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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20

작성자수다쟁이|작성시간13.02.21|조회수1,947 목록 댓글 3

[신의] 20

 

 

 

 

 

 

 

 

 

 

#1. 암자 뒤 / 낮 (모노톤)

 

과거로 간 은수가 암자의 뒤로 돌아서 들어온다. (이것은 19부의 앤드 부분과는 따로, 단독으로 찍어주시길)

과거로 간 은수가 서서 주위를 둘러본다.

 

은수나레 : 나는 그 사람과 함께 했던 길들을 다시 걷고 있어. 그래. 이곳도 기억해. 그 날의 모든 순간들을 기억해.

 

아까 현재의 은수가 머리칼이 걸렸던 지점으로 가 선다.

기억을 더듬으며 자기 머리칼이 당겨졌던 상황을 손으로 되새겨보고..

머리핀이 떨어지고 땅을 굴러갔던 기억을 재연해보며 더듬는다.

그러다 구멍을 발견한다. 무릎을 꿇고 앉아서 구멍을 다시 살피고.

소매 품에서 필름통을 꺼낸다.

필름통을 두손으로 잡아 눈을 감고 기도하는 듯. 입맞춰주고. 구멍에 집어넣는다.

 

은수나레 : 여기라면 백년 뒤의 네가 발견해줄 수 있을까?

               그런 기적을 믿을 수는 없지만. 그래도 소망이 남아서 이렇게 후회를 남겨.

 

 

#2. 산길 (모노톤)

 

과거로 간 은수가 혼자 걸어오고 있다. 지팡이를 짚으며 오랜 여행에 익숙해진 걸음으로.

 

은수나레 : 수백번 다시 생각해봤어. 그 날 우리가 궁으로 돌아갔으면 어땠을까.

               그럼 우리의 공주님은 살 수 있었고 우리의 임금님도 무너지지 않을 수 있었을까.

 

 

#3. 시냇가 길 (모노톤)

 

걸어온 은수가 시냇가에 앉아 손으로 물을 떠 마신다.

 

은수나레 : 그래서 그 모든 것을 안고 마음이 죽어가던 그 사람을 지켜보지 않아도 되었을까.

 

은수가 주위를 둘러본다. 예전에 최영과 지났던 길이라서 추억으로.

 

은수나레 : 다시 그 날로 돌아갈 수 있다면. 다시 그 사람을 안고 그 사람의 웃는 눈을 볼 수만 있다면.

               단 하루라도 그럴 수 있다면.

 

은수가 지팡이를 짚으며 일어선다. 먼데를 본다.

 

은수나레 : 나처럼 도망치지 마. 은수야. 비록 그것이 너의 마지막 날이 되더라도.

 

 

#4. 암자 뒤

 

돌아서 오던 최영이 놀란다.

거기 주저앉아있는 은수. 두 손으로 뭔가를 움켜쥐고 넋이 나간 표정으로.

최영이 놀라서 달려가 쭈그려 앉으며 은수를 잡아.

 

최영 : 왜 그래요? 임자. 이봐.

 

은수, 그제야 최영을 본다. 생각으로 터질 거 같은 상태여서 멍하다.

그 손에 들고 있는 필름통. 저도 모르게 감싸 숨긴다.

 

최영 : 무슨 일이야. 누가 왔었어요?

은수 : 아니.

최영 : 근데 얼굴이 왜 그래.

은수 : (심호흡을 하려고 애쓰는)

최영 : 어디 아픈 겁니까?

은수 : 그냥.. 나 좀 안아줘요.

 

최영이 이상해서 은수의 옆에 주저앉으며 끌어안아준다.

그 품에 안겨서 옆을 돌아보는 은수. 거기 필름통을 꺼낸 구멍이 저만치 보인다.

 

최영 : (은수의 얼굴을 살피며) 대체 왜 이래요.

은수 : (고개를 젓는다)

최영 : 말을 해야 알지.

은수 : 저기요.

최영 : 예에.

은수 : (고개를 들어 보더니) 만약에요. 지금 우리 임금님하고 왕비님한테 무슨 일이 있다면..

최영 : .. 뭔 얘깁니까.

은수 : 당신, 없는 새 뭔 일 있다면 당신 괜찮겠어요?

최영 : (덜컥 긴장해서) 무슨 얘길 들은 거야. 누구한테.

 

은수. 그렇게 덜컥 겁을 내는 최영을 보다가 그 볼을 감싸주며.

 

은수 : 이 사람 어쩌냐..

 

 

#5. 시냇가길 (아까 과거로 간 은수가 지나갔던 곳)

 

은수가 부지런히 걸어오고 있다. 자기 보따리를 메고 있다.

최영이 그 뒤를 쫓으며.

 

최영 : 그게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립니까.

은수 : 돌아가야겠다구요. 임금님하고 왕비님한테.

최영 : (잡아채어 멈추게 하고) 그새 잊었습니까? 의원이란 분이 머리가 왜 그래요?

         우린 지금 도망 중이고. 하늘문으로 가는 중이고. 지금 다시 궁으로 돌아가면 임자 ..어떻게 될지 모르는데..

은수 : 그건 일단 가면서 생각하구. (또 가려는데)

최영 : (잡아 세우며) 설명해봐요. 알아듣게.

은수 : .. (대충) 하늘에서 나한테 편지를 보냈어요.

최영 : 알아듣게.

은수 : .. (보는)

최영 : 해봐요.

은수 : (주섬주섬 필름통을 꺼내 보여준다)

 

최영 받아들어 본다. 백년간의 이끼를 벗겨내고 처음 보는 재질. 햇볕에 비추어 본다.

 

최영 : 이 안에 있는 것도 하늘의 수첩 같은 겁니까?

은수 : 네.

최영 : 내용은?

은수 : 지금 궁에 돌아가면 왕비님을 구할 수 있을지 모른다.

최영 : 이걸..

은수 : 암자 뒤 구멍 속에서 꺼냈어요.

최영 : (보는)

은수 : (노려보는) 안 믿는 거에요?

최영 : 믿습니다. 임자가 말하니까.

 

최영이 통을 은수에게 돌려준다.

 

최영 : 갑시다.

은수 : (반색) 궁으로?

최영 : 먼저 가까운 마을로 가겠습니다. 궁 쪽에 무슨 소식이 없는지 알아보고, 수배사냥꾼들을 떨궈 낼 방법도 찾아보고.

         그 다음에 결정하겠습니다.

 

대답하려던 은수가 콜록콜록 기침을 한다.

최영이 은수를 밀어 시냇가로 간다. 앉혀서 물을 마시게 한다.

아까 과거로 간 은수가 물 마시던 장소다.

최영이 은수의 이마에 손을 대본다.

 

최영 : 열이 나는 건 아닙니까?

은수 : (손을 들어 최영의 이마를 먼저 만져보고 자기 이마를 만져보고 고개를 젓는다. 괜찮다고)

 

최영이 은수를 일으켜 그 보따리를 가져가 자기가 메더니 어깨를 밀어 간다.

그들이 떠난 자리. 이제 비어있다.

 

 

#6. 궁 회랑

 

공민왕이 달리듯 온다. 충석이 반대쪽에서 달려와 맞이한다.

 

공민 : 어찌 되었는가.

충석 : 개경 전체를 금군들까지 죄다 풀어서 뒤지고 있습니다.

공민 : 그런데.

충석 : 아무 흔적도 찾을 수가 없습니다.

 

 

#7. 절

 

절 내부를 최상궁과 무각시들이 미친 듯이 뒤지고 있다.

 

충석소리 : 왕비마마께서 사라지신 대전 주변도 이잡듯이 뒤지고 있습니다만. 도무지..

 

 

#8. 궁 회랑

 

공민왕이 충석을 밀어제치며 무작정 걸어간다.

 

공민 : 내가 가봐야겠다. 내가 직접 찾을 것이다.

도치 : (따라 붙으며) 전하께선 궁을 지키셔야 합니다. 그래야 보고를 받으실 수가 있습니다.

공민 : 비켜라. 걸리적거리지 말라 하지 않느냐.

 

버럭 소리지르다가 겨우 멈췄다.

 

충석 : 전하께선 명을 내려주셔야 합니다.

 

공민이 거친 숨을 내쉬며 주위를 둘러본다. 간신이 누른다.

 

 

#9. 공민 집무실

 

들어서며 명을 내리고 있는 공민.

 

공민 : 수리방 쪽에도 요청을 해라. 저자거리 뒷골목은 그 자들이 더 잘 알 것이니.

         그리고.. 응양군의 지휘관을 오라해. 내가 따로 지시할 것이 있어.

 

공민의 지시가 내려질 때마다 우달치 하나가 달려나가고 내관이 달려 나간다.

 

공민 : 그리고.. 또.. (머리가 막막하다. 책상을 짚고 서서) 부장.

충석 : 예.

공민 : 왕비.. 그 사람. 몸이 안 좋네. 날도 찬데.. 어디서 어찌하고 있는지.

충석 : 허락하시면 신도 바로 나가서 수색에 참여..

공민 : 대장은 소식이 없는가.

충석 : 없습니다.

공민 : .. 내가 벌을 받는다.

충석 : 전하..

공민 : 내가 최영 그 사람의 마음을 항상 외면하였더니 오늘 이렇게 벌을 받아.

         (울음을 참고 있다) 의선의 안전을 지켜달라고. 그 목숨을 구해달라고 청해올 때마다

         이런 마음이었구나. 이렇게 애가 탔구나.. 이제야 아네.

 

충석. 뭐라 말을 못하는데 도치가 다가와서.

 

도치 : 최상궁이 드릴 말씀이 있다 합니다.

 

공민이 돌아본다.

최상궁이 총총이 들어오더니 공민의 앞 바닥에 엎드려 머리를 조아린다.

 

최상궁 : 왕비마마를 지키지 못하였습니다. 죽음으로도 갚지 못할 죄를 저질렀습니다.

공민 : (책상을 총총 돌아 다가오며) 그래서. 해 줄 말이 무엇인데..

최상궁 : (편지..노국이 받았던..를 두손으로 받들어 올리며) 이 친서를 왕비마마 침소에서 발견하였습니다.

공민 : (받아채가서 열어보는)

최상궁 : 친서를 배달한 나인을 취조하였으나 누구에게 전달받았는지 기억을 하지 못했습니다.

공민 : 여기 찍힌 인장은 단사관의 것이 아닌가.

최상궁 : 확인하였습니다. 그렇습니다.

공민 : 내용이.. (읽는데 성이 오르고 있다) 부장.

충석 : 예 전하.

공민 : (상체를 바로 세우며) 금군 100명을 주겠네. 부장은 그들과 함께 영빈관을 수색하게.

충석 : 영빈관입니까. 거긴 원나라 사신들이 머무는 곳인데..

공민 : 백명이 부족하면 이백을 더 주지. 단사관의 거처. 특히 덕흥군의 거처를 샅샅이 뒤져봐야 할 것이야.

 

 

#10. 영빈관 복도

 

덕흥이 방에서 나오다가 멈춘다. 거기 우루루 들어오는 우달치들.

맨 앞장서 들어오는 충석과 돌배. 그 뒤를 따르는 금군들.

 

충석 : 실례하겠습니다.

 

대답도 듣지 않고 방으로들 들어간다.

덕흥이 어이없어 방 쪽으로 움직이는데 그 양 옆을 막아서는 덕만과 점오.

 

 

#11. 단사관 거처

 

책상 앞에 앉아서 일을 하던 손유가 고개를 들어 본다.

문 밖에서 어지러운 발소리들이 다가오더니 문이 벌컥 열린다.

충석과 돌배가 손유에게 고개를 숙여 절을 하더니.

 

충석 : 주상전하의 명을 받들어 수색중입니다. 협조를 부탁드리겠습니다.

손유 : (불쾌함을 누르고) 원나라 단사관의 권한으로 거절하겠네.

충석 : 거절은 용납지 말라는 명이셨습니다. 또한 전하께서 단사관 나으리를 직접 모시고 오라 하셨습니다. 돌배.

돌배 : 예.

충석 : 궁까지 모시도록.

 

하더니 들어온다. 다른 우달치들도 우루루 들어와 방의 이곳저곳을 뒤지기 시작한다.

돌배가 손유의 옆까지 다가오더니 기다린다.

 

돌배 : 모시겠습니다.

 

손유가 할 수 없이 들고 있던 붓을 붓걸이에 놓는데.

다가온 덕만이 손유가 사용하던 종이를 몇장 압수하며.

 

덕만 : 증거로 몇점 가져가겠습니다.

 

하더니 인장통도 집어간다.

손유. 심히 불쾌해지는데. 옆에 붙어선 돌배가.

 

돌배 : 가시죠.

 

 

#12. 밀실

 

아무 장식이 없고 창문도 없는 작은 방. 벽에 붙여 간단한 침상 하나만 있다.

거기 늘어져 혼절한 듯 잠들어있는 노국. 침상 밖으로 축 늘어져 있는 손.

 

 

#13. 길 / 낮

 

은수가 이만치에 기대 서 있다.

은수에게서 보이는 저 쪽. 최영이 보부상으로 보이는 둘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뭔가 못마땅한 얼굴로 말하는 최영의 얼굴이 보인다.

그 표정 하나하나를 보고 있는 은수. 불쑥 들리는 편지 속의 음성.

 

은수나레 : 도망치지 마. 은수야..

 

은수가 떨치려는 듯 고개를 젓는다.

최영이 이쪽을 본다. 사이사이 은수 쪽을 살피는 중.

은수가 괜히 웃어 보인다. 최영이 안심하고 다시 보부상들과 얘기.

은수, 다시 불안해진다.

 

은수나레 : 비록 그것이 너의 마지막 날이 되더라도.

 

후우.. 얼굴을 부빈다.

최영이 이쪽으로 온다. 은수는 계속 최영을 보고 있다.

 

최영 : 전쟁이 일어날 거 같다.. 그 정도 말고는 별 얘기 없습니다. 가던 길 계속 가죠.

은수 : (최영의 얼굴을 보면서 마음의 정리를 했다)

최영 : 안가요?

은수 : 나 혼자 하늘문 찾아갈 거니까 당신은 궁에 좀 가봐라 그러면 안 갈 거죠.

최영 : 말이라고 합니까?

은수 : 그럼 나하구 같이 돌아가자구 하면. 아직 시간 남았으니까 우선 돌아가서..

최영 : (슬슬 화가 나기 시작한다) 같은 말을 왜 몇 번씩 합니까?

은수 : 그럼 내가 어떻게 하면 당신 돌아갈 건데.

최영 : (말하기 싫어진다)

은수 : 화를 내면 되나? 그럼 내가 화내봐요?

최영 : 금방 날이 저뭅니다. 그만 가죠. (돌아서려는데)

은수 : 왜 그렇게 보채요. 그렇게 보내는 게 급한가?

최영 : .. 뭐요?

은수 : 맨날 그러잖아요. 보내드리겠습니다. 내가 꼭 보내줄 거니까.

최영 : (뭐? 싶은)

은수 : 그냥 빨리 보내버렸음 좋겠어요?

최영 : 이봐요.

은수 : 그러구 말하는 거 봐. 무사가 검을 쓰는데 망설임이 생겨서 뭐.. 어쩐다구요? 그런 말 들으면 내 맘은 어떤데.

         (말하다보니 진짜 화가 나기 시작하는) 뭐야. 나 때문이야? 나 때문에 무사인 이 사람, 망가진 거야?

         그래서 임금님한테서 떠난다는 거야? 그럼 난 뭐가 돼.

최영 : (말이 안나온다. 여자하고 말싸움은 해본 적이 별로 없다)

은수 : 말루만 지켜준대. 그게 뭐가 지켜주는 거냐구. 내 목숨 말구 내 마음도 지켜줘야지.

최영 : 그래서 내가.. (말 좀 해보려 했지만)

은수 : 진짜 내 팔자가 뭐 이러냐. 정말 좋아하는 사람이 이제 겨우 생겼는데

         이건 뭐 나 때문에 옥에 갇히질 않나. 이젠 무사도 그만 둔대. 다른 건 할 줄 아는 거 한개도 없으면서.

최영 : .. 그래서.

은수 : 돌아가자구요.

 

최영이 본다. 은수가 노려보고 있다.

 

최영 : 그대로 있어요.


하더니 다음 순간 순식간에 빼어든 칼을 옆으로 뻗쳐 찌른다.

거기 공격해오던 어린 청년 사냥꾼이 아아.. 비명을 지르며 칼을 놓친다.

최영이 청년의 놓친 칼을 걷어차서 멀리 보내고.

은수에게 성큼 다가와 얼굴을 가까이 보면 한번 더 다짐.

 

최영 : 어디 갈 생각, 하지도 말고. 여기.

 

하더니 옆으로 달려간다.

은수가, 베인 팔을 부여잡고 주저앉은 청년을 본다. 계속 화가 남아서 투덜투덜.

 

은수 : 사람을 벨려면 얼굴이나 좀 보고 베든가. (보따리를 내려 풀면서) 너 몇 살이세요. 스무살 안 넘었지? (다가서자)

청년 : (방어자세를 취하는데)

은수 : (별로 놀라지도 않으면서) 그 사람이 놔두고 간 거 보니까 날 해칠 사람은 아닌 모양이네.

         그 상처 치료해줄라 그러니까 소매 좀 걷어봐요. (하며 보따리에서 익숙하게 붕대와 자기약들을 꺼내는)

         그 놈의 편지, 뭐야 도대체. 어우 진짜.

 

청년이 벙해서 은수를 본다.

은수는 속상해서 치료 준비를 하고 있다.

 

 

#14. 근처 일각

 

칼을 빼든 채 달려온 최영이 선다.

 

최영 : 여기서 하지. 저분 안 보는데서.

 

앞에서 모습을 나타내는 마부.

 

최영 : 그냥 돌아가면 안되겠나. 내가 지금 싸울 정신이 아닌데.

 

공격해오는 마부. 최영이 방심하고 있다가 뒤로 밀린다. 간신이 맞받아 치고. 떨어지고.

(이하는 무술 감독님. 고수간의 대결로 잘 만들어주세요. 둘의 실력은 비등한 느낌. 급한 시간에 부탁합니다)

 

최영 : (벌컥 화를 폭발하는 느낌으로 싸우며)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마부. 좀 이상하지만 다시 공격해온다. 합이 오가고.

최영이 또 벌컥 화를 내듯이 밀쳐내고는.

 

최영 : 너두 나만큼 많이 죽여 온 놈 같은데. 안 지겹냐. 베구. 또 베구.

 

다시 공격해오는 마부. 공방 중에.

 

최영 : 언젠가 그분이 그러더라.

 

말하는 와중에 어깨를 베인다. 피가 튄다.

그러나 다음 순간 최영의 검에 마부의 검이 놓쳐지며 나른다.

다음 순간 뻗쳐낸 최영의 검이 마부의 목에 닿는다.

 

최영 : 그냥 내빼면 안되냐구 .. 안되나?

 

잠시의 대치 후. 최영이 칼을 거두며 뒤로 물러선다. 칼을 늘어뜨린 채 본다.

마부가 천천히 움직여 떨어진 검을 주워들고 자리를 뜬다.

그제야 최영이 자기 손에 들려져 있는 검을 들어본다. 새삼스럽게 보다가 검집에 넣는다.

 

 

#15. 아까의 길 가

 

은수가 나무에 기대 서서 기다리다가 돌아본다. 치료 받은 사냥꾼은 가버렸는지 없고.

최영이 오고 있다. 오더니 은수의 앞에 바로 선다.

은수가 습관처럼 다친 데가 없는지 훑다가 어깨의 상처를 봤다.

 

은수 : 또 다쳐왔네. (보따리를 내리려는데)

최영 : (그 손을 잡아 멈추게 하고 보는)

은수 : (보면)

최영 : 내가 궁으로 갈 때까지 계속 그렇게 화를 낼 겁니까?

은수 : 난 걱정을 하면 화가 나요.

최영 : 알겠습니다.

은수 : 돌아갈 거에요?

최영 : 가서.. 알아보겠습니다. 두분 무사하신지.

은수 : (끄덕이고 최영을 본다. 이제 마지막인가 생각에)

최영 : 지금 무슨 생각하는지 알겠는데.

은수 : 뭐.

최영 : 혼자는 못 보냅니다.

은수 : 그럼.. 같이 돌아가지 뭐.

최영 : 원나라 사신. 임자를 원에 데려가려는 게 아닙니다. 공개처형 시키고 싶어해요.

은수 : ... 그랬구나.

최영 : 그래도 같이 돌아가겠다구?

은수 : (최영을 보는데 스치는 소리)

은수나레 : 비록 그것이 너의 마지막 날이 되더라도.

은수 : (대답한다) 좋아요.

최영 : 임자 잡히게 하지 않을 겁니다.

은수 : .. 알아요.

 

은수가 웃고 끄덕이더니 최영의 다친 어깨를 살펴본다.

그러는 은수를 최영이 본다. 최영도 뭔가 불안하다.

 

 

#16. 도당회의실

 

공민이 자신이 직접 걸어가서 손유의 탁자 위에 소리나게 내려놓는 것.

노국이 받았던 친서이다.

 

공민 : 보세요.

손유 : (친서를 펼쳐 읽어보더니 찡그린다)

공민 : 이게 어찌 된 겁니까.

손유 : 인장은 제 것이 맞습니다

공민 : 헌데.

손유 : 제 글씨가 아닙니다.

공민 : 단사관의 이름으로 내 왕비에게 친서가 왔어요. 긴히 할말이 있다. 모친의 전갈이다.

         미끼를 던지고. 불러내서 납치를 했어. 어디로 데려 갔나. 지금 그 사람 어디에 있어.

 

말을 할수록 격앙되는 공민. 뒤에서 도치와 충석이 불안해서 보고 있다.

 

손유 : 전하. 왕비마마는 원나라의 공주님. 제가 어째서 그런 짓을 하겠습니까.

공민 : (탁자를 치며) 당장. 그 사람을 내가 봐야겠다고! 그러니 어디 있는지만 말하라는 거 아닌가. (자제가 안되고 있는)

손유 : (그런 공민을 차갑게 보는)

공민 : 이 자를 포박하라. 이 자를 잡아넣어서 주리를 틀어서라도 대답을 들어야겠다. 뭣들 하는 게야.

도치 : 전하. (쩔쩔매는) 부디.. 이 분은 단사관이십니다.

 

 

#17. 영빈관 복도

 

덕흥이 걸어온다. 언제나처럼 온화한 얼굴.

 

 

#18. 단사관의 거처

 

들어서는 덕흥.

책상 앞에 앉아있는 손유. 조용히 본다.

 

덕흥 : 궁에 다녀오셨다고.

손유 : 주상전하를 만나 뵙고 왔습니다.

덕흥 : 우리 조카님은 괜찮으신가. 왕비마마께서 실종이 되셨다니 그 얼마나 상심이 크실지..

         두 분의 금슬이 참으로 남달랐다 하시던데.

손유 : 제 인장을 쓰셨습니까.

덕흥 : .. 내가.

손유 : 제 인장을 사용하여 가짜 서찰을 만들어 왕비님을 불러내셨습니까.

덕흥 : ...

손유 : (보는)

덕흥 : (미소) 내가 왜 그런 짓을 하겠소. 단사관이 내건 조건, 원의 옥새와 의선의 처형을 내 놓아야 하는 게 바로 내일.

         어차피 주상은 그 조건을 충족치 못할 것인데.

손유 : 신이 맡은 바 임무는 되도록 전쟁에 이르는 일이 없이 고려국을 접수하는 일입니다.

덕흥 : 알지요.

손유 : 헌데 원의 공주님께서 무슨 일이라도 당하신다면 그 부친되시는 위왕께서 가만있지는 않을 터.

         허니 누가 한 짓이든 왕비마마는 무사하셔야 할 것입니다.

덕흥 : ... 설마 무슨 험한 일이야 있겠소. 무사하실 거요.

 

덕흥이 무고한 얼굴로 손유를 본다.

 

 

#19. 밀실

 

노국이 간신이 일어나 앉는다.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다. (수면약을 먹었다는 설정)

방안을 둘러본다. 비틀거리며 일어나 문 쪽으로 간다. 문 앞까지 다 걸어가지 못해서 주저앉는다.

앉는 걸음으로 억지로 문에 다다라 밀어보지만 잠겨있다.

두리번거리다 돌아보면 거기 작은 탁자 위에 물병과 잔이 있다.

간신이 그곳에 이르러 물을 따라 마신다. 바들바들 떨리는 손으로 물을 마시는데.

그 물에 또 수면제가 들어있다는 설정.

 

 

#20. 궁 누각 근처

 

공민이 안절부절 헤메 다니고 있다.

 

공민 : 이 사람 벌써 개경에 없을지도 모른다. 이미 멀리 끌려갔을지도 몰라.

최상궁 : 개경 안팎을 전군이 뒤지고 있습니다. 마마께서 모습을 감추신 즉시 발동된 수비진이니

            결코 빠져나가지는 못했을 것입니다.

공민 : 아니다. 모르는 일이야. 지방군에도 일러서 전국의 모든 길. 모든 집을 뒤지고.. (하다가 멈춘다)

 

최상궁과 충석 등이 걱정되어 보는..

 

공민 : 그래도 찾을 수 없다면.. 그러다 너무 늦어버리면.. (천천히 몸을 돌리더니) 덕흥군을 불러주게.

도치 : 그리하겠습니다. (움직여가는)

최상궁 : 전하.

공민 : 처음부터 알고 있었지 않은가. 그런 짓을 할 자는 그 자 밖에 없다는 거. 그 자가 무엇을 요구할지도.

 

최상궁이 걱정 되어 본다.

 

 

#21. 기철의 치료실

 

화로에 탄불이 이글거리고 있다. 그 앞에 모피를 둘러쓰고 앉아서 불을 쬐고 있는 기철.

 

양사 : 의선과 최영 둘이 마지막으로 발견된 것이 동구 쪽이라 합니다.

         그 이후로는 현상꾼들도 종적을 찾을 수가 없다 하는데. 어찌.. 더 기다리시겠습니까.

기철 : 왜 동구이지. 그건 천혈로 가는 길이 아닌데.

천음자 : 현상꾼에 쫓기는 중이니까. 직진만 하긴 어렵지않나.

화수인 : 처음부터 현상꾼들에게 죽이라 한 것이 잘못이지요. 최영이 그 자를 죽일 자가 얼마나 되겠어요.

            그저 소재만 파악해서 알리라 그랬어야지. 그럼 사제하고 내가 가서 처리하면 될 일.

기철 : 아니라면.

화수인 : 뭐가요.

기철 : 덕흥군은 처음부터 의선을 믿지 않았어. 그 자는 의선을 믿는 나를 비웃었지.

천음자 : 솔직히 사형. 나도 못 믿수.

기철 : (불끈)

화수인 : 사형의 새 장난감이라고만 여겼지. 헌데.. 이번엔 좀 심했어요.

기철 : (음울하게 그들을 둘러보는)

양사 : 소인은 처음부터.. 수십번 충언을 올렸습니다.

기철 : ... 믿지 않았는데 그러다 사실이면. 그래서 하늘세상을 놓치면. 그 억울함은.

천음자 : (한숨 쉬고 일어나) 우리가 쫓아가봐요? 사형이 맞다면 그들이 갈 곳은 하나. 하늘문 뿐이잖우.

화수인 : 당연하지. 원나라 사신이 죽이겠다고 기다리는데. 하늘문 열린다며. 당연 글루 도망가야지. 하늘사람이래매.

기철 : 아니라면. 그것들이 간 곳이 하늘문이 아니라면.

화수인 : 그럼 다 속았단 얘기지 머.

 

 

#22. 저자거리 / 밤

 

지호와 시울이 총총 달려온다. 주위를 둘러보고 아무도 없음을 확인하고 뒤를 향해 손을 흔들어 보인다.

최영과 은수가 모습을 드러내고 그들을 따라온다.

지호와 시울이 두사람을 위해 앞의 안전을 살피며 안내한다는 설정.

최영이 은수와 오면서 돌아보는 곳. 거기 금군들이 구보로 뛰어 지나가고 있다. (현재 왕비 수색 중)

 

 

#23. 만보네 집 안

 

들어서는 최영과 은수. 안에서 나오던 마마가 하이구.. 해서 보며.

 

마마 : 이 분들이 미쳤구만. 여기가 어디라고 다시 기어들어. 지금 궁 안이고 밖이고 난리가 나서..

은수 : 무슨 일 있어요? 임금님하고 왕비님한테..

마마 : 알고 온 게 아니요?

최영 : 무슨 일인데.

마마 : 왕비님이 납치 되부렀지. 어제 절에 가셨다가 순식간에..

 

최영이 놀라서 은수를 본다.

 

마마 : 그거때매 다시 온 게 아니라고?

거사 : (들어오며) 덕흥이가 궁에 불려 가는데. 이 밤중에.

 

 

#24. 궁 회랑 / 밤

 

덕흥군이 걸어가고 있다. 돌배와 덕만이 양쪽에 딱 붙어서 데려오는 중.

 

 

#25. 공민의 집무실 / 밤

 

충석이 슬쩍 옆의 공민을 본다.

자리에 앉은 공민이 생각에 잠겨있다. 어떻게든 속내를 들키지 않으려고 필사적이다.

문이 열리며 덕흥이 들어온다. 활짝 웃으며 들어선다.

 

덕흥 : 전하. 부르셨습니까

공민 : 단 둘이 얘기하겠다. 다.. 나가주게.

 

충석, 도치 등이 놀랐다.

 

충석 : (공민에게 가까이 낮게) 저 분은 독을 씁니다. 전하. 두분만 있게 놔둘 수가..

공민 : 둘만 있겠다.

 

충석 등이 몹시 마음에 안 들지만 모두 나간다.

덕흥이 미소지어 보며 (덕흥은 언제나 순하고 진심어린 얼굴을 합니다. 악인의 표정은 쓰지 않는 것이 무기입니다)

 

덕흥 : 얼마나 긴밀한 이야기시길래.

공민 : ... 내 왕비.

덕흥 : 소식 들었습니다. 심려가 크실...

공민 : 돌려주세요.

덕흥 : (순진한 얼굴로) 무슨 말씀이십니까.

공민 : 데리고 있잖아요. 돌려주세요.

덕흥 : 전하. 참으로 큰일 날 말씀을 하십니다.

         (정말 안타깝다는 듯) 내 아무리 무도하게 자란 놈이라 하나 어찌 감히 왕비마마를 ... 아닙니다. 전하.

공민 : 내가.. 무엇을 해주면 되겠습니까.

덕흥 : (안타까운 듯 보는) 허어..

공민 : 그 사람. 지금 몸이 많이 허약해져 있습니다. 어의 말이 놀라도 안 되고, 잘못된 것을 먹어도 안 되고.

         (말하다보니 울컥하는 것 삼키고) 그러니 어차피 해야 될 거래. 어서 시작해 주세요.

덕흥 : (한숨 쉬더니) 누가 그런 짓을 했는지는 모르겠으나 만약에 했다면.

공민 : 말씀하세요.

덕흥 : 굳이 따로 거래를 하진 않을 겁니다.

         자신이 왕비를 해하였다는 것을 알릴 수 없음이 그 첫째. 원의 공주이신 왕비를 지키지 못한 전하가 그 둘째.

         이 두 번째 내용은 멀리 원나라에 이를 때 쯤이면

         원나라 출신 왕비를 구박하다가 아예 제거해버린 왕으로 전해질 수도 있지요. 그러한 선례도 있구요.

 

탁자를 짚은 공민의 손이 걷잡을 수 없이 떨리고 있다.

 

공민 : 거래가 필요없다는 것은 살려두지 않겠다는 말입니까?

덕흥 : 저는 모릅니다. 당사자가 아니니까. 추측을 할 뿐.

공민 : (어쩔 수 없이 고이는 눈물) 왕위를 갖고 싶으세요? 가져가세요.

덕흥 : (미소 지어 보는) 전하.

공민 : 다만.. 이 나라. 고려만은 남겨주세요. 숙부도 이 나라 사람이니까.. 그러니까..

덕흥 : (답답하다는 듯) 이 나라야 그냥 있겠지요. 이름이 좀 바뀔 뿐. 고려가 되었다가 원나라가 되었다가..

공민 : (울지 못해 웃는다) 숙부에겐 나라가 그런 겁니까?

덕흥 : 뭐가 다릅니까?

공민 : 그런 분에게 왕 자리를 내주겠다 하는군요. 내가.

         그런 분에게 이리 애걸합니다. 어찌하면.. 어찌해야.. 그 사람을 살려주겠습니까.

 

가슴 속에서 우는 공민을 덕흥이 안타까운 듯 보고만 있다.

 

 

#26. 마을길 / 밤

 

횃불을 든 금군들이 집집마다 뒤지며 다니고 있다. 어느 집에서 뛰어나오는 금군 몇 명이 소리질러 보고한다.

 

금군 : 내부 아무 이상 없습니다.

 

 

#27. 오솔 길목 / 밤

 

금군 몇 명이 밤을 지새며 오가는 행인들을 검사하고 있다.

짐수레에 실린 곡식자루를 일일이 찔러보며 검사 중.

 

 

#28. 다리 위 / 밤

 

망토를 뒤집어 쓴 최상궁이 두명의 무각시를 대동하고 급한 걸음으로 오고 있다.

그 옆으로도 몇 명의 금군이 구보로 달려 지나간다.

 

 

#29. 만보네 홀

 

최상궁이 들어서다 보면 홀 내부는 사람들로 북적거리고 있다.

거사 지호 시울 등 기본 만보패 말고도 보부상이며 약장사들이 버글버글한다.

그 중앙에서 최영이 회의를 하고 있다.

 

최영 : 덕흥군 그 놈은 전혀 움직이지 않았단 말이지?

시울 : 내내 따라다녔는데. 영빈관에 콱 박혀서 그냥 있었수.

최영 : 그럼 졸개가 있다는 건데.

 

최상궁이 다른 한쪽을 본다.

거기 은수가 앉아있는데 뭘 생각하는지 혼자서 머리털을 엉클어트리는 중.

 

최영 : 영빈관을 찾아온 놈들 다 기억할 수 있겠냐..

 

하다가 최상궁을 봤다.

 

 

#30. 만보 집 복도

 

최상궁에 끌려나오는 최영. 자리에 서기도 전에.

 

최상궁 : 뭐하러 돌아왔어.

최영 : 의선께서 오자구 하셨어요.

최상궁 : 왜. 죽으시겠다고?

최영 : 어제부터 갑자기 돌아와야 된다구 계속 고집을 피시는 거야. 궁이 위험하다구. 와보니까.. 이러네요.

최상궁 : 하늘분이신건가.

최영 : 전하께선 어찌 버티구 계셔.

최상궁 : 안 좋으시다. 옆에서 뵙기 겁날 정도로 안 좋으셔.

최영 : ...

최상궁 : 가 뵈어야지.

최영 : 난 못 가요.

최상궁 : 내 보기엔 덕흥군 그 자의 무기가 그것인 듯 하다. 사람들의 마음을 가지고 장난치는 것.

은수소리 : 내 생각도 바로 그거에요.

 

돌아보면 머리 헝클어진 은수가 부지런히 다가오며.

 

은수 : 안녕하세요 고모님. 그러니까 이번에 왕비님 납치한 거 덕흥이 그놈일 거란 말이지요?

최상궁 : 다들 짐작은 하고 있으나 증거도 없고. 자칫 잘못 건드렸다가 잡혀계신 왕비님께 해가 될까 노심초사..

은수 : 내가 상대할 방법이 있는데.. 이게 영화같은 데서 자주 나오는 방법인데요..

최영 : (무시하고 최상궁에게) 어제 왕비마마 모시고 절에 갔을 때 같이 갔던 자들 명단 좀 주세요. 나인들까지 전부..

은수 : 지금 왕비님 갇힌 데만 알아내면 되는 거잖아요. 그러니까. 내가 그 자를 만나서.

최영 : 안됩니다.

은수 : 또 시작이야.

최영 : 덕흥군입니다. 상대는.

은수 : 내가 그 자를 좀 안대니까요. 심리쪽이 내 부전공이었다구..

최영 : 임자가 왜 그 자를 아나?

 

최상궁이 벙해서 티격거리는 둘을 번갈아 보다가.

 

최상궁 : 왕비마마께서는

 

둘이 그제야 최상궁을 돌아보면..

 

최상궁 : 회임중이십니다.

은수 : (헛.. 해서) 안되는데.

 

최상궁과 최영이 은수를 본다.

 

최상궁 : 뭐가.. 안됩니까?

은수 : 벌써 그럼 안되는데. 설마..

 

은수가 알고 있는 역사 때문에 머리가 복잡하다.

은수가 아는 지식은 노국은 아이가 없다. 난산으로 죽었다. 정도.

은수가 최영의 옷자락을 잡는다.

 

은수 : 가서 임금님 만나봐요. 왕비님 일이라면 정말로 마음이 무너지는 분이니까 당신이 만나봐요.

         그리고 나, 한번 해볼게. 나 믿는대매요. 응?

 

최영이 불안해서 은수를 본다.

 

 

#31. 밀실

 

노국이 침상에 앉아 정신을 차리려고 애쓰고 있다.

흐트러진 머리를 쓸어 올리고. 조심스레 일어서서 벽을 짚고 걸어본다.

벽을 여기저기 두들겨본다. 벽이라도 뚫고 나가고 싶은 심정.

좀더 두들겨본다. 밖에서 들리려나 해서. 아무런 반응이 없다.

물병이 있는 곳으로 간다. 잔에 물을 따르고 한모금 마시려다가 아.. 떨리는 손으로 잔을 탁자 위에 놓는데

잔이 그대로 떨어져 내린다. 노국이 복통을 느끼며 주저앉는다.

 

 

#32. 궁의 회랑 / 밤

 

충석이 급히 달려나온다.

거기 우뚝 서 있는 최영. 사복 차림이다. 그 옆에 대만이 붙어서서 기분이 좋아 있고.

 

충석 : 대장. 대체 어디 갔다 오셨습니다. 전하께서는 아무것도 묻지 마라 하시고, 다시 올 거다. 그러기만 하시고.

최영 : 전하께선.

충석 : 곤성전에 계십니다.

 

최영, 그 대답에 걱정된다.

 

 

#33. 노국의 처소 / 밤

 

아무도 없는 노국의 침소에 공민이 혼자 있다. 그저 탁자 앞에 우두커니 앉아있다.

그 탁자 위에 놓여진, 예전 노국의 가리개.

닫혀진 문 밖에서 최영이 묻는다.

 

최영소리 : 전하 최영입니다.

 

공민이 그 말에 번쩍 고개 들어 문 쪽을 보지만 대답을 안한다.

 

최영소리 : 들어가겠습니다.

 

문이 열리며 최영이 들어온다.

공민이 외면한다. 공민을 보는데 절하는 걸 잠시 잊었다가 뒤늦게 절한다.

그만큼 공민이 흐트러져 있다. 머리칼도 옷차림도.

 

최영 : 전하 곁을 떠났던 자가 마음이 급해서 찾아왔습니다. 한가지 여쭈어도 되겠습니까?

공민 : (외면한 채. 자기 내면에만 빠진 눈)

최영 : 덕흥군을 만나셨다 들었습니다. 그 자가 무어라 했는지요.

공민 : (다른 데 보면 다른 생각에)

최영 : 전하?

공민 : 돌아오지 말지.

최영 : (뭔가 이상하다)

공민 : 보내줬을 때 갈 것이지. 어째서 돌아와 이런 초라한 꼴을 구경하는 거요.

최영 : (성큼성큼 다가오더니 탁자에 손을 얹어 공민을 보며) 전하. 저를 보아 주십시오.

공민 : 아무래도 그 사람 살릴 수 없을 거 같아요. 아무 방법이 없어요. 그 자를 죽일까 했는데. 죽이지도 못했어요.

         나는 지금 속수무책으로 이러고 있어요. 이러는 동안.. 어쩌면 벌써 내 왕비는...

 

순간 최영이 탁자를 옆으로 거칠게 소리나게 밀어버린다.

그러느라고 탁자 위에 있던 가리개가 바닥으로 떨어진다.

공민이 반사적으로 일어나더니 바닥에 무릎을 꿇어 가리개를 줍는다.

최영이 충격으로 보며.

 

최영 : 일어나십시오.

공민 : (가리개를 잡은 채 자기 생각에만 빠져서)

최영 : 전하 무릎을 세우십시오.

 

최영, 공민의 양 어깨를 잡아 일으켜 의자에 앉히더니 그 앞에 무릎을 꿇어.

 

최영 : 전하.

공민 : (그제야 머뭇머뭇 최영을 보는)

최영 : (아픔으로 보다가) 덕흥군과 만나서 나누신 이야기 들려주십시오. 그 자의 속내를 알아야겠습니다.

공민 : ...

최영 : (또박또박) 덕흥군과. 무슨 이야기를. 나누셨습니까?

 

그 질문을 하며 간절히 보는 최영.

 

공민 : .. 그 자는 모든 것을 부인했어요.

최영 : 거래를 하고자 하던가요.

공민 : 아니. (아프지만) 거래조차 하려 들지 않았어요. 그저 웃었어요.

         내가 왕위도 내놓고 나라도 내놓겠다고. 그 자에게 사정을 했어요. 구걸을 했어요.

         들었습니까. 내가 내 나라도 던졌어요.

최영 : 의선께서 그리 말했습니다. 그 자가 원하는 것은 전하의 마음이 무너지는 것이라구요.

공민 : ..(보는)

최영 : 전하의 마음. 벌써 무너지신 겁니까? 그렇다면 제가 더 이상 여기 있을 이유가 없습니다.

공민 : (겨우 숨을 가다듬더니) 무엇이 필요합니까.

최영 : 명을 내려 주십시오.

 

공민이 그 시선을 받다가 자세를 똑바로 하여 앉는다. 옷깃을 여미고.

 

공민 : 왕비를 찾아 모시고 와줘요.

최영 : 받들겠습니다.

 

일어서는데.

 

공민 : 대장.. 이렇게 돌아와줘서..

최영 : 아직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부탁을 받았을 뿐입니다.

 

고개 숙여 절을 하고 나간다.

공민이 본다. 정신을 차리려 애쓴다.

 

 

#34. 궁 회랑 / 밤

 

빠르게 걸어가는 최영. 옆으로 붙는 대만. 덕만.

 

최영 : 수리방에 일러. 준비하라고.

대만 : 예. (달려간다)

최영 : 애들은..

덕만 : 대기 중입니다.

최영 : 그 놈은 왕비마마를 살려둘 생각이 없다.

 

 

#35. 영빈관 복도 / 낮

 

걸어오던 덕흥이 보면. 저 앞에 등을 보이고 서 있는 여자. 돌아보는데 은수다.

 

 

#36. 영빈관 내 방

 

먼저 들어서는 은수. 덕흥이 밖에 사람이 없는지 살피며 들어선다.

 

덕흥 : 내일이 너의 처형날인 건 알고 있느냐.

은수 : (의자를 찾아 앉으며 보는) 들었어. 좀 앉지.

덕흥 : 그 고약한 말투는 여전하구나.

은수 : 내가 하늘에서 왔잖아. 내 눈엔 왕족이구 거지구 다 똑같애. 만민평등. 민주주의.

덕흥 : (웃으며 앉는) 해독제를 가지러 왔느냐.

은수 : 언젠가 내가 최영 그 사람의 함정을 알아냈던 거 기억해?

덕흥 : 아.. 그거.

은수 : 이번엔 왕비님이 계신 곳을 알게 됐지.

덕흥 : (웃는다)

 

은수 필름통을 꺼낸다. 뚜껑을 열고. 편지를 꺼내고 필름통은 탁자에 놓는다.

덕흥, 저도 모르게 구경하다가 필름통을 집어서 본다. 처음 보는 것.

은수가 편지를 펼쳐든다. 덕흥이 어쩔 수 없이 그 편지지를 본다.

 

은수 : 읽어줄까? 이 하늘 말.

덕흥 : 암만 봐도.. 자네가 탐난다. 우리 정말 좋은 짝이 될 수 있었는데.

은수 : 지난 번 수첩에는 최영 그 사람 얘기였는데. 이건 댁에 얘기야.

덕흥 : ... (관심) 내 얘기?

은수 : (읽는 척) 총명한 그 자가 무리수를 두었느니라.

덕흥 : 총명...

은수 : 왕비를 납치하니 왕비는 회임 중이셨느니라.

덕흥 : 회임.. (몰랐다)

은수 : 왕비가 감금된 곳은 다음과 같으니... (멈추더니 편지를 접는)

덕흥 : (보다가 웃는다) 하늘에서 서찰을 보낸다?

은수 : (덕흥 손의 필름통을 뺏어가며) 이건 플라스틱 필름통이라는 건데. 이번엔 여기 넣어서 보냈드라고.

         (편지를 도로 집어넣는)

덕흥 : 어찌 읽다 마는가.

은수 : 해독제하고 바꿀라고.

덕흥 : 설마 내가 믿을 거라 생각한 건 아니겠지.

은수 : 그럼 할 수 없네. 이제부터 궁으로 가서 왕비님 갇힌 곳이나 알려드려야지.

덕흥 : 너는 처형당할 몸인데..

은수 : 왕비님을 구해줬는데. 설마. 봐주겠지. (일어서는)

         근데.. 댁은 좀 곤란해지지 않나. 왕비님 납치할 때 얼굴 보인 거 아냐?

덕흥 : (보는)

은수 : 해독제 줄 거야?

덕흥 : (웃으며 보기만. 생각중이다)

은수 : 솔직히 말해봐. 이 독의 해독제는 없다면서. 있어?

         또 내 수첩 나머지란 거 있기는 해? 있음 보여줘 봐. 가진 게 뭐야. 왕족이라는 이름?

덕흥 : 참고 보아주자 했더니 이 요망한 것이...

은수 : 입 조심해라. 나, 오늘 아침에 죽어도 좋다. 결심한 사람이야.

덕흥 : ... 해독제를 주면 내 옆에 있겠느냐.

은수 : (손을 내민다)

덕흥 : 내 옆에 있겠다는 것이 먼저.

은수 : 음.. (고민하는 듯한 얼굴로 덕흥을 살펴보는)

덕흥 : 어떤가.

은수 : .. 싫어. (하더니 문으로 간다)

덕흥 : 곧 발열이 시작될 것인데. 그리되면 너무 늦다.

은수 : 알어.

 

문을 열고 나간다.

 

 

#37. 영빈관 앞 거리 / 낮

 

영빈관에서 나오는 은수.

걸어오는 은수. 마악 코너를 도는데 옆에서 뻗어나온 손이 은수를 잡아당긴다. 최영이다.

은수의 어깨를 잡아 얼굴을 살핀다.

은수 손가락으로 브이자를 그려보인다. (웃지는 말고. 지금 노국 때문에 마음들이 급해서)

최영이 당겨서 안는다. 아주 맘에 안 들었던 계획이었다.

 

 

#38. 길 / 낮

 

금군들이 걸어서 이동하고 있다. 지나는 행인들이 그들을 구경하고 있다.

그들 중에 사복 차림의 정배가 있다.

 

정배소리 : 금군들을 모두 철수시키고 있습니다.

               밤새 도성의 모든 집을 뒤지고 다니더니 더 이상은 수색을 하지 않을 모양입니다.

 

 

#39. 길 다른 곳

 

정배가 걸어오고 있다. 힐끗 보는 곳.

우달치 복장의 사내들과 무각시들이 급히 달려가고 있다. (가능하면 마차를 가운데 호위하여)

정배의 발걸음이 빨라진다.

 

정배소리 : 오는 길에 우달치와 무각시들이 급히 궁으로 들어가는 걸 봤습니다. 어쩐 일인지 모르겠습니다.

 

 

#40. 영빈관 복도

 

덕흥의 방 앞에서 정배가 덕흥군에게 보고를 하는 중이다.

 

정배 : 그들은 마차를 호위하고 있었는데. 혹시..

덕흥 : (생각해보는)

정배 : 감시하는 자가 아무도 없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 하셔서 그냥 놓아두고는 있지만. 그래도 확인은 해보는 것이..

덕흥 : (짜증스러운..) 최영과 그 요물이 장난질을 치고 있는 게다. 신경 쓸 필요는 없는데..

         (하며 단사관 거처 쪽을 보는) 원나라에 알려지면 귀찮아지겠지. 여러 가지로.

 

 

#41. 단사관 거처

 

손유가 입궐을 하기 위한 단장을 하고 있다. 옷매무새를 고치고 원의 모자를 쓰고.

 

 

#42. 강안전 공민 침소

 

공민의 옷을 입혀주고 있는 도치. 공민은 굳은 얼굴 표정. 문득.

 

공민 : 아직 소식이 없지.

도치 : 없습니다. 전하.

공민 : 오겠지?

도치 : 올 겁니다.

 

공민이 옆을 본다. 거기 탁자 위에 걸려 있는 노국의 가리개.

그 위에 손을 덮더니.

 

공민 : 다른 생각은 하지 않기로 했다.

         그저.. 우리 아이가. 또 다시 나같은 수모를 당하게 하진 않겠다. 그 생각만 하기로 했어.

도치 : 예 전하.

 

공민이 가리개는 그대로 놓아둔 채 이동한다.

 

 

#43. 영빈관 앞

 

영빈관 안에서 한 사람이 나온다. 그가 가는 길 뒤에서 보부상 차림 하나와 지호와 뒤를 쫓는다.

잠시 후 관리 차림의 사내 하나가 시종과 나온다. 또 다른 수리방 사람이 쫓는다.

 

최영소리 : 영빈관을 드나드는 자를 단 하나도 놓치지 마라. 분명 오늘 중으로 나올 거다. 우리를 안내할 자가.

 

뒤이어 나오는 정배. 삿갓을 눌러쓴 차림.

그가 가는 길 이쪽에서 시울이 따르기 시작한다.

이만치 골목길에서 대만이 재주넘기를 하며 기다리고 있다. 연락책이다.

 

 

#44. 도당 회의실

 

공민이 들어온다. 도치와 충석이 호위를 한다.

미리 와있던 손유와 익재와 목을 비롯한 몇 명의 중신들이 일어서 절을 하여 맞는다.

공민이 자리에 앉는다.

 

공민 : 시작하세요.

손유 : 분부 받들어 제가 시작하겠습니다.

 

하는데 문이 열리며 기철이 들어선다. 그새 좀 회복이 된 듯 털코트는 안 입고 있다.

 

기철 : 덕성부원군 기철이 주상전하를 뵈옵니다. 오늘 중요한 도당회의가 있다해서 달려왔습니다.

         (시선이 똑바로 손유에게 가며) 원에서 왔다는 단사관이 어찌 내 집에는 발걸음도 하지 않았는지.

         그것도 알아볼 겸 참석하였습니다. (자리에 앉는)

공민 : (잠자코 손유와 기철을 본다)

기철 : (손유를 향해) 하십시오. 시작.

손유 : (무시하고 공민에게) 전하께 청하였던 것이 있습니다. 준비되셨습니까?

 

 

#45. 길

 

정배가 걸어가고 있다.

그 위 이만치서 따라가는 시울. 정배가 뒤를 돌아볼 때는 다른 짓을 하면서.

그러다 다시 돌아보는데. 정배가 없어졌다.

시울이 놀라서 보다가 달린다. 달려서 지나치려다가 멈추며 다시 돌아보는 곳. 옆에 보이는 작은 집 한 채.

시울이 그 집을 다시 둘러본다. 모든 창문이 닫혀있고 막혀있다.

 살금살금 다가서 창문 사이를 엿보려 애쓴다. 그러다 무엇을 봤는지 뒤로 튕기듯 물러서더니 등에서 화살을 꺼낸다.

화살의 끝에는 가루 주머니가 달려있다.

화살을 재어서 하늘을 향해 쏜다. 하늘로 쏘아져 가는 화살에서 파란 연기가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46. 도당 회의실

 

공민이 모두를 둘러보며.

 

공민 : 원에서 온 단사관이 청해온 것은 두가지였습니다.

         원에서 내린 부마국새를 사용해라. 또한 과인을 미혹케 한 요물을 처형하라. 맞습니까.

손유 : 그렇습니다.

공민 : 그 두가지 요구를 들어주면 단사관은 원나라 황제에게 말해주겠답니다.

         고려의 왕은 아직 쓸모가 있는 거 같으니 좀 더 두고 보아주자. 맞나요?

손유 : 요지는 맞습니다.

 

공민이 도치에게 손짓을 하고. 도치가 부마국새함을 가져온다.

 

공민 : 저 분께 갖다 드리게.

 

도치가 옥새함을 손유의 앞에 놓는다.

 

공민 : 그동안 잘 썼으니 돌려주겠습니다. 이 나라에는 이제 더 필요하지 않아서요.

손유 : (묵묵히 보고 있는)

공민 : 두 번째 단사관께서 말씀하신 요물. (손을 들어 뒤에 신호)

 

문이 열리더니 은수가 들어온다. 깔끔한 의원 복장.

기철이 벌떡 일어날 뻔하다가 겨우 앉는다.

은수가 모두에게 대충 인사를 하면서 공민의 옆에 선다.

 

공민 : 이분은 이 나라의 의선이십니다. 원의 공주이기도 한 왕비의 목숨을 구하고, 내 호위대장을 살렸으며,

         어제는 내 마음도 구해주었습니다. (손유에게) 요물로 보입니까?

 

 

#47. 밀실

 

정배가 들어선다. 돌아보다 멈칫.

거기 침상 위에 노국이 벽에 기댄 채 꼿꼿하게 앉아서 정배를 보고 있다.

정배. 시선을 피하고는 이동해서 바닥에 떨어진 잔을 집어든다.

 

노국 : 내가 종일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그 물에 농간을 부렸던 것이냐.

정배 : (못 들은 척. 품에서 자기병 약을 꺼내 술잔에 넣는다)

노국 : 너를 부리는 자가 누구냐.

정배 : (물병의 물을 잔에 따른다. 잔을 돌려 섞이게 한다)

노국 : 보아하니 너를 궁의 환관들 중에 본 기억이 있다.

정배 : (손이 멈칫)

노국 : 받기로 한 댓가가 무엇인지 알려다오. 몇배로 주겠다.

정배 : (노국을 향해 선다) 저의 주인께서 이렇게 말을 전하라 했습니다.

         왕의 정신이 먼저 무너지면 왕비는 살려주려 했다. 허나. 시간을 더 끌 수 없게 되었으니 어쩔 수 없다.

 

다가서는데. 어느 틈에 작은 은장도를 꺼낸 노국이 그를 겨눈다.

 

노국 : 그분보다 내가 먼저 갈 수는 없다. 다가오면 죽이겠다.

정배 : 이것만 마시면 쉽게 가실 수 있습니다.

 

정배가 더 다가서다가 멈칫. 소리를 들었다.

뒤의 문이 박차지며 열린다. 정배가 그대로 뒤로 돌며 손의 잔을 날려 보낸다.

그 잔을 검집으로 받아치며 들어서는 최영. 분노에 차서 정배를 공격해 들어간다.

죽여서는 안된다 생각해서 검은 빼지 않은 채.

그러나 정배는 어느 틈에 꺼낸 중도로 반격한다.

최영의 뒤로 들어선 장빈이 싸우는 이들을 피해 노국에게로 한다.

 

장빈 : 괜찮으십니까.

 

노국이 안심이 되며 손에 들었던 은장도를 떨어뜨린다. 그리고는 그대로 혼절해 쓰러진다.

장빈이 재빨리 받아 안는다.

뒤에서 최영이 정배를 두들겨 잡아 쓰러뜨리고는 본다.

 

최영 : 어떠십니까.

 

장빈이 노국을 안아 든다. 그러나 놀랐다.

노국의 치마 밑으로 이어진 핏자국. (너무 많지는 않게. 혈흔으로)

 

장빈 : 안 좋습니다. 어서.

 

문이 열리며 시울이 들여다본다.

 

시울 : 마차가 옵니다.

 

장빈이 노국을 안아 나간다.

노국 때문에 잠깐 정신이 팔렸던 최영이 정배를 내려다보다가 아차. 정배를 뒤집는다.

입에 거품이 나오고 있는 정배.

 

최영 : 아 이거 참. 이봐. 죽기 전에 이름은 대구 죽지. 너 시킨 놈 누구야.

정배 : 내.. 아이들을 좀..

최영 : 뭐.

정배 : 지켜.. 주오.

 

숨을 거둔다.

최영, 갑갑해진다.

 

 

#48. 도당 회의실

 

손유 : (은수를 잠시 보더니) 의선이라 불리는 분께 묻겠습니다.

은수 : 네.

손유 : 하늘세상에서 왔다는 게 사실입니까?

은수 : (대답하려는데)

공민 : 아닙니다.

 

은수가 공민을 돌아본다. 기철도 공민을 본다. 뭐?

 

공민 : 설마 그 하늘세상이란 걸 믿는 건 아니겠지요? 의선의 재주가 워낙에 뛰어나다보니 그런 소문이 돈 게지요.

기철 : 무슨 말씀이십니까. 전하. 잠시만.. 그러면 안되십니다.

공민 : (손을 들어 말을 막고) 의선. 정확하게 하늘세상에서 오셨습니까?

은수 : 정확하게 하늘세상은 아닙니다.

기철 : (충격으로 보는)

은수 : (기철을 향해 입모양으로 / 미안해요)

손유 : 그러면서 그런 소문을 퍼뜨린 것은..

공민 : 내가 그랬습니다. 입지를 세우는데 도움이 될까 해서요.

손유 : 전하.

공민 : 예.

손유 : 기어이. 백성들을 전쟁에 몰아 세우시려는 겁니까?

공민 : (중신들에게) 이번에 이들의 겁박이 두려워 무고한 내 백성 하나를 죽이면 다음번에는 또 무엇을 요구할 작정일까요.

         언제까지 그런 요구에 끌려가야 할 것인가 생각해보다가 결정하였습니다. 여기까집니다. 더 이상은 듣지 않겠어요.

손유 : 알겠습니다.

 

손유가 일어선다. 은수의 앞으로 걸어온다. 은수가 찔끔해서 본다.

 

손유 : 곧 .. 만나야 될 거 같습니다.

 

기철이 벌떡 일어서 이쪽으로 오려는데.

급히 문이 열리며 충석이 들어선다. 소리지르고 싶은 거 겨우 참아서.

 

충석 : 전하. 왕비마마께서 오셨습니다. 의선께서도 와주십사 합니다.

 

공민 더 물을 것도 없이 급히 나간다. 그 뒤를 따르는 은수.

그런 은수의 앞을 가로막는 기철.

 

기철 : 아니었습니까?

은수 : 어..

기철 : 하늘세상에서 오신 거.

은수 : 하늘 세상은 아니구요.

기철 : 이제까지 했던 모든 말.. 다 거짓이었습니까?

은수 : 그게..

 

은수가 뒤를 돌아본다. 거기엔 손유가 있고. 앞에는 기철이 있다.

은수.. 괴로운데.

충석이 다가오며.

 

충석 : 의선. 급하시답니다.

 

은수가 충석에게 붙어 간신히 빠져나간다. 완전 겁났었다.

그런 은수를 보고 있는 기철의 차가워진 얼굴.

 

 

#49. 곤성전 회랑

 

공민 달리듯 이동하고 있다. 그 뒤를 따르는 은수와 충석 도치 등.

 

 

#50. 곤성전 노국 침소 앞 복도

 

복도에 기다리고 있던 최영이 공민 등을 맞는다. 공민이 방 안으로 들어가고.

최영과 은수의 시선이 마주친다. 괜찮았냐고 눈으로 묻는 최영. 끄덕이는 은수.

은수가 방 안으로 들어간다.

 

 

#51. 노국의 침소

 

최상궁이 안절부절 서있다가 공민을 맞이한다.

공민이 침상 쪽으로 가려는데 침상의 휘장 뒤에서 나온 장빈이 공민을 슬쩍 막으며.

 

장빈 : 밖에서 기다리시는 게 좋겠습니다.

공민 : (겁이 덜컥 나며) 무슨 일인가.

 

장빈이 들어서는 은수를 본다.

 

장빈 : 의선이 봐주셔야겠습니다.

은수 : 설마 그쪽이에요?

장빈 : 그런 거 같습니다.

 

은수 두말없이 침상 쪽으로. 안에서 더기가 맞는다.

 

 

#52. 노국의 침소 앞 복도

 

공민이 초조해서 오락가락한다. 공민을 지키는 도치며 충석. 등도 긴장해 있고.

이만치에 장빈과 최영.

문이 열리고 은수가 나온다. 공민이 겁을 먹고 본다.

은수가 난처하지만 의사답게.

 

은수 : 왕비마마께선 정신을 차리셨고 괜찮으세요. 그런데..

공민 : ..

은수 : 아기씨를 잃으셨습니다.

 

그 말에 뒤의 도치가 울컥 울음이 솟는다.

공민.. 굳은 채로 보다가.

 

공민 : 내가 봐야겠는데. 그 사람.

 

은수가 문을 열어준다. 공민이 들어간다.

은수가 최영을 보더니 최영 쪽으로 온다. 그 옆의 장빈.

 

장빈 : 놈들이 계속 정신 놓는 약을 먹인 거 같습니다. 그게 아주 안좋았습니다.

 

은수 끄덕이며 우울해서. 뒷짐을 지고 있는 최영의 손을 찾아 잡는다. 마주 잡아주는 최영.

 

 

#53. 노국의 처소

 

들어선 공민이 침상 쪽을 본다.

최상궁이 방의 구석에서 소리없이 울고 있다가 밖으로 나간다.

// 침상 쪽으로 다가서는 공민.

노국은 등을 보인 채 돌아누워 아무 소리가 없다.

공민이 그 옆에 걸터앉는다. 뭐라 할 말을 찾지 못한다.

등을 돌리고 있는 노국이 울기 시작한다.

공민이 그 옆으로 올라가 비스듬히 기대 눕는다. 우는 노국의 머리칼을 쓸어준다.

노국이 돌아누우며 공민의 품에 안긴다.

공민이 그런 노국을 깊이 안아준다.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아도 서로의 미안함과 위로를 안다.

 

 

#54. 전의시 은수의 거처

 

은수가 배양약 접시들을 살펴보고 방안 가운데로 오다가 선다. 팔소매를 걷어본다. 붕대에 감겨있는 팔. 도로 내린다.

새삼 주위를 둘러보더니. 스스로에게 하는 말.

 

은수 : 돈 워리. 비 해피. (주먹을 흔들어) 아자.

 

그리고 씩씩하게 돌아서다가 깜짝. 문가에서 보고 있던 최영.

 

최영 : 중신들 다 있는 데서. 하늘사람이 아니라고 했다면서요.

은수 : 그게 임금님 생각이었는데. 왜요.

최영 : 덕성부원군이 공식적으로 의선을 만나겠다 청해왔습니다.

은수 : (이크..) 클났네.

최영 : 지금부터 우리가 할 수 있는 행동은 둘 중에 하나. 첫째. 하늘문이 열리는 날까지 죽자고 도망 다닌다.

은수 : 그게 지난번처럼 온 나라 자객들이 다 공격해오고. 당신은 싸우고. 나는 도망치고. 그런 거?

최영 : 두 번째. 선제공격. 임자를 쫓을만한 사람들을 하나씩 먼저 제거해놓는 겁니다.

은수 : 제거..면 다 죽인다구요?

최영 : 예.

은수 : 농담이죠?

최영 : (무뚝뚝하게 보는) 덕성부원군. 덕흥군. 필요하면 원의 사신도.

         그러기 위해선 일단 우달치나 호군의 직책을 그만둬야 합니다. 전하께 누가 될 순 없으니까. 그래서 먼저 허락을 얻어야..

은수 : (질려서 보다가) 그럼 난 세 번째.

최영 : 뭔데요.

은수 : 그날이 될 때까지 고려에서 가장 안전한 곳에 숨어있기.

최영 : 그게 어딥니까.

은수 : (웃는) 나도 허락이 좀 필요해서.

 

 

#55. 궁 내부 누각

 

누각이 저만치 보인다. 그 위에서 노국과 공민이 나란히 아주 가까이 앉아 뭔가 얘기를 나누는 모습이 보인다.

그 모습을 보던 최영이 옆을 돌아본다.

안재가 가까이 와서 공민 쪽을 보다가.

 

안재 : 전하께 인사 드리러 왔는데. 나중에 다시 와야겠네.

최영 : 너, 도순위사에 임명되었다면서.

안재 : 어.

최영 : 본영은 양계에 주둔하냐?

안재 : (최영을 돌아보다가 그 어깨를 툭 쳐준다. 마음 안다는 듯)

 

 

#56. 군 장교실

 

안재가 가죽주머니의 술을 마시고 최영에게 던져준다.

 

안재 : 도순위사. 이거 니 자리인 거 알지?

최영 : (술 마시는. 독하다)

안재 : 국지전투가 아니야. 전쟁이 일어날지도 모른다고.

최영 : 그래.

안재 : 너.. 뭐하냐?

최영 : ..뭐?

안재 : 니놈이 옷 벗고 궁을 나가려 한단 말 들었다. 니 부하들 다 긴장하구 있드라.

최영 : 그러냐.

안재 : 여인 때문이냐?

최영 : (진지하게 생각해보는) 그런가?

안재 : 아니면 너두 검이 무거워졌냐?

최영 : (보는)

안재 : 적월대 니 스승님. 돌아가시기 전날. 우리 집에 오셨었다. 아버님하고 밤새 얘기하실 때 내가 시중 들었지.

최영 : 스승님.. (기억이 한꺼번에 밀려드는 느낌)

안재 : 그날 밤 그 말씀을 여러번 하시드라. 검이 무거워졌다고. 어떤 때는 두 손으로도 들어지지가 않는다고.

 

최영, 울컥하는 마음으로. 자신의 앞에 있는 자신의 검을 내려다본다.

 

 

#57. 회상 4부 적월대 부분 대기하던 방

 

등을 보이며 서있던 문치후. 뒤돌아 대원들을 향해 선다. 그 얼굴.

 

 

#58. 군 장교실

 

최영이 검의 손잡이를 가만가만 쓸어본다.

 

안재 : 그래 내가 감히 여쭈었지. 검이 무거워진다는 게 어떤 겁니까.

최영 : (어쩐지 목이 메이는 느낌) 그랬드니. 뭐라셨는데.

안재 : 이제 겨우 끝낼 때가 온 거지. 그러니 이젠 끝낼 자리를 찾아야지.

최영 : .. 뭐?

안재 : 그렇게 말씀하셨다고. 그리고 그 다음날. 궁에 들어가시고. 돌아가신 거야.

         속이 터지드라. 그런 분의 끝낼 자리가 겨우 그런 왕의 앞이었다니.

 

안재의 말을 들으며 최영이 기억한다.

 

 

#59. 회상 4부 적월대 부분

 

문치후가 매희 대신 찔리던 모습. 짧게.

// 검을 빼어 나가려던 최영을 막던 문치후의 핏기 어린 눈.

 

 

#60. 장교홀

 

안재가 주머니를 들어 술을 마시려는데 없다.

 

안재 : 너 몇 년이지? 검을 쓰고 사람 죽이기 시작한 거.

최영 : 글쎄.. (어쩐지 멍한 느낌)

안재 : 열여섯이었지?. 너 집 나간 거. 그럼 십삼년? 사년? 대체 그동안 너 몇이나 죽인 거냐?

         (일어선다. 새 술을 가지러 갈 참) 그래서.. 너두 검이 무거워진 거냐고.

 

하며 안재가 간다.

남은 최영이 자신의 칼을 내려다보고 있다. 한손으로 검을 들어본다. 수평으로 세워본다. 어쩐지 무겁다.

두손으로 들어본다. 무거운가? 검을 빼본다. 반쯤 빼다가 거칠게 도로 넣는다. 모르겠다.

 

 

#61. 기철의 집 서재

 

기철이 혼자 서있다.

양사가 문을 열고 들어오다가 기철을 보더니. 움찔. 조용히 다시 나가서 조용히 문을 닫는다.

기철은 그대로 돌상처럼 서있다가 문쪽으로 이동한다.

 

 

#62. 영빈관 복도

 

나서던 덕흥이 멈칫해서 선다. 그 앞에 버티고 선 기철.

덕흥 재빨리 뒤를 본다. 도망갈 자리를 찾는데.

 

기철 : 덕흥군마마.

덕흥 : (억지로 미소) 부원군.

기철 : 돌아가십시다. 우리 집으로.

덕흥 : ...뭐라 하시는가.

기철 : 가서.. 하려던 일 마저 합시다. 애당초. 우리가 같이 하려던 것.

         이 나라 갖고. 장난 치는 것들. 제 값을 제대로 치루게 하고.

 

 

#63. 궁 회랑

 

아직도 사복 차림인 최영이 걸어오는데 돌배가 얼른 붙으며.

 

돌배 : 대장. 잠시만..

최영 : (멈추며) 뭐.

돌배 : 이번 우달치들 신입을 뽑고 있는데 말입니다.

최영 : 그건 부장하고 얘기해. (걸어가려는데)

돌배 : (얼른 막으며) 아무래도 대장이 봐주셨으면 합니다.

최영 : 부장하고. 얘기. 하라고.

 

최영이 걸어간다.

 

 

#64. 궁 회랑 다른 곳

 

최영이 걸어온다. 보초를 서던 덕만과 점오가 달려오더니.

 

덕만 : 대장.

최영 : 주상께 가는 길이다. 나중에.

덕만 : 이번에 들어온 신입들 말입니다.

최영 : (멈춘다) 뭐가 문제야.

점오 : 그 중에 특별히 위에서 집어넣은 ..

최영 : 위 어디. 니들 신입 처음 뽑냐. 집안배경 열다섯 번째. 청탁은 백다섯번째. 첫째는 실력.

덕만 : 그래도.. 주상전하의 명이라서요..

최영 : .. 뭐?

 

하는데 졸레졸레 달려오는 대만.

 

대만 : 대장 방에서 기다리라 했는데요.

최영 : 누굴.

대만 : 신입. 우달치.

 

 

#65. 최영의 방

 

문을 벌컥 열며 들어서는 최영. 보는 곳.

거기 가구들을 구경하던 은수가 돌아본다. 활짝 웃는다.

최영이 어이가 없어서 아래위로 본다.

은수는 우달치 군복을 입고 있다. 최영을 보더니 경례를 해보인다.

 

은수 : 충성!

최영 : 뭡니까.

은수 : 여기. 고려에서 제일 안전한 곳. 숨어 있을라고. 딱 붙어서.

최영 : ...(말없다)

은수 : 임금님 허락도 받았구요. 그리고 이거. (하면서 들어 보이는 것. 검이다) 검도 받았어요. 봐요. 내꺼.

최영 : ...

은수 : (점점 자신이 없어지며) 어.. 여기 여자숙소가 따로 없다고 해서. 이 방에서 잠깐 지낼까 하는데.

         저 쪽에 간이 침대 하나만 더 놔주면.

최영 : .. (점점 심각해지는 얼굴)

은수 : 내가 원래 의자 두 개만 붙여놔도 잘 자긴 해요.

 

말없이 보던 최영이 문 쪽으로 걸어간다. 문을 벌컥 연다.

문 밖에서 엿듣던 덕만 대만이 우당탕 달려간다.

최영이 다시 문을 닫더니 은수 쪽으로 온다. 은수 좀 겁먹고 뒤로 피하며.

 

은수 : 내가 밥값은 해요. 그니까. 부대원들 건강검진에 무상 진료에.. (침상 옆 기둥에 걸렸다)

최영 : (가까이 붙어 보며) 그래서 나도 여기 있으라고?

은수 : 여기가 대장 방이고. 그쪽은 대장이니까.

최영 : 내가 대장이니까.

은수 : (끄덕)

최영 : 여기.

은수 : (끄덕) 여기. 도망가지 말구.

 

그렇게 마주보는 두 사람.

최영이 드디어 미소 짓는다. 은수도 마음이 놓여 웃는다. 마주 보며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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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1004amykim | 작성시간 13.02.22 신의 감사합니다.. 근대... 신의 20_'.hwp 를 클릭 했는대... 아무 것도 뜨질안아요..전 .hwp 를 열지 못합니다.... 보통 (첨부된 파일 1개) 위에있는 (신의 20_'.hwp) 를 클릭 하면 다른 게 떠서 프린트를 할수 있는데.. 20회 는 아무 것도 뜨질안아요... 혹시 다시 한번 올려주실수있나요???

    감사합니다
  • 답댓글 작성자수다쟁이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3.02.22 이제 미리보기도 잘 보이네요^-^
  • 작성자1004amykim | 작성시간 13.02.22 너무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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