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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를 지켜라] 02

작성자수다쟁이|작성시간13.07.26|조회수875 목록 댓글 0

[보스를 지켜라] 02

 

 

 

 

 

 

 

 

 

 

#1. 비서실 (전회 엔딩 이어서)

 

문 벌컥 열리며 신경질적으로 들어오는 지헌. 비서들 쪽 일별도 않고 그냥 지나쳐 들어간다.

얼결이라 은설, 지헌의 얼굴을 제대로 못봤다.

 

하영 : (빠르게 은설에게) 일어나요, 노은설씨 보스야.

은설 : 네? 어? (일어나며 일단 지헌 향해 꾸뻑) 안녕하세요? 앞으로 본부장님을 모실 노은설입니다.

 

지헌, 그 말에 멈춰서고.. 돌아본다. 은설, 다시금 또 꾸뻑하는데.

지헌, 천천히 다가와 선다.

 

지헌 : (뭔가가 떠오를 듯 하지만 떠오르지 않고)

은설 : (역시 마찬가지 기분으로 보는데)

지헌 : (털어내듯 고개 돌리며, 혼잣말) 얼굴이 왠지 기분 나빠.. (하곤, 하영에게) 이력서, 있죠?

하영 : 준비해 뒀습니다. (건네면)

지헌 : (보고, 흥) 낙하산이군.

은설 : 네? 아닌(데요)

추비서 : (OL, 끼어든다) 어떻게 아셨어요?

지헌 : (역시 그렇군, 못마땅하게 은설 일별하고)

은설 : 그게 아니구(하려는데)

무원 : (OL, E) 왔구나, 드디어?

지헌 : (보면)

무원 : (방에서 막 나와서) 오랜만이다, 얼굴 보는 거?

지헌 : 니 낙하산이야?

무원 : (? 했다가 아아) 차회장님 지시로 내가 직접 뽑았어. 물론 낙하산은 아니구.

지헌 : (하영에게) 요즘은 뉴스 안챙겨주나봐요? (하곤) 석박사만 100만명 시대야. 그런데 이 스펙으로, C그룹 총괄 본부장 겸

         ** 백화점 전무 겸 ** 놀이공원 부사장 겸 그 외 등등등, 중요 직함을 가진 내 비서로 뽑았다. 이거 말 돼?

         안돼지. 고로 낙하산 아니면, 스파이야, 니가 박은.

무원 : (비서들 시선에, 여유 있게 웃고) 왜 내가 스파이를 붙여?

지헌 : 너, 나 아주 바짝 경계하면서, 일거수 일투족, 밀착 감시하잖아? 그러니까, 치워 니 스파이 낙하산.

         앞으로 내 비선, 내가 직접 뽑아.

무원 : (좀 빈정 상하지만 웃으며) 대체 내가 왜 널 감시한다는 거지? 뭘 얻으려구? 어디서 노는 거? 어디서 밥 먹는 거?

지헌 : (다가간다, 바짝 서서) 그래서 내가 놀고 먹기만 한 거야. 너, 캐낼 거 없으라구. 처음, 아니잖아 스파이, 안그래?

무원 : (비서들 시선이고 뭐고) 그래? 그럼 문제 될 거 없겠네. 어차피 처음도 아닌데, 스파이 옆에 두고 나 캐낼 거 없게

         계속 놀고 먹어, 편안히. 그럼 되잖아.

하영 : (안되겠어서, 저지하는) 본부장님.

은설 : (거의 동시에) 저기요.

 

지헌과 무원, 서로 지지 않고 눈빛 주고받는데.

 

은설 : 말씀 중에 죄송한데요. 저, 석박사도 아니구, 스펙두 보잘 거 없는거 맞는데요, 그치만 낙하산두 스파이두 맹세코 아니에요.

지헌 : (못마땅하게 보는)

은설 : (용기 내서 계속) 차무원 본부장님이 절 뽑아주신 건, 다른 건 몰라두 열의나 깡따군 있어보이니까,

         (지헌 보며) 본부장님 같이 남다른 분도, 버텨낼 수 있을 거 같으니까.. 그래서였어요.

지헌 : 남달라? 버텨내?

은설 : (당황) 그게 아니라.. 그러니까 제 말은.. (꾸뻑) 열심히 하겠습니다. 부족하지만, 이렇게 부족한 절 믿고 뽑아준

         차무원 본부장님을 위해서라도, 진짜 열심히 하겠습니다.

지헌 : (훗) 누굴 위해서, 뭘 하겠다구?

은설 : (헉, 실수했다 싶어서) 그게 그러니까.. (무원 쪽 보며) 이쪽 본부장님한테 감사하는 마음으로

         (지헌 쪽 보며) 이쪽 본부장님께 열심히 하겠다 그런/

지헌 : (OL) 거기까지. (하곤 문 가리키며 젠틀) 출구는, 저쪽. (하다가 버럭) 꺼지세요, 당장!

은설 : ...

 

그런 위로, 팡! 폭죽소리.

 

 

#2. 은설집

 

머리에 폭죽 뒤집어쓴 은설.

고깔모자 쓴 채, 나름 소박한 파티상 차려놓고 기다리고 있던 명란.

 

명란 : 축하한다, 첫취직. 자랑스럽다 칭구야! (또 펑 터뜨리는 폭죽)

 

또 은설의 머리로 포로로 떨어지는 폭죽가루들.

 

은설 : (흑) 명란아아아.

명란 : (그제야 이상해서) 야?

은설 : (흑흑) 난 왜 이렇게 재수가 없을까아.....

명란 : .......

 

 

#3. 은설집 마당

 

세입자들이 공동으로 쓰는 듯한 작은 마당의 평상 위.

 아까의 파티상, 평상에 옮겨져 있고 소주잔을 기울이던 중.

은설은 부친의 전화를 받고 있다.

 

은설 : (짐짓 밝게) 그럼, 완전 큰 회사라니까. 몰라, C그룹? 완전 큰 대기업이잖아. 왜 이러세요?

         아빠 딸, 그렇게 대단한 사람 맞거든요? 당연하지, 빤스 한트럭 사갈게. 어, 알았다니까. 어, 들어가셔. (끊고. 후루룩 한숨)

명란 : (말없이 어깨 톡톡 두드려준다)

은설 : (문득 하늘을 올려다보는데 떠있는 보름달) ... 있지... 소원은 신중하게 빌어야하는 거 같아.

명란 : 뭔 소리야?

은설 : (달 계속 올려다보며) 맨날맨날 빌었거든.

 

< 짧은 플래쉬 컷들 >

- 교회, 기도하는 “취직(하게 해주세요)”

- 성당, 성호 긋는 “취직(하게 해주세요)”

- 절. 절 올리는 “취직(하게 해주세요)”

- 이슬람 사원. 기도하는 “취직(하게 해주세요)”

- 돌탑 쌓으며. “취직하게 해주세요”

 

은설 : 근데.. 기껏 첫 취직한 데가 사채회사에다/

명란 : (OL) 사장이 성추행범이었지. 개기름 잘잘 흐르는.

은설 : (끄덕이고)

 

< 플래쉬백 >

룸싸롱 사건 직후, 엉망인 몰골로 걷다 문득 하늘 보면 보름달. “제발 제대로 된 데 취직하게 해주세요”

 

은설 : 근데.. 빼먹었어. 제대로 된 데 뿐 아니라, 제대로 된 사람 만나고, 절대 짤리지 않고 다니게 해주세요.

명란 : (끄덕끄덕) 신중했었어야해. (하곤) 어쩌냐? 뭐 더 좋은 데 하면 되지 까짓 취직.

은설 : ... (후우우)

명란 : (잔 채워준다) 다 잊구, 이거나 마셔.

은설 : (완샷한다)

명란 : (또 채워준다)

은설 : (또 완샷하고 울컥) 아니, 정정할래.

명란 : (또 잔 채워주다가) 어?

은설 : 소원, 지금이라도 정정해서 다시 빌 거야.

명란 : (본다) 뭔 소리야?

은설 : 안해, 포기. 이렇게 못해. (완샷하고 다부진 얼굴로 달을 올려다보며) 안짤리고 꼭 살아남게,

         차지헌 그 인간 버텨내고, 이겨내게 도와주세요!

 

 

#4. 비서실 (여러 날)

 

- 지헌, 출근하다가 황당한 얼굴. 은설, 긴장된 얼굴로 맞는다. 꾸뻑. “어서 오세요, 본부장님”

   지헌, 어이없게 보다가 무시하고 방으로 들어가며 문 쾅! 닫는.

- 다른 날. 또 쾅 닫히는 문. 움찔하는 은설.

- 다른 날. 또 쾅 닫히는 문. 역시 눈 꾸욱 감는 은설. 그러나 다잡고 방쪽으로 가 문 열려는데

   먼저 문이 벌컥 열리며 지헌이 은설 무섭게 보는. 은설, 움찔하나 맞서 보며..

 

 

#5. 지헌의 룸

 

마주 보고 선 두 사람.

 

지헌 : 기어이 해보겠다 그거지, 노은설씰 뽑아준 차무원일 위해서?

은설 : 그게 아니라요/

지헌 : (OL, 손 척 올려 말 막으며) 좋아, 해보지.

은설 : 네?

지헌 : 일, 해보자구.

은설 : ... (멍하다가 꾸뻑 꾸뻑)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지헌 : 한번 더해.

은설 : 네?

지헌 : 두 번 불길하잖아. 한번만 꾸뻑하거나 한번 더하라구.

은설 : (황당하지만 꾸뻑하며) 앞으로 정말정말 열심히 하겠습니다.

지헌 : 좋아, 그 말 접수하지. 지금부턴 주의사항이야, 잘들어. 반복 안해. 반복하는 거 세상에서 제일 싫어해.

         말대답? 금지야, 그것도 제일 싫어.

은설 : (긴장해서 듣기 시작하고)

지헌 : (쉬지 않고 이어서) 키폰이든 핸드폰이든 무조건 벨 두 번 울리기 전에, 컬러링 두 마디 전에 받는다.

         지금은 전화를 받을 수 없사오니, 핸드폰이 꺼져있사오니, 내가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 말이야. 환기는 하루에 세 번.

         방향제는 안돼. 필요하면 향수를 쓰되, 프레쉬한 향으로, 달달한 향 못참아. 과하지 않게, 은은하게 뿌린다.

         실내온도와 습도는 적정온도, 적정습도 항시 유지. 에어콘 세균 많은 거 알지? 청소아줌마를 체크하든 직접하든,

         아니 직접하는 게 좋겠어. 매일 닦는다. 공기청정기, 가습기도 마찬가지. 손세정제 항시 준비. 내가 손, 하면 내놓는다.

         컵을 비롯한 일상용기 소독도 기본. 아, 블라인드. 태양의 강도에 따라서 바꾸어 적절히 조절한다.

         전화는 함부로 연결하지마. 어디의 누군지 체크하고 상의하돼, 중요한 전화는 한번에 연결해.

은설 : (OL, 벙하다 간신히 끼어들고) 그걸 어떻게 알고/

지헌 : (OL) 그 정돈 기본으로 알아서해야지. 그리고 다신 끼어들지마. 명심하도록. 계속하지. 내가 누구 전화번호를 물어보면

         그 즉시 대답한다. 내가 출퇴근 자유롭다고 노은설씨도 자유로운 거 아냐, 규정 출근은 지키되 퇴근은 나와 맞춘다.

         언제 어디서나 세련되고 지적이고 우아한 차림새를 갖춘다. 비서는 곧 보스의 얼굴이야. 지금 그 얼굴, 그 헤어, 그 옷,

         그 구두, 다 기준 한참 미달이야. 다 갖다버려. 특히, 그 똥머리 당장 풀어, 내가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 머리야.

         (은설, 황당.. 일단 머리 푸는 위로) 모든 커피는 디카페인. 드랍으로 맛있게 끓일 자신 없으면 외부에서 공수해온다.

         핫커핀 식어선 안되고, 아이스는 얼음이 녹아선 안돼. 오늘은 여기까지. 마지막으로 따라해. 보사부일체.

은설 : ..보사부일체...요? (하다) 아아, 보스와 스승과 아버지는../

지헌 : (끄덕) 그래, 그거야. 한번 더.

은설 : .. 보사부일체.

지헌 : 좋아 이상. 보충 사항은 다음에. 뭐해? 메모 안해도 되겠어? 나가서 정리해.

은설 : (벙하다가, 아, 그렇지 후다닥 나간다)

 

 

#6. 비서실

 

벙해서 나온 은설, 책상에 앉아 막 기억나는 거부터 메모하려는데 키폰 울린다.

 

은설 : 어? (하다가 후다닥 받으면) 네.

지헌 : (F) 정리 다 됐지?

은설 : 네?

지헌 : (F) 점심부터 해야겠어. 간단하게 히바리토와 샐러드, 커피로 하지.

은설 : 네? 히바.. 뭐요?

지헌 : (F, 무시하고 빠르게) 플랜틴은 너무 굽지 마. 양파는 당연히 넣되, 향이 강해선 안돼. 스테이크는 퍽퍽하지 않게.

         양상치 신선하게. 치즈는 더블. 샐러드 드레싱은 천연과일로...

은설 : (울상으로)

 

 

#7. 거리 (각기 다른 날)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패러디.

- 도로를 뛰어가는 은설. 손에는 잔뜩 갖가지 지헌이 주문한 음식봉투와 커피 들려있고

   옆구리엔 다이어리 끼고 핸드폰도 손에 든 채. 그때 핸드폰 울리고. 은설, 후다닥 급히 받는다.

 

은설 : 네, 본부장님.

지헌 : (F) 박상무님, 핸드폰이 뭐지?

은설 : (얼른 힘겨운 자세로 다이어리 펼쳐 넘기며) 그게.. 어..

 

   하다가 기어이 음식들 떨어뜨리고. 어뜩해. 줍는.

   그렇게 음식 줍느라 쪼그린 은설을 가리고 지나가는 자동차. (제 1일)

- 자동차 지나가고 나면 다른 옷, 다른 헤어스타일의 은설이 역시 음식봉지, 커피 등 들고 정신없이 뛰어가고 있다.

   그러다 사람과 부딪칠 뻔.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하며 횡단보도로 뛰어가고. (제 2일)

- 횡단보도 건너오는 은설, 역시 다른 날. 막 거의 건너는데 보행자 신호 무시하고 휙 지나가는 오토바이.

   그 바람에 또 음식 다 쏟는. 이런 씨이. 이보세요! 야! 너, 거기 못서! 그러나 가버리는 오토바이.

   음식 수습하고, 이미 파란불 깜빡이기 시작하는데 다시 반대편(왔던 곳)으로 죽어라 뛰어가는 은설. (제 3일)

 

 

#8. 지헌 룸 (위와 같은 날들)

 

- 지헌, 음식을 못마땅하게 보고. (지헌은 만화책 보던 중. 책상에 노다메 칸타빌레, 슬램덩크 정도 만화책 있는)

  은설은 그 앞에 주눅 든 채 서서.

 

지헌 : (익힌 당근 손가락으로 통 튀기며) 익힌 당근 싫댔잖아. (통마늘 튀기며) 통마늘 싫어! (마늘 은설의 이마에 가 맞는다)

         (제 1일)

 

- 커피를 한모금 마시곤 푸웃 뱉어내는. 지헌, 커피 쾅 내려놓으며.

 

지헌 : 얼음이 녹았잖아. 맹물이야! 다시 사온다, 오분 내로!

은설 : (후다닥 나간다) (제 2일)

 

- 지헌, 역시 샌드위치 정도 탕 내려놓으며!

 

지헌 : 똑바로 못해!

은설 : (기어이 못참고) 그냥 쳐 먹어 이 자식아! (지헌의 얼굴에 펀치를 퍽 먹인다)

 

   그러나 상상. 현실은.

 

은설 : (꾸뻑) 다시 해오겠습니다. (후다닥 나가는) (제 3일)

 

 

#9. 엘리베이터에서 지헌룸까지 (위와 같은 날들)

 

- 엘리베이터 산더미 같은 자료, 간신히 들고 있는 은설. 입으론 중얼중얼 전화번호 외운다.

   K전자 조영호 이사. 010-****-****. 홍보실장님 010-***-**** 등등.

   문 탕 열리고 내리는 은설. (제 1일)

- 복도 엘리베이터 문 열리며 나오는 은설. 다른 자료 산더미처럼 들고 역시 중얼중얼 번호 외우며, 힘겹게 가는.

   비서실 문을 열고 들어간다. (제 2일)

- 지헌 룸 문 열리며 들어오는 은설. 다른 자료 산더미처럼 들고.

 

은설 : 책상에 놓을까요?

지헌 : (보며) 응? 뭐지?

은설 : 말씀하신 백서들인데요?

지헌 : 내가? 그런 말 한적 없는데?

은설 : 이 자식이 근데! (책을 와르르 지헌쪽으로 엎어버리는데)

 

   상상이다. 현실은,

 

은설 : .. 도로 갖다놓죠 뭐. (애써 웃어 보이고 돌아서면서 얼굴 일그러지는) (제 3일)

 

 

#10. 지헌집

 

들어온다. 피곤하다. 쇼파에 그대로 푹 쓰러지듯 앉는다.

 

지헌 : 무슨 여자가 그렇게 독해...

 

에잇, 짜증에 몸부림치고.

 

 

#11. 은설집

 

역시 들어와 그대로 푹 고꾸라진다. 자던 명란이 일어나서 쯧쯧.

 

명란 : 야 이 년아, 옷이나 벗고자.

은설 : (고새 잠들었다)

명란 : (에이, 나 몰라라 누웠다가 안되겠는지 다시 일어나 옷 벗겨주려는데)

은설 : (명란이 건드리자마자 벌떡) 김상훈 부장님, 010-****-****. (하다가, 아, 아니구나 싶어 도로 눕는)

명란 : (흠칫 놀랐다가) 그 놈의 전화번호 나두 외우겠다. 아, 팔들어. (하며 팔 올려 옷벗겨주려는)

은설 : (명란이 하는대로 순순히 둔 채, 눈은 졸음에 감긴 채) 명란아... 내가 그자식 언젠가...

 

 

#12. 여탕

 

명란과 모처럼 목욕중인 은설. 탕 가장자리엔 비닐에 쌓인 핸드폰 있고.

 

은설 : (위의 대사 이어서하듯) 죽여버리겠어.

명란 : 너보다 내가 먼저 죽일지도 모르겠다. 그냥 내 눈에 확 띄기만 하면!

은설 : (받듯이) 한주먹 감도 안되는 게!

명란 : 내가 진짜루 죽여줄까?

은설 : (끄덕) 같이 죽이자, 언제가 꼭.

명란 : (끄덕) 그래. 나두 이래저래 간접피해가 많다. 나두 피해자야.

은설 : (흥) 뭐? 책상 사수하면서 전화 꼭꼭 받으라구, 방광 터지기 전엔 화장실도 가지 말라구? 와, 전화 한통두 안와 진짜.

         옆에 차무원 본부장님은 그냥 쉬지두 않구 울리는데, 완전 왕따야. 별명이 C그룹 엑스맨이래. 엑스맨.

명란 : 그러겠지.

은설 : 책상을 창쪽으로 놔라, 벽쪽으로 놔라, 도로 원위치. 하, 괴롭히는 것도 어떻게 그렇게 저단수니? 머리 진짜 나쁜가봐.

         지가 뭐야, 악마야? 프라다 입어? (하다) 입긴 입드라. 아무리 그래두 그렇지 세상에 무슨 그런 막장 또라이가

         (하는데 핸드폰 울리고, 정신없이 비닐 벗겨, 방금까지완 달리 상냥하게) 네, 본부장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미끄러져 탕 속으로 꼬르르르 빠지는 핸드폰) ...!!!

명란 : (역시) ...!!!

은설 : .... 안돼애애애애!!!!

 

 

#13. 지헌 룸

 

은설, 죄진 듯 서있고 지헌, 일장 훈계중이다.

 

지헌 : 전화를 받을 수 없사오니, 받을 수 없사오니! 몇 번이나 들었는 줄 알아?! 내가 제일 싫어하는 말이라고 했어, 안했어?!

         그러다 중요한 업무에 차질이라도 생기면, 노은설씨가 다 책임질 건가?!

은설 : (놀라서) 그러셨어요?

지헌 : 예를 든 거잖아! 왜 이렇게 앞뒤 문맥 파악을 못해?

은설 : 네에.. 어쨌든 죄송합니다.

지헌 : 앞으로 싸우나 금지야, 알았어?

은설 : .. 그게 제가 한달에 한번은 떼목욕을 해야하는데..

지헌 : 말대답 금지랬을 텐데?

은설 : (입 오므리고, 찌릿 째리듯 보면)

지헌 : 눈!

은설 : (얼른 시선 허공으로)

지헌 : 도대체 뭐 하나 제대로 하는 게 있어, 없어?!

은설 : ...

지헌 : 왜 대답이 없어!

은설 : 말대답 말으라셔서..

지헌 : (홱 째리고) 도대체 이해불가야. 이쯤이면 자신의 무능력을 절감하고, 스스로 물러나야하는 거 아닌가?!

         (에잇, 빙그르 회전 의자 돌려 앉으며)

은설 : (뒷통수 째리며) 본부장님!

지헌 : (확 돌아보며) 왜에?!

은설 : 회의시간, 되셨습니다!

지헌 : 알어, 나두! (하고 일어 나가버리는)

은설 : (아유 저걸, 주먹 꾸욱 힘 들어가며)

무원 : (E) 일전의 펀워킹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14. 회의실

 

상석의 차회장을 필두로 박상무, 지헌 및 임원 앉아있고.

 

무원 : (자리에 앉은 채 브리핑 중) 직원들과 직접 소통하고자 사내 아고라를 시범적으로 실행한 결과,

         예상보다 더 폭발적인 호응을 얻었습니다. (하고) 주과장님?

주과장 : (일어나, 자료화면 켜며) 사내 아고라 통계입니다. 예상과는 달리 직원들의 가장 큰 불만은 직접적 근무환경보다

            경영진에 대한 불만이 컸습니다. (어쩔 수 없이 차회장 눈치 보며) 경영진의 사회적 물의로 인한 회사 이미지 실추..에

            대한 불만과 실망이 컸구..요.

차회장 : (이런, 쪽팔리고 열받지만 애써 자기 얘긴 아니란 듯한 태도로 으음)

박상무 : (눈치 있게) 알겠어요, 그리군?

주과장 : (얼른, 화면 다음으로 넘기며) 어.. 그리군.. 불성실한 근무태도에 대한 의견이 많았습니다.

            특히 (지헌 쪽 슬쩍) 특정 소수 임원분의 잦은 지각이나 결근..에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다, 는 의견이 압도적이었습니다.

 

그렇게 발표가 오가는 사이 지헌, 고민 가득한 얼굴로 메모 중이다.

얼핏 보면 회의기록 같으나 실상은 낙서 중. ‘노은설’ ‘why?' ’도대체 왜, 왜 안관두지?‘ ’내가 너무 심한가...?‘ 썼다가

그 위에 엑스표 쭉쭉 긋고. '앞으로의 복수 계획.. 아이디어 부족 심각’ 등등을 적는.

 

차회장 : (주과장 말 끝나자마자) 당사자 생각은 어때?

지헌 : (옆의 직원이 쳐주자, 한발 늦게야, 보고)

일동 : (시선 지헌에게로)

차회장 : 말을 해, 말을! 니 생각은 어떠냐고!

지헌 : .. (일단 화면 보고) 좋다고 생각합니다.

차회장 : (울컥) 뭐.. 좋아?! 좋긴 뭐가 좋아, 이 자식아!!

지헌 : (움찔하며)

 

 

#15. 회의실 앞 복도

 

지헌, 미간 잔뜩 구겨져 나오는데 무원이 옆에 와 서며.

 

무원 : 시간 내서 한번 들어가 봐. 직원들과 소통하는 것도 경영진의 의무야.

지헌 : 니 작품이지? 그 아고란지 뭔지?

무원 : 내 작품이라기보단/

지헌 : (OL) 됐다. (그냥 가는)

무원 : (가며) 노은설씬 어때? 잘해내고 있지?

지헌 : 슬램덩크란 만화 아나? 거기에 이런 명대사가 나와. 왼손은 거들 뿐.

무원 : (보면)

지헌 : (보며) 나는, 알아서 관두게 거들 뿐. (다시 시선 돌리고 가는)

무원 : (어이없게 보다 돌아서고)

 

지헌, 가다가 복도에 휴지가 보이자 외면하는. 그러나 결국 돌아와 손끝으로 주워들고 간다.

 

 

#16. 비서실

 

하영과 추, 강비서 나가며.

 

강비서 : 오랜만에 모처럼, 식당가서 밥 먹겠네요?

하영 : 서둘러. 비서실 오래 못비워.

 

은설도 어떻게든 끼어서 나가려고 따라붙는데. 은설의 코앞에서 쾅 닫히는 문.

혼자 비서실에 남아서.. 하아 한숨 나지만 이내 씩씩하게 돌아서는.

 

 

#17. 탕비실 + 비서실

 

은설, 삼각 김밥 먹으며, 탕비실 물품 정리하며 마인드 콘트롤이다.

 

은설 : (중얼중얼 주문외듯) 하나두 안피곤하다... 나는 내 일이 좋다.. 직장인이 돼서 너무 좋다... 첫월급 받을 생각만 해도 좋구..

         내 사원증도 좋구.. 그냥 다 좋다.. 나는 내 일을 사랑한다... (하며 스스로를 위안하듯 씨익 미소 짓는데)

 

키폰, 요란하게 울린다. 뛰쳐나가는 은설.

 

은설 : (당연히 지헌일 줄 알고, 회장실 발신 못본 채) 네, 본부장님.

차회장 : (뭐야, 싶어, F) 내가 왜 본부장이야. 나 회장이야.

은설 : 아, 회장.. (하다가) ..!! 네, 회장님.

차회장 : (F, 쯔쯔 혀 차고) 당장 내 방으로 와! (끊어버리는)

은설 : (끊고 벙한데, 도대체 왜지 싶어서)

 

 

#18. 회장실

 

차회장과 무원이 얘기 중이다.

 

차회장 : 지헌이 놈 이미지 업 방안 좀 고민해봐. 그렇게 대내외 적으로 신망이 없어서, 어떻게 내 뒤를 잇고 이 큰 회살 이끌겠어?

            안그래?

무원 : .. 네.

차회장 : 너처럼 똑부러진 놈이 맡아준다면야 뭐가 문제겠냐만, (부러 하는 말이다) 넌 곧 느의 모친 일 맡을 거 아니야.

            그게 니 아버지가 남긴 회산데, 아들이 아버지 유질 이어야지, 안그래?

무원 : (미소로) 그럼요. 지헌이 일은 너무 걱정 마세요. 제가 잘 생각해보겠습니다. 그럼. (인사하고 돌아서자마 표정 굳고)

차회장 : (미소로 보내다가 역시 표정 복잡해져서)

 

 

#19. 회장실 앞

 

은설, 서있다. 왜 부른 걸까, 좀 걱정하다가. 애써 다부진 얼굴로 씩씩하게 문 열다, 막 나오던 무원과 부딪칠 뻔.

 

은설 : 어? (꾸뻑) 안녕하세요?

무원 : (굳었던 표정, 바꾸고) 한 회사 있어도 자주 보기 쉽지 않아요.

은설 : 그러게요.

무원 : 근데 회장실은 무슨 일로...?

은설 : 그게 저두 잘.. (좀 겁먹은 얼굴인데)

무원 : 회장님, 그렇게 무서운 분 아니에요. 들어가 봐요.

은설 : 네. (꾸뻑한다)

무원 : (미소 지어보이고 가고)

은설 : (그런 무원 가는 모습 잠시 보다가 다시 다부진 얼굴로 들어간다)

 

 

#20. 회장실

 

은설, 기 빡 들어간 얼굴과 자세로 앉아있고.

 

차회장 : 뭐야, 왜 이렇게 긴장했어? 뭐 죄 졌어?

은설 : 네? 안졌는데요?

차회장 : 안지긴 뭘 안져?! (탕 내려치면)

은설 : (움찔하는데)

차회장 : 비서가 말이야. 자기 보스 하나 제대로 보좌 못하구, 허구헌날 지각이나 하게 해?! 그러고도 비서야, 자네가?!

은설 : ...

차회장 : 어떻게 생각해? 직무유기야, 아니야?

은설 : 직무.. 유기라고 생각합니다.

차회장 : 그래서, 어쩔 거야?

은설 : 네? 어째야.. 하는데요?

차회장 : (쯧, 보고는) 앞으로 집으로 출근해. 어떻게든 깨워서 무조건 아홉시 정시 출근 시킨다. 외근을 제외한 땡땡이도 안돼.

            알았어? 못하면 책상하구 같이 셋트로 내다 버릴 거니까, 그렇게 알구 제대로 해.

은설 : 네, 그렇게 알구 최선을 다해보긴 하겠는데요.

차회장 : 근데 뭐?!

은설 : 외람되지만.. 아드님이 좀 많이 남다르시잖아요.

차회장 : 그래서?

은설 : 제가 완력이라두 행사해서 억지루 끌어다놓지 않는 한, (좀 눈치 보며) 쉽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됩니다.

차회장 : (좀 어이없다가 허, 웃음 나는) 완력을 쓸수나 있구? 비리비리해서는.

은설 : 제가, 골밀도가 아주 높습니다.

차회장 : (허, 이거 봐라, 싶어) 어디 써봐. 기집애가 써봤자지. (어이없게 웃는)

은설 : (꾸뻑, 웃음에 좀 용기나서) 감사합니다. 그리구요.

차회장 : 그리구 또 뭐?

은설 : 시간을 주세요. 솔직히 밑장 다 까구 얘기하자면 (하곤, 헉) 죄송합니다.

차회장 : (허, 재밌는) 밑장 다 까봐 어디.

은설 : .. 회장님두 못하시니까, 저 시키시는 거잖아요.

차회장 : (큼) 나는.. 바쁜 사람이잖아.

은설 : 어쨌든.. 최소 한달은 주셔야한다고 생각합니다. 하루이틀만에 뻔히 불가능한데, 그건 이 자리에서 저를 해고시키시는 거랑

         똑같은 거잖아요. 안그래도 제가.. 부당해고 협박을 좀.. 받고 있거든요. 정말.. 힘듭니다, 그런 거..

         (저도 모르게 지헌 생각에 주먹에 힘 빡 들어가는)

차회장 : (본다.. 그러다 푸하하 웃고) 야, 야, 너 이왕 깐 거 다 까구 말해봐. 나두 왕년에 한가닥 해봐서 아는데, 너 놀았지?

            대학두 보니까 공부도 지지리 못했드만. 너, 날라리였지?

은설 : ... 그게... 누구에게나.. 인생의 암흑기랄까.. 묻어버리고 싶은 어두운 과거 하나 쯤은.. 있다고 생각합니다.

차회장 : (오오, 그렇다 싶다. 끄덕끄덕) 그렇지. 누구나 묻고 싶은 어두운 과거가 있지. (하곤) 이거, 나랑 배짱이 맞네, 어?

은설 : (같이 살짝 웃는) 저도, 회장님이랑 좀 맞는 거 같은데요?

차회장 : (호탕하게 웃고)

 

 

#21. 지헌집 입구 (다음 날)

 

은설, 경비에게 신분증과 사원증 등 보이며.

 

은설 : 차지헌 본부장님 뵈러 왔는데요.

경비 : 미리 약속하신 겁니까?

은설 : 그건 아닌데. 차회장님이 허락하신 일이에요.

 

 

#22. 지헌집 정원

 

은설, 들어가며 넓은 규모에 감탄한다. 도대체 어디가 어딘지 모르겠는.

집사들과 정원수 손질 중이던 송여사가 그런 은설을 보는데.

 

은설 : (역시 송여사 일행 쪽 보고 꾸뻑) 안녕하세요? 차지헌 본부장님 뵈러 왔는데 집이 도통 어딘지 모르겠어서요.

송여사 : (나선다) 누구..신지?

은설 : (집사들과 비슷한, 모자, 앞치마 차림의 송여사의 정체 오해하고) 네, 전 본부장님 비선데요.

송여사 : (보다가) ... 따라와요.

 

잠시 후. 따라가며. 은설, 와아 둘러보며.

 

은설 : 이렇게 어마어마한데 살면 어떤 기분일까요?

송여사 : (보고) 글쎄, 집이 다 그게 그거지.

은설 : 에이, 할머니 건 아니죠. (좀 부럽게 보다) 근데 하나두 안부럽다.

송여사 : (본다)

은설 : 근성이 없잖아요, 근성이. 이렇게 다 가졌으니 있을 턱이 있어요? 아주 그냥 약해 빠졌지.

송여사 : 뭐, 틀린 말은 아니네. 근데, 차본은.. (하다가) 차지헌 본부장님은 왜..?

은설 : (씩) 정시출근 정시퇴근 프로젝트 돌입이거든요.

송여사 : 그걸 아가씨가 해내겠다구?

은설 : 누구하고 다르게 저는 또 한 근성하거든요. (웃는)

송여사 : ... (보다가 가리킨다) 저기예요.

은설 : (꾸뻑) 고맙습니다. 아, 나이 드셔서도 일하시는 거 건강에 무지 좋대요. 혹시 제 보스가 괴롭혀도 그러려니

         한귀로 흘리시구요. 너무 스트레스 받지 마시고, 계속 건강하세요. 파이팅! (또 꾸뻑하고 집 쪽으로)

송여사 : (훗, 웃음 나며 은설 보는)

 

 

#23. 지헌 거실

 

은설, 메이드와 얘기하며, 눈으론 휘둥그레 어마어마한 집안을 쫓으며.

 

메이드 : (걱정으로) 아직 주무시는데... 주무시는 거 깨우는 게 제일 싫어하시거든요.

은설 : (기막힌) 지금이 몇신데?

 

 

#24. 지헌방

 

은설, 노크한다. 대답 없자 문 살짝 열어보곤.

 

은설 : 저, 실례할게요. 노크두 했구요, 실례한다구두 분명히 얘기했어요.

 

하고 들어가면, 아직도 자고 있는 지헌. 대낮인데 불도 다 커져있다. (불킨 채 잠든 것)

은설, 뭐야, 싶어서 불부터 끈다.

 

은설 : (지헌을 소심하게 톡톡 건드리며, 작게) 본부장님... 차본부장님...

지헌 : (끄응, 뒤척이는)

은설 : (여전히 작게) 점심 때두 지났거든요? 일어나세요오...

 

그러나 여전히 안깨는 지헌. 잠든 지헌의 모습은 아이 같다.

은설, 이런 천진한 모습도 있나 싶어 보는데.

지헌, 뒤척이다가 이불이 걷혀진다. 배트맨 같은 캐릭터 그려진 팬티 바람.

 

은설 : (저도 모르게 헉, 내뱉곤 입 막고 고개 돌린다. 그랬다 천천히 고개는 그대론 채 눈동자만 또로로 굴려... 슬쩍 다시 보는데)

지헌 : (그제야 이상한 느낌에 눈을 뜬다. 무심히 감았다가, 다시 번쩍 뜨고 벌떡 일어나며) 뭐야?!

은설 : (꾸뻑) 안녕히 주무셨어요?!

지헌 : 뭐가 안녕히 (하다가 걷힌 이불 보고) ...!!! 너 뭐야 진짜!!!

 

 

#25. 샤워실

 

지헌, 분노의 샤워 중이다. “뭐야, 도대체 뭘 본 거야?!” 하며 아래를 내려다보는..... 끄응, “노은설, 뭐야 너 진짜!”

 

 

#26. 지헌방

 

은설, 우와하며 방구경 하다가 문득 미친 똥머리 전신 다트판 앞에 선다. 이게 뭐지? 갸우뚱하다가 구두 한짝을 발견하고...!!

 

은설 : 어? 이거...? (들어서 살펴본다, 신어도 본다. 확실하다) 내 건데... 그때 분명히...

 

<플래쉬백 - 룸싸롱>

은설이 조폭들에게 킥 날리다 벗겨지던 구두.

 

/ 지헌 방

은설 : (구두를 보며) 이게.. 왜...?

지헌 : (E) 거기 똥머리!

 

<플래쉬백 - 룸싸롱. 은설의 시각>

은설 : (그렁한 눈으로 돌아보며) .. 나요?

 

그런 은설의 눈에 보이던, 턱짓으로 스마트폰 주우란 듯 가리키는 지헌의 얼굴이 흐릿흐릿, 가물가물.

 

/ 지헌 방

은설, 불안한데.

 

무원 : (E) 차회장님 보복폭행 사건, 알아요?

은설 : ...

무원 : (E) 노은설씨가 모실 상사가 바로 그 폭행당사자인 차회장님 둘째.. (하다가) 외아들 차지헌 본부장이에요.

은설 : (점점 확신들며)

지헌 : (E) 특히, 그 똥머리 당장 풀어, 내가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 머리야.

은설 : (멍해서) 그러니까... 그 룸싸롱 사건이.. 나 때문이었단 거야... 어뜩해...

         (하다가 순간 기겁할 듯 구두, 벗어던지며 자빠지는데)

지헌 : (E) 뭐하는 거지?

은설 : (홱 돌아보면)

지헌 : (샤워 마치고 오며, 위 아래로 훑으며) 구두가, 딱 맞나?

은설 : (얼른 일어서며) 네? 아니요. 안들어가드라구요. (발가락 개구리처럼 벌리며) 제가 발볼이 넓어서..

         막 구두가 터질려 그러더라구요..

지헌 : (흥, 벗어던진 구두 들고) 함부로 다루면 안돼는 거야 이거. (다트판 밑에 소중히 놓으며) 아주 소중한 증거품이니까.

은설 : .. 네에...

지헌 : (새삼 아까워서) 사진이라도 찍어놨어야 했는데, 도무지 이 미친 똥머리 얼굴이 생각 안나.

은설 : (몰래 후우, 안도하는데)

지헌 : 잡히기만 해봐! (다트 명중시키며) 내 육체적, 정신적 피해! (또 던지며) 내 명예훼손! 이미지 실추!

         (또 던지며) 주가하락으로 인한 천문학적 손실! (또 던지며) 그것 땜에, 꼰대한테 당한 것까지! 다 물어내게 할 거야!

은설 : (다트가 꽂힐 때마다, 그 부위에 윽, 통증이 오는 것만 같다)

지헌 : 도대체가 재벌이란 게 이래서 안좋아, 남 눈 무서워 흥신솔 고용할 수도 없구.. 하.. 진짜 잡긴 잡아야하는데.

         잡아서, 안그래도 그 놈의 사회봉산지 뭔지 땜에 열받은 꼰대 앞에 척 대령해줘야 되는데.

은설 : (괴로움으로 애써) ... 아마... 그 분도.. 본부장님이 당한 피해를 알게 되면.. 엄청 괴롭구 미안해할 거예요...

         그러니까... 많이는 말고 살짝이라도 용서를../

지헌 : (OL) 용서?!

은설 : (얼른) 하지 말구, 꼭 잡으셔야죠.

지헌 : 그래, 꼭 잡아야지. (하다 본다) 노은설씨가 잡아오지.

은설 : 네?

지헌 : 내가 시킨 거 외부에 알리지 말고 흥신솔 동원하든 뭘 하든, 잡아와봐.

은설 : 제가..요?

지헌 : (구두를 들어 쥐어주며) 안짤리고 싶다며?

은설 : (보며)

지헌 : (선심쓰듯) 잡아만 오면, (흥) 정직원, 시켜주지. (다시 다트 팡!)

은설 : ...... (으윽)

 

 

#27. 회사 로비

 

지헌과 은설, 들어서고 있다.

 

지헌 : (걷다가 문득, 은설 보고) 얼굴이 왜 그렇지? 정직원 시켜준다는 데도 싫나?

은설 : (한숨 삼키다가) 네? 아니요... 좋아서... 죽을 거 같아요.... (후우우)

지헌 : (흥) 그리고 명심해. 한번만 더 허락없이 집에 들이닥쳤다간, 정직원이구 뭐구 없어.

은설 : (계속 한숨 삼키며) 회장님이 시키신 거잖아요... 대신 담부턴.. 빤슨 안보도록 조심할게요.

지헌 : (이런, 뭐라 하려는데)

차회장 : (E) 지금이 몇신데, 이제 출근이야?!

 

보면, 엘리베이터 앞에 서있는 차회장과 장비서. 지헌, 후우 싶은데.

차회장, 엘리베이터에 오르며 턱짓.

 

 

#28. 엘리베이터

 

올라타는 네 사람.

 

차회장 : (지헌, 은설 둘에게) 계속 이렇게 지각해봐. 둘이 쌍으로 보내버릴 거니까!

지헌 : 그런 아버지도 지각이시잖아요.

차회장 : (문 닫히기 기다렸다가) 나? (울컥해서) 지금까지 기저귀 빨다 왔다 이 자식아 왜!

지헌 : 아, 그러셨어요?

차회장 : 뭐? 아 그러셨어요? 그게 다 누구 때문인데?!

은설 : (찔려서, 흠칫하는데)

차회장 : (조인트 까며) 바로 너! 너 때문이야, 임마!

지헌 : 아, 진짜! 왜 그러세요?!

장비서 : (그러는 사이 잽싸게 엎드리고 은설에게) 올라가서, 얼른 CCTV 가려요.

은설 : 네?

 

황당해하다가. 장비서의 ‘아, 얼른’ 채근에 올라서 가리고. 그러는 사이에도 계속되는 지헌과 차회장의 실갱이.

 

지헌 : 아버지 자꾸 이러시면 저, 집 나가요.

차회장 : 뭐?! 뭐를 해?!

지헌 : 한번만 더 저 여자, 집에 들여만 보세요!

차회장 : 들이면?! 들이면, 어쩔 건데?! (퍽, 까면)

지헌 : (에이) 폭력 좀 그만 쓰세요!

 

나도 안쓰거 싶어, 이 자식아! 아! 아버지! 그렇게 맞고 피하는 둘.

은설, CCTV 막고 선채 돌아보고 있다가.. 안되겠다.

 

은설 : (내려와서 차회장 막는) 이러시면 안돼죠, 회장님.

차회장 : 너 못비켜!

은설 : 이해는 하지만, 저라도 줘패고 싶지만, 그래도 이건..

차회장 : 이게 이쁘게 봐줬더니 어딜 나서!

은설 : 제 보슨데 제가 나서야죠. 회장님!

지헌 : ..!

 

차회장 비켜! 하며 은설, 퍽 밀치고 지헌 향해 주먹 날리는데. 은설이 도로 막고 그 바람에 은설의 얼굴에 정통으로 펀치!

순간, 모두 놀라 동작 정지되며.

지헌, 아버지! 장비서, 회장님!

 

차회장 : (본인이 제일 놀랐다) 내.. 내가 그러기에.. 비키라고 했잖아...!

 

 

#29. 차회장실

 

차회장, 치료비 봉투 내민다. 앞엔 지헌과 은설, 앉아있는.

 

차회장 : 어디까지나 실수야. 알지?!

은설 : (봉투 테이블에 내려놓으며) 치료비 대신.. 보험으로 해주시면 안될까요?

차회장 : 뭐?

은설 : 언젠가.. 회장님이 뭔가를 알게 되시거나.. 여튼 제가 정말 못마땅해지실 때..

         그때 이번 일과 맞바꿔, 절 용서해주셨으면.. 하거든요.

지헌 : (허, 기막혀 보고)

차회장 : (역시 허, 보는) 이거 볼수록 물건일세.

은설 : (말은 그렇게 했으나, 아까워 치료비에 시선 가는데)

차회장 : 치료빈 됐다면서, 왜, 아까워?

은설 : 그렇다기보단... 굳이.. 덤으로 주신다면, 거절하진 않을 의향은.. 살짝 있어서요...

차회장 : ... (허.. 허.. 웃고마는)

지헌 : (역시 벙해서 보는) ...

 

 

#30. 복도

 

지헌과 은설, 걸어간다. 은설은 맞은 데가 아픈지 살짝 문지르면서도 차회장이 준 봉투 보며 좀 흐뭇하다.

 

지헌 : (차마 괜찮냐곤 못물어보고) 맞고도 신나나, 노은설씬?

은설 : 제가요, 깽값을 줘본 적은 있어도 받아본 적은 없거든요. (봉투 다시 보며) 이런 기분이구나아. 완전 계탄 기분이에요.

지헌 : (어이없어 보는데)

은설 : (그랬다가, 다시금 어두운 한숨)

지헌 : (한숨에, 좀 걱정) 왜, 이제야 좀 고통이 오나?

은설 : 아뇨, 그냥... 오늘 하루가 저한텐 완전 롤러코스트네요. 오른발은 열탕, 왼발은 냉탕에 있는 거 같아요.

지헌 : (뭔 소리야 싶고) 시끄럽고, 병원 가서 치료나 받아.

은설 : 치료는 무슨요. 침 바르면 돼요. (하며 쓱쓱 바르는)

지헌 : (질려서) ...

 

 

#31. 지헌 룸

 

지헌, 앉아있다.

 

< 플래쉬백 >

‘제 보슨데 제가 나서야죠’ 하며 은설이 막으며 대신 막아주던.

 

지헌 : 당연한 거지, 비서가.

 

말은 그렇게 해놓고, 내심 좀 감동이기도 하고 걱정도 되고. 키폰 하려다가 생각 바꾸고 나가는.

 

 

#32. 비서실 + 탕비실

 

강비서, 찻잔 가득한 쟁반 들고 탕비실로. (지헌 못본 채) 그리고 들리는 소리.

 

추비서 : (E) 선배 말, 우스워 노은설씨?

지헌 : (멈칫하는)

 

/ 탕비실

추비서 : 탕비실 청소, 자기 담당이라고 했어, 안했어?

은설 : 죄송합니다, 제가 바빠서 깜빡.

강비서 : 하는 일이 뭐 있다고 바뻐? 그럼, 이것도 못하겠네.

은설 : 아니요. 제가 할게요. (얼른 강비서가 놓고간 찻잔들 수습하는)

추비서 : 정신머리 좀 차려, 제발. (하고 나간다)

 

/ 비서실

지헌 : (열받는다) 내 비서지, 지들 비서야?

 

추비서, 강비서, 탕비실에서 나오면. 지헌이 째리듯 서있는.

추와 강, 왜 저러나 싶어 보며 자리로 가 앉는데.

 

지헌 : 노은설!

은설 : (고무장갑 낀채 허겁지겁 나오며) 네? 왜요, 본부장님?!

지헌 : 누구 허락받고 자리 비웠지? 내가 말했지. 방광이 터질 때까진, 이 자리 사수해라!

은설 : 그게 설거지 좀 하느라..

지헌 : 나, 오늘 커피 마셨나? 차, 마셨어? 내 기억엔 없는데? 근데 무슨 설거질 해! 무슨 말안되는 핑계야?!

은설 : ...

지헌 : (추, 강 쪽 부라리며) 한번만 더 쓸 때 없이 없는 설거지니 뭐니 한답시고 설치기만 해, 알았어?!

은설 : ..네..

추/강 : (계속, 왜 저래.. 그러고)

지헌 : 알았으면 당장 장갑 벗구 들어와, 방안에 아주 세균이 드글드글거려!

은설 : 네? 어제도 소독.. 싹 했는데..?

지헌 : 시끄러, 세균은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시시때때로 침투해. 그게 세균이야.

         (하곤, 들어가려다 다시금 추와 강 째리고는 간다)

 

 

#33. 지헌 룸

 

지헌, 의자에 앉아 말붙일 기회 포착하는 중이고 은설은 열심히 청소 중인데.

 

지헌 : 여기.. 여기도 닦아.

은설 : 네. (책상 쪽으로 와 닦으면)

지헌 : 겉에만 말고 서랍 속도 닦아.

은설 : (서랍 열면, 각잡혀 놓여있는 지헌의 약병들과 구급약 보이는데)

지헌 : (연기한다) 어? 여기 약이 있었군.

은설 : (그러건 말건 약병들 꺼내고 서랍 닦는데)

지헌 : (눈치없는 은설이 짜증난다, 기어이 못참고) 약은, 특히 이 연곤, 바르라고 있는 거야.

은설 : 네? (했다가) 지금, 저 걱정해주시는 거예요?

지헌 : (말도 안된단 듯, 의자 팽그르 돌려 앉고)

은설 : (좀 고마워져서.. 연고 얼굴에 바르는데)

지헌 : (훔쳐보면, 상처 부위에 빗나게 바라는 모습에, 에잇) 그걸 하나, 똑바로 못바르나?!

 

잠시 후. 지헌이 어색하게 약을 발라주고 있다. 발라주다 보니... 자연스레 가까워지는 얼굴.

동시에 자각하고, 흠칫 고개 뒤로 빼는 두 사람. 그렇게 서로 한 껏 고개 뒤로 젖힌 채, 바르려니 쉽지 않다.

 

지헌 : (다 발랐다. 힘겨웠다, 후우 이마 훔치며) 됐어. 티슈.

은설 : (역시 어색하고 힘겨웠다, 얼른 티슈 주면)

지헌 : (닦고) 손.

은설 : (얼른 세정제 건네면)

지헌 : (닦고) 정리.

은설 : 네에! (하고, 약병들 도로 각맞춰, 정리하는)

 

 

#34. C그룹 건물 앞

 

김비서가 서류봉투 옆구리에 끼고 와, 떨리는 심정으로 전화를 건다.

 

 

#35. 지헌 룸 + 건물 앞

 

지헌, 전화 받고 있는.

 

지헌 : 뭐, 추천서?

김비서 : 그게.. 최종면접만 남았는데...요, 꼭 추천설 받아오래서...요.

지헌 : (흥, 비웃곤) 끊지. (끊으려는데)

김비서 : (다급히) 그 여자, 찾았어요. 그 똥머리!

지헌 : 뭐?! 똥머릴 찾아?

은설 : (탁자 위 서류, 각잡다 툭 떨어뜨리는) ...!!!

김비서 : 거기 대부업체 직원이 이력서 찾아냈다고 연락을 했드라구요. 그래서.. 추천서와 맞교환을 해야겠다.. 싶어서

            제가 이렇게 왔거든..요.

은설 : (그 사이, 청소하는 척, 옆으로 가 통화 내용 엿듣고)

지헌 : 알았어, 당장 올라와! (끊고는) 기뻐해, 노은설! 찾았어, 그 여자!

은설 : ..네에.. 축하드려요. 저기 근데.. 제가 청소 조금만 이따가.. 하면 안될까요? 배에.. 막 가스가 빵빵 차서..

지헌 : (이런, 찌푸리고) 노은설씨.. 참 뭐랄까.. 추잡스러워.

은설 : 그렇죠?

지헌 : 나가봐.

은설 : 네. (급히 나가고)

 

 

#36. 은설, 지헌, 김비서 동선 교차

 

- 은설, 엘리베이터 버튼 누르다, 계단으로 달려가고.

- 김비서, 막 로비로 들어서는.

- 은설, 미친 듯 로비로 내려와, 목에 감았던 스카프로 얼굴 대충 가리고 소머즈 같은 눈과 귀로, 훑는데.

 

김비서 : (E, 경비에게) 아저씨, 여전하시네. 네, 차본 이 친구 좀 만나려구요.

은설 : (홱 쳐다본다, 저 놈이구나) ..!!

 

- 지헌, 앉아서 모니터에 추..천..서.. 적고.

 

지헌 : (흐음) 뭘 추천하나 도대체... (끙, 어려운데)

 

- 김비서, 경비에게 인사하고 들어가려는데. 은설, 얼굴 가린 채 조용조용 다가가, 옆구리의 서류봉투를 확 빼서 도망친다.

김비서, 어?! 뭐야?! 이봐요, 거기서! 하며 쫓고. 은설, 잽싸게 건물 밖으로 도망가는.

- 지헌, 힘겹게 추천서 마침표 찍고, 인쇄 버튼 누르는. 지잉, 인쇄되어 나오는 추천서.

- 건물 앞 김비서, 아무리 두리번거려도 은설이 보이지 않고, 여기저기 건물 뒤 골목까지 찾는데.

은설, 뒤에서 김비서의 목을 헤드락 걸고,

 

은설 : 돌아보지 마요.

김비서 : 뭐야, 당신?! (돌아보려는데)

은설 : (못돌리게, 힘주고)

김비서 : (좀 겁먹어서) 도대체... 왜 이러는 건데.. 누구세요오?

은설 : (봉투 보이며) 이거, 안에 거 봤어요?

김비서 : (봉투, 낚아채려다 실패하자 순순히) 봤는..데요? 왜요?

은설 : (안되겠다, 협박 모드) 잘 들어, 이제부터 당신, 아무 것도 못본 거야. 아무 것도, 기억 못해.

김비서 : 기억 나는데요?

은설 : (힘주면)

김비서 : (컥)

은설 : 기억 못하면, 어떻게든 추천서, 내가 보내줄게. 단, 기억하면, 추천서 내기도 전에, 인생 쫑이야!

         나, 댁 하나쯤 쫑낼 수 있는 사람이야, 명심해!

김비서 : 그러니까 대체 왜.. (하다가 헉) 그 분이세요? 똥머리 노은설씨?!

 

 

#37. 지헌 룸

 

지헌, 김비서에게 전화걸고 있다.

 

지헌 : (안받자, 거칠게 끊으며) 뭐야, 도대체! (에잇, 싸인까지 끝낸 추천서 확 쓰레기통에 버려버리는데)

은설 : (노크하고 들어온다) 계열사 현장방문 가실 시간이십니다.

지헌 : 싫어, 나 사람 많은 데 싫어해. 안가.

은설 : ... 이거.. 사내 홍보지 기사낼 거래요. 본부장님 이미지업 방안 중 하나거든요. 그러니까 가셔야해요.

지헌 : 이게, 다 그 여자 때문이야. 내가 왜 이미지업 땜에 쇼를 해야되냐구.

은설 : ... 힘드셔도.. 조금만 힘내서 하세요, 본부장님. 제가 옆에서 최선 다해 보좌할게요.

지헌 : (왜 저러나 싶어서 보고)

은설 : (진심으로) 저요.. 이제부터 진짜 진심으로.. 본부장님이 아무리 저 미워하셔도 끝까지, 본부장님 위해서 뭐든 할 거예요..

         진짜진짜 진심입니다...

지헌 : (뜨악하게 보다가, 좀 민망해 흥하듯) 지금까진 진심이 아니었다 그거잖아. (하고 일어서며) 차 대기시켜. (나간다)

은설 : (지헌이 나가자) ... 그렇게라도 빚 갚을게요... (후우.. 나가려다 쓰레기통에서 추천서 발견하곤, 얼른 챙겨나가고)

 

 

#38. 백화점 몽타쥬

 

이것저것, 물건도 살피고 직원들과 웃으며 얘기하고 악수하는 지헌의 모습들을 카메라에 담는 홍보팀 직원.

악수하고 돌아서면, 은설이 남몰래 손세정제 내밀고. 지헌, 보이지 않게 손 닦고 등등.

 

 

#39. 동 시간경과

 

홍보팀은 가고 지헌과 은설만 남는다. (백화점 문화센터 있는 층이다)

 

지헌 : (어지럽다) ... 힘들었어...

은설 : 고생하셨어요.

지헌 : (불쾌) 왜 이렇게 사람은 많은 거야?

은설 : 세일 기간이래잖아요. 장사 잘되면 좋은 거죠.

지헌 : 많아도 적당히 많아야지, 너무 바글거려. (하곤) 물. 갈증나.

은설 : (얼른 가방 뒤지는데 없다) 잠깐만요. (하고 가는데)

지헌 : (마침 누군가와 부딪치느라, 정신 팔려 잘 못듣고, 부딪친 데 탈탈 털고) 물.

 

하는데 대답 없자 보면, 은설이 없다.

지헌, 황당해하다가 그냥 혼자 에스컬레이터 쪽으로 가려는데.

막 문화센터 문이 열리며, 강좌 끝내고 나오는 대군단. (엄마와 아이들) 순간, 와글와글 한층 많아진 사람들.

지헌, 어지러운데. 아이들에게,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이리 밀리고 저리 밀리고.

지헌, 조금씩 당황하기 시작한다. 호흡이 가빠오고. 안되겠다, 핸드폰 꺼내 은설에게 전화 거는.

은설, 시끄러운 탓에 못듣고, 정신없이 커피 코너로 가 생수를 사는.

지헌, 신경질적으로 끊는다. 혼자 가려지만 발길이 잘 안움직이고... 마주 오는 사람들의 눈, 눈, 눈...

심장박동이 빨라지며 호흡 가빠온다.

 

의사 : (E) 광장공포가 밀려올 땐, 일단 복식호흡을 하세요. 속으로 숫자를 천천히 세면서... 천천히...

 

지헌, 의사의 말을 떠올리며 후우... 후우... 호흡하지만 쉽지 않다.

가슴께에 손을 올리고.. 전신의 힘이 빠져나가는데. (공황 발작)

그 사이, 물을 갖고 오던 은설, 거의 쓰러지기 직전의 지헌을 보고 놀라서!

 

은설 : 본부장님?! 왜 그러세요? (달려가 받쳐주는데)

지헌 : (은설에게 기댄 채) .. 너..

은설 : 왜 그러시는데요오? 어디, 아프세요?

지헌 : ... 말도 없이.. 날 혼자..

은설 : (황당하고 놀라서) 사람 부를게요/

지헌 : (OL) 가만 있어...

은설 : 네?

지헌 : (힘겹게) 이대로... 금방... 괜찮..아져...

 

은설, 어쩔 줄 모르겠다. 망설이다가... 안듯이 받쳐주는.

지헌, 그렇게 은설에게 안긴 채...

은설, 지헌의 가쁜 호흡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역시 망설이다... 손을 들어 등을 가만가만 쓸어준다.

지헌, 안긴 채 눈감고... 천천히 안정을 되찾아가며... 호흡이 돌아온다.

시간 흐르고.

어느새 편안해진 지헌. 문득 정신 차리듯 눈을 뜨면. 자신이 은설에게 안겨있다. 정신이 홱 들며, 은설을 확 밀친다.

무방비 상태로 확 밀쳐져 자빠지는 은설.

 

은설 : ?? 본부장님??

지헌 : (좀 미안해서) 일어나지.. (어쩔 수 없이 손, 뻘쭘 내미는데)

은설 : 됐어요. (하고 째리며 일어선다)

지헌 : 그러게, 왜 말도 없이 사라져?! (하고 걷는)

은설 : (뭐 저런, 째리는데)

지헌 : (멈춰서) 빨리 안와?!

은설 : (가면)

지헌 : 꼭 붙어서 걸어.

은설 : (씨이, 붙으면)

지헌 : 적당히 붙어야지.

 

그렇게 걸어가는 두 사람.

 

 

#40. 지헌집 거실

 

지헌, 신경질적으로 들어와 가방 쇼파에 내던지고. 후우, 약을 먹으려다가 약도 내던져버리고 그냥 방으로 들어간다.

 

 

#41. 지헌집 방

 

온방안의 불이란 불은 다 켜져 있다. 지헌, 쉽사리 잠 못들고, 쇼파에도 누웠다 안락의자에도 누웠다..

약도 먹고 등등 하다가 침대에 대자로 멍하니 누워있는데 문득.

 

< 플래쉬 백 > 백화점. 은설에게 안겨, 평온하던... 순간.

 

지헌 : (마음이 좀 평온해진 듯하다가, 헉 무슨 생각을) ...!!! 뭐야, 노은설! 꺼져!! (하며 베개로 얼굴 묻는)

 

<플래쉬백 > 짧게 또 반복.

 

지헌 : (다시 또 평온한... 이내, 베개에 퍽퍽 머리 묻으며) 꺼지라구! 꺼져!

 

하다가 보면... 어느새 평온히 잠이 든.

 

 

#42. 은설집

 

짝 찾은 구두가... 책상 밑 신문지 정도 위에 놓여있고.

은설, 심난하게 구두 보다가 인터넷 검색한다. ‘사람 많은 곳 발작’ ‘심장이 빨리지는 원인’ 등등.

명란이 들어온다.

 

명란 : 안자냐?

은설 : 늦었네?

명란 : 뭐야, 집에서도 일하는 거야? 그 인간은 이제 재택근무까지 시키냐?

은설 : 아니야, 그런 거...

명란 : 아니긴. (하고 대자로 뻗고) 아.. 힘들다.. (하다 문득 구두 보고) 어? 신발 찾았어?

은설 : (그 말에 또 심난해져서) 명란아아아...

명란 : 왜 또오?!

 

 

#43. 지헌의 회사 룸

 

오늘자 신문 스크랩과 식권 뭉치를 책상에 놓고 나가려던 은설. 책상서랍을 살짝 열어본다.

약병들을 보며.. 문소리에 얼른 책상 닫고.

 

은설 : 여기 신문 스크랩이랑 식권이요.

지헌 : 알았어. (하다가, 식권 뭉치 보고) 뭐지 이게?

은설 : 네? 식권으로 바꿔오시라구.

지헌 : (하아) 식권이 아니라 신권! 도대체 식권을 백만원어치나 갖구 뭘 하란 거지?! 구내 식당에서 밥 먹다 배터져 죽으란 건가?!

 

 

#44. 비서실

 

풀 죽어 지헌의 방에서 나오는 은설.

막 방에서 나오던 무원, 은설을 보고.

 

 

#45. 회사 옥상

 

무원, 은설에게 자판기 커피를 건넨다.

 

은설 : (받으며) 고맙습니다.

무원 : 힘들죠?

은설 : (배시시) 뭐.. 차지헌 본부장님도 힘드실 거예요, 저 땜에...

무원 : 예를 들어, 식권 백만원어치 같은 것 땜에?

은설 : (민망해서) ...

무원 : (웃고) 그 정도 실순, 흔해요 원래. 우리 양과장님도 많이 했어요.

은설 : 정말요?

무원 : 정말요.

은설 : .. 고맙습니다.. 늘... 맨날 제 편 되주시고, 힘도 주시구...

무원 : 나야말로 고맙죠. 예상보다 씩씩하게 버텨주니까.

은설 : (웃고.. 그러다) 저기 근데요... 본부장님.

무원 : (보면)

은설 : .. 차지헌 본부장님이요.. 혹시 어디 아픈데.. 있으세요?

무원 : (그 말에) 왜요, 지헌이 어디 안좋아요?

은설 : 그런 건 아닌데.. 어제 일도 좀 그렇구...

무원 : 어제.. 일이요?

은설 : (말하다가) 아니에요, 좀 신경 쓰이는 게 있었는데요, 별 거 아닐 거예요.

무원 : ... (더 묻기 관두고) 어쨌든, 힘내요. 어떤 구박에도 굴하지 말구. 파이팅, 발산동 노전설.

은설 : (웃고) 네, 파이팅.

 

 

#46. 회사 무원방 (다음 날)

 

무원, 생각 많은 얼굴로 앉아있는데 하영이 노크하고 들어온다.

 

하영 : 차지헌 본부장, 의료기록.. 알아봤습니다.

무원 : (본다)

하영 : 그게.. 신경정신과였어요. 공황장애라고 합니다.

무원 : 공황..장애?

하영 : 네. 워낙 개인별 다양한 증상이 있는 병인데, 디테일한 것까지 알아낼 순 없었습니다.

무원 : (생각하는)

 

< 플래쉬백 >

- 1회 회의씬. 사람들 시선 피하던, 그러다 회의 멈추고.

- 2회 회의씬. 역시, 시선 테이블께로 비낀 채 말하던 모습.

 

무원 : 아니, 알 거 같아요. 어떤 건지.

하영 : 저도.. 짐작 가는 바는 있습니다.

무원 : (생각 많은 복잡한 얼굴로) ...

 

 

#47. 그룹 전경 (다른 날)

 

무원 : (E) 얼마 전 신설한 사회공헌팀 주도하에 진행되던 재단 사업을

 

 

#48. 회의실

 

무원의 발표, 이어진다. 차회장, 지헌 등 임원들 배석해있다.

 

무원 : (이어서) 앞당기기로 했습니다. 거론하긴 그렇지만, 연이어 있었던 불미스런 일들로 추락한 기업 이미지 쇄신 차원에서라도

         꼭 필요한 일이란 판단 때문이었습니다. 그동안 재단장 선정 및 곧 있을 창립연설자론 회사 고문이시자 공동 창립자이신

         송여사님, 그룹 총수이신 차회장님 등을 놓고 고심해 왔었는데요, 그보단 차지헌 본부장이 맡아주는 게 최적이란 게

         제 개인적 그리고 PJ팀의 판단입니다.

차회장 : 차지헌 본부장이?

지헌 : (딴짓 하며 앉아 있다가 역시 보는) ...!!

무원 : 차지헌 본부장은 앞으로 우리 기업을 이끌어갈 경영권 승계자이나 안타깝게도 대내외적으로 부정적 이미지가

         더 큰 상황입니다. 그걸 불식시키고 이미지를 한단계 업그레이드 시킬 가장 적절한 기회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박상무 : (차회장 향해) 저도 동의합니다, 회장님.

차회장 : (끄덕끄덕하곤 지헌에게) 니 생각은 어때? 아니, 생각이구 뭐구 무조건 해.

지헌 : 싫습니다.

차회장 : 재단 일 안해도 돼. 생색만 내. 써준 원고 읽구, 언론몰이 하구/

지헌 : (OL) 싫다고 말씀 드렸습니다. (일어나 나간다)

차회장 : 저.. (보다가 안되겠는지 따라서 발딱 일어나 나가는)

무원 : (표정 없이 그런 둘 보며) ....

 

 

#49. 복도

 

빠르게 성큼성큼 가는 지헌. 차회장, ‘너 거기 못서!’ ‘야’ 등등 하며 따라간다.

 

차회장 : (힘겹다) 저 자식 저거 왜 이렇게 빨라!

장비서 : (옆에서 쫓으며) 아무래도 다리 길이나 체력의 차이가...

 

 

#50. 비서실 앞 + 비서실

 

지헌이 들어가며 쾅 닫는 문에 쾅 부딪치는 차회장.

 

차회장 : 저 눔 자식이!

 

차회장, 아파하며 들어오고.

지헌, 다시 룸 문 쾅 닫고 들어가면, 차회장, 이번엔 훗, 피하는. 잠시 만족스러워하곤, 이내 들어간다.

은설과 다른 비서들, 의아해서 보고. 하영은 상황짐작해서 의미심장하게 보는.

 

 

#51. 지헌 룸

 

지헌과 차회장의 대화.

 

차회장 : 무조건 해!

지헌 : 무조건 싫다잖아요!

차회장 : 해!

지헌 : 싫습니다.

차회장 : ... 너 하나다.

지헌 : ...

차회장 : 내 뒤이을 놈... 너 하나야... 니 형 죽고, 세상천지 너 하나라구...

지헌 : ...

차회장 : 남보다 나으라고 안해. 남들만큼만 해.

지헌 : ... (좀 아프지만) 욕심이 과하세요.

차회장 : ... 애비 실망.. 그만 시켜라... (힘없이 일어나 나간다)

지헌 : ... (참담해서)

 

 

#52. 비서실

 

은설, 차 준비한 채, 들어가야 하나 말아야하나 고민되는데. 차회장 벌컥 나오고 그 바람에 쟁반 떨어뜨리며 찻잔 다 깨진다.

차회장, 돌아보지도 않고 그대로 나가버리고.

 

 

#53. 지헌 룸

 

은설, 새 차 준비해서 들어온다. 지헌은 등 보인 채, 창 향해서 서있다.

은설, 뭐라 말 걸려다 조용히 차만 놓고 나간다.

 

 

#54. 지헌 차

 

여전히 조용히 가라앉은 지헌. 은설도 조용하다.

 

지헌 : (박기사에게) 저기 지하철역 앞에 세우세요. (차 서고) 내려.

은설 : 네. (내리고 차문 앞에 서서 꾸뻑) 들어가세요. (하는데)

지헌 : (창문 내리고) 며칠 출근 안해. 그렇게 알고 노은설씨도 적당히 쉬어.

은설 : 네? 그러면 집으로라도 출근../

지헌 : (OL) 놀라는 대도 싫은가, 노은설씬?

은설 : 그래두..

지헌 : 도대체, 사람 말을 왜 그렇게 안들어 먹어!

은설 : ... 알겠습니다. (꾸뻑하는)

 

지헌, 창 올리고. 바로 출발한다. 은설, 그렇게 가는 지헌의 차량을 보는.

 

 

#55. 지헌집 (다른 날)

 

지헌, 테이블에 놓인 원고 물끄러미 보고 있다.

 

< 플래쉬백 (회상) >

무원이 원고를 전해주러 직접 집으로 찾아온 상황.

 

무원 : (원고 테이블에 내려놓으며) 창립연설 원고야.

지헌 : (무시하는)

무원 : (그냥 나가는, 가다가 돌아보고) 니가.. 잘해냈으면 좋겠단 생각이 든다. 진심이야... (나간다)

 

지헌, 여전히 물끄러미 원고만 보고 있는.

 

 

#56. 비서실

 

하영을 중심으로 장비서까지 재단창립식과 리셉션 관련 회의 중이다.

은설만 구석에서 창립식 초대장 발송자료, 봉투에 넣는 단순작업 중.

 

하영 : (자리배치도 보며) 여기, 강상훈 전무님하고, 박준석 이사님 자리 바꿔야겠어요.

         강전무님하고, (자리 가리키며) 여기 T전자 조전무님, 신경전 대단하세요. 다른 테이블에 배치해요.

추비서 : 네, 조정할게요.

장비서 : 참석확인은 해봤어요?

하영 : 이멜 발송은 끝났지만 우편은 아직 미발송이 있어서, 이틀 후, 일괄 확인할 예정입니다.

장비서 : (배치도 앞부분 가리키며) 여기 이 분들은 꼭 참석하셔야 되니까, 미리 차량 수배해서 보내드리구요.

하영 : 이미 다 준비됐습니다.

장비서 : 역시. (하곤 슬쩍 하영에게) 참 양과장, 메밀.. 좋아하지 않았나? 조오기 메밀집 하나가 아주 괜찮은데.. 어때요?

            (하는 순간)

은설 : (OL) 안되겠어요.

 

장비서, 헉 놀라고. 하영과 추, 강 등도 보는데.

 

은설 : 죄송한데 저.. 아무래도 제 보스한테 가봐야 할 거 같습니다.

강비서 : 가긴 어딜 가? 그거 다 해야지. (하는데)

하영 : ... (보다가) 가봐요.

은설 : (꾸뻑) 감사합니다. (가방 챙겨 나가는)

하영 : (은설, 나가자 추와 강에게, 발송물 턱짓하며) 뭐해?

강,추 : (씨이, 하며 발송물 넣으러 가는)

 

 

#57. 지헌집 정원

 

은설, 지헌의 집으로 급히 달려가는.

송여사가 탄 차량, 그 앞을 지나가다가 은설을 본다. 송여사, 차 세우는.

 

 

#58. 지헌집 방 + 방 앞

 

- 은설, 메이드에게 인사하고 방 앞으로 간다.

- 지헌은 방안에 음악 틀어놓은 채, 여전히 원고만 보고 있는.

- 은설, 망설이다가 문 살짝 열고 안을 보는데.

- 그 순간, 지헌, 결심한 듯 원고를 집어 든다. 첫장을 넘기며.. 중얼중얼 읽어본다.

- 은설, 들어가려다가... 멈칫한 채. 방문 살짝 열어놓고는 방문 앞에 기대앉아 듣는데.

   지헌의 목소리가 점점 커진다. ‘즉흥적인 게 아니라, 장기적이고 전략적, 체계적으로 진정한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위해’

   ‘순수히 사회에 환원하고자하는, 기업으로서의 의무를 지키기 위한’ ‘이는 단순한 이슈가 아니라 진정한 사명감으로서’ 등등.

   그러다가, ‘흥, 다 뻥이잖아’ 죽죽 긋고는 원고 수정하며.

- 은설, 듣다가 풋 웃는. 송여사가 조심스레 집안으로 들어온다. 메이드에게 아는척 말라고, 쉿하며.

   그러다 방앞에 그러고 있는 은설을 보는... 송여사, 그렇게 잠시 기특하게 보다가 조용히 돌아서 나간다.

- 지헌, 계속 읽는. ‘외국의 롤모델을 찾아보자면’ 하다가 문득 열린 문틈에...?

   지헌, 문 닫으려 다가가며... ‘다들 떠올리시는 재단 중에...’ 하다가 문 밖의 은설을 발견하고.

 

지헌 : 노은설...?!

은설 : (헉)

 

잠시 후. 지헌이 은설의 뒷덜미를 잡고 끌고나가고 있다.

 

은설 : (끌려가며) 제 발로 나간다니까요. 근데, 아까 너무 딱딱하시던데. 연설을 하잔 건지, 싸우자는 건지 구별이/

지헌 : (OL) 시끄러, 거기까지!

 

그러나 컷튀면. 지헌방. 지헌, 연설 마무리, ‘이상으로 재단사를 마칩니다’ 하고 보면.

은설, ‘이번엔 카리스마가 좀 부족한 거 같은데..요?’ 지헌, 이런 씨이. 다시 읽어본다.

‘재단장을 맡게 된..’ 그런 식으로, 컷컷 보여지는.

(다른 날로, 바뀌며, 시간의 흐름)

은설, 갸우뚱도 했다가, 와아 박수도 쳤다가. 신나서 좀 오바하는 지헌을 보고 왜 저래? 그렇게 보기도 하는 등등.

 

 

#59. 숙희의 호텔 전경

 

 

#60. 호텔 행사장

 

추, 강 등 호텔 직원들과 마이크, 슬라이드 등등 자료 체크하며.

하영은 행사 요원들에게 자리배치도 주며, ‘성함 확인하고, 정확한 자리로 안내해드리세요’

그 옆, 숙희도 이것저것 지시 중이다. ‘거기 플랜카드 기울어졌어’, ‘꽃 좀 더 풍성하게 못해?’ 등등

무원이 들어와 그런 숙희를 보고.

 

무원 : (다가가) 직접 준비하세요?

숙희 : 너구리 영감탱이, 흠 못잡게 해야지.

무원 : (웃는데)

숙희 : 근데 넌, 왜 이런 걸 지헌이한테 뺏기니? (하영에게도) 양과장도 그래, 얘가 좀 허술하면,

         양과장이라도 정신 빠짝 차려야잖아. (못마땅하게 보고 가는, 준비하는 직원들에게, 좀 제대로 하라구, 등등하며)

무원 : (하영에게) 미안해요, 나 때문에 양과장님이 쓴소리 들었어요.

하영 : 아닙니다. (미소 지어보이곤, 지나가는 추비서에게) 가서 리셉션 준비 체크해.

추비서 : (가며, 궁시렁) 노은설, 이거 끝까지 안나타나.

 

 

#61. 지헌집

 

지헌, 준비 중이다. 짐짓 거만하게 넥타이를 메고 있으나 사실 미세하게 떨리는 손.

은설, 지헌의 긴장을 고스란히 느끼고.

 

은설 : (부러 대수롭지 않게) 잘할 수 있어요, 본부장님. 근데 또 잘 못하면 어때? 그럴 수도 있는 거지. 인생, 뭐 있어? 안그래요?

지헌 : (거울을 통해 그런 은설을 보는, 진심이 느껴진다)

은설 : .. 왜요?

지헌 : 말 참 많아. (자켓 입으며 돌아서 가는)

은설 : (입 내밀곤, 그러나 쪼로로 쫓으며)

 

 

#62. 호텔 로비

 

도착하는 차회장, 송여사 등등 일행. 다른 손님들도 속속 도착한다. 나윤모, 황관장도 보이고.

잠시 후. 급히 도착하는 지헌의 차. 은설, 급히 내리고 지헌을 재촉하는데.

지헌, 호텔을 떨리는 심정으로 보며...

 

사회자 : (E) 그럼 차지헌 재단장의 창립사가 있겠습니다.

 

 

#63. 호텔 행사장

 

내빈 착석해있고. 기자단도 배정된 위치에 자리해있는.

차회장과 숙희, 송여사, 무원, 박상무, 황관장 등 앞 쪽에 앉아있고.

은설, 한켠에서 기도하는 심정으로 보고 있고.

지헌, 단상에 서있다. 시선, 가능한 허공에 둔 채.

 

지헌 : (이미 숨이 막혀오는) ...재단장을 맡게 된.. 차지헌..입니다. (그리곤 한참을 쉰다. 내객들의 당황이 이는데, 다시 시작하는)

         우리 C그룹에서 이렇게 의미 있는 재단을 창설하게 돼.. 개인적으로도 기쁘고.. 자랑스럽습니다. (좀 쉬고)

         그러나 솔직히.. (하는데)

 

문 열리며, 들어오는 나윤.

지헌, 나윤을 보고...!!! 나윤, 뒷켠에 서서 지헌을 보고.

지헌, 이내 차갑게 시선 외면하고 원고에.. 그러나 이미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지헌 : ... (원고를 탁 접는) 나머지 제 뜻은.. 제 비서가... 대신하겠습니다. (그리곤 그대로 내려간다)

 

차회장, 뭐.. 뭐야? 보고. 무원, 그저 조용한 복잡함으로. 나윤도 그저. 내객, 수군거리는데.

지헌은 은설에게 원고, 척 주고는 그대로 나가버린다. 은설, 당황해 하다가.. 결국 단상으로 올라간다.

 

은설 : (당황해서, 웅성이는 내객 보다가 꾸뻑, 마이크에 퍽 부딪치곤, 마이크 바로잡고) 제가.. 대신하겠습니다.

         (읽는) 그러나 솔직히 대한민국에서 재단이란 게 어떤 인식을 주고 있습니까. 탈세를 위한 비리재단? 네, 맞습니다.

 

 

#64. 호텔 로비

 

혼자 걸어 나가는 지헌 위로.

 

은설 : (E) 물론 그렇지 않은 훌륭한 재단도 많이 있습니다만, 상당수가 그렇게 명분과 허울 뿐인, 비리 재단인 경우가 많았습니다.

         저는 그런 재단, 필요 없다고 생각합니다. 해서, 이왕 하면 제대로 하자, 탈세, 비리, 이따위 불유쾌한 단어들과 무관한,

         진정한 사회공헌을 할 수 있는....

 

시간경과 잠시 후. 은설이 뛰쳐나온다. 그러나 텅빈 로비.

 

 

#65. 호텔 행사장

 

리셉션 열리고 있다. 무원, 내객들과 웃으며 얘기 중인데 와서 서는 나윤.

 

무원 : ...!!! (놀라지만 이내 여유 찾고 내객에게) 실례하겠습니다. (하고 나윤 쪽으로) 언제 들어온 거야?

나윤 : (샴페인잔 빙그르 돌리며) 왜 들어온 건지가 더 궁금해야지. (하고 웃는)

무원 : (픽 웃는다)

 

그런 무원과 나윤을 지나쳐 가는 차회장과 장비서. 리셉션장을 그냥 빠져나가려는데 송여사가 잡는다.

 

송여사 : 너라도 제대로 자리해야지. 주인 다 가버리면 손님은 누가 대접해?

차회장 : ... (그때 들리는)

내객 : 주식을 미리 빼버리던가 해야지. 후계자가 저 따위여서, 나중에 회사 제대로 굴러나 가겠어? 아들이라고 뭐 저런 걸 쯧.

차회장 : 저 자식을! (주먹이 힘들어가며, 내객에게 홱 가려는데)

 

송여사와 장비서가 잡는다. ‘왜 이래, 차회장?’, ‘참으세요, 회장님’

차회장, 미치겠는데. 결국 뿌리치고 나가버리는.

 

 

#66. 지헌집 방

 

은설, 들어오면 지헌, 게임 중이다.

 

지헌 : (보지도 않고 흥, 허세 부리는) 꼰댄 어땠어?

은설 : ...

지헌 : (실은 차회장이 받을 상처가 걱정되지만) 아깝군. 내가 직접 꼰대 얼굴을 봤어야했는데.

은설 : ... (옆에 앉으며) 한판 붙으실래요?

지헌 : (보는)

 

잠시 후. 같이 게임을 하는. 파이트 게임.

은설에게 맞고 또 맞고 맞는 지헌의 게임 캐릭터. 결국 넉다운!

지헌, 다시해!! 하지만 또 맞고 넉다운. 다시!! 그러나 또 맞는.

 

지헌 : (게임하며) 노은설.

은설 : (역시 게임하며) 네?

지헌 : 왜 아무 말 없지?

은설 : (보면)

지헌 : (보지 않은 채) 어줍잖고 건방지게, 위론지 뭔지 하러 온 거 아니야?

은설 : 위로.. 필요하세요?

지헌 : 누가 그렇대? 그래서가 아니라, 이 타이밍에서 예상 가능한 행동패턴이 그렇잖아. 아프면 울어라, 뭐 그런 건방진 말해서,

         열받게 하거나, 아님 아예 비웃거나..!

은설 : 울고 싶어요, 제 앞에서?

지헌 : 그게 아니라! (하다가) 관두지. 여기까지.

은설 : .. 울든 안울든, 건 본부장님 맘이잖아요. 제가 왜 이래라, 저래라 해요. 것도 폭력이지.

         그냥.. 무조건 본부장님 맘대로 하세요. 저두 여기까지.

지헌 : (흥) 역시 건방져. (하지만.. 좀 편안해져서.. 미소가 일 듯 하는데)

 

문, 벌컥 열리며 차회장이 들어온다.

지헌과 은설, 차회장을 보고...!! 은설은 회장님하며 일어서고. 지헌은 계속 게임하는.

차회장, 게임을 하는 두 사람을 보고 기가 막히는데.

 

차회장 : (스위치를 확 빼버리곤, 감정 애써 다듬고) 이유, 말해봐. 아무리 납득 가는 변명을 해도 납득 안가겠지만,

            그래도 납득해보려고 노력할 테니까, 해봐.

지헌 : .. 그런 거 없어요.

차회장 : 뭐?!

지헌 : 그런 거 없다구요, 그냥 그러고 싶어서 그랬어요, 됐어요?

차회장 : (저도 모르게 뺨을 때리는)

지헌 : ...!!!

은설 : ...!!!

차회장 : (역시 놀란다. 지금껏 한번도 진심으로, 그것도 뺨을 때린 적은 없었기에) .. 그러게.. 얘길 하면 됐잖아..!

            용서를 빌든 변명을 하든.. 하란 말야, 이 자식아! 도대체 왜 이러는 건지, 말을 해!

지헌 : (보며) ... 할말.. 없습니다.

차회장 : ... 그래? ... 나가... 나가! 당장 이 집에서 나가! 내 눈앞에서 꺼져!

지헌 : (그대로 나간다)

차회장 : ... (마음에도 없는 소릴 하고.. 괴롭게 서서)

은설 : (지헌이 나가자) 회장님, 납득하실 만한 이유.. 있어요. 저도 100% 정확히 아는 건 아니구, 알아도 본부장님 허락없이

         말씀은 못드리겠지만.. 분명히 이윤 있습니다. 지금은... 이 말밖에 못드리겠어요...

차회장 : ...

은설 : (꾸뻑) 가보겠습니다. (하고 지헌을 쫓아가는)

차회장 : ... (괴로워서)

 

 

#67. 까페

 

무원과 나윤이 마주앉아있다. 와인 정도 마시는.

 

나윤 : 끝까지 안물어보네? 왜 들어왔는지?

무원 : 알아, 말 안해도.

나윤 : 아는구나... 그럼 정리할 거 정리하자, 우리. 그래야 나, 지헌이한테 깨끗하게 돌아가지. (씽긋 웃는)

무원 : (보며)

 

 

#68. 거리

 

지헌, 참담한 심정으로 걷고 있다. 그 뒤를 좀 떨어져 따라서 걷고 있는 은설.

한적한 거리에 은설의 또각또각 구두 소리가 들린다.

지헌, 결국 멈춰 서서 홱 돌아보면 움찔하는 은설.

지헌, 가란 듯 험악히 째리고 가면 은설, 또 따라 걷고. 지헌, 가다가 또 홱 돌아보며, ‘계속 따라 올거야?!’ 하다보면. 은설이 없다.

지헌, ...!!! 당황하는데... 어두운 거리에 자기 혼자 뿐. 저도 모르게 부른다. ‘노은설... 노은설...!’

은설, 뒷꿈치가 까졌는지 쪼그려 확인하느라, 뭔가에 가려져 지헌의 눈에 보이지 않다가.

 

은설 : (샌들끈 꺾어신고 일어서며) 네? 왜요?

지헌 : (그제야, 안심했다가 버럭) 장난해?!

은설 : 아니.. 발이 까져서..

지헌 : (허, 보다가 돌아서 가는데)

은설 : 저.. 그냥 가요?

지헌 : (대답 없이 간다)

은설 : 그냥 가요, 그럼?

지헌 : ... (결국 멈추고 돌아보는) 나.. 돈 없어...

은설 : (짐짓, 돌아서는 척하다) 네?

지헌 : 돈도 핸드폰도 안갖구 왔다구!

은설 : ...

 

 

#69. 거리 이곳저것

 

- 거리

은설 : (고개 저으며 핸드폰 끊는) 안받아요, 박기사님.

지헌 : (에잇)

 

- 버스 정류장 앞

지헌 : 나 버스, 못타.

은설 : ...

 

- 지하철 역 앞

지헌 : 지하철도 못타.

은설 : ...

 

- 현금인출 코너

은설, 막 카드 꼽는.

 

지헌 : 신용카드, 없어? 요즘 택시, 카드 다 되잖아.

은설 : 정지 먹었어요. (하다가 잔고 보고, 저도 모르게 기기 쾅! 내려치는) 뭐야, 또 누가 고새 빼간 거야, 나쁜 놈들!

지헌 : (보면, 잔고 13800원) 설마.. 이게 전재산인가..? (충격인데)

 

- 택시

은설 : 호텔로 갈까요?

지헌 : 호텔은 큰어머니 거야.

은설 : 싸우나나 찜질방.. 이런 데로 가실래요?

지헌 : 모르는 사람이 바글거리잖아 그런덴.

은설 : (어쩌라고요, 보며)

 

 

#70. 은설의 집앞

 

지헌과 은설, 온다. 은설, 저기란 듯 집을 보고. 지헌, 보며.

 

 

#71. 은설의 집

 

지헌과 은설, 들어온다.

 

은설 : 친구랑 같이 사는데요, 친군 알바 땜에 요즘 늦거든요. 걔 오면 제가 찜질방을 가든, 할게요.

지헌 : ...

은설 : 안들어가세요?

지헌 : ... (진심을 말하는 게 힘겹지만, 흠) 노은설씨.. 오늘.. 이래저래 고생 많았어..

은설 : (그 말에 보는)

지헌 : 뭐.. 살짝 고맙..(기도 했고, 하려다 눈에 들어오는 책상 밑의 구두) ...?!!

은설 : (듣다가 역시 뒤늦게 구두 생각에) ...!!!

 

뒤늦게 달려가, 온몸으로 슬라이드해 구두를 덮쳐 가리는 은설.

지헌, 그러나 이미 구두 봤다. 그런 은설을 허! 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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