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SBS대본

[도쿄 여우비] 01

작성자수다쟁이|작성시간13.08.26|조회수1,026 목록 댓글 0

[도쿄  여우비] 01

 

 

 

 

 

 

 

 

 

 

1. 프롤로그

다른 공간, 다른 시간, 내리는 빗줄기.
클로즈업 된 수진, 빗방울 손바닥으로 받아내며 하늘 바라본다.
클로즈업 된 현수, 내리는 빗줄기 속으로 손 내밀어 본다.
손으로 떨어지던 빗방울 작은 벚꽃 잎으로 오버랩되면

2. 타이틀
하늘을 덮고 있는 긴 벚꽃길.
햇살 아래, 하늘거리며 떨어지는 분홍 꽃잎을 사이로 반짝이며 여우비 내린다.
그 위로

수진  (소리) 여우비가 내립니다.
현수  (소리) 여우와 구름의 지독한 사랑도 내립니다.

햇빛 가득한 하늘 위에서 떨어지는 여우비. F.O

3. 동경 시내 전경
F.I 되면 빠르게 보여지는 화려한 동경 시내
그 위로 들려오는 아이비의 노래 소리.

4. 기자 회견 장
기자 회견 장 내 축하 무대, 아이비의 열창이 화려하다.
아이비의 축가를 환한 미소로 바라보는 수진.

JUMP
수진을 위해 마련된 단상
미소로 앉은 수진 위로 연신 터지는 플래시 불빛
기자들의 짧은 질문과 수진의 대답이 플래시 불빛 속에서 빠르게 몽타주 된다.

기자 1  성공적으로 시사회를 마친 소감이?
수진    너무 기쁘고 감사드립니다. 개봉하면 본 영화도 많이 보러와 주세요.
기자 2  일본을 움직이는 영향력 5인에 드셨는데?
수진  ( 믿어지지 않는 다는 듯 고개를 저으며/ 미소) 더 열심히 하겠습니다.
기자3  매년 4월이면 도쿄를 찾으신다는데?
수진  ( 미소로 바라보다) 도쿄의 벚꽃이 너무 예뻐서요.

웃는 기자단들.
같이 웃는 수진. 하지만 그녀의 눈동자가 작게 흔들린다.
그 모습 멀리서 바라보는 매너저 만희. 작은 미소가 스민다.

5. 기자 회견 장 앞
플래쉬 세례 받으며 차에 오르는 수진, 활짝 웃으며 손 흔든다.
리무진 안에 타고 있는 유스케, 미소로 수진 맞는다.
차 문이 닫히면 그 위로도 연신 터지는 플래시 불빛.
리무진 출발한다.

6. 리무진 안
도로를 달리는 리무진.
수진의 손을 가만히 잡아주는 유스케, 서투른 한국말로 축하한다.

유스케   성공이예요. 대단해요. 수진씨
수진  고마워요. 여러모로 신경써줘서
유스케  그런 말은 싫어요(웃음)남처럼 들려요.

미소로 바라보던 수진, 창밖으로 시선 돌린다.
스쳐 지나는 동경의 풍광들
수진, 그 모습들 바라보는 데 갑자기 후두둑 떨어지는 여우비.
자신도 모르게 창밖으로 손 내미는 수진,
손 위로 떨어지는 빗방울을 환한 미소로 바라보는데 순간, 그녀의 시선이 멈춘다.

보면, 길 건너 자전거를 끌고 가는 하얀 비옷의 여인,
안 되겠는지 우산 확 펼쳐들면

감독 (E-버럭) 컷!

7. 기차 역
-자막 2000년 4월
CF촬영 현장, 울그락 거리며 배우 향해 걸어가는 감독.
싸늘해 지는 촬영장 분위기. 스탭들 난감한 표정으로 여배우 쳐다보면 ,
분위기에 기가 죽은 듯 가만히 파란 우산 내리는 배우, 수진(22)이다.

감독  (다가와) 배우 맞아요?
수진  (통역을 듣고 당황한, 눈만 껌뻑인다)
감독  안약 넣어도 눈물이 안 흘러?
수진  (고개 푹 떨구면)
감독  (화 누르며 애써) 해지기 전에 끝냅시다. 해 지기 전에!
수진  네.(괴로운 꾸벅 절하는데)
감독  (돌아서자 마자 조감독에게 달려가 발로 차버린다)
수진  (움찔 놀라서 쳐다보면)
감독  (버럭) 한국에서 제일 잘 나가는 하이틴 스타야. 저게? 니 눈엔 배우로 보이냐.
         감정 표현도 안 돼는 배우를 왜 섭외해? 니가 필름값 물어낼 거야?

수진에게 통역해주던 통역사도 어느 정도에서 멈춘다.
풀이 죽는 수진, 감독의 모습에 좌절한 듯 푸욱 고개 떨구면
감독에게 구십도로 절하던 천만, 다급하게 수진에게 다가온다.

수진  (우울) 못하겠어. 오빠. 그만 두고 싶어.
천만  (단호하게) 어떻게 잡은 기횐데 그만 둬? 해 낼 수 있어.
         타이밍 잘 맞춰서 안약 넣으면 돼. 힘내, 알았지?
수진  (파르르) 너무...춥구, 배고파.
감독  (큰 소리) 자, 준비~~!!(일그러진 표정으로 푸르락 모니터 쪽으로 걸어가면)수

저 만치 보이는 플랫폼으로 기차 들어온다.

스탭  야쿠사상~~아이리마스~~~

모든 스탭들 초긴장으로 준비 태세 들어가는데
수진의 눈동자가 자꾸만  플랫폼 쪽으로 향한다.
마른 침이 넘어갈 만큼 망설이는 수진, 그녀의 시선으로 들어오는 감독과 만희
그리고 스탭들의 모습, 무섭게만 느껴지고,
수진, 순간 결심을 한 듯 기차를 향해 무작정 달려간다.
"슛!"을 외치던 감독, 놀라 벙해 보고, 만희와 스탭들 그저 입만 벌어지는데
수진, 치익 소리를 내며 닫히는 기차 문으로 아슬아슬하게 뛰어 들어간다.
그제야 상황 판단이 된 만희와 스탭들, 놀라 수진 향해 우왕좌왕 달려가면
그대로 플랫폼을 출발하는 기차. 그 창문 너머로 멀어지는 수진의 얼굴만.

8. 기차 안
덜컹 거리며 달려가는 기차.
표정 없는 수진, 창문 너머로 보이는 사람들 향햐 가만히 손 흔든다.
스스로도 무섭고 당혹스런 수진, 하지만 씩씩하게 창밖 내다본다. 스쳐가는 풍광들.

수진  ( 두 팔로 자신의 몸을 껴 안으며) 따뜻해서 좋다.

창밖 내다보는 수진, 애써 작은 미소를 지어본다.
철길을 따라 빠르게 달려가는 기차.

9. 역전 앞 거리
시부야 정도의 화려한 거리, 꽉 메운 사람들과 정신없이 돌아가는 대형 광고 화면들.
그 역 전 앞으로 쭈뼛거리며 걸어 나오는 수진, 여기가 어딘가 둘러본다.
모든 것이 신기핟. 하늘 한 번 올려보던 수진, 다짐하듯 활짝 웃는다.
씩씩한 걸음으로 걸어가는데 수진에게 휴지 건네는 삐끼. 상길이다.

상길  (일어) 놀러 오세요. 여성분은 10% 세일 해줘요.
수진  (얼결에 받고는 어정쩡 꾸벅 절하곤 재밌는 듯 휴지 본다)

10. 몽따쥬

-도쿄 뒷골목 쯤.
골목마다 기웃거리고 있는 수진, 재밌고 신이 났다.
아기자기하고 예쁜 가게들마다 쳐다보고 구경하고, 지나가는 희한한 패션의 사람들
놀란 표정으로 돌아보고 쪽아가보고, 이것저것 다 재밌는 듯 수진, 활짝 웃는다.

-꼬치구이 골목.
자글거리며 구워지는 꼬치구이들.
맛있게 먹는 사람들 모습에 수진, 침이 꿀떡 넘어간다.

-벚꽃 공원
도쿄 타워가 보이는 공원, 노을이 지기 시작한다.
이젠 힘이 빠진 듯 걷고 있는 수진, 놀러온 가족이나 연이들의 모습만 부러운 듯 바라본다.
다시 터덜 터덜 걸어가던 수진, 안되겠는지 불끈 힘을 낸다.

수진  하나도 안 무서워, 돌아가는게  더 무서워.(애써 웃으며) 잘 한 거야!
         (다시 장화 신고 씩씩하게 걸어가는데)

-공원 그네
어두운 공원을 삐걱 삐걱 울리는 그네.
보면, 풀 죽은 얼굴로 그네 타고 있는 수진, 두려운 한숨만 자꾸 흘러나온다.
수진, 두려운 탓인지 자꾸만 몸이 파르르 떨리는데
바로 옆 그네에 와 앉는 바바리 코트의 중년 남자, 묘한 시선으로 수진 바라본다.
힐끔 넘겨 보던 수진, 어색하고 무서운 듯 어정쩡하게 웃으면

바바리   (씨익 웃으며) 얼마면 돼?
수진      (무슨 말인지 몰라 바라보면)
바바리  (지갑에서 돈 꺼내 보이며) 이 정되면 되겠어?
수진     (이상한 듯 일어서려면)
바바리  (수진 손목 잡으며) 더 원해?

수진, 놀라 바바리의 손 뿌리치면 다시 잡는 바바리 사내.
수진, 상황 파악 된 듯 와락 밀쳐내곤 미친 듯이 도망친다.
화가 난 듯 따라 붙는 바바리 사내.
그 모습에 아악~~비명을 지르며 죽을 힘으로 달리는 수진.

11. 유키 스시집 골목 (밤)
공포로 숨을 헐떡이며 달려오는 수진, 골목 모퉁이에 쓰러지듯 쪼그리고 안즌 수진.
돌아보면 바바리 사내, 더 이상 쫒아오지 않는다.
허기와 힘겨움에 장화 벗는 수진, 양말 위까지 스며든 핏자국에 서글퍼지는데
어디선가 감미로운 하모니카 소리 들려온다. 그 소리에 자신도 모르게 다가가면
환히 불 밝힌 유키 스시집. 창문 너머로 보이는 사장 다나카, 손님을 위해 하모니카 연주중이다
감미로운 연주 끝나면 손님들 웃으며 박수로 화답하고,
창문에 매달려 그 모습을 바라보던 수진. 시선이 흔들린다.
따뜻한 불빛, 맛있어 보이는 스시들. 스시를 먹는 흐뭇한 표정의 사람들.
침이 꿀떡 넘어가는 수진. 배고픔에 점점 몽롱해지고.
자신도 모르게 문 활짝 열고 뛰어들어간다.

12. 동, 스시집 안
요리사 복장의 현수, 열심히 스시 만들고 있다.
벌컥 열리는 문소리에 "이랏샤이마세" 우렁차게 오치는데 우비에 장화까지 입은 여인(수진)
허겁지겁 미친 듯 달려와 현수 앞에 우당탕 앉는다.
현수, 그 모습에 놀라 바라보면 주춤하는 수진, 바로 우아한 미소로 정돈해 앉는다.

현수  (메뉴판 건네며-일어) 주문하시겠습니까?

메뉴판 펼치던 수진, 고민하듯 바라보다가 각양각색의 스시 사진들, 우아한 손길로 가리킨다.
하나, 둘, 셋....하지만 그 손길이 끝나질 않고. 주문 판에 적어나가던 현수.
의심스런 눈빛으로 쳐다보지만
이내 꾸벅 절하곤 스시 만들기 시작한다.

JUMP
수진 앞에 놓이는 스시, 침이 꿀떡 넘어가는 수진. 미친 듯이 허겁지겁 먹어댄다.
놀라는 현수, 안되겠느닞 수진 옆에 뜨끈한 국물 놓아주며

현수  (일어) 천천히 드세요

수진, 그제야 정신이 든 듯 터질 듯 불룩한 입으로 고개 드는데 목이 컥 막힌다.
가슴치고 국물 먹고 그러다 현수 향햐 우아한 미소 지으려는데 자꾸 목이 막힌다.
현수, 물잔 건네면 수진. 허겁지겁 물 벌컥 마신다.

현수  (일어) 더 필요한거 있으세요?
수진  (어색한 미소로 보면)
현수  (일어) 말씀하시면 준비해 드리겠습니다.
수진  음~~~(갑자기 굉장히 맛있다는 제스처로, 방긋 웃으며) 돈 한 푼 없다. 나?
현수  (뜨악)
수진  여기서 기냥 도망칠 건데...그럼 어떡할래? (눈 이쁘게 깜빡거리며 본다)
현수  (어이없다. 빤히 쳐다보면)
수진  (미소) 그냥 무작정 문 열구 튈까요? (우아한 액션) 아니면 화장실 가는 척 하다가?
        (엄지손가락 치켜들며 맛있다는) 무슨 말인지 못알아 듣겠죠?
        (우아한 미소) 오늘은 하루 종일 도망치는 일진인가 봐? 피곤해 죽겠어요.
현수  (한숨, 고개 팍 떨군다)
수진  못 알아 들으니까 죽겠죠? (괜히 끄덕) 나두.  (잠시 한숨) 미안하지만....

현수, 수진 말 끝나기도 전에 사장 쪽으로 훽 걸어간다.
수진, 어?싶은 눈으로 현수 바라보면
현수. 사장에게 무어라 얘기하곤 지갑에서 돈 꺼내 건네곤 돌아선다.
현수, 다짜고짜 수진의 손목을 잡아끈다.

수진  (화들짝 놀라) 꺄악~~! 어머, 왜 이래?
현수  (손님 눈치 보며 나직이) 조용하고 일어나.
수진  아니, 조용히....(하나 놀라) 어머, 한국 사람이예요?

13. 동, 골목
문 열리면 현수, 수진 손 끌고 거칠게 밖으로 나온다.
수진, 붙잡힌 채 끌려 나오며

수진  잠깐만요. 잠깐만요.자...잘못햇어요. 잘못했는데요.
현수  (수진 확 팽개치며) 너 뭔데 한국사람 망신시키고 다녀?
수진  잘못했습니다.
현수  (지갑에서 돈 몇 푼 꺼내 수진 손에 찔러주며) 지하철 타고 돌아가.
수진  지...지하철이...어딘 지도 몰라요.
현수  그럼 걸어가든다. (돌아서면)
수진  (빠르게 잡으며) 아저씨 도와주세요. 살려주세요. 제발요. 무슨 일이든 할께요.
        시켜만 주세요 네?
현수  (잡은 수진의 손 차갑게 내려보면)
수진  (어정쩡 그 손 놓는데)
현수  넌 시키면 무슨 일이든 해?
수진  네. 할게요.
현수  (어이없는) 뭘 시킬지 어떻게 알고 함부로 시켜달래?
수진  ....?
현수  너 같은 한국사람 땜에 일본에서 살기가 더 힘들어지는 거야. 알어?
        (차갑게 돌아서 걸어서며) 똑 바로 살어!
수진  (자존심 상한, 현수 뒷모습 물끄러미 보다.. 버럭 )야!
현수  (무섭게 돌아선다. 눈 부라려 노려보면)
수진  (화들짝 , 얼른 머리 조아리며 받은 돈 내민다) 갈 데가...있어야...가죠.
현수  (어이없다) 그럴 거 뭐하러 도망쳐?
수진  (놀라) 어...어떻게 아셨어요? (생각) 아까...말했나. 내가?
현수  (헛웃음) 창창한 나이에 그렇게 할 짓이 없냐? 일본 오면 뭐가 달라져?
         돈이라믄 못 할 짓도 없냐, 니들은?
수진  (조금 쏘아 보는)
현수  참 답이 없다. (싸늘하게) 제발 일본 와서 물 좀 흐리지 마라. 알았어?

돌아서 골목 한켠으로 꺽어져 사라지는 현수.
그 모습 바라보던 수진, 하? 어이없다. 생각할 수록 화가 뻗친 듯 파르르 쫓아간다.

14. 동, 골목(다른 곳)
달려와 현수 잡아채는 수진, 화가 머리 꼭대기 까지 오른 듯

수진  꼭 그렇게 말해야 속이 시원해요? 같은 한국 사라인데 좀 도와주면 안돼요?
        못 도와줄 거면 말지, 아저씨가 내 오빠야?  아버지야? 뭐야? 왜 소린 지르고 그래
현수  (요놈 봐라?하는 시선으로 보면)
수진  어떻게 왔든, 내가 뭘로 돈을 벌든, 무슨 상관이냐구요? 내가 돈 달래?
현수  (눈꼬리 점점 치켜 올라간다)
수진  ( 그 시선에 조금 주눅 들지만 멈출 수 없고)왜...말을...그렇게....함부로 ..
         그래도 처음 본 사람인데...(점점 시선이 무거워져) 밥 공짜로 먹은 건...
         잘못했죠.제가?
현수  (어이없다. 하, 웃음 나면)
수진  (따라 배시시 웃으며 현수 쫓아가려면)
현수  왜 이래, 너?
수진  (얼른 고개 숙이며) 캄캄하잖아요. 갈 데 없어요. 나 길에서 얼어 죽어요.
현수  죽을 날씨 아니다. (돌아서려면)
수진  (더 꽉 잡고) 연락처 없구, 길도 몰라요. 잘못했어요. 네? 재워주세요
현수  내가 왜?
수진  말 통하는 사람...처음이예요. 지금
현수  (한숨)
수진  (같이 한숨)
현수  너 참 희한하다.
수진  (끄덕) 네. 저 희한해요. 그러니까 봐 주세요.

현수, 하지만 잡고 있는 수진, 손 툭 쳐내곤 그대로 스시집으로 들어가버린다.
쫓아오던 수진 코 앞에서 쾅 닫히는 스시집 문, 수진, 입이 불쑥 나온다.
그대로 쭈그리고 앉는 수진, 무릎에 얼굴을 묻는데 푸악~한숨만 쏟아지는데
드드륵 열리는 문, 하지만 자존심 상한 듯 수진, 쳐다보지 않는데
휘리릭 하모니카 소리.
수진, 무슨 소린가 고개 들어보면 사장 다나카, 씨익 웃고 있다.

사장  (들어오라는 액션 - 일어) 주급은 만엔. 오케?
수진  (무슨 말인지 모르지만 , 반가운) 오케!

15. 일본 프로덕션
전화벨이 사정없이 울려댄다. 전화 받느라 정신없는 직원들.
오락가락 하는 감독, 참담한 얼굴이다. 만희도 죽을 맛이다.
(통역이 옆에서 도와준다)

만희  정말 죄송합니다. 면목 없습니다.
감독  어떡할거요? 무작정 도망쳤는데 어디서 찾습니까?
만희  기차역을 따라 훑어 달라고 경찰에 부탁했습니다.
감독  동격 외곽까지...(한숨)너무 넓어요.
만희  수단 방법을 다 찾아야죠. 내일부터 방송도 나갈 예정입니다.
감독  (한숨) 그 친구 지갑이라도 챙기고 갔습니까?
만희  (고개 젓는다)
감독  (한숨만)

그 위로 "와장창" 그릇 깨지는 소리

16. 주방
다급히 뛰어나오는 현수, 입이 벌어진다.
바닥은 물바다인채 철퍼덕 거리고, 깨진 그릇들이 한 가득이다.
현수, 얼른 수도꼭지 잠그곤 버럭 소리친다.

현수  가르쳐 줄 땐 어디 갔다 왔어? 똑바로 못해?

수진, 고무장갑 낀 채 어쩔 바를 몰라 허둥거리면
현수, 물 쓸어내고 그릇들 치운다.
수진, 그런 현수 뒤만 종종 따라다니며 안절부절이면

현수  구석에 가서 붙어 있어. 그릇 치우게
수진  (울쌍인 채 발만 동동 구르면)
현수  그러다 다쳐, 절루 가
수진  (그래도 도우려고 쭈뼛거리는데 )
현수  (버럭) 뭐해, 안 비ㅣ고?
수진  네. (저쪽으로 간다)
현수  (뚝뚝한 손길로 그릇을 치우는데)

그 앞으로 헤드라이트 불빛 밝히며 다가오는 상길의 트럭,
싱긍벙글 차에서 내리는 상길.

상길  형, 배달요!!(하다 화들짝 놀라) 엄마야? 이게 웬 난리래?
현수  (그저 치우기만)
상길  (야채 박스 꺼내려다 수진 발견하곤 놀라) 누구야? 직원 구했어?
현수  안에다 두고가.
상길  웬일이야? 혼자 다 하는 사람이? 것두 여자루?(수진 힐끔 보곤) 이쁘다. 형
수진  (쑥스러운 듯 웃으면)
상길  (놀라) 어라, 혹시...한국 사람이예요?
수진  (끄덕)
상길  이야~~반가워요.  (손 내밀며 ) 나 박상길. 몇 살이예요?
수진  (악수 받아주면) 스물 둘요.
상길  우아...그럼 동생이네. 오빠라고 불러요. 상길 오빠
수진  네.
상길  실수했구나?
수진  (끄덕)
상길  괜찮아요. 현수형이 무뚝뚝한거 같애도 형만 한 사람이 없어.
         우리 유학생들 사이에 멘토로 통하거든? 다른데 갔으면 큰일 나지.
현수  상길아?
상길  어, 형. (웃으며)  진짜 예쁘다. 배우해도 되겠다. 그지 형?
수진  (뜨악)
현수  야!
상길  응?
현수  가라. 정신 사납다.

17. 동, 스시집 안
등이 꺼진다. 현수, 가게 앞 포장 걷어내곤 안으로 들어간다.

18. 동, 스시집 안
텅빈 가게 안 현수 들어오는데
주방에서 나오던 수진, 힘 없이 애써 웃는다.

현수  다 끝냈어?
수진  네.
현수  마지막 손님 것도, 다?
수진  네. 다요.
현수  접시랑 공기랑 분리해서 정리했어?
수진  네.
현수  행주는?
수진  내일...삶을게요. 팍팍, 가르쳐 준대로 할 게요.
현수  (의자 정리하며) 꾀 부릴래?
수진  (파르르) 근데...제가요, 지금.
현수  딱 부러지게 못할 거면 돌아가.
수진  너무...추워요.
현수  (돌아보면)
수진  (콰당, 그대로 쓰러진다)

19. 2층 현수 방
수진, 입에 체온계 문 채 누워있다. 열에 들떠 파르르 떨어대면.
체온계 빼보는 현수, 깜작 놀란다. 푹, 한숨.

현수  진작 얘길 해야지. 바보냐?
수진  (덜덜) 무서워서요.
현수  (한숨) 병원 못가. 한국하고 틀려서 절차가 복잡해.
수진  (덜덜) 네.
현수  (이불 하나 더 꺼내 덮어주며) 아직도 많이 추워?
수진  (덜덜) 조금요.
현수  (이불하나 더 꺼내 덮어주면) 견디고 자. 자고 있어봐.
수진  네.(눈 감는다)

시간 경과
현수, 잠든 수진 깨운다. 수진 부스스 눈 뜨면

현수  죽먹어.
수진  (본다)
현수  (약 옆에 놓으며) 다 먹구 해열제 먹고, 빈속에 먹지 말고, 알았어?

수진, 힘 없는 듯 꼼짝을 못한다.
한숨 내쉬던 현수, 이불 하나 걷어내 수진 일으켜주곤 돌아서려다
수진의 무릎 위에 죽 쟁반도 올려주곤 돌아서는데

수진  고맙습니다.
현수  (멈칫)
수진  나한테...죽 끓여준 사람...처음이예요.
현수  (돌아보면)
수진  (힘없는 미소로 배시시) 잘 먹을 게요.
현수  엄마는?
수진  네?
현수  엄마 없어?
수진  엄마는 늘 바빠서요. 일해야 돼서 (숟가락 들다) 아파 본 적 별로 없네.
         생각해 보니까. (배시시 )건강했어요. 죽 먹을 만큼 안 아팠었다.
현수  (보면)
수진  (한 입 뜨며) 엄마...보고 싶다. (힘없이 후후 불며 먹는다)

물끄러미 바라보던 현수, 그대로 돌아서 나온다

20. 동, 문 앞
잠시 가만히 서 있는 현수, 그러다 닫힌 문 너무 수진 쪽 바라보다 계단 내려선다.

21. 거리 (늦은 밤)
쓰레기 이동차가 지난다.
그 차에 발만 걸친 채 이동하는 현수와 상길, 작업복 차림이다.
차 멈추고 쓰레기 수거하는 두 사람.
현수는 영 표정이 좋지 않다. 그 모습 넘겨보던 상길.

상길  뭐 안 좋은 일 있어?
현수  아니.
상길  근데 왜 표정이 구겨졌어?

현수, 말 없이 쓰레기 수거에만 열중한다. 그러다 의류함 발견하곤 무심히 뒤적여 보는 현수,
쓸 만한 여자 옷이 몇개 있다. 혹시 냄새가 묻을까봐 장갑 벗어 손까지 바지에 문질러 닦고는
옷가지 챙겨보는 현수. 그 모습에 어리둥절해지는 상길

상길  변태 됐어? 여자 옷을 왜 골라?
현수  (무관심) 아직 입을 만한가? 어떠냐?
상길  어떻긴, 아니 형이...(하다, 감 잡았다) 오호! 그 알바 아가씨 !! 첫날부터 챙기네?
        우아, 형이 여잘 챙겨? (깰깰 웃으며) 하늘 함 보자, 두 쪽 났나.
현수  (심드렁 옷 챙기곤 다시 일 시작하면)
상길  (히죽) 에이, 챙길 바엔 새로 사주지 구질구질하게 주워주냐? 나라믄...
현수  (말 자르며) 귀 시끄럽다. 일 하자.
상길  네에! (따라 일하다) 참, 나 아르바이트 하나 더 구했다? (액션) 바텐데.
        다음 학기는 꼭 등록할라구. 공부 빨리 끝내구 한국 가서 엄마 고생 그만 하게 해드려야지.
        교수 되고 신약 개발 죽이게 해서 돈벼락도 와장창 맞구.
현수  (기특한 듯 보는데)
상길  (쓰레기 던지다 그 손길로 액션) 기냥 한판 확 땡겨 가지고 돈 벼락...(멈칫)
현수  (차갑게 노려보면)
상길  (헤죽 웃으며) 말이..형, 말이 그렇다구.
현수  한번만 더 들락 거려라?
상길  들락거리긴  내가 무슨, 나 이제 그딴 짓 안해. 에이, 형 날 뭘로 보고...
현수  (더 이상 말을 않는다. 일만 하는, 하지만 딴 생각에 빠져있다)
상길  (이상한 듯 쳐다보면) 욕 ...더 안해?
현수  (차로 이동하다 문득)야!
상길  (놀라) 응?
현수  열 심하게 날 땐 뭐 먹으면 났냐?
상길  (잠시 보다. 화들짝) 왜, 열나? (장갑 벗어 현수 이마 짚어보려면)
현수  (투, 쳐내며) 도루 껴.
상길  (멀뚱) 약 술 밖에 모르는데, 정종에다가 계란 띄워서 그거 먹잖아. 여기선.감기 뚝!
현수  감기 말구 열 날 때.
상길  글쎄...같은 거 아닌가? 근데 왜?
현수  출발해라
상길  옛설!

22. 현수의 방 (새벽)
스탠드 켜진다. 어둠 속에서 작은 불빛이 잠든 수진 비추면
현수 가만히 수진의 이마 짚어본다. 아직도 열이 심한 듯 작은 한숨.
수진의 어깨 가만히 흔든다. 하지만 깨어나지 못하는 수진,

현수  (다시 거칠게 흔들며) 일어나.
수진  (비몽사몽으로 보면)
현수  (수진 일으켜 앉히곤 김 모락 모락 올라오는 약술 내민다.) 먹어.
수진  뭔데요?
현수  그냥, 먹어, 먹구 자.
수진  (배시시) 자라면서 왜 자꾸 깨우시나요.
현수  열이 내려야 일을 시키지.
수진  (힘 없지만 기막힌 표정) 악마..같아요.
현수  악마보다 내가 더 독해.
수진  (보다) 독한 남자...싫은데.
현수  난 좋아.
수진  (놀라 보며) 무섭다.
현수  고맙다.
수진  (어?싶어 보면)
현수  난 독하다 소리 ...좋아해. 자주 해라.
수진  (멍해 보다) 독하다 소리가..왜 좋을까요?
현수  (덤덤) 그래야 살아남으니까. (앞 신의 옷 툭 던지며) 입어라.
         몇 개는 빨아서 널어놨으니까. 알아서 챙겨입고.
수진  (어리 둥절 보면)
현수  (머쓱한, 돌아서며) 다 먹어, 한 방울도 남기자 말구.
수진  (끄덕인다) 네. 독한 아저씨
현수  현수야.
수진  (보면)
현수  정현수. (너는 싶은 눈으로 본다)
수진  수진...이 수진.
현수  (보면)
수진  (보고)
현수  (그대로 문닫고 나간다)
수진  (나가는 현수의 뒷모습 바라보다 컵 내려본다. 따뜻하다. 한 입 마시는데)
         우엑. 이게 뭐야, 으아~~~
현수  (E-버럭) 다 마셔, 약이야.
수진  네에!! (궁시렁) 악마 맞다. 저 사람. 눈두 두고 갔나봐. (울쌍) 으아악...
         이걸 어떻게 먹어.
현수  (E-버럭) 빨리 안 먹어?
수진  (울쌍) 네에!

주춤거리던 수진, 참고 꿀꺽 마신다. 약간의 몸서리 치곤 그대로 눕는 그녀,
가만히 천정 올려보는데 작은 미소가 스민다.
F.O

23, 유키 스시집 앞 (이른 아침)
화면 밝아지면 시원한 아침 공기가 살랑거린다. 막 떠오른 햇살에 이층 올려다보는 현수,
답답한 듯 시계 보다 버럭 소리친다.

현수  빨리 안 뛰어?
수진  (E)네...가요! (나무 복도 뛰어 오는 소리에 우당탕 넘어지는 소리까지)
현수  (한숨 나온다)

24. 도쿄 거리
이른 아침의 도쿄 거리. 싱그럽다.
그 거리를 자전거로 달리는 현수, 뒤에 수진 태우고 열심히 페달 밟는다.
수진, 살랑거리는 바람을 뚫고 달리는 기분이 좋은 듯 연신 웃는다.
거리도 예쁘다. 행복해지는 데 건널목에서 자전거 멈춘다.
현수, 바구니에서 낡은 노트 꺼내 수진에게 건넨다.

수진  (받으며) 뭐예요?
현수  (보라는) 열은 내렸어?
수진  네, 약술인가 그거...(노트 펼쳐보다 놀란, 현수 보면)
현수 (고개 돌려 버린다)

보면, 노트 가득 현수의 글씨 빼곡히 적혀 있다. 간단한 일본어와 그 옆에 한글로
발음까지 저거둔, 초밥 관련 용어들도, 색색깔로 줄까지 쳐가며 공부한 흔적들.
수진, 놀라 계속 뒤저기는데 그냥 출발해버리는 현수,
수진, 그 움직임에 앞으로 기우뚱, 현수의 등에 코박고, 중심 못잡아 "엄마야"
떨어질 뻔, 얼른 현수의 허리춤 잡는데
현수, 뒤 한번 안돌아보고 달려간다.
입이 불쑥 튀어나오는 수진, 몰래 궁시렁 거린다.

25. 츠키지 시장
사람들로 활기찬 어시장, 호객 행위 하는 사람들로 시끌벅적하다.
수진, 우아~~눈이 휘둥그레져서 현수 쫓아다니다. 현수 옷자락 꽉 잡은 채다.
현수 돌아서려는데 옷이 찌익 늘어난다. 딴 데 보던 수진 휘청하고

현수  (잡힌 옷자락 내려보다) 뭐하냐, 지금?
수진  잃어....버릴까봐...(씨익 웃으면)
현수  놔라.
수진  네..(놓으면)

현수, 바로 코앞의 단골가게 안으로 들어간다.
수진 쭈볏거리며 쫓아들어가고. 사장 현수 향해 반갑게 웃는다.

사장  왔어요? 오늘은 늦었네?
현수  최상급 낙찰 받으셨죠?
사장  타임을 잘 못 맞춰서  (생선 보여주며) 그래도 최고에 속해.
현수  (꼼꼼히 확인한다)
사장  (다른 손님 향해) 어서 오세요. (현수 보며) 조금 싸게 줄께.
현수  싼거 필요없어요. 최고라야 돼.
사장  낚시로 잡은거 아니래도 맛은 비슷해. 상태 최상이야
현수 우리 손님들은 입맛 까다로워요. 금방 알아채는데 그걸 속이라구요?
        안돼요. (돌아서며) 다음엔 진짜배기로 준비해줘요. 갑니다.
사장  (떨떠름)알았어.

나오는 현수,
수진, 쫄래 쫄래 따라가면 또 현수 옷자락 잡는다.

수진  (혼자 소리) 까다롭다. 말투 심하네. 무섭게. 저 사장님 기분 나빴겠다.
         아침부터 그냥...
현수  (멈추면)
수진  (놀라 따라 멈추는)
현수  뭐 해?
수진  (고개 저으며) 아무 것도...!
현수  너 아무것도 안 하라고 데려온 줄 알어?
수진  (눈만 껌뻑, 그럼 뭘?)
현수  생선 고르는 법 똑바로 안 볼래?
수진  ......!

-다른 가게 안
수진, 땀 뻘뻘 흘리며 생선 보고 있다.

현수  그리고?
수진  눈도 빨깧고
현수  아가미.
수진  응, 아가미도 빨갛고....등에 푸른 빛이 도는 게....단단해 보이고
현수  그리고?
수진  에...또(생각) 뭐였더라?
현수  그래서 이게 싱싱해 보여, 아니야?
수진  그러게...(이렇게 저렇게, 뒤집고 바라보다) 싱싱해 보이진 않네.
현수  일어나.
수진  (어정쩡 일어서면)
현수  (나간다)
사장  (놀라) 왜 그냥 가?
현수  제 조수가 싱싱하지 않대요?( 나간다)
사장  (펄쩍) 무슨 소리야. 오늘 물 최곤대? (나가려는 수진 찌익 노려본다)
수진  (화들짝 놀라, 얼른 뛰어나가고)

앞서 걷는 현수를 불이나케 쫓아가는 수진,
하지만 장화 신은 탓에 발이 쓸린다. 아픈 듯 깽깽 발로 뛰다가 다시 뒤뚱 뒤뚱 따라가 현수 옷 잡는다.

수진  아이구, 아퍼라.
현수  알았어?
수진  뭘?
현수  최상급이었어.
수진  (놀라) 아까요?
현수  (끄덕)
수진  (잡아 당기며) 그럼, 얼른 가서 사요.
현수  니 눈을 믿어!
현수  꼼꼼하게 따져보고 확인한 후엔, 니 눈을 믿으라고, 니 확신을. 파는 사람들 말에
         현혹되지 않으려면 너부터 믿는 거야. 알았어?
수진  (조금 놀란, 껌뻑이다 끄덕)
현수  이젠 내가 고른다. 잘봐.
수진  네. (쫓아가는데 쩔룩 거린다)
현수  (보는 둥 마는 둥)

-시장, 다른 골목
현수, 불쑥 코너 돌면 시장 내 신발가게 보인다.
그 안으로 들어가는 현수.
수진, 갑자기 신발 가게는 왜? 어정쩡 따라 들어가면

현수  너 발 몇이냐?
수진  나? 235
현수  235로 여자 운동화 주세요.
주인  (골라 주면)
현수  신어 봐

조금 놀란 수진, 장화 벗으면 맨발이다. 온통 발가락에 물집 잡혀 있고.

현수  뭔 짓을 했길래 발이 그 모양이야?
수진  그냥...걸었는데 (신발 신어 보은데 연신 아픈 듯 찡그린다)
현수  안 맞어?
수진  맞어요.
현수  근데 왜 인상이야?
수진  쓸려서 아퍼가지구. (신발 내려보며) 근데 색깔이 좀....
현수  얼마예요?

26. 동, 시장 거리
울상인 채 혼자 서 있는 수진. 길 건너 츠키지 시장만 황망히 보며 안절부절이다.

수진  버렸나부다. 한참 됐는데...어떡하지?왜 신발 사주나 햇더니...가란 뜻이었나봐
        (안절 부절) 어뜩하지? 어디로 가야 돼지?

슬픈 눈으로 바닥에 그대로 주저 앉는데 건널목으로 뛰어오는 현수 보인다.
자신도 모르게 벌떡 일어서던 수진, 생각해 보니 화난다. 괜히 사람들만 구경하고.
다가오는 현수. 비닐 봉투 툭 건넨다. 뭔가 보면 양말이랑 의료용 밴드 들어있다.
현수, 땀이 나는 듯 바닥에 주저 앉고는 웃옷 벗는다.
감동하는 수진, 좋아라 베시시 웃으며 밴드 붙이려는데 자리가 불편해 잘 안된다.

현수  (보다 못해) 거 하난도 못하냐. 참, 거 (수진 발 자신의 무릎에 올려 밴드 붙여주고
         양말도 신겨준다)
수진  (베시시) 있잖아요. 나는...도망 가버렷나 싶(어서)
현수  (수진 발 툭 떨구고 일어서며) 신발 신고 따라 아라. (가버리면)
수진  (벙!!) 진짜, 뭐 저런 놈이 다 있어. 이구!!( 얼른 신발 신고 뛰어간다)

27. 대하 스시집 앞
좁은 골목, 스시집이 즐비하다.
그 중 유독 한 곳만 몰려 줄 선 사람들. 그 모습 멀리서 보고 있는 현수.
현수 옆에 와 서던 수진, 뭘 보는지 몰라 현수 보고, 줄 선 사람들 보는데

현수  멋있지?
수진  (뭐가? 싶어 두리번 보면)
현수  최고의 스시와 최고의 손님
수진  (엥?보면)
현수  (다짐하듯 미소로) 나도...해낼거야. 몇 시간을 줄을 서도 아깝지 않은 스시...만들거야.
수진  (조금 놀란 시선으로 현수 보면)
현수  (마치 꿈을 꾸듯 넋을 놓은 채 웃고 있다)
수진  ( 그 모습에 조금 빨려드는데)
현수  (미소 거두며 냉냉) 가자. (혼자 훽 가버린다)
수진  (어정쩡 쳐다보다 후다닥 쫓아간다)

28.  츠키지 시장 안
"비켜 주세요" 외치는 시장 점원, 타레트 몰며 지나간다.
그 뒤에 생선 박스와 함께 타고 있는 현수와 수진.
수진, 괜히 점원 흉내내보며 히히힉 웃으면 현수, 어이없는 듯 바라본다.
현수의 자전거 앞에 멈추는 타레트, 현수, 수진 잡아 내려주곤 생선 박스 옮긴다.

29. 거리
현수의 자전거 달려간다. 바람 싱싱 불어오고
현수의 뒤에 앉은 수진, 생선 박스 무릎에 올린 채 미소가 스민다.
왠지 행복하다. 수진, 기분 좋게 달려가는 현수의 모습이 좋은 듯 헤죽 웃는데
그녀의 시선에 박히는 옥외 대형 화면, 수진의 얼굴이 커다랗게 보인다.

수진  (놀라 ) 안돼!
현수  (끼익 자전거 멈춰 돌아보면)
수진  (얼른 반대편 가리키며) 저기!
현수  (보다) 저기. 뭐!
수진  저기로 빨리...가자구. 얼른, (끄덕이며) 네.

현수, 어이없어 쳐다보면 수진, 몰래 옥외화면 바라본다. 수진의 얼굴이 지나갔다.
휴, 한숨 내쉬던 수진, 현수 향해 예쁘게 웃어 보인다.
황당하고 어이없는 현수, 허! 웃고는 다시 달려가면,
바로 얼굴 일그러지는 수진, 불안하고 속상해진다.

30. 골목 입구
일본 상가들로 즐비한 골목, 아직 문을 연 가게는 없다.
스시집으로 이어지는 골목 입구, 상길, 미친 듯 달려오며 현수 부른다.
그 뒤를 따르는 스쿠너.
스쿠터 탄 일본 양아치 둘, 실실 쪼개며 느리게 쫓아오고 있다.

상길  (다브해) 형, 현수 혀어엉!! (죽으로 골목 달리며 외친다) 형!! 나 좀 살려줘.
양 2  (상길의 가슴 푹 치며) 그러게 돈을 왜 빌려, 돈 없으면 하질 말아야지.
상길  가...갚을께. 갚는다구.
양 1  언제? (푹 치며) 언제?내일?모레? 글피? 죽은 다음? 엉? (또 푹 친다)
상길  (눈치 살피다 후다닥 도망치면)
양 2  (스쿠터로 휑 달려 상길 막아서고)
양1   (상길 뒤따라 휘리릭 걸어오다 발길질로 걷어차며) 야, 넌 뇌도 팔아먹었지?
        그 머리로 도박을 왜 하냐? (주먹을 휘두르는데)
현수  (E) 그 손 안치워!!

양이치 1 돌아보다 화들짝 놀란다. 급히 스쿠터에 올라타 도망치고.
현수, 수진 뒤에 태운 채 미친듯이 페달 밟아 달려온다.
생선 박스 무릎에 올린 채 뒤에 타고 있던 수진, 떨어질까 위태롭게 덜컹거린다.
수진, 자신도 모르게 아아악!!!비명. 상길 앞에 멈춰서는 현수.

현수  (수진 향해) 내려
수진  (다급히) 이건?
현수  (달려가며) 잘 둬!
수진  어떻게?

하는데 현수 이미, 자전거 뒤에 상길 태우고 스쿠터 뒤쫓아 무진장 달려간다.

수진  (벙) 어쩌라구?

다시 멍한 시선으로 생선 박스 내려 보다 귀 기울여 본다.
살았나? 흔들어보는데 파다닥 요동치는 생선 박스. 으아악~~~
비명 지르며 무게에 못 이겨 비틀거리던 수진, 징그러운 듯 그대로 떨어뜨린다.
사방으로 튕겨 오르는 생선들, 파닥 거린다.

31 골목 (현수 쪽)
양아치 1의 얼굴을 주먹으로 가격하는 현수,
푹, 쓰러지며 그 손길로 체인 휘두르면 현수의 눈가를 스쳐 찢어진다.
눈에 불똥 튕기는 현수, 다시 양아치1의 멱살 잡아 일으키면

32  골목 (수진 쪽)
길 위에서 팔닥거리는 생선에 수진, 어쩔 줄 몰라 발만 동동 구른다.
그런 수진 발등 뤼로 생선 한마리 튀어 오르면 수진, 엄마야~~소리 치며 도망간다.

33  골목 (현 수 쪽)
현수, 찢어진 눈가에서 피 뚝, 뚝 흘리며 지갑에서 2만엔 꺼내 양아치에게 건넨다.
밤탱이 된 양아치 1,2 돈 얼른 집어 넣고는 불이마케 스쿠터 올라타 도망친다.
현수, 돌아서면 상길, 얼른 몸 돌려 벽에 이마 붙이는데.

현수  (버럭) 박상길!

34. 동, 골목 중간
자전거 끌며 걸어오는 현수, 잔뜩 찌푸렸다.
달려오는 수진, 질겁했다. 두 사람 턱 만나면

현수  (여전히 찌푸린) 너 왜 그래?
수진  생선이..오는 내내 얌전하더니  (액션) 파다닥...
현수  이 자식. (불이나케 자전거에 올라타 달리면)
수진  (놀란) 파니요...눈에서..!
현수  (달려가며 버럭) 너 오늘 끝장 날 줄 알어.

35. 주방
수진, 처절하게 엉엉, 울고 있다. 보면 다 까놓은 양파 한 바구니 옆에 끼고
생 와사비 빙빙 돌려 갈고 있다. 저절로 눈물이 엉엉 주루룩 흐르는 수진.

수진  엉엉. 와사비 옆에 놓구 찍을 걸, 이렇게 눈물이 잘 나오는데...쓸데없이
        안약을 왜 넣었을까. 엉엉, 디게 맵다. 엉엉
현수  시끄러!
수진  (작게) 엉엉, 왜 나만 갖구 그래. 심통쟁이 같으니. 악마
현수  계속 궁시렁 댈래?
수진  (작게) 눈 매워 주겠어요.
현수  생선 다 죽여 놓고 말이 나와?
수진  (버럭) 그러게 누가 나보고 시키랬나? 내가 뭘 알아? 바보예요? 사람이...
현수  (말 자르며) 잡어.
수진  무러요, 벌써 사람 다 잡아 놓군.
현수  생선 목, (쳐다보며) 치라구!
수진  (화들짝 일어나 침 꼴깍 삼키면)
현수  (칼 척 내민다) 생선 다루는 법부터 배워, 그래야 소중한 걸 알지.
수진  (꼬리 내린다) 제가요...? 왜에~~? (토끼 눈으로 말똥 쳐다보는데)
현수  (찢어진 눈 부위에서 피가 주르륵 흐른다)
수진  피난다.(놀라 얼른 소매 끝으로 현수의 피 닦아 주는데)
현수  으악!!(밀쳐낸다)
수진  (화들짝 놀라면)
현수  (눈 가린채 꾸욱 참는) 와사비!!
수진  (소매 얼른 걷어 올리고 밴드 꺼내 이마에 붙여주는데)
유키  (E-버럭) 내 남자한테서 떨어져?
수진  (뭔 소린가 벙해 돌아보면)

10살 소녀 유키 화들짝 놀라 뛰어온다. 수진, 안녕! 손 들어 인사하면
책가방 짊어진 채 달려와 현수 두팔로 막어서는 유키.

유키  떨어져!! 일 미터 접근 금지야.
수진  (무슨 말이지? 싶어 보는데)
다나카  (나오다) 유키 왔어? 인사해요. 한 식구 된 수진상이야.
유키  수진? 그럼 한국 사람이야?
다나카  (미소로 끄덕이면)
유키  위험해. 현수 오빤 한국 사람이라면 무조건 봐주고 보잖아. 곤란한데...??
현수  (늘 있는 일인 듯 그저 뚝뚝히 생선 잡는다)
유키  (그 모습에 낙담한) 할아버지
다나카  왜요?
유키  나 오늘, (다짐한 듯 굳세게) 이 남자랑 결혼할래.
현수  컥!
다나카  허험. (괜히 하모니카 꺼내든다. 휘리릭 불어보고, 톡톡 손으로 쳐보고
            그러다 다시 한번 휘리릭 불어보면)
수진  (우아~~박수 친다) 불어주세요.
현수  (뜨악한 눈으로 수진 보면)
수진  (입모양, 왜?뭐? 하며 눈치 보면)
유키  하룻밤 자고 나면 스무살 될꺼야.
다나카  (얼른 유키 어깨 감싸며) 갑시다. 손님 올 시간이예요.
유키  (할아버지에게 이끌려 가며 한숨) 난 정말 내 나이가 싫어.
다나카  (데리고 가며) 맞아요. 내 나이도 싫어요. 지 나이 좋은 사람 있겠나요?
            있으면 그게 미친놈이지요. 갑시다. 가요.
수진  (가는 유키 행햐 손 흔든다) 잘 가. 언니랑 나중에 놀자.
현수  (어이없는, 쳐다보면)
수진  (왜? 그런 시선으로 눈만 껌뻑거린다)
현수  목 쳐라!
수진  (허걱!)

36. 뒤 뜰
햇 빛 기분 좋게 쨍 내리 쬔다.
그 한켠, 깨끗이 빨아 낸 행주며 이불 호청 쫙쫙 펴서 널고 있는 수진과 현수.
햇빛에 반짝이는 두 사람의 모습, 예쁘다.
현수, 빨래 달 널고는 인형처럼 생긴 때로때로뽀즈도 빨래줄에 집게로 걸어 놓는다.
수진, 그 모습에 화르르 달려와서는

수진  우아~~이쁘다. 애는 누구야?
현수  떼로떼로뽀즈
수진  떼로~~뽀?
현수  부적.
수진  (응? 싶어 돌아보면0
현수  비 오지 말라고, 도쿄는 갑작스럽게 비가 잘 오니까.
수진  아...(끄덕이다 신기한, 하늘 향해 손으로 입 모아 조그맣게) 비오지 마세요.
        빨래 예쁘게 마르게 울지 마세요. 나도 안 울잖아요. 못 울잖아요.
        안 울잖어 좋잖아요. 그죠?
현수  (돌아서다 말고 그 모습 바라본다)
수진  그러다 울고 싶으면...음...(히죽) 이 빨래만 말리고 우세요?
현수  (어이없다. 그저 보면)
수진  (여전히 해바라기 하듯 하늘 향해 얼굴 든 채 눈 감는다. 음미 중이다)
현수  ( 그 모습에 시선 멈춘다. 바라보는 시선에 미소가 스민다. 그러다, 내가 왜 이러지 싶은, 버럭)
         와사비 갈어.
수진  (헉!) 또?

37. 도쿄 거리
화려하고 아가지기한 도쿄 거리.
수진을 태운 현수의 자전거 달려간다. 자전거 바구니에 담긴 도시락 넘겨 보던 수진,

수진  (괜히 등에 얼굴 기대며 좋아라) 등에서 착한 냄새 난다.
현수  (말 없이 달리면)
수진  (미소 스민다) 일본으로 유학 온 사람들, 현수씨 멘토로 삼을 만 하겠다.
         그럼, 매일 공짜 도시락 싸주는데, 그죠? (웃으며) 한국 가면 방송국에다 알려줘야지.
         다큐 감이야, 그치?
현수  (심드렁, 묵묵히 달린다)
수진  정말 매일 해주는 거야?
현수  어.
수진  안 힘들어여? 도시락 싸는거?
현수  어.
수진  (놀라) 10인분도 넘는데?
현수  20인 분도 쌀 수 있어. 남는 점심 재료 많아.
수진  그럼 아는 사람 더 생기면 그렇게 쌀 거야?
현수  혀 굽혀라.
수진  (입 삐죽이곤) 네?
현수  봐서.
수진  그건 왜 봐서예요?
현수  너 같은 놈은 안 싸줘.
수진  (푸르락) 왜!
현수  열심히 안하는 놈은 안 줘.
수진  (울그락) 진짜...점심시간 첨 논다, 나두.
현수  (돌아보며) 며칠 일했는데?
수진  정말. 진짜 멋이라곤 쥐꼬리도 없어, 아주 . 꽝이야
현수  (덤덤) 고맙다.
수진  으휴휴휴!

달리는 자전거 너머로 저만치 상길 보인다.
발견하고 서로 손 흔드는 상길과 수진,
그 모습 힐끔 넘겨보던 현수, 그저 상길 행햐 달려간다.

38. 동, 역전 앞

현수  (휴지 바구니 뺏으며) 지금 먹어. 배 곯지 말구.
상길  아니야. 다 하고 먹으면 돼.
현수  (상길 유니폼 벗기며) 앉아서 먹어.
상길  미안...하잖아.
현수  먹기나 해

상길, 머리 긁적이곤 길가 한 켠에 앉아 먹는다.
현수, 지나는 사람들에게 능숙하게 휴지 나눠주며 외친다.
"요 앞 식당입니다. 1000엔 뷔페. 맘껏 드세요"
수진도 현수 옆에서 쭈뼛 쭈뼛 휴지 나눠주며 어설프게 따라 외친다
현수, 그런 수진 슬쩍 쳐다보는데 미소가 스민다.

39. 공원
벚꽃이 피기 시작한 공원. 벚 꽃 나무 숲을 현수의 자전거가 달려간다.
"그 사람 나를 보아도~~나는 그 사람을 몰라요~~"
달리는 현수 자전거 뒤에 앉은 수진, 신나게 불러댄다.
하늘을 가릴 만큼 환한 벚꽃 길, 행복해진 듯 현수의 등에 얼굴을 묻는데,

현수  똑바로 앉아라.
수진  (상체 꼿꼿이 세운다, 찌릭 얄미운 듯 보는) 그런 말 아시나? 쿨이라고!
현수  (그저 달려가면)
수진  (새초롬 보며) 한국에서 요즘 무지 뜨는 말인데, 쿠울~~! 모르는구나.
         (또 새초롬) 궁금하겠다?
현수  (관심도 없다. 그저 달려가는데)
수진  쿨이 뭐냐면? 차가운 마음으로 하는 사랑을 말하지. 마치 거리를 둔 것 처럼,
         사랑할 때도 헤어질 때도 심플하게, 마음 아프지 않으면서 차갑게!!
         사랑은 움직이는 거야. 그런 모톨. (다시 새초롬) 내가 보기엔 앞에 앉은 사람도
         꽤나 쿨 한척 하는...
현수  (확 멈추며)
수진  ( 그 움직임에 등에 코 콱 박힌다) 아야.
현수  야!
수진  (코끝 손으로 잡은 채 보면)
현수  너 나한테 관심 있냐?
수진  누가? (과장된 헛웃음 확 난다) 내가?
현수  좋아해? 그럼?
수진  (목소리에 잠시 주눅, 그러다 )아뇨.
현수  아니면 쓸데없는 소리 그만 지껄여, 귀찮어, 아주 귀따가 죽겠다. 어?
수진  (끄덕)
현수  (출발하면)
수진  (입 튀어나온다. 한손은 현수 허리 잡고, 다른 손 주먹 휘두르는 시늉에)
현수  뒤에도 눈 달렸다?!
수진  어머? (그대로 확 때려버린다)
현수  (끼익 멈춰 세우곤 훽 돌아보면)
수진  어? 뒤에도 눈 달렸는데 왜 못 피했을까? (두리번) 눈이 어디로 갔지?
        (재밌는) 어떡하지? 아퍼요? 아프겠다.
현수  내려!
수진  (보면)
현수  (부라리며) 내, 려!
수진  (놀라 전방만 응시)
현수  (자전거에서 내려 수진 잡아당기며) 가, 너 가, 가 빨랑
수진  (안장 꽉 잡은 채 절대 떨어지지 않는다. 여진히 전방 응시만)
현수  안가?!!
수진  (무서워지기 시작한다)
현수  안 내려?
수진  (울 거 같다. 두려움에 고개 절래 절래 젓는다)
현수  (쏘아보면)
수진  (고개 푹 떨군다)
현수  (보면)
수진  (힐끔 넘겨보곤 나직이) 잘못했어요.
현수  (그 상태 그대로 본다)
수진  잘못했습니다. 용서해 주세요. (두려워) 안...까불께요
현수  야!
수진  (눈 질끈 감으면)
현수  넌, 밸두 없냐?
수진  (가만히 눈 떠 보면)
현수  (버럭) 없어?
수진  (무서운, 끄덕) 없어요. 저...없을게요. 없을...걸요? (끄덕 끄덕)
현수  키워!
수진  ......?
현수  사람이 질렀으면 깡으로라도 버텨야지. 뭐야. 그게? 것도 못하면서 지르긴 왜질러?
수진  (어리둥절 눈 껌뻑이며 보면)
현수  알았어?
수진  (끄덕 끄덕)
현수  그리고!
수진  네.
현수  내 몸에 손 댄 놈 난 가만 안둔다.앞으론 그러지마.알았어?
수진  (또 끄덕 끄덕) 네.
현수  (보면)
수진  (보고)
현수  (수진 표정에 자신도 모르게 쿡, 웃는다)
수진  (따라 주춤 웃는다)

다시 달려가는 두 사람, 여유롭게 공원 한켠으로 달려가는데
후두둑 떨어지는 빗방울, 맑은 하늘에 여우비 떨어진다.
동시에 하를 올려보는 두 사람, 수진, 두 손으로 머리 가리면서 몸 움츠리면
현수, 얼른 내려 자신의 웃옷 벗어 수진이 머리에 씌워준다.
그 모습 바라보는 수진의 시선, 주춤 두근거린다.

JUMP
자전거 세워진 커다란 나무 아래.
함께 머리 위로 겉옷 쓰고 나무 아래 쭈그려 앉는 두 사람,
수진, 가만히 하늘 올려본다. 나뭇잎 사이로 반짝이며 떨어지는 빗방울 바라보다,

수진  호랑이가 장가가는데 왜 여우비라 그러지?
현수  (보다가)여우가 시집가니까.
수진  호랑이 사랑했는데 여우가 딴 데 시집갔구나. 안 됐다.
현수  (픽, 웃는다)
수진  (왜?하는 시선으로 바라보면)
현수  바보, 구름이 우는 거야.
수진  구름이...?왜?
현수  사랑한 건 여우랑 구름이니까. 여우가 구름 버리고 호랑이한테 살살 거리며
        시집가버려서 구름이 우는 거잖아. 햇님 뒤에 숨어서 몰래. (하늘 보며)
        그러니까 구름도 없는데 비가 오지.
수진  (같이 하늘 보며) 어머, 정말 그러네? (슬픈, 손 내밀어 빗방을 받아보며)
         세상에서 제일 슬픈 비네. 불쌍해랴.

수진, 가만히 하늘 올려본다. 그런 수진 가만히 바라보던 현수의 얼굴에
작은 미소가 잠깐 올려보면, 나뭇잎 사이로 흔들리는 햇살너머 가는 빗방울이
눈물처람 반짝이며 떨어진다.
그렇게 현수의 웃옷으로 같이 비 피한 채 한없이 여우비만 바로보는 두 사람.
움직임 없이 예쁘다.


40. 스시집 안 (저녁)
손님들로 분주한 스시집 안, 수진도 열심이다.
그 모습 곁눈으로 보는 현수, 괜히 미소가 스민다.
한 켠에 켜있는 TV, 낡은 듯 잘 나오지 않는다.
혼자 온 손님1. 술이 취한 눈으로 TV 탁 내리치면 나오는 화면,
에노시마 역이다. 그 위로 들려오는 리포터 목소리.
"바로 이 자리에서 출발 직전의 기차에 올라 타 촬영장을 떠났다고 하는데
아직까지 배우의 확실한..."
일하던 수진, 무심코 TV 보는데 침통한 표정의 CF감독이 나온다.
수진, 헉 놀라는데, 그때 화면으로 떠오르는 얼굴, 수진이다.
엄마야~후다닥 달려가 우당탕 TV 끄는 수진, 코드 째 빼버린다.
놀라는 사장과 현수, 수진 일그러진 코드 든 채 헤~~웃는.
TV앞에 선 수진 보고 손님1, 어?하는 눈으로 본다.

손님1  어? 이 아가씬가?
수진  (아니라고 몰래 온갖 제스쳐 해보이면)
손님1  (어이없어, 웃는)야...여기 있네...맞지?
현수  (나직이) 너 저 사람 알어?
수진  (화들짝) 뭘 알어?
현수  근데 왜 저래?
수진  (손님1과 눈 마주치면, 화들짝,오버, 활짝 웃으며) 그러게, 왜...그럴까?
손님1  (수진, 손으로 부르면) 어, 이봐여, 아가씨?
현수  (감 잡았다) 주방으로 가.
수진  (얼른 주방으로 뛰어가면)
현수  (손님1을 향해 꾸벅 절마혀) 제 동생입니다. 오늘 한국에서 왔는데요.
        일어를 전혀 할 줄 몰라서요? 무슨 불편 하신게?
손님  오늘?
현수  네.
손님  (갸우뚱) 그럼...아닌가? 거 되게 닮았네?(그러며 주방 쪽 기웃 본다)
현수  (불안한 얼굴로 손님 넘겨본다)

41. 동, 가게 뒷골목
서로 마주보고 있는 수진과 현수, 분위기 냉랭하다. 한참을 빤히 수진 보던 현수,

현수  남자보고 웃지마, 앞으로!
수진  (어리둥절) 네?
현수  아까 그놈 보고 왜 그렇게 웃어? 뭐야? 어떻게 아는 사이야?
수진  (쭈뼛) 몰라요, 나. 그냥...그러니까...(난감한)
현수  같이 놀았어?
수진  (놀라) 에?
현수  그 놈 보니까 옛날 생각 나? 돌아가고 싶어?
수진  무슨 소리야. 돌아가긴...내가...
현수  (말 자르며) 그렇게 쉽게 돈이 벌고 싶었냐? 힘든 일은 싫어? 못 해?
수진  (뾰루퉁) 내 일도....그렇게 쉽진 않아요. 함부로 말하지 말아요.
현수  (버럭 )뭐?
수진  (쳐다보면)
현수  쉽지 않아?(웃음난다) 술 따르고, 웃음 파고, 남자들이랑 히히덕 거리는게
         맞다, 쉽지 않겟다!
수진  (이게 무슨 소린가 보면)
현수  여기서 일 할라면 그 버릇부터 고쳐!
수진  (기막혀, 하, 웃음난다) 그렇게 보였구나. 내가? 술집여자루? (하, 웃으면)
현수  웃지마. 그렇게 웃지 말라고 했지.
수진  맞어, 나 술집 여자예요. 근데? 근데 뭐? 왜 웃지 말래요? 술집 여잔 웃을 권리도 없나?
         그런 여잔 웃기만 해도 죄야?
현수  뭐?
수진  내가 술을 팔 든 몸을 팔 든 무슨 상관인데요?
현수  상관 안해. 술집을 나갓든 몸을 팔앗든 그딴 거 신경 안 쓴다구!
수진  (버럭) 근데 왜 그래?
현수  내 앞에서 웃지 말라고, 딴 놈 보고 실실거리지마. 싫어, 아주 죽이고 싶어.
수진  왜?
현수  (보면)
현수  (호흡 가다듬으며/ 감정 숨기는) 나한텐 소중한 일터야. 더럽히지마.

수진, 그대로 현수의 뺨 갈긴다. 독한 눈으로 보던 수진, 거칠게 돌아선다.
자신이 바보 같은 듯 머리카락만 거칠게 쓸어 넘기던 현수,
뛰어가 수진 세운다, 하지만 그대로 뿌리치는 수진,
현수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돌아서는데 다시 수진 손 잡아 세우는 현수,
수진, 입술 꽉 깨물어 현수 바라보면
현수, 호주머니에 돈 몇 푼 집어 수진 손에 쥐어준다.

현수  (괴로운) 택시 타.
수진  (돈 뿌리치며) 싫은데?
현수  (보면)
수진  그 돈은 괜찮구, 나는 더러운가? (돈 가리키며) 난 저게 더 더러운데?
         현수씬 아닌가 보지?
현수  (차가워진 시선으로 바라보면)
수진  (그대로 돌아선다)

차갑게 걸어 가버리는 수진.
그 뒷모습을 바라보던 현수, 입술 질끈 깨문다. 바닥으로 떨어진 돈 거친 손길로 집어들고는
수진과 현수, 그렇게 서로 등진 채 멀어진다.

42. 기치조지 역 앞(밤)
오고가는 사람들로 복잡한 역전 앞.
그 앞에 풀썩 주저 앉는 수진, 속상하고 복잡한 심정인듯 그저 입술 꽉 깨문다.
그녀 곁으로 사람들 다가온다.

43. 스시집 골목 (밤)
얼굴에 상처 난 상길, 미친 듯이 달려온다.

44. 스시집 골목 (밤)
반쯤 불이 꺼진 채 텅빈 스시집 안,
혼자 술 마시고 있는 현수, 화가 잔득 난 듯 거친 숨 몰아쉬는데
벌컥 열리는 문, 상길이다.

상길  형, 큰일 났어!

45. 골목
미친듯이 달려가는 현수, 그 뒤를 상길이 뒤따른다.

현수  (다급히) 어느 쪽이야. 어디로 갔어?
상길  외곽 쪽으로.
현수  (버럭)막았어야지?
상길  여...여섯이나 됐단 말야. 나도 죽을 힘으로...햇는데..
현수  (달려가다) 니 트럭 어딨어?

46. 도로+상길의 봉고 안
거칠게 트럭 몰고 있는 현수, 이 앙다물엇다.
상길, 불안한 듯 어쩔 줄 모른다.

상길  작정했나봐. 형한테 복수 한다고.
현수  (입술 꽉 깨물곤 미친 듯이 속도 올린다)
상길  그 자식들 AV 찍는 놈들인데. 어떡해 형..어떡하지?
현수  (차가운 시선으로 운전하며) 잘 생각해봐, 넌 그 자식들 잘 알잖아.
상길  어디로 갓지. 어디더라....그 자식들...
현수  (눈빛만 번뜩인다)

도로를 빠르게 질주하는 봉고.

47. 낡은 창고.
쬐그만 낡은 창고, 한 켠에 침대 하나 덜렁 놓여잇다.
디지털 카메라에 잡히는 수진, 반쯤 옷이 찢어진 채 파르르 떨고 있다.
양아치1. 히히거리며 수진의 얼굴을 쓰다듬으면 수진 거칠게 뿌리치고,
카메라 뒤에서 구경하던 양아치들 오우~~탄성 지른다.
좋다고 찍는 양아치1.
양아치1. 다시 거칠게 수진의 웃옷 벗기려면 수진, 비명 지르며 저항한다.
좋다고 입 막으며 웃는 양아치들.
저항하는 수진의 비명 더 거세지는데 거칠게 부서지는 문,
양아치들 놀라 돌아보면
현수, 몽둥이 든 채 그대로 달려아 카메라 든 양아치2 후려친다.
잠시 주춤하는 양아치들.
현수, 수진 희롱하던 양아치1의 멱살 잡아 올리곤 주먹 날리는데
뒤에서 후려치는 양아치들. 현수, 그대로 꼬구라진다.
다시 일어나 무섭게 주먹 휘두르는 현수, 미친듯이 싸워보지만 사람 수에 밀린다.
다시 꼬구라지는 현수,
주춤주춤 보기만 하던 상길도 달려든다. 잡히는데로 손에 들어 양아치들 후려친다.
계속되는 혈투, 하지만 현수의 주먹에 당하지 못한다.
죽을듯이 달려드는 현수의 기세에 마지막가지 버티던 양아치들도 도망친다.
양아치 2, 바닥에 널브러져 있고,
현수 손에 멱살 잡힌 양아치1, 피투성이가 된 채 파르르 떤다.
현수, 양아치1의 얼굴 주먹으로 날리면 푹, 쓰러지는 양아치1.
현수도 휘두른 힘에 다리 푹, 꺾인다. 다시 힘겹게 일어서는 현수, 고개 들면
수진, 무릎 꿇어 안은 채 파르르 떨고 잇다.
현수, 쓰러질 듯 수진에게 달려간다.

현수  (숨 몰아쉬며) 괜찮아? 다친데 없어
수진  (현수 품에 안긴 채 가만히 고개 드는데 너무 무서웠던 듯 파르르 떤다)
현수  (그 모습에)내 저 자식들을 그냥...!
수진  (말 자르듯 덜덜) 사과해.
현수  (숨 몰아쉬며 보면)
수진  (덜덜) 나한테...막 말한거...사과해
현수  (숨 고르며 힘겹게 끄덕) 미안해, 사과한다.
수진  (덜덜) 왜 ...이렇게 늦었어. ..죽는 줄 알았잖아....
현수  (힘겹게 웃는) 잘못했어.
수진  (피나는 현수 얼굴 닦아주면 덜덜) 나 그래도...버텼어...현수씨..말대로...깡으로 ...
         질렀어.
현수  (확 웃음 난다.보면)
수진  (보며 덜덜) 나...정말 그냥...보낼라 그랫어?
현수  (대답하지 멋쩍다)
수진  응?
현수  .....
수진  난...심장이 터질라 그랫어!
현수  (보면)

수진, 현수를 끌어안고 그대로 입 맞춘다. 주춤 놀라던 현수도 그래도 끌어안는다.
서로를 힘껏 껴안은 수진과 현수, 놓치기 싫은 듯 격정적인 키스를 멈추지 못한다.

(1부 엔딩)

 

 

 

 

 

 

 

 

 

 

 

 

 

 

 

 

 

 

 

 

 

 

 

 

 

 

 

 

 

 

첨부파일 도쿄 여우비 1회.txt

 

첨부파일 도쿄 여우비 1-4.zip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 북마크
  • 공유하기
  • 신고하기

댓글

댓글 리스트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