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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24

작성자수다쟁이|작성시간13.02.21|조회수1,415 목록 댓글 2

[신의] 24

 

 

 

 

 

 

 

 

 

 

#1. 궁의 회랑

 

최영이 대만과 몇 우달치들과 달려오고 있다. 아직 빈손인 최영.

 

 

#2. 편전

 

최영이 달려 들어오다가 멈춘다.

거기 편전 가운데 복도 중앙에 기철이 서있다. 한 손에는 누군가에게서 뺏은 칼을 들고 있다.

기철의 뒤 쪽으로 공민이 있다. 공민을 에워싸고 있는 우달치들.

그들 사이에도 두 구의 우달치 시체가 엎어져 있다.

양쪽 구석으로 도망쳐 있는 중신들.

그리고 바닥에 쓰러져 있는 우달치 시체들.

기철이 최영을 보았다.

 

기철 : 우달치 최영.

공민 : (최영에게) 부원군이 미쳤네. 막아낼 도리가 없이 미쳤어.

 

최영이 두어걸음 앞으로 나선다.

 

최영 : 부원군 나리. 무슨 일입니까.

기철 : 의선은 어디 있는가. 내가 좀 모셔가야겠는데.

 

최영의 발이 바닥에 던져져 있던 우달치 누군가의 칼에 부딪힌다.

최영이 칼을 내려다본다. 순간 망설인다.

기철이 좀 더 다가온다.

순간 공민의 옆에 있던 돌배가 달려 내려오며 기철을 향해 창을 겨눈다.

 

돌배 : 이쪽이다.

 

기철이 성가신 얼굴로 돌배를 돌아본다.

 

최영 : (저도 모르게 작은 목소리로) 하지 마.

 

돌배가 기철을 향해 공격해 들어간다.

 

최영 : (버럭) 하지 마.

 

기철이 미소를 지으며 돌배의 창을 슬쩍 비껴 피하더니 그 손바닥이 돌배의 목을 찔러 들어간다.

순간. 최영이 발끝으로 검을 차올려 잡더니 기철을 향해 달려들며 후려친다.

기철이 들고 있던 칼로 최영의 칼을 받아 친다.

순간 최영이 칼을 놓친다. 날아가 바닥에 떨어지는 칼.

동시에 최영이 옆의 돌배를 잡아채서 뒤로 이동한다.

그 틈에 뒤쪽에 있던 우달치들이 우루루 밀려들어 기철을 겨눈다.

그 순간 무너져 내리는 돌배. 최영이 돌배를 받아 안으며 앉는다.

돌배를 안아 앉은 최영이 기철은 아랑곳없이 돌배를 내려다본다. 돌배의 목에는 얼음으로 꿰뚫린 듯한 상처.

돌배가 최영을 본다. 최영이 우욱 하여 내려다본다.

돌배의 입에서 꿀럭 새어나오는 피. 돌배가 최영을 보던 눈이 감긴다.

최영이 돌배를 조심스레 내려놓더니 일어선다. 기철을 바로 보고 선다. 마음 속에서부터 분노로 떨리고 있다.

 

최영 : 누가 나에게 검을 다오.

 

옆의 우달치가 제 칼을 거꾸로 뒤집어 내민다. 그 칼을 받으며.

 

최영 : 모두 물러서.

 

기철을 겨누며 다가서던 덕만과 우달치들이 최영을 본다.

 

최영 : 안 들리나.

 

우달치들이 물러난다.

최영이 기철을 주시하며 천천히 이동해서 공민과 기철의 사이에 선다.

 

기철 : (최영의 손에 들린 검을 보며) 애쓰지 마라.

최영 : 부장.

충석 : 예 대장.

최영 : 전하를 모시고 나가.

공민 : 대장. (하며 최영의 손을 본다)

 

최영이 들고 있는 검은 축 늘어져 바닥을 스치고 있다. 마치 몹시 무거운 것을 든 듯.

 

공민 : 누가 대장을 도와라. 대장 혼자 싸우게 하지 마.

최영 : 아무도 오지마. 가까이 오면 벤다.

기철 : 주상 전하.

 

기철이 한걸음 나서려는데 최영이 검을 두 손으로 무겁게 휘둘러 막는다.

기철이 그 검을 받는다. 한 합. 두 합. 기철이 맞부딪혀 버티던 최영의 검을 홱 뿌린다.

또 한번 최영의 검이 날아간다.

그러나 최영은 옆으로 움직이는가 싶더니 거기 있던 우달치 하나의 검을 빼어든다.

순식간에 다시 공민과 기철을 막아서는 자리에 돌아온다.

최영이 두손으로 잡은 검을 바닥까지 늘어뜨린다. 아주 무거워 보인다.

 

최영 : 부장 뭐하나.

공민 : 나는 여기 있을 것이다. 중신들을 내보내고 사상자들을 거두라. 난 대장의 뒤에 있을 것이야.

최영 : (한숨처럼) 전하.

 

충석 등이 공민의 옆에 버티고 선다.

한쪽에서는 우달치들이 중신들을 몰고 나가고. 다른 한쪽에서는 덕만과 다른 우달치가 돌배와 시신들을 끌어나가고.

그러는 사이 기철이 최영에게 말한다.

 

기철 : 의선을 데려오게.

최영 : 불가합니다.

기철 : 의선이 올 때까지 이 궁에 살아있는 것들을 하나씩 죽일 것이다. 그게 나의 작전이야.

최영 : 더 이상은 허락 못합니다. (두 손으로 검을 잡는다)

기철 : (성가시다는 듯 혀를 차며 보는) 그 망가진 손으로 뭘 어쩌겠다는 거냐.

공민 : 대장 한번은 물러서도 됩니다. 물러서세요.

최영 : 괜찮습니다. 전하.

공민 : (다급해서) 손이 안 좋은 거 내가 압니다. 그러니..

최영 : 제 손은 아무 이상 없습니다. 다만. 검이 무거울 뿐.

기철 : 허튼소리.

 

기철이 최영을 공격한다. 최영이 한번 두 번 막아내는데. 그 검소리가 점점 무거워진다. (음향 부탁합니다)

이윽고 마지막 공격을 하는 기철의 검을 쳐낸다.

그 무게에 기철이 검을 놓친다. 저만치 날아가 떨어지는 기철의 검.

기철이 놀라며 최영의 손에 들린 검을 본다.

 

기철 : 그건.. 무슨 검인가.

최영 : (무뚝뚝하게) 말했잖습니까. 무거운 검이라고.

 

 

#3. 최영의 방

 

아침 햇살이 들어오고 있다. 은수가 누워있는 침상 쪽으로 햇살이 내려쬐고 있다.

젖은 수건을 대야에 넣고 들고 일어서는 최상궁.

최상궁이 이동하고 나자 햇살이 은수의 얼굴에 바로 떨어진다.

은수의 손이 움직인다. 움찔거리는 손.

햇살 속에서 눈을 감고 있던 은수가 고개를 돌린다. 부스스 눈을 뜬다. 눈 부셔 하면서.

최상궁이 약사발을 들고 돌아서다가 놀랐다. 사발을 놓고 부지런히 옆으로 와서.

 

최상궁 : 눈을 뜨셨습니까. 정신이 드세요?

은수 : 그 사람은..

최상궁 : 잠시 궁에 일이 생겨서 나갔습니다.

 

은수가 일어나려고 한다. 최상궁이 얼른 부축을 하면서..

 

최상궁 : 밤새 열이 펄펄 끓었다 하던데.. 괜찮은 겁니까?

 

은수가 비틀해서 최상궁에게 기댄다.

 

은수 : 좀 어질어질.. 온 몸에 세포가 다 아프구.. (방안을 찬찬히 둘러보는) 다행이다..

최상궁 : 다행이지요 그럼. 세상에 어찌 그리 무모하신지.

은수 : 나.. 모든 게 꿈이었을까봐. 꿈에서 무지 걱정했어요. (미소) 얼마나 무서웠는지 몰라요.

최상궁 : 영이 그놈이 밤새 같이 있었습니다.

은수 : 그랬을 거에요. 그 사람 많이 겁냈을텐데..

최상궁 : 그럼.. 이제 해독이 된 겁니까?

은수 : 글쎄요. (최상궁의 손을 들어 제 이마를 짚어본다)

최상궁 : 열은 없는 거 같습니다.

은수 : 그쵸? (하며 자기 맥박을 짚어보는) 맥이.. 계속 빠르고 불규칙하고 그랬는데..

최상궁 : (긴장해서 보는)

은수 : 지금은..

 

은수가 최상궁을 본다.

 

은수 : 고모님.

 

최상궁이 기대에 차서 본다.

은수가 최상궁을 확 안아버린다. 움찔 놀라는 최상궁.

 

은수 : 나 살았나봐요.

 

최상궁이 어색하게 토닥이는데 눈물이 고이려고 해서 어쩔 줄 모른다.

은수가 눈물이 글썽해서 좋아한다.

 

 

#4. 편전 밖 회랑

 

우달치들이 저마다 무기를 들고 입구를 둘러싸고 안을 주시하고 있다.

안에서 어떤 명이 내리기를 긴장해서 대기하는 중이다.

그 뒤쪽에서 안을 기웃거리느라 까치발을 하던 대만이 멈춘다. 뒤쪽을 돌아본다. 이만치 나와 귀를 기울인다.

어디선가 병장기 부딪히는 소리를 들었다.

뒤의 우달치들에게 도움 요청을 할까 하다가 대만 혼자 달린다.

 

 

#5. 궁 안 마당

 

대만이 달려 나오다가 멈춘다. 재빠르게 숨는다.

그 앞에 빠르게 오는 천음자와 화수인. 그 뒤를 쫓는 금군.

천음자와 화수인이 갑자기 몸을 돌리더니 뒤를 쫓는 금군들과 한판 붙는다.

대만이 그들의 진행방향 쪽을 본다. 아무래도 병영이다.

편전 쪽을 돌아봤다가 에잇 병영 쪽으로 앞서 달린다.

 

 

#6. 무술 훈련장

 

대만이 달려오면서 호각을 불어댄다. 우달치들 서너명이 달려온다. 뭐야? 떠들면서.

 

대만 : (달리면서) 피리쟁이 불쟁이 온다.

우달치 : 우달치 여기 몇 명 없어. 다 편전으로 달려갔는데.

대만 : 막아. 의선님 잡으러 오는 거야.

 

하며 자신은 안으로 달려간다.

 

 

#7. 편전

 

최영이 검을 옆으로 들며 앞에 선 기철을 보며

 

최영 : 전하. 이 위험한 자를 여기 편전까지 부르신 이유가 따로 있습니까? 아니면 지금 죽여도 되겠습니까?

 

공민이 몇 걸음 나선다. 충석 등이 급히 에워싸고 따르고.

 

공민 : 이보오. 덕성부원군.

기철 : (눈을 감은 채 우뚝 서있는)

공민 : 그대는 나를 죽이려 했으나 나는 그대를 살려두고 싶은데. 협상을 해볼 생각이 있습니까.

기철 : (미동이 없다)

공민 : 그대 또한 고려의 백성이고 그대의 누이인 기황후께서도 고려를 늘 아끼신다 들었어요..

         그러니 우리 피차 상생의 길을 찾아..

기철 : (눈을 뜨더니 공민을 보며) 처음에는 그저 나약하고 자존감만 높은 분이구나 그리만 생각했습니다.

         알고 보니 정치질을 하는 분이시라.. (최영을 똑바로 보는) 최영. 자네같은 자는

         (손가락으로 바로 공민을 가리키며) 저런 왕의 밑에선 살아갈 수 없어.

최영 : 말조심.

공민 : (놀라서 보는)

기철 : 저런 왕은 자네를 사냥개처럼 사용할 뿐. 명분을 앞세워 언제라도 끓는 물 속에 집어던질 것이야.

         그럼 자네는 제 발로 기어들어가겠지. 자네는 그런 자.

최영 : (칼을 들어 바닥을 찍어 소리를 내고) 경고했다.

기철 : 백성들은 저 왕의 이름 따윈 모른다. 허나 최영 그대의 이름을 모르는 자는 드물지.

공민 : (어이가 없는) 이 자가 지금 무슨 소리를 지껄이는가.

 

기철을 겨누고 있는 최영의 뇌리를 스치는 단편 기억.

 

 

#8. 회상 / 4부 / 적월대 부분

 

충혜가 칼을 함부로 휘두르며 이리저리 서성이며 다른 부하들에게 떠들어댄다.

 

충혜 : 백성들이 임금인 나보다 저들 적월대를 더 믿는다 들었다.

         그래서 너. (대장을 칼로 가리키며) 백성들이 왕보다 더 믿고 의지하는 적월대의 대장.

대장 : ..

충혜 : 대답을 해라.

대장 : 예 전하.

충혜 : 과연 그러한가? 백성을 지키는 것은 왕인 내가 아니라 적월대인가?

 

 

#9. 편전

 

기철 : (공민에게) 대체. 전하께서 지금 그 자리에 오르기까지 스스로 하신 게 뭐가 있습니까? 피 한방울 흘려봤습니까?

         저 밖에 중신들. 다 이자가 데려왔습니다.

공민 : (최영을 보는)

최영 : (그저 묵묵히 기철을 보고 있다)

기철 : 개경의 금군도. 국경의 수비군도 다 이자를 따릅니다. 전하가 가지신 것은 단지 왕이라는 이름뿐.

         그래서 하는 말. 최영. 자네가 왕을 하시게.

 

충석과 다른 우달치들도 최영을 본다. 대체 이게 뭐냐 싶은.

 

기철 : 원 황제의 칙서라면 내가 당장 받아오지.

공민 : 대장.

최영 : 예 전하.

공민 : 저자가 대답을 원합니다. (최영을 믿고 있다)

최영 : 제 대답은 전하께 드리겠습니다. 칠년 전 제가 아는 분이 비슷한 질문을 받으셨습니다.

         그 질문이 너무 무거워서 그 분은 자신의 목숨을 내놓아 대답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제 알았습니다. ...그 분이 틀렸습니다.

공민 : 대장.

최영 : 그분이 틀렸습니다. 왜냐면 그분은 도망치셨으니까요.

기철 : 최영. 왕이 되기 싫은 건가. 어째서 욕심도 내어보지 않는가.

최영 : 난 이미 왕을 가졌는데. 뭘 더 가지란 거냐. (칼을 휘둘러 기철을 겨냥한다) 전하 이 자를 살리시겠습니까?

공민 : 대장 나는..

 

최영이 놀라서 본다. 기철의 손에서 모이기 시작하는 냉기.

최영이 순간 공민을 감싸고 뒤로 밀어낸다. 그렇게 마악 피한 자리로 기철이 달려든다.

공민의 뒤에 자리하던 우달치 하나, 기철이 내민 한손에 목이 졸린다.

최영이 달려들어 칼로 기철을 내려친다. 그러나 피한 기철이 쓰러지는 우달치의 무기를 뺏어 상대한다.

최영의 공격이 점점 거칠어지고 기철이 밀리기 시작한다.

(이쯤에서 최영의 검에 무게가 실리면서 기철보다 반수쯤 우위에 있다는 설정.

기철은 현재 약으로 버티고 있는 상황)

 

기철 : 이만하면 충분했겠지. 시간.

최영 : 그만 손 들지.

 

거세게 공격해 들어가는 최영. 기철이 최영의 공격을 받아치더니 입구 쪽으로 달려간다.

입구 쪽으로 막으며 들어서는 우달치들.

 

최영 : 비켜. 상대하지 마.

 

고함치며 쫓는다. 기철이 사정없이 우달치들을 공격하며 밖으로 도망친다.

(이미 유물을 구하고 의선을 납치하는데 필요한 시간은 벌었다고 생각함)

최영이 그를 쫓아 달린다. 그러나 기철의 공격에 당하거나 피하는 우달치들 때문에 지체된다.

// 그런 모습을 보고 있는 공민. 어쩐지 착잡한 기분.

 

 

#10. 무술훈련장

 

우달치들이 달려 나가며 맞는 천음자와 화수인.

천음자는 칼을 빼어 상대를 한다. 그렇게 천음자가 우달치들을 상대하는 사이 화수인이 그들을 지나 안쪽으로 간다.

화수인을 따라가려는 우달치 하나를 천음자가 공격하여 벤다.

 

 

#11. 훈련장 근처

 

빠르게 오던 화수인이 본다. 저만치 코너를 돌아 달려가는 대만.

화수인 그쪽을 향해 달리기 시작한다.

 

 

#12. 최영의 방 앞 복도

 

대만이 달려 들어온다. 문을 박차고 들어가며.

 

 

#13. 최영의 방

 

달려드는 대만을 놀라서 보는 최상궁과 은수.

 

대만 : 그것들이 옵니다. 피리쟁이하고 불쟁이하고.

최상궁 : 일어나십시오. 궁으로 가십시다.

 

은수가 침상에서 일어난다. 비틀하는 것은 최상궁이 잡는다.

 

은수 : 대만씨. 대장님은.

대만 : 편전에서 전하 지키십니다. 거기 이상하고 높은 놈 와서 난리도 아닙니다.

 

최상궁이 얼른 겉옷을 꺼내주고 은수가 걸쳐 입는데

대만이 긴장을 하며 튀듯이 자세를 잡는다.

문으로 들어서는 화수인.

최상궁이 긴장해서 은수를 자신의 뒤로 보낸다.

 

화수인 : 아 뭐야. 이런데 숨어 있었던 거야?

 

대만이 그 앞을 가로막는다.

 

대만 : 얼렁 가십시오. 이건 내껍니다.

 

화수인이 웃더니 칼을 빼든다.

최상궁이 은수를 이끌어 옆쪽으로 돌아 문으로 가려 한다.

대만이 화수인을 공격한다. 화수인이 슬쩍 허리를 제껴 가볍게 피한다.

화수인이 은수 쪽을 공격하려 하자 대만이 악착같이 덤빈다.

그 틈에 은수를 데리고 문 쪽으로 가는 최상궁.

화수인이 초조해지더니 공격해오는 대만에게 화탄을 던진다.

대만이 간신이 피하고 터지는 화약.

대만이 겨우 일어서는데. 어느 틈에 다가온 화수인이 맨손을 대만의 목덜미에 밀어 넣는다.

대만이 비명소리.

 

 

#14. 최영의 방 앞 복도

 

막 나가려던 최상궁과 은수가 대만의 비명소리를 들었다.

최상궁이 허리 뒤에 감추어두었던 중도를 꺼낸다.

 

최상궁 : 여기 계십시오.

 

방으로 달려간다.

은수도 걱정돼서 좀 따라간다. 아직 힘이 없어서 벽을 짚어가며.

 

 

#15. 최영의 방

 

대만이가 비틀거리며 도망치는데 그를 악착같이 따르던 화수인, 최상궁이 뻗어낸 칼을 간신히 피한다.

최상궁이 연이어 공격을 해온다. 화수인이 뒤로 뒤로 피한다.

 

 

#16. 최영의 방 앞 복도

 

은수가 방안을 기웃거리고 있는데 그 뒤에서 달려온 점오.

 

점오 : 의선.

은수 : 저기 안에.

점오 : 또 한 놈이 옵니다. 이쪽으로.

은수 : (방안을 보며 망설이는데)

점오 : 그 놈은 제가 상대 못합니다. 어서.

은수 : 어디로 가는데요.

점오 : 곤성전으로 모시겠습니다.

은수 : (방안을 향해 외친다) 곤성전에 먼저 가 있을게요.

 

점오가 밖을 급히 살피며 은수를 안내해 나간다.

 

 

#17. 최영의 방

 

최상궁과 싸우던 화수인이 급해서 문 쪽을 돌아본다. 품에서 꺼낸 화화탄을 최상궁에게 던짐과 동시에 문으로 달린다.

그러나 부상당했던 대만이 악착같이 그 앞으로 달려온다.

화수인이 대만을 향해 검을 휘두르려던 순간. 멈춘다.

그 화수인을 뒤에서부터 찌른 최상궁이 힘껏 검을 빼내더니.

 

최상궁 : 괜찮냐?

대만 : 우리 의선, 빨리요.

 

최상궁이 밖으로 달려나간다.

그 뒤에서 무너져 내리는 화수인.

 

 

#18. 병영 외부의 일각

 

점오가 무기를 빼들고 은수를 부축하여 달리다가 멈춘다.

저 앞에서 달려오고 있는 천음자.

점오가 재빨리 은수를 다른 방향으로 이끈다.

다른 우달치들이 천음자를 쫓아오고 있다. (여기서 점오와 은수는 다른 우달치들 눈에 띄지 않은)

 

 

#19. 다른 일각

 

은수를 끌다시피 달려온 점오가 그 앞에 세워져 있는 마차에 은수를 태우려 한다.

 

점오 : 어서.

 

은수가 급해서 마차에 들어간다.

 

 

#20. 마차 내부

 

들어서던 은수가 놀란다. 거기 이미 타고 있던 양사.

은수가 기겁을 해서 도로 나가려는데. 양사가 은수 목덜미의 혈을 누른다.

의식을 잃는 은수.

 

 

#21. 다른 일각 / 마차 외부

 

점오가 마차의 앞에 올라타더니 말을 몰기 시작한다. 주위의 눈치를 보며 빠져나간다.

 

 

#22. 최영의 방 안

 

뛰어드는 천음자. 싸우느라 난장판이 된 방안을 둘러보다가 멈춘다.

거기 쓰러져 있는 화수인.

천음자가 믿을 수 없어 하며 화수인을 흔든다. 잠에서 깨우려는 듯. 그 손에 묻어나는 피.

천음자가 주저앉더니 화수인을 안아 든다.

 

 

#23. 최영의 방 앞 복도

 

달려들어오던 우달치들이 일제히 귀를 막고 비틀거린다. 서로 밀어서 뒤로 빠진다.

 

 

#24. 최영의 방

 

천음자가 화수인을 무릎에 안은 채 피리를 불고 있다.

 

 

#25. 궁의 일각

 

달려 나오는 최영과 우달치들. 거기 금군이 두엇 쓰러져 있다.

최영이 멈춰서 엎어져 있는 금군을 뒤집어 상태를 본다. 목덜미가 퍼렇게 동상에 걸린 듯. 상처가 나있다.

달려 들어오는 덕만.

 

덕만 : 놓쳤습니다. 말을 대기시켜 놓구 있었습니다. 궁수 부대가 도착하기 전에 벌써 날랐습니다.

최영 : 그 사형제가 탈옥한 게 언제라고 했지?

충석 : 부원군이 편전에 도착할 때쯤입니다. 이후 전하의 집무실을 털고 바로 도주한 듯 합니다.

최영 : 기껏 궁 안으로 침입했다가 다시 밖으로 도주를 해?. 부원군을 안에 놔두고?

충석 : 우달치들이 편전의 전하께 몰려서 인원 배치가 허술한 틈을 타서 침입한 듯 합니다. 이후에..

최영 : 왜. 부원군을 돕지 않고. 무슨 속셈으로.. (하다가 벌떡 일어난다) 의선.

충석 : 예?

 

하는데 거기 비틀거리며 오는 대만. 덕만이 놀라서 대만을 잡아준다.

(대만은 목덜미에 화상을 입은 상태에서 이러고 다니는 중)

 

대만 : 의선이 곤성전에 없습니다. 글루 간다구 했는데 없습니다. 사라졌습니다.

최영 : (충격) 너.. 뭐라는 거냐. 그 분이 .. 뭐?

 

 

#26. 궁의 회랑

 

무각시들의 호위를 받는 노국이 빠른 걸음으로 온다.

 

 

#27. 공민의 집무실

 

들어서던 노국이 찌푸려서 둘러본다.

화수인네가 난장판을 벌여놓은 곳을 도치를 비롯한 내관들이 정리하느라 바쁘다.

공민이 가운데 서 있다가 노국을 돌아본다.

 

공민 : 어지러운 곳에 뭐하러 오십니까.

노국 : 그자들이 여기서 무엇을 찾았다는 것입니까?

 

하는데 도치가 부른다.

 

도치 : 전하. 이런 곳이 있었습니다.

 

공민이 돌아서 가보면 책상 아래 양탄자를 걷어내고 그 아래를 열었다.

도치가 그 안에서 수술도구 상자를 꺼낸다.

공민이 받아서 대나무 통을 열어본다. 녹슨 수술도구들.

 

공민 : 이건 의선께서 쓰는 하늘도구 아닌가.

노국 : 같지 않습니다. 이건 녹이 슬어 있습니다.

 

다른 내관이 상자를 들고 온다.

 

내관 : 서가 깊숙한 곳에 있었습니다.

 

공민이 뚜껑을 열어본다. 그 안에는 종이 한 장이 달랑 들어있다. 수첩의 속지에서 떨어진 마지막장.

공민이 집어서 내용을 본다. 노국이 옆에서 같이 보지만 알 수 없는 글자.

 

공민 : 이것 또한 의선이 봐야 알 듯 한데.

노국 : 대장은 어쩌고 있습니까.

공민 : 개경 전체에 수색령을 내렸으니 기다리라 말해놓았어요. 그 정신에 정처없이 헤메고 다닐까봐요.

 

공민이 찾아낸 물건들을 서가의 한 곳에 잘 올려놓는다.

 

노국 : 의선은 지금 몸도 좋지 않을 것인데.

공민 : 그러니까요. 그런 의선을 놓아두고 대장이 또 나에게 달려와 주었는데.

노국 : 그런 생각이 듭니다. 전하. 하늘에 계신 분. 나를 위해 억지로 모셔왔지 않습니까.

공민 : 터놓고 말해 납치를 해온 것이지요.

노국 : 역시 이 곳에 계실 분이 아니라 하늘이 줄곧 시련을 주는 것일까요.

공민 : 글쎄요. 데려오라 한 것도, 보내지 말라 한 것도 나였는데.. 시련을 받아도 내가 받아야 할 것인데.

노국 : 그럼 저도 나누어 받겠습니다.

공민 : 어째서요.

노국 : 지금은 의선 때문에 걱정할 때이니 안되겠지만. 의선을 찾게 되면 해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공민 : 무슨 말인데요.

노국 : 의선께 배운 하늘말이지요.

공민 : 해보세요.

노국 : 나중에.. 전하께 기쁜 일이 있을 때마다 해드리겠습니다.

공민 : 쌍성총관부를 치게 되거나..

노국 : 예.

공민 : 그 위의 땅을 찾게 되면요?

노국 : 예.

공민 : (저도 모르게 웃었다가)

노국 : 대장과 의선을 생각하십시오.

공민 : 아.. 예. (웃음을 거둔다)

노국 : 대장은..

공민 : 찾을 것입니다. 의선.

 

뒤에서 도치가 슬쩍 본다. 기웃해서 더 자세히 보는 곳.

둘은 탁자 아래로 손을 잡고 있다.

 

 

#28. 궁 회랑

 

// 거기 오늘 희생된 우달치들의 시신이 임시로 주루루 놓여있다. 모두 흰 천을 덮어 놓았다.

그 한쪽 끝에 최영이 쭈그려 앉아있다. 그 옆에 서 있는 최상궁.

최영은 돌배의 주검 옆에 앉아있었다. 잠시 돌배의 어깨에 손을 짚어 내려다보다가

마음의 인사를 끝내고는 흰 천을 얼굴 위로 덮어주고 일어선다.

 

최상궁 : 그 불 쓰는 여인의 시신이 없어진 거 보니 천음자란 놈이 들고 간 듯 하고.

            시신을 옮기면서 의선까지 끌고 가진 못했을 터. 다른 종범이 있다는 얘기겠지.

최영 : 그분 어땠어요.

최상궁 : 밤새 그리 고열이었다며. 좋을 리는 없지.

최영 : 독은..

최상궁 : 그분 말로는 이겨낸 거 같다고.

최영 : 그런 분을..

최상궁 : 수리방도 총동원해서 찾고 있으니까..

최영 : 가봐야겠어요. (돌아서는데)

최상궁 : (잡으며) 어딜 가. 전하께서 일단 기다리라고 하셨으니까...

최영 : 기다려요. 기다리는데...

최상궁 : 괜히 소식 엇갈리지 않게 여기 있어.

최영 : (나직하게) 죽을 거 같아요. 지금. 나.

 

최영이 걸어간다.

그 모습을 안타까워 보고 있는 충석. 그 옆에 덕만. 그리고 다른 우달치들.....

 

 

#29. 기철의 은신처

 

침상에서 잠들었던 은수가 부스스 잠이 깬다. 그랬다가 현실이 한꺼번에 깨달아지면서 일어나 앉는다. 어지럽다.

(너무 입술 허옇게는 만들지 말아주세요)

그러다가 헉 놀란다. 은수의 목을 겨냥하며 뻗어 나오는 칼날. 눈만 돌려 보면 천음자다.

천음자가 차가운 눈으로.

 

천음자 : 누가 죽였나.

은수 : 네?

천음자 : 내 사매. 누가 죽였나.

은수 : 사매.. 그 빨간 옷.. 난 (고개를 젓는다)

 

칼날이 더 목으로 깊이 들어오는데.

문이 벌컥 열리며 들어서는 기철.

 

기철 : 치워.

 

천음자가 정말 내키지 않는 얼굴로 버티다가 칼을 거둔다.

은수가 겁에 질려서 기철을 본다. 기철이 옆에 앉더니.

 

기철 : 모셔오느라고 이 나라 궁을 뒤집어야 했습니다. 헌데.. 어디 몸이 불편하십니까? 아직 독기운이 있는 겁니까?

은수 : 나.. 지금 납치된 거에요?

기철 : 아닙니다. 모셔온 겁니다.

은수 : (허.. 슬프게) 그럼.. 가고 싶다면 보내줘요?

기철 : 안됩니다.

은수 : (울상) 대체 왜 이러세요.

기철 : 우린 같이 갈 겁니다. 하늘문까지. 그리고 하늘세상까지. 전에 그러셨지요. 세 번째 유물.

         그것에 하늘 세상 가는 방법이 있을 거라고. 여기 있습니다. (하더니 보자기에 싸인 상자를 꺼내 보여준다)

 

은수, 처지도 잊고 그 상자를 본다.

 

 

#30. 저자거리

 

지호와 시울이 달려오고 있다.

 

 

#31. 국밥집

 

달려들어오는 지호. 시울.

마마가 돌아본다.

 

마마 : 그래서?

지호 : 걸인 짝패까지 다 연통을 돌렸으니까 어디선가 걸리긴 할텐데.

시울 : 머리 허연 놈도 같이 있으니 그리 쉽게 숨지는 못할거요.

마마 : 어떻게 해서라두 찾아야 되어. 안 그럼 그 놈이 또 귀신맹키로 시커먼 얼굴을 해서 살아갈 것인데 그 꼴을 또 어찌 봐.

         (하다가 뭔가 생각났다) 아.

지호 : 왜요.

마마 : 약방을 뒤져봐라. 부원군이 늘 쓰는 약재가 있다했지?

시울 : 아.. 양사 그 놈이 맨날 쓸어가곤 했어. (이미 문으로 가며) 내 알아볼게.

 

 

#32. 기철 은신처

 

은수가 보자기를 풀고 있다. 옆에서 보고 있는 기철.

보자기 안에는 오래된 나무 상자가 들어있다. 은수가 조심스럽게 상자를 연다.

오래되어 잘 열리지 않는 경첩을 풀고 그리고 연다. 안의 것을 집어 든다.

백년의 세월동안 이끼가 끼고 누렇게 되고 변형된 모습을 처음에는 잘 알아보지 못하다가 드디어 알았다.

(부모님의 영상 편지 등이 들어있는 프로젝터)

은수가 울기 시작한다. 기철이 놀라서 본다.

 

기철 : 의선. 왜 그러십니까. 의선..


그러나 그것을 가슴에 안으며 은수가 서럽게 운다. 그간의 참았던 울음이 다 터져 나오듯이.

 

기철 : 이게 대체 무슨..

 

당황해서 옆을 본다. 천음자와 입구 쪽에 있던 양사도 뭔 일인가 해서 본다.

이제 은수는 아예 소리 내어 운다.

 

 

#33. 최영 방

 

최영이 들어서고 있다. 초조함과 분노를 어쩌지 못해하다가 문득 돌아보는 곳.

싸움의 흔적으로 난장판이 되어있는 실내.

거기 탁자 위에 자신이 던져놓았던 아스피린 병. 집어 들었다가 품에 넣는다.

그리고 침상 쪽으로 간다. 흩어져 있는 침상 위에 손을 얹는다.

방금 전까지 여기 있었던. 자신이 옆에 있어주지 못한 은수 생각. 가슴이 터질 듯 한데.

그러다가 몸을 일으키며 돌아본다.

공민이 들어서고 있다. 최영이 앞으로 나가며 고개를 숙여 보인다.

공민이 흐트러진 실내를 돌아보고.

 

공민 : 국경 마을까지 비상 검문을 하라고 했어요. 그리고..

최영 : 간다면 천혈이 있는 곳일 겁니다. 갈 길을 제가 압니다.

공민 : 그리 갔다면 따라갈 것이지요?

최영 : 가야됩니다. 전하.

공민 : 혹시.. 의선을 만나게 되면.. 되찾게 되면.. 그분을 따라갈 겁니까?

최영 : ... 그 답을 얻으시려고 저를 잡아두셨습니까?

공민 : 아니요. 의선의 소식을 먼저 알고 움직이라고 그랬어요.

         그리고. 예. 그 답을 얻으려고 잡았습니다.

최영 : ...

공민 : 대장이 이 땅에 얼마나 지쳤는지 내가 압니다. 그래서.. 따라갈 생각입니까?

최영 : 이미 대답 드렸습니다. 제 스승께서 내린 답. 가신 길. 저는 택하지 않겠다고.

         그래서 저는 이미 돌아왔습니다. 전하. 그러니 제 여인도 데려오게 도와주십시오.

 

공민이 울컥하여 최영을 본다. 조금 끄덕인다.


 

#34. 저자 거리 / 한약방

 

사복을 입은 점오가 한약방에서 나오고 있다. 손에는 제법 큰 한약재 봉지를 들고 있다.

그 뒤를 이어 안에서 나오는 한약방 주인. 그 옆에 있던 걸인 아이를 부른다. 아이가 다가가면.

 

 

#35. 저자 거리 다른 곳

 

거사가 급히 달려온다.

거기 기다리던 아이가 한쪽을 가리킨다. 그쪽에 가고 있는 점오.

거사가 재빨리 아이에게 동전닢을 건네주고 점오의 뒤를 따른다.

 

 

#36. 골목길

 

걸어오던 점오가 멈칫. 뒤의 미행을 눈치챘다. 슬그머니 검을 잡는다.

순간. 검을 빼며 뒤를 향해 공격. 뒤를 쫓아오던 거사가 그 공격을 받아친다.

그러나 점오는 약재를 냅다 거사에게 던지더니 도망치기 시작한다.

 

 

#37. 다른 길

 

헐떡이며 도망쳐오는 점오. 뒤를 돌아보며 코너를 돌아간다.

그러나 이만치에 있던 보부상 차림의 사내 하나가 그를 또 쫓는다.

 

 

#38. 궁 회랑

 

달려 나오는 최영. 그의 손에 들려있는 귀검.

그 앞에서 기다리던 시울과 덕만이 달려오며.

 

시울 : 놈들 숨은 데 따라 붙었어.

덕만 : 우달치 신입 중에 간자가 있었습니다. 지금 관군들이 습격하는 중일 겁니다.

 

 

#39. 은신처

 

문이 박차지며 관군들이 몰려 들어온다.

지호가 관군들을 비집고 들어오다가 에잇. 방 내부는 이미 비어있고. 흩어져 있는 몇 개의 물품들 뿐. 그 위로..

 

지호소리 : 놈들이 간발의 차로 도망쳤어. 주변에 목격자들을 다 뒤질거니까 걱정마.

 

 

#40. 궁의 일각

 

말을 데리고 기다리는 우달치. 달려온 최영에게 말을 넘긴다.

쫓아온 시울과 덕만.

 

덕만 : 애들 불러서 따라가겠습니다.

최영 : 나 혼자 간다. 다들 기다리라 해. 그분 모셔 올테니.

 

최영이 말에 올라타 달리기 시작한다.

 

 

#41. 길 / 밤

 

아까의 거지소년이 보고 있는 곳.

마차가 달려지나가고 있다. 마부는 모자를 눌러 쓴 양사.

마차의 옆에는 한 필의 말이 따르고 있는데. 깊숙한 삿갓에 망토를 뒤집어쓴 사내.

소년이 슬쩍 고개를 기울여 살핀다.

삿갓 밑. 망토 사이로 드러나는 하얀 머리칼. 천음자.

 

충석소리 : 수리방에서 소식입니다. 부원군의 무리로 보이는 자가 마차와 함께 서경을 지나갔다고 합니다.

 

 

#42. 길 / 밤

 

최영이 탄 말이 달리고 있다.

 

 

#43. 궁 내 정원 / 밤

 

노국이 서있다. 그 옆에는 최상궁.

노국이 두 손을 합장해서 눈을 감는다.

 

 

#44. 편전

 

비어있는 편전의 옥좌를 바라보며 공민이 서있다. 기도해주는 마음으로.

 

 

#45. 길 / 밤

 

기철의 마차가 이동하고 있다.

 

 

#46. 마차 내부 / 밤

 

마차의 움직임에 따라 흔들리는 호롱불 아래. 은수와 기철.

은수는 망토를 둘러 싼 채 열심히 설명 중이다. (아직 완전히 회복된 것은 아니라 그렇게 기운차지는 못함)

 

은수 : 확신하는 건 아니지만요. 수첩에 남겨져 있는 걸로 봐서 이 하늘문이란 게 태양의 흑점 폭발하고 관련이 있는 거 같아요.

 

기철 열심히 듣고 있다.

 

은수 : 폭발 중에서도 가장 큰 엑스 등급일 때 이 문이 열린다고 보는데.

         근데.. 이 문이 정확하게 언제의 어디로 연결되는지 그건 몰라요.

         대장이 같은 길로 오고간 걸 봐서 한번은 왕복이 되는 거 같은데 그 담은 어떻게 될지 모르구요.

         부원군님은 이게 처음 길이니까 어디로 통하게 될지..

기철 : 상관없습니다.

은수 : 어디로 갈지 모른다구요.

기철 : 세상의 모든 문은 열라고 있는 것이고. 건너가라고 있는 것입니다.

은수 : .. 그렇게 가게 되면요.

기철 : 찾고 모아봐야지요. 내 마음의 구멍을 메우고, 내 병을 고칠 수 있는 거. 모으고 모으다 보면 언젠가는 찾겠지요.

은수 : 좋아요. 그 문까지 바래다 드릴게요. 그 대신 난 놓아주시면..

기철 : 우린 같이 갑니다.

은수 : 난 여기 남아야 되요. 그러니까..

기철 : 같이 갈 겁니다.

 

기철이 말을 다했다는 듯이 눈을 감는다.

은수가 기운이 빠지며 옆으로 쓰러지듯 기댄다.

 

 

#47. 주막 (객잔) / 밤

 

주인이 고개 돌려 보는 곳. 들어서는 기철의 일행.

기철도 은수도 망토의 모자를 눈 아래까지 눌러쓰고 있다.

깊은 삿갓을 쓴 천음자.

양사가 주인에게 가서 흥정을 하는 동안 은수가 주위를 둘러본다. 앞의 화로불에 식은 숯들이 들어있다.

기철네가 보지 않는 동안 그 중의 하나를 집어 들어 소매 안에 감춘다.

 

 

#48. 길 / 아침

 

주막 앞. 말을 몰아 온 최영이 말에서 내린다.

 

 

#49. 주막 안 (47과 같은)

 

최영이 들어서면서 주위를 살핀다. 미칠 것 같은 심정을 누르고 누르느라 딱딱해져 있다.

거친 모습으로 주막을 이리저리 뒤져 살핀다. 이미 은수네는 떠난 이후다.

저쪽에 있는 주인을 보고 그쪽으로 가려다가 멈칫. 돌아본다.

거기 벽에 그어져 있는 숯 글씨.

머뭇거리며 그 앞으로 가서 본다. 거기 한글로 [괜찮아요]라고 써있다.

 

 

#50. 회상 /18부 #47 전의시 은수 거처

 

은수가 종이에 쓰인 괜찮아요 글씨를 펴보이며.

 

은수 : 이 하늘 글자는 무슨 말인가하면.. 괜찮아요.

 

 

#51. 주막 안

 

최영이 글씨에 손을 얹는다. 은수가 옆에서 괜찮다고 해준 느낌. 울컥 울 뻔 한다.

 

 

#52. 길

 

마차가 가고 있다. 그 앞의 길목을 지키고 있는 관군들.

말 위의 천음자가 말을 몰아 가까이 가며 칼을 빼든다.

천음자가 무기를 빼드는 것을 보고 관군들이 달려온다.

천음자가 말에서 뛰어내리며 하나씩 상대하며 벤다.

양사가 모는 마차는 그 옆을 거침없이 지나간다.

 

 

#53. 길

 

말을 달리는 최영. 달리다 보면 저 앞에서 약장사 차림의 사내 하나가 방향을 가리켜 준다.

그리로 말고삐를 채어 돌린다.

 

 

#54. 객잔 홀 (국경 옆의)

 

천음자가 객잔의 문을 닫는다. 양사가 주인장에게 말하고 있다.

 

양사 : (돈주머니를 건네며) 오늘 하루밤은 우리가 이 객잔 전체를 살 것이니 그리 알고,

         부인께서 몸이 안 좋으시니 절대 안정을 취할 수 있게 해주고..

 

천음자가 돌아보는 곳. 망토를 뒤집어쓴 은수를 기철이 안내하여 안으로 들어가고 있다.

 

 

#55. 객잔 밖

 

또각또각 걸어오는 말의 발. 그 말을 끌고 가는 자의 발.

말을 끌어오는 최영이다.

 

 

#56. 객잔 내 방 / 밤

 

침상에 앉은 은수가 보는 곳. 기철이 저만치 웅크리고 앉아있는데. 힘들어 하고 있다.

은수가 보다가 일어서 기철에게 다가온다.

 

은수 : 맥 좀 봐요.

기철 : 믿지 않는 자에게 내 몸의 상태를 읽어보라고.. 내가 그런 짓은 안하지요.

 

은수. 보다가 침상으로 돌아간다. 힘이 없다. 벽에 기대어 앉는데.

기철이 고개를 든다. 뭔가 소리를 들었다. 누군가 객잔 대문을 두들기고 있다.

 

 

#57. 객잔 홀 / 밤

 

잠겨있는 문을 밖에서 누군가 일정하게 쿵쿵 두들기고 있다.

주인이 눈치를 본다. 양사와 천음자가 앉아 있다가 문 쪽을 본다.

양사가 주인을 보고 눈짓을 한다.

 

주인 : (큰 소리로) 오늘 장사 안합니다아.

 

잠시 문을 두들기는 소리가 끊어졌다 했는데.

천음자가 긴장해서 본다. 대문을 이루는 가운데 쇠경첩에서 웅웅 전기가 일어나고 있다.

다음 순간 박차지며 열리는 대문.

천음자가 피리의 칼을 빼든다. 최영이 들어선다.

양사가 급히 구석으로 도망간다.

천음자가 최영의 앞을 막아선다. 최영이 말한마디 없이 검을 빼들더니 그대로 공격해 들어간다.

주인장은 벌써 사라졌고.

최영의 검에 천음자가 한걸음씩 밀린다. 싸우는 와중에 탁자며 의자가 넘어지고 밀리며 요란한 소리를 낸다.

 

 

#58. 객잔 방안

 

기철이 벌떡 일어나더니 은수에게 손을 내민다.

 

기철 : 갑시다. 나하구 같이.

 

은수가 일어서는가 싶더니 문으로 도망친다.

기철이 그 앞을 가로막는데 은수가 어느 틈에 꺼낸 빨간 비수를 휘두른다.

방어하지 않았고, 몸이 아픈 기철의 손등을 비수가 긁고 지나간다. 아.. 손을 감싸는 기철.

은수가 문을 열고 달려 나간다.

 

 

#59. 객잔 홀

 

최영과 천음자가 싸우는 뒤에서 양사가 슬금슬금 최영의 뒤로 돌아 다가온다.

손에 끼워져 있는 독수.

천음자가 최영을 향해 검을 주욱 내뻗는다.

최영이 옆으로 피하며 그 손목을 잡아 뒤로 더 찌른다. 그 뒤에 있던 양사의 몸에 박히는 천음자의 검.

천음자가 검을 놓고 뒤로 물러서는데 한박자 늦었다. 최영이 베었다.

조용히 쓰러지는 천음자.

최영이 천음자를 내려다본다. 무심한 눈으로 최영을 보던 천음자가 눈을 감는다.

그리고 최영이 천천히 돌아선다. 거기 은수가 서서 최영을 보고 있다.

최영이 허청거리는 마음으로 은수에게 다가선다. 은수가 눈물이 가득해서 최영을 본다.

최영은 은수에게서 겨우 시선을 떼어 그 뒤를 본다.

 

 

#60. 객잔 외부 / 밤

 

기철이 도망쳐 나오고 있다. 몸이 너무 안좋다. 냉기가 내장 속까지 스며든 느낌.

두리번거리다 어둠 속으로 사라진다.

 

 

#61. 객잔 방안

 

문을 박차 열며 들어서는 최영. 방안은 비어있다.

그 방 중앙까지 가 구석구석 살펴본 최영이 돌아본다. 문의 입구에서 은수가 최영을 보고 있다.

최영이 입을 여는데 벅차서 말이 나오지 않는다.

은수가 최영의 앞까지 다가선다.

최영이 가까이서 은수의 얼굴을 살피며, 떨리는 손으로 머리를 쓸어넘겨주며. 그렇게 떨리는 마음으로.

 

최영 : 괜찮습니까.

은수 : (끄덕이는)

최영 : 아픈 데는..

은수 : (고개를 젓는데 눈물이 차오른다)

최영 : 그럼 이제.. 살아난 겁니까?

은수 : 네..

최영 : 그럼 이제.. (눈물이 고인다) 내 옆에 있는 겁니까?

은수 : (끄덕인다) 네.

 

최영의 손에서 검이 떨어져 내린다.

최영이 은수를 당겨 입맞춘다. 오래 원하며 기다려왔었다.

 

 

#62. 객잔 외부 / 밤

 

 

#63. 객잔 내부 방

 

방안 저쪽의 호롱불. 닫힌 문.

이만치 침상 옆, 언제라도 뺄 수 있게 가까이 놓여진 의자 위에 얹혀진 최영의 검.

그리고 침상 위에 둘이 누워있다.

은수는 천정을 향해 바로 누운 채 눈을 감고 있고.

최영은 한 팔로 머리를 받쳐 은수를 내려다보고 있다. 살아있고 옆에 있는 것이 고마워서 본다.

그런 최영의 시선을 눈을 감은 채 느끼던 은수가 웃는다.

그렇게 나직나직 나누는 이야기.

 

최영 : 내일이지요. 하늘문 열리는 날.

은수 : 네.

최영 : 괜찮겠습니까?

은수 : (눈을 떠 보는)

최영 : 문 너머로 인사드릴 분들 계시지요?

은수 : 해도.. 되요?

최영 : 모셔다 드리겠습니다.

은수 : 부원군이 올지 몰라요.

최영 : 압니다.

은수 : 싸우면 이길 수 있어요?

최영 : 아마 이길 겁니다. (그러면서 내내 은수의 얼굴을 보고 있다)

은수 : (웃는) 왜요.

최영 : 기억하려구요. 이젠 잊지 않아도 되니까.

 

은수가 손을 들어 손 끝으로 최영의 얼굴 윤곽을 그린다. 이렇게 생긴 사람이었지. 이 사람. 하는 느낌. 눈. 콧날을 따라..

입술 근처로 오는데 최영이 그 손을 잡아 손바닥에 입맞춘다.

 


#64. 과거 천혈

 

천혈에 빛무리가 돌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앞에 격정으로 서있는 기철.

빛이 점점 커진다.

기철이 부들부들 떨며 본다. 흥분으로 어쩔 줄 모르며 보다가 한발자국씩 내딛기 시작한다. 점점 더 가까이 간다.

그리고 기철이 빛 안으로 들어선다. 기다린다. 아무 반응이 없다.

기철이 옆으로 빠져나왔다가 다시 들어선다. 역시 마찬가지.

기철이 점점 미칠라한다.

품에서 양사가 줬던 약을 꺼내 먹는다. 씹으며 다시 한번 시도한다. 소용없다.

 

 

#65. 추억의 언덕

 

최영이 끌고 오는 말에 탄 은수. 둘 다 행복한 시간.

어쩌다 시선이 마주치면 또 웃다가.

최영이 순간 긴장한다. 말을 세우더니 돌아본다. 은수도 그제야 봤다.

저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 기철.

최영이 고삐를 은수에게 넘기고 안장에 꼽았던 검을 뽑아든다..

 

기철 : (은수에게) 하늘문이 열렸습니다.

은수 : 계산이 맞나보네요. (말에서 내리는)

최영 : (도와주는)

기철 : 자아. 이제 가르쳐주세요. 어찌 들어가면 됩니까?

 

은수와 최영이 일제히 기철을 본다.

최영이 긴장한다. 기철의 눈이 허옇게 변해있다. (약의 효과이며 부작용. 광폭화)

 

은수 : (좀 무서워서) 그냥 들어가시면 되는데요.

기철 : (웃는다. 비통해서) 끝까지 나를 속이는구나. 내 간절한 마음을 이렇게 잔인하게.. (검을 빼든다)

최영 : (바로 검을 빼며 말은 은수에게) 피해 계십시오.

 

은수가 부지런히 뒤로 피하는데.

 

기철 : 대답을 해. (따라가려는)

최영 : (검을 휘둘러 공격하며) 그만하지.

기철 : (최영을 공격하며) 이 세상엔 이 땅 뿐이야? 죽으면 그걸로 끝이야? 더 없어?

 

기철이 온 힘을 다해 칼을 휘두른다. 최영이 막으며 두어걸음 밀린다.

순간. 기철이 최영이 아닌 은수에게 달려간다. 최영이 놀라서 따라 달린다.

은수가 놀라 굳어서 본다.

기철이 검을 치켜든다. 최영이 급해서 들고 있던 검을 날린다.

그 검이 기철의 옆구리에 박히지만 꿈쩍도 않는 기철. 아픔 못 느낌.

 

최영 : 지금.

 

그 말에 은수가 그대로 주저앉는다.

기철의 칼이 수평으로 은수의 머리 바로 위를 가르며 지나간다.

그 뒤에서 기철을 끌어안아 잡아채는 최영.

순간 기철이 자신을 끌어안은 최영의 양손을 움켜잡는다. 최영이 빼내려 하지만 여의치 않는다.

빙공이 최고조에 달하며 기철을 감싸고 있는 최영에게 직격적으로 데미지를 주고 있다는 설정.

은수가 놀라 다가서려는데.

 

최영 : (간신이) 오지 마.

 

기철의 옆구리에 박힌 칼에 서리가 내리며 언다.

 

기철 : 같이 가보자. 이 다음이 과연 무엇인지..

 

경악하여 보고 있는 은수 앞에서 기철과 최영이 같이 무너져 내린다.

기철이 앞으로 고꾸라진다. 최영은 무릎을 꿇은 채 아직 버틴다.

은수가 달려들어 최영을 받아 안는다.

최영의 얼굴에 살얼음. 혹은 퍼렇게 되어있다.

은수가 최영을 옆으로 눕힌다. 아직은 울지 않는다. 의사로서의 진단이 먼저.

다급하여 최영의 경정맥을 짚어본다. 급격한 저체온증 상태.

소리 (심장 소리. 느리게. 점점 느리게. 최영의 호흡소리 점점 느리게)

그런 상태에서 최영이 은수를 본다.

은수가 결국 울며 최영의 가슴에 시피알 압박을 가한다.

 

최영소리 : 왜 하필 이 분이었을까.

 

전신을 움직이지 못하는 최영의 시각에서 보이는 은수.

그 은수의 뒤에서 일어나는 기철. 기철이 은수에게 다가오는 것을 속수무책으로 보기만 한다.

기철이 은수를 끌어간다. 이제 최영의 시각에서 은수가 보이지 않는다.

 

최영소리 : (담담하게 계속) 그런 생각하느라.. 많은 시간을 버렸습니다. 아버지. 이제 찾았습니다. 너무 늦었을까요.

 

이제 좀 더 뒤로 빠져서 보이는 최영.

그의 옆에는 현재 소국이 없습니다. 한손은 뻗어져 있습니다.

(지금은 소국이 없습니다. 이후 은수가 대과거로 가서 아스피린통에 꽃을 심은 다음에야 소국이 필겁니다.

그래서 #91에서는 소국이 잔뜩 있을 겁니다. 소품 담당하시는 분들 죄송하고 고맙습니다) #91로 연결될 씬입니다.

 

 

#65-1. 과거 천혈 앞

 

기철이 은수를 끌어온다. 뒤를 돌아보며 끌려온 은수.

거기 요동치고 있는 천혈.

은수가 마지막 힘을 다해 기철을 뿌리치고 다시 돌아가려는 것.

기철이 은수의 팔목을 잡아당겨 천혈로 들어간다.

그리고.. 기철이 혼자 남는다. 기철이 벙해서 주위를 둘러본다. 그러더니 서서히 주저앉는다.

문득 옆구리를 내려다본다. 이제 녹아버린 옆구리에서 피가 꿀럭꿀럭 나온다.

기철이 믿을 수 없어 천혈을 바라본다.

 

최영소리 : 허나 그분은 이리 대답할 것입니다. 괜찮다고. 다 잘될 거라고. 이제 시작이라고.

 

 

#66. 봉은사 천혈 / 밤

 

천혈로 나오는 은수. 비틀 하더니 무너져 앉는다. 주위를 둘러본다. 봉은사다.

부들부들 떨며 일어선다. 비틀거리며 몇걸음 걷는다. 충격에 이어 아직 제대로 들어오지 않고 있는 현실.

문득 머리를 흔들어 정신을 차리더니 한바퀴 돈다. 지금 내가 어디 있는지 알아야겠다.

아직 빛나고 있는 천혈을 다시 본다. 뒤돌아선다. 그리고 은수가 달리기 시작한다.

(현시간대에서 다른 시간대를 다녀올 때. 현시간대는 전혀 흐르지 않습니다. 서로 상관없는 시간대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은수가 도착한 이곳은 은수가 납치되었던 때에서 다시 연결됩니다)

 

 

#67. 은수의 병원 로비

 

간호사가 일본 카메라맨 하나와 기자를 안내하는 중이다.

카메라맨은 주위를 찍으며 따라오고 있고. 기자는 수첩을 들고 따르며.

 

기자 : (일본어) 먼저 이곳 의사분들하고 인터뷰를 하고 싶습니다.

         특히 (수첩을 보며) 줄기세포 쪽을 연구하시는 분이 있다고 들었는데요.

 

하다가 문을 열고 뛰어 들어오는 은수를 봤다. 갑옷을 뺀 우달치 복장 그대로.

 

간호사 : (완전 놀라서) 유선생님.

은수 : (은수로서는 아주 오랜만에 보는) 김실장님.

간호사 : 선생님 납치 됐다면서요. 방금 경찰이 전화하고 난리가 났는데.. 옷은 또 그게 뭐에요.

 

은수는 지금 마음이 너무 급하다. 안으로 들어가려다가 카메라맨이 옆에 내려놓은 커다란 가방을 본다.

 

은수 : 이 가방 좀 살게요. (간호사에게) 이분 가방 값 좀 내드려요.

 

하더니 가방을 뒤집어 안에 있는 렌즈니 뚜껑 따위를 데스크 위에 털어놓는다.

카메라맨이 너무 놀라서.

 

카메라맨 : (일) 잠깐만요. 이게 뭐하는 겁니까.

 

그러나 은수는 가방을 들어 안으로 들어간다. 뒤에서 놀라는 사람들은 아랑곳없이.

 

 

#68. 병원내 은수의 방

 

달려들어온 은수가 거기 걸어놓은 자기 청진기를 잡아채어 가방에 넣고.

다시 나가려다 돌아본다.

책상 위에 있는 프로젝터. 그것도 잡아 채어 가방에 넣는다.

 

 

#69. 약제실

 

은수가 가방에 약들을 쓸어 담는다. 수술도구도 한 세트 집어넣고. 붕대며 수술 봉합실 같은 건 아예 쓸어담는다.

그러다가 아스피린 병을 본다. 약이 가득 담겨있다. 그것도 가방에 넣는다.

진통제 항생제도 와르르 쓸어서 가방에 넣는다. 주사기도 한박스. 식염수병도 몇개 집어넣고. (저체온증 치료제입니다)

 

 

#70. 병원 홀

 

간호사가 전화를 하고 있다. 손에는 번호가 메모된 종이를 들고.

 

간호 : 경찰이죠? 여기 유은수선생님 오셨는데. 네. 그 납치된 분이요. 근데 진짜 이상하세요.

 

 

#71. 코엑스 앞 큰 길

 

은수가 카메라 가방을 메고 길을 달려오고 있다.

그 옆을 지나가는 어느 가게의 텔레비전에서 뉴스를 전하고 있다. 1회에 나왔던 똑같은 그 뉴스다.

 

앵커 : 현재 태양 흑점 폭발에 따른 4단계 경보가 발령된 상태입니다.

 

// 저 위의 전광판에서 보이는 뉴스. 계속.

 

앵커 : 전파연구소에 따르면 오후 6시 현재 국내 일부 항공기가

         우주 폭풍의 영향을 많이 받는 북극 항로를 우회해 운항하고 있다 합니다.

 

앵커 뉴스의 밑그림으로 태양의 흑점이 폭발하는 자료영상이 보인다. (뉴스의 길이는 대충 은수의 이동에 맞춰)

 

 

#72. 봉은사 경내 길

 

은수가 달리고 있다. 그 위로 들리는 은수의 나레이션.

 

은수소리 : 오직 그 사람을 살리고자 달리던 서울의 그 시간.

 

 

#73. 봉은사 천혈 앞

 

은수가 천혈의 앞으로 헉헉대며 지쳐서 달려온다.

 

은수소리 : 그 날 어느 순간의 무엇이 잘못되었을까. 한번 떠나온 그 사람에게 다시 가기 위해선 무엇이 필요했던 걸까?

 

천혈의 빛이 얼마 남지 않았다.

은수가 멈춘다. 불안하다. 가방을 끌어안은 채.

은수가 뒤를 돌아본다. 서울이 거기 있다.

그러나 다음 순간 은수가 천혈의 빛 안으로 뛰어 들어간다.

 

 

#74. 공민의 집무실

 

비어있는 집무실.

서가에 나란히 올려져 있는 수술도구 대나무통과 그 옆에 문진으로 눌려져 있는 다이어리 마지막장 하나.

 

은수소리 : 나의 그리움이 모자랐을까? 아니면 나의 믿음이?

 

 

#75. 과거의 천혈

 

눈을 감고 서있던 은수가 눈을 뜬다. 주위를 둘러보더니 다시 달린다.

 

 

#76. 추억의 언덕

 

가방을 둘러멘 은수가 달려온다. 최영이 죽어가고 있어야 할 자리는 비어있다.

은수가 미친 듯이 비명같은 소리를 질러가며 주위를 찾아다닌다. 그러나 최영은 찾을 수가 없다.

 

은수소리 : 난 또다시 그 사람하고 멀어졌다.

 

 

#77. 과거의 천혈 앞

 

은수가 넋을 잃은 듯이 주저앉아있다. 천혈문은 닫히고 사방은 조용하다.

 

은수소리 : 죽어가는 그 사람을 놓고 온 그 세상으로부터 백년 전의 세상에 혼자 남겨졌다.

 

 

#78. 초가집 #32 초가집 (기촬영분)

 

마당 한구석에 피어있는 노란꽃 한 무더기. 마당의 멍석에 말려지고 있는 약재들.

옆의 화로에서 김을 올리고 있는 약탕기.

 

 

#79. 초가집 방안

 

은수가 앉아서 카메라 가방 안의 것들(약품)을 꺼내고 있다. (이때는 백년 전 고려 옷차림)

문득 가방의 앞주머니를 연다. 그 안에서 꺼내는 보라색 다이어리와 볼펜. 그리고 비어있는 필름통.

 

 

#80. // 15부 #32 초가집 (기촬영분)

 

초가집의 가운데 마루. 무명옷의 여인이 작은 상 앞에 앉아 글을 쓰고 있다.

옆모습.. 한손을 올려 머리칼을 쓸어 올린다. 고려여인처럼 묶어올린 머리칼.

손이 스치면서 드러나는 얼굴. 은수다.

은수가 다시 고개를 숙여 뭔가를 쓴다. 수첩에 글을 쓰고 있다.

 

은수소리 :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매일 믿는다. 그날 그 사람은 죽지 않았다고 믿는다.

 

 

#81. 초가집 방안 / 밤

 

어두운 방에 혼자 앉은 은수. 벽을 향해 프로젝터를 켠다.

1회의 세미나에서 나왔던 성형외과 영상이 지나간다. 빨리 돌린다. (버튼 조작)

이전의 영상이 나온다. 은수의 엄마 아버지 동영상 편지다.

영상 속에서 엄마가 카메라를 보며 말한다.

 

엄마 : 은수야 감기는 좀 나았어?

은수 : (화면을 향해 대답한다) 나았지 그럼. 감기 걸린 게 언젠데.

엄마 : 채소랑 좀 싸서 보낸 건 받았니?

은수 : 엄마가 보내준 감자 먹구 싶다. 여긴 감자란 게 없어 엄마.

엄만 : (옆의 아버지에게) 당신도 뭐라고 말 좀 해요.

은수 : 아버지 안녕. (손을 흔든다. 그러면서 울먹) 아버지 진짜 안 늙으시네.

 

화면 속에서 아버지와 엄마가 티격거린다.

 

아버지 : 아 무슨 말을 하라구 해. 당신이 해. 그냥.

 

은수 울며 웃으며 보고 있는데. 갑자기 화면이 약해지더니 띡 꺼진다. 배터리가 다 됐다.

은수가 놀라 프로젝터를 잡아 흔들어보고 쳐보지만 끝이다. 은수가 운다.

 

 

#82. 추억의 언덕

 

삿갓을 쓴 백년 전의 은수가 지팡이를 짚고 걸어온다.

// 최영이 죽어가던 자리 (나무 옆?)

그 옆에 주저앉은 은수가 나무 막대기로 땅을 파고 있다.

그 옆에 아스피린 병이 놓여져 있다. 병에는 노란 소국 한다발이 꼽혀져 있다.

은수가 병을 파놓은 땅에 집어넣는다. 병을 심듯이 흙을 꼭꼭 다져놓는다.

 

은수소리 : 그래서 매일 하늘문을 찾아간다. 계산이 아닌 믿음이 나를 다시 그 사람에게 보내줄 것이라고 믿는다.

               이제 나는 믿는 게 제일 쉽다.

 

은수가 묻은 병에 꼽은 한줌의 소국이 땅위에 핀 것처럼 보인다. (이 당시는 다른 소국은 없습니다)

 

 

#83. 과거 천혈

 

삿갓의 은수가 걸어온다. 걸어오다가 뭔가에 발이 걸린 듯 비틀한다. 옆의 벽을 짚고 선다.

후우.. 숨을 쉬다가 문득 본다. 그 아래 벽을 따라 피어있는 들꽃들.

은수가 고개를 들어 천혈을 본다. 천혈에는 아무런 기운도 없다.

그래도 그 앞까지 가서 선다. 하늘을 본다. 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한다.

은수가 눈을 감는다.

 

은수소리 : 누군가 그랬다. 간절함은 인연을 만들고. 기억만이 그 순간을 이루게 한다고.

 

그리고 잠시. 그 주변에 공기가 일렁인다.

파직거리는 전기가 모여지며 천혈을 통과할 때의 구체가 형성된다.

눈을 감은 은수가 거세지는 바람에 눈을 뜨지 못한다. 거센 바람에 삿갓이 날아갈 듯 해서 잡는다.

 

 

#84. 현재 천혈

 

삿갓을 쓴 은수가 눈을 감은 채 서있다. 그러나 이내 다시 환한 천혈의 빛이 은수를 감싼다.

이제 주변의 불상 같은 것들이 보인다. 분명히 현재의 천혈 속에 은수가 서있다.

그러나. 잠시 후 그 자리에서 은수가 사라진다.

 

 

#85. 과거의 천혈

 

세차던 바람이 점점 가라앉는다. 간신이 눈을 뜬 은수가 주변을 둘러본다. 뭔가 좀 이상한 듯 하다.

문득 고개를 돌려 본다. 아까 벽을 짚어 섰던 장소. 그 아래 벽을 따라 피어있어야 할 꽃들이 하나도 없다. 마른 풀더미 뿐.

갸웃하지만 그냥 걸어나온다.

 

 

#86. 국경마을 객잔

 

들어서는 은수. 입구에서 머뭇거린다.

객잔 안에는 고려병사들이 우글거리고 있다. 아마 이동 중에 머무는 것인 듯.

각자 테이블에서 시끄럽다.

은수가 삿갓을 기울여 얼굴이 보이지 않게 하고 구석자리를 찾아 등을 돌려 앉는다.

점원이 다가와 옆에 선다.

 

은수 : 요기할만한 거 한 접시 주십시오. (말투를 약간 고어로 가겠습니다. 일년 넘게 고려생활을 했으니)

 

점원이 가고.

은수가 망설이다가 옆 테이블에 있는 병사에게 조심스레 묻는다.

 

은수 : 말씀 좀 묻겠습니다.

위장 : (접시의 만두를 먹어가며) 뭐요.

은수 : 어찌 고려병사들이 여기 있는지요? 여긴 원의 땅인데. 이래도 괜찮습니까?

위장 : 여기가 어째 원의 땅이야. 우리 대호군께서 압록강 서쪽에 8참을 수복한 거 모르쇼?

은수 : ..원나라하고 싸워서 말입니까?

위장 : 허어.. 어디 산속에서 도 닦다 오셨나.

은수 : (점점 두근거리며) 혹시 지난 선왕의 시호를 알 수 있겠습니까?

위장 : 충정선왕 말씀이시오?

은수 : (믿을 수 없어 놀랐다가) 그럼 지금 주상께서 왕위에 오르신지는 얼마나 되었나요

위장 : (옆의 병사를 보며) 몇 년이나 되었지? 한 오년 되셨나..

 

그 때 뒤에서 들리는 소리.

 

덕만소리 : 위장.

병사 : 예. (대답하며 그쪽으로 뛰어간다)

 

은수 굳었다가 뒤를 돌아본다. 저 뒤에 보이는 얼굴. 수염이 있는 덕만이다.

 

덕만 : 지금 니들 순찰 배치 어케 해놓은거야. 저 밖에 애들 꼬라지 봐라.

위장 : 시정하겠습니다. 그럼 이중수비로 합니까.

 

그 옆에서 누군가 모습을 드러내며 위장의 머리통을 때린다.

 

대만 : 대충 알아서 잘. 어?

 

머리띠를 둘러 훨씬 의젓해 보이는 대만이다.

은수 삿갓을 눌러 쓰는데 충격으로 울컥 북받쳐 오르는 울음. 고개 숙인 은수.

그 때 들리는 소리.

 

충석소리 : 대호군은 어디 계시냐.

덕만소리 : 또 거기 가셨습니다. 그 나무 있는 데요.

대만 : (더듬는 것이 없어진 말투) 뭐 먹을 거 좀 갖다 드려야 되는데. 대호군, 그 나무 있는데 한번 갔다하면 삼박사일이잖우.

 

은수가 눈물 그렁한 눈으로 고개를 들어본다.

훨씬 수염이 짙어진 충석.

 

충석 : 야 그럼 거기 가시기 전에 수결을 받아놨어야지.

 

은수가 자리에서 일어난다. 무릎에 얹어두었던 배낭이 떨어지는 걸 모른다.

은수가 문 밖으로 나간다.

충석이 문을 돌아본다. 삿갓을 쓴 여인이 나가고 있다.

 

 

#87. 천혈 가는 길

 

은수가 올라가고 있다. 점점 더 빠른 걸음으로. 넘어질 뻔하면서 열심히.

 

 

#88. 추억의 언덕 위

 

최영이 죽어가던 그 나무가 저만치 보인다.

은수가 두려움과 간절함으로 주춤주춤 그 나무를 향해 걸어간다. 혹시나.. 혹시나..

그러나 나무 밑은 비어있다.

은수가 아스피린통에 소국을 담아 묻었던 그곳 주변에 이제 소국이 흐드러지게 피어있다.

은수가 허청이는 걸음으로 소국으로 가까이 가다가 멈춘다. 마치 신호를 받은 것처럼.

은수가 머뭇거리며 돌아선다.

거기.. 저만치 의심스러운 눈으로 이쪽을 보고 선 최영.

은수가 천천히 삿갓을 벗어 떨군다.

최영이 믿을 수 없어 은수를 본다. 환상을 본 듯 다른 데를 보며 외면하다가 다시 본다.

임자..? 하고 속삭이는 거 같다.

그렇게 서로 마주본다.

 

 

에필로그

#89. 1부 당시 기촬영분

 

1부에서 나오는 그 분위기의 행렬이 지나고 있다.

마차 두 개를 에워싸듯 호위하고 있는 서른명 남짓한 무리.

공민왕 부부를 호위하는 최영 장군과 그 부하들이다.

긴 여로를 자객이나 화적의 눈을 피해 이동하느라고 모두는 갑옷 위에 바람막이 검은 망토를 뒤집어써서 신분을 숨기고 있다.

맨 앞에는 최영과 배충석이 무리를 이끌고 있고,

마차의 주변에는 조일신을 비롯한 시종 몇 명이 힘겹게 말에 흔들리며 오고 있다.

두 마차의 가운데에는 어의인 장빈이 조용히 말을 몰고 있고.

그 중에 망토를 둘러쓴 최영이 하늘을 올려다 본다.

 

 

#90. 몽따쥬 이하 몽따쥬 (씬넘버 내용은 별첨)

 

(그들이 겪어야 했던 이야기들입니다)

이런 스토리가 주욱 이어진 이후에 연결되는..

 

 

#91. 추억의 언덕 (65씬의 연결)

 

최영이 눈을 감고 죽은 듯이 누워있다. 빗방울이 하나. 둘 떨어진다.

 

은수소리 : 마악 비가 오기 시작하는 순간이 제일 좋아요. 빗방울이 하나 둘.. 이렇게 이마에 떨어지면

               어라. 이러구 하늘 보게 되잖아요.

 

그 순간. 한쪽으로 뻗어있는 최영의 손은 소국에 걸쳐져 있다.

최영이 눈을 뜨고 천천히 고개를 돌려본다. 손에 걸리는 것이 있다.

가득한 소국 사이.. 최영이 힘없는 손을 움직여 소국을 치운다. 거기 반쯤 흙에 묻혀 있는 아스피린병.

최영이 손을 움직여 병을 집는다. 힘겹게 꺼낸다.

그러는동안 최영의 심장 소리가 들린다. 처음에는 낮고 느리게. 그것이 점점 빨라진다.

최영이 가까스로 병을 들어 본다. 오래되어 이끼가 가득 끼었지만 분명 아스피린병이다.

최영이 다른 손으로 자신의 품을 뒤진다. 자신의 아스피린 병을 꺼낸다. 나란히 들어본다.

심장소리는 이제 정상적으로 뛴다.

최영이 투둑투둑 떨어지는 빗방울 속에서 미소 짓는다. 그가 살아나고 있다.

 

 

#92. 추억의 언덕 위

 

은수가 그를 향해 걸어간다. 걷다가 달리기 시작한다.

최영이 그제야 두 팔을 벌려 은수를 맞으려 한다. 믿기지 않는 기적으로 벅차서.

은수가 날아들 듯 최영의 품안으로 뛰어든다.

최영이 은수를 받아 안는다.

 

 

 

 

 

 

 

 

 

 

 

 

 

 

 

 

 

 

 

 

 

 

 

 

 

 

 

 

 

첨부파일 신의24.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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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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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조성식 | 작성시간 13.02.25 이 정도가 드라마 1시간 짜리 분량 인가요?
  • 답댓글 작성자수다쟁이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3.02.25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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