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SBS대본

[도쿄 여우비] 02

작성자수다쟁이|작성시간13.08.26|조회수535 목록 댓글 0

[도쿄 여우비] 02

 

 

 

 

 

 

 

 

 

 

1. 타이틀
화면 밝아지면 햇살 환한 하늘 위로 여우비가 소리없이 내린다.(슬로우모션)

수진  (소리) 여우가 호랑이에게 시집가는 날, 구름이 울었습니다.
현수  (소리) 해님 뒤에 꼭꼭 숨어서 아픔으로 흘린 눈물입니다.

2. 현수의 2층 방(밤)
스탠드 불빛, 수진, 평온한 모습으로 잠들어 있다.
청심환, 물, 기타  등등 보인다.

3. 골목
혼자서 쓰레기 치우고 있는 현수. 헉헉 거리며 달려오는 상길.

상길  (끄덕이곤) 잘자. 불 꺼졌더라구.
현수  (버럭) 올라가서 잘 보고 오라니까.
상길  으이, 진짜. 여자 혼자 자고 있는데 어떻게 올라갔다 와.
현수  ....!(하지만 걱정스러운)
상길  잠깐 서 있었는데 아무 소리도 안 들려. 쥐 죽었어. 조용해. 자, 걱정마.
         낮에 보니까...명랑하던데 뭐?
현수  (괴로운) 명랑은, 그런 척 하는 거지.
상길  (흘기며) 형, 변해두 너무 변했어. 예전의 나의 멘토가 아니야. 서러워,그리워.
현수  잠깐, 너....왜 이 시간이야?
상길  (움찔)
현수  (노려보며) 너...또?
상길  (화들짝) 미쳤어? 빠징코 들렀을까봐? 웃긴다. 그랬으면 내가 여기 왔겠어?
         완전 빠져서 허우적거렸지?
현수  너 그럼, 다신 안본다.
상길  알았어, 알았어. 빨리 일해서 돈 많이 벌자. 난 복학하구, 형은 가게 내구
        (씨익) 가게 내서 수진이랑 합쳐라, 좋겠다. 그럼...히히 부러울라 그런다.
현수  (덤덤) 까불지마.
상길  왜? (하다) 뭐야, 그 표정은?(이해 안가는) 같이 살겠다, 나라믄.
현수  (일에만 열중하면)
상길  (폼 잡으며) 형, 사랑은 내가 좀 아는데 말이지, 여자는 말야...
현수  (말 자르며) 출발!!
상길  예~~써얼!(쩝)

4. 스시집 골목
불 꺼진 스시집 앞 한켠에 쭈그리고 앉아 있는 수진,
달려오는 발자욱 소리, 그 소리에 활짝 웃으며 고개 드는 수진

현수  (헐레벌떡) 왜 나왔어? 또 놀라 깼어?
수진  (가만히 일어선다)
현수  ....?
수진  보구 싶어서.
현수  (보면)
수진  현수씨 보구 싶어서 깼어.
현수  (어색한, 하지만 미소 스민다)
수진  (그제야 배시시 웃으며 현수 품에 안기려는데)
현수  (몸 피하며) 드러워. 쓰레기 치웠어.
수진  아~~~(끄덕이다) 알게 뭐야.(꽉 끌어안는다)
현수  (팔 벌린 채 어색한 포즈로 수진 내려보면)
수진  (가만히 눈 감으며 미소) 냄샌...좀 난다.
현수  (무안한, 떼어내려면)
수진  (더 꽉 안고) 근데...이 냄새도 디게 좋다.(꼭 안은채 눈 감으면)

현수, 자신 품에 안긴 채 눈 감고 있는 수진 바라본다. 행복한 미소가 가득하다.

5. 동, 프로덕션 복도
복도 빠르게 걷도 있는 만희,

만희  제보 상황은요?
통역  제보는 들어오는데(고개 젓는다)
만희  방송국에선?
통역  두번 내보내준것도 많대요. 일본에선 모르는 배우니까....진짜 납치라도
         당했다는 증거라도 확실하던가...꺼리가 안된다 이거죠.
직원  (파티션 밖으로 몸 내밀며) 제보예요.
만희  네?(황급히 뛰어간다)

그 위로 우아~~~터지는 수진의 함성.

6. 오다이바 길 / 자유 여신상 앞
달리는 현수의 자전거.
뒤에 타고 있는 수진, 두 팔 쫘악 벌린 채 불어오는 바람 한 가득 맞으며 환호한다.

JUMP 자유의 여신상, 걷고 있는 수진과 현수,

수진  음...강 바람 무지 좋다.
현수  (웃는다) 바다야.
수진  (뭔 소리?)
현수  바다야, 강 아니구.
수진  파도도 없는데?
현수  바다 위에 세운 도시야. 오다이바!
수진  (감탄, 입 벌어진다) 우아~~스고이!
현수  (낄 낄 웃는다) 잘 하는데?
수진  (뒷 주머니에서 현수 노트 꺼내 보이며) 나두 현수씨처럼 무조건 외우고 있지!!
        한 두마디는 할 수 있다?!
현수  잘 했어. (테스트 하듯 돌아보며 일어로) 오늘은 해달라는 대로 다 해 줄테니까
        신나게 놀아
수진  (벙해본다. 뭔 소릴까? 괴로워진다) 아아~~~~(좌절)

7. 관람차 앞 광장
커다랗게 돌아가는 관람차.
수진 현수 손 잡아 끈다.

수진  우아, 재밌겠다. 우리도 타!
현수  (떨떠름) 저건 아니다. 간지러워!
수진  왜에! 재밌잖아.
현수  (떨떠름) 재미없어.
수진  에이,내가 남자면 타주겠다. 뭐가 간지러워? 치사하게...타자아!!
현수  (긁적) 한 바퀴 15분! 할 게 뭐 있어? 속 시커먼 놈들 타는 거라 싫어 한다구,
         나는 쪽 팔려, 내릴려믄.
수진  (콧김 푸르릉 내 뿜으면)
현수  (어깨 감싸며) 가자!대신 다른 건 다 해줄게.
수진  정말?
현수  응. 간지러운거 말구.
수진  업어줘.
현수  (뜨악) 여기...서?
수진  (또 삐져) 됐어, 뭐. 내가 남자면...
현수  (말 막 듯) 업혀! 업어준다.
수진  (좋아라 달려들어 업히곤) 현수씨 등이 세상에서 제일 좋아.
현수  조용! 무겁다.

큭!웃는 수진 현수 목 꼭 끌어안은 채 신나 하면
힐끔 넘겨 보던 현수, 큭 웃고는 힘차게 달려준다.
우아~~환호하는 수진.

8. 스시 집 전경
불 밝힌 스시 집. 창문 너머로 북적이는 손님들 보인다.
가는 손님들 인사하는 현수와 다나카.

9. 스시집 주방
열심히 그릇 닦고 치워대는 수진, 이젠 꽤 능숙하다.
한 가득 설거지 감 들고 들어오는 현수, 팔 걷어 붙인다.

수진  왜 남의 영역을 침범하시나? 월권이신데?
현수  (그냥 설거지 한다) 쉬어. 말 들어!
수진  (잡아 당기며) 됐어. 현수씨가 쉬어. 하루 종일 잠도 쬐금 밖에 안자고 일만 죽어라 하면서..
현수  (여전히 설거지) 하나도 안 힘들어. 이골 나서 괜찮아, 나는. 좀 쉬어.
        니가 쉬어야 내가 편해.
수진  (감동, 좋아라 뒷짐 지고 현수 주변 맴맴 돈다)
현수  뭐냐?
수진  ...멋있어서
현수  (하, 참! 설거지만 하는)
수진  (얼쩡거리며) 진짜...멋있다!!히히 좋아라.
현수  (웃긴) 가 앉어, 좋은 말 할 때.
수진  싫어.
현수  그럼, 서라.
수진  싫어
현수  (돌아보면)
수진  (가만히 보다 현수 등 꽉 끌어 안는다)
        현수씨, 내가 만약, 현수씨가 생각하는 여자가 아니면....대따 많이 틀린 여자면...
        어떡할래? 응? 어떡 ...할까?
현수  실험해? 그러자 마. 난 그런 여자 싫다. 상관 없어, 너 뭐하고 살았든.
         (수진이가 더 꽉 기댄다) 그래, 그렇게 달라붙어 있어. 뭔진 모르지만,
         안전상황 되면...가야 될 때 되면, 그땐 편하게 니...가고 싶은 데로, 하고 싶은 대로 해.
수진  (감동의 시선으로 보면)
현수  덧붙이지 말고.
수진  (가만히 보다) 우아~~~!(현수 등에 얼굴 마구 비비며) 뭐 이렇게 멋진 놈이 있을까?
         좋아주겠어요. 정말.
현수  나, 참!(쩝 설거지에 열중하는데)
유키  (E-)할아버지!!!
수진, 현수 (놀라보면)
유키  (기절 직전으로 서 있다)
다나키  (느리게 오며) 왜요?
유키  (슬픈 눈으로) 나...기절 할 거 같애요?
수진  (말똥한 눈으로 보면)
유키  이런 모습을 봐야 하다니...난 아마 비련의 여주인공 인가봐.
다나카  (하모니카 꺼내 든다. 휘리릭 불어보는데)

유키, 슬픈 눈으로 수진 바라보다 그대로 현수에게 입 맞춰 버린다.
유키, 수진 향해 쌜 쭉 미소로 바라보면 수진, 그런 유키가 귀여운 듯 쿡 웃고 만다.
이때 가볍게 울리는 클락션 소리.
앞에 와 멈추는 상길의 트럭. 운전석에 앉은 채 유유히 웃던 상길,
온천 티켓 척 꺼내 보인다. 다들 멀뚱하게 서로를 쳐다보는.

10. 온천 거리
오락실 구슬치기 하는 상길,당첨된 유키 환호하며 수진과 얼싸 안다가 깜짝!
거리...모두 신기하고 이상한 캐릭터들로 치장한 채다.
수진, 현수의 손 꼭 잡으며 걸으면 유키, 눈 치켜뜨며 얼른 수진 밀쳐 내 현수 손 잡는다.
귀엽게 흘려보던 수진, 좋아!하는 표정으로 현수의 다른 손 얼른 잡는다.
유키, 입 불쑥 나온다.

상길  나도 좀 봐주라 (입 꼬리 올리며) 남자가 현수 형 하나야? 너무한다.
유키  (안되겠는지) 못 걷겠어. 다리가 너무 아퍼. 아~~~다리야.
상길  알았어. 유키, 내가 업어 줄께
유키  (상길 확 뿌리치며) 난 지조 있는 여자란 말야. 내 남자 등에만 업힐 거야.
상길  (뜨악)
다나카  (휴우~~하모니카 꺼내든다)
현수  (등 내밀어 준다)
유키  (좋아라 현수 등에 업혀 가면)
상길  좋아 그럼, 수진인 내가 업어 준다( 등 내밀며) 자, 업혀.
현수  (버럭) 야!
상길  (놀라) 음메?
현수  (쏘아보곤 유키 업은 채 한 손으론 수진 잡고 걸어간다)
상길  허...어...(어이없는, 미치겠고) 이야...나...원. 진자, 웃긴다. 허...내가 뭘 어쨌다구.
         뭐, 내가 뭐...뭐 어떻게 해? 히야...진짜 너무한다.....
         여기 온천 티켓두 내가 구해 왔구만, 진짜...야
다나카  (상길 등 두드리며) 남의 여자 탐하면 안돼요 (걸어가버린다)
상길  뭔 소리예요. 진짜...왜들 이래 정말  (쫓아가며) 은비랑 올 걸!

11. 온천여관 몽타쥬.
-노천 온천에 몸 담근 다나카 현수 상길
-여주인장의 구연동화를 듣고 있는 유키와 수진
-복도를 달리는 유키, 그 뒤를 따르는 식구들, 즐겁다.
-노래방 가면 쓰고 무대로 등장하는 상길과 유키. 노래하고 난리났다.
까르르 웃는 수진과 현수, 그리고 다나카. 박수치며 흥에 겹다
JUMP
'사랑아 어떻게' 반주 나온다. 상길 오~환호하고
수진, 쑥스러운 듯, 하지만 한껏 흠흠거리며 마이크 잡는다.
"니가 떠난 거리에서~~~" 사장님 하모니카 꺼내든다. 즉석 반주 곁들여주고, 수진 고조된다.
그 모습 한없이 보고 또 보는 현수, 예쁜 듯 자신도 모르게 미소가 스민다.

12. 선술집
테이블 가득 술로 널려있다.
한잔 쭈욱 들이키던 상길, 술에 취해 그대로 테이블에 얼굴 쾅 떨군다.

다나카  (혀 꼬여) 축복이란 말이예요...? 날이면 날마다 오시는 게 ...아니거든?
            그게 말이지....(하다 쿡, 테이블로 쓰러진다)
수진  (술 취한 눈으로 쓰러지는 모습을 끝까지 따라 보곤) 아~~~이럴 수가.
         이제 다 보냈다. 우아~~나 이렇게까지 술 먹고~~살아있던 적 없네.
         딸국.
현수  그러게 왜 그렇게 마셔. 가서 유키랑 자래니까.
수진  (테이블 밑에서 꽉 잡고 있는 현수 손, 공중으로 올려 대롱대롱 흔들며)
        딸국, 이건 왜 이러실까? 딸국. 가라면서 힘주고 왜 그렇게 꽈악. 딸국.
현수  (웃긴,  술 마시면)
수진  (목 타는 듯 따라 또 한 잔 마시며) 진짜...사람들...너무 눈치가 없다...
        내가....정말 뽀, 딸국, 뽀 한번...해볼라구....푸아~~정말...이렇게
현수  (쿡 쿡, 웃으면서, 공중에 들려 있는 손, 자신의 호주머니에 쑥 찔러넣는다)
수진  어라?왜 걸루 들어가냐? 나는 마구 흔들고 싶은데?

현수, 귀여운 듯 바라보다 수진의 이마에 입 맞춘다.
입 맞추는데 드러렁, 상길 코 골아 댄다. 쿡, 웃음 올라오는 두 사람.

수진  우아~~~증말, 싸운드 죽인다. (헤벌죽) 무드 진짜...꽝이다. 헤헤.죽인다.
        (다시 입 맞추려는데) 딸국, 내가 초를 치네.
현수  (웃음 참으며 보면)

수진, 그래도 현수 품에 쓰러져 잠이 든다.
수진 꼭 안아주던 현수 미소가 스민다.

13. 온천 여관 안(밤)
스탠드 불빛. 수진, 유키 따로 다나카, 상길 따로 세상 모르고 자고 있다. 혼자 깨어 있는 현수
생각이 복잡한 듯 천장만 바라본다.

14. 온천 여관 안(동, 아침)
꺄악~~유키의 비명 소리.
바로 옆에 누웠던 수진, 눈 비비며 고개 들면 잠시 꺄악~비명.
보면, 수진 옆에 꽉 낑겨 현수 잠들어 있다.
유키의 난리 소리에 모두 부스스 일어나며 왜, 무슨 일이야?하는데
현수, 잠이 덜 깬 채 고개 든다. 놀란 시선 의식하곤 조금 당황한다.

현수  상길이 때문에....(눈 비비며) 하두 발 올리고 코 골아서 일루 왔어, 못자서.
상길  (찌익) 크~킁
현수  참, 안 믿네.
다나카  (미소) 크~킁?
현수  (쩝) 정말.
수진  (찌리릭)
현수  (한숨)
유키  으앙~~(운다)
현수  (눕는다) 난...더 잔다. 제대로 못잤어.(돌아누우며) 별 일 들이다. 참.

15. 상길의 봉고 안
신나게 달려가는 봉고 안. 현수가 운전한다.
유키, 노래 부르고 식구들 모두 박수 치며 호응해준다.
현수, 그 모습에 웃으며 코도 도는데 그대로 끼익 멈춘다.
모두 앞으로 출렁하고, 왜 그래?하며 현수 보면
현수 머문 시선 파르르 떨린다. 그 시선 따라 모두 고개 돌려보면
벽면, 수진의 얼굴이 붙어 있다. "실종된 한국 여배우를 찾습니다"
놀란 사람들, 수진에게 시선이 몰린다.

수진  어?나랑 무지 닮은...(시선 의식, 쭈뼛) 여자네?(한숨)

차에서 내려 전단지 뜯어 오는 상길, 읽어본다.

상길  한국 최고의 하이틴 스타, 촬영 중 실종(놀라보면) 스타씩이나?
         뭐야? 실종이 장기화 되면 한, 일간 문화 교류에 문젤.....(보며) 너 대단하네.
현수  (멍한)
수진  아냐...뻥이야. 너무 뻥쳤다. (히죽, 하지만 사람들 반응에 시무룩)

현수, 룸 밀러로 수진 본다. 거울로 마주치는 시선, 차갑다. 수진, 고개 떨구면
현수, 거칠게 출발한다. 출렁이던 사람들 불안해지고.
그러다 끼익 엄추는 현수, 운전석 문 벌컥 열며

현수  상길아, 니가 운전해라.
상길  (운전석으로 옮겨 앉으면)
현수  (탈 줄 알았던 현수 그대로 걸어 가버린다)
상길  형...?혀~~엉?
현수  (크게)출발해.
수진  (놀라 따라 내린다)

걸어가는 현수, 그 뒤로 다급히 따라오던 수진, 뭐라 말하려는데 하지 못한다.
안 한다. 그냥 걷고 있는 현수 옆에 나란히 그저 고개 숙인 채 걷는다.

현수  (나직이) 먼저 가.
수진  싫어요.
현수  (멈춰선다)
수진  (따라 멈추면)
현수  (훅, 한숨)
수진  (따라 작은 한숨)내가 뭐라도...괜찮댔잖아...요.
현수  나 지금 머리 뻥 뚫린 느낌이다. 시원해. 바람 휑휑 지나서 살 거 같어.
         그러니까...너 가. 타고 가. (걸어가면)
수진  (같이 쭈뼛 걸으며)
현수  (에이, 싶은. 화 삭히질 못해 훽, 봉고 쪽으로 돌아간다)

16. 봉고 안
달리는 봉고안.
수진의 전단지 든 채 수진 보고 있는 다나카와 유키, 난감한 표정들이다.
수진, 꼭 죄인 같은 기분으로 고개 푹 떨군 채다.

17. 호텔 방 안
창 밖 내다보며 통화중인 만희. 괴로운 듯 뒤통수만 만지작 거린다.

만희  아니예요. 걱정하실 일 아니구요...수진 어머니.(웃으며) 잠깐 혼자 놀러 갔어요.
        금방.....아뇨. 오실 거 없습니다. 그렇게....심각한 상황....네. 네...
        한성진 사장님요? (애써 웃으며) 제가 통화하죠.

만희, 전화 끊는데 표정 굳어진다.
창 밖으로 보이는 도쿄 풍경만 바라보던 만희, 어렵게 수화기 다시 든다.

18. 유키 스시집 앞
상길, 다나카, 심각한 표정으로 2층 방 올려보고 있다.

19. 현수의 2층 방 + 계단
현수, 몇 가지 있지도 않은 수진의 물건 가방에 싸고 있다.
그 뒤에 선 채 입이 나온 수진, 괴롭다.

수진  말 안해서...미안해요...미안해
현수  (가방만 싼다)
수진  배우가 뭐...큰 잘못인가?...그거 말 안한 게...그렇게 큰 죄예요?
현수  죄 아냐.
수진  근데, 왜 그래? 뭘 했든 상관없다며?
현수  실험하지 말랬지
수진  (버럭) 묻는 거잖아. 별거 아닌데 왜 이래?
현수  이게 별거 아냐?그래?
수진  (주춤하면)
현수  (화 삭히며 가방 잠근다)그래...별 거 아닌데...근데...나는 왜 배신당한
         느낌이 드는지 모르겠다. 왜 속았단 생각이 드냐? 니가 술집여자라고 생각 햇을 땐 괜찮았는데...
         (일어서며) 이젠 낯선 사람처럼 보인다.(나가려면)
수진  (가방 뺏으며) 안 가. 안 갈 거야, 나!
현수  안 가면 어떡할 건데? 국가적으로 찾겠다는데.
수진  뻥이라니까. 무슨 재주로...국가적은...(말끝 흐려진다)

그 모습 바라보던 현수, 수진 손잡고 끌듯이 계단 내려와 뒷문으로 나간다.

20. 유키 스시집 앞
버티는 수진을 끌고 나오는 현수.
가게 앞에 서성이던 상길과 다나카 놀라 숨으며 다시 빼꼼히 쳐다본다.

수진  (뿌리치며) 안 간다잖아. 싫어.
현수  왜 안가?
수진  나 ....배우 하기 싫어. 안 할 거야.
현수  왜, 뭣 때문에?
수진  (머뭇거리다)울지...못 해.
현수  .....?
수진  (심각하다) 배우....할 수 없을 만큼 눈물이 없어. 가슴으론 눈물이 흐르는데
         밖으론 안 나와. 어릴 때 엄마가 나 할머니 집에 맡기고 돈 벌러 서울 가면서
         '울지마. 울면 안 데리러 온다' 그런 뒤부터 눈물 끊었어.(한숨) 말랐어.
현수  (아픈 시선으로 보다) 그럼, 그 자리에서 안 하면 되지 왜 도망을 쳐?
수진  (말 못한다. 그저 우물쭈물, 입술 깨문다)
현수  가.이유 안돼.(손 잡으며) 그게 이유면 돌아가.
수진  (다급히)싫어. 난 여기서 살 거야. 안가, 절대
현수  인생은 도망친다고 해결 되지 않아!
수진  (보면)
현수  돌아가서 니 손으로 해결해. 널 저렇게 찾는 거 보면 배우 그거 할 놈이야.
         가서 노력해. 노력해보고 그래도 안되면 기회 없고 포기해야겟으면...
         그때...(괴롭다. 잠시 찡그리다) 그 때는....돌아와 봐. 기다려 볼게.
수진  (본다)
현수  (수진 손 잡아 끌고 돌아서려는데)
수진  가면 못 돌아와!
현수  (보면)
수진  못 와. 다신. 그래도 좋아?
현수  (난감한, 한 숨 끝에) 그럼, 내가 제보한다.
수진  (버럭) 안 간다구. 싫어, 내가 싫다잖아.(다급히) 나 안좋아해? 현수씨 나 속였어?
         거짓말 친 거야. 좋아한다구? 난 못 떠날 만큼 좋은데 왜 자꾸 가라 그래?
현수  바보야. 여긴 미래가 없잖아. 가...좋은데루.
수진  (눈 시울 붉어지며) 가래면...마음 안 아프냐?
현수  안 아퍼,...가. 너한테...(짜쯩) 더 좋은 미래 찾아가라구.
수진  그걸 누가 알어? 더 좋을 지 어떻게 알어?
현수  (버럭) 평생 그릇이나 닦을래?
수진  (끄덕) 그럴 거야!
현수  (보면)
수진  솔직하게 말해줘. 나 싫어? 정말 갔음 좋겠어? 나 위하는 척 하지 말구.
         현수씨 진짜 마음 말해.
현수  (보면)
수진  들을래. 뭐야? 가. 말어.
현수  (괴롭다)
수진  어?
현수  (다부지게) 가!
수진  (훽 돌아서며) 바보. 속마음 다 들켰어. 티 나. 연기도 지지리 못해.
         나 안 가. (가게 쪽으로 달려가며-E) 사장님...일 안해요...? 뭐 할 까요?

다나카와 상길 주방 문으로 휙 들어가며 태안하게 수진을 맞고,
현수는 괴로운 듯 머리만 쓸어 넘긴다.

21. 카페 안
계단을 오르는 현수. 상길과 은비의 티격태격 소리 들린다.

상길  (소리) 아니 난 다나카 할아버지 몸 푸시라구 . 미안 담엔 꼭 둘이서 가자 응?
은비  (툭툭 치며) 웃기시네. 온천 티켓이 오빠꺼야? 나랑 같이 당첨돼놓구 나만 쏙 빼구가는 법이
         어딨냐? 현수 오빠한테 잘 보이려구 그런 거지?
         (현수 발견) 현수 오빠~! 어 술 마셨어?
현수  (바에 앉으며) 술 주라.
상길  (술 꺼내 주며) 그래 형!인생은 달콤하지 않다!그거 잖어!
현수  노래 좀 듣자, 다른 소린 다 싫어, 지금
은비  알았어. 뭐 듣고 싶어?
현수  조용한 걸루.
은비  (피아노 앞에 가 앉고)

은비의 은은한 피아노와 목소리.

22. 동네 골목(밤)
동네 어귀에서 서성이는 수진, 현수 기다리며 골목 너머만 보고 또 본다.
저만치 걸어오는 현수 보인다.

수진  (팔짱 끼며) 놀랐지?
현수  (비틀거리며) 뭐냐?
수진  현수씨 애인.
현수  논다.

현수, 너무 취한 듯 비틀하다 담벼락에 기대 앉아 하늘 본다.
수진, 같이 나란히 앉으면

현수   도쿄 밤하늘이 예쁘구나?아~~오늘 첨 안거 같네. 예쁘다.
수진  (같이 하늘 본다)
현수  (하늘 보고 히죽) 저기서 우리 엄마...나 보고 떨떠름하겠다.
수진  (보면)
현수  우리 엄마가 죽으면서, 내가 중학생때였는데...내 손을 (수진 손 잡으며)
         이렇게 잡으면서 (웃음) 죽을 때까지 폼 나는 남자로 살아요. 꼭.(훅 웃으며)
         유언이다. 그게.
수진  (끄덕)
현수  일본 여자였는데 스시배우러 왔던 우리 아버지 만나서...(웃는다) 한국에서 무지 고생하고,
         스시집 망하고 술만 마시고 때려 부수고 그러다 우리 아버지가 죽어서...나는...당신 아들은...
         (웃으며 수진 본다) 우리 엄마 이뻤다?!?!
수진  (끄덕)
현수  어떻게 알어?
수진  현수씨 보믄...예뻤을 거 같애.
현수  (가만히 본다. 보는데 눈시울 흔들린다) 야.
수진  (보면)
현수  야?
수진  응.
현수  (웃는다. 아프다) 나...폼 나게 살다 죽게 해주라. 힘들다.
수진  ....!
현수  가라. 너 끼고 있는거...폼 안 나는 남자다..(아픈 웃음 공중으로 날리며)
        아....하늘 참 높다. 깜깜해서 보이지도 않네. 젠장
수진  (같이 하늘 보며 덤덤히) 폼 안 나면 어때. 좋은 사람끼라 같이 사는 거지.
현수  (돌아보다 쿡, 아픈 웃음 흘린다) 혀 구부려. 나, 너보다 열 살은 많다.
수진  (바라보다 씨익 웃으며) 네. 오래 오래 노인 우대 하며 살겠습니다.
현수  (쿡, 웃고는)널...참...어쩜 좋냐?
수진  (하늘 보며) 그냥...데리고 살아 봐. 살아보다가...내가...싫어지면.
         나 싫어졌다 그러면...그땐...갈게. 알아서 갈 거야. 나 쿨하고 싶어.
         폼 나잖아. 쿨. 나도 해보지. 뭐.
현수  야?(웃음난다) 그럴 일은 없다.
수진  (보면)
현수  난...한번 좋아하면...죽을 때까지 좋다.
수진  (배시시) 토종 바보네?
현수  (픽 웃으며)그래. 맞다. (한숨, 하늘 보며) 수진아.
수진  (보면)
현수  수진아.
수진  응
현수  (가만히 수진 어깨 감싸며) 후회하지 말. 너...내 옆에 있어서...후회하면,
         (눈시울 붉어진다) 나...못 견딘다 (하늘 본다)
수진  응.

같이 하늘 올려보는 두 사람, 그저 서로 어깨 기댄 채 아무런 움직임이 없다.

23. 공원 한 켠(낮)
수진의 웃음소리 커다랗게 울려온다.
보면, 자전거 배우는 수진 비틀거리고, 흔들리고, 하지만 땀 뻘뻘 흘리며 현수가 잡아주고 있다.

현수  멀리 봐. 시야가 넓어야 돼
수진  (비틀비틀) 으아아~~하하하. 코 앞도 못 보겠어. 겁나.
현수  (웃으며) 그래도 멀리 봐. 그래야 중심 잡혀.
수진  (멀리 보려 애쓴다. 그러다 또 까르륵 웃고)

한편 출근하는 다나카와 함께 그 모습 보고 있던 유키. 고개 절래 절래 젓는다.

24. 유키 스시집 뒷골목 (밤)
가게 뒷 문에 세워진 현수의 자전거.
유키, 눈꼬리 치켜든 채 자전거 안장을 띠어 낸다. 그리곤 회심의 미소.

25. 동, 스시집 뒷 골목(다음날 아침)
안장 없는 자전거 내려보는 수진과 현수,
멍한 시선으로 서로 마주본다.

26. 도쿄 거리 (아침)
자전거로 가던 길을 걸어 가는 두 사람

27. 츠키지 시장
칼 가게, 수진 칼 구경한다. 현수가 옆에 도와준다. 설명해주고.

현수  칼은 스시 요리사 한테 첫 번째야. 생명이나 같애.
수진  (끄덕)
현수  다루는 법부터 가르쳐 줄 테니까...(덤덤) 니 칼에 내 이름 새겨라.
수진  어?
현수  (덤덤)내 칼엔 니 이름 새긴다.(주인에게 꾸벅 절하고 돌아서면)
수진  (쪼로로 쫓아가며) 칼에다 사랑하는 사람 이름 새기는 거야?
현수  아니.
수진  그럼?
현수  (덤덤) 자기 목숨 새기는 거야.
수진  에이...(그러며 툭, 치면)
현수  (덤덤) 왜?
수진  (툭,툭, 치며) 괜히 쑥스러우니까.
현수  논다. 또 (수진 어깨 두르며) 가자.
수진  가자!!
현수  (고개 돌려 몰래 웃는다)

28. 역 앞 골목(아침)
바텐 일 마치고 가는 상길을 막는 양아치 3인

양아치  (나미프를 들이대며, 실 실) 깽 갋은 물어 줘야 될 거 아냐!
상길  !!

29. 사장의 집 안
클로즈 업 된 사장. 뜨악해 보고 있다.
그 위로 TV 소리. "1000만엔ㅇ르 드리겠습니다" 목소리

30. 거리
양아치들이 떠나고 골목에서 비틀거리며 나오는 상길.
빰을 어루만지다 뭔가 보고 놀란다. 전광판의 TV의 한성진 사장 얼굴.

한편, 현수의 얼굴도 차갑게 굳어있다. 보면 쇼윈도에 비친 TV 화면
그 밑으로 자막 "한국 재벌 2세, 여배우 찾기 위해 거액의 현상금 내 걸어"
성진, 낙심한 하지만 차분하고 냉철한 느낌이다.

성진  누구든 상관없습니다. 만약 의도적으로 데리고 있다 해도 묻지 않겠습니다.
        돌려만 보내주십시요. 올 가을에...예정대로 결혼 할 수 있게...

현수, 양 손에 생선 박스 든 채 그 모습만 멍한 시선으로 보고 있다.
수진도 그대로 얼어 붙는다.
현수, 그대로 돌아서 가버린다.
멈칫하던 수진, 난감하다 , 화르륵 달려가며

수진  저 사람...잘 몰라요. 나.
현수  (듣지도 않고 걷기만)
수진  나 저 사람하고 결혼 할 생각두 없구, 아니 안 할거야. 안하고 싶어. 정말.
현수  (듣는지 마는지 걸어간다)
수진  엄마, 아빠 힘들어서 도움 많이 받았는데 저 사람이 그냥 내가 좋대.
         결혼 하잿어. 그래서 그냥 여기까지 와 버렸어.
현수  (그냥 또 걷는다)
수진  (다급하게)자기들이 날짜 잡고 그런 거야. 내 의견 무시하고.
현수  (쿡, 웃는다그러다 웃음 끝 서늘해지며) 자식 파는 부모도 있냐?
수진  (멍해 보면)
현수  돈이면 헤 입 벌리고 지 자식 팔어? 싫다고, 결혼할 생각 없다고, 딱 부러지게 말했는데도
         억지로 결혼하랴?(똑바로 쳐다보며) 그랬어?
수진  (입술 깨문다)
현수  (비웃음) 너두 저런 놈한테 뭔가 기대하는 게 있었던 거겠지. 아냐?
수진  (쳐다본다)
현수  (빤히 바라보다)난...니가 무섭다. (그대로 걸어 가버리면)
수진  (버럭) 갑자기 수도꼭지가 펑 터져버렸는데 어떡해. 그럼!
         콸 콸 터져버려서 막을 수가 없는데, 나하곤 상관없이 지들끼리 흘러가버리는데 어떡해.
         방법이 없는데, 어떡해야 될 지 모르겟는데 어쩌라구.
         그래서 도망쳤단 말야. (달려가 현수 잡아 세우며, 독하게)...그럼 어떡했어야 되는데?
         얘길 해봐여. 그럼?
현수  (차갑게) 뭐가 더 남았니? 내가 알아야 될 게 뭐가 더 남았어. 한꺼번에 해.
         하나씩 던져 대면서 사람 염장 지르면서 병신 만들지 말구.
수진  (입술 깨물어 보면)
현수  넌 어떻게 그딴 식으로만 사냐. 넌 어떻게 니 좋을 대로만 살어?
         난 너 같은 애 정말 싫다. (돌아서는데)
수진  현수싸, (훅, 숨 내쉬곤) 참 싸구려다?
         (눈시울 젖으며) 현수씨 사랑은 왜 그렇게 싸? (입술 끝 떨리며) 뭐가 이렇게 후지냐?
현수  (괴로운 듯이 돌아서는데)
수진   나...싫어질 일 없다더니...버릴 일 없다더니...(버럭) 가고 싶을 때까지
         아무 조건 없이 뭐든 다 해주겠다고 약속했잖아!
현수  돈 많은 왕자님이 목 매달고 디라리는 줄 몰랐거든!
수진   (파르르 눈동자 떨린다)
 현수  (걸어간다)젠장, 이건 오늘따라 왜 이렇게 무거워?

수진, 그대로 달려가 현수 뒤통수 미친 드싱 때려버린다.
발로도 걷어차고 주먹으로 때리고 아무렇게 때리도록 현수, 그대로 맞아준다.
미친 듯이 때리던 수진의 눈에 울컥 눈물 오른다. 그제야 느리게 멈추며

수진  내가 사랑하는 사람 정현수라는데 왜 자꾸 토 달어?
         왜, 내 말은 안 믿냐구?

생선 바구니를 툭 떨어뜨린다.
한없이 튀어 오르는 생선, 파닥 파닥 처참하다.
그 모습 물끄러미 바라보던 현수

현수  (괴로운 듯 얼굴 부비며) 나...이제 그만 비참하게 만들지 말고. 가주라, 제말
수진  나, 처음이야. 맨날 답답하고 , 먹먹하고 , 어지럽고 그랬는데...현수씨 만나곤
         가슴이 ...너무...시원했어..숨을 쉬면 맑은 공기가 가슴 속으로 확 들어오면서
         ...흠...벅차고 ...좋았어....미안해. 미안하게 생각해...근데....
         몰랐으면 했어. 알 필요 없는 거라서...그냥...모른 체로 살면...흠...비겁했어...
         내 잘못이야..미안해.
현수  (아프다)
수진  (파르르) 그치만 당신도 내 사랑 우습게 만들지마. 나한텐 내 인생 걸만큼...흠...귀한 사람이야.
        (울먹) 나쁜 놈아.
현수  (훅, 한숨 나온다) 난...해줄게 아무것도 없어.
수진  (눈물 그렁해져) 아무 것도 안 바래.
현수  (한숨) 돈도 없어. 근사한 집도 없어.
수진  근사한 집 싫어해. 꾸미기 귀찮아.
현수  (한숨, 머리 쓸어 올리고) 널....어쩌면 좋으냐?
수진  숨어 살자. 우리. 안 잡히게 꼭꼭 숨으면 되잖아.
현수  (한참 보다가) 너 후회할거야.
수진  후회 안 해.
수진  (눈물 꼭, 꼭, 참으며 다부지게) 난 여우비처럼 울지 않을 거야. 바보처럼 해님 뒤에 숨어서
         몰래 울고 그런 거 하지 않을래. 그냥...사랑할 거다.

수진의 눈에서 참고 또 참았던 눈물이 와락 쏟아진다.
현수, 괴로운 듯 가만히 수진 끌어 안았다. 아픈 듯 수진의 머리카락 매만지던 현수,

현수  정말...나 하고 같이...살래?
수진  응.(현수 가슴에 얼굴 묻으면)
현수  (긴 한숨)그래, 해보자. 우리. 내 색시 ..돼 주라.

현수 품에 안겼던 수진, 울다가 쿡 웃는다. 그 시선으로 현수 바라보면
현수, 너무 가슴 아프다. 다시 끌어 안는 두 사람.

31. 00가게 건물 앞.
도쿄 외각, 사람들 뜸한 동네의 모습 비춰진다.
한 가게 건물을 올려보는 수진과 현수, 그리고 상길. 미소가 스민다.

32. 동, 안
수진, 신나는 얼굴로 여기저기 둘러본다.
서류 확인하고 있는 현수, 현수 눈치를 보는 듯한 상길, 불안한 표정

상길  하도 급하게 구해서 나도 정신이 없네, 하자 없대. 확인 꼼꼼히 했어.
         비어 있어서 일주일이면 들어올 수 있대....그래서 바로 찜 해뒀지.
현수  고맙다.
상길  형이 나한테 해준 거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지. 계약금은 준비했지?
현수  (끄덕인다)
상길   됐다. 그럼, 잔금은 치르는 날 우리 카페 사장이 틀림없이 넣어준대. 이잔...좀 쎄던대.
현수  괜찮아. 빌려 준 건만도 감사하지.
상길  보증은? 구했어?
현수  사장님이.
상길  진짜 멋쟁이야. 쉽게 서줄 사람이 어딨어. 한국 사람한테.
수진  방이 꼬딱지야. (좋아라 둘러보다 웃는ㄷ)
상길  (웃음) 어, 방이 좁긴 하더라.
현수  (안에 들여다보며) 넓네. 뭐. 둘이...딱 좋다.

수진과 현수, 뿌듯한 시선으로 서로 마주본다.

33. 스시 집 안,
다나카, 보증인 서류에 도장 찍어준다. 그리고 척 들어 보면서 고개 끄덕인다.

다나카  아, 좋다.
현수  (일어나 꾸벅 절한다) 감사합니다. 누가 안 되게..열심히 하겠습니다.
다나카  응, 좋아요. 대신...나는 그 집에 가면 공짠가?
현수  네, 그럼요.
다나카  (덤덤) 응, 됐어, 그럼. 현수상 요리라...(끄덕) 그 만한 가격이 돼요.
현수  (미소로)

드르륵 문 열리는 소리, 보면, 유키, 유유히 들어온다.
또 뭔 일인가 싶은 표정으로 바라보는 다나카와 현수.
유키, 도도한 미소로 수진 한번 훑어 봐주곤 현수 앞에 턱 앉는다.

유키  살림을 낸다구요? 축하해요. 오빠.
현수  으이구, (머리카락 흩어놓으면)
유키  (현수 손 쳐내며 머리카락 정돈한다) 이젠 오빠 여자 아니니까 함부로 대기하면 안돼요.
        (단추 꺼내 귀중하게 굴리며) 얘는 나 좋아 죽는대.
        기다릴라구. 어떻게 생각해, 오빠?
현수  (웃음 참으며 끄덕) 좋지.
유키  (울그락 의자 박차고 일어서는데)
수진  (유키 옷자락 뒤적이며) 왜? 단추 떨어졌어? 아닌데?
현수  (웃는다)
유키  (단추 확 집어 들며) 이게 뭔 줄이나 알아야 말이죠? (미소) 내가 보기엔 두 사람...
         한달? 그 이상 못 버틴다에 50엔 걸었어. (미소 ) 잘 해봐요, 언니
수진  (끄덕이며 갈아 웃으면)
유키  (좌절, 후다닥 나가버린다)
수진  (왜 그러지 보며) 내가...뭐 잘 못했어?
현수  아냐,(웃는다) 단추까지 보였는데...웃어버리까.
수진  단추?
현수  일본 풍습이 있어. 사랑의 증표 같은거.
수진  .......?
현수  헤어질 때 남자가 심장에서 제일 가까운 두 번째 단추를 띠어 주는 거야.
         다시 만날 때까지 간직하고 있으면 오케이. 뭐 그런거야.
수진  멋있네. (그러다) 그걸 받았다고 유키가? 어떡하냐? 난 것도 모르고...!
현수  (웃는다)

34. 도쿄 외각
길게 뻗은 도쿄 외각 도로, 곱게 핀 벚꽃 사이로 시외버스 달려간다.

35. 동, 버스 안.
나란히 앉아있는 수진과 현수.
창 밖 내다보는데 수진, 자꾸만 웃는다. 부끄러운 듯 고개까지 움츠리며 웃으며

수진  신혼 여행 가는 거 같다, 꼭
현수  신혼여행이지 뭐.
수진  에이. 하루 갔다 오는 신혼여행이 어딨어.
현수  그런가?(하는데)
판매원  (승객들 향해 깊이 절하며) 즐거운 여행 중이신 승객 여러분게 불편을 끼쳐 드리는 점 대단히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꾸벅 절하며) 승객 여러분께 어려운 말씀 하나 드리겠습니다.
현수, 수진  (궁금한 듯 보면)
판매원  (큰 소리로) 아이스 구리무~~!

수진, 쿡!웃음 터뜨린다. 미안한 듯 현수의 어깨 뒤로 숨어 킬킬 웃어대고
그 모습에 현수도 웃음 참으며 쿡쿡거린다.
판매원 "아이스 구리무~~" 외치며 두 사람의 자리 지나가면
수진, 나직이 판매원을 따라해본다. 그 모습에 따라 낄 낄 웃던 현수

현수  (웃으며) 아이스크림 먹을래?
수진  (고개 저으며) 아니, 아이스 구리무우 먹을래. 너무 귀엽다. 구리무.
         (킥 킥 웃는다)
현수  (웃으며) 여기요!!

# 36 벚꽃 거리

벚꽃이 만개했다. 벚꽃이 하늘을 가렸다. 온통 분홍 빛이다.
그거리,바라보며 걷고 있는 수진과 현수, 서로 꼭 끌어 안은채
기분이 좋다

수진 : 진짜 예쁘다.
현수 :(덤덤)응, 너두 이뻐!
수진 : 피~~그런 얘긴 좀 무드 있게 하지.
현수 : (조금 무안해 진다)
수진 : (다시 하라는 눈길로) 아~진짜 예쁘다...
현수 : (그냥 꽃만 본다)
수진 : (눈길) 정말...예쁘다.
현수 : (덤덤)
수진 : 진짜, 무슨 남자가..으이씨..나, 갈꺼야. 삐졌어
현수 : (돌려 세워 조금 심각하게) 그런 소리 장난으로도 하지 마.
수진 : (미안한)알았어.(헤죽 웃으면)
현수 : (수진 어깨 꼭 끌어안고 걸어가며) 수진아.
수진 : 응...?
현수 : ...이 꽃잎처럼...사랑할께!
수진 : ...?
현수 : (흩날리는 꽃잎 올려보며) 한 순간에 목숨 던져서 나무를 지키는 이 꽃잎들처럼
          나도 마지막 순간까지 너...지키면서 사랑할께.
수진 :(감동한다)
현수 : 지킬게...노력할께...변하지 않을께...애쓸께
수진 :(꽉 현수의 팔에 매달리면)
현수 : 고맙다 (좀 쑥스러운) 나 같은 놈두 이런 맹세도 하게 해줘서

꼭 끌어안는 두 사람, 서로를 향해 우승며 걸어간다.
그 위에 한없이 흩날리는 분홍 벚꽃이 떨어져 내린다.

37. 낡은 여관 (저녁)
목조 건물의 오래된 여관 전경.

38. 동, 여관 안.
똑,똑, 노크 소리. 그리고 드르륵 문 열리면
여관 여주인, 무릎 꿇은 채 앉아 필요한 용품들 미소로 넣어준다.
현수, 대야 내려 놓으며 "감사합니다"인사하면
여주인, 한 켠에서 싸구려 샴페인과 술 잔 두개 조심스레 넣어주며

여주인  결혼 축하해요.
현수  아, 감사합니다.
수진  (무슨 말인지 몰라)샴페인 싫은데, 맥주로 시키지.
현수  (몰래 웃는다)
여주인  좋은 추억 만드시길 축원합니다.(인사하고 나간다)

현수, 세수대야 수진의 발 밑으로 옮기고 수진의 발 씻어준다.
놀라, 얼른 발빼는 수진.

수진  (웃음) 창피해, 하지마. 싫어.
현수  (오무린 수진의 발 억지로 물에 담그며) 피곤 풀려.
수진  (발 빼내며) 무슨 에로 영화 같잖아, 간지러워, 하지마.
현수  (이내 수진 발 잡고 대야 속에 넣어주며) 어이~, 시원하다~.
수진  자기가 시원하대. (쿡, 웃는다. 그러다) 드럽잖아. 하루 종일 신발 신고 걸었는데.
현수  그런거 없어. 니가 드러운 데가 어딨어.
수진  (좋은, 쑥스러운 미소로)
현수  (수진 발바닥 비누칠로 문지르면)
수진  이히히히히!!

시간 경과.
각자 이불에 나란히 앉은 두 사람.

수진  우리...앞으론 싸우지 말자.
현수  응.
수진  싸워두 속 긁진 말자. 디게 아프더라.
현수  어.
수진  진짜지?
현수  응.(덤덤) 안 싸우면...안 때릴 거지?
수진  (무안한듯 보다 퍽 때린다)
현수  (괜히, 헉 거리면)
수진  (까르륵 웃고)
현수  (보다 ) 돈...많이 벌자, 우리.
수진  응.
현수  몇 배 더 일해서 잘 사는 모습...보여드리자. 니네 부모님한테.
수진  (돌아보면)
현수  빚두...조금씩 갚아 드리려면 따로 돈 모아야 되고...열심히 일해.
         꾀 부리지 말구?
수진  (잠시 눈물 그렁해져) 고마워요.
현수  (꼭 안아주며) 나도 고맙다...내 옆에 있어줘서.
수진  (미소로 보면)
현수  절대....후회하는 일...없게 할게.
수진  (끄덕이며) 나두.

서로 바라보는 두 사람의 미소, 그리고 가만히 끌어 안는 F.O

시간 경과.
끌어 앉은 채 누워 잠든 수진과 현수, 곤히 잠들었다.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살이 곱게 두 사람 위를 비춘다.

39. 버스 안
돌아오는 길.
함께 창 밖 내다보는 수진과 현수, 바람에 머리카락이 마구 날린다.

40. 스시집 앞.
문 앞에 나란히 앉아있는 사장과 유키, 서로 눈치만 주고 받지만 도리가 없다.
양쪽으로 버티고 선 채 그들 주시하는 보디가드.

41. 골목 입구.
작은 선물 꾸러미 들고 웃으며 걸어오는 수진과 현수.
가게 앞에 승용차 서 잇다.
현수, 무슨 일이지? 무심히 힐끔 넘겨보곤 수진과 걸어간다.

42. 스시집 앞
웃으며 걸어오던 수진과 현수, 가게 앞 분위기에 주춤한다.
수진, 매니저 발견했다. 사장, 도망치라는 제스쳐.
매니저 수진 발견하고 달려가면.
현수, 알아챈 듯 수진 손잡고 후다닥 도망친다.
하지만 달려와 막아서는 경찰차. 차에서 경찰 둘, 내려 두 사람 몰아세우면
현수, 다급히 상황 살피는데
저만치 매니저에게 돈 봉투 건네 받는 상길 모습 보인다.
현수, 그 모습에 헉, 숨이 멎는데 보디가드 둘, 후다닥 달려와 수진 잡아채 간다.

수진  (몸부림 치며) 왜 이래?
현수  안 놔! (달려가 보다가드 잡아 세우는데)

경찰 둘, 현수 가로막고 양손 꺾어 결박한다.

현수  뭐야? (확 뿌리치려는데)
만희  (다가와) 의도적인 납치로 결론 내렸습니다. 일부러 숨겼으니까...
수진  (끌려가며, 버럭) 오빠 죽여버릴꺼야. 그 사람한테 왜 그래? 내가 숨은 거야.
         그 사람 협박하지마..(발버둥) 이거 놔, 좀.
현수  (경찰에 결박당한 채, 버럭) 야, 이 자식아, 다치잖아, 살살 안해?

주춤하던 보디가드, 울부짖으며 발버둥 치는 수진 다급히 차에 밀어 넣는다.

만희  비열하다고 욕사헤요. 떼어낼 방법 다 동원해 뒀거든요. 어차피 경찰에 잡혀 가도
        수진이 못 보기는 마찬가지니까 곱게 보내줍시다.
현수  (차갑게 노려본다)

차에 밀쳐진 수진, 오른 쪽 문으로 다급히 내리려면 보디가드 올라타며 막는다.

수진  나 좀 내버려 둬.(발버둥 치며 울부짖는다)
현수  (수진의 울음 소리에 차갑게 입술 깨물며 차갑게 노려본다)
만희  보내 줍시다. 그러면 저 애, 최고의 인생 살 수 잇어요. 당신도, 나도.
         해줄 수 없는 거, 저 애는 누리고 살 수 있어요. (현수 어깨 두들겨 주며 돌아서는데)
현수  (입술 깨물며) 확신하지, 당신?
만희  네.
현수  만약, 그렇게 안됏으면, 수진이 행복해지지 않으면 나 죽을 때까지
        너 찾아내서 가만 안 둘거야, 알았어?
만희  (끄덕인다) 고맙습니다. 진심이에요.
현수  약속 지켜.
만희  네.(경찰에게 눈짓하면)
경찰  (결박 푼다)

떠나는 승용차 창문 너머로 보이는 수진, 현수 향한 채 몸부림친다.
그 모습 바라보던 현수, 일부러 웃어주며 손 흔들다 이내 고개 숙인다.

유키  (E) 뭐 하는 거야?
현수  (보면)
유키  (눈물 그렁한 채 자전거 안장 내민다)

43. 도로
자전거 바퀴가 돌아간다. 현수, 자전거로 미친 듯이 쫓아간다.
수진을 태운 자동차와 추격적 같은 엇갈림이 계속된다.
현수, 죽을 힘 다해 달려가며 소리친다.

현수  수진아~~수진아~~~

44. 수진의 차 안.
고개 숙인 채 눈물 뚝뚝 흘리던 수진, 괴로운 듯 고개 드는데
룸 밀러로 달려오는 현수의 모습 눈에 들어온다.
화들짝 놀라 얼른 몸 돌리는 수진, 창문 너머 저만치 달려오는 현수 보인다.
보디가드 너머 옆 창문 내리는 수진, 다급히 몸 빼내려면
보디가드, 수진 잡아 당기는데

만희  둬
보디가드  (손 놓는다)

45. 동, 도로
차 창문 너머로 몸 내민 수진, 현수 향햐 애절한 손길 뻗는다.
미친 듯 달려와 수진 앞에 멈추는 현수, 다급히 두번째 단추 뜯어 수진 손에 꼭 쥐어주며

현수  만나게 될 거야. 기다릴게. 우리 가게에서 평생 기다릴게. 어떤 선택도 난 좋아.
        니가 행복해지기만 하면...

얘기도 채 끝내지 못한 채 멀어지는 두 사람. 안타까운 손짓으로 현수 향하는 수진,
현수도 다시 자전거 페달 밟고 쫓아간다.

현수  (가슴 아픈, 애써 참으며) 수진아...사랑해..행복해야 돼...그럼 돼...알았지?

창 박으로 몸 내민 채 오열하는 수진, 점점 멀어져 가고.
수진을 향햐 쫓아 가던 현수, 울컥 눈물 올라온다. 그대로 멈춰선다.
멈춰선 채 눈물 꾸욱 참는 현수, 하지만 자꾸 목이 메인다.

현수  (혼잣소리) 미안해..해준 게..아무것도 없어서...기억도 없다..잘 해줄 걸...정말...미안해..
        (작은 외침으로) 미안해 ..수진아...!

수진, 괴로운 듯 오열로 그 모습 바라보는데
수진의 자동차, 다른 길로 접어들어 사라진다.

46. 수진의 차 안
달리는 차 안.
의자에 털썩 주저 앉는 수진, 꽉 다문 입술 위로 눈물 주르륵 흐른다.
울지 앉으려고 애쓰며 뒷 창문 돌아보는 수진, 이미 현수는 보이지 않는다.
손에 쥔 단추 내려 보던 수진, 가만히 단추만 입술에 대며 이 앙문다.
다시 만날 의지처럼 울지 않으려고 꾹 참는 그녀,
파르르 떨며 눈물 참고 있던 수진의 얼굴 위로 멀리서 현수의 목소리 울려온다.

현수  (소리 )수진아...!사랑해...!

꾹 참던 수진의 눈에서 눈물 후드득 떨어진다.
(2부 엔딩)

 

 

 

 

 

 

 

 

 

 

 

 

 

 

 

 

 

 

 

 

 

 

 

 

 

 

 

 

첨부파일 도쿄 여우비 2회.txt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댓글

댓글 리스트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