료 논리.

기본적으로.. 대권 선거에 있어서 부동층의 이미지)

 

공민 : (손유를 똑바로 보며 자리에 앉으며) 한나라의 왕을 오라하신 분이 그대인가.

손유 : 단사관의 직분을 받아 온 손유라 합니다. 전하.

공민 : 할 이야기가?

손유 : (별 감정도 없이 바로 본론) 원의 황제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지난 십수년간 수없이 많은 고려왕이 오르고 내렸으나 다 비슷하게 무능하였다. 

        더 이상 고려의 왕을 믿지 못하겠다.

 

공민, 허. 웃고. 중신들 격분해서 웅성거린다.

 

익재 : 전하아. 어찌 이런 참담한 말을 들어야 하는지요.

목은 : 일고의 여지도 없습니다. 전하.

 

손유는 급할 거 없이 조용해지길 기다린다.

공민이 손을 들어 잠잠케 하고.

 

공민 : 그래서요.

손유 : 전하. 원에서 하사한 옥새를 능멸하고. 궁을 제대로 지키지 못하신 일이 있으십니까?

공민 : 있습니다. 계속하세요.

손유 : 그것이 명분입니다. 무능한 왕이니 폐위하고 나라는 폐국하여 

        원나라의 한 개 성으로 남기고 싶다 하십니다.

공민 : (노려보며) 불가하오.

손유 : 그럼. 원의 군대를 맞아 싸우게 되십니다.

공민 : 앉아서 나라를 내줄 수 없으니 당연 싸우겠지.

손유 : 싸우면 이길 수 있으십니까?

공민 : 세상에는 이길 수 없어도 싸워야 하는 것이 있는 법.

손유 : 언뜻 듣기에는 훌륭하신 말씀 같습니다만. 

        그 한마디 때문에 전쟁에 나서야 되는 전하의 백성들은 무슨 죄입니까.

공민 : 간교한 말로 논지를 흐리지 마라. 나라가 없어지는데 어느 백성이 전쟁 따위를 두려워하겠는가.

손유 : (잠시 보다가) 소신은 원의 벼슬자리에 앉아있긴 하나 고려 사람입니다.

공민 : 그런데.

손유 : 그래서 마지막으로 고려를 독립국으로 남길 방법을 찾고자 달려온 것입니다.

공민 : (의외라서 보는)

 

 

#7. 회의실 밖 회랑

 

도착하는 최영. 문 앞에는 보초를 서는 우달치들과 대기하고 있는 정배.

최영이 안으로 들어가려 하자.

 

정배 : 출입불가합니다.

최영 : 왜.

정배 : 명이 그러합니다. 호명되지 않은 자는 출입불가.

 

최영, 맘에 안 들어서 문 쪽을 본다.

 

 

#8. 도당 회의실

 

손유 : 제 수중에는 덕흥군마마를 고려왕으로 봉한다는 칙서가 있습니다.

        단, 조건이 있습니다. 그분이 마지막 고려의 왕이 될 것. 

        그 손으로 고려를 폐하고 행성의 승상으로 물러날 것.

공민 : 숙부라면 당연히 수락했겠지.

손유 : 그렇습니다.

공민 : 마지막으로.. 고려를 남길 수 있는 방법이 있다 하였습니까.

손유 : 있습니다. 첫째. 원에서 내린 옥새를 다시 사용해주십시오.

공민 : (꿈틀하지만.. 참는)

손유 : 둘째, 전하의 심기를 흐리게 한 원흉을 잡으십시오.

공민 : 원흉이라니.

손유 : 의선이라 불리는 여인.

공민 : (놀랐다) 의선.

손유 : 비단 전하 뿐 아니라 왕족과 군우두머리까지 홀린 존재. ... 처형시키십시요.

공민 : .. 뭐요?

 

공민의 뒤에서 배석하고 있던 도치, 덕만을 비롯한 우달치들도 놀랐다. 중신들도.

 

손유 : 전하의 손으로 직접 처형하십시오. 그리하면 원에 보고하겠습니다.

        전하께서 궁을 위협하던 요물을 제거하셨고 총기를 되찾으셨다구요.

공민 : (말이 막혀서 보다가) 무고한 여인이요.

손유 : 원에까지 소문이 퍼져 있는 여인입니다. 가장 적합합니다.

 

 

#9. 회의실 밖

 

벽에 기대어 기다리던 최영이 바로 선다.

문이 열리며 나오는 중신들. 익재나 목은 등이 최영을 보더니 시선을 피한다. 

(최영과 은수에 대한 소문을 듣고 있다)

그 뒤로 나오고 있는 손유.

최영이 그를 본다.

손유가 지나치며 최영을 본다. 덤덤한 표정. 그렇게 양쪽이 스친다.

최영이 문쪽으로 가 서서 기다린다.

정배가 안을 향해 고한다.

 

정배 : 호군 최영이 주상전하를 뵙고자 청합니다.

 

이만치 가던 손유가 최영의 이름을 듣고는 멈춰선다. 돌아본다. 

거기 최영의 뒷모습이 보인다. 기다리는 최영.

그러나 잠시 후 안에서부터 우루루 몰려나오는 우달치들. 

그 가운데 덕만과 점오. 그들이 입구를 가로막는다.

 

최영 : 뭐야.

 

아무도 아무 말이 없는 채.

최영, 공민이 걱정돼서 안으로 들어가려는데. 

안에서 나오는 도치.

 

도치 : (최영과 시선이 마주치는 것이 미안하지만) 만나지 않으시겠답니다.

최영 : 전하께서는. 별일 없는 거냐.

 

앞에 있던 점오를 쳐내며 안으로 들어가려는데.

 

도치 : 만나지 않으신답니다.

최영 : (멈추었다가 덕만을 보는)

덕만 : (얼른 고개를 작게 저어 보인다. 어쩔 수 없다고)

 

최영, 불안해서 회의실 안 쪽을 본다.

그런 모든 모습을 이만치에서 보고 있던 손유가 몸을 돌려 걸어간다.

 

 

#10. 회의실

 

공민이 혼자 앉아있다. 꼼짝도 않고 생각하고 또 하면서.

 

 

#11. 최영의 방

 

최영이 상자를 연다. 그러다 멈칫. 안에서 꺼내는 매희의 두건. 잠시 보다가 다시 넣는다.

옆에서 충석이 보고를 시작한다.

최영은 상자 안에 몇가지 개인물건을 집어넣는다. 

책 몇권, 상처치료제가 든 자기병 몇 개. 여벌로 갖고 있던 단검 두어개. 등.

 

충석 : 우달치 병력을 이백명으로 충원하라는 지시가 있었습니다.

        그 수를 채우려면 현재의 자격 요건을 좀 느슨히 해야 할 듯 한데..

최영 : 지난 칠년동안 우달치를 사실상 이끌어온 건 자네잖아.

충석 : 뭐. 어떤 점에서는 그렇다고 말할 수도 있겠습니다.

최영 : 원나라 단사관.

충석 : 예 대장.

최영 : 애들 몇 명 붙여서 ...(하다가 중단한다)

충석 : (기다리다) 호위를 시키는 겁니까. 아니면 미행입니까.

최영 : 아니다. (상자 뚜껑을 닫다가) 전하께선 어제도 늦게 주무셨나.

충석 : 예 거의 동틀녘까지 문서대장을 살피셨습니다.

최영 : 원의 사신이라는 자 옆에 덕흥군이 있는 거 같아. 그러니...

충석 : .. 어찌할까요.

최영 : 호위를 좀.. (하다가 멈추고 얼굴을 쓸어내린다. 이제 자신이 더 관여해서는 안되는 업무다)

충석 : 늘립니까?

최영 : (새삼 충석을 보는)

충석 : ?

최영 : 일이 생긴 다음에 생각하지 말고. 일이 생기기 전에 생각하고.

충석 : (새삼 자세를 잡으며) 알겠습니다.

최영 : 전하께서는 지나치게 생각이 많으신 분이다. 

        야심하면 자네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왕비마마께 모셔다 드려.

충석 : (뜬금없지만) 예.

최영 : 그리고.

충석 : 예.

최영 : 잘 부탁한다.

충석 : 예. ..예?

최영 : 그리고 이 상자. 내 개인 물품인데 ..

충석 : 어디로 옮기십니까? (하며 상자를 들어주는)

최영 : 알아서.. 처분해. (하며 나간다)

충석 : 처분이라니요.

 

하며 보는데 최영은 나가고 있다.

 

 

#12. 거리

 

은수와 대만이 걸어오고 있다. 대만은 은수의 보따리를 메고 있다.

 

대만 : 그니까 내가 아홉 살? 열 살? 그때부터 혼자 살았습니다.

은수 : 산에서! 혼자! 아니 그 어린애가 어떻게 혼자 살아져.

대만 : 살아졌습니다.

은수 : 세상에. 그래서요.

대만 : 그리고 열세살? 열네살? 그때 대장 만났습니다.

은수 : 다행이네.

대만 : 안 다행입니다. 만났을 때 내가 대장을 무지 많이 물었습니다. 손도 물고 다리도 물고.

은수 : 왜.

대만 : 그리고 도망가면 대장이 또 쫓아오고. 잡히면 또 물고. 도망가고 오일밤 오일낮 그랬습니다.

        그래서 내가 지쳐서 잤습니다. 일어나 보니까 대장이 생선 구워줬습니다.

은수 : 그때부터 친해진 거에요?

대만 : 예. (헤헤 웃다가.. 긴장한다)

 

그들과 마주 오는 마부. 

대만이 긴장하며 그를 본다. 마부는 천천히 걸어온다.

대만이 은수의 이쪽, 마부와 가까운 쪽으로 자리를 옮긴다. 마부가 대만의 옆을 스쳐지나간다.

그런 대만을 보고 있다가 은수가 숨죽여 묻는다.

 

은수 : 왜요?

대만 : 발소리가 안났습니다. (돌아보며 아직 경계하며) 저런 사람하고는 싸우고 싶지 않습니다. 

        (은수의 옷소매를 잡아끈다)

 

 

#13. 궁의 일각

 

최영이 초조해서 기다리고 있다.

이윽고 최상궁이 저쪽에서 온다. 못 기다리고 가서 맞으며.

 

최영 : 뭐에요. 왜 전하께서 날 안 만나신대.

최상궁 : 만나면.

최영 : 당분간 궁을 떠난다구 말씀드리고 허락 안해주시면..

최상궁 : 허락하신댄다. 허락하시니 어서 떠나라 하셨다.

 

 

#14. 곤성전 노국의 처소

 

노국과 공민. 그리고 최상궁.

 

공민 : 어서 의선을 모시고 멀리 도망가라 전하게. 뒤도 돌아보지 말고.

노국 : 의선께 내 인사도 전해주고.

 

 

#15. 약초원

 

최상궁 : 전하께서는 공식적으로 의선을 넘기기로 승낙하셨다.

         허니 너는 그러한 전하의 뜻을 알기 전에 떠난 것으로 해야 하고 

           그래야 어명을 어긴 놈이 되지를 않지.

최영 : 도대체 원에선 왜 의선을 탐하는 거요. 그분이 원나라 가서 뭘 할 수가 있다고..

최상궁 : 하나 묻자. 지금 너 의선을 하늘문 있는 데로 모시고 가려는 거지.

최영 : 그래요.

최상궁 : 너는 남고. 수리방 애들에게 시켜서 모셔다 주라면 안되겠냐?

최영 : ... 이제 다음 보름까지 스무날 남았어요. 그거 다 포기하고 여기서 헤어지라고?

최상궁 : 니가 그동안 쌓아온 모든 것을 그 스무날과 바꿀 수도 있어. 

          이대로 가면 다시 못 올 수도 있고.

최영 : (웃더니) 고모.

최상궁 : 왜.

최영 : 나, 지난 칠년 궁에서 살았는데. 

       그 칠년 암만 생각해봐도 생각나는 게 별루 없어요. 뭐 바꿔줄 것도 없다고.

최상궁 : (한숨)

최영 : (일어서며) 나 가요.

최상궁 : 잡히지 마라. 원나라로 데려가려는 게 아니다.

최영 : ?

최상궁 : 그 단사관이 원하는 것은 의선을 공개 처형하는 것이야.

 

최영이 놀라서 최상궁을 보다가.

 

최영 : 의선이 없으면 전하께서 무슨 일을 당하게 되시는 거요.

최상궁 : 그 단사관 말이..

최영 : 아니.. 말해주지 마요.

 

최영이 혼자 생각한다. 망설인다. 그러다가 마음을 먹고.

 

최영 : .. 어차피 남을 수 없어요. 나. 그리고 이렇게 떠나면 .. 돌아올 자격도 없는 거지.

         (이마에 두른 두건을 풀어버린다) 이런 놈이 전하의 일. 알아서 뭐하게.

 

 

#16. 영빈관 (단사관 거처)

 

검소한 장식의 손유 거처다. 한쪽에는 책상이 있고. 다른 쪽에는 침상이 있는 원나라 사신용 숙소.

손유가 책상 앞에 앉아서 종이에 뭔가를 써내려 가고 있다.

이쪽에서 덕흥이 눈치를 보며.

 

덕흥 : 무어라 하든가요. 다 수락하였습니까. 내 조카님이.

손유 : (계속 문서작업을 하며) 수락하였습니다.

덕흥 : 의선을 처형시키고. 옥새를 쓴다 하였습니까.

손유 : 하셨습니다.

덕흥 : (웃는) 가능하지가 않으실텐데.

 

손유는 옆에 있는 인장을 들어 다 쓴 편지 끝에 찍는다.

 

손유 : (일을 계속하며) 제 마부에게 심부름을 보내셨습니까?

덕흥 : (움찔)

손유 : 그 의선이란 여인에게 친서를 보냈다 들었습니다만.

덕흥 : 보냈소. 내가.

손유 : 도망치란 얘기였습니까. 그래서 주상께서 그 여인을 처형시키고 싶어도 찾을 수 없게?

덕흥 : (허허 웃으며) 그러지 마시오. 내 정혼자였던 여인이야. 처형당하는 꼴을 차마 볼 수가 있어야지.

손유 : 그 여인과 함께 떠났다는 자, 최영이라 했지요. 

        역시 의도적으로 주상의 옆에서 떼어내려 하신 겁니까?

덕흥 : (싸느래지며) 쓸모없는 자요.

 

 

#17. 주막 앞

 

최영이 나오고 있다. 뒤를 보며 기다린다.

잠시 후 안에서 나오는 은수. 마마와 대만.

최영이 대만의 머리를 헝클이며 뭔가 지시를 한다. 대만이 끄덕인다.

은수가 마마에게 인사를 하고. 최영과 둘이 나란히 길을 떠난다.

그런 모습들을 이쪽에서 보고 있는 마부.

 

덕흥소리 : 왕의 호위대장에 호군인 자가 그리 쉽게 자신의 주군과 자신의 부하들을 떠난 걸 보시오.

 

 

#18. 영빈관

 

덕흥 : 우리 주상. 고작 그러한 자를 의지해 왔단 얘기요. 

        그러니 그냥 칙서를 발동하시고. 일을 끝냅시다.

손유 : 이번의 주상. 억지로 강요하다가는 전쟁이라도 불사할 듯이 보였습니다.

덕흥 : 그럴 배짱. 그럴 머리. 그럴 인재도 없는 분이요. 내가 알아.

손유 : (그제야 덕흥을 본다) 저는 관료입니다. 

        가장 적은 댓가를 치루고 가장 큰 효율로 맡은 바 임무를 다하는 것. 그게 저의 할 일입니다. 

        이번에 맡은 임무는 되도록 적은 희생을 치루고 고려를 원의 행성으로 만드는 것입니다.

        덕흥군마마가 필요하면 제가 알아서 요청하겠습니다.

 

다시 일을 한다. 덕흥 더 말을 못한다.

 

 

#19. 길 시냇가

 

은수와 최영이 나란히 걸어오고 있다.

(은수 머리는 뒤로 하나로 느슨하게 묶는 스타일? 두건에 올림머리 말고.

머리 장신구를 하나 옆에 꼽고 있습니다. 작고 동그란 것으로 굴러가기 쉬운 디자인이면 더 굿)

낙엽이 지기 시작하는 산길.

은수가 슬쩍 옆의 최영을 돌아본다. 

두건을 풀어서 흩어지는 머리. 어쩐지 어두워 보이는 얼굴.

은수가 단풍 하나를 주웠다. 슬그머니 옆으로 다가서서 귀에 꼽아주려는데.

보지도 않고 그 손목을 잡아 내리는 최영. 그 손에 잡힌 단풍을 보고 그대로 손을 잡은 채 걷는다.

걷다가 돌아본다. 은수가 걷는 게 힘들어 보인다.

주위를 둘러보더니 한쪽으로 밀어가서 앉힌다.

앞에 쭈그리고 앉아 은수의 팔목을 잡아 붕대를 풀어본다. 지난번과 거의 같은 크기의 반점.

 

은수 : 크기는 그대로고. 수포는 아직 생기지 않았구요. 열도 아직 안나고. 기타 증세 없음. 

        그니까 걱정마시고. (하며 다시 붕대를 감는)

최영 : (감아주며) 하늘 세상에 가면 해독이 된다구 했지요?

은수 : 그럼요. 검사 한번. 주사 한방이면 될 거에요.

최영 : 믿겠습니다.

 

하더니 옆에 앉는다. 은수가 작게 어깨 운동을 하는데.

 

최영 : 뭐합니까.

 

은수, 돌아보면. 최영이 자기 어깨를 턱으로 가리킨다. 

은수가 흘겨보며 웃는데. 다시 한번 가리킨다.

은수가 그 옆으로 붙어 기댄다. 최영이 감싸 안아 주며.

 

최영 : 걷는 거. 영 못하시죠?

은수 : 타는 것만 하고 살았거든요. 진짜 이 세상 와서 엄청 걸어보네.

최영 : 좋았던 것도 있었습니까? 여기 와서?

은수 : 글쎄.. (생각해보는)

최영 : 없습니까?

은수 : (기웃 더 생각해보는)

최영 : 하나도?

은수 : 아 있다.

최영 : 뭐요.

은수 : .. 다시 해봐요.

최영 : 뭐요.

은수 : 그거. (흉내) 뭐요. (하고 웃는다) 뭡니까. 뭐합니까?

 

최영이 은수의 머리를 감싸 당겨 그 머리에 입맞추고. 그리고 멀리를 본다.

이제까지 걸어온 길 너머에 있을 왕궁 쪽.

은수는 품에 파고드는데. 그런 은수를 안고 최영은 멀리를 보고 있다.

 

 

#20. 왕궁 작전 회의실

 

공민과 옆에 비서관격인 도치. 안재를 비롯한 금군 장교 몇. 익재와 목은. 충석.

 

공민 : 병량 도감을 설치하겠습니다. 각 지방관아와 연결, 가능한 군량미를 조달해주세요. 그리고.

         (군속들을 주욱 둘러보고는) 호군 안재를 도순위사에 임명,

안재 : (놀라서 자세를 바로하는)

공민 : 양계의 주진군을 모두 지휘하게 할 터이니. 가능한 한 빨리 전투태세를 갖춰 주시고.

안재 : 전하.

공민 : 왜요.

안재 : 아뢰옵기 황송하오나 양계나 안주 쪽의 지휘로는 호군 최영을 천거합니다.

        최영은 지난 사위전투 때도 안주의 관군을 지휘했었습니다. 

        크고 작은 전투에서 단 한번도 패한 적이 없었는지라

        그쪽 군관들도 최영이라면 무조건 따를 것입니다. 그러니..

공민 : 지휘. 맡으세요. 호군 안재.

안재 : 받들겠습니다.

공민 : 원나라 내부의 정보. 더 들어온 게 있습니까.

익재 : 홍건적의 난이 점점 더 기승을 부리고 있다 합니다. 헌데 전하. 참으로 전쟁을 불사하실 겁니까? 

        우선 신이라도 원에 건너가 사람들을 만나보겠습니다.

공민 : 일단은 저들이 함부로 전쟁을 일으키지 못하게 하려는 것이 목적입니다.

        우리의 땅을 원하면 저들의 피를 먼저 내놓아야 할 것이다. 그걸 보여주고 싶은데. 

        대장 생각은 어때요?

 

하며 돌아보다가 멈췄다. 머뭇거리며 옆을 본다.

충석이 얼른 시선을 피한다. 최영은 없다.

 

 

#21. 기철의 서재

 

기철이 어처구니가 없어서 본다. 그 앞에 미소를 지으며 서있는 덕흥.

그 뒤의 문으로 들어오는 화수인과 천음자.

 

기철 : 도주 중이라 하셨습니까.

덕흥 : 그렇지. 내 정혼자와. 그 정혼자를 훔쳐간 자가 지금 북의 국경마을로 향하고 있다네.

기철 : (열이 오르고 있다) 내 의선이 왜 그 자와 함께 있습니까.

덕흥 : 나도 방금 안 사실이네. 부원군이 알고 싶어할 거라 생각해서 내 직접 여기까지 왔지.

         자네는 의선을 갖고.. 나는 자네가 가진 옥새를 받아서..

 

기철이 덕흥에게 다가온다.

 

기철 : 방금 그 사실을 어찌 알았는데.. (한 손에 냉기가 덮히고 있다)

 

덕흥, 그 손에 놀라서 뒷걸음질치는데 그 뒤를 막아서는 천음자.

 

기철 : 마마께서 의선을 내 준 것이 아니라면. 어째서 궁에 갇혀있어야 할 의선이 그놈 옆에 있는 것인데.

         내 집에. 나와 함께 있어야 할 의선이.

 

기철의 손이 덕흥의 목으로 올라온다. 덕흥이 피하려 하지만. 이미 천음자가 뒤에서 양팔을 잡았다.

 

덕흥 : 잠깐. 이보게. 내 해 줄 말이 있어서 온 것인데. 

        내가 그 의선을 다시 데려올 비책이 있어서..

기철 : 네놈의 비책 따위 이젠 진절머리가 나..

 

하며, 빙공이 서린 손으로 덕흥의 목을 잡으려던 기철이 갑자기 멈춘다.

그 손에 어렸던 냉기가 오히려 기철의 팔 위로 감아 올라가기 시작한다.

기철이 경련을 일으키며 무너져 내리고 천음자가 덕흥을 밀어제치고 기철에게 달려가고 양사도 달려온다.

화수인이 문을 열며.

 

화수인 : 어서 옮겨. 빨리.

양사 : 손대지 마십시오. 빙기가 역류하는 중입니다.

 

천음자가 기철을 부축하려다가 냉기에 손을 대지 못한다.

 

천음자 : 어떻게 좀 해봐 이거.

 

그 난리를 놀라서 구경하고 있는 덕흥.

 

 

#22. 기철의 치료실

 

욕탕 안에 들어앉은 기철이 아직도 냉기에 떨면서. 음침하게.

 

기철 : 내가 가야하는데. 의선을 찾으러 내가...

화수인 : 사제하고 내가 가요. 우리가 찾아서 데려 올게.

기철 : 양사.

양사 : 예.

기철 : 모든 걸인패. 도적패에 용모파기를 돌려. 모든 살수패 사냥꾼패가 알게 해.

        의선을 살려서 데려오는 자는 천냥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그 옆의 최영을 죽여야 할 것이다. 

        시간이 없어. 시간이.

 

 

#23. 객잔 / 낡은 창고같은 분위기의 외딴 객잔

 

나무 문 위에 너덜거리는 깃발이 꽂혀 있고. 客棧(객잔)이라고 적혀 있다.

최영이 은수와 함께 도착한다.

최영이 은수를 잠시 멈추게 하고, 주위를 살핀다. 별로 마음에 드는 곳은 아니다.

 

 

#24. 객잔 내부

 

문이 열리며 최영과 은수가 들어선다. 탁자가 서너개 있는 초라하고 거친 객잔 내부.

한쪽 탁자에 둘러 앉아 술을 마시던 산도적같은 사내들 넷이 돌아본다.

또 다른 탁자에는 삿갓을 눌러쓴 사내 둘이 술을 마시고 있다.

최영이 은수를 감싸다시피해서 안쪽 테이블로 간다. 은수와 함께 자리를 잡고.

점원이 다가온다.

 

최영 : 요기될 만한 거 두 접시.

 

은수가 힐끔힐끔 옆 탁자를 본다. 술병의 탁주를 콸콸 잔에 쏟고 있는 것이 눈에 들어온다.

은수가 최영을 툭툭 친다. 최영이 돌아보자. 손가락으로 옆 탁자를 가리키며 작게.

 

은수 : 우리도 한잔해요.

 

최영, 어이없어 보더니 고개를 젓는다. 안된다고.

은수, 쿡쿡 찌른다. 손가락을 들어 딱 한잔만.

최영이 무시한다. 그랬더니 은수가 한손을 번쩍 들더니.

 

은수 : 여기요.

 

최영이 기겁을 해서 그 팔을 잡아 내린다.

객잔 안의 모두가 은수를 바라보고 있다. 최영, 괴로운데 은수는 상관없다.

점원이 다가온다.

 

은수 : 저거 술 맞죠. 우리도 저거 한병.

 

점원이 음침하게 최영을 본다. 최영이 고개를 끄덕여주자 가는 점원.

은수는 객잔의 내부를 둘러본다.

 

은수 : 이 비슷하게 꾸며놓은 술집을 내가 아는데. 그 집에 막걸리가 진짜 맛있었는데.

 

최영은 옆눈으로 저쪽 탁자의 산도적 중 한 사내가 문 밖으로 나가는 것을 신경 쓰고 있다.

 

 

#25. 객잔 외부

 

밖으로 나온 산도적이 품에서 종이 한 장을 꺼낸다.

붓으로 그려놓은 최영과 은수. 은수의 머리칼은 길게 늘어져 있다.

사내가 이리저리 그림을 살펴본다.

 

 

#26. 객잔 내부

 

은수와 최영의 테이블에 놓여져 있는 음식. 술병과 술잔.

은수가 술잔에 술을 따르고 있다. (막걸리 분위기) 벌써 침이 돌고 있다.

한심해서 보고 있는 최영의 잔에도 술을 따르고. 자기 술잔을 들고.

 

은수 : 장군님. 자. 건배.

 

최영이 자기 술잔을 들어 건배를 해준다.

은수 맛나게 마신다. 아으..

 

은수 : 안 마셔요?

최영 : (술잔을 들어 마시면서 다른 한손은 검을 슬그머니 끌어와 앞에 대비시킨다)

은수 : 그러고보니 우리 술 처음 같이 마신다. 그죠.

최영 : 예.

은수 : 술 안 좋아해요?

최영 : 별로 안 좋아합니다.

은수 : 왜요?

최영 : 임자.

은수 : 응?

최영 : 내가 지금. 하면 바로 납작 엎드리십시오.

은수 : 엎드려요?

최영 : 지금!

 

은수 놀라서 바로 탁자로 엎드린다.

은수의 바로 뒤에서 공격해오던 사내 하나를 최영이 엎드린 은수 위로 공격해서 물리친다.

산도적 분위기의 사내들이 일제히 공격을 해오고.

최영은 의자에 앉아 엎드린 은수 곁에서 보호를 하면서 전투를 벌인다.

상대들은 검을 빼들어 공격을 하고..

최영은 은수 옆이라서 피를 흘리지 않는 방향으로 전투를 하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하나씩 기절을 시키는 것으로.

은수는 엎드린 채 옆눈으로 상황을 보다가 도적 하나가 상 위로 엎어지자 얼른 밀어서 떨어뜨린다.

다 처치하고 나서 최영이 은수를 들여다본다.

 

최영 : 괜찮습니까?

 

그제야 상체를 일으킨 은수가 주위를 둘러본다. 주변에 기절해 늘어진 사내 넷.

은수가 끄덕인다. 뭔가 말을 하려다가 콜록거린다.

상 위에 술잔에 술이 그대로 있다. 속이 타서 술을 몇모금 마신다. 무서웠었다.

// 최영이 기절한 자 하나를 발로 뒤집어 본다.

가슴팍에서 삐져나와있는 용모파기. 빼서 펼쳐본다. 최영과 은수 그림.

은수가 옆에서 들여다보더니 (그림 외 내용은 별첨)

 

은수 : 이거 우리에요? 그니까 이게 현상수배지 그런 거?

최영 : 용모파기입니다. 임자 몸값이 아주 비싼데요.

은수 : (그림 속 자기 얼굴을 가리키며) 내가 이렇게 생겼다구? 심하네.

최영 : 이 정도 보상금을 걸었으니 앞으로 길이 많이 힘들어질 거 같습니다. 그러니..

 

최영은 심각한데. 은수가 종이를 들어 최영의 얼굴 옆에 놓고 비교해보고 있다.

 

은수 : 닮았나..

 

최영이 그 종이를 잡아 내리며 보는 곳.

저편. 삿갓 둘은 이 난리와중에도 흔들림없이 음식을 먹고 있다.

 

 

#27. 공민의 집무실 / 밤

 

공민의 탁자 위에 놓인 고려국새.

공민이 내려다보고 있다가 고개를 든다.

노국이 들어오고 있다. 최상궁이 다른 내인들을 다 내보내고 문을 닫아준다.

 

공민 : 아.. 금방 들어가려 했는데.

 

노국은 찬바람 쌩쌩 불게 들어오더니 옥새를 들어 상자에 넣어버리고.

공민의 책상 위에 있던 펼쳐진 장부들을 팍팍 접어서 한쪽에 쌓는다.

기세에 밀려서 공민이 슬슬 옆으로 빠진다.

 

공민 : 참말이오. 내가 바로 일어서려던 참이어서..

노국 : (쌩.. 공민을 향해 서더니) 자 이제 말씀해주십시오. 무엇이 오늘의 문제입니까.

공민 : 오늘의...

노국 : 매일매일 새로운 문제가 생기시지 않습니까. 

        합해서 다는 들어드릴 수가 없고 오늘의 문제만 듣겠습니다.

        듣고, 함께 고민하고 함께 밤을 지새러 왔습니다.

공민 : (보다 좀 웃더니) 오늘의 문제는 이겁니다. 고려의 독립을 유지하고 싶으면 뭔가를 보여달라.

노국 : 원에서 준 부마옥새를 사용하고. 의선을 처형시키라는 것이지요.

공민 : 그런데 내게는 의선도 없고. 부마옥새도 없어요.

노국 : 그러면 군사를 끌고 온답니까?

공민 : 만약에 내가 이 나라를 내놓고 성주로 물러나지 않는다면. 그리할 수 있지요.

노국 : 그리하면 싸우실 겁니까?

공민 : 그걸 모르겠어요. 그걸 모르겠어서 잠을 잘 수가 없어요. 왕비.

노국 : 예 전하.

공민 : 만약에 내가, 나라에 전쟁이 났으니 나와 싸우라는 명을 받은 이 나라 백성이라면 어찌할까요.

         왕비께서 그러한 나의 지어미라면 어찌하겠습니까?

노국 : 저는.. 저라면..

 

하다가 노국이 갑자기 멈춘다. 입에 손을 가린다. 구역질이 순간 치솟았다.

 

공민 : 왕비. 왜 그러십니까.

 

노국, 재차 솟구치는 좀 더 큰 헛구역질. 노국이 무너지듯 비틀한다.

공민이 놀라 달려와 부축하여 안으며.

 

공민 : (버럭) 이봐라. 밖에 누구 없느냐.

 

문이 열리며 최상궁 등이 들어온다.

노국이 다시 한번 헛구역질..

순간 최상궁과 안도치의 시선이 마주쳤다. 혹시! 통했다.

 

공민 : 왕비가 아프시다. 이 사람이 왜 이래.

 

헌데 노국이 갑자기 모두를 뿌리치더니 입을 가린 채 밖으로 부지런히 나간다.

공민이 따라 나가려는데. 도치가 앞을 막는다.

최상궁을 비롯해 모두 왕비를 따라 달려나갔다.

 

공민 : 도치야. 저 사람이 내 왕비가..

 

하다가 보면 도치가 비실비실 나오는 웃음을 참으려하나 통제가 안되서 어쩔 줄을 모르고 있다.

 

 

#28. 노국의 침소

 

장빈이 노국의 진맥을 하고 있다. 옆에서 더기가 돕고 있다.

 

 

#29. 노국의 방 앞 회랑

 

공민과 최상궁이 초조해서 기다리고 있다. 도치도 불안해서 기웃기웃.

드디어 방문이 열리더니 장빈과 더기가 나온다.

공민과 최상궁이 거의 같은 자세로 애처롭게 본다.

 

장빈 : 아직 너무 이르시긴 하나 미세한 하혈이 있어 확진하였습니다.

         왕비마마께선 태기가 있으십니다. 경하드립니다. 전하.

 

최상궁이 펄쩍 뛸 뻔 하다가 간신히 참았다. 공민을 향해 겨우 점잖게 절을 하며.

 

최상궁 : 경하드리옵니다. 전하.

 

다른 내인들도 일제히 절을 하며 경하드리옵니다. 전하.

공민이 어쩔 줄을 몰라 서있다. 울컥하는 마음을 겨우 억누르고 있는 중이다.

 

장빈 : 다만 명문맥이 약하시니 조심조심하셔야 할 것입니다.

공민 : 그러지. 그러할 것이야. (그러다 머뭇거리며) 지금 내가 좀. 뵈어두 되겠는가.

장빈 : (웃음 참아) 물론입니다. 전하.

 

안으로 들어가는 공민.

최상궁과 도치가 마주보며 헤벌레..

 

 

#30. 노국의 침소

 

침상 쪽으로 다가가는 공민. 얼른 앉은 노국.

공민이 휘장 앞에서 머뭇거리다가 휘장을 젖힌다.

노국이 부끄러워서 도저히 시선을 어디에 둬야할지 모르고 있다.

 

공민 : 괜찮습니까?

노국 : 예.

공민 : 아픈 것은..

노국 : 없습니다.

공민 : ... 내 어쩌다가.. 어떻게.. 그대같은 사람을 만나게 되었을까.

노국 : (그제야 눈을 들어 보는)

공민 : (눈물이 가득해서) 내 왕비.

노국 : (울컥하는데)

공민 : (노국을 안는다. 고마움으로.. 더깊이..) 고맙습니다. 참 고맙습니다.

 

 

#31. 객잔방 / 밤

 

침상 같은 것은 없는 짚멍석의 바닥뿐인 객잔 방.

은수가 보따리를 베게 삼아 잠들어 있다. 돌아눕다가 잠이 깨었다.

눈을 비비며 일어나 옆을 본다. 방에는 자기 뿐이다.

문 쪽을 돌아본다. 문으로 가서 조용히 문을 열어본다.

// 객잔방 앞 마당 / 밤

문을 연 은수에게 보이는 저만치의 최영. 마당 가운데 우뚝 서 있다. 그는 한쪽 방향을 바라보고 있다.

은수가 문에 기대어 본다.

최영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고개를 숙이고 두어걸음 걸었다가 멈췄다가. 그러다 문득 돌아본다.

은수가 보고 있다. 아직 잠이 덜 깬 얼굴로.

최영을 보더니 미소 짓는다. 최영이 옆에 와 앉는다.

 

최영 : 밤에 노리는 놈들이 있을 거 같아서요.

은수 : (눈을 비비며 작게 하품하는)

최영 : 그냥 주무시면 됩니다. 신경 쓰지 말구.

은수 : (미소 지으며 보는)

최영 : (신경 쓰여서) 왜요.

은수 : 저 쪽 (최영이 보던 방향을 가리키는) 저쪽이 궁이 있는 방향이죠?

최영 : ..

은수 : 어제 밤 자기 전에도 보니까 그때도 저어쪽 보고 있드만.

최영 : 가서 자요. 눈도 잘 못 뜨면서.

은수 : 계속 걱정하구 있죠? 당신 임금님.

최영 : ....

은수 : 이렇게 해요. 나 처음 도착했던 마을 있잖아요. 하늘문 있던데. 

        거기까지만 데려다 주고 돌아가요. 내가 봐줬다 까짓거.

최영 : 돌아갈 수가 없습니다.

은수 : 왜요.

최영 : .. (웃더니) 우달치 대장으로 이런 우달치, 도저히 봐줄 수가 없어서 쫓아냈습니다.

은수 : 어떤 우달치인데.

최영 : ... 무사가 검을 쓰는 데 망설임이 생기면 죽습니다. 망설임이 생긴 무사가 전하를 지킬 순 없으니까.

은수 : (한숨 쉬어 보더니) 평생 하루라도, 남들이 하라는 거 말고. 해달래는 거 말고,

        자기 하고 싶은 거 하면서 보낸 적 있어요?

최영 : (생각해보더니) 어제 그리고.. 오늘.

 

은수 그 말이 아파서 보는데.

최영이 벌떡 일어서더니 은수를 일으켜 세워 방으로 밀어 넣는다.

// 객잔 방안

거의 동시에 은수를 쓰러뜨려 그 위를 덮으며 감싼다.

그들 위를 지나가 벽에 꼽히는 수리검, 혹은 단검.

최영이 발로 문을 차서 닫는다.

최영이 자신의 아래에 은수를 보더니.

 

최영 : 이번 놈들은 피를 봐야 할 거 같으니까. 나오지 마십시오.

은수 : (끄덕이는)

최영 : (일어나지 않고 잠시 그대로 은수의 얼굴을 내려다보다가) 일어나기 싫지만.

 

잠깐 더 여운. 그리고 일어나 문 쪽으로 다가선다.

조용히 검을 빼들며 밖의 인기척을 엿듣더니 어느 순간 문을 열고 튀어나간다.

기다렸다는 듯 달려드는 삿갓 하나와 맞서 싸운다.

방안에 남겨진 은수가 일어나 앉는다. 밖의 최영을 본다.

열려진 방문 밖으로 최영이 또 하나의 상대를 베어 넘기고 있다.

 

 

#32. 길 / 낮

 

건물 앞에 세워져 있는 검은 마차. 앞에는 마부가 앉아있다.

이만치에서 그 마차를 지켜보고 있는 거사.

잠시 후 안에서 나오는 덕흥군. 마부와 얘기를 나누더니 한 방향으로 간다.

마차는 반대 방향으로 움직인다.

거사가 뒤쪽을 본다. 거기 좀 멀리 있던 지호가 끄덕인다.

거사는 마차 쪽을 쫓기 시작하고, 지호는 덕흥군을 쫓는다.

 

마마소리 : 그러니까 그 둘이는 한패라는 거지.

 

 

#33. 주막집

 

돌배와 덕만이 국밥을 맛나게 먹고 있고. 그 앞에 마마가 앉아서.

 

마마 : 그 덕흥이란 왕족놈하고 원나라 사신. 둘이가 한패라고.

거사 : (덕만의 옆에 붙어 앉아서) 지금 덕흥이가 붙어 사는데도 거기. 영빈관.

 

계속 붙어오는 거사 때문에 덕만이 상당히 불편한 중이고.

 

지호 : (들어서며) 덕흥군. 오늘은 조동만네 집에 가던데. 어제는 만조네 집에 가더만.

시울 : (들어서며) 덕성 부원군네 양사란 놈 있잖아. 오늘 또 약재를 엄청 사가더라고.

마마 : 그 약재가 엇다 쓰는 약잰데.

시울 : 그건 모르지.

마마 : 넌 어뜩게 뭘 시켜도 꼭 반토막만 하구 오냐.

 

 

#34. 궁 일각

 

돌배와 덕만이 충석에게 보고 중이다.

 

덕만 : 덕흥군이 세도가들 집을 열심히 드나드는 모양입니다.

돌배 : 덕성부원군은 어디 많이 아프다던데요.

 

 

#35. 공민 집무실

 

충석이 공민에게 보고하는 중.

 

충석 : 덕흥군이 부원군집을 다녀간 뒤로 부원군의 건강상태가 급작스레 안좋아졌다는 말이 있습니다.

         뭔가 속을 엄청 긁어놓은 모양입니다. (웃다가 정색)

공민 : 그리고 지금 붙어 사는 곳은 원나라 단사관.

충석 : 그렇습니다. 영빈관 쪽에서 아예 덕흥군의 방을 내주었답니다.

공민 : 애초에 알고 있었구나.

충석 : 예?

공민 : (벌떡.. 오락가락하며 생각) 단사관. 나에게 옥새가 없다는 것도. 의선이 없다는 것도 알고 있었어.

         알면서 그 두 가지를 조건으로 내건 것이야. 도치야.

도치 : 예 전하.

공민 : 수리방이 필요한 것이 뭔지 알아봐서 충분히 보상하도록 하고.

도치 : 예 그리하겠습니다.

공민 : 부장.

충석 : 예.

공민 : 수리방에 전하게. 현재 덕흥군과 부원군의 사이가 어떤지 알아야겠다고.

         둘이 틀어졌다면 어떤 이유인지도 알고 싶다고.

충석 : 알겠습니다.

 

 

#36. 단사관의 거처

 

문이 열리더니 들어서는 덕흥군. 내부는 비어있다.

책상으로 다가서는 덕흥. 책상 위에는 손유가 쓰던 종이며 문방사우가 그대로 있다. 그리고 옆에 인장함.

덕흥이 그 함을 열더니 인장을 꺼낸다. 그리고 빈 종이의 한쪽 구석에 찍는다.

백지의 한구석에 드러나는 단사관의 인장.

 

 

#37. 편전

 

들어서는 공민. 그 뒤에 도치 정배 등..

아무도 없이 빈 편전. 가운데 서 있던 손유가 공민을 보고 고개 숙여 절을 한다.

 

공민 : 확인을 하러 오셨다고.

손유 : 방법을 일러 드린지 하루가 지났습니다. 전하. 절차는 간단합니다. 

        의선을 처형한다는 교지에 부마옥새로 인증하시면 됩니다. 그리고 실행하시고. 

        그럼 그것으로 저는 원의 황제께 탄원해볼 생각입니다. 아직은 고려국, 좀 더 놓아두시라고.

공민 : 왜 이렇게 어지러운 수를 쓰는 겁니까.

손유 : 어지러운 수.

공민 : 어차피 고려를 폐하러 온 거지요?

손유 : 맡은 바 임무는 그렇습니다.

공민 : 그럼 정직하게 임무만 행하세요. 옥새니 의선이니 잔수를 쓰지 마시고. 

        그럼 나도 있는 힘을 다하여 싸워볼 것이니까.

손유 : 그 자리가 고려왕이 되었든, 행성의 승상이 되었든. 여기 두 분의 후보가 계십니다.

        내 앞에 계신 한분은 고려라는 이름 하나를 지키기 위해선 전쟁도 불사하겠다고 말씀하십니다.

        또 한분은 세상 무엇보다 자신의 안위가 중요한 분이시고.

공민 : 그래서 지금 둘 중에 하나를 고르는 중이라는 겁니까? 그것도 원에서 받은 임무였어요?

손유 : 이것은. 왕을 고를 수 있는 자리에 앉은 자의 임무입니다. 저는 그리 생각하고 있습니다.

공민 : 그럼 어찌할까요. 단사관, 그대의 눈에 들기 위해 춤이라도 출까요.

손유 : 옥새와 의선. 두 개를 말씀드렸습니다. 아직 준비가 아니되셨다면 내일 다시 오겠습니다.

         사흘 이상은 기다려 드릴 수가 없겠습니다. 그럼..

 

손유가 고개를 숙여 보인다. 갑갑해지는 공민.

 

 

#38. 궁의 회랑

 

걸어오는 손유. 그 옆을 따르는 마부.

 

손유 : 그 의선이라는 여인이 있어야겠다. 그래야 주상의 결정이 쉬워지겠어.

      의선은 찾아서 데려오고. 옆에 있는 사내는 처리하고.

      그 사내의 무공이 뛰어나다 들었으나 여인을 옆에 끼고 있어. 실력의 반도 발휘하기 힘들 것.

      자네라면 별 문제 없을거네.

 

마부가 고개를 숙인다.

 

 

#39. 숲길

 

은수와 최영이 걸어오고 있다.

은수가 최영의 진행을 이리저리 막아가면서 조르는 중.

 

은수 : 아니 왜 말이 안되나. 그동안 말타는 법. 단검 쓰는 법 다 배웠으니까 

        이번에는 그 보답으로 내가 가르쳐주겠다는데.

최영 : 됐습니다.

 

최영이 은수를 비켜간다. 은수가 그 뒷자락을 두손으로 잡고 늘어지면서.

 

은수 : 잠깐 서보시라고 좀.

 

최영이 할 수 없이 서서 돌아보면. 은수가 만족해서.

 

은수 : 이게 이름하여 하늘주문. 하늘에선 널리 쓰이는 마법의 주문이라는 거죠.

         일단 잘 배운 다음에 우리 장군님도 자주 사용하시고 우달치 애들한테도 가르쳐주고.

최영 : 서론이 깁니다.

은수 : 좋아요. 우선 이렇게 주먹을 쥐고. (한손 주먹 쥐어 들어보이는) 해봐요.

최영 : (보기만)

은수 : (주먹을 흔들며) 아자!

최영 : ...

은수 : 우울하고 힘없고 에라 잠이나 자자. 이런 기분일 때 이렇게. 아자! .. 해봐요. 아자!

 

최영이 그냥 돌아서 간다. 은수가 쫓아가며.

 

은수 : 이게 그렇게 어렵나. 두 글자 밖에 안되는데?

 

 

#40. 다른 길

 

여전히 졸졸 쫓아가는 은수.

 

은수 : 그리고 이건 하늘에서도 일부 계층만 알고 있는 건데. 이봐요. 장군님. 나 좀 봐봐.

 

최영이 또 할 수 없이 멈춰서 돌아본다.

은수가 바로 앞까지 와서 멈추며.

 

은수 : 약속을 할 때요. 이 동네 사람들은 그냥 말로만 하잖아요.

         (흉내) 고려무사 언약의 값은 목숨입니다. /

         앞으로는 말로만 하지 말고 도장을 찍는 거야. 이렇게 해봐요. (새끼 손가락을 올리는)

최영 : (한심해서)

은수 : (억지로 최영의 손을 끌어다 새끼손가락을 펴서 제 손에 걸며) 이게 약속하는 거고

         (억지로 엄지를 세워 서로의 엄지를 찍게 하며) 이게 도장 찍는 거. 이러면 약속이 되는 거야.

         이게 모자라면 요렿게 복사하구. (서로의 손바닥을 밀어보이는) (완전 진지)

최영 : (그렇게 진지한 은수를 구경하는)

은수 : 이런 식으로 약속하면 절대 목숨 같은 거 안 걸어도 되거든요.

최영 : 알겠습니다.

은수 : 아 그리고 이것도. 하이파이브. (한손 펴보이며) 자 이렇게. 

       해봐요좀. 이렇게 불쌍하게 애원해도 안해주나.

최영 : (한숨.. 한손 펴보인다)

은수 : (좋아서) 이건 말이 필요없어요. 그냥 서로 마음으로 주고받는 거죠.

        (손바닥 마주치며) 어이. 이봐. 힘내! 잘해보라구! 

        (한번 더 쳐준다) 이거 임금님하고 꼭 한번 해봐요.

 

그러다보면 최영이 물끄러미 내려다보고 있다.

 

은수 : ... 뭐 생각해요.

최영 : .. 이분이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건가.

 

은수가 머뭇거리다가 다시 최영의 손에 하이파이브로 부딪히는데.

최영이 그런 은수의 손을 잡아 당겨 은수를 제 앞에 놓더니. 등을 밀어 걸어가기 시작한다.

 

최영 : 뒤에 따라오지 말고 이렇게 앞에 가줘야 지켜보기가 편합니다.

은수 : (돌아보려 하며) 또 가르쳐 줄 거 있는데.

최영 : (돌아보지 못하게 밀어가며) 그만 하죠.

은수 : 한 개만 더.

최영 : 그렇게 계속 떠드니까 자꾸 뒤처지잖습니까.

 

그들이 걸어가며 점점 멀어진다.

 

 

#41. 곤성전 입구

 

금군 하나가 친서를 가져온다. 안에서 나온 궁녀 하나가 그 친서를 받아든다.

금군이 뭐라뭐라 말해준다.

 

 

#42. 곤성전 회랑

 

그 편지를 든 궁녀가 걸어온다.

 

 

#43. 노국의 처소

 

노국이 돌아본다. 그 궁녀가 친서를 내민다.

 

궁녀 : 단사관께서 보내셨다 하셨습니다. 꼭 왕비마마 친전으로 전하라 하였답니다.

 

노국이 봉서의 앞뒤를 본다. 아무 글자도 적혀있지 않다.

뜯어본다. 그 안에서 나오는 편지. 노국이 펼쳐 본다.

한쪽 구석에 덕흥이 찍었던 인장이 찍혀져 있고 내용이 채워져 있다. 

읽어가는 노국의 얼굴이 굳는다.

(단사관의 이름으로 보내온 편지. 노국의 어머니 쪽에서 보낸 전갈이 있는데 

비밀리에 직접 전해야 한다는 내용. 만날 장소 등이 적혀있음)

뒤에서 최상궁이 들어온다. 노국이 얼른 편지를 접어 감춘다.

 

 

#44. 시골 마을길

 

최영과 은수가 오고 있다.

최영이 보는 곳. 상호군들이 삼삼오오 여기저기 많이 눈에 띈다. 오가는 일반행인들보다 더 많아 보인다.

은수는 한쪽에 있는 한약방을 발견했다. 말하려고 최영을 돌아보면,

최영은 저 앞에 오가는 군사들에 신경을 쓰고 있다.

 

은수 : 우리 잡으려는 거에요? 저 사람들?

최영 : 아뇨. 지방군인데.. 옷이나 무기가 새 거인 거 보니까 새로 모집한 병사들인 거 같습니다.

은수 : (기웃. 최영의 얼굴을 살핀다)

최영 : (그들을 살펴보느라)

은수 : (최영의 등을 쳐서 밀어주며) 가서 알아보구 와요. 난 저 한약방에 가 있을게요.

최영 : (그제야 은수에 신경을 쓰며) 왜요. 어디 안 좋아요?

은수 : 예비용 약재가 좀 필요해서요. 나 저기 있을께 절루 와요.

 

하며 가볍게 가버린다.

최영, 따라갈까 하다가 군사들을 다시 돌아본다.

 

 

#45. 한약방

 

들어서는 은수.

 

은수 : 계세요? .. 여보세요. (조그맣게) 이리 오너라.

 

나오는 사람이 없어서 두리번거리는데 안에서 나오는 한의.

 

은수 : 안녕하세요. 저 노봉방이 좀 필요한데. 있어요?

 

한의가 약재 쪽을 찾으며.

 

한의 : 엇다 쓰실라고.

 

 

#46. 한약방 밖

 

이쪽 밖에서 들여다보이는 한약방. 거기 은수의 모습.

마부가 이만치에서 보고 있다가 최영이 간 쪽을 돌아본다.

 

 

#47. 마을길

 

거기 임시 탁자 주변에 대여섯명의 군사들. 탁자 옆에는 깃발이 하나 꼽혀 있다. 募兵 (모병)

그 앞으로는 몇 명의 사내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맨 앞의 사내는 병사에게 이름 등을 대주는 중.

최영이 다가선다. 줄을 선 뒤의 사내들에게.

 

최영 : 모병이 있습니까?

사내1 : 나라에서 병사 될 사내들 받아준다고 했다네.

사내2 : 이거 빨리 손들어야 할 거요. 왜 저번에 노비 면천해줘가지고 노비들이 엄청시리 풀려났잖소.

           그 노비들이 죄 몰려들고 있어.

사내1 : 암. 옷 주고 밥 주고. 칼도 주고.

사내2 : 이젠 노비가 아니라 병사지. 나라 지키는 병사.

 

사내들 좋댄다.

최영, 앞쪽으로 간다. 거기 병사 하나를 잡아서.

 

최영 : 국경지대에 뭔 일 있습니까?

병사 : 모집에 응할 거면 저 뒤로 가서 줄 서고.

최영 : 니 상관 어딨나.

병사 : 에?

최영 : (멱살을 잡아채며) 너 상관도 없어?

병사 : 이 놈의 자식이 미쳤나. 너 뭐야.

 

저쪽에 있던 다른 병사들도 우루루 이쪽으로 온다. 뭐하는 놈이야. 먼 행패야? 무기를 빼드는 자도 있다.

최영이 병사를 풀어주고 두 손을 들어 보이며 뒤로 물러난다. 스스로 왜 이랬나 싶은.

순간 마음이 너무 다급했었다. 그러다 멈춘다. 돌아본다.

저만치 이쪽을 보다가 시선을 피하는 사내. 얼굴의 검상. 칼잡이처럼 보인다.

최영이 이동하기 시작한다. 이동하면서 또 다른 곳을 본다. 

사냥꾼 차림의 사내 셋이 시선도 피하지 않고 보고 있다.

최영이 달리기 시작한다.

 

 

#48. 한약방 안

 

은수의 팔에 상처를 보아주고 있는 한의.

 

은수 : 비충독인가.. 그거라던데. 알아보시겠어요?

한의 : 이 독은 해독제가 없습니다.

은수 : .. 역시 없구나. 그 망할 놈. 다시 만나기만 해봐.

한의 : 발작시 고통을 줄이는 침을 놔주는 정도가 전부입니다.

은수 : 고통을 줄이는 침이 있어요?

한의 : 있지요.

은수 : 그거 나 좀 배울 수 있어요? 나 아픈 꼴을 보여주기 싫은 사람이 있어서 그러는데.

 

 

#49. 한약방 근처 골목길

 

마부가 골목길로 접어든다. 창을 잡은 사내가 앞을 막는다.

 

사내 : 이봐. 저 계집은 내가 먼저 찍었어. 그러니까.

 

하면서 바로 창을 찔러온다.

마부가 거의 움직임없이 스윽 아주 약간만 피하여 창을 빗나가게 한다.

마부의 손이 스윽 찔러오는 창을 거슬러 올라가더니 사내의 목을 한방에 찔러버린다.

마부가 가던 길을 간다. 그 뒤에야 스르르 죽어 넘어지는 사내. (마부가 엄청 고수라는 것을 보여주세요~!)

 

 

#50. 한약방 앞 길

 

최영이 급히 달려오다가 멈춘다.

거기 한약방 앞에 앉아서 기다리고 있는 은수. 미소 지으며 한 손을 들어 보인다.

최영이 주위를 둘러본다. 지나치는 행인들. 그리고 사이사이 시선을 피하는 사내들.

은수가 일어선다. 웃는 얼굴. 왜요 하고 입모양으로 묻는다.

최영이 성큼성큼 은수에게 걸어가며 한손을 뻗어 내민다.

은수가 무슨 일인가 해서 얼른 일어서더니 다가온다. 손을 내밀어 최영의 손을 잡는다.

최영이 은수의 손을 잡고 걸어가기 시작한다. 은수가 기웃해서 최영의 표정을 살핀다.

사방을 신경쓰느라 긴장하고 있던 최영이 그제야 은수의 시선을 느끼고 웃어준다. 그렇게 둘이 걸어간다.

 

 

#51. 궁의 회랑

 

우달치들이 급히 움직이고 있다. 공민의 궁 밖 행차에 대비해서 바쁘다.

 

 

#52. 곤성전 노국의 처소

 

노국이 공민이 옷 입는 것을 도와주고 있다.

공민은 노국이 뭐라도 들까봐 노심초사해서, 

노국이 허리띠를 들면 얼른 뺏고, 겉옷을 들어주면 얼른 제 손으로 뺏어 입고 있다.

결국 노국이 웃는다.

 

공민 : 왜요.

노국 : 아닙니다.

공민 : 금방 다녀오겠습니다. 아무래도 내가 가야 해결이 될 일인 듯 해서 가긴 가는 것인데.

노국 : 천천히 다녀오십시오.

공민 : 왜요. 왜 천천히..

노국 : 보제사에 들르기로 했습니다. 

        가서 전하와 그리고.. (부끄러움) 아기님의 무사안녕을 기원하고 오려합니다.

공민 : 아.. (나가려다가 돌아서서) 그럼 일이 끝나는대로 내가 그리 갈까요. 보제사.

노국 : .. (웃는) 혼자 다녀오겠습니다.

공민 : 함께 기원을 하면 더 효력이 좋지 않겠습니까?

노국 : 전하께선 전하의 일을 먼저 하십시오. 남들이 비웃습니다.

공민 : (못마땅해서 보지만.. 단념하고) 그리하지요 그럼.

 

해놓고 시선이 노국의 배로 갔다가 흠흠.. 얼른 나간다.

저쪽에서는 최상궁이 먼데를 보고 있다.

 

 

#53. 기철의 집 마당

 

기철과 양사가 걸어온다.

기철은 이 날씨에 두터운 양털 망토를 걸치고 있다. 추위를 느끼고 있다는 설정.

 

 

#54. 기철네 마당

 

충석을 비롯한 우달치들이 빈틈없이 둘러싼 형태로 공민이 들어오고 있다.

자리를 지키던 기철의 사병들은 뒤로 물러서며 길을 튼다.

우달치들은 이 사병들에 대해서 감정이 안 좋다. 사병들을 둘러보는 우달치의 시선들이 살벌하다.

 

 

#55. 기철 집 누각

 

기다리고 있던 기철이 일어선다. 공민이 도착하고 있다.

기철이 고개를 숙여 절을 한다. 공민이 끄떡해서 인사를 받으며 도착하더니 의자에 앉는다.

충석의 수신호에 따라 누각은 우달치들에 의해 빈틈없이 포위된다.

 

기철 : 누추한 곳까지 이렇게 와주시다니 영광이옵니다.

공민 : 어디 편찮으시다는 소문이 있던데 괜찮습니까.

기철 : 별 해괴한 소문이.. 괜찮습니다. 성은으로 건강합니다.

공민 : 앉으세요.

기철 : (건너편에 앉는) 놀랐습니다. 이리 직접 오시다니. 수백명.. 저의 사병이 있는 저의 집에.

공민 : 서로 주고받을 것이 있어서요.

기철 : 제가 가진 것 중에 원하시는 게 있습니까.

공민 : 부마국새. 부원군이 갖고 있습니까.

기철 : .. (멀뚱히 보는)

공민 : 지난 번 내 숙부에게 내주었다는 왕위 대리 교서. 

        그거 부원군이 갖고 오셨다 하던데요. 부마국새를 찍어서.

기철 : (웃는) 이런.. 이거참. 시인할 수도 없고. 부인할 수도 없고..

공민 : 저에게 주겠습니까?

 


#56. 영빈관 회랑?

 

덕흥과 자운이 만나고 있다.

 

덕흥 : (놀라 돌아보며) 주상께서 부원군 집에 갔다고?

자운 : 지금쯤 아마 만나고 있을 것입니다.

덕흥 : 옥새구나. 옥새를 받으러 갔어.

자운 : 허나 설마 그리 순순히 내주겠습니까. 부원군께서.

덕흥 : 내줄 것이다. 지금 그자는 반쯤 실성해가고 있는 중이야.

         그 눈에 뵈는 것은 하나 밖에 없고. 옥새 따위. 안중에도 없다.

 

 

#57. 기철의 누각

 

기철 : 드린다면.. 저는 뭘 가질 수 있습니까?

공민 : 발을 풀어드리면 되겠습니까. 간절히 가고 싶은 곳이 있다 들었는데. 이렇게 갇혀서는...

 

말하다 보면.. 기철은 이미 얼굴이 활짝 펴서..

 

기철 : 드리겠습니다. 양사. 그거 어디 두었나. 옥새. 어서 갖다 드리게. 어서!

 

양사가 얼른 움직인다.

 

공민 : (보다가 웃는데)

기철 : 전하.

공민 : 예.

기철 : 비웃지 말아주십시오.

공민 : 미안하군요.

기철 : 신은 가져보지 못한 것이 없습니다. 원하는 건 다아.. 가져보았습니다.

         신이 원했다면.. 왕도 되었을 것입니다. 기씨왕조.. 뭐 어려웠겠습니까.

공민 : 그랬을 겁니다.

기철 : 그런데 언제나 늘.. 여기 가슴 한쪽에 시커먼 구멍이 있었습니다. 이게 메워지지가 않았습니다.

공민 : ... (어찌 반응해줘야 할지 모르겠는)

기철 : 그러다 하늘에서 오신 분을 만났습니다. 여기 말고 또 다른 세상이 있다합니다.

         거기가 극락세상이든 나락세상이든 상관없습니다. 가봐야겠습니다.

공민 : 가게 되면.. 가슴의 구멍이란 걸 메울 수 있을 거 같아서요?

기철 : (멀뚱) 안되겠습니까?

 

 

#58. 영빈관 회랑?

 

덕흥이 한숨을 쉰다.

 

덕흥 : 사람들이 늘 나로 하여금 도를 넘게 하네.

         내 바람은 그저 순하게 책을 읽으며 사는 것인데. 이런 나를 가만 놓아두질 않아.

자운 : 예에. (물론 이해는 안되서)

덕흥 : 이렇게까지는 하고 싶지 않았는데. 사람들이 자꾸 나를 밀어대니 어쩌겠나. 하아..

 

 

#59. 곤성전

 

최상궁이 노국의 옷을 입혀주며 잔소리.

 

최상궁 : 오늘 바람이 찬데. 웬만하면 다른 날을 잡으시지. 어찌 그리 고집이십니까.

노국 : 마음이 가만있지가 않는다. 뭐라도 해야지 노심초사 정신이 자꾸 헤메 다닌다.

최상궁 : (웃는) 알겠습니다. 어여 다녀오시게 뫼시겠습니다. 

          그래도 혹여 모르니 장어의도 동행하라 이르고..

노국 : 최상궁.

최상궁 : 예 마마.

노국 : 조용히. 단출하게 다녀오고 싶네.

 

 

#60. 곤성전 회랑

 

노국과 최상궁. 무각시 두명 정도가 걸어오고 있다.

노국은 생각에 잠겨있다.

 

 

#61. 법당

 

불상이 보인다. 그 주변에 법당임을 알만한 것들. 향로.. 탱화 등등.

최상궁이 재빨리 방석을 정리해준다. 돌아보면 거기 서있는 노국.

최상궁이 조용히 물러나준다. 노국이 불상 앞에서 절을 한다.

// 이만치 나오는 최상궁. 거기 문 앞에 지켜선 무각시들에게 낮게..

 

최상궁 : 지금부터 이쪽에는 아무도 들이지 말고. 스님도 우리가 아는 분 외엔 드시지 못하게 하고.

무각시들 : 예.

최상궁 : (괜히 벙싯해지며) 공주님이 되실지.. 왕자님이 되실지.. 

          에이구.. 두분이 그리 훤칠하시고 고우신데 그 아기씨는 또 을매나 아릿다우실까.

 

혼자 좋다가 몸을 돌려 안을 보는 순간. 굳는다.

후다닥 안으로 들어와 보지만 노국의 모습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뒤에 무각시들도 뛰어 들어온다. 미친 듯이 주위를 찾지만 없다.

 

 

#62. 절 내부 복도

 

노국이 혼자 걸어가고 있다.

저 앞에 보이는 열려있는 문. 노국이 그리로 들어간다.

 

 

#63. 방 내부

 

노국이 들어선다. 둘러보면 빈 방이다.

 

노국 : 단사관의 친서를 받고 왔다. (아무래도 이상하다. 주위를 둘러본다. 원나라 말로)

- 자막 나는 위왕의 딸 보탑실리다. 내 어머니의 전갈을 가져 왔다는 자는 어디 있는가.


그러나 아무 반응이 없다.

노국이 뒤돌아선다. 도로 나가려는데 콰앙 닫히는 문. 달려가 문을 열려고 하지만 꿈쩍도 하지 않는다.

노국이 놀라 사방을 둘러본다. 나갈 곳이 없다.

 

 

#64. 길 / 낮

 

은수와 최영이 달리고 있다. 최영은 은수의 손을 잡아끌면서 달린다.

최영이 뒤를 돌아본다. 사냥꾼 차림의 사내가 세명 정도 쫓아오고 있다.

 

 

#65. 암자 뒤 / 낮

 

은수의 손을 끌고 온 최영이 은수를 암자 뒤로 밀어 넣고는.

 

최영 : 여기 꼼짝 말고 있어요.

은수 : (뛰어오느라 헉헉대며) 꼼짝하기도 싫어요

 

최영이 달려오느라 흩어진 은수의 머리칼을 쓸어 넘겨주더니 밖으로 달려 나간다.

은수 귀를 기울여 본다. 저 멀리 어디에선가 칼 부딪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은수가 슬그머니 구석에서 나오려다가 아야. 옆의 나뭇가지. 혹은 널판 조각에 머리칼이 걸린다.

머리칼을 뽑아내다가 머리 장신구가 떨어진다.

머리를 아파하면서 장신구를 찾는다. 바닥에 떨어진 장신구를 주우려다가 오히려 발길에 차이는 바람에

장신구가 옆으로 또르르 구르더니 그 옆의 돌 사이 구멍에 빠져버린다. 

(이 구멍은 백년은 충분히 넘게 있었음직한?)

단념할까 하다가 구멍에 손을 집어넣는다. 더듬다가 무엇을 만졌는지 멈춘다.

잠시후 손을 꺼낸다. 장신구가 집혀져 나왔다.

은수. 굳어서 있다가 (방금 집은 것의 감촉이 믿겨지지 않아서) 다시 손을 구멍에 집어넣는다.

잠시 후 꺼낸 것. 그것은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필름통이다.

그 안에는 종이(다이어리 속지와 같은) 두장 정도가 꼭꼭 접혀져 들어있다.

은수 다시 한번 필름통을 돌려서 확인해본다. 틀림없는 플라스틱 필름통이다.

은수 다리 맥이 빠져서.. 더듬더듬 벽을 짚으며 걸어간다. (거리 차이가 필요합니다)

그러다가 결국 주저앉는다. 필름통을 잡은 손이 덜덜 떨리고 있다.

통의 뚜껑을 열어본다. 잘 열리지가 않는다. 힘을 준다 안된다.

울 것같은 심정으로, 미칠 것 같은 심정으로 이빨로 뜯기도 하면서 힘을 준다.

드디어 열린다. 조심스레 들어내는 뚜껑. 그리고 그 안의 것을 조심조심 꺼낸다.

몇 번이고 접고 접은 종이 두장. 다이어리 속지와 같은 재질.

플라스틱 안이라 조금 나아보이는 보존상태.

그러나 역시 백년의 세월에 가장자리는 부스러지고. 늘러 붙어있다.

은수가 조심조심 종이를 펼쳐본다.

 

 

#66. 암자 근처

 

은신물 뒤에 숨어서 활을 겨누고 있는 마지막 사냥꾼. 저 앞에 최영이 가로질러 달려간다.

화살을 팽팽이 당겼는데 이제 최영이 보이지 않는다.

그를 찾아서 화살을 겨눈 채 조심스럽게 이쪽 저쪽을 본다.

순간 뒤에서 들리는 바스락 소리.

사냥꾼이 미처 화살의 방향을 뒤로 돌리기 전에 뒤에서 나타난 최영이 그를 벤다.

 

 

#67. 암자 뒤

 

돌아서 오던 최영이 놀란다.

거기 주저앉아있는 은수. 두 손으로 뭔가를 움켜쥐고 넋이 나간 표정으로.

(은수는 여기서 너무 멘붕은 아닙니다. 이제 드디어 의심했던 시간의 논리를 확인한 상태.

다만 글의 내용 때문에 놀라고 있습니다)

최영이 놀라서 달려가 쭈그려 앉으며 은수를 잡아.

 

최영 : 왜 그래요? 임자. 이봐.

 

은수, 그제야 최영을 본다. 생각으로 터질 거 같은 상태여서 멍하다.

그 손에 들고 있는 필름통. 저도 모르게 감싸 숨긴다. (이미 내용은 읽고 다시 넣어두었다 하고)

 

최영 : 무슨 일이야. 누가 왔었어요?

은수 : 아니.

최영 : 근데 얼굴이 왜 그래.

은수 : (심호흡을 하려고 애쓰는)

최영 : 어디 아픈 겁니까?

은수 : 그냥.. 나 좀 안아줘요.

 

최영이 이상해서 은수의 옆에 주저앉으며 끌어안아준다.

그 품에 안겨서 옆을 돌아보는 은수. 거기 필름통을 꺼낸 구멍이 저만치 보인다.

그리고 천천히 화면의 오른쪽 구석에서 들어서는 과거로 간 은수.

(꿈의 1.2에 나왔던 머리모양. 복장에 삿갓. 지팡이. 오래 여행을 다니는 옷차림)

(과거로 간 은수 부분은 모노톤으로 처리를 하든가. 

아니면 반투명하게 처리를 해서 현재와 구별하고 싶습니다.

둘이 함께 나오는 장면도 현재쪽 화면은 칼라로. 과거쪽 화면은 모노톤으로)

과거로 간 은수가 서서 주위를 둘러본다. 아까 현재의 은수가 머리칼이 걸렸던 지점으로 가 선다.

기억을 더듬으며 자기 머리칼이 당겨졌던 상황을 손으로 되새겨보고..

머리핀이 떨어지고 땅을 굴러갔던 기억을 재연해보며 더듬는다. 그러다 구멍을 발견한다.

무릎을 꿇고 앉아서 구멍을 다시 살피고. 소매 품에서 필름통을 꺼낸다.

필름통을 두손으로 잡아 눈을 감고 기도하는 듯. 입맞춰주고. 구멍에 집어넣는다.

 

은수나레이션 : 여기 숨긴 이 글을 읽어줄 사람은 아무래도 은수 너겠지?

                     이 글을 읽는다는 것은 지금 그 사람과 함께 있다는 얘기겠지?

 

화면이 뒤로 빠지면 이제 화면 이쪽에는 과거로 간 은수가. 다른 쪽에는 현재의 은수가 보인다.

현재의 은수는 최영의 품에 안긴 채.

최영이 은수를 안아 가만가만 흔들어주며 물어보고 있다. 대체 왜 이래요. 무슨 일인데.

은수는 그저 고개를 젓는다. 시선이 다시 구멍 쪽으로 간다.

 

은수나레 : 그 날의 모든 순간들을 기억해.

             나를 보아주던 그 사람의 정직한 눈빛. 그의 따스한 가슴. 그래. 은수야. 난 미래의 너야.

 

과거로 간 은수와 지금의 은수가 한 화면의 양쪽에 자리하고 있다.

과거로 간 은수는 혼자 쓸쓸이 일어서서 하늘을 본다.

지금의 은수는 최영의 품에 안긴 채.

물론 서로는 보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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